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을 여행하는 책중독자를 위한 안내서 (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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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을 여행하는 책중독자를 위한 안내서


사랑하는 나의 가족에게 이책을 바칩니다.


헌책방을 여행하는 책중독자를 위한 안내서

이재헌


Prologue. 헌책을 왜 사는 걸까?

1.

가보자! 헌책방

1–1. 대형 중고책 서점 그곳에서 만난 책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1–2. 청계천 헌책방거리 그곳에서 만난 책 : Type Addicted

1–3. 배다리 헌책골목 그곳에서 만난 책 : 지문사냥꾼

2.

숨어있는 헌책방

2–1. 신촌 공씨 책방 그곳에서 만난 책 : 분단 한국

2–2. 녹번동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그곳에서 만난 책 : 가게 해부도감

2–3. 신림동 책상은 책상이다 그곳에서 만난 책 : 리바이어던


3.

팔아보자! 헌책

3–1. 판매 못하는 헌책들 골라내기 3–2. 품질등급 매기기 3–3. 매입가격 책정하기 –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중고 팔기 – 원클릭 중고 팔기

4.

헌책과 사람들

4–1. 활자중독자 김광혁 4–2. 6699press 이재영 디자이너와 백철훈 디자이너 4–3. 한경대 디자인학과 이병학 교수님

Epilogue. 헌책과 같이한 여행

부록 – 헌책방 지도


Prologue.

왜 헌책을 사는 걸까?


이야기를 시작하며... 헌책이란 뭘까? 모름지기 무슨 일이든, 시작을 할 땐 그 일에 대한 리서치와 공부가 최우선이다. 그리고 다루려고 하는 것에 대해 기본적인 정의가 필요할 땐 사전이 최고다. 일단 ‘책’의 의미를 찾아보았다. 책1冊 명사

1 종이를 여러 장 묶어 맨 물건. [비슷한 말] 서권(書卷). 2 일정한 목적, 내용, 체재에 맞추어 사상, 감정, 지식 따위를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여 적거나 인쇄하여 묶어 놓은 것.

3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쓰여) 옛 서적이나 여러 장의 종이를 하나로 묶은 것을 세는단위.

4 (일부 명사 뒤에 붙어) ‘서적2’임을 나타내는 말.

일단 책의 정의는 이렇다. 여기서 우리가 떠올리는 책의 의미는 위에서 2번과 가장 가까울 것이다. 마음의 양식, 지식의 보고라 불리는 책. 그렇담 “헌책”은 뭘까? 헌책의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보았다.


헌-책1-冊 명사 이미 사용한 책.

그렇다. 말 그대로 간결하게 정의된다. 헌책. 이미 사용한 책. 나는 지금부터 헌책이 있는 곳과, 그곳에서 구하게 된 헌책들에 대하여 자세히 다뤄보려고 한다. 단순히 ‘이미 사용한 책’으로의 헌책을 바라보려는 게 아니라, 종이 냄새나는 어떤 이에게는 더 필요가 없어서 헌책방을 전전하게 되었지만, 또 어떤 의미에서는 싸고 귀한 책으로서 작용하는 헌책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나는 이 책에 헌책과, 헌책방과, 헌책에 남아있는 흔적들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다. 내가 자주 헌책을 구매하는 모습을 보는 지인 중에서 몇몇은 꼭 이런 한마디를 던지곤 한다. “왜 헌책을 사? 좀 비싸더라도 새 책이 낫지 않아?”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말문이 턱 막히는 느낌이다. 분명 헌책을 사는 이유는 정가보다 훨씬 싸게 책을 살 수 있다는 점이 크지만, 그 외에도 헌책을 자꾸 찾게 되는 이유가 분명히 뭔가 있다고 생각한다. 헌책방에 일단 가면, 요즘 알라딘이든, Yes24든, 영세한 헌책방이든, 헌책이 풍기는 냄새가 있다. 물론 알라딘이나 Yes24에서 이런 진한 향기를 느끼긴 힘들겠지만, 거기서도 이런 냄새가 난다. 오래된 종이 냄새. 그리고 책의 정가보다 절반 이상 싼 가격표들. 그런데도 썩 나쁘지 않은 품질을 갖고 있다. 그런 책들을 하나, 둘씩 넘겨보다 보면


이전 주인이 책을 읽으며 메모해 두었던 것부터 시작해서 밑줄 또는 고민들이 적혀있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에게 선물할 용도였는지, 책의 면지에 추천사를 적어두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이런 흔적들이 헌책을 찾게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어차피 나에게 정말 중요한 책이라 깨끗이 해야 하는 책이라면 어떻게든 새 책을 구해서 소중히 관리할 것이다. 헌책방을 찾는 사람들의 기저에는 ‘꼭 읽고 싶지만 어느 정도는 들고 다니며 편하게 막 읽고싶은’ 책을 구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헌책방에서 찾던 책을 찾았을 때의 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한 번쯤 찾던 책이 너무 오래된 책이라 절판되어서 구할 수가 없는 경우가 한 번이라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헌책방이나 도서관이 답일 것이다. 몇 날 며칠을 헌책방들을 전전하며 찾다가 포기할 때쯤에 발견을 하면, 그때의 기쁨은 정말 대단하다. 어렸을 적에 보물찾기하는 느낌이랄까. 이 맛 때문에 헌책방을 못 끊는다.



1. 가보자! 헌책방 이제 직접 헌책방이 있는 곳으로 가보자! 알라딘 중고서점부터 서울 청계천, 인천 배다리까지! 헌책방으로 유명한 지역을 탐방해 보았다.

1. 가보자! 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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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알라딘 중고서점 강남점

1–1. 알라딘 중고서점 강남점 서울 강남에 오면 거의 매번 하는 일이 있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르는 것. 강남이라는 지역 특성상 매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여러 알라딘 중고서점중에서도 특히 강남점의 거래량은 정말 상당한 양이다. 내가 사는 동수원의 지리상, 서울로 진입할 때 가장 빠른 곳이 강남이라 나도 책을 사러 부러 강남점에 들를 때가 잦다. 횡단보도를 지나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내려가는 지하 계단을 지나면 오래된 책 내음과 분주히 움직이는 점원들의 바코드 소리가 난다. 남녀노소, 만화책이든 문학 서적 이든 철학 서적이든 사람들은 각자가 찾는 책을 검색하고 책장에서 책을 꺼내어 읽고 있다. 책을 읽는 데 방해는 안될정도의 적당한 소음. 발소리, 무거운 책 놓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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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평소의 알라딘 중고서점 강남점의 모습.

두런두런 들리는 말소리들... 책을 보러 온 것이지만, 책이 불러오는 이런 분위기 또한 내가 중고서점을 자주 찾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알라딘 중고서점은, 그중에서도 강남점은 앞서도 말했듯이, 거래량도 많고 드나드는 사람들도 많으며 공간도 굉장히 넓다. 그 넓은 곳 중에서 내가 자주 찾는 책장은 F28. 예술 분야의 서적 중에서도 디자인 책들이 있는 책장이다. 이 책장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디자인 공부를 하면서 읽고 싶었던 필수적인 시각디자인, 타이포그래피 분야의 책은 대부분 이 책장에서 구할 수 있었다. 때에 따라서 책의 상태도 다 달랐지만, 다행히 대부분 읽는 데 지장이 없거나, 아주 좋은 상태의 책이었다.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많다는

1. 가보자! 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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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알라딘 중고서점 강남점

게 함정이라면 함정이지만, 책장에 무수히 꽂힌 탄탄한 디자인 서적들은 내가 작업을 하다 난관에 부딪혔을 때 아주 훌륭한 디딤돌이 되어 주는 것들임에 틀림이 없다. 디자인/예술 서적 외에도 문학에 꽂히면 문학책 또한 왕창 사놓는 편이다. 보통 디자인 분야의 책들이 문학 분야보다 두 배 정도는 비싼 편이라, 디자인 서적을 웬만큼은 구하고 난 뒤에는 한동안 고전소설책들을 사는데 돈을 많이 썼다. 휴학하고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인턴 생활을 하며 힘들었을 때, 문학책들을 많이 샀다. 일을 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책 쇼핑으로 많이 풀어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추억이기도 하고, 그때 사놓았던 책들 덕분에 꾸준히 책에 관심을 가지고 모으게 된 큰 계기가 되었다. 주로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과 펭귄클래식의 문학전집시리즈 위주로 많이 샀었다. 헌책방만큼 재래적이거나 사람 냄새는 많이 나는 것 같진 않아도,

알라딘 중고서점 매장내부에는 도서관련 굿즈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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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재밌는 사인1

1. 가보자! 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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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알라딘 중고서점 강남점

알라딘 중고서점은 내가 책에 흥미를 붙일 수 있도록 도와준 아주 고마운 곳이다. 한번 왔으니 또 몇 주, 아니 몇 달은 안 올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쓸만한 책을 찾아 또 오게 될 곳이다.

매장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재밌는 사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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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서 만난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돌베게 | 반양장본 | 400쪽 | 223*152mm | 415g | ISBN : 9788971991060

대형중고서점에서 책을 고르다 보면 사람들이 책을 보고 고르다 원래 제자리에 꽂지 않고 아무 데나 던져놓은 책들이 가끔 있다. 아무래도 살까 말까 고민하며 집어 들었다가 사지 않기로 마음먹은 책이라서일까, 그런 책들은 꽤 좋은 내용 의 이름있는 책인 경우가 많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만난 이책, “감옥으로부터 의 사색” 또한 그런 책이었다. 내용을 빠르게 훑었을 땐 옥중에서 쓴 편지, 수필 집인 듯했다. 그런데 첫 장을 넘기고 보이는 책의 면지에 이런 글귀가 또 쓰여 있었다. “평생 옆에 두고 읽을 만한 책입니다.” 그 순간 이 책에 대한 나의 궁금 증은 증폭되었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이런 글귀와 함께 책을 선물 했던 것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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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알라딘 중고서점 강남점

까? 또 받는 사람은 선물한 사람의 이런 글귀를 보고서도 어떤 점이 별로 맘에 들지 않아서 중고책으로 판걸까? 여러 가지 궁금증이 생겼고, 나는 이끌리듯 그 책을 계산대 앞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60년대 육군사관학교 교관으로 근무하던 저자가 1968년 통일 혁명당 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 역을 선고받고 20년 20일을 복 역하며 가족들과 주고받은 편지, 수필을 모은 책이다. 이후에 작 가는 특별가석방으로 겨우 출소 한 뒤 성공회대학교에서 교수직 을 맡아 학생들을 가르치며 사 시다가 지난 2016년 1월 15일 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책을 다 보기 전부터 이 책을 읽으며 들 었던 생각은 과연 나는 이분 처 럼 억울한 사건을 겪고 20여 년 이나 자유를 빼앗긴 채로 징역 을 살 수 있을까 ? 하는 생각이 었다. 그 질문에 대답을 찾고 있 을 때쯤 계속 이 책의 저자가 징 역을 살며 생각하고 겪었던 일 들을 죽 읽다 보면 저자의 성품 이 얼마나 곧고 올바른지, 또 얼 마나 그릇이 큰 인물인지를 크게 깨닫게 된다. * 통일혁명당 사건은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8년 8월 24일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지 하당조직사건이다. 158명이 검거되어 50명의 구속자를 낸 1960년대 최대의 공안 사건 으로 김종태를 비롯한 주범들은 사형을 당했다.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은 “김종태가 전후

4차례에 걸쳐 북괴 김일성과 면담하고 ‘통일혁명당’을 결성하여 혁신정당으로 위장, 합법 화하여 반정부·반미데모를 전개하는 등 대정부공격과 반정부적 소요를 유발시키려는 데 주력했다”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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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작가의 의지, 정신세계를 책을 통해 들여다보니, 읽는 나는 자기 성찰을 많이 하게 되었다. 내가 살면서 겪었던 괴로움들이 과연 이분이 겪었던 괴로움만 할까?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나쁜 것 사 소한 것에 하나하나 반응하며 화를 내며 참지 못했던 나의 과 거를 많이 반성하게 되었다. 읽 으면서 계속 원래 주인이 '평생 을 옆에 두고 읽을 만한 책'이라 고 했던 것을 곱씹어 보게 된다. 그 말이 백번 지당하다고 생각 한다. 괴로울 때마다 옆에 두고 한번씩 읽어보면 좋은 책을 만 나서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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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청계천 헌책방 거리

1–2. 청계천 헌책방 거리 평소에 헌책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만 구경하다 사 오곤 했었다. 그러다 이번엔 중고서점의 원조라 할 만한 헌책방에 가보기로 했다. 아직 가보지 않은 헌책방에 대한 환상이란. 분명 여러 디자인 잡지에서 보거나 선배들이 가르쳐 줬던 그런 좋은 디자인 외서나, 절판된 도서들로 가득할 거란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사는 수원에서 청계천헌책방거리로 가는 길은 한 시간 반 남짓 걸렸다. 서울에서 이름 높은 헌책방거리. 설렌 마음을 이끌고 수원에서 을지로로, 을지로에서 동대문평화시장으로 갈수록 옛날 냄새나는 풍경들과 함께 부풀어 올랐다. DDP와 두타몰 때문이었는지 외국인들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그런 대형매장과는 반대되는 느낌의 평화시장이 주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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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청계천헌책방 거리 모습. 헌책방 상인들과 행인들이 헌책들을 보고있다.

있었다. 동대문에서 내려서 평화시장까지 가는 길은 정말 사람이 많아서 조금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수많은 행인을 뚫고 지나 지도 한구석에 위치한 청계천헌책방거리에 다다랐다. 코너를 꺾어 헌책방이 보일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헌책방에서 분주히 책을 정리하고 꺼내는 주인아저씨와 그 옆에서 책을 고르는 사람들... 그렇다. 이런 풍경이 내가 원하던 것이었다. 그러나 반가움도 잠시,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서서히 실망감을 느꼈다. 분명히 헌책방‘거리’인데... 영업을 하지 않는 헌책방이 너무 많았다. 군데군데 아주 생뚱맞은 가게도 많았다. ‘왜 이런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아차 싶었다. 테이크 아웃 드로잉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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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청계천 헌책방 거리

홍대의 여러 장소가 떠올랐다. 젠트리피케이션과 경기불황이라는 말이 헌책방이라고 예외는 아닌 것이다. 오히려 그런 것들에게 가장 빨리 잠식당하는 곳이 바로 헌책방과 같은 곳들이리라. 재래시장의 쇠퇴와 함께 청계천헌책방거리 또한 근현대사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듯 보였다. 그래도 한때 이름 날리던 헌책방거리여서일까, 그런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이 헌책을 파는 서점들이 있었다. 의외로 서점별로 취급하는 서적의 종류가 달랐고, 나는 거리를 한 바퀴 다 돌고나서야, 디자인/미술 서적을 다루는 곳이 이제 한곳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 그 하나뿐인 서점에 들어갔다. 서점앞에서는 동대문에서 재료를 구하러 나온 것으로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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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디자이너분들이 패션잡지 과월호들을 뒤적이고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가서야 그래픽디자인/타이포그래피 서적을 조금 볼 수 있었다. 그나마도 적었던 이유가, 내가 볼만한 디자인 서적은 대부분 아주 옛날의 로고디자인 모음 또는 상업일러스트레이션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지푸라기 속에서 바늘이라고 할만한 것이 있는지 30분 정도 지난 후에 건진 책은 내가 대학에서 디자인을 배우기도 전에 나왔던 Type Addicted라는 책이었다. 07년도에 나온 책치고는 꽤 멋진 타이포그라픽이 정말 많았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았던 터라, 가격을 물어보고 나서도 한참을 다른 책 보는척하며 고민했었다. 결국은 샀다. 사고 나서도 이 책을 잘 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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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청계천 헌책방 거리

긴가민가. 집에 도착해서 겉을 닦아내고 다시 한번 살펴보니, 그제야 잘 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도 괜찮은 가격에 자그마한 행복을 구했구나 싶은 생각을 하며 책을 나의 책장에 고이 꽂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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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청계천 헌책방 거리

그 곳에서 만난 책 TYPE ADDICTED Viction:ary | 반양장본 | 240쪽 | 205*255 mm | ISBN 978-988-98229-4-1

청계천 헌책방거리에 남은 몇 안 되는 헌책방 중에서도 미술/디자인 서적만을 전문적으로 파는 곳이 한군데 있었다. 이름이 ‘창문사’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대를 하며 들어가봤지만 아쉽게도 그곳을 매운 책 중 대부분은 디자인 서적 이 아니었다. 주로 일러스트레이션이나, 패션 쪽이 많았다. 그래도 찾다 보면 내가 원하는 책 몇 가지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뒤져보았더니, 조금 옛날 책이 긴 하지만, 내용이 알찬 타이포그래피 서적 한권을 찾게 되었다. 그 책이 바로 여기에 소개할 책, TYPE ADDICTED 라는 책이다. 책의 제목에 걸맞게 이 책은 타이포그래피와 관련된 작업물만 추려 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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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책이다. 07년도에 나온 책치고는 굉장히 멋진 작업물을 많이 담고 있었다. 헌책방 주인아주머니께서도 해외 원서라는 걸 아셨는지 가격을 조금 세게 부르 셨다. 없는 사정에 긁어모아 겨우 샀던 기억이 난다. 타이포그래피/시각디자인에 관련된 책이라, 이 책에 대한 설명을 더 하 는 것보단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을 직접 보여주는 편이 나으리라 생각된다. 기회 가 된다면 책을 구하셔서 봐도 좋을 것이다.

1. 가보자! 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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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배다리 헌책방 골목 골목을 소개하는 지도와 조형물.

1–3. 배다리 헌책방 골목 서울 청계천헌책방거리에 조금 실망을 한 뒤, 인천에도 헌책방거리가 있다는 소식에 찾아가 보게 되었다. 대중교통으로는 두 시간 반이나 걸리는 거리라서, 집에 쉬시는 부모님과 타이밍이 맞아 날이 좋을 때 같이 차를 타고 인천까지 가게 되었다. 미세먼지가 많아서 시야가 뿌옛지만 볕이 좋아서 가는 길이 무척 즐겁고 포근했다. 한 시간 가량 차로 달려서 도착한 배다리헌책거리도 그리 규모가 크진 않았다. 청계천헌책방거리와 비슷한 규모였다. 서점의 개수는 더 적었으나, 서점들의 매장 크기가 컸고, 다루는 책이 많다는 점이 달랐다. 그리고 최근에 종영한 드라마 ‘찬란하신 도깨비’에서 배경으로 이곳의 한미서점이 나오기도 했었는데, 왜 이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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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서점 입구

배다리 헌책방 골목에 들어서자 헌책방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골랐는지 납득이 될 만큼 내외부의 분위기가 좀 더 따뜻하고, 그림이 아름다웠다. 제일 첫 번째로 들른 서점은 아벨서점. 이곳에서 가장 큰 크기를 가지고 있는 듯했고, 가지고 있는 책도 정말 많은 듯했다. 보통 헌책서점들이 높은 책장과 대책 없이 쌓아놓은 책들 때문에 조명관리가 허술해서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이곳 아벨서점은 적재적소에 좋은 형광등을 달아놓은 덕분에 밝은 분위기에서 책을 찾고, 골라 볼 수 있었다. 입구에서는 남성/패션/사진 잡지들이 많았고, 안쪽 왼쪽에서부터 소설, 에세이, 종교 서적, 인문학 서적 순으로 배치가 되어있었다. 입구 근처엔 옛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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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배다리 헌책방 골목

기름 난로가 있어서 주전자를 데우고 있었다. 청계천헌책방거리와는 다르게 외부와 내부의 차단이 잘 되어있어서, 들어가자마자 훅 반겨주는 책 내음이, 난로가 데운 따뜻한 공기가 좋았다. 작은 헌책방들을 찾았을 땐 내부가 좁고 책들이 중구난방으로 흩어져있어서 분야별로 찾기가 어려웠는데, 이곳 배다리헌책방거리의 서점들은 아벨서점을 포함해서 모두 책들이 분야별로 정리가 잘 되어있어서 참 편했다. 그다음으로 찾은 서점은 옆의 한미서점. 노란 담벼락과 아기자기한 외부 인테리어가 멋진 책방이었다. 옆의 아벨서점보다 책 보유량이 적었지만, 앞서 말한 드라마 촬영장소로 이용될 만큼 살짝 어둡고 아늑한 분위기가 정말 좋은 곳이었던 듯하다. 드라마 촬영장소로 소개된 뒤로 많은 사람이 왔다 갔는지, 책장이 약간 비어있는 상태였다. 책장을 옮겨 다닐 때마다 재미있는 스티커들이 보였고, 귀여웠다. 이 외에도 삼성서림, 집현전 같은 책방들이 더 있었고 다들 제각각의 개성이 있는 책방들이었다. 근방의 서점들을 돌다가 배다리안내소라는 곳도 발견해서 배다리지역에 관해서 몇 가지 여쭤보기도 했다. 뚱뚱한 고양이가 같이 사는 귀여운 곳이었다. 이곳에 와서 내가 산 책은 두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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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서점 내부의 모습.

아벨서점에서 산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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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배다리 헌책방 골목

권이었다. 싱어송라이터 이적의 단편 소설을 모은 ‘지문사냥꾼’이라는 책과, 에릭 길이라는 타이포그래퍼가 쓴 ‘타이포그래피 에세이’라는 책이다. 지문사냥꾼은 나온 지 10여 년도 더 된 책이다. 사춘기 시절 한창 이적이라는 뮤지션에 빠져서 듣고 살았었는데, 그가 쓴 책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도서관에서 빌려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내 청소년기를 같이 했던 반가운 책이지만, 내용도 많이 잊어버리고, 책의 품질도 괜찮아서 과감히 골랐다. 그리고 또 한 권 타이포그래피 에세이는 ‘Gill Sans’라는 서체로 유명한 타이포그래퍼 에릭 길의 책이 거의 새것 품질로 이곳에 자리 잡고 있길래 냉큼 집어왔다. 이 책은 나온 지 2년이 채 안 된 책이라, 헌책방이라는 장소에서 만난 것이 정말 뜻밖이었다. 어찌 됐건 오늘도 새로운 곳에서 멋진 책들을 만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날씨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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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서점 책장 곳곳에 붙어있던 스티커.

배다리 안내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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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서 만난 책 지문사냥꾼 - 이적의 몽상적 이야기 웅진 지식하우스 | 양장본 | 216쪽 | 190*154mm | 372g | ISBN : 9788901049847

사춘기 시절 이적의 노래에 감동을 한 적이 있다. ‘하늘을 달리다’, ‘다행이다’ 같 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노래들도 있지만, 정확히 내가 좋아했던 노래들은 이적이 래퍼 김진표와 함께 만든 그룹 ‘패닉’의 노래였다. 이적의 솔로 앨범이 나긋나긋한 사랑 노래인 것과는 달리 패닉의 앨범들은 좀 더 다양한 이야기들 을 담고 있는데, 나는 그런 ‘패닉’의 스토리텔링을 굉장히 좋아했다. 이번에 아벨서점에서 만난 이 책, 지문사냥꾼도 패닉의 이적이 이야기 솜씨를 잘 발휘한 것 같은 책이다. 11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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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배다리 헌책방 골목

들은 정말 이적다운... 귀여우면서도 기괴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노래로 접했 던 사춘기 시절, 이적의 이 책이 있다는 것을 알고 거의 십 년 만에 이 책을 보 게 된 것이라, 읽으면서 거의 처음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다. 읽으면서 나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기도 하고, 이적의 젊은 시절이 생각나기도 했다. 여러 단편 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라, 내용을 세세히 밝히기가 어렵다. 그러나 한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출간된 지 12년이 지난 지금도 읽었을 떄 젊은시절 이적의 번뜩 이는 스토리텔링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적의 몽상적인 이야기 속에 빠지 고 싶으신 분들은 읽어보셔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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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기괴한 일러스트레이션이 정말 많다. 이것들이 책의 분위기를 더욱 살려준다.

1. 가보자! 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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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숨어있는 헌책방 헌책방거리로 지정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헌책방을 찾아가 보았다. 헌책방마다 제각각인 분위기에 한 번 취해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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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신촌 공씨 책방

오늘 찾은 곳은 서울 연세대 근처에 위치한 신촌의 공씨책방. 이즈음 되면 숱하게 헌책방을 돌아다닌 터라, 별다른 점이 없으면 어쩌나 하고 고민을 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도착하자마자 나를 반겨주는 건 또 다른 느낌의 큰 헌책방이었다. 크기는 확실히 청계천헌책거리의 책방들보다 컸고, 보유하고 있는 책들도 많은 편에 속했다. 이곳은 책뿐만 아니라, 중고 음반들도 취급하고 있어서, 책방 앞에서는 철 지난 시디들을 박스에 담아 천 원에 판매하고 있기도 했다. 안쪽에도 꽤 많은 음반이 책방을 메우고 있었다. 어떤 아이돌 팬들이 탈덕을 했는지, 엑소와 같은 아이돌들의 음반이 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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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신촌 공씨 책방 옛날 공씨책방에서 발간하던 계간지, <옛책 사랑>의 모습.

내가 찾았던 시간에 마침 손님이 계셨다.

위에 있었다. 인문학서적이나, 소설, 학습지등의 책들은 다른 여타 책방들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보던 책들이 꽂혀있었다. 반면에 내가 이곳에서 놀란 것은 건축/미술/디자인 서적 중에서 꽤 괜찮은 책들이 많았던 점이다. 단순히 영문판 책이 아니라, 유럽 쪽에서 온 듯한, 독일어로 된 책들도 많이 보였고, 꽤 최근의 전시도록들도 간간이 보였다. 그러다 엄청나게 낡은 책도 발견했는데, 어머니회 연구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베이비붐을 일으켰던 출산장려정책을 시행하기 전 어머니회라는 학회가 그 시절 여성들의 출산 또는 피임 실태에 관한 연구를 빼곡히 기록한 책이었다. 종이 빛도 엄청 바랬고, 본문에 한자도 많이 쓰인 것을 보아, 정말 오래된 책인 듯 했다. 이 책이 신기해서 살까 말까 들었다놨다를 한참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책들도 있었고, 친분이 있는 교수님께서 언젠가 한번쯤 언급하신 장 콕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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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까지 빼곡히 책들이 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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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신촌 공씨 책방 다른 곳과는 달리 음반도 취급하고 있었다.

공씨 책방에서 샀던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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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있었다. 심심찮게 영화 관련 도서도 보였다. 인문학책들 중에서는 내가 아는 작가가 한정되어있어서 아직 어려움이 느껴졌다. 알더라도 너무 오래된 책이어서 어투도 낯설고 무엇보다 번역이 의심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여러 단편집을 엮어서 주제별로 새롭게 편집을 한 경우도 많아서 손이 잘 가지 않았다. 나는 어떤 작가의 명확한 주제로 전개되는 책을 선호했다. 이 모든 이유가 인문학을 잘 몰라서 대는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자연히 미술/디자인 쪽으로 넘어갔다. 건축과 관련된 책도 많았지만, 역시나 내가 관심 가질 리가 없고, 미술/디자인 관련 책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어머니회 연구와 같은 책도 있었지만, 내가 고른 책은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라는 소설책과 열화당 출판사에서 나온 마리오 암브로지우스라는 사진가의 분단 한국이라는 책이었다. 채식주의자는 최근에 한국에서는 최초로 맨부커상을 받은 작품이라서 제목은 알고 있었다. 익히 들어왔던 소설의 내용이 궁금하기도 했고, 최근엔 미학 오디세이와 같은 이론서나 에세이집을 많이 읽은 터라, 유려한 문장으로 쓰인 소설책이 조금 당겼다. 게다가 맨부커 수상작이라는데. 고민을 많이 할 필요도 없이 채식주의자를 골랐다. 책의 배에 뭘 흘렸는지 커피 자국 같은 게 있어서 흠이었지만, 덕분에 육천 원이라는 싼값에 구매할 수 있었다. 가격의 문제는 오래된 책인 분단 한국에서 발생했다. 주인아주머니께서 책값으로 만오천 원을 부르신 것. 이유를 여쭤보니 사진집인 데다가, 이미 절판된 서적이라 구하기가 힘들다는 이유였다. 책의 내용은 1987년의 분단국가 대한민국을 주제로 문화 인류학자이자 사진가인 작가가 찍었던 그 시절 한국의 상황을 담은 사진집이다. 그 당시 사람들의 모습들이 왠지 처연하기도 하고, 부모님과 함께 펼쳐놓고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꺼이 만오천 원이라는 가격을 치렀했다. 그리고 설마. 설마 하는 생각에 집에 돌아와 인터넷 서점에 접속해 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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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신촌 공씨 책방 공씨 책방의 주인아주머니. 부끄러우시다며 뒷모습 촬영만 허락하셨다.

한국을 검색해 보았다. 절판된 책이 아니었다. 게다가 가격도 내가 산 만오천 원보다 싼 만 원에 새 책을 팔고 있었다. 아아... 주인아주머님... 제 뒤통수를 이렇게... 이번 경험으로 헌책방에서도 두 눈 부릅뜨고 정신 번쩍 차리고 있어야 함을 깨달았다. 사실, 헌책방을 운영하시는 분들도 그 자리에서 대충 책의 상태와 분위기를 보고 값을 매기실 거라고 예상한다. 그래도 이번 바가지는 조금 속이 쓰렸다. 주인 아주머님께 화를 내지 않을 이유가 또 한가지 있다. 그분께 내가 학생이고, 졸업전시회를 주제로 헌책방을 가지고 여러 가지 리서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친절히 헌책방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셨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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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죠. 청계천도 많이 없어졌죠. 견딜 수가 없잖아요. 거기도 쭉 다 책방이었어요. 지금은 트레이닝복 파는데, 모자 파는데 다 바뀌었잖아요. 단점이 거기는 또 좁은 거죠. 바깥에다가 쌓아놓고... 옷같은 것들은 경쟁력이 되는데, 책은 그게 안 되니까... 80년대 후반 90년대까지도 책들 사러 지방에서 다들 올라왔었어요. 열 시되면 지방에서 신학기가 되면, 부산, 목포 이런 데서 밤차를 타고 와요. 서울역에 내리면 보통 아홉 시 열 시 부터 청계천이 문을 여는데. 그 학생들이 서울역에서 내려서 책 리스트들을 가지고 기차내려서 버스내려가지고와서 몰려와서 사가고 그랬어요. 그런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다 옛날얘기에요. 그때는 책방이 백 군데가 넘었으니까. 옛책사랑은 무가지로 옛날에 공씨 책방에서 책을 만들었어요. 1972년도부터 해서... 청계천에는 1977년도부터 84년까지. 95년부터 광화문으로 이사와서 90년대까지 하셨는데... 창업하신 분이 공진석 씨께서 돌아가셨어요. 내가 처조카인데, 아이들은 어리고 그래서 제가 물려받게 된 거에요. 지금은 광화문에 빌딩이 높잖아요. 그전에는 거기 빌딩들이 없고 다 낮은 집들이 있었어요...그래가지고 지금 신촌까지 오게 된 거죠. 저 옛책사랑 저 무가지들은 공진석씨께서 계실 때 책방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글 쓰시는 분들이라 그 글을 실어서 계간지를 만들었어요. 9호까지 나왔는데 돌아가신 거죠. 힘들지만 그래도 유지는 되네요. 여기 건물이 팔려서 비워달라고 하는데... 버티고 있는데... 언제까지 되려는지... 여기 서명 좀 해주실래요?” 공씨 책방이 걸어왔던 길을 조금 엿듣고 나서 나는 ‘공씨 책방을 지키기 위한 서명운동’이라고 된 서명지에다 서명을 했다. 공씨책방 입구 기둥을 보면 서울미래유산이라는 팻말이 붙여져있다. 서울시에서도 인정을 한 뿌리가 있는 서점인데... 지금의 위기를 공씨책방이 잘 이겨내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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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서 만난 책 분단 한국 – 마리오 암브로지우스(김금희 엮음) 열화당 | 174쪽 | 297*210mm (A4) | 470g | ISBN : 9788930105552

공씨책방에서 고심하다 고른 두 권의 책, 채식주의자와 분단 한국 중에서 좀 더 할 말이 많은 책은 분단 한국일 것이다. 공씨책방에서 바가지를 씐 것도 그렇 고, 집에 돌아와서 보니, 어떤 페이지들은 페이지 한바닥 전체가 오려져서 뒤에 아무렇게나 꽂혀있기도 했던 것이다. 다행히 책의 상태나, 원가보다 비싸게 책 정된 헌책 값 같은 것들이 떠오르기 전에 이책이 가지는 매력이 대단해서, 책을 한번 읽기 시작하자, 거침없이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사진집이라 초반을 제 외하면 대부분이 이미지인 점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말이다. 이 사진집은 남한과 북한의 80년대 후반 모습을 담은 것이라는 짤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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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을 지나면 누구나 한 번쯤 익히 들어본 김지하 시인의 ‘타는 목마름으로’라는 시와 함께 시작된다. ‘타는 목마름으로/민주주의여 만세’라는 구절을 읽고 지나치면 이 책의 사 진을 찍은 마리오 암브로지우스의 북한에 대 한 인상을 적어놓은 글이 나오고, 뒤이어 비 슷한 시기에 3김시대의 남한 상황을 잘 정리 한 글이 또 나온다. 이 책의 제목이 ‘분단 한 국’인 이유는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나뉘어 져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남북으로 나뉜 것을 따지기 전에 남한에서든, 북한에서든 수 많은 정치적 갈등과 독재 그리고 탄압과 같 은 다양한 상황들이 맞물려 있었던 한반도의 상황을 빗대어 표현한 것도 있을 것이다. A4 사이즈보다 약간 더 큰 페이지로 구성된 책 의 긴 서문들을 통과하고 나면 드디어 80년 대 우리나라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등장하 기 시작한다. 사진작가이자, 문화인류학자인 마리 오 암브로지우스가 이곳에 와서 사진을 찍 기 시작한 때는 아마 5.18 민주화 운동 시기 가 지나 전두환이 권력을 노태우에게 넘겨주 려 했을 때였나보다. 그 시기의 사진이 시작 을 맡고 있다. 김대중이 복권되고, 그에 따라 김영삼과 김종필이 등장하고, 각자 광주와 부산을 오가며 선거운동을 벌일 때의 사진도 등장한다. 90년대 초반에 태어나 자란 나로 서는 사진으로 보는 광경 자체가 매우 생소 한 모습들이었다. 단적으로 최근 있었던 19 대 대선에서 후보자들이 선거유세를 할 때 사진에 나온 그 시절의 선거유세처 럼 십만 명의 단위로 ‘집회’를 하진 않았다. 인터넷, 스마트폰이 발달한 지금에 서야 통신상으로 후보에 대한 정보와 새 소식들을 접하지만, 그 옛날에는 그런 것들이 없었겠다고 생각하니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게다가 군부독재가 개입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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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는 상태에서의 제대로 된 직선제를 치르는 마당이었으니, 국민들의 관심 이 대단할 수밖에 없긴 했을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를 고려해보아도, 그 시절 옛날 사람들의 집회 모습이나, 정치인들의 젊은 모습들이나, 평범한 일상을 보 내는 사람들이나 모두 생소하긴 매한가지였다. 역사와 정치적인 의미를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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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모두 제하더라도, 그 시절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사진집은 큰 가치를 가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어지면서 판문점에서의 사진이 등장하고 작가의 시선은 북한으로 옮 겨진다. 그 시절 북한은 아직 잘나가던 시절의 북한이었나 보다. 김일성이 집권 하던 시절의 웅장한 건축물과 앞서 보았던 남한사람들과는 또 다른 모습들을 한 북한 사람들. 또 작가가 북한의 안 좋은 모습들을 찍으려 했다가 감시원들이 카메라를 부수거나 필름을 가져가 버렸다는 이야기도 같이 실려있다. 이 책의 북한 모습들은 어느 정도 매스컴을 통해 보던 북한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조금 더 화려하고, 당당했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의 80년대의 북한 모습들이 나에겐 꽤 재밌게 느껴졌다. 물론 책의 작가는 다양한 사진을 보여주면서도, 북한의 폐 쇄적이고 강압적인 분위기를 계속해서 비판하는 자세를 보여주었고, 그에 따라 북한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슬프게 느껴지거나 부당하게 보이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작가가 우리나라의 분단 현실과 정치적인 과도기를 갖는 모 습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2017년에 내 손에 들어오게 된 89년에 인쇄된 사진집으로서는 그 시절을 살았던 민중의 모습들이 왠지 모 르게 사람 냄새 나는 모습이라 좋다고 해야 할까. 너무 무겁게 다가오지 않아서 더 좋았던 듯하다. 이 시절을 우리 부모님도 살아나가셨으리라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찡하다. 이런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하는 책이니, 공씨책방에서 제값 보다 더 주고 샀지만, 그래도 그만큼의 값어치가 있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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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녹번동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날이 좋은 주말, 이번에 찾은 헌책방은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이었다. 이번엔 또 어떤 너저분함과 책 곰팡내 나는 곳일까 하는 생각으로 찾아갔다. 그런데 웬걸, 이번의 헌책방은 뭔가 달랐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뭔가 아기자기했다고 해야 할까. 입구가 2층이라 올라가는 동안 책방주인의 인테리어 센스를 엿볼 수 있었다. 올라가는 좌측엔 가지런히 정돈된 헌책이 쌓여서 벽을 이루고 있었고, 2층 입구에 서면 작고 이쁜 오르간이 하나 놓여있었다. 책방으로 들어가는 문은 매달린 책 두어 권이 추 역할을 해주어서 자동으로 닫히게 되어있었다. 책방 안으로 들어가니, 오른편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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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녹번동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입구에서부터 헌책들이 반겨준다.

책방의 실내인테리어가 아기자기해서 오래 머무르고 싶은 느낌을 주었다.

숫자들이 거꾸로 되어있고 시곗바늘도 반대로 움직이는 희한한 시계가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이 시계까지 다다르다 보니, 정말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 왔다는 것이 실감이 되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내부도 들어가는 동안 내가 체험했던 것과 같이 정말 아기자기하고 재밌는 소품들로 가득했다. 책방 주인이 고서에도 관심이 많았는지, 아크릴 케이스를 씌워서 고가에 판매한다고 써놓은 책도 볼 수 있었고, 일본에서 가져온 고가의 렘브란트 화보도 있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버전의 ‘이상한 나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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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가 모여있는 칸도 정말 신선하게 다가왔다. 다른 헌책방에서라면 책방 구석을 메운 채로 빛을 못 보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책들이 연도별, 장르별, 작가별로 잘 정리되어서 책들 저마다의 값어치를 제대로 대우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더 찾아보고 나서 안 사실이지만, 이 책방의 책들은 주인인 윤성근 씨가 한 번씩 다 읽어본 책을 가져와서 판다고 했다. 한 번씩이라도 읽어본 책을 가져와서 팔다 보니, 책을 사러 온 사람과 함께 책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으면 책을 사러 온 손님이 또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고. 여러모로 책을 정말 좋아하시는 분이라는 것이 느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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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분이었다. 책으로 둘러싸인 이 책방을 훑어보고 있다 보면 굳이 대화해보지 않아도 할 수 있을 테지만 말이다. 이 외에도 헌책방에서는 책을 직접 제본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서, 여러 가지 제본 워크숍이나, 책 수리를 맡아 해주신다고 했다. 처음 책방에 들어갔을 때, 윤성근 씨는 고등학생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인터뷰를 진행하고 계셨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나 같은 사람들이 오늘 같은 날 같은 이유로 왔구나 싶었다. 어린 친구들이 질문할 것들이 많았는지... 윤성근 씨는 한참을 질문에 답해주시다가, 삼십 분 정도 뒤에 원래 자리로 되돌아오셨다. 나는 이때다 싶어 일단 책방에서 파는 음료 중에 달콤하고 시원해 보이는 음료를 골라 주문하며 몇 가지를 여쭤봤다. 음료로 나온 것은 직접 담근 레몬 청으로 만든 일명 ‘레몬꿀꿀차’였다. 나의 소개를 디자인학과 출신에 곧 졸업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씀드려서일까, 윤성근 씨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이리저리 돌며 인테리어 적으로 공을 많이 들인 점을 하나하나 얘기해 주셨다.

“손님을 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더라고요. 그걸 위해서 이런 디자인적인 점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됐어요. SNS에 사람들이 올리잖아요. 그런 곳에 잘 나올 수 있을 만한 포인트들을 일부러 만들어 놓는 편이에요. 단순히 소품만 신경 쓰는 게 아니라, 구도 같은 것도 신경을 써서 배치해요. 몰래 찍을 수 있을 만한 곳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이런 게 없으면 책방에 아무리 좋은 책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자랑할 일이 없잖아요. 내실 있게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것들이 중요하더라고요... 인터넷으로는 아예 안 팔고 있어요. 팔아봤자 인터넷상에서만 경쟁해야 하고... 반대로 생각해봤어요. ‘인터넷 거래를 아예 안 하겠다.’ 매출이 조금 줄어드는 면도 없잖아 있지만, 직접 오시는 분들은 사람들이 여기까지 찾아오다 보니까 뭐라도 하나 사가더라고요. 음료수라도 한잔 시켜먹게 되는 것 같아요.” 2. 숨어있는 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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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녹번동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값어치가 나가는 오래된 초판본 같은 경우엔 여러가지 방법으로 보관을 하고 계셨다. 비싼 값에 팔기도 하신다고...

이러한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책방 한쪽을 뒤지시더니 책 한 권을 나에게 추천해주셨다. ‘가게 해부도감’이라는 책. 내가 디자인학과인 데다 졸업전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씀을 들으신 후라 그런지 디자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면서 동시에 이런 책도 생각이 나셨나 보다. 그 책은 잘 되는 가게들의 인테리어 디자인의 특징들을 하나하나 파헤치는 내용의 책이었다. 받았던 순간에는 별로 관심 없는 내용이라 다시 내려놓을까 고민도 많이 했지만, 책방주인이신 윤성근 씨께서 손수 추천해주신 책이라, 또 보기보다 그림이 많아서 재밌어 보여서 결국 책을 계산하게 되었다. 헌책방의 꿉꿉한 냄새를 맡게 될 줄 알았는데 오늘은 의외로 힐링하게 된 날이었다. 홍대의 웬만큼 잘 꾸며진 카페보다도 더 아기자기하고 너무나 예쁜 책방이어서, 집과 가깝기만 하다면 언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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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르고 싶던 곳이었다. 다른 헌책방 같으면 책 몇 권을 고른 뒤 인사를 드리고 나왔을 텐데, 이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과는 뭔가 좀 더 길게 인연을 맺고 싶었달까. 내 명함과 함께 필요한 일이 있으시다면 꼭 좀 불러달라는 인사와 함께 그곳을 떠나려는데... 그렇게 떠나려는데도 윤성근 씨는 또 뭔가 더 챙겨주셨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하게 되었다며, 그 행사의 티켓을 주셨다. 또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서 만든 마블링이 되어있는 어여쁜 책갈피도 하나 챙겨주셨다. 책방의 온기와 같이 참으로 따뜻한 분이구나 하고 느꼈다. 작은 인연이 오래도록 지속되길 바라며 책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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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녹번동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그 곳에서 만난 책 가게 해부도감 – 다카하시 데쓰시(황선종 옮김) 더숲 | 반양장본 | 164쪽 | 209*152mm | 295g | ISBN : 9788994418773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서 주인 윤성근 씨가 추천해주신 이 책, ‘가게 해부도감’ 은 여러 가지 종류의 가게별로 줄 수 있는 느낌의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해서 논 하는 책이다. 카페, 양과자점, 양식집, 햄버거 가게, 피자가게, 인도 카레 식당, 회전초밥집 등 많은 업종별로 공간 인테리어 상에서 분위기와 포인트를 줄 수 있는 방법을 일러스트레이션과 함께 2페이지씩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그러한 1 장의 내용이 끝나고 나면 2장에서는 가게의 넓이, 자리, 카운터의 높이 등 가게 안에서의 치수에 관한 문제가 나오고, 3장에서는 가게 인테리어에 쓰일 수 있 는 소재, 즉 바닥 재료, 벽지, 타일 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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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테리어 디자인이나, 공간 디자인에 관해서 큰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의 주인 윤성근 씨께 몇가지 말을 걸겸 책방 내 의 여러 가지 소품이라던가, 책이 놓여져있는 방식이 참 아름다워서 좋다고 말 씀드렸더니, 어디선가 이 책을 가져오셔서 스윽 내미시는 것이었다. 헌책방에 갔는데, 주인장께서 인테리어도 신경 쓰고, 대화하다 떠오른 주제로 책 한 권을 추천받고... 여느 헌책방과는 확실히 다른 곳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 책, ‘가게 해부도감’은 꼼짝없이 내가 사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결국 샀다. 정확히 가게라기보다는, 언젠가 여러 친한 동료들과 의뢰인들과 함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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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녹번동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간을 보낼 수 있을 만한 작업실 같은 공간을 생각해본 적은 많다. 유망하고 젊 은 디자이너들의 인터뷰를 보다 보면 배경에 항상 나오게 되는 깔끔하고 개성 있는 여러 작업실을 사진으로 봐오며, 나도 언젠가 독립을 하게되면 저런 작업 실을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을 늘 하곤했다. 지금은 그럴 일이 없지만, 윤성근 씨처럼 개발자로 오랫동안 일하다가 이렇게 멋진 헌책방을 차리게 되셨듯이, 나라고 그런 변화 없이 살 것 같지는 않다. 아마 그런 큰 변화, 아니면 소소한 변화가 오기 전까지 이 책을 오랫동안 가지고 느긋하게 읽어나가야겠다는 생각 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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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신림동 책상은 책상이다

꽤 먼 길을 돌아 도착한 ‘책상은 책상이다’라는 헌책방은 서울대 정문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조그맣게 터를 잡고 있었다. 관악구 근처로는 영 처음 와본 터라 뭔가 다른 분위기를 느끼고 있던 참이었다. 봄과 여름 사이를 건너는 날씨 때문에 땀을 조금씩 흘리며 도착한 그곳은 헌책방이라는 곳이 어느 곳이든 조금은 그렇듯이 ‘이런 곳에 있다니...’라는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본래 자기의 이름 ‘책상은 책상이다’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단 목적인 ‘헌책방’을 강조한 간판도 조금 의외였다. 그러나 간판 아래의 오래된 잡지들로 도배된듯한 벽면과 어수선한 입구는 이쯤이면 웬만큼 헌책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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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신림동 책상은책상이다 ‘책상은 책상이다’의 입구 모습.

들락거린 나에게 매우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 들어가니 주인 어르신께서 꾸벅꾸벅 졸고 계셨다. 맞은편에 웬 장구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나 했고, 안쪽통로엔 책들이 책장을 넘어 통로까지 쌓여있어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크기가 작은 서점이라 그런지 책장 사이를 지나다니며 책을 보기가 힘들 정도로 통로가 좁았고, 그 좁은 통로 바닥에 책들이 또 쌓여있었다. 안쪽 바닥은 나무 바닥으로 되어있었는데, 나의 무거운 체중을 이기기가 힘들었는지, 삐거덕삐거덕 소리를 질렀다. 인문사회 서적이 잘 갖춰져 있다는 사전정보를 들어놓았던 터라, 인문 서적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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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공간이 넓은편은 아니어서, 길목에도 책들이 많이 쌓여있었다. 덕분에 몸집이 컸던 나는 지나다니기가 힘들었다.

책장 위주로 살펴보았다. 그러나 책장 사이 통로가 너무 좁아 도저히 무릎을 굽혀 아래쪽 책장까지 다 볼 수 있는 구조가 못되어서, 대충 눈에 잘 닿는 눈높이에 배치된 책들과 내 키보다 높은 곳에 배치된 책들을 그나마 잘 살펴볼 수 있었다. 에리히 프롬, 프리드리히 엥겔스처럼 어디선가 들어봤지만, 너무 어려워서 가까이하기 힘들었던 작가들의 책들이 책장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그중에 내가 읽은 플라톤의 향연도 있어서 반가웠다. 다른 쪽 통로의 문학 분야의 책들은 의외로 책의 품질이 좋은 것들이 많아서 놀랐다. 문학과 지성사의 한국문학 전집을 통로 깊숙이에서 발견할 수 있었고, 스타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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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신림동 책상은책상이다 주인 어르신께서 책을 읽고 계셨다.

트루퍼스와 같이 한번쯤 들어본 SF 문학 책들이 눈에 간간이 보였다. 책들이 너무 오래된 구판도 아니어서, 여비가 된다면 문학책도 몇 권 집어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느 정도 둘러보고 주인분 되시는 어르신께 여러 가지를 여쭤봤다. 헌책방을 운영한 지 20여 년은 되었다고 하셨다. 이 동네 에서만 10년. 고객은 주로 근처 서울대생, 또는 근처 고시촌의 고시생들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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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을 여행하는 책중독자를 위한 안내서


“요샌 장사들 다 안 되잖아. 요 뒤에 헌책방들 많이 없어졌어. 힘들어~. 나도 나이도 있고 하니까 이제 마지막까지 버티고 하는데 언제까지 할지를 모르는 거야. 이게 수입이 있어야 하는 거지. 책만 보고 할 수는 없는 거거든. 어디서 지원받는 것도 아니고. 다른 데서는 헌책방들 부활시키고 한다던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지금 청계천도 많이 없어졌을 거야... 대형서점들이 들어오면서 작은 서점들이 소멸돼가고 있어. 그러면서 힘들어졌지. 옛날에 나가던 것에 비해서 1/3밖에 안 나가니까. 나도 갈등이 생겨. 이걸 놔야 되나 말아야 되나... 이제 최대한 버틸 때까지 버텨보는 거야 이제. 서울대가 있는 이런 동네 한가운데에서 좋은 책들이 많은 헌책방이 있어야 하는데... 귀한 책들은 이런 데 와서 찾는 건데 말이야. 타격이 있지. 옛날 같지가 않아. 외국에는 마을도 있는데 말이야. 영국 웨일스에는... 한 마을이 관광지가 된 거야. 책방 마을이 있다고! 헤이온와이인가 있잖아. 우리나라도 그렇게 형성되어있으면 좋은데... 청계천 복계하면서 상인들한테 문정동 가락시장 있는데 거기. 남한산성 있는데 거기로 옮겨주려고 했는데... 너무 외져서 안 가려고 했어. 거기로 갔으면 헌책방거리가 형성되었을 텐데 말이야. 그러다 보니까 다 관둔 사람도 있고 업종을 바꾼 사람도 있고... 나처럼 구석구석 흩어져서 유지하는 사람도 있고... 많이 없어졌어. 우리 세대 지나면 헌책방 더 없어질 거야. 지금도 우리 선배들 중에서도 돌아가신 분들도 많고 젊은 사람들은 헌책방 하려고 하질 않잖아. 젊은 사람들 요새 인터넷으로 어떻게 하더만... 안타까워...” ‘그렇군요.’라고 대답하곤 한동안 나도 말을 잇지 못했다. 주인어른께서 말씀하신 헤이온와이*와 같은 책방 마을이 있는지는 그분께 듣고 나서 처음 * Hey–on–Wye. 영국 웨일스 포이스에 있는 타운. 헌책을 사랑했던 리처드 부스(Richard Booth)라는

2. 숨어있는 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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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신림동 책상은책상이다 책을 구매하고 나갈 때, 주인어르신께서 요즘 젊은이 같지 않다하시며, 비닐백까지 챙겨주셨다.

알았다. 그런 게 있다고 방금 들었을 뿐이었지만, 우리나라 한구석 어느 동네 전체가 책방으로 이루어진 곳이 있다면 하고 생각만 했을 때도 굉장히 멋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헌책방의 명맥이 점점 가늘어짐에 안타까움을 느낀 후에 한 번 더 책방을 둘러보고 나가려는 찰나에 주인어른께 한 가지만 더 여쭤보았다. “입구에 들어오자마자 가장 눈에 띄었던 저 장구는 뭔가요?” “아, 그거, 어떤 옥스포드 대학 출신의 회계사가 헤이온와이에서 고성과 여러 건물을 사들여 헌책방으로 꾸민 것이 헌책방 마을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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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을 여행하는 책중독자를 위한 안내서


곳에서 책을 한꺼번에 처분하려고 할 때, 저런 악기들이 종종 나와. 장구 밑에 있는 건 하프야. 허허... 책 한꺼번에 처분할 때 악기 따로 처분하기 귀찮으니 같이 팔아버리는 거지. 요즘엔 돈이 잘 안 되니까, 그냥 저런 것도 받는 거지 뭐...” 장구와 하프가 여기에 있는 게 웃기기도 하고, 왠지 쓸쓸하기도 한 것 같아서 주인 어르신과 나는 한동안 허허거리며 웃었다. 곧 좋은 이야기 많이 들어서 감사하다고 인사드린 뒤, 헌책 두 권을 사서 그곳을 나왔다. 어르신께선 요즘 친구들답지 않게 눈치(책을 산 뒤 질문을 많이 한 것)가 좋다며 봉투까지 챙겨주셨다. ‘책상은 책상이다’ 의 무궁한 안녕을 기원한다.

2. 숨어있는 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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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신림동 책상은책상이다

그 곳에서 만난 책 리바이어던 -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중단하라 – 토머스 홉스(신재일 옮김) 더숲 | 반양장본 | 164쪽 | 209*152mm | 295g | ISBN : 9788994418773

인문사회 서적으로 유명한 헌책방, ‘책상은 책상이다’에서 구매한 책은 앨빈 토 플러의 ‘제3의 물결’과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이었다. 솔직히 이런 분야게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었고, ‘인문사회 서적으로 유명한 헌책방에 왔으니 이런 책 한권정도느 사줘야 하지 않겠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제목을 가진 책을 고르게 되었다. 그 두 권의 책 중에서 나는 ‘만인의 만인 에 대한 투쟁을 중단하라’ 라는 부제를 가진 ‘리바이어던’에 더 흥미가 갔다. 리바이어던은 성서 <욥기>에 나오는 가상의 동물이다. 성서에 의하면 리바이어던은 온몸이 두꺼운 비늘로 덮여있어 칼, 창, 화살 등으로도 뚫지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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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을 여행하는 책중독자를 위한 안내서


며, 입에서는 불을, 코에서는 연기를 내뿜는다고 한다. 저자 토마스 홉스는 인 간이 국가라 불리는 위대한 리바이어던을 만들어 냈다고 말한다. 리바이어던이 라는 인조인간, 유기체는 자연인보다 크고 강하며 자연인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국가를 이 리바이어던이라는 신화 속 생 물에 빗대어 표현하며, 구성원의 부와 재산이 모여 힘(국력)이 되고, 결국 리바 이어던의 안에서 벌어지는 내란은 ‘죽음’이다 라는 명제로 이 리바이어던의 필 요성을 주장한다. 전체적으로 시민들의 힘을 모아 이상적인 통치자(들)을 선출 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정치철학을 다루고 있었다. 책의 구성은 1부 인간론, 2부 국가론, 3부 그리스도교 국가론 4부 어둠 의 왕국론으로 4가지 장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시대적인 특성상 종교적인 면을 다루는 3부와 4부는 엮은이가 내용을 추려내어 실었다고 한다. 서해문집이라 는 출판사에서 나온 서해클래식이라는 시리즈들의 특성인 듯하다. 자칫 길고 지루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내용을 잘 편집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세심 한 면모가 보이는 출판사일수록 더 신뢰가 가고 다음번에 살 책도 이 출판사의 이 선집을 사게 되는 것 같다.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는 것을 고르는 바람에 읽는데도 오래 걸리고, 이

2. 숨어있는 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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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신림동 책상은책상이다

해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책이었다. 국가의 이상적인 역할을 그 시절 의 사상가는 이렇게 생각했었구나 하고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시대의 민주사 회를 살아가는 나에게는 책의 주장이 조금 과하게 느껴진 적도 몇 번 있었으나, 그 미숙하고 혼란스럽던 시절의 사상가라면 이런 주장을 할 만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책이다. 요즘 같 을 때에 많은 사람이 읽어두면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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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을 여행하는 책중독자를 위한 안내서


3.팔아보자! 헌책 헌책을 팔아야할 땐 어떤 점을 알고있는 것이 좋을까? 헌책을 팔 때 필요한 정보들을 모았다. *알라딘 중고서점을 기준으로 알아보았다.

3. 팔아보자! 헌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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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판매 못하는 헌책들 골라내기

3–1. 판매 못하는 헌책들 골라내기 알라딘 중고서점과 헌책방이 보일 때마다 책을 몇 권씩 사다 보니, 금방 책장이 꽉 차버리게 되었다. 이제 책들을 사기만 할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작업을 해야 할 때가 온 듯하다. 전부 다 알라딘에 팔아버리면 참 편하고 좋겠지만, 중고서점에서 애초에 받지 않는 책들이 존재한다. 몇 가지 기준으로 팔지 못하는 책들을 분류해보았다.

다음과 같은 책들은 품질과 별개로 알라딘에 가져가도 팔 수가 없다.

캘린더 / 다이어리 / 스케쥴러 / 어린이 전집 / 참고서 / 시즌이 지난 수험서 및 컴퓨터 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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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을 여행하는 책중독자를 위한 안내서


요리 / 인문사회 / 과학 / 문예지 / 만화 분야를 제외한 잡지 분야 상품 ③

부록이 없는 학습서, 도서관/대여점/공공기관 등의 스티커가 부착된 상품, 증정/비매품 도장이 날인된 상품

3. 팔아보자! 헌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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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판매 못하는 헌책들 골라내기

분철 또는 분책된 도서, 불법 복제 등 비정상 유통 상품 ⑤

알라딘에 등록되지 않았거나 알라딘에 등록된 상품과 ISBN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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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을 여행하는 책중독자를 위한 안내서


기타 알라딘의 판매능력을 초과한 상품 (보유 재고가 많은 상품)

3. 팔아보자! 헌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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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품질등급 매기기

3–2. 품질등급 매기기 잘 분류해서 가져가면 이제 알라딘 측에서 책의 상태를 보고 품질을 최상, 상, 중의 세가지로 분류를 한다.

헌 상태

새것에 가까운 책

최상

약간의 사용감은 있으나 깨끗한 책

사용감이 많으며

매입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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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느낌이 나는 책

독서 및 이용에 지장이 있는 책

(증정 도서/비매품)

헌책방을 여행하는 책중독자를 위한 안내서


표지

책등 / 책배

내부 / 제본상태

변색 없음, 찢어진 흔적 없음,

변색 없음, 낙서 없음,

닳은 흔적 없음,

변색 없음, 낙서 없음

변형 없음, 얼룩 없음,

낙서 없음,

닳은 흔적 없음, 얼룩 없음

접힌 흔적 없음,

얼룩 없음,

제본 탈착 없음

양장본의 겉표지 있음 희미한 변색이나 작은 얼룩이 있음,

희미한 변색이나

찢어진 흔적 없음,

작은 얼룩이 있음,

변색 없음, 낙서 없음, 변형 없음,

약간의 모서리 해짐,

약간의 닳은 흔적 있음

아주 약간의 접힌 흔적 있음,

낙서 없음,

낙서 없음

얼룩 없음, 제본 탈착 없음

오염 있음,

전체적인 변색,

2cm 이하의 찢어짐, 래핑 흔적 있음, 낙서 있음,

모서리 해짐 있음,

변색 있음, 2cm 이하 찢어짐 있음,

양장본의 겉표지 있음 전체적인 변색, 모서리 해짐,

오염 있음, 낙서 있음(이름 포함)

양장본의 겉표지 없음

2cm 초과한 찢어짐 있음, 심한 오염 및 낙서 있음, 물에 젖은 흔적 있음,

5쪽 이하의 필기 및 밑줄 있음, 얼룩 및 오염 있음, 제본 탈착 없음

심한 오염 있음,

2cm 초과한 찢어짐, 5쪽 초과 낙서,

심한 낙서 있음,

심한 오염 이나 젖은 흔적 있음,

물에 젖은 흔적 있음

낙장 등의 제본불량, 분책 된 경우

3. 팔아보자! 헌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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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매입가격 책정받기

3–3. 매입가격 책정받기 매입가격은 다음과 같이 책정된다. ◎ 알라딘에 팔기 매입가 = (기본매입가×상태지수)+신간 인센티브(%)

– 기본매입가는 알라딘 보유재고량에 따라 차등적용. – 정상매입가는 판매가능한 적정재고 수량 이내에 적용. – 적정재고 초과 매입가는 판매가능한 수량을 조금 넘는 경우에 적용. – 과다재고 균일 매입가는 판매가능한 수량을 현저히 넘는 경우에 적용. – 상태지수는 도서상태에 따라 최상급/상급/중급 별로 별도의 가중치가 있음. – 신간 인센티브는 도서정가제법상 신간인 도서에 대하여 판매량에 따라 차등적용. – 조회시 표기되는 매입 예상가는 현재의 정가에 대한 것으로, 동일 ISBN의 구정가의 경우 실제 매입가가 낮아질 수 있음.

◎ 균일가 매입 이미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고 있거나, 원상품의 인기도, 분야 특성 등을 감안하여 재판매 가능성이 낮은 상품인 경우 균일가 매입의 대상 상품이 된다.

– 균일가는 판매지수 예측, 분야 특성 등을 감안하여 300원 / 500원 / 700원 / 1,000원 /

2,000원 등 다양한 가격으로 매입. – 재판매가 불가능한 도서는 균일가 매입도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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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을 여행하는 책중독자를 위한 안내서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중고 팔기>

*알라딘 쇼핑앱 최신버전에서 이용가능(안드로이드, iOS)

*앱만 바코드 촬영이 가능하며, 브라우저에서 m.aladin.co.kr로 접속했을땐 상품명을 직접 검색해야함.

알라딘 쇼핑앱을 설치,실행한 후 바코드 촬영 아이콘을 탭한다.

3. 팔아보자! 헌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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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할 상품의 바코드를 촬영한다.

*책의 바코드, ISBN은 도서 뒷면의 10 또는 13자리 숫자입니다. 이 숫자를 카메라 프레임 안쪽으로 위치시켜 주세요.

*앱만 바코드 촬영이 가능하며, 브라우저에서 m.aladin.co.kr로 접속했을땐 상품명을 직접 검색해야함.

*‘알라딘에 팔기’ 버튼을 터치하면 자동으로 팔기 장바구니로 이동함.

바코드로 인식된 상품정보를 확인한 후, 중고로 팔기 버튼을 터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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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을 여행하는 책중독자를 위한 안내서


팔기 장바구니로 이동 후, 품질등급을 체크한다.

*실물 도착 후 상품의 품질상태에 따라 품질등급이 재조정될 수 있음.

*발송방법, 배송박스, 반송/폐기 여부, 정산방법, 주소를 선택하신 후 매입약관을 꼭 체크할 것.

팔기 신청 버튼을 탭한 후 팔기 신청 과정을 탭한다.

3. 팔아보자! 헌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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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클릭 중고 팔기>

1단계 : 박스포장 · 판매할 중고책을 모아 박스에 포장한다. · 한 박스당 10Kg 이내로 포장한다. · 300페이지 단행본 기준으로 20권 내외.

2단계 : 필기신청 · 알라딘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원클릭 중고팔기” 페이지를 띄운다.

· 발송 방법에 따라 “지정 택배사” 또는 “지정 편의점” 버튼을 클릭.

· 판매 권수, 박스 수량, 방문지 주소 등을 입력하면 접수된다.

3단계 발송하기 · 접수번호가 기재된 종이를 각각의 박스마다 넣은 후, 발송한다.

- 지정택배사 : 신청 후 1~2일 내 기사님이 방문하시면 포장한 박스를 인계한다.

- 지정편의점 : 포장한 박스를 직접 인근 편의점 점포에 들러 위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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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을 여행하는 책중독자를 위한 안내서


4.헌책과 사람들 헌책방을 드나들며, 재미있는 헌책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헌책이야기를 들어보았다.

4. 헌책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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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활자중독자 김광혁

4–1. 활자중독자 김광혁 – 이외수의 <칼>

어떤 계기로 헌책을 좋아하시게

듯이 봤어요. 만화책은 한달에 백권이상,

되셨나요?

소설책은 여덟 권에서 열권, 잡지만 해도

어떤 책들은 보면 1쇄를 구하고 싶은데 없는 책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제

열권 정도 신문 여덟 개씩 보고, 그게 몇 년 반복되가지고 책을 많이 읽게되었어요.

헌책방을 돌아다니기 시작한 거에요. 그리고 제가 학교가 배다리 주변이어서, 거기가 익숙하기도 해서 많이 다녔는데... 그러다보니 헌책방도 익숙하고 헌책들도 익숙해 졌던 거에요.

책을 고르실 때 특별히 기준이 있으신 편인가요?

사람들이랑 많이 달라요. 소설책을 기본 좋아하긴 하는데 요즘은 많이 안 읽어요. 요즘 나온 소설 중에 옛날처럼 감동이 확

저 같은 경우에도 다니던 길목에

오는 책은 없어요. 그래서 옛날 책을 다시

알라딘 중고서점이 있어서 자주 가게

읽어요. 어떤 걸 발견하냐면, 그 소설책에서

됐던 기억이 나네요. 책을 얼마나 많이

언급하는 다른 책이나, 언급을 하는 다른

읽으시나요?

주제를 찾으면 그걸 파요. 그러다 보면 그게

책같은 경우에는 대학교 때 활자 중독같은

인문학책일 수도 있고 역사서일 수도 있고

것에 걸려서, 책을 많이 읽었어요, 미친

음악일 수도 있고 영상일 수도 있고 다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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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을 여행하는 책중독자를 위한 안내서


빠지죠. 요즘은 그렇게 책 한 권에서

합본이고, 중요한 내용이 많이 들어있었어요.

파생되는 다른 여러 컨텐츠에 대해서 파는

학교에서 거의 성경처럼 읽었었는데, 추천을

중이에요.

많이

그러다 보니까 찾다 보면 마이너한 책들도 찾게 되고... 그중에 열심히 찾았던게 7,

하다 보니까 누가 훔쳐가 버렸어요. 제가 읽었던 브루노 무나리 책 중에서는 그 책이 가장 좋았어요.

80년대에 나온 해적판. 라이센스 계약을 제대로 안 맺고 나온 그런 번역 책들이 좋은 책들이 많았어요. 대표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그런 경우도 있었군요. 그럼 가지고 오신

책이 뭐냐면 부르노 무나리의 <예술로서의

책도 그런 해적판인가요?

디자인>이라는 책이 초판이 있었어요. 근데 그게 웃긴 게 뭐냐면요, 제가 헌책방에서

아뇨, 이 책은 해적판은 아니에요. 이 책은 헌책방에서 구한 책인데... 표지는 어디갔는지

구했던 그 책이 지금까지 나왔던 부르노

모르겠어요... 조카들이 방에서 놀다가 뜯은

무나리 책중에서 가장 좋아요, 왜냐하면

것 같은데... 이외수 씨의 초기작이었어요.

이 책을 기반으로 해서 나온 책들이 이 책에서 쪼개져서 나온 거거든요. 이게 거의

이외수 작가의 <칼>이라는 책입니다. 옛날 책이라... 보면 상태가 좋진 않습니다. 초판은

4. 헌책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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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활자중독자 김광혁 김광혁씨께서 가져온 <칼>. 앞표지는 찢어져서 소실된 상태였고, 뒷표지가 그나마 남아있던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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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을 여행하는 책중독자를 위한 안내서


아니고 중판이고, 몇번씩 읽었습니다. 제가

조선 시대에 풀무레질을 하는 그런 옛날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에요.

대장간이었어요. 가족들도 말리고 미쳤다고 해요. 그러다 이 사람한테 전화를 주는 사람이 있어요. 서로를 모르는데 공중전화로

이외수 작가의 책이군요. 특별히

서로 전화를 하는데 가끔가다 이 사람한테

좋아하시는 작가인가요?

조언을 하거나, 의견교환도 하고, 미쳤다고도

이외수 씨 책을 처음 접한 게 대학교 1학년

하고 그래요. 칼이랑 이 사람의 두 가지

때 접했는데 벽오금학도, 장수하늘소 그리고

미스테리가 같이 흘러가요. 그리고 이 사람이

들개를 읽었어요. 책이 너무 좋은 거에요.

만둘려고 하는 칼이 신검이에요.

이외수 씨 책을 샅샅이 뒤졌어요. 칼은 없어서 배다리에 가서 결국 구했어요. 인천 신검이라면...?

배다리에 단골이 두 군데 정도 있었어요. 일 없으면 거기서 살았죠.

옛날 엑스칼리버 같은. 마법을 품은 칼 그런 신검을 만들고 싶어서, 옛날 기술돼있던 자료들을 보고 그 옛날 방식으로 검을 만들기

간략하게라도 내용을 설명해 주실

시작해요. 그걸 만들면서 점점 주인공이

수 있나요?

미쳐가요. 칼 만들면서 드는 공력, 정신력

주인공이 40대 가장인데 회사에 다니다가

그리고 생활은 어렵고 자식은 있는데

회사도 관두고... 취미가 있었는데 칼을

마누라는 바가지를 긁지... 복합적인 요인에

모으는 게 취미였던거에요. 이 사람은 인간

의해서 고통스럽게 칼을 만들어내요. 그런데

유형이 어떤 사람이었나 하면 왕따 같은

너무나 웃기게도 만든 그 칼을 가지고

사람이었던 거에요. 버림받은 자식이기도

살인을 하기 시작해요. 가족을 죽였나

하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칼을

그래요. 나중에 나오는데, 신검이라는거는

가지고 다니면 자기 마음이 편해지더래요.

살아있는 생물의 피를 먹여야 하는데 그걸

그래서 칼을 모으기 시작해요. 덕질의 끝은

먹이질 않았데요. 그래서 칼이 피를 고파해서

자기가 직접 만드는 거잖아요. 그래서 직접

사람 피를 먹고 싶어서 자꾸 죽이는... 그런

만들기로 했어. 그래서 동네가 산동네인데

내용이에요.

그중에서 허름한 건물하나가 나와서 그 자리에다가 대장간을 만들어요. 미친거지. 이 소설 배경이 80년대거든요. 80년대에

굉장히 심취해있던 인물이잖아요. 도교에서 나왔던 이야기들... 그다음에 옘병같은 ...

대장간이 없던 건 아니지만 실제로 그걸 직업으로 갖겠다고 만든 사람은 없었어요. 그리고 이 사람이 만든 대장간은 옛날

그리고 이외수 씨가 사실은 도교, 그쪽에

염병이 도대체 뭐냐고 하면서 해석하고,

80년대 사람들이 자주 말하던 그런 것들,

4. 헌책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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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활자중독자 김광혁

소재들이 잘 살아 있어요. 마흔 돼서 이책을

피는 결국 먹어야 하는... 내용 자체는 재밌게

다시 읽었어요. 서른 때는 위대한 개츠비를

읽히는 소설인데, 제 입장에서는 느낀 게

읽었고, 이 책은 마흔 때 다시 읽었어요.

많았어요.

위대한 개츠비는 서른 일 때의 이야기였고, 이 책의 주인공은 40대일 때 이야기라서, 이 시기에 다시 읽으면은 나에게 다시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읽었는데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고요. 제가 흔히 덕질 만이 살길이다. 라고 이야기 하는 게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우리는 누구를 비하할 때 우스갯거리로 덕후라고 이야기하지만, 모든 전문가는 그 덕질의 과정을 겪거든요. 그래서 그 덕질이 어느 정도 임계점에 이르렀을 때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거든요. 그런데 저는 이 칼을 통해서 그런 걸 많이 느꼈어요.

그리고 이외수 씨가 지금은 많이 유려해진 거에요. 여기에서는 굉장히 거칠게 몰아붙여요. 제가 좋아하는 소설 중에 하나가 천명관 씨의 고래라는 소설이 있는데, 그것도 첫 데뷔작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게 왜냐하면요, 소설가들은 데뷔작에서 글을 굉장히 거칠게 써요. 문체, 사용하는 단어, 풀어가는 스토리텔링이 어떤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게 막 불꽃이 튀거든요. 이외수 씨 책도 마찬가지예요. 어색하기도 하고 불꽃이 막 튀는 단어가 나오는데... 그런 에너지가 너무 좋더라고요. 제가 볼 땐 요즘 나오는 책들에서는 보기가 힘든 뭔가가 있어요. 옛날에 나온 헌책이라던가, 초판 1쇄에서

책을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으셨는데, 이 책의 특별한 매력이 있다면

나온 오타라던가. 그런 것들이 표현돼있어서. 그런것도 좋고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마지막에 뭔가를 만들 때 피를 먹이지 않은

그런 요소들도 옛날 책의 재밌는

칼은 결국 피를 부른다고. 그게 과정에서도

점이겠네요.

나오지만, 칼을 만드는 모든 장인이 자기의 피를 먹이거나, 아니면 자기한테 가장 소중한 것의 피를 먹이는... 결국 창작을 한다는 게, 누군가보다 월등한 실력으로 무엇을 만든다는 게 결국엔 희생을 필요로 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여기보면 닭의 피, 소의 피를 먹이는 과정이 나오는데 우리가 봤을 때 어떤 분야의 신과 같은 위치에 올라갔을 때 아무런 희생이 없었겠느냐 싶은

네. 그런 게 너무 좋아요. 옛날 시대에는... 이게 폰트가 아니거든요. 사진 식자기로 조판하던 시절일 텐데. 구두점이나 얘네들이 다 튀어요. 여기는 굵고 여기는 얇아요. 간격도 조금씩 다 틀려요. 이런 요소들이 너무 재밌는 거에요. 화이트리버가 생기면 안 되는데 사진 식자는 그게 안 되거든요. 이런 것도 재밌고...

거에요. 아무리 성공을 하더라고 누군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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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을 여행하는 책중독자를 위한 안내서


지금 이 너덜너덜한 판본은 따로 양장을 맡기셔도 될 거 같은데요?

저는 양장을 싫어하는 게 책이 무거워지고, 다 뜯어야되고, 원래 가지고 있던 느낌이 죽어버려서.. 내가 잘 보관하는 수 밖에 없겠더라고요.

그렇군요. 구하기 쉽다면 저도 읽어볼 텐데요.

저도 예전이었으면 많이 빌려줬을 텐데, 저도 못 빌려주는 게 책이 너무 너덜너덜해져서... 아, 찾아보니 신판을 팔고 있네요. 사서 보시길 추천합니다.

네, 꼭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좋은 책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4. 헌책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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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6699press 이재영 디자이너와 제자 백철훈 디자이너

4–2. 6699press 이재영 디자이너와 제자 백철훈 디자이너 – 잡지 <디자인·포장> 외 6권

퀴퀴한 냄새처럼 느껴지지 않고, 정다웠던

– 6699press 이재영 디자이너

것 같아요. 다행히 고등학교를 근처에 진학하게 되면서 자주 가게 됐습니다.

6699press를 운영하시는 이재영

잡지와 책들...저만의 즐거움이 있었는데

디자이너님은 제가 예전부터 헌책 관련된

그러다 보니까 헌책방은 저에게 되게

작업도 보고 그래왔기 때문에, 이번

익숙한 곳이었던 거죠. 억지로 찾아가는 게

시간에 굉장히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아니라 있으면 그냥 들어가게 됐고, 거기서

(웃음) 무슨 책부터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책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자연스럽게 책을 만나는 그런 과정들이 제 삶의 과정들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헌책방을 너무 좋아해서, 여행을 할 때도 헌책방을 꼭 들러요. 국내건 해외건... 헌책방에 가서 찾아내는 즐거움이 있는데. 그 배경 중에 하나가... 저는 부산에서 자랐어요. 부산에 살 때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저를 데리고 큰 서점들은 안 들어가시고 항상 보수동 헌책방을 찾으셨어요. 저는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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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주변 환경부터 남다르셨군요. 가져오신 책들도 뭔가 정말 수집가의 냄새가 나는 책들입니다.

그런가요. 한 권 한 권 소개를 해보자면... 이책은 배다리헌책방에서 찾았던 책이에요. 아마 지금은 없을거에요 이 책이. 시리즈로

헌책방을 여행하는 책중독자를 위한 안내서


열 권 정도 있던 걸 제가 다 사 왔어요. 한

불구하고, 선명한 정도. 레이아웃도 후지지가

권당 천원에 사 왔는데, 제가 볼 때는 근

않고. 그 당시에 얀치홀트를 모르던 사람들이

십 년 안에 혹은 제가 나이가 좀 들면 큰

디자인을 했을 때... 한국에서 나올 수 있는

값어치를 할만한 그런 책이 아닐까 싶어요.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랬을때 70년대의

한국에서 디자인이라는 것이 태동할 때

디자이너들이 감각이 후지진 않았을 거라고

나왔던 잡지가 아닐까 싶어요. 보시면 여기

생각되네요. ‘존경하는 박정희 대통령

레터링이나 인쇄 이런 것들이 굉장히 진하게

각하!’라고 하면서 박정희가 디자인 문화를

나와 있어요. 제 생각엔 인쇄 기법이 거의

태동시킨 사람 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실크에 가깝지 않았을까... 비춰보면 종이에

없죠. 그러한 부분들이 언급되고 디자인들이

스며있는 것이 아니라 종이 위에 올라와

어떻게 흘러갔는지에 대한 것이 이 책에 잘

있고. 디자인적인 면에서는 그런 것 같아요.

담겨있는 거 같아요. 첫 장부터 박정희가

너무 선명해서 40년 정도가 흘렀음에도

나오고, 여기도 등장하고.. 이 당시에는

4. 헌책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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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6699press 이재영 디자이너와 제자 백철훈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단어보다, 포장디자인.

싶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력이 있는

포장디자인센터라는 것도 있었고, 그래서

잡지가 아닐까 해서 샀던 기억이 납니다.

디자이너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어떤 잡지를 발견하게 된거죠. 저는 그래픽 디자이너이다 보니까, 이런 특징적인 부분이 눈에

정말 옛날 책이네요. 종이들의 색깔이...

띄더라고요. 이 당시에만 해도 디자인이

이런 책을 만지고 나면 곰팡이가 군데군데

장식의 요소가 강했던 시기이기 때문에,

나 있어서 손을 씻게 되더라고요. 그럼에도

한 자 한 자 장식적인 요소로 썼던 것들도

불구하고, 이 헌책이 가지고 있는 오래된

인상적이었고, 한글과 한자를 병기하는

감각들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것들도 저는 되게 흥미롭게 봤었어요. 그래서 이 책은 되게 귀한 자료이겠구나, 하고 이 귀한 자료를 내가 가지고 있어야지... 해서 다 집었는데 권당 천 원에 파시더라고요.

다음으로 소개해 주실 책은 어떤 책입니까?

제가 지금은 알 수 없는 사람들이지만,

네, 저는 헌책방에 가면 제가 읽고 싶던 책을

지금은 돌아가신 분들도 있을 테고

만나는 경우들도 있지만, 제가 보지 못했던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필진들도 있지 않을까

책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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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을 여행하는 책중독자를 위한 안내서


이 날 보았던 책 중에서 가장 압권이었던, <간판 도감>.

4. 헌책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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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6699press 이재영 디자이너와 제자 백철훈 디자이너

하나가 이 책이었는데요. 간판도감 이라는

서체가 가지고 있었던 특성이 강렬했던

책이었어요. 언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거죠. 군데군데 그런 서체를 볼 수 있었던...

한국 사회에서 89년에 나왔던 책이네요.

그리고 어떤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여류시각디자이너협회에서 나왔구나..

어떤 간판 업체에서 금방 만들어 놓은

디테일 하게 보진 않았었는데... 당시에

간판이 아니라, 이 상점을 만들고 싶었던

있었던 간판들을 아카이브 해놓은 거죠. 이

사람의 고민이 레터링으로 표현돼 있던

감각은 지금.. 프로파간다 같은 출판사에서

것들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이야

나온 도감이랑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오래되어서 쉽게 찾을 수 없는 것도

감각과 자료들인 것 같아요. 딱 보는 순간

있겠지만, 이 당시에는 이게 트렌디한 디자인

이거는 좋은 자료일 수 있겠다, 싶어서.

이었을 것 아니에요. 이때의 트렌디함이

이건 지금 나와도 잘 팔리지 않을까 하는

지금의 되게 필요한 존재들 인 거에요.

생각이 들었던. 80년대 때 간판이라는

이런 간판이 어딘가에 있었으면 좋겠고,

문화는 되게 중요한 문화였잖아요. 그것들이

있으면 이 상점 왠지 가보고 싶고. 그래서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안상수체가 이렇게

이런 기록들이 중요하구나. 그러면 우리

쓰여있는데... 지금 안상수체가 쓰여져있는

후배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뭘까. 지금의 이런

간판이 많진 않잖아요. 이 당시에는 그

시각문화들을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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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을 여행하는 책중독자를 위한 안내서


않겠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샀던

재밌어요. 체육 하는 방법 다 나와 있고, 또

기억이 납니다. 이건 또 해외의 사례인데요.

흥미로웠던 건 사이즈도 나와 있고.. 제가

해외에서도 이런 오래된 고전적인 흔적들이

흥미롭게 봤던 것은 이것이었어요. 9세 때

아닐까 싶네요. 이렇게 간판들만 아카이브

신체 평균.. 몸무게는 얼마 이런 게 있죠.

되어있는 그런 책입니다. 지금으로 봐서는

이런 게 지금이랑은 또 너무 다른 기준점인

이거는 독립 출판이죠. 기성 출판에서는

거죠. 57년에 나왔고... 72년에 재발행을

쉽게 할 수 없는 그런 태도들. 당시에

한 300원짜리 귀한 자료입니다. 귀엽죠.

55000원이었으면 지금으로는 15만 원 정도

이런 책은 보여주고 싶은 분들께 웃으면서

됐던 거죠. 이건 아벨서점에서 2만 원에

보여드리는 책. 신체 충실 지도, 지수... 재밌지

샀습니다.

않나요. 이런 책도 지금 내놓으면 되게 잘 팔릴 것 같아요. 이랬단 말이지~ 이런 시도들. 이당시에는 인쇄기술이 허접하다 보니까

그다음에 소개해주실 책들은 조금 작은 책들이군요.

발라놓고 얘는 호치키스를 박아넣은거죠.

이 책은 국민학교에서 나왔던... 신체검사를 규정하는 그런 책이었는데요. 되게

호치키스로 찍어 놓은 거예요. 여기엔 풀을 제가 좋아하는 귀여운 그림이 있는 책. 마지막으로 이 책은... 특히 일본을 자주

4. 헌책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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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6699press 이재영 디자이너와 제자 백철훈 디자이너

여행하는 편인데. 일본이라는 나라가 헌책방

수리하는 내용은 배다리의 서점 사장님과

문화가 되게 잘되어있고, 헌책에 대한 예의를

같이 집필한 내용이고요. 이 책을 기획하게

지키는 서점들이 많아요. 이 책은 카마쿠라에

된 저의 어떤 측면들, 방향들을 이쪽에

갔을 때 헌책방에 가서 만난 책입니다.

썼어요. 헌책방에 가서 느낄 수 있는 매력들...

후쿠다 히게오의 작업이고요. 86년에

헌책이 보물이 되는 것. 냄새를 가지고

나온 책입니다. 이 사람이 잡지에 그렸던

있는 것. 그런 것들이 매력 이라는 생각을

일러스트레이션을 모아놓은 책이고. 이

했고. 헌책방에서 왜 이 책이 필요한가.

사람은 디자인도 잘하고 일러스트레이션도

고민이 왜 필요한가. 수리법도 중요하지만,

좋았던 사람으로 유명하죠. 지금도 이 작업은

이 책을 보고 사람들이 책을 좀 귀하게

교수님네 작업실에 가면 불법복제된 체

여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만들었던

걸려있는 사례들도 더러 봤습니다. 이 작업을

책이었습니다. 재판 문의가 많았는데, 이

베끼는 사람들도 많고요. 이 책은 난 있는

책은 재판하지 않았습니다. 책이란 것이

줄도 몰랐어요. 이 책은 싸게 팔더라고요.

보물이 됐을 때, 그 사람이 애장하고 있는

2만5천원에 샀어요. 주인분이 값어치를

것만으로도 매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몰라서 그러셨던 거 같아요.

마음으로 더 팔지 않기로 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헌책방에서는 이런 섬세함은 없어요. 더러우면 더러운 데로. 일본의

이재영 디자이너의 제자,

헌책방에서는 항상 닦고, 어떤 책들은

공 프레스의 백철훈 디자이너

포장까지 해놓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값어치가 있는 책들은 진짜 잘 보존을 해놓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헌책을 좋아하신다면 도쿄, 오사카에 가실 일이 있을 때 지역의

저는 일단 두 권을 가져왔습니다. 사연이 많은 책들이라서...

헌책방에 꼭 한번 들러보셔서 그 지역의 사람들이 헌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한권은 저도 아는 책인 것 같습니다. 저도

느껴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못구한 책이네요.

그런가요.(웃음) <한글의 글자표현> 이책은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개해주실 책은 저도 헌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구매했던

추천해 주셨어요. 그 이후로 1년 반 정도를

책이군요. (웃음)

찾아다녔던 책이었습니다. 서울에 안 다녀 본

네, 마지막으로 이 책. 말 그대로 헌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안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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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때 수업을 듣는데, 선생님께서 이 책을

서점이 없었어요. 인천부터 시작해서 청계천, 홍대, 신촌... 없더라고요. 옛날에는 노원구 상계동에 살았었는데, 거기서 어렸을 때

헌책방을 여행하는 책중독자를 위한 안내서


봐왔던 헌책방이 한군데 있었어요. 제가 7살 때부터 있었던 곳이라 들어가서 여쭤봤죠.

그런 책을 4권씩이나... 서울 곳곳을

<한글의 글자표현>있나요? 했더니, 맨 뒷쪽의 책장을 여시더니...거기에 4권이나 있던 거에요. 그래서 거기서 이 책과 이 책을 구했습니다. 2권은 중고나라에 팔고, 상태가 가장 좋은 한 권과 그다음 좋은 두

돌아다닌 보람이 있으셨겠습니다.

어떤 외국 작가께서 얘기하셨는데, 자기는 책을 살 때 항상 두 권씩 산다고 하더라고요. 한 권은 보관용, 한 권은 읽는 용도로.

권을 가지고 있다가, 한 권은 학교 도서관에

저는 책 끝부분에 스카치테이프로 항상

기증했습니다. 이 책을 가지고 있는 학교가

붙여놔요 책 모서리가 흠집나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 해봤자 서울여대. 홍대에

아까워서... 오래된 책들은 세네카(책등)

한 권있고. 그래서 후배분들이 볼 수 있게

부분이 마모되고 까지죠. 저는

하고 한 권은 제가 가지고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스카치테이프를 붙여놓고 목공풀로

4. 헌책과 사람들

97


채워놔요. 저는 그렇습니다. 이 책도 재밌는

비즈앤비즈에서 나오기 이전에는 제가

책인데요. 최근에 ‘비즈앤비즈’(출판사)에서

새로 번역을 해서 영어 공부하는 김에

새로 나왔습니다. 제가 요셉 뮐러 브로크만을

도전해봐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좋아해요. 제가 좋아하는 그리드를

아쉽게 비즈앤비즈에서 재판이 나왔네요.

너무나도 잘 설명하고 있고, 제 성격상 그리드에 완벽하게 맞춰지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심지어 게임 할때도 저는 ‘요셉 뮐러 브로크만’의 이름을 닉네임으로 선호합니다. (웃음) 이 책을 사서 소장을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봤어요.

제가 수원 알라딘에서 원서를 봤던 기억이 나는데, 참 아쉽네요. 그땐 값어치를 몰랐습니다. (웃음)

당장 수원으로 달려갈 뻔했네요. (웃음)

본드 쪽이 손상이 돼서 완전히 다 피지도 못하겠더라고요. 마침 ‘비즈앤비즈’에서 재판이 나와서 그 책으로 다 읽고 공부하고 했습니다. 이 책이 88년도에 나온 책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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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쉽기도하고 그런 저의 애증의 책들이었습니다.

헌책방을 여행하는 책중독자를 위한 안내서


비즈앤비즈 사장님이 알고보니 저희학교의

하셨데요. 그런데 이 책이 너무 좋으셔서

디자인학과의 전신인 미술교육과의

이 책을 출판하시려고 번역하고 출판사도

선배님이시더라고요. 저희의 아버지뻘

차리셨다고 합니다. 현재 지금은 미국의

선배님이세요. 그분의 성향이, 비즈니스에

대학에서 한의학을 가르치신다고 하더군요.

관련된 책들을 만들면서도, 자신이 느끼기에

굉장히 재밌으신 분 같았습니다.

이 책은 만들어야겠다 하는 책 중에 디자인 책들이 굉장히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릭

네, 그런 재밌는 이야기까지. (웃음)

포이너의 <거인에게 복종하라>와 같은 그래픽 디자인 이론 책들과 그리드 디자인에 관련된 책들도 많이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아무쪼록 재밌는 이야기 많이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번 뵙고 싶었는데 그분이 굉장이 부끄럼 많이 타시는 분이라, 못 뵀던 경험이 있습니다. 아, 또, 이 책을 번역하신 김두식 선생님은 제가 찾아봤는데, 중앙대 출신이신데, 이분이 논문을 잘 쓰기 위해서 이 책을 참고를

4. 헌책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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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한경대학교 디자인학과 이병학 교수님

4–3. 한경대학교 디자인학과 이병학 교수님 –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 외 3권

교수님의 헌책 이야기도 궁금했습니다.

있다는 거지. 여기에 내용이 나에게 큰

교수님이셔서 직책상 이유이기도

도움이 됐다기 보다는. 이렇게 유명한 책은

하겠지만, 그 이유 외적으로도 책을 많이

판수가 올라가면서 디자인이 바뀌니까.

읽으시는 것 같아서요.

이거는 벌써 97년에 4쇄를 발행한 책인데.

우선 내가 중고책을 사게 되는 경우는...

2000년도인가 2003년도인가에 새로 나온

우연히 이걸 사는 거잖아 어디 가서. 우연히

걸 나는 갖고 있기 때문에 이거는 초기라고

사는건데. 이걸 사야지 하고 계획했던

볼 수 있는 거지. 이렇게 같은 책이 어떻게

책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거 같은 경우는.

변화되는지 볼 수 있는 것도 중고책을 사는

타이포그라픽 디자인. 얀치홀트의 기본적인

이유거든. 안에 스타일이나 편집되는 것도

책이고. 비대칭 타이포그래피라는 원제의

많이 달라. 자간도 꽤 넓고... 그래서 어떤 책의

책인데. 나중에 잘 나온 책이 있는데도

내용에 대해서 심도있게 이야기를 해주기는

불구하고 헌책방갔더니 예전의 책이 있어서

마뜩잖은 부분이...(웃음) 사실 이것의 내용은

하나 더 사자 하고 구입을 한거지. 실제로

다 알고 있었는데. 값도 되게 저렴하고 되게

내가 이 것의 내용을 바란 건 아니고 지금과

옛날 버전에서 차이가 있는지도 알고 싶고,

예전을 비교해볼 수도 있고 수집한다는

그런 부분이 중고책에서 재밌는 부분인 거지.

느낌? 그 느낌으로 내가 수집한 걸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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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을 여행하는 책중독자를 위한 안내서


습. 의모

있던 갖고 내가

. 랐다 금달 는조 과 판본

> 역사 인의 디자 픽 그래

<

4. 헌책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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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한경대학교 디자인학과 이병학 교수님

네 맞습니다. 저도 빌려서 읽어봤던

2판이 더 낫다고 느끼는 거지.

책을 중고서점에서 발견해서 구입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여기에 교수님이 가져오신 책들이 있는데 하나씩

저도 배우면서 나중에 사게 되었는데.

가져오시게 된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요즘엔 그냥 문고본으로 나오더라고요.

<그래픽디자인의 역사> 같은 경우는...이

양장이 아니라...

책을 새로 구입한 이유는. 이 책의 2판을 내가

그래, 그런 책들의 역사를 추적할 수 있다는

중고 책으로 봤기 때문이야. 2판을 어쩌다

거. 그런 거는 중고책을 사면서 되게 재밌는

봤지만 B. 맥스의 그래픽디자인의 역사는,

부분이고.

시각디자인 쪽에서는 북미 쪽의 시각에 치우쳐있다는 비판도 많지만, 그래픽디자인

그 다음, <헤르츠 이야기>는 되게 어려운

역사책으로 봤을 때는 거의 가장 잘 돼 있고

책이고. 사실 지금도 이 내용에 대해서 잘

유명하다고 뽑고, 기본적으로 교과서로

몰라. 그때 한창 읽었었는데 지금 내용을

쓰는 책이야. 2판에서는 간지에 격언들이

떠올리려고 하면... 그때도 망설이고

조금씩 있었거든. 그중에 몇 가지는 내가

어려워서 살까 말까 했던 책. 하지만 갖고

재밌게 느껴져서 계속 기억하고 있었어.

싶어서 읽어보면 좋은 책. 그런 모호한

‘완벽한 기술을 습득하고, 영감에 모든

경계에 있는 재밌는 책들이 있는데 그런

것을 맡겨라’라는 일본 장인의 격언인데

것들은 중고책방에 있으면 사는 거지.

내가 그걸 감명 깊게 읽었단 말이야. 그래서

정가 주고 사기엔 애매하니까. 안에 보면

3판에서 찾아봤는데 3판에서는 나오지

어떤 물건이라는 사물을 어떻게 해석할

않더라고. 그런 부분들은 되게 재밌는

것인가. 지금은 물건을 물건으로 보는

거지. 판이 바뀌면서 교정이 되는 지식도

20세기보다는 그 물건의 맥락을 해석하는

있지만, 사라지는 것도 있고. 뒤에는 최근의

데에 더 집중하는데 그런 포인트에서

이슈들. 디지털 폰트라던가 뒷부분이 조금

되게 비평적으로 접근한... 제품디자인들.

더 늘어나 있는데. 이런 전반을 개괄하는

항상 시각에서는 이미지로 접근하는데

책에서는 그렇게 디테일할 수가 없어서...

이 책에서는 이미지가 아니라 물건을

그런 부분들은 새로 추가된 내용이지만,

소비하는 맥락에 대해서 접근한 게

사실 대부분 내용은 일치하는 것들이고.

재밌는거지. 이 <헤르츠 이야기>를 통해서

2판의 표지가 사실 전체본의 양장이

물질의 맥락, 비평적인 맥락이... 이해하기

아니고, 반딱반딱한 표지에 그래픽디자인의

어려운. ‘기능적으로 낯설게 하기’ 이게

역사라는 표지가 더 마음에 들었는데. 3판에

포인트가 되는 말인데 그런 말들이 워낙에

와서는 많이 변해서 아쉬운... 이런 건 차라리

작가라서 전시를 하고 어떤것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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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을 여행하는 책중독자를 위한 안내서


디자인·미술 이론서, <DT2>의 앞표지.

비평적으로 생각하는 작가가 아니다보니까

지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한데.

아직도 어려운 책이지. 내용을 백 퍼센트

디자인에서 이론을 많이 안 다루니까,

이해했다기보다는 이런 재미있는 생각들이

디자인이 뭐냐 하는 이야기들을 선배님들이

있구나. 같은 사물에 대해서 좀 비평적으로

이제 짧은 글을 통해서 이야기하는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정도에서 읽어본 거지

모음집들의 책들이 많이 나왔어. 많이

정확하게 이해했다고 말하긴 어려워. 그런

모았고. 사실은 이런 게 절판이 빨리 되기

포인트에 있던 책들을 중고책방에서 사게 된

때문에, 사고 싶다고 해서 빨리 살 수 있는

거야.

것도 아니고. <DT2> 같은 경우도 내가 아마 중고책방에서 가져온 것 같은데. 이것도 어려워. <인터페이스 연대기>, <디자인 여기에 있는 <DT2>. 이 책 얘기도

앤솔로지> 이런 게 있는데. 그중에서 여러

듣고 싶었어요.

가지 이론서적 중에서 나한테 유용했던건 이책인 것 같아. 생각보다 실천적인

이건 사실은 90년대 디자인 학번들이 글쓰기에 관심 있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게 언제 나온 책이지. 2008년. 2000년대 초반~10년까지 이런 재밌는 책, 재밌는

도움들. 주제 자체가 디자이너와 미술가를 위한 메소드 잖아. 메소드라는 게 나만의 방법론이거든. ‘우리는 이런식으로 작업해’의

4. 헌책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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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한경대학교 디자인학과 이병학 교수님

비법을 공개한 셈인데. 그런 면에서 이론에서

박해천 선생님의 <분산의 다이어그램, 혹은

그치지 않고 우리가 어떻게 작업을 하는지.

냉전에서 살아남기> 이게 이제 이 내용이 더

폰트는 어떤 식으로 설정하고. 어떤 식으로

확대가 되어서 인터페이스 연대기 그책이

실험을 하고. 어떻게 진행하는지가 실제

나온걸로 알고있고. 제이슨 박같은 경우는 성

작업이랑 잘 나와 있어서, 차라리 이런

소수자의 이야기 같은데... 이건 작품스러워서

게 도움이 많이 됬거든. 폰트는 어떻게

나랑은 좀 거리가 있는 부분이었고. 성재혁

설정하고, 어떤 식으로 실험을 하고, 어떻게

선생님의 <당신은 어떻게 그래픽디자인을

진행하는지가 실제 작업이랑 잘 나와있어서,

연습하십니까>라는 요 챕터는 지금도

차라리 이런게 도움이 많이 됐어. 이론

되게 아주 잘 보는... 수업시간에

책에는 잘 나오지 않는 그런 이야기들을

학생들한테 이렇게 해보자고 과제로 한번

다루고 있어서 사실 나는 만약에 이론서를

씩 진행해보기도 하지. 여기 보면 복사를

꼽으라고 하면 이걸 꼽을 거 같아. <DT1>은

통해서 작업이 점층적으로 진행이 되는

더 어려웠고. 하지만 <DT2>는 모든 게

과정을 담고 있는데 당시로써는 이런

그렇진 않지만, 이런 방법을 잘 말해주는

식으로 작업을 하는구나 하고 디자이너의

책이다 보니까. 디자이너들에게 도움이

비법을 알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

가장 많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이

결과적으로 복잡다단한 이미지가 제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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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을 여행하는 책중독자를 위한 안내서


됐는데, 과정들을 알 수가 있어서 좋았지.

기초 조형에 대한 이야기 들이고 자기 생각을

사실 제일 좋았던거는 책 제일 뒤쪽에

풀어낸 거지. 중고책방에서 보면 오 이런 게

슬기와 민에서 이렇게 문서 설정 어떻게

있었네 해서 산 건데 사실 읽으면 지루한

했는지를 다 스타일로 기술 다 해놨거든. 이

거지. 시간이 많이 있고 천천히 읽을 수 있는

자체 한 페이지만으로도 공부가 많이 됐던.

상황이면 뜻깊은 게 많겠죠. 읽지 않아도

도움이 많이 됐어. 이 책의 주제랑도 잘 맞고.

부담 없고, 사서 시간 날 때 읽으면 되고.

궁금증도 많이 해소되고. 이 책은 중고로

가지고 있다는 것도 있고. 그런 게 헌책의

샀지만 건진 게 많은 책이에요.

느낌이지. <DT2>처럼 잘 활용되는 책도 있는 반면에 기념비적인 책인데 샀는데

그렇군요. 그리고 다음 이 책, <점, 선, 면>, 이 책은 어떤가요?

읽기는 힘든, 언젠가는 읽고 싶은데 그런 책. 그런 책을 헌책방에서 샀을때 내가 낭비를 했다기 보다는 하나 제대로 건졌다는 느낌인

칸딘스키가 작업도 중요하지만, 추상이라는 것을 어떤 식으로 정의한 것은 아마 칸딘스키가 처음이라고 알고 있는데. 기점이 되는, 터닝포인트가 되는 책인데, 사실 보면

것 같아. 그 외로 같이 샀던 이상문학상 작품집 이런 책들은 소설이니까 재밌지. 헌책방이 좋은 점 하나는 대형서점에서는 완벽하게

4. 헌책과 사람들

105


4–3 한경대학교 디자인학과 이병학 교수님

경계가 세워진 것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내가 찾는 책만 소비할 수 있다는 편리함과 한계가 있잖아, 그런데 헌책방에서는 가면 그렇게까지 섹션이 정확하게 안 나누어져 있으니까, 이런 느슨하게 이루어진 사고들이 헌책방에서 풀어지고 자유롭고 책과 책 사이의 연계성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포인트가 있어서 좋았어. 여기 있는 책들로는 이 정도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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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을 여행하는 책중독자를 위한 안내서



Epilogue.

헌책과 같이한 여행


이야기를 마치며...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 3월 중순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은 9월 초이다. 목차의 순서대로 글과 사진들을 마련해왔으니, 이글이 나의 헌책 여행의 마지막 글이 되는 셈이다. 처음 헌책 이야기를 하려고 마음먹었던 것은, 책을 왜 굳이 중고책으로 돈 주고 사는지 이해를 잘 못 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의외로 많았고, 그런 사람들은 나를 조금 당황하게 했다. 값도 싸고, 가치 있는 오래된 도서를 찾는 재미도 있는 헌책에 대해서 사람들이 하찮게 보는 것이 싫었다. 헌책을 좋아하는 나까지 하찮게 보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면 너무 감정이입을 심하게 한 것일까. 그래서 헌책을 일부러 들고 다니고, 알라딘이 근처에 있다면 꼭 한번 가보길 추천하기도 했다. 그런 인식을 개선하고 싶은 마음이 없잖아 있었기 때문에, 졸업전시 프로젝트로 이러한 주제를 고르게 된 것도 있다. 그러나 막상 시작을 할 때쯤의 나조차도, 헌책이라고 해봤자 알라딘중고서점밖에 가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청계천헌책방거리에 나가 답사를 하러 갔을 때, 내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거나 통제하지 못하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긴장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이 다 그렇듯 나는 금방 적응했고, 후반부로 갈수록 말도 많아지고, 좀 더 능숙하게 취재다운 취재를 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들이 나에겐


참 큰 경험이었고,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나 스스로가 굉장히 대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물론 아쉬운 점도 많다. 후반의 능숙함과 여유를 초반에도 갖고 있었다면 좀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더 끌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어쨌거나, 나의 헌책 이야기는 여기까지에 다다랐으니 마무리까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단순히 나의 꾸준한 취향이었던 헌책을 시작으로 많은 것을 해볼 수 있는 프로젝트라 컨텐츠를 마련하는 과정에 있어서 굉장히 즐길 수 있었다. 항상 디자인적인 경험에 있어서, 책 한 권 내 손으로 디자인해 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결국 졸업전시를 위한 프로젝트에서 한을 풀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책을 디자인했다는 감격도 있지만, 이 책의 내용을 온전히 내 능력으로 많은 이야기를 모아낸 것에 다시 한번 정말 스스로가 대견하다고 말하고 싶다. 무슨 주책이냐고 다른 사람들이 보면 뭐라 할지도 모르겠다만. ‘출판창업프로젝트’라는 편집디자인 수업에서 나는 이러한 것을 보고, 겪고, 들었고, 그에 따라 이러한 한 권의 책을 완성하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에서도 아직 완성과는 거리가 있지만, 디자인까지 완성되어 졸업전시장에 비치될 순간을 기다리며 나는 편집을, 또 편집디자인을 계속할 것이다. 이 한 권의 책에 담긴 나의 땀과 열정이 읽는 이들에게 새로운 시야와 경험을 가져다주었으면 좋겠다. 다 보고 나서, ‘나도 헌책방이나 한번 가볼까’하는 생각이 든다면 작더라도 큰 의미가 담긴 성공이리라. 내가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단순히 멋진 디자이너가 되기보다,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인천

서울

배다리헌책방거리 인천광역시 동구 금곡로 18-10

서울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울특별시 은평구 서오릉로 18

공씨 책방

울특별시 서대문구 신촌로 51

서울

청계천헌책방거리 서울특별시 중구 장충단로13길 20 현대시티타워

책상은 책상이다 서울특별시 관악구 신림로 90 국제헬스



헌책방을 여행하는 책중독자를 위한 안내서

발행일

2017년 12월 1일

지은이

이재헌

사진

이재헌

그림

이재헌

디자인 및 편집 이재헌 컨트리뷰터

김광혁, 이재영, 백철훈, 이병학

인쇄 및 제본

인덱스 프린트

용지

(내지) 문켄 크림 80g/m2, (표지) 랑데뷰 200g/m2

활자

Sandoll 격동명조, Sandoll 명조네오1, Sandoll 고딕네오1, Garamond Premier Pro, Frutiger LT, Sandoll 미생

조판

Adobe Indesign CC 2018 (13.0.1 64x) 한국어판

연락처

+82 10 6802 5612 jhun84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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