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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조선 제 8367호
“유학생 방학 인턴십도 제한” UCLA·UC버클리 등 유학생 취업승인 일시중단, 취업길 틀어막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유학생 비자와 졸업 후 취업 프로그램을 옥죈 데 이어 이번에는 재학 중 인 턴십 기회까지 대폭 줄이고 있다. 지난달 8일 월스트리트저널 (WSJ)과 AP통신에 따르면 국토안 보부는 최근 대학에 유학생 인턴십 조건을 강화한다고 내용의 메모를 전달했다. 이전까지는 유학생들이 이른바 교육과정 실무 연수(Curricular Practical Training·CPT)를 통해 학생 비자만으로도 여름방학 등의 기간에 인턴으로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토안보부는 대학과 고 용 기업 간 협약이 체결돼 있고, CPT가 해당 전공생 모두에게 필수 인 경우에만 인턴십을 할 수 있도 록 제한했다. 이를 지키지 않는 대학에는 외국 유학생 등록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경고했다. 여름 인턴십은 유학생들이 향후 미국 현지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ICE 반대 시위를 하는 UCLA 학생들.
꼭 필요한 ‘스펙’으로 꼽히는데, 취 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로를 사 전에 틀어막은 셈이다. 국토안보부는 최근 이민세관단 속국(ICE) 산하 학생 및 교환 방문 자 프로그램(SEVP)에서 조사한 결 과 교육과정상 실습이 필수적인 경 우에만 허용됐던 CPT를 위반한 승 인 사례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트럼프 대 통령은 이처럼 관용적인 시스템을 남용하는 것을 더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안보부가 엄중 경고에 나서 면서 외국인 유학생이 많은 캘리포 니아 주립대를 중심으로 인턴십 승 인이 중단되기 시작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UCLA)는 “연방정부의 지침을 검 토하는 동안 CPT 승인을 일시 중 단했다”고 밝혔다. UC버클리도 지난 24일 가까운 시일 내에 취업 승인 신청을 처리 할 가능성이 작다며 유학생들이 이 에 맞춰 관련 계획을 세우라고 당 부했다.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도 유 학생들을 대상으로 관련 기회가 제 한될 수 있다고 알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부터 외 국인 유학생을 겨냥한 정책들을 쏟 아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F비자를 소지한 유 학생들과 교환 방문 J비자 소지자 들의 체류 기간을 최장 4년으로 제 한했다. 또 미국 대학·대학원을 졸업한 외국인이 학생비자로 구직할 수 있 도록 한 ‘선택적 실무연수’(OPT) 프 로그램에 거액의 수수료를 부과하 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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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일 화요일
참전용사 박세준씨 ‘사면’ 뉴욕주, 미국 재입국 기회 마련 과거 마약 사용 전과로 자진 출 국한 한국계 참전용사 박세준(사 진) 씨가 뉴욕 주로부터 사면을 받았다. NPR의 보도에 따르면 뉴욕 주 지사 캐시 호컬은 지난달 28일 박 씨의 재판 불출석과 마약소지 혐 의를 사면시켰다. 박 씨는 뉴욕에서 지난 2007년 약물 소지와 2009년 보석 불출석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호컬은 성명에서 박 씨가 “삶에 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고 지역 사회를 개선하는 데 헌신할 것”이 라며 박 씨를 포함한 6명에게 사 명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1989년 파나마 침공 작전에서 총상을 입고 활약하여 퍼플하트 훈장을 받은 육군 참전용사 박 씨 는 후유증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으며 마약을 사 용하게 됐다. 이후 지난 2025년 트럼프 행정 부의 이민 단속 과정에서 과거 마 약 범죄 전과로 인해 추방 명령을
받고 한국 으로 자진 출국했다. NPR에 따르면 박 씨의 대변 인 다니콜 라모스는 박 씨가 미국으로 복귀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시 이민 항소 위원회 에 추방 철회 검토를 요창할 수 있 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박 씨는 성명을 통해 “아직 해 야 할 일이 남아 있다는 걸 알지 만, 오늘은 드디어 집에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 다”며 “저를 위해 목소리를 내준 모든 분들, 그리고 저와 제 가족 을 지지해 준 수천 명의 분들께 감 사드린다, 여러분이 나를 위해 해 준 일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 고 밝혔다. 이민세관단속국 관계자들은 NPR의 논평 요청에 즉각 답변하 송지원 기자 지 않았다.
그랜드캐니언 소나기로 홍수
버지니아 한인, 마약 범죄로 체포 송환 한인 남성이 메릴랜드에서 마약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버지니아로 옮겨져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버지니아 프랭클린 카운티 보안 국(FCSO)에 따르면, 존 병 김 씨 (48·사진)는 올초부터 수개월에 걸 친 수사 끝에 그의 버지니아 거주 지에서 마약과 현금이 발견됐고, 메릴랜드 주에서 김 씨를 중범죄 혐의로 체포했다. 지난 4월 FCSO 특수작전부는 록키 마운틴 주민 김 씨의 자택을 수사한 결과 마약 증거를 발견하고 마약류에 대한 추가 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FCSO는 수사로 약 25그램의 코 카인, 필로폰, 엑스터시(MDA), 정
신자극제 메 틸페니데이 트, 스케줄 I/II 규제약 물, 마리화 나와 마약 포장재, 그리 고 2017년도 포드 트럭을 압수했다. FCSO는 법의학 검사가 압수된 물질들의 성분을 확인했다고 밝혔 다. 조사 결과에 따라 지난 5월 김 씨에 대한 추가 영장이 발부됐고, 김 씨는 현재 스케줄 I/II 규제약물 판매 배포 및 유통, 마리화나 판매 배포 및 유통, 아동 학대 및 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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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 4건으로 기소됐다. 사건 당시 메릴랜드에서 거주한 김 씨는 마약 관련 별도의 범죄로 세실 카운티 경찰이 지난 6월 체포 해 보석 불허로 수감 중이다. 메릴랜드의 혐의가 해결된 후 김 씨는 프랭클린 카운티로 송환되어 형사 혐의 재판을 받을 것으로 보 인다. 김 씨의 머그샷을 본 주민들은 ‘ 내가 아는 존 아니냐’며 온라인에 김 씨에 관련된 정보를 쏟아냈다. D 씨는 김 씨가 록키 마운틴에서 Red Clay 레스토랑을 운영했으며 로아노크에서 Longhorn Steakhouse 매니저로 일했다고 밝히며 Red Clay를 닫은 후 김 씨의 부인
이 마약 때문에 로아노크 지역을 자주 찾았다고 적었으며, F 씨는 20년 전 애플비 레스토랑에서 자 신은 요리사로 일했고 김 씨는 웨 이터였다고 밝혔다. N 씨는 김 씨가 미성년자였던 자 신에게 가끔 술을 팔아줬다고 회상 하며 오랫동안 이상한 남자(creep) 였다고 적었다. P 씨는 김 씨가 웨스트엔드의 무 료 급식소에서 일했고, 마지막에 Hema’s 레스토랑에서 그와 그의 자녀들과 마주쳤을 때는 김 씨의 부인이 ‘호화로웠던’ Red Clay 레 스토랑에서 번 수익 대부분을 훔쳐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프랭클린 카운티 보안국은 카운 티 내 불법 약물 활동에 관한 정보 를 (540) 483-3000로 연락해 달라 송지원 기자 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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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명 실종·60여명 구조 미국 대표 국립공원인 그랜드 캐니언 에서 갑작스럽게 홍수가 발생해 약 15명이 실종됐다. 지난달 30일 CBS뉴스와 AP통 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애리조 나주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 내 브라이트 에인절 크릭과 팬텀 랜 치 일대에 갑작스럽게 홍수가 발생 해 다리 등 구조물이 파괴되고 약 15명의 캠핑·등산객이 실종됐다. 현장에 있던 등반객 가운데 60 여명은 헬기 등을 통해 구조됐다. 당국에 따르면 브라이트 에인 절 크릭에서 약 1시간 동안 0.5∼1 인치(12.7∼25.4㎜)의 강한 비가 내렸고, 빗물이 가파른 암석 지대 에 그대로 흘러내리면서 홍수가 24K, 18K, 14K 고가 매입 합니다.
발생했다. 당시 하이킹 중이었던 데이비드 그레고리는 CNN방송에 “계곡물 이 흙탕물로 바뀌면서 점점 거세 게 흐르는 것을 발견했다”며 헬기 를 타고 근처 고등학교로 대피했 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야영객 에리카 비올 라는 계곡물이 불어나면서 숙소 건물이 떠내려가는 것을 봤다며 역시 헬기를 타고 대피했다고 전 했다. 빠르고 강한 물살로 인해 브라 이트 에인절 크릭 사이의 거의 모 든 인도교가 파괴됐고, 심지어 콜 로라도강 지형까지도 변화한 것으 로 알려졌다. 이날 밤과 31일 새벽 사이에도 추가로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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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3일 목요일
강박과 환영을 ‘무한’의 예술로 승화했던 구사마 야요이 10세부터 환각 경험…정신병원 오가며 말년까지 작업 지난달 14일 별세한 일본 현대미술가 구 사마 야요이는 평생 환영과 강박에 시달리 며 이 경험을 반복되는 점과 그물, 호박의 이미지로 풀어냈다. 구사마는 1929년 일본 나가노현 마쓰 모토에서 태어났다. 식물 종자를 재배하 는 부유한 집안의 막내딸로 자란 그는 어 린 시절부터 미술에 관심을 보였지만 그의 부모는 구사마가 전문 예술가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특히 전통적인 일본 주부의 길을 권했 던 그의 어머니는 구사마의 그림을 찢어 가며 반대했다. 구사마는 10세부터 시각·청각 환각을 경험했지만 당시에는 이를 정신질환으로 인식하지 못 했다. 구사마는 훗날 어머니의 가혹함과 아버 지의 외도 등이 자신에게 깊은 상처를 남 겼다며 자신의 작품을 “내 삶, 특히 정신질 환의 표현”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구사마는 부모의 반대에도 교토시립예 술학교에 진학했지만 일본 학교의 교육 시 스템에 염증을 느껴 그만두고, 홀로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1955년 구사마는 중고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을 통해 미국 화가 조지아 오키 프의 작품을 접했고, 무작정 자기 작품과 함께 미국에서 예술가로 활동할 방법을 묻 는 편지를 보냈다. 오키프는 구사마에게 뉴욕으로 가 작품 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보여주라고 답했 고, 구사마는 1957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뉴욕에서 활동하며 비행기에서 내
려다본 태평양의 풍경에서 영감을 받아 거 대한 망을 화면 가득 펼치는 작업 ‘인피니 티 넷’(Infinity Nets)를 선보였고, 1965년 에는 거울과 빛을 이용해 하나의 공간을 무 한히 확장하는 ‘인피니티 미러 룸’(Infinity Mirror Room)을 선보였다. 누드모델의 몸에 자신의 상징인 일명 ‘ 땡땡이’를 그려 놓고 거리에 세우는 등 도 발적인 행위예술로도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연인과의 이별, 정신적 고통이 이어지자 1973년 일본으로 돌아왔고, 도쿄의 정신병원에 자발적으로 입원했다. 그는 병원과 인근 작업실을 오가며 작 품 활동을 계속했고, 점과 망, 호박(작은 사 진), 거울방을 통해 자아와 세계의 경계가 사라지는 듯한 ‘무한’의 감각을 탐구했다. 뉴욕을 떠나면서 서구 미술계에서 그의 존재감은 한동안 옅어졌다. 그러나 1993년 베네치아비엔날레 일본 관 대표 작가로 참가했고 이는 구사마가 국제 미술계에서 재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과 휘트니미술관, 영국 테이트모던 등 세계적 인 미술관에서 대규모 전시를 거쳤다. 루 이비통과의 협업 등을 통해 그의 점무늬는 미술관을 넘어 대중문화와 패션 영역으로 도 확장됐다. 2003년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2009년 일본 문화공로자, 2016년 일본 문화훈장 을 받았고, 2017년에는 도쿄 신주쿠에 구 사마 야요이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구사마는 말년까지 사랑과 영혼, 무한을
구사마 야요이.
미국 입양된 이미현씨 “어떤 결정이든 친부모 사랑해요” 포브스·美 노동부 주목한 혁신가로 성장…“두 팔 벌려 환영할 것” “친부모를 만나지 못하더라도 두 분 삶 의 이야기와 가족의 건강 기록이 담긴 편 지라도 조심스럽게 부탁드리고 싶어요. 어 떤 결정을 내리시든 두 분을 사랑합니다.” 미국 입양 한인 주디 리 앨로웨이(한국 명 이미현·51·사진) 씨는 30일 국가아동권 리보장원 입양정보공개지원부에 보낸 뿌 리 찾기 사연을 통해 친부모에 대한 애틋 한 마음을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씨가 확인한 입양 기록에 따르면 그가 세상에 남겨진 과정에는 엇갈린 이야기들 이 존재한다. 영문 기록에는 그가 1975년 7월 2일생 으로, 옷에 싸인 채 바구니에 담겨 서울 북 부경찰서 계단에 놓여 있다가 이튿날 발견 된 것으로 적혀 있다.
하지만 한국어 기록에는 아버지 측 친척 인 ‘삼촌’이 그를 입양 기관에 맡겼으며, 당 시 어머니는 감염으로 치료 중이었고 아버 지는 입대를 앞둔 상황이었다고 돼 있다. 특히 그가 가장 최근에 확인한 사실은 친부모의 입양 동의서나 아동복지시설 거 주·퇴소 증명서조차 남아있지 않다는 점 이다. 이씨는 한국사회봉사회를 거쳐 1975년 10월 뉴저지주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언어와 문화, 사람들의 모습까지 그에 게 모든 것이 낯선 환경이었지만, 양부모 의 사랑 속에 다방면에 재능을 보이며 성 장했다. 이후의 삶은 치열한 도전과 나눔의 연 속이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금융인으로 활동 하던 그는 러시아와 몽골 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인권 보호와 빈곤 퇴치에 힘썼다. 20대 후반에는 심각한 만성 통증과 육류· 단백질 알레르기로 인해 휠체어에 의지해 야 하는 큰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스스로 건강을 회복해 내는 과정 에서 타인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기로 결심 했고, 필라델피아에서 여성 비즈니스 협동 조합을 세워 ‘최우수 소수계 비즈니스 리 더’로 선정되는 등 공동체 리더로 활약해 왔다. 그의 헌신적이고 극적인 삶은 미국 주류 사회와 언론에서도 주목받았다. 이씨는 2011년 경제 전문지 '포브스 우 먼'에 아시아계 여성 리더십 프로그램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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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로 작업을 지속했다. 구사마에게 예술은 자신이 마주한 세계 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증식하는 일이었다. 하나의 점은 수천 개의 점이 되고, 하나 의 망은 끝없는 망으로 이어졌다. 거울 속 에 비친 자기 모습은 무한히 증식했고, 결 국 개인이라는 경계마저 사라졌다. 구사마 의 작품을 관통하는 ‘무한’과 ‘자기소멸’은 그렇게 그의 삶과 예술에서 만들어졌다. 구사마는 미술 수집가들에게도 큰 인기 를 얻는 작가다. 미술품 경매에서 그의 작 품은 수십억원대에 거래된다. 1960년대 만
든 그의 그물 작품은 2022년 뉴욕 필립스 경매에서는 1천50만 달러에 팔리며 당시 생존 여성 작가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평생 시달리던 정신적 환영을 예술로 승 화하던 구사마는 2026년 8월 14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97세로 별세했다. 그의 스튜디오는 27일 별세 사실을 발표 하며 그가 “마지막 날까지 붓을 놓지 않고 ‘영원한 사랑’과 ‘영원한 영혼’을 탐구했다” 며 “우리는 구사마의 뜻을 이어받아 예술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미래를 향한 희망 과 힘을 계속 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립 디렉터로 소개됐고, 같은 해 미국 노동 부로부터 ‘최고의 여성 혁신가’로 선정됐 다. 2016년에는 아메리칸 항공의 ‘산업 혁신 가’로 기내 방송을 통해 전 세계에 소개됐 고, 2022년 필라델피아시 정부의 다문화 담당 디렉터로 임명돼 아시아계와 이민자 커뮤니티를 위한 정책 변화를 이끄는 등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스스로 삶을 개척하며 성취를 이뤘지만 이씨는 늘 고국과 친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았다. 그가 친부모에 대해 아는 유 일한 단서는 1975년 당시 24세였던 아버 지 이종운 씨와 20세였던 어머니 김영자 씨라는 이름뿐이다. 그는 친부모가 자신에게 남겨준 유산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이씨는 “친부모가 준 전주 이씨의 성 ‘ 리’를 이름에 담았다”며 “그분들은 내게 생 명뿐만 아니라 갈색 곱슬머리, 오른쪽 볼 의 보조개, 왼쪽 가슴의 점, 근시, 한국인
으로서의 뿌리를 물려줬다”고 감사함을 표 했다. 이씨는 언젠가 가족을 만날 날을 꿈꾸며 서울대에서 기초 한국어도 공부했다. 그는 “우리가 만나게 된다면 친부모가 겪었을지도 모를 죄책감과 수치심을 모두 내려놓을 수 있도록 두 팔 벌려 환영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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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3일 목요일
최만순의 약이 되는 K-푸드 약초에서 채소로, 당근의 내력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 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 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 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 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 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 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 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 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 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 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 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 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 했습니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땅속에서 자라는 식 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하늘의 기 운은 잎으로 모이고 땅의 기운은 뿌리로 응축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흙 속에서 자라면서도 주황빛 태양의 색을 품은 당 근을, 양생 전문가들은 생명의 정기를 저 장한 뿌리로 여겼다. 당근은 약이 먼저였고 채소는 나중이었 다. 원산지는 오늘날의 이란과 아프가니스 탄을 포함한 중앙아시아 일대로, 약 5천 년 전부터 식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야생 당근은 지금처럼 굵고 단 주황색 뿌리가 아니라 보라색이나 노란색, 흰색을 띤 가늘 고 질긴 뿌리였고, 사람들은 뿌리보다 씨 와 잎을 약재나 향신료로 썼다. 우리에게 익숙한 주황색 당근은 한참 뒤의 산물이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노 란색과 붉은색 계통을 교배해 심까지 고 르게 물든 단맛 강한 품종을 길러냈는데, 독립 영웅 오라녜 공(오렌지공)을 기리는 상징색이 주황이었던 까닭에 이 색을 집 중 보급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맛과 색 을 앞세운 이 품종이 이내 세계의 표준 이 됐다.
동쪽으로는 13세기 원나라를 거쳐 한 반도로 전해졌다. ‘농상집요’에 약용식물 로 올라 있고, ‘본초강목’은 오장을 편안하 게 하고 식욕을 돋우며 이로움만 있고 해 가 없다 하여 그 효능이 인삼에 견줄 만하 다고 적었다. ‘작은 인삼’이라는 뜻의 ‘인 삼’(小人蔘)이라는 별칭이 여기서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재물보’와 ‘임원경제지’에 기록이 보이는데, 처음에는 말의 사료로 여겨지다 점차 식탁으로 올라왔다. ◇당근의 양생학 양생은 음양의 균형을 중히 여긴다. 당 근은 성질이 평(平)하고 맛이 달아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일용본초’는 속을 편안하게 하고 기를 아래로 내려 위장의 정체를 풀어준다고 했고, ‘의림찬요’는 신 장을 윤택하게 하고 원양을 북돋우며 하 초를 따뜻하게 한다고 기록했다. 당근의 가장 큰 미덕은 비위(脾胃)를 튼 튼하게 하는 데 있다. 약선에서 비위는 음 식을 기혈로 바꾸는 공장이자, 군대로 치 면 병참기지다. 아무리 좋은 병사가 있어도 군량이 끊기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듯, 소 화력이 약하면 좋은 음식을 먹어도 기혈이 모이지 않는다. “비위가 편안하면 백 가지 병이 생기지 않는다”는 옛말이 그래서 나 왔다. 당근이 소화불량과 오래된 설사에 쓰인 까닭도 여기에 있다. 손자병법 군형(軍形) 편은 이길 형세를 먼저 갖춘 뒤 적이 무너질 기회를 기다리 라 했다. 병이 생긴 뒤 치료에 나서는 것은 전쟁이 터진 뒤에야 병사를 모으는 일과 같다. 면역력을 기르고 소화력을 높여 두 는 일이야말로, 무너지지 않는 진지를 미 리 쌓는 군형의 지혜다. 현대 영양학도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당근 100g에는 베타카로틴이 약 8천㎍ 들 어 있어 비타민 A 하루 권장량을 훌쩍 넘 긴다. 베타카로틴은 몸 안에서 비타민 A로 바뀌어 눈과 점막을 지키고, 루테인 같은 카로티노이드와 더불어 강력한 항산화 작
는 편이 낫다.
제주 흙당근
용으로 세포의 산화를 늦춘다. 늙음은 세 월보다 세포의 산화에서 온다. 노자가 ‘도 덕경’에서 과도함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한 것처럼, 양생의 핵심은 늙는 속도를 늦추 는 데 있다. 당근에는 혈압과 혈관을 돕는 칼륨, 혈 당이 갑자기 오르는 것을 막고 콜레스테 롤을 낮추는 펙틴, 간의 해독을 돕는 글 루타티온도 들어 있다. 근래에는 팔카리놀 (falcarinol)이라는 성분이 주목받는다. 영국 뉴캐슬대와 덴마크 연구진이 쥐 에게 당근과 팔카리놀을 먹인 실험에서, 그렇지 않은 쪽보다 암 발병이 3분의 1 가량 낮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같은 연 구진은 당근을 자르지 않고 통째로 익히 면 팔카리놀이 25%가량 더 보존된다고
밝혔다. 베타카로틴은 물에 녹지 않고 기름에 녹는다. 그래서 생으로 먹으면 흡수율이 10% 안팎에 그치지만, 기름을 살짝 둘러 익히면 30~60%까지 오른다. 가열하면 단 단한 세포벽이 부드러워져 흡수가 한결 쉬 워진다. 땅의 기운을 품은 뿌리채소답게, 자극적으로 볶기보다 부드럽게 익히는 조 리가 어울린다. 우리 조상들이 당근을 국 과 찜, 나물, 전, 떡에 두루 쓴 데에는 이런 이치가 담겨 있다. 당근과 좋은 짝은 사과다. 당근의 카로 틴과 사과의 비타민 C, 칼륨이 서로를 보 완한다. 다만 당근에는 비타민 C를 산화 시키는 효소가 있어, 생으로 함께 먹을 때 는 살짝 익혀 효소의 작용을 누그러뜨리
일본인 학자가 조사했던 ‘나주 반남 고분군’, 다시 발굴한다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 5년간 무덤 구조·축조 기법 등 규명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 주도로 조사했 던 마한 핵심 유적의 실체를 밝혀낼 연구 가 다시 시작된다.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는 다음 달 1 일부터 사적 ‘나주 반남 고분군’ 내 신촌리 5·6호 무덤을 다시 발굴해 조사할 예정이 라고 31일 밝혔다. 반남 고분군의 실체와 가치를 재조명하 기 위한 중장기 학술 연구의 시작이다. 반남 고분군은 영산강 유역 고대 문화를
상징하는 무덤 유적이다. 하나의 고분 안 에 여러 매장시설을 만드는 다장(多葬) 방 식과 대형 옹관을 사용한 다양한 형태의 무덤이 밀집해 있어 마한의 독자적인 문화 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3년 신촌리 9기, 대안리 12기, 덕산 리 14기 등 3곳의 고분군이 각각 사적으 로 지정됐으며, 2011년 나주 반남 고분군 으로 합쳐졌다. 반남 고분군은 일제강점기였던
1917∼1918년 야쓰이 세이이쓰(1880~195 9), 1939년 아리미쓰 교이치(1907∼2011) 등 일본인 학자들이 조사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조사는 짧은 기간에 유물 을 수습하는 데 그쳤다. 연구소 관계자는 “당시 (일제는) 30여일 간 고분 12기를 파헤치듯 조사했으며 조 사 결과가 소략하게 보고되거나 아예 누 락된 채 종결됐다”고 설명했다. 광복 이후에도 긴급 수습을 위한 조사가
나주 신촌리 5·6호분 모습.
몇 차례 이뤄졌을 뿐이다. 이에 연구소는 올해 9월부터 약 5년간 신촌리 5·6호 무덤을 시작으로 반남 고분 군의 주요 무덤을 조사해 정확한 구조와
◇손자병법으로 바라본 당근 요리법 손자는 ‘병(兵)은 궤도(詭道)’, 곧 전쟁은 속임수라 했다. 당근의 역사에도 그런 기 만전이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영국 공군 은 야간에 독일 폭격기를 정확히 요격했는 데, 그 비결은 새로 개발한 항공 레이더였 다. 영국은 이 기술을 감추려고 조종사들 이 당근을 많이 먹어 밤눈이 밝아졌다는 선전을 퍼뜨렸고, 마침 부족하던 식량 사 정 속에 당근 소비까지 끌어올렸다. 과장된 이야기였지만, 베타카로틴이 비 타민 A로 바뀌어 야맹증을 막는다는 사실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당근은 조리법마다 다른 얼굴을 보인다. 맑은 당근국에서는 소고기와 무, 파를 받 치며 자연의 단맛을 낸다. 사과와 견과를 곁들인 당근샐러드는 기혈을 보태면서 몸 을 가볍게 하니, 병이 오지 못하게 막는 예 방의 음식에 가깝다. 약한 불에서 천천히 익히는 당근조림은 기다림의 맛이다. 기름을 둘러 굽는 당근 구이는 겉을 노릇하게, 속을 부드럽게 익혀 베타카로틴 흡수를 끌어올린다. 발효를 거 치는 당근김치는 유산균과 베타카로틴이 만나 장을 돕는다. 당근주스는 태양과 흙, 바람과 시간을 함께 마시는 일이되, 손자가 지나침을 경계 했듯 아무리 좋은 것도 과하면 독이 된다. 노자는 “뿌리가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큰 병은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는다. 작은 불균형이 오래 쌓여 모 습을 드러내고, 건강 또한 작은 습관이 모 여 만들어진다. 손자가 꼽은 최고의 승리 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듯, 최고의 양 생은 병이 오기 전에 몸의 형세를 갖추는 것이다. 오늘 식탁 위의 당근 한 뿌리에는 태양 의 색과 땅의 기운, 그리고 오래 이어져 온 양생의 지혜가 함께 담겨 있다. 최만순 음식 칼럼니스트
축조 기법 등을 파악할 방침 이다. 신촌리 5호 무덤은 과거 조 사 결과가 보고되지 않았으 며, 6호 무덤은 일본에서 많 이 보이는 고분 형태를 닮았 다는 이유로 ‘왜색이 짙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연구소는 2027년까지 신촌 리 5·6호 무덤의 구조와 축조 기법 등을 밝히고, 묘역 범위 와 함께 다른 고분이 추가로 있는지를 확 인할 계획이다. 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반남 고분군 내 다른 무덤도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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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가 산 밑까지 보랏빛으로 넘실댄다. 청옥색 호수는 꽃잎의 눈부심으로 모자라 그 향기마저 탐한다. 사이사이로 모든 사 람이 웃고 있다. 40년 넘게 석회석을 캐던 폐광산의 놀라운 변신. 동해 무릉별유천지 의 라벤더 축제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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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별유천지 전경.
◇‘별천지가 맞네’ 차에서 내려 고개를 드니 대형 공장 같 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회색빛 건물이 무 심히 서 있다. 1968년 문을 연 쌍용C&E가 석회석 원 석을 캐 잘게 쪼개던 쇄석장을 개조한 건 물이라고 한다. 얘기를 듣고 보니 그렇게 보였다. 육중한 콘크리트 기둥, 금속 트러 스트 지붕, 건물 밖으로 튀어나온 컨베이어 벨트가 그랬다.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 축제장의 전경을 바라보는 순간 생각은 달라진다. 무릉별유천지라는 이름은 인근 무릉계 곡과 그곳의 경치에 놀란 묵객이 썼다는 ‘ 별유천지’에서 따온 이름일 뿐, 도연명의 ‘ 무릉도원’과 이백의 시구 ‘별유천지비인간’ 과는 관계없다는 설명에 반신반의한다. 이곳은 아마도 최소한 무릉도원과 별천 지를 지향하는 곳이 아닐까 생각했다. ◇잉글리시 라벤더 이곳의 호수는 1개가 아닌 2개였다. 청 옥호와 금곡호. 청옥호는 인근 청옥산의 이름을 땄지만, 물색이 청옥색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녔 다고 김봉진 도슨트가 알려줬다. 그는 바람이 없는 아침 시간 청옥호의 맑은 수면에는 하늘과 구름, 산과 나무와 꽃이 그대로 투영된다고 했다. 라벤더정원은 두 호수 사이에 펼쳐져 있 다. 2만㎡(6천여평)에 심어진 1만3천주의 잉글리시 라벤더가 신비로운 보랏빛 바다 를 만들어냈다. 남유럽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라벤더 는 물 빠짐이 좋고 바람이 잘 통하는 염기 성 토양에서 잘 자란다고 하니 석회석 탄 광이었던 이곳이야말로 최적이다. 라벤더정원 주변엔 금계국의 노랑과 서 양봉선화의 진분홍이 어우러져 형형색색 의 꽃 잔치를 벌이고, 푸른 6월의 하늘 위 로 뭉게구름이 바람 따라 흘러가니 여기에 온 누구든 멈춰 선 곳이 바로 포토존이다. ◇이제 좀 쉬고 싶은 거인 갑자기 라벤더 꽃잎 위로 검은 그림자가 휙 지나갔다. 독수리였나. 고개를 들었다. 미스터리한 비행물체는 새가 아니라 스카 이글라이더라는 놀이기구다. 4명을 태운 글라이더는 125m 상공을 건너편 산까지 날아갔다가 돌아왔다. 총길 이가 777m라고 한다. 꽃밭만 있는 줄 알았던 무릉별유천지는 스카이글라이더 외에 알파인코스터, 오프 로드 루지, 롤러코스터형 집라인 등 각종 체험시설 타는 재미도 쏠쏠하다.
‘시멘트 아이스크림’과 85t짜리 중장비 ‘몬스터 덤프트럭’.
청옥호 호숫가로 내려가면 특별한 조형 물도 만날 수 있다. 이곳을 지키는 거인상 ‘무릉정령’, 철제와 콘크리트로 만든 ‘거인 의 휴식’이 우뚝 서 있다. 거인의 휴식은 콘크리트로 만든 다리를 쭉 뻗고 있다. 김봉진 도슨트는 “40년 동안 거대한 석회 광산에서 일하고 이젠 좀 쉬 어야겠다는 의미”라고 귀띔했다. 참으로 애교스러운 발상 아닌가. 여긴 놀이공원도, 꽃밭도, 축제장도 아닌 복합 문화공간이었다. ◇행복한 고민 금곡호에서 서북쪽으로 가파른 언덕길
을 조금만 올라가면 ‘두미르’ 전망대가 나 온다. 한여름엔 고생스러울지 몰라도 운 동 삼아 올라가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 같다. 석회암 채굴을 위해 다이너마이트로 산 을 계단식으로 폭파한 암벽 절개지 위에 전망대를 설치했다. 마치 크레인처럼 사선으로 솟은 전망대 에 오르면 무릉별유천지의 모든 것이 한 눈에 잡힌다. 부지를 기부한 쌍용C&E가 두마리 용(쌍 용)을 뜻하는 두미르라는 이름을 붙였다. 별유천지엔 곳곳에 탄광의 흔적이 남 아 있다.
쇄석장 앞 광장 부근에 가면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중장비인 85t짜리 ‘몬스 터 덤프트럭’을 볼 수 있다. 석회석 채석장에서 발파된 석회석을 실 어 나르던 거대한 운반 장비로, 바퀴 하나 크기가 2.7m이고 집 한 채를 완전히 부숴 서 트럭에 담을 수 있다고 한다. 탄광의 흔적은 아이스크림에도 있다. 마 시멜로를 얹은 회색빛 ‘시멘트 아이스크림’ 을 판다. 라벤더 축제장에서 파는 보라색 ‘라벤 더 아이스크림’과 시멘트 아이스크림을 놓 고 뭘 먹을 것인지 행복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묵호를 아는가 ‘바다. 한 잔의 소주와 같은 바다였다.’ 1990년 발표된 심상대의 단편 소설 ‘묵 호를 아는가’는 이렇게 시작한다. 9월 아스타국화 이벤트 때에 다시 와봐 야겠다고 생각하며 별유천지를 떠나는데, 바다가 보고 싶었다. 지금은 동해시 묵호동으로 쪼그라들었 지만 한때 묵호는 엄청난 호황을 누리던, 동해에서 가장 잘나가던 항구였다. 인근의 모든 탄광에서 생산된 석탄과 시 멘트를 출하하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폐탄광의 현주소를 본 뒤 묵호항에 들려 보는 건 자연스럽다. 항구를 배회하다가 논골담길을 걸어 올 랐다. 땀이 흘렀지만, 뒤돌아 소주 같은 바 다를 바라보면 금세 시원해졌다. 비탈길 어느 작은 집 정원에 핀 접시꽃 이 탐스럽다. 시멘트로 흥했던 1960∼1970년대 시끌 벅적하던 묵호와 한적함과 적막함 속에 접 시꽃이 외롭게 핀 묵호, 그 두 얼굴이 다 이 길에 있다. 걷다가 지역 문인인 김경식 시인의 ‘네게 가고 싶다’가 가슴을 울렸다. ‘아, 꽃피면 꽃 피는 대로/ 바람 불면 바 람 부는 대로/ 난 네게 가고 싶다.’ 무역으로 잘 나가던 묵호든, 관광지가 된 묵호든, 우리는 지금 묵호로 가고 싶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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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꿔온 일탈이 마침내 눈앞에 펼쳐졌다. 부산항을 떠나 홋카이도 하코다테와 오타 루로 향하는 6박 7일의 여정. 모두투어 크 루즈선 코스타 세레나호에 몸을 실었다. 거대한 배가 육중한 몸을 밀어 항구를 벗어나자, 세상은 오직 바다와 하늘, 그 경 계 없는 두 빛깔만 남았다. 얼마쯤 나아 갔을까, 하늘이 흐려지더니 이내 빗줄기가 흩뿌렸다. 그래도 좋았다. 아니 그래서 더 좋았다. 흐린 하늘조차 이 여정의 한 페이지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멈춰 있던 삶을 다시 나아가게 하는 힘. 그것은 묵혀둔 꿈과 호 기심이었다. ◇크루즈에 몸을 싣다. 부산에서 홋카이 도까지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그 자체로 완벽한 목적지다. 품격 있는 정찬과 화려한 공연을 만끽하 는 순간, 바다 위 특급호텔이 선사하는 환 상적인 여정이 비로소 시작된다.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정박한 ‘코스 타 세레나호’의 거대한 규모에 압도되어 눈 을 떼지 못했다. 11만 4천500t급, 290m로 여의도 63빌딩(249m)보다도 길다. 정원은 3천600명이며 객실만 1천500개에 이른다. 낯섦과 기대가 뒤섞인 마음으로 들어선 선
분증 역할까지 톡톡히 해낸다.객실에 짐을 정리하기도 전에 요란한 사이렌이 울렸다. 크루즈의 첫 공식 일정인 비상 대피 훈련 이 시작된 것이다. 지정된 대피소에서 코 스타 카드를 태그 해야만 다음 일정을 이 어갈 수 있다. 요령을 피우다 불참하면 이 후 선내 활동이 제한되므로 반드시 참여 해야 한다.
베스타 정찬 식당
내는 기대 이상으로 고급스러웠다. 이탈리 아 선사 코스타 크루즈의 세레나호는 복 도와 엘리베이터 곳곳을 그리스·로마 신화 속 신과 영웅들로 장식하여 ‘신들의 집’이 라는 별칭을 실감 나게 했다. 이윽고 거대
한 뱃고동이 울리자, 부산항의 불빛이 물 결 위에서 길게 흔들리며 서서히 멀어져 갔다. 승선할 때 발급받은 ‘코스타 카드’는 선 내 생활의 중심이 되는 만능 카드다. 선실
문을 여닫는 열쇠 역할은 물론, 현금이 통 용되지 않는 선내에서 개인 신용카드와 연 동되어 유료 레스토랑 등의 결제 수단이 된다. 기항지에 내리고 다시 배에 탈 때는 신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끝없는 축제 출항 다음 날 ‘지오베 대극장’에서 그룹 god의 보컬리스트 김태우의 공연이 열렸 다. 붉은빛 인테리어와 화려한 조명이 시선 을 사로잡는 이곳은 매일 밤 새로운 쇼가 펼쳐지는 축제의 장이다. 1천350석의 객석은 물론 3층 통로 계단 까지 관객들이 가득 들어찼고, 공연 내내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또 다 른 라이브 쇼 ‘사포리 디딸리아’ 역시 이탈 리아 정상급 가수들의 폭발적인 가창력으 로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칸초네와 오페라 아리아, 귀에 익은 팝송을 넘나드는 무대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늦은 밤, 판테온 아트리움에 울려 퍼진 라운지 피아니스트의 감미로운 연주와 노 래는 크루즈 특유의 여유로운 밤 분위기에 흠뻑 취하게 했다. ⇬7면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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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면에서 이어집니다 고료카쿠 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별 모양의 공원
칵테일 한잔을 곁들이며 낭만적인 선율 에 귀 기울이다 보니 어느새 자정이 깊어 갔다. 그렇게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이 쌓여갔다. 매일 저녁 배달되는 선상 신문에는 다음 날 일정이 빽빽하게 정리돼 있다. 선내 어 딘가에는 아침부터 밤까지 라이브콘서트, 밴드공연 등이 펼쳐졌다. 그리고 인문·문 화 분야 명사들의 강연 프로그램은 바다 위에서 만나는 특별한 배움의 시간을 갖게 했다. 정찬 식당 세레스와 베스타, 자유로 운 뷔페식당을 비롯해 카지노, 수영장, 헬 스장, 면세점 등 다채로운 부대시설이 크루 즈 여정을 더 풍요롭게 만들었다. ◇별을 품은 도시 하코다테 낡은 창틀이 흔들릴 때마다, 노면전차는 딸랑거리는 다정한 종소리를 울리며 도로 한복판을 유유히 가로질렀다. 그 종소리를 따라 고료카쿠와 가네모리 아카렌가 창고 로 향했다. 크루즈 여행의 첫 기항지, 분명 처음 딛는 땅인데도 그 덜컹거림마저 낯설 지 않았다. 오래 떠나 있다 다시 돌아온 고 향처럼, 하코다테는 나지막한 위로로 다가 왔다. 화려함 대신 온기로, 속도 대신 온도 로 오래도록 기억될 도시. 고료카쿠의 별 모양 요새 항해 40시간 만에 마침내 홋카이도 하 코다테 항구에 닻을 내렸다. 가장 먼저 향 한 곳은 고료카쿠(五稜郭) 공원이다. 전망 대 타워에 올라 내려다본 고료카쿠는 마 치 하늘에서 떨어진 별이 땅에 박혀 있는 듯했다. 적의 공격에 사각지대를 없애고자 오각 형의 돌출부마다 포대를 설치한, 방어에 완벽한 별 모양의 요새였다. 1853년 미국 의 페리 제독이 흑선 함대를 이끌고 내항 해 개항을 압박하자, 에도 막부가 외세로 부터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설계한 요새 다. 그러나 고료카쿠는 역설적이게도 구 막부군과 신정부군이 격돌한 ‘보신 전쟁’ 의 최후 무대가 되었고, 사무라이 시대의 종언을 고하는 비극의 현장으로 역사에 남았다. 높이 107m의 전망대에는 고독한 결의 를 품은 한 사무라이의 동상이 서 있다. 막 부 말기 무사 집단 신선조(新選組)의 ‘귀신 부장’으로 불리던 히지카타 도시조다. 시 대에 저항하며 신념을 지킨 그의 마지막 모습은,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가 그려낸 사무라이의 마지막 초상을 떠올리게 한다. 그 여운을 되새기며 고료카쿠 공원을 나서 는 길, 마치 그날의 기억을 품은 듯 아스라 한 바람이 불어왔다. 붉은 벽돌 창고에 새겨진 하코다테의 어 제와 오늘 하코다테는 요코하마, 나가사키와 함께 일본 최초의 개항장으로 번성했던 항구 도 시다. 밀려드는 무역품을 보관하기 위해 지 어진 목조 창고는 화재로 소실되는 시련을 겪었고, 이후 화마를 견뎌낼 붉은 벽돌로 다시 세워졌다. 물류창고들은 세월이 흘러
하코다테 노면전차.
가네모리 아카렌가 창고 거리.
낭만적인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가네모리 아카렌가 창고는 이제 사진첩의 한 장을 장식하는 예쁜 배경을 넘어, 하코 다테가 지나온 일본 근대화와 국제 무역의 황금기를 증명하는 살아 있는 유산이다. 하코다테 여행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 는 먹거리를 찾는다면 단연 ‘럭키 피에로’ 를 가야 한다. 오직 하코다테 지역 안에서 만 매장을 운영하는 독특한 지역 밀착형 브랜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지러울 정도로 이 색적인 인테리어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부 동의 1위 ‘차이니즈 치킨버거’의 맛은 강렬 했다. 새콤달콤하고 짭조름한 중화풍 간장 소스와 바삭한 패티의 만남은 '단짠'의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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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그 자체. 이 버거를 먹기 위해 하코다테 를 다시 찾고 싶다는 여행객들의 말이 절 로 이해됐다. 하코다테가 건네는 다정한 인사 하치만자카 언덕 위에 서면 바다를 향해 일직선으로 뻗은 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 길의 끝, 항구에는 부산에서 타고 온 코스 타 세레나호가 정박해 있었다. 한 걸음씩 내려서며 바라보는 풍경은 어딘가 그리움 을 닮아 있었다. 곧게 뻗은 길과 그 끝의 바다, 정박한 배 한 척. 이 단순한 구도가 왜 이토록 마음을 붙잡는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이 길이 누 군가에게는 떠남의 길이었고 누군가에게
는 돌아옴의 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바 닷바람이 언덕을 타고 올라왔다. 발걸음을 멈추고 서서 오래도록 그 풍경을 눈에 담 았다. 낯선 도시의 언덕에서 문득 익숙한 감정 하나를 만난 기분이었다. 그 마음을 품고 걸어가는 길목에서 모 토마치를 만났다. 일본 최초의 개항 도시 가 품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 는 언덕은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이국적인 정취로 여행의 낭만을 더했다. 언덕길을 따라 걸으며 만나는 서양식 건 축물과 일본 전통 가옥의 조화는 그 자체 로 매력적이었다. 언덕 위 눈길을 사로잡는 구 하코다테 공회당은 1910년에 지어진 콜 로니얼 양식의 목조 건축물이자 일본 중요
문화재다. 건물 외벽의 블루그레이와 황금 색이 이루는 조화가 세련되면서도 강렬한 멋을 풍겼다. 조심스레 신발을 벗고 현관에 들어서 자, 어디선가 은은한 합창 소리가 들려왔 다. 선율에 이끌리듯 발걸음을 옮겨 도착 한 2층 대연회장. 그곳에서는 마침 하코다 테 글로리아 합창단이 바흐의 칸타타를 부 르고 있었다. 음악을 들으며 발코니에 서서 한눈에 들 어오는 하코다테 항구를 바라보았다. 울려 퍼지는 합창은 비바람을 뚫고 이곳에 당 도한 크루즈 여행자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하코다테가 건네는 가장 다정한 환영 인 다음호에 계속 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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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조선 특집 www.mijuchosun.com
THE MIJUCHOSUN
2026년 9월 3일 목요일
격동의 시대, 윤심덕의 ‘비극적 서사’…‘사의 찬미’ 100년의 변주 소프라노 윤심덕(1897∼1926)이 부른 대표곡 ‘사의 찬미’(死의 讚美)가 이달 발 매 100주년을 맞았다. ‘사의 찬미’는 윤심덕의 미스터리한 죽음 과 맞물려 1920년대 일제강점기 우리 사회 에서 크게 히트했고, 이를 통해 한국 대중 음악의 확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당대 흔치 않은 여성 유학파 성악 가를 둘러싼 미완의 이야기는 100년이 지 나도록 생명력을 잃지 않고 영화, 연극, 문 학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하고 재생산됐 다. 이는 하나의 지식재산권(IP)이 여러 장 르에서 활용되는 ‘K-컬처’의 원형 모델이 됐다. ◇미스터리한 죽음에 유작이 히트곡으로
‘사의 찬미’는 1926년 8월 소프라노 윤심 덕의 유작으로 발표된 노래다. 윤심덕은 동생 윤성덕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소프라노 발성으로 이 곡을 불렀다. 루마니아 작곡가 이바노비치의 ‘다뉴브강 의 잔물결’에 우리말 가사를 붙였다.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는 “윤심덕은 원 래 3박자였던 곡의 리듬을 4박자로 변형 해 한층 애절함과 비감을 자아냈다”고 설 명했다. ‘사의 찬미’가 큰 화제를 모은 것은 윤심 덕이 1926년 8월 1일 일본 오사카 일동( 日東)축음기주식회사에서 이 곡을 녹음한 뒤 같은 달 4일 귀국하는 배편에서 맞은 의 문의 죽음 때문이다. 윤심덕과 극작가 김우진(1897∼1926)은 시모노세키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부관 연 락선에서 실종됐고, 사랑 때문에 바다에 몸을 던진 연인의 정사(情死)로 보도되면 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배에서 두 사람이 투신하는 것을 본 목격자가 없어 이 죽음을 둘러싼 진상 은 100년이 지나도록 미스터리로 남았다. 윤심덕의 사망 소식을 접한 음반사는 발 빠르게 대응했다. 음반사 측은 음반에 ‘결사의 독창’(決 死의 獨唱)이란 문구를 삽입하고, 가사지 에는 ‘사의 찬미를 최후로 부르고 창해(蒼 海)에 몸을 던진 조선 유일의 소프라노 명 가수 고(故) 윤심덕 양’이라는 문구를 넣 었다. 박 평론가는 “윤심덕의 죽음을 활용해 음반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라며 “윤심덕과 김우진 의 사망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면 서 ‘사의 찬미’ 역시 덩달아 화제를 모아 1 만3천장이 팔렸다는 신문 보도가 나올 정 도로 엄청난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사의 찬미’의 히트는 당시 일부 부유층 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축음기 보급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또한 이를 계기로 유행가 또는 속요(俗謠)에 대한 대중의 관 심도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듬해인 1927 년 라디오 방송국인 JODK 경성방송국 개 국과 맞물려 음악은 대중을 더욱 폭넓게 파고들었다. 박 평론가는 “1926년 발표된 ‘사의 찬미’ 는 우리나라 대중음악(유행가·속요)이 확 산하는 데 결정적인 기폭제 역할을 했다” 며 “물론 이 곡 이전에도 여러 노래와 음반 이 발표돼 ‘최초의 대중음악’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나 그 파급력과 화제성을 고려한다면 ‘사의 찬미’ 100주년은 곧 우리 대중음악 100년의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 는 의미 있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일제강점기 대중문화 최초 트렌드 된 ‘ 사의 찬미’
‘사의 찬미’가 초기 한국 대중음악, 나아 가 대중문화계에 끼친 영향을 이해하려면 윤심덕이란 개인의 인물사가 당시 대중의 입에 오르내린 과정을 살펴야 한다. 1897년 평양에서 태어난 그는 본격적인 음악교육을 받기엔 집안 형편이 그리 넉넉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교회 활동에
1960년대 부터 2020년대까지 시대별 '사의 찬미' 리메이크 음반들.
그 안에 응축된 시대의 절망과 인간의 욕 망에 자신들의 감성을 투영하며 끊임없이 이 서사에 응답했다”고 분석했다. '사의 찬미’를 부른 소프라노 윤심덕 ◇끝없는 변주, K-컬처의 원형이 되다.
보는 비판이 공존했고, 엇갈린 평가 속에 서 윤심덕은 ‘논쟁적 스타’가 된다. ‘사의 찬미’는 윤심덕의 스타성에 미스터 리한 죽음을 둘러싼 사건이 더해지며 파 급력 있는 콘텐츠가 됐다. 오사카에서 레
‘사의 찬미’는 일제 강점기를 지나 광복 이후로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은 이야기로 바뀌었다. 사실관계가 완전히 정 리되지 않은 비극적 서사는 영화와 드라 마,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계속 살아 움 직였다.
일제강점기 소프라노 윤심덕이 불러 대히트…김우진과 미스터리한 죽음에 화제 대중음악 확산의 결정적 기폭제…“음반 판매 1만3천장, 축음기 보급에도 영향” 적극적이었던 모친 덕분에 윤심덕은 어려 서부터 기독교적 환경 속에서 자랄 수 있 었고, 이러한 집안 배경이 서양음악을 접 하는 통로가 됐다. 1915년 관비(官費)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도쿄로 떠난 윤심덕은 음악교육을 받으면서 동시에 영화·연극·전통극 등 다 양한 공연을 접하며 예술 감각을 넓혔다. 1921년 여름에는 재일 한국인 동우회 순 회극단의 일원으로 귀국해 전국 25개 도 시에서 순회연주회를 했다. 당시 신문 등 기록은 윤심덕의 독창이 공연 전후에 관 객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분위기를 끌어올 렸다고 전한다. 1923년 귀국한 윤심덕은 그해 6월 26일 첫 연주회를 시작으로, 1924년 11월까지 활발한 무대 활동을 이어갔다. 그의 공연 은 ‘신여성’, ‘정통 성악가’, ‘무대 위 존재감’ 이라는 세가지 요소가 맞물려 대중의 관심 을 받기 시작했다. 그 속에는 찬사와 함께 전통적 시각에서 진취적인 신여성을 바라
코드 취입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선 상에서 일어난 윤심덕과 김우진의 사건은 한 스타의 개인적 비극을 넘어 사회적 이 슈로 부상했다. 윤심덕의 전성기는 짧았지만, 그의 이름 과 ‘사의 찬미’는 사건이 남긴 잔상과 함께 한국 초기 대중문화에 강렬한 흔적을 남 겼다. 특히 스타의 비극이 문화 트렌드로 소비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는 점에서 한 국 대중문화사에 여러 의미를 남겼다. 지난달까지 특별 전시 ‘원 테이블: 6. 사 (死)의 찬미, 100년의 변주’를 선보였던 한 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기록원의 김 현옥 학예연구사는 “‘사의 찬미’에는 식민 지라는 격변의 시대를 주체적으로 살아낸 근대 지식인의 고뇌, 가부장적 관습과 예 술에 대한 편견에 맞선 예술가의 삶, 죽음 을 암시하는 듯한 염세적 가사와 곡조, 그 리고 동반 죽음이라는 극적인 사건이 입 체적으로 맞물려 있다”며 “대중은 단순히 비극적인 사랑이나 자극적인 풍문을 넘어,
‘사의 찬미’는 시작부터 단순한 대중가요 가 아니었다. 윤심덕과 김우진이 함께 자취 를 감춘 뒤 언론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정 사’(情死)로 소비했고, 시신과 유서로 알려 진 문서 역시 확인이 쉽지 않아 자살설·타 살설·도주설 같은 추측이 뒤섞였다. 이런 ‘ 미완의 이야기’는 작품으로 옮겨갈 때마다 새로운 장면을 낳는 재료가 됐다. 가장 먼저 트렌드에 편승한 쪽은 영화 였다. 1969년 3월 개봉한 영화 ‘윤심덕’은 1967년 4월 방송된 라디오 드라마를 바 탕으로 만들어졌다. 당대 스타였던 문희와 신성일이 윤심덕과 김우진을 연기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다만 이 영화의 서사는 상 당 부분 허구였다. 사실을 그대로 옮기기보 다, 대중이 원한 감정의 흐름을 더 선명하 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1970년대 중반부터는 ‘사의 찬미’가 더 다양한 장르로 옮겨갔다. 라디오·TV·영 화에 그치지 않고 연극, 뮤지컬, 오페라 같 은 무대에서도 되살아났다. 소설이나 만화
로도 만들어졌다. 1988년에는 극작가 윤대성의 동명 희곡 을 바탕으로 한 연극 ‘사의 찬미’가 이혜영 주연으로 초연됐고, 1990년에는 같은 희 곡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윤석화 주연의 뮤 지컬 ‘사의 찬미’가 무대에 올랐다. 또 1991 년 영화 ‘사의 찬미’가 청룡영화상에서 작 품상과 남녀주연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며 대중의 시선을 다시 끌었다. 최근에는 방송가도 ‘사의 찬미’에 주목 했다. 2018년 방송된 이종석·신혜선 주연 의 SBS 드라마 ‘사의 찬미’는 배우들의 연 기로 호평 받았고, 블루레이 제작으로 이 어질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연극 ‘사의 찬미’는 지난해 초연 35주년 을 기념해 다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새 무대에선 실종 후 생존한 윤심덕이 파리에 서 나혜석을 만났다는 가상의 설정이 추 가됐다. 김 학예연구사는 “윤심덕, 김우진 두 예 술가의 삶과 ‘사의 찬미’라는 강렬한 음악 성에 ‘기록의 공백’이 더해지며 완결되지 않은 ‘열린 서사’를 이뤘다”며 “이 서사적 여백이 격동의 시대상과 극적 사건에 결 합하면서 영화, 연극, 뮤지컬, 무용, 오페라, 소설 등 저마다의 언어로 끊임없이 변주 되는 강력한 생명력을 얻은 것”이라고 설 명했다. ‘사의 찬미’는 후대 음악인들에 의해 노 래로도 여러 차례 리메이크됐다. 1963년 정시스터즈의 ‘달리는 인생’( 부제 ‘일명 사의 찬미’)을 필두로 최양숙 (1971년), 최정자(1971년), 이현(1974년), 이채연(1970년), 문주란(1989년), 윤석화 (1995년), 한영애(2003년), 이미자(2009 년), 화자(2024년) 등이 시대를 이어가며 이 곡을 재해석했다. 포크 싱어송라이터 김정호는 ‘사의 찬미’ 를 자신의 음반 석 장에 수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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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3일 목요일
‘오디세이’ 열풍에 ‘트로이’ 시청 40배 늘어…놀런 작품도 인기 ‘트로이’ IPTV서 전월보다 구매 4천% 증가 ‘오펜하이머’ 등 놀런 감독 작품, 50위권 진입 영화 ‘오디세이’ 열풍에 트로이 전쟁을 다룬 ‘트로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전 작 ‘오펜하이머’ 등 관련 영화도 인기를 끌 고 있다. 지난달 29일 영화진흥위원회 온라인상 영관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 난 26일까지 SK Btv, LG U플러스 tv, 지니 TV 등 IPTV에서 영화 ‘트로이’를 구매한 건수는 2만3천653건으로 전월(574건) 대 비 4천20.7% 급증했다. ‘트로이’는 구매 건수 순위는 전월보다 103계단 뛰어올라 ‘군체’(10만1천648건), ‘ 왕과 사는 남자’(5만152건) 등에 이어 7위 를 차지했다. ‘트로이’는 고대 그리스 시대 트로이 전 쟁을 그린 영화로, 2004년 국내에서 개봉 했다.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올랜도 블룸 분)와 스파르타 왕비 헬레네(디아네 크루 거)의 도주로 시작해 아킬레우스(브래드 피트), 헥토르(에릭 바나) 등의 영웅이 10
년간 벌인 전쟁의 과정을 따라간다. 국내 개봉 당시 385만여명이 관람하며 인기를 끌었다. ‘트로이’는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 의 전사(前史)로서 주목받은 것으로 보인 다.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이후 이야기가 주된 서사로, 오디세우스(맷 데 이먼 분)가 자신의 왕국 이타카로 돌아가 는 여정을 담았다. 놀런 감독은 ‘트로이’ 제작 과정에 참여 한 인연이 있다. 그는 최종적으로 연출을 맡지 않았지만, 당시 얻은 트로이 목마의 이미지가 그의 머릿속에 20년간 남아 ‘오 디세이’ 제작의 씨앗이 됐다. 동명의 1997년 영화 ‘오딧세이’(The Odyssey)도 관심을 받고 있다. ‘오딧세이’ 는 이달 구매 건수가 2천306건으로 전월 (27건) 대비 8천440.7% 급증했다. 안드레이 콘찰롭스키가 연출한 이 작품 은 TV에서 방영된 2부작 시리즈 영화로,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가 태어난 때부터 시작해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 에 참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그 렸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에서 는 지난주(8월 17∼23일) 주간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놀런 감독의 다른 작품들도 주목받고 있 다.
‘비서진’ 이서진 “이번엔 ‘나 혼자 산다’ 이겨보고 싶다” “시즌1도 ‘나 혼자 산다’와 같은 시간대 였는데 (시청률 대결에서) 한 번도 이겨 보 지 못했죠. 확실하게 밟는 순간 김광규 형 에게 ‘2026 SBS 연예대상’ 대상의 영광을 돌리고 싶어요.”(이서진) 배우 이서진은 2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 린 SBS ‘무엇이든 해줄지니-비서진’(이하 ‘ 비서진’) 제작발표회에서 “‘나 혼자 산다’ 한번 이겨보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 김광규는 파일럿인 ‘남자가 혼자 살 때’부터 출연한 ‘나 혼자 산다’의 개국공신이기도 하다. 이 프로그 램으로 2013년과 2014년 ‘MBC 방송연예 대상’에서 버라이어티 부문 남자 우수상과 인기상을 받았다. 이서진은 “형이 ‘나 혼자 산다’ 출신인데 배신하고 여기 와 있는 것”이라며 “저희가 잘할지 못할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재미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1시 10분 첫선을 보이는 ‘비 서진’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방 송한 ‘내겐 너무 까칠한 매니저-비서진’의 시즌2 격이다. 이서진과 김광규가 비서로 스타들의 하 루 스케줄을 직접 따라다니며 진솔한 이야 기를 듣는 새로운 형식의 토크쇼다. 시즌1에서 배우 조정석과 박신혜, 그룹 아이브의 안유진과 가수 남진 등 스타들
배우 이서진, 김광규.
의 매니저를 자처했던 두 사람은 시즌2에 선 스타의 은밀하고 사적인 영역까지 책임 지는 비서로 변신한다. 연출을 맡은 김정욱 PD는 “이서진이 시 즌1을 찍으며 ‘내 안에 노예근성이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매니저의 역할보다 더 많은 일을 시키고 싶었다”며 “두 분도 지난 시즌 보다 훨씬 더 열심히 해주고 계신다”고 프 로그램 부제를 변경한 이유를 설명했다. ‘비서진’을 찍으며 수발하는 역할에 적
응했다는 이서진은 “저희 프로그램의 취 지는 자기 매니저와 비서가 얼마나 고마운 사람인지 알게 하는 것인데, 저희가 너무 잘해서 스타들이 고마움을 몰라주는 것 같아서 그게 싫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시즌2는 가수 비비를 시작으로 그룹 리 센느, 가수 서인영 등 ‘요즘 대세’라 불리 는 연예인들이 수발을 받는 ‘마이 스타’로 출연한다. 김 PD는 “서인영의 경우는 이서진이 ‘방
‘오펜하이머’는 이달 구매 건수가 4천366 건으로 전월(287건)보다 1천421.3% 증가 했다. 놀런 감독의 전작 ‘오펜하이머’(2023) 는 미국의 천재 과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 (1904∼1967)의 전기 영화로, 그가 2차 세 계대전 중 핵무기 개발을 위한 '맨해튼 프 로젝트’를 주도하는 과정을 그렸다. 문명의 파괴와 이를 주도한 데 대한 자 기 성찰을 담았다는 점에서 ‘오디세이’와
송 나갈 수 있겠니?’라고 말할 만큼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며 “앞으로 해외 촬영도 준 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규는 시즌2에 초대하고 싶은 '마이 스타'로 에스파의 카리나, 그룹 블랙핑크를 꼽았다. 그는 “(비비를 수발한) ‘워터밤’에서 제 가 좋아하는 카리나를 만났는데 한번 모 시고 싶다”며 “시청자분들이 블랙핑크 분 들과도 만나면 좋겠다”고 바랐다. ‘비서진’의 재미는 젊은 스타와 노쇠한 비서 이서진과 김광규의 케미스트리(호흡) 에서 나온다. 첫 회를 여는 비비 편에서는 ‘워터밤’으 로 세대 차이를 느끼는 이서진·김광규와 비비의 모습이 담긴다. 김광규는 “어릴 때 물이 귀해서 공동 수 도에서 산동네로 물지게를 지고 가서 물을 썼다. 그 귀한 물을 그렇게 쓰는 걸 처음 보 고 깜짝 놀랐다”며 “우리 엄마가 보면 난리 난다. 물바가지로 장난을 쳐도 혼났는데 세 상이 참 많이 변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서진 역시 “수영장이 없는 곳에서 수 영복만 입는 걸 처음 봤다”며 “새로운 문화 체험이었다”고 말을 보탰다. 나이를 먹고 매니저의 경험까지 더해 더 노련해졌지만, 반대로 더 지쳐버린 두 사람 의 모습도 흥미로운 관전 요소다. 이서진은 “만성피로를 겪는, 내일모레 환 갑인 사람과 갱년기를 직통하는 사람이 어 렵게 하고 있다”며 “젊은 친구들 뒤치다꺼 리하느라 힘들다”고 웃음 지었다.
주제 의식이 통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오 디세이’의 오디세우스는 당시 문명을 지탱 하던 ‘제우스의 법’(손님과 그를 맞이하는 주인은 서로 신뢰하고 베풀고 안전을 보장 해야 한다는 규범)을 자신이 깨뜨렸다는 데 대한 죄책감을 드러낸다. ‘오펜하이머’를 비롯해 국내에서 천만 관 객을 동원한 ‘인터스텔라’(2014), 의식과 꿈을 넘나드는 상상력으로 주목받은 ‘인셉 션’(2010) 등의 놀런 감독 작품도 IPTV 구 매 건수가 늘며 상위 50위권에 진입했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오디세이’는 그리 스 신화 속 장엄한 세계관을 구현한 영상 미로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영화 사상 최초로 전 분량을 아이맥스(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해 아이맥스 상영관의 인기가 높다. ‘오디세이’는 전날까지 801만7천여명이 관람해 ‘왕과 사는 남자’(1천691만7천여 명),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834만4 천여명)에 이어 올해 개봉작 흥행 3위에 올라가 있다. 이날 오전 9시 현재 예매율이 상영작 중 가장 높은 66.5%로, 57만2천여명이 관람 을 기다리고 있다.
김수현, 국내 활동 재개 배우 김수현( 사진)이 약 1년 6개월 만에 국내 공식 석상에 모 습을 드러낸다. 더팩트 뮤직 어워즈(TMA) 조 직위원회는 “다 음 달 19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리는 ‘2026 더 팩트 뮤직 어워즈’에 김수현이 시상자로 참석한다”고 28일 밝혔다. 그의 국내 공 식 무대 등판은 지난해 3월 기자회견 이 후 처음이다. 앞서 김수현은 과거 미성년자였던 고 (故) 김새론과 교제했다는 의혹에 휩싸 인 바 있다. 관련 문제를 제기했던 유튜브 채널 ‘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 대표는 정보통 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구 속기소 됐으며, 김수현은 아동복지법 위 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후 해외 광고 촬영 등으로 활동을 재개한 그는 지난달 23일 인도네시아 최 대 민영 방송사 RCTI의 창사 37주년 특 집 생방송 무대에 올랐다. 오는 10월에는 현지 패션 브랜드 ‘벤치’의 모델 자격으 로 필리핀 마닐라 SM몰 오브 아시아 아 레나에서 2만명 규모의 팬미팅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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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3일 목요일
워킹맘 킬러vs재벌 형사…금토 안방 ‘사이다 히어로’ 맞대결 MBC 금토드라마 ‘유부녀 킬러’와 SBS 금토드라마 ‘재벌X형사2’가 동시간대 안 방에서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다. 30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유부녀 킬러’와 ‘ 재벌X형사2’는 각각 9.9%, 7.9%의 전 국 시청률을 기록하며 2.0%p 격차를 보 였다. 두 드라마는 법과 제도의 한계를 뛰어 넘은 주인공들을 앞세웠다는 공통점이 있 다. ‘유부녀 킬러’에선 평범한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냉철한 킬러가, ‘재벌X형사2’에 선 막대한 재력과 인맥을 가진 철부지 재 벌 형사가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방법 으로 범죄자를 응징하며 통쾌한 대리만족 을 선사한다. ◇킬러의 육아휴직·형사의 재력…평범함 과 특별함의 공존
‘유부녀 킬러’는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비밀리에 킬러로 활동하던 워킹맘이 육아 휴직을 끝내고 현업에 복귀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주인공 유보나(공효진 분)는 기자인 남 편 권태성(정준원)과 결혼해 4살짜리 딸을 키우는 평범한 엄마로, 두루미전자 영업3 팀 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진 짜 정체는 범죄자를 처단하는 전설의 저 격수 ‘킹피셔’로, 회사원이란 신분 역시 위 장이다. “감옥에 갇히는 게 안전하다”는 말이 나 올 정도로 범죄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인물이지만, 그의 일상은 여느 직장인이나 주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의 무력함에 서 오는 번아웃(정서적 소진)을 견디지 못 해 사표를 내는가 하면, 자신을 못마땅해 하는 시어머니의 고된 시집살이에 마음고 생도 한다. 출산 후 3년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그는 ‘클라이언트 미팅’을 빙자 한 첫 임무를 대낮에 서둘러 끝낸다. “ 남편이 오늘 늦어 애 데리러 가야 한다” 는 이유에서다. 일과 가정생활 모두 잘 해내고 싶어 하는 워킹맘의 일상성과 잔
‘재벌X형사2’에 출연한 배우 안보현.
‘유부녀 킬러’에 출연한 배우 공효진.
‘김부장’ 이어 ‘유부녀 킬러’·‘재벌X형사2’ 통쾌함 선사 “사법 시스템 불신 배경…일상 인물의 초현실적 이야기” 혹한 킬러라는 비일상성이 한 인물 안에 서 공존하는 모습이 ‘유부녀 킬러’의 재 미 요소다. ‘재벌x형사2’의 주인공 진이수(안보현) 역시 범죄자를 잡는 형사인 동시에 엄청 난 부와 권력을 지닌 재벌가의 ‘도련님’이 란 점에서 이중적 면모를 지닌다. 시즌1에서 변호사 자격으로 얼떨결에 특 채 형사가 된 그는 경찰학교에서 정식 훈련 을 마치고 시즌2로 돌아왔다. ‘수사가 막히면 돈이 부족한 게 아닌지 생각해 보자’는 그는 일반적인 형사라면 예산이나 절차의 한계 때문에 엄두를 내 기 힘든 수사도 막대한 재력으로 밀어붙
박동수
인다. 폐가 수색에 영장 집행이 필요하자 그 집을 아예 사들이고, 해외로 도피한 용 의자를 붙잡기 위해 전용기를 띄우는 등 아낌없이 돈을 쓰는 ‘플렉스 수사’로 위기 를 타개한다. 반면 모든 것을 가진 듯한 재벌도 직장 생활은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시즌2에서 진이수의 새로운 파트너가 된 주혜라(정은 채)는 경찰학교 시절 그를 혹독하게 훈련 한 ‘악마 교관’이다. 교관과 교육생에서 상사와 부하직원으 로 다시 만나 충돌하면서도 차츰 신뢰를 쌓아가는 두 사람의 관계 변화도 작품의 관전 요소다.
◇총과 돈으로 뚫는 답답한 현실…“공감 안기는 생활밀착형 히어로”
‘유부녀 킬러’와 ‘재벌X형사2’를 관통하 는 키워드는 사이다 같은 쾌감이다. 유보나 는 법의 테두리 밖에서 총으로, 진이수는 사법 시스템 안에서 돈과 인맥으로 범죄자 를 잡는다. 방식은 다르지만, 현실에선 통 용되지 않는 수단으로 문제를 단숨에 풀어 나가는 점은 같다.두 사람은 법이 공정하 고 강력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시청자들의 답답함을 대신 해소해주는 존재다. 주부와 형사라는 현실적인 인물이 비현실적인 힘 으로 악인을 처벌한다는 판타지가 속 시원 한 쾌감을 안긴다.
이러한 주인공은 올해 최고 시청률 기 록을 쓴 SBS 드라마 ‘김부장’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김부장’에선 특수요원 출신이 지만 홀로 딸을 키우며 평범하게 살아가던 중년 아빠 김부장(소지섭)이 딸이 납치되 자 정체를 드러내고 악인을 직접 응징하 는 통쾌한 액션이 국내외 시청자들의 호 응을 얻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작품들이 꾸준히 사 랑받는 배경에 사법 제도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학교 국 문학과 교수는 “최근 사법 체계 자체가 개 혁의 대상으로 지목되는 현실이 역설적으 로 기존 공권력이 제 역할을 충분히 수행 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존재한다는 의미"라 고 지적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도 “악질 범죄자 들, 돈과 권력이 있는 범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불신이 있다”며 “이런 가운데 킬러로 활동하는 주부, 경찰 이 된 재벌 같은 역할은 드라마 속에서 현 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과감한 시도” 라고 해석했다. 평범한 일상을 사는 인물에게 비범한 능 력을 부여한 설정 역시 현실감을 더하는 장치로 풀이된다. 직장과 가정에서 누구나 겪을 법한 문제로 고민하는 모습과 결정적 인 순간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겹쳐두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감정적인 몰 입을 끌어낸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우리 역시 언제든 폭력적인 상황이나 범죄에 노출될 수 있는 현실에 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현실엔 없을 것 같은 초월적인 힘을 가진 영웅보다 일상 에 존재하는 영웅을 보여주는 것이 초현 실적인 이야기에 현실감을 부여한다”고 말 했다. 김 평론가는 이런 주인공들의 경향이 최 근 지상파 드라마의 공통적인 흐름이라고 꼽으며 “지상파의 주요 시청층을 겨냥해 공감 요소를 장르물과 결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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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원하는 대로의 삶 배우로서 공감됐죠”
“눅눅한 인생에 빛 드는 여정 밀도 있는 클래식 영화”
‘비광’ 하지원
‘비광’ 류승룡
배우는 선택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다. 가깝게는 감 독·광고주, 멀게는 대중의 눈에 들어야 하니 배우는 이들이 원하는 이미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영화 ‘비광’에서 배우 하지원이 연기한 남미도 마 찬가지다. 톱스타에서 생계형 연예인으로 추락한 남 미는 먹고 살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으면서 굼 벵이를 먹어야 하고 원하지 않은 TV 프로그램 진행 도 맡는다. 하지원은 그런 남미에 깊이 공감하며 연기했다. 그 는 실제 남미처럼 몰락한 경험이 없는 톱스타지만, 그를 연기하며 같은 배우로서 가슴 아픈 순간도 있 었다. “‘사회가 원하는 나’로 살아가야 하잖아요. 배우란 직업을 떠나 가족, 회사, 학교가 바라는 나도 있을 테 고요. 저는 남미처럼 추락을 경험한 건 아니지만, 사회 에 놓인 여배우 하지원이란 존재가 있으니까요.” 2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하지원은 “제 직업도 배우고 남미도 배우여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 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비광’은 야구 선수 중구(류승룡 분)와 남미가 살 인범으로 몰린 딸 동주(김시아)를 구하기 위해 나서 는 이야기다. 남미는 톱스타로서 중구와의 결혼으로 정점을 찍 지만, 중구의 사생아 동주가 나타나며 중구와 파경을
영화 ‘비광'에 등장하는 중구(류승룡 분)의 가족들 은 궁상맞다. 모피코트를 비롯해 화려한 문양과 색이 있는 옷을 갖춰 입었지만, 유행에서 한참 벗어나 있어 어딘지 모 르게 어긋났다고 느끼게 한다. 화려했던 과거에 멈춰있는 듯한 인상은 극 중 야구 선수 중구의 몰락에서 비롯됐다. 꼴찌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톱스타 남미(하지원)와 결혼하며 인생의 절정 을 누리던 중구는 사생아인 딸 동주(김시아)가 등장 하면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중구의 어머니가 머무 는 곳도 고층 아파트에서 언덕을 한참 올라가야 나오 는 집으로 바뀌었다. 각자 초라한 삶을 살던 중구네 가족은 동주가 살 인범으로 지목되면서 8년 만에 뭉치게 된다. 중구네 가족이 동주를 구하는 여정은 그들 자신도 바꿔놓 는다. 2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비광’의 주 연 류승룡은 “눅눅한 인생에 밝은 빛이 들어오는 과정이 작품에 담겨 있는 것 같다”며 “밀도 있는 클래식한 영화 한 편을 보신 느낌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광’은 한때 톱스타였던 중구·남미 부부를 비롯한 가족들이 사건에 휘말린 딸 동주를 구하기 위해 나서 는 이야기다. 개구리 그림이 그려진 동명의 화투패에
하지원은 “남미뿐만 아니라 엄마, 친구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도 돌아보며 생각을 많이 했던 기간이었다”며 “준비기간이 길어진 만큼 캐릭터가 더 숙성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많이 준비한 뒤 현장에서는 자기를 비 우고 편하게 연기했다고 떠올렸다.
“캐릭터 위해 극단 다이어트…유튜브·음방 도전, 시야 넓어져” 맞고 몰락한다. 하지원은 출연 계기에 관해 “제가 강하고 판타지가 있는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남미의 삶은 끈적했다”며 “가족들 캐릭터도 생생하고 실제 삶이 느껴지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캐릭터의 생활감이 느껴지도록 많은 연습을 했다고 돌아봤다. 평생 욕은 모르고 살아온 그가 이지원 감독에게 배 운 거친 욕설도 그중 하나였다. 전날 시사회에 참석한 이 감독은 하지원이 욕설 연 기를 낯설어해 몇 장면은 자신이 직접 녹음했다며 그 의 욕설 연기에 ‘20점’이란 박한 점수를 주기도 했다. 하지원은 “욕은 발음보다 진정성이 중요하다”며 “ 저는 진정성에서 우러나와 욕을 뱉은 연기여서 100점 을 주고 싶다”고 웃음 지었다. 몰락한 이후의 남미를 표현하기 위해 살도 빼야 했 다. 그는 평소 다이어트 방법과는 다르게 밥을 전혀 먹지 않고 짧은 기간 내 몸무게를 감량했다. 하지원은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해 외적인 변화를 줬다”며 “머리도 탈색해 더 상하게 하고 피부 관리도 안 했다”고 말했다. 촬영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미뤄지면서 되레 준비 에 더 공을 들이게 됐다. 촬영은 1년 지연돼 2021년 마무리됐다.
작품은 촬영이 끝난 지 5년 만에 다음 달 2일 관 객을 만난다. 하지원은 “너무나 기다렸던 개봉이어서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며 “나라는 존재를 한 번 더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테니 영화를 보러 와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원이 스크린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담 보’(2020) 이후 6년 만이지만, 그는 그사이 드라마 ‘클 라이맥스’(2026) 등을 선보이며 꾸준히 활동했다. 최근에는 유튜브 콘텐츠 ‘26학번 지원이요’에 출연 해 대학생 새내기에 도전했다. 이 콘텐츠에서 한 공약 은 지난 5월 음악방송 MBC ‘쇼! 음악중심’ 출연으로 도 이어졌다. 하지원은 유튜브 출연에 대해 “세상을 이해하기 위 해 나와 다른 세대와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이 늘 있었 다”며 “제가 궁금하고 알고 싶어서 콘텐츠를 찍게 됐 다”고 설명했다. 23년 만의 음악 방송 출연에 대해서는 “공약을 지 키려고 무대에 나갔는데 너무 떨렸다”며 “방송 일정 이 잡히고 난 뒤 잠을 잘 자지 못하다가 방송하고 난 뒤 숙면했다”고 웃음 지었다. 하지원은 어렵고 힘든데도 도전을 계속하는 이유를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라고 했다. 도전에 거침없는 그 의 모습은 앞으로 다양한 모습을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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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드러낸다. 류승룡은 전날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자 깍두기 장 면을 비롯해 당시 촬영했던 순간들이 4D처럼 생생히 다가왔다고 했다. 그는 “힘들었다는 것과 함께 ‘정말 진심을 다했다’ 는 것을 느꼈다”며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김부장’으로 백상예술대상…“선물 같은 작품, 배우로 보람” 서 제목을 땄다.류승룡은 영화 ‘7번방의 선물’(2013), 드라마 ‘무빙’(2023) 등에 이어 다시 한번 아버지 역할 을 맡았다. 그는 아버지 역할을 많이 연기했다는 생각 에 처음엔 출연 제안을 거절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움직인 건 작품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이지원 감독의 손 편지였다. 출국하기 전 편지 를 받게 된 류승룡은 비행기에서 그것을 읽고 출연하 기로 마음을 먹었다. 류승룡은 “감독님의 편지가 제 마음을 움직였다”며 “‘비광’을 왜 만들게 됐고, 나와 왜 하고 싶은지 다섯 장 분량에 적혀 있었는데 눈물자국도 있었다. 그것에 내 마음도 번져버렸다"고 웃음 지었다. 무더운 여름날 진행된 촬영 현장은 쉽지 않았다. 특히 동주를 구하기 위해 순댓국집에서 깍두기 국 물을 스스로 붓는 장면이 가장 어려웠다고 류승룡 은 떠올렸다. 꼼꼼한 이 감독이 매운 고추씨와 무 즙, 까나리 액젓으로 실제 깍두기 국물을 준비했 다고 한다. 류승룡은 “부은 국물이 눈썹 사이를 타고 눈으로 내려왔다”며 “물파스를 분무기에 넣고 눈에 쭉쭉 뿌 리는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류승룡이 아픔에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하자 한 번 더 촬영이 진행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완성한 장면 은 극 중 동주를 위해 헌신하는 중구의 모습을 단적
고 말했다. 그는 또 “결과물이 시나리오를 읽고 촬영할 때 상 상했던 그대로여서 소름이 끼쳤다”며 “감독님이 ‘영 혼을 갈아 넣었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맞는 것 같 다”고 덧붙였다. 류승룡은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발히 활 동하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로 지난 5월 열린 제6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방송 부문 대상을 거머 쥐었다. 류승룡은 “50대 중년 남성의 이야기는 정통 사극 아니면 잘 볼 수 없다”며 “진정한 가치와 행복이 무엇 인지 고민하던 때 고맙게도 그 작품이 선물처럼 찾아 왔고 많이들 좋아해 주셨다. 배우로서 정말 보람 있 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이야기의 힘이 느껴지는 작품을 선호한다며 앞으로도 그런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했다. 지금은 ‘무 빙’ 시즌2를 촬영하고 있다. “칸영화제에서 상 받은 이란 영화 ‘그저 사고였을 뿐’(2025)을 완전히 집중해서 봤는데 제작비를 10억 원밖에 안 들였다고 하더라고요. 컴퓨터그래픽(CG)보 다는 이야기와 상상의 힘인 거죠. 앞으로 이런 작품 을 선호할 것 같아요. ‘비광’도 제 젊은 시절 피부 정도 만 CG예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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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3일 목요일
에디 고메즈 “재즈는 노래·춤과 같아…우릴 인간답게 하죠” “메이저 리그처럼 수준 높은 연주 배워…좋은 연주 위해선 잘 들어야” “재즈를 한다는 건 서로 노래하 고 춤추는 것과 같습니다. 좋은 감 정과 느낌을 밴드 멤버 그리고 관 객에게 전달해야 하죠.” 1966년 미국 시카고의 재즈 클 럽 ‘런던 하우스’에서 전도유망한 22세 청년 연주자가 유명 재즈 피 아니스트 빌 에반스(1929∼1980) 를 처음으로 마주했다. 이 청년은 당대 최고의 연주자로 꼽히던 에반스로부터 “미래에 함께 연주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말 을 듣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 는 실제로 몇주 뒤 투어 합류 제안 을 받았고, 이렇게 에반스와의 오 랜 인연이 시작됐다. 바로 전설적인 재즈 트리오 ‘빌 에반스 트리오’ 출신 베이시스트 에 디 고메즈(82) 이야기다. 고메즈는 60년 전인 1966년 이 래 1977년까지 11년간 빌 에반스 트리오에서 활동하며 팀에서 가장 오래 활동한 멤버로 기록됐다. 다음 달 대구와 서울에서 자신이 이끄는 트리오로 내한 공연을 앞둔 고메즈는 27일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빌 에반스 트리오에서 역할을 맡는다는 건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하는 것처럼 매우 큰 일이 었다”며 “높은 수준의 즉흥 연주 를 해 나가면서 성장과 배움이 이 뤄졌고, 이는 마치 메이저 리그에 서 활동하는 것과도 같았다”고 되
돌아봤다. 다만 “제가 빌 에반스 트리오의 멤버가 될 자격이 충분한지 스스로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 다”며 “이는 다른 이들 탓이 아닌 ‘ 내가 이 트리오에 맞는 멤버일까’ 하 는 의구심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고메즈는 정통 재즈부터 프리 재 즈, 퓨전, 라틴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다채로운 스타일로 연주하 기로 유명한 베이시스트다. 그가 몸담았던 빌 에반스 트리 오는 피아노, 베이스, 드럼이 실시 간으로 합(合)을 주고받는 인터플 레이(Interplay)로 명성을 크게 얻 었다. 고메즈는 이러한 좋은 연주의 조건으로 ‘잘 듣는 것’을 강조했다. 고메즈는 “어떤 밴드를 하든 간 에 잘 듣는 게 중요하다. 말은 쉽지 만, 이를 지키기는 무척 어렵다”며 “음악을 한다는 것은 마치 물레로 옷을 짜듯 여러 사람이 협력하는 일이다. 에반스와 함께 해냈던 것들 은 수년의 시간이 걸려서 나온 것” 이라고 밝혔다. 또한 “트리오 연주라는 것은 마 치 함께 노래하거나 춤을 추는 파 트너가 있는 것과도 같다”며 “이런 여러 요소가 함께 동시에 제대로 구현될 때 정말 멋진 일이 일어난 다”고 했다. 고메즈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 마이 풀리시 하트’(My foolish
heart), ‘마이 맨스 곤 나우’(My man's gone now), ‘올 더 싱스 유 아'(All the things you are) 등 빌 에반스 트리오의 주요 레퍼토리를 들려준다. 마일스 데이비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솔라’(Solar)도 무대에 올린다. 그는 “재즈 뮤지션이 하는 것은 결국에는 즉흥 음악”이라며 “(익 숙한 곡의) 같은 음을 연주하더라 도 어떤 시간에 연주하는지, 밤인 지 낮인지에 따라 조금씩 느낌이 달라진다. 저는 이처럼 조금씩이나 마 다르게 연주하는 것을 추구한 다”고 짚었다. 올해로 82세인 고메즈는 여전히 매일 음악을 만들고, 다음 공연에 서 어떤 곡을 연주할지 고민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런 하 루하루의 일상이 자신을 앞으로 계 속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란다. 그는 “음악을 한다는 것은 큰 선 물이고,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일”이 라며 “내리쬐는 햇빛을 맞을 때 정 화되는 느낌을 받는 것처럼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그 느낌 혹은 그 루브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음악은 물론 미술, 발레, 건 축 등 이런 모든 것들은 결국 인 간에 관한 것들”이라며 “재즈는 우 리를 더욱 인간답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모두 예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즈 베이시스트 에디 고메즈
고메즈가 한국 무대에 오르는 것 은 지난 2024년 첫 내한 이후 2년 만이다. 2년 전 한국 팬의 환대가 인상 깊었다는 그는 또다시 연주
를 들려드릴 수 있게 돼 감사하다 고 말했다. “재즈가 제게 어떤 의미냐고요? 다음에 무엇을 혹은 무슨 말을 할
지 모르더라도 좋은 의도로 마음 에 사랑을 품고 무언가를 한다는 거죠! 그게 바로 제게 재즈의 의미 랍니다.”
작곡가로도 정상 오른 앤서니 홉킨스…英 클래식차트 1위 영화 ‘양들의 침묵’·‘더 파더’ 등 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두 차례 받은 전설적인 배우 앤서니 홉킨스(88·사진)가 클래식 음반으 로도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달 30일 영국 일간 인디펜 던트에 따르면 홉킨스의 첫 클래식 앨범 ‘라이프 이즈 어 드림’이 영국 오피셜 차트 클래식 부문 주간 1위 에 올랐다. 이 차트는 영국 내 오디오 스트 리밍 횟수와 다운로드, 음반 판매 량 등을 바탕으로 매주 집계한다. ‘라이프 이즈 어 드림’은 독학으 로 작곡을 익힌 홉킨스가 평생에 걸쳐 만든 관현악곡 12곡을 담은 음반이다. LA 필하모닉을 이끌다 다음달
뉴욕 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 자리 를 옮기는 유명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봉을 잡았다.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피아니스 트 세르히오 티엠포, 첼리스트 그 레고리오 니에토 등도 참여했다. 음반 발매를 맡은 데카 레코드 의 로라 몽크스 사장은 “앤서니 홉 킨스 경과 두다멜 등 이 아름다운
음반 제작에 참여한 모든 이들과 함께 작업한 것이 꿈 같았다”며 “ 작곡가이자 클래식 음악 지지자 (Champion)로서 경의 재능을 인 정받은 것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홉킨스는 10대 시절부터 작곡 을 해왔으며, 이번 앨범에는 그가 1963년 작곡한 ‘1947: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도 담 겼다. 그는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클래식 음악에 대한 오랜 열정을 털어놓으며 “너무 늦었을 때는 없 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음반 판매액의 일부는 지휘 자 두다멜의 고향이자 최근 큰 지 진을 겪은 베네수엘라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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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라이어 캐리·테일러 스위프트 곡으로 앤트로픽 AI 무단학습” 저작권 피소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이 출판계에 이어 대중음악계가 제기 한 저작권 소송에도 휘말렸다. 지난달 29일 캘리포니아주 북부 연방지법에 따르면 대형 음반사인 소니뮤직과 워너채플뮤직은 앤트 로픽이 수만 곡의 가사와 악보를 무단으로 AI 학습에 활용했다며 소송을 냈다. 앤트로픽 법인 외에 다리오 아모 데이 최고경영자(CEO)와 기술 담 당인 벤저민 맨 공동창업자도 피 고로 적시됐다. 소니·워너 양사는 앤트로픽이 불법 사이트 등에서 내려받은 해적 판 도서와 실물 책을 구입해 스캔 한 파일, 인터넷 사이트에서 약관 을 위반해 대량으로 긁어간(크롤링 한) 데이터 등 통해 팝음악 악보와 가사를 입수, AI 모델 훈련에 썼다 고 주장했다. 이들은 앤트로픽이 무단으로 훈 련에 사용한 노래가 수천 곡 이상 이라며 주요 사례로 머라이어 캐리
(사진)의 캐롤 명곡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테일러 스 위프트의 ‘페이퍼 링스’(Paper Rings), 레너드 코언의 ‘할렐루 야’(Hallelujah), 본 조비의 ‘리빙 온 어 프레이어’(Livin’ on a prayer) 등을 꼽았다. 이에 더해 앤트로픽은 불법 복제 사실을 숨기려고 저작권 관리 정보 (CMI)를 조직적으로 조작·삭제하 기도 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이 때문에 AI 모델 클로드 이용 자가 특정 노래의 가사에 대해 질 문하면 원저작자에 대한 정보 없이 가사만 그대로 복제돼 출력하는 결 과물이 양산됐다는 것이다. 소니와 워너는 앤트로픽의 이 같 은 행위에 대해 “역사상 가장 거대 하고 노골적으로 진행되는 지식재 산권 도용”이라고 규정하고, 무단 복제된 곡당 최대 15만 달러에 달 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또 앤트로픽이 보유한 불법 복 제 가사 데이터베이스와 학습용 파일을 전량 영구 폐기하라고 요 구했다. 앞서 앤트로픽은 해적판 도서를 AI 모델에 사용한 데 대한 소송을 작가들에 15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하고 최근 합의 종결한 바 있다. 앤트로픽은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에 “우리는 그들 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며 법정 에서 적극적으로 방어할 방침”이라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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