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bi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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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wing Elliptical Orbit

Orbit 1.

박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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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Orbit 1. 은 2020년부터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생략된 궤도 그리기 (Drawing

-이 책에 실린 도판은 문화재청에서 2004년작성하여 공공누리 제1유형으로 개방한

Elliptical Orbits)> 프로젝트의 첫번째 기록물로, 2022년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서울 구 경성방직 사무동 기록사진

옛 경성방직 사무동 건물을 중심으로 표면 먼지를 수집하고, 그 먼지에서 균류를

(작성자: 문화재청)'을 이용하였다.

배양하여 색상을 찾았던 기록을 담고 있다. Orbit1. 은 2022년 11월에 있었던

해당 저작물은 문화재청, www.heritage.go.kr

작가의 개인전 (더 레퍼런스, 서울) 작품 사진 일부를 포함하고 있는데,

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도판은 경방에서 2011년 작성하여자사 홈페이지에서 개방한 ‘경방

이 책은 전시의 기록보다는 <생략된 궤도 그리기>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를 돕고, 2022년에 만났던 균들과 함께 만들어낸 것들을 책을 통해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90년사-경방의 90년’ (작성자: ㈜경방)'을 이용하였다. 해당저작물은 경방 web사보, www.kyungbang.co.kr 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생략된 궤도 그리기> 프로젝트는 우리가 건축물을 통해 과거를 기억하고 보존하는 것처럼, 표면을 섭취하고 자라난 곰팡이들도 장소 기억을 그 안에

-이 책의 작가와 작업정보는 www.jeeheepark.com 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지고 있지 않을까? 라는 SF적인 상상에서 출발했다. 이 프로젝트는 곰팡이를 통해 현대에 남아있는 근대 공장 건물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기억하는 교차점을 만들고자 한다. 인간의 시간을 넘어서 건축물의 수명 보다도 더 긴 시간을 살고 있는 균들에게는 그 땅의 수많은 시간-정보들을 그들 만의 방식으로 간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공간을 유령처럼 맴도는 포자들은 남겨진 건축물의 잔해를 우리의 들숨과 날숨을 통해 우리의 신체를 공간과 연결한다. 곰팡이가 먼지 속 작은 포자에서 성장하며 주변을 물들이는 색상은, 그들이 지나온 시공간의 일부를 상상하게 한다.

재생된 산업 건축물은 과거의 복잡한 역사적, 정치적 배경 때문에 많은 부분을 생략해가며 하나의 공통된 기억을 이끌어내려 노력한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략된 많은 부분은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포자처럼 도처에 흩어져 있다. 하나의 포자는 오랜 시간동안 없는 것처럼 간주되었더라도 조건이 맞는다면 언제든 그 존재를 순식간에 드러낼 수 있다. 물론 그렇게 드러낸 것들이 우리 모두가 암묵적으로 동의하던 그것일지, 아닐지, 심지어는 그것이 전체 문장을 뒤바꿀 영향을 미치는 다른 것일지는 그것을 꺼내 놓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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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bit 1. is the first documentation of the Drawing Elliptical Orbit project,

구 경성방직 영등포 사무동

which has been ongoing process since 2020, and collected surface dust from

1930 -

the former Kyungsung Textile building in Yeongdeungpo, Seoul, and grow fungi in it to find color in 2022. This book is part of the work created to trace the history of the office building and includes information and colors of the molds encountered in 2022, artist's notes and texts from various perspectives on the project. Orbit1. contains only a small selection of photographs from the

Former Office Building of Gyeongseong Textile Company, Seoul 1930 -

exhibition at The Reference Seoul in November 2022. This book focuses less on the exhibition and more on giving an understanding of Drawing Omitted Orbits and showing what fungi I encountered and what I did with them in 2022. The Drawing Elliptical Orbit Project started from the Sci-Fi imagination of wouldn’t the molds feeding and growing on the surface bear the memory of space, just like we remember and preserve our past through historical structure? The molds, living far longer than the lifespan of architectures beyond the time of mankind, may in their own unique way cherish the countless time–information of such land. This project shows come up with an intersection which forms and recalls a relationship with modern factory buildings lingering today through mildew. The spores hovering around like ghosts links the wreckage of the remnant architectures and our bodies with space by [virtue of] inhalation and exhalation. They weave all these into one the present & the past, humanity & germs and, architectures & living organisms. As the fungus grows from tiny spores in the dust, the colors they add to their surroundings remind us of the time and space they have passed through. The regenerated industrial architecture is the outcome yielded by the efforts made to evoke a common memory by dropping a great deal of parts due to the complicated historical and political backdrops of the past. And a myriad of parts left out in that process are strewn all over like the spores unnoticed by the naked eye. Nevertheless, this elliptical part is conducted under the premise that as long as we perceive it has been omitted and one spore we remember exists, if the part regarded as if it’s not there anytime lives up to the condition, such existence may be brought to light anytime. Surely enough, until they are brought forward, we are clueless over whether such exposed things are those to which we all tacitly consented or not or even, whether they are other things that wield influence to the extent of flipping over the whole sent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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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대 경성방직 영등포 공장 사무동 (경방90년사) 1930s office building of Kyungsung spinning mill in Yeongdeungpo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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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브로셔에 나타난 전후 복원된 영등포 경성방직 사무동 사진 Postwar restored office building in a 1952 Kyungsung spinning company broch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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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경성방직 영등포 공장 전경. 사진중앙이 사무동 (경방90년사) 1960s office building of Kyungsung spinning company in Yeongdeungpo Seoulthe office building on the center of the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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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경성방직 영등포 공장 사무동 (경방80년사) 1970s office building of Kyungsung spinning company in Yeongdeungpo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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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경성방직 영등포 공장 사무동 (경방 80년사) 1990s office building of Kyungsung spinning company in Yeongdeungpo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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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경성방직 영등포 공장 사무동 (문화재청 촬영) Office building of Kyungsung spinning Company Yeongdeungpo factory in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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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영등포 타임스퀘어 구 경성방직 사무동 Former Kyeongseong Textile Office Building in Yeongdeungpo Times Square, 2021

2022년 3월부터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구 경성방직 사무동 건물 내 외부의 먼지 수집을 시작으로, 서울 인근에 남아있는 경방 섬유공장의 잔해를 포함하여 리서치를 진행하였다. 같은 해 6월까지 안산 반월공단 구 경방 공장 부지의 잔해, 광주 구 경방 공장 부지의 잔해에서도 표면 먼지를 수집했다. 수집한 샘플 중 49개의 플레이트에서 색상이 있는 곰팡이들이 자라났다. 그 곰팡이들 중에서 주변부의 색상을 물들이는 곰팡이 7종을 선별하여 작업을 함께 했다. In March 2022, I began collecting dust from the exterior of the former Kyungsung Textile Office Building in the Times Square shopping mall in Yeongdeungpo, Seoul, and as my research progressed, I included the remnants of the remaining Kyungsung textile mills in the Seoul area. By June of the same year, surface dust was collected from the remnants of the former Kyungbang factory site in Banwol Industrial Complex, Ansan, and the former Kyungbang Spinning mill site in Gwangju. Of the collected samples, 49 plates grew colored fungi, and we selected seven species of fungi that colored the surrounding area to work w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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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에 남아있는 경성 방직 공간들을 추적하며 채집한 7종의 곰팡이는 크게 노랑, 주황, 빨강, 갈색, 초록의 색상을 띈다. 이 균들이 만들어낸 색소는 추출 용매에 따라 10종류의 다른 염료로 분류되었다. 이 색상들은 각 곰팡이들의 성장 환경에 따라 색상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염료들은 발견된 장소와 용매에 따라 구분된다. The seven species of fungi that were collected in 2022 while tracking the remaining Kyungsung textile sites were largely yellow, orange, red, brown,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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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in color. The pigments they produce have been categorized into 10 different dyes, depending on the solvent used to extract them. These colors vary slightly depending on the growth environment of each fungus, so the dyes are classified according to where they are found and the solvent used.

1. 안산 벽돌담 1

18. 영 등포 서쪽 출입구 바닥돌

34. 영등포 외부 담장

2. 안산 벽돌담 2

(서쪽 안 열려 있는 문)

35. 영등포 정원 흙

3. 안산 벽돌담 3

19. 사무동 서쪽 출입구 손잡이

36. 영등포 정원과 남의 담 사이 경계 흙

4. 안산 벽돌담 4

20. 영등포 서쪽 출입구 상단 (흰색 부분)

37. 영등포 첫번째 문 먼지

5. 안산 벽돌담 틈

21. 영등포 두번째문 코너 1

38. 영등포 두번째 문 먼지

6. 안산 부지 중앙 흙

22. 영등포 두번째문 문틈

39. 영등포 남측 (문없는 쪽) 흙

7. 안산 부지 배수구

23. 영등포 두번째 문 문밖 하단

40. 영등포 정원 정원돌

8. 안산 부지 바닥에 놓인 벽돌

24. 영등포 첫 번째문 외부 하단부

41. 안산 벽돌담 아래 흙

9. 광주 ‘경방’ 간판문

25. 영등포 들어가는 입구 (정문?) 배수관

42. 안산 중앙부 흙

10. 광주 ‘경방’ 간판문

26. 영등포 들어가는 입구 물고이는 곳

43. 안산 주변부 흙

11. 영등포 사무동 첫번째 문 문틈 1

27.영등포 데크 아래

44. 안산 파란 파편

12. 영등포 사무동 첫번째 문 문틈 2

28. 영등포 남측 (문없는쪽) 하단벽돌

45. 안산 고인물 웅덩이

13. 영등포 첫번째 문 코너 1

29. 영등포 정원 소나무 아래

46. 영등포 사무동 첫번째 문

14. 영등포 첫번째 문 코너 2

30. 영등포 입구 중앙

47. 영등포 내부 벽면

15. 영등포 첫번째 문하단부

31. 영등포 경계담 (정원에서 통하는 곳)

48. 영등포 내부 창문

16. 영등포 안내패널 (유리로 된 것)

32. 영등포 경계담 하단부

49. 영등포 내부 문

17. 근대 문화유산 패널

33. 영등포 옛날 출입구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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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aromyces Oumae-annae

Talaromyces Oumae-annae는 영등포 구 경성방직 사무동과 다른 건물과의 경계 담장 아래의 먼지에서 채집하고 배양한 곰팡이의 학명이다. (32번 플레이트) 초기 곰팡이는 흰색의 융단 같은 형태로 자라다가 조금 자라면 둘레에 녹색으로 띠를 가진다. 이후 주황색을 띠는 붉은색으로 주변을 물들이며 성장하다가 점차 검 붉은색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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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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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icillium sclerotiorum

Penicillium sclerotiorum은 영등포 구 경성방직 사무동 내부의 벽면에서 채집하고 배양한 곰팡이다. (47번 플레이트) 곰팡이는 흰색을 띠며 자라다가 어느 정도 자라면 베이지색으로 색이 진해지고 부피감이 두툼해지며 밝은 주황색 또는 흰색의 테두리를 만들며 성장한다. 몸체 색상은 진한 주황이며 주변을 짙은 노란색으로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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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coccum sorghinum

Epicoccum sorghinum은 안산 반월공단에 남아있는 구 경성방직 염색 공장 터에 남아있는 배수관에서 채집하고 배양한 곰팡이다. (7번 플레이트) 이 곰팡이는 베이지 핑크색의 균사를 질감이 있는 도톰한 융단처럼 퍼뜨리며 자란다. 시간이 지나면 갈색 물방울이 맺히면서짙은 갈색으로 상단부의 색상이 달라진다. 몸체의 색상은 짙은 갈색이고, 주변부를 갈색으로 물들면서 성장하며 흙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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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icillium brasilianum

Penicillium brasilianum은 안산 반월공단에 남아있는 구 경성방직 염색 공장터 중앙의 건물 잔해에서 채집하고 배양한 곰팡이다. (6번 플레이트) 이 곰팡이는 초기에는 아주 얇은 연녹색 파우더로 표면을 덮어나가듯 자라다가 시간이 지나면 연녹색과 베이지색의 테두리가 생긴다. 조금 더 자라면 얇은 막 같은 흰색 몸체에 테두리에 진한 녹색의 포자가 생긴다. 몸체 색상은 짙은 노란색으로, 주변부를 노랑색으로 물들이며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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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etomium luteum

Chaetomium luteum은 안산 반월공단에 남아있는 구경성방직 염색 공장터의 벽돌담에서 채집하고 배양한 곰팡이다. (4번 플레이트) 이 곰팡이는 처음에는 흰색의 얇은 융단 모양의 균사를 뻗어 나가다가 보라색 물방울을 그 위에 만들어 낸다. 시간이 지나면 보라색 물방울이 점점 짙어지고 하단부를 갈색에 가까운 보라색으로 물들이며 성장한다. 색상은 자주색을 띄는 갈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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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sarium graminearum

Fusarium graminearum은 안산 반월공단에 남아있는 구 경성방직 염색 공장터의 벽돌담에서 채집하고 배양한 곰팡이다. (4번 플레이트) 이 곰팡이는 처음에는 옅은 베이지 색상으로 솜털같이풍성한 많은 양의 균사를 위로 뻗치며 자라난다. 시간이 지나면 중앙부에서부터 색이 진해지며 베이지 색상이 노랗게 변하고 더 시간이 지나면 중앙부는 핑크색으로 변한다. 색상은 옅은 노란색이며 바나나 껍질에서 나는 향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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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choderma asperellum

Trichoderma asperellum은 영등포 구 경성방직 사무동 출입구(사용하지 않는 문)의 구석에서 채집하고 배양한 곰팡이다. (37번 플레이트) 이 곰팡이는 녹색을 띄며 마치 뿌리같은 모양으로 자라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 형태들이 얽혀 마치 해면처럼 두툼 해진다. 몸체 색상은 진한 녹색이며 주변을 녹색에 가까운 갈색으로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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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종의 곰팡이 색상을 담은 염료 10종 10 dyes with 7 types of mold pigments

2%, 5%의 무게 비율로 레진과 색소를 혼합한 컬러칩 Color chips with mold pigments mixed with resin at a weight ratio of 2% and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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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운동-현관부, 7종의 곰팡이 색소가 포함된 레진, 세부사진, 2022 Suspended motion-entrance, resin with 7 species of mold pigment, detail,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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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운동-현관부, 7종의 곰팡이 색소가 포함된 레진, 세부사진, 2022 Suspended motion-entrance, resin with 7 species of mold pigment, detail,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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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종의 곰팡이 양모 염색 컬러 차트 color chart of wool dyeing of 7 species mo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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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들은 흔히 어떤 미생물종에 대해 작업한다고 하면,

People often think I'm arbitrarily 'using' them when

그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그건 곰팡이가 가진

that's actually half right and half wrong. That's probably

내가 그들을 임의로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생명력, 생물의 특징, 그들의 특성을 생각해 본 적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인간종으로서 인간이 크게 의존하는 시각이라는 감각(색상)을 통해 이들과 만나 잠시 시간을

교류하고 있다. 살아있는 종이 과거가 되었을 때, (살아있는

때부터 시작되기도 한다) 그것을 발판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생물인 곰팡이와 인간은 사실 필수적으로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해야만 한다. 내 작업을 함께하는 곰팡이들은

과거의 흔적 일부를 간직한 채로, 재현된 건축물인 영등포

경성방직 사무동에서 주로 수집되었다. 나는 이 곰팡이들이 건축물에 거주하는 또 다른 거주자로서, 이 건물을 포함한 주변 환경을 안내하는 안내자로서, 그리고 그 공간을

기억하는 살아있는 역사 기록물로서 인간이 건축물을

경험하고 기억하는 데 중요한 매개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재현된 건물에 소환된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은,

인간 안에서 교차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경험하고 기억된다. 교차할 수 없는 시공간을 재현해 교차시킨 상태는 변화 가능성만을 가진 채 어떤 변화를 유예하거나 불안정한

상태로 존재한다. 나는 작업을 함께하고 있는 곰팡이에게 상당한 거리를 둔 애정을 주며 (그 곰팡이가 거대한 고대

생물의 각질 정도 부분이라면) 각질화(?) 혹은 과거화(?)를 피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도 내가 종종 실수로 그들이 사는 배지를 오염시키는 것처럼, 한

장소와 공간을 공유하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모든 생물은 죽고 그 사체는 곰팡이 등의

미생물들이 분해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작업실에서 곰팡이 생물이 다양한 장소에서 빠르게 무언가를 점유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내가 숨 쉬는 공기를 통해 벽을 점유하고 있는 곰팡이와 나, 그리고 경성방직 구 사무동 입구 (2022년 촬영)

공간과 긴밀하게 연결 되어있다는 상상으로 이어져 사실

이들이 언제라도 나를 곰팡이가 되도록 만들겠구나, 라는 생각마저 든다. (어쩌면 그때는 이들에게 어떤 시간이

누적되어 있는지, 국경과 시간을 넘나드는 한 종의 생물이 어떻게 인간의 세상을 살고 그 흔적이 남아있는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 이야기를 미래의 인간종에게 전할 방법이 없다고 본다) 이미 포자는

공기 중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드나드는 숨결 속에도,

움직이는 모든 움직임에도 그들이 묻어가고, 잠깐 신체를 점유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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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say I am working with certain microorganisms, but because they've never thought about the vitality, the

characteristics of living things, or the characteristics of fungi. I'm interacting with them for a short time with

the visual sense (color) on which humans rely heavily. When a living species becomes the past, fungi and

humans, the creatures that survive the present based

on it, must, in fact, keep some distance. The fungi that I work with were collected around the Office Building of Gyeongseong Textile Mill in Yeongdeungpo, which is reproduced with some traces of the past. I think

fungi serve as another resident of the building, a guide to the surrounding environment, and they are living

historical records that remember the space. The past

time and the present time and space summoned to the reproduced building intersect in humans, and they are experienced and remembered in their own ways. The

state in which the non-intersectable space and time are intersected through reproduction exists in an unstable state, with the delayed possibility of change. I'm

making my own efforts to give the fungi I'm working

with a considerable distance of affection (if the fungus is like the exfoliating part of a giant ancient creature) and to avoid so-called keratinization or pastification.

Nevertheless, as I often accidentally pollute the culture medium they live in, it is natural that they affect each

other by sharing a place and a space. Everyone knows that it's natural for all living things to die. However,

seeing fungi in the studio quickly occupying something in various places, I sometimes imagine that I'm closely connected to the fungi occupying the wall through

the air I breathe and space. This imagination makes

me think that they would make me into a fungus any

time (then I might be able to understand what kind of

time is accumulated, how a species that can live across borders and time can live in the human world, and

how they have left traces, but there might be no way to

deliver this story to the human species). Already, spores are widely spread in the air, in and out of our breath and every moving movement; they are always there, occupy our bodies for a moment, and disapp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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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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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시작할 당시, 내가 살아온 곳 어디에나 곰팡이가

When I started this work, I had the illusion that I could

곰팡이들을 오랫동안 작업실에서 살게 하는 과정은 하나의

The process of keeping the fungi in the studio for a

짐작했다. 이 작은 생물과 작업하려면 전통적인 조각

fungi everywhere I had lived. Working with this tiny

함께 하는 균들은 우연 혹은 운명적인 사건들의 연속이라

I have to say that the fungi that came along with my

있었기 때문에 그 생물과 쉽게 친숙해질 수 있을 거라 재료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긴 작업 시간과 예기치 않은 사건들을 많이 겪어야 했다. 나는 신체

감각기관을 이용해 곰팡이를 이해하려 했고 이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시각과 후각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곰팡이들은 감염에 취약하여 쉽게 오염되기 때문에 그들이 사는 통을 외부에서 먼저 시각으로

살펴보고, 이상이 있는 것 같으면 향을 맡아 보았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곰팡내는 의외로 다양하다. 오래된 과일 같은 텁텁한 과일 향, 진흙 향, 버섯 향, 나무 수액

같은 향 등등 곰팡이마다 특유의 냄새가 있다. 그리고 이런 향은 평소와 아플 때 나는 냄새가 확연히 달라서 시각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때 이들의 상태 확인에 유용하다. 이런 일들에 익숙해지는 것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지금도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 발생하면 그것이 왜 일어났는지 원인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쏟게 된다.

easily become familiar with fungi because there were creature requires much longer working hours and

more unexpected events than creating something with traditional sculpting materials. To do this, I tried to

understand fungi using the sensory organs – visual, olfactory, and tactile – and I actively use visual and

olfactory senses to determine if they are doing well. Since the fungi are vulnerable to infection and are

easily contaminated, I first looked at the container

from the outside and smelled it if anything seemed wrong. Contrary to what people usually think, the

smell of fungi varies surprisingly. There are unique smells for different fungi, such as stale fruit scents,

muddy scents, mushroom scents, and tree sap scents. In addition, these scents are useful for checking their

condition when it is difficult to judge by sight because the smell when they are sick is clearly different from

그/ 그녀/ 그것이 허락해야만 가능하므로 내 프로젝트를 말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어렵고도 우연히 관찰하게 된 작은 세계를 작업실에 온전히 그리고 오래 머무르도록 하는 것에 많은 정성을 끊임없이 들여야 했다. 어쩌다

관찰을 게을리해 이상한 냄새가 난다거나 형태가 괴상하게 자라나는 기미가 보여 부랴부랴 열심히 살펴보면, 알 수 없는 전염병에 걸려 모두 콧물 같은 걸 흘리는 상태가

되었다든지, 응애가 생겼든지, 초파리 애벌레가 생기는

식의 수많은 이유로 언제든지 이들은 작업실을 떠나갔다. (작년에 어렵게 키웠던 노란색 균이 그렇게 작업실에서 떠나가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작업실에서

짝사랑하는 대상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해서 어떻게 하면 그/그녀/그것이 좋아할까? 내가 이렇게 해서 쟤가 저런

반응을 보인 걸까? 이런 이유로 떠나간 걸까? 라는 생각을 온종일 해야 하는 인간의 입장이 되었다.

long time is only possible only if he/she/it allows it, so project are a series of coincidences or fateful events. Keeping this small world that was found by rare

chance in the studio for a long time took a lot of effort. They could leave the studio at any time for countless

reasons, such as how they could smell strange because

of neglecting to work or growing strange in shape, so if

you quickly look at it, all got infected with an unknown

epidemic, and they had something like a runny nose, or fruit fly larva (The yellow fungi that I was raising hard

last year left the studio like that and didn't come back). I concentrate on every move of my crush in the studio, thinking about “what can I do to make he/she/it like

it? Did my action make it react like that? Is that why it left?” I was in the position of a human being who had to think about these all day.

the usual smell. It takes quite a long time to get used to these things, and when something that you still haven't experienced happens, you will need a long time to figure out why it happened.

오염된 상태로 성장하고 있는 Talaromyces Oumae-ann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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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자인 내가 인간종이라 생각하는 방법과 기준이 인간의

It is inevitable that the methods or standards that I

균계 생물은 동물이나 식물들만큼 신종 발견에 의미를

It is said that new discoveries of fungal organisms do

수 없는 이 한계가 진심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하곤

perception because the observer, I, am a human. This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종류가 있다고 한다. 이 작업을

of animals or plants. And there are still numerous

범위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극복할 한다. 내가 잠시 다른 종으로 세계를 지각할 수 있다면,

이 세계가 정말 다르게 보이겠지? 라고 상상하면서 젠더,

생식, 생존의 측면에서 볼 때, 곰팡이종처럼 다른 동물들은 이 세계를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내가 인간의 의식을 가진 채로 곰팡이가 된다면 어떨까 상상했다.

조건이 맞는 환경이라면 거의 무한하게 성장하고 흩어지며,

성장에 맞지 않는 환경이라면 긴긴 세월을 성장할 가능성을 엿보며 영하 80도에서도 버틸 것이다. 내 외피는 끊임없이 자라나고 퍼져 나가는데 종류에 따라 그 하나하나가 또

다른 나로 자라나며 동시에 어느 부분의 나는 같은 종과

결합하거나, 공격당하며 조금씩 변화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상태의 나는, 어느 범주까지 나로 생각할 수 있을까? 증식하는 매 순간이 새로운 나인 것일까? 뻗어 가는

균사로 커다래진 몸에는 최초의 기억이 어디까지 이어지고 있을까? 연약하게 이어진 출발점과 연결이 끊어진다면, 중간 어딘가에 있는 나는 최초의 출발점을 기억할 수

있을까? 몸 어딘가에는 내가 지나온 흔적이 남겨져 있을까? 아니면 나는 그때의 나와는 너무 많이 달라져 더는 나라고 할 수 없는 것일까? 그런데 거의 영원한 시간을 사는

곰팡이가 된다고 생각하니, '인간 기준의 시간’이라는 것은 곰팡이에게 중요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곰팡이가 인간의 시간 개념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영원을 사는 생물에게 시간은 장소를 이동하는 것-무언가 부식시키며 자라나는 것-과 같지 않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 속에서, 균류를 통해 상상하는 것이 우리가 경험하는 장소의 폭을 훨씬 넓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come up with are confined to my human-centered

insurmountable limitation is truly regrettable. If I could perceive the world as a different species for a while,

would this world really look like a different world? When I imagine such, I wonder how animals with such things as gender, reproduction, and survival all different, like

fungi species, really live in this world. I imagined what

it would be like if I became a fungus by keeping human

consciousness. I will grow and disperse almost infinitely if the conditions are met, and if the conditions are not met, I will endure even at minus 80 degrees Celsius, waiting for a long time for the opportunity to grow.

My outer skin would grow and spread constantly, and

depending on the type, each and every one of them may

grow into another me, and at the same time, a part of me may combine with the same species or change little by

little as it is attacked. But to what extent can I think of me as myself in this state? Is every moment of proliferation a new me? How far does the first memory continue in

the body that has grown into a spreading mycelium? If the connection to the weakly connected starting point is broken, will I, located somewhere in the middle,

remember the first starting point? Is there a trace of my past somewhere in my body? Or am I so different from

두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하면서 만난 곰팡이들이 특별히 영등포에 서식하는 종류는 아니다. 학명을 검색해서 찾을 수 있는 기록을 보면 때로는 너무나도 먼 곳에서 발견된 적이 있어 이들의 장거리 여행이 놀랍기까지 하다. 언제,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내 작업실의 곰팡이들은 기록 속에 남은

그 곰팡이의 일부일까? 얼마나 가까운 후손일까? 하지만 이들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종류라고 해서 발견된

장소와의 연관성이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들은 그 장소에서 우점종이기 때문에, 건물 곳곳에서 다른 종류들보다 더 많이 살고 있었을 것이고 따라서

나에게 발견될 확률이 높았을 테니 말이다. 균계 생물의 영역, 그들이 서식하는 곳의 경계는 인간의 관점으로

나누어진 공간을 기준으로는 불분명해 보인다. 구분은 되어있지만, 예외가 많이 존재하는 상태처럼 보인다.

곰팡이는 부생 생물로 과거의 표면을 부식시키며 살아가고 그 과거의 바탕이 사라지면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의 문제처럼, 사라지게

하는 역할이 먼저인지,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역할이

먼저인지는 모른다. 둘은 스윙 댄스처럼 공간을 빙글빙글 돌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걸까?

not have much meaning as the discovery of new species (unrecorded) species that have not been discovered. The

fungi I encountered during this work are not particularly native to Yeongdeungpo. If you look at the records

that can be found by searching for scientific names, sometimes there are records found so far away that

their long-distance trips are surprising. When and what

brought you here? Are the fungi in my studio part of the recorded one? How closely are they related? However, just because they are a type that is spread around the

world does not mean that they are completely unrelated to the place where they were found. They were more likely to be discovered by me because they were the dominant species in the place and they would have

lived more than any other species in the building. The

boundary between the areas of mycobacteria and where they live seems unclear based on the space divided

by human perspective. It seems that there are many

exceptions, although there are distinctions. Fungi are byproducts that live by corroding the surface of the past and moving to other places when the basis of

the past disappears. Like the question of whether the

chicken comes first or eggs first, we don’t know which comes first between the role of making it disappear or the role of making new things come first. Are the two

what I was back then that I could no longer be called

going around the space like a swing dance and heading

myself? However, when I think of becoming a fungus

somewhere with the passage of time?

that lives almost eternal, I thought that the human

standard of "time" would not be important to the fungi

(Of course, I don't know if fungi have a human concept of time or not). Isn't time the same thing as moving

places - growing up corroding something - for an eternal creature? Imagining a place through fungi makes the place we experience much wider.

7종의 곰팡이가 같은 플레이트에서 함께 성장하고 있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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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중인 Penicillium scleroti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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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내가 곰팡이들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면 꽤 다양한 반응을

When I try to introduce fungi to people, there's quite

하지는 않는 사람, 본인 집에 있는 곰팡이 좀 가져가라고

doesn't want to see them, someone who wants me to take

a variety of reactions from someone who's curious but

드러낸다. 호기심은 있지만 그다지 곰팡이들을 보고 싶어

some of the fungi in their house, someone who doesn't

하는 사람, 아예 보고 싶어 하지도 않는 사람, 호기심에

want to see them at all, someone who comes with a

찬 눈으로 보러 와주고 색상이 예쁘다고 하는 사람 등등.

curious eye and says the color is pretty, and etc. Unlike

강아지나 고양이와 같은 생물과 달리 곰팡이에게 호감만을

organisms like dogs and cats, people rarely have only

가진 경우는 드물다. 아마도 사람들이 가진 곰팡이에 대한

good feelings toward fungi. Perhaps people's negative

좋지 않은 이미지는 그 생물이 다른 무언가의 생명력이

perception of fungi stems from the fact that fungus

다했다는 것을 알리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reveals its existence by informing them that the life force

때문일 것이다. 곰팡이들은 사라지도록 하는 행위를

of something else has run out. Because they are creatures

통해 존재하기 때문에, 그들이 사는 장소가 갖고 있던

that survive through the act of making them disappear, I

대립적 성격을 띤 수많은 것들이 곰팡이를 통해 한곳에

thought many of the confrontations that the place where

얽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과 곰팡이는 서로에게

they lived had were intertwined with them. Humans

혐오스럽기도 하지만, 무심하게 지나치기도 하며 때로는

and fungi can have relationships that are repulsive to

친밀한 영향력을 주고받기도 하는 식으로 관계를 동시에

each other but sometimes pass by in ignorance, and

sometimes they exchange intimate influences at the same

또는 차례로 가질 수 있다.

time, or sequentially. And I considered this relationship similar to the relationship between modern factory buildings and humans where they are living in.

7. 곰팡이의 유연한 환경 적응 능력과 아주 작지만 많다는

Fungi’s flexible ability to adapt to the environment and

것 같다. 어떤 포자는 인간인 우리를 발판 삼아 여기저기

probably made them live in the place for a long time.

특성이 이들을 그 장소에서 오랫동안 부유하며 살게 한 움직이기도 하고 어떤 포자는 한 장소에서 좋은 때를 기다리기도 한다. 곰팡이들은 연약하지만 그렇다고

쉽사리 한번 정착했던 장소를 포기하지 않는다. 적응하고

살아남아 맞는 때가 도달하면 다시 증식해 나간다. 그들의 작은 하나는 사라진 일부보다 언제든지 더 크게 자라날

수 있다. 인간의 시간을 기준으로 그들은 언제나 승자가

된다. 이런 특성은 영등포 방직공장의 옛 노동자의 사진과 녹취 기록 등을 듣고 읽어 봤을 때 그대로 상기되었다. ‘그냥 이렇게 사는 것인가? 하고 살았는데’, ‘다 그렇게 살았다.’ ‘참 허망한 일이죠’라고 기록된 방직공장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니 거친 세월을 버텨온 점에

대해 존경심이 든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세월을 같이했고

지금도 그 장소를 배회하는 곰팡이들에게는 무슨 이야기가 남아 있을지,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를 상상해

본다. 과거의 수많은 삶들이 적혀 있는 기록을 살펴보니

자꾸만 내게 각질을 건네준 말없는, 형태 없는, 찾지 않으면 몰라보는 거인들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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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characteristics of being very small and numerous have Some spores move around using us as a steppingstone, while others wait for good times in one place. Fungi

are fragile, but they do not give up the place they once

settled. It adapts and survives and multiplies again when the right time arrives. One small piece can grow bigger than the missing part at any time. According to human time, they are always winners. These characteristics

were also reminded when listening to and reading the photos and recording records of the old workers at

the Yeongdeungpo Textile Factory. When I look at the

records, I have respect for the people who have lived and endured rough times at the textile factories. They say, "I

지금은 사라진 구 경방 용인공장에서 생산한 혼합사. ㈜경방 제공

just lived like this," "Everyone lived like that," and "It's so vain." Then, I imagine what stories will remain for the

fungi who have lived with them and are still wandering around the place, and what stories will continue in the

future. Looking at the records of numerous past lives, I

kept thinking of the silent, formless, and unknown giants who gave me their dead skin ce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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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속의 희미한 빛

Faint Light in the Dust

박지희 작가는 인류가 거주하는 환경 속에서 생존 중인 비인류물질(non-human

왕 웨이웨이

Wang Weiwei

나는 이를 인간 사회의 소외된 구석을 드러나게끔 하는 이 관찰 방향의 전환적

큐레이터, 홍콩 섬유예술 미술관

Curator, Centre for Heritage Arts&Textile in HongKong

작업을 일종의 “동태성조소(動態性雕塑)”라고 말하고 싶다. 박지희는 런던의

species)에 주목하여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방식으로 창작과 실험을 해오고 있다.

이민자 지역의 시장에서 수집한 과일, 구리 파이프, 콘크리트, 아연판 등으로 대형 설치 작업을 선보였는데 이는 과일의 부패와 발효를 미량의 발전기로 전화하는 과정을 통해 영국의 도시지역발전과 이민자의 문제를 논의한다. 또한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코리아타운에서 건축 인테리어용 몰드를 제작하고 김치와 불고기 재료들과 결합하여 시각뿐만 아니라 후각까지 자극하는 조각을 보여주었는데 전형적인 유럽식 건축요소와 대표적인 한식 냄새를 통해, 관객에게 예리하면서도 직접적으로 재미한인 커뮤니티의 역사와 현실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최근 박지희는 이러한 맥락의 사색과 창작 방식의 맥락 위에서 더욱 도전적인, 미생물과의 ‘협력’ 프로젝트를 전개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일부 폐건물 공간에서 곰팡이를 수집하고 배양하여 색소를 추출하고 이것으로 창작을 진행하였는데 이는 미생물의 세계를 빌려 인간의 활동 공간이 담고 있는 역사, 사회, 문화의 복잡한 형태를 투영해보려는 시도다. 일상생활에서 곰팡이는 종종 환영받지 못하는 대상이다. 그들은 물체를 부식시켜 사람들이 유지하고 보존하려는 건물이나 물건을 손상시키거나 심지어 사라지게 한다. 사람들의 인지 속에 곰팡이는 항상 빠르게 번식하고 대량으로 집합하여 습하고 어두운 구석이나 먼지 속에서 생장(生長)하면서 공기 중에 퍼져 인간의 건강을 해치는 존재이므로 이런 특성은 사람들에게 혐오와 두려움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인간 중심의 시각에서 선악과 호불호를 자연물에 덧씌우는 것이다. 인류의 생존과 발전을 방해할 수 있는 것들을 문명의 오래된 역사 중에서 추루하고 사악한 것으로 상정하여 사람들에게 본능적으로 생리적인 회피와 반감을 일으키는 것이다. 박지희의 작업은 이런 인간 중심의 우주론에 도전하여 곰팡이를 생산의 진행과 자아표현의 주인공이 되게 하는 것이고, 작가 자신은 곰팡이의 “발성(發聲)”을 돕는 조력자일 뿐인 듯하다. 박지희에게 있어서 곰팡이의 성장과 부식 과정은 무수한 미세 시공간(時空) 캡슐인 것 마냥 각각 일정 기간의 운동 궤적을 보존하고 있으며 이러한 궤적은 인류의 삶의 시간선과 겹치기도 하고 때로는 분기(分岔)가 있기도 하다.

박지희는 곰팡이에서 추출한 색상을 물질과 비물질 사이의 존재로 간주하고 이를 매개체로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 시공간을 구축한다. 2021년에 박지희는 The mill 6-CHAT(홍콩)의 전시에 초대를 받고 신작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그는 1성 질이 변화하는 조소의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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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에 CHAT이 위치한 난펑방직공장(南豐紗廠)에 방문하여 리모델링된 85


Jeehee Park's works display scientific and rational creations and experiments

방직공장에서 다양한 곰팡이를 수집하고 오래된 건축물과 방직기계 및 부품들의

focusing on non-human species living in the human environment. She has been

형태를 실리콘으로 몰드를 떴다. 박지희는 곰팡이를 서울로 가져와 배양하여

making observational and view-shifting works that reveal the marginalized

추출한 색소를 레진으로 굳힌 뒤 그 실리콘 몰드로 크고 작은 다양한 형태의

corners of human society. I would call this way of working a type of "dynamic

결정체(結晶體)를 창작해냈다. 가장 큰 결정체에는 노랑, 초록, 빨강, 하얀 색상이

sculpture(動態性雕塑)." Jeehee Park presents large-scale installations using fruits,

선명하게 여러 층으로 구분이 되는데 그것들은 각각 서로 다른 곰팡이에서

copper pipes, concrete, and zinc plates collected from markets in London's immigrant district. These works discuss the development of urban areas in the UK and the problems immigrants face through the decay and fermentation of fruits generating traces of electricity. She also produced an architectural interior mold in Koreatown, Los Angeles, USA, and combined it with kimchi and bulgogi ingredients to show sculptures that stimulate not only vision but also smell. The typical European architectural elements with the smell of Korean food induce the audience to think about the history and reality of the Korean American community

추출해낸 색소를 나타낸다. 박지희에 따르면 추출과정에서 그는 곰팡이가 어떤 색상을 보여줄지, 그 색상의 안정성 정도를 컨트롤 할 수 없어서 마치 곰팡이와의 협업작업 같았다고 한다. 가장 큰 조소작업 외에 박지희는 다양한 형태의 결정체를 만들어 CHAT6공장의 회랑 구석구석에 아무 표기도 없이 설치했다. 관객들은 전시를 관람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마주칠 수도 있고 주변의 먼지나 곰팡이를 대하듯이 무심히 스쳐 지날 수도 있다. 하지만 박지희는 그런 식으로 ‘볼 수 없는’ 존재들을 드러냈고 관객이 보든 안 보든 거기에서 조용히 반짝였다.

sensitively and directly.

이번 한국 국내에서의 개인전에서 그는 더 풍부한 매체와 형식으로 곰팡이 염색의 Based on that context of the contemplation and creation method, Jeehee Park

창작 실험을 진행했다. 이 곰팡이들은 한국의 경성방직 공장의 옛 건물에서

recently developed a more challenging "cooperative" project with microorganisms.

채집한 것이다. 혐오스러운 곰팡이에서 색소를 추출하여 정교한 편직물, 카펫

The work consisted of constantly collecting and cultivating fungi in an abandoned

혹은 조소 작품으로 제작이 되었는데 그것으로 표현이 되는 혼합성과 모순성은

building space to extract pigments from them. This is an attempt to borrow the

경성방직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방직업, 나아가 한국 국가 전체의 일제강점기

world of microorganisms to project the complex forms of history, society, and

시기에 발전한 민족공업 역사의 역사적 복잡성과 맞물려 있다.

culture reflected in the human environment.

섬유산업은 홍콩,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각국의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Usually, fungi are often not welcomed. They corrode objects, damaging or even depleting buildings or resources humans want to maintain and preserve. Fungi always multiply quickly and gather in large quantities in people’s perception. In addition, they grow in humid dark corners or dust and spread in the air, damaging human health. These fungal properties make people hate and fear them. However, this is an attempt to frame a human-centered perception of good and evil around nature. The long history of civilization reveals humans instinctively evoke

모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방직공업의 이면에는 항상 식민역사, 민족주의, 노동권익, 도시개발, 페미니즘 등 다양한 정치, 사회, 경제 및 문화의 의제가 숨겨져 있었다. 이러한 주제에 대한 연구와 논의는 항상 동적으로 발전하는 것이며 사람들에게 이원론적 시시비비에서 벗어나기를, 심지어 현대인의 이데올로기를 떠나기를 요구한다. 분명하게도 박지희는 방직공업에 대해 학술적 연구와 고증을 할 생각은 없다. 대신 그는 추상적이고 시적인 방식으로

physiological avoidance and antipathy towards things that could hinder the survival

곰팡이 염색에서 방직공업에 이르는 보도 확장된 연구를 이끌어 내어 우리에게

and development of humanity as dirty and evil. Jeehee Park's work challenges this

공업발전과 우리 자신의 세계에 대한 상상의 지평을 열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human-centered cosmology to allow fungi to be the main character of production and self-expression. The artist herself seems to be only a facilitator who aids the "vocalization" of fungi. For Jeehee Park, fungal growth and corrosion preserve the trajectory of motion in a certain period as if it were a myriad of micro-space-time capsules. These trajectories overlap with the timeline of human life and sometimes diverge. Jeehee Park considers the pigment extracted from these fungi as the presence between matter and non-matter and builds an invisible space-time using such pigment as a material to cover. In 2021, Jeehee Park was invited to exhibit in The mill 6-CHAT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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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proceeded with her new work. During that summer, she visited the remodeled Nanfeng Textile Factory, where CHAT was located, to collect various fungi and make the silicon molds of the parts of the old building and textile machinery. Jeehee Park brought the fungi to Seoul, cultured them, hardened the extracted pigment with resin, and created various sizes and types of crystals with the silicon mold. The largest crystals had distinct layers of different colors, such as yellow, green, red, and white, each representing pigments extracted from different fungi. According to Jeehee Park, during the extraction process, it was impossible to know what color the fungi would show and to control the stability of the color, so it felt like she was collaborating with the fungi. In addition to the biggest sculpture, Jeehee Park made various types of crystals and installed them in every corner of the corridor at the CHAT6 factory without any information. Visitors can encounter such installations while viewing the exhibition or pass by casually as if they were dealing with dust or fungus around them. However, Jeehee Park revealed the "unseen" beings and allowed them to shine quietly regardless of the audience's attention. In this solo exhibition in Korea, she conducted a creative experiment with fungi dyeing in a richer medium and format. The fungi were collected from an old building in Korea's "Gyeongseong Textile" factory. Pigments were extracted from disgusting fungi and made into elaborate knitted fabrics, carpets, or sculptures. The hybridity and contradiction reflected in these works are linked to the historical complexity of the nation's textile industry or even its whole manufacturing industry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era of Korea. The textile industry played an important role in the development of capitalism in East Asian countries, including Hong Kong and Korea. The hidden side of the textile industry contains various political, socio-economical, and cultural agendas, such as colonial history, nationalism, labor rights, urban development, and feminism. Research and discussion on these topics are always dynamically evolving and require people to break away from dualistic disputes, even leaving modern human ideology behind. Obviously, Jeehee Park has no intention of conducting conventional academic or historical research on the textile industry. Instead, she has drawn extensive research from fungal dyeing to the textile industry in her own abstract and poetic ways. This opened us up to the imaginary horizon of industrial development and our own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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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시공간의 공동 서식자

Mold, Cohabitants of space and time

이 세상의 모든 생물체에게 저마다의 직업이 있다면, 대부분의 곰팡이가 가진 직업은 ‘청소부’일 것이다. 약 400만 종으로 추정되는 곰팡이들1 중 일부 병원성 곰팡이를 제외한 대다수의 곰팡이는 동식물의 사체를 포함한 환경 내 유기물질을 분해시켜 ‘청소하기’ 때문이다. 이때 분해된 물질은 곰팡이 자신의 영양분으로

정다운

Chung, Dawoon

이용될 뿐 아니라, 생태계에서 순환되어 다른 생물의 생존에 이용된다. 이와 같은

곰팡이생물학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Biologist, National Marine Biodiversity Institute of Korea

특성을 가진 생물을 부생생물(saprophyte)이라고 하는데, 일부 세균도 이에 속한다2. 청소부인 곰팡이가 없다면, 이 세상은 분해되지 않은 동식물의 사체와 폐기된 물질들로 넘쳐나고, 분해된 영양분이 필요한 생물들은 생존에 커다란 위협을 받을 것이다. 곰팡이에 의한 ‘청소’는 그들의 생물학적 특성 때문에 매우 은밀하고도 광범위하게 진행된다. 그 특성에는 곰팡이의 크기가 매우 작다는 점과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는 점, 그리고 포자를 통해 번식한다는 점이 해당된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곰팡이들은 그들이 거대한 군집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일 뿐, 개별적인 곰팡이의 구조는 매우 작아 육안으로는 볼 수 없다. 곰팡이는 포자로 번식하는데, 일반적으로 포자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작은 입자보다 10배 이상 작다3. 또한 곰팡이는 동물처럼은 움직일 수 없지만, 포자를 통해 동물보다 더 먼 곳까지 이동할 수 있다. 포자는 아주 약한 바람으로도 공기 중으로 분산되어 먼 거리를 이동하며 원래 자신이 살던 환경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기도 한다. 새롭게 접한 환경에 존재하는 물질들을 분해시키며 곰팡이는 자신의 생김새를 변화시키기도 하고 예전과는 다른 물질과 향, 그리고 색을 만들어 낼 수 있다(그림 1). 즉, 곰팡이는 자신이 노출된 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적응하는 생존력이 강한 생물이다.

그림 1. 배양환경에 따른 푸른곰팡이 sp.1의 색, 모양 및 색소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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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every living thing in the world had its own job, the job for most molds would be

(A) 영양성분이 다른 5개의 배지(CDA, PDA, SD, YM, YPD)에 푸른곰팡이 sp.1을 접종한

'janitor.' Of the estimated 4 million species of molds, except for some pathogenic

후 28도씨에서 7일 동안 배양한 모습. 동일한 곰팡이임에도 불구하고, 배지마다 곰팡이가

molds, most of them are "cleaning" organic substances in the environment,

자라는 모습(크기, 색, 표면의 주름 등)이 다르다. 붉은 계열의 색소형성은 PDA와 SD

including carcasses of animals and plants, by decomposing them. The decomposed

배지에서만 관찰된다. (B) PDA 배지에서 푸른곰팡이 sp.1의 성장과 색소형성을 시간에

materials are not only used as nutrients for mold itself but are also circulated in

따라 관찰한 모습(접종 후 1일(좌)∼7일(우)). 곰팡이가 자라면서 몸 밖으로 내뿜은 색소에

1

the ecosystem and used for the survival of other organisms. Creatures with this

의해 배지의 색이 붉은색으로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characteristic are called saprophytes, and some bacteria also belong to them.2 Without the mold, the janitor, the world will be flooded with undissolved carcasses and discarded materials, and the survival of the organisms that need decomposed nutrients will be greatly threatened. Because of their biological properties, 'cleaning' by molds is very stealthy and

곰팡이의 뛰어난 물질 분해 능력은 생태계의 순환에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인간 사회에서는 대부분 환영받지 못한다. 현대 사회의 의식주 양식에서 일부 ‘유용한’ 곰팡이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곰팡이들은 철저히 격리되어야 하는 대상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환경에는 곰팡이로 인한 부패나 부식을 막기 위한 장치들이

extensive. Its characteristics include that the size of molds is very small, that they

고안되어 있다. 곰팡이 번식을 막는 화학물질이 함유된 건물 페인트나 가구

cannot move on their own, and that it breeds through spores. The molds that we

코팅제가 있는가 하면4, 공기청정기 필터는 곰팡이 포자를 걸러내 실내 공기를

often see around us are only visible to our eyes because they form a huge cluster,

정화시킨다. 하지만 이러한 장치들도 곰팡이의 눈에 띄는 번식을 막을 수 있을

and the structure of individual molds is very small and invisible to the naked eye.

뿐이고, 무균시설이 아니라면 우리가 사는 공간으로부터 곰팡이를 완전히

Molds reproduce with spores, which are generally 10 times smaller than the smallest

격리시킬 수는 없다. 즉, 싫든 좋든 곰팡이와 사람은 서식지를 공유한다.

particle we can see with our naked eyes.3 Also, molds cannot move as animals do, but they can travel farther than animals through spores. Spores are dispersed into the air even with very weak winds and travel a long distance, and sometimes they grow in an environment that is completely different from the environment in which they originally lived. By decomposing substances present in the new environment,

이 공동의 서식지에 대해 인간과 곰팡이가 각각 소유권을 주장한다면, 시간의 측면에서 곰팡이는 인간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다. 왜냐하면 곰팡이는 인간보다 훨씬 먼저 지구상에 등장하여 살아왔기 때문이다. 약 7∼15억년 전에 등장한

molds can change their appearance and produce different substances, scents, and

곰팡이에 비해,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30만년 전에야 처음 출현했다5.

colors than before (Figure 1). In other words, molds are highly viable organisms that

하지만 공간의 측면에서는 인간의 소유권 주장 또한 설득력이 있다. 집, 학교,

react sensitively to and adapt to their exposed environment.

공장과 같은 건물들, 그리고 나아가 이러한 건물들이 확장되어 구성된 도시는 인간에 의해 인공적으로 창조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도시라는 거대 공간 속에서 세부 공간인 건물을 만들어 생활하다가, 공간의 구조나 쓰임새를

Before Molds Inoculation

바꾸기도 하고, 파괴하거나 버려두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외부에서 포자의 형태로 자유롭게 이동하다가 사람들의 공간에 들어오게 된 곰팡이는, 공간 내에서 자신들의 생존에 필요한 물질들을 분해하고 공간 내 환경 변화에 적응하면서

After Molds Inoculation

살아간다.

Medium Type

실내 곰팡이 연구는 1950년대에 들어 알러지와 같은 질병과의 연관성 때문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공간 내 곰팡이는 주로 공간 밖 공기 중의 곰팡이로부터 유래하고, 실제로 실내 곰팡이와 실외 곰팡이의 양상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6. 예를 들어, 농촌지역의 실외 곰팡이는 비농촌지역의 실외 곰팡이보다 농도가 높고 종류가 다양한데, 이와 유사하게 농촌지역의 실내 곰팡이도 비농촌지역의

Incubation Time

Figure 1. Color, shape, and pigment formation of Penicillium sp.1 1 under various cultivation conditions 92

실내 곰팡이보다 더 높은 농도와 다양성을 보인다. 또한 공간 밖 곰팡이의 구성이 날씨, 계절, 지리적 위치에 영향을 받는 것과 유사하게, 공간 내 곰팡이의 93


(A) Penicillium sp.1 was inoculated on five media(CDA, PDA, SD, YM, YPD) with different

구성도 이러한 변수들에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특정 곰팡이가 공간 밖에서 가장

nutritional components and incubated at 28 degrees Celsius for 7 days. This mold grows

많은 수를 차지한다고 해서, 공간 내에서도 항상 우점종인 것은 아니다. 가령,

differently (size, color, wrinkles on the surface, etc.) from each medium. Red pigment formation is observed only in PDA and SD media. (B) The growth and pigmentation of

Penicillium sp.1 were observed over time in the PDA medium (1 day (left) to 7 days (right) after inoculation). As the mold grows the medium color changes to red by the pigment

푸른곰팡이(Penicillium)의 경우 일반적으로 실외보다는 실내 대기에서 더 높은 비율로 발견된다7. 이는 공간 내의 곰팡이가 공간 밖의 거시적인 외부 환경 뿐만 아니라 공간을 구분하는 건물과 관련된 요인들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음을 뜻한다.

secreted from the mold.

공간 내 곰팡이의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는 건물 자재, 구조, 용도, Although molds' excellent ability to decompose matter is essential for the

거주자, 관리방식 등이 있다. 건물이 벽돌, 시멘트 혹은 나무로 지어졌는지,

circulation of ecosystems, they are largely unwelcoming in human society. In

환기나 채광에 유리하게 설계되었는지, 가정용 혹은 산업용과 같은 특수 목적의

modern society’s food, clothing, and shelter styles, most molds, except for some

건물인지, 몇 명의 사람이 어떤 생활양식을 갖고 건물을 이용하는지, 그리고

"useful" molds, are subject to complete isolation, and there are devices designed

심지어 실내 청소를 얼마나 자주 하는지도 공간 내 곰팡이에 영향을 미칠 수

to prevent molds-induced decay or corrosion in our daily environment. There

있다. 실제로 사람들이 거주 중인 공간 속 곰팡이의 종류와 수는 (대부분 인체

are building paints or furniture coatings containing chemicals that prevent molds growth,4 and air purifiers filter out molds spores to purify indoor air. However, these devices can only prevent the noticeable growth of molds, and they cannot completely isolate molds from our living space other than a sterile facility. In other words, molds and humans share habitats, whether they like it or not.

보건상의 이유로) 다양하게 연구되어 왔다. 예를 들어, 폴란드의 도시지역에 있는 공공건물(도서관, 박물관, 교회)로부터 수집한 실내 먼지에서는 푸른곰팡이와 아스퍼질러스(Aspergillus) 곰팡이를 포함한 최소 160종의 곰팡이가 발견되었고8, 브라질에서는 위생상태가 서로 다른 빵집들로부터 공기 중 곰팡이를 조사했으며9, 태국에서는 방직공장의 공정별(carding-소면, drawing-연조,

If humans and molds each claim ownership of this shared habitat, molds have an

spinning-정방 등) 구획마다 공기 중에 존재하는 곰팡이를 연구하였다10. 또한

advantage over humans in terms of time. This is because molds have appeared and

뉴욕시에서는 주거공간 내 먼지에 존재하는 곰팡이를 조사함으로써 해당 건물의

lived on Earth much earlier than humans. Compared to molds that appeared about

습기로 인한 손상 정도를 예측할 수 있는, 곰팡이의 지표생물로서의 가능성이

700 to 1.5 billion years ago, Homo sapiens , the ancestors of humans, first appeared

보고되었다11.

5

300,000 years ago. However, in terms of space, the claim of human ownership is also persuasive. This is because buildings such as houses, schools, factories, and even cities – consisting of the extension of these buildings – are artificially created spaces by humans. People make buildings, detailed spaces, within the huge space called city, and change the structure or use of the space, destroy it, or abandon

그렇다면 사람들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공간 속 곰팡이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려져 있을까? 이러한 곳에서 발견되는 곰팡이는 사용 중인 공간 속 곰팡이에 비해 사람들에게 일상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구된 바가

it. Meanwhile, molds that move freely in the form of spores from the outside and

적고, 문화재 손상과 관련된 연구가 대부분이다. 곰팡이가 효소와 산성물질을

enter people's spaces, decompose the materials necessary for their survival in

분비하고 벽을 뚫고 자라면서 문화재의 색을 변화시키고 구조를 분해할 수 있기

spaces and live by adapting to changes in the environment.

때문이다. 우리나라 석조문화재인 방어산 마애불과 삼릉계곡 선각육존불 표면의 흑색변색은 문화재 표면에서 자라는 곰팡이로부터 유래된 색소로 인한 것임이

Indoor fungal research began in earnest in the 1950s due to its association with diseases such as allergies. The mold in space is mainly derived from the molds in the air outside the space, and in fact, the patterns of indoor and outdoor molds 6

are related to each other. For example, outdoor molds in rural areas have higher concentrations and more diverse compositions than outdoor molds in nonrural areas. Similarly, indoor molds in rural areas show higher concentrations and

밝혀졌다12. 또한 10∼11세기에 사암(sandstone)과 석회 모타르로 지어진 중세 건물 내벽에서 푸른곰팡이를 비롯한 다양한 곰팡이들이 석조 구조물을 뚫고 자라면서 건물을 손상시키고 있음이 보고되었다13. 1961년부터 2021년까지 조사된 연구에 따르면, 세계 곳곳의 벽화(선사시대 동굴벽화, 그리스·로마, 이집트, 중세 시대의 교회 벽화 등을 포함) 표면에는 푸른곰팡이, 아스퍼질러스,

diversity than indoor molds in non-rural areas. In addition, as the composition of

클라도스포리움(Cladosporium), 트리코더마(Trichoderma) 곰팡이 등, 현재에도

out-of-space molds is affected by weather, season, and geographical location, the

실내에서 빈번히 발견되는 곰팡이들이 존재한다14.

composition of molds in space is also affected by these variables. However, just 94

95


because certain molds account for the largest number outside of space does not

전 세계적으로 인구의 5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always mean that they are dominant within space. For example, in the case of

전체 인구의 90%에 달하는 사람들이 도시에 거주한다15. 또한 사람들은 일생의

Penicillium, it is generally found at a higher rate in the indoor atmosphere than in

80∼95%를 실내에서 생활한다16. 이는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접하는 대부분의

7

the outdoor atmosphere. This means that the mold in space is affected not only by the macroscopic external environment outside the space, but also by factors related to the building that distinguishes the space. Factors affecting the characteristics of molds in space include building materials, structures, uses, residents, and management methods. Whether a building is

곰팡이들 또한 도시의 건물 내에서 서식하는 곰팡이들임을 뜻한다. 곰팡이들이 자신들의 서식지로 이와 같은 도시(인공적) 환경을 자연(비인공적) 환경 보다 선호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곰팡이는 도시 속 공간이 만들어진 당시부터 용도나 사용자가 바뀌는 과정을 거쳐 버려지거나 파괴될 때까지도 청소부의 역할을 조용히 수행하며 공간과 함께 존재할 것이다.

built of bricks, cement, or wood, whether it is designed in favor of ventilation or sunlight, whether it is a home or a special purpose building such as an industrial building, how many people with which kind of lifestyle use the building, and even how often they clean the room can affect mold in space. In fact, the types and numbers of molds in the space where people live have been studied in various ways (mostly concerned with human health). For example, indoor dust collected from public buildings (libraries, museums, churches) in Poland has revealed at least 160 types of molds, including Penicillium and Aspergillus mold.8 Indoor air molds from bakeries with different hygiene conditions were investigated in Brazil,9 and molds in the air from different zones of each process in the textile mills (cardingsmall cotton, drawing-paste, spinning-square, etc.)10 were studied in Thailand. In addition, a study in New York City reported the potential of the mold as an indicator that allows predicting the degree of damage caused by moisture in the building by examining mold existing in the dust in the residential space.11 So how much is known about molds in space that people no longer use? Since molds found in these spaces do not cause daily harm to people compared to molds in the space in use, there are relatively few studies, and most of them are related to damage found in cultural heritage. This is because molds secrete enzymes and acidic substances and grow through walls, changing the surface color of cultural heritage and decomposing the structure. The black discoloration on the surfaces of the Korea’s cultural heritage in stone structure, such as Rock-carved Buddha in Bang-eo-san Mountain, and the Rock-carved Buddha Triads in Samneunggyegok Valley, was found to be due to pigments derived from molds growing on their surface.12 In addition, it was reported that various molds, including Penicillium, were growing in stone structures by penetrating the inner walls of medieval buildings built of sandstone and lime mortar in the 10th and 11th centuries, damaging the buildings.13 Studies from 1961 to 2021 show that there are still molds frequently found indoors on the surfaces of murals worldwide, including prehistoric cave paintings, Greek, Roman, Egyptian, and medieval church mur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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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ly, more than 50% of the population lives in cities, and in Korea, 90% of

참고문헌

14

the population lives in cities. People also spend 80 to 95 percent of their lives indoors.15 This means that most of the molds we encounter in our lives are also molds that inhabit in buildings in the city. It is difficult to conclude whether molds prefer such urban (artificial) environments or natural (non-artificial) environments as their habitats. However, mold will quietly play the role of a janitor and exist with the space from its initial creation to its initial destruction or repurposing.

1 H awksworth DL and Lucking R. (2017) Fungal diversity revisited: 2.2 to 3.8 million species. Microbiology Spectrum 5. 2 B ahram M and Netherway T. (2022) Fungi as mediators linking organisms and ecosystems. FEMS

Microbiology Reviews 46:1. 3 N orros V, Rannik Ul, Hussein T, Petaja T, Vesala T, and Ovaskainen O. (2014) Do small spores disperse further than large spores?. Ecology 95:1612. 4 M enetrez MY, Foarde KK, Webber TD, Dean TR, and Betancourt DA. (2008) Testing antimicrobial paint efficacy on gypsum wallboard contaminated with Stachybotrys chartarum. Journal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Hygiene 5:63. 5 H eckman DS, Geiser DM, Eidell BR, Stauffer RL, Kardos NL, and Hedges SB. (2001) Molecular evidence for the early colonization of land by fungi and plants. Science 293:1129. 6 N evalanien A, Taubel M, and Hyvarinen A. (2014) Indoor fungi: companions and contaminants. Indoor air 2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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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K ing GM. (2014) Urban microbiomes and urban ecology: How do microbes in the built environment affect human sustainability in cities?. Journal of Microbiology 52:721. 16 D acarro C, Picco AM, Grisoli P, and Rodolfi M. (2003) Determination of aerial microbiological contamination in scholastic sports environments. Journal of Applied Microbiology 95:904.

7:416. 14 Z ucconi L, Canini F, Isola D, and Caneva G. (2022) Fungi affecting wall paintings of historical value: A worldwide meta-analysis of their detected diversity. Applied Sciences 12:2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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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와 환경

Mold and Milieu

아디나 메이

Adeena Mey

에디터, 에프터올 저널

Managing Editor, Afterall journal

지난 몇 년간 박지희는 다소 특이한 접점을 탐구해왔다. 박지희 프로젝트에서 지속적으로 보여진 한 구성요소인 건축이 동시대 아티스트에게 일반적인 탐구 대상이라고 보면, 그녀의 작품은 구축된 환경과 낯선 타자성 사이의 만남을 탐색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런던의 공공 주택과 썩어가는 과일 (Aylesbury Estate, 2014), 버거킹 주변의 지방 찌꺼기와 청주 산남동 일대의 중식당 (Imagine a Scientific Scene, 2016), 또는 술과 위스키 공장에서 나온 곡물 찌꺼기 (1:1 x 1:99.476/5', 2017)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면, 박지희의 조각과 설치 작품은 거의 항상 건축물의 정적인 특성과 그 안에 기생하는 비인간 유기체를 대면시키고 결과적으로 변형 상태에 있는 후자(비인간 유기체)는 건물과 도시 공간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박지희의 최근 작품인 [Drawing Elliptical Orbit] (2021~현재) 시리즈는 변이된 물질에 대한 또 다른 유형을 탐구하는 그녀의 관심을 확장시킨 시리즈이다. 더 레퍼런스에서의 전시 (전시명: Elliptical Orbit 2022, 서울)를 위해, 작가는 일제 강점기 시대인 1936년에 지어진 서울의 근대 산업 건축물의 랜드마크, 서울 영등포 지역에 위치한 구 경성 방직 사무동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신작을 제작했다. 경성방직 사무동 건물은 이미 역사, 식민주의, 근대화에 얽힌 복잡하고 다층적인 교차 지점에 있을 뿐 아니라, 방직 시설이 베트남으로 이전함에 따른 최근의 탈지역화, 즉 지역을 넘어선 신 자유주의적인 역동성을 담는다. 이러한 교차점은 복잡하지만, 궁극적으로 인간 중심적이다. [Drawing Elliptical Orbit]는 경성방직과 유사한 산업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홍콩의 MILL6 CHAT(Centre for Heritage, Arts and Textile) 에서 바이오 샘플 수집으로 시작하는 연구가 시작됐다. 바이오 샘플은 곰팡이를 중심으로 하여 건축물의 생애에 관련하여 인간이 아닌 미생물의 관점으로 풀어내고 있다. 박지희는 구축된 환경에 대한 우리의 관계를 복잡하게 하는 또 다른 층을 발견한다. 이러한 비인간 중심적인 입장에서 확장된 예술을 만드는 과정으로, 박지희는 자신의 작품을 비인간 유기체의 주체와 협업한 결과물로 바라본다. 작가에 따르면, 곰팡이는 '[그녀] 작업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동료' 혹은 '파트너'이며, 그녀의 조각은 '다른 종(species)과 [자신]의 협업'의 산물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작가는 색 안료로 변환하는 곰팡이 샘플들을 수집하기 위해 건축물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시도했다. 건축물의 상호작용과 변화하는 환경적인 조건(특히 습도, 온도, 기질(substrate)의 유형과 노출시간)이 생겨나면서, 곰팡이의 존재는 시간에 따라 빌딩의 변화와 곰팡이 자체로서 시간적 경험의 증거가 된다. 군집으로 모이지 않으면 인간의 지각에 거의 보이지 않는 곰팡이의 변이를 인간의 눈에 곰팡이의 색 변화를 보이게 하는 조각적 개입을 통해, 박지희는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곰팡이의 존재가 어떻게 우리가 생각하고, 알고, 경험하는 것과 평행하게 존재하는지를 제시한다. 따라서 박지희의 조각과 드로잉은 미생물과 인간의 척도와 시간 사이에서의 만남을 보여준다. 전시장 자체가 곰팡이에 대한 우리의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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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the past couple of years, Jeehee Park has been investigating a rather unusual

인지를 재조정하는 환경이 된다.

interface. If architecture, one constant component of Park’s projects, is a common site of investigation for contemporary artists, it is the encounters she stages

박지희는 곰팡이에 대한 실험을 통해 예술적 매체(medium)의 대안적

between the built environment and an unfamiliar other that make her work defy

개념을 탐구한다. 이는 환경(milieu)의 재개념화를 열어주는 용어에 대한

categories. Be it the connections between a council estate in London and rotting

다른 이해이기도 하다. 두 용어(환경milieu과 매체medium)의 어원은 중간

fruits (Aylesbury Estate, 2014), residues of fat around Burger King and Chinese

사이에 있는 것 또는 두 개 사이에 있는 것을 지칭한다. 이로써, 모든 존재,

restaurants in the Sannam-dong area of Cheongju (Imagine a Scientific Scene, 2016),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한 또 다른 탐구의 길을 열어둔다. 프랑스

or alcoholic drinks and food remains from a whisky factory (1:1 x 1:99.476/5’, 2017),

과학철학자인 조르주 캉길렘은 그의 에세이 ‘생명과 그 환경The Living and

Park’s sculptures and installations almost always confront architecture’s seemingly

its Milieu’(1952)에서 환경(milieu) 용어의 계보와 18세기 이후 사용된 다양한

static character to non-human organisms that inhabit it. As a result, the latter, being

뉘앙스를 추적한다. 처음부터 그는 환경(milieu)이 ‘생물의 경험과 존재를

in a state of transformation, come to affect our understanding of buildings and

기록하는 보편적이고 의무적인 수단이 되는 과정에 있다’고 언급한다. 그의 연구는

urban space.

환경(the milieu)과 그곳에 거주하는 생명 (박지희의 작품인 곰팡이류와 인간) 사이에 열리는 변증법적 차원을 드러낸다. 첫 번째 개념이 환경에 대한 생명의

Park’s Drawing Elliptical Orbit (2021–ongoing), her most recent series, furthers her

적응을 주장한다면, 캉길렘은 이에 대한 반응으로 환경이 생명에 의해 어떻게

interest by working with yet another type of mutating matter. For her eponymous

형성되었는지도 보여준다. 따라서, 이 시리즈의 작업과 곰팡이, 인간과 건축물

exhibition at The Reference in Seoul, the artist produced new works based on her

사이에 형성된 인터페이스에서, 박지희는 환경(milieu)이 더이상 주어진 원시적인

investigation of the former office building of Gyeongseong Textile Company Seoul’s

환경이 아니라, 생명과 그의 서식지에 의한 정교화의 결과로 이해되어야 함을

Yeongdeungpo district, a landmark of Seoul’s modern industrial architecture, built in

보여준다. 마침내, 그렇게 함으로써, [생략된 궤도 그리기] 시리즈는 예술적 실천을

1936 during the Japanese occupation. The Gyeongseong building thus already lies at

종(species)간의 복잡한 관계가 드러나는 영역으로 보고,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a complex and multi-layered junction where architecture interweaves with history,

공존을 제고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한다.

colonialism, modernisation, but also recent trans-regional neo-liberal dynamics of delocalisation, textile facilities having been moved to Vietnam. While acknowledging their complexity, these intersections remain utterly anthropocentric, and with Drawing Elliptical Orbit, Park uncovers yet another plane which complicates our relationship to the built environment. Indeed, as part of a project at MILL6 CHAT (Centre for Heritage, Arts and Textile) in Hong Kong – which shares a similar industrial part as Gyeongseong – Park recently inaugurated a new strand of research which starts with her collecting of bio-samples, molds especially, bringing into the picture a non-human perspective on the life of buildings, that of micro-organisms. Also, in addition to this non-anthropocentric position, it is the very process of artmaking which expands, Park seeing her work as resulting from her collaboration with the agency of these non-human organisms. In her own words, the latter are ‘not only the object of [her] work, but also company’, or ‘partners’, her sculptures being the product of a ‘collaboration between other species and [herself]’. With Drawing Elliptical Orbit, the direct contact with the architecture is done to collect samples of molds which the artist turns into colour pigment. Emerging from the interaction of architecture and its changing environmental conditions – especially moisture, temperature, type of substrate and exposure time – the presence of molds therefore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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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es a testimony of a building’s changes through time, and of the temporal experience of the molds themselves. As microbiologist Jeong Da-Un writes in ‘Mold, Cohabitants of Space and Time’, ‘[b]y decomposing substances present in the new environment, molds can change their appearance and produce different substances, scents, and colors than before. In other words, molds are highly viable organisms that react sensitively to and adapt to their exposed environment.’ The author writes further that ‘mold in space is affected not only by the macroscopic external environment outside the space, but also by factors related to the building that distinguishes the space.’ Mostly invisible to human perception unless gathered into clusters, through sculptural interventions that render visible to the human eye the colour mutation of molds, Park show how the presence of molds, despite our unawareness, exists in parallel to what we think we know and experience. Park’s sculptures and drawings thus stage an encounter between micro-organic and human scales and times. In this regard, it is not only the mold that adapts to their environment. The exhibition itself becomes an environment to which one re-adjusts in regard to one’s awareness of the molds. Through her experiments with molds, Park explores an alternative notion of the artistic medium, a different understanding of the term that opens to its reconceptualization as a milieu. The etymology of both terms is shared, referring to what is in the middle, or what is between two things, that opens the way to another kind of enquiry into the relations between all beings, human and non-humans. In his essay ‘The Living and its Milieu’ (1952), French philosopher of science Georges Canguilhem retraces the genealogy of the term milieu and the various nuances its uses have taken since the eighteenth century. From the outset, he notes that the milieu ‘is in the process of becoming a universal and obligatory means of registering the experience and existence of living things’. His investigation reveals the profoundly dialectical dimension that opens between the milieu and the living (in Park’s work molds and humans) that inhabits it. If a first conception insists on the adaptation of the living to its milieu, Canguilhem also demonstrates how the milieu is, in return, shaped by the living. Therefore, with Drawing Elliptical Orbit and the interface it generates between molds, humans and architecture, Park shows how a milieu is no longer to be only understood as a given and raw environment, but as the result of an elaboration by the living and its habitat. Finally, by so doing, Drawing Elliptical Orbit positions art practice as the sphere where entanglements between species are revealed, and offers a model to rethink co-habitation between humans and nonhumans.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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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bit 1.

Orbit 1.

제작 기획 편집

Production, Concept and Editing

박지희

Jeehee Park

Texts

김경도, 박세영, 박지희, 아디나 메이,

Kyung Do Kim, Se-young Park, Jeehee

웨이웨이 왕, 윤하나, 정다운

Park, Adeena Mey, Weiwei wang, Hana Yun, Dawoon Chung

그래픽 디자인 파이카

Graphic Design Paika

인쇄 효성문화

Printing Hyosung

초판1쇄 2023년 5월 15일

First Published in 15 May 2023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Sponsor

예술과기술융합지원

Arts Council Korea ART & TECH

협력 TQS R&E 오다솔 윤하나

Support TQS R&E, Dasol Oh, Hana Yun

ⓒ2022 박지희 이책에 수록된 글과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2022 Jeehee Park

발행인에게 있으며 발행인의 사전 동의없이

All right reserved. No Parts of this book

사용할 수 없습니다.

may be reproduced in any forms and by any means without permission in writing from the copyright holders and publis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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