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편지 15호 (201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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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여부가 판단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무려 13년 전의 경고가 이번에 현실이 된 데에는 그동안 제도정 비에 관심을 두지 않은 국회에 책임이 있다. 헌재의 결정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표의 등가성이 선거제도의 기본원칙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국회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공직선거법의 개정을 추진했어야 마땅 하다. 그러나 그동안 국회는 투표가치의 평등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1987년 현행 헌 법체제 이래 지금까지 시대적 상황과 정치적 환경 및 국민들의 인식 변화 등에 따라 의원정수 및 선출 방 식, 선거구 조정 등이 이루어져야 했음에도 이를 게을리 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이 국회의 게으름 과 무능에 대한 신랄한 질책인 이유가 여기 있다.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부터 299명으로 한정되었던 의원정수는 2012년 총선에서 단 1명이 늘어난 300명으로 고정되어 있다. 전체 인구가 4천만 명 수준일 때에 정해졌던 의원정수가 5천만 명이 넘는 지금 까지 그대로인 것이다.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었다고는 하나 1988년 당시 전국구를 75석 뽑던 것 에 비해 현행 비례대표는 54명을 선출함으로써 오히려 줄어들었다.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을 이유로 특 정지역의 의사가 과잉대표되는 것이 합리화될 수도 없다. 지방자치제도 도입 초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지방자치의 수준이 높아진 현실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교통·통신 등 기술이 발전하고 도농 간 교류가 확대된 지금은, 낙후했던 과거만을 생각하고 지역 대표성을 운운할 근거는 사라졌다. 특 히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은 국가 전체의 이익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 범위와 합 치될 때만 당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의미들을 검토한다면 헌법재판소가 밝힌 기준은 표 가치의 불균등함을 개선하는 합리적 기준 이 되기에는 아직도 보수적인 수준이라고 판 단된다. 헌법재판소가 설정한 이 기준은 선거 구별 인구편차가 0에 가깝도록 해야 한다는 미국 하원선거의 기준이나 원칙적으로 상하 편차 15%를 규정하는 독일에 비하면 아직도 매우 부족하다. 헌법재판소의 기준은 일본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과도하다거나 향후 막대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하 는 것은 현실에 대한 판단을 결여한 것일 뿐이다.

1994년에 확인한 2:1 기준을 20년 후 한국에 적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과도하다거나 향후 막대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판단을 결여한 것일 뿐이다.

헌재 결정에 요동치는 지역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표의 등가성을 지키라는 원론적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그 파문은 요란하다. 선거 구 획정 대상이 된 지역구 의원들의 경우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특히 보수양당의 패권이 작동 하는 영호남의 지역구 의원들은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역별로 선거구 획정을 다시 할 정책포럼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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