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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ANNTENA BAT(2012)

Seo Youn hu Hong Jinu Kim Jong yeon Noh Mi jin Kim Chang ki Lee Da som Lee Nae kyung Lee Yu na Lee Si jin Kim Hye na Bang Jae min Lee Moa oohweeee Lim Jong sung Jeong Jong kwan Jeon Jeong su

젊 은 날 의 살 림 살 이


야 행 성;nocturnal

창 간 호

vol.1

summer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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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안테나 2012. 6. the very 1 st edition 창간실험호 2012년 6월 3일 초판 발행 Copyright© 2012, All rights reserved by ANTENNA 모든 저작권은 월간 안테나에 있습니다. 모든 페이지의 내용은 허가없이 복사할 수 없습니다. http://antennapaper.com antennapaper@gmail.com

Publisher Editor-In-Chief Seo Youn hu Hong Jinu

syhcompany@naver.com jinuchitect@gmail.com

Writing Staff Kim Jong yeon Noh Mi jin Kim Chang ki Lee Da som Lee Nae kyung Lee Yu na Lee Si jin Kim Hye na

rlawhddus2@hanmail.net enchantmj@gmail.com grievee@nate.com ydsahffk@naver.com leenaekkk@naver.com yunalee312@gmail.com dktk90@naver.com henanovel@daum.net

Design Team Bang Jae min Lee Moa Lim Jong sung

qkd191732@naver.com oohweeee@hotmail.com xboymegazine@naver.com

Contributor Jeong Jong kwan Jeon Jeong 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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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성 | | 모던아트

던 트

↑ Bruce Nauman | five maching men

↑ 빛과 공간의 예술가라고 불리우는 제이므 터렐 그 역시 빛 그자체가 아트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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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템포러리 아트 | | 이유나 어린시절부터 반짝이고 빛나는 것들에 유난히 집착했다. 방 천장 위에 야광 별들을 붙여놓았던 건 물론이거니와 반짝거리는 모든 글리터 악세서리들, 형광 색 운동화들, 성인이 된 이 후엔 반짝이는 불 빛아래 젊음을 즐기겠다며 금요일 밤마다 클럽에 가기 일쑤였고, 결국 건축으로부터 미술공부하 러 24시간 현란한 빛들로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으로까지 오게 되었다. 그런 반짝임에 대한 집착은 자연스레 미술로까지 이어지게 되었고, 빛을 이용한 아트인 ‘라이트 아트(Light Art)’는 나의 관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대부분의 라이트 아티스트들은 주로 미국을 바탕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라이트 아트를 처음으로 접한 건, 미국에 오기 전 일본 오사카로 건축 여행을 떠났을 때다. 한창 건축 가 안도 타다오(Ando Tadao)의 미니멀하고 차가운 노출 콘크리트 양식과 사랑에 푹 빠져, 크리스마 스와 새해를 안도 타다오의 숨결안에서 맞이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나 홀로 한 겨울에 오사카로 여행을 떠났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2009년의 마지막 날 안도의 치추 미술관을 보러 페리타고 나오시 마 섬엘 갔다가 비바람 속에 갇혀 나혼자 나오시마 섬 안의 가족단위 캠핑장에서 4인용 몽골 파오를 렌트해 덜덜 떨면서 2010년 새해를 맞이했던 잊지못할 기억이 있다. 그렇게 2010년1월 1일 새해 첫 날 힘들게 찾아간 미술관이기에, 그 곳에서 처음 접한 브루스 나우먼과 제임스 터렐의 라이트 아트 작 품들은 나에게 더더욱 강렬하고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브루스 나우먼( 미국, 1941 - )은 가장 혁신적인 미국 현대 미술가 가운데 한 명으로 홀로그램, 네 온사인 뿐 아니라 조각, 퍼포먼스 아트, 영화, 사진, 인쇄물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한 작가이다. 치추미 술관에서 직접 볼 수 있었던 나우먼의 대표작이라고도 불리우는 ’One Hundred Live and Die’ 작품 에서 그는 ‘삶과 죽음’이라는 심오한 주제를 네온사인이라는, 어찌보면 가볍다고 여겨질 수 있는 매체 를 이용하여 표현하였는데 이는 그가 텍스트를 이용하는 가장 미니멀한 방식으로, Emotion이라는 다 양하고 풍부한 감정들을 가장 맥시멈하게 풀어낸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는 네온사인이라는 익 숙한 소통 수단을 사용하여 대중에게 개인적인 생각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한 인터뷰에서 나우 ↑ Bruce Nauman (1967) The True Artist Helps The World By Revealing Mystic Truths

먼은 ‘전체 작품에 관해 내게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테스트다. 마치 당 신이 그것을 믿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 크게 이야기를 할 때처럼, 그것은 당신이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에 달려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와 라이트 아트와의 두번 째 조우는 훨씬 더 크고 강렬했다. 작년 겨울 포트폴리오 리뷰 를 위해 LA엘 방문했고, 바쁜 일정이었지만 LA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MOCA( 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 )엘 제일 먼저 갔다. 때마침 특별전으로 ‘Suprasensorial :Experiments in Light, Color, and Space’ 를 하고 있었다. 이 전시는 라틴 아메리카 충동을 포함하여 이전 10년 이상을 표 명하는1960년대 후반과 70 년대의 캘리포니아 전통을 넘어선 현대 시각 예술로, 주위의 빛과 공간을 확장하여 필드를 조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전시였으며 이는 내게 단순히 아트를 넘어서 빛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빛을 이용한 아트는 ‘빛’의 특성상 크기나 색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색 을 구분짓는 경계도 없을 뿐더러 무궁무진한 공간 속으로 확장해 나갈 수 가 있었다. 그리고 많은 컨 템포러리 아티스트들이 그런 빛의 장점을 이용하여 많은 실험적인 예술을 해 나가면서 예술의 경계와 영역을 점점 더 크게 확장해 나가고 있다.

아직까지도 공부도 작업도 주로 낮보다는 밤에 하는, 너무도 야행성인 나에게 라이트 아트는 형광 등 혹은 인공의 빛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보 다도 고등학교 시절 원하는 대학교에 합격하겠다는 일념으로 밤새 공부하고 형광등 불빛아래 잠들었 던 나이기에, 끝없이 존재하는 빛처럼 항상 무한한 꿈을 꾸고 펼쳐나가는 나이기에, 내게 라이트 아트 는 단순히 미술 장르의 한 분야를 넘어서 더욱더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된 것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나는 뉴욕이라는 빛으로 가득 찬 도시에서 오늘도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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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성 | |시

모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밤에 적는다. 유산된 채 나오는 언어들은 죄다 불면증을 앓고 있다. 그 불면증은 껍질이 깨진 상태로 진정된다. 불면증의 진정은 백야다. 밝은 밤이다. 우리는 밝 은 밤으로 투신을 한다. 투신하는 법은 달걀들에 게 배운다. 닭들은 모두 투신하면서 태어났다. 생 각보다 잘 깨지지 않는다. 산새도 될 수 없는 우 리의 민무늬여. 밤의 얼굴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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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장의 밤 박후기 우리들의 밤은 당신들의 낮보다 밝아요 태양보다 밝은 전구가 머리 위에서 빛날 때 우리는 불빛과 섹스를 나누고 전구를 닮은 알을 쏙쏙 낳지요 해가 지지 않는다고 생각해보세요 그것은 내일이 없다는 말과 같아요 슬픔은 항생제도 듣질 않아 우린 밤새도록 우울한 부리로 쇠창살 그림자를 쪼아대며 종(種)의 격리를 견디지요 밤이면 밤마다 모래주머니 속에 모래알 같은 시간을 넣고 삭히다 알을 낳을 수 없는 그날이 오면, 우린 모두 끓는 기름 속 혹은 숯불 위로 몸을 던져 소신공양을 하지요 • 다 읽으니 닭이 된 기분이다. • 오, 비스티보이즈 같은 닭이여. 당신들은 왜 양계장에 사나요! 옴므파탈의 수탉 이여, 팜프파탈의 암탉이여, 청춘의 병아리여, 조숙한 달걀이여.

검은 행복 김종연, <검은 행복> 4월 2일 FaceBook 담벼락 집에서 가져온 재료들로 사람처럼 먹었다. 계란도 한 판 샀다. 계란들이 다 내 새끼 같다. 얘들이 부화해서 30마리 병아리가 되고, 아 방금 두 개 후라이 했으니까 28마리 병아리가 되고, 28마리 닭이 되고, 계란을 숨풍숨풍 낳아서 28년 동안 계란 걱정 없이 양계장. 아 어쨌든 정말 계란이 너무 사랑스럽다. 보일러 빵빵하게 틀어주고 싶지만 그네들은 아스라이 멀리 냉장고에 있다. 미안하다. 너희들은 추워야 싱싱하다. 어느 봄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분명 부자가 될 것이다. 하지만 실패할 것이다. 왜냐면 계란 다 먹었다. 내가 낭비할 수 있는 지면의 양을 잘 모르겠다. 그런데 밤은 원래 낭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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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테크닉

지난밤은 첫 연애의 느낌이었다. 오늘부터는 권태가 시작된다. 계절에 관계없이 밤이 더 길다. 연애 가 시작되는 고백은 형식주의다. 고백의 순간 시작되는 또 하나의 시간성이 밤이라고 하고 싶다. 자유 로운 원고라고 했지만 사실 생각만큼 자유롭지는 않다. 우리 집 냉장고에 있는 계란의 개수를 밝히거 나, 내는 밤마다 에센스와 로션과 나이트크림과 아이크림과 수분크림을 바르고 잠든다는 사실을 얘기 하는 건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 지금 아무리 글자를 촘촘하게 쳐도 여백이 남는다. 또 그게 밤이다. 밤 은 뭐 그렇다. 내 생각에 밤은 밤이라고 불리는 걸 싫어한다. 나도 내 이름을 싫어하니까. 그러니까 밤 은 이름은 놔둔 채 몸을 자주 바꾼다. 바꿔서 눈을 감는 순간마다 밤인 것처럼 찾아온다. 그러니까 하 루에 두 개씩의 계절이 바뀌는 셈이다. 지금이 딱 그렇 다. 아침에 반팔을 입고 나오면 밤에 후회한다. 밤이 후회하라고 있는 건 아니지만 밤은 몇 번씩 고쳐 쓰는 일기의 계절이다. 동의어로 일기예보의 일 기까지 허용된다. 지금 이 일기는 일기를 닮았다. 닮은 건 일기가 아니다. 이것이 일기가 되지 않으니 밤을 놀고 싶다. 굳이 분류하자면 세 번 놀 거다.

밤과 낮 이민하 지나가는 사람이 내 머리를 매달고 있다. 그의 눈이 깜박일 때마다 나는 가볍게 배포된다. 계단에도 벤치에도 내가 붙어 있다. 그가 사육하는 좀벌레들이 기억의 갈피마다 서식한다. 전단지처럼 떼어내 며 껌처럼 긁으며 나는 그의 뒤를 밟는다. 목구멍에 걸린 첫 키스의 탄환처럼 맴도는 거리. 화장터 지 나 불이 번지는 지평선 너머에서 누군가 나를 부른다. 총구처럼 입을 벌리고 나는 하루를 건넌다. 대 답을 거른 채 당신에게로 오는 길이 어둠 속이다. 자리에 누워 해몽에 몰두하는 당신은 그 사이 늙었 다. 다른 꿈을 꾸었으나 나도 노파가 되었다. 이불을 걷고 일어나 당신은 빨갛게 녹물이 흐르는 빛살 로 내 머리를 빗질한다. 부스스 어깨를 털며 나는 꿈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정하게 악수를 나누고 마 지막으로 교환하는 불발탄의 혓바닥. 서둘러 빠져나오는 얼굴이 과녁처럼 부푼다. 창가에 선 당신이 침착하게 바라본다. 지나가는 내 목 위에 당신의 머리가 놓여 있다. • 나는 하루를 건넌다. 하루에는 너무 많은 빗금이

또 읽는다.

그어져있다. 하루를 걷는 동안 나도 모르게 몇 개

의 국경들을 넘었다. 국경들은 하나같이 모호한

꿈이 정말 해몽될 수 있다면 내 얼굴이 당신의 얼굴이 되어도 괜찮았을 텐데.

태도를 가지고 있다. 어디까지가 밤이고 어디까 지가 낮인가. 하지만 정의를 하면 안 된다. 우리 는 어려서부터 알고 자랐다. 정의는 지켜줘야 하

• 얼마 전에 강남에 나갔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오! 패션피플! 낮에도 밤이

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당신을 알기 전에 이별하

좋은 비스티Boys&Girls들이여. 내 머리를 매달고 걸어주세요.

는, 그것, 그것에 대해서.

• 사실 그들에게 골든리트리버 한 마리씩 쥐어주고 싶었다. • 나는 10년째 개를 키우고 있다. 오해하지 말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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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언협회 선정 2006년의 단어. 명왕성 (Pluto)은 태양계 행성 지위를 박탈당했으며, 태 양계로부터 소외받았다는 의미.

명왕성 되다

plutoed)

(

이재훈

아무도 모르는 그곳에 가고 싶다면, 지하철 2호선의 문이 닫힐 때 눈을 감으면 된다. 그러면 어둠이 긴 불빛을 밷어낸다. 눈 밑이 서늘해졌다 밝아진다. 어딘가 당도할 거처를 찾는 시간. 철컥철컥 계기 판도 없이 소리만 있는 시간. 나는 이 도시의 첩자였을까. 아니면 그냥 먼지였을까. 끝도 없고, 새로운 문만 자꾸 열리는 도시의 生. 잊혀진 얼굴들을 하나씩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풍경은 서서히 물드는 것. 그리운 얼굴이 푸른 멍으로 잠시 물들다 노란 불꽃으로 사라진다. 나는 단조의 노래를 듣는다. 끊 임없이 사각거리는 기계 소리.단추 하나만 흐트러져도 완전히 망가지는 내 사랑은, 저 바퀴일까. 폭풍 도 만나지 않은채, 이런 리듬에 맞춰 춤추고 싶지 않다. 내 입술과 몸에도 푸른 멍자국이 핀다. 아무리 하품을 해도 피로하다. 지금까지의 시간들은 모두 신성한 모험이었다는 거짓된 소문들. 내 속의 거대 한 허무로 걸어 들어갈 자신이 없다. 지하철 2호선의 문이 활짝 열린다. • 지나간 모든 밤들을 기억할 수 없다. 밤과 낮을 순환선으로 이해한다. 매일 내게 떠오르는 행성 아. 그 행성에 가기 위해 나는 이 행성에서 퇴출 당했다. 잘 놀았다.

잘 가라, 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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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재우고 난 뒤 | | 서윤후

야행성 | | 에세이.하나

형식 없는 이야기와 재운 밤들을 깨우지 않도록 치켜 든 까치발들을 위한 글

재난을 생각한다. 밤이 더 이상 오지 않는 그런 대낮의 지루함이 연속되는 시간들을. 언젠가 나는 세상의 모든 밤이 사라지고난 뒤 하루 종일 대낮인 그런 풍경에 대해 쓴 적 있었다. 글렌 굴드도 라이 언 맥긴리도 김종삼도 소녀시대에게도 밤이 사라졌다면 오늘날 무슨 일이 생겼을까? 밤을 한 번이라 도 지새운 사람들은 다음 날 피로에 시달리고 잠을 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지 않 기 위해 레드 불을 사다 마시고 커피를 들이킨다. 왜 밤을 먼저 재우려고 하는가? 당신은 아직도 뒤 척이고 있는가?

-’밤은 통조림에 담을 수 있다’에 대한 증언

실험 결과 밤은 통조림에 담을 수 있다. 물론 거짓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기 시작한 인간 들의 역사는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샤머니즘이 지배했던 시대적 인간의 무능함과 욕망들은 그럼에 도 예술을 읽어내는 데 꼭 필요한 부분이다. 예술은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드러나지만 결코 보이는 것 이 전부는 아니다. 하나의 예술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후문은 보이지 않는 작품 뒷면에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작품이 상징하며 이 지구라는 굴레와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에 대한 것들도 보이지 않 는다. 밤은 그렇다면 어떻게 통조림에 담기는가? 대부분 길어진 밤은 아주 많은 사람들과 있을 때거 나 아니면 아주 왜소한 나 자신과 마주하고 있을 때인데, 내가 밤의 영역을 동공만큼이나 확장시키는 방법으로 후자를 즐겨 사용한다. 문제는 통조림에 담기는 밤은 무엇을 하든 후회할 수 있을 만큼 지나 치게 되는 짙은 농도를 갖게 된다. 연애편지를 쓰거나 시를 쓰거나 지금은 망한 싸이월드에 글이라도 남기는 순간, 다음 날 아침 열어 본 통조림은 열자마다 증발해버릴 위험이 있다. 통조림을 가지고 있 지 않아도 충분히 밤은 기억된다. 잠과 가까워지면서 내가 내가 아닐 때, 건강과 불온 사이에서 정신 없이 헤매는 유령이 될 때 통조림은 봉인된다.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열어보지 않는 것이 될 수도 있 고 아침에 열자마자 홀연히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아주 가끔 그 통조림으로 몇 년을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풍부한 뭔가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이 증언의 마지막. 평생 써보지 않는 말들과 생각들과 나를 이루는 무기질의 관계와 괜히 센치해지지만 그 농도가 너무 진해 시럽을 찾게 되는 감정들과, 모 든 것이 담기기 때문에 그 통조림. 꽤 좋다.

-실험 통과된 통조림 함유 성분 : “검정치마를 들으면 유아인이 생각나고 라이언 맥긴리가 보고 싶 어” 그리고 취급주의

내 첫 통조림 속에는 검정치마가 있었다. 사랑해 마지 못하는 검정치마의 1집 타이틀 곡 ‘ANTIFREEZE’는 나에게 아주 시원한 밤을 제공했다. 이 노래를 처음 듣게 된 것은 유아인의 미니홈피에서 였다. BGM에서 유유히 흘러나오는 조휴일의 목소리는 내 밤을 자꾸 자꾸 넓혀주었다. 그 시간, 내가 유아인의 미니홈피를 배회했던 것은 그의 글들 때문이었다. 특히 황병승 시인의 ‘러브 앤 개년’이라는 시를 게재한 그의 솜씨는 보통이 아니었다. 직설적이었고 내가 하지 못했던 말을 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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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도 엉망이고 개요도 없고 서사도 없는 글이었지만 잘 짜인 소설만큼이나 마음에 드는 문학의 한 장르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다가 그 해 여름 라이언 맥긴리들의 사진을 쭉 본 적이 있었다. 친 구가 미국에서 라이언 맥긴리 사진집 ‘You and I’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이 미친 벌거벗음들. 방해받 지 않는 피사체들과 자유분방의 색감들은 내 눈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했다.

얼어붙을 것을 걱정하던 검정치마의 소년소녀들은 2집을 통해서 좀 더 성숙한 자아를 통과했고 그 런 소년소녀들 중 하나였던 유아인은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를 통해서 방관했던 젊음의 찌꺼기 를 연기했다. 여전히 라이언 맥긴리는 젊은 소녀들의 젖가슴과 말라비틀어진 소년들의 나체를 사랑했 다. 꾸밈없이 내뱉는 그 공기 반 소리 반의 기막힌 조화가 이 삼박자를 통해서 다시금 느껴질 때, 카페 인에 의지하지 않아도 밤은 먼저 자고, 먼저 일어나 오랫동안 나를 응시했다. 내가 더 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던 꾸밈없는 패키지 속에 검정치마, 유아인, 라이언 맥긴리.

- 예술과의 모닝 섹스를 위한 오밤중 디럭스 키드 꿈꾸기

예술이라는 말처럼 거창하게 느껴지는 말도 없지 않을까 싶은데, 어쨌거나 당신에게 잘 보관된 통조 림 하나 정도 있다면 그건 크게 성공한 일이 아닐까 싶다. 물론 잠이 든 후 당신의 옆자리에서 자다가 깨어나기 전에 사라져버리는 어떤 대상은 당신과 섹스를 하지 않을 것이다. 아침엔 너무 밝아서 부끄 러워지니까. 너무 늦게 일어난 당신이 그 밤을 후회해도 그 밤은 당신을 오랫동안 기억해줄 것이다. 디럭스 사이즈로 자라나버린 당신의 키득거리는 키드들이 자아들을 위한 만찬을 꾸며 줄 것이다. 그 렇기 때문에 통조림은 당신의 찬장을 차지하고 선 당신의 또 다른 밤을 경계하면서 동시에 당신의 아 침을 위해 졸인 설탕물을 내놓을 수도 있겠다. 당신의 밤. 당신의 밤은 무척 소중하다. 그것이 새벽이 되는 일과 아침이 되는 일은 더없이 귀중하다.

나는 궁금하다. 당신의 밤을 동공만큼 확장시켜주는 객체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먼저 재운 밤은 당 신 옆에서 새근새근 잘 자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ㅂ 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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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술| | 이시진

야행성 | | 에세이.둘

살다보면 그런 날이 있다. 괜히 무기력하고 조금만 걸어도 힘이 드는 날. 내게 어제가 그랬다. 볼일 을 마치고 얼른 집에 가서 쉬려는데 동네 형한테서 술 먹자는 전화가 왔다. 오랜만에 온 연락이라 거 절하기가 곤란했다. 몸이 피곤했고 다음날 아침 수업이 잡혀있던 나는 조금만 마시고 일어나려 했으 나, 형은 자꾸만 술을 권했다. 술을 마시는 동안 형은 자꾸만 웃었고, 어느새 나도 따라 웃고 있었다. 어떻게 집에 왔는지도 모르겠다. 형이 나를 부축해서 데려온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걸어온 것 같기 도 했는데 아무튼 깨고 보니 집이었다. 시계를 보니 아침 수업 들어갈 시간이 한 참 지나 있었다. 머 리가 욱신거리고 속이 쓰렸다. 나는 어제 술을 먹은 것을 후회했다. 그런데 이 감정 낯설지가 않다. 내 술의 역사가 시작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그 당시 나는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대학로 근처에 위치한 실기 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그 학원에는 일 년에 한 번 있는 큰 행사가 있었 는데, 바로 산으로 바다로 수련회를 가는 것이었다. 문예창작학과 입시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련회답 게 주변 환경을 보며 백일장을 하거나, 초청된 현역 문인들의 강연을 듣는 것 정도를 빼고서는 지금 까지 학교에서 가왔던 보통의 수련회와는 별 다를 것이 없었다. 이 행사에 처음 참가한 나로서는 약 간 맥이 빠지는 일이었다. 그러나 계획된 모든 스케줄이 끝나고 밤이 되자 3학년 선배들이 하나 둘씩 숙소를 빠져나갔다. 그리 고는 다들 양손에 커다란 비닐봉지들을 들고 돌아왔다. 그 안에 들어있던 것은 놀랍게도 술이었다. 순 식간에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2학년 선배들이 술자리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놀라운 것이, 고작 고등학생들이 벌이는 술자리였는데도 불구하고 초라하게나마 구색이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 종이컵도 맥주를 따라 마실 일반 종이컵부터 소주 전용의 조그만 종이컵까지 인원수대로 구비되어 있었고, 안주역시 단 과자부터 쥐포까지 다양한 종류로 구성되었다. 그 다음부터는 뭔가 기억이 들쑥날쑥이다. 나는 소주를 마셨고 맥주도 마셨고 나중에는 그 둘을 섞 어도 마셨다. 마시다보니 기분이 좋아서 사람들과 술자리 게임도 했고 벌칙으로 옆 숙소에 가서 노 래도 불렀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낀 것은 소주 한 병을 잔도 없이 바로 원 샷 했을 때였다. 달디 달던 소주 의 향이 갑자기 비리다고 느껴짐과 동시에 나는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먹었던 모든 것들 을 변기에 토했다. 후에 그 자리에서 나를 챙겨주던 누나의 말에 의하면, 나는 기도하듯 변기를 붙잡 고 죽어가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 씨발 다시는 술 안 먹어.” 내가 그때 느꼈던 감정 역시 후회였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내가 그 이후로 술을 안 먹었던가? 그건 또 아니다. 후회의 감정은 그때뿐이었다. 나 역시 2학년이 되자 수련회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술 자리를 세팅했고, 3학년 때는 앞장서서 술을 사왔다.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 때였다. 이제 합법적 성인으로 술을 마음대로 마실 수 있다는 사실에 고무된 나는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나는 화장실에서 먹은 것 을 게워냈고 말실수를 했으며 생전 처음 보는 곳에서 잠을 깼고 헤어진 옛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하 는가 하면 수업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술 때문에 늘어진 뱃살을 만지작거리며 나는 이렇게 다짐하곤 하는 것이다. ‘내가 다시 술을 마시면 개다.’ 그렇게 나는 지금 훌륭한 개의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정도는 다를 수 있지만 이것이 비단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김영승 시인의 유명한 시 하나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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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16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첨에다가 뭐라고 써 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마시지 말자 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시집『반성』민음사 1987

우리는 술을 마시면 후회를 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술을 마신다. 당장 어제 의 숙취 때문에 궁시렁거리며 원고를 하는 나부터도, 내일이나 모레쯤에는 아마 다시 술이 마시고 싶 어 속이 근질거릴 것이다. 왜 그런지 이유를 찾을 것도 없다. 술이 웬수다. 이 악의 근원을 없애버리는 수밖에.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세계 평화를 위해 이 세상 모든 술을 다 마셔버리려 노력 중이다. 이것이 내가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술을 마시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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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와 소설 그리고 나의 쓰기| | 김혜나

야행성 | | 에세이.셋

낮에 먹은 밥이 제대로 소화 되질 않아 늦은 시간까지 속이 불편한 날이었다. 다른 때 같았더라면 저녁 요가 수련이라도 나가 몸을 움직이고 왔을 텐데, 하필 원고 마감일이라 밤늦도록 작업실에서 원 고를 붙들고 있어야 했다. 다행히 자정 즈음 작업을 마무리 지어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고 나서야 자 리에 앉아 요가 동작을 서너 개 정도 취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호흡을 크게 하 며 빨리 소화가 되기만을 바랐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마친 뒤에도 낮에 먹은 음식물이 계속 올라오는 듯했다. 내일은 새벽에 일어 나 곧장 요가원부터 가야지……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다가 알람에 맞춰 새벽 5시에 일어났다. 겨 우 세 시간의 수면으로 전날의 피로가 풀릴 리 없을 터. 몸을 일으켜기가 평상시보다 훨씬 어려웠지 만 고되고 피로한 일상 중 유일한 위로와 즐거움을 주는 것이 요가 뿐이라서 기꺼이 몸을 일으켜 자 리를 털고 나섰다. 새벽 요가 수업은 흔히 ‘태양 경배’라고 불리는 ‘수리야 나마스까라’로 시작되었다. 인도의 고대어 인 산스크리트어로 ‘수리야Surya’는 태양 즉 양의 에너지를 뜻하고, ‘나마스까라Namaskara’는 존경 과 합장, 예배 등의 의미를 가진다. 한 자세를 오래 유지하며 에너지를 순환시키는 대부분의 요가 좌 법과는 달리 연속적인 동작의 흐름을 통해 몸의 양기를 북돋고 뇌 기능을 향상시켜 주어 평상시 앉아 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행법이다. 최근 들어 부쩍 더워진 날씨 탓에 나는 웃옷부터 벗고 수련을 하기 시작했는데, 어쩐 일인지 평상시보다 훨씬 산만한 기운이 감돌았다. 수리야 나마스까라는 하면 할수록 골반과 아랫배에 뜨거운 기운이 모이게 마련인데, 해답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생각들만 자꾸 떠 올라 몸과 마음이 갑갑했다. ‘좌법坐法’이라고 번역되는 요가 ‘아사나Āsana’는 흔히 ‘움직이는 명상’이라고들 한다. ‘명상瞑想’이 란 내 안에 떠오르는 상 즉 이미지와 생각을 지우고 내면의 의식을 청정하게 만드는 것. 글쓰기로 인

한 질병과 스트레스를 줄이고자 꾸준히 해 온 요가 수련이지만, 수련이 깊어질수록 끝없는 사유와 상 상력을 원천으로 하는 창작활동에는 사실상 방해가 됐다. 명상의 반대말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지만 그와 대치되는 개념이 바로 ‘상상想像’이기 때문이다. 어렸던 시절부터 나는 유독 생각이 많은 아이였다. 과거에 대한 기억이나 미래 에 대한 걱정 혹은 설 렘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런저런 상상과 공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다니느 라 매 순간에 제대로 집중하질 못했다. 나이가 들어서부터는 생각의 덩어리가 더욱 거세게 일어나기 시작했고, 그것을 감당하기 위해 나는 글을 써야만 했다. 글을 써야만, 써 내야만, 두서없이 떠오르는 사유의 덩어리들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가 있었다. 이따금씩 글을 쓰지 못하는 날이면 머리가 마치 터져버릴 것 같이 아팠고, 숨이 막혀 죽을 것 같기도 했다. 하여 글쓰기는 나에게 배설과 정화의 행위 로서 오래도록 자리매김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한데 요가를 하면서부터는 구태여 글쓰기를 통해 생각 을 비워낼 필요가 없었다. 빠딴잘리가 『요가 쑤뜨라』를 통해 요가란 ‘마음(재질) 작용의 제어Yogaś Citta Vŗtti Nirodhah’라고 기록한 것처럼, 산란하게 움직이고 흔들리는 우리의 내면을 요가를 통해 가만히 바라보고 고요하게 만들어 통제하는 상태가 이루어지니 말이다.몸과 마음이 청정해지고 가벼 워지면, 나로서는 딱히 글을 쓸 까닭이 없었다. 글로써 풀어야만 했던 불편과 불만, 생각 따위가 나에 게 남아 있질 않는 것. 후회도 걱정도 두려움도 없는 지금 이 순간의 평정한 상태에 영원히 머물고만 싶었다. 하지만 오래도록 갈망해왔던 소설과 글쓰기로부터 도망쳐 오로지 수행자로서의 길을 걸어갈 만큼의 용기와 자신 또한 나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극명한 차이를 가진 요가와 문학의 길 앞에서 나 는 어느 쪽으로도 선뜻 나아가지 못하고 초입만 계속 서성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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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야 나마스까라 행법을 마친 뒤 배를 바닥에 대고 엎드려 잠시 휴식을 취했다. 때마침 요가 수련실 안에 울리던 음악이 바뀌고, 그 소리를 가만히 듣자 마음이 곧 편안하게 가라앉았다. 엎드려 누운 내 몸이 바닥 가까이 스며드는 느낌, 그리고……. 나는 곧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두 팔을 양 옆으로 나란히 벌리고 턱을 바닥에 댔다. 오른쪽 무릎을 접어 오른손으로 발목을 잡은 뒤 들어올리는 ‘아르다 다누라 아사나(반 활 체위)’를 하려고 다리를 뒤 로 넘기자 갑작스레 눈물방울이 쏟아져 내렸다. 소설을…… 너무나 많이 사랑해 왔다. 그 사랑을 이루고픈 욕망에 사로잡혀 치기와 집착을 부리던 나날들. 하나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소설은 나에게서 더 멀리 달아나기만 했고, 그러므로 나는 늘 좌절과 절망에 휩싸여 살아야만 했다. 완벽한 절망의 어둠 속에 갇혀 아무것도 바라볼 수 없고 어디 로도 나아갈 수 없던 순간들. 그 모든 욕망과 절망과 치기와 집착의 시간이, 내 안에서 어느새 다 사 라져 있었다. 욕망을 이룸으로써 평정을 찾은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소설을 욕망하지 않음으로서 애 초의 욕망을 뛰어넘고 평정을 되찾은 ‘나’가 내 안에 자리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 평정한 ‘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나’까지 오롯이 존재해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소설을 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살면 되는 것이었다. 더 이상 소설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나에게 커다란 위무를 안겨다 주었다. 반대쪽으로 몸을 틀어 같은 동작을 반복한 뒤 완전한 활 자세 ‘다누라 아사나’를 취하 려는데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 휴지로 눈물을 닦아내고 나서 잠시 휴식을 취 했다가 가벼운 활 자세로 아사나를 마무리 지었다. 그러고는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 요가 수련의 마 무리 단계인 ‘비빠리따(역전)’ 체위들을 행하고, 마지막 ‘사바 아사나’ 송장 체위로 누워 몸의 힘을 완 전히 뺀 채 두 눈을 감았다. 몸속에 남아 나를 괴롭히던 음식물과 생각의 덩어리들은 모두 사라져 그야말로 나는 텅 빈 상태에 머 물러 있었다. 그와 동시에 비어 있으나 빈 것이 아닌 ‘순야아순야Sūnyāśūnya’가 느껴졌다. 이윽고 사 바 아사나까지 마친 뒤 서서히 몸을 일으켜 다시 처음의 자세로 앉았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나는 서 둘러 작업실로 달려가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의 내 상태를, 글로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소설에 연연하지 않게 된 나 자신과, 오직 나 자신으로서 존재하고 있는 이 순간에 대하여, 나는 미치도록 쓰고 싶었다. 그랬다. 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소설과 글쓰기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게 된 지금 이 순간에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바로 글쓰기라니. 이 커다란 모순에 나도 모를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나 욕망이란 결국 그것에 연연하지 않게 된 순간에야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 그러니 이것은 모순된 것이 아니라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이고 순리임을 또한 알 수가 있었다. 요가는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 머리로 받아들이는 올바른 지식보다 가 슴으로 전달되는 뜨거운 감동의 문학에 사로잡혔던 내가, 요가를 통해 생각을 비우고 눈물을 흘리고 글을 쓰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는 사실을 깊은 요가 수련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머릿속에 두서없이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의 갈래를 지우고, 청정한 마음의 상태로 내 안에 떠오르는 진정한 사유와 글쓰기와 소설을 살기 위해, 자리에 똑바로 앉는다. 양 손을 무릎 위에 올려두고 코끝 을 바라보며, 내 안으로 들어오는 숨과 빠져나가는 숨을 지켜보았다. 요가를 하는 것, 글을 쓰는 것, 더

나아가 진정한 내 삶을 사는 것 모두가 나의 업이자 행운이었다는 사실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며 천천 히 숨을 쉬었다. 속이 무척 편안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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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성 | | 패션

란제리 | | 이내경

Rules the MIDNIGHT .

새벽공기를 만끽하며 거리로 향한다. 나다운 나를 보여줄 수 있는 바로 그곳으로-번쩍이는 네온사인이 눈이 부시지만 그것이 나를 더 돋보이게 만드는 듯하다. 시끄러운 Midnight, 자정은 이미 지난 지 오래. 이곳엔 레이디가가 의상만큼이나 쿨 한 도시를 만끽하는 화려한 그들이 있다. 음악 과 붙타는 열정. 그야말로‘파격적인 그들’은 넘치는 젊음 그 자체. 어두움은 내게, 우리에게, 그들에게 자신감을 선사한다.

YOUTH = HOT? = YES!

/ 란제리룩(LINGERIE LOOK)

LINGERIE COLLECTION

LINGERIE LOOK/란제리룩은 젊음&당당함

다 아는 얘기지만 황혜영, 이혜영 등 유명 국 내 연예인 뿐 아니라 많은 해외 스타들이 누드

여러 종류의 여성 속옷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겉옷으로 디자인한 패션 스타일.

거침없는 란제리의 향연. 란제리에 영감을 받은 2012 키워드는 페티시

집을 찍었다는 거. 아는가? 하다하다 드디어 들

여성의 란제리는 더 이상 속에만 꽁꽁 감춰

즘. 아 어렵다. 성적 도착증. 여성복에서 빼놓

벗는구나. 다들 벗는다..라고 치부해버리는 대

진 이너웨어에 그치지 않는다. 패션의 한 부분

을 수 없는 요소인 란제리에서 영감을 받은 매

중들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아주 당당하고

으로 단단히 자리매김 한 것. 무대 위 스타들

력적이고 관능적인 의상들이 이번 시즌 런웨이

단순하다. ‘예술로 남기고 싶어서요.’, ‘젊을 때

만 봐도 알 수 있듯 90년대부터 여성들은 끊

위를 점령해버린 듯 수많은 디자이너들의 란제

의 아름다움을 남기고 간직하고 싶어요’.

임없는 노출을 통하여 그들의 페미닌한 매력

리룩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겁다.

당시에도 지금도 언제나 누드 사진은 예술 과 외설 사이 그 어딘가에서 아슬아슬 줄타기

을 표현했다.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나

화려한 원색이 트렌드라고 외쳐도, 그래도, 란 시스루룩

를 한다. 예술과 외설을 구분하기 이전에 주목

(See-through look)으로 자신의 몸매를 한껏

해야 할 point가 있다. 젊을 때의 아름다움! 누

드러냈고, 계속해서 란제리룩으로 에로틱한 분

드 사진까지는 부담되더라도 가장 아름다운 몸

위기를 연출함으로써 여성성을 맘껏 강조했다.

을 지닌 때 자신을 드러내기에 란제리룩은 더

세대불문 남녀 모두에게 묻는다. 이젠 어딜가

없이 좋다.

도 이너웨어 같은 겉옷을 흔히 볼 수 있지 않는

아, 나부터 당장 도전해 봐야지! HOT HOT HOT SUMMER를 누리자.

가? 란제리룩은 현시대 패션의 로맨틱 무드와 도 직결될 정도로 빠질 수 없는 룩이라고 하겠 다. (대표적 스타일은 브래지어나 코르셋 등의 속옷을 연상시키는 디자인)

제리룩에서 블랙&화이트는 트렌드 그 이상 불 멸의 컬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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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성 |

젊음의 중심에 머물고있는 그들에게 묻습니다.

| 패션

란제리룩에 대한 당신의 시선

란제리 | | 이내경

유○○ (男/대학생/23)

최○○ (男/대학생/25)

이○○ (女/디자이너/26)

뭔가 시원해보여요 너무 1차원적인가? 음...섹시해보여요. 자유로워 보이고?

가터벨트!.....스타킹.

레드나 블랙컬러. 브래지어, 뽕. 섹시하게 드러나는 여성의 라인!

김○○ (男/대학생/24)

이○○ (男/연예계종사/25)

페미니즘이요!

음....시원한 아이스크림 같다?

1234 ↓

1. 2012 S/S Jean Paul Gaultier 2. 2012 S/S Jean Paul Gaultier 3. 2012 S/S Balmain 4. 2012 S/S Dolce & Gabb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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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2 S/S Givenchy 2. 2012 S/S Nina Ricci 3. 2012 S/S Dolce & Gabbana

1 234

조○○ (男/군인/24)

이너웨어지만 패션의 완성이라고 생각해요! 아니면 세심한 디테일?

김○○ (男/인턴/23)

구멍이 숭숭 뚫린 속옷과 가터벨트.

권○○(女/인턴/24)

레이스나 가터벨트. 망사스타킹....살색 실크?

김○○ (女/디자이너/27)

정○○ (女/대학생/23)

4. 2012 F/W No.21

Dolce & Gabbana의 섹시한 란제리룩!

섹시. 자신감 있는 개성의 표현! 숨겨져 있는 몸매의 재발견.

란제리룩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물었을 때, 부끄러워 할 라는 예상과 달리 당황없는 솔직 대 담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이밖에도 많은 人들이 가터벨트, 섹시함, 속옷, 레이스 등을 떠올 렸다. 뻔뻔해서 좋았다. 그래, 역시 젊다는 건 당당함이지! 대다수 젊은 남녀들이 단순한 이너웨 어로의 개념 뿐 아니라 겉으로까지 드러날 수 있는 아름다움으로 보더라. 힐끔힐끔 계속해서 나 를 보던 옆 테이블 중년 두 분이 대화를 청했다. 궁금증에 란제리룩에 대한 의견을 묻자 남성분 은 하하.. 보기만 해도 좋던데요! 그에 반에 여성분은 남사스럽네. 요새 친구들 보면 눈을 어디 에 둬야할지 참 민망하던데.. 살짝 주눅이 들었지만 뭐, 내 뾰족한 레드 힐 만큼이나 란제리룩은 섹시함과 당당함을 주는 선물인 것을! Do you ag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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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성 |

우린 야행성이 아니에요|

| 퀴어문화

| 이다솜

가 왜 여기에 있어?”

몇 %일까, 아니 알아볼 확률은 몇 %일까. 쉽

그 순간에는 내가 실언했다는 것을 깨닫지 못

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게이다(게이+레이다=

했었다. 의도하지 않은 커밍아웃을 하는 것은

게이를 알아보는 능력을 말한다) 작동법도 모

어떤 상황이든 섬뜩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R은

르는 둔감한 여성 게이인 나 역시 지금까지는

여유롭게 계속 춤을 추면서 어서 들어와 어울리

제로. 그랬던 내가 한 눈에 게이를 알아보는 상

기를 재촉했고, 어리벙벙한 표정이었던 내 뒤로

황이 발생했다. 그것도 마치 세계의 모든 인종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A였다. “내 친구

을 모아둔 듯, 국적 구분조차 쉽지 않은 동네인

인데 너랑 같은 아파트에 살아.”라며 R이 나를

하와이에서.

소개하자 그가 두 손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

매력적인 금발의 A를 처음 보았을 때는 ‘Club

너 거기 좋아해? 싫어한다고 해도 괜찮아. 왜냐

Carnival’이라는 이름으로 학교 동아리 홍보 행

하면 난 정말 그 곳이 싫거든! 내 이름은 A야.”

사가 있던 날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건물에서

그들의 대화를 탐,하다.

대한민국의 야행성 소녀가 만난 벌건 대낮의 성소수자들.

당신이 길을 걷다가 성소수자를 만날 확률은

나오다가 화려하게 치장한 야외 부스를 정면에

A는 동아리의 임원이었다. 첫 만남, 나는 어

서 마주했다. “Safe sex!”를 외치며 힘차게 무

떻게 내 소개를 할지 열심히 고민하고 있었는

지개 색깔의 깃발(무지개는 성소수자를 상징한

데 그가 모두에게 작은 종이 한 장씩을 나눠주

다)을 휘두르고, 콘돔을 나눠주던 A가 두 눈 가

었다.

득 들어왔다. 드디어 나의 첫 게이다 손님이 등

“이번 학기 첫 모임이니까, 각자 이 지구상

장한 것이었다. 사실 누구든 알아보지 못하는

에 존재하는 모든 질문 중 딱 하나씩만 적어 보

것이 이상할 정도다. 뒤따라오던 한국인 친구

자. 그리고 돌아가면서 대답하는 시간을 갖는

가 헉, 소리를 내더니 내 귀에 속삭였다. 세상

거지!”

에, 진짜 게이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라는 그 말이 굉

A에 대한 첫인상은 의구심 그 자체였다. 한국

장히 낯설었는데, 어쨌든 나는 여기 있는 사람

의 학교에서 성소수자들은 어두운 시각에 몰래

들의 이름을 알고 싶다는 글을 적었다. 아직 그

나와 신입회원 모집 벽보를 붙이고, 문화제 준

들을 잘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고, 그렇기에

비 기간이 되면 탈을 뒤집어쓰고 부스를 꾸며야

차근차근 진지한 대화를 열고 싶었던 약간의 고

했다. 쉬운 나라가 어디 있겠느냐만 내가 태어

집이었다. 모든 쪽지를 돌려받은 후 무작위로

난 한국에서 열린 성소수자로 생활한다는 것은

하나를 펼쳐든 A가 소리쳤다. “디즈니 만화에

결코 순탄하지 않다. 용기 있는 많은 인권운동

서 어떤 공주가 제일 좋은지 말하시오!”

가들이 활동하고는 있지만 소시민일 뿐인 나는

이럴 수가.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었는데 A는

노출이 두렵다. 그렇기에 나는 정말로 A를 만나

나를 제일 처음으로 지목했다. 도대체 누구를

고 싶었다. 여기에 있는 동안 조금은 열린 게이

말해야 하지? 당황한 내 옆에서 누군가가 “혹시

로 생활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고, 결국은

피오나?”라고 물었다. 피오나는 디즈니가 아니

덜덜 떠는 개미 심장을 쥐고 동아리방을 찾아갔

라 드림웍스라며 질책하는 A 덕분에 낄낄거리

다. 그러나 첫 걸음부터 난관에 봉착했으니, 문

며 시간을 벌게 된 나는 늠름한 캐릭터 한 명을

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하필 프랑스어 수업을 같

떠올렸다. “뮬란!”

이 듣는 친구인 R과 마주치게 된 것이었다. 아 니, 마카리나 춤을 추다가 내 이름을 친근하게

사실 동아리에 가입하기로 마음먹으면서도

부르는 그녀를 뒤늦게 알아채고 경악한 사람은

염려했던 것은, 내가 미국의 퀴어문화에 대해서

나였고, 우리는 극과 극의 톤으로 동시에 입을

는 제대로 아는 바가 없다는 점이었다. 이미 여

열었다. “Hey~ 오늘 퀴즈 어땠어?” “세상에 네

러 주(州)에서 동성 결혼을 합법화 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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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라에 비해 선진국임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니었고, 반어법도 아니었고, 마치 “오늘 아침엔

동성애자 자살 사건 등의 어두운 면도 많았다.

시리얼을 먹었어.”와 같은 자연스러운 말. 특별

그래서 내가 동아리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나

한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으면서 내뱉곤 하는 그

있을지 그것이 걱정스러웠다.

말에 어느 날은 나 역시 여유롭게 대꾸했다.

그러나 매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모

“Me, too.”

여 쇼 프로그램을 보고, 음악을 들으며 중간고 사를 걱정하고, 어느 날은 호텔 연회장을 빌려

동아리의 마지막 모임이 있던 날, 오전 수업

게이 프롬(Prom:사교 파티)을 열어 신나게 춤

이 끝나고 나와 교정을 걷고 있었는데 동아리

을 추고, 그러면서 점점 자연스럽게 흡수되는

친구인 M이 멀리서 손짓하며 나를 불렀다. 평

나를 느낄 수 있었다. 선진국이기에 가능하다

소에도 활발한 친구였는데, 오랜만에 만난 그

고 여겨지는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것이 그들이

는 그날따라 더 신이 난 것 같았다. M은 혼자

추구하는 자유와 평등이었다. 영화 <소년, 소년

가 아니었다.

을 만나다.>와 <친구 사이?>를 만든 김조광수 감독이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Hey hey hey~ 나 애인이 생겼다구. 만난 지 3일 됐어!”

‘베를린에서 본 외국 퀴어영화의 특징. 서구에

어쩜 그렇게 순수하고도 환한 웃음을 지으면

서 제작된 퀴어영화들에선 성소수자로서의 정

서 옆에 있는 남자 친구를 자랑하던지. 그 모습

체성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그런 고민을 할 시

이 정말 예쁘고 기뻐서 나도 모르게 하하하 웃

대는 지났다는 것처럼!’

어버렸다. 하와이의 강렬한 햇빛이 무척이나 잘

그리고 나는 이를 실감하는 중이다. 이들과 만 나는 시간은 정체성에 대한 논쟁을 하고 고민 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단 한 번도 누군가 다른 사람이나 나에게 ‘왜’ 게이가 되었는지 혹은 ‘언 제부터’, ‘어떻게’ 게이인 것을 깨달았는지를 물 은 적이 없었다. 그것이 내게는 굉장히 의미심 장하게 다가왔다. 살아오면서 가졌던 수많은 고 백의 경험과는 상반되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성소수자들이 모인 테이블에 앉아있 으면 누군가가 반드시 물꼬를 텄다. 그것이 통 과의례라고 여기든, 아니면 그저 궁금했던 것이 든, 어디선가 질문이 터지면 앉아있는 사람들 이 차례차례 각자의 정체성 이야기를 꺼내는 것 이다. 그리고 나는 그 시간이 조금은 불편했던 것 같다. 성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다들 어 떤 것인지 잘 알기 때문에 분위기가 마냥 가벼 울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들의 ‘육하원칙이 반 토막 난’ 대화에 매력을 느끼며 귀 기울여 듣기를 좋아했 다. 그 중에서도 R은 뜬금없이 “I am a happy gay.”라는 말을 종종 했는데 이 말이 굉장히 오 랜 여운을 남겼었다. 어떠한 각오의 어투도 아

어울리는 사람들. 그들은 야행성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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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성 | | 음악, 서윤후

백야행으로 가는 일곱 가지 히든트랙

얼마 전, 슈퍼 문이 떴고 달은 평상 시보다 세 배 이상 커보였지만 나는 나의 밤을 더 환하게 밝히는데 실패 했다. 그리고 아주 가끔 백야를 꿈꾸 기도 한다. 몸과 마음은 밤의 테두리 에 고스란히 스며들게 하고선 대낮 을 유랑하는 듯한 밤을. 그 밤을 위해 불을 켜고 우리는 손에 손잡고 모이 지만, 밤은 밤일 뿐 뜨거워지지만 환 해지진 않는다. 밤을 수면 위로 던져 놓은 뒤 새하얀 환상으로 젖어들게 하고, 당신의 긴 밤을 더 밝혀 줄 방 법이 여기, 아주 사소한 취향과 개인 적인 일곱 곡의 노래로 담겨져 있다.

tahiti80 / 1,000time 화려한 색깔들이 수놓은 애니메이션 의 오프닝곡 같은 이 노래는 전주가 인상적인 노래다. 당신의 밤이 밝아 지기 위해서는 어쩌면 만화 같은 동 화 같은 기적이 필요할지 모른다. 상 상 속의 동물들이 튀어나와 1000개 의 촛불을 켜고서 환한 밤을 선사해 줄 것 같은 신기한 기분이 드는 노 래다. The Get up kids / Close to home

B동 301호 / 운수 좋은 날

이 노래를 끝으로 당신이 도달할 수 있는 밤은, 어느새 환해져 있을 것이 다. 국경을 넘지 않고도 대한민국 한 켠 당신의 방 안이 백야가 되면, 당 신 속에서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흔 들어 깨우고 신나게 놀아보자. 그러 면 쥐도 새도 모르게 우리는 그림자 를 유괴당할 것이다.

그리고 운수 좋은 날, 당신의 밤은 백야로 번질 것이다.

Basshunter / Angel in the night

The offspring / Hit That 괴짜들이 등장하는 시트콤의 오프닝 같은 경쾌한 노래. 퉁명스러운 전주 가 인상적인 노래다. 이 밤을 시작하 기 위해서는 졸린 눈으로 불을 켜고 있을 수만 없다. 신나게 전진해야 할 것 같은, 한보 앞으로 가 먼저 밤의 불을 환하게 밝히는 이 노래를 들어 보자. 신나서 저절로 궁둥이를 들썩 거리지 않고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 을 것이다.

Morning runner / Burning benches + Gone Up In Flames 다소 촌스러운 보컬이 꽤나 매력적 인 이 노래와 더불어, FIFA게임 매니 아라면 한번 쯤은 들어보았을 노래 를 추천한다. 이 노래만 들리면 밤을 새고도 남을 기세로 기운이 펑펑 나 지 않을까. 아침을 달리는 사람들이 부르는 이 두 곡의 노래를 연달아 들 어보자. 달라진 분위기에 졸음을 깨 우고, 귀가 대신 찬물로 세수한 기분 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다.

한 여름의 아침을 연상케하는 이 노 래는, 필자가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BASSHUNTER의 노래다. 국내에는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진주를 갖는 기분으로 들어보자. 천국의 밤 에서 내려온 천사가 당신의 방 안을 훤히 밝히고 해변을 일궈줄 것이다. 당신은 축축한 발을 담그고 있으면 된다. 여름의 총체적인 기분을 만끽 하고 있으면 된다.

The Ting Tings / Shut up the let me go 예리밴드가 부르지 않았어도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흥얼거렸을 노래. 한 번 싸워볼까 식의 경쾌한 리듬과 시 크한 노래 가사들이 인상적인. 당신 의 밤을 아마 환한 대낮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가능성을 함유한 노래가 아닐까 싶다. 너무 시끄럽지 않고 너 무 고요하지 않아 딱 듣기에 알맞은 음량으로, 이 노래를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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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성 | | 음악, 홍진우

The A Team / Ed Sheeran

<深夜>

어쿠스틱한 악기로 그려놓은 한 편 의 감성적인 드라마. 도시를 방황하 는 갈 곳 없는 이들을 동화같이 풀 어 목소리와 함께 녹인 한 잔의 싱거 운 코코넛 밀크. 딱히 튀는 부분 없이 나뭇잎에 수면에 머무르다가 조용히 가라앉는 느낌이다. 슬픈 세상을 그 린 매트하고 무표정의 가사를 젊은 음유시인 Ed Sheeran답게 담담하 게 노래한다. 모노톤의 뮤직비디오 와 감상한다면 이 밤을 더 진지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밤을 좀 더 밤답게 즐기고 싶은가? 밤을 낮처럼 즐기는 곳은 이미 밖에 도 많다. 자, 오늘 밤은 혼자 즐기도 록 하자. 우울의 바다에서 갈피도 못 잡고 무작정 헤엄치자는 것이 아니 다. 이 밤을 더 깊-고 진-하고 그득하게 맛볼 수 있도록. 저 안으로 들어 가 보자 이거다. 크레용 맛이 날 듯 한 카카오 99%의 초콜릿 퐁듀에 빵 을 담가 놓은 것을 잊어보자. 그렇게 나도, 여러분도. 이어폰을 꽂아보자.

봄비가 내리는 제주시청 어느 모퉁 이의 자취방에서 / 재주소년

Siberian Breaks / MGMT 어딘가 허전해서 채워주고 싶은 싱 겁고 춥고 깊은 노래. 우리나라에서 는 Kids로 더 유명한 MGMT는 사실 알고 보면 상당히 사이키델릭한 음 악을 하는 그룹이다. 재생시간은 무 려 12분. 어쿠스틱한 기타 선율과 중 얼대는 목소리를 따라서 조용히 기 어가다 보면 중간에는 햇빛이 쨍알 쨍알대는 사막도 나오고 밤무대도 구경하다 보면 막판에는 요지경이 보이니 기대해도 좋다.

재주소년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귤. 그래서 처음엔 ‘제주’소년인 줄 알았 다. 요즘 같이 달아오른 지구에게 쿨 타임을 선물해주는 선선한 밤바람과 같은 노래. 노랫말이 없어서 더 깜깜 하고 시원하다.

이별을 건너다 / Urban Zakapa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른 어반 자카파. 나만의 것이라 생각했던 가수를 대 중에게 뺏기기 싫은 1인이다. 각설하 고, 매력적이지만 개성이 뚜렷한 세 보컬의 목소리가 호소력 또한 간드 러져 듣는 사람의 감성을 잘 긁어준 다. 징하게 사랑한 후, 손 쓸 수 없는 이별을 겪어 봤다면 반드시 눈이 저 절로 감기고 추억에 젖을 수 있는 노 래. 모든 이별은 다 같다지만 살살 건 드리면 울컥하고 터질 수 있으니 주 의할 것! 과거여행, 손에 잡히지 않는 어두운 곳으로.. 네 생각 많이 나더 라. 보고 있나.

Rondo Parisiano Le Marchand de Sable Remix (feat. Karl Lagerfeld) / Something A La Mode

The Waltz / Planet Funk 정신착란. 최면. 꿈. 처음 접했던 건 고2 여름방학이다. 무지 반복재생해 서 듣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끊었다’. 빨려 들어가는 듯한 몽환적이고 어 지러운 인트로가 끝나면 영국의 나 이트에서나 나올 법한 가벼운 비트 에 맑은 여성의 목소리는 마치 운동 후 마시는 게롤슈타이너같다. 허세 돋네. 개인적으로 후반부로 향할수 록 어두운 동굴에서 해 뜨는 웅장한 수평선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자, 이 제 잠을 깰 준비가 되었는가?

이번에는 템포를 살짝 올려보자. 첫 사랑에 기억에 깊게 가라앉았다면 깜깜한 터널 속으로 달릴 타이밍이 다. 처음 접하자 마자 아주 그냥 꽂 혀버린 프랑스 출신 일렉트로니카 밴드 SALM. 굉장히 새로운 시도이 다. 단순히 가상악기로 덧칠된 일렉 트로니카 음악이 아니라 두 현악기 바이올린과 첼로가 함께한다. ‘파리 의 론도’라는 제목의 이 곡은 칠흑 같 은 밤, 어딘가로 끊임없이 달려간다.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상당히 중독 성이 있다. 칼 라거펠트가 출연한 뮤 직비디오 또한 볼만하다. 밤은 깊어 져 간다.

Someone like you / Adele 이젠 너무나 유명해져 버린 아델. 그 녀의 목소리에는 나이에 걸맞지 않 은 연륜이 묻어난다. 푸근하고 솜이 불 같다. 하지만 가끔 나를 혼내는 느 낌도 든다. 이 노래를 듣다 보면 평소 에 걷는 속도보다는 조금 빠르게, 하 지만 ‘빠르다’라는 표현이 과하다 싶 을 정도의 속도로 걷는 느낌이 든다. 가만히 침잠하기 좋다. 다시 너 같은 사람을 찾겠다는 이 착한 여자의 답 답함만 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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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성 | | 핫 플레이스

<그 남자>, 홍진우

칼퇴근. 칼퇴근. 답답하다. 손에는 또 우드락본드 범벅이야. 아~~ 짜증

답답한 마음에 베를린으로 발걸음을 돌렸어. 테라스에 앉아서 생각 좀 하

나!!! 한 시간 전부터 오늘은 괜히 마음 한 구석이 멍든 것처럼 먹먹했어.

려고. 시야를 넓혀 우리 사이의 틈을 신선하게 해주던 그 곳. 웨이터 형

저녁엔 그래도 아직 많이 선선하네. 이 맘 때 널 처음 만나서 그런가 이

이 나보고 또 소리 없이 웃네. 혼자 몇 번 와서 샹그리아 마셨었거든. 그

바람결이 너무 익숙하고 반갑다. 한 숨부터 나오네. 공기가 차고 하늘은

것도 남자 혼자. 청승맞냐?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면서 별보던 밤이 그

흐린데 그래도 숨통은 트여서 좋다.

립다. 그러고 보니 낯익은 바람결에서 어디선가 네 향수냄새가 밀려 오

휴 저놈의 코코브루니는 코앞에 있어서. 아오. 없애버릴 수도 없고. 회

는 것 같다. 오늘 왜 이러지? 왠지 오늘은 밤새 헤메이다 잘 것만 같아.

사 점심시간에 너 맨날 놀러 왔었잖아. 카페인 충전도 같이 해야 된다고.

문득 짜증나고 속상하다. 내 의지로 될 수 없는 것들. 우리의 기억은 곳곳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라떼 하나에 시럽은 다섯 방울만. 손에 물이 차

에 널려있고 내 촉수는 이미 곤두세워져 있어. 에라이- 친구들이나 불러

갑게 닿는 것이 좋다던 너는 슬리브가 필요 없다 했었지. 살랑살랑 봄 바

서 불태워야지. 어디냐? 응. 응. 나 기분 구려서 그런데 술먹자고. 헐. 아

람이 소월길 지나 저 남산 위로 날아가듯 우리는 잔잔하게 서로를 방울

싸. 귀요미들 좀 있겠네. 어딘데. 뭐? 다모토리? ...결국 금기의 상자를 여

방울했었고. 특별히 오늘은 문득 네가 마시던 라떼가 궁금해서 주문했

는구나. 못산다. 오늘 날 인가. 카카오톡 비번 안 가르쳐 준다고 투닥 대

어. 시럽도 넣어서. 그런데 슬리브는 끼울란다. 이런 내가 구차해 보여.

던 바 구석자리 기억나? 지금 생각하면 진짜 웃기다. 우리 둘 사이에 그

습관이란 참 무서워. 원치 않아도 이미 나는 벌써 소월길을 오르고 있어.

런 게 중요한 게 아닌데. 집착과 애증이었던 걸까. 쿨함을 강요하는 순간

기억나? 작년 이맘때 하얏트로 밥 먹으러 왔던거. 난 니가 그날 입었던

이미 나에게 그건 억압이었어. 바래진 기억의 먼지를 털고 애써 자기 위

맥시드레스에 금색 플랫까지 다 기억나는데. 이래서 사람들이 망각의 알

로를 하고 싶어서인가. 순간 솟는 아드레날린과 오늘 밤 막 나가고픈 욕

약을 그리나봐. 쓸데 없이 기억하고 있네. 그냥 지나갈게. 겨우 닫아놓은

구에 이미 이성은 뒷전이야. 하하 미안해. 그나저나 안녕하세요~~ 몇 살

상잔데 열기 싫다.

이에요?? 와 진짜 귀엽다!! 정신 없이 달린다. 익숙한 장소와 오래된 자리

내가 내 무덤을 판 거야 뭐야. 오늘 자꾸 추억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

에 새로운 사람들과의 기록을 덧입힌다. 이게 유의미한지는 신경 쓸 필요

와. 눈 감고 귀를 닫고 다닐 수도 없고 말야. 하루 종일 경리단길 까페만

가 없지. 암. 어느새 세상이 돌고 있다. 나도 돌고. 낯선 얼굴, 익숙한 얼

주구장창 다녔던 날도 생각난다. 책 읽다가 노래도 같이 듣고 그러다가

굴 돌고 돌아 소용돌이처럼 내 머리를 휘집고 다닌다. ...어 그런데 저 머

졸리면 고개 맞대고 낮잠도 자고. 스탠딩커피 줄은 여전히 무지막지하구

리핀...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저 큐빅 박힌 머리핀.... 너 혹시 여기 왔다

나. 레모네이드가 너무 시다고 찌푸리는 네 미간조차 사랑스러웠는데.

갔어? 아니겠지? 아.. 목구멍에서 무언가 울컥한다. 살짝 네 생각이 과해지기 시작했어. 그리고 자연스럽게 우린 강을 건너 내려왔지. 레벨에서 뭐 파티 있다나 뭐라나~ 나야 좋지! 그냥 막 놀았어. 나 정신줄 놓는 거 좋아하잖아. 니 생각 전혀 안 했어. 절대. 낯선 여자? 웰컴이지. 알게 뭐야. 하지만 그 다음은 뻔한 스토리. 결국 중간에 나왔어. 찬 바람 맞고 싶기도 했지만 너도 알다시피 이런다고 해결되는 건 없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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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냥 단지 너가 보고 싶다. 더 보고 싶어 졌다. 친구들끼리 놀 때 항상

궁상맞게 이게 뭐야. 언제적 일을 아직까지. 아 이제 뭐하지? 길어진 해

이 무렵에 둘이 몰래 빠져 나와 한강 가서 무릎베개 하고 바람 쐬었는데.

가 다음 여정을 ’

도란도란. 아 속이 더부룩하네.. 눈꺼풀을 다 뜨기가 힘들다.

‘갑자기 뭐야. 나 안 씻었는데’

달이 밝아. 이 새벽인데도 날씨가 선선해서 그런가 사람들이 많네. 그 사

‘대충 입고 나와 시간이 너무 아까워~’

람들 중에 혹시 너도 있을까. 너랑 같은 하늘아래 같은 공기를 마신다는

‘미친.. 오늘 날씨 좋냐? 기달려 준비하고 나갈게’

유치한 발상에 의미를 두기 시작해. 머리핀만 만지작만지작 거리면서 혼

준비? 예상 시간 2시간이네 휴. 산책도 이젠 지겹고 경리단 길을 따라 슬

자 앉아있어. 물바람은 시원하고 공기는 맑고 술기운에 몽롱했던 정신도

슬 내려가볼까. 여전히 줄이 긴 스탠딩 커피 앞에는 뭐 이리 시냐며 칭얼

어느 정도 정상궤도를 되찾았고. 적당히 시끄러워. 적당히 웰빙이야 지

대는 여자와 어쩔 줄 몰라하는 남자, 왠지 우리 모습과 비슷해 옛날 생

금. 너 또한 나에게 참 건강하고 바람직한 사람이었는데 나는 너한테 어

각 살짝 났어.

떤 사람이었나 싶네. 저기 추억 하나 더 지나간다. 가끔 너랑 같이 타던

혼자 시간 삐댈 곳 어디 없나? 녹사평에서 방황하던 중 베를린이 눈에 들

자전거. 지금도 네 생각 꾸욱꾸욱 눌러가며 어쩔 수 없이 탄다 사실. 탈

어와. 입술 빨개지도록 샹글리아 잔을 놓지 않았던 그 곳. 나도 모르게 자

때는 타야지 뭐 어쩌겠어. 똑같은 자전거 볼 때 마다 일부러 빙 돌아가기

주 앉던 자리로 발길이 향해.

도 해. 크크. 저기 저 커플들 신났네. 신났어. 새끼들. 좋을 때다 임마.

멀리 반포대교까지 내려다 보이는 테라스, 괜히 생각에 잠겨. 여기도 너 랑만 왔던 곳은 아닌데 왜 그때 기억만 남아 있을까..

<그 여자>, 노미진

이내 누군지 몰라보게 변한 친구가 왔어. 저번에 말했던 오빠들 진짜 괜 찮은데 같이 놀래? 그래 꿀꿀했는데 잘됐다. 빨리 오라고 해. 화장품 있

눚잠 좀 자볼까 했는데 오늘 아니면 또 며칠을 기다리긴 귀찮아 이제 그

어? 빌려줄게. 여긴 쫌 그렇지 않냐? 다모토리로 오라고 할게.

만 자고 일어나야지. 보고 싶었던 서도호전을 위해 리움으로 향해. 날이

뭐 병주고 약주는 날도 아니고 의도치 않게 추억의 장소를 훑게 되버렸

좋아 그런지 데이트 나온 연인들 투성이야. 그러고보니 우리, 아니 너와

다. 너땜에 배운 막걸리였는데. 헤어진 후론 입에 대지도 않던게 막걸리

나.. 이 근처에서 함께 했던 추억이 참 많네.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밀려

였는데. 그래 나도 이제 새출발해야지.

와 갑자기 아련해져. 오랜만에 소월길이나 걸어볼까 코코브루니 들려 라

내가 마음에 드는지 자꾸 눈길을 보내는 남자 3호 뒤 벽면 우리가 자꾸

떼 한 잔 사들고 천천히 길을 올라.

마셨던 송명섭막걸리에 눈이 가. 별 관심 없었는데 졸지에 나와 남자 3호

반짝이는 햇살에 푸른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남산공원. 언제였지 여기

가 엮이는 분위기, 그닥 나쁘진 않으니 뭐..

너랑 처음왔던거 작년 이맘 때 쯤인 것 같은데. 우연치 않게 그 날 입었

술 기운이 달아 오른 상태에서 강을 넘었어. 오늘은 불타는 프라이데이

던 맥시드레스야. 나무 계단의 촉감마저 너와 함께 했던 그 날의 느낌 그

나잇이니 레벨로 향해. 얼마만의 클럽인지 예거잔은 채워지고 비워지길

대로여서 몸서리가 쳐. 덕분에 함께 걷던 우리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생

반복해. 디제잉이 클라이막스에 이르자 다들 춤 추러 나가고 자리엔 아

생해. 살랑이는 바람에 전해져오는 봄내음, 살며시 날 간지럽히는 네 손

까 그 오빠와 나만 어색하게 앉아있어. 아 부담스러운데 왜 자꾸 옆으로

길에 미소짓던 나, 시선의 외진 곳에서 지금도 남아있을 너와 나의 추억

오는거야. 아 바람쐬고 싶다. 우리 가끔 친구들이랑 술 마시다가 둘만 몰

에 가슴이 요동쳐 와.

래 나왔는데. 한강에서 웃고 장난치고.. 생각이 몸을 이끌었는지 어느새

애써 고갯짓을 하며 남은 커피를 쪽쪽 빨아. 남은 얼음을 들이키려는 순

택시 안이야. 갑자기 나른해져. 이젠 기댈 수 있는 네 품이 없다는 사실

간 녹아버린 컵에서 배어나오는 물, 지저분하다며 타박하는 네 목소리가

만 분명해졌어.

아직도 육성지원되는 듯 해서 깜짝 놀랐어.

새벽인데도 시원한 밤공기탓인지 한강엔 사람들로 북적대네. 혼자 걷는 내 모습이 처량해보여 맥주나 한 캔 할까 했던 마음을 접어. 어디있어? 남자 3호가 보내는 카톡 알림이 시끄러워 폰을 끄려다 나도 모 르게 카톡 목록을 확인해. 여전히 잘 지내나봐. 나와 함께 했던 네가 맞는지, 프로필 사진 속 웃고 있는 너의 모습이 낯설다. 공기가 차다. 내 마음도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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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성 | | 핫 플레이스

베를린

코코브루니

다모토리

소월길

소월길

경리단길

레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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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다모토리

코코브루니

레벨

한강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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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성 | | 핫 플레이스

코코브루니 / 새를 탄 소녀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각인된 코코브루니는 가로수길에 처음으로 매장을 연 이래로, 다양한 케이크와 초콜렛으 로 입소문을 타고 나서 깔끔한 컬러의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가로수길점, 한옥의 멋을 살린 삼청동점, 공부하기 좋은 분위기의 청계천, 새장 을 공중에 주렁주렁 달아놓은 홍대점 외에 압구정, 한남동에 분점이 있다. 쇼콜라티에가 매일 만드는 초콜렛은 선물용으로도 제격이다. 농 도를 선택할 수 있는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 바리에이션 메뉴 외에도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브런치 메뉴도 인기몰이중. 이름이 재미있는 여름한정메뉴인 ‘어찌감이’와 ‘일편딸심’ 빙수도 곧 만나볼수 있다. 모든 음료는 Takeout시 20% 할인된다. 코코브루니 한남동점. 지하철 6 호선 한강진역 3번출구에서 이태원역 방향. 2시간 주차무료. 가토쇼콜라 5천원. 오믈렛 브런치 1만원. 감과 떡이 숭덩숭덩 잘려 들어간 ‘어 찌감이’ 빙수 1만원.

베를린 / 토털 문화 공간이라는 컨셉 하에, 시간대 별로 다 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주로 낮 시간대에는 브 런치나 커피, 저녁엔 레스토랑, 밤엔 라운지로 즐길 수 있다. 다양한 아시아 음식들을 즐길 수 있으며, 녹사평 사거리를 소월길 / 남산의 진정한 매력은 남산타워 밖에서 시작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탁 트인 전망은 오직 베를린에서

된다. 이를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남산

만 누릴 수 있는 호사. 여름엔 테라스로 오픈 되어 있어 도

소월길이다. 한남동부터 넓게는 숭례문 일대까지 남산

심 속 시원함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추천하는 메뉴는 그

을 따라 이어진 길로, 서울 남산 순환도로의 남쪽에 붙

윽한 과일 향의 샹그리아와 다양한 종류의 마티니. 왁자지껄

여진 이름이다. 사계절마다 다른 아름다움을 가진 서

한 이태원의 하루를 즐겁게 마무리하기 좋은 곳. 녹사평역

울의 명소이며, 최근 걷고 싶은 거리로 재조명되는 중

3번 출구로 나와 이태원 쪽으로 건넌다. 맞은편 언덕을 따

이다. 남산 도서관, N서울타워, 남산한옥마을 외에도

라 쭉 올라가다 보면 좌측에 베를린 입구를 발견할 수 있다.

시민과 예술가들이 함께 만든 남산소월길 아트버스쉘 터도 만나볼 수 있다. 원래는 드라이브 코스를 일컫는 길이였으나, 최근 패션파이브, 꼼데가르송 등 한남동 일대 유동인구가 많아지며 새롭게 생긴 산책 코스를 일컫기도 한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단 말이야? 할 정 도로 도심에서 갑작스레 마주한 꽃 길과 가득한 수목

경리단길 / 서울의 작은 지구. 이태원보다 더 이국적인 이 곳은 녹사평 역에서 하

은 탄성을 자아낸다. 북적한 이태원과 채 10분도 떨어

얏트 호텔까지 따라 오르는 길을 뜻한다. 삼청동이나 가로수길처럼 화려하진 않지

지지 않은 거리가 의심될 만큼 낯설지만 정겹다. 갑작

만 오히려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한 뼘 남짓한 다닥다닥한 공간을 거니는 재

스레 어떤 각도로 마주할 지 모르는 남산타워에 반하

미가 솔솔하다. 정통 태국 요리인 부다스벨리, 녹사평의 아이콘이 된 스탠딩 커피,

고, 서울의 야경에 또 한번 반할 지 모르니 밤에 찾을

조각 피자의 대명사 피자리움처럼 경리단길 초입의 작은 식당부터, 직접 만든 티

것. 한강진역 1번 출구로 나와 걷다 보면 나무 계단이

라미수가 매력적인 Lazy sue, 담백한 케익을 파는 Tid Bit 등의 디저트 카페, 외국

있다. 계단의 끄트머리에 하얏트로 오르는 길과 산책

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이국적인 레스토랑 겸 식료품점인 Olea 등 취향에 맞춰 고

길 두 갈래로 나뉜다. 꽤나 으슥하니 산책길은 낮에 찾

르는 재미가 솔솔하다. 녹사평역 2번 출구로 나와 지하 보도를 건넌 후 쭉 따라 올

는 게 좋으며, 하얏트 맞은 편의 남산야생화공원은 꼭

라 하얏트 호텔까지의 길.

한번 들려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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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잠원지구/ 선선한 밤날씨와 야경을 즐기러 많이 찾 는 한강공원.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꽤나 늘었다. 가만히 앉아서 한강물 바라보며 이어폰 꼽고 라이딩패션 구경하 기도 좋다. 낮에는 나무그늘 아래서 피크닉이나 캠핑을 즐기러 사람들이 붐비지만 그래도 다른 지구들보다는 한 적한 편이다. 지금은 공원조성 공사 중 으로 다양한 운동 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한강공원 잠원지구. 신사역에서 한남대교 남단 방향으로.

다모토리 / 월남한 북쪽 사람들 문화의 축소판을 보여주는 보기 드문 특색의 이태원 해방촌에 자리 잡은 세련된 막걸리집이다. 좁은 매장이지만 카페 분위기와 정말 무지무지 맛있는 수준격의 안주로 인기가 많은 곳. 손글씨로 적힌 메뉴는 단촐해서 고르 기 쉽지만 벽장에 진열된 전국의 막걸리병부터 도자기와 여러 소품들을 보면 내공이 장난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막걸리 종류가 많아서 고르기 힘들다면 와인처럼 테이스팅을 부탁해도 된다. 앞저트로 프레즐이 나오는 것도 색다르다. 이태원 해방 촌 다모토리.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2번출구에서 내려가다가 장독대길 방향. 전국의 다양한 막걸리는 5천원부터 2만원까지. 립아이를 먹기 좋게 썰어서 부추샐러드와 같이 내오는 갈비구이와 부추샐러드 1만8천원. 전라도식 김치를 볶아 만든 두부김 치 1만4천원. 맛보기식으로 나오는 막걸리 샘플러 2천원씩.

레벨 / 논현동 도산사거리에 위치한 레벨 라운지. 입구만 보면 이 게 라운지클럽인가 싶다. 1층 다이닝라운지는 그저 여느 커피샵 같은 분위기로 흰색의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하지만 계단을 내려 가면 헬게이트 입성. 다문화의 복합적인 플레이스를 추구하는 레 벨답게 분위기를 확 바꿔놓는다. 주목할 점은 단연 인테리어. 층 고는 높진 않지만 vip석의 목재를 사용한 테이블과 원색의 의자들 이 볼만 하다. 아침 아홉시까지 밤을 늘려 즐길 수 있는 애프터클 럽이란 것도 장점. 음악 장르는 일렉트로니카. 도산공원 사거리에 서 플래툰 쿤스트할레 쪽 탐앤탐스 옆 골목. 매주 금, 토 22시-9 시. 입장료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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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성 | | 영화, 김창기

뱀파이어라고 하면 트와일라잇에서 나오는 에드워드 컬렌을 생각하기 쉽다. 비현실적이지만 눈을 뗄 수 없이 멋있 고, 낭만적인 판타지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멋있고 낭만적으로 느끼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영 화로 인해 우리가 받는 자극은 긍정적이라기보다 힘들고 씁쓸한 현실로부터의 단순한 도피다. 더욱이 밤에 활동하 는 사람들은 사회 기득권층보다는 사회에서 소외되고 무엇인가 결핍된 사람들이 많다. 내가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뱀파이어 영화는 기득권층이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 밝은 태양 아래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약자들의 이야 기와 그런 상황을 벗어나고픈 처절한 몸짓이다. 누구에게는 편안하고 따뜻한 햇살이 누군가에게는 죽을 만큼의 혹 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일 수 있다.

1. 박쥐 133분 포스터를 보면 굉장히 섹슈얼하다. 그래서 노출만을 생각하게 만드는 실속 없는 노이즈 마케팅이라 여길 수도 있 지만 오히려 이 영화는 상업영화라기 보다는 예술 영화에 가깝다. 영화의 원작은 프랑스 작가인 에밀졸라의 ‘테레즈 라캥’인데, 등장인물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는 원작의 내용 전개와 매우 흡사하게 진행된다. 원작의 테레즈는 태주, 라캥 부인은 라 여사, 카미유는 강우로 표현된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두 남녀 주인공이 뱀파이어라는 것이다. 하필이면 왜 박찬욱 감독은 굳이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테레즈 라캥’과 결부시켰을까? 영화에서 상현(송강호)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뱀파이어가 된다. 뱀파이어가 된 뒤 상현은 인간적 욕망과 그 광 기를 깨닫는다. 자신의 신념과 마주한 상황에서의 충돌로 인해 무너지는 신념은 금기를 깨트리려는 인간의 본능적 욕망을 발현시킨다. 하지만 그로 인한 좌절을 보며 우리가 단순히 비판만을 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의 고민과 성장배 경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동정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비장미는 상현이 태주(김옥빈)의 위에 올라타 목을 1

부러트리고 피를 빠는 장면에서 절정에 치닫는다. 이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묶어주는 것이 “뱀파이어”라는 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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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3 박쥐 스틸 컷 4 렛미인 스틸 컷 5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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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렛미인 114분 116분 너무나 힘이 들 때, 자신의 힘으로는 어쩌지 못하고 혼자서 묵묵히 고통을 견뎌내고 있을 때, 나에게 건넨 손이 어린아이의 손이든 뱀파이어든 상관없다. 단지 잡아준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따름이다. 트와일라잇에서 두 주인공이 서로 다른 종, 다른 매력의 존재에 이끌려서 사랑에 빠진다면, 렛미인에선 왕따 소년 과 외로이 지내온 뱀파이어 소녀 두 존재가 동질감을 느끼고 서로를 위로하고 채워가며 사랑을 하게 된다. 어린 아이들의 사랑이지만 그 무게와 깊이는 성인들의 사랑 못지않다. 소나기에 나오는 소년 소녀의 사랑처럼 순진무 구하지는 않지만 순수성의 측면에서는 동일하다. 영화의 마지막은 열린 결말이다. 여러 가지 결말이 있을 수 있지 만, 나는 오웬과 에비(혹은 오스카와 이엘리)의 사랑이 퇴색되지 않고 진하게 계속 이어졌을 것이라 믿는다. 왜냐 하면 그들은 마음 깊이 하나의 존재로 되었으니깐. 다시 말해 Let Me In 이 성립되었기 때문에. 스웨덴에서 만들어진 후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되었는데, 스웨덴 버전은 영상미가 탁월하고 헐리우드 버전은 스토리가 부각된다. 장단점이 둘 다 있으니 두 영화 다 보길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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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 123분 영화가 개봉될 1994년 당시에만 해도 기존의 늙고 그로테스크하며 야만적인 뱀파이어에 대한 인식을 뒤집는 혁 신적인 영화였다. 잘생기고 예쁘며 강한 존재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고민하고 괴로워하며 좌절하는 브래드 피트 의 모습은 너무도 슬프면서 아름답다. 하지만 2012년인 지금에 와서 이 영화에서 뱀파이어의 모습은 이제 우리 들에게 익숙해진, 전통적인 모습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이 영화가 우리의 기억 속에 살아있고 나름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탐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의 퀴어적인 사랑과 커스틴 던스트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때문일 것이다. 성소수자들은 사회와 대중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는 영화 내에서의 뱀파이어와 다를 바 없다. 밝은 대 낮에 버젓이 돌아다니지 못하는 이 둘의 아픔은 분명 감독의 의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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