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호 마음안녕-힐링아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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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안녕

Vol. 27 안산온마음센터 힐링아트북


그 옛날 우리네 어머니들은 귀가가 늦은 가족들의 밥을 따뜻한 아랫목 이불 속에 묻어두었습니다. 돌아왔을 때 따순 밥을 먹이기 위해서였지요. 여느 집이라면 늘 맛있는 냄새 풍기며 밥을 지을 텐데, 여행을 떠난 아이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우리는 예전처럼 음식을 만들지 못 합니다.

유난히도 엄마 밥을 맛나게 먹었던 아이 생각에 더 이상 신나서 요리를 할 수 없지만, 그러나 또 엄마들은 여전히 아이에게 따순 밥 한 끼만 먹이고 싶습니다. 더 많이 해주지 못한 치즈 계란말이 하나가 마음 한 구석에 걸려 내내 쓰라립니다.

이 엄마들 마음을 담은 예쁜 꽃밥, 아이들이 많이 좋아하겠지요? (정차웅 엄마 글 쓰다)

CONTENTS 04

온마음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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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주기 마중물 릴레이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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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진정한 애도와 생명돌봄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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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에게 온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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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합창 ‘너’를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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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l 지숙이 , 성호 , 다인이 , 차웅이 , 재욱이 , 건우 밥 , 꽃마중 엄마들 작품. 2020


2021 안산온마음센터 힐링아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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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마음나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봉사활동 프로그램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킨다는 말처럼, 작고 선한 마음들이 모인다면 우리 사회의 변화도 기대 할 수 있습니다. 안산온마음센터에서는 4.16세월호 참사 가족들과 함께 “온마음나눔”이라는 이름의 봉사활동을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2017년 가족들이 직접 만든 빵이나 쿠키 등을 지역 장애인 생활공동체 시설에 나누던 것을 시작으로, 2018년, 2019년에는 다문화가정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베이커리 나눔, 나들이 돌보미, 놀이 활동 보조 등을 지속적으로 이어왔습니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진행을 하지 못하였지만, 올해는 봉사활동 및 봉사연수, 체험 등의 새로운 형태로 다시 시작해 보려합니다. 4.16가족들은 가장 익숙한 ‘요리-반찬만들기’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역 취약아동 가정에 직접 반찬을 만들어 전달하고 반찬용기에는 가족들이 직접 캘리그라피로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예쁘게 꾸몄습니다. 4.16가족들은 4.16세월호 참사 초기 체육관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며 받은 많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만났던 수많은 봉사자분들을 기억하며 도움을 받는 사람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줄 음식 ‘소시지 볶음’이 더욱 맛있어질 수 있도록 색을 입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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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주기 마중물 릴레이 세미나 7주기 이후 애도와 과제, 시민사회와 지역사회의 치유 방향

‘잘 지내니, 또 4월이구나. 그 날의 기억은 시간이 지날

애도와 개인의 치유를 넘어 시민사회와 지역사회의

수록 더 선명해진다.

치유 방향에 대해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교복 입은 학생들만 봐도 너희들이 보이고, 길가에서

의견을 공유했습니다.

재잘거리는 애들 소리만 들어도 너희들이 생각이

가족들이 시민들과 소통하고 4.16세월호 참사를 함

난다. 사랑해 얘들아 정말 보고 싶다.’

께 기억하기 위해 노력해왔던 합창단과 공방, 연극,

4.16세월호 참사 발생 7주기가 되었으나, 4.16가 족 들은 여전히 참사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제는 덤덤해져야지 하면서도 일상 곳곳에 스며든 아이들의 흔적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리움에 사무치게 합니다. 안산온마음센터에서는 7주기를 맞이하여 4.16세월 호 참사에 대해 다시 기억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 향을 의논하기 위한 마중물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동아리 활동 등을 앞으로는 지역사회가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하 나의 ‘기억 공동체’로서 돌봄의 관계를 구축하고 삶의 의미를 재생성해 나가는 데 힘써야 합니다. 1주기부터 이번 7주기가 오기까지 해마다 찾아온 4월 16일은 늘 기억하고 약속하고 다짐하는 시간 이었습니다. 8주기에도 여전히 기억하고 다짐하겠지 만,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가족들 곁에 있기를 소망 해봅니다.

노란 점선을 따라 이으며, 여러분이 원하는 ‘기억 공동체’의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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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진정한 애도와 생명돌봄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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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 경험 나누기 ♥ 나누고 싶은 헤어짐의 경험이 있나요?(아래의 그래프에 나이별 헤어짐의 경험을 표시해보세요.)

치유와 희망을 노래하는 월례포럼 2회차 예 : 부모님의 이혼

헤어짐을 경험할 때 단지 한 사람을 잃은 것뿐만

안산온마음센터에서는 세월호 참사 7주기를 앞두고

아니라 ‘한 세계를 잃었다’고 표현합니다. 떠난 이가

힘들어하는 가족들과 시민사회를 위한 포럼을 진행

좋아했던 날씨와 계절, 음식과 냄새, 장소와 분위

하였습니다. 세월호 참사 진정한 애도와 생명돌봄의

기까지 어느 하나 스며들지 않은 것이 없기에, 이미

과제에 대해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의 강남순 교수와

내 일부가 되어버린 한 세계를 비워내는 것은 너무

함께 이야기 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도 힘든 일일 것입니다.

비록 온라인 화상강연이었지만 마주하지 않아도 서

우리는 이런 헤어짐을 경험한 사람에게 흔히 ‘다 이

로의 감정은 통했습니다. 좌절과 절망의 늪에서 벗

해해’, ‘그만 잊고 네 삶을 살아’라고 위로를 건넸을

어나 사랑하는 사람이 살고자 했던 세상을 기억

지도 모릅니다.

하고, 그 세상으로의 변화를 주도하겠다고 다짐하

하지만 겪어보지 않고서야 상상이나 할 수 없고, 겪 었다 한들 각자의 사연에 전부 공감할 순 없습니다. 그러니 이해한다거나 잊으라는 말을 쉽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이 상실을 받아들이고 ‘진정한 애도’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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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짐 이후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변했나요?

는 시간이었습니다. 포럼에 참여한 한 가족은 말했습니다.

‘우리의 원동력은 용기와 희망을 주는 연대이며, 옆에 있다는 것을 체감할 때 가장 힘이 납니다.’ 이제 우리는 진정한 애도를 통해 희망의 삶으로 나아 가려 합니다. 함께 해주세요, 응원해주세요. ♥ 진정한 애도와 희망의 삶을 위해서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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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에게 온마음이 안산온마음센터 전문의 유전원

온마음센터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중 어떠한 치료법이 가족들에게 가장 좋을지 고민을 해보게 됩니다. 그런데 사실 쉽지 않습니다. 아직은 치료에 임하는 것이 힘든 가족들이 많습니다. 스스로의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불편해서 치료받기를 꺼리시는 분들에게는 적절한 치료법을 권하는 것조차 민망합니다. 그래도 지금의 삶을 살아내는 힘, 또는 견디는 힘이 조금이라도 더 커지도록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저는 오늘도 가족들을 맞이합니다. 센터의 서비스를 꾸준히 이용하면서 조금 편안해졌다고 말씀하시는 가족들도 계십니다. 허나 어려움은 다시 찾아오기도 합니다. 특히 4월이 되면 그렇습니다. 길거리를 가다가 지역사회의 여러 추모 행사를 다소 언짢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말씀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쉽게 뱉은 한 마디 한 마디의 파장이 큽니다.

안산 지역에서 10년 이상 지낸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이겨낼 자원을 모아 연결하였습니다. 국가나 전문가 중

한 연구에서는 안산 지역이 갈등과 재난으로부터 충

심이 아니라 ‘지역 스스로’ 대안적인 방법을 마련한 것

실히 회복하고 있다는 기존 결과와는 다른 현실을 말

입니다. 또 단체가 아닌 ‘시민 개개인’도 함께 마음을

합니다. 현재까지도 지역 내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는

모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 조금씩 힘을 낼 수

것이며, 사회적 애도와 기억의 정서가 아직은 지역

있었지 않을까요.

내에 뿌리내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하루를 치열하게 살고 있는 우리 대부분

사회적 애도와 기억의 정서를 위해서는 여러 행동이 필

의 마음은, 함께 모이고 무엇을 하고 연결하기는 힘이

요합니다. 주로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기관(온마음센터

듭니다. 어디에 소속되기도 어렵고 주변을 돌아보기도

포함)이 재난 심리 지원을 위한 협력 네트워크의 중심에

버겁습니다. 각자의 하루가 너무 바쁘기 때문입니다.

있어왔습니다. 사람, 물질, 정보, 지식 등을 모으고 일하고 움직이는 데에 국가가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공 공’이 애도와 기억을 위해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과 마음이 있는 이들은 한 번 더 생각하고 작은 행동을 실천 하면 어떨까요. 관심이 없거나 마음이 없는 분들은 한 번만 더 생각하고 우리가 함께 회복하는 길이 무엇일까, 함께 치유될 수

사람의 마음과 삶을 연결하려는 ‘우리 스스로(민간)의

있는 길이 무엇일까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움직임’은 분명히 있어 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입니다.

한 마디 말에 앞서 내 말이 누군가에게는 어떤 의미로

지역사회의 많은 민간단체(NGO)들이 참사 이후 재난

닿게 될까 한 번만 더 생각해봅시다. 이 글을 보시는 분

회복 과정에서 피해자의 필요를 파악하고 어려움을

모두가 편안한 안산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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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합창 ‘너’를 부르다 4.16합창단과 함께한 온라인 랜선합창 캠페인

‘사랑하는 나의 아이야, 교회 가던 길목에 개천 언덕에 핀 철쭉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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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카네이션이 생각나는 가정의

아빠 품에 안긴 아이가 음악에 맞춰 한 소절씩 또

달 5월에 어울리는 곡을 하나 소개합니다. 누군가의

박또박 따라 불렀고, 계성초 6학년 4반 학생들은 수

자녀이기도 한 우리를 사랑하는 부모님의 마음과 사랑

어로 표현했습니다. 한 엄마는 4.16세월호 참사 다

하는 사람에 대한 보편적인 감정을 담은 4.16합창단

음날 수학여행을 간 아들을 생각하며 자녀 사진을

의 첫 창작곡 ‘너’입니다.

보내왔습니다.

가사에는 아이의 탄생부터 자라면서 있었던 추억들을

시민들의 참여에 4.16가족들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시간순으로 담았습니다. 어떤 가족의 형태이든 자녀 를 향한 시간의 흐름은 동일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아이를 보내고 희망이라는 말을 다시는 떠올릴 수

모든 사람들이 자녀를 사랑하는 것처럼, 우리 4.16

없을 것 같았는데, 늘 곁을 내어주고 동행해주시는

예쁘다고 손을 얹어 훑어보았지.

가족들도 사랑하는 자녀에 대한 보편적인 감정을

분들과 노래와 공연으로 함께하면서 새롭게 세상을

오늘 아침 산책길에 본 꽃들 속에서 네 모습이 보였단다.

가지고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배우고 있습니다. 너무도 감사드립니다.”

안산온마음센터에서는 COVID-19에도 많은 사람들이

본 캠페인에는 국내 193명, 해외 25명, 단체 24곳

함께 할 수 있는 비대면 온라인 캠페인을 준비했습니다.

‘보고픈 아이야,

에서 총 300여 명의 분들께서 참여해주셨습니다. 다

누군가의 자녀인 우리 모두가 주인공인 ‘너’를 4.16

시 한번 랜선합창 ‘너’를 부르다 캠페인에 관심 갖고

명절 때 시골 가려면 자동차 뒷좌석에서 누나와

합창단과 시민들이 함께 부르고 이를 영상으로 제작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서로 편하게 가려고 자리다툼을 하던

하였습니다. 시민들은 노래, 수어, 자녀의 사진 발송과

그 짜증내던 소리가 이제는 정말 그립구나. 사랑한다.’

같이 3가지 방법으로 캠페인에 참여했습니다.

늘 항상 그립고 보고싶다.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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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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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내 옆에 있을 것만 같았던 나의 아이, 영원히 듬직할 것만 같았던 나의 부모님. 당연해지기만 했던 서로의 존재. 그래서 표현하지 못했던 ‘너’의 소중함. 오늘은 말해보세요. 날마다 고마웠음을, 매순간 사랑했음을.

작사 이남실, 작곡 이범준, 노래 416합창단 ‘너’를 부르다 감상하기

태어나던 날 처음 잡던 손 목소리를 알아듣던 너 세 살 적 기차 창에 매달려 세상을 바라보던 너 일곱 살 벚꽃을 보며 팝콘이 터진다고 말하던 너 열 살 적 같이 본 노을 엄마 늙지 말라 하던 너 날마다 고마웠어 매 순간 사랑했어 날마다 고마웠어 매 순간 사랑했어 열두 살 깁스를 하고선 싸인을 해보라던 너 열넷 은행잎을 주워 선물이라고 내밀던 너 열여섯 방문을 닫고 음악을 크게 틀던 너

열두 살 깁스를 하고선 싸인을 해보라던 너 열넷 은행잎을 주워 선물이라고 내밀던 너 열여섯 방문을 닫고 음악을 크게 틀던 너 열여덟 수학여행 간다고 짐 싸며 들떠 있던 너 날마다 고마웠어 매 순간 사랑했어 날마다 고마웠어 매 순간 사랑했어

열여덟 수학여행 간다고 짐 싸며 들떠 있던 너 날마다 고마웠어 매 순간 사랑했어 날마다 고마웠어 매 순간 사랑했어

‘너’의 가사를 따라 쓰며 고마운 마음과 사랑을 전해보세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당곡로33 프라움시티 2층 207 T. 031-411-1541 F. 031-411-1546 E. ansantraum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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