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Vision 16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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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후원 등의 단어가 나오면 수줍고 겸손하게 말하던 그녀가 ‘고객에 대한 감사’, ‘사람의 소중함’ 등을 말할 땐 확신에 찬 어조로 답했다.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물었을 때도 김현주 후원자는 망설임 없이 ‘사람’을 꼽았다. 빵집 아들과 결혼한 것이 연이 되어 우연히 제빵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라고 했다. 고객, 직원처럼 가게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가까이는 지역사회 그리고 멀리는 다른 나라 아이들까지 모두 ‘사람’이기에 그녀에겐 소중하다. 이런 마음을 가진 그녀에겐 지난 여러 나눔활동을 비롯해 최근의 방글라데시 보그라 지역 식수사업 후원까지 모두 마땅히 동참해야 할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창립 70주년을 맞이하는 소감과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70주년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여기진 않아요. 그저 또 다른 시작이라고 생각할 뿐이에요. 그리고 내가 후원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조금 부끄럽기도 해요. 앞으로도 오늘도 먹고 내일도 먹을 수 있는 만만한 빵을 만들며, 언제든 문 열고 들어올 수 있는 만만한 빵집이고 싶어요. 하고 싶은 말은… 고맙습니다.” 인터뷰를 마쳤을 때, 창밖에는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문득 안도현 시인의 ‘우리가 눈발이라면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는 시구가 떠올랐다. 그런 곳에서 그런 사람과 함께 맞이한 첫눈은 함박눈이었다.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사람이 사는 마을

우리가 눈발이라면

가장 낮은 곳으로

잠 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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