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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보호구역 모니터링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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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이 보고서는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이 수행한

해양보호구역 현장 모니터링의 결과물이다. 국내 연안

해양보호구역 16개소를 직접 방문해 육안 관찰과 드론

촬영을 통해 관리 실태를 기록했으며, 해안에 인접한

지방자치단체의 해양 환경 분야를 담당하는 공무원

면담이나 각 보호구역 내 주민(특히 어촌계장 등)의

인터뷰 등도 병행했다. 그 중 본 모니터링 방식에 비춰 특기할 만한 13개 지역을 본 보고서에서 다룬다.

본 조사의 목적은 정밀 생태 조사가 아니라 시민의 눈으로 해양보호구역이 제도로서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현장에서 확인하는 것이다. 표지판이 있는지, 경계가 표시되어 있는지, 행위 제한이 이행되고 있는지, 관리 주체가 존재하는지, 서식지가 온전히 유지되고 있는지는 시민의 보편적인 시각으로 확인 가능한 것들이다.

각 보호구역은 다섯 가지 지표로 평가했다.

① 경계·안내 체계

② 관리·법제 실효성

③ 서식지 건전성

④ 생태계 활력도

⑤ 이해관계자 거버넌스

각 지표는 1점에서 5점까지의 정성적 점수로

환산되며, 평가 기준은 부록에 명시했다. 점수는 절대적 수치가 아니라 현장 관찰자의 판단을 바탕으로 한 상대적 지표임을 밝혀둔다.

보고서는 인천 대이작도를 시작으로 서해안을 따라 남하한 뒤 남해안을 거쳐 동해안으로 이어지는 순서로 배치했다.

보고서 요약

한국의 해양보호구역은 무엇으로부터 무엇을 보호하느냐는 근

본적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상태다. 녹색연합이 인천 대이작도에서

동해안 울진 나곡리까지, 서해-남해-동해를 아우른 1차 해양보호구 역 모니터링의 결론이다. 정부 공식 조사가 포착하지 못하는 현장의

실상을 기록하는 데 목적을 둔 본 모니터링의 결론은 이처럼 명확했 다.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면적이 세계 최하위권 수준이라는 문 제 이전에, 이미 지정된 구역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부터 풀어내야 한다.

법과 제도의

구조적 한계

국내 해양보호구역 제도는 해양생태계법, 습지보전법 등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여기에 수산자원보호구역은 국토교통부 국토계획

법에 따라 지정되고 해양수산부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라 관리되며, 환경부는 자연공원법에 따라 해상·해안공원을 관리한다. 해양수산

부, 환경부, 국토교통부에 더해 해양보호구역 내에 자연유산이 포함 된 경우에는 관련 법령이 우선 적용된다는 규정에 따라 국가유산청 까지 관할 기관이 된다. 사실상 네 개 부처가 해양 공간을 서로 다른 법령으로 각각 관할하는 구조다.

이 구조의 문제는 중복 지정 현장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다.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돼 국가유산청이 관리 하는 ‘한국의 갯벌’은 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 갯벌로 구성 되어 있는데, 이 구역들은 해수부 관할 습지보호구역이자 람사르습 지이기도 하다.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으로서의 관리와 2단계 확대

등재를 추진하고, 해양수산부와 지자체는 1단계 등재 갯벌의 모니터 링 및 통합관리 사업을 별도로 수행한다. 동일한 갯벌 위에 각기 다

른 관할 기관이 중첩되어 있으나 이를 통합하는 단일한 관리 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유산위원회 역시 등재 당시 유산 구역 확대, 통합관리체 계 구축, 개발관리를 3대 권고사항으로 제시했으며, IUCN은 등재 결정 두 달 전까지도 유산 구역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실상 반 려에 해당하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지적됐던 ‘통합관 리체계 구축’은 이후에도 지금까지 요원한 과제로 남아 있다.

정부 스스로도 부처·지자체마다 별도로 관리 중인 해양보호 구역의 정의·범위·관리방식을 재규정하기 위한 (가칭)해양보호구 역법 제정을 2025년까지의 과제로 제시했으나, 본 보고서 작성 시 점까지 해당 법률은 제정되지 않았다. 법 제정이 지연되는 동안, 국 내 해양보호구역은 부처 간 칸막이 속에서 관리 공백 속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관리 체계가 없는 해양보호구역들

해양보호구역은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현장 조사에 서 보호구역의 양적 확장에 앞서 관리의 질적 향상이 우선해야 한다 는 사실이 거듭 확인됐다. 다수의 조사 지점에서 보호구역 경계를 알 리는 표지는 미비했고, 현장 관리 인력의 흔적은 찾기 어려웠으며, 곳곳에서 해양쓰레기가 나뒹굴고, 불법 어업이나 무분별한 레저 낚 시 등의 활동이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해양생태계법 제 29조는 해 양수산부장관 또 는 시 ·도지사가 해양보호구역에 대해 해양생태계의 현황과 해양생물의 서식실태 등 을 지속적으로 관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의무 조 항이 현장에서 실행되고 있다는 증거를 본 조사에서 확인하기는 어 려웠다.

그러나 모니터링을 통해 직접 살펴본 결과 지방자치단체의 인 력 규모나 예산, 전문성 등과 견주어 이 조항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확인했다. 해양보호구역의 현장 관리가 지자체에 큰 부담으 로 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여러 차례 확인했으며, 이 문제를 본 보고서는 꾸준히 지적한다.

30×30 목표와 진정한 의미

이제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2022년 제15차 생물다양성협 약 당사국총회에서는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 (GBF)를 채택했다. 2030년까지 최소 30%의 육상·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함으로써 점진적이고 항구적인 환경 보전과 생태계 회복을 핵심 목표로 설정한 계획이다. 한국 역시 국제사회의 이런 흐름에 동참했 다. 이를 근거로 살펴 보면 2026년 현재 육상보호구역은 국토 면적 의 17% 수준이나, 해양관할권(EEZ)에서 해양보호구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2% 수준으로, OECD 전체 평균 21.5%에 크게 못 미치며 전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해양수산부 를 비롯한 정부는 2025년 연말부터 국가해양생태공원 등을 위시해 해양보호구역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30×30의 목표가 단순 면적 확보인지, 실질적 보전인

지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GBF가 명시한 것이 ‘효과적

으로 보전되고 공정하게 관리되는 구역’이라는 점이다. 현재 2%대

에서 30%로 확대하려면 5년 안에 현재 면적의 약 15배에 달하는 구

역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하는 상황이며, 이 과정에서 관리 역량 의 뒷받침 없이 면적만을 확대할 경우 기존 보호구역이 처한 문제가

더 넓은 해역으로 확산될 위험이 크다. 지정만 하고 관리되지 않는 구역, 이른바 ‘페이퍼 파크(paper park)’의 확산이 우려되는 지점 이다.

녹색연합의 모니터링이 발견한 것으로부터

녹색연합이 직접 확인한 결과, 생태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구 역에서도 제도적 관리의 공백은 예외 없이 확인됐다. 보호구역의 생 태계 활력이 우수하거나 보전 상태가 아직 양호한 곳이 있다면 그것 은 제도가 보호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개발 압력이 아직 도달하지 않 았거나 지역 공동체가 그 빈자리를 채워왔기 때문이다. 제도의 성과 가 아니라 제도의 부재를 다른 요인으로 견뎌낸 결과다. 본 보고서를 통해 이 사실을 기록하고, 변화를 요구한다.

녹색연합 해양보호구역 모니터링과

보고서의 특징

조사의 배경과 목적

바다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데 있어 가 장 중요한 공간이다. 열을 흡수하고, 탄소를 저장하고, 수억 인구의 식량을 공급한다. 그 바다가 지금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해수온이 급 격히 오르고, 산호가 백화하고, 갯벌의 저서생물이 줄어들고, 철새 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다. 이 변화 앞에서 국제사회가 내놓은 응답

역시 바로 해양보호구역이다. 앞서 언급된 이른바 ‘30×30’ 목표

다. 196개 당사국이 서명했고, 한국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목표에 서명하는 것과 목표를 이행하는 것은 다른 일 이다. 나아가 해양보호구역을 새롭게 지정하거나 확대하는 것과 지

정된 해양보호구역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 역시 엄연히 다른 층위의 일이다. 녹색연합의 해양보호구역 모니터링은 기존의 해양보호구역 들이 현재 법 제도 안에서 어떤 지위를 가지고 있는지, 실질적으로 어떻게 관리되는지 살피기 위해 수행됐다.

따라서 본 보고서는 한국의 ‘30×30’ 목표 달성 이전에 보

다 근본적인 문제, 즉 기후위기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해양 환경 보

전 측면에서 현행 제도의 목적이 부합하는지 따져보고 나아가 제도 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지 묻는다.

“이미 지정된 구역들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가?”, “면적 을 늘리기 전에, 이미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 실질적으로 보호받 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지 않나?”와 같은 본 보고서의 질문에 해양수

산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성실히 답해야 한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 는 보호구역이 존재한다면 그 위에 아무리 면적을 늘린다 해도 의미 가 없기 때문이다.

첫째, 조사 결과가 정책 비판의 근거로 기능하기 어렵다. 관리 당국이 의뢰하고 관리 당국에 보고하는 조사는 관리 실패를 드러내는 데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둘째, 조사 결과의 공개 범위와 접근성이 제 한적이어서 시민사회가 이를 독립적인 감시 자료로 활용하기 어렵다. 셋째, 생태 조사가 주를 이루다 보니 ‘관리 행위의 존재 여부’라는 중요한 질문은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는다.

시민 모니터링이 이 공백을 채운다. 따라서 녹색연합의 이번 조 사는 독립적 관찰자로서 제도가 현장에서 작동하는지 감시하는 역할 이라 하겠다. 보호구역 지정의 근거가 된 법이 실제 현장에서 이행되 고 있는지 시민의 눈으로 확인하고 그 결과를 공개적으로 기록하는 것 이 시민모니터링의 본질적 의미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보고서가 가진 또 다른 강점은 현행 제도를 시민의 입장에서 평가한다는 점이다. 보고서가 다루는 13개소 보호구역은 단순한 표본 이 아니다. 현재 지정된 연안 해양보호구역 중 특정 장소를 선정해 동 일한 기준을 가지고 직접 방문해 점검했다는 사실은 각 지점의 상태를 비교하고 전체적인 패턴을 읽어낼 수 있게 해준다. 개별 구역의 문제 가 특수하며 예외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공통적이며 구조적 실패의 반 복인지는 이러한 현장 조사를 통해서 충분히 판단할 수 있었다.

이 보고서를 읽는 법

보고서는 13개소의 현장 모니터링 결과를 담은 3부를 중심으 로 구성된다. 각 보호구역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지표로 평가했 다.

① 경계·안내 체계 이 장소가 보호구역임을 현장에서 알 수 있 는가. 표지판, 경계 표시, 안내 정보의 존재 여부와 상태를 확인했 다. 예를 들어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신안군의 곳곳에서 신안 갯벌 이 세계유산에 등재됐음을 알리는 표지석이 있다. 따라서 이 지표에 한해 좋은 평가를 부여한다.

② 관리·법제 실효성 법으로 금지된 행위가 실제로 제한되거 나 단속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행위 제한 고시의 존재 여부, 불법 어 업·레저 행위 목격 여부, 관리 인력과 예산의 가시적 흔적을 확인했 다. 예를 들어 인천 대이작도 주변해역 해양보호구역의 경우 주민들 의 적극적인 거버넌스 참여에도 불구하고 레저 낚시가 횡행한다. 이 는 이 지표에서 부정적 평가의 요인이 된다.

③ 서식지 건전성 보호구역의 물리적 토대가 온전한가. 해양 쓰레기와 폐어구 밀도, 연안침식 등 복합 요인에 의한 서식지 변형, 수질 오염의 가시적 징후를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예를 들어 소매물 도의 경우 섬을 둘러 싼 기암절벽 곳곳에 해양쓰레기가 끼어들어 쌓 여 있다. 이는 이 지표에서 부정적 평가의 요인이 된다.

④ 생태계 활력도 이 생태계가 살아 있는가. 깃대종과 지표종 의 현장 관찰 여부, 상위 포식자 확인, 저서생물 밀도 체감 수준을 근거로 판단했다. 먹이망의 상위 단계에 위치한 종의 관찰은 해당 생 태계의 다영양단계 기능이 유지되고 있다는 생태학적 증거로 해석했 다. 예를 들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거문도, 백도 지구를 탐방하면 서 멸종위기종이자 상위 포식자인 상괭이 무리를 관찰했는데, 이는 적어도 이 지표에서 좋은 평가를 부여할 수 있는 근거다.

⑤ 이해관계자 거버넌스 지역 주민이나 어업인 등이 보전의 주 체로 포함되어 있는가. 어민·주민 참여 협의 구조의 존재 여부, 지 역 공동체 기반 자율 관리 활동, 이해관계자 간 갈등 조정 메커니즘 을 살펴봤다. 예를 들어 순천만 습지의 경우 습지 보호구역의 배후지 라 할 수 있는 방대한 농경지가 철새 도래 시기를 중심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는 인근 주민과 농민들의 적극적 보전 참여 덕분인데, 이 지 표에서 좋은 평가를 부여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각 지표는 1점에서 5점까지의 정성적 점수로 환산되며, 5각 형 그래프로 시각화했다. 점수의 절대적 정확성보다 지표 간 불균형 패턴, 그리고 13개소를 가로지르는 공통적 취약 지점이 무엇인지를 읽는 데 초점을 맞추길 권한다.

각 보호구역 서술은 기본 현황, 현장 관찰 내용, 지표별 평가, 그리고 해당 구역이 한국 해양보호구역 제도의 어떤 문제를 전형적 으로 보여주는지에 대한 논평으로 구성했다. 4부의 구조적 진단과 5 부의 정책 제언은 이 현장 기록에 기반한다. 현장에서 발견한 것이 이 보고서의 출발점이자 근거다.

다섯 가지 지표를 통해 해양보호구역 관리 체계를 평가하는 방식을 취했다. 위 사진에서 드러나듯 해

양보호구역 내에 쓰레기가 쌓여있을 경우 해양생물 의 서식지 건전성은 낮은 점수를 부여했다.

해양보호구역과 한국의 현황

세계자연보전연맹(The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이하 IUCN)은 보호구역을 “법률 또는 기타 효과적인 수 단을 통해 생태계서비스와 문화 가치를 포함한 자연의 장기적 보전 을 위해 인식, 지정, 관리되는 지리적으로 한정된 공간”으로 정의한 다. 이 정의에서 핵심은 세 단어다. ‘인식’, ‘지정’ 그리고 ‘관 리’. 지정만으로는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반드시 관리가 병행되어 야 한다.

IUCN의 보 호지역 카 테고리는 2 004년 생 물다양성협약 제 7 차 당사국총회에서 공식 채택되어 전 세계 자연환경 보호지역 관리 의 국제적 기준이 되고 있다. Ia에서 VI까지 총 6개의 카테고리로 구 분, 엄정보호구역부터 지속가능한 이용이 허용되는 보호구역까지 보 호지역의 다양한 기능을 담보하도록 하고 있으며, I에서 VI으로 갈수 록 인간의 이용과 간섭 허용 범위가 넓어진다. 카테고리 Ia는 인간의 방문과 이용이 엄정하게 통제되는 절대보전구역이고, 카테고리 VI은 자연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허용하는 복합 이용 구역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IUCN 카테고리의 핵심이 지정 목적에 맞는 관리라는 점이다. 어떤 카테고리로 지정되든, 그 목적에 부합하는 관리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보호구역으로서의 기능 을 수행하지 못한다. 따라서 보호구역의 지정은 자연 보전의 시작일 뿐이다.

IUCN은 해양보호구역을 “바다, 조간대, 해저와 그 지역에 서식하는 생물, 역사적·문화적 유산이 법·제도와 기타 관리 수단 에 의해 보전적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으로도 정의한다. 이 정의의 방점 역시 현재 진행 중인 관리에 찍혀 있다. 장기적 보전 목 표 없이 자원 채취가

녹색연합의 해양보호구역 모니터링 목적과 본 보고서가 겨냥 하는 과녁은 30×30의 본질적 의미에 있다. 이 목표를 다시 살펴보자.

“2030년까지 육상, 내수면, 연안 및 해양 면적의 최소 30%가, 특 히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기능·서비스에 특별히 중요한 지역을 포함 하여, 생태적으로 대표성 있고 잘 연결되며 공정하게 관리되는 보호 구역 체계와 기타 효과적인 지역 기반 보전 수단을 통해 효과적으로

보전되고 관리되도록 한다.”

이 문장에서 ‘30%’는 수단이고, ‘효과적으로 보전되고 관 리’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므로 30×30의 본질적 의미는 관리에

있음을 한 번 더 강조한다.

그러나 이 목표가 국내외에서 ‘30×30’이라는 슬로건으로 압축되면서, 논의의 중심이 면적 수치로 이동하는 경향이 생기는 듯 하다. 녹색연합은 30%라는 수치 자체보다 보호구역의 질이 훨씬 중 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명시한다. 결국 30×30의 성공은 면적 비율 만이 아니라 보호구역의 근본적 요소를 달성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 ‘근본적 요소’ 중 현재 가장 취약한 고리가 무엇인지, 이 보고서는 현장에서 확인했다. 관리 계획 없이 지정된 구역, 생태계 보호를 위해 충분하고 타당한 고시 없이 운영되는 구역, 담당 인력이 충분히 배치되지 않은 구역 등은 IUCN의 기준상 보호구역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곳들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한국의 해양보호구역 면적 통계에 포함되어 있고, 30× 30 이행 실적의 일부로 계산될 것이다. 이런 방식이면 면적 확보라는 목표는 언 제든 달성 가능하다. 하지만 면적 확보가 보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숫자로 포

장된 페이퍼 파크(paper park)가 늘어나는 것이 30×30의 실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려해해상국립공원 내 무인도에서 버젓이 낚시가 횡행하고 있다. 보호 구역이 보호구역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한되는 행위가 명확 해야 한다.

한국 해양보호구역의

제도적 특징 -분산된 법적 근거

한국의 해양보호구역 중 다수는 단일 법률이 아니라 복수의

법령에 분산된 근거를 통해 지정, 관리 중이다. 특히 해당 보호구역 이 어떤 이유에서든 중요한 장소일 수록 중첩된 법령과 근거에 의해 중복 지정돼 있는 양상을 띈다. 이런 양상을 만드는 해양보호구역의

주요 지정 근거들은 다음과 같다.

해양생태계법 해양수산부 장관이 해양생태계보호구역, 해양 생물보호구역, 해양경관보호구역을 지정한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하

거나 보호생물의 서식지로서 보전 가치가 있는 해역, 특이한 지형· 지질적 가치가 있는 지역 등이 지정 요건이다.

갯벌법·습지법 각각 갯벌과 연안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마 련된 법이다. 자연 상태가 원시성을 유지하거나 생물다양성이 풍부 한 지역, 희귀·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는 지역 등이 대상이 다.

자연공원법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해상·해안국립공원을 지정·관리한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태안해안국립공원, 한려해상 국립공원이 이에 해당하며, 해양보호구역과 공간적으로 중첩되는 경 우가 많다.

자연유산법 국가유산청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지역을 관리한다.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갯 벌’은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순천 갯벌로 구성되며, 이 구역들은 동시에 해양수산부 습지보호지역이자 람사르 습지이기도 하다.

이런 법적 근거들을 토대로 중복 지정된 해양보호구역은 일반

적으로 더 엄격하게 관리될 것으로 예상하기 쉬우나, 모니터링 결과 이런 예상과는 달리 법 제도의 구조적 결함으로 평가됐다. 예를 들어 복수의 법령과 관계 부처가 교집합을 이루는 해양보호구역의 경우, 예산과 책임의 분산으로 인해 명확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때 문에 해당 보호구역이 관할 구역에 있는 지자체가 관리

한국 해양보호구역의

제도적 특징 -다중 관할의 현실

통합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 다중 관할의 현실을 자세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이 구조를 아래와 같은 밴다이어그램으로 시각화 했 다. 복수의 법에 의해 지정된 보호구역은 좌측이 아니라 우측의 밴다 이어그램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기관마다 지정 목적, 행위 제한 기준, 관리 계획 수립 주체가 달라 중첩 지정된 구역에서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통합적 관리 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구조다.

세계유산위원회가 ‘한국의 갯벌’ 등재 당시 통합관리체계 구축을 3대 권고사항 중 하나로 명시한 것도 이 문제를 겨냥한 것이 다. 문화재와 해양자원 등을 구분해 관리하는 기존 시스템을 통합 관 리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는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전남 신안군의 경우, 군 내 갯벌 대부분이 유네스 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돼

있고, 남서쪽 일부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과 겹쳐 있다.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과 도립 갯벌공원도 중복 지정돼 있다.

하지만 1004개가 넘는 섬 전

체의 실질적 관리는 지자체인

신안군이 모두 떠안고 있는 구조다.

한국 해양보호구역의

제도적 특징 -면적과 현황

한국 해양보호구역의 제도적 특징 -행위제한의 부재

현재 우리나라에는 3개의 해상 및 해안 국립공원과 함께 서남 해에 걸친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그리고 습지보호지역 18개소, 해

양생태계보호구역 17개소, 해양생물보호구역 3개소, 해양경관보호 구역 1개소 등의 해양보호구역이 지정되어 있다. 170여개에 달하는

특정도서나 해안 및 섬에 있는 천연기념물, 명승 등을 모두 포함하더

라도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의 약 2% 수준이다. OECD 전체 평균 21.5%에 크게 못 미치고 호주 41.0%, 프랑스 45.6% 등 주요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최하위 수준이다.

면적 자체도 적지만 보호구역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

리되고 있는지 살펴 보면 더욱 충격적이다. 각 보호구역을 지정한 정

부 부처가 예산을 꾸려 지자체에 실질적 관리를 위임하는 방식으로 관리 체계가 잡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해안과 밀접한 면사무소 단위의 지자체에서는 만성적 인력 부족과 예산 부족에 시달리고 있 다. 정부는 부처·지자체마다 별도로 관리 중인 해양보호구역의 정 의·범위·관리방식을 재규정하기 위한 (가칭)해양보호구역법 제정 을 2025년까지의 과제로 제시했으나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 제도의 통합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2030년까지 해역의 30%를 보 호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 목표는 면적 경쟁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크다.

현행 법을 살펴 보면, 해양보호구역 내의 행위 제한을 규정하 는 법적 근거가 빈약해 사실상 행위의 제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 을 확인할 수 있다. ‘보호구역’은 겉으로 보기에 생물의 서식지와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강력한 보호 장치를 마련한 듯 읽히기 십상이 지만 관련 법의 실질적 작동 원리를 현장에 대입해 보면 텅 빈 껍데 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즉각 드러난다.

우선 해양생태계법의 치명적인 맹점은 규제를 통한 보호의 핵 심 목표로 삼을 ‘보호 대상’이 너무 협소하고, 해수부장관 등이 고 시로 지정하게 되어있는 준 보호대상을 법 제정 이후 한 번도 정하 지 않았다는 점이다. 동법 제27조 제1항 제1호는 법정 해양보호생 물이 아니더라도 ‘보존 가치가 있어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해양 생물’의 포획과 채취, 이를 위한 어구 설치를 엄격히 금지한다고 명 시한다. 이 규정의 실효성은 장관이 고시로 구체적 대상 종을 지정 할 때 비로소 발생한다. 그러나 2006년 법 제정 이후 20년이 흐른

2026년 현재까지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해당 생물의 목록을 지 정하는 세부 고시를 단 한 번도 만들지 않았다. 이는 법률이 하위 규 범에 위임한 사항을 행정이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이른바 ‘입법의 공백’ 문제로, 현장에서 레저 낚시나 어업 행위를 제한하 는 등 위반 행위를 단속할 근거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는 구조적 결 함이라 하겠다. 무엇보다 이 고시는 법이 지정한 보호종(멸종위기 종) 목록에 의존하지 않는 선제적 보전을 담보하는 해양보호구역 제 도의 핵심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양수산부장관의 해당 고시 지정은 시급한 사안이다. 또한, 현행법은 지역주민의 기존 영어( 營漁) 행위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는데, 이는 해양생태계 보전이라는 지정 목적과 상시적 긴장 관계를 이룬다. 어업 행위 자체를 전면 제한하기 어려운 사회경 제적 맥락을 고려하더라도 관련 고시의 미공표와 단속 체계의

이 맞물리면서 보호구역이

된 빈 껍데기’로 전락하는 결 과를 낳는다. 이 보고서가 현장에서 확인하고 지적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 이다. 한국의 해양보호구역은 무엇으로부터 무엇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되고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3부에 이어진다.

1 대이작도 인천광역시 해양생태계보호구역

2 태안반도 충남 태안군 국립공원

3 줄포만 갯벌 전북 부안군 습지보호지역

4 신안 갯벌 전남 신안군 습지보호지역·자연유산·국립공원 등

5 거문도 백도 전남 여수시 국립공원

6 여자만 갯벌 전남 여수시 습지보호지역

7 순천만

조사는 육안 관찰과 드론 촬영을 기본으로 했다. 다도해해상 국립공원의 거문도와 백도 등 일부 지점에서는 국립공원공단과의 공 동 모니터링 일환으로 선박 조사를 병행했다. 각 지점의 조사 시간과 기간은 이동 여건에 따라 달랐으나, 주요 구역을 순환하며 5개 지표

를 점검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평가는 현장 관찰에 기반한 정성적 판단으로 이루어졌다. 5개 지표 각각에 대해 1점(매우 미흡)에서 5점(매우 양호)의 점수를 부

여했다. 점수의 절대적 수치보다 지표 간 불균형 패턴, 그리고 전체 조사 지점을 가로지르는 공통적 취약점을 읽는 데 이 평가 체계의 목 적이 있다.

13개소 해양보호구역 각 지점의 지리적, 환경적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뚜렷하게 반복되는 문제 패턴이 확인됐다. 지점별 현황을

나열하기 전에 이 패턴을 유형화해 먼저 제시한다. 현장에서 발견된 문제들은 크게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유형 1. 경계가 모호한 보호구역 — 표지·안내 체계의 부재

보호구역을 보호구역으로 만드는 가장 기초적인 조건은 그 장 소가 보호구역임을 알리는 것이다. 방문자가 자신이 어떤 보호 규범 이 적용되는 공간에 들어섰는지 알지 못한다면, 행위 제한은 작동할 수 없다.

이번 조사에서 상당수의 조사 지점이 이 가장 기초적인 조건

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주요 진입로에 표지판이 없거나, 있어도 노후화되어 내용을 식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해상에서 의 경계 표시는 더욱 미비했다. 선박으로 접근하는 이용자들이

경계·안내 체계의 부재는 단순히 불편의 문제가 아니다. 이 는 관리 주체가 해당 공간을 실질적으로 관리할 의지와 역량을 갖추 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당히 중요한 지표다. 표지판을 세우는 것은 가장 낮은 비용으로 이루어지는 관리 행위다. 그것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그 이상의 관리 행위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신호 로 읽힌다.

태안해안국립공원 내 신두리사구에 있는 안내판. 자 외선에 의해 색이 바래 지도가 흐릿해지고 있다. 보호 구역임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표지판 대부분은 이렇게 자외선에 취약한 형태로 제작된다.

유형 2. 행위 제한이

행위 제한의

구체적 내용을 관리 고시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다수의 보호구역

에서 이 고시가 수립되지 않았거나 현장에 전달되지 않고 있었다. 무

엇이 금지되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호구역이 제대로 기능 할 리 만무하다.

유형 3. 서식지가 훼손되는 보호구역 — 복합 요인에 의한 서식지 건전성 저하

앞서 강조한 바와 같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해서 해양생물군의 서식지가 자동으로 보호되는 건 아니다. 관리 부재 속 에서 서식지는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조용히, 지속적으로 훼손되고 있다.

이 중 해양쓰레기는 가장 광범위하게 목격되는 문제였다. 일 부지점에서는 폐 어구·부표·폐비닐 등 이 해 안선을 따 라 대 규모로 누적되어 있었다. 이 중 다수는 마땅한 수거 체계가 없어 장기간 방 치되고 있었다. 해양폐기물과 생활폐기물의 수거 주체와 주기가 달 라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제도적 문제도 복수의 지점에서 확인됐다.

연안침식 역시 여러 지점에서 가시적으로 진행 중이었다. 항 만·방파제 등 인공구조물로 인한 표사 흐름의 차단, 배후 사구 등의 개발, 기후위기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파랑 에너지 증가가 복합적으 로 작용하면서 일부 보호구역의 갯벌과 사빈 등 해안이 수십 년 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었다. 보호구역 지정이 이러한 외부 압 력을 막는 방파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

욕지도의 출렁다리와 해양쓰레기. 욕지도는 해양보 호구역에 속하지 않지만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경계 와 인접한 섬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출렁 다리 아래에 폐어구들이 쌓인 게 보인다.

유형 4. 생태계는 살아있으나 관리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보호구역 — 생태 활력과 관리 공백의 역설적 공존

이번 조사에서 발견된 역설 중 하나는 생태계 활력도가 비교 적 높은 지점에서도 관리 제도의 공백이 예외 없이 확인됐다는 점이 다.

대이작도는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모니터링 중 깃대 종인 검은머리물떼새 무리가 육안으로 관찰됐고, 풀등에서 잘피 군 락이 확인되는 등 생태적 상태는 이번 조사 지점 중 최상위권이었다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레저 낚시 통제는 미흡했고, 해양폐기물 수거 체계는 사실상 부재했다. 이는 이장 및 어촌계장 등 주민들의 구술에 서도 거듭 지적되는 문제였다. 이 역설이 의미하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현재의 생태적 건강함이 제도의 보호 덕분이 아니라 지역 공동 체의 자발적 노력이나 개발 압력의 미도달 덕분일 수 있다는 것. 둘 째,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문제가 없어 보이는 곳도 제도적 기반 없이는 언제든지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생태계의 현재 상태가 관리 제도의 성과를 증명하지 않았다.

유형 5. 공동체가 제도를 대신하는 보호구역 — 거버넌스 공백을 채우는 지역 주민

여러 조사 지점에서 지역 어민과 주민이 공식 관리 체계의 빈 자리를 채우고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자체적으로 해안 정화를 조직 하고, 외지 불법 채취자를 감시하고, 방문자에게 보호구역 규범을 안 내하는 역할을 주민이 담당하는 경우였다.

이는 분명 지역 공동체의 생태 감수성과 헌신을 보여주는 긍 정적 현상이다. 그러나 동시에, 국가가 수행해야 할 관리 책임이 제 도적 지원 없이 지역 주민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의 증거 이기도 하다. 어민이 바다를 지키는 것은 생계 기반을 지키는 일이기 도 하지만, 보호구역 관리를 위한 예산과 인력을 갖춘 국가의 역할과 는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먼저

산으로 남겨둘 수 있는가? 지역 주민의 수용성을 늘리고 자율 관리를 장려하되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지 않는(혹은 못하는) 현재의 구

조는 공동체의 헌신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다섯 가지 유형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 하나의 보호구역

이 복수의 유형에 동시에 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유형 2(행

위 제한 공백)와 유형 3(서식지 훼손)은 인과 관계로 연결되고, 유 형 4(생태 활력)와 유형 5(주민 거버넌스)는 종종 함께 나타났다. 제도의 공백을 공동체가 메우는 곳에서 생태계가 상대적으로 잘 유 지되고, 그 공동체마저 없는 곳에서 훼손이 가장 심각했다.

다음 절에서는 이 유형 분석의 근거가 된 13개소 각각의 현황 을 상세히 기록한다.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한 무인도에 쌓인 해양쓰레 기. 앞서 욕지도의 출렁다리 아래 쌓인 쓰레기와 이 섬의 쓰레기는 종류와 형태가 같았다. 해양쓰레기의 체계적인 관리 체계가 필요한 이유는 이처럼 바다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해안 줄포만 갯벌의 광활한 모습.

한 프레임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웅장하다.

서해안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2021년 ‘한국의 갯벌’ 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며 그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 정받았다. 특히 전라남도 신안군 일대는 한국 전체 갯벌 면적의 상 당 부분을 차지하며,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이자 상괭이 등 해양포유 류의 서식지이다. 본 조사는 인천 대이작도, 태안해안국립공원 일대, 줄포만 갯벌, 신안군 일대를 핵심 모니터링 구역으로 설정했다.

서해의 핵심적인 특징은 ‘얕은 수심’과 ‘큰 움직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서해는 평균 수심이 약 44m에 불과하며, 해저 지형이 매우 평탄하다. 이는 육지로부터 유입된 퇴적물이 깊은 바다로 유실 되지 않고 연안에 머물게 하는 물리적 기반이 된다.

둘째, 세계적인 규모의 조수 간만의 차가 존재한다. 밀물과 썰 물의 높이 차이가 최대 3~9m에 달하는데, 이는 동해안의 약 30cm, 남해안의 약 1.2m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역동성이다. 이 거대한 물의 움직임은 바다를 하루 두 번 크게 뒤섞으며 막대한 산소를 공급 하고, 육상과 해양의 경계에 광활한 조간대를 형성한다.

셋째, 육지 기원 퇴적물의 지속적인 공급이다. 한강, 금강, 만 경강, 동진강, 영산강 등 한반도의 주요 대하천이 서해로 흘러들며 끊임없이 흙과 모래를 운반한다. 이 퇴적물들은 복잡한 해안선과 섬 들에 의해 파랑 에너지가 분산되는 곳에 차곡차곡 쌓여, 오늘날 ‘갯 벌 왕국’이라 불리는 서해안의 독특한 지형을 완성했다.

서해안에는 다수의 습지보호지역과 해양생물보호구역이 지정

되어 관리되고 있다. 서해 전체를 따라 이어진 갯벌이 그 중심이다.

서해 갯벌은 단순히 한국만의 자산이 아니다. 갯벌 자체가 막대한 양 의 탄소를 흡수하는 블루카본이기 때이다. 갯벌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전지구적 열쇠가 될 수 있는 귀중한 공간이다. 시베리아와 알래

스카에서 번식하고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월동하는 도요물떼새들에게 서해 갯벌은 생존을 위한 유일한 중간 기착지이기도 하다. 만약 서해 갯벌이 새만금 방조제와 같이 대규모 간척 등 개발로 훼손되고 사라 진다면, 이는 지구 반대편 생태계의 붕괴로 이어지는 나비효과를 초 래할 수 있다.

서해의 갯벌은 다양한 생명을 품은 경이로운 생태축이다.

인천 대이작도 주변해역

해양생태계보호구역

유형: 해양생태계보호구역 | 소재지: 인천광역시 옹진군

면적: 55.7㎢ | 지정일: 2003년 12월 31일

지정 근거: 해양생태계법 제25조 | 관리 주체 : 해양수산부

모니터링: 2025년 6월 12일, 13일

조사범위: 대이작도 해안 전반

인천국제공항 안산

대이작도 3 2 4 5 5

경계·안내 체계 주요 선착장 표지판 및 해양생태관 존재. 단 해상 경 계 표시 및 행위 제한 안내 충분성 불명확

관리·법제 실효성 레저 낚시 성행. 해양폐기물 방치 — 생활폐기물과 달 리 수거 체계 사실상 부재. 제도적 공백 명확

서식지 건전성 풀등·잘피 군락 양호. 주민 정화 활동으로 청결 유지. 해양폐기물 적치 문제가 감점 요인

생태계 활력도 깃대종 검은머리물떼새 무리 육안 관찰 및 촬영 성공. 다양한 해양생물의 먹이활동 활발

이해관계자 거버넌스 주민이 해사 채취 반대로 보호구역 지정을 선도. 이 장·어촌계장·선장 등 현재도 자발적 관리 주체로 기능

대이작도는 이 보 고서가 모 니터링한 지 역 중 생 태적으로도,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인상적인 사례 중 하나다.

이 해역의 핵심 자원인 풀등은 조차에 따라 드러났다 잠기는 대규모 모래 지대로, 서해안 전역에서 가장 넓은 규모다. 꽃게·대 하·넙치 등 다양한 어류와 패류의 서식·산란지이며, 해안에서는 잘피 군락이 확인됐다. 지질학적으로도 특이한 공간이다. 대이작도 남쪽 해안의 암반은 약 25억 1천만 년 전에 생성된 변성 화성암으 로,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기반암 중 하나로 꼽힌다. 생물다양성과 지질 가치가 동시에 인정되는 복합적 보전 자원을 가진 곳이다.

현장 조사에서 깃대종인 검은머리물떼새 무리가 육안으로 관 찰됐다. 스마트폰으로 촬영이 가능할 정도로 섬 주변에서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천연기념물 제326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 물Ⅱ급으로 지정된 이 종의 안정적 서식은 해당 생태계의 먹이망이 복수의 영양단계에 걸쳐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유력한 지표다. 생태계 활력도 측면에서 이번 조사 대상 13개소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평가했다.

주민이 먼저 요구해 주변해역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결과 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대이작도는 이례적이다. 과거 해사 채취로 인한 어장 파괴를 직접 경험한 지역 주민들이 보호구역 지정을 정부 에 촉구했고, 그 결과로 2003년 지정이 이루어졌다. 현재도 이장· 어촌계장·선장 등 지역 주민이 사실상 현장 관리의 주체로 기능하 고 있으며, 주민 주도의 정화 활동으로 섬 육상부는 전반적으로 청결 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보전의 동력이 제도가 아니라 공동체에 서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 사례는 어업인 참여 기반 거버넌스 모 델의 가능성을 실증하는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긍정적인 평가 뒤에는 분명한 제도적 공백이 있다. 레저 낚시가 성행하고 있으나 이를 관리하는 행위 제한 체계가 실효 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더 구체적인 문 제는 해양폐기물 수거 체계다. 생활폐기물은 2주 주기로 수거가 이 루어지는 반면, 해양폐기물은 별도의 정기 수거 체계가 사실상 부재 하여 최대 2년간 방치된 사례가 확인됐다. 주민들의 꾸준한 요구로 해양쓰레기 적치장을 유치해 운영하며 수시로 관리하고 있으나, 이 는 국가 관리 책임의 공백을

대이작도는 이 보고서가 제기하는 핵심 질문을 역설적으로 보 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생태계가 살아있고 공동체가 헌신적으로 관리하고 있음에도, 제도는 그 노력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보전 의 성과가 제도의 작동이 아닌 주민 공동체의 자발성에 기대고 있다 면, 주민 공동체의 의지가 약해지거나 사라진 이후 보호구역은 무엇

으로 버틸 수 있는가?

대이작도가 해양보호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은 자

외선에 의해 색이 바래 내용을 알아볼 수 없는 상태

였다. 주민들이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등 해양보호

구역 관리에 적극적이다. 1차 수거한 쓰레기를 해변 한 곳에 모아둔 모습. 가운데 왼쪽 사진은 모니터링

중 만난 검은머리물떼새, 오른쪽은 풀등의 모습.

충남 태안반도

유형: 국립공원·해양보호구역(신두리 사구) | 소재지: 충청남도 태안군 일대

태안해안국립공원 4 2 2 3 2

면적: 328.99㎢ (육지 138.69㎢ · 해상 190.30㎢) 지정일: 1978년 10월 20일

지정 근거: 자연공원법 | 관리 주체: 기후에너지환경부·해양수산부(신두리 사구)

모니터링: 2025년 6월 12일, 13일

조사 범위: 태안해안국립공원 해안 전반, 신두리해안사구 인근 등

태안반도

경계·안내 체계 국립공원공단 직접 관리, 사무소·표지판 등 안내 인프 라 비교적 갖춰짐. 관리 주체 명확

관리·법제 실효성 국립공원 부지 내 펜션·캠핑장 등 상업시설 다수 확 인. 관광객 폭죽 사용, 상업시설 폐기물 방치. 연안침 식 대책 미흡

서식지 건전성 연안침식 심각. 소나무재선충으로 방풍림 고사 진행. 해안 전반 해양폐기물 누적

생태계 활력도 황조롱이·매 등 최상위 포식자 육안 목격. 단, 재선충 피해로 핵심 서식지 기능 저하 진행 중

이해관계자 거버넌스 국립공원공단 공식 관리 체계 존재하나 지역 공동체 초고령화로 자율 관리 기반 붕괴. 상업시설 난립과 공 원 관리 사이 갈등 구조 미해소

태안해안국립공원은 이번 조사 대상 중 가장 긴 역사를 가진 보호구역 중 하나다. 1978년 지정된 이래 47년이 지났고, 국립공원 공단이라는 전담 관리 기관이 존재하며, 사무소·탐방로·전망대 등 기초 인프라도 갖추어져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오랜 역사에 걸맞 게 관리 시설이 잘 갖추어진 곳에서 서식지 훼손이 가장 다층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태안반도는 길고 복잡한 리아스식 해안선을 따라 해안 사구가 발달하고, 통보리사초·갯메꽃이 사빈과 사구의 경계에 분포하며, 해송 군락이 방풍림을 이뤄 해안을 보호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신두 리사구의 경우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표범장지뱀과 매화마름이 깃대종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현장 조사에서는 황조롱이와 매 등 최 상위 포식자가 육안으로 목격됐다. 맹금류의 존재는 이 해안선을 따 라 먹이망의 상위 단계까지 연결되는 생태 기능이 아직 유지되고 있 다는 신호다.

그러나 이 생태 기능을 지탱하는 서식지 기반이 복합적인 위 협에 동시에 노출되어 있다. 가장 광범위하게 확인된 문제는 연안침 식이다. 해안 전반에 걸쳐 침식이 진행 중이며, 일부 구간에서는 방 호벽 설치나 모래 포설 같은 응급 대응이 이루어졌으나 근본적 대책 은 마련되지 않고 있었다. 사구 식생이 침식에 취약해지면 사빈과 사 구의 연속성이 끊어지고, 표범장지뱀 등 사구 서식종의 이동 경로와 번식 공간이 축소된다.

해양폐기물 문 제도 심 각했다. 해 안선 전 반에 걸 쳐 폐 기물이 누적된 상태였으며, 관광객이 남기고 간 폭죽 잔재물도 다수 확인됐 다. 국립공원 부지 안에 펜션과 캠핑장 등 숙박·요식 상업시설이 다 수 들어서 있는 것도 부정적 평가의 요인이다. 국립공원 지정이 토 지소유권을 박탈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자연공원법은 일정 지 역을 ‘공원구역’으로 묶어 행위제한을 가할 뿐, 토지 소유 관계를 그대로 둔다. 이들이 발생시키는 생활폐기물과 오·폐수가 해안으로 유입되는지, 그 경로가 어떻게 통제되는지는 알 수 없다.

국립공원답게 경계 표지와 관리 인프라는 해양수산부가 지정 한 보호구역에 비해 이번 조사 지점 중 비교적 양호한 편이나 국립공 원 지정이라는 강력한 법적 보호

부여된 곳에서, 부지 내 상 업시설 난립이 묵인되고, 연안침식 대책이 부재한다. 관리와 보전 사 이의 간극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곳이다.

거버넌스 측면에서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사실이 있다. 태안

지역의 대표적 해수욕장인 안면해수욕장은 지역 주민의 초고령화로 인해 2025년부터 운영이 중단됐다. 이는 단순한 관광 기능의 소실 이 아니다. 해안을 일상적으로 관찰하고 이용해온 지역 공동체가 약 해졌다는 의미이며, 비공식적 감시와 자율 관리의 주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신호다. 공동체 없는 공원은 지도 위의 경계선으로만 남는다. 연안 해안 관리를 지역 공동체에 기대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 비춰, 고령화와 인구감소는 치명적이다.

위쪽 사진은 신두리 해안사구. 사구 식물인 통보리사초 등이 번성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래 사진들은 연안 해 안의 관광지 개발로 사구가 훼손돼 연안침식이 진행중 인 태안해안국립공원 내 여러 해안의 모습이다.

연안해안 개발의 결과 중 하나가 침식이다. 연안침식은 이제 해안 사빈을 넘어 캠핑장 등 시설 물이 있는 땅으로 번지고 있다. 침식을 막기 위해 돌 무더기를 쌓았으나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전북 부안 줄포만 갯벌

습지보호지역

유형: 습지보호지역·람사르습지 | 소재지: 전북 부안군

면적: 4.9㎢ | 지정일: 2006년 12월(습지보호구역) · 2010년 2월(람사르습지)

지정 근거: 습지보전법 제8조 | 관리 주체 : 해양수산부

모니터링: 2025년 6월 18일, 2026년 4월 8일

조사범위: 줄포만 갯벌 및 습지 생태공원 일대

부안군

줄포만 3 2 4 5 3

경계·안내 체계

표지판·데크·전망대 등 기초 인프라 존재. 단 해수부· 환경부 이원 관할로 통합 안내 체계 불명확

관리·법제 실효성 통합 관리 계획 사실상 부재. 행위 제한과 어업권 충 돌 조정 기제 없음. 탐방 수용력 미설정. 람사르 위상 대비 방문자 관리 체계 부재

서식지 건전성 갯벌 훼손·오염 미확인. 염습지 수직 분포(칠면초→나 문재·해홍나물→갈대) 비교적 온전

생태계 활력도 농게·짱뚱어 상당한 밀도 서식 확인. 저어새 서식 확 인.

이해관계자 거버넌스 어촌계 운영 갯벌체험 프로그램으로 무단 채취 통제. 어민의 자발적 이해관계자 가능성 있으나 공식 참여 구조 미비

줄포만은 그 규모만큼이나 복잡한 형태를 지닌 갯벌이다. 조 위대에 따라 니질갯벌, 염습지, 기수역, 모래자갈 혼합대의 층위가 연속으로 이어지는 복합 생태계다. 한국 서해안에서 염습지가 육상 생태계로 천이하는 전 과정을 한 공간에서 관찰할 수 있는 드문 현장 이다. 저위 칠면초에서 중위 나문재와 해홍나물을 거쳐 고위 갈대와 통보리사초까지 이어지는 수직 분포가 조사 시점에도 비교적 온전하 게 유지되고 있었다. 농게와 짱뚱어가 상당한 밀도로 서식하는 것이 확인됐으며, 저어새와 검은머리물떼새가 깃대종으로 지정된 곳이기 도 하다. 실제로 2026년 4월 모니터링 당시 저어새를 목격했다.

현장 상태는 이번 조사 지점 중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다. 조사 일이 관광 비수기의 평일임을 감안하더라도 인적이 드물었고, 갯벌 자체의 훼손이나 오염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쓰레기도 발견되지 않았 다. 낚시객 역시 목격되지 않았다. 표면적 상태만 보면 람사르습지의 위상에 걸맞은 곳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양호한 상태의 배경을 들여다보면 불편한 질문이 생긴다. 갯벌이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 관리 체계가 정상적으 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인가, 아니면 아직 개발 압력과 방문 압박이 임계점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인가 하는 점이다. 줄포만 역시 관리 구조가 이원화되어 있다. 습지보호구역은 해양수산부 소관이고 람사 르습지 관련 업무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담당한다. 두 보호구역이 동일한 갯벌 위에 중첩되어 있으나 이를 통합하는 관리 계획은 사실 상 존재하지 않는다. 행위 제한 기준과 어업권 보호 사이의 법적 충 돌을 조정하는 기제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현재는 갈등이 잠복해 있 을 뿐, 구조적으로 해결된 상태가 아니다.

더 시급한 문제는 관광의 무통제 확산이다. 가을 칠면초 군락 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매년 9~10월 상당한 규모의 방문객이 유 입되고 있다. 그러나 줄포만에는 탐방 수용력을 명시한 방문자 관리 계획이 존재하지 않는다. 방문객 동선을 안내하고 갯벌 진입을 통제 하는 체계 없이 관광객이 밀려들 경우, 보전을 명분으로 지정된 람사 르습지가 순식간에 훼손될 수 있다. 어촌계가 운영하는 갯벌 생태체험 프로그램은 긍정적인 신호 다. 어민이 갯벌을 생산 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보전의 동기가 되고, 체험 프로그램 운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획을 수립하는 일이 시급하다.

여기에 더해 부안군이 주도하여 추진 중인 ‘갯벌 1평 갖기 프로젝트’는 줄포만 갯벌 보전에 시민 참여라는 새로운 동력을 불 어넣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고 보전 기금을 마련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이 역시 제도의 울타리 안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단순히 소유 의식을 고취하는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참여 시민들을 지속 가능한 모니터링 주체로

연결하거나 실질적인 관리 기금으로 고도화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병 행되어야 한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의지가 이원화된 관리 구조 나 통제 없는 관광 확산이라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혀 퇴색되지 않도 록 정교한 제도적 연계가 필요하다.

2025년 기준 줄포만 갯벌은 아직 양호한 상태다. 그러나 ‘아직’ 이라는 단서는 제도가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다. 그 단서가 유효한 시 간 동안 완전한 관리 체계를 완성해야 한다.

줄포만 갯벌의 광활한 전경. 칠면초가 군락을 형성해 붉은 빛을 띄 고 있었다. 갯벌에서 가만히 서서 귀를 기울이면 온갖 게와 짱뚱어 등이 기어다니며 내는 소리가 소란스럽게 들릴 정도로 생물군의 밀도가 높았다. 이 광활한 갯벌을 가득 매우고 있을 저서생물들을 상상하면 줄포만 갯벌이 왜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칠면초 옆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던 붉은발 농게. 수

십만 혹은 수백만일지 모르는 농게들이 갯벌의 건강 함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전남 신안 갯벌 습지보호지역 등 신안군

유형: 습지보호지역·세계유산 ·국립공원 등 | 소재지: 전남 신안군

면적: 1,773.4㎢(세계유산 기준) | 지정일: 2021년 7월(세계유산 기준)

지정 근거: 습지보호법자·연유산법·자연공원법 | 관리: 국가유산청·해양수산부·기후에너지환경부

모니터링: 2025년 6월 17일(증도 우전해변, 자은도 외기해변), 2025년 10월 1일 (임자도 북부), 2026년 4월 24일(자은도 북부 해안)

조사범위: 증도 우전해변, 자은도 외기해변, 임자도 북부

경계·안내 체계 해안 산책로·생태체험관 등 인프라 존재. 단 1,773 ㎢ 광대한 면적 대비 관리 인력 태부족. 섬 지형 특 성상 해상 경계 표시 실질적 한계

관리·법제 실효성 비료포대 등 무단 투기 심각. 해양쓰레기 과밀집. 낚 시 성행. 갯벌세계자연유산보전본부 2026년 완공 예 정으로 통합 관리 체계 아직 미완

서식지 건전성 연안침식 다수 해안에서 진행 중. 포켓형 해안 해양쓰 레기 과밀집. 상괭이 사체 발견. 인접 농경지 농약·비 료 유입 잠재 오염

생태계 활력도 말똥가리·물수리 추정 대형 맹금류 육안 발견. EAAF 핵심 기착지. 저어새·넓적부리도요 등 국제 멸종위기 종 서식. 펄·모래·혼합 갯벌 복합 생태계

3 2 2 4 2

이해관계자 거버넌스 신안군 갯벌 도립공원 전국 최초 지정의 자발성은 긍 정적. 그러나 국가유산청·해수부·환경부 삼중 관할. 통합관리체계 미완성. 면적 대비 관리 주체 역량 절대 부족

신안 갯벌은 이번 조사 대상 중 가장 높은 국제적 위상을 가진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다도해해상국립공 원이 중첩 지정된 이 공간은 ‘한국의 갯벌’ 세계자연유산 전체 면 적의 85%를 차 지한다. 세 계유산위원회는 등 재 결정 문에서 이곳 을 “지구의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 중 하나”로 평가했다.

생태적 가치는 평가 그대로다. 1,004개의 섬 사이에 펄·모 래·혼합 갯벌이 복잡하게 섞여 있고, 조석 간만의 차가 크며 섬들이 파랑을 차단해 깊은 퇴적층이 형성되어 있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EAAF)의 핵심 기착지로, 저어새·넓적부리도요·알락꼬 리마도요 등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이곳에서 에너지를 보충하며 경유 한다. 현장에서는 말똥가리 또는 물수리로 추정되는 대형 맹금류가 육안으로 여러 차례 확인됐다. 먹이망의 최상위 포식자가 살아있다 는 것은 이 거대한 생태계의 기능이 아직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포켓형 해안마다 해양쓰레기가 대량으로 누적되어 있 었고, 그 심각성은 녹색연합의 현장 브리핑을 통해 전국 뉴스 보도로 이어졌다. 연안침식이 진행 중인 해안이 다수였으며, 인접 농경지에 서 발생한 비료포대와 농자재 폐기물의 무단 투기도 확인됐다. 신안 의 외기해변에는 연안침식을 막기 위해 사빈 끝에 설치된 목책이 해 양쓰레기를 포집하는 역할을 하는 듯 보일 정도였다. 얼마나 많은 쓰 레기가 단위 면적에 어떤 주기로 쌓이는지 알 수 있을 만한 구역이 다. 특히 이곳 목책에서는 상괭이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사체의 크기로 미루어 성체 평균 크기였고, 그물이나 낚시줄에 걸린 흔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아 사인을 특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상괭이 사체 가 발견됐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곳 신안의 생물다양성이 상당함을 의미할 것이다. 이곳이 왜 세계유산으로 보호 받아야 하는지 상괭이 사체가 드러내면서 동시에 관리 체계가 얼마나 부실한지 해양쓰레기 가 증언하고 있었다.

관리 구조의 문제는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신안의 지리 적 특성에 비춰 보면 훨씬 극명하게 드러난다. 1,773㎢라는 광대한 공간을 국가유산청·해양수산부·환경부가 각각의 법령으로 분산 관 할하고 있지만 이를 통합하고자 개정 발의된 갯벌법은 국회에서 계 류 중이다. 때문에 지자체인 신안군이 이 모든 해안의 관리를 도맡 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포켓형 해변에 해양쓰레기가 쌓여 있는 것 이 보도되자 가장 먼저 나선 것은 해양수산부도, 국가유산청도 아닌 신안군청이었다.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지형에서 이동 거리와 접근성의 한계를 감안하면, 현재의 지자체 관리 체계 규모로

는 해안선 전체를 일상적으로 순찰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 다. 신안군을 비롯한 다도해나 리아스식 지형을 가진 해안을 관리할 별도의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세계가 인정한 생태적 탁월성과, 그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는 관리 현실이 동일한 공간에 공존하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는 국제사 회에 통합관리체계 구축을 약속하는 계기였다.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갯벌 해안이 오염되고 있다.

국가유산청도 해양수산부도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신안군의 갯벌과 해양쓰레기 실태 확인을 하 지 않고 있다. 신안군의 포켓형 해변에는 언제부터 쌓였을지 모르는 막대한 양의 해양쓰레기가 쌓여있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신안군이 나서서 수거 작업에 돌입했다. 연안침식 문제도 심각 하다. 신안군의 연안침식은 과거 대규모 해사채취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자은면의 우전 해변은 연안침식 때문에 해안 산책로가 붕괴됐고, 이로 인해 해수욕장 운영을 중단했다. 관광 객이 급감한 결과, 마을의 활력이 줄었다. 자은면의 외기해변에 연안침식을 더디게 만드는 목 책이 설치됐는데, 해양쓰레기 포집기 역할을 하고 있었다. 가장 아래 사진은 이곳에서 발견한 상괭이 사체의 모습.

전남 신안군의 경우, 군 내 갯벌 대부분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

정돼 있고, 남서쪽 일부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과 겹

쳐 있다.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과

도립 갯벌공원도 중복 지정돼 있다.

하지만 1004개가 넘는 섬 전체의 실질적 관리는 지

자체인 신안군이 모두 떠안고 있는 구조다.

남해는 육지와 바다가 복잡하게 얽혀 빚어낸 리아스식 해안의

유려한 곡선이 특징이다. 2,000여 개의 섬들이 점점이 박힌 다도해의 잔잔한 수면 아래에 다양한 생태계가 펼쳐져 있다.

또한 남해는 서쪽 연안의 갯벌과 동쪽 연안의 상대적으로 깊은 수심이 대비를 이뤄 생태계의 다양성이 돋보인다. 또한, 여수와 부산 의 광활한 습지가 철새의 주요 기착지로 기능하기도 한다.

남해의 지리적 특징으로는 첫째, 해안선이 극도로 복잡하고 섬 이 많다. 빙하기 이후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육지의 계곡이 물에 잠기 면서 형성된 해안은 수많은 만과 곶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지형은 파

도를 막아주는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한다.

둘째, 난류의 영향이 강하다. 쿠로시오 해류의 지류인 대마난류 가 남해안을 스치고 지나가며 따뜻하고 맑은 해수를 공급한다. 이는 남해안의 겨울철 수온을 비교적 높게 유지시켜 아열대성 생물들이 서

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셋째, 다양한 서식처가 공존한다. 갯벌이 발달한 서해와 암반이 발달한 동해의 특징이 혼재되어 나타난다. 내만 깊숙한 곳에는 갯벌

이, 외해 쪽으로는 암반 지대와 모래 해변이 발달하여 다양한 생물들

이 각기 다른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남해는 국내 최대의 양식 산업 단지이기도 하다.

이곳의 해양보호구역 관리는 ‘보전’보다는 ‘자원 이용’에 방점이

찍혀 있어 생태적 건전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끊 임 없는 관광 압력이 상존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해수온 상승 으로 인한 생태계 변화상이 다른 해역에 비해 가장 역동적으로 나타나 는 곳이다. 남해의 해양보호구역들은 이런 특성을 제대로 이해한 상태

에서 재정비 돼야 한다.

헬리콥터에서 보이는 남해의 풍경 중 하나는 빼곡히

들어찬 양식장의 모습이다.

전남 여수 거문도·백도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거문도

유형: 국립공원 | 소재지: 전라남도 여수시

면적: 390.9㎢ | 지정일: 1981년 12월 23일

지정 근거: 자연공원법 | 관리 주체: 기후에너지환경부

모니터링: 2025년 9월 30일

조사범위: 거문도, 백도 일대

경계·안내 체계

여객터미널 표지판·백도 상륙금지 안내 존재. 단 해역 경계 불명확, 섬 구석구석 안내 체계 미흡, 관리 인력 절대 부족

관리·법제 실효성 백도 상륙금지는 비교적 유지. 그러나 거문도 본섬 갯 바위 낚시·야간 불법 채취 등 사실상 관리 공백. 국립 공원법상 낚시 통제 수단 제한적. 관리 주체 분산

서식지 건전성 무인도 해변 해양쓰레기 과밀. 암반 조간대 불법 가공 훼손. 낚싯줄·납봉돌 폐어구로 해조류·생물 피해 지 속. 기암괴석 사이 쓰레기 수거 방법 부재

생태계 활력도 상괭이 및 매 추정 맹금류 직접 목격. 흑비둘기·팔색 조·나팔고둥 등 다층 깃대종 서식. 난대림·해양암반 이중 생태계 유지. 원격지 특성으로 원시성 일부 보전

이해관계자 거버넌스 해녀 전통 어업 존재하나 보전-이용-주민 생계 삼각 긴장 조정 기제 없음. 통합 관리 계획 부재. 관리 주체

백도 3 2 2 4 2

분산으로 책임 사각지대

거문도·백도는 이번 조사 지점 중 가장 흥미로운 역설을 품은 곳이다. 이 일대가 아직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관리가 잘

어서라기보다는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수에서 하루 두 편의 선 박으로만 연결되는 이 원격 도서의 물리적 장벽이 제도적 관리의 공백 을 사실상 대신하고 있다.

거문도 일대의 생태적 가치는 상당히 높다. 거문도·백도 일대 는 육상 난대 생태계와 해양 암반 생태계가 결합된 이중 구조를 갖는 다. 깃대종 후보인 흑비둘기와 팔색조는 난대림의 건강성을 나타내고, 나팔고둥은 해양 암반 생태계의 완결성을 대표한다. 황칠나무·박달 목서는 도서 고유 식생의 원시성을 보여주는 지표종이다. 백도 접근 중 상괭이를 목격했고, 매로 추정되는 맹금류가 육안 관찰됐다.

이 가운데 백도 상륙 금지 조치는 한국 해상국립공원 관리 사례 에서 드물게 성공적인 접근 규제의 예로 평가할 수 있다. 유람선 해상 관람으로 수요를

탐방 교란 없이 유지되고 있다. 접근 제한이라는 단순하고 명확한 규 범이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규범이 없거나 있어도 지켜 지지 않는 다른 지점들과 선명하게 대비된다.

문제는 거문도 본섬과 그 주변 해역이다. 거문도는 전국에서 손 꼽히는 갯바위·선상 낚시 명소다. 감성돔·벵에돔·방어·부시리 등 의 어종을 노리는 낚시 인구가 집중된다. 발판 확보를 위해 암반을 불 법 가공하거나 미끄럼 방지 테이프를 붙이는 행위가 반복되면서 암반 조간대가 직접 훼손되고 있다. 낚싯줄·납봉돌·비닐봉지가 해조류와 해양생물에 엉키는 피해도 지속된다. 야간 불법 채취 역시 상시 발생 하지만 원격지 특성상 현장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현행법은 사 실상 채취 자체를 억제하지 못한다. 때문에 적발 시 강력하고 무거운 책임이 뒤따르도록 현행법을 개정해 불법 행위를 억제해야 한다. 게다 가 무인도 곳곳 해변에는 해양쓰레기가 쌓여 있으나 기암괴석 사이에 끼인 쓰레기를 수거할 방법 자체가 없는 상태다. 이렇듯 국립공원공단 거문도분소의 관리 인력으로는 본섬 전체 를 실질적으로 모니터링하기 어렵다. 공단 관계자들은 수시로 선박 순 찰 등을 하며 관리하지만 현행 국립공원법 체계에서 낚시 자체를 금지 하거나 구역을 지정해 통제하는 수단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항로가 늘고 접근성이 좋아질수록 방문객이 증가하고, 방문객이 증가 할수록 원시성이 훼손되는 구조다. 탐방 예약제 등 수용 관리 계획 없

이는 이 해역이 가진 가치가 관광에 의해 소진될 수밖에 없다. 지금 거

문도는 이 분기점의 바로 앞일지 모른다.

국립공원공단의 협조로 순찰선을 이용한 공동 모니 터링을 진행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을 비롯한 남 해는 섬이 많아 선박이 없으면 모니터링에 제약이 많다. 지자체가 관리할 수 없는 구조다. 상괭이가 목 격됐을 정도로 건강한 곳이었지만 해양쓰레기 문제 는 동일하게 드러났다.

전남 여수 여자만 갯벌

유형: 습지보호지역(국가해양생태공원) | 소재지: 전남 여수시 소라면·율촌면·화양면 일대

습지보호지역 등 2 1 2 3 2

면적: 38.81㎢(습지보호지역) | 지정일: 2024년 7월(습지보호지역)

근거: 습지보전법·해양생태계법 | 관리 주체: 해양수산부

모니터링: 2025년 5월 28일

조사범위: 여자만 일대 해안선 일주

경계·안내 체계 해안도로 일부 표지판만 존재. 생태적 가치 안내소 없 음. 국가해양생태공원 2025년 12월 지정 후 관리 체 계 미수립

관리·법제 실효성 국가해양생태공원 지정 후 예산 및 조직 등 관리 체계 수립 미비. 여수·순천·보성·고흥 4개 지자체 분산 관 할. 바지락 양식 전환에 따른 갯벌 변형 모니터링 체 계 필요

서식지 건전성 기후위기로 새꼬막 생태계 붕괴 진행. 외부 모래 투입 으로 퇴적물 구조 교란. 순천만 구하도 축사 오폐수 유입 부영양화. 항만 인근 해양쓰레기

생태계 활력도 백로·왜가리·갈매기 먹이활동 활발. 칠게·망둥어 저서 생물 밀집도 높음. 저어새·노랑부리백로 멸종위기 1 급 서식. 단, 해수온 상승으로 기존 생태계 붕괴 진행 중

이해관계자 거버넌스 뻘배 전통 어업 현존. 그러나 4개 지자체 분산으로 통 합 관리 필요한 시점. 기후위기 대응·양식 전환 과정 에서 어민-생태계 긴장 조정 구조 부재.

여자만은 이번 조사 지점 중 관리·법제 실효성 점수가 상대 적으로 낮은 곳 중 하나다. 2025년 12월 국가해양생태공원으로 지 정됐으나, 지정 이후 현재까지 관리 체계가 전혀 수립되지 않은 상태 다. “제대로된 관리 체계가 없다”는 이 보고서의 핵심 문제의식이 가장 잘 드러나는 사례다.

여자만의 생태적 가치는 충분히 높다. 여자만 북·서측을 둘 러싸는 광활한 펄갯벌에 갈대숲 약 99만㎡가 펼쳐지고, 흰발농게· 저어새·노랑부리백로·대추귀고둥 등 법정보호종이 서식한다. 저 어새와 노랑부리백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이다. 현장에서는 백 로·왜가리·갈매기의 활발한 먹이활동이 관찰됐고, 칠게·망둥어를 비롯한 저서생물의 밀집도가 높았다. 전국 새꼬막 생산량의 50%를 차지하는 핵심 양식지이기도 하며, 보성 지역에서는 전통 재래 어업 인 뻘배를 활용한 꼬막 채취 어업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생태계 전반이 복합적 위기에 놓여 있다. 가장 직접 적인 위협은 기후위기다. 여름철 호우 기간이 우기에 가깝게 길어지 면서 갯벌의 염도가 내려가고, 뒤이어 폭염이 지속돼 꼬막의 서식 환 경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자연 번식에만 의존해서는 꼬막 생산 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 다수 주민의 구술이었고, 국립수산과학원은 2026년부터 생산에 중대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꼬막 대신 바지락 양식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생태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 다. 바지락 양식에 적합하지 않은 고니질 갯벌에 외부 모래를 인위 적으로 섞어 갯벌의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 수반된다. 모래 투입으로 갯벌의 구조가 변하면 저서생물 군집과 유기물 순환이 교란되고, 인 근 꼬막 서식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업 생계의 위기에 대응 하는 과정이 갯벌 생태계의 비가역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배후 오염원 문제도 있다. 순천만 구하도 주변에 들어선 축사 에서 오폐수가 유입되면서 부영양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물이 고 이는 만의 특성상 오염이 가속화되는 경향이 있다. 여자만의 수질과 저질을 정화하는 완충 기능을 순천만의 염습지가 담당하고 있는 만 큼, 여자만의 해양환경은 순천만 관리 수준과 직결된다.

여기에 더해 복잡한 행정 구조도 문제다. 여자만은 여수·순 천·보성·고흥 4개 지자체의 행정구역이 겹치는 공간이다. 통합 관 리 협의체도, 연결성 인식에 기반한 광역 관리 계획도 없다. 지자체 간 칸막이 속에서 바다의 연결성은 고려되지 않는다. 해양보호구역

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통합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녹색연 합의 제언에 있어 강력한 근거가 되는 사례라고 하겠다.

여자만이 과학적 측면에서도 취약한 점도 짚어야 한다. 진해 만·가막만 등 인근 해역에 비해 학술 연구 축적이 현저히 적다. 생태 적 가치에 비해 기초 데이터가 부족한 상태에서 기후위기와 그에 따른

양식 구조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무엇이 어

떻게 변하고 있는지 측정하는 과학적 기반 자체가 취약한 상황에서 모

래를 뻘에 섞는 바지락 양식과 같은 갯벌 활용은 이곳 생태계에 위험

요인일 수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곳을 국가해양생태공원으로 지정했다. 국가해

양생태공원은 해양보호구역 본연의 기능보다 관광객 유입을 우선한 다. 아슬아슬한 여자만의 상태에 관광압력이 추가되면 어떻게 될까?

여자만에서 바라본 남해의 전경. 농게와 짱뚱어의 밀도가 줄포만 못지 않게 높았다. 왜가리를 비롯한 조류가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전남 순천만 갯벌

유형: 습지보호지역·세계유산 등 | 소재지: 전라남도 순천시

습지보호지역 등 4 3 3 5 5

면적: 28㎢ | 지정일: 2003년 12월 31일 (람사르습지:2006년 1월) · 2021년 7월(세계자연유산)

지정 근거: 습지보전법 외 | 관리 주체 : 해양수산부·국가유산청 등

모니터링: 2025년 5월 28일

조사범위: 순천만습지 전반과 인근 농지

경계·안내 체계

국가정원과 통합 관리. 입구 표지판·셔틀버스·탐방로 등 인프라 비교적 양호. 동선 설계를 통한 습지 직접 진입 제한 유도

관리·법제 실효성 국가정원 중심 동선 설계 등 관리 의도 확인. 그러나 오버투어리즘 방지 제도 부재. 국가유산청·환경부·해 수부 삼중 관할에 통합 계획 미비

서식지 건전성 직접적 훼손 미확인. 그러나 방문객 총량 증가로 관광 압력 누적. 국가정원 조성으로 인접 완충구역 일부 인 공화

생태계 활력도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 흑두루미 깃대종 월동. 농게 등 갯벌 저서생물 다양. 솔개 추정 맹금류 목격.

이해관계자 거버넌스 두루미 공존 논 프로그램 전국적 모델로 작동. 농민이 생태계서비스 보상 체계 안에서 실질적 관리 주체로 기능. 조류인플루엔자 관리 농민 협력 체계

순천만습지는 이 보고서가 다루는 13개소 해양보호구역 중 거 버넌스 측면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라 하겠다. 그리고 동시에 제 도가 얼마나 복잡하게 중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 기도 하다.

순천만습지의 생태적 가치는 의심의 여지 없이 높다. 순천만 은 국내 최대 규모의 철새 도래지로, 깃대종인 흑두루미의 월동지로 서 국제적으로도 그 명성이 높다. 갯벌의 농게를 비롯한 저서생물군 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갈대 군락과 염생식물이 연속하는 생태계 구 조가 비교적 온전하게 유지되고 있다. 세계자연유산·람사르습지· 명승이 중첩 지정된 것은 이 생태적 가치에 대한 국내외 공인의 결과 다.

순천만습지가 특별한 이유는 거버넌스의 작동 방식 때문이다. 보통 습지 보전과 농업은 수위 조절, 농약 오염, 토지 이용을 둘러싼 갈등 구조를 띄기 쉽다. 그런데 순천만은 이 구조를

상 메커니즘으로 전환했다. 수확 후 낙곡을 논에 남겨두고 볏짚을 그 대로 두는 ‘두루미 공존 논’ 관행이 대표적이다. 순천시가 참여 농 가에 보상금을 지급하면서 제도화했고, 농약·농기계 사용 시기를 철새 도래 일정에 맞춰 조정하는 관행도 자리를 잡았다. 조류인플루 엔자 발생 및 확산 방지를 위해 농경지 출입을 농민 스스로 통제하는 자율 방역 체계도 운영 중이다. 농민이 보전의 수혜자가 아니라 실질 적 관리 주체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사례는 국내 해양보호구 역 제도의 공백을 지역 공동체가 메운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성공이 제도의 성과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녹색 연합의 기록이 명확히 지적하듯, 법적 보호구역 안에서의 공식 관리 보다 완충구역 바깥 농경지에서의 자발적 보전이 핵심 기능을 담당 하고 있다. 국가유산청·환경부·해양수산부가 각각의 법령으로 동 일한 습지를 관할하고 있지만 이를 통합하는 단일한 관리 계획은 여 전히 부재하다. 그러니 제도권이 주민의 자발적 참여 성과를 수확하 고 있을 뿐이라고 평가한다. 이런 관리 주체의 분산과 주변 농가의 적극적 참여에 기댄 관 리 체계 속에서 순천만 구하도 인근의 축산 농가에서 배출하는 축산 폐수 문제는 순천만습지

과잉관광 관리 문제도 남아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이 습지 인 접부에 조성되어 방문객 동선을 일차적으로 흡수하고 습지 직접 진 입을 제한적으로 유도하는 구조는 유효해 보인다. 그러나 국가정원 조성 이후 순천 방문객 총량 자체가 증가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를 생태적 완충 효과로 보기에는 그 근거가 부족하다. 과잉관광을 제 도적으로 방지하는 수용력 기반의 탐방 관리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광 압력의 누적은 순천만 생태계가 직면한 가장 현실적 인 위협이다.

순천만습지의 생 태적 건 전성은 상 당 부 분 농 민들 덕 분이다. 제도가 그 공동체의 노력을 지탱하고 있느냐는 별개의 질문으로 던 져야 한다.

순천만 습지의 광활한 갈대밭. 솔개로 추정되는 맹금류를 목격했다. 운 좋 게 촬영했으나 동정할 수 있는 꼬리깃의 형태를 확인할 수 없었다. 맹금류 등 최상위 포식자의 존재는 이곳의 생태계 활력도를 추정할 수 있는 강력 한 근거가 된다.

거제

경남 거제 남부 일대 -한려해상국립공원 2 1 2 2 2

유형: 국립공원 | 소재지: 경남 거제시

면적: 170.37㎢(해상 128.1㎢) | 지정일: 1968년 12월 31일

지정 근거: 자연공원법 | 관리주체: 기후에너지환경부

모니터링: 2025년 8월 1일

조사범위: 거제도 남부 일대

한려해해상국립공원

경계·안내 체계 주요 도로·국립공원 경계 표지 일부 존재. 그러나 해 양 생태 특화 안내 시설 전무. 연간 100만 명 유람선 이용자에게 보호구역임을 안내하는 체계 없음

관리·법제 실효성 실질 보호 기능 의문. 유람선·낚시·레저 규제 없이 작 동. 환경부·해수부 이원 관할로 해양 통합 관리 불가. 거제남부관광단지 개발 압력 묵인

서식지 건전성 폐스티로폼 부표 해양쓰레기 주요 원인. 낙동강 수계 쓰레기 해안 대량 유입. 양식 구조물의 자연 서식지 물리적 차단. 골프장 포함 369만㎡ 관광단지 개발 진행 중

생태계 활력도 현장 육안 특기종 미관찰. 문헌상 상괭이·거머리말· 산호 서식. 수중생태계 조사 결과 비공개. 공원 면적 76%가 해상이나 양식장으로 촘촘히 채워짐

이해관계자 거버넌스 어업인-국립공원 간 행위 규제 갈등 지속. 지역 경제 침체-난개발 수요-보호구역 충돌 악순환. 조정 기제 없음. 규제 형평성 문제 발견.

한려해상국립공원 거제지구는 지정된 지 57년이 지난, 국내 해양보호구역 중 가장 긴 역사를 가진 곳이다. 그러나 동시에 ‘보호 구역 지정이 생태계 보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역설을 가장 선명 하게 증명하는 실패 사례이기도 하다. 한려해상국립공원 전체 면적 의 76%가 해상에 해당하지만, 이 광활한 해역은 굴, 멍게, 홍합 양 식장으로 촘촘히 채워져 사유화된 생산 현장으로 전락했다. 그뿐만 아니라 다수의 유람선이 경쟁적으로 해금강 협곡을 오가며 경관을 소비하는 대중 관광을 지속하고 있고, 낚시와 해양 레저 활동 역시 아무런 규제 없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연간 100만 명에 달 하는 관광객이 이용하는 유람선 노선 그 어디에서도 이곳이 국립공 원이자 보호구역이라는 사실을 알리거나 생태적 가치를 안내하는 체 계는 찾아볼 수 없다. 명색이 ‘국립공원’이지만, 이용자도 관리자 도 이곳이 보호구역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인지적 공 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육상 도로에 ‘여기서부터 국립공원입니 다’라는 표지판을 세우듯, 해상에도 경계 부표를 띄워 해당 해역이 해상국립공원임을 명확히 인지시키는 최소한의 시각적 조치가 필요 해 보인다.

국립공원공단은 “어업활동(양식장, 낚시 포함)과 연안정비· 개발로 인해 해양생물 서식지가 많이 훼손된 상황”이라며 국립공 원 해양생태권역 기본조사를 통해 밝히고 있으나 후속 조치 등 해양 생태계 복원 및 보전 단계로 나아가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립 공원공단의 판단대로 거제지구의 서식지 훼손은 다각적이고 복합적 으로 진행 중이다. 양식장에서 사용되는 스티로폼 부표는 불과 3년 이면 부력을 잃고 폐기되는데, 이 폐부표들이 해역 내부에서 치명적 인 주요 해양쓰레기 발생원으로 작동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낙동강 수계에서 유입된 육상 쓰레기가 주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장 모 니터링에서 발견된 해양쓰레기의 대부분은 양식장 등 국립공원 내부 활동에서 기인한 폐부표와 어구들이었다. 이는 해양수산부와 환경부 간의 이원화된 관할권으로 인해 원인자 부담 원칙과 책임 소재가 불 분명해지면서 발생한 통계적 왜곡이자 행정 오류일 가능성이 높아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이러한 해상 오염에 더해, 가라산과 노자산 남서 사면 일대 369만㎡ 부 지에는 대 규모 ‘ 거제남부관광단지’ 개 발이 강 행되고 있다. 이 일대는 수달, 팔색조, 흰꼬리수리, 상괭이, 거머리말 등 육 상과 해상의 멸종위기종 및 해양보호생물이 동시에 서식하는 거제도 마지막 생태계의 보고로, 지역 시민사회가 난개발 압력에 맞서 지속 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온 핵심 지점이다.

정부의 관리 거버넌스 구조 역시 모순과 파행으로 얼룩져 있 다. 일례로 윤돌섬은 생태계 보호를 이유로 일반인의 입도가 금지된 구역임에도 불구하고, 카약이나 제트스키를 통한 접근은 허용되는

반면 개인 스쿠버 다이버의 접근은 철저히 차단된다. 동일한 보호구 역 내에서 적용되는 규제가 생태적 기준이 아니라 이용 수단과 업종 에 따라 임의로 달리 작동하는 것이다. 이는 국립공원의 규제 논리가 생태계 보호라는 본연의 목적이 아닌, 행정 편의주의나 이권에 따라 왜곡되어 설계되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방증이다.

거제지구가 안고 있는 이러한 총체적 부실은 지역 경제의 구

조적 모순과 맞물려 있다. 거제도의 조선업 단일 의존 경제 구조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지자체는 대안으로 관광 개발 붐을 조성했고, 이는 곧 국립공원 주변부의 난개발 수요를 자극하는 악순환으로 이 어졌다. 이처럼 거제지구는 생태 보전과 지역 경제 회복이라는 가치 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구조 속에 방치되어 있으나, 이를 중재하고 조 정하려는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움직임은 전무하다. 세계자연보전연 맹(IUCN)의 기준에 따르면 한려해상국립공원은 보호의 수준이 가장 낮은 ‘카테고리 V(경관보호지역)’에 불과하다. 심지어 그 낮은 수 준의 보호 가이드라인조차 현장에서는 실효적으로 관리되지 않는 것 이 거제지구의 엄연한 현실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 거제지구는 수많은 양식장과 어선 그리고 불법주차와 해 양쓰레기에 의해 첫인상이 좌우되고 있었다.

이곳이 국립공원이라는 것

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바

다 위에 빼곡히 플라스틱

부표가 늘어서 있다. 해양

수산부와 기후에너지환경

부는 양식장이 이곳 해양생

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

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투

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조사범위: 소매물도 일주 경남 통영 소매물도 -한려해상국립공원 3 2 3 3 1

유형: 국립공원 | 소재지: 경남 통영시 한산면

면적: 본섬 0.51㎢ 등 | 지정일: 1968년 12월 31일

지정 근거: 자연공원법 | 관리 주체: 기후에너지환경부

모니터링: 2025년 7월 31일

소매물도

경계·안내 체계 선착장·탐방로 표지판 존재. 국립공원 유니폼 착용 주 민 탐방로 관리. 단 해양생태 특화 안내 시설 없음.

관리·법제 실효성 예약제 시행 중이나 예약 없이 입도·탐방 가능 확인. 낚시객 소형 선박 암반 접근 통제 없음. 해양생태 모 니터링 데이터 비공개

서식지 건전성 외해 도서 특성상 내만 대비 수질·퇴적물 상대적 양 호. 등대섬 특정도서 보호. 그러나 해식애 폐어구 쌓 임 심각. 갯녹음 진행 가능성 높음

생태계 활력도 칼새 무리 다수 관찰. 동정 미확인 맹금류 한 쌍 관찰. 단 해양생태계 실태는 ‘알 수 없음’에 가까움 — 데이 터 공백 자체가 문제

이해관계자 거버넌스 1989년 토지 매각 사태 이후 원주민-이주민 갈등 수 백 건 민원·소송. 주민 공동체 분열은 자율 관리 기반

붕괴 위험 초래. 공식 조정 기제는 없음.

소매물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섬 1위’로 홍 보되며, 수백만 년의 풍화가 만든 해식절벽, 썰물 때만 열리는 등대 섬 연결로(열목개), 세계 최대 규모의 수크령 군락지 등 독보적인 경 관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탐방로가 정비 되어 있고 탐방로 예약제까지 도입되어 있어, 외형상으로는 국립공 원으로서의 체계적인 관리 제도를 모두 갖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장 조사 결과는 국립공원의 해양생태계 관리 체계 가 사실상 완전히 마비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녹색연합 조사단은 관 광객이 집중되는 여름 성수기에 사전 예약 없이도 아무런 제지 없이 입도하여 전체 탐방로 조사를 완료했다. 이는 국립공원공단이 수립 한 탐방로 예약제가 현장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는 형식적인 껍데기 에 불과하다는 방증이다. 규제 공백은 육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낚시 객을 태운 소형 선박들이 소매물도의 취약한 암반 지대에 무분별하 게 접근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통제나 단속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 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은 탐방로 및 해양쓰레기 관리 등 핵심적인

주민 위탁에 의존하며 방임하고 있다.

이러한 관리 부실은 소매물도 특유의 심각한 서식지 훼손을 야기하고 있다.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해식애(해안 절벽) 틈새에는 스티로폼 부표와 폐어구가 마치 치석처럼 단단히 박혀 쌓여 있다. 이 처럼 접근이 불가능한 지형에 방치된 쓰레기는 일반적인 수거 방식 으로는 수거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국립공원 내 해식애 지형에 특 화된 별도의 해양쓰레기 수거 제도나 대응 체계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는 소매물도뿐만 아니라 유사한 지형을 가진 국내 섬과 해안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로, 해양수산부와 환경부 등 관계 당국이 국립공원 해양생태계 관리에 대한 의지를 갖고 새로운 대응 체계를 수립해야만 해결이 가능하다.

더욱 심각한 점은 국립공원 관리를 뒷받침해야 할 섬 내부의 공동체 기반마저 붕괴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소매물도는 1989년 대 규모 개발 계획 추진 당시 주민 대부분이 토지를 매각했으나 개발이 무산되면서, 선주민들이 자신이 소유했던 땅의 세입자로 전락하는 아픈 역사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선주민과 이주민 간의 깊은 갈등은 관광지화 이후 수백 건의 민원과 고발, 소송으로 이어지며 현 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작은 섬의 해양쓰레기 수거와 환경 관리는 주 민 공동체의 긴밀한 협력 없이는 원활한 집행이 불가능한 영역이다. 그러나 소매물도의 경우, 보전 체계의 핵심 기반이 되어야 할 공동체 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분열되어 있어 섬의 자율적 관리 역량이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다.

자연공원법은 국립공원을 ‘우리나라의 자연생태계나 자연 및 문화경관을 대표할 만한 지역’으로 정의한다. 국립공원공단은 해양 생태권역 기 본조사 보 고서에서 해 상·해안국립공원에 대 한 보 전과 지속할 수 있는 이용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모색되고 있지만 다양 한 이유로 해양생물 서식지가 많이 훼손된 실정이라고 스스로도 판 단하고 있다.

국립공원이라는 외형적 제도는 존재하지만, 현장을 통제할 실 질적인 관리 체계가 부실한 상황이다. 때문에 주민 공동체의 적극적 인 보전 노력이 절실하다. 하지만 소매물도의 제한적 인구와 선주민

과 이주민 사이의 갈등 속에서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위기에 처해 있다.

소매물도의 갯바위에 수시로 낚시객을 실어 나르는 선박이 보였다. 일상적인 모습인 듯했다. 섬 대부분 이 깨끗했지만 끊긴 낚싯줄과 에기, 담배꽁초와 음 료수 병 등 낚시객의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소매물도의 해양쓰레기는 절벽

으로 이루어진 깊은 협곡 사이에

끼어있는 형태를 띈다. 이런 곳

은 일반적인 방식으로 수거가 불가능하다.

해안의 특성에 맞는 해양쓰레기

관리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부산 낙동강 하구

유형: 천연기념물·습지보호지역·생태경관보전지역 등 | 소재지: 부산광역시 사하구 등

천연기념물 등 5 1 2 4 2

면적: 37.7㎢(습지보호지역 기준) | 지정일: 천연기념물 1966년·습지보호지역 1999년

관리 주체: 국가유산청·해양수산부·기후에너지환경부 등

모니터링: 2025년 10월 28일

조사범위: 낙동강 하구 인근 및 을숙도내

경계·안내 체계

에코센터·탐조대·3개 지구 출입 구분 체계·생태교육 프로그램. 이번 조사 중 관리 인프라 가장 잘 갖춰진 곳

관리·법제 실효성 지구별 출입 통제 존재. 그러나 근본 훼손 원인인 하 굿둑을 국가가 건설. 가덕도 신공항·대교 건설 등 국 책사업 압력 앞에 무력. 4개 부처 분산 관할

서식지 건전성 하굿둑으로 기수생태계 단절 37년째. 상류 오염 누 적. 을숙도 구간 착공 시작. 쇠제비갈매기 완전 소멸 선례

생태계 활력도 큰고니 무리 먹이활동 현장 목격. 황조롱이·말똥가리 등 중대형 맹금류 관찰. EAAF 핵심 기착지

이해관계자 거버넌스 에코센터 교육·탐조 프로그램 운영. 그러나 신공항·대 교 건설 등 국책사업과 보전 간 조정 기제 전무. 4중 지정에 책임 분산

낙동강 하구는 이번 조사 대상 중 가장 두터운 보호 체계를 가 진 곳 중 하나다. 천연기념물·습지보호지역·생태경관보전지역·자 연환경보전지역으로 중복 지정돼 있다. 각각의 보호구역 지정 이유 와 법적 근거가 다르며 면적도 조금씩 다르다. 그런 만큼 국내 해양 보호구역 중 가장 까다로운 관리 체계 안에서 보호구역이 그 기능을 유지할 것 같지만 반대로 이 두터운 보호 체계의 가장 근본적인 훼손 원인을 국가 스스로 만든 곳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1987년 완공된 낙동강하굿둑으로, 건설과 동시에 기수역의 생태계를 단절시켰다. 1974년 확인된 조류 137종은 1992년 90종 미만으로 줄었다. 가장 가시적인 증거는 쇠 제비갈매기다. 부산진해신항과 을숙도대교 건설 이후 해마다 3천 마 리가 번식하던 쇠제비갈매기는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대규모 인공 구조물 건설이 지역 생태계를 얼마나 훼손하는지 검증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런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낙동강 하구에서는 현재

다른 국책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조사 당일 큰고니 무리가 기수역에 자리를 잡고 먹이활동을 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기수역과 을숙도에서 황조롱이·말똥가리 를 비롯한 중대형 맹금류도 관찰됐다.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70종 약 16만 마리의 철새가 도래하고,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 경로(EAAF)의 핵심 기착지로서 제 기능을 아직 유지하고 있다. 수 십 년간의 훼손에도 생태적 회복 탄력성이 남아 있다는 것을 현장에 서 확인한 셈이다. 위기에 처한 채로 버티고 있다고 평가한다.

반면, 이곳은 조사 대상 중 관리 인프라 측면에선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할 수 있다. 3개 지구 구분 관리, 탐조 프로그램, 생태 교육 시설이 운영되고 있는 건 관할 지자체가 광역시라는 점이 작용 한 결과겠으나 이런 시설의 존재와 운영은 분명히 유의미하다. 그러 나 문제는 이런 관리 시설의 존재와는 별개로 낙동강하구의 돌이킬 수 없는 훼손을 야기할 사업들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가덕도 신 공항이 가장 큰 위협 요인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이 보호구역에서 반경 8km에 위치한다. 큰 고니 등 떼 지어 이동하는 대형 물새는 항공기와 고위험 충돌종으로 분류된다. 가덕도 신공항과 함께 서부산 개발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사업인 대저대교 등 낙동강 하구 대교 건설은 2029년 완공을 목표 로 이미 착공됐다. 8개 교량이 있는 하구에 추가 교량이 더해질수록 낙동강 하구의 생태축은 물리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낙동강 하구는 한국 해양보호구역 제도의 구조적 모순을 가장 극적으로 압축한 사례다. 보호 지정의 층위가 두터울수록 책임 소재 는 분산되는 국내 보호구역의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가장 강력 한 훼손 행위자가 보호구역 지정 관리 의무자와 동일한 ‘국가’라 는 모순이 낙동강 하구에 고여 있다.

낙동강 하구 기수역의 사주 너머로 현재 부산에서 가장 시끄러운 ‘가덕도’가 자리잡고 있다. 모니터링 당일 큰고니 무리 가 이곳으로

낙동강 하구 기수역의 사주는 얕은 수심을 유지해 다양한 해양 조류 의 먹이터로 기능한다. 수백 개체의 큰고니가 무리를 지었고, 주변에 그보다 많은 도요물떼새가 활발하게 먹이 활동 중이었다. 저 뒤로 빽 빽히 들어선 아파트 단지가 이 풍경과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부산 오륙도 주변해역

유형: 해양생태계보호구역 | 소재지: 부산광역시 남구

면적: 0.35㎢ | 지정일: 2003년 12월 31일

지정 근거: 해양생태계법 | 관리 주체: 해양수산부

모니터링: 2025년 10월 27일

조사범위: 오륙도 인접 해안

경계·안내 체계 오륙도가 보호구역임을 알리는 독자적 안내시설 존 재, 생태 가치 자료 전시. 표지판 설치. 16개소 중 안 내 인프라 비교적 우수한 편.

관리·법제 실효성 낚시객 통제 전혀 없음. 무인도 입도 낚시객 묵인. 유 도선·낚시어선 상시 접근. 부산 국가특별관리해역 수 질 오염 영향권

서식지 건전성 낚시 쓰레기·생활하수·비점오염원·선박 항적 복합 오 염. 부산항 항로 인접. 해역 건강성 추정 불가 수준

생태계 활력도 현장 생물 다양성 확인 불가. 문헌상 암반 어종 다양 하나 지정 목적인 수직암반 생물상 유지 여부 불명. 도시 연안 압력 집약

이해관계자 거버넌스

5 1 1 1 1

안내소 운영 긍정적. 그러나 낚시객·유도선·항만 등

이해관계자 조정 구조 없음. 부산시·해수부 협력 체계 불명확

오륙도는 아파트 단지에서 직선거리 약 600m에 위치해 있다. 이 지리 정보가 이 보호구역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 오륙도의 5각형 평가 차트는 이번 조사에서 가장 극단적인 형태다. 경계·안내 체계 5점, 나머지 네 개 지표 전부 1점. 이 불균형한 오각형이 오륙도의 현실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준다. 광역시내에 있는 보호구역답게 별 도의 안내시설이 있으나 실제로는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는 보호구역 이다.

약 7~8천만 년 전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6개 무인도와 복잡한

수중 암초, 수직암반 조간대의 고착성 무척추동물과 해조류 군집을 보전하기 위해 해양수산부는 이곳을 해양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했 다. 2007년 명승 제24호, 부산 국가지질공원 12개 명소에도 포함 되어 중복 보호 체계가 적용된다. 안내소에는 오륙도의 생태적 가치 를 설명하는 자료가 갖춰져 있었다. 조사 대상 13개소 중 안내 인프 라 측면에서 비교적 잘 갖춰진 편이다. 평일임에도 이곳을 찾은 내외 국인 관광객도 상당히 많았다. 이들은 대부분 육지에 설치된 스카이 워크와 전망대를 찾았다. 그러나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오륙도와 현실 사이의 간격은 멀다.

가장 먼저 낚시객 통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평일인 월요일에 이루어진 조사에도 불구하고, 해안이나 보호구역 내 무인 도에 유도선을 타고 들어온 낚시객이 다수 목격됐다. 이곳을 찾은 낚 시꾼의 증언에 따르면 인근 갯바위에는 사계절 내내 낚시 인파가 집 중된다고 한다. 때문에 낚시객이 남기고 간 쓰레기, 육상에서 밀려온 생활폐기물이 뒤섞여 쌓여 있었다. 게다가 이곳은 부산항과 인접해 있고 많은 선박의 항로가 겹쳐 있어 그로 인한 소음과 오염이 상수로 존재한다. 부산 연안은 국가 특별관리해역으로 지정될 만큼 수질 오 염이 심각한 해역이며, 오륙도 주변 해역도 이 권역의 영향 안에 있 다.

어종이 풍부한 해역이라는 것은 이곳에 낚시객이 몰린다는 사 실을 경유해 추정할 수 있으나, 현장에서 생물 다양성 상태는 확인 할 수 없었다. 낚시꾼 옆에서 왜가리가 서성이는 모습 외에 딱히 생 태계 보호구역으로서의 특기할 만한 생물종의 활동을 목격하지 못했 다. 이 보호구역의 지정 목적인 수직암반 생물상이 오랜 낚시 압력과 수질 영향 속에서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공개 데이 터도 없다.

오륙도가 제기하는 질문은 다른 지점들과 다르다. 다른 보 호구역들의 문제가 ‘관리가 없다’는 것이라면, 오륙도의 문제는

‘도시 한복판에 있는 보호구역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없다는 것이다. 접근이 쉬운 만큼 이용 압력이 상시적이고, 오 염원이 다양하고 광범위하며, 단속 인력을 배치해도 유입 인구를 감 당하기 어렵다. 대도시 인접 해양보호구역이라는 특수한 조건에 맞 는 관리 모델이 필요하다.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해양보호구역 중 이처럼 별 도의 안내시설을 갖춘 곳은 극소수다. 하지만 이곳 이 해양보호구역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었 다. 오륙도에서 낚시 대회라도 열린 듯 낚시꾼이 줄 지어 몰려 있었다.

오륙도 내에 선박을 이용해 수시로 낚시꾼이 드나

들고 있었다. 처음엔 한두 명인 줄 알았으나 사진을

촬영하고 보니 여러 명이었다. 이곳이 해양 ’생태계’

보호구역이라는 걸 의심하게 만드는 장면이다. 육상

에서의 수렵 행위가 철저하게 금지 및 관리되는 것

과 비교하면, 현행 제도는 낚시에 너무 관대하다.

동해는 유 일하게 국 립공원으로 지 정된 해 역이 없 는 곳 이며, 남해와 서해에 비해 해양보호구역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이다.

동해안은 쿠로시오 해류의 지류인 난류와 북한 한류가 교차하

며 독창적인 생물지리학적 특성을 형성하는 해역이다. 수심이 깊고 해안선이 단조로우며, 웅장한 수중 암반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멀 리는 울릉도·독도 주변해역과 포항 호미곶 주변해역, 울진의 왕피 천 하구, 양양 조도 주변해역 등이 주요 보호구역이다.

동해는 서해나 남해와는 확연히 다른 ‘대양적’ 특성을 보인 다. 백두대간이 해안선과 나란한 방향으로 내질러 형성된 지질 운동 의 결과로, 해안선이 거의 직선에 가깝다. 또한, 해안에서 조금만 나 가도 수심이 1,000m를 훌쩍 넘기는 심해가 펼쳐진다. 때문에 남해 나 서해와는 다른 저온의 해양 심층수가 존재한다. 땅이 솟아오르며

형성된 계단 모양의 지형인 해안단구가 곳곳에 발달해 있으며, 해안

사구가 만의 입구를 막아 형성된 양양 포매호, 강릉 경포호, 속초 영 랑호 등의 석호는 동해안만의 독특한 경관이자 생태적 전이대다.

동해안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과잉 관광과 레저 활동이다. 속 초, 강릉으로 대표되는 동해안의 도시 해안가는 리조트와 호텔 등이 경관을 독점했고, 양양의 인구해변 등은 이미 과잉 개발로 인한 다양 한 사회 문제가 야기된다. 곳곳에서 제트스키를 비롯한 레저 활동이 빈번히 이뤄지고, 낚시 또한 횡행한다.

여기에 더해 연안침식도 문제다.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항 만 건설, 방파제 연장, 해안 도로 개설 등 인위적인 개발 행위가 모 래의 흐름(연안 표사)을 차단하여 발생한 인재(人災)이다.

강원도와 경상북도 동해안 일대의 해안사구 보호구역들은 침 식으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 침식을 막기 위해 설치한 테트라포드와 돌출된 제방과 같은 시설물은 파도의 에너지를 분산시키지 못하고 반사시켜, 인접 해안의 침식을 가속화하는 ‘풍선 효과’를 낳고 있 다. 이는 사구 식물의 서식지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해안 경관을 훼 손하여 보호구역으로서의 심미적 가치마저 떨어뜨린다.

포항 호미곶 주변해역 해양생태계보호구역 2 2 2 4 5

유형: 해양생태계보호구역 | 소재지: 경북 포항시

면적: 71.77㎢ | 지정일: 2021년 12월(최초 0.25㎢) → 2024년 8월 확대

지정 근거: 해양생태계법 | 관리 주체: 해양수산부

모니터링: 2025년 11월 27일

조사범위: 호미곶 해안 일주

경계·안내 체계 인근 도로 일부 표지판만 존재. 보전센터 설치 예정이 나 미완. 국가해양생태공원 지정에도 관련 시설 전혀 준비 안 됨

관리·법제 실효성 국가해양생태공원 지정 후 법제·예산·시설·인력 전혀 미준비. 육상 양식장 배출수 해역 유입 법적 관할 공 백. 육상-해상 쓰레기 처리 체계 혼선

서식지 건전성 양식장 배출수 무처리 직접 유입. 해양쓰레기 해안 전 역 누적. 월성원전 온배수·포스코 배출수 중장기 영향 미조사.

생태계 활력도 게바다말·새우말·잘피 군락 해안 풍성 확인.

이해관계자 거버넌스 어촌계·해녀 공동체가 먼저 지정 요청하고 확대 주도. 지자체 적극행정과 결합. 대이작도와 유사한 주민 주 도 보전 모델

호미곶은 이번 조사에서 대이작도와 함께 주민 주도 보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어촌계와 해녀 공동체가 먼저 보 호구역 지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포항시·경북도와 함께 해수부에 지정을 요청했다. 지정 이후에도 면적 확대를 주도한 것은 어촌계와 해녀였다. 보전의 동력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 것이 아니라 현장에 서 위로 올라간 사례다.

해안에서 확인한 생태 상태는 그 노력의 결과를 일부 보여준 다. 게바다말·새우말을 비롯한 잘피 군락이 해안 곳곳에 풍성하게 분포하고 있었다. 이 해역은 동해에서 네 번째로 지정된 해양보호구 역으로, 동해안 잘피 서식지의 핵심 거점 중 하나다. 이곳은 해양생 태계 건강도 평가에서도 3~4등급으로 상위권에 해당하는 결과가 나 온 바 있다.

그러나 이 평가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이 보고서를 통해 명시한다. 해양생태계 건강도는 단위 해역에서 확인 되는 생물종을 토대로 산정된다. 오염이 진행 중이더라도 대상 생 물종이 존재하는 한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북쪽 반경 30km의 월성원전 온배수, 반경 20km 이내 포스코의 해양 배출수가 중장기적으로, 계절적으로 잘피 군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 한 정기 모니터링은 존재하지 않는다. 잘피는 수온 상승과 수질 오염 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지표 생물이다. 지금 확인되는 군락이 이 압 력들에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관리 체계의 공백도 심각하다. 2025년 12월 해양수산부는 관 리 예산·시설·인력이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곳을 국가해 양생태공원으로 지정했다. 여자만과 마찬가지로, 지정의 속도가 관 리 체계 수립의 속도를 앞질렀다. 게다가 국가해양생태공원은 보전 보다 관광에 치우친 성격의 ‘공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항 호미 곶은 낚시 포인트로 각광 받는 레저 낚시의 인기 장소로도 유명하다. 육상 양식장 배출수가 해역으로 유입되는 문제도 면밀히 조사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육상 양식장에서 사료 찌꺼기와 함께 질소· 인 성분이 함유된 배출수가 암반 조간대를 통해 직접 보호구역 내 해 역으로 유입되고 있었다. 해양보호구역 지정 근거인 현행 해양생태 계법은 육상 시설에 대한 장악력이 없다. 해양생태계법은 해당 시설 물이

를 강화해야 한다는 녹색연합 등 시민 사회의 주장은 바로 이런 지점 에서 강력한 근거를 얻고 있다.

해양 쓰레기 문제도 비슷한 맥락에서 동일한 형태를 띈다. 담 당 공무원은 주민과 함께 수거에 나서지만 수거한 해양 쓰레기를 육 상 야적장이 받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육상과 해양

쓰레기 처리 체계가 같은 지자체 안에서 분리된 채 혼선을 빚고 있음 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이는 대이작도 내의 야적장에 2년간 쌓인 해

양 쓰레기 문제와도 포개진다.

2021년 0.25㎢로 출발해 2024년 71.77㎢로 300배 확대된

이력도 짚어야 한다. 3년 만의 300배 확대는 최초 지정 면적이 과도 하게 협소했음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최초 지정의 근거와 경계 설 정이 얼마나 충분히 검토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지정 면적 을 이 처럼 빠르게 늘렸다는 건 30×30 목표에 따른 면적 늘리기에 급급한 해양수산부의 현 상황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호미곶은 가 능성과 공 백이 선 명하게 공 존하는 곳 이다. 대 형 제철 공단과 핵발전소가 보호구역과 인접했다는 특징은 이곳의 해양 생태계 조사가 어느 곳보다 촘촘하고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함을 시 사한다. 조사 당일 마침 호미곶

육상의 양식장에서 호미곶 해양생태계보호구역에

곧바로 쏟아지는 배출수. 양식장에서 어떤 처리 과

정을 거쳤는지 알 수 없다. 사료 찌꺼기, 배설물, 항

생제 등이 섞인 오염물질을 포함하는 양식장 배출수

는 연안 부영양화의 원인으로 꼽히므로 해양수산부

는 보호구역 내 이런 시설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경북 울진

나곡리 주변해역

울진

한울원전

유형: 해양생태계보호구역 | 소재지: 경북 울진군 북면 나곡리 일대

면적: 3.8㎢ | 지정일: 2022년 11월 24일

지정 근거: 해양생태계법 | 관리 주체: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계보호구역 2 1 1 2 4

모니터링: 2025년 11월 27일, 2026년 5월 7일

조사범위: 나곡리 해안 일주

경계·안내 체계 인근 도로 일부 표지판만 존재. 보호구역임을 실질적 으로 알리는 체계 부재

관리·법제 실효성 보호구역 내 낚시객 다수 목격. 야간 불법 채취와 무 허가 어업이 반복적으로 일어나지만 단속 체계 부재

서식지 건전성 군사시설 덕에 민간인이 출입할 수 있는 해안은 제한

적이지만 한울원전의 온배수 배출로 인한 해수온 및 중금속 영향 문제가 상존

생태계 활력도 게바다말·새우말 군락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해양생물 서식. 낚시·온배수·침식 복합 압력 속 실태 평가 필요

이해관계자 거버넌스 소형 선박을 활용한 전통 어업 활발. 어민들이 보호구 역 환경 감시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 하지만 해루질 등 불법 채취와 불법어업 단속 등의 부담을 어민이 떠 안고 있음.

나곡리는 보 고서의 마 지막 지 점이자, 이 보 고서가 제 기하는 문제 의식이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나는 곳이다. 해양생태계보호구역 내에서 일어나는 불법 어업과 낚시 등에 제도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현행 해양보호구역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곳이다.

이 보호구역의 지정 근거는 게바다말 군락의 존재다. 수심 1~6m에 분포하는 잠실 야구장 세 배 정도 규모의 게바다말 군락지 는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해양생물의 은신처를 제공하 며, 울진 고포미역을 비롯한 수산생물 성장을 촉진하는 생태적 핵심 거점이다. 동한난류와 북한한류가 교차하는 해역 특성상 생물다양성 도 높은 것으로 밝혀진 이곳 해역에는 부채뿔산호와 무쓰부리돌산호 등 다양한 산호류도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이 군락지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추격 전이다. 보호구역 내에서 해루질 등을 통한 불법 채취가 빈번히 일어 나는데, 이를 단속하는 건 다름 아닌 어민들이었다. 어촌계 사무실에 는 해역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 화면이 띄워져 있을 정도다. 이런 불법 채취는 특히 어민들이 활동하지 않는 야간에 계획적으로 이루 어지고 있다. 어촌계에서 불법 채취가 벌어지는 현장을 발견해 해경 에 신고해도 현행법상 이를 제한할 근거가 없어 제대로 된 단속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단속을 해도 이들이 채취한 전복과 해삼 등을 버리 거나 숨기고 뭍으로 나오면 처벌할 방법이 없다. 본 보고서에서 반복 적으로 지적해온 제도의 구멍이 만드는 촌극이다.

석호항 내 방파제에는 이곳이 보호구역임을 알리는 작은 안내 판이 있다. 이곳이 잘피류 보호구역이며, 잘피 보호를 위해 낚시 등 의 행위를 삼가라는 안내판은 녹이 슬어 있어 내용을 한 눈에 인식하 기 어렵다. 평일이었음에도 낚시객이 다수 목격됐다. 낚시는 조하대 저서생물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게바다말 군락의 물리적 교란 원인 이 된다.

뿐만 아니라 허가 받지 않은 타 지역의 중대형 어선이 보호구 역 내 어장에 침범해 불법 어업을 일삼고 있었다. 이 모든 문제들을 가장 먼저 자각하는 주민이 다양한 방식으로 민원을 제기하지만

접성이다. 나곡리와 함께 울진군 북면에 속한 핵발전소는 이곳에서 직선으로 약 6km 거리에 있다. 온배수 방류로 인한 수온 교란이 상 시 영향권에 있으며, 발전소 배수구 해조류에서 인공 방사성핵종 니 오븀-95가 검출되고 방사성 은(Ag-110m)이 20년째 발견되고 있 다. 그럼에도 원전 온배수가 이 보호구역에 미치는 중장기적 영향에 대한 정기 모니터링이 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불법 채취, 레저 낚시, 무단 어업이 상시적으로 일어나도 이를 제어할 제도적 장치가 없는 데다가 핵발전소의 온배수 영향권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해역이 보호구역으로서 제 기능을 하려면 해양 수산부의 즉각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나곡리 주변해역은 ‘해양생태계보호구역’이라는 이름이 무색해 보인다. 현행법의 어떤 조항도 불법채취 등 보호구역 내의 교란 행위를 제어하지 못한 다.

종합 분석 - 한국 해양보호구역의 실태와 구조적 진단

13개 보호구역을 발로 확인한 결과, 각 지점이 지닌 개별적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패턴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서해의 갯벌과 동해의 암반 해역, 남해 먼 바다의 섬, 부산 도시 인 접 해역 등 환경이 전혀 다른 곳에서 같은 형태의 결함이 발견된다는 것은 특기할 만하다. 이는 개별 보호구역의 특수한 실패가 아니라 한 국 해양보호구역 제도 전반의 구조적 문제임을 의미한다.

게다가 국제 사회가 ‘30x30’ 목표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 는 시점에서, 한국 역시 2025년부터 본격적인 해양보호구역 지정 면적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중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한 실상 은 ‘지정’이라는 행정적 절차와 ‘보전’이라는 실질적 행위 사이 의 거대한 간극이었다. 3부에서 기술한 13개의 구역별 실태를 바탕 으로, 한국 해양보호구역이 당면한 공통적이고 고질적인 문제를 진 단하는 이 장은 그 구조적 결함을 여덟 가지 각도에서 분석한다.

다수의 해양보호구역에서 해루질 등을 통한 불법 채취가 상시 발생하며, 소매물도 등에서 낚시 선박이 암반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오륙도에 입도한 낚시객이 통제 없이 활동하는 현실은 보호구역 내 의 행위 제한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드러내는 동시에 허술 한 제도가 보호구역을 어떻게 방치하는지 그 역학 관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제도의 허점은 해양생태 계법이다. 이 법 제27조 제1항 제1호는 보호구역 내에서 “해양보 호생물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해양생물 중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해양생물”의 포획·채취·이식·훼손을 금지하고 있다. 이 조항이 실효력을 가지려면 해양수산부 장관이 부령으로 구체적 대상 종을 지정해야 한다. 그러나 2006년 법 제정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부령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행정의 부작위다. 허술한 제도와

이 부령이 가진 의미는 단순한 종 목록의 추가에 국한되지 않 는다. 현행 해양보호생물 목록을 들여다보면 그 의미가 분명해진다. 상괭이·바다거북·산호류·해마류 등 현행 보호 대상은 대부분 잠 수장비나 선박 없이는 일반 시민이 직접 접촉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멸종위기종이거나 국제적 핵심 보호종이다. 보호구역에 들어선 낚시 객이 노리는 어종도, 갯바위에서 채취되는 패류도, 해안에서 잡히는 게류도 이 목록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즉 현행 행위 제한은 일반 이 용자가 위반하기 어려운 종 목록 위에 세워져 있는 셈이다.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제정되지 않았다는 안내문. 해양수산부장관은 반드 시 이 고시를 통해 해양보호구역에서의 행위제한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추가 보호종 조항은 바로 이 공백 을 메우기 위한 장치다. 각 보호구역의 지정 근거가 된 핵심 생태 가 치를 담지하는 종 갯벌 저서생물, 조간대 패류와 갑각류, 연안 어 종, 해조류 군락 을 구역별로 특정해 보호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입법자는 이 조항을 통해 보호구역 제도가 두 층위에서 작동하도록 설계했다. 전국 공통의 멸종위기·보호 대상종을 보호하는 일반 조 항이 한 층이라면, 각 보호구역의 생태적 특성에 맞는 종을 보호하는 부령이 다른 한 층이다. 이 두 층이 모두 갖추어질 때 비로소 보호구 역은 ‘실질적 보호 대상이 있는 공간’이 된다.

부령이 20년간 발령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 두 번째 층이 처음 부터 비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작위의 결과는 명확하다. 보호 구역에서 누가 무엇을 채취해도 이를 근거로 단속할 수 없다. 나곡리 에서 낚시객이 보호구역 안을 활보하고, 거문도에서 야간 불법 채취

가 빈번히 발생하며, 소매물도에서 낚시 선박이 암반에 자유롭게 접 근하고, 오륙도에서 무인도에 입도한 낚시객이 통제 없이 활동하는

현실은 이 입법 공백의 직접적 결과다. 조사 지점 중 거의 전 지점에 서 레저 낚시 또는 불법 채취 관련 문제가 확인됐고, 그 모든 곳에서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멸종위기 보호종을 넘어 각 해역의 핵심 구성종을

미리 식별해 보호함으로써 당 해역 생태계 전체의 작동을 유지하는

중요한 구조를 담보한다. 갯벌의 조개와 게가, 암반의 소라와 전복

이, 잘피밭의 어린 어류가 줄어든 뒤에야 멸종위기종 목록에 올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장점이 있다. 그 종들이 일상적으로 채취되는 단

계에서 보호구역별 부령을 통해 통제할 때 비로소 생태계 전체의 활

력이 유지된다.

관리 고시 미수립, 관리 계획 미이행과 함께 이 부령 미지정은 한국 해양보호구역 제도의 결함이다. 지정된 이후 관리되지 않는 해 양보호구역의 구조적 패턴은 이미 해당 법 제정 당시부터 예고되어 있었다.

앞서도 충분히 살폈듯 한국의 해양보호구역은 법적 근거와 주 무 부처에 따라 해양보호구역(해양수산부) , 해상·해안국립공원과 특정도서(기후에너지환경부), 세계자연유산, 천연기념물 및 명승(국 가유산청) 등으로 나뉘어 관리된다. 생태·환경적으로 월등한 가치 를 지닌 곳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되는 바, 복수의 근거를 통해 중첩

지정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이중 삼중으로 두터운

책임 분산으로 귀결된다. 이런 구조는 현장에서 심각한 비효율과 관 리 공백을 초래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이 문제는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신안 갯벌에 서 해양쓰레기 문제가 불거졌을 때 가장 먼저 나선 것은 해수부도 국 가유산청도 아닌 신안군이었다. 거제지구에서 양식장 폐부표와 낙동 강 수계 쓰레기가 뒤섞인 문제에서 환경부와 해수부의 원인자 부담 구분은 불가능했다. 낙동강 하구에서는 가장 두꺼운 보호 체계가 가 장 분산된 책임 구조를 만들어냈다. 부처가 많을수록 누구도 책임지 지 않는 공간이 넓어지는 것이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수거 된 해양쓰레기 총량 중 약 90%인 48만 6천여 톤을 지자체가 처리했고, 보호구역 담당 기관 의 수거량은 10.8%에 그쳤다. 신안군처럼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 으로 쓰레기가 수거되는 사례를 우수한 관리 사례라고 평가할 수 없 는 이유는 주무 부처의 책임을 지자체가 모두 떠안은

이기 때문이다. 보호구역으로 지정해놓고 그 관리 부담은 다시 지자 체로 떠넘기는 구조가 전국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한국의 갯벌’ 등재 조건으로 통합관리체계 구 축을 명시적으로 요구했음에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이 문 제가 단순한 행정 비효율이 아니라 구조적 설계 실패임을 국제사회 가 먼저 지적한 것이다.

특정 해역이 습지보호지역이자 세계자연유산, 국립공원으로 동시에 지정된 경우, 각 부처는 자신의 관할 법령만을 우선시하거나 관리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통합적인 관리 계 획 수립이 필요한 강력한 근거가 된다. 해양수산부는 신안 갯벌과 같 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해역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갯벌법 개정안 을 2024년 발의했으나 계류 중이다. 2025년 말부터 지정된 국가해 양생태공원과 새로운 보호구역의 경우 2026년 5월 현재까지 구체적 인 법령, 제한 행위는 물론 예산과 관리 인력조차 준비하지 않았다. 부처 간 정보 단절 역시 큰 문제다. 각 기관은 서로 다른 지표 와 주기로 모니터링을 실시하며, 수집된 데이터는 서로 연동되지 않 는다. 이로 인해 해양 생태계의 변화를 장기적·입체적으로 추적하 고 대응하는 데 한계가 명확하다. 보호구역 정책과 연안 관리 정책, 어업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보호구역으로 지정 된 해역 바로 인근에서 대규모 항만 건설이나 해상 풍력 발전 사업이 추진되는 등 부처 간 협의 체계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 이렇듯 행정의 단절은 보호구역의 생태적 연결성을 단절시키고 보호 효과를 반감시킨다.

보호구역 내의 개발 문제

모니터링 결과 확인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보호구역이 법적

선언에만 그치고 실질적인 규제와 관리가 작동하지 않는 ‘페이퍼 파크(Paper Park)’화 현상이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가장 불편한 사실은 보호구역 지정이 개발을 막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보호구

역 안에서 개발이 공공연히 허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 면적의 76%를 차지하는 거제지구의 해상에

는 굴·멍게·홍합 양식장이 촘촘히 들어서 있고, 팔색조·상괭이·

거머리말이 서식하는 국립공원 인근에 골프장을 포함하는 관광지구

가 총 369만㎡ 규모로 지정·고시됐다. 태안해안국립공원 부지 안 에는 펜션과 캠핑장이 들어섰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도 개발 압력으

로 인한 훼손 문제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IUCN 기준에서 봐도 한국의 해양보호구역이나 해상국립공원

은 이미 보호 수준이 가장 낮은 카테고리 V에 해당한다. 그러나 카 테고리 V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해양보호구역 내에 자연공원법에 의한 공원구역이 중첩될 경우 해양생태계법상 행위제 한보다 해당 법률의 규정이 우선 적용된다는 조항은 보호구역의 보 전 목적이 다른 법령에 의해 형해화되는 통로로 작동한다. 보호구역 지정이 개발 압력을 막는 수단으로 전혀 작동하지 않는 현상. 이것이 녹색연합이 거의 모든 현장에서 목격한 것이다.

육해상을 막론하고 국립공원의 경우 ‘여기서부터 국립공원입 니다’라는 표지판을 설치한다. 표지판은 인간이 어느 구역 안에 들 어왔다는 인식을 하도록 유도한다. 어떤 경계 내부에 위치해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 스스로 행위를 통제하는 심리적 효과가 발생한다. 때문에 보호구역의 표지판은 상당히 중요하다. 13개 조사 지점의

미흡했다. 표지판이 있어도 자외선에 노출되어 식별이 어렵거나 노 후화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해상에서의 경계 표시는 사실상 부재 했다. 선박 내비게이션 상에 보호구역을 표기하는 기능도 없어, 어 선·레저보트가 자신이 보호구역에 진입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 다. 단순하지만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다.

저마다 다른 재질과 크기로 제작된 안내 표지들. 이를 통일해 동일한 제도로 관 리되고 있음을 명시해야 한다. 또한, 부이 형태의 해상 안내 체계를 도 입할 필요가 있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역설 중 하나는 생태 상태가 양호한 곳 일수록 지역 공동체의 헌신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이 작도는 주민이 먼저 보호구역 지정을 요구하고 지금도 관리의 실질 적 주체로 기능한다. 순천만 인근 농민들은 철새 도래 일정에 맞춰 영농 방식을 조정한다. 호미곶의 어촌계와 주민은 보호구역 지정과 확대를 이끌었다. 이 사례들이 이 보고서에서 거버넌스 5점을 받은 이유다.

하지만 이런 주민의 자발성을 제도가 설계한 것은 아니다. 제

도의 공백을 공동체가 메우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 공동체를 취약하 게 만드는 두 가지 조건이 전국 연안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다. 태안 안면해수욕장이 주민 초 고령화로 2025년 운영을 중단했고, 소매물도에서는 30년간의 토지 매각 후유증으로 공동체 협력 기반이 불안한 상태다. 거제지구에서 는 조선업 침체와 인구 유출이 보호구역 인근 난개발 수요로 이어지 는 악순환이 형성됐다. 섬의 인구는 점점 줄고 있다. 이렇듯 고령화 와 인구 감소는 현행 관리 체계에 커다란 구멍을 내고 있다.

또 하나는 구조적 무임승차다. 국가가 해야 할 관리 책임이 충

분한 제도적 지원 없이 지역 주민에게 전가되는 구조에서, 공동체의 헌신은 무한정 지속될 수 없다. 대이작도나 나곡리 등의 경우에서 확

인한 바와 같이 주민들이 스스로 감시단을 자처하고 정화 활동에 나 서거나 보전에 적극 참여하는 경우 그나마 보호구역의 상태를 유지 하고 있지만 이는 국가가 수행해야 할 관리 책임을 민간에 전가하는 것으로 평가해야 마땅하다. 관리의 책임이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가는 주민의 피로도를 높여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우며, 지역 사회 내에서 보전 방식을 둘러싼 갈등을 심화하는 원 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이 자발성에 의존한 보전 체계는 그 공동체 가 약해지는 순간 함께 무너진다.

모니터링 및 데이터 관리의 낙후 문제

보고서에서 자세히 다루진 않았으나 태안해안국립공원 지역 내 사례나 여자만 내 보성 갯벌에서 꼬막 개체수가 현격하게 줄어든

사례 등에서 알 수 있듯 해수온 상승으로 인해 해양생태계가 겪고 있 는 변화상 추적 역시 미비하다. 어떤 종이 타격을 받는지, 어떤 종이 해수온에 따라 이동해 자취를 감추고 어떤 종이 얼마나 자주 출현하 게 됐는지 등을 면밀히 추적 관찰하는 시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예산도 인력도 부족한 탓이다.

서해안과 남해안의 보호구역 전반에서 대규모 해양 쓰레기 누 적과 연안 침식이 관찰되었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이나 거제도 일대 의 해식애 인근에는 스티로폼 부표와 폐어구가 층을 이루어 쌓여 있 으며, 이는 미세 플라스틱 발생의 근원지가 되고 있다. 신안군의 사 례에서 볼 수 있듯 중장비를 동원한 대규모 수거 작업을 벌이는 경우 스티로폼과

벌의 해변, 한려해해상국립공원의 소매물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백도 지구 등의 사례에서 살펴봤듯, 포켓형 해변이나 해식애의 기암 절벽 사이에 축적된 해양쓰레기의 경우 지리적 지형적 특성에 맞춘 수거 방식의 연구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국 연안에 걸쳐 하루가 다르게 해안선을 변화시키고 있는 연안침식 문제도 심각하다. 해양수산부는 현재 각 해안마다 복합적 인 원인이 작용해 일어나는 연안침식을 단순히 기후위기에 따른 해 수면 상승과 파랑 에너지 변화 탓으로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해안

사구 등 연안 해안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해안 배후지의 파괴, 도 시 건설을 위해 진행된 서해안의 대규모 해사 채취, 항만과 방파제 건설 등 인위적 개입과 개발로 인한 요인 역시 상당하다. 연안침식이 단일 요인으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닌 만큼, 해수부의 연안정비사업 이 연안침식을 막을 적절한 조치인지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시민과학 데이터의 배제도 문제다. 녹색연합 등 민간 단체와 시민들이 축적한 정밀한 현장 데이터는 공적 관리 체계에 공식적으 로 편입되지 못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폐 쇄적 데이터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다.

종합하면, 한국의 해양보호구역은 관리 주체의 분산, 법적 강 제력의 부재, 서식지 관리의 방치, 지역 사회와의 단절이라는 복합적 인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면 적만 확대하는 것은 생태계 보전이라는 본연의 목적 달성에 기여하 기 어렵다.

한국 해양보호구역의 문제들은 현행 제도의 결함에서 비롯됐 다. 그러므로 제도를 정비하지 않는 한 새로운 해양보호구역을 지정 하거나 기존의 해양보호구역을 확대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특 히 해양수산부가 2025년말에 지정한 국가해양생태공원은 관리 인 력이나 예산

호미곶의 사례는 이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2021년 해양 수산부는 호미곶 주변해역 0.25㎢를 해양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 했다. 그러다 호미곶 주민과 포항시에서 보호구역 확대를 역제안했 고, 해양수산부는 2024년 8월 면적을 71.77㎢로 대폭 늘렸다. 3년

만에 300배 확대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2025년 12월, 해양수산부

는 호미곶을 비롯해 충남 가로림만, 전남 신안-무안, 전남 여자만을

국가해양생태공원으로 지정했다.

해양수산부는 “관할 해역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한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나, 개발 행위를 제한하는 소극적·규제적 관리 방식의 기존 정책으로는 보호 구역 확대에 어려움이 있다”며 국가해양생태공원 지정 이유를 밝혔 다. 그러면서 연 1천만 명의 방문객을 목표로 삼은 복합관광의 거점 으로 만들겠다고 공표했다. 녹색연합의 모니터링 결과 드러난 현행 해양보호구역의 문제는 “무엇을 무엇으로부터 보호하느냐?”로 압 축되는 기존 정책의 모호함에 있는 바, ‘기존 정책으로 보호구역 확

대에 어려움이 있다’는 해양수산부의 공식 입장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국가 공원 지정 후 반년 가까이 지난 2026년 5월 현 재까지 관련 예산과 인력, 시설 등이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 30×30 목표 달성 압박 속에서 면적 늘리기에 급급한 행정의 단면이 드러나 는 지점이다.

국제사회가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있어 방점을 찍는 지점은 생 태계 보전과 보호구역 관리에 있다. 관할 해역의 30%를 보호구역으 로 지정하는 목표는 당연히 개발 행위를 적극적으로 제한하는 방향 성 안에서 추진돼야 한다. 하지만 해양수산부는 허술한 현행 제도마 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실효적이고 구체적 관리 체계를 확 보하지 못한다면 30×30은 보전의 도구가 아니라 페이퍼 파크의 대 량 생산 기제가 될 위험이 크다는 녹색연합의 지적과 정확히 포개지 는 지점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함이 아니라 행정 편의를 위해 해양

보호구역의 이름을 내건 관광 거점을 만든다는 해양수산부의 이런 움직임은 시대적 요구와 동떨어져 있다. 그러므로 국가해양생태공원

조성을 결코 해양수산부의 성과로 볼 수 없다.

및 제언 - 해양보호구역,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녹색연합이 인천 대이작도에서 동해안 울진 나곡 리까지 13개 해양보호구역을 직접 확인 하고 다섯 개 지표로 평가한 결과는 네 가지 사실로 압축된다.

첫째, 한국의 해양보호구역은 지정 면적과 생태 건강성 사이 에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는다. 보호구역에서의 행위 제한이 이루어 지지 않아 다양한 훼손과 오염이 진행되고 있고, 가장 최근에 지정된 국가해양생태공원은 관리 체계도 갖추어지지 않았다.

둘째, 생태계가 살아있는 곳일수록 지역 공동체의 자발적 관 리가 그 자리를 지탱하고 있었다. 제도가 보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제도의 공백을 메워온 것이다.

셋째, 보호구역 경계 안에서의 관리 실패만이 문제가 아니다. 경계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 국책 개발사업, 원전 온배수, 농경지

오염 등 이 보호구역 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보호구역 제도 는 그 외부 요인을 통제할 권한과 도구를 갖추지 못했다.

넷째, 보호구역임을 알리는 시설과 방식, 빈도가 모두 제각각 이다. 별도의 안내 공간이 마련된 곳이 있는가 하면 제대로 된 표지 판이 없는 곳도 있다. 이용자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다면 보호구역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보호구역이 무엇으로 무엇을 보호해야 하는지 처음부터 되짚 어 볼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제언 1

해양보호구역의

보호 대상과 행위 제한을

구체화 하라

이 보고서가 제기하는 가장 시급하고 가장 근본적인 제언이다.

13개 조사 지점에서 가장 빈번하게 확인된 문제는 보호 대상의 협소 함과 행위 제한의 부재였다.

해양수산부는 다음 두 가지를 시급하게 정비해야 한다.

첫째, 해양생태계법에서 정하는 해양보호생물의 종을 현실성 있게 대폭 늘리고, 제27조 제1항 제1호의 부령을 조속히 완성해야 한다. 해당 부령은 “해양보호생물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해양생물 중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해양생물”의 포획·채취·이식·훼손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2006년 법 제정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부령은 공란으로 남아 있다. 해양수산부 장관은 즉시 이 부령을 발 령해야 한다.

특히 이 부령의 본래 의도는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해양생태계 보전에 있다. 현행 해양보호생물 목록은 상괭이·바다거북·해마·산 호류 등 일반적으로 접촉하기 어려운 종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보호구역에서 일상적으로 채취되는 갯벌 저서생물·조간대 패류·연 안 어종을 포괄하지 못한다. 부령은 바로 이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장치다. 각 보호구역의 지정 근거가 된 생태계의 총체적 가치를 검토 하고 그 가치를 담보하는 생물종을 구역별로 특정하여 부령에 반영하 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곡리 등의 해양보호구역에서 확인했듯 불법 채취가 조직적이고 상습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에도 단속과 규제 의 근거가 없다. 이 구조적 결함을 부령으로 정비해야 한다.

둘째, 보호구역 내 제한 행위에 대한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 다. 구역별 특성에 맞춰 낚시·채취·출입 등의 제한 행위를 반드시 명시하고, 위반 단속과 처벌 체계도 함께 정비되어야 한다. 특히 소매 물도 등에서 확인했듯 육지에서 먼 도서지역의 보호구역에서는 상시 단속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적발 시 강력한 책임이 뒤따르는 처벌 강화가 단속 인력 부족을 보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미 지 정된 보호구역 중 관리 고시가 수립되지 않은 곳의 일람표를 공개하 고, 시한을 정해 수립 계획을

제언 2

통합 관리 체계를

신속히 구축하라

중복 지정 구역의 주관 기관·공동관리계획·예산 책임을 명

확히 하는 통합 관리 체계를 반드시 수립해야 한다. 해양수산부, 기후

에너지환경부, 국가유산청, 국토교통부 등 복수의 부처가 동일한 해

양 공간을 각각의 법률로 관할하는 분산 구조는 중복 지정 구역에서

책임의 공백을 만들어내고 있다. 줄포만, 순천만, 신안 갯벌, 낙동강 하구 등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복합적인 보호 체계를 가진 곳들이 가장 혼란스러운 관리 체계 아래 놓여있다는 사실은 현행 제

도의 명백한 실패를 드러낸다.

그 수단으로 다음 두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해양수산부가 추진하고 있는 갯벌법 개정의 신속한 처리 다.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 등재된 후 IUCN은 통합관리체계 구

축을 권고사항으로 명시했고, 이에 맞춰 갯벌 세계유산을 해양수산부 가 통합 관리하기 위해 추진 중인 이 법안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신안군이 광대한 해안의 관리를 사실상 단독으로 떠맡고 있는 현실은 입법 지연의 직접적 결과다. 갯벌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분산 구조에 서 벗어난 구속력 있는 통합관리체계를 갖춰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 켜야 한다.

둘째, (가칭) 해양보호구역법 제정이다. 해양수산부 스스로 2025년까지 제정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이행되지 않은 이 법은 분산된

관할 책임을 실질적으로 통합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최소한 다음 세 가지 내용이 담겨야 한다. ① 복수 부처 관할이 중첩되는 구역에

대해 주관 부처를 단일하게 지정하는 ‘주관 부처 단일화 원칙’ ② 중첩 지정 구역에 대한 공동 관리 계획 수립 의무화 ③ 부처 간 협의

체의 법정 기구화. 이 법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분산 관할로 인한 책 임 공백은 계속 확대 재생산된다.

게다가 현행 해양생태계법은 육상 시설에 대한 장악력이 터무 니 없이 약하다. 해양보호구역 인근 육상 양식장 배출수, 농경지 오염 원, 축산 폐수 등이 해역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가칭)해 양보호구역법은 연안 육상 구역 일부까지 관할을 확장하는 근거를 마 련해야 한다.

제언 3

표지판을 통일하고 경계를 표기하라

보호구역임을 알리는 안내 체계는 행위 제한에 있어 가장 근 본적인 전제가 된다. 이는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조치다. 표지판을 세우는 것은 가장 낮은 비용으로 이루어지 는 관리 행위다. 그것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그 이상의 관리 행위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신호로 읽힌다.

육상 표지판의 통일이 첫걸음이다. 13개 조사 지점에서 확인 된 표지판은 재질, 형식, 폰트, 안내 내용이 제각각이었다. 노후화로

식별이 어려운 경우도 다수였다. 보호구역 표지판의 ① 재질 통일(자 외선·해풍에 강한 내구성 자재) ② 일정한 형식과 폰트 사용으로 시 각적 일관성 확보 ③ 자외선에 강한 인쇄 방식 적용으로 장기적 가독 성 확보가 필요하다. 무엇을 보호하는 구역인지, 왜 보호구역으로 지 정됐는지, 어떤 행위가 금지되는지 동일한 양식으로 알리는 것은 제 도적 일관성을 가시화 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해상 경계 표기도 시급하다. 선박으로 접근하는 이용자들이 자 신이 보호구역 내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가 13개 지점 모두에 서 확인됐다. 부표 형태의 표지판을 통해 해당 해역이 보호구역임을 물리적으로 명시하는 작업이 시작되어야 한다. 부표 역시 단순한 표 시 도구가 아니라 행위 제한의 공간적 근거가 된다.

선박 내비게이션에 보호구역을 명시하는 것도 시급하다. 어선 과 레저보트가 사용하는 해도·내비게이션 시스템에 보호구역 경계를 표기하고, 진입 시 자동 안내가 출력되는 기능을 의무화해야 한다. 이 는 거제지구처럼 연간 100만 명이 이용하는 유람선 코스가 보호구역 임을 누구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 소매물도처럼 유도선이 무인도에 낚시객을 자유롭게 실어 나르는 상황을 구조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이 작업은 새로운 법 제정 없이도 즉시 시작할 수 있다. 모든 제도 개혁은 기본에서 시작해야 한다. 보호구역의 존재를 알리는 것 이 그 기본이다.

제언 4

체계적인 현장 연구를

시행하고

시민 모니터링을

제도화 하라

제언 5

거버넌스를 강화하라

서해, 남해, 동해의 해안선 그리고 근해와 외해의 섬들은 모두 그 특성이 다르다.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는 비슷한 지형적 특성을 고려해 분류하고 이에 맞는 해양보호구역 관리 체계를 수립해야 한

다. 각 보호구역 내에서 해양쓰레기가 어느 시기에 어느 지점에 쌓이 는지를 면밀히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해 해양쓰레기가 집적된 장소나 종류에 따라 수거 방식과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체계적인 현장 모니터링과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더불어, 시민 모니터링을 제도화 해야 한다. 관리 당국이 의뢰 하고 관리 당국에 보고하는 공식 모니터링은 구조적으로 관리 실패 를 명확히 드러내지 못한다. 시민사회의 독립적 모니터링은 이 공백 을 보완할 수 있다. 이 보고서 자체가 그 공백을 드러내는 사례라 하 겠다.

따라서 해양보호구역 관리 효과성 평가위원회에 시민사회 대 표를 법정 위원으로 포함시키고, 시민단체의 현장 모니터링 결과를 위원회 심의 자료로 공식 제출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나

아가 시민 모니터링 결과 공개와 정부 답변을 의무화해야 한다. 시민 단체가 특정 보호구역의 관리 부실을 보고서로 공개했을 때, 관할 기 관이 이에 대해 일정 기간 내 공식 입장을 밝히도록 하는 응답 의무 가 있어야 한다.

모니터링을 위한 보호구역 접근권 보장 등 시민 모니터링 수행 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지원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어민과 지역 주민이 해양 생태계 보전의 부담을 지면서 의사결 정 과정에는 참여하지 못하는 기존 구조가 해양보호구역을 둘러싼 갈 등의 원천이 되고 있다. 주민 주도 보전이 성공한 사례는 제도가 설계 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자발성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 자발성이 소진되었을 때 작동하지 않는 제도라면 반드시 정비돼야 한다.

그러므로 각 해양보호구역에 어민·지역 주민·지자체·시민 사회·전문가가 참여하는 관리위원회를 법정 기구로 설치하고, 관리 계획 수립과 변경, 예산 배분, 이행 평가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권한 을 부여해야 한다. 이는 자문 기구가 아닌 의결 기구여야 한다.

제언의 우선순위에 대해

어민 참여에 대한 생태계서비스 보상 체계를 해양 부문에 도입 해야 한다. 순천만 인근 논 농가에 적용된 두루미 공존 프로그램처럼 보전에 기여하는 어업 행위와 자율 관리 활동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제도화해야 한다. 보호구역 내 전통적 소규모 어업을 보전 행위로 인 정하고 지속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안도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호구역별 지역 맞춤형 관리 계획 수립 과정에 이 해관계자 참여를 의무화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갯 벌·암반·도서·하구 습지는 생태적 특성과 이해관계자 구성이 모두 다르다. 전국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획일적 기준보다 현장 조건을 충 분히 이해하는 사람들이 설계한 맞춤형 관리가 실효성이 높다.

위 제언은 모두 필요하지만 동시에 모두 실현 가능하지는 않 다. 자원과 정치적 의지가 제한된 현실에서 순서가 필요하다면, 이 보고서는 다음 기준을 제안한다.

즉시 가능한 것, 비용이 낮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장 먼 저 해야 할 일은 해양수산부령 보호종 미지정 현황을 인정하고 지정 일정을 공표하는 것이다. 다음은 관리 고시가 없는 보호구역 목록의 전면 공개다. 이 두 가지는 새로운 예산 없이도 오늘 당장 시작할 수 있다. 제도 기반이 필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관리 효과성 평가 기준 수립과 시민 모니터링 제도화는 법 개정을 수반하지만 부처 간 갈등 이 적다. 이해관계자 거버넌스 법제화는 더 복잡한 협의가 필요하지 만, 장기적으로 가장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든다.

구조 재편이 필요한 것은 가장 많은 정치적 의지를 요구한다. 부처 통합 관할 체계와 해상풍력특별법 안전장치 강화는 부처 이해와 산업 이해가 얽혀 있다. 그러나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제언들 의 효과는 반감된다.

이 보고서가 제안하는 것은 거창한 새 제도가 아니다. 이미 있 는 법을 이행하고, 이미 부여된 권한을 행사하고, 이미 약속한 국제적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한국의 해양보호구역은 지금보 다 훨씬 나은 상태가 될 수 있다. 보고서를 통해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한국 정부가 취해야 할 답은 명확하게 정해졌다. 지금 바로 행동하는 것이다.

마치며

이 보고서가 거듭 던진 질문은 하나다.

“한국의 해양보호구역은 무엇으로부터 무엇을 보호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보호구역은 보호구역 이 아니다. 13개 조사 지점 중 다수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어떤 곳은 보호구역인지 인식하는 것 자체가 어 려웠고, 어떤 곳은 보호 대상이 있어도 그것을 위협하 는 행위가 통제되지 않았으며 또 어떤 곳은 보호구역 안 에서 보호 대상을 훼손하는 시설이 행정 허가를 받아 운 영되고 있기도 했다. 표지판을 통해 보호구역임을 알리 지만 지키는 것이 없는 보호구역, 지정은 됐지만 관리가 없는 보호구역, 면적만 늘고 보호 효과가 없는 보호구역 이 한국 해양보호구역의 현실이다.

녹색연합의 이 보고서는 그를 기록한 결과물이 다. 정밀 생태 조사가 아닐지라도 표지판이 없다는 것, 관리 인력이 없다는 것, 행위 제한이 이행되지 않는다는 것은 계측 장비 없이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시민 모 니터링은 그 보편적인 눈으로 제도의 작동 여부를 점검 하는 일이다. 정부가 보지 못하는 것 또는 보지 않으려 하는 것을 시민사회가 보고 기록하는 일이다.

‘30×30’이라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려 면 매년 새로운 보호구역이 대대적으로 지정되어야 한 다. 그 모든 신규 보호구역 지정이 지금 이 보고서가 보 여주고 있는 제도적 결함과 모순을 답습한다면 보호구 역 지정은 그 자체로 무의미하다. 그러므로 면적 확대 에 앞서 관리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 시작은 단순 하다. 행위를 제한하는 법 제도를 강화하고 관할 책임을 통합하는 법을 제정하고, 보호구역의 존재를 알리는 표 지를 바로세우는 것이다.

제도는 결국 의지의 문제다. 바다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면적과 수치가 아닌 실질적 관리로 이어질 때만 비로소 해양보호구역이 문서상의 보호 구역을 넘어설 수 있다.

학술 논문 및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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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 『제3차 해양수산발전기본계획(2021-2030)』 | 2021 해양수산부 | 『국가해양생태공원 지정·운영 추진전략』 | 2025 국립공원연구원 | 『국립공원 해양생태축 기본조사』 | 다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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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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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병로

동원한 ‘불법 해루질’ 적발 | 아시아타임즈 | 2026.4.15

우려된다 | 영남경제신문 | 2025.12.14

관련 법률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갯벌 및 그 주변지역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복원에 관한 법률 습지보전법 자연공원법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독도 등 도서지역의 생태계 보전에 관한 특별법

수산자원관리법

녹색연합 발간번호 01-26-05-01

펴낸이 우경선

펴낸날 2026년 5월

펴낸곳 녹색연합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19길 15

02-747-8500 greenkorea@greenkorea.org www.greenkorea.org

디자인 녹색연합

조사 이다솜 김원호 서해 서재철 김세영

박주희 정홍석 김영미 박동효

사진 녹색연합

글, 편집 최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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