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호_ 함께꾸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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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발행) 제135호

2022 1,2월호

대구참여연대는 회원의 회비 및 후원금으로만 운영됩니다. 후원계좌 : 대구은행 036-04-000437-9 (대구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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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컷│

고령 반룡사 절집 축대 앞 홍매화

<사진 정용태 참여와소통위원회 위원>


│목차│

04

권두언

耳聽得心(이청득심) │임우당

05

기획 1

대구 변화 3대 비전, 14개 의제, 42개 정책과제 │좋은정책네트워크

09

기획 2

시민의 힘으로‘제2 대구의료원’ 을 설립하자 | 강금수

12

노동현장은 지금

법의 보호에서 프리(free)한 프리랜서 노동자의 투쟁 | 정은정

14

Art & Culture

영화 <위대한 유산> | 김병호

18

정치비평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가? | 강우진

20

젠더비평

구조적 성차별과 불평등 | 차우미

22

의정동향

윤석열이 광주에서 한 말은 역대 최고의 명언이다 | 백경록

25

칼럼

집값 급등이 공급 부족 때문일까? | 김윤상

29

청년포커스

대구청년참여연대 가능할까? | 조영태

31

이달의 회원

배은경 회원 인터뷰 | 김선희

35

쉬어가는 이야기

생각나는 대로 써 보는 이야기 | 이귤

38

아! 이 사람

김영화 전 공동대표 | 김선희

41

대구참여연대는 지금 대구참여연대 활동소식

43

재정보고

45

회비납부명단

표지이야기 표지그림 : <사실> 프란체스코 클레멘테作, 판화지(wool paper) 위에 파스텔(66.5 × 45.5cm), 198 - 프란체스코 클레멘테(Francesco Clemente) : 이탈리아 태생의 미술가(1952.3.23 ~) 클레멘테는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시를 쓰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1970년 로마에서 건축학을 전공하였지만 건축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학교를 나와 독학으로 그림 그리기에 전력을 다 했다고 한다. 오 랜 시간 홀로 그림을 그리다 1980년대에 들어 새로운 구상회화의 복귀의 발맞추어 등장한 이탈리아의 트랜스 아방가 르드(Trans Avant-garde)작가로 거듭났다. 그는 신화나 설화, 일상의 사람이나 동물을 날카롭고 은유적으로 표현하 며, 상징적인 중세의 신비주의(Mysticism)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즐겨했으며, 미국의 화가 줄리앙 슈나벨이 만 든 바스키아에 관한 영화에서도 나타나듯 데뷔 초기부터 80년대의 몇몇 표현주의 작가들과 함께 화려한 생활을 누렸 던 상업적으로도 매우 성공한 화가이다. 특히 세계적인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이나 미국 표현주의의 총아 바스키아와 의 공동작품을 통해 화가로서의 성공과 화려한 전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후 동양문화에 심취한 클레멘테는 오랜 인도 체류와 지속적인 힌두교와의 교류를 통해 동양적이거나 종교적인 의미 를 담은 작품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물론 그가 작품 활동 초기부터 다양한 소재를 표현하며 이국 문명, 특히 인도와 중국의 사상 또는 중세시대의 많은 신화와 신비주의 문학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온 것이 그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는 어떤 유파의 조형론에도 휩쓸리지 않고 독자적인 개인 양식을 상징적인 화법으로 풀어내었으며, 아방가르 드 작가들의 새로운 형식에도 기인하지 않으려 했다.


│권두언│

耳聽得心(이청득심) 임우당 참여와소통위원회 위원장

새벽이 오기를 기다리다 금호강 둘레길을 마실 걸음으로 바람과 함께 나왔다가 강울음으로 토해낸 낮게 깔린 안개를 바라봅니다. 달과 바람이 온전히 나만을 바라볼 수 있는 여기, 기억이 오롯이 추억이 되는 대나무숲의 속살거림이 간지러운 여기, 이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을 헤아릴 수 있는 여기, 그날이 오면 가슴으로 소통하는 시간의 불평등을 우리는 청춘이라는 자산으로, 살아남는 비겁함으로 포장하였기에 여기, 바람이, 달이, 가슴으로 우는 여기, 아프다. 살아남아서 그대를 있는 그대로 여기, 묻고 싶다. 우리는 들리지 않는 소리, 보이지 않는 소리, 민중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함께하는 꿈을 여기, 길 위에서 길을 묻는 지금은 상실의 시대, 지금 여기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코로나 이후 끊어진 관계를 잇고 우리 주변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려고 무던히도 애쓴 2021년이었습니다. 함께 꾸는 꿈 필진과 편집위원들의 노력과 이 글을 구독해 주시는 회원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사무처 활동가, 회원 여러분!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2022년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4-


│기획Ⅰ│

대구참여연대의‘대구 변화 3대 비전, 14개 의제, 42개 정책과제’ 좋은정책네트워크

1.‘돌봄도시 대구’ 를 위하여 최근 한 대구청년의 비극적인 사건이 주목을 받았다. 20대 초반의 이 청년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 의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끼니를 잇지 못할 정도의 극심한 가난 속에서‘독박간병’ 을 하다가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되었다. 본인부담금 상한제,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긴급 의료지원 등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 지만, 2천여만 원에 달하는 병원비 대부분을 차지하는 간병비는 지원대상이 아니고, 연령기준이 안되거나, 쌀 사 먹을 돈도 없는데 자격증명 진단서를 끊기 위해 또 돈을 써야 하는 상황, 사회가 외면하는 상황에서 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가 돌봄에 돈을 적게 쓰는 나라도 아니다. 관련 서비스의 종류가 260여 가지에 이르고, 예산도 국내총생산(GDP)의 1%에 달하고 있다. 전체 사회복지지출은 OECD 평균(20%)의 약 절반 수준(12%)으로 여전히 최하위권에 속하지만(OECD, 2021) 적어도 주요 사회서비스 부분에서는 OECD 평균 1.5%의 2/3 수 준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왜 돌봄 문제로 이토록 고통을 받고 있는가? 돌봄 체계의 근본적인 전환 없이는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 이를 위해 먼저 돌봄에 대한 사회적 책 임이 구체화 되어야 한다. 이번 정부에서‘치매국가책임제’ 를 표방했지만, 전국 256개의 치매안심센터를 개 소하고, 장기요양 서비스에서 인지 지원등급을 신설하는 등 시설과 급여가 좀 늘어났을 뿐이다. 막상 치매 로 인한 문제가 벌어지면 그러한 혜택을 찾아내고, 부족한 서비스의 빈틈을 감당하는 것은 여전히 당사자 와 가족의 몫이다. 이러한 책임을 실질적으로 덜어주기에 국가는 너무나 먼 존재일 뿐이다. 결국 일선 지방 자치단체가 주민의 돌봄 문제에 구체적으로 책임 있는 역할을 하지 않는‘국가책임제’ 는 공허한 구호에 불 과할 수밖에 없다. 비전

의제

정책과제 ❶ 국민돌봄보장법 제정

[1]‘국민돌봄보장법’제정

돌봄

❷ 중앙-광역-기초 책임 명료화 ❸ 국민돌봄기본권의 실질적 보장 ❶ 주민돌봄 선도지자체 인증, 지원

도시 [2]‘돌봄지역책임제’시행

❷ 선도도시 확산, 지역돌봄 제도개혁 ❸ 중앙집권 → 지역지원형으로 전환 -5-


│기획Ⅰ│

비전

의제

정책과제 ❶ 지자체별‘통합돌봄기금’설치

[3]‘지역돌봄통합재정’구축

❷ 통합기금 설치, 운영 법제도 개편 ❸ 소득보장급여 국고사업 편입으로 재원 확보 ❶ 시민돌봄보장조례 제정, 통합돌봄기금 설치

돌봄 도시

[4] 대구를 돌봄 선도도시로!

❷ 구·군 중심 원스탑 돌봄보장 실현 ❸ 입-퇴원 의료-돌봄 연계 구축 ❶ 제2 대구의료원 설립

[5]‘제2 대구의료원 설립’등

❷ 대구의료원 강화 ❸ 의료-돌봄 연계체계 구축

2.‘청년도시 대구’ 를 위하여 ●‘청년도시 대구’ 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청년의 대구탈출이 멈추지 않고 있다. 청년 유출을 중단시키지 않는다면 대구의 활성화는 요원하다. 지금 까지의 대구지역 청년정책은 일자리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적 접근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과감한 전환이 필요 하다. 경제적 기회를 늘리면서 동시에 청년의 문화, 생태환경, 일-삶 균형의 본격적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청년이 머물고 싶어 하는 도시 만들기에 집중해야 한다. 청년재단, 청년 정부, 청년의회, 일-학습-경험의 청년 플랫폼 등을 제안한다. ● 대구시민 자긍심, 대구 청년 정신 찾기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대구의 자긍심을 표현하는 말이 있다.‘동양의 모스크바’ . 그만큼 대구는 청년의 도시, 변혁의 도시이다. 대구는 근대화의 선두주자였으며, 산업화의 초석이었다. 서울,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 발전이 가속되면서 대 구시민의 자긍심조차도 희석되고 있다. 산업정책, 금융정책, 도시기반정책에 선행하여 그것의 뿌리가 되는 정신문화에 눈을 돌려야 한다. 국채보상운동 발흥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 전태일 열사의 삶과 정신을 되살 리는 전태일 라키비움 조성 등을 제안한다. ● 대구 혁신도시의 혁신으로 청년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대구혁신도시는 대구혁신의 중요 거점이다. 대구혁신도시의 괜찮은 일자리에 대구 청년의 관심이 집중되 고 있다. 대구지역 대학들도 대구혁신도시와 협업을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 대구혁신도시는 경부고속도로와 팔공산에 둘러싸여 꼼짝없이 갇혀있다. 대구혁신도시를 가로막고 있는 경부고속도로 구간을 지하화하여 혁 신역량을 도심지역으로 흘러나오게 해야 하며, 구도심과의 공동체적 연대를 활성화해야 하며, 공공기관 추 가 이전을 위한 유효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6-


비전

의제

정책과제 ❶ 시-시민-중앙 협동으로 재원 마련

[1]「대구청년재단」설립

❷ 정책개발과 지원사업 종합 플랫폼 ❸ 청년기본법 및 청년기본조례 개정 ❶ [경험-일-학습] 상설 플랫폼 설립

[2]「일-경험-학습 플랫폼」설립

❷ 공유대학 운영 ❸ 지역경험-지역학습-지역정착 연계

청년

[3] 국채보상운동「국가기념일 제정」

도시

❶ 유네스코 인정 국채보상운동 발흥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 ❷ 기록, 기념, 학술, 해외전파 등 사업 ❶ 전태일의 옛집 복원

[4]「전태일 라키비움」조성

❷「전태일 라키비움」조성 ❸ 전태일의 길 지정 ❶ 혁신도시 구간 약 3Km 지하화 ❷ 공공기관 추가 이전 등 일자리 확대

[5] 혁신도시「경부고속도로 지하화」

❸ 유휴공간 도심공원, 주거환경 개선, 안심지역 상권 활성화 ❹ 공간 단절 해소, 지역공동체 활성화

3.‘자치도시 대구’ 를 위하여 지방의 위기와 소멸이 화두이다.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 심화는 30년 내 지방의 약 40%가 소멸할 것이라 는 예측이 현실이 될 것이라는 불안을 가중시킨다. 특히 대구는 인구의 유출과 지역 소멸의 속도가 매우 빠 른 도시로 분류되어 위기감이 더하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분권을 시급한 과제로 설정하고 목소리를 높 이고 있다. 그러나 지방분권을 통해 지방자치를 확대하고 이를 토대로 실질적으로 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지역 정치와 정책 경쟁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단체장과 지방의회 모두 패권 정당의 영향권 하에 있 는 대구는 지자체와 기득권 세력의 유착으로 퇴행적 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다양한 정치세력이 지역 에 필요한 정책을 바탕으로 경쟁하는 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지방분권으로 권한이 강화된 지역 정치권과 기 득권 세력과의 유착은 더욱 심각한 문제를 낳게 된다. 지역에도 정당을 기반으로 하는 경쟁의 정치가 활성 화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주민의 참여와 주민자치의 강화이다. 주민의 참여와 견제가 없는 지방자치는 단체장의 강력한 권력, 독점적 관료제, 기득권 세력과의 유착, 주민의 필요와는 관계없는 여러 전시성 사업의 남발 등 지방 정치의 퇴보를 야기한다. 따라서 지방분권의 확대와 강화는 반드시 주민의 권한과 자치의 강화를 동반하여 야 한다. 주민의 삶과 관련한 생활세계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주민이 결정권을 가질 필요가 있다. -7-


│기획Ⅰ│

세 번째는 지방자치단체의 대 주민 서비스가 혁신되어야 한다. 주민의 필요에 부합하지 않는 일방적 서비 스를 지양하고 주민 맞춤형, 지역 맞춤형 서비스로 전환되어야 한다. 서비스 정책 결정 과정부터 주민이 참 여하는 민관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주민의 평가를 기반으로 정책을 환류하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현 장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비전

의제

정책과제 ❶ 지역정당 설립 허용

[1] 지역정당 설립 등 정치개혁

❷ 정당의 비례대표 지역할당제 ❸ 기초의회 선거구획정 정치화 방지 ❶ 주민자치회 제도화, 결정권 부여

[2] 주민자치회의 제도화

자치 도시

❷ 주민자치세 신설 등 마을기금 확보 ❸ 주민자치회 지원조직 설립

[3] 주민참여예산제 확대

❶ 주민참여예산 일반회계 1% 제도화 ❷ 주민이 수립한 마을 발전계획 실행을 위해 주민참여예산제도 활용 ❶ 국고사업 지역 자율성과 주민 평가

[4] 주민참여 플랫폼 구축

❷ 정책보고 제도 등 주민평가제 도입 ❸ 스마트 공론장 구축 등 지역서비스 혁신 제도화 ❹ 마을 돌봄 제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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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Ⅱ│

시민의 힘으로‘제2 대구의료원’ 을 설립하자 ‘새로운 공공병원 대구시민행동’ 을 발족하며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대구시민행동 집행위원장

2020년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대구시민들은 너무나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확진을 받고도 입원할 병실이 없어 대기하다가 죽고, 치료가 급한데도 코로나가 의심된다며 병원들이 치료를 거부하는 바람에 죽 고, 대구의료원이 코로나 환자를 전담하면서 갈 곳이 없어진 사회적 약자들이 고통받는 현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봐야 했다. 어느 도시보다 병원이 많은 대구에서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시민들은 질문을 던졌고 또한 스스로 답을 찾았다. 민간병원들이 아무리 많아도 공공병원이 부족하면 작은 병원들은 응급환자, 중환자들을 치료할 수 없고, 돈벌이에 치중하는 상급 종합병원들은 위험하고 돈 안 되는 환자는 기피 했다는 사실, 그로 인해 평 소에도 비싼 치료비를 내면서도 질 낮은 서비스를 받아야 했고, 팬데믹 상황에서는 의료위기를 겪을 수밖 에 없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확인했다. 240만이 사는 도시에 종합병원 역할을 하는 공공병원이 대구의료 원 하나밖에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와 맞서기에는 처음부터 역부족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대구 공공의료의 현실은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반면 코로나19 대유행에서 교훈을 얻은 많은 지자체는 발 빠르게 공공병원 설립에 나서고 있다. 대전, 서부 경남, 서부산 지역은 공공병원 건립이 이미 확정되었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았으며, 부산시는 몇 해 전 문 닫은 침례병원까지 인수하여 공공병원으로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경험에서 확인한 우리 지역 공공의료의 열악한 현실에 비해 대구시의 공공의료 정책은 여전히 느리고 약하다. 권영진 시장은 제2 의료원 건립을 추진하겠다 해놓고도 좌고우면하고 있어 시민들은 신뢰가 가지 않고 불안하기만 하다. 문재인 정부도 70개 중진료권에 공공병원을 두겠다고 했지 만, 경제성을 앞세운 까다로운 예비타당성 평가로 인해 공공병원 설립이 번번이 좌초되는 상황을 초래하 고 있다. 이에 대구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월 20일 제2 의료원 설립, 대구의료원 확충,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해 ‘새로운 공공병원 설립 대구시민행동(이하 공공병원시민행동)’ 을 발족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하였다.

-9-


│기획Ⅱ│

이미 80%의 시민들이 공공의료 확충을 요구하고, 60%가 넘는 시민들이 제2 의료원 설립에 동의하고 있다. 이 제 남은 것은 대구시와 중앙정부가 시민들의 요구에 화답하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권영진 시장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제2 의료원 설립을 확실히 천명하라! 단체장의 의지가 분명하고 정책적 투자가 과감해야 시민들의 참여와 결집, 중앙정부의 판단과 지원도 견인할 수 있다. 권영진 시장이 3선 시장이 되고자 한다면 더더욱 제2 의료원 설립만은 반드시 실현하 겠다고 약속해야 할 것이다.

하나, 제2 의료원은 양, 질 모두 시민들이 만족하는 새로운 공공병원이 되어야 한다. 공공병원이 민간병원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 병원의 규모와 장비와 인력, 의료 서비스의 질이 현대화된 상급 종합병원의 면모를 갖추어야 하며, 운영방식과 체계 또한 의료공공성과 시민참여가 최대치로 구 현되는 좋은 공공병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나, 대구시는 현 대구의료원부터 제대로 된 공공병원의 면모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공의료의 현실에서 제2 의료원 설립은 우선적 대책일 뿐 모든 해결책이 되지는 못하며 지금부터 시작해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따라서 당장 중요한 것은 현 대구의료원을 대 폭 보강하는 것이다. 감염병 대비 인프라 확충, 의료인력 충원, 중증외상 환자 등을 적절히 치료할 수 있는 역량 확보, 민주적 운영 체계 확립 등이 시급하다.

하나, 중앙정부와 대선후보들은 대구 제2 의료원 설립과 공공병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약속하라! 공공의료를 시장의 경제성 논리로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 공공의료의 절대적 부족이 문제이지 공공의 료가 과다하고 방만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가덕도 신공항조차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논하는 마당에 공공병원 설립에 까다로운 예비타당성 조사 조건을 걸어서는 안 된다. 중앙정부와 대선 후보들은 대구 제2 의료원 설립과 공공병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약속하라!

공공병원시민행동은 이번 대선에서 각 후보가 제2 의료원 설립을 정책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하고, 6.1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본격적인 대중 활동을 추진하고자 한다. 아래에 그 방향과 계획을 간략히 소개 한다. 기본 방향

❶ 누구나 차별 없이 치료받을 권리, 시민의 보편적 건강권 확보! ❷ 돈보다 시민의 생명과 건강이 먼저, 의료공공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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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 목표와 과제

❶ 시민의 병원, 제2 의료원 설립! ○ 대구시장의 대시민 약속 및 대구시의 공식 추진과제로 명확히 설정 ○ 제2 의료원 설립 및 예비타당성 면제 등 대선, 지선 정책공약 채택 ○ 500병상 이상 규모와 질 높은 의료 수준 확보 ○ 시민의 참여와 공공성이 최대치로 구현되는 운영 체계 구축 등 ❷ 대구의료원부터 시민의 병원으로, 대구의료원 강화! ○ 감염병 대비 인프라 확충 ○ 중증외상 환자 등 치료 역량 확보 ○ 의료인력 충원 및 처우 개선 ❸ 공공병상 확대와 정부(지자체) 책임 강화, 공공의료 확충! ○ 공공병상 30%까지 확대 ○ 의료비 시민부담 축소, 의료비 정부(지방자치단체) 책임제 ○ 시민이 참여하는 민주적 운영 체계 확립 활동 계획 1. 범시민 공론 형성 및 지방선거 정책과제 확정(3~ 5월)

❶ 대구시 타당성 조사 용역 이후 행정절차에 대한 대응 ❷ 범시민 캠페인: 지방선거 때까지 0만 명 서명운동 ○ 제2 의료원 설립 등 공공의료 확충 시민청원(?) 서명운동 ○ 구글독스 등 활용 각종 SNS 채널 온라인 서명운동 ○ 상황에 따라 동네, 시내, 공단 등 현장 서명 캠페인 등 ❸ 시민 공론장: 토론회, 원탁회의 등 언론의 주목,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❹ 지방선거 정책공약 채택 활동 ○ 동의하는 후보, 정당 등 네트워크 구축, 협약 등 정치적 여론몰이 ○ 제 정당 초청 공공의료 확충 정책토론회 ○ 정책공약 평가, 제안, 채택 활동: 정당, 단체장 및 광역의원 후보 중심으로 활동 계획 2. 정책과제 실행 기반 구축, 제도화 활동(6~ 12월)

❶ 정책 워크숍 4: 지방선거 후 실행과제 구체화 ❷ 과제 추진을 조례제정과 예산편성 등 제도화 활동 ○ 시의회 조례제정 과정에 맞추어 시민행동(조례제정 시민청원(?)), 시의회 정책간담회, 시민공청회, 발 의, 공익로비, 모니터…. ○ 예산 주기(부서별 편성, 총괄 조정, 의회 심의와 의결 등)에 맞게 시민행동, 공익로비, 모니터…. ❸ 대정부 연대 활동: 정부 예산 및 정책 추진 과정에 맞추어 예비타당성 면제, 예산편성 등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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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현장은 지금│

법의 보호에서‘프리(free)한’프리랜서 노동자의 투쟁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들의 파업과 본사 점거에 담긴 요구는 무엇인가?

정은정 대구노동세상 대표

미안해요, 리키

이‘사업자로서의 용역’ 이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 지 수많은 가정을 돌아다니며 노인과 장애인을 간병해

영화 <미안해요, 리키>를 보고 온 밤에 쉽게 잠들지

야 하는 애비는 한 사람 한 사람 정성 들여 병간호를

못했다. 주인공 리키는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여러 직

하려 해도 지나치게 과도한 하루 할당량으로 더는 버

업을 전전하며 열심히 살아왔다. 열심히 삶을 버틴 이

티기 어려울 만큼 지쳐간다.

가족의 삶을 흔들어 버린 것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였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노던록 은행이 파산하며 건

열악한 노동조건과 새로워진 착취 구조 안에서 리키

축 회사에 다니던 리키는 실업자가 되고, 주택 융자를

와 애비는 지쳐가고, 가족의 일상에서 불안으로 내몰

받지 못하게 되며 가족의 삶이 흔들리게 되었다.

린다. 영화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고, 아무리 가족을 사랑해도 다툼을 멈출 수 없

영화는 그가 택배기사 계약을 맺는 것으로 시작되었

는 21세기 프리랜서 노동자와 가족의 삶을 마지막까

다. 택배기사로 새 삶을 시작하려는 리키에게 매니저

지 담담히 보여준다. 눈물을 꾹 참고 영화를 보고 나

멀로니는‘당신은 우리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우리

오면서 이 빼어난 영화를 당사자인 택배 노동자들은

와 함께 일하는 거다.’ 는 희망적인 말을 한다. 그러나,

볼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 갈 시간

이 말의 뜻은‘당신은‘노동’ 을 함에도 불구하고‘노

이 없어 차 안에 소변 통을 가지고 다녀야 하던 리키

동자가 아니다. 당신의 노동권과 생명권은 회사가 책

처럼, 한국의 택배 노동자들도‘당일배송’원칙을 지

임지지 않는다.’ 라는 절망적인 것이었다. 리키는 사업

키느라 늦은 저녁까지 길 위에서 뛰어다니다 쓰러져가

자와 사업자로‘용역 계약’ 을 맺고, 업무용 차량마저

고 있으니….

직접 구해야 하는‘프리랜서(freelancer)’ 이지만 결코 ‘자유롭지(free)’않다. 발송물에 대한 정보 기록부터

택배 노동자들은 왜 파업을 반복하고 있는가?

배달 노동자의 이동 시간과 위치를 감시하는 1,000파 운드(약 154만 원) 짜리‘단말기’ 가 리키의 노동을 통

한 달 전쯤 설 연휴를 앞두고 성서공단 안에 있는

제하고, 택배회사와 계약을 맺은‘점주’ 가 다시 법적

CJ대한통운 대구 달서 터미널에 갔었다. 그 당시 파업

인‘사업자’ 인 리키의 근태를 이중으로 통제하기 때문

한 달, 단식 투쟁 20여 일째를 보내고 있던 택배 노동

이다. 아내 애비는‘요양보호사’ 다. 리키와는 달리 사

자들을 응원하러 간 자리였다. 처음 가본 택배 터미널

회복지 차원의 공공서비스직이다. 그러나, 리키와 같

은 상당히 크고 분주했다. 이른 아침 시간이었는데도 - 12 -


차들이 무수히 들어가고 나왔고, 밤새 까대기를 마친

다른 주요한 문제는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해 주

사람들의 퇴근도 이어지고 있었다. 한 조합원에게“와

60시간 근무 보장을 합의하였으나, CJ대한통운의‘당

~ 여기 정말 크네요.”했더니“예, 여기도 작진 않지만

일배송’원칙은 이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CJ대

아주 큰 편은 아니에요. 정말 큰 곳도 많아요.” 라는 대

한통운이 요구하는 표준계약서 외에 5장의 부속 합의

답이 돌아온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작은 물건을 받을

서에는‘당일배송’ ,‘주 6일 근무’ ,‘터미널 도착 상품

때는 짐작되지 않던 택배 산업의 크기가 실감이 났다.

무조건 배송’조항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물량이 많아 대리점 도착이 늦은 물건은 다음날 배송할 수 있

택배노조는 2년간 20여 명이 과로사로 죽어가는(택

어야 하는데 당일배송을 의무화하게 되면 택배를 배달

배노조 집계) 현실을 바꾸기 위해 지난해 여러 차례

하기 위해 2회전, 3회전을 하며 장시간 노동에 내몰릴

파업을 진행했고, 투쟁의 성과로 2021년 6월 정부, 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불어민주당, 택배사, 택배노조, 화주 단체, 소비자 단 체 등이 참여한 사회적 합의 기구를 통해 사회적 합의

근본적인 문제는 택배 노동자의 지위가‘노동법의

를 이루어냈다. 합의의 핵심 내용은 주 60시간 보장을

보호에서 프리(free)한’특수고용 노동자라는 데 있다.

위해 택배 분류작업에 별도 인력을 투입해 업무강도를

택배업계는 택배사가 대리점주와 화물 운송에 관한 계

낮추고, 사회보험 가입을 보장하며, 이를 이행하기 위

약을 맺고, 대리점주가 택배기사와 계약을 맺는 구조

해 택배 요금(170원)을 올린다는 내용이다. 이 합의는

다. 택배사와 택배기사 간에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

올해 1월부터 전면 시행됐다. 그러나, 설 연휴를 앞두

기 때문에 택배 노동자들이 노조를 통해 뭉치고 교섭

고 만났던 택배 노동자들의 파업은 아직도 끝나지 않

을 요구해도 택배사가 응하지 않으면서 대화를 하지

고 있다. 생계를 포기한 파업은 두 달이 다 되어가고,

못한 채 투쟁은 길어지고, 거칠어지게 된다. 중앙노동

2월 10일부터는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하고 문제 해

위원회는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더라도 기본

결을 요구하고 있다.

적인 노동조건을 지배·결정하는 권한과 책임을 가지 는 택배사가 단체교섭을 해야 한다고 보고 CJ대한통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채 택배 노동

운이 택배기사들의 원청 사용자로서 택배노조와 교섭

자들에게는 여전히 분류작업과 주 60시간이 넘는 노

할 의무가 있다고 판정했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이

동시간이 강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로사의 주원인으

에 불복해 소송을 내고, 노조와의 직접 교섭을 거부하

로 지목되었던 것은 택배기사들에게 떠넘겨진 분류작

고 있다. 자신들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당사자와 직

업이었다. 사회적 합의 당시 분류작업에 추가 인력을

접 대화를 할 수 없는 택배노조는 본사 점거라는 방식

투입하기로 하였으나 그 시행은 6개월 뒤인 2022년 1

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월로 미뤄졌었다. 그러나, 현장에는 분류인력이 여전 히 제대로 투입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 국토부의 현장

이 와중에 일부 언론은 왜 택배노조의 파업이 반복

점검 결과발표를 보면, 불시 점검을 진행한 25곳 중에

되고 있는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채‘농성하는 노동

서 택배기사가 완전히 분류작업에서 배제된 곳은 7곳

자들이 마스크를 벗고 식사를 하는 등 방역수칙도 어

(28%)에 지나지 않았다. 분류인력을 투입했으나, 택배

기고 있고 윷놀이나 노래자랑 등도 벌이고 있다’ 는뉴

기사가 여전히 일부 분류작업에 참여하는 곳은 12곳

스를 내보내고, 그 뉴스 조회 수는 올라가고 있다. 점

(48%), 구인난 등의 문제로 택배기사에게 별도 분류

거 농성, 반복되는 파업, 방역수칙 위반 안에 꾹꾹 억

비용만 지급하는 곳은 6곳(24%)이었다고 한다.

눌려 있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동료 시민들이 있어야 할 것 같아 소식을 전한다. - 13 -


│ART & CULTURE│

영화 <위대한 유산>

김병호 화가 cosmo4189@hanmail.net

찰스 디킨스(Charles John Huffam Dickens)1)의 작품은 대중적으로 널리 읽히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영화로 만들어진 <위대한 유산>이 특히 오늘날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디킨스의 소설 <위대한 유산>은 원래 가난 한 고아로 대장장이 자형 집에서 얹혀살아오던 주인공 핍이 어느 날 익명의 부호로부터 막대한 금액의 돈을 받게 되면서 점차 속물로 타락해가고 옛날의 순수한 마음을 잃어버리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마지막에 가 서야 그에게 큰돈을 주었던 은인이 실은 어렸을 때 그가 먹을 것을 보태 도움을 준 탈옥수였음을 알게 되면서 기대했던 <위대한 유산>은 물거품이 되지만, 본래의 순수한 마음을 되찾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원래 19세기 영국의 황금만능주의를 비판한 소설이었다. 신분 상승을 도와준 사람이 기대했던 대부호가 아니라 탈옥 수였다는 사실, 그리고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돌아왔을 때 진정으로 자신을 반겨준 건 다름 아닌 핍이 그동안 무시해왔던 대장장이 자형이라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하고 있다. 결국 소설에서 말하는 <위대한 유산>은 바로 주인공 핍의 자형이 보여준 변함없는 사랑이었으며, 그것이야말 로 신사다움의 전형임을 디킨스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알폰소 쿠아론(Alfonso Cuaron)2)의 영화 <위대한 유산> 은 조금 다른 담론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1) 찰스 디킨스(Charles John Huffam Dickens, 1812.2.7~1870.6.9)는 영국의 포츠머스에서 출생하여 후에 런던에서 활동한 영국의 대표적인 소설가이다. 대표작으로 <황폐한 집>, <위대한 유산>, <올리버 트위스트>, <크리스마스 캐럴>, <데이비드 카퍼필드> 등이 있다. 그의 소설은 너무 감성적이고 대중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수많은 인물군을 등장시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서정적으로 묘사하고, 다양한 장르의 소재를 활용하여 문학 영역을 넓혀간 작가이다. 19 세기 전반기의 영국 대도시 런던에서는, 산업의 번영 이면에 빈곤과 핍박에 시달린 노동자들의 삶이나 소외당한 사람들의 어두운 세상이 있었다. 이런 사회 모순과 부정을 직접 체험한 그는,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어린 나이에 변호사 사무실 사환이나 법원의 속기사 등의 직업을 거쳤다. 이후 신문사의 통신원이 되 어 사회의 풍속이나 생활양식 등을 스케치하여 작문하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이런 것들을 모아 단편 소품집 <보즈의 스케치>를 1836년에 출판함으로써 문 학가로서 출발하게 되었다.이후 장편·중편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사회 밑바닥의 생활상과 그들의 애환을 생생히 묘사하는 동시에, 세상의 모순과 부정을 유 머러스하게 비판하는 작품을 발표하곤 했다. 명성을 얻으며 평생 끊임없이 소설을 써 내려간 디킨스는 1870년 6월 9일 추리소설 풍의 <에드윈 드루드 Edwin Drood>를 미완성으로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의 사후 1세기 동안 디킨스의 소설은 전 세계로 번역되거나 수많은 매체에서 리메이크되면서 끊임없는 명성을 누리고 있다. 2) 알폰소 쿠아론 : 멕시코 출신의 영화감독으로 대학(멕시코 국립 대학)에서는 영화와 철학을 전공했다. 첫 미국영화 데뷔작 <소공녀>로 LA 신세대 필름 비평가 상을 수상하는 등 그는 초기시절부터 성공한 영화인으로 흥행 감독의 반열에 올라섰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 <이투 마마(2002)>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 고, 2003년에‘런던 비평가 협회상’ ‘제67회 , 뉴욕 비평가 협회상 최우수 외국영화상(2002)’을 수상한 바 있으며,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자기 형과 함께 만 들어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1998년엔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영화화한 <위대한 유산>을 통해 확고한 자기 세계를 선보였다. 이후 2013년 세계적으로 히트한 영화 그래비티(Gravity)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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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대한 유산>에서 여자 주인공 에스텔라의 어린 시절. 영화는 신비로운 정원을 가진 오래된 저택에서 당돌한 여자아이 에스텔라의 등장을 통해 이야 기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영화 <위대한 유산>은 극중 탈옥수(로버트 드니로 분)의 성 격이라든가 배경, 등장인물들의 이름 그리고 이야기의 주제에 이르기까지 원작과 일면 다르 게 전개된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주인공 핀 벨이 화가로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소설에서처럼 그는 사회적 성 공과 에스텔라의 사랑을 얻기 위해 순수한 마음을 잃어버리 고 방황하는 모습으로 그려지 긴 하지만, 그 사랑의 모습과 추구하는 바가 조금은 다르게 에스텔라역을 맡았던 기네스 펠트로의 얼굴을 주인공 핀 벨(소설과 이름이 다르다. 감독은 각색 과정에 서 에스텔라 외에 모든 인물의 이름마저도 각색해 버렸다)이 그린 에스텔라의 모습. 실제는 이탈리아 화 가인 클레멘테가 그린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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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되어 있다.


│ART & CULTURE│

핀 벨과 에스텔라의 첫 만남 장면과 청년이 된 후 재회하는 장면. 이 장면은 영화의 가장 아름답고 설레는 장면으로 에스텔라의 성격을 잘 나타내는 장면 이다. 소설에서의 에스텔라와는 달리 영화에서의 에스텔라(기네스 펠트로)는 현실적이지만 비밀스럽고 당돌한 캐릭터로 분한다. 당황하는 소년과 청년 핀 벨 역의 에단 호크의 열연도 빛났던 장면이다.

영화에 나오는 어린 모습의 에스텔라. 어쩌면 이렇게도 에스텔라의 성격마저 닮게 그렸는지 작가 클레멘테의 재능에 놀랄 따름이다. 그림은 극 중의 에스 텔라 그대로를 옮겨놓은 듯하다.

영화에서의 핀 벨은 사회적 성공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화가로서의 순수한 꿈과 사랑을 동시에 얻고자 하는 욕심은 있지만, 그는 언제나 갈등하고 아파하며 고뇌의 순수를 계속해서 보여준다. 그것은 어린 시절부터 그가 꿈꾸어 왔던 화가로서의 순수함이며, 애틋한 사랑이기도 하다. 그리고 원작 소설과는 또 다른 이 영화의 특징 중 하나. 필자의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개인적인 관심사일 수도 있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시선이 집중되었던 부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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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바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그림이었다. 영화에서 보이는 소년 핀 벨의 드로잉 작품이나 뉴욕의 화단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화가로서의 모든 그림은 한 작가에 의해서 그려지고 연출되었다. 필자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 그림들을 보며 감탄해 마지않았던 기억이 나는데, 그 작가는 다름 아닌 이탈리아 작가 프란체스코 클레멘테(Francesco Clemente)이다. 프란체스코 클레멘테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화가로 뉴욕과 고향을 오가며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이다. 그는 영화에도 관심이 많아서 맷 데이먼에게 아카데미영화제 각본상을 안겨준 <굿 윌 헌팅>에도 단역으로 출 연한 바 있으며 몇몇 유력한 영화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의 경력이나 뛰어난 조형 세계만큼이나 놀라 운 것은 인간의 오묘한 감성을 화면에 포착해 내는 그의 독특한 능력이다. 주로 수채화나 과슈 등의 수성 화구 를 즐겨 쓰거나, 파스텔이나 목탄 등의 재료로 그려진 드로잉은 색채가 화려하면서도 간결하고, 대범한 필치로 그려지면서 인물의 성격이나 내면을 개성적으로 잡아낸다. 그래서 영화에서 보이는 인물화를 비롯해 여러 가지 소재로 그려진 그의 그림들이 극의 흐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영화라는 것이 이야기의 구성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영화 <위대한 유산>은 오묘한 영상이나 음악, 그리 고 이런 아름다운 그림들로 대변하는 듯하다. 영화 <위대한 유산>은 그래서 필자에게 각인된 몇 안 되는 그림 세계의 파노라마를 보여주며 오래도록 추억하는 좋은 소재가 되고 있다. 비록 클레멘테나 반 고흐가 없어도 살 아가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오래도록 추억할 만한 아름다운 이미지들이 쌓여간다면, 그리하여 그 이야기나 영상들이 세상의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안겨준다면 좀 더 아름다운 삶들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마지막으로 덧붙이는 생각 하나, 오늘의 현실과 부딪히며 사는 우리에게 <위대한 유산>이란 무엇일까? 새로 운 시대의 혜안을 가진 이인(異人)이 우리에게 나타난다면 우리는 과연 그를 제대로 알아볼 수 있을까? 무엇이 이인을 알아보게 하는 바탕일까? 영화 <위대한 유산>을 이런저런 오늘의 현실에 빗대어보며 상념에 잠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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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비평│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가?

강우진 집행위원장, 경북대 정외과 교수

1987년 유월 항쟁을 통해서 시민들의 힘으로 민주화를 이룬 후 8번째 맞는 제20대 대선의 선택이 임박했 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로서 매번 대선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이번 제20 대 대선은 더 각별한 의미가 있다. 한국 민주주의가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 2016년 10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공적으로 위임한 권 력을 사유화한 신가산제의 적나라한 실상이 드러났다. 국민은 분노했고 연인원 1천700여만 명에 달하는 시 민들이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다. 이 과정에서 75%를 넘나드는 압도적 다수의 시민이 이른바 탄핵 동맹에 합류하였다. 결국 부패한 권력자는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을 당하였고 구속되었다. 2016-17년 촛불 항쟁을 거치면서 한국은 박근혜 정부하의 진영 간 대립을 넘어서 민주주의의 원칙을 공유하는 (민주적) 진보파와 (민주적) 보수파가 민주주의 내용을 두고 경쟁하는 새로운 단계의 민주주의로 진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른바 촛불 정부를 자임했던 문재인 정부의 5년을 거치면서 한국 사회는 촛불 이전의 극심한 진영대립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사례가 잘 드러내듯이 진영 간 대립의 심화는 민주주의의 가드레일을 위협하기도 한다. 견제와 균 형을 근간으로 하는 통치체제로서 민주주의의 전형은 미국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패배한 선거의 부정을 주 장하는 트럼프에 동조하는 지지자들은 2021년 1월 6일 미국 워싱턴의 의사당에 폭력적으로 난입했다. 전 세계는 경악했고 미국 민주주의는 벼랑 끝에 몰렸다. 더 심각한 사실은 1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도 폭동의 경과는 공화당의 방해로 밝혀지지 않았고 미국 사회는 완전히 정파적으로 분열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ABS/Ipsos 여론 조사(2021년 12월 27일~2022년 1월 9일 실시)에 따르면 응답자의 4분의 3에 가까운 72% 의 시민들이 워싱턴 폭동이 미국 민주주의를 위협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답변을 정당 일체감으로 나눠 보면 심각한 분열상이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거의 만장일치로(96%) 위협이라고 답했지만,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 절반이 넘는 응답자(52%)는 1월 6일 의사당 난입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답했다. 민주주의는 사적 영역에서 심각하게 충돌할 수 있는 사회적 갈등을 민주 정치의 영역에서 제도적인 방식 으로 처리하는 데 가장 중요한 강점이 있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가 갈등의 처리 방식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이다. 민주주의가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선거는 각 정치집단이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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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는 우리 사회의 핵심 문제에 대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경쟁하는 장이어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유 권자는 대안을 묻고 후보자는 답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선거가 극단화된 정파적인 혐오의 언술로 채워지기에는 우리나라가 당면한 현실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우리나라는 민주화 이후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의 제도화를 이룬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민주 화 과정에서 경제적 불평등은 심화하였고 부동산 이슈로 대표되는 자산 불평등이 더해져서 불평등은 한국 사회의 화두가 되었다. 더구나 한국 사회는 저성장,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삼각파도를 한꺼번에 맞이하고 있 다. 사회진입의 입구에서 이러한 파도를 맞이한 청년 세대는 처음으로 부모 세대보다 더 가난한 세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기후변화의 위기 속에서 몰아닥친 미증유의 팬데믹 위기는 재난 자본주의의 도래를 절감하게 했다. 국가는 시민들에게 어떻게 안전을 보장하면서 복지를 제공하고 고용의 창출을 유도 해낼 것인가? 안타깝게도 이러한 문제들에 관한 질문과 대답이 사라진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역할의 중요성이 더 커졌 다. 질문과 대답이 사라진 대선의 가장 큰 피해자는 주권자인 유권자와 미래세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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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비평│

구조적 성차별과 불평등

차우미 참여와소통위원회 위원, 젠더와마음성장연구소 대표

최근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윤석열은‘구조적 성차별

사회적 지표로만 보아도 한국사회의 성차별이 극명하

은 없다’ 를 공언하며‘여성가족부 폐지’ 를 공약으로 채

게 드러나고 있지만, 윤석열 후보의‘구조적 성차별은

택했다. 윤석열 후보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더이

없다’ 라는 발언은 성차별이 구조화한 현실을 보지 못하

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다” 라

는 무지의 소산이다. 그러나 그 무지는 단순히 현실에

고 말해 논란을 낳았다(경향신문, 2월 21일). 이에 대해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차원을 넘어 차별에 대한 책임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이재명은“전 세계적으로

을 온전히 개인에게 떠맡김으로써 차별이 존재하는 현

성 불평등은 현실이다. (여성이) 승진, 급여, 보직에서

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한다는데 그 무지의 심각성이 있

엄청난 차별을 받는 게 사실인데 이런 상황에서 무책임

다.

한 말씀” 이라며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윤석열 후보의 발언에 대해 비판했다(경향신문, 2월 21일).

필자가 몇 년 전 대학 1학년을 대상으로‘성과 사 랑’ ,‘성과 인권’ 을 강의할 때 성차별을 언급하면 특히

이처럼 사회적 차별을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는 윤석

많은 남학생들이 자신은 역차별받은 기억밖에 없다면

열 후보의 발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여성위원장 정춘

서 강력하게 반발하곤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수업

숙 의원도“뿌리 깊은 성차별 문제를 개인이 해결할 문

을 진행하면서,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가부장제 사회

제로 인식하는 정치 지도자가 왜 필요하단 말인가. 모

속에서 성차별이 어떻게 구조화되었는지, 그것이 우리

두 각자도생하란 말과 같다” 라며 비판했다(경향신문, 2

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학습을 해 가다 보면

월 8일).

관점이 변화하는 것을 목격한다.

지난 6년간(12~17년) 성별이 확인된 불법 촬영 피해

페미니즘 이론에서 자유주의적 페미니즘은 성차별의

자 중, 여성 피해자는 97.2%이며 불법 촬영 사건은 계

원인을 개인에게 두고 여성이 교육을 받고 각자가 자기

속 증가하고 있다. 성희롱 성폭력 사건의 여성 피해자

능력을 기르면 성차별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

비율이 매년 80%~90%에 이른다. 성별이 확인된 강

러나 오늘날처럼 여성이 교육을 받고 사회경제적 능력

력 흉악범죄 피해자 중 여성 비율 89.9%이다(한국여

을 길러도 성차별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뿌리

성의전화, 2019). 맞벌이 여성의 하루 가사노동시간은

깊은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성차별이 사회적으로 구조

남성의 4.8배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489개 기업을

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60.7%가 채용

여성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몸으로 태어났다는 이유

시 지원자의 성별을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채용 시 유

로 뱃속에서부터 늙어 죽을 때까지 여성으로서 규정이

리한 성별로는 남성(74.2%)이 여성(31.6%)보다 2배

된다. 이때 여성으로서 규정이 된다는 말은 한 인간으

이상 높았다(사람인, 2018. 9. 10. 발표). 남녀 임금

로서의 정체성이 아니라 어머니, 아내로서의 정체성이

격차는 OECD 회원국 중 한국은 20여 년째 거의 꼴찌

우선적으로 부과된다는 것이다. 어머니, 아내로서의 정

수준이다.

체성이 먼저 부과가 된다는 말의 의미는 딸로 태어나는 - 20 -


순간부터 여성은 아이 낳아서 가정 살림을 하는 존재로

어한다고?” , “마마보이구나” , “남자가 왜 그렇게 말이

길러진다는 말이다. 여아는 자기주장이 강한 모습보다

많아” ,“갠 수염도 안 날걸” ,“여자 엉덩이가 좋아 가슴

온순한 태도가 지지를 받으며, 의존적이거나 나약한 태

이 좋아” ,“진짜 숫총각이라고?” ,“착하기만 한 남자는

도를 여성적인 모습으로 동일시하는 문화 속에서 자란

매력이 없어” ,“한번 하고 끝내야 남자지” ,“남자는 커

다. 이는 양육과정을 통해 어머니에서 딸에게로 전수되

도 애야” ,“남자가 너무 예민하다” ,“너 생리 중이니?” ,

며, 무수한 문화적 메시지와 통념으로 사회구성원들의

“너 남자야!” ,“너 설마 영화 보면서 운 거니?” ,“너 완

인식과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전히 잡혀서 사는구나!” ,“너 간호사야? 당연히 의사인

스튜디오 허프라는 채널에‘남성들은 듣지 않지만,

줄 알았는데” ,“아내가 너보다 돈을 더 많이 벌어도 괜

여성은 평생 듣는 48가지’ 가 소개되어 있다. 여성들이

찮아?” ,“남자 위신 깎아 먹을 일 있냐” ,“남자는 유전

평생 듣는 48가지는“남자처럼 굴지 마라” ,“너 크면

적으로 다 바람을 피우게 태어났어” ,“네 딸은 단속 좀

남자들이 엄청 붙겠다” ,“너 참 이쁘게 생겼다” ,“걔가

잘해야겠는데” ,“그게 서기는 하냐”등등.

널 좋아해서 괴롭히는 거야” ,“게임 좋아해? 남자들이

남성들에게 일관되게 전해지는 메시지는 보다 강할

좋아하겠네” ,“헤프게 굴지 마” ,“왜 그렇게 감정적이

것을, 여성을 평가절하할 것을 암암리에 강요하는 것

야?” ,“못되게 굴지 마” ,“요란 좀 떨지 마” ,“생리 중

이다. 여성과 남성에게 다르게 전달되는 이러한 사회

인가 보네” ,“조금만 신경 쓰면 참 예쁠 텐데” ,“웃으면

적 메시지는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위계화시키고, 그

훨씬 예쁠 텐데” , “가슴이 예쁘네” , “못생겨 가지고” ,

차이는 바로 차별로 이어져 구조화된다. 그것이 사회

“여자치고 많이 먹네” ,“축구 좋아한다고?” ,“너 페미니

적 영역으로 확장이 될 때 여성은 돌봄노동, 비정규직

스트? 그런 거니?” ,“혼자 여행한다고?” ,“애를 안 낳

과 파트타임 노동, 하급직에 더 많이 포진하게 되는

겠다고?” ,“나이 먹는 생각 좀 해” ,“애 낳은 적도 없는

노동시장의 차별적 성별화로 연결된다. 이러한 노동시

것처럼 보이는데” ,“애 낳고 나서 계속 일할 거야” ,“직

장의 성별화는 여성과 남성의 임금 격차의 주요한 원

장 돌아가면 애는 남한테 맡기려고?” ,“네가 더 잘 벌

인이 된다.

어서 남편이 싫어하진 않아?” ,“남편이 요리한다고? 훈

성차별적 사회구조를 성평등한 사회구조로 바꾸기 위

련 잘 시켰네” , “연하남을 만난다고? 능력도 좋으시

한 비전을 가진 페미니즘은 근대민주주의의 근간이 된

네” ,“그 남자 요즘 더 젊은 모델 만나” ,“그런 옷 입기

천부인권론이 담지 못한 공백을 채우는 사상이다(젠더

에 나이가 좀 많지 않아?”등등. 여성들이 평생 듣는

와 사회, 2014). 페미니즘은‘여성’ 에 대한 차별뿐만 아

48가지 말들이 48명의 여성의 목소리로 전해진다. 이

니라 엄격한 성역할 구분으로 억압을 느끼는‘남성’ 이

워딩을 관통하는 주제는 여성은 조신하고 예뻐야 하며,

나 스스로 느끼는 성 정체성이 사회가 허용하는 범주와

젊어야 가치가 있고, 아이 낳고 가정 살림을 하기에 적

맞지 않아 갈등을 겪는 이들까지 포함한다. 그리고 궁

합한 존재라는 메시지이다. 평생에 걸쳐 여성에게 주입

극적으로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억압과 차별에 대한 반

되는 이러한 메시지는 시몬느 드 보봐르가 이야기한

대와 연대한다. 차별적 사회구조에 놓인 일부 젊은 남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과정을 보

성들이 이 사회의 차별적 구조를 인식하지 못한 채 페

여주는 것이다.

미니즘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현실은 매우 안타깝다.

한편‘여성들은 듣지 않지만, 남성들은 평생 듣는 48

제대로 된 교육이 매우 절실함을 느낀다.

가지’ 는“남자애는 인형 가지고 노는 거 아니야” ,“핑

구조화된 차별을 인식하지 못할 때 제대로 된 성평등

크는 여자 색이잖아” ,“남자는 우는 게 아니야” ,“너 힘

정책을 펼칠 수가 없다. 이러한 사회구조적 현실에 대

정말 세구나” ,“여자한테 맞았다구?” ,“너 꼭 여자처럼

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다면 한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던지는구나” ,“계집애처럼 좀 굴지 말래?” ,“축구를 싫

안전한 삶을 책임질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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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동향│

윤석열이 광주에서 한 말은 역대 최고의 명언이다 복합쇼핑몰보다 훨씬 더 크고 중요한 의제... ‘진짜 꼴등’대구가 새겨들어야 할 말

백경록 운영위원, 대구의정참여센터 운영위원장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1일차인 16일 광주 광산구 송정매일시장에서 거점유세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지난 16일 광주를 찾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른바‘호남 홀대론’ 을 꺼내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광주 역내 GDP가 전국에서 몇 위쯤 합니까? 꼴등입니다, 꼴등. 왜 이렇게 됐습니까? 수십 년에 걸친 지 역 독점 정치가 지역민에게 한 게 뭐 있습니까?” 일단 사실관계를 바로잡아보자. 상식적으로 보면 GDP(국내총생산)가 아니고 GRDP(지역내총생산)를 언급하 고자 한 것 같다. GRDP는 정해진 경제구역 안에서 일정 기간 생산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격을 합 한 것으로, 지역 경제규모 파악에 활용되는 지표다. 좀더 정확한 지표는 인구수를 대입한 1인당 GRDP다. - 22 -


몇몇 언론에서 이미 GRDP 꼴찌는 광주가 아니라는 사실을 팩트체크한 바 있다. 1인당 GRDP 역시 광주 (2799만4000원)는 최하위가 아니다. 통계청의 시도별 1인당 GRDP 자료를 보면 대구가 20년 넘게 만년 꼴찌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최근 몇 년간만 보더라도 광주는 2017년엔 대구 바로 위였지만, 2020년 에는 부산보다 높아졌다.

▲ 2017년~2020년 전국 시도별 1인당 지역내총생산 ⓒ 통계청

그렇다면 윤 후보의 일갈은 시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하나, 윤 후보가 대구의 참혹한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만년 1인당 GRDP 꼴찌인 대구경제의 심각 성을 제대로 모르니, 대구시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공약의 구체성이 없 는 것이다. 둘, 수십 년에 걸친 지역 독점 정치가 지역민에게 한 게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밝혀 지역 독점 정치의 해악 을 낱낱이 고발했다. 셋,‘무엇을 만들어 주겠다’ 는 공약, 즉‘과학관이나 연구시설을 지어 주겠다’같은 공약이 아니라 현실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노력이 시도됐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자세가 가장 필요하다. 지역에서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세우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지나 - 23 -


│의정동향│

고 나면 그것들이 내 삶과 별로 관계가 없다는 걸 우리는 너무 많이 봐 왔다.‘1인당 GRDP를 어떤 수준 으로 높이겠다’ 처럼, 구체적으로 지역 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집권하면 어떻게 개선하겠다고 제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즉, 지역의 경제지표에 대한 문제 제기는 최근 광주에서 이슈가 된 복합쇼핑몰의 유무보다 훨씬 더 중요 한 의제다. 그래서 통계청 자료에서 객관적인 수치 한 가지를 더 뽑았다. 1인당 지역총소득이다.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 소득을 지역 인구수로 나눈 1인당 연간소득으로, 지역경제의 실태를 포괄적으로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다.

▲ 2017년~2020년 전국 시도별 1인당 지역총소득 ⓒ 통계청

2017년 지역총소득 꼴찌는 전북이었지만 2019년도로 넘어가면서 전국 꼴찌는 대구가 된다. 즉 1인당 GRDP는 만년 꼴찌여서 그런가 하고 살았는데, 지역총소득도 꼴찌라는 자료다. ‘꼴찌’ 에 방점을 두고 윤 후보의 말을 올바르게 수정하면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다. “대구 역내 1인당 지역 총생산과 총소득이 전국에서 몇 위쯤 합니까? 꼴등입니다, 꼴등. 왜 이렇게 됐습 니까? 수십 년에 걸친 지역 독점 정치가 지역민에게 한 게 뭐 있습니까?”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2022년 2월 18일자로 게재된 기사를 재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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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라를 걱정하는 대선 후보라면 토지보유세 강화해야

김윤상 칼럼니스트, 대구참여연대 자문위원

공급 부족설 문재인 정부의 큰 실정으로 임기 중 주택 가격이 폭등했다는 점이 꼽힌다. 그래서 대선 후보들은 자신이 집 값을 잡을 수 있다면서 이런저런 부동산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윤석열, 안철수 후보는 임기 중에 주택 250 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한다. 이재명 후보도 250만 호를 제시했다가, 1월 23일에는 311만 호를 공급하겠다 고 발표했다. 후보들이 이처럼 주택 공급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집값 급등의 원인이 공급 부족이라고 하는 ‘공급 부족설’ 이 상당히 먹혀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급 부족설로는 집값 급등을 설명하기 어렵다. 2020년 가구 수는 209만 가구이고 주택은 217만 호 로서, 주택보급률이 103.6%(서울 94.9%)에 달한다. 2017년~2020년 사이에 공급된 주택은 연간 61만 호(수 도권 30만 호)인데 그 이전 2011년~2016년의 연간 53만(수도권 30만) 호보다 많다. 이런 상황인데 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이 급등했다고 할 수 있을까? 주택‘공급’ 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신규로 건축하는 주택의 물량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에 매물 로 나오는 주택의 물량이다. 신규 주택이 늘어난다고 해서 시장 매물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주택 소유에 서 불로소득이 생기는 상황에서는 신규 주택의 상당 부분을 기존 주택 소유자가 매입하고는 시장에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다주택 소유가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면 다주택자가 집을 팔려고 내놓게 되는데, 그러 면 신규 주택이 늘지 않아도 시장 매물은 늘어난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공급 부족설은 순진하거나 건설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주장이라고 의심할 수 있지 않을까? 금리 하락설 공급 부족설 이외에 집값 상승을 설명하는 견해로‘금리 하락설’ 이 있다. 주택을 포함한 내구성 자산의 매 매가격은 이론상 미래에 발생할 순수익의 현재가치로 결정된다. 미래 수익을 현재의 매매가격으로 환산할 때 할인율을 적용하며, 매매가격은 할인율과 반대 방향으로 변한다. 할인율로는 시장금리를 사용하게 되는 데, 우리나라의 시장금리(91일 CD금리 기준)는 최근 10년간 3% 수준에서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상 황에서는 주택 등 자산의 가격이 상승하기 마련이다. - 25 -


│칼럼│

국토연구원도 최근,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금리’ 라는 진단을 내놓았 다(2021년 12월 24일 발행 <국토 이슈리포트> 50호,“주택가격 변동 영향 요인과 기여도 분석” ). 주택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금리, 국내 실물경기, 주택 공급, 가구 수를 선정하고 이들 요인이 실 제 집값 상승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였는데, 금리의 영향이 40% 정도로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 사진 출처. KBS 뉴스 <금리 인상에 이자부담 가중…부동산 위축 압력>(2022.1.15) 방송 캡처

젖은 모래설 현실에서는 흔히 주택 가격이 한동안 안정적이다가 단기간에 치솟는데, 이런 현상은 공급 부족이나 금리 하락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부동산 시장의 다른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은 기본적으로 매우 보 수적이다. 거래 대상의 덩치가 크고 원하는 타이밍에 매각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시장 참가자들이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로 부동산 시장에 일단 불이 붙으면 사정이 달라진다. 불로소득 잔치에 숟가락을 얹기 위해 또는 가만히 있으면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진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가수요가 급증하게 된다. 전자를 ‘투기적 가수요’ , 후자를‘영끌 가수요’ 라고 부를 수 있겠다. 모래를 담은 쟁반을 기울일 때 마른 모래라면 조금씩 낮은 쪽으로 흘러내리지만 젖은 모래는 서로 달라붙어 있다가 기울기가 어느 정도를 넘으면 와르르 쏟아진다. 이처럼 가수요 바람이 일면 잠잠하던 가격이 회오리바람처럼 치솟게 된다. 이런 설명을‘젖은 모 래설’ 이라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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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로 부동산 불로소득 없애야 그럼 이런 문제를 막는 방법은 무엇일까? 완전경쟁시장에서는 완벽한 정보가 존재하므로 불로소득이 발생 할 여지가 없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불완전한 현실의 주택시장에서도 불로소득만 없도록 해주면 가수요가 사라지고 젖은 모래가 생기지도 않는다. 그렇게만 하면 시장을 통해 실수요에 맞는 공급이 자연 스럽게 이루어지고, 정부는 시장에서 주택을 마련할 수 없는 계층을 위한 맞춤형 공급을 담당하면 된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 / 사진. 후보 페이스북

▲ 사진 출처. KBS 뉴스 <금리 인상에 이자부담 가중…부동산 위축 압력>(2022.1.15)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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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동산 불로소득을 없애는 최선의 수단은 보유세다. 대선 후보 공약에 보유세 강화가 들어 있을까? 이재명 후보는‘국토보유세’ 로‘토지이익배당제’ 의 재원을 마련한다고 하였다. 윤석열 후보는 종합부동산세를 재 산세와 통합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는데, 부동산 보유세를 오히려 줄이고 집값은 공급 확대로 잡겠다는 뜻인 것으로 짐작된다. 안철수 후보는 <삼프로 TV>에서, 집값이“정상화되려면 미국식으로 보유세는 높고 거래 세는 낮아야 한다는 생각” 이라고 했다. 부동산 보유세 기준만으로 등수를 매기자면 이, 안, 윤의 순이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도“국민이 반대한다면”토지이익배당제를 하지 않겠다고 물러서기도 해서 아쉬움을 남겼다.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당분간은 금리가 올라가는 국면이므로 집값이 다시 폭등할 가능성은 낮다. 그보 다는 빚을 내서 무리하게 집을 산 사람들의 가계부채를 염려해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 산 정책을 비판하는 후보라면, 자신의 재임 기간을 넘어 나라의 백년대계를 책임진다는 자세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세운 부동산 보유세 강화 정책을 후속 정부가 풀어버리는 바람에 문 재인 정부 시기에‘젖은 모래’ 가 와르르 쏟아졌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추가 설명] 1. 부동산은 토지와 건물로 구성되는데, 인공물인 건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부동산 불로소득은 토지 에서 생긴다. 아파트가 건물 면적 단위로 거래되기 때문에 건물에서 불로소득이 생긴다고 오해하기도 하지만 이는 착시현 상이다. 부동산 불로소득 대책은 토지에만 집중하면 된다.

2. 토지 불로소득을 완전히 차단하면서 동시에 매매가격이 안정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토지의 연간 임대가치에서 매입가 격에 대한 이자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매년 보유세로 징수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소유자는 매입가격에 대한 이자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없고, 부동산의 임대가격이 변하더라도 매매가격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이런 수단을 필자는‘지대 이자 차 액세’또는‘이자 공제형 지대세’ 라고 부르는데, 자세한 설명은 필자의 다른 칼럼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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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비평│

대구청년참여연대 가능할까?

조영태 대구참여연대 상근활동가

필자가 대구참여연대에서 활동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어갑니다. 활동을 막 시작했을 때도 그랬지만, 여전 히‘청년참여연대’ 에 대한 이야기가 간간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도 꾸준히 나 왔던 이야기라고 합니다. 이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이야기만 나오고 있다는 건‘청년참여연대’조직이 잘 안 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입니다. 대구참여연대도 어느새 나이가 들었습니다. 1998년에 창립을 했으니 만 23년째입니다. 곧 4월이면 한 살 을 더 먹습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한창일 나이지만, 단체를 만들었던 청년들은 어느덧 은퇴를 고민하는 나 이가 되었고 이삼십대 회원들은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대구참여연대뿐 아니라,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은 현실적 어려움으로‘활동가’ 로 살아가는 걸 포기할 수밖에 없고, 기존 활동가들은 물려줄 세대가 없으니 더욱 고착화되어 가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소통의 부재와 견해차, 소 득에 대한 불안 등으로 상황은 악순환만 거듭되고 있습니다. 어느 단체에서는 청년 활동가와 기존 활동가 들이 서로를 탓하는 상황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청년참여연대를 만들고자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쉽지 않은 일인 줄은 압니다. 지금 ‘청년’ 이라는 이름을 붙인 단체들 역시 새로운 활동가들이 유입되지 않아 위태롭긴 매한가지입니다. 어느 집단이건 기존에 형성된 멤버십에 개별 인원이 새롭게 참여하여 유대감을 형성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 기 때문입니다. 편한 사람과 더 같이 있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지만 조직을 이끌어가는 차원에서는 맞지 않 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이 대폭 유입되어 그들이 멤버십을 형성하면서 원래 있던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 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물론 지금은 그럴 수 없으니‘청년’ 참여연대를 만드는 건 아마 어렵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하지만 그렇다고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방법을 조금 달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애써‘청년’ 을 붙일 것이 아니라‘청년’ 인 제가 하는 일이‘청년참여연대’ 가 되는 것으로 말입니 다. 대구참여연대가 23년 동안 해왔고 또 해야 할 일을‘청년’ 이 하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청년참여연대’ 가 아닐까요. 이전에 젊었던 활동가들과 회원 여러분들이 대구참여연대를 창립시켰듯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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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비평│

일전에 대만에서‘시대 역량’ 이라는 청년정당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2030으로 구성된 청년정당이며 현 재 지방의회 11석과 입법원에 3석을 가지고 있는 정당입니다. 그들은 청년이지만 스스로를 청년정당이라 부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청년인 우리가 하는 이야기와 활동이 증명하기 때문에 굳이 붙 일 필요가 없으며,‘청년’ 이라는 이름이 아닌 대만에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도 있기에 이름 붙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 말이 요즘 꽤 와닿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편한 마음으로 원래 하던 일을 계속하겠습니다. 나아가는 중에 저와 함께 예산을 분석하고 싶은 사람, 대구시의회에 대해 알아가고 싶은 사람, 대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에 관해서 공부하고 제 안하고 싶은 청년들이 있다면 새롭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청년정책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 면 환영입니다. 거창하게‘청년참여연대’ 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고 어떨 때는 대구참여연대라는 이름도 붙 이지 말고요. 청년참여연대는‘청년참여연대’ 가 아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종종 편하게 제안 드리겠으니 부담 없이 이야기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종종 편하게 제안도 주시길 바랍니다. 젊은 지금 순간은 하고 싶은 것 하며 살아도 부족한 시간이니 말입니다.

날개 달기

2022년 1월~2월 마음 주신 분들입니다. 소중한 마음 잊지 않고 더욱 애쓰겠습니다.

[후원해 주신 분] 정혜숙 대표 - 상근활동가 설선물

박경로 운영위원장 - 상근활동가 퇴임대표 설선물 구인호 회원 - 상근활동가 설선물 류영준 회원 - 상근활동가 설선물 윤종화 회원 - 상근활동가 점심후원 최종태 회원 - 상근활동가 점심후원 김기용 회원 - 상근활동가 점심후원 주선국 회원 - 상근활동가 점심후원

감사합니다!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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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회원│

배은경 회원을 만나다

정리. 대담 김선희 대구참여연대 사무국장

커다란 모니터 앞에서 일러스트를 열어두고 눈을 살짝 찌푸린 채 이렇게 저렇게 균형과 비율을 맞춰보며 리플렛 작 업이 한창인 배은경 회원을 만났습니다.

대구참여연대회원들께 선생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1인 자영업자, 혹은 프리랜서 디자이너 배은경입니다.

디자인회사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디움’ 입니다. 이름을 지을 때 사실은 그냥‘움(um)’ 이었어요. 의뢰해주시는 분들이 하시는 얘기들-무슨 일을 하는지, 왜 하는지, 어떤 내용을 담고 싶은지 등등- 들으면서 이해하고 정리하는 동안 음~ 하고 있더라구요. 듣고 생각하는 시간. 음~ 저는 그렇게 하더라구요. 음~ 보다는 움~이 발음하기 좋아서“회사명‘움’어때??” 했더니 지인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해서(웃음) 하는 일인 디자인의 디(D)를 붙여 디움이라 이름 짓게 되었습니다.

디자인 일을 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디자인이나 예술을 전공하시는 분들한테는 타고난 것인지 노력이나 의지로 시작했는지 이런 것들이 궁금 하더라구요.^^ 타고난 건 절대 아닙니다.^^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의지는 있었던 거 같아요. 아니면 그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었거나. 자연스러웠던 거 같아요. 저는 또래보다 컴퓨터를 좀 빨리 경험했죠, 고등학생 때 DOS부터 배웠어요. 엄마가 컴퓨터 배우면 공부에 도움 될 줄 알고 거금 들여 컴퓨터도 사주셨어요. 지금 그걸로 밥벌이 하고 있으니 엄마의 장기적 비전이 성공한 셈이죠. (웃음) 대학교 들어가서는 과내 편집 동아리에 들어갔고 선 - 31 -


│이달의 회원│

배들 대자보 쓰는 거 옆에서 거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편집, 홍보하는 일들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자연스럽 게 졸업 후에도 편집 디자인을 직업으로 갖게 된 거 같아요. 25년은 넘은 것 같네요.

처음부터 디자인 일을 독립적으로 하셨나요? 우문일 수 있겠으나 요즘 시국이 이렇다 보니 먹고사는 일에 있 어 자영업자들이 아주 힘듭니다. 작은 기획사부터 시작했어요. 그 담엔 웹디자인, UX 디자인회사를 다녔구요. 그렇게 회사 생활하다가 2013년 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어요. 처음엔 다른 분이랑 같이하다가 그 후에 혼자 하게 되었는데, 직장에 다닐 때 는 월급쟁이라 큰 문제가 없었고 혼자 하고부터는 아주 어려웠어요. 사업자를 내고 나니 모르는 게 너무 많더 라구요. 물론 지금도 잘 몰라서 어려움이 많아요. 또 일이 많이 없어도 걱정이지만 일이 많아도 혼자 다 못해 서 허둥대요. 그래서 디자이너들의 연대를 고민했는데 제 생각보다는 이해관계가 복잡하네요. 지금은 코로나 시국이라 조금 더 힘들긴 한데 그래도 저만 힘든 것도 아니고,‘괜찮다~ 괜찮다~’혼자 중얼중얼 거립니다. 사실 더 큰 고민은 머리가 더이상 말랑말랑하지 않다는 거예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많이 보고, 듣고, 느끼고, 즐기고, 누려야 말랑말랑해질 텐데 요즘 그냥 내버려 두고 있는 거 같아요.

디자인이라는 분야가 트렌드에도 민감해야 하고 기술 발전이 빨라 배움이 꾸준히 필요한 영역인 것 같아요. 그렇죠. 요즘은 홍보할 수 있는 매체들이 다양해지고 기술들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제 작도구나 기술들은 많이 대중화, 보편화되었어요. 물론 전문적인 영역은 아직 접근하기 쉽지 않지만요. 누구나 자기가 생각하고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죠. 저도 최근 동영상 제작을 배워보려 했는데 역시 혼자서는 무리가 있더군요. 기술적인 부분도 물론이지만, 기획, 시나리오부터 벽이 딱 느껴지는 거예요. (웃음) 이제 새로운 기술을 습득한다는 것은 좀 어려운 거 같아요. 사고의 탄력성이나 상상력은 후퇴 수준이고. 디자인 분야에서 새롭게 무언가를 배운다기보다 일상에서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시도해봐야 할 거 같아 요. 이전에 배우던 캘리그라피나 밀랍공예를 다시 해볼까 생각만 해요.

요즘은 편집 프로그램들이 일반인 쓰기에도 좋게 개발되어 있어서 예전에는 디자인은 정말‘기술자’ 들이 하던 일이었지만 요즘은 많은 분이 프로그램을 통해 기획사를 통하지 않고도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시대가 되었어요. 이렇다 보니 전문분야의 일거리로 하던 편집 디자인 기획자들이 타격이 있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어떠세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위해 기술로서 미디어를 이용하는 거니까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한 거라 생각해요. 디 자인회사의 규격화된 스타일이 아니라서 전 좋아요. 퀄리티라는 부분은 전문적으로 하는 디자인과는 차이가 있 을 수 있겠지만, 사실 젊은 세대들이 프로그램이나 응용소프트웨어를 통한 작업 결과물이 더 좋을 때도 많아 요. 이 일을 오래 계속하다 보니 디자이너들이 프레임에 갇히기도 하는데 사실 표현 스타일에서 위트, 풍자, B 급 컨셉 이런 것들은 직업적으로 하는 저보다 더 잘하고 있기도 해서 자극도 되고 있습니다. 살짝 자괴감이 없 진 않지만요.^^ 센터나 기관에서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분들도 종종 웹 포스터 만들어 공유하시던데 잘하시더라고요. 전 긍정 적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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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참여연대와 오랜 인연이라 들었습니다. 함께 하게 된 인연은 어떻게 되나요? 대구참여연대라는 이름 이전에 청년광장 시절부터 함께 해왔습니다. 대학을 졸업하는 시점에서 선배들이 시민 사회단체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시작 단계에서 바로 결합하지는 못하고 약 6개월 정도 후에 같이 활 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가입 당시의 재미난 일화나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요? 사실은 학생 때는 학생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운동을 하기는 했지만, 막상 졸업하고 나서는 운동을 어떻게 지속 적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적었고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이해도도 적었어요. 선배들이 시작하고 동기들 은 졸업하고 바로 가입했는데 저는 시민운동, 시민사회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무작정 선배들이 거기 있다고 조 직이나 단체에 가입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개인적인 공부도 덜되었다는 판단도 있었고요. 그래서 당시에 바로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가 지금 사무처장이신 강금수 선배에게 이런 고민에 대해 말씀을 드렸어요. 그때 금수 선 배가 지금까지는 학생이어서 학생운동이라는 이름이 있었던 거라고. 이제 졸업하고 시민이라는 이름으로 운동 적인 삶을 사는 거라고. 운동에는 여러 이름이 있을 수 있지만, 개인에게 운동은 연속선상에 있는 거라고. 앞으 로도 운동적 삶을 살고자 한다면 함께 고민해보자고 하셨어요. 갑자기 어른이 된 느낌이었어요. 하여튼 저한테 는 지금까지 운동적 삶을 계속할 수 있게 해준 아주 중요한 사건(?)입니다.“형~~ 고마워요~”

대구참여연대 초기 회원 모임이나 위원회 모임은 별도로 하지 않으셨나요? 직장을 다니던 터라 제대로 활동은 못 했어요. 같이 술은 많이 마셨는데. ㅎㅎ 등산반이나 답사반에 객원으로 한 번씩 참여했었습니다. 대구참여연대는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그 운동성을 놓치지 않고 이어갈 수 있게 해 준, 여러 사 회 문제들을 외면하지 않고 스스로에게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도록 해준 곳이라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아마 참여연대 회원이 아니었다면, 또는 그 활동을 같이하시던 분들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의 정치적 사회적 현장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은 있어도 같이 행동하고 실천할 수 있는 길은 못 찾았을 거 같아요.

416 세월호 참사 후 진상규명 활동 외에도 미수습자들 가족들과 지속적으로 연대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 습니다. 그 이야기를 좀 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저는 세월호 참사를 한의원에서 물리치료 받으며 TV로 봤어요. 속보를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지만 관계자나 구 조팀들이 있으니‘구하겠지’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지켜봤어요. 아시다시피 국가는 결국 구하지 못했구요. 이후 에 참사에 대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관련해서 실천적인 활동들은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있었지요. 뉴스 보 고, 집회 가고, 구호 물품 필요하다면 보내고. 저는 이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속에서 천불이 나고 눈물만 나오는데. 당시에는 많은 국민이 그러했지만 정말 온종일 그 생각만 했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 미수습자 가족들을 만나게 됐어요. (당시에는 실종자라 불렀는데) 미수습자 유가족들이 자기들 말도 좀 들어 달라고, 알려 달라고 도와 달라고 하셨어요. 정말 우연한 계기로 그분들과 함께하게 되었어요. 하는 일이 편집 디자인이다 보 니 미수습자 수습 활동을 알릴 수 있는 일을 같이하게 되었어요. 첨엔 그분들 얘기를 듣는 것조차 버거웠어요. 저는 미수습자들과 미수습자 유가족들 얘기를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홍보물들을 작업했어요. 계속 따뜻하게 - 33 -


│이달의 회원│

만들어 달라고, 참사 사진 쓰지 말아 달라고 예쁜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다고…. 딸이 민트색 좋아했다고 이번 엽서랑 리플렛에 민트색 써달라시던 어머님…. 정말 많이 울었어요. 또 현수막 작업해서 보내면 팽목항에서 훼 손됐다고 여러 번 다시 보내달라시는 거예요. 팽목항을 가보고서야 알았어요. 바람이 얼마나 거세던지.

적극적으로 가족들과 연대하고 활동하면서 가족들에게 많은 위로와 힘을 드렸을 것 같습니다. 요즘도 함께 연 대했던 분들이나 가족들과 연락을 하면서 지내시나요? 연락이라는 것이 가족들도 우리를 보면 그때 생각이 날 테고…. 지금은 수습 절차들이 다 마무리되어서 간간이 가족들의 소식만 듣고 있습니다. 사실 그분들께 위로와 힘이 된 것보다 저 스스로에게 위로와 힘이 많이 되었 습니다. 미수습자 가족들과 활동을 같이 하면서 그 상황에서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저한테는 위 로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많이 힘들었겠다 싶어요. 아직도 맘이 울컥하고 눈물이 핑 도는 것을 보면.

선생님께서 세상을 보는 따뜻한 눈을 가진 것 같아요. 대구참여연대와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가까이서 바라본 대구참여연대에 해주고 싶은 말이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활동가들이 다 선배들이라 어렸을 때는 저렇게 사는 것이 사실은 당연한 것처럼 생각했어요. 최근 들어 다시 보니까 활동가는 아무나 못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딱히 어떤 바라는 점이라기보다, 참여연대 상근 간사들이 행복했으면 해요. 행복한 사람들이 있는 공간, 행복한 사람들이 하는 일들은 분명 다른 사람들에게 울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최근 SNS에 조영태 활동가님이 쓴 청년 활동에 대한 글을 보고 놀랐어요. 그 얘기를 읽고 나니 마음이 좀 찌르르해졌어요. 대구참여연대가 하는 일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감시하고 비판하고 제안하고 있는데 그 활동가로서의 삶 외에 그냥 우리 개인 삶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한 번 얘기해보는 장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예전에는 활동가들이 자신을 많이 희생하면서 모두 열악한 상황에서 일하고 있었잖아요. 하지만 이제는 시대도 달라졌고 자기 삶의 토대 위에서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활동하는 활동가가 아니라, 그 활동가라는 말이 가지는 의미에 충분히 공감했으면 좋겠고 희생을 개인적으로 감내하려 하지 말았으면 좋 겠습니다.

활동가로서 자신이 행복해지면 조직도 행복해진다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선생님도 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마무리하며: 어느 추운 겨울날 무릎이 시려 몸보신해보겠다고 점심으로 도가니 곰탕을 먹으러 갔다가 1만 7천 원이라는 가격에 놀라 쥐꼬 리 월급에 점심 가격 너무 비싸다며 도시락을 싸다니자, 의견을 냈었죠. 요즘 사무실에서 같이 모여 도시락을 먹는데요, 짧은 점 심시간이나마 아웅다웅하며 점심 준비하고 웃으며 먹는 일이 약간 소확행인 시간이기도 합니다. 당번을 정해 두기는 했지만 쌓 이는 설거지가 좀 괴롭지만요.^^ 이렇게 함께 하는 소소한 시간들이 배은경 선생님이 말씀하신 개인의 행복 중 백 분의 일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해 봅니다.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소리 없이 봄이 오고 있습니다. 대구참여연대 회원 여러분 모두 돌아오는 봄엔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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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가는 이야기│

생각나는 대로 써 보는 이야기 이귤

사람이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상상을 할 때가 있다. 지금 아내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 매일매일 마누라 잔소리 듣지 않고, 아들 둘 키 우느라 씨름할 일은 없겠지. 달콤한 연애를 하면서, 주말이면 여행을 나서고 저녁엔 친구들과 즐거운 시 간을 보내겠지. 아니면 자녀교육비나 집값 걱정 노후 준비 같은 골치 아픈 고민 없이 삶의 여유를 즐기 겠지. 아니면 내가 교사가 되지 않았다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지금의 지긋지긋한 놈들 만나 고생 안 하고 대기업이나 은행의 부장쯤 하면서 고액 연봉에 경제적 풍요를 누리며 서울에 20억짜 리 아파트에서 살고 있을까? 누가 들으면 실현 가능성 없는 꿈같은 상상이라 할지 모르지만, 지금의 내 상황에선 정신적 탈출구나 힐링 같은 상상이다. 오늘도 나는 이런 뭔지 구체적으로 기억은 나지 않지 만, 현실의 도피 같은 꿈을 꾸다 아침을 맞이한다. 거실에서 들릴 듯 말 듯 음악이 들린다. 휴대전화 알람이 몇 분 간격으로 쉴 새 없이 괴롭힌다. 어젯 밤에 먹은 술이 덜 깬 건지 체력이 약해진 건지 현실로 돌아오는 게 두려운지 제시간에 일어나는 게 점 점 힘들어진다. 시계를 보니 6시 30분이 다 됐다. 머리를 대충 감고 아직 자고있는 마누라한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선다. 마누라의 이름은 김선영. 집 근처 중학교에서 과학 교사로 일하고 있다. 남들은 부부 교사라고 부러워 하지만, 재산은 별로 없다. 주식투자로 몇천 날려 먹고, 남들 집 살 때 고집부려서 전세 살다가 졸지에 벼락 거지가 됐다. 잠이 덜 깬 건지 숙취인지 모를 몽롱한 기분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대구 칠곡에서 내가 근무하는 학 교까지는 차로 빠르면 50분, 보통은 1시간 정도 걸린다. 하루에 2시간을 차에서 내 인생을 허비하다니 가끔 내 인생이 비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평소 6시 50분 전에 출발했는데 늦잠 자는 바람에 7시가 넘어서 출발했다. 집을 나서자마자 도로의 차들이 나를 반긴다. 이러다 지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매일 아침 라디오로 시사 방송을 들으며 가 는데 오늘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숙취 탓도 있지만 최근 우리 반에서 발생한 학교폭력과 교권 침해 사건 때문에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 요즘 들어 우리 반 애들이 제정신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흡연, - 35 -


│쉬어가는 이야기│

학교폭력, 교권 침해가 번갈아 가며 발생하고 있다. 학생부장이나 교감 선생님이 학급관리를 제대로 못 한 다고 은근히 눈치를 준다. 이렇다 보니 경력이 20년이 넘은 중견 교사가 조무래기 중학생 하나 제대로 통 제를 못 한다니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더 크다. 보통 운전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정리되는데, 오늘은 머리만 복잡한 채로 학교에 도착했다. 출근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대부분 선생님은 출근해서 각자 업무를 보고 계신다. 보통 아침에 출근하면 차를 마시면서 공문이나 업무 관련 쪽지를 확인하거나 학생 관련 상담을 한다. 나도 똑같은 루틴을 반복하기 위해 컴퓨터를 켜는데 같은 학년 심수미 선생님이 커피를 내밀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샘, 왔어?” 미술 담당인 같은 학년 심 선생님은 나보다 5살이 어리지만 오래 같이 생활하다 보니 거의 말을 놓고 지 낸다. 다른 사람 같으면 버릇없다고 하겠지만 이 선생님의 반말은 나를 은근히 설레게 한다. 가끔 톡 쏘는 듯한 말투가 매력적으로 보일 때도 있다. 오늘은 스키니진에 밝은색 맨투맨티를 입고 있다. 30대 중반의 나이지만 이런 옷이 잘 어울린다. “응” 반갑게 인사하고 싶지만 무뚝뚝한 성격에 그게 잘 안된다. “샘 어제 또 술 마셨구나. 작작 좀 마셔대세요. 그러다 빨리 죽어” 내 얼굴을 보더니, 어젯밤 술 마신 걸 귀신같이 알아챈다. 뭐 거의 매일 마셔대니 상대방 입장에선 뻔한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술로 인한 잔소리는 집에서도 매일 듣긴 하지만, 학교에서 듣는 건 전혀 싫지 않고 나에 대한 관심으로 느껴진다. 일상적인 대화를 뒤로하고 내가 담임을 맡고 있는 교실 아침 자습 지도를 하러 갔다. 우리 학교는 8시 30 분부터 9시까지 아침 자습 및 독서를 한다. 하지만 이런저런 전달하고 잔소리 하다 보면 자습이나 독서는 제대로 안 된다. 우리 반에는 남자 녀석들만 23명으로 이루어졌다. 중학교 2학년이면 뭔가 순수한 맛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산뜻한 향기나 반가운 인사는 바라지도 않는다. 오늘만은 잔소리 안 하고 하루를 무사히 보내기를 바라며 교실 문을 여니 담배 냄새와 땀 냄새가 뒤섞인 고약한 악취가 코를 찌른다. - 36 -


“야 인마! 어떤 놈이 담배 피웠어? 빨리 창문 열어” 화난 마음에 고함은 질렀지만, 애들은 신경도 안 쓰고 열심히 휴대전화만 만지고 있다. 도대체 이 교실에 서 나란 존재는 애들의 안중에 있는 건지 모르겠다. 인원 체크를 해보니 원일이와 한수 빼고는 다 온 것 같다. 오늘은 그나마 지각한 애들이 적은 편이다. 급하게 출석 확인을 한 다음에 민수를 교무실로 불렀다. 동훈이가 민수를 학기 초부터 수시로 괴롭히고 때려서, 보다 못한 애들이 몰래 제보를 해왔다. “민수야 친구들한테 들어보니 그동안 동훈이가 너를 많이 괴롭혔더구나. 말하기 힘들겠지만, 선생님께 좀 더 자세히 얘기해줄 수 있겠니.” 솔직히 민수와 대화하는 건 답답한 일이다. 말도 별로 없고 얘기를 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하지만 상담의 기본 원칙에 따라 최대한 아이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대화를 이끌어간다. 몇 달에 걸쳐 괴롭힘을 당해온 민수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말을 못 하는 지 극히 소심한 아이다. 학기 초부터 괴롭힘을 당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샘, 저 괜찮아요” 이게 무슨 일인가? 이번 일로 학폭위를 열어서 동훈이를 강제 전학 보내는 게 내 목표였는데 괜찮다니? “민수야, 친구들 말로는 동훈이가 수시로 때리고 폭언을 했다는데 괜찮니?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면 다음 에 또 괴롭힐지도 몰라.” 은근히 민수를 자극하여 동훈이에 대한 나쁜 진술을 받아내려고 하였다. “선생님, 저 괜찮아요. 동훈이도 장난으로 그런거고 어제 사과도 했어요. 학폭위 안 열고 그냥 넘어갈래요.” 이런 식으로 넘어간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 반 동훈이 이 녀석은 무슨 재주가 있는지 그동안 민수를 비롯해 약한 애들을 수시로 괴롭히면서 교묘하게 처벌을 피해왔다. 이번만은 확실한 증거를 확보해서 정신 을 차리게 하려고 벼르고 있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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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사람!│

만나고 싶었습니다

김영화 전 공동대표

정리. 대담 김선희 대구참여연대 사무국장

선생님 안녕하세요. 회원들께 선생님에 대해 짧은 소개

전공이신 사회복지뿐 아니라 여성문제 등에 지속적으

부탁드립니다.

로 관심을 가지고 대구지역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해오

안녕하세요. 2010년 2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참여연대

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 선생님께서 대구 참여연대

공동대표였고, 현재는 대구사회서비스원 대표로 있는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김영화입니다.

저는 공부한 사람이라면 일단 진보적 사고를 가져야 한

87년에 경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임용되어

다고 생각합니다. 책도 더 많이 읽게 되고 다양한 학술

2019년에 퇴임하고 2019년 3월에 사회서비스원 대표이

경험도 많이 하게 되지요. 그런 의미에서 진보적 시민

사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여성 가족 청소년 이

운동을 하는 단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런 분야에 특히 관심이 많아서 2003년에 은사이신 이

공동대표를 맡게 된 것은 아마 당시의 시대적인 배경도

효재 교수님 뜻을 받들어서 대구경북여성사회교육원을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참여연대에서도 여성을 대표

창립하게 되었어요. 대구경북여성사회교육원의 취지는

로 임명한 것은 저가 처음이었을 거예요.

‘지역 사회의 주인은 여성이다, 지역 사회를 살리는 주

제가 여성을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 의미에서

체는 결국은 여성’ 이라는 것이었고, 이에 따라 여러 활

제가 조금 더 책임감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대구의 보

동을 해 왔습니다.

수성을, 시민운동을 통해 타파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

또한 제가 사회 문제론을 비롯하여 여러 과목을 대학에

습니다.

서 강의하면서 대학원생들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공 부하고 토론하면서 공저를 여러 권 발간하였어요. 번역

2010부터 2014년 3월까지 대표로 함께해 주셨어요.

서를 포함 15권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많은 일이 있었겠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 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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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상황들을 생각해보니 진보 교육감 당선 운동과

예를 들어서 최근에 대구에서 벌어진 사건이죠. 강**이

‘체인지 대구’활동도 하였네요. 시민운동에 몸담았던

아버지를 굶어 죽게 해서 존속살인을 했다는 사건인데

사람들이 이제는 현실 정치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

요, 그 사건의 전말을 보면 그것을 우리가 존속살인이

각하여 당시에 회의도 참 많이 했었지요. 당시 참여연

라고 말할 수 있냐는 거죠. 제도는 있는데 모르는 사람

대가 그냥 시민 활동만 하는 게 아니라 현장 경험을 살

이 많거든요. 도움과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에 다가갈

려서 직접 정치에 뛰어들자 했어요. 시민단체와 제도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어야지요. 저는 이것을 ‘돌봄

의 연결을 그때 시작한 거죠. 전체적인 방향을 설정하

119’ 로 부르고 있습니다.

고 이념과 가치를 정하고 그다음에 구체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나가야 하는가 이런 얘기를 많이 나눴죠. 큰 틀

대구참여연대도 2022년 사업의 하나로 돌봄 도시에

을 짜고 현장의 경험으로 접근해가는 일들이 대구시민

관한 의제를 내놓았습니다. 곧 대선입니다. 사회서비스

사회에 던지는 상징성이 있었던 것 같아요.

원에 계시면서 선생님께서 대선후보들에게 바라는 복

사회의 흐름을 읽고 시대적 좌표를 설정하여 전체 방향

지정책이 있다면요?

을 제시하고 끌고 나갈 수 있는 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국가의 존립 이유는 국민을 돌보는 일인데 국민을 돌보

생각으로 임하였고 공동대표 기간 동안 재미있고 다양

는 일이라는 것 자체가 그게 복지정책이겠지요. 다만

한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그것들이 좀 더 촘촘히 짜여 있어야 하는 거죠.

또, 제가 대표로 있을 때 일은 아니지만 교통카드 충전

개인이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하고 국가는 도와준다는

선수금을 대구참여연대가 찾아내 주었어요. 그 돈으로

접근 방법과는 완전히 다른 방법이지요.

10년간 교통약자를 위한 사업들을 만들었지요. 이 교통

유럽에서는 1880년대에 이미 비스마르크 보험 제도가

복지사업은 시민단체와 제도권의 협치 구조를 만들어

생겼어요. 우리나라는 1970년에 와서야 복지의 논의가

낸. 좋은 예라고 볼 수 있지요. 지금 그 사업이 많은 호

시작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기껏해야 50년

응을 얻고 있어요.

저쪽은 150년의 역사니까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는 한 데…. 거기다가 우리는 또 36년 동안 일제시대를 살았

교통카드 충전환수금이 그렇게 연결이 되었네요. 말이

고 기 이후 군인 정치 25년, 유럽의 백여 년에 걸친 역

나온 김에 선생님께서 지금 대구사회서비스원 대표로

사를 우리는 몇십 년에 지금 시도하고 있다고 보아야지

계시는데 대구사회서비스원이 하는 일을 회원들께 소

요. 긍정적으로 보면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걸 이룬 나

개해주세요.

라라고 볼 수 있고 부정적으로 보면 많은 것들을 아직

사회서비스원은‘포괄적인 돌봄 기관이다’ 라고 할 수

도 해야 하는 데도 논의 구조 자체가 굉장히 취약하다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나 취약계층을 돌보는 일부터 코

이렇게 볼 수도 있어요.

로나 확진자들과 가족들을 돌보는 일 등을 하고 있어

제가 지금 사회서비스원 대표로 추구하고자 하는 가장

요. 대구시민을 돌보는 총체적인 돌봄 기관이라고 보시

중요한 과제는 돌봄 119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면 돼요.

그러니까 돌봄 이 필요한 사람이 우리에게 연결되면 신

제도권 속에서 제외되어 있고 사각지대의 공백 속에 있

속하게 출동해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바로 도움과 돌봄

는, 시급한 돌봄을 필요로 하는 영역들이 아직도 많이

을 제공하는 일입니다.

있어요. 그 틈새를 메우는 틈새 돌봄이 서비스원의 중 요한 일이지요.

선생님께서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이 국가의 복지정책으 - 39 -


│아, 이 사람!│

로 스며든다면 꽤 좋은 돌봄 복지정책이 될 거 같아요.

포인트를 삼는 것은 변화하는 시대적인 상황 속에서 어

대선후보들은 국민을 돌보는 일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떤 방향으로 시민 정신을 가져가야 되는가 하는 부분입

할 것입니다.

니다. 지역 사회 리더를 키우는 역할도 해야 하고. 대 구의 현장에서 발화점을 항상 갖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대표직을 떠난 후 밖에서 바라봤을 때 대구참여연대에

봅니다.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전국 네트워킹을 좀 더 활성화했으면 합니다. 조금 더

네. 선생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대구사

적극적으로 전국적 조직 기반을 가지고 활동했으면 합

회서비스원 대표로서나 혹은 개인적으로 앞으로 하고

니다. 대구의 보수성을 바꾸고 조금 더 개방적으로 만

싶고 바라는 일이 있다면요?

들 수 있는 것은 대구참여연대 쪽에서 할 수 있는 일들

대구 사회서비스원 2019년에 처음 만들어졌어요. 제가

이라 봅니다. 지금 기후 위기나 코로나 시대에 세계적

초대 대표가 되고 2022년 3월이면 1차 임기가 끝이 납

인 네트워킹도 했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세계가 정말

니다. 성과라면 코로나 긴급돌봄을 2년간 23,000여 건

하나로 움직여 나가야 하기 때문에 대구 참여연대가 이

수행한 것이고, 이것이 사회서비스원법이 통과되는 데

일을 위해 선두에 섰으면 좋겠어요. 대구의 지역성과

결정적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제 다시 연임이 결정되어

특성을 기반으로 활동하지만, 지역적인 것이 정말 세계

3년간 임기수행을 더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2기 3년

적인 것이라는 선례도 좀 만들었으면 좋겠고….

동안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많은 생각을 하고있는

사실 다른 시민단체들도 그렇지만 참여연대도 여러 가

중입니다.

지 문제들에 직면해 있잖아요. 계속 새로운 쟁점들로

대구경북여성사회교육원을 조금 더 재미있고 의미 있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해야 하겠지요. 밑에서 받

게 만들고 싶은 그런 것도 있었고 2013년 창립된 대구

치는 것보다는 앞에서 끌어나가는 견인적 역할, 새로운

경북학회도 청년들과 더불어 좀 더 뜻깊은 활동들을 하

환경과 쟁점을 가진 다양한 문제들로 세계적 연대를 가

고 싶었어요. 그러나 주어진 3년을 감사히 생각하며 사

지고 끌어가는 역할을 참여연대가 하기를 바랍니다.

회를 위해 뭔가를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으면 다행이

대구에서 일어나는 일을 중심으로 보더라도 최근 이슬람

라고 생각합니다. 대구참여연대가 이런 저의 생각들을

사원 건립 문제, 미얀마 민주화 문제, 홍콩 민주화운동 등

더 견고하게 만들어준 역할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연대도 함께 활동하지 않았나요? ** 마무리하며:

네, 미얀마 민주화운동 관련 연대활동 때는 회원들의

보수적이고 척박한 대구 사회와 학교에서 여성의 지위 향상을

뜻을 모아 신문에 광고를 실어 적극적으로 연대활동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던 부분도 인터뷰 시간 들려주셨지만 지

했고 이슬람사원관련 문제는 인권침해와 종교차별 공

면 사정상 다 싣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습니다. 잔 다르크처럼

론화를 위해 기자회견이나 성명서를 내면서 여전히 지

깃발 들고 움직이며 독립운동한 것은 아니지만 나의 존재 가치

속적으로 연대하고 있습니다.

가, 내가 했던 일들의 의의가 무엇일까를 가끔 생각해본다고 하

시대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 대구참여연대에도 시대 정

셨습니다.

신을 빨리 읽어내고 움직여야겠지요?

‘좋은 이야기는 그것이 끝나는 순간 삶 속에서 계속된다’ 라고 한

코로나 시국 초기에는 유해 마스크를 지적하고 바꿔나

문학평론가가 말했는데요, 선생님의 그 생각과 다짐들이 삶 속에

간 점에서는 참여연대가 참 잘한 것같아요. 다만 제가

서 놓치지 않는 이야기가 되어 계속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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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참여연대는 지금│

대구참여연대 활동소식

(1~2월 활동소식)

2.24. [정기총회] 24차 대구참여연대정기총회 2.22. [성명] 윤석열 후보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 폐기 선언 규탄과 철회촉구 낙동강 유역 시민 동시 기 자회견 2.18. [성명] 대선 후보는‘제2 대구의료원 설립’ 을 약속하라 2.17. [기자회견] 공공기관에 의한 대구 이슬람사원 공사 중지사태 1년 이제 대구시가 책임져라! 2.9. [성명] 대구시의 수도요금 인상, 지금 당장 시급한가 2.8. [총준위] 4차 총회준비위원회 2.3. [대선논평] 대구 시민의 눈으로 보는 20대 대선(3) 집값 급등, 공급 부족 때문? 나라 걱정하면 토 지보유세 강화해야 2.3. [성명]대구 시민의 눈으로 보는 20대 대선(2) 김재원 무소속 출마, 국민의 힘이 국민을 우롱하나? 1.25. [총준위] 3차 총회준비위원회 1.20. [기자회견문] 제2의료원 설립! 대구의료원 보강! 의료공공성 강화!‘새로운 공공병원 설립 대구시 민행동’ 1.18. [성명] 권영진 대구시장은 주거래은행 통장압류로 기관운영이 마비되고 임금체불로 생계위협에 내 몰린 패션연과 직원들을 방치하지 말라 1.17.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성명] 새 지방자치법 시행, 자치분권ㆍ주민자치 혁신 계기돼야 1.12. [토론회] 대구공공의료정책워크숍-공공의료확충과 제2의료원설립 1.11. [총준위] 2차 총회준비위원회 1.5. [12차 민주시민포럼]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시민사회의 대응(2) - 더 나은 삶, 대구를 바꾸는 정책의제 1.4. [전국기자회견]“불평등·양극화 해소 정책으로 경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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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참여연대는 지금│

[정기총회] 24차 대구참여연대정기총회

[기자회견] 제2의료원 설립! 대구의료원 보강! 의료공공성 강화!‘새로 운 공공병원 설립 대구시민행동

[토론회] 대구공공의료정책워크숍-공공의료확충과 제2의료원설립

[기자회견] 공공기관에 의한 대구 이슬람사원 공사 중지사태 1년 이제 대구시가 책임져라!

[성명] 대구시의 수도요금 인상, 지금 당장 시급한가

[시민포럼]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시민사회의 대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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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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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보고│

※ 회원·시민 여러분의 회비와 후원금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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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비납부명단│

납부하신 회비는 세상을 바꾸는 주춧돌이 될 것입니다. 소중하게 사용하겠습니다.

강경애 강금수 강동인 강동철 강동철/신동주 강선구 강수영 강우진 강재기 강준구 강진효 강현구 경라윤 고춘자 고한용 공정옥 곽연하 곽이화 곽현수 곽현수 구수용 구인호 권기동 권대용 권덕기 권미숙/박재범 권상구 권상범 권석우 권수용 권영래 권영태 권오혁 권옥자 권재욱 권추경 권택흥 권혁장/추정화 권현준 권흠기 금송민 김갑진 김건예 김건우 김건훈/김향미 김경근 김경원 김경환 김광석/이혜영 김규엽 김규종 김기용/김선희 김남수 김대균 김동명 김동식/박원영 김동창 김동현 김두현 김명호 김명환 김무락 김미경 김미수 김미정 김민재 김배 김병옥 김병옥 김병하 김병호 김보영 김보임 김보임 김봉심 김삼/한효정 김상숙 김상호 김석동 김석수 김선우 김선희 김선희 김성구 김성수 김성택 김소언 김수동 김수옥 김수정 김순규 김순옥 김승주 김신애 김신일 김애화 김언호 김연희 김영도 김영록 김영문 김영숙 김영애 김영일 김영지 김영진 김영철 김영화 김용원 김유진 김윤상 김윤정/김수일 김은경 김인하 김일수 김재권 김재승 김재훈 김정미 김정민 김정화 김정희 김종록 김종봉 김주영 김주영 김주욱 김주태 김주희 김준호 김지연 김지일/박선영 김진숙 김진환 김채원 김철원 김태균 김태석 김태영 김태완 김태일 김태환 김해원 김해환/곽이화 김현희 김형섭 김형진 김혜정 김효정 김효주 김희섭 김희윤 김희진/변정호 나순단 남성욱 남영주 남채현 남호진 노경미 노승석 노연수 노태맹 노형석 덕산한의원 신동민 도근환 도영주 류덕제 류보경 류영준/이영주 류영철 류은경 류지호 류태하 문영곤 문용우 문종상 민정식 박갑상 박건상 박건욱 박경로 박경순 박경찬 박근식/강문희 박금동 박노진 박대희 박덕환 박명리 박명호 박병철 박상화 박선미 박성미 박성민 박성찬 박세정 박수열 박순일/이미숙 박시재 박신호 박여경 박옥순 박옥순 박완슬 박은경(한국애드) 박은정 박은주 박인규 박인철 박재범/권미숙 박재일 박정권 박정민 박정호 박종률 박지윤 박찬국 박찬영 박찬웅 박창호 박청진 박현정 박현탁 박호석 박희동 배갑기 배금정 배대환 배은경 배준석 백경록 백권기 백미숙 백차흠 변영숙 서덕교 서보경 서보성 서상득 서상민 서상철 서인찬 서정욱 서준하 서준호 서창환 석민철 석성진 설동진 성상희 성언제 소영진 소유철 손관영 손광락 손대락 손상호 손성봉 손재봉 손창희 손형민 송명수 송미진 송상욱 송윤식 송해익 신기복 신기완 신도환 신동민 신동완/정희선 신동주 신동화 신득렬 신미숙 신미정 신성욱 신수정 신숙경 신영숙 신유지 신윤정 신정석 신정석 신중석 신효철 심윤철 이병동 안경완 안경욱/박지선 안병학 안상진 안승택 안영배 안정임 안헌수 양선진/임호성 양영일 양진모 양희 엄창옥 오말임 오문섭 오병현 오신택 오용태 오의식 오현주 우성문 우웅택 우장한 원준호 육정미 윤명화 윤문주 윤병철 윤보욱 윤상호 윤성아 윤영 윤용희 윤재석 윤정호 윤종화 윤태웅 윤태자 이경미 이경상 이경호 이광모 이규호 이균호 이근덕 이기락 이기수 이남수 이동기 이동숙 이동인 이동진 이동훈 이두옥 이만호 이명균 이명원 이미지 이범정 이상구 이상돈 이상목 이상수 이상술 이상식 이상원 이상원 이상화 이상훈 이석목 이선영 이선영 이성해 이성희 이소영 이순재 이승도 이승수 이승연 이승익 이승후 이연주 이영도 이영윤 이영희 이윤희 이은아 이은영 이은정 이의호 이재남 이재문 이재성 이재욱 이재일 이재호 이재희 이점미 이정동 이정만 이정수 이정연 이정화 이종길 이종우 이종춘 이종필 이준우 이준홍 이진희 이창수 이창순 이창화 이창환 이창환 이천희 이철환 이춘곤 이태영 이태우 이풍락 이현숙 이현옥 이형석 이홍기 이화선/정호태 임성무 임순광 임은희 임현수 임현태 장명기 장밝은 장영훈 장우영 장은우 장준현 장태철 장현주 장화환 전승훈 전영주 전창훈 전홍철 정갑환 정강미 정강미 정경열 정규진 정대화 정상기 정선기 정승필 정용태 정용훈 정우근 정우달 정은정 정이성 정일선 정재봉 정재영 정재형 정재훈 정준호 정지욱 정창수 정현숙 정혜숙 정호원 조광진 조덕호 조민경 조병집 조영철 조영태 조용식 조재민 조현주 조희래 조희재 진금염 진성섭 진수미 진용인 차우미 차인섭 채장수 채장식 채형복 채휘균 천덕우 천용길 최개천 최기현 최나래 최문석 최병덕 최병우 최병학 최병해 최상주 최선애 최신일 최연석 최용환 최유리 최은경 최정민 최종태 최진욱 최철영 최현진 최혜진 추정화 추호식 태찬인 하만호 하성협 하영선 하유신 하잠동 한경국 한광훈 한대환 한부득 한승균 한승훈 한은영 허노목 허은경 허종 현명호 현호성 홍상익 홍순표 홍영표 홍원대 황선명 황성주 황순오 황양운 황정화 연회비납부: 최명규 평생회원 권홍락 김 미 김성희 김은주 김응곤 김영화 성상희/이선례 신숙경 이경옥 이종만 진미화 윤지현 이찬진

※위 명단은 2021년 12월부터 2022년 1월까지 회비가 인출된 명단입니다. 이름 누락 등 기타 오류 발생 시, 사무실로 연락 바랍니다. ☎ 053) 427-9780 담당 : 김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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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발행) 통권 135호

2022 1, 2월호

등록번호 대구라01132 등록일 2000년 8월 4일 제호 함께꾸는꿈 간별 격월간 디자인 참디자인 발행일 2022년 2월 28일, 통권 135호

발행처 ‖ 대구시 중구 서성로 14길 59, 2층

■ 풀뿌리주민자치

전화 : 053) 427-9780~1 상담 : 053) 427-9788 팩스 : 053) 427-9723

- 동구주민회

홈페이지 : http://www.civilpower.org

대표 : 박호석

전자우편 : dgpeople@gmail.com

운영위원장 : 양희

후원계좌 : 대구은행 036-04-000437-9 (대구참여연대)

Add. 대구시 동구 입석로 96, 연우빌딩 2층 Cafe : http://cafe.daum.net/dongjumin

■ 참여와소통위원회 위원장 : 문용우 위원 : 강금수 김형진 조영태 차우미 정은정 최나래 김선희 편집담당 : 김형진

공 동 대 표 ‖ 박호석 이두옥 정혜숙 엄창옥 운 영 위 원 장 ‖ 박경로 사 무 처 장 ‖ 강금수 상 근 활 동 가 ‖ 조영태 김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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