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light of seongdeok (jul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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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고요하고 바르고 둥근 마음을 찾아가는 _ 수양 전문지

법문을 읽고

곭爲之곭 棄念之無 염(곭=邪念)이 사라져 버린 무념(無念) 상태에서의 시간은 참으로 좋은 시간이다. 정밀(靜

ISSN 1228-1212

謐)이 흐르는 가장 고요한 시간이다. 또한 안정(安定)이 자리잡고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특히 온 하늘의 뭇 별들을 시녀처럼 거느린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야삼경, 만뢰가 포근히 잠든 고요 속에서 홀로 책상머리에 단정히 정좌하였다가, 문득‘무념’만이 자기와 더불어 자 리를 함께하여 주고 있음을 깨닫게 될 때의 심경. 이는 무어라 표현할 적합한 말이 얼른 생각 나질 않는다. 그러한 시간은 수양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더욱 의의 있는 시간 이리라. 그래서 모두들‘염’을 없애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것이 어렵고 힘들어 잘 되지 않는다고 말하곤 한다. 물론,‘무념’에 이르도록 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염을 하니 염 이 되는 것이지, 염을 버리고 보면 없는 것이다[곭爲之곭 棄念之無]’라는 성훈을 배워서 체득 하고 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성싶다. 마치 무슨 물건을 손으로 잡고 있으니 자기의 몸에 그것이 붙어 있을 따름이지, 손에서 놓고 보면 그 물건은 밑으로 떨어져 버려 몸에 붙어 있지 않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리라. ‘염’을 버리려는 사람으로서,‘염’속에 파묻혀 주체인‘나’와‘염’을 구별할 수 없을 만 큼, 다시 말해서‘염’이‘나’를 끌고 가는 것인지‘내’가‘염’을 자꾸 지어서 만들고 있는 것 인지 알지 못할 그런 상태에 있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버린다 버린다 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버 리는 것인지를 잘 알지 못해서 그냥 붙잡고 있거나 얽매여 있는 수가 있을 것 같다. ‘무슨 염이 이렇게 나를 괴롭히는가. 어디서 무엇 때문에 왔는 것일까? 가거라, 어서 가 버 려라.’하면서‘염’을 탓하는 일이 있다면, 이것은‘염’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염’과 맞붙어 씨름을 한 판 벌이는 것과 같은 것이고, 자칫 잘못하면 그‘염’의 수에 말려들기 쉬운 것이라 여겨진다. 그것은 또, 그을음이 묻어 있는 손으로 얼굴에 묻은 그을음을 닦아 내려는 것과 같은 어리 석은 일일 것이다.‘무슨 염이 이렇게…’라는 그것 자체가 하나의‘염’이 되는 것이고, 그것 은 또 다른‘염’을 이끌고 오는 수가 허다하기 때문인 것이다. ‘염’속에 파묻혀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염’을 버리는 길이 아닌 것이겠지만,‘염’ 과 승강이를 벌이는 것도 결코‘염’을 버리는 일은 되지 못하는 것이다. ‘염’을 버린다는 것은 그대로 놓아 버리는 것이리라. 그것이 어떤 유의 것이든 일체의‘대 화(對話)’를‘염’과는 끊어 버려야 하는 것이리라. 탓하지도 말고, 좋아하지도 말고, 놓아 버 린 것이 떨어졌는가 하고 되돌아보면서 확인해 보려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기념지무(棄念 之無)”이기 때문인 것이다.“무념지안(無念之安)”만이 남을 뿐일 것이다. — 대구원

D도생〈성덕도보〉제44호(1968. 1. 1)에서 격월간 성덕의 빛 / 聖紀62年 2013년 7월 1일 발행

Vol.194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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