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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며, 수학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철학도 수학의 경우와 전혀 다를 것이 없다. 왜냐하면 수학이나 철학이나 모두 우리들이 매일 반복해서 숨쉬고 살아가는 일상 생활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산수나 기하가 일상 생활을 떠나서는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앎이나 가치도 일상 생활을 전혀 무시한다면 의미가 전혀 없다. 물론 앞으로 상세히 이야기되겠지만 인식론을 예로 들어보기로 하자. 인식한다는 것은 쉽게 말해서 안다는 것이다. 인식론은 철학의 가장 중요한 한 분야이다. 다음과 같은 물음을 던진다고 하자 "이 꽃은 장미꽃이다. 당신은 이 장미꽃을 어떻게 아는가?" 인식론이라고 하면 개념이 어려운 것 같으나 위의 물음이 바로 인식론의 핵심을 지적해내는 물음이다. 위의 물음에 대하여 "눈으로 보기 때문에 그것이 장미꽃이라는 것은 안다"고 감각적, 경험적으로 답변했을 때 그렇게 답하면서 우리들은 별다른 의심을 가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우리들은 만지거나 냄새맡거나 보거나 듣거나 맛을 봄으로써, 곧 오감에 의지하여 사물을 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어서 다음처럼 묻는다고 가정해보기로 하자.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것으로 장미꽃을 알 수 있는가? 개미나 개도 눈이 있으니 이들도 눈으로 보아 장미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가?" 이 물음에 접하여 우리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개미나 개에게 장미꽃은 우리들 인간이 생각하는 장미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대상일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들은 대체로 #1 밖에 어떤 대상이 있고 또한 나라는 주관이 있으며 #2 나라는 주관은 밖의 대상을 보고 만지면서 동시에 그 대상을 생각하고 #3 그리하여 결국 그 대상에 명칭을 붙임으로써 앎이 성립한다고 결론 내리게 된다. 밖에 있는 객관 "어떤 것"을 주관인 나는 감각과 사고에 의하여 "장미꽃"이라고 이름 붙인다. 지금까지 장미꽃을 놓고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아는지 일반적인 입장에서 살펴보았다. 만일 우리들이 이처럼 앎의 문제에 있어서 한가지 한가지를 차근하게 살펴간다면 점차로 주관, 객관을 위시하여 직관, 경험, 이성 등의 개념 및 나아가서는 경험론, 합리론 등 인식론에서 흔히 사용하는 낯선 개념들을 소화할 수 있게 되어 드디어는 인식론이 어떤 것이라는 윤곽을 작을 수 있을 것이다. 있음의 원리를 다루는 형이상학, 가치 문제를 다루는 윤리학, 사고와 언어의 질서 및 규칙을 취급하는 논리학, 아름다움의 문제를 다루는 미학 등도 인식론의 경우처럼 한걸음씩 밟아 올라간다면 문제의 범위와 성격을 파악하게 될 것이고 전체적인 안목에서 철학의 본성이 무엇이라는 것을 우리는 확실하고도 분명하게 파악하게 될 것이다. 철학은 과연 어려운 학문인가? 이 물음에 대하여 우리는 다음처럼 답할 수 있다. 철학은 학문이다. 그러므로 철학도 수학이나 물리학, 정치학 등과 같이 어려울 수도 있고 쉬울 수도 있다. 철학이 다른 학문들과 다른 차이는 다루는 대상에 대한 입장과 방법이 틀리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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