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l92

Page 1

제 92호, 2014.08.05

OWL’s View 나쁜 정부에 좋은 원조란 없다!

FOCUS 전 세계인이 만들고 지켜야 할 새로운 개발목표: SDGs

FOCUS 다시 원조의 질을 이야기하자 - 2014 ODA 질 평가 보고서(Quality of ODA, QuODA) 결과 -

발전을 다시 생각하다 라오 이야기 10. 미스터리가 아니라 아이 탐디로 살기

FOCUS 국제개발협력 ‘진수성찬’, 각양각색의 개발을 맛보다!

행사스케치 2014 UN DCF에서는 무슨 이야기가?

ODA Watch 이모저모 꿈틀꿈틀 새로운 움직임을 기대하며

7월 감사합니다 & 6월 살림살이


발행처

서교동에서

ODA Watch

발행인 이태주

한 여름 무더위보다 더 무덥고 답답한 소식

편집장 한재광

세월호 진상규명이 7.30 재 보궐선거 한번으로 눈앞에서 멀어져 가

글쓴이

는 듯 보인다. 풀밭에서 발견된 백골 사체에 대한 진상도 마찬가지.

강하니 이선재 이태주

해결되지 않은 채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지는 않을런지 불안하기만 하

조이슬 한재광

다. 연이어 군에서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참혹한 인권유린이 일어났

강동렬 박유정 안지현 이지혜

다. 서아프리카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로 당장 셀 수 없이 많은 사람

(2014 여름 집중워크숍 수강생)

이 죽어가고 있다. 홍수처럼 밀려드는 각종 참사와 우울한 소식 때문

이현아(외부기고)

에 올 여름이 더욱 힘들게만 느껴진다.

편집위원회

눈을 돌려 개발협력 동네를 보니 사정은 마찬가지다. 글로벌개발센터

한재광 강하니 강현지

(CGD)의 국제사회 개발원조의 질 평가보고서(QuODA)에 따른 한국

김성수 남종민 윤지영

원조의 질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발표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2015년

조이슬 지홍주

을 앞두고 전 세계 국제개발협력 사회가 새롭게 수립 중인 ‘지속가능 발전목표(SDG)’를 한국 원조에 어떻게 반영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우

편집인

리 정부의 고민이나 대응은 찾아 보기 어렵다.

조이슬 이번 OWL’s View는 이 같이 답답한 현실의 문제점들을 신랄하게 지

감수

적한다. 본 사설에 공감하는 분들은 차례로 이어지는 OWL 기사들을

한재광 윤지영

찬찬히 읽어 보시기를 권한다. 최근 국제사회의 동향을 읽어낼 수 있 을 것이다.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3762번지 누보빌딩 4층 (우)121-894 Tel 02-518-0705 Fax 02-6442-0518 E-mail odawatch.korea@ gmail.com

여름이 선사하는 지금의 무더위는 한달 이내에 끝날 것이다. 그러나 2014년 8월, 우리를 답답하고 힘들게 만드는 이 상황은 언제쯤 정리 될 수 있을까? 바라기는 세월호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명명백백한 책 임자 처벌은 8월 청문회 개최를 통해,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는 국제 사회공조로 하루 빨리 정리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한국 국제개발협력 의 질적 제고와 SDGs 대응 체계 수립을 위한 고민도 찬찬히, 그리고 단단히 이루어지길 고대한다.

발행일 2014.08.05 Copyright ⓒ 2014 ODA Watch All rights reserved

한재광 OWL 편집장/odawatch.korea@gmail.com

▶표지사진 2014 여름 집중워크숍 수강생 모습 ⓒ ODA Watch

2

서교동에서


OWL 92호

Contents 02

28

서교동에서

FOCUS

한 여름 무더위보다 더 무덥고 답답한 소식

‘진수성찬’ 각양각색의 개발을 맛보다!

04

34

OWL’s View

행사스케치

나쁜 정부에 좋은 원조란 없다!

2014 UN DCF에서는 무슨 이야기가?

06

40

FOCUS

ODA Watch 이모저모

전 세계인이 만들고 지켜야 할 새로운 개발목표: SDGs

꿈틀꿈틀 새로운 움직임을 기대하며

12

43

FOCUS

7월 감사합니다

다시 원조의 질을 이야기하자 - 2014 ODA 질 평가 보고서(Quality of ODA, QuODA) 결과 -

22

45

발전을 다시 생각하다

6월 살림살이

라오 이야기 10. 미스터리가 아니라 아이 탐디로 살기

ODA Watch는 세월호 참사를 진심으로 애도하며 우리 사회에서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염원합니다. 성장만을 중시하고 인권과 생명을 경시한 우리들의 모습을 통렬히 참회하며 다시 한번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많은 국민들이 느낀 슬픔과 분노, 참담함과 절망감이 가슴속 새까만 재로만 흘러넘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작은 불씨로 소생하기를 기원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행동하겠습니다. ODA Watch

3


OWL’s View ●

나쁜 정부에 좋은 원조란 없다! 2 014년 8월, 우리는 거짓과 조작, 은폐와 적폐 가 어디까지 갈지 모르는 야만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의혹과 불신은 커져만 가 는데 정부는 국가개조만 떠들고 실질적인 근본 대책 없이 이를 덮으려고만 한다. 갑자기 발견된 백골 시 신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발표를 둘러싸고도 온 갖 추측과 낭설이 난무한데 정부는 아무런 해명이 없다. 우리의 아들을 보낸 군대에서는 상상할 수 없 는 야만적인 조직적 폭력으로 청년들이 비참히 죽어 가고, 수명을 다한 고리원전에 대한 전 국민적 불안 과 전문가들의 경고가 넘쳐나는데도 정부는 안하무 인이다. 자살률 최고 나라라는 수치도 부족하여 인 재(人災)에 인재가 끊이질 않는 재난공화국이 되었 다.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초경쟁 사회를 넘어 위 험사회와 피로사회, 불안사회를 지나 재난사회로 치 닫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퇴보하고 국민의 삶 은 피로하며 인권이 실종되고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데 과연 우리는 어떻게 국제사회에 좋은 기여를 할 수 있는 것인가? 최근 국제전문가 그룹이 ‘좋은나라지수’(Good Country Index)라는 것을 만들어 발표했다. 이는 한 나라가 국제사회와 인류의 공공선에 얼마나 기여하 는 가를 측정한 것이다. 과학기술, 문화, 국제평화와 안정, 세계질서, 기후변화와 지구환경, 번영과 평등, 건강과 복지 등 7개 항목에서 각국이 얼마나 기여하 는 가를 평가한다. 우리나라의 조사결과는 125개국 중 47위이다. 한국은 국제평화와 안정에서 매우 낮 은 점수를 받았고(119위), 지구환경과 기후변화에 서도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았다(71위). 인류의 번 영과 평등(60위), 건강과 복리 증진(65위)에도 국제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 못하다. 주목할 것은 우 리나라의 ‘좋은나라지수’가 아프리카의 케냐(26위), 과테말라(29위), 콜롬비아(31위), 가나(38위), 에쿠 4

아돌(39위), 잠비아(40위), 남아공(44위), 자메이카 (45위) 보다도 하위에 있다는 점이다. 2010년 자료 를 기준으로 조사한 것이고 조사방법에 있어서도 다 소 논란이 있을 수는 있지만 국가이미지를 매우 중 시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가 아 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국제개발원조에 대한 전문기관의 객 관적 평가도 매우 낮다. 4년 전부터 미국의 글로벌개 발센터(Center for Global Development, CGD)는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와 함께 공 여국들의 대외원조 질을 평가하는 보고서(Quality of ODA, Quoda)를 2년 마다 발표하였으며 2014년 조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이 보고서에서도 우리나 라의 대외원조 질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 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원조 효율성 극대화(29위), 수원국 제도역량 배양(21위), 행정부 담 경감(30위), 투명성과 학습(24위) 등 4개항의 조 사항목에서 31개 조사대상국 및 원조기관 중 거의 하위권에 있다. 수원국의 행정부담 경감 측면에서는 지난 4년 동안 줄곧 최하위에 머물고 있으며 효율성 극대화 지표(20위→29위)와 제도역량 배양(15위→ 21위), 원조투명성과 학습(18위→24위)에서는 지난 2년 동안 오히려 악화됐다. 이것이 우리나라가 자랑 하는 ‘한국형 원조’에 대한 국제사회의 냉정한 평가 이다. 세계적으로 작금의 국제개발 지형의 변화는 춘 추전국 시대이고 논쟁은 가히 백가쟁명(百家爭鳴) 수준이다. 중국과 브릭스(BRICs) 국가들은 미국과 서구 주도의 세계은행과 경쟁할 신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 NDB)을 2016년까지 창설하 기로 합의했으며, 더불어 중국은 작년 말 일본 주도 의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항하여 아시아인프 OWL’s View


라투자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AIIB)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한국에도 참 여를 요청한 바 있다. 북반구와 서구 주도의 국제개 발의 시대는 가고 남남협력을 넘어서 남반구에서 북 반구로의 협력도 이루어지는 전방위의 다극협력 체 계를 맞고 있다. 영원한 공여국도 영원한 수원국도 없으며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쌍방향 개발협력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즉, 모든 국가들이 국가안보 와 자원확보,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는 국제개발의 현실주의 정치가 보다 명확해지고 있는 것이다. 전 통적인 개발원조 방식보다는 민간재원과 혁신적 개 발재원을 효과적으로 동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 고 있으며, 특히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기업들의 임 팩트 투자, 무역과 직접투자, 이주노동자들의 해외 송금, 민간재단과 NGO, 종교단체들의 자발적 기여 등이 공적개발원조 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다. 무엇 보다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외부재원 보다 도 개발도상국들의 효과적인 조세제도와 거버넌스 를 통한 자체 개발재원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는 인 식이 확산되고 있다. 국제개발 담론에서도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경 제체계가 유일한 발전의 경로라는 생각은 이미 폐기 되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각국이 처한 다양한 역사 적 조건과 발전 단계에 맞는 다변화된 발전 경로를 인정하게 되었다. 2015년에는 절반의 성공, 미완성 의 개발목표로 평가되는 새천년개발목표(MDGs)가 종료되고 새로운 글로벌 목표로서 지속가능발전목 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 이하 SDGs)가 향후 2030년까지 국제개발의 최고 규범으로 등장 하게 될 것이다. SDGs는 빈곤국과 개발도상국뿐 아 니라 선진국들도 포함하여 모든 국가들이 인류의 공 동 발전과 번영을 위해 해결해야 하는 공통의 보편 적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즉, 빈곤과 보건, 교육, 양 성평등, 환경문제뿐 아니라 불평등과 식량안보, 농 업, 경제성장, 인프라,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 에 너지, 도시, 일자리, 기후변화, 생태계, 평화와 제도 구축, 글로벌 파트너십 등을 포괄하고 있다. SDGs 체계는 향후 2030년까지 모든 국가가 세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포괄적인 협력 에 나서야 함을 의미하며, 전통적인 개발원조를 넘 어서 환경, 경제, 사회적 차원의 지속가능발전을 이 루기 위해 국제개발의 목표와 수단, 방식이 보다 혁 ODA Watch

신적이고 통합적이며 효과적인 방식으로 전개될 것 임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러한 국제개발협력의 지형과 논의 변화 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과 준비는 너무도 미흡하 다. 정부에서는 SDGs 체제에 대해 체계적인 범정부 적 대응을 못하고 있으며, 2000년도에 대통령자문 기구로 발족한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에서 녹색성장위원회가 출범하면서 환경부 소관으 로 지위가 격하된 이래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있 다. 정부는 내년 5월에 유네스코 세계교육포럼을 개 최하기로 되어 있지만 전교조의 법외노조화 조치로 국제교육연맹과 국제노조연맹 등으로부터 격렬한 항의를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세계교육포럼에 대한 보이코트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제사회의 급격 한 변화와는 무관하게 우리나라는 지금도 질이 낮 은 ‘한국형 원조’에 집착하고 있으며 지구촌 새마을 운동과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nowledge Sharing Program, KSP)의 전파에 올인하고 있다. SDGs 체 제에 따라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목표와 전략, 방식 을 새롭게 하고 추진체계를 통합, 개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40여개가 넘는 각 정부 주무부처의 개발원 조 초보 운전자들은 시행착오와 중복 투자, 예산낭 비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좋은 나무에서 좋은 열매가 열린다. 좋은 정부와 좋은 기업, 성숙한 시민사회가 인류의 번영과 발전 에도 제대로 기여할 수 있다. 국제협력은 국내정치, 국내경제 상황과 무관할 수 없으며 성숙한 민주주의 와 시장경제, 시민의식을 뿌리로 하여 성장한다. 국 민의 지지와 참여가 없는 국제협력은 사상누각이고 투명하게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개발협력은 오래 갈 수 없다. 투명하고 민주적이며 진정성 있는 정부 가 투명하고 민주적이며 진정성 있는 개발협력을 할 수 있다. 정부의 개혁이 효과적인 개발협력을 위한 전제 조건인 이유이다. 사람과 인권을 중시하고 지 속가능발전의 비전과 전략을 착실히 이행하는 정부 라야 개발협력의 자격이 있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정부가 좋은 원조를 할 수 있다. 나쁜 정부에 결코 좋 은 원조는 없다.

ODA Watch 실행위원회 작성 5


FOCUS ●

전 세계인이 만들고 지켜야 할 새로운 개발목표: SDGs 새천년을 맞이하여 제정되었던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MDGs)는 2015년을 기점으로 달성기한이 종료된다. 이에 맞추어 국제사회는 UN을 중심으로 MDGs를 이을 개발목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주체들의 의견을 모으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를 위한 공개작업반(Open Working Group: OWG)의 역할이 금번 13차 회의(2014년 7월 19일)를 마지막으로 종료되어, 각 국가와의 협상과정을 거쳐 내년 9월 유엔총회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에 ODA Watch는 새로이 제정될 개발목표가 인류공통의 목표로서 국내 개발정책과 개발현장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1]

올해는 특히나 전 지구적 정의, 평화, 환경에 대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국제개발협력분야는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 해 인 듯하다. 가장 가깝게는

비정치성의 영역으로 여겨져 온 측면이 큰 것이 사실

최근 참사 100일을 맞은 세월호 사건과 원전과 송전

이다. 개발문제를 지구촌의 환경 문제, 평화 구축, 정

탑 공사강행으로 인한 밀양 사태를 겪으며, 우리는 시

의 구현과 연결하여 이야기하기 보다는, 어떤 분야에

민 안전에 있어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집중하여 개발성과를 낼 것인지, 원조금액을 어떻게

부정부패가 불러올 수 있는 참극, 그리고 우리 사회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의도한 성과를 효과적으로 달성

에 정의란 살아있는가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곱씹게

할 것인지 등의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

된다. 멀리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차별

해왔다. 그러나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고통 받을

적 공격, 우크라이나, 말리 등 국가들의 내전으로 인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만드는 핵심적인 원인이 무엇인

해 너무나 많은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되는 것을 속수

지(그것이 단순히 원조자금의 비효과적 사용인지, 교

무책으로 바라보며 진정 인간다움이란 실종되었는가,

육과 보건 등 사회개발이 더딘 이유에서인지 아니면

지구촌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길은 없는가라는 심

그보다 더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와 인도주의 실종의

각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또한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또 그것을 위해 전 세계인

도 지구촌 곳곳의 무수한 사람들은 무분별한 개발로

이 공동으로 다해야 할 책무가 무엇인지 대해 진지하

인한 환경파괴와 기후변화로 인해 삶의 터전과 건강

게 이야기된 적은 거의 없었다.

한 삶을 누릴 권리를 잃고 고통 받고 있다. [1] MDGs의 등장과정과 이행성과 및 평가, 포스트-2015 개발의제 등장까지의 내용은 <OWL 87호(2014년 3월) 우리가 원하는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약속하고 있는가?(강경아 작성)> 참고

6

FOCUS


▲ 2012년 7월, MDGs를 이을 새로운 지구촌 개발목표의 설정에 합의하며 리우+20 회의를 마감하는 모습 ⓒ Andre Penner/AP

이러한 맥락에서 MDGs의 후속으로 지금 만들어지

새로운 개발목표 논의 배경과 과정

고 있는 유엔의 새로운 개발목표는, 그 논의과정과 내 용 측면에서 이전과는 다른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

1990년대 수십 년간 지속된 원조지원에도 불구하고

다. 물론 매일 일상생활과 개발현장에서 다양한 문제

괄목할 만한 개발성과가 없었다는 비판과 함께 원조피

들에 부딪히는 우리들에게 유엔이 새로운 개발목표를

로(aid fatigue) 현상이 나타난 이후 최근까지 OECD

만들고 지표와 모니터링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과정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

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로 생각될 수 있다. 늘 그

tee: DAC) 회원국 중심으로 원조효과성(Aid Effec-

렇듯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미사여구들의 향연

tiveness)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유엔이라는 기관의 역할 자체

역설적이게도 원조효과성 논의가 다다르게 된 종착점

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은 원조는 개발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요인들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것이므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기

그러나 더 나은 세상, 모든 사람이 더 살기 좋은 세상

위해서는 시야를 더욱 넓히고 다양한 행위자들의 참여

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고, 국

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000년에 새천년의 시

제담론 또한 그를 위한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일 것이

작과 함께 제정된 MDGs 또한 상당히 좁은 의미의 사

다. 많은 실무자들과 활동가들에게 늘 말잔치로만 이

회개발(교육, 보건 등) 목표들만을 담고 있었다. 빈곤

어지는 것 같은 국제사회 담론이 공허한 것으로 느껴

의 근본적 문제인 불평등, 환경, 평화 등의 문제는 논

질 수는 있지만, 실상 전 세계 개발현장 곳곳에 미치

의의 범주에 두지 않았으며, 목표 이행의 주체를 개도

는 그 힘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기사에서

국에 한정하고 있었다는 점이 MDGs에 대한 비판적

는 새로운 개발목표를 만들기 위한 지금까지의 논의

평가의 주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MDG의 후속 개발

과정과 내용, 그 의미를 짚어보고 앞으로 우리 한국 시

목표는 더욱 포괄적인 시야에서 빈곤문제 해결이 지구

민사회 구성원들이 기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

촌의 공동 목표임을 확인하고, 빈곤의 근본적 문제 해

을 담고자 한다.

결을 위해 개도국뿐 아니라 선진국과 중진국의 책무성 과 참여를 확보해야 하는 요구를 받고 있다.

ODA Watch

7


2015년을 기점으로 기한이 만료되는 MDGs의 뒤

1. 포괄화와 구체화

를 이를 개발목표의 설정을 위한 과정은 사실 UN 사 무총장 프로세스(UN 시스템 작업반, 고위급 패널, 사

1) 불평등, 평화, 환경 등 새로운 이슈 대거 포함

무총장 보고서)에 따라 진행되고 있었고,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논의는 리우 환경회의를 중심으로 진행

MDGs와 SDGs의 가장 큰 차이점을 꼽자면, 빈곤

되어 서로 분리되어 있었다.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개

과 사회개발(보건, 교육), 양성평등, 환경문제 등에 한

발의 문제와 환경의 문제가 서로 분리되어 인식되어

정되어 있던 주제범위가 크게 확대되어, 다양한 새로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원조공여국 중심의 원조

운 이슈들이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SDGs에서는 빈곤

효과성 논의는 OECD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와, 유엔

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불평등, 인권, 평화, 환경, 에너

중심의 MDGs나 리우 환경회의와는 별개의 흐름으

지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로 볼 수 있다.

위한 방안으로 경제성장, 생산/소비 개혁, 일자리, 지 속가능 농업발전, 인프라 개발과 산업화, 거버넌스와

이번 새로운 개발목표의 마련에 기해, Post-MDGs

제도개선 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환경문제와 지속

논의와 리우 환경회의, OECD의 글로벌 파트너십 논

가능성을 강조하여, 도시, 해양, 육상의 자원 및 생태

의 등이 어느 정도는 하나로 모여, 다양한 층위와 범

계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목표들을 제안하고 있다. 또

주에서 진행되어온 노동, 성평등(젠더), 인권, 장애,

한 SDGs의 이행을 위해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한 책

빈곤, 환경, 개발과 관련된 논의들이 유엔 중심으로

무가 모두에게 있음을 확인하며, 이를 위해 몬테레이

통합되는 흐름이 만들어진 것은 괄목할 만한 변화라

회의 등 기존의 개발재원 관련 논의를 이어가는 것의

할 수 있다. 하나의 틀 안으로 모인 새로운 개발목표

필요성을 강조했다.

를 위한 작업은 리우 환경회의 논의의 흐름을 이어 받아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2) 목표 달성을 위한 이행방안과 모니터링 구체화

Goals: SDGs)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고, 이를 위 한 준비단위로서 공개작업반(Open Working Group:

MDGs의 주요한 한계로서, ‘목표’는 정해져 있었지

OWG)이 구성되어 13차에 걸친 회의를 진행하였다.

만 구체적으로 그것을 어떻게 실현하고, 그 과정을 어

지난 7월 19일 마지막 OWG회의 결과 마련된 최종

떻게 점검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점이

결과문서(Outcome Document)가 유엔 총회에 제출

지적된 바 있다. SDGs의 경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

되었으며, 정부간 협상과정을 거쳐 내년 9월 유엔총회

기 위해 각 목표별로 구체적인 달성목표치(Target)를

에서 SDGs의 세부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다[2]

설정하고, 이를 위한 이행방안(Means of Implementation)을 만들기로 합의되었다. 이를 주기적으로 점검

SDGs와 MDGs는 어떻게 다른가?

하기 위한 모니터링 프레임워크(Monitoring Framework)를 구축하고, 이를 위한 데이터 수집과 관리, 통

물론 아직 최종적인 내용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지

계 분석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각 국가를 개

난 2년 간 고위급 패널(HLP)과 공개작업반(OWG)을

발에 대한 책무성을 지는 가장 주요한(primary) 행위

통해 모아진 의견을 바탕으로 하여 SDGs의 대략적

자로 명시하여, SDGs의 이행에 있어 각 국가정부가 핵

인 윤곽은 나온 상태라 할 수 있다. OWG이 최종으로

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제출한 결과 보고서(Outcome Document)에 따르면, SDGs는 그 내용에 있어 종전의 MDGs 보다 더욱 포 괄적이고, 세분화되고, 구체화되었으며, 그 참여 범위

2. 개방성 증대

와 책무성의 범위에 있어 개방성이 커졌고, 적용성 측 면에서 더욱 광범위하고 강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1) SDGs 논의과정에 다양한 행위자의 참여 확대

[2] Post-2015 개발의제 등장 배경, 논의구조와 과정에 대한 상세내용은 KCOC, KoFID, GCAP 공동 발간 <Issue Brief: Post-2015 개발의제란 무엇인가 – 한국 시민사회의 관점에서(저자: 이성훈)> 참고

8

FOCUS


<표 1> 새천년개발목표(MDGs)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비교

▲ SDGs의 주요 주제 ⓒ http://sustainabledevelopment.un.org/topics.html ODA Watch

9


이번 SDGs 논의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과

경회의, Post-MDGs 논의 등)을 하나로 묶어낸 것이

거 각 정부 대표단(delegations)을 중심으로 유엔에서

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문서로서 작용할 것

진행되던 MDGs와 달리, 시민사회와 학계 대표, 기

임을 시사한다. 공개작업반(OWG)의 최종 결과문서

업 대표, 정당, 각종 협회 대표 등의 참여가 크게 확

(Outcome Document) 서문은 SDGs가 지금까지의

대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원래 SDGs 논의를 이끌어

모든 유엔의 관련 규범문서들의 내용을 재확인(reaf-

오던 리우 환경회의의 개방성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

firm)하고 있어, SDGs가 이들을 모두 통합하여 하나

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번 고위급패널(HLP)에 각

의 공통된 목적을 제시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

국의 전•현직 대통령, 총리, 장관, 국회의원, 국제기

라서 전문가들은 SDGs가 모든 국가와 기관, 단체들

구 대표, 학계인사, 산업협회장, 민간기업 사장, NGO

은 개발계획을 세울 때 참고해야 하는 강력한 규범문

대표자, 노벨평화상 수상자, 연구소장 등 국제개발협

서가 될 것이며, SDGs의 핵심내용은 전세계 시민교

력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개인들이 참여했다. 총

육과 개발분야 종사자들에게 교과서가 될 것이라는

13차에 걸쳐 이루어진 공개작업반(OWG)에서도 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회의의 전후로 비공식회의(informal sessions)들을 다 양하게 구성하여, 기업이나 민간재단 혹은 과학자 및

SDGs 형성을 위한 우리나라의 기여

기술자 등의 의견을 취합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개방 성은 작업반의 명칭(‘공개’ 작업반: ‘Open’ Working Group)에서 부터도 드러나는 특징이다.

우리정부와 시민사회의 개발협력분야 국제담론 대 응 역량은 비교적 제한적이지만, 한정된 재원과 역량 안에서도 MDGs 이후의 개발의제 설정과정에 지속

2) SDGs 달성에 대한 책무성은 선진국과 개도국, 민간부문 모두에게

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기여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왔 다. 김성환 전 외교부장관이 고위급패널(HLP)에서 구성원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공개작업반(OWG)에

SDGs의 개방성의 특징은 목표달성에 대한 책무

는 외교부 개발협력국을 중심으로 참여해 왔다. 시민

성의 범위에 있어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과거

사회에서는 KoFID, KCOC, GCAP이 주축이 되어 마

MDGs의 경우 모든 사회개발지표의 달성 주체는 개

련한 Beyond 2015 Korea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지제

도국으로 규정되고, 선진국의 책무는 MDG 8. 글로벌

고와 애드보커시 활동이 진행되어 왔다. 최근에는 전

파트너십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SDGs 논의과정

세계 동시다발적으로 Action 2015 캠페인이 기획되

에서는 빈곤과 개발 문제는 선진국과 개도국을 분리

어 있어, 한국에서도 Beyond 2015 Korea가 Action

하여 접근할 문제가 아니며, 특히 최근 대두된 불평등,

2015 Korea로 명칭을 변경하여 출범하여 시민들을

평화, 환경문제는 지구촌 모든 구성원의 공통 책무라

대상으로 SDGs의 내용을 알리고 관심과 참여를 촉구

는 점에 대해 인식이 모아졌다. 또한 점차 확대되고 있

하는 다양한 캠페인을 기획 중이다.

는 민간부문의 역할에 따라, 이들 또한 개발목표 달성 에 대한 책무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이의 실현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점에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외교부 외의 다른 부처들에 서도 ODA를 추진하고 있으며, SDGs는 개발협력 외 에도 전지구적 평화와 정의 실현, 불평등 해소 등 다양 한 이슈를 포괄하고 있으므로 범정부적으로 SDGs에

3. 광범위하고 강력한 적용성

대해 논의할 단위의 필요성은 크다. 이에 대해서는 국 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범정부 협의체 마련에 대한 이

마지막으로, SDGs는 모든 국가의 개발협력 관련 정

야기가 나온 적은 있으나 구체적인 윤곽은 아직 드러

책과 실무에 대한 강력한 적용성을 가진 국제규범으

나지 않았다. 또한 SDGs의 논의를 OECD DAC의 부

로서의 특징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국제법으로

산 글로벌파트너십(GPEDC)와 G20 개발의제와 어떻

서의 강제력을 지니는 것은 아니지만, SDGs는 유엔

게 연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한국정부의 계획도 아

내 다양한 단위들과 서로 다른 논의의 흐름들(리우 환

직 불명확한 상황이다. 한국 국제개발협력분야 시민

10

FOCUS


사회의 경우에도 아직 SDGs에서 다루고 있는 이슈들

했던 한계가 크다. 지금까지도 MDGs가 무엇인지, 그

을 우리사회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에 대해 본격적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는 국민들

인 논의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SDGs의 모든 주제

이 많다. 이번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SDGs는 인류의

분야를 이행목표로서 간주할 것인지, 아니면 공여국

공존공영을 위한 공동의 목표로서, 한국의 국민들에

의 책무에 해당하는 일부 목표들에 애드보커시 노력

게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SDGs가 비단 개발의 문

을 집중할 것인지 등 국내 이행 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

제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삶의 환경, 평화, 평등, 정의

민과 적극적 논의 과정이 절실한 시점이다.

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지침서로 자리매김할 수 있 도록 우리 국민들의 관심과 내재화가 필요하며, 이를

앞으로의 여정과 우리의 책무

위해 우리정부와 국제개발분야 시민사회는 우리국민 들이 SDGs를 더욱 잘 이해하고, 그들의 삶 속에서 실

내년 9월에 있을 유엔총회에서 SDGs를 확정하기

천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까지 남은 1년의 기간에는 정부간 협상과정을 통해 목 표와 지표를 선정하고, 모니터링 프레임워크를 만드 는 일이 남아있다. 현재 제안된 17개의 목표들 중 상 당수가 국가의 입장에 따라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을 내 포하고 있고, 특히 선진국들이 책무성을 지녀야 하는

강하니 작성, (사)글로벌발전연구원 ReDI 전문연구원 OWL 편집위원 /haneekang@gmail.com

목표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지표를 선정하 는 과정은 상당한 진통을 수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기존의 MDGs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불평등, 일자 리, 에너지, 생태계, 평화 등의 문제에 대해서 세부항

** 참고문헌

목과 지표를 어떻게 구성하고, 개선을 방향을 어떻게 정의하며, 어떠한 데이터를 통해 모니터링하고, 어떠

- Outcome Document - Open Working Group on

한 방식을 통해 이행을 촉구하느냐의 문제에 대해 다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양한 국가들과 행위자들의 의견을 모으기는 결코 쉽

(http://sustainabledevelopment.un.org/ )

지 않을 것이다. - Beyond 2015 Korea 뉴스레터 1호, 3호 (http:// MDGs가 만들어지던 시기인 1990년대 후반은 한

www.kofid.org/ 코피드)

국의 개발협력분야가 무르익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 에, 우리 정부와 시민사회의 참여는 미미했던 것이 사

- KCOC, KoFID, GCAP 공동 발간 <Issue Brief: Post-

실이다. 그 이행 과정에서도 MDGs를 우리 정부와 시

2015 개발의제란 무엇인가 – 한국 시민사회의 관점

민사회의 개발사업과 정책에 효과적으로 녹이지는 못

에서(저자: 이성훈)

ODA Watch

11


FOCUS ●

다시 원조의 ‘질’을 이야기하자 - 2014 ODA 질 평가 보고서(Quality of ODA, QuODA) 결과 2년만에 다시 돌아왔다. 국제개발담론의 클래식이

결과와 비교했을 때 2014년 한국 원조의 질은 과연

라고 할 수 있는 원조효과성에 관한 평가보고서가 오

나아지고 있는지, 앞으로 더욱 개선해나가야 하는 사

랜만에 우리 곁을 찾아왔다. 보통 QuODA(Quality

항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짚어보도록 하겠다.

of ODA)라고 부르는 이 보고서는 OECD DAC 23개 회원국과 8개 다자원조기관 간 원조의 질을 서로 비

앞서 언급한 것처럼 QuODA는 OECD 중심의 원

교하여 순위를 매긴다. 미국의 개발협력 전문 싱크탱

조효과성 담론에 기초한 보고서이다. 따라서 2005년

크인 글로벌개발센터(Center for Global Develop-

출범한 파리선언에 기초한 평가보고서인 △파리선언

ment)와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가

모니터링 서베이(Monitoring Survey on Paris Dec-

지난 2010년부터 2년에 한번씩 공동 발간하고 있으

laration, PDMS) 결과와 OECD DAC 공여국들이 원

며, 국제사회에서 꽤나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는 지수

조정보를 보고하는 데이터베이스인 △CRS(Creditor

이다.

Reporting System)를 지수측정의 근거 자료로 삼아 각국의 원조의 질을 평가해왔다. 그러나 2011년 부산

원조가 아닌 개발의 효과성을, 다양한 이해관계자

세계개발원조총회가 끝나고 난 뒤 부산글로벌파트너

가 함께하는 포괄적 파트너십을 이야기하게 된 현 시

십이 출범하고 이를 점검하기 위한 별도의 모니터링

점에서, 다시 ‘원조의 질’을 들고 나온 QuODA 보고

프레임워크(Global Partnership for Effective Coop-

서가 처음에는 새삼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원조효

eration 10 monitoring framework)가 수립되면서 글

과성 담론이 어느새 우리에게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

로벌개발센터(CGD) 내부적으로도 어떠한 국제담론

버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과 함께.

을 이번 QuODA 보고서의 근거로 삼아야 하는가에 대해 여러 논의가 오갔다고 한다.

그러나 원조의 질은 시대의 흐름에 좌우되는 이슈 가 아닌 개발협력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요소로서 추

결과적으로는 지난 1, 2차 보고서와 상호 연결성을

구돼야 한다. 이에 OWL 92호에서는 QuODA의 평

가질 수 있도록 파리선언 모니터링 서베이(PDMS)와

가 결과를 통해 2014년 현재 국제사회 내 한국 원조

CRS 자료를 기초로 하되, 일부 지표의 경우 부산글

의 질 현황이 어떠한지를 살펴보는 기사 코너를 마련

로벌파트너십(GPEDC)의 자료를 참고하는 방식으로

했다. 덧붙여 앞서 발표된 2010년, 2012년 QuODA

결정됐다.

12

FOCUS


1. QuODA 지수에 대한 배경 설명

31개 지표는 각각 동일한 배점으로 평가된다. 또한 4개 항목마다 전체 공여기관별로 획득한 점수에 평균

QuODA는 △영향력 극대화(maximizing impact)

을 내고, 그 평균을 0으로 책정한다. 즉, 마이너스 점

△수원국의 제도적 역량 배양(fostering institutions)

수를 받은 기관은 국제사회의 평균보다 원조의 질이

△수원국의 행정부담 경감(reducing burden) △원조

낮다고 볼 수 있으며, 0보다 높은 점수를 받으면 평균

투명성 및 학습(transparency and learning)이라는

을 넘는 것이다. <표 2>를 통해 알 수 있듯 위 4가지

4가지 평가항목과 각 항목을 이루는 31개 세부 지표

평가 항목이 파리선언의 5대 원칙 을 모티브로 삼고

로 구성되어 있다.(<표 1> 참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 하다.

<표 1> QuODA 지수의 4가지 평가항목 및 31개 세부지표

<표 2> 파리선언 원칙과 QuODA 항목과의 상관관계

* 출처: 새로운 ODA 질적 평가와 한국에의 시사점, KOICA 2010 ODA Watch

13


2. 2014년 QuODA 대상 국가 중 한국은 몇 등?

지적한다. 반면, 수원국의 제도적 역량 배양(fostering institutions)과 원조투명성 및 학습(transparency

그렇다면 2014년 한국 원조의 질 순위는 과연 몇

and learning) 항목에서는 약간의 성과가 있었다고

등일까? 안타깝게도 한국은 영향력 극대화(maxi-

평가하고 있다. 전체 4대 평가 항목 중 한국이 가장 높

mizing impact)와 수원국의 행정부담 경감(reducing

은 등수를 차지한 것은 21위를 차지한 수원국의 제도

burden) 항목에서는 거의 꼴찌에 가까운 등수를 기

적 역량 배양(fostering institutions) 부문이다.

록하고 있다. 한국처럼 원조사업에 많은 부처가 분산 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미국, 프랑스, 독일 등도 수원

참고로 <표 3>을 보면 주로 다자원조기관들이 모

국에 행정부담을 많이 주는 나라로 손꼽혔다. 보고서

든 항목에서 고르게 상위권 등수를 차지하고 있음을

는 국제사회가 지난 2년간 영향력과 수원국 행정부담

알 수 있다. 또한 대표적인 선진 공여국으로 분류되는

측면에서 여전히 제자리걸음 수준에 그치고 있음을

북유럽국가들 중에서도 룩셈부르크와 네덜란드의 경

<표 3> 2014년 31개 평가 대상기관의 QuODA 순위

14

FOCUS


우 항목간 점수 격차가 매우 크게 벌어져 있다. 예를

결론적으로 한국의 2014년 QuODA 평가결과를

들어 룩셈부르크의 경우 영향력 극대화(maximizing

도식화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 회색 다이아몬드는 각

impact) 항목에서는 8위에 올랐지만, 원조투명성 및

항목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균선을 나타내며, 회색 면

학습(transparency and learning) 항목에서는 31등으

에 점수가 위치할 경우 국제사회 평균보다 원조의 질

로 최하위를 차지했다. 또한 네덜란드는 수원국의 행

이 낮음을 의미한다. 즉, 한국은 모든 측면에서 국제

정부담 경감(reducing burden) 측면에서 우수한 성적

사회 평균보다 원조의 질이 낮음을 알 수 있다.

을 거뒀지만, 영향력 극대화(maximizing impact)에 서는 전체 꼴찌를 기록했다. 이는 단편적인 개선 만 으로는 원조의 질을 담보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으며, 다양한 층위와 분야를 포괄하는 복합적인 제도적 변 화가 뒷받침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 아래 도식화된 자료들은 QuODA 웹사이트(www. http://www.cgdev.org/page/quality-oda-quoda)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아래 그림은 이해를 돕 고자 원본에 한글 번역을 덧붙여 재편집한 것이다.

<그림 1> 한국의 2014 QuODA 4대 항목

ODA Watch

15


3. 2014년 한국의 QuODA 결과 : 평가항목별 분석 * 영향력 극대화 아래 그림을 보면 각 점수를 이은 선이 전체적으로 오른쪽에 치우쳐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한국 원조는 비교적 행정비용이 낮은 편이지만, 국제 공익 기관에 지원하는 원조나 비구속성 원조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매우 열악하다고 볼 수 있다. 빈곤국가에 지원하는 원조의 비중이나 분야별 로 특성화된 원조의 비중도 국제 수준보다 낮 다. 반면, 거버넌스가 안정된 수원국에 지원하는 비중이나 수원국에 특성화된 원조 비중, CPA (Country Programmable Aid) 원조 비중은 평균에 가깝게 나타나고 있다.

* 수원국 제도적 역량 배양 본 항목에서는 한국이 제공하는 원조가 수원국의 제도적 기능 및 역량 강화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측정한다. 근거 기준으로는 △수원국이 한국의 지원 계획을 얼마나 예측, 파악하고 있는지 △그래서 한국 원조액이 실제 수원국 예산 편성 과정에 반영되고 있는지 △공여국의 현지이행인력을 최소화하고 △수원국의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지 △수원국의 자체 개발목표에 일치하는 방향으로 한국 정부가 원조를 제공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본다.

16

FOCUS


* 원조투명성 및 학습 본 항목에서는 원조투명성뿐만 아니라 공여국 의 평가 및 모니터링(Monitoring and Evalua우선 한국 원조는 국제사회에 비해 예측

tion, M&E) 시스템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있다.

가능성(aid predictability)이 낮은 것으로

이를 통해 각국의 책무성 현황을 함께 파악할 수

나타났다. 수원국 예산에 한국 원조가 반

있다. 먼저 원조투명성 항목의 경우 한국 정부

영되는 경우의 수 또한 미비한 것으로 나

가 아직 국제원조투명성기구 (International Aid

타났는데, 이는 한국 원조 예산에 대한 정

Transparency Index, IATI) 에 가입하지 않음으

보가 전반적으로 수원국과 원활하게 공유

로 인해, IATI 가입과 IATI 기준에 따른 정보공개

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수원국

이행을 묻는 지표에서 점수가 많이 차감됐다. 반

이 선택한 최우선 개발과제에 대한 지원

면 평가 및 모니터링 시스템에서 한국은 수원국에

비중과 수원국의 개발목표/전략에 일치하

좋은 M&E 프레임워크를 토대로 원조를 제공하

는 기술협력 비중 또한 낮게 측정됐다. 이

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얻었다.

는 한국 원조가 수원국의 전략과 개발목 표에 일치하는 방향으로 제공되지 못하고

** 수원국의 행정 부담 경감 항목의 경우 CGD

있음을 시사한다.

웹사이트 상에 업로드 된 다이아몬드 그림 상의 오류로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여 본 기사에는 포 함하지 않았음

ODA Watch

17


4. 한국 QuODA : 2014년과 2010년 상호 비교

다음으로 수원국 제도적 역량 배양의 경우 한국은 2010년에 비해 수원국 시스템을 활용하는 비중이 전

지난 세 차례 QuODA 보고서가 평가한 한국 원조

체 항목 중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한국은 포르투갈,

의 질 순위는 다음 <표 4>와 같다. 2010년 첫 번째

프랑스, AsDF(아시아개발기금), 덴마크에 이어 다섯

QuODA 보고서가 발표됐을 당시 한국은 수원국 제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향후 한국 원조 지

도적 역량 배양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에서 거의

원 계획을 수원국과 미리 공유하는 비중은 2010년에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후 2차, 3차 결과에서는 다소

비해 -2.35로 도리어 줄어들었다. 한국 원조의 예측가

개선됐으나, △영향력 극대화와 △수원국 행정부담

능성이 담보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경감 항목에서는 여전히 최하위에 근접한 순위를 벗 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리어 수원국 제도 역량 부문의

세 번째로 수원국 행정부담 경감 항목의 결과는 매

경우 2010년에 비해 순위가 더 떨어졌다. 반면 원조

우 인상적이다. 수원국 행정부담에 관한 전체 지표에

투명성 및 학습 측면에서는 약간의 진전을 보였다.

서 한국은 2010년에 비해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가 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수원국, 공여국 간의 연구 협

참고로 지난 세 차례 동안 QuODA의 전체 지표와

조 부분에서는 2.57을 달성했고, 가장 낮은 점수를 기

점수를 측정해내기 위한 방법론은 큰 변화 없이 거의

록한 다자기관 지원율 또한 0.22를 보였다. 흥미로운

동일하게 유지됐다. 유일하게 세부 지표에 약간의 변

것은 앞서 <표 4>에서 확인했듯 이 항목에서 한국은

화가 있었던 부분이 바로 투명성 및 학습 항목이다.

전체 31개국 중 2010년 31위를, 2014년 30위를 차지 했다는 것이다. 즉, QuODA 지표 안에서 한국은 자

2011년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에서 2015년까지

체적으로 수원국의 행정부담 항목에 많은 개선이 있

IATI에 가입하고, 세계 공통 기준에 맞춰 원조정보를

었지만, 이것이 전체 공여국 간의 순위변동에는 영향

공개하기로 약속함에 따라, IATI 기준(standard)에

을 주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른 각국의 정보공개 현황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가 새롭게 추가됐다. 그 외에 사업집행실적 보고 현황

마지막으로 원조투명성 및 학습 항목에서는 수원국

(share of projects reporting disbursement) 지표가

에 지원할 때 한국 원조의 모니터링 및 평가 제도가 우

원조기관 평가정책의 질 지표(quality of evaluation

수한가를 측정하는 지표에서 2010년 대비 가장 큰 상

policy)로 바뀐 것을 제외하고는 전체 세부 지표가 지

승이 있었다. 반면 프로젝트 단위에서의 원조 정보 공

난 3차례 평가 과정에서 그대로 유지됐다. 2010년과

개에서는 도리어 점수가 많이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2014년 QuODA 결과를 상호 비교했을 때 4개 항목 별로 가장 상승률이 높았던 지수와 낮았던 지수는 다

QuODA 평가 결과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한국 원조 는 수원국 행정부담 경감 측면에 약간의 개선이 있었

음과 같다.

던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항목에서는 오히려 2010년 먼저 영향력 극대화 항목에서는 2010년 대비 빈곤

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특

국 지원 비중 측면에서 가장 큰 진전을 보였다. 반면

히 수원국 제도적 역량 배양 항목에서는 AsDF(Asian

국제적 공익 도모 기관을 통해 원조를 지원하는 비중

Development Fund: 아시아개발기금)에 이어 가장

은 2010년에 비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크게 순위가 떨어진 국가가 됐다.

<표 4> 2010-2014 한국 QuODA 순위

18

FOCUS


1. 영향력 극대화 (Maximizing Impact)

2. 수원국의 제도적 역량 배양(fostering institutions)

ODA Watch

19


3. 수원국의 행정부담 경감(reducing burden)

20

FOCUS


4. 원조투명성 및 학습 (transparency and learning) 글로벌개발센터(CGD)가 발표한 이번 2014년

2010년 한국이 OECD DAC에 가입한지 만으로

QuODA 보고서는 2011년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를

4년이 다 되어간다. QuODA 보고서가 보여주는 원

끝으로 일단락의 막을 내린 원조효과성 담론을 다시

조의 질 평가 결과는 한국의 DAC 가입 역사와 함께

금 수면 위로 떠올려주었다. Post 2015를 앞두고 국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2014년 QuODA 결과에서

제사회가 앞다퉈 새로운 개발협력 의제와 프레임워

지난 4년 간 한국 원조의 성장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

크를 논의하고 있는 지금,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

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지난 몇 년 간 한국 국제개발

와 다양한 가치, 분야, 섹터 그리고 새로운 재원 창출

협력 사회 내에서 원조 분절화, 효율성과 효과성, 수

이 핵심적인 이슈메이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가

원국 중심의 원조, 투명성 등 다양한 의제들이 논의됐

운데 어느 샌가 양질의 원조, 보다 효과적인 원조에

지만, 이번 QuODA 성적표는 이러한 논의들이 여전

대한 고민이 예전처럼 쉽게 보이지 않게 된 것은 사

히 실질적인 이행과 정책 프로세스에 반영되지 못하

실이다.

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아직은 원조의 질을 더욱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글로벌개발센터(CGD) 또한 이번 QuODA 보고서 에서 국제사회가 원조의 질에 관한 규범을 지속적으 로 논의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2014년 평가 시 DAC에 가입하지 않은 공여국에도 별도로 지수를

조이슬 작성, ODA Watch 간사

적용한 결과 원조의 질이 DAC 공여국들 만큼 담보되

/ eseulangel@naver.com

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ODA Watch

21


발전을 다시 생각하다 ●

마지막

라오 이야기 10.

미스터리가 아니라

아이 탐디로 살기

그 동안 라오 이야기를 연재하면서 계속 라오 자랑

요.” 도통녀는 내가 왜 라오스에 갔는지 알아보려고 이

을 했더니 누군가 그랬다. “선생님, 완전 라오 ‘빠’에

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내 모습을 살펴보기도 했다.

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빠’는 ‘특정 대상을 무조

그러다가 내 손목에 묶여 있는 실을 보고 “이건 뭐에

건적으로 찬양 또는 비호하는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요?” “마을 사람들이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면서 묶어준

말’이라고 나와 있다. 그래, 라오 자랑이 심했나 보다.

거에요.” “음, 라오스가 당신을 오라고 부른 것 같아요.” “네! 라오스가 나를 불렀다고요?” “손목의 끈은 사람들

라오스 짝사랑

이 당신을 ‘묶는’ 의미가 있어요.” 이 해석이 맞는다면 나 혼자 라오스를 짝사랑 하는 거 아니잖아?^^

2001년 9월 30일, 일요일 아침. 나는 라오스에 첫발 을 디뎠다. 수도 위앙짠(Vientiane)에서 만난 라오 치

잘 나가던 본부장?

마 ‘씬’을 입은 여자들, 길가를 지나가면 손짓으로 불 러 ‘비어라오’를 건네주는 남자들, 맑게 웃으며 ‘자전

직장을 그만두기 직전, 아프리카에 청년을 파견하

거’를 타고 가는 청소년들. 그 모습을 간직한 채 10여

는 ‘아프리카 희망 브릿지’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 청

년간 부지런히 라오스를 들락거렸다. 2년 전에는 회사

년이 2년 동안 지역 마을에 들어가 주민들과 살면서

를 그만두고 여기에 왔다. 어느 날 청소년센터 직원들

주민들이 스스로 변화를 만들도록 돕는 일이다. 지금

에게 물어봤다. “왜 미스터리가 라오스에 살고 싶어 할

내가 푸딘댕에서 하고 있는 일이다. 아프리카에 18명

까?” 직원들이 대답한다. “라오스 날씨가 좋아서요. /

의 청년을 파견했는데 내가 퇴직할 때 브릿지 사업단

아름다운 나라잖아요? / 싸바이~ 싸바이~. 천천히 여

에서 나를 19번째 활동가로 임명했다. 그렇게 명예 브

유롭게 살기 위해서요. / 오랜 경험을 라오 청년들에게

릿지 활동가로 라오스에 왔다.

가르치고 나눠주기 위해서요.”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왜 그만뒀지? 당시(2011년) 다 맞는 말이다. 작년 한국에 잠깐 갔을 때 내 친한

한국의 대세는 본부장이었다. 각종 드라마에 본부장

친구와 소위 ‘도통녀’라는 사람을 만났다. 도가 통했다

이 등장했고, 사회에서 잘 나가는 사람의 전형이었다.

는 그녀와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는데 “왜 라오스에 갔

나도 본부장이었다. 내 생각이지만 일도 잘하고 인기

어요?”라고 내게 물었다. 나는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

도 있었다. 우리는 흔히 얘기한다. ‘잘 나갈 때 그만두

22

발전을 다시 생각하다


라고.’ 그래서 그만뒀다...ㅎㅎ 정년도 아니었고, 잘린

그래서 뭐하고 있지?

것도 아니었다. 푸딘댕에 온지 2년이 넘었다. 이제는 ‘여기’에 산다. 본부장을 하면서 신나게 일하고, 청년들을 계속 만

작년에 광주국제교류센터에서 일하는 김지현씨가 푸

났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정부, 재단, 기업

딘댕에 와서 몇 주 동안 지내고 싶다고 했었다. 나를,

등 외부에서 돈을 벌어와 사업도 많이 벌였지만 이름

내 활동을 모니터링 하는 조건으로 푸딘댕에 오라고

만 그럴듯한 껍데기가 많았다. 내용보다는 얼굴이 앞

했다. 매일 나를 졸졸 따라다니던 김지현씨의 기록을

서는 세상이었다. 나는 한 때 조직 문화를 바꾸려고 노

통해 내가 누군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살짝 엿본다.

조위원장도 했다. 조직을 사람 중심으로 바꾸려고 했

탐디는 내 라오 이름이다.

지만 효율과 경쟁을 앞세우는 세상의 큰 흐름에 당해 낼 수가 없었다.

질문하는 사람: ‘케빈대 학생, 폰쑹마을 청년들, 나 몬느아 청년들을 만나는 탐디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

사실 나는 어느 날 갑자기 떠난 게 아니다. 지역으로

다. “네 생각은 어떤가?”, “뭐가 필요한가?”, “청소년센

가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를 했다. 학생 때는 학교를 무

터에서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나?” 질문을 던짐으로 청

척 싫어했는데, 막상 어른이 돼서 학교를 많이 다녔다.

년들에게 자연스레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게

귀농학교, 생태건축학교, 전통문화학교 대목과정에서

아닌가 싶다. 탐디와 같이 매주 한 번씩 회의하는 푸딘

공부를 했다. 한국에서 귀농하려고 하다가 아예 방향

댕청소년센터 직원들은 복 받았다. 예전에 탐디가 광

을 바꿔 ‘지구촌 귀농’을 했다. 그 즈음 한국농촌경제

주 왔을 때 대인시장의 ‘대인’이 뭐냐고 물어봐서 거기

연구원에 있는 후배 정승은씨가 나를 인터뷰하고 지

있던 사람들이 뜻을 몰라 당황해 했다는 얘기를 몇 번

구촌 귀농 이야기를 썼다. 글의 일부를 소개한다.

이고 들었었다.’

‘전남 곡성의 두계 마을에서 그는 이선생이라 불리고, 라오스 방비엥의 푸딘댕 마을에서는 미스터리라 불린다. 그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오랫동안 서울의 도시 한복 판, 명동의 유네스코빌딩에서 청년들과 함께 일을 만들며 재미나게 살아온 사람이다. 무엇보다 사람냄새 나는 곳에 서 일하기를 즐기며 그런 곳을 찾아다닌다. 10여 년 동안 라오스와 전남 곡성의 두계 마을을 오가며 ‘사람’이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칭찬하는 사람: ‘살아온 환경이 다른 라오청년과 한국 청년들. 그들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탐디는 한국 청년 들에게 더 냉정한 잣대를 갖고 있는 건 아닐까? 그건 반 대로 말하면 기대와 안타까움일까? 아이 용구는 아이 탐디가 청년들의 장점을 발견하고 그걸 칭찬하고 북돋 아주고 믿어주는 큰 장점을 지닌 분이라고 했다. 라오 청년들을 바라보는 탐디의 모습에 그 말이 다가왔다.’ 연결하는 네트워커: ‘탐디의 역할은 뭘까? 라오스와

그가 그 동안 유네스코와 아반(AVAN), 그리고 ODA Watch를 통해 해온 일들은 개발협력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 하지만 그에게 개발협력을 하는 사람이라 는 규정은 불필요하다. 단순히 농촌의 삶을 찾은 것이고 이에 더해 도움이 필요한 농촌에 삶의 거처를 정한 대안 적 귀농으로 볼 수 있다. 굳이 개발협력이라는 거추장스 러운 겉옷을 입지 않아도 된다. 이미 그는 귀농의 삶 속 에서 자연과 더불어 상생하는 태도, 마을 속에 스며들어 가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하며, 자연 그리고 마을사람들 과 함께 발전해가고 있다. 그의 이러한 삶은 개발협력 프 로그램을 만들어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삶, 삶의 방식인 것이다.’ ODA Watch

한국, 또 세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아이 탐디. 충남대와 케빈대, 마을청년들을 만나게 하고, 일 본 작가들을 라오 친구들과 만나게 하고, 광주팀이 파 땅보건소와 만나게 하고, 전남대 학생들을 마을 청년들 과 만나게 한다. 탐디가 스스로 말하듯 탐디는 브로커 다. 좀 더 좋은 단어를 쓰자면 네트워커(networker). 그렇게 연결 지어주고 맺어주면서 라오와 한국 청년들 을 깨우는 역할을 한다. 서로 문화를 나누게 하고, 궁금 하게 한다. 라오 청년들은 탐디와 함께 자연스레 한국 문화나 다양한 문화에 노출되고 배우게 될 것이다.’ 사람을 길러내는 사람: ‘탐디의 새로운 역할은 뭘까?

23


라오의 탐디는 누구일까? 새로운 탐디는 어떻게 나올

프랑스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데, 지금은 외국인을 통

수 있을까? 새로운 탐디를 라오에서 길러내는 것이 탐

칭해서 화랑이라고 부른다. 외국인이 지나가면 라오

디의 역할일까, 아니면 자신이 일하고 사람들과 만나

사람들은 ‘화랑, 화랑’이라고 수군거린다. 그러니까

는 모습을 보여줌으로 이러한 삶이 있다는 ‘모델’이 그

나를 화랑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내가 누군지 모르

의 역할일까? 궁금해진다. 제2의 네트워커는 어디서

는 사람들이다. 콘까올리(Khon Kaoli)는 ‘한국사람.’

일하고 있나?’

나는 한국인이라고 의식하고 살지 않지만, 내가 한국 인임을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콘까올

당신은 누구예요?

리’라고 소개한다. 나는 한국여권을 가지고 있지만 그 건 외교적인 것일 뿐, 그냥 ‘사람’ 혹은 ‘이선재’다.

미스터리, 탄리, 아짠리, 후아나, 룽리, 이선재씨, 화 랑, 콘까올리, 탐디. 나를 부르는 이름이나 호칭이다. 나는 누구일까?

내 라오이름은 ‘탐디(Thamdee)’다. ‘아이 탐디’라고 도 하는데 ‘아이’는 형이나 오빠를 가리킨다. 탐디의 뜻은 ‘좋은 일을 함.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다. 옆 마

사람들이 제일 많이 부르는 것은 ‘미스터리’다. 처 음 라오스에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공식, 비공식적으

을 위앙싸마이의 교장선생님이 지어줬다. 라오스에서 좋은 일 많이 하라고. 그렇게 하고 있나?

로 이렇게 부른다. 마을 꼬맹이들도 귀여운 목소리로 ‘미스터리, 미스터리’하고 아는 척을 한다. 라오 식으

짝사랑의 눈물

로 나를 부르는 게 탄리(Tan Lee)다. 탄이 영어로 미 스터에 해당하니까 역시 미스터리다. 탄은 손윗사람

어느 날 폰쑹마을에서 조그만 잔치가 열렸다. 마을

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을 가리키기도 하는데 공식적

에서 5개월 간 활동했던 한국 활동가들을 환송하는 좋

인 자리에서 사람을 호칭할 때 쓴다. 나한테 탄리라고

은 자리였다. 주민들이 모여 즐겁게 술도 마시고 덕담

하는 것은 내가 라오스에 한 발짝 가까워졌다는 것을

도 나눴다. 사람들이 나에게도 수고했다, 고맙다고 인

뜻한다.

사를 한다. 그런데 고맙다는 말 앞에 ‘도와줘서’가 붙 었다. “도와줘서 고맙다.” 평소에는 괜찮았는데 오늘

아짠(Ajan)은 ‘선생님’, 그러니까 나에게 뭐라도 배

따라 기분이 이상하다. 인사가 달갑지 않다.

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호칭이다. 잠시 강의를 했 던 케빈대학 학생들과 1년간 훈련워크숍을 하고 있

왜 이렇게 섭섭한 기분이 들까 생각해 보니, 나는 마

는 굿네이버스 라오 직원들이 이렇게 부른다. 후아나

을 사람, ‘주민’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외부 사람이

(Huana)는 ‘대표’, 나를 청소년센터의 대표로 오해하

와서 도와준 게 아니라 같은 마을 사람으로 봐주길 바

거나, 아니면 한국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 있을 때 내

랐다. 나는 한 가족으로, 같은 주민으로 일하고 싶었

가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부른다. 내가 별

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외부인’이다. 당연한 일이지

로 좋아하지 않는 호칭이다. 나는 대표도 아니고 높은

만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사람들이 주는 술을 마다하

사람도 아니니까.

지 않고 마셨고, 결국 많이 취해 집에 왔다. 바보처럼 눈물이 흘렀다.

룽리(Lung Lee)는 ‘이씨 아저씨’ 몇 몇 마을 꼬맹 이들이 이렇게 부른다. 청소년센터 직원인 캄쏜은 센

내 욕심인가? 나는 라오스 푸딘댕에 산다. 그럼 라

터에 한국 사람들이 오면 나를 ‘이선재씨’라고 소개한

오 주민인가? 그렇지 않다. 여전히 나는 외국인이다.

다. 그만큼 나를 잘 알고 가깝다는 뜻이다.

나는 마을의 손님이 아니라 주민이고 싶다. 주민이 되 지도 못하면서 손님은 하기 싫다고? 그럼 뭘까? 왜 주

나는 ‘화랑(Farang)’이다. 화랑은 원래 라오스에서

24

인이 되고 싶지? 손님과 주인의 차이는 무엇일까? 왜

발전을 다시 생각하다


주인이 될 수 없나?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내 일이

가? 그냥 좋은 뜻으로 일하면 되지. 여기에 어떤 뜻을

아니라서, 그냥 외국인이라서...?

남길 수 있을까? 어떻게 마음을 남길까?

한국에도 이방인들이 많다. 한국에 아주 오래 살았

일상을 산다.

고 한국인과 결혼해 가족이 있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 만 아직 ‘외부인’이다. 한국에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푸딘댕에 오는 한국 손님들이 나에게 묻는다. “필

다. 이제야 이들의 마음을 조금 바라볼 수 있다. 이들도

요한 게 뭐예요? 뭘 사갈까요?” “특별히 필요한 거 없

나처럼 주민이 되고 싶은 것은 아닐까? 가끔 뒤에서 눈

어요. 그래도 사오고 싶으면 페이스팩 몇 개만 사다 줘

물을 훔치는 것은 아닐까? 나도, 이들도 짝사랑을 하고

요.” “정말이요?” 얼굴에 털이 숭숭 난 사람이 페이스

있나 보다. 내가 명동에서 일할 때 가끔 갔었던 ‘포탈

팩을 사달라고 하니 대부분 의아해 한다. 나는 점심을

라’ 식당의 민수씨(본명 Tenzing Lama)가 추방될 위

먹은 후에 팩을 붙이고 낮잠을 잔다. 팩을 붙이면 얼

기에 놓여 있다. 나보다 훨씬 쓰라린 짝사랑의 눈물을

굴이 시원해 한낮의 더운 기운이 사라진다. 얼굴이 고

흘리고 있을 거다. 경향신문에서 보도를 했다.[1]

와지는 것은 덤이다. 뭐 사갈까 고민하는 한국 손님들 이 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선물이다.

이름이 아니라 뜻을 남기자. 사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나를 위한 시간을 더 만 푸딘댕에 일을 벌인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렇지

들고, 나를 위해 더 많이 움직인다. 소소한 일상을 늘

만 내 이름은 어디에도 없다. 학교 건물을 짓거나 물

려간다. 빨래하기, 방 청소하기, 설거지도 하고 앞산도

탱크를 설치할 때면 주민들이 물어본다. “어디에 미

바라본다. 내 몸 가꾸기도 열심히 한다. 샴푸는 쓰지

스터리 이름을 쓸까요?” “절대로 내 이름을 쓰면 안돼

않고 재생비누로 머리를 감는다. 세제 없이 그냥 물빨

요!” 사람들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어딘가에 내 이

래를 한다. 손빨래 전문가가 됐지만 이불을 빨 때는 발

름을 쓰고 싶어 하지만 내가 워낙 강하게 얘기하니까

빨래도 한다. 방바닥에 엎드려 걸레질을 하다 너무 힘

그러지 못한다.

들어 대걸레를 샀다. 이제는 쭈그려 앉지 않고 바닥을 닦는다. 내가 하숙하고 있는 용구 농장에는 에어컨도

어느 날 저녁, 용구와 술을 마시다가 재미있는 이야

세탁기도 없다. 냉장고는 부엌에 있는데, 그나마 맥주

기를 나눴다. 사람들은 라오스에서 사업을 하면서 대

를 시원하게 보관할 수 있어 행복하다. 더운 나라에서

부분 기관, 단체, 개인 이름을 남긴다. 나는 이름을 남

에어컨 없이 살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주 더우면

기지 않는다. 용구가 나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

나무 그늘을 찾거나 찬물을 끼얹으면 된다.

러지 말고, 이제 물탱크를 지으면 바닥에다 털보 이름 을 써요. 그러면 이름이 보이지는 않지만 의미는 있잖

아침에 일어나기 위해 자명종을 맞추지 않는다. 그

아요?” “그거 참 좋은 생각이네. 이름이 눈에 띄지는 않

냥 눈 떠지는 시간에 일어난다. 보통 9시에 잠들어서

지만 내 마음을 담은 물이 마을 사람들에게 흘러갈 테

다음날 새벽 5시면 일어난다. 8시간 자는 셈이다. 특

니까.” 다음에 물탱크를 지으면 정말 그렇게 하고 싶

별한 경우를 빼놓고는 필요한 만큼 잔다. 사람들은 잠

은 마음이 생겼다.

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인데, 자기 몸이 원하는 만큼도 자지 못하면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팔자 좋은 소

나는 한국에서 일을 할 때도 만나는 사람의 고향, 학 교, 나이를 묻지 않았다. 나한테 묻는 것도 싫어했다.

리 하고 있다고? 약 올리지 말라고? 약 올리는 게 아니 라 같이 그런 팔자를 만들어보자고 하는 얘기다.

지금 여기에서도 그렇다. 라오 사람이나 외국 사람이 나보고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내 대답은 “달에서 왔

자전거를 열심히 탄다. 건강에 좋다. 무엇보다 라오

어요(I am from the moon.).” 한국인인 게 뭐 중요한

사람들에게 평범해 보여서 좋다. 흙 길에 자동차가 지

[1]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40202&artid=201406222100345 ODA Watch

25


나가면 먼지가 많이 난다. 길을 걸어가거나 자전거 타

하다. 평생을 가난한 사람들과 살다 얼마 전에 돌아가

는 사람들에게 불편하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 먼지내

신 천주교 예수회 정일우 신부님은 “가난함은 불편한

지 않아서 좋고, 나도 사람들 속에 있어서 더욱 좋다.

것이지만 그 작은 불편함이 우리를 사람이 되도록 한

108배를 하려고 노력한다. 마음과 몸의 건강을 위해.

다.”고 했다. 나는 아직 멀었다. 가난하게 살기, 가난

생각을 없애기 위해. 객지에 사니까 건강을 지키는 게

한 사람 도와주기는 조금 흉내 내고 있지만 가난한 사

중요하다. 나는 생명보험, 암보험, 심지어 여행자 보험

람과 함께 살기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

도 없다. 라오 사람도 그렇다.

아이 탐디로 살기 푸딘댕 촌사람이 되다. 비가 많이 온다. 나는 잘 먹고 잘산다. 도시처럼 값지고 기름진 음식 이 아니라 시골에서 건강한 음식과 좋은 공기를 마시

아침 일찍 나몬느아 마을로 간다. 청년들이 “아이 탐디~ 아이 탐디~” 크게 부른다.

면 산다. 스스로 가난하다. 지금은 돈을 벌지도 쓰지 도 않는다. 그렇다고 전혀 돈 없이 살지는 못하니까 아

폰쑹 마을로 간다.

주 조금 벌고 최소한으로 쓴다. 나는 나에게 ‘필요한

언제나처럼 점심을 먹으며 청년들과 술 한 잔 한다.

것’과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구분한다. 이제는 갖고 싶

이 친구들은 아이 탐디가 하는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

은 것은 마음에서 쉽게 떠난다. 필요한 것도 열 번 정

를 쑨다고 해도 믿는 분위기다.

도는 다시 물어본다. ‘이거 꼭 필요한 거야?’ 내 마음 이 그렇다고 끄덕거릴 때 그 물건을 산다. 세숫대야도

라오 사람을 무시하지 않는 사람

대걸레도 그렇게 여러 번 나에게 물어보고 샀다. 싸구

도움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친구 같은 사람

려 인생이 됐다. 어딘가 여행을 할 때면 싼 숙소 찾는

아이들과 장난치는 사람

게 일이다. 직장 다닐 때 잤던 비까번쩍한 호텔은 이

농담을 잘하는 사람

제 내 인생에 없다. 짐도 가볍다. 꼭 필요한 것만 가지

세상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

고 다닌다.

멋진 도요타 자동차가 아니라 자전거나 뚝뚝타고 오는 사람 아무데나 털썩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나는 돈 받는 소속이 없다. 얼마 전 라오스에 있는

라오말을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

민간단체의 한국 직원이 나에게 물었다. “여기에서 살

라오하이와 라오깹(라오 전통주)을 사랑하는 사람

면서 일하는데, 한국에 후원자가 있어요?” “아니요. 누

맵다고 얼굴 찌푸리면서도 고추 들어간 음식 잘 먹는 사람

구에게 후원 받는 방식으로 일하지 않아요.” “그러면 어

적당한 순간에 맥주를 사는 사람

딘가 소속되어 있어요?” “음, 소속은 됐지만 돈을 받기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

는커녕 돈을 써야 해요.” 내가 소속으로 사용하는 아반

마을을 위해 일하는 사람

(AVAN)은 네트워크니까 조직이 아니다. 필요한 일

청년과 만나는 사람

은 내 돈을 들여 자원활동으로 한다. 아반 네트워크에

꿈을 꾸게 하는 사람

있는 친구들은 다 그렇게 한다. 또 다른 소속 단체는

질문하는 사람

ODA Watch다. 실행위원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 사람

데, 돈을 받기는커녕 매달 회비를 납부한다. 라오 이야

그런 아이 탐디로 살자.

기를 10번 썼는데 원고료 한 푼도 받지 않는다. 내가 이제 돈이 없어 안타까운 것은 ODA Watch를 제외하

광장으로 시장으로 가자.

고 그 동안 후원하던 것을 모두 중단한 일이다. 매일 세상이 궁금하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세 일하는 방식, 삶의 방식을 새롭게 한다. 매이지 않고

상을 바라보는 눈이다. 세상에 대한 생각을 이어간다.

종속되지 않는다. 시장(market)으로부터 탈출이 중요

그 생각을 밀고 간다. 다른 사람과 그 생각을 나누려고

26

발전을 다시 생각하다


한다. 지금은 촌구석에 있다 보니 사람을 직접 만날 수

발걸음을 잡았을까? 세상의 생각들이 나에게 달려들

없어 글로 전할 수밖에 없다. 나는 글을 잘 쓰지 못한

어 옴짝달싹 못하게 했다. 세월호의 아이들도 그랬을

다. 직장을 오래 다녔더니 글을 쓰기만 하면 무슨 보

까? 나처럼 무서웠을까? 왜 ‘가만히’ 있었을까?

고서가 된다. 평생 입으로 먹고 살았는데 글을 쓰려니 죽을 지경이다. 등받이도 없고 방석도 없는 작은 나무

글을 쓰는 내내 돌아가신 강대근 선생님이 마음에

의자에 앉아 2년을 버티고 있다. 글 잘 쓰는 법을 읽어

서 떠나지 않았다. 청년은 있는데 청년 담론은 없다는

보면 대부분 좋은 글은 ‘엉덩이’로 쓴단다.

선생님의 질책을 마음에 새기며 왔다.[2]

“이러다 도사 되는 거 아니야?” 어떤 사람이 나한테 물어본다. 그럴 리가 없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고 사

이제 선생님을 내려놓는다. 휴~ 힘들다.

람 속에서 세상을 찾는다. 아직도 누군가를 매일 그리 워하고 매일 미워한다. 내가 쓰는 라오 이야기를 얼마

생각은 어디로 가나?

나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나, 누가 좋아하나 궁금해 하

이정표도 없는,

는 속물이다.

끝도 모르는 길을 떠나보자.

라오스에서 한국을 생각한다.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광장으로, 시장으로 가자.

지는 한국을 바라보면 마음이 아프다. 이대로 가면 언

청년을 만나러 가자.

젠가 한국이 망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것이 언제 올지

사는 ‘힘’을 찾으러 가자.

는 모르지만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그것도 꽃다운 아이들 이 죽으면서 왔다. 이건 아니다. 이건 절대 아니다. 이제 열 번의 라오 이야기를 마친다. 지난달에 마무 리 했어야 하는데 글도 생각도 멈춰버려 한 발짝도 나

이선재 작성, ODA Watch 실행위원, 푸딘댕 촌사람 / tobefreelee@gmail.com

갈 수가 없었다. 왜 가던 길을 멈췄을까? 무엇이 나의

지난 10회 동안 연재를 향 한 발걸음을 꾸준히 이어주 신 털보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번호를 마지막 으로 털보쌤의 라오이야기 는 막을 내립니다. :)

[2] http://m.khan.co.kr/view.html?artid=200904230928065&code=900315 ODA Watch

27


FOCUS ●

국제개발협력 ‘진수성찬’

각양각색(各樣各色)의 개발을 맛보다! 2014년 여름 ODA Watch 국제개발협력 집중워크숍은 ‘국제개발협력 진수성찬’ 이라는 제목으로 7월 1일 (화)부터 7월 24일(목)까지 약 한달 동안 국제개발협력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했다. 다양 한 주제를 넘나들며 국제개발협력의 기본개념과 현황, 주요 이슈를 학습하고 심화워크숍 과정을 통해 보다 바 람직한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개발의 문제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 성찰하는 시 간을 가짐으로써 청년들이 국제개발의 미래를 준비해나갈 수 있는 주옥 같은 강의들로 이루어졌다. 무덥고 뜨거웠던 여름을 ODA Watch와 함께 날려버린 사람들!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그들의 학구열은 적도 보다도 뜨겁고, 가히 기록적인 폭염을 일으켰다고들 하는데. 그 뜨거웠던 교육의 현장을 그 누구보다 속 시원 하게 이야기 해줄 ‘국제개발협력 진수성찬’의 차가운 빙수 같은 존재 강동렬, 박유정, 안지현, 이지혜 교육생을 만나보았다. 최고의 열정남녀들이 모여 함께 되새겨보는 시간! 과연 그들은 어떤 변화를 되새기며 배움의 열 정을 꽃피웠는지 그 생생한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1. 누구냐… 넌? 동렬: 안녕하세요! 6조 조장을 맡았던 강동렬입니다. 저는 경기대학교 경찰행정학과에 재학중인 학생인데 요, 경찰행정과 개발협력은 영 동떨어진 것 같이 들 리시죠. 맞아요, 정말 동떨어졌습니다.(허허허) 그래 서 연결고리를 조금 더 만들고 싶은 생각에, 심리학 복수전공과 교육학을 부전공하고 있어요. 또, 정치외 교학과나 국제관계학과에 재학중인 분들보다 학문적 인 깊이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다양한 경험들을 쌓기 위한 도전들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UN 이니셔티브 프로그램인 UNAI ASPIRE Korea에 서 활동 중인데, 9월 말에 ‘국제개발협력과 문화감수 성’이란 주제로 경희 대학교에서 Peace Bar Festival이 열리니 혹시 시간 되시는 분들께서는 참석해주시면 좋 을 것 같아요. 28

지혜: 반갑습니다. 가장 화목한 분위기였던 3조 조 장 이지혜 입니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이 고 같이 봉사활동을 했던 친구들과 함께 부산에서 ‘Viewsan(View+Busan)’ 이라는 단체를 꾸려서 활동 했었어요. ‘Viewsan’은 부산 지역을 기점으로 외국인 에게 무료 관광가이드를 해주는 단체에요. 헌신과 봉 사의 의미가 강한 자원활동이 재미도 있고 일상 속에 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고, 무엇보다 함께 성장해나가는 활동을 만들어보고 싶어 단체를 세우게 되었어요. ‘Viewsan’을 통해 외국인은 우리나라의 지 역 문화를 알게 되고, 자원 활동가는 영어공부는 물론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요. 또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의 기회가 서울로 편중돼있는 현 상 황에서 지역격차 해소에도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 Viewsan은 단체 운영이 안정 화된 상태라 이번에는 서울에서‘Showul(가제)’이라는 FOCUS


▲ 인터뷰에 참여한 4인의 수강생(왼쪽부터 박유정, 이지혜, 강동렬, 안지현) ⓒ ODA Watch

비영리단체를 세우려고 준비 중이에요.

행을 하면서 나라마다 많은 단체들이 각자의 전문 분 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세계일주를

유정: 분위기가 가장 진지했던 1조 조장 박유정이라 고 합니다. 저는 전주에서 학교를 다니는데요. 우리 지 역 내에서는 국제개발교육을 받을 기회도 없고, 이야 기 하는 청년 그룹도 없어서‘내가 먼저 시작해봐야겠 다!’는 생각을 가지고 올해 초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서 울 생활을 하면서 여러 개발협력 관련 교육을 들으며 지식을 쌓는 중이에요. 지금 이 시간, ODA Watch에 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제 스스로를 돌아보니 그 동안 서울에서 고군분투했던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 는 생각이 듭니다 지현: 소개는 짧게 하겠습니다. 한양대 관광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한 안지현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2. 워크숍에 왜 왔니, 왜 왔어? 지혜: 저는 평소 봉사활동과 사회공헌활동에 관심이 많았어요 조금 전에 말씀드린‘Viewsan’이라는 단체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세계일주를 준비했는데요~ 단순 히 여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방문한 나라별로 봉사활 동을 할 수 있는 단체를 찾아 활동을 하게 되었지요. 여 ODA Watch

하면서 점차 개발협력이라는 분야를 알게 되었답니다. 복학 후 개발 관련 강의를 들으며 지식을 쌓아나가던 중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던 차에 ODA Watch의 집 중워크숍을 알게 되었어요. 강의 구성도 맘에 들었지 만 온라인 수강 후기를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강력 추천을 하고 있어서 수강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지현: 타 전공 학생이다 보니, 개발협력을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지난해 여름, 지도교수 님께서 한국국제협력단(이하 KOICA) 연구공모제가 있다며 한번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셨고, 제안서 를 준비하면서 국제개발에 대해 처음으로 공부하게 되 었지요. 운 좋게 제안서가 통과되면서 중간평가 때 자 문위원으로 오신 ODA Watch 이태주 대표님께서 현 지조사를 제안하셨고, 감사하게도 교수님께서 저희 연 구팀과 출장을 동행해 주셨죠. 이태주 대표님과 함께 한 짧은 출장기간 동안“국제개발”에 대한 호기심과 함 께 무언가 의문점이 들기 시작했어요. 출장에서 돌아 온 후에는 2주 동안 네팔으로 트레킹을 떠났는데, 그 때 그간의 여러 의문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 요. 여행 후 국제개발 서적을 몇 권 읽으며 혼자서 공 29


부를 시작 했는데, 한계를 느끼고 있던 차에 집중워크

생각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데는 1할도 할애하지 않았

숍 공지를 보게 되었고 프로그램과 강사진을 보고 바

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

로 신청하게 되었어요.

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 후 혼혈인, 외국인 등 을 키워드로 검색을 하다가 ‘다문화’라는 단어를 처음

유정: 고등학교 때 막연하게 국제적인 활동을 하는 학 과를 가고 싶었는데 결국 원하지 않던 전공을 선택하 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학교 생활 내내 내가 정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내 삶의 과업은 무엇인지 등을 깊이 고민하게 되었어요. 고민을 이어 나가다 보니 지 구적인 불평등과 빈곤에 대한 불편함을 계속적으로 느 끼게 되었고요. 그러다가 개발협력이라는 분야를 알게 되었고 구체적으로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 정 서울로 왔습니다. KOICA ODA 교육원, 경실련 국 제시민학교 교육과정, 모모 평화대학의 평화학 교육 과정을 수강하면서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개발협력 이라는 분야가 어떤 분야이며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그 가운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좀 더 구체화 시킬 수 있었어요. 결국,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개발협력이라는 단어 안에 포함된다는 점을 확실히 알 게 되었구요. 그래서 그 동안 학습한 지식을 정리하는 동시에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관점을 넓혀 조 금 더 깊이 이해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이번 집중워크 숍을 신청하게 되었어요. 동렬: 저는 넉넉지 못하게 자랐고, 사실 지금의 과에 입 학하게 된 것도 공무원이 되라는 어머니의 권유가 가 장 큰 이유였어요. 우스개 소리를 하자면 빨리 경찰간 부가 되어서 나 스스로의 빈곤부터 퇴치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새내기 시절, 개발협력은커녕 봉사활동에 대한 관심도 없었고 그러다 남들처럼 군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교육 훈련단 시절 옆 소대에 혼혈인 동기 가 있었는데, 7주간의 훈련 과정 동안 외모와 말투가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더라고요. 그 때 옳지 못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결국 방관하고 말았습니 다. 문제 인식은 있었지만 상대방의 아픔에 공감하거 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설 용기가 없었던 거죠. 그 렇게 그 친구를 잊고 지내다가 나중에 전역할 때가 다 되어서 문득 그 때 생각이 나더라고요. ‘부끄럽다. 나는 왜 그랬을까? 그리고 우리는 왜 그랬을까?’ 라는 고민 을 하다 보니 제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초 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내내 우리는 서로 경쟁하고 남의 위에 올라서는 데만 급급했지, ’상대방의 감정과

30

알게 되었고, 전역 후 다문화 관련 활동을 해봐야겠다 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역 후에는 이주민 노동 자 분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일이나, 탈북자 친구들 과 마니또가 되는 활동들에 참여할 수 있었고,‘다름을 틀림으로 보지 않고, 차이를 차별하지 않는 세상’을 인 생의 표어로 정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인권이라는 개념을 공부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서 개발 협력분야에 대해 알게 되었답니다. 매번 방학 때마다 개발협력 분야에서 멋진 강의로 명성이 자자한 ODA Watch 집중워크숍 한번 수강해봐야지 했었는데, 번번 히 해외봉사활동과 일정이 겹쳐 놓치다가 다행히 이번 에는 출국이 늦어져서 드디어 수강할 수 있었어요!

3.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어!! 좌충우돌 조별 활동 이야기 동렬: 막내 창훈씨와 저를 제외하고 조 구성원들이 모 두 누님들이셔서 굉장히 훈훈하고 긍정적인 분위기 속 에 조별활동이 이루어졌어요. 덕분에 워크숍 전후로 서로 근황 토크도 하고 그날 강연 후기를 공유하며 즐 겁고 편안하게 한 달을 보낼 수 있었죠. 발표 준비를 할 때도 다들 자매님 보살님 같은 느낌으로‘너의 뜻이 곧 나의 뜻이오’하며 인자한 웃음으로 피드백을 주시 니 사실 어떤 날은 강연보다 조별모임이 더 즐겁기도 했습니다. (강사님들 죄송해요.) 지현: 저희 5조는 다른 팀에 비해 참여하는 인원이 많 이 없었어요. 저를 포함해 5명이었는데, 고민 끝에“현 장에서 우리들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마지막 조별발 표를 준비하게 되었죠. 큰 에피소드는 없었지만 준비 하는 내내 매우 즐거웠답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팀원들끼리 시간 맞추기가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대 신 카카오톡 그룹 채팅방을 이용해 수시로 상의하곤 했죠. 다음 워크숍 수강생 분들을 위해 제안 드리자면, 먼저 ODA Watch에서 큰 주제를 제시해주시고, 개개 인이 원하는 주제를 선택해서 조를 구성하면 어떨까 싶어요. 선택권이 있어야 참여를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되는 것 같거든요. FOCUS


지혜: 저희 3조는 수업을 들으면서 개발도상국에 진정 한 도움이 되려면 그나라의 상황에 맞게 행동할 수 있 어야 하므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을 가져야 한 다는 생각을 서로 공유했었어요. 그래서 우리들의 조 별발표를 듣는 수강생들에게 어떤 내용을 전달하는 것 이 가장 좋을까 고민 했었는데요. ‘우리의 이야기’를 가 감 없이 전달해보자, 그러면 많이들 공감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마침 저희 조원 중에 영상을 정말 잘 만드시는 분이 있어서, 영상 촬영을 통해 각 조원들 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게 되었지요. 조원들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개인적으로 오프라인 모임도 가 지고, 중간중간 떠오르는 아이디어 등은 카카오톡 채 팅방을 통해 정하기도 했어요. 원활한 소통을 위해 정 말 다양한 방법을 활용했던 것 같아요. 서로 삶의 경험 이 다양해서 세계 곳곳에서 활동했던 사진을 이용해서 영상을 만들다 보니 우리의 메시지가 재미있고 쉽게 잘 전달된 것 같아 기뻐요. 유정: 저희 조는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진지한 조였 지만, 조별 활동 시간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해주어서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참 활기찼던 것 같아요. 누가 시키거나 역할을 서로 분 담하지 않았는데도 자발적으로 조 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동영상이나 자료를 만들기도 하고, 발 표 주제와 연관, 확장해서 자신의 일상 경험을 공유하 거나 좋은 책 등을 추천하며 활동의 깊이를 더해갔죠. 하지만 조원들 모두 집과 교육장소가 멀리 떨어져 있 어서 허락된 시간 이외엔 모이는 것이 어려웠고, 뒤풀 이에도 자주 갈 수가 없어서 모두들 아쉬워했답니다. 4. 진수성찬 강의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맛에 대해

제해결방법을 확산시키는 예비 소셜벤처에요. 대학생 3명이서 워크숍도 진행하고 프로그램에 쓰이는 다양 한 툴킷(toolkit)들을 직접 개발하고 있답니다.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휴학을 한만큼 무엇을 하든 지 열심히 하고자 합니다.‘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 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뜻이 맞 는 동료들을 모아 활동역량도 강화시켜보고 싶어요. 또, 앞으로 어느 정도 제 앞가림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같은 길을 걷는 친구들의 디딤돌과 사다리가 되는 선 배가 되고 싶어요.

유정: 사실 저는 개발협력을 ‘어려운 나라를 도와주는 것’,‘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것’정도로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ODA Watch를 만나게 되면서 문제의식이나 지식들이 구체적이고 날카롭게 다듬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울 생활이 쉽지는 않았지만 교육을 통 해 나의 지식을 확장하고 문제의식을 다듬을 수 있었 고, 전주지역 개발 청년 그룹을 만들어보려고 하는데 도와주실 수 있는 분들도 많이 만난 것 같아 굉장한 행 운이자 성과라고 생각해요. 또 현재 국제개발협력 안 에서 구체적으로 잘못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 할 수 있었고, 바르게 되돌리려면 어떤 활동을 하면 좋 을 지도 깨닫게 되어 자신감을 얻게 되었어요. 저는 개 발의 폭력성이나 지구적 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그것이 담론으로 형성되고, 그 담론들이 모여 하나의 시민의식이 되어가는 과정 중에 내가 참여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면서 나도 지속적 으로 일조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 로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이 목표고 꿈이다라는 생 각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살고 싶어요. 짧은 인생이지 만 늘 제가 바라고자 하는 모습으로 살아왔기에 지금 인터뷰를 하는 이 시간의 내 모습도 머지않은 과거에

동렬: 이번 집중워크숍 <국제개발협력 진수성찬>은 제 게 스스로의 역할과 자리를 알게 해준 시간이었어요. 심장이 해야 할 일, 두뇌가 해야 할 일이 따로 있듯이 지구촌 안에서 내 자신의 역할이 손인지, 발인지, 머리 인지에 대한 구분이 많이 되었어요. 내가 있어야 할 위 치를 알게 되었기에 이제는 그에 걸맞은 역량과 기반 을 마련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합니다. 그런 면에서 지 금 준비 중인 FIN:D lab은 나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아요. FIN:D lab은 대학생 및 일반인들을 대상 으로 지구시민의식과 국제개발협력 그리고 창의적 문 ODA Watch

내가 꿈꾸고 바랐던 나의 모습이라고 믿어요.

지혜: 한국이 수원국에서 공여국이 된 유일한 나라인 것처럼 이야기 하고 있지 않느냐라는 이태주 대표님의 지적에 공감했던 기억이 문득 나는데요. KOICA 또는 개발분야에 활동하는 여러 단체 실무자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들을 꽤 많이 듣거든요. 하지만 이번 교육을 통 해 한국 외에도 꽤 많은 나라들이 빈곤을 벗어났고 발 전을 이뤄왔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리고 개발협력 분야에서 자신감을 갖는다는 게 혹시 31


‘자만심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난 할 수

력이 중요하잖아요. 그러려면 전문성을 기르되 다른

있어’ 가 아니라 ‘내가 할 수 없는 부분도 있으니 함께

분야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이 필요한

하도록 해야겠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협력과 상생을

것 같거든요. 앞으로 실질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모색 했으면 좋겠어요. 또 이제까지 제 스스로가 조금

진행하는 일을 해 보고 싶어요. 아마도 새로운 사업을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좋은 면만을 상상해왔구나 싶었

발굴하거나 연구를 할 수 있는 분야이면 좋을 것 같아

고, 집중워크숍을 통해 현실적인 메시지를 전달 받으

요. 제가 현장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서 앞으로는 현장

면서, 개발협력의 명암을 실제적으로 볼 수 있었던 것

경험을 할 수 있는 획을 세워볼까 해요. 그러면서 문화,

같습니다. 개발협력 분야에는 무수한 요인들이 복잡

젠더, 원조의 철학에 대해 틈틈이 공부할 예정이고요.

하게 얽혀있으므로, 본질적인 문제를 꿰뚫어볼 줄 아 는 통찰력이 핵심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국제개발협

지현: 저는 모든 강의가 참 새로웠어요. 예전에 개발과 경제를 다룬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지만, 이번 강의는 이제까지와는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랐고 비판적 인 측면들이 접목되어 좋았어요. 전반적으로 모든 강

유정: 예전에 친한 고등학교 은사님을 찾아가 개발협력 에 대한 관심도 이야기하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이 야기했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은사님이‘너 는 지금 행복하니?’라고 물어보셨는데, 그 당시에 대 답을 하지 못 했어요. 선생님께서는 네가 행복하지 않 은데 누구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것인지 되물으셨죠. 그 이후로 선생님의 말씀을 잊지 않고 나로부터 시작

의를 들으며 느낀 건 국제개발을 단순히 개발로 받아

되는 변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봉사

들이기 전에 배경이 되는 역사에 대해 잘 알아야겠다

단이나 개발협력 사업을 경험해보는 것 보다 근본적인

싶었죠. 저는 평소 생각하는 걸 좋아해요. 강의도 생각

질문들을 던지고 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잘산

의 여지를 두는 강의가 좋고요(이번 강의는 모두 그러

다는 것이 무엇인지, 배낭 하나 매고 돌아다니며 지구

했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생각을 좀 그만하라는

에 존재하는 다양한 삶을 살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어

말을 참 많이 들었어요. 단순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라

요. 우리가 개발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대체 무엇

는 거겠죠. 그 말도 일리가 있지만, 저는 원래 생각이

인지 몸으로 느끼고 고민해보고 싶거든요.

력은 참 신중을 기해야 하는 활동인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이고 그게 저라는 사람 그 자체 같아요. 이 번 네팔여행에서 멋쟁이 60대 아저씨를 만나게 되었

었던 것 같아 아쉬워요.

지혜: 행복한가? 라는 질문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왜 이 일을 하는 걸까?’ 라는 고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세계여행을 하는 내 내 스스로에게 ’왜’’ 라는 질문을 많이 했어요. 저도 비 슷한 경험이 있는데 인도에서 봉사활동 때 만났던 한 봉사자가“내가 행복하기 때문에 그 행복을 나누어주 고 싶어서 봉사활동을 한다”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 말에 큰 깨달음을 얻어 저도 스스로가 행복해지려 노 력하고 행복하기 때문에 지금의 일을 하고 있어요. 내 가 좋아서 하면 사람들과도 기분 좋게, 에너지 넘치게 일을 할 수 있고 더 열린 마음으로 타인을 마주할 수 있 는 것 같아요.

5. 앞으로 내 그릇은 어떻게 채워 갈 것인가!

초반에 말씀 드린 것처럼 저는 사회공헌 활동이 무척

는데,“아가씨는 생각을 많이 해”라는 말씀을 해 주시 더라고요. 강의를 듣는 내내 아저씨께서 해주신 조언 이 생각났어요. 정말 감사했어요! 있는 그대로 저를 봐 주신 것 같아서요! 워크숍 기간 동안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번 워크샵 테 마가“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성찰을 위한 관점 을 제공하기”였지만, 모든 강의가 새로워서 그 내용을 흡수하기 바빴던 것 같아요. 그 내용들을 흡수해야 비 판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여유가 없

잘 맞아요.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큰

지현: 제 개인적인 목표는 어떤 분야에 있어 전문가가 되는 거에요. 제 노트북 바탕화면에“깊이 파되 넓게 보 고, 넓게 아우르되 깊이를 잃지 않는 것”이라는 문구가 있어요. 요즘은 융합시대이기도 하고, 국제개발은 협 32

기쁨 이거든요. 평생 이 길로 계속 나갈 것이고 앞으 로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유정씨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지 역에서 공부할 기회가 없어 서울까지 올라와서 활동하 FOCUS


는 것을 보면 한국사회가 서울 중심으로 자꾸만 기회 를 두는 것 같거든요 저도 불균형적인 정보 격차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고 앞으로 안동, 광주, 제주 등 에도 계속해서 지부를 만들 어 보려고 해요. 각 지역 청년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 역에 공헌하고, 개인의 역량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 고 싶어서인데요. 다양한 활동 분야 중 가장 즐겁게 할

유정: 자취방의 오징어 젓갈!! 이 교육과정을 들을까 말 까 많이 망설였었는데 막상 들으니 굉장히 좋았어요. 자취방 냉장고 안에 있는 젓갈도 늘 먹는 것이기에 또 먹어야 하나 고민하지만 마지못해서라도 막상 꺼내서 먹으면 맛있어서 계속 먹게 되잖아요. ODA Watch가 앞으로 지역의 작은 목소리에도 힘을 실어 주는 활동 을 이어나가면 좋겠어요!! 작지만 묵직한 걸음이 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수 있는 것이 문화라고 생각하기에 얼마든지 창의적인 문화 컨텐츠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합니다.

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싶구요. 진정한

동렬: <국제개발협력 진수성찬>은 저염식이다!! 대부 분의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지만 저염식은 무척 건강한 식단이잖아요~ 겉만 번지르르하게 포장된 짜고 맵고 자극적인 밥상들보다, 다소 텁텁하고 싱거워 보여도 자신만의 균형 있는 색깔을 가지고 필수영양소를 고루 갖춘 저염식과 ODA Watch의 집중워크숍은 매우 닮 았어요. 실제 식사도 싱겁게 먹는 것을 좋아해서 같은

성장은 스스로 일어날 때 빛을 발휘하니까요. 분쟁 지

맥락에서 정말 좋았답니다.

덧붙여서 탈북 청년들과의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만들 어서 통일 전후를 생각해보는 장기 계획도 가지고 있 어요. 그 다음으로 개발도상국 안에서 살고 있는 현지 청년들의 주도하에 재미나고 생산적인 사회 공헌 활동

역에서는 함께 평화 프로그램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 을까? 라는 아이디어도 갖고 있답니다.

ODA Watch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순수함을 지켜나가는 시민단체 인 것 같아요. 마치 재

6. <국제개발협력 진수성찬>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래시장 어귀의 허름한 국밥집같은 소담한 느낌이 들기 도 해요. 하지만 ODA에 대한 특유의 비판 일색은 욕

지혜: 무지개요! 무지개가 아름다운 이유는 다양한 색 이 함께 공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들었어요. <국제개 발협력 진수성찬>은 각 전문분야들이 서로 조화를 이 룰 수 있도록 맛있는 반찬처럼 제공 해주신 듯해요.

쟁이 할머니의 구수한 입담과 얼큰한 손맛처럼 알차다 고 생각합니다. 부디 국제개발협력 계의 욕쟁이 할머 니가 되어 개발협력의 진한 국물 맛을 많은 청년들에 게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모두의 발걸음을 사로잡는 맛집, ODA Watch 지화자~!

지현: 똘끼 충만한 나를 재인식하게 된 시간!! 저는 스 스로를 4차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그 동안 짧게나마 직장생활을 하고 학교라는 조직에서 생활하 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형화된 삶 안에서만 살 았던 것 같아요. 그런 저에게 <국제개발협력 진수성찬 >은 나에 대해 알게 된 시간이었고, 다른 사람을 만족 시키는 삶 보다는 내가 만족스러운 삶을 다시 생각하 게 된 시간이었어요.

각양각색의 개성과 매력으로 똘똘 뭉친 4명의 수강생 들은 다양한 맛과 향, 빛깔로 그들만의 그릇을 채워가 고 있었다. 앞으로 그들이 차려 나갈 국제개발협력의 진수성찬은 어떤 맛일까? 감칠맛, 구수한 맛, 얼큰한 맛, 담백한 맛, 시원한 맛 등 국제개발의 팔도 진수성찬 을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앞으로 ODA Watch에게 바라는 점은 국제개발에 입 문하는 사람들이 올바른 시각으로 국제개발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해 주셨으면 해요. 뭐 든 입문하는 과정에서 올바르고 확고한 신념이 확립되 어야, 나중에 지금보다 더 나은 위치에 섰을 때 그 힘 을 정의롭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요(강자한테

강동렬, 박유정, 안지현, 이지혜 작성 (2014 여름 국제개발협력 집중워크숍 수강생 4인) /jihyun016@naver.com 인터뷰 : 이재원, ODA Watch 간사

강하고, 약자한테 약하게!!).

33


행사스케치 ●

2014 UN DCF에서는 무슨 이야기가? 2014년 7월 10, 11일 미국 뉴욕에서는 2015년 이후 국제개발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UN 개발협력포럼(DCF)이 열렸다.

<편집자주> 이번 OWL 92호에서는 지난 7월 10일-11일 미 국 뉴욕에서 개최된 UN DCF(개발협력포럼)에 직접 참석한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 제위원회 이현아 간사의 글을 소개한다. 이현 아 간사는 지구촌빈곤퇴치시민네트워크(GCAP Korea)를 대표하여 한국 시민사회 소속으로 본 회의에 참석했다.

민사회, 국회, 국제기구, 자선단체, 민간기업 등 다양하 고 포괄적인 이해관계자들이 한데 모이는 자리였다. UN 개발협력포럼에 처음으로 참가한 필자는 출장 길에 오르기 전 이 회의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는 나름의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하나는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이하 MDGs) 이후 등장할 새로운 개발 목표 에 대한 국제사회 논의의 흐름을 읽는 것, 또 하나는 여러 나라에서 온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 교류하

UN 경제사회이사회(Economic and Social Coun-

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이번 포럼의 논의의 중심에는

cUN 경제사회이사회(Economic and Social Council,

Post-2015 개발의제가 있어 국제사회가 추구하고자

ECOSOC)는 2008년부터 UN 개발협력포럼(Devel-

하는 방향을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국

opment Cooperation Forum)을 2년에 한 번씩 개최

제시민사회가 포럼 당일 참석뿐만 아니라 개최를 준

하고 있다. 2014년 네 번째 UN개발협력포럼이 7월

비하는 전 과정에 참석하며 레퍼런스 그룹으로 활동

10일, 11일 양일간 미국 뉴욕 UN본부에서 개최됐다.

함으로써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많은 시민사회

대한민국에서는 정부측과 시민사회 가 참여했다. 듣던

단체들이 본 회의에 참석한 덕분에 여러 실무자들과

대로 UN 개발협력포럼은 UN 내 다른 회의와는 다르

접촉하고 네트워크 또한 형성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

게 개발협력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주체인 정부, 시

로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었다.

34

행사스케치


▲ 회의가 열렸던 Conference Building과 North Lawn Building (왼쪽)과 UN본부 주 건물 (오른쪽) ⓒ 이현아

회의목표

●  개발협력의 국가적ㆍ지구적 책무성 제고와 효과적 인 모니터링 개선방법 규명

회의는 의장인 마틴 사딕(Martin Sajdik) UN경

(Identify ways to enhance national and global

제사회이사회장의 환영사로 시작됐다. 반기문 총장

accountability and effective monitoring of devel-

의 환영사를 내심 기대했지만 반 총장의 기조 연설은

opment cooperation)

우 홍보(WU Hongbo) UN 사무차장(경제사회부)이

● 공통 이슈와 과제에 대한 남반구 개발협력파트너들

대신 전달했다. 환영사를 시작으로 이틀 동안 7개의

의 정책대화와 구체적 행동 진행

세션으로 꾸려진 포럼은 2015년을 끝으로 기한이 만

(Advance policy dialogue and concrete actions

료되는 MDGs 이후의 개발 목표를 논의하는 Post-

by Southern development cooperation partners

2015 의제가 주를 이뤘다. 이번 논의의 주요 목표는

on commons issues and challenges)

아래와 같이 네 가지로 정리된다.

목표에 따른 의제와 논의 결과 ● 2015년 이후 개발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의 실제 작동방식에 대한 예측

이번 개발협력포럼을 구성하는 7개의 세션에는 각 세

(Assess how a global partnership for develop-

션 별로 주요발제자 1,2명과 3,4명의 토론자들이 참여했

ment beyond 2015 could work in practice)

다. 포럼은 4개의 대주제 아래 7개의 세션으로 구성됐고,

● 개발협력을 위한 Post-2015 개발 의제의 시사점

다행히 여러 세션이 동시 다발적으로 열리지 않고 하나씩

검토 (Examine implications of a post-2015 devel-

순차적으로 구성되어 모든 세션을 놓치지 않고 참관할 수

opment agenda for development cooperation)

있었다. 각 주제별로 논의된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ODA Watch

35


<표 1> 2014년 UN DCF 세션 구성

개발협력의 미래

- 남남협력이 늘어나는 만큼 이 효과에 대해 정량적 인 평가를 정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 Post-2015 개발협력은 빈곤퇴치와 지속가능한 발 전을 중점으로 한 하나의 의제를 지원해야 한다. - 모든 이해관계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어야 하

- 관련 연구를 위해 공통적인 기술적 용어와 방법론 에 대한 증가하는 접근의 이해를 깊이 할 필요가 있 다.

며, 특히 빈곤층과 취약계층을 중점에 두어야 한다.

- 제도적인 프레임워크보다 남남협력 자체가 가치이

- 지속가능한 발전 형태에서 기능과 집중하는 분야를

고 유연성과 다양성이 협력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따라야 한다.

요소이다.

- 유연한 방식으로 원조를 지원하고, 특히 개도국의 필요와 우선순위에 고려해야 한다.

개발을 위한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십

- 몬터레이 합의를 기점으로 삼아 개발을 위한 새로 워진 글로벌 파트너십을 추구해야 한다. -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파트너십을 확대하 도록 독려해야 한다. - 포괄적인 개발협력을 증진시키고 효율과 효과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법에 보다 초점을 두어야한다.

-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십은 매우 중요하며, 이는 개 발협력의 주요 도전과제들을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 로 이뤄져야 한다. - 새천년선언과 몬터레이, 요하네스버그 회의에서와 같이 MDG 8대 목표와 개발을 위한 글로벌파트너 십을 토대로 형성되어야 한다.

Post-2015에서 남남협력

- 빈곤 퇴치와 지속가능한 발전 촉진에 지속적으로 집중해야 한다.

- 남남협력은 북과 남의 협력의 대체가 아니라 보완 의 개념이다. - 남남협력은 실용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창구이다.

36

-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십은 특히 ODA를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하는데, 이는 ODA가 가장 취약한 국가 들을 위한 주요 개발재원이기 때문이다. - ODA/GNI 0.7퍼센트 공약 달성을 반드시 담보해 행사스케치


야 한다. - 원조사업의 이행과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착수시점 부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담보해야 하며, 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다양한 개발재원의 범주와 그 전체 상(big picture)을 포괄할 수 있도록 개발 정책일관성(Policy Coherence for Development)을 담보하기 위한 행 동을 강화해야 한다. - 모니터링과 책무성 강화를 위해 개발도상국의 통계 및 기타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에 상호보완적인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정에서 모니터링과 책무성 이슈는 핵심 파트(integral part)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 책무성은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헌신을 고취할 수 있는 인센티브 기제로 작동한다. 즉, 지속가능한 개 발 성과를 위한 약속은 이해관계자들에게 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해줄 것이다. - 모든 것을 해결하는(One size fits all) 방안은 존재 하지 않는다. 개발협력의 모든 층위에서의 진전을 위해서는 포괄적이고, 견고한 글로벌 모니터링과 책 무성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 글로벌 프레임워크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포함해 야 한다. 1) 행위자들과 접근 방식의 다양성을 포괄할 수 있

Post2015 개발협력을 위한 글로벌모니터링과 책무성

도록 협의체(umbrella) 조직이나 간단하지만 다 변화된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 개발효과와 원조효과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했 던 그간의 경험은 Post 2015 개발의제 형성에 있어 주요한 교훈점을 시사하고 있다. - 개발협력의 효과성은 사람들의 필요에서 기인할 때 담보될 수 있다. 또한 효과적인 개발협력은서로에 게 배우겠다는 열린 마음과 공통의 언어를 형성하 고, 협업을 통해 행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때 비로 소 가능하다. - 사용가능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담보되고 이를

2) 실행단계의 수준에서 모든 행위자(actor)들을 다 끌 어들여야 하고 그들이 기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3) 사람 중심이어야 하며, 지속가능한 개발 성과와 공약을 중심으로 형성되어야 한다. 4) 시민사회와 국회 등 권리 보유자들을 대표할 수 있는 그룹들의 참여를 담보해야 한다. 5) 이미 현존하고 있는 국가별, 지역별 상호 책무성 매커니즘을 기틀로 삼아, 본 매커니즘의 교훈과 성과를 참고하여 세워야 한다.

통한 소통과 지식 관리가 원활히 이뤄지는 것이 개

6) 정책/행동 일관성을 증진해야 한다.

발협력의 핵심 요소이다.

7) 개발협력 모니터링, 보고, 책무성에 관한 국제사

- 모든 행위자(actor)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변화를 위

회의 공약(commitment) 본질적으로 개발을 위

한 긍정적인 압력의 기제를 형성하기 위해서모니터

한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십과 글로벌 경제 현 규

링과 책무성은 매우 중요하다. 현 Post 2015 논의과

범과 연계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10일 열린 부대행사의 모습(왼쪽)과 UN DCF 본 회의 내 시민사회를 위한 자리(오른쪽) ODA Watch

37


UN 개발협력포럼은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말 그대

10일 오전에는 소셜왓치(Social Watch)가 주도한

로 포럼이기 때문에 논의 된 내용을 각국이 반드시 이

행사에 참석했다. 본 행사에서는 민간자본이 개발재원

행하도록 하는 일종의 구속력은 부과되지 않으며, UN

으로 분류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이 논의됐다.

차원의 Post-2015를 위한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과정

특히 현재 개발도상국에 제공되는 자금을 보면 상당

에 포함된 단계 또한 아니다. 다만 DCF에서 논의된 내

수가 외국인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 이

용은 새로운 개발목표 설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UN

하 FDI)이기에 이 자원이 개발도상국 안에서 계속 유

총회에 전달된다. 그러다 보니 사실 이전까지 논의된

통되면서 해당 국가의 개발을 돕는 것이 아니라 일정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새로

시간이 지나고 다시 회수되는 등 개발도상국에 도움이

운 것이 있다면 워낙 개발협력의 주체가 다양해 지다

되지 않는 재원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지

보니 여기서 불거지는 문제를 다뤘고 개발협력포럼의

적됐다. 이에 소셜왓치는 민간자본이 개발 성과를 내

원래 역할인 책무성에 대해 더욱 강조해서 논의했다는

는 재원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민간자본의 형태와 유

점 정도이다. 기존의 전통적인 공여자인 국가와 개발

형이 다시 논의돼야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참석자들

협력 NGO 뿐만 아니라 개인재단, 기업 등이 개발협

은 민간재원의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했으나 이를 시

력 과정에 참여하면서 개발재원을 다양화하는 방법이

장 중심적으로 운용하는 것에는 위험성이 따르며, 자

늘어가는 현 시점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이용하고 효과

금 운용의 투명성도 부족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리

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책무성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고 간혹 적법하지 않은 재단들이 개발협력 사업에 참

는 내용이었다.

여할 경우 민주주의를 약화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존 재하기에 권리옹호를 위한 적절한 지원도 함께 필요하

시민사회의 참여

다는 의견을 교류했다.

앞서 간략히 언급한 바와 같이 개발협력포럼은 2년

11일에 열린 부대행사는 개발협력 모니터링에 관한

간의 포럼 준비과정에 국제시민사회그룹이 참여할 수

주제였다. 열띤 토론이 이어지며 좁은 방에 모인 많은

있도록 하며, 함께 준비한다. 시민사회는 포럼 세션에

참가자들이 점심도 거른 채 행사 시간을 훌쩍 넘겨 이

참가하고 그 외에도 부대행사를 맡기도 한다. 이번에

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오랜 일정에 지친 필자도

도 본 회의 하루 전에 열린 부대행사에 시민사회가 주

다시금 에너지를 찾을 수 있었다. 참석자들은 모니터

최하는 세션이 몇 가지 있었다. 모두 알차고 흥미로운

링을 통해 개발효과성을 증진하자는 논의를 내세웠다.

주제로 준비되어 가능하면 많이 참석하고 싶었지만 동

다만 이 과정에서 정보는 민주적으로 수집되어야 하고

시에 열리는 행사가 많아 선택해야만 했다. 필자는 회

모든 사람이 정보 수집가와 이용자가 될 수 있게 공개

의 전날 열린 행사와 회의 양일 동안 개최된 행사를 포

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현재 Post-2015논의에

함해 총 4개의 시민사회 행사에 참석했다.

서 데이터 혁명(Data Revolution)에 대한 문제가 지속 적으로 제기되고 있는데 이런 논의조차 북반구를 중심

간단하게 내용을 공유하자면, 먼저 9일 참석했던 ‘Post-2015 의제 강화: 글로벌 과학정책 인터페이스

으로 이뤄지고 있어 남반구 사람들의 참여가 어렵기에 포괄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음을 안타까워했다.

설립과 실행’에서는 빈곤문제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지 속가능한 발전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이

총괄 review

를 평등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학술적, 과학적, 정책 적 연구가 뒷받침 되어야 하며 경제, 사회, 환경적 접근

개발협력포럼 참석자들이 각기 다양한 관점에서 이

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

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필자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했

의 전문가가 필요하며, 국제시민사회는 UN 시스템 안

고, 다양한 관점과 사고가 가능함을 일깨워주었다. 개

에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여 함께 논의할 수 있

인적으로도 매우 유익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정

도록 UN이 여러 기회를 많이 만들어낼 것을 요구해야

부, 국제기구, 국회의원, 민간단체, 비영리기구 등 여러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영역을 대표하여 참석한 사람들의 의견을 접하며 평소

38

행사스케치


<표 2> UN DCF 부대행사 중 필자가 참석했던 시민사회 주최 행사

에 본인이 도달하지 못했던 경계를 넘는 신선한 경험

포럼의 함께 참석해서 의견을 공유하기 위한 자리에

도 했다. 이러한 자극은 앞으로 개발협력 분야에서 더

충실히 참여하지 않는 태도가 매우 아쉽게만 느껴졌

욱 멀리 보고 정진할 수 있는 좋은 양분이 될 수 있을

다. 이번 개발협력포럼이 진정으로 다양한 참가자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입장을 듣는 것으로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개발도상국 시민사회의 참여가

DCF는 개발협력 분야에서 가장 다양한 이해관계자

저조했다는 점이다. 유럽 시민사회 대표자들이 대부분

가 참석하는 포럼이다. 위에서 언급한 단점이 보완된

이었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덕분인지 북미의 참여가 높

다면 이 포럼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극대화 시킬 수

았다. , 반면 아시아의 참여는 저조했다. 특히 동남아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시아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번 포 럼에 참석하지 않음으로 인해 지역적 문제를 접근하

처음으로 큰 회의에 참석하여 얻은 것을 생각하면 비

는데 필요한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점이 개

싼 출장비가 아깝지 않았다. 우연찮게 한국시민사회에

인적으로는 많이 안타까웠다.. UN이 진심으로 다양한

서 유일하게 참석했지만 이번 포럼을 통해 배운 것들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원한다면 개발도상국의 시민사

을 국내사회의 대응에 잘 적용할 수 있도록 고민해나

회가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주는 것도 필요하

가려 한다. 한국시민사회가 함께 의견을 개진할 수 있

다고 생각한다.

는 자리도 많이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귀한 기회를 통해 본인이 얻은 지식을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앞으

덧붙여 내실 있는 논의 보다는 포럼의 형식에 조금

로 더욱 애쓸 것이다. 덧붙여 시민사회가 한국 정부에

더 치중했던 점 또한 다소 아쉬웠다. 정부, 토론 리더,

의견을 개진하고 협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조성되

국제기구, 국회의원, 시민사회 등 포럼 장소에는 섹션

기를 바란다.

이 나누어져서 좌석이 배정되어있었지만, 모든 세션에 서 자리를 거의 다 채우고 있었던 것은 시민사회뿐이 었다. 정부좌석은 가장 좋은 자리로 배정되었지만, 개 회식을 제외하고 대부분 공석으로 남겨져 있었다. 또 한 정부측에서는 이미 정해진 질문자와 국가별로 발표 를 맡은 사람만 회의에 참여하는 경향을 보였다. 물론

이현아 작성,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제위원회 간사 / hyunah.hana.yi@ccej.or.kr

다른 중요한 회의일정이 겹쳐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ODA Watch

39


ODA Watch 이모저모●

꿈틀꿈틀 새로운 움직임을 기대하며 지난 한 달을 돌이켜보면 한 마디 밖에 떠오르지 않는데요. “엄청 더웠어.”라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이제 초 복, 중복을 거쳐 말복으로 가고 있습니다. 조금만 지나면 어느새 슬며시 선선~한 가을이 와있겠죠? 최근 에는 30일이라는 짧다면 짧은 기간에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일들을 접하게 됩니다. 사건, 사고 등 답답하고 가슴 아픈 일들도 굉장히 많지만, 그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 기에 언제나 ‘내일’을 생각하고 담담하게 ‘오늘’을 꾸려가는 것 같습니다. 7월 한달 워치는 집중워크숍과 원조투명성지수 개발 등 소통의 시간과 연구 활동으로 조금은 바삐 달리기 도 하고, 신발끈을 다시 단단히 묶듯이 상반기를 돌아보며 하반기 계획을 단단히 점검하는 시간을 보내기 도 했는데요. 이모저모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께 그간의 활동 소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 2014년 하반기 활동 준비! 사무국 워크숍 가지다 * 비전전략팀이 꼽은 ODA Watch 비전을 위한 6가지 공통점 *

▲ 하반기 활동을 준비하는 사무국 식구들의 모습 ⓒ ODA Watch

ODA Watch 사무국은 7월 21일(월) 홍대입구역 부근 가톨릭청년회관에서 내부 워크숍을 가졌습니다. 2014년 상반기 사업을 점검 및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하반기 계 획을 구체화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올해 상반기는 워치 전체 구성원들 간에 새로운 이슈를 학습하고 이를 본격 적인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멤버십을 다지고, 준비하는 시기였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 대중성의 확장 - 교육사업의 다변화, 확대 - 현장조사(Field Research)를 근거로 하는 애드보커시를 추진 - SNS를 포함한 미디어 대응과 출판 사업 마련 - 회원에 의한 책무성 모니터링 시 스템 마련 - 10주년 기념사업 추진

더불어 워치의 미래를 구상하며, 현재 우리의 활동을 큰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각 활동별 목표와 비전을 정립하 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2014년 하반기에는 여러 주제로 재미있는 활동이 많이 꾸려질 것 같아 저희들도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는데요. 워치의 남은 5개월 간 활 동, 많이 많이 기대해주세요!!

■ 달려라, 비전전략팀!  앞서 OWL 91호 이모저모를 통해 비전전략팀에 서 본격적인 액션플랜을 수립하기에 앞서저희가 참고할 만한 국내외 시민단체들의 중장기 전략 문서와 단체들의 발전 역사에 대해 살펴봤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었는데요. 이후 7월 18일(금)에 다시 만난 비전전략팀! 이날은 각 자 한페이지씩 워치의 미래에 대한 야심 찬 비전과 계획 을 담아왔답니다. 우리 단체의 향후 10년을 그려보며 이

40

제까지 학습했던 여러 사례 중 적용 해볼만한 아이디어를 구상해오기로 했기 때문인데요. 참신한 아이디어와 서로 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답니다. 구성원들 의 의견을 모으니 신기하게도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 데요. 우리가 추구해야 할 비전을 손수 만들어나가는 비 전전략팀의 소중한 여정을 계속 지켜봐 주시고, 관심 가 져주시길 바랍니다! ODA Watch 이모저모


■ 우즈벡 강제 아동노동에 반대합니다. 워크 프리 캠페인(Walk Free Campaign) 지난 7월 10일(목) 국제 인권운동 캠페인 조직인 Walk Free와 공익법센터 어필 활동가들이 서울역 부근 연세세 브란스 빌딩 앞에서 색색깔의 천을 깔고 목화 로고를 그 려나가기 시작합니다. 이 빌딩의 10층에는 대우 인터네 셔널 본사가 위치해 있는데요. 목화 로고와 그 중심에 그 려진 Freedom, 자유라는 문구는 대우 본사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수 놓여졌습니다.

니다. Walk Free는 강제 아동노동에 반대하는 전 세계 23만명의 시민으로부터 청원 서명을 받아 이를 대우 본 사에 전달했습니다. ODA Watch도 당일 캠페인에 참여 하여 작지만 힘을 보탰는데요. 시사인, 경항신문, 뉴스1 등에서도 이를 집중 보도했습니다. 캠페인 결과를 바탕 으로 Walk Free가 제작한 동영상을 OWL 독자 여러분 들과 공유합니다.

본 캠페인은 대우 인터네셔널이 우즈벡 목화사업을 위 해 자행하는 강제 아동노동에 반대하기 위한 것이었습

** 영상 바로가기: http://www.youtube.com/watch?v=4bXx8QKRJtU

▲ “FREEDOM, 자유”를 외치는 캠페이너들의 모습 ⓒ ODA Watch

■ 8월, SDGs를 알리는 Action / 2015 Korea 캠페인이 시작됩니다! 8월에는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국제개발 협력시민사회포럼(KoFID), 지구촌빈곤퇴치네트워크 (GCAP)의 주최로, 국내 20여 곳의 시민사회단체가 연 대하여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알리기 위한 Action/2015 Korea 캠 페인을 진행합니다. 온라인 캠페인은 8월 19일부터 페 이스 북, 텀블러 사이트 등을 통해 SDGs와 관련된 희망 의 메시지를 담은 사진을 업로드 하는 형태로 시작되고,

오프라인 캠페인은 23일 1시부터 4시까지 합정동 메세 나폴리스 광장에 부스를 차려 운영할 예정인데요. 본인 의 행동이 빈곤퇴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 그린라이 트가 들어오는 이벤트 코너와 소정의 상품도 있으니 많 은 관심과 참가 부탁 드립니다! 2015년에 수명을 다하 는 새천년개발목표(MDGs, Millennium Development Goals)를 대체할 새로운 개발 목표 설정에 대한 시민 사 회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장이 되길 기대합니다.

▲ action/2015 Korea 캠페인 로고 ⓒ action/2015 Korea

ODA Watch

41


■ 더욱 투명한 원조를 위해 국제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 Road to 2015 캠페인 Publish What You Fund, ONE, Oxfam등 국제 시민사회 를 중심으로 Post 2015 프레임워크 안에서 더욱 투명한 원 조를 향한 발걸음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는 취지의 캠페인 이 발족됐습니다. ODA Watch도 본 캠페인에 함께 참여하 기로 했는데요. Road to 2015 캠페인은 원조투명성 의제 가 2015년 이후 출범하는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담론 하에서도 핵심 이슈로 다뤄져야 하며, IATI 기준(International Aid Transparency Initiative)에 따른 투명한 정보공개가 각 공여국들의 화려한 수사적인 약속에 그치지 않고 직접적인 실천으로 이어져야 함을 강 조하고 있습니다. 2015년까지 IATI 가입을 앞두고 있는 한 ▲ Road to 2015 캠페인 로고 ⓒ Publish What You Fund 국 정부에게도 Road to 2015는 매우 중요하겠죠~ 워치 도 한국 원조가 보다 투명해지는 그날까지 계속해서 함께 목소리를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 ODA Watch 14기 활동가 모집 개시! 드디어 워치와 함께할 활동가 모집이 시작되었습니다~! 자격은 금번 또는 이전 ODA Watch 교육워크숍 수료자 로 지원서 마감은 8월 8일 금요일 자정까지인데요. 일 년에 두 번 있는 기회인 만큼 일정 확인은 필수겠죠~^^:

오리엔테이션 등 세부 일정과 내용은 아래의 링크를 통 해 확인 부탁 드려요~! ** 참고: http://www.odawatch.net/464045#0

▲ 2014년 ODA Watch 집중워크숍에 참여한 수강생들의 모습. 14기 청년활동가로 많이 지원해주세요~ ⓒ ODA Watch

42

ODA Watch 이모저모


6월 감사합니다

33



6월

살림살이● [ ODA Watch 살림살이 ] ODA Watch는 투명한 재정운영을 원칙으로 합니다. 소중한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워치의 살림살이가 어느 곳에 어떻게 쓰여지는지 후원자 여러분과 OWL 독자들께 보고드립니다. 워치의 살림살이에 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6월 살림살이

45


ODA Watch는 2006년 설립 이래로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사업 및 정책이 인권 • 평등 • 연대에 기반하여 보다 책임 있게 효과적으로 사용되어 개발도상국의 빈곤퇴치 및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국 대외원조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감시 • 제언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참여형 시민사회단체(Civil Society Organization, CSO)입니다.

46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