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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인간에게 공평하게 능력을 부여했다고 한다. 그래서 탁 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고, 모든 것이 부족 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남들이 갖지 못한 뛰어난 장점은 하나라 도 있다고…… 그럼에도 소향 같은 사람을 만나면 신은 참 불공 평하다는 생각을 한다.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소향에게 이런 아 름다운 글솜씨까지 있을 줄이야. 17세 소녀의 판타지! 청년 예 수와의 만남과 약속! 참 아름다운 글이다. _ 이병훈 | 드라마 <허준>, <대장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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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털 캐슬


소향이라는 가수의 능력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글을 읽다가 소름이 끼쳤다. 장면 장면을 묘사해 내려간 솜씨며 전개해 나가 는 구성의 치밀함까지 여느 기성 작가의 글솜씨에도 전혀 뒤지 지 않는 그녀의 필력에 바로 압도당했다. 재미있고 놀라운 책!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빨려 들어간『크리스털 캐슬』 은 무겁지 도 가볍지도 그렇다고 편향되지도 않은 삶에 대한 그녀의 철학 과 믿음 그리고 세계관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소향의 꾀꼬리 같은 목소리를 책에서도 느끼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그녀 의 첫 소설『크리스털 캐슬』 . 책을 덮고 난 뒤에도 귓가를 울리 는 소리‘폴로스 뉴에오 에이테 Pholo’ s nue’ o e’ yite’ 가더많 은 사람의 가슴에 울려 퍼지기를……‘빛으로 늘 평화하라!’ _ 김영희 | <나는 가수다> PD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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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소향은 가수다. 그것도 제법 실력 있는 보컬리스트 이다. 하지만 가끔 그녀는 나를 놀라게 한다. 재미있는 곡을 직 접 써 오기도 하고, 같이 만든 음악의 선율에 멋진 가사를 붙여 오는 남다른 재주를 선사하기도 한다. 그런 그녀와 엉뚱하게 <반 지의 제왕>과 <나니아 연대기>에 대한 이야기로 한참 수다를 떨 기도 했다. 난 그녀의 상상력과 능력이 어디까지일까 항상 궁금 했다. 그리고『크리스털 캐슬』 은 그런 궁금증을 한 겹 벗겨 내는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 마치 내가 그 속에 들어가 보고, 듣고, 만 지고 온 것 같은 섬세한 묘사와 흉내 내기 어려운 너무나도 놀라 운 상상력. 흥미진진한 내용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버렸다. 가 수 소향이 아닌 너무나도 완벽한 작가 소향이 그리는 놀라운 세 계가 궁금해 미칠 지경이 되었다. 난 이미 수정성에 갔다 온 케 일린이 되어 버렸다. _ 황성제 |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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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털 캐슬


소향은 정말 천국에 다녀왔을까? 그녀의 섬세하고 사실적인 묘사에 나도 모르게 이야기 속으로 흠뻑 취해 버렸다. 어느덧 내 가 열일곱 살 케일린이 되어 수정성을 여행한 것 같은…… 학창 시절 하이틴 로맨스를 읽고는 온종일 그 설렘에 잠 못 이뤘던 때 처럼…… 책장을 펼 때 마다 그분을 은밀하게 만날 수 있다는 기 대감이 첫사랑의 설렘으로 찾아왔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이 시 대에 생각과 감정 교류의 부재로 아파하는 많은 현대인에게『크 리스털 캐슬』 이 영혼의 안정과 참 쉼을 선물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 간직하고 싶다. _ 김원희 | 탤런트

늘 밝은 빛을 뿜고 누릴 줄 아는 사람 소향. 빼어난 노래 실력 이야 워낙 만인이 알고 있으니 두말하면 잔소리겠지만, 그런 그 녀가 이런 맛깔난 이야기꾼이었다니! 두 마리 토끼 다 잡은 무서 운 여자다. 이 책 묘하게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열 장 뒤가 궁금해지는 신비한 매력이 있다. 좋은 에너지 가득 실어 더 많은 독자의 손에서 읽혀지길 기대한다. _ 노홍철 | 방송인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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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The letter of recomme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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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프롤로그 The last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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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어느 여름 One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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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황금 길 The golden road

40

03 뜻밖의 친구 An unexpected 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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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과거로의 여행 Traveling back in time

98

05 천상의 어린 양 The heavenly la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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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잠금 해제 Unl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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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카돈의 귀신들 The kardon's ghosts

154

08 비밀 서재 A secret library

178

09 제이콥 Jac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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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안경의 비밀 A mystery glas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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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두 번째 여행 The second time 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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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전쟁의 시작 Beginning of the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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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만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오늘 처음 본 것처럼 새롭 기도, 혹은 천 년보다 더 된 세월을 함께해 온 것 같기도 한 그의 얼굴을 난 지금에서야 더듬어 기억해 내려 한다. 한 호흡을 길게 내뱉으며 나의 오래고 생생한 추억을 눈을 감아 돌아본다. 희미하게 떠오르는 그의 눈은 아이들의 푸르고 순수한 웃음을 닮아 있었다. 그곳에서 내내 흩뿌렸던 기운은 맑게 갠 하늘처럼 청명하고 찬란한 기쁨이었다. 내 가슴에 퍼지기 시작했던 그때 그의 기쁨은 비단 나에게만 전이된 것이 아니었음을 기억해 낸다. 천 년은 더 된듯한 오랜 그리움이 방금 솟아오른 설렘으로 번 지는 기쁨을 그곳에서는 사랑이라고도 말한다. 그 사랑은 내가 가 봤던 어느 투명한 곳 어디든 바람처럼 불고 있었다. 그의 눈 빛과 미소에서 흘러나오는 기운들이 언제나 흐르고 있던‘그곳’ . 그렇다. 이제야 내 기억은 눈을 더욱 크게 뜨고‘그곳’ 을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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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털 캐슬


놓고 있다. 그를 처음 만난 듯한 날에 난 다시 서 있다. 다른 이 들에겐 그저 똑같은 일상의 하늘이었을지 모를 그날의 하늘은 그 위의 하늘 또 그 위의 하늘이 보일 듯 투명하고 높아 보였다. 그 아름다운 날 그를 처음 만났다. 그리고 그와 닮아 있는‘그 곳’ 을 아주 오래전 여행하고 돌아왔음을 내 온 영혼은 힘껏 기 억하고 있다. 아니, 아니다. 난 여행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돌 아간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 똑똑히 알고 있다. 내가 지금 하려 는 이야기가 여행이 아닌 귀성이라는 것을. 집을 찾아갔던 나의 이야기. 내가 반드시 풀어헤쳐 보고, 말해야 할 이 기억을 이야 기하는 것이야말로 나의 숙명임을 기억한다. 만일 어느 누군가가 그를 닮은‘그곳’ 에 가서 발을 내딛게 된 다면 틀림없이 알게 되리라.‘그곳’ 의 말갛고 상쾌한 공기를 영 혼이 터질 듯 힘껏 마시게 된다면, 사는 동안 얻기 위해 애쓰고

마지막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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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부림쳤던 모든 것이 결국 쓸모없는 돌멩이에 지나지 않았음 을…… 만일, 누군가가 우리 안의 가장 음흉하고 간악한 비밀들 을 남김없이 들이 비추는 강렬한 빛이 숨 쉬는‘그곳’ 에 잠시라 도 서 있게 된다면, 가장 깨끗하다고 여겼던 우리 자신의 거룩함 마저 오물이라고 여기게 되리라.‘그곳’ 은 투명했고 분명했다. 모든 이들이 가진 분명한 빛을 언제나 투명하게 비추는 수정처럼. 수정은 어디에나 있었다.‘그곳’ 을 이루고 있는 황금빛의 수 정들은 하나하나 모이고 쌓여 세계를 이루고 있었다. 황금빛이 찬란히 발하던 수정성. 수정성에 갔던 나만의 여름이 아직도 내 기억 속에서 반짝거리고 있다. 그와의 기억은 언제나 현재였다. 영원의 흐름이 있는 수정성 에서 난 아직도 서성거리며 두근대고 있다. 난 그가 여기에 있음 을 또한 언제나 그가 있는 자리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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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확신한다. 내가 눈을 떠서 볼 수 있는 나날 동안 그의 기 억이 내 온 영혼에 투명하고 분명하게 자리할 것임을. 나 또한 지금이라는 시간 속에서 그와 함께 영원을 살아가고 있음을. 이 것이 바로 내가 기억하는 가장 깊고 아름다운 사랑이었음을 말 이다. 영원의 시간이 숨 쉬고 진실이 빛나는 황금빛 수정성은 분명 ‘그’ 라는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는 수정성을 비추는 빛이었 고, 그가 바로 수정성이라는 것을 미소 지으며 추억한다. 뜨겁고 도 강렬한‘그곳’ 처럼 힘차게 햇살을 뿌려대던 여름, 난 그를 처 음 만났다. 아카시아 냄새가 풍요롭던 어느 여름날, 거부할 수 없었던 운명 어린 기적은 나의 기억을 슬그머니 열고 귀성을 시 작한다.

마지막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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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summer

어느 여름


난 못생긴 사람임에 분명하 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비 춰질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지극히 객관적인 판단으로 난 못생 겼다. 못생겼다, 대체 이런 말은 누가 만들었을까. 영어로는‘어 라고 하지만 한국말로는‘못생긴’ 이라고 한다. 덜 생 글리(ugly)’ 겼다는 뜻일까 아니면 잘못되게 생겼다는 의미일까. 난 이 말이 싫지만 딱히 달리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관계로‘못생겼 다’ 는 단어로나마 나의 생김새를 그럭저럭 표현하고자 한다. 어 쨌거나 난 외모로는 누구의 시선도 끌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 한다. 하지만 나름 내 얼굴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긴 하다. 남들보다 눈이 크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큼은 가끔 맘에 들기도 하지만 뭐…… 지금 외모니 얼굴이니 하는 건, 큰 고민이 아니라 고 생각한다. 사실 걱정거리는 따로 있다. 머릿속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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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털 캐슬


가 마음까지 덜컹 내려앉게 만드는 고민 한두 가지야 다들 가지 고 있겠지만, 나에게도 심각한 고민거리가 있다. 언제나 기쁜 듯 들떠 있다가도 급작스레 기분이 나빠지고 가라앉는다는 것이 다. 이런 걸 조울증이라고 부르던가. 검증된 기관이나 고명한 전 문가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따로 진단을 받지 않아도, 내 나름의 판단에 이건 꽤 심각한 현상이 분명하다. 열일곱. 이 나이가 되면 생각은 어중간해진다. 세상사 다 아는 어른이라고 생각했다가도 여전히‘나는 어리다’ 는 무기를 내세 워 때론 이기적으로 행동할 때가 있다. 내가 진단한 조울증은 이 런 혼란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사는 동네 뉴저지 클로 스터엔 특별히 재밌는 구석이 있는 것 같진 않다. 하지만 나에겐 충분히 흥미로운 곳이라 생각하고 있다. 가끔 도서관에 틀어박혀 앉아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시며 책을 뒤적이는 것이 낙인 걸 보 면 이곳이 나의 정서와 비교적 어울리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 엄마는 한국인 교포 출신이고, 아빠는 영국계 미국인이다. 엄 만 어릴 때 미국으로 유학을 왔다가 대학교에서 아빠를 만나 결 혼하셨다고 한다. 아빠의 고향은 영국 옥스퍼드. 오스트리아 출 신 할머니와 독일계 스코틀랜드 태생인 할아버지 사이에서 태어 나셨다. 바이올린으로 만나셨던 할아버지, 할머니와는 달리 아 빠는 역사를 좋아하셨다. 그런 아빠와 좋아하는 것이 비슷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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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부전공 클래스에서 아빠와 만나게 되었고, 서로 사랑에 빠져 내가 튀어나오게 된 것이다. 머리카락은 금발인 아빠를 닮 았으면 했지만 난 빨강 머리다. 할머니가 빨강 머리셨다는데, 요 즘 들어 그 색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한국인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완벽한 코카시안 미국인 의 생김새와는 다르게 난 라면과 김치를 즐겨 먹는 한국인의 입 맛을 가졌다. 하지만 가끔 아메리카노에 베이글을 즐겨 드시는 아빠의 식성을 따르기도 한다. 이런 조화가 나의 풍부한 고차원 적 자질을 만들어 준 것이라 자부한다. 조금 남다른 환경에 혼란 스러운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가면서 사춘기를 잘 보 내야 하는 예민한 열일곱 살의 소녀가 거쳐야 할 고난은 대체 어 떤 모습일까, 고민하기도 한다. 내 이름은 케일린 헤이븐 쥬얼. 겉모습은 평범해 보이지만 약 간의 조울 증세를 가진 빨강 머리 혼혈아다. 내 나름대로 판단하 고 있는 조울 증세는 단순히 기분이 좋았다가 나빠지는 정도를 벗어난 것 같다. 가끔 나무에게 말을 걸 때, 길거리를 걷다가 하 늘을 보고는 혼잣말을 할 때, 흘러가는 구름이 나에게만 전해 주 는 메시지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할 때가 더러 있는 걸 보면 조금 은 심각하고 독특한 병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이상한 생각들을 혼자 그럭저럭 견뎌낼 때도 있지만 가끔은 나도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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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툭툭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면 사람들은 역 사학자인 아빠가 너무 많은 신화를 들려준 탓이라며 위로하듯 내 어깨를 토닥여 준다. 그 행동이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될 즈음 엔 더 많은 절제력이 필요했고, 의도적으로 심호흡을 할 때가 여 러 번 있었다. 하지만 나의 피스트 증후군1)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더욱 진득하게 자라나고 있었다. 애써 숨기고 있는 것일 뿐 내 속에 쉼 없이 나와 함께 자라고 있는 이 세계가 점점 더 나를 점령하고 있다는 것을 때론‘불안’ 하다고 느낀 적이 있 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그것이 나를‘불행’ 하게 한 적은 없었 다고 생각한다. 불행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다른 이들의 반응을 제외한다면, 자라나고 있는 나만의 세계는 언제나 나를‘행복한 사람’ 으로 만들었다. 난 나의 몽상을 정말 사랑하고 있다. 그날 아침은 햇살이 무던히도 반짝였다. 아침 공기는 햇살 덕 에 포근했고 이제 갓 태어난 여린 바람이 불어와 걷기에 딱 좋은 상쾌한 아침이었다. 좀처럼 만나기 드문 아침을 더 즐기고 싶은 생각에 항상 그랬던 것처럼 차를 타고 5분이면 갈 수 있는 도서 관을 엄마에게 그냥 걸어서 가겠다고 말하고는 서둘러 집을 나 섰다. 학교를 쉬는 날이면 습관처럼 공공 도서관에 앉아 종일 책

1) 대화 상대가 없거나 대답해 주는 사람이 없어도 혼잣말을 지어내는 등 망각에 빠져 있는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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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에 파묻혀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거리는 새벽에 내린 이슬로 아직 촉촉이 젖어 있었다. 아차…… 도서관 여는 시간을 깜빡했 다. 어떡하지? 쇼블 공원에 가서 잠시 시간을 보내는 게 좋겠어. 토요일 오전 8시 45분. 아침 일찍 문을 연 카페에서 여느 때처 럼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 들고 공원을 향해 걸어갔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선곡을 해본다. 이런 아침엔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곡 이 좋다. 꼭 하늘을 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가끔 지나가는 버스와 자동차들이 만든 바람, 조깅하는 사람들…… 모든 순간 이 한 편의 영화가 되어 음악과 뒤섞인다. 이런 순간들은 혼자만 의 시간 속에서 누리는 진정한 자유로움이다. 아침의 맑은 기운 이 영혼에 가득 찬다. 그리고 난 특별해진다. 누구도 듣지도 보 지도 못하는 나의 존재가 살아서 나를 격려한다. 이 비밀스럽고 도 자유로운 순간의 내음을 사랑한다. 늘 그렇듯 황홀한 순간은 똑딱똑딱 빠르게 흘러간다. 다가오는 순간들을 즐기고 이 순간 들이 흘러가는 것을 아쉬워한다. 그리고 또 다른 기대와 꿈들은 그런 하나하나의 순간들이 모여 나만의 현실이 된다. 아메리카노를 한 손에 들고 느긋한 발걸음으로 어느새 공원 안에 미끄러지듯 들어섰다. 파릇파릇한 초여름 빛 동산들, 바람 을 맞고 있는 크고 작은 나무들은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듯했다. 공원 안쪽에는 붉은 벽돌이 울퉁불퉁하게 깔린 오래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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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있었다. 한적한 이 길은 나의 몽상을 더욱 북돋아 주는, 내 가 즐겨 걷는 길이다. 모처럼 산책도 즐기고 몽상의 여유도 부릴 생각으로 벽돌길에 들어서려는데 모퉁이에 하얀색 페인트로 칠 해진 벤치 하나가 눈에 띄었다. 다른 벤치들은 나무색을 그대로 놓아두었는데 이 벤치만 유독 하얀색이다. ‘여기에 이런 벤치가 있었나?’ 이런 운치 있는 장소에 이토록 고풍스러운 벤치가 있었다면 내 눈에 띄지 않았을 리 없는데 이상하게도 처음 보는 벤치였다. 하지만 새로 들인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군데군데 칠이 벗겨져 있었고, 앤티크 가구 매장에서 파는 것처럼 정교한 천사 문양이 벤치 등받이 맨 위 양쪽 끝에 새겨져 있었다. 새겨진 천사의 문 양은 너무나 섬세했다. 각각 나팔을 들고 있었는데, 벤치의 가운 데 방향으로 나팔을 세워 불고 있는 모양이었다. 천사의 날개는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고, 천사의 옷 문양 위에 칠해진 색은 하 얗다 못해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날개를 펼친 채 나팔을 부는 천사들의 옆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바람을 가르는 날갯짓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했다. 천사의 날개는 깃털의 끝자락까지 생생하게 새겨져 있었고, 길지도 짧지도 않은 물결치듯 부드러 운 머릿결이 하얀 천사의 얼굴과 잘 어울렸다. 얼굴의 생김새가 지극히 고귀해서 나도 모르게 만져 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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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양의 크기는 한 뼘 남짓했지만, 내 눈에는 아주 크게 보이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천사들의 신비로운 두 눈이 었다. 두 천사는 비슷한 듯 보였지만 각기 뚜렷하게 다른 얼굴을 가졌다. 특히 두 눈은 위엄과 엄중함이 담겨 있었지만 그들을 보 낸 주인을 향한 철저한 복종과 충성심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마 치 나를 지켜보고 있기라도 하는 듯, 그 눈은 나를 향해 무언가


를 말하고 있었다. 손가락을 들어 조심스럽게, 아주 천천히 천사 의 문양을 어루만졌다. ‘아무래도…… 미쳐가고 있는 게 틀림없어.’ 정신을 차리려고 애쓴 것도 잊고 어느새 그 벤치에 앉아 버리 고 말았다. 사실 정신이 점점 더 이상해져 가고 있다는 걱정보다 는 이 상태에서 그리 벗어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만큼 기분 이 아주 좋았으니까. 설명할 수 없는 낯선 세계를 혼자 여행하는 것처럼 어색하고 두려운 마음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곳을 떠나 고 싶지 않은…… 뭐 그런 느낌이랄까. “당신은 정신이 이상해진 것이 아니라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느닷없는 목소리에 벌떡 일어나 한참을 서서 두리번거렸다. 귀에 꽂고 있었던 이어폰을 잡아 빼곤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도 없었다. 지나가는 개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무슨 소리 가 들렸는데…… 역시 난 미친 거야, 라고 생각하는 순간 또다시 음성이 들려왔다. “놀라지 마세요. 당신은 특별한 능력을 부여받은 자입니다. 그것은 당신이 걱정할 일이 아니라 기뻐해야 할 재능이자 축복 이지요.” 1분 정도 흘렀을까. 난 침묵을 유지했다. 내 생각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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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vol1  

소향의 『크리스털 캐슬』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미리 보여드립니다!^^ 목소리가 아름다운 그녀, 이번엔 손끝에서 묻어나오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빠져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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