생명다양성재단 뉴스레터 '하늘다람쥐' 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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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람쥐 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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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람쥐 16호

Contents 06p

2. 생명의 다양성

94p

스리랑카의 남부의 우다왈라웨 국립공원

08p

3. 생명다양성재단 단신

11. 저듸, 곰새기 원담에 갇힌(?) 돌고래

98p

12. 생태연구실의 소소한 하루 커피타임엔 무얼하나

12p

4. 하늘다람쥐가 물어오는 생명도토리 국립생태원을 떠나며

102p

13. 지속가능한 생활가이드 지구 생각하는 자중하는 난방

18p

5. 생명다양성재단 활동 소개 새살림 프로젝트

104p

14. 지구별 다람쥐 소식 스리랑카의 하이브리드 차

도심 너구리 1-2차 포획시도결과보고서 삼성물산 임직원이 참여하는 보전활동 지구 피부과학 프로젝트

108p

15. 후원

유기 토끼를 위한 토끼장설치및 교육지원 활동 소개

52p

6. 뿌리와 새싹 코너 뿌리와 새싹 장학 혜택 멘토링 프로그램 평화의 피크닉 '식사 라이프 스타일'

66p

7. 환경교육 에버랜드와 생명다양성재단이 함께하는 생명다양성 교육

70P

8. 살아있다는 건

72p

9. 생명다양성만큼 다양한 생각들 2016 윈저성 뿌리와 새싹 리더십 이벤트 참가 후기

86p

10. 야외로, 자연으로 제주도에서의 탐험과 동물행동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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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요즘입니다. 인간사가 꼬여가고 복잡해질수록 우리는 어떤 단순함을 갈구합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생산되는 수많은 소식과 콘텐츠의 더미에 매몰되었던 고개를 들어 올려, 잊고 있던 신선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고 싶습니 다. 어린 시절에 상상하며 놀았던 재미나고 신나는 세계처럼 모든 게 굴러갈 수는 없는지 속으로 자문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창문 너머 보이는 자연을 보며 그들 을 괜스레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저들은 참 평화롭구나. 고뇌와 부러움이 섞인 탄 식이 나도 모르게 새어 나갑니다.

물론 자연이라고 문제가 없는 곳은 없습니다. 야생의 삶이라고 해서 안빈낙도의 시름없는 생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매일 같이 먹을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언제 어디서 위험이 닥칠지 알 수 없어 경계 태세를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오늘을 무사히 넘겼다고 해서 내일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요. 비바람 몰아치는 저 바깥이 곧 나의 집이기에 풍파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 려야 합니다. 갑자기 전염병이라도 창궐하면 어디에 의존할 것 없이, 진인사대천명 의 운에 맡기고 그저 섭생에 집중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도 없죠. 생태계의 수레 바퀴에 몸을 맡기고 그 굴레 속에서 겪는 모든 기회와 어려움을 전부 포용하며 때 로는 힘겹고 때로는 즐겁게 살아야 합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 어려움이 자연스럽고 근본적인 삶의 원리로부터 비롯 된 것이라면 훨씬 낫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곳에 있는 누구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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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람쥐 16호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자연계의 순리 때문에 생기는 일은, 힘들고 고생스럽더 라도 참을 만하며 그 받아들임은 심지어 숭고하기까지 합니다. 반면에 우리사회가 겪는 작금의 문제는 너무도 이질적이고, 뒤틀리고, 멀게만 느껴집니다. 생명과 가 까이 한다는 것은 이렇듯 힘든 순간조차에도 예기치 않은 위안과 힘을 줄 수 있음 을 의미합니다.

모처럼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늘다람쥐> 열여섯 번째로 열어봅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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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다양성

스리랑카의 남부의 우다왈라웨 국립공원 (Udawalawe National Park)의 정경과 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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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람쥐 16호

사진 | 김솔하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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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다양성재단 단신

대안자연 공간창조 과제 1차 연구를 성공리에 마무리 본 재단은 올해 처음으로 수익 사업의 일환으로 <

래 취지와 맥을 같이 하도록 하여 개발 압력에도 맞

생물다양성 가치혁신을 통한 대안자연 공간창조:

설 수 있는 자체 정당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한 자연

DMZ생태평화공원 정책대안>이라는 제목의 연구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 본 연구과제의 목적이다. 이

용역 사업을 수행하였다. 연구기간이 총 1차, 2차로

를 위해 본 재단과 외부 연구진은 대안자연에 해당

나뉜 본 사업에서 본 재단은 이번 10월 31일에 1차

되는 우수 사례 기관을 방문하고 분석하였으며, 대

연구 과제를 성공리에 마무리하였다. 개발 또는 보

안자연과 관계된 법률 및 정책 연구, 국내 자연 공간

존의 이분법에 갇힌 작금의 자연은 보존을 위한 논

현황 조사, 대안자연 공간의 디자인 연구, 그리고 세

리를 성공적으로 갖추지 못하는 순간 완전히 갈아

계 DMZ 지역의 대안자연 관련 활용방안 연구 등을

엎어져 사라지는 경우가 무척 흔하다. 인간의 활동

수행하였다.

을 부분적으로 허락하되 그 활동이 자연공간의 원

회원들과 함께 한 소백산 여우 올무 제거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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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관리공단 산하의 종복원기술원은 반달

적 분석한 결과, 인가 주변을 중심으로 설치된 올무

가슴곰, 산양에 이어 여우를 세 번째 복원 프로젝트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고, 이에 따라 2015년부터 올

로 추진하고 있다. 붉은 여우는 과거 우리나라에 서

무 제거를 꾸준히 시행하는 등 서식지 개선 작업을

식했지만 현재는 극소수만이 목격되거나 절멸 상태

한 결과 2016년에는 최초로 야생 번식이 확인되는

로 추정되고 있다. 종복원기술원은 2012년부터 쥐

등 성과를 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 주민 대

등 소형 포유류가 많아 여우의 서식지로 가장 적합

상 인식 개선활동과 더불어 올무 제거는 꾸준히 진

하다고 판단된 소백산국립공원에서 본격적으로 복

행해야 하는 활동으로, 지속적인 일손을 필요로 한

원 사업을 시작하였다. 방사한 여우의 야생 생존 성

다. 이에 본 재단은 여우 보전을 돕고 생명 보전에

공률을 크게 저하시키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추

직접 기여하며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중부복원


하늘다람쥐 16호

센터와 협력하여 지난 11월 26일 약 20명의 참가자

마쳤다. 본 봉사활동은 에버랜드의 후원금으로 진행

와 제1회 ‘게릴라전 소백산편-토종여우 위협올무 제

되었으며, 추후에도 보전 참여 프로그램으로 꾸준히

거활동’을 시행하였다. 참가자는 경북 영주시 순흥면

실시될 예정이다.

에 위치한 종복원기술원 중부복원센터에서 여우 보 전에 관한 교육과 방사 훈련 중인 여우를 관찰하고, 총 12개의 올무를 찾아 제거하는 등 안전하게 활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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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야행성인 여우는 낮에는 대부분 활동을 하지 않고 쉬고 있다. 2. 게릴라 봉사활동에서 제거한 올무를 정리해 갯수를 세어보았다. 3. 올무는 크게 위험하진 않지만 눈에 잘 띄지 않아 생각보다 찾기가 어렵다. 4. 활동에 참가한 회원들과 종복원기술원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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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사무국 포드 환경 프로그램 수상 헨리 포드에 의해 창립된 미국의 다국적 자동차 회

활동을 지원해오고 있는데, 뿌리와 새싹 사무국 교

사인 포드는 오래전부터 지속가능성에 주안점을 두

육 프로그램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후원대상으로

고 탄소배출 감소와 차량 생산 과정 중 물 사용량

선정되었다. 사무국은 2016년 11월 25일 그랜드 인

감소 등 국제적인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선두

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후원금 전달식에 참석하

에 서왔다. 한편, 포드 자원봉사단(Ford Volunteer

여 2015년 후원을 통해 올 1년간 운영해 온 ‘벌레들

Co r p s ) 과 포 드 환 경 프 로 그 램 ( Fo rd M oto r

의 연인클럽’ 활동에 대해 공유하였다. 이에 2017년

Company Conservation & Environmental Grants)

에는 벌레들의 연인클럽 후속 프로그램인 ‘새들의

을 통해 환경과 생태계 보호를 위한 국제적 프로젝

연인클럽(가칭)’이 2017년 1월부터 5월까지 운영될

트를 지원하고 있다. 포드코리아에서는 매년 ‘포드

예정이다.

환경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이나 단체의 환경 관련

사진 출처 | 포드코리아

2016년 포드 환경 프로그램에 선정된 대상자들과 포드코리아 정재희 대표(가운데)

후원금 전달식에서 벌레들의 연인클럽 활동을 공유하는 고기란 연구원 10


하늘다람쥐 16호

뿌리와 새싹 이움팀 크라우드펀딩 통해 재단 후원 뿌리와 새싹 소모임인 이움팀은 이화여자대학교에

자라는 자생식물과 멸종위기 자생종인 수원청개구

서 생태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과 영상미디어를 수

리, 하늘다람쥐, 그리고 산양을 피규어로 제작하여

학하는 학부생들이 크루 형태로 자신들의 전문성

테라리움 키트를 만들어 펀딩을 받았다. 모금을 총

을 발휘하며 활동하는 팀이다. 소모임 이름이 생태

112%로 초과 달성한 이움팀은 후원금의 일부를 생

와 생활을 잇는 역할의 복합콘텐츠의 장을 의미한

명다양성재단에 후원하였다.

다는 이움팀은 8월 30일부터 9월 30일까지 와디즈 를 통한 크라우드펀딩을 수행하였다. 우리 땅에서

이화여대 뿌리와 새싹 소모임 '이움'에서 제작한 산양, 수원청개구리 테라리움

인도네시아 현지 보전교육 및 대학생 봉사단원 파견 아시아에서 가장 넓은 면적과 높은 생물다양성을

부터 매달 보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아이들이 자

가진 인도네시아의 열대우림은 본 재단이 창립 초

신들의 집 바로 옆에 사는 동식물에 대한 지식과 중

기부터 보전사업을 펼쳐온 곳이다. 특히 이화여자

요성에 대해 배우며 일찍이 자연보전의 의지를 함

대학교 영장류 연구팀과 함께 연구 및 보전 활동을

양하기 위함이다. 또한 가장 가까운 대도시인 보고

해온 구눙할리문쌀락 국립공원은 서부 자바의 마

르에 위치한 국립보고르농대 학생들을 자원 봉사자

지막 남은 저산지대 열대우림으로 자바긴팔원숭이,

로 매달 2명 초청하여 교육 보조 및 멘토 역할을 하

표범 등의 멸종 위기 동물의 서식지이다. 본 재단은

도록 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이고 양질의 교육을 선

영장류 연구지인 찌딸라합(Citalahab) 인근의 림바

사하고자 하였다.

끈짜나 초등학교(SDN Rimba Kencana)에 지난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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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람쥐가 물어오는 생명도토리 열여섯 번째 이야기

사진 출처 | 최재천

임기를 마치고 생태원에서 옮겨온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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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람쥐 16호

국립생태원을 떠나며 최재천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전 국립생태원장

평생 교수로 살면서 제대로 된 보직 한번 맡지 않았던 내가 어쩌다 국립기관 그것 도 신설 기관의 장이 되어 3년 하고도 한 달 반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을 최고 경영자(CEO)로 살아봤다. “세월이 살 같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새삼 새롭다. 처음 부임했을 때 간단한 행정 용어조차 알아듣지 못하는 나를 보며 황당해 하던 직원들의 눈초리를 잊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을 택 했다. “행정, 제까짓 게 뭔데” 하는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이름난 경영학 관련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회계학 책도 몇 권 사서 공부했다. 지도자의 자질 문제를 놓고 온 나라가 뒤집힌 마당에 자칫 적절하지 못하게 비춰질까 저어 되지만 기획재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지은 공공기관으로 성공한 둘 중의 하나로 국립생태원을 꼽는다니 CEO로서의 내 삶이 그리 나쁘진 않았나 싶어 그 동안 배 워 실천한 나만의 경영 원칙을 소개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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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국립생태원

국립생태원 시상식에서 어린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꿇고 상장을 전달한 최재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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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절대로 군림하지 않는다.

보다 늘 더 열심히 일하려고 노력했다. 그랬더니 그

나는 책상에 앉은 채로 업무 보고를 받거나 결재를

들 중 몇몇이 기특하게도 나를 따라오더라. 또 그들

하지 않았다. 반드시 소파에 내려와 앉아 같은 눈높

중 몇몇은 나를 앞질러 달려 나가기도 하고. 생태원

이에서 보고도 받고, 질문도 하고, 사인도 했다. 그

에서도 직원들을 독려는 했지만 득달하지는 않았다.

래서 결코 충분하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의견 교환

스스로 하는 것이 남이 시켜서 하는 것보다 길게 보

도 가능했고 직원들도 어느 정도 주인 의식을 갖출

면 훨씬 더 훌륭한 결과를 이끌어낸다는 걸 나는 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절대로 군림하지 않고 늘 함

랜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설령 결과를 제대로 못

께 동행(同行)하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항

내거나 내가 생각한 것과 정반대로 일을 해치운 직

상 원장실에 와서 보고나 상의를 하는 일상을 깨기

원에게도 단 한 차례도 대놓고 야단을 치거나 벌하

위해 가끔은 내가 직접 사무실을 찾아가기도 했다.

지 않았다. 실수를 하거나 일을 뜻대로 하지 못한 사

어차피 기관의 장은 가만히 있어도 권위가 따르는

람은 스스로 더 잘 안다. 넘어진 사람을 짓밟아봐야

법이라 오히려 그 권위를 일정 부분 무너뜨리고 싶

상처만 깊어질 뿐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 또한

었다. 이런 노력으로 생태원의 그 누구도 나를 권위

나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가능한 따뜻하게 함께

적인 리더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일하려 노력했다.

둘째, 내가 제일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되려 했다.

셋째, 절대로 뒤로 숨지 않는다.

나는 대학에서도 학생들에게 “공부 안 하냐”, “논문

다. 제33대 미국 대통령 해리 트루먼의 명언 “The

빨리 안 쓰냐”라며 보채지 않는다. 그냥 내가 그들

buck stops here!”를 늘 가슴에 새기고 일했다. 원장

누군가가 책임져야 할 일일수록 내가 앞장서려 했


하늘다람쥐 16호

해서 멈춘 적은 두어 차례 있었지만, 모든 책임은 궁

다섯째, 결정은 신중하게 내리되 결코 오래 끌지 않는다.

극적으로 내게 있음을 분명히 했고 기재부나 환경

지도자의 임무 중 으뜸이 결정을 내려주는 것이다.

부에 달려가는 일이나 국회의원들에게 읍소해야 하

지나친 햄릿형 지도자는 모두를 어렵게 만든다. 물

는 일, 지역 주민들에게 허리를 굽혀야 하는 일 등을

론 생각이 깊지 못한 동키호테형은 일단 지도자로

되도록 직원들에게 떠밀고 나는 뒤로 숨는 짓은 하

서 자격조차 없지만, 그렇다고 결정을 마냥 미루면

지 않았다. 일이 잘못 되면 원장인 내가 모든 책임을

담당자들은 손을 놓고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어려

질 것이니 과감하게 추진하라 독려했다. 궂은일에

운 결정일수록 신속하게 내려주는 게 지도자의 덕

기꺼이 나를 팔아먹으라고도 여러 차례 지시했다.

목 중 가장 중요하다. 최종 책임이 어차피 내게 있

이 직접 나서면 오히려 일을 그르친다고 극구 만류

다고 생각하니 결정을 내리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

넷째, 전체와 부분을 모두 살핀다.

다. 나의 잘못 된 결정으로 애꿎게 다른 사람이 피

이건 이제 어느덧 알고 지낸 지 15년지기가 된 아

해를 입을까 그게 두렵지 내가 곤경에 빠지는 것은

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님이 가르쳐준 덕목이다.

스스로 저지른 일의 대가라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

“The devil is in the detail”이라는 서양 격언이 있다.

이 편했다. 그래도 결심을 거의 굳힌 상태에서 언제

기관의 장은 흔히 큰 그림이나 그리며 조직을 이끌

나 한 차례 더 멈춤의 시간을 가졌다. 역지사지의 방

면 된다고 하는데, 그건 너무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이

법으로 제 결정이 불러올 파장에 대해 다시 한 번 검

고 디테일도 꼼꼼히 챙기지 않으면 조직이 와해되

토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무리 간단해 보이는 일이

는 걸 알 수 없단다. 그러면서 기관장이 적어도 대

라도 한번쯤 묵혔다 가는 방식은 내가 오래 전부터

차대조표 정도는 볼 줄 알아야 한다기에 그 길로 서

해오던 것이다. 그 덕에 다행히 큰 실수 없이 일들을

점에 달려가 회계학 책을 세 권이나 사서 제법 열심

처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히 공부했다. 절대로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진 않았 지만 모든 업무가 어찌 돌아가는지를 파악하기 위

나는 감투에 욕심이 있어 국립생태원장이 된 게 아

해 거의 매일 밤 문건들을 읽고 때로는 글도 고쳐주

니었다. 내가 꿈꾸고 기획한 국립생태원을 탄탄한

곤 했다. 어느덧 우리나라 최고의 경영자로 추앙 받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 오로지 일을 하러 원장 직

는 서회장님의 이 가르침은 제게 아주 적절하고 유

을 수락했다. 그래서 정말 마음 편히 일할 수 있었

용했다.

다. 마음을 비우고 일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그 러나 내려놓지 않으면 당연히 어깨가 무거워지고 판단이 흐려지게 마련이다. 적재적소(適材適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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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를 마친 후 돌아온 통섭원 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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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람쥐 16호

지혜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마당에 과분한 얘기겠지만, 맡은 바 소임에 적당한 정도의 사람을 앉 히면 허덕허덕 겨우 해낼 뿐이다. 능력이 넘치는 사람이 일을 맡아야 여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 다. 취업을 준비하며 허전해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할 얘기인지 모르지만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어떻게든 대기업의 좁은 문으로 운 좋게 기어들어갈 생각만 할 게 아니라 내 능력을 필요로 하고 나도 여 유 있게 즐기며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는 것도 그리 나쁜 생각은 아닐 것이란 제안을 조심스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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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다양성재단 활동 소개

하나고등학교에서 윈도우스트라이크가 자주 발생하는 구름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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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람쥐 16호

야생 조류를 구하기 위한 '하나의 새싹'과 재단 사무국의

새살림 프로젝트 뒤쪽에는 넓은 근린공원이, 앞쪽에는 북한산으로 둘러싸인 경치가 아주 멋진 하나고등학교. 하나고등학교 뿌리와 새싹 소모임인 ‘하나의 새싹’팀은 산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있는 통유리 건물인 학교가 걱정입니다. 정확히 얘기하자 면 학교 건물에 부딪혀 죽거나 다치는 새들이 걱정이지요. 건물, 유리창, 방음벽에 있는 반짝이는 유리에 새들이 부 딪히는 ‘윈도우 스트라이크’가 빈번히 일어난다고 합니다. 하나의 새싹 학생들은 윈도우 스트라이크로부터 새들을 지키기 위해 <새살림 프로젝트>를 꾸렸습니다. 윈도우 스트라이크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고 선생님께 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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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에서도 하나의 새싹 학생들과 함께 선생님 설 득하기에 동참했습니다. 하나의 새싹 학생들이 dot 윈도우스트라이크의 피해를 입은 새

해보지만 맹금류 스티커가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와, 어디서 새들이 얼마나 죽는지 증거가 미흡해 계획안이 실행되지 못했습니다. 고속도로 방음벽에 가끔 보이 는 검정색 맹금류 스티커는 빼곡하게 붙이지 않는 이

film으로 샘플을 제작하여 디자인 부분에서 학교의 동 의를 얻어냈습니다. 뿌리와 새싹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시공 위치를 학생들이 가장 자주 새 사체를 발견 한 위치 중의 하나인 구름다리로 정하고, 이제 장학혜 택 금액에 맞는 시공업체를 찾아보기 시작합니다. 이 제 정말 고지가 눈앞인 것 같았습니다.

상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하지만 재정과 미관상의 문 제로 맹금류 스티커는 대게 넓은 간격으로 붙여집니다. 새들은 방음벽의 맹금류 스티커를 보고 날아왔던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티커가 붙여져 있 지 않은 쪽으로 살짝 방향을 트는 것일 뿐이지요.

맹금류 스티커가 아니며, 학교 측이 허락할 만한 ‘학 교 건물의 미관을 해치지 않는 디자인’의 방법을 물색 했습니다. ‘하나의 새싹’ 멤버들은 직접 목격한 새의 사체가 발견된 위치, 새의 종, 날짜 등을 기록하며 ‘사 례모음집’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선생님을 설득하기 위한 윈도우 스트라이크 관련 논문을 찾아 필요한 부 분을 추려 사례모음집과 함께 보고서를 만들기도 했습 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dot film이 부착된 창문

하지만 시공업체를 찾는 일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Dot film은 얇은 테이프와 같은 형식이라 줄맞춰 붙이고 떼어내는데 너무 많은 수작업을 요구한다며 거절당했 고, 수락한 업체를 찾더라도 주말동안 꼭 작업을 마쳐 야만 한다는 학교 측의 짧은 시공기간을 충족시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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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람쥐 16호

Dot film 시공 현장

어려워 결국 전체적인 디자인과 성능은 같되, 테이프

행되는 듯하지만, 설상가상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

형식의 dot film보다는 쉽고 빠른 방법의 재료를 선택

니다. 우비를 입고 작업은 계속 되었고 늦은 10시가 되

해야 했습니다. 창문 한쪽 면 단위로 시트지를 주문 제

어서야 구름다리와 면학실 쪽의 시공이 완성되었습니

작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드디어 10월 22일 시공

다.

날이 왔고, 약속한대로 당일이면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을 줄 알았으나 또다시 난관에 부딪히게 됩니다. 날

Dot film의 부착이 끝이 아닙니다. ‘하나의 새싹’ 소모

씨는 추웠고 dot가 너무 작은 바람에 바탕시트를 떼어

임은 끊임없이 사례를 모으고 구름다리 쪽은 시공 전과

내는 작업 속도가 너무 느려진 것입니다. 완성되었어야

비교해서 어떻게 다른지, 효과가 좋다면 확장해서 설치

하는 시간인 오후 6시, 50%도 완성되지 못한 채 내일

할 장소는 어디로 정할지 등을 조사할 예정입니다. 또

을 기약합니다. 일요일 아침 일찍 하나의 새싹 학생들

한 학교 건물을 함께 쓰는 학우들에게 건물에 부착한

은 시공 현장에 나와 시공 상황을 지켜봅니다. 하나의

dot film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알리는 프로젝트를

새싹 친구들은 시공과정 내내 신경 쓸 부분들이 많았습

기획 중입니다. 새를 살리기 위한 ‘하나의 새싹’의 <새

니다. 바탕시트를 떼어내기 전까진 구름다리 안쪽에 빛

살림 프로젝트>는 계속됩니다!

이 안 들어와 실내가 너무 어두웠고, 바탕시트를 떼어 내고 크레인이 이동하면서 내는 소음이 학우들의 공부

다음은 ‘하나의 새싹’ 민서현 학생이 <새살림 프로젝

에 방해되는 것 같아 조마조마합니다. 더 지체 되는 일

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시공이 확정되기까지의 노

없이 일요일에는 꼭 완공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틈날

력이 보이는 글입니다.

때마다 시공 현장을 찾아왔습니다. 전날보다 빠르게 진 21


일정한 간격으로 dot film이 부착된 창문

'하나의 새싹'의 민서현 학생이 고기란 연구원에게 보낸 메일 중 우선, 말씀해주신 한강 공원에서 겪으셨던 일에 대해

가까이 보았습니다. 죽은 몸의 새를요... 지금 새살림

서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고 동시에 화가 납니다..."한

프로젝트를 같이 하고 있는 김현진 친구에게 한 손으

생명이 그렇게 허무하게 꺼져가는 걸 보고, 또 느끼면

로 전화를 걸었는데 그 때 참 많이 학교가 싫어진 것

서 그 기억이 아주 강하게 뇌리에 남았어요."라고 해

같습니다. 대체 미관이 뭐길래 아무런 잘못도 없는 새

주셨는데 저 역시 지난 2015년 여름방학 때 처음으로

들이 죽어야만 했던 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제 눈앞에서 새가 부딪혀 죽는 모습을 보고 그런 감 정을 느꼈습니다... 그때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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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전 처음으로 '굳어간다'는 말의 의미를 알았고,


하늘다람쥐 16호

시간이 흐르면 눈이 잘 감겨지지 않는다는 점도 이해

문제 해결이 더 시급하다는 점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살아있던 뭔가를 땅에 묻 어보았습니다. 마지막 예의라는 생각이 들어 도구를

아무쪼록, 생명다양성재단과 주소현 선배님을 비롯

사용하지 않고 맨 손으로 땅을 파 나뭇잎을 깔고 뉘

해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저희 프로젝트가 여

여 주고 인사했습니다. 다시는 이 학교 근처로 오지

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번 22일 토요일 8시부터

말라고. 그 친구의 무덤은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그

시공을 하게 되었는데, 선생님께서는 참석 하시지 않

뒤로 종종 산책로를 돌며 꽃을 조금 꺾어 놔 주기도

으시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관심 보내주셔서 정말 감

했는데, 어느새 그 옆에 무덤 3개가 더 생겼습니다.

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종종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요. 그러다보니 그 친구들을 향한 시가 써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확장 설치도 가능케 저희 새

지기도 했습니다.

살림팀이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저는 사실 이제 새들의 죽음에 조금 익숙해져 가는

고기란 선생님, 정말 늘 감사드립니다. 저희 모두의 노

것 같아 가끔씩 제 자신이 무서워지기도 합니다. 연구

력이 꼭 빛을 보아 더 이상 허무하게 꺼져가는 새들이

와 조사를 하면 할수록 윈도우 스트라이크가 심각하

없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날씨가

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만, 동시에 개별 새들의 죽음

이제 정말 초겨울인데, 건강 조심하십시오.

에는 점차 익숙해진 나머지 충분히 슬퍼하지 않는다

감사합니다. :-)

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많은 것들에 익숙해지는 것 자체에 모순을 품으며 좌절하기에는

교내의 윈도우스트라이크를 조사 중인 하나고 뿌리와 새싹 '하나의 새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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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다양성재단 활동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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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야생동식물 연구 소식

도심 너구리 1-2차 포획 시도 결과 보고서 생명다양성재단의 야생동식물 연구 및 학술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도심 너구리에 대한 연구 과제가 한창 수행 중에 있다. 너구리들의 개체 별 행동 양상과 반경을 알기 위해서는 너구리에 게 위치 송신기를 부착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을 포획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너구리 연구자들 로부터 온 생생한 너구리의 1-2차 포획 시도 소식은 다음과 같다.

1 차 보고서

1. 포획 전 모니터링 작업 위치:

양재천 및 탄천 부근

시작일: 2016년 4월 18일

방법:

카메라 트랩 9대를 설치하여 너구리의 서식 여부 모니터링. (장마철 기간 동안 양재천 및 탄천의 범람으로 인한 침수로 인해 5대의 카메라 트랩 고장으로 3대 추가 설치)

모니터링 결과: 너구리가 1달에 1-2회 정도 관찰됨. 주로 저녁 7시반경 및 새벽 3-4시 부근에 관찰됨. 너구리 이외에 고라니, 길고양이, 족제비 및 조류 관찰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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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람쥐 16호

2. 포획 전 트랩 적응화 기간 포획 1주일 전쯤 대상 지역에 트랩 7대와 미끼를 세팅. 너구리가 트랩에 들어가도 닫히지 않도록 설치함. 트랩에 너구리가 익숙해지도록 하는 과정. 미끼 및 주변 유인물로는 생과 일(사과, 배, 바나나 등), 꿀을 이용.

적응화를 위해 설치된 트랩

3. 포획 시도 예상했던 것보다 혹서기가 길어져 9월 초가 아닌 마지막 주에 포획 실시.

일자:

2016년 9월 23-25일

방법:

23일과 24일 오후 5시쯤 각 트랩의 미끼를 다시 세팅하고 너구리가 들어가면 트랩이 닫히도록 설치함. 각 트랩에 발신기를 설치하여 동물이 잡히는 즉시 신호가 올 수 있게 함.

트랩 발신기 설치를 준비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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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에 발신기를 설치해서 동물이 잡히는 즉시 신호가 오도록 한다.

개선충을 심하게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개체

세팅 후 탄천 인근 차량에서 밤샘대기 작업. 트랩발신기의 주파수에 맞춰 수신기를 상시 적으로 켜놓고 신호 모니터링 함. 트랩발신기의 오류를 대비하여 밤 10-11시 사이, 새벽 2-3시 사이에 안테나와 수신기를 직접 들고 트랩이 설치된 위치 부근을 배회하며 신호 확인함. 포획 시도 결과: 2박 3일간의 시도 결과 너구리 포획 실패함. 너구리의 번식기를 감안했 을 때는 포획이 가능한 기간이긴 하나, 자연 먹이가 아직 풍족하여 인공먹이에 의한 유인 이 용이하지 않은 것으로 사료됨. 추가적인 포획 시도가 필요. * 현장에서 개선충을 심하게 앓은 것으로 추정되는 개체를 목도. 포획 시도했으나 실패.

4. 향후 계획 약 2주 정도 추가적으로 포획 적응기간을 둔 후 재포획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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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람쥐 16호

2 차 보고서

2차 포획 시도 및 성공 사례 위치:

양재천・탄천 지역

일자:

2016년 10월 15일 새벽 3-4시경

방법:

모니터링 결과를 기초하여 포획의 시기를 정함. 트랩 안에 미끼를 설치하고 개체가 트랩 안에 진입하면 트랩이 닫히도록 설치. 각 트랩에는 발신기가 설치되어 있어 입구가 닫히면 즉시 신호가 교신이 됨. 포획이 되면 마취하여 개체 측정 및 발신기 부착 작업 완료시 다시 트랩에 넣어 마취가 풀릴 때까지 대기 및 포획 지점에 방사

포획 결과:

체중 | 2.89kg 머리에서 몸까지의 길이(꼬리 제외) | 49cm 성별 | 암컷

줄자를 이용한 개체 측정

포획된 지점에서 방사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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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다양성재단 활동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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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임직원 참여 보전활동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봉사활동 여러분은 야생동물을 만난 적 있나요? 가끔 등산하다 만나는 청설모와 박새를 떠올리셨 다면 참 다행입니다. 사실 저는 ‘야생동물’하면 떠오르는 것이 대부분 사체입니다. 로드킬 당한 작은 다람쥐부터 너구리, 고라니 등 포유류도 심심찮게 만나고, 건물이나 방음벽에 부딪혀 죽음을 맞이한 조류는 셀 수 없이 만났습니다. 이렇게 야생동물을 죽음으로 몰아 가는 것은 자연적인 원인보다는 인간으로 인해 발생하는 원인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인 간과 힘겹게 지구라는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10월 18 일, 삼성물산 직원들과 함께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방문했습니다. 28


하늘다람쥐 16호

고압세척기를 사용해 야외 계류장 정화 활동중인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김희종 선임 수의사

건물 입구에서부터 회복 중인 맹금류들을 보니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왔다는 것이 더욱 실 감났습니다. 아프거나 다친 각종 야생동물들이 야생동물구조센터에 머물게 됩니다. 특히 조류가 많이 구조되는데, 치료를 마친 조류들은 야생으로 돌아가기 전 야외 계류장에서 적응기간을 갖게 됩니다. 조류의 깃털과 배설물 그리고 맹금류의 펠릿을 제거하고 흙을 뒤엎는 등의 계류장 정화 작업은 다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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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되어 회복 중인 맹금류

야외 계류장 정화 활동 현장

삼성물산에서 기부한 헤마토크릿원심분리기는 동물 기본검사에 중요한 물품이다 30


하늘다람쥐 16호

재활 중인 맹금류에게 필요한 야외 계류장 구조물 수리작업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직원들과 활동에 참여한 삼성물산 직원들

야생동물구조센터에 방문해본 적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가본 적도, 있는지도 몰랐 던 그런 곳에 봉사활동을 간다니… ‘오히려 짐이 되진 않을까?’, ‘도움이 되긴 할까?’ 걱 정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뿐만 아니라 많은 기관에서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합니다. 물론 1회로 그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삼 성물산(에버랜드 리조트)에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동물들의 혈액 검사에 필요한 헤 마토크릿원심분리기를 기증하였습니다. 야생동물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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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다양성재단 활동 소개

자연스러운 흙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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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람쥐 16호

후원

습지 보전을 위한 노력

지구 피부과학 프로젝트

1. 습지 파견 프로그램 세 번째 파견 - 수로에 빠지는 양서류를 위한 사다리 설치하기 2016. 9. 30 파견 활동 2016. 10. 14 후속 방문

물에 빠진 개구리, 가능한 일일까요? 탈진할 때까 지 발 디딜 곳이 없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양서류니

이기도 하고, 뱀에게 쫓겨 달아나는 개구리가 냅다 뛰어들어 위기를 모면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까요. 하지만 둔덕지고 식물로 뒤덮인 옛 흙 수로와 달리 얕은 물의 논가에서 물이 깊게 흐르는 수로는 양서

시멘트로 정비된 수로는 직각으로 된 절벽 구조라

류들이 사용하기 좋아하는 장소입니다. 깊은 물에

한번 들어간 개구리나 도롱뇽들이 올라오지 못하고

서 알을 낳는 금개구리에겐 알을 낳으러 가는 장소

탈진해 많이 빠져죽곤 합니다. 그래서 습지 연구가 35


식물이 없어 다시 올라오기 힘든 시멘트 수로. 개구리 중엔 의외로 높이 뛸 수 있는 종이 별로 없다

들이나 습지에서 활동하는 소모임들에게는 수로를 지날 때마다 양서류를 확인 하고 건져주는 것이 늘 해야 하는 당연한 일처럼 되어있습니다.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가 풍부하게 서식하는 파주 문산 마정리 습지에서도 시 멘트 수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양서류 연구자의 제보를 받고, 파견 대원들 은 급히 도구를 준비해서 갔습니다. 먼저 가장 피해가 큰 수로를 선정하고, 개구 리들이 물에 쓸려 가다가도 식물 사다리처럼 붙잡고 올라올 수 있도록 식물 대신 그물망을 설치해주었습니다. 또 수로 옆엔 농부 분들께도 오해가 없도록 그물망

사다리 설치 전 도구를 준비하는 파견대원 36


하늘다람쥐 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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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날 파견에는 지구피부과학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프리메라 직원들도 함께 참가해 활동을 도왔다 2. 구역을 나눠 곳곳에 사다리를 설치하였다 3. 수로에 물이 차고 유속이 빨라질수록 그물망이 사다리 역할을 잘 해줄 것이다

의 쓰임새를 알리고 연락처를 쓴 나무 팻말을 함께 설치해두었습니다. 2주 뒤 후 속방문에서는 농부 분들께 잘 이해가 되었는지, 문제없는지 확인하였고 지속적 으로 관리를 해서 내년 봄 태어나는 어린 개구리들까지 잘 사용하는지 살펴보기 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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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파견 - 파주 문산수억고 학생들 대상 습지 필드 교육활동 2016. 11. 12 파견 활동

내가 다니는 학교 바로 옆에 논이 흔하게 있다면, 논이 굳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일이 더욱 없을 겁니다. 습지에 대해 알기 전까지 논은 ‘벼농사를 짓는 곳’이기 때 문입니다.

벼농사를 짓는 곳, 파주 문산읍 마정리 논에서는 멸종위기종인 수원청개구리와 금개구리, 그리고 보기 드문 상위 포식자인 삵이 상시로 발견됩니다. 또 겨울에 는 새들이 낙곡을 주워 먹고 쉬어갈 수 있는 곳이라 철새들이 떼지어 날아가는 장관이 펼쳐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마정리 논은 높은 생물다양성을 자랑하는 건 강한 습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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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출처 | 문산수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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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양한 장소를 선택해 미소서식지 지도를 그리는 학생들 2. 활동 중 채취한 습지 물에서 미생물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3

3. 서로 도와가며 습지 생물 필드 활동을 진행하는 학생들

이는 마정리 논이 바로 위로는 임진강과 DMZ, 서쪽으로는 강화만과 연결되어 있어 야생동물들에게 좋은 서식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곳에 사는 주민들 은 오히려 이런 점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문산에 거주하는 문산수억 고교 학생들과, 문산수억고와 정기적으로 교류하는 일본 히로시마고교 교환학 생들과 함께 마정리 습지를 방문해 이곳의 생태적 중요성과, 벼농사를 짓는 농부 와 생태계 보전의 관계를 설명하고, 습지의 미소서식지와 생물들을 관찰하고 생 태학자의 필드노트를 만들어보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논이라 는 인공 습지의 생태적 중요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아 람사르 습지로 등록했다 는 공통점이 있기도 합니다.

문산수억고 학생들 중에 부모님께서 문산에서 농사를 짓는 학생도 있을 뿐 아니 라 생태 교육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마정리 논습지의 중요 성을 전달해달라는 임무를 주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보전 지역 학생들을 대상 으로 하는 교육은 계속 됩니다. 39


2. 습지 필드활동 지원 프로그램

소모임과 함께 습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안재하 연구원

2016년 하반기에 최종 선정된 세 개 소모임과 생명다양성재단은 수차례 만남을 거쳐 단체와 습지에 필요한 일을 함께 구상하며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방법 을 통해 각 소모임의 성격에 맞게 지원하고 있으며, 2017년에도 습지 보전을 위 한 소모임 추가 선정 및 필드활동 지원 프로그램은 상시로 계속됩니다. 습지의 보전을 위해 활동하며 지원 프로그램에 관심있는 모임은 문의해주시기 바랍니 다. 각 소모임과 함께 진행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안재하 연구원 jaehaahn@diversityinli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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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서중학교 도시생태프로젝트반 SDcity-신서 그간의 활동 내공으로 안양천에서 발견한 맹꽁이를 중심으로 한 보전 활동을 준비하고는 있 지만, 더 전문적인 방법으로 모니터링을 할 수는 없을지 고민이었습니다. 그리고 습지에 대해 아직 많이 접하지 못한 구성원도 있어 습지에 대한 흥미도를 더 끌어올려야 했습니다. 따라서 본 재단은 10월 습지에 대한 실내 세미나와, 11월 배윤혁 습지 탐사 전문가를 초청한 안양천 모니터링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두 번의 세미나를 통해 과학적 데이터를 수집하는 법, 이에 따라 필요한 장비 사용법, 생태연구 주제 찾기 등을 배우고, 장비를 지원했습니다.

뱀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갖춘 안양천 수변에 대해 설명 중인 선생님과 학생들

습지 소개 실내 세미나에 참가한 학생들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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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와 새싹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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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에코팜' 낯선 번호로 한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10대 남학생으

천했습니다. 또한 ‘saving the paper’ 활동을 통해 교

로 추정되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멘토링 프로그램을 어

무실에서 발생하는 종이컵 쓰레기의 수를 줄이고자 노

떻게 신청하는지 물어봐왔습니다. 그 동안 교류가 있

력했습니다.

었던 소모임도 아니고, 뿌리와 새싹이라는 모임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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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알고 지낸 학생 같지도 않았습니다. 경북 김천에 위

이렇게 많은 활동을 해왔지만 대부분 일회성 활동이고

치한 김천고등학교 <에코팜>은 담당교사의 추천으로

지속가능한 프로젝트를 하지 않은 점이 아쉬웠습니다.

뿌리와 새싹에 가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10월 12일에

전교생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모색 중이었습니

만난 <에코팜> 학생들은 그 동안 주로 환경, 바이오 에

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 특징에 맞게 학교내에

너지 등의 기사를 스크랩하거나, 완주적정기술협동조

서 활동했던 다른 고등학생 뿌리와 새싹 소모임의 프로

합에 방문하여 진로 체험을 하는 등 진로 관련 활동을

젝트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이 전에 <에코팜>

많이 해왔습니다. 에너지에 대한 정보를 모으다가 태양

학생들이 일회성으로 그쳐왔던 활동을 어떻게 하면 더

광 가로등에 흥미가 생겨 학교 연못 옆에 직접 설치하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을지, 이전과 다른 진행 방

여 저녁에 연못 옆 계단을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법으로 시뮬레이션 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에코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연못 생물들을 고려하여 학생

팜> 학생들이 장기프로젝트를 잘 진행해 갈 수 있기를

들이 주로 다니는 시간대를 제외하고는 소등할 것을 추

바랍니다.


하늘다람쥐 16호

소모임 '바다거북' 11월 14일에 만난 <바다거북>은 1인 소모임입니다. “본

야생동물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등의 정보를 방송

방송은 사람과 동물이 함께 공생하길 바라며 제작되었

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 중에 있었습니다. 새롭게

습니다.” <바다거북>이 방송하고 있는 ‘야동지 : 야생

시작되는 프로그램에 대한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

동물을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팟캐스트 채널 첫

졌습니다. 남은 ‘야동지’ 방송과 새롭게 진행되는 프로

멘트입니다. 동물 보호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바다거

그램 모두 응원합니다!

북>은 팟캐스트 청취자의 범위가 작아, 더 많은 사람에 게 동물 보호를 알리고자 앞으로 남은 횟수의 방송을 유튜브로 전환하고자 계획 중이었습니다. 또한 특정지 역의 야생동물과 그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해당

소모임 '바다거북'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야동지 : 야생동물을 지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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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와 새싹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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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람쥐 16호

매년 9월 21일은 유엔에서 정한 세계 평화의 날입니다. 세계 평화의 날에는 전 세계의 뿌리와 새싹이 이를 기념하며 비둘기를 함께 날립니다. 한국 뿌리와 새싹 사무국에서는 2016 평화의 날을 맞이하여 일요일인 9월 25일 ‘평화의 피크닉 – 식사 라이프 스타일’ 이라는 주제의 행사를 기획하였습니다. 각자가 생활에서 음식과 식사 문화와 관련하여 실천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활동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지고 함께 평화의 비둘기를 날려 보았습니다. ’2016 평화의 날, 평화의 피크닉’ 드레스 코드인 붉은색 옷을 입고 하나둘 피크닉 장으 로 모이기 시작합니다. 올해는 다른 때보다 참가자의 미션이 참 많았습니다. 캘리그라피 로 제작될 환경 관련 표어 생각해오기, 드레스 코드 맞춰오기, 내가 실천하고 있는 식사 라이프 스타일 발표와 요리 나눔. 모든 참여자가 이 많은 미션을 소화해냈습니다. 알록 달록하게 캘리그라피로 제작된 뿌리와 새싹 소모임들의 표어와 천으로 만든 거대한 비 둘기를 들고 함께 행진하며 평화의 공원을 방문한 시민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습 니다.

다른 소모임의 발표를 듣고 있는 뿌리와 새싹 소모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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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와 새싹 소모임이 준비해온 음식들

준비해온 음식을 나눠먹는 '평화의 피크닉' 참여자들

자연을 위해 평소 노력하는 식생활과 직접만든 두유를 소개하는 '그린친구' 소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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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람쥐 16호

캘리그라피 표어와 평화의 비둘기 행진을 진행한 뿌리와 새싹

요즘 TV나 인터넷을 보면 맛집 탐방, 셰프들의 요리가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맛있는 음식’이 흔히들 말하는 대세(大勢)인 듯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요리방법과 음식의 맛 에 집중되어 있고 재료는 ‘신선함’ 외에는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우리는 매일매일 음 식을 마주하고 식재료를 소비하며 살아갑니다. ‘2016 평화의 날, 평화의 피크닉’에서 는 뿌리와 새싹 각 팀이 신중하게 생각하는 식재료의 조건과 이유에 대해 공유하고 준 비해온 요리를 나눠 먹었습니다. 볶음밥, 샐러드, 빵, 피클, 두유, 떡볶이 등 약속이나 한듯이 중복되지 않고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그 동안 미처 알지 못하고 소비해왔던 식재료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 자신의 식사 라이프 스 타일을 조금씩 개선해가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환경, 동물, 이웃을 위한 지속가능한 활동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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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와 새싹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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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람쥐 16호

두 번째 상영작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우리에게 풍부한 생태감수성과 자연을 향한 성찰을 일으키는 애니메이 션들을 제작해온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입니다. 일본 근교가 ‘뉴타운 프로젝트’로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그 곳에 살 던 토박이 너구리들이 위기에 몰리게 되고, 이를 막기 위해 대책회의를 시작하면서 ‘인간연구 5개년 계획’과 금기시 되어왔던 변신학을 동원하여 숲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 시작됩니다. 살 곳이 좁아지면 모든 동물들은 예민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 이외의 동물들 모두 마찬가지입니 다. 자신의 타고난 성질대로 살아가도록 서로 양보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만이 아니라 사람과 동물 사 이에서도 필요합니다. 토박이 너구리들이 숲을 지키기 위한 공통목적 속에서 서로 의견이 달라 다투기도 하고, 건너 마을과 협력하기도 하면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통해 지속가능한 개발과 보전의 개념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씨네 두두 참여방법 첫 번째 상영작과 두 번째 상영작 모두 참여 방법은 동일합니다. 두두박스 구성 1. 해당 상영작 DVD 2. DVD 플레이어(USB케이블 포함) 3. 씨네두두 스탬프와 잉크패드(뿌리와 새싹 자연여권 발급멤버용) 4. 마니또 선물 5. 소모임 ‘그린친구’가 손수 만들어 후원한 씨네두두 현수막(두번째 두두박스만 해당) 두두박스 릴레이 참여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신청자(소모임명), 핸드폰 연락처, 두두박스 수령 주소를 메일로 보냅니다. (신청 : 고기란 연구원 giranko@diversityinlife.org) 2. 두두박스를 기다립니다. 3. 두두박스 수령 후 박스 안의 ‘두두 안내’를 따라주세요. 4. 자신만의 마니또 선물을 담아 다음 팀에게 두두박스를 택배로 보냅니다. 5. 씨네두두 상영후기를 뿌리와 새싹 페이스북 혹은 고기란 연구원에게 보냅니다. ※ 뿌리와 새싹 페이스북 : www.facebook.com/RootsnShootsKorea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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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는 건


하늘다람쥐 16호

열여섯 번째 이야기

생명에게 그냥 마음이 열린다는 것 (우리의 토끼들을 추억하며) 글, 그림 | 김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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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듸, 곰새기 특별편

원담에 갇힌(?) 돌고래 장수진

김미연

이화여대 에코크리에이티브

이화여대 에코크리에이티브

박사과정

석사졸업

제주 해안에는 ‘원담’이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전통적 어업방식의 일종인 원담은 해안가에 돌로 가두리를 쌓고, 밀물을 따라 들어온 어류들이 썰물 때 나가지 못하도 록 막아둔 구조를 말합니다. 자연적인 지형을 활용하고,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밀물 때는 2m 이상 수심이 높아지기도 하는 터라 가끔 돌고래들이 먹이를 먹기 위해 원 담에 들어왔다가 물이 빠지기 전에 나가기도 합니다.

지난 9월 8일 한 마리의 돌고래가 행원육상양식단지 근처의 원담 안에 들어왔다가 제때 나가지 못해 갇히고 말았습니다. 갇혔다고는 하나 시간이 지나 밀물이 차오르 면 자연스럽게 나갈 수 있을 테고, 썰물 때에도 깊은 곳은 2-3m의 깊이를 유지하고 있어 돌고래가 좁으나마 몸을 움직이며 유영하는데 문제가 없으며, 원담 내부에 먹 이가 될만한 물고기들이 충분한 환경입니다. 저희는 움직임에 문제가 없는지, 상처 를 입지는 않았는지, 비정상적인 건강상의 문제가 드러나지는 않는지 관찰하며 녀 석이 스스로 나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녀석은 다음날 새벽, 만조가 되어 물이 차오르자 자연스럽게 넓은 바다 쪽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11월 5일, 한 통의 연락이 왔습니다. 행원양식단지 인근의 원담에 돌고래가 한 마리 갇혀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때를 보아하니 4일 오후가 돌고래가 원담 안에 들어올 만큼 충분히 물이 찼던 것으로 보입니다. 돌고래들이 가끔씩 이용하는 지역 이기도 해서, 큰 걱정은 하지 않은 채 일단 상태를 확인하러 갔습니다. 아, 저번에 그 녀석입니다. 9월에 들어왔던 녀석이 이번에도 원담을 이용할 생각인가 봅니다. 외관 이나 움직임에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여 가벼운 마음으로 이번에도 기다리기 시작 했습니다. 원담에 물이 빠지면 주변에 낚시꾼이나 관광객이 돌고래 근처의 바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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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람쥐 16호

사진 출처 | 장수진, 김미연

담이의 소리를 녹음하고 있는 김미연 연구원과 행동을 관찰하고 있는 장수진 연구원

지 접근할 수도 있는데다, 혹시나 얕은 물 쪽으로 잘못 이동했다가 문제라도 생기지 않을까 근처에게 지켜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꼬박 13일간, 이 녀석 덕 분에 모든 일정을 접고 매일같이 원담에만 매여 있어야 했습니다. 이름은 ‘담이’로 붙 이기로 했습니다. 담이는 충분히 물이 차 올라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원담 안의 물고 기들을 잡아먹었고, 다른 야생 돌고래 무리가 원담 가까이를 지나가도 따라가지 않 았습니다. 원담에 들른 사람들은 3-10m 거리에서 볼 수 있는 돌고래에 환호하며 사 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근 이주가 지난 후, 파도가 치던 어느 날 드디어(!) 담 이는 원담을 벗어나 사라졌습니다.

담이는 즉각적인 구조가 필요한 개체는 아니었습니다. 저희는 담이가 원담 안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며 좀 더 자세히 행동을 체크하고, 원담 내의 먹이는 충분한 지, 상처 등은 없는지, 소리는 내는지 등을 더 면밀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이유는 모 르겠으나 담이는 자의로 원담에 들어와, 자의로 원담 내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저 희는 강제로 내보내기보다는 스스로 나갈 때까지 기다리자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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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장수진, 김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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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방법은 지속적으로 돌고래와 그 주변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최소한 한 사람 이상 필요한, 품이 많이 들어가는 방법입니다. 언제 일 이 끝나게 될지도 모르고요. 돌고래에 접근하려 하거나, 잘못된 상식으 로 돌고래에 먹이를 주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을 막을 합법적인 권한이 주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관광객이나 지역민에 의해 동일한 신고가 반 복적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행정처리에 어려움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 러다 보니 원담의 일부를 무너뜨려 인위적으로 깊은 물길을 터주자는 의견이나, 돌고래를 포획한 후 즉각 바다 쪽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의 견도 있었습니다. 어떤 방법이 절대적으로 옳지는 않습니다. 현장 상황 이나 돌고래의 상태에 따라 더 적합한 방안을 매번 고민할 필요가 있습 니다. 혹시라도, 만약, 담이 같은 돌고래가 원담에 들어와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눌러 살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그 개체를 두고 멀리서 지켜만 보 아야 할까요? 어느 정도 접근을 허용해야 할까요? 스스로 좁은 공간에 들어와 나가지 않으니 누군가는 수족관으로 보내자고 의견이 나오지 는 않을까요? 관련된 사람들의 다양한 입장과 의견에 대한 논의가 충 분히 이루어져야만, 우리는 인간과 가까이 사는 야생동물을 맞닥뜨렸 을 때 그들에게 최선의 것을 제공할 수 있을 겁니다.

원담 안에 스스로 들어와 머무른 ‘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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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자의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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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생활가이드

ⓒ Ashley Pomer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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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각하는 자중하는 난방 뭐? 추워서 히터 좀 켜겠다는데 또 지구 생각하라고? 정말 피곤하다. 라고 반응한다면 인 간적으로 이해는 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할 말은 솔직히 아니다. 기후변화가 뭔지도 몰 랐던 시대였다면 겨울철 난방 가지고 잔소리 한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추 운 겨울날 연탄불을 때는 행위를 대체 어떤 근거로 비판한단 말인가? 하지만 지금은 다르 다. 탄소 배출과 독성이 높은 석탄을 퇴출하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가 운데 춥다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마구 땔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면 어쩌란 말인가? 무슨 동면에라도 들어가야 하나? 물론 난방을 안 할 수도, 난방을 하며 탄소 배출을 안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돌아보라. 최소한의 난방으로 나와 지구가 상생하기 위한 노력 이 여기저기서 발견되는가? 별로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나부터라도, 작은 곳에서부터라 도 지구를 생각하는 난방을 위한 첫 걸음을 떼어보자는 거다.

난방기의 전력량은 기후 변화는 물론 나의 자금 사정과 직결된 문제이다. 웬만해서는 1000 와트 넘어가는 물건은 사지 않도록 한다. 사실 800와트 정도 하는 선풍기형 전기히 터도 그리 추천할 만하지 않다. 가능하면 500와트 이하의 온수매트나 전기장판을 사용하 고, 요즘에는 100와트 아래의 온열매트 상품도 출시되고 있으니 겸비해서 활용하도록 하 자. 전열 매트는 물론 집 전체의 난방을 돌리는 경우에도 바닥에 늘 이불을 펼쳐놓고 한 번 발생한 열이 쉬이 세어나가지 않도록 단속한다. 실컷 만든 열이 집안에 남지 않는 것이 가 장 고질적인 문제이다. 문풍지와 벽 위에 붙이는 단열재, 커튼 등으로 단열과 보온에 만전 을 기울여야 한다. 어찌 보면 난방보다 보온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이러다가 환기를 안 해 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니, 아예 시간을 정해서 확 열어 제치고 이때 모든 난방 기는 끈다. 방안이 신선한 공기로 교체된 다음에 다 닫고 다시금 켜면 된다. 하지만 아무 리 신경을 써도 가만히 집에만 있으면 어떻게 해도 춥기 마련이다. 제일 좋은 난방기는 내 몸이다. 일부러라도 어딜 갖다오고 나면 갑자기 훈훈하게 느껴지는 추웠던 나의 집. 배달 시킬 걸 직접 가서 사오고 동네라도 한 바퀴 돌면 그 어떤 실내 기온도 반가워지게 마련이 다. 추위를 이기는 가장 친환경적인 방법은 나라는 난로를 건강하게 가동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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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다람쥐 소식

ⓒTracheotomy Bob

스리랑카에서 쉽게 볼수있는 일본 브랜드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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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의 하이브리드 차 인도양에 있는 섬나라 스리랑카. 실론 섬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누구나 잘 아는 나라는 아 닙니다. 홍차와 각종 향신료, 열대의 기후와 아름다운 해변, 코끼리와 고래 등의 높은 생물 다양성 등이 스리랑카의 자랑거리이죠. 그런데 수도인 콜롬보 및 주요 도시에는 예상치 못한 특징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길거리를 활보하는 수많은 하이브리드 차입니다. 국 내총생산(GDP)이 약 3800불에 불과한 스리랑카에서 도요타 프리우스, 악시오, 혼다 피 트 등의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승용차가 거의 모든 도로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합니다. 여 기에서는 렌터카조차도 하이브리드 차로 하는 것이 평범한 현상입니다. 어쩌다 하나씩 보 이는 국내의 상황과도 무척 대조적인 모습이지요. 따라서 정확한 측정치가 있는 것은 아 니지만, 자동차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한 하이브리드 차량 덕분에 스리랑카의 탄소배출은 상당량이 저감된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현상이 이 작은 열 대의 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스리랑카에서 발견되는 하이브리드 차의 대부분은 일제라는 데에 단서가 있습니다. 일본 은 중고차 매물이 날로 늘어가고 있는데 이를 자국 내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 니다. 이에 따라 일본 중고차 시장을 국외로 확대하고 있던 가운데 7000 킬로미터 떨어진 스리랑카에서 그 해답을 찾았던 것입니다. 특히 주행거리가 200-300 킬로미터 이하인 신차나 다름없는 중고차의 경우는 스리랑카에서 거의 신차 대우를 받고 팔 수 있을 정도 로 인기를 누린다고 합니다. 실제로 스리랑카로 수출되는 일본 중고차는 가치 측면에서는 2015년에 1위, 물량 측면에서는 6위에 달했습니다. 스리랑카 정부는 사용기간이 3년 이하 인 중고차의 수입만을 허락하는데, 가장 중요한 점은 하이브리드나 전기차의 소비세를 일 반 자동차의 절반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안 그래도 경제수준에 비해 자동 차세가 비싸 함부로 차를 몰기 어려운 이 나라 시민들에겐 하이브리드 차를 탈 이유가 많 은 셈입니다. 하이브리드 차가 기후변화에 대한 정답도 아니지만 스리랑카의 하이브리드 차 사랑, 분명 배울 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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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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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 생명다양성재단은 생명을 아끼고 존중하며, 생명을 위한 실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생명다양성재단을 후원해주신 개인, 단체, 기관 및 기업입니다. 생명다양성재단과 함께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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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념후원 및 모금후원자 분들께는 <후원증서>를 통하여 저희 재단에 전해주신 소중하고 특별한 여러분의 뜻을 새기고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3. 여러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을 통해서 생명다양성재단과 취지를 함께하며 긴밀하게 협조하고 도움을 주신 개인과 단체 등을 대상으로 <특별감사증서>와 <동반자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개인 기부금 영수증 발급안내 지난 한 해 동안 후원을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기부금 영수증은 2017년 1월 중순경부터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사이트에서 본인 인증 후 조회/출력이 가능합니다. 사이트 이용이 어려우신 후원자님께서는 사무국으로 문의하시면 발급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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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비룡소

(주)인테크디자인

(주)사이언스북스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삼성물산(주)건설(태평로)

(주)아모레퍼시픽

(주)하나은행

개인 정기 후원자 강동웅

강 린

강인숙

강창구

고선아

김경애

김경정

김경춘

김다영

김다은

김선화

김아름

김유빈

김지융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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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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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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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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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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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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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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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민

임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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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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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일시 후원자 김예나

이승항

뿌리와 새싹 ‘그린친구’

뿌리와 새싹 '더 밝아질 세상'

(주)아모레퍼시픽은 재단의 전반적인 운영과 모든 사업에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후원기업입니다.

출연 (주)아모레퍼시픽 기업인 신창재

공지사항 및 후원 프로그램에 관한 문의와 상담은 사무국으로 메일 주시기 바랍니다.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 03760 (대현동, 이화여자대학교 종합과학관 B319-8) Tel: 02-3277-4514 Fax: 02-3277-4514 www.diversityinlife.org 생명다양성재단 후원 계좌 신한은행: 100-029-366545 예금주: 재단법인 생명다양성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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