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GAK 2019-MAY JUN. / VOL.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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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리뷰잡지

05 MAY.

2019 06 JUN. Vol.20

기획 미술품 저작권의 모든 것 인터뷰 이강소 현대미술작가 특별기고 대구음악사

2019 may. jun. VOL.20

값 4800원 05

9 772586 219008

ISSN 2586-2197


2019 소헌 문화예술아카데미 Sohen Culture & Arts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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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화랑로 134-5 (만촌동 1330-33) T053.751.8089 http://blog.naver.com/sohen106


PH

소통은 무엇보다도 자신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나 스스로와 삐딱하게 소통한다면 타인과의 소통은 당연히 삐딱할 것이다. 요즘 가끔 느끼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리가 그 사람을 나타낸다고 했다. 나 스스로와 소통을 바로 한다면 그 자리는 당당한 자리가 될 것이다. 문은 여닫는 것이다. 부디 닫힌 문이 열려서 서로의 바람이 넘나들었으면 한다.

Essay


문화예술리뷰잡지

기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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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20

‘사각’이라는 네이밍은 대구의 상징인 사과의 먹는 소리인 ‘사각사각’의성어 로 문화예술을 즐긴다라는 행위에 ‘먹는다, 소화시킨다’라는 의미를 더해서 문화를 건강히 소비하고 표현하는 리뷰잡지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라는 의미이다. 또 무대와 캔버스등 문화를 표현해내는 장소가 사각인 것을 착안해 사각 이름이 탄생되었다.

NO.20

2016년 11월 7일 재등록 대구중, 마00007 격월간지 발행일 2019년 5월 10일 발행인 강금주 관리총괄 조성희 객원취재기자 양준혁 손현민 신정윤 발행처 사각디자인팩토리 인 쇄 부경인쇄 053.257.8830

사각문화뉴스 http://sagaknews.com/


기획 4 기획 미술품 저작권에 대한 모든 것 12 특별기고 - 대구근대미술사 16 특별기고 - 대구음악사

인터뷰

리뷰 REVIEW 40 공연 리뷰 제 36회 대구연극제 연극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연극 코뿔소 연극 행복한家

20 작업실릴레이 - 이강소 화가

오페라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

24 프리마돈나 니나 솔로도브니코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대구시립무용단 정기공연 DCDC

칼럼 COLUMN 26 특별기고 - 김결수 28 전시리뷰 - 김경란 30 음악이야기1 클래식 쉽게읽기 - 박소현

51 전시리뷰 2019GAP(GlassBox Artist Project)전 이세현 붉은 산수전

32 한국의 아름다움 - 박세호

Nur weis nicht 윤양호전

36 미술과 놀기 - 장민

Body+Scape=Bodyscape신체+일상 이건용전

38 대중 음악 - 황희진

소셜문화N 56 아트로드 - 운보의 집

Etc.

62 소셜문화N

19 김춘수전

앨범리뷰 -피에르 파, 비아트리오 만나다

35 제17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클래식앨범

61 김결수전

연극뭐볼까 영화리뷰 / 책리뷰

*본지에 실린 컬럼이나 리뷰는 기고자의 의견이므로 ‘사각’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책자에 실린 사진은 본지의 허락을 받고 사용해야 합니다.


기획 : THIS ISSUE

미술품 저작권의 모든것 .


Intro 미술품 저작권-기준과 관심이 필요하다.

저작권 중에서 본지에서는 미술품 저작권에 제한해서 다루었다. 미술품 저작권은 음악 분야 저작권 활용만큼 체계적이고 활 성화되어 있지가 않다. 미술인들 상당수는 저작권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유명한 작가들은 화랑에서 저작권 신탁을 해주지만 대 부분의 미술인은 작가나 유족이 관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저작권에 침해받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오히려 홍보의 기회로 받아 들이는 경향이 종종 있다. 미술관이나, 화랑보다 창작자인 미술인은 침해에 대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본지는 더 좁혀서 접근을 해보았다. 미술품 저작권은 미술 잡지, 출판 등 2차 저작권을 통해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학술지나 논문과 같이 비영리를 목적으로 발행하는 출판물에 대한 저작권은 어떤 기준을 적용할 것인가? 미술 출판물의 경 다. 여기서 저작권은 어떤 기준으로 지불해야 할 것인가? 예를 들어 출판비보다 저작권료가 더 지출되는 경우, 그리고 저자에게 원고료를 지불할 수 없을 정도의 상당한 저작권료를 요구한다면, 미술 관련 연구나 미술의 대중화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이다. 또한 출판사나 저자로서 부담이 된다. 흔하게 우리가 알고 있듯이 판매량을 제한하여 일정 권수 이상에 대해서 합당한 저작권료를 추가 지불한다는 조항을 넣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작가 입장에서도 창작자의 권리를 챙길 수 있는 궁여지책도 있다. 이러한 방법조차 기준이 없어서, 모호한 적용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출판시장은 영세한 현실에서는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하루 일찍 해당 협회 및 관련 단체가 구심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미술품 저작권은 1, 2차 저작권 모두 작가와 작가가 전속계약을 맺고 있는 상업화랑은 극히 드물다. 그래서 협회가 중심이 되어 미술 인이나, 화랑에게 미술품 저작권에 대한 신뢰의 시장이 만들기를 바란다. 하지만 무엇보다 작가 자신이 저작권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 정부에서 미술인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여러 가지 제도와 정책을 내놓고는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가 말하는 시민들이 이른바 문화 향유권을 누리기 위해서도 어느 한쪽에만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늘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창작의 길을 가 고 있는 미술인들을 위해 정책을 마련한다지만 과연 실재적 효과가 있는지 점검도 필요하다. 제도를 만들어 던져 놓기보다는 끊임없이 관심과 정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미술품 저작권에 대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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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시장에서 그리 활발하게 많이 소비되지 않는다. 비록 영리를 목적으로 한다지만 대부분 영세한 출판사에서 발행되고 있


기획

미술품의 저작권에 관한 주요 법적쟁점

현행 저작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저작권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저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그 저작자에게 법이 부여한 권리’를 말하며, 저작권자는 그 ’저작물을 복제하거나 게시하거나 배포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하여 저작물을 독점적 으로 이용할 수 있다(저작권법 2조). 이 정의에 따르면 미술품은 미술작가가 자신의 내면적인 사상이나 감정을 창작적으로 캔버 스등에 표현한 저작물에 해당한다. 그런데 저작권은 절대적으로 보호받는 권리가 아니라 공공복리나 사회정의에 의해 적절히 규제되는 권리이다. 따라서 저작권의 보호기간과 보호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먼저, 저작권의 보호기간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경우 저작자의 생존기간과 사망 후 70년 간을 보호기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저작권법 39조). 따라서 미술가의 사망 후 70년이 경과하면 저작권에 의한 보호를 받지 못한 Sa: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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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다만 최근 선진국에서는 저작권의 영구화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저작권자의 사후 100년∼150년까지 연장할 가능성을 보이 고 있다. 저작권의 보호대상과 관련해서, 저작물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창작성’과 ‘표현성’의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때의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며, 단지 어떤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작가 자 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는 정도의 독창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저작물에 저작자 나름대로 정신적 노력의 소산이 가시적으로 부여되어 있고, 다른 저작자의 기존 작품과 구별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즉, 반 드시 작품의 수준이 높아야 되는 것이 아니며,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가치가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창작성이 있다면 충분 히 보호받을 수 있다. 또한, 저작권법은 창작된 ‘표현’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감정이나 사상 그 자체는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아이디어나 이론 등 사상 및 감정 자체는 독창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작권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저작권 침해여부의 판단에 있어서도 저작물에 나타난 사상이나 감정이 아니라 그 표현 자체를 침해 기준으로 삼는다. 저작 권법이 ‘표현’을 보호하는 요건으로 규정짓는 것은 창작행위의 사상이나 감정, 즉 아이디어는 만인의 공유에 속하기 때문에 독점 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작권법의 첫 번째 요건인 ‘창작성’은 창작적 표현에 대한 보호를 통해 보다 풍부한 창작 을 유인하기 위함이며, 두 번째 요건인 ‘표현성’은 창작의 소재가 되는 사상이나 감정에 대해 독점권을 부인하고, 일반인들이 자유 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다양한 창작을 통한 문화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같이 저작권 보호대상은 ‘창작성이 갖추어진 표현물’이기 때문에 미술품과 관련된 소송이 제기될 경우 저작권 침해가 인정 되기 위해서는 ① ‘저작권이 있는 표현물을 이용’한 경우여야 한다. 즉, 침해자가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을 무단으로 이용한 사실이 요구되며, 만일 침해자가 이용했다는 기존의 작품이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또는 기존의 작품이 저작권이 인정되더라도 기 존 작품에 ‘의거’하지 않은 경우에는 저작권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② 원저작물과의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 경우에만 저작 권 침해가 인정될 수 있다. 그런데 실질적 유사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


서울숲에 있는 군마상 -A와 B가 공동작업을 하다가 뜻이 엇갈려 A가 작업을 포기한 상태에서 B가 작업을 완성 하고 서울숲에 납품을 했는데 A가 후에 아이디어와 설계도가 자기 것이었다면서 소송을 낸 사건 . 그러나 B가 승소했다. ⓒ사진출처 서울숲페이스북

2011년 대한항공에 솔섬이미지가 사진작가 마이클케냐의 솔섬사진과 비슷하여 법정소송까지 갔다. 논란이 된 이유는 케냐의 솔섬사진으로 인하여 솔섬에 관광유입인구가 많아졌고 그로인해 솔섬보존까지 이어졌기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은 ‘자연경관’을 저작권으로 묶을 수 없다고 하여 대항항공의 손을 들어줬다. ⓒ사진출처 대한항공 CF속 한장면

례마다 저작물과의 실질적 유사성을 따져보아야 하며, 실제 사건에서도 ‘실질적 유사성’ 여부에 관한 법적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 지게 된다. 최근 국내에서 저작권과 관련해서 발생한 법적 사건을 예를 들어 살펴보면 ⅰ)서울숲 <군마상사건, 2007> 과 <솔섬사진사건, 2013>에서는 소송을 제기한 작가의 작품과 소송을 제기당한 작가의 작품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소송이 기당한 작가의 작품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원고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와 같이 저작권법 침해의 인정 여부가 상황에 따라 다른 판결을 받았음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실질적 유사성에 대한 판단의 기준이 현실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미술의 경우 결과물에는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사회적 상 황과 작가의 작업 과정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판단이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실질적 유사성의 판결에 대해 법률계와 예술계의 의견 차이가 생기기도 하며 앞으로도 법률계와 예술계의 의견차이가 발생하는 사례는 종종 발생할 것으로 보 인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미술가들을 포함한 음악가, 문학가들의 창작품들은 저작물이므로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가들도 자신들의 창작의 결과인 미술품을 보호받기 위해서는 저작권에 대한 관심을 갖고 기본적인 법적 지식 을 습득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법의 대원칙인 “자신의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 다”는 격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술가들 스스로 자신의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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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각되었다. 하지만 ⅱ) 2014년 한 지방에서 전시된 전시회와 관련된 사건에서 법원은 소송을 제기한 작가의 작품과 소송을 제


기획

키스해링의 사례로 본 해외작가 저작권

키스해링의 저작권은 어디에 있을까?

저작권은 일단 제작자가 생존한 경우와 사후로 나누어 고려해 볼 수 있다. 또 저작자가 죽은 후, 상당한 시간을 전후로 함을 또 한 기준으로 삼을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저작권은 제작자가 가지게 되며, 사후 수 십 년 간 저작권을 소유할 수 있는데, 세계무역 기구(WTO)의 기준을 따라 70년을 기준으로 저작권자가 저작권을 가지게 된다. 예를 들어, 알렉스 카츠(Alex Katz), 케니 샤프 (Kenny Scharf) 등은 생존해 있으므로, 그들의 작품은 저작권에 의해 보호받는다. 그리고 그들이 죽은 후에는 저작권자, 즉 상 속자가 그들의 저작권을 지닌다. 이러한 원칙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개별적 사례들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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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리 세대와 금방 작별한 예술가인 경우는 어떻게 될까? 우리는 당대 가장 ‘핫’한 예술가 ‘키스 해링(Keith Haring)’을 통해 서 저작권을 엿볼 수 있다. 필자는 키스 해링의 경우 누가 저작권을 가지게 됐는지 궁금했다. 왜냐하면 그는 최근에 죽은 아티스 트이고, 상당수의 작품은 그가 작품 활동을 하던 뉴욕도 아니요, 고향인 필라델피아도 아니요, 엉뚱하게도 일본에 상당수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인 ‘나카무라 가즈오(Nakamura Kazuo)’씨는 키스 해링의 작품을 눈 여겨 보고 구매했다. 그리고 그림을 관리하 는 재단이 설립되어 그의 작품들은 일본의 나카무라 키스 해링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키스 해링은 죽기 전에 ‘해링 재 단(Keith Haring Foundation)’을 설립했다. 그렇다면 양 측 다 단체의 지위를 지니는데, 누가 키스 해링의 저작권을 행사하는 지 궁금해졌다. 작품을 소장하는 ‘개인’으로서 저작권을 행사하는 것일까? 혹은 단체로서 행사하는 것일까? 아니면 한 단체가 독 점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일까? 키스 해링 재단에 문의를 해 본 결과, 재단의 운영진인 ‘줄리아 그룬(Julia Gruen)’은 ‘키스 해링 재단은 그의 모든 이미지에 대 한 저작권을 지니고 있습니다. 본 재단은 나카무라 컬렉션과 긴밀하게 협업합니다. 그렇지만 소유한 작품을 재생산하려면 우리의 허가가 필요합니다.’(The Keith Haring Foundation owns all copyrights in Haring images. We work closely with the Nakamura collection. They need OUR permission to reproduce the works they own)라고 답신하였다. 즉, 작품을 소 유한다고 그의 저작권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작품에 대한 소유권과 저작권은 별개의 영역이다. 따라서 소유주가 작품을 가 지고 있어도 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받아야한다. 키스 해링의 경우 에이즈 진단을 받은 후인 1989년에 해링 재단을 설립하였다. 그리고 그의 사후, 재단이 그의 저작권을 상속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해링 재단이 저작 권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키스해링 재단이 저작권을 행사한 사례가 있다. 2013년 3월 마이애미에서 키스 해링 전시회(Haring Miami)가 열렸다. 80여개의 작품이 전시 되었는데, 키스 해링 재단 측은 작품들이 위작이라며 상표권 및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하여, 전시가 중단 되었으며, 작품은 판매가 금지되었다. 이는 소유권 이전에 저작권에 대한 권리가 선행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작자가 죽고, 상당한 시간이 흐른, 다시 말해 저작권이 만료가 된 경우는 어떨까? 시카고 미술관(Art Institute of Chicago)은 기록 보관소의 일부를 지난 2018년 10월 23일부터 일반에 무료로 공개했다. 약 150만 점의 소장품 중에서 4만4천 313점(2018년 기준)을 접근할 수 있으며, 놀랍게도 그림들을 디테일한 부분까지 볼 수 있도록 확대해서 볼 수 있게 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조르주 쇠라(Georges P. Seurat)의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A Sunday Afternoon on the Island of La 볼 수 있는 이유는 저작권이 만료가 되어 공개하기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림에 대한 저작권이 만료되어 작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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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소유권을 가진 미술관이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소유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한 셈이다. ‘작품에 가까이 가지 마시오’처럼 까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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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e Jatte,1884)》가 왜 점묘화인지 직접 확인 할 수 있다. 약 4만 점이나 되는 작품들을 찾아 가지 않아도 집에서 편하게

할 때도 있지만. 저작권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스페인 어느 지방의 성당에는 19세기 화가 엘리아스 가르시아 마르티네스(Elías García Martínez)의 프레스코화인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가 있었다. 그러나 연차가 상당하여 물감이 탈락되었고, 이를 너무나

안타깝게 여긴 세실리아 히메네스(Cecilia Giménez 라는 아마추어 복원가가 벽화를 복원하고자 했다. 80대 아마추어 미술가인 그녀는 프레스코화는 자신의 영역이 아니었던 것 같다. 한순간에 신성은 온데간데없고, 인간으로서의 자격도 박탈된, 퇴화된 원 숭이가 덜컥 내려앉게 됐기 때문이다. 반달리즘으로 인해 지역사회에서는 난리가 났다. 원작자의 후손들도 난리가 났다. 이 ‘신 성모독’이 지역사회에서만 난리가 난 것은 아니었다. 전 세계에서도 야단법석이다. 그러나 상당히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반응이 었다. 2013년 기준으로 오직 이 작품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한 해 동안 5만 7천명이나 시골 성당에 오게 됐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사람을 보라’라는 뜻인 ‘에케 호모’(ecce homo) 벽화를 ‘이 원숭이를 보라’ 라고 바꿔 부르기도 했다. ‘이 원숭이를 보라’는 도시를 살렸다. 또 교회 재단은 이 그림을 통해 입장료 등의 수입을 올렸다. 비록 그녀가 작품을 소유하지 는 않았지만, 또 정확히 복구를 하지는 못했지만, 교회를 상대로 저작권을 요구했고, 수입의 49%를 받게 됐다. 티셔츠, 머그잔 등의 사용으로 인한 저작권비 물론 챙기게 됐다. 과정이 어떻든 간에 저작권은 ‘신성 불가침’이다.


기획

국내에서 미술품을 쓰려면

저작권 너, 대체 뭐니?

가령 미술이미지가 필요한 책 또는 아트상품을 제작한다고 가정해보자. 여기서 책이나 아트상품류를 ‘2차 저작물’이라고 한다. ‘2차 저작물’은 원저작물 즉 ‘1차 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등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을 말한다. 이러한 ‘2 차 저작물’을 만들기 위해 제작자는 작품의 이미지가 필요하다. 제작자가 미술 작품의 이미지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모든 저작물에는 창작과 동시에 저작권이 발생한다. 미술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저작물은 무한정 보호되지 않고 대체로 저작자의 사망 후 50년(2013년 7월1일부터는 사망 후 70 년)까지만 보호되므로 이미 보호 기간이 끝나버렸다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저작권자의 허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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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다. (이것 또한 논란이 되어 보호기간을 늘리자는 의견이 많다) 저작권의 허가를 받기 위해서 직접 작가를 찾아가는 일은 어렵기 때문에 그 일을 대행으로 해주는 업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술은행에 연락을 해본 결과 미술은행에서는 미술관이나 갤러리에만 미술품과 미술 이미지를 대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술은행에서 개인이 미술품을 대여하기에는 무리가 있기에 다른 곳을 물색해보았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픽아트, 갤러리아트리에, 아트뮤제, 오픈 갤러리와 같은 기업에서 미술품 렌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공기관으로는 저작권에 관한 업무를 수 행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기타공공기관)인 한국저작권위원 회가 있다. 저작권보호업무도 맡고 있었으나, 한국저작권보호원이 별도로 설립됨에 따라 해당 업무는 그 곳으로 이관되었다. 또한 한국미술저작권협회(KACA)와 한국미술저작권관리협회(이하 SACK)에서 미술품 저작권을 위탁 및 보호하는 업무를 맡아서 하고 있다 고한다. SACK에서는 국제 저작권 연맹(CISAC:International Confederation of Societies of Authors and Composer)의 정회원으로서, 프랑스 조 형예술저작권협회(ADAGP),미국저작권협회(ARS), 독일예술저작권협 회(VGBild-Kunst) 등 23개의 세계 주요 저작권 협회들과 저작권 보 호 및 관리에 대한 협약을 맺고 있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마 르크샤갈(Marc Chagall),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앤디 워홀 (Andy Warhol),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등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위탁 관리 및 보호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한국 국내 외 미술 분야 저작권자로부터 저작권 업무를 위탁받아 저작권 이용에 관한 허가 업무를 진행한다. 개별 저작권자들 이 대부분 작가이기 때문에 저작권 이용에 대해서 일일이 허가하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개별 이용자들도 어떻게 저작권자 와 연락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SACK가 중간 지점에서 저작권자와 사용자 간의 다리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단순 히 에이전트 역할로 수익 창출을 한다기보다는 저작권자의 권익 보호가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저작권자의 허 가 없이 작품 혹은 이미지를 사용하는 무단 사용을 찾아내 사용 중단 요청하기도 한다. 분쟁이 생겼을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권 익 보호를 위해서 저작권자를 위한 업무를 진행하는 일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책 또는 아트상품을 만들기 위해 제작자는 어떠한 방식을 따라야 할까? SACK과 같은 대행사는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저작권자로부터 저작권 이용에 대하여 위임을 받아 대신 업무 를 진행하는 기관이다. 그러므로 상업적 용도든 비상업적 용도든 저작권법에서 인정하는 예외 사항이 아니라면 저작권 이용에 대 한 요청을 해야 한다. SACK는 저작권 위탁 업무상, 회사 측에서 자체 허가할 수 있는 부분의 경우 타당성을 검토하여 저작권료 를 책정한 후 허가를 한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허가할 수 없는 작가에 대한 비평, 작품 사용량이 많은 이용, 홍보 등 상업적 이 용 등에 대해서는 저작권자의 직접 허가가 필요하다. 이에 해외 작가의 경우 시차가 존재하고 저작권자의 개인적 사정(휴가, 작품 활동, 전시 등)으로 허가 업무에 시간이 다소 걸리기도 한다. 저작권 허가를 위해서는 작품 이미지를 사용하는 용도와 형식 등 상 세한 정보가 필수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며, 이용에 대한 시안(레이아웃) 제공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저작권과 그것의 사용에 이해를 돕기 위한 내용을 조사해보았다. 창작은 고통스럽다. 창작에 대한 권리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작가들은 창작 의욕을 상실해버릴 것이다. 보다 강한 문화예술 강국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그것을 즐기고 지키는 문 화인들의 소양이 밑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획이 약간의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특별기고 대구 대미술사

1896~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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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정 李相定

대구 최초의 서양화가 이상정

우리나라에 서양미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유형은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1920년대를 전후해 일본이나 유럽에서 미술양식과 사조를 직접적으로 익히고 귀국 한 소수의 한국인 유학파를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고, 또 다른 하나는 국내에 거주 하고 있던 일본인을 비롯해 외국인 화가들에게 실기를 배우거나, 각종 미술서적과 전람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기법을 익히는 사례일 것이다. 한국 근대 서양화 단의 형성은 1915년경 일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고희동(高羲東 1896~1965)을 필두로, 다수의 서양화가 지망생들의 활동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1910~20년대 국 내 서양미술의 새로운 반향은 서울과 평양, 대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전시활동과 단 체 결성이 이루어지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중에서 대구는 서울, 평양과 함께 1920년대부터 미술활동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지역으로, 몇몇 선구적 서양화가들의 활동은 한국미술사에 있어 중요한 사건과 궤적을 남겼다. 대구의 서양화 도입은 1917년 이상정(李相定 1896~1947)에 의해 이루어졌다. 우 리나라 서양화 도입과는 2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일본으로부터 직접 서양화를 수학 하고 자생적으로 출발했다는 점에서 대구 서양화의 전통성과 독자성을 찾아 볼 수 있다. 이상정은 1896년 4형제 중 장남으로 대구에서 출생했다. 그의 형제들 모두는 한국 근대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로 둘째는 시인 이상화이며, 셋째는 역사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이상백, 넷째는 저술가 이상오이다. 이상정은 1909년 일본 유학을 통 해 역사학과 미술, 상업, 군사학 등을 배웠다. 특히 예비군사교육기관의 성격을 가 진 ‘성성중학교(成城中學校)’에서 수학한 경험은 훗날 중국군에 복무할 수 있는 중 요한 밑거름이 됐다. 사립학교였던 성성중학교를 3년간 수학한 후 1912년 9월‘국학 원대학(國學院大學)’에 입학해 역사학을 전공하도 1915년 8월 졸업했다. 그리고 1917년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계성학교 미술교사로 근무했으며 신명학교와 경신학 교에서도 미술을 지도 했으며, 1920년대 초에는 정주의 오산학교와 평양의 광성고 보 등에서 교사로 근무 했다. 1925년에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으로 망명한 그는 이듬해 한국 최초의 여성비행사 로 알려진 독립운동가 권기옥과 결혼을 했다. 이들은 광복이 될 때까지 내몽고와 베


중국군벌의 비행기를 접수하기 위해 동행한 이상정 부부 (부인은 여비행사 권기옥) 중국군 복장의 이상정

이징, 상하이, 난징, 충칭 등 중국 대륙을 다니며 부부이자 동료로서 독립운동을 함께 했다. 중국으로 망명한 이후 이상정은 중 국군과 대한민국임시정부에 참여해 항일전선의 선두에서 활동을 펼쳤다. 1926년 중국 국민당 펑위샹(馮玉祥) 군 참모부에서 근무했고, 중일전쟁 이후에는 중국 국민정부 육군참모학교의 소장교관으로 취임해 한중연대에 주력했다. 더불어 1937년 조 선민족전선연맹의 결성을 주도하며 한국독립운동 진영의 민족통일전선운동에 적극 나섰고, 1942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외무 부 외교연구위원 선임과 임시의정원 의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광복 직후 상하이로 건너가 한인의 권익 보호에 힘썼던 그는 1947년 9월 모친의 부고 소식을 전해 듣고 귀국했다가 두 달 뒤인 10월 27일 뇌일혈로 별세했다. 이상정이 1947년 갑작스럽게 타계한 후 문학인 백기만이 저술한《중국유기》을 살펴 보면 그의 약력에 몇 가지 의문점 제시된다. 첫 번째로 그는 국학원대학 역사학과를 졸 업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과연 그가 국학원대학을 졸업했냐는 의문점이 둔다. 일 본의 ‘국학원대학’은 명치유신 직후인 1882년(명치 15년) 황실규범 연구소로 출범해, 1920년 대학령에 의해 국학원대학으로 승격되어 국학 전문 연구소로 전환된 교육기관 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학은 황실규범(皇室規範)과 황도사상(皇道思想) 등을 연 구하며 일본정신에 입각한 특수학교로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우현서루(友弦書樓)’를 세운 백부 이일우의 절대적 지원을 받으며 일본 유학을 했던 이상정이 일본 보수주의 대표적인 교육기관인 국학원대학에서 과연 역 사학을 전공했을까 하는 것이다. 필자는 2003년 이상정의 일본 행적을 조사하기 위해 국학원대학을 직접 방문해 학적관계를 확인한 적이 있었다. 중국유기’유고집-백기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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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술전람회 팜플렛 2. 이상정(이영호)의 임시의정원의 의원 당선증서 3. 이상정장군 귀국환영회(광고)-부녀일보(1947.9.10) 4. 이상정장군 장의위원회(부고)-독립신문(1947.10.31) 5. 이상정이 畵題를 쓴 운미 민영익의 난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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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결과 직계가족 외에는 학적관련 서류 열람이 허락되지 않아 직접 확인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연구목적이라는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입국한 후 서신으로 결과통보를 받을 수 있었다. 현재 남아있는 학적부상 ‘이상정’이라 는 이름으로는 입학과 졸업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기존 이상정의 귀국은 1919년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이는 1917년 5월 이전 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이는 그가 근무했던 계성학교의「계성학보(啓 聖學報)」 제5권(1917)과 제6권(1918)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귀국 후 계 성학교 교사로 근무했던 그가 ‘역사’과목이 아닌 ‘도화’를 지도했다는 것은 일 본유학 당시 체계적인 학습을 통해 서양미술을 깊이 있게 익혔을 것으로 추 측되어진다. 하지만 그의 미술활동과 미술사적 평가는 아직까지 유작이 한 점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많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더불어 ‘대구 최초 서양화가’로서의 면모를 파악하기도 여러 가지 어려움에 봉책에 있다. 1921년 대최했다는 개인전 기록과 1923년 마련되었던 「대구미 술전람회」에 〈지나 서원〉외 13점을 출품했다는 기록과 함께 미술연구를 목적 을 펼쳤다는 기록만으로 그의 서양화가로서의 면모를 가늠해볼 뿐이다.

조양회관 앞에서 이상정 조양회관은 대구 독립운동의 대표적 유적지로 일제강점기에 중국·만주 등지에 서 항일민족운동을 펼치던 서상일(徐相日:1887∼1962)이 대구에서 대구구락 부(大邱俱樂部)라는 친목단체를 결성하여 지역 청년들을 교육하는 한편 민족의 식의 구심이 될 회관 건립을 추진하였다.

이상정 장례행렬(1947.10)

국학원대학 이상정 재학확인요청 서신(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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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이여성, 황윤수, 박명조 등과 함께 ‘벽동사(碧瞳社)’를 설립해 창작활동


특별기고 대구음악史

대구음악계 도약을 위한 시도

2017년 11월 1일 대구가 유네스코 네트워크에 음악창의도시로 가입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앞으로 대구가 국제적 음악도시로 서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됨을 의미한다. 현재 대구지 역 음악활동은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 등이 대표적인데, 그 바탕에는 오래전부 터 대구음악의 발전을 위한 많은 논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이다. 2008년에는 대구음악통사 편찬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그해 5 월 29일에 ‘대구음악박물관 건립을 위한 포럼’을 대구문화예술 의 사회로 김형주, 박미경, 손태룡, 홍종흠이 발표하여 대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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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관 국제회의실(현 달구벌홀)에서 가진 바 있다. 이날 임우상 16

악의 발전을 모색하였다. 또한 대구원로음악가회에서는 대구음 악관의 필요성을 위한 심포지움을 2011년 9월 30일에 남구대 덕문화전당 아트홀에서 개최하여 ‘대구음악관 건립을 위한 정 체성’을 주제로 발표한 바 있다. 지금까지 대구지역의 수많은 음악가와 음악단체들에 의해 큰 물줄기가 형성되어 음악활동이 이루어졌다. 앞으로 이들의 음 악가정신(Musicianship)을 본받아 음악문화 형성의 지침을 마 련해야 할 것이다. 향토출신 대음악가의 정신을 이어받고, 수준 높은 음악활동을 펼칠 음악단체들의 육성을 앞으로의 큰 과제 로 삼아야 한다. 더욱이 사라졌거나 묻혀버린 음악가와 음악단 체들도 발굴하여 드러내야 한다. 이것은 독특하고 수준 높은 대구음악을 형성함(Identity)이 중 요하다는 말이다. 대구음악가와 음악단체들의 활동이 우리나라 의 중심적인 음악활동이 되고, 세계음악사에 한 장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대구음악만의 독특한 활동이 펼쳐져야 한다는 말이 다. 위에서 부터) ‘대구음악통사 편찬 1차자료 보고’_대구원로음악가회(동서음악사, 2008.12.26.) ‘대구예술사 기술 어떻게 할 것인가?’포럼_대구예총 (대구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실, 2010.11.29) ‘대구음악 발전을 위한 심포지움’_대구원로음악가회(대구남구 대덕문화전당, 201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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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대구음악박물관 건립을 위한 포럼’_ 대구음악협회(대구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실, 2008. 5.29.)


손태룡의 ‘피아노의 유입과정’ 발표 _ 달성문화재단 (대구문화예술회관 회의실, 2012.9.14.)

손태룡의 ‘소프라노 추애경은 누구인가?’ 발표_대구여성가족재단(공구박물관, 2014.3.25,)

이러한 일이 바로 현재의 큰 과제이다. 이에 앞서 이와 관련되는 음원, 음반, 사진, 악보, 기록물, 팸플릿, 책자 등을 발굴 및 분류 하는 아카이브 작업이 최우선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수형의 조사에 의하면(2018.2.24.), 음악아카이브란 미래를 위한 음악학의 기초자료가 되는 자료를 보존 및 이용하기 위해 보 관하는 기구를 의미한다. 전세계적으로 각국이 정부주도하에 문화적 유산의 보존과 가치 발굴을 위한 아카이브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프랑스의 RISM(Répertoire International des Sources Musicales, 음악 자료의 국제적 보관소 창고) 등 유럽에서는 아카 Sa: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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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사업을 통해 자국의 문화유산에 대한 훼손 방지 및 아카이브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대구도 음악자료를 축적하고 상품과 서비스로 재생산하여, 이를 향유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여 누구나 아카이브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대구의 음악자료는 단순히 기록물로서만 보관할 것이 아니고, 예술적 가 치로서 충분히 인증함과 동시에 지역음악의 인프라 구축 및 활성화에 기여하는 형태로 존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대 구음악의 정체성이 드러날 것으로 본다. 따라서 대구지역의 음악에 관한 예술적 자원을 발굴 및 수집해야 한다. 또한 이를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보존하기 위한 정보화사 업 추진방향의 설정과 대구음악에 대한 자료구축과 확산을 필요로 하는 ‘대구뮤직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대구의 음악자료를 수집 및 보존하는 일은 우리의 음악적 유산을 지키는 일이다. 예술가뿐만이 아닌 대구시민들이 지니고 있을 다양한 자료와 음악적 유산들까지도 함께 해야 한다. 이러한 자료를 자발적으로 모아 시민참여형 아카이브의 기능 또한 확충함으 로써 지역의 음악문화 발전에 매우 유용하면서도 풍부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구음악제, 역사와 미래를 밝히다’ 포럼 _ 대구예총(대구문화예술회관 달구벌홀, 201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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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Kim Tschoon-su Solo Exhibition

5. 1(수) – 5.31(금), 2019 갤러리신라 Hall A &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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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LTRA-MARINE 1951, 259 x 194cm, oil on canvas, 2019

투명한 빛을 머금은 수묵의 느낌을 닮은 서양의 물감인 ‘블루’에 이끌려 시작한 ‘울트라 마린’은 지금까지 김춘수의 작품세계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요소이다. 진한 보랏빛 청색의 광물성 안료의 이름이면서, 바다 를 의미하는 ‘마린’과 초월을 뜻하는 ‘울트라’를 조합한 ‘울트라마린(Ultra-marine)’이 작품의 제목이 자 주제이다.


INTERVIEW 사각인터뷰

작업실 릴레이 2

산 속의 작업실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현대미술작가

이강소

앞선 실험적 작가에서 조용히 작업에만 몰두하고있는 이강소를 찾아 경기도 안성의 작업실을 방문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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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이 산 속에 있는데…

1970년대에 대구에서 미술 작업을 하면서 보냈다. 1980년, 1981년에 집은 서울에 있고 진주 국립경상대학교로 갔다. 거기서 11년을 있었다. 학교 연구실에서 먹고 자고, 교실에서 작업하고 학생들하고 같이 지냈다. 그다음에 뉴욕에 갔다. 뉴욕에는 1980 년대 중반에 2년, 1990년대 2~3년, 또 서울에 작업실 잠시 갖고 있다가 좁아서 여기 온 것이다. 이곳에 와서 25년 정도 있었으 니 나는 완전히 시골에 사는 작가다. 산속에서 넓게 작업하는 것이 좋고 또 도시에 있는 것보다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떨어져서 외롭게 작업을 하고 있다. 근데 이곳에 있다 보니까 또 ‘작업을 이런 식으로 해야 하는구나’라는 것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산 에 오니 성격도 차분해지고 작업이라는 것도 약간 알 것 같다. 이런 식의 생활과 작업이 나한테 맞는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이 제는 다른 큰 욕심은 없고 작업만 하다 가고 싶다. 나의 미술의 시작

초등학생 때부터 미술반을 했다. 경북대 사범대 부속 국민학교였기에 자그마한 미술관도 있었다. 그리고 미술 특별활동이 있었 고 미술 전공하신 분이 미술을 가르쳤다. 전쟁 후에 어려운 시기였지만 교육 환경은 비교적 좋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미술 반 활동을 하면서 실기대회도 나가봤다. 중학교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미술반에 다시 뽑혔다. 중학생 때 우리는 인상파, 세잔, 이런 것을 선생님과 토론하고 우리나라 미술교육이 다 그렇듯 대학교에 가서 인상파 혹은 야수파를 배웠다. 대학교 다닐 때는 앵포르멜(제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새로운 회화 운동)이 유행했다. 졸업 무렵에는 추상 표현주의 그림도 그려보고 팝(POP)적인 것도 해봤다. 그런데 졸업 무렵에 ‘도대체 한국 청년이 왜 서구 현대 미술의 흐름과 변 화를 좇아가려고 애써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서구 미술을 넘어서지 못하고 모방을 하게 되고. 물론 서예와 한국미술도 있 었지만 너무나 가볍게 취급해 버렸다. 평생 서구인의 사고를 따라가는 형식의 문화계가 형성되어 있었다. 졸업하고 5년간 대구 쪽에 있으면서 고민도 하고 작업도 했다. ‘우리 젊은 세대들이 서로 교류를 하고 우리 자신에 관해서도 생각하는 그런 자세가 필 요하지 않은가?’, ‘미술에서, 문화에서 우리한테 맞는 형식을 구현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해야 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했다.

왼쪽페이지) 작업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강소 작가 오른쪽 페이지) 작업실 내부 - 작업실도 전시장 처럼 작품을 배열 해 놓았다.


시계 방향으로 ) 1. 언덕에서 내려다 본 작업실 전경 2. 작업실 건물 중 하나(한옥) 3.4. 야외조형물

‘신체제 그룹’에 대해서 말해 달라.

기성세대는 국전이 출세의 장이었다. 심사위원이 홍대 쪽이 되면 홍대 출신들이 상을 휩쓸고, 서울대 쪽이 되면 서울대 출신들이 상을 다 가져갔다. 대립이 보통 심한 것이 아니었다. 국전에 대한 비판적인 의식과 선배 세대들에 대한 불신이 우리 미술계를 장 악했고 그런 것이 현대 미술 그룹 활동을 활발하게 했다. 우리 세대는 우리 세대끼리 젊은이들의 미술계를 형성해 나가는 미술 운 동이 일어났다. 1960년대 말에 그룹을 조직해서 서클을 만들었다. 그것이 신체제 그룹이다. 추종하는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 형식을 구현해봐야겠다는 우리 세대의 갈망이 있었다. 그래서 홍대 쪽에서는 이건용, 김복영 이런 사람들이 ST그룹을, 나는 신체 제 그룹을, 또 한편으로는 홍대 서울대 등등이 섞여서 AG그룹을 형성했다. 1970년에 전시를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에 서로 교류 하기 시작했는데 그다음 해인 1971년도에는 AG그룹에서 같이 하자고 해서 참여하기도 했다. 그래서 신체제 그룹이 1975년 정도 까진가 11번이나 했다. 그렇게 학교를 타파해서 어울리는 것이 좋았다. 게다가 작고하신 하인두 선생의 형님 되시는 형수님이 무 교동에다가 ‘주막’이라는 막걸리집을 차리셨다. 그곳에서 홍대 출신, 서울대 출신 그리고 교수들이 저녁에 어울리면서 교류가 활 발하게 이루어졌다. 그리고 AG그룹이나 그룹전을 통해서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미술계 대부분의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대구 - 서울 - 다시 대구에서의 ‘현대미술’

73년 그 쯤 중앙대부속학교 근방에 내 작업실이 있었는데 동생(이강자)의 작업실을 만들어준다는 핑계로 대구에 내려갔다. 그 당시에 대구에서는 김기동과 이향미, 이명미 자매 그 세 사람이 대구백화점 앞에 3층 건물에 작업실을 얻어서 작업하고 있었다. 현대미술 하는 작가가 있어서 반가웠다. 그래서 김기동씨에게 ‘현대작가 초대전’을 하자고 했다. 이후 1974년도 봄에 ‘한국실험작 가전’이라는 것을 기획했다. 대구에 현대미술 하는 작가들은 몇 없었기 때문에 그것도 서울에 몇몇 작가들하고 같이 했다. 대구 작 가 이묘춘도 적극적으로 현대미술로 전향하기 시작했다.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해서 처음에 ‘실험작가전’을 해보고 이제는 ‘현대미 술전’을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자고 했을 때 1974년도에 계명대학에서 7~80명 되는 인원이 다 모였다. 오프닝에 참


여하고 저녁에 술도 한 잔씩 하고 너무나 순수하게 어울렸다. 그 시절은 모두가 순수했다. 그때 많은 미술인들이 모이게 되니 급작 스레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1974년도에 ‘대구현대미술제’ 1회전이 성공적으로 개최된 것이고 그것이 ‘대구현대미술’의 시 작이되었다. 미술제와 미술운동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게 된 배경

대구에 이어 1975년도에는 ‘서울현대미술제’ 1회전이 개최되었다. 부산에 김종근 선생이나 광주, 전주 작가분들에게 우리는 이 렇게 한다고 하니 1976년도에는 ‘부산현대미술제’와 ‘광주현대미술제’도 열렸다. 작가들이 다른 곳에 참여하고 너무 바쁘다 보니 1976년도에 ‘대구현대미술제’는 쉬었다. 현대미술제가 하나의 축제처럼 되었다. 그곳에는 출신학교, 지방 그런 것이 없다. 그저 젊 음이고, 한국 작가였다. 1976년, 1977년 ‘부산 현대 미술제’, ‘광주 현대 미술제’ 1978년 ‘전북 현대 미술제’까지 열렸다. 강원도만 빼고 다 열린 것이다. 그래서 작가 100~120명이 모여 다니면서 축제 분위기에서 작업하고 어울렸다. 1970년대는 우리나라 미술 계에서 작가들이 학교나 지역을 따지지 않고 작가로서 순수하게 교류하고 작업을 발표하고 좋은 것을 격려했던 시절이다. 그동안 에 많은 작가들이 발굴되었다. 대구 미술계가 굉장히 튼튼해졌다. 1979년도쯤에 ‘대구현대미술제’는 이만하면 됐다 싶었다. 그래 서 미술제를 끝내고 진주에 경상대학교로 들어가면서 미술운동은 끊었다. 근데 ‘서울현대미술제’는 좀 더 지속되었다. 그것이 미술 정치적으로 변질이 된 것 같다. 미술인들에게 남기는 한마디

생각을 하는데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참고서도 읽고 정보도 얻어야 한다. 혼자서만 자꾸 생각하다 보면 외부 세계와 동떨어진다. 제가 아니다. 엄청나게 정보들이 오가고 엄청나게 신나는 것도 있고 멋있는 것도 있다. 나도 엄청나게 이상한 구조로 되어 있다. 이것을 깨닫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참고도 하고 비판도 하다 보면 자기가 할 일이 자꾸 생긴다. 하지만 옛날에 하던 것을 하고, 또 하면 (나 빼고) 다른 사람은 다 변해버린다. 작가라는 사람은 너무나 자유로운 것이 매력인데 엉뚱한데 매여서 꼼짝을 못하면 좋은 작가가 되지 못한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훨씬 더 재밌게 할 수 있는데 거의 근대 미술에 머물러 있다. 개념 미술, 서구의 근대 미술에서 조금만 넘어서면 엄청난 자유로움이 있다.

작품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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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빨리 변한다. 이 세계는, 이 우주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신비스럽고 보통 일이 아니다. 전에 내가 고민하고 집착하던 그 문


제 5회 대구국제영아티스트오페라축제 ‘사랑의 묘약’ 프리마돈나

니나 솔로도브니코바

L'Elisir d'Amore prima donna

Nina Solodovnikova

클래식 성악가수이지만 한류에도 관심 많았던 그녀 , 영아 티스트오페라축제로 대구를 찾아온 니나솔로도드비코바 를 인터뷰했다.


제5회 대구국제영아티스트오페라축제’를 위해 이탈리아 볼로냐극장 소속인 Nina Solodovnikova를 만나러 대구오페라하우스를 찾았다. 연 습을 마친 그녀는 검정옷을 입고 소탈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연습을 마 친 상태라 피곤 할터인데 인터뷰 내내 얼굴에 미소를 띄며 상냥하게 대 답을 해 주었다. 먼저 자신을 소개해 주신다면 러시아 모스크바 근처의 작은 도시에

서 왔다. 하지만 지금은 4년 동안 이탈리아 볼로냐에 살고 있다. 이탈 리아에서 공부를 했으며 전 세계 극장에 소속된 성악가들이 함께하는 ‘Young Artist Program’에 참여했다. 이번 ‘사랑의묘약’에서 아디나 역할을 맡게 되셨는데? 가에타노 도니체티의 유명한 오페라 중 하나인

‘사랑의 묘약’은 세계의 모든 극장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대구 오페라하우스, 이탈리아 볼로냐 오페라 극장, 남 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오페라 극장에서 함께 참여했다. 대구오 페라하우스는 이번 공연의 아디나 역할로 나를 선택했다. 아디나로서 의 첫 데뷔이기도 하다. 주요 등장인물인 아디나 역은 젊은 아티스트가 데뷔하기에 굉장히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아디나를 연기할 수 있게 되 어 매우 행복하다. 공연 연습 중 에피소드 있다면 ‘사랑의 묘약’은 코믹 오페라이기 때문에 연습이 매일 즐거웠다. 매일 색다른 경험이었다. 특히 공연 중에 둘카마라의 자동차를 운전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자동 차는 하나의 버튼으로 움직인다. 근데 처음에 사람들은 이 자동차를 어떻게 운전해야 하는지 몰랐다. 게다가 무대 위에는 구조물 이나 세트들이 많았기 때문에 처음 운전했을 때 위험한 상황도 있었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관람객들에게 공연 관람 팁을 주신다면 편안하게 관람하면 된다. 즐겁고 유쾌한 공연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

다. 긴장을 풀고 즐기면 된다. 대부분의 오페라 공연이 심각하고 어렵지만 ‘사랑의 묘약’은 오로지 긴장을 풀고 웃으면 된다. 주인공 아디나를 설명해달라 아디나는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다. 게다가 똑똑하다. 하지만 이 공연에서 그녀는 마치 10대처럼 행

동한다. 그녀는 남자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즐긴다. 또한 그녀는 네모리노의 질투심 어린 짝사랑을 즐긴다. 그녀는 벨코레 와 결혼하기로 결심하지만 네모리노가 더 이상 그녀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자 네모리노에게 사랑을 느낀다. 내가 10대 였을 때 나도 아디나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좋아하는 음악이나 자주 듣는 노래가 있다면 케이팝 중에 장근석의 노래를 듣 는 것을 좋아한다. 조깅할 때 비욘세, 장근석의 노래를 듣기도 한다. 시티헌터와 같은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에 오는 것을 꿈꿨 는데 지금 한국에 와서 행복하다. 한국 문화 중 좋아하는 것?한국 음식도 정말 맛있지만, 한국의 화장품은 정말 좋다. 특히 마스 크 팩이 좋다. 한국을 떠날 때 화장품을 가져가기 위한 여분의 가방을 준비해놓았을 정도다. 다시 태어난다면?동물을 사랑하기 때문에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수의사가 되고 싶다. 어렸을 때 엄마가 수의사는 정말 어려운 직업이고 잔인한 모습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마음을 바꾸고 가수가 되었다. 앞으로의 계획과 소망 스페인에서 또 다른 공연을 준비한다. 첫 비올레타(라 트라 비아타의 주인공) 데뷔작이다. 어렵고 중요하지만 아디나와는 매우 다른 역할이다. 그리고 올해에 이탈리아 베르가모에서 열리 는 ‘도니체티 오페라 축제’에 참여할 예정이다.많은 사람이 힙합이나 팝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오페라도 흥 미롭기 때문에 많이 좋아했으면 좋겠다. 극장은 많은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이 클래식을 쉽게 접하기 위해 많은 가수와 극장들이 플래시몹이나 거리 공연을 한다. 나 또한 야외에서 공연해본 적이 있다.

인터뷰 손현민 객원기자 사진 조성희


미술기획

예술정치-무경계프로젝트와 촌탁(忖度) special COULMN

2016년 어느 날로 기억된다. 경기도 수원 지역의 선후배이자 동료 작가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치열하게 작업 언어와 행동을 구축하며 실천하고 있는 ‘슈륩’이 란 팀들과 자리를 같이 하였다. 오래전부터 미술문화에 대한 발전방안에 대한 나름의 생각들을 그들은 토의 속 논쟁으로 찾아낸 것이 ‘비무장지대 및 DMZ철책’에 관한 미술프로젝트다. 실험적인 예술 그룹 ‘슈륩’에서는 문화예술계의 동시대적 시선들을 모아보는 논의의 장으로서 미술 분야의 창작자, 연구자, 비평 가, 기획자들이 각자 주제를 가지고 자신이 속한 자리에서 DMZ, 그리고 남과 북을 생각하는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자리에 나 또한 작가로 참여, 동행하면서 여러 차례의 계획과 프리젠테이션을 거쳐 2017년부터 ‘예술정치-무경계프로젝트’가 대장정의 길 을 나서게 되었다. 26

신으로 3년간 진행되었고 비무장지대 및 DMZ철책에 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오늘날 ‘경계’의 의미를 되묻고 예술의 실천의 폭을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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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공간UZ를 거점으로 일군의 현대미술가들과 뜻을 같이하는 다방면의 사람들이 “연대(連帶), 공유(共有), 동행(同行)”의 정 장하고자 2017년 1월 경기도 파주 임진각을 거쳐 도라 산 전망대 답사를 시작으로 한반도 서해 바다에 위치한 경기도 김포 대명 항을 출발하여 고양, 파주, 연천, 양구, 인제, 고성 지역의 금강산 통일 전망대와 화진포-동해안까지 답사함으로써 2년간 총25차 례에 걸쳐 250여명의 참가자들이 릴레이 형식으로 약 300Km를 도보로 이어진 대장정을 마무리 하였다. 2년간에 걸쳐 걸으며 공 존하고 있는 주변부의 생(生) � 태(態) � 활(活)을 체험하고 공유해왔으며, 더불어 사진, 스케치, 회화, 설치, 채집, 인터뷰, 자료집 발간 등 지속적인 예술 활동과 동시에 15차례 이상의 관계 전시를 진행해 왔다. 이처럼 무경계 답사는 DMZ뿐만 아니라, 현지인 들과 함께 역사와 자연 속을 걸으며 오늘을 체험하는 생생한 퍼포먼스를 한 것이다. 그리고 올 1년은 북쪽으로 백두산까지 걷기를 소망하며 도성을 끼고 서울 산책을 진행 중에 있으며 언젠가는 진부령에서 끊겨있는 백두대간을 완주한다는 계획아래 꾸준히 반 복적인 퍼포먼스로 진행시키고 있다. DMZ란 Demilitarized Zone의 약자로서 군사적 비무장지대를 뜻한다. DMZ는 휴전에 따른 군사적 직접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상호 일정 간격을 유지한 완충지대며, ‘한 개의 군사분계선을 확정하고 쌍방이 이 선으로부터 각기 각 2㎞씩 후퇴함으로써 적대군대 간에 한 개의 비무장지대를 설정하여 이를 완충지대로 함으로써 적 대행위의 재발을 초래할 수 있는 사건의 발생을 방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출전하면서 남북 문화교류가 물꼬를 트기를 시작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실현되면서 남북 화해를 넘어 통일의 꿈을 바라보고 있는 예술가로써는 희망 의 메시지 전달만으로도 가히 흥분이 되는 새로운 문화컨테츠임이 분명하다. 60여 년간 남북 분단의 비극의 상징이었던 비무장지대(DMZ)는 현재, 남북화해의 순풍을 타고 2019년 4월말이면 고성, 철원, 파주 3개 지역이 ‘평화 둘레길’로 국민에게 개방되고 전쟁의 상흔 ‘노동당사’는 진작 예술인에게 상징적인 장소가 되었으며, 서쪽 에서 시작 동쪽 끝까지 놓인 DMZ곳곳에는 다채로운 문화 행사로 메아리를 울리기 시작하였고 정부 주도는 물론 단체, 개인이 DMZ에 관계된 문화사업 제안서가 정부문화소속부처에 많이 접수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국가관광 전략회의를 통해 DMZ를 국제적인 평화관광 거점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발표하였고 아울러 문재인 정 부 들어 조성된 한반도 평화 무드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의도로 지난해 ‘9ㆍ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GP를 시범 철거한 뒤 남은


철조망, 철근, 콘크리트 등을 활용한 설치조형물을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 미술 작가 1인을 앞세워 출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바 있다. 여기에 대해(분단의 상징 GP 철조망, 베니스비엔날레간다.)슈룹 ‘예술정치-무경 계프로젝트’ 참여 작가들은 최근 정부(문광부)에서 DMZ철책을 소재로 한 작품 설 치 계획과 더불어 특정작가를 선정하여 비엔날레에 참가하는 안은 자유로운 상상 력과 창작을 기반으로 하는 예술 활동 본연의 특성과 달리, 관 주도로 작가들을 동 원하는 일이므로 예술과 작가를 국가 정책적 홍보 수단의 도구로 전략시키는 일 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프로파간다의 전형으로, 특히 전 세계적으로 유사미술 및 표 절, 예술의 상품화가 만연된 풍토에서 정부 주도하에 이러한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는 것은 결코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DMZ은 정부 입안자의 졸속적 정책의 일환으로 이용될 수 없다. 그것은 정부의 것 도 유명예술인을 위한 소재가 아닌, 우리 모두의 아픈 역사이고 교훈이며 그 자체로 우리 현근대사를 대표하는 상징적 조형물이 화의 소중함에 대하여 공유하는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걷어내어 활용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비무장지대(DMZ) 및 철책을 현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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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치적을 드러내는 전유물로 삼을 것이 아니라, 향 후 통일을 맞이하여 남북이 합의하여 열린 시각과 깊은 염원을 통해 진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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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적 관심과 모든 예술인들에게 공론화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면서 함께 분단의 역사, 그 아픔과 평

‘무경계’를 통찰하고자 하는 많은 전 세계 예술가가 참여하길 기대한다고 하였다. ‘촌탁’(忖度)은 ‘남의 마음을 미루어 헤아린다’. 는 의미의 한자어는 정치권력에 대해 ‘스스로 알아서 기는’ 관료사회의 한계로 거 론된다. 문화정책의 핵심은 예술표현의 자유라는 점에서 정부의 간섭을 최저 수준으로 억제한 자율성에 의해 독창적 노력과 인내로 스 스로 이뤄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문화나 예술의 정책을 개발한다고 하면 할수록 행동은 불편해지고 예술의 진정한 정신을 망각 한 정책으로 조직의 규제에 얽히게 되어 있다. 지난 정부는 ‘문화융성’이리는 기치로 예술을 현혹시킨 결과로 ‘블랙리스트’라는 암흑의 통재로 예술가들의 영혼을 짓밟아 놓았 다. 오늘날 문화정책은 문화의 다양성에 기반 한 문화민주주의로 지역의 고유성을 바탕으로 지역문화의 자발적 참여를 강화하고 사 회적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예술가들에게는 예술의 자유를, 권력에게는 촌탁 행위 근절로 장기적 문화예술정책을 ‘예술정치-무 경계프로젝트가’ 바라고 있는 것이다. 많은 예술가들은 DMZ을 이용한 아이디어로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우리의 역사를 안으로부터 깊이 있게 이해하고 앞으로 그곳에서 도래할 비전과 함께하며 ‘분리에서 하나로’, ‘반도에서 세계로 ‘ 라는 우리시대 생존의 대안으로 DMZ이 전 세계 예술가가 참여하는 열린 장소와 화두로써, 더욱 큰 의미 생성의 장이 되길 바라 는 것이 아닐까, 이처럼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실천해 온 모든 노력과 실천은, 졸속으로 특정작가를 내세우는 일과는 그 차원과 의미가 현격하 게 다를 수 밖에 없다. 어떠한 사소한 일도 과정과 매각이 중요하며, 이런 의미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선행활동에 대한 연 구 및 고려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REVIEW

‘현대미술이란 무엇인가?’展을 보고 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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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열린 <현대미술이란 무엇인가?>는 전시 제목 자 체부터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전시였다. 예술발전소의 신임 감독 인 김기수 감독이 어떻게 이 이야기를 풀어낼까 기대가 많이 되는 전시 였다. 필자는 아주 오래전에 김 감독의 우연히 강의를 들으면서 서구 본 고장에서 유학을 바로 마치고 돌아온 그의 안목과 식견에 놀라움을 느 낀 인상적인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필자의 미술에 대한 오랜 갈증을 풀어 주는 그의 강의를 들은 기억이 떠올라 새롭게 부임한 감독으로서의 기 대가 무척이나 컸다. 전시를 보고 난 후의 기대치는 역시 서구의 본고장에서 배운 그의 안목 Sa: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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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앞으로 계속 믿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론가로서 오랜 시간 강의와 연구로 다져진 그의 능력을 믿어 의심치는 않지만 전시의 복잡한 동선과 전시 차체의 구성적 매력에서는 실전에서 뛰는 큐레이터들만큼 따라 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아쉬움이 있 지만 앞으로 2년이란 시간 동안 그가 보여줄 다양한 모습을 생각하면서 아쉬움을 달래보았다. 먼저 이번 전시를 보기 전에 동시대 미술(Comtemporary Art)에 대 한 정의를 해 봐야 했다. 우리가 제도권에서 배우는 대부분의 미술은 예 술을 위한 예술이 대부분이었다. 요즈음은 대학의 커리큘럼이 많이 바 뀌어서 동시대미술에 대한 수업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가지는 예술에 대한 거대한 환상... 그것은 대부분 모던 아트(Modern Art)에서 비롯 한다. 예술을 위한 예술은 예술품의 가격을 올리고 예술의 접근성과 벽 을 높이고 있다. 아무도 쉬 접근할 수 없는 예술 그것이 모던 아트였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 지는 동시대 예술은 이러한 벽을 허문다. 모던 아 트로 대표되는 사각형의 캔버스는 포기되어 진다. 인상적인 작품 중 하 나였던 정아람은 화장실 몰카를 비판하는 작품을 한다. 실제 화장지가 걸려있고 구멍이 나 있는 공간을 연출한다. 그 화장실 구멍을 관객이 화 장지로 막도록 지시한다. 이 작품은 캔버스를 벗어난 설치 작품으로 이

위에서 아래로 1.2 정아람작가 3 이지영


전의 모던아트가 사회나 시대의 관심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데 비해 동 시대 미술로서 사회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게다가 모던아트는 전혀 관 객이 참여할 수 없는 구조이나 이 작품은 관객의 참여까지 이끌어 내고 있었다. 가장 모던아트와 대조되는 작품 중 하나이며 인상 깊은 작업이 었다. 이번 전시의 대부분의 작품이 탈모던의 전시로 사회적 메시지, 탈 캔 버스화, 관객의 참여, 영상작업 등 동시대 미술의 특성을 담고 있다. 심 지어 우리 사회의 이슈인 동성애에 대한 작품도 포함하고 있다. 오인환 의 작업은 그런 내용까지 담고 있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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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를 느끼게 해 주는 것 같았다. 또 북한을 찍은 사진 작업을 하는 백 승우의 작업도 있었다. 이러한 작업들은 과거 예술을 위한 예술이 가졌 던 사회에 격리되는 예술 현상에서 사회와 호흡하는 예술로서의 전환이 라 생각되었다. 재미있는 점이 회화라고 할 만한 형식의 작업이 최선 작가 작품 밖에 없었다. 이도 엄밀히 따지면 일반적인 회화의 방식에서 어긋나는 것이 라 회화라 말하기도 애매했다. 회화의 무덤이 의미하는 것을 무엇일까? 필자는 문득 대학원 수업에서 앞으로 회화가 박물관에서나 보게 될 유 물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던 교수의 발언이 생각났다. 미술은 진화했고 더 이상 아름다움이 아닐 수도 있다. 미술은 나를 반 영하고 사회를 반영하며 치열하게 투쟁하며 우리 곁에 서있는 지도 모 르겠다. 이번 전시를 보며 전화하는 미술에 대한 많은 생각을 가지게 했 다. 그리고 진화하는 미술에 못 따라가는 우리나라 미술 교육 체계에 대 한 생각도 가지게 되었다. 사회 구석, 구석에 모던 아트의 모습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인류는 진보를 하게 되어 있고 앞으로 우리 미술은 동시대 미술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이런 전시가 그런 진보를 향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진짜 동시대 미술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 전시를 강력하게 추 천한다.

위에서부터) 1. 최 선 2. 팅팅첸 3. 백승우


음악이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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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세출의 작곡가, 루드비히 반 베토벤! SERIAL COULMN

루드비히 반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1770-1826)은 독일 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모차르트와 하이든과 더불어 고전시대를 넘어 음 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을 이룩한 작곡가이다. 작품뿐만 아니라 베 토벤이 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긴 점 중 또 다른 하나는 그가 음악가로선 치명적이라 할 수 있는 청각 장애를 겪음에도 불구하고 고통과 시련을 이겨낸 불세출의 작곡가라는 점인데 이 때문에 베토벤을 수식하는 여러 말 중엔 ‘악성(樂聖)’, ‘인간 승리’등이 존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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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을 몇 단락의 글로 소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이어지는 글 에서는 크게 초, 중, 후기 3개의 시기로 구분이 되는 그의 작품들 중 각 시기를 대표하는 곡들을 에피소드와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베토벤은 1770년 12월 17일 독일 서쪽의 작은 도시 본(Bonn)에서 태어났다. 폭력적인 술주정뱅이 아버지 요한의 욕심으로 신동 으로 어릴 때부터 전 유럽에 이름을 날리던 모차르트를 따라가고자 매우 강압적이고 혹독한 가르침을 받았지만 이미 모차르트가 존재했었기에 베토벤의 유년시절은 천재보다는 재능 많은 음악인으로서의 성장 과정을 밟게 된다. 1792년 베토벤은 고향 본을 떠나 당시 음악의 중심지였던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건너가 하이든을 비롯한 동 시대 작곡가들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뛰어난 피아니스트이자 주목받는 신진 작곡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초기 작품 중에 상당수가 피아노 소나 타인데 특히 대중적으로 유명한 곡은 제8번 <비창> 소나타이다. 아

다른 초기 작품들에서와 같이 하이든이나 선배 음악가들의 음악 수법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였지만 그 자신만의 새로운 음 악 어법을 추구하는 노력이 돋보이는 곡이다. <비창>이라는 이름은 베토벤 스스로가 붙였다는 설과 출판업자가 이 곡을 듣고 “비 창한 느낌의 대 소나타”라는 제목을 붙였다는 설이 있다. 격정적인 감정과 불안함이 가득한 1악장, 그와 대비되어 낭만적이고 조 용한 2악장, 우울함과 애수가 어우러진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1800년대 초반은 베토벤에게 아주 고통스러운 시기였다. 20대 중반부터 나타나던 귓병 증상이 심해 져 급기야 유서를 쓸 정도로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비엔나 외곽의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요양을 하던 베토벤은 그 유명한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를 쓰기에 이른다. 다만 사후 공개된 이 유서는 자살을 기도하였다기보다는 이러한 고통속에서도 자신의 음


베토벤 _ 보나파르트(영웅) 최초표지

악적 재능을 더욱 발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귀 건강은 갈수록 악화되었으나 초기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의 위 치를 넘어서 중기에 이르러서는 기념비적인 교향곡들이 탄생하였다. 1803년에 작곡된 이 곡은 중기를 대표하는 교향곡이다. 처음 제목은 <보나파르트>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자유, 평등, 박애’의 프랑스 대혁명의 기조를 높게 산 베토벤이 대혁명의 중심에 있던 나폴레옹에게 이 곡을 헌정하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폴레옹 의 황제 즉위식 직후 정성스럽게 작성한 악보의 제목을 거칠게 지워버리고 <영웅>이라는 제목으로 최종 출판하게 되었다. 기

말년으로 갈수록 베토벤의 삶은 피폐해져갔는데 더 이상 들리지 않는 귀 문제와 더불어 조카 칼을 두고 벌어진 형수와의 양육권 다툼 등 가정사의 복잡한 문제와 사생활 등 때문이었다. 그러나 창작에 관한 의지와 열정은 더욱 불타올랐고 <합창>교향곡을 비 롯,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기에 충분한 실험적인 작품들을 배출해내었다. 9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된 이 곡은 전 시대에 걸쳐 가장 뛰어난 교향 곡이라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의 오케스트라 구성으로만 연주되던 일반적인 교향곡 형식을 벗어나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하는 편성이며 특히 4 악장에서 프리드리히 쉴러의 ‘환희의 송가’를 가사로 하는 독창과 합창이 대교 향곡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피아노 연주자 다니엘 바렌보임은 베토벤의 음악이 보편적이며 전 세계 어디 를 가더라도 모든 사람에게 통한다고 하였다. 전 생애 동안 운명과 치열하게 싸 워 승리한 발자취가 남은 그의 음악이 뭇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기에 그런 것 아 닐까. 베토벤의 음악이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위로가 되길 바란다.

베토벤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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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 한국의 美

작고도 광활한 예술세계 전각

篆刻

SERIAL COULMN

서예를 하면서 문자를 표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 다. 붓으로 글자를 쓰는 방법과 칼로 새겨서 나타내는 방법이 다. 칼로 문자를 새겨서 나타내는 방법을 전각이라고 한다. 전각이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낙관이라는 말로 더 알려져 있 는데, 낙관(落款) 이라는 말은 ‘낙성관지’(落成款識)의 준말 이다. 작가의 작품을 완성한 뒤에 서예나 한국화, 문인화 등에서 낙관을 한다. 이때 쓰이는 도장은 낙관이라 하지 않고 전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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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한다. 작품을 제작한 후 서명과 제작일시만 적는 경우는 단관이라 하며, 누구를 위해서 그렸다는 등의 기록을 하는 경 우는 쌍관, 필자가 아닌 사람이 나중에 기입한 낙관은 후낙관 이라고 한다. 낙관은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난후 관 지(款識)를 하고 작가의 도장을 찍는 전체를 이르는 것이며, 전각은 전자(篆字)를 돌에다 새겨 찍을 수 있도록 새기는 것을 말한다. 전각이라 해서 반드시 전서로 새긴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 고, 해서(楷書)나 예서(隸書)로 새기기도 하며, 도장이나 전각은 같은 의미를 가진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도장은 인장(印章) 또는 전각(篆刻)이라고 하며, 이러한 전각은 그림이나 작품의 낙관에 주로 사용하며 그 재료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나무, 돌, 상아, 금, 은, 옥, 동, 철, 구리, 유리 등 다양하게 사용하지만 흙을 빚어서 굽기도 한다. 서화작품 이외에 관청에서 사용하는 정도였으나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도장이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사인이 유행하면서 도장은 작품 또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서적이나, 편지 등 예술적인 공간을 연출하기 위해 점차 메니아 층에서 각광받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의 전각은 옛 문헌에 따르면 천부인(天符印) 3개를 가지고 환웅이 세상에 내려와 사람들을 다스렸다고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도장을 처음 사용한 근거라고 볼 수 있으며, 낙랑시대의 봉니가 평양 부근에서 발견 되었는데, 이것은 문서를 보관 하기 위하여 끈으로 묶고 진흙을 바른 뒤 그 위에 찍는 도장이다. 또한 국왕이 사용한 도장을 국새라고 하며, 이것은 왕권을 상징 할 뿐만 아니라 국가의 안전을 기원하는 의미가 포함되어있다. 도장은 일반적으로 전서(篆書)를 사용하며, 옛 토기나 청동기 위에 찍혀 있는 무늬나 문자가 도장의 시초이다. 계급사회가 시작 된 이후 도장은 권문세가의 증표가 되었고, 사람들 사이에 주고받는 믿음의 신표가 되었다. 선진시대(先秦時代)에는 새(璽)·술(鉥)이라고 통칭되었으며, 이 술(鉥)에 씌어 진 글자는 당시 6국의 전서로, 그 풍격이 기이 하고 형식도 다양했다. 진전(秦篆)이나 갑골문(甲骨文)과는 달랐으며, 진(秦:BC 221~206)이 천하를 통일한 후 황제의 인신


시계방향으로) 1.인고작성 .천존지보 인고작성 과정 3.천존지보 새김-박세호刻 4.천존지보 옥새- 박세호刻 5.천존지보 찍어보기-박세호 刻 6. 완성 천존지보 옥새 박세호 刻 7.천존지보 옥새 刻 8.완성 천존지보 옥새 박세호 作

(印信)을 새(璽)라 불렀으며, 관청이나 개인이 사용하던 것을 인(印)이라고 불렀다. 도장에 사용되어지는 전서의 글자체는 4각으로 바르고 곧으며, 엄밀하게 구성한다. 형태는 정4각 형,직4각형, 원형 또는 다양한 자연의 형상 그대로 사용 되어 진다. 개인의 이름 도장은 주로 음각, 양 각을 많이 썼으나, 간간이 양각과 음각을 섞어 쓴 것들도 있다. 서화의 작품에 사용되어지는 도장은 주로 두 개를 찍는데 음각 (凹)으로 새기는 이름의 성명인(백문인-글자가 흰색))과 양각 (凸)으로 새 기는 아호인(주문인-글자가 붉은색))이다. 별도로 모양이 자유로우며 머리에 찍는 두인(頭印) 또는 수인(首印)과 작품의 여백에 찍는 유인등의 도장을 제작해 찍는 경우도 많이 있다. 도장에 새기는 글은 이름과 상서로운 말 이외에도 인물·거마(車馬)·조수(鳥獸) 등을 새겨 넣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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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므로 상형인(象形印), 초형인(肖刑印), 혹은 도안인(圖案印)이라고 부른다. 남북조시대에는 도장 위에 손잡이를 만들어 그 끝에 작은 도장을 또 넣었는데, 凸자 모양의 6면 도장이 유행하기도 했다. 전각을 새길 때에는 인재(印材), 전각 칼, 먹, 붉은 먹, 세필, 사포, 인주, 손거울, 헌칫솔 등이 사용된다. 전각을 새기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 유리판 위에 사포를 놓고 재료의 인면(印面)을 고르게 간다. 사포는 면이 부드러운 것을 사용하며 각도 조절에 유의한다. ② 종이에 인고(印橋)를 작성한다. 인고는 주묵과 먹으로 일대일 크기로 작성하며 눈금종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③ 인면(印面)에 작성한 인고를 보면서 반대로 쓴다. 거울을 사용하여 글자의 배치에 유의 하여 인면에 작성한다. ④ 전각 칼로 새긴 다음 솔질하고 닦아 낸다. 새길 때에는 가루가 입에 들어가지 않도록 불지 말고 솔을 사용한다. ⑤ 인주를 묻혀 찍어 보고 수정하여 완성한다. 우리가 흔히 남오북제라는 말을 쓰는데, 중국의 남쪽은 오창석 북쪽은 제백석이라는 말이다. 청나라의 우창숴[吳昌碩]는 석고문(石鼓文)의 필법을 도장에 인용하여 필력이 웅건하며 기세가 중후한 풍격을 이루어 서화예

전각- 박세호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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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호의 전각 컬렉션

술과 전각에 영향을 많이 미쳤다. 얼마 전 서울예술의 전당서예박물관에서 서양의 피카소에 비견된다는 동양의 화백 치바이스 [齊白石1864~1957]전시회(치바이스와 대화 2018.12.05.-2019.02.17)가 열렸는데, 칼로 붓을 대신한 전각예술의 웅혼한 기 세를 보여주었다. 오창석은 시서화, 전각이라는 전통예술의 계승과 전개로 직접적인 영향과 실존을 공유했으며, 전각에 기초한 필획으로 기세가 드높고 힘이 있으며, 간결하고 고아한 화법으로 강렬한 대비와 압도적인 화면을 개척했다. 1963년에 ‘세계 10대 문화거장’중 한 사람으로 선정된 치바이스는 82세에 그림으로 장개석에게 선물로 준 ‘송백고립도·전서사 언련’(松柏高立圖·篆書四言聯)가 2011년 베이징의 한 미술 경매에서 중국 근현대 회화 중 사상 최고가인 4억2천550만 위안 (약 718억원)에 낙찰 되 미술품 최고 경매가를 기록해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가난한 목수였던 제백석은 40세부터 전각에 몰두하여 시(詩), 각(刻), 서(書), 화(畵) 일체언어를 보여주고 있으며, 각(刻)을 서(書), 화(畵) 보다 앞선 순위에 세웠다. 철필(鐵筆)의 전통예술 전각은 오랜 흐름 속에서 지금까지 그 용도가 계속 넓혀지고 있다. 작은 방촌(方寸)안에 문자의 함축된 작은 공간에 새겨진 전각예술은 서화·서적·신문·잡지 및 표지의 예술적인 장식효과를 풍부하게 가지고 있으며, 고박(古樸:옛 스런 맛이 있고 질박함)함과 혼후(渾厚:화기가 있고 인정이 두터움)함은 여러 가지 고아한 운취를 감상할 수 있는 깊은 전통예 술 장르이다. 예술적인 개인도장 하나쯤 가지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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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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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국제오페라어워즈를 시작으로 47일간 펼쳐질 <제17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가 ‘얼리버드(조기예매)’로 홍보 를 시작하며 개최 준비를 시작했다. 17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개막작은 벨칸토 오페라의 대표작 도니제티의 <람 메르무어의 루치아>다. 티켓 할인이벤트 ‘얼리버드(조기예매)’는 오는 5월 15일 오후 2시부터 6월 4일 자정까지 3 주간 진행된다. ‘얼리버드’ 이벤트를 통해 관객들은 네 편의 메인 오페라 공연의 좌석을 3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 할 수 있다. *문의 및 전화예매 대구오페라하우스 홍보관 전화 053-666-6170 대구오페라하우스 홈페이지(www.daeguoperahouse.org 인터파크(ticket.interpark.com)


미술

알바트로스(Albatross) SERIAL COULMN

‘알바트로스’ 라는 새를 아는지 ? 내가 어릴 때는 꾸러기 수비 대라는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들이 탑승하는 유니콘 로봇의 이 름으로 유명했었다 . 하지만 실제로는 태평양에 서식하는 슴새 목 알바트로스과 조류의 이름이며 , 멸종 위기에 처해있는 보호 종이기도 하다 . 나는 이 새의 존재를 너무나도 늦게 그리고 참담 한 심정으로 알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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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들을 중심으로 형형 색색의 플라스틱 조각들이 방사형태로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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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에서 우연히 본 사진에는 언뜻 새의 일부분 같아 보이는 여있었다 . 이것은 언뜻 보기엔 어린아이가 놀이터에서 소꿉장 난을 치다가 간 흔적처럼 보이기도 했고 , 이름 모를 어느 작가의 동시대 미술 작품 같아 보이기도 했다 . 하지만 이내 그것은 새의 시체와 주변에 버려진 폐 플라스틱 조각들로 만들어진 광경이라 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 그것은 내가 살면서 처음으로 본 ‘알바 트로스’ 라는 새의 첫 모습이었고 몇 장의 사진을 더 본 뒤엔 참 담한 마음에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 미국 출신의 작가 크리스 조던은 사진과 개념미술 , 영화와 비 디오 아트 등 장르를 넘나들며 현대 세계의 주요 담론과 이슈를

상) Chris Jordan Albatross mandala, Midway Island, 2010 하) 작가 크리스 조던 미드웨이섬에서 Chris Jordan at midway

작품으로 보여준다 . 조던은 원래 변호사였지만 , 미국 텍사스대 로스쿨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시애틀에서 10 년간 변호사로 일하다가 2003 년경에 작가로 돌아섰다 . 나는 조던의 이러한 이 력이 조던 자신의 작품 활동에서 다루는 주제가 작가 개인보다도 주로 공익적이고 거시적 관점에서의 예술 활동을 하도록 영향을 주었으리라고 생각한다 . 조던은 평소 해양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던 중 , 죽은 알바트로스의 시체가 자주 발견된 다는 미드웨이 섬을 알게 된 후 곧바로 카메라를 들고 태평양으로 향했고 , 약 8 년 동안 미드웨이 섬에서 알바트로스와 함께 생활 하며 작업을 해나갔다 . 알바트로스는 주로 먼바다에서 생활하며 2 년마다 단 하나의 알을 낳아키우는데 , 새끼에게 고작 한입의 먹이를 먹이기 위해 착 지 없이 약 1600km 를 날며 먹이를 구하러 다닌다 . 알바트로스는 수면 위를 낮게 날거나 잠수를 해서 바다에 있는 먹잇감을 포 착해 그것을 뱃속 가득 삼킨 뒤 둥지로 돌아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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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 Jordan Albatross mandala, Midway Island, 2010

단지 바다가 제공하는 것을 믿고 새끼에게 먹일 뿐인 알바트로스들은 자기가 삼킨 것이 먹이인지 플라스틱인지 알지 못한다 . 그렇게 새끼에게 줄 먹이를 뱃속 가득히 채운 후에 알바트로스는 둥지로 돌아와 자신의 뱃속에 있는 먹이 혹은 플라스틱을 게워 내어 새끼에게 먹인다 . 그렇게 뱃속에 플라스틱이 가득 찬 알바트로스들은 결국 이를 소화하지 못해 영양부족으로 죽게 된다 . 조던은 미드웨이 섬에서 8 년간 생활하며 촬영한 영상들로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알바트로스 <albatross, 2017>’ 를 제작했고 이듬해에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보건영화제 (Gloval health film festival) 에서 대상을 타며 플라스틱 과소비와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했다 . 참고로 영화는 지금도 알바트로스 필름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시청이 가능하 다.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날로 증가함에 따라 , 각 나라 혹은 각 기업마다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제도 마 련이나 제재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지만 내가 체감하기에는 플라스틱 사용 감소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느낀다 . 나는 보통 주변에 전시를 추천하거나 권유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전시만큼은 열렬히 주변에 추천했던 기억이 있다 . 그냥 누군가 한 사 람이라도 더 내가 본 것을 보고 내가 느낀 감정들을 느꼈으면 해서였다 . 내가 본 것을 이렇게 알리는 것만으로 이 문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 ‘나 하나쯤’ 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나부터’ 라고 생각을 해본다면 누구든 거대한 변화의 한 발자국 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대 음악

올 여름 다시 ‘시티팝’(City Pop) SERIAL COULMN

언제부턴가 ‘시티팝’(City Pop)이라는 음악이 유튜브에서, 카페에서, 클럽에서 흘러나와 젊은이들의 일상을 채우고 있다. 시티팝이라는 단어는 2015년 봄까지만 해도 자동차 브랜드 ‘쉐보레’ 경차 ‘스파 크’의 여러 모델 중 하나를 가리키는 이름으로 언론 보도에서 언급됐는데, 이후 문화면 음악 기사에서 곧잘 다루는 모습이다. 시티팝은 말 그대로 ‘도시의 대중음악’이다. 그런데 도시에서 도시 사람들이 즐 기는 대중음악으로는 가요도 있고, 미국 빌보드 차트의 팝도 있고, 영국의 록도 있다. 어떻게 다른걸까. 시티팝은 장르가 아닌 스타일을 가리키는 명칭이다. 도회(都會, city)적인 느낌 을 주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배경은 사람도 많고 건물도 빽빽하고 첨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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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가 일상을 꾸며주는, 어느 대도시다.

타에코 오누키_선샤워 (1977)

이런 풍경을 음악에 그대로 담기도 하고, 반대로 이런 번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교외나 해변을 찾은 현대인의 심정을 음악으로 표 현하기도 한다. 또한 이런 곳으로 도망치는 일은 평소엔 쉽지 않으니, 그 대신 고요해진 도시의 밤을 기다렸다가 그 분위기를 노래 하기도 한다. ‘버블경제’라는 호황을 누린 1970~80년대 일본이 그랬다. 특히 대도시 도쿄의 나날들이 그러했다. 그런 모습을 일본의 수많은 뮤 지션들이 음악으로 표현했다. 야마시타 타츠로, 안리, 오오누키 타에코, 오하시 준코, 카도마츠 토시키, 오타키 에이치, 사토 히로 시, 하마다 킨고, 아베 야수히로, 요시다 미나코, 하이파이 세트, 파이퍼 등의 뮤지션이 꼽힌다. 이들 시티팝이 요즘 다시 뜨는 이유로 ‘뉴트로’라는, ‘꿈보다 해몽’ 격 단어가 언급된다. 뉴트로(Newtro)는 새로움(New)과 복고 (Retro)를 합친 단어이다. 이게 각광받는 다는 것은 늘 유행하는 복고를 좀 새롭게 즐기고픈 사람이 많아졌다는 얘기 아닐까. 또한 힙(Hip)이며 쿨(Cool) 같은 최신 트렌드의 흐름이 좀 따분해진 사람들 역시 뉴트로에 빠져들게 됐다는 설명도 있다. 여기에 ‘딱’ 부합하는 음악이 바로 시티팝이다. 과거의 음악이긴 한데, 요즘 음악보다 오히려 더 신선하다는 점이 귀를 끄는 요소다. 사실 다시 불러낼 옛 음악은 참 많다. 그럼에

왼쪽부터) 1. 오타키 에이치_어 롱 배케이션(1981) 2. 안리_타임리(1983) 3. 파이퍼_섬머 브리즈(1983) 4. 카도마츠 토시키_섬머 타임 로맨스(1984) 5. 야마시타 타츠로_빅 웨이브(1984)


도 시티팝이 유독 조명을 받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이 음악이 버블경제, 즉 경제 호황 시기에 일본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졌고 또 불티나게 팔 렸다는 게 힌트다. 당시 메이저 제작사들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시티팝 앨범을 제작했다. 최고급 스튜디오 및 악기며 장비를 썼고, 일본은 물론 해외 유명 프로듀서, 뮤지션, 연주 세 션을 앨범에 참여시켰다. 지금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인 일본 음악 시장은 그땐 더 잘 나갔고, 중심에 시티팝이 있었다. 이렇다 보니 시티팝의 도회적인 느낌은 더욱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띄게 됐고, 수십년이 흐 른 요즘엔 오히려 구현하기 힘든 ‘완성도’를 다시금 자랑하게 된 것이다. 마치 옛날 유적에 서 지금보다 앞선 세공 기술로 제작한 귀금속 보물들을 발견하는 것 같달까. 시티팝은 재즈, 훵크, 소울 등 흑인음악을 비롯해 AOR(앨범 오리엔티드 록), 소프트록 등 의 세련됨, 청량함, 가벼움 등만 골라 차용한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니까 반대로 투박함, 칙 칙함, 무거움 등의 요소는 배제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특징을 가졌다. 그래서 일본 에서는 일부 시티팝 앨범에 대해 ‘라이트 멜로우’(Light Mellow, 가벼운 달콤함)라는 수식 을 붙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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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특성 때문에 시티팝은 일본에서 사계절 가운데 여름용 음악으로 특히 인기를 얻었 다. ‘Summer’(섬머)라는 단어가 들어가 시티팝 앨범이 참 많다. 또한 유명 시티팝 앨범 커 버(표지)의 절반쯤은 여름의 해변이나 리조트, 바캉스를 즐기는 젊은 남녀(특히 푸른 파도 위로 서핑을 하는 모습), 그리고 도시를 떠나 어디론가 향하는 자동차 및 고속도로의 풍경 이다. 한편, 지난 몇 년 동안 시티팝이 재발견되면서 일본에서는 다수의 시티팝 앨범이 재발매되 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또 요즘 세대 뮤지션들이 시티팝을 표방하며 20세기가 아닌 21세 기의 시티팝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이 트렌드가 한국에 전해지면서 만들어진 현상이 있다. 바로 과거 한국 대중가요 가운데 시티팝이라고 할만한 작품들을 언급하는 것이다. 김현철, 유재하, 윤상, 유희열, 봄여름가 을겨울, 빛과 소금 등 90년대에 꽤 감성적인 발라드 내지는 재즈 음악을 선보였던 뮤지션들 의 몇몇 곡이 요즘 젊은이들로부터 다시 듣기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 윤종신, 유빈, 백예린, EXID(이엑스아이디) 등의 뮤지션들이 최근 시티팝st(스타일)라 며 잇따라 신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윤종신은 2017년 발표한 곡 ‘Welcome Summer’(웰컴 섬머’ 뮤직비디오를 여름 휴양지 콘셉트로 제작했고, 2018년 발표한 곡 ‘Summer Man’(서 머 맨)은 유튜브 유튜버들이 시티팝을 소개할 때 쓰는 애니메이션 짤(특정 영상 반복) 콘셉 트를 차용한 바 있다. 일명 시티팝의 ‘필수요소’ 들을 녹여내면서 시티팝 팬들의 호응이 이 어졌다. 이처럼 시티팝은 한때의 유행이 아닌 길게 가는 문화 요소로 이런저런 대중문화 속 에 스며드는 모습이다.

위로부터) 김현철 - 1집 (1989) 빛과 소금 - 1집 (1990) 윤종신 - 웰컴 섬머 (2017)


뷰 제 36회 대구연극제

사각잡지가 평가하는 대구연극제 0

REVIEW 원

올해 대구연극제에 참가한 극단은 고도 , 온누리 , 처용 , 이송희 레퍼터리 , 미르 총 5 곳이다 . 대구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팀 은 6 월에 서울에서 열리는 대한민국연극제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진다 . 대상은 온누리에서 수상했으며 연출상은 온누리의 이국희 , 무대예술상 고도의 박재민 , 최우수 연기상 처용의 최영주 , 우수 연 기상은 공동수상으로 고도의 예병대 , 이송희 레퍼터리의 이송희 , 신인연기상은 처용의 조용채에게 수여함으로써 시상식은 끝이 났다 . 하지만 본 기자는 다른 평가를 내리고자 한다 . 대상과 연출상 , 우수 연기상에서 수상하신 이송희 님에게 과연 합당하게 상 이 주어졌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 그래서 스토리 부문 , 연출 부문 , 무대 예술 부문 , 연기 부문으로 나눠서 각 공연에 대해 평가 하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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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고도 용을 잡는 사람들 3 월 27 일 대구연극제의 첫 날을 장식한 것은 극단 고도의 용을 잡는 사람들이다 . 악당인 검은 용을 잡기 위해 4 명의 젊은 용사 들이 가장 높은 산인 천왕산에서 용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다 어느덧 40 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버리면서 시작하는 이야기다 . 판타지 장르인데 현실적인 느낌이 난다 . 포기하기엔 아깝고 습관처럼 세월을 흘려보내며 확실치 않은 것을 기다리고 있는 그 모 습은 꿈과 현실을 고민하는 우리 주위의 숱한 사람들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 . 아쉬운 것은 용사들의 과거사를 얘기하는 장면구성이 조금은 지루했다는 점이다 . 용사들의 분신 역들이 나와 춤을 추며 호흡을 맞추는 씬은 악당인 용과 싸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좋았다 . 그리고 이야기의 마무리 매듭도 메시지 전달이 잘 되었고 배우들 의 연기도 상당히 준수하였다 . 무대는 아무래도 판타지 장르라는 요소여서 그런지 소품과 배경을 한껏 뽐내기엔 좋은 공연이었 다. 평점

스토리 ★★★★☆ , 연출 ★★★☆☆ , 무대 예술 ★★★★★ , 연기 ★★★★☆

총 20 점 만점에 16 점으로 좋은 시도의 공연이었으며 어려웠을텐데 훌륭히 잘 수행했다 .

극단 온누리 외출 두 번째 작품으론 극단 온누리의 외출이다 . 평범한 가정주부인 61 살의 영애는 남편의 생일잔치 도중 가족들 앞에서 초등학교 동창인 병수와 일 년 동안 세계여행을 갈 거라며 폭탄 발언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 남편 두석 입장에선 남자와 단 둘 이서 여행을 간다고 하니 이혼하겠다며 반대를 하지만 그래도 영애는 강경하다 . 이 공연을 보면서 40 대 이상의 여성분들이 재미있게 보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아침드라마같은 연출과 스토리로 공연이 구성 되어 있기 때문이다 . 물론 , 여행을 간다는 발상은 우리가 으레 봤던 것들과는 다르지만 말이다 .


극단 고도의 용을 잡는 사람들 ⓒ대구연극제

아쉬운 것은 영애와 두석의 마음을 대사없이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역할이 비중있게 등장하여 무대 위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데 고 도의 공연과 달리 배우들의 감정변화를 표현함에 있어 너무 쉬운 장치를 썼고 오히려 시선을 분산시키는 악영향을 끼쳤다 . 초반 전개부분도 너무 주절주절 말이 많아서 지루했으며 연기도 아쉽다 . 두석 역의 연기는 아침 드라마에 배우들과 비슷했고 그런 점 에서 나쁘지 않았으나 영애 역의 연기는 주연을 맡기엔 많이 아쉬웠다 . 평점

스토리 ★★★☆☆ , 연출 ★★★☆☆ , 무대 예술 ★★★☆☆ , 연기 ★★★☆☆

총 20 점 만점에 12 점으로 전체적으로 평이했다 . 왜 대상인지 잘 모를 작품이다 .

극단처용 툇마루가 있는 집 세 번째 작품은 극단 처용의 툇마루가 있는 집이다 . 30 여년이 훌쩍 지나 지금은 아무도 없는 툇마루가 있는 옛집으로 가서 관객 과 같이 과거회상을 하는 작품이다 . 억척스럽게 집안을 지켜내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 , 시위 운동을 하다 부모님보다 세상을 먼저 떠나버린 형 , 그런 자식을 마음에 품고 살던 어머니 , 평생 미워하고 무서웠던 아버지 , 그리고 같이 하숙하던 다른 식구들인 부모 님을 먼저 여의고 씩씩하게 살던 자매 , 집안을 먹여 살리느라 자기 몸을 돌보지 못한 여인 , 타국으로 돈 벌러 떠난 남편 기다리며 살던 부인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중학생 시절과 대학생 시절의 자신을 마주하며 같이 풀어낸다 . 전원일기같은 무대 연출과 스토리가 특징인 작품이며 사실적으로 잘 표현해냈다는 것이 이 공연의 장점이다 . 특히 연기적인 부분에선 상당히 훌륭했다 . 최우수 연기상을 받은 최영주 배우의 엄마 역할은 정말 웬 아줌마가 하나 앉아 있는


이송희레퍼터리 전선위에 걸린 달

左) 극단 온누리의 외출 右) 이송희 레퍼터리의 전선위에 걸린 달 ⓒ대구연극제

듯이 아주 실감나는 연기였다 . 평점

스토리 ★★★☆☆ , 연출 ★★★☆☆ , 무대 예술 ★★★★☆ , 연기 ★★★★★

총 20 점 만점에 15 점으로 연기적인 부분에서 즐겁게 잘 봤던 공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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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작품은 이송희 레퍼터리의 전선위에 걸린 달이다 . 결혼정보회사를 찾은 명배는 딸의 혼례문제로 10 억 원의 보상을 약 속하며 사윗감을 찾아달라고 한다 . 결혼정보회사 대표와 직원들은 사윗감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 마치 시라노 연애 조작단과 같은 내용 구성으로 후반에 딸의 정체가 드러나는 장면에선 나름 신선하기도 하나 너무나도 집중이 안 되는 연기 력에 계속 보기가 힘들었다 . 연출 또한 한 철 지난 구식 개그로 재미도 없는 것을 중간중간에 끼어넣고 이야기 전개 과정도 산만 하고 메시지 전달도 명확하게 되지 않았다 . 스토리 ★★☆☆☆ , 연출 ★★☆☆☆ , 무대 예술 ★★★☆☆ , 연기 ★☆☆☆☆ 총 20 점 만점에 8 점으로 이것도 좀 후하게 준 것 같다 . 이송희 배우님이 우수연기상을 공동수상하였는데 그 분의 연기는 나쁘 지 않았으나 평이했다 .

극단미르 낙원 다섯 번째 작품은 극단 미르의 낙원으로 정신병원에서 일어난 일들을 다루고 있다 . 이 정신병원은 원장의 독재로 운영되는데 어느 날 자신을 왕이라고 생각하는 환자 시연이 들어오며 정신병원을 낙원으로 바꾸기 위한 시도를 하게 되며 이야기는 전개된 다. 이 공연의 스토리와 연출은 너무나도 익숙하게 많이 봐왔다 . 보통 학생들이나 연기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창작극을 할 때 이런 형식의 공연을 주로 한다 . 어떤 공간에 갇혀서 자기들끼리 과거 얘기를 하고 힐링하는 그런 류의 공연은 엘리베이터나 지하철에 갇히는 등 소재만 다르게 하여 나오는 , 크게 기대될 것은 없는 이야기 전개 과정이며 쉽게 쓸 수 있는 창작극이다 . 그렇지만 그 소재의 다름을 이용하여 표현할 수 있는 게 많았을텐데 너무나도 예상대로 흘러가고 예상대로 끝이 났다 . 보여준 게 딱히 없고 배우들의 연기가 엄청 뛰어나서 극 중 인물에 공감하거나 하지도 않았다 . 평점

스토리 ★★☆☆☆ , 연출 ★★☆☆☆ , 무대 예술 ★★☆☆☆ , 연기 ★★☆☆☆

총 20 점 만점에 8 점이다 . 그러나 이 작품도 8 점은 좀 후한 것 같다 .


그래서 본 기자의 평으론 대상은 극단 고도의 용을 잡는 사람 들에게 수여하고자 한다 . 색다른 시도와 설정에도 불구하고 현 실적인 공감이 잘 됐고 배우들의 연기 , 무대 배경 모두 다 좋았 다 . 연출상은 3 점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극단이 없지만 온누 리보단 처용이나 고도에서 받는 것이 맞았다고 본다 . 3 점이라 도 똑같은 3 점은 아니다 . 전체적인 대구 연극제의 평을 하자면 좋은 스토리가 나왔으면 좋겠다 .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좋은 스토리의 역할이 가 장 크다 . 차라리 공연지원금 중 작가료를 신진 작가들에게 기 회를 내주어서 공모를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 공연에 대한 권리만 얻어내고 저작권은 작가에게 주면서 말이 다 . 대구 연극계의 작품을 보면 기성 작가 몇 분이 주로 쓰시는 데 신선하지가 않고 했던 거 또 하는 느낌이 너무 강하다 . 또한 연출과 배우들도 발전하기를 바란다 . 사람은 공부를 안 하면 그 실력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퇴보하기 마련이다 . 연극 이 침체기를 겪고 있는 건 결국 재미가 없어서이고 재미 없는 이유는 매체의 발전도 있겠지만 연기가 이상하다던지 너무 뻔 한 연출과 예상되는 스토리 라인 등도 한 몫 했다 . 연극은 예술이지만 연극인들은 예술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예 술을 했으면 좋겠다 .

위에서 아래로 극단 미르의 낙원 극단 처용의 툇마루가 있는 집 이송희 레퍼터리의 전선위에 걸린 달 극단 온누리의 외출


뷰 연극 우리들의 일그러진영웅 당신은

권력과 돈을 욕할 자격이 있는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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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이문열의 대표작으로 1987년에 발표되었다. 1987년은 6월 항쟁 이 일어난 시기로 독재를 청산하고 진정한 민주화가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이 이후로 대통령 직선제가 시행되었으며 노동 운동도 활발히 일어났다. 그런 시기에 탄생한 이문열의 일그러진 영웅은 미래를 더 내다본 작품으로 꼽을 수 있다. 제 도적으론 독재를 벗어나 민주화로 진행됐지만 결국 그 체제를 운영하는 건 인간이다. 그리고 인간은 권력과 돈을 가지기 위해 추악한 행동을 서슴없이 저지를 수 있는 것이다. 누구나 기 득권을 욕하지만 돌아서면 본인이 가진 쥐꼬리만한 권력을 서슴없이 휘두르기 마련이다. 재 벌의 경영세습에 대해 많은 이들이 욕을 하지만 민노총의 고용세습에 대해선 관례라고 변명 하듯이 말이다. 이 작품은 교과서에 실린 만큼, 많은 분들이 내용을 알고 있을 것이다. 자유당 시절, 전근을 Sa: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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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된 아버지를 따라 서울에서 시골로 전학을 간 주인공 한병태는 초등학교의 한 반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엄석대와 만나게 된다. 엄석대의 권력 앞에서 한병태는 저항하지만 결국 엄석대의 체제 하에 들어가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깨닫고 굴복하고 만다. 그렇지만 새 학년이 되면서 새로운 선생님이 부임하고 엄석대의 체제는 부숴지고 만다. 세월이 흘러 사회인이 된 한병태는 부조 리한 현실에서 힘겹게 살아가던 중 수갑을 차게 된 엄석대를 보게 된다. 이번 공연에서는 엄석대의 체제가 부숴지는 것까지만 각색하여 무대에 선보이게 됐다. 의자를 사용하여 한병태와 아이들의 관계 를 보여준 연출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아쉬운 점은 새 담임 선생님이 부임한 이후의 이야기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여 급격히 전 개된 것과 아이들이 청소하고 엄석대에게 검사받는 장면을 너무 길게 끌어 구성한 점이다.이 공연의 관람 포인트는 한병태가 엄 석대의 잘못을 담임선생님에게 고발하고 화가 난 담임선생님이 교실로 와서 진실을 물었을 때 아이들의 대답과 새 담임선생님에 게 엄석대가 패하자 아이들이 엄석대의 행적을 폭로할 때이다. 한병태가 저항했을 땐 대답을 않던 아이들이 새 담임선생님에게는 욕설까지 섞어가며 격렬하게 엄석대의 잘못을 토로한다. 그리고 한병태가 대답을 않자 오히려 한병태를 몰아세우며 힐난하는 장 면은 인간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게 한다. 한병태의 마지막 대사로 공연은 끝이 난다. 우리 마음 속의 엄석대를 몰아내지 않는 한 제 2, 3의 엄석대가 나타날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현실은 불공평하고 부조리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권력과 돈을 가진 이들을 욕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권력과 돈을 가지길 원한다. 물론, 기득권이 올바르게 돈을 벌지 못한 사례를 많이 봐왔고 권력을 휘둘러 무마시키는 것도 많이 봐왔다. 그러나 그런 사회를 지탱한 것은 결국 엄석대가 아닌 아이들이다. 저항하던 한병태를 따돌리고 굴복시킨 것도 아이들이다. 그리 고 새로운 권력이 생기자 엄석대를 버리고 빌붙은 것도 아이들이다. 엄석대에게 저항했던 한병태를, 권력의 달콤함을 맛 본 한병 태라고 욕하지만 결국 힘의 논리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최근 연예계 쪽은 장자연 사건과 버닝썬 사건으로 시끄러운 상황이다. 가장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엄석대의 위치처럼 권력을 가진 이들이며 사건의 주동자인 게 너무도 자명하다. 그러나 이들이 잡힌다고 해서 안타까운 사건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구조적 으로 범죄를 저지르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누군가는 뜨기 위해 성상납을 할 것이고 누군가는 유착관계를 형성할 것 이며 누군가는 그것을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침묵으로 방조하고 내부고발자를 배척할 것이다.


뷰 2019 한울림 세계명작시리즈

연극 코뿔소 인간과

동물은 무엇이 다른가 0

REVIEW 원

주인공 베랑제는 작은 마을의 신문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내이다. 친구 장과 카페에서 대화를 하던 중 엄청난 소음과 함께 코뿔소가 마을을 쑥대밭 으로 만드는 것을 목격한다. 마을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고 소동은 코뿔소가 지나가고서야 진정이 된다. 마을 사람들은 이에 대해 심각히 토론 을 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토론의 내용이다. 만일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당신이 카페에 앉아 친구와 수다를 떨고 있 는데 마침 당신 앞을 코뿔소가 지나간다면 어떤 생각이 들 것이며 무엇이 중 요하겠는가? 대부분은 가장 먼저 ‘저 코뿔소는 어디서 나타난거지?’라는 이 소동의 원인에 대해 궁금히 여길 것이다. 그리고 코뿔소가 난동을 피우면 이 끝나면 사후 예방을 위해 코뿔소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알아본 것을 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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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원인을 해결하고자 할 것이다. 그렇지만 작중 인물들은 코뿔소의 뿔이 한 개인지 두 개인지에 대해서만 관심이 가득하다. 그것

Sa:Gak

위험하기에 경찰서에 연락하는 등 대책을 세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것

이 별로 중요하지 않음에도 말이다. 여러분은 이 작품을 본다면 작중의 인물들이 답답할 것이고 멍청하게 여길 것이다. 세월호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다. 안타까운 사고이고 이 사고에서 중요한 점은 기준 과적을 초과하여 적재하지 말 것이며 사고가 일어났을 시 대처법에 대해 교육이 필요한 점과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이해 하기 힘든 점은 마치 국가가 세월호를 전복시키기 위해 계획적으로 사고를 일으켰다고 얘기하던 사람들이다. 국가에서 계획적으 로 하는 것이 도대체 어떤 이득이 되는지는 설명을 못하지만 아무튼 계획적으로 사고를 일으켰다고 믿는 것이다.지금도 대통령이 바뀌고나서 한 조사결과에도 재조사를 해서 진실규명을 해야한다는 분들과 그 분들을 지지하는 분들은 아주 많다. 4월 16일만 되 면 sns에 노란리본을 찍은 사진을 올리며 추모를 하지만 그것이 장사인 줄은 모르는 분들이 많듯이 말이다. 다시 코뿔소로 돌아가서 마을 사람들은 현안인 코뿔소에 대해 인간이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여러 모습으로 고민하다가 하나 둘, 코뿔소로 변해버린다. 처음에는 소수였던 코뿔소가 점점 다수가 되어가자 재미있는 일이 일어난다. 코뿔소가 되는 것이 옳은 일 인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처음엔 코뿔소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여론이 점점 바뀌었다. 그리고 코뿔소가 되는 것에 대해 찬양을 하고 부러워하기 시작한다. 결국 주인공인 베랑제를 제외하곤 모두 코뿔소로 바뀌는데 베랑제는 어떤 선택을 할 지를 보는 것이 이 극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질문했던 것처럼 이번엔 만일 여러분들의 주위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 코끼리로 변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그것이 점점 대세가 되어감을 본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문제는 현실에서도 이미 많이 겪고 있다. 19대 대통령 선 거에서 많은 이들의 술자리 안주거리는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을 지 였다. 야당을 지지하는 쪽은 마치 인성이 쓰레기인 양 취급됐 다. 인간과 동물은 무엇이 다른가? 누구 할 것 없이 이성, 즉 생각하는 존재라서 동물과 다르다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은 대 체로 편함을 추구한다. 인간의 탈을 쓴 코뿔소는 어디에나 있다. 아니, 나 자신일 수도 있다.


뷰 연극 행복한家 아버지

사용법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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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원

행복한 가 ( 家 ) 의 가장인 아버지는 큰 빚을 지고 자살 시도를 한다 . 아내와 딸은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사채업자의 빚 독촉 에 시달린다 . 그러다 아버지의 보험에 대해 알게 되고 아버지의 죽음 을 자살이 아닌 교통사고로 위장하여 보험금을 타 내려는 계획을 세우 고 실행한다 . 이들 가족의 행방은 어떻게 될 것인가 ? 이 작품은 블랙 코미디로써 비극을 잘 표현해냈다 . 아버지는 자살 시 도를 하지만 실제론 죽지 않았고 잠시 정신을 잃었을 뿐이다 . 하지만 가족은 착각을 하여 아버지가 죽은 줄 알았고 그로 인해 아버지 앞에서 아내와 딸은 그들의 민낯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 애초에 이 가족에겐 아버지의 죽음이 큰 슬픔으로 다가오지 않았으며 빚까지 남기고 간 원수였다 . 아버지도 이들이 짐짝처럼 무거웠으리 Sa: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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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 이 공연은 나름 신선한 시도를 했는데 가수 김동식 씨가 무대 위 한 구석을 차지하여 직접 BGM 을 불렀다는 점이다 . 단순히 음원을 틀어서 듣는 것보다 라이브를 들으며 공연을 보니 공연의 몰입도가 한층 더 높아졌다 . 스토리와 연출도 괜찮았고 배우들의 연기 수준도 좋았다 . 다만 , 마무리가 어설프게 끝나서 아쉽다 . 메시지 전달이 너무 직접적 이었으며 진부한 형식으로 마무리를 맺었다 . 이런 내용의 가족극은 주로 해피엔딩으로 끝날 때 아버지가 궂은 일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하며 희망찬 느낌을 주며 끝이 나는데 설명한 그대로 끝났다 . 그것도 굳이 ‘앞으로 열심히 살아야지 !’ 등의 대사를 내뱉으 면서 말이다 . 차라리 딸이 나레이션으로 상황 설명을 하고 끝이 났으면 무게감은 있었으리라 .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배우들의 연기 수준은 높았지만 연습은 많이 하지 않은 것 같았다 . 대사가 씹힐 때가 몇 번 있었으며 어 떤 배우는 표준어로 말하다가 사투리가 한 번씩 튀어나올 때가 있고 또 다른 배우는 사투리로 하다가 표준어를 섞기도 하는 등 대 본을 많이 안 읽은 티가 났다 . 그럼에도 연기 내공이 괜찮다고 말한 것은 대사를 틀렸는데도 틀렸다는 느낌이 안 나게 연기했기 때문이다 . 가족극은 예전이라면 진부했을 소재겠지만 요즘 같은 시대엔 오히려 신선한 느낌마저 준다 . 비혼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결혼 을 해도 아이는 다들 안 낳으려 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래 됐다 . 이런 시대 상황에서 가족이란 무엇일 지 생각하는 것은 제작 측과 관객 측의 답변이 많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 . 그렇다면 아버지 사용법은 무엇일까 ? 이 글의 부제이기도 하고 행복한가 공연의 부제이기도 한 아버지 사용법이란 불편한 얘기 일 수 있다 . 이 단어가 주는 어감 자체가 아버지를 ATM 기 취급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 교통사고로 위장하려는 부분에 서 결국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것을 깨닫지만 아버지를 대하는 가족의 태도를 보면 ATM 기 취급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 만약 당신의 집에 사업을 실패하여 빚을 지게 된 아버지가 있다고 하자 . 매일 술만 마시다 어느 날 자살을 하여 보험금을 타내 집안의 살림에 도움이 되겠다고 하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 처음엔 말도 안 된다고 생각이 들면서 그러지 말라고 하지만 아버 지의 뜻이 완고하여 결국 눈물을 흘리며 자살하도록 보내줄 것인가 ? 가장의 짐이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무거울지도 모르겠다 . 어머니의 삶을 조명하던 지난 몇 년간의 트렌드와 달라 의도적이지 않게 신선한 면은 있었으나 가족 구성 자체에 회의적인 사회가 된 지 오래다 . 뉴컴퍼니의 차기작을 기대해본다 .


뷰 오페라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 진실한

사랑은 통한다 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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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원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가에타노 도니제티가 펠리체 로마니(Felice Romani)의 대본을 바탕으로 작곡한 오페라이며 총 2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2막에서 네모리노가 부르는 아리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이 특히 유명하다. 줄거리는 어렵고 복잡하지 않다. 왜냐하면 ‘사랑의 묘약’은 ‘세빌리아의 이발사’, ‘돈 파스콸레’와 함께 이 탈리아 3대 코믹 오페라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팔짱을 끼고 심각한 얼 굴로 볼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즐기면 되는 공연이다. 게다가 이번 공 연은 3월초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되었던 ‘마술피리’와 함께 제5회 대 있고 젊은 성악가들이 함께하는 무대라는 점이 흥미롭다.

영아티스트오페라 답게 독특한 무대의상과 분장이 눈에 띄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먼저 축제의 개막을 알리는 프로그램이자 전세계 성악도들을 위한 ‘오페라 유니버시아드’가 3월 7일에서 9일까지 모차르트 최후 의 오페라 '마술피리'로 관객들을 만났고 이어 국내외 젊은 성악가들이 함께하는 영아티스트 오페라 '사랑의 묘약'이 3월 29일과 30일 양일간 축제의 열기를 이어갔다. 대구와 같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인 이탈리아의 볼로냐 오페라극장을 비롯해 남아프리 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오페라극장, 그리고 대구오페라하우스 오펀스튜디오에 소속된 성악가 9명이 함께 무대를 채운 이번 공연은 특히 2017년 제15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오페라대상과 작품상을 수상한 오페라 <아이다>의 지휘자 조나단 브란다니와 연출 가 이회수 콤비가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췄다고한다. 이야기는 스페인의 한 시골 마을에서 시작한다. 네모리노는 아름다운 아디나를 짝사랑한다. 그는 자신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약 장수 둘카마라에게서 사랑의 묘약을 구입한다. 하지만 묘약의 정체는 싸구려 포도주. 아디나는 마을을 찾은 군인 벨코레의 청혼 에 응하지만 막상 결혼 계약서를 앞에 두고 서명을 미룬다. 네모리노는 사랑의 묘약을 더 사고 싶지만 돈이 부족하자 군인이 되기 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가 친척에게서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는다는 소문이 마을에 돌자 여자들은 그에게 관심을 표한다. 한편 아 디나는 네모리노가 자신의 마음을 얻기 위해 군대에 들어갈 생각까지 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감동한다. 네모리노의 군입대 계 약서를 찾아온 아디나는 네모리노에게 그것을 내밀고 두 사람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네모리노의 본의 아닌 밀당에 아디나가 넘어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네모리노의 진실한 사랑이다. 아디나는 네모리노에게 너무나도 차갑게 대하지만 네모리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편단심의 마음으로 아디나를 사랑 한다. ‘사랑의 묘약’은 150분 동안 관객들을 즐겁고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공연이었지만 그 속에는 ‘진실한 사랑은 통한다’라는 핵 심 메시지가 숨겨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공연이 끝난 뒤 한 가지 의문점이 남았던 것이 있다면 배우들의 의상과 분장이 독특했다는 점이다. 둘카마라를 제외한 사람들은 모두 흰색 바탕에 검은 무늬가 있는 옷을 입고 있었다는 점이다. 의도적이든 그렇지않든 독특해서 눈에 띄었다. 마지막으로 ‘영아티스트 오페라축제’가 국적이 다른 젊은 아티스트의 교류의 창구가 되듯 젊은 관객들도 오페라로 이끄는 창구 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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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국제영아티스트오페라축제를 장식했다. 전 세계 극장에 소속된 재능


뷰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선과 악을 분리시키다 0 8

REVIEW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영국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로버트 루 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이 1886년에 발간한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상한 사건(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라는 원작을 두고 있으며 1997년 브로드웨 이에서 초연을 한 작품으로, 스릴러에만 집중되어있던 소설버전에 서 로맨스적인 요소가 첨가되어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1885년 런 던, 의사이자 과학자인 헨리 지킬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아버 지를 위해 인간의 본성을 선과 악,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 약을 만 ⓒ오디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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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게 자신의 개발한 약물로 임상실험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

Sa:Gak

들고 있다. 지킬 박사는 성 주드 병원(St. Jude’s Hospital)의 이

청하지만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이라며 기각당한다. 결국, 지킬은 자신의 몸에 실험을 하게 되고, 에드워드 하이드라는 내면에 있던 자아가 모습을 드러내게 되지만 실험이 계속 될수록 하이드를 통제할 수 없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2004년 국내 초연을 하자마자 열풍을 일으키며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뮤지컬인 지킬앤하이드 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뮤지컬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브로드웨이에서 4년간 공연을 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채 막 을 내렸다고 한다. 한국에서 어떻게 흥핼 할 수 있었을까? ‘논 레플리카 (non-replica) 프로덕션’ 덕분이라고 제작사인 오디컴퍼 니가 이야기했다고 한다. 논 레플리카 프로덕션이라는 것은 현지 정서에 맞게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작품은 레플 리카 형식으로 의상 및 세트 등등을 오리지널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를 해야하는 반면에 논 레플리카는 문화에 맞춰 수정을 허락한 것이다. 원래 지킬 역할을 하던 중후반 나이대의 배우에서 젊은 나이대의 배우를 캐스팅 하여 지킬 박사의 이미지에 도전적인 면 모를 부각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지킬의 이중연기에 대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시키고, 조승우라는 실력파 배우를 캐스팅 함으 로써 극대화 시켜 성공을 할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일반적으로 ‘지킬앤하이드’를 떠올렸을 때 ‘지금 이 순간’이라는 넘버를 많이 떠올리겠지만 매니들 사이에서는 ‘Confrontation’ 이 대표적인 넘버이다. 지킬은 악행을 저지르는 하이드의 존재를 부정하고 없애고자 하고, 하이드는 본인의 존재를 더욱 더 정착 시키고자 하는 장면이다. 두 인격체가 한 사람의 몸에서 분출되며 빨간 조명과 파란 조명의 조화로 관객에게 두 사람을 표현한다. 조명 뿐만 아니라 지킬을 표현하는 배우가 왼쪽, 오른쪽으로 몸을 회전하고 목소리도 바꾸며 연기를 하는데 배우 한 명이 두 사람 의 몫을 해내야하는 만큼 엄청난 체력과 감정이 필요한 장면이고 제목을 시각적으로 만들어낸 장면이 이 장면인 것 같다. 웅장하고 세련된 음악과 세트, 거기에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이 있으니 어찌 그냥 넘어갈 수 있을까.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의 공 연이 마치면 창원을 시작으로 지방 투어를 시작한다니 놓치지 마시길!


뷰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날

성장시켜준 후원자 0

REVIEW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는 2016년 국내 초연을 했으며, 진 웹스터가 쓴 동명의 소설 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로 토니어워즈 최고 연출상을 수상한 존 캐 어드의 섬세한 연출과 이 작품으로 토니어워즈 작곡/작사상을 받은 폴 고든의 서정적 인 멜로디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고아원의 큰언니인 제루샤 에봇, ‘스미스’라는 가명을 쓰는 후원자에게 그의 정체 를 물어보지 말고, 생활하는 동안 편지를 한통씩 써서 보내야하는 조건으로 대학 공 부를 위한 지원을 받게 된다. 여느 때처럼 학업과 일상 속에서 친구 샐리와의 우정을 쌓아가던 어느 날, 룸메이트 줄리아의 삼촌인 제르비스 펜들턴을 만나게 되고 사랑 이라는 감정 또한 배우게 된다. 제루샤는 스미스씨의 뒷모습을 본 적이 있었고, 키 가 굉장히 컸다는 게 인상 깊었기 때문에 스미스씨 말고 키다리 아저씨라고 부르기 로 한다.

키다리아저씨 포스터 ⓒ달컴퍼니

키다리 아저씨는 원작인 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단 2명의 배우가 작품을 끌고 간다. 무대의 뒤쪽 부분은 제르비스의 공간 으로 서재가 꾸며져 있고, 앞은 제루샤의 공간으로 고아원이 되었다가, 대학교가 되었다가, 농장이 되었다가 혹은 제르비스와 제 루샤가 함께 머물기도 하며 다양하게 활용이 된다. 서재에는 제루샤의 편지들로 극 초반부터 후반까지 쌓여가는데 그 모습이 인 상 깊다. 러브 스토리를 포함하고 있지만 제루샤가 고아원에서 나와 대학을 진학하고 작가가 되는 성장기라고 할 수 있다. 제루샤 는 활발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페미니즘적이고, 매우 현실적이며 후원을 당연시 여기지 않으며 감사함을 느끼고 능력이 되었 을 때 후원받을 것을 갚아나가는 자립적인여성이다. 키다리 아저씨에게 보내는 편지들의 내용은 그녀가 얼마나 똑 부러진 사람인 지 알 수가 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잔잔한 작품이라 자칫 지루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굉장히 쫀쫀하게 구성되 어있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재치, 귀여움, 달달함, 질투 등등의 감정을 따라가다보면 극은 어느새 끝이 나있다. 서정적인 가사, 대사, 음악은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준다. 극 중간 중간 웃음 짓게 만드는 장면들이 많다. 제르비스가 ‘나 늙었대’ 라고 말하는 넘버에서 사람들이 빵 터졌던 기억이 난다. 또, 2막 첫 장면에서 제루샤가 객석에서 등장하며 귀여운 표 정과 노래를 하는데 객석은 또 엄마 미소, 아빠 미소를 지을 수가 있다. 그 외에도 이런 요소가 많으니 이번 공연을 보지 못했다면 다음 공연 때 꼭 키다리 아저씨를 보기를 권한다. 대부분의 2인극은 남자 배우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는 국내에서는 드문 혼성 2인극 뮤지컬이라는 점도 매 력이라고 할 수 있으니 놓치지 말기를! 그리고 이 작품과 관련하여 많이 보이는 문구가 ‘인생을 바꿀 단 한번의 기회’, ‘당신의 키 다리 아저씨를 기억하나요?’인데 정말 가슴 따뜻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뮤지컬이다.

Sa: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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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립무용단 제75회 정기공연

DCDC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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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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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DC란 대구시립무용단의 영문 이름인 ‘Deagu City Dance Company’의 약어이다. DCDC의 이름이 공연 의 제목인 점을 생각하면 공연은 그들의 정체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춤을 추는 동안 그들의 땀과 에너지, 진지함, 즐거움이 객석으로 전해졌다. 공연이 시작하고 불 꺼진 공연장의 낮게 깔린 공기 에서 전해지는 무대의 향이 전해질 때쯤 그들의 춤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DCDC의 단원들은 모두 같은 색의 옷을 입고 있었지만 단 한 명도 같은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이는 서로 다 른 개성을 가진 단원들이 대구시립무용단이라는 하나의 정체성 아래 춤 추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정기공연이 끝난 뒤 아쉬운 마음이 든 사람이 있다면 걱정마시라. DCDC는 2019년 대구시립무용단 플러스스 테이지 ‘찾아가는 공연’을 통해 꾸준히 시민들과 만남을 가지고 있다.


REVIEW

2019GAP(GlassBox Artist Project) 천국보다 낯선 (Stranger than Paradaise)

내가 돼지라면?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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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원

전시의 제목은 짐 자무시 감독의 1984년작 영화 ‘천국보다 낯 선’과도 같다. ‘(영화는) 이상적인 천국의 꿈을 좇는 아메리칸 드 림의 실상을 보여주는 작품이지만, 낯선 땅과 새로운 세상을 꿈 꾸는 젊은이들의 고민과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시 대의 현실 문제를 고민하는 젊은 미술인의 태도를 설명하는 주제 어로 선택한 것이다.’라고 본 전시를 기획한 정종구 큐레이터는 말한다. 최선 작가의 전시장에 들어서면 관람객은 바닥에 수놓아진 뼛 조각들을 목격한다. 그의 홈페이지 글에 의하면 ‘동아시아의 식 탁’은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등 동아시아의 음식점에서 뼈를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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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만든 것이다. 육류의 무자비한 소비를 비판하고자 한 것일 까? 최선 작가는 일본에 있을 때 ‘동아시아의 꿈’이라는 주제를 제안 받았지만 냉랭한 분위기 속에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 은 불가능하다고 느껴 ‘동아시아의 식탁’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 다. 또한 뒤돌아서면 거대한 분홍 천막을 발견한다. 천막 내부 로 들어가 보았지만 설명을 듣기 전까지 빼곡이 적힌 숫자를 알 아보지 못했다. 숫자는 2011년 구제역으로 살 처분된 돼지 332 만 마리를 의미하고 색상은 도축번호 도장을 찍기 위해 사용하 는 자홍색이다. 무심코 지나쳤던 뉴스의 한 장면이 수백만의 생 명을 앗아간 대학살의 현장이었다는 생각을 하면 소름이 돋는다.

위에서 부터 1. 최선 2. 정기엽

그렇지만 전시장의 다른 작품들보다 본 기자의 시선을 빼앗은 작품은 그렇게 크지도 않은 한 장의 사진이다. 사진은 인간에게 떠 밀려서 흙구덩이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돼지가족들의 모습을 포착한다. 무척이나 잔인하다. 정기엽 작가의 작품 ‘닥쳐올 내일들이 나는 이미 그립다’ 내부에 들어서면 수증기 입자들이 신비로운 형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빛 이 향하는 곳에는 영상이 흐릿하게 상영되고 있다. 본 기자는 이 작품이 어려웠다. 그리고 제목과도 잘 매칭이 안 됐다. 작가 노트 를 참고해보자. ‘허공에 맺힌 빛은 찰나보다 짧은 시간이자 공간에 수많은 레이어의 흔적들을 남긴다. 현재, 과거, 미래의 일들은 사실 시공을 초월해 동시성을 띠고 있는 것 아닌지...’ 반면 작품 ‘제주 예수’의 경우는 받아들이기가 한층 수월했다. jeju를 jesus 로 잘못 읽은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물은 자연의 일부지만 제주 삼다수는 자본의 일부이다. 삼다수로 붉은 십자가를 만 들어서 관람객이 십자가 위에 누우면 모니터에는 그 모습이 보인다. 그것은 자본에 침식당한 우리의 삶을 비판하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십자가의 붉은 색은 한국의 교회 십자가가 밤이 되면 공동묘지처럼 보이는 것에서 착안한 것이다. 제주의 자연이 당하는 희생은 한발 더 나아가 제주 4.3사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REVIEW

이세현 붉은 산수전 ‘우리시대의

‘자화상’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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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원

필자는 영화 ‘아수라’가 강렬하게 기억이 난다. 특히 영화 후반. 마 치 난잡한 아수라 축생들의 카니발리즘이다. 자신의 영욕을 위해서 라면 서로를 살육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먹히니까. 영화의 완성도와 호불호를 떠나, 영화 후반부터 엔딩 크레딧이 오르기까지 스크린은 쉼 없이 피로 물들기에 아직도 인상이 깊다. 다만 나는 아 직도 아수라의 정확한 줄거리는 알지 못한다. 내용도 정확히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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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어떻게 영화를 기억을 하고 있을까. 피가 지닌 빨간색, 그 자체가 주는 원초적이고 강렬한 이미지 때문일까.

작품앞에서 작가 이세현

대구 대봉동에 위치한 분도 갤러리에서 이세현의 ‘붉은 산수’ 전시 가 열렸다. 작가 이세현은 1967년 탄생, 거제도 출신으로, 통영에서 성장하여, 홍익대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계원예고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작가 생활을 하다, 마흔이 넘어 영국으로 유학 간 것은 특이한 점이다. 첼시예술대학원 (Chelsea College of Arts) 에서 수학하고, 유학 중에 ‘붉은 산수(Between Red)’ 연작을 시작 했다. 버거 컬렉션(Burger Collection)의 첫 구매 이후로 뱅크 오 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등의 해외의 숱한 갤러리에서 구매 를 하였다. 앤디 워홀(Andy Warhall)의 작품을 판화로 제작한 페 이스갤러리(Pace Gallery)에서 작가에게 러브콜을 한 것 또한 주목 할 만하다. 작가의 인터뷰나 작품에 대해 언급한 글을 보면 공통되는 어구가 있다. ‘한 번 보면 절대로 잊히지 않는 그림’. 붉은색이 주는 강한 잔상

Between Red - 017JAN01_ Oil on Linen_200cm x 200cm_2017

때문이 아닐까. 그의 연작 중에는 파란색으로 채색된 그림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림들 사이에 보색으로 대비되지 않았다면, 과 연 파란 그림이 인상적으로 각인되었을까. 그렇다면 작가는 왜 캔버스를 붉은색으로 도배했을까. 작가의 인터뷰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작가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또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과 떨어질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영국에서 유학 하던 시절을 이야기한다. 그들에게 라캉이나 들뢰즈 따위의 것들은 진부한 담론임을 목격했으며, 그때부터 ‘나’의 이야기를 하기로


전시전경_분도갤러리 사진 손현민

마음 먹었다고 한다.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경험에서 찾았다. 최전방에서 붉은 투시경으로 대치된 저편을 보며 근무하던 시절이 작가가 가장 강렬하게 기억나는 경험이라고 한다. 자신의 이야기이면서 가장 ‘한국적’이다. 또 빨간색으로 되어야 가장 진실하게 구현될 수 있다. 연작 중에서 특히 ‘시뻘겋게’ 보인 작품이 있었다. 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졌듯, 작가를 만난 캔버스는 혈액이 고였 다. 그러나 이 피는 살아있는 자의 피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혈관에 알알이 흐르는 피가 아니다. 캔버스 속 반라의 여체는 흐르는 강 속에 부유한다. 아직까지 그림 속 육체들은 근육이 생동감 있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죽어가는 자는 말이 없 다. 어떠한 감정도 절제되고 제한된다. 따라서 이 붉은 빛은 살고 있는, 그리고 살아갈 자의 것이 아니라, 죽은 자의 것이다. 그리 고 그림은 거무죽죽한 선지가 되기 직전의 모습이다. 왜 그림에는 살아있는, 생동하는 자는 보이지 않는 것인가. 왜 이 참혹한 현 장에 흐드러지게 꽃은 피었는가. 아름답다. 그리고 관능적이다. 그러나 참혹하다. 이 모든 것이 한 폭에 담겼다. 그의 표현방식과 내용이 긴밀함을 취하듯이, 미와 추 또한 결코 분리되지 않은 채 온전히 그려져 있다. 다시 말해,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는 그림에서 동시에 펼쳐지고 있다. 따라 서 그가 작품에 구현한 세계관은 결코 현실과 유리되어 있지 않다. 작가의 작업실 있는 임진각이 경계에 서서 대치되어 있는 분단 된 땅을 바라보듯, 작가 또한 대치된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을 그대로 그려 넣는다. 캔버스에 그려놓은 그의 연작 은 우리사회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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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Nur weis nicht 윤양호전

원에서 찾은 고요 0

REVIEW 원

‘Nur weis nicht’은 한국말로 ‘오직 모를 뿐’이라고 해석하며 제이원갤러리의 이전 개관전이자 단색화가인 윤양호 작가의 신작을 Sa: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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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길 수 있는 기회였다. 본 전시는 두 가지의 색깔이 주를 이룬다. 진한 청색과 금색이다. 작품을 실제로 보면 겉면이 거칠게 표현 되어 있는데 직접 공수한 모래와 돌가루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작가노트 중 일부를 발췌해보았다. “ 단순하다는 것은 많은 생각들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이러한 의도를 가지고 관객들이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다. … 원의 도형은 순환을 상징한다. 자연이 순환하며 변화하듯이 나의 삶도 변화하며 순환한다. 시 작과 끝이 없이 계속되는 순환의 과정을 관조하며 내면에 존재하는 깊은 울림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예술에 대한 이해는 학습에서 오는 것보다 자신의 체험과 내적관조를 통하여 오며, 나아가서 자신이 생각하고 믿음을 가지고 있 는 사상들도 모두 버릴 때 진정한 창의성이 나온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으며 이를 표현하기 위하여 상징화된 원형과 깨달음을 상징 하는 청색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 변화하기 위해서는 관념적 사고에서 벗어나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경험과 학습된 관점들을 버려야 한다. …아는 것을 버린다는 것은 관념적 사고에서 벗어나 창의적 사고를 위한 방법 중의 하나이다.” 윤영호 작가는 대학 시절 해답을 찾기 위해서 100여일 정도 절에 들어가 살았다고 언론을 통해 밝힌 바가 있다. 그 때문인지 그의 작품에 종교적인 색채가 담겨있음을 느낀다. 한 신문사의 기자는 그의 작품에 불교의 선(禪, ZEN) 사상이 담겨있다고 표현했다. 선이란 무엇일까? 선은 불교의 일파인 선종(宗)의 가르침과 사상을 뜻하며, 정신을 통일하여 깨달음을 여는 수행과 자세를 뜻하는 말이다. 선종은 글자나 말로는 채 전할 수 없는 부처의 마음을 전하거나 사람들의 마음을 구제하기 위한 사상을 전파했다. 선의 수 행은 부처님께서 제시한 깨달음의 종교인 불교를 직접 실천하는 방법으로서 불교의 근본적인 정신을 스스로 깨달아 자기화, 생활 화, 인격화시키는 구체적인 실천이며 수행 생활이다. 여기까지만 알아보더라도 그의 사상이 선과 닮아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 다. 선 사상을 모르고 보더라도 그의 작품은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 작품 앞에 서면 모양과 색깔의 단순함에 생각을 실어 나르게 된 다. 단순함 속에서 내적 관조를 이루는 것은 자유로워지는 방법 중에 하나라는 작가의 말에 공감하는 바이다.


REVIEW Body+Scape=Bodyscape신체+일상 이건용전

육감으로 그린 그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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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원

전시의 제목인 ‘Bodyscape’라는 단어가 낯설게 다가온다. ‘Bodyscape’는 Body(신체)와 Scape(풍경)가 합쳐져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신체의 풍경’이다. 단어가 생소하더라도 작가의 작업 방식을 직접 본다면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제목이다. 그는 조금 특이한 방식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보지 않고 몸의 움직임만을 통해서 그리는 것이다. 즉, 눈이 아닌 몸으로 그린 그림이다. 그의 작품들을 둘러보자. 전시는 총 두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자비하게 뻗어나간 선들이 주는 느낌은 공통적이지만 1층과 지하1층(리안 그레이)이 단순하고 거침없는 선들이 주는 동물적이고 원초적인 느낌을 마주 한다. 그 느낌은 그림을 등지고 서서 반복적으로 선을 그어 나가는 ‘신체 드로잉’에 근거한다. 1971년 한국미술협회전에서 처음 선보였던 ‘신체항(거대한 나무 몸통이 뿌리내린 흙더미를 정방형으로 잘라 바닥에 설치한 작품으 로 자연의 일부는 곧 신체의 일부일 수도 있다는 신념하에 신체를 통해 세상 속에 존재하는 사물, 즉 자연의 일부를 전시장 안으로 가 져오는 작업)’을 통해 회화의 본질에 대해서 고민했다. 그것에 더해 작가는 예술 표현에 있어서 세계로의 인식의 확장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은 바로 ‘작가 자신의 몸’이 될 수 있다는 자각을 하게 됐다. 반면 지하1층의 공간에서는 자유로운 상상보다는 한 가지 소재에 집중하게 된다. 그것은 ‘상자’이다. 상자는 무언가를 담기 위 한 용도로 제작된다. 사람들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만 취하고 상자는 버려지거나 재활용된다. 상자는 언제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작가가 이런 상자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작가는 무가치한 일상적 행위를 자신의 예술적 행위와 연동시키는’ 종이 상자 드로잉 작업을 통해서 ‘예술적 영역에서 제외되 어 있던 쓸모없는 일상의 오브제, 미술 관객으로서 소외되어 있었을지도 모르는 불특정한 사람들의 삶의 일부를 미술 기관의 제 도 안으로 수용한다.’라고 기획자는 기획의도를 밝혔다. 본 전시는 마치 1층에서 작가의 색깔을 보여준 뒤 관람객을 지하1층으로 이끌어 색깔을 통해 표현한 대상을 보여주는 느낌이었 다. 작가의 독특한 개성을 볼 수 있었던 본 전시의 제목은 눈도 몸의 일부이기에 보다 정확히 표현해서 ‘육감으로 그린 그림’이라 고 붙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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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메시지는 서로 다르게 느껴진다. 1층의 공간에서 본 기자는


ART ROAD

청주 운보의 집, 한옥의 멋을 즐기다 본격 문화여행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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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중략) 엘리엇의 시를 인용할 필요도 없이 우리 현실은 그보다 더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우리의 사월이 지나가는 동안 운보 의 집 방문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청주시를 벗어나서 위치한 운보의 집은 우리가 잘 알고 있 는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많 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장소 중에 하나다. 기다려도 오지 않을 봄이 4월에는 어김없이 자리 잡고 벌 써 달아날 준비를 할 정도로 날씨가 화창하고 덥기까지 한 날이었다. 게다가 입장료가 6천원이면 살짝 비싼 더위까 지 얹어 준 느낌이었다. Photo by do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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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운보의 집을 들어서기 전에 왼쪽 작은 언덕에 커다란 솟대 가 자리를 잡고 있다. 나무가 아니 도자기로 만든 대형 솟대가 위용을 과시했다. 이 곳은 운보의 집, 운보 미술관, 그리고 야외 조각 전시관으로 꾸며져 있다. 운보 김기창 화백이 1976년 부인 과 사별 후 어머니 고향으로 1984년 운보의 집을 완공하고 이곳 58

인 미술관으로는 세계 최대라고 하는데 그것이 장소적 크기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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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작품 활동을 하다 돌아가실 때까지 노후를 보낸 곳이다. 개 곳곳에 놓여 져 있는 기암괴석의 가치적 환산을 하게 되는 것이 한 몫을 하는 것 같았다. 운보의 집을 올라가기 전 오른쪽에는 “나는 귀가 들리지 않는 것 을 불행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라는 운보의 말씀이 적혀 있 는 커다란 석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운부의 집은 우리 전통양식이 한옥으로 행랑채, 정자와 돌담, 연 못의 비단잉어가 잘 조화되어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운보의 집 뒤로 바로 운보미술관이 있다. 둘러보면서 느낀 것은 분재, 수석이 곳곳에 산재 해 있다. 이것의 가치는 도대체 얼마 인지 궁금해진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오른쪽 벽면에 운보 김기창 화백의 일생이 적혀있다. 우리나라 만 원권에 세종대왕 초상화를 그렸다고 적 혀있다. 전시장에는 구상작품, 추상작품, 수묵화, 채색화.... 소재나 재 료, 영역에 구애됨이 없이 천재적인 작품을 남겼다. 그리고 부인 인 우향 박래현 소전시실에는 그녀의 작품을 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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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평생의 예술적 동반자이자 여류화가로서의 재능이 남달 랐던 그녀는 50 중반에 별세했다. 운보 미술관을 나오면 조각공원이 있다. 유명한 조각가의 작 품들이 늘어 선 그 사이로 마릴린 먼로 상도 있다. 조각공원 을 뒤로 해서 산을 올라가면 운보와 우향의 묘가 있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그도 '친일'이라는 흠을 남기고 간 화백이었다. 우리 는 여기서 그런 생을 빼고 순수한 아름다움만 보려고 했다. 역사를 지울 수는 없다. 그렇다고 역사 속에서만 살고 있어서 도 외면해서도 안 되지 않을까? 지금의 우리는 잘못된 역사 를 되풀이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먼 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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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정리 편집부 / Photo by do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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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김결수 Kim,KyulSoo展 2019년 6월18(화) - 6월23(일)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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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or&Effectiveness, 구둘장 흙 나무 석분, 700X700X150Cm, 2016

발견된 오브제를 만들어진 오브제로 변환하는 영매의 기술을 통해서 지금과 과거를 매개하고 ‘사물로서 가 아닌 또 다른 주체’로서의 오브제와 그것의 ‘옛 존재’로서의 삶을 위무하는 현대의 제의적 진혼곡.


소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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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파, 비아트리오 만나다’ 라는 앨범은 앨범자켓에서 먼저 눈길이 갔다. 이번 앨범은 단순한 앨범리뷰가 아닌 인터뷰를 통 해 이루어졌다. 파리에 있는 피에르파와 한국에 있는 비아트리오의 입을 통해서 앨범에 대해 들어본다.

1앨범자켓그림 - 오렐리아 A는 1983년 알프스 산맥에서 태어났다. 춤을 전공했다가 파리에서 조형예술과 미술사를 공부한 뒤 일러스트 공부했고 파리와 리옹에서 작품을 전시했으며, 지난 2년 간은 인물에 집중하여 작업하고있다. https://www.instagram.com/aurelia_a


피에르 파와의 인터뷰

피에르 파 Pierre f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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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녹음스투디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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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트리오와의 인터뷰


바흐 관현악 모음곡 제 3번 2악장

바흐

g선상의 아리아

터의 아 19 0 19 2 2 2

음 19 0 0

음악은 바흐로 시작해서 바흐로 끝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위대한 작곡가로 칭송받는 바흐지만, 그의 곡은 애호가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리는

번 2악장이라면 바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거부감을 많이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 곡은 19세기의 명바이올리니스트 빌헬미에 의해 편곡된 G 선상 의 아리아라고도 널리 알려져 있다. 바흐 관현악 모음곡 제 3번 2악장의 제법 복잡한 형식에도 불고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곡을 편안하게 여긴다. 아마도 이 곡이 바로크 시대의 곡임에도 그 선율은 낭만파 곡에 비견될 만큼 감미롭기 때문일 것이다. 관현학 모음곡 제 3번 2악장을 듣고 있자면 과거에 꿈꾸었던 장면이 빛바랜 채 액자 속에 장식 되어 있는 장면이 보이는 듯 하다. 액자 속 그 그림은 어린 시절과 함께하던 환상과도 같다. 감미로운 동시에 현실과는 동떨어진 질서를 갖춘 멜로디 때문 에, 어떤 방어기제에도 방해받지 않고 공상할 수 있었던 어린 시절에만 꿈꾸던 장면이 떠오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곡의 감상적인 측면이 앞의 회상을 불러오는 반면, 이 곡의 형식 자체는 그 선율과 어우러져 빛바랜 회상에 다른 종류의 생명력을 부여한다. 음 하나하 나의 조화로 인해 그 자체로 완벽해서 감상자의 내면을 다른 방식으로 건드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감상자로 하여금 다른 요소에 주의를 빼앗기지 않고 그 음악을 온전히 바라보게 해준다. 방어기제들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공상할 수 있었던 어린 시절처럼. 그런 종류의 경험은 우리가 일상을 살면서 자연스 레 제쳐 두었던 우리 안의 한 부분을 일깨우고, 그 순간 우리는 환상을 꿈꾸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여전히 우리 안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비록 우리가 그것 외에도 여러가지 이야기에 휩쓸려 살아왔더라도 말이다.

따라서, 훌륭한 예술작품이 그러하듯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제 3번 2악장을 들은 후에는 그 전의 자신과는 다른 사람이 된다. 앞에서 묘사한 것처럼 감상 하는 행위가 당장의 삶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불러 일으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의 삶에서 결정을 내리는 순간들마다 이 곡을 감상함으로 인해 생긴 변화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이 곡을 감상함으로써 받은 인상은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잊혀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이 곡을 듣는다면, 그 때의 경험 또한 어린 시절 환상을 꿈꾸었던 이야기처럼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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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이다. 대체적으로 낭만파의 우아한 선율에 익숙한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바흐의 대위법은 진입장벽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그의 관현악 모음곡 제 3


극단 가인의 서른번째 정기공연

다려 ‘호야’를 얻는다. 지적장애를 가지고 태어났

님은 실망을 하고, 희수는 부모님의 집을 뛰쳐나

진골목의 노래하는 기생은 격변하는 문화에도 옷고름을 풀지 않는다.

지만 누구보다 순수하고 부부에겐 너무나 소중한

와 자신의 절대적 지지자인 할머니 신영필 여사

2019. 5. 17 - 5.19 금 오후 7:30 / 토,일 오후 5:30 대명동 작은무대

열심히 준비해서 노래자랑에 나갔는데 뜻밖의 사

게 되고 그들의 아름다운 추억의 발자취를 따라

건으로 호야는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는데… 이

가게 되는데…

여섯명의 출연진들이 조금은 특별하지만 전혀 특

문의 : 053-655-7139 / 010-5553-2033

현재를 살아가는 가난한 작곡가 김은 친구와 만 취하여 2차로 진골목에 당도한다. 소변을 해결하 려 골목을 뒤지다 어느 폐가에 들어서게 되고 거

호야는 트로트를 곧잘 부른다. 이들이 사는 명곡리에서 노래자랑을 개최하게 되 고 호야는 한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누나와 함께

별하지 않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의 집으로 향한다. 할머니 집에서 뒹굴던 희수는 우연히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연애편지를 발견하

문의 : 053-246-2925

기서 깜빡 잠이 든다. 그런데 눈을 뜨자 1932년, 근대 대구 진골목의 기방인 청수관으로 시간이 동. 기방운영자인 예기 무란의 배려로 청수관에 기거하며 옛 대구의 예술가인 기생들의 삶을 들 여다보게 된다. 일제강점기와 독립운동, 신문물 등 격변하는 시대를 온몸을 맞아내는 기생들을 보며 자신의 고민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문의 : 070-8704-0421 Sa: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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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아트홀개관 25주년기념 예전연극열전 2

신팽슬여사 행장기 2019. 5.10 - 6. 3. 화-금19시 30분 / 토15시, 19시 / 일15시) 대명동 소극장 소금창고

스물아홉 희수는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지만, 공 모전에 떨어지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현우와 사랑에 빠진 희수는 생활비도 줄일 겸 그 극단 한울림10주년

호야 내새끼 2019. 5. 7.- 5.26 금19시 30분 / 토 19시 / 일 15시, 18시 대명동 한울림소극장

와 동거를 시작하지만 시험에 계속 실패한 희수 와는 달리 현우가 임용고시에 합격하자 둘은 불 편한 관계가 되고, 현우가 자신 몰래 선을 보자 희수는 결별을 선언하고 고향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삶의 방향을 못 잡는 희수의 모습에 부모

늙은 시골부부가 마흔이 넘어 겨우 오랫동안 기

연극 도덕적 도둑

2019. 6. 4. - 6.16 평일 20시 / 토16시, 19시 / 일15시


자정. 시의원이 사는 고급 빌라에 도둑이 들어온

스미스와 스미스부인은 영국의 중산층임을 자부

다. 도둑은 집이 비었다는 사전정보를 입수하고

하며 살아가는 부부이다. 이들은 그저 시시콜콜

여유만만하게 들어와 빈집털이에 몰입한다. 그런 데 갑자기 집주인인 시의원이 묘령의 여인과 함 께 들이닥친다. 숨어있던 도둑은 결국 이들에게

한 이야기를 나누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어느날 이들에게 마틴 부부가 방문하지만, 정확

들키게 되고 이어 시의원의 부인이 집으로 돌아

히 그들의 방문 목적을 알수 없는 상태에서 대화

옴으로서 사건은 더욱 꼬이게 된다. 이 와중에 도

가 겉돌게 된다. 그들의 대화중 초인종 소리가 울

둑의 아내가 들어 닥치면서 사건은 것 잡을 수 없

리고 소방대장이 불을 찾고 다닌다면서 방문한

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급기야 시의원 아내의 정 부까지 애인의 집을 찾아오는데…

다. 소방대장이 합류한 상태에서 이들의 이야기

이 연극은 앞으로는 정의로운 척하고 뒤로는 온

는 점점 경잭적으로 치닫게 되고, 말들은 점점 더

갖 부도덕적인 일을 하는 도둑님들의 연극이다.

부조리화 되어가고 파괴되어 간다.

이 작품은 마치 우리가 TV에서 흔히 보는 막장드

문의 : 053-522-4255

라마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현실 정치사회의 문 제점들을 풍자고발하고 있다. 요즈음 유행하는 내로남불의 비도덕성을 신랄하게 꾸짖는 것이다. 문의 : 053-424-9426 극단 나무의자 제6회 정기공연

연극 대머리 여가수 2019. 6. 14. - 6. 23 평일 19시 30분 / 토,일 17시 대명동 골목실험극장

뮤지컬 언제는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있었나요. 2019. 6. 15. (14시, 18시) 대명동 우전소극장

10년 동안 한 사람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남

극단 꿈현사

연극 굿닥터 2019. 6.29 - 6.30 토 15시, 19시 / 일15시 대명동 우전소극장 작 : 닐 사이먼 | 연출 : 권경훈

자, 태양과 10년 동안 한 사람만 마음에 품어온 여자, 두자 그리고 이 둘 사이에서 온갖 작전을 수

극단 꿈현사는 일반인들이 모여 만든 극단이다.

행하며, 서로를 이어주려고 노력하는 두나의 친

국가 공원관리부소속의 말단 공무원 이반은 어느

구 만식과 제니

날, 연극 한편을 관람하기 위해 극장을 찾는다.

행복. 모두 멀리 보이지 않는 꿈을 쫓는 것이라 여

그리고 그곳에서 직장의 최고책임자인 장관을 만

길 때 소소한 일상 속 작은 미소 하나, 웃음 하나

나게 되고 작은 실수를 하게 되는데....

가 바로 행복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대부분의 공

총 9개의 에피소드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그 중

연은 음식반입이 금지되고, 휴대폰 사용이 제한

에서 5개의 에피소드를 공연한다.

이 되나. 이 공연은 이 전부가 가능하다. 음식을

문의 : 010-9381-6443

먹어면서 공연을 보고, 화장실도 가고, 휴대폰도 사용하고 사진이나 영상도 촬영한 공연이다. 문의 : 070-7787–2356


소 문화

화 뷰

영화 안경 : 더없이

안정적인 사색

사색을 즐기는 재능이 다분한 이들이 있다 . 이곳에 있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 . 작고 사소한 일상을 부유하며 삶을 즐기는 사람들 . 영화 안경 .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바다 마을을 찾아 온 대학교수 타에코는 많은 손님을 반기지 않는 하마다 민박집의 주인 유지를 만난다 . 매년 봄이 되면 찾아오는 사쿠라와 말 많은 생물교사 하루나 , 타에코는 그들의 행동에 적잖이 당 황하고 거처를 옮긴다 . 하지만 새로운 민박집의 기괴한 생활방식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하마다로 돌아간다 . 시 간이 지날수록 사람들과 함께 하는 환경에 익숙해진 타에코는 그들을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곳을 즐기 게 된다 . 영화의 특성상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작품이지만 슬로무비의 팬이라면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을 기억할 것이다 . 그녀는 여러 해 슬로무비를 만들어 오고 있다 . 오기가미 나오코 사단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녀와의 작품에 연속해서 출연하는 배우들이 존재한다 . 돈을 받지 않고 물물교환으로 빙수를 판매하는 사쿠라역의 모타이 마사코가 대표적인 예다 . 그녀의 연기는 연기의 영역을 넘어서는 듯한 자연스러움이 깃 들어 있다 . 영화의 주연배우인 코바야시 사토미 역시 그녀의 일상 또한 타에코와 닮아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든다 . 관객이 타에코에게 몰입하는 이유 역 시 누구나 낯선 환경에서 느낄법한 어색한 감정을 여과 없이 전시하기 때문이다 . 배우의 불편한 감정을 카메라가 부유하듯 천천히 담아내고 있다 . 안경은 필요이상의 친절을 베풀지 않는 사람들과 자신의 방식으로 다정함을 전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 소위 힐링을 찾는다는 사람들이 간과하는 리얼리티 의 영역 또한 꼬집어 연출했다 . 바쁜 일상에 지쳐 모든 감각을 쉬게 하고 싶을 때 , 영화를 보고 있지만 사색을 하는듯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편안하고 차분한 스토리다 . 시간이 지나도 여 러 번 꺼내보게 된다 . 들뜨는 봄에도 무기력한 감정에 빠져있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작은 바다가 되어줄 영화임이 분명하다 .

소 문화

손성완, 난 오늘도 그린다. 사각디자인팩토리, 2019

화가를 떠올리면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고흐? 피카소? 백남준? 일반 대중이라면 이러한 이름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의 화가를 떠올리면 누가 떠오르는가? 아마 적당한 이름을 대기 힘들 것이다. 그 수가 적기 도 하고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각디자인팩토리에서 출간한 책 ‘손성완, 난 오늘도 그린다.’는 우리동네 화가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우리동네 화가 시리즈는 화가라는 사람이 어렵 고 복잡한 다른 생명체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가까운 곳에도 존재하며 밤낮으로 열심히 작업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또한 예술인들의 아카이브를 구축해나간다는 의의도 가진다. 시리즈의 첫 번째 작가인 한국화가 손성완(1968~2006)은 그림에 죽고 그림에 살 정도로 그림을 사랑한 화 가이다. 그는 중학 시절 아버지의 손을 잡고 따라간 문강서화실에서 그림인생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대학시절에 동양화를 전공했으며 끊임없이 작품에 대해 고민을 했다. 척박한 환경에서 호시우행의 자세로 노력한 결과 세계적으로도 관심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너무 무리한 탓인지 그는 건강상의 문제로 39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책 ‘손성완, 난 오늘도 그린다.’은 그의 인생과 작업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독자들은 책을 통해 그의 삶과 작업의 변모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것은 중 요한 일이며 알아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우리 지역의 예술가를 지키는 일은 우리만이 할 수 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편히 읽을 수 있는 책이므로 대 상을 가리지 않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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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취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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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2017

Art & Culture Review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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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

Art & Culture Review Journal

사각

2017 vol 07

2017 vol 08

기획 공공미술: 벽화의 현주소

벽화마을의 벽화는 무엇을 말하고 싶을까

기 획

미디어로 재탄생된 영국문학

인터뷰 극작가 손호석 리

대구축제, 그 모든것

인터뷰

현대무용가 김학용

제 34회 대구연극제 참가작

국립현대무용단 렉처퍼포먼스 춤이 말하다 유리상자- 아트스타 2017

뷰 극단 종이로 만든 배 <지상의 낙원> 2017 JUL/AUG NO. 09

최우람 : 스틸 라이프 [stil laif] 클림트 인사이드

사:각 2017 JUL/AUG NO. 09

20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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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소헌 문화예술아카데미 Sohen Culture & Arts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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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화랑로 134-5 (만촌동 1330-33) T053.751.8089 http://blog.naver.com/sohen106


문화예술리뷰잡지

05 MAY.

2019 06 JUN. Vol.20

기획 미술품 저작권의 모든 것 인터뷰 이강소 현대미술작가 특별기고 대구음악사

2019 may. jun. VOL.20

값 4800원 05

9 772586 219008

ISSN 2586-2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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