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밤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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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그밤 1 수정

2014.4.4 7:3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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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문

주었다. 남자의 호의가 고마웠지만 오만한 말에 기분이 상한 은재 역시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 역시 낯선 사람 을 향한 육탄 공세는 사양합니다. 저도 제 몸을 던져야 할 때, 남자를 고르는 안목과 기준이라는 게 있거든요.” 남자를 향한 모욕인 줄 알면서도 가시를 숨길 수가 없었다. 희미한 가로등 불 사이로 가면을 쓴 사내의 입술이 호를 그리 는 것이 보였다. “가시가 있군.” 영어와 불어가 난무하는 파티장에서 한국 지사장을 제외한 다른 한국인은 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너무나 능숙하 게 한국어를 구사했다. 모국어로 쓰는 그녀와 별반 차이가 없 을 정도였다. “여긴 왜 나와 있지?” “그게 왜 궁금하신지 모르겠군요. 그리고 왜 반말을 하시는 겁니까?” 그녀는 더없이 도전적이었다. 원래 호전적인 성격을 비서라 는 직업의 특성상 감추고 있던 은재는 낯선 환경, 낯선 사람을 향해 사정없이 그것을 드러냈다. 그러자 그가 쓰고 있던 흰 가 면을 벗었다. 작은 움직임에 그의 체취가 맡아졌다. 상쾌하면서 도 남성적인 향기였다. 무슨 향수를 쓰는 거지? 문득 의문이 들 만큼. “등대지기에게 시집을 가고 싶은 아가씨께서는 가시가 너무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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