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nesty magazine_ 통권56호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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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NESTY MAGAZINE 2016 통권 56호

난민, 마침내 안전한 곳으로 다시 찾은 평범한 일상

70년간 계속된 외침, 여전히 기다리는 정의구현

‘유령집회’ 어디까지 들어봤니?


CONTENTS 1

편집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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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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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마침내 안전한 곳으로 다시 찾은 평범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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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간 계속된 외침, 여전히 기다리는 정의구현 내 후원금은 국제 위기 대응에 어떻게 사용될까? 가해자인 국가기관이 수사하는 게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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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변화를 위한 활동 16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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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6

AMNESTY MAGAZINE 통권

제56호

발행일

2016년 5월 30일 한은수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56 운현하늘빌딩 8층

발행인 발행처 주소 편집인 편집장 기획 집필 번역 편집

김희진 이은영 모금회원 커뮤니케이션 팀 변정필 안세영 고권금 이은영 고권금 이고운

후원문의 02 - 730 - 4755 홈페이지 amnesty.or.kr 페이스북 facebook.com/AmnestyKorea 트위터 디자인

twitter.com/AmnestyKorea 디자인생선가게

Cover Image 가로 10m, 세로 3m 크기의 홀로그램 스크린에 등장한 집회 참가자들은 실제 집회 및 행진과 같이 대열을 이루며 “평화행진 보장하라”, “우리는 불법이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위협으로부터 모든 사람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활동 하는 국제인권단체입니다. 국제앰네스티는 모든 사람이 ‘세계인권 선언’과 국제인권기준에 명시된 인권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전 세계 160여 개국에서 700만 명의 평범한 사람들이 특별한 변화를 만들 기 위해 함께하고 있습니다.


EDITORIAL

듣지 않는 사회와 ‘인권’을 말하는 사람들 ‘인권’에는 정해진 옳고 그름이 없다. 인권보호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정책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실제 사람들의 인권보호에 효과적이지 않다 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인권’을 완벽하게 보장하는 국가도 없다. 하지만 ‘인권’을 중심에 두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와 사람 들이 있다. 이번 호에 실린 내용에는 권리보유자들(Right-holders)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아무리 훌륭한 논거나 주장이라 할지라도 가장 영향을 받는 권리보유자의 목소리가 포함되지 않았다면 ‘인권’이 중심에 있다고 할 수 없다. 유엔에서 다뤄지는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안도,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를 위해 만들어진 재단도, 물대포로 사람이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한 대책도, 권리보유자의 목소리가 고려되고 반영되어야 한다. 국제앰네스티가 인권단체로서 가장 주변화된,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회원들의 ‘확성기’ 역할 이 없다면 우리의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드는 특별한 변화가 절실한 요즘이다. 사무처장

HUMAN RIGHTS KEY DATE

6월

12

6월

11

8월

세계 아동노동 반대의 날

7월

투석형 반대의 날

20

6월

9

8월

세계 난민의 날

세계 선주민의 날

26

세계 고문 희생자 지원의 날

13

세계 왼손잡이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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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NESTY AROUND THE WORLD ⓒ Amnesty International

국제인권뉴스

미국 카타르

방글라데시 미얀마

ⓒ Amnesty International

콩고민주공화국

필리핀

ⓒ Amnesty International

네덜란드

FIND OUT MORE amnesty.or.kr을 방문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침해 현장을 지금 확인해보세요! 2016년 1월 ~ 5월에 보도된 뉴스 중 일부

네덜란드 EU의 ‘난민 교환’ 계획은 도덕적 파탄

방글라데시 LGBTI 잡지 편집자의 죽음

유럽의 전례 없는 난민 유입문제 해소를 위해 유럽연합(EU)의 의장국인 네

방글라데시에서 존경 받는 대학교수가 잔인하

덜란드가 제안한 계획은 유럽법과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강제송환에

게 살해당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LGBTI 편집자

해당한다. ‘난민 교환’은 난민들에게 비호신청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국경

와 그 친구가 살해당했다. 4월에만 4건의 잔인한

을 봉쇄해 수만 명을 부당하게 돌려보내는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번

살해가 LGBTI 활동가와 그 동료들을 대상으로

제안이 실현된다면, EU 회원국들은 터키를 ‘안전한 제3국’으로 간주하고

일어났다. 방글라데시 형법은 동성애를 범죄화

그리스로 향하는 모든 비호신청자를 터키로 돌려보내게 된다. 국제앰네스

하고 있다. 이는 LGBTI의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

티는 이번 계획이 충격적일 만큼 근시안적이고, 비인도적인 태도라고 평가

되지 않고 있음을 증명한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하며, 안전한 경로를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끔찍한 사건을 조사하고 LGBTI 활동가들의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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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nesty International

ⓒ Amnesty International

전을 보장해야 한다.


미국 44년만의 석방

났지만, 루이지애나 주정부는 우드폭스의 자유를 보장한다

1972년, 교도관 살해혐의로 합법적 근거 없이 40년 넘게

는 정당하고 인도적인 결정을 내렸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독방에 구금되었던 알버트 우드폭스(Albert Woodfox)가 마

5년 동안 우드폭스를 포함한 3명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캠

침내 석방되었다. 같은 혐의를 받았던 3명 중 한 사람인 허

페인을 진행했고, 65만 건 이상의 탄원을 루이지애나 주정

먼 왈라스(Herman Wallace)는 석방되지 못한 채 세상을 떠

부에 전달했다.

필리핀 경찰이 저지른 고문에 역사적인 유죄 판결

한 고문을 당하고, 날조된 혐의로 재판을 받으며 4년이 넘는

필리핀 법원이 지프니 운전사 제림 코리(Jerryme Corre)를 고

시간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했다. 국제앰네스티는 ‘Write for

문한 경찰관에게 유죄를 선고하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

Rights’ 편지쓰기 캠페인을 통해 전 세계에서 7만 건 이상의

이는 국제앰네스티가 3년간 진행한 고문중단 캠페인의 결과

탄원서명을 모아 필리핀 경찰에게 전달했고, 비로소 내부수

로, 2009년 고문방지법이 발효된 이후 처음으로 나온 유죄

사가 시작될 수 있었다. 이번 판결로 고문 가해자들이 처벌받

판결이다. 제림 코리는 지난 2012년 친척 집을 방문했다가 마

지 않는 관행을 뒤집을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고문은 반드시

약 관련 범죄혐의로 무장한 사복 경찰에게 체포된 후 끔찍

중단되어야 하며, 고문 가해자들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

미얀마 학생 시위대 석방, 억압 중단 계기 되어야

에게 전달했다. 새롭게 출범한 정부는 학생 시위대의 석방

미얀마의 타라와디 법원이 평화적 시위에 참여했다가 징역

이라는 인권적 진전을 계기로, 남아있는 양심수의 석방과

형이 선고될 위험에 처한 학생 시위대 수십 명에 대해 공소

더불어 억압적인 법률을 폐지해야 한다.

를 철회하고, 표 표 아웅(Phyoe Phyoe Aung)을 포함해 많

“이렇게 받은 편지들이 우리 활동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은 양심수를 석방했다. 표 표 아웅은 미얀마의 한 대학생단

덕분에 세상이 우리를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으며, 우리가

체 대표로, 대학을 검열하는 새로운 교육법에 반대하며 평

외롭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지를 보내주신 모

화적인 행진에 앞장서다 체포되었다. 국제앰네스티는 지지

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표 표 아웅(Phyoe Phyoe Aung)

와 연대의 의미로 전 세계에서 모인 탄원편지를 표 표 아웅

콩고민주공화국 스마트폰 배터리 속 아동노동

카타르 월드컵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드러나

국제앰네스티는 애플, 삼성, 소니 등 대형 전자기업이 자사 제품 중 스마트

2022년 월드컵을 앞두고, 수도 도하의 경기장 건

폰 배터리의 원재료로 사용되는 코발트가 아동노동 착취로 채굴되고 있다

설 현장의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 속

는 사실을 아프리워치와 공동으로 밝혀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성인은 물

에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론 7세의 어린아이까지 위험한 환경에서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광산에서

임금 체불, 여권 압수, 턱없이 낮은 급료, 열악하

일하고 있으며, 하루 12시간 이상 무거운 돌 더미를 옮기는 등 장기적인 건

고 비위생적인 숙소 등이 문제로 지적되었으며,

강피해와 치명적인 사고에 노출되어 있다. 탄광노동은 건강과 안전을 위협

일부는 강제노동에 내몰리고 있다. 2014년, 월드

하는 환경 때문에 최악의 아동노동 형태로 꼽힌다. 수백만 명이 최신기술의

컵 조직위원회가 노동자 복지 기준을 발표했지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그 제조과정을 궁금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다국적

만, 카타르 정부는 이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국제

기업들은 자사 제품에 아동노동의 산물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지 직접 확인

축구연맹(FIFA)은 카타르 정부에 월드컵 건설 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로젝트가 절정에 이르는 2017년 중반까지 종합

ⓒ Amnesty International

ⓒ Amnesty International

적인 개혁안을 발표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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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FOCUS

난민, 마침내 안전한 곳으로 다시 찾은 평범한 일상 시리아 난민 가족이 들려주는 재정착 그 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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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nesty International

노르웨이 오슬로의 한적한 지역, 볕이 잘 드는 집에서

붉게 물든 빵 조각

음악가인 셰리한(Sherihan)과 화가인 헤난(Hennan)이

사실 이렇게 행복한 모습은 이들이 시리아 알레포에서 겪었던

재정착할 당시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현실과는 너무나도 먼 이야기다.

“우리 아들 첫 돌에 노르웨이로 오라는 선물 같은 전화를 받았어요. 우리는 노르웨이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지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셰리한이 말했다.

“알레포에서의 삶은 평범했어요. 직장에 다니고, 가족이나 친 구들과 시간을 보냈어요. 좋은 차도 사고, 아이를 키울만한 넓 은 집도 얻고 싶어 저축도 하고 있었죠. 누구나 그렇듯 저희도 그랬어요. 그런데 어느 날, 빵을 사러 가는 길에 총에 맞아 죽 은 사람을 보게 되었어요. 자신이 무장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

“노르웨이에서는 어린이가 가장 우선이고 그다음이

주려고 빵을 머리에 이고 가던 사람이었죠. 그 사람의 시신 주

여성 그리고 개, 남자는 맨 마지막이더라고요!”라며

변에 피로 붉게 물든 빵 조각들이 흩어져있었고, 한 여자가 그

헤난은 아내와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걸 줍고 있었어요. 아마 집에 배고픈 아이들이 있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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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웃이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어요.

평범한 일상, 자유가 존재하는 곳

우리는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수 없어, 교외로 피신했어요. 춥

그로부터 두 달 후, 셰리한 가족은 마침내 노르웨이로 갈 수 있

고, 먹을 것도 없고, 수도나 전기는 아예 사용할 수 없었어요.

게 되었다. 이들은 헤난이 그린 작품과 그들의 일상사진이 담

그때 저는 임신 중이었지만,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남아야 했

긴 노트북 그리고 셰리한의 플루트 등 가장 중요한 소지품 몇

기 때문에 앞날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가지만 챙겨 노르웨이로 향했다.

터키에서의 힘겨운 시간

생해요. 가슴이 얼마나 벅찼는지, 우리가 드디어 안전한 곳에

“아들 카라만(Kahraman)이 태어나고 몇 개월이 지났을 때,

서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감격이었어요! 노르웨이

아이가 우리의 행동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

는 시리아와 많이 달라요. 날씨는 생각보다 훨씬 춥지만, 우리

“2014년 9월 23일, 오슬로 땅을 처음 밟던 순간이 아직도 생

었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갔는데, 의사는 카라만에

가 정말 자유가 존재하는 곳에 와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어

게 시각장애가 있다고 진단했어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요. 도서관에서 쿠르드족1 문학을 발견했거든요.”

같았어요. 우리는 다른 의사를 만나보기 위해 알레포로 돌아

가족들은 이제 막 노르웨이에서의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

가기로 결심했고,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은 거리를 가로질렀

다. 셰리한과 헤난은 노르웨이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게

어요. 알레포에서 만난 의사는 카라만에게 정기적인 검진이

되었고, 이제 두 살이 된 카라만은 좋지 않은 시력 때문에 유

필요하다고 했고, 우리는 터키로 떠났어요. 그런데 터키 생활

치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집에서

은 시리아에서 보다 훨씬 더 힘들었어요. 작은 아파트에서 다

는 능숙하게 돌아다닌다.

른 세 가족과 함께 지내야 했고, 카라만은 치료를 받을 수 없

“노르웨이 친구들은 우리보고 왜 모스크에 가지 않았는지 묻

었죠. 그때가 인생 최악의 순간이었어요.”

지도 않고, 맥주 한두 잔 마셨다고 뭐라고 하지도 않아요. 절

이 후 이들 가족은 유엔난민기구(UNHCR)에 난민으로 등록

대 함부로 판단하지 않죠. 대신 자전거 헬멧에 집착해요! 한

되고, 재정착 조건을 통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친구는 제가 헬멧을 안 쓴다고 계속 잔소리를 한다니까요.

1 쿠르드족은 소수민족으로서 터키, 이라크, 이란, 시리아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으며, 거주하고 있는 국가에 동화되기보다 분리되는 것을 추구해왔기 때문에 해당 국가와 대립적인

ⓒ Amnesty International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시리아에서는 쿠르드족 문학을 접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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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nesty International

우리는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길 바라고 있어요. 전쟁이 끝나

이 중 95%가 터키, 레바논, 요르단, 이라크, 이집트 불과 5개

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계속해서 원치 않는 피난길에 오를 수

국가에 수용되어 있다. 이들 국가 역시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

밖에 없어요.”

고, 국제사회는 이들 5개국과 난민을 지원하는 인도주의 단체

셰리한 가족처럼 세계에서 부유하기로 손꼽히는 국가에 재

에 충분한 자원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세계 각국은 난민들에

정착한 난민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2011년 시리아 반정부시

게 필수적인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하며, 유럽은 난민들이 안전

위가 시작된 이후, 시리아를 떠난 난민은 440만명 이상으로,

하고 합법적인 경로로 이동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

재정착이란? 재정착은 심각한 질환을 앓거나 장애가 있는 사 람, 고문 생존자, 보호자가 없는 어린이와 청소년, 위험에 처한 여성과 자녀, 성별이나 성 정체성으로 박해받는 사람 등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상태에 놓 인 난민들에게 제공되는 생명줄과도 같은 것이다. 국제앰네스티는 전 세계 경제규모 상위 국가에게 2017년 말까지 시리아 난민 44만 명(10%)의 재정 착을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 2015년 12월 11일까 지 전 세계 162,151건의 재정착이 이루어졌다.

심각한 질환을 앓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

고문 생존자

보호자가 없는 어린이와 청소년

위험에 처한 여성과 자녀

성별이나 성 정체성으로 박해받는 사람

440,000

162,151

전 세계 경제규모 상위 국가에게 2017년 말까지 시리아 난민의 재정착을 수용할 것을 촉구

2015년 12월 11일까지

(or 10%)

재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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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70년간 계속된 외침,

여전히 기다리는 정의구현

제2차 세계대전 전후로 20만 명에 이르는 여성들이 일본군의 성노예로

할머니들을 만나 뵌 지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동원되었고, 일본은 이를 ‘위안부’라

을 마감하기 전 용기 있게 침묵을 깨고 목소리를 냈다.

종전 후 70년이 흐른 지금, 미국의 사진작가 폴라 앨런(Paula Allen)이 2005년 한국과 필리핀에서 만난 성노예 생존자들의 사진을 다시 꺼내보며, 기억을 돌이켜 보았다.

할머니 중 이미 많은 분이 세상을 떠났지만, 그들은 생 필리핀에서 만났던 롤라 맥시마(Lola Maxima)가 가 장 기억에 남는다. 그녀는 당시에 있었던 일을 언어로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할퀴고, 비명을 지르고, 바닥에 쓰러지고, 도망치려 기어가고, 몸을 둥글게 마는 등 직 접 몸으로 당시의 상황을 표현해 보였다. 그 자리에는 맥시마의 딸도 함께 있었는데, 어머니가 겪은 일을 처 음 알게 된 딸은 그 모습에 충격을 받아 제자리에 굳은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생존자들은 진실을 말하는 그들의 목소리와 몸짓을 어떻게든 기록해 진실을 잊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위해 사진을 찍었다. 인터뷰 도중 입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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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ula Allen

칭했다.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2005년 당시 60~80대였던


“어느 날 밤에는 군인 다섯 명이 나를 강간했어요.

섰다는 것만으로도 기념비적인 성과를 이루어 낸 것이다.

매일 밤 다른 군인들이 찾아왔어요 ….

정의구현을 위한 할머니들의 투쟁은 전 세계 여성들의 목소리

내가 거부하면 뺨을 때리고 폭행했어요.”

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고, 그에 힘입어 성폭력 범죄 해결을 요

_롤라 맥시마 (Lola Maxima, 2005년 당시 79세)

구하는 세계적인 운동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이들이 경험한 모든 사실을 역사로 기록해 후세대에 전해야 하며, 무장분쟁 중 저질러진 성폭력 범죄의 재발을 막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는 옷을 벗어 자신의 신체 곳곳에 남은 상처를 보여준 생존자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도 있었다. 달궈진 주걱으로 얻어맞은 가슴, 난폭하게 성기를 받아들여야 했던 음부, 밧줄 자국이 남아있는 발 등이었다. 그 들도 한때는 부푼 꿈을 가진 소녀들이었지만 전쟁 중 성노예

2015년 12월 28일에 개최된 한일외교장관회담

로 동원되며 성적, 신체적, 감정적으로 잔인하게 폭행당했다.

에서의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협상 결과는 참담

그들 중 대부분은 살해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살아남

했다. 생존자들은 협상 과정에서 제외되었고, 적

은 사람들은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주위 사람들로부터 손가

절한 절차를 통한 법정 배상, 진상 조사와 책임자

락질받기가 두려워 당시의 끔찍한 이야기를 수십 년 동안 혼

처벌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죄 등

자 간직해야 했다.

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중국, 필리핀, 싱가포르,

침묵을 깨고, 문을 열다

말레이시아 반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태평양 지

1991년, 한국의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성노예로 동원되었

역의 여성들도 마찬가지로 일본군의 성노예로 강

을 당시의 경험에 대해 처음으로 증언했고, 묻혀있던 진실이

제 동원되었지만,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50년 만에 침묵을 깨고 나왔다. 김학순 할머니가 침묵의 문을

은 한국과의 합의 타결 이후 다른 국가와 다시 ‘위

열자, 아시아 전역의 생존자들도 용기를 내어 자신이 겪었던

안부’ 문제로 협의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일본

일에 대해 증언하기 시작했다. 이는 세계 각지의 성폭력 피해 자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최근에 다녀온 콩고민주공

정부는 국적을 막론하고 모든 성노예 생존자들에

화국에서도 이제는 여성들이 전쟁의 잔혹함 속에서 벌어지는

게 동일한 배상을 제공해야 한다.

집단 강간과 폭행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걸 볼 수 있 었다.

그로부터 70년, 여전히 기다리는 정의구현 “첫 번째 군인이 나가고 두 명이 더 들어왔어요. 저는 너무 약해진 상태였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런 감각도 없었어요. 그때는 생리를 시작하기도 전이였어요." _피덴시아 데이비드 (Fidencia David, 2005년 당시 77세)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년을 맞는 지금까지 성노예제 생존자 들은 일본 정부에 전적인 배상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촉구하 채 생을 마감했다. 어쩌면 아직 살아 있는 분들도 그 날이 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의 끝없는 부인과 거짓말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맞

ⓒ Paula Allen

고 있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정의가 구현되는 것을 보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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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THE SCENES

ⓒ Amnesty International

내 후원금은 국제 위기 대응에 어떻게 사용될까?

“보통 개발단체에 후원하면 병원도 지어주고, 학교도 지어주고, 심지어 위기에 처한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식량을 제공해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가 있는데, 국제앰네스티는 도대체 내 후원금을 어디에 사용하는 걸까?” 앰네스티 회원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이 물음에, 조앤 마리너(Joanne Mariner) 국제위기대응 조사관이 답했다. 10


조사를 위한 첫 단계

고 있어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내부에서 증거로 보관한다.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정보를 접하면, 우리가 취할 수

그렇게 현장조사를 하고 나면, 수집된 증거들을 바탕으로 현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현지 상황을 확인한 후, 내부 정책과

장에서 발생했던 인권침해범죄의 특성을 찾아내고 분석해 상

기준에 따라 해당 지역의 담당 조사관을 현지에 파견한다. 그

황개선을 위한 권고안을 만든다. 그리고 인권침해 상황에 책임

래서 조사관들은 늘 언제 파견될지 모르는 경우를 대비해야

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 책임을 묻고, 희생자의 정의가 구현될

하며, 사전에 준비훈련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우

수 있도록 보고서를 작성한다. 하지만, 긴급한 상황일 경우에

리는 폭격을 당하거나 인질이 될 경우를 대비해 대처할 수 있

는 조사 내용을 블로그 글이나 보도자료, 기고문 등을 통해 언

는 방법을 철저하게 익혀둔다. 사전훈련과 더불어 현장으로

론에 먼저 전달해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고, 각국 정부가

가기 위해 꾸리는 짐도 중요한데, 기본적으로 상비약과 구급

직접 행동에 나서도록 촉구한다.

상자 그리고 어디서든 연락할 수 있도록 위성전화, 현지전화 그리고 개인휴대전화를 꼭 챙긴다. 또한, 현장을 기록할 수 있

캠페인 활동 전개

는 카메라와 내가 어디에 있는지 동료들이 알 수 있도록 위치

우리는 국제앰네스티의 권고가 실현될 수 있도록 유엔이나 정

추적장치도 챙겨야 한다. 물론, 출국 전에 해당 지역과 관련된

부 관계자들을 만나 위기대응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고, 조속

자료와 정보를 숙지하는 건 필수이다. 하지만, 이렇게 준비를

히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전 세계 앰네스티 지부는 보

해도 현장에 나가면, 현지 사람들과 소통하는 문제부터 시작

고서를 통해 밝혀낸 인권침해 사실을 각 국가의 회원 및 지지

해 무장한 강도를 만나거나, 폭격에 노출되는 등 다양한 상황

자들에게 알리고, 변화를 만들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한다.

을 직면하게 된다. 더군다나 우리는 인적이 드문 곳이나, 통행 이 제한된 곳을 지나가기도 해서, 해당 지역의 지리를 잘 알고 있는 현지 운전기사와 동행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국제앰네스티는 인권침해상황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활동을 수행한다. 특히, 불안한 정세로 인해

인권침해 현장조사와 기록

인권침해가 우려되는 지역에 조사관을 파견해 위기

국제앰네스티는 언제나 정확한 조사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발

에 대응하고 관련 보고서를 발행하며, 이를 기반으

표하기 때문에 조사관들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객관적으

로 캠페인, 탄원활동, 미디어 활동 등을 전개한다.

로 기록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현지인들을 만나 그들의

회원들의 후원금은 앰네스티가 진행하는 모든

증언을 듣고 기록으로 남기며, 인권침해가 발생한 현장에서 무

활동의 원동력이며, 앰네스티의 목소리에 힘을

기사용흔적이나 희생자들의 모습 그리고 물리적 증거가 될 만

더해주고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 낸다.

ⓒ Amnesty International_Photo Richard Burton

한 것들을 카메라에 담는데, 일부 사진은 보기 힘든 내용을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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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THE SCENES

가해자인 국가기관이 수사하는 게 맞나요?

ⓒ Amnesty International

200일, 지 진 러 쓰 을 잃고 식 의 에 물대포 하고 있는 아버지가 를 위 시 에서 1인 앞 대 를 만나다 와 씨 청 지 라 도 의딸백 민 농 기 백남

또 농민이었다. 2005년 11월, 여의도에서 있었던 전국농민대

“그때는 사과를 받는 데 한 달이 걸렸대요. ‘쉽지 않겠지’

회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홍덕표, 전용철 농민이 사망했

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수사도 안 할 줄은 몰랐어요.”

다. 그리고 2015년 11월 14일 또 한 명의 농민이 경찰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쓰러졌다. 아버지가 물대포에 의식을 잃고 쓰

그 날 서울에서는 ‘민중총궐기’가 있었다. 밀밭 파종을 끝낸 백

러진 지 200일을 앞둔 5월 15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남기 농민은 밥상용 쌀 수입을 반대하기 위해서 보성에서 서

하고 있는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 씨를 만났다.

울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종로 1가에서 농민들은 상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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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남기대책위

매고 청와대로 향했다. 충남 살수차 9호는 6시 30분부터 백남

“표창원 교수는 국가기관에 의해서 저질러진 폭력인데,

기 농민이 쓰러지기까지 불과 4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최루액

가해자인 국가기관이 다시 수사하는 상황에 대해 얘기

과 함께 4천 리터의 물을 쏟아부었다. 이날 경찰이 사용한 물

했어요. 그게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은 총 202톤이었다.

거잖아요. 국가 폭력 사건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독립된 수사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더

“물대포를 이용해 물을 뿌리고, 젖게 만들어 빨리 집에

라고요. 저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가게 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래도 그런 용도로만 쓰이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사람의 뇌가 바스러질 정도의 수압

2005년 11월, 두 농민이 사망한 데 대해 당시 노무현 대통령

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은 사과하고 허준영 경찰청장은 사퇴했다. 그러나 허 청장은 마지막까지 정당한 공권력 행사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사망

쓰러진 백남기 농민은 구급차에 실려 서울대 병원으로 이송되

사건이 발생한 지 약 3년이 지난 2008년 “가해자가 특정되지

었고 긴급하게 수술을 받았지만,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

않고, 증거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며 기소를 중지했다. 백도라

고 아직 경찰에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

지 씨는 마음이 급하다.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이 병원에 온다고 그랬어요. 우리

“경찰청장의 파면을 요구하고 있는데, 8월이면 임기가

는 경찰청장을 파면하라고 요구하고 있었는데, 사과할

끝난대요. 임기를 채우고 물러나기를 바라지는 않거든

거 아니면 됐다고 그랬더니 정말 안 왔어요. 사과하려는

요. 경찰청장이 제일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이니까 가장

게 아니었던 거죠.”

무거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백남기 농민의 가족들은 지난해 11월 18일, 강신명 경찰청장

이번에는 대통령의 사과도 없었다. 그래서 국회 청문회를 통

을 포함해 경찰관 7명을 형사고발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나서 달라는

검찰 수사는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백도라지 씨는 3월

백도라지 씨의 호소가 더 간절하게 들린다.

부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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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 FOR CHANGE

변화를 위한 활동 3월 5일 정기총회

2월 24일 ‘유령집회’

2015/16 연례보고서 발표

전 세계 160개국의 인권현황을 담은 2015 / 16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다.

집회시위의 자유가 축소되고 있는데 문제를 제기하고자 광화문광장에서 ‘유령집회’를 개최했다.

3월 9일

2016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정기총회에서는 임원의 선임, 전략 2020의 승인, 사업계획 승인, 예 · 결산의 승인, 연회비 책정이 있었다.

북한보고서 발표 기자회견 2011년 김정은 집권 이후 자국민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 억압, 위협이 강화되었음을 기록한 보고서 <통제된 사회, 단절된 삶>을 발표했다.

3월 26일 3월 회원행사 한국지부의 44번째 생일을 맞이해 회원 행사가 열렸다. 한국지부의 활동을 돌아보는 전시물도 보고, 향초도 만들며 회원들과 함께 44주년을 기념했다.

4월 1일 신임 이사장 취임

4월 6일 국제앰네스티 연례사형현황 발표 세계 사형제도 현황 보고서를 통해 2015년 한 해 동안 세계적으로 사형집행 건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과, 25년만에 가장 많은 사형이 집행된 사실을 밝혀냈다.

3월에 개최된 정기총회에서 한은수 신임 이사장이 선출되었다.

5월 14일 세계병역거부자의 날 자전거 행진 세계병역거부자의 날(5월 15일)을 맞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바라는 마음으로 자전거 행진 [평화의 페달을 밟자!]를 진행했다.

6월 11일 퀴어퍼레이드, 서울 시청 앞에서 만나요! 한국지부와 58(봄)그룹은 성소수자의 존재를 한국 사회에 알리기 위한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해, 터키의 성수소자 인권보장을 위한 연대 메시지를 모아 터키지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또한, LGBTI 타투 스티커와 럽백(에코백) 후원을 통해 앰네스티의 활동도 알릴 예정이다. ■언제 6월 11일(토), 12시 ~ 19시 ■어디서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

6월 13일 앰네스티 작은 인권영화제 “97” 동성애 혐오에 반대하는 ‘앰네스티 작은 인권영화제’가 열린다. 변영주 감독, 김도훈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편집장과 함께 GV(Guest Visit)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언제 6월 13일(월), 17시 30분 ~ 22시 30분 ■어디서 서울아트시네마(종로3가역 부근) ■상영작 해피투게더(무료) / 호수의 이방인(8천 원) ✽앰네스티 한국지부 회원 : 4천 원 ※ 자세한 내용과 참가신청은 홈페이지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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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집회’ 어디까지 들어봤니?

ⓒ Amnesty International

‘광화문광장에서 유령이 되어주세요!’ 라는 다소 황당한 모집공고에도 열렬한 반응을 보이며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시민 120명이 촬영에 참여했다.

유령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인 이유 전례 없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지난 2월 24일 오후 8시 30

이 보이는 거리에서 열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진짜가 아닌,

분 서울 광화문북측광장에서 ‘앰네스티 유령집회’가 열렸다.

유령이 되어버린 시민들의 목소리마저도 일방적으로 막는 정

박근혜 대통령 취임 3년을 하루 앞두고, 한국사회에서 집회시

부의 방침은 국제인권기준에도, 헌법이 지향하는 민주주의

위의 자유가 축소되고 있는 데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홀로그

근본 가치에도 어긋난다. 더욱이 이번 유령집회를 놓고 경찰

램 영상을 통한 집회를 기획한 것이다.

은 “영상을 보고 (집회인지, 아닌지) 판단하겠다”, “유령집회

가로 10m, 세로 3m 크기의 홀로그램 스크린에 등장한 집회

에서 구호를 외칠 경우 강경대응 하겠다” 등의 태도를 취했다.

참가자들은 실제 집회 및 행진과 같이 대열을 이루며 “평화행

국민의 기본권을 경찰의 재량권 아래 두고 입맛에 맞게 해석

진 보장하라”, “우리는 불법이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

하는 형태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첨단기

진했다. ‘광화문광장에서 유령이 되어주세요!’라는 다소 황당

술을 이용한 새로운 집회”라며 앞으로도 이렇듯 ‘세련된’ 방식

한 모집공고에도 열렬한 반응을 보이며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

의 시민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회와 언론의 시선에서

의 시민 120명이 촬영에 참여했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도

소외된 이들이 거의 마지막에 택하는 수단인 집회가 막대한

착한 180건의 재기 넘치는 음성메시지와 문자메시지는 영상

예산과 적지 않은 시간이 투입되는 홀로그램 영상으로 구현되

속 구호와 피켓문구로 활용했다. 애초에 유령집회는 청와대

어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언론의 직무유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개최하려고 했으나, 경찰의

기를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다.

집회 금지통고로 인해 장소를 옮겨 광화문에서 진행했다. 집

앰네스티는 ‘유령집회’가 집회 장소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회는 본질적으로 집회 참가자들의 주장이 전달하고자 하는

경찰의 억압적인 방침을 잔망스럽게 꼬집은 마지막 홀로그램

대상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목소리가 들리고, 눈으로 그 대상

집회로 기록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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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NESTY PEOPLE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활동에서 티 스 네 앰 원에게, 습니다. 회 았 보 티 어 스 물 앰네 순간들을 는 남 에 기억 앰네스티와 늘 함께했던 ‘성실한’ 회원 ⓒ Amnesty International

한은수 이사장

한번은 사무국에서 전화가 왔어요. 서울에 있는 한 학생이 앰네스티 활동에 관심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기에, 저랑 다른 회원 한 분이 그 학생을 만나러 학교까지 찾 아갔어요. 그 학생은 변호사가 되었고 3년 전쯤 앰네스티 행사에서 다시 만났는 데 정말 반가웠어요. 또 한 회원은 대구 사무국에 에어컨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흔 쾌히 에어컨을 사준 적도 있어요. 돈이 있더라도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은데, 그때 는 그랬어요. 앰네스티 활동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사람이에요. 사람들간 의 어울림이 있었고, 좋은 사람들, 특이한 사람들, 삶이 훌륭한 사람들을 그룹활 동과 이사회를 하면서 많이 만났어요. 그런 만남들이 모두 기억에 남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변화에 설레는 피스엔지니어 정기총회요! 실제로 후원을 하는 운영회원이 주체가 되어 투표하고, 안건을 내고 그래 서 그게 한국지부뿐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설레었어요. 그리 고 정말 인상 깊었던 건 참여하신 회원분들의 태도였어요. 모두 진지하게 자신의 권리 와 의무를 행사했는데, 사실 어떻게 보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크게 상관없는 일이 잖아요. 아주 크지 않은 집단모임에 모든 절차와 장치가 있고, 참여한 모든 이들이 진지

ⓒ Amnesty International

김주원 회원

한 태도로 총회를 진행한 것이 잊혀지지 않아요. 평범한 사람들이 이렇게 변화를 만들 어 내는구나 싶었어요.

개인의 삶 자체가 인권이라고 말하는 고등학생 작년에 했던 ‘시리아 난민 돕기 애장품 기부’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시리아 난민을 돕기 위해 항상 뭔가를 하고 싶었어요. 우리가 인권동아리인데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원래 는 모금을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냥 모금만 하게 되면 친구들이 덜 참여할 것 같아서,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으로 애장품 기부행사를 하면 관심도 끌고 후원금도 모을 수 있을 것 같아 기획하게 되었어요. 86개 정도의 애장품이 모였고,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모두 다 나갔어요. 꽉 찬 교실에서의 친구들의 호응을 잊을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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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nesty International

김동환 회원


모든 사람은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유엔 자유권규약 제18조

2016년 4월 현재 540명이 종교적 신념,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대만, 그리스, 핀란드 등 30여개국은 이들을 감옥에 보내지 않고 대체복무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앰네스티가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진정한 희망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도나텔라 로베라 Donatella Rovera, 국제앰네스티 위기대응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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