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길
혼자 잘산다고,
필리핀 수도 마닐라 남쪽, 바탕가스 지역에 위치한 산 이시드로 마을에는 장순기 씨(75)와 채정자 씨(74)의 이름이 새겨진 학교가 있다. 콤프라디아 초등학교 한쪽
정말 잘사는 건 아니에요
벽면에는 노부부의 영어 이름이 또렷하게 박혀 있다. 이 마을 주민 절반이 하루에 2달러약 2300원 도 안 되는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하루 벌이가 버거운 마을에서는 아이들도 부모와 함께 일을 하며 식구들의 먹거리를
장순기·채정자 후원자 글. 김보미 경향신문 기자 사진. 편형철
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낡고 열악한 시설에 쓰러져가는 건물 안에서 책을 읽는다. 5개의 교실이 있었던 콤프라디아 초등학교 건물은 필리핀 교육부가 정한 안전 기준에 미치지 못해 철거해야 할 지경이었다. 장순기 씨와 채정자 씨의 후원으로 월드비전이 1억 8000여만 원을 들여 새로 지은 학교에는 교실 3개와 가사실습실이 생겼다. 컴퓨터와 복사기, 실습기구 등 교육 기자재들과 교탁, 칠판 등 학교생활에 필요한 물품들도 부부의 후원금으로 새로 들였다. 부부는 지난해 11월 딸, 손주들과 학교를 직접 찾았다. 채정자 씨는 아이들이 수업받고 있는 학교를 보고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고 했다. 배우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마음에 사무쳤던 자신의 어린 시절 때문이었을까. “젊은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한국전쟁을 겪었던 그 시절은 우리도 먹고살기 힘들었어요. 전쟁이 나면서 있던 학교도 불타버려 나무 밑 그늘에서 공부했던 것이 나의 학창 시절 마지막이었어요. 그때 생각이 나더라고요.” 쉰다섯 나이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채정자 씨는 “공부에 한이 맺혔다”고도 했다. “고등학교 합격하고 너무나 감사했어요. 목포로 수학여행도 다녀왔답니다. 지금도 항상 책을 읽죠. 책을 보며 감동을 받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시나요?” 배운다는 것,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인생을 통해 알게 된 그에게 콤프라디아 초등학교는 그래서 커다란 행복이다.
WORLD VI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