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이야기를 따라 한양 도성을 걷다 남산,흥인지문 구간

Page 5

4 > 16 > 085.

4 > 16 > 086.

낙산공원 홍덕이 밭

‘한국의 밀레’로 불린 화가 박수근

홍덕이 밭

장수마을에서 낙산공원으로 들어서는 암문

도성 밖 장수마을을 뒤로하고 암문으로 들어선다. ‘서울의 몽마르트르’라 불리는 낙산공원이 발밑으로 펼쳐진다. 낙산공원을 낀 한양도성은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고 고도가 낮아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다. 공원 놀이광장에서 나무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홍덕이 밭. 병자호란 때 봉림대군효종을 따라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간 궁녀 ‘홍덕’ 이 담근 김치 이야기와 함께 낙산 중턱의 채소밭이 ‘홍덕이 밭’이 된 배경이 생각나 슬며시 미소가 피어오른다. 나인 홍덕은 청나라 선양 瀋陽에서 김치를 담가 봉림대군에게 바쳤다. 대군은 조선에 돌아온 뒤에도 그 맛을 잊지 못해 홍덕에게 포상으로 밭을 주고, 계속 그녀가 담근 김치를 먹었다고 한다. 낙산 일대는 일제강점기에 가난한 사람들이 움막이나 판잣집을 짓고 살아 ‘토막촌’이라 불렸다.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피란민이 몰려 성벽을 허물고 집을 지어 심하게 훼손된 적도 있었다. 낙산공원 전망대는 서울 도심을 배경으로 지는 해가 아름다워 많은 사람 들이 찾는다. 다른 사람들이 하듯 이 세상 빛깔이 아닌 석양을 카메라에 몇 컷 담아 본다.

동대문교회

낙산공원 팔각정에서 동대문성곽공원과 동대문교회를 거쳐 흥인지문으로 내려가는 길은 오래된 동네 분위기를 맛볼 수 있어 정겹다. 이 산책로의 도성 밖에 해당하는 건너편 창신동은 ‘한국의 밀레’라 불리는 박수근이 가난한 생활 속에도 예술혼을 불태 운 곳이다. 박완서의 장편소설 《나목裸木》에 등장하는 가난한 초상화가의 실제 모델 박수근. 살아 생전 예술적 재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가난과 병고에 시달리다가 사후에야 작품 세계가 재조명된 기구하고 비극적인 삶까지 진짜배기 예술가의 기질과 닮은 화가 중의 화가다. 머리에 함지박을 이고 가는 여인네들, 어린애를 업은 여염집 아낙, 시장에 쪼그리고 앉은 행상들, 나무 그늘에 담뱃대를 물고 앉아 담소하는 노인들, 낡은 시골 예배당, 다 쓰러져가는 산 밑의 초가, 벌거벗은 나무들이 박수근의 소박하고 서민적인 체취를 말해준다. 그는 진실하게, 열심히 사는 가난한 이웃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으리라. 단순하고 따뜻한 인생의 정경, 그 속에서 고독하지만 성실하게 자신의 삶을 일궈가는 애정 어린 인간상이야말로 박수근이 꿈꾸던 창작 세계의 근원이다.

참고 자료 《답사 여행의 길잡이 15 : 서울》(한국문화유산답사회, 2004)

212

이야기를 따라 한양도성을 걷다 / 낙산・흥인지문 구간(혜화문 - 장충체육관)

213

테마 16. 한양도성 성 밖 마을과 사람들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