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1228-1212
虛空살림 그만 살고 내 살림 살아갑시다
맑고 고요하고 바르고 둥근 마음을 찾아가는
수양전문지 정(正)과 사(邪), 선(善)과 악(惡)을 구별하기가 그리 쉽지 않듯, 내가 해야 할 일 과 해서는 안 될 일과를 분별해서 내 일만 내가 하기란 상당히 힘드는 일인 줄로 압니다. 내 할 일만 내가 다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은 참으로 훌륭한 사람일 것입니다만, 한평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한다고 해도 제 할 일을 다하기가 어려운 것이 우리들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은 해서는 안 될 일 등에 정력과 시간을 소모하고 있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내 일을 내가 하는 것은 ‘내 살림’을 사는 것이지만, 해서는 안 될 일이나 안 할 일을 하는 것은 주인 없는 공사요 ‘허공(虛空)살림’인 것입니다. 그러한 허공살림은 유형적인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도 많다 하겠으나, 보이지 아니하는 정신생활에서 오히려 더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략> 매일매일을 살아오는 동안에 그러한 허공살림을 하느라고 헛되게 보내 버린 시 간이 우리들 각자에게 얼마나 많겠습니까? 내 살림을 산 시간보다 허공살림을 사 느라고 허송한 시간이 더 많은 것이 아마 태반의 사람들의 경우가 아니겠나 여겨 지기도 합니다. 만약 우리들이 그러한 허공살림에 시간을 빼앗기지 아니하고, 그 시간을 모두 내 살림을 사는 데에다 전용(專用)했었더라면, 우리들의 생활은 모두가 훨씬 안정 되고 보다 윤택해졌으리라 믿습니다. 한평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먹고 입고 쓰고 할 것을 출생과 더불어 한꺼번에 다 가지고 오는 사람은 없는 것입니다. ‘찾으면은 있고 안 찾으면 없다’는 말씀과 마 찬가지로, 부지런히 내 할 일 내가 하고 내 살림을 내가 살아서 내 것을 내가 찾 아야 하는 것입니다. 공연히 내 일을 하지 않고 있다가는 결국엔 남의 것을 먹고 빚져서 못살게 되는 것이지만, 내 일을 내가 하면 잘살 수 있는 길이 누구에게나 있는 것입니다. 각자가 할 내 일과 내 살림은 여러 가지로 많겠으나, 그것은 모두가 팔선(八善) 에다 바탕을 둔 것이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내 할 일・내 살림을 하기 위 한 가장 첫째의 일은 다름 아닌 착함(善)을 기르는 것이겠습니다. 이제라도 늦지 않으니, 우리는 어떻게 하더라도 지난날의 그 허공살림을 청산하고 ‘내 살림’을 살도록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야겠습니다. — 金在辰(在誠智) 〈성덕도보〉 제39호(1967. 8. 1)에서
통권 제243호 / 聖紀 70年 2021년 9월 1일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