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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6호, 2014.02.05

OWL’s View 강도 높은 원조 개혁 선언을 환영한다!

지금 정부는 2014년 한국 국제개발협력을 들여다보다! - 정부 ‘14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발표 -

발전을 다시 생각하다 털보쌤의 라오이야기 5탄, 현장을 위한 변명

FOCUS “아름답고 행복한 이야기는 충분해” 청년의 목소리로 해외봉사활동을 말하다 - ‘한국 해외자원봉사를 바로잡는 100인 청년마당’ 참가후기 -

FOCUS 2014년 겨울, 국제개발협력 집중워크숍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있었을까요?

FOCUS 캄보디아 노동자 유혈진압사태를 고발한다! 국제민주연대 기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주 캄보디아 한국 대사관과 기업

ODA Watch 이모저모 1월의 워치 소식을 공유합니다~

1월 감사합니다 & 12월 재정보고


발행처

서교동에서

ODA Watch

발행인

변화를 지켜보자

이태주

편집장 한재광

따뜻한 설연휴가 끝나고 추운 입춘이 지났다. 설 연휴 전에 한국 무 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혁신안을 선포했다.

글쓴이

선진 원조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중요한 조직적 변화를 꾀하는

권혁문 이선재 이유정

것 같다.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ODA Watch는 이번 86호 OWL’s

이태주 조이슬 한재광

View를 통해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를 적극 환영함을 밝혔다. 성공적

나현필(국제민주연대)

으로 잘 되어 한국의 다른 원조기관들에게 모범이 되기를 소망한다.

권효진 김성지 김유민 박장근 (‘14 겨울 집중워크숍 수강생)

다만 이러한 혁신이 새로운 수장이 내린 또 하나의 무거운 지시가 아닌, 모든 직원들이 진심으로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는 밝고 신명 나

편집위원회

는 하나의 운동이 되기를 바란다. 국제개발협력을 위해 같이 노력하

한재광 강하니 김성수 남종민

는 한국 사회 동료로서의 바람이다.

윤지영 조이슬 지홍주 이번 OWL 86호는 지난 1월에 개최된 국제개발협력위원회의 주

감수 및 승인

요 결정사항을 소개한다. 독자 여러분이 올 한해 한국 정부가 추진하

한재광 윤지영

는 국제개발협력 정책변화의 큰 그림을 보다 쉽게 파악하는데 기여 하리라 기대된다. 해당 분석기사와 OWL’s View을 통해 한국 개발협

편집인

력의 고질적 문제인 분절화의 심화와 긍정적인 정책적 변화를 동시

조이슬

에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번 OWL은 해외자원봉사 프로그램에 대한 청년들의 자발적 인 성찰적 진단을 소개한 기사를 담고 있다. 라오스에 있는 이선재 선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3762번지 누보빌딩 4층 (우)121-894 Tel 02-518-0705 Fax 02-6442-0518 E-mail odawatch.korea@ gmail.com

생님(털보쌤)의 현장을 위한 변명도 소개한다. 더불어 지난 1월에 있 었던 캄보디아 사태에 대해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사무차장님이 뜨거 운 글을 기고했다. 1월 한달 많은 청년, 대학생 그리고 전문가들이 개 발도상국 현장을 다녀왔고 또 많은 이들이 2월 출국을 앞두고 있다. 이 세 꼭지의 글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땀 흘리고 애써왔던 또 앞으 로도 그러할 현장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를 희망한다.

발행일 2014.02.05 Copyright ⓒ 2014 ODA Watch All rights reserved ▶표지사진 센터 간판을 만드는 라오 활동가들의 모습 ⓒ이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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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광 OWL 편집장/odawatch.korea@gmail.com

서교동에서


OWL 86호

Contents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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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교동에서

FOCUS

변화를 지켜보자

변화를 위한 첫 걸음 - 14 겨울 ODA 국제개발협력 집중워크숍 수강생들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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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L’s View

FOCUS

강도 높은 원조 개혁 선언을 환영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주 캄보디아 한국 대사관과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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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정부는

ODA Watch 이모저모

2014년 한국 국제개발협력을 들여다보다!

푸르른 기운으로 초원을 질주하는 한 마리 馬와 같이

- 韓 정부 2014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발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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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을 다시 생각하다

1월 감사합니다

라오이야기 5. 현장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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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12월 살림살이

“아름답고 행복한 이야기는 충분해” 청년의 목소리로 해외봉사활동을 말하다 ‘한국 해외자원봉사를 바로잡는 100인 청년마당’ 참가후기

한 사람의 열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걸음으로, 당신의 한걸음이 필요합니다. 지구촌의 작은 정의를 꿈꾸는 ODA Watch 를 후원해주세요! ODA Watch는 한국의 ODA가 지구촌에 진정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개발을 넘어 발전대안을 찾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참여와 지지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우리의 활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우리 단 체의 재정이 튼튼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동참을 부탁 드립니다.

ODA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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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L’s View ●

강도 높은 원조 개혁 선언을 환영한다!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수

출입은행과 한국국제협력단(이하 KOICA)과 같은 대외원조기관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정부는 우선 금 융 공기관 임원들의 과다한 연봉과 막대한 복리후 생비 등을 삭감하고 자체 개혁안을 제출하도록 하 고 있다. 최근 KOICA는 조직경영혁신안을 대내외 에 선포하였으며 ‘국민의 세금에 책임지는 공공기 관’으로 거듭나겠다고 천명했다. KOICA의 개혁방 안은 효율적인 조직과 사업관리 역량을 배양하고, 투명성과 청렴도를 제고하여 윤리경영 체계를 확 립하며, 사업수행체계를 선진화하겠다는 추진과제 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원조기관의 자정노력과 개혁의지는 매우 시의 적절한 것이며 그간 ODA Watch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던 우리나라 원조 개혁 방안과도 일치하는 것이어서 이를 환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진정한 원조 개혁은 KOICA나 한국수출입은행의 노력만으로는 절대 달성할 수 없 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러한 자구책은 정 부 집권 초기에 항상 불었던 개혁 바람처럼 잠깐 피하면 지나가는 연례행사로 끝날 가능성이 더 크 다. 더구나 지난 1월 13일에 발표된 2014년도 ‘국 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에는 32개나 되는 대외 원조 시행부처가 제각각 원조예산과 수 백 개의 사 업 목록을 가지고 더욱 분산되고 중복되는 유사사 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기로 되어 있어서 통합원 조로의 개혁은 요원하기만 하다. 총 55개국을 대 상으로 267건의 프로젝트를 30여개 부처가 추진하 고 있으며, 초청연수도 17개 기관이 325개 연수과 정을 분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경제발전경험 공 유사업으로 알려진 기획재정부의 KSP(Knowledge 4

Sharing Program) 사업과 유사한 개발컨설팅 사 업도 KOICA 뿐 아니라 여러 부처들이 참여하여 27개국을 대상으로 61건이나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가 금년도에 추진 예정인 총 사업 목록에 서 베트남을 실례로 살펴보면 기획재정부는 베트 남에만 22개의 프로젝트를, KOICA는 15개의 프 로젝트를 상호 연계 없이 각각 추진하고 있다. 더 욱 심각한 것은 동일한 수원국에서 우리나라의 유 상과 무상 원조가 차별성 없이 경쟁하고 있는 현실 이다. 베트남 기획투자부에 우리나라 유, 무상 관련 부처들이 서로 내 돈을 쓰라고 경쟁하는 꼴이다. 이 러한 프로젝트 방식 원조에 더하여 거의 모든 부처 들이 제각각 연수생을 초청하고 전문가나 봉사단 을 보내는 일을 경쟁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 의 거의 모든 공여국들이 2015년까지 베트남에 대 한 공적 원조 프로그램을 종료하기로 선언하고 출 구전략을 발표한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대외원 조 정책과 전략이 무엇인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의결한 2014년도 종 합시행계획에는 주목할 만한 개혁과제도 포함되 어 있다. Win-Win형 ODA 추진을 위해 중소기 업 지원을 강화하고, 민관협력사업을 확대하며 개 발컨설팅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은 늦었지만 매 우 바람직한 조처이다. 또한 미흡하지만 유, 무상 협업을 활성화하고 ODA 통합추진체계를 강화하 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특히 지자체들의 ODA 추 진체계를 정비하겠다는 것과 인도적 지원 및 다자 협력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중요 한 진전이다. 성과 중심 ODA를 강화하기 위해 예 OWL’s View


비 타당성조사와 자체평가를 강화하겠다는 과제 도 착실히 추진될 수 있기 바란다. 이러한 많은 추 진과제들이 ODA Watch가 그간 여러 경로를 통 해 정부에 제안한 내용과도 일치하여 더욱 의미 가 크다. 콜롬비아, 스리랑카, 캄보디아, 모잠비 크 등 4국에서 KOICA와 EDCF가 한 지붕 밑에 서 협업하기로 한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환영한다.

란다. 이번 혁신계획안을 통해 KOICA가 국제원조 투명성 이니셔티브(International Aid Transparency Initiative, IATI) 가입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 겠다고 입장을 표명한 것도 우리가 강력하게 주장 해왔던 터라 더욱 기쁘게 생각한다. 이제 KOICA 뿐 아니라 기획재정부와 한국수출입은행을 포함한 모든 관계부처들이 원조자금과 정보를 더욱 투명 하게 공개하고 사업의 과감한 집중과 통합을 통해 그 동안 ODA Watch는 지속적으로 우리나라 더욱 효과적으로 원조사업을 추진하여야 한다. 2조 대외원조의 개혁을 주문해왔다. 최근에는 우리 정 2천억이 넘는 국민의 세금이 비리와 부패의 고리 부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10가지 개혁과제를 제 에 사용되지 않고 지구촌 정의와 평화, 발전을 이 시한 바도 있다. 원조정보의 투명한 공개, ‘한국형 루는데 사용될 수 있도록 ODA Watch는 올해에도 원조’의 성과 평가와 입증, 중복 유사사업의 과감 국민과 함께 감시자의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다. 한 통합, 시민사회와 중소기업, 민간연구소, 대학의 참여 확대, ODA 개혁위원회 설치, 현지 ODA 전 달체계 통합운영, 사업발굴과 심사 강화, 대국민서 비스헌장 제정과 실천, 중점협력국 조정과 프로그 램 원조실시, 건물 짓는 것 대신 사람을 키우는 인 적 협력 사업 확대가 그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제 안들을 적극 반영하여 ODA 개혁을 실천하기 바 ODA Watch 실행위원회 작성

ODA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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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정부는 ●

2014년 한국 국제개발협력을 들여다보다! - 韓 정부 2014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발표 지난 1월 13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제 17차 국

성 여부가 판가름 나는 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년

제개발협력위원회[1](이하 국개위)가 개최됐다. 이번

시행계획은 국내외 이행과제를 점검하고 현실적인 대

위원회에서는 2014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을

안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수립되어야 하며 그 어느 해

비롯해 2013년 국제개발협력 소위평가 결과와 작년

보다도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볼

국제개발협력기본법 개정에 따른 평가관련 규정 제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2014년 한국 국제개발협력

개정안, 부산글로벌파트너십 모니터링 지표 이행현

의 향방은 어떠할까?

황 및 대응방향에 관한 안건이 심의, 통과됐다. 매년 1월 초 국개위는 해당연도의 한국 국제개발협력 전체

1. 2014년 한국 ODA 예산규모와 무유상 비율

예산안과 추진 방향 및 계획을 확정하고 있다. “2015년 한국 ODA 규모 증대, 대박일까 쪽박일까” 2014년은 국내외 국제개발협력에 있어 새로운 도

ODA/GNI 0.25% 달성 공약 이행 불투명해

약을 위한 징검다리와 같은 시기이다. 2015년의 거대 한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년 뒤 국제

먼저 2014년 한국 ODA 총 규모는 약 2조 2,666억

사회는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원이다. 작년 대비 11% 가량 증대됐으며, GNI 대

Goals, MDGs) 만료에 따라 새로운 개발목표를 수

비 ODA 비율은 약 0.16% 내외가 될 전망이다. 한

립할 예정이며, 포스트 부산(Post Busan) 이행과제의

국 정부는 2010년 OECD DAC 가입 이래 매년 평

달성 여부 또한 측정된다. 국내적으로도 2015년은 매

균 11.3%의 증가율을 보이며 지속적으로 원조 규모

우 중요한 시기이다. 지난 2010년 수립한 <국제개발

를 확대해왔다.(<표 1>참고) 그러나 지금과 같은 추

협력 선진화방안>과 무ㆍ유상 통합 26개 중점협력국

세로는 정부가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를 비롯해 국제

에 대한 국별협력전략(County Partnership Strategy,

사회에 여러 차례 공약을 재확인해온 2015년 ODA/

CPS)이 만료되는 동시에, 한국 정부가 국제 사회에

GNI 0.25%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다음

줄기차게 약속해왔던 GNI 대비 ODA 비율 0.25% 달

<표 2>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표 1> 한국 ODA 연도별 규모 증가율

[1] 제 17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 ODA KOREA http://www.odakore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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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정부는


<표 2> [선진화방안]에 명시된 목표치 대비 실제 한국 ODA/GNI 비율 (2011-2014)

<그림 1> 지역별 한국 ODA 예산 배분 현황 (2012-2014) [단위: 억원]

한국 정부는 2010년 <선진화방안>을 통해 2011

획을 찾아볼 수 없다. ODA 확대 기조를 지속적으로

~2015년 5년간 연도별 한국 ODA 규모 증대 로드

유지하겠다는 단순 언급뿐, 0.25% 달성을 위해 어떠

맵을 설정한 바 있다. 그러나 <표 2>를 보면, 2011년

한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인지, 정부 내부적으로 달성

이래로 실제 한국 ODA 실질상승률은 <선진화방안

이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보다 장기적이고 현실적인

>에 명시한 목표치를 항상 밑돌았으며, 매년 격차가

차원에서 목표 달성을 위한 세부 실행계획을 어떻게

벌어져왔음을 알 수 있다. 국민총소득(GNI)은 통상

수립해나갈 것인지 등에 대한 비전이 전혀 담겨있지

적으로 매년 증가하기 때문에, ODA/GNI 비율을 대

않다.

폭 높이려면 GNI 상승률을 뛰어넘는 차원의 대대적 인 ODA 예산 확충이 필수적이다. 공약 만료를 일년

관련해서 지난 2013년 12월 연합뉴스[2]는 외교

앞둔 2014년, 정부는 과제해결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자료를 근

과감한 결단력과 확고한 추진의지로 ‘ODA를 대박’으

거로 정부가 2015년 ODA 목표치를 0.2%로 하향

로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외교부는 즉각 해명자 료[3]를 내고 하향 조정은 사실과 다르며, 계속해서

그러나 금년 시행계획에서는 이와 같은 야심 찬 계

0.25%를 고수해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2] 연합뉴스, 2013-12-13, 정부, ODA지원목표 수정…2015년 기준 0.2%로 하향 ODA Watch

[3] 외교통상부, 2013-12-13, 외교통상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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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A Watch가 우상호 의원실(외통위 소속)을 통해

<표 3> 한국 무 유상 ODA 비율 현황 (2007-2014)

입수한 외교부의 답변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0.25% 달성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 며, 이에 따라 공약 이행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하여 달성 연도를 조정하더라도 지속적인 규모 증대를 추 진하고, 그 일환으로 정부내 유관부처들과의 협의를 통해 0.2% 달성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ODA/GNI 0.2%로의 하향 조정 계획의 유무와 사 실관계를 떠나 중요한 점은 정부가 국제사회와 국민 과의 약속을 쉽게 저버리고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서 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2015년과 그 이후 의 국제개발협력을 어떻게 성장시켜나갈지에 대해 부 처 내부간 협의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내 이해관계자 와의 긴밀한 대화를 토대로 함께 청사진을 그려나가 야 한다. 그 밖에 지역별 배분은 매년 비슷한 추세이나 작년 에 비해 아프리카 지원 예산이 확대됐으며, 중남미, 중 동ㆍCIS 예산도 소규모 증가했다. 대신 기타로 분류 되는 예산액수가 약 1,8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앞장 <그림 1> 참고) 유상원조 급증, ODA 예산 대규모 증대를 위한 꼼수?!

(DAC 통계, 2012 기준) 이처럼 올해 들어 급격하게

무 유상 비율 ’07년 7:3 → ‘14년 5:5

한국 유상원조의 비율이 높아진 데에는 전체 ODA 예 산규모를 쉽게 확충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

또한 전체 2조 2,666억원 중 무ㆍ유상원조 금액

인다. 돈을 무상으로 그냥 주는 것보다 빌려주고 나중

은 각각 7,890억원, 7,533억원이며, 51:49의 비율

에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차관사업을 늘리는 것이 예

을 보이고 있다. 2013년 지원액과 비교해볼 때(무상:

산편성 시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 측에

7,569억원/ 유상: 6,686억원) 무상에 비해 유상원조

서도 외부 토론회 등을 통해 ODA 규모 확대를 위한

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아래 <표 3>을 보면 2007년

자금 창출을 위해서는 유상원조의 확장이 필요하다는

73.20%에 달했던 무상원조 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

논리를 공공연하게 제시해왔다.

하여 금년을 기점으로 절반 수준에 가까워지게 되었 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2015년까지 무ㆍ유상 비

그러나 특히 최빈국, 취약국, 고채무빈국과 같이 부

율을 60:40으로 유지하겠다는 <선진화방안>의 계획

채를 상환할 역량이 부족한 국가들에 대한 유상원조

을 훨씬 웃도는 수치이다.

증대는 오히려 성장을 막는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이 에 대한 우려는 이미 2012년 OECD DAC 동료검토

한국의 유상원조 비율은 다른 DAC 공여국들과 비

결과보고서를 통해서도 제기된 바 있다. 최근 유로다

교했을 때에도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2012년 기준

드(Eurodad)가 발표한 ‘A matter of high interest’ 보

OECD DAC 통계를 살펴봐도 일본(72.6%)과 포르

고서 역시 부채지속가능성(debt sustainability)에 대

투갈(52.9%)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23개 DAC 회원

한 우려를 제기하며 개도국에게 유상차관 상환은 국

국 중 6개국(그리스, 캐나다, 네덜란드, 뉴질랜드, 룩

가 미래 자원을 축소시키고 국가경제를 불안정하게

8 셈부르크, 아일랜드)은 유상원조를 집행하지 않는다.

만들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지금 정부는


2. 2014년 한국 ODA 부처별 예산 2014 ODA 예산안, 주무부처 → 사업 단위 상세 정

다자원조 증가율, 양자에 비해 두 배 가량 높아

보 공개

주관부처 집행 예산 전체의 90.4%에 그쳐

이번 2014년 종합시행계획의 가장 큰 특징 중 하

다음 장의 <표 4>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한

나는 아래 <그림 2>와 같이 ODA 사업을 집행하는

국 ODA의 양자, 다자별 예산규모를 나타내고 있

주무부처별 예산 내역을 사업 단위로 공개하기 시작

다. 2014년 총 ODA 예산 2조 2,666억원 중 양자원

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시행부처(기관)의 전체 예

조가 1조 5,422.7억원(68%) 다자원조가 7,243.1억

산규모만 표로 제공했었다면, 올해부터는 각 부처(기

원(32%)을 차지한다. 작년 대비 증가율이 각 8.2%,

관)가 추진하는 지역별 사업명, 사업형태, 예산규모

17.6%로 다자원조 증가 추이가 양자원조에 비해 약

(단년도, 전체), 시행기간, 신규/계속사업 여부 등을

2배정도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양자원조

상세하게 명시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부처별로 정보

중 주요부처인 국무조정실, 외교부(KOICA 포함),

를 공개하는 수준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아직 각

기획재정부(EDCF 포함)에 배분되는 예산은 1조

사업에 대한 상세정보(description)는 함께 공개되고

3,943.1억원으로 전체의 약 90.4%를 차지한다. 교

있지 않으며, 온라인 상으로도 해당 정보를 확인할 수

육부 등 기타부처가 집행하는 ODA 비율은 전체의

있는 창구가 없다는 점 또한 앞으로 더욱 보완해나가

9.6% 가량인 1,488.6억원이다.

야 할 부분이다. <그림 2> 2014년 부처별 ODA 예산계획(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ODA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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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4> 한국 ODA 양자, 다자 예산규모 (2012-2014)

<그림 3> 2014년 ODA 예산 총괄표

* 출처: 2014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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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정부는


3. 2014년 한국 ODA 주요 추진과제와 전략

또한 KOICA와 EDCF 간 평가협업을 강화하고 자 실무협의회를 분기별 1회, 공동평가를 연 2회 이

2014년 종합시행계획에 따른 한국 국제개발협력

상 추진한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작년 외교부ㆍ기

(ODA)의 5대 중점과제는 ▲Win-Win형 ODA 추진

재부 간 인사교류에 이어 올해에는 KOICA(과장)ㆍ

▲협업 토대의 ODA 추진 ▲성과 중심의 ODA 추진

EDCF(차장) 간 인사를 교류하고, 필요 시 무상기관

▲국제 활동 참여 강화 ▲국내 ODA 기반 확대 이다.

간 인사교류도 추진할 계획이다.

키워드는 2013년과 다소 다르지만, 중점과제의 내용 을 들여다보면 전략이나 방향 측면에서 작년과 비교 했을 때 크게 변경되지는 않았다.

관련하여 현재 중앙부처와 사업 추진절차가 달라 효 율적 총괄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지자체 ODA 사 업 추진체계도 개선된다. 현재 지자체의 ODA 예산

Win-Win형 ODA: 공여국만 Win하는 것 아니야?

은 종합시행계획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ODA 사업을 집행하는 주무부처 간 통계 및

먼저 Win-Win형 ODA란 개발협력을 통해 수원

사업 추진현황 자료 공유를 위해 지난 2011년 설립한

국과 한국의 이득을 함께 고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

ODA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몇

기서 말하는 수원국의 이득(Win)은 CPS을 토대로 하

년간 원조분절화 및 통합체계 마련에 대한 한국 시민

는 사업추진과 협력국과의 수시 정책협의를 지칭한

사회의 끊임없는 비판과 문제제기의 성과일는지는 모

다. 또한 시행계획은 새마을운동 경험을 전수해달라

르나 다른 중점과제에 비해 비교적 대응방안이 상세

는 개도국의 요청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추진체계 및

하게 기술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략을 정비하여 금년부터 본격적으로 새마을운동 ODA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미 수립

한국 ODA 성과 강화: 평가체계 및 전략문서 마련

한 국별전략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고 정책협의를 강 화하는 것은 ODA를 잘 집행하기 위한 기본 전제조건

세번째 과제는 한국 ODA 성과를 강화하는 것이다.

일 뿐, 과연 수원국에게 어떠한 이득으로 작용할 수 있

정부의 성과 중심 기조는 2013년 종합시행계획에서

을지에 대한 설명은 제공되어있지 않다.

도 지속적으로 강조되었던 사항으로, 먼저 ODA 전

반면 ODA를 통해 우리나라가 얻을 수 있는 이득

략 재정비를 위해 현재 26개인 중점협력국의 수와 대

(Win)에 관한 내용은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

상을 조정하고, CPS 수립 가이드라인도 개선한다. 작

다. 한국 기업의 진출 지원을 강화하고, 해외봉사단,

년부터 계속 이야기되어오던 다자협력과 인도적지원

ODA 청년인턴 파견 등을 지속함으로써 청년리더양

전략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2013년 7월 우상호 의

성의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다. 또한 민관협력 규모를

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이 가결됨에 따라 <국제개발협

확대하고 협력유형을 다양화하며, 개발컨설팅 ODA

력기본법>이 개정되어 올해부터 ODA 시행기관 모두

산업기반 조성을 위해 금년 중으로 육성방안을 마련

자체평가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더불어 2012년에 이

한다.

미 자체평가를 실시한 기관에 대해서도 환류계획 및 이행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ODA 협업 강화: 무 유상 연계사업 확대.. 1월 중 KOICA, EDCF 간 인사교류

국제활동참여 강화 및 국내 ODA 기반 확대

다음으로 ODA 협업 강화를 위해 무ㆍ유상 연계사

또한 국제활동참여 강화의 일환으로 Post 2015와 부

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 16차 국개위에서 통과된

산 글로벌파트너십에 적극 참여하고, 2015년 비구속

사업 2년전 예비검토제를 본격 운영하여 무ㆍ유상 패

화 목표치인 유상 50%, 무상 100% 달성을 목표로 지

키지형 연계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우수사례는 15년

속 추진한다. 마지막으로 국내 ODA 기반 확대를 위

예산편성시 우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해 대국민 이해증진 종합전략을 마련하고 ODA 백서

ODA Watch

11


를 발간해 ODA에 대한 국민 공감대와 지지를 확산할

다. 2015년의 GNI(국민총소득)가 올해와 동일하다고

계획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규모 증대에 대한 약속

전제하더라도, 금년 예산에서 1조 2,750억원 가량을

과 마찬가지로 비구속화는 한국 원조의 개선을 위한

추가적으로 확보해야 한다.(약 3조 5,416억원 필요)

매우 중요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본 시행계획에서

팍팍한 국내 경제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결코 쉬운 일

는 구체적인 언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실 정부가

만은 아니다.

설정한 무ㆍ유상 비구속화 평균 75%라는 목표 비율 은 국제사회와 비교할 때 최소한의 기준이다. 파리선

이러한 진퇴양난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번뜩

언의 비구속화 목표치가 89%이며 DAC 가입국의 비

이는 해결책까지는 아니더라도, 공약 불이행 가능성

구속화 비율 역시 2011년 OECD DAC 통계 기준 평

에 대한 깊은 우려나, 반드시 이뤄내고 말겠다는 적

균 84%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51.1%(2011)에

극적 의지 모두 이번 시행계획에서는 찾아볼 수 없

불과하다. (2013, 숫자로 보는 ODA)

다. 0.25%는 2009년 DAC 가입이 성사됐을 당시부 터 MDGs 정상회의(2010),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

2014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은 문서상으로

(2011) 등 정부가 매년 국제 공식석상에서 재확인해

만 보면 이전보다 정보공개도 상세해지고, 추진계획

왔던 약속이다. 이는 단순히 규모 증대 여부에 국한되

도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있다. 특히 각 부처별 집행

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와 국민에

하는 ODA 예산정보를 사업수준으로 공개하기 시작

게 건네는 약속의 무거움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했다는 점은 투명성과 책무성 차원에서도 분명 고무

또한 2014년이 지니는 시대적 함의에 부응하여 정부

적이다. 무ㆍ유상원조 통합체계 추진방안도 실제 효

부처와 관계 기관들은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선진화를

용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

위한 도약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에서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내외적으로 2014년 이 갖는 중요한 함의를 고려해본다면, 금년 시행계획 에 대한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한국 정부는 2015년 까지 ODA/GNI 0.25%을 달성하고 비구속화 비율 도 무상 100%, 유상 50%를 달성하겠다고 이미 큰소 리쳐 놓았지만, 본문에도 명시했듯 실상 지금과 같은

조이슬 작성 ODA Watch 간사 / eseulangel@naver.com

증가율이라면 0.25%는커녕 0.2%에도 도달하기 어렵

12

지금 정부는


발전을 다시 생각하다 ●

라오 이야기 5.

현장을 위한 변명 우리는 늘 ‘현장’을 얘기한다. 현장은 무엇일까? 무엇을 현장이라고 부를까?

내가 현장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작은 사례가 있다. 푸

우리는 자주 ‘현장’에 간다고 한다. 어디를 간다는 것일까? 왜 그곳에 가는 걸까?

딘댕청소년센터는 왕위앙에 있는 여러 마을의 청소년

우리는 ‘현장’이 중요하다고 한다. 왜 중요할까? 무엇이 있어서 중요할까?

맨손으로 갈 수는 없으니까 마을에 도움이 되도록 뭐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그래서 센터 직원들과 마을을 방문할 기회가 많이 있다. 어느 날, 푸딘댕센터에 지 원을 요청한 2개 마을을 사전 조사하러 가기로 했다. 라도 사가기로 하고 무엇을 사갈지 의논했다. 라오 청 소년들은 축구를 좋아하니까 축구공을 사가자는데 직 원들 모두 의견이 일치했다. 근데, 갑자기 뚜니가 얘기했다. “배드민턴 용품도 함

현장이란 무엇일까?

께 사야 해요. 왜냐하면 축구는 남자들만 하고 여자들 은 못하기 때문에 축구공만 사는 건 불공평하니까요.”

나는 현장에 있다. 국어사전에서 현장을 찾아보니

순간 나는 머리가 ‘띵~~’해지며 뭔가로 두드려 맞는

‘1)사물이 현재 있는 곳 2)일이 생긴 그 자리 3)일을

느낌이 들었다. 나는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항상 여성

실제 진행하거나 작업하는 그곳’이라고 되어 있다. 그

들이 어떻게 하면 차별 받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고민

러니까 내 자리에서 보면 한국에서는 라오스가 현장

을 한다. 그래서 이웃의 위앙싸마이 마을에서 글을 읽

이고, 라오스에서는 수도인 위앙짠보다는 여기 왕위

지 못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문해교육을 시작하려고

앙이 현장이다. 물론 아프리카에도, 캄보디아에도 현

이것저것 준비 중이었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생각만

장이 있다. 서울 도봉구도, 제주도도, 옥천도, 밀양도

했지, 정작 이런저런 어려움으로 제대로 하지 못하고

현장이다. 매일 야근해야 하는 우리 사무실이야 말로

있었다. 그러던 터에 당시 우리 센터 직원들 중 유일

삶의 현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을 게다.^^

한 여성인 뚜니가 남자들이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 는 부분을 제대로 찾아낸 것이다. ‘그래 성 평등 이슈

현장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서 변화를 만들고

가 뭐 별거 있나? 사업을 크게 하고 제도를 만드는 것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 자주 가는 것은 그 곳에서 배우

도 중요하겠지만 바로 축구공뿐만 아니라 배드민턴

고,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론과 실천

용품도 사가는 게 성 평등이슈 해결의 시작이야. 또

으로 나눠본다면 실천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니 현

하나 배웠네. 이래서 현장이 중요하지~’ 다시 한 번

장이 없으면 이론도 없을 것이다.

깨닫는 순간이다.

ODA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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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자원봉사센터 라오스 연수단의 ‘전문가’에 대한 정의 ⓒ 이선재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현장에서는

현장에서는 직접 변화를 만든다. 이슈를 깊숙이 다 룬다. 이해당사자도 많고, 고려해야 할 것이 태산이다.

‘상당한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 다는 뜻이다.

책상에 앉아서는 알지 못하는, 오직 현장에만 있는 일 이 많다. 그만큼 어렵고 머리가 아프다. 이렇게 골치

그렇지만 20여 년에 불과한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아픈 현장에서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짧은 역사로 말미암아 아직 관련 전문가가 그렇게 많

열정, 사명, 믿음, 신념, 사랑, 봉사, 젊음, 경험, 월급,

지 않다. 지식과 경험을 두루 갖춘 사람은 찾기 힘들

경력, 스펙, 미친 생각, 철없음, 전망, 새로운 미래, 지

다. 현장에 나가려는 전문가는 더욱 없다. 그렇다 보니

식, 사례, 전문성 등등..... 사람마다 현장마다 조금씩

현장에는 청년들이 많다. 지식과 경험을 기준으로 볼

다를 것이다. 현장에 필요한 많은 것들 중에서 오늘은

때 청년들은 아직 전문성이 없는데 왜 이렇게 현장에

전문성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보자.

많이 보낼까? 심지어 청년들은 현장에 와서 전문가의 보조 역할이나 학습 기회를 갖는 게 아니라, 바로 어

흔히 사람들은 현장에서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해서

려운 일을 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경험을 쌓을 시간

는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한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

과 기회가 없다. 더욱이 국가와 여러 기관에서 청년인

다.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전문가라고 부르는데, 국

턴제도 등을 통해 청년 해외 파견을 보조하는 사업이

어사전에서는 전문가란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많아지면서, 이들을 제대로 대우하는 게 아니라 저임

14

발전을 다시 생각하다


금의 노동력으로 보내기도 한다.

를 시작하니 또 다시 여러 문제가 생기고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한다. ‘글자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간판 전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체 모양이 이상하다. 위가 무거우니 잘못하면 무너진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늘 전문성에 대해 토로한다. 소

다.’ 요리조리 애쓴 끝에 조금씩 모양을 바꾸고 보완을

위 가방 끈이 길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있다. 그럼 어

해서 마침내 멋진 간판이 완성됐다.

떻게 하지? 하루아침에 생기지도 않을 경험과 지식이 모자란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

현장의 작업은 언제나 어렵다. 책상에서 계획한 대

장 활동가들의 자신감을 키우고 전문성을 기르는 길

로 진행되는 일이 거의 없다. 특히 한국에서 계획을

은 없을까?

세우고 설계를 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문제가 발생한 다. 그래서 현장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전문가는 한국

숨 가쁘게 돌아가는 현장은 이런 시간을 주지 않는

에서만 잘하는 게 전문가가 아니다. 한국과는 전혀 다

다. 한없이 복잡한 현장의 관계들은 마음의 여유를 갖

른 상황과 조건의 라오스에서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진

지 못하게 한다. 더러는 현장의 상황을 존중하지 않는

짜 전문가가 아닐까? 그런데 라오스에 와서 현지 사정

사람들도 있다. 이론과 지식이, 본부가, 높은 사람이,

고려하지 않고 한국에서의 경험만을 고집하려는 사람

돈 주는 사람이 우선시 되는 한국사회의 풍토가 여기

들이 있다. 한국 기술 그대로 적용해야 하는데 왜 안

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결국 현장에서는 전문성을 기

되냐고 닦달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결국 한마디 한다.

르기도 어렵고 전문성을 발휘하기는 더욱 어렵다. 어

“이러니까 라오스는 안 돼!”

려운 현실을 조금만 살펴보자. 현장의 하소연을 들어 보자.

개발협력 사업이 많아지면서 전문가가 많이 필요하 다. 그렇지만 수요만큼 전문가가 아직 많지 않다 보니 소수의 몇몇 사람은 무척 바쁘다. 책상에서 해야 할 일

현장에 필요한 전문성은?

도 많고 현장에 가야 할 일도 많아진다. 출장을 위한 자료와 문서는 한 가득 받아놓았지만 정작 시간이 없

푸딘댕청소년센터에 있는 카페를 홍보하기 위해 센

어 미리 읽어보고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터 앞에 간판을 세우기로 했다. 한국에서 온 자원활동

출장 가는 비행기에서 자료를 처음 보기 시작하는 경

가 미나는 직원들과 의논해서 아주 멋진 간판을 디자

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현장에 대한 상상력

인했다. 이제 이 디자인대로 세우면 되겠다고 생각하

을 키울 수 있을까?

고 작업을 시작하려던 미나가 한숨을 쉬기 시작했다. 이유는 라오에서는 그 디자인대로 만들기 어렵기 때

전문성만으로는 부족한 현장

문이다. 한국 같으면 아크릴, 철판, 나무 등 뭐든지 필 요한 재료를 구할 수 있고, 기술도 경험도 풍부하니까

라오스에도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많이 온다.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뚝딱 만들 수 있다. 그렇지만 여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중간 점검을 하러, 최종 정리

기 라오스에는 아무 것도 없다. 미나는 미처 이 생각을

를 위해, 평가를 위해 전문가들이 와서 각종 조사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한다. 이 조사를 바탕으로 수없이 많은 보고서들이 쏟 아져 나온다. 어떤 내용이 담길까? 내 생각에 라오스

여러 상황을 고려한 끝에 시멘트로 간판을 만들기로

를 대상으로 쓰는 보고서는 많은 경우 아주 형식적이

했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만들 수 있는 것은 마을에 일

거나 사실과 다르다. 특히 공무원이든 주민이든 사람

을 잘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공사

들을 만나서 조사하고 평가한 내용은 정확하지 않다.

ODA Watch

15


왜냐하면 라오 사람들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

ODA Watch에서도 2010년에 한국이 라오스에 지 원한 ODA 사업을 평가하면서 현장에서 그 짧은 시 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 ‘진짜’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라오 사람들은 ‘싫다’ ‘나쁘다’라고 표현하지 않는

했었다. 결국 부족함을 깨닫고 계획에 없던 2차 현장

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쁘다’는 뜻의 라오어를 모

평가를 실시했지만,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참 부

른다. 여기 살면서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라오 사람

끄럽다.

들은 나쁘다 혹은 틀리다는 표현보다는 ‘버디-좋지 않다’, ‘버특-맞지 않다’를 사용한다. 남에게 싫은 소 리, 나쁜 소리를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런 탓에 설사 사

현장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사람들

업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도 조사하러 온 전문가들이 “이건 어떻습니까?”라고 물으면 “좋습니다.” 사업 종

현장은 내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이야

료 후 평가하러 온 사람들이 “사업 잘 되었나요?” 그

기를 듣는 곳이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는 말을 많이

래도 “잘 됐습니다.”라고 대답한다.

하고 살았는데, 지금은 많이 줄었다. 가급적 남의 말을 많이 들으려고 하기도 하고, 말이 잘 통하지 않기 때문

라오 사람들은 자기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쉽게

이기도 하다. 이제 어느 정도 라오어를 할 수 있어 벙

하지 않는다. 술 한 잔이라도 하면 그 때서야 아주 ‘조

어리신세는 면했지만, 사람들이 어려운 이야기를 하

금’ 속내를 비친다. 그러니 몇 시간 와서 질문지 들고

거나, 아주 빨리 말할 때는 끼어들지 못한다. 한편으

질문을 하는데 누가 자기의 ‘진짜’ 생각과 의견을 털어

론 답답할 수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이런 때를 좋아한

놓겠나? 이런 상황에서 조사된 내용으로 보고서를 쓰

다. 그냥 바라보면서 그 순간을 즐기면 되고, 많이 들

기 때문에 사업에 대한 평가가 좋을 수밖에 없다.

으면서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역이 있을 경

▲ 푸딘댕 청소년센터 직원들과 자원활동가 ⓒ 이선재

16

발전을 다시 생각하다


▼ 청소년센터 간판 만들기 ⓒ 이선재

우에도 통역하는 사이마다 생각할 수 있으니까 여유

대학협력사업을 같이 했다. 사업을 하려면 위앙짠 도

가 있어 좋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현장에 와서 이 ‘사

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일이 쉽게 풀리지 않았다.

이’나 ‘여유’를 즐기기 못한다.

그래서 KOICA 라오스사무소에 지원 요청을 했고, 고 맙게도 KOICA는 라오 정부에 공문을 보내 적극적으

한국에서 의사와 시민사회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섞

로 대처했고, 현장으로 사무소 직원을 보냈다.

여 푸딘댕에 온 적이 있다. 라오스에 지원할 의료보건 사업을 알아보기 위해 한 지역의 보건소를 방문했다.

그런데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겼다. 우리를 만난

이 팀은 라오스를 방문하는 기간이 짧았을 뿐만 아니

사무소 직원은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대뜸 “이 사업 문

라, 그 짧은 일정에 경치 좋은 왕위앙을 둘러보는 일도

제가 많네요.”라고 얘기한다. 마치 우리를 취조하듯이

있었기 때문에 조사를 위한 보건소 방문은 아주 잠깐

물어보는 것도 불편했는데, 우리 사업이 잘못되었다

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 짧은 시간 내에 본인들이 확인

고 하는 것이다. 청년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문제

할 것만 얼른 물어보고 라오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을

가 있고, 사업의 지속성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휴...

새 없이 그냥 나오려고 했다. 그런데 보건소 직원들은

속으로 한숨이 나온다. 머릿속에는 오만 가지 생각이

무언가 말하고 싶어 하는 기세가 역력했다. “어... 어...

떠오른다. ‘그래 현장에 문제가 많이 있겠지. 부족한

” 말문을 열려고 했지만 방문자들이 서둘러 가려고 하

부분도 있을 거야. 그렇지만 우리 사업을 얼마나 안다

자 끝내 입을 열지 못했다. 멀리서 온 외국인들의 방문

고 이렇게 쉽게 얘기할까? 본부에서 엄격한 심사 과

이 그저 고마운 라오 사람들은 이렇게 찾아와줘서 고

정을 거쳐 사업이 선정됐는데. 그리고 내가 듣기에 이

맙다고 정중한 인사로 배웅을 했다. 왜 사람들은 현장

직원은 라오스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에 와서 듣지 않는 걸까? 듣지 않을 거면 그냥 책상에

이렇게 잘 알까? 그래도 나는 라오스에 들락거린 지

앉아서 일하면 되지 왜 현장에 올까? 와서는 주로 자

10년이 넘었고, 라오스 ODA 사업 평가도 해봤고, 지

신들의 이야기만 하고, 때로는 가르치려고 한다. 나는

금은 지역에서 살고 있는데.. 내 얘기는 별로 듣지도

보건소 직원들에게 많이 부끄럽고 미안했다.

않고 대뜸 우리 사업이 문제라고 하네? 전문가라서 그 런가? KOICA가 이 정도로 전문성이 있나?’

현장을 다그치는 사람들

예전 같으면 이 사람과 한바탕 했을 테지만 이번에 는 싸우지 않고 잘 보냈다. 이제는 싸울 힘도 없을 정

푸딘댕에서 지역 마을의 청소년을 키우기 위해서는

도로 나이를 먹어 버린 건지, 아니면 싸우지 않을 만

자원, 즉 돈도 사람도 필요하다. 작년에 충남대학교 사

큼 내공이 깊어진 건지 모르겠다. KOICA 직원의 이

범대학과 한국국제협력단(이하 KOICA)이 지원하는

런 무례함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런 사람을 현장

ODA Watch

17


▼ 현장에서는 주민과 밀착해서

ⓒ 이선재

에 보내는 KOICA는 무슨 배짱일까? 홈페이지 주소

다고 하면 그만인가? 이런 식으로 현장을 망치면 모

에 go.kr을 쓰거나, 직원들이 관용 여권을 들고 다녀

금을 많이 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지금 같은 모금

서 그런 건 아닐 텐데... 소위 말하는 위에서(?) 나온

방식이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한국에서 점점 커지

사람들이 현장을 존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평가하

고 있다.

고 지적하고 다그치려고 한다. 힘을 가진 사람이 전문 가인가? 돈 주는 사람이 전문가인가? 머릿속이 복잡 해진다.

기부자와 현장을 연결하는 것은 중요하다. 높은 사 람이 현장에 오는 게 의전이 귀찮아서 싫어하는 게 아 니다. 한국에서 오는 사람들을 위해 현장에서 무엇인 가 ‘동원’하고, 잘 ‘포장’해서, 누군가에게 ‘신세’를 지

현장을 망가트리는 사람들

면 그 다음부터 현장 활동이 어려워진다. “나는 진짜 일을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천천히, 진정성을 가지고

한국의 여름과 겨울이면 전 세계 현장은 바쁘다. 학

일을 할 거예요.” 이렇게 얘기해 왔는데 어느 날 모두

교가 방학을 하고 학생들을 해외봉사단이라는 이름으

무너진다. 뭔가 제대로 해보려고 했지만 높은 사람이

로 현장에 보내기 때문이다. 학교, 단체, 기관, 기업,

와서 한마디 하고 가면 끝이다. 현장에 있는 여러 파

정부는 대학생과 고등학생이 없으면 사업을 못할 정

트너들이 얘기한다. “그럼 그렇지, 너도 별 수 없는 놈

도로 의존도가 높다. 뭔가 가시적으로 보이려면 많은

이구나!”

인원이 필요한데 학생만큼 좋은 자원이 없다. 그런데 많은 경우 기간, 인원, 프로그램, 예산 등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현장의 사정을 고려하기 보다는 보내는 입

현장의 목소리

장이 우선한다. 현장은 한국에서 밀어내면 그대로 받 을 수밖에 없다. ‘에이... 또 자기들 멋대로야..’ 불만이 입안에서 맴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현장을 위한 변명을 들어 봤다. “제발 본부에 현장을 이해하는 사람이 한 사 람 만이라도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하소연한다. 또

학교에서 오는 건 그래도 양반이다. 홍보물을 만들

다른 사람이 얘기한다. “’캄보디아는 이런데 라오스

기 위해 신문이나 방송이 오면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는 왜 그래?’ 제발 이런 소리만은 하지 말았으면 좋

유명한 연예인이라도 데리고 오면 완전 상전이다. 그

겠어요.”

사람들이 원하는 그림이 나오게 해야 한다. 그 이야기 가 진짜인지는 관심이 없다. 나는 개인으로 활동하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항상 결론은

사람이니까 그런 일을 당하지 않지만 많은 현장 활동

본부가 내린다. 이해한다. 그렇지만 그것을 현장에 어

가들은 미칠 노릇이라고 한다. 모금을 위해 어쩔 수 없

떻게 설명하고 얘기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18

발전을 다시 생각하다


격앙된 목소리도 있다. “가끔 현장 활동가의 ‘선의’를 이용(?)하는 경향도 있다. 우리는 현장에서 직접 사람을 만나니까 ‘No’라

야 한다. 변화는 누가 만드나? 어떻게 만드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면 어떤 용기가 필요할까? 무엇이 무 서워서 듣지 못할까?

고 얘기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죽어라고 할 수밖에 없 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슬며시 숙제를 떠미는 사람 도 있다.”

전문성을 이야기하다 보니 다소 글이 무거워졌다. 현장은 사람을 만나는 곳이라고 하는데, 다음 호에서 는 좀 더 라오 현장에 있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눠

조금 다른 차원의 이야기들도 있다. “단체에서는 현

보려고 한다. 이번 글을 마무리 하며 ‘한국’의 옥천에

장에 있는 사람들을 단지 시한부로 있는 활동가나 직

서 현장을 지키는 금빛여울 권단 님의 글을 독자들과

원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어차피 거쳐 가는 사람

나누고 싶다.

들이니까 조직에 충성도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지하게 의논하지 않는다.” “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개척할 때 오랜 준비, 충분한 조사를 거쳐 조금씩 시험적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그 리고 그 분야 최고 전문가를 보낸다. 그런데 우리 단체 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대충 그리고 빨리빨리. 싼값 에 쓸 수 있는 초보자를 보낸다. 이러니 한국 개발단체 들이 어떤 사람들에게 3류 라는 소리를 듣는다.”

“더디 가더라도 다져가면서 가야 할 것이야. 성과에 현혹되지 말고 수치에 흔들리지 말고 피부로 가슴으로 느끼게 해야 할 것이야. 금방 되는 것은 금방 사라지게 되어 있지. 바람이 한참 인 다음에야 파도가 들이치겠지. 너에게 나에게 이르는 말.”

“혹시 사랑과 봉사, 희생이 전문성을 가로 막는 것은

권단 2014.1.18.

아닐까? 지식과 경험이 중요한데 그것을 쌓을 기회를

https://www.facebook.com/iminho75?fref=ts

주지 않는다. 그저 선한 마음으로 일만 하라고 한다.”

현장은 사례가 아니라 삶이다 현장에 와서 좋은 사례만 찾으려고 할 게 아니라 그 사례를 만드는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렇

이선재 작성

지 않다면 책상에 앉아 글로 보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

ODA Watch 실행위원, 푸딘댕 촌사람/

나?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 삶을 상상해

tobefreelee@gmail.com

ODA Watch

19


FOCUS ●

“아름답고 행복한 이야기는 충분해”

청년의 목소리로 해외봉사 활동을 말하다 - ‘한국 해외자원봉사를 바로잡는 100인 청년마당’ 참가후기 원색의 조끼를 입고 환하게 웃는 아이들과 함께 새

을 통한 지속가능한 지역사회와 아시아를 지향하며

파란 하늘 아래에서 즐겁고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내는

지난 2008년부터 아시아 7개국에 대학생 해외봉사

것으로 그려지는 해외봉사활동의 이미지. 이제는 유

단 ‘라온아띠(RaonAtti)’를 파견해왔다. 이번 행사는

행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청년들이 매년

청년들의 목소리로 해외봉사활동의 문제점을 짚어보

부푼 마음을 안고 세계 각지의 어려운 나라로 자원

고 대안을 제시해보자는 취지로 열렸다. 행사 이름처

봉사활동을 떠나고 있다. 다양한 기업과, 정부기관,

럼 해외봉사활동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가진

NGO의 해외봉사단 모집 광고는 인터넷에서, 대학교

100명의 청년이 모여 논의를 하려던 기존 의도와는

게시판에서 자주 눈에 띈다. 그런데 왜 청년들은 해외

달리 실제 참석한 인원은 30여명에 불과했지만, 이

봉사활동을 떠나고, 왜 그 많은 기업과 기관들은 해외

들은 열띤 토론으로 그 어떤 자리보다도 뜨겁게 장내

봉사단을 파견하려고 하는 것일까? 정말로 해외의 어

를 달구었다.

려운 사람들은 ‘해외봉사단’을 필요로 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그 동안 전문가들과 실무자들 간

청년, 해외자원봉사를 논하다

의 논의는 있어왔지만, 정작 그 주체인 청년들의 목소 리는 간과되어왔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매우 의미 있 는 행사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①후원기업과 정부기관, ②주관 단체, ③활동(해외) 현장, ④청년(자원봉사활동 참여자)의 4가지 섹터 중 자신의 관심에 따라 그룹을 나누어 논

한 해가 저물어가던 지난 2013년 12월 26일 서울

의를 열었다. 먼저 각 그룹별로 해당 섹터의 현황과

불광역 근처 서울크리에이티브랩에서 한국YMCA전

문제점 몇 가지를 제시한 후 참가자 전원이 거수를 통

국연맹 주최 하에 ‘한국 해외자원봉사를 바로잡는

해 각 섹터의 문제점을 하나씩 선정했다. 그 후 각 그

100인 청년마당’이라는 이름의 행사가 열렸다. 한국

룹별로 해당 문제점에 대한 근본원인을 분석하고 원

YMCA전국연맹은 아시아 지역사회와의 연대활동

인에 따른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을 거친 뒤, 참가자

20

FOCUS


전원이 각 그룹별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논의가

며, 왜곡된 한국의 기부문화에 부합하는 프로젝트만

이루어졌다. 이 날의 논의는 결론을 이끌어내기보다

이 성사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해결방안으로는 파

최대한 많은 의견을 공유하고 수렴하는데 목적이 있

견기관이 현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정보를 수집

었다. 각 섹터별 논의와 제시된 의견들을 간단히 정리

해야 하며, 현지에 대한 통합(정부기관 NGO 등)적인

하면 다음과 같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나왔다.

①후원기업, 정부기관

④청년(참여자)

참석자들은 해외봉사단을 후원하는 기업이나 정

마지막으로 해외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청년 자신들

부기관에 관련한 문제점으로 후원기업이나 정부기관

에 대한 문제점으로는 해외봉사활동을 다녀온 후 진

이 실리적 또는 외교적인 이익을 추구하며 봉사단 프

지한 성찰 없이 자기만족 또는 불평에 그치고 더 이

로그램을 후원하기 때문에 진정한 봉사를 실현하기

상의 발전을 끌어내지 못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는

가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로

해외봉사활동이 ‘스펙 쌓기’ 또는 ‘현실 도피’로 전락

는 기업이 해외봉사단 파견사업을 홍보 수단으로 여

한 것과, 스스로 배우고자 하는 마음 없이 일방적으

기는 경우가 많으며 한비야, 반기문 유엔 총장 등의

로 ‘주러 간다’는 인식, 취업준비와 현실에 대한 압

영향으로 해외로 쏠린 사람들의 관심을 이용하기 때

박감으로 성찰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

문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기업의

았다. 이에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해외봉사활동 경험

CSR(Coope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일정

을 공유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

한 기준과 법 제도 도입, 기업의 사회공헌팀에 개발

과, 현장활동뿐만 아니라 준비기간과 후속활동 모두

협력 전문가를 영입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제시되

를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대안

었다.

이 제시됐다.

②주관 단체 해외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단체들의 경우, 파견 대상자와 현지 주민들에게 명확한 파견목적을 알려주고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이에 대해 주관단체가 대학생 해외봉사단을 해외 인력이 나 인턴 양성의 한 측면으로 보내고 있거나, 주관단 체와 파견자가 목표나 가치공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를 개선 하기 위해 주관 단체가 파견 전에 현지기관과 프로그 램에 대해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적절한 교육을 실 시해야한다는 것과, 성과창출보다는 한국 청년에 대 한 교육적 의의를 프로그램에 두어야 한다는 의견 등

▲ 후원그룹, 정부기관의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YMCA전국연맹

이 제시됐다.

청년 스스로의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 ③활동(해외) 현장 해외의 활동 현장에 대해서는 현지 수요를 고려하

이번 해외자원봉사 청년마당이 특별했던 이유는 해

지 않은 채 가시적인 성과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이는

당 분야의 전문가나 실무자가 아닌 청년들이 스스로

파견기관의 일방적인 태도가 걸림돌로 작용하며, 현

해외자원봉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조성하

지기관과 파견기관 간의 욕구가 다를 경우 문제가 발

고 주도적으로 분석과 평가, 대안을 도출했던 첫 모임

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 원인으로는 파견

이었다는 점이다. 얼마나 통찰력 있는 비판과 건설적

기관의 경우 현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으

인 대안이 제시되었는지의 여부를 떠나, 해외자원봉

ODA Watch

21


사의 당사자이자 주체인 청년들이 모여 직접 문제점

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자신만의 해답

과 원인을 찾아보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는 사실

을 찾는 과정에 한 발짝 가까워지는 길이었음을 깨달

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다만 해외봉사를 다

았을 것이다.

녀오지 않은 청년부터 단기/장기 경험자, 정부기관/ 민간단체까지 참가자들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었기에 서로 다른 입장을 들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이었으나, 논의의 범주를 기간 및 유형별로 보다 세분

바람직한 해외봉사활동을 위한 청년의 움 직임

화했다면 더 깊고 다양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었을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섹터 별로 그룹을 나누기는

이번 청년마당은 해외봉사제도가 잘못되었으니 그

했지만 서로 모두 연관되어 있기도 하고, 일부 참가

만 하자거나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해외현장에도, 자

자들의 경우 각 섹터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뒷받침되

원활동가인 청년 스스로에게도 해외봉사가 바람직한

지 못한 상황에서 그룹을 선택한 까닭에 논의 주제에

활동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바로잡아가기 위해 마련된

따른 그룹 구분이 다소 모호했던 점도 아쉬웠다.

자리였다. 언론이나 논문에서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 처럼, 척박한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해외로 떠나거

무엇보다도 이번 행사는 청년들에게 있어 해외봉사

나, 취업 스펙을 쌓으려고 해외봉사를 선택한 청년들

를 경험하면서 느꼈던 고민을 털어놓는 통로이자 동

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청년들이 그 동

시에 공감대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는 점에서 큰 의

안 해외봉사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았던

미가 있었다. 많은 청년들이 평소 다른 곳에서는 쉽사

것이 아니라 다만 지금까지 각자의 목소리를 한 곳에

리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냈

모으려는 시도나 기회가 없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

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공감하며 혼자가 아

러므로 이 날을 출발점으로 삼아 앞으로 논의의 장을

니라는 사실에 위로 받기도 했다. 이는 그만큼 그 동

어떻게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것이냐가 더욱 중요하

안 많은 단체와 기관들이 청년들을 해외 현장에 파견

다. 특히 해외자원봉사와 관련한 여러 문제점들을 바

하는 것에 급급해서 정작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꿔나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존재가 바로 ‘청년’이라

노력을 깊게 하지 못했다는 점을 반증한다. 한편 해외

는 점에서 앞으로 이러한 자리들이 청년들의 자발적

봉사단 후원기업이나 주관단체에 대한 비판도 있었

이고 주도적인 의지로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

지만 청년으로서의 자성의 목소리가 많았다는 점도

이 크다.

특히 주목할 만했다. 좁게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솔직한 자기고백에서부터 넓게는 해외봉사를 대하는

행사가 끝나고 한 달 여 뒤인 1월 22일, 8명의 참가

청년들의 일방적인 태도를 경계하는 쓴 목소리까지,

자들은 첫 번째 후속모임을 갖고 청년마당의 결과물

이날 토론은 우리 모두에게 스스로를 성찰하고 반성

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며 논의를 이어갈 방안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확신한다. 따라서 분명한 결론

모색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서른다섯 명에서 출발

과 거창한 대안은 없었지만 같은 고민을 가진 상대방

한 목소리가 100명, 1000명으로 점차 커져갈 수 있기

의 존재를 서로 확인하고, 그 고민을 나누고, 함께 대

를 기대하며, 앞으로 이 청년들이 보여줄 행보에도 응

안을 찾아나가는 과정 그 자체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

원과 지지를 보낸다.

었던 자리였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행사가 청년들에

권혁문 작성 ODA Watch YP 11기

게 ‘해외봉사’란 무엇인지, 혹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 kwonkhm@gmail.com

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는 점이다. 각자의 대답은 다

이유정 작성 ODA Watch YP 12기

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이 날 참가했던 청년들은 해

dara_lee@naver.com

외봉사활동에서 돌아와서 자신의 경험을 충분히 곱 씹어보고, 삶에서 그 경험을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

22

FOCUS


FOCUS ●

변화를 위한 첫 걸음 - 2014 겨울 ODA Watch 국제개발협력 집중워크숍 수강생들의 이야기 ‘변화를 위한 첫 걸음’ 이라는 제목으로 2014 겨울 ODA Watch 국제개발협력 집중워크숍은 1월 6일(월)부터 1월 28일(화)까지 약 한달 동안 변화를 찾는 사람들과

안녕하세요?

함께 했다. 이번 워크숍은 기존의 국제개발협력 이야기

SMART한

권효진

뿐만 아니라 인권, 이주, 난민, 기업 문제 등을 다루어 국

이라고 합니다~

제개발협력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은 물론 개발의 문 제를 총체적으로 바라보고 성찰하여 근본적인 변화의 의 미를 되새기게 한 강의로 이루어졌다. 한 해의 첫 시작을 함께한 사람들, 그 속에서 변화를 찾는 우리들이 뜨겁게 배움의 열정을 쏟아낸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보자.

*권효진, 김성지, 김유민, 박장근 수강생의 이야기 입니다 2014년 갑오년의 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 은 올 한해 자신의 변화를 위해 새해 다짐을 하곤 한

Smart

현명하고 바른 생각을 바탕으로

Mission First 위치보다는 나의 가치관과 미션을 우선시하며 Activity

하고자 하는 일에는 적극적인 자세로

Responsibility 책임감을 다 하며 Thankful

모든 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다. 자신의 꿈을 위한 계획 역시 세운다. 새해의 첫 출 발을 자신들의 꿈을 향해 달려나가고자 하는 사람들

권효진이라는 의미에서 SMART라고 소개합니다. 다

이 한 자리에 모였다. ‘변화를 위한 첫 걸음’ 이라는 제

들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자기 소개에도 드러나 있다

목으로 이루어진 2014 겨울 ODA Watch 국제개발

시피 저만의 인생 미션을 생각하면서 삶의 가치에 대

협력 집중워크숍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해 생각을 하곤 하는데요. 대학교에 입학하고 이러한 고민과 함께 만났던 사람들을 통해 국제개발협력이라

ODA Watch 안녕하세요. 이번 2014 ODA Watch

는 분야를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 관심 분야로 공부해

국제개발협력 집중워크숍에서 여러분들을 만나게 되

나가고 있습니다.

어 정말 반갑습니다. 우선 본인 소개를 부탁 드릴게 요.

성지 저는 가톨릭대학교 4학년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입니다. 저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모든 일을 함

효진 네, 안녕하세요. 저부터 하겠습니다. 다소 오글 에 있어서 따뜻한 마음이 먼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리는 자기소개일지 모르겠지만 저를 표현하기 위

누구에게나 항상 따뜻하게 대하려는 사람이라고 할

해 많이 고민한 소개입니다. 우선 저는 현재 건국대학

수 있겠네요. 아직 국제개발협력 공부를 한 지 얼마

교 국제통상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에요. 저는 자기

되지 않았고, 해외봉사를 나간 적은 없지만 국내에서

소개할 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한 단어를 사용하면서

영어 교육봉사 등의 활동에 참여한 적은 있어요. 졸업

소개를 해요. SMART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요.

후에는 국제대학원에 가려고 준비하는 중이에요.

ODA Watch

23


장근 저는 올해로 25살, 프랑스어를 전공하는 학생입 슴이 답답할 때 소리칠 수 있는 바다가 제 가슴에 녹 니다. 프랑스어 전공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선

아들 수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택하게 되었냐고 물어보곤 하죠. 고등학교 때 유니세 프에 후원을 하고 있는 친구가 있어서 아프리카에 관 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아프리카에 꽤 많은 국가들이 프랑스어를 쓰기도 했고, 왠지 모르게 프랑스어가 멋 있는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죠. 새 로운 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좋아해서, 대학 입학 후

조지프스티글리츠, 장지글러, 제프리 삭 스를 좋아하는 유민 입니다.

1학년을 마치고 바로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를 가기도 했어요! 자세한 이야기는 참여하게 된 계기하고도 관 련이 있으니 이 부분은 다시 나눌게요.

유민 맹목적으로 입시에 몸을 던졌던 고등학교 시절 에 도서관에서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학교 도서관을 뒤지던 중 세 명의 저자에게 끌리게 되었어요. 조지프

ODA Watch 와! 자기소개를 통해 여러분들의 생

스티글리츠, 장지글러, 제프리 삭스였지요. 개발과 프

각과 가치관을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로젝트에 대한 광범위성과 생동감 있는 현장에 매료

다들 대단하세요. 그렇다면 이번 집중워크숍에 참여

되었고 책을 접하게 되면서 개발이라는 이슈에 관심

하게 된 계기를 한번 나눠볼까요?

을 갖게 되었어요. 루소의 불평등기원론에서는 인류 에 내재되어있는 여러 본성들을 개발과 착취 등에 연

유민 대학 진학 자체는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가능성

관 지어 고민하게 되었지요.

이 있다는 점에서 만족했어요. 하지만 막상 대학을 와 보니 국제개발협력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어서 진

부산에 있는 한국해양대학교에 진학해 사회생활을

로에 있어 방향 없이 가는 것 같아 약간 혼란스러웠어

시작하겠다는 결심은 몇 가지 제가 세웠던 기준에 따

요. 한편으로 안대를 쓴 행복이었던 거죠. 그래서 이

라 다져졌어요. 우선 아무런 기술 없이 책상 앞에 하

미 학기가 절반가량 지나긴 했지만 제 삶의 중심을 온

는 공부만으로는 지독히도 현실적인 세계에 맞설 수

전히 잡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에 그 행복이 무너질 수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이슈 등

있을 거란 생각에 휴학을 결심하게 되었고요. 휴학생

이 사회의 주목을 받고, 관련 학부도 우후죽순으로 생

활을 하면서 이 곳 ODA Watch를 비롯해 KAIDEC,

겨나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에 반해 졸업 후 전공과

KCOC, KOFID 등 국제개발협력에 대해 배울 수 있

연계하여 갈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는 곳은 열심히 찾아 다녔어요. 3개월 가량 집중해서

무시할 수 없기도 했고요. 정치외교학부에 진학하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 동안 가졌던 편견과 생각들이

것도 고려해봤지만 20대에 남들과 구별되는 나만의

구체적인 데이터와 활동가, 학자 분들의 예리한 질문

강점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이루기에는 적절하지 않아

들을 통해 많이 깨지고 바뀌어 지는 부분이 생기게 되

보였기에 해양대학교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었어요. 예를 들어 항해사로서의 삶 이후에 반드시 영 국에 가서 개발학 석사공부를 하는 것이 최고의 마스

제 삶의 두 번째 막을 항해사로 열겠다는 판단에는

터플랜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전혀 생각이 없어

몇 가지 이유가 있었어요. 첫째 국제적으로 일을 할

졌죠. 왜냐하면 KOICA만 해도 세계의 명문대학에서

수 있고, 둘째 20대에 전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전문성

개발학 석사를 하고 오신 분들이 넘쳐나는데 나도 굳

을 가지며, 셋째 영어. 스페인어 등 업무상 능통한 외

이 이것을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

국어실력을 다질 수 있고, 넷째 30대를 시작하며 금전

거든요. 이번 워크숍에서 강연자로 서주신 황원규 교

적으로 어떤 방향으로든 진출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출

수님께서 자기 분야의 나만의 전문성을 가지라고 조

수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무엇이든 품을 수 있고 가

언해 주셨기에 더 확고해졌어요. 그 외에도 여러 이유

24

FOCUS


가 있지만요. 결정적으로 저는 교육을 지인의 소개를

었답니다. 국제개발협력이라는 분야가 계속해서 치

받아서 듣게 되었는데요, 이번 워크숍을 소개해주신

열하게 고민을 해나가야 하는 분야이다 보니 사람들

김은파 선생님(2013년 여름 집중워크숍 수강생)께

과 함께 공통된 고민을 나누어 보고자 이 워크숍을 듣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게 되었어요.

성지 저는 대학교 3학년 때까지는 학교 동아리나 학 장근 영어권에서 살아보자는 막연한 생각으로 워킹 생회에서 주로 활동했고, 학교 수업에 충실한, 그야

홀리데이로 호주를 가게 되었어요. 당시 돈 100만원

말로 평범한 대학생활을 했어요. 그런데 3학년 학기

만 들고 갔는데, 21살의 나이에는 그 돈이면 어떻게

를 마치고 나서부터 집안 사정 때문에 제가 일 년 동

잘 버틸 것만 같았어요. 그렇지만 막상 가니 생각했

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벌어야 했던 어려운 시

던 것과 현실은 많이 다르더라고요. 의도치 않게 사기

기가 있었어요. 그 때가 아마 제가 살아온 시간 중 가

를 당해서 피부병에 걸리게 되고 더 이상 그 집에 있

장 힘든 시기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어려운 시간 속

을 수 없게 되었어요. 결국 노숙을 하게 되었죠. 그 당

에서도 세상에는 나보다 어렵고 취약한 사람들이 더

시가 여름이라서 다행이지 만약에 겨울이었다면 정

많다는 생각을 문득문득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제가

말 큰일이 났을지도 몰라요. 결국 생존을 위해 어떤

누군가에게 희망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

일이든 닥치는 대로 해나갔어요. 청소, 공장, 아시안

다는 생각을 지속적으로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러던

마켓 등 다양한 장소에서 일을 하게 되었죠. 보통 청

중에 개발협력이라는 분야에 관심이 생겼고, 이 분야

소를 하게 되면 새벽에 나가서 일을 하곤 하는데, 제

에서 제 신념을 실천할 길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

가 일하던 레스토랑이 아주 전망 좋은 강가에 위치한

을 했어요. 그런 계기로 개발협력을 공부하게 되었고,

곳이었어요. 새벽 2시에 나가서 8시까지 청소를 하

ODA Watch의 아프리카팀장으로 있는 김성수 활동

다 보면, 저 멀리 해가 떠오르는 게 보이는데 그 시간

가를 만나서 워크숍을 추천 받아 수강하게 됐어요.

만 되면 일하다 말고 감상에 젖어 눈물을 흘리곤 했 어요. 평소에 방 청소도 안 하던 21살이 참 많은걸 깨

효진 제가 이 워크숍을 듣게 된 계기를 설명하기 위해 달았죠. 서는 저의 학창 시절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데요. 저는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180도 다른 삶을 살아가 면서 삶의 변화가 컸었어요. 중학교 때는 전교 1등과 3년 내내 실장을 하면서 모범생이라는 타이틀로 살았 었죠. 그때는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삶이 성공한 삶 이라는 생각에 좋은 고등학교, 대학교를 나와 취직

호주 워킹홀리데이 경험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의 입장도 되어 보고 이슈에 대한 관 심도 생기게 됐죠.

을 잘하면 되는 구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그 래서 남들이 말하는 대로 외국어 고등학교라는 특목 고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스스로의 목표와 의 미를 찾지 못하자 결국 공부에 흥미를 잃게 되어 전 교 꼴찌라는 타이틀로 고등학교 생활을 마치게 됐어 요. 비록 낮은 성적으로 일관한 고등학교 생활이지만 성적이 좋았을 때는 고민해보지 못한 여러 면들을 경

그 당시 저의 삶은 호주에서 일하는 소위 ‘외국인 노

험하고 느끼게 되면서 내 인생의 방향에 대해 진지하

동자’였어요. 가끔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처하

게 성찰할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

기도 했죠. 한번은 한국인 사장이 꽤나 큰 금액의 월

면서 사회적 이슈와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분야에

급을 주지 않은 적이 있었는데, 그 돈을 받지 못하면

눈이 갔고, 대학교에 올라와서는 더욱 구체적으로 저

당장 방세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죠. 그 상황에서 절

의 관심 분야를 설정하여 공부를 하려 노력하다 보니

도와준 건 호주인 변호사였어요. 그분 덕분에 일한만

현재 이렇게 국제개발협력이라는 분야를 접하게 되

큼 제대로 급여를 받게 되었죠. 아마 그때부터 “이주

ODA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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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

성지 이전에 공부를 하면서 알고 있던 내용들도 있었

래서 귀국하고 나서는 푸른시민연대라는 단체에서 자

지만, 직접 현장에 계시는 분들의 말씀을 통해서 좀

원활동가로 이주민 한국어 교육 활동에 참여하고 있

더 생생하고 세부적으로 국제개발을 이해하게 된 것

어요.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에 이어 이주민 인권에 대

같아요. 새롭게 알게 된 부분들도 있어서 제가 아직

해 고민하게 되면서 국제개발협력에 관심이 생기게

모르는 게 많구나, 아는 것이 참 짧았다는 반성도 했

된 것이죠. 그 와중에 대학교 선배인 ODA Watch 남

고요. 쉽게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는

종민 활동가의 추천도 결정적이었습니다. 이 분야에

데 이번 워크숍이 저를 조금 더 활동적인 사람으로 바

대해 아직 잘 모르지만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분야라는

꾸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또 난민이나 이주 문제에

자신감으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대해서는 잘 몰랐었는데 김종철 변호사님의 강의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되어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ODA Watch 이야기를 듣고 보니 여러분들 인생 의 변화를 실천하기 위해 워크숍에 참석하게 되셨다

장근 저는 다른 분들과는 반대로 뭐든 경험해보려는

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렇게 함께 해주셔서

욕구만 강했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현장에서 겪어보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워크숍에서 어떤 ‘변화’를

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

가지고 가셨나요?

요. 사실 국제개발협력이라는 분야가 굉장히 광범위 한 분야라서 꼭 나가서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

효진 저는 국제개발협력이라는 분야를 알기 위해서 더라고요. 심지어는 우리주변에 가까운 곳에서도 국 는 내가 많은 공부를 하고, 많은 지식을 쌓아서 학문

제개발협력을 위해 할 일이 많이 있었어요. 예를 들

적으로 다양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겠

어, 환경이나 인권은 단지 외국에서만 문제가 있는 것

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물론, 행동을 통한 경험

이 아니잖아요. 내 주변에 있는 이주 노동자들이나 다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실천 하려는

문화가정, 또 밀양송전탑과 같은 국내 이슈들도 모두

노력은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집중워크숍

국제개발과 관련되어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잘할 수

을 들으면서 마음 속에서 꿈틀꿈틀거리는 것을 느꼈

있는 것들을 하면서 내 주변부터 조금씩 변화시켜 나

어요. 저 멀리 직접 나가보고 떠나보라는 마음 속의

가는 게 중요할거 같아요.

외침을 듣고, 앞으로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지만 최대 한 많이 나가보고 사람들을 만나보자 라는 의지가 생

성지 장근 씨 말에 동감하는 게, 내 주변도 챙기지 못

겼답니다. 이러한 의지를 우선 국내이지만 혼자 제주

하면서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건 힘든 일이라고 생각

도 6박 7일 여행을 통해 ‘나’ 를 느끼자 라는 생각으로

해요. 변화를 원한다면 나부터 실천을 하는 게 먼저

여행 계획을 세우기까지 됐어요. 이것이 저의 가장 큰

겠죠. 저는 이번 워크숍을 통해서 제 적성과 관심사

‘변화’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를 찾게 되었어요. 저는 모든 일에 있어서 정치와 제 도가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 워크숍을 들으면서 국제개발협력에 있어서도 정 책과 제도적인 부분의 중요성이 크다고 생각하게 됐

이번 집중워크숍은 저 를 더 활동적인 사람 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어요.

어요. 제가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 민을 하고 있었는데, 앞으로 이 부분에 관련된 경험과 공부를 하고 싶어요.

유민 이전에는 개발학을 전공하는 것 자체가 목표로 가는 단 하나의 수단이었다면 지금은 저만이 만들 수 있는 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말랑말랑한 생각그 릇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잠재력이 있다고만 판단했던 빈곤 해결의 도구로서의 비즈니스, 마을, 사회적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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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 집중 워크숍 수강생들의 전체 기념샷!

ⓒ ODA Watch

들을 현장에 적용해볼 수 있겠다는 확신도 생겼고요.

요. 연애란 상대방의 마음에 나란 사람이 머무는 공

그만큼 아는 공부와 느끼는 공부가 충분히 선행되어

간이 생기고 나 역시 상대방에게 그렇다는 점에서 서

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워크숍에서

로 공유하는 것이 생기고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시작

함께 한 조원들과의 대화에서 내가 몰랐던 부분들을

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개발현장에서도 현지인

대화를 통해 일깨워갈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전에는

과 이러한 공감을 만들고 서로 생각하는 마음을 만들

멋모르고 제가 가고 싶은 길로만 가려던 것에서 이제

어가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절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는 제가 가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남들이 가지 않은 길

낼 수도 없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는 걸 느꼈어요. 둘

을 개척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제가 지향하는 가치와

이 공유하는 공간을 지키고 잘 가꾸어나가는 것. 이것

훨씬 맞닿아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 것이죠. 개발학을

이 연애이면서 동시에 개발의 중요한 속성이라고 생

하는 데 있어 저만의 전문성과 강점을 살릴 거에요.

각해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집중워크숍을 한 단 어로 정리하자면, “쇄빙선”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아

ODA Watch 이번 집중워크숍의 제목이 ‘변화를

이스브레이커! 왜냐하면 쇄빙선은 막연해 보이고 강

위한 첫 걸음’ 인데 제목과 맞게 다들 많은 변화를 얻

철보다 단단한 북극을 진입하는데 이 특징은 현장과

고 가셔서 정말 뿌듯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변화를

유사한 점이 있거든요. 그 두 가지 특징에 착안을 하

느낀 걸 바탕으로 이번 워크숍을 한 단어로 표현할 수

면 그런 걸 깨줄 수 있는, 제가 타고 갈 수 있는 탄탄

있을까요?

한 쇄빙선이 필요한데 그 점에서 이번 워크숍은 제게 그런 의미였어요.

유민 우선 저는 ‘개발’ 이라는 단어부터 정의를 내릴 게요. 저는 개발이란 연애와 같다고 생각해요. 워크

효진 집중워크숍은 ‘소개팅’이다. 저는 소개팅이라는

숍 기간 내내 계속 변화되고 있다는 걸 느꼈지만, 이

단어를 사용하고 싶어요. 소개팅은 처음 누군가를 만

태주 교수님 강의 시간에 ‘개발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

나서 마음에 들면 계속 애프터 신청을 하잖아요. 그리

의 삶에 개입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좀더 시간을 많이

고 잘 모르는 상대에 대해 계속 알아가려 노력하구요.

가지고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한다.’ 라는 말씀이 굉장

마찬가지로 국제개발협력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집중

히 인상 깊었어요. 수업이 끝나고 나서도 한참 생각을

워크숍을 통해 접하면서 내가 얼마나 이 분야를 열망

하게 되었는데, 개발이란 건 사람과 사람이 만나 변

하고 있는지, 관심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화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연애’와 같다는 걸 느꼈어

라는 생각에 ‘소개팅’이라고 비유하고 싶습니다.

ODA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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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집중워크숍은 ‘새로운 시작’이다. ODA Watch 거든요. 그런데 내 삶과 인생에 대해서 계속 고민을 집중워크숍의 목적은 변화를 위한 첫걸음을 이끌어 내는 거잖아요. 저에게는 집중워크숍이 새로운 인생 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첫 번째로 는 제가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었다 는 점에서 그렇고요. 두 번째로는, 저는 원래 대학을 마치고 다음 학기에 바로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계획 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토플학원도 병행하면서 워크숍 강의를 들었었는데, 강의를 듣다 보니 이 길은 대학원에 가서 공부만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생 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먼저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대학원에 가기로 마음먹게 됐어요.

장근 집중워크숍은 ‘걸음마’다. 평소에 관심이 있어 서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많은 개 념과 지식들 그리고 생각을 하나하나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집중워크숍은 걸음 마 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한걸음이지만, 이런 걸음 걸음이 모이면 우리가 바라는 세상으로 조금씩 가까 워지겠죠? ODA Watch 역시 다들 이번 워크숍을 통해서 느 낀 부분을 함축적으로 멋지게 표현해주셨네요. 이 글 을 읽는 독자 분들도 이 글을 읽으면서 변화에 대한 많은 공감을 하시리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여러분들이 하고 싶은 활동에 대해서 말씀해주겠어 요?

성지 조별 발표 이후에 강성원 선생님께서 저희가 발 표했던 주제로 지금 프로젝트를 짜고 계시는데 함께 참여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 주셨어요. 기회가 된다 면 선생님과 함께 그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해 볼 계획 이에요. 이러한 기회뿐만 아니라 여러 루트를 통해서 일단 국제개발과 관련된 경험을 먼저 쌓고 싶고요. 장 기적으로는 정책적인 부분을 다룰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네요. 아까도 말씀 드렸다시피, 저는 제도적인 기반 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일단은 인턴이나 활동가 등을 경험해 보고, 그 다음에 대학원에 진학해 서 좀 더 구체적으로 향후 진로를 결정하려고 해요.

효진 저는 조급함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꿈이라는 목 표 설정을 해 두면, 그것을 위해 나아갈 방향을 세우 며 계획적으로 사는 것이 성공의 삶이라고 생각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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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20대 때에 무언가를 이루려고 하는 조급함을 버리는 것이 내 인생의 진정한 방향을 설정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책상 에서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 을 만나면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의 진정한 삶의 방 향성을 그려보고 싶어요.

유민 4월경에 탄자니아와 우간다를 다녀올 예정이에 요. 가서 현지에 있는 로컬 NGO가 어떻게 일하고 있 는지 직접 보고 싶고 우리나라 NGO에도 방문하려는 계획과 함께 현지의 시장을 밀도 있게 탐방하고 싶어 요. 왜냐하면 빈곤의 족쇄를 깨는 데에 비즈니스에서 의 역할이 저한테 가장 맞는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 에 현지의 사람과 돈이 모이는 시장에 꼭 가서 돈과 사람의 흐름을 보고 싶기 때문이에요. 이번 워크숍을 통해 제가 가져간 깨달음 중 하나는 비즈니스를 통해 현지인의 의식주를 해결해줄 뿐만 아니라 의식과 자 존감을 단단히 세워주는 것만큼 지속가능한 개발은 없다는 거에요. 다음 여름 워크숍에도 참여하고 싶다 는 생각이 들고 앞으로 다양한 국제개발협력 행사들 에 계속 활동하며 개발의 이면도 볼 수 있는 비판적인 시각을 키우고 싶어요. 복학 후에는 방학 때 마다 개 도국에 가서 현지인의 눈으로 공감하는 자세를 갖추 고 개발의 세계에 입문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

장근 지금 시민단체에서 이주민들에게 한국어를 가 르치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난민으로까지 관심이 넓어질 것 같아요. 사실 난민들 중 많은 분들 이 프랑스어권 국적인이라 전공을 조금은 살릴 수 있 지 않을까 싶어요. 또, 호주에서 변호사님께 받았던 도움이 저를 바꾼 것처럼, 저도 한 명의 변호사가 되 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어주고 싶어 요. 그래서 로스쿨에 진학하려는 결심이 서게 되었어 요. 언젠가는 멋진 인권변호사가 되어 ODA Watch 워크숍에 강연 올지도 모르죠! ‘나비 효과’ 라는 말이 있다. 나비의 날개 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 현상 을 뜻하는 말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우리들의 첫 걸음이 모여 큰 변화를 이룰 수 있으리라 굳게 믿으며 2014 겨울 ODA Watch 집중워크숍 ‘변화를 위한 첫 걸음’에 대한 소회를 마무리 한다.

FOCUS


FOCUS ●

부끄러움을 모르는 주 캄보디아 한국 대사관과 기업

이번 OWL 86 호 FOCUS 코너에는 최근 발생한 캄보디아 노동자 유혈진압사태와 관련하여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사무차장 님이 기사를 기고해주었습니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의류업체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하자 지난 1월 2~3일 캄보디아 군대가 이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최소 5명이 사망하고 23명의 노동자 와 시민들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 한국 정부와 기업 또한 밀접히 관련되어있다는 의혹이 강력하게 제기되었 다는 점입니다. 이에 국제민주연대는 한국 시민사회를 대표하여 NGO 국제공동조사단에 참여하여 현장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이번 기사를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OECD DAC 회원국으로서 한국 정부는 ODA 중점협력국인 캄보디아에 매년 상당한 물자와 자금을 지원합니다. 어려운 국가 가 제대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해외원조의 근본적인 목적을 생각해보면, 이번 유혈진압사태와 관련한 한국 정부와 기업 이 표명한 행동과 입장은 모순되어 보이는데요. 이 기사는 유혈진압 사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입장 표명과 그간의 사건 현 황을 자세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한 달에 최저임금 9만원을 받는 캄보디아 의류산업

디아 정부와 기업이 거부하자 캄보디아 의류 노동자

노동자들의 삶은 어느 국가의 의류산업 노동자의 삶

들은 2013년 12월 24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최

처럼 열악하기 그지 없다. 휴일까지 반납하고 하루에

저임금을 갑자기 올리면 캄보디아에서 더 이상 사업

12시간 이상 일을 해서 잔업과 특근 수당까지 받아야

을 할 수 없다는 의류업체의 주장과 현재 임금 수준으

월 12만원을 손에 쥐게 되는 이들은 또 수입의 상당수

로는 도저히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노동

를 고향의 가족들에게 보내야만 한다. 이에 살기 위해

자들의 간절한 외침이 부딪힌 파업국면에서 캄보디

서 최저임금을 15만원까지 올려달라는 요구를 캄보

아 정부가 선택한 것은 업체들의 편이요, 강경유혈진

ODA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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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이었다. 그리고 그 유혈진압의 배후에 한국 업체와

지속해왔다. 1월 2일 오전부터 911공수부대가 약진

대사관이 있다는 의혹이 언론과 시민사회로부터 강력

통상 공장 안으로 들어왔으며 약진통상 바깥에서 시

하게 제기됐다.

위대가 약진통상 노동자들에게 시위동참을 권유하자 60명의 공수부대원이 소총과 쇠파이프, 곤봉 등으로

2014년 1월2일, 한국의류업체인 약진통상 건물 앞

무장하고 시위대를 무차별 폭력 진압했다고 한다. 이

을 행진하던 시위대들이 캄보디아 정예 특수부대인

과정에서 10명의 시위대가 연행됐으며 시위대의 일

911공수여단에 의해 무차별 폭력진압을 당했다. 당

부가 약진통상 공장을 통해 공수부대로 연행되었다

시 진압으로 인해 15명이 연행됐고, 911 공수부대의

는 증언도 있다. 특히, 약진통상이 공장과 붙어있는

진압은 동영상으로 촬영되어 유튜브에 등록됐다. 동

911공수부대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으며 공장에 노사

영상을 보면 태극기가 그려진 군복을 입은 사람이 등

간 문제가 생길 때마다 공수부대원들이 공장을 자유

장하는데, 이로 인해 한국 업체의 배후여부가 논란으

롭게 출입하면서 노동자들에게 위압감을 주었다는 증

로 떠오르게 됐다.

언도 확보된 상황이다.

911 공수부대의 투입을 두고 주 캄보디아 한국 대

이러한 증언이 나왔는데도 주 캄보디아 한국 대사

사관과 약진통상은 “우연찮게 공수부대가 있는 지역

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다음과 같은 해명을 내놓았다.

에서 시위가 벌어져 진압에 나선 것”이라고 해명했

대사관은 이미 공식 페이스북에 사태가 발생한 후, 한

다. 그러나 캄보디아 법에 의하더라도 공수부대가 민

국업체들에 대해서만 캄보디아 군대가 보호조치를 취

간인 시위를 진압하는 것은 불법이다. 또한 공수부대

하고 있다면서 대사관의 조치로 “파업사태가 신속하

투입에 약진통상이 깊숙이 개입되었다는 증거 역시

게 해결”되었다는 글을 올렸다가 논란이 되자 3일 만

2014년 1월 14일부터 시작된 NGO 국제공동조사단

에 삭제한 바 있다. 그리고는 또다시 다음과 같은 해

을 통해 바로 드러났다.

명글을 올렸고, 이 역시 현재는 대사관 홈페이지를 통 해 찾아보기 힘들다. OECD 회원국인 대한민국의 대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약진통상 내에서도 12월 25일부터 30일까지 노동자들이 파업 및 농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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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이 올린 해명글을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들과 꼭 공유하고 싶어 다소 길지만 전문을 게시한다.

▲노동자들을 무력진압하는 캄보디아 군대의 모습

ⓒ 국제민주연대 FOCUS


주 캄보디아 대사관 해명글 전문

한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한편, 12월25일부터 많은 기업 임.직원들이 현 상태를 사실상 무정부 상태라고

캄보디아 유혈시위사태, 그건 이렇습니다.

규정하며 대사관에 애로를 호소하면서 재산피해는 물 론 신변안전에도 불안감을 느낀다고 전달해 왔다.

최근 캄보디아의 유혈시위 사태와 관련하여 SNS는 물 론 일부 언론보도에 까지 잘못된 정보가 난무하고 있

3. 우리 투자기업(약진통상) 안에서 시위가 있었던 것

습니다. 특히, 한, 두사람이 인터넷 매체에 사실과 전

도 아니고, 사망자가 발생한 것도 아니다.

혀 맞지 않는 악의적인 기고문을 보냄으로써 마치 이 번 유혈사태의 배후에 우리 대한민국 공관이나 투자

2014.1.2 오전 우리 투자기업인 약진통상 근처에서

기업이 있는 것처럼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번 오보사

시위가 벌어졌는데, 이날 처음으로 군부대가 투입되

태로 2중, 3중의 피해를 겪고 있는 우리 기업 임.직원

어 강경진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하여 일

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림과 아울러 잘못된 주요 정

부 언론에서는 우리 기업 안에서 시위가 있었다고 하

보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명백히 밝혀드리는 바입니

는가 하면 어떤 언론에서는 이 시위 진압과정에서 사

다.

망자가 발생하였다고 오보를 하고 있다.

1. 한국기업에서 노동자들의 시위가 촉발된 것이 아

이날 시위는 타겟을 찾아 헤매던 과격시위대가 우연

닙니다.

찮게 우리 기업근처에서 시위를 벌인 것일 뿐 그 이상 도 이하도 아니다. 일부에서는 이날 군부대의 동원에

2013년 12월 24일 노.사.정이 참여하는 자문회의를

우리 대사관이 관련돼있다는 낭설을 배포하고 있는데

거쳐 캄보디아 정부에서 결정, 발표한 최저임금에 반

대사관에서는 강경진압이 우리 투자기업 근처에서 벌

발한 6개 과격 노조단체 회원들이 세를 불리기 위해

어졌다는 사실 자체를 다음날 조간신문을 보고 알았

정상조업중인 여러 공장들을 찾아다니며 시위가 벌어

을 정도다.

진 것이지 우리 한국기업 공원들이 공장내에서 시위를 벌이거나 시위를 주도한 것이 아니다.

약진통상 관계자도 군부대 출동을 결코 요청한 바가 없고 공장이 군부대 인근에 있어 평시에도 부대 경계

2. 한국기업들은 원인제공자나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

구역이라 소요사태의 발생으로 군부대가 출동한 것으

자일 뿐입니다.

로 안다고 대사관에 밝혔다.

이러한 과격 시위대는 정상조업중인 공장 앞에서 시

1.3일 조간에 따르면 한국계 기업 앞에서 시위가 있었

위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일부는 공장 정문이나 담

고 경찰이 아닌 군 공수부대가 투입된 것이 의외라면

벼락을 부수고 난입하여 근로자들의 작업을 방해하였

서 부대장이 투자지분이 있다는 소문이 있다는 내용

다. 이에 따라 12월 25일부터 많은 공장들이 두려움

과 함께 일본대사관이 최근 시위가 과격해지고 있음

에 떨며 공장문을 닫거나, 아니면 공원들이 출근을 하

에 큰 우려를 전달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가라는

지 않아 정상적인 조업이 이루어지지 않게 된 것이다.

기사가 크게 실렸다. 그 때만 하더라도 우리 대사관이

이는 우리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캄보디아에

나 우리 기업이 요청을 했다는 내용은 단 한줄도 들어

투자해 있는 많은 나라의 기업들에 공통된 사항이다.

있지 않았었다.

따라서 기업들은 직접적으로 시설물이 파괴되는 피해

4. 사망자가 발생한 카나디아 공단은 소수의 한국 기

를 입었거나 정상적인 조업을 하지 못하게 됨에 따른

업들만이 입주해 있는 곳이다.

생산차질과 납품차질 및 그로 인한 claim 피해 등 다양

ODA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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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진압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1.3일이었

한국대사관은 카나디아 공단에서 1월3일 총격발생이

다. 카나디아 공단은 대부분 중국, 대만계 공장들이 많

후 해당지역에 위치한 우리 기업의 보호요청이 있어

이 입주해 있으며, 우리 투자기업은 6개에 불과하다.

경찰당국과 접촉 등 다양한 노력의 결과, 그 지역의 치안책임이 군부대(수경사)로 이관되었음을 확인하고

5. 약진통상앞 진압군 복장에 달린 태극기는 우리도

1.4일 우리 기업인과의 대면 접촉 및 치안당국의 보호

알 수 없는 일이다.

요청 등을 위해 군부대와 접촉하였다. 당시 외부에서 카나디아 공단 쪽으로 진입하기 해서는 수경사 사령관

대사관으로서도 정확한 사유를 알 수 없다. 다만, 한

의 서명이 요구되기도 하였다.

국의 민간인 봉사자들이 캄보디아에서 봉사활동을 하 는 경우가 많고 가지고 온 물건을 선물로 남기는 경우

9. 한국 기업만 캄보디아 군이 경계해 준 것은 당시 우

가 있는데 그렇게 남겨진 복장이 아닌가 추측된다. 캄

리 기업인들만 피신하지 않고 공장을 지키고 있었기

보디아인들은 한국 물건을 좋아하고, 한국어나 태극

때문이다.

기가 부착된 물건 차량 등을 소지하고 있음을 자랑스 러워한다.

1월3일 유혈사태 이후 중국계 기업을 포함한 대부분 의 기업인들이 피신하여 공단이 텅 빈 상태였다. 그러

6. 한국대사관은 대테러부대를 접촉한 적이 없다.

나 우리 기업 6개 공장 대표들만은 끝까지 공장을 사 수하겠다며 대사관의 피신 권유를 거부하였다. 이들

한국대사관은 대테러부대를 접촉한 적이 없다. 연말

의 신변안전 문제가 크게 우려되었기 때문에 대사관

행사로 초청된 캄보디아 고위인사중의 한 분이 여러

에서는 치안책임을 맡은 군부대를 방문해서 현장에 같

개 직함(대테러위원회 상임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위

이 가서 우리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것을 요청

원장, 반부패청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만찬 계기에 이

한 것이다. 현장에서 다시 한번 피신을 요청했지만 우

인사를 포함한 참석자들에게 한국기업들의 심각한 우

리 공장 대표들의 사수 의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군

려를 전달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부탁한 것 뿐

의 보호를 요청한 것 뿐이다.

이다. 10.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한국기업이 주 7. 한국대사관은 캄보디아 정부에 유혈 강경진압을 요

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청한 적이 없다.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계획은 캄보디아 봉 한국대사관은 시위로 우리 기업들이 어려움에 직면하

제기업들이 결성하고 있는 GMAC이 주도하고 있다.

게 되어 정상적 외교활동으로 주재국 정부에 대해 신

GMAC의 회원사는 430여개로 한국기업은 약 10%

변안전과 재산보호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요청한 것

정도에 불과하다. GMAC 이사회 29명의 이사중 한국

이지 특정한 대응을 요구한 것이 아니다. 신변안전과

인은 단3명에 불과하며, 손해배상 청구를 결정한 이사

재산보호를 위한 노력 요청은 우리 대사관만이 아니라

회 회의에서도 한국 이사들은 관련 발언을 한 적이 없

중국, 일본 등 관련이 있는 나라들 대사관 모두 당연히

다고 한다.

했을 것이다. 이는 대사관의 책무 중 가장 기본에 해당 하는 사항이다.

11. 한국 대사관은 기업의 이익만 생각하고 캄보디아 근로자들의 인권은 도외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8. 한국대사관은 캄보디아 군을 직접 접촉한 적이 한 번 있다. 왜냐하면 당시 그 지역의 치안유지 권한이 군

대사관의 기본적인 설치 목적중 가장 대표적인 두 가

에 있었기 때문이다.

지는 양국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통한 우리 국가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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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증진과 재외국민과 투자 보호에 있다. 우리 기업인들

TRA와 협조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우수

이 불법적인 제3자의 시위로 신변안전을 우려하는 상

사례를 발굴 시상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근로자 교

황에서 대사관에서 노.사문제이니 손을 놓고 있으라

육기회 제공, 역사 탐방, 화장실 설치 등 환경 개선 사

는 것은 언어도단이 아닐 수 없다.

업을 벌이고 있으며 이러한 시상식에 캄보디아 정부나 ADB, World Bank 등 국제기구들도 큰 관심을 보이

우리 대사관은 캄보디아 국민들의 기본적인 인권 보호

는 등 우리가 선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분야도 있다.

를 위해 교육시설, 의료시설 등 다양한 공적원조 사업 을 계획, 집행하는데 기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KO-

주캄보디아 대사관.

낮춤말로 일관하고 노동자들을 공원이라고 부르는 대사관의 해명태도는 논외로 하더라도 주재국의 정예 특수부대가 한국기업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대사관이 파악하지 못했다는 자체가 어불성설로 보인다. 설령, 해명한대로 약진통상이 공수부대 투입 을 요청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공수부대가 비무장 민 간인 시위대를 구타하고 연행하는 심각한 인권침해과 정에서 한국기업이 편의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며 그 자체가 심각한 문제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1월 3일 있었던 카나디아 공단 지역에서 의 캄보디아 당국의 실탄사격으로 5명의 노동자가 사 망한 직후인 1월 4일에, 해당 공단의 한국 기업들만 공장을 ‘사수’하겠다고 남아 있어 캄보디아 수경사에 업체 보호요청을 했다는 해명도 더욱 문제이다. 만일,

▲노동자들을 무력진압하는 캄보디아 군대의 모습 ⓒ 국제민주연대

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기업만 남아있는 상황에서 캄보디아 당국에 의 한 발포로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대사관이

대사관은 노동자들의 시위로 한국기업이 입을 피해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OECD회

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노사문제이니 손을 놓고 있어

원 국가인 한국의 대사관이라면 캄보디아 당국에 보

야 하냐고 항변하고 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호요청을 하면서 최소한 실탄사격에 대한 우려도 함

바로 그것이다. 캄보디아의 인권상황을 전담하는 유

께 전달했어야 하나 한국 대사관은 그러지 않은 것으

엔특별보고관이 따로 존재할 만큼, 열악한 인권상황

로 확인되고 있다.

의 국가에 한국기업들의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데도 부당 노동행위 및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한 한국기

캄보디아 의류생산자 협회(GMAC)의 손해배상 청

업 노동자들의 인권침해에 대해서 한국 대사관은 업

구를 한국기업들이 제안하고 주도하고 있다는 증언과

체에만 맡겨 놓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

보도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대사관은 한국기업들이

야만 했다.

그런 위치가 아니라는 변명만 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 다. 주도만 하지 않는다면 손해배상청구에 참여하는

한국 정부와 기업이 노동조합에 적대적인 태도를

것은 괜찮다는 것이 대사관과 한국업체가 하고 있는

보이고 국제 인권기준 및 노동기준을 무시하는 것은

변명의 요지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한국에서 횡행

캄보디아만의 일이 아니라 국내와 전세계 곳곳에서

하고 있는 손해배상청구를 통한 파업권의 무력화 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캄

도에 대해 국제사회가 심각한 노동권 위반 행태임을

보디아 대사관의 행태는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것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전

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ODA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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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공수부대의 경우 이미 국제인권단체로부터 수

주 캄보디아 대사관의 해명글에 나와있는 것처럼 한

차례 민간인에 대한 폭행과 구금을 가하는 것을 지적

국 정부가 다양한 공적원조사업을 한다고 한들, 현지

받은 바 있다. 또한 증언을 통해 해당 공수부대가 한

노동자들이 5명이나 사망한 사태 앞에서 유감표명 한

국기업과 유착관계를 유지하고 있음도 드러난 상황이

마디 없는 한국 정부의 모습은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공수부대의 진압과정에

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할 수 밖에 없다.

태극기가 부착된 군복을 입은 군인이 발견된 것에 대

한국 정부는 ODA사업의 효과를 스스로 떨어트리고

한 해명으로 “한국인 민간봉사자들이 선물로 한국군

있지는 않은지 다시금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복을 주었을 수도 있다.”, “캄보디아 국민들이 한국을 동경하여 태극기를 차량에 부착하는 사례가 많다”라 고 답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공수 부대의 인권유린 현장에 태극기가 그려진 군복을 입 은 사람이 발견되었다면 적극적으로 해명을 해도 모 자를 판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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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필 작성, 국제민주연대 사무차장 / khis21@hanmail.net

FOCUS


ODA Watch 이모저모●

푸르른 기운으로 초원을 질주하는 한 마리 馬와 같이

청마의 해가 밝았습니다. 청마는 상상 속의 동물로, 상서로운 징조이자 역동성과 생동감, 강인함을 의미 한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ODA Watch에도 꼭 필요한 요소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 워치는 올 한해도 내면의 강인함과 따스함을 잃지 않고, 역동적인 ‘청마’의 기운으로 힘차게 활동하려 합 니다.

■ 캄보디아 노동자 유혈진압사태에 한국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 참여 1월 중 가장 추웠던 지난 1월 10일(금) 오전, 외교부 앞 에서 열린 <캄보디아 노동자 유혈진압 사태에 한국정부 와 기업의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 에 참여했습니다. 지난 해 12월 말부터 캄보디아 의류 노동자들은 현재 80달러 인 최저임금을 2배 수준으로 올릴 것을 요구하며 파업 시 위를 벌여왔는데요. 캄보디아 정부는 생존을 위한 노동 자들의 평화적인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했으며, 이 과 정에서 한국 대사관과 한국기업의 요청으로 군대가 동원 되어 심각한 인권침해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자회견문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 습니다. 이번 호에 실린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사무차장 님의 기고문도 함께 읽어주세요~ *기자회견문 http://www.odawatch.net/39182#0 *OWL 86호 (FOCUS) 부끄러움을 모르는 캄보디아 한국 대사관과 기업

이에 더해 60여 개 한국기업을 포함하여 다국적 의류산 업 사용자들로 구성된 캄보디아 의류생산자 협회(Garment Manufacturers Association in Cambodia, GMAC)는 교섭조차 없이 노조측에 손해배상소송을 제 기하여 국제사회의 비난과 분노를 샀다지요. 이에 저희를 비롯한 국제민주연대,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의 한국시민사회가 함께 모여 인권침해와 손해배상청 구에 대한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게 되었답니다.

▲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ODA Watch 윤지영 팀장(오른쪽) ⓒ 참여연대

■ 연대, 평등, 정의를 꿈꾸는 ODA Watch ODA Watch의 지난 7년간의 발걸음을 되돌아보고 앞으 로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우리의 사명과 우리가 꿈꾸 는 조직의 모습을 구성원들이 함께 그려보기 위해 탄생 한 비전위원회 활동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지 난 1월 18일(토), 모처럼 쨍 하게 난 햇살의 유혹에도 불 구하고 워치 활동가들은 장장 8시간에 걸쳐 우리의 사명 과 비전, 가치와 원칙을 수립하는 협동 워크숍을 가졌습 니다. 실행위원, 실무자, 활동가 너나 할 것 없이 워치가 가야 할 길에 대한 생각들을 진솔하게 나누고 서로의 뜻 을 아낌없이 펼쳐냈답니다. 연대 평등 정의 주체성 참여 행복 다양성 공존 사람 자발성 ODA Watch

워크숍에서 나온 ODA Watch의 핵심 가치랍니다. 이 중 에서도 “연대, 평등, 정의”가 3대 핵심 가치로 선택되었습 니다. 어떤가요? 평등하고 정의로운 세상, 서로 연대하는 삶, ODA Watch가 꿈꾸는 세상과 어울리나요? 이번 워크숍 결과를 비롯하여 비전위원회는 더 많은 분들 의 생각과 바람을 담아 더 나은 워치를 위한 권고와 제안 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입니다. 2월 중 한국 국제 개발협력의 여러 관계자들과 ODA Watch 회원들에게 비전위원회의 활동 결과를 공유하고 의견을 듣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이후 3월 7일에 예정된 2014년 정 기총회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여 권고와 제안들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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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 하나씩 실천해나갈 것입니다. 다음 호에서는 비전위 원회 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OWL 독자 여러분들과 도 나누게 되겠지요?

우리 모두의 마음과 뜻을 모아 건강하고 튼실한 ODA Watch가 되도록 많이 응원해주세요! :D

▲비전과 사명 가치를 이야기하는 협동워크숍의 모습 ⓒODA Watch

■ 2014년 ODA Watch는 어떠한 활동을? 지난 1월 24일(금)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ODA Watch 활동가들과 2014년 활동 계획에 대한 두 번째 대화모임을 가졌습니다. 지난 84호 이모저모 코너를 통 해서 이미 1차 모임에서의 생생한 분위기를 전해드렸었 는데요~

TF팀에서 ‘따로 또 같이’ 작전으로 활발하게 활동해나간 다고 하네요. 오늘의 이야기들은 잘 정리하여 2014 정 기총회에서 검토할 사업계획안에 반영할 예정입니다. 모 든 구성원들이 함께 꿈꾸며 성장하는 워치, 많이 기대해 주세요~~~

이번 모임에서는 1차 모임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토대로 청년활동 팀 별로 구상해온 계획을 서로 공유하고, 워치 전체의 계획도 함께 세우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어떤 활 동으로 올 한 해를 채우게 될까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토 론이 이어지던 가운데, 새로운 팀(?)의 탄생을 알리기도 했는데요. 올 한해 새마을운동 ODA 이슈에 대해 학습 하고, 고민해보고 싶은 활동가들이 한데 모여 TF팀을 구 성하게 되었답니다. 이처럼 2014년 워치 청년활동가들 은 각자가 속한 팀에서, 또 이슈 별로 함께 뜻을 모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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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활동 계획을 논의하는 모습 ⓒODA Watch ODA Watch 이모저모


■ 청년활동가(YP)들이 꿈틀꿈틀, 새마을운동 ODA TF를 조직하다! 작년 4월, 청년활동가들이 원조투명성 Task Force팀를 구성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었는데요. 올해에는 새마을 운동 ODA를 주제로 다시 뭉쳤습니다. 여러 팀들 중에 국 내외 국제개발협력 정책과 담론을 중점적으로 공부해온 정책감시팀과 DAC팀(개발협력체계비평가팀)이 주축이 되어 새마을운동 ODA와 관련한 활동을 하기로 했는데 요. 그 첫 준비 모임을 지난 1월 27일(월)에 가졌습니다. 이슈가 워낙 핫(HOT)해서인지, 첫날부터 매우 열띤 토 론의 장이 펼쳐졌다지요~ ^^ 열정적인 모임 후 뒷풀이 는 필수! 다같이 맥주 한잔 나누며 서로를 더욱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앞으로 ‘새마을운동’ 이슈를 다양한 방식을 통해 톡톡 튀는 생동감 넘치는 활동으로 풀어낼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 가득!! 첫 시작이니만큼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배우게 되겠지요~~ 새마을운동 ODA TF팀의 활동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려요! ^^

▲ 본격적인 모임의 시작! 뒷풀이에서 찰칵~ ⓒODA Watch

■ 2014 ODA Watch 겨울 집중워크숍 ‘변화를 위한 첫 걸음’ 한 달간의 여정을 마쳐 지난 1월 한 달간 ODA Watch의 2014년 겨울 국제개 발협력 집중워크숍이 열렸습니다. 수강생 여러분의 불타 는 열정이 저녁시간의 고단함은 물론 한 겨울의 추위도 잊어버리게 했다지요. 전체 수강생의 80%가 수료를 했 다고 하니 그 열의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짐작이 가시지 요?^^ 마지막 시간에는 ‘변화를 위한 첫 걸음’을 주제로 그간의 치열했던 고민들을 노래, 연극 등으로 꾸며 수강 생 모두가 함께 참여하여 발표하며 한 달간의 여정을 정 리하는 뜻 깊은 시간으로 채웠답니다. 모두 한 달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 ▲ 추운 겨울에도 배움의 열의를 불태웠던 수강생들과 함께 한컷! ⓒ ODA Watch

■ 열정 넘치는 13기 청년활동가를 기다립니다!! ODA Watch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전문가 그룹인 실 행위원회와 개발현장의 실무자와 연구자, 관심과 열의를 가진 청년활동가들이 함께 고민하고 행동하는 ‘참여형 시 민운동단체’ 입니다. 특히 열정 넘치는 청년활동가는 단 체의 든든한 기둥이자 가족으로 활동 전반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있답니다. 매년 1~2회, 정기적으로 집중워크 숍 과정을 수료한 분들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우리의 발 전대안’(Our Development Alternatives)을 함께 찾아 갈 청년활동가를 모집하고 있는데요~ 2014년에도 어김 없이 ‘청년활동가 13기’를 모집하고 있어요. ODA Watch

청년활동가가 되면 ODA Watch 정책감시활동과 분야 별 스터디, 캠페인 활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의식 있는 청년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을꺼에요. 지구촌의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가 는 길에 함께할 열정적인 분들의 많은 지원을 바랍니다. * 참고 : 지난 집중워크숍 수료자들도 13기 청년활동가 로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청년활동가 13기 모집 안내 공고 링크 http://www.odawatch.net/announcement/39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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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감사합니다


ODA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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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감사합니다


12월 재정보고● [ ODA Watch 살림살이 ] ODA Watch는 투명한 재정운영을 원칙으로 합니다. 소중한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워치의 살림살이가 어느 곳에 어떻게 쓰여지는지 후원자 여러분과 OWL 독자들께 보고드립니다. 워치의 살림살이에 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2월 재정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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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A Watch는 2006년 설립 이래로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사업 및 정책이 인권 • 평등 • 연대에 기반하여 보다 책임 있게 효과적으로 사용되어 개발도상국의 빈곤퇴치 및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국 대외원조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감시 • 제언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참여형 시민사회단체(Civil Society Organization, CSO)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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