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Space Vol.003

Page 1

7,000

Vol.003 March 2014

국회의원 진선미, 커피를 말하다 Coffee of Korea

Origin / 에티오피아

Caffe Latte & Cappuccino Cafe AID, 커피 볶는 사진관




좋아요

서울커피엑스포의 생생정보를 받고싶다면!! www.coffeexpo.co.kr

2 0 1 4 서 울 커 피 엑 스 포 C O F F E E E X P O S E O U L 2 0 1 4 2014. 4. 10.목 - 13.일 코엑스 1층 A홀 Business Day 4.10~11 Public Day 4.12~13 주최

동시개최행사 프랜차이즈 서울 Spring

참관신청문의 T. 02.6000.8153 / 1076 F. 02.6944.8304 E. coffee@coex.co.kr

COFFEE EXPO SEOUL_AD_220x290.indd 1

14. 2. 14. �� 4:07





Column

맛있는 커피 Coffee라는 말은 아랍어로 힘을 뜻하는 ‘Caffa’에서 유래했는데, 신경을 자극하는 성분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이교도적 음료라고 멀리한 적이 있습니다. 새카만 컬러 덕에 ‘악마의 유혹’이라는 제품명이 전혀 부담스럽거나 하지 않다는 건 모두가 공감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있어 커피란 무엇인가요? 마시는 것? 졸음을 깨우는 음 료? 아마도 대부분은 음료 혹은 메뉴 이상을 대답하기 힘들 것입니다. 우연히 접해 시작한 ‘커피 밥’을 먹은 지도 이제 양손에 꼽기도 힘들 만큼의 시간이 흘러버렸습니다. 이미 커피와 제 인생은 떼려야 뗄 수도 없거니와, 커피를 인생에 비 유하기에는 모자란 너무도 많은 표현들이 이 순간에도 머릿속에 스쳐 지나갑니다. 젊은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온 ‘커피’와 우연히 폭풍처럼 다가온 사업으로써 제 가 생각하는 ‘커피’는 사뭇 다른 의미일 것입니다. 커피를 업으로 하는 사람은 맛을 이해하는 동시에 원산지에 따른 특성과 보관, 배합에 대해 알아야 하고 시럽 종류와 첨가 방법 등을 익혀야 합니다. 커피를 즐기는 데에만 몰두해서는 안 될 노릇이지 요. 주인장의 ‘맛’이 곧 매장 분위기가 되는 동네 작은 커피숍부터 세련된 인테리어 와 획일화한 맛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까지, 발전된 커피 산업을 보고 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놀랍니다. 바로, 여러분, ‘즐기는’ 젊은 세대 의 커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확신합니다. 저희 직원 중 한 명에게 입사하고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아침마다 바리 스타가 만들어준 커피 전문점 못지않은 커피를 마실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라고 대 답합니다. 속으로 피식 웃음이 났지만, 커피 한 잔이 주는 의미를 잘 알기에 충분히 공감했습니다. 무릇 모든 회사가 그렇듯 업무로 인한 대화는 건조하기만 하고, 친분 이 아닌 위계가 만든 질서는 직원 간에 딱딱한 벽을 만듭니다. 그러나 모여 커피 한 모금 들이키는 순간, 건조한 분위기에 이야기꽃이 피면서 딱딱한 벽이 허물어집니 다. 그 직원은 단순히 커피를 마실 수 있어 좋다는 게 아니라, 다른 회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커피가 가져오는 ‘화목함’을 느낄 수 있어 좋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매일 아침 커피 한 잔으로 척박한 세상에 맛있는 향을 피워야겠습니다. 빠듯한 도시 민 삶에 여유를 줘야겠습니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커피를 다루는 우리가 해야 할 일 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이제 갓 첫발을 내디딘 <COFFEE SPACE>가 해야 할 일이 라 믿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맛있는 커피 향을 피워줄 <COFFEE SPACE>를 응원 합니다. 글 백월흠 시티하우스 대표

+ 06


www. coffeespace.co.kr

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

COFFEE SPACE + 07


Contents

MARCH 2014

긴 시간과의 싸움을 이겨낸 아이들이 하나 둘 움 틔우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뜨린 아이에게 관심과 칭찬이 간다. 한창 고군분투하다 결국 꽃피우지 못하고 그 대로 져버리는 아이에겐 냉담한 반응뿐이다. 못다 핀 아이를 책망하기엔 아직 이르다. 꽃을 피우건 피우지 못하건, 꽃은 꽃이다.

020 테마가 있는 카페

빼어난 인테리어 논현동 AID cafe 나무, 그 녀석 참 아름답다

074

076 078 Coffee of Korea 우리나라 원두커피 시장 현황과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 080 른 곳을 찾아보고, 국회의원과 일반인 20명을 만나 커 082

연속 기획

피가 그들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봤다.

브레이크 없는 원두커피 시장 틈새시장 공략에 나선 원두커피 원두커피, 세상을 향해 나아가다 ① 민주당 진선미 의원 원두커피, 세상을 향해 나아가다 ② 일반인 20명에게 물었다

006 Column

맛있는 커피 026 Information

재벌가들의 커피 전쟁 028 Spot Space

‘에너지를 아끼는 착한가게’ 를 아시나요 030 News 032 034 036 050

꿈 담아 볶고 희망 내음 더했다 News 예비 창업자 40% 커피 전문점 열겠다 알림 원고 모집 Review 아름다운 열정을 그리다 알림 정기구독 안내

030



014 Coffee Essay

고백합니다 038 Reader's Page

커피에게 고함 040 Health

고열 기침 두통 무기력 ‘독감毒感’ 042 지紙상강의 046 052 056 070 108

핸드드립 커피 쉽게 풀어쓴 세무 개인사업자로 할 것인가? 법인사업자로 할 것인가? Coffee Culture 커피비경 Photo Essay 꽃은 꽃이다 Focus 2014 리미니 국제박람회(Sigep)를 가다 책으로 세상보기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016

016 추천 Cafe ‘사람’ 이 있는, ‘커피 볶는 사진관 CharLee’ 094 독일 Cafe 파티를 위한 대안 공간, 슈미츠 카체Schmitz' Katze 098 이탈리아 Cafe Caffe Drupa 그리고 Barista

056 086 Travel 물길 따라 굽이도는 남도 삼백리, 섬진강의 봄

036

094

산수유가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고 매화가 고혹적인 향 을 날리는 곳. 봄날의 섬진강은 꽃잎 일색이다. 062 Origin/에티오피아 커피의 본고장 에티오피아 에티오피아는 지리적으로 멀고도 먼 나라다. 그러나 우 리나라 사람, 특히 커피 인들이 느끼는 에티오피아와의 감정적 거리는 너무도 가깝다. 054 Barista

Never Stop, Never End 주형근 090 새연재

왜 핸드드립 커피인가! 102 Menu

Caffe Latte & Cappuccino

Contents

COFFEE SPACE. 2014. March. vol. 03



Coffee Industry & Lifestyle Magazine

COFFEE SPACE

발행인 / 편집인 Publisher / Editor Director

김 황 Kim Hwang

편집위원 Editorial Writer

권태자 ㈜기정인터내셔날 대표 유용성 세미기업㈜ 부사장 이세욱 ㈜다이아몬드엔터프라이즈 대표 이승훈 리에스프레소 대표 차명원 주노커피 대표 하 기 ㈜이앤알상사 대표

취재부 Editorial Department 부장 Head of Department

홍정기 Hong Jung-Ki

사진부 Photography Department 팀장 Team Leader

최영희 Choi Young-Hee

마케팅부 Marketing Department 국장 General Manager 대리 Assistant Manager

안성모 An Sung-Mo 윤정희 Yoon Jung-Hee

경영지원부 Management Support Department 대리 Assistant Manager

한지희 Han Ji-Hee

홍보 Public Relations 이사 Director

이상규 Lee Sang-Gyu

통신원 Correspondent 독일 Germany 이탈리아 Italy

서수진 Seo Su-Jin 김진원 Kim Jin-Won

주재기자 Correspondent 부산 Busan

구재현 Koo Jae-Hyun

디자인 Design 인쇄 Printing

이담정, 조가경 ㈜갑우문화사

월간 <COFFEE SPACE> www.coffeespace.co.kr

2014년 3월호 통권 3호. 등록 2013년 9월 3일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강남, 라00703 발행처 ㈔한국커피연합회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169(논현동, 4층) 제보 및 광고 문의 T.02-547-5111 F.02-547-5121

월간 <COFFEE SPACE>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도서잡지윤리강령·잡지윤리실천요강 및 한국잡지협회의 잡지판매공정경쟁규약을 준수 합니다. 월간 <COFFEE SPACE>에 게재된 내용은 허가 없이 복제·사용할 수 없습니다.



커피 에세이

고백합니다 글・사진 최은희 작가(카페 커티스마스)

눈빛은 흐린데 커다란 가방에 해야 할 일들을 가득 가져온 것을 보면 진한 아메리카노, 만난 지 얼마 안 된는 여자친구에게 멋져 보이고자 하는 저 남자는 에스프레소, 입꼬리가 살짝 내려가 피곤해 보이니 달콤한 음 료, 눈길이 전혀 커피로 향하지 않는다면 스무디나 주스. 손님이 들어오면 이분이 무얼 드실까? 혼자 점을 쳐 보는 버릇이 생겼더랍니다. 담백한 스타일의 당신은 아메리카노, 피곤해 보이는 당신은 달달한 카라멜 마키아토, 오늘 커피를 많이 마신 듯한 당신은 고구마라떼?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괘가 잘 맞는 겁니다. 연륜(?)이 쌓이니 마치 ‘셜록’이 된 것처럼 얼굴 표정, 눈빛, 자세 등을 보고 손님이 주문할 메뉴를 미리 읽어내고 있는 저 자신을 봅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는 영국 드리마 ‘셜록’ 속 주인공은 처음 만난 사람일지라도 표정, 스타일, 장신구 등을 통해 상대방의 직업, 성격 등을 기가 막히게 알아냅니다. 옅은 화장, 눈썹 손질 모양을 보고 동성애자를 알아내고, 반지 안 쪽이 반들반들한 것 등을 근거로 결혼 생활이 원활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기막힌 그의 추리력에 전 세계인 이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단골손님 취향이야 그렇다 쳐도, 처음 보는 손님이 어떤 음료를 주문할 지 나만의 상상에 빠져 맞추는 재미 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것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 았습니다. 허름한 옷차림에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차가 아닌 에스프레소를 주문합니다. 얼핏 보기에도 피 곤이 역력한, 당연히 주스를 시킬 것으로 예상했던 직장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아메리카노를 달라 합니 다. ‘셜록 놀이’에 한창이었던 저는 차와 주스가 아닌 커피류를 시 키는 이들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합니다. 그리고는 약간의 실 망에 빠집니다. 커피가 제대로 나올 리 없지요. 커피를 마 시는 손님 반응도 시원치 않습니다. 재미로 시작한 일이 점차 선입견이 돼 나도 모르게 손님을 내 멋대로 내 기 준에 맞춰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아 차’ 했습니다. 그간 혼자 속으로 생각한 것을 손님이 선택하도록 강요한 건 아닌지 반성했습니다. 예전에 어느 목사님이 방송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 다. “저는 신도분들이 ‘목사님을 믿어요, 목사님은 그 럴 분이 아니세요, 목사님이 참 좋아요’ 등의 말이 제일

+ 014


바리스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당신에 관한 정보를 되도록 많이 줘 좋아하는 메뉴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시되 최후의 선택은 반드시 당신이 해주셔야 합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기 때문입니다. 바리스타 말을 무조건 믿지 말아 주세요.

무섭습니다. 나도 보통 사람이기에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할 때 있습니다. 나를 믿지 마시 고 하나님을 믿으세요.” 참으로 동감합니다. 가끔은 손님들이 바리스타한테 메뉴를 추천해 달라고 하는데 저마 다의 기준으로 커피를 선택하기에 실수할 때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매장에서 상태 좋은 원두나 인기 메뉴를 추천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꼭 당신 마음에 들지 아닐지는 자 신할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의기양양하게 “오늘 당신에게 이것이 어울릴 것 같아요”라고 자신 있게 이야 기할 때도 있었습니다. 구수한 과테말라가 좋다는 당신께 자신 있게 신맛이 약한 콜롬 비아 산토스 원두 상태가 좋으니 드셔보라고 추천했는데 너무 진하다고 반쯤 남기고 간 적도 있었고, 생오렌지를 짠 후 고급 탄산수를 넣어 “정말 건강하고 맛있다”고 추천한 오렌지 에이드에 사이다가 안 들어가 달지 않고 톡톡 쏘는 맛이 없어 싫다며 “이게 에이 드 맞아요?”라고 되묻는 손님도 있었고,아이스 카페라떼를 드시겠다고 했다가 아이스 카푸치노로 바꿔 열심히 수동 우유 거품기로 거품 만들어 냈더니 우유 거품이 싫다고 한 손님도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반성이 있었습니다. 다른 데서 안 해주는 데 우리 매장에서 해드리니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한 저의 착각이고 자만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손님 취향보다 제 취향이 더 중요했던 것입니다. 바리스타 가 당신 편에 서 있어야 하는데 내 편에 서서 당신이 건너오길 바랐던 것입니다. 당신보 다 우리 매장 커피를 많이 마셔보았다고, 당신보다 커피 책을 조금 더 많이 읽었고, 당신 보다 커피 머신을 더 잘 다룬다고 해서 당신의 음료 기호를 아는 게 아닌데 말입니다. 참 건방진 바리스타였습니다. 바리스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당신에 관한 정보를 되도록 많이 줘 좋아하는 메뉴 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시되 최후의 선택은 반드시 당신이 해주셔야 합니다. 당신이 원 하는 것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기 때문입니다. 바리스타 말을 무조건 믿지 말아 주세요. 커피로 보는 성격 테스트 영국의 심리학자 Ramani Durvasula는 커피 종류를 선택하는 행동에서 그 사람의 성격이 드러난 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답니다. 박사는 커피를 좋아하는 1,000명의 행동과 습관에 대한 연구 조 사 후 그들의 성격을 아래와 같이 내성, 외성, 완벽주의, 우호, 예리한 관찰력, 예민 등 7가지 조건 을 두고 5항목으로 나눴습니다. 물론 재미로 보는 것이니 큰 걱정은 하지 마세요. ·블랙커피를 좋아하는 당신 : 보통 완벽주의자다. 간단한 삶을 선호하면서 헤아리기 어렵고 인내 심이 부족하며 고집스러운 편이다. ·카페라떼를 좋아하는 당신 : 남을 만족시키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스타일이다. 타인을 잘 챙기 고 봉사 정신이 높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잘 돌보지 못한다. ·카푸치노를 좋아하는 당신 : 지배욕과 표현 욕구가 강하다. 건강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하고 신 중한 스타일이다. ·인스턴트 커피를 좋아하는 당신 : 자판기나 편의점에서 즉석 커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은 비교적 게으르고 시간 개념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 ·아이스 블랜딩 커피 :대담하며 생각이 기발하다. 종종 무모한 도전을 하기도 하며, 패션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많다.

COFFEE SPACE + 015


추천 Cafe

+ 016


‘사람’이 있는, ‘커피 볶는 사진관 CharLee’

사진작가 이광준(49세) 씨가 운영하는 카페다. ‘커피 볶는 사진관’, 그렇다면 사진도 찍어 줄까? 글 홍정기 사진 최영희

1 카페 커피 볶는 사진관은 이광준 사진작가가 운영하는 개인 작업실이자 대중과 소통하는 공간이다. 2 3 밝은 톤으로 내벽을 마감해 깔끔하고 모던한 분위기가 흐르는 카페 내부.

1

1

2

3

COFFEE SPACE + 017


3

4 1

5

2

+ 018

6


흑백 인물사진이 벽을 가득 메웠다. 이광준 작가가 국내외에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찍은 사진이 대부분이고 게 중에는 카페 손님도 있다. 일반적으로 ‘작가’라고 하면 거리감이 들기 마련. 스스로를 ‘대중 아티스트’라고 말하는 그는 대중과 소통하고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사람’을 앵글에 담는다.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로 이사 온 이광준 작가는 2006년 지금의 장소에 사진 작업 실을 열었다. 2년 후, 같이 작업실을 쓰던 지인이 떠나자 그는 이곳을 조금 다른 모 습으로 변화시키겠다는 마음먹고, 고민 끝에 카페를 운영하기로 했다. 믹스 커피밖 에 몰랐던 그가 원두커피 매력에 빠져 살던 뉴욕 유학 시절을 떠올리며 낭만과 여유 가 있는 카페를 계획한 것이다. 작업실 크기를 줄이고 큰 공간을 카페에 내어줄 만 큼 그의 첫 시작의 꿈은 컸다. 그러나 만만치 않았다. 프리랜서에게 카페는 옴짝달싹 못 하게 하는 구속의 장소였 고, 결국 사진과 카페를 병행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도 저도 아닌 결과를 낳고 야 말았다. 결단을 해야 했다. 카페를 접을 것인가, 사진 작업을 줄일 것인가. “먼 훗 날을 봤어요. ‘은퇴 후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했지요.”

7

고양이, 사진, 디자인 그리고 커피

은퇴를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본업인 사진 일을 줄이고 카페에 좀 더 신경을 쓰자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커피가 맛있다는 손님이 늘면서 단골이 생겼고, 그에 따라 1 낯선 손님이 궁금한 고양이가 머리만 내밀고 있다. 2 3 이광준 작가 작품을 내부 곳곳에 배치해 보는 즐거움이 있 다. 4 2층에서 바라본 1층 전경. 5 곳곳 에 고양이를 캐릭터한 소품이 놓였다. 6 다락을 개조해 카페로 쓰는 2층. 7 스 스로를 ‘대중 아티스트’라고 말하는 이 광준 작가.

매출도 눈에 띄게 나아졌다. “실력 있는 바리스타를 채용하고 저도 많은 시간을 카페에 투자하기 시작했 죠. 사람마다 맛을 다르게 느낀다지만 정성을 들인 만큼 손님이 늘더라고요.” 이광준 작가가 가장 신경 쓴 것은 자신만의 커피를 만드는 것이었다. 여러 업체를 돌아다니며 일일이 커 피 맛을 보고 까다롭게 원두 공급받을 곳을 정했으나 균일하지 못한 맛이 문제였다. 업체에 시정 요구까 지 해 보았으나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자 결국 그가 직접 나섰다. 바리스타와 함께 수 없는 경우의 수를 만들어 블렌딩을 한 끝에 지금의 ‘커피 볶는 사진관 CharLee’에서만 접할 수 있는 커피가 탄생했는 데, 엘살바도르에 슈프림과 예르가체프를 블렌딩해 만든다.

카페에는 네 가지가 있다. 고양이, 사진, 디자인 그리고 커피다. 먼저 고양이 두 마리, 이광준 작가 애완동물로 ‘커피 볶는 사진관 CharLee’를 알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녀석들이다.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친화력이 뛰어난 이 녀석들의 귀여움에 넋을 뺏긴 나머지 카메라 를 들이대기 바쁘다. 블로그 등의 쇼셜미디어를 타고 입방아에 오르면서 녀석들을 보고자 카페를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곳은 이광준 작가의 작업실이자 개인 전시 공간이다. 그간 그가 찍은 많은 인물 사진 이 벽을 장식하는 데 얼굴에 포커스를 맞춘 작품들은 ‘사람’을 대하는 또 다른 시각을 선사한다. 개인전을 열었을 만큼 알아주는 작가지만 그의 사진 속 인물은 일반 대중이다. 그래서 오는 손님도 대상이 된다. 약 간의 비용을 지불하면 어디서도 얻지 못하는 훌륭한 작품의 주인공이 되는 황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중요하게 여긴 게 손님을 편하게 하는 디자인이다. 가장 편안한 자세로 쉬어 갈 수 있도록, 전 시품을 감상하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한 인테리어와 이를 꾸미는 아름다운 디자인은 어찌 보면 작 가가 운영하는 카페가 안아야 할 숙명과도 같다. 고양이 모양 작은 소품들,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흰 벽면, 지상에서 반 층 내려온 답답함을 피하고자 한껏 고를 높인 천장 등에서 ‘커피 볶는 사진관

CharLee’만의 특징이 제대로 살고 있다.

COFFEE SPACE + 019


테마가 있는 카페

+ 020


빼어난 인테리어 논현동 AID cafe

나무, 그 녀석 참 아름답다 태초부터 인류와 함께해 온 나무. 불을 만드는 원료이기도 했고, 집을 짓는 재료이기도 했다. 콘크리트 뒷전으로 밀렸던 나무, 목재가 친환경 건축 붐이 일면서 다시 각광받는다. AID cafe가 보여주는 나무의 매력에 빠져보자. 글 홍정기 사진 최영희

COFFEE SPACE + 021


1

1 2 나무가 한껏 멋을 부리고 있는 AID 카페 지하 갤러리. 바닥과 나무와 천장 색이 어우러져 멋진 하모니를 낸다.

2

+ 022


COFFEE SPACE + 023


1

2

3

1 카페에서 다양한 외국 서적을 만나볼 수 있다. 2 5 7 벽과 의자 색을 통일시켜 조화로운 공간을 연출한다. 3 나무를 지탱시키는 와이어가 이색적인 인테리어를 구현한다. 4 내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곡선의 나무 조형물과 벽을 메운 액자가 시선을 잡는다. 6 대리석 마감으로 차별을 둔 바. 8 다른 각도에서 본 내부 전경. 9 은은한 조명과 튀지 않는 색 배치로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4 5

6

7

+ 024


Cafe Info. 디자인 디렉터 : 김백선 / 면적 : 168.09㎡(1층), 207.29㎡(지하) / 설계 : 권기원, 이은이, 김은지, 송다영 / 바닥: 구로 철판, 셀프레벨링 / 벽체 : 은경, 대리석, 화이트 퍼티 마감 / 천장 : 바리솔, 구로 철판, 와이어 / 그래픽, 패키지 디자인 및 디스플레이 : 강주연(온앤파트너스), 이은이(AIDcafe), 송다영

나무 또 다른 공간을 창출하다 나무는 인류와 함께한 가장 친숙한 건축 자재다. 우리네 선조는 나무를 깎 고 다듬어 기둥을 세우고 보를 만들고 도리를 걸어 살림집을 지었다. 그러 나 새마을운동과 더불어 산업화 바람이 불면서 나무는 불편한, 시대에 뒤 떨어진 존재로 인식됐고 자연스레 우리 곁에서 멀어졌다. 나무를 다시 불

8

러들인 건 웰빙과 로하스 열풍이다. 친환경적인,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사

9

람들 욕구가 커지면서 나무가 돌아왔다.

AID cafe 내부를 가득 채운 곡선의 나무 구조물. 그 자체로 빼어난 조형미 를 지닌, 원을 그리듯 휘어진 나무는 얽히고설키면서 웅장함이 더해졌다. 동양화가 출신 백선디자인스튜디오 김백선 대표가 사군자四君子 중 난초 를 형상화해 제작한 것으로, 예로부터 난초는 충성과 절개의 상징이다. 조 선 시대 사대부가 난초를 즐겨 그린 것도 이 때문. 사대부가 흰 화선지에 먹 을 묻힌 붓으로 난초를 그리듯 김백선 대표는 빈 공간에 가늘게 휘어진 나 무를 거침없이 넣었다. 난초로 대표되는 동양의 미는 카페를 아우르는 테마다. 머그컵, 종이 매트, 케이크 패키지 등에 적용한 동양적인 서체와 선은 AID cafe를 읽는 또 다 른 재미다. 1층은 커피, 서적, 빵 등을 판매하는 카페, 지하는 각종 미팅이 나 파티, 회의 장소로 활용하는 갤러리다. 나무가 보여주는 조형적 아름다움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지하 갤 러리다. 휘감아 돌아가는 나무의 곡선을 따라 시선은 자연스레 구석에서 천장으로 이동하다 다시 구석으로 향한다. 디자이너의 상상력에 절로 감탄 이 나온다. 또한 주목하는 건 조명과 전체적인 인테리어 색 배치다. 전반적으로 은은 한 조명이 주를 이루는데 이는 나무의 따듯한 느낌, 흰색 톤의 벽색과 어우 러져 차분하면서도 안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백선디자인스튜디오 에서 기획한 카페는 커피 한 잔, 샐러드와 빵, 갤러리 전시, 디자인 소품, 예 술 서적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문화를 접하고 소통하는 공간을 지향한다.

AID는 Architecture(건축), Interior(인테리어), Design(디자인)에서 앞 글 자를 따 왔다.

COFFEE SPACE + 025


Infomation

재벌가들의 커피 전쟁 막강한 자본력 앞세워 너도나도 뛰어들어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것은 대형 프랜자이즈 뿐만이 아니다. 막대한 자 금력을 앞세운 재벌 2, 3세들이 적극적으로 카페, 레스토랑 사업에 진출 하면서 커피는 이제 재벌가들의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번지는 형국이다. 재벌가에서 직간접적으로 운영하는 카페, 레스토랑 브랜드를 알아봤다. 글 홍정기 사진 업체 제공

매일유업 2세들 ‘폴 바셋’, ‘살바토레’, ‘루소랩’

귀뚜라미그룹 회장 딸 ‘닥터 로빈’

현재 가장 의욕적으로 커피 사업을 벌이는 매일유업 2세들. 세계 월드바리

자연 그대로의 식품을 제공함으로써 인류의 건강을 유지시키겠다는 ‘닥터 로

스타 챔피언 폴 바셋이 직접 선보인 프리미엄 커피 전문점, ‘폴 바셋’은 매일

빈’은 귀뚜라미그룹에서 운영하는 카페 형 레스토랑이다. 커피를 비롯해 아

유업 창업주 장남 김정완 씨가 론칭했다. 김 회장이 1년간 직접 준비하는

이스크림, 베이커리 등을 판매하는 이곳의 주인은 귀뚜라미그룹 최전민 회장

등 심혈을 기울여 탄생한 매장으로 2013년 자회사 설립과 동시에 분리시

딸 최민경 씨다. 미국 유명 프랜차이즈를 2006년 우리나라에 들여왔다.

켰다. 폴 바셋이 엄선한 최상급 생두와 로스팅 기법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 으며, 공격적인 운영으로 20개 남짓한 매장을 오픈했다. 또한, 김 회장은

동양그룹 차녀 ‘마켓 오’

일본 스타 셰프 살바토레 구오모가 창업해 큰 인기를 끈 레스토랑 체인 브

동양그룹 창업주 차녀이자 오리온 이화경 사장이 베니건스(현재 바른손 운

랜드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를 2009년 우리나라에 들여오기도 했다. 한

영)에 이어 야심 차게 운영하는 게 바로 ‘마켓 오’다. 2003년 문을 연 1호점,

편, 김정완 회장 동생 김정민 씨는 2011년 청담동에 커피 전문점 ‘루소 랩’

도곡점은 최고의 먹거리를 제공해 외식 문화와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

을 오픈해 운영 중이다.

현재 압구정점과 여의도점, 인천 스퀘어원점을 포함해 4곳을 운영한다.

남양유업 회장 ‘일 치프리아니’

대한제분 ‘카페 아티제’

남양유업 창업주 장남 홍원식 회장은 2001년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 치프리

‘삼성이 동네 빵집을 다 죽인다’는 여론에 밀려 호텔신라는 ‘카페 아티제’를

아니’를 열고 외식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서울 신사동 본점과 현대백화점 압

대한제분에 넘겼다. 연 매출 1조 원이 넘는 대한제분은 ‘재벌’ 이미지를 없

구정점과 무역센터점, 신세계백화점 본점, 롯데백화점 본점 등 5곳을 운영

애고자 다른 재벌들이 운영하는 곳과는 달리 아티제와 대한제분 브랜드를

하고 있다. 재벌가가 운영하는 매장답게 우리나라 유명 도예가들이 작업한

철저히 분리하는 전략을 취한다. 유러피안 라이프스타일을 표방하는 이곳

식기를 사용하고, 그림 전시 등 문화공간으로도 활용 중이다.

은 커피 전문점을 내세우지만 주력 상품은 빵이다.

+ 026


www. coffeespace.co.kr

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

COFFEE SPACE + 027


Spot Space

‘에너지를 아끼는 착한가게’를 아시나요 지난해 서울 소재 2,099개 참여… 3월 모집 매년 에너지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에너지 를 아끼는 착한가게’를 선정해 에너지 절약 동참을 호소하고 있는데, 올해는 3월 중 참여 업소를 모 집한다. ‘에너지를 아끼는 착한가게’가 무엇인지 알아봤다. 글 홍정기 자료 서울시

서울시는 단순해 보이지만 생활 속에 실천하기 쉽지 않은 5가지 실천 과제 끼는 착한가게’에 참여해 전기사용량 9.6%(2,517㎿h)를 절감했으며, 이를

2012년에는 미용실, 음식점, 제과점, 커피 전문점 등 1,008개 소 참여를 시작으로 2013년에는 약 두 배 증가한 2,099개 소가 참여했으며, 올해는 약 5,000개소 모집이 목표다.

전기 요금으로 환산 시 연간 약 2억 2천만 원을 절감하는 등 상업 분야에서

던킨도너츠 홍대점 관계자는 “‘에너지를 아끼는 착한가게’ 참여를 통해 에

실질적인 에너지 절감 효과와 더불어 가게 경제에도 도움이 된 것으로 나

너지 비용 절감 효과를 얻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다른 지점에서도 많

타났다고 밝혔다.

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2013년도 전체 참여 가게가 절감한 에너지(2,517㎿h)는 약 7,991가구가 거주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1개월간 사용하는 사용량이며, 약 670 가구에 1년 동안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특히, 에너지 사용 피크 기간인 7월~8월 동안 전년 대비 5% 이상 에너지를 절감한 ‘에너지를 아끼는 착한가게’는, 전기사용량 약 14.5%(1,141,710㎾ h)를 절감하는 등 무더위로 에너지 사용량이 급증한 지난해에 서울시가 전

착한가게 참여를 희망하는 가게가 실천 과제 이행을 약속하고 자율적으로

력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는데 큰 기여했다.

예정이다.

착한가게는 ▲퇴근 시 사용하지 않는 전자 제품 코드 뽑기, ▲불필요한 시

에너지 절감 실적이 우수한 가게에 대해서는 LED 조명 교체 등 에너지 효

간대 간판 소등하기, ▲점포 내 전등 한 등 빼고 한 달에 한 번 1시간 이상

율 개선에 사용할 수 있는 인센티브 지급은 물론, 에너지를 아끼는 착한가

일부 전등 소등하기, ▲실내 적정온도 지키기(여름 25~26℃ / 겨울 18~

게임을 알리는 ‘현판’을 제공해 상업 분야 에너지 절감 문화가 정착하도록

20℃), ▲점포 내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5가지 실천 과제를 이행했다.

유도할 계획이다. 강필영 서울시 환경정책과장은 “유난히 더웠던 지난여

서울시는 정전 대란 우려 및 여름철 기온 상승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이

름, 전년대비 5% 이상 에너지를 절감한 가게가 916곳에 달했다”며 “가게

현실화됨에 따라 2012년부터 상업 부문에서 실질적인 에너지 절감을 함

이미지를 높이고 경제적 비용도 절감하는 것은 물론 전력 위기상황을 예방

께할 ‘에너지를 아끼는 착한가게’를 모집했으며, 에너지 관련 경험과 노하

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의미 있는 일에 앞으로 많은 가게의 참여와 시민들

우가 풍부한 시민단체와 협력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의 동참을 바란다”고 말했다.

준수를 다짐한 중소형 가게 총 2,099개 소가 ‘2013년 서울시 에너지를 아

에너지 절감 목표를 설정해 제출하면,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시민모니터 단’이 직접 방문해 5가지 중점 실천 과제 및 절감 정보 제공 등 실질적으로 에너지를 절감하도록 지원한다. 시는 금년도 3월 공모를 통해 에너지 관련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한 시민단 체를 선정해 4월부터 ‘에너지를 아끼는 착한가게’ 참여 신청 가게를 모집할

■에너지를 아끼는 착한가게 참여 현황(‘12~‘13) 연도

합계

미용실

음식점

제과점

커피 전문점

식료품 판매

의류점

화장품

총계

3,107

662

880

258

184

154

94

79

기타 796

2012

1,008

266

235

55

46

45

31

26

304

2013

2,099

396

645

203

138

109

63

53

492

■에너지 절감 가게 유형별 절감 현황. 단위: ㎾h, 천원 유형 (개소)

합계 (1,145)

미용실 (249)

음식점 (352)

제과점 (66)

커피 전문점 (29)

식료품 판매 (83)

의류점 (31)

화장품 (31)

기타 (304)

절감량

2,517,354

189,687

1,041,938

513,098

84,318

184,342

54,828

98,059

351,164

전기요금 환산액

220,773

16,636

91,378

44,992

7,395

16,167

4,808

8,600

30,797

+ 028


COFFEE SPACE + 029


News

경기도 발달장애인 일자리 ‘나는 카페’ 8호점 오픈

발달장애 청년들의 일자리 ‘나는 카페’ 8호점이 수원에 탄생했다.

꿈 담아 볶고 희망 내음 더했다

경기도가 장애인 중에서도 가장 취업이 어려운 발달장애 청년들에게 일자

경기도 발달장애 청년을 위해 지원하고 있는 ‘나는 카페’ 8호 점이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점 행사를 갖 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나는 카페’를 통해 지금까지 총 63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경기도는 올해 100명을 더 배출할 계획이다.

문수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현명관 한국마사회장, 김복자 경기도 복지여성

글 홍정기 사진 제공 경기도

리를 제공해 일반 사회인들과 소통하게 함으로써 사회 통합을 도모하고자 마련한 ‘나는 카페’ 8호점이 수원시 도립의료원 로비에서 개점식을 갖고 본 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이날 홀트복지시설 ‘영혼의 소리 합창단’의 합창 속에 치러진 개점식에는 김 실장, 발달장애인 부모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안산시 평생학습관 1호점, 의정부시 민원실 별관 2호점, 구리시 민원실 입구

3호점, 한국마사회 본점 로비 4호점, 한국마사회 승마 훈련원 5호점, 고양시 능곡프라자 6호점, 시흥시청 7호점에 이은 8번째로 경기북부청이 장애 청 년을 대상으로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꿈을 잡고(Job Go)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2012년 11월 안산시 평생학습관 ‘나는 카페’ 1호점부터 이번 개점한 8호점 까지 총 8개소 카페에 장애청년 29명과 매니저, 교육센터 강사 등 총 63명이 취업했다. 프로젝트의 지속적이고 투명한 운영을 위해 설립한 운영법인 ‘(사)장애청년 꿈을잡고’도 지난해 5월 예비 사회적 기업 인증에 이어 12월 고용노동부로 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음으로써, 전국 최대 규모 발달장애 청년 일자리 로 거듭나는 한편, 인건비 일부를 지원받는 등 자립 기반을 갖추게 됐다. 도는 오는 연말까지 발달장애 청년들을 위한 바리스타 교육장 7개소를 지속 운영하고, 총 15개 커피 전문점을 개점해 발달장애 청년을 포함한 100여 명 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개점식에서 김문수 도지사는 “힘든 교육을 이수하고 오늘부터 카페에 일하게 될 장애 청년들과 배후에서 이들이 훌륭한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 록 힘써주신 부모님들, 또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도 격려를 보낸다”며, “이렇게 사회의 일선에 나온 발달장애 청년들이 우리 경기도 내 모든 장애 인, 특히 3만 6천여 명의 발달장애우와 그 부모님들에게 더 큰 희망을 주고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내에는 지적 32,669명, 자폐성 3,943명 등 총 36,612명의 발달장애 발달장애 청년들이 근무하는 ‘나는 카페’ 8호점이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개 점식을 가졌다.

인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030


COFFEE SPACE + 031


News

예비 창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이템은 커피 전문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 창업자 40% 커피 전문점 열겠다 커피 전문점 창업을 위한 팁

창업 포털 창업몰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예비 창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이템은 커피 전문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한 해 창업 성장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 강 남, 서초인 것으로 조사됐다. 글 홍정기 사진 최영희

창업몰은 안정적인 커피 전문점 창업을 위한 방안으로 다음 세 가지를 조언한다.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 가장 활발한 창업 활동을 보인 지역은 어디일까? 창업 포털 창업몰이 발표

첫째, 브랜드보다 상권을 잘 선택해야 하라. 대형

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 1순위인 서초와 강남 지역의 창업 성장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상관없이 상권이 발달한 지역

타났다.

매장은 그만큼 수요가 높다. 거대 상권이 아니더라도

2013년 2분기에 서초와 강남 지역에 거주민들의 창업 상담과 실제 창업 수치를 분석한 결과, 이전 해인 2012년 2분기보다 15.5%P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1분기(6%)에 비해 크게 웃도는 수치다. 또한 당초 창업 전문가들의 예상치(10%)를 넘어 경기 불황에도 창업을 하려는 이들이 늘고

지역 특성만 잘 살린다면 규모나 유명세와 관계없이 높은

있음을 보여줬다. 서초, 강남 다음으로 많은 창업자가 나온 곳은 송파, 강동 지역(2012년 하반기 대비 4%p 상승)이었 으며, 나머지 지역은 소폭 상승했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수익률과 단골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나, 시대 흐름에 발 빠르게 적응하는 신속함, 입맛이 까다로운 손님을 사로잡을 수 있는 메뉴의 다양화 등 전체적인 매장 운영에 오너로서 세세하게 신경을 써라. 사실 이러한 부분은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창업몰 유승연 팀장은 “지난 2013년도 2분기 강남 서초 지역에서는 커피 전문점이나 빠리바게뜨나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기에 적합한 성향이 아니라면 다른

뚜레쥬르 등의 외식 창업 외에도 도시락 전문점, 버블티, 죠스떡볶이, 아딸, 청년분식 등의 분식 창

아이템을 고르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업도 큰 성장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셋째, 인력비와 경비를 최소화하는 운영 전략을 세워다.

한편 서초, 강남구에 거주하는 예비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 가장 선호하는 창업 아

손님 한 명당 수익이 크게 남는 구조가 아니기에 최대한

이템은 테이크아웃이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약 40%로 절반에 가까운 수치를 보였다. 그 뒤

운영 경비를 줄이는 방안을 활용하고 스스로가 서비스

를 베이커리와 도넛 등의 제과점 창업(11%)과 소자본 창업인 분식 창업(10%)이 이었다. 강남 지역 예비 창업자들이 생각하는 예상 창업 투자비용은 2~5억 원이었으며, 연령대는 20~30 대가 45%, 40~50대 25%, 50대 이상이 30% 순으로 나타났다. 유승연 팀장은 “선호하는 브랜드로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한 대형 프랜차이즈가 주를 이루고, 선호

인력의 한 사람으로써 동참하는 것이 보다 안정적인 수익과 가게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유동인구가 확보됐더라도 손님을 끌어 올 수 있는 서비스 수준과 인테리어 등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 좋다.

지역인 이동인구와 거주민이 많은 강남, 서초 지역의 오피스 상권”이라고 말했다.

+ 032


COFFEE SPACE + 033


알림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원고를 기다립니다 월간 <COFFEE SPACE>의 주인은 바로 독자 여러분입니다. 이제 막 첫발을 뗀 아이처럼 월간 <COFFEE SPACE>의 지면은 여러분 을 향해 늘 비워져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추천으로 꾸며질‘테마가 있는 Cafe’지면과 여러분의 일상을 전할 지면을 넉넉히 마련 해 뒀습니다. 두드리면 반드시 열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원고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테마가 있는 Cafe

월간 <COFFEE SPACE>에서는 테마가 있는 Cafe와 그곳에 근무하는 바리스타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이 단골로 다 니는 Cafe나 기억에 남는, 다른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Cafe가 있다면 주저 말고 간단한 소개 글과 함께 사진을 보내주세요. 전국 어느 곳이든 찾아가겠습니다. 매달 선정된 분에게 소정의 상품을 드려요.

여러분의 일상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대표님들, 사업체에 근무하는 직원분들, 매장을 운영하는 사장님들, 매장에 근무하는 바리스타 여러분. 여러분의 그 빼어난 글솜씨를 숨겨놓지 마세요. 저희 월간 <COFFEE SPACE>가 예쁘게 담아드리겠습니다. 글 형태, 분량 상관없습니다. 남녀노 소 가리지 않고 한 통 한 통 소중히 읽고 또 읽겠습니다. 매달 지면에 실린 분에게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문의 : 월간 <COFFEE SPACE> 편집부. 02-547-5111. kca@koreacoffee.org 우)135-010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169(논현동, 4층) 월간 <COFFEE SPACE>

+ 034



Review

아름다운 열정을 그리다 2014 세미Q크림 WSBC 서부권 대회 지난 2월 14일부터 15일까지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2014 세미Q크림 월드슈퍼바리스타 챔피언십(이하 WSBC) 서부권 대회가 열렸다. 그 현장의 뜨거웠던 열기를 담았다. 글・사진 최영희

1

2

3

1 2 서부권 대회 우승자 박광순 바리스타. 3 50여 명의 바리스타가 참여한 서부권 대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한국커피연합회가 주최하고 ㈔한국커피연합회 서부권 지부가 주관한

위의 영예를 안으며 개인전 1, 2, 3위와 단체전 1위 팀에게는 오는 4월 코

2014 세미Q크림 WSBC 서부권 대회가 참가자들의 뜨거운 열정과 관객

엑스에서 열리는 세미Q크림 WSBC 본선 무대 참가권이 쥐어졌다.

들의 높은 성원 속에 성황리에 마쳤다.

일반부 개인전 우승자 박광순 바리스타는 “처음 참가하는 대회여서 떨렸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4 WSBC 서부권 대회에 일반부 개인전 14

지만, 연습한대로 최선을 다했다.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과 흥분처

명, 일반부・학생부・장애인부 단체전 11개 팀 총 50여 명이 참가해 열띤

럼 첫 수상이라 더욱 의미가 깊고 기쁘다”며 “대회 본선까지 남은 시간 부

경쟁을 펼쳤다. 팽팽한 긴장감과 노련하게 펼쳐진 일반부 경기에 비해 대

족한 부분을 보충해 더 발전된 모습으로 본선 경기에 임하겠다. 첫 대회이

회에 첫 출전하는 학생부・장애인부 단체전에서는 간혹 소소한 실수도 있

니 만큼 큰 욕심은 부리지 않고 3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었지만 재치 있는 대처 능력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열정에 관객

한편, 이번 대회를 주관한 이용우(㈜카이저제빙기금강산업 대표) 대회장

들은 힘찬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은 “한국커피연합회 서부권 지부 회원사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무사히

이날 일반부 개인전 결승에서는 박광순 바리스타(카페 마리스)가 이재완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 참가한 모든 관계자들과 바리스타들에게 감사의

바리스타(주노커피)를 2대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으며, 단체전에는 일

뜻을 전하며, 서부권 지역의 새로운 문화행사로 자리 잡도록 더욱 힘쓰겠

반부 BLACK IN팀(유대현, 윤태훈, 엄재욱), 학생부 다온가비팀(이지선,

다”고 전했다.

양은영, 김지은), 장애인부 우리두리하인츠팀(최홍기, 지다은, 송영주)이 1

■학생부 단체전

■일반부 단체전

내역

팀명

팀장

바리스타

바리스타

내역

팀명

팀장

바리스타

바리스타

1등

다온가비

이지선

양은영

김지은

우승

BLACK IN

유대현

윤태훈

엄재욱

2등

UP

박소진

송재은

김주은

3등

블랑쉬

노은아

성창현

조예슬

내역

소속

바리스타

내역

팀명

팀장

바리스타

바리스타

1등

카페 마리스

박광순

우승

우리두리하인츠

최홍기

지다은

송영주

2등

주노커피

이재완

장려상

아띠

김민성

노종인

강지석

3등

에스프레소 컴퍼니

정광영

■장애인부 단체전

■일반부 개인전

+ 036


www. coffeespace.co.kr

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

COFFEE SPACE + 037


Reader's page Reader's page 는 여러분의 참여로 꾸며집니다. 글,사진 등 어떤 형태도 가능합니다. 짧은 사연과 함께 메일로 보내주세요. 선정된 분에게는 소정의 고료를 드립니다.

커피에게 고함 글 허태현(충북 청주시 복대동)

한때 와인 열풍이 대한민국을 강타한 적이 있다. 관련 만화책은 불티나게 팔리고 각종 와인 상식으로 중무장한 사람이 와인의 깊고, 아련하며, 수줍은 맛을 찬미했다. 그 틈바구니에서 나는 대 대로 과일주를 못 마시는 집안의 자손임을 강조하며 과일주만 마시면 필름이 끊기고 지독한 두통을 동반한 숙취에 시달린다는 명분으로 와인을 마시지도, 구태여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커피 열풍이 한반도에 불었다. 동네마다 각종 ‘볶은 커피’ 수식어를 단 커피집이 문을 열 었다. 이번에도 맛을 배우는 사람은 원두 산지를 꼼꼼하게 체크 하고 원두에서 커피가 되는 과정을 집중 분석했다. 이번에는 피해갈 수 없었다. 커피를 좋아하는 나는 조금씩 움츠 러들었다. 커피가 나오면 누가 볼까 무서워 잽싸게 시럽을 들이 부었고, 작업 중 쉬는 시간이면 가방에 장전해 놓은 믹스커피를 종이컵에 타서 후루룩 마셨다. 작가는 나름 특별한 커피를 마실 것으로 생각했는지 아니면 쓰디쓴 에스프레소쯤은 거뜬히 원샷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사람들 중에는 간혹 달달한 라떼에 취 해 있는 나를 보며 원래의 커피 취향을 묻곤 한다. 그럴 때마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할 말이 없다. 대신 속으로 읊조릴 뿐이다. ‘커피 둘, 프림 둘, 설탕 둘이요.’ 또는 필자와의 만남이나 미팅 자리에서 고급스러운 기계에서 갓 뽑아낸 커피를 대접받을 때가 있다. 어떤 커피라 는 설명과 함께 내놓은 한 잔의 한 모금을 맛보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그들은 작가다운 품평을 기대한다. 그럴 때마다 평하기 좋아하는 나는 할 말이 없다. 대신 속으로 읊조릴 뿐이다. ‘겁나게 쓰네요.’ 간혹 함께 일하는 사람과 식사를 하고 커피집으로 안내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무리 중 섞여 있을 커피 인재 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면서 우리 생활 가까이 자리한 ‘커피’의 ‘커’ 자도 모르는 바닥난 상식을 들 켜버릴까 겁을 먹는다. 한편으로는 맛을 맛으로 즐기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세태가 과열 된 교육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라는 조심스런 추측도 해 본다. 커피를 좋아하면 커피를 알아야 한다는 강 박, 커피를 아는 사람이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오묘한 성립에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다. 아직도 나는 커피에 대해 할 말이 없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 물으면 꿀 먹은 벙어리 가 된다. 심지어 커피콩을 볶은 것이 원두라는 사실도 얼마 전에 알았다. 커피는 차가운 방안에서 조용한 밤중 작 업을 선호하는 나에게 따듯한 온기를 전하는 졸음 방지제이고 아침 마감 시간을 얼마 안 남긴 어스름한 새벽에는 막간의 여유와 휴식을 함께하는 동반자이다. 최재천 교수님은 ‘알면 사랑한다, 사랑하면 실천한다’는 주옥같은 말씀을 하셨지만, 커피에게 나는 ‘그냥 사랑한 다’고 고할 뿐이다.

+ 038


COFFEE SPACE + 039


Health

고열・기침・두통・ 무기력 ‘독감毒感’ 정기正氣를 회복해 다스린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이 극성이다. 특히나 몇 해 전부터 퍼진 변종 인플루엔자 바이러

글 장용수 잠실경희한의원, 한의학 박사

독감 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가진 사람의 재채기나 기침 등 비말감염을 통해 다른 사람의 입이

스 중의 하나로 알려진 신종플루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공기 중에 떠도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영향으로 나타나는 독감. 그렇다면 왜 독감에 누구는 걸리고 누구는 피해가는 것일까? 독감은 감기와 유사해 서로 혼동되기도 하는데 감기는 가벼운 재채기, 코 막힘, 콧물, 기침, 미열, 두통 및 근육통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만 대개의 경우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치 유가 되는 반면,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되며, 전염성이 강하고 증상 변화 속도 가 매우 빠르며, 심할 경우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질병이다. 나 코를 통해 전파된다. 사람이 많은 곳에 독감 바이러스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빠르게 전파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접촉된 모든 사람이 독감에 걸리지는 않는다. 동일한 공간에 있는 사람 중에서도 독감에 잘 걸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걸리지 않는 사람도 있는 데, 이는 인체 내부에 존재하는 정기(면역력)의 다소多少에 의해, 감염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독감과 변종 독감, 신종플루 이러한 독감 전파에 대해 한의학에서는 신체의 정기 또는 면역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본 다. 독감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하면 인체에서는 정기를 통해 이를 막아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정기와 혈액, 진액 손상이 발생하게 된다. 충분한 양의 정기가 있는 건강한 사람은 특 별한 증상 없이 지나가지만, 노약자나 어린이들, 스트레스나 과로, 불면 등으로 인해 정기의 손상 을 입은 사람은 급격한 체력 저하와 함께 독감으로 인한 증상을 심하게 앓게 되는 것이다. 지난 2009년에 첫 발병해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한 신종플루는, 우리나라에서 발병 2개월 만에 국 가전염병 위기 단계 상 경계로 지정될 만큼 치명적이고 강력하다. 신종플루 증상은 일반적인 독감 이나 감기와 유사해 초기 대처가 쉽지 않아 더욱 위험하다. 신종플루는 한의학에서 상한傷寒이나 온역瘟疫의 범주에 속한다고 본다. 질병을 일으키는 외부 인자인 사기邪氣 중 한사寒邪의 침입에 의한 것으로, 발열, 오한, 천식, 두통, 신체 동통 등이 나타 나며, 증상의 개선 없이 병이 진행되면 찬 기운이 내부 장부에까지 침입해 구토, 설사 또는 변비, 수 족냉증, 무기력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대표적 독감 치료법, 부정거사扶正祛邪 독감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대표적인 기본방법은 부정거사扶正祛邪라 할 수 있다. 정기를 보양해 인체 내 음양陰陽의 평형을 유지하고 외부로부터 침습하는 사기를 쫓아 질병이 발생되기 전에 예 방하거나 질병이 이미 발생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으로, 인체의 면역력을 높여 자가 치유를 유도하는 방법이다. 치료 방법으로는 훈증 요법과 환약, 탕약, 침 치료 등이 이용된다. 훈증 요법은 현대 아로마 요법과 비슷한 것으로 살균/소독 효과가 있는 방향성 한약재를 불에 태워 공기를 정화시켜 온역의 전염을 예방한다. 또한, 열이 나면서 갈증이 심할 때는 갈근해기탕葛根解肌湯을, 두통・고열에는 시호승마탕柴胡 升麻湯이나 청열해기탕淸熱解肌湯을 그리고 일반적으로는 성산자聖散子, 형방패독산荊防敗毒 散, 가미패독산加味敗毒散 등으로 치료한다. 독감이나 신종플루 예방을 위해서는 하루 3끼 규칙적인 식사와 영양분을 고루 함유한 균형 잡힌 식단 그리고 따듯한 물이나 차를 수시로 섭취하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체력을 보충하며, 외출 후 에는 반드시 손을 씻는 등의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도 도움이 된다.

+ 040


www. coffeespace.co.kr

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

COFFEE SPACE + 041


지상강의 _ 핸드드립

한 방울 한 방울 정성으로 내리다

핸드드립 커피 ✽기사 내용 일부는 지난 2월 8일(토) 진행한 KCA 정기세미나(써니싸이드커피 김창진 대표) 내용을 참조함.

커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홈 카페, 홈 바리스타라는 말이 나올 정도 로 집에서 커피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더불어 원두 및 가 정용 머신 판매율도 동반 상승하는 추세지만, 무엇보다 호황을 누리는 것은 가격 부담 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접할 수 있는 드립식 커피다. 드 립 커피의 역사 및 배경, 드리퍼 종류와 단계별 추출 과정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글・사진 최영희

요즘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국내 로스터리 카페 대부분이 추구하는 것이 바로 핸드드립 커피다. 드립 커피란 ‘커피를 끓이는 방법의 하나로 커피를 잘게 빻은 원두에 끓는 물을 부어 걸러내는 것’으로 독일 멜리타 벤츠 여사 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양철 포트 바닥에 구멍을 내고 그 위에 공책을 찢어 올린 후 커피를 내리는 방식으로, 지금의 페이퍼 드리퍼 원형인 멜리 타 드리퍼를 이용해 커피 가루가 섞이지 않은 깨끗한 커피 추출법을 고안 해냈다. 이후 드립 커피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모으게 된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던 시절, 융 드립을 시작으로 한 일본 드립 커피 시장 에 독일의 멜리타사 가 진출하고 커피가 진하게 추출되는 멜리타 사 제품 의 단점을 보완한 칼리타 사의 드리퍼가 인기를 끌며 대중화됐다. 저마다 차별화한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점 드립, 동전 드립, 나선형 드립 등 다양한 핸드드립 방식이 개발되며 여러 가지 커피 추출 이론을 접목한 일본 핸드 드립 시장이 형성됐고, 그 시장이 우리나라로 넘어오게 된다. 패션이나 헤어 트렌드가 급변하듯 커피 시장의 변화 또한 급물살을 탄다.

1980년대 초반 미국에서 시작된 스페셜티 커피가 최근 5년 전부터 우리나 라에 도입되며 드립 커피 시장이 확대됐다. 산지 및 이력이 증명되는 스페 셜티 커피 맛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대형 머신을 사용하는 대신 한 잔 한 잔 정성스레 뽑을 수 있는 드립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꼭 스페셜티 커피만을 위해서는 아니다. 타 카페와의 차별화를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핸드드립 방식을 고수하는 카페도 많다.

+042


COFFEE SPACE + 043


드리퍼 종류

1. 멜리타 : 커피를 진하게 마시는 독일인의 특성을 고려, 자국 내 커피를 추 출하기 적합한 형태로 실제 원통 모양에 타공해 종이를 깔고 커피 가루를 넣 고 물을 넣어 뽑는 방식으로 제작됐으며 추후 사다리꼴 형태로 변형됐다. 멜 리타는 추출구가 하나여서 추출 속도가 느리고 물과 커피 가루의 접촉 시간 이 길어져 진한 커피가 추출되는 게 특징이다. 유럽, 미국에서 인기다.

2. 칼리타: 멜리타 사 제품의 단점을 보완해 나온 제품이다. 당시 커피보다 차 문화에 가깝던 일본에서 멜리타 사 드리퍼로 추출한 진한 커피는 대중

1

2

3

4

입맛을 사로잡지 못했다. 그때 칼리타사에서 추출구를 세 개로 해 추출 시 간을 단축, 커피의 농도를 연하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을 상용화하고 우리나 라까지 대중화시켰다.

3. 고노 : 필터가 밖으로 빠져나올 정도로 커다란 추출구를 가졌고 리브가 반까지만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점 드립이라는 독특한 방법으로 추출하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며 진한 커피를 원할 때 사용한다.

4. 하리오 : 고노보다 커다란 추출구를 가진 제품으로 리브가 소용돌이 모 양으로 전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져 있다. 한동안 국내에서 화두가 된 하리오의 성공은 마케팅의 성공으로 볼 수 있는데 제품이 우리나라에 많이

✽리브Rib : 드리퍼 안쪽 돌출된 선으로 종이 필터에 부어준 물속 공기가 잘 빠져나가도록 해 드리퍼 벽면과 달라붙지 않게 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알려지게 된 것은 바리스타챔피언십 대회에 스폰을 하며 젊은 바리스타들 이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부터다. 핸드드립 원리와 순서 핸드드립 커피 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원두이기에 로스팅과의 상관관계를 알아야 한다. 대개 갓 볶은 신선한 원두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 은데 갓 볶은 커피는 방출되는 가스량이 많고 이는 커피의 좋은 향미를 막 는다. 또한, 탄산가스로 인해 발생하는 거품은 커피에 주입되는 물들이 커 피 가루에 닿는 것을 밀어 원하는 농도를 맞추기 어렵다. 핸드드립의 경우 대개 로스팅 후 3~4일이 지난 커피 맛이 좋으나 이는 개인 기호에 따른 것 이므로 테스트를 거쳐 자신만의 데이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아래 과정은 KCA 정기세미나에서 써니사이드커피 김창진 대표가 테스트 한 결과를 바탕으로 가장 적합한 맛을 내는 5단계로 나눈 것이다.

불림

❖ 불림 : 분쇄한 원두에 전체적으로 뜨거운 물을 적신 후

1차 드립

2차 드립

3차 드립

4차 드립

❖ 1차 드립 : 안에서 밖으로 나선형을 그리며 천천히 붓다가 다시 안으로 물길을 따라 드립한다. 추출은 전체 양의 15%, 잠시 멈췄다가 커피가 방울방울 떨어지기

원두가 추출될 준비가 되도록 잠시 기다리는 과정을

시작하면 2차 드립을 시작한다.

말한다. 물이 들어가 가루와 가루 사이에 공간을 띄워

❖ 2차 드립 : 1차와 동일하게 안에서 밖으로 나선형을 그리며 천천히 붓다가 다시 안으로 물길 따라 드립한다. 추출은 전체 양의 15%, 10초에서 15초 기다린 후 3차

지나가는 물들이 길을 잡도록 해주는 역할이다. 불림을

드립으로 넘어간다.

잘못하면 너무 떫거나 쓴맛이 날 수 있다. 커피를 연하게

✽1, 2차 드립은 주로 성분을 추출하는 시기이며 물 줄기를 가늘고 빠르게 한다.

먹고 싶다면 불림 시간을 짧게 하고 진하게 마시고 싶다면

❖ 3차 드립 : 1, 2차와 동일하게 드립하되 천천히 붓는다. 추출은 전체 양의 50%. 기다리는 시간 없이 4차로 바로 넘어간다.

시간을 길게 한다. 불림 후 기다리는 시간은 원두 상태에

❖ 4차 드립 : 안에서 바깥으로 드립한다. 전체 추출 양의 20%.

따라 개인 기호에 따라 정한다.

✽3, 4차 드립은 양을 추출하는 시기이며 물 줄기를 굵고 천천히 따른다.

+044


COFFEE SPACE + 045


쉽게 풀어쓴 세무

법 없이도 살 수 있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실생활과 밀접한 법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을 갖춰야만 억울한 일을 겪지 않습니다. 세무와 관련한 궁금증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문의하세요. 전문가에게 의뢰해 친절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kca@koreacoffee.org

Q

대기업에 다니는 강병준 씨는 퇴사 후 자신의 회사 설립을 구상 중으로 사업 형태를 개인으로 할지 법인으로 할지 고민이다. 개인, 법인에 따라 설립 비용과 창업자 책임 부분, 이익금 사용 부분 등에 차이가 있다는데 궁금하다.

개인사업자로 할 것인가? 법인사업자로 할 것인가? 글 세무법인 영진 김훈희 세무사 02-3481-2333

A

<창업 절차와 설립 비용> ‘개인’으로 설립할 경우 설립 절차가 비교적 쉽고 비용이 적게 들어 사업 규 모나 자본이 적은 사업을 하기에 적합한 반면, ‘법인’은 절차가 다소 까다롭 고 자본금과 등록면허세, 채권매입비용 등의 설립 비용이 필요하다. <사업 책임과 신인도> 개인사업자는 경영상 발생하는 모든 문제와 부채 그리고 손실 위험을 전적 으로 사업주 혼자 책임진다. 따라서 만약 사업에 실패해 은행 부채와 세금 등 을 다 해결하지 못한 채 다른 기업체에 취직할 시 월급을 압류당할 수 있다. <이익 분배> 개인사업자는 발생한 이익을 인출하는 데에 특별한 제약을 받지 않으나, 법인사업자는 주주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므로 대자본을 형성하기가 개인

A

Q

사업자에 비해 수월하지만 법인은 주주와 별개의 주체이므로 일단 자본금 으로 들어간 금액은 이익이 나더라도 적법한 절차를 통해서만 인출할 수 있다. 즉, 주주총회에서 배당결의를 한 후 배당이라는 절차를 통해야만 인 출이 가능하고, 아니면 소득세를 내고 상여로 받던지 차입 형태로 빌려 간 다면 적정한 이자를 내야한다. <과세 체계 및 세율 차이> 개인사업자 소득에 대해서는 종합소득세가 과세된다. 사업주 본인에 대한 급여는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사업용 고정자산이나 유가증권 처분 이 익에 대해서는 과세를 하지 않는다. 반면, 법인사업자 소득에 대해서는 법 인세가 과세된다. 개인사업자와 달리 고정자산이나 유가증권처분이익에 대해서도 법인세가 과세된다. 법인 대표이사는 법인의 고용인이므로 대표 이사에 대한 급여는 법인의 비용 처리가 가능하다.

+ 046


www. coffeespace.co.kr

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

COFFEE SPACE + 047


쉽게 풀어쓴 세무

Q

이순자 씨는 30년간 근무하던 직장을 올해 떠나려고 한다. 퇴사를 하면 몇 달간 쉬면서 그동안 꿈꿔온 음식점 경영을 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세무서를 방문했더니 담당 직원이 일반과세자와 간이과세자 중 어느 유형으로 등록할 것인지 물어보는데 이순자 씨는 이 둘의 근본적인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간이과세자로 등록해야 하나? 일반과세자로 등록해야 하나?

A

<일반과세자> 일반과세자는 10% 세율이 적용되는 반면 물건을 구입하면서 받은 매입 세 금계산서상의 부가가치 세액 전액을 공제받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할 수 있 다. 연간 매출액이 4,800만 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거나 간이과세가 배 제되는 업종 또는 지역에서 사업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일반과세자로 등록 해야 한다. <간이과세자> 간이과세자는 0.5~3%의 낮은 세율이 적용되지만 매입 세액의 5~30%만 공제받을 수 있으며 세금계산서를 발급할 수도 없다. 주로 소비자를 상대

A

Q

하는 업종으로 연간 매출액이 4,800만 원 미만 소규모 사업자의 경우 간이 과세자로 등록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해당 과세 기간 공급 대가가 2,400만 원 미만인 경우 납부 의무를 면 제하고(단, 재고납부 세액은 납부한다) 과세 기간(1년)이 끝난 후 25일 이 내에 부가가치세를 신고 납부하며, 예정 신고는 관할 세무서장이 매해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의 기간에 대해 직전과세 기간 납부 세액의 1/2을 7 월 1일부터 7월 10일 사이에 고지하고, 간이과세 사업자는 고지한 금액을 7월 25일까지 납부해야 한다. 당초에 간이과세자로 등록했으나 거래 상대방이 세금계산서를 요구하거 나 기타 사정에 의해 일반과세자로 변경하고자 할 때는 변경하고자 하는 달의 전달 말일까지 <간이과세 포기신고서>를 제출하면 된다. 그러나 한 번 간이과세를 포기하면 3년간은 다시 간이과세를 받을 수 없기 에 충분히 검토한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

+ 048


www. coffeespace.co.kr

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

COFFEE SPACE + 049


알림

월간 <COFFEE SPACE> 의 주인이 되어 주세요 독자 여러분, 지난호는 잘 보셨나요?

이제 걸음마를 뗀 월간 <COFFEE SPACE>는 아직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식상한 말일 수 있으나, 이는 그만큼 앞으로 채워지고 발전할 부분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한 걸음 내디딘 아이가 걷고 달릴 수 있는 건 아끼지 않는 격려와 도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월간 <COFFEE SPACE>는 늘 독자 여러분을 주인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보내주신 정기구독료, 전부 여러분께 돌려드리겠습니다.

매달 최선을 다해 실속 있는 내용으로 가득 찬 월간 <COFFEE SPACE>를 여러분 손에 쥐어 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월간 <COFFEE SPACE>의 주인이 되어 주세요.

정기구독 안내

- 1년 정기구독료(선납)는 70,000원입니다. - 정기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588-016547-01-059(기업은행, 예금주: 사단법인한국커피연합회)로 입금하신 뒤 연락 주십시오. 문의 : 월간 <COFFEE SPACE> 편집부. 02-547-5111. kca@koreacoffee.org 우)135-010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169(논현동, 4층) 월간 <COFFEE SPACE>

+ 050



Coffee culture

커피비경 《커피비경》은 저자 양선희가 2년 여 동안 전국 팔도를 발로 뛰며 찾아낸 22곳의 커피 명소를 엄선해 담은 책이다. 커피 하나만을 위해 연고도 없는 지역을 찾아 그곳에 뿌 리 내린 커피 명장들의 이야기와 번화하지 않은 지역임에도 늘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인기 카페들을 소개하며 저자는 각박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현대인의 마음속에 잠든 비경을 열어줄 열쇠로 커피를 권한다. 정리 최영희

신의 커피를 만나다

몇 해 전,《힐링 커피》를 출간한 저자는 사람 마음을 어루만지는 커피하우스에 대한 고찰을 시작했다. 《커피비경》의 집필을 본격적으로 구상 후 직접 커피 하우스 발굴에 나선 후 2년 여의 기간 동안 100여 개가 넘는 곳을 방문했다. 이 책에 소개한 커피 하우스는 세 가지 기 준으로 선별했다. ▲지역: 서울을 제외한 팔도 커피 하우스다. 이미 많은 곳에 소개된 도심 커피 하우스를 제외하고 각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데에 중심을 뒀다. 또 한 익히 알려진 곳보다 이제 인지도를 쌓으며 성장하는 곳을 우선으로 했다. ▲장인 정신: 원두를 공급받지 않고 직접 생두를 로스팅 하고 핸드드립 커피를 만드는 곳을 골랐다. 커 피의 장인 정신은 로스팅과 핸드드립에서 꽃 피울 수 있다. ▲교류와 소통: 카페를 찾는 손 님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과 교감하며 소통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카페. 커피 맛은 원두 와 기계뿐만 아니라 주인장 품격으로 결정된다. 이렇게 만난 22잔의 커피를 몽(夢), 상(想 ), 향(香)이 조화롭게 깃든 ‘신의 커피’라고 저자는 회상한다. 커피, 사람, 풍경이 만드는 비경

“베니스에 가면 카페 플로리안이 있어. 거기 가면 네 명의 남자가 재즈공연을 해. 스윙재즈 와 어울리는 게 에스프레소야.” 그곳에 함께 간 친구의 얘기를 들을 때 나는 마치 미국의 한 광장 모퉁이에 있는 카페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순천에 와서 ‘아띠’의 재즈공연 을 본 여행자라면 분명 자기 삶터로 돌아가서 그 공간에 흐르던 재즈 선율과 피어나던 커피 의 향기를 낭만적으로 얘기했을 것이다. ‘아띠’는 그렇게 사람들 마음속에 잊을 수 없는 한 순간을 남긴다. -본문 중에서매월 마지막주 금요일이면 재즈를 비롯한 다양한 음악 공연을 만날 수 있는 전라남도 순천 로스터리 카페 아띠부터 거품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아홉 번을 끓이고 식혀서 먹는, 터 키식 체즈베 커피를 만날 수 있는 강릉의 쉼 카페, 지천으로 핀 꽃향기를 즐기며 커피를 마 실 수 있는 강화도의 매화마름, 100미터가 넘는 주상절리와 바닷가를 앞마당으로 둔 제주 도 카페 레드브라운까지 커피가 있는 곳에는 풍경이 있고 여유가 있다. 작가가 시인의 마음으로 바라보고 쓴 《커피비경》에는 커피를 대하는 사람의 마음과 그 곳 의 향취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봄날의 꽃이 꽃망울을 올리듯 아름답게 피어난 커피 이야기 양선희 지음 400쪽 16,000원 알에이치코리아

를 만나고 나면 잘 볶아 내린 한 잔의 커피를 마신 느낌이 들 것이다.

+ 052


COFFEE SPACE + 053


Interview

Q 바리스타는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사업 아이템을 찾던 중 청담동

를 들어, 30가지 종류 원두를 두 가지의 추출 방식으로 만들면 60가지 맛이

카페를 우연찮게 방문했다. 기존에 다니던 카페와는 뭔가 다른 분위

나오고 이를 두 명의 바리스타가 만든다하면 120가지 맛이 나올 수 있다.

기였는데 메뉴도 생전 처음 보는 것이 많았다. 핸드드립 전문 카페였

이처럼 뽑아낼 수 있는 맛은 무궁무진하다.

다. 그 매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빙 일만 하며 틈나는 대로

더불어 슬로우 푸드의 기본 이념처럼 커피 문화 역시 대량 생산의 산업화,

음료는 만드는 것을 구경했다. 쉽게만 봤었는데 실전에 돌입하자 기

기계화를 통한 맛의 표준화와 동질화를 지양하고 개성 있는 맛과 멋을 살

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커피가 나왔다. 그때부터다. ‘그래 한번 해보

릴 수 있는 핸드드립 커피는 이 시대가 원하는 커피라 생각한다.

자!’ 호기심 반 오기 반으로 시작했는데 하면 할수록 점점 난관에 봉착 했다. 당시에 지금처럼 커피 관련 서적이 많은 것도, 학원이 있는 것도

Q 젊은이들이 바라보는 핸드드립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외관부터 중

아니어서 독학으로 해내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사장님이 일본 방문

후함과 멋스러움을 풍기는 에스프레소 머신 이미지를 선호하는 젊은 친구

때마다 사다 준 서적을 보며 공부하고 커피가 맛있다는 집을 물어물

들은 핸드드립에 약간은 고집스럽고 오타쿠적인 느낌을 갖는다. 또한, 예

어 찾아다니며 마셨다. 아직까지도 완벽히 마음에 드는 맛을 찾지 못

전엔 핸드드립 전문 카페가 많지 않아 접근이 어려웠고, 일률적인 맛을 갖

했다. 답을 찾았다면 금방 그만뒀을지도 모른다. 하면 할수록 궁금증

는 대형 매장의 에스프레소와 달리 핸드드립 커피는 맛의 기준과 정답이

이 생기고 끝난 줄 알고 보면 새로운 것들이 발견돼 이 일을 멈출 수

없기에 마시는 사람이 그 맛을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을 어렵게 받아들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는 것 같다. 다양한 방법으로 추출해 많이 마셔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다

Q 묵묵히 한길을 열심히 달려왔다. 이 분야를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인

보면 내 입맛에 맞는 맛을 찾을 수 있다. 커피 역시 기호식품이기에 내가 좋

가. 처음부터 드립 전문점에서 배우다 보니 에스프레소 분야엔 큰 관심을

아하는 것을 찾는 일이라 생각하고 이론적으로 접근하려 하지 말고 즐겼으

두지 않았다. 로스팅까지 직접 하면서 생두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가 생겼

면 좋겠다.

고 계속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들이 더 많아졌다. 간혹 주위 칭찬에 다른 분 야에 대해서도 욕심은 났지만 눈을 돌리지 않았다.

Q 바리스타 외에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자격증 심사 활동과 문화센터 수

이 일을 하면서 성격도 바뀌었는데 에스프레소처럼 여러 동작이 필요한 메

업을 나가고 있다. 핸드드립과 바리스타 수업을 하는데 바리스타 수업은

뉴가 아니고 집중을 요하는 메뉴다 보니 자연스레 집중력이 높아졌다. 또,

동작이 많기에 다들 재미있어 하는데 반해 드립은 수동적이고 정적인 수업

원래 굉장히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 서빙할 때는 문제 되지 않지만, 커피

이라 다소 지루해한다. 초반엔 물줄기 하나 붓는 것조차 힘들어 할 정도로

를 직접 내리다 보니 손님이 자연스레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처음엔 무척

어려워하다가 회차가 거듭할수록 흥미를 갖는다. 직접 만든 커피라는 인식

낯설고 힘들었지만 한두 마디씩 이야기 하다 보니 성격도 점차 외향적으로

을 하면서부터 맛을 음미하고 본격적으로 핸드드립의 매력에 빠져든다.

변하게 됐다.

Q 선호하는 커피는 무엇인지. 본인 이름을 건 커피를 하고 싶지 않은 Q 핸드드립의 매력이 무엇인가. 카페에서 일할 때는 메뉴마다 일정한

지. 신맛 위주의 커피보다 쓴맛이 강하고 남들이 진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맛을 내야하니 기준이 되는 맛에 맞췄지만, 일 하면서 나만의 커피 맛을 찾

바디감 있고 묵직한 느낌의 커피를 좋아한다. 특히 과테말라를 좋아하는데

아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생두 선택부터 로스팅 과정, 추출까지 직접 컨

약하게 볶으면 신맛이 강한 커피지만 조금 강하게 볶아서 쓴맛을 즐긴다.

트롤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또한 수제 방식이기에 만드는 사람

내 이름을 건 카페를 목표로 정한 시기는 50대가 지나서다. 커피 또한 세월

의 마음과 정성에 따라 상대 기호를 고려한 맞춤식 커피를 만들 수 있다. 예

을 이겨낸 사람이 만들어야 숙성된 맛이 나올 거 같아서다. 어찌 보면 지금 까지는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맛을 흉내 내거나 내가 좋아하는 맛 위주로 커피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앞으로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온 전한 나만의 맛을 찾아내고 싶다.

Never Stop, Never End

바리스타 주형근 경력 15년차 바리스타 주형근(42세). 우연한 기회에 호기심으로 시작한 커피는 낯선 사람과의 대화에 진땀 뺄 만큼 내성적 성격이던 그를 외향적으 로 바꿨다. 또한, 국내 손꼽히는 핸드드립 전문가로 만들고 강단에 세웠다. 커피의 어떤 것이 그를 이토록 변화시켰는지 들어봤다. 글・사진 최영희

+ 054


www. coffeespace.co.kr

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Ⅰ

COFFEE SPACE + 055


Photo Essay

꽃은 꽃이다 글·사진 최영희

긴 시간과의 싸움을 이겨낸 아이들이 하나 둘 움 틔우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뜨린 아이에게 관심과 칭찬이 간다. 한창 고군분투하다 결국 꽃피우지 못하고 그대로 져버리는 아이에겐 냉담한 반응뿐이다. 양지에서 크고 자란 아이가 음지의 아이보다 먼저 싹 틔우고 꽃피우는 일은 當然之事. 못다 핀 아이를 책망하기엔 아직 이르다. 꽃을 피우건 피우지 못하건, 꽃은 꽃이다.

+ 056


COFFEE SPACE + 057


+ 058


화려한 자태보다 순간의 아름다움을 위해 홀로 버텨낸 기나긴 시간은 깊은 감동을 준다. 더불어 희망을 본다.

COFFEE SPACE + 059


형형색색 제각기 다른 모습이지만, 어울림이 있다. 돋보이려 하지 않기에 돋보인다. 세상 사는 이치도 그렇다. 사사로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조화를 만날 수 있다.

+ 060


COFFEE SPACE + 061


Origin

커피는 삶이자 신앙

커피의 본고장 에티오피아 커피의 탄생지,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 에티오피아는 지리적으로 멀고도 먼 나라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 특히 커피 인들이 느끼는 에티오피아와의 감정적 거리는 너무도 가깝다. 커피가 주는 친밀감이 그대로 전이돼서다. 글 홍정기 자료 제공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관

에티오피아인들에게 커피는 일종의 의식이다.

에티오피아 정식 국명은 에티오피아 연방민주공화국(The Federal Democratic Republic of

Ethiopia)이다. ‘에티오피아’라는 이름은 그리스어로 ‘혼혈인’ 또는 ‘태양에 그을린 얼굴(burned face)’이라는 뜻으로, 1931년부터 공식 국가 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 동쪽 끝에 코뿔소의 뿔처럼 튀어나와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이라고도 불리 며 해저 116m에서 해발 4,620m까지 분포된 지형을 이룬다. 중부 고원지대 평균 해발고도는 2,000~3,000m다. 커피가 주로 생산되는 고원지대는 아프로알파인Afro-Alpine 고산기후로 평균 기온이 16~22℃이 며 연중 기온 변화가 적은 반면, 저지대는 열대기후로 기온이 높고 습기가 많아 커피 재배에 어려움 이 있다. 우기와 건기로 나뉘고 연평균 강우량은 1,000~1,500㎜ 정도이나 지역에 따라 편차가 매 우 크며, 비는 대부분 우기인 6~9월에 집중된다. 그러나 최근 건기에도 비가 오는 등 이상기후가 나 타나 농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은 309억 달러, 1인당 국내총생산은 365달러다. 총수출액은 17억 2,000만 달러이며 주요 수출 품목은 커피, 원피原皮, 콩과 식물류 등이고, 총수입액은 69억 4,000만 달러로 주요 수입 품목은 곡류, 석유, 자동차 부품, 통신과 컴퓨터 장비 등이다. 주요 교역 국은 중국, 미국,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이다.

+ 062


1

2

1 2 산지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지닌 커피가 나오기에 에티오피아를 ‘커피 슈퍼마켓’이라 부른다.

다양한 커피를 가진 땅, 에티오피아

는 전체 35% 정도다.

에티오피아는 적도 근처에 위치해 커피를 재배하기에 최적의 환

최근 인기를 모으는 Garden 방식. 원래 Sidamo, Gedeo, south and

경을 자랑한다. 예가체프, 하라, 시다모로 대표되는 에티오피아

North Omo, Hararghe, Wolega and Gurage Zones 등 남쪽과 동쪽

커피는 10%만이 숲에서 자라 수확하는 반면, 35% 정도는 반 산

지역에서 주로 행했으나 지금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경작자 주거

림지역에서 재배한다. 산림 지역 땅은 낙엽이 만든 자연 퇴비가

지 인근에서 커피나무를 키운다. 1헥타르당 1,000에서 1,800그

풍부한데, 이러한 산림에서 고도의 유전적 다양성은 해충과 병원

루만 심는 저밀도 방식이며, 비료로는 오가닉 재료와 간작물

균의 자연적 균형을 만들어 내기에 인공 농약을 만들 필요가 없

(Intercrop)을 이용한다. 전체 생산량의 약 50%를 차지하는데, 어

다. 따라서 에티오피아에서 수출하는 커피 95%는 생산 과정에서

디서나 쉽게 경작할 수 있어 현재 증가 추세다.

화학 비료나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 자급자족하는 농민들이 생

Plantation 방식은 국가가 경매에 내놓은 땅이나 경매로 민영화한

산한다.

농장 또는 잘 관리된 소작농가에 의해 생산하는 방식이다. 국가

대부분의 에티오피아 커피는 남부, 남서부, 서부 그리고 동부 지

에서 권고한 씨 뿌리기, 모간거리, 덮기, 거름주기, 김매기, 가지

방에서 재배한다. 각 지방은 자신만의 뚜렷한 맛을 가진 커피를

치기를 시행하고 국가에서 소유한 농장만이 화학 비료와 제초제

생산하는데, 지역에 따른 다양한 재배 환경은 커피가 저마다의

를 사용하며 일반 농장은 금지하고 있다.

독특한 풍미를 지니도록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에티오피아 를 ‘커피 슈퍼마켓’이라 부르는 이유도 산지에 따라 다양한 특성 을 지닌 커피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를 자세히 설명하면 에티오피아에서는 Forest, Semi-forest, Garden 그리고 Plantation 4가지 방법으로 커피를 재배한다.

2012년 에티오피아 커피 주요 수출국과 수출액 순위

수출국

액수(달러)

1

독일

263,051,487

점유율(%) 28.4

2

사우디아라비아

131,170,876

14.2

Bale, West Wolega, Bench-Maji, Keficho-Shekicho, Metu and

3

미국

66,879,567

7.2

Jimma 지역 등 남쪽과 남서쪽에서 생산하는 Forest Coffee는 말 그

4

벨기에

66,834,652

7.2

5

일본

61,931,531

6.7

6

이탈리아

46,813,677

5.1

택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고 수확량을 늘리며 아로마를 향

7

프랑스

46,236,794

5.0

상시킨다.

8

수단

44,455,670

4.8

Forest와 Garden 방식의 중간 정도라 할 수 있는 Semi-Forest는 남

9

스웨덴

25,947,767

2.8

10

요르단

21,017,828

2.2

대로 천연 나무숲 그늘에서 자생시키는 것으로, 자연이 주는 혜

서쪽과 남부에서 재배하는 방식으로 햇빛과 그늘이 공존하는 곳 에서 잘 자라는 모종을 선택해 심는다. 일 년에 한 번 잡초를 제거 하면 병충해 등을 막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생산되는 커피

11

한국 전체

20,306,456

2.2

923,208,818

100 자료 :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관

COFFEE SPACE + 063


·월레가/네켐트 : 서부 지역에서 재배한다. 비교적 크기가 큰 월레가 원두는 과일 맛이 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푸르면서 갈색이 돌고 적당한 신맛과 바디감을 가지고 있다. 블렌딩용으로 쓰였으나 최근에는 그 자체의 특별한 풍미를 즐기고자 하는 이들이 늘면서 주문량이 크게 증가했다.

·레켐티/짐비 : 콩 크기가 큰 편이

·짐마 : 옛 명칭이 카파Kappa,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커피가

며 과일 맛이 나는 것으로 알려져

탄생한 곳이다. 와인 맛이 나는 짐마 커피는 에티오피아 내에

있다. 원두는 푸르스름하며 갈색 빛

서도 맛이 뛰어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이 돌고 좋은 신맛과 바디감이 장점 이다. 블렌딩용으로 주로 사용한다.

·리무 : 톡 쏘는 와인 풍미가 특징이다. 많은 로스터들에게 인기가 좋은데 그중에서도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 주로 찾는다. 좋은 신맛과 바디감을 가지고 있으며 워시드 리무 원두는 프리미엄 커피 중 하나 로 꼽힌다. 푸르스름하며 회색빛이 도는 중간 사이즈의 원두로, 리무 커피콩은 중간 사이즈에 푸른빛을 띠며 대부분 둥근 모양을 한다.

·하라 : 동부 고원지대에서 생산하는 하라 커피 원두는 중간 크기이고 푸르면서 노란색을 띤다. 중간 정도의 신맛과 풍부한 바디감 그리고 독특한 모카 향이 특징이다. 예가체프와 마찬가 지로 가장 품질이 좋은 프리미엄급 커피로 손색없다.

·예가체프 : 플로라라는 강렬한 향기를 지녔다. 워시드 예가체프는 고지대에서 재배한 최상의 커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섬세하고 좋은 풍미를 가진 예가체프는 프리미엄 커 피로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다. ·시다모 : 콩은 중간 사이즈이며 푸르스름한 회색빛을 지녔다. 균형 잡힌 맛과 좋은 향 으로 잘 알려진 워시드 시다모 커피는 달콤한 커피라고도 불린다. 적당한 신맛과 좋은 바 디감을 지녔으며 주로 남부 지방에서 생산한다. 고급 커피 블렌딩용으로 인기가 높다. ·베베카 : 낮은 신맛과 훌륭한 풍미가 특징으로, 블렌딩용으로 쓴다. ·테피 : 낮은 신맛과 좀 더 나은 풍미를 지녔으며, 로스터들이 블렌드 커피를 만드는 데 중요하게 쓴다.

※에티오피아 주요 커피 산지와 특성

+ 064


Coffee Ceremony in Ethiopia

1

4

2

3

1 제베나라는 둥근 바닥의 검은색 커피 주전자에 물을 끓인다. 2 생두 를 잘 달궈진 긴 손잡이의 납작한 팬에 올려 볶는다. 3 나무로 만든 작 고 무거운 절구(무케차)에서 나무나 쇠로 만든 제네제나라는 끝이 뭉툭 한 원통형 공이로 간다. 4 커피를 만든 사람이 잔에서 한 발 떨어진 곳 에서 커피를 따른다.

아라비카 커피 탄생지이자, 고품질 커피를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

화를 건넨다. 따라서 향의 좋고 나쁨은 세레모니를 평가하는 중요

한 에티오피아. 커피가 주요 수출품이기도 하지만 전 세계인들에

한 부분으로 여겨지고 있다.

게 사랑받는 커피 종주국이라는 에티오피아인의 자부심은 커피

그런 다음 커피는 나무로 만든 작고 무거운 절구(무케차)에서 나무

를 신성시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나 쇠로 만든 제네제나라는 끝이 뭉툭한 원통형 공이로 간다. 커피

스튜어트 리 앨런은 ‘커피 견문록’에서 오로모 족과 가리 족은 커

가 다 갈아질 때쯤 제베나 안의 물이 커피를 끓이기 알맞게 준비되

피를 마실 때마다 다음과 같은 기도문을 올렸다고 적었다. ‘커피

는데, 숙련된 사람일수록 분쇄와 물 끓이는 시각이 정확히 맞는

주전자는 우리에게 평화를 주고, 커피 주전자는 아이들을 자라게

다. 물이 준비되면 짚으로 만든 주전자 뚜껑을 걷어내고 그 안에

하며, 우리를 부자가 되게 하나이다. 부디 우리를 악에서 보호하

갈아놓은 커피를 넣는다.

여 주시옵고, 우리에게 비와 풀을 내려주시옵소서’.

커피가 완성되면, 작고 손잡이가 없는 도자기 잔이나 유리잔을

에티오피아인들에게 커피 세레모니는 삶의 일부다. 대화와 소통

사람 가까이 놓고, 커피를 만든 사람이 잔에서 한 발 떨어진 곳에

을 넘어 환대와 존경의 표시로 커피 세레모니를 여는데, 여기에

서 커피를 따른다. 끊기지 않고 일정하게 컵에 커피를 채우는 것

는 씻지 않은 생두에서부터 한 잔의 커피를 만들어 내기까지 모

이 가장 이상적이다.

든 과정이 포함된다. 먼저 커피 세레모니를 하는 장소를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사람이 많아도 불편하지 않은 집 안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고른 다음, 초대한 사람이 모이면 제베나라는 둥근 바닥의 검은색 커 피 주전자에 물을 끓인다. 그리고 정성 들여 깨끗이 씻은 한 줌의 생두를 잘 달궈진 긴 손잡 이의 납작한 팬에 올린다. 숯이나 작은 불 위에 팬을 놓고 생두 껍 질과 찌꺼기들이 빠지며 생두가 갈색이 될 때까지 정성껏 저어가 며 볶는다. 또는 검정빛이 돌고 생두 안에서 나온 기름으로 반짝 거릴 때까지 계속 볶는다. 커피 세레모니 내내 커피 타는 냄새가 기분 좋게 코끝을 자극하고, 주최자는 그 향을 손님과 나누며 대

COFFEE SPACE + 065


Origin

디바바 아브데타Dibaba Abdetta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

“커피는 소통의 도구이자 상호 존중의 표시” 커피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에티오피아에서 커피는 문화이자 산업이며 일종의 신앙과 같다. 디바바 아브데타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는 “커피는 사람 간 소통의 도구이자 상호 존중의 표시”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커피 문화에 큰 호기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인 아브데타 대사는 다가오는 서울커피엑스포 주빈국 참여로 두 나라 간의 커피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관에서 디바바 아브데타 대사를 만났다. 글 홍정기 사진 최영희

+ 066


먼저,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커피에 다양한 첨가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즐기는 이들이 특히 에티오피아 커피를 선호하는데요,

지역에 따라 커피에 들어가는 원료들이 다양합니다. 대표적으로

대사님이 보기에 에티오피아 커피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어떤 지방에서는 커피에 소금을 넣어서 먹고, 어떤 사람들은 아

에티오피아 날씨는 커피 재배에 매우 유리합니다. 대부분의 사람

무것도 넣지 않은 채 마시며, 또 어떤 사람은 꿀을 넣어 마시기도

은 아프리카가 항상 덥다고 생각하지만, 에티오피아에 와 보면 기

합니다. 부유하거나 도시에 사는 사람은 설탕을 넣기도 하지요.

온이 항상 12~25℃ 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에어컨이 전

심지어 어떤 이들은 버터를 넣어 먹습니다.

혀 필요 없지요. 에티오피아 커피를 특별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 은 남쪽, 동쪽 그리고 서쪽 지역 각각이 매우 다른 날씨를 보인다

오는 4월에 개최하는 서울커피엑스포에 주빈국으로 참여한다는

는 점입니다. 이것이 우리로 하여금 다양한 색감, 향, 맛을 가진 여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습니까?

러 종류의 커피를 재배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다른 커피 생산 국가와 가장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이 앞서 설명한 커피 세레모니, 의식입니다. 중국, 인도 예맨 등 많은 나라의 커피

에티오피아 국민에게 커피는 아주 특별하다고 들었습니다.

관련 전시회에 참여했을 때 가장 인기를 끌었고, 에티오피아 커

실제 어떻습니까?

피를 특별하게 해 준 것이 바로 이 커피 의식이었습니다. 이번 서

에티오피아는 커피가 처음 탄생한 국가입니다. 전 세계가 이 사실

울커피엑스포에서 전통 옷, 장식품들과 아름다운 에티오피아 여

을 알기에 많은 사람이 에티오피아를 찾습니다. 당연히 국민들이

인들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커피 의식을 통해 에티오피아의

커피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특별할 수밖에 없지요. 더불어 커피는

문화를 체험해 보길 권합니다.

우리의 주요 수출품입니다. 유럽, 아시아, 북미 등 애호가들은 본 고장에서 재배한 커피를 마시고 싶어 하기에 전 세계에서 우리 커

말씀하신 대로 여러 나라 커피 전시회에도 참여했고, 우리나라 외에

피를 수입합니다. 그래서 국가에서도 신경 써 관리하고 있습니다.

많은 다른 나라도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커피 산업을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에티오피아 국민은 커피 세레모니라고 특별한 커피 음용법이

한국 커피 산업을 굉장히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한국인 대부

있다고 들었는데요,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분이 커피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을 본

세계인에게 에티오피아가 유명한 이유 중 하나가 우리의 커피 의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메리카노, 라떼 등 종류는 달라도 한국

식입니다. 커피 세레모니는 단순히 마시기 위한 목적이 아닙니다.

인 주위에는 항상 커피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아시아 국가들이

커피는 사람 간 소통의 도구이자 상호 존중의 표시입니다.

차를 자주 찾았는데, 요즘은 커피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마시기 전에 세 번을 끓입니다. 이 과정이 한 시간 정도 걸리는데, 이 동안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서로의 근황을 묻고. 가족

끝으로 덧붙일 말이 있다면 해 주십시오.

이나 친구들에 대한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모두 그 시간 동안에

세계 어디를 가나 여러 문화들이 섞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

나눕니다. 도움이 필요하거나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에 대한 소

니다. 모든 나라에서 식음료 문화가 국제화돼 가는 상황으로 한

식도 들을 수 있겠지요. 에티오피아에서는 미팅을 제안할 때, 한

국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이 참여하고, 느껴보고 또 맛볼 수

국처럼 ‘같이 식사 한번 합시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바로 ‘커피

있는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마시자’고 하지요. 커피를 마시는 것은 사회적 상호 작용이며, 근

에티오피아는 전 세계로 고품질 커피를 수출합니다. 커피는 우리

본적으로는 사람을 불러 모으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커피

에게 매우 중요한 자원 중 하나이며, 커피 수출업체들에게 한국

는 소식을 주고받고, 문제를 해결하는 등 서로를 돕기 위한 행위

은 큰 기회의 장입니다. 적극적이고 똑똑하며, 항상 새로운 것에

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도전하기를 즐기는 한국인들이 에티오피아 문화를 체험하면서

커피 의식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은 바로 ‘향’입니다. 커피가

커피 비즈니스를 통해 더욱 굳건한 관계를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

끓여지는 동안 아름다운 분위기와 함께 커피 향이 집안을 가득

입니다. 감사합니다.

채웁니다. 에티오피아에서 커피를 드실 때는 컵이 뜨겁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그래도 데일 정도는 아니니 놀라 내려놓지는 마세 요. 커피를 제대로 즐기려면 온기를 그대로 느껴봐야 합니다.

COFFEE SPACE + 067


Origin

Dibaba Abdetta- The Ethiopian Ambassador to South Korea

“Coffee is an important tool for communication and an expression of mutual respect” In Ethiopia, a birthplace of coffee, coffee is a culture, industry and a religious belief. Dibaba Abdetta, the Ethiopian Ambassador to South Korea said “Coffee is an important tool for communication and an expression of mutual respect.” He adds that he is very interested in the coffee culture of Korea. Mr. Abdetta went on to say that he hopes Seoul Coffee Expo in which the honor country -Ethiopiaparticipates will trigger even more active coffee interchanges between the two nations : Korea and Ethiopia. We met with Mr. Dibaba Abdetta at Ethiopia Embassy in Korea. Written by Hong Jeong-gi Photographed by Choi Young-hee

+ 068


First of all, thank you for allowing us for interview. In Korea, coffee lovers particularly prefer Ethiopian coffee to others. What do you think the merits of Ethiopian coffee?

The weather of Ethiopia is the key factor. factor Most people would think that Africa is a continent with hot temperature in all seasons, which is not in fact. When you visit the country, country the ℃ normal temperature is between 12 to 25 . In Ethiopia, you don't need an air conditioner thanks to its good weather. weather What makes Ethiopian coffee more special is that whethers in southern, eastern and western areas are very different from each other Thanks to the unique features of the weather, other. weather Ethiopian people can produce a variety of coffee with different colors, aromasandflavors. I heard that coffee is very special for Ethiopian people. Is that true?

Ethiopia is the birthplace of coffee. The whole world knows that and this is the reason for such many people visiting the nation. Ethiopian people have special feelings for coffee for sure. Not only that, coffee is our major export. Coffee lovers in Europe, Asia and North America want to drink coffee made of coffee beans from the birthplace. So many nations around the world import our coffee, which is the reason why we take much attentiononproducingandmanagingqualitycoffeebeans. I heard that Ethiopian people has their special way of drinking coffee. Can you tell me about it?

One of the reasons for the popularity of Ethiopian coffee is our ritual for coffee, or a coffee ceremony. The purpose of the ritual is not only for drinking it. It shows that coffee drinking is a means for communication and an expression of mutual respect. Before drinking coffee, we brew it three times, which takes about one hour. During this hour, we have so many conversations with our friends and family members. We ask each other's news and hear news about people in need of help or in trouble. In Ethiopia, when we want to make an appointment with someone, we don't say ‘Let's have a meal sometime’ as people do in Korea. Rather, we say ‘Let's drink coffee sometime.’ Drinking coffee is a social communication and has an objective of drawing people for conversation. Coffee is a means for communication and helps to solve each other's problems. Another important element in coffee ceremony is 'aroma.' While coffee is being brewed, the beautiful aroma of coffee fills the entire house. When you drink a cup of coffee in Ethiopia, you

should remember that the cup is quite hot, but not to the extent that you get burned. To truly enjoy and appreciate coffee, you need to feel the warmth. I heard that there are a variety of additives in your coffee.

It depends on regions. In one region, they add salt to coffee. Some people in other regions do not put anything in it. Others put honey into it. Rich people or those living in urban area put sugar in it. Some people even add butter in their coffee. I heard that you will join Seoul Coffee Expo which will be held in April as a representative of an honor country. What kind of programs are you planning?

What differentiates us from other coffee-making nations is the coffee ceremony, or ritual. I participated in many coffee-related fairs in China, India and Yemen and Ethiopian coffee was the most loved. The main factor for the popularity is the coffee ceremony. You will be able to see our traditional costumes, accessories and beautiful Ethiopian women at the event. Please experience our beautiful culture yourself. As you said, I heard that you joined many coffee fairs and visited a lot of countries. What was the most impressive feature of the coffee industry of Korea?

I am very interested in the coffee industry of Korea. It seems that most Koreans like coffee and I cannot find someone who doesn't drink it. The coffee of their liking may differ -Americano or Latte- but they are always with a cup of coffee. In the past, people in Asian nations preferred tea but now, it seems that they love coffee more than before. Do you have anything to tell us more?

We can see a mixture of cultures wherever we go. Nowadays, both food and beverage are getting internationalized in any country and Korea is not the exception. This is the right timing to experience it- feel and taste our coffee. Ethiopia exports its high quality coffee to the rest of the world. Coffee is one of our core resources and Korea is an important market with a huge potential for coffee exporters. I was surprised how active, smart and passionate the Korean people are. I wish Korean people would experience the coffee culture of Ethiopia and hope that we maintain our firm mutual tie through the coffee business. Thank you.

COFFEE SPACE + 069


Focus

세계 최대 젤라또 전시회

2014 리미니 국제박람회(Sigep)를 가다 세계 최대 젤라또, 아이스크림 전시회인 리미니 국제박람회가 지난 1월 열렸다. 세계 관련 산업 트렌드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전시회의 생생한 모습을 담았다. 글 최근표 교수(강원도립대학 식품가공제과제빵과 학과장) 사진 이규화(Coffee Start)

PRODUCTION OF GELATO, PASTRY, CONFECTIONERY AND BAKERY)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매년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젤라또, 베이커리, 초콜릿, 커피 박람회인 Sigep에 가기 전, 암스테르담을 경유한 비행기에서 내려 수상 도시 베네치아를 관광하고 피렌체Firenze(영 어 이름 Florence)에 여정을 푼다. 박람회의 도시 리미니에서 열린 35회 Sigep 피렌체에서 기차를 타고 리미니로 향한다. 역에 내리자마자 35회 Sigep을 알리는 광고와 거대한 분수가 일행을 맞는다. 전시회는 28개 전시홀이 A,

B, C, D 구역으로 나뉘어 젤라또와 아이스크림이 전체 5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베이커리, 커피, 디저트, 데코레이션 등이 차지한다. 북부 산악지대, 중남부 비옥한 토양과 온난성 지중해 기후로 식재료가 풍

이탈리아 바리스타 챔피언십이 개최된 박람회장 입구 정면은 각종 대회를

부한 나라 이탈리아 일정은 비행기 티켓을 예매한 지 3개월의 기다림 끝에

위한 공간이다. 우리나라 강릉 커피축제 기간 중 전국학생바리스타대회

1월 17일 새벽 0시 30분에 시작됐다. 에스프레소, 피자, 젤라또, 다양한 요

(CAEA Barista Awards) 조직위원장을 경험한 필자로서는 3개의 대회 테

리, 퓨전, 열정, 세계문화유산, 로마, 베네치아, 피렌체, 바티칸, 나폴리 등

이블과 음향, 영상 그리고 계단식 관중석 등이 부러울 뿐이다.

평소 나를 흥분하게 했던 단어들을 품고 유럽행 비행기에 오른다.

먼저 제과제빵 전시홀로 발길을 돌린다. 유명 제과 장인들 사인이 있는 전

지난 1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이탈리아 리미니에서 열린 35회

문도서를 판매하는 입구를 지나 디스플레이가 뛰어난 홀로 들어서자 초콜

Sigep(35th INTERNATIONAL EXHIBITION THE ARTISAN

릿 세미나가 한창이다. 박람회장에서 발걸음을 오래 멈추게 한 두 가지는

박람회장 입구 정면에서 이탈리아 바리스타 챔피언십이 열리고 있다.

+ 070


전시회는 28개 전시홀이 A, B, C, D 구역으로 나뉘어 젤라또와 아이스크림이 전체 5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베이커리, 커피, 디저트, 데코레이션 등이 차지한다.

대형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이동식 주방과 피자 대회다. 거대한 박스 카

적으로 돌아본다.

안에서 정식 주방 유니폼을 입고 분주히 움직이는 쉐프들을 통해 Sigep을

커피만 있는 게 아니다. 이탈리아 식사에서 빠지지 않는 프로슈토Prosciutto

대하는 참가 사들의 열정을 엿본다.

가 눈에 들어온다. 햄을 지칭하는 프로슈토는 살루미Salumi 일종으로 돈

바쁘게 시선을 움직이며 멈춘 곳은 피자 대회가 열리는 작은 코너다. 큰 대

육을 자연 숙성시켜 만든다. 특히 중북부 지역에서 애용하며 종류가 다양

회는 아니지만 다양한 재료들을 활용해 즉석에서 피자를 굽는데, 지역 특

하고 빵이나 과일, 채소와 잘 어울려 여러 요리에 응용된다. 에피타이저

산물을 활용한 음식 세계화에 평소 관심이 컸던 터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 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모든 빙상 종목이 강릉에서 열린다.

Appetizer나 샐러드, 파스타에도 빠지지 않는다. 그중에서 익히지 않은 프 로슈토, 퓨로스토 크루또Crudo는 이탈리아 햄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커피 도시 강릉에서 생산되는 지역특산물(농, 수산)

지 뒷다리만을 엄선해 만드는데, 그 맛이 정말 일품이다.

을 카페(레스토랑), 호텔, 숙박업소 등 외국인에게 어떻게 소개할까 고민하

다음 전시장은 카페에 필요한 테이블, 의자, 소품들로 가득하다. 시간이 부

던 차에 피자 대회를 통해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다.

족해 브로슈어를 챙기는 것으로 대신하고 다음 전시장으로 향한다. 초콜릿

도우가 얇고 바삭거리는 이탈리아식 피자Pizza, 빵 사이에 고기나 살라미,

냄새로 꽉 찼다. 초콜릿 공예, 봉봉 초콜릿, 디저트, 빵 등이 관람객을 맞는

치즈, 샐러드 재료를 넣어 먹는 샌드위치 일종으로, ‘Worker food’ 또는

다. 전시 관계자, 관람객 모두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한 전시 공간이다. 넉넉

‘Worker bread’라고도 불리는 파니니Panini 등은 분명 좋은 예가 될 것이다.

한 공간은 언어가 서툰 이방인에게 여유로운 시간을 준다. 그리고 이동식 카페들이 모인 공간이다. 강릉문화예술회관에서 무료 카페

에스프레소와 잘 어울리는 부드럽고 달콤한 젤라또

를 운영했을 당시 이동이 어려워 고생했던 경험이 이 전시장에 깊은 관심

전시홀이 크고 넓다. 점심까지 거른 체 전시장 입구에서 왼쪽으로 향하자

을 갖게 한다. 카페로 개조한 차량뿐만 아니라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손

커피와 젤라또가 전시된 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A1에는 다양한 커피 브

수레, 자전거, 바이크, 트럭 등 각종 아이템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 어떻게

랜드들이 바이어들과 상담 중이고 옆에서는 멋진 바리스타들이 에스프레

하면 좁은 내부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것인가를 고민한 흔적과 그 결

소 추출에 여념이 없다. 커피도 많고 사람도 정말 많다. 군중을 비집고 들어

과물이 대단하다.

가 에스프레소 한 잔을 들이켠다. 바디감이 진한 좋은 커피를 몇 잔 마시니

마지막 전시장에 다다른다. 회사마다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아이스크림

정신이 번쩍 든다. 이제 커피와 관련한 모든 것이 펼쳐지는 전시장을 본격

전시관이다. 거대한 카페를 방불하게 할 정도로 큰 규모만큼 많은 사람으

COFFEE SPACE + 071


+ 072


유럽을 포함한 북반구 아이스크림 시장은 5월부터 성수기이기 때문에 이에 맞춰 리미니 박람회는 1월에 열린다.

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대표적인 아이스크림 회사 Mec3를 비롯한 거의 모

그리고 라자니아는 넓고 얇다. 파스타에 들어가는 소스로는 모시조개와 올

든 관련 회사에서 신메뉴 쇼케이스에 열을 올린다. 색소에 특히 관심을 가

리브유로 만든 봉골레Vongole, 크림, 치즈 등으로 만든 카르보나라

지고 본다. 일반 식품 분야에서는 천연색소 시장은 아주 크다. 아토피성피

Carbonara 등이 있다.

부염과 같은 피부 질환은 경험한 이들이라면 첨가물에 대한 공포가 대단하

빵도 빼놓을 수 없다. 가늘고 긴 막대 모양의 그리시니Grissini는 나폴레옹

다. 그래서 날로 천연색소 시장이 성장한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이스크

이 즐겨 먹었다고 해서 ‘나폴레옹 지팡이’라는 애칭을 지녔는데, 수분 함량

림 시장을 독점하는 우리나라에서 작은 카페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런

이 적어 딱딱하지만 담백하고 짭조름한 맛이 특징이다. 제빵용 밀가루에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각종 곡물이나 향신료를 넣어 만든 건강식으로 이탈리아인들은 메인 요리

소프트 아이스크림, 일반 아이스크림, 젤라또 세 가지 엄연히 다르다. 이탈

가 나오기 전 와인과 함께 가볍게 즐긴다.

리아 전통 아이스크림인 젤라또는 다른 아이스크림에 비해 쫀득쫀득하고

앞서 설명한 샌드위치 일종인 파니니Panini에는 이탈리아식 바게트인 치

부드럽다. 인공색소나 첨가물을 넣지 않고 과일 같은 천연 재료를 쓰는 것

아바타나 로제타를 주로 쓴다. ‘납작한 슬리퍼’란 뜻의 치아바타Ciabatta는

도 큰 차별점이다.

길쭉한 모양에 거친 맛을 지녔다. 한편 로제타Rosetta는 가장 인기 있는 주

왜 리미니 박람회는 1월에 열리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릴까. 북반구 아이

식용 빵으로 짭짤한 맛이 나며, 빵 표면에 장미꽃 무늬가 만들어져 나오기

스크림 시장은 5월부터 성수기이기 때문이다. 5개월 전인 1월에 모여 재료,

에 붙여진 이름이다.

시장 동향, 트랜드 등 모든 정보를 한 곳에서 접한 후 1년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탈리아인들은 전통적으로 하루에 다섯 번 식사를 한다. 콜라치오네

들어간 포카치아는 살짝 짭짤한 황금빛 겉껍질에 부드러운 속살을 지녔으

Colazione라 부르는 아침 식사는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때우는데, 먹 는다 해도 크루아상이나 크리오슈 같은 빵 한 조각이 전부다. 오전 11시를 전후해 간식으로 먹는 빵을 스푼티노Spuntino라 하고, 점심 식사를 일컫 는 프란초Pranzo는 시에스타Siesta(낮잠)로 상점이 문을 닫기에 집이나 회 사 근처에서 해결한다. 그리고 오후 4시경 메렌다Merenda라고 해서 또 간 식을 먹는다. 낮잠 후 오후 업무가 시작하면 거리의 Pizzeria에서 조각 피자

며, 질감은 지방마다 다양하고, 향미도 어떤 재료를 쓰느냐에 따라 다르다.

를 먹거나 집에서 구운 케이크와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저녁 식사인 체나

이탈리아 하면 역시 밀가루로 만든 이탈리아 국수, 파스타Pasta다. 크게 스

Cena는 온 식구가 모여 집에서 먹는다.

파게티Spaghetti, 마카로니Macaroni, 라자니아Lasagne로 나뉘는데, 스파

피렌체 새벽 공기를 맞으며 두오모 성당 앞 카페에서 즐긴 콜라치오네는

게티는 가늘게 뽑은 것이고 마카로니는 동그랗고 속이 비어 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 온다.

미식가의 나라 이탈리아 대표 음식 대표 음식 피자는 해산물을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이탈리아 남부에서 밀가 루 반죽에 올리브와 소금, 간단한 허브를 섞어 구워낸, 이탈리아 서민이 즐 겨 먹던 포카치아Focaccia 빵에서 유래했다. 잔물결 모양으로 옴폭 옴폭

COFFEE SPACE + 073


연속 기획 ②

Coffee of Korea + 074


월간 <COFFEE SPACE>가 창간을 맞아 우리나라 커피 산업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되도록 쉽게 접근하고자 합니다. 이번 호는 두 번째 순서로 원두커피 시장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우리나라 원두커피 시장 현황과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른 곳을 찾아보고 국회의원과 일반인을 만나 커피가 그들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076

브레이크 없는 원두커피 시장

078

틈새시장 공략에 나선 원두커피

080

원두커피, 세상을 향해 나아가다 ① 민주당 진선미 의원

082

원두커피, 세상을 향해 나아가다 ② 일반인 20명에게 물었다

COFFEE SPACE + 075


연속 기획 ②

브레이크 없는 원두커피 시장 성장 여력 충분, 좀 더 대중을 파고들어라 모두가 “커피 시장이 포화에 이르렀다”고 했지만 원두커피 시장은 지금 도 성장 중이다. 여전히 인스턴트커피가 주를 이루지만 원두커피는 조 금씩 영역을 넓히며 세를 불리고 있다. 원두커피 시장 성장 이유는 무엇 이고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봤다. 글 홍정기 사진 최영희

2006년 커피 전문점 수가 1,600개에 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관련 업계 를 포함한 모두가 이제 커피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새 로운 출구를 찾아야 한다고 했고 이렇게 무분별하게 성장하다가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해, 2010년 말 그 수는 6배 이상 증가한 9,400개 를 넘어서고 있다. 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대형 프랜차이즈 상위 6개 사(카 페베네, 엔제리너스, 스타벅스, 할리스, 탐앤탐스, 커피빈) 매장 수는 2010 년 1,893개에서 2011년 9월 2,425개로 늘었다. 불과 9개월 만에 이들은

600개가 넘는 신규 매장을 오픈한 것이다. 같은 기간 폐점한 숫자를 포함 하면 신규 매장 수는 훨씬 뛰어넘었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이렇듯 우리나라 원두커피 시장은 겉으로 드러난 것 이상으로 예상치를 벗 어나고 있다. 어떤 전문가의 말처럼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성장 추세가 최 근 전체적인 경기 상황과 역행한다는 점”이다. 즉,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커피를 마시는 인구는 전혀 줄지 않고, 창업 시장에서도 커피 전문점 인기가 식지 않는다는 것이다. + 076


일반 캔 커피와 프리미엄 캔 커피는 매출이 2007~2009년 2,280억 원에서 2년 동안 28% 증가했고, 커피 전문점 주요 5개사의 매출은 2007년 2,600억 원에서 2009년 4,500억 원으로 73% 이상 크게 늘었다.

놀라운 원두커피 시장 성장, 이유는?

원두커피 시장 확대, 일반 사무실에 넣어라

경기 분당에 거주하는 김재연(32세, 여, 직장인) 씨 지갑에는 여러 커피 매

커피숍만큼 편하고 안락하게 맘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없으니까요.”

2010년 우리나라 국민들은 약 228억 잔의 커피를 마셨는데, 이는 한 사람당 1년 동안 약 452잔의 커피를 마신 것이다. 관련 조사에 의하면 이 중 약 85% 가 인스턴트커피였고, 원두커피는 5%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 88%, 일본 59%에 비하면 턱없이 떨어지는 수치다.

‘2011 대한민국 소비지도’를 보면 일반 캔 커피와 프리미엄 캔 커피는 매출

그렇다면 미국, 일본만큼은 아니더라도 원두커피가 대중에게 더욱 접근하게

이 2007~2009년 2,280억 원에서 2년 동안 28% 증가했고, 커피 전문점

하는 방법은 없을까.

주요 5개사의 매출은 2007년 2,600억 원에서 2009년 4,500억 원으로

위의 같은 논문은 서울과 경기 분당에 거주하는 성인남녀 428명(여자 222

73% 이상 크게 늘었다. 경기 악화로 주머니 사정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여

명, 남자 206명)을 대상으로 45일간 커피 음용도 및 기호도, 원두커피 소비

러 언론 경제면 타이틀을 지배하는 동안에도 커피 시장은 고급화로 나아가

형태 조사 등을 설문 조사해 ‘원두커피 활성화’를 위한 ‘최적의 마케팅 방안’을

고 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소비지도는 ‘우리나라 커피 시장의 급격한 확

내놨다.

대는 개별 상품으로서의 커피 제품의 판매보다는 커피 전문점 브랜드 점의

▲가장 먼저 마케팅 대상은 직장에서 종업원 복지를 담당하는 임직원들이

수적 증가와 매출 증가가 견인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한다.

며, 지금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원두커피를 즐기도록 사무실에서 쉽고 편하

우리나라 유명 맥주 업체에 근무하는 김재욱(36세, 남, 서울 반포동) 씨 또

고 (가격)부담 없이 추출할 수 있는 다양한 기구나 기계 보급이 필요하고 ▲

한 커피 마니아다. “아예 술을 마시지 않거나 먹더라도 예전같이 과음하는

신선하고 저렴한 원두를 직접 로스팅해 공급하는 로스팅 하우스 혹은 커피

친구가 적어 만나면 커피숍을 자주 가게 돼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남자들

전문점이 늘어야 하며 ▲편리한 추출 도구 공급 확대와 캡슐, 티백 등 편의성

끼리 무슨 커피냐 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저도 그렇고 다들 아무렇지 않게

이 향상된 다양한 제품 공급이 필요하며 ▲특유의 향과 맛 이외에도 건강에

생각해요.”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호서대 벤처전문대학원 임봉수는 ‘국민건강을 위한 원두커피 활성화 방안’

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장의 쿠폰이 꽂혀 있다. 회사 근처, 집 주변, 주요 모임 장소에 있는 프랜차 이즈 매장으로, 그는 틈만 나면 커피를 찾는다. “또래가 다 그런 것 같아요.

이라는 논문에서 우리나라 원두커피 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이유를 그 간 여성 전유물로 여겼던 커피 전문점에 남성들 출입이 잦아진 것에서 찾

마케팅 믹스 요소별 우선순위

았다. “커피 전문점 호황은 매장 내 무선인터넷 등의 서비스 제공이나 공정무역 캠페인 등 도시 남녀의 예민한 트렌드Trend 변화를 발 빠르게 읽고 대응한

1순위

사무실에서 사용이 편리한 제품 공급 확대 및 직장인 다양하고 저렴한 추출 들, 특지 직원 복리 후생을 결정하는 회사 주요 경영진 기구 보급 확대. 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강화.

유통 수단

2순위

원두를 로스팅해 판매 하는 커피 전문점 확대.

제품

3순위

스타일과 편리성 강화 한 제품 확대.

■커피 종류별 매출 실적 구분

인스턴트커피

커피 믹스

커피 음료

원두커피

금액

증감률

금액

증감률

금액

증감률

금액

증감률

2007

1,357

3.4

7,004

15.8

2,859

68.7

350

12.2

2008

1,464

7.9

8,454

20.7

3,665

28.2

395

12.9

2009

1,510

3.1

9,509

12.5

5,371

46.5

455

15.2

자료: 식품유통연감(2010), 단위: 억 원

시장 세분화 전략(STP)

가격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남성 고객 수가 5~10%에서

30~40% 수준으로 올랐다는 점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안

홍보

4순위

원두커피만의 맛과 향 그리고 커피가 소비자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인 영향에 대한 적극적 인 홍보.

- 성별과 나이별로는 50대 이상 여성, 직업별로는 전 업주부나 학생을 대상으로 원두커피만의 고유한 향기 를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 수립. - 나이별: 50대 이상과 40대 순으로 원두커피가 주는 건강 요소를 중심으로 홍보 강화. - 직업별: 전문직을 대상으로 원두커피 홍보 강화. - 소비자 유형별: 피로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소비 자를 대상으로 원두커피 홍보 강화. - 주로 마시는 커피 유형별: 주로 원두커피나 믹스커 피를 마시는 사람을 대상으로 원두커피가 주는 건강 효과 홍보. 자료: 임봉수 ‘국민건강을 위한 원두커피 활성화 방안’

COFFEE SPACE + 077


연속 기획 ②

커피와 젤라또 ‘국시등심 1993’

틈새시장 공략에 나선 원두커피

원두커피가 새로운 시장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소 형 자판기 믹스커피가 전부였던 음식점이 원두커피를 만나 톡톡한 효 자 노릇을 한다. ‘국시등심 1993’을 통해 원두커피 시장의 또 다른 진출 로를 모색해 본다. 글 홍정기 사진 최영희

초기 투자비용 부담보다 얻는 게 더 많다 식사를 마친 손님이 계산을 하러 나서자 직원이 묻는다. “커피 드릴까요? 젤라또 드릴까요?” 직장 동료로 보이는 일행 중 몇은 아메리카노, 나머지 는 젤라또를 손에 들고 밖으로 나선다. “솔직히 밥값만큼 하는 커피 값이 부 담이긴 하죠. 저녁에 친구를 만나면 커피를 꼭 마시는 편인데 점심때까지 점심시간, 서초동 국수 전문점 ‘국시등심 1993’은 손님으로 꽉 찼다. 문을

커피에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기가 쉽지 않아요.”

연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음에도 어느새 입소문을 타고 문전성시다. 서울

점심에는 회사 믹스커피를 주로 마셨다는 이 손님은 국수가 생각나거나 간

남부터미널에서 고속버스터미널을 잇는 대로변에 있다고 하나 건물이 안

단히 요기를 때우고 싶을 때면 ‘국시등심 1993’을 찾는다. 커피값(점심값)

으로 깊숙이 들어간 형태여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렇게 단시

으로 식사(커피)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에 큰 인기를 끈 데에는 커피와 젤라또가 한 몫 단단히 했다.

‘국시등심 1993’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을 놓고 젤라또 기계를 놓은 것은 손

“요즘 직장인들뿐만 아니라 주부들도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는 데 비용

님들에게 한 차원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들은 음식

이 만만치 않거든요. 그런데 저희 음식점에서는 어떤 메뉴를 드시더라도

점 인테리어 격을 높이는 데에도 큰 보탬이 된다. 근사한 커피 머신과 젤라

커피나 젤라또를 무료로 드리니 많이들 좋아하세요.”

또 기계를 흔하디흔한 다른 음식점의 미니 커피 자판기와 비교할 수 없는

+ 078


1

2

3 4

5 6 1 2 3 5 6 모든 손님에게 커피나 젤라또를 무료로 제공하는 ‘국시등심 1993’. 입소문을 타고 손님이 크게 늘었다. 4 점심을 마친 한 손님이 커피와 젤라또를 들고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노릇이다. 앞선 손님 역시 “커피 전문점에서 본 기계가 있으니 뭔가 한층 고

해서는 불특정 다수 고객의 공통 심리를 충족시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

급스러워 보여요”라면서 “다른 국숫집과 같은 돈을 지불하고서도 왠지 더

하면서 무엇보다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성공한다고 조언한다.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 좋아요”라고 말했다.

‘국시등심 1993’처럼 국수와 커피를 접목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 이탈리아 정

그러나 음식점주 대부분은 에스프레소 머신과 젤라또 기계 구입비용이 만

통 젤라또를 카페에서 즐길 수 있게 해 커피를 즐기는 않는 소비자까지 고객

만치 않아 일반 음식점에서 이를 갖추기란 현실상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층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곳이 있고, 키즈카페와 방방놀이터를 접목한 어떤

이에 대해 ‘국시등심 1993’ 교대점 매니저는 “의지와 고객 서비스의 문제”

업체는 방문객에게 원두커피와 아이스크림을 서비스해 큰 호응을 얻는다.

라고 잘라 말한다. 초기 투자비용 부담만 감수하면 충분히 그 값을 한다는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이 외식으로 즐기는 고깃집에서도 심심찮게 에스

것. 매니저는 “전문점 커피값이 비싼 이유는 오직 커피만으로 이익을 내야

프레소 머신을 만날 수 있다.

하기 때문인데 음식점은 사정이 다르잖아요. 머신을 놓는다고 해서 임대료

원두커피 제조, 유통, 판매 전문 업체 커피인커피 김영식 대표가 지난해 문을

나 인건비가 올라가지 않으니까요”라고 말하면서 “커피와 젤라또 재료비

연 국밥 전문점 ‘부산아지매국밥’은 ‘국시등심 1993’과 유사하게 식사를 한

부담이 크지 않기에 이로 인해 얻는 고객 확보와 이미지 개선 등을 고려하

고객에게 원두커피를 무료로 제공한다. 오픈 후 지금까지 꾸준한 매출 증가

면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봐요”라고 전했다.

를 기록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로 김영식 대표는 ‘전문 바리스타가 제공하는 커피’를 꼽는다.

새로운 활로, 틈새시장을 노려라

국수와 커피, 국밥과 커피, 고기와 커피. 어찌 보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

커피 전문점은 예비 창업자들이 가장 많이 도전하는 장場이다. 어떤 업종보

만 이는 커피가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반증이고 그래서 원두커피 시장

다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그만큼 실패하는 사람도 많다. 기획재정부가

의 확장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더 많은 시장이 원두커

지난해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외식업 창업 대비 폐업률은 94.3%에 달해

피를 기다리고 있다.

실패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 관련자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

COFFEE SPACE + 079


연속 기획 ②

원두커피, 세상을 향해 나아가다 ① 민주당 진선미 의원

“자격증, 국가 역할 찾아야” 금융사들 개인 정보 유출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지난달. 모두가 금융 사의 개인 정보 관리 소홀에 분노할 당시,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그로 인해 억울하게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비정규직 TM 종사자들을 찾 았다. 그는 언제나 이랬다. 고통받는 서민 편에 서서 억울함을 듣고 같 이 분노하고 그들을 보듬었다. 마치 영화 속 ‘변호사’처럼. 그런 그는 커 피 애호가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하루에 네다섯 잔씩 마셔야 일이 풀 린다. “예민해서 커피를 잘 마시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고 하는데” 그는 “전혀 그런 걱정 안”하고 마신단다. 어릴 적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억하 게 하고, 처음 찾은 미국 땅을 기억하게 하는 커피는 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진선미 의원을 만났다. 글 홍정기 사진 최영희

Q 커피 좋아하나요? 그럼요, 잘 먹어요. 무척 좋아하지요. 예민해서 커 피를 마시면 잠이 안 온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데 전 안 그래요. 가진 돈 이 별로 없던 고시 공부 시절, 용돈을 받으면 추리닝을 입고 고시촌에서 내 려와 커피부터 사러 갔어요. 한 박스에 스무 개가 든 커피를 들고 올라갈 때 그 행복감이란 말로 할 수 없었지요. 지금도 많이 마실 때는 하루에 네다섯 잔씩 마시곤 한답니다.

Q 특별히 좋아하거나, 요즘 즐겨 찾는 메뉴가 있나요? 한동안 카푸치 노에 빠져 살았어요. 어디를 가나 꼭 카푸치노를 먹었는데 이게 조금 열량 이 높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아메리카노로 전향을 했고, 그리고 지금은 에 스프레소를 즐겨 마셔요. 동유럽에서 처음 접한 에스프레소가 아주 맛있는 거예요. 한 번 폼 잡으려고 먹었다가 그 맛에 반했답니다.

+ 080


Q 집이나 사무실에 커피를 마실 만한 도구가 있습니까? 변호사 시절, 서울 교대 뒷골목 2층에 사무실이 있었는데 근처에 바오밥나무라는 커피 숍이 있었어요. 물론 지금도 있고요. 바리스타 1세대라고 하는 분이 사장 님과 친구가 돼 자주 커피를 마시러 갔었지요. 그분이 내려주는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틀어주는 음악을 듣곤 했어요. 선곡 실력이 아 주 좋으셨거든요. 그 인연으로 사무실에 조그마한 핸드드립 기구를 놓게 됐고, 사무실에 혼자 있거나 하는 약간의 여유가 생기면 직접 내려먹기도 해요.

Q 잠시 정치 쪽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정치에 입문한 계기가 궁금합 니다. 변호사로 호주제 폐지 운동에 10년 동안 참여했고, 고 최진실 씨 아 이들 친권 문제라든가, 하리수 씨, 송두율 교수 재판 등 이슈가 되는 사건을 맡으면서 정치 입문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듣곤 했어요. 그때는 자신이 없 어 사양했지만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는 정치를 혁신하려면 여성 의 정치 세력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은 하고 있었지요. 그러다 작년 대선을 앞두고 마음을 먹고 정치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대선이 우리나라에 상당히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했는데, 아쉽지요.

Q 의원님은 늘 여성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 으로 압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제가 여자니까요(웃음). 시골 읍 내에 있는 여고를 나온 저는 몸으로 여성 차별을 경험하고 살았어요. 그러 니 제가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일이지요. 제 삶에 서 그 부당함을 온전히 느꼈으니까요.

Q 여성이나 비정규직 차별 문제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앞장서 해결하

진선미 의원은 늘 약자, 서민의 편에 서 왔다.

려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순응하거나 맞춰 가는 게 대부 분 일 텐데요, 의원님은 그렇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네요. 사람이에요(

회에서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들과 간담회 하는 과정에서 이들에게

웃음). 누구나 인생에서 결정적인 분기점 같은 것들이 있잖아요. 그때

가해지는 부당한 처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요. 좋은 일자리

마다 좋은 분들이 곁에 있었어요. 변호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저를 이

에서도 밀려나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참정권도 제대로 행사를 못해

렇게 만들었어요. 제 삶의 멘토와 같은 이석태 변호사와 같이 있던 사

요. 그때 너무 적나라하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젊은이들을 내몰

무실 자체가 차별받는 사람, 약자를 먼저 생각하는 곳이었어요. 자신

아서 착취를 하고 있지 않나 싶고요, 이를 정말 해결하고 싶은데 쉽지

들의 일정한 시간과 에너지를 조금 소외된 분들 손을 잡는 데 쓰셨지

않네요.

요. 직접 삶으로 보여줬던 이동명 변호사 같은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같이 있다 보니, 그분들에게서 사심을 억제하는 훈련을 받았던 것 같

Q 바리스타들이 나은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국가공인자격증이

아요. 개인적으로 지금은 잘 살고 싶은, 잘 나이 먹고 싶은 그런 욕심

라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많습니다. 현재 민간자격증 형

이 있어요.

태로 있다고 들었어요. 조금 더 제도화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 다. 자영업자들이 몰락하고 있어요. 이런 비인간적인 것이거든요. 백

Q 아시겠지만 커피 매장에서 일하는 바리스타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고

세를 바라보는 시대에, 특히 커피 업종은 젊은이의 직업이자 나이 드

특히 여성이 많습니다. 혹시 바리스타 처우가 어떠한지 들어보셨나요?

신 분들의 직업이기도 해요. 말씀하신 대로 자격증 제도를 들여다봐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작년 대선 정국에서 제가 투표 시간 연장 법안

서 국가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겠습니다. 저도 실효성 있는 일들

을 제출했어요. 민주당에서 운영하는 을지로위원회 소속인데 이 위원

이 무엇이 있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습니다.

COFFEE SPACE + 081


연속 기획 ②

커피는 스

팀팩이 아침 출 다! 근하는 길에 반 마시는 드시 커 아메리 피숍을 카노 한 아침 흐 들러 들 잔 . 커피 리멍덩 고 는 각성 해 있던 높여준 제 와 정 신을 맑 다. 물 같아서 론 이런 게해 것도 알 주고 집 습 관 이 고 있긴 중력도 건강을 하지만 좀 먹는 그런 거 . 커피 다 없습니 는 한 잔의 다. 제 여유요 게는 스 ? 하하 팀 팩일 , 뿐이에 요!

커피는 구멍 뚫린 지갑이다. 하루에 5잔. 돈이 줄줄 새어 나가니까. - 강다영

현동) 남구 논 서울 강 , 장 스 파트 (엔비어 강길홍

커피는 ‘그녀’다. 출근하며, 일을 하며, 회의를 하며, 퇴근하며, 친구를 만나며, 늘 그녀의 왼손에 있다. 그녀는 나다. 고묘진 (웹디자이너, 경 기 용인시

삼가동)

커피는 MSG다! 커피는 MSG와 같아서 우울하고 짜증 나고 지친 일상을 달콤하고 맛난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지) 용인시 수 부, 경기 김재연(주

하지만, 중독되면 몸에 해롭다.

커피는 쓰다. 시럽이 없으면 정말 쓰다. 아메리카노 좋아 좋아~~♬ 써써써. 안영미 (신풍제지, 서울 강동구 길동)

원두커피, 세상을 향해 나아가다 ② 일반인 20명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커피란? + 082


커피는 지난 사랑의 연민이다. , 머셜 대커 성(현 남종

처음 만난 연인의 향기로움과 사랑이 짙어질수록 그윽함과 헤어진 후의 쌉싸름함. 그것이 바로 커피다.

주시 남양 경기 읍) 화도

김재 준(정 보통 서울 신정 중랑 책연 구면 구원 목동 연구 ) 원,

- 노혜정

지! 아니 이 꾼 한술 . 정 다 진 국이 른다면 장 모 는 해 맛을 커피 커피의 해장

이강산(디자 이너, 강원 원주시 신림 골)

커피는 까맣 다.

‘까맣다’, 어 찌보 면 가 장 개성 없 을지 모를 색이다 . 하지만 검 은색은 어떤 색과도 잘 어울리면서 , 다른 색이 돋보이도록 양보하는 색 이다. 그래서 커피가 세계 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게 아닌지도 모 르겠다.

수동) 수구 연 , 인천 연 부 (주 손영미

커피는 연애다. 달콤함과 씁쓸함이 공존하니까. - 노혜정

커피는 단맛과 쓴맛을 동시에 주듯 커피의 향과 맛은 인생과도 같음을 느낀다. 커피는 늦은 밤까지 심신을 잠재우지 않은 신비의 약과도 같다. 커피 한 잔과 보내는 일상의 시간들. 커피의 향기처럼 내 인생도 향기 나는 삶이다.

COFFEE SPACE + 083


, 법인 메리트 우진선(법무

커피는 인생이다. 달기도 하고 쓰기도 하니까.

경기 고양시 성사동)

운 친구다. 커피는 고마 , 변화무쌍한 을 수 있고

유길성(엠투플레닝,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쉽게 찾 추울 늘 어디서나 움을 주고, 등)으로 즐거 핑 휘 , 럽 맛(시 주는 일등 시원하게 해 땐 울 더 때 따듯하게 친구.

이승우(음악학원 원장, 인천 부평구 부평동)

인이다. 커피는 밀당 중인 애 안 되는. 가도, 너무 멀리해도

너무 깊이 다가 음을 달래고자 신자다. 허한 마 그리고 커피는 배 을 더 허하게 게 만들어 내 마음 마셨더니 잠 못 들 맘으로 마셨더니 첫사랑이다. 설레는 만든다. 또 커피는 쓴맛만 남기더라.

커피는 놀이다. 커피 한 잔이 누군가와의 수다가 되기도 하고, 멋진 음악이 되기도 하고, 즐거운 상상이 되기도 하니까. 커피는 늘 나의 즐거움과 함께한다.

이경희(회사 원, 서울 마 포구 망원동 )

가를 먹으며 며, 함께 무언 누 나 을 맛 은 을 . 사람과 사람 나 인연을 쌓 맛이라 했던가 로운 이를 만 새 . 다 피 추억의 반은 커 은 추억의 반은 했으니까. 늦 . 그렇다면 내 커피가 함께 늘 도 추억을 나눈다 에 때 주는 시간을 죽일 하게 함께 해 와 유쾌하게 시간을 유일 운 때에도, 친구 로 외 ) 지만, (직업상 를 찌르곤 하 을 써야 하는 이 가끔 내 배 움 로 시간 홀로 글 카 날 한 캐러멜 의 강렬 진다. 달달한 다. 물론 커피 있어도 행복해 단짝이기도 하 만 아 앉 이 하염없 잔만 있으면 달랑 커피 한 억이 쌓일까. 일은 어떤 추 내 께 함 와 마끼아또

다 커피는 추억이

장문정(잡지사 에디터, 경기 시흥시 정왕동)

+ 084


정동민(사 회복지사 , 경기도 의왕

는 런것 으려고 하 커피는 그 특별히 찾 ? 까 할 라고 매일 매일 하는 존재 그렇다고 , 도 것 멀리하는 오랜 시간 것도, 애써 이 아닌, 것 는 주 편안함 느끼게 해 새로움을 할 수 있는 주 마 에 익숙함 속 의 여유에 함께해온 커피 한 잔 도 금 지 고 있는 . 같다. 일하 하고 있다 끝을 함께 과 작 시 하루의 )

포일동)

커피는 ‘영 웅★

’다. 상다반사 늘 함께 커피는 ‘일 같다. 소소한 일상에

’이다 추운 겨울 에는 따뜻 한 캐러멜 추위를 이 마끼아또 겨내고, 로 무더운 여 아이스 아 름에는 시 메리카노 원한 로 더위를 피곤한 월 날려 보내 요일 출근 고, 길 모닝커 한 주의 피로 활기 시작을 알 찬 리고, 회 탕비실 커 사 일로 지칠 때 피믹스 한 잔이 날 그녀에게 위로하고 사랑을 고 , 백할 때 커피로 기 수 줍은 캔 회와 용기 를 얻을 나에게 영 수 있는 웅★이다 ‘커피는 ’.

동 화성시 능 개사, 경기 중 인 (공 정성자

정인영(LI&FUNG KOREA, 서울 강동구 둔촌동)

커피는 검은 악마다. 오후 4시, 내 안의 졸음을 쫓아내는 검은 악마.

동) 서구 가양 , 서울 강 부 (주 희 황승

커피는 만병통치약이다. 카페인은 두통에도 효과적이고 가끔 센치한 기분도 달래 주고 맛있는 커피는 행복을 주니까.

커피는 담배다. 습관처럼 마시고 또 마시지 않으면 계속 생각난다. - 최소진

COFFEE SPACE + 085


Travel

Travel Tip 구례 산수유마을에서 광양매화마을까지. 자가용을 이용해 마음 닿는 대로 여행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 나 워낙 인기 높은 여행지인지라 교통체증이 심하다. 봄날이면 KTX 혹은 관광버스를 이용한 여행상품들 이 넘쳐나니 이를 선택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 중 하나다.

+ 086


그곳에 서면 사람도 자연이다

물길 따라 굽이도는 남도 삼백리, 섬진강의 봄 “많이 기다렸지. 그래, 이제 너와 함께 길을 나설 준비가 된 거야.” 삭풍에 꽁꽁 닫아 놓은 문설주 사이를 비집고 훈훈한 바람이 봄소식을 전한다. 몸 깊숙이 숨겨두었던 꽃심이 서서 히 피어오른다. 어디론가 길을 나서긴 해야 할 텐데. 생각의 타래가 복잡할 때면 모든 것을 그냥 두고 섬진강으로 갈 일이다. 산수유가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고 매화가 고혹적인 향을 날리는 곳. 봄날의 섬진강은 꽃잎 일색이다. 글·사진 신영철 여행작가

COFFEE SPACE + 087


1

2

3

1 피어난 광양 산수유마을의 봄. 2 봄눈 녹아 흘러내리는 산수유마을의 개울. 3 장터에서 수십 년째 풀무질을 그치지 않는 대장간. 4 마을로 들어갈수록 시골스러워지는 악양면 거리. 5 소설 ‘토지’의 모델이 되었다는 조씨 고가. 6 매화 향에 취해 마을을 걷는 여행자들.

봄은 노랑이로소이다, 구례 산수유마을 따스한 바람 때문일까. 봄이면 샛노란 햇병아리가 먼저 떠오른다. 하늘 한 번 보고 땅 한 번 보고. 구례 산수 유마을은 그런 노랗고 앙증맞은 병아리를 닮았다. 노오란 산수유 꽃이 하늘로 번지고 나무 아래로는 눈 녹 아 흐르는 개울물이 지절댄다. 웅장한 지리산 만복대의 품에 안겨 마을 전체가 병아리 솜털처럼 하늘거린 다. 하지만 그 옛날 산수유 마을에 살던 처녀들은 병아리 같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어려서부터 산수유 열 매를 씹어 씨를 빼내는 통에 앞니가 다 닳았더랬다. 앞니가 닳았어도 인기는 독차지했다. 몸에 좋은 산수 유를 평생 씹은 그녀들을 며느리로 들이려는 경쟁은 치열했더란다. 그 말을 다 믿을 수는 없겠지만 분명 이 마을 처녀들은 사랑받았을 것이다. 사람은 땅을 닮는다 했던가. 이 아름다운 마을에서 태어난 그녀들 은 병아리처럼 귀여웠을 터다. 산수유 마을을 찾은 사람들도 또한 그렇다. 청정한 지리산에 젖고 꽃에 젖 은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어여쁘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화개장터

산수유마을에서 섬진강을 따라 남으로 내려가면 화개장터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변 에 자리 잡은 장터의 한자 이름은 화개花開다. 지역의 경계이자 산과 물의 경계, 민물과 바다의 경계에 있 는 화개장터는 예로부터 다양한 물자들이 모여들어 풍요로웠다. 옛날 시골 장터를 기대하고 간 여행자에 게 이제 정돈된 상설시장으로 바뀐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시대가 변했으니 이제 김동리의 소설 ‘역마’에 등장하는 주막이나 옥화 같은 인물을 기대할 수는 없을 터다. 아쉬운 마음에 돌아서니 이곳에서 수십 년간 쇠를 달궜던 대장장이 모습이 보인다. 들에서 쑥이며 머위를 뜯어와 행상을 벌인 아낙들의 모습도 반갑 다. 나물 다듬는 그네들을 보노라니 흥얼거리던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노랫가락이 ‘사람이 꽃보 다 아름다워’로 바뀐다. 참게탕이며 은어 튀김이며 재첩국의 맛도 아직 살아 있다. 남도의 맛에 배를 불리고 다시 길을 나선다. 긴 녹차밭길을 지나면 천년고찰 쌍계사다.

+ 088


4

소설 ‘토지’의 땅, 슬로시티 악양면

슬로시티로 지정된 느림보 마을, 악양면. 소설과 드라마를 통해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봄까치풀이 별처럼 내려앉은 논두렁, 밭두렁을 따라 내 사는 동네처럼 마을로 들어선다. 섬진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악양루를 지나고 수백 년간 마을을 지켜온 숲, 취간림을 지나고 오랜 세월이 내려앉은 조씨 고가의 돌담길 을 돌아나가면 드라마 ‘토지’의 촬영 세트장이었던 ‘최참판댁’이다. 드라마 속 용이가 살던 집도, 서희가 머 무르던 별당도 그대로다. 촬영을 위해 소설 속 마을을 복원해 지은 것이지만 오랜 세월이 내려앉으니 마치 진짜 소설 속의 집처럼 느껴진다. 사랑채를 나서며 몇몇 사람들이 쏘곤거린다. “가세가 많이 기울긴 했나 5

봐. 일하는 사람들도 없고.” 대문을 나서려니 박경리 선생이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는 무딤이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찢어 죽이고, 말려 죽일 테야.” 서희가 그토록 되찾고자 했던 바로 그 생명의 땅이다. 들숨과 날숨에서도 꽃향이 나오다, 광양매화마을

섬진강 은모래길 따라 하동으로 내려오면 바람결에 실려 오는 꽃향기가 강 저편으로 시선을 모은다. 춘설이 내려앉은 듯 하얗게 빛나는 광양 매화마을이다. 하동읍에서 매화마을까지 가는 길은 3km 남짓. 매화꽃 축 제 기간에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기도 하지만 두 발로 걷는 게 빠르다. 섬진강에서 백운산 기슭까지 매화꽃이 만발한 매화마을의 봄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걷다 지치면 잠시 매화나무 그늘에 앉아볼 일이다. 봄바람에 매화 꽃잎 우수수 나리니 세상에 이처럼 향기로운 비가 또 있을까. 꽃비는 나룻배 띄운 섬진강으로 흘러들 6

어 운치를 더한다. 강 건너를 바라보니 방금 전까지 발을 디뎠던 하동이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그 첨예한 대립을 생각한다면 다리 하나 건너서 그 사이를 쉽게 오간 것이 신기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곳에서 경상도와 전라도의 판가름은 싱거운 얘깃거리도 안 된다. 그저 섬진강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팔도에서 이곳에 모인 사람들도 그렇다. 꽃을 바라보는 마음이야 다 똑같지 않겠는가. 매화꽃 닮은 미소가 이심전 심으로 번진다. 봄날의 섬진강에서는 당신도 꽃이다.

COFFEE SPACE + 089


Handdrip Solution

01 왜 핸드드립 커피인가! 갈수록 핸드드립 커피가 인기다. 누구나 가정에서 손쉽게 커피 전문점 못지않은 질 좋은 커피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인이 핸드드립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관련 서적이나 정보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우리나라 핸드드립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써니사이드 김창진 대표를 통해 일반인이 보다 쉽게 핸드드립에 접근하도록 자세한 글을 연재한다. 글 김창진 써니사이드 대표 사진 최영희

글 싣는 순서

01. 왜 핸드드립 커피인가! 02. 핸드드립 커피 입문 03. 분쇄도 04. 배전도 05. 추출 수 온도 06. 추출 수 붓는 속도 07. 대표적인 추출 기구 08. 멜리타 드립 09. 칼리타 드립 10. 고노 드립 11. 하리오 드립 12. 융 드립 13. 워터드립 14. 싸이폰 15. 핸드드립의 다양한 추출 방법 16. 핸드드립의 이상적인 추출 방법 17. 핸드드립에서의 물 18. 대량 추출 방법 19. 핸드드립의 아이스커피 추출 방법 20. 핸드드립의 다양한 베리에이션 메뉴 A 21. 핸드드립의 다양한 베리에이션 메뉴 B

+ 090


우리나라 커피 전문점 수가 2013년 기준 15,000개를 넘어섰고 이중 직접

재미있는 현상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해오던 커피 추출 방법들(핸드드

커피를 볶는 집(이하 로스터리 숍)은 1,200개에 달한다고 한다. 해마다 로

립, 싸이폰, 워터드립 등)을 미국, 유럽 바리스타들이 자신만의 스타일과

스터리 숍이 느는데, 커피전문점 대부분은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한 메뉴

이론으로 재해석해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점이다.

들을 내지만, 최근 생긴 새로운 콘셉트의 커피 전문점(스페셜티 커피 전문

일단 우리나라에서 ‘싸이폰은 유리로 만들어져 깨지기 쉬우니 사용하기 어

점)들은 핸드드립 커피가 에스프레소 메뉴와 함께 메뉴판을 장식하고 있

렵다’, ‘융드립은 뒤처리가 까다로워 불편하다’라는 식의 부정적인 의견이

다. 단순히 만남의 장소였던 커피숍이, 커피의 맛과 향을 즐기는 장소로 변

오래전부터 있어 왔고 지금도 적지 않지만 미국, 유럽의 바리스타들은 이

모하고 있는 것이다.

러한 편견이 없다.

핸드드립 커피를 선호하는 이유는 ▲에스프레소 머신의 부재 ▲저렴한 창

이들 나라에서 핸드드립은 푸어오버Pour-Over, 슬로우 드립이라 불리는

업 비용 ▲다양한 원두 도입 ▲천편일률적 메뉴 탈피 ▲스페셜티 커피 대

데, 매 추출 시마다 저울, 온도계, 타이머로 커피량, 분쇄도, 물량, 물 온도,

두 등으로 분석할 수 있다.

추출 시간을 측정해 맛을 비교 분석한다. 고가의 커피 밀도 측정기, 추출률

과거 우리나라에 에스프레소 머신이 등장하기 전에는 첫 번째와 두 번째의

계산기 등을 사용할 만큼 경험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매우 과학적

이유로 핸드드립 커피를 취급했다면, 지금은 프랜차이즈의 천편일률적인

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그들만의 과학적인 접근법 역

메뉴에서 탈피해 개성을 강조한 커피숍이 각광받고, 스페셜티 커피를 찾는

시 추출을 알아가는 과정일 뿐, 완성된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

사람이 늘면서 로스터리 숍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다.

핸드드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

그들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핸드드립 커피를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

다. 스페셜티 커피라는 단어는 1978년 미국 크누첸 커피의 크누첸 여사가

랜 역사와 전통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일본에는 핸드드립 명인 또는 장인

프랑스 국제커피회의에서 사용한 것이 시초로, 당시 그는 스페셜티 커피를

이 존재하고, 그들이 추출한 커피는 “역시”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특별한 기후와 지리적 조건이 독특한 향미를 가진 커피콩’으로 정의했다.

유럽이나 미국 바리스타와 비교할 수 없을 맛이 나오는 건 그들만의 경험

이를 기초로 1982년 미국 스페셜티 커피협회(SCAA)가 생기면서 보다 정

이 있기 때문이다.

확한 정의가 이뤄졌다.

지금이야 돈만 있다면 고품질 커피빈(생두)을 누구나 구매할 수 있지만, 장

스페셜티 커피는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커피빈(생두) 중 상위 10% 이내로

인이라 불리는 그들이 활동하던 시기에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고품질 커피

보는 게 일반적이다. 이 스페셜티 커피라는 것이 무엇이 길래 미국과 유럽

를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음에도 어떻게 그런 멋진 커피를 만들 수 있

바리스타들을 핸드드립의 세계로 끌어들인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Single

었는지 가끔 생각해본다. 그저 그런 커머셜급 커피빈(생두)을 구해 로스팅

origin 커피 품질이 좋아지면서 기존 카페들이 사용하는 대용량 자동 커피

전 핸드픽, 로스팅 후 핸드픽으로 잡미가 나오지 않도록 로스팅 후 시간을

메이커로는 맛있는 드립커피를 내리기가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

들여 숙성(잔존 가스를 제거)하고 거기에 맞는 드리퍼, 필터를 선택해 최상

이다. 핸드드립 커피는 다른 종류의 커피를 매번 다르게 그라인딩해 추출

의 커피를 손님에게 제공하는 장인들. 이들이 있어 새로운 커피 시장이 열

할 수 있고, 다양한 변수(분쇄도, 추출 온도, 로스팅 정도, 물 붓는 속도 등)

리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들을 활용해 고품질 커피를 여러 스타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원두 분쇄 정도에 따른 차이. 오른쪽으로 갈수록 굵은 분쇄.

COFFEE SPACE + 091


핸드드립 추출 기구 종류.

핸드드립 커피의 역사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은 크게 침지법(또는 침출법)과 여과법(또는 투과법) 으로 나뉜다. 침지란 ‘적시고 담근다’는 뜻으로 커피 가루를 미지근하거나 뜨거운 물에 우려내는 방식이고, 여과법은 말 그대로 커피 가루 위로 미지 근하거나 뜨거운 물을 부어 여과시키는 방법이다. 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침지법은 18세기까지만 해도 침지법의 한 종류(달임법)인 터키식 커피가 멜리타

유일한 추출 방식이었으나, 이후 19세기 중반까지 150여 년 사이에 여러 가지 새로운 기구들이 발명되면서 자연히 다양한 추출법이 등장했다. 핸드 드립 커피는 추출 방식에 따라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침지법(침출법)

여과법(투과법)

터키식(이브릭)

더치 커피

보일링

커피 언

퍼컬레이터

융드립

커피 비긴

페이퍼 드립

싸이폰 고노

프렌치 프레스

한편, 추출 기구(방법) 발명 시기와 발명가, 국가는 아래와 같다. 추출 기구, 연대

칼리타

발명가, 국가

보일링, 1710년 전후

프랑스

퍼컬레이터, 1806년(원형) 퍼컬레이터, 1819년(완성)

람 포드, 영국 로레인, 프랑스

커피 비긴, 1817년

비긴, 영국

싸이폰, 1840년경(원형) 싸이폰, 1842년(완성)

로버트 내피어, 스코틀랜드 바슈 부인, 프랑스

드립 포트, 1763년(원형) 드립 포트, 1800년 초(개량)

동 마틴, 프랑스 벨로이, 프랑스

추출법이나 추출 기구는 터키식 커피 추출법의 단점을 보완하는 과정을 거 치면서 발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커피를 마시고 난 후 혀에 남는 찌꺼기의 불쾌감을 없애기 위해 보다 다양한 추출법과 추출기 개발에 관심 을 기울였던 것이다.

1908년 독일 드레스덴의 멜리타 벤츠 여사는 양철 포트 바닥에 구멍을 내 고 그 위에 큰아들 공책에서 압지를 한 장 뜯어 올려 원두를 갈아 넣은 후 커 하리오

피를 추출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페이퍼 드리퍼 원형인 멜

02

리타 드리퍼의 등장이다. 당시는 양철통에 구멍을 내고, 지금의 깔때기 모

핸드드립 커피에 입문하기

사의 드리퍼가 판매되기 시작했으며 이후 고노, 본막, 하리오 등의 일본 회

양이 아닌 원통 양철통에 원형 거름종이를 넣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원통 모양으로는 물 빠짐이 너무 느려 과다 추출된 커피가 나오게 되자 1937년 지금의 깔때기 모양인 드리퍼와 필터 모양으로 바뀌게 됐다. 추출구 개수 도 10개부터 1개까지 실험을 거듭한 결과, 1960년 지금과 같은 형태인 추 출구가 한 개인 플라스틱 드리퍼가 등장했다. 이 당시 일본에서도 칼리타 사에서 지금과 유사한 형태의 드리퍼를 생산했다.

+ 092


03 핸드드립 추출 4대 요소

분쇄기 칼날 종류,

분쇄도

는 충격체로 인해 향미가 떨어진다. 분쇄도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커피 향과 맛을 비율로 구분하자면 7(향):3(맛) 정도다. 핸드드립 커피를 추

두고 육안으로 해야 하므로 균일도가 떨어진다.

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분쇄를 해야 하는데, 분쇄는 원두를 갈아 물에 닿는

2. 간극식 분쇄(Gap Grind)

면적을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 분쇄가 가늘수록 물에 닿는 면적이 넓어져

칼날과 칼날 사이 틈 간격을 조절해 분쇄도를 결정하며, 두 칼날 중 한 날이

진하게 추출되는 반면, 공기 중에 노출되는 면적이 넓어져 빠른 속도로 향

회전하면서 분쇄한다.

을 잃는다. 따라서 되도록 분쇄된 커피를 구입하는 것보다 저가 분쇄기라 도 구입해 추출 직전 분쇄해 사용하는 게 향을 잃지 않은 좋은 커피 맛을 즐

분쇄기 종류

기는 방법이다. 너무 가는 분쇄는 필터 구멍을 막아 추출 시간을 지연시키 기에 물과 커피 가루의 접촉 시간이 길어져 좋지 않은 맛이 빠져나올 가능

1. 충격식 분쇄기(Impact Grinder) - 블레이드Blade

성 또한 높다.

금속제 날개를 회전시켜 충격으로 원두를 분쇄한다. 분쇄도는 날개 회전

각 추출 기구에 맞는 분쇄를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브릭 → 상업용 에스

시간으로 조절한다. 시간을 길게 하면 가는 분쇄, 짧게 하면 굵은 분쇄가 가

프레소 → 가정용 에스프레소 → 워터 드립 → 모카포트 → 페이퍼 드립 →

능하나 정밀한 조절이 어렵고 발열이 심해 가정용으로 주로 사용한다.

융 드립 → 싸이폰 → 프렌치 프레스 → 퍼컬레이터 순으로 굵은 분쇄를 해 이 적어야 한다.

2. 간극식 분쇄기(Gap Grinder)는 세 가지로 나눈다. 1) 평면형 분쇄기(Flat Grinder) : 아래쪽 칼날이 회전하며 위쪽 칼날과 맞물

원두 품질, 배전도, 추출 온도 등이 일정하다고 가정하고 분쇄도만 조정했

려 원두를 자른다. 평면형 분쇄기는 그라인드와 커팅, 두 가지로 구분한다.

을 때 추출 성분, 농도, 맛의 변화는 다음 표와 같다.

·그라인드Grind 방식 : 절구형 커팅 방식, 평면 날에 돌출한 톱니가 커팅

야 한다. 참고로 좋은 그라인더의 조건은 분쇄가 균일하고, 열과 미분 발생

하면서 으깨는 방식으로 드립용으로 많이 쓰인다.

분쇄도

굵은 분쇄

가는 분쇄

분쇄도 표면적

작다

크다

·커팅Cutting 방식 : 단어 그대로 원두를 자르는 방식으로 분쇄도가 가장

추출 성분

적다

많다

농도

적다

많다

균일하다. 주로 상업용으로 많이 쓰인다. 드립용, 에스프레소용이 있다.

신맛 또는 쓴맛

적다

많다

2) 원뿔형 분쇄기((Conical Grinder) 한 쌍의 칼날 중 바깥쪽 날이 고정돼 있고, 안쪽 날이 회전하며 들어가 분쇄

분쇄 방식

한다. 수동 그라인더도 이 방식이다. 드립용, 에스프레소용이 있다.

1. 충격식 분쇄(Impact Grind)

3) 롤러형 분쇄기(Roller Grinder)

고속으로 회전하는 충격체를 이용해 원두에 충격을 가해 분쇄하는 방법이

두 개의 긴 롤러가 돌아가면서 분쇄한다. 열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롤러 내

다. 가격이 저렴해 가정용 그라인더에 주로 사용하는데, 고속으로 회전하

부에 수랭식 또는 공랭식 장치가 들어있다. 다량 고속 분쇄 시 사용한다.

COFFEE SPACE + 093


독일 Cafe

2

3

+ 094


파티를 위한 대안 공간, 슈미츠 카체Schmitz' Katze 슈미츠 카체Schmitz' Katze는 카페가 아닌 파티 공간이다. 점심시간 커피를 판매하지만 주 목적은 이웃이 모여 어울리기 위함이다. 한적한 곳에 놓인 슈미츠 카체에서 이웃들은 취미를 공유하고 파티를 연다. 그리고 낮에는 커피를 마시며 잠깐의 휴식을 가진다. 글 김민경 사진 서수진 독일 통신원

독일 뮌스터에Münster 레오나르도 캄푸스Leonardo

Campus는 뮌스터 쿤스트아카데미Kunstakademie(미술 대학)와 건축학과, 디자인학과 등이 한데 모인 대학 캠퍼 스다. 레오나르도 캠퍼스 옆으로는 모던한 건축양식의 사 무실 단지 테크놀로지 파크가 놓였다. 캠퍼스를 빠져나와 조금은 무미건조해 보이는 사무실 단지를 따라 걷다 보면 초록색 바탕에 앙증맞은 검은 고양이가 그려진 간판이 눈 길을 끈다. 슈미츠 카체Schmitz' Katze(고양이 슈미츠)라 는 매력적인 이름을 가진 카페다. 슈미츠 카체(고양이 슈미츠) = 멋진 파티 4

편안하고 아늑하게 느껴지는 슈미츠 카체는 평일 12시부 터 오후 3시까지, 고작 점심시간에만 커피를 판다. 평일

‘세 시간만 영업해서 과연 운영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뮌스터 중심 거주지역인 크로이츠피어텔Kreuzviertel에 슐로스테아터Schloßtheater라는 조그 만 독립 영화관이 있다. 독립 영화관 내 슐로스테아터 카페Schloßtheater Cafe는 맛 좋은 커피와 독특한 먹거리로 사랑받는 곳이자, 크고 작은 파티와 다양한 행사를 위해 대관해 주는 이벤트 공 간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여러 가지 행사들이 저녁 시간에 소음을 만드는 것은 당연했고, 그로 1

인한 인근 주민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고민은 ‘파티를 위한 새로운 대안 공간’을 기획하 게 했다. 결국, 슐로스테아터 카페 주인 니콜라Nicola 씨는 늦은 저녁까지 마음껏 파티를 즐길 수 있도록, 인적이 뜸한 대학 캠퍼스 인근으로 장소를 옮겨 슈미츠 카체를 오픈했다. 애초에 순수한 카페로 만든 곳이 아니었기에 슈미츠 카체가 생겼던 초기 커피 판매 시간은 더 짧았다고 한다. 그 목적이 커피 판매가 아닌 파티 주최자에게 공간을 볼 수 있도록 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공간 대여 문의가 늘고, 주변 직장인과 대학생 등 커피를 마시고자 하는 단골손님 이 생기면서 평일 점심시간 동안 커피를 팔기로 한 것이다. 카페에 들어서면 슈미츠 카체(고양이 슈미츠)라는 카페 이름처럼 카체Katze(고양이)와 관련한 물건들이 눈에 띈다. 고양이가 나오는 동화책, 고양이와 관련된 단어, 속담, 사전 등 다양한 읽을

1 아기자기한 슈미츠 카체만의 분위기가 물씬 난다. 2 3 슈미 츠 카체에서 이웃들은 취미를 공유하고 파티를 연다. 4 슈미 츠 카체(고양이 슈미츠)라는 카페 이름처럼 카체Katze(고양이) 와 관련한 물건들이 눈에 띈다.

거리들이 테이블마다 놓여있는가 하면, 바닥 곳곳에는 고양이 발자국이 그려져 있다. 카페 주인 이 고양이를 좋아해 이런 이름의 카페를 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Schmitz' Katze는 독일에서 자주 사용하는 관용 문구다. ‘Das geht ab wie Schmitz' Katze’(쥐 죽은 듯 기다렸다 한 순간에 모아둔 힘을 다해 날쌔게 쥐를 사냥하는 고양이. 굉장히 강하고 빠르다는 뜻)에서 유래한 COFFEE SPACE + 095


1

3

3

4

2

것으로, ‘멋진 파티’를 비유할 때 쓴다. 슈미츠 카체라는 이름은 이 대안 공

재미있는 소품과 이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는 파티를 위해서는 안

간이 생기게 된 배경을 고스란히 담았다.

성맞춤이다. 보통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열리는 파티는 예약해야 가능하고 종류는 상

끊임없이 연구하고 새로운 일을 기획하는 Schmitz' Katze

관없다. 생일 파티부터 결혼식 파티 그리고 독일 전통 파티인 폴터아벤

슈미츠 카체에 있는 가구나 커피잔 대부분은 중고 가구점에서 구입했고, 그

드Polterabend(결혼식 전날 가족이 모여 그릇을 바닥에 던져 깨는 파티, 행

밖의 소품과 작은 가구는 손님으로부터 선물 받거나 기부받은 것들이다.

운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등 다양한 파티가 열릴 수 있도록 행사 특성에 따

니콜라 씨는 “세상에 많은 물건이 넘쳐나고 남아도는데 또 새로운 것을 살

라 여러 종류의 음식과 음료를 제공한다. 파티를 예약한 손님은 개최 이전

필요가 있을까요? 모든 사람이 계속해서 새로운 물건만 사다 보면 언젠가

에 슈미츠 카체 팀과 만남을 갖고 준비 사항을 논의한다. 이 만남에서 손님

는 이 세상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로 가득 차 버릴 거예요”라며 중고 가구

은 취향에 따라 음료와 음식을 고르는데, 맥주나 와인 등의 기본 음료는 물

를 이용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론, 다양한 종류의 수프나 굴라쉬Gulasch 같은 한 그릇 음식, 렉커비

카페 중심부 카운터 앞 천장에 걸린 디스코 볼과 아기자기한 파티 장식품

쎈Leckerbissen(핑거 푸드) 등을 제공하기에 선택의 폭이 넓다.

들 그리고 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아우르는 엔티크 가구들로 가득한 카

슈미츠 카체는 파티를 위한 음식뿐만 아니라 점심 메뉴 등 모든 식재료를

페는 서로 다른 요소들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어딘지 언밸런스하면서도

지역에서 생산한 유기농 제품만 쓰고,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메뉴 개발을

+ 096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선보인 ‘하이쎄 훈데Heiße Hunde(뜨 거운 개)’다. 핫도그Hot-Dog를 독일어로 그대로 옮긴 것인데 이름만 듣고 섣부른 판단은 금 물이다. 빵과 페티가 들어간다는 점 외에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핫도그와는 모양도, 맛도 완전히 다르다. 페티를 얹은 바게트와 함께 소량의 샐러드를 제공하는 이 슈미츠 카체식 핫도그를 위해 바 한켠에는 직접 만든 가지각색의 소스들과 채소들이 마련돼 있다. 기호에 따 라 원하는 소스와 채소를 직접 올려먹는다. * 슈미츠 카체는 실험 정신과 창조적인 일에 대한 열정을 지닌 카페로, 공간을 대관해주고 파티 준비를 도와주는 것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정기 모임과 행사를 자체 기획하고 도모하기도 한 다. 예를 들어 뜨개질이 취미인 한 아르바이트생의 제안으로 매주 화요일 슈미츠 카체에서는 뜨개질에 관심 있는 사람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는 만남의 장이 열린다. 실력에 상관없이 한데 모여 취미를 공유할 수 있어 꽤 인기가 높다. 파티를 위한 공간으로서의 화려함과 열린 공간으로서의 가족 같은 편안함을 겸비한 카페 슈미 츠 카체는 그들만의 확고한 소신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지금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새로운 일을 기획하기 위해 많은 열정과 정성을 쏟고 있다.

1 슈미츠 카체는 모든 식재료를 지역에서 생산한 유기농 제품만 쓴다. 2 핫도그Hot-Dog를 독일어로 그대로 옮긴 메뉴, ‘하이쎄 훈데Heiße Hunde(뜨거운 개)’. 우리가 알고 있는 핫도그와는 모양도, 맛도 완전히 다르 다. 3 매주 화요일 슈미츠 카체에서는 뜨개질에 관심 있는 사람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는 만남의 장이 열린다. 4 각종 놀이를 둬 언제나 이웃들이 이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했다. 5 세심한 손길이 카페 인테 리어를 완성한다. 6 슈미츠 카체 내부 전경.

6

COFFEE SPACE + 097


이탈리아 Cafe

1

30년 커피 인생을 담은

Caffe Drupa 그리고 Barista 이탈리아 Piantagione dell Caffe 기술 위원이자, Lab Espresso 대표인 커피 경력 30년 파올로 씨가 리보르노 지역에 카페 드루파Caffe Drupa를 열었다. 기쁜 연락을 받고 그와 그의 커피숍 그리고 바리스타들을 찾았다. 글・사진 전용 BTS코리아 실장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먹고 마시고 사랑하라’의 무대 이탈리아는 세계 각국 음식에 막대 한 영향을 미칠 만큼 식문화가 발달한 나라이자 에스프레소가 탄생한 곳이다. 그중에서도 토 스카나 주州는 로마 제국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이탈리아의 자존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스카나 중심부에 자리 잡은 주도州都 피렌체, 유형의 유물보다 이 도시를 빛내는 건 이곳에 서 재주를 펼치고, 기량을 겨루고, 명성을 얻었던 이들의 흔적이다. “이제야 겨우 예술에 입문 했는데, 이렇게 죽음을 맞이하다니!”라고 임종 직전에 고백했다는 미켈란젤로, 그가 죽어서도 돌아오고 싶어 했던 도시가 피렌체였다. 피렌체에서 만난 여행객 대부분은 짧은 일정에 쫓겨 2박 3일 정도로 계획을 세우고 두오모 광 1

장 주변과 가죽 시장, 베키오 다리, 우피치 미술관, 야경 등을 본 후 마지막으로 쇼핑몰을 찾는

+ 098


다. 여행이란 것이 개인 취향이기에 무엇이 맞고 틀린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피렌체만큼은 여유를 가지 고 조금 천천히 자세히 둘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바이크를 타고 1개월 동안 5천㎞가 넘는 거리를 미로 찾기 하 듯 다닌 결과, 이탈리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 크다. 피렌체 여행객들이 방문하지 않는, 그러나 꼭 한 번 가봐야 할 곳은 바로 피렌체에서 버스로 한 시간 남짓 되 는, 중세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아름다운 탑의 도시, 산 지미냐노San Gimignano’다. 귀족들이 권위를 과 시하고자 세운 탑들과 전쟁에 대비한 망루와 요새를 감싸는 붉은빛의 오랜 벽돌을 보노라면 마치 어디선가 중세 갑옷을 입은 병사가 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언덕 위에 지은 성곽 소도시 산 지미냐노에서는 지도를 접고 발길 닿는 대로 움직여도 좋다. 어딜 가든 그림 같은 풍경이 여행객을 맞는다.

3

4 1 2 4 Piantagione dell Caffe 기술 위원이자, Lab Espresso 대표 파올로는 자신의 커피 인생 30년을 담은 Drupa 카페를 열었다. 3 5 Drupa 카페가 짧 은 기간 인기를 끈 이유는 오랜 시간 지역 주민들과 유대를 쌓아온 바리스 타들의 특별함에 있다.

5

COFFEE SPACE + 099


1

항구도시 리보르노, 그곳에는 특별함이 있다

오랜 꿈이었다고 한다. 질 좋은 커피 한 잔을 소개하고 싶었던 열정이 매장

피렌체에서 열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리보르노Livorno로 향한다. 영어

오픈의 동기가 됐다. ‘Drupa’는 커피 과육을 뜻한다. 아내 크리스타나가 재

로 레그혼Leghorn이라 불리는 이곳은 중세부터 요새로 쓰였으나 메디치

무와 행정을, 직원 세실리아는 디자인과 홍보 관련 일을 담당한다. 그리고

가는 항구도시로 바꿔놓았다. 1571년 부두가 생겼고, 1573년 피사와 연

매장을 빛내는 바리스타 세 명이 있는데, 이들은 서로를 ‘Team Drupa’라

결하는 운하가 굴착돼 항만시설이 정비됐으며, 17세기 초에는 시가지 주

고 부른다.

위로 성곽이 들어섰다.

10평 남짓한 매장은 손님으로 북새통이다. 짧은 기간 이렇게 인기를 끈 데

기차로 방문했을 때와는 달리 국도로 이동하는 동안 몸으로 느껴지는 풍광

에는 질 좋은 제품 공급은 물론이거니와 오랜 시간 지역 주민들과 유대를

은 실로 놀랍다. 장주지몽莊周之夢이라 했던가? 도로 주변으로 아름답게

쌓아온 바리스타들의 특별함에 있다. 먼저 지안카를로Giancarlo, 리보로

펼쳐진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경험은 실로 황홀하다. 수로에는 누구의

노 최고 바텐더로 유명했던 그는 파올로를 만나 커피에 눈을 떴다. 커피 전

것인지 알 수 없는 요트가 가득하다. 오늘따라 성난 듯 요동치는 파도는 과

문 지식을 쌓게 된 건 짧지만 오랜 바텐더 감각으로 세련되고 능숙하게 칵

거 뱃사공들에게 혹독한 시련을 안겨줬을 것이 분명하다. 리보르노는 우리

테일을 만들 때는 빛이 날 정도로 자신감 넘친 프로의 모습이다. 소문난 바

나라 군산과 닮았다. 항만을 따라 늘어선 컨테이너들과 자동차들은 이곳이

텐더의 칵테일을 마시고자 먼 길을 달려오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그래서

인구 18만 작은 항구 도시임을 알린다.

Drupa의 저녁은 지역 멋쟁이 남녀 손님으로 늘 북적인다. 인기 높은 바텐

한국 사람에게 생소한 리보르노를 찾은 이유는 Piantagione dell Caffe 기

더와 그가 내놓는 다양하면서도 스토리가 있는 음료를 찾는 단골과의 소통

술 위원이자, Lab Espresso 대표 파올로를 만나기 위해서다. 전통이 깊은

은 이들을 손님이라 부르는 게 모자랄 만큼 깊다.

커피숍에서 노신사에게 커피를 배운 후 15년간 바리스타로 일한 파올로는

Arcaffe Esterio 대표, 이탈리아 스페셜티 커피협회(CSC) 회장인 엔리꼬 메스치니와 인연을 맺으면서 이후 15년 동안 전 세계를 다니며 생두를 평 가하고 관련 교육을 하는 전문 평가원으로 지냈다. 그리고 4개월 전 그의 커피 인생 30년을 담은 카페 Drupa를 오픈한 것이다.

커피 한 잔에 열정을 담는다, 카페 드루파 또 한 명의 바리스타는 루카Luca다. 2013년 가을 이탈리아 전국 투어 중, 리보르노를 방문하면서 알게 된 11년 경력의 젊고 잘생긴 바리스타다. 1 월, ‘이탈리아 바리스타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루카를 트레이닝 할 기회가

+ 100


2

3

4

1 3 매장을 빛내는 세 명의 바리스타, 이들은 서로를 ‘Team Drupa’라고 부른다. 2 다양한 커피 관련 제품을 구비한 Drupa 카페. 4 카페는 커피에 대한 프로필을 공개해 손님과 소통한다.

생겼는데, 동양인이 에스프레소 원조국 이탈리아의 경력 있는 바리스타를

한다. 모든 커피에 대한 프로필을 공개해 손님과 소통한다. 이탈리아에서

훈련시킨다는 것을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기에 당시의 영광스런 경험을

도 생소했던 이와 같은 Drupa의 노력이 차츰 인정받으면서 지금은 큰 사

잊을 수가 없다.

랑을 받는다.

이탈리아 아침은 늘 분주하다. 카푸치노와 브리오슈Brioche를 간단한 아

이곳에서는 블렌딩 커피는 물론 싱글 오리진도 에스프레소로 즐길 수 있

침 대용으로 먹고 가는 사람으로 입구까지 줄을 선다. 팀원이 교대를 위해

다. 특정 농원에서 재배하는 커피를 기간별로 바꿔 제공하는데 품질이 매

자리를 비우는 11시부터 그들이 돌아오는 오후까지 루카 혼자 매장을 책

우 높다. 1유로에 판매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임진다. 점심이 되면 커피를 마시고자 입구까지 줄을 서는 고객을 맞이하 면서도, 루카는 얼굴 한 번 찡그리는 법이 없다. 생과일쥬스를 즉석에서 직

Drupa의 특별한 아이템 중 하나인 Bunna Beer. 지역 맥주 장인과 콜라보 레이션을 통해 만든 메뉴다. 에티오피아 yrgalem 원두와 맥주를 블렌딩했

접 짜내어 주고, 보는 앞에서 고기를 썰고 빵을 만들어 샌드위치를 제공해

는데, 맛이 상상 그 이상이다. 원두 특징인 상큼한 유자 향과 맥주 거품이

야 하는 고단한 일상이지만 그는 늘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는다. 만드는 바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맥주 맛이 처음으로 혀를 자극하지만 애프터 테이

리스타, 기다리는 손님 서두르거나 보채지 않는다. 손님과 밝고 다정하게

스트에서 올라오는 기분 좋은 커피의 맛이 일품이다.

소통하며 대화하는 모습은 바리스타라면 누구나 동경할 만한, 가장 배우고

이탈리아 수많은 카페와 Bar, 어디를 가나 1유로면 마실 수 있는 에스프레

싶은 부분이다.

소. 그렇기에 품질에 관심 없는 매장이 즐비한 이곳에서 커피 한 잔에 대한

9시간 낮 근무 후 대회 트레이닝을 받고 2시간 Gym에서 운동하는 등 혹독 하게 자신을 단련한 루카의 열정은 리미니 sigep 전시회장에서 빛이 났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파이널 6에 가는 쾌거를 이뤘고, 결국 3위 입상이라는

열정으로 가득한 커피 Bar를 만난다는 것은 보물을 찾은 것과 같은 기분 좋

영광을 안았다.

는 열정으로 커피에 대한 더 깊은 성찰을 하고, 그 결과를 후배 바리스타들

마지막 바리스타는 페데리코 밀라니, 파올로 아들이다. 올해 한국 나이로

과 공유하고 고객과 함께 소통한다. 카페 Drupa와 바리스타들은 조용히

20세 청년인데, 식음료를 전공했다. Drupa 카페는 그라인더 3대를 사용해 다른 종류의 커피를 고객에게 제공

에스프레소 한 잔에 열정과 노력을 담아 그 가치를 전하고 있다.

은 일이다. 작은 변화의 바람이 리보로노에 불고 있다. 경험 많은 바리스타가 식지 않

COFFEE SPACE + 101


Menu

Caffe Latte

Cappuccino

It's different! 미세한 차이를 지닌 카페 라떼Caffe Latte와 카푸치노Cappuccino.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결합한 카페 라떼에 우유 거품을 더하면 카푸치노가 된다. 같은 재료에 비슷한 레시피지만 맛과 모양은 명확히 다르다. 잔 크기만 봐도 알 수 있다. 30㎖ 에스프레소를 기준으로 메뉴를 만들 때 카페 라떼는 180~350㎖ 잔에 에스프레소 원 샷을 부은 후 나머지는 우유로 채우고, 카푸치노는 150~180㎖ 잔을 사용해 우유 양은 적게 하고 거품으로 잔을 채운다. 글·사진 최영희 시연 고유리 감수 이승훈 참고문헌 《올 어바웃 에스프레소》이승훈 저 *상기 이미지는 독자 이해를 돕고자 커피가 아닌 맥주를 촬영한 것임.


커피 맛도 모르던 풋내기 대학 시절, 대형프렌차이즈 매장에 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맛

의 청결 상태, 서비스 마인드, 음료 품질 등을 모니터링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한번은 내가 근무한 매장이 음

을 찾아 다니는 커피 애호가보다는 여유와 문화 공간으

료 부분에서 모니터 점수가 엉망으로 나왔다. 지적

로써 카페를 찾는 손님이 주를 이뤘다. 마감 때 메뉴별

대상이 됐던 메뉴는 바로 카푸치노. 온도, 맛, 양에

판매액을 살펴보면 늘 우위를 차지하던 메뉴가 바로

서 모두 마이너스를 받았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아메리카노와 라떼였는데 소화 기능이 별로 좋지 않

주요 메뉴의 레시피 재숙지와 자체 모니터 평가

던 나로서는 느끼하고 마시면 더부룩한 라떼를 즐기

가 이뤄지며 라떼와 카푸치노 차이에 대해 명확

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첫 카푸치노 주문을 받게

한 이해를 갖기 시작했다.

됐다. 레시피는 라떼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우유 양

몇 해 지나 드라마 속 남녀 주인공 키스 장면으로

을 적게 하고 대신 그 위에 우유 거품을 채우는 메뉴였

단박에 카푸치노는 대중음료로 자리매김했다. 방

다. 찰지고 고운 거품 따윈 없었다. 속성으로 배워 스팀

송 이후 드라마 인기만큼 카푸치노 판매율도 급상

한 우유에서 거품을 분리해 큰 스푼으로 라떼 위에 가득 올 렸다. 만들면서도 차라리 라떼를 마시지 이걸 왜 마시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특히 일회용 잔에 카푸치노를 주문하고 시나몬 파우더를 잔뜩 뿌린 후 리드Lid를 덮어가는 손님들은 더더욱 이해

승했다. 우유 양이 줄고 잔이 가벼워진 느낌이여도 로 망을 대신해주기에 상관없었던 걸까? 아니면 시대가 변 하고 커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카푸치노 맛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이들이 많아진 것일까?

가 안갔다. 당시 주기적으로 본사에서 고용한 모니터 요원이 나와 매장

작은 차이가 만든 위대한 메뉴


Caffe Latte 카페 라떼 라떼 Latte는 이탈리아어로 ‘우유’를 뜻하며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부어 만든 메뉴다. 전 세계 어딜 가든 만날 수 있는 대표 커피 메뉴 중 하나다. 카푸치노보다 좀 더 많은 양의 우유가 들어가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으며 아침식사 대용으로 좋다. 거품은 기호에 따라 넣지 않거나 조금만 올린다. 보통 카페 라떼의 잔은 180~350㎖ 전후의 용량이며 270㎖ 정도의 잔을 많이 사용 한다. 잔은 손잡이가 잡기 편하게 된 것이 좋으며 에스프레소(크레마를 포함) 30㎖를 기준으로 했을 때 에스프레소와 우유의 비율은 1 : 4 ~ 5로 한다. 우유를 일정 온도 이상 가열하면 성분 변화가 일어나 싱겁거나 텁텁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핫 음료로 좋은 온도는 70℃이므로 온도 변화에 유의하며 스팀한다. 지난 1월호에 다룬 에스프레소 메뉴(리스트레토, 룽고, 도피오)를 사용하면 버라이어티한 맛을 만들 수 있다.


Cappuccino 카푸치노 카푸치노Cappuccino는 이탈리아어로 ‘모자’를 뜻하며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처음 마시기 시작했다. 이름은 이탈리아 카푸친Capuchin 수도원의 수도승 복장에서 유래됐는데 수도사들이 입는 모자 달린 원피스 색과 모양이 우유 거품을 얹은 커피와 비슷해 붙여졌다. 라떼보다 우유 양을 적게 첨가해 에스프레소의 풍부한 맛을 잘 살린 부드럽고 진한 맛이 특징이다. 첫 맛이 강하고, 다 마신 후 남는 뒷맛과 여운을 즐길 수 있다. 카푸치노 잔은 150~180㎖를 사용하는데, 에스프레소 우유와 우유 거품을 혼합했을 때 가장 적절한 카푸치노의 농도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적절한 비율은 ▲잔 높이를 기준으로 에스프레소 : 우유 : 거품 = 1 : 1 : 1 ▲양을 기준으로 에스프레소 : 우유 : 거품 = 1 : 2 : 3 이다. 거품 양은 잔에서 2㎝ 이상 덮여야 하며 가운데 우유 흰색과 에스프레소 크레마 색이

2 : 1 정도가 돼야 좋은 품질의 카푸치노라 할 수 있다.


No Foam Caffe Latte

270㎖ 잔에 에스프레소 30㎖, 우유 120~150㎖을 넣고 잔 위에서 1~1.5㎝를 남기고 잔 벽으로 빠르게 부어 만든 라떼로 카푸치노보다 연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1. 600㎖ 스팀 피처에 우유 300㎖를 따른 후 피처에 6부가 될 때까지 스팀한다. 2. 270㎖ 잔에 에스프레소를 추출한다. 3. 데운 우유를 잔의 벽으로 적은 양을 붓는다. 4. 우유가 회전하도록 많이 붓고 잔 위에서 1.5㎝가 남을 때까지 채운다.

Foam Caffe Latte

270㎖ 잔에 에스프레소 30㎖, 우유 120~150㎖을 넣고 우유 거품을 올린 라떼 메뉴로 카푸치노보다 연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1. 600㎖ 스팀 피처에 우유 200㎖를 따른 후 거품을 만든다. 2. 270㎖ 잔에 에스프레소를 추출한 후 10㎝ 높이 가운데서 우유를 빠르게 떨어뜨린다. 3. 스팀피처를 잔에 닿도록 내려 붓는다. 4. 스팀피처를 부드럽게 좌우로 흔들며 앞으로 밀 듯이 양을 늘려가며 붓어 잔에 가득 담는다.


Cappuccino

카푸치노는 에스프레소 : 우유 : 우유 거품이 1 : 2 : 3의 비율로 조화를 이루는 메뉴다. 1. 300㎖ 스팀 피처에 우유 120~150㎖를 따른다. 2. 스팀 피처에 8부가 될 때까지 거품을 만든다. 3. 180㎖ 잔에 에스프레소를 추출한 후 10㎝ 높이 가운데서 우유를 빠르게 떨어뜨린다. 4. 스팀 피처를 잔에 닿도록 내려 붓는다. 5. 스팀 피처를 부드럽게 좌우로 흔들며 앞으로 밀듯이 양을 늘려가며 붓다가 잔 위로 살짝 들어 올려 마무리한다. 6. 취향에 따라 시나몬이나 초코가루로 장식한다.

✽2014 세미Q크림 월드슈퍼바리스타챔피언십대회는 지정 메뉴인 ‘라떼아트’ 심사 기준으로 에스프레소 30ml, 거품 2cm, 온도 65℃로 정했으며 거품의 질과 크레마의 조화, 우유와 에스프레소의 조화 등을 평가한다.


책으로 세상 보기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글 이병주 리앤신디케이트 대표

1990년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시 네마 천국>은 시골 극장의 영사 기사 알프레도와 영화를 좋아하는 꼬마 토토 사 이의 우정을 그렸다. 청년이 된 토토가 사랑에 빠졌을 때 알프레도는 이런 이야기 를 들려줬다. “옛날에 어떤 나라 국왕이 개최한 연회에서 국왕 호위 병사가 공주를 보고 사랑에 빠지고 말았지. 신분 차이가 엄청났지만, 병사는 공주에게 마음을 고백했고, 공 주도 병사에게 깊은 감동을 받았어. 공주는 병사에게 말했지. ‘그대가 100일 밤낮 대니얼 길버트 저 | 서은국・최인철・김미정 옮김 | 김영사 펴냄

을 내 발코니 밑에서 기다린다면 기꺼이 그대에게 시집가겠어요’ 병사는 쏜살같 이 공주의 발코니 아래로 달려갔어. 하루, 이틀, 10일, 20일, 90일, 비가 오나 바 람이 부나, 새가 똥을 싸도 벌에 쏘여도 움직이지 않았어. 이런 병사를 공주는 줄 곧 지켜보았어. 그런데 99일째 밤 병사는 갑자기 뒤돌아서 가 버렸어. 마지막 밤 에. 이유는 나도 모르니 묻지 마라. 네가 이유를 알게 되면 가르쳐 주렴.”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토토는 열렬히 사랑했지만 여자친구 아버지의 반대로 둘은 이어지지 못한다. 실연의 아픔을 뒤로 하고 성공을 위해 로마를 떠나게 된 토토가 알프레도에게 말했다. “전에 병사와 공주 얘기를 해주셨죠? 이젠 병사의 마음을 알 것 같아요. 하루만 참으면 공주와 결혼할 수 있었겠지만, 공주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거예요. 애당초 말이 안됐어요. 못 오를 나무를 쳐다봤죠. 하지만 병사는 99일 동안 환상 을 갖고 견딜 수 있었어요.” 토토 스스로도 가난한 자신이 부유한 여자친구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할 거라고 겁먹은 것이다. 당장 여자친구와 결혼하는 것보다 성공해서 행복하게 해주겠다

책으로 세상 보기는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유용한 책 한 권을 골라, 책이 무슨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 실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여러 대기업을 대상으로 리더십 강의를 하는 리앤신디케이트 이병주 대표를 통해 현실적인 글 읽기를 만나 보십시오. 경영전문가이자 경영 칼럼니스트인 이병주 대표 저서로는 ‘애플 콤플렉스’, ‘촉’, ‘3不전략’ 등이 있습니다.

고 결심했다. 우리는 대부분 토토처럼 살아간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뒤로 미룬 다. 어릴 때는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친구들과 덜 놀고, 조금 커서는 더 나은 데 취직하기 위해 소개팅을 뒤로 미루며, 직장에 들어가서는 더 빨리 출세하기 위 해 연인과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결혼한 후에는 더 넓은 집에 살기 위해 가족을 외면한다. 고통이 좋아서 이렇게 사는 건 아니다. 모두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다. 미래에 명문대학, 좋은 직장, 빠른 승진, 넓은 집을 얻으면 행복해질 거라고 예상 한다.

+ 108


“옛날에 어떤 나라 국왕이 개최한 연회에서 국왕 호위 병사가 공주를 보고 사랑에 빠지고 말았지. 신분 차이가 엄청났지만, 병사는 공주에게 마음을 고백했고, 공주도 병사에게 깊은 감동을 받았어. 공주는 병사에게 말했지. ‘그대가 100일 밤낮을 내 발코니 밑에서 기다린다면 기꺼이 그대에게 시집가겠어요’ 병사는 쏜살같이 공주의 발코니 아래로 달려갔어. 하루, 이틀, 10일, 20일, 90일,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새가 똥을 싸도 벌에 쏘여도 움직이지 않았어. 이런 병사를 공주는 줄곧 지켜보았어. 그런데 99일째 밤 병사는 갑자기 뒤돌아서 가 버렸어. 마지막 밤에. 이유는 나도 모르니 묻지 마라. 네가 이유를 알게 되면 가르쳐 주렴.”

그러나 저명한 심리학자 하버드대학 길버트Daniel Gilbert 교수는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김영사, 2006)>에 서 사람의 이런 생각은 착각이며 오류라고 지적한다. 미래의 행복을 위한 우리들의 계획과 행동이 오히려 불행 의 씨앗이라는 것이다. 인간이란 본질적으로 미래를 계획하고 예측할 때 오류를 범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미 래에 대한 계획과 예상은 상당 부분 우리 뇌가 저지르는 착각이고, 막상 실제로 다가오면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 고 한다. 뇌가 저지르는 세 가지 오류 미래에 대한 예상이 현실과 다른 이유는 첫째, 상상의 과정에서 우리가 없는 정보를 채워 넣거나 있는 정보를 빠뜨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경험을 있는 그대로 기억 속에 저장하지 않는다. 경험은 저장될 때 몇 가지 중 요한 실마리로 축소된다. 간단한 어구나 중요한 특징으로 압축된다. 나중에 그 경험을 기억하고자 할 때, 뇌는 압축해놓은 정보 덩어리를 재조합하고 재구성한다. 이런 위조는 재빠르고 쉽게 일어나기에 우리는 전체 사건 이 내내 머릿속에 있었다고 착각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 뇌는 정보를 마음대로 조작하며 상상한다. 가령 많은 미국인들은 캘리포니아에 살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 사 는 사람은 실제로 다른 데 사는 사람보다 더 행복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캘리포니아 경 치와 날씨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경치가 가장 아름답고 날씨가 제일 쾌청하다. 그래서 캘리포니아에 살지 않는 사람은 캘리포니아라는 이름만 들어도 화사한 햇볕이 내리쬐는 해변과 장대같이 큰 삼나무를 상상한 다. 기후는 사람의 행복에 미치는 수많은 요인 중 하나인데도, 나머지 정보들은 빠뜨린 채 캘리포니아의 삶은 행 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부자가 되면 행복하고 가난하면 불행할 거라고 상상한다. 19세기 미국 시카고에서 일어난 헤이 마켓 폭동 주동자로 가난한 독일 이민자인 아돌프 피셔Adolph Fischer라는 청년이 누명을 쓰고 사형을 당했다. 자본가들이 노동조합에 따끔한 맛을 보여주겠다고 증거를 조작해 무고하고 힘없는 청년을 희생시킨 것이다. 이 런 상황에 처했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억울하고 불행할 거라고 생각한다.

COFFEE SPACE + 109


상상의 두 번째 오류는 현재가 미래에도 그대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 때문에 나타난다.

그러나 피셔는 교수대 위에서 이런 말을 남기고 죽었다. “바로 지금이 내 인생에 서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그의 삶으로 들어가 보면 답이 나온다. 피셔는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에서 소나 기계처럼 일하고 지치면 버려지는 있으나마나한 존재였다. 자신의 삶에서 어떤 의미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우연히 폭동 주동자로 몰리게 되면서 헤이마켓의 순교자로 역사에 남게 될 위치에 서게 됐다. 죽음은 두려웠지만 자신의 삶이 숭고하게 변한 이 순간, 그 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행복감을 접했다. 그는 가난한 데다 억울했지만, 많은 사람의 예상과 달리 행복하게 죽음을 맞았다. 상상의 두 번째 오류는 현재가 미래에도 그대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 때

상상이 틀리게 되는 세 번째 이유는 미래에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날 때 우리가 어떻게 느낄지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에 나타난다. 한 연구진이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던 사람에게 하이킹을 하다가 길을 잃어 음식과 물 없이 하룻밤을 숲속에서 보낸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게 했다. 러닝머신에서 막 운동을 끝내 목이 많이 말랐던 사람들은 92%가 배고픔보 다 갈증이 훨씬 더 고통스러울 거라고 답했고, 운동을 하기 전 목마르지 않은 사 람들은 61%만이 목마른 게 더 힘들 거라고 답했다. 이와 비슷한 연구는 많다. 무거운 물건을 들게 해서 몸에 힘이 빠진 사람이 어떤 사안이나 사람에 대해 더 부정적으로 답하는 현상이 분석됐다. 이처럼 사람은 현 재가 힘들면 어려움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금 좋은 일이 일어 나면 행운이 평생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상태의 무의식적인 영향으로 우 리의 예상과 계획은 틀릴 가능성이 많다. 상상이 틀리게 되는 세 번째 이유는 미래에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날 때 우리가 어 떻게 느낄지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막상 일이 일어나면 상상할 때 와 전혀 다르다. 나쁜 일은 실제로 일어나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고, 좋은 일은 생각보다 그리 기쁘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상태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 한다. 여러 연구에서 사람에게 이런 식의 양자택일 질문을 했다. 첫 번째 상황은 아파트 를 옮겨볼까 하다가 옮기지 않았는데, 이사 가려 했던 아파트값이 올라 1억 원을 벌 수 있었는데 손해를 봤다. 두 번째 상황은 아파트를 옮겼는데, 옛날 아파트 가 격이 올라 1억 원의 손해를 봤다. 어떤 상황이 더 후회되겠는가? 여러 연구 결과 를 보면 10명 중 9명은 아파트를 옮겨서 손해를 본 경우에 후회가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즉 어떤 행동을 하지 않은 것(inaction)보다는 어떤 행동을 한 것 (action)으로 인한 후회가 더 클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 110


지혜로운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인간 심리와 뇌에 대한 비밀이 속속들이 밝혀져도 사람들은 좀체 말을 듣지 않는다. 그건 사람이 자기만은 남과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경험은 내 것과 다르고 남의 이야기는 내 삶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느낀다. 그래서 직접 느껴봐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이들의 예상은 잘못됐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사람은 무엇을 했던 것보다 하지 않았던 것을 훨씬 더 많이 후회한다. 재수를 하지 않은 것,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하지 못한 것,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 등을 가 장 빈번하게 후회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존재이므로, 어떤 행동을 한 후에는 결과에 관계없이 그것에 대해 유리하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를 옮겨서 1억 원을 손해 보더라도 ‘이 아파트가 살기에는 훨씬 좋지’라고 위안하기 때 문에 실제로 그렇게 불행하지 않다는 말이다. 요컨대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상상할 때 수많은 실수를 한다. 게다가 그 실수를 인식하 지도 못한다. 미래를 계획하고 예상할 때 이런 실수가 빈번히 나타나기에 ‘후회 없이’ 살 았던 사람도 죽기 전에 많은 후회를 한다. 행복이라는 신기루 이처럼 앞을 내다볼 때 범하는 착각과 오류로 인해, 사람은 계획이 이뤄지면 훨씬 행복 해질 것으로 생각하고 그런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한다. 물론 절대 빈곤 상태에서 중 산층에 이르는 동안에는 부가 행복을 증진시킨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는 추가적인 부 가 행복을 증가시키는 데 별다른 기여를 못한다고 수많은 사회과학 연구가 밝혀냈다. 목마를 때 마시는 첫 모금의 물이 가장 시원하고 마실수록 만족도는 떨어진다. 심지어 물 배가 찼을 때 마시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경제학자는 이를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이라고 부르고 심리학자는 습관화라고 칭한다. 미래의 행복-돈, 성공, 권력, 합격, 연 애, 결혼 등-은 습관화를 통해 익숙해지므로 부족한 현재에 누리는 행복과 별반 다르 지 않다. 지혜로운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인간 심리와 뇌에 대한 비밀이 속속들이 밝혀져 도 사람들은 좀체 말을 듣지 않는다. 그건 사람이 자기만은 남과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 문이다. 타인의 경험은 내 것과 다르고 남의 이야기는 내 삶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느낀 다. 그래서 직접 느껴봐야 직성이 풀린다. 꿈은 이뤄봐야 별것 아니란 사실을 깨닫고, 첫사랑은 이어져야 남들과 똑같다는 사실을 안다. 갖지 못하면 미련과 욕망은 사라지 지 않는다. 이런 갈증이 오늘도 사람을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달리게 만든다. 토토는 결국 유명한 영화감독이 됐다. 알프레도 장례식 때 고향에 돌아온 토토는 첫사 랑과 재회했다. 그리고 토토가 사랑보다 미래의 성공을 위해 살기 바랐던 알프레도의 방해로 이별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됐다. 갑자기 이사하게 된 그녀는 토토와 헤어지지 않 으려고 알프레도에게 사정 설명을 부탁했지만 알프레도는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던 것 이다. 토토는 성공했지만 평생 첫사랑을 그리워하며 상실감으로 살게 됐다. 그러나 알 프레도는 토토가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원했기에 그런 결정을 했다. 그렇게 하면 토 토가 미래의 행복을 거머쥘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신기루였다.

COFFEE SPACE + 111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