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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예 & 스 포 츠 • STARS&SPORT

제76호•2013년 7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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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에 여념이 없다. <호우시절>(2009년) <새드무

임스, 즉 전문가들의 대결로 구도가 이뤄지다 보

비>(2005년)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년)와

니 반사회적인 인물임에도 관객들이 제임스에게

같은 로맨스 영화에 출연했던 그의 전력을 감안하

호감을 느낀다.

면 이런 평가에 토를 달 생각이 없어진다.

비극적 결말이 과거에 대한 궁금증 키워

정우성은 <감시자들>의 제임스처럼 사회 시스

아무래도 <감시자들>과 같은 상업영화는 선의

템에 순응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대립각을 세우는

편으로 기운 엔딩을 따라야 하는 것이 원칙 아닌

캐릭터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다. 학교에는 출석하

원칙이기에 제임스에게 호감을 느끼는 관객에게

는 둥 마는 둥 동네 깡패들과 어울려 주먹질에 전

는 안타까움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그

념하던 <비트>(1997년)의 ‘반항아’, 촉망받는 권

에게 비극적인 결말은 어떤 계기로 범죄 세계에 몸

투선수였다가 친구의 꼬임에 빠져 흥신소에서 재

을 담게 됐는지, 얼마나 혹독한 과정을 거쳐 최고

능을 낭비하는 <태양은 없다>(1998년)의 ‘방황하

설계자의 명성을 얻었는지, 제임스의 전사(前史)

는 청춘’은 그의 초기 필모그래프를 정의하는 키

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조의석 감독은 <감

워드였다. 그렇게 구축된 아웃사이더 이미지는 <

시자들>이 흥행할 경우, 제임스가 주인공으로 등

유령>(1999년)의 잠수함 부함장, <무사>(2001

장하는 프리퀄을 만들겠다는 의중을 내비치기도

년)의 검객, <데이지>(2005년)의 킬러, <검우강호

했다. 그만큼 인상적인 악역 연기를 선보인 정우

>(2010년)의 협객 등으로 진화를 거듭했다. <감시자들>의 제임스는 그 연장선에 있다고 할 만하다. 물론 범죄를 모의한다는 점에서 이전 캐 릭터들과 선악의 위치는 다르지만 그를 불법적인 행위로 이끄는 건 검은돈에 대한 일종의 적의다.

어 증권만 챙기는 것이 그가 설계하는 범죄의 특징

성이지만 파격적인 수준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인

인데 약간의 돈에 눈이 멀어 욕심을 챙기는 조직원

다. 사실 그의 연기의 폭은 그리 넓은 편이 아니다.

에게 제임스는 한 톨의 자비도 허락하지 않는다.

워낙 강한 눈매가 트레이드마크처럼 굳어진 탓에

이는 자신에게 일을 맡기는 막강한 권력의 의뢰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어서 생긴 결과다.

자에게 예외를 두지 않는 그만의 철칙이다. 단 1초

그렇다고 배우로서 그의 역량이 떨어진다는 의

그가 범죄의 대상으로 삼는 건 저축은행·증권

의 지연과 단 한 번의 실수는 곧바로 감옥행으로

미로 곡해하진 말기를. 정우성은 다양한 면모로

거래소와 같이 최근 들어 기득권의 배를 불리며 비

연결되거나 목숨을 위협받을 만큼 위험한 직업이

관객에게 어필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이미지를

리의 온상으로 전락한 금융권이다. 그렇다고 제임

기 때문이다.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쪽에 최적화된 배우다.

스가 가진 자를 농락하며 못 가진 자들의 편에 서

그런 범죄자를 검거하기 위해서는 보통의 방법

만약 <비트>의 반항아가, <태양은 없다>의 방황

는 반(反)영웅의 전형으로 묘사되는 건 아니지만

으로는 어림도 없다. 서울 시내 곳곳에 배치된 감

하는 청춘이 범죄의 길에서 일탈(?)하지 않고 지

기본적으로 약속을 신뢰하는 인물이란 사실은 특

시 카메라를 모두 동원하고 동물적인 직감과 본능

금에 이르렀다면 그 인물이 바로 <감시자들>의 제

기할 만하다. 제임스가 차가울 정도로 평정심을

으로 범죄를 쫓는 황 반장과 탁월한 기억력과 관찰

임스가 아닐까.

유지하면서도 가끔씩 화난 모습을 드러내는 건,

력을 지닌 하윤주가 죽기 살기로 따라붙어야 겨우

함께하는 이들이 정해놓은 룰대로 움직이지 않을

제임스의 뒤꽁무니(?) 정도를 목격할 뿐이다.

때다. 현금은 일련번호 때문에 추적될 위험이 있

요컨대,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니라 감시반 대 제

“표면적인 멋스러움보다는 본질적으로 악인에 담긴 여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는 정우성의 필모그 래프에 대표작이 하나 더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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