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AR no.80,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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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 01-02, no.80

Contents & Flow Map

김재경의 PHOTOSSAY 20 [18] 전진성의 건축에게 묻다 05(完) [36] 김정동의 레코드 재킷에서 음악과 건축 읽기 05 [52]

구분

RESEARCH [44] 한국근대건축의 현장과 이슈 15 이연경 신작로, 철도마을, 그리고 지하 공간

인물

생산자

임재용↝ 이일훈↝ 이현식↝

㈜와이지-원 본사↝

[38]

REPORT 제17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예술감독 신혜원의 귀국 보고

콘텐트

S.A.L.T house↝ 장소

영국의 교회↝ 중계본동 104마을↝ 신작로, 철도마을, 지하공간↝

[34][78]

GAIA TOPIC 희망의 메시지 편집실

아파트단지↝

READING LISTS [56] 건축예술과 양식 건축의 정석 건축가의 엽서-네모 속 시간여행 르코르뷔지에 미워

환경조각

OCA 오씨에이건축↝ S.E.E.D haus↝ 사무소

DOCUMENTA 02 [58] S.A.L.T house; 마임 비전 빌리지 백상훈 RISING ARCHITECT 10 [68] soje architects 이현식 이태현

Organism-Cloud↝

soje architects↝

제17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

제14회 심원건축학술상 공모↝ 사건

땅집사향(171차-172차)↝ 와이드AR 건축 평론 공모 추천제 시행

[50]

THE E. IL HOON CODE 03 우리의 건축은 우리의 삶뿐이다 최우용

SPECIAL FEATURE [79] 건축가 임재용

건축예술과 양식↝ 건축의 정석↝ 추천도서 건축가의 엽서-네모 속 시간여행↝ 르코르뷔지에 미워↝

Jae Y. Lim Architect

건축공감↝

PROJECT VIEW [82] ㈜와이지-원 본사 오씨에이(OCA)건축 YG-1 Global Head Office

노바건축↝ 디엠피건축↝ 마실와이드↝ 비타그룹건축↝

ESSAY [102] 공공성의 풍경과 새로운 유형 임재용

삼한C1↝ 삼현도시건축↝ 성학건축↝

[114]

GROUP DIALOGUE 건축의 공공성과 새로운 유형에 대한 탐색과 실험 임재용, 박지일, 백승한, 이주연, 전진삼

솔토지빈건축↝ 수류산방↝ 파트너십

시공문화사↝ 심원문화사업회↝ 엠에스오토텍↝

NOTICE 제14회 심원건축학술상 공모; 추천작 발표 2022 와이드AR 건축 평론 공모 추천제 시행 제171차-제172차 땅집사향

우리마을A&C↝ 운생동건축↝ 원오원아키텍스↝ 유오스↝ 이건창호↝ 퓨즈랩↝

표지 이미지 설명: ㈜와이지-원 본사, 전면 테라피스 Ⓒ남궁선

2

헌터더글라스 코리아↝

↝강승현 ↝강승희 ↝강영조 ↝김기현 ↝김나운 ↝김명규 ↝김명식 ↝김승환 ↝김영철 ↝김용남 ↝김재경 ↝김정동 ↝김태성 ↝김현섭 ↝명지대건축대학교수진 ↝문진호 ↝박상일 ↝박승준 ↝박승홍 ↝박지일 ↝백상훈 ↝백승한 ↝서정일 ↝손도문 ↝손장원 ↝신혜원 ↝요시다 켄스케 ↝우영선 ↝이수연 ↝이연경 ↝이와나베 카오루 ↝이주연 ↝이태규 ↝이태현 ↝임근배 ↝장윤규 ↝전진삼 ↝전진성 ↝조남호 ↝조진영 ↝조택연 ↝주성진 ↝최우용 ↝최욱 ↝최원영 ↝편집실 ↝하광수 ↝한동수 ↝한승윤 ↝한제임스정민 ↝핸드릭페투르스베를라헤

지면 125 8 57 123 125 14 56 표4 표2, 56 5 18, 79 52 125 표2 56 1 17 125 1 79, 114, 125 58 79, 114 표2 12 57 38 57 56 표2 44 57 79, 114 표2, 표3 68 125 16, 16 79, 114, 125 36 6 16 13 10 50 3 15 123 9 표2 11 7 56



22 : 01-02, no.80 pp.18-33 김재경은 인문학적 감각과 절제된 심미성을 바탕으로 공간과 건축, 인간의 풍경을 기록하는 사진가다.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사진집 『자연과 건축』, 『MUTE』, 『MUTE 2: 봉인된 시간』, 『수원화성』(공저) 및 『셧 클락 건축을 품다』, 『김중업의 서산부인과 의원』(공저) 등의 책을 냈다. 현재 본지 사진총괄 부편집인이다. pp.36-37 전진성은 부산교육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이며 독일 근현대 지성사와 문화사 분야의 전문가이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베를린 훔볼트대학교 역사학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독 사회사학의 전신인 구조사학을 다룬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독일 올덴부르크(R. Oldenbourg) 출판사에서 2000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그는 문화사와 인권사 분야로 연구의 지평을 넓혀가며 『박물관의 탄생』, 『역사가 기억을 말하다』, 『상상의 아테네, 베를린·도쿄·서울』 등 여러 권의 저서와 논문을 집필했다. 부산의 인권단체 ‘아시아평화인권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본지 기획자문이다. pp.38-43 신혜원은 연세대 건축공학과와 영국 AA스쿨에서 수학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와 홍콩중문대 부교수를 지냈다. 2006년 로컬디자인(lokaldesign)을 설립하여 한강 접근성 개선을 위한 기반시설 사업,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 사업, 광주 사직 공공 예술 프로젝트 등 공공영역 프로젝트를 작업해왔다. 10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출품 작가였고, 독일 베를린 아에데스 갤러리 등 여러 국외 전시에도 참여했다.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최우수상(2011년), 젊은 건축가상(2013년)을 받았다. pp.44-49 이연경은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건축역사이론 전공으로 석·박사를 취득했다. 심원건축학술상 제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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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of the Writers and Protagonists 수상자이며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학사지도교수를 역임하고 현재는 인천대학교 지역인문정보융합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건축역사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한성부의 ‘작은 일본’ 진고개 혹은 本町』 및 『사진으로 만나는 개항장 인천의 경관』, 『인천, 100년의 시간을 걷다』(공저), 『도쿄제강 사택에 담긴 부평의 시간』(공저), 『쉽게 읽는 서울史(현대편 2)』(공저), 『서을 역사 답사기 5』(공저) 등이 있다.

취득했다. 이후 디자인캠프문박 디엠피(dmp)에서 실무를 시작했다. dmp에서는 〈IFEZ Arts Center〉 및 〈Seoul performing Arts Center〉 등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 후 일본에서 일 년 넘는 시간동안 여행과 인턴 등을 경험하고 귀국하여 김영준도시건축(yo2)에서 2016년까지 실무 경험을 쌓은 뒤 현재의 S.E.E.D haus를 설립하여 운영 중이다.

pp.50-51 최우용은 인천 생으로 2018년 일본 건축가 단게 겐조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졸업 이후 줄곧 설계사무실에서 근무하며 틈틈이 글을 쓰고 있다. 『일본건축의 발견』 등 몇 권의 책을 출간했고 《와이드AR》, 《건축평단》, 《공간(SPACE)》 등 건축전문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기관지 《나라경제》등에 건축 평론과 칼럼을 써왔다. 우리 건축의 정체성과 주체성에 대한 문제에 대해 스스로 글을 쓰며 공부하고 있다. 제10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2019)을 수상하며 건축평단에 들어섰다. 현재 본지 편집위원이다.

pp.68-77 이태현은 THE A LAB(에이랩 건축연구소)의 대표 건축가이다. 미래지향적이고 친환경적인 건축을 추구하며, 서울을 기반으로 실험적인 건축 작업을 하고 있다. 국민대학교 건축대학을 졸업했고, 바틀렛 건축대학원의 석사과정을 Distinction으로 졸업했다. ‘2017 국제건축문화교류’에서 Best Fellowship을 수상했고, ‘2019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에 선정되었으며, 2021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미래학교’의 참여작가이다. 국민대, 한양대, 서울시립대에서 건축설계와 도시건축디자인을 강의하고 있으며, 젊은건축가포럼코리아 운영위원으로 대중과 건축의 소통에도 기여하고 있다. 현재 본지 편집위원이다.

pp.52-55 김정동은 1970년 홍익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근대건축사 연구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2013년 목원대학교에서 정년퇴직했다(명예교수). 이후 세운상가 내에 「우리근대건축연구소」를 열고, 운영해오고 있다. 건축문화재분야(건축시공기술사)를 전문으로 연구하고 있다. 토탈디자인 전문지 격월간 《꾸밈》의 주간을 역임했고, 도코모모코리아 창립 회장을 역임했다. 한국건축역사학회 회장, 문화재청 근대건축분야 문화재위원장을 역임했다. 10여 권의 저서가 있다. 현재 본지 명예고문이다. pp.58-67 백상훈은 인하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구영민 교수 연구실인 Factory에서 석사학위를

pp.68-77 이현식은 본문에 포함

건축역사이론을 가르치고 연구한다. 주요 연구 관심분야는 학제 간 도시연구, 하부구조론, 일상생활의 철학적 담론, 공동체와 공공성, 분위기와 정동이론, 신유물론, 동아시아의 시각문화와 매체경관 등을 포함한다. 최근 연구는 《Positions: Asia Critique》와 《Korea Journal》을 포함한 다수의 국내외 논문집에 게재되었다. 또한 정림건축의 《SPACE(공간)》 특별호 『일상감각: 정림건축 50년』(2017)을 총괄 기획하였으며, 서인건축 4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젝트 『다른, 상징적 제스처들: 서인건축 40년의 비평적 탐문』(2018)의 주요 저자로 참여하였다. 현재 본지 편집위원이다. pp.114-122 이주연은 서울시립대학교 및 대학원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월간 《공간》 건축담당 기자 활동을 시작으로 디자인전문지 격월간 《꾸밈》 편집차장, 건축+인테리어전문지 월간 《플러스》 편집장을 거쳐 다시 월간 《공간(SPACE)》의 데스크로 자리를 옮겨 편집장과 주간을 역임했다. 그 후 건축 잡지 월간 《건축인(poar)》 공동편집인으로도 활약했다. 초대 한국건축기자협회장 및 건축저널리스트포럼을 주도했다. 도코모모코리아 부회장을 역임하며 건축비평과 근대건축보존 운동에 앞장서 왔다. 현재 본지 부발행인이다.

pp.114-122 박지일은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월간 《건축문화》 기자를 역임한 건축&디자인 전문 에디터다. 다수의 건축 매체와 건축사진 온라인 플랫폼, 리빙지, 디자인 웹진 등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다양한 건축 콘텐츠 제작 및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건축가 초청강의 〈땅집사향〉의 MC이며, 월간 《BOB》 편집책임자로 활동 중이다. 현재 본지 섹션편집장이다.

pp.114-122 전진삼은 제4회 꾸밈 건축평론상(1988)을 수상하며 건축평단에 들어섰다. 월간 《공간》 편집장 역임하고 월간 《건축인(poar)》의 창간인 겸 초대 편집인, 주간을 맡았다. 13년간 계간 《황해문화》 문화비평/건축 고정필자로 활약했으며, 1980년 월간 《시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이다. 『건축의 발견』, 『건축의 불꽃』, 『조리개 속의 도시, 인천』, 『건축의 마사지(1권, 2권)』 등 비평집과 『건축은 없다?』 『IMAGEABLE PLATE-AU』 등 다수의 공저를 냈다. 현재 본지 발행인이다.

pp.114-122 백승한은 가톨릭관동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도시설계 및

p.125 김태성, 강승현, 김나운은 본문에 약식 표기함

pp.79-122 임재용은 본문에 포함






논현 P사옥 Ⓒ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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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본동(2013)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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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본동(2011)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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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SSAY


김재경의 포토세이 20

중계본동 104번지 마을 글, 사진. 김재경 본지 사진총괄 부편집인

중계본동 백사104마을노원구 중계본동 30-3번지 일대이

처지를 보아 짐작할 수 있으나 실제로 말을 들어 보면

이어 “중도금, 잔금 대출은 SH나 시공사에서 도와줄

올해 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서울시와

모두 삶이 힘겨운 사람들뿐이었다. 비록 일제 식민기와

것”이라며 “외부인들이 들어오는 것도 있는 사람들이

SH

노원구, 서울주택도시공사 는 ‘개발과 보전, 과거와

전후의 가난했던 시절에 어렵지 않았던 이가 있을까

여윳돈을 갖고 사는 건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가 공존하는 상생형 주거단지’총 2,437세대: 공동주택

싶지만 그중에 더욱 갈 곳 없던 이들이 살던 도심 외곽에

지역, 풍토, 관습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에 따라서 삶의

1,953세대, 임대주택 484세대

위치한 ‘이주민 정착지’였다. “첫 이주민이 들어온 후 십여

양태가 다를 수 있다면 주거는 이를 잘 드러내 보이는

로 변신을 예고2025년 완공했기

때문이다. 낡은 저층 주거지의 특성과 흔적을 고스란히

년 지나자 마을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마을 초입에

것들 중 하나이다. 춥거나 더운 지역은 물론이고 온화한

간직하는 방식의 개발, 백사마을 만의 차별화된 창의적

시장통이 형성되자 사람들이 붐비고 활기로 가득했다.

지역도 생활방식의 차이와 문화는 그 흔적을 그대로 집에

건축디자인이 나올 수 있도록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하루에 몇 번 오는 버스는 길게 늘어선 마을 사람들로

새긴다. 삶이 평탄한 태평 시대나 그렇지 않더라도 그 시기

가득 찼다. 그 무렵에 전기가 들어왔으나 물은 공동

집의 양식, 장식 또는 가구와 집기 등 크게 보아 일상과

나누고, 총 15명의 건축가를 배치해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우물에서 길어다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교통이

예술적 활동의 성과로 남아 후대 사람들에게 말을 전한다.

건축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시 관계자는 “백사마을은

불편하고 살림은 옹색했어도 맑은 공기와 자연 속에서

삶은 고정되기보다 흔들려 불안한 것이고 사건 사고의

재개발로 인한 기존 거주민의 둥지 내몰림을 최소화하는

따뜻하고 끈끈한 공동체 생활이 이어졌다.”(노원구

집합은 진보의 노정 그 자체이다. 시대 속에서 부대끼거나

공동주택용지 5개, 주거지보전용지 23개

부지를 총 28개 영역

으로

동시에 도심 내 대규모 주택공급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소식지) “그때 동대문 막살이집촌에 살다가 불이 나는

역으로 밖에서 어느 시대를 조망한다는 사실은 현실과

상생형 주거지 재생의 새로운 모델”이며 “다양한 유형의

바람에 집을 잃었지. 판자촌이니 순식간에 재가 됐어.

비현실만큼 격차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생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 적용해 낙후된 주거환경을

다른 이웃들과 80여 명이 여기로 흘러들었어. 나랑

우리 삶의 골격과 살을 이루는 집은 지금 여기 우리의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이후 도시

남편도 4남매를 데리고 왔는데 천막 하나 내준 게

얼굴 그 자체에 다름 아니다 할 수 있다. 몇 십년동안의

저소득층의 주거형태로 고착된 무허가 불량주택이 서울시

고작이었어.”(최ㅇㅇ, 88세) “남은 사람 중 여기 계속 살 수

시대적 요청 아래 대량 상품으로 바뀌어 버린 작금의 주거

도시화 정책 아래 철거민을 양산한 시기는 1960년대.

있는 사람은 열에 서너 명도 안 될 것”이라며 “새 아파트

현실, 누추한 곳을 지우고 아파트단지로 가득 채운 도시,

서울 인근의 적절한 구릉지를 정착지로 택했으며

추가 분담금이 3~4억 원 정도로 예상되는데 실제로

그 바탕의 모습을 기록한다. 처음 관이 주도해 이주민을

백사마을이 이들을 수용하는 ‘이주민 정착지’로 지정된

그렇다면 입주권을 팔고 서울을 벗어날 수밖에 없다.

소개했던 장소에 주민 스스로 건물을 지었고 섬유질 같은

해가 1967년이었다. 용산과 영등포, 청계천 등지에 살던

정부에서 융자를 해준다고 해도 나이 먹은 사람은 평생

거주의 원초적 갈망이 보이는 ‘자생적 정착지’로 남은

도시빈민들이 이곳으로 내몰려 들어왔다. 한 가구당

갚아도 못 갚는다. 이 동네 사람들의 한이 될 것.”(김ㅇㅇ,

까닭이다.

8평 땅, 시멘트블록 200장, 천막 1동이 지급됐다. 그게

60세) 주민대표회의 위원장(황ㅇㅇ)은 “분담금 때문에

전부, 나머지는 각자 알아서 해결하는 식이었다. 해가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일은 어느 재개발이나 다 있다”며

참조 및 인용: 〈서울시 도시재생실주거재생과 자료〉,

바뀌며 어떤 이는 뒤늦게 들어와 터 잡이로 살거나

“조합원 분담금도 지금 아파트 시세에 비해서는 엄청

〈서울 중계동 백사마을의 건축적 특성 연구_장용해,

또 누구는 값싼 땅을 매입해 공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싼 금액이고 차액이 있으니 그걸로 또 집을 장만할 수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향신문] [동아일보] [위클리

저마다의 사정이 딱하지 않을 수 없기는 여기로 들어온

있어서 쫓겨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리포트]

중계본동(2013)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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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본동(2013)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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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본동(2013)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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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본동(2013)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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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본동(2013)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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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본동 백사마을(2021)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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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에게서 소년에게1)

GAIA Topic : 희망의 메시지 우리는 엄청난 인구로 세계를 뒤덮고, 자원의 유한성은 개의치 않고 지구의 과실을 먹어 치우고, 공해와 폐기물로 터전을 더럽히면서 환경이 우리를 심판할 날을 앞당기고 있다. 설사 우리가 인구 과잉, 자원 고갈, 환경오염 때문에 끝장나지 않더라도 기후 변화가 그 일을 대신할 것이다.(중략) 나는 우울한 통념과 다른 방향으로 문제를 사고하는 방식을 통해 환경 문제 역시 올바른 지식만 있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여긴다.(중략) 분명, 환경 문제가 있다는 생각 자체는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지구는 무한정해 보이고, 우리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해 보인다. 그러나 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미시적으로 보면 인간과 우리가 존중하고 의지하는 종들이 각종 오염 물질에 소리 없이 중독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거시적으로 보면 개별 행위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쉽게 감지하기는 어렵지만, 그 영향을 총합하면 우리가 환경을 2)

비극적으로 오염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 이 꼭지의 명칭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최남선 선생(1890~1957)이 1908년 11월에 한국 최초의 종합잡지 《소년》을 창간하고 발표했던 권두시 제목에서 따왔다. 그로부터 100년 뒤 2008년 1월에 창간한 본지는 선생의 계몽주의적 정신과 시선으로 현 인류와 미래의 인류가 함께 살아갈 지구를 향한 생각을 공유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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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티븐 핑커, 『지금 다시 계몽(ENLIGHTENMENT NOW)』(2021), 사이언스북스, pp.195-196


열대림의 벌목이 시차를 두고 다시 줄어들었다는 것은 환경 보호가 선진국에서 출발해 세계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신호이다. 대기, 물, 숲, 어장, 농장, 자연 서식지의 질 등의 지표를 조합한 환경 성과 지수(Environmental Performance Index)를 성적표 삼아 우리는 환경 보호 문제와 관련된 세계의 진보를 추적할 수 있다. 그 지수에 따르면 10년 이상 추적 조사해 온 180개국 가운데 두 곳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평균적으로 부유한 국가일수록 환경이 깨끗하다. 가장 깨끗한 곳은 북유럽 국가들이고, 환경오염이 가장 심각한 곳은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그리고 일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가장 치명적인 두 가지 오염 — 오염된 식수와 실내 요리 연기 —은 가난한 국가가 겪는 불행이다. 하지만 최근 수십 년간 빈곤 국가가 부유해짐에 따라 이들도 그런 해악에서 벗어나고 있다. 세계 인구 가운데 오염된 물을 마시는 비율은 8분의 3, 요리 연기를 마시는 비율은 3분의 1 감소했다. 인디라 프리야다르시니 간디(Indira Priyadarshini Gandhi, 1917-84)의 말대로 “가장 큰 오염원은 가난이다.”

3)

p.78 3) 같은 책, pp.209-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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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게 묻다 05(完)

아파트 주거는 건축가에게 무엇인가 : 제대로 짓고, 짓는 것에 대해 숙고하라 글. 전진성 부산교대 교수, 역사학자

집을 짓는 일은 건축 본연의 과제이다. 건축가가 집을 안 짓는 것은

공포된 주택건설촉진법으로 전국적 팽창의 단초를 얻은 표준설계의

권투선수가 링 위에 오르지 않는 것과 매한가지다. 주택 문제를 오랫동안

‘대단지’도 한국의 발명품은 아니다. 그렇지만 서구 아파트와의

방기해온 한국의 건축가들은 챔피언 벨트를 차고 허공에 주먹을 날리는

표면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아파트에는 ‘공공재’라는 핵심

광고 영상 속의 히어로같이 보인다. 물론 타이틀매치를 성사시켜주지

요소가 빠져있다. 아파트에서의 삶은 이제 ‘주거’라기보다는 ‘투숙’에

않는 매니저의 잘못이 우선적으로 크다. 어차피 공무원과 대기업이

가깝다. 정주민의 정든 고향이 아니라 유목민의 간편한 천막을 닮은

건설 시행을 좌지우지하는 마당에 건축가가 역량을 발휘할 여지는 별로

아파트는 서로 분리된(apart) 배타적 소유물들로서 늘 매매, 즉

없다. ‘건축가’가 ‘건축사’ 이상의 역할을 하겠다고 시범 경기가 아닌

등가교환이 가능하다. 1927년 독일 남부 도시 슈투트가르트 외곽에

타이틀매치를 요구하는 순간 링 위에 오를 그나마 기회도 박탈된다.

바이센호프지들룽(Weißenhofsiedlung)이라는 혁신적 주택단지를

대한민국의 집은 심지어 농촌까지도 아파트 일색이다. 특히 1970년대

남긴 독일공작연맹(Deutscher Werkbund) 주최 건축박람회의 도록인

이래 자리 잡은 아파트단지는 가장 확실한 재산증식의 수단이자 사회적

『건축과 주택』에서 건축가 루트비히 힐버자이머가 주창한 안락한 호텔

차별화의 상징이 되어왔다. 아파트 숲을 이루는 대한민국의 도시들은

같은 “기성품으로서의 주택”이 반세기 후 지구 반대편에서 전면적으로

그늘진 과거를 단숨에 철거해버리고 지체 없이 미래로 뻗어나간다. 특히

구현된 것은 참으로 세계사적이다.

지난 70년간 2배 이상의 면적, 10배를 뛰어넘는 인구의 대도시로 성장한

순전한 상품이 된 한국의 아파트는 서구식 개인주의와도 친연성이 없다.

서울의 명암은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우리가

계급적 허세를 벗겨내고 르코르뷔지에가 주창한 “거주 기계(machine-

거주하고 있는 이 땅은 그야말로 욕망의 활화산으로, 그 어떤 가치도 이

à-habiter)”로 자리 잡기에는 너무나 타인의 이목에 의지하고 있다.

욕망을 잠재울 수 없다. 역사적, 인간학적, 환경적 고려는 아예 배제된다.

삶의 효율성보다는 위세가 훨씬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좀 더 결정적인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Valérie Gelézeau)의 표현을 빌면, “아파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바로 국가의 권위주의적 개입이다. 1960년대

공화국”의 수도 “서울은 지리학에 저항하는 도시”다.

초까지만 해도 시청 앞에서 추곡수매를 할 정도로 시골스러웠던 서울이

주지하다시피 아파트는 서구의 유토피아적 사회이념의 산물이다. 급격한

1962년 총리 산하의 특별시가 되고 1963년 행정구역 대개편으로 2배나

산업화와 도시화로 서민과 노동자의 주거가 위협받던 시절에 주로

확장된 것은 무엇보다 수도권 유입 인구의 급증에 직면해 선거구 확대로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건설관료와 건축가들이 고안해낸 주거형태였다.

민심을 다잡으려는 정치적 포석이었다. 황량한 농지가 서울에 대거

공익형 임대주택으로서의 아파트는 모더니즘 건축의 이데올로그인

편입되자 부동산 투기가 만연하고 집과 땅에 대한 욕망이 들끓게 됐다.

지그프리트 기디온(Sigfried Giedion)이 말했던 “해방된 주거”를 구현할

국가는 투기열을 억제하기는커녕 스스로 투기에 앞장섰다.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었다. 1920년대에 유행하던 소위 “신(新)건축”의

개발이익을 국가가 환수하는 일제강점기 이래의 전통에 의거해 박정희

대의에 따르면 건축이란 모름지기 특권층의 수구적 취향이 아니라

정부는 개발대상 지역 인근의 지주들에게 땅을 환수해 그 일부를

시민의 일상생활에 이바지해야하며 이를 위해 합리화 및 표준화되어

체비지로 매각함으로써 막대한 수입을 올렸다. 이른바 ‘유신체제’는

효율적으로 기능해야하고 누구에게나 유용하도록 대량화되어야

권위주의 국가의 일방적인 토지개발과 주택정책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마땅했다. 또한 형태면에서도 간결하고 개방적이며 구태의연하지 않아야

서울에서 시작하여 전국으로 퍼져간 아파트 단지들은 정부가 재벌과

했다. 과연 한국의 아파트는 이러한 대의와 친연성을 지니는가?

결탁하여 일방적으로 추진한 한국형 발전모델의 표상이었다. 1962년

“빛, 공기, 일조를 모두에게(Licht, Luft, Sonne für alle)”는 19세기

공포된 도시계획법과 토지수용법은 일제강점기인 1911년 4월의

후반기에 도시통계학자 에른스트 브루흐(Ernst Bruch)가 베를린의

조선총독부 제령(制令) 제3호였던 ‘토지수용령’과 1919년 일본 본토에서

건조환경을 지적하며 거론했다가 건축가 르코르뷔지에가 차용하여

제정된 도시계획법을 닮아있으며, 특히 일본과 한국의 도시계획법 안에

1920년대 이래 주로 독일을 중심으로 일반화된, 주택 건설의

공통적으로 수록된 ‘토지구획정리’ 조항은 뚜렷한 일제 유산이었다.

주요한 표어였다. 평등하게 나란히 선 ‘일자형 주거동(Zeilenbau)’은

그리고 그것의 시원은 일본의 근대화 모델을 제공했던 독일 제국에서

마포주공아파트를 필두로 여의도와 반포, 강남, 그리고 잠실 등지에

제정되었던 공용환지법, 일명 ‘아디케스법(Lex Adickes)’이었다. 유럽

차례로 자리 잡은 판상형 아파트의 원형임이 분명하다. 1972년

열강 중 후발국이었던 독일에서 땅을 일일이 구매하지 않고도 ‘공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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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을 담보로 수용하여 신속하고도 계획적으로 조성하고자 고안된

지어진 매르키쉬 지구(Märkischesviertel)의 경험을 참조했는지,

이 도시개발 수법은 19세기말에 독일 중서부 도시 프랑크푸르트 시장

또는 그것을 참조한 일본의 사례로부터 배웠는지를 밝히는 것은 향후

프란츠 아디케스(Franz B. E. Adickes)가 도시외곽의 신시가지 개발을

연구자들의 과제이다.

위해 고안한 것으로, 마찬가지로 후발국이던 일본에 1919년 도입되었고

대한민국 아파트의 독일기원론 문제는 좀 더 큰 사안과 연관된다.

1934년 총독부 제령 제18호로 공포된 조선시가지계획령에 의해 식민지

1970년대에 유행하던 “주택 건설 2백만 호!”라는 구호는 확실히

조선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1962년 도시계획법과

북한을 염두에 둔 것인데, 마치 병영과도 같은 아파트의 겉모습은

1966년의 토지구획정리사업법에 의해 대한민국의 도시개발의 가장

차치하고라도 냉전의 한가운데에 놓여있던 수도 서울을 요새화하는

핵심적인 수법으로 자리 잡게 된다. 불도저 시장 김현옥이 첫 선을

방책으로서 한강연안개발계획을 수립했다는 점은 대한민국 아파트단지의

보인 이후 1970년대부터의 서울의 아파트단지들은 대체로 이 수법에

역사적 성격을 말해준다. 한강변 매립지에 세워진 한강맨션아파트와

의해 큰 재정 부담 없이 단시간 안에 창출될 수 있었다. 1980년대에는

여의도 시범아파트, 반포주공아파트 등은 고학력 중산층이 주도하는

소위 ‘합동 재개발 방식’의 도입으로 민영회사와 지역주민의 참여가

“조국근대화”의 시각적 표상일 뿐만 아니라 냉전적 대립을 격화시키며

좀 더 촉진되었다. 맨땅 위에 불뚝 솟아오른 아파트단지들은 정부와

한강을 호수화했던 개발독재의 요새였다. 특히 군사용 비행장으로 쓰이던

토건세력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 상승을 통해 이득을 얻으려는

하중도 여의도에 유사시 전투기용 활주로를 겸하도록 건설된 5·16광장과

주민들의 욕망이 한데 결탁하여 쌓아올린 바벨탑이었다.

국회의사당을 포함한 관청가 계획 그리고 판상형 주거동의 일렬 배치는

대한민국 정부는 권위주의적 통치기구인 동시에 스스로가 투기꾼

민족분단과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의 한국적 결합을 가장 생생하게

역할을 맡았다. 장기임대정책 등 저소득층을 사회적으로 보호하는

보여준다.

데 주력하기보다는 세금혜택과 국고보조금 등 파격적인 조건을

과연 이 땅의 건축가들은 이처럼 역사적으로 모호하고 건축적으로도

제시하며 민간 건설업체들의 아파트 건설을 부추겼으며 선분양제도와

매력 없는 아파트에서 사는 삶에 대해 할 말이 없는가? 그냥

주택청약제도 등을 통해 막차 폭탄을 끌어안는 사람 빼고는 모두가

‘업자’들의 영역이라며 방치해둘 셈인가? 제대로 된 타이틀 매치를

일종의 주택 로또를 얻을 수 있을 듯 국민들을 현혹시켰다. 그러나

위해 링에 오르고 싶은 생각이 없는가? 사람이 사는 집이란 진정으로

소설가 박태순의 1966년 작 〈서울의 방〉의 주인공처럼 시골에서

어떠해야하는지를 아늑한 교외가 아니라 소란스런 도시 한가운데의

상경하여 이삿짐을 싸들고 떠도는 사람들에게 서울에서 방 한 칸 얻는

아파트단지에서 보여주고 싶지 않은가? 철학자 하이데거(Martin

일은 “서울에 말뚝을 박(기)” 위한 필사의 투쟁이었다. 이러한 갈 곳

Heidegger)의 1951년도 에세이 「짓기, 거주하기, 사유하기」는

없는 사람들의 선택지 중 하나는 곳곳에 비어있는 공유지, 국유지

건축가들이 참조할만한, 실제로 많이들 언급하고 있는 문헌이다. 이

등에 판잣집을 짓는 일이었다. 이들을 정부가 어떤 식으로 대했는지는

글에서 거주하기(Wohnen)는 짓기(Bauen)와 사유하기(Denken)

우리 모두가 잘 안다. 대한민국 정부는 오래도록 사회정의에는 극도로

사이에 위치한다. 짓기와 사유하기는 모두 거주하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무관심했다. 도시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교외로의 무질서한

짓기는 거주한다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짓기 자체가 본원적으로

팽창(urban sprawl)’마저도 정부의 주요 관심사에 속하지 못했다.

거주하기다. 거주한다함은 죽음 앞에 유한한, 필멸의 인간이 지상에

무취미하고 동어반복적이며 폐쇄적인 아파트단지는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체류하는 것이요, 이러한 체류를 위해 마땅히 필요한 보살핌이 바로

자화상이다. 그것은 산업화를 수행한 주역들의 내밀한 주거공간이자

짓기이다. 인간은 사물들에 체류함으로써 제대로 보살핌을 얻을 수

그들의 노력이 거둔 개인적 결실이었던 동시에 그 모든 과정의 명암을

있기에 그것은 지어져야 한다. 예컨대 강을 건너는 다리를 지음으로써

압축한 상징물이기도 하다. 이 땅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파트단지가

필멸의 인간이 세상에 체류하는 것을 돕는다. 거주한다는 것은

건축적으로 이렇다 할 면모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은 대한민국의

좁은 의미의 ‘주거(Wohnung)’를 넘어 세상과 인간과 사물, 그리고

비극이다. 일단 건축적 계보 자체가 뚜렷하지 않다. 아파트가 서구적이고

신이 함께 만나는 일이다. 따라서 건축물은 물리적인 공간(Raum)

현대적인 생활방식을 대변한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적어도

속에 지어진다기보다는 오히려 ‘세상을 공간적으로 구획(Welt-

형식적으로는 CIAM의 국제주의 원칙을 대체적으로 따르고 있는 것으로

einräumendes)’함으로써 의미로운 장소(Ort)를 창출한다. 한 마디로

보인다. 그러나 아테네 헌장이나 르코르뷔지에의 영향은 특별히 없어

짓기란 ‘거주하게끔 하는 것(Wohnenlassen)’이다.

보이고 독일식 ‘지들룽(Siedlung)’ 개념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의견이

이 고명한 철학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주택 부족이 만연하던 시절에

분분하다. 지들릉은 본래 도시 외곽 곳곳에 도심부 못지않은 대단지들을

“거주의 본질을 사유할 것”을 촉구했다. 그가 볼 때는 단순히 주택부족이

구축하고 대중교통망으로 촘촘히 연결하여 중산층과 빈민층, 중심부와

문제가 아니라 거주의 본질을 잊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진정으로

주변부, 도시와 농촌의 해묵은 이원 구조를 해소하고자했던 것이기에

결핍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지 못하는 세태야말로 시대에 만연한

공공재로서의 성격이 강했다. 어쨌든 독일의 도시계획과 건축이 대한민국

“인간의 고향 상실”을 낳은 원천이라는 것이다. 그는 무작정 집을 짓는

아파트단지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제대로 짓고, 짓는 것에 대해 숙고하라”고, 바로

‘아파트먼트 하우스’라는 용어를 처음 도입한, 서구식 공동주택의 첫

그것이야말로 올바른 거주라고 충고한다. 이러한 신선놀음 같은 주장에

번째 모델인 1958년의 종암아파트가 독일 건축회사에 의해 설계되었다는

대해 현직의 건축가들은 분명히 할 말이 있을 것이다. 건축가들이 건축의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북한도시 함흥이 바우하우스 출신의 동독

언어로 철학자/인문학자의 말장난을 훌쩍 뛰어넘는 지고한 경지를

건축가 및 엔지니어들에 의해 개발되었던 사례와 비교하면 시사하는

보여주기를 바랄뿐이다.

바가 적지 않다. 이와 더불어 서울의 아파트 ‘대단지’ 기획에 있어 마찬가지로 분단도시였던 서베를린의 베를린장벽 근처에 1960년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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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현재와 미래의 과제에 맞서 새로운 다중적 연대를 구축하다 : 제17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예술감독의 귀국 보고 글. 신혜원 한국관 예술감독, 건축가

한국관, ‘미래학교’ 기획의 배경과 의의

핵심을 이룬다. 2021년 건축 비엔날레 기간에 열릴 디자인 스튜디오, 강의, 세미나, 패널 토론, 전시 및 기타 교육적 개입 등의 프로그램은

미래학교는 제17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을 급진적 사유의

이후 다시 서울에서의 마지막 ‘학기’로 마무리된다. 그간 생성된

국제적 배양소로 전환한다. 따라서 더 나은 미래의 구축이라는 뜻을

아카이브를 더욱 포괄적으로 탐구함으로써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적극 탐색하는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를 접하고 교류하는 일종의 만남의

더욱 혁신적인 프로그램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장소가 된다. 사람, 장소, 개념, 실천의 글로벌 연합체인 미래학교는 국경과 거리를 뛰어넘어 참가자와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동시에

공간구상 열린 캠퍼스 집, 우물, 정원으로 이루어진 회합, 배움, 휴식과

다종다양한 참여의 양식을 촉진한다. 미래학교의 최종 목표는 이주,

명상을 위한 공유공간. 이것이 한국관에 자리 잡을 미래학교의 근본

디아스포라의 확산, 기후 변화의 충격, 사회적·기술적 변화의 속도 등

구상이었다. 한국관은 소비의 공간이 아닌 생활, 교류, 토론을 위한

현재와 미래의 과제에 맞서 새로운 다중적 연대를 구축하는 데 있다.

공간인 것이다. 한국관은 베니스비엔날레 자르디니 공원에 세워진 독특한 구조물이다. 건축가 김석철과 프랑코 만쿠조의 설계로 1994~1995년에

캠퍼스 구조 제17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기간 동안, 미래학교는

지어진 이 건물에서 유일하게 영구적인 부분은 기존의 벽돌조적

자르디니에 물리적 캠퍼스의 형태로, 전시, 워크숍, 설치, 대화 프로그램

공중화장실뿐이다. 건물의 나머지 부분은 임시 구조물로 여겨지며,

등을 개최한다. 여기에 주요 커미션 시리즈를 통해 음향과 움직임,

부지의 큼지막한 나무들 사이로 지어졌다. 다시 말해, 일부 큐레이터들이

음식과 음료를 비롯해 모든 참가자를 위한 약속문까지 더해진다.

원할 만한 곧게 뻗은 벽에 채광이 조절되는 네모반듯한 박스 형태가

결과적으로 이곳 베니스 캠퍼스는 세계 곳곳의 미래학교 캠퍼스와

아니라는 뜻이다. 대신에 유리벽과 의외의 곡선으로 이뤄진 햇빛이

새로운 디지털 환경인 미래학교 온라인과 연결된다. 분과를 가로질러

잘 드는 투명한 건물이다. 미래학교는 파빌리온이 탄생한 본래 의도를

모든 형태의 상호 참여를 육성한다는 목표는 한국관 현장의 유연한 활용

받아들여 탄생의 숨겨진 이야기를 드러냄과 동시에, 파빌리온 건축

양상에서도 드러난다. 열린 주방, 원형 라운지, 그리고 한국의 전통 수제

특성의 모든 잠재력과 우수함을 새로운 유형의 학교를 통해 탐색하려

종이인 한지로 만들어진 휴식 공간 등이 편안한 가정집을 연상시키며

한다. 파빌리온의 개방성은 미래학교의 가장 큰 자산이 되어, 파빌리온

배움과 생활의 경계를 부드럽게 해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실내를 벽 너머 자르디니 정원과 연결하고 회합 장소로서의 학교 캠퍼스

미래학교 온라인을 움직이는 동력이기도 하다. 미래학교 온라인은 정보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러한 비전은 미래학교의 공간디자인 팀인 송률과

네트워킹과 진행 중인 협업 과정을 촉진하는 아카이브이자 능동적인

크리스티안 슈바이처로 구성된 수파 아키텍트와의 긴밀한 협력으로

아키텍처이다. 여행과 밀접 대면이 까다로운 시기, 미래학교 온라인은

구현되었다. 파빌리온 중앙의 벽돌로 된 사각 공간은 수제 한지 벽으로

기술이 인류의 시급한 과제에 접근하는 전 지구적인 협업을 어떻게

이루어진 전통 한옥 스타일로 탈바꿈한다. 조경 건축가 김아연이 제작한

뒷받침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갈대로 만든 원형 카펫은 회합의 상징적 공간을 만들며, 건물의 기존 배관을 이용해 설치한 작은 주방은 참가자들이 방문객에게 제주 옹기에

프로그래밍과 커리큘럼 참여 건축가, 교육자, 예술가, 이론가, 운동가들과

담은 차와 음료를 대접할 수 있도록 한다. 이전까지 비엔날레 건축전에

함께 비엔날레 기간 동안, 진행될 미래학교의 여러 이벤트를 통해

이용된 적 없었던 옥상은 ‘큐레이터 연합’ 기획의 일환으로 공용 공간이

방문객들은 모두 기존의 배움을 내려놓고 다시금 배우는 과정에

된다. 전시, 워크숍 결과물 등은 ‘미래학교 약속문’과 나란히 A4 용지

동참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이벤트는 점차 성장하고 변화하는 전체

형태로 물결 모양의 ‘프로세스 벽면’을 가로지르고, TV 스크린들은

전시의 일환으로 기록되어 송출된다. 미래학교는 물리적 형태와 가상의

미디어 전시를 위한 플랫폼이 된다. 이러한 물리적 공간들은 미래학교의

형태를 아울러 50여 가지 이상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도시 환경

가상공간인 온라인 플랫폼과 보완 관계에 있다. 불가분의 두 공간은

cooling

냉각

에서 학교의 미래학, 혁신적인 공간 개입, 통합의 공간으로서의

서로에게 콘텐츠와 컨텍스트를 제공한다. 미래학교가 다뤄야 할 현안 중

경계 등에 이르는 이슈들을 탐색한다. 이러한 커리큘럼은 2020년 여름

가장 시급한 과제인 기후 위기와 함께, 물리적 공간인 파빌리온이 미칠

서울에서 몇 가지 예비 프로그램으로 출범했던 미래학교 첫 학업 주기의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전략 추구 역시 중요했다. 어떤 부분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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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경, 2021 ⒸUgo Carmeni 2~3. 한국관 전시장 전경,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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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것을 재사용하여 새로운 자재 운송과 전시 종료 후 폐기물을

큐레이터의 한 사람으로서 비엔날레의 모든 국가관 큐레이터들에게

최소화할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했다. 이러한 포부는 한국의 전시추진단,

연대를 제안하는 이메일 한 통을 보내게 된다. 50여 개국이

이곳을 지난 10년 이상 돌보았던 베니스 한국관 관리인들, 그리고 베니스

넘는 국가관들이 연대하며 조직한 ’큐레이터 연합(CC)’은 기존의

현지 시공사와의 협업으로 실현되었다. 이처럼 공동의 목표를 위해

비엔날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전 지구적인

지식과 전문 기술을 효율적으로 주고받은 과정은 미래학교 프로그래밍

재난 상황에 맞서, 민족국가 단위에 얽매이지 않고 경쟁의 구도에서

전체를 관통하는 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

벗어난 독자적이며 자율적인 국제 협업이 최초로 시도되었다. 일 년 반의 시간 동안 큐레이터 연합에 참여한 국가관들은 2주에 한 번 온라인

미래학교 생성대화 다면적 접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미래학교의

미팅으로 만나 서로 협업하는 동지들이 되었다.

생성대화는 프로그램 전반의 핵심으로, 미래학교의 중심이 되는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탐구적이고 과정지향적인 참여의 기회를 제공한다. 각각의

토론과 질문의 장 총괄 디렉터인 하심 사르키스가 2019년 8월에 던진

대화 형태와 방향은 유연하며 참가자들에 의해 정해진다. 미래학교

비엔날레 대주제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였다. 이에 한국관은

안에서 ‘생성대화’라는 용어는 다양한 그룹이 열린 대화를 위해 모여

〈미래학교〉를 통해 토론하고 질문하는 장을 제안했다. 코로나 사태가

참가자와 관객이 동등하게 새로운 생각, 행동, 사유의 연쇄를 함께

벌어질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던 시점에 준비하고 있었던

생성하는 계획된 순간을 말한다. 생성대화는 위기의 시대에 앞으로

〈미래학교〉는 비엔날레 전시를 통해 인류에게 직면해 있는 긴급한

나아갈 길을 찾기 위한 도구, 즉 긍정적 행동을 위해 사람들을 한 데

과제인 이주, 디아스포라의 확산, 기후 변화의 충격, 사회와 기술의

불러 모으는 수단인 셈이다. 미래학교 생성대화는 서면역사보다 앞선

급격한 변화 속의 실질적 혁신(innovation)을 학교라는 공간에 불러 와

전통에 기반한다. 함께 모여 경청하고 각자의 생각과 관점을 교환하는

다양한 관점과 질문을 생성하며 다중적 연대를 새롭게 구축하기 위해

등의 단순한 행동은 구술, 수사적 토론, 스승-제자 식의 상호작용 등을

기획되었다. 다른 국가관들보다 월등히 많은 참여자들이 한국관의 기획

통해 인류의 지식을 수천 년 동안 발전시켜왔다. 이러한 전통은 한국에

시작부터 함께하였다. 여기서 기존의 ‘전시 작가(exhibitor)’라는 명칭

강하게 남아 있다. 한국에 흔한 평상은 땅 위로 높인 모듈식 단 형태의

대신 ‘참여자(participant)’라고 표현하는 것은 선정된 개별 작품이나

가구로 공동체가 모이는 곳을 가리킨다.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이 비엔날레에 개별적으로 전시(exhibit)되는 것이 아니라,

미래학교 캠퍼스는 여러 생성대화들을 한국관 중앙에 펼쳐진 김아연

연결된 주제를 가지고 모두가 각자의 지점에서 참여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원형 카펫에서 주최할 것이다. 동시에 전시 참가자 모두가

새로운 참여적 구성으로 연계되기를 의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공동으로 만들어 갈 미래학교 온라인 역시 또 하나의 적극적인 토론의

〈미래학교〉는 국경과 거리를 뛰어넘어 다종다양한 참여의 양식을 촉진해

장을 제공하고, 지난 생성대화 아카이브를 열어 인터넷 그리고 세계와

새로운 다중적 연대를 구축하는, 급진적 사유의 국제적 배양소가 된다.

공유할 것이다. 시공간상의 여정이 전시 콘텐트 팬데믹으로 인해 비엔날레 개막은 결국 2021년으로 연기되었다. 베니스 현지의 비엔날레 오프닝에는 아무도 미래학교 운영 결과보고

직접 참석할 수 없었다. 항공길이 막히는 바람에 이례적으로 베니스 현지 한국관의 전시설치는 원격으로 진행되었다. 2021년 5월 개막식마저 한국

지난해 11월 21일, 제17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이 막을 내렸다.

대학로 아르코 센터 앞 마로니에 공원을 바라본 채 온라인으로 베니스

유례없던 팬데믹이 덮치는 바람에 이번 비엔날레는 여러모로 이례적인

현지와 연결해 행사를 진행해야 했지만, 그곳과 이곳이 더 큰 공간으로

전시가 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베니스 현지 전시 관람객의 수는

하나 되는 순간이었다.

2018년 국제건축전보다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2020년 5월, 국가봉쇄로

개막이 미뤄지는 사이 2020년에는 〈느릿한 신호, 미래학교 여름

지구상의 많은 국가와 사람들이 고립되고 있었고 비엔날레는 연기될지

스튜디오 : 트랜스 보더 랩(Transborder Lab)〉이 프로그램 디렉터

모르는 초유의 사태를 앞두고 있었다. 암담한 상황 속에서 국가관

임동우를 중심으로 한 달 동안 인사동에서 대면으로 진행되었고 〈느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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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4. 한국관 전시장 전경, 2021 5. 한국관 전시장 전경, 미래학교 인터뷰, 2021 6. 한국관 전시장 전경, 한지방, 2021 7. 한국관 전시장 전경, 월간 미래학교, 건축 플레이숍 자료집 전시 모습, 2021 8. 한국관 전시장 전경, 프로세스월,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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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프로그램과 다양한 생성 대화 프로그램들이 건축가, 교육자, 예술가,

협업에 힘을 기울였다.

이론가, 운동가들인 참여자들과 함께 만들어졌다. 〈미래학교〉의 중심 주제들에 대한 탐구적이고 과정지향적인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생성

비엔날레 이후의 미래학교 참여자 선정을 시작하며 15년 넘게 한국관을

대화’는 참여자와 관객이 동등한 위치에서 새로운 생각, 행동, 사유의

운영해온 김은정 매니저/건축가와 베니스 운영팀(도슨트)들을

연쇄를 함께 생성하는 계획된 순간이다. 위기의 시대에 앞으로 나아갈

포함시키면서 학교에서 제일 중요한 구성원은 학교를 관리하는

길을 찾기 위한 도구, 즉 긍정적 행동을 위해 사람들을 한 데 불러

사람들이라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렇게 아무도 한국에서 베니스로

모으는 수단인 셈이다.

갈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리라고 과연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번

이렇듯 참여자들이 만든 시간과 공간의 모든 여정과 그 생산물이 전시의

베니스비엔날레는 처음으로 국내 팀들이 베니스 한국관에 발을 들이지

내용이었기 때문에 이런 의미에서도 귀국전은 하지 않기로 했다. 기후

않은 채 기획한 대로 모든 전시를 설치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이번

위기와 환경 문제를 다루는 행사가 현실에서 전시 쓰레기를 만드는

비엔날레의 전 과정은 실시간으로 참여자들이 업로드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 또한 문제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미래학교> 온라인에 공유되었다. 자동 편집이라는 혁신적인 방식으로

베니스에 설치된 모든 작업물들은 쓰레기를 최소화하며 탄소배출을

500장이 넘는 〈미래학교 모음집〉 책으로 묶인 공공 자료집은 누구나

줄이는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디자인된 설치물을 베니스로 보내는 대신

내려 받을 수 있다. 이는 비엔날레 이후에도 적극적인 토론의 장을

‘레디메이드(ready-made)’를 최대한 이용하며 전시가 끝난 이후에

만들고 위기의 시대에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기 위한 행동을 위해

재활용 되거나 나누어 줄 수 있는 물품으로 구성했다.

사람들을 한 데 불러 모으는 또 하나의 공간으로 확장될 것이다.

현장 밖에서 이뤄진 초유의 전시 준비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참여했던 2006년의 경험과 2014년의 오감도 전시를 통해 베니스 한국관의 공간이 전시벽면이 사방으로 세워졌음에도 주위의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있는 공간임을 잘 알고 있었다. 2018년 베니스비엔날레 <Freespace> 주제로 한국관 기획을 구상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이곳의 건축적 맥락을 살리며 전시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이번 한국관의 공간은 거주의 공간(학교)으로, 수행과 실행의 공간, 여러 행위로 채워지는 공간이 되었다. 열린 캠퍼스 집, 우물, 정원으로 이루어진 공유공간은 회합과 배움, 휴식과 명상을 위한 공간이며 소비의 공간이 아닌 생활과 교류, 그리고 토론을 위한 공간이다. 열린 주방과 원형 라운지, 한지로 만들어진 휴식 공간은 편안한 가정집을 연상시키면서 배움과 생활의 경계를 부드럽게 해소한다. 갈대로 만든 원형 카펫은 화합의 상징적 공간이며 동시에 평등하고 낮은 자리에서의 열린 대화의 장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상이 현실로 되기 위해서는 한국관 주요 참여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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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감독(베니스 현지는 큐레이터라 칭함)과의 긴밀한 협업 과정이 중요했다. 공간디자인 또한 긴밀한 협력이 있었기에 그 자체가 송률, 크리스티안 슈바이쳐 건축가의 작품이 될 수 있는 사례를 만들 수 있었다. 베니스 현지를 직접 가보지 못한 건축가와 음향 컨설턴트, 그래픽

자료 협조 및 사진 크레딧

디자이너들의 설계와 디자인을 현실화하기 위해 현지 베니스 팀들과의

본문 전체 사진 및 자료 제공: 신혜원, 2021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추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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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한국관 큐레이터 연합(Curators Collective) 미팅 모습,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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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래학교 모임 2. 미디어 디스플레이 3. 프로세스 월 4. 부엌 5. 한지방 6. 공용 작업 공간 외, 옥상에 미래학교/큐레이터 연합 공동 공간 위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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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SUPA_공간디자인 11. 한국관 클로징 퍼포먼스, 베리베리 굿, 안은미, 2021 12. 한국관 클로징 퍼포먼스, 베리베리 굿, 김혜경,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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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대건축의 현장과 이슈 15

‘기억’의 장소, 살아 있는 ‘동네’ : 신작로, 철도마을, 그리고 지하 공간 글, 자료. 이연경 인천대학교 지역인문정보융합연구소 학술연구교수

문화재청의 근대역사문화공간, 국토부의

기차역 앞 신작로. 옛 수원의 중심, 향교로

상점들이 늘어섰으며, 향교 동측으로는 일본인

도시재생사업, 문화체육관광부의

근대 도시에서 ‘길’만큼 도시의 흥망성쇠를

소학교가 들어섰다. 또한 팔달산 위로는

유휴공간재생사업 등 다양한 지역 대상

보여주는 공간이 있을까. 과거 도시의 주요

수원신사가 위치하여 일본인들의 사업장 뿐

사업들은 그 내용과 방법에 있어 다소 차이가

길이 읍성의 성문과 관아를 잇는 것이었다면

아니라 교육시설, 종교시설이 모두 위치한

있지만, 공통적으로 오래된 도시공간들을

근대의 길은 근대 도시의 새로운 관문인

일본인 거주지의 중심이 되었다. 1943년 수원

찾아내고, 그 공간들을 다시 살아있게

‘철도역’과 도심을 잇는 길이 주가 되었다.

지도를 살펴보면 향교로를 따라 농업관련

만들고자 한다. 그 중 2021년에 집중적으로

수원의 향교로 역시 1904년 경부선 부설과

회사인 부국원을 비롯하여 동양종묘회사,

살펴 본 문화재청의 근대역사문화공간

함께 만들어진 신작로로 수원역과 18세기

중앙무진회사, 수원인쇄회사, 식산은행, 우편국,

활성화사업은 근대역사문화가 남아 있는

말 축조된 수원 화성을 잇는 길이다. 이

세무서 등이 위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거리’와 ‘공간’을 발굴하고 그곳에 쌓인 시간의

길에 향교로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1789년

수원이 근대 농업의 중심지였던 만큼 농업관련

켜를 자연스레 담아가고자 하는 사업이다.

수원의 중심이 팔달산 아래로 이동하면서

회사들이 향교로 주변에 위치하고 있는 점이

2019년 이후 문화재청의 근대역사문화공간

수원 향교가 이전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징적이다.

활성화 사업의 대상지로 선정된 영주, 목포,

향교로가 건설된 것은 100여 년이 지난

군산, 영해, 익산, 통영, 진해, 판교 이외에도

이후의 일로 수원역 앞으로 일본인들이

일제강점기 향교로 주변이 수원의 신시가지로

우리 곁에는 여전히 많은 ‘근대역사문화공간’이

진출하며 이 일대에는 수원거류민 소학교 및

발전한 데 반해 향교로 북측 언덕 일대에

남아 있다. ‘거리’, ‘마을’ 그리고 ‘지하’라는 세

수원신사 등이 위치하였다. 현재 수원역 앞

수원신사를 비롯한 종교시설과 학교 등이

개의 키워드로 우리 곁에 있는 다양한 종류의

큰 대로는 매산로이지만 매산로는 1932년

들어섰을 뿐 지금의 경기도청사가 위치한

근대역사문화공간을 살펴보도록 하자.

수원읍 승격 이후 건설된 도로로 이전까지는

고등리 일대는 여전히 크게 개발되지

향교로가 중심 도로였다. 수원역 앞으로는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1956년 수원시청이 일제강점기 조선중앙무진주식회사 자리로, 1967년 경기도청이 현재의 위치로 이전해오면서 향교로 부근은 수원뿐 아니라 경기도의 행정 중심이 되었다. 수원신사가 위치했던 팔달산 남쪽 자락에는 1971년 수원시민회관과 1980년 수원중앙도서관이 각각 건립되었고 경기도청에서 향교로로 이어지는 도로 주변으로는 수원건축사회관을 비롯하여 세무사 사무소, 인쇄소 등 관련 업종들이 들어섰다. 현재도 향교로 주변에는 등록문화재인 부국원과 일제강점기 조선중앙무진회사 건물로 사용되었던 구 수원문화원, 1956년 건립된 수원시청사 등이 남아 있으며, 현재도 사용 중인 경기도청사 구관 역시 등록문화재로 관리 중이다. 이밖에도 경기도 문화재 자료인 경기향교가 있으며, 문화재는 아니지만 조각가 김영중, 조성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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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17년 수원 향교로 일대(수원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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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943년 수원 향교로 일대(수원박물관 소장) 3. 부국원이 보이는 일제강점기 향교로 일대(출처: 수원시마을지시리즈9_문밖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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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가 설치된 수원시민회관과 1950년대 석조교회 양식이 돋보이는 수원교회와 모더니즘 스타일의 수원시 가족여성회관 별관 등이 남아 있어 20세기 수원의 중심이었던 향교로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20세기 초반 철도의 부설과 함께 만들어진 ‘신작로’는 20세기 후반 경기도의 중심이 되며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향하는 장소였다. 1987년 수원시청사의 이전 그리고 2022년 예정되어 있는 경기도청의 이전, 그리고 새로운 택지지구의 개발 등으로 인해 향교로의 번화함은 예전만 못하지만 다양한 시대의 켜가 남은 가로변 건축물들과 한 때 향교로를 가득 메웠던 인쇄소들의 흔적, 그리고 매산초등학교 앞 석축과 팔달산 아래의 종교, 문화시설들은 여전히 이곳이 가지는 20세기 근현대 ‘신작로’로서의 성격을 이어가고 있다. 4

기차가 만들어 낸 근대마을의 풍경, 삼랑진철도관사마을 영주 근대역사문화거리를 소개하면서도 언급한 적 있었던 철도관사는 철도가 닿는 주요 역사 부근 곳곳에 설치되었던 대표적인 근대주거의 한 유형이다. 지금은 다 사라지고 없지만 용산역 앞에는 철도관사뿐 아니라 철도학교, 철도병원, 철도구락부를 비롯한 철도에 의한 신시가지가 만들어지기도 하였으며 지금도 대전 소제동 철도관사촌이나 순천 철도문화마을의 경우 대규모의 철도관사촌이 남아 철도중심지였던 도시의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다. 철도관사는 기본적으로 상주 직원의 거주를 위한 것으로, 철도역의 규모와 직원의 직급에 따라 철도관사 역시 다른 규모로 설치되어 간이역의 경우 역장·부역장 관사 1~2채 정도만 설치되기도 하였다. 대전이나 순천 정도의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삼랑진읍에도 철도관사가 여전히 건립 당시의 규모에 가까운 17여 동의 마을을 유지한 채 남아 있어 경부선과 경전선이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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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971년 향교로(출처: 수원시마을지시리즈9_문밖마을) 5. 2020년의 향교로(촬영: 이연경) 6. 1970년대 수원시청사(출처: 수원시마을지시리즈9_문밖마을) 7. 경기도청사 구관(촬영: 이연경) 8. 수원건축사회관(촬영: 이연경)


만나는 철도교통의 요충지였던 삼랑진의 위상을 확인해볼 수 있다. 삼랑진은 지금은 인구 7천여 명이 채 되지 않는 소읍이지만, 조선 후기 낙동강의 가장 큰 포구 중 하나인 교통의 요충지였다. 밀양강과 낙동강, 바닷물의 세 갈래 물결이 일렁이는 나루라는 의미를 가진 삼랑진(三浪津)의 원 지명은 하동면이었으나 1905년 경부선 삼랑진역의 설치 이후 1928년 삼랑진으로 개칭되었다. 삼랑진역 내에는 등록문화재인 1923년 부설된 철도 급수탑이 남아있으며, 삼랑진역 앞으로 뻗은 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가다보면 1927년에서 1945년 건설된 철도관사 17동을 만날 수 있다. 여전히 삼랑진역에 근무하는 역장을 비롯하여 철도 종사원들이 거주하는 이 마을의 풍경은 한 때는 밀양역보다 더 북적였던 삼랑진역의 그 시간에 그대로 머물러있는 듯하다. 옛 신사가 있던 자리에는 원불교 교당이 자리 잡고 있으며, 관사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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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남서측에 위치하였던 철도병원 자리에는 이제 마트가 자리 잡고 있지만 격자형 도로망 사이 자리 잡은 2호 관사들은 여전히 철도청 직원들 및 그 가족들의 삶의 거처이다. 1923년 삼랑진공립보통학교로 개교한 삼랑진초등학교 역시 관사마을의 동쪽 경계를 이루며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다. 17개동 34호 중 한 호가 철거되었지만, 삼랑진의 철도관사들은 세월의 변화를 거의 겪지 않은 듯 옛 모습 그대로이며, 관사촌의 도시조직과 지형 역시 그대로 남아 지방 중소규모 철도관사마을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철도역의 이름을 따서 지명이 개칭될 정도로 철도교통이 중요했던 도시, 삼랑진의 시간은 어쩌면 이 관사마을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전쟁’이 만들어낸 지하 공간, 부평지하토굴 신작로와 철도는 어찌 보면 우리가 ‘근대도시’하면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키워드들이다. 여기에 더해 마지막으로는 우리나라의 굴곡진 근현대사 속에서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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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팠던 시기라 할 수 있는 ‘전쟁기’의 지하공간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근대도시기반시설이 만들어낸 ‘하수도’나 ‘터널’ 등이 만들어낸 지하 공간 역시 근대가 만들어낸 도시의 공간이지만 여기에서는 특별히 전쟁을 겪은 한국의 근현대사가 만들어낸 부평의 지하 공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부평은 1939년 이후 일제가 한반도를 병참기지화하면서 건설한 군수산업도시이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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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옛 신사터에서 내려다 본 삼랑진 철도관사마을(촬영: 이연경) 10. 삼랑진 철도관사마을 내부도로(촬영: 이연경) 11. 삼랑진 철도관사(촬영: 이연경) 12. 삼랑진 철도관사마을 공동우물(촬영: 이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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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개창한 인천일본육군조병창을 비롯하여 1939년 문을 연 히로나카상공1942년 이후 미쓰비시제강

, 국산자동차공장, 도쿄제강 등

병기창과 군수공장의 건설은 약 5년 만에 부평의 도시 경관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그런데 아시아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던 1945년 1월, 부평에는 새로운 도시 공간이 일제에 의해 계획된다. 바로 부평 인천일본육군조병창의 지하화계획이다. 최근 일본군 극비문서의 발굴에 의해 밝혀진 이 계획은 미군의 공습을 대비하여 도쿄조병창 등 일본 본토의 병기창에서 생산한 무기들을 부평의 지하 공간으로 옮기고자 한 계획이었다. 지하화계획의 완성 전 도쿄조병창이 미군의 공습을 받으며 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당시에 함봉산 일대에 건설한 지하호 등은 지금도 남아 당시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부평의 함봉산 주변 일대에는 10여 개 이상의 지하호가 남아 있는데, 이들은 일제가 1945년 ‘전약·제품·탄환·약협·실포·지하 시설’(塡藥·製品·彈丸·藥莢·實包·地下施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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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945년 1월 작성된 인천일본육군조병창 지하화계획(출처: 일제 말기 仁川陸軍造兵廠의 地下化와 강제동원 피해) 14. 부평토굴 안내도(출처: 부평문화원)


設)로 건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토굴과 같은 공간들이다. 이곳은 일제 말 강제동원으로 온 조선인들이 건설한 것으로, 1945년 8월 패전과 함께 지하시설 구축도 중단되어 미완성인 상태로 남아버렸다. 지하시설의 깊이와 형태는 제각각으로, 시멘트로 마감된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으며 100m가 넘게 굴착된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이는 각각의 용도와 목적에 따라 다르게 건설되었기 때문으로 추정되는데, 깊게 굴착된 지하호 C6과 같은 경우 산을 통과하는 게 원래의 목표가 아니었을까 싶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을 겪으며 이곳은 전쟁의 포화를 직접 겪는 장소가 되었다. 그리고 한국전쟁 이후에는 미군기지인 애스컴시티(Ascom City)의 일부가 되어 군부대 안에 봉인되어 있었다. 이곳을 사람들이 사용하게 된 것은 1973년 애스컴시티의 해체 및 1975년 인천종합어시장연안부두 어시장이 개장하면서부터였다. 인천종합어시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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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은 여름에도 서늘한 이곳을 ’새우젓

연기한 리정혁이 북한에서 남한으로 올 때

보관 창고‘로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지하호

사용한 땅굴로 미디어에 등장하기도 하였고,

내에는 새우젓 드럼통을 옮기기 위한 레일과

일부 지하호들은 부평문화원이 관리하며

물을 저장하는 시설들이 설치되었다. 그러나

부평역사투어의 거점으로 사용 중으로, 점차

이후 냉장보관시설들이 점차 발전함에 따라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새우젓 동굴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이외에도 부영공원 내에는 조병창의

되었고, 2006년 부평문화원에서 부평토굴

부속시설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생활문화콘텐츠 발굴사업을 통해 일반에도

지하시설이, 인천가족공원 내에는 1937년 이후

점차 지하호의 존재들이 알려지게 되었다.

만들어져 1987년까지 사용된 부평은광이

지역의 어르신들은 ’일제 때 일본놈들이 만든

위치하였다. 부영공원 내 지하시설은 여전히

토굴‘이라 일컬었지만 이 지하호들에 대해

남아 있긴 하나 아직 공개되고 있지는 않으며,

정확히 알려진 바는 거의 없었으나 최근

부평은광은 일부 수평갱도의 흔적 외엔

일본군 극비문서가 한 연구자에 의해 발견되며

전부 사라져버린 상황이다. 아직 반환이

인천일본육군조병창 지하화계획의 일환으로

완료되지 않아 조사가 되지 않았지만 부평

건설된 공간들일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는

인천일본육군조병창 내에도 방공호를 비롯한

상황이다. 주거지 인근의 지하호들은 상당수

지하시설들이 다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멸실되었으며, 남아 있더라도 입구가 막혀버려

수없이 많이 동원된 조선인 노무자들이 햇빛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그리고 또 일부는

보지 못하며 연신 다이너마이트를 터트려

여전히 국군제3보급단 부대 내에 위치하고

만들었을 지하 공간들, 이 공간 역시 우리의

있어 접근이 불가하다. 그러나 새우젓 동굴로

근현대를 담고 있는 근대역사문화공간이

사용하던 함봉산 자락의 지하호 중 하나는

아닐까. 땅 위에 드러난 것이 아닌 땅 아래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배우 현빈이

이야기들에도 좀 더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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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수원박물관, 수원시 마을지 시리즈9 문밖마을, 수원박물관, 2014 2. 布野修司ㅤ外, 韓国近代都市景観の形成―日本人移住漁村と鉄道町, 京都大学学術出版会, 2010 3. 부평문화원, 토굴에서 부평을 찾다, 부평문화원, 2016 4. 조건, 일제 말기 仁川陸軍造兵廠의 地下化와 강제동원 피해, 한국근현대사연구 98(1), 2021 18 15. 함봉산 자락 부평지하호 C6(촬영: 이연경) 16. 함봉산 자락 부평지하호 C6 내부(촬영: 이연경) 17. 부영공원 지하시설 상부(촬영: 이연경) 18. 부평은광 수평갱도 흔적(촬영: 이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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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훈 건축의 코드 03

우리의 건축은 우리의 삶뿐이다 : 실천하고 행동하는 건축가 이일훈 글. 최우용 본지 편집위원, 건축비평가

그런 달달한 것

그치는 것이 아니며, 그들은 그들의 작업을 통해 공정, 지속가능한 발전,

칼 폴라니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은 시간이 흐르고 바다를 건너서

복지(이상, UIA) 그리고 공공에 대한 책무(AIA), 지역공동체에 대한

우리 영화 속 주인공의 입을 빌려 절정에 이른다. “정의? 대한민국에 그런

배려(RIBA)뿐만 아니라 심지어 지구환경 보존(KIRA)에도 기여해야

달달한 것이 남아 있기나 한가?” 영화 <내부자들>의 정치깡패 안상구가

할 책임을 갖는다. 이러한 책임들을 그런 달달한 것이라고 통칭하자.

조롱하며 또 회의(懷疑)하는 정의는, 다만 정의를 넘어 우리에게

건축가는 건축을 의뢰한 이들에게 복무하기에 앞서 그런 달달한 것들을

사라져가는 다른 많은 것들을 함의한다.

현실 속에 살려내야 할 책무에 우선적으로 귀속된다. 그러나 말은 쉽게

신자유주의 속 시장경제에서 모든 것은 상품으로 만들어진다. 돈 되면

나오고 글은 쉽게 쓰이나, 행동은 멀고 실천은 어렵다. 자본의 자장 안에

못 만드는 것이 없고 돈 주면 못 사는 것이 없다. 심지어 사랑, 평등,

완벽하게 포획되어 고가의 상품이 된 오늘의 건축세계 안에서, 그런

공정 따위도 상품으로 왜곡된 채 팔려나간다. 상품의 가치는 상품의

달달한 것이 남아 있기나 한가?

가격으로 매겨지며, 상품의 가격은 상품의 가치를 지시한다. 칼 폴라니는 시장과 상품의 순환구조를 파헤치면서 현대를 떠받치고 있는 자본주의와

건축은 삶에서 와야 한다는 그 당연한 한 마디

신자유주의를 광범위하게 해부하고 또 비판한다.

이일훈은 십수 년 전 <한 덩어리를 보면 자꾸 나누고 싶어진다>라는 글을

그러나 자본주의는 힘이 세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가 사는 오늘

썼다. 이 글은 그의 건축이 어떤 모습으로 전개되어왔는지를 알려준다.

지금 여기의 시장경제는 공고하다. 이 틀 안에서 자본으로 환원될 수

글은 “내 문학은 내 삶뿐이다”의 꼬리를 물고 시작한다. 시인 유용주는

없는 것들은 사라지거나 심지어 알짜를 상실한 채 상품으로 포장되어

그의 산문집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에서 “내 문학은 내 삶뿐이다”라고

팔려나간다. ‘정의’는 눈 씻고 봐도 찾기 어려워졌으나 <정의란

썼다. 시인 유용주에게 있어 문학은 삶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그 삶은

무엇인가>는 상품이 되어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비단 이뿐인가? 평등,

결국 문학을 압도하는 것이다. 시인의 명료한 한 줄 문장은 문학은

공평, 공정 등을 포함하여 공동체, 참여, 연대, 친환경, 지속가능함

삶에서 와야 한다는 단호한 외침이며 선언이다. 이일훈은 “건축은 삶에서

등 당장의 손익계산에 불필요한 요소들은 가차 없이 소거되거나

와야 한다는 그 당연한 한 마디를 위해”1) 시인의 말을 빌리고 있는데,

위(僞)상품으로 만들어져 시장의 좌판 위에 진열된다. 주먹으로

이후 이어지는 그의 글처럼 삶은 문학을 압도하고 건축을 압도하고

먹고사는 정치깡패 안상구는 먹물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멀었으나 세상

예술도 압도하고 정치도 압도하고 기술도 압도하고, 기타 등등 모든 것을

이치에는 밝은 인물이었다. 그가 마르크스나 칼 폴라니나 앙드레 고르나

압도한다. 이일훈은 만약 삶을 압도하는 무엇이 있다면 그 무엇은 삶을

장하준 같은 먹물들은 몰랐을망정, 그는 달달한 정의 따위 사라져버린

병들게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사실 그는 그 무엇을 잘 알고 있었다.

세상임을 잘 알고 있었다. 아, 그런 달달한 것들이 있기는 했었던 것인가?

그런데 그 무엇은 그뿐만 아니라 나도 알고 우리 모두가 아는 것이기도

세계건축연맹(UIA)은 건축가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리고 있다.

하다.

“건축가는 일반적으로 법률과 관습에 따라 전문적이고 학문적

앞서 말했듯 자본주의는 너무나 힘이 세서, 우리의 삶을 압도한다. 사람

자격을 갖추고 자신이 속한 지역 내에서 건축 실무를 수행할 수 있는

나고 돈 났지만 돈은 삶의 앞을 가리고 서서 삶을 완벽하게 압도하고

등록/면허/인증을 받은 자로서, 공간과 형태 그리고 역사적 맥락의

있다. 하물며 건축 따위야 돈 앞에서 우습다. 그래서 건축은 삶에서

관점에서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복지 그리고 사회 주거에

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일훈은 세상과 불화했다. 삶을 끌어안고자 했던

대한 문화적 표현을 지지(advocating)할 책임을 갖는다.” UIA뿐만

이일훈의 건축은 상품성을 얻지 못했다. 거친 재료로 만들어진 그의

아니라 각국의 건축직능단체들, 예를 들어 미국건축가협회(AIA)나

건축은 거의 대게 빈한한 정조로 감각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의 건축은

영국왕립건축가협회(RIBA) 그리고 우리의 건축직능단체들(KIA, KIRA

조형과 수사와는 한참이나 거리가 멀었다. 앞선 함성호의 증언*본지 2021년

등) 또한 건축가의 정의를 내리고 있는 바, 이 단체들은 공통적으로

11-12월호, pp.50-51 참조

건축가 직능의 범위 안에 건축가들의 사회적 역할이나 윤리적 기준 등을

‘대문자 A 건축’을 경멸했다. 그가 그의 건축 방법론인 채 나눔을 통해

처럼, 이일훈은 유행에 나부끼는 천박함을 경멸했으며

포함시키고 있다. 건축가는 다만 법규에 맞춰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용역기술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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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형 속을 걷다』(2005), 이일훈, 솔출판사, p.251


의도하는 ‘불편하게 살기’와 ‘밖에 살기’와 ‘늘려 살기’가2), 그렇게

우리의 건축은 우리의 삶뿐이다

만들어진 빈한한 정조의 건축이, 편하게 안에서 짧은 동선으로 살기를

우리가 사는 지금 여기의 세상 속에서, 건축가들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권유하는, 반짝이는 조형의 건축이 상품성을 획득하는 이 세상에서 어디

부여한 책무, 그런 달달한 것들을 실천하는 건축가들을 찾아보는

먹힐 만한 이야기였겠는가?

일은 쉽지 않다. 과문한 내가 아는 바 저 멀리 사무엘 모크비(Samuel

그러나 이일훈은 그의 건축적 신념을 끝까지 밀고 나갔다. 오랜 시간

Mockbee)나 자이메 레르네르(Jaimer Lerner) 그리고 가까이는

이일훈과 교우한 연극평론가 안치운은, “많은 건축가들이 세상이

정기용 정도가 떠오르나, 이들 모두는 망인이 된 건축가들이다. 이제

흔들리는 것을 보고 자신의 건축적 사유를 의심하거나 포기하는 데

건축가 이일훈이 세상을 등진 바, 우리는 또 한 명의 실천하고 행동하는

반해, 이일훈은 더 자신의 건축적 공리를 바탕으로 고고학적인 건축으로

건축가를 잃었다.

3)

되돌아가는 것 같다” 고 했다. 나는 안치운의 견해에 동의하는데,

(내가 알고 있기로) 나는 이일훈이 상대(?)해 준 가장 어린 연배의

안치운의 말처럼 이일훈은 자신의 건축적 의지와 신념을 의심하거나

건축인이었다. 큰아들뻘인 내게 그는 가끔씩 술을 사줬는데 홍대 어느

회의하지 않았고 오직 그의 건축에 맹렬히 집중했다. 그리하여 오랜

술집에서 그가 내게 말했다.

기간에 걸친 이일훈의 작업은, 놀랍게도 초기의 작업이나 마지막

“보편적인 범주 안에서, 보편적인 형태로, 보편적인 방식을 동원하여

작업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그의 건축적 신념은 거의 모든 작업을

집 짓는 것은 오늘날 누구에게도 주목받기 힘들다. 그 ‘보편’이라는

관통하며 일관되게 적용되었다. 그가 만들어낸 평면과 단면과 입면

것은 생각의 권태와 만들기의 관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한

그리고 공간은 조형과 유행과 시류와 환금성과 사소한 관련도 없어

일상을 끌어안을 수 있는 삶에서 오는 보편인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보인다. 그는 아무리 작은 건축이라도 고집스레 나눠 배치하려 했고, 그

건축을 만들어왔던 나는 그 주목받기 힘든 보편적인 ‘평범한’ 건축을

나눠진 틈 사이에 삶을 끌어들였다. 채 나눔을 통해서 안에서 지지고

하면서, 사실 초조했다. 그러나 나는 이 급류의 건축판에서 남들이 쉽게

볶는 삶이 밖으로 확장되면서, 재실자는 자연히 자연을 감각하게 되고

주목하지 않는 이야기를 했기에 오히려 주목받을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불편함을 통해 좀 더 움직이게 된다. 이 채 나눠진 사이를 왔다 갔다

나는 운이 좋았다. 네가 건축으로 밥 벌어 먹기는 점점 더 힘들 것이나

하는 사람들이, 이를 통해 여유와 평강을 누릴 수 있(었)는지는 각자에

초조해하지는 말아라. 시간은 가고 시간은 또 온다.”

따라 다르겠으나, 이일훈은 건축을 통해 그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한참 어린 후배에게 하는 독백이며 자기 고백 같은 그의 말을 들으며,

바라고 또 바랐다. 그는, 그의 말대로 건축의 힘을 믿는 그런 건축가였다.

나는 한 건축인의 오랜 고뇌를 떠올렸다. 그는 자취를 감춰가는 건축의

이일훈은 〈기찻길 옆 공부방〉, 〈민들레 희망 지원센터〉 등과 같이 돈이

그런 달달한 것들에 대하여 끊임없이 고뇌했으며, 그것들을 우리 삶

안 되는설계비가 적은 것은 물론이려니와 준공된 건축의 상품성을 따질 수도 없는 건축을 통해

한가운데 불러들이기 위해 실천과 행동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도시 빈민들의 곤고하고 신산한 삶을 끌어안았다. 비단 이러한 직접적인

마지막까지 그 끈을 부여잡은 채 생을 마감했다. 아니 건축가의 생을

삶 끌어안기뿐만 아니라, 그의 건축은 지역공동체에 대한 배려(가가불이,

완성한 것이리라.

밝맑도서관), 공공에 대한 책무(부평 노동자 인성센터, 나루터 공동체),

얼마 전 그가 영면해 있는 광릉의 숲속을 다녀왔다. 장강대하와 같은

지속가능한 발전(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 그리고 채 나눔을 통한 보다

술을 마셨을 그에게 작은 종이 잔이 너무 초라했다. 종이 잔에 술을 따를

근본적인 삶의 변화를 요청하는 작업들(자비의 침묵 수도원, 잔석완석루

때, 그의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우리의 건축은 우리의 삶뿐이다.

등)을 통해 삶을 끌어안고 또 끌고 나가려 했다. 그는 건축뿐 아니라 글도 많이 지었는데, 그의 글 또한 자신의 건축을 닮아 현학과 수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가 지은 건축은 그의 명징한 글과 오롯이 겹쳐지며 삶을 위해 복무했다. 2) 이에 대한 논의는 본 지면을 넘어선다. 이일훈 건축의 채 나눔 실증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다음으로 미룬다. 3) 『길과 집과 사람사이』(2005), 안치운, 들린아침,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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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동 교수의 라이브러리

우리 마음속의 교회, 그림 속의 교회들 글, 자료. 김정동 우리근대건축연구소 대표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비신자들도 교회에 갔었다. 그리고 성탄 카드도 보내곤 했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시대는 가버리고 만 것 같다. 유럽의 성당도 신자가 없어 걱정이라 한다. 관광객들 차지라는 것이다. 최근 뉴스에 의하면, 미국의 교회, 교인도 줄고 있다고 한다.(‘무종교인 증가, 개신교인 추락, 종교 떠나는 사람들’, 2021.12.27.),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나 성당과 교회 건축의 역할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지나간 옛 추억을 다시 끌어내 본다.(재킷1) 학창 시절, 세밑이 되면 성탄(聖誕) 카드를 만들어, 특히 추운 겨울 저녁 무렵, 신촌역 부근 대학가 길 변에서 팔던 적이 있다. 한밤중 작업실 방구석에서 열댓 장씩 그리곤 했는데 제법 팔렸다. 색깔 있는 도화지(圖畫紙) 즉 켄트회사제 종이에 눈 오는 교회는 필수였다. 빨간 지붕에 초록색 문짝, 그리고 굴뚝이 있는 그림이었다. 그 밖에 썰매, 눈사람 그리고 산타클로스는 선택이었다. 그 카드 판 돈으로 성탄 전야 즉, 이브는 제법 한탕치고 잘 놀았다. 뿔피리 불며 명동, 명동극장, 명동성당으로 진출하던 청춘의 기억이다. 청춘이 아픈지도 몰랐다.

1

그때는 순수(?)해서. 교회는 단 하나였다. 교파나 사이비냐는 잘 모를 때였다. 그때

대부분 가톨릭의 공소(公所)이다. 역사 있는

‘교회의 참된 터는 우리 주 예수라

우리 카드를 사준 여대생들도 지금 아마 75세

교회라 하지만 그 옛것을 지켜내지 못했다.

그 귀한 말씀 위에 이 교회 세웠네’

전후가 되었을 것이다. 하늘나라에 먼저 가

개신교계의 몇 년 전 통계에 의하면,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두 행복하리라

우리나라는 교회만 6만 개 정도라고 한다.

1864년 영국 감리교회 웨슬리 목사가 지은

믿는다.(재킷2)

유럽에서 작은 교회의 경우는 작은 종탑이

교회 헌당 찬송이다.(재킷3)

그런데 지금 카드와 LP에서 보는 교회는 거의

달린 하얀색 교회이다. 「교회의 참된 터는, 이

없다. 가끔 농촌을 지나다 보면 작은 교회가

터는 곧 예수 그리스도라」 찬송가 600장의

요새 교회의 어려운 사정이야 어렴풋이

눈에 띄어 반갑기 짝이 없다. 그러나 그것들은

제목이다.

알겠지만, 보통 사람들이 교회 걱정하는 세태가

재킷1. 크리스마스 캐럴 모음집, 1953년 판이다. 표지는 영국 감리교 교회에 눈이 내린 풍경이다. 건물은 우리 초기 교회 건물과 비슷한 점이 있다. 캐럴 표지는 대부분 이런 것들이다. 영국 교회는 1534년 헨리 8세 때 진보적 교파인 국교회(國敎會)로 바뀌었다. 우리가 말하는 성공회(聖公會, Englican Church)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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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0년 메이플라워호와 함께 미국에도 건너갔다. 영국에서는 1729년 존 웨슬리(John Wesley, 1705-91)에 의해 메소시스트교회(Methodist Church)도 세워졌다. 우리가 감리교라 부르는 개신교다. 영국 교회는 기존 가톨릭 성당 그리고 성공회 교당 그리고 감리교 교회의 세 가지가 병립하고 있다. 여기 LP 재킷은 감리교 교회들이다. 이 LP는 맬컴 사전트(Malcolm Sargent, 1895-1967) 경이 지휘하는 것이다.


레코드 재킷에서 음악과 건축 읽기 05

2 재킷2. 영국 버크셔(Berkshire)주 쿠크햄(Cookham)마을 캐럴집이다. 시골 마을 감리교 예배당의 콘서트가 담겼다. 한밤 눈 내린 교회 풍경이다. 교회를 교회 묘지가 감싸고 있다. 이제 보기 힘든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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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었으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더구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이러스 집단 전염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통풍 안 되는 지하 교회가 큰 걱정거리인 것이다.(재킷4)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는 이탈리아 북부 고향마을, 농촌 작은 교회의 오르간 소리에 마음이 끌리어 그 후 주옥같은 음악을 작곡하게 된다. 큰 성당의 경우에는 지금 오가는 길손을 부르고 있다. 성당이 관광 상품이 되고 있는 셈이다. 고색창연한 성당은 어두침침하나 문을 열어 놓아 너나 없고 부담 없이 드나들게 한다.

3

성당 안은 성화, 여러 가지 장식품 등 온갖 관광 상품이었다.(재킷5) 미국의 민요 작곡가 포스터(Stephen Collins Foster, 1826-64)는 ‘집 근처 작은 교회에서 예배 보는 흑인들의 노래에 도취되곤 했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미국의 작은 교회가 미국 민요의 탄생지인 셈이다. 미국 대형 교회는 포스터의 노래를 부르고 들을 자격이 없는 것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종교 건축물들은 모두 단독 건물이었다. 교회만 봐도 예배당(禮拜堂)이 정갈하게 서 있고 그 앞에 흙 마당이 있고 정원에는 채송화도 심겨져 있는, 또 철 종탑이 덩그러니 서 있는⋯. 교회는 동네의 이정표였다. 동네에서 가장 높은 집이었기에 길 찾는 데도 목표물이 되었다. 그 교회는 컸다 해도 지금 생각해 보면 교실 하나 정도 크기였던 것 같다. 어딘가 엄마, 할머니의 정이 듬뿍 배어 있는 것 같았다. 어쨌든 지금도 내 맘속에 있는 교회란 작고 정감 있는 교회 즉, 작은 예배당이다. 다시 볼 수 없는 것이 되어 가고 있지만-. 4 재킷3. 아눈치오 파올로 만토바니(Annunzio Paolo Mantovani, 1905-80)가 이끄는 자신의 악단의 영국 교회 음악집이다. 1969년 판이다. 개신교 교회의 바람직한 전경이다. 트레이서리, 이중 지붕, 종탑 등이 어울려 있다. 재킷4. 영국 찬송가 100선 중 네 번째 앨범. 표지가 아름다운 영국 침례교회, 영국 남동부 하트퍼드셔(Hertfordshire)의 알덴햄 처치(Aldenham church)를 그려 담고 있다. 이 교회는 1940년 독일의 공습으로 스테인드글라스가 파괴되고, 종탑이 훼손되었다. 1951년 복원되었다. 1984년 판이다. 54


레코드 재킷에서 음악과 건축 읽기 05

5 재킷5. 역시 영국 교회이다. 시골 교회당이다. 메인 부분은 입구와 계단, 종탑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순하고 묵직하다. 지붕은 영국 성의 킵(keep)이 디자인 요소로 만들어져 있다. 한편에는 역시 묘지가 보인다. 담장과 꽃밭이 한창 어울린다. 1973년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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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브리프 건축의 고전 문헌 번역서

건축학 안내서

『건축예술과 양식』

『건축의 정석』

핸드릭 페투르스 베를라헤 지음, 김영철·우영선·김명식 옮김

명지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20인 지음

아카넷 발행, 2만3,000원

도서출판 집 발행, 1만4,000원

베를라헤(1856-1934)는 건축과 도시계획

등 고대로부터 온 전통이다. 여기에서 베를라헤는

건축학. 대학에서는 무엇을 가르치고 배우나.

분야에서 역사주의와 전통, 표현주의의 격동을

무엇보다도 기하학의 지식이 있어야 하며, 마찬가지로

인문학적 지식과 건축 전문 지식에 이론과 실습까지.

거쳐 현대에 이르는 길을 거쳐 가며, 암스테르담의

실제 재료를 다루고 그 구조의 역학을 이해하는

인문학계열도 아니고 공학계열도 아니고 그렇다고

증권거래소(1896-1903), 헤이그 도시개조안(1908),

실천적 지혜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예술계열도 아니지만 폭넓고 다양한 방면의 지식을

암스테르담 도시확장 계획안(1915) 등의 작품을

그렇지만 오늘날 ‘건축의 실무’에서는 기하학적 질서는

배우는 정도라고 답한다면 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남겼다. 그의 작품은 여전히 역사주의의 흔적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고 있고, ‘건축의

독자다.

온전히 지워지지 않아 전통의 색채를 띤 것으로

교육’에서는 인문이 먼저인지, 사실이 먼저인지 하는

이 책은 설계, 커뮤니케이션, 역사이론, 도시/주거,

평가되기도 하였다. 그는 취리히에서 19세기의 가장

사태의 선행도 충분하게 문제 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구조, 환경, 건설, 실무, 공간디자인 등 10개 영역, 50여

위대한 두 건축가 젬퍼와 비올레르뒤크 아래서 건축을

전자의 지식에 대한 필요성을 질문하지 않거나 꺼리는

과목, 5년제로 구성된 명지대학교 건축대학의 수업을

학습하였고, 헤겔 철학의 수용에 누구보다도 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대한 대안은 건축의 사유를

지면으로 옮겨 놓았다. 교수 20명의 ‘촌철 강의’와

뛰어났다. 베를라헤는 스승의 건축이념과 어휘들을

실천하고 훈련하도록 학제화해야 하고, 또 창작의

함께 사용한 한 장의 이미지는 가능한 학생 작품으로

새롭게 발전시켰다.

원리로 작용하도록 이론의 가치를 보전하는 것이다.

사용했는데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어떻게 건축가의

이 책은 현대건축을 위한 중요한 유산이다. 건축이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이 원전의 번역은 건축의

모습을 갖추어 가는지를 잘 보여준다. 저자들은 입을

단지 구축의 영역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유가

이해보다 오해가 더 많은 오늘의 현실에서 커다란

모아 자신한다. “이 책 한 권이면 건축대학에서 무엇을

선행하고 이를 기술의 수단으로 실천한다는 믿음을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배우는지 윤곽을 잡을 수 있다.”

기록하는 것은 비트루비우스, 알베르티, 팔라디오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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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건축예술과 양식 2. 건축의 정석


건축역사학자의 책

번역서

『건축가의 엽서-네모 속 시간여행』

『르코르뷔지에 미워』

손장원 지음

요시다 켄스케 지음, 이와나베 카오루 그림, 강영조 옮김

글누림출판사 발행, 1만5,000원

도서출판 집 발행, 1만2,000원

가로 14㎝, 세로 9㎝ 크기의 때 묻고 헤진 종잇조각.

그림엽서에 담긴 사진도 연출한 장면이 존재하고,

사후 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많은 건축가의

그저 폐지 조각 같던 네모에는 100년 전 이 땅에서

촬영자의 의도에 따라 사실이 바뀌기도 하지만,

스승이자 건축 작업의 교과서처럼 꼽히는

벌어진 삶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림엽서에 담긴 도상과

문자보다는 객관성이 높다. 사진에는 촬영자가

르코르뷔지에가 ‘싫다’고 이야기하는 한 일본

문자의 기록을 맞추면 그 건물에는 누가 살았고,

의도하지 않았던 정보도 포함되어 있어 근대의

건축가가 있다. 바로 요시다 켄스케이다. 일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무심코 걷던

모습을 보다 사실에 가깝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르코르뷔지에는 ‘신성불가침한 존재’처럼 여겨진다고

100년 전 거리에 누군가의 희열과 눈물이 배여 있다는

준다. 그림엽서만큼 생생하고 다양하게 근대를 기록한

하는데 그런 분의 뒷담화를 하고 있으니! 요시다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자료는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켄스케는 건축 실무를 하면서 대학에서 학생을

우리의 근대는 낭만이 넘치던 모던이 아니다. 예쁘장한

그림엽서를 해석하는 작업은 특정영역에 한정되지

가르쳤으며 건축 교과서, 건축평론 등 다방면에서

장식이 달린 근대는 더욱 아니다. 저자는 실체로서의

않는다. 저자는 건축지식을 바탕으로 도시의 공간적

책을 출간하고 건축 실무자이자 연구자로서 활발하게

근대에 다가가고 싶었다고 말한다. 엽서에 등장하는

특성과 건축적 의미를 읽고 해석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활동했다. 나이 80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다양한

건물에 살았거나 회사를 운영했던 일본인들의 모습을

그림엽서를 이용해 근대의 모습을 추출해내는 작업은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르코르뷔지에의 오만한 자세와

가감 없이 들여다본다. 한 때 인천의 주류였던 그들의

학제 간 협업이 절대적이라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태도에 혀를 내두르며 ‘똥배짱’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모습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했기

시도가 진행되길 소망한다. 20년간 엽서를 모으고

또한 건축가, 건축 연구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때문이다.

독해하며 터득한 엽서 읽는 방법과 구체적 사례를 이

맹목적으로 르코르뷔지에를 예찬하는 것에 대해

그림엽서는 우리를 근대로 이끄는 타임머신이다.

책에 기록했다.

‘르코르뷔지에 브랜드를 날조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4

3

3. 건축가의 엽서-네모 속 시간여행 4. 르코르뷔지에 미워

57


도큐멘타 02

S.A.L.T house : 〈마임 비전 빌리지〉 건축의 배경과 의미 글, 자료. 백상훈 건축가, S.E.E.D haus 소장

클라이언트

네이밍

마임 비전 빌리지(Maiim Vision Village)는

S.A.L.T house는 ‘Space for Air, Light,

다수의 드라마(시크릿 가든, 마인 등), 광고

Tree’를 의미한다. 이 프로젝트는 “자연의

및 평창 올림픽 개막식과 같은 이벤트 촬영

빛이 없는 공간은 결코 건축적 장소에 이를 수

등으로 유명한 장소이다.

없다.” 라는 루이스 칸 『Louis I. Kahn―빛과

이곳은 자연주의 화장품과 건강식품을

공간』에 나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재해석해보는

만드는 기업 마임 소유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빛이 공간에 들어가

공간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 자연을 느끼고,

공간을 조절하는 빛의 감도에 의해 공간의

만지고 호흡할 수 있도록 오랜 시간을 거쳐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그것은 공간에 장소의

만들어졌다.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마임 비전 빌리지 안에는 다수의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작업한 건축물들이 있고 특히,

총제적인 조화

안도 타다오의 〈The chuch of the heart〉,

이 프로젝트는 대지 주변의 자연이 주는

〈Gallelry〉 와 〈Library〉 세 개의 건축물은

도움이 없이는 어떠한 디자인적 의미도 가질 수

산책로의 종착점에 지형을 그대로 살린 채

없다. 왜냐하면 존재의 출발점 자체가 건축적

자연의 풍경에 융화된 듯 고요하게 자리하고

형태의 문제가 아니고 자연과 공존하면서

있다.

건축과 자연이 가지는 조화로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수주 및 요구사항 그리고 고민의 시작

최대한 자연이 가지는 아름다움을 이용하여

마임에서 안도 타다오와 프로젝트를

공간이 가지는 감수성을 만들고 빛을 통해

진행하려고 계획하면서 국내에서 협업할

시간과 환경의 변화를 사람들이 느낄 수

수 있는 건축가를 찾다가 내게 연락이 와서

있기를 바랐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건축

마임과 첫 인연을 맺게 되었고 이후 시기와

공간의 특이성을 만들게 되고 사람들은 항상

비용의 문제로 고민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공간적 유희를 체험할 수

흘러 기존에 있던 레스토랑과 강연장이

있게 될 것이다.

있는 건물에 대한 리모델링을 의뢰받았다. 기존의 2층으로 이루어진 통나무 건물은

프로그램

목구조로 이루어져 리모델링을 통해 건축주가

이 건축물은 마임 비전 빌리지를 방문하는

요구하는 프로그램이나 공간을 만드는 게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기획되었다. 1층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사람들이 모여서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할 수

신축하는 것으로 변경되었고 주변의 자연과

있는 공간이다. 1층은 특히 주변의 운동장과

어우러지면서 눈에 띄기보다는 주변을 담을 수

연계해서 사용할 수 있게 계획되어 많은

있는 건축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외부와 내부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했다.

DOCUMENTA

1 1. 전경 조감


지난 호에 이어서 도큐멘타 두 번째 콘텐트를 소개한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본지 ‘건축신인 비평초대석’(백상훈, 1회 선정 작가/박선영, 3회 선정 작가)의 건축가들이 이 지면의 초반 주인공들로 낙점되었다. 백상훈 소장은 근년에 다수의 리모델링 작업을 통해서 그가 천착해온 공간과 형태 본연의 의미를 탐색해왔다. 건축가의 파일 중에서 선정하여 소개하는 S.A.L.T house도 출발은 리모델링이었으나 이후 신축으로 변경된다. 이 프로젝트에서 백 소장은 공간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자연과의 조화를 전제로 한 재료의 물성 실험에 몰입한다. 극도로 축약된 건축가의 글쓰기는 노경 건축사진가의 프레임 안에서 대리 독해를 요청한다.

59


2

2층은 강연과 공연을 위한 공간이며 공연자(강연자)와 관객 동선이 겹치지 않게 공간을 구성했다. 그러면서도 공연자(강연자)와 관객을 위한 외부 공간을 곳곳에 만들어 주변의 자연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건물의 외부 공간은 자연과 건물이 만나는 중간지대로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재료 건축의 재료에 대한 고민은 빛에 따른 그림자에서 비롯되었다. 빛은 공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그것을 통해서 존재하며 그 차이를 통해서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체 매스는 루버를 통해서 빛과 그림자의 효과를 극대화함으로 주변의 빛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면서 동시에 주변의 자연을 시각적으로 연결해 줄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자연과 건축물을 매개해주는 물질로서 루버가 가지는 유연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붕은 사람이 하나하나 직접 발색한 징크를 통해서 획일화 되지 않고 각기 조금씩 다른 느낌의 징크들을 조합하여 자연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했다. 3

60

2. 전경 3. 배치도


4

5

4~5. 낮과 밤의 풍경

61


1층 평면도 1. 홀 2. VIP 라운지 3. 식당 4. 주방 5. 창고

4

2

1

5

3

2층 평면도 1. 홀 2. 강당 3. 메이크업룸 4. 관리실

1 2 4

3

3층 평면도 1. 조정실

1

지붕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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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단면도

3

1

3

3

4

2

5

1. 홀 2. VIP 라운지 3. 메이크업룸 4. 기계실 5. 창고

4 1 5

1

2

3 6

1. 홀 2. 식당 3. 주방 4. 강당 5. 관리실 6. 창고

1

2

1. 홀 2. 주출입구

2

4

1

3

1. 강당 2. 메이크업룸 3. 식당 4. VIP 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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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건축 개요 설계: 백상훈, S.E.E.D haus 설계담당: 백은정, 안성현, 조현우, 이지선, 김희정 조명설계: Mavericks 발주처: Maiim 위치: 경기도 여주시 능서면 용은리 444-5 외 25필지 대지면적: 94,483.5㎡ 건축면적: 1,273.80㎡ 연면적: 2,225.28㎡ 규모: 지상3층 높이: 15.50m 건폐율: 1.35% 용적률: 2.36% 구조: 철골조, 철근콘크리트조 시공: 공정건설(주)

자료 협조 및 사진 크레딧 본문 전체 사진 및 자료 제공: 백상훈, S.E.E.D haus 건축사진 크레딧: 노경 7

64

6~9. 외벽면 디테일


8

10

9

11

10~11. 내부통로와 계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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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3

66

14

12. 홀 바닥에 떨어지는 빛, 그림자 13. VIP 라운지 14. 강당


15

15. 빛, 그림자가 만드는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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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현의 떠오르는 건축가 10

soje architects 이현식 : 숲과 자연을 사랑하고 늘 꿈꿀 수 있는 건축가

soje(소재)는 건축의 재료, 장소, 이야기의 본질에 대한 고민과 이것들이 갖는 새로운 가능성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 건축 스튜디오이다. 특히 대표작인 연남동 프로젝트와 성북도원에서 다룬 것처럼 오래된 동네, 골목길, 이웃주민, 마당, 빈집, 자연환경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일상과 사회문제 그리고 환경과 도시를 건축을 통해 새롭게 재구성하여 보여주는 작업들이 매우 인상적이다. 대화를 나누며 크게 놀라웠던 것은 이현식 소장의 자연과 환경을 대하는 태도이다. 건축은 인간의 이익을 위해 자연에 반하는 행위일 수 있고, 이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고민들 혹은 그것으로 취한 이익들을 다시 자연에 되돌려주는 것에 대해 그가 하는 고민은 건축을 하는 모든 이에게 매우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코로나19와 급변하는 사회변화 속에 건축의 다양한 측면과 본질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soje가 만들어갈 도시와 건축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인터뷰 일시: 2021년 12월 인터뷰 장소: soje (서울시 중구) 참석자: 이현식(soje 대표), 이태현(본지 편집위원, THE A LAB 대표)

RISING ARCHITECT 68

1. 이현식


ⓦ 안녕하세요. soje architects(소재

ⓦ 처음 소재 건축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돌아가셨죠. 조성룡 선생님과 인터뷰하던 날

건축)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궁금합니다. 이전부터 사무소를 시작할

불쑥 문을 열고 들어와 몇 마디 나눴던 그날의

soje(이하, 소재)는 어떤 것을 만들 때

계획이 있었는지 혹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을

정기용 선생님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바탕이 되는 재료(material), 장소(place),

했는지요?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조성룡 도시건축에서

이야기(story)의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소재를 시작하기 전 도시건축집단_성북동

실무를 경험하게 되면서 건축에 대하여 조금씩

있습니다. 우리는 간결함, 최소한의 요소,

이라는 사무실을 공동대표로 운영하였습니다.

알아가는 과정의 시간들이 쌓였죠. 많은 부분

재료의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하나의 지향점을 가지고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

선생님의 건축을 읽어가면서 배웠던 시간들이

발견하고 실험하며 변화가능성을 찾고자

나가는 과정의 시간들이었지만 그 과정 중에

제가 지금 건축을 계속 해 나갈 수 있는

합니다. 기본에 충실하는 것은 본질에

서로가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 결국엔 각자의

밑거름이 될 수 있었던 거라 생각합니다.

가까워지는 것이며, 표현의 형태는 건축을

길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함께 동업을 한다는

바탕으로 다양한 시선과 행위로 하고자

게 그리 쉽지만은 않더군요. 이후 내가 하고자

ⓦ 대학원에서 혹은 조성룡도시건축에서 어떤

합니다. 또한 자연의 가치를 생각하고 디자인의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스스로 질문하는

건축을 배우고 경험했다고 생각하나요?

전반적인 행위를 자연의 일부로 인식하고 이를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저로서는 건축에 대한

위한 실험들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질문의 시간 동안 내가 좋아하는 것, 관심있는

공부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인연을 맺어

이슈,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에 대한

시작하게 된 조성룡도시건축과 대학원에서

ⓦ 그동안 소재가 진행해온 프로젝트나 현재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기본에 충실하게 하자는

여러 생각들을 배우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소재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은 어떤 것들이

생각을 가지고 그 시작점에 있는 재료에 대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전까지 뭔가 건축은

있나요?

이해와 실험, 그리고 그 모든 재료들이 나오는

일반적인 시선에서 바라볼 때 철학적이고

주로 작지만 큰 고민이 필요한 프로젝트를

지구에 대한 이야기까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예술적이며, 일반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다루었던 것 같아요. 여전히 앞으로도 그런

없는 분야의 무언가라고 생각했습니다.

프로젝트가 왠지 끌릴 것 같지만요. 몇 가지를

ⓦ 오래 전 이야기일 것 같은데요. 처음 건축을

뭔가 스케일이 아주 크고 큰 자본이

소개하자면 오래된 연남동 동네에 작은 4개의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들어가고 일반인들이 한 번쯤 경험하기

건축물을 지으면서 새롭게 골목길을 연결하고

먼저 제가 건축을 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쉽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었다면, 대학원과

이를 통해 이웃주민과 사용자들에게 작은

없는 거 같아요. 저는 학부 때 건축을 전공하지

도시건축에서 접하고 경험했던 건축은 아주

마당과 길을 만들었던 〈연남동 프로젝트〉,

않았습니다. 실내건축디자인을 전공하였지만

작고 소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이었습니다.

폐허와 마찬가지인 빈집을 전시공간으로

어릴 때 꿈은 패션디자이너가 되는 거였어요.

우리가 쉽게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일상의 어느

리모델링한 〈성북도원 프로젝트〉는 아주

그래서 학부 때 패션디자인전공 수업도 듣긴

순간들을 다시 바라보고 그것에 대한 고민을

작은 공사비를 가지고 주변 자연환경을

했지만 이건 제가 갈 길이 아닌 거 같다, 라는

하는 것이었죠. 우리가 사는 동네, 나의 집,

어떻게 끌어들여 공간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휴학을 하고 나서

이웃, 소소한 사람들의 이야기, 개인과 사회가

고민이 많았던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해 보면서 좋아하는 것을

가지는 각자의 기억과 그것들을 연결하는

현재 공동주거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찾아보자고 생각했죠. 동대문 의류상가에서

것에서부터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는 배움의

있습니다. 그 중 〈um1118 프로젝트〉는

일도 해보고, 카페 알바, 인테리어 현장경험,

시간이었습니다.

도시형생활주택으로 각각의 세대가 다른

패션모델도 잠깐 해봤고요. 다양한 경험을

평면의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했었던 거 같아요. 그러다 우연히 서점에서

ⓦ 건축을 공부하고 실무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반영하고 작은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읽게 되었는데

생겨난 자신만의 관심사나 주제 같은 것들이

발코니를 각자의 집에 두어 외부환경과 동네를

바로 정기용 선생님의 『사람, 건축, 도시』라는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연결하는 것을 고민한 프로젝트입니다. 그리고

책이었어요. 건축도 건축가도 잘 몰랐던 저에게

저는 주로 60~80년대 건축에 대한 관심이

또 하나는 〈현재의 집〉이라는 프로젝트인데요.

건축의 길을 열어준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많습니다. 그 당시 건축에 대한 실험과 시도가

이 집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집에 대한

무작정 건축세계에 뛰어들게 되었죠. 건축을

많이 이루어졌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새로운

생각을 던지게 하는 프로젝트이구요. 함께

시작했을 땐 조언을 구할 만한 선배도 지인들도

콘크리트 재료의 사용이라던지 구조적인

어떻게 모여 살 것인지, 우리가 집이라는

없이 시작하였죠. 시작하고 나서 건축에 대한

실험들이라던지 공간을 구성하는 방법을

환경에서 거주성을 느끼면서 살 수 있을까

지식과 실무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계속된

실험한 선배 건축가 분들의 작업을 보면서

하는 고민과 함께 시작된 프로젝트라고 할

결핍을 느끼게 되었고 좀 더 건축에 대한

건축을 구성하는 구축에 대한 방법에 관심이

수 있을 거 같아요. 강요된 공유주거가 아닌

깊이 있는 생각과 배움이 필요하단 걸 깨닫게

생겼습니다. 물성에 따라 건축의 구조를

취향과 취미를 전제로 개인의 성향을 함께하고

되었죠.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을 때쯤 우연한

구성하는 방식에 흥미를 가지게 되고 생각이

때로는 느슨한 경계를 가지고 함께 살 수 있는

계기로 조성룡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확장되면서 최소한의 재료를 통해 구축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프로젝트로 현재

그 당시 정기용 선생님과 조성룡 선생님이

방법에 대한 고민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진행 중에 있습니다.

함께 삼청동에 사무실을 꾸려가고 계셨을 때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기용 선생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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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 프로젝트

건축개요

이웃가게 외부로 난 계단과 복도를 따라 걷다 보면

위치 :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375-111, 375-112, 454-

자연스러운 시선의 간섭이 이루어진다.

12, 454-13번지 (4필지)

골목길에 접하는 기회를 각 층의 가게들이 고르게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경쟁이 아닌 공생의 지혜를 갖는 상상을 하였다. 새로

용도 :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 72.47㎡, 50,64㎡, 128.37㎡, 132.29㎡ 건축면적 : 72.47㎡, 23.49㎡, 39.81㎡, 42.60㎡ 연면적 : 99.94㎡, 50.64㎡, 128.37㎡, 132.29㎡

난 골목길의 가운데에는 작은 마당이 생겨났다.

규모 : 지상3층, 지상4층

경의선 철길이 사라지고 숲길이 된 이곳에는

시선의 간섭은 관심이 되고, 작지만 작은 공동체가

높이 : 11.9m

지금도 그 시절 단층주택들이 빼곡히 남아 있다.

형성되어 “이웃가게”라는 개념이 자연스레

1960~70년대에 형성된 이 연남동 끝자락 동네는

생겨나기를 기대해 본다.

오래된 동네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 유로폼노출콘크리트 위 면정리, 적벽돌 내부마감 : 콘크리트 폴리싱, 벽돌세워깔기

아직도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서울에서 몇 남지 않은 오래된 동네이다. 대부분이 지적불부합 지역이며, 기반시설 또한 부족하고 모자란 곳이 많다 이웃한 4개의 작은 필지에 건축주가 각기 다른 4개의 건물을 의뢰받았다. 작은 필지를 합필하여 거대한 하나가 되는 방향 대신, 오랜 도시조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각각의 소규모 건물로 계획하는 것을 제안하였다. 골목길 1F Plan

오래된 동네인 만큼 살고 있는 사람들도 오래

2F Plan

되고, 골목길에 닿아 있는 오래된 집들도 자연스럽다. 실핏줄처럼 사방으로 연결된 골목길은 비록 자동차 한 대 지나가기 어려운 좁은 길이지만, 아직도 그 골목길에선 빨래를 내어 널고, 가을이 되면 고추를 말리는 모습이 심심찮게 펼쳐진다. 골목길은 여전히 공용의 장소이며,

4F Plan

그곳에서 퇴적되고 쌓여가는 기억과 시간들은

3F Plan

01

3

6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곳에 새롭게 들어서게 될 건물들이 기존의

1

골목길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모습을 상상하였다. 건물들의 이격 거리들을 모아 새로운 길과 작은 마당을 형성하였고 앞뒤 골목길을 자연스럽게 이을 수 있도록 하였다. 개인의 사유지를 공공의 길로 내어주자는 제안은 오랜 기간의 건축주의 설득과 배려를 바탕으로 실현될 수 있었다. 오래된 동네와 건물을 이어주는 공공의 길.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볼륨 꽉 막힌 계단실 대신 외부로 열린 계단과 복도를 통해 기존 골목길이 건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 힘을 주지 않고 최대한 단순한 형태로 계획하였으며, 외부계단과 복도를 따라 여러 방향으로 들고 나는 형태를 취함으로써 건물 자체의 그림자를 통해 다양한 표정을 갖도록 하였다. 좁은 내부면적은

01

복도를 거쳐 밖으로 확장되어 좁지만 넓은 공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70

2

1. 각층 평면도 2. 입단면도

3

6


ⓦ 소재를 뜻하는 ‘재료, 장소, 이야기’가 흥미롭게 들립니다. 이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나 사건들이 있을까요?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대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확장되면서 이것을 함축할 수 있는 단어가 소재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게 건축에서 중요한 부분은 바탕인 거 같단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창조적인 행위를 처음 3

6

시작하게 될 때 필요한 것들이죠. 무언가를 만들 때 어떤 재료를 사용하여 만들 것인지, 어떤 건축이나 공간을 만들 때 어느 장소에 위치하여 있는지, 어떤 시나리오나 글을 쓸 때 주제가 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처럼 소재가 가지는 의미는 시작점에서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행위의 시작점에 따라 나아가는 방향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래서 저에겐 무엇보다 시작점에 있는 재료와 장소,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중요한 점을 찍는 일입니다. ⓦ 사무소를 시작하면서 소재건축만의 특별한 목표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소재는 건축을 기반으로 다양한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공간의 기획과 연출, 환경에 대한 제품을 디자인하는 일, 오래 쓸 수 있는 가치를 담은 의류를 디자인하는 것 등이죠. 건축설계로만 한정하는 것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취향과 가치관을 디자인하는 그런 스튜디오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될 거 같네요. 그래서 소재를 소개할 때 ‘소재

4

7

건축’이라는 우리말 이름 대신 ‘soje’라는 영문 단어만 쓰길 고집하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현재까지 이뤄온 목표들은 무엇이며, 이후 새롭게 더 추구하고자 하는 것들이 있나요? 현재까지 이뤄온 것 보다 앞으로 이뤄야 할 것들이 더 많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저마다 다른 컨디션의 상황들을 배우게 되는 거 같습니다. 설계뿐만 아니라 클라이언트와의 대화, 프로젝트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협업하는 관계 속에서 해야할 역할, 돌발적인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판단력과 시공의 품질을 올리기 위한 시공자와 협업 등, 목표를 이루기 위한 여려 문제와 상황들을 개개인의 능력으로 기대어 해결하는 것이 아닌 시스템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될 거 같네요. 그런 목표와 방향들이 좀 더 완성된 건축에 가까울 수

5

8 3. Isometric 4. 골목길 연결 다이어그램 5. 외부공간 Ⓒ김재경 6. 전경 Ⓒ김재경 7. 측면 Ⓒ김재경 8. 이웃집의 틈새로 보이는 연남동 프로젝트 Ⓒ김재경

있으니까요. 71


성북도원 프로젝트

성북도원 전시장은 기존의 폐가의 위치에서 다시 세워졌다. 다만 새로운 재료와 벽을 통해 정제된 분위기를 가지게 되었다. 콘크리트 박스로 살던 곳에 처마를 내고 창을 막았다가 다시 처마를 한 번 더 내었던 곳의 영역만큼 공간 확장을 하였고, 흉가나 다름없는 목구조의 헛간은 모두 철거 후에 새로운 재료와 구법으로 야외 전시장으로 계획하였다. 단지 벽을 통해서 공간의 확장과 영역성을 가지는 간결한 방법으로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서울 성북동 북악산 자락 아래 공터와 폐가였던 장소는 실험적인 작품을 전시하고 공연을 할 수 있는 지역의 전시장으로 변모하였다.

건축개요 위치 :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226-57 용도 : 전시장 건축면적 : 134㎡ 연면적 : 134㎡ 규모 : 지상1층 0 1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 시멘트벽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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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입단면도 2. 배치도 3. 부분상세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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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재의 웹페이지에 설계비의 일부를 환경단체를 후원하는데 사용한다는 글을 봤습니다. 어떤 계기로 계획한 일인지 궁금합니다. 이본 쉬나드가 쓴 책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이란 책을 아주 감명 깊게 읽은 적이 있습니다. 기업의 가치가 자본주의의 성장이 아닌 환경에 대한 굳은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고 거기에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하는 건축은 기본적으로 환경에 반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통해 무언가를 구축하는 행위의 전반적인 부분은 자연의 파괴를 바탕으로 하죠. 그 원재료가 가공을 통해 현재의 도시, 건축의 환경을 만들고 있고요. 앞으로도 이러한 행위는 없어질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환경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에게 기부하는 것이 지구를 위해 당장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본 쉬나드가 한 말처럼 “모두가 함께 힘을 합한다면 필요한 변화를 만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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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는 말처럼요. ⓦ 소재는 자연과 환경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며 건축 프로젝트를 하고 있나요? 자연과 환경에 대한 관심과 고민들을 직관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보다 각자의 프로젝트가 마주하는 환경과 주제들 그리고 사용되는 재료에 따라 탐구를 통해 드러내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는 바탕이 되는 재료에 대한 고민인데요. 건축으로 쓰이는 재료가 가지는 물성의 특징과 구성하는 요소, 그리고 시간이 더해졌을 때 어떤 풍화가 오는지에 대한 것들을 관찰합니다. 그리고 그 물성의 특성을 읽고 함께 쓰일 수 있는 재료가 무엇인지, 그리고 구조적으로 어떻게 구성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것들을 읽어내는 방식인 거죠. 그렇게 관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연적인 환경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하여 5

다가갈 수 있는 거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을 바탕으로 치장하거나 덧붙이어 많은 재료를 쓰는 것은 피하려고 합니다. 불필요한 재료는 걷어내고 최소한의 재료로 건축을 구성하는 것이 자연과 환경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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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before Ⓒsoje 5. after 마당 Ⓒ이정환 6. 외부 공간 Ⓒ이정환 7. 전경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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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1118 프로젝트

오래 전이지만 아주 작은 원룸에서 살아본 적이

기준으로 각각 다른 평면타입을 계획하였다.

있다. 집은 다른 집들에 가려져 늘 어두웠고 집에서

라이프스타일과 취향, 직업의 형태 등을 고려하여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잠을 자는 것이 고작이었다.

기존 주택을 고를 때 풀옵션이나 역세권 위치에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당연히

따른 선택이 아닌 생활방식에 따라 집을 선택할 수

월세가 싸서 그 집을 선택하였지만 이런 상황이

경험을 통해 다양한 주거방식을 제안하고자 한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각 세대에 만들어진 외부공간을 통해 내

소규모 주거환경은 다양성을 필요로 한다. 시대와

집과 동네를 시각적으로 연결하고자 한다.

세대의 변화에 따라 요구도 예전의 환경과 많이 바뀌었다. 변화된 주거환경을 위해선 다양한 소규모 주거형태가 제안되어야 한다. UM1118

건축개요

프로젝트는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시작된

위치 : 서울시 은평구 응암동 111-8번지

도시형생활주택 프로젝트이다. 계획을 구상하는

용도 : 근린생활시설,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데 있어서 중요한 부분은 변화에 맞는 다양한 주거평면의 형태와 내 집과 동네를 연결할 수 있는

건축면적 : 87.35㎡ 규모 : 지하1층, 지상8층

세대수 : 8세대

주차대수 : 6대

접점의 외부공간 활용이다.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8세대로 계획된 주거는 30㎡ 미만의 면적을

외부마감 : 노출콘크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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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면젹 : 153.40㎡ 연면적 : 66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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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입단면도 2. 입면도 5~9. 모형 Ⓒso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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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소재가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들은 어떤 게 있는지요? 혹은 개인적인 목표들은 어떤 게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현재의 집〉이라는 프로젝트에 대하여 설명을 조금 드릴 수 있을 거 같네요. 이 프로젝트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스스로 집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과거의 주거와 현재의 집, 그리고 미래의 주거는 변화하는 시대 환경에 UNIT-A

UNIT-B

맞춰 어떤 방식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고민이죠.

UNIT-C

우리는 집을 고를 때 보증금과 월세에 맞춰서 고릅니다. 신축인지 오래된 주택인지에 따라서 물리적으로 주거를 선택할 수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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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선택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집에서 느끼는 심리적인 분위기나 반려견 혹은 반려묘가 있는 경우는 더욱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그래서 앞으로 주거의 환경이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취미나 취향, 라이프스타일 등의 환경적인 요인으로 집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이죠. 〈현재의 집〉이라는 프로젝트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주거에 대한 다양성을 제공하고 전반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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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의 브랜딩을 통해 앞으로 주거에 대한

UNIT-G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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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현재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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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입니다. ⓦ 건축 이외의 취미도 궁금하고, 여가시간에 하는 것들이 작업에 영향을 주는 것들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종종 머리와 몸을 쉬고 싶을 때 친구들과 함께 산을 오릅니다. 그리고 산에서 하루를 지내고 내려오죠. 백패킹(backpacking)을 취미로

UN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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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데요. 하나의 원칙이 있습니다. LNT(leave no trace),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라는 겁니다. 간단하지만 아주 중요한 메세지라고 생각합니다. 배낭을 꾸리는 과정부터 필요한 것만 챙기기 위해 고민합니다. 그리고 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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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고 텐트를 칠 때도 피해가 가지 않게 장소를 정하죠. 이런 최소한의 행동들을 통해서 자연과 더 많은 것들을 교감할 수 있죠. 이런 행동들이 건축을 하는 데 있어서 아주 큰 영감을 줍니다. 그러다 보니 건축을 하는 데 있어서 불필요함을 줄이고 최소한의 것들로 생활에 집중하는 방법에 대하여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 건축가로서 앞으로 되고자 하는 건축가의 상을 한 줄로 정리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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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거단위 4. 주거단위 다이어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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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llowdog office design

Yellowdog : “저희는 스타트업과 중견기업 등 다양한 주체들이 기후 변화, 빈부 격차, 소수자, 교육 등의 기존 시스템으로 풀리지 않는 것들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그러한 기업에 투자하는 게 원칙이에요.” soje : “인테리어는 수명이 건축보다 짧죠. 그래서 매번 다시 공간을 디자인할 때 페기물이 많이 발생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LNT(leave no trace.) 컨셉으로 디자인을 진행하려 합니다.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들을 실험하고 공간이 해체되거나 공간이 이동할 때 조립이 가능한 소재. 그래서 폐기물의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면 좋을 거 같아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앞서 클라이언트와 나눴던 대화이다. 이 기업은 투자회사이고 투자의 원칙이 흥미로웠다. 디자인이 시작되고 첫 번째 일은 재사용할 재료를 찾는 것이었고 몇 가지 전제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 재료 자체의 강도를 유지할 것, 둘째 조립과 분해가 되는 재료일 것, 셋째 특별한 재료가 아닌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할 것 그리고 넷째 경제적으로 접근이 가능할 것이었다. 세 가지의 조건을 가지고 선정된 재료는 “알루미늄 프로파일”이었다. 흔히 산업공간에서 장비 또는 선반 등의 재료료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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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이는 재료이다. 재료의 정확한 재단과 조립의 시뮬레이션, 그리고 현장 목업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여 나갔다. 회의가 잦은 업무의 특성상 프로파일을 이용한 두 개의 회의실을 만들고 회의실을 중심으로 사이 공간을 업무영역과 라운지영역으로 설정하였다. 또한 업무에서 잠시 쉴 수 있도록 사이공간에 명상의 방을 만들어 잠시 고요함에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계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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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개요 위치 :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1가 10-1 용도 : 사무공간 구조 : 알루미늄 프로파일 내부마감 : 알루미늄 프로파일, THK9 투명유리, 흡음패널, LPM필름마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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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평면도 2~4. 내부공간 Ⓒ텍스쳐온텍스쳐


영화 〈인생 후르츠〉 에 나오는 90세 건축가 ‘츠바타 슈이치’ 처럼 숲과 자연을 사랑하고 늘 꿈꿀 수 있는 건축가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자료 협조 및 사진 크레딧 본문 전체 사진 및 자료 제공: soje architects 사진 크레딧: 별도 표기 외 soje architects

이현식은 대구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과와 성균관대 건축도시디자인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조성룡도시건축에서 도시, 건축, 공공프로젝트 등 다양한 건축적 경험을 익혔다. 이후 2015-2018년 도시건축집단을 설립하였으며 공동대표로 다양한 건축작업을 진행하였다. 2019년 soje architects를 설립하여 건축과 디자인의 경계를 두지 않는 실험적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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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프로파일 조립도 6. 디테일 Ⓒ텍스쳐온텍스쳐 7. 모형사진 Ⓒsoje 8. 현장사진 Ⓒsoje 9. 스케치 Ⓒso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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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에게서 소년에게

GAIA Topic : 제3차 휴머니즘 선언 이제 산업 혁명을 되돌리고, 기술을 포기하고, 자연과 금욕적으로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종말이 앞당겨질 것이라 말하면서, 현대인을 약탈과 도적질을 벌이는 사악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도덕극을 멈출 때가 되었다. 그 대신 우리는 환경 보호를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어떻게 하면 환경오염과 서식지 파괴를 4) 최소화하면서 더 안전하고, 활기찬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를 고민해야한다.

세계의 지식은 관찰, 실험, 이성적 분석을 통해 획득한 성과물이다. 인간은 본래 자연의 일부분이며 어떤 안내도 없이 진화적 변화를 거친 존재이다. 윤리적 가치는 경험으로 검증되었듯이 인간의 필요와 이익에서 유래됐다. 삶의 실현은 인간적인 이상에 봉사하는 개인적 참여에서 나온다. 인간은 본래 사회적이며 관계에서 의미를 찾는다. 5) 사회에 이로운 일은 개인의 행복을 극대화한다.

” 78

p.34 4) 스티븐 핑커, 『지금 다시 계몽(ENLIGHTENMENT NOW)』(2021), 사이언스북스, p.214 5) 같은 책 pp.620-621


Special Feature 9771976-741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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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용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건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과 한국의 건축사(AIA, KIRA)이다. 현재 OCA 대표 건축가이며 〈Seoul, Towards a Meta-City〉 전시 커미셔너, 〈2011, 2012 한일 현대건축 교류전〉 총감독, 〈2011 UIA대회 서울 홍보관 커미셔너〉,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 및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Son & Francis Architects(1986~89, Project Designer), Eric Owen Moss Architect(1989~90, Project Designer)를 거쳐서 OCA, Los Angeles(1990~96, Principal)를 운영하다가 귀국하여 1996년 건축사사무소 OCA(Office of Contemporary Architecture)를 설립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대표작으로 일산주택 연작, 주유소 콤플렉스 연작, 테라피스 연작, 팩토리움 연작 외에 호텔 ora, KNM 진주 딜러십 등 다수의 프로젝트가 있다. 이들 연작 프로젝트를 통해서 그의 작업은 한국건축문화대상, 서울시건축상 등 국내 최고 권위의 건축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그가 관심하는 건축의 향방은 꾸준하게 건축계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www.oc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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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임재용 Jae Y. Lim Archit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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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지-원 본사 YG-1 Global Head Off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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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K24 복층유리 스틸커튼월

THK3 박판 세라믹 타일 (OPEN JOINT) THK70 PF보드

THK3 박판 세라믹 타일 (아연도ㅁ-50×50×T2.3 @500)

건축개요 대지위치: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과학로16번길 13-40 용 적 률: 267.90% 지역지구: 준주거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 인천테크노파크 확대조성단지 규 모: 지하2층, 지상10층 주요용도: 교육 연구시설 구 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4,621.70㎡ 설 계 자: (주)건축사사무소 오씨에이 건축면적: 2,699.05㎡ 시 공 자: (주)다원디앤아이건설 연 면 적: 20,683.07㎡ 건 축 주: (주)와이지-원 건 폐 율: 58.39% 사진작가: 남궁선, 김재경 설계참여자 : 이정훈, 전혜림, 윤여춘, 정인철, 황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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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동 커튼월과 테라피스 만나는 부분 상세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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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의 풍경과 새로운 유형 :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실천 글. 임재용 OCA 대표 건축가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총감독을 맡은 것은 내 건축 여정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되었다.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집합도시”라는 주제를 내걸고 세계 각국의 도시들에게 아래의 질문들을 던지면서 소통의 장으로 초대했다. 오늘날 도시를 인간중심의 집합체로 회복시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새로운 유형의 집합체는 가능한가? 그 집합체에서 정부/지자체, 학계와 전문가 집단, 그리고 시민의 역할은 각각 무엇인가? 시민이 도시를 공평하게 누리게 하는 전략은 무엇인가? 함께 만들고 함께 누리는 집합도시의 새로운 유형은 무엇인가?

1

세계 각국의 참여자들이 집합도시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해법을 내어 놓았다. 참여 작품들을 내용적으로 분류하여 보면 새로운 주거의 집합유형

새로운 집합유형

주제전

도시전

글로벌스튜디오

새로운 주거 집합유형 및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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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도시 전략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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및 전략, 디지털 시대의 도시 전략, 도시를 만드는

도시를 만드는 새로운 유형의 집합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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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새로운 유형의 집합체, 난민, 이민자, 인종갈등의

난민, 이민자 및 인종갈등 문제의 집합적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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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들, 새로운 유형의 도시 개발 전략, 시민이

새로운 유형의 도시개발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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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공평하게 누리는 새로운 방식, 다양한 기후

시민이 도시를 공평하게 누리는 새로운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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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및 환경 문제에 대한 대응책, 새로운 유형의

다양한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에 대한 대응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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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공간, 도시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 도시에서

새로운 유형의 집합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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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과 생산의 문제, 새로운 유형의 교통 인프라

도시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 (리서치 프로젝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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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도시에서 물질 및 생산에 관한 문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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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유형의 교통 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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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도시들과 당면한 도시문제들을 토론하 고 해법을 찾아가면서 나 자신에게도 여러가지 질문

공공성의 풍경

한다. 도시에는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공시설,

을 던지게 되었다. 지금도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

좋은 도시란 무엇일까? 다양한 관점에서 대답이

공원, 녹지, 보도 등의 도시계획시설이 있지만

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수많은 질

가능할 것이다.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주제

불행히도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도시의 공공성을

문들과 그에 대한 해법을 요약해 보면 크게 공공성

“집합도시: 함께 만들고 함께 누리는 도시”는 도시의

확보할 수 없다. 도시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의 풍경과 새로운 유형으로 함축할 수 있다.

공공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좋은 도시는 모든

공공부분이 아닌 민간부분의 자발적 참여 정도가

시민이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공공성을 보장하여야

좋은 도시를 만드는 원동력이다. 법적으로 꼭

ESSAY

1.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포스터와 주요 행사장 풍경


설치해야 하는 공개공지보다 민간부분에서 내놓은 자발적 공개공지가 훨씬 더 소중한 이유이다. 결국 풍요로운 도시의 풍경은 민간부분이 제공하는 공공성의 풍경이 모여서 만들어진다. OCA의 모든 프로젝트는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어떻게 건축의 공공성을 확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사적 영역에서 단지 건축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자발적 공개공지를 그냥 내어줄 건축주는 없을 것이다. 다행히 현행법에서는 자발적 공개공개의 면적에 따라 용적률 상한을 완화하여 20%까지 용적률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결국 건축주를 설득하려면 건축의 공공성을 확보하면서도 추가로 확보한 용적률로 프로젝트의 사업성도 높일 수 있는 창의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OCA는 설계 초기 컨셉 단계에서 다양한 창의적

2

전략의 모색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또한 공공성 지수라는 개념을 확립하여 적용하고 있으며 프로젝트 마다 공공성 지도를 만들어 도시적 차원에서 공공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공공성 지수(IP : Index of Publicness) 사적영역에서 건축의 공공성에 기여한 정도를 계량화할 수 있다면 건축의 공공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삼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공공성 지수(IP) =

자발적 공개공지 면적 X 100 대지 면적

공공성 지수는 자발적 공개공지 면적이 없을 때 0이고 대지 전체를 공개공지로 내놓았을 때 100이다. 따라서 공공성 지수(IP)는 0 ≤ IP ≤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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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그 동안 건축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로 클리오 사옥이 2020년 서울시건축상 대상을, ㈜와이지-원 본사(이하, 와이지-원)는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 민간부문 대상을 수상하였다. 최근 공사 중인 이노트리 사옥도 비록 작은 건물이긴 하지만 건축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노력한 건물이고 건물이 완성되면 주변에 건축의 공공성이 프로젝트의 사업성도 높이고 여러 사람들에게 사회적 이익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길 기대한다. 세 프로젝트의 공공성 지수(IP)는 아래의 표와 같다.

공공성 지도 건축의 공공성은 공공성 지도를 채움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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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확인될 수 있다. 공공성 지도는 공공부분과 민간부분이 지금까지 공급하였던 공개공지와

공공성 지수(IP)

대지면적 (㎡)

자발적 공개공지 면적 (㎡)

10.05

989.00

99.43

보행공간을 대상으로 분포 현황과 연계 현황을

클리오 사옥

파악할 수 있는 지도를 말한다. 프로젝트의 시작

㈜와이지-원 본사

16.08

4,621.70

743.36

단계에서 주변의 공공성 지도를 작성하여 주변의

이노트리 사옥

20.70

431.50

89.31

2~4. 전면 공개공지(위->아래) 클리오 사옥, (주)와이지-원 본사, 이노트리 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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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공지나 보행공간의 흐름을 파악하고 대지가

통로를 설치하여 주변 사람들이 쉽게 이동할 수

TERRAFFICE는 그동안 다양한 실험을 통해서

공공성의 흐름을 잘 이어가도록 공공성 지도를

있도록 하였다.

정립된 유형이다. 임대 사무실에 매층 전용 테라스를

완성한다. 공개공지나 보행공간은 편의성, 다양성,

이노트리 사옥 대지는 보행공간의 열악한 강남

설치한 양재동 프로젝트, 사무실 전면과 옥상에

접근성을 고려하여 세심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역삼동의 사거리에 위치한다. 공공성 지도에 표기할

테라스를 설치한 HK사옥이 초기 TERRAFFICE의

클리오 사옥은 앞으로 다양하게 확장될 보행공간의

보행 공간이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비록 작은

유형이었다. 그 후 오피스텔의 중간을 비워내어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수인분당선 서울숲역 1번과

대지이긴 하지만 사거리 코너 부분에 공개공지를

테라스를 설치한 듀오302 프로젝트, 중층

2번 출구 사이에 위치한다. 서울의 숲과 왕십리로를

설치하여 열악한 보행공간에 숨통을 틔어 줄 공간을

업무시설의 각층에 테라스를 부분적으로 설치한

연결해주는 창조적 공익문화공간인 언더스탠드

마련하였다.

레드 비주얼 프로젝트를 준공하였다. 이후 클리오

애비뉴와 왕십리로를 사이에 두고 접하고 있다.

이 세 프로젝트 모두 대지가 처한 상황은 다르더라도

사옥에서 매층에 사무공간의 내부와 외부를

이러한 보행공간의 요지에 법적으로 요구되는

공공성 지도를 작성하고 최대한 공개공지와

연결해주는 매개공간으로 테라스를 도입하였다.

공개공지를 포함하여 추가적으로 공개공지를

보행공간을 마련하여 건축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여기서 테라스는 관찰자의 시점에서는 다양한

확보하고 지하층으로 연결되는 선큰 가든을

공공성 지도를 완성하려고 노력하였다.

도시풍경을 만드는 프레임의 역할을 하면서

설치하여 건물의 전면이 보행공간의 중심이 되도록 설계하였다. 와이지-원에서는 대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보행

사용자의 시점에서는 다양한 도시풍경을 조망하게

새로운 유형 테라피스 (TERRAFFICE = Terrace+Office)의 진화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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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공공성 지도 (좌)클리오 사옥, (중)와이지-원 본사, (우)이노트리 사옥

하는 뷰 파인더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였다. 이제 TERRAFFICE는 새로운 유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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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6~11.테라피스 이미지 합성 ⒸOCA 6. 양재동 복합시설 ©신경섭 7. 더 레드 빌딩 ©남궁선 8. HK 도약관 ©신경섭 9. 클리오 사옥 ©남궁선 10. 듀오302 ©신경섭 11. (주)와이지-원 본사 ©남궁선 12. HK 도약관 13. (주)와이지-원 본사 14. 양재동 복합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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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아트리움과 테라피스가 융합된 와이지-원 프로젝트가 새로운 출발점이다.

㈜ 와이지-원 본사 새로운 공공성 전략: 도시 속의 작은 도시 송도신도시의 도시계획에서 대형 녹지지역과 업무지역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은 기능주의적 잔재가 남아 있는 것 같아 아쉽다. 그래도 두 개의 대형 녹지지역을 선형의 녹지로 이으려는 시도는 좋아 보인다. 대지는 송도신도시를 동서로 흐르는 두 개의 대형 공원인 해누리공원과 송도누리공원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선형 녹지축에 접해 있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건축의 공공성의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출발하였다. 공공성 지도를 작성하고 기존의 녹지와 보행공간의 체계를 분석하고 대지의 18

중간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보행통로를 내주어 주민들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건축의 공공성을 확보하였다. 좋은 도시는 먼저 녹지 및 보행공간 체계가 도시의 틀을 만들고 건물은 그 사이에 끼어들어 간다. 그 보행통로를 사이에 두고 글로벌 센터와 퓨처센터를 배치하고 4층과 5층에 연결 브리지를 설치하였다. 각 동의 내부에도 아트리움과 중정 등의 매개공간을 설치해 내부 공간의 중심이 되도록 설계하였다. 마치 기존도시에 작은 도시를 만드는 새로운 도시 공공성의 전략을 실천하였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친환경 건축: 에코 아트리움과 TERRAFFICE의 융합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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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듀오302 16. 더 레드 빌딩 17. 클리오 사옥 18. (주)와이지-원 본사, 도시 스케일 배치도 19. (주)와이지-원 본사 도시 스케일 전경


20

또 다른 핵심공간은 에코 아트리움이다. 회의실의 박스들이 로비에서 지붕까지 비워진 에코 아트리음 공간에 매달려 있고, 그 지붕은 TERRACE의 공간이 된다. 이 프로젝트도 땅을 의미하는 TERRA(TERRACE)와 사무공간을 의미하는 OFFICE의 합성어인 TERRAFFICE와 에코 아트리움이 융합된 새로운 유형의 친환경 건축이다. 아트리움은 별도의 냉난방 장치 없이 운영된다. 열교환 환기 시스템은 사무실에 순환된 공기를 아트리움에 배출하여 냉난방 부하를 줄이며, 최상층엔 전동창이 내부의 온도에 따라 작동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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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의 질을 조절한다. 다양한 회의실 박스가 매달려 있는 아트리움의 풍경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친환경 건축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함께 일하는 사무공간의 진화 와이지-원은 업무의 성격이 다른 본사(GLOBAL CENTER)와 연구소(FUTURE CENTER)가 함께 일하는 공간이다. 본사와 연구소는 평면적으로 수직적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4층의 커뮤니티 공간에서 연결된다. 커뮤니티 공간은 와이지-원에서 X-POWER LOUNGE로 이름 지었다. 식당과 카페 및 휴게공간이 있어 모든 직원들이 모여서 소통하고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거실과 같은 공간이다. 와이지-원은 모든 직원들이 자율좌석제를 시행하도록 추진하고 있어 스마트 오피스 시스템을 실험 중이다. 22

20~21. 에코 아트리움 개념 다이어그램 22. (주)와이지-원 본사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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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2층 평면도

지하1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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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평면도 1.로비 2.사무실 3.연구실 4.회의실 5.강의실 6.휴게실 7.탕비실 8.식당 9.강당 10.기숙사 11.지하주차장 12.옥상정원 13.옥외데크

2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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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평면도

4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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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층 평면도 1.로비 2.사무실 3.연구실 4.회의실 5.강의실 6.휴게실 7.탕비실 8.식당 9.강당 10.기숙사 11.지하주차장 12.옥상정원 13.옥외데크

6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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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도(7층, 8층)

단면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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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도(9층, 10층, 지붕층) 1.로비 2.사무실 3.연구실 4.회의실 5.강의실 6.휴게실 7.탕비실 8.식당 9.강당 10.기숙사 11.지하주차장 12.옥상정원 13.옥외데크

단면도 2 1.사무실 2.로비 3.휴게실 4.회의실 5.회장실 6. 식당 7.소재분석실 8.연구기계실 9.브릿지 10.강당 11.지하주차장 12.옥상정원 13.옥외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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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공공성과 새로운 유형에 대한 탐색과 실험 : 임재용 OCA 대표 건축가와의 대화 -일시: 2021년 12월 16일(목) 5:00pm~7:00pm -장소: 비대면 ZOOM 화상 회의 -참석: 임재용(OCA 대표 건축가), 박지일(본지 섹션편집장), 백승한(본지 편집위원), 이주연(본지 부발행인), 전진삼(본지 발행인) 외 참관(김재경, 본지 사진총괄 부편집인)

{전진삼 발행인, 마이크를 켜고 집담회 시작에 앞서서

새로운 유형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해왔습니다. 아시다시피 [*본지 2018년

참석자 소개 및 진행 방식 소개한다.}[전; 사전 공유한 질문지 순서대로

11-12월호(통권 64호) 특집 지면; 건축가 임재용과 OCA – 새로운

박지일 섹션 편집장이 집담회의 문을 열도록 하겠습니다.]

유형의 도시·건축·사무소 실험 참조] 건축에서의 여러 가지 유형을 탐색해오고 있는데 그 중에서 오늘 얘기하는 와이지-원 신사옥의 경우는

{박지일 섹편, 마이크를 켠다.}

테라스와 오피스를 접목시킨 테라피스 실험의 한 결과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지일입니다. 첫 번째 질문 드리겠습니다.

확보했는가와 테라피스는 어떻게 구현됐는가 하는 측면에서 봐주시면

와이지-원이 절삭공구를 제조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좋을 것 같습니다. 뒤에서 재론되겠지만 송도신도시를 살펴보면

급부상한 회사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 집담회의

도시계획적으로 굉장히 많은 선형의 공원들이 존재하는데 와이지-원은

대상인 와이지-원 신사옥에서는 기업의 어떤 가치를

고충의 사무동과 저충의 연구동 사이를 띄우고 그곳에 공공의 통행이

담아내고자 하셨는지가 궁금합니다. 현장 답사 중 느꼈던

가능한 통로를 설치했습니다. 이는 작지만 건축의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건데 엘리베이터홀에 부착된 사이니지 하나도 기업의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새로운 유형으로서의 테라피스는 클리오

그런 면에서 와이지-원에서는 건축의 공공성을 어떻게

아이덴티티를 담아내려고 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사옥[*임재용은 이 건물로 2020 서울시건축상 대상을 수상했다.]에서

그걸 보면서 건축가가 이 건축에 내재시키려 한 기업의

실현했던 것들이 와이지-원에서는 내부화되면서 새로운 의미를 갖게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커졌습니다.

됐다고 생각해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드리기 전에 오늘 집담회의

방문했을 때 마주쳤던 건물은 충격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사실 와이지-원 신사옥 설계의 첫 미팅을 위해 구사옥을 인트로에 해당될 만한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어요. 제가

일반적으로 만날 수 있는 굉장히 실용주의적인 회사의 사옥 이미지

2019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총감독[*임재용은 2019

그대로였어요. 사용 중인 건물도 그랬고, 모든 면에서 디자인의 가치를

미국 시라큐스대 교수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 프란시스코 사닌

과 함께

느끼기에는 어려운 환경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총감독을 맡았다]을 수행하면서 개인적으로도 그 이벤트가 굉장히

건축 작업을 통해서 일하는 환경이 바뀌고, 그로써 기업의 문화를 바꿀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생각해요. 비엔날레에서 120개 정도의 국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출발을 하게 됐는데 최근 이 건물에 입주한

및 해외 도시들과 교류하면서 제 생각과 시선이 건축에서 도시로 폭을

후 관계자분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사옥이 바뀌면서 직원들의 일하는

넓히는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분위기 면에서도 많이 바뀌었다고 긍정적 평가를 해주시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여러 방면에 걸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사옥 설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그 회사가 무엇을

했지만 정리해보면 크게 두 가지로 집약되는데 하나는 건축의 공공성에

하는 회사인가 하는 점이에요. 앞서 얘기한 클리오 사옥은 화장품을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유형에 관한 관심이었습니다.

만드는 회사이다 보니 굉장히 일상생활에 밀접한 구조를 갖고 있어요.

공공시설이나 공원 등은 당연히 공공성을 바탕에 깔고 작업을 하기

그러다 보니 현재 1층에는 임시로 커피숍이 입점해있는데 조만간 자사의

마련인데 제가 생각할 때 도시의 풍경은 각각의 필지가 지니고 있는

상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플래그숍flag shop, 본점 혹은 그 점포군을 대표하는 가게이

공공성이 누적이 되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 생각하게 됐고, 설사

될 것 같아요. 그런 곳에서는 지상층의 컨셉을 명확하게 잡아갈 수

제아무리 작은 프로젝트라도 필사적으로 건축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

있는데 비해 와이지-원은 절삭공구 제조가 주된 아이템이다 보니까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늘 프로젝트의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일상생활하고는 거리가 있었어요. 그런 이유로

출발점에 서면 각각의 땅에서 건축이 어떤 방식으로 공공성을 확보할

사실상 제가 가장 관심이 많은 지상층의 구성이 쉽지 않았습니다.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다른 하나는 건축가의 역할 중에

답사에서 보셨겠지만 더구나 연구동FUTURE CENTER은 무거운 장비들의

중요한 것이 시대의 흐름을 잘 읽고 정확히 분석하여 건축에 반영하는

점유로 인해 지상층은 공장과도 같은 성격이 짙어졌고요, 사무동GLOBAL

GROUP DIALOGUE


CENTER

1층에 전시의 기능이 있긴 한데 그 내용상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

보니까 각층의 직원들이 서로 만날 기회가 거의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만한 것이 아니어서 접근성이 떨어지지요. 사실 현재로선 1층의 오픈형

고민한 것이 전체 직원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적 장치를 만들어주자는

로비는 유보적으로 비워놓은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업 중에는

것이었어요. 사무실 공간계획을 말씀드리면 내부공간이 스킵플로어

카페 등으로 활용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도 했는데, 지금 와이지-원

형식으로 돼 있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중간층에 회의실을 다 몰아서

내부적으로는 다른 영역에 대한 사업진출을 모색 중인 것 같아요, 그게

배치하였습니다. 그래서 회의할 때마다 그곳에 모여들게 하는 프로그램을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향후 그러한 프로그램들이 1층을 통해

개입시킨 거죠. 현재 저희가 와이지-원 건너편, 조민석매스스터디스 대표 씨가

드러날 수도 있겠지요.

작업한 트리플스트리트 옆에 사옥을 설계하고 있는데 사무공간 3개

마감재의 선택에 있어서는 와이지-원이 금속을 다루는

층씩을 테라스로 묶어서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회사인 까닭에 그러한 아이덴티티를 살리기 위해서 금속재료를 많이

만들어 함께 모여 일하는 방식에 최적화된 새로운 유형의 건축을

사용한다는 정도였고요, 처음에 구상은 연구동과 사무동을 하나의

실험하려 하고 있어요. 대형 오피스에서처럼 한 층에 100여 명씩 모여

건물로 묶어서 진행하는 거였는데 작업을 진행하면서 현재와 같이 두

있으면 같은 천정 밑 각기 다른 회사가 된다고들 하는데 저희는 그에

동의 건물로 구분하여 진행하는 것으로 정리된 것이고요. [전; 박지일

대한 해법으로 아트리움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3개 층 단위로

섹편, 첫 번째 질문에 대하여 원하는 답변을 받았나요? 혹시 놓친

묶는 방식을 제안하려 하는 거죠. 와이지-원의 경우 오피스 평면계획도

부분이 있다면 짚고 넘어가시죠.] [박; 건축에 깊이 반영해야 할 회사의

애초엔 일반적인 오픈플랜이었는데 작업이 진행되면서 현재와 같이

정체성이 도드라지지 않았다는 면에서의 말씀이 와 닿았습니다. 첫 번째

조정되었어요. 현재의 코로나 상황을 차치하더라도 앞으로의 오피스

질문에 관한 답변으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환경은 많은 변화가 따를 것 같은데 저희는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가고

{웃으며} 감사합니다. 그런 면에서 자연스럽게 두 번째 질문으로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임 대표님이 테라피스라는 공간전략을 통해서 새로운 유형의 그동안 OCA에서 많은 기업의 사옥을 설계했는데 그것들을

건축을 도모하시려는 의지는 충분히 와 닿았습니다. OCA

보면 임재용 대표님은 오피스건물은 어떠해야 한다는 일련의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가 보니까 테라피스라는 개념으로

자기 정의를 갖고 임하는 것 같습니다. 그에 대한 설명을

소개한 프로젝트가 3건이 있더라고요. 와이지원, 클리오

듣고자 합니다.

그리고 레드비주얼 사옥. [임; 네, 맞습니다.] 그런데 이 세 개의 건물은 각기 위치도 다르고, 건물의 성격도 다르게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테라피스=테라스+오피스’의

보여졌어요. [임; 그렇죠.] 이렇듯 다른 환경의 건물에

접목인데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배경을 말씀드리면 밖에서 볼 때 제아무리

테라피스라는 공통된 개념을 적용함에 있어서 발생하는

멋있는 고층의 오피스도 안에 들어가서 보면 커튼월로 둘려있고 그

문제점은 없었나요?

커튼월을 통해서 바깥세상을 경험하게 되어있어요. 또한 그 사람이 거주하는 곳이 고층 아파트인 경우 집에서 보내는 삶의 모습도 베란다

일단 클리오 사옥의 경우는 한강변으로 열려 있는

없이 통창으로 막혀 있는 공간에 노출돼 있다는 거죠. 이제 인간은

건물이고요, 레드비주얼 사옥은 주변의 높은 건물들로 인해

집이나 일터에서 땅과 완전히 단절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것이 땅을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테라스의 위치 등을 정했어요. 이들은 홈쇼핑을

밟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일터에서 만나는 공간 매층마다 외부로 나가서

만드는 회사라서 기본적으로 스튜디오 타입의 공간 성격을 갖고 있어요.

자연을 접할 수 있는 테라스라는 공간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여기서도 대지가 가지고 있는 장소적 특성을 반영하여 테라스의 위치를

된 계기입니다. 설령 외기에 직접 노출되지 않는다손 쳐도 업무공간을

달리했고요, 와이지-원의 경우에서도 테라스를 내부공간화하면서

벗어나 테라스를 통해 바깥 풍경을 경험케 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싶어서

아트리움과의 접목을 통해 친환경 건축을 구현한 것이죠. 모여서 일하는

일단 모든 오피스에 각각의 층마다 테라스를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방식에 대해 실험을 하다 보면 다른 형식, 이를테면 와이지-원의 경우와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와이지-원의 경우는 송도신도시가 바닷바람이

같은 아트리움의 형식이 나오기도 하죠, 점차 진화해나가지 않을까

엄청 강한 곳이라 테라스를 꼭 바깥에 두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생각해요. 물론 말씀하신 것처럼 건물이 위치한 곳의 장소성과 기업의

됐어요. 테라스는 오피스의 입장에서 보면 덤으로 얻은 공간이잖아요,

성격 등에 따라서 테라피스 구현 방법의 가능성도 활짝 열려있다고

그래서 이곳에선 테라스에 매개 공간의 성격을 부여하고자 했어요.

생각하고 있어요. 그것들이 새로운 건축 유형에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특히 와이지-원에서는 테라스가 에코 아트리움 공간과 접목되면서

말이죠. [전; 감사합니다. 첫 번째, 두 번째 질문을 통해서 오늘 나올 수

친환경건축에 대한 성격도 갖추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말씀드리면

있는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압축적으로 전달된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는

앞으로도 오피스 설계에 있어서는 테라피스라는 개념을 지속적으로

보다 구체적인 사안으로 접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백승한 편집위원에게

발전시켜나가면서, 동시에 친환경건축 부분의 설계도 강화해 나갈

마이크를 넘기겠습니다.]

생각입니다. 최근에 제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은 어떻게

{백승한 편집위원, 마이크를 켠다.}

모여서 일을 하는가 하는 것이에요, 역삼동에 IT기업의 사옥을 짓고 있는데 그 기업 CEO의 고민은 각각의 업무공간이 층별로 나눠져 있다

오늘 제가 드릴 질문은 크게 세 개가 있는데요, 우선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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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부발행인, 마이크를 켠다.}

번째로 와이지-원이 위치한 송도라는 도시를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앞에 하신 말씀 중에 어느 정도는 포함돼 있긴 한데; 바람이 세고, 주변에 트리플스트리트와

방금 임재용 대표님 말씀 중에도 나왔지만 ‘장소성 없음’이란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이라는 대형 상업시설이 있고

게 가능한가? 라는 점에 의문을 갖게 됩니다. 하다못해

등등 말씀을 하셨는데 제 질문의 요지는 인천 연수구의

무인도에도 바다 위에도 그 장소에는 어떤 형태로든 장소성이

송도국제도시가 새롭게 계획된 도시로서 약 20년 정도밖에

존재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꼭 건축만의 문제는

안 된 신생 도시라서 서울과 같이 사대문 안에 오래된

아니라고 보는 거죠. 와이지-원이 위치한 집터 주변에 시선을

역사성을 품고 있는 도시와는 사이트의 해석이라든지,

고정시켜 보면 근거리의 건축 풍경은 현실적으로 이른바

접근방법이 다를 거라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그런 의도가

역세권 [*와이지-원은 인천지하철 1호선 테크노파크역 2번

깔린 질문인데요, 사전에 공유된 와이지-원의 ppt자료에서

출구로부터 송도 현대프리미엄아울렛-트리플스트리트의

보면 자연의 축이라는 관점에서 기술된 것이 있는데 대지의

지하공간에 마련된 직선거리 1킬로미터가 넘는 통로로 곧장

위아래로 선형의 도시공원이 있고, 대지와 근접한 녹지와의

연결된다.] 이라는 큰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짧은 시간에

연계로 건물 설계를 하셨다고 했는데 막상 사이트를

비교적 많은 수의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방문해서 보니까 대지 주변에 미개발부지를 많이 볼 수

그런 맥락이 이 건물에서 어떤 형태로든 작용한다고 보는데

있었고요, 그런 주변 상황이 제게는 퍽 인상적이었습니다.

말씀 중에 건축의 공공성을 강조하셨고 이 또한 그런 주변

어떻게 보면 아직 많은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곳이라 앞으로

맥락과 영향 관계에서 사유한 결과로 볼 수 있다는 거죠.

개발 행위에 의해서 훨씬 더 복잡해질 수 있는 지역같다는

저는 그렇게 보는데 실질적으로 건축화 단계에 있어서 그

말씀입니다. 그런 까닭에 이 같은 주변 상황이 건축가의

주변의 컨텍스트나 상황들이 어떻게 이 건물에 작용했으며,

작업에 있어서는 자유로움으로 작용할 수 있었던 것 같고

디자인에 적용됐는지가 궁금합니다.

동시에 그 같은 조건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송도의 장소성이라 함은 ‘장소

와이지-원 설계 당시에는 지금의 근린공원[*이 공원도 수년

없음’의 상황에서 시작할 수 있었던 게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동안 나대지로 방치돼 있다가 최근에서야 완성됐다.]을 마주하고 있는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한정으로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옆 건물 빼고는 그 블록에 아무것도 들어서지 않은 허허벌판이었습니다.

아니고요. 그보다는 미묘한 긴장 관계 같은 것이 있었을 것

[이; 아, 그랬군요.] 설계 착수한 시점이 좀 오래됐고, 중간에 1년여

같습니다.

중단됐다가 공사가 진행되었죠. 도로 건너편에 트리플스트리트는 있었고요. 그런 정도로 주변은 거의 비어있는 상황이어서 기댈 만한 것이

저 또한 건축가는 장소성에 크게 지배를 받는다고

거의 없었어요, 저희가 리서치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주변 사이트의

생각합니다. 말씀대로 개인적으로는 컨텍스트와 장소성이 민감한

동향에 대해서 알아봤지만 건진 게 별로 없었습니다. 외려 그런 점이

사이트에서 작업해보고 싶은 생각이 많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처음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나마 변하지 않은 것은 최근 공사를

일산에서 작업을 시작하게 됐는데요, 그때가 그랬습니다. 제가 만일

마친 도시계획시설인 근린공원의 계획선 정도를 의식하고 1층 로비의

그때에 서울 평창동과 같은 장소성에 민감한 곳에서 작업을 했더라면

평면계획에 반영할 수 있었던 거죠. 제가 생각하기로 건축의 공공성을 구현한다는 면에서 여러

현재 많이 달라졌을 수 있었을 거라고 봐요. 제 경우에서는 초기에 말씀하신 ‘장소성 없음’이라고 할 수 있는 허허벌판을 뛰어다니다 보니까

가지 방식이 있겠지만 결국은 지상층을 어떻게 할애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뭐 지금처럼 천착된 게 아니었나 싶은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생각해요. 1층 로비와 같은 내부공간을 포함해서요. 시간이 지나고, 주변

컨텍스트가 없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환경도 변하게 된다고 가정하면 사실 확정적인 것은 하나도 없잖아요.

각각의 사이트에서 최대한 장소의 특성을 끄집어내어 작업에 반영해야

그런 면에서 저는 그것이 내부공간이든, 외부공간이든 지금의 상황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와이지-원의 경우 애초에 주변이 온통 비어있었고

고착될 거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향후 이 건물이 매각되어

점차 채워져 갈텐데 “이런 도시의 맥락에서 건축가는 무엇을 해야

다른 목적의 사용자에 의해 점유될 수도 있을 텐데 그 경우에도 이

하나?”라는 관점에 주목하고 대지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보행 통로를

건물이 유연하게 적응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돌이켜보면

통해서 건축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그로써 건축의 내·외부공간이

한국에서 설계를 시작한 초창기에는 제가 설계한 집에 가구 하나, 전등갓

풍요로워지게 하자는 전략을 개입시키게 됩니다. 제대로 사용되고

하나에도 무척 예민하게 반응했는데 요새는 나이를 먹어서인지 {함께

있는가는 지켜봐야겠지만요. [*현재 와이지-원은 두 동의 건물로 구분돼

웃음} 제가 설계한 건물에 건축주의 취향 또는 선택에 따라 채워지는

있고, 그 사이 1층 레벨에 조경 공간과 함께 보행 통로가 구획돼 있다.

가구며, 작은 소품 하나하나로 인해 그 집이 조금씩 완성돼 가는 것이라고

문제는 이 보행 통로가 출입을 통제하는 푯말과 함께 펜스가 쳐 있어서

생각이 변하고 있습니다. 결국 도시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은데요, 우리가

이 건물 주변 사용자들의 접근을 막고 있는데, 건축가는 이를 불편하게

할 수 있는 것들도 극히 제한적인 행위일 수 있겠다 싶습니다. 부족하든,

의식한 듯하다.] [전; 백승한 편집위원의 ‘송도=장소성 없음’의 시선은

넘치든 각각의 건물들로 도시가 채워지면서 풍경이 만들어지는 거라고

이주연 부발님이 준비한 질문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보여집니다. 이

봅니다. 건축가의 영역 밖에서 이뤄지는 것들이 많이 존재한다고 보는

부발님이 바통을 이어받으시면 좋을 것 같네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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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질문을 드리면 건축과 외부와의 관계 맺음, 즉

호환되지 않으면 어느 누가 1층을 선뜻 내놓으려 하겠어요. 숫자로

컨텍스트와 관련하여 건물이 지닌 자세, 표정 등이 도시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의 집요함이 필요할 듯해요.

풍경을 일궈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보는데요, 역으로

[이; 중요한 건 집주인의 마인드겠네요. 송도국제도시도 현재는 비어있는

현재의 주변 컨텍스트가 와이지-원 안에서 어떻게 소화

대지가 많지만 향후 점차 건물로 채워져 나갈텐데 기업의 사옥이 주변과

시켰는가가 궁금했는데 이미 앞에서의 말씀 중에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공공성으로 작동한다면 도시가 보다 건강하고

녹아 들어간 것 같아요. 그중에서 녹지축을 건물 내부로

풍요로워질 거란 생각에 공감합니다.] [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는

끌어안는다는 발상하에 근린공원과 건물과의 관계, 그리고

외부공간 중심으로 말씀을 나눴는데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건물

건물 사이의 보행통로에 공공성을 부여했다고 하셨는데

내부로 시선을 모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른바 공공성이란 차원에서 그것이 실제로 와이지-원 안에서 그리고 외부에서 생각했던 것만큼의 소통이 잘

{백승한 편집위원, 마이크를 켠다.}

이뤄지고 있는지, 잘 작동되고 있다고 보는지 궁금합니다. 저의 두 번째 질문은 테라스 공간에 관한 것입니다. 우선 두 동 사이의 외부 보행통로에 면한 1층 회의실에서는

와이지-원 신사옥에서 만난 테라스는 일반적으로 경험하게

외부인들이 이 통로를 이용할 때 회의에 방해를 받는 것을

되는 테라스와는 사뭇 느낌이 달랐습니다. 그 점이 일단은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이 통로를 회사

흥미로웠고요, 제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의 건축학과

측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전면 통제를 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빨간색의

스튜디오에도 외부로 연결된 테라스가 있는데 그곳은 거의

이동식 펜스로 막아 놓아서 그나마 다행이긴 해요. {멋쩍은 웃음} 지난번

흡연 공장처럼 쓰이고 있거든요. {참석자 모두 박장대소}

건축상한국건축문화대상 심사 즈음에 방문하여 “회의할 때 이곳으로 사람들이

수업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커지니까 그걸 해소하려고

지나가는 게 그리 문제가 되나요? 웬만하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게

테라스로 나가서 애꿎은 담배만 피워대는 거죠.

놔두시는 게 좋겠어요.”라고 말씀을 전했는데 건물을 소유한 입장에서는

이렇듯 흔히 접하게 되는 테라스가 휴식 시간 동안 담배를

외부 통로를 공공이 사용한다는 것에 대해 불편하고, 아까운 생각이 드나

피우거나 수다를 떠는 등 외부공간의 성격을 강하게

봐요.

지닌다면, 이곳 와이지-원에서의 테라스는 그와 달리 제가 현재 인근 부지에 계획하고 있는 건물은 그 회사가

일단 실내에 있고요, 건물의 상부로 공기가 순환하는

진단 키트를 만드는 바이오 기업이에요. 그 건물의 1층에 도입한 컨셉은

오픈스페이스 중간에 위치해 있는 까닭에 소리의 울림

자연스럽게 임상실험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통해 훨씬 공공에 개방된

현상도 예상되고요, 해서 큰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면 안 될 것

건축으로 추진하고 있는데요, 반면에 이곳 와이지-원의 경우는 기업의

같은, 다소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사용자 입장에서는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로 애초의 계획에서 많이 달라진 게 사실입니다.

다소 부담스러워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여겨졌습니다.

초기 계획에는 1층에 회의실 없는 공간 구조였어요. 1층 전체가 오픈형의

회사의 동료, 상사들에게 노출되는 것을 꺼려 할 수도

공간이었어요. 그대로 진행됐다면 프로그램적으로 잘 맞아떨어져서

있겠다 싶은 거죠. 그러다 보니 마치 이곳에서 허용되는

공공성 논의가 힘을 받을 수 있었을 거예요. 지금보다 훨씬 액티브하게.

행위의 패턴이 있고, 그렇지 않은 종류가 있을 것처럼

현재는 조금 애매모호한 입장이 되어버렸어요. 그래서 제가 느낀 것은

다가왔습니다. 사용자의 행태적인 관점에서 의문이 들었어요.

사옥의 경우 회사의 캐릭터에 따라서 의도된 공공성을 로비 공간에

건축가가 사용자의 모든 행위의 패턴을 짐작하고 작업할

구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진행하는

수는 없겠지만 실내에 테라스를 계획하였을 때는 외기에

프로젝트에서는 공공에 열려있는 소통의 공간에 가치를 두고 지속적으로

닿는 테라스와는 뭔가 다른 접근법 혹은 기대치가 있었을

노력할 생각입니다.

법한데요, 그런 관점에서 질문을 정리하면 새로운 공간

잘 아시겠지만 우리나라에 공개공지라는 제도가 있잖아요.

유형으로서의 테라피스의 고안은 기업 전반의 문화가 바뀌고

법적으로 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그렇게 할 경우 용적률 등에서

있다는 건축가의 판단의 결과인가요? 아니면 클라이언트의

인센티브를 주는데 1층의 공간을 공공에 할애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요청이나 바람에 근거해서 회사 내 새로운 거주 형식을

가치를 보전해주는 거죠. 이런 게 제가 미국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제안하는 것인가요?

제도였는데 이게 참 요긴하다 싶었어요. 건축가는 그런 것들을 잘 운용할 필요가 있어요. 법적으로 적용하는 5% 공개공지 룰에 머물러 있을 게 아니라 그 이상의 면적을 공공에 내놓고 공공성 지표로 수식화해서

와이지-원의 테라스 공간은 아트리움으로 오픈된 공간과 만나는 각각의 층에 두 개씩 회의실을 걸고 그 지붕에 해당하는 상부가

인센티브를 유연하게 확대해 준다면 보다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자연스럽게 테라스가 된 것입니다. 설계하면서 에피소드 하나는 “이

싶습니다. 임대형 건물에서는 1층 임대료가 가장 비싸서 쉽진 않겠지만

테라스가 면적에 들어가나요?”라는 건축주 측의 반응이었어요. 아니라고

그것도 엄밀하게 따져보면 1층의 면적을 공공에 열어주고 그 대신 받은

하니까 “그럼 하시지요.”라며 저희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인센티브로 추가 용적률을 확보하면 더 나은 환경의 건물로 만들어질

저도 테라스라는 공간의 쓰임새에 대하여 말씀 중의 행태적

수 있다고 보는데요, 저희가 지금 역삼동에 짓고 있는 사옥이 1층을

관점에 동의합니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의 오피스문화로 볼 때 근무시간

싹 비우고 한 층을 상부에 넣는 것으로 인센티브를 받은 경우에요.

중에 직원들이 테라스에 나가서 쉬다가 들어온다는 것이 쉬운 일이

제아무리 좋은 의미로서의 공공성이란 것도 건축주 입장에서는 경제성과

아니에요. 와이지-원 경우에서도 개인적으로 전화를 할 때나 가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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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삼오오 가벼운 회의를 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 점차

구상들이 실제로 제대로 실현됐다고 보는지, 그리고 현재

테라스 사용법에 대해 익숙해져 가는 모양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일하는

그것들이 생각대로 잘 작동하고 있다고 보는지, 어느 정도

방식이나 소통하는 방식에 따라서 테라스가 쓰여지는 방식이 정해질

만족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거라고 생각해요. 자연스럽게 업무공간과 테라스가 연계되는 기대감을 갖고 있어요, 아직까지는 현실적인 벽 같은 것이 있는 것 같긴 합니다. 조금 다른 얘기인데요, 연구동 식당 위층에 헬스장을

저도 오피스 공간 환경의 실험에 있어서 기업 오너의 생각, 마인드 그리고 구성원들의 생각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역삼동

요청해서 설계하였는데, 현재 도서관으로 쓰고 있는 그곳이 원래는

이노트리 사옥을 예로 들 수 있는데요, CEO가 자기 방 없이 해달라고

헬스장이었어요, 근데 일과 중에는 헬스장에 갈 수 없는 상황이죠.

하여 설계를 끝냈는데 막상 평면을 본 직원들의 반대에 부딪혔어요.

설계자의 관점에서는 일하다가 스트레스 받으면 잠깐이라도 그곳에서

{모두 크게 웃음} CEO 당신은 방으로 들어가 달라는 주문이었어요.

뛰고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적으론 불가하여 디지로그형

결국 구획된 방으로 CEO가 밀려난 케이스인데요, 결국은 일을 하는/

도서관으로 바꿔서 사용하고 있어요. 일과 시작 전이나 일과를 끝내고

해온 사람들의 패턴들이 쉽게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확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정도라서 의도했던 자율적인 패턴의 일하는 방식까지는

됐죠. 말씀하신 애플 사옥도 화장실을 1층에만 두고 직원들이 화장실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동선상에서라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계획했다고 들었는데

그것과 연관지어 말씀드리면 건물을 준공하고서 현재의 테라스 사용 행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몇 차례 있었는데 초기에는 몇 개의 화분[*입주 축하화분 중심]만 덩그라니 놓여 있었어요.

결국 매층마다 화장실을 두는 거로 바꿨다고 하더라고요. 기업 오너와 사용자의 입장 차가 고스란히 반영된 사례지요. 저는 어떤 시스템을 만들 때 최소화하고, 심플하게 하는

그런데 보셨겠지만 지금은 그곳에 칼라풀한 쇼파, 테이블, 라운지체어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와이지-원 업무공간의 평면은 기본적으로

등이 놓여 있어요. 저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내심

오픈 플랜으로 돼 있는데 지정좌석제가 아닌 자율좌석제로 가구가

깜짝 놀랐어요. 테라스 공간이 사용자가 좋아할 소품들로 풍요로워지면

세팅돼 있는 걸 봤어요. 거기까지는 제대로 쓰여지고 있다고 봤는데,

향후 와이지-원의 일하는 방식의 변화도 끌어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다른 층에서 보니 오픈 플랜 안에 임원들의 부스처럼 보이는 시스템

갖게 됐어요. 건축가가 자신의 의도대로 사용되지 않음을 조급하게

가구가 설치됐더라고요, 일종의 현대판 몽골 텐트같은. {웃음} 아마도

생각하지 않는다면 점차 발전, 진화해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피스전문 가구업체 제품인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건축가가 굉장히 느슨하고 유연한 공간으로 던져 놓으면 사용자에

{다시 이주연 부발행인, 마이크를 잡는다.}

의해 자유롭게 바꿔서 사용될 수 있다는 거고요, 반대로 평면에 너무 많은 건축가의 생각을 고정시켜 놓으면 오히려 우리가 변형하여 쓰고자

방금 답변과 관련해서 이어지는 질문입니다. 임 대표님

하는 사용자의 자유의지를 막아버리는 부작용도 크다, 라는 것이지요.

말씀의 요지를 해석해보자면 공간환경이 근무환경 혹은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앞으로는 오피스 평면계획 시 가급적 손대지

기업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하는 것인데요. 우리가 실제로

말고 게으르단 소리를 들을지언정 그냥 놔두면 어떻겠나 싶어요. 그럼

그 같은 사례를 국내외에서 보고 있잖아요. 이를테면

사용자들이 입맛에 맞게 바꿔서 쓸 테니까요. 그렇게 하는 것이 현명한

애플사옥, 구글캠퍼스 등등. 말하자면 오너의 마인드가

방법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모두 웃음} 참고로

기업문화를 공간환경적으로도 변화를 꾀하게 한 거라고

오피스전문 가구업체에서 시스템 가구를 들이는 과정에서 직원들을

정리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좀 거창한 인용일 수도 있겠는데

대상으로 공간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세미나를 하는 걸 본 적이 있어요.

하이데거의 ‘거주하기’라든가 루이스칸의 ‘방들의 사회’와

내용을 들여다보면 건축사무소에서 그리는 것보다 더 전문적이고,

같은 담론의 연장선에서 얘기를 나눌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효율적이고, 새로운 업무공간의 트렌드를 반영한 공간환경이 되겠단

제가 짧은 시간 {이주연 부발행인은 1차 현장 답사 시

생각을 갖게 됐죠. [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는 도시조직-외부공간-

지각을 했음을 에둘러 말하고 있다. 이를 감지한 패널들이

내부공간의 순으로 얘기를 나눴는데 이제는 시선을 와이지-원 건축의

살짝 웃는다.} 현장을 둘러보면서 받은 인상만 가지고도

형태언어에 맞추면 좋겠네요.]

기존의 오피스 빌딩들이 지닌 공간의 질서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 그리고 이것의 효율성, 합리성 그리고 창발성

{백승한 편집위원, 마이크를 켠다.}

등등 건축가의 의지가 강하게 배어있다는 것을 감지할

118

수 있었어요. 그로써 친화적인 ‘방들의 사회성’을 읽을 수

제가 준비한 마지막 질문은 와이지-원의 외부 형태와 관련한

있었는데 앞서 1층에서 외부 녹지축을 이용한 바깥과의

것입니다. 이 건물에서의 정면을 거론한다면 오른쪽 상단에

사회성, 공공성을 설명하셨는데 내부공간에서의 방들의

와이지-원의 로고가 설치된 입면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성-그것이 칸의 서비스 스페이스, 서번트 스페이스와도

대화의 편의상 이곳을 전면으로 규정하고요, 녹지축을 따라

연결될 수 있다고 보여지는데-을 갖는 공간 질서가 매우

옆으로 긴 4각형의 입면을 지닌 글로벌센터의 경우 전면과

중요하다고 보고요, 그것이 곧장 직원들이 일과/일상 중에서

후면은 꽤 대조적입니다. 커튼월의 통유리와 철제가 조합된,

경험하게 되는 ‘거주하기’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듯해요.

테라피스 개념이 구체화된 전면이 투명하고 평평한 느낌을

그래서 건축가가 그런 것들을 최적화 시키기 위한 개념으로

준다면, 그에 비해 후면은 업무공간 존으로 좀 더 견고하고

테라피스를 고려했다고 여기는데 설계자 입장에선 그런

불투명한 매스에 가깝습니다. 전면은 아트리움을 통한 공기


순환과 테라스, 그리고 조망이 두드러지는 열린 성격이

솔직히 말씀드리면 와이지-원의 형태에 관련해서는 별로

강한 반면 후면은 업무와 로비 그리고 휴게와 연구 공간 등

드릴 말씀이 없다고 해야겠어요. 특별히 미학적 비례를 고민해 만든

외부와의 구분을 감안하여 필요한 개구부만을 설치한 닫힌

결과도 아니고요. 그보다는 지금의 형태는 설정된 프로그램 그리고

종류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4층과 5층에서 브릿지로 연결된

시스템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제 개인적 성향으로도 감각적으로

연구동(퓨처센터)에서는 팩토리, 도서관, 식당, 기숙사가

형태를 조작하는 것에는 익숙지 않은 편이라서 건물의 전체를 보면서

배치돼 있는데 기본적으로 외부로는 닫혀 있는 공간의

밸런스를 맞추거나 하는 방식은 선호하지를 않아요. 그래서 지금의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형태는 시스템의 결과물이라고 봐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같이 크게 다른 프로그램을 갖는 건물의 입면을 구성함에

사무동전면에서는 아트리움에 업무공간의 연장인 회의실이

있어서 건축가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두 동의 입면

박혀 있고, 반대편 후면에 돌출된 박스의 내부는 작은 크기의

체계로만 보면 사무동인 글로벌센터가 대표성을 지닌다고

사무실이라서 원칙적으로는 솔리드한 매스예요. 외장은 사무동의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론 연구동의 매스도 흥미로운 점을

경우 커튼월 외에는 전면, 후면 그리고 연구동은 전부 메탈릭한 타일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동 지붕층에서 본 ‘과장된

적용했습니다.

벽체’[*이는 편집자가 표기한 것임] 등에서요. 이는 냉각탑을

오래 전에 미국에 있을 때 에릭 오웬 모스 사무실에서 일할

가리기 위한 제스처라고 받아들여졌는데요. 그것이 외부에서

기회가 있었는데 이 분은 굉장히 편하게 작업을 하셨어요. 하나의 룰이

보여지는 건물 형태의 비례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정해지면 의심 없이 일사분란하게 작업을 진행하는 분이셨는데 저

의도를 갖고 있는 건지가 궁금했고요, 외부로 닫혀 있는

또한 그때 받은 모스의 작업방식에 익숙해 있어서 형태를 만들어 내는

벽, 그러니까 창문이 없는 벽이 단순히 생각하면 주변과

것에 자유로운 편이에요. 말씀 중에 연구동 지붕층에 높은 벽이 있다고

등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이 건물의 밖을

하셨는데 제 건물에서 실외기라던지 쿨링타워와 같은 기계설비적인 것이

지나가는 외부자들에게는 건물 내부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노출되는 것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최대한 가리고자 했고 그 높이가

만큼 안락함, 편안함을 줄 수도 있는 제스처라고 생각했어요.

자연스럽게 연장되어 건물 외벽의 높이를 정하게 된 것이죠. 결과적으로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서 와이지-원의 정면성을 지닌

건축가가 미학적 판단을 유보판단 불가하는 것이 방치하는 것이 아니냐는

글로벌센터에서의 전면과 후면의 어휘의 차이가 주는 경험은

비판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건물의 입면은 논리적 프로세스의

어떤 위계를 전제로 하는가? 아니면 송도가 향후 개발

결과물이라 확신하고 미학적 판단에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여지가 많은 지역임을 전제로 할 때 현재의 파사드에 대한 생각도 변할 수 있는 건 아닌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잘 아시겠지만 설리반의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선언적

외피를 두른 방식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여주는 두 개 동의

명구가 있는데요, 저 또한 임 대표님이 그 같은 입장과는

건물 형태를 만들 때에 어떤 생각을 갖고 접근했는지도

다를 거라고 봤어요. 그렇지만 단지 프로그램에 의한 형태일

궁금합니다.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요, 방금 ‘판단 불가/판단 유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사람마다 미학을 논하는 관점과 방식이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열려있겠지만 소위 기능주의와는 다르게 무의식이 작용한 형태, 외피와의 관계를 만드는 것에 있어서 건축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인위적 관점과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인가, 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임; {웃으며} 저 또한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요.] {이주연 부발행인, 마이크를 켠다.} 저는 형태적 관점에서보다는 재료의 물성, 공법, 구조 등 건축의 합목적성과 관련된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건물에서의 건강성이라고 하는 것이 물리적 환경을 통해서 얘기할 수 있지만 그것이 그 안의 사용자인 인간과 얼마나 잘 소통하는가, 즉 현상학적으로 이 건물에 적용된 구조라던가 재료, 공법이 기계적 테크놀러지에 그치지 않고 내부든 외부든 서로 간의 ‘숨통’에 영향을 주는 건강성이 제대로 작동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테크놀러지의 궁극적 목표는 집 자체와 사람의 거주하기의 건강성에 있는 게 아닌가 싶은 거죠. 그런 측면에서 와이지-원은 어떤 특이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1

1. 5층 연결통로와 만나는 '과장된 벽'의 개구부를 통해서 바라보는 송도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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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에 관한한 제 한계일 수도 있는데 저는 칼라를 잘 몰라요. [이: 색깔이요?] 저는 색, 칼라라는 것에 자신이 없어서일 수도 있겠고,

것이죠. [전; 사전 공유된 질문으로는 마지막이 될 것 같네요, 이주연 부발님이 이어 가시죠.]

칼라를 믿지 않기 때문에 제가 쓰는 유일한 칼라는 흰색이에요. 그냥 백색 바탕이 편해요. 저는 항상 재료를 선택했지 칼라를 가지고 고민했던

{이주연 부발행인, 마이크를 켠다.}

적은 정말 없었던 듯해요. [이; 듣고 보니 그러신 것 같네요. {웃음} ] 배경으로서의 백색을 선호하다 보니 재료 자체가 지닌 물성을 드러나게

앞에서는 건축의 건강함/건강성에 대하여 말씀을

하는 편이에요. 방법적으로는 하나의 원칙을 정해놓고 그에 따라 재료를

나눴는데요, 이번엔 건축의 따듯함에 대하여 질문을 드리려

사용하다 보니 제가 만드는 공간이 정리돼 보이는 것이라 생각해요.

합니다. 넓게 보면 같은 맥락일 수 있어요. 아시다시피 노먼

다음으로 구조적 해결은 어떤 것이든 항상 가능하다는

포스터, 리차드 로저스, 렌조 피아노와 같은 대가들의 작업을

믿음이 있어요. 10미터짜리 캔틸레버를 걸어야 한다고 하면 그게 비용만

두고 하이테크건축, 나아가 친환경건축이라고들 하잖아요.

지불하면 가능한 것이에요. 내가 생각하는 공간의 스킴이 정해지면 어떤

저는 개인적으로 그들의 작업을 하이테크건축이지만 웜warm-

것이든 구조가 해결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어요. 클리오 사옥에서도

하이테크, 달리 말해 따듯한 하이테크라고 부르고 싶어요.

보면은 내부에 기둥이 없는데 그런 것들과 와이지-원의 경우 아트리움에

달리 표현하면 건축의 건강성이 사회와 함께하는 건강성으로

여러 개의 박스가 매달려 있는데 각각은 트러스구조를 공간에 인용한

작용할 수 있다고 봐요, 저는 그 같은 관점이 와이지-

케이스죠. 그러한 전략으로 작업을 해오고 있어요.

원에서도 발견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생각해요. ‘인간

그리고 건축이 사람을 바꿀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는

친화적인 감성=따듯한 하이테크’, 라는 게 부분적이나마

아직 확실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지는 않아서요,

이 집에서도 읽힌다는 거죠. 그런 것이 최근의 지구촌

어느 정도는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요. [이; 건축의 건강성이란 것이

차원의 이슈기후위기, 친환경, 생태계, 녹색에너지, 그린빌딩, 탄소중립 등등와

건축가가 구축코자 하는 합목적성과 그 집 사용자들 사이에 교감이

웜-하이테크와의 관계성에서 와이지-원의 물리적, 생태적,

이뤄질 때 가능하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요.] 네, 그렇긴 하네요. {이후,

공간문화적 환경이 동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였습니다.

임재용 소장의 에릭오웬모스 사무소 경력을 중심으로 그곳에서의 경험에

그런 측면에서 이 집은 어떠한 단계까지 성취하고 있다고

대하여 사적 질문이 오갔다.}

보는지? 아쉬운 부분은 무엇인지 자체 진단에 대한 견해가 궁금합니다.

{박지일 섹션편집장, 마이크를 켠다.} 친환경건축은 저 또한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많은 와이지-원은 지난해 서울시건축상을 수상한 클리오 사옥과

주제예요. 관련된 공부도 시작하고 있습니다. 쓰레기처리 문제라든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서도 '테라피스'에

패트병 재활용 문제라든지 관심 주제 중 하나이고요, BIG가 작업한

대한 개념을 이야기했습니다. 클리오 사옥과 와이지-원

쓰레기소각장의 리모델링과 같은 건축의 사례도 깊이 들여다보고

송도사옥은 비슷한 시기에 설계가 진행되고 지어진 건물인데,

있습니다. 와이지-원에서도 기본적으로는 친환경건축에 기반한

두 건물에 적용한 테라피스 개념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이

공간구성을 했어요. 절반의 성공이라고 자평해요. 완벽하게 하기에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향후 테라피스 개념을 어떻게

여건이 닿지 않았어요.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건축가의 생각을 듣고자 합니다.

와이지-원에 도입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실내 온도를 감지한 센서에 의해서 아트리움 상부에 설치한 전동 개폐창을

클리오 사옥은 드러난 테라스이고요, 사람들에 따라서는

통해 자연스럽게 대류가 이뤄지게끔 설계에 반영했으나 이는 비용

형태적으로도 다이내믹하다고 하시는 분도 있어요. 반면에 와이지-

문제로 일반적인 전동 개폐창으로 변경됐고요, 초보적인 단계이지만

원을 본 어떤 분들은 밖에서 보기에 단순한 커튼월 건물인 줄 알았는데

와이지-원에 도입한 친환경적 시스템 중 하나는 실내의 냉난방을

내부로 들어와서 보니 “어, 아니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어요. 앞에서

지원하는 전열교환기에서 뿜어진 더운 공기를 곧장 외부로 버리는 것이

장소성 말씀을 했잖아요. 클리오 프로젝트를 하면서 보니 사이트의

아니라 아트리움으로 전달해서 더운 공기가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자연

위치가 굉장히 여러 군데에서 관찰되는 땅이었어서 안에서보다는 밖에서

순환하게끔 처리한 시도입니다. 원래 1층 로비 전면의 하부 창호 전체는

보여지는 테라스를 만들려고 했어요. 사용자보다는 관찰자 입장에서의

폴딩도어로 열리게 돼 있어서 보다 적극적으로 외부 공기를 내부로

관점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와이지-원의 경우는 도시의 풍경을 만드는

유입하여 내부공간의 공기 순환을 돕게 유도했는데 1층에 회의실을 넣게

방식에서 클리오 사옥에서처럼 다이내믹한 전략보다는 외려 감춘 듯한,

되면서 친환경적 시스템으로서의 아트리움의 성격이 조금 애매해지기도

밖에서 봤을 때는 단순 박스의 심플한 커튼월 건물인데 안에 들어와 보면

했고요. 비용 및 유지관리 문제로 인해 설계변경이 된 케이스입니다.

공중정원처럼 테라피스가 시선을 끄는 숨어 있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

완벽하게 하려면 시설투자비라든지 고려할 사항이 많습니다. 그렇더라도

크게 다른 접근이었어요. 주변이 무덤덤한, 컨텍스트가 그렇게 중요하지

이 같은 실험은 계속해나가야 할 것 같아요. 건축가라면 누구나

않은 사이트에서는 와이지-원에서의 전략이 보다 적절할 수 있다고

목숨(?)을 걸어야 할 주제임엔 분명해 보입니다. 그 전에 생활 속에서도

생각해요. 정리하자면 극도의 다이내믹한 형태의 건물과 그렇지 않은

독하게 마음먹고 쓰레기를 줄이는 행동-종이컵 대신 개인용 머그를

건물에서 테라피스는 어떠해야 하는가는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보는 게

활용한다던지 [*참고로, 와이지-원의 테라피스에서 확인한 팩트 하나

옳을 겁니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극과 극을 달리는 두 유형의 건물인

공유; 사내 탕비실에는 직원들의 이름표가 붙은 머그가 진열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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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 대신.]-등이 몸에 붙어야 그런 것이 건축에도 자연스럽게 묻어날

개입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고, 그에 대한 건축가의 생각을 듣고자

거라고 생각은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네요. {임재용 소장은 최근 작업한

했습니다. 말씀 중에 어느 정도 답을 해주신 거로 이해가 됐습니다.]

주택의 사례를 제시하며 통기성, 기밀성, 단열성이 우수한 친환경적 자재의 사용으로 인해 유지관리비가 대폭 줄어들었다는 건축주의 얘기를

이어서 두 번째 질문은 인테리어 공간에 관한 것입니다.

전하며 이 방면 전문업체와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 이제 사전

와이지-원에서는 건축의 마감만으로도 인테리어 디자인의

공유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모두 마쳤습니다. 혹시라도 오늘 대화 중

상당 부분을 커버하고 있어서 통합된 분위기를 감지하는데

생성된 질문이 있으면 해주시지요. 준비하시는 동안에 제가 한두 가지

이견이 없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는 실내공간에서

추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만나는 가구들에서는 건축가 임재용이 설정한 ‘공간의 격(格)’과는 차이가 크다, 갭이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앞에서 와이지-원의 형태와 구조 등에 관한 대화에서

공간을 채우고 있는 시스템 가구로부터 작은 오브제 소품

거론된 내용이기도 한데요, 우선 이 건물에 관한 인상을

하나하나가 와이지-원이라는 기업의 문화, 기업의 격을

말씀드리면, 제 경우는 사는 곳이 지척인 까닭에 이 건물의

대변해준다고 보거든요. 건축공간은 훌륭한 반면 그런

시공과정 중간중간 여러 차례에 걸쳐 지켜볼 기회가

것들이 사실 기대에 차지 않았어요. 앞에서 우리가 나눈

있었어요. 땅을 파는 단계는 기억에 없고요, 이 건물은

대화를 통해 건축가가 그 같은 세세한 지점에까지 시시콜콜

남서향 방향에 정면성을 두고 적극적으로 공략한 케이스인

개입 혹은 간섭하지 않았으며, 사용자의 임의성에 기대를

데요. 통상 오피스빌딩에서 커튼월의 통창이 남서향에 면해

건다는 긍정적 마인드를 보여주셔서 그 배경은 이미

있고, 이 건물에서와 같이 아트리움의 체계가 도입되지

이해했고요, 그런 면에서 이미 두 번째 질문의 답은 하신

않았을 경우에는 전면을 온통 블라인드로 막아서 쓸 수밖에

것으로 여길 수도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가가

없어요, 와이지원-은 남서향에 면한 커튼월 건물임에도

그리고 있을 법한 완전체로서의 와이지-원 공간의 방향성은

블라인드는 찾아볼 수 없을뿐더러 실내 업무공간에서도 서향

무엇일까에 대해선 궁금증이 있어요.

빛으로부터 상당히 자유로운 공간의 깊이를 지닌 건물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 면에서 와이지-원 글로벌센터에 도입한

잘 보셨어요. 특히 4층 카페테리아 실내공간의 경우 제가

아트리움을 활용한 공간전략은 테라피스 이전에 굉장히 의미

상상했던 인테리어 풍경은 아니에요. 예전의 저 같으면 난리쳤을

있고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해요.

거에요.{웃음} 그런데 지금의 저는 제가 만든 공간의 프레임 또는 구조가

질문 중 하나는 아트리움에 걸은 테라피스의 경우 어떤

맘에 들지 않는 가구 등으로 침해받는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그보다는

규칙이 있었나 하는 거에요. 동시에 테라피스를 거는 데

어떤 유형의 가구, 소품이 들어가도 견뎌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더

있어서 공사 중의 트러스 구조가 매우 이쁘고, 다이내믹하단

많은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물론 클라이언트가 하이엔드의 결과물을

느낌이 컸어요. 그런데 최종 마감된 상태로 만난

요청하면 그에 상응하는 솔루션을 내놓을 수는 있어요. 다행히 와이지-

테라피스에서는 의도적으로 구조를 감추려는 듯한 느낌을

원을 방문할 때마다 경험하는 것이 처음보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받았습니다. 테라피스의 구조를 노출함으로써 경험할 수

거에요. 오피스전문 가구업체의 제안이었겠지만 테라피스에 하나둘

있는 다이내미즘이 사라진 것에 대해 아쉬움이 컸거든요.

놓여진 가구, 소품 등이 소박하지만 나름 기업의 풍경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래요. 진화해가는 과정이라고 보고요, 요즘은 잘

제가 하고 싶었던 부분은 에코 아트리움이었어요. 층마다 두

참습니다.{모두 크게 웃음} [전;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기업들은

개씩의 회의실이 있는데 그것을 배치하는 데 있어서는 아트리움의 대류가

보통 5년 단위로 회사의 가구를 통째로 바꾼다고 알고 있습니다.

방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바람길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것을 테라피스

장부상 비용처리가 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새로운 시스템, 가구 등으로

배치의 원칙으로 삼았고요.

업무환경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거죠. 최근 국내의 대기업 특히 IT기업

말씀하신 대로 구조를 부각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시뮬레이션 작업을 많이 해봤습니다. 테라피스 박스가 전면의 유리벽을

중심으로는 10년 주기로 가구를 바꾸는 경향이 채집되고 있기는 합니다. 그나마 많이 변화된 거죠.]

뚫고 나오는 등.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와이지-원에서는 ‘밋밋한’ 전략을 {추가 질문이 없는 관계로 임재용 소장의 마무리 발언을

취하기로 정했어요. 구조체 박스가 갖는 매력적인 요소를 부각한다는 고민은 크게 안 했어요. 커튼월과 맞닿아 있는 테라피스가 시각적으로

겸하여 못다한 얘기를 듣는 순서를 갖는다. 임재용 소장, 다시 마이크를

거대한 구조체로 보여지기보다는 깔끔한 상자로 보이는 것으로 정리한

켠다.}

것이죠. [전; 질문을 좀 구체적으로 드리면 외부에서 보이는 전면의 면성은 현재와 같이 심플하게 처리된 부분이 좋게 보였어요. 그런데

제가 요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주제는 주차장 공간이에요.

아트리움 안에서 몇 개 층에 걸친 테라피스를 바라봤을 때 트러스구조가

차에 관심이 많은데, 차도 먹고 자고 다닌다고 보면, 차가 먹이를

외장재로 가려져 있음으로 해서 공중의 박스는 보이는데 긴장감 혹은

먹는다는 점에서는 주유소를 들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한 작업

다이내미즘은 상쇄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거든요. 외부에서는 칼같이

중에는 기업의 사옥을 주유소와 복합화한 작업을 많이 했었고요. 얼마

매끄러운 면성을 간직하고 있는데 내부에 들어가서 떠 있는 테라피스를

전에는 수소충전소 디자인가이드라인을 만들었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보니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운동성, 다이내미즘을 경험케 하는 전략이

한전과 함께 전기차 스마트 충전시설의 설계를 진행한 바 있어요. 차가

121


먹는 부분은 그렇게 진화되고 있다고 보고요, 앞으로 자율주행차가 현실화하게 되면 지금의 주차 수요가 상당히 줄어들 거라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현재의 주차공간들이 다른 공간의 성격으로 바뀔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클리오 사옥 3, 4, 5층에 카리프트를 이용해 설치한 주차공간에서 미래의 주차공간의 가능성을 예단할 수 있다고

Image Credits & Contributors

볼 수 있습니다. 와이지-원의 경우는 워낙 1층에 공장 규모에서나 볼 수 있는 기계를 넣어야 하는 바람에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지금 송도에 작업 중인 건물에서는 주차장을 지상 3~5층에 넣고 지하를 덜 파는, 그게 공사비용도 많이 절감하는 효과도 크고 향후 주차공간이 필요하지 않은 시점에 그 공간을 내부공간화하는 가능성까지 내다보고 접근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저희가 설계하는 최근의 모든 프로젝트에서는 가급적 지하주차장이 없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앞으로 주차공간의 수요 변화에 따른 건축공간의 대응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최근까지 굉장히 많은 건축가들이 클리오 사옥 답사를 하고 갔는데 대부분 주차장만 보고 간다고 현장 투어가이드를 맡은 관계자분이 심드렁하게 얘기하는 걸 들은 바 있어요.{모두 웃음} 아시겠지만 주차장은 용적률에서 제외되는 까닭에 높이 제한이 없는 지역에서는 지하주차장보다는 지상주차장을 들이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한 거죠. 시카고에 가면 고층 빌딩 대부분이 지상층에 주차장을 넣어 놨잖아요. 지상주차장에서 경험하는 자연 통풍의 공간은 무척 쾌적하고 좋습니다. 지난해 클리오 사옥이 서울시건축상 대상을 받은 이유도 지상주차장 때문이었어요. 심사위원들 대부분이 공감하더라고요. [전; 송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옥의 주차장도 기계식으로 올리는 건가요?] 아닙니다. 거기는 땅이 쾌 커서 자주식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전; 와이지-원 인근에 지상6층에 주차장을 둔 오피스텔이 있는데 그곳의 경우 요즘같이 한겨울에는 자주식 경사로의 노면이 빙판이 되어 사용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던데 그곳은 어떻게

모든 도면 및 스케치

대비하고 있나요?] 기후에 대응하기 위해 오픈된 공간에 슬라이딩 창호

Ⓒ건축사사무소 OCA

등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강한 바람이나 폭설 등에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 네, 감사합니다. 이제 마칠 시간이 다

인물 사진

되었네요. 마지막으로 말씀하실 분 있으신가요?] [백; 임 대표님의 작업을

Ⓒ김재경: p.79, pp.80-81

살펴보면서 지속적으로 하나의 영역을 넘어서 사고하고 설계하는 과정 중에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자세 혹은 태도를 느끼게 됩니다. 그 점이

건축 사진(별도 표기 외)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더 많이 변해야 하는데.{크게 웃음} 작업할 수

Ⓒ김재경: pp.82-83, pp.86-87, pp.90-91, p.93, pp.94-95, pp.96-97,

있는 주어진 기회가 많진 않잖아요, 각각의 기회가 제게는 소중하니까 매

pp.98-99, p.100(상), p.101(하)

순간 잘해보려고 노력하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보시면 되겠지요. 다가온

Ⓒ남궁선: p.84, p.85, pp.88-89, p.100(하), p.101(상)

기회를 헛되게 버리면 안 되겠지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전진삼: p.119

끝내기에 앞서서 이번에 와이지-원 본사 현장답사 때에 건축가의 방문을 반기며 일부러 1층 홀로 나와서 인사를 건네시던 송시한 와이지-원 사장님이 퍽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지면을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자료 협조

장시간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본문 전체 사진 및 자료 제공: 건축사사무소 OCA

{집담회 참석자 모두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퇴장한다.}

현장 답사 지원 임재용, OCA 대표 건축가 이정훈, OCA 팀장 현장 답사 협력 이병재 ㈜와이지-원 대외협력본부장 서상현 ㈜와이지-원 팀장 김장섭 ㈜와이지-원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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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versal Design 적용을 고려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인증지표 상세 해설(공원)』

와이드AR 건축 평론 공모 추천제 ; 2022년 1월부터 시행

홍현근 · 주용규 공저

본지는 2010년 이래 ‘꾸밈 건축 평론상’과 ‘공간 건축 평론 신인상’ 수상자들의 모임인

1만5,000원

건축평론동우회와 손잡고 〈와이드AR 건축비평상〉을 제정하여 한국 건축평단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신진 비평가의 발굴을 모색해왔습니다.

이 책은 BF 공원분야의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3호 가목의 도시공원 및 같은 법 제2조 4호의 공원시설에 대하여 2021년 12월 4일부터 의무적 인증을 받아야 하는 공원의 세부적인 지침인 공원 인증지표를 사업주·설계자·시공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설하고 있다.

그동안 3회(박정현), 5회(이경창), 6회(송종열), 10회(최우용)에 걸쳐 현 단계 한국 건축평단의 새얼굴을 배출한 통로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그러나 재작년 제11회(2020년)에 수상자를 내지 못한 채 지나온 것에 이어서 작년에 공모한 제12회(2021년)에는 응모자가 한 사람도 없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종전까지의 건축비평상 공모제 시스템이 날로 무한 확장되는 개인 미디어 세계에서는 1년 주기의 시간성이 경쟁력을 잃었고, ‘비평상’이란 구시대적 발상의 제도 자체도 이미 낡아버린 양 합니다. 이 같은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여 올해부터 본지는 건축비평상 제도에서 탈피하여 ‘건축 평론 공모 추천제’로 선회하려 합니다. 건축평단에 관심 있는 건축인들에게 활짝 문을 열고, 일련의 단계를 거쳐 등단이 가능한 공모 추천제를 시행합니다. 응모자격에도 나이 제한을 없앱니다. 건축 평론 공모 추천 3회(작가론, 작품비평, 시론 각 1회)를 통과한 응모자(제출 순서는 자유)에게는 본지가 발행하는 등단 증서와 함께 《와이드AR》 필자로 대우하여, 지속적으로 집필 기회를 제공합니다. 매번 추천된 응모작은 본지에 게재하고,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접수] widear@naver.com -응모작 제목 앞에 ‘[건축 평론 응모]’라고 기입 바람 -응모작은 ‘한글/워드’ 파일과 ‘pdf’ 파일을 동시에 제출 바람 [접수 마감] 홀수 달 25일 [응모 부문 및 분량] 1) 작가론 또는 작품비평(200자 원고지 50~60매 분량으로, 본문 10폰트 사용 A4용지 출력 시 6~7매 분량) 2) 시론(200자 원고지 25매 내외 분량으로, 본문 10폰트 사용 A4용지 출력 시 3매 분량) -참고 도판 및 사진은 분량에서 제외하며 별도로 제공 바람 -각 부문 원고의 분량 초과 제출은 가능하며, 이 경우 원고료 산정에서는 제외함 [기타] -원고 말미에는 ‘휴대전화번호’와 ‘성명’을 기입하기 바람 -추천 통과 여부는 접수 시점 기준으로 1개월 내에 개인 e메일 또는

시공문화사 홈 페이지 : http://www.spacetime.co.kr 이메일 : spacetime@korea.com 구입문의 : 02) 3147-1212, 2323 / 팩스 : 02) 3147-2626

문자메시지로 통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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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향클럽, 미디어랩 & 커뮤니티

간향클럽 사람들

GANYANG CLUB, Media Lab. & Community 우리는

mc 1

프로듀서 전진삼

건축가와 비평가 및 다방면 건축의 파트너들과 함께

사진총괄 김재경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건축한다는 것만으로 반갑고

섹션 편집장 박지일

행복한 세상을 짓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편집위원 김태형, 백승한, 이태현, 최우용 디자이너 심현일, 디자인·현

우리는 건축계 안팎의 현안을 주시하며 이슈를 발굴-

mc 2

사진위원 남궁선, 노경, 진효숙 비평위원 김현섭, 박성용, 박정현, 송종열, 이경창, 이종우, 현명석

공론화하고, 나아가 건축동네의 계층, 세대, 업역 간의 골 깊은 갈등 구조를 중재하는 매개자 역할을 통해 우리 건축의 현재와 미래를 견인하는 통합의 지렛대가

mc 3

제작자문 김기현, 시공문화사spacetime 종이공급 박희진, 신안지류유통

되겠습니다.

인쇄처 서울문화인쇄 인쇄인 강영숙 제작국장 김은태 관리부장 손운일 우리는 이 땅에 필요한 건강한 건축 저널리즘을 구현함은

mc 4

독자지원 및 마케팅 박미담 과월호 공급 심상하, 선인장

물론 건축과 대중 사회를 연결하는 미디어 커뮤니티가

서점관리 심상호, 정광도서

되겠습니다.

직판관리 박상영, 삼우문화사 우리는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mc 5

기획자문 강병국, 고영직, 고충환, 김영철, 김정후, 박병상, 박진호, 손장원, 신용덕, 신창훈, 안철흥,

월례 저녁 강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땅집사향)》

우종훈, 이정범, 이중용, 전진성, 허은광

건축가들의 이슈가 있는 파티 《ABCD Party》

고문 김종헌, 박민철, 박영채, 박유진, 이충기, 정귀원, 함성호, 황순우

지역 건축의 콘텐츠를 발굴하고 응원하는 《ICON

명예고문 곽재환, 구영민, 김정동, 박길룡, 박승홍, 우경국, 이상해, 이종건, 임창복, 최동규

Party》

대표고문 임근배

인천건축의 디자인 리딩 그룹을 선정하는 《Incheon Architect 5(I.A.5)》

mc 6

운영자문 김연흥, 김창균, 이윤정, 최원영

건축역사이론비평의 연구자 및 예비 저자를 지원하는

운영위원 강승희, 손도문, 이수열, 이치훈, 임성필, 주성진

《심원건축학술상》

발행위원 김기중, 김태만, 우의정, 이승용, 임재용, 조남호, 조택연, 하광수

신예 비평가의 출현을 응원하는 《와이드AR

패트롱 김용남, 오섬훈, 이태규, 장윤규, 정승이, 최욱, 한승윤

건축비평상》 내일의 건축에디터&저널리스트를 위한 《와이드AR

mc 7

부편집인 김재경

저널리즘워크숍》

부발행인 이주연

건축 비평도서 출판 《간향 critica》

발행인 겸 편집인 전진삼

건축가(집단)의 모노그래프 출판 《wide document》 국내외 건축과 도시를 찾아 떠나는 현장 저널

mc 8

심원건축학술상 수상자 박성형, 서정일, 이강민, 이연경, 이길훈, 강난형, 도연정, 서효원, 이상명

《WIDE아키버스》

심원건축학술상 심사위원회 김영철, 김현섭, 서정일, 한동수

인간· 시간· 공간의 이슈를 영상으로 따라잡는

심원문화사업회 사무장 신정환

《WIDE건축영화공부방》 건축· 디자인· 미래학 강의실 《포럼 AQ korea》 건축 잡지&저널리즘을 아카이빙하고 연구하는 《한국건축저널리즘연구회》 인천도시건축의 건강한 생태계를 준비하는 《인천건축발전연구소》 등 일련의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또는 파트너들과 함께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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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9

마실와이드 대표 김명규 팀원 최지희, 고현경, 김용수, 김정아, 김찬양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건축가 초청강의’ 〈시즌6〉

《와이드AR》 2021년 3-4월호, Special Edition Vol.05

Architects in Korea· Ⅵ : 1라운드(完)-2라운드(始) 주관 와이드AR 주최 그림건축, 간향클럽 협찬 시공문화사Spacetime, 수류산방 후원 ㈜이건창호 문의 02-2231-3370, 02-2235-1960 *<땅집사향>의 지난 기록과 행사참여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카페(카페명: 와이드AR, 카페주소: https://cafe.naver.com/aqlab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2022년 1월(제171차) Architects in Korea 07 PARTNERS ARCHITECTS IN KOREA . Ⅴ EDITORIAL 한국 건축의 미래를 준비하는 젊은 리더들에게 묻다 PROLOGUE 이제는 건축가의 호칭에서 ‘젊은’ 수식어를 빼자!

이야기손님 : 김태성(간삼건축 책임건축가) 주제 : 인간(人間) 시간(時間) 공간(空間 일시 : 1월 19일(수) 7:30pm | 장소 : 이건하우스(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61)

2022년 2월(제172차) Architects in Korea 08

이야기손님 : 강승현, 김나운(스튜디오 인로코 공동대표) 주제 : 구축과 틀 일시 : 2월 16일(수) 7:30pm | 장소 : 이건하우스(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61)

ESSAYS 건축이란 무엇인가? & INTERVIEW 김남건축(김진휴, 남호진) OA-LAB(남정민) 아이디알건축(이승환, 전보림) 준 아키텍츠(김현석) 이용주건축스튜디오(이용주) 착착 스튜디오(김대균) 포머티브건축(고영성, 이성범) 비유에스건축(박지현, 조성학) vs. 박지일 NOTICE 제13회 심원건축학술상 2차 본선 심사 안내 제30회 김태수 해외건축여행 장학제 공모 제12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공모


《와이드AR》 2020년 3-4월호, Special Edition Vol.04

강병국

Kang Byungkuk

최문규

Choi Moongyu

정재헌

Jeong Jaeheon

Lee Kwanjic

이한종

Lee Hanjong

손진

Son Jean

Lim Hyoungnam, Roh Eunjoo

김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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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직

임형남, 노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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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건축가들 ˽

Kim Kwangsoo

김재관

Kim Jaegwan

이은석

Lee Eunseok

강승희

Kang Seunghee

김동원

Kim Dong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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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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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2019년 3-4월호, Special Edition Vol.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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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NERS

PARTNERS

ARCHITECTS IN KOREA . Ⅳ

ARCHITECTS IN KOREA . Ⅲ

EDITORIAL

EDITORIAL

나의 건축 인생작Masterwork

X세대 건축가들의 자서전Architect’s Autobiography

ESSAYS

ESSAYS

강병국 Kang Byungkuk_광양장도박물관

김주경 OUJAE Architects : 나의 건축 인생 연대기 혹은 기억조작

최문규 Choi Moongyu_KIST 숲속 어린이집 정재헌 Jeong Jaeheon_양평 펼친집 이관직 Lee Kwanjic_영남대60주년기념 천마아트센터 이한종 Lee Hanjong_가르멜의 모후 수도원 손진 Son Jean_아이뜰유치원 임형남, 노은주 Lim Hyoungnam, Roh Eunjoo_제따와나 선원 김광수 Kim Kwangsoo_부천아트벙커 B39 김재관 Kim Jaegwan_유진이네집 이은석 Lee Eunseok_새문안교회 강승희 Kang Seunghee_여목헌 김동원 Kim Dongwon_분당메모리얼파크 사옥

김범준 TOPOS Architectural Firm : 오리지낼러티 탐문의 건축여정 김태만 HAEAHN ARCHITECTURE : 실패의 역사 (to be) unbuilt 이상대 spaceyeon architects : 어느 건축 마라토너의 방백傍白 임영환 D·LIM architects : ‘지속가능한’ 아마추어 건축 김선현 D·LIM architects : 꿈꾸는 자의 행복한 건축 조성익 TRU Architects : 냅킨 드로잉 박창현 a round architects : 몇 가지 단서들 김세경 MMKM : 건축이라는 올가미 민서홍 MMKM : 건축 짓는 농사꾼의 길 조진만 JO JINMAN ARCHITECTS : 어느 젊은 건축가의 회상 홍재승, 최수연, 이강희 PLAT/FORM : 풍경風景, 반 풍경 그러나 알레고리

NOTICE 제12회 심원건축학술상 추천작 발표

NOTICE

제29회 김태수 해외건축여행 장학제 공모

제12회 심원건축학술상 공모

제11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공모

제28회 김태수 해외건축여행장학제 공모


《와이드AR》 2018년 3-4월호, Special Edition Vol.02

《와이드AR》 2017년 3-4월호, Special Edition Vol.01

PUBLISHER’S COLUMN – ABCD파티–올해의 발견

PUBLISHER’S COLUMN – 친구

ARCHITECTS IN KOREA . Ⅱ

ARCHITECTS IN KOREA . Ⅰ

EDITORIAL 한국 건축의 새 판을 여는 젊은 리더들의 12가지 화법 ESSAYS 건축의 엄밀성과 농담, 혹은 사랑과 체념 : aoa architects 건축이 남긴 이야기들 : CHAE–PEREIRA architects 새로운 프로세스와 시스템 : EMER–SYS

EDITORIAL 젊은, 내일의 건축 리더들이 말하는 우리 건축 장場의 단면 #1. 건축의 뿌리 혹은 공부의 배경에 대하여 #2. 한국 건축 비평(계)에 대한 바람 #3. 귀 사무소(팀)의 작업 화두는? #4. 현대건축을 수행함에 있어서 ‘전통’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5. 귀하(또는 사무소, 팀)가 이해하고 있는 ‘개념’이란 무엇인가? #6. 현 단계 한국 건축계, 무엇이 문제인가?

경계에서의 점진성 : EUS+ architects 새로운 주거 트렌드를 리드하는 건축, 건축가 : johsungwook architects 엘리스의 비눗방울 놀이, 그리고 일상 속 이야기 생성 : L’EAU Design 스타일의 전략–작업의 방법에 대한 근본적 이해 : Min Workshop 근대 건축, 수용과 변용의 미 : OFFICE ARCHITEKTON 들띄우기와 흰색 그리고 부산 : RAUM architects 새로운 눈을 갖기 위한 발견의 방식, 질문 : Samhyun Urban & Architecture 길, 에움길, 샛길 : SUPA schweitzer song 따뜻한 건축 그리고 10+ : UTAA NOTICE 제10회 심원건축학술상 심사결과 발표 당선작 : 해당작 없음 심사위원 김종헌, 박진호, 우동선, 함성호

PROJECTS : OFFICE INFORMATION a.co.lab : 휴먼 네트워크의 수행자 BOUNDLESS : 관계의 진화를 엮는 전술가들 designband YOAP : 3인 3색의 피보나치 수열로 건축하는 집단 FHHH Friends : 좌충우돌 화려한 팀플레이 집단 HG–Architecture : 디지로그의 세계를 실천하는 스튜디오 JYA–rchitects : 함께 흘리는 땀의 가치로 무장한 팀워크 mmk+ : 한 방의 장외홈런 다음을 준비하는 히어로 OBBA : 건축, 내러티브의 소중함으로 승부하는 사무소 stpmj : 아트와 건축의 경계를 넘나드는 파이어니어 Z–Lab : A to Z, 콜라보&커뮤니케이션스 컴퍼니 NOTICE 제9회 심원건축학술상 당선작 발표 경복궁 궁역의 모던 프로젝트 — 발전국가시기 광화문과 국립종합박물관을 중심으로(1962~1973) 수상자 : 강난형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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