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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6일 토요일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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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나는 온전히 살아있다. 오늘이 어

제와 같고 내일도 오늘과 다르지 않을, 어

쩌면 진부하게 느껴지던 하루하루가 경이

롭기까지 한 요즈음이다.

이른 새벽길을 떠나 4시간여 만에 도착

한 강진 월출산 자락은 새 생명들의 함성

으로 넘실거린다. 열두 폭 월출산 능선에

둘러싸인 드넓은 녹차밭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풍경이다. 밤새 머금은 이슬로

이제 막 연둣빛 새순을 내미는 차밭은 마

치 윤슬이 반짝이는 초록빛 바다 같다. 박

새들의 맑고 고운 재잘거림이 백운동 원림

(白雲洞 園林)의 고요를 깨우고, 거꾸로 나

무를 타는 동고비와 나뭇가지에 앉아 쉬

지 않고 꼬리를 까딱대는 딱새들…, 모두

살아있음을 노래하는 몸짓들이다.

사흘 전까지 살아계시던 시숙께서 한 줌

의 재가 되었다. 만 하루 동안 이생에서 맺

은 인연들과의 작별 인사를 마친 그분은

이제 작은 유골함 속으로 거처를 옮겨 오

롯이 혼자가 되었다. 입구에 늘어선 화환

과 상주에게 조의를 표하는 문상객들로

영결식장은 의외로 북적였다. 많은 가족과

친척, 고인의 친구분들, 아들 회사 동료들

은 “고인께서 더 고생하지 않게 되어 다

행입니다.”라며 정중하게 애도의 뜻을 표

했다. 화려한 영결식장 분위기와 어울리게

조문객 중 누구도 그분의 죽음을 애통해하

며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예상보다 앞서

병상에서 돌아가신 80 중반 노인은 자식

이불 이 순간

의 짐을 덜어준 분이라며 안도하는 분위기

였다. 다음날, 화장과 발인을 거쳐 공원 가

족묘지 석관에 안장하기까지 모든 절차는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오전 중으로 마무

리되었다. 간결하고 신속한 안장식이 끝나

자 무덤덤하게 인사를 주고받던 사람들은

서둘러 각자의 일정대로 발길을 돌렸다.

남편은 고인이 되신 시숙의 얼굴 모습

과 목소리가 유난히도 닮았었다. 가끔 시

숙께서 저 까마득한 세월 건너 어릴 적 골

목 친구들 근황을 알릴 때면, 남편은 덩달

아 목소리에 활기를 띠곤 했다. 영결식장

에서 만난 그 옛날 동네 형들은 남편에게

진심을 담아 말했다. “너한테 아마 말을 못

했을 거야, 형이 우리한테 네게 고맙다는

말을 여러 번 했어.”라며 형의 유언 같은

말을 대신 전했다. 요즘 남편은 형에게 전 화를 하려다 그분의 부재를 실감하며, 형

이 남긴 ‘고맙다’라는 말로 허전함을 달래 는 듯하다. 그가 느끼는 상실의 고통은 형 을 사랑했던 만큼의 무게가 아닐까…, 아 픈 형에게 정성을 다하던 남편의 애통함 을 미루어 짐작하며 연암의 시 한 편을 떠

올린다.

우리 형 얼굴 수염 그 뉘를 닮았던가

아버지 생각나면 우리 형 바라봤지

이제 형 그리우면 어디에서 볼 것인가

내 얼굴 비춰 보러 시냇가에 가 봐야지

이 시는 연암 박지원(1737-1805)이 51

세 때 큰형마저 세상을 떠난 뒤 지은 <연암

억선형 燕巖憶先兄>이라는 시로, 형을 바

라보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던 연

암이, 시냇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서 형

의 모습을 찾으려는 애절함을 담고 있다. 봄빛이 내려앉은 차밭을 따라 조선 시대 이담로(1627~1701)가 조성한 백운동 원림

안뜰로 들어선다. 단아한 초옥 주변에 선

비의 덕목을 닮은 대나무, 매화가 운치를 더하고, 계곡물을 끌어들인 ‘유상곡수’에

선 선비들이 술잔을 띄우며 읊던, 다산의

‘백운동 12경’ 시구가 들려오는 듯하다. 푸 른 기상을 뽐내는 운당원 대나무 숲을 지

나 정선대에 오르자, 하늘과 맞닿은 월출

산 옥판봉이 눈부시게 나타난다.

부리에 노란 꽃가루를 묻힌 동박새들이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툭 툭 미련 없이 떨

어진 동백꽃 송이송이 들이 나무 둥치를

선혈로 물들인다. 붉은 주단이 깔린 화사

한 숲길은, 덧없고 신비로운 삶과 죽음의 서사 모두가 자연의 순리임을 이해시킨다.

삶의 끝은 소멸이 아니며 시간의 질서에

의한 생의 무한 반복이라고 나지막이 속

삭인다. ‘이 순간 살아있음을 온전히 느끼는 것 은 무탈한 오늘이 기적임을 알아차리는 것

이며, 어느 날 한 줌의 재로 망각의 강을 건 널지라도 그 또한 삶의 일부라고

열

그날들이 올올이 손을 흔든다

어머니가

난 스웨터를 버리지 못했던 까닭이

해진 꽃잎에서 줄줄 풀려나온다.

-림(20250722)

2026년 5월 16일 토요일

“AI 시대 승부수는 정해진 답 아닌, 자신만의 ‘한 수’ ”

【아무튼, 주말】

vanchosun.com

경계해야

개구쟁이처럼 웃던 표정도 그대

격변 을 한발 앞서 마주했던 이세돌은 은퇴 전부터 줄곧 ‘바둑판 밖’ 세상에 경고

울려 왔다. 바둑 말고 다른 사회

분야에서도 AI로 인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상당수는

먼 미래의 일 정도로 치부했다. ‘그건

바둑계 이야기일 뿐’이라며 선을 긋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알파고 충격 이후 세상은 우

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소설가 장강

명이 AI 습격 이후 바둑계의 풍경을 그

려낸 책 ‘먼저 온 미래’ 속 장면처럼 알

파고 등장으로 바둑계가 겪은 혼란은

우리가 맞이할 AI 시대의 예고편과도

같았다. 남들보다 먼저 폭풍의 한복판

을 지나온 이세돌이 바라보는 ‘그다음’

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6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서 ‘AI시대 한 수’를 주제로 진행된

토크콘서트에서 이창호 9단과 마주 앉

은 그는 여느 때처럼 단정한 정장

토크콘서트가 끝난 뒤 그를 만 났다. 그는 현재 UNIST 특임교수로 재 직 중이다. -AI가 몰고 올 폭풍을 예상했네요.

“하나의 산업에서 일어난 거대한 변 화는 언제든 다른 분야로 번질 수 있

어요. 사회가 그 사실을 간과한 거죠.

알파고 대국은 AI 시대의 변화를 미리

볼 수 있는 힌트였는데 넘어가지 않았

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더 잘 대비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아쉽습니다.” -너무 늦은 걸까요?

“아닙니다. 생각의 주도권을 내주지

않고, 주체가 돼 AI를 도구로 잘 활용 해 나간다면 긍정적일 수 있다고 봐요. 아무리 정교한 AI 휴머노이드가 등장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6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토크콘서트에서 이 창호 9단(가운데)과 나란히 앉은 이세돌 특임교수(맨 왼쪽).

해도 인간은 결국 인간을 필요로 합니 다. 기계가 인간을 완벽히 흉내 낼수 록, 역설적으로 인간만이 가진 가치 는 변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높아질 거예요.” -주도권을 뺏기지 않는다는 말의 의 미는. “AI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게 되 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입니 다. 영화처럼 AI가 인류를 멸망시키 려고 하는 반란은 일어나지 않을 거 예요. AI가 인간을 지배해서 얻을 낙 이 뭐가 있겠나 싶거든요(웃음). 진짜 위협은 우리 스스로 AI에 종속되는 것 입니다.” -스스로 종속된다니요. “AI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면 그게 종속이고 지배당하는 거죠. AI 를 도구로 쓰느냐, 아니면 AI 없이는 일상조차 불가능한 존재가 되느냐. 주 도권은 그 한 끗 차이에서 갈려요. 내 가 기본적인 능력을 갖춘 상태에서 활 용을 하는 것이어야지, AI 버튼만 누를 줄 아는 존재가 된다면 주도권을 뺏긴 겁니다.” -그게 AI로 인한 가장 큰 위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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