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60005손석구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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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자기소개서

⇒논문표절과 비천한 삶 - 50p.

-고등학교까지의 나와 미래의 나에게... -

⇒선진국 대학, 입학 때부터 “표절은

3p.

범죄”반복교육 - 51p. ⇒"碩士(석사)논문쯤은 좀 베껴도…"

※영화 굿&바이감상문

학생도 교수도 표절 불감증 - 52 ~ 53p.

-행복한 죽음은 인생의 성공이다. - 4p.

⇒문대성 이어 정세균-정우택…표절 논란에 얼룩진 ‘당선증’- 54 ~ 55p.

※칼럼

⇒[사설] 대학도 연구자도 논문표절에

-범법심판도 종교탄압인가. - 5p.

둔감한 사회 - 56p.

※조별활동 - 6p. ※읽기과제 동욱을 읽고 - 7P. ※노동시장 -노동시장 레포트 - 8 ~ 12p. -노동시장 조별 레포트 - 13 ~ 20p. ※현대음악 -레포트 A+B=? - 20 ~ 25P. -공연 감상문 여신님이 보고 계셔 감상문 26p. ※조선왕조유적답사기 -경복궁 답사기 - 26 ~ 29p. -종묘답사기 - 30p. ※읽기자료 ⇒대학에서 교양이란과 질문 - 31 ~ 33p. ⇒교양이란 부차적일 뿐인가와 질문 - 34 ~ 37p. ⇒글 잘 쓰는 과학자가 성공할 확률 높다 38 ~ 41p. 질문 43p. ⇒글쓰기 교육이 경쟁력 - 41 ~ 42p. 질문 44p. ⇒영어강의와 언어통제와 질문 - 45 ~ 46p. ⇒‘나’라는 말 - 47p. ⇒조치원 - 48 ~ 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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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

고등학교까지의 나와 앞으로의 나에게... 2014260005 손석구 1. 고등학교까지의 나에게... 안녕 석구야

잘 지내고 있지? 난 지금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너야. 지금 그 때의 너를

생각해보면 진짜 다사다난 했던 일이 새록새록 기억난다. 초등학교 때를 생각해보면 즐거웠 던 것 같아. 항상 학교 끝나고 친구들이랑 놀이터에서 BB탄총 가지고 밤이 되도록 놀고, 친 구들을 약간? 괴롭히고, 싸우기도 하고 그래도 그때가 가장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순수했 고 행복했던 것 같아. 그러다 중학교 들어와서 거짓말이란 것도 하게 되고 친구들과 어울리 면서 말썽도 많이 피웠었지. 친구와도 많이 싸우고 괴롭혀서, 교무실에 매일 불려가고 두발 규정도 안 따르고 잘못 된 일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운동 많이 하고, 축구 대회 나가서 상도 타고, 농구도 배우고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해. 그러다가 고등학교 2학년 때가 내 첫 전환점 이었던 것 같아. 1학년 때 공부를 진짜 안하고 학교도 나가기 싫어했었잖아. 나름 중학교 때 까지는 학교 빠지는 일이 없었는데 말이야. 학교에서 여러 가지로 불려 다 니고 선생님께 많이 혼도 나고 그러다가 2학년 되고 나서 1학년 때랑 똑같은 생활을 하다가 담임선생님께 엄청 맞았고, 진짜 한번 혼나는 날에는 엉덩이가 터지도록 맞고 또 잘못하고, 그러다가 한번은 선생님께서 진지하게 상담해 주셨고 진심으로 다가와 주신 것 같았어. 그 때 처음으로 진심으로 내 잘못을 반성을 많이 했던 것 같고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생각 많이 해봤어. 생각해보면 그분은 나에게 엄청 많은 도움을 주셨던 것 같아. 만 약 그렇게 안 하시고 매번 때리기만 하셨으면 난 더 심하게 어긋났을지도 몰라. 지금 다시 너의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돌아가고 싶어. 다시 내가 돌아간다면 그 때처럼 똑같이 살았을까? 아니면 달리 살았을까? 나도 지금 현실에 최선을 다 할 테니 너도 너의 현실에서 최선을 다 했으면 좋겠다. 2014년의 손석구가... 2.앞으로의 나에게... 안녕? 잘 지내고 있니?, 무엇이 됐니?, 무엇을 하고 있니? 너에게 엄청 물어볼게 많은 것 같아. 네가 무엇을 할지 무엇이 되어 있는지는 지금의 나에게 달려 있는 것 같아. 지금의 가장 우선 목표는 대학 생활 열심히 하고 지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가지 수업을 듣 고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해서 남부럽지 않은 대학생활을 마치는 거야. 그리고 더 열심히 공부해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어. 먼 미래의 네가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어있으면 진짜 좋겠다. 그렇게 되기 위해 난 앞으로 더 노력 할 거야. 많은 경험도 하고 공부도 많이 해서 사람들 에게 많은 정보들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싶어. 진짜 내가 생각해도 멋진 것 같아. 앞 으로 좌절도 많이 하고 포기 하고 싶을 때도 많을 거야. 왠지 이 글을 쓰면서 왠지 내 꿈에 한발 나아가는 기분이 든다. 너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새로운 꿈은 가졌니? 진 짜 만화나 영화에서처럼 만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너도 너대로 나도 나대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자! 2014년의 손석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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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행복한 죽음은 인생의 성공이다. 2014260005 손석구

탄생과 죽음. 이 두 가지는 우리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아무도 스스로 탄생을 원해서 맞이할 수 없는 것이고 죽음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자살을 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으니 죽음은 자기 마음대로 맞이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자살하는 사람 들도 자신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상황이 올 거라고 예상하고 원했겠는가. 우리는 평소에도 힘 든 일이 닥치면 ‘죽겠다.’, ‘죽고 싶다.’ 이런 말들을 아무 거리낌 없이 뱉곤 한다. 우리가 이 런 말을 할 때, 지금 필자가 글을 쓰고 있을 때에도, 독자가 읽고 있을 때에도, 많은 사람들이 삶을 더 살고 싶지만 원하지 않는 죽음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삶을 살아 가는 것을 감사해야하며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선 인생에 대한 세 가지의 질문과 답이 나온다. 사 람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이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가. 이 세 가지의 질문을 톨스토이는 이야기를 통해 답한다.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은 사랑 이다,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내일 자기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아는 것, 사람은 사랑을 위해 살아간다. 필자는 두 번째 답인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내일 자기에게 무엇이 필 요한지 아는 것이 제일 와 닿는다. 이 말은 끝이 언제 올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왜 열심히 살아가야하는 가 우리 모두 세계의 유명한 위인, 아니면 선행을 열심히 했던 사 람들, 그들의 죽음을 뉴스로 들어봤을 것이다. 그들의 죽음은 어떠한가.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죽음에 슬퍼하고 애도를 한다. 언젠가 우리들도 그들처럼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그들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도 살아가면서 우리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 할 주변 사람들을 많이 만들어 놓 는 것이 얼마나 멋진 죽음인가. 우리가 눈을 감을 때 ‘그래도 우리의 삶이 그렇게 의미 없는 삶은 아니었구나.’ 라고 생각하며

행복하게 맞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필자는 인생을 크

게 보면 두 가지를 이뤄야 행복하고 멋진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두 가 지 중 첫 번째는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들을 만드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자신의 죽음을 끝까지 지킬 사람들을 만드는 것이다. 간단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누가 죽을 때 반드시 이런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어떤 일이든 그 일의 성공을 위해 노력한다. 인생 최고의 성공이란 남들보다 높은 지 위, 남들보다 부자로 사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인생 최고 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 행복한 죽음이라는 성공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야할 것이 고 행복한 죽음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을 감사해야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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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범법심판도 종교탄압인가. 2014260005 손석구 금수원은 폭풍전야다. 구원파의 총본산 금수원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전국각지의 구원파 신도들이 속속 집결중이다. 금수원을 통과하는 길목을 차량으로 막고 신도들이 인의장막을 치 고 있다. 어찌된 일인가. 그 시작은 세월호 참사부터 시작된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는 우리 사 회의 여러 문제점, 비리와 부정, 안전 불감증, 사건 관계자들의 사회적 책임 회피, 정부의 무 능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합쳐서 만들어진 사건이지만, 이 중에서도 이 사건을 야기한 청해 진해운의 책임도 많다. 청해진해운은 승객들의 안전과 구호는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 다. 고작 청해진 해운의 연간 직원 안전교육비가 4150원이라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인가. 이러 한 부실경영의 배후에는 구원파라 불리는 종교 집단이 있었다. 또한 구원파의 실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범법 행적이 드러나면서 그의 어마어마한 범법행위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유병언 전 회장은 검찰출두 명령에도 응하지 않고 도피를 했고 검찰은 유병언 회장이 있을 거라 추정한 금수원으로 찾아가 강제로 영장을 집행할 생각이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 유병언 전 회장의 검찰출두를 구원파 신도들은 종교탄압이라고 억지를 쓰고 있다. 그들은 지 금 법과 체제 보다는 자신들의 교주인 유병언 전 회장이 우선시 된다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 다. 그들이 말하는 종교의 자유는 무엇인가. 유병언 회장이 저지른 위법행위는 마땅히 죄 값 을 치뤄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인 문제로부터 시선을 돌리기 위 한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한다. 당연히 정부는 유병언 전 회장 사건을 이번 세월호 참사책임의 회피책으로 이용하지 않아야한다. 나라가 있고 법이 있어야 종교의 자유가 있다.

신자들은 조직적으로 유병언 전 회장의 도주

를 도와주고 있다. 벌써 여러 신도가 범인 도피혐의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고함 난동, 진술 거 부 등으로 검찰은 수사에 저항을 겪고 있다. 이것은 법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이렇게 법을 어 기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하는 것은 어린아이의 생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신도들을 사체를 들여서까지 돈을 내라고 하는 오로지 돈만 밝히는 구원파. 이 종교는 유병 언 전 회장 일가의 돈벌이 수단일 뿐이다. 돈을 못 구하면 폭행하고 빚으로 가정을 파탄시키 고 사람들을 돈 때문에 때려죽이는 종교가 과연 종교이고 그들이 말하는 돈을 원하는 신이 과 연 신일까? 필자는 구원파 신도들은 이번 수사에 협조를 해야 하고 법보다 종교를 우선시해서는 안 된 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유병언 전 회장을 빠른 시일 내에 체포 수사하여 이런 종교에 대한 악 용, 안전에 대한 미비, 불법적인 영업행태 이런 것들을 가능하게 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 관련자들을 밝혀내야한다. 만약 짚고 넘어가지 않게 된다면 다음은 배가 아닌 기 차, 빌딩, 비행기에서 또 다른 희생자들이 발생할 수 있고, 우리가 피해자가 될 수 있을 것이 다. 지금이라도 유병언 일가는 법의 심판을 받고 세월호 피해 유가족들에게 보상하는 책임 있 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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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과제 <동욱>

안녕하세요! 저희는 5조 이효행, 민다정, 손석구(왼쪽부터) 입니다. 저희는 이번 사진 찍기 활동 때 인문대 앞에 계단에서 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발자국이 지나간 장소라 계단에 페인트칠도 많이 벗겨져있고 사진 찍기에 적합한 장 소는 아닌 것 같아 그냥 지나치려했지만, 계단에 그려져있는 호랑이를 보고 사진을 찍기로 결 정했습니다. 고려대학교를 상징하는 호랑이와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학교에 대한 자긍심을 다 시 갖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또 벗겨진 페인트칠을 보고 저번 ′역사속의 고려대학교′세미나 때 배웠던 학교를 위해 애쓰신 분들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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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과제 <동욱>

청소년 범죄 2014260005 국어국문학과 손석구 사고와 표현시간에 ‘동욱’이라는 소설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 연쇄방화범 동욱과 그의 담임선생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동욱은 모두에게 버림을 받고 외면 받아왔다. 이러 한 무관심은 동욱을 연쇄방화범으로 만들었다. 모두들 동욱의 범죄에만 관심이 있을 뿐 동욱 이 왜 그랬는지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물론 방화를 저지른 동욱도 잘못이 있으나 이렇게 되기 전까지 무관심했던 모두의 잘못도 있다. 이러한 사회의 무관심은 동욱을 더 구석으로 몰 았고 동욱을 이 지경까지 만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도 청소년 범죄가 매우 심각하다. 가면 갈수록 더욱더 무거운 죄를 저지르 는 청소년이 증가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범죄를 심판하기만 바쁘다. 이러한 범죄를 저지 르는 청소년들은 처음부터 그래왔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살아왔던 환경이 삐뚤어진 그들을 만들었고 그런 범죄를 저지르면 무관심으로 그들을 버리고 외면한다. 우리가 그들이 삐뚤어지 기 전에 한번이라도 더 살펴보고 관심을 가져주고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었다면 그들이 이 지 경까지 되었을까? 모든 것을 그들 탓으로 돌리지 말고 우리사회도 반성해야지 않을까? 우리 는 앞으로 환경이 어렵거나 힘든 그들을 보살피고 사랑으로 감싸주어야 한다. 우리가 그들의 입장을 한번이라도 더 생각해주고 다가간다면 그들도 마음을 열고 바르게 그들의 앞길을 나아 갈 것이다. 집, 학교에서부터 바뀌어 나간다면 청소년 범죄도 줄어들 것이고 좀더 따뜻한 사 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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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기말 대체 레포트 2014260005 국어국문학과 손석구

1. 북유럽 복지 모델에서 배울 점

북유럽은 세계에서 복지가 잘 되어 있다고 소문난 곳이다. 그 중에서 스웨덴은 흔히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라고 알고 있고 실상 또한 복지혜택이 뛰어난 나라다. 그렇다고 해서 스웨덴 의 복지사회는 공짜가 아니다. 세금을 어떠한 방법으로 모아 어떠한 방법으로 나누는 것이 중 요하다. 스웨덴의 ‘연대임금’정책은 노사정 합의에 의해 1950년대부터 시행되었다. 기업의 지 불능력에 관계없이 동일한 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연대임금은 생산성 이 높은 기업의 노동자들은 임금인상을 자제시키고 실적이 좋지 않는 기업의 노동자들은 지불 능력을 초과하는 임금을 받는다. 결국 기업이윤과 임금 간 상관관계보다는 저임금 부문의 임 금상승을 우선시하는 제도이다. 이정환씨가 이를 ‘동일 노동에 동일임금’을 지급하는 이 원칙 은 대기업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 사이의 임금 차별을 줄이는 유효한 장치가 되고 있다.1)라 고 쉽게 풀이 하였다. 이 제도는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높은 대기업 노동자들의 경우 더 많 이 임금이 깎이는 것을 감수해야한다. 그래서 이러한 사회적 합의는 강력한 연대의식 중앙조 직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스웨덴에서는 당장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수출 중심 대기업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도입되었고 여성노동자들의 임금인상에 큰 기여를 하였다. 이러한 복지제도를 꾸리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세금이 필요하다. 스웨덴도 많은 양의 세 금을 걷기 때문에 가처분소득이 많지 않다. 그래서 스웨덴 사람들은 이케아와 같은 실용적이 고 단순하면서도 저렴한 물건들을 산다. 이것은 스웨덴 사람이 소박하고 검소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소득의 절반가까이 세금을 내니 소비의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과시성 소비를 적게 한다고 한다. 거기다 주거, 양육, 교육, 노후 등이 사회보장으로 해결되니 돈을 많이 쓸 일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복지국가도 크게 두 가지 면에서 문제가 생긴다. 하나는 재정적인 문제 이다. 갈수록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확산으로 삶의 위험은 증가하는데 사회보험으로 이를 감당 하기가 버거운 것이다. 특히 실업 문제가 치명적인데, 결국 국가부채가 늘거나 사회보장이 축 소 될 수 있다. 둘째는 복지제도를 구축하는 과정이 불행하게도 우리가 이웃을 생각하는 인간 적 심성들이 약해지는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강수돌교수님은 “복지국가가 시스템적으로는 그렇게 잘 움직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사람냄새가 나지 않는다. 병원에 호스피탤리티가 없다. 그런 면에서 복지라는 개념도 국가화하고 시스템화하면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나 관계가 냉 정한 기계 같은 것으로 대체되어버린다는 것이다.”2)라고 말했다. 복지사회를 만들더라도 기계 적인 것이 아닌 따뜻한 마음이 살아있는 그런 것들은 만들어야하는 데 그것이 공동체 마인드 이다. 사회적 위험을 개인에게 맡기는 것도 위험하지만 국가 기구에만 맡기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 스웨덴의 복지모델에서 배울점은 우리도 경제민주화를 통한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1) 강수돌(교수),이정환저, 『한국 경제의 배반』, 굿모닝미디어,2013,P114 2) 강수돌(교수),이정환저, 『한국 경제의 배반』, 굿모닝미디어,2013,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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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는 세 가지가 중요한 것 같다. 첫째는 우리모두 강력한 사회적 연대의식을 가져야하고, 둘 째는 중앙조직에 대한 신뢰, 셋째 성장 지상주의탈피이다. 현실적으로 양극화가 심한 지금의 우리나라는 당장 모든 사람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적당한 기 준선을 정하고 그 이하는 면세하고, 점점 직접세를 부과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인 것 같다.

2.왜 삼성없는 한국을 상상못하나. 어떠한 사람들은 박정희의 국가주도 계획경제를 높게 평가한다. 그들은 박정희의 개발독재 방식의 경제정책도 결과적으로 세계시장으로부터의 보호와 자본가 통제를 잘해서 나름의 성과 를 냈다고 본다. 이와 비슷하게 식민지근대화론 옹호자들도 있다. 식민지근대화론을 내세우는 자들은 일본제국주의 식민지 정책, 즉 지배와 자원 수탈을 위한 철도건설 등의 근대화 정책이 결과적으로 한국경제를 근대화하는데 기여했다고 주장하였다. 이 두 가지 주장의 공통점은 동 기와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로만 판단 한다는 것이다. 식민지근대화론은 제국주의적 착취관계 를 은폐할 위험이 있고, 국가주도 개발독재 방식 옹호도 개발독재를 은폐할 위험이 크다. 이 처럼 목적도 중요하지만 과정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재벌도 삼성과 같이 이름이 문제가 아니라 재벌의 행위방식, 경영방식이 문제이다. 또한 그 들의 무자비한 횡포가 문제이다. 그래서 재벌해체론과 재벌 활용론이라는 두 가지 주장이 나 온다. 여기서 특히 재벌 활용론은 재벌해체를 하면 시장에 맡겨두는 게 되므로 결국 주주자본 주의가 되므로 재벌을 활용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흑백논리나 이분법이 라고 본다. 이에 대해 강수돌 교수님은 “재벌이냐 시장이냐 식의 이분법은 곤란하다. 이를테 면 재벌도, 시장도, 국가도 경제를 좌우해선 안 된다. 일하는 사람들이, 민초들이, 풀뿌리가 민주적으로 경제를 구상하고 실행하는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 최소한 민초를 존중하는 경제가 되어야한다.”3) 라고 말한다. 결국 재벌활용은 재벌의 품안에 안기는 꼴이 되고 변화 없이 시 간낭비를 하는 것이다. 재벌을 통제하는 방법은 크게 전체 사회 차원과 개별 기업 차원으로 나눠서 각기 노동자나 그 대표기구가 최고 의사결정, 경제와 투자계획, 인사계획, 재무계획, 법적참여를 하는 방법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물론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 쉽지 않은 문제지만 전체여론이 수 렴되고 대통령의 마인드가 그렇게 형성되면 가능하다고 본다. 예로 남미의 경우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쿠바 같은 나라가 더 이상 IMF가 요구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거부 하고 신자유주의적인 자유무역이 아닌 호혜적인 민중무역협정을 맺었다. 이런 식으로 세계적 연대가 형성되면 세계시장의 상황, 자본주의 차원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힘이 생긴다. 기업수준에서도 경영민주화의 관점에서 총수의 리스크 테이킹에 의존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민주적으로 의견을 물어 결정을 내리고 추진을 하면 지금 같은 노사 간 투쟁과 같은 사회적 비용이 크게 들지 않을 것이다. 보통은 기업의 수익을 보고 평가를 하지만 경제적 성공이 더 디거나 못해도 그 과정이 민주적이고 인간적이라면 성공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윤리경 3) 강수돌(교수),이정환저, 『한국 경제의 배반』, 굿모닝미디어,2013,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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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 사람들이 더욱 단단하게 뭉치게 하여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삼성전자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이유 모를 백혈병에 걸리는 사건이 속출하고 있다. 그래서 삼 성전자 창사 이래 최초로 반도체 생산 라인을 언론에 공개하였지만 피해자들이 일했던 낙후된 1~3라인이 아닌 자동화 비중이 높은 5라인과 최신 설비를 갖춘 S라인이였다. 삼성전자는 산 재 이야기를 꺼내면 증거를 가져오라고 말한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퇴사한 이후 공장을 방문 할 수 없었고 일부 라인은 폐쇄되거나 대체되었다. 삼성전자는 영업비밀이라는 구실로 작업환경이나 약품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근로복 지공단 역학조사팀 보고서에서 국소 배기장치가 가동되고 있다고 적혀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삼성전자의 주장이 옳을 수도 있다. 아직까진 근로자들의 백혈병이 직무와 연관 되어 있다는 근거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직까지 고통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있고 이 들이 계속 죽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삼성전자의 작업환경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나 그런 변화를 이끌어낸 피해자들의 희생과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삼성 백혈병 은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이나 전자 제품이 결국은 이웃의 생명을 희생시켜 만든 것이라는 점 을 상기시킨다. 이러한 것을 의식하는게 시민의 책임의식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스스로 를 기만하는 것이다. 이러한 식으로 물질적인 소비, 대중 소비라는 유혹의 기초는 결국 노동자, 나아가 중소영세 하청업체의 착취라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2013년을 뜨겁게 달군 ‘갑을 관계’ 논란 등에서 드 러난 불평등하고 부당한 구도가 없어져야 한다. 강수돌교수님은 ‘사회적 필요’라는 차원에서 그런 식으로 생산하고 판매하는 게 옳은다, 그렇게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걸 소비하는 것도 옳 은가, 하는 문제의식이 핵심.4) 이라고 말했다. 재벌 해체와 같은 사회적 구호가 나오는 이유는 이런 부당한 구조를 대물림해서 안 된다는 것이다. 전문적 역량도 없는데 혈족이라는 이유로 경영권을 이어받는 형태는 봉건시대에서 가 능한 일이다. 또한 소수의 지분으로 순환출자를 통해 기업을 사실상 지배하는 구조도 엉터리 이다. 재벌이나 대기업 등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노동자들을 존중하고 제품이나 서비스 도 필요에 걸맞게 제공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납품 업체를 억압하거나 횡포를 일삼고 동네 상권을 위협하면서까지 이윤추구에 혈안이 되어있는 것은 경제 행태가 완전히 잘못 된 것이 다. 독일을 보자 독일은 삼성 같은 기업이 없어도 잘 굴러간다. 독일은 부자 한 명이 아닌 수 많은 중산층이 만들어나가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강수돌 교수님의 《한국 경제의 배반》이란 책 에서는 규모는 작지만 경쟁력이 강한 ‘히든 챔피언’이라고 불리는 기업들이 독일에는 무려 1,300여 개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 배경에는 기술력뿐만이 아닌 노사 공동 의사결정 문화가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돈 있고 힘이 센 ‘강자’ 동일시 태도가 강하다. 역사적으로 식민지를 당한 경험과 전쟁에서 약육강식을 겪은 경험, 경제개발 과정에서 힘센 자가 큰소리치는 것을 본 경험이 ‘강자동일시’ 심리를 집단적으로 강화하였다. 오늘날 우리는 ‘삼성’이 한국경제의 대표라 생각하고 국가대표 축구팀을 응원하는 논리와 마찬가지로 무조건 편을 들지만 설사 축구팀이 이긴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당장 달라지는 것

4) 강수돌(교수),이정환저, 『한국 경제의 배반』, 굿모닝미디어,2013,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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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삼성이 일등기업이 된다 하여 당장 우리의 삶이 달라지지 않는다. 중요한건 누구나 존중받으며 자기 땀의 대가를 인정받는 그런 사회와 경제를 만드는 일이다. 삼성 없는 한국, 서울대 없는 한국을 상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새로운 사회가 희마하게나 마 솟아오를 것이다. 이에 이정환씨는 《한국경제의 배반》에서 국가라는 것은 ‘상상의 공동체’라고 말한다. 삼성이 고용하는 노동자는 15만 명, 가족들을 포함하여도 50만 명이 되지 않는데 삼성이 잘돼야 나 라가 잘되고 나라가 잘돼야 우리 모두가 잘살게 된다는 착각에 빠져든다. 그러나 실제로 삼성 의 당기순이익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 주주들의 몫이고 매출도 대부분 해외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면 삼성을 한국기업이라고 보기 힘들고 한국 기업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베네딕트 앤더슨이 말한 ‘상상의 공동체’이론은 그동안 우리가 생각한 민족과 국가에 대한 환상을 잘 깨주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모든 국민은 국가나 민족에 충성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래서 민족과 국가가 잘되어야 나도 잘된다는 생각이 당연시 되었다. 그러나 국가가 자본을 위한 망상의 공동체에 불과하다는 말은 처음에는 의구심이드나 차분히 들여다보면 일리가 있 는 말이다. 최소한 지금의 현실에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시대에 자본은 민족이나 국가가 무한한 돈벌 이에 도움이 되는 한에서만 그에 충성하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순간에는 얼마든 지 버리고 떠난다. 심지어 자기 민족, 국가에 세금 한 푼 내지 않으려고 해외의 조세피난처를 적극 이용하기도 하고 말이다. 말로는 자본이 경제발전, 고용창출, 지역개발, 복지 따위를 외 치나 이 모든 것은 돈벌이가 잘된다는 전제이다. 결국, 민족이나 국가는 자본의 이용 대상으 로만 쓸모가 있다는 뜻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야말로 이러한 자본의 본질이 가장 적나 라하게 드러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어릴 적부터 폭력에 대한 상처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어른이나 힘센 녀석에 게 두들겨 맞았던 기억이 강자숭배심리를 낳고 약육강식의 세상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내가 속한 기업, 내가 속한 나라가 무조건 최고가 되어야하는 것이 자기 자신의 문제인 것처럼 자 연스레 변해 버린다. 이것이 경쟁의 내면화과정이다. 그러다 보니 타인의 상처에 무감각해지 고 자기 자신만 강자가 되고 싶은 의식이 굳어진다. 바로 여기서 미시와 거시저가 만난다. 그 만큼 사회변화의 가능성도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최고의 기업과 최고의 국가도 중요하지만 우리 모두 인간다운 삶을 더욱 추구해야한다. 돈 벌이에 혈안인 자본에서 벗어나 자신이 일한 것에 정당한 대우를 받고 존중받는 사회와 경제 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없어도 당당하고 경쟁력이 있는 우리나라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3.수출만이 답인가.

우리나라는 수출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수출이 한계를 맞는다면 어떻게 되는가. 그 래서 내수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 말을 들으면 일리가 있다. 그러나 왜 수출이 필 요한가, 왜 내수가 필요한가를 따져 보면 사태가 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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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중심의 성장이란 값싼 노동력과 값싼 원료를 이용해 달러를 많이 버는 것이다. 이런 성 장은 결국, 사람과 농촌, 자연을 희생시키고 수출 좋은 대기업만 이득을 얻고 재벌이 부를 축 적했다. 수출이 어렵다면 내수를 늘리자는 말도 결국은 돈벌이가 되는 국내 시장을 키우자는 것이다. 그런데 수출이나 내수나 결국은 소비를 부추기거나 자원을 낭비하는 시스템이 되어 버렸다. 계속해서 신제품이 나오면서 교체를 하라는 식의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다. 광 고나 유행이 아직도 생생한 제품을 버리도록 부추긴다. 이런 것은 발전이라고 할 수 없다. 요 즘 가전제품의 수명 주기가 몇 개월도 채 되지 않는다. 아직 브라운관 티비가 잘나오지만 디 지털티비가 나오면서 더 이상 브라운관 티비로 보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반강제 적으로 새 제 품으로 바꿔야 되는 것이다. 이런 것을 내수창출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렇게 자본주의는 낭비를 만든다. 이런 것을 진지하게 인식하면 우리는 덜 생산하고 덜 소 비하면서도 더 여유롭게 사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강수돌교수님은 “‘부유한 삶’이 아니라, ‘소박한 삶’이 대안이 될 수 있고 끊임없이 벌고 끊임없이 생산하는 방식은 더 이상 지속가능 하지 않다.”5)고 하였다. 초기 가톨릭 운동가였더 피터 모린이 말했듯이 “모두 부자가 되려하면 아무도 부자가 되지 않을 것이지만, 모두 가난해지려 하면 아무도 가난해지지 않는다.”는 진리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보면 이런 태도가 더불어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공동체의 구성 원리이다. 진정한 공동체는 복지사회이다. 그러나 조심할 점이 있다. 우리가 대개 ‘복지사회’라고 하면 ‘국가복지’를 떠올리나 사실은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의 관계망 속에서 구현하는 복지가 참된 복지라는 것이다. 일례로 박경미 선생님의 《맘몬의 시대, 생명의 논리》라는 책에서는 기독교가 국교로 공인되 기 전에 유럽 사회에는 각 마을의 가정마다 나그네를 위한 초와 빵 한 조각과 이불을 마련해 두었다고 한다. 이것이 이반 일리치 선생의 ‘우정과 환대’의 원형이다. 칼 폴라니가 말한 ‘호 혜와 선물’의 경제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기독교가 국교로 공인되고 모든 것이 '제도화‘되 었다. 나그네가 오면 사람들은 무조건 게스트 하우스로 가라는 식으로 되었다. 복지가 제도화 하다 보니, 사람들 속의 따뜻한 마음이 사라지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제도화 과정이 호혜의 문화를 죽이게 된 것이다. 우리는 수출 중심의 대안이라며 내수를 키울 것이 아니다. 경제 발전이 아닌 오히려 낭비를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것을 인식하고 덜 생산하고 덜 소비하며 여유롭게 살며 행복을 추구하는 진정한 공동체를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진정한 공동체 즉, 복 지사회를 모든 것이 제도화 되어 있는 국가복지로 생각하면 안 된다. 또한 복지라는 것도 공 동체적 해결에 필요하나 우리의 가슴속의 따뜻한 마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 한다.

5) 강수돌(교수),이정환저, 『한국 경제의 배반』, 굿모닝미디어,2013,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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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봄 학기 노동시장과 인적자원 팀 보고서 우리가 하는 노동, 우리가 하고 싶은 노동 살기 위해 일하나, 일하기 위해 사나... 노동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며...

제 11조 조장 : 15.국문학과 2014260047김 민우 조원 : 20.영문학과 2014260170 이 가현, 1.국문학과 14학번 손 석구, 13.국문학과 2014260044 이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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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정과 인간 삶◆

I. 노동이란 무엇인가? (1). 노동과정이란? (2). 노동과정의 요소들 a. 노동력 b. 노동대상 c. 노동수단

(3). 노동은 왜 필요한 것인가? ⅠⅡⅢⅣⅤ

II. 노동의 목적과 과정속의 문제점들 (1). 노동을 통한 행복추구 a. 생계활동의 측면 b. 생명활동의 측면 c. 노동의 목적

(2). 노동의 부작용 a. 이스털린의 역설

(3). 노동의 문제점 a. 산업재해 b. 노사간 갈등

III. 결론 (1). 우리가 추구해야할 사람을 위한 진정한 노동의 방향 a.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노동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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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노동이란 무엇인가? (1) 노동과정이란? 노동과정이란 무엇인가? 현대사회에 들어 많은 의미로 확장되고 있지만. 그것의 사전적인 의미는 다음과 같다. 인간의 능력에 의하여 유용한 생산이나 서비스에서 결과를 산출하는 행위를 조직하는 체계 를 말한다. 이러한 생산이 체계를 확립하는 사람의 목적이며 생산은 공동작업을 필요로 한다 고 이해되고 있다. 노동과정은 모든 사회형태에 공통된 인간과 자연 사이의 물질대사과정이며 인간이 존립하는 데 있어서 불가결한 조건이다. 자본도 이 노동과정을 포섭함으로써 비로소 하나의 생산형태를 갖추게 된다. 노동과정의 간단한 계기는 합목적적(合目的的)인 활동 또는 노동 그 자체, 노동의 대상, 노 동자가 그것을 매개로 하여 노동대상에 작용하는 노동수단 등이다. 이 노동과정은 그 성과인

생산물의 입장에서 고찰하면 생산과정이 되고, 여기에서는 노동수단과 노동대상은 생산수단으 로 나타나며, 노동 그 자체는 생산적 노동으로 나타난다. 인간의 노동은 그 목적의식성에 있어서 자연 속에 매몰된 동물의 본능적 행동과 구별된다. 또한 인간에게는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고난 신체적 여러 기관에 속박된 생활밖에 할 수 없는 동물과는 구별된다. 따라서 인간은 ‘도구를 만드는 동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목적의식성과 도구의 사용으로 조건이 허락하는 한 모든 사용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 고 하는 인간 노동력의 특질이 생기게 된다. 인간은 자기자신의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욕망에 구속되지 않는 목적을 세우고, 자기의 신체적 제한을 도구 등 생산수단의 사용으로 극복할 수 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본제(資本制) 생산의 발전과 함께 숙련(熟練)도 개인적 기능으로부 터 과학적 기술로 전화되어, 보통의 노동자라면 교육을 통하여 획득할 수 있는 것으로 변화된 다. 노동을 통한 자연의 가공은 동시에 노동의 주체인 인간의 여러 가지 능력을 변화 ·발전시 킨다. 이런 뜻으로 보면 이상과 같은 인간노동의 특질도 오랜 역사과정을 통한 노동과정의 산 물이다. 노동과정의 일반적 본성은 노동자가 노동과정을 자기자신을 위하는 것이 아니고 자본가를 위해서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변화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본가의 작업장에 있어서는 노동자의 노동력 사용, 즉 노동은 자본가에 속하므로 노동자는 자본가의 통제하에서 노동을 하게 되고, 노동의 성과인 생산물, 나아가서 잉여생산물도 자본가의 소유가 된다. 따라서 자본주의에서의 노동과정은 동시에 자본의 가치증식과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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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노동과정의 요소들-마르크스『자본론』 마르크스는 노동 과정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면서 여기에는 다음과 같 은 여러 요소들이 개입되어 있다고 말한다. 위에서도 언급된 바 있는 노동 과정의 단순한 요소들은 ① 인간의 합 목적적 활동, 즉 노동 그 자체, ② 노동 대상, ③ 노동 수단이다.(마르 크스의 『자본론』1권 193/236-7)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내용에 따르면 노동이 실제적으로 이루어지 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소가 요구된다고 한다. 우선 ① 인간의 합목적적 활동으로서 '노동'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을 마르크스 는 때로는 '노동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② 이러한 노동이 가해지는 '노동 대상'이 있어야 한다. ③ 인간과 노동 대상을 매개하는 '노동 수단'이 있어야 한다. 이 중에서 '노동 대상'과 ' 노동 수단'을 합쳐서 '생산 수단'이라고 부른다. 노동이 이루어지는 구체적 과정 즉 노동 과정에서 인간의 '노동' 또는 '노동력'은 가장 중심 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①노동력 노동이 이루어지는 구체적 과정 즉 노동 과정에서 인간의 '노동' 또는 '노동력'은 가장 중심 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노동 과정에서는 인간의 활동이 노동 수단을 통해 노동 대상에 처음부터 의도하고 있던 변화 를 일으킨다.(1권 195/239) 노동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간의 '노동' 또는 '노동력'이다. 여기서 '노동력'이 노 동을 할 수 있는 잠재적 힘이라면, '노동'은 이러한 노동력이 실제로 사용된 것이다. 이미 앞 의 '노동' 개념에서 살펴보았듯이, 노동이란 인간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보편적 삶 의 활동으로서 인간과 자연의 상호 작용이자 합목적적 활동이다. 노동은 노동 수단을 사용하 여 노동 대상에 변형을 가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노동 과정에서 노동은 이러한 생산 수단과 결합된 형태로 나타난다. 이때 노동이 '주체적 요소'라면 생산 수단은 '객체적 요소'가 된다.

②노동 대상 '노동 대상'이란 노동이 가해지는 대상, 따라서 노동을 통해서 가공되거나 변형되는 대상을 가리킨다. 이러한 노동 대상에는 '천연적 노동 대상'과 '가공된 노동 대상‘이 있다.'천연적 노 동 대상'은 자연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주어진 노동 대상을 가리킨다. 즉 인간의 노동을 통해 가공된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 그대로 존재하는 대상을 가리킨다.노동 대상에는 천연적 노동 대상 이외에도 '가공된 노동 대상'이 있는데, 이것은 과거에 노동을 통해서 가공된 것 즉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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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를 가리킨다.

③노동 수단 노동 수단이 존재한다. 노동 수단은 인간의 노동과 노동의 대상을 매개하여 작업을 수월하 게 하기 위한 도구이다.

노동 수단(Arbeitsmittel)이란, 노동자가 자기와 노동 대상 사이에 끼워 넣어 이 대상에 대한 자기의 활동의 전도체로 이용하는 물건 또는 여러 가지 물건들의 복합체이다. 노동자는 여러 물질들의 기계적, 물리적, 화학적 성질들을 이용해서 그 물질들을 자기의 힘이 도구로서 자기 의 목적에 따라 다른 물질들에 작용하게 한다.(1권 194/237) '노동 수단'이란 노동자가 노동 대상에 대한 작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데 사용되는 도구 이다. 이러한 노동 수단에는 돌, 칼, 망치와 같은 단순한 도구부터 시작하여 기계와 같은 복잡 한 도구가 포함된다. 인간은 이러한 노동 수단을 사용하여 자신의 힘을 노동 대상에 전달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노동 수단의 힘을 활용하여 효과적으로 일을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노동 수단에는 기계나 도구와 같은 '생산 도구‘뿐만 아니라 건물이나 에너지, 운송 수단, 통신 수단 등도 있다.

(3)노동은 왜 필요한 것인가? 그렇다면 노동은 왜 필요한 것일까? 원초적인 이유인 생존을 위한 노동의 관점에서 살펴보 면, 우리가 삶을 계속 영유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영양소의 섭취가 필요하다. 또, 영양소의 섭취를 위해서는 음식을 먹어야 하고, 현대사회에서 이 음식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가 를 지불해야 한다. 때문에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음식)를 얻기 위해서는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인 노동을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와 먼 과거일수록 단순한 생존을 위한 노동활동이 대부분이었다. 삶을 영유 하기 위한 재화가 풍족하다 못해 넘치는 현대에서 생존유지의 대한 걱정이 줄어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동을 생존을 위한 행위를 넘어서 행복추구를 위한 노동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산업화의 발달로 인하여 식량(재화)의 보급률이 대폭 상승하였기 때문에 이제는 노동활동을 통해 얻은 돈을 생존을 위한 음식(재화)을 얻기 위해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취미 활동, 사회 활동을 하기 위해 지불한다는 것이다. 즉, 안정된 생계활동으로 인해 살림살 이의 윤택함과 행복한 삶을 추구할 여유가 생기게 되었고, 현대 사회 노동자들의 대부분의 노 동의 목적은 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함으로 노동을 행하고 있다. 하지만 행복추구를 위한 노력 (노동)에도 불구하고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많 은 노동의 부작용들과 노동과정들 속의 여러 문제점들이 노동자들의 노력(노동력)들을 배신하 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조사를 통해 이러한 노동의 문제점들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다. 그 래서 이러한 문제점들로 인하여 나타나는 각박한 우리네 인간 삶들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보 고서를 작성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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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노동의 목적과 과정속의 문제점들 (1)노동을 통한 행복추구 인간이 삶을 영위 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이자 행위인 노동은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나뉘 어질 수 있다.하나는 a.생계 활동의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b.생명활동의 측면이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에 먹고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되는데 이를 위해 행 하는 노력(노동)이 생계 활동의 측면의 노동이다. 생명활동의 측면이란 뭔가 활발히 움직여 창 조하고자 하는 내면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말한다. 이를 각각 생물학적인 측면과 사회 적인 측면에 빗대어 표현할 수 있고 우리는 이 두가지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 겠다. 인간의 역사는 시간이 갈수록 과거와 비교하여 엄청난 생산력이 발전을 이룩해 왔다. 이를 참고해 이 두 측면을 시간의 흐름으로 살펴보면 먼 과거일수록 생계 활동의 측면이 강하 고 현재에 가까워 질수록 생명활동의 측면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c.노동의 목적 앞서 최근 현재에 가까워질수록, 앞으로 갈수록 노동측면의 경향이 생명활동의 측면이 강해진 다고 서술했다. 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생산력에 발달로 인해 인간은 생계활동에 큰 부담없는 삶을 살게되었고 생명 활동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인간 사회의 발전으로 생계 활동의 비중과 생명활동의 비중이 뒤바뀐 것이다. 그렇게 현대의 노동을 하는 사람들, 즉 노 동자들의 노동의 목적은 생계활동의 목적도 있지만 생명활동(취미활동, 사회활동)의 목적이 강 하다고 할 수 있다. 즉 단순한 생명유지를 위한 행위를 떠나 노동을 통해 돈을, 즉 강한 경제 력을 마련하여 결국엔 경제력을 통해 행복감을 얻는 것이 목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노 동을 하여 돈을 벌어 많은 사회 할동을 할수록 많은 행복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고 노동에 임하고 있다.

(2)노동의 부작용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현대의 인간의 노동의 목적의 대다수는 사회활동을 하기 위함, 즉 행복 감을 얻기 위함으로 보았다. 그렀다면 생산을 위한 노동을 많이 하면 할수록 행복감도 상승하 는 정비례관계가 성립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노동과 행복감의 관계가 정비례 의 관계로만 나타나지는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어 노동이 많이 발생하여 경제력 이 막강한 강대국 등의 행복감은 그보다 가난한 나라의 국민의 행복감보다 항상 높지만은 않 다. a.이스털린의 역설 이스털린의 역설이란? 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이 맞다, 옳다 고는 할 수 없다. 하지 만 노동으로 인한 소득이 행복감과 정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점은 맞다고 할 수 있다. 즉 이 이 론에 의하면 현대사회의 노동자들은 행복감이 충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얻을 수 없을지도 모를 행복감에 대한 기대로 인하여 불필요한 노동을 하고 그러한 노동으로 인하여 오히려 행 복의 상승을 반감시키고 있다는 노동의 부작용을 낳고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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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노동의 문제점 지금부터는 노동과정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여러 문제점들의 사례들을 소개하려 한다. 또한 이 사례들 속에 나타나는 문제점들에 대한 고찰을 통해 우리가 앞으로 노력해 나아가야할 노동을 통한 행복한 인간 삶 또한 결론을 통해 제시하려 한다. a.산업재해(삼성 반도체 노동자 故 박지연 양 사례) 지난 2010년, 삼성반도체 충남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을 얻어 투병 중이던 박지연양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3년전 공장에서 방사선 기계로 검사하 는 업무를 맡던 그녀는 방사능에 잦은 노출이 있었고 그로인하여 백혈병이 발생했던건이 원인이 되어 3년간의 투병 생활 끝에 생 을 마감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전에도 삼성반도체 공장에서는 이 와같은 사례가 몇 번 더 있었음에도 불구 하고 근로복지공단은 백혈병과 공장의 환경사이에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산 재 인정을 승인하지 않앗다. 이로 인해 사건은 주목을 받기 시작 하였고 삼성은 “무노조경영과 노동자죽이기의 결실로 배를 불려온 더러운 삼성재벌“이라며 뭇매를 맞은 사례가 있었다. c.노사간 갈등(쌍용자동차의 사례) 쌍용자동차가 대대적인 인원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이에 반발해 장외 투쟁을 벌여나갔고, 필립 머터프 신임 대표 내정자에 대한 선임 반 대 투쟁도 전개할 방침을 추진해서 노사간 마찰이 빚어졌었다. 최근 쌍용자동차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 10일 생산직 782명, 관리직 204명 등 유휴인력 986명을 감축해야 한다면서 협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노조에 보낸 바 있으며, 25일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여유인력 감축 방안을 협의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노조에 재발송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같은 사측의 움직임에 대해 "사측이 공문을 다시 보낸 것은 노조에 통보 후 60일이 지나면 해고를 단행할 수 있도록 한 단협 조항을 이용해 해고를 강행하려는 것"이라면 서, "이를 막기 위해 공문을 반송했다"고 밝혔다.

Ⅲ.결론(노동과정과 인간 삶) a.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노동혁신 지금까지 우리는 노동과정의 정의, 요소, 노동의 필요성, 목적, 사례 등에 대해서 분석했다. 그리고 그 분석들을 통해 노동자들 스스로 선택한 노동활동이 인간 삶의 어떠한 영향을 미치 는지도 고찰해보았다. 이들의 대한 분석을 통해 노동의 부정적 결과, 사례 등 다소 눈살을 찌 푸릴만한 사례들을 접할 수 있었다. 노동으로 인한 인간 삶에의 안좋은 영향의 원인은 노동자 의 행복감의 대한 욕심뿐만 아니라 그 욕심으로 인해 나타나는 제 2, 제 3의 결과들로 나타나 는 노동자 구성원간의 대립, 산업재해 등이 있었다. 즉 역설적이게 말하면, 행복감을 얻기 위 해 시작한 노동활동이 절제되지 못한 욕구로 인해 인간들 스스로를 노동 사회에 조종당하게 되는 원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세상에 완벽한 것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래도 현재 소수를 제외 한 다수는 이러한 만만치 않은 노동사회에 얽매여 노동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목적, 행복감을 제대로 얻어내지 못하고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상향은 살기위해 일하고 행복감을 얻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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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해야 하는데, 노동자들의 행복감을 얻기 위한 무의미한 노동으로 인해 일하기 위해 사는 모 순들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원래는 위에 쓴 것 만큼 노동이 안 좋은 것만은 아니다 단지 초점을 노동의 부정적인 면에 맞추었기 때문에 ‘노동은 필요악이다!’ 라고 오해할만한 소지가 있기는 할 수도 있다. 오 히려 현대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노동은 불가피하다. 노동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가 만든 노동 사회 속에서 노동을 하면서도 서서히 그 틀 자체를 넘어설 때야 말로 노동의 사 슬에서 해방되어 진정한 행복을 추구할 수 있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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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음악의 이해-최 경연 교수님

< A + B = ?> -크로스 오버 음악(cross over music)을 중심으로 국어국문학과 2014260005 손 석구

시작하기에 앞서. “엘라스틴 했어요.” 누구나 한번쯤은 전지현의 엘라스틴 광고를 보고 기억할 것이다. 광 고에 출현하는 연예인의 세련된 이미지와 함께 전달된 광고의 문구가 이와 같이 대중들에게 일면 신선한 충격과 함께 각인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물음에 있어서 필자는 광고의 세련된 시각적 연출력과 더불어 들려오는 배경음악의 강렬함과 신선함을 이유로 꼽 을 수 있겠다. 가령 광고의 이미지와 함께 가야금 산조가 배경음악으로 설정되어있다고 생 각해본다면 이를 수용하는 대중의 입장에선 어색함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즉, 산조가 가 지는 단순한 시간성에서 오는 구시대적인 느낌을 원인으로 지적할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을 십분 이용하여 대중들에게 확실한 인식을 주어야 한다는 광고의 특성을 고려해보았을 때 가 야금산조는 강렬함과 충격성면에서 다소 부족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때문에, 광고의 효 과를 극대화시키고 여운을 남기기 위해서는 ‘보다 색다르고 참신한 음악의 활용’을 현명한 해답으로 꼽을 수 있겠다. 또한 소비자들은 누구나 세련된 것을 추구할 것이다. 그러므로 물건을 세련되고 현대적이게 표현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를 자극하기 쉬울 것이며 결국, 광고주와 감독은 연예인의 현대적인 이미지와 강렬한 음악을 선정했고 이의 효과가 대중들에게 여전히 남아있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판단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광고에서 사용한 음악은 무엇일까. 영국의 퓨전 음악가라고 할 수 있는 bond의 victory이다. bond는 클래식계의 이단아 혹은 클래식계의 악동이라고 불리는 음악 가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단’ 혹은 ‘악동’과 같은 표현들을 통해서 그들을 부를까 라 는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이에는 bond가 추구하는 장르를 통해서 답을 내릴 수 있는데 사 실 이들의 장르를 어떠한 경계선을 선을 그어 말할 수는 없다. 때문에 우리는 복합 혹은 융 합의 성격을 띠는 크로스 오버 음악이라는 장르로 이들을 일면 귀결시켜 칭하고 있다.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 이 장르는 이미 우리 생활의 전반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하여도 과 언이 아니다. ‘21세기는 융합의 시대다.’라고도 하지만 우리는 이미 음악에 있어서의 융합을 생활 곳곳에서 체험하고 있지만 다만 그 융합과 복합의 정도가 상당히 매끄럽고 자연스러워 이의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본고를 통해서는 이러한 크로스 오버 음악(cross over music)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를 진 행하려고 한다. 이에는 크로스 오버 음악에 대한 개괄적인 정보와 개념 등을 먼저 제시할 것이며 이의 기원과 시발점에 관한 정보를 조사하고자 한다. 나아가 보다 확실한 이해를 하 기 위해 위의 샴푸 광고와 같이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예들을 통해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이 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본고를 준비함에 있어서 필자의 견해를 제시하며 끝을 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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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크로스 오버 음악(cross over music)이란?> 크로스 오버 음악(cross over music)이란 어떠한 장르에 이질적인 다른 장르의 요소가 합해져서 만들어진 음악이다.6) 즉, 다시 말해 상이한 성격을 가진 두 음악을 교차하여 새로 운 성격을 띠는 혹은 새로움을 줄 수 있는 음악을 재창조 하는 것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크로스 오버 음악은 퓨전 음악이라고도 불리는데 원래 미국에서 어떤 곡이 몇 종류 의 차트에서 동시에 등장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것에서 그 명칭이 출발하였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교차’, ‘융합’이라는 뜻의 ‘크로스 오버(cross over)'의 단어적인 뜻을 살펴보았을 때 지금 쓰이고 있는 크로스 오버의 음악의 의미는 퓨전 재즈의 음악 장르에서 부터라고 볼 수 있다. 퓨전 재즈를 시발점으로 하여 그 이후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을 음악 가의 주관대로 섞어 새로운 장르를 만드는 크로스 오버 현상이 대두되었으며 꾸준한 발전과 변모의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우리에게 익숙한 장르로 귀착된 것이다. 퓨전 재즈로 지적하였던 크로스 오버 음악의 시작에 대해서 좀 더 세밀한 논의를 해보고 자 한다. 크로스 오버의 시작은 1969년 재즈 음악가인 트럼펫 연주자 마일스 데이비스가 재즈와 록을 결합하여 시도한 음악을 ‘재즈 록(jazz rock)' 혹은 ’록 재즈(rock jazz)‘라고 일컬으면서 부터이다. 80년대 초 컨트리 음악(country music)과 합 음악(pop)을 결합한 양 식이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크로스 오버 음악의 대표 격으로 각광을 받았고 대중 음 악과 클래식 음악의 결합을 시도하여 1980년 대 중반 성악가인 플라시도 도밍고와 미국의 포크 음악 가수인 존 덴버는 [퍼햅스 러브(perhaps love)]라는 곡을 불러 커다란 인기를 얻었다. 하나의 색다른 관점에서 출발한 시도가 음악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가 대중 적인 인기로까지 확산된 것이다. 양한수의 <뉴에이지 음악-그리고 크로스오버 이야기>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크로스 오 버는 현대음악의 상업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서 있는 현대음악을 포괄적인 범주에 두는 뜻이다.” 이를 통해 생각을 해본다면 크로스 오버는 상업화 과정의 일편으로 간주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볼 수도 있으나, 단순히 상업화의 과정이 아니라 새로운 음악 장르를 창작하고자 했던 음악가들의 노력의 산물이라고 보는 것이 온당한 시선이 라는 필자의 견해를 덧붙이면서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고자 한다.

※한국에서의 크로스 오버 음악은?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크로스 오버의 음악의 한국에서의 영향은 무

엇일까? -국내의 경우 1990년대 국악을 이용한 크로스 오버 음악이 시도되기도 하였다. 한국의 음 악사 전모를 살펴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 기원을 정답인 듯 확실하게 말할 수 는 없으나 그 대중적인 인기를 고려하였을 때 한국 대중들에게 각인된 크로스 오버 음악은 서태지라는 가수의 [하여가]라는 곡을 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곡은 국악과 랩을 조화시킨 색다른 곡이었다. 발표된 당시 이상하고 어색하다는 평도 들었으나 국악과 대중가요에 관한 관심을 이끌어낸 긍정적인 역할을 하였음에는 분명하다고 판단 가능하다.

6) 크로스 오버 음악(cross over music), 「두산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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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표적인 음악가와 작품들>

2-1. 끌로드 볼링 크로스 오버 작곡가들 중에서 대표적으로 프랑스 작곡가 끌로드 볼링(Claude Bolling)을 꼽 을 수 있다.

끌로드 볼링은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으며 또한 편곡자의 역할까지 도맡아 하

였다. 나아가 빅 밴드 리더 그리고 영화 음악이라는 장르에서도 활동한 그는 광범한 음악 활동 영역을 가지고 있었으며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그는 1950년, 자신의 정신적 멘토였던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과 만나게 되면서부터 그의 음악인생이 시작되었다. 엘링턴으로부터 스 윙 빅 밴드의 정수를 수혈받은 볼링은 1962년에 이르러 듀크 엘링턴과의 공동작업으로 [A Dream is a Woman] 앨범을 발표하게 되며, 30여 년을 훌쩍 넘긴 1992년에는 엘링턴에 대한 존경심을 표출한 헌정 음반 [A Tribute to Duke Ellington]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끌로드 볼링은 TV 및 영화음악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볼사 리노], [어웨이크닝], [빌리와 필]이 있다. 그 외에도 대략 100편의 사운드 트랙작품을 남겼다. 한편 재즈 피아노를 중심으로 클래식과 랙타임, 부기우기, 블루스, 팝 등 다양한 장르를 접목해 새로운 앙상블을 얻어내려는 시도를 하였는데 그의 첫 작품 1965년 작 [Jazz Gang Amadeus Mozart]는 터키 행진곡(Marche Turque)을 익살과 해학의 재치를 담은 딕시랜드 풍으로 편곡 하였고 이 곡은 형식의 구속과 권위를 몇 단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얻었다. 이후 1972년에는 차이코프스키 콩쿨에서 입상한 젊은 피아니스트 장 베르나르 포미에 (Jean-Bernard Pommier)의 제안에 따라 두 대의 피아노로 각각 재즈와 클래식의 창작곡을 동 시에 연주하는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 Sonate pour Deux Pianistes]를 발표했고, 이 음반은 볼링의 작품 중에서도 처음으로 창작곡만으로 채워졌다는 점이 높이 평가된 작품이 었다. 이 음반이 발표될 무렵에 끌로드 볼링은 클래식 플루트 연주자 장 삐에르 랑팔 (Jean-Pierre Rampal)와 만났다. 이 두 사람은 각자 재즈와 클래식의 원형을 깨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구상에 들어갔고, 결국 탄생한 작품이 1975년 [플룻과 재즈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 Suite For Flute and Jazz Piano Trio] 이었다. 이 앨범은 발표 이후 미국의 빌보드(Billboard) 클래식 차트에서 무려 11년, 530주 동안 정상을 지키는 경이로운 기 록을 세우게 되었고 신선한 주제와 탄탄한 구성력, 유연한 스윙감과 우아함이 감성적으로 어우 러진 이 앨범은 경쾌함과 애절함, 따뜻함을 투영시키는 감동의 프리즘과 같은 작품으로 평가 받았다. 구체적으로 볼링의 작품이 사용된 예를 살펴보자면, 끌로드 볼링의 작품 중 [Irlandaise (아일 랜드의 여인)]이 있는데 이 음악은 청량음료 회사인 ‘웰치스’사의 광고로 쓰여 어우러지는 속에 작은 샘물처럼 퐁퐁 솟아나는 따듯하고 포근한 밝은 느낌을 주어 광고를 부각 시켰다.

2-2. 막심 마라비차 작곡가에 이어 음악가를 소개하자면 막심 마라비차(Maksim Mrvica)를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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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심은 처음부터 크로스오버음악가가 아닌 클래식 피아니스트였다. 그는 어려서부터 유고 내전 에 의해 우박처럼 떨어지는 폭탄과 무수히 많은 총알이 빗발치는 크로아티아에서 엄격한 음악 교육을 받으며 그의 천재성을 키워왔다. 그러다 헝가리 파리에서 피아노를 공부하였다. 그리고 크로아티아에 돌아왔을 때에는 언론의 관심이 그에게 몰렸고 여러 가지 새롭고 흥미로운 방식 의 공연으로 젊은 청중들에게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전하였다. 공연이 있은 후 막심은 시인이면서 위 엘라스틴 광고에서 나온 음악인 본드의 [victory]를 작 곡한 톤치 훌지크(Tonci Huljic)의 눈에 띄었고, 그가 유명한 매니저인 멜 부시를 소개해 주었 다. 그는 오랫동안 관심을 끌만한 새로운 피아니스트를 찾고 있던 중이었고, 막심은 클래식뿐 아니라 크로스오버와 팝 팬들에게까지 관심을 끌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을 알아봤다. 그는 그 후 크로스오버 피아니스트로 변신하였고, 앞으로 발전이 기대되는 음악가라고 한다. 그의 곡 중에서 영화 ‘영광의 탈출‘의 주제곡 [엑소더스(Exodus)]는 아주 장쾌하고 비트가 큰 연주로 기존 O. S .T와는 또 다른 초 현대적인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곡의 작곡가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곡가 어니스트 골드(Ernest Gold)는 1921년 비엔나 에서 태어난 오스트리아계 미국인으로 음악활동을 시작한 1945년부터 1990년대 초까지 약 100여개의 가까운 필름 및 TV음악을 작곡하였다.

초기에는 단편영화와 TV(내셔널 지오그래

픽 등) 다큐멘터리 등의 배경음악을 주로 담당하다가 50년대 후반부터는 일반 극 영화의 테마 음악을 맡게 되었는데 1959년 핵전쟁의 결과로 인류가 멸망하는 화제의 영화 ‘On the beach' 로 골든 글로브 음악상을 수상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 작곡한 위의 [엑소 더스(Exodus)]로 아카데미 극영화 부문 작곡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필름 음악작곡가가 되었다.

끝마치면서. 위와 같이 필자는 샴푸 광고의 음악을 시발점으로 하여 그에서 파생된 다양한 궁금증을 토대 로 본고를 작성하였다. 본고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크로스 오버 음악이라는 장르에 대한 호 기심을 바탕으로 이의 기본적인 개념과 기원을 제시하였고 이를 ‘재즈 락’ 혹은 ‘락 재즈’라고 불리던 것으로 기원을 지적하였다. 또한 이것의 인기로 인해 파생된 여러 크로스 오버 음악가 와 성공 사례들을 간략하게 제시함으로써 이의 이해를 돕고자 하였다. 나아가 한국에서 크로스 오버 음악의 대중화된 것을 서태지의 [하여가]로 제시하였다.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음악가로 서 막심 마라비차와 끌로드 볼링을 제시하고 이의 구체적인 활동들 중에 주목할 만한 필요성이 있다고 느껴지는 것들 위주고 선택적으로 언급하였다. 본고를 작성함에 있어서 수업 중 교재를 바탕으로 이론적인 고찰을 진행하였으며 이에 보충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들은 인터넷 조사나 논문 등의 기존 문헌을 바탕으로 진행하였다. 물론 필 자가 크로스 오버 음악의 전모를 모두 연구하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보다 매끄럽지 않은 개요로 작성된 것 일 수 있으나 수업 시간에 학습하였던 막연한 개념들을 정리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 였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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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현상이나 풍조 따위가 ‘유행’이라고 일컬어지는 사회에서 그것에 반하거나 그와는 상이 한 무엇인가를 주장하고 보여준다는 것은 상당한 도전 의식이 필요한 행위일 수 있으며 한편으 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크로스 오버 음악 역시 등장한 이래로 무조건적인 환 영을 받아 승승장구한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하나의 장르로서 인정받고 귀착될 수 있었던 것에 는 무수한 음악가들의 노력이 반영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온당한 시선이라고 말하겠다. 오늘 날에 우리도 단순히 유행이라는 하나의 현상에 편승하여 무차별적인 수용과 소비를 하 는 것이 아니라 보다 창의적이고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수용하는 각자의 기준과 관점을 형 성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본다. 또한 단순한 수용자로서 수동적인 감상을 하는 것이 아닌 청 자인 동시에 창작자로서 새로운 시도를 해본다면 어느 날 어색했던 크로스 오버 음악이 각광을 받은 하나의 음악이 된 것처럼 하나의 시도가 또 다른 음악을 만들어낼 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을 열어두어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면서 이상 본고를 마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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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음악의 이해 과제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감상문 2014260005국어국문학과 손석구 현대음악의 이해 과제를 위해 <여신님이 보고 계셔>라는 뮤지컬을 감상하러 갔다. 처음 뮤 지컬을 보는 나로서는 기대 반, 의심 반이었다. 하지만 이 뮤지컬을 보고난 후 나의 생각은 확 바뀌었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6.25를 배경으로 한다. 때는 1952년, 한영범 대위는 부하 신석구와 함께 인민군 4명을 호송하는 임무를 맡는다. 하지만 기상이 악화되면서 여섯 명은 무인도에 고립된다. 배를 수리할 수 있는 것은 ‘순호’ 뿐이지만 전쟁 후유증으로 정신을 놓은 상태라 막 막할 따름이었는데 잔머리가 수준급이었던 한영범 대위는 순호에게 자신이 만들어 낸 섬의 여 신 이야기를 들려주고 순호는 그것에 빠지게 된다. 배를 고치기 위해 나머지 다섯 명은 힘을 합쳐 ''여신님이 보고계셔'' 작전을 실시하고, 가상의 여신님을 위한 규칙을 세우고 순호에게 여신님을 위해 배를 수리할 것을 부탁한다. 이 뮤지컬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포로수용소에 수용된 포로들이 가상의 귀부인에게 잘 보이려고 예의와 격식을 차렸고, 그 안에서 갈등 없이 무사히 집으로 들어간 스토리인 아 멜리 노통브의 <황산>을 모티브로 따왔다고 한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보면서 어린아이가 생각났다. 편식하고, 이 안 닦고, 쓰레기를 함 부로 버리면 망태할아버지가 잡아간다는 어른들의 말을 듣고 이를 지키는 순수한 어린이 말이 다. 아이들뿐만 아닌 우리들도 누군가의 시선이 때로는 우리의 삶을 바르게 살아가는 버팀목 이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6.25를 배경으로 하며 전쟁과는 동떨어진 평화적인 지역을 배경으로 잡은 것에 대해 영화 <웰컴투 동막골>이 떠올랐다. 여기서 이 뮤지컬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6.25를 배경으로 전 쟁과는 동떨어진 평화로운 지역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웰컴 투 동막골''이 떠오르기도 한다. 여기서 ''여신님''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를 투영시켜 살아갈 힘을 얻게 하는 상 징이다. 여신님을 바탕으로 점점 하나로 어우러지는 남북한 병사들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묘 사되지만 나는 이를 보고 짠하게 와 닿았다. 노래 또한 인상 깊었다. 여신님이 설정되기 전에 나오는 <누구를 위해>라는 노래를 부를 때 에 장면은 각각의 상황들이 둘로 묶여서 그려진다. 주화와 동현이 갈등하고 창섭과 순호가 쫓 고 쫓기는 상황이 전개되고, 동현이 석구를 발견하고, 충성심 강한 동현조차 먹을 것을 혼자 먹다가 석구를 만난다. 이런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상황을 이 노래를 통해 잘 풀어낸 것 같 다. <그대가 보시기에> 이 곡은 이 뮤지컬의 노래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 이 노래는 여신 님에게 잘 보이기 위한 조건을 노래한 것이다. 이는 이 뮤지컬의 내용에서 아주 중요한 노래 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중요한 건 라이브였다는 점이다. 무대 구석에서 연주자들이 쭈그려서 연주를 하는데 조명을 설치한 공간이 없을 정도로 협소해 보였다. 이를 유심히 관찰하지 않으면 연주자들이 보이지 않아서 라이브가 아니라고 착각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음향에 대해 조금 안타까운 부분이 있었지만 괜찮은 창작 뮤지컬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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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경복궁 -경복궁 답사기

2014260005 국어국문학과 손석구 조선왕조를 공부하는 데에 있어서 흥미를 돋우고 이해를 돕기 위해 교수님과 함께 경복궁 답사를 다녀왔다. 경복궁 역 5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용성문(用成門)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표를 끊고 흥례문(興禮門)을 통해 들어가 오른쪽 회랑에서 친구들과 함께 본격적 인 경복궁 답사를 시작하였다. 경복궁은 ‘흥례문-근정전-사정전-강녕전-교태전’에 이르는 축 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축을 중심으로 답사를 하였다. 먼저 영제교(永濟橋)를 건넜다. 영제교는 ‘여기부터는 왕의 땅이다.’ 라고 알려주는 다리이다. 또한 백성들의 일상적인 공간과 신성한 임금의 공간을 구분해주기도 하고 연결해주기도 하는 다리이다. 다리 기둥에 있는 섬 세한 조각들이 수수한 매력을 뽐내고 있었고, 천록이라고 하는 상상의 동물 조각도 있었다. 다리를 건너 근정문(勤政門)을 지나면 근정전 마당에 다다른다. 근정전 마당은 조정(朝廷)이며, 현재의 국회의사당 앞마당이라고 볼 수 있다. 즉위식과 책봉 식, 축하연회 등의 백성들에게 왕의 위엄을 알리기 위한 각종 의례적인 행사들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리고 이런 행사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대신들이다. 문무양반 사회인 조선이기에 동 쪽은 문반, 서쪽은 무반이 서며, 대신들은 정1품부터 종9품까지의 품계석에 맞춰서 자리하게 된다. 문반과 무반의 사이인 조정 한가운데에는 주변보다 약간 위로 올라온 길이 있다. 이는 어도(御道)라고 하는 왕만이 다닐 수 있는 길이며, 양옆으로 세자와 대신들이 걷는다. 어도 따 라 걸으면 근정전으로 갈 수 있다. 근정전(勤政殿)은 궐 안에서 가장 근엄한 건물이며, 왕권을 상징하는 건물이다. 장엄함을 강 조하기 위해서 근정전은 2단의 월대 위에 지어져있다. 1단 월대인 하월대에는 악단이 자리하 여 연주한다. 왕은 상월대에서 신하와 백성들을 남면한다. 그곳에 서서 근정전 앞마당을 내려 다보니 왕의 기분이 어땠을지 알 것만 같았다. 그리고 지금의 고층 빌딩이 없었을 조선시대를 생각하면서 궐 너머를 바라보니, 왕이 하늘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근정전 건물은 겉 으로 보면 2층 건물로 보인다. 그러나 안은 통층으로 되어있어 높은 천장 때문에 더욱 웅장해 보인다. 그리고 그 가운데 왕이 앉는 어탑이 있다. 그리고 근정전은 다포건물로 화려하게 지 어졌다. 지붕 위에는 잡상(雜像)이라고 하는 토우(土偶)들이 올려져있다. 이는 서유기에 나오는 등장인물을 본 따서 만든 것이며,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용도로 올려져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토우의 수가 많을수록 중요한 건물이다. 그리고 화마(火魔)를 쫓는다는 드무나 잡상을 통해 근정전을 얼마나 지키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다. 근정전 뒤의 사정문을 지나면 사정전(思政殿)이 나온다. 사정전은 평상시에 머물며 왕이 집 무를 보는 편전(便殿), 즉 왕의 사무실이다. 이곳에서는 경연과 시사, 상참, 윤대가 이루어지고 지방수령들이 인사도 드리고 외국의 사신도 맞아들이는 등의 다양한 업무들이 이루어진다. 또 한 이곳은 치조의 권역이라고 불린다. 사정전 양쪽으로는 만춘전(萬春殿)과 천추전(千秋殿)이 있는데 이곳은 보조편전으로 대칭을 이루며 사정전을 감싸고 있다. 그러나 사정전은 강녕전보 다는 칸수가 적다. 칸수가 많을수록 중요한 건물이므로, 사정전은 강녕전보다는 덜 중요한 건 물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사정전에는 온돌이 설치 되어있지 않아 추울 때는 만춘전과 천추전 에서 집무를 본다고 하니 왕도 인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왕은 항상 근정전에서 도 집무, 사정전에서도 집무, 강녕전에서 까지 집무를 본다고 하니 참 대단한 사람들인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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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왕으로 사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말이 집무 때문에 나온 것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 다. 사정전 뒤의 향오문을 지나면 왕의 침실인 강녕전(康寧殿)이 나온다. 강녕전은 단순히 침실 이 아니라, 낮에 다 하지 못한 집무를 보거나 신하들과 은밀한 정사를 보기도 한 곳이므로 궁 안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다. 그 때문에 강녕전은 경복궁 내에서 가장 칸 수가 많은 건물이다. 세종때 전에 교태전이 지어지기 전에는 왕과 왕비가 강녕전에서 동온돌과 서온돌로 나눠서 잤 다. 강녕정은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9칸의 방으로 나누어져있으며 가운데 방에서 왕이 잤다. 강녕전 양쪽으로는 강녕전의 부속건물인 연생전(延生殿)과 경성전(慶成殿)이 강녕전을 바라보 며 서있다. 강녕전과 교태전의 특징은 ‘용마루’가 없다는 것이다. 왕이 얼굴이 ‘용안(容顔)’, 왕 의 옷이 ‘용포(龍袍)’ 이듯, 왕은 용(龍)으로 상징된다. 용인 왕이 자는 데 그 위에 다시 용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양의문(兩儀門)을 지나면 왕비가 머무는 교태전(交泰殿)이 있다. 교태전은 교태(嬌態)를 의미 하는 것이 아니고, 교태(交泰)라는 의미로 왕과 왕비가 동침하여 아이를 낳는다는 의미가 있 다. 이를 통해 왕비의 가장 큰 역할은 왕자를 많이 낳는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왕비는 내명 부의 수장이여서 ‘궁중잔혹사’나 ‘왕실암투사’같은 드라마같은 일은 잘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 려 외척을 등에 업고 있는 정치세력으로 보는 것이 맞다. 교태전은 부속건물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교태전은 왕비의 전각임에 걸맞게 경복궁 내에서 가장 화려하다 고 한다. 경복궁에서 축을 중심으로 한 건물들은 다 둘러보고 나서 경회루(慶會樓)로 갔다. 경회루는 연회를 열거나 외국의 사신을 접대하던 곳이다. 연못이 있어 뱃놀이를 즐기기도 하고 경회루 에 올라 경치를 감상하기도 하였다. 연회를 즐기던 곳이었던 만큼 훌륭한 경치를 가지고 있었 다. 그리고 연못 안에는 청동으로 만든 용이 두 마리가 있다고 한다. 이는 용이 물과 불을 다 스리게 하기 위해 재건할 당시 넣었다고 한다. 경회루는 연회가 이루어질 만큼 넓은 곳이었 다. 지금은 신청만 하면 경회루에 올라가 볼 수도 있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그곳에 올라가 서 궁의 경치를 한번 보고 싶다. 경회루를 지나서 수정전(修政殿)으로 가보았다. 수정전은 세종 때에 집현전으로 쓰였던 곳이 라고 한다. 또한 수정전은 1차 갑오개혁 때 군국기무처로 사용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원래는

궐내각사(闕內各司)라 하여 왕을 가까이서 보필하는 정치행정기구가 있었으며, 고종이 재건할 당시에 경회루보다도 크고 넓게 지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은 수정 전 뿐이다. 우리 문화재가 소실되었다는 일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깨달았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자경전(慈慶殿)의 ‘십장생 굴뚝’을 찾으러 갔다. 먼저 자경전은 1888 년에 재건한 경복궁 침전의 전각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옛 건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경전은 왕실의 어른인 대비의 침전으로 많은 온돌방이 있다고 한다. 십장생굴뚝은 자경전 뒤에 꽁꽁 숨겨져 있어서 찾기가 힘들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굴뚝이 왜 이렇게 넓나, 담 같이 생겨서 어떻게 굴뚝의 기능을 할까 싶었다. 실제로 보니 조각이 섬세하게 되어있었다. 십장생 굴뚝은 여러 굴뚝의 연기를 모아 만든 큰 굴뚝이며 담사이로 연기가 가도록 만들어져있었다. 십장생 굴뚝은 왕실의 어른인 대비의 장수를 위해서 십장생을 조각으로 새겼다고 한다. 과연 효(孝)를 중시하는 조선인의 발상인 것 같다. 사진으로 보는 것 보다 실제로 보니 조각이 더 예쁘고 섬 세해서 놀랬다. 그리고 나서 향원정(香遠亭)으로 갔다. 경회루와 마찬가지로 연못위의 정각이다. 그러나 경 회루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향원정은 아담하고 섬세한 느낌의 여인 같았다. 향원정을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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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다리인 취향교는 원래 을미사변의 장소인 건청궁과 연결되어있었으나 한국전쟁이후 남쪽 으로 복원을 했다고 한다. 다리를 건너서 향원정을 더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볼 수 없어서 안 타까웠다. 나의 답사를 여기서 끝을 냈다. 마음 같아선 명성황후가 시해된 건청궁에도 가보고, 세자의 거처인 동궁(東宮), 후궁과 궁녀들의 공간인 함화당(咸和堂)과 집경당(緝敬堂)에도 가보고 싶었 으나, 기차시간이 나를 압박해왔다. 이번 답사를 통해 처음으로 경복궁에 가보았다. 사실 큰 기대를 하고 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에게 기대 이상의 감동을 주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 에는 시간은 넉넉하게 잡고 와서 하나하나 더 자세히 보고 가고 싶다. 그리고 조선의 왕이 어 떻게 살았을지, 궁 안의 생활은 어떠하였을지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도 당분간은 사극을 보면서 건물을 유심히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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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건한 종묘 -경복궁답사기 2014260005 국어국문학과 손석구 조선왕조의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냈던 조선당대 최고의 사당인 종묘를 답사하고 왔다. 처음에 종묘 앞이 공사 중이라 찾기 힘들었지만 입구를 들어 서자 그 웅장함이 드러났다. 종묘는 그 위치나 형식등도 따로 규정한 제도에 의거해 정해졌는데 1395년 조선의 태조가 한양 을 새 나라의 도읍 으로 정한 후에 지 었고, ‘궁궐의 왼쪽 에 종묘를, 오른쪽 에 사직단을 두어야 한다.‘는 주례에 따 라 경복궁 왼쪽에 지어졌다고

한다.

지금의 종묘는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1608년에 중건한 것이라고 한다. 종묘에 들어가 자마자 신로가 이어져 있었다. 신로는 역대왕의 넋들이 이동하는 통로라고 한다. 길을 따라 걷자 향대청에 다다랐다. 향대청은 제사 전날 왕이 종묘제레에 사용하기 위해 친히 내린 향, 축문, 폐잭과 같은 제사 예물을 보관하던 곳이였다. 그리고 다음은 재 궁을 갔는데 재궁은 왕이 머물면서 세자와 함께 제사를 올릴 준비를 하던 곳으로, 어 재실, 세자재실, 어목욕청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더욱 더 들어가니 정전이 보였다. 정 전은 영녕전과 함께 종묘에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인데 조선시대에는 지금의 정전을 종 묘라 하였으나, 현재는 정전과 영녕전을 모두 합쳐 종묘라고 한다고 한다. 정전의 신 실 19칸에는 태조를 비롯한 왕과 왕비의 신주 49위를, 영녕전의 신실 16칸에는 34위 의 신주를 모셨다고 써져 있었다. 그 다음은 종묘 가장 깊숙한 곳인 영녕전인데 영녕 전은 1421년에 정종의 신주를 정전에 모시며 정전의 신실이 부족하자 정전에 모시고 있던 신주를 다른 곳에 옮겨 모시기 위해 새로 지은 별묘라고 한다. 시설과 공간 형 식은 정전과 비슷했지만 정전보다 규모가 작고 좀 더 친근감 있게 지어졌다. 마지막 으로 전사청인데 전사청은 제례용 음식을 조리하던 곳 이였다고 한다. 네모난 마당 둘레에 'ㅁ'자 모양으로 건물이 들어섰고 마당에는 음식을 준비하던 돌절구들이 남아 있었다. 종묘에 와서 종묘제례를 보았으면 좋았겠지만 시기가 맞지 않아서 매우 아쉬 웠다. 다음에 종묘제례를 보러 다시 방문을 해야겠고, 유교국가 조선을 종묘를 통해 간접적으로 느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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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와 표현I> 2014- 1 읽기 자료

[특별기고]

대학교육에서 ‘교양’이란 무엇인가

한국의 4년제 대학에서 ‘교양교육’이란 걸 실시하지 않는 곳은 거의 없을 정도다. 대학 입 학자는 초급 학년 단계에서, 혹은 그 이후에도, 반드시 교양과정이란 걸 거쳐 소정의 교양학 점을 따야 졸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아는 바다. 그런데 대학 운영자, 다 수의 전공 교수들, 사회 일반인들, 그리고 학생들조차 잘 모르거나 거의 모르고 있는 것이 있 다. 교양교육을 실시한다고 야단 떨기는 하는데 정작 그 ‘교양’이란 무엇인가? 대학에서는 무 엇을 가리켜 교양이라 부르는가? 내가 아까운 지면을 바쳐 느닷없이 교양의 문제를 꺼내드는 것은 누군가가 공론의 장에서 반드시 지적해야 할 어떤 ‘위기’ 때문이다. 총장을 비롯한 대학 운영자들, 고위 보직자들, 다수 교수들, 대부분의 신입생들, 그리고 많은 일반인들이 교양이라 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는 한 한국에서의 대학교육은 막대한 낭비, 왜곡, 저효율에 계속 시달릴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위기다. 이런 위기는 사회와 무관한가? 최근 어떤 대학의 교무위원회 자리에서 이렇게 발언한 보직 교수가 있었다고 한다. “요즘 우리 대학 신입생들은 교양과목 듣느라고 공부와 멀어지고 있다. 무슨 조치가 필요하다.” 교 양과목 듣느라 공부와 멀어진다? 다수의 보직 교수들, 특히 전공학과 교수들의 머릿속에 ‘교 양’이란 것이 어떻게 인식되고 이해되는지 단적으로 드러내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들이 아는 교양은 알아도 되고 몰라도 되는 잡동사니 상식 같은 것, 백화점 문화센터 꽃꽂이 강의 같은 것, 금강산도 식후경이랄 때의 그 ‘식후경’ 같은 불요불급의 장식성 액세서리 같은 것, 본격적 인 공부와는 관계없는 어떤 것이다. 놀랍게도, 대학 전공학과 교수들 가운데 줄잡아 80퍼센트 이상은 교양을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그 틀려먹은 ‘교양관’으로 평생 학생들을 가르치다 퇴임한다. 퇴임 전에라도 자신의 틀린 생각을 바로잡는 교수는, 미안한 얘기지만, 극 소수다. 신문 지면에서 교양론을 편다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핵심적인 얘기만 추리도록 하자. 핵심 중의 하나는 이제 우리 대학들이, 다수 교수와 학생들이, 교양교육이랄 때의 그 ‘교양’이란 말 에 대한 틀에 박힌 상식과 이해를 완전히(그렇다, 완전히) 벗어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교양은 잡학, 상식, 장식물이 아니고 심지어 박학다식이랄 때의 ‘다식’(多識)도 아니다. 많이 읽고 많 이 아는 사람의 다식을 꼭 흠잡을 일은 아니지만 이것저것 많이 알기만 할 때의 박학다식은 철학자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의 적절한 지적처럼 ‘백해무익’하다. 교양이란 말은 박식, 잡 식, 다식 같은 것을 가리키는 일반적 상식어가 아니다. 무엇보다 그것은 철학 기반을 가진 교 육학적 용어이고 진리 발견과 인식에 관한 방법론이며 인간의 창조적 능력을 상향 조성하고자 할 때의 정신적 훈련과 관계되어 있다. 이럴 때는 사례를 드는 것이 좋다. 하버드대학은 2007년 학부 교육과정을 개편하면서 낸 보고서에서 “하버드 교육의 목적은 ‘리버럴 에듀케이션’을 실시하는 데 있다”고 선언하고 있 다. 그쪽에서 ‘리버럴 에듀케이션’(liberal education)이라 불리는 것이 지금 한국에서 ‘교양교 육’이다. 두 용어의 의미와 역사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해방 후 미국 학제를 도입하 면서 그쪽의 리버럴 에듀케이션을 ‘교양교육’이라 번역해서 수입한 것은 매우 불행한 사건에 속한다. 리버럴 에듀케이션이란 상식적 잡식 교육이 아니라 ‘틀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운 탐구 와 교육’이다. 틀에 가두고 갇히는 교육 아닌 틀을 깨고 나가는 교육, 기성의 진리체계,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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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주장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비판적 사고력의 함양, 지식의 단순 전수와 답 습보다는 전수를 넘어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낼 수 있는 상상력, 호기심, 이해력의 자극과 확 대-몇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런 것이 ‘틀을 깨고 나가는’ 교육으로서의 리버럴 에듀케이션, 우 리식 표현으로는 ‘교양교육’이다. 문제는 서구식 교육방법으로서의 리버럴 에듀케이션의 전통 이 거의 없는 한국에서(이것은 중국·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공통점이다) 그 전통에 서 나온 교육법을 가져다 정신과 알맹이는 빼고 ‘교양’이라는 모호한 말 속에 담으려고 한 것 이 우리의 교양교육이다. 교양이라는 말 자체는 나쁘달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상식 화된 의미의 교양은 대학 교양교육이랄 때의 ‘교양’을 크게 왜곡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건 우리가 교육편제 도입에서 반드시 했어야 할 정리 작업 가운데 무엇을 소홀히 했는가에 대한 자성적 차원의 지적이다. 교양교육이랄 때의 ‘교양’의 의미, 철학, 교육방법을 수십년이 지나 도록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것이다. 또 쉬운 사례를 드는 것이 좋겠다. 앞서 말한 하버드 보고서에는 대학에서의 교양교육(리버 럴 에듀케이션)의 성격과 목표를 간명하게 정리한 이런 대목이 나온다. “교양교육의 목표는 추정된 사실들을 동요시키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며 현상들 밑에, 그리고 그 배후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폭로하고, 젊은이들의 방향감각을 혼란시켜 그들이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 는 길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 총장들, 보직 교수들, 전공학과 교수들 의 상당수가 지금부터 100번 이상은 읽고 새겨들어야 할 ‘교양교육론’이다. 이 간명한 진술은 이 글의 주제(대학교육에서 ‘교양’이란 무엇인가)에 잘 응답하고 있다. 교양은 단순 지식의 집 적, 잡학과 다식, 박학을 넘어 기성의 진리체계를 동요시키는 힘, 익숙하고 친숙한 것들을 낯 설게 하고 심문하는 능력, 기존의 진리주장 어느 것도 그냥 받아들이지 않는 비판적 사고력, 현상의 배후에 숨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드러내는 힘, 방향감각을 흔들고 혼란시켜 새로운 방 향을 잡아나갈 수 있게 하는 능력, 틀린 것은 바로잡으려는 오류 수정의 정신- 이것이 ‘교양’ 이고 교양교육의 ‘목표’다. 교양은 전공 지식을 절대로 무시하지 않으면서 지식의 틀에 갇히기 를 거부하는 자율적인 정신의 생태체계, 거리낌없이 탐구하는 모험적 호기심에 대한 대긍정의 체제다. 그런데 교양과목 듣느라 학생들이 공부와 멀어진다고? 이렇게 말한 교수는 필시 대학 1학 년 때에도 공부해야 할 전공지식이 있는 법인데 교양수업이 그 전공 공부의 시간을 뺏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이리라. 그러나 교양은 공부와 멀어지게 하는 시선분산 의 놀이가 아니라 공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능력을 키우자는 노력이고 생각하는 힘 기르기 다. 그것 없이 대학공부는 되지 않는다. 대학을 나온 다음에도 대학이 길러주려는 그 교양의 힘만큼 요긴하고 중요한 것이 없다. 나는 앞서 하버드 보고서만을 예로 들었는데, 그 보고서 가 교양교육의 목표라고 부른 것은 사실은 하버드 한 곳만의 목표가 아니다. 그것은 오늘날 근대 학문과 근대 교육의 체계를 받아들인 세계 모든 주요 대학들이 이구동성으로 천명하고 있는 교양론이다. 그 교양론은 사실은 근대 과학혁명 이후 과학이 천명한 탐구의 방법론이고 정신이며, 분야가 무엇이냐에 관계없이 사실상 모든 학문 분야(예술까지도 포함해서)들이 공유 하는 방법이다. 그 교양을 통해 과학과 인문학이 만난다. 기존의 진리주장을 심문하는 것은 근대 과학의 등장 훨씬 전에 이미 소크라테스가 확립한 대화적 교육법의 진수다. 최초의 근대 적 과학공동체인 런던왕립학회가 만들어진 것은 350년 전의 일이다. 그 왕립학회의 모토는 그 때나 지금이나 “어느 것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이 모토는 과학의 것이 자 동시에 인문학의 것이며 교양교육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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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도정일 /

문학평론가·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대학장 2014.02.21. 한겨레 신문

1. 이 글에서 단어에 주목해보자. 핵심어, 내게 매력적인 단어들은? 위기, 막대한 낭

비, 잡동사니 상식, 불요불급의 장식성 액세서리, 리버럴 에듀케이션, 틀을 깨고 나 가는 교육, 2. 이 글에서 내가 주목한 부분, 인상적인 문장들은? 어느 것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 지 말라, 교양은 전공 지식을 절대로 무시하지 않으면서 지식의 틀에 갇히기를 거부하는 자율적인 정신의 생태체계, 거리낌없이 탐구하는 모험적 호기심에 대한 대긍정의 체제다.

3. 이 글의 내용 중에서 내가 질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교수들의 틀린 생

각을 바로 잡는 방법은 없는 건가? 리버럴 에듀케이션을 최초로 만든 사람은 누구 일까? ‘리버럴 에듀케이션’, ‘교양교육’ 두 용어의 의미와 역사는 무엇인가? 4. 이 글을 요약해보자. 5. 이 글의 필자(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리버럴 에듀케이션(교 양교육)의 왜곡된 편견과 리버럴 에듀케이션(교양교육)의 진정한 의미와 필요성 6. 이 글의 필자(저자)가 하고자 한 말, 주장 즉 이 글의 주제는 무엇일까?

교양교육

을 상식적 잡식교육, 시간낭비라고 생각 하는 교육자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 아야 한다. 7. 이 글을 통해 내가 얻은 바가 있다면? 교양교육을 왜 배워야하는지 알 수 있었다. 8. 이 글을 통해 문제제기 해보자. 어떠한 사람에게는 딱히 필요 없는 교양과목이 존 재하지는 않을까? 9. 저자의 의도나 글 내용과 상관없더라도 내가 이 글에서 생각해 본 문제가 있다면? (파생 문제, 혹은 확대 문제) 해방 후 우리가 미국 학제를 왜 우리에 맞게 바꾸지 않고 그대로 받아 들였을까? 10. 기타 정리하고 싶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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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이란 부차적일 뿐인가? 최영주(불문학 박사) 1 나에게 고등학교 시절은 성인이 되기 위한 준비의 과정이 아니라 그 자체가 완성의 시간으 로 기억되고 있다. 주재원으로 발령받은 아버지를 따라 파리로 공부하러 가게 되었을 때, 당 혹스러우면서도 나를 기쁘게 한 것은 체계화된 독서 시스템이었다. 우리의 국어 과목에 해당 하는 불어 수업의 경우 교과서가 아닌 문학책들을 돌아가며 읽고 요약, 비판하는 것이 주가 되었다. 어떤 참고서의 도움도 없이 혼자 해석한 후 학우들 앞에서 소개해야 했던 문학서들은 지금 나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수업과 관련해 추천된 책은 족히 100권이 넘었는 데, 이를 독파하지 못한 채 바칼로레아에 임할 경우 적절한 인용구를 대지 못해 어려움을 겪 게 된다. 가령 “소설에 있어 상상과 진실 중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고, 왜 그렇게 생각 하는지 자기 생각을 전개하라.”, “문학을 연구하는 것은 인간을 연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죠르쥬 상드는 말했다. 이 문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기술하라.” 등의 질문에 A4 용지 4-5장 분량의 글을 작성해야 하는 것이다. 글을 읽는 것과 분석 이해하는 것, 또 직접 쓴다는 것이 얼마나 다른 일인지는 차치하고서 라도, 문학책 읽는 것을 사치가 아닌 생활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사실에, 책을 좋아했던 나 는 매우 큰 기쁨과 흥분을 느꼈던 듯하다. 이렇게 문학으로 시작된 인문학에의 관심은 철학으 로 이어졌다. 철학은 문학과 함께 인문계의 주요 과목으로 고등학교 3학년 때 배우게 된다. 인문계 A반의 경우, 철학 수업이 일주일에 9시간이나 되며, 바칼로레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결정적으로 크다. 문학 과목과 마찬가지로 주요 철학자들의 발췌문을 비판하고 주제별 질문에 따라 장문의 글을 작성해야 한다. 이 과목에서 독서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인생관의 수립이었다. 당시 중간, 기말 시험에서 출제되었던 문제들, 가령 “죽음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종교는 약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환 상인가?”, “우리는 타인을 사랑할 의무가 있는가?” 등은 그 종교적․윤리적 함축이 지닌 과감 성으로 나를 상당히 당황케 만들었고, “역사가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는가?”, “권리는 권력 질서를 정당화하는 수단에 불과한가?”, “스스로에게 거짓말하지 않을 수 있는가?”라는 주제들 은 나를 한때 회의론자로 몰고 가기도 했다. 글쓰기는 곧잘 토론, 발표로 이어졌는데, 당시 철학 선생님과 학우들의 진지한 목소리가 아 직도 귀에 쟁쟁하다. 이 같은 발표는 그리스의 아고라 광장에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철학 을 강론할 때의 긴장감과 다를 바 없었다. 다수를 상대하기에 일치보다는 반대 의견에 부딪힐 확률이 높았고 그 갈등 상황을 폭력이 아닌 설득과 대화를 통해 나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데는 거의 종합 예술에 가까운 능력이 요구되었다. 그 때 작성한 시험지와 과제물을 뒤적이다 보면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글을 작성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객관성과 진리의 관계는 무엇인지, 타인에게 예술 작품의 미적 보 편성을 강요할 수 있는지, 인간의 정체성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인지, 다르다는 것은 불평 등하다는 것인지 등의 질문에 답함에 있어 아직도 그 시절의 조심스러움을 지속하고 있는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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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이 있는 날은 프랑스 지식인들에게 또 하나의 국경일 ‘생각하는 날’이 다. 2주 이상 계속되는 바칼로레아는 항상 철학으로 시작된다. 주어진 시간만도 3시간이니 첫 날부터 학생들은 큰 고역을 치르게 되는 셈이다. 언론과 사회는 그날 출제된 문제에 대해 온 통 관심을 기울인다. 시험을 치르는 것은 학생들이지만 그 날만은 프랑스인 대다수가 그 진지 함에 참여한다. 그날 저녁에는 출제된 문제를 가지고 정치계, 문화계, 언론계의 유명 인사들과 시민들이 대강당에 모여 적당히 진지하고 적당히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모의고사를 치르는 프 로그램이 방송되는데, 참가자들의 진지함과 재치에 적잖이 놀라게 된다. 바칼로레아에 출제되는 질문들은 그 추상성과 난해함으로 일반인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 겠지만 실제 프랑스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나는 비슷한 수준의 주제를 가벼운 형태의 대화로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철학이나 인문학을 전공하는 친구가 아니더라도 작은 관찰에서 비롯한 화제를 가지고 쉽게 토론이 이어졌다. 가령 니스를 찾았을 때 한 친구가 호화 요트를 칭찬하 자 “돈은 과연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것인가, 노예화하는 것인가?”에 대해 뜨거운 논쟁이 벌 어지기도 했다. 말하자면 글쓰기의 기초인 토론 문화는 대학 강당이나 정치 운동에서만이 아 니라 생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런 토론은 대부분 많은 이론과 예문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의 승리로 매듭지어지곤 했다. 프랑스인들은 교육 정도와는 관계 없이 인용하길 좋아한다. ‘볼테르가 말하길, 루소가 말하 길, 위고가 말하길, 공산당 선언을 읽어 보면’ 운운 입에 달고 산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주 어린아이에게 질문을 해도 장문의 대답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지성을 특수 계급의 소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육점 아저씨도 간호사도 똑똑하다는 말, 교양 있다는 말을 듣길 좋아한다. 상대방을 칭찬할 때나 이상적인 배우자를 표현할 때도 ‘영리한’, ‘현명한’이라는 표 현을 많이 쓴다. 어찌 보면 프랑스인들의 각별한 철학, 문화에의 사랑 뒤엔 우리와는 다른 세계관과 인생관 이 숨어 있는 듯하다. 그들에게 지성이란 인간성을 결정하는 기본 요소인데 반해 우리에게는 일종의 ‘특수한 것’, 소수만이 추구할 수 있는 일종의 ‘고상함’이다. 논리적인 사람, 지적인 사 람에 대해 왠지 모를 불안감과 위협을 느끼기까지 한다. 대중 매체에서도 어수룩하고 실수하 는 사람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반면, 똑똑하게 자기 의견을 펼치는 사람은 오만하다는 야유를 받는다. 오랜 프랑스 생활을 통해 착하고 희생적인 인간성을 목표로 하는 우리 사회 제도의 장점을 깨닫게 되었지만, ‘배운 놈들이’라고 하는 표현이 말해 주듯 대중의 교양인에 대한 부 정적 인식은 지나친 듯하다. 존경할 만한 지적 엘리트가 많지 않다는 것, 그것이 혹 지성에 대한 우리의 경계심을 이렇듯 강화한 탓일까? 철학, 문학과 같은 인문학이 위기에 봉착했음은 이제 세계 각국에서 통용되는 사실이다. 대 학 진학 인기도가 떨어지고, 독서율도 다른 매체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다. 인문학이 더 이상 사회 경제적 성취의 수단이 아닌 시대에서 홀대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사회적 성공으로 가늠할 수 없는 인간성의 형성은 과거나 현재에나 글을 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인간은 언어적 동물이고 타자(他者)와의 관계를 통해서만이 자신의 존재 를 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른 문화를 익히고 언어와 친숙해지는 것을 거부함은 인간성을 포기하는 것이라 해도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인간은 원래 그 자신이 인간학자일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는 랜드맨(Landmann)의 의 말처럼, “나는 누구인가, 인간 이란 무엇인가.” 라는 인문학의 근본 질문은 직업, 신분에 관계없이 우리 모두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하기에 그에 답하려 노력하는 것은 삶의 기본적 태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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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위기에 정부의 지원 부족만을 탓한다. 정부가 학자, 문인, 예술인을 돕는 프랑스를 보며 부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의 활발한 지원 체계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지성인에 대한 프랑스 인들의 진정한 애정과 존경이었다. 공원, 전철 할 것 없이 곳곳에서 책 을 읽는 사람들, 독서력이 떨어지는 정치가는 결코 대통령직에 오를 수 없다는 어찌 보면 비 서민적인 사고가 프랑스인들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주고, 이 자긍심이 수많은 재능을 산출하는 것이다. 자국내 문제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비인도적 행위에 대항해 거리로 나서 는 인파와 책을 든 시민이 다르지 않음을 보며, 나는 생각과 행동, 책과 삶은 별개의 것이 아 님을 알 수 있었다. 3 생을 건 연애가 한 장의 연애편지로 압축되듯, 바칼로레아 시험 문제의 역사를 읽으며 나는 언어가 생긴 이후로 계속되어온 수많은 학자와 작가들의 노력을 떠올렸다. 중세 수도원에서 평생을 두고 언어학과 생물학에 매달렸던 수도사들의 고뇌와 과학자들의 끈기, 작가, 철학자 들의 가난하고 고립된 삶을 떠올렸다. 그 몇 천, 몇 억의 땀과 시간이 모여 이 한 장의 답안 지가 준비된다고 생각하니 경이로운 마음마저 들었다. 수많은 땅과 시간을 살았던 더 많은 인 생의 고뇌와 질문들을 읽으며 그 사이에서 나 자신의 행복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었다. 만 약 내가 정해진 의학서, 법학서만을 탐독했더라면 훌륭한 전문가는 될 수 있었을지언정, 행복 이라는 것이 얼마나 얻기 어렵고도 소중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정답과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을 가르쳐 주던 사회와 그 사회의 교육 시스템에서 한 걸음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게 된 것, 이것이 내가 나의 경험을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언어 교육의 조기화를 강조하는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 왜 문화의 조기 교육은 강조하지 않 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성인이 된 후 여유 있을 때 읽는 책이 교양서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어떤 책이 교양으로 읽힌다는 것, 그것은 부차적이란 뜻일까?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일차적이 란 말인가? 돈을 벌고 빌딩을 세우고 권력을 잡고 전쟁을 하는 것? 이를 일차적이라 생각하 는 사람들에겐 교양이 이것들의 온갖 폐해를 정당화하는 수단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나아감만을 추구하는 교육은, 가는 곳이 어디인지조차 모르게 하는 이 사실을 모른다는 사실 마저도 망각하게 한다. 우리에게 교양이란 배부른 후에 누리는 사치가 아니라 ‘식사하는 방법 을 아는 것처럼’ 자연스런 삶의 필수 지침목이다. 많은 철학자들이 주장하듯,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 자체가 모든 것의 시작이며, 교사나 답안 에 의해 강요된 독백이 아닌, 다양한 책, 문화와의 개인적인 만남, 시간과 장소를 뛰어넘는 대 화만이 모순과 갈등으로 가득한 복잡한 현실을 이해하는 유일한 수단이라 생각한다. 상식을 검토하고 타자성을 기르는 것, 이것은 한편 쉬운 듯 하지만 기존의 자신을 냉철히 바라봄으로 써만이 가능한 것이다.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만큼 보며 자기가 원하는 것만을 습득하려는 편식성을 가지고 있다. 그 편식은 결과적으로 균형의 파괴와 소멸을 낳는다.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인이 되어야 하 듯, 낯선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타인의 시선으로 열어둘 수 있어야 한다. 즉, 인문 학도가 과학책을 읽고 경제인이 시를 읽고 정치가가 음악을 이해할 때 비로소 사회는 균형을 찾는 것이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진정한 지식과 교양은 힘을 기르는 도구적 기술이 아니다. 그보단 권력의 힘에 위축되고 좌절할 때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고 나 개인의 가치와 존엄성을 잃지 않게 해 주는 것, 이것이 교양과 앎의 진정한 소명인 것이다.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휴머니스트,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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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글에서 단어에 주목해보자. 핵심어, 내게 매력적인 단어들은? 문학책, 바칼로레 아, 인생관의 수립, 설득과 대화, 종합예술에 가까운 능력, 생각하는 날, 추상성과 난해함, 작은 관찰, 인용, 교양 있다, 영리한, 현명한, 진정한 애정과 존경, 고뇌, 끈기, 몇 천 몇 억의 땀과 시간, 행복 2. 이 글에서 내가 주목한 부분, 인상적인 문장들은? 글을 읽는 것과 분석 이해하는 것, 또 직접 쓴다는 것이 얼마나 다른 일인지는 차치하고서라도, 문학책 읽는 것을 사치가 아 닌 생활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사실, 글쓰기의 기초인 토론 문화는 대학 강당이나 정치 운동에서만이 아니라 생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런 토론은 대부분 많은 이 론과 예문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의 승리로 매듭지어지곤 했다, 지성을 특수 계급의 소유 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수한 것’, 소수만이 추구할 수 있는 일종의 ‘고상함, 대중의 교양 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지나친 듯하다. 존경할 만한 지적 엘리트가 많지 않다는 것, 그 것이 혹 지성에 대한 우리의 경계심을 이렇듯 강화한 탓일까?, 인간은 언어적 동물이고 타 자(他者)와의 관계를 통해서만이 자신의 존재를 정립할 수 있기 때문, 인간은 원래 그 자신 이 인간학자일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정답과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을 가르쳐 주던 사회와 그 사회의 교육 시스템에서 한 걸음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게 된 것, 이것이 내가 나의 경험을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우리에게 교양이란 배부른 후에 누리는 사치가 아니라 ‘식사하는 방법을 아는 것처럼’ 자연스런 삶의 필수 지 침목이다. 진정한 지식과 교양은 힘을 기르는 도구적 기술이 아니다. 그보단 권력의 힘에 위축되고 좌절할 때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고 나 개인의 가치와 존엄성을 잃지 않게 해 주 는 것, 이것이 교양과 앎의 진정한 소명인 것이다.

3. 이 글의 내용 중에서 내가 질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왜 희생적인 인간성을 목표로 하는 사회제도를 가졌고 왜 대중의 교양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졌을까? 4. 이 글을 요약해보자. 5. 이 글의 필자(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무엇일까? 교양서는 부차적인 것이 아니다. 그리고 교양서를 읽음으로서 나 자신의 행복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 할 수 있고 권 력의 힘에 위축되고 좌절할 때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고 나 개인의 가치와 존엄성 을 잃지 않게 해주는 힘을 길를 수 있다. 6. 이 글의 필자(저자)가 하고자 한 말, 주장 즉 이 글의 주제는 무엇일까? 우리는 교 양을 배부른 후에 누리는 사치가 아니라 ‘식사하는 방법을 아는 것처럼’ 자연스런 삶의 필수 지침목이 되어야 한다. 7. 이 글을 통해 내가 얻은 바가 있다면? 교양은 어떠한 특정 지식인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필요하고 필수적으로 가져야 하는 것 이라는 걸 느꼈다. 8. 이 글을 통해 문제제기 해보자. 우리가 프랑스인들처럼 교양과 친해질 수 있는 방 법은 없을까? 9. 저자의 의도나 글 내용과 상관없더라도 내가 이 글에서 생각해 본 문제가 있다면? (파생 문제, 혹은 확대 문제) 프랑스 사람들의 각별한 철학과 문화사랑 같은 세계 관과 인생관은 어떻게 생겨난 것 일까? 10. 기타 정리하고 싶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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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와 표현I> 3주차 읽기 자료-1 잘 쓰는 과학자가 성공할 확률 높다 - 갈릴레이․다윈․프로이드는 베스트셀러 작가 최고의 공과대학 MIT의 근처 서점에서 수 십 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무엇일까. 뜻밖에도 작 문 책이라고 한다. 우수한 공과대학 학생들이 왜 이토록 작문 책을 사보는 것일까. 직접 현장을 찾아가 그 내막을 알아보았다. 매사추세츠공대(MIT) 학생들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보스턴시의 MIT켄달 지하철역 앞에는 MIT COOP이 란 이름의 커다란 책방이 있다. 오후가 되면 북적대는 학생들로 이 책방은 활기가 돈다. 학생들이 책방을 들락날락 거리는 출입구 옆 쇼윈도에는 잘 팔리는 책 몇권이 늘 전시된다. 여기에 진 열된 손바닥 크기의 작문 책인 “스타일의 요소 (The Elements of Style)”는 수십년 동안 이 책방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다. 미국 최고의 이공계 대학에서 작문 책이 가장 잘 팔린다는 것은 처음에는 정말 의외였다. 이 책은 윌리엄 스트렁크라는 대학 교수가 1919년에 강단에서 작문을 가르치면서 만들었던 강의록을 그의 제자이자 작가인 E. B. 화이트가 수정해 40년 뒤에 만든 것이다. 글은 간결하고 짧게, 두개의 문장을 절대 붙여서 길게 쓰지 말고, 수동형은 피하고, 불필요한 단어는 무조건 빼라고 이 책은 강조한다.

졸업하려면 2번의 쓰기 관문 통과해야 MIT에서 1년여 동안 연수를 받으면서 필자는 왜 학생들이 그토록 글쓰기에 열심인지 조금씩 그 내막을 알게 됐다. 그리고 우리나라 이공계 출신들이 “글”에 맥을 못추는 것은 관심과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 라, 제대로 쓰기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이 대학 입학생은 2학년 초까지 쓰기 1단계, 졸업 전에 쓰기 2단계라는 두개의 관문을 넘어야 졸업할 수 있다. 그러려면 쓰기 과목을 수강하거나, 글을 제출해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한다. 한해에 쓰기 과 목을 배우는 대학생 숫자가 전체 4천2백명 가운데 9백명. 졸업할 때까지 평균 한 과목 정도는 수강하는 셈이다. 대학에는 “쓰기 프로그램과”가 있으며, 여기에 소속된 교수와 강사가 29명이나 된다. 교수진은 소설 가, 에세이작가, 시인, 번역가, 전기작가, 역사가, 과학자 등 다양하다. 교육 과목은 설명 및 수사학, 창 작, 과학기술 쓰기 등 크게 세 분야로 나뉘어진다. 학생들은 현대공상과학소설, 과학에세이, 과학저널리 즘,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수사학 등 36과목 가운데 자신의 구미에 맞는 것을 고를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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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이 글쓰기를 강조하는 분위기여서 필자도 여기서 글쓰기를 다시 배웠다. 지도를 맡았던 바바라 골 도프타스 교수는 “MIT가 쓰기를 강조하는 이유는 쓰기를 통해 명쾌한 사고 능력이 생기게 되고, 이것이 연구 능력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실제로 MIT에서 글을 잘 썼던 학생들이 졸업한 뒤에도 성공하는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MIT 쓰기 프로그램과 학과장인 제임스 패러디스 교수는 아예 과학과 기술을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보는 인물이다. 그는 쓰기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과학기술자에게 쓰기는 지식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대중은 물론 같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정보를 습득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또한 요즘 과학 기술 논문은 대부분 공저이기 때문에 글쓰기가 하나의 협동과정이다. 특히 요즘에는 자료들이 e메일을 타 고 빠르게 돌아다니기 때문에 글쓰기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성적 평가 50% 차지 MIT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교양과목인 스티븐 핑커 교수의 심리학은 쓰기가 학과목에 얼마나 구석구석 침 투해 있는지 잘 보여준다. 핑커 교수는 마음을 컴퓨터로 보고 리엔지니어링하는 학자로 유명하다. 심리학 과목의 학점은 10% 출석, 40% 시험, 50% 리포트로 매겨진다. 쓰기가 학점의 절반을 좌우하는 셈이다. 리포트의 주제는 자유롭다. 하지만 리포트를 한번 제출하면 끝나는게 아니라 처음 낸 리포트를 계속 수정․보완해 3차 리포트까지 제출해야 한다. 일단 6-8장 정도로 리포트를 써내면, 조교들이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지적해 되돌려준다. 그러면 학생 들은 이를 수정해 8-10장으로 다시 내야 한다. 학생들은 수정 경험을 바탕으로 3차 리포트를 12-15장으 로 다시 써낸다. 물론 1, 2, 3차 리포트의 점수는 각각 별도로 매겨진다. 리포트가 성적을 좌우하므로 많은 학생들은 조교가 지적한 리포트의 논리적 허점, 표현 미숙 등을 해결 하기 위해 밤새 씨름을 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교내의 쓰기 센터에 가서 개인적인 도움을 받는다. 그냥 써서 교수의 편지함에 집어넣으면 끝나는 한국의 대학생들은 행복하다고 할까. 하지만 이런 고통 속에서 MIT 학생들은 졸업할 때쯤 되면 유능한 과학자나 엔지니어뿐 아니라 훌륭한 작가로 단련된다. 또한 과학 쓰기 시간에 교수들이 학생에게 내는 숙제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무엇이 어떻게 작동 하는지 설명하는 것이다. 재봉틀이나 펌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사과는 왜 떨어지는지, 눈은 본 것을 어 떻게 뇌에게 알려주는지 설명하라는 것이다. 숙제를 하면서 장래의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모호하게 알고 있던 작동 메커니즘을 확실히 깨닫게 된다. 또한 이런 숙제를 해본 학생들은 나중에 과학자나 엔지니어가 돼도 과학과 기술을 정부 관계자나 대중에게 훨씬 쉽게 설명한다. 미국의 한 학자가 20개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과학자와 엔지니어 2백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바 에 따르면, “쓰기 능력이 자신의 개인적 경력과 출세에 아주 영향을 많이 주었다”고 동그라미를 친 응 답자가 절반이나 됐다. 특히 매니저는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71%에 달한다. “자신의 생각을 명쾌하고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젊은 엔지니어는 졸업 후 5년 안에 매니저가 될 수 있다.” “형편없는 제안 서와 보고서로는 연구비와 고객을 얻을 수 없다.” “커뮤니케이션의 질은 아이디어의 습득에 매우 강한 영향을 미친다.” 이들이 설문지에 써놓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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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은 적어도 자신의 시간 중 1/3을 쓰기, 읽기, 편집, 프레젠테이션 준비 등 쓰기와 관련된 일에 소모했다. 승진할수록 비율은 더 늘어나 평연구원은 34%, 중간관리자는 40%, 그리고 매니저는 50%를 쓰면서 보낸다.

작가 반열에 오르기도 그렇다고 글쓰기가 꼭 출세와 승진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위대한 과학자들 가운데는 위대한 작가가 많 다. 지난 5백 년 동안 과학혁명을 주도해 왔던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뉴턴, 다윈, 프로이드, 베게너, 슈뢰딩거, 자크 모노, 제임스 왓슨, 레이첼 카슨 등은 단지 논문뿐 아니라 대중이 읽을 수 있는 훌륭한 책을 쓴 사람들이다. 갈릴레이는 지구중심설과 태양중심설을 믿는 두 학자와 한 명의 지식인 간의 논쟁을 희곡처럼 구성한 “대화록”을 써 단숨에 유명해졌다. 이로 인해 결국 로마 교황청에 끌려가 무기징역을 선고받기도 했다. 다윈이 5년 동안 남미와 갈라파고스를 둘러보고 돌아와서 쓴 “비글호의 항해”는 보고 경험한 것을 너 무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어 문학사에서도 고전으로 꼽힌다. 진화론을 체계화한 “종의 기원”은 판매 가 시작되자마자 매진된 베스트셀러였다. 감춰져 있던 무의식의 세계를 파헤친 정신과 의사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을 고전으로 남겼다. 양자 역학의 기초를 세운 슈뢰딩거는 말년에 15년 동안 아일랜드에 살면서 물리학, 철학, 과학사를 섭렵해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썼다. 젊어서 이 책을 읽고 감명 받은 DNA 나선구조 발견자 제임스 왓슨은 나선 구조를 밝혀내는데 관여한 사람들의 도전과 욕망을 그린 “이중 나선”을 써서 과학자들의 애독서가 되고 있다. 미국의 해양생물학자인 레이첼 카슨이 쓴 “침묵의 봄”은 환경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요즘도 선진국에서는 과학자들이 책을 통해 대중의 지적 욕구를 채워주는 지식인 역할을 많이 하고 있 다. 대중 저서로 퓰리처상을 두번 받은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이기적 유전자”를 쓴 리처드 도 킨스, “시간의 역사”를 쓴 스티븐 호킹, 가이아 학설을 주창한 제임스 러브록과 린 마굴리스, 마음을 파헤치는 이론 물리학자 로저 펜로즈 등은 전문 작가 뺨치게 글을 써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인 물들이다.

우리나라도 작문교육 강화될 전망 우리나라에서도 수시모집에서 과학논술, 언어논술, 논리논술, 수리논술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 다. 이렇게 되면 논술이 학생의 당락을 결정적으로 좌우하게 돼, 고등학교 글쓰기 교육이 한층 강화될 것 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교생에게만 쓰기 교육을 시킬 것이 아니라, 글쓰기가 미숙한 이공계 대학생들에게 도 작문교육을 철저히 시켜야 한다. “사인, 코사인만 배워서 그런지 문과 출신 친구들이 잘 쓰는 것을 볼 때 한계를 느낀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요즘 글을 잘 쓰는 과학 기술인으로, 김영환 과학기술부 장관과 서울대 생물학과 최재천 교수가 꼽힌 다. “방귀에 불이 붙을까요?”란 동시집을 최근 펴낸 김 장관은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옥중에서 시 쓰는 공부를 했다. 한편 최 교수는 고교시절 문예반 학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수가 된 뒤 다시 글쓰기 과외 지도를 받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공계 학생들은 한창 문학에 심취할 중․고교 시절에 독서나 작문보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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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리고, 대학에서도 쓰기 교육이라고는 거의 받아본 적이 없다. 글은 엉켜진 생각을 질서 있게 정리해주는 묘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글쓰기를 “마음의 서치 엔진”이라고도 한다. 과학은 “생각하는 방식”이다.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고서는 새로운 것을 발 견할 수 없다. 하찮은 실험 결과도 자꾸 글로 정리하면서 마음의 서치엔진을 작동시키다 보면 대발견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 ≪과학동아≫, 2002. 2.

읽기 자료- 2

교육이 경쟁력

미국 대학 경쟁력의 뿌리도 글쓰기다. 안식년으로 하와이 대학에 온 지 1주일도 안 돼 새삼 깨우치게 된 사실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소니아 소토마요르 판사의 강연회였다. 그녀는 오바마 대통 령이 처음 자기 손으로 임명한 대법원 판사다. 중남미계 소수민족 출신으로 뉴욕의 저소득층 지역에서 성 장했다. 성공의 길은 명문 프린스턴 대학에 진학하며 열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최우수 학생으로 프린스턴 대를 졸업하고, 예일대 로스쿨에 장학금을 받고 진학한다. 그 뒤 2009년 대법원 판사가 되기까지 엘리트 법조인의 길을 걸어왔다. 그녀의 강연은 C-SPAN 채널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C-SPAN은 미국 케이블 회사들이 제공하는 공익채 널이다. 의회나 백악관, 국무부 등의 중요행사를 편집 없이 중계한다. 또 공공성이 강한 토론회나 학술행 사, 저자의 강연회 등도 광고 없이 내용 전체를 방송한다. 소토마요르 판사의 강연은 지난달 29일 일요일 에 방송됐다. 그녀가 덴버대학 로스쿨을 방문해 학생들과 질문․응답한 1시간짜리 행사가 그대로 C-SPAN에 방송됐다. 한 학생이 강연 끝 무렵에 미국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를 물었다. 소토마요르 판사의 답변은 간결했다. 글쓰기 공부에 더 많이 노력하라고 했다. “나는 고등학교 때 학교 토론팀 대표였습니 다. 변호사를 하면서 법정 변론도 잘했습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글입니다. 판사의 마지막 판결은 변호사가 써낸 변론문이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토마요르 판사의 말이다. 그녀는 법정 변론을 잘 해도 최종 변론문이 나쁘면, 결과가 나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프린스턴 대학 시절 경험도 얘기했 다. 1학년을 지내며 다른 학생들보다 글쓰기 능력이 뒤진다는 사실을 느꼈다. 그녀가 스스로 내린 처방은 기초부터 다시 공부하기였다. 2학년으로 올라가기 전 여름방학을 몽땅 글쓰기 공부에 바쳤다. 철자법과 문법의 허점을 다진 뒤, 자신감이 커졌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었다. 이곳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둘째아이를 보면서도 미국 학교가 글쓰기를 강조하는 사실을 절감한다. 둘 째아이는 오후 4시쯤에 집에 오면 잠시 숨을 돌리고는 12시 넘어까지 여러 과목 숙제를 해야 한다. 그런 데, 수학, 음악을 뺀 거의 모든 숙제가 글쓰기 과제다. 이번 주 영어 과제는 밀란 쿤데라의 작품에 관한 내용이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포함된 ‘영원한 회귀’ 개념에 대한 학생의 생각을 정 리한 짧은 에세이를 써야 했다. 역사 과목은 미국 독립혁명에서 강조된 ‘공화주의’를 설명하는 한 쪽짜 리 글이었다. 심지어 생물 과목도 진화론과 창조론을 대비시켜 토론하는 글쓰기 과제를 부과했다. 각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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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의 강의 계획서를 보면, 표절에 대한 경고가 모두 포함돼 있다. 매주 제출된 보고서들은 주말이 면 평가 결과를 인터넷으로 통보해준다. 둘째아이는 매일 저녁 글쓰기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제 개학한 지 3주가 지났으니, 갈 길이 멀다. 그 러나 그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미국 교육이 글쓰기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를 분명히 느낀다. 지난 주말 뉴스 가운데, 미국 교육장관이 미국 수능에 선택형 객관식 문제를 출제하지 않도록 연구시키기 위해 거액 의 예산을 배정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검증하겠다는 취지로 역시 글쓰 기 식 접근이 강화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 우리 현실이 걱정스럽다. 우리의 학교 교육은 논술 을 빼면 글쓰기 요소를 찾기 어렵다. 논술도 시험용으로 지나치게 정형화돼 있고, 그나마 학교가 아니라 학원이 주도한다. 우리도 소토마요르 판사 같은 다양한 분야 지도자들이 글쓰기를 강조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교육이 바뀔 수 있다. , ≪세계일보≫, 2010. 9. 10

읽기 자료 -3

변지의 군이 천 리 길을 걸어서 나를 찾아왔기에 그 뜻을 물어보니 문장 공부를 해 보겠다고 하였다. 마침 이날 우리 집 아이가 나무를 심기에 나는 그 나무를 가리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해 주었다. “사람에게 문장이란 나무에 꽃이 피는 것과 같다. 나무를 심을 때 우선 뿌리에 북을 주고 줄거리를 바 로 세워 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진액이 오르고 가지와 잎이 무성해지면 거기에서 꽃이 피는 것이다. 그러 므로 나무를 잘 가꾸지도 않고 꽃만 보려고 서둘러서는 안 된다. 나무뿌리를 북돋우듯 자기 마음을 바로 잡고, 줄기를 바로 세우듯 자기 몸을 수양하고, 진약이 통하듯 경전을 깊이 연구하고, 가지와 잎이 무성하듯 학식을 넓히고 기교를 연마하여 마음속에 든든하게 쌓은 다 음에 마음에 품은 것을 표현하면 곧 글이 되는 것이며, 사람들이 보고 훌륭한 문장이라고 말할 것이니, 이것이 진정한 문장이다. 문장의 길만을 따로 떼어서 성급하게 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약용, 변지의에게 주는 말(爲陽德人邊知意贈言)」, 與猶堂全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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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글에서 단어에 주목해보자. 핵심어, 내게 매력적인 단어들은? 작문 책, 글쓰기, 마음의 서치엔진, 생각하는 방식 2. 이 글에서 내가 주목한 부분, 인상적인 문장들은? 3. 이 글의 내용 중에서 내가 질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우리나라 대학도 이공계 학생들의 글쓰기를 강화하는 노력이 있을까? 4. 이 글을 요약해보자. 5. 이 글의 필자(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무엇일까? 과거나 지금이나 과학자들이나 엔 지니어들의 성공과 글쓰기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6. 이 글의 필자(저자)가 하고자 한 말, 주장 즉 이 글의 주제는 무엇일까? 과학과 글 쓰기는 또 하나의 협동과정이다. 그러므로 이공계 학생들도 글쓰기가 중요하다. 7. 이 글을 통해 내가 얻은 바가 있다면? 글쓰기는 어느 전공을 하는 사람이건 중요 한 것 같다고 느꼈다. 8. 이 글을 통해 문제제기 해보자. 왜 지금까지 우리나라 중고교생들은 글쓰기 수업 강화에 힘을 쓰지 못했을까? 9. 저자의 의도나 글 내용과 상관없더라도 내가 이 글에서 생각해 본 문제가 있다면? (파생 문제, 혹은 확대 문제) 우리나라는 왜 다른 선진국 시스템에만 따라가야만 할까? 우리도 남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는 없을까? 10. 기타 정리하고 싶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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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글에서 단어에 주목해보자. 핵심어, 내게 매력적인 단어들은? 경쟁력의 뿌리, 글, 자신감 2. 이 글에서 내가 주목한 부분, 인상적인 문장들은? 글쓰기 공부에 더 많이 노력하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검증하겠다는 취지로 역시 글쓰기 식 접근이 강화된 다, 우리도 소토마요르 판사 같은 다양한 분야 지도자들이 글쓰기를 강조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 으면 좋겠다. 그래야 교육이 바뀔 수 있다.

3. 이 글의 내용 중에서 내가 질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무슨 이유로 처음 자기 손으로 소토마요르 판사를 임명하였을까? 4. 이 글을 요약해보자. 5. 이 글의 필자(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무엇일까? 미국 대학의 경쟁력의 뿌리는 글쓰 기 이다. 6. 이 글의 필자(저자)가 하고자 한 말, 주장 즉 이 글의 주제는 무엇일까? 우리 학교 교육은 논술 외에는 글쓰기 요소를 찾을 수 없고 더군다나 논술도 시험용으로 정 형화 되어 있고 학교보다는 학원이 주도한다. 우리도 소토마요르 판사와 같은 다 양한 지도자들이 글쓰기를 강조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교육이 바뀔 수 있다. 7. 이 글을 통해 내가 얻은 바가 있다면? 글쓰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더 욱더 글쓰기 공부해 매진해야겠다고 느꼈다. 8. 이 글을 통해 문제제기 해보자. 문화를 바꾸기 위한 해결방안도 제시했으면 좋았 을 것 같다. 9. 저자의 의도나 글 내용과 상관없더라도 내가 이 글에서 생각해 본 문제가 있다면? (파생 문제, 혹은 확대 문제) 왜 학원이 학교보다 논술을 주도하게 되었을까? 10. 기타 정리하고 싶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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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강의와 언어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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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

내 기억이 틀림없다면, 인터넷에서 ‘안습’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던 것은 2004년 말이 었다. 나는 그 무렵 어느 과학 갤러리를 드나들면서 내가 모르는 과학지식을 눈동냥하고 있었 다. 한 토론에서 누군가 ‘안구에 습기가’라는 말을 썼다. 토론 상대자의 말이 너무 한심해서 눈물이 난다는 뜻이었던 이 말은 곧 ‘안습’으로 축약되었다. 동남아에 쓰나미가 몰아닥친 것이 그즈음이어서 ‘안구에 쓰나미’라는 말이 생겨났고, 생겨나기가 무섭게 ‘안쓰’로 축약되었다. 이 말의 진화는 두 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지만, 그만큼 그 말들의 생명도 짧았다. ‘안습’도 ‘안쓰’ 도 곧 인터넷에서 사라져 이제는 사어가 되었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수많은 신어와 축약어 들의 운명이 이와 다를 수는 없다. 우리 기억의 깊은 자리와 연결되기도 전에 사라진 말들을 어느 날 우리가 다시 만난다 해도 우리의 마음이 흔들릴 일은 물론 없을 것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부록으로 딸린 ‘신어의 원리’는 허구의 빅 브러더가 통치하는 저 끔찍한 나라의 언어정책에 관해 말한다. 신어는 그 나라의 공용어이며, 그 창안 목적은 그 체계에 걸맞은 세계관과 사고 습성을 표현하고, 그 국가 이념 이외의 다른 사상을 갖지 못하 도록 하는 데 있다. 이 언어에서는 낱말 하나하나가 단 하나의 뜻만 갖는다. 역사적으로 형성 된 모든 개념이 그것을 표현하던 낱말들과 함께 사라진다. 여러 낱말들이 하나의 낱말로 축약 되어 본래의 낱말이 지니고 있던 정서적인 힘도 사라진다. 품사의 구별이 없는 이 언어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문장이 없고 개념의 나열이 있을 뿐이다. 문장이 없으니 논쟁이 없고, 하나의 문장이 다른 문장으로 연결될 일이 없으니, 한 생각이 다른 생각으로 발전할 일도 없다. 국가 가 제시하는 정통사상이 아닌 다른 생각은 표현될 길이 없을뿐더러 아예 탄생하는 일조차 없 을 것이다. 이렇게 언어가 통제되고 사상이 통제된다. 남의 일 같지 않다. 인터넷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수많은 축약어들과 갈수록 단순화하는 문장들을 보면, 저 허구의 빅 브러더가 멀리 있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요즘 거의 모든 대학들이 앞다투어 실행하고 있는 영어강의에 대해서도 같은 염려를 하게 된다. 나는 우리의 여러 대학에 자신의 학문 분야에서 영어로 강의할 능력을 지닌 교수 들이 모자라지 않으며, 그 장점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정한 교과 내용을 배우면서 영어 도 함께 익히니 도랑 치고 가재 잡기가 따로 없다. 외국어 강의는 교안을 면밀하게 짜야 하니 수업 진행에 차질이 없고, 강의가 옆길로 새나가기 어려우니 아까운 시간이 허비되지 않을 것 이다. 강의가 한국어에서 벗어나니 외국 학생들을 불러오기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영어강의 의 이 모든 장점은 그 약점이기도 하다. 어쩔 수 없이 적은 수의 어휘만을 사용하여 교안에 충실하게 진행되는 외국어 강의는 학생들이 책에서 읽을 수 있는 것 이상의 내용을 전하기 어 려울 것이다. 옆길로 새나갈 수 없는 강의는 삶과 공부를 연결해주는 온갖 길들을 차단할 것 이다. 언어의 깊이가 주는 정서를 학문의 습득과 함께 누리지 못하는 탐구는 모든 지식을 도 구화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어강의가 사상통제를 위해 실행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사상통제의 필수조건인 언어통제가 그 가운데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나는 그것을 염려한 다.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문학동네, 2013) / 《한겨레신문》 2012. 5.5. 대학 글쓰기의 이해 13쪽에서 부분 발췌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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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글에서 단어에 주목해보자. 핵심어, 내게 매력적인 단어들은? 인터넷, 축약, 진 화, 사어, 신어, 통제, 언어, 영어강의, 차단 2. 이 글에서 내가 주목한 부분, 인상적인 문장들은? 3. 이 글의 내용 중에서 내가 질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언어의 깊이가 주는 정 서를 학문의 습득과 함께 누리지 못하는 탐구는 모든 지식을 도구화할 것이다. 사 상통제의 필수조건인 언어통제가 그 가운데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4. 이 글을 요약해보자. 5. 이 글의 필자(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무엇일까? 영어강의가 주는 장점과 단점 6. 이 글의 필자(저자)가 하고자 한 말, 주장 즉 이 글의 주제는 무엇일까? 영어강의 가 사상통제를 위해 실행되는 것이 아닐지라도, 사상통제의 필수 조건인 언어통제 가 이루어질 것 같아 염려가 된다. 7. 이 글을 통해 내가 얻은 바가 있다면? 언어와 사상이 서로 없으면 안 되는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8. 이 글을 통해 문제제기 해보자. 외국어강의로 원래 수업처럼 생각할 수 있는 여러 길을 열리게 할 수 없을까? 9. 저자의 의도나 글 내용과 상관없더라도 내가 이 글에서 생각해 본 문제가 있다면? (파생 문제, 혹은 확대 문제) 인터넷 언어 중에 오랫동안 사어가 되지 않고 쓰이는 언어는 없을까? 10. 기타 정리하고 싶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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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말 ------------ 심보선 나는 '나'라는 말을 썩 좋아하진 않습니다. 내게 주어진 유일한 판돈인 양 나는 인생에 '나'라는 말을 걸고 숱한 내기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아주 간혹 나는 '나'라는 말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어느 날 밤에 침대에 누워 내가 '나'라고 말할 때, 그 말은 지평선처럼 아득하게 더 멀게는 지평선 너머 떠나온 고향처럼 느껴집니다. 나는 '나'라는 말이 공중보다는 밑바닥에 놓여 있을 때가 더 좋습니다. 나는 어제 산책을 나갔다가 흙길 위에 누군가 잔가지로 써 놓은 '나'라는 말을 발견했습니다. 그 누군가는 그 말을 쓸 때 얼마나 고독했을까요? 그 역시 떠나온 고향을 떠올리거나 홀로 나아갈 지평선을 바라보며 땅 위에 '나'라고 썼던 것이겠지요. 나는 문득 그 말을 보호해 주고 싶어서 자갈들을 주워 주위에 빙 둘러 놓았습니다. 물론 하루도 채 안 돼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서 혹은 어느 무심한 발길에 의해 그 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요. 나는 '나'라는 말이 양각일 때보다는 음각일 때가 더 좋습니다. 사라질 운명을 감수하고 쓰인 그 말을 나는 내가 낳아 본 적도 없는 아기처럼 아끼게 됩니다. 하지만 내가 '나'라는 말을 가장 숭배할 때는 그 말이 당신의 귀를 통과하여 당신의 온몸을 한 바퀴 돈 후 당신의 입을 통해 '너'라는 말로 내게 되돌려질 때입니다. 나는 압니다. 당신이 없다면, 나는 '나'를 말할 때마다 무(無)로 향하는 컴컴한 돌계단을 한 칸씩 밟아 내려가겠지요. 하지만 오늘 당신은 내게 미소를 지으며 '너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지평선이나 고향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지만 나는 압니다. 나는 오늘 밤, 내게 주어진 유일한 선물인 양 '너는 말이야' '너는 말이야'를 수없이 되뇌며 죽음보다도 평화로운 잠 속으로 서서히 빠져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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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원(鳥致院) 사내가 달걀을 하나 건낸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1시쯤에 열차는 대전에서 진눈깨비를 만날 것이다. 스팀 장치가 엉망인 까닭에 마스크를 낀 승객 몇몇이 젖은 담배 필터같은 기침 몇 개를 뱉아내고 쉽게 잠이 오지 않는 축축한 의식 속으로 실내등의 어두운 불빛들은 잠깐씩 꺼지곤 하였다. 서울에서 아주 떠나는 기분 이해합니까? 고향으로 가시는 길이나보죠. 이번엔, 진짜, 낙향입니다. 달걀 껍질을 벗기다가 손끝은 다친 듯 사내는 잠시 말이 없다. 조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쳤죠. 서울 생활이란 내 삶에 있어서 하찮은 문장 위에 찍힌 방점과도 같은 것이었어요. 조치원도 꽤 큰 도회지 아닙니까? 서울은 내 둥우리가 아니었습니다. 그곳에서 지방 사람들이 더욱 난폭한 것은 당연하죠. 어두운 차창 밖에는 공중에 뜬 생선 가시처럼 놀란 듯 새하얗게 서 있는 겨울 나무들. 한때 새들을 날려보냈던 기억의 가지들을 위하여 어느 계절까지 힘겹게 손을 들고 있는가. 간이역에서 속도를 늦추는 열차의 작은 진동에도 소스라쳐 깨어나는 사람들. 소지품마냥 펼쳐보이는 의심많은 눈빛이 다시 감기고

좀더 편안한 생을 차지하기 위하여 사투리처럼 몸을 뒤척이는 남자들. 발 밑에는 몹쓸 꿈들이 빵봉지 몇 개로 뒹굴곤 하였다. 그러나 서울은 좋은 곳입니다. 사람들에게 분노를 가르쳐주니까요. 덕분에 저는 도둑질 말고는 다 해보았답니다. 조치원까지 사내는 말이 없다. 그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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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의 마지막 귀향은 이것이 몇 번째일까, 나는 고개를 흔든다. 나의 졸음은 질 나쁜 성냥처럼 금방 꺼져버린다. 설령 사내를 며칠 후 서울 어느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한들 어떠랴. 누구에게나 겨울을 위하여 한 개쯤의 외투는 갖고 있는 것. 사내는 작은 가방을 들고 일어선다. 견고한 지퍼의 모습으로 그의 입은 가지런한 이빨을 단 한 번 열어보았다. 플랫폼 쪽으로 걸어가던 사내가 마주 걸어오던 몇몇 청년들과 부딪친다. 어떤 결의를 애써 감출 때 그렇듯이 청년들은 톱밥같이 쓸쓸해 보인다. 조치원이라 쓴 네온 간판 밑을 사내가 통과하고 있다. 나는 그때 크고 검은 한 마리 새를 본다. 틀림없이 사내는 땅 위를 천천히 날고 있다. 시간은 0시. 눈이 내린다. - 기형도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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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표절과 이 비천한 삶 가장 덜 비천할 것 같은 대학 논문을 표절하여 학위를 얻고 그 학위를 취소 못한다면…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고 동구권의 여러 나라가 그 지배에서 풀려나고 있을 때, 프랑스의 가톨릭 교단이 운영하는 어느 우파 잡지에 가톨릭 신부이기도 한 어느 우파 논객이 이와 관련된 글을 발표했다. 헝가리·폴란드 등지로 여행했던 추억을 이야기하며, 공산독재체제 가 무너지는 것은 환영해야 할 일이나, 경건하고 건강한 삶의 마지막 모델이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썼다. 동구 노동자의 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발자크와 도스토옙스키와 체호프의 소설, 보들레르와 투르게네프와 마야콥스키의 시집을 포함한 백 권 남짓한 책이 잘 정리되어 꽂혀 있는 그 서가들을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썼다. 달력이나 잡지에서 오 린 성인들의 초상화, 또는 쿠르베나 르누아르의 그림을 집주인이 손수 만든 액자에 끼워 걸어 놓은 식탁 옆의 아름다운 벽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썼다. 일상의 대화에서 누가 무슨 말을 하건 정신을 집중하여 듣는 사람들이 이제는 영영 사라질 것이라고 썼다. 그들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은 진실이야 어찌 되었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연극하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썼다. 옛날의 동구건 지금의 동구건 나는 동구에 가본 적이 없기에 그 신부 논객의 진술이 어느 정도 사실인지, 그의 예언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나는 오히 려 지금 내 나라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삶, 바로 내 삶을 바라보며, 그가 말했던 바의 진의를 어느 정도 짐작한다. 어떤 원칙도 없이 허욕과 허영에 기대어 아슬아슬한 연극을 하며 사는 것이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며, 신부 논객이 지난 시절 동구의 삶과 대비하려는 것이 바로 우 리의 이 비천한 삶이기 때문이다. 가장 덜 비천할 것 같은 대학에 관해 이야기하자. 요즘 대학의 거의 모든 총장들이 시이오 (CEO) 총장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교육도 학문도 경제적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한 일 이니 학교 경영을 잘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경영이 교육과 학문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거꾸로 교육과 학문이 학교 경영을 위한 수단이 될 때부터 문제가 시작된 다. 학교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기초학문 분야의 학과들을 폐지하고 있는 대 학이 벌써 여럿이며,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저술활동은 그만두고 학교 평가에서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논문을 양산하라고 교수들을 다그치는 대학도 벌써 여럿이다. 어느 대학은 경영 전문가를 불러 도서관의 경영평가를 하였더니, 열람실의 일부를 카페로 바꾸라는 진단이 나왔 다는 소문도 있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다. 실정이 이러하니 한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된 사람이 남의 논문을 표절하여 학위를 얻었다는 혐의에 명쾌한 대답을 못하는 것도, 전문가들의 판단과 학계 안팎의 질타에도 아랑 곳없이 그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것도 크게 개탄할 일이 아닐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을 말한다면, 표절이 명백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학위를 준 대학이 학위를 취소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대학이 아닐 것이며, 그 사람이 계속 교수로 남아 있는 대학도 대 학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는 나라를 상상하는 일은 더욱 고통 스럽다. 우리의 삶이 아무리 비천해도 그 고통까지 마비시키지는 못한다.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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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7 한겨레


선진국 대학, 입학때부터 "표절은 범죄" 반복 교육 한편이 표절 판명땐 저자의 모든 논문이 학계서 부정당해 지난 2011년 5월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의 한 교수가 논문 표절이 드러나 해임(解任)됐다. 이 학교 조사위원회는 논문이 발표된 지 5개월 만에 표절 사실을 확인했고 조사에 착수했다. 발표되는 모든 논문에 대한 실시간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외국 대학은 표절 감시와 처벌에 엄격하다. 한 편의 논문이 표절로 판명되면 그동안 해당 저 자가 발표한 모든 논문이 학계에서 부정되는 경우도 흔하다. 외국 대학들은 대학에 입학하면 표절 예방 교육부터 한다. 한국에서 학부 2학년을 마친 뒤 영국에서 스포츠경영학을 전공한 한성호(28)씨는 "1학년 필수과목인 글쓰기 수업에서 논문 쓰 는 법을 한 학기 내내 배웠다"며 "한 줄이라도 다른 사람의 말을 쓸 때에는 그 출처를 해당 책 또는 논문의 페이지까지 명확히 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표절은 범죄'라는 말을 4년 동안 수없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우리는 표절에 관대하다. 표절한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가 드물뿐더러 명확한 증 거가 나오지 않는 한 징계를 피할 수도 있다는 인식 때문에 표절 논란이 불거져도 버티는 경 우가 많다. 한국 대학도 논문 쓰는 법을 가르친다. 그러나 그 수업 때뿐이다. 다른 수업에서는 다른 사람의 글을 그대로 베끼거나 각주와 인용을 명확히 하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가 없기 때 문이다.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온 독일인 로잔나 살레스(28·Rosanna Salles)씨는 "한국 학생들이 책 을 그대로 베껴 졸업 논문으로 제출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독일 학교라면 바로 논문 이 거부되고 징계를 받을 텐데 그대로 졸업을 하더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미국 UCLA를 졸업한 윤모(26)씨는 "워낙 표절에 민감하기 때문에 남의 글을 마음대로 베껴 쓰는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며 "한국이든 미국이든 표절이 적발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그 차이는 한국은 표절에 무심하기 때문이고, 미국은 아무도 표절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상기 기자, 조선일보2013.03.2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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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碩士(석사)논문쯤은 좀 베껴도…" 학생도 교수도 표절 불감증 양승식 기자

2013.03.20 05:14

조선일보

[죄의식 없는 '표절 대한민국'] [1] ― 줄잇는 논문 스캔들 100만~300만원 주면 주제 선정서 '복제'까지 대행해주는 업체 수십곳 대학 학부시절부터 리포트 베끼기 습관화… 논문 쓸때도 죄의식 없어 정치인·교수·목사 등 유명인의 논문 표절은 이미 일상적인 일이 됐다. 지난해엔 문대성(37) 국회의원이 논문 표절 의혹 때문에 새누리당을 떠났다. 최근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김용찬 교수가 논문 표절이 드러나 서울대 사상 처음으로 사퇴하기도 했다. 또 지난 2월엔 허태열 청 와대 비서실장 내정자가 박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으로 논란이 됐으며, 사랑의 교회 오정현 목사도 논문 표절 사실이 드러났다. 우리 사회가 양심을 파는 부정행위인 논문 표절에 대해 불감증에 빠져 있는 것이다.

논문 표절이 드러난 김미경씨는 석사 학위 취득자 사이에 널리 퍼진 전형적인 방법으로 논 문을 표절했다. 비슷한 주제로 쓴 2~4년 전 논문의 문장과 문단 중 오래된 논문을 인용한 부 분을 그대로 베낌으로써 마치 오래된 논문을 직접 참고해 쓴 것처럼 위장한 것이다. 직접 표 절 대상인 중간 단계 논문의 존재를 알지 못하면 해당 논문은 옛 논문을 참고해 정상적인 방 법으로 작성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중간 단계 논문의 문장·각주·인용까지 그대로 베낀 것이 기 때문에 이 논문은 명백한 표절이다. 김씨는 한 지방대학 교수의 1995년 연구 논문을 베끼 는 동시에 해당 논문을 인용한 2003년·2004년 석사 학위 논문도 그대로 복사해 사용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설문조사, 통계 등 데이터만 슬쩍 바꾸고 여러 논문을 정교하게 짜깁기하는 수법은 주로 대필 업체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라면서 "특히 사회생활을 하면서 대학원을 다니 는 경우 일종의 '논문 복사 공장'인 대필 업체에 논문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대필 사설업체와는 인터넷을 통해 간단히 접촉할 수 있었다. 19일 포털 사이트에서 '논문 대필' '논문 대행' '논문 컨설팅' '논문 도우미' 등으로 검색해보니 관련 업체 수십 곳이 나왔 다. 한 업체는 "글을 쓰는 데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이나 바쁜 일정으로 시간적 여유가 없는 분들을 위해 논문 작성을 체계적으로 지도한다"면서 학위 논문, 학술 논문, 연구 논문이 모두 지도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한 업체는 "고객님의 연구 목적에 맞는 주제 선정에서부터 논문 편집 및 교정까지 책임져 드린다. 제출 기관 양식에 맞추어 구성해드리고 목차부터 각주,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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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문헌까지 '종합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다. 사실상 대필을 해준다는 말이다. 한 업체 관 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현재까지 진행 상황을 메일로 보내주면 맞춰서 논문을 만들어 주겠 다"고 말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석사 학위 논문 대필해주는 업체도 있나 보네요. 돈 없는 내가 병 X'이라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여기엔 '대행 퀄리티에 따라 100만~300만원까지 다양하다' '대 필하는 학생이나 그 논문 통과시켜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교수나 (한심하다)' '담당 교수 아니더라도 1심·2심·최종심 때 다른 교수들도 다 눈치 챈다' 등 다양한 댓글이 달렸다.

상황이 이런데도 '석사 정도는 논문을 대필하거나 표절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서울의 한 명문 사립대 박사과정 학생은 "박사야 그렇다 쳐도 석사야 교수들이 대충 형식만 보는 식이라 논문을 꼼꼼히 안 쓴다"면서 "대충 베껴서 내도 안 걸리니 힘 빼지 말자는 말도 많다"고 했다. 10여년 전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는 한 직장인은 "어느 날 내 논문을 검색해보니 5명이 그대로 베껴 석사 학위를 딴 것을 보고 경악했다"고 했다. 한 대 학교수는 "일반 대학원이 아닌 특수 대학원은 원래 돈 주고 학위를 주는 곳인데 새삼스럽게 왜 그러느냐"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그는 "정치외교학부 김용찬 교수 논문 표절 사건이 터지자 서울대를 중심으로 대학 본부 차원에서의 전반적인 논문 검증 강화안이 나왔지 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면서 "지금으로선 학자와 학생의 양심에 맡기는 수밖 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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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성 이어 정세균-정우택… 표절 논란에 얼룩진 ‘당선증’ 《 4·11총선 당선자들이 줄줄이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문대성 새누리당 국회의원 당선자에 이어 새누리당 정우택 당선자(충북 청주 상당)와 민주통합당 정세균 당선자(서울 종 로) 역시 박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다른 사람의 논문을 무단 전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 18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정우택 당선자가 1992년 미국 하와이대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 ‘X-비효율성 측정: 대만과 한국’은 강명헌 단국대 교수의 1990년 논문 ‘X-비효율성에 대한 소고’, 1988년 출간된 로저 프란츠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수의 저서 등 최소한 논문 4건과 저서 1건에서 문장 혹은 문단을 통째로 가져왔다. 동아일보가 확인한 정 당선자의 무단 전재 부분은 총 32곳이었다. 논문 13∼17쪽을 보면 프란츠 교수의 저서 37∼42쪽을 그대로 베끼며 ‘요약했다’고만 표현했다. 도중에 프란츠 교수 의 저서 53쪽에서 그대로 가져온 한 문단을 끼워 넣어 ‘짜깁기’를 하기도 했다. 4장 ‘X-비효 율성 측정’에서는 강 교수의 논문 9∼12쪽을 그대로 전재했다. 6장 ‘결론’에서도 또 다른 논 문의 문단을 통째로 가져온 부분이 있었다. 정 당선자는 “해당 논문을 모두 참고문헌 목록에 포함했다. 일일이 주석을 달지 않았다고 표절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X-비효율성 이론으로 한국과 대만 산업구조를 최초로 비교한 논문으로 학문적 독창성이 인정됐던 연구”라고 말했다. 하지만 참고문헌에 포함했더라도 원문을 그대로 전재할 경우에는 따옴표를 넣고 괄호 안에 주석을 달아 인용 사실을 밝히는 것이 원칙이다. 2008년 발표된 교육인적자원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6단어 이상 연속해서 표현이 같고 인용표시가 없을 경우에는 표절로 본다. 표절 대상이 된 논문의 원저자 프란츠 교수는 e메일을 통해 “내가 체크한 모든 문장이 표 절이었다. 명백한 표절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또 다른 표절 대상 논문을 쓴 강 교수는 정 당 선자와 경기고 동문으로 가까운 관계로 알려졌다. 정세균 당선자도 다른 논문을 표절했다. 그가 2004년 경희대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 ‘브랜 드이미지가 상품선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정당 이미지와 후보자 이미지의 영향력을 중 심으로’는 1991년 이모 씨가 고려대에 석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정치마케팅과 우리나라 정 당의 이미지 형성에 관한 실증적 연구’와 1998년 출간된 이종은 남서울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의 저서 ‘정치광고와 선거전략론’을 무단 전재했다. 확인한 결과 정 당선자의 논문 16쪽과 이 교수의 저서 85쪽 중 4문장이 일치했다. 논문 17 쪽의 그림은 이 교수 저서 85쪽의 그림 2-3과 동일했다. 정 당선자의 논문 17∼19쪽과 이 교 수의 저서 179∼182쪽 중 일부 문장 및 문단이 일치했다. 18쪽에 실은 그림과 이 교수의 저 서 180쪽에 나온 흐름도도 유사했다. 이 씨의 논문에서는 주로 이론적 배경 부분을 가져다 썼다. 이 씨의 논문 8, 9쪽과 정 당선 자의 논문 13, 14쪽, 이 씨의 논문 27∼33쪽과 정 당선자의 논문 38∼42쪽이 일부 표현을 수 정한 것 외에 일치했다. 이 교수의 저서와 이 씨의 논문은 정 당선자의 참고문헌 목록에만 포 함돼 있을 뿐 따로 인용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정 당선자 측은 “현 상황에서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정우택 당선자에 대한 성매수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당 충북도당은 “정 당선자가 충북 지사로 재직하면서 2008년과 2009년 제주도에서 젊은 경제인과 골프를 치고 여성 접대부가 있는 술집에서 술을 마신 뒤 성 상납을 받았다는 의혹이 포털 사이트에 올라왔다”며 해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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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 당선자 측은 “골프를 치고 술을 마신 적은 있지만 성매수 의혹은 터 무니없는 흑색선전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린 배후를 밝혀달라고 의뢰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고 밝혔다.

2012-04-19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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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학도 연구자도 논문표절에 둔감한 사회 책임 강하게 묻고 학위 남발 대학 제재해야 출처를 밝히느냐 여부에 따라 표절과 인용으로 갈리기는 하지만 표절은 범죄행위나 다름없 다. 남의 것을 베끼고도 모른척했다는 점에서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일이고, 다른 사람의 연 구 성과를 허락 없이 이용했다는 측면에서는 절도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논문표절이 사라지기 는커녕 갈수록 빈번해져 이제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은 물론이고 경찰청장 후보자까지 논문의 일부 또는 전부를 표절하는 실로 경악할 일이 벌어졌다. 범죄를 척결해야 할 경찰의 총수 후보가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하 면서 두 쪽이나 출처 표기 없이 인용한 것은 심하게 말해 옳게 연구하지 않고 학위를 딴 것이 라고 할 수 있다. 논문의 맨 뒤 참고문헌 항목에 인용 논문의 출처를 밝혔다고는 하지만 재인 용 표시를 하지 않으면 학계에선 표절로 간주된다. 유독 우리나라에 논문 표절이 성행하는 것은 연구자들이 성의와 진정성 없이 학문을 시작하 기 때문이다. 배움과 연구에 대한 구도자적인 자세는 없으면서 석사나 박사학위를 과시나 출 세의 방편으로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말이다. 이번에 표절이 문제된 연기자나 경찰관은 해당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일진대 구태여 학위가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석사나 박사학위는 학문의 완성자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연구할 자격이 있다는 의미에 불과하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그런데도 학위를 취득하면 마치 그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인양 취급받기 바라는 얄팍한 마음이 죄의식 없이 ‘지식 절도’를 감행하게 만들 고 있는 것이다. 학문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가 애초부터 결여돼 범죄 아닌 범죄를 양산한다는 의미다. 표절은 연구자에게 원초적인 잘못이 있지만 대학 측이 학위를 받을 당사자에게 합당한 노력 을 요구하지 않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일부 대학에서는 까다로운 심사절차를 생략하고 석·박사를 양산해 사회적 영향력 확대에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표절이 뒤늦게 밝혀진 경우 대개 연구자와 학교 측이 공범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표절을 하고도 형식적인 반성과 참회의 말만 되풀이하면서 상응한 책임을 지지 않는 풍토는 더욱 큰 문제다. 가령, 엊그제 석사학위 논문을 표절했다고 인정한 유명 여배우와 코미디언, 스타강사 출신 방송인은 솔직한 시인과 함께 학위 반납의사까지 밝히고 출연중인 방송에서도 하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지만 이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이 무거운 문대성 의 원과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은 도대체 무슨 책임을 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소중한 지적 재산을 훔친 행위를 눈감아 주는 사회는 결코 건전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표절이 횡행하는 사회는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인물을 길러내기 마련이다. 이제는 표절을 범죄행위로 간주해 강하게 응징하는 풍토가 조성됐으면 한다. 마찬가지로 이를 눈감아 주는 대학이 있다면 과감하게 도태시켜야 할 것이다. 2013.03.28. 국민일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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