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뉴스레터(2018-040506)

Page 1

두더지하우스들의 안정지향기安定志向記

모두들 뉴스레터

2018년 7월 20 일 발행 | 모두들청 년주거협동조합 | modoodeul.com | modoodeul@ gmail.com

혜진이가 답답한 마음에 올라간 옥상에서 바라본 6월의 소사본동 풍경

두더지하우스 구성원들의 둘쑥날쑥한 변화, 집 단위의 이사, 그 안의 크고 작은 갈등. 변화의 시점마다 '애정과 기대'를 듬뿍 담아 "더 잘 지내게 될꺼야"라고 되뇌였지만, 역시 뭐... 그렇죠. 인생이란 알 수 없는 것! 각 집 마다 변화의 지점을 막 넘어선, "요즘 어때?"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 :-)


02

모두들 뉴스레터 2018년 4-5-6월호

1호집 비우네 살이

관계는 실패하지 않는다

1호집에서는 요즘 육식을 합니다. 스프에 고기 조각이 들어간 라면을 먹고 치즈가 올라간 피자를 먹어요. 친구 가 사온 일본 인스턴트 라멘을 먹고(스프에는 진한 돼지 뼈 육수를 말려 넣었겠죠) 같이 먹는 간식 과자는 우유 가 들어 있는 맛이에요. 한 달쯤 전, 같이 사는 셋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 뒤부 터였습니다. 채식을 잘하고 있는지 서로 감시하는 것처 럼 느껴진다는 이야길 나눴죠. 우리가 바란 건 그런 게 아니었다는 이야기도. 몇 달 전부터 1호집에서는 친구들을 초대해서 차 마시 며 이야기하는 자리를 주기적으로 갖고 있어요. 4월엔 채식이 주제였는데, 채식이란 관계 맺는 방식에 관한 것 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네요. 그 뒤로 생각해봤는데, 그래서 ‘채식에 실패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관계에 실패했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처럼. 관계라는 건 목표를 세워두고 성취에 따라서 성공이나 실패로 나눌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성취는 한 사람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관계란 두 사람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거니까. 건강을 위해서 채식을 한다거나 다이어트를 위해서 채 식을 한다는 말이 어렵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가 아닌가 해요. 내가 아는 채식은 관계인데, 이웃 생물을 도축하 거나 착취하지 않는 방식으로 관계하는 것인데, 채식을 수단으로 본다면 관계가 아니게 되니까요. 아무튼 1호집의 육식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동물유래 성분이 들어간 식품을 먹을 때마다(가장 가까이는 어제 비빔면을 끓여먹었을 때인데) 죄책감이 조금씩 들곤 해

요. 하지만 채식이 관계에 관한 거라면요. 죄책감은 관 계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감정이죠. 그런 감정을 갖기 보다는 하루하루의 밥상을 채식이라 는 관계에 대한 과정으로 볼 수 있게 되었으면 해요. 어 느 날은 신경 못 쓸 수도 있을 테고, 어느 날은 실수할 수도 있겠지만, 좋은 관계란 신경쓰지 못할 때도 신뢰할 수 있고 실수했을 때도 이해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육식을 한다고 한번 말해봤습니다. 아 무 죄책감 없이 그렇게 말할 수 있게 된다면 비로소 좋 은 관계의 가능성이 열리게 되는 것 같아서요. 1호집 친구들이나 다른 채식하는 친구들과 나눠보고 싶었던 이야기인데요. 이런 이야긴 말로 잘 못하니까 뉴 스레터 쓰는 김에 써봤어요. 좋은 관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위부터) 1. 집의 날, 그링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들깨 수제비를 먹으러 외식 나갔다 2. 행복한 식사 이후에


두더지하우스 이야기 새로운 3호집에 온지도 벌써 두 달이 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된 뒤 에도 삶의 밸런스가 깨져서 고생을 많이 했다. 정신없이 사는 것 같은데 막상 보면 어느 것 하 나 정리된 것 없고 오히려 일을 망치는 경우도 많았고. 병택이나 프엉도 각자의 일정들이 바빠 서 정신없이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던 와중에 성소(=산=소원)가 이사를 왔다. 새로운 집식구가 늘어난 건 좋은 일이였지만 나는 내 생활하는 것도 벅차서 많이 챙겨주지는 못했다. 그렇게 2주 가량이 흘렀다. 그렇게 정신 없이 살던 어느 날 밤, 성소가 다 같이 이야기를 좀 하자고 제안을 하였다. 성소 는 모두들에 들어오기 전에 모두들은 공동체중 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3호집에는 사람들이 자 주 오고간다는 얘기를 듣고 재밌게 지낼 수 있 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사하고 나서는 사람들이 오고가는 빈도수도 많 이 줄었고, 무엇보다 위에 얘기한대로 집구성 원들이 모두 바쁘게 살다보니 같이 모이는 시 간 자체가 거의 없었다. 성소는 사람들과 빨리 친해져서 재밌게 놀고 싶은데 생각만큼 거리를 좁히는 게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한 아쉬움도 얘기할 겸 해서 다 같이 얘기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 서 정말 오랜만에 3호집 집식구들이 모여서 얘 기하는 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성소가 가지고 있는 아쉬움에 대해선 이사하 고 나서 정신없는 현재 3호집의 상황에 대해 이 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프엉이 얘기했던 대로 나 역시도 시간이 지나고 각자의 일상이 안정 이 되고 나면 다시금 모여서 일상을 나눌 수 있 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 서로가 서로 를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프엉이 얘기하고 나서야 알아챘지만 벌써 프엉, 병택, 나 이렇게 셋이서 함께 산지도 벌써 1년 이 넘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알게 모르게 서 로에 대한 신뢰가 많이 쌓여 있던 게 아닌가 싶 은 생각도 든다. 어쨌든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으면서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여전히 서로 더 얘기하면서 이 해하고 알아가야 할 부분들이 있지만 이렇게 같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진 뒤로는 훨씬 더 집안 분위기가 편해졌다고 느껴졌다. 그 후로는 성소가 다른 집 식구들과도 다양한 일들을 겪 고 관계가 생기고 하면서 성소도 점점 더 모두

03

들에서 사는 걸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보 였다. 프엉이나 병택이도 전보다는 한결 편해보 였다. 어쩌면 내가 편해져서 그렇게 보이는 걸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리고 집식구들과 얘기를 하면서, 그리고 나 자신에게 벌어진 일들, 모두들내에서 벌어진 들 을 보면서 '공동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보게 되었다. '사랑은 두 사람이 마주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 보는 것'이라는 생텍쥐베리의 명언을 참 좋아하 는데 어쩌면 이 말이 다양한 관계에서도 적용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가 서로 뒤엉켜져서 넘어지는 게 아니라 함께 손을 잡고 인생이라는 길을 오랫동안 같이 걸 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한 꿈을 이 루려면 나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3호집 살이

함께 손을 잡고

설거지를 하는 종민의 뒷모습이 어색하고 좋아서 몰래 찍었다


04

모두들 뉴스레터 2018년 4-5-6월호

2호집 볕드네 살이

우리 집은 잘 지내

레비와 치즈. 대화함. 야옹~

요즘 들어 나는 ‘우리 집은 잘 지내’라는 말을 잘하게 된 것 같다. 그렇지만 내가 이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누군가 우 리 식구 중에 쉽게 잘 지낸다고 대답할 수 없는 집 생활을 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우리 집은 문제없다고 말하는 사 람을 보면서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던 때가 나에게도 있었기 때문에, 잘 지낸다고 말하기는 언제나 망설여지는 일인 것 같다. 이렇게 쓰다 보니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잘 지내’라고 직 접 물어보는 게 낫겠다 싶어서 물어보았다. [수요일] 간가: 잘 지낸다고 말하기가 이래저래 해서 망설여진다고 쓰 고 있어. 동은: 그거... 그거 뭐지... 그거 또라이 보존의 법칙 아니야? 간가: ㅠㅠ 그럼 내가 또라이인가봐... 너는 어떤데? 잘 지내 고 있어? 동은: 난 잘 지내! (동은이도 또라이!) [일요일] 간가: 저 뉴스레터 지금 쓰고 있는데요, 서누씨는 볕드네에서 잘 지내나요? 캔맥주를 먹고 있는 서누: 이거 너무 기습질문 아닌가요. 와하 하 잘 지내요... 간가: 음... 정말요? 서누: 이거 압박면접 같은데..ㅋㅋ 잘 지내요. 집이 너무 더워 요, 어쩔 수 없지만. 아 바퀴벌레도 너무 많아요. ㅠㅠ 빨래를 널고 나서 자꾸 다들 까먹고 안 걷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근데 이거 집회의 때 말하면 좋은데, 먼저 말 해서... 간가: 맞아요 지금은 셋밖에 없어서. 오늘 집회의 안 미뤄졌으 면 우리 대화를 여기다가 써먹을 수 있는데 아쉽다. 레 비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뭐야?

(위부터) 서누가 간가의 시험기간을 응원하기 위해 보낸 트위터 짤 동은과 간가, 템플스테이에 다녀옴.


두더지하우스 이야기 파랑쇼파에 앉아서 폰하는 레비: 나는 아쉬 운 점은 집 에서 공부 를 못 해. 서누: 아 우리가 너무 시끄럽죠. ㅠㅠ 레비: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공부하려면 혼 자 있어야 하는데. 서누: 그래도 우리가 밤에 너무 시끄럽게 떠 들어서 미안했어요. 얘기하다 보면 목 소리가 나도 모르게 커지니까. (컴다 운 하라는 손짓) 계속 이렇게 하는데 도...ㅋㅋ 레비는 우리 때문에 3호집에 가서 자고. 레비: 아니야 나도 참으면 답답한데, 시끄러 울 때 3호집에 가서 잘 수 있으니까 더 편해요. 간가: 저도 맨날 떠드는 쪽이다가 저번에 일 찍 자려고 하니까 소리가 다 들리더라 고요. 자꾸 남자 얘기하니까 계속 귀 기울이게 되고 잠을 못 잤어요.ㅋㅋ 이 집 방음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레비: 맞아, 3호집은 방에 들어가면 조용해. 서누: 우리 집은 문이 정말 딱 나무만 달아놓 은 것 같아요.ㅠㅠ 내 이야기로 돌아오면. 그래도 내가 ‘잘 지 내’라고 말하고 싶은 건, 지금껏 잘 지낸다 고 말하지 못해온 날들이 어쩌면 단지 가장 불행해서 가장 죄 없는 사람이고 싶었기 때 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바보). 예전에는 이 안에서 한 명이라도 행

복하지 않다면 나도 행복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힘들어했 다면, 지금은 좀더 내가 가진 것들-내 사랑을 받아주는, 그리고 나에게 그들의 따신 마음을 주는 나의 가족들-을 누리고 싶다는 게 요즘 내가 모두들에서 하는 이기적인 생각이다. 그만큼 나에게 볕드네에서의 생활은 평화롭다. 레비는 지금 자고 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일들로 정말 잘 새 없이 바빴다. 레비는 본인이 새로 입주했음에도 조 미료 역할을 못하는 것 같다며 걱정했는데, 레비에게 고 작 조미료 역할을 맡길 생각은 전혀 없지만, 레비가 밤늦 게 퇴근해 맥주파티에 합류해 몇 마디 거들 때마다 우리 는 언제나 까르르거리게 된다. 요즘엔 베트남에서 가져온 재료들로 거의 유일하게 우리 집에서 요리를 해주고 있어 서 미안한 마음이다. 고백할 수밖에 없는 건 룸메에 대한 나의 사랑스럽지 못한 소유욕인데, (얼마 전에 ‘외박쟁이’ 라고 말해서 레비에게 상처를 주었다...) 나는 애인을 만 들고 외박을 가끔 하면서 요즘 마음의 균형을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동은은 지금 코젤맥주 집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 동은의 마음을 또 어떤 한남손님들이 무너지게 할지, 동은이에게 얼마나 많은 맥주를 마시게 할지, 심히 마음이 쓰인다... 그의 어마어마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동은은 11월부터 시 작해온 나의 싸움에 대리인으로서 전폭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데, 그런 과정을 함께한 친구로서, 내가 동은에게 생 활의 다른 부분까지 얼마나 의지하게 되었는지 동은은 모 를 것이다.ㅎㅎ 황소자리 주변에는 항상 좋은 친구들이 많으니(장담), 우리가 또 동은의 다른 친구들이 동은의 평 화로운 시간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왼쪽부터) 동은과 서누, 락페스티벌에 다녀옴. 레비에게 매니큐어를 발라주자!

05


06 서누는 지금 이력서를 쓰고 있다. 서누의 백수 신분을 오랜 시간 지탱해주던 목돈들도 이제 거의 사라졌는가... 서누만큼 백수생활 잘하는 사람도 없다고 모두가 인정해왔던 만큼 슬픈 소식이 아닐 수가 없다. 한편으로 서 누는 요즘 조금 무기력하고 외로운 마음을 자주 이야기한다. 전화영어랑 회화스터디랑 이것저것 하러다 니는 가운데서도 힘이 안 나나 보다. 그렇지만 서누는 여전히 우리 모두의 에너지원이다, 서누가 심 심하다고 불러내 말을 걸어줄 때 나는 행복해진다. 서누와 동은은 저녁마다 맥주를 마시며 엄청 난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ㅋ 모두들에서의 생활은 때로는 ‘결혼’같다는 생각이 든다. 별로 유쾌하지 못한 비유이 긴 하지만, 그리고 어쩌면 나만의 태도일 뿐이겠지만. 우리는 조합과 계약한 조합 원으로서 한 집에 만나게 되고, 어느 기간 동안은 서로를 정서적으로 지지하고 의지할 의무 같은 것을 가지게 되니 그렇다. 나는 못난 나로부터 도망가지 않을 사랑의 상대가 필요한 타입(?)이라는 점에서 이 결혼 생활이 꽤 잘 맞는다. 처음 여기 살기 시작했을 때, 이곳이 그저 각자의 걱정을 기대 놓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게, 이젠 우리의 삶이 아주 많이 겹쳐져서 오히려 서로가 서로의 가장 큰 걱정이 된 것도 같지만, 아직은 나의 가장 큰 힘이기 도 하다. 볕드네의 평화로운 생활에 안주하고 싶 지 않은 이유도 그래서이다, 언젠가는 모두에 게 한 발 더 다가가고 싶어요. 이렇게 뒤엉켜 고생하는 일이 우리의 마음과 사랑을 더 키워주기를 바라 면서... 그럼 안녕~

4호집 잘찾네 살이

끝이 아닌 헤어짐


지난 활동 이야기

날이 좋아 더 좋았다: 자전거여행(2017.6.2~3)

07


08

모두들 뉴스레터 2018년 4-5-6월호

할아버지는 화가 나면 다리미 코드를 꼽았다. 다리미 예 열 버튼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 나는 동생을 끌어안고 화 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또 불 켜는 거 깜빡했다. 깜깜 하고 무서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빨리 뭐라도 깨지는 소 리가 들리길 기도했다. 무언가가 깨지면 그래도 곧 소란이 멎는다는 뜻이었으니까.

빨갛게 익은 대게를 보면 아빠가 생각나. 엄마가 운영하 던 컴퓨터 공부방이 끝나고 늦은 밤이 되면 아빠와 학원에 서 대게를 쪄 먹곤 했거든. 아빠는 다리 살을 발라서 내 앞 에 놔주고 소주와 함께 대게를 먹었어. 아빠가 퇴근하는 새벽 두시에서 세시쯤, 나는 너무 졸려서 자꾸만 감기는 눈을 뜨려고 노력하면서 아빠를, 아니면 대게를, 아니면 계란말이 김밥을 기다리곤 했어. 아빠는 왜 집에서 안 자고 학원에서 잘까. 엄마와 아빠가 소리를 죽이고 싸울 땐 왜 그러는 걸까. 엄마는 왜 아빠를 못살게 굴까. 아빠는 왜 자꾸만 도망치려고만 할까. 이런 것들을 제대로 물어볼 수도 없었고 스스로 답을 찾아낼 수 도 없어서 나는 종종 옷장 안에 들어갔어.

처음으로 애인이 생겼을 때 내가 가장 무서웠던 건 '함께 자는 것'이었다. 너무 자주 자다가 깼다. 깨서 옆을 보고 여 전히 무서운 건지 안심이 된 건지 모를 마음을 어쩌지 못 해서 짝꿍을 흔들어 깨우곤 했다. 어느 날 짝꿍이 내 머리 를 쓰다듬으며 너랑 결혼하고 싶어, 라고 말했을 때 나는 엉엉 울고 말았다. 나는 내 둥지를 갖고 싶어. 입을 크게 벌리고 짹짹거리는 아기 새를 위해 밤낮없이 날아다녀도 행복할 것 같아. 그제서야 알았다. 엄마의 엄마가, 엄마의 엄마의 엄마가 왜 그렇게 불행했는지. 아빠가, 아빠의 아빠가, 그리고 아 빠의 아빠의 아빠가 왜 그렇게 답답했는지.

다양한 공동체를 상상하는 비우네의 두 번째 차 모임 | 은실

어쩌면 우리가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할 때 거기엔 이 런 문구가 적혀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은 국가가 인정한 가족의 형태를 만들기로 약속했 습니다. 그러니 이제 두 사람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감 춰진 아래와 같은 의무를 져야 합니다. - 두 사람은 국가가 필요로 하는 노동력을 죽는 그날 까지 제공해야 합니다. -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재생산하기 위해서 두 사람은 가정 내에서 서로를 돌보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신혼부부대출이 소액 가능합니다. - 많은 노동과 적은 임금으로 두 사람이 불행해지더 라도 그것은 가부장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 가 정 내의 사사로운 문제이므로 '사랑의 힘으로' 극복 해내야 합니다. - 두 사람 사이에서 탄생한 자녀의 행복을 위해서 그 리고 자녀에게 부모보다 더 나은 삶을 주기 위해서 두 사람은 더더욱 불행해지더라도 힘써 노력해야 합니다. - 자녀의 행복과 부모보다 더 나은 삶이란 바로 '정상 적'이라고 이야기되는 이상적인 이미지, 즉 관념입 니다. 결국 자녀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노동력을 제 공할 미래의 역군이 되어야 하고 그것이 부모의 자 긍심입니다. 이를 위해 부모는 자식에게 '양심'과 ' 죄책감'을 효과적으로 자극할 수 있습니다. 위 사항에 동의하고 최선을 다해 복역하면 울타리 안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 썩은 울타리, 파손 주의 * 국가가 인정하지 못하는 가족의 형태에 관하여서는 알 바 아님


지난 활동 이야기

09

는 말이, 그래서 나를 두 번 만졌다는 생각. 아 정말 비우 네에 살아서 다행이다 하고 생각하게 되는 밤이었다. 비혼을 선언하는 것은 가족의 일이라고 치워졌던 문제들 을 의심해보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비혼 선언 이후에는 그간 가족 안에서 만들었던 것과는 다른 방식의 관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열린다. 비혼을 다짐했던 내가, 그리고 독신으로 독거하겠다고 생각했던 내가 비우네에 들어와 살게 되었던 것처럼. 비혼식을 준비하는 그링은 '나는 이미 완성되어 있'기 때 문에 비혼 선언을 했다고 한다. 정민은 지속 가능한 관계 에 전제되는 것은 자신의 밑바닥까지 보여줄 수 있고 그랬 을 때 관계가 끊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라고 한다. 성소는 비혼 선언이라는 것이 중간 지점을 건너뛰고 너무 급진적 으로 간 것 같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가 국가가 요구하 는 가족의 기능, 결혼의 기능에 대해서 이야기 나눔으로서 결혼 상태와 비혼 상태 사이의 어떤 공간에 대해서도 적극 적으로 상상해보게 되었다고 한다. 더불어서 관계에 대해 서, 육아(육묘)에 대해서, 노후에 대해서까지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연우 씨는 집에서, 친구들과 만나는 자 리에서 연애나 결혼, 가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느꼈던 답답함이 차 모임을 통해 해소되었고,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다양한 얘기를 나누고 여론이 만들어지고 정책 요구로까지 가면 좋겠다고 한다.

화장실에 숨어 있을 때, 옷장으로 들어가곤 할 때, 나를 좋아하는 짝꿍의 마음을 의심하고 의심하고 의심하게 될 때마다 나는 내가 가진 어떤 얼굴을 악착같이 숨기려고 했 다. 살갗에 들러붙어 아무리 애써도 떨쳐지지 않는 어떤 얼굴을. 비우네에 들어와서도 그 얼굴은 절대 절대로 보이 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한 꺼풀 가면은 쓰고 있어야지. 그링의, 나는 이미 완성되어 있다는 말이, 그래서 나를 한 번 만졌다는 생각. 정민의, 밑바닥을 보이더라도 관계 가 끊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 다음 7/28 모임 때는 <비혼> 제 2부로, 연애 관계에 대 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더 다채롭고 재미있을 예정이라 다른 조합원들도 왔으면 좋겠는 마음.


10

모두들 뉴스레터 2018년 4-5-6월호

프 엉

펑스 시네마 개관 소 식 입 니 다 !

미루고 미루었던 영화 모임의 첫 상영이 드디어 지난 금 요일 저녁에 3호집에서 진행되었다. 우리 모임의 이름은 펑스 시네마 즉 프엉, 예슬과 선우가 멤버인 뜻을 가지고 있다. 이번 뉴스레터에 모임에 대한 글을 쓰기로 했는데 다른 모임보다 늦게 시작하여 한 번 밖에 모이지 못해 무 엇을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

스럽게 만들고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 영화 모임 전 시간에 바로 스유 (스티븐 유니벌스 대본 읽기)모임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그링 과 다올 2명의 “손님”을 모실 수 있었다. 같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맛있는 간식도 먹 고 좋았다.

시간이 거슬러 작년 1기 공동체 활동가였을 때 개인적으 로 영화 모임을 정말 하고 싶었는데 이미 활동 중인 타 모 임도 많고 바쁘기도 해서 결국 못했었다(뭐 가끔씩 모여서 영화를 보기도 했지만 ㅎㅎ) 그래서 이어서 2기 공활(공동 체 활동가)을 하게 되었을 때 꼭 실행하고 말겠다는 마음 으로 작년부터 함께 했던 예슬 활동가와 같이 모임을 만들 기 시작했다. 본격 회의 시작하기 전 3호집에서 상영을 테 스트해보았다. 어떤 장비가 필요할지, 세팅에 대략 소요하 는 시간이 얼마인지, 분위기를 어떤 건지를 미리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 날 비가 온 기억이 났다. 그래서 내가 좋아 하는 영화 “그린 파파야의 향기”를 추천하여 같이 보았다. 피자도 맛있게 먹고 영화도 재미있게 봤고 모임을 준비하 는 데에 도움도 되고 … 1석3조였다. ^^

개인적으로 첫 상영에 대하여 만족스러웠 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우선 만든 영화 티켓 이 남았다는 것이다 ㅜㅜ. 다음 모임에 같이 준비해서 미리 공지를 해서 더 많은 손님을 우리 시네마에 오셨으면 하다. 조합원이 모 일 기회도 별로 없고 우리 시네마에 오시면 편안하게 영화도 즐길 수 있고 다른 집 사람 들도 만날 수 있고 얼마나 좋을까 싶다(영업 멘트가 아닌 진심임^^).

그러다 불가피한 일로 인해 5월에 시작하려고 했던 영화 모임을 첫 회의를 두더지하우스 2호집 - 볕드네에서 시작 하였다. 영화 선정부터 예산안, 계획서, 홍보 등등 준비 작 업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모임은 3멤버로 처음부터 결성 되지 않았었다. 볕드네에서 프엉과 예슬만 회의하고 있었 는데 옆에 선우도 있었다. 홍보자료를 디자인해 달라고 부 탁했는데 이야기하다가 모임을 같이 하자고 꼬셨으며 흔 쾌히 넘어주어서 모임이 3멤버로 만들어졌다. 같이 아이 디어를 내서 계획서도 쓰고 포스터도 만들고 티켓도 정성

무더운 여름은 펑스 시네마에서! 좋은 영 화, 예쁜 포토티켓과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기다리고 있어요. 놓치지 않을 거죠? ^^


주제별 모임

11

그 링

베트남어 공부모임은 뜨겁게 현재 진행중

Xin chào!

베트남어 모임의 (불성실) 회원 그링입니다. 베트남어 모임은 그링, 은실, 예슬, 종민, 혜진이 함께하고 있 어요. 지난 4월에 두 조로 나뉘어 첫 모임을 진행했답니다. 첫 모임에서는 오리엔테이션으로 각자 베트남어를 배우기로 한 계기를 나누었어요. 그냥 같이 놀고 싶어서, 혹은 베트남 학생들을 많이 만나고 있 어서, 제2외국어를 배우고 싶어서, 레비 · 프엉과 일방적으로 한국어로만 대화하는 게 불편하게 느껴져서 등 다양한 이유가 우리를 모이게 했답니다. 같이 베트남 단기 연수를 다녀오자는 이야기도 하면서 첫 모 임의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베트남어 모임에서는 베트남 현지 선생님의 인터넷 강의로 공 부하고 있어요. 첫 수업에서는 알파벳과 발음을 배웠는데, 영어와는 완전 다 른 느낌이라 새롭고도 넘넘 어려웠답니다ㅠㅠ 30분 수업이 한 시간 같았어요. 수업 하나 듣고 뻗어버린 우리는 예습 · 복 습을 잘 하자고 다짐하며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앞부분이 지루하다고(...) 건너뛰고 회화를 시작했어 요! 이제 베트남어로 간단하게 인사하고 자기소개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다음 시간에 예슬이 가져온 회화 예문으로 짝을 지 어 대화하고, 자기소개 하는 숙제도 직접 내고 해오면서 여러 방법으로 공부하고 있어요. (글 쓴 사람은 이 글을 다 쓰고 급 하게 공부하러 갔다고 합니다…) 관심 있는 다른 분들도 놀러 오세요.

Tạm Biệt!


12 3호집 식구들끼리 보드게임 하던 날

종민

소연

학교 과제한답시고 모두들을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니면서 나는 열심히 글을 써서 제출했다. 헤헤 함께한 친구들 고마워요. 함께하진 못한 친구들도 존재해주어서 고맙습니다. 나는 과제로 두더지 하 우스 거주자들이 행복과 만족도를 어떤 기준을 삼 아 이야기하는지, 그 기준에 대한 양면적인 태도에 대해서 글을 썼다. 덕분에 모두들에 대해 집중하면 서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몇몇 친구들은 내가 어떤 글을 썼고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궁금해 할 수 있겠지만 심층면접의 특성상 좀 프라이빗한 부분이 있을 수 있어 이 글에서는 과제하면서 튀어 나온 생각들을 정리해보고 싶다. 재작년에 모두들에 입주했던 나는 지금 모두들 에서 나와서 다른 집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모두 들에 열심히 놀러 오고 있다. 나는 입주할 때부터 모두들을 대안 공동체로 이해하고, 사회의 난민문 제, 청년빈곤문제, 주거문제 등 여러 맥락의 사회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공동체로 여겼다. 음 그 러니까 공동체가 사회와 개인의 문제를 해결해줄 거란 믿음이 강했던 것 같다.

모두들에서 살고 나가면서 많은 생각이 동시에 스쳤다. 양 끝 단에 있는 생각들 속에서 이리 저리 널뛰었다. 모두들은 치안이 안 좋고 자연이라곤 콘크리트에 난 이름 모를 풀과 무서운 산 뿐 인 곳에 위치했다. 이 곳에서 벗어나 자연도 적당히 누리고 깨끗 하고 안전한 거리를 누릴 수 있는 서울의 어딘가를 생각한다. 그 러다가 또 모이지 않는 돈을 벌려고 아등바등 대느니 적절한 집 세와 생활비를 지불하며 여기서 사는게 옳다고 생각한다. 친구 들과 모여살며 새로운 관계를 꿈꾸는 것이 재밌다가도 이제 그 만 혼자서 외로운 시간을 갖고 싶다고, 더 이상의 사람은 마주하 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집, 우리가 만드는 규칙 속에 서 살고 싶다가도 내 육신과 영혼을 온전히 책임질 이는 결국 나 자신이라는 그 무게가 무겁다. 많은 시간 열심히 모두들에 대해 고민하고 집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어느 날은 툭 모든 것을 털어 내고 그로부터 나를 방어했다. 공동체 안에서 내가 치열하게 고민했던 순간들은 작은 이 순간 내가 살아내는 것 자체였고 딱히 ‘해결책’은 찾아보지 못했다. 공동체가 사회의 문제와 개인의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지난 나의 믿음은 신기할 정도로 붕괴했던 것 같다.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서 공동체를 바라보는 것 은, 저비용으로 지역 사회를 활성화 시키려는 정책의 입장과 맞


오피니언

닿아 있다. 지역발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하나는 외생적 지역발전이고 나머지 하나는 내생적 지역발 전이다. 외생적 지역발전은 특정 지역에 외부의 자원을 투 입하여 지역 발전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한국의 1960~90년 대의 국가 주도의 물리적 재개발과 같은 방식이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어려워진 경제 상황과 함께 물리적 재개발이 더 이상 어려워지면서 정체성, 문화, 참여와 같이 도시의 삶을 포괄하는 도시 재생으로 지역 발전 패러다임이 변화하였다. 이 과정에서 공동체나 예술가 집단은 도시 및 지역 재생의 역 할이 강조되고 있다. 모두들이 지속적으로 문화재단 및 다양 한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이러한 맥락 속에 있다. 하지만 실제 지역에서 일어나는 과정들은 끊임없는 일상이 쌓이고 반복되는 일이다. 누군가는 계속 일을 벌리고, 또 지 치고 불안하고, 재미있고 슬픈 일들이 남아 이어진다. 해결하 고픈 사회문제를 목표로 정해두고 달려가더라도 변수가 많아 쉽게 다가가기 어렵기도 하다. 이렇게 생각하니 외부에서 사 회문제를 해소했다고 이야기되는 공동체들은 ‘오래 살고 보 니 이런 날도 있군’ 하는 결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공동체를 투입해 사회문제해결을 도모하려는 정책이 왕왕 실 패하는 것은 성공의 조건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 은 만큼 변수와 가능성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해결하려고 덤

13

벼도 자기 맘처럼 해결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다. 공동체가 지역사회의 해결책이 되는 게 애당초 어려 운 일이라면 모두들이 굳이 지역 사회를 활성화 시키 기 위해 지역에 뿌리내려야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 순간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것들을 캐치하는 것이 더 중 요하고, 지금까지 모두들에 쌓인 이야기들로 어떤 이 야기를 만들어갈지 고민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 각한다. 그래서, 지역 사회와 모두들이 어떤 연관이 있 는지보다 내 삶과 모두들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함 께 들여다 보는게 더 중요하다. 내가 과제로 연구한 이야기가 비밀이라고 했지만 아 주 조금만 말해보자면, 모두들에 들어와 사는 친구들 은 모두들에 입주한 이후로 큰 변화를 겪고 있었다(앗 이미 다 아는 내용인가~). 누군가와 함께 동거한다는 것과 모두들이 던지는 새로운 질문들이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 나도 생활방식과 생각과 고민이 집약 적으로 변화했던 시기였다. 이미 충분히 잘 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서로 이야기를 꾸준히 나누어서 우리 몸 에 새겨져있는 모두들의 이야기를 같이 공유해요!


14

모두들 뉴스레터 2018년 4-5-6월호

소사본동에 생긴다고요?!

소사본동에 모두들이 자리잡고 산지 어언 6년차.

안녕하세요! 모두들의 에너지 담당 혜진입니다:D 3

그동안 조합원들끼리 반찬도 만들어 먹고 영화도

개월이 3년처럼 느껴지던 키즈카페 알바를 끝내고, 7월

보고 도자기도 만들고 기타도 쳐보고 이것저것 다

부터는 마을활동을 위해 3호집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답

해보고 나니 이젠 좀 몸이 근질근질하고 심심하다.

니다! (짝짝짝!!!) 앞으로 자주 만나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도 싶고, 집을 벗어나 마을 에서 신명나게 놀아재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

그나저나 소사본동에 아지트가 생긴다니요?! 지금 당

런데 도대체 마을 사람들을 어디서 어떻게 만나야

장 생기는 것은 아니고요, 내년에 소사본동에 사람들이

할지 감이 안 온다. 그리고 우리 동네에서 뭘 해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마을공유공간을 만드는 것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지 1도 모르겠다.

상상하며 올해에 마을활동을 해볼까 합니다. 집을 통해 모두들에서 우리가 만난 것처럼 공간을 통해 동네사람

게다가 소사본동은 놀 것도 딱히 없다.

들을 만나보고 싶은 것이지요. 그런 상상은 있지만 아

재래시장 두 개랑(한신시장, 소사종합시장),

직 왜 공간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려고 하는지, 구체적

3층 이상 넘기지 않는 주택들, 이와 상반되는 모습

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아직 모르는 상태예요. 그래

의 새로 생긴 아파트 단지들, 그리고 초등학교, 요

서 이번 마을활동을 하면서 마을을 어떻게 바라보고 기

새 좀 생기기 시작하는 힙한 느낌의 카페나 술집

획할지 함께 배우고 상상을 구체화해보려고 해요.

들. 그 중에 우리가 관계맺고 있는 것들은 별로 없

요즘 동네를 다니다 보면 작은 변화들이 눈에 띄어요.

어보인다. 두더지하우스 안에는 관계와 의미들로

조그맣게 새로 생긴 카페나 밥집, 술집들이 시선을 끌

가득 차있는데, 현관문만 열고 나오면 갑자기 행인

기도 하고, 종종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들어와서 놀라기

1,2,3,4가 되어버리는 듯한 느낌. 우리 그러지 말

도 하죠. 이 동네에 카페가 생기면 사람들이 얼마나 갈

고 뭐라도 해서 동네 사람들과 만나보자!

까 싶은데 이디야나 투썸플레이스는 주말에 가려면 자 리가 없을 정도랍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드디어 소 새울역이 개통했고요. 그렇지만 여전히 생동감 넘치는 한신시장이 있고, 오래된 집들이 마주보고 서있는 골목 마다 뛰어노는 아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할


모두들 지낸 이야기 이어질 이야기

15

머니들의 모습은 여전히 남아있지요. 오래된 것과 새로 운 것들이 함께 있지만 묘하게 동떨어진 느낌이 나는 우리 동네. 이렇게 동네에 좋은 것들이 생기면 으레 ‘집 값이 올라서 우리가 살던 집에서 나가게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하게 되고요 . 동네가 이렇게 변해가는데 이 변화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그 안에서 우리는 ‘봇 짐 풀고 눌러앉기’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조금씩 고민 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아요. 당장 마을에서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막막하기에 첫

#1. 부천시에 주소를 둔 모든 시민(외국인

단추는 ‘동네산책’으로 시작해보려고 해요. 첫 번째, 우

등록자 포함)은 자전거 보험에 자동 가입

리가 소사본동에 살면서 어떻게 놀고 먹고 살아왔는지,

- 보장기간은 2018. 03. 05~2019. 03.

우리가 알고 있는 ‘소사미;소사의 아름다움, 소사의 재

04.(365일)

미, 소사에 아직 없는 것’을 찾아보는 시간. 그리고 밤

- 보험내용은 ○ 자전거사고 사망, 후유장

거리를 함께 누비며 동네 바라보기. 두 번째, 낮시간에

해 ○ 자전거사고 상해위로금 ○ 자전거사

동네를 돌아다니며 밤에 보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발

고와 관련된 벌금, 변호사 선임비용, 교통사

견하는 시간. 그리고 우리가 발견한 소사미를 정리해서

고처리지원금

확인해보기. 세 번째, 이웃 동네인 원미동에서 7년 동안

- 보험 가입조건은 ○ 별도의 가입조건 없

동네살이 기획을 해온 여러가지연구소의 경험을 공유

이 자동가입, 연령, 성별, 거주지, 직업, 환

하고 우리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시간. 매일 무심코 다

자여부 등에 관계없이 부천시에 주민등록이

니던 동네였는데 지금보다 더 신나게 놀 수 있는 것들

등록 된 모든 시민 자동가입 (환자 건강진단

을 발견하고, 더불어 마을을 기획하는 기본기를 장착해

필요 없음) ○ 보험가입기간 중 부천시 전입

볼거에요.

자 자동가입 포함, 전출자 제외

동네산책을 마치면 우리가 모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2. 부천에 있는 워터파크에는 부천시민은

진짜 마을로 나가보는 기획을 해서 사람들을 만날 수

1명 결제하면 1명이 무료

있는 일들을 만들려고 해요. 동네에 작은 공간들에 맞

- 웅진플레이도시가 그렇데요.

는 파티를 열어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공간으로 기획하

- 사이좋게 집식구나 친구들을 꼬셔서 가봅

거나, 길거리 축제를 열어서 각자 가진 재능을 뽐내볼

시다.

수도 있고요.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더 재미있는 생각 들이 많이 모이겠죠? 이번 가을엔 소사본동 전체가 내

#3. 서울의 따릉이보다 더 멋진 부천의 공공

무대가 되고, 더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마을활동

자전거 >_<

에 함께 하면 엄청나게 신날 것 같아요.

- 부천에는 자전거 조례가 있어요! - 무료대여소는 상동역, 부천시청역, 신중

집, 동네, 마을 이런 말들은 어쩌면 진부하기도 하고

동역, 부천역, 송내역, 부천시청에 있어요.

너무 일상적이어서 심심한 느낌도 들어요. 어른이 되어

- 1일 대여는 5시간, 반납은 무료대여소 어

가는 우리들은 잠시 잊었지만, 한때 아무것도 없이 친

디서나. 대여료는 무료!

구들과 어울려서 땀 뻘뻘 흘리며 놀던 그 곳이 바로 동

- 1개월 단위로 연장해서 장기대여도 가능

네고 마을이었다는 것. 우리 한 번 그렇게 놀아볼까요?

합니다. 물론 무료! - 간단한 경정비도 무료로 운영됩니다, - 시민자전거학교도 초,중,고급으로 나뉘어 무료로 운영되고 있어요. (땡땡이 주목한 설탕정보였습니다;; 다음엔 다 른 조합원이 발견한 설탕정보를 나눠주세요 :-) )


16 은실

공동체활동가 회의 때 가져갔던 이야기를 함께 나누려 고 합니다. 저의 이야기를 듣고 저에게 많이 말을 걸어 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요즘 모두들에서 사는 게 참 좋기도 하고 힘들기도 합 니다. 왜 좋고 왜 힘든지 찬찬히 정리해보고 있는데 그 중에는 공동체활동가 차원에서 이야기해보고 싶은 부분 도 있어요. 우선 제가 왜 공동체활동가를 하고 싶었는지를 얘기해 보고 싶어요. 첫번째로는 작년 공동체활동가 단위에서 만들었던 여러 행사들이 저에게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 던 게 있어요. 그 공간에 있는 게 왜 즐거웠냐면, 그 자리 가 너무 자연스럽게 각각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자리 였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면 농사 모임을 하면서는 종민 이라는 사람과 만나는 게 참 즐거웠어요. 종민과는 청년 파티를 통해서 먼저 만났는데, 그 때 보지 못했던 면들을 농사 모임때 보게 되었거든요. 종민이 가지고 있는 농사 에 대한 생각, 그리고 그 생각이 종민의 삶과 어떻게 만 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어요. 그건 제가 종민이라는 사 람을 보다 더 풍부한 입체로서 느끼는 계기가 되었어요. 내가 참여해서 만들어진 어떤 자리들이, 그 자리에 모 인 각각의 조합원들을 보다 입체적인 존재로서 느끼게끔 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그 자리에 우연히 찾아온 어떤 사람이 모두들이라는 조직을 풍부하고 건강한 조직 이라고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제가 공동체활동가를 지원한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두번째 이유가 있다면 그건 저 자신이 어떤 관계를 만 들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관계를 만들 수 있는지 더 고 민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지난 제 관계를 돌아보면 저 는 참 편협했다는 생각인데, 가령 저와 입장이 다른 사람 과는 관계를 오래 지속시키지 못했어요. 마음이 가지 않 는 관계, 생각이 너무 달라서 그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관계는 금방 끊어냈어요. 어쩌면 그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어요. 아 무리 노력해도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니까요. 제 자신에게는 온당하다/온당하지 않다 의 문제인 채식과 관련한 이야기, 이주와 관련한 이야기 에서 입장이 다른 사람들도 있었지만 단순히 기호의 문 제라고도 볼 수 있는 부분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 가령 나는 수박을 좋아하지 않는데 여름에 늘 수박 빙수를 같 이 먹자고 하는 친구라든가. 이런 관계에 대해서도 저는 지속 가능한 관계로 상상하기 어려워했던 거예요. 함께 있으면 노력하지 않아도 좋은 사람이 있고, 판단 을 보류해가며 다시 보고 다시 보며 노력해야 만들어지 는 관계도 있다는 것을, 그 자연스러운 현상을 '인정하는' 것과 별개로,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요. 가령 이건 다른 얘기일 수 있겠지만, 이주 관련 활동

가를 만나면서 속상할 때가 있어요. 이주민의 출생국에서의 삶을 고 려하지 않고 지금 만남에서 보이는 모습만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예요. 어떤 사람은 네팔에서 이주해 온 찬드라라는 사람을 만나 서 찬드라가 할 수 있는 한국어 수준으로 그 사람의 지적 능력을 판 단했고, 그 결과 찬드라는 정신병원에 갇혀 6년을 보내게 되었어요. 이건 너무 극단적인 예시이긴 하지만 사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자 기에게 낯선 어떤 존재에 대해서 순간적으로 판단하게 되며 그 판단 은 입체적으로 그 사람을 모두 둘러본 뒤 나온 판단과 굉장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낯선 존재에 대해 굉장히 빠르게 판단하고 그 판단에 따라 사 람을 대해왔고 그래서 잠 안 오는 밤이면 그때의 잘못들이 떠오르곤 해요. 지금 이 순간에도 떠오르는 몇 가지 잘못들이 있는데, 공동체 활동가를 하게 되면 잘못을 조금 덜 저지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 각을 했던 것 같아요. 모두들에 모이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했던 적이 있어 요. 다들 멋있는 사람이라고 느꼈고, 각자가 자신의 행복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느꼈어요. 누구나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알고 있는 건 아니고 그것은 한국에 살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기도 한데 모두들에 모여 사는 사람들은 그걸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 만일 우리가, 각자의 행복한 삶을 함께 만드는 조직이라면(저는 그 렇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내가 행복하고 즐거운 자리를 모두들 차 원에서 같이 만들어 준다는 경험을 하게 하는 조직이라면, 저는 공 동체활동가가 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한 조합원이 생각하는 행복한 삶이 농사모임에서 펼쳐질 수 있었던 것 이고 또 한 조합원이 생각하는 즐거운 일들이 펑스 시네마에서 실현 될 수 있는 걸거라고. 조합원 모두가 각각의 입체적인 모습들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 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처럼, 아직 내 행복에 대해서 자신있게 얘기하지 못하고 나누지 못하는 사람들도 나의 다양한 모습들을 애 써 숨기려고 하지 않아도 되었으면 좋겠어요. 가족과 있을 때 비정 상적이고 어딘가 삐딱하다고 여겨졌던 다양한 모습들이 이곳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인정되었으면 좋겠고 그 인정을 통해서 저의 삶이 좀 더 부유해졌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모두들이 함께 늘려가야 하는 살림의 일부인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어보면 어떨까요?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 산 다, 무지개 라이프>를 보는 마음으로 각각의 조합원들, 그리고 우리 자신들의 사는 이야기를 좀 더 해보는 거예요. 우리는 언제 행복한 지, 언제 행복하지 않은지, 그리고 건강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우 리가 가져야 하는 태도는 무엇인지, 우리가 지나치게 비약해서 판단 하고 있는 관계는 없는지, 혹은 놓치고 있는 관계는 없는지를요. 저 는 그런 이야기들이 즐겁진 않을 것 같아요. 힘든 얘기일 거고 부끄 러운 얘기일 거고 또 귀찮고 잘 모르겠는 이야기일 것 같은데, 그래 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고 싶기도 한 것 같아요. 들어보고 싶은 이야기가 많고 또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아서요.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