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피란선에서 태어난 기적 같은 ‘김치 베이비’… 자유의 첫울음이었다
주말】

6·25전쟁 흥남 철수 작전 중 수송선서 태어난 손양영·이경필


탄절이었다. 전쟁 한복판에서 같은 날 피어난 다섯 생명은 피란민에게 ‘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살아 있다’는
증표와 같았다. 미군들은 이를 두고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했다. 신
생아들을 태어난 순서대로 ‘김치 1~5
호’라고 불렀다. 김치가 미군들에게
친숙한 단어였던 데다 ‘강인한 성격
의 한국인을 닮은 음식’이라는 이유
에서였다고 한다.
‘김치 베이비’의 축복 덕분일까. 흥
남항을 출발해 거제 장승포항에 닻
을 내리기까지 사흘간 배에 탄 피란
민은 한 사람의 사망자도 없이 전원
생존했다. 빅토리호는 단일 선박으
로는 가장 큰 규모의 구조 작전을 수
행해 2004년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2014년 개봉한 영화 ‘국제시장’에도
등장했다.
그로부터 76년이 흘렀다. 여전히
그날의 생명력을 증명하고 있는 두 명의 ‘김치’를 지난달 26일 거제시 옛
장승포항 여객선 터미널에 조성된 ‘

흥남철수기념공원’ 개관식에서 만났 다. ‘김치 1호’ 손양영(76·이북5도위 원회 함경남도지사)씨와 ‘김치 5호’ 이경필(76·장승포가축병원장)씨다. 두 사람은 “빅토리호 선원과 미군, 낯 선 거제 땅이 내어준 온정은 평생 갚 아야 할 빚”이라고 했다. -흥남철수기념공원이 생겼어요.
이 : “오랫동안 바라던 일이었습니 다. 이곳은 단순한 기념공원이 아니 라 안보 공원이자 평화 공원입니다. 흥남 철수는 인간의 생명을 끝까지 지켜낸 인도주의 작전입니다. 젊은
세대가 그 의미를 되새기고 역사를 배우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철수선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는 사
실이 삶에 어떤 의미였습니까.
손 : “우리는 수많은 사람의 희생 과 도움으로 살아남았어요. 어머니가
저를 낳자 피란민들은 비좁은 배 안 에서 몸을 녹이라며 너나없이 담요 를 덮어줬다고 합니다. 거제에 도착 하니 사람들이 빈방을 내어주고 밭 에 움막을 지어주고 주먹밥도 가져 다 줬답니다. 은혜를 잊지 않고 전쟁 의 참혹함과 평화의 소중함을 전하 는 것이 제 삶의 책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