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아우라지에서 한강을 향해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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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으니, 이것이 잃는 것이 많다는 것이요, 첩 하나를 내보내는 것이 얻는 것이 적다는 것입니다.” 양녕대군의 상서는 아버지이자 임금에게 극렬하게 반발한 것이 었다. 중국 한나라를 세운 한고조 유방의 고사를 빌려 자신도 훌륭 한 임금이 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친 것이다. “망발이로다!” 태종은 양녕대군의 상서를 읽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때 영 의정 유정현과 좌의정 박은이 밀계를 올렸다. 그들은 충녕대군을 지지하고 있었다. 어리가 아무리 미인이라고 해도 유부녀였다. 유부녀와 사랑을 하는 것은 중대한 범죄행위였다. 게다가 충녕대군을 지지하는 세 력은 성격이 거칠고 호방한 양녕대군을 두려워했다. “양녕대군이 임금이 되면 폭군이 될 것이고 신하들의 말을 듣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양녕대군을 왕세자 자리에서 몰아내고 충녕대군을 세 워야 합니다.” 대신들이 모여서 회의를 했다. 양녕대군과 같은 사람이 국왕이 되면 신하들이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이에 그들은 양녕대군의 비 행을 태종에게 낱낱이 고했다. 태종의 왕자들을 둘러싼 권력 쟁탈전은 뿌리가 깊고 치열했다. 원경왕후의 동생들인 민무구 형제는 양녕대군을 지지하면서 전제 론剪除論(가지 하나를 남기고 나머지는 잘라버려야 한다는 주장, 양녕대군 외에 다른 왕자를 죽여야 한다는 뜻이다)을 내세워 태종의 다른 왕자들을 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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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 말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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