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_light_of_seongdeok_Sep_O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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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1228-1212

— 순회단상(巡廻斷想)

實踐하는 敎化者들 엄동설한(嚴冬雪寒)에 왕겨 인 여선생 2년 전 겨울, 바람이 몹시 불고 추위가 극심한 동지 때쯤의 어느 날이었다. ○○교화원을 가느라고 버스를 내려 걸어가는데, 무엇이 가득 든 가마니를 이 고 가는 한 여인이 앞에 보였다. 무겁기도 하려니와 가마니 부피 때문인지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것 같았다. 거기에다, 바람이 뒤에서 몰아치면 앞으로 엎어질 듯 걸음을 빨리하다가, 바람이 그치면 제 바람에 뒤로 넘어질 듯 주춤 서는 것이 었다. 우선 보기가 매우 애처로웠다. 차차 가까이 간 나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눈물이 핑 도는 것 같았다. 놀 랍고, 고맙고, 감복되기도 하는 그러한 심정에서였다. 그 여인은 내가 찾아가고 있던 바로 그 교화원의 담당 여선생이었던 것이다. 그 추운 날씨에도 목덜미에서 는 구슬 같은 땀방울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를 보는 순간, 나는 무슨 큰 죄를 지은 것 같이 느껴졌다. 마침 교화원까지 다 온 터라, “이 추운 날씨에 수고가 대단하십니다.” 하고 인 사를 했더니, 그 무거운 것을 인 채 뒤로 돌아보면서, “아이구! 하필이면 이런 때 에…. 추운데 어서 먼저 들어가셔요.” 하는 것이었다. 교화원 나뭇간에는 왕겨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날 마침 정미소에서 방아를 찧기 때문에 넣어 왔다는 것이었다. 혹 부산에서는, 쓰레기차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어떤 처녀가 무슨 큰 못할 일이나 하는 것처럼 고개를 숙인 채, 누가 볼까 봐서 쩔쩔 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에 비하면 그 여선생의 마음은 얼마나 훌륭한가! 나는 지금도 잊혀지 지 않는다. 효행(孝行) 실천하는 출가(出嫁)한 여선생 고향이 시골인 C선생은 결혼한 뒤 남편의 직장을 따라 S시로 나와 살았는데, 매월 남편이 봉급을 타다 주면, 도시의 박봉 생활에서도 우선 천 원을 떼어 고향 에 계시는 시부모님께 남편의 이름으로 보내 드렸다. 얼마 뒤, 시모님이 아들 집에 다니러 와 보니 살림이 어렵기가 말이 아니라, 아들을 보고, “얘야, 너희 둘이 살기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왜 다달이 돈을 보내 니? 우리야 농촌에 있으니, 뭐 돈 들 일이 그리 있나!”고 하자, 아들은 눈이 둥그 래졌다. “돈은 무슨 돈입니까?” “그럼 누가 보냈니? 다달이 네 이름으로 보내 왔는데?” 그제야 시모님과 남편은 누가 보낸 것임을 눈치채게 되었다. 그래서 시모님은 새 며느리인 C선생의 효성을 칭찬했고, 남편도 더없이 고맙게 여겼다. C선생의 시부모님께 대한 효성이 지극하여 동리에서도 칭찬이 자자했다. 나는 순회 간 길에서 이 이야기를 듣고 일부러 C선생을 만났다. 그러고는 “감 사합니다. 우리가 배운 성덕의 정신을 잊지 맙시다.” 하면서, C선생의 그 아름다 운 마음을 격려했다. 나는 C선생의 그 효성심을 많은 젊은 선생들께 특히 알려 드리고 싶었다. <후략> — 成萬里(秀光智・釜山院 道生) <성덕도보> 제41호 (1967.10.1.)에서

맑고 고요하고 바르고 둥근 마음을 찾아가는

수양전문지 통권 제237호 / 聖紀 69年 2020년 9월 1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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