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5월 29일 금요일 2026

Page 1


<평론>

죽음을 통한 회복

『좋은 곳에서 만나요』 이유리 연작소설 「오리배」를 중심으로

서론-한동안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의 죽음에 눌려 있다가 이유리의 연작소

설을 읽고 나니 뭉쳤던 근육이 풀렸다. 죽

음은 산 사람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

고 수긍해야 하나라는 책임이 따른다. 죽

음의 의미는 경건이지만, 죽음을 희화화

할 수 있는 것도 21세기라 가능하다. 현대

기술은 선조들과 고인들의 죽음을 고서

로 보관하기보다 판타지화한 텍스트, 게

임 개발자들의 프로그래밍화, AI 기술자

들의 죽은 자 소환까지. 유령을 4차원적

발상으로 판타지화 하는데, 죽음을 애도

하는 한편, 다양한 소재로도 확장하고 있

음을 알 수 있다.

죽 죽음의 양가적 정서-죽음은 삶을 지탱

하는 발판이다. 죽음은 살아있는 사람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남은 인생이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정상적인 죽

음일 때 가능하고, 가족의 고통은 헤아리

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자살한 지

영 아버지와 희재 엄마의 행위는 비겁하

고 이기적이라 말할 수 있다. 교통사고로

유령이 된 지영의 시선에서 볼 때 죽었다

고 끝나는 것이 아닌, 죽음은 살아있는 사

람과 연대해 있다.

인용하자면, 죽 죽음에 대한 심리학적 이

해[1]- “프로이트는 인간의 본능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나

는 삶의 본능이고 또 다른 하나는 죽음의

본능이다. 그는 삶의 본능을 리비도라고

하였고 죽음의 본능을 타나토스라 하였

다. 삶의 과정은 두 본능 사이에서 일어나

는 일종의 투쟁이다. 즉 삶의 본능은 유기

체로 하여금 식욕을 충족시키고 그에 따

라 여러 가지 종류의 자아가 일으키는 긴

장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죽

음의 본능은 유기질의 상태에 있는 생물

체들을 무기질 본래의 상태(흙)로 돌아가

게 하는 귀소 본능이 있다는 것이다. 프로

이트는 이 두 본능 가운데 죽음의 본능을

삶의 본능보다 더 기본적인 것으로 보았

다.”

죽음이 삶과 연동하고 있어서인지 이유

리 소설에 나오는 귀신들이 어제오늘 알

고 지내던 이웃들 같아 죽음조차 밝게 수

용된다. 죽음의 양가적 정서에는 희극과

비극이 있는데 이유리의 「오리배」도 이

런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아버지의 죽음

뒤에 알게 된 배신(아버지의 외도)이 비극

이라면 이복동생 희재를 가족으로 인정하

고 그동안 소통하지 않던 삶에서 소통을

시작한 건 희극이다. 택시 기사의 운전 부

주의로 화자가 황당하게 죽은 것이 비극

이라면 유령이 되어 가족의 중요성을 알

고 엄마와 희재를 오리배 선착장에서 만

나, 편안하게 떠날 수 있음은 희극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전 『로미오와 줄 리엣』도 비극과 희극의 양가적 정서가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대대로 원수 집 안으로 사랑할 수 없는 비극성을 갖고 있

는데 로미오를 따라 죽은 줄리엣은 비극 과 희극의 견해차를 두고 있다. 둘 다 죽

음으로 끝났다 하여 비극이라 말하지만, 죽음으로써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음을 희극이라고 단정 짓는 사람

들도 있다. 이렇듯 죽음의 양가적 정서는

유연하다. 이것은 인문학과 연관되며 심 오한 철학이 내포된다.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심리-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 귀신의 심리는 낙천적이

지 않고 불안한 상태였음을 드러낸다. 이 것은 프 프로이트[2] 억압 이론에서 유추할 수 있다. “자아가 의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원초적 충동, 고통스러운 기억, 불안 을 유발하는 생각 등을 무의식 속으로 밀

어 넣어 망각하게 만드는 방어기제”로 산

사람에게 귀신이 보인다거나, 헛것이 보 인다는 것을 심리 상태에서도 파악할 수

있다. 정신이 허약하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환영을 보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어

기제를 표출할 수 있다. 이 같은 심리적 문제로 기분을 상승시 키는 인물이 희재다. 희재가 처음 지영의 집에 왔을 때, 멀미를 쏟아낸 검은 봉지를 당당히 보여주며 아끼는 다이어리를 지영 한테 주는 모습에서 희재는 미워하고 원 망할 대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살아있 을 때 아내와 자식에게 제 역할을 하지 못 한 화자의 아버지가 죽음을 선택한 미완 의 존재라면, 아버지의 불륜으로 얻게 된 희재는 가족에게 행복을 주는 희망의 존 재다. 지영이 유령이 되어 오리배 선착장 에서 엄마와 희재를 만나기 위해

가야금

불러야 할 곡이 있어 그대 태어났는가

쪽 찐 머리 빗질하듯 줄 고르고 떨쳐 앉은 무릎에 기대어 현침에 오르내리는 바빠진 손길

들려줄 울음 있어

그대 태어났는가

어깨 타고 줄 위에 흐르는 애달픔

꺾이는 가락마다 뛰노는 가슴 마지막 떨림마저 어느덧 잦아들고

마음이 밝아졌다면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울감은 심리학적 관점에서 치료가 필요하다. 전염력이 강 한 우울감은 저마다 심리에 기초한 감정 의 상태가 있어, 어떤 사람은 만나면 기분 이 저하되고, 어떤 사람은 만나면 기분이

화자인

희재에 관심

있었던 건 부모의 무책임한 죽음 앞에 서도 총명하게 대처한 어린 희재의 행동 에서다. 주눅 들어야 할 상황에 감정을 드 러내지 않고 새 가정의 평화를 깨지 않으 려는 지혜로움이 희재가 갖춘 정신력이 다. 동일시는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보호

자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이 가족에 속해 야 안전하다는 무의식적 적응이 일어나 고, 상처를 준 현실보다 현재 돌봐주는 사 람에게 빠르게 정서적으로 붙는 경우’를 말하는데 희재의 행동에서 알 수 있다. *전문은 www.vanchosun.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울어야 할 슬픔이 남아 그대 태어났나 속 울음 속 울음에 껍데기만 남아버린 저어할 노래가 있어 몸으로 울 가얏고

밴조선 부동산 섹션 SPECIAL

EDITION

Vanchosun Media

331A-4501 North Road Burnaby B.C. V3N 4R7, The Vancouver Korean Press Ltd.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5월 29일 금요일 2026 by Vanchosun - Issu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