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7. ON전람회-다시보는 어린이-어린이 창간호-인쇄용-업로드용

Page 1


<어린이> 창간호, 1923 3 20

표지이야기

창간호는 별도의 표지나 목차 없이

B5판(4·6배판) 12면으로 엮어 발행.

인쇄소 대동인쇄(주)

발행소 개벽사(서울 경운동 88)

정 가 5전. 제8호부터는 표지에 ‘소년소녀잡지’라고 표기함.

1923.3.20.

린이 창간호 ● 표시: 방정환 선생님의 작품 (창작, 번안, 번역 등)

● 처음에 ∣무기명

어린이 를 발행하는 오늘까지 ∣이정호

● 명작동화 성냥팔이 소녀 소파

● 이솝 일화 걸어가십시오 ∣무기명

● 세계소년 눈 오는 북쪽나라 아라사의 어린이

새소식 토끼의 귀

● 동화극 노래주머니 1막 3장 ∣소파

● 동화 3월에 피는 꽃 히아신스의 이야기 ∣ㅈㅎ생

흥미있는 심심풀이 실내 신유희 떠듬거리

동요 파랑새

동요 봄이 오면

● 산문 길 가다가 ∣무기명

소식 각 지방의 소년회 소식 ∣무기명

● 블란서 동화 장난꾼의 귀신 ∣무기명

퀴즈 재미있는

편집후기 남은 잉크 ∣무기명

처음에 무기명1)

새와 같이 꽃과 같이 앵두 같은 어린 입술로 천진난만하게

부르는 노래, 그것은 고대로 자연의 소리이며 고대로 한울의

소리입니다.

비둘기와 같이 토끼와 같이 부드러운 머리를 바람에 날리면서

뛰노는 모양, 고대로가 자연의 자태이고 고대로가 한울의 그

림자입니다. 거기에는 어른들과 같은 욕심도 있지 아니하고

욕심스런 계획도 있지 아니합니다.

죄 없고 허물없는 평화롭고 자유로운 한울나라! 그것은 우리

의 어린이의 나라입니다.

우리는 어느 때까지든지 이 한울나라를 더럽히지 말아야 할

것이며 이 세상에 사는 사람 사람이 모다 이 깨끗한 나라에

서 살게 되도록 우리의 나라를 넓혀가야 할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일을 위하는 생각에서 넘쳐 나오는 모든 깨끗한

것을 거두어 모아 내이는 것이 이 어린이 입니다.

우리의 뜨거운 정성으로 된 이 어린이 가 여러분의 따뜻한

품에 안길 때 거기에 깨끗한 영(靈)의 싹이 새로 돋을 것을

우리는 믿습니다.

1) 무기명: 방정환 선생님이 ‘무기명’으로 쓰신 글

『어린이』를 발행하는

오늘까지

••• ••• •••••

우리는 이렇게 지냈습니다.

이정호

◦ 글방이나 강습소나 주일학교가 아니라 사회적 회합의 성질을

띤 소년회가 우리 조선에 생기기는 경상남도 진주(晋州)에서

조직된 진주소년회(晋州少年會)가 맨 처음이었습니다. ………… (검열로 이하 9행 삭제) ……………

◦ 재작년 봄 오월 초중에 서울서 새 탄생의 첫 소리를 지른, 천

도교소년회 이것이 우리 어린 동무 남녀 합 30여 명이 모여

짜은 것이 요 조선소년운동의 첫고등이었습니다. 제일 먼저,

우리는 「씩씩한 소년이 됩시다, 그리고 늘 서로 사랑하며 도와 갑시다」하고, 굳게 약속하였고, 또 이것으로 우리 모임의 신조

를 삼았습니다. 그리고 좋은 의견을 바꾸고, 해나갈 일을 의

논하기 위하여, 매주일 수요일 일요일 이틀씩 모이기로 하였습

니다.

◦ 그리고 맨 먼저 우리를 지도하실 힘 있는 후원자 김기전씨와

방정환씨를 얻었습니다. 두 분은 누구보다도 제일 우리를 이해

해 주시고 또 끔찍이 우리를 사랑하시어서 우리를 위하여 어떻

게든지 좋게 잘 되게 해주시지 못하여 늘 안타까워 하십니다.

◦ 우리는 참말로 친형님같이 친부모같이 탐탁하게 믿고 매달리

게 되었습니다. 사실로 소년문제에 관하여 연구가 많으신 두

선생님을 얻게 된 것은 우리 운동에 제일 큰 힘이었습니다.

(미완)

명작동화

정말(丁抹)2) 안데르센 작

성냥팔이 소녀

소파(小波)3)

무섭게 추운 밤이었습니다. 눈은 자꾸 쏟아지고 밤은 점점 깊어 가는

데 이날은 일 년에도 맨 끝 섣달 그믐날이었습니다. 이렇게 춥고 어

두운 밤에 한 어린 소녀가 머리에는 아무것도 두르지 않고 벌거벗은

맨발로 눈 쌓이는 한길을 아장아장 걷고 있었습니다.

벌써 아까 집에서 나올 때에는 헌 신발이나마 신었었으나 그나마 돌

아가신 어머니가 신으시던 것이었으므로 너무도 커서 발에 맞지 않는 것을 그대로 끌면서 다니다가 아까 두 채의 마차가 몹시 빠른 속력

으로 화닥닥 옆을 지날 적에 급히 피하여 길을 건너는 통에 벗겨져

버렸습니다.

마차가 지나간 후에 다시 가서 아무리 찾았으나 한 짝은 영영 보이

지 않았고 나머지 한 짝은 심술궂은 아이에게 뺏기어 흙투성이가 되

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이 소녀는 벌거벗은 맨발로 눈 쌓인 길을 걷

고 있었습니다. 가엽게도 조그만 발은 얼고 얼어서 빨갛다가 못하여

자줏빛이 되었습니다. 소녀는 헌 앞치마에는 성냥갑을 많이 싸 들고

또 한 손에도 성냥갑을 들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온종일 이때까지 돌아다녀도 한 사람도 성냥을 팔아 주는 이 가 없고 동전 한 푼 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배는 고프고 춥기는 하고, 가련한 소녀는 발발 떨면서 타박타박 걷고 있었습니다. 함박같이 쏟아지는 눈송이는 자꾸 내려와 소녀의 탐스럽게 긴 머리

2)정말(丁抹): ‘덴마크’의 한자어

3)소파: 방정환의 호

우를 하얗게 덮었습니다. 그러나 소녀는 그것을 털 마음도 기운도 없

었습니다.

행길 좌우 편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집집의 유리창으로서는 몹시

따뜻해 보이는 불빛이 부럽게 흘러나오고 꿩 굽고 국 끓이는 맛있는

냄새가 코에까지 미쳐 옵니다. 소녀는 주림과 추위에 견디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집과 집 사이의 처마 밑에 홈 진 곳이 있어서 소녀는 거기 가 쪼그리

고 앉았습니다. 차디차게 얼고 얼은 발을 조금이라도 녹을까 하고

두 손으로 만져도 보고 몸 밑으로 꼬부려 넣어 보기도 하였으나 차

디찬 냉기가 전신에 스며들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이때껏 성냥을 한 갑도 팔지 못하였으므로 그냥 빈손

으로는 집에 돌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빈손으로 돌아가면 사나운 아

버지에게 죽도록 얻어맞기나 할 일이 뻔하였습니다. 그러고 집에 간

대야 춥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집이라고 이름만 집이지 아무리 짚이나 헝겊 조각으로 구녁을 틀어막더라도 살을 벨 듯이 모진 바람이 쏴쏴

들어오는데 어떻게 무슨 수로 춥지를 않겠습니까.

남의 집 처마 밑에 쪼그리고 앉은 소녀의 몸은 점점 심하게 얼어서

살 수 없이 되었습니다. 하다 못하여, ‘이 성냥이라도 한 개 꺼내서

불을 켜면은 그래도 손끝만이라도 녹일 수가 있겠지….’ 하였습니다.

소녀는 성냥 한 개피를 꺼내서 드윽 그었습니다. 확 하고 밝은 불이

켜졌습니다. 소녀는 얼어빠진 두 손으로 성냥불을 에워쌌습니다. 아 아, 하고 얇은 한숨을 쉬면서 그때 소녀의 두 눈에는 눈물이 핑 돌

았습니다.

소녀는 손을 녹이면서 환하게 빛나는 그 불을 들여다보노라니까, 이

상도 하지요. 눈물에 젖은 그 눈에는 훌륭한 커다란 난로가 보이고

자기가 그 크고 훈훈한 난로 옆에 불을 쪼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노랗고 빨간 불은 휘황하게 아름답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소녀는

발을 녹일 양으로 두 다리를 뻗으니까 아차 성냥불은 그만 꺼져 버

렸습니다. 눈에 보이던 커다란 난로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손에 남아

있는 것은 타다 남은 성냥개비뿐이었습니다.

소녀는 또 한 개를 드윽 그었습니다. 확 하고 불이 켜지니까 그 옆

에 벽이 얇다란 비단 같이 훤하게 그 속이 들여다보였습니다. 보니까

거기에는 방이 하나 있고 갓 차려 놓은 밥 상 위에는 김이 무럭무럭

나게 통으로 그냥 구워 놓은 꿩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이상하

게 그 꿩이 살아나서 그릇에서 뛰어나와서 버둥버둥 걷습니다. 다른

곳으로도 아니 가고 소녀의 앞으로 걸어옵니다. 그러자 그때 성냥불

이 훅 꺼져 버리고 옆에는 차디찬 담벼락이 보일 뿐이었습니다.

소녀는 또 하나를 켰습니다. 이번에는 설빔 장만해 놓은 것이 보였습

니다. 수없이 많이 켜 놓은 불빛에 찬란히 비치는 빛 고운 비단 댕기

와 빤작빤작 빛나는 어여쁜 구두며 비단치마, 비단 저고리가 어떻게

도 훌륭한지 상점 유리창에 늘어놓은 구두나 비단도 이렇게 곱지는

못하리만큼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안타깝게도 또 성냥불이 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많은 불

은 점점점점 한울로 솟아 올라가더니 한울 우에 가서 별이 되었습니

다. 그중에 하나가 길다랗게 꼬리를 끌고 쭈루룩 떨어졌습니다. 소녀

는 그것을 보고,

‘아아, 지금 누가 하나 죽었나 보다!’ 하였습니다. 그것은 전에 돌아

가신 할머니께서, “한울에서 별이 떨어지는 것은 사람 하나가 죽어서

그 영혼이 한울 나라로 가는 표란다.” 하고 가르쳐 주신 것을 잊지

않고 있는 까닭이었습니다.

이 가련한 소녀를 따뜻이 사랑해 준 이는 이 세상에서 그 할머니가

단 한 분뿐이었습니다. 불쌍한 소녀는 얻어맞고 구박을 맞을 적마다

몸이 아프고 슬플 적마다 어떻게 그 할머니를 부르며 울었는지 모릅

니다.

소녀는 또 하나를 드윽 그었습니다. 확 하

고 불이 켜져서 다시 환하게 밝아졌을 때에

거기에는 반가운 반가운 할머니가 덕이 넘

치는 부드러운 얼굴로 서 계시지 않습니까.

“아아, 할머니!”

하고 소녀는 소리쳤습니다. 그리고 목 메인

소리로,

“할머니, 제발 저를 데리고 가셔요! 네, 할

머니! 이 성냥불이 꺼지면 할머니께서는 사라져 없어지지 않습니까.

할머니, 제발 저를 데리고 가 주셔요.”

하고 애원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일변 남은 성냥을 다 풀어서 한꺼번

에 불을 켰습니다. 할머니를 오랫동안 여기 있게 하려는 생각이었습

니다.

성냥불은 햇빛보다도 더 밝고 찬란스럽게 빛났습니다. 할머니의 모양

은 처음 보게 아름답고도 커다래 보였습니다. 할머니는 오래간만에

이 불쌍한 손녀를 두 팔로 폭 껴안았습니다. 그리고 점점점점 솟아올

라서 밝게 빛나는 속으로 높이높이 올라갔습니다. 거기는 멀고 먼 한

울 나라였습니다. 인제는 소녀에게 추위도 주림도 걱정도 아무것도

남지 아니하였습니다.

춥고 쌀쌀한 새벽 먼동이 훤하게 밝아 올 때에 이 집 담 옆에 소녀

는 뺨이 불그레하고 입 모숨에는 웃음을 띠운 채로 죽어 있었습니다.

새해의 아침 햇빛은 이 조그만 주검을 환하게 비추었습니다. 앉은 채

로 고대로 죽어 버린 소녀는 죽은 후까지도 손에는 타다 남은 성냥

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가여워라, 이 성냥불로

몸을 녹이려 했고나.”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아름다운 것을 보

고 밝은 광채 중에서 할머님과 함께 새해를 맞은 줄은 아무도 알지 못하였습니다.

걸어가십시오

무기명4)

세계에 모르는 사람 없이 유명한 ‘이솝 이야기’를 지은 이솝 선생의

어렸을 때의 일입니다. 여행하는 신사 한 분이 해 지기 전에 목적지 까지 가게 될는지 몰라서 바쁘게 가던 길을 멈추고 길가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를 보고 “여기서 아모 시(市)까지 가려면 몇 시간이나 걸

리겠니” 하고 물어보았습니다. 그 어린이가 이솝이었는데 그는 그 말

을 듣고 신사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면서 다만 한 마디 “걸어가십시

오” 하였습니다. 신사가 다시 “걸어가기는 걸어갈 터이지만 몇 시간

동안이나 가야겠는냐 말이다” 하니까 그는 또 “어서 걸어가십시오.”

할 뿐이었습니다. 신사는 화증나는 소리로 “글쎄 걸어갈 터인데 몇

시간 걸리겠느냐 말이야” 하니까 그래도 또 “어서 걸어가십시오” 할

뿐이었습니다. 신사는 그만 노기가 벌컥 나서 “에잇 괴악한 놈이로 군” 하고는 그냥 휘적휘적 걸어갔습니다. 그러니까 그는 그 뒤를 쫓

아가서 “여보십시오. 그곳까지 가려면 한 시간 반쯤 걸립니다.” 그

말을 듣고 신사는 눈을 부릅뜨고 돌아서서 “이 놈, 누구를 희롱을 하니?” 하고 소리를 버럭 질렀습니다. 그는 놀라지도 않고 서서 하는

세계소년

눈 오는 북쪽 나라

아라사의 어린이

- 제비와 같이 날아다닌다

무기명5)

멀고 먼 북쪽 나라 아라사(로서아) ‘모스크바’의

시가(市街) 그 넓은 거리의 위를 하얗게 덮고 있는

눈, 그것은 어떻게 훌륭한 얼음판인지 모릅니다.

간신히 전차길만 한 자 깊이나 우묵하게 개천처럼 뚫려 있고 다닌대

야 자동차나 마차밖에 다니지 못하는 널따란 도로에는 덮여 있는

눈이 바위와 같이 단단하고 얼음 위와 같이 반질반질합니다.

밤이 새고 날만 밝으면 벌써 새벽부터 어린이의 떼가 그 길 위로 쏟

아져 나옵니다. 나오는 어린이마다 제 각기 얼음 지치는 스케이트용

구두를 신고 나오는데 그네들의 눈 위를 화살같이 지처 가는 모양은

어떻게도 그렇게 빠르게 속하게 잘 지치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빠르

게 나가면서도 지나가는 자동차의 마차의 사이를 이리구불 저리구불

피하여 가면서 교묘하게도 잘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사람

의 짓 같지 않게 놀랍습니다.

누구라도 꺾어진 골목을 정신없이 돌아가려면 별안간에 그 골목에서

꺾인 것이 팽 하고 나와서 눈앞을 휙 지나갑니다. 깜짝 놀라 멈칫

맞닥뜨리게 되더라도 금시 금시에 방향을 비켜서 살짝살짝 지나가 버

립니다. 참말로 그것을 보면 쫓아가 폭 껴안고 싶게 어여쁘고 귀엽습

니다. 눈 위를 지처 가는지, 날라 가는지, 소리도 안 내고 살짝살짝 달아납니다. 경쾌하고 어여쁜 그 모양을 무엇으로 형용할는지…….

오오, 꼭 그렇습니다. 제비! 꼭 제비와 같습니다. 제비와 같이 날쌔

고 제비와 같이 어여쁘고……. 그 중에도 더욱 볼만 한 것은 고 어여

쁜 제비같이 날라 다니는 소년들이 달아나는 자동차나 마차를 보면

쫓아가서 껑충 뛰어 올라서 뒤에 매어 달려갑니다. 속력을 다하여 쏜

살같이 달아나는 자동차만 보면 4, 5인씩 소년들이 경주 □□ 쫓아

갑니다. 그네들은 자동차에 매어 달린 채로 정신 놓고 마음 편하게

어데까지든지 갑니다.

그렇게 한참이나 가다가 마음이 내키면 거기서 뚝 떨어져서 돌아서

가지고 눈 위를 쭉쭉 지치면서 제비같이 날아 돌아옵니다.

풀대로, 기운대로 활활 날아다니는 그 모양은 참말로 자유로워서 구

경하고 섰는 사람까지 전신이 부쩍부쩍 커 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자유롭게 이렇게 쾌활하게 자라고 커 가는 것이 아라사 소년들입니

다. 세계적으로 큰 인물이 이 아라사에서 많이 생기는 것이 어찌 까

닭 없는 일이겠습니까.

이 시가에 사람도 마차도 잘 다니지 않는 언덕진 고개가 있습니다.

그 고개는 으레 어린이들의 독차지가 됩니다. 언덕인 고로 여기서는

썰매를 탑니다. 이른 새벽부터 저녁 어둡기까지 한시잠시도 썰매 끊

치는 때가 없습니다. 그네들의 썰매는 대개 얼음 위를 지처지기 잘

하는 두 개의 나무때기 위에 궤짝을 올려붙여 놓은 것인데 그 궤짝

에 소년이 올라타고 미끄러져 나가는 것인데 흔히 두 사람 아니면

세 사람씩 타게 되었습니다. 소년들은 우선 그 썰매를 끌고 영치기 하면서 고개 위까지 올라가서 한 소년은 먼저 올라타고 또 한 소년 은 썰매 앞으로 두 다리를 내어 뻗고 앉아서 어느 때든지 자유로 두 발로 땅을 디딜 수 있도록 차리고 술술 미끄러져 내려갑니다. 언덕의

중간쯤 내려가면 벌써 내려가는 속력이 몹시 빨라져서 걷잡을 새 없

이 내려갑니다. 그 언덕에는 앞에서 내려가는 썰매도 몇씩 있고 다시

끌고 올라오는 패들도 많이 있어서 서로 부딪힐 염려가 많건마는 소

년들은 조금도 겁내는 빛 없이 태연히 앉아서 발끝으로 방향을 잡아

가면서 이리 슬쩍 저리 슬쩍 썰매와 썰매의 사이를 빠져 내려갑니다.

그러나 가끔가다 너무 빠르게 내리 쏠리는 기분에 방향을 비틀지 못

해서 썰매와 썰매가 서로 충돌이 되는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썰매

는 엎어지고 두 쪽의 소년들은 엎친 데 덮치기로 모두 위에 쓰러집

니다. 눈이 단단하게 얼어서 아프기도 할 것이나 그러나 소년들은

원기가 단단합니다. 깔깔깔깔 웃으면서 툭툭 털고 일어나서는 다시

엎어진 썰매를 바로 잡아 끌고 언덕 위로 올라갑니다.

다만 한 가지 가엾은 일이었습니다. 세상이 다 아는 바와 같이 이

나라에는 크게 흉년이 들어서 이 어린이들도 과자 같은 것은 맛도

보지 못하고 조석으로 먹는 면보로 가엾게 버석버석 하는 껌정 면보 입니다.

그러나 이 가엾은 형편은 한 때의 일일 것이고 따뜻한 행복의 날이

이윽고는 그네들에게도 찾아올 것입니다.

어쨌든지 하얀 눈 위에서 하얀 눈과 동무해 놀면서 자유롭게 쾌활하

게 커 가고 있는 아라사의 어린이들은 어쩐지 모르게 용장하고 믿음

직스럽습니다.

~~~~~~~~~~~~~~~~~~~~~~~~~~~~~~~~~~~~

다음 호에는 독일 어린이 소개

새소식

토끼의 귀

□ 13세의 음악가

서양 어린이들은 대개 일찍 자란다(조숙)하나, 그중에도 놀랍게 어린

천재음악가 한 분이 생겼습니다. 미국에 있는 푸로렌스•스탄이라는

소녀는 인제 열세 살인데 음악 재주가 어찌 훌륭한지 다른 이의 조

력출연을 빌지 아니하고 이번에 자기 혼자뿐만의 독주회까지 열어서

그 이름이 몹시 높아졌다고 합니다.

사진은 그 천재음악가 스탄 양

□ 빈민굴의 어린이학교

영국 서울 윤돈(倫敦-런던의 음역어)시의 동

구(東區)에 구차한 빈민들만 모여 사는 동리

가 있는데 그 구차한 사람들의 어린이들은

학교에도 다니지 못하고 성질이 패악하여지

기만 하는 것을 염려하여 마크미란이란 부인

은 자기의 재산 전부와 모든 힘과 정성을 다

하여 그 불쌍한 어린이를 맡아 한사람 몫의 훌륭한 인물이 되기까지 길러간다 하는데 참으로 많은 어린이들의 친어머니같이 따뜻이 사랑 하며 이해있는 지도를 하여주는 고로 보통 다른 학교보다 몇 배 이 상의 성적을 나타낸다 합니다.

□ 동경(東京)시에서 정조교육(情操敎育)

학교교육 이외에 보드랍게 어여쁘게 어린이들에게 정조(情操)를 길러

줄 기관이 없어서 안 되었다 하여 금년 2월부터 동경 시청 사회교육

과에서 매월 1차씩 어린이의 회(會)를 열고 동화, 동화극, 활동사진,

음악 등을 들려주고 보여주어 어린이들의 정조교육에 힘을 쓴다고오.

□ 진남포(鎭南浦)에서 유치원 설립

평안남도 진남포에서는 유지(有志)하신 어른들이 조선사람끼리의 힘

을 모아 유치원을 세우기로 많이 애를 쓰시는 중이라는데 벌써 기부

금 많이 모였다합니다.

□ 경성부(京城府)의 어린이 공원계획

경성부청(京城府廳)에서는 서울 안의 어린이들을 위하여 어린이 공원

을 만들기로 계획 중이라 ○○

삭제

□ 동경(東京)서 전차 신조(新造)

어린이와 부인(婦人)을 위(爲)하여

동경(東京)에서는 어린이와 노인과 부인을 위하여 전차를 다시 만들

라고 시민들이 오래두고 야단을 하더니 이번에 동경시 전기국(電氣 局)에서는 40대의 전차를 새로 만들었는데 운전대와 차실(車室)의 높

이가 똑같이 하여 턱을 없애버리고 오르고 내리는 곳도 보통 전차보 다 몹시 얕다고 합니다.

□ 어린이 동무 늘이기

새 동무 오백 명의 기성대(期成隊)

서울 천도교소년회 회원들은 이번에 새동무 오백 명을 더 늘이기로

기성대를 짜고 대장을 내고 사무실 안에 참모부(參謀部)까지 두고

힘들을 쓰는데 요새는 매일 이삼십 명씩 는다고 합니다.

○○○○○○○○○

○○○○ ○○○○○○○○○ ○○○○○○○○○○○○○○○ ○

○○○○○○○○○○○○○○ ○○○○○○○○○○○○○○○

○○○○○○○○○○○○○○○ ○○○○○○○○○○○○○○○

○○○○○○○○○○○○○○ ○○○○○○○○ *검열 삭제

여러분6) 우리의 놀이터를 넓혀가고 우리의

서울 사시는 이는 교동 보통학교 앞 천도교소년회

로 오십시오.

시골 사시는 이는 그 시골 읍내에 있는 소년회로 가십시오.

거기서 우리는 손목을 맞잡을 수 있고 무슨 좋은 일이던지 쉽게 할

수 있고 남에게 지지 아니하는 지식을 얻을 수 있고 기운껏 마음껏

씩씩하게 커갈 수가 있는 것입니다. 반드시 소년회에 입회하십시오.

재미있고 기껍게 노는 중에 저절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소

년회에서는 우리를 귀애하시고 사랑해주시는 어른과 많은 어린 동

무들이 항상 모여서 여러분이 오시는 것을 반갑게 맞아들입니다.

그리고 아직 소년회가 조직되지 아니한 시골에 계신 여러분은 퍽

쓸쓸하시겠습니다. 그곳 청년회나 누구의 힘을 빌든지 여러분끼리라

도 반드시 소년회를 짜십시오. 서울로 통지만 하시면 참고하실 규

칙과 여러 가지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방정환

학교, 소년회 아무나

하기 쉬운 동화극

노래 주머니

1장_

1막 3장 소파

어두컴컴한 삼림 속에 파란빛만 환하게 비치는데 푸른 옷 입은

도깨비들이 여덟인지 아홉인지 늘어앉았고 한가운데 나무뿌리에

는 도깨비 괴수가 걸터앉아 있다. 후루룩 후루룩 새소리가 들리

면서 개막. 도깨비들이 손바닥을 치면서 노래를 부른다.

노래

“산속에 숲속에 또르락딱

금나라 은나라 또르락딱

첫닭이 울기 전에 또르락딱

또르락 또르락 또르락딱”

괴수: “아아, 밤낮 그 노래뿐이냐? 이애들아, 너희는 다른 소리는

조금도 모르느냐? 몇 십 년 두고 그 소리만 하니 무슨 재미

가 있니?”

도깨비1: “몰라요. 다른 것을 알아야 하지요.”

괴수: “이 중에 누구든지 못 듣던 소리를 하나 해 보려무나. 그닥

지 잘하지 못하더라도 괜찮으니…….”

도깨비1: “어이.”

괴수: “어이 한 게 누구냐? 안단 말이냐?”

도깨비2: “어이.”

괴수: “모른단 말이냐?”

도깨비2: “어이.”

괴수: “무슨 어이냐? 안단 말이냐, 모른단 말이냐?”

도깨비2: “몰라요. 우리 중에 누가 하나라도 배웠어야 알지요.”

괴수: “아아, 이렇게 좋은 날을 그냥 심심하게 지낸단 말이냐? 사

람이란 놈들은 별별 재미있는 노래를 다 부르더구먼. 사람들 이 하는 노래의 단 하나라도 할 줄 알면 좀 좋을까…….”

도깨비3: “그렇게 심심하면 내가 하나 하지요.”하고 벌떡 일어서서 한

가운데로 나선다

도깨비2: “네가 언제 소리를 배웠니?”

도깨비3: “아, 들어만 보려무나.” 하고 아까 여럿이 합창하던 것을 다시

부른다. 그 노래가 끝나니까 일동이 허리가 끊어지게 웃는다. 노래하던

도깨비는 부끄러운 듯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돌아앉는다.

도깨비2: “그것 잘한다. 실컷 하던 것을 잘하는 체하고…….”

괴수: “아아, 아무도 소리 하나 하는 사람 없이 이렇게 좋은 밤을 그냥 보낸단 말이냐. 불이나 더 피워라! 활활 자꾸 피워라!”

도깨비2: “어이. (하고 일어서면서) 누구 가서 나무 가져오게.”

도깨비3: “내가 가져옴세.” 하고 벌떡 일어나서 가다가 노목에 □□ 가서

주춤하고,

도깨비3: “야, 야아!” 소리를 친다 일동은 깜짝 놀라 그편을 향한다

괴수: “무어냐?”

도깨비3: “저기 무엇이 있어요.” 하고 그 손으로 가리킨다. 일동은 일제 히, “무에 있어?” 하면서 벌떡벌떡 일어서서 그편을 향하고 이삼

보씩 나선다

괴수: “있는 게 무어냐?” 전부가 노목 밑을 보고 끼웃끼웃하다가 도깨비

2가 노목□□ 가서 노인(나무장수) 한 사람을 잡아끌고 나온다. 노인은 벌벌 떤다. 그리고 그 뺨에는 큰 혹이 하나 달렸다.

도깨비2: (노인을 끌어다 무대 중앙에 앉히고) “이 엉큼 대담한 놈아, 이

밤중에 여기 와 숨어서 우리들이 잔채하는 것을 엿보아!”

도깨비3: “이까짓 놈 그냥 잡아 찢어 버리자.” 노인은 깜짝깜짝 놀란다.

도깨비4: “그럴 것 없이 이놈의 코뿌리를 잡아 늘여서 저 나뭇가지 에다 친친 감아 놓자.”

노인: “그 그 그저 잠깐만 참아 주십시오.” (하고 절을 자꾸 한다.)

도깨비2: “무슨 말이냐.”

노인: (고개를 자주 숙이면서) “네 네네, 그저 나 나 나쁜 맘으로 엿본 것은 아니올시다. 너무 재미있기에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도깨비2: “암만 그 따위 소리를 하여도 소용없다. 인간 세상에 사는 사람 놈이 우리들이 잔채하는 것을 엿보다니…….”

도깨비4: “아아, 알았다! 이놈이 분명히 우리들의 보물을 도적하러 왔다.”

노인: “처 처 천만에…….”

도깨비4: “에이, 이 흉측한 놈아!” (하고 발로 차서 엎어뜨린다 )

노인: “사 살려 줍시오. 다시는…….”

괴수: “야야, 그리 몹시 다루지 말아.” (하고 한 걸음 나선다. 일동은

한 걸음씩 물러서고 , 도깨비2만 다시 나서서)

도깨비2: “어찌할까요?”

괴수: “아니, 어째서 이 밤중에 여기를 왔는가, 그것을 물어보아라.”

도깨비2: “야 이, 이놈아! 네놈은 어째서 무슨 일로 이 깊은 밤중

에 여기를 왔느냐? 그 말을 하여라!”

노인: “네 네 저.”

도깨비3: “얼른얼른 말해!”

노인: (굽실굽실하면서) “네, 말씀하겠습니다. 저는 이 산 밑에 살면서

나무나 해다 팔아 먹고사는 사람이올시다. 그런데 오늘은

비를 만나서…….” (목소리가 점점 작아져서 들리지 않는다.)

도깨비2: (귀와 목을 기울이고) “응, 응응응? 으으응, 무엇? 응응, 그

래! 응응, 응. 어 알았다. 에 (하면서 괴수를 향하고) 제가 말씀 하겠습니다. 이 늙은 것은 나무장사인데 오늘은 비가 쏟아져 서 돌아가지 못하고 저 노목 나무 밑에서 자고 있었답니다.

(하고 다시 노인을 보고) 그렇지?”

노인: (고개를 끄덕이면서) “네 네.”

괴수: “그러면 시킬 것이 있으니 우리는 오늘 잔채에 노래를 부르

는 사람이 없어서 심심해하던 터이다. 무슨 노래이든지 좋은

노래를 들려주면 여기까지 온 죄는 용서해 줄 터이니 어떤 가?”

노인: “네 네, 그러면 용서해 주십니까? 고맙습니다. 이 은혜는 잊 지 않겠습니다.”

도깨비2: “야 야, 노래를 불러야지 용서를 한단 말이야.”

노인: “네 네, 부르겠습니다. 부르고말고요. 용서만 해 주시면 무슨 노래든지 부르겠습니다.”

괴수: “어서 좋은 노래를 하여라!”

일동: “어서 해라, 어서 해!”

괴수: “너희는 잠자코들 있거라!”

일동: “어이.” (하고 모두 앉는다).

괴수: (괴수도 다시 걸터앉으면서) “자아, 어서 하나 불러라.”

노인: “네 네.” (하고 굽실굽실하면서 일어나서 이삼 보 나서서)

독창

바가지가 흘러간다.

금바가지 은바가지

은바가지 금바가지

둥둥 떠서 흘러간다.

금바가지 잡아내서

구슬 샘을 길어 내고,

은바가지 잡아내서

은하수를 길어 옵시다.

하면서 춤을 덩실덩실 춘다. 도깨비 일동은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괴수: “아아, 잘했다, 잘했다! 자아, 옜다! 상을 받아라.” 하고 옆에

놓았던 보물을 던져 준다. 노인은 받는다.

괴수: “오래간만에 좋은 노래를 들어서 마음이 상쾌하다. 어떠냐, 너희들도 재미있게 들었지?”

일동: “어이.”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제1장 무대그림

도깨비3: “이왕이니 하나만 더 들려주려무나.”

도깨비4: “그래 그래, 하나만 더 해라.”

일동: “그래그래, 옳다.” 노인이 일어서는데 먼 데서 닭 우는 소리가 들려

온다. 일동은 벌떡벌떡 일어선다.

도깨비2: “아아, 틀렸다. 벌써 닭이 운다.” (섭섭해하면서 머리를 긁는다.)

도깨비3: “에에, 하나만 더 들었더라면 좋을 것을, 에에!”

괴수: “닭이 벌써 울었으니 우리는 오늘은 더 놀 수는 없고…. 어떻 게 우리도 그 노래를 부를 줄 알았으면 좋겠다마는….”

도깨비3: “좋은 수가 있습니다.”

괴수: “좋은 수라니? 무슨 수가 있단 말이냐?”

도깨비3: “이 늙은이의 노래는 이 뺨에 달린 노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랍니다. 그러니 그 노래 주머니를 보물을 주고 빼앗아

두면 그 주머니에서 무슨 노래든지 자꾸 나올 것입니다.”

(노인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두 손으로 혹을 가린다.)

괴수: “허허, 그것 생각 잘하였다. 그럼 어서 속히 저 노래 주머니 와 보물을 바꾸게 하여라.”

일동: “어이.” (하고 우 달겨든다.)

노인: “아니올시다. 이것은 노래 주머니가 아니라 혹이올시다. 소리

는 목구멍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도깨비3: “허허, 내가 뻔히 아는데 아니라고 속이면 될 말인가.”

노인: “아니올시다. 정말 혹이란 것이올시다.”

도깨비3: “아따 그렇게 속일 것 무엇 있나. 그까짓 노래는 자네는

다 외우는 것이니, 그 주머니야 못 바꿀 것이 무엇 있나.

그러지 말고 얼른 내어놓게. 보물은 얼마든지 줄 것이니.”

도깨비2: “싫다면 될 말인가. 큰일 나려구 그러지.” 한 놈은 벌써 무

거운 보물 궤짝을 갖다가 노인의 앞에 놓는다.

노인: “여러분이 그렇게까지 하시면 내가 바꾼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떼어 내지를 못하는 것입니다. 억지로 떼려도 안 됩니다.”

도깨비2: “그것은 염려 말게. 아프지도 않고 자죽도 없이 우리가

감쪽같이 떼어 낼 터이니.” (하고 와락와락 달겨들어 삥 둘러싸 고 덤비더니 혹을 떼어 내었다. 노인은 보물 궤짝 위에 쓰러져 잠이

들고, 닭이 또 한 번 운다.)

괴수: “아아, 닭이 또 운다. 얼른 하여라.”

도깨비3: “자아, 인제는 노래 주머니를 얻었으니까 무슨 노래든지

마음대로 듣게 되었습니다.”

괴수: “어데, 어데 그 노래 주머니라는 것을 좀 보자.”

(도깨비3에게 혹을 받아 들고 들여다보다가)

괴수: “자아, 이 주머니만 있으면 아무 때라도 심심치 않게 되었다.

자아, 인제는 닭이 또 울기 전에 어서 돌아가자.” (하고 앞에 서서 간다.)

일동: “어이.” (하고 뒤를 따라 우(右)편으로 들어간다.) 세 번째의 닭 소리 가 이번에는 크게 들리고, 멀고 먼 종소리가 들려오면서 무대가 닫혀진 다.

2장 3장은 요 다음 호에 다 내겠습니다. 그리고 출연상 주의건도 다음 호에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소파)

3월에 피는 꽃

향내 좋고 빛 고운 사랑의 꽃

‘히아신스’의 이야기

- 꽃그늘에 잠겨 있는 재미있는 전설 ㅈㅎ생1)

히아신스! 여러분은 히아신스 꽃을 아십니까. 아마 못 보신 이가

많겠습니다. 히아신스! 그것은 참말로 곱고 맑고, 꽃 중에 제일

향기 좋고 고상한 어여쁜 꽃입니다.

잎은 거의 수선화와 비슷하고 뿌리도 수선화같이 마늘종 같은 둥

그런 덩이입니다. 수선화 잎 같은 금방 물에 씻어 낸 것같이 미끈 한 잎사귀 5, 6포기에 에워싸여 그 가운데서 연하고 보드라운 줄 기가 잎사귀만큼 길게 올라오고 그 줄기가 머리에 복스럽게 움푹

움푹한 곱고 연한 꽃이 10여 개나 다닥다닥 달려서 향내를 피고 있습니다.

잎도 꽃도 다 같이 정하고 고결하지마는 그 꽃 속에서 나오는 향

내야말로 어떻게 말할 수 없이 향긋하고 좋은 냄새입니다. 으스

러지지 않는 것 같으면 그냥 폭 끼고 싶은 정(精)하고 보드랍고

어여쁜 꽃입니다.

이 꽃은 이름까지 상긋하게 히아신스라고 부릅니다. 히아신스 이

름만 들어도 무엇인지 정답고 연연해지는 이름 아닙니까?

아아 여러분, 이 어여쁜 꽃을 히아신스라고 부르는 데는 불쌍한

한 왕자의 가엾은 신세의 이야기가 묻혀 있답니다. 이제 내가 그 가엾은 이야기를 한번 하지요.

옛날 옛적에 ‘라코니아’라는 곳에 히아신스라고 하는 어여쁘고 착 한 왕자가 있었습니다. 왕자는 날마다 ‘아폴로’라 하는 어여쁜 여

1) ㅈㅎ생: 방정환의 필명

신의 사랑을 받아 아무 부족해하는 일 없이 즐거웁게 세월을 보내

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데푸러스’라는 바람의 신이 ‘아폴로’ 여신과 왕자와의 좋

게 지내는 것을 시기하여 왕자의 신상에 무슨 과실이 있기만 바라

고 있었습니다. 원래 이 바람의 신은 심술궂은 신이라, 왕자가 때

때로 호수 위에 배를 띄우고 선유를 할 때 별안간 바람을 불어

파도를 일으켜서 배를 둘러엎어서 해를 끼치고자 하였습니다. 그러

나 늘 호수 물결의 형세가 마음대로 되지를 아니하여 하지 못했습 니다.

어느 봄 일기 좋은 날이었습니다. 바람은 잔잔하고 볕은 따뜻하게

쪼이고 한울은 신선하게 개었습니다. 왕자는 ‘아폴로’ 신과 함께

둥글고 큰 쇠고리를 서로 던지고 받고 하면서 놀고 있었습니다.

붉은빛, 푸른빛, 누른빛 오색 비단으로 뒤감은 쇠고리가 하나씩 하나씩 두 사람의 손을 거치어 ‘풍풍’ 하고 이른 봄 푸른 한울에

높이 떴다가 쟁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지는 모양은 참

재미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아폴로’ 여신이 던진 쇠고리가 왕자의 앞으로 갈 때에 감

람나무 그늘에서 바람의 신이 이것을 보고 시기가 나서 사나운 바 람을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그 바람에 쇠고리가 왕자의 앞에 떨어

지지 아니하고 지나가서 바위에 부딪히고 다시 튀어나와서 집으러 쫓아가는 왕자의 이마를 때렸습니다.

가엾고 불쌍한 왕자! 천진스럽게 놀던 왕자는 그만 이마에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대로 풀밭에 폭 엎드려져서 그냥 그대로 숨이 저버렸습니다.

‘아폴로’ 여신은 얼굴이 파랗게 질리어 왕자를 다시 살리려고 애를 무수히 썼으나 왕자의 입술은 굳게 닫히어 어찌할 수 없게 되었습 니다. 하는 수 없어 슬픈 울음을 목이 메이도록 흑흑 느껴 울면서

감람나무 그늘 깨끗한 샘물 옆에 장사를 지내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고 이듬해 봄부터 그 무덤과 그가 놀던 잔디밭에 처음

보는 어여쁜 꽃이 오색 빛 찬란하

게 피어 있더랍니다. 아아, 가엾은

왕자의 넋이 이 꽃이 되었고나 하

고 그 꽃을 왕자의 이름대로 히아

신스, 히아신스 하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그 꽃에 오색 꽃이 있

는 것은 생전에 가지고 놀던 쇠고

리가 오색이었던 까닭이라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누구든지 그 꽃을

보면 따뜻한 봄날 잔디밭 위에서

쇠고리 장난하던 어여쁜 왕자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 사

람들은 이 어여쁜 꽃을 사랑의 꽃

이라 하여 사랑하는 사람끼리 서

고 주고받고 한답니다.

여러분, 살 수 있는 곳이 계신 분

은 반드시 사다가 책상 위에 놓고

보십시오. 책상 위에 한 분(盆)만

놓아두어도 온 방 안에 향기가 가

득합니다.

화초 파는 집에서 팔 것입니다.

흥미 있는 심심풀이 ◇ 실내 신유희 ◇

(1) 떠듬거리

제비를 뽑든지 짱께뽕을 하든

지 술래 1인을 뽑아 수건 하

나를 주어 가운데 앉혀 놓고

다른 사람들은 그 방 속에 있

는 물건 이름을 제각기 하나씩

자기 차지로 정하고 앉아있습

니다. 모두 정할 것을 정한 후

에 술래가 가지고 있던 수건을

얼뜬 아무에게나 휙 던집니다.

그 수건 □□간 사람은 자기

가 정하고 있던 물건 이름을

빨리빨리 세 번을 □□ 불러

야 합니다 가령 책상을 정했

으면 수건이 자기 앞에 오거든

얼른 ‘책상 책상 책상’ 시계면

‘시계 시계 시계’ 이렇게 세

번을 불러야 합니다. 급하게

부르느라고 딴 것을 부르든지

더듬더듬 하든지 해서는 퍽 우

습습니다. 딴 것을 부르든지

더듬거리든지 하면 그 사람이

술래가 되고 술래로 있던 사

람이 그 사람의 정한 것을 차

지합니다.

길가다가

◇ 분명히 중동학교(中東學校)

생도였습니다.

12월 10일 오후 2시쯤 지난 때였습니다.

오랫동안 떼었던 용산행 전차가 사람을 그

뜩 태우고 동관 앞에 이르자, 내리는 사람

은 없고 기다리는 사람만 많아서 억지로

부비대고 간신히 모두 올라탔습니다. 그러

자 달음박질로 쫓아온 갓 쓴 어른 한 분이 보퉁이를 들고 올라 타려 하는데 차장이 만원이니 다음 차를 타라고 안 태웁니다. 기

차 시간이 늦으니 제발 태워달라고 애걸하여도 차장은 굳이 거절

하고 종을 치려합니다. 그것을 보고 이때껏 기다리다가 탄 학생

한 분 얼른 나가서 자기는 내리고 갓 쓴 이를 태웠습니다. 차장

은 벙벙, 전차는 우르르 떠났습니다. 전차를 보내고 우뚝이 서

있는 어린 학생의 모양, 나는 잊히지 못합니다. 모표는 분명히 중 동(中東)이었습니다.

◇ 똥 마려운 사람의 나쁜 짓

여보십시오 『어린이』의 편집실입니까? 여기는 안동 별궁(安洞 別 宮) 앞입니다. 별궁 담벼락에 □□□의 강연 광고가 붙어 있는데 인력거꾼 하나가 함부로 한쪽을 북 찢어가지고 달아납니다. 그것

을 본 학생 하나가 여보여보 하고 불렀습니다. 왜 찢어 가느냐 하니까. 똥이 마려워서 그런다고요. 똥이 마렵기로 남의 광고를 찢는단 말이냐 딱딱거리면서 도로 뺐었습니다. 나쁜 놈은 얼굴이 벌게 달아났습니다. 어데 학생이냐고요? 네- 보성(普成)이었습니

다.

각 지방의

소년회 소식 - 뻗쳐나가는 우리 기운 ▲ 천도교 겸이포소년회

천도교 겸이포소년회는 작년 6월 4일 에 생겼다 한다. 그 회의 사정, 그

회가 생긴 후에 그 회내에 소년동락

회를 두고 매일요일 저녁마다 소년소

녀가 모여서 혹 동화 혹 창가 혹 기

타 제각기 장기대로 연하기도 하고

우혹 탁족회, 등산회를 조직하여 좋

은 산 좋은 물에 즐거웁게 활발하게

뛰놀기도 하였다 한다. 또는 가극단

을 조직하여 황주, 승호리, 강동, 성

천, 울산, 자산, 순천, 안주, 박천, 평

양, 진남포 등지에서 다대한 환영을

받았으며 그 환영의 정표로 주는 동

정금도 많이 얻었으며 돌아오는 길에

대동강 맑은 물에 일엽주를 띄우고

가을바람은 소소한데 귀뚜리 소리로

화창하여 교리선전가, 천도교역사가,

본회가 등을 불러서 4천년에 옛 혼을

느끼었다 한다. 그는 바로 작년 8,9

월의 일이라 한다.

동 요

파 랑 새

새야새야 파랑새야

녹두날재 앉지말아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사 울고간다

□□시골 경상도와 전라도

일대의 어린이들이 부르는

노래입니다. 퍽 어여쁜 노

래입니다 「달아달아 밝은

달아」와 같이 불러보십시 오. 청포라는 것은 녹두로

쑨 ‘녹두묵’입니다. (우촌)

봄이오면

나는나는 봄이오면

버들가지 꺾어다가 피리내어 입에물고

라레라레 재미스러

나는나는 봄이오면 진달래와 개나리로 금강산을 꾸며놓고

소꿉장난 재미스러

나는나는 봄이오면

오색나비 춤을추고

노랑새가 날아와서

꾀꼴꾀꼴 재미스러 (버 들 쇠)

그때에 가극단 일행은 조달백, 조용봉, 오인환, 김문봉 제군과

음악에 천재 강명화 양 합하여 5인이라 한다.

그 회의 최초 임원은 위원장에 이석영, 위원에 조달백, 조용봉, 김원도, 이영춘, 지도위원에 조관준, 강해운, 장재문, 주의진 제군

이었으며, 현재 위원장은 임응종, 위원은 조용봉, 오인환, 조달백, 송헌종 제군이라 한다.

그런데 유공한 인물은 장재문, 주의진 양군이라 한다.

각지 소년회에 바랍니다. 자주 소식을 적어보내주십시오.

장난꾼의 귀신 - 불란서 동화 몽중인

탈 없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하지요. 불란서에 있던 이야기입 니다.

옛날 어느 산 많은 시골에 몹시 장난 좋아하는 귀신이 하나 있었 습니다. 아무 욕심 사나운 짓도 아니 하고 심술궂은 짓도 아니 하고 그냥 웃고 싶고 재미있어서 아무나 닿는 대로

서 오는지도 모르게 발소리, 숨소리 하나 내지 아니 하고 살그머

니 와서 연기같이 슬그머니 외양간으로 숨어 들어옵니다. 들어와서

는 크고 무거운 자물쇠를 감쪽같이 열어 끌러서 그것을 부러 ‘절 걱’ 하고 소리가 나도록 탁 내려뜨립니다.

그러니 아무리 고단하게 잠이 들었기로 어떻게 잠이 깨이지를 않 겠습니까. 소 치는 머슴들은 깜짝깜짝 놀래어서 떨어지지 않는 눈

을 비비면서 버둥버둥 일어나서 웃옷도 못 입고 일어 나와서 보고

는 이상해하면서 자물쇠를 다시 잠그고 두덜두덜하면서 들어가 눕

습니다. 그러나 머슴들이 다시 잠이 들 만하면 또 그러고 또 그러

고 하여 기어코 온 밤을 고대로 꼬박이 새고 새고 하였습니다.

또 어느 때는 밤이 깊어서 사람들이 모두 잠이 깊이 들었을 때에

말 외양간에 가만가만히 들어가서 말의 갈기와 또 다른 말의 꼬리

를 한데 맞비끄러매어 놓아서 말과 말이 버둥거리고 쿵쾅거리게

합니다. 그러면 큰일 난 줄 알고 온 집 안 사람들이 자다 말고 일

어 나와서 매어 놓은 것을 풀어 주느라고 몹시 애를 쓰는 것을 보

고 장난꾼의 귀신은 문 뒤에서 손뼉 치며 웃고 없어진 일도 있었

습니다.

이것은 한 80년 전 어느 날 밤 일이었습니다.

해가 진 지 오래되어서 밤이 차츰차츰 어두워 가는데 그 마을 사

는 젊은 남자 한 사람이 어느 냇가를 지나노라니까 한 조그만 어

린 양이 혼자서 가여운 소리로 울고 있었습니다. 사람 좋은 젊은

남자는 ‘필시 저 새끼 양이 어미의 양을 잃어버리고 헤매어 다니는

모양이라.’ 생각하고 불쌍히 여겨서 어쨌든지 임자를 찾기까지 맡 았다 주리라 하고 가깝게 갔습니다.

보니까 새끼 양은 몹시 지친 모양이어서 걸음도 잘 걷지 못하는

고로 마음 착한 젊은이는 새끼 양을 곱게 들어 어깨 위에 메고 터

벅터벅 걸어갔습니다.

한참 걸어가는 동안에 어린 양은 생각 했던 것보다 무거워서 좀

내려놓고 쉬고도 싶었으나 그냥저냥 참고 걸었습니다. ‘이제 거의

다 왔으니까 얼마 아니 남았다.’ 하고 혼자 중얼거리는데 그때 뜻

밖에도 그의 바로 머리 위에서 이상한 말소리가 들려서 깜짝 놀라

서 몸이 으쓱하였습니다.

그 이상한 말소리는 이러했습니다.

“너는 지금 어데 있느냐?”

하고 누구에게 묻는 소리였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엔 또 메고 가는 새끼 양이 사람의 말로,

“나는 못난이의 어깨 위에 올라앉았다.”

고 대답을 합니다.

그만 젊은이는 에그머니 소리를 지르고 사시나무 떨리듯 하는 두

손으로 새끼 양을 그냥 팽개치고 뛰어 달아났습니다. 그러나 그

이상한 소리는 성가시게 자꾸 귀 옆을 따라오면서 들리었습니다.

그리고 그 괴상스런 소리는, “재미있는걸. 참 정말 재미있다. 오늘

밤은 장난 잘 했는걸.” 이 소리를 자꾸 되하고 되하고 하였습니

다.

그러나 그 장난 좋아하는 귀신은 결코 한 번 장난한 사람에게 두

번 다시 하는 법은 없었습니다. 그 대신 이번에 한동안을 이 동리 에서 했으면 그다음엔 고 다음 동리로 가고 가고 하였습니다. 그

래서 이번에 아무 동리에서 그 장난이 시작되었다 하고 소문이 나

면 벌써 그다음 동리에서는 요 다음에는 우리 차례이다 하고 겁을 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리 크게 걱정되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도리어 그가 안 가면 섭섭해하는 마음이 없었을는지(있었을는지?)

모릅니다.

젊은이에게 장난하던 동리의 다음 동리로 왔습니다. 이 동리로 오

자 장난꾼 귀신은 인젠 소 치는 이나 양 치는 이에게 장난하는 것

은 그만 싫증이 났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슨 별스런 새 장난

을 하나 하리라 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하루는 이 동리에서 제일 어여쁜 색시가 혼인날 입을 옷감을

사러 어머니와 함께 마차를 타고 읍으로 가는 것을 귀신은 알았습

니다. 그래서 ‘옳지 이 색시 모녀가 옷감을 사러 가서 무엇을 잊어

버리는 것이 있으리라.’ 하고 장난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그 모녀가 읍에서 옷감과 여러 가지 물건을 사 가지고 돌

아가는 것을 보고 귀신은 얼른 파리로 변하여 모녀가 탄 마차에

올라붙어서 모녀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며칠 아니 있어서 혼인 잔치를 열 이 모녀는 기쁜 마음을 금치 못

하면서 혼인날 누구누구 청할 손님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가 끝나자 마차는 언덕 모퉁이를 돌아가는데 그때 색시는

사 가지고 오는 비단을 펴 보면서 옷 지을 이야기를 시작하다가

언뜻 생각이 나서,

“에그, 어머니! 이를 어쩝니까? 비단실을 살 것을 잊었습니다 그려.”

“에그, 저를 어쩌니…. 한시 바삐 옷을 지으라고 맡겨야 할 터인데.”

“또 갈 수도 없고, 어쩝니까?”

하며 걱정을 하다가 색시는,

“에그, 어머니! 저것 보십시오, 저거요.”

하고 펄쩍 뛰는 통에 깜짝 놀라서 색시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까 마차가 나아가는 길 앞에 보기에도 찬란한 오색 비단실이

종이 위에 놓인 채 땅 위에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그 실 빛은 지금 사 가지고 오는 옷감 여러 가지와 똑 같은 빛이요 수효도 이 옷을 짓기에는 똑 맞을 만큼 많았습니다.

꼭 누가 알고 사다 놓은 것 같았습니다. 길에서 그것을 주워 가지 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녀가 어떻게나 기꺼웠겠습니까.

“이런 좋은 일이 어데 있겠니? 너의 혼인이 길해서 잘 살 징조이 다. 어떻게 우리가 산들 이렇게 알맞게 살 수가 있겠니…….”

“어머니 누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누가 부러 사다 놓고 그런

다고 할 것이요? 참말 이런 신기한 일이 어데 있습니까.”

하고 한없이 즐거워서 어서 한걸음에 뛰어 돌아가 여러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그때 마차 안의 어데서인지 깔깔 웃는 소리가 났으나 기뻐서 날뛰

는 모녀는 그런 것을 들을 새도 없었습니다.

그 이튿날 바느질할 여편네가 와서 옷감과 실을 맡아 갈 때에 옷

감에 똑 알맞게 좋은 실을 사 와서 옷 짓기에 대단히 좋게 되었

다고 기뻐하였습니다. 빛도 옷감과 똑같고 보통 다른 실과 같이

잘 끊어지지도 아니하는 실이었습니다.

희한하게 속하게 옷이 다 지어졌습니다. 색시는 그 옷을 입어 보

고 어떻게 기뻐하는지 몰랐습니다. 이런 소문이 와짝 퍼져서, “이

동리에서 제일 어여쁜 색시는 복도 제일 많구먼.” 하고 혼인날은

굉장하게 많은 사람들이 교회당으로 모였습니다. 70이나 넘은 노

마님, 엊그제 혼인한 새악시까지 아니 온 사람이 없이 모두 모였

습니다.

시간이 되며 신부의 일행이 교당 앞에 이르렀습니다.

“어쩌면 저렇게 잘생겼을까.”

“예쁘기도 하다.”

하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났습니다.

참말로 꽃보다도 어여쁜 색시가 마악 교당 문을 들어서려고 할

때에 ‘푸스스’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러자 ‘악!’ 하는 소리를

칠 새도 없이 색시의 옷이 조각조각이 풀어져서 땅에 떨어졌습니

다. 그 꼴을 보고 허둥허둥하는 중에 옆에 있던 사람이 간신히 자 기의 웃옷을 벗어서 색시에게 입혔으나 색시는 너무도 뜻밖에 일

에 눈물이 글성글성하였습니다.

이상해하는 사람들이 웬일일까 웬일일까 하는 중에 색시는, “아마

도 실이 나쁜 것이든가 봅니다. 어데 하나 잡아당겨 보지요.” 하

고 실을 손에 들자마자 한 오라기도 보이지 아니하고 없어져 버렸 습니다.(끝)

좋은 상품 드립니다

재미있는 현상문제

자아 누구든지 어서어서 풀어보십시오.

좀 어려운 것 같으나 차근차근히 생각하면 쉬운 문제입니다.

문제 여기에 한 적은 수와 그보다 많은 수가 있는데 그것을 합

치면 전수가 187이 되고 적은 수가 많은 수보다 적기는 11이

적습니다.

다소의 각각 수를 안 후에 그것을 한자(漢字) 두 자로 고치면

우리에게 하루라도 없으면 못 사는 물건 이름이 됩니다. 무엇이 겠습니까?

대답 아는 대로 무엇이라고 엽서에 써서 경성 경운동 천도교소

년회 편집부로 보내주십시오.

기한 4월 15일 내로 편집부에 도착돼야 합니다.

상품 잘 맞추신 이 서른 명에게 어여쁜 상품을 보내드리되 만 일 30명이 넘으면 제비를 뽑아서 30명을 정하겠습니다.

발표 뽑히신 이의 씨명은 제4호 5월1일호에 발표하겠습니다.

주의 한사람이 두 장 쓰면 안 됩니다. 글씨를 함부로 써서 몰 라보게 되어도 무효입니다.

남은 잉크

◇ 처음 일이라 꼴이 말 아닐 것입니다. 그러

나 고치고 잘 꾸며가기는 앞날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인 줄 아오며 요만 것이라도 우리의 정성으로 처음

생긴 것만도 기껍습니다.

◇ 교훈담이나 수양담은 학교에서 많이 듣는 고로 여기서는 그냥

재미있게 읽고 놀자. 그러는 동안에 모르는 동안에 저절로 깨끗

하고 착한 마음이 자라가게 하자! 이렇게 생각하고 이 책을 꾸몄

습니다.

◇ 적은 수효의 사람보다도 많은 여러분의 뜻에 맞도록 여러분에게

재미 있도록만 하려고 하지만 많은 여러분의 생각을 몰라서 못하

겠사오니 이 첫째 책을 보시고 어떤 것은 재미 있었고 어떤 것은

재미 없었고 또 어떻게 하면 좋겠다고 적어 보내십시오. 그대로

고쳐가겠사오며 편지는 책에 내어드리겠습니다.

◇

동화는 물론이려니와 그 외에 모든 것을 읽은 대로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누님, 동생, 동리 집 동무에게도 이야기하여 들려 주십시오. 책을 못 보는 이에게도 좋은 것은 잘 들려주어야 할

것이오며, 또 다른 이에게 이야기를 한번 하면 자기도 그 이야기

를 어느 때까지든지 잊어버리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듣는 사람도 재미있어 할 것입니다.

◇ 세계 각지의 어린이들의 크고 배우고 노는 모양을 차례차례 모

다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것은 퍽 뜻이 있는 일이오니, 그네의

노는 것과 우리의 노는 것을 잘 비교해 보아주십시오. 어떤 것이 좋을지.

◇ 아름다운 꽃, 재미있는 꽃 이야기를 자주자주 내겠습니다. 우리

는 누구나 모다 꽃 기르는 취미를 가져야 되겠습니다. 제각기 제

마음대로 저 좋은 꽃을 단 하나씩이라도 기르십시다. 꽃을 사랑

하고 또 위하는 사람, 그의 마음은 반드시 깨끗하고 보드랍고

착할 것입니다.

◇ 욕심대로 하면 책을 크게 만들고 좋은 그림도 많이 내이겠사오

나 비싸면 못 사보시는 이가 많을까봐서 꿀꺽꿀꺽 참고 5전으로

사볼 수 있게 하였사오니, 동무에게 널리 권하여, 한사람이라도

더 보게 하십시다. 그래서 동무를 늘여가십시다.

◇ 이 책을 읽으시는 동무 당신의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사진과

연령, 주소, 학교를 적어보내시면 책에 내어서 많은 사람이 반갑

게 보이겠습니다.

현상 글뽑기

감상문, 원족기, 편지글, 일기문, 동화, 이상 무엇이던지 새

로 짓거나 학교에서 작문시간에 지은 것 중에서 보내시면

뽑아서 책 속에 내어드리고 좋은 상품을 보내드리겠습니

다. 교재 공부에 유익한 일이오니 빠지지 말고 보내주시되, 꾸미느라고 애쓰지 말고 솔직하게 충실하게 쓰기에 힘쓰십시 오. 그런 것을 많이 뽑습니다.

매행 15자씩 20행 넘지 않도록 정결하게 써서 경성 경운동

천도교소년회 편집실로 보내십시오.

봉투에 반드시 현상글뽑기라고 써야 됩니다.

담화실 뉘 편지든지 내드립니다.

어린이 잡지에 대하여 잘잘못도 말씀하시고, 잡지에 글 쓴 사람에게 할 말씀이 있거나 누구에게든지 하실 말씀이 있으면 엽서에든지 봉투에

든지 적어 넣어 보내주십시오. 누구의 편지든지 모두 책에 내어드리겠습

니다. 피차에 퍽 정다워지는 것이요, 먼 곳에 있는 모르는 사람과도 의

사교환이 되어서 재미있고도 퍽 유익한 것입니다. 써 보내줍시오. 아무

쪼록 엽서에 간단하게.

예고

요 다음 책엔 무엇 어떤 것이 날른지 궁금하시겠지요. 불쌍한

불쌍한 이태리 동화 하나, 세계적 명작으로 유명한 독일 것

하나, 조선동화 혹쟁이의 연극과 하는 법 이외에 「귀여운희생」이라는 유

명한 글과, 수선화의 이야기를 가(加)하고 재미있는 세 유희와 토끼의

귀와 자동전화, 외국에서 온 편지 등 그야말로 몹시 재미있는 것만 지금

추리는 중입니다. 기다리십시오.

사고 (謝告)

어린이 창간호가 3월 1일에 여러분 어른께 첫인사를 드릴 작정으로

미리 광고까지 하였습니다. 마는 세상일이란 마음대로 되지 아니합니다.

소위 원고 검열하는 절차가 어떻게 까다로운지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는

동안에 어느덧 20여 일이 휙 지나가고 인쇄하는 동안에 또 며칠이 걸리 고 하여 이제야 비로소 변변치 못한 면목을 내어놓습니다. 그런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7. ON전람회-다시보는 어린이-어린이 창간호-인쇄용-업로드용 by 한국방정환재단 - Issu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