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1228-1212
잊혀진다고 失望 말고 꾸준히 듣고 읽읍시다
맑고 고요하고 바르고 둥근 마음을 찾아가는
수양전문지 통권 제219호 / 聖紀 66年 2017년 9월 1일 발행
도생님들로부터 종종 이런 말을 듣습니다.‘매일같이 교화원에 나가서 좋은 말씀 을 듣고 또 도덕경도 읽고 하는데, 그 좋은 말씀들이 돌아서면 곧 잊혀지고 또 도 덕경의 말씀도 잘 외워지질 않으니, 아마 저는 마음이 무척 어두운 모양입니다. 결 국은 제 못난 탓이겠지만, 그렇게 듣고 읽고 해도 머리 속에 남지 않아서 자신에게 별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으니, 자꾸 흥미가 줄어들고 공부해야겠다는 의욕 도 감소되며, 어떤 때는 그 필요성조차 느끼지 않을 정도로 무관심하다시피 되어 버립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 그분들이 바쁜 일과에 시달리고 사업에 분망해지다 보면 자기 도 모르는 사이에 정신이 거기에 쏠려 공부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는 수가 있기 때 문에 그런 말도 하게 되리라 여겨지면서, 아울러 현곡 조위한(玄谷 趙緯韓)이란 분 의 말씀이 항상 되풀이되어 생각나곤 합니다. 현곡 조위한은 인조 때의 정치가로 벼슬이 공조참판·지중추부사에 이르렀던 분인데, 하루는 어떤 사람이 그를 찾아 와서 자기는 잘 잊어버리기 때문에 책을 읽거나 좋은 말씀을 들어도 결국엔 아무 런 이익이 없더라고 말했답니다. 이 말을 듣고 그는‘사람이 밥을 먹는다 해서 그 밥이 항상 뱃속에 그대로 남아 있 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 밥의 자양분은 사람의 몸을 건강하게 한다(人雖喫飯 不能恒留腹中 然精英之氣 亦能潤澤身體)’ 는 말로 비유를 들어 대답했다 하니, 이 말은 곧‘사람이 좋은 글을 읽고 좋은 말을 들을 때 비록 곧 잊어버리게 된다 할지 라도, 그런 글을 읽고 또 그런 말을 듣는 동안에 그 사람의 교양과 인격은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자라게 된다’ 는 뜻일 것입니다.<중략> 이를 생각할 때, 처음에 인용한 것과 같은 그런 말을 우리 수련 도생들은 할 필요 가 없을 것입니다. 물론, 들은 바 좋은 말씀이 쉽게 잊혀지고 도덕경의 말씀도 잘 외워지지 아니하니 갑갑하기도 하고 실망이 되어 버리는 수도 있겠으나, 한 번이 라도 더 읽고 한 번이라도 더 듣게 되면 그만큼 우리의 마음은 살찌게 되는 것임을 깨달아야 되겠습니다. 도덕경의 법문을 같은 법문이라 할지라도 읽고 또 읽게 되 면, 그 법문이 지니고 있는 성덕의 정신과 덕화의 기운이 읽는 이의 마음 속에 모 르는 사이에 절로 스며들게 되고, 비슷한 말씀이라 할지라도 교화해 주시는 말씀 을 자주 듣게 되면 역시 그 좋은 교화 말씀의 좋은 기운이 듣는 이의 마음 속에 쌓 이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따라서 절로 그 사람의 마음이 성덕의 정신에로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고, 필경엔 도덕정신에 의한 도덕적인 생활이 거기서 피어나 게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러니, 읽고 들어도 자꾸 잊혀진다고 실망할 것 없 이, 어쨌든 도덕경을 꾸준히 읽고 또 읽고, 교화해 주시는 말씀을 듣고 또 들어야 하겠습니다. —金在辰(在誠智) <성덕도보> 제45호(1968. 2. 1)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