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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1호, 2014.07.04

OWL’s View 국가란 무엇인가?

FOCUS 어느 붉은악마의 브라질 월드컵 보이콧

천개의 아프리카 난민(難民), 용기 있는 사람들

지구촌 새마을운동 대응 폭주하는 새마을호 열차는 어디를 향해 가야 하나

기부 + 알파 운동 [시민 기부인식조사 캠페인] 어디에 기부하고 싶으세요?

행사 스케치 국제와 국내의 경계를 허무는 첫 발걸음을 내딛다

ODA Watch 이모저모 대지의 열기를 식혀주는 장맛비처럼 시원한 7월의 소식

6월 감사합니다 & 5월 살림살이


발행처

서교동에서

ODA Watch

발행인 이태주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더 큰 논의를 기대한다.

편집장 한재광

무더운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16강행이

글쓴이

좌절되면서 월드컵 열풍이 수그러든 자리가 다시 세월호 국정조사와

강현지 권희설 김성지 김한나

청문회 그리고 재보선의 열기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생각만 해도 신

남종민 이유정 변정희 유성상

경이 곤두서고, 머리가 지끈거린다.

한재광 권유선 문도운(외부기고)

OWL 91호는 국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강정, 밀양, 세월호, 브라질 월드컵까지 최근 우리를 둘러싼 많은 일들의 중심에는 ‘국가’가 있다.

편집위원회

OWL‘s View는 우리 시대에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돌 직구로

한재광 강하니 강현지

던진다. 또한 어느 열혈 붉은악마는 브라질 월드컵을 보이콧하게 된

김성수 남종민 윤지영

자신의 사연을 기고했다. 개발협력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세월호 사고

조이슬 지홍주

를 계기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함 께 생각해보았던 이야기도 담겨 있다.

편집인 조이슬

생각을 가다듬어 보니 최근 몇 년간 한국 국제개발협력 사회의 주요 이슈는 성과관리와 Post 2015 그리고 기업의 참여 정도였던 것 같

감수

다. 물론 중요한 내용들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결국 정책과 수

한재광 윤지영

단에 대한 이야기다. Post 2015가 국제개발협력 패러다임 전환에 대 한 주제이긴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MDG를 대체하는 새로운 규범 정도로만 아직까지 논의되고 있는 듯하다. 우리 주변의 개발협력 종 사자들은 다들 무슨 생각을 하며 일할까? 주위를 돌아보면 대부분 성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3762번지 누보빌딩 4층 (우)121-894 Tel 02-518-0705 Fax 02-6442-0518 E-mail odawatch.korea@ gmail.com

발행일 2014.07.04 Copyright ⓒ 2014 ODA Watch All rights reserved ▶표지사진 한번 더 후원 감사드립니다! ⓒ ODA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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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관리를 위한 지표 개발에 골몰하고 있는 것 같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던져준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화두가 국제 개발협력 분야로 확장되는 것을 환영한다. ODA가 국익을 위한 수 단이라는 이야기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국가 의 이익이 이 나라의 국민인 나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권위주의 국 가에 지원되는 우리나라의 ODA를 민주시민인 나는 어떻게 받아들 여야 하나? 한국사회에서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논의가 점차 가속화 되어가고 있 다. 협소한 기술적 논의에 함몰되지 말고 늦기 전에 국가와 개발 그리 고 발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길 기대한다.

한재광 OWL 편집장/odawatch.korea@gmail.com 서교동에서


OWL 91호

Contents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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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교동에서

기부 + 알파 운동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더 큰 논의를 기대한다.

[시민기부인식조사캠페인]어디에기부하고싶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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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L’s View

행사 스케치

국가란 무엇인가?

국제와 국내의 경계를 허무는 첫 발걸음을 내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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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ODA Watch 이모저모

어느 붉은악마의 브라질 월드컵 보이콧

대지의 열기를 식혀주는 장맛비처럼 시원한 7월의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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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의 아프리카

6월 감사합니다

난민(難民), 용기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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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새마을운동 대응

5월 살림살이

폭주하는 새마을호 열차는 어디를 향해 가야 하나

ODA Watch는 세월호 참사를 진심으로 애도하며 우리 사회에서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염원합니다. 성장만을 중시하고 인권과 생명을 경시한 우리들의 모습을 통렬히 참회하며 다시 한번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많은 국민들이 느낀 슬픔과 분노, 참담함과 절망감이 가슴속 새까만 재로만 흘러넘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작은 불씨로 소생하기를 기원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행동하겠습니다. ODA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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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L’s View ●

국가란 무엇인가? 축구라는 매개를 통하여 전세계가 브라질에서 열

제주도의 강정마을에서는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 리는 축제인 월드컵 경기를 즐기고 있다. 16강에 진 싸고 풀리지 않는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2007년 세 출하는데 실패한 한국을 비롯하여 아시아의 축구 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제주는 새삼스럽게 ‘2014년 실력에 대해 한마디씩 한다. 풍성한 골 풍경만큼이 까지 1조 300억을 들여 전투함 20여 척과 15만톤급 나 경기와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독특한 사람들의 크루즈 2척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대규모 해군 이야기가 신문지면을 채우고 있다. 그러나 브라질 기지를 건설’하겠다고 했다.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 월드컵 개최를 반대하고, 월드컵 때문에 수난 당하 딪혀 추진과정이 순탄하지 못했고 건설 규모도 축 고 있는 또 다른 브라질에 대해 보여주고 있는 신문 소됐지만, 결국 2012년 5월 구럼비 바위가 폭파되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브라질은 풍부한 천연자 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원만큼이나 이를 둘러싼 자본가들의 욕심이 천박하 게 드러나는 곳이자 이를 온 몸으로 막겠다고 나선 밀양 또한 강정마을의 사례와 유사하다. 밀양주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멋 민들이 송전선로 백지화를 요구하며 거리에 나서 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도로주변의 빈민가를 무 고, 잇따른 자살 및 자살기도가 이어지면서 밀양송 차별적으로 파괴하고, 전쟁을 방불케 하며 마약상 전탑구간 공사 강행의 의미가 과연 무엇인지 많은 들과 충돌을 벌이면서 정부는 브라질 내 ‘다른 목 이들이 되묻고 있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50-70대 소리’와 ‘반정부적 행동’을 위협하고 있다. TV속 잘 고령의 농민들을 대상으로 송전선로 건설 반대 농 짜인 월드컵 경기의 모습과 환상적인 무희들의 의 성장 철거 행정대를 집행했고 결국 20여명이 넘는 상과 춤, 이색적이고 멋진 자연환경과는 달리, 그 속 실신 및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무려 경찰 20개 중 에서 살아가는 브라질 사람들의 모습은 정작 멋질 대 2000여명, 한전직원 250여명, 그리고 100억 원 것이 없다. 빈곤, 차별, 무지가 개발을 둘러싼 브라 이 넘는 비용을 들여서 말이다. 꼭 이렇게 해야만 질 사회에 암흑처럼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도대 했을까? 체 국가는 그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 떤 존재인가? 다시, 도대체 국가란 무엇인가? 4대강 사업은 국가가 저지른 또 하나의 폭력과도 같은 개발의 민낯이다. 사업비만 22억 원이고, 매 사실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년 보수를 위해 수 조원이 투입돼야 하는 실정이다. 새삼 브라질이라는 먼 나라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 4대강 이면에 감춰진 권력과 추진과정, 이를 밀어붙 다. 지난 수년 동안 한국은 시대를 역행하는 개발 오 인 정권의 의도 등 모든 것을 떠나서 지금 당장 4대 염을 일으켜 왔고,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신체적, 정 강 사업 이후 몰골은 ‘무엇 때문에 꼭 이렇게까지 해 신적 피해를 고스란히 껴안았다. 야 했나’라는 질문을 던지게끔 한다. 지금의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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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L’s View


지역은 ‘녹조라떼’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고, 다양 한 신종 ‘괴물들(큰빗이끼벌레 등)’의 서식처가 되 고 있다. 생명을 잉태하고 생명을 키우는 근본인 강 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누구도 설득하지 못하는 이 큰 일을 왜 그토록 하려고 했을까?

정작 누구의 어떤 삶인지는 상관하지 않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수 백 명을 죽이고서도 국가의 국 격을 이야기하고 싶어하고, 버젓이 잘 살고 있는 집 을 때려 부술 수 있겠는가. 국가로서 한국이 하고 있 는 일들을 보면 마치 사람들을 무한 경쟁에 내몰고, 그 속에서 살아남는 자들에게만 국민이라는 칭호를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건은 꽃처럼 부여하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붉은 여왕 효과(Red 아름다운 나이의 학생과 시민들이 희생된 단순 ‘사 Queen Effect)’로 인해서 이 땅에는 누구도 살아남 고’가 아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국가가 어떻게 을 수 없는 불모지가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경쟁이 대해야 하는지, 더불어 사는 사회 속에서 한 사람 아닌, 평등한 기회와 다수를 위한 정책을 내세우고 의 생명이 어떻게 지켜져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초고소득이 아닌 초고누진세를 제안하는 피케티(T. 중차대한 사건이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Piketty) 신드롬이 생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10여명의 실종자를 포함하여 300여명의 희생자들 은 국가의 무능력과 무책임의 결과였다. 이어진 거 국가는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 짓말과 언론을 매개로 한 쇼를 통하여 국가의 구성 과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 국가는 사람들이 만든 것 원인 생명은 웃고 우는 생명으로 대접받지 못했다. 이지, 사람 이전에 존재할 수 있는 실체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다양한 생각과 도대체 국가는 왜 사람들이 반대하는 일을 굳이 삶이 존중 받지 못하게 하는 강한 이데올로기를 지 하려고 하는 것일까? 쓰나미 이후 후쿠시마 핵발전 니고 있다. 개발은 인간의 삶이 중심이 되어야 하 소의 파괴로 이어진 일본의 방사선 피폭에 국가는 고, ‘생명의 귀함을 유지, 발전하는 것’임을 의미하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가? 무바라크를 권좌에서 내 도록 재 규정 되어야 하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 쫓은 이집트가 반정부 시위대 683명을 상대로 사형 법들이 마련돼야 한다. 누군가가 깃발 들고 앞에서 선고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후쿠시마의 면 나머지는 무조건 따라가야 하는 사회라면, 더욱 사례를 보고도 수명 다한 고리원자력 발전소의 운 이 어디로 가는 것인지 따져 묻는 것조차 금지되고, 영을 연장하려는 한국 정부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위협받는 나라라면 우리는 그것을 더 이상 국가라 국가는 국가를 유지하고 지켜나가기 위해 구성원 고 부를 수 없다. 모두가 조용하고 말 잘 듣는 순치된 ‘국민‘이기를 바 란다. 한마디로 가능하지도, 가능할 수도 없는 일이 자, 다시 한 번 우리를 향하고 있는 개발의 민낯 다. 창조사회와 행복을 이야기하는 정부는 이 상황 을 바라보자. 생명에 대한 존엄성이 그 안에 들어있 에서 그 누구도 행복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사람들 는지 말이다. 속에서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도대체 국가는 왜,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근대화의 기치를 내건 개발은 안타깝게 그 속에 사람의 생명을 귀하게 여긴다는 가치가 빠져있다. 개발의 영역이 국경을 둘러싼 국내의 일이건, 국경 을 벗어난 국제적 일이건 말이다. 개발을 통해서 얻 고자 하는 것이 ‘보다 나은 삶(‘a better life’)’라면서

ODA Watch

ODA Watch 실행위원회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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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

어느 붉은악마 의 브라질 월드컵 보이콧 이번 OWL 91호에서는 최근 막을 내린 브라질 월드컵에 관한 한 시민의 글을 소개한다. 많은 이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전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 그러나 그 화려한 무대의 이면에는 결코 축제를 함께 즐길 수 없는 상황에 처한 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스스로를 붉은악마로 칭하는 열정적인 축구팬인 필자는 수많은 고민 끝에 브라 질 월드컵을 보이콧할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월드컵의 장막 아래 드리워 진 브라질과 한국 정부, 국가, 그 속의 국민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글이다.

나는 붉은악마다.

이 한창 치러질 지금까지, 여러 국가의 경기를 단 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공식 서포터즈인 붉은악마

게임도 보지 않았다. 일부러 관련 기사를 멀리했고 항

[1] 1997년 8월 현재의 형태를 갖춘 이후 지금까지 국

상 체크하던 축구 칼럼과 만평도 손에서 놓아 버렸다.

가대표 공식 경기의 응원을 담당하고 있다. 내가 가입

많은 사람들이 내게 물었다. “대체 왜 월드컵을 보이

한 것이 1999년이었으니 붉은악마의 태동, 성장과 나

콧 하는가?”

의 청년기는 줄곧 함께였다. 특히 20살 되던 해 한,일 월드컵이 열리면서 축구에 대한 나의 관심은 정점을

아무도 살아 돌아 올 수 없었던 세월호

찍었고, 어느새 나는 국내외 프로축구 리그를 챙겨보 는 열혈 축구팬이 되어 있었다. 이런 내게 4년에 한번

열혈 붉은악마의 월드컵을 흔들어 놓은 그 사건은

씩 돌아오는 월드컵은 비단 한국 대표팀뿐 아니라 전

바로 2014년 4월 16일에 벌어졌다. 여느 때처럼 회사

세계의 스타플레이어가 총 출동하여 최고의 기량을

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TV에서 이상한 뉴스가 나

뽐내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다. 항

왔다. 배가 가라 앉았다고 했다. 수학여행을 가는 한

상 그랬듯 올해에도 마찬가지로 월드컵 전 우리나라

학년 아이들이 모두 타고 있었다는 소식에 모든 직원

대표팀 예선 경기와 평가전은 가능한 한 경기장에 직

이 숨 죽여 지켜봤다. 밥을 다 먹어 갈 때쯤 다행히 전

접 찾아가 응원하면서 봤고, 각 대륙 별 예선 경기 또

원이 구조됐다는 소식이 TV를 통해 방송됐다. 모두

한 8-12시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생중계까지 챙겨

들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 내리고 다시 오후 업무를 시

보며 선수들이 월드컵을 향해 달릴 날만을 손 꼽아 기

작했는데, 갑자기 생존/구조자가 100명이 채 안되고

다렸다.

300여명이 아직 물 속에 갇혀있다고 했다. 이후부터 지금까지 모든 상황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그대로

브라질 월드컵을 보이콧 하다

이다. 정부는 첨단 장비와 그 많은 인력을 데리고도 결 국 최초 탈출자 외에 단 한 명도 구해내지 못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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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이번 월드컵을 즐길 수 없었다. 수 많

부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유가족과 분노를 참

은 고민 끝에 나는 이번 월드컵을 보이콧했다. 16강

지 못한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지만 아무도 책

[1] 한국 국가대표 축구 서포터즈는 1995년 12월 ‘그레이트 한국 서포터스 클럽(Great Hankuk Supporters Club)’으로 부르다 PC통신 게시판으로 정식 명칭을 공모해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지역예선을 앞 둔 1997년 8월 현재의 명칭으로 확정하였다. [두산백과]

FOCUS


▲ 붉은악마는 12번째 선수라 불리우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서포터다. @하노버 경기장 ⓒ 연합뉴스

임지지 않는 정국에 실망만 할 뿐이었다. 대통령에서

간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았다. 무엇보다 아무도 책임

말단 해경에 이르기까지 어느 누구도 속 시원한 대책

지려 하지 않는 국가 시스템에 큰 충격을 받았고 절망

을 내 놓지 못했고 책임소재는 불명확 하기만 했다.

했다. 이 사실을 이렇게 두 달 만에 허무하게 잊어버린

아니, 책임과 대책을 말하기는커녕 각계 각층에서 입

다면 이러한 참사는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이미

에 담지 못할 망언과 실언들을 쏟아내 질책의 중심에

우리는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씨랜드와 대구

섰다. 많은 이들이 해임과 직위해제를 당하는 와중에

지하철 참사, 가깝게는 경주 마리나 리조트 붕괴사고

도 자기들끼리 폭로를 일삼고 책임을 떠 넘기는 등 추

를 통해 충분히 그 무서운 가능성을 보지 않았던가?

한 행태를 만천하에 공개하며 대한민국의 치부를 낱 낱이 보여주었다.

잊혀지는 것의 두려움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오랜 싸움 세월호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6월,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사건이 발생

온 나라 전체가 무기력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하

했다.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천막농성을 하던 밀양

지만 5월, 6월이 지나고 사고 시점에서 점점 멀어지면

의 노인들을 ‘행정대집행’이라는 명목 하에 폭력적으

서 11명의 실종자를 아직 바다 속에 남겨두고 있는 지

로 진압한 것이다. 경찰은 온 몸에 쇠사슬을 두르고,

금 세월호는 무섭도록 잊혀지고 있다. 포털 사이트를

옷 마저 다 벗은 채 저항하던 할머니들을 무자비하

뒤덮던 애도의 물결은 ‘우리도 좀 살자’ ‘강제 우울증

게 들어내고 연대 투쟁을 하는 수녀들을 군화발로 아

에 반대한다!’ ‘나까지 왜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하는

무렇지 않게 짓밟았다. 천막은 모두 철거됐고, 수 많

가?’부터 ‘왜 모든 사고가 정부 책임이냐? 보상금 받으

은 연행자와 부상자가 나왔다.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

려는 것 아니냐!’는 등의 날 선 비난으로 변했다.

은 지난 10년 동안 계속된 투쟁이다. 자신의 집 앞으

하지만 생각해 보자. 세월호는 단순 300여명의 사망자

로 765KV의 고압 전력이 흐르는 송전탑을 건설하는

를 낸 해양 사고가 아니다. 우리는 이 참사를 통해 대

것을 반대하기 위해 백발의 노인들은 천막을 치고 저

한민국의 기본 시스템과 민주적 의사소통 구조의 근

항을 계속해 왔다. 송전탑 건설에 대한 찬반의견과 탈

ODA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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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과 원전 폐기의 담론 모두를 논외로 하더라도 송전

의 선전을 계기로 월드컵은 언제부터인가 집단응원을

탑이 평생을 바쳐온 노인들의 생활터전을 파괴한다는

동반하기 시작했는데, 정부가 이러한 응원의 열기 속

것, 그리고 본래 계획대로 민가를 지나지 않는 방향으

에 계속되는 자신들의 실책이 묻히기를 기대하며 브

로 우회해서 송전탑을 건설했다면 오늘의 이 갈등은

라질 월드컵을 기다린다는 의미다. 여당 또한 이러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그러나 정

기대심리를 안고 있는 듯 “월드컵 기간에 세월호 국정

부는 송전탑 건설 계획을 일절 수정하지 않고 공사를

조사를 실시하자”라는 의견을 냈다가 야당과 언론의

강행하기 위해 전무후무한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뭇매를 맞기도 했다. 국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반응이기도 했으나 서글프게도 월

국가란 무엇인가?

드컵의 파급 효과를 생각하면 원래도 관심에서 멀어 져 있던 밀양 송전탑 투쟁과 너무도 빠른 속도로 잊히

바로 내 주변에서, 불과 두 달여 사이에 일어나는 일

고 있는 세월호가 6월 이후에는 완전히 잊힐 수도 있

련의 사건을 접하며, 문득 저 깊은 곳에서부터 ‘국가

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월드컵을 한

란 무엇인가?’ 질문이 떠올랐다. 국민을 위험으로부

국 정부만큼 손꼽아 기다리는 정부가 있었으니, 바로

터 지켜내고 그 국민들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도록 법

브라질 정부였다.

과 제도로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 것이 국가라고 배웠 는데 불과 몇 달 사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보여준

축구를 사랑하지만 월드컵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모습은 그것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세월호와 밀 양에서 보여준 국가의 모습은 ‘책임지지 않는 뻔뻔함’

브라질은 축구의 나라다. 국민 모두가 프로축구부터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 강요’ ‘인간의 목숨보다 소

국가대표 축구에 열광하며, 많은 이들이 열정을 쏟는

중히 여기는 정부조직과 자본’ 뿐이었다. 이러한 가운

프로팀을 하나 이상씩 가지고 있다. 브라질은 5회라는

데 소수 언론에서 ‘브라질 정상보다 한국 정부가, 대

월드컵 사상 최다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월드컵

통령이 브라질 월드컵을 더 기다린다’는 풍자/만평 등

에 나오면 적어도 8강 이상에 오르는 축구강국이다.

을 게재하기도 했다. 멀게는 1980년대 독재정권이 썼

이런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도 이번 월드컵을 보이콧

던 3S정책[2]의 효과부터, 이후 2002년 한국 대표팀

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

▲ 세월호는 대한민국과 함께 가라앉았다(좌측상단) ⓒ 연합뉴스 ▲ 전무후무한 행정 대집행으로 밀양의 천막을 지키던 노인들과 수녀들이 끌려 나오고 있다(좌측하단) ⓒ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성명서 ▲ 분노한 시민들의 외침 (우측) ⓒ 오마이뉴스

8 [2] 스크린(screen), 스포츠(sport), 섹스(sex) 또는 스피드(speed)에 의한 우민(愚民)정책 [네이버 지식백과]

FOCUS


남미 진보의 기수라고 불렸던 루이스 아나시우 룰라

살해하는 등 정부의 무자비한 민중 탄압은 브라질 시

다 시우바의 퇴임 이후 정권을 잡은 지우마 호세프

민들의 분노를 더욱 자극했다. 브라질이 개최지로 선

대통령은 이번 월드컵의 개최를 위한 경기장 건축에

정된 2007년 이후부터 월드컵 경기가 개최되는 12개

약 80억 헤알(약 3조 6천억), 치안유지에 약 9억달러

도시에서 최소 25만명, 상파울로에서 9만명, 리우 데

(9165억원)를 지출했다.[3] 그러나 브라질 경제의 거

자네이루에서 약 10만명이 강제퇴거 당했다. 강제퇴

품이 빠지면서 찾아온 위기로 인해 월드컵 개최 비용

거를 당하는 주민들은 어떠한 예고나 설명 등을 듣지

이 고스란히 국민세금에서 충당됐고 자연스럽게 타

못한 채 보금자리에서 쫓겨나야 했고, 반대 시위를 진

분야 예산, 그 중에서도 의료와 교육부분의 예산 삭감

압하는 경찰의 페퍼스프레이와 최루탄, 심지어 저공

으로 이어지며 국민 생활에 부담을 가중시켰다. 실제

비행기가 투하하는 포탄까지 견뎌야 했다. 이 과정에

로 브라질의 의사 1인당 환자수는 2011년 기준 700여

서 최소 45명이 사망했다.[5] 비단 철거민들뿐 아니라

명으로 남미 국가 중에서 양과 질에서 모두 문제를 드

지난 2013년 월드컵을 앞두고 열리는 컨페더레이션

러내고 있다. 교육의 척도라 할 수 있는 문자 해독률

스컵(대륙간 컵)부터 “우리는 월드컵이 아니라 교육

의 경우도 90.4%로 남미의 평균인 91.5%에도 못 미

과 의료보장을 원한다!” “축구는 사랑하지만 월드컵

친다. 브라질 국민들이 월드컵 대신 교육과 의료 예

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FIFA(국제축구연맹)은 집

산 증액을 외치는 이유다. 또한 월드컵의 영향으로 물

으로 돌아가라!” 등의 문구가 새겨진 피켓을 들고 수

가가 평균 26% 상승했다. 이를 반영하듯, 남미의 다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역시 경찰은 그러

른 국가 보다 빈부격차가 심하게 나는 브라질은 이번

한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파벨라(빈민촌)의 급격한 증가를 목 도해야 했다. 결국 월드컵개막을 코 앞에 둔 지난 5월

브라질 월드컵 개막식이 있던 지난 12일, 상파울루

22일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 월드컵에 반대한다는 국

지하철 역에서 행진을 시작한 시위대는 개막전이 벌

민은 전체의 43%에 이르렀다.[4]

어지는 코린치앙스 경기장까지 13km를 행진하고자 했으나 고무총탄과 섬광탄, 최루탄 등을 발포하는 경

게다가 월드컵 경기장 건설을 위해 빈민촌을 제대로

찰에 의해 최소 5명이 사망했다.[6] 월드컵이 한창이

된 보상 없이 철거하고, 부랑자들의 경우 유기하거나

던 지난 16일에는 마라카낭 경기장 주변에 집결한 시

▲ 월드컵 대신 교육과 의료를 원한다고 외치는 브라질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경찰은 이를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있다. ⓒ 월드컵 Back Stage (페이스북 페이지)

ODA Watch [3] 한겨레 21, “브라질은 자살골을 넣고 있다”, 김순배, 2014. 06. 16

[4] 한겨레 21, “브라질은 자살골을 넣고 있다”, 김순배, 2014. 06. 16 [5] 참세상, “브라질 철거민의 눈물 “우리에게 월드컵은 퇴거를 말한다”, 정은희, 201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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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에 군경합동 진압 부대가 실탄을 발포했다. 역사

이징 올림픽, 올림픽 개최를 위해 500년 된 가리왕산

적으로 전무후무하게도 월드컵 경기가 벌어지는 중에

숲을 밀어내야 한다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도 마찬

경기장 근처에서 정부가 강경진압을 펼치는 모습에

가지다. 국가는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국력을 과

월드컵과 브라질 정부를 바라 보는 세계의 시선도 더

시하고 숫자로 나타나는 경제 효과를 내세워 반대세

욱 곱지 않아졌음은 물론이다.[7] 이에 브라질 정부는

력을 견제해 왔다. 이러한 정치 논리 앞에서 페어플레

상파울루 시 동부 지역에 2000채의 서민주택을 건설

이(Fair Play)를 외치는 스포츠는 무력했고 그 안에서

하기로 하는 등 급한 불 끄기에 나섰지만 개막 선언을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책임지는 국가의 모습은 찾을

하기 위해 올라 온 대통령과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

수 없었다.

맹(FIFA) 회장을 향해 야유가 쏟아지는 등 여전히 브 라질 국민의 분노는 식지 않고 있다.

다시, 국가란 무엇인가?

결국 브라질 월드컵 보이콧은… 결국 나는 그 국가의 집단 논리 안에서 개개인의 권 리와 행복이라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잊지 않기 위해

세월호와 밀양 그리고 브라질 시민들의 저항, 이들

브라질 월드컵을 보이콧했다. 솔직히 말해 무엇보다

은 발생한 시간도 장소도 성격도 다르지만 결국 ‘국가

월드컵에 가장 열광하는 내가 그 가치를 잊을까 두려

가 국민을 어떻게 보는가?’를 드러내 보인 문제이다.

워 더더욱 보지 않으려, 관심 갖지 않으려 노력했다.

일련의 사건에서 한국도 브라질도 국민 한 사람 한 사

60억 인구 중 한 명일뿐인 내가 이런 행동을 한다고

람 보다 국가라는 집단을 우선시했다. 문제의 당사자

당장 변하는 것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글

가 아닌 국민들에게는 국가의 위상과 안정을 이유로

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즐겨라 대한민국!’이라는 표

문제를 회피할 것을 주문했고, 직접 당사자 혹은 이들

어 아래 축구를 즐기기 전에 국가의 집단 논리와 그 이

을 지지하는 시민들을 철저히 탄압하며 국가의 힘을

면에서 소외된 사람들, 어쩌면 먼 훗날 내가 될 수도

과시했다. 이 와중에 유감스럽게도 국민의 입과 귀가

있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한다. 그리고 무엇

되어야 할 한국과 브라질의 언론은 그저 침묵 했고, 오

보다 집단의 폭력과 망각의 중심에서 고통 당하고 있

히려 이를 덮기 위한 다른 이슈를 찾아내기 바빴다.

는 사람들을,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던 국가의 민낯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특히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철저하게 국가 의 논리를 널리 펼치는 도구로 사용됐다. 지구 반대편 에 있는 두 국가가 ‘세계인의 축제’라는 월드컵을 통 해 국가가 껄끄러워하는 것들을, 정부에 반대되는 의 견과 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제압하려 하고자 한 것 이다. 이러한 월드컵은 더 이상 ‘세계인의 축제’가 될 수 없다. 되돌아 보면 상계동 철거촌을 생겨나게 하

권유선 작성, (주)트래블러스맵, 게스트하우스TF 前 ODA Watch 간사 / willow08@naver.com

고, 기나긴 싸움을 이어가게 한 1988 서울 올림픽이 나, 빈민촌 강제이주가 핫 이슈로 떠 올랐던 2008 베

10 [6] 한겨레, “브라질, ‘월드컵 반대’ 시위대 무력 해산, 부상자 속출, 2014.06.13 [7] 연합뉴스, “브라질 경찰관, 월드컵 반대 시위 현장서 실탄발포”, 2014.06.17

FOCUS


천개의 아프리카 ●

난민(難民), 용기 있는 사람들 - 난민인권센터 김성인 사무국장을 만나다 한국사회에서 난민(難民)의 이미지란 보통 흰색난 민 텐트, 삐쩍 마른 팔, 초점 없는 눈동자, 입가를 맴 도는 파리 등으로 그려지곤 한다. ‘가난하고 병든 대 륙’이라는 아프리카의 이미지와도 맞닿아 있다. 이러 한 시각은 난민들을 동정의 대상으로만 머물게 할 뿐, 우리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동등한 타인으 로 바라보게 하지 않는다. 이번 OWL 91호를 통해 ODA Watch 청년활동 가 아프리카팀은 난민인권센터(NANCEN, 이하 난 센)를 방문하여 김성인 사무국장을 만났다. 2009년에 세워진 난센은 크게 4가지 일(법률지원, 긴급구호, 제 도개선, 인식개선)을 하고 있다. 김성인 사무국장과의 인터뷰는 난민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에 따끔 한 일침을 놓는다. 한국에 상주하는 난민들에 대한 통 계적 현황을 묻는 우리의 질문에 “난민을 어떻게 이해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먼저 던지는 것이 우선이 ▲ 김성인 사무국장님의 모습 ⓒ 김성인

라고 답하던 김성인 국장. 그는 인터뷰를 통해 난민들 을 지원하는 ‘현장’에서의 어려움과 갈등에 대해서도

6월 20일은 유엔(UN)이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그의 이야기 속에는 난센

하고자 지난 2000년 유엔총회특별결의안을 통해 정

의 철학이 들어있었다. 작은 목소리일지라도 꾸준한

한 ‘세계 난민의 날’이다. 이에 난민주간인 6월 15일

울림으로 퍼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 말이다.

부터 21일까지 국내외에서 난민에 대한 인식을 제고 하고 관심을 촉구하는 다양한 캠페인들이 벌어졌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1. 우리는 난민을 제대로 아는가?

2013년 말 전세계 난민의 수는 5120만 명으로 집계됐 다. 난민으로만 구성된 가상의 나라를 만들면 세계에

난민 = 불쌍한 사람? NO~ 용기 있는 사람!

서 26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난민이 5120만 명이든 512명이든 중요한 것 은 숫자가 아니라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다. ODA Watch

Q. 우리 사회가 난민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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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종도에 위치한 난민지원센터의 모습 ⓒ 김성인

A : 난민에 대한 이론적 정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적

에서 난민으로 인정받기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걸리

용을 하려 할 때 학자들은 추상적이고 이론적으로 접

고, 그 과정에서 충분한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

근을 하려 한다. 그런데 이런 이론적 접근들이 가장 많

에 이 용기 있는 사람들의 삶은 순식간에 피폐해지고

이 듣는 비판이 엘리트 담론이다. 그런 측면에서 난민

존엄함을 잃어가게 된다. 용기 있는 사람을 그저 불

이란 누구인지에 대한 정의 자체를 학문적인 정의에

쌍한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가장 큰 요인은 우리 모두

만 의존하는 부분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난민에 대한

의 왜곡된 인식과 이로 인한 잘못된 정책, 제도가 아

‘올바른 이해’, ‘올바른 정의 내리기’ 부터 다시 해야

닐까 싶다.

한다. 실제 난민에 대한 대중들의 왜곡된 시선과 잘못 된 전제 때문에 난민에 대한 오해가 종종 발생하곤 한

통합의 관점 VS 관리의 관점

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우리가 난민을 지원하고 도 와줘야 한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도리어

“인권에 기반 하지 않은 난민에 대한 인식은 폭력이다”

잘못된 접근과 전략을 낳는다. Q.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 행하고 있 Q.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난민을 ‘잘’ 이해하는 것일까?

고 영종도에 난민지원센터를 세우기도 했다. 지원센 터 설립을 둘러싸고 ‘반인권적’이라는 의견들이 있었

A : 인권에 대한 이해가 동반돼야 한다. 많은 단체

던 것으로 알고 있다. 국장님의 의견이 궁금하다.

에서 자선과 시혜의 관점으로 접근을 하는데, 이것은 ‘난민들은 우리가 도와줘야만 하는 불쌍한 사람들’이

A: 영종도 난민지원센터는 난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난센이 정

잘못된 인식이 실제 정책으로 반영된 대표적인 사례

의 내리는 난민은 ‘용기 있는 사람’ 이다. 자국 내에서

라고 볼 수 있다. 먼저 짚고 넘어갈 부분은 난민을 보

불합리한 상황에 맞서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살

호한다는 것이 ‘쉼터’를 제공해주는 의미가 되어서는

던 곳을 떠나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국

안 된다는 점이다. ‘쉼터’라는 개념은 전쟁, 기아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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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의 아프리카


생한 난민들을 위해 임시적으로 텐트를 제공하여 거

정 절차에 소요되는 3-4년 동안 불법적으로 밤낮없이

처를 마련해주는 것인데 국내에 유입해 온 난민의 경

일을 한다. 12시간 넘게 일해서 한달 평균 150만원에

우는 상황이 분명히 다르다.

서 200만원 가량 보수를 받고 나면 브로커에게 진 빚 을 틈틈이 갚고 나머지는 고향에 돈을 보낸다. 한국 돈

아프리카 현지에서 발생한 전쟁이나, 기아로 인한

100만원이 본국에서는 6개월 치 월급이다. 생활이 어

난민의 경우와 달리, 한국은 관리해야 하는 난민의 수

렵고 너무 척박한 환경이니까 생존을 위해서는 자신

도 적고, 처한 상황도 다르기 때문에 아프리카 현지에

의 나라를 떠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서 긴급 분쟁지역의 난민을 지원하는 방식과는 분명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을 노리는 브로커들이 기승을

히 달라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정부의 경우 동 개

부리면서 난민 신청 절차를 악용하다 보니 도리어 난

념을 국내 난민에게 그대로 적용하다 보니 보호방식

민에 대한 인식이 더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결국 한국

이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개별적 접근보다는 대량으

사회 내에서 난민의 진실성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로 발생하는 난민을 대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쉼터 개념이 난민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깨져야 할 첫 번째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과거에는 이주의 이유가 주로 분쟁, 전쟁, 기아문제였다면 지금은 경제 적 문제로 인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베트남 여성들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함께 하고픈 사

이 결혼 이주자로 한국에 오는 게 다 그런 맥락이다.

람들과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쉼

이 지점에서 국제개발과 맞물린다고 생각한다. 본국

터라는 것은 결국 집단수용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영

을 떠나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개발되지 않은 –개발

종도에 위치한 난민지원센터는 결국 난민을 사회로부

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자신의 나라

터 격리하고 통제하는 곳이다. 난민들은 그런 것을 원

에서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하지 않는다. 난민지원센터에 근무하는 직원의 수는 37명인 것에 반해 현재 단 22명의 난민들만이 센터를

아프리카와 달리 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에는 한

이용하고 있는 현실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통합은

국에 이주노동자로 왔다가 계약 기간이 끝나고 더 남

동등한 관계 안에서 이뤄지는 것임에도 한국 정부는

기 위해 난민 신청을 하는 사례도 있다. 난민 인정 절

여전히 난민을 관리,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차를 거치는 동안에는 합법적 체류가 가능하기에 한 국에 더 오래 머물면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난민 스토리 전문 브로커 등장과 ‘진짜’ 난민 골라내기

한 난민이슈에는 외교적인 문제도 맞물려있다. 냉전 시기에는 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하기 위해 난민을 많

Q. 난민으로 인정받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린다고 하

이 수용했고, 경제 호황기에는 노동력 확보를 위해 난

던데 그 동안 한국사회 내 난민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민 인정을 늘렸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세계 경제의

있나?

불황기에는 자국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난민 수용 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정말 살기 위해

A :1994년 10월부터 지금까지 한국에 입국한 난민

위험을 무릅쓰고 떠나온 사람들에게 난민이라는 제한

7443명 중 불과 389명만이 난민인정을 받았다. 굉장

된 틀을 기준으로 심사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히 적은 숫자다. 모두들 본국에서는 미래를 꿈꾸며 살

난센 입장에서도 난민의 5대 기준[1]에서 볼 때는 전

수가 없다고 대답한다. 먹고 살 길이 없다는 것이다.

혀 대상자가 아닌 사람들, 대표적으로 경제적 사유로

그래서 어디라도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자기 미래를

인해 본국을 떠나온 사람들의 경우 이들을 어떻게 지

꿈꾸며 살 수 있는 기반이 없어서 자신의 나라를 떠나

원할 것인가에 대한 인간적인 갈등이 있다. 내적 번민

는 경우가 많은데 여러 방법 중 하나가 난민이다. 그

이 매우 심하다.

래서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레퍼토리를 꾸며 주는 브로커들도 등장했다. 1만불, 1만5천 불의 빚을

Q. 한국의 난민 심사 기간(통상 1년이상)이 긴 이유가

내어 난민 스토리까지 만들어서 한국에 오면 난민인

진실성을 가리기 위한 것인가?

ODA Watch [1] 난민의 기준 :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과 같은 사유로 박해를 받 을 우려가 있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를 가진 자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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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국 정부에서는 난민 이슈를 큰 문제로 보지 않

속에서 갈등은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밖에 없지만 도

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수를 적게 배분하고 있다. 난민

리어 환상만 심어주고 있는 경우가 많다.

들은 투표권, 시민권이 없으니 두려울 게 없는 것이 다. 이 사람들에게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도 없

흔히 통합으로 포장되는 다문화 사례들을 보면 우

다. 인권의 관점에서 난민 이슈에 대응하고 옹호하는

리가 ‘주인’이고 난민은 주인에게 맞춰가곤 한다. 이

단체들이 많지 않으니까 이 사람들을 그대로 방치해

를 통합이라 포장하지만, 실은 그런 것이 아니다. 예

도 누가 뭐라고 안 하는데 정부에서 왜 나서서 신경

를 들어, 한국은 근무의 강도가 매우 높다. 죽기 살기

을 쓰겠나.

로 일하고 무한 경쟁하는 문화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에서 온 사람들은 우리보다 느긋한 삶의 태도를 지니

그렇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난민신청제도를 악용하

고 있다. 아무래도 한국의 사회 문화에 적응하고 살기

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인권 운동 하는 사

가 쉽지 않은데, 그러다 보니 한국사회 내에서 외국인

람들 정도가 아닌 이상 정부 공무원들과 일반 대중들

들의 근무 태도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다. 이는 관계를

에게는 ‘다 가짜 놈들이야. 돈 벌러 오는 놈들한테 무

통해 서로 맞춰가야 하는 부분이다.

슨 인권이냐’는 인식이 쌓여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난민들의 문화를 존중해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이 사람들한테 맞춰주기 위해 우리 스스로를 내어줄 준비도 안 되어 있다. 현 실이 이렇다 보니 난민, 다문화 이야기만 나오면 입던 옷을 주거나 금전적인 후원만 하려고 한다. 그저 이들 을 시혜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보살펴주면서 불쌍한 사람으로만 남겨버리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다. 지 금 한국의 법제와 제도에는 부딪히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한국은 안정을 추구하고 어려움을 직면하려 하 지 않는다.

인권과 정의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통한 동행

▲ 김성인 사무국장님의 환한 미소 ⓒ 김성인

2. 난민이슈에 앞서 한국사회가 가져야 할 자세

“ 인권적인 기반과 토대를 정립하고 그 안에서 외국 인 이주민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 A: ODA Watch가 한국 ODA를 감시하는 것처럼, 국 내 구호 자선 단체를 감시하는 활동도 필요하다고 생

환상에서 벗어나 갈등에 직면해야 할 시점

각한다. 한국 내 다문화 이슈나 난민 구호 관련 사안에 대해서도 민간의 감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

Q. 한국은 이미 다문화사회에 접어들었다. 우리 사회

내에 많은 선교 단체들이 있지만, 특히 종교에 기반을

안에서 다문화에 대한 이해가 정립되면 자연스럽게

둔 단체들의 경우 인권적 시각에 기초하기 보다는 자

난민이슈도 해결이 될까?

선과 구호의 시각에 입각하여 활동하는 경향이 높다. 인권적 시각에 따라 마땅히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누려

A: 그렇다. 한국에서 외국인이 정착하는 것은 다문화

야 하는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으면 난민들은 너무 쉽

문제이다. ‘다문화’는 언제나 갈등을 내포할 수밖에

게 대상화되고 수단화 돼버릴 위험이 크다.

없다. 그러나 정부나 언론은 주로 한국사회에 잘 적응 한 사람들 사례 위주로 발표를 한다. 실제 사람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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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난센에 난민 이슈를 조명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천개의 아프리카


학자, 예술가,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이 있다. 좋은 취지

왔다. 배낭여행 길에서 세계의 모순에 직면해서 그 속

에 동감해서 난민들과 연결시켜줬다가 나중에 문제가

의 ‘나’라는 존재를 다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됐던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런 활동들 속에서 난민들이 소품화 되어버린다. 난민을 제대로 조명하기 위해서

나의 원래 꿈은 분쟁지역에서의 긴급구호였다. 33살

는 인권적인 기준에서 먼저 자기 자신을 점검하고, 내

에 무작정 캐나다에 갔고 돌아와서 미국 긴급구호 단

가 왜 이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해본 후

체에 가려 했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서울에 머

신중하게 행동하고 다가가야 한다.

물게 되었다. 이후 지역에서 시민운동을 하다 보니 나 이가 마흔이 넘어가게 됐는데, 문득 가슴에 품었던 난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발걸음

민에 대한 꿈이 솟아났다. 서울에 와서 보니 난민들이 정말 많더라. 이 사람들을 지원할 수 있는 단체가 필요

“분명 하나씩 나아진다. 하지만 길게 바라봐야 하고 인내를 가져야 한다”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에서 상경해서 어려운 상 황 가운데 단체를 만들었다. 힘들지만 행복하다. 국제 개발이든 난민이든 현장을 오가는 것이 가장 좋은 대안

A: 인권과 더불어 정의(justice)는 매우 중요하다. 우

이라고 생각한다. 책상 앞에서만 아프리카, 아시아 국

리 사회가 민주주의를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가들을 논하지 말고 직접 발을 내디뎌 보길 바란다.

끊임없이 투쟁해왔다. 지금도 아프리카에서는 빈번히 내전이 발생하고, 정치적 부패도 공공연하게 벌어지

인터뷰 내내 글로 담아내기가 어려울 정도로 그 이

고 있다. 그 안에서 사회 구조를 바꾼다는 것이 얼마

상의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 사회와 법제가 정의하는

나 어려운지 안다. 나도 22년째 시민운동을 해오고 있

난민과 달리, 김성인 사무국장은 난민을 ‘용기 있는

는데 한국이 민주주의에 입각하고 있지만 여전히 관

사람’ 이라고 이야기했다. 사람으로서의 난민을 이해

피아들이 많지 않나.

하고, 이들의 삶을 다시금 이해해볼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결국 혁명적 변화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대신 상황을 개선하고 바꿔나가려면, 끊임없는 인내와

난민은 사회적 상황으로 인한 임시적인 신분일 뿐

노력이 필요하다. 1,2년 해서 완벽히 이뤄지는 게 아니

나와 다를 이유가 없는 똑같은 사람이다. 한국 사회에

다. 10-20년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모두 걸어도 끝

이들을 억지로 적응시키려 하기보다 ‘관계 맺음’을 통

내 변화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지금 이 자리에서

해 그들과 진정한 이웃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더불

우리가 난민들이 스스로 깨우치고 고민할 수 있도록

어 인권, 정의와 같은 가장 근본적인 가치에 대한 질문

어떻게 조력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나가야 한다.

을 계속 던지고 이를 정책과 제도에 적용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여나가야 한다. 느리더라도 꾸준

현장으로 가세요! 현장으로 오세요!

한, 제대로 된 여러 명의 한 걸음이 가장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내, 노력, 시간을 들여서 말이다.

“담을 넘지 않은 채 적절한 수준에서 하는 활동은 지 양하라”

어느 시인이 말했다.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사랑

Q. 마지막으로 난민지원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으로 작은 일을 하는 것, 작지만 끝까지 꾸준히 밀어

청년들에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

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아는 가장 위대한 삶의 길이다.‘

A :더 많은 젊은 사람들이 현장으로 갔으면 좋겠다. 또 난민인권센터와 같은 또 다른 현장으로 찾아왔으면 좋 겠다. 또한 안정적인 일이 아니므로 어느 정도 모험을 각오했으면 좋겠다. 나는 배낭여행을 계기로 여기까지 ODA Watch

권희설, 김한나, 변정희 작성, ODA Watch 청년활동가 (아프리카팀) / lucy5848@gmail.com 15


지구촌 새마을운동 대응 ●

폭주하는 새마을호 열차는 어디를 향해 가야 하나 새마을운동 ODA를 둘러싼 워치인의 다양한 시선

▲ 새마을운동 ODA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구성원들의 모습 ⓒ ODA Watch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새마을운동을 국제개

청년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지구촌 새마을운동 감시단

발협력에 적용하여 해외에 전수하려는 움직임이 활

(TF)을 구성하여 1970~ 1980년대 역사적 맥락에서

발해졌다. 최근 제 18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통해

의 한국 새마을운동부터 현재 시행되고 있는 새마을

정부는 그간 여러 부처에서 산발적으로 시행되던 새

운동 ODA시범사업까지 전반에 대한 기초 학습을 해

마을운동의 세계화 사업을 ‘지구촌 새마을운동’으로

왔다. 이를 토대로 새마을운동ODA이슈에 대한 향후

명명하고 한국 ODA의 대표 사업으로 본격 추진해

단체의 대응 원칙과 전략을 고민하던 중, 먼저 새마을

나갈 것임을 공표했다. 이에 ODA Watch는 올해 초

운동 ODA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들어보고 하나로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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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새마을운동 대응


으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래서 지

금작물 등의 외부자원을 통한 소득증대는 단기적인

난 6월 27일 ODA Watch의 전 구성원인 실행위원회

이익에만 치중하게 되어 장기적인 발전이 어렵다는

와 사무국, 청년활동가들이 모두 모였다. 새마을운동

점을 지적하며, 소득증대가 최우선 목표로 설정되는

ODA에 대한 ODA Watch의 입장은 조직 구성원들

것 자체에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의 생각이 한곳에 모이고, 서로 간의 치열한 고민과 논의 끝에 만들어져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마련된 자

새마을운동 ODA 사업이 지니고 있는 원칙과 가치

리였다. 토론회는 △상반기 지구촌 새마을운동 감시

들이 개도국 현지 문화와 전통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단의 학습 결과를 공유하고 △새마을운동ODA에 대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해 참가자들의 논의를 거쳐 △토론 내용을 종합하여

입을 모았다. 예를 들어, 우리의 기준에서 봤을 때 게

새마을운동ODA에 대해 ODA Watch가 내세워야 할

으르고 느긋한 모습들이 실은 현지 전통과 종교 등과

공동의 입장을 정립하는 순서로 이뤄졌다.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점 을 간과하고 국민성 등을 운운하고 근면, 자조, 협동을

새마을운동 ODA, 무엇이 문제인가?

무조건적으로 내세우며 정신의 개조를 요구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식민주의적 발상이 되어버릴 위험성이

지구촌 새마을운동 감시단의 학습 결과를 바탕으로

높다는 점도 강력하게 제기됐다.

오늘날 새마을운동 ODA 사업의 추진 현황과 이로 인 해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오고

현재 국제사회가 강조하는 핵심 원칙, 가치와 새마

갔다. 먼저 새마을운동 ODA사업의 지속가능성 문제

을운동 ODA가 서로 양립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

가 제기됐다. △새마을운동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역

로 지적됐다. 새마을운동에 내재된 의식개조는 오늘

량을 지닌 시니어급 전문 인력이 부족하며, 새마을 봉

날 국제사회가 내세우는 주인의식, 원조일치 등의 가

사단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 파견되는 활동가들의

치와는 어긋나기 때문이다. 현지의 전통, 역사, 종교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 △마을회관 건립, 화장실 개

등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배제되면 식민주의적, 제국

량, 도로 포장 등 인프라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

주의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이날 모인

다는 점 △ 새마을봉사단, 새마을 리더와 같은 현지 파

이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견 활동가들에 따라 사업 방향이 좌지우지 되고 있다 는 점 등이 핵심적인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한편, 새마을운동 ODA가 일부 수원국 정부의 독 재체재 유지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

이와 함께 새마을운동 ODA의 핵심 목표 중 하나

됐다. 한 토론자는 한국 정부에 새마을운동 ODA지원

인 소득증대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선이 제기됐다. 우

을 요청한 캄보디아, 우간다, 르완다, 에티오피아 등의

선 단기적 관점에서는 새마을 사업에 따른 소득증대

국가들 대부분이 독재체제 또는 권위주의 체제를 토

의 성과가 크게 두드러져 보일 수 있지만 사업의 첫

대로 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독재체제를 유지하

시작 당시 공여기관이 원조를 통해 실제로 투입(in-

고 있는 캄보디아 훈센 정부의 임차리(YIM Chhayly)

put)하는 재원의 막대한 양을 고려하면 생각보다 산

부총리 일행이 최근 한국을 방문하여 새마을운동 초

출물(output)이 크다고 간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

청연수를 받은 것을 일례로 상기시키며, 새마을운동

히 장기적으로 봤을 때 외부 지원이 모두 중단되고 난

ODA가 결국에 부정부패와 비민주적 정치행태를 보

이후에도 증대된 소득규모를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갈

이는 수원국 정부들의 독재를 정당화하고 연장하는데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나아가 새마을운

기여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동 ODA에서는 생산-판매-유통으로 이어지는 가치 사슬(Value chain)이 고려되지 않아 애그로비지니스

국제개발협력으로서의 새마을운동은 가능한가?

(기업식영농, agrobusiness) 등의 지속적인 소득증대 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하

그렇다면 새마을운동은 왜 ODA가 되어야만 할까.

여 한 토론자는 자발적이고 내생적인 발전이 아닌 환

새마을운동을 국제개발협력에 적용하는 것은 과연 가

ODA Watch

17


능한 일일까? ODA Watch 구성원들은 아직 국내에

Watch의 새마을운동 ODA에 대한 입장과 역할에 대

서도 평가가 양 극단으로 갈리는 새마을운동을 해외

한 토의가 활발히 이어졌다. 이미 새마을운동 ODA호

에 전파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일

열차는 기적을 울리며 출발한지 오래이며, 현 정권 들

단 1970~1980년대 당시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할

어 더욱 가속도를 내며 맹렬히 달려가고 있다. 현 상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도시의 저임금 구조나 산업화를

황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새마

위한 농촌의 희생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음에도 불

을운동 ODA가 정말 개발도상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

구하고, 새마을운동을 성공적인 농촌의 발전 경험으

도록 열차의 선로를 바꾸기 위한 목소리를 높여야 할

로 내걸어 이를 ODA 모델로 전수하는 것은 맞지 않

까, 아니면 달리는 열차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해야 할

다는 시각이었다. 심지어 독일의 한나 아렌트 연구소

까. 이에 대해서는 구성원들 간에도 약간의 이견이 존

가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집단적 전체주의의 사례로

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꼽고 있음을 고려하면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 가 있다고 언급한 토론자도 있었다.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ODA Watch가 한국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단체로서 지녀야 하는 역할

과거 새마을운동의 가치를 ODA에 적용했을 때 양

과 입장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통해 최

립 가능한가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한 토론자는 새

소한의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더 나은 새마을운동

마을운동이 내걸었던 △근면△자조△협동이라는 가

ODA를 위한 제언과 개선 방향은 우리가 아니어도 이

치는 주민의 자발성과 자립이 핵심인 반면 ODA는 본

미 정부와 학계 등 전문가 집단에서 방대한 분석을 내

질적으로 비자발적이며, 외부로부터의 일방적 개입이

어놓고 있다. 그러나 새마을운동 ODA가 지니는 맹

불가피한 성격임을 고려할 때 새마을운동을 ODA와

점과 방향성의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 제기는 현

결합시키려는 시도 자체에 모순이 있음을 지적했다.

재 국내 개발협력 사회 안에서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

또한, 새마을운동이 한국의 역사나 국민성 등과 유기

지 않고 있기에 더욱 필요하다는 점에 자리에 함께한

적으로 연계되어 태생된 점을 고려하지 않고, 저마다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물론 기술적 분석과 전문성에

다른 문화와 지역성, 국민성을 지닌 개발협력 현장에

기초한 문제제기는 타당한 근거를 토대로 이해관계자

일방적으로 새마을운동의 정신과 가치를 주입하려는

들을 설득하는데 있어 필수적이지만, 우리가 할 수 있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는, 해야 하는 역할은 이러한 현상적인 문제를 한국 ODA의 근본적 철학과 가치에 대한 의문과 함께 엮어

현 정권의 역점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새마을운동

나가는 것임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ODA의 태생적인 특성 상, 정권이 바뀌면 유지될 수 없으리라는 비관적 전망도 제기됐다. 대표적 사례로

ODA Watch, 달리는 열차의 브레이크를 잡자!!

이명박 정권 당시 녹색성장의 기치 하에 녹색 ODA에 대한 막대한 지원이 이뤄졌으나 정권이 바뀌며 전면

활발한 토론 끝에 ODA Watch는 새마을운동

중단됐던 것을 들 수 있다. 정권 변화에 따라 ODA의

ODA가 한국 ODA를 대표하는 모델로 적합하지 않

철학과 기조가 큰 영향을 받고 있는 현 한국원조 체제

으며, 새마을운동 ODA에 내포되어 있는 가치와 원칙

내에서 새마을운동 ODA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

들이 개발도상국의 문화와 환경, 종교 등 현장의 다양

는 문제제기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했다.

성을 배려하고 포용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을 합의하 게 되었다. 이와 함께, 지속가능성과 실효성을 보장하

문제 많은 새마을운동 ODA, 이대로 가야 하나?

지 않고 양적 성장에 치우치고 있다는 점에서 중단되 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세웠다. 또한, 우리의 역할

그렇다면 ODA Watch는 새마을운동 ODA를 어

은 이러한 문제 인식을 토대로 정부와 시민들에게 계

떻게 바라봐야 할까. 현 정권의 새마을운동 ODA 확

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것임을 상호 확인했다. 앞으로

대 현상에 대한 논의와 문제의식에 대한 토론에 이어

지구촌 새마을운동 감시단은 우선 시민들에게 어떻게

한국 국제개발협력을 감시하는 시민사회로서 ODA

하면 보다 효과적이고 설득력 있는 방법으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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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새마을운동 대응


를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나갈 계획이다. 시 민의 관심 없이 더 좋은 ODA는 실현되기 어렵다. 우 리의 세금으로 조성되는 ODA 자금이 개도국의 발전 에 더 적합한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나와, 우리, ODA Watch와 한국 시민사회의 ‘감시자’ 역할이 매 우 중요하다. 지구촌 새마을운동 감시단이 그 첫걸음 을 잘 엮어나갈 수 있도록 많은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를 부탁한다.

강현지, 김성지, 남종민 작성 ODA Watch 청년활동가 (지구촌 새마을운동 감시단 TF팀) / kn0612@daum.net

▲ 새마을운동 ODA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구성원들의 모습 ⓒ ODA Watch

ODA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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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 알파 운동 ●

* 기부 + 알파(@)?! 시민 기부인식조사 캠페인

어디에 기부하고 싶으세요?

▲ 여의나루역 한강시민공원에 마련된 고정부스 모습(왼쪽)과 인식조사 캠페인에 활용된 이동용 판넬(오른쪽) ⓒ ODA Watch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듯한 흐린 토요일을 보

운동입니다. 그간 ‘티셔츠의 기적’ 캠페인, 아이티 지진

내고 화창하게 개인 6월의 마지막 주 일요일 오후 서

긴급구호 모금, 국제개발협력 NGO들의 해외아동결

울 여의나루역 인근 한강시민공원에 ODA Watch 청

연 사업 등 대표적인 모금 사례들을 다루어 왔습니다.

년활동가들이 떴습니다! 이미지에 따른 시민들의 기 부 행위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서였지요!

올해는 개발 NGO의 책무성과 투명성에 집중했던 지난 운동에서의 부족했던 점들을 보완하여 운동의

ODA Watch는 NA(Networking & Advocacy)팀을

대상을 개발NGO, 기부자(국내 시민), 현지 주민으로

중심으로 기부금을 사용하는 단체와 기부금을 내는 기

확장하고 대중들이 가장 친숙하게 접근하는 ‘이미지

부자가 모두 책임을 갖고 건강한 기부문화를 만들어가

를 활용한 미디어 모금 홍보물(사진, 영상 등)’에 관해

자는 취지로 지난 2011년도부터 ‘기부+알파’ 운동을

중점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습니다. 이번 캠페인은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기부+알파 운동’이란 단지 기

상반기에 실시한 주요 개발NGO의 미디어 모금 사례

부를 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기부한 돈으로 사

조사 및 관련 논문들을 학습한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

람들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기부한 돈이 제대로

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모금 이미지에 대한 대중들의

쓰였는지 등에 대해 한번 더 관심을 갖고 물어보자는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20

기부 + 알파 운동


월 3만원이면 이 아이를 살릴 수 있습니다

월 3만원으로 이 아이의 미래를 지켜주세요

▲ 인식 조사 캠페인에 활용했던 두 가지의 이미지 ⓒthe Sunday times(왼쪽), scaling up nutrition(오른쪽)

인식조사를 위해 선정한 이미지는 위와 같이 엄마와

을 하는 두 가지 방식으로 활동했습니다.

아이가 공통적으로 등장하지만 한쪽은 엄마가 아이와

주말이라 한강공원에는 가족, 연인, 친구들과 놀러

웃고 있는 밝은 이미지, 다른 한쪽은 엄마가 마른 아

나온 사람들이 많아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을 만날

이를 안고 있는 어두운 이미지로 선정했습니다. 이렇

수 있었고 총 361명이 캠페인에 참여했습니다. 스티

듯 서로 상반된 분위기의 이미지와 문구를 제시한 후

커를 붙이면서 왜 이 이미지를 선택했는지, 현재 국내

시민들에게 어디에 기부하고 싶은지 선택할 수 있도

외로 기부 활동을 하고 있는지 등 실제 시민들의 기부

록 했는데요. 유동 인구가 많은 위치에 고정부스를 두

현황과 평소 가지고 있던 여러 가지 생각들을 들어볼

는 동시에 조를 나누어 직접 사람들에게 다가가 질문

수 있었습니다.

▲ 인식 조사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 ⓒ ODA Watch ODA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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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 ODA Watch

캠페인 결과, 엄마가 마른 아이를 안고 있는 어두

반반 나뉘어졌는데요. 캠페인을 통해 여전히 자극적

운 이미지를 선택한 사람이 약59%(212명)로 에 달했

인 정보에 민감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시민들이

고, 대부분 “아이가 너무 말라서 불쌍하다”, “도움이

더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과반수

더 절실해 보인다”, “다른 것보다 생명이 가장 중요하

이상이 거의 자동적으로 어두운 느낌으로 동정을 호

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어두운 이미지

소하는 이미지를 선택했다는 점은 우리가 그 동안 접

의 사진은 너무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이다.”, “자극적

해온 많은 모금 이미지들이 감정을 자극하는 획일적

이라 마음이 불편하다” 등의 이유로 엄마가 웃고 있

인 형태로 사용되어 왔고 대중 또한 그런 느낌에 익숙

는 밝은 이미지를 선택한 사람도 많았습니다. 이 외에

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예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이미지에 기부를 하면 삶이 더 행복해질 것 같다”, “희망의 여지를 준다”, “밝고 따뜻한 느낌이다”는 의 견도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부정적인 이미지 에 불편함을 느끼고 밝은 이미지를 선택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통해 앞으로 기부문화가 변화할 수

본격적인 캠페인 전 가졌던 활동가 내부 회의에서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많은

는 “아무래도 자극적인 이미지에 사람들이 더 관심을

시민들이 캠페인 활동 취지에 공감하며 적극적으로

갖지 않을까?” 라는 의견과 “이전과는 다르게 밝고 희

참여를 한 지금의 현상도 변화를 향한 한 과정이 아닐

망찬 이미지에 마음이 더 갈 것 같아!” 라는 의견으로

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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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 알파 운동


앞으로 ODA Watch NA팀은 이 캠페인을 시작으 로 미디어를 활용한 기부 및 모금에 대해 대중들과 더 많이 소통하는 기회를 넓혀가고자 합니다. 모금을 직 접 담당하고 있는 단체 실무자 및 미디어에 등장하는 당사자인 현지 주민들의 생각도 들어보면서 기부문화

▲ 고정부스에서 친구들과 함께 인식조사에 참여하고 있는 시

에 대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가고

민들(아래쪽)과 캠페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시민들(위쪽)

싶습니다. 햇볕 쨍쨍한 더운 날씨에도 즐거운 마음으

ⓒ ODA Watch

로 함께한 활동가들과 기꺼이 시간을 내어 저희의 목 소리에 귀 기울여준 많은 시민 여러분께 감사 드리며, 앞으로 계속될 ‘기부+알파 운동’의 행보에도 많은 관 심과 응원 부탁 드립니다.

이유정 ODA Watch 청년활동가 / dara_lee@naver.com

ODA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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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스케치 ●

국제와 국내의 경계를 허무는 첫 발걸음을 내딛다 - 세월호 참사를 성찰하는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 열린 토론 이야기지난 4월 이후,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

철된 세월호 국제선 띄우기에 동참하고 있었던 것은

다. 6월도 막바지에 달했는데 마음은 4월 중순에 멈

아닌지 스스로에게 아픈 질문들을 던져보기 위해 마

춰있는 듯한 기분이다. 설마 하던 며칠을 보내고 정말

련되었던 이 자리에서는 차분히, 그렇지만 열정적으

로 그 많은 탑승객들이 다시 뭍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로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을 때, 그 순간 이후로는 어떻게 지내왔는지 아득하다.

회의감과 괴리감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끔찍한 슬픔과 분

이날 토론회의 전체적인 진행을 맡았던 남부원 한

노를 안고,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활동가들은 5월 말

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KoFID 운영위원장)은

부터 거리로 나섰다. 손수 피켓을 만들고 2-3명씩 순

먼저 통합된 문제의식으로 국제 문제와 국내 문제를

번을 정해 퇴근 후 또는 주말에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

바라보아야 한다며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주는 의

한 특별법 제정 촉구를 외치며 서명을 모았다. 이렇게

미와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조직적이고 적극적으로 개발협력 NGO의 활동가들 이 국내 문제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라고 할 수 있을

곧 세월호 사고를 겪으며 느꼈던 회의감과 괴리감

정도로, 그렇게 세월호 참사가 가져다 준 충격과 아픔

에 대한 고백이 이어졌다. 민정희 로터스월드 국장은

은 무겁고 날카로웠다.

우리가 활동하는 소위 ‘개발도상국’이라는 현장보다 한국이야말로 낙후된 곳이 아닌가, 이 일을 계속 해야

먼 나라에서의 빈곤 퇴치를 위해 하루하루 바쁘게 일하는 개별협력 NGO 활동가들은 어떤 생각으로 이

하는가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고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간들을 보내왔을까? 우리는 개발협력의 해외 현장 을 넘어 사회에서 발생하는 아픔과 고통에 대해서 무 엇을 해야 할까?

국제개발협력 애드보커시 활동을 한다고 국제문제 에 대한 비판적 문제제기를 열심히 해왔지만 정작 내 부의 문제에는 소홀했던 점에 반성과 회의가 들었다

이러한 의문을 품었던 활동가라면 6월 18일에 열

는 의견이 이어졌다. 윤지영 ODA Watch 정책기획

렸던 ‘사람이 중심이 되는 개발을 생각하다 - 세월호

팀장은 한국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가 국내사회의 여

참사를 성찰하는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의 열린 토

러 갈등과 문제들을 우리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치부

론’에 반가움을 느꼈을 것이다. 우리 안에 세월호는

해 왔던 것 같다며, 실제 하는 일과 본인이 살고 있는

없는지, 알게 모르게 우리도 성장주의, 실적주의로 점

사회의 문제 간의 괴리가 무척 컸던 것 같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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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스케치


▲ 토론에 참석한 개발협력 NGO 활동가들의 모습 ⓒ KoFID

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지구상의 건강한 ‘발전’을 위

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 정부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해서는 국제와 국내를 구분 짓는 경계의 틀을 벗어나

올바른 소리를 내는데 어려움이 생겼고, 겉으로는 민

야 한다는 것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었다.

주 사회지만 시민들은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자제하는 분위기라는 것을 느낀

공감의 부재와 국가의 역할

다고 하였다. 사회자는 사회의 상층부에서는 기득권 동맹에 따라 세습자본주의가 형성되어 있고 공감 부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공감의 부재가 우리 사회가 지

재, 경쟁, 적자생존에 동화되도록 나름대로의 자기 규

닌 큰 문제로 와 닿았다.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제

제를 하고, 하층부의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은 사회

정을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에 참여했던 활동가들은

문제에 눈 돌릴 틈이 없는 상황이 복합적으로 건강한

거리의 무관심한, 때로는 적대감을 표출하는 시민들

사회에 해가 되고 있다면서 이 역시 장기적으로 시민

을 보며 많은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한다. 본인들의 문

사회가 넘어서야 할 과제의 하나라고 말했다.

제로 느껴지지 않는 일에 대해 사람들은 시간과 마음 을 쏟지 않았다. 자기 먹고 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할

조이슬 ODA Watch 간사는 세월호 참사에 관해

수 밖에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는 폐해일 것이다.

SNS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서 국가란 무엇인가에

민정희 로터스월드 국장은 공감의 부재에 대해 문제

대한 사람들 간의 확연한 인식 차이를 직접 확인할 수

를 제기하며 우리가 따르지 않아야 할 가치들이 우리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왜 정부

사회에 팽배해져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 책임을 묻느냐’는 반응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

가족, 지역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

었다. 국가가 시민의 생명과 안전 보장을 위해 어떤

며 국내에서의 개발 NGO들의 사회적인 기여도를 높

책무성을 부담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필요

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시점이다. 사회자는 역사적으로 국가가 어떤 역할 을 하고 어떤 순기능을 하는지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사회자는 알게 모르게 체제에 순응하게 되는 현실 ODA Watch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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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참여와 정치적 낙인의 문제

본부에서는 최근 세월호 사건과 관련하여 약 한달 간 명동성당 성모동산에서 추모부스를 운영하고 세월호

KoFID 사무국의 간사로서, 필자가 던진 질문은 정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서울교

치색에 대한 부담감에 관한 것이었다. 여러 가지 국내

구 차원에서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천만인 서명운동

상황에 큰 안타까움을 느끼며 단체 차원에서 적극적

에의 동참을 요청하는 공문을 내려 각 본당의 협조를

으로 행동하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보편적인 인권과

구하기도 했다.

개발도상국의 지원을 이야기하는 단체가 아니라 정치 색을 가진 단체로 보이게 될 것 같은 부담감을 느꼈기

사회자는 애드보커시 활동은 정치적인 성격을 가

때문이다. 특히 정부 지원 사업의 비율이 높은 단체에

질 수밖에 없으나 시민사회의 입장에서 정의로운 정

서는 정부와 파트너십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느낄

치 참여와 정당적 편당성을 가진 정치 참여는 구분 지

수 있고 동시에 대중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는 부담

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회를 보다 정의롭

감을 느낄 수도 있다. 아동이슈를 다루는 세이브더칠

게 만들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기 일을 하는 것과 특

드런의 박선화 사원도 지난 대선 때 후원자들을 대상

정 정당의 편에 서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의견이었다.

으로 순수하게 아동 정책만을 중심으로 대선 후보들

한편 진영 논리의 잣대로만 모든 행위를 바라보는 사

의 정책을 평가한 결과를 전달하고자 하더라도 정당

람들이 있기 때문에 진보적인 단체들이 스스로 시민

별로 긍정적, 부정적인 결과로 나뉘는 경우 정치적인

들과의 거리를 두게 되지 않도록 과격한 용어를 순화

색을 띠는 것으로 오해가 생길까 봐 조심스러웠던 일

하여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사회 참여의 정치색에 대한 부담을 느껴야 하는 현 이에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김운주 간사는 교회기

실에는 미디어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른

관으로서 사회 이슈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바 5대 권력에 포함되는 미디어가 정치적인 색을 갖

참여해야 한다는 단체의 입장을 전달했다. 간혹 신자

고 적극적으로 정치 구도를 기획, 주도하고 있고 기업

들 중에서 교회가 정치,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권력, 언론 권력 등과 같은 몇 개의 권력 집단이 수 세

활동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프란

대에 걸쳐 고착화 되면서 정치적 프레임으로 시민사

치스코 교황이 권고문 ‘복음의 기쁨’을 통해 밝힌 바

회 활동을 제약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대한 대안으

와 같이, 최근 교회 안에서는 교회 내에 머무르지 않

로는 시민사회가 권력 감시가 아니라 주민들의 문제

고 교회 밖으로 나아가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해야 한

에 같이 천착하여 이것을 사회까지 확장하는 움직임

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한마음한몸운동

이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 차분하고도 진중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 ⓒ KoF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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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스케치


KCOC의 전지은 대리는 정치적인 색을 갖는 것을

표이기도 한 남부원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밝혔다. 오히려 세월

은 특별법 제정 천만인 서명운동과 노란 리본 뱃지 달

호 참사를 정치적인 문제라고 이야기하고 시민사회

기 운동을 통해 세월호 문제가 잊혀지지 않도록 하는

에서 두려움 없이 적극적으로 정치 참여를 해야 한다

것을 기본적인 대응활동으로 소개했다. 또한 범국민

는 의견이었다. 필자 역시 평소에는 정치적임을 두려

진상조사위원회 수립의 촉구, 국정조사 과정 모니터

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정치 참

링,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장기

여는 시민이 가진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다. 다만, 단

적으로는 사회, 정치, 행정, 사법 등 곳곳의 관피아를

체와 조직의 차원에서 정치 참여를 하는 것은 생각보

척결하기 위한 과제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7월

다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여러 활동가들이 국내

18일 희망제작소에서 기획 중인 “세월호 참사 무엇을

의 여러 갈등 사안에 관해 의견을 내고 싶지만 조직

해야 하나”에 관한 노란 테이블 시민사회회의에 대해

내의 지지와 인정을 받지 못 해 불안함을 느낀 경험

소개하며 KoFID를 포함한 개발협력 단체들이 참여

을 가지고 있었다. ODA Watch의 윤지영 정책기획

하여 개발협력 의제를 맡아 함께 논의할 것을 제안했

팀장은 조직에서 실무자들이 이런 문제에 나서는 것

다. 덧붙여 우리 사회의 교육을 안보교육에서 평화교

을 이상하게 여기거나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

육으로, 세계시민교육, 민주시민교육으로 변화시키

하면 참여하고 드러내는 것이 위축되므로 조직, 기관

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으므로 여기에 개발협력단

차원에서 국내 이슈에 대한 참여를 인정해 줄 수 있는

체들도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문화가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아직 한국 국 제개발협력 시민사회 내에서의 세대간 간극이 큰 점

KOCO 강인남 대표는 시민사회를 포함하여 여러

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세대간의 조화 없이는 국제개

단위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월호 대응 활동이 유가족

발협력 시민사회의 건강한 문화 형성은 갈 길이 멀다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가족에게

는 지적이다.

계속 묻고, 시민사회는 그 안에서 제안되는 것을 지원 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정 세력의 부각을

KOCO의 강인남 대표는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의

지양하고 유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운동이 사회적으로

토대를 튼튼히 세워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더 큰 공감대 형성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이슈에 대해 정부

국내외 어느 현장에 있든, 주민 또는 피해자의 입장에

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단체들이 불이익

서 필요한 것을 지원하고 그들의 권리 실현을 위해 힘

을 받는다면 다른 단체들이 정부와 사회에 문제제기

을 실어주는 것이 시민사회의 역할이고 이것은 세월

를 하고 같이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이

호 문제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익을 받는 것이 두려워서 숨으려 한다면 더 나은 시대 가 올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공감이 갔

앞으로의 계획

다. 로터스월드의 민정희 국장은 스스로 정치적임을 부정하지는 않되 국민들의 수준에 맞게 접근해야 할

사회자는 그 동안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어떤 문제가 있어 국가에

을 가리키는 모든 지표가 성찰 없이 경제적인 관점

게 시정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정치적이다. 하지만 그

에서만 이루어졌으며 이는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도

것을 표현하는 방식을 국민들에게 납득시킬 필요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지속적인 성찰의 기회를 위해

있는 것이다.

KoFID와 KCOC 등 연대체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진 지하게 토론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

세월호와 시민사회의 역할

조했다.

현재 각계각층의 시민사회에서는 세월호에 대해 다

이어 무엇보다도 개발협력의 근본을 묻고 영역이

각도로 대응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활발하게 세월호 대

다르더라도 서로 소통하고 연대하는 노력이 필요하

응활동을 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공동대

다고 말했다. 시민사회가 튼튼하지 않으면 더 나은 사

ODA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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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를 얻는 것은 힘들 것이다. 시민사회 내부에서 서로

사회자도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는 마음으로 장

합심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KOCO의 강인남

기적인 비전을 갖고 정진해가자고 이야기했다. 세월

대표는 이를 위해서는 큰 단체와 작은 단체의 균형,

호 참사에 관련된 질문들을 우리의 과제로 계속 품고

세대 간의 균형을 조화롭게 유지하여 시민들이 자발

토론과 실천이 이어지도록 노력하자는 말로 토론회

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는 마무리 되었다.

로터스월드의 민정희 국장은 KOICA나 KCOC에

이 날의 토론회는 수십 명, 수백 명이 모이는 화려한

서 진행하는 교육을 기능적, 방법론적인 면에서 탈피

행사는 아니었다. 바쁜 업무에 치여 들르지 못한 활동

해 기본 철학과 가치에 대해서도 다루어야 한다는 의

가가 많았고 책임자 급의 관심도 크지 않았다. 그렇지

견을 내었다. 이에 대해 필요성은 많은 기관에서 인

만 참가한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작게 나마 희망의 싹

지하고 있지만 실제로 근본을 다루는 교육 프로그램

이 텄다. 나무를 심는 사람처럼 천천히 가자는 말이

을 개설했을 때 실무자들의 참여도가 높지 않아 실현

마음 속에 오래도록 맴돈다. 서서히 국내와 국제의 경

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당장 이 날

계를 허물어 가며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내 주위의 고

의 토론회에도 많은 실무자들이 업무에 바빠 참석하

통 받는 사람들을 살필 때 차차 가슴 속 복잡한 질문

지 못 했던 것을 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들의 답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당장에 큰 숲을

기본 철학과 가치에 대한 교육 활성화가 KOICA나

일굴 수는 없을지라도 꾸준히, 천천히 나무를 심는 사

KCOC, 혹은 KoFID에서 꼭 추진해 나가야 할 과제

람의 마음으로 우직하게 나아가리라. ‘잊지 않겠습니

중의 하나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 행동하겠습니다’ 라는 다짐 한 켠에 새로운 희망 과 각오를 새겨 넣는다.

마무리하며 이 날은 개발협력 현장에서의 실적주의, 성과주 의, 일방적 개발주의에 대해 미리 준비했던 질문들 을 던져보기도 전에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하루 만

문도운 작성,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간사/ kofid21@gmail.com

에 모든 것을 다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이다. ODA Watch의 윤지영 팀장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정의란 무엇인가’, ‘발전이란 무엇인가’ 등에 대해 이야기하 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하며 한 번 에 모든 것을 이루려고 하거나 반응이 소극적이라고 해서 금새 포기할 것이 아니라 끈기 있게 논의를 지속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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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스케치


ODA Watch 이모저모●

대지의 열기를 식혀주는 장맛비처럼 시원한 7월의 소식 예년보다는 조금 늦은 장마가 시작되는 7월 입니다. 바쁘게 지내다 보니 벌써 한 해의 반이 다 가버렸는데 요~ 독자 여러분들의 기억 속에는 지난 시간 중 어떤 일들이 가장 기억에 남으시는지요? 유독 지나간 반년에는 슬프고 어지러운 소식들이 가득했지만 함께 아픔을 이겨내려는 노력도 많았던 시간 이었습니다. 워치도 지난 아픔을 기억하며 담담히 여러 활동들을 이어갔는데요~ 남은 2014년에는 희망차 고 기운 나는 소식들로 가득하길 소망해보며 6월의 소식을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 미얀마 전국학생연합(ABFSU) 활동가들, ODA Watch 사무국에 찾아오다!

▲ 미얀마에서 온 Phyoe Phyoe Aung (왼쪽)과 Lin Htet Naing (오른쪽) 활동가와 이야기 나누는 모습ⓒ ODA Watch

지난 6월 25일(수) 저녁, 미얀마에서 반가운 두 손님 이 찾아왔습니다. 미얀마 전국학생연합(ABFSU)의 Lin Htet Naing 활동가와 Phyoe Phyoe Aung 활동가였는 데요. 다음날 오전에 떠나는 촉박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며 저희 사무국을 방문해 주셨습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미얀마 상황에 대한 고민을 나누어 주셨는데요. 미얀마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미얀마 정부에 게 교육 제도 개선에 대한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제기하려 고 하지만, 정부가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 려 하고, 시민단체가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절차가 없어 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미얀마가 경 제개방을 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일본, 미국, 중국 등 많은 ODA Watch

공여국들이 앞다퉈 원조를 제공하기 시작했는데요. 특히 자금력을 바탕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중국에 대한 미얀마 국민들의 반감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미얀 마를 위한 원조가 아니라 중국의 이익을 위한 원조라는 점이 확연히 느껴진다고 해요. 또 활동가분들은 한국의 대 미얀마 교육 ODA 규모와 집 행 현황에 대해서도 궁금해하셨답니다. 개도국 현지 시 민들이 자국에서 벌어지는 원조 사업에 대한 정보를 파 악하고, 스스로 권리를 지켜낼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 서라도 한국 원조가 하루 빨리 조금 더 투명해졌으면 하 는 마음입니다.  언제 어디서, 누구나 원하는 한국 원조 사업의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는 그날이 오길 기 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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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DA Watch 새로운 도약을 위한 비전전략팀의 첫 걸음! 지난 OWL 매거진 89호에서 비전전략팀이 구성되었다 는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5월과 6월에는 본격적인 액 션플랜을 구상하기 전! 우리가 참고하고 배우고 싶은 국 내외 시민단체들의 중장기 전략 문서와 함께 단체들의 발 전 역사에 대해서도 살펴보는 학습 시간을 가졌답니다. 1차 세미나에서는 3개의 해외단체(Action Aid, OxFam, CIVICUS)의 전략문서와 발전 역사를 살펴보았고, 2차에 서는 국내단체인 참여연대와 3개의 해외단체(Mekong

Watch, Social Watch, IBON)에 대해 학습해 보았습니 다. 역사가 깊고 활동의 폭이 넓은 단체들인 만큼 워치가 참고해볼 전략이나 사업들이 많았는데요~ 다음 전략팀 회의시 벤치마킹할 항목들을 정리해보고 전 략 수립 시 참고할 사항들을 함께 논의해보기로 했답니 다. 두 차례 가진 세미나 내용은 이후 OWL에서 소개할 테니 참고해주시고, 비전전략팀의 활동은 이모저모를 통 해 계속 전해드리겠습니다~ 관심 있게 지켜봐주세요!

■ 국제개발협력의 향한 뜨거운 열정이 시작되다! 여름 국제개발협력 집중워크숍 <국제개발협력 진수성찬> 개최

ODA Watch의 간판 교육 프로그램인 국제개발협력 집 중워크숍이 지난 7월 1일(화)에 대망의 첫 시작을 알렸 습니다. 7월 1일(화)부터 24일(목)까지 한 달간 이어지 는 워크숍은 ‘국제개발협력 진수성찬’이라는 재미있는 제 목으로 찾아왔는데요~ 전채요리부터 후식까지 책임지는 하나의 코스 요리처럼 국제개발에 대한 기본 개념과 주요 이슈를 고루 배우고 심화워크숍 활동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진수성찬’으로 표 현해보았답니다.

더불어 ‘원조투명성, 왜 중요할까?(한재광 ODA Watch 사무총장)’ 라는 주제와 ‘개발 안에서의 평화 찾기’를 주 제로 하는 문아영 대표님(평화프로젝트모모)의 강의를 새롭게 넣어 ‘개발’에 대한 시각을 화~악 트이게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답니다. 바쁜 일정으로 전체 강의를 듣지 못하는 분들도 많으실텐데요~ 총 4회까지 청강이 가능 하니 청강을 희망하시는 분들은 사무국으로 전화(02518-0705) 또는 이메일(training.odawatch@gmail. com)로 문의 주시길 바랍니다. *청강 공지:http://www.odawatch.net/463772#0

■ 김형식 前 ODA Watch 정책자문위원장님의 유엔 장애인권리위원(2015-2018) 재선 소식! 지난 6월 기쁜 소식 하나가 들려왔는데요~ 워치의 정책 자문위원장으로 활동하셨던 김형식 교수님(한반도국제 대학원)의 유엔 장애인권리위원 재선 소식이었습니다. 지난 6월 10일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2015-2018년 ‘장 애인권리위원회(CRPD: Committee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위원 선거가 열렸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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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42개국 중 89국의 지지를 받아 재선이 되셨다고 해 요! 무척 치열했다고 들리는 이번 선거에서 김형식 교수 님의 재선은 우리나라가 그간 장애인 권익 증진 노력에 기여해온 점을 국제사회가 높이 평가한 결과라고 평가받 고 있어요~ 앞으로 더욱 더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노력해 주실 것을 전하며 축하 인사를 보내드립니다~~

ODA Watch 이모저모


■ ODA Watch의 8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한번 더 후원’ 캠페인 지난 OWL 매거진 90호에서 워치의 8번째 생일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워치의 공식적인 생일은6월 2일로 올해 후원회원 여러분과 함께 의미 있게 지내보고자 특별한 축 하인사를 요청해보았지요! 바로 ‘한번 더 후원’ 캠페인 입 니다. 기존에 후원하고 있는 금액을 6월에 한번 더 후원 을 해주는 방식으로 이메일과 문자를 통해 요청을 드렸는 데요~ 총 18분의 회원님들이 캠페인에 참여해주셨고 총 285,000원의 후원금이 모였답니다. 그 외에도 캠페인 참

여는 어렵지만 워치의 활동을 열렬히 응원한다는 메시지 도 많이들 보내주셨어요~ 모두 감사 드립니다. 여러분들 이 보내주신 응원의 목소리와 기운을 받아 더욱 행복한 워 치입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다 함께 만들어가는 워치의 행 복에 동참 해주시지 않겠어요? 워치의 후원회원이 되어 함께 마음과 뜻을 모아 보아요~ * ODA Watch 후원신청 하기!! http://www.odawatch.net/cms

▲ “회원님~~~ 한번 더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ODA Watch

* ODA Watch를 응원하는 회원님들의 한마디 * ◆ Watch의 8주년을 축하합니다^^ 늘 응원합니다!! 감사해요오~ ◆ 항상 응원합니다. :) ◆ 언제나 한결같이~~ ◆ 여덟번째 생일축하해요! ◆ 아자!! ◆ 그대들의 헌신으로 이 땅의 정의가 회복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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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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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살림살이● [ ODA Watch 살림살이 ] ODA Watch는 투명한 재정운영을 원칙으로 합니다. 소중한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워치의 살림살이가 어느 곳에 어떻게 쓰여지는지 후원자 여러분과 OWL 독자들께 보고드립니다. 워치의 살림살이에 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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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살림살이


알려드립니다 ●

10번째 라오이야기는 필자의 사정으로 인해 이번호에는 실리지 않았습니다. 독자여러분들께 양해를 구합니다. 덧붙여 <발전을 다시 생각하다> 코너를 통해 작년 10월부터 매달 연재 되었던 털보쌤의 라오이야기는 다가오는 10회를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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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A Watch는 2006년 설립 이래로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사업 및 정책이 인권 • 평등 • 연대에 기반하여 보다 책임 있게 효과적으로 사용되어 개발도상국의 빈곤퇴치 및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국 대외원조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감시 • 제언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참여형 시민사회단체(Civil Society Organization, CSO)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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