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um 167th(20130930,정중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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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자인 가족이나 친구들이 대신 나서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의 학정을 못 견디어 하며 야훼 하느님께 부르짖었듯이(탈출 2, 23 참조) 예수를 향하여 매달리고 호소하 고 부르짖으며 치유되기를 갈망하였으며, 이스라엘 백성이 야훼 하느님께 부르짖을 때마다 도움 을 받았듯이 예수께서도 장애인들의 간청을 단 한 번도 외면하지 않았다. 2) 자기결정권과 자기선택권을 존중해준 치유행위 예수는 장애인당사자의 치유 욕구를 확인한 후 치유행위를 펼치기에 앞서 먼저 “네가 낫기 를 바라느냐?”며 장애인당사자의 의사를 재차 확인하였다.13) 마치 장애인들의 잠자는 영혼을 깨 우는 것 같은 이런 확인 작업에서 장애인당사자의 자기결정권과 자기선택권의 의사를 존중하려 는 배려가 보여 지며, 그런 확인 절차 후에 예수는 치유행위를 시작한다. 이처럼 예수는 치유행 위를 펼치면서 치유대상자를 피동적 수혜자로 여겼던 기존의 ‘기적의 손’ 치유자들과는 달리 장 애인들로부터 empowerment, 곧 내재되고 잠재된 힘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장애인을 치유사건 의 주체적 존재로 만들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장애인들은 치유 과정에서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존재가 되었다. 예수께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모습은 대단히 섬세하고 부드럽고 지극하고 사랑에 가득하였다. 예수께서 바라본 것은 질병이나 장애가 아니라 장애인의 실존 그 자체였다. 그러기 에 치유행위를 펼칠 때 예수는 장애인의 눈 속으로 들어갔다. 눈과 눈이 마주쳐 하나가 되면서 곧 eye contact을 하면서 치유가 일어난 것이다. 이처럼 장애인을 단순히 고쳐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장애인의 욕구와 인격을 존중하며 주체적 인격체로 대하는 예수의 자세야말로 최근의 장애인운동의 화두인 당사자주의에서의 전문가의 역할과 의미를 새롭게 조명해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물론 내가 생각할 때 예수의 치유행위는 육체적 장애를 낫게 하는 것이었다기보다는 그 시 대에 장애로 인해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고 공동체 밖으로 쫓겨나 있던 그들을 향해 장애로 인해 훼손되어버린 인간존엄성을 자각시켜 한 인간으로 공동체에 우뚝 서게 만드는 그것이었지 않을까 여겨진다. 우선 구약성경에서 언급되는 장애인과 장애 이야기의 본질적 의미가 장애를 비유로 삼아 성경의 저자들이 써내려가는 하느님나라 이야기이며, 하느님이 ‘장애 이미지’를 통해 하느님나라의 속성을 드러내고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과의 언약 관계를 사람의 몸의 건강을 통하여 측정한 것14)이기에 장애 치유 구절들이 상징적인 표현이듯 예수의 장애 치유 역시 그런 내용이었지 않을까 싶다. 최근에 장애인운동에서 ‘장애도 개성이다’라는 주장도 제기 되고 있지만, 그 시대의 장애인을 장애를 지닌 모습 그대로 공동체로 받아주는 것을 통해 참된 치유기적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사실 최근의 장애 개념 역시 개인의 기능적 손상보 다는 사회 환경적 장애를 중요시하는 추세이고, 결국 장애로부터의 진정한 해방이란 신체적 사 회적 요인을 모두 치유하는 전인적 과정일 수밖에 없는데, 예수께서 펼친 치유행위가 바로 그러 하였다. Crossan15)이 질병을 치료하는 것(curing a disease)과 고통을 치유하는 것(healing a illness)의 구분 짓고서 예수께서 행한 치유기적의 핵심을 질병의 치유보다는 그 질병에 따르는 종교의례적인 불결과 사회적인 배척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장애인의 고통을 치유시킨 것이라고 보는 것도 그러한 의미이다.

13) 시각장애인 두 사람(마태 9, 28), 예리코 시각장애인(마태 20, 32; 마르 10, 51; 루카 18, 41) 벳자타 못 가 지체장애인(요한 5, 6)에 대한 치유행위가 그러했다. 14) 김홍덕, “장애신학, 하나님 앞에서 나는 누구인가”, 대장간, 2010. 15) J. Crossan, “예수”, 김기철 역, 한국기독교연구소,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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