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l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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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4호 2014.10

인자요산요빈(仁者樂山樂貧) 한국 원조투명성은 국제사회에서 몇등? 빈곤을 향한 ‘참을 수 없는 빈곤한 시선’ 원조 규모 확대 공약에 가려진 이면, 개발금융 국제개발협력 40대 전문가와 20대 청년의 이야기 한국 시민사회, 제 69차 UN 총회에 가다!


발행처

당산동에서

ODA Watch

발행인 이태주

소중한 사람에게 전할 뜻 깊은 선물, 94번째 OWL

편집장 한재광 ODA Watch가 지난 2006년부터 매월 빠짐없이 발간해온 온라인 국

편집인 조이슬

제개발협력 매거진인 OWL이 지령 94호를 맞이했다. 우리는 OWL을 통해 지난 8년 여 간 한국 국제개발협력 사회의 변화를 목도하고 증언 했다. 전문가와 활동가 그리고 시민들이 매달 작은 사무실에 모여 비

글쓴이 문도운 박선하 윤지영 이유정 이지영 이태주 장해영 조이슬 한재광 (인터뷰: 권기정 김태균 정유아)

판의 목소리를 기사화했다. 또 국내외 국제개발협력 담론과 정책, 사 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날카롭게 관찰하고, 경종을 울리는 역 할을 자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팔랑거리는 국제개발협력의 뜬구 름 잡는 인기에 묻히기 쉬운 개발의 본질에 대해 성찰하려 노력했다. 그 노력으로 국제개발협력과 관계 맺는 사람들의 삶에 주목했다. 부 족하지만, 우리는 OWL이 한국사회에서 국제개발협력분야 미디어의

편집위원회

역할을 해왔다 자부한다.

한재광 강하니 강현지 김성수 남종민 윤지영 조이슬 지홍주

이번 10월의 OWL은 특별한 변신을 한다. 94호가 오기까지 온라인 세계에서만 전해지던 OWL이 특별히 오프라인 세상에 데뷔한다. 그 동안 OWL을 혼자만 아껴 읽던 독자 여러분들께 좋은 기회를 드리고

감수 한재광 윤지영

싶다. 인쇄본 OWL 94호 한정판을 주변의 사랑하는 이들에게 선물하 는 행사를 마련했다. OWL을 통해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특별한 시각 을 갖고자 하는 분들, 변화의 표면이 아닌 깊은 내면을 보고자 하는 분 들께 OWL 94호 인쇄본을 선물해주시기를 부탁한다.

주소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동 6가 344-1 2층 ODA Watch (우) 150-810 Tel 02-518-0705 Fax 02-6442-0518 E-mail odawatch.korea@ gmail.com

특집판인 OWL 94호는 국제개발협력의 ‘인’ 을 다룬다. 국제개발협력 에 참여하는 40대와 청년에 대한 ‘사람(人)’ 이야기와 ‘ 동남아시아에 서 활동하는 이웃(隣)’단체인 메콩워치(Mekong Watch)에 대한 소 식을 전한다. 또 시민사회의 기부문화에 대한 ‘깊은 목소리(咽)’를 담 았으며,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DG)와 개발금융, 원조투명성 등 국제 개발협력의 주요 ‘시사(IN)’ 거리를 전한다.

발행일 2014.10.16 Copyright ⓒ 2014 ODA Watch All rights reserved ▶표지사진 Yok chet mlong 산을 배경으로 두 고 있는 캄보디아 몬둘끼리 주 닥담 마을 소수민족 프농족 마을 ⓒ 임종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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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식이 알알이 여물어가는 풍요로운 가을, 풍성한 OWL 94호가 여러 분에게 신선한 기쁨이 되기를 바란다.

한재광 OWL 편집장/odawatch.korea@gmail.com

당산동에서


OWL 94호 2014.10

Contents

ⓒ 임종진 작가

02 당산동에서

31 목구멍 인(咽)

소중한 사람에게 전할 뜻 깊은 선물, 94번째 OWL

가난,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시선

04 OWL’s View

36 끌 인(引)

인자요산요빈(仁者樂山樂貧)

개발NGO활동가, 개발학자, 정부원조기관 원조행정가의 삼인삼색 이야기

06 시사 인(IN) IATI 가입하면 원조투명성이 높아질까?

43 사람 인(人)

ATI가 보여주는 2014 한국 원조투명성의 현주소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13 시사 인(IN)

46 이웃 인(隣)

동전의 양면과 같은 ODA 규모 확대 공약,

Mekong Watch를 들여다보다

개발금융이 해답인가

50 ODA Watch 이모저모

18 시사 인(IN)

두 팔 가득 푸르른 가을하늘을 안아보며

Post 2015 개발의제 완성 D-365,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53 9월 감사합니다

26 목구멍 인(咽)

54 8월 살림살이

빈곤을 바라보는 우리의 빈곤한 시선 ODA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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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L’s View

이달의 OWL 매거진이 전하는 핵심 메세지를 담은 사설●

인자요산요빈 (仁者樂山樂貧) 한국 사람만큼 산을 좋아하는 국민도 없을 게다. IMF와 같은 충격과 대규모 실업사태를 겪어도 국민 들은 산을 오르며 슬픔을 이기고 다시 일어섰다. 세 월호 참사와 같은 집단적 좌절과 트라우마를 겪어 도 사람들은 새벽부터 산을 오르며 다시 용기를 되 찾는다. 산은 가난한 자들의 슬픔을 받아주고 질고 를 이기게 하는 어머니의 따스한 품이다. 산은 변함 없는 믿음으로 건강하게 삶을 마주하도록 하는 아버 지의 손길이다. 그래서 모두가 철 따라 아름다운 산 을 찾는 게다. 한반도는 온통 수려한 강과 산으로 굽이치고 국토 의 7할 이상이 산으로 이루어진 산악 국가이다. 그 래서 우리 국민들이 한없이 어질고 착한지 모르겠 다. <논어>의 옹야(雍也)편에는 공자가 말씀하시기 를 지혜 있는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이는 산을 좋아하니, 지자는 물같이 움직이고, 인자는 산같이 고요하다(子曰 知者樂水 仁者樂山 知者動 仁者 靜)고 했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과 같다고 했는데 노 자의 <도덕경>에는 최고의 선이 물과 같다고 했으 니(上善若水) 지혜로운 사람은 최고선을 행하는 물 과 같은 사람인 게다. 어진 사람이 산을 좋아하는 것 은 생각이 깊고 행동의 신중함이 산과 같고 평정심 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산은 고매한 인품과 변함없 는 의리와 믿음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국제개발의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산이 많은 나라는 대부분 가난하다는 4

것이다. 세계의 지붕인 네팔과 부탄이 그렇고, 아프 리카의 킬리만자로 영산이 있는 탄자니아가 그러하 며, 남미의 고산 국가인 볼리비아가 그렇다. 중앙아 시아의 슬픈 역사 현장인 아프가니스탄도 험준한 산 이 많은 나라이고 파키스탄도 그러하며 키르기스탄 도 참으로 가난한 나라다. 이들 국가의 국민들도 한 없이 착하고 어질고 우직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 는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가난함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해보았다(仁者樂山樂貧). 더 구나 국제개발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소박한 삶과 청 빈함을 좋아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기에 높은 산을 찾는 자들처럼 오지의 개발현장을 어려운지 모르고 떠돌아다니는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국제개발이라는 새로운 일을 시작한지도 사반세기가 지났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 고위 공무원과 퇴직자들, 최근에는 꿈 많 은 청년들이 열정 하나로 세계의 오지 국가들을 거 침없이 떠돌아다닌다. 혹자는 국제개발을 신기루를 쫓듯이 동경하기도 하고 혹자는 국제개발이 블루오 션이라고 하면서 젊은이들을 세계로 나가라고 몰아 친다. 동정과 자선에서 시작된 가난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이제는 도덕적 의무를 넘어 연대로 가야 한 다고 하고, 불평등을 넘어서 인권과 지구촌 정의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외침도 들린다. 그러나 가장 중 요한 것은 산을 좋아하는 마음처럼 가난한 자들을 좋아하는 어진 마음일 것이다. 좋아하고 사랑해야 오래 할 수 있으며 진정성이 있어야 가난한 자들과 OWL’s View


연대하고 함께할 수 있는데 아직 그렇지 못한 사람 들이 많다. 국제개발은 산을 좋아하는 가난한 마음으로 할 일 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가난한 자들의 형제가 되 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교회는 더 낮아져야 한다고 했다. 국제개발을 한다는 사람들도 더 낮아지고 더 가난해져야 한다. 권위적인 목소리를 낮추고 가난한 자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야 한다. 소수의 탐욕스러 운 자들을 위한 협력이 아니라 가난한 자들과의 연 대와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2030년까지 지구촌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를 주창하고 실천하는 것도 소박하고 청빈한 삶을 필요 로 한다.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 지속가능한 도시 는 시장과 자본 중심의 과도한 개발 방식을 그치고 모두가 행복한 공존의 길을 가도록 경제와 사회, 생 각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지금 국제개발은 거대한 전환기에 서있다. 우리 자 신과 후세들을 위해 이 아름다운 산과 숲들을 온전 히 보존하고 자발적으로 소박한 삶을 살 것인가, 아 니면 모든 산과 바다와 자원을 무한 개발하고 착취

ODA Watch

하여 더욱 탐욕스러운 자본주의를 확장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있다. 가난해도 함께 사는 방법을 찾을 것 인가, 아니면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불평등과 빈 부격차를 계속 확대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있다. 우리가 네팔과 탄자니아와 볼리비아와 아프가니스 탄 산악지대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어떤 친구 가 될 것인가를 진심으로 생각할 때다. 아프리카의 스위스와 한국을 꿈꾸는 산이 많은 르완다와 이디오 피아 사람들에게 어떠한 개발을 이야기 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다. 칼 폴라니가 이야기한 것처럼 이제 우 리들은 지구촌의 모든 동료들이 누릴 수 있는 풍족 한 자유를 창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더 이상 경제가 인간과 세계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이 경제를 규제하여 불의를 줄이고 모두를 위한 자 유를 달성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함께 만들자고 이 야기해야 한다.

이태주 ODA Watch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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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인(IN)

국제개발협력 이슈 심층 분석 코너●

가입하면 원조투명성이 높아질까? 가 보여주는 2014 한국 원조투명성의 현주소 선진 공여기관 간 치열한 1위 다툼, ‘그들이 사는 세상’

Publish What You Fund의 2014년 원조투명 성지수 (ATI: Aid Transparency Index) 결과 가 발표됐다. 한국 KOICA는 전체 68개 공여기 관 중 34위를 차지하며, 작년(30위)에 비해 순 위가 하락했다. 이는 그만큼 국제사회의 원조투명성 수준이 상 대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2014년 ATI 지수 결과, 영예의 1위는 UNDP(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가 차지했다. 지난 2012년과 2013년 1위에 올랐던 영국 국제개 발부(Department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DFID)와 미국 MCC(Millennium Challenge Corporation)가 UNDP에 이어 나란히 2, 3위를 차지했 다. 상위 세 기관의 점수는 100점 만점에 각 90.64, 88.34, 86.89 점으로 기관 간 점수차가 2점 내외에 불

2014년 10월 8일(수) Publish What You Fund[1]

과하다. 지수 하나 당 배점이 최소 1.63%에서 최대

(이하 PWYF)의 2014년 원조투명성지수(Aid Trans-

4.33%임을 고려하면, 아주 미세한 차이로 인해 순위

parency Index, 이하 ATI) 결과가 전 세계에 동시 발

가 나뉜 것을 알 수 있다. (<표 3> 참고) 이처럼 ATI 지

표됐다. PWYF는 지난 2010년부터 ATI 지수를 통

수에서 최상위 그룹에 속하는 UNDP, DFID, MCC,

해 매년 국제사회 주요 공여기관의 원조투명성 현황

GAVI(세계백신면역연합), World Bank(세계은행)

을 측정해왔으며, 한국에서는 KOICA가 지난 5년 간

등은 매년 서로 번갈아 가며 1위를 탈환한다. 그야말

대표 원조기관으로 선정되어 평가를 받아왔다. ATI

로 ‘그들이 사는 세상’이다.

지수는 국제사회의 대표적 지수로 공신력을 인정받 고 있으며, 국제원조투명성기구(International Aid

KOICA 34위, 작년 대비 순위 하락

Transparency Initiative, 이하 IATI)의 정보공개기준 과도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즉, IATI에 가입하여 IATI

한국 KOICA는 36.9점을 기록하며 전체 68개 공

기준에 따라 이미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공여기관의

여기관 중 34위에 등극했다. 국제사회 평균인 39점에

경우 ATI 지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못 미치는 중하위권 수준의 점수이다. 그마저도 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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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인(IN)


<그림 1> 2014년 Aid Transparency Index 68개 공여기관 별 순위

2014 ATI Report

ⓒ Publish What You Fund

30위(전체 67개 기관 대상)에서 순위가 하락한 것이

standard)’에 따라 원조정보를 보다 상세하고 포괄적

다. 반면 2013년 37위에 불과했던 일본 국제협력기구

으로 공개하고자 국제사회가 그간 기울여온 노력이

(JICA)는 올해 약진하여 한국보다 한 계단 위인 33위

조금씩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IATI 기준에 따라 정보

를 차지하며 한일간 순위를 역전시켰다.

를 공개하는 국가가 점차 늘어나면서, KOICA의 순위 가 상대적으로 하락한 것이다. 즉, KOICA가 IATI에

사실 올해 KOICA가 받은 점수는 작년과 비교했 을 때 소폭 상승한 것이다.(‘13년 27.94% → ‘14년

가입하지 않는 이상은 ATI 지수 체계 내에서 고득점 을 얻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36.9%) 즉, KOICA 자체적으로 보면 지난 일년 동 안 원조정보공개 및 투명성 수준이 일면 향상됐다고

ATI 결과로 보는 2014년 국제 원조투명성 동향은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KOICA에 비해 여타 공 여기관의 원조투명성 수준이 큰 폭으로 높아졌다는

PWYF는 이번 2014년 ATI 보고서를 통해 2008년

점이다. 2009년 IATI가 창설되고 2011년 IATI 기준

아크라 회담, 2011년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 2014년

이 수립된 이래로, ‘전 세계 공통의 기준(a common

멕시코 부산글로벌파트너십 제 1차 고위급 회담을 통 7

ODA Watch


<표 1> 한국 KOICA 원조투명성지수 등수 변화 (2010-2014) [2]

해 국제사회가 거듭 약속해온 ‘2015년 12월까지 IATI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적인 효과(visualization)를 가

기준에 따른 포괄적인 원조정보공개’ 공약의 달성 기

미하여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재 영국 DFID를 비롯

한이 1년 밖에 남지 않았음을 언급하며, 바로 지금이

한 네덜란드, 미국 등 주요 공여국은 IATI 시스템과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절체절명의 순간임을 강조한다.

연동되는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여 오픈 데이터[3]

그러나 여전히 많은 나라들이 정치적 공약을 실질적

를 제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IATI 사무국 역

인 행동으로 바꿔나가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적한 것

시 IATI 레지스트리(registry)에 축적된 정보를 활용

처럼 ATI 지수에서 최상위 그룹에 속하는 소수의 공

해, 다음 그림과 같이 수원국 별 지원현황을 총체적으

여기관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투명성 수준을 고도화하

로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 D-portal을 구축하여 시

고 있는 반면, 대부분의 경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

범 운영 중에 있다.(<그림 2> 참고)

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국제사회 내 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 간 원조투명성 격차가 큰 폭으로 벌 어지고 있다.

더불어 그 동안에는 주로 OECD DAC 중심의 원조 효과성 담론 안에서 투명성과 책무성을 주요 가치로 논의해왔다면, 현재 UN 차원에서 활발하게 논의되

원조 기관별로 보면 다자기관이 양자기관에 비해 투

고 있는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명성 지수에서 월등히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다

Goals, SDGs) 체제 안에서도 ‘투명하고 체계적인 정

자기관의 경우 전체 17개 중 무려 11개 기관이 최상위

보관리’는 효과적인 빈곤퇴치를 위한 선결 과제로 손

및 상위 그룹에 속하는 등 전반적으로 높은 원조투명

꼽히고 있다. UN은 데이터혁신(Data Revolution)의

성 수준을 나타내는 반면, 양자기관의 경우 대부분의

개념을 제시하며, 국제사회에 1) ODA뿐만 아니라 민

기관이 최하위 및 하위 그룹에 포진하고 있다.

간을 포괄하는 다양한 형태의 원조자금에 관한 총체 적 통계와 2) 투명성과 책무성 제고를 통한 사회와 국

이제는 공개된 정보를 활용할 때

가 간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효과적인 빈곤퇴치를 위해서는 우선 빈곤에 처한 사

따라서 PWYF는 국제 원조투명성이 점차 개선되고

람들에 관한 정확한 통계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약속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

것이다. 전 세계에 통용 가능한 공통의 기준으로 각국

는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원조 정보를 공유하는 IATI 기준 또한 UN이 제시하

그러나 투명한 원조를 향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비

는 데이터혁신의 개념과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록 더디지만 조금씩 발전해나가고 있다. 일례로 원조 투명성에 관한 국제담론이 형성되던 초기에는 ‘IATI

2014년 KOICA 원조투명성의 현주소는

가입과 이행’ 자체가 주요 화두였다면, 이제는 이미 상 당수의 국가들이 IATI 기준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기

2014년 ATI 지수와 원조투명성 측정 방법론은

시작했다. 따라서 ‘IATI 시스템을 통해 원조를 투명하

2013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바뀌지 않았다. ATI 지

게 만드는 방안’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관심이 기울게

수 체계는 크게 △원조투명성에 관한 공약(Commit-

됐다. 대표적인 예가 IATI 기준을 통해 공개된 원자료

ment to Aid Transparency) △기관수준 정보공개

(raw data) 형태의 정보를 재가공하여, 대중들이 쉽게 8

(Organizational level) △사업수준 정보공개(Activity 시사 인(IN)


<그림 2> IATI D-portal 플랫폼에 명시된 대 아프가니스탄 지원현황

level) 세가지 항목(group)으로 구성돼있으며, 각 항

또한 ATI 지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파일 포맷

목별로 10%, 25%, 65% 의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다.

(file format)에 따라 점수를 다르게 책정한다는 점이

상기 가중치는 세부지수 별로 소분류(sub-group)에

다. 파일 포맷은 한글, 워드, 엑셀과 같은 문서 형식을

따라 1/N씩 일괄 배분된다. <표 2>에 나와있듯, 최소

의미하는 것으로, 만일 예를 들어 KOICA가 사업 정

1.63%부터 최대 4.33%까지 가중치를 부여한다.

보를 한글파일로 공개한다면, 한글 프로그램을 사용

ODA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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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2014년 ATI 지수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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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인(IN)


<표 2> 2014년 ATI 지수 체계

하지 않는 수원국의 경우 해당 정보를 확인할 수 없

plan)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원조투명성 공약 부

게 된다. 이는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만인에게 보장되

분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35.40%). PWYF 역시

지 않음을 뜻한다. 따라서 ATI 지수는 전체 39개 지

2014년 ATI 보고서에서 KOICA의 사업정보 공개 시

수 중 파일 포맷에 따라 정보 접근성이 좌우되는 22개

스템의 체계성이 부족하며, 특히 재정 관련 정보의 공

지수에 추가 가중치를 부여한다. IATI 공식 포맷인

개 현황이 취약함을 지적하고 있다.

XML(Extensible Markup Language)로 정보를 공개 할 경우 최대 100%를 적용하며, excel에는 50%를, 웹

반면 <표 3>에서 2013년과 2014년 결과를 비교하

사이트 업로드는 33.3%를, 마지막으로 PDF의 경우

면 지난 일 년간 KOICA의 사업수준 정보공개 현황이

16.7%가 부여되는 방식이다.

큰 폭으로 향상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13년 19.41% → ‘14년 34.21%). 이는 KOICA가 과거 PDF 혹은 웹

<표 2>는 2014년 ATI 지수의 세부 지표 체계와

사이트를 통해 공지하던 사업 관련 정보를 올해부터

KOICA의 득점 현황을 담고 있다. △원조투명성에 관

excel로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작년보다 높은 가중치

한 공약(Commitment to Aid Transparency) 항목의

를 부여 받았기 때문이다.

경우 10%로 배점이 낮은 대신 지표 수가 적어서 한 지표 당 배점이 비교적 높은 반면, △사업수준 정보 공개(Activity level) 항목은 65%로 비중이 높지만 오

마지막으로 PWYF는 2014년 ATI 보고서를 통해 KOICA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제안하고 있다.

히려 지표 별로 부여되는 점수는 낮다. <표 3>은 <표 2>를 토대로 KOICA 득점 현황을 ATI 지수의 3대 항

● 한국은 2015년 IATI 가입 공약 달성을 위해, IATI

목별로 비교해서 나타낸 것이다. <표 3>의 A/B 비율

기준에 따른 정보공개를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해야

을 보면 2014년 현재, KOICA는 기관수준의 정보는

한다.

비교적 상세하게 공개하는 반면(44.48%), 사업정보

● KOICA는 외교부 및 기획재정부와의 협업을 통해

공개 수준이 저조함을 알 수 있다(34.21%). 또한 아직

2015년 IATI 가입을 위한 목표와 타임 프레임을 구

IATI 미 가입국이며, IATI 이행 계획(implementation

축하고, 이를 IATI 이행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표 3> KOICA 지수항목별 점수 (2013-2014)

ODA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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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ICA는 데이터베이스에 기재하고 있는 사업 정 보를 최신정보로 업데이트 해야 한다.

ATI 지수의 경우 KOICA를 유일한 평가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실제로 한국 원조투명성 지수를 높이는

● 한국은 OGP(Open Government Partnership:

것은 비단 KOICA만의 과제가 아닌 국내 원조기관

열린정부파트너십) 이행 계획에 원조투명성에 관

전반의 책무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KOICA의 결

한 명확한 공약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과를 국제사회 내 한국 원조의 투명성 수준을 개괄적 으로 보여주는 선행 지표로 삼아야 한다. 한국 정부가

한국 정부는 2014년 3월 제 18차 국제개발협력위원

2015년까지 IATI에 가입한다고 하더라도 여러 주무

회(이하 국개위)를 통해 2015년까지 IATI에 가입할

부처가 참여하는 한국 ODA의 분절적 체계를 고려할

것을 발표했다. 현재 국무조정실 산하에 「IATI 가입

때, 20여 개 정부기관(부처)의 투명성 수준을 일정하

관계기관 T/F」가 설치되어 한국 ODA 주관 부처 및

게 맞춰 한꺼번에 향상시켜야 하는 만큼 IATI 시스템

시행기관 중심으로 가입 및 정보공개를 위한 로드맵

활용이 활성화되고, 이것이 궁극적인 한국원조의 투

을 구축하는 과정 중에 있으며, KOICA와 EDCF는 가

명성 제고로 이어지기까지는 앞으로도 많은 노력과

입을 준비하기 위해 IATI 운영위원회(steering com-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즉, 2015년 IATI 가

mittee)에 옵저버로 참여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 9월

입만으로 한국 원조투명성 수준이 단숨에 올라가고,

30일 국회에서는 원조투명성 증진 및 국개위 의결권

투명성에 관한 모든 책무가 일시에 해소된다고 생각

한 부여, 외부 평가방안 등의 내용을 포함한 국제개발

해서는 안될 것이다.

협력기본법 일부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따라서 IATI 단순 가입에 그치지 않고, 이를 결정 한국 무, 유상 ODA 시행기관인 KOICA와 EDCF의

적 계기로 삼아 실질적인 원조투명성을 제고하는 것

개별 가입이 아닌 한국 ODA 전체의 이름으로 IATI에

이 중요하다. 2015년 가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IATI

가입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행보이다. 원조투명

시스템을 활성화하고, 공개된 정보를 알차게 활용하

성은 일부 부처나 기관의 정보 공개나 제도 마련 만으

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이는 도리어 정부

로는 담보될 수 없기 때문이다. 2015년 IATI 가입을

부처에 행정적인 부담만을 안겨주게 될 공산이 크다.

계기로 한국 ODA 자금 전반의 흐름과 사용 내역을

원조투명성은 공개된 정보를 어떻게 적재적소에 활용

누구나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나아가

하는가에 달려있다. IATI 가입이 2015년 이후 새롭게

원조투명성 제고는 정부 만의 책무가 아니므로, 장기

재편될 한국 개발협력(ODA) 체계를 보다 선진화 해

적으로는 민간 재원을 포함해 국내에서 조성되는 모

나가는 데 소중한 자양분이 되기를 기대한다.

든 원조 자금의 출처와 흐름에 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조이슬 작성, ODA Watch 간사 / eseulangel@naver.com

* 본문 각주 [1] Publish What You Fund는 원조투명성 증진을 위한 국제 시민사회 캠페인 조직으로, 2008년 아크라 회담 이후 2009년 IATI가 창설되면서 함께 탄생했다. 캠페인 등을 통해 전세계에 원조투명성의 중요성을 알려내는 역할을 일임 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2010년부터 매년 ATI 지수를 측정해오고 있다. 본부는 영국에 소재하고 있다. [2] 기존에는 한국 무•유상원조 대표기관인 KOICA와 한국수출입은행(EDCF) 양 기관 모두 평가대상기관이었으나, 2013년부터 선정기준이 변경됨에 따라 2014년 현재 한국에서는 KOICA가 유일한 공여기관으로 참여 중이다. o (2013년 변경) 원조투명성지수 평가대상선정 기준 1) 매년 10억불($)이상 규모에 달하는 ODA 집행 기관 2) 부산글로벌파트너십과 밀접한 연관을 지니며, 핵심 원조 시행기관으로서 주요한 위치와 영향력을 지니는 기관 3) G8 혹은 EU와 같이 투명성에 관한 책무를 약속(commitment)한 단위에 속하는 기관 PWYF는 EDCF와 같은 개발금융기관(Development finance institutions, 이하 DFIs)의 투명성을 측정하기 위한 별도의 프로젝트를 기획 중에 있다. 위 기준에 따라 DFIs에 속하며 10억불 이상의 원조집행규모 기준을 충족하지 않 는 EDCF는 평가대상에서 제외됐다 [3] 오픈데이터(open data)는 목적을 불문하고 누구나 어디서나 자유롭게 접근 및 공유.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의미 함(정보통신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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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인(IN)


시사 인(IN) 국제개발협력 이슈 심층 분석 코너●

동전의 양면과 같은 ODA 규모 확대 공약, 개발금융이 해답인가 2015년, 한국 정부가 ODA 규모를 국민총소득(GNI)의 0.25%까지 늘리기로 공약한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 다. 지구촌의 빈곤퇴치와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공언한 약속을 지킬 수 있느냐 마느 냐를 놓고 관심이 뜨겁다. 9월 18일자로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ODA 예산안은 GNI 대비 0.16%에 불과한 약 2조 4천억원대이니 사실상 약속을 지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키지 못할 약속, ODA/GNI 0.25%

표 0.13%), 2012년 0.14%(목표 0.15%), 2013년 0.15%(목표 0.18%), 2014년 0.16%(목표 0.21%)를

한국 정부는 2010년 OECD 개발원조위원회(De-

기록하며 매년 도달하지 못했다.

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이하 DAC) 가 입과 함께 ‘국제개발협력 선진화방안(이하 선진화방

줄어드는 국고, 시장재원의 유혹

안)’을 수립하면서 2015년까지 GNI 대비 ODA 비 율을 0.25%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세계 경제

목표 시한이 코앞에 다가온 현 시점에서, 여러 차례

위기로 많은 공여국들이 원조규모를 축소하거나 현

국제사회에 공언해온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이 자명

상 유지하는 추세 속에서도 한국 정부는 매년 꾸준히

해지면서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신뢰도와 국격이 손상

ODA 예산을 늘려오면서 규모 확대 노력을 지속해왔

될 것이라는 비판 또한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 최

다. 2011년 세계 최대 규모로 열렸던 원조효과성에 관

근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를 중심으로 한 ODA 규

한 고위급 회담인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에서 이명박

모 확대를 위한 새로운 방안이 제시되고 있어 향후 귀

전 대통령은 국제사회 앞에서 이 목표를 재차 확인했

추가 주목된다.

고,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 또한 꾸준히 한국 정 부가 ODA 규모 확대에 적극적으로 임해줄 것을 권고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열린 제19차 국제개발

해왔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면서도 140대 국정과제

협력위원회 논의과정에서 기재부는 『개발금융 운용

중 133대 국정과제로 ‘ODA 지속확대 및 모범적ㆍ통

방안』을 토의 안건으로 상정하여 논의에 부쳤다.

합적 개발협력 추진’을 설정하고 2015년까지 ODA/

『개발금융 운용 방안』은 정부 재정으로 ODA 규모

GNI 비율을 0.25%로 추진할 것을 제시했다. 하지만

를 확대하는 것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시장 재원

현재 편성된 내년도 예산안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이

을 활용하는 개발금융 체제 도입의 필요성을 검토하

국정과제는 현 정부가 포기한 것이라는 비난을 면하지

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유상원조를 주관하고 있는 기

못하게 됐다. 선진화방안에서 제시한 2015년까지의

재부와 EDCF(대외경제개발협력기금, 이하 EDCF)에

연도별 목표치도 실제로는 2011년 GNI의 0.12%(목

서 추진 중인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5월에 기재부와

ODA Watch

13


한국수출입은행이 공동으로 개최한 ‘개발협력의 미

하고 있다. 다시 말해 기금(Fund)에서 은행(Bank)으

래: 도전과 기회’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통해 기재부는

로의 전환을 중기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전

개발재원과 지원수단을 다변화하는 개발금융체제의

통적으로 정부기관을 위주로 지원하는 ODA와는 달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의 유상

리 정부기관 이외에 공기업이나 비정부 기관, 민간 기

원조 기금인 EDCF는 정부재원만을 바탕으로 하기에

관에도 개발금융을 지원하고 개발협력 사업에 참여하

규모가 작고, 지원 방식도 초저금리 차관 위주로 단순

는 기업에 대한 보증이나 출자를 제공하는 것도 본 연

하여 개발도상국의 성장 지원에 일정한 한계가 있다

구가 제시한 중장기 방안 중 하나이다. 더불어 개발금

는 것이 배경 설명이다. 동 세미나에서는 개발금융을

융이 도입될 경우 수원국과의 호혜관계를 형성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의 사례를

한국의 무역이 증진하고, 해외직접투자 촉진이 확대

공유하여 EDCF에 시사하는 점을 살펴보기도 했다.

되는 등, 한국의 해외상품 시장과 투자 시장이 확장될

이후 기재부는 관련 연구 용역 실시와 관계부처간 협

것을 긍정적인 영향으로 꼽고 있다. 또한 한국 기업의

의를 거쳐 EDCF의 개발금융 기능 활성화 방안을 마

해외진출로 발생할 고용증대 효과와 이를 통틀어 연

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쇄적인 경제 성장 효과가 국내뿐만 아니라 개발도상 국에서도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번 국제개발협력위원회의 토의안건으로 올라간 『개발금융 운용 방안』은 그 연장선상에서 고안된

정부 재정의 압박과 국가 신뢰도 하강의 줄다리기

것으로, 앞서 설명했던 내용과 동일하게 정부 재정만 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ODA 예산을 시장재원을 활용

『개발금융 운용 방안』 안건에 대한 유상원조 관계

하여 확대하고, 이와 함께 한국 기업의 개발도상국 인

자의 간략한 설명 또한 위 연구자료의 요지와 크게 다

프라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고 전

르지 않았는데, 가장 강조한 부분은 현재 100% 정부

해진다. 해당 자료는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필자

재정만으로 운용하고 있는 체제로는 ODA 규모를 단

가 관계 기관 담당자에게 전화로 문의하여 확인한 내

기간에 늘리기가 어려우므로 민간재원의 활용을 피할

용이다.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국제개발협 력위원회 내에서도 정부재정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안건 자료의 상세한 내용을 파악할 수가 없어 동 방

방법으로 개발금융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방향에 대해

안과 유사한 논리로 개발금융 도입을 통한 한국 ODA

서는 수용하는 것이 중론이었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규모 확대 방안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연구자료

반면 동 안건에 대해 일부 부처에서는 상당한 우려를

[1]를 살펴보았다. 본 자료는 국제사회에서 개발금융

표하기도 했다. ODA 규모를 늘리기 위해 개발금융을

체제를 운용하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의 사례 연구를

도입할 경우 그 동안 지속가능 발전에 기여하며 쌓아

통해 한국 개발금융 발전을 위한 중장기 방안을 적극

온 신뢰도와 국가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요지는, 100% 정부재원으로

이라는 의견이었다. 또, 국제사회가 최빈국과 저소득

만 ODA 예산이 조달되는 현 체제 내에서는 정부재정

국에 대한 무상원조를 확대해나갈 것을 강조하고 있

만으로 국제사회가 권고하는 규모를 충당할 수 없으

는 실정에서, 시장재원을 통해 유상원조를 늘리고 한

며, 따라서 재정 압박 하에서도 안정적으로 개발협력

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하는 것은 기존의 정부

자금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개발금융을 도입하는 것이

정책의 방침과 방향에도 변동을 초래하므로 보다 신

한국의 개발협력 확장에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당장

중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독일과 프랑스처럼 운영하기는 어렵겠지만 다양한 금 융상품을 개발하고 국제 금융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

베일에 싸인 『개발금융 운용 방안』

여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에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이 주관하는 EDCF는 정부의 위탁을 받아 운용하는

상반된 의견이 팽팽하게 양립한 가운데, 한국 국제

기금(Fund)형태에 국한되므로, 개발금융 상품을 개

개발협력 정책의 조정과 심의ㆍ의결 기구인 국제개발

발하고 자산 위험관리를 할 수 있는 개발금융기관 혹

협력위원회에서 앞으로 이 안건을 어떻게 논의해나갈

은 개발금융은행 체제를 확립할 것을 제1과제로 제시 14

것인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일단 제19차 국제개발협 시사 인(IN)


력위원회는 동 안건을 의결 안건이 아닌 토의 안건으

‘급증하는 개도국의 대규모 인프라 건설 수요에 우

로 두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이며, 그 동안 대외

리기업의 참여 기회를 제고하기 위해 개발금융, 민간

경제장관회의에서 논의되어 온 사안을 국제개발협력

협력, 전대차관(개도국 민간부문 개발을 지원하기 위

위원회 차원에서는 최초로 공개하여 위원들의 의견을

해 개도국 현지법인, 금융기관에게 대외경제협력기금

듣는 것으로 매듭지었다.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담당

자금을 융자), 보증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여 지원

하고 있는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본 회의에서는 단지

을 확대해 나가겠다’

의견을 교환한 것이고 정식 의결 및 보고 안건이 아니 었으므로 관련 자료가 공개될 수 없다는 점도 거듭 확

이러한 방침은 올해 초 기재부가 밝힌 2014년 대외

인했다. (관계자는 해당 안건 자료는 합의된 자료가

경제정책의 3가지 기본방향(▲우리기업의 대외경쟁

아니므로 홈페이지에 공개할 수 없음을 덧붙였다. 국

력 강화 ▲우리경제의 외연 확충; 세일즈 외교 및 통

제개발협력기본법 시행령 제13조에 따라 정부는 국제

상협력으로 우리 국익 극대화, 국제기구 협력, 개발

개발협력위원회의 결과와 중요한 사항을 인터넷 홈페

협력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여 국제사회에 대한 기

이지 등에 공개해야 한다.)

여 확대, 우리기업의 해외진출 기회 확대 ▲대외경제 리스크 관리 체계 강화) 과도 일맥 상통한다고 볼 수

연말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20차 국제개발협력위

있다. 이와 맞물려 국회에서는 나성린, 이만우, 이한

원회에 동 안건이 의결 안건으로 상정되어 재논의 될

성 등 11인의 의원이 ‘대외경제협력기금법 일부개정

지는 불분명하지만, 별도의 계기를 통해 다양하게 논

법률안’을 발의하여 동 방안의 추진을 법적으로 뒷받

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본격적

침해주고 있다. 개정안은 현 『한국수출입은행법』에

으로 추진될 제2차 선진화방안과 분야별 국제개발협

새로운 항목을 신설하여 한국수출입은행이 개도국을

력 기본계획(2016-2020) 수립 과정에서 개발금융 확

대상으로 ▲대출의 이율이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할

대 방안을 ODA 규모 확대 방안으로 도입할지 여부

수 있는 수준보다 낮은 경우 그 대출에 따른 손실 보전

를 신중히 검토할 것이며, 내년도 종합시행계획 수립

▲대출 또는 채권의 건전성 악화 등으로 인해 발생하

과정에서도 상당히 고려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동 방

는 결산순손실금에 대한 보전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

안에서 개발금융 활용 시 최빈국 및 저소득국이 아닌

고 있다. 시장차입과 차관 간의 이자 차액 및 손실 발

중소득국에 중점 지원할 것을 고려하고 있는 만큼, 중

생시 국민세금인 EDCF 자금으로 보전하겠다는 것이

점협력국 선정 방침에도 변화가 예상되는 것이 아니

다. 이는 개발 사업을 수주하는 소수의 국내 기업을 위

냐는 필자의 의문에 대해서는 재원배분 과정에서 고

한 신용 보증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장기

려는 되겠지만 개발금융은 지원수단이므로 국가 선정

적으로 ODA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를 저하시킬 우

시 1차적인 고려사항은 아니라는 답변을 주었다.

려가 있는 대목이다. 현재 이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 지만, 통과될 경우 개발금융 도입에 대한 관계 부처간

계류중인 대외경제협력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

의 협의와 위험성 검토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상황에 서 개발금융 운영을 위한 법적 기반이 먼저 마련되는

아직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논의지만 몇 차례의

것이므로, 이후 추진을 막기 어렵게 될 공산이 크다.

전화통화 만으로도 해당 내용이 한국 국제개발협력 관련 정부기관 내에 상당한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음

2014년 12월, 키를 쥐고 있는 OECD 개발원조회의

을 느낄 수 있었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추적해보니

각료급회의

그 동안 기재부에서는 앞서 언급했던 세미나와 연구 용역, 대외경제장관회의를 통해 국내의 어려운 재정

향후 관계 부처 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되는 가운

여건하에 우리 기업의 진출도 지원하고 개발도상국의

데, 금년 12월에 열릴 개발재원에 대한 OECD DAC의

경제발전을 지원한다는 일관된 명분으로 해당 방안을

각료급회의(High Level Meeting) 결과가 본 논의에 막

만들어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5월 29일에 열

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OECD DAC은 지난

렸던 제151차 대외경제장관회의의 현오석 전 부총리

2012년 12월에 열린 각료급회의에서 Post-2015 개발

의 모두 발언에서 보다 명확히 드러나 있다.

의제를 형성해나가는 과정에서 현 개발재원 프레임워 15

ODA Watch


크를 진단하고 새로운 개발재원 환경 체제를 구축하

크, European Network on Debt and Development)

기로 결정했다. 그 중 하나가 총 공적개발지원(Total

관계자는 우리 단체와의 간담회에서 프랑스와 독일이

Official Support for Development, 이하 TOSD) 개

상업성 차관을 ODA로 계상하는 행태에 대해 쓴 소리

념을 검토하고 ODA 측정 방식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를 하며, 유상원조 액수가 높은 한국 ODA에 대한 걱

것인데, 금년 말에 열리는 회의에서 제안하는 ODA의

정과 함께 ODA 개혁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의 관심을

적격기준과 계상 요건에 따라 개발금융을 ODA 예산

촉구하기도 했다.

으로 계상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판가름하게 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 개발금융을 통해 ODA 규모를 확대하

현재도 시장과 국가의 이익을 앞세우는 한국 ODA에

겠다는 본 방안의 취지와 추진 배경의 타당성이 좌지

대한 염려와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와중에, 개발금

우지될 수 있으므로 관계 부처에서는 신경을 곤두세워

융을 통해 한국 ODA가 더더욱 상업화 되는 것은 아

12월 회의 결과를 주목할 수 밖에 없다.

닐지, 구조적 불평등의 심화에 대응하는 공공의 연대 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조심스러

높아지는 시민사회의 근심과 걱정

운 마음이 앞선다. 지난해 일본, 독일이 높은 이자 상 환을 더해 실제 제공한 차관 원금보다 큰 금액을 개도

OECD DAC에서 ODA의 개념과 범위를 새롭게 제

국으로부터 돌려 받게 된다는 사실을 비판적으로 보

시하는 것과는 별개로 시민사회 입장에서는 동 『개

도한 가디언지[2]의 기사 하나가 떠오르는 것도 자연

발금융 운용 방안』을 너그러이 지켜보지는 못할 것

스러운 일이다. 일본과 독일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같다. 기존에 국제사회에 내걸은 규모 확대 공약의 본

곱지 않은 시선에 한국이 눈요깃감 하나를 더 주는 꼴

질적 의미가 퇴색할 뿐만 아니라 시장차입 재원의 활

이 되는 것은 아닐까.

용과 한국 기업 수주 지원을 핵심 목적으로 두고 있는 것을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주요 가치와 방향으로 인

Leave no one behind

정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또한, 국제개발협력 선진화 방안에서 무상원조와 유상원조 비율을 6:4로 유지하

‘Leave no one behind.’ 현재 UN을 중심으로 전세계

겠다고 했으나 개발금융이 도입되면 유상원조 비율이

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2015년 이후 국제사회가

상당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협력대상국과의 경제

공동으로 나아갈 개발 목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우리

협력관계 증진보다 지구촌의 가장 가난한 이들의 삶

가 가질 마음가짐과 정신을 대표하는 말이다. 어느 누

의 향상, 여성, 아동, 장애인의 인권향상과 성평등 실

구도 가난에서 허덕이지 않고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

현을 지원하는 데에 우선적으로 국민의 세금을 사용

도록 모든 인류를 포괄하는 개발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할 것을 주문하는 입장에서, 무상보다 대형 인프라 사

지금, 우리의 마음은 구조적 불평등과 부정의에 맞서기

업을 위주로 지원하는 유상원조가 월등히 확대되는

위해 얼마나 준엄한 다짐과 각오로 채워져 있을까.

것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앞서 의문을 제

ODA 규모를 늘리기로 한 약속뿐만 아니라 자국 기

기했듯이, 개발금융 도입시 중소득국에 대한 유상 지

업의 해외 진출 및 국익 극대화까지 함께 고민하고 있

원을 중점으로 두고 있어 최빈국 및 저소득국에 대한

는 한국 정부의 뜨거운 열정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

무상 지원이 약화될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같은 맥락

금하다. 2014년 12월 등장할 예고편을 관심 있게 지

에서 환영하기 어려운 점이다.

켜볼 것이다. 윤지영 작성, ODA Watch 정책기획팀장

현재도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차관 원조의 비 중이 높아 시민사회에서는 무상원조를 보다 확대할 것을 꾸준히 요청해왔다. 국제사회에서 유상원조를 많이 하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 등을 선례로 이들을 좇 아 개발금융을 확대하겠다는 논리가 얼마나 국민들과 시민사회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국을 몇 차례 방문했던 EURODAD(유럽개발부채네트워 16

/ odawatch@naver.com * 본문 각주 [1] 정 혁, 『개발금융 도입을 통한 한국의 개발협력 체제 발전 방향에 관한 고찰』, 2013년 한국정책학회 추계학술발표논 문집, 2013 [2] Claire Provost & Mark Tran, “Value of aid overstated by billions of dollars as donors reap interest on loans”, the Guardian, 2013. 4.30 시사 인(IN)


ODA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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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인(IN)

국제개발협력 이슈 심층 분석 코너●

Post 2015

개발의제 완성 D-365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지난 9월 21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제 69차 유엔총회의 막이 올랐다. 바로 1년 뒤 바로 이 곳에서 전 세계인의 새로운 개발목표인 지속가능개발목표(SDGs)가 수립될 예정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국제사회의 주요 정상과 유명 인사들이 모두 뉴욕을 찾았다. D - 365일. 국제사회는 Post 2015 개발의제를 위해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을까.

지난 9월 2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69차 유엔총회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 △기후

가 개최됐다. 2015년 만료되는 새천년개발목표(Mil-

변화정상회의 기후재정 세션 모두발언 △글로벌교육

lennium Development Goals, 이하 MDGs)를 잇는

우선구상(GEFI) 고위급 회의 기조연설 △유엔안보리

새로운 개발목표의 완성을 1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의

연설 등을 모두 일임하며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다.

관심이 쏠렸던 이번 총회에 한국에서는 10명의 시민 사회 인사가 파견되어 뉴욕 현지에서의 논의 동향을 살펴보고 돌아왔다.

일반토의 개최 전까지 선주민과 인구에 관한 회의 외에 Post-2015에 관한 별도의 특별세션이 없었고 예 년보다 무척이나 강화된 보안으로 인해 시민사회에

어떤 회의들이 있었나?

주어진 배석이 매우 제한적이었으므로 한국 시민사 회 참가자들은 주로 Post-2015 개발의제의 주요 세부

이번 유엔총회 기간에는 유엔기후정상회의(23일),

주제별로 열린 여러 부대 회의(side event)에 참석했

글로벌교육우선구상(Global Education First Initia-

다. 이번 기사에서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tive, GEFI) 고위급회의(24일), 유엔 안보리 정상회의

16번 목표인 거버넌스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

(24일) 등이 개최됐다. 24일부터 열린 일반토의(gen-

졌던 포럼과 한국 시민사회 대표단과 △주유엔대표부

eral debate)에서는 이행 수단을 비롯한 Post-2015

와의 면담 그리고 인도적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개발

개발의제 관련 논의,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처 방

목표의 수립을 앞두고 인도적 지원의 방향을 가늠해

안, 세계 안보 강화 방안, 에볼라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볼 수 있었던 △유엔인도적지원조정실(OCHA)와의

위한 국제협력 방안 등에 관한 논의가 이어졌다. 한국 18

면담을 주로 다루고자 한다. 시사 인(IN)


People’s Climate March의 유쾌하고 감동적인 현장에서!

▲ Peoples Climate March에 참여한 사람들의 모습 (위쪽) 과 캠페인 피켓을 든 한국 시민사회 대표단의 모습 (아래쪽) ⓒ Robert van Waarden (Climate Change, Editorial & Travel Photography) / 문도운

기후정상회의를 앞두고, 9월 21일에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기후변화 행진이 있었다. 162개국에서 2600건 이 넘는 행진이 동시에 펼쳐졌고 뉴욕에서만 40만명이 모여 기후변화에 대한 다양한 메시지를 외쳤다. 전 세계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의 거대하고 알록달록한 퍼레이드 행렬에는 에너지가 가득 넘쳤다. 어린 꼬마들부터 백 발이 성성한 할아버지, 할머니들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행렬 속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엘고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같은 유명 인사도 있었다. 기후변화 대응책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운 열망을 실감하는 동시에 누구나 스스럼 없이 즐 겁고 편한 마음으로 참여하는 대중 캠페인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ODA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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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제69차 유엔총회 주요 일정

[FOCUS 1] Good Governance? Accountable Governance!

사실 거버넌스 의제 논의는 참여적 정부, 인권이 중 심이 된 정부, 평등, 투명성, 법치, 책무성과 관련한 중

한국 시민사회 대표단이 공동으로 참여한 첫 행사는

요한 담론들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토론자로 참여했

아시아개발연대(Asia Development Alliance, ADA),

던 서울대 국제대학원 김태균 교수는 책무성을 △책

인도네시아개발세계NGO포럼(International NGO

임성 △답변에 대한 준비성 △집행 강제성으로 정의

Forum on Indonesian Development, INFID), 아시아

하며 책무성 매커니즘 이행을 위한 다섯 가지 방안을

민주주의연대(Asia Democracy Network, ADN)가

제시했다.

공동으로 주최하고 인도네시아와 한국 정부측 패널 이 참여한 ‘Open Forum on Justice and Govern-

1)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포괄하는 상호 책무성

ance’ 회의였다. 이 회의에서는 현재까지 도출된 지

2) 자발성을 바탕으로 한 지역적 접근

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

3) 지역 혹은 국제 전문가를 포함하는 독립적인 평가,

하 SDGs) 17대 목표 중 16번 목표에 해당하는 거버넌

검토 제도와 이를 위해 필요한 정보에 대한 접근성

스 의제를 최종 개발목표에 보다 확고하게 반영하기

의 보장

위한 논의들이 이루어졌다. 특히 인도네시아가 굿거 버넌스 이행의 시범 국가로서 정부 차원에서 특별히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부각이 되었다. 인도네시

4) 개방형 소스를 기반으로 공식 문서와 기타 문서를 공개하는 데이터 혁신 5) 국제적인 원조 책무성 이니셔티브의 필요성

아 정부의 발표 중 거버넌스와 관련한 5대 주제 영역 으로 △안보 및 정치 △경제 △사회 복지 △천연 자원

김 교수의 발표를 통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과 환경 △지역 거버넌스를 설정하여 국가적 목표와

실질적으로 이행해나가는 과정에 있어 ‘책무성을 보

지표들을 설정하고 실천해왔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

장하는 거버넌스(accountable governance)’가 갖는

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유엔대표부 한충희 부대사가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패널로 참여하여 개발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거버넌스 의제를 중심으로 내세워야 함을 강조하며 굿거버넌

위 거버넌스 관련 포럼이 끝난 후, 시민사회 대표단

스와 제도가 맞물려 효과를 발휘한 대표적인 사례로

이 한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주로

한국의 개발 경험을 소개했다. 더불어 2015년 9월 유

한국의 개발과정에서 대표 사례로 언급되는 거버넌

엔총회를 통해 확정될 최종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스 발전 경험과 굿거버넌스의 개념에 대한 비판적인

목표에 거버넌스가 단일목표로서 포함되어야 한다는

생각들이 오갔다. 2015년부터 향후 15년간 전 세계

점에 대해서도 강력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가 지향점으로 삼을 거버넌스 목표에 대해 논의하는

20

시사 인(IN)


▲ 여러 특별세션에 참여한 한국 시민사회 대표단의 모습 ⓒ 문도운

본 포럼에서 한국 정부 대표단이 자랑스럽게 “can-

어야 할 것이다. 뉴욕에서 이뤄지는 전 세계 고위급 담

do-spirit(하면 된다 정신)”과 “Global Saemaul Un-

론과 개발 현장 간의 논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노력도

dong(지구촌 새마을운동)”을 이야기 하는 것을 들으

하나의 큰 과제로 남았다. 이 날의 포럼 이후 이러한

며 얼굴이 화끈거렸다던 참가자들도 여럿 있었다. 필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국제 시민사회의 적극적 연

자 역시 1970~80년대 당시 우리나라의 개발독재 경

대 활동에 대한 기대감 또한 안게 됐다.

험에 대한 이야기가 2014년 현재, 참여적 거버넌스, 민주주의, 책무성 매커니즘의 가치를 필두로 하는 지

[FOCUS 2] 유엔인도지원조정실(OCHA)과의 만남

속가능발전목표(SDGs)의 16번 목표를 둘러싼 담론 안으로 뒤죽박죽 얽혀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으로 떠나오기 전 지난

불편함을 지울 수 없었다. 국가 주도의 효율적인 제도

8월, 세이브더칠드런, 월드비전, 국제개발협력민간협

정비는 그 자체로 굿거버넌스로 불릴 수 있을까? 진정

의회(KCOC)는 함께 “인도주의, 원칙을 실천으로”라

한 참여와 정의, 책무성 메커니즘을 담아내기 위한 거

는 주제로 정책포럼을 공동으로 개최하고 ‘인도적 지

버넌스 목표는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원 전략 수립에 대한 시민사회의 제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국내사회에서의 논의를 계기로 삼아 23일에

거버넌스의 개념 정의가 명확하게 합의되지 않은 현

는 인도적 위기가 증가하는 오늘날 인도적 지원분야

상황에서 우리 시민사회에 남겨진 과제가 크다는 생

의 많은 도전과제들을 어떻게 한국의 인도적 지원분

각이 들었다. 앞으로 차차 거버넌스의 개념을 현장에

야 정책에 잘 반영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유엔 인

가장 적실하고, 잘 적용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의해나

도지원조정실(Office for the Coordination of Hu-

가고 이행해나가는 과정에 시민사회의 역량이 집중되

manitarian Affairs, 이하 OCHA)의 입장을 확인하고 21

ODA Watch


▲ Open Forum on Justice and Governance 포럼 발제자들의 모습 ⓒ 문도운

조언을 구하기 위해 한국 시민사회와 OCHA 간의 간

우, 제도가 한번 정착되면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이

담회가 마련됐다.

를 조정하고 변화시키는데 어려움이 많으므로 오히려 NGO들이 인도적 지원사업과 개발사업의 연계를 효

먼저 한국이 보다 효과적으로 인도적 지원에 기여

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

하기 위해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를 묻는 시민사회

의 생각을 밝혔다. 특히 개발파트너가 인도적 지원과

의 질문에 OCHA 강경화 사무차관보는 예측가능하

개발분야 간의 예산구조를 다르게 설정할 경우 수원

며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펀딩 구조를 비롯하여 이

국이 이를 연계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

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답변

으므로 이를 고려한 정책 및 예산구조 마련이 필요하

했다. 이를 위해 시민사회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중

다는 점도 지적됐다.

요하며, OCHA 차원에서도 한국정부에 지속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도 이야기했다.

손귀엽 국장은 오늘날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을 향 후 인도적 지원 방향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 것인가

인도적 지원과 개발은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질 수

에 대한 답변에서 정보통신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인도적 지원 사업주체와 개

하는 것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인도적 위기가 발생했

발사업 주체는 각기 다른 문화 및 경험을 바탕으로 사

을 때 스마트폰을 활용해 위기상황과 이에 따른 피해

업 수행에 차이를 보인다. 이 둘의 효과적 연계 및 통

지역 주민들의 수요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합에 대한 OCHA의 입장은 어떨까? 강경화 사무차

수 있었던 사례 또한 흥미로웠다. 인도적 지원에 있어

관보는 인도적 지원과 개발사업의 연계 문제는 계속

기업이 특정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접근방식을 주

해서 화두가 되어왔지만 특정 지원방식(modality)이

도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러한 측면을 고려하여 기

설정되지는 못했다고 밝히며 OCHA에서 사헬지역,

업과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언

동아프리카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 지역 등

급됐다. 또한 사람들의 욕구가 점차 변화함에 따라 그

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도적 지원과 개발사업을 연계

동안의 전통적인 인도주의 접근 방식이 더 이상 통하

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또한 유엔기구의 경 22

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고 앞으 시사 인(IN)


로 어떻게 새롭게 적응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동 관련 목표와 불평등 의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

던지게 되는 부분이었다.

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에 오준 대사는 현재 각 목표 에 분산되어 있는 아동과 여성 관련 의제는 타겟을 정

마지막으로 Post-2015 개발의제로 패러다임이 전

할 때 범분야이슈(cross cutting)로 반영될 것이라고

환되는 가운데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변화는 무엇일

보고 있으며 이는 인권적 맥락에서 반영되어야 한다

지에 대해 강경화 사무차관보는 모든 사람들을 포괄

는 견해를 밝혔다. 불평등에 대해서는 자원이 풍부해

하지 못했다는 새천년개발목표(MDGs)의 한계를 넘

도 지배계층이 이를 독식하여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

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 ‘Leave no one be-

되고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언급하며 공정한 부

hind’를 지향하는 만큼,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포함해

의 분배를 가능하게 하고, 국제적 차원의 불평등 감소

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OCHA에서는 분쟁지역

를 위한 거버넌스 의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의 주민들과 기후 변화 등으로 발생하는 국내실향민 (Internally Displaced Persons, IDP)에 대한 고려가

이 날의 면담에서도 역시 뜨거운 감자는 한국 정부

반영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으나 현 Post-

가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거버넌스 의제였다. 오

2015 정부간 협상프로세스가 매우 복잡하고 정부간

준 대사는 한국 정부에서 거버넌스 의제를 중요하게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현재까지

다루고 있으나 거버넌스에 대한 이해가 세상을 바라

합의된 목표 및 세부목표 외에 다른 목표가 추가되기

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나타나므로 Post-2015 협상에

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 보았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과

서 거버넌스, 정의, 법치 등의 개념을 정의하는 것이

관련한 2015년, 2016년의 회의를 통해 향후 시민사회

쉽지 않은 것 같다는 소견을 밝혔다. 민주주의와 법치

에서 인도적 지원과 관련하여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

가 부재한 상태에서 경제 성장을 이룬 후 민주화를 이

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보탰다.

룬 한국의 사례처럼 경제성장이 되면 자연스럽게 민 주화로 이어지는지, 아니면 일정 수준의 경제수준에

[FOCUS 3] 주유엔대표부와의 만남

이르기 전에 민주화가 되는 것이 더 효과적인지 판단 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이에 시민사회에서는 한

유엔 총회와 대통령 방문으로 한창 정신 없던 25일,

국 정부가 거버넌스 이슈와 관련하여 선도적인 역할

한국 시민사회와 주유엔대표부와의 면담이 있었다.

을 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나 한국의 정부 주도형 압

바쁜 와중에도 시민사회의 의견을 궁금해하고 경청하

축적 경제 성장으로 인해 자살률, 불평등 지수가 높고

고자 했던 오준 대사의 적극적 태도덕분에 대표부의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가 높지 않은 현재의 상황을 그

쏟아지는 질문에 대해 시민사회 대표단이 연이어 답

대로 인정하고, 한국 발전 경험을 전수함에 있어 부작

변을 이어나가는 상황이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용과 방지책을 같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한 현지 국가의 주민들이 자신들이 나아가

먼저 오준 대사는 Post-2015 논의에 반드시 반영

야 할 방향을 잘 알고 있으므로 주민의 적극적 참여가

되어야 할 주요 이슈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의 의견

바탕이 된 개발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을 물었다. 이에 대표단은 현재 SDGs 에 ‘책무성’과

이와 함께 개발도상국에 새마을운동의 경험과 ‘can-

‘평화’와 같은 중요한 주제들이 명사가 아닌 형용사

do-spirit’을 이야기 할 때는 우리와 개발도상국의 상

로 다소 애매하게 표현되어 (예: accountable institu-

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어떤 동기가 바탕에 있었는지

tions, peaceful societies) 있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전달

구체적 담론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고, 불평등 감소 목표의 중요성과 개발목표의 보편 성(universality)을 강조했다.

오준 대사 역시 한국의 경제, 사회적 성장을 수치로 이야기할 수는 있으나 우리가 정말 행복한가에 대해

이어 시민사회는 현재까지 도출된 17대 목표 중 최

서, 그리고 이 모델을 다른 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가에

종적으로 주요 취약 계층에 대한 목표(목표 1과 관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답변하면서 다른 개발도

련)들이 빠질 가능성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여성, 아

상국에 적용할 수 있는 한국의 발전 요소는 교육을 통 23

ODA Watch


한 인적 자원 강화와 새마을 운동, 자조를 통한 농촌

한 글로벌파트너십(GPEDC)에서 주최한 지속가능발

발전인데 이는 국가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일부 개

전목표(SDGs)와 민간기업부문에 대한 회의, 세계식

도국에게 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결

량기구(WFP)에서 주최한 기아에 관한 회의, 양질의

국 민주주의 없는 효율적 거버넌스도 SDGs에서 말하

교육을 위한 캠페인, Beyond 2015의 전략회의 등에

는 거버넌스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다시 남

참석했지만 지면이 부족해 미처 다 실지 못 하는 점

았다. 개발도상국에서는 법치를 중심으로 한 거버넌

이 아쉽다.

스 목표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므로 원칙을 고수하 되 개발도상국의 거부감 없는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

이번 유엔총회 이후의 SDGs 수립 과정에 대해 간

해서 어떤 것을 취하고 버려야 할지 전략이 필요하다

략하게 공유하자면, 우선 새로운 개발목표에 대한 여

는 생각이 다시금 드는 대목이었다.

러 층위의 논의를 모아 오는 11월경 유엔 사무총장 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후 금년 말부터 정부간

주 유엔대표부는 현재 17개로 제안된 SDGs 목표들

협상을 시작해, 2015년 9월에 열릴 70차 유엔총회에

에 대해 국가간 협상 시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과 한

서 Post-2015 정상회의를 통해 MDGs를 대체할 새

정된 재원을 고려할 때 우선 순위에 따라 10개 정도

로운 개발목표가 채택될 예정이다. 향후 정부간 협상

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더불어 17개

과정에서 현재까지 대두된 SDGs 17개 목표의 수정

에서 10개로 목표를 줄이는 과정에서 SDGs는 주요

여부(reopening)를 둘러싼 찬반양론이 대립하고 있으

개발 분야를 각각 개별적인 목표로 다루었던 기존의

며, 더불어 Post-2015 정상회의에 시민사회의 참여를

MDGs와 달리 목표 간에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가능하게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여전히 논의가

보다 통합적인 형식이 되어야 한고 언급했다.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 3월경에는 2000년 에 발표된 새천년개발선언과 유사하게, 유엔총회 결

부산글로벌파트너십을 Post-2015 모니터링에 연

의안에 따라 새로운 개발목표에 대한 선언이 발표될

계하고자 하는 한국 정부의 노력이 국제적 차원에서

가능성이 높으며, 6월 전에는 2차례 가량 포럼을 마련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한국정부

하여 시민사회와의 협의를 이뤄나갈 계획이라고 한

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내 고위급정치포

다. 아직 국가별 지표(indicator) 개발에 대한 구체적

럼(High Level Political Forum, HLPF)에서 모니터

인 일정은 잡히지 않은 상태이며 아마 다음 유엔총회

링에 관한 임무를 부여 받고 있음을 밝히며, 전 국가

까지는 목표(goal)와 이를 구성하는 타겟(target)에 대

를 대상으로 전체 세부목표를 모두 모니터링 하기에

한 논의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는 너무 많은 재원이 소요되므로 지역별로 동료평가 또는 쇼케이스 대상 국가를 선별하거나 각 국가에서

총회 참관을 끝마치며 한국으로 돌아가서 해야 할

자발적으로 모니터링 리포트를 내고 평가하도록 하는

숙제들이 가득 쌓이는 기분이었다. 국제시민사회 차

안을 고려 중 이라고 답했다. 묻고 싶고 듣고 싶은 이

원에서는 일단 목표가 확정되기 전에 불평등, 거버넌

야기는 많았으나 시간이 너무 부족해 자리를 뜨기가

스, 평화 등 현재 애매모호한 개념으로 포함되어 있거

아쉬웠던 면담이었다.

나 최종적으로 탈락할 위기에 있는 목표들에 대한 애 드보커시를 강화하는 한편 각 의제를 인권의 프레임

앞으로의 일정과 시민사회의 과제

에 맞춰 구성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그리 고 이 과정에서 개발목표 논의 과정에 개발도상국 주

이 밖에도 6일 간의 일정 동안 한국 시민사회 대표

민들의 실질적 참여를 보장할 수 있도록 논의 수준의

단은 참가자별로 역할을 나눠 세계적인 규모로 열렸

격차를 좁혀 나가고 각 지역의 역량을 갖춰 나갈 수 있

던 People’s Climate March에 참가하고 국제 아동단

도록 하는 과제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체들이 주최한 형평(equity)에 관한 회의, 주민 참여 에 관한 Logolink 회의, 영국개발청(DfID)이 주최한

국내적 차원에서는 목표와 타겟이 설정되면 바로 국

투명성, 책무성에 관한 회의, 효과적인 개발협력을 위 24

가별 맥락에 맞게 지표(indicator) 수립 작업이 시작 시사 인(IN)


되므로 탄력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이에 Post-

편성을 바탕으로 폭넓은 시민사회의 참여를 증진하

2015 개발의제에서 논의된 내용이 한국 국제개발협력

고 동시에 action/2015 캠페인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

주요 정책 프레임워크인 <2016-2020 한국 국제개발

는 것도 역시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숙제일 것이다.

협력 선진화 방안>을 비롯한 국내 법 제도, 정책과 유

2015년 이후 새롭게 만들어질 전 세계의 개발목표가

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나가야 한다.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어나가는데 실

특히, SDGs 16번 목표(거버넌스)와 17번 목표(글로

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뉴욕에서 짊어지고 온 숙

벌파트너십)과 관련해서는 각각 유엔 체계 밖에서도

제 보따리들을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에 많은 사람들

열린정부파트너십(Open Government Partnership,

이 관심을 갖고 함께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OGP)과 부산글로벌파트너십(Global Partnership on Effective Development Cooperation, GPEDC) 논의 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별도의 채 널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이슈 파악과 적극적인 대응 이 필요하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새로운 개발의제의 보

ODA Watch

문도운 작성,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 간사 / kofid21@gmail.com

25


목구멍 인(咽)

기부문화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를 전하는 코너●

빈곤을 바라보는 우리의 빈곤한 시선 자선을 위해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이미지를 극화시키는 미디어의 보도 행태는 빈곤 포르노 (Poverty pornography)라는 이름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빈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정작 빈곤하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지난 9월 15일, 세이브더칠드런과 국제개발협력민

다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간협의회(KCOC)의 공동주최로 개발도상국의 이미 지가 미디어 매체 안에서 재현되는 방식의 문제점과

이는 비단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문제는 아니며, 서

대안에 관해 논의하는 ‘국제개발협력과 미디어의 역

구에서도 ‘빈곤 포르노’라는 개념으로 훨씬 이전부터

할 토론회’가 열렸다. 최근 들어 국제개발협력 시민사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어왔다. ‘빈곤 포르노’란 상업

회나 언론 등에서 이 주제에 관한 문제제기가 종종 이

적인 목적 또는 자선행위나 특정 사안에 대한 지지

루어진 적은 있었지만 개발협력 단체들과 언론이 한

를 늘리기 위해 필요한 동정심을 이끌어내고자 가난

자리에 모여 공론화 한 것은 이번 토론회가 처음이었

한 사람들의 상황을 부각시키는 모든 형태의 미디어

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프리카에 대

(서면, 사진, 영상 등)를 의미한다.[1] ODA Watch에

한 인식을 형성하는 수단이 ‘미디어’이며, 그 중에서

서는 청년활동가 그룹인 NA(Networking & Advo-

도 특히 모금캠페인 영상이 인식을 형성하는데 가장

cacy)팀을 중심으로 지난 2011년도부터 ‘기부+알파

큰 영향력을 미치는 미디어 매체 중 하나라고 토론회

운동’을 지속해오고 있으며, 올해에는 특히 대중들이

에서 발표된 ‘한국 미디어의 아프리카 재현방식과 수

가장 친숙하게 접근하는 국제개발협력단체들의 ‘이미

용자 인식’ 연구 결과에서 지적하고 있음에 따라 이러

지를 활용한 미디어 모금 홍보물(사진, 영상 등)’에 관

한 부분이 공론화 되는데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해 중점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어 위의 논의에 대

짐작하게 했다. 대부분의 국제개발협력 단체들이 모

한 조사와 캠페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 연장

금을 위해 주로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기에

선상에서 이 기사에서는 ‘빈곤 포르노’ 를 둘러싼 담

단체들의 홍보, 모금 영상을 통해서 보여지는 획일화

론들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살펴보고 동시에 우

된 이미지들이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을 심화하고 있

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26

목구멍 인(咽)


미디어에서 ‘빈곤’ 이미지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언

Poverty porn 개념,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제부터일까? 빈곤을 부각시킨 이미지에 대한 비판이 곧 ‘빈곤 원조를 목적으로 한 빈곤 사진과 영상이 처음 미디

포르노’ 용어의 탄생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며, 지난

어에 등장한 시기는 1968년 나이지리아 내전으로 알

2009년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Alice

려진다. 당시 나이지리아는 북동부 지역의 비아프라

Miles가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

(Biafra) 국가가 분리독립을 요구하면서 시작된 내전

aire)’를 비판하며 쓴 기사[3]에서 처음으로 사용해 비

으로 대량 기근이 발생하였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교적 최근에 만들어 진 것을 확인된다.

기아 상태의 아이들에 대한 이미지들이 TV로 방영되 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이러한 종류의 이미지를 접하

Alice Miles는 영화에서 주인공 청소년이 경찰서 천

게 된 미국인들은 교회나 비영리단체, 커뮤니티 그룹

장에 매달려 의식불명의 상태로 피 흘리며 고문을 당

을 중심으로 음식을 지원하고 대중시위에 참여하는

하는 장면, 엄마가 아이들 앞에서 살해당하는 장면, 앵

등 엄청난 반응을 보였고, ‘국경 없는 의사회’ 를 비롯

벌이 아이들의 눈을 멀게 하는 장면 등 폭력적이고 잔

한 여러 인도주의 단체들이 만들어지기도 했다.[2] 이

인한 장면들을 지적한다. 특히, 이 영화가 아동을 다

후 전세계의 인도주의 단체들은 구호활동 기금을 모

룬 작품이며 서구가 아닌 제3세계의 슬럼가를 다뤘다

으기 위해 기아를 비롯한 가난한 이미지들에 의존하

는 점에서 영화가 폭력과 수모, 공포 등의 장면을 즐

기 시작했고, 1984년 에티오피아 기근 때에도 많은

긴다는 것은 곧 서양인들이 이를 즐긴다는 것과 같다

단체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거대한 후원금을 모았다.

고 꼬집으며 이 작품을 ‘빈곤 포르노’라 비난했다. 또

특히 당시에는 사람들이 빨리 행동에 옮기도록 장려

뉴욕 타임즈가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스타일의 영화로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충격적인 장면들을 많이 사용

평가한 것에 대해 강한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세계 반

했는데, 이때부터 NGO들은 자극적인 빈곤 이미지를

대편에 있는 슬럼가 아이들의 공포 장면에 현혹될 것

활용한 모금을 시작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아니라 우리의 윤리기준이 지적하는 부분에 대해 서도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 옥스팜의 에티오피아 기근 모금 포스터(1984) ⓒOxfam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의 한 장면 ⓒSlumdog Millionaire ▶

◈ 기부+알파 운동 ODA Watch가 2011년부터 추진해온 국제개발협력 분야 민간 기부금에 관한 묻기 운동이다.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부분에 대해서부터 물음표를 떠올려보자는 취지의 활동으로, 기부자들이 자신이 내는 돈의 쓰임과 흐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고, 스스로 책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부자들의 인식 변화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민간개발원조(PDA)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꿈꾸고 있다. ODA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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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기점으로 수많은 영화상을 휩쓴 명성만

첫 번째,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침해

큼이나 동시에 작품을 둘러싼 논쟁들이 시작되었고,

‘빈곤 포르노’에서는 그들이 처한 가난이나 고통의

빈곤을 미화하고 이용한다는 점 이외에도 인도를 범

상황을 더욱 자극적으로 드러내야만 한다. 가령 갈비

죄가 많고 가난하기만 한 나라로 묘사하면서 다른 긍

뼈가 다 드러난 몸이며 굶주린 배를 보여준다거나, 가

정적인 측면들은 보여주지 않았다는 문제도 제기되었

지고 있는 장애나 부상에 초점을 맞추는 식으로 빈곤

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영화의 주인공인 뭄바이 슬

을 가시적으로 ‘증명’해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

럼가의 아이들이 활발하고 영리하게 묘사되며 열악

사자가 허락했다고 할지라도 그런 부분만 중점적으로

한 빈곤상황에서 벗어나 성공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보도하는 것은 엄연히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무시하

‘빈곤 포르노’로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었다. 결과적

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으로 이 개념은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나타난 인도의 빈곤 재현방식을 지적하기 위한 의도에서 처

두 번째, 개발도상국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 심화

음 만들어진 용어였으나 특정 목적을 위해 빈곤을 부

‘빈곤 포르노’에 나타난 개발도상국의 빈곤은 현실

각시키는 모든 미디어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고, 이때

이기 때문에 현재의 심각한 상황을 알리는 기능을 한

부터 ‘빈곤 포르노’에 관한 논의는 더욱 활발해졌다.

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이 미지들이 쌓여 ‘개발도상국=가난’ 으로 인식함으로써

*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

기존의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는 인도 뭄바이 슬럼가 출신인 주인공 자말이

다. 또한, 현지 사람들이 무력하고 의존적인 존재로 묘

퀴즈쇼에 출연해 백만장자가 되는 이야기를 다룬 대

사되는 반면, 백인으로 대표되는 선진국의 사람이 대

니 보일 감독의 작품으로,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비되어 등장함으로써 마치 우리가 ‘구원자’이며 그들

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편집상 등 8관왕을 수상하

을 도와주어야 할 불쌍하고 무능한 존재로 여기게 되

며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으며 한국에서도 100만

는 결과를 가져온다.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세 번째, ’빈곤’에 대한 잘못된 이해

빈곤 포르노(Poverty porn), 무엇이 문제인가?

빈곤은 다양하고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반 해 ‘빈곤 포르노’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들은 자칫 빈곤

아래 사진은 전형적인 빈곤 포르노 중 하나로 영양

을 ‘물질적 측면의 부족’ 으로만 편협하게 규정할 위

실조에 걸린 마른 체구의 아동이 무기력한 표정으로

험이 있다. 그리고 빈곤을 한 사람이 처한 개인적인 상

쳐다보는 이미지이다. 그렇다면 이 사진에서 드러난

황으로 인식함으로써 해당 사회가 빈곤하게 된 여러

문제점은 무엇일까? 이제부터는 국제개발협력의 관

사회구조적인 문제들을 간과할 우려도 크다. 뿐만 아

점에서 모금을 목적으로 하는 미디어들을 중심으로

니라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어떤 문제들이 내포되어 있는지 하나씩 짚어보겠다.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잠깐의 기부로 해결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여 다른 행동의 변화로 이 어지기보다는 기부 행위로만 그치게 된다. 네 번째, 자극적인 이미지에 대한 피로도 증가

보는 사람의 죄책감과 동정심에 기반한 ‘빈곤 포르 노’는 고통이나 자극적인 장면에 의존하는 이미지가 만연해지면서 동시에 피로감도 증가하게 되었다. 따 라서 사람들은 웬만한 이미지에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점점 더 심각한 상 황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이미지가 더욱 자극적 ▲ 대표적인 Poverty porn 사진 ⓒAID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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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목구멍 인(咽)


변화의 새 흐름 : ‘동정’에서 ‘가능성’으로

질병 등의 특정 현상보다는 일상의 이야기들에 귀 기 울이고 있으며 나아가 개개인이 가진 희망과 가능성

최근 ‘빈곤 포르노’를 둘러싼 논의가 지속되면서 빈

을 부각시켰다는 공통점이 있다. Mama Hope의 홍보

곤 대신 그들의 기회와 가능성에 집중하고, 죄책감을

담당자 Katrina Boratko는 대중들이 이 영상을 통해

이용하기보다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인간의 보편적인

현지 주민들의 삶이 즐겁고 희망이 가득하며 역량 또

감정을 강조하자는 변화의 목소리들이 나타나고 있

한 강화된 모습들을 보게 된다면 ‘이 커뮤니티에는 스

다. 대표적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두고 아프

스로 문제를 해결할 힘을 가진 사람들이 있구나’ 라는

리카의 가나, 우간다, 케냐, 탄자니아 등에서 활동하고

것을 알게 되고, 기부자들이 자신이 지원하는 아프리

있는 단체 Mama Hope의 ‘Stop the Pity’ 캠페인을 소

카 커뮤니티에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장기

개할 수 있다. 이 캠페인은 아프리카의 인간성을 다시

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긍정적인 접근법이 성과

회복하고, 지금까지의 정형화된 방식 대신 긍정적인

가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4]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 Stop the Pity 캠페인 사진 ⓒMama Hope

Mama Hope는 Stop the Pity 캠페인을 통해 총 4개

이처럼 ‘빈곤 포르노’를 사용하지 않는 Mama

의 영상을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 영상에서는 케냐의

Hope의 색다른 접근법은 현실적으로 모금 문제를 고

Nyamonge 지역 여성들이 평소 즐겨하는 스포츠인

민하고 있는 다른 단체들에게도 또 하나의 가능성이

네트볼의 방법과 규칙을 설명하고, 이 운동이 자신들

자 대안의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한다. 이어 두 번째 영상은 케냐 남성들이 등장해 “우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

한국의 빈곤 포르노,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냐?”고 물은 뒤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아프리카 남성들의 전형을 지적하면서 자신들은 그런 사람들이

그렇다면 최근 10여년간 국제개발협력의 규모와 비

아니라고 말한다. 세 번째 영상에서는 둘로 분할된 화

중이 급격하게 증가한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얼

면에 성별과 나이대가 비슷한 다른 인종의 두 사람이

마 전,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와 몇몇 단체

등장하여 같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며, 마지막

가 함께 만든 ‘아동권리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

으로 액션영화를 좋아하는 탄자니아의 한 아동이 영

인’에 부적절한 사례로 제시된 경우들을 보면 우리도

화 Commando의 전체 줄거리를 요약해서 실감나게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일부러 아동을 꼬집어 눈물

이야기해주는 장면을 담았다.

을 흘리게 한다거나 아동노동 현장을 촬영하기 위해 아이를 위험한 강에 들어가게 하는 것에서부터 무리

운동하고 춤추고 노래하는 일상적인 모습을 통해 모

하게 질병을 노출하거나 장애에 초점을 맞춘 보도 등

든 인간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를 보여주고자 했다는

‘빈곤 포르노’로 규정할 수 있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

이 캠페인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현재까지 2백만명 이

위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서구가 개발

상이 시청하며 화제를 모았다. 3분 내외의 이 짧은 영

도상국의 빈곤을 보는 시선을 우리도 그대로 답습하

상들은 모두 그들의 목소리로 직접 말하고 가난, 전쟁,

고 있는 것이다.

ODA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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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p the Pity 캠페인 영상에 등장하는 사람들 ⓒMama Hope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에도 작은 변화들이 생

는 동정심을 앞세워 그들의 처지와 나를 비교하면서

기고 있다. NA(Networking & Advocacy)팀이 ‘기

위안받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두 함께 돌아보아야

부+알파 운동’의 일환으로 지난 6월 개발도상국 사람

한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는 더

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묘사한 이미지와 극심한 빈곤

잘 사니까!’ 라는 우월감이나 ‘나는 그렇지 않아서 다

을 부각시킨 이미지를 놓고 실시한 시민 기부인식조

행이야’ 라는 안도감에 기반한 ‘동정’이 아니라, 동시

사[5]에 따르면 두 이미지 중 긍정적인 이미지에 기

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아픔에 대한 ‘공감’이며

부하겠다는 사람은 41%에 달함을 확인할 수 있었으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갈 에너지와 희망을 가진 사람

며, 이들 중 대다수가 부정적 이미지는 너무 흔하고

들에 대한 ’지지’가 아닐까.

자극적이라 불편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결국 우리나 라의 기부자들도 이제 자극적인 이미지에 대한 피로

자, 이제, 빈곤을 바라보는 우리의 ‘빈곤한’ 시선을 벗

도가 꽤 높아진 상태이며, 때문에 단체들도 이러한 지

어보자!

점에 대해 근본적인 변화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 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빈곤한’ 시선을 넘어 ‘동정’의 사전적 정의는 ‘남의 어려운 처지를 자기

이유정 작성, ODA Watch 청년활동가

일처럼 딱하고 가엾게 여김’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 dara_lee@naver.com

* 본문 각주 [1] Matt, “What is ‘poverty porn’ and why does it matter for development?”, Aid Thoughts, 2009.07.01 [2] Nathaniel Whittemore, “The Rise And Fall Of Poverty Porn”, Co.Exist, 2012.1.5 [3] Alice Miles, “Shocked by Slumdog’s poverty porn”, The Times, 2009.01.14 [4] Sara Steensig, “Stop pitying Africans: From poverty porn to empowerment”, gbtimes, 2014.2.27 [5] OWL 91호 [기부+알파 운동] 시민 기부인식조사 캠페인, “어디에 기부하고 싶으세요?”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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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구멍 인(咽)


목구멍 인(咽)

기부문화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를 전하는 코너●

가난,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시선 지난 9월 15일, 세이브더칠드런과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는 ‘가난 그리고 빈곤에 대한 시선 : 국제개발협력과 미디어의 역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국제개발협력 안에서의 미디어의 올바른 역할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KCOC와 개발 NGO 단체들이 함께 만든 ‘아동권리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도 공개됐다.

가을 바람이 살랑살랑 불던 지난 9월 15일 월요 일,

세이브더칠드런과

디어의 역할’ 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열린 금번 토론회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는 세이브더칠드런이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의뢰하여

(KCOC)가 주최한 ‘가난 그리고 빈곤에 대한 시선 :

진행한 <한국 미디어의 아프리카 재현방식과 수용자

국제개발협력과 미디어의 역할 토론회’가 오후 2시부

인식조사>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KCOC와 국제구호

터 저녁 9시까지 장장 7시간 동안 가톨릭청년회관 다

개발 NGO들이 함께 만든 ‘아동권리보호를 위한 미

리 니콜라오홀에서 개최되었다. ‘국제개발협력과 미

디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ODA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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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미디어 매체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용하는 동시에 아프리카의 문제를 물질적 후원을 통

각 단체들의 활동 및 개발도상국 현장의 정보를 전달

해 개선될 수 있는 것으로 단순화하여 전달한 부분을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의 후원을 요청하는데 막중한 역

지적했다. 이렇듯 언론과 모금방송을 통해 아프리카

할을 해왔다. 이번 토론회는 그런 미디어가 개발도상

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많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 드

국 주민들을 왜곡된 방식으로 재현하는 것에 대한 문

러났다. 또, 한국의 미디어가 아프리카의 역사와 문화

제의식을 바탕으로 기획되었고, 특히 대중들이 미디

에 대해 무관심하고 무지한 것이 아프리카를 왜곡하

어를 통해 아프리카에 대해 어떠한 부정적인 선입견

여 묘사하게 하는 핵심원인이라고 언급하며 특정국가

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살펴보며 이에 대한 미디

의 문제를 마치 아프리카 전체 문제로 일반화하는 오

어와 NGO의 책임에 대해 고찰해보는 기회가 됐다.

류를 범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꼬집었다. 하지만 연구 중 언론•방송 전문가들 사이에서 모금광고에 대한

ODA Watch의 청년활동가 팀인 NA팀은 위와 같 은 문제의식에 대해 지난 2011년부터 논의를 해왔고,

견해는 엇갈렸다고 한다. 모금의 목적은 인식개선이 아닌 기부금을 모금하는 것이라는 논리 때문이다.

세이브더칠드런에서 ‘한국 미디어와 아프리카’에 대 한 연구 조사를 했던 사실을 올해 초부터 알고 있던 터

이에 김춘식 교수는 실제보다 자극적이고 더 비참

라 이와 같은 행사가 열리길 무척 고대했다. 무려 7시

한 그림을 요구하는 방송업계의 선정주의적 제작관행

간이나 진행되는 행사였음에도 개최 당일, 많은 사람

이 더 큰 문제라고 밝히며, 시청자의 기부행위가 어떤

들이 토론회에 참석한 것을 보고는 대중과 단체들도

결과를 가져오는지 구체적인 모습을 실증적으로 보여

그 동안 미디어 활용에 대한 문제의식과 많은 불편함

주는 쪽으로 제작방향이 바뀌어야 함을 제안했다. 물

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는 진

질적인 문제를 넘어서서, 인프라, 교육 분야 등의 긍

정 어떤 시선으로 빈곤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정적인 변화에 대해 내부자적 관점에서 아프리카 각 국가들의 정치적, 문화적 배경을 고려한 문제점 진단

발표 1 : ‘한국 미디어의 아프리카 재현방식과 수용자

및 현실적인 해결책 제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으

인식’ 연구의 시사점

로 발표를 마쳤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치적/문화적 배경을 고려한 진단과 해결책 제시의 필요

발표 2 : 인권의 시각으로 바라본 한국 사회의 대 아프리카 인식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를 가지고 관심을 가져야

첫 번째로 김춘식 교수(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 뮤니케이션학부)가 ‘한국 미디어의 아프리카 재현방

두 번째 발표는 Yiombi Thona 교수(광주대 자

식과 수용자 인식’ 연구의 시사점에 대해 발표했다. 연

율•융복합전공학부/아시아태평양 난민권리네트워

구는 2012년 9월부터 2013년 8월까지 보도된 신문,

크 East Asia working group chair)가 ‘인권의 시각으

방송의 뉴스와 비뉴스 프로그램(다큐멘터리, 오락물,

로 바라본 한국 사회의 대 아프리카 인식’에 대해 발표

모금활동, 모금광고 등)을 분석대상으로 했다고 설명

했다. Yiombi 교수는 지역적인 혹은 문화적인 특성은

했다. 김춘식 교수의 말에 따르면, 아프리카에 대한 뉴

인권을 침해하는 변명이 될 수 없으며, 인권이 전 세

스 보도 중 약 70% 가 독재와 내전이 만연해 대부분의

계 보편적인 가치임을 확인했다. 특히, Yiombi 교수

현지 주민들이 가난과 질병에 고통을 받고 있는 부정

는 한국은 세계 최고의 교육 강국이지만 문화와 문화

적인 곳으로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비뉴스방송

의 다양성에 대한 지식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고 말

프로그램에서는 대부분 아프리카의 문제를 특정한 개

하며 Yiombi교수의 모국인 콩고를 모르는 사람이 많

인의 이야기로 한정시켰으며, 주로 장애, 중요부위 노

고, 한국 사람들은 아프리카라고 하면, 흔히 동물, 숲,

출, 훼손된 신체, 파리가 붙어있는 모습 등 열악한 상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과 같은

황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내보냈다고 설명

일차원적이고, 편향적인 아프리카의 이미지를 떠올리

했다. 더불어 후원광고와 모금방송 표현방식도 유사

는 근거를 들어 설명했다. 그 결과, 한국 사회에서 아

함을 강조하며, 이들 모두 매우 자극적인 메시지를 사

프리카 사람들은 차별을 받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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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구멍 인(咽)


고 안타까움을 털어놓았다. 차별에 대한 최근 사례로

에 개입하려는 한국 사회가 고민해야 할 것은 성과가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를

아닌 자신들의 관행이 가져오는 부수적인 피해에 대

예로 들었다. 한국 사람들이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질

한 성찰임을 강조하며 이번 토론회를 기점으로 아프

병을 아프리카 대륙에 속한 모든 국가와 국민들을 연

리카에 대한 한국 사회의 고민의 시작이 되었으면 한

결 지어 생각하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모든 아프리

다고 덧붙였다.

카인들을 접촉하기 꺼려하는 현실에 대해 불편한 심 정을 호소하였다. Yiombi 교수는 한국인들의 이러한

두 번째 토론자인 이대훈 교수(성공회대학교

아프리카에 대한 무지와 편견은 한국이 아닌 다른 곳

NGO대학원)도 편견과 왜곡이 발생하는 아프리카에

에서 그대로 스스로에게 되돌아 올 수 있다고 말하며,

대한 차별의 구조가 심층적으로 분석될 필요가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를 가지고 아프리카 사람

고 말했다. 한국에서 보여지는 ‘아프리카’의 이미지

들에 대한 인종차별, 편견과 무지에 대해 경각심을 가

와 인식은 그 자체로 문제인 것이 아니라, 한국이라

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는 표준을 우월하게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며 이러한 인식들은 자민족 우월주의적 관점의 문제로

발표 3 : 아동권리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

한국 사회의 식민성과 연결하여 논할 수 있다고 이야

한국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의 변화를 위한 첫걸음!

기했다. 이에 식민주의적 관점의 제거를 통해 인식변 화를 도모하고 더불어 사회적 규범으로서 가치를 높

마지막 순서로 KCOC 정책센터 전지은 대리가 ‘변

일 수 있음을 언급하며 이번 연구조사와 가이드라인

화를 위한 첫걸음 : 아동권리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

에서 다뤄지지 않은 인종차별이라는 개념에 대해 충

이드라인’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NGO들의 모

분히 반영해 향후에도 보완해 나갔으면 한다는 제언

금액수가 커진 만큼, 홍보도구와 홍보 컨텐츠도 다

을 덧붙였다.

양해진 상황에서 개발도상국과 아동에 대한 불합리 한 편견을 고착화시키는 모금방송의 제작•표현방식

세번째 토론자인 구정은 차장(경향신문 국제부)은

이 바뀌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있었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낮은 관심을 지적하며

2013년 7월 세이브더칠드런을 포함한 KCOC 회원단

아프리카 보도에 대한 언론의 역할에 대해 말했다. 특

체들은 ‘아동권리 보호를 위한 방송촬영수칙’ 을 시

히, 아프리카 뉴스는 보도 빈도수가 낮고 주요 소재로

작으로 2014년도에는 6개의 NGO가 참여하여 이번

는 분쟁, 기아, 자원 등에 대한 것으로 국한되고 있음

‘아동권리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제작하

을 강조하며 그 적은 소식 마저도 우리와는 ‘분리된 세

게 되었음을 설명했다. 그리고 이번 가이드라인의 의

상’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인 것처럼 묘사하

의가 모금홍보에 의존해야 하는 NGO에서, 아동권리

는 경우가 많아 대중들의 책임을 인식할 수 없게 하고

침해와 구조화된 가난의 근본원인에 대한 관심을 촉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다양한 모습의 아프리카를 담

구시키고자 했다는 데 있다고 밝혔다 .

는 기사들이 더욱 많이 보도될 수 있게 해 한국 사회가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게 하는 것이

함께 고민해보자! 열린 토론의 장!

언론이 할 수 있는 역할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모든 발표가 끝난 후 토론 및 질의 응답 시간이 이어

다음으로는 NGO 관계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이

졌다. 첫 번째 토론자인 한건수 교수(강원대학교 인류

선영 옹호사업팀장(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구조적

학과)는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이미지 재현

인 개선을 위한 노력이나, 고민 없이 사람들의 동정을

에 대해 서구인들의 ‘숭고한 사명감’이 아프리카에 대

바탕으로 한 자선에 기대는 복지사업은 한계가 있다

한 편견을 양상 했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한국 사회

는 것을 지적하고, 아동들이 균형 잡힌 시각을 형성할

가 급속한 민주화를 경험하며 가난과 빈곤을 극복하

수 있는 교육, 세계시민교육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고 성장했다는 자기만족감을 가지는 것이 문제의 근 본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오늘날 아프리카 문제 ODA Watch

마지막 토론자인 김정인 대리(월드비전 옹호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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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는 미디어를 통해서, 언론과 함께하며 성장해온

첫 세션이 끝난 후, 많은 생각들이 머리에 오갔다. 우

NGO의 언어, 표현방식이 어땠는지 살펴보아야 한

선, ODA Watch 청년활동가 그룹인 NA(Networking

다고 강조했다. 미디어 매체를 활용한 모금/홍보 활동

& Advocacy)팀에서 진행하고 있는 ‘기부+ 알파 운

시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모금을 많이 해서 현장

동’ 안에서 생각해왔던 모금방송의 문제들이 공론화

을 도와주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식의 합리화를 지양

되어, 더 많은 사람이 미디어의 아프리카를 포함한 많

해야 하며, NGO들이 규모를 불리는데 주력하기 이

은 개발국에 대한 재현방식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

전에 지난 활동들을 성찰하기 시작할 것을 당부했다.

고 고민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점은 희망적이었다.

이 외에도 토론자들은 국제개발협력분야의 NGO들

그러나 이번 토론회가 미디어에서 아프리카를 비롯

이 국내에서 일어나는 여러 이슈에 대한 사회적 의무

한 개발국과 그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는 방식의 변

를 가져야 하고, 아프리카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책임

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의의에는 완벽히 동의하

을 교육하는 시혜적 관점이 아닌 세계시민으로서의

지 못했다. 토론회가 인식보고서와 미디어가이드라인

의무를 강조하는 교육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더불어

을 배포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느껴졌기 때

언론에서는 아프리카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진단을

문이다. 토론회의 그 어디에도 의견의 교환, 치열한 고

근거로 대안적인 방식을 찾아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민들과 성찰 그리고 문제의 원인에 대한 논의가 잘 드

감동적인 보도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을 덧붙였다.

러나지 못했다. 그나마 생각을 교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던 두 질문자의 물음에 대한 답은 주변얘기를 겉

발표와 토론이 모두 끝난 후에는 참석자들의 질문

돌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했다. 특히 미디어가

이 이어졌다. 희망TV 사업담당자로 활동한 경력이 있

이드라인이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

다고 밝힌 한 단체 실무자는 미디어가이드라인에 참

에 대해 반성의 태도로 지난 활동들을 성찰하고 과오

여한 NGO들을 살펴보면 희망TV등을 통해 어느 정

를 인정해야겠다고 밝힌 NGO 관계자들은, 미디어가

도 모금을 달성한 대규모의 단체들이기에 제작된 가

이드라인이 실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는

이드라인이 소규모단체들에게는 일종의 ‘사다리 걷어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들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차기’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NGO 관계자들을 탓할 수는 없다. NGO 단체들과 실

그리고 미디어가이드라인이 실행되기 위한 제반 환

무자들만의 책임이 아니라, 미디어, 개인 기부자들을

경에 대해 질문했다. 이어 두 번째 질문자는, 실제 모

포함한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가능한 부분

금을 담당하는 부서를 비롯하여 단체 내의 구성원들

이기에 쉽게 단언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이번 미디어가이드라인의 필요성에 대해 어느 정 도 공감을 하고 있는지, 제작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미디어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상대방이 원하지 않

있었는지, 그리고 가이드라인의 구체적인 활용계획에

는 것을 하지 않아야 된다는 것,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

대해 질문했다.

다는 것 등 토론자들이 말했던 것과 같이 지극히 당연 한 이야기들뿐이다.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대

늘어진 일정 탓에 충분한 답변을 듣지는 못했지만

단한 관심을 받는 일이 되어버린 상황이 아이러니했

위의 질문들에 대해 NGO 담당자들은 구체적인 제재

다. 그래서 앞으로 점차 노력해갈 것이라는 단체들의

가 있는 가이드라인은 아니지만 단체 모두 스스로 노

말은 구체적인 실천과 노력의 결과를 보기 전까지 믿

력을 하자라는 차원에서 제작한 것이라고 다시금 제

기 어려울 것 같다. 한편으로는 변화의 결실을 위해서

작 취지에 대해 설명했으며, 큰 단체에서부터 이러한

는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하기에, 사회구성원으

규범들을 지켜나갈 것이며 소규모 NGO들에게 가이

로서의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꼈다.

드라인이 피해를 주어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단체 내 부에서도 미디어 가이드라인에 대한 공유와 합의의

세션 2 : 시선의 재구성

시간이 아직 더 필요하며, 현장에 이를 적용하는 과정

대안을 찾는 사람들과의 의미 있는 만남

에서의 과도기가 있을 것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34

목구멍 인(咽)


토론회 직후 동 건물 1층의 카페 ‘다리’에서 두 번째

사진을 찍을 때, 모든 사진 속의 주인공이 귀한 생명

세션이 진행되었다. 이번 세션은 교육과 옹호(Advo-

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하며, 국제개발협력 활동 안

cacy)를 통해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접

에서 사진을 찍고, 활용할 때, 사진이 하나의 시선이

근방식을 공유하는 단체인 ‘아프리카인사이트’와 공

라는 생각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위한 교육

동기획으로 준비되었고, 앞서 발표에서 제기된 문제

도 반드시 필요함을 주장했다.

들에 대해 개개인이 가졌던 생각들과 대안을 함께 나 누는 자리로 구성되어 있었다. 참석한 많은 사람들이

강연 이후에는 아프리카 사람들에 대한 시선을 변

앞서 있던 토론회 내용을 열심히 소화하느라 모두 조

화시킬 수 있는, 대안적인 방안들과 관련된 활동들에

금씩은 지친 기색이 보였다. 하지만 첫 순서로 무용수

대한 4가지 발표가 있었고 조가 구성되어 같은 자리의

임마누엘(Emmanuel Migaelle Sanou)과 음악인 아

사람들끼리 강연과 발표를 듣고 느낀 점, 그리고 자신

미두(Amidou Balani)로 구성된 공연팀인 ‘쿨레 칸’의

이 겪은 시선 변화의 계기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마지

공연은 모든 사람들을 다시 깨어나게 했다. 빠른 비트

막에는 모든 참가자가 색색의 포스트잇에 자신이 할

로 연주되는 다양한 아프리카 타악기 연주와 역동적

수 있는 혹은 만들어나가고 싶은 ‘변화’에 대해 적고,

인 무용 공연을 함께 즐기며 우리가 느끼고 싶었던 긍

그것을 붙여 흑백 TV를, 색이 보여지는 칼라(color)

정적인 아프리카의 에너지를 눈 앞에서 실제로 보고,

TV로 바꾸는 것으로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경험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우리 모두의 숙제 : 변화를 위한 노력 그리고 실천 사람이 우선인 사진 : 임종진 작가의 말 토론회 전체는 미디어가 아프리카를 왜곡된 방식으 공연에 이어 임종진 사진작가의 “사람이 우선인 사

로 재현하는 것,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나게 된 아프

진” 강연이 있었다. 임 작가는 스스로를 사진작가라고

리카에 대한 편견, 부정적 인식과 그 개선 방안을 함

칭하기보다 사연 전달자로 불러달라고 했다. 사진의

께 다루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아프리카에

주인은 자신이 아니라 사진 속에 있는 사연을 가진 사

는 다양하고 긍정적인 모습이 존재하고, 따라서 이런

람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사진이 현실을 왜곡할

면을 더 많이 알아가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깨닫게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난 이후 과연 무엇을 위해, 누

되었을 것이다. 더불어 다양한 대안적 사례를 통해 인

구를 위해 사진을 찍는 것인지 돌이켜보게 되었다고

식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더 많은

고백했다. 그리고 아픈 반성의 시간을 거치며, 지금은

사람들의 태도와 행동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방법

사진을 찍는 맨 앞에, ‘사람’을 놓게 되었다고 했다. 강

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겼을 것도 같다.

연에서 임종진 작가는 1990년대 말, 북한의 모습을 보 여주면서 가방을 매고 활기차게 학교에 가는 아이들,

안타깝게도 토론회를 다녀온 날에도 아프리카나 다

막 결혼식을 올려 들뜬 부부의 모습 등의 우리의 일상

른 개발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하는 영상이 집

과 비슷한 모습의 사진들을 소개했다. 우리가 생각해

안 TV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자성의 목소리와 실

오던 가난한 북한의 모습이 아닌 우리가 직접 접할 수

행의 변화가 연결되지 않고서는 이러한 노력이 결실

없었던, 그러나 실제로 존재했던 모습을 통해 사진 행

을 맺는 것은 매우 길고 험난한 과정이 될 것이라 자

위의 특성을 설명하며 사진을 현상으로만 보지 않을

명한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기

것을 당부했다. 따라서 사진을 찍는 사람뿐 아니라, 이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동시에, 다른 많은 사람들도 이

미지를 활용하는 사람도 사진이 가진 이런 맹점을 잘

런 변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문제의 원인에 대한 고찰

알아야 하고, 책임을 가지고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할 수

과, 그 해결을 위한 실천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있음을 강조했다. 사진을 통해 ‘어떻게 잘 표현할까?’

것이다.

라는 고민보다, ‘이 사진이 대중들에게 어떻게 전달되 고, 느껴질까?’를 생각해보는 것으로 그 첫걸음을 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덧붙여 임종진 작가는 ODA Watch

이지영 작성, ODA Watch 청년활동가 / leejy@gmail.com 35


끌 인(引)

한국 국제개발협력을 이끌어나가는 중추, 40대 전문가들의 솔직담백 이야기 ●

개발NGO활동가, 개발학자, 정부원조기관 원조행정가의 삼인삼색 이야기 40대 국제개발협력 전문가는 어떤 생각을 할까? 흔히들 한국 국제개발협력 실무자의 세대는 처음 분야를 개척한 50~60대와 이제 막 궤도에 진입한 2~30대, 그리고 이 두 세대를 연결짓는 40대로 나뉜다고들 말한다. 세대의 견인차이자, 사람의 몸으로 치면 허리와 같은 중추적인 역할을 일임하고 있는 개발협력 40대 전문가들의 솔직담백한 삶의 이야기와 견해를 담아봤다.

2000년을 전후로 당시에는 용어조차 생소한 국제

개발NGO 활동가 권기정

개발협력에 뛰어든 젊은이들이 있었다. 지난 15여 년

40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남수단 사무소장. 10년 차

을 지난 오늘, 푸른빛 흐르던 이들은 어느덧 40대가

유부남이며 2세가 곧 탄생 예정임. 2001년에 아프가

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40대는 사회에 책임을 져야 할

니스탄에서 활동을 시작해, 르완다. 스리랑카, 에티오

기성세대로 접어드는 연령대이자 조직과 가정을 위해

피아, 이집트, 아이티를 거쳐 남수단에서 활동중임.

소진하는 엔진 같은 존재이다. 오늘, 한국 국제개발 협력 사회의 40대는 어떤 생각을 하며 활동하고 있을

개발학자 김태균

까? 또 우리는 이들에게 어떤 기대를 할 수 있을까?

44세.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세계은행 컨설턴 트인 아내와 7세, 5세 두 아들과 생활함. 옥스포드대

지난 십 수년간 한국 국제개발협력 사회는 제도와

에서 사회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존스홉킨스대학

내용 측면에서 놀라운 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이를

SAIS에서 국제개발학 박사과정을 수료함. 책무성 연

위해 애써온 ‘사람’을 이야기 하는데 소홀한 측면이 있

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경실련 국제위원회 위원장으

었다. 이에, 94호 OWL은 개발NGO, 학계, 정부원조

로 활동하고있음.

기관에서 열정적인 활동을 전개하는 3인의 40대 전문 가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정부원조기관 원조행정전문가 정유아 42세. KOICA 민관협력실 부실장. 2000년 KOICA

인터뷰에 응한 3인의 40대 국제개발협력 전문가는 다음과 같다.

36

입사한 경력 15년 차 직원. 두 돌 아들과 남편, 부모님 과 생활함. 끌 인(引)


▲ 권기정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사무소장, 김태균 서울대학교 교수, 정유아 KOICA 부실장의 모습(왼쪽부터 차례대로)

어떤 동기로 국제개발협력을 시작하셨어요?

구호 팀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전공이 경영학

“군대에서 보급병으로 500명 가량의 식품과 물품을

리 하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많은 국가의 현장에서 활

지원했던 경력으로 아프가니스탄 긴급구호 팀에 합류

동을 했고, 2012년 1월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남수

하게 되었습니다.”

단에서 지역 개발 사업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진행하

이라 9개월간 진행한 사업비 정산을 손쉽게 잘 마무

고 있습니다. “빈곤국의 문제를 고민하고 세계평등을 꿈꾸는 연구자 라면 결국에 국제개발이라는 큰 테두리에서 만나게 되

김태균(이하 김) : 본래 국제개발보다는 한국에서 공

는 것 같습니다.”

부할 때 막연하게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는 것을 목표 로 두고 있었어요. 그런데 1998년 ILO에서 인턴을 하

“개발협력 업무가 매력 있어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

면서 국제기구의 관료제에 크게 실망하고 유학을 결

니다.”

심하게 되어 옥스퍼드에서 사회개발, 미국 존스홉킨 스에서 국제개발을 연구하게 되었지요. 국제개발이란

권기정(이하 권) : 2001년에 발생한 9.11 사건은 제 인생에 가장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9.11에 대한 보 복으로 발생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으로 많은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였고, TV를 시청하면서 아프간 의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국,내외 구호단체 100 곳 가량에 아프가니스탄 긴급구호 활동을 하고 싶다고 이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유일하게 한국의 ‘이웃 사랑회’라는 단 체에서 인터뷰를 했지요. 현재는 굿네이버스로 잘 알 려진 단체입니다. 군대에서 보급병으로 500명 가량의 식품과 물품을 지원했던 경력으로 아프가니스탄 긴급 ODA Watch

분야가 딱히 어느 한 학문에 초점을 맞추어 전공하는 것이 아니라 다학제적 접근을 해야만 큰 그림이 그려 지는 학문이지요. 그래서 어느 쪽에서 학문을 시작해 도 빈곤국의 문제를 고민하고 세계평등을 꿈꾸는 연 구자라면 결국에 국제개발이라는 큰 테두리에서 만나 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정유아(이하 정) : 코이카는 아주 우연히 알게 되었고, 잠시 사회경험만 몇 개월 하려고 입사했다가 개발협 력 업무가 매력 있어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제 가 입사하던 2000년 당시에는 코이카 뿐 아니라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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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이라는 분야 자체가 생소했고, 새로운 것에 도전

무엇보다 교육의 효과는 현재가 아닌 미래에 나타나

하기 좋아하고 또 당시 사회정의라는 이슈에 관심이

기에 이상의 실현은 시간이 많이 걸려야 나타나지 않

많던 제 개인적인 성향과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운

을까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10년 넘게 활동 후 이상이

명인가 봅니다.

라는 것을 조금 그릴 수 있게 된것 같습니다.

국제개발협력에 참여하는 NGO활동가, 개발 학 자, 원조행정가로서 지향하는 이상이나 목표는 무엇인지요? 오랜 활동을 통해 그것에 가까워져 가고 있는지요?

김: 글쎄요.. 목표를 잊고 산 지가 너무 오래 되어서 말이죠. 굳이 꼽자면, 일단 학자로서 국제개발학을 한 국 학계에 제대로 자리 잡힐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 니다. 아직까지 한국 학자들 사이에서 개발학을 이야 기하면 독립된 학문 분과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강

“교육이라는 도구를 통하여 각 나라의 사람들이 스스

하고 개발학을 하시는 학자들도 본인의 정체성을 스

로 ‘인간의 권리’ 혹은 ‘사회의 정의’를 인식하고 개발할

스로 부정하는 경우를 종종 목도하게 됩니다. 한국연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구재단에 독립된 학문 분야로 신청해서 그 독자성을 인정 받고, 지금까지 개발학을 사업평가 및 정부 용역

“학자로서 국제개발학을 한국 학계에 제대로 자리 잡

위주로 연구하는 경향에서 벗어나 학자 스스로 독자

힐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적인 연구주제를 개발하고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을 갖 추고자 합니다.

“가난함이 다소 불편함일 뿐 인간적 절망으로 다가서 지 않는 세상이 되는데 기여하고 싶고요.”

정: 가난함이 다소 불편함일 뿐 인간적 절망으로 다가 서지 않는 세상이 되는데 기여하고 싶고요. 한국이 가

권: 제가 처음 국제개발협력에 관련한 일을 시작할 때

난을 딛고 일어서 나눔과 공존의 인류문명 만들기에

는 일반 사람들이 이 분야에 대해서 거의 알지 못했습

참여하고 있는 역사적 시점에 개발협력 현장에 있다

니다. 저 또한 그랬고요. 질병, 기아 그리고 전쟁 등으

는 것이 늘 경이롭습니다. 원조행정가로서 같은 재원

로 인하여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단

으로 더 큰 효과를 만들기 위해 매 순간 노력하고 있지

순한 생각 밖에 없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빈곤한 국

만, 이 분야를 알수록 역량이 부족하고 갈 길이 멀다는

가’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개인이나 단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체의 노력과 지원으로는 현장의 필요성은 많으나 어 쩔 수 없이 제한된 지역의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사람

현장활동가, 개발학자, 원조행정가로서 40대 현

들에게 지원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

재 가장 큰 고민과 어려움은 무엇인지요?

요. 일시적으로 어려운 상황들을 개선하거나 보완책 을 제공할 수 있지만 이러한 어려움의 원인에는 구조

“저의 선택과 결정이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을

적인 많은 모순이 있어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초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습니다.”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40대는 허리역할을 제대로 하기에는 그 수가 매우 부 제가 생각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교육’ 이라는 도

족한 상태입니다.”

구를 통하여 각 나라의 사람들이 스스로 ‘인간의 권리’ 혹은 ‘사회의 정의’를 인식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하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이 실무형 리더들이 자기 일의

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육의 기초과정인 초등교육 분

방식을 한번 돌아보고 새로운 혁신을 만들 여유가 너

야를 집중해서 지원하는 활동을 합니다. 양질의 교육

무 없는 것 같아요.”

을 위하여 교사 양성 및 지원 프로그램과 현장의 문화 와 권리를 함께 담은 교재 개발 등 아직 시작단계의 일

권: 2001년 처음 이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많은 시행

이 많아 오랜 시간이 필요로 하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착오를 겪어 왔습니다. 저의 선택과 결정이 때로는 생

38

끌 인(引)


각지도 못한 부작용을 초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늘 갖

이라도 구성해서 자주 왕래하고 서로의 비전을 공유

고 있습니다. ‘좋은 의도는 부작용을 최소화 할 것’이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라는 자기 최면을 위안으로 삼고 있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제가 예전부터 ‘침몰하는 배의 선장’에 비유

정: 우리 사회 어디서나 40대는 현재 일하는 방식을

하여 사람들에게 설명을 하였습니다. “침몰하는 배에

돌아보고 더 나은 전략을 구상하여 새로운 기획을 실

100명의 사람들이 승선해 있고 사고로 구명보트는 한

현하도록 이끄는 실무형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으리

척만 남아 있어 단 10명의 목숨만 살릴 수 있는 상황

라 생각됩니다.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이 실무형 리더

이다. 선장의 결정에 따라 10명이 선택되고 이들은 난

들이 자기 일의 방식을 한번 돌아보고 새로운 혁신을

파선에서 대피할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사람들은 운

만들 여유가 너무 없는 것 같아요.

명은 장담할 수 없다. 또한 구명보트의 작동은 선장만 할 수 있어 그 10명에 선장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

코이카만 해도 설립 당시 예산보다 35배가 늘었는

다.” 이 선장의 고민이 제가 늘 직면하는 어려움입니

데 직원은 1.5배만 증가했으니 업무량의 증가를 짐작

다. 저희가 사업을 수행하는 나라는 수도 내의 몇 지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 불가능한 숫자 뒤에는 상당

역을 제외하면 어느 마을을 방문해도 빈곤과 여러 질

한 규모의 비정규직 구조가 자리잡고 있기도 하고요.

병들로 많은 아동들이 고통 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속가능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은 체제입니 다. 구조적 개선이 없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찍어내기

이러한 지역 중 제일 열악한 지역은 저희가 지원사

식 유사 개발협력사업 양산과 사업부실로 귀결될 수

업을 시작합니다. 다행히도 저희가 지원하는 마을은

밖에 없지 않을까요? 이런 구조적 상황에서 저도 여

적어도 아동들은 질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고 교

느 40대 맞벌이 여성처럼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지

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으로 변하게 됩니다. 그러나

점에서 비슷한 고민과 어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흔

우리가 지원하지 못하는 지역의 아동들은 많은 위험

히 요즘 40대는 불혹이 아니라 내가 인생을 왜 이렇게

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저와 저희 팀의 선택이

살고 있나를 다시 원점에서 고민하는 새로운 사춘기

때로는 한 마을의 운명을 바꾸게 됩니다. 저는 우리가

를 겪는다고 하지요. 40대에 들어 ‘이것이 내가 원하

구한 10명의 사람에 대해서 늘 홍보하고 좋은 보고서

는 삶인가’를 수시로 돌아보게 됩니다.

를 작성하지만 저는 구하지 못한 90명의 사람들이 늘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들이 가장 큰 어려 움입니다. 때로는 우리가 구했다고 생각한 10명 중에

한 가족의 구성원이자 40대 전문가로서 어떤 책 임감과 고민을 가지시나요?

서도 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저희가 지원하는 지 역에서 질병으로 혹은 사고로 아동들이 사망하는 경

“큰 욕심은 없이 하루에 몇 시간 이라도 전기를 사용하

우도 발생합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구할 수 있었던

고 수돗물을 이용할 수 있는 정도의 환경이 되는 나라

생명일 것 같다는 자책감도 큰 어려움입니다. 아마도

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죽을 때까지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족쇄인 것 같 습니다.

“물론 집안에서 가장으로서의 일도 소홀하게 하면 안 되겠지요.”

김: 국제개발 학문 활동에 있어서 40대는 축구로 치 며 미드필더 역할, 즉 허리라고 봅니다. 소위 개발학자

“해외사무소 근무를 해야 하는데, 가족이 모두 함께 있

1세대라 볼 수 있는 50-60대 학자 분들은 상대적으로

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입니다.”

그 수가 많다고 볼 수 있고, 새로 유학을 가거나 한국 에서 개발학을 연구한 20대-30대 신진학자들의 세도

권: 르완다에서 활동 중에 다른 단체에서 활동하던 지

만만치 않게 조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반면, 40대

금의 아내를 만났습니다. 결혼 이후 에티오피아, 이집

는 허리역할을 제대로 하기에는 그 수가 매우 부족한

트, 아이티 그리고 남수단까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늘

상태입니다. 최대한 40대 학자와 활동가들이 소모임

저와 함께 하고 힘이 되어 주는 동료이자 친구입니다.

ODA Watch

39


덕분에 현장 활동가 중 가장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

권: 많은 국제구호개발 분야의 책들과 영웅화된 소수

다고 생각합니다. 결혼 후 10년 동안 대부분 열악한

의 인물들로 인하여 이 일에 환상을 갖는 후배들이 여

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어서 인지 아기가 없어서 오

전히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존중하고

래 기간 기다렸는데 다행히도 최근 아내가 임신을 했

그들을 돕는 일은 아프리카 오지나 히말라야 산자락

습니다. 내년 2월에 출산이 예정되어 있는데 출산 이

어느 곳에서만 하는 일이 아닙니다. 국내에서도 독거

후 갓난아기와 아내가 함께 지낼 수 있는 곳으로 파견

노인, 방임된 아동, 이주 노동자, 다문화 가정 등 열거

되는 것이 현재의 바람이자 작은 고민거리 중 하나입

할 수 없이 많은 곳에서 손길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곳

니다. 큰 욕심은 없이 하루에 몇 시간 이라도 전기를

에서부터 자신의 역량과 열정을 발휘했으면 합니다.

사용하고 수돗물을 이용할 수 있는 정도의 환경이 되

우리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는 도움

는 나라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필요한 사람들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전문가입니 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전문적인 영역을 공부하고

김: 일단 학문적으로는 허리역할을 하면서 한국 사회

관련된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과학계에 개발학의 뿌리가 제대로 내릴 수 있도록 지 속적으로 투쟁하는 것이 저의 책임이자 고민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분야에 국제구호개발 전

물론 집안에서 가장으로서의 일도 소홀하게 하면 안

문가들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능력있고 열정있는 많

되겠지요. 잦은 출장에 아내가 힘들어할 때가 많습니

은 후배들이 전문가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개발 철

다. 이럴 때마다 선물 공세가 필요합니다.

학 및 윤리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우리가 왜 이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일을 하는

정: 40대 원조행정가로서는 코이카 후배들 및 코이카

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

와 인연을 맺는 모든 분들이 더 나은 시스템에서 개인

신이 일하는 단체의 방향성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자

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코이카 간부의 일원으로

신의 철학과 윤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서 조직구조와 업무방식을 혁신해가야 한다는 책임감

또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무

을 느낍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

심코 찍은 현장에서 찍는 아동 한 장의 사진이 때로는

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일 텐데요. 조만간 해

한 아동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고 또한 한 사진을 통

외사무소 근무를 해야 하는데, 가족이 모두 함께 있을

하여 아동을 인격 살인 할 수도 있는 무서운 일이 벌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입니다.

어집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하기를 희 망하는 20~30대 후배들에게 강조하시고자 하는 내용을 부탁드립니다.

김: 냉철한 지식 없이 뜨거운 열정만 내세우지 말고 현실과 열정 사이에서 치열한 고민을 하는 것이 중요 합니다. 현장의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기회를 놓치지 않 기를 바라고요. 미시적인 변화의 가능성도 중요하지

“ 우리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는 도

만 거시적 수준의 글로벌 거버넌스의 한계와 정치성

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전문가입

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니다.” 정: 진로를 고민하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조언입니 “냉철한 지식 없이 뜨거운 열정만 내세우지 말고 현실

다. 국제개발협력에 참여하는 범위는 아주 넓습니다.

과 열정 사이에서 치열한 고민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

개도국 현장에서 봉사하는 것부터, 정부부처의 고위

다.”

급으로서 정책적 의사결정을 하는 것까지 다양한 층 위의 다양한 방식의 활동이 있습니다. 방송 프로그램

“원조행정가는 통섭적 지식과 폭넓은 이해관계자 관리

을 예로 들면 투자자와 방송국 경영자, 연출자, 배우,

능력이 필요합니다.”

시청자로서 방송이라는 분야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원조행정가는 연출자에 가깝고, 20~30대 실무 원조

40

끌 인(引)


행정가라면 조연출 및 스텝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강하게 만들고 활력을 불어 넣어 줍니다. 최근 다양한

빛나지도 않고 고되지만 원조행정가(연출자)의 전문

소규모 단체들이 국제구호개발에서 활동하기 시작하

적인 연출이 없으면 좋은 개발협력사업(방송프로그

였습니다. 개성과 장점으로 특화된 많은 단체들이 잘

램)도 없습니다. 본인의 적성, 열정과 책임감이 원조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규칙들이 정해져야 할

행정가와 맞는지 평가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것 같습니다.

둘째로 원조행정가도 대부분의 개발협력 종사자와

김: 개발학이 독립된 사회과학 분과가 될 수 있도록

마찬가지로 장기 해외 근무 및 잦은 출장으로 안정된

합심하셔서 노력해주시길 부탁을 드립니다. 그리고

생활이 어렵습니다. 맞벌이 가족을 유지하려면 가족

연구용역에서 생산한 연구내용을 학문적으로 가공하

전체의 지원과 희생이 필요하므로, 이에 대한 진지한

거나 개발협력에 관한 중요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

자가진단이 필요합니다. 셋째로 원조행정가는 통섭적

여 굵직굵직한 학문적 업적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

지식과 폭넓은 이해관계자 관리 능력이 필요합니다.

도록 생태계를 조성해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40대

여러 분야에 대한 지식을 넓혀갈 수 있는 자기주도적

는 안정화 과정에 있다고 본다면, 선배님들께서 적극

학습능력이 있어야 하고, 개도국의 변화를 촉진하는

적으로 20-30대 후학들이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

업무를 하는 만큼 업무수행 맥락(context)에 변화 폭

도록 학계로 인도 해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이 큽니다. 자기주도성 및 변화적응력, 상당한 사회성 (social skill)이 필요하므로 본인의 성향이 이에 잘 맞

정: 먼저 선배님들께서 이제는 개발협력 분야에서 양

는지 평가가 필요합니다.

적인 확대보다는 질적인 발전을 이끌어 주셨으면 합 니다. 그 동안 축적하신 지식과 경험을 기록을 통해 후

국제개발협력 분야를 이끌어가는 50~60대 선배 들께 부탁 드리는 말씀이 있으신지요?

배들과 나눠주셨으면 하고, 후배들의 지속가능한 근

“선배님들이 지난 어려운 시절을 잘 극복해 주셔서 현 재 저희가 이 일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한국 사회나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사회에 대해 가지신 생각을 좀 전해주세요.

“개발협력에 관한 중요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여 굵

“경쟁적으로 자신들의 활동에 시민들의 관심을 집중

직굵직한 학문적 업적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시키고 모금을 확대하기 위하여 다양한 매체들을 통

생태계를 조성해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하여 제3세계 아동들의 참혹한 모습을 여과 없이 보내

로환경 구축에도 힘써주셨으면 해요.

는 것은 이제 자제하고 지양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 “후배들의 지속가능한 근로환경 구축에도 힘써주셨으

합니다.”

면 해요” “ 책무성이 앞으로 개발협력 분야에 중요한 화두가 될 권: 우선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선배님들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이를 한국의 개발학 분야

지난 어려운 시절을 잘 극복해 주셔서 현재 저희가 이

에 종사하는 정부, 시민사회, 학계에서 공유해야 한다

일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은 무한경쟁이

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

라는 상황 속에서 승자독식의 구조로 산업이나 기업 그리고 개인이 살아 왔습니다. 그로 인해 시민사회단

“우리나라에서 협업/협치의 문화가 생각보다 빠르게

체들 역시 그러한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

발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큰 걸림돌이 될 것

실입니다. ‘더 나은 삶과 사회’를 위해서 노력하는 시

이라 생각합니다.”

민사회단체들이 무엇보다 상생과 협력의 모습을 갖 출 수 있도록 많이 응원해 주시고 지원해 주시기를 부

권: 식민지 수탈과 전쟁의 화마로 전세계 최빈국이었

탁 드립니다. 그리고 사회의 다양성이 사회를 더욱 건

던 한국이 해외에서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이제 다른

ODA Watch

41


어려운 나라에 도움을 주는 국제개발협력 모델이 되

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외국의 think-tank인 ODI,

었습니다. 이러한 한국의 개발모델을 세계에 홍보하

IDS와 같은 기관을 한국에 설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고 적용하려고 정부와 많은 민간단체들이 활동을 하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책무성(accountability)의 이

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모델을 다른 나라에 적용

론과 실제에 전문성을 제대로 키우고 싶고, 이를 위해

하기 이전에 우선 한국의 개발모델에 관련하여 다양

서 연구에 집중할 계획인데, 책무성이 앞으로 개발협

한 각도의 심층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

력 분야에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

난 4~50년 간의 발전을 진보진영에서는 개발독재라

며 이를 한국의 개발학 분야에 종사하는 정부, 시민사

는 이름으로 발전에 대한 전체를 부정하고 보수진영

회, 학계에서 공유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

은 새마을 운동이 한국성장의 기틀이 된 구국의 활동

다. 마지막으로 사업수행 위주로 활동하는 개발협력

이라고 미화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분야 시민사회단체들은 앞으로 시민운동으로서 개발 협력을 접근해야 지속가능한 시민성을 구축할 수 있

그러한 양극단의 평가가 아닌 한국의 발전에 대한 세부적인 객관적 평가를 통한 긍,부정적인 요소를 찾

으며, 시민운동의 추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 다.

고 다양한 논의를 통하여 한국의 발전에서 부족한 부 분을 보완하고 긍정적 부분을 체계화 하여 제 3세계

정: 한국의 시민의식이 높아지고 글로벌 인재도 빠르

에 접목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러

게 양성되고 있다는 점은 우리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진행되는 최근 ‘새마을 운동

발전에 큰 자산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잠재적 자산

세계화’와 관련하여 정부와 여러 단체들이 국제개발

이 한국의 국격과 개발협력분야의 한류라는 결과로

협력 부분에서 많이 활용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

이어지도록 우선 원조분절화와 같은 개발협력 분야

가 됩니다.

의 거버넌스 문제가 가급적 빨리 해소되길 바라고 있 습니다. 또한 국제개발협력에서 파트너십이 핵심원칙

한국 사회에서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

이자 주요 업무패턴으로 자리잡고 있는 반면, 우리나

이 높아지고 있고 다양한 단체들의 활동은 아주 긍정

라에서 협업/협치의 문화가 생각보다 빠르게 발전하

적인 현상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여러 단체들이

지 않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경쟁적으로 자신들의 활동에 시민들의 관심을 집중

생각됩니다.

시키고 모금을 확대하기 위하여 다양한 매체들을 통 하여 제3세계 아동들의 참혹한 모습을 여과 없이 보 내는 것은 이제 자제하고 지양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

우리 사회의 많은 40대 전문가들이 권기정소장, 김

각합니다. 시민들이 각 단체의 활동을 이해하고 진정

태균교수, 정유아 부실장 같이 2000년 전후로 우연한

한 파트너로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빈곤의 다양한

기회에 혹은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국제개발협력

원인, 세계시민으로써의 책무성, 단체의 비전과 방향

에 참여했다. 이들은 지구촌의 발전을 위해 청춘을 불

성 등에 관한 내용을 시민들에게 지속적인 옹호활동

태웠고 많은 이들이 현장을 떠났다. 남은 이들은 현재

과 홍보를 통하여 알리는 과정이 오랜 시간이 걸리더

국제개발협력 사회의 허리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의

라도 꼭 필요한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활동을

전문성은 곧 한국 국제개발협력 사회의 역량과 직결

먼저 시작하고 확대하는 단체가 한국사회에서 국제개

되고, 이들의 고민은 곧 2~30대가 직면할 과제가 될

발협력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단체가 될 거라고 예상

것이다. 한국 국제개발협력 사회의 정부, 시민사회, 학

합니다.

계 곳곳에 원숙하고도 진취적이며, 위아래 세대를 부 드럽게 연결하고, 이상과 현실 차이를 좁혀나가려 노

김: 개발관련 사업이나 용역에만 치우친 좁은 의미의

력하는 40대들의 활동을 기대한다.

개발학을 지양하고 후학들을 양성하여 진출시키는 개 발협력의 생태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 다. 그리고 학문과 현실을 연계하기 위해서 개발협력

42

한재광 작성, ODA Watch 사무총장 /hanlight@hanmail.net 끌 인(引)


사람 인(人) 국제개발협력과 나의 이야기●

청년으로 국제개발협력 살기, 그 첫번째 이야기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많은 사람들이 국제개발협력 분야를 블루오션이라 칭하고, 혹자는 이미 레드오션이 되었다고도 말한다. 어찌됐든 지금 한국을 살아가는 2-30대에게 개발협력이 뜨거운 관심을 받는 분야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 어 보인다. 매년마다 수백명의 청년들이 개발도상국으로 해외 봉사단을 떠나고, 개발학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길에 오른다. 문득 궁금해진다. 다들 어떤 계기로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지. 무슨 생각을 하며 개발협력 활동 을 이어나가고 있는지. OWL은 이번 호부터 ‘청년으로 국제개발협력 살기’ 코너를 통해 10회 동안 개발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러 청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한다.

들어가며

말 그 필요에 답할 수 있을까? 셋, 두 질문에 대한 정 답이 과연 있을까? 질문 리스트의 영순위 혹은 마지막

이 글을 쓰기 위해 평범한 무역회사에서 시작해 국

질문은 이것일 것이다. 우리가 현장과 대안, 그것들을

제개발협력분야 연구 기관의 현장사업 담당자가 되기

포함한 어떤 것들에 대해서 정말 안다고 말할 수 있을

까지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3년을 다닌 직장에 사표

까? 이것은 현장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

를 내고 이직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주였다. 일순간

용론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현장은 무엇이고, 나는 이

영업팀장에서 인턴이 됐다. 무엇보다 현장에 가고 싶

를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 가에 대해 고민하는 미숙한

었다. 그리고 현장을 알고 싶었다. 현장에 가면 그 지

청년의 이야기로 너그러이 봐주길 미리 청한다.

역 주민들의 삶을 보다 더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 다. 있어선 안될 일들이 무언지 구분하고 대안에 대

답답한 질문이 머릿속을 맴도는 가운데 나의 고충

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다행스

은 이것이었다. 나 스스로에게 어떤 식으로든 답할 수

럽게도 잘못된 기대와 전제는 머지 않아 무참히 깨졌

없는 문제들을 한편에 두고, 매일 매일 그와 관련된 판

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현장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단을 내리고 누군가를 설득하고 또 이를 위한 일을 쉼

아니었다.

없이 해야 하는 것. 내가 알고서 하는 일이 아니라 누 군가 아는 일의 일부를 따라가야 하는 것. 몰라서 생

업무에 임하는 시간이 늘수록 해갈할 수 없는 궁금

기는 질문이라 생각했기에 더 절실히 알고자 했다. 그

증이 커지며 혼란에 빠졌다. 하나, 사업 수요를 통해

럴 수 밖에 없었다. 책상에 그득히 쌓인 일들에 충실

확인한 현장의 필요는 과연 ‘진짜 필요’일까? 둘, 현장

하지 못하며 뜬구름처럼 둥둥 떠다니는 이상적인 질

에 대한 우리의 응답, 즉 사업의 실행과 연구결과가 정

문들에 답할 자격이 없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헌

ODA Watch

43


데 그럴수록 해야 된다 생각했던 일을 하는 것보다 하

개발사업을 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지역을 돕고자 하

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많

는 사람들은 모두 그 지역 주민이 되어야 하는가, 하

은 물음표들을 걷어내니 손에 남는 질문은 한 가지였

는 흑백논리의 문제라기 보다, 내가 원하는 바와 나의

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돌이켜보니 지

역할 사이 간극에 대한 고민이었다.

난 3년은 내가 가장 처음에 했던 질문으로 돌아온 먼 길이었다.

다만, 사람 중심 개발이 대안이다 외쳤던 나를 포함 한 사람들에게 나는 속으로 계속 묻고 있었다. 우리는

사람 중심 개발사업에 관한 기대에 대하여

과연 그것에 대해 제대로 알고 말하는 것일까? 우리 가 대안이라 말하는 것을 우리 삶을 빌어 말할 수 있

요즘은 뜸하나, 이 전엔 이 분야에서 일하는 동료 지

는가? 과연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는가?

인들이 토로하는 고민이 있었다. 국내에도 가난한 사 람들이 많은데 왜 해외까지 가냐는 질문에 뭐라 대꾸

지금 내가 사는 현장에 답하기: 질문만 하지 말고, 질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그 질문에 답

문을 살자

할 때 고민해본 적이 없다.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훼 손하고 생명보다 이윤을 추구하는 일을 감시하며 대

지역주민과 지원이 필요한 당사자들이 중심에 선 사

안을 찾기 위해 자신의 역할에 임하는 것에 해외나 국

업을 본 경험도 물론 있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 놀라웠

내의 구분은 무색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든 문

던 현장에는 모두 장기간 그곳에 체류하며 그들의 언

제가 연결되어 있으므로 문제가 발단된 지역 중 어느

어와 생활양식을 익힌, 영락없이 지역 주민이 된 사람

곳을 택하든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에 참여하는 태도

들이 있었다. 그것은 때로 체류한 양적 시간과 비례하

와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나는 도리

지 않은 적도 많았다.

어 질문자에게 묻고 싶었다. 해외나 국내가 뭐가 다르 냐, 문제의 본질은 같지 않냐고. 그리고 해외 지역주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십 년 가까이 일하던 선배

민과 나, 우리는 다르지 않기에 그들을 동등하게 마주

가 정든 자리를 떠나며 남긴 말이 있었다. ‘나는 굳이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이다. 이렇게 굳게 서 있던

국제개발협력이 아니어도 될 것 같다.’ 는 것이었다.

내 확신이, 다시 말해 내 아집이 해체되기 시작한 것

누구보다 열과 성으로 현장중심의 사업을 해오던 선

은 ‘그들과 우리는 같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한 직후

배의 말이라 나는 더욱이 이해되지 않았다. 어찌 내가

부터이다.

쌓은 공에 미련이 남지 않는단 말인가? 국제개발협력 으로 시작한 경력과 경험을 한 순간 바꾸고 뒤집는 것

물론 내가 ‘우리’라고 해외 지역주민들과 나를 동일

이 가능한가? 당시엔 상상하기 어려웠던 그 말을 나

시한 것은 서로의 지위나 위치, 상황을 뛰어넘는 의

는 3년이 지난 이제야 비로소 깊이 이해했다. 이해가

미였다. 그러나 상위의 의미로 가기 이전에 물리적으

되자 고민했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내가 있어야 하

로 다르다는 것을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

는 곳이 어디일까. 내가 중요시 하는 가치에 대해 말

다. 나는 지역주민들의 언어와 문화를 모르며 그들의

로 거듭하고, 염두에 두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 질문

방식대로 사고하지 않는다. 나는 그 지역에 사는 주민

을 살아내기 위해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최

이 아니라 들렀다 떠나는 손님이기에 그 지역의 문제

근 해외 현장이 아니라 가까운 지역이웃의 활동에 동

가 내 것이 될 수 없다. 또한 언어의 형태로 구조화되

참하며 다시 한번 보았다. 몸으로 행하는 것보다 머리

고 가시화되지 않는 그들 속의 역학관계 역시 알 수 없

로 먼저 생각하는 것에 익숙한 나의, 우리의 모습을.

다. 나의 개입이 무엇을 자초할지 확신할 수 없다. 단

그간 알아온 것을 모두 깨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

기적 도움이 과연 장기적 기회가 될 것인가? 나도 그

싶었다. 아니, 아는 만큼 보인다는 공식으로부터 스스

들과 같은 주민이 되지 않고서, 그래서 그 지역이 내

로의 자유를 허하고 항상 아이 같은 마음으로 살고 싶

삶의 터전이 되지 않고서 주민이, 사람이 중심이 되는

어졌다.

44

끌 인(引)


▲ 잠비아, 몽골, 한국에서의 국제개발협력 활동 모습 ⓒ 장해영/ ODA Watch

‘바보’가 되고 싶다.

또한 우리 삶의 순간순간마다 우리를 괴롭게 하는 것에 더 이상 묶여 있지 않길 바란다. 이미 정해진 기

누군가 말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용기는 소명

준과 관례들이 어디에 근거해 이루어져 있으며, 일련

을 찾기 위해 쓰여야 한다고. 자신 내면의 기쁨과 세

의 관행들이 과연 의도한 목적에 기여하고 있는지 따

상의 허기가 만난 것이 곧 자신의 소명이며, 이 시대

져 묻길 바란다. 잘못된 것들에 대해 ‘세상이 다 그렇

엔 그것을 찾고 행하기 위한 노력이 곧 용기라는 것이

지’ 라며 너무 일찍 단념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것이

다. 용기를 내기 위해 목숨을 버리는 위험을 감수하는

옳다, 바르다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동의하지 않

것도 옛일이라 했다. 지나치게 함축적인 말이지만 나

길 바란다. 그 답을 직접 찾아 나서고, ‘모두가 맞다’

는 ‘바보’의 삶을 살고 싶어졌다.

할 때에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한편, 내 가 아는 것이 옳다는 아집은 먼저 깨부수길 바란다. 당

아는 것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할 만큼 아는 것이 많

신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일을 찾고, 세상의 허기(虛

지 않다. 내 개인의 경험은 일천하다. 하지만 여태까지

飢)에 답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길 바란다. 나는 그

쌓인 집단의 지식으로부터 우리는 자유로워질 필요가

리고 당신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靑年)이

있다. 관련하여 나는, 내 개인에게 당부하고픈 바를 여

기 때문에.

러분과 나누고 싶다. 우리는 이 지식들을 더욱 사실에 가깝게 확인하고, 현장의 사람들에게 묻고, 함께 시행 착오를 나누며 쌓아가야겠으나, 우리가 이미 아는 것 에 갇히지 말고 이것을 부정하고 다시 묻는 데에 두려 워하지 않길 바란다.

ODA Watch

장해영 작성, ODA Watch 청년활동가 / Redi201110@gmail.com 45


이웃 인(隣)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활동하는 우리 주변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 ●

Mekong Watch를 들여다보다 Mekong Watch는 일본 국제개발협력 정책과 사업을 모니터링하는 애드보커시 단체이다. 활동 기반을 개발 현장에 두고, 문화와 지역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현지 주민들의 목소리 를 담아 변화를 요구하고, 대안을 꿈꾼다. 메콩워치의 활동은 ‘감시를 넘어 개발대안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미얀마 주민, 도쿄에서 일본 원조심사관을 만난 이유는?

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는 ODA에 대한 책임성을 강 조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국내에도 시사하는

지난 6월 2일, 세 명의 미얀마 주민이 도쿄를 방문해서

바가 크다. 이 ‘사건’은 주민이 수동적인 수혜자로 남기

일본국제협력기구(이하 JICA)의 심사관을 직접 만났다.

를 거부하며 직접 자신의 삶에 대한 목소리를 내겠다

이들은 일본 민관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개발이 진행되

는 결단과 그를 위한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동시

고 있는 수도 양곤 근교의 「틸라와 경제특구지구 (Thi-

에, 자국의 ODA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지역의 삶에

lawa special economic zone, SEZ) 」의 주민들로, 이

대한 관찰을 꾸준히 해 온 일본 시민사회 활동의 산물

번 방문은 개발 사업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하기 위

이기도 하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활동하는 일본 시

함이었다. 이의신청서는 JICA가 사업을 진행함에 따라

민사회를 이야기할 때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단체가 바

발생하는 토지수용 및 강제이주에 대한 영향평가와 그

로 이번 기사에서 소개할 ‘Mekong Watch’(이하 메콩워

에 따른 보상 문제를 처리함에 있어 자국의 「환경사회

치)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미얀마 주민대표가 일본

배려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이에

을직접 방문해정부에 주민들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었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JICA는

던 데에는 그간 메콩워치가꾸준히 이어온 개발 현장 및

이의제기심사관이 현지조사에 나서는 등 11월 결과 발

자국 ODA에 대한 연구와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이 중추

표를 예정으로 한 이의제기 내용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적인 역할을 했다. 미얀마 주민들의 방일 이후에도 메콩

6월 도쿄를 방문한 미얀마 주민 대표 3명은 방문 기간

워치는이들이 현지 관리들에 의해 인권침해를 당하지는

내 일본 NGO등을 만나며 스스로의 목소리로 자신이 사

않는지, JICA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를 끊임없

는 지역에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설명하는 기회를 가

이 감시하고 있다.

지기도 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개발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여 일본 이처럼 개발 대상 지역의 주민이 직접 공여국 심사관 을 만나 지역의 개발 사업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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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개발협력 정책과 사업을 감시하는 일본 내 대표적인 애드보커시 시민단체인 메콩워치의 활동에 대해 살펴 이웃 인(隣)


▲ 틸라와 경제특구지구 예정 지대의 모습 ⓒ Mekong Watch

메콩워치의 시작과 주요 활동 메콩워치는 1998년 8개의 NGO의 네트워크로 시작 했으며, 2003년 독립 법인이 되었다. 「개발을 진행함에 따라 생기는 환경파괴나 강제이주 등에 의해 생활수단이 나 거주장소를 빼앗기는 사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개발이 반드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지는 않는

▲ JICA를 방문한 틸라와 경제특구지구 주민들의 모습 ⓒ EarthRights International 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현재에는 「개발의 영향으

로 더욱 빈곤해지거나 삶을 영위할 수 없게 되는 사람들 이 없도록 개발을 감시하는 환경NGO」로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보고자 한다. 그렇다면 한국에도 훌륭한 애드보커시 NGO가 많은데 하필이면 왜 일본 NGO인 메콩워치를

메콩워치의 활동은 철저히 앞서 언급한 문제의식과 목

주목해야 할까? 한국의 ODA 사업이 구조나 내용 면에

표, 정체성을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 일본과 매우 유사하다는 잘 알려진 통념은 차치하고

크게 개발 현장에서의 활동과 이를 통해 얻은 자료를 토

라도, 메콩워치의 활동은 ‘더 나은 개발’ 혹은 더 나아가

대로 일본 개발협력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두 축으로

‘개발대안’을 꿈꾸는 우리 모두에게 꽤 많은 배울 점을

구성되며, 이는 △메콩강개발사업 모니터링 △생태조사

선사한다. 메콩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개발사업을 주

와 환경교육 △국내 정책제언 등 크게 세 가지 활동으로

로 감시하고 있지만, 메콩워치는 ‘개발’ 그 자체에 방점

구체화된다. 이 세 가지 활동은 서로 깊게 영향을 미치며

을 두고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일본 ODA 사업 감시

함께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이번 94호 기사에서는 첫 연

는 메콩워치가 개발을 들여다보는 여러 모양의 렌즈 중

재의 시작으로 메콩워치의 전체적인 활동 내용을 간단

하나에 불과하다. 이들의 활동은 대규모 댐을 짓고, 커다

히 소개하고, 다음 호부터는 이들의 활동을 잘 보여주는

란 경제특구를 만드는 것이 과연 우리 모두에게 더 이로

몇 가지 사례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운 삶을 가져다 주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따라서 개발을 통해 한 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시대상을

먼저 메콩강 개발사업 모니터링의 경우, 태국, 라오스,

들여다보고, 진정한 개발의 의미를 고찰하기 위한 이들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 운남성 등 메콩강 유역

의 질문은 사소하고 작은 것의 희생이 당연시되는 우리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메콩워치는 각국

사회에도 매우 유효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 직면하고 있는 주요 문제들을 정리하여 언제든 활용

ODA Watch

47


▲ 플랜테이션 워치 홈페이지를 캡쳐한 그림.‘플랜테이션 워치, 책임있는 원료조달을 위하여’ 라고 쓰여 있다. ⓒ Mekong Watch

할 수 있도록 훌륭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냈다. 또한

구 수, 소득수준 등과 같은 단순한 수치로는 이러한 것들

위 국가들의 경우 강과 산이 국가의 경계를 넘나들며 거

이 충분히 표현될 수 없다. 즉, 지역 주민들의 삶 전반에

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초국가적 영역에 대한 연구를

대한 이해 없이는, 개발이 해당 지역과 마을 주민들에게

함께 펼치고 있다는 점도 큰 특징이다.

미칠 영향을 충분히 분석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 하기 어렵다. 이러한 측면에서 메콩워치의 활동은 지역

둘째로 생태조사와 환경교육 등의 현지 활동이 큰 부

주민들과의 긴밀한 접촉과 이들을 둘러싼 사회적, 자연

분을 차지한다. 메콩워치의 홈페이지(www.mekong-

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개발 대안을 구상해나가는 데

watch.org)에 방문하면 정기 발행물로 댐, 인프라 등 개

있어 매우 효과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 또한 메콩워치는

발사업에 대한 설명과 현지의 민속문화에 대한 내용도

타 NGO나 국제기구와의 네트워킹을 통해 현장을 방문

함께 담은 「포럼 메콩」, 플랜테이션에 의한 피해를 감

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시하고 영상으로 현장을 남기는 작업을 주로 하는 「플 랜테이션 워치」, 그리고 마을 조사 결과 보고서, 피해

셋째로 메콩워치는 일본의 개발사업 평가와 정책제

실태 등 다양하고 풍부한 자료를 매우 손쉽게 접할 수 있

언 결과물들을 이의신청서나 세미나, 언론보도 등 다양

다 . 일본의 해외원조 정책, 메콩 지역의 개발 행태에 대

한 방법을 통해자국사회에 전달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한 중요한 내용도 상세하게 담겨 있다. 더불어 단순히 개

미얀마 틸라와 경제특구지구 개발사업에 대한 대응이

발 사업뿐만이 아니라 마을의 민담이나 축제 등 배경이

바로 그 실질적인 예시이다. 이들은 틸라와 경제특구지

되는 지역 문화까지 조사하여 기록하고 있다. 이는 어떤

구 개발사업에 대한 JICA의 영향평가결과를 모니터링

개발 사업이 향후 장기적으로 마을에 미칠 영향을 미리

했고, 그 결과 이것이 현지의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점을

예측하고 그에 따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

지적했다. 더불어 위 근거자료를 토대로 환경사회배려

당 지역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예

가이드라인에 따른 사업 카테고리를 기존 B(영향이 적

를 들어 소수종족이 많은 메콩강 유역에서는 종족에 따

음)에서 A(중대한 영향을 끼침)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

라 삶의 형태가 매우 다른데,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인

다. 이번 미얀마 주민 방문 역시 메콩워치가 제기한 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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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인(隣)


덕분에 이뤄진 정책제언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애드보커시도 ‘현장’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다

이처럼 메콩워치의 풍부한 연구, 조사 자료는 메콩 지 역의 삶과 자연에 대한 그들의 애정과 이해를 보여준다.

현재 메콩워치의 직원들은 도쿄 사무소 및 라오스, 태

이를 바탕으로 지역 주민들을 만나서 듣기 및 조사 과정

국, 캄보디아 등 개발 현장에 직접 파견되어 활동하고 있

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담고 그 후에 대안을 찾기 위

다. 이들은 개발 사업의 효과성과 영향을 살피고, 풍부한

한 구체적 방법을 찾는다. 그들의 정책 제언이나 세미나

메콩 유역의 자연과 사회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에서 말하는 내용들이 매우 구체적인 자료와 근거를 바

에는 플랜테이션 워치라는 활동도 시작해서 관련된 모

탕으로 확실한 지향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이를 생각

습을 담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해 볼 때 놀라운 일이 아니다. 목표와 방법만이 있고, 듣 기와 애정이 없는 일방적인 개발은 사람과 사회를 더 나

메콩강 유역의 삶, 문화, 자연의 풍부함에 대해 메콩워

은 곳으로 이끌 수 없다는 것을 묵묵히 활동으로 보여주

치가 내놓는 보고서들은 ‘개발 대상지’ 또는 ‘관광지’라

고 있다. 시민사회를 넘어 한국 사회 전체에 시사하는 바

는 이름에 가려진 메콩 지역의 역사와 문화, 사람의의 힘

가 많다고 생각한다.

을 느끼게 한다. 예를 들어 메콩워치가 발간하는 컨텐츠 중 하나인 ‘포럼메콩’ 을 보면 ‘개발과 여성’ ‘소수민족 축제’ ‘강 개발이 이들에게 남긴 것’ ‘어부들끼리의 현지 네트워크가 가져다 준 것’ ‘60년대와 90년대의 개발사 업, 주민의 입으로 이야기하다’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현 지의 삶과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ODA Watch

박선하 작성, 한양대학교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협동과정 석사과정 3기 / chompoo03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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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A Watch 이모저모●

두 팔 가득 푸르른 가을하늘을 안아보며 유독 기분이 좋아지는 계절인 가을. 사람들의 옷 맵시도더 세련되어지고, 나들이 하기 좋은 날씨 덕에 재 미난 행사 소식도 많이 들려 오는 것을 보면 가을은 낭만과 축제의 계절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매일매일 해야 할 일들에 둘러 쌓여 약간의 여유를 부리는 것 조차 참 어려운 우리들의 삶. 그럼에도 이렇게 좋은 날 이 이어지는 계절에는 하루에 한 번 정도 하늘을 올려다보고, 두 팔 벌려 시원스레 부는 가을바람도 온전히 맞아보며 소소한 삶의 기쁨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OWL 독자 여러분 모두 일상 속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길 바라며 기쁨과 설렘으로 가득 찬 ODA Watch의 풍성한 소식을 전합니다! ■ ODA Watch 12기 청년활동가 수료식 & 14기 환영식

▲ 수료증을 받은 12기 활동가들! 고맙습니다! (위)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줄 14기 청년활동가들과 함께~ (아래) ⓒ ODA Watch

지난 9월 12일(금) 당산동 사무국에서 1년간 ODA Watch와 함께해준 12기 청년활동가들에게 감사의 인 사를 전하고, 새로운 가족으로 함께 하게 된 총 11명의 14기 활동가들을 맞이하는 기쁜 자리가 있었습니다. 지 난 8월 말 새롭게 이사 온 당산동 사무국을 활동가들에게 공식적으로 처음 선보이는 시간이기도 했는데요~ 더 넓 어진 회의실에서 조를 나누어 게임도 하고, 12기 청년활 동가들이 1년간 활동한 사진들을 모아 만든 영상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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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하면서 옛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 다. 더불어 선배 활동가들이 14기 청년활동가들에게 덕 담과 함께 장미꽃을 선물해주며 앞으로의 활동을 응원 해주기도 했답니다. 저마다 살기 바쁜 세상살이 가운데 서도 작은 정의를 꿈꾸며 청춘을 나누는 우리 청년활동 가들! 앞으로 함께 쌓아갈 시간을 기대하며 힘찬 박수를 부탁 드려요~ ODA Watch 이모저모


■ WaRe 오픈 하우스(OPEN HOUSE) 개최, “잘 살아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사 후 어느 정도 짐도 정리되고 나니 WaRe(ODA Watch & ReDI)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많은 분들께 보여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에 9월 18일(목) 저녁, 오픈 하우스 자리를 마련했답니다. 이사 직후부터 WaRe를 아껴주시 는 많은 분들이 화분도 넘치도록 보내주셨고 오픈 하우스

당일에는 떡이며 케이크며, 휴지와 커피, 손 세정제, 간식 등 유용한 생필품들을 선물해주셨어요! WaRe를 사랑해 주시고 지지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 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더 기운찬 모습 보여드릴 수 있 도록 노력할게요!

▲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WaRe 와 청년활동가들과 함께 ⓒ ODA Watch

★ 마음 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축하 화분 및 물품후원(개인&단체 / 총 5명, 2단체) 이욱헌(월드프렌즈교육원 원장), 임종진(달팽이사진골방 대표), 김희경(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부장) 신재은 (KCOC 부장), 김민(ODA Watch 실행위원), 한국인권재단, 지구촌나눔운동 오픈하우스 파티에 와주신 분들 (총 9명) 이창덕(COVIL 활동가), 전지은(KCOC 대리), 정은주(한국인권재단 간사) 김광욱(청년활동가 2기), 이유정(청년활동가 12기), 김동욱(청년활동가 12기) 이지영(청년활동가 13기), 구광서(청년활동가 13기), 김연상(청년활동가 14기)

ODA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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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46차 ODA토크 개최, 국제개발협력 CSO들의 투명성과 책무성 이야기

▲ 질의응답 및 자유토론 시간의 모습 ⓒ ODA Watch

ODA Watch의 46번째 ODA토크가 10월 2일(목)에 명 동 유네스코회관 유네스코홀에서 개최되었습니다. 금번 ODA토크는 총 4개의 Talk로 구성되어 바보의 나눔 재 단의 민경일 사무총장님, 월드비전 국제사업본부 김성 호 팀장님, 굿네이버스 국제개발사업부 윤보애 팀장님, KOICA 민관협력실 김진영 과장님이 함께 참여해주셨어 요! “국제개발협력 CSO의 투명성과 책무성” 주제로 그 동안 국제사회에서 논의된 투명성과 책무성 개념에 대해

서 알아보고, 단체별로 투명성과 책무성 제고 노력 사례 들을 살펴보면서 격려와 함께 향후의 발전방향을 모색하 는 뜻 깊은 시간으로 채워나갔답니다. 어려운 주제였지만 많이들 행사에 참석해주셨고, 참가자 들의 엄청난 열정으로 질문이 계속 이어져 예정 시간이었 던 2시간을 훌쩍 넘기도 했답니다. 이번 ODA토크의 내 용이 궁금하신 분 들은 아래 주소를 참고해주세요! (http://www.odawatch.net/madang/464787)

■ ODA Watch 청년활동으로 맺은 인연. 첫 부부 활동가 탄생을 축하하며..

▲ ODA Watch의 첫 부부 활동가! 남종민, 이정민 활동가의 결혼식 모습 ⓒ ODA Watch

경사 났네~ 경사 났어~~!! ODA Watch에 경사가 났습 니다. 단체 창립 이래 첫 번째 부부 활동가가 탄생했기 때 문인데요~ 유독 하늘이 높고 푸르렀던 9월 26일(토) 오 후, 각각 다른 팀에서 활동하던 10기 청년활동가 남종민 (10기, 감시운동팀)군과 이정민(10기, NA팀)양이 평생 의 동반자로 함께 할 것을 약속했답니다. 결혼식은 경남 밀양에 위치한 신랑의 고향집 앞마당에서 열렸는데요! 친척과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되어 참석한 모두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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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게 여길 수 있었던 예식이었어요! ODA Watch에서도 대표님을 비롯하여 사무국, 청년홛동가 식구들이 한달음 에 내려갔답니다. 멋진 신랑, 아름다운 신부의 모습에 하 객들 모두 온 마음으로 축하의 마음을 나눈 행복한 시간 이었습니다. 앞으로 부부 활동가로 활약하게 될 두 활동 가에게 존경?과 고마움의 마음을 전하며 두 사람의 행복 한 미래를 축복합니다. ODA Watch 이모저모


ODA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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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살림살이● [ ODA Watch 살림살이 ] ODA Watch는 투명한 재정운영을 원칙으로 합니다. 소중한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워치의 살림살이가 어느 곳에 어떻게 쓰여지는지 후원자 여러분과 OWL 독자들께 보고드립니다. 워치의 살림살이에 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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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살림살이


ODA Watch는 2006년 설립 이래로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사업 및 정책이 인권 • 평등 • 연대에 기반하여 보다 책임 있게 효과적으로 사용되어 개발도상국의 빈곤퇴치 및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국 대외원조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감시 • 제언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참여형 시민사회단체(Civil Society Organization, CSO)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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