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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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

거의문화잡지 월간

왜 태어 났니??

<놀다가,> 1


덜 벌고 , 더 노는 세상을 꿈꾸며...

<놀다가,> 2


노동자의날을 격렬하게 환영하며!

<놀다가,> 3


너가 준 선물... 정말 고마워서 고맙다고 한게 아니라,

<놀다가,> 4


예의상 고맙다고 한거야.

<놀다가,> 5


왜 태어 났니??

<놀다가,> 6


여는글

놀면서 하는 거라며, 뭘 그리 끙끙거려? 미리 써두었던 여는 글을 찾을 길이 없다. 그래서 부랴부랴 새 글을 쓴다.

몸과 마음이 바빠도 왠지 심심하고 따분했다. 그때 던져진 ‘거의 편집장’ 의 제안은 귀를 솔깃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다른 친구들도 생겼다. 그렇게 마음을 모을 수 있는 친구들이 여럿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위안이 되더라. 누가 읽던 읽지 않던 차곡차곡 이야기를 쌓아보고 싶다. 0.5호를 펴낼 때 낑낑대며 글을 쓰는 나를 보고 동생이 말했다. “놀면서 하는 거라며, 뭘 그렇게 끙끙거려?!” 그 말에 웃음이 빵 터졌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놀면서 하는 거래도 마감은 ‘끙끙거림’ 을 낳았다. 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코앞에 닥친 마감을 딱하게 바라보며 끙끙대고 있다. 하지만 그게 좀처럼 싫지 않아서 이왕이면 잘, 아주 잘 끙끙거리고 싶다. 그런 끙끙됨이 잘 묻어나서 제법 읽을거리가 되어주면 더 좋겠다. <놀다가>의 정식 발간 월이자 첫 달, 발기인 3인 중 두 사람이 춘(春) 4월에 태어났다. 그래서 창간호 주제는 생! 일! 재밌겠다며 박수치고 좋아라했지만 마감이 임박해서는 모두 패닉이었다. 그 패닉을 담았으니 맘껏 즐기며 놀다 가시길 바란다.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건 ‘봄’ 만큼이나 반갑지 않은가.

2013. 4. 비는 내리고 날은 어두운 애매한 봄밤에,

다르덴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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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파악

왜 태어 났니?

“왜 태어났니~ 왜 태어 났니~” 생일 축하노래에 가사 바꿔 부르는거 많이 해 봤지? 재밌자고 하긴 한건데, 이게 사실 겁나 철학적인 말이거든. 올해 생일에는 한번씩 생각좀 해 보자고. 우리 왜 태어 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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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다설문

당신의 생일 선물에 대한 단상

<놀다가,>는 1호의 주제를 ‘생일’ 로 정하고 생일 선물에 대한 가벼운 설문을 준비했다. 여러 가지로 생업에 바쁘신 와중에서도 23명이라는 어마어마한 분들이 설문에 응해 주 셨다. 설문을 하기 전에는 몇몇 공통되는 답들이 나올 거라 예상 했으나 생각보다 아주 다양한 답변들이 쏟아져 나왔다. <놀다가,>는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답변들을 공개하 기로 한다. *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은 남자 분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여자 분들이 많았음을 참고 하시길. * 답변의 맞춤법은 무시했다.

질문 1 당신이 받은 지상 최악의 생일선물은? 답변 : 그런 건 없었어요~ 선물은 다 좋음 뿌잉뿌잉ㅋㅋ 내가 평소에 안 좋아하던 거라도 나 름의 의미가 있으니 다 좋아요! / 깃털이 잔뜩 달린 주렁주렁 귀걸이 (내 옷과

스타

일 취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지요!!!) / 좋아하지 않는 종류의 책 / 선물은커녕, 새벽까지 야근.... / 무관심 / 딱히 기억나지 않아요. / 양말 한 켤레

/ 삶은 계란 / 식료품 / 사무용 발판 / 쭉~찢은 공책에 휘갈겨 써서 휙 던져준 생일축

전혀 맞지 않는 향수 / 딱히... 그냥 받기만 해도 감사함... / 생일 일주일 전 헤어짐 / 취향에 안 맞는 책이나 하 한다는 그 종이 / 친구의 배신^^;;? / 내게

음반 / 없음 / 없음 ㅋ 선물은 다 좋음 ㅋ / 선물 중에 최악이 있을라나? 똥을 줘도 생 일엔 땡큐지ㅋ 난 없음 / 내 취향과 넘흐 다른 물품(?);; / 입던 옷 /

향이 아닌 열쇠고리 ㅜ / 리본 달아서 2000cc 맥주 통ㅡㅡ

전혀 내 취

---> 다양한 답변들이 나왔으나 ‘취향에 맞지 않는’ 무언가를 선물 받을 때 최악이라 기 억하는 분들이 자주 눈에 띈다. 참고로 리본 달은 2000cc 맥주통은 개인적으로 환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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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혹시 통 안에 맥주가 없으셨나?) 그리고, 생일 일 주일 전에 헤어지신 분께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질문2 지금의 당신이 가장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은? 답변 :

책. (확실히 나 는 대중적 코드가 아님. 재미없더라고 내가 골라 읽 는 게 최고) / 화장품 / 밥 사 줄께~ 하는 말과 밥 / 돈 / 향수. 지겹네요. / 인 형, 책 / (취향에 안 맞는)책 / 다이어리 / 인형 / 립밤! 입술이 많이 거칠 다 좋은데 ㅜ_ㅜ)))) 다 좋아요 ㅋㅋ 뭐 쓰레기는 싫음ㅋㅋ /

어 보습력 높은 것만 쓰는데 왜 자꾸 제 기능 못하는 립밤을 주는지.... / 먹는거.. 혹은

핸드폰 고리 혹은 열쇠고리 / 다이어 리 / 씨지브이 콤보 무료티켓 / 돈. 고마움은 남는데 마음이 남지 않는 장미(5월 14일이 로즈데이..) /

다. / 작은 가방류... - 좀 많아서... / 필기도구 / 정 그렇다면.... 흐음.... 음.... 으 음.... 또, 똥?? / 케이크 ㅎㅎ (돈으로 주세욤);; / 떡 케익크 /

고려하지 않은 선물 / 없어용ㅋㅋ

취향을 전혀

---> 역시 ‘취향을 고려하지 않는’ 무언가에 대한 선물이 눈에 띈다. 또 선물을 주어 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혹은 즉흥적으로 고른 선물은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 필자 도 경험이 있는데, 교회에서 마주친 후배가 마침 생일이라기에 읽던 책을 선물로 주었 던 기억이 있다. (내가 저자도 아니면서....) 지면을 빌어 반성한다. 미안해 후배님.... 질문3 미운 상사, 얄미운 너에게 주고 싶은 선물은? 답변 :

/ (맛이 좀 떨어지는) 느끼한 케이크 / 사탕 꾸러미 / 스프링 연습장 / 리더쉽관련

책 (실제로 줘봤다. 제발 좀 배우라고) / 향수. 너 냄새 나. / 인형ㅎ / (취향에 절대 안 맞는)책 / 초코렛 / 뱃살 제거제 /

엿!

그래도 맛있는 엿으로 ㅎㅎ / 떡(미운 놈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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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더 준다죠) /

자기계발서책

/ 산더미처럼 쌓인 심사서. 이거 전부 다 결재

해주세요 / 상품권 / 피자나 햄버거 고 칼로리 음식 - 먹고 살이나 쪄라..ㅋㅋ / 필기 도구 / 난 대학 다니다 레포트 때문에 읽었는데 다시는 읽고 싶지 않은 두꺼운 그 책,

엿? ㅎ ㅎ;; / 유통기간 많이 안남은 선물 받고 안 먹은 영양제 매우 감명 받은 인생의 책이자 지성인의 상식인냥 선물해주기 ㅋㅋ / 물과 / 자기 계발 서적 / 변비약^^v ---> 재미있는 아이디어 들이 눈에 띈다. 특히 ‘유통기간 많이 안남은, 선물 받고 안 먹 은 영양제’ 는 최고이지 않나 싶다. 또 ‘산더미처럼 쌓인 심사서. 이거 전부 다 결재해 주세요’ 도 매우 효과적인 방법일듯 싶다. 이 방법을 시도할 분들은 서류를 내밀며 “생 신축하 드립니다” 라는 해맑은 인사도 잊지 않도록 하자. ‘엿’ 을 선물하고 싶다는 분 들도 계신데 재미있는 발상이긴 하지만 실제로 주기는 매우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 그 리고 ‘자기계발서’ 를 선물하시고 싶다는 분들이 의외로 자주 계신데, 그거 읽고 바뀔 인간이면, 솔직히 걱정 안하지... 오히려 “전 직원이 모두 같이 읽자”는 역공을 당할지 도 모르니 신중해야 할 듯 하다. 결론 : 두서없는 설문 속 에서도 설문을 정리하며 느낀 점을 좀 간추려 보고자 한다. 첫째, 받는 사람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은 선물은 아무리 비싼 것이라 하더라도 쓸데가 없다는 것이다. 취향을 고려할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하지를 말자. 둘째, 생일 당사자도 정확하고 당당하게 자신이 받고 싶은 선물을 요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특히 “생일에 뭐 받고 싶어?” 라는 질문에 “아무거나” 라고 대답하는 건 삼가 자. ‘아무거나’ 라고 말할 거면 정말 ‘아무거나’ 받고 불만을 갖지 말도록 하자. 셋째, 내가 받기 싫어하는 선물은 사실 내가 흔히 주는 선물이었다. 우리의 지난날을 반성할 필요가 있겠다. 마지막으로 이 설문이 앞으로 생일을 맞을 당신에게 ‘꿀 유익’이 되길 바란다. 설문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_<놀다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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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다가 책

생일날 책 선물하는 것에 대하여 나는 생일 선물을 잘 못 고른다. 다른 사람의 생일을 너무 잘 까먹어서 애당초 선물 사 는 걸 잊는 경우가 대부분인 걸 고려한다고 쳐도, 하여간 생일 선물이란 것만큼 고르기 어려운 것도 잘 없다. (사실 뭐 그리 대단한 날도 아니잖은가?) 서로가 특별한 관계에 있 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주변의 수많은 지인, 직장동료니, 학교 친구니 하는 가깝지만 먼 관계들인 사람들의 생일이란, 잊어버리면 실례이지만 또 일일이 챙기자니 부담스러운 그 런 것이다. 하여간, 어찌 됐든 뭔가를 선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하자.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그런 사람의 생일이라고 하자, 아니면 존경하는 누군가이거나 호감 있는 이성이라고 해도 좋다. 너무 비싼 걸 고르자니 주머니 사정이 부담되고(혹은 상대가 부담스러워할 것 도 같고) 너무 싼 걸 고르자니 아예 하나마나 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마련이다.

이런책을 선물받았다고 생각해 봅시다

적당한 가격대를 생각하다 보면 머릿속을 스쳐 가는 선택 중 하나가 바로 책 선물이 다.상품권이나 먹는 음식처럼 쓰고 없어지는 선물보다는 좀 더 의미 있으면서 좀 더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선물’ 로서 책은 매우 훌륭한 선택지 중의 하나다. 하지만 이 선택지를 취 하는 것은 매우 고심되는 일인데,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대부분 꺼리는 선물 중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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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바로 책이기 때문이다. 책도 책 나름이겠지만, 책이란 것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수많 은 언어, 그리고 메시지들의 집합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책이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에게 어떤 의미를 파생시키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누군가한테 ‘성공하는 7가지 습관’ 같은 책을 선물했다고 가정해보자. 대체 그걸 선물 받는 사람은 어떤 기분이 들까. 아. 난 참 나의 성공을 바라는 좋은 친구를 두 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혹은, 내 인생이 그렇게도 패배자 같나 라는 자괴감 을 들 수도 있겠다. 적어도 “넌 성공한 인생이야”라는 의미가 아니란 점은 분명하잖은가. 애써 책을 골라 선물했다고 해도(혹은 받았다고 해도) 선물 받은 책을 펼쳐보는 경우도 사실 드물다. 사람들이 책이란 걸 워낙 멀리하고 살아서이기도 하겠으나, 선물을 주는 사 람의 취향에 따라 골라진 책이 나의 현시적 구미에 당기리라는 보장이 별로 없기 때문이 겠다. 그렇다고 고르는 사람으로서 읽어보지도 않은 책을 선물하기란 영 껄끄러운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이미 그 사람이 읽었을법한 책을 고르면 아무래도 곤란하다. 그 사람이 그 책을 절대로 안 읽었으리라는 확신이 생긴 책이라야 선물해줄 의미가 있겠지만, 그럼 에도 그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싶어 해야 선물할 가치가 있을 것 아닌가. 원래 최고의 선물이란 ‘무척 갖고는 싶지만 내 돈 주고 사긴 싫은 물건’ 이라고들 하는 데 어쨌든, 책을 선물할 때는 그 사람의 수중에는 분명히 이 책을 샀을 리 없지만, 나에게 이 책을 선물 받고 나서는 갑자기 그 책 갖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점들을 되새기면서 나름대로 책을 선물할 때의 선물 구매요령에 대해 정리해 봤다. 첫째, 신작 위주로 책을 고르면서, 선물을 받을 사람이 작가의 전작들을 소지하고 있 는 경우 해당 작가의 신작을 주는 것이다. 안전한 선택이다. 그렇게 내가 선물한 책이 영 영 책꽂이에서 뽀얀 먼지만 먹다가 잊히게 될 위험을 피했다. 하지만 이 방법의 경우, 선 물을 받는 사람이 그 작가의 열렬한 팬이라면 당신보다 먼저 서점에 갔을 것이라 보는 것 이 합리적인 추론이라고 하겠다. 둘째, 절대로 읽힐 리는 없지만, 책장에 꽂아둠으로써 그 존재가치를 다 하는 책들을 선 물하는 것이다. 아까 말한 것처럼, ‘갖고는 싶지만 내 돈 주고 사긴 아까운 책’ 을 사는 것 이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기야 하겠지만, 내 경우는 여행 서적들이 그렇다. 셋째, 오로지 자기 기준으로 판단해서, 자신에게 감동을 주었던 책을 선택해서 선물하 는 것이다. 물론 선물할 때 그 말을 빼먹으면 안 된다. 상대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을 미 리 고지하지 않으면 상대가 난감할 수 있다. 대상이 읽고 싶은 책을 선물하는 것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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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읽어주길 바라는 책을 선물한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고, 선물해준 책을 안 읽었을 때, 섭섭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하지만, 주는 쪽도 받는 쪽도 책 선물의 묘미가 있 는 방법이다. 책을 선물로 받고 싶어 하는 대다수 사람들은 이 방법의 선물 받기를 선호 할 것이다. 그 후에 고민하여야 할 것이 바로 책의 내용과 제목이겠다. 서문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그래도 생 일 선물로 주는 책인데, 내용이 재밌고 좋다 한들 ‘바보들은 다 죽어버려라’ (2009, 카를르 아데롤 드)라든지, ‘특성 없는 남자’ (2013, 로베르트 무 질)같은 책을 생일에 선물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책 선물은 편지를 동봉한 선물과 다르지 않다. 사실 이것이 책 선물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일 중의 하나인데, 편지와는 달리 내가 모든 텍스 트를 의도할 수가 없음에도, 상대는 그 안에서 수 많은 의미를 읽어 내기 때문이겠다. ‘좋은 책을 선물하면 되지 않은가’라고 간단히 대답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본디 좋은 책이란, 독 자들의 가슴 한구석을 쓸쓸하게 만들기도 하고, 기 분 좋은 햇살을 순식간에 우중충하게 바꾸기도 하 김연수 작가의 여행서적 같은 산문집 는 것이다. 생일을 맞이하는 누군가의 기분을 쓸쓸하고 우울하게 만들고 싶은 생각이 아니라면, 포 괄적인 의미의 좋은 책을 고르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따라서 생일 선물로 골라야 할 좋은 책이란 어떤 의미에서 굉장히 협소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식상한 제목에, 다디단 내 용만으로 꽉 찬 무성의한 시집들이 간혹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책 선물에 고뇌하는 지가 드러난다고나 할까. 처음엔 생일 선물로 주면 좋을 책들을 소개해 볼까도 생각을 해 보았으나, 역시 그런 선 택의 고민을 누군가가 대신해준다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책을 선물 하는 일도, 선물 받는 일도 모두에게 좀 더 재미있는 일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글이 다. 덧붙여 내 생일도 5월이고. _대충 소설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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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다가음악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니 생일. 0. 난 원래 매사가 삐딱하여, 생일도 아름답게 안 보인다. 우리 솔직해 지기로 하자. 당신 의 생일은 몇 살까지 아름다웠나?

1. 생일풍경 1 어릴 때 난 선물보다는 생일 케이크를 더 좋아 했다. 지금이야 흔하게 먹는 케이크 이 지만,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케이크는 생일에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생일케이크에 나이만큼 초를 꽂고 생일축하노래를 부르고, 촛불 끄는 걸 정말 해보 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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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우리 가족이 더 가난해 생일 때도 케이크 한 번 제대로 못 먹었 었는데, 어느 날 내 생일에(5~6살 쯤 으로 기억한다) 엄마가 생일 케이크를 사는 것이었 다. 밤에 아빠가 오시면 같이 촛불을 끄자고. 나는 정말 잘 참았다. 아빠가 오기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하지만 밤이 되어도 아빠는 오지 않았다. 그때는 그 흔한 핸드폰도 없던 시절, 그냥 기다려야만 했다. 엄마는 화가 났고 나와 동생은 지쳐서 잠이 들었다. 그렇게 내 생일은 저물었다. 아빠는 아주 늦은 밤, 술에 취해 들어오셨고 다음날 나는 촛불도 끄 지 못한 케이크를 그냥 잘라 먹어야 했다. 케이크가 맛있었는지는 기억이 없다. 2. 생일풍경 2 생일 케이크에 초가 켜 있고 옆에는 탄산음료수와 과자들. 가운데 생일 맞은 사람이 머 리에 고깔모자를 쓰고 서있고 그 주위를 원을 그리며 사람들이 서 있다. 눈웃음, 혹은 미 소, 혹은 이빨을 환히 내보이고 웃으며 양손은 생일 맞은 사람에게로 내민다. 생일 맞은 사람 역시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양손을 내밀어 화답한다. 그리고 노래.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그런데,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3. 생일 풍경 3 요즘도 생일 맞은 친구와 함께 케이크를 사들고 술집, 혹은 커피숍으로 가는 일은 흔한 일이다. 십여 년 전. 커피숍이나 술집에서 생일 축하를 할 때면 대한민국 20세기 문화시 민으로 가져야 하는 미풍양속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케이크는 최대한 큰 것으로 준비한다. (2) 친구들은 최대한 많이 모은다. (3) 술집이나 커피숍 카운터에 생일 축하 노래를 신청한다. 단! ‘터보’ 의 생일축하곡 이 어야 한다. (하긴 그 당시 알바들은 모두 ‘터보’ 의 생일 축하곡을 틀었다. 그건 센스가 아 니라 진리였다.) (4) 노래가 나오면 술집이나 카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하던 대화를 멈추고 박수를 쳐 야 한다. (뭐, 자연스럽게 하게 되어있다. 음악이 스피커 찢어져라 터져 나오니......시끄 러워 대화를 할 수가 없다.) (5)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생일 맞은 사람은 노래가 끝나면 촛불을 끄고 축하를 받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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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생일케이크를 한 조각씩 자른 후 앞 접시에 담아 주위에 가까운 테이블에 최대한 많이 서비스한다. 이때! 알바들에게는 가장 큰 조각 하나를 갖다 주는 걸 절대 잊지 말도록 한 다.(이렇게 하면 꽤 높은 확률로 서비스 안주 혹은 메뉴가 나온다.) 4. 관점 ‘있는 그대로를 말한다(혹은 보여준다)’ 라는 말은 얼핏 보면 상하좌우 어느쪽으로도 치 우치지 않은, 완전히 객관적인 말처럼 보인다. 하지만 ‘완전히 객관적’ 이란 것 자체가 하 나의 관점이다. ‘있는 그대로’ 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어디’ 를 ‘있는 그대로’ 를 보여줄 것인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5. 가난한 사랑노래 UMC의 <가난한 사랑노래> 라는 곡이다. 가사를 먼저 보기로 하자. (가사의 느낌을 살 리기 위해 맞춤법을 무시했음.)

vrs 1 잊혀질만하면 나타나 너의 자취 방안을 담배연기와 소주의 쓰디쓴 습기로 가득 채우고는 곧바로 쳐다보지 않고 피곤한 듯 충혈 된 눈으로 나를 외면하는 거부하는 몸짓을 굵은 팔뚝으로 꼭 붙들어놓고 사랑한다고 준비했던 수식어나 농담 같은 것들 결국 모두 잊은 채로 터프한척 딱 한마디 오빠가 생각해 봐도 그런 것 이제 정말 지겨울것 같아 여기서 일하면서 보니까 말이야 샴페인 안에 반지를 넣어둔다거나 아니면 꽃을 만땅 채워놓고 차 트렁크를 열게 하거나 정말로 멋진 방법들이 많고 많던데 꽃을 그렇게 살려면 이 달 방세는 포기야 차는 빌려 쓴대두 방은 빼줘야 되는데 같이 살고야 싶지만 먼저 고백을 멋지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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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만 시간이 있을까 싶어 너는 하루에 열 시간 오빠는 하루에 열두 시간을 일하면서 지나가고 한달에 이틀을 쉬는데 누워서 TV를 보던지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게 되더라 어쨋건 마음만은 제발 받아달라는 구질구질한 말들은 이제 하고 싶지도 않다 친구들 만나면 재밌게 잘 놀아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니 생일 chorus 너무 가난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기를 돌아서서 흘리는 눈물이 기억에 남게 되지 않기를 vrs 2 니가 직장을 얻게 된게 오빤 너무나 기뻐 원래 그 회산 이쁜 경리를 좋아한다는데 사진성형 같은 건 생각도 안해 봤지만 니가 채용된건 정말 당연한거라고 봐 부장님이 자꾸 눈길 줘도 신경 쓰지마 원래 너처럼 이쁜 애들은 팔자가 다 그래 오죽하면 부대 앞에 식당에서 오빠가 널 꼬셨겠니? 서울 따라온거 후회는 않지? 특별히 니 감정을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같이 밥만 먹어도 느낄 수 있는게 있어 니가 별로 안 좋아하는 반찬을 내가 먹어치우면 웃길것도 없는데 미소가 스쳐 지나가 추석날 너 고향 내려갈 때 줄까하고 선물하나 산 적이 있었어 지갑인데 역 앞에서 오토바이가 채갔다 포장지가 비싸길래 포장 못했던 게 문제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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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편지를 잔뜩 써놨더니 돈이 많이 들어간줄 알고 털었나봐 세탁소에서 빌려 입었던 정장이 어울리기는 했나 보드라 부티가 났나봐.. 별로였나? 가난은 남자를 심각하게 약해지도록 만들지만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은 더욱 나약하다는거 알고는 있지만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니 생일.. chorus 너무 가난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기를 돌아서서 흘리는 눈물이 기억에 남게 되지 않기를 vrs 3 눈이 꽤나 많이 오는 바람에 지난 겨울엔 걷기만 해도 분위기 괜찮았었는데 넌 잠깐 운적이 있었지 먹고살기 위해서만 사는게 이젠 지겹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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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너한테 술 꼬장만 진탕하고 아무것도 못 내밀고 집으로 돌아올래니까 니 생각이 또 난다 그치만 우리한테 자유가 없진 않아 우린 잡일하는 기계는 아니야 작년여름 피자집에서 일하고 있을때 배달 오토바이 뒷자리에서 날 끌어안고 미친듯이 소리치던 넌 정말 예뻤어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를 순 없어 남자라면은 누구나 자기 여자에게 사치스러운 아름다움을 주고 싶어해 옥상에서 빨래를 너는 니 옆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걸 알고 있어도 그래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니 생일... 6. 가난한 사랑노래 UMC의 첫 앨범 [XS1]에 수록된 이 곡은 지금 내 주위를 있는 그대로, 아주 적나라하 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사랑노래 중 이 노래 보다 현 실적인 노래는 없다고 본다.(있다면 추천해 보시길!) 너무 현실적이고 너무 적나라해서 섬뜩할 정도다. 이 노래는 바로 나의 이야기 이며 우 리 동네 누나, 동생, 형들의 이야기, 내 친구의 이야기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고 내가 비슷하게 겪어왔던 모습니다. 나는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청춘들이 이런 풍경의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믿고 싶은 건 아니고? 7. 사랑노래 지금 당신의 MP3 안에 들어 있는 사랑노래 몇 곡을 뒤져봐도 바로 알 수 있는 것. 흔히 듣고 있는 사랑노래 들은 ‘감정’ 을 표현하는 노래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대 중가요가 정작 대중의 ‘이야기’ 를 담고 있지 않다. <가난한 사랑노래>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의 절절한 현실과 속 마음을 잔인할 정도로 섬 세하게 보여 주는 노래는 거의 없다. 지금 우리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랑 노래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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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너무 좋아 미치겠어” “그대가 너무 멋있고(혹은 예뻐/섹시/멋져서) 미치겠어” “그 대가 없으면 내 삶은 없어(혹은 그러므로 널 갖겠어)” 정도로 요약 할 수 있다. 이런 노래들이 전혀 쓰잘데기 없다는 게 아니라 이런 노래들만 있으니 쓰잘데기 가 없 다는 거다. 특히 남녀 간의 사랑이란 것이 당신과 나의 ‘이야기’이고 서로의 상황과 배경 속에서 끝없이 부딪치고 출렁이는 상호 작용인데 대부분의 사랑노래들엔 ‘이야기’ 도 ‘상 황’ 도 ‘상호작용’도 없다. 그냥 격한 감정만 있다. 그런데 좀 살아 봐서 알잖은가? 어쭙잖지만, 사랑이란 것이 ‘감정’만으로만 구성 된건 아니라는 것. 그래서 이 노래는 더욱 빛나고 이채롭다. 8.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니 생일. 다시 한 번 위의 가사를 묵상 해 보시길 바란다. 나는 이 가사를 천천히 읽고 있으면 눈 물이 날 것 같다. 이 노래의 진정한 킬링라인은 뭐니 뭐니 해도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니 생일.” 이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이 짧은 말 속에는 무수히 많은 생략을 담고 있다. 비루하고, 어쩌면 찌질 하기도 하고 뭐 하나 제대로 정해 진 것 없는 쓰나미 앞에 촛불 같은 주인공의 상황을 단칼에 정리하는 말이다. 노래의 주인공은 왜 생일을 연인과 함께 보낼 수 없었을까? 야근 때문일 수도 있 고 쓸데없는 자존심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내 생일, 혹은 연인(친구)의 생일에 야근을 해야 하는가? 왜 세상은 우리에게 쓸데없는 자존심을 가지게 만드는가? 왜 세상은 가난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영 혼을 비참하게 만드는가? 이유를 알려 하지는 말자. 단지 질문을 던지자. 예술의 기능중 하나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것이고 세상 모든 행동의 시작은 질문으로부터 출발하니까. 8′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오늘은 니 생일 이잖아” 같은 말이지만 다른 느낌을 받았던 기억도 있다. 생각해 보면 어 릴 적 부모님과 내 주위에 나를 아끼던 어른들도 내게 곧잘 이런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 다. 평소에 잘 놀아주지 못하고, 갖고 싶은 것 다 사주지 못하고, 먹고 싶은 것 다 해주지 못하는 미안함과 안쓰러움. 또 해주지 못하는(안 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 대한 질책들. 그 수많은 생략들을 오직 생일날엔 속 시원히 말씀 하셨던 것 같다.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하고. 마치 창조주가 인간에게 이야기 하듯. _거의 편집장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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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그리고 또 다른 생일.

생일에 묘한 불편함이 생겼다. 물론 여러 친구들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받는 것은 아 무래도 좋다. 절친한 이들에게는 절친한 대로,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나를 기억해줬다는 소심한 기쁨이 있다. 선물이나 케이크도 마다하지 않는다. 선물은 주는 것도 받는 것도 기 쁜 일이니. 하지만 이 어딘지 모르게 묘한 불편함은 ‘생일 축하한다’는 메시지와 생일이 사실 내가 축하를 받을 날인가 하는 물음에서 스물스물 피어 올랐다. ‘생일 축하한다’ 는 메시지는 무슨 뜻인가? 물론 어렵게 어머니의 자궁에서 세상으로 나 온 데에 신생아였던 나의 노력이 없었다고는 못할 테다. 뭔가 용을 썼겠지. 하지만 여러 표현에서 나타나듯 내가 태어나게끔 된 것은 어머니가 나를 배고 태에서 키워 낳으신 덕 분이니, 사실 기억도 안 나는 그 시절에 나는 거저 태어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내가 어머니, 아버지에게 감사해야 할 일을 축하를 받아야 하는 건가 싶어서, (물론 축하 하는 이는 이런 것을 의도한 것이 아니겠지만) 뭔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그래, 사실 우리말에서 ‘태어나다’ 는 표현은 확실히 내가 축하를 받을 만 하다는 인상 을 준다. 내가 그 어릴 적 온갖 애를 써서 태어났었노라 라는 성취의 느낌이 잔뜩 묻어난 다. 열 달이 다 차기도 전에 어머니의 태를 가르고 태어났다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 나 오는 맥더프 정도가 된다면 이렇게 말해도 되겠지만. 실제로 다른 언어의 경우를 찾아보 면 ‘태어나다’ 는 동사는 우리말과 달리 수동태로 표현될 때도 많다. 나의 성취의 문제가 아니라 사건이며 혹은 신으로부터 계획된 일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으나, 어찌됐든 내가 축하를 받을만한가 라는 지점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생일 축하를 마다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생일을 기회로 간만에 나누는 상투적인 안부인사와 온갖 난리들이 싫지만은 않다. 이 글을 근거로 생일 축하하는 것을 멈추지는 말아달라. (어차피 내 올해 생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만 이를 테면 이런 질문 을 해보는 것이다. 개인에게 가장 큰 기념일이 생일일 필요가 그다지 없다면, 다른 의미의 생일, 혹은 다른 의미의 기념일을 발견해낼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그것이 내가 기억지 도 못하는 출생의 기억보다 진하고 나름의 의미가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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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생일에 대한 시와 그림을 각각 한 편씩 소개하고 싶다. 상투적 인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혹은 지나치게 낭만적인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새 다이어리를 샀을 때 내 생일을 가장 먼저 체크하고 있다면, 일 년 달력에 내 생일만 눈에 번쩍 뜨인다 면, 다른 의미깊은 날이 나한테는 없던가 한 번 돌아보는 재미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로제티의 생일, 내 사랑이 찾아온 날 생일 - 크리스티나 로제티 내 마음은 물가의 가지에 둥지 튼 한 마리 노래하는 새입니다. 내 마음은 탐스런 열매로 가지가 휘어진 한 그루 사과나무입니다. 내 마음은 무지갯빛 조가비, 고요한 바다에서 춤추는 조가비입니다. 내 마음은 이 모든 것들보다 행복합니다. 이제야 내 삶이 시작되었으니까요. 내게 사랑이 찾아왔으니까요. A Birthday - Christina Rossetti My Heart is like a singing bird Whose nest is in a watered shoot: My Heart is like an apple-tree Whose boughs are bent with thickest fruit: My Heart is like a rainbow shell That Paddles in a halcyon sea: My Heart is gladder than all these Because the birthday of my life Is come, my love is come to me.... (번역: 장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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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에 대한 여러 예술적인 해석들이 이렇게 존재한다. 조금 오글거리긴 하지만, <생일 >이라는 이 시의 시인 크리스티나 로제티1830-1894 는 사랑이 내게 찾아온 날이 생일이 라고 환희에 찬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수 많은 연인들의 기념일이 여기에 속할 것도 같지 만, 사귀기로 시작한 날이라든지 결혼한 날이 어떤 결심을 동반하는 날이라면, 시인이 이 야기하는 사랑이 내게 온 날은 이를 테면 내가 어머니에게로부터 ‘태어나게 된 것’ 같은 느 낌이다. 출생하게 됨으로 내가 생명을 얻게 된 것처럼 사랑이 내게 왔기에 새로이 태어나 게 된 것, 때문에 그 사랑이 오기 전에는 내겐 생명이 없었던 것처럼 시인은 이야기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태아이던 우리는 출생의 순간과 그 환희를 우리의 부모님만큼 느 낄 수 없었지만, 사랑이 오는 그때의 기쁨은 시인이 노래하는 새로, 한 그루 사과나무로, 무지갯빛 조가비로 빗대어 표현하듯 온 몸으로 충만하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생일’ 이 라고 이름 붙일 수 있기도 한 것이겠다. 화사한 봄의 꽃마냥 시인이 스물 일곱 살 때에 썼 다는 이 시는, 사랑타령은 질리게 들어서 새로울 것 없을 것도 같지만, 과연 ‘생일’이라고 부를 만큼의 눈부신 사랑의 날이 있었던가 하고 다시 돌아보게 한다. (하지만 봄은 타지 않기로, 조심하기로 해요 우리.) 사실 시인은 이 시를 쓰고 그 사람과 헤어졌을는지도 모르겠다. 예순 일곱도 아니고, 스 물 일곱에 썼다니까 사실 모를 일이다. 생일이라고 생각할 만큼 환희에 찼던 것이지, 결 과적으로도 시인에게 그 날은 생일이었을까?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나이가 지긋하게 들었 을 어느 날, 새하얀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묶고선 주름진 손으로 연필로 사각사각 ‘돌아보 니 이 날이 내 또 다른 생일이었지, 이 사람이 내게 왔던 그날’ 하며 주름 패인 웃음을 지 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런 생일이라면 하나 더 있다면, 오래 축하하고 싶을 것이다. 사과 나무 아래에서. 샤갈의 생일, 우리는 하늘을 날아올라서 로제티의 시 <생일> 을 그림으로 그려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사랑을 만나서 새로이 태 어났다는 환희와 기쁨은 어떤 이미지로 표현될 수 있을까. 여기, 사랑스러운 연인들과 낭 만의 대기를 표현해낸 마르크 샤갈의 <생일> 이 있다. 로제티는 19세기의 영국시인, 샤 갈은 20세기 러시아 출신의 화가, 각각 다른 시대와 장소에서 살았던 이들이나 묘하게 어 울리는 또 다른 생일을 감상해보자. 필시 21세기의 우리의 생일 혹은 우리의 사랑에 이어 지는 지점이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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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갈, <생일>, 1915, 캔버스에 유채, 80.5x99.5cm, 뉴욕, 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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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갈의 <생일>이다. 샤갈1887-1985 은 러시아 국경마을인 비테프스크에서 태 어나서 화가가 되기 위해, 혹은 조국의 현실 문제로, 혹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피해 러 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파리와 베를린, 뉴욕 등지에서 망명생활을 하며 80여 년 동안 작품활동을 해왔던 작가이다. 인상파와 입체파, 추상화 등 20세기의 주요한 예술 운동들 에 영향을 받았지만,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그만의 스타일로 독자적인 세계를 그렸으 며, 특히 러시아의 민속적인 색채와 더불어 시적이고 환상적인 화풍을 특징으로 하여, 세 계적으로도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0년 서울시립 미술관에서 대규모 전시회를 열었던 적이 있다. 사실 샤갈의 <생일>은 앞서 로제티가 썼던 ‘사랑이 찾아온 날’의 생일을 의미하지는 않 는다. <생일>은 샤갈이 그의 연인이었고 아내였던 벨라와 결혼식을 올리기 몇 주 전부터 그리기 시작한 초상으로, 실제로 벨라가 샤갈의 스물 여덟 번째 생일을 위해 꽃다발이며 케익을 준비하고, 방 곳곳에 숄을 걸어놓아 그를 위한 생일파티를 준비하던 정경에서 영 감을 얻어 그린 것이라 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의 결혼을 자축하는 결혼기념화이면서 일 종의 관계의 초상이니, 로제티의 시에서 보여지는 맥락과도 일맥 통하는 부분이 있다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결국 샤갈의 인생에서 벨라는 30여 년 동안 부인이자 영혼의 동반자였 고, 그리고 작가의 삶을 살아가는 샤갈을 지탱하는 버팀목이었으니 이 생일은 결국 이 결 혼은 생일 만큼의 혹은 그 이상으로 기념할 만한 지점이었을 것이다. 재미난 점은 샤갈이 그리는 연인들이다. 그들은 중력의 법칙을 대부분 무시하고 있다. <생일>이라는 작품에서도 그렇고, 2년 후에 그린 <산책>에서도 그들은 하늘을 붕붕 떠다 닌다. 마치 생일이나 놀이공원에 가면 들고 다니는 헬륨 풍선처럼, 언제나 축제인 것처럼 그들은 하늘을 날아 다닌다. 현실의 연인을 그린 것이겠지만, 관계의 초상 안에서 그들은 함께이며, 그들뿐이며, 그들의 세상을 산다. 때문에 샤갈이 그렇게 말한 적은 없지만, 분 명‘생일’이라 부를만하다. 출생의 기억보다 진한 기억으로, 살아온 시간보다 더 오래 살 아갈 이를 만났으므로. 시간의 발견, 사건의 발굴 생일은 아무리 그래도 기억하게 되는 날이다. 달력을 볼 때 내 생일이 번쩍 뜨이는 것 은 별 다른 기대가 없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선물과 축하를 받는 일은 참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생일을 제외하고서 누구보다 먼저 깊게 기념할 날이 일 년에 몇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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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갈, <산책>, 1917-18 마분지에 유채, 170x183.5cm,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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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 있는가? 굳이 지금의 연인을 만난 날이 아닐지라도, 잊을 수 없는 하루 하루가 있다 면 기억 속에서 한 번 다시 발굴해보자. 어떤 이에게는 종교적인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 고, (불교의 승려들은 불문에 들어간 날을 그들의 생일로 기념한다 한다.) 어떤 인식의 깨 짐, 충격의 날일 수도 있겠다. 잊을 수 없는 만남의 순간, 혹은 불편했던 진실을 직면했 던 날도 또한. 프랑스의 철학자 알랭 바디우(Alain Badiou)는 이와 유사하지만 더 나아가서 ‘진리 사 건’ 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어떤 사건을 통해서 진리에 깨우치게 되었던 체험을 뜻하는 것이다. 성경에서 사울이 예수를 만난 후 회심하여 바울이 되었던 사건이 그러하고, 프랑 스의 68혁명 역시 역사적인 의미에서 그러하다. 그러면서 바디우는 충실하게 우리의 진 리 사건과 이 시기에 임하라고 이야기 한다. 고로 다시 돌아오면 ‘생일 축하한다’ 는 즐거운 인사 속에 우리의 기념할 것들을 다 흘 려 보내지 말자는 것이다. 365일을 모두 기념하며 살아갈 순 없지만, 사랑을 만난 날이든 혹은 중요한 만남이 있었던 날이든, 혹은 인식이 깨졌던 날이든, 혹은 영적인 체험을 했던 날이든. 생일의 개념을 넓히고 새로운 생일을 발굴해보자. 더 나아가 알랭바디우의 표현 대로 ‘진리 사건’ 의 때를 마주하자. 그리고 설령 그날에 누구도 ‘너의 새로운 생일을 축하 해’ 라고 해주지 않아도 기념하자. 그렇게 알알이 시간을 조각해 보자. 로제티의 생일처럼 혹은 샤갈의 생일처럼, 혹은 생을 흔드는 ‘진리 사건’ 의 그날처럼. _꽤 애호가_

참고서적 및 자료: 『샤갈』, 재키 울슐라거, 민음사, 2010. 『그늘』, 김응교, 새물결플러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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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다가영화

생의 쓸쓸함에 대하여...

생일은 의외로 꽤 쓸쓸하다. ‘당연한 기쁨’ 이 강요된 덕분에 ‘외로움’ 이 더 두드러진 탓이다. 언젠가는 생일을 맞을 당신을 위해(이미 맞았거나, 아무튼) 여기 한편의 꽤 쓸쓸 한 영화를 준비했다. 이름하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嫌われ松子の一生: Memories Of Matsuko, 2006)>.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 작품. 전작으로는 <불량공 주 모모코(下妻物語 Kamikaze Girls, 2004)>가 비교적 유명하다. 영화는 강렬하고 다채로운 색 감, 적재적소에 배치된 음악 덕에 무아?의 경지, 나를 잊는 경험을 선사한다.(지극히 개인적인 감 상이지만) 마츠코는 사랑받고 싶은 어린소녀다. 병약한 동 생 덕에 집안에서는 늘 순위가 밀린다. 근심 가 득한 아빠를 밝게 웃게 하고픈 어린 소녀는 인생 은 아마도 디즈니 동화의 다른 모든 공주들의 삶 처럼 반짝일 거라 믿는다. 가족이 바라는 대로 교 사가 된 23살의 마츠코는 사소한? 실수와 오해 로 인생의 모든 나락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니까, 모.든.나.락.을. 생일에 느끼는 쓸쓸함은 인생으로부터 전해지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 嫌われ松子の一生 : 쓸쓸함과 맞닿아 있다. 생일이니까 당연히 기뻐야 Memories Of Matsuko, 2006 ) 하는데, 그다지 기쁘지 않은 나 자신과의 괴리로부 터 오는 쓸쓸함 말이다. 태어났으니까, 살아 가야 하니까, 아마도 행복한 생(生)일 꺼라 기대하지만, 나와 당신의 삶이 막상은 그다지 신나지 않아서 아마도 더 외로운 건지도 모 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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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코의 삶이 그렇다. 인생은 아마 즐거울 것이며 적어도 나의 삶은 기대보다 더 빛날 것 이라는 그녀의 꽃빛 공상은 미지의 세계에서 무지의 현실로 바뀌었다. 마츠코의 쓸쓸함 “쓸모없는 인생이었어.” 자기 누이 마츠코의 죽음을 두고 그녀의 남동생은 말한다. 타인의 삶에 대한 타인의 평 가를 들었을 뿐인데 심장이 덜컹거린다. 동생이 보기에 삶의 나락을 기어 다니다 죽어버 린 누이는 쓸모없는 생을 살다간 먼지 같은 여인네일 뿐이다. 혐오스럽다 불렸던 누나, 마츠코. 누구에게나 그렇듯 그녀에게도 살아갈 동기가 필요했다. 나락에 던져진 후에는 그 동기 가 더욱 간절해진다. 삶을 버틸 수 있게 하는 그 무엇. 어떤 고난과 역경도 절대 나 자신을 꺽지 못하게 할 그런 동기, 생을 버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말이다. 마츠코에겐 살아갈 동기란 사랑 이었다. 간결하고 명료하게 그녀는 사랑을 원했다. 아 버지로부터 충분히 사랑받지 못했다고, 병약한 여동생으로부터 아버지의 사랑을 빼앗겼 다고 믿어서 그녀는 사랑을 더 그리워했는지도 모르겠다. 분명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았다. 전혀 회복될 수 없는 나락들이 에워싼 순 간에도 무엇이 삶이냐는 질문에 그녀의 대답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사랑. 사랑에 목을 매는 마츠코의 모습이, 타인의 멸시와 폭력, 지독한 태도들을 견뎌내며 끝 까지 그들의 곁을 지키려는 그녀는 한심하고 비참해 보이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며 비인간적이고 비인격적이며, 여성비하적이라 격분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의 혐오스럽고 처절한 삶은 오로지 스스로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선택에 의한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그녀는 자신의 삶이 누군가에 의해서 망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행에 대한 원망도 없다. 다만 자신의 사랑에 답하지 못하는 이에 대한 의문만 이 있을 뿐이다. 타인에 의해 자신의 삶이 좌우될 수 없으며 더욱이 내면의 기준을 흔들 수 없음을 그녀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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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하게 사랑을 위해 혐오스러움을 택한 여인 그녀를 나락으로 밀어 넣었던 소년이면서 동시에 그녀의 마지막 사랑이었던 청년 류. 사랑에 익숙하지 않은 그는 마츠코의 후회 없고 미련 없는 절대적인 사랑이 두렵다. 사랑 으로부터 도망친 그로 인해 그녀는 다시 한번 절망한다. 뒤늦게 류는 도망의 끝에서 마츠코를 통해 신을 만난다. 신의 사랑이 용서받을 수 없고 사랑받을 수 없는 자를 사랑하는 것이라면, 마츠코의 한없는 사랑이 꼭 그러했음을 깨달 았기 때문이다. 결코 버리지 않는, 뒤돌아서지 않는 그런 사랑. 늘 고향의 강을 그리던 그녀, “다녀왔어” 라는 인사에 “어서와” 로 맞이해줄 누군가를 간절하게 바랬던, 평생 사랑을 주기만 하다 스러져간 마츠코는 까만 하늘에 별이 가득한 어느 밤, 고향을 닮은 강을 마주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그녀의 삶은 쓸쓸할지언정 쓸모없 지는 않았다. 태어나서 죄송한 삶, 쓸모없는 인생은 없다. 나의 외로움 한 살, 한 살 더 먹을수록 생일이 특별해지지 않는다고들 한다. 가만히 보니 기쁨에 대 한 감각은 날이 갈수록 무뎌지고 쓸쓸함이나 외로움의 감각들은 날로 예민해진다. 개인적으로 생일이 불편한 이유 중에 하나는 삶에 대해서, 생명에 대해서 ‘당연히 기뻐 해야’ 하는 크리스천의 ‘강요받은 기쁨’ 에 기인한다. 생명, 그분의 희생은 나에게도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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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귀하지만 세상이, 또 내가 속한 교회의 환경이라는 것이 스스로 생명의 기쁨을 묵상 하고 기뻐할 시간을 채 갖기도 전에 ‘기쁨’ 이라는 감정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 늘 나를 불편하게 한다. 게다가 ‘참’ 기쁨을 누리라니. 기뻐하지 않으면 왠지 죄를 범하는 것 같아 서 영 그렇다. 안 그래도 죄 될 것이 많은 세상 아닌가. 생일의 기쁨도 이와 비슷한데, 기 뻐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아서 왠지 도망가고 싶은 기분이 든 달까. 생일은 왠지 더 쓸쓸하고 생(生)은 점점 더 외로워진다. 마츠코의 그토록 지독한 외로움 이, 그녀의 처절한 삶이 그 외현은 아닐지라도 나의 속 깊은 외로움과도 닿아있다.

근본적으로 외로운 족속인 우리는 스스로가 외롭다는 것을 인정하려들지 않는다. 마츠 코는 자신의 외로움을, 쓸쓸함을 온 몸으로 내뱉고 철저하게 인정한다. 때문에 그녀는 더 처절하게 자신이 줄 수 있는 모든 사랑을 다 쏟아낼 수 있었다. 자신의 외로움을 외면한다 는 것은 자기를 배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녀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자기 자신의 외로움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다. 외로움이라는 극단에서 궁극의 삶에 도달할 실마리를 발견하게 되는가 보다. 그래서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 느낀다. 현재의 나의 외로움은 나 자신을 더 이해하고 누군가를 더 깊 이 사랑할 수 있게 할 기초가 되지 않겠는가. 아니면 이 착각 역시 또 다른 ‘디즈니 월드’ 일지도 모르겠지만. 영화의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한다. 꿈을 꾸는 건 자유지만 어디로 가도 앞은 깜깜하기 만 하더라고. 하지만 그 깜깜함을 빛낼 단 하나를 마츠코는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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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우리가 태어난 이 토양은 이미 너무 상해버렸지만, 계절도 불분명하여 늘 상 몸 을 사리게 만들지만, 우리는 여기서 깜깜함을 빛낼 밝은 빛을 찾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극중에서 주인공 마츠코를 연기한 나카타니 미키(中谷美紀)는 “구부리고 펴서(まげて のばして / 마게테 노바시테)”라는 곡을 노래하는데 맘이 오묘하게 슬퍼진다. 가사는 이 러하다. 구부리고 펴서 별님을 잡자 구부리고 발돋움해서 하늘에 닿아보자 조그맣게 구부려서 바람과 이야기하자 활짝 팔을 벌려 해님을 쬐어보자 모두들 안녕 내일 또 만나자 구부리고 펴다 배가 고프면 돌아가자 노래를 부르며 집에 돌아가자

사랑을 향해 구부리고 펴기를 쉬지 않았던 그녀와 어떻게든 애를 쓰며 살아가는 우리 는 별님을 잡을 수도, 하늘에 닿을 수도 없지만 바람과 이야기하고, 해님을 쪼이며, 지치 고 힘들 때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당연한 기쁨’ 의 강요, ‘두드러진 외로움’ 을 우리는 잘 견뎌낼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_다르덴 자매님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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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

없는것 배우기

어떻게 사람이 쓸데 있는 것만 배우면서 사나! 소위 ‘스펙 올리기’ 만 하면서 산다면 우리 인생은 얼마나 갑갑한가. 그래서! 준비했다. 앞으로 이 쳅터를 통해서 우리는 삶 에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것들, 배운다 해도 이력서에 써 넣을수 없는 것들, 쓸데 없이 시간 때우기 좋은 것들만 골라서 배워볼까 한다. 쓰잘데기 없다고 이 세상에 없 어도 되는건 아니니까. _<놀다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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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지구랑 친구하기> 랼이에요~ 요즘엔 환경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 보다 높죠. 환경관련 책, 방송, 캠페인, 행사, 환경 을 생각한 패션아이템 에코백까지 쓸데없는것 배우기에서 첫 번째로 같이 만들어 볼 것은 환경도 지키고 가볍게 멜 수 있는 ‘에코백’ 이에요. 사실 에코백 은 사은품 단골손님이라 흔하게 구할수 있기는 해요. 집에 찾아보면 한 두 개 정도는 있을 거예요. 하지만,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메고 다니다면 더 멋지겠죠? 자 지금부터 나만의 에코백을 만 들어보아요~ 에코백 만들기 강좌나 책, 자료들은 엄청 많답니다. 그래서 영혼 없는 반복은 하지 않을게요~! 하하하!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 볼 에코백 은 코바늘 뜨개가 주인공이에요~! 그래서 이름 지어진 <손뜨개 가방>은 단순하지만 한땀 한땀 손으로 엮어 만든 정성 가득한 코바늘 뜨개 덕분에 어디에도 없는 아주 특별한 에코 백이 될거예요! 먼저 준비물을 좀 챙겨 볼까요? 살면서 떨어진 단추 하나쯤은 달아 보셨겠죠? 그정도 의 실력만 있다면 바로 덤벼볼 수 있답니다~! 하지만 코바늘 뜨개는 처음 대하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재료는 온/오프라인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어요. 인터넷 검색창에 ‘코바 늘’ 만 치면 뜨개도구를 살 수 있는 쇼핑몰이 주르륵 나오니 맘에 드는 쇼핑몰에서 구입 하면 OK! 하지만, 우리는 구경도 할 겸 뜨개도구의 메카~ 동대문종합시장에 함께 가보기로 해 요. 서울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 9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동대문종합시장! 동대 문종합시장은 원단류, 의류부자재, 액세서리, 혼수용품 전문 도·소매 시장이에요. 원단 류, 의류부자재, 악세사리 매장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려요. 층별 영업시간,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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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내 등 더 자세한 내용은 동대문종합시장 홈페이지를 참조 하시면 될꺼예요.(www. dongdaemunsc.co.kr) 우리에게 필요한 뜨개도구와 뜨개실은 지하1층에 쫘아악~ 자리하고 있답니다! ^-^ 같 이 둘러볼까요~* 정말 어마어마하게 다양하죠? 여기 있다보면 작은 소품부터 옷까지 다 ~~ 만들고 싶은 욕심이 솟구쳐요! 그러나 진정하고, 일단 우리는 <손뜨개 가방>에 주목 하기로 해요. 첨부터 욕심내면 안되겠죠? 이 중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도구는 코바늘입니다! 여러상표의 코바늘이 있으니 가격과 굵기 맞춰서 구 입하시면 돼요. 뜨개실은 크게 보면 면실, 울실, 레이스 실이 있 어요. 촉감과 굵기 모두 다양하지만 우리는 처음이 니까! 코바늘 3호와 맞는 굵기의 면실을 준비합니 다. 이렇게 하면 <손뜨개 가방>을 만들기 위한 첫 번 째 준비 끝~! ^0^ 우리~ 다음 호에 또 만나요 ~* _랼_ 코바늘이에요! 끝이 갈고리모양이죠~ 숫자가 클수록 코 바늘이 굵어져요.우리는 보통 편하게 쓰는 코바늘 3호를 준 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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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실 종류 참 다양하죠~뜨개실 견본이에요~ 차곡차곡 정리돼있어서 실고르기 편리해요~ 코바늘 3호와 잘 맞는 뜨개실을 추천받으세요~!^-^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물어가며 실을 고를 수 있는 동대문종합시장으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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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초의 방구석 탐험

방은 어떤 한 사람의 관심사와 취향, 성격 등을 살짝 엿볼 수 있 는 축소판 이라 생각한다. 신기한 나라, 신기한 세계는 저 멀리 어 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친구에 집에 있는지도 모를 일이 다. 토끼를 따라 구덩이로 들어간 앨리스처럼 누군가의 방으로 들어 가 보자. __<놀다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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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반인이다. 조그마한 책장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 나는 적지 않은 책과 적지 않 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아는 다른 일반인의 책과 관심사에도 흥미 가 많다. <산초의 방구석 탐험>은 사진으로 읽고 보는 소소한 메모장이다. 내 이야기부 터 시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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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시를 많이 읽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그때처럼 시를 많이 읽지는 않지만 헌책방 에서 틈틈이 사서 모으고 있다. 문학과 지성 시인선, 창비 시선 그리고 민음사 세계시인선 을 좋아한다. 소설의 경우, 지금도 많이 좋아하지만 특별히 사서 읽지 않고 주로 도서관 에서 빌려본다. 최인훈, 황순원, 도스또예프스키, 문학과 지성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좋아한다. 옛날 세로 읽기 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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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학생운동 조직 전대협(전국 대학생 대표자협의회)의 역 사를 찍은 사진책이다. 이미 내가 학교다니던 시절엔 한총련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지금은 어떤 이름의 조직이 있는지도 모를 만큼 시간이 지났다. 앞 커버는 소위말해 팔뚝질을 하는 모습. 지금봐도 그때의 신념과 패기가 느껴지는 멋진 포스의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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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는 오랜 관심사였지만, 여행은 다른 분야에 비하면 오래된 편은 아니다. 특 히 전문 여행서적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되지 않았다. 인도를 중심으로 한 아시 아와 세계 오지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최근에 아름다운 가게 헌책방에서 <북극탐험>이란 책을 득템했다. 중앙일보가 1981년도에 초판 발행한 책으로 주간중앙을 구독하는 독자들 을 위해 만들어졌다. 표지사진과 글꼴이 아주 옛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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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모든 분야, 영역을 가리지 않고 관심 갖고 있으며 좋아한다. 사진, 만화, 영화, 클래식, 미술사, 음악사, 미학, 한국 리얼리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안도 타다오, 영화 <말하는 건축가>, 가우디의 건축 그리고 한옥. 인테리어, 캘리그라피, 땅콩집, 목공예, 식 물, 장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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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분류하고 정리 할 수 없는 수많은 책, 사전, 수첩, 사전, CD, 레코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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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선배형이 선물한 시집앞의 메모. 그때는 선배가 후배 에게 책선물하는 전통이 있었는데 나는 그 전통을 잘 잇지 못 한 것 같다.

_산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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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태어 났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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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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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편집장 ‘글 쓰고 그림 그리는 것’ 으로는 먹고살기가 불가능 하다는 것을 깨달아, 다른 노동으로 돈을 벌 면서 ‘글 쓰고 그림 그리는 것’ 을 심각한 취미 로 여기고 살아가는, 대한민국 남자사람 노동자. * 꽤 애호가 무심하게 마침표 찍기 보다는 쉼표와 함께 생각하고 싶으며, 간단히 재단하기 보다는 시간이 걸 려도 상세히 이야기하고 싶다. 구불구불한 골목 어귀를 걸으며 긴 대화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삶 의 태도로써의 예술을 지향하고, 그것이 결국은 삶을 예술로 만듦을 믿는다. 길을 잃었을 때라야 비로소 도시의 진짜 얼굴을 볼 수 있듯이, 예상치 못하였던 시간을 통해 즐거운 사람들을 만난다. 놀다가, 걷다가, 이야기하다가, 웃다가 하는 이 공간이 즐겁다. * 다르덴 자매 다들 행복하기만 한 거 같아서 불편했다. 그럴 리가 만무한 거 같아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영화를 보면서 삶이, 행복이 무언지 조금씩 생각을 고쳐먹었다. 얇고 짧은 생이라 이렇게 몇 자라도 쓰다 보면 통찰이 돋아나는 날이 오겠지 싶어 <놀다가,>에 투신(?) 해 보기로 했다. * 대충 소설가 적당주의자: 한탕주의적이고 무사 안일한 현실주의적 비관론자. 즉, 어차피 세상 사는 거 한번이 고, 결국 로또는 누구한테든 터질 것이지만, 어쨌든 나는 안될 것이고, 그렇지만 뭐, 모두들 어떻 게든 살지 않겠어? 라며 하루하루 실실 쪼개며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그게 나다. *랼 <지구랑 친구하기>의 가내수공업자. 일회용품 사용을 멀리하고, 손수건과 개인물통(텀블러)을 항상 들고 다닌다. 환경과 건강을 살리는 생활실천이 바로 <지구랑 친구하기> 생활소품의 시작이 라는 모토로 오늘도 재봉틀을 돌린다. www.chiguya.com * 산초 일상과 일탈사이를 방황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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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문화잡지 월간 <놀다가,>는 덜 벌고 더 노는 세상을 꿈꿉니다. 혼자 놀기보다 같이 노는 세상을 꿈꿉니다. 완벽한 전문가 보다는 투박한 아마추어를 사랑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느낌, 생각, 이야기를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같이 놀까요?

거의 문화잡지 월간 <놀다가,> 2013년 4월 30일 1호 http://noldag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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