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가는 여성 2013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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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회 후원공연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_ 박봉정숙

맞아요. 언제나 당신과 함께 하고 싶어요. _ 김인숙 2013년 8월 25일 민우회 후원공연 대표 인사 중에서

민우ing 모두의 삶을 바꿀 보육제도를 위해 ‘경력단절’이 아닌 일과 삶이 재구성되는 과정으로서의 ‘공백’을 발견하다 추적자가 쫓아서 좇으려 하는 것 종편(종합편성채널)을 아십니까? 기획 _ 반려동물, “소통은 노력이고 애정은 덤이지” 나와 함께 사는 ★★을 소개합니다 동거냥들과의 인터뷰 : “멍청한 개는 없다. 멍청한 주인이 있을 뿐”이란 말도 몰라? 그래야 남은 시간, 투투에게 덜 미안할 것 같다 : 동물권에 대한 고민


여는 민우회와 함께 열어갈 ‘다음’을 다짐하는 하루 다음을 여는 콘서트 맞아요, 당신과 함께 하고 싶어요! 우리가 만나기로 했던 그날, 8월 25일 일요일 오후. 아직은 여름이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유난히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날이었습니다. 여러분과 여는 민우회가 함께 열어갈 ‘다음’도 우리가 만난 그날의 날씨처럼 맑겠지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반가운 얼굴들을 하나하나 마음에 새기며 더 신나게 활동을 이어나갈 힘을 얻었습니다. 여러분도 민우회를 만나서 장기하와 얼굴들, 한영애님의 열정적인 공연을 즐기면서 활기차게 살아갈 힘을 얻으셨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우리가 함께 만들어나갈 특별한 나날을 기약하며 여러분께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계속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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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가을 민우ing

모두의 삶을 바꿀 보육제도를 위해 • 02

‘경력단절’이 아닌 일과 삶이 재구성되는 과정으로서 ‘공백’을 발견하다 • 06

추적자가 쫓아서 좇으려 하는 것 • 10

종편(종합편성채널)을 아십니까? • 14

민우 스케치

퀴어문화축제 등 • 18

민우칼럼 창

밀양 ‘할머니’의 눈물, 그리고 전기의 진실 • 20

人터뷰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 김선우 시인을 만나다 • 22

기획

반려동물, “소통은 노력이고 애정은 덤이지” • 25

나와 함께 사는 ★★을 소개합니다 • 26

동거냥들과의 인터뷰 : “멍청한 개는 없다. 멍청한 주인이 있을 뿐”이란 말도 몰라? • 28

그래야 남은 시간, 투투에게 덜 미안할 것 같다 : 동물권에 대한 고민 • 30

당신의 책꽂이

생존을 함께 한다는 것, 『꽃을 던지고 싶다』 • 33

모람활짝

트라이앵글 : 나를 발견하는 매력적인 작업 • 34

문화산책

이효리의 40대가 기대되는 이유 •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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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비혼 사이 결혼, 별일없이 잘 지내고 있다 • 38 나의 노동 이야기 초짜 기간제, 혼돈의 카오스 • 40 활동가 다이어리 상담소의 ‘걱정 레이더’가 돌아가고 있다 • 42 아홉 개의 시선

[보육]에 관한 속풀이한마당 <톡(까놓고) 톡(talk) 할 말 있어요> • 44

지부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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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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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처 한국여성민우회 발행인 김인숙 박봉정숙 편집인 주현정 발행일 2013년 9월 10일 통권 215호 편집위원 김희영 노재윤 류형림 배범호 육진아 디자인 디자인이즈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26길 39 (성산동 249-10) 시민공간 나루 3층 전화 02-737-5763 전송 02-736-5766 이메일 minwoo@womenlink.or.kr


민우ing

모두의 삶을 바꿀 보육제도를 위해 권박미숙(먼지) | 여는 민우회 성평등복지·회원팀

‘보육’은 8.5%의 이야기? 한국인 중 ‘보육’과 상관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1살~7살인 아이 328만명1을 키 우고 있는 집은 분명 보육과 상관이 있다. 가구당 아이가 두 명이라 쳐도 164만 가구 가 보육 중인데, 이 집의 부모 양쪽2이 보육 당사자이니 명수로는 328만명. 여기에 세 집 중 한집은 조부모3도 양육에 참여하는 것을 고려하면 430만명. 엄청난 숫자지만 비율로는 8.5%4이다. 이 숫자의 아이러니는 보육문제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430만 명이 때론 행복하 지만 매일은 고단하게 아이를 키우며 산다. 하지만 이 고단함에 대한 사회적 대안이 적극 모색되고 있진 않다. 올해 초 무상보육이 전면 시행되면서 대단한 보육제도를 갖춘 나라라도 된 듯 떠들썩하긴 했다. 하지만 보육비 지원이 있어도 믿을만한 어린 이집이 없어 고심하는 양육자들을 보면, 어딘가 일그러진 정책이 생색만 요란한 느 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런데 보육기의 부모들은 아이를 돌보다보면 (또 직장까지 다니 다보면) ‘잠 한번 푹 잘’ 여유조차 없다. 그러니 당연히 대안을 만들 어갈 여력도 없다. 결국 ‘몇 년 만 버티자’는 심정으로 오늘도 이를 악무는 것이 최선의 선택지가 된다. 나머지 91.5%는? 당연히 나와 는 상관없는 이야기로 여기는 게 인지상정. 아이가 있는 부모들도 보육기가 지나면 ‘애 키울 땐 다 그렇다’는 후일담을 간직한 채 눈앞 에 닥친 또 다른 삶의 문제들에 집중하는 게 인지상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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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7년 전인 2006년에서 2012년까지의 출생아수를 더해 서 산출. (통계청,「인구동태통계연보(총괄 출생 사망편)」 각년도, 「2012년 출생 사망통계(잠정)」 2013. 2) 2) 대략적인 추산이라 한부모 가구는 계산에 넣지 않음 3) 영유아 가구 중 조부모 양육지원 가구는 28.5% 「2012 보육실태조사 결과」, 보건복지부 4) 2012년 기준 한국의 총인구 수는 5000만4천명 (통계 청「장래인구추계」 2010-2060)


비혼여성에게도 남성에게도 보육정책은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과 다른 정책철학으로 시행된 외국의 보육정책들을 보면, 그리고 그 정책의 결과 나타난 다른 삶의 모습들을 보면, 보육이 단지 8.5%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복지 선진국 스웨덴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출산율이 높기로 유명하다. 놀라운 사실은 이 출산율의 50%가 미(비)혼모 출산이라는 점이다.5 혼자 일 하면서 아이를 키우기에 무리가 없는 보육제도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또 스웨덴은 기혼여 성 경제활동참여율6이 90%에 육박하고, 보육기관에서는 아이와 함께하는 아빠들 을 흔히 볼 수 있다7. 이는 스웨덴 보육정책이 단지 비용을 지원하거나 시설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복지체계의 기반을 ‘남성이 생계를 부양하고 여 성이 돌봄을 책임지는 가족’ 모델에서 ‘스스로 생계 를 부양하며 동시에 돌봄을 수행할 수 있는 인간’ 모 델로 바꾼 결과 삶의 형태가 달라진 것이다. 부양자와 양육자로 나뉜 남녀의 쌍이 아니어도 아이 키우기에 무리가 없는 사회, 남성도 양육자인 사회, 양육과 상관없이 여성이 자기 생계를 부양할 수 있는 사회. 이런 사회라면 결혼만을 정상적인 삶 이자 생존 가능한 경제적 대안으로 강권하는 분위 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또 그 결혼을 한 뒤, 집안일

■ EBS 다큐프라임에 나온 스웨덴 보육원의 풍경

과 아이로 속 썩는 사람은 결국 여자이고, 부양자의 고역과 권위를 함께 얻는 사람은 결국 남자라는 현

5) <먼나라 이웃나라 육아정책>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 구원 서문희, 고양파주여성민우회 2013 민우여성학교

실 앞에 좌절하는 이들도 줄지 않을까. 그러니 보육은 보육기 부모들

6) 「세계여성 복지정책의 비교연구」홍세영, 박문사, 2010, 173쪽

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안적인 보육정책은 ‘가족’이라는 틀에 얽혀있는

7) EBS 다큐프라임 <행복의 조건 복지국가를 가다 - 4 부 보육>

우리 삶의 구조를 바꾸는 정책인 것이다. 스웨덴 보육정책의 목적이

8) 「세계여성 복지정책의 비교연구」홍세영, 박문사, 2010, 209쪽

‘성평등’이라는 사실8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2013 성평등복지 프로젝트 <보육, 현실이가 제도씨에게 묻다> 삶의 틀을 바꾸는 복지제도. 민우회가 추구하는 ‘성평등복지’도 바로 이런 것이다. 올해 민우회 성평등복지팀이 진행하는 <보육, 현실이가 제도씨에게 묻다> 역시 마 찬가지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그런데 대체 무엇을 어떻게 바꾸면 될까? 답은 역시 삶 속에 있다. 그래서 성평등복지팀은 5~8월에 <가장 사소한, 가장 절실한>이라는 이 름으로 ‘릴레이 수다회’를 열어 다양한 처지에 놓인 양육자들의 이야기를 모아봤다. 이야기를 살짝 옮겨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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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 모두의 삶을 바꿀 보육제도를 위해

국공립어린이집 입소 노하우? 임신테스트기 두 줄 확인하자마자 신청하기. / 취업맘이 일을 그만두는 세 번의 고비 ① 출산휴가 직후 ② 초등학교 입학 직후1 ③ 중학교 입학 후 아이 성적이 떨어진다며 학교에서 호출할 때. / 애 있는 사람은 거주의 자유가 없다. 결국 받아주는 어린이집이나 친정 혹은 시댁 근처로 이 사할 수밖에 없으니까. / 월급에 맞먹는 베이비시터를 쓰는 이유? 어린이집 등하원 시간에 맞추려면 회 사에서 듣게 되는 ‘애 있다고 또’ 라는 그 말이 지겨워서. / 직장에서 일할 때 동료가 필요하듯 육아도 같 이 고민하고 갈등할 동료가 필요하다. / 간신히 버티다가도 애가 아프면 다시 멘붕. 내가 무슨 영화를 보 려고 애가 아픈데 회사에 나와 이러고 있나, 난 이기적인 엄마인걸까. / 종일 애랑 붙어있으면 지치지 않 을 사람이 없다. 결국 아이에게 못 웃어줄 상태가 되고, 버럭 화를 내고나면 자괴감에 빠진다. 난 엄마로 자격미달인 걸까? / 아이가 있어도 일을 계속하는 이유?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 경력단절은 곧 경력 추락이기 때문에. 아이가 생겨서 일을 그만 둔 이유? 그래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아서, 3살까지는 엄마가 키 워야 ADHD2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에 불안해서. 그럴 수밖에 없는 각자의 정당한 이유들과, 그리고 남는 공동의 질문 ‘그런데 왜 남자들은 아이 때문에 일을 계속할지 그만둘지 고민하지 않는 거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보조양육자 없는 맞벌이 아빠’ 수다회에 모이신 분들이 해주셨다. 몸은 직장 에 있어도 마음은 어린이집에 가있는 상태라 멘붕이 라는 얘기가 취업맘들의 속사정과 꼭 같았던 이 그 룹의 아빠들은 ‘이렇게 둘 다 애매한 채 매일 시간에 쫓겨 사느니 일을 그만두는 건 어떨까.’ 고민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 수다회는 ‘재우기’와 ‘밥 먹이기’라는 최고난이도의 양육까지 맡고 있는 남성들의 모임이 었다. 보통 아이들은 엄마 없이 잠들지 않는데 그래 서 ‘역시 모성이란 게 있나보다’라는 결론이 쉽게 나

■ 여성주간 전국공동캠페인 <애 키우기 힘든 데는 다 이유가 있다>에 참여한 한 시민이 ‘맞장구치기’ 쪽지를 쓰고 있다.

곤 한다. 하지만 이들의 말은 달랐다. “애를 끼고 잘 수 있는 건 아이가 어릴 때 1년 육아휴직을 하고 애착 관계를 만든 덕분이에요. 남성 육아휴직을 확대하는 정책이 꼭 있어야 돼요. 아이가 애착을 형성하는 어린 시절에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이 있어야 아빠도 아이와 친밀 함을 가질 수 있거든요.” 대안에 대한 요청도 있었다.

“모든 직장이 4시에 끝나면…, 그럼 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애 때문에 직장 그만둘 일도 없을 거고. 엄 마들이 학습지 교사나 보험 판매원 같은 시간제 일자리에 몰리는 것도 사실 그래서잖아요.” “손주돌보미제도요? 양육을 공공연하게 가족의 일로 만들자는 건데, 절대 반대예요! 가족 안에서만 이 걸 감당하려니까 이렇게 허리가 휘는 건데.” “양육자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자기만의 시간이에요. 이게 보장되도록 보육제도가 만들어져야 돼요.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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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양육을 전담하는 상태로 있으면 정말 삶의 질이 너무 낮아지거든요. 그럼 양육의 질도 낮아질 수 밖에요.” “어린이집은 문제도 많지만, 문제제기를 해도 해결이 안되는 게 더 큰 문제더라고요. 문제제기를 해봤자 결국 애 맡길 다른 곳이 없으면 부모가 ‘을’일 수밖에 없거든요. 근데 이게 학교라고 생각하면 말이 안 되 는 거예요. 학교에서 급식이나 체벌 문제가 생겼으면 아마 학교가 발칵 뒤집혔을 거예요. 어린이집도 관 리나 규제, 보육교사 처우 같은 게 학교 수준이면 좋겠어요.”

우리 모두를 위한 변화를 시작하자 수다회 결과는 연구작업을 거쳐 대안적 보육정책을 요청하는 토론회(11월 중)로 갈무리 될 것이다. 수다회에서 나온 지혜를 모아 모성 신화를 벗어던진 현실적인 육 아서도 만들 예정이다(10월 중). 계획대로라면 6월까지였던 수다회가 8월로 이어진 건, 애 키우는 사람들이 정말로 너무 바빴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가장 바쁜 ‘보조양 육자 없는 취업맘’ 그룹은 날짜를 정하는 데만 한 달 이상이 걸렸다. 그래서 수다회 를 마무리하며 ‘아이 키우며 가장 힘든 점’을 물었을 때, ‘쉴 시간 없음’이라는 대답이 돌아올 줄 알았다. 엄마는 아파서도 안 된다고 할 정도로 바쁘게 사는 사람들이 아닌 가. 하지만 대답은 달랐다. 그래서 마음이 짠했다. “몸이 힘든 건 그래도 버티면 지나갈 거라고 생각 해요. 근데 상처가 되는 말이 딱 하나 있었어요. 그래 도 세살까진 엄마가 애를 끼고 키워야 된다는 말. 법 륜스님도 그러셨잖아요. 삼년은 엄마가 출근을 하더 라도 애를 떠안고 출근을 해야 한다고. 그런 이야기 를 들으면 내가 죄 짓고 있는 것 같고, 그래서 결국 애 한테 문제가 생길까봐, 그게 제일 힘들어요.” 이 운동이 보육을 가족의 책임, 그 중에서도 엄마 ■ 보조양육자 없는 취업맘 수다회에 모인 사람들. 취업맘 3명이 주말에 네시간 정도 집 밖에서 모임을 갖기 위해서는 아이들과 보육교사까지 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야 한다. 다들 너무 바빠 정말 모이기가 어려웠던 이 수다회를 성사한 날, 뿌듯한 마음으로 기념촬영 한 컷

의 책임으로 짐 지우는 사회를 바꾸는 시작이 되기 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 변화의 결과는 결국 우리 모 두가 누리게 될 것이다.

먼지 숨 한번 깊게 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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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경력단절’이 아닌 일과 삶이 재구성되는 과정으로서 ‘공백’을 발견하다 강선미(폴) | 여는 민우회 여성노동팀

왜 ‘경력단절’ 여성은 재취업이 더 어려울까? 여성에게 ‘경력’이 ‘단절’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왜 남성에겐 ‘경력단절’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을까? 여성노동의 흐름을 상징하는 M자 곡선의 가운데 하강 점은 정말 출산육아 때문일까?

‘일’로서 재구성 되는 ‘삶’에 주목하다. 이공계를 전공한 사촌언니. IMF의 여파로 전공을 살린 취업이 어려웠다. 그러다 계약직이긴 했지만 은행에 취업하게 되어 집안의 ‘안심’이 되었다. 몇 년 뒤 정규직(실 상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을 때 친척들 모두 언니가 계약직에서 벗어난 것을 축 하했다. 그 사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으며 워킹맘으로서 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야무지게 잘 챙기며 살고 있겠거니 생각했었다. 그러나 얼마 전 통화를 하다가 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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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 언니의 속내는 달랐다. 언니는 안정적으로 보이는 지금의 일을 그만두고 싶어 했 다. 정규직과의 현격한 급여차이, 바늘구멍보다 좁은 승진통로, 새로운 업무로 전환 하기엔 애매한 나이 등 상대적 박탈감때문에 일에 의욕을 가지지 못했다. 출산육아 휴직 같은 제도는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긴 하지만 이후의 전망을 그릴 수 없다 며 그냥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토로까지 했다. 그러나 언니는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왜냐하면 나름 괜찮은 복리후생과 일·가정양립이 가능한 지금의 직장은 아까운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만두고 재취업을 한다면? 근 로조건이 더 열악한 일자리밖에 없다는 걸 언니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경력단절’ 여성은 재취업이 더 어려울까? 여성에게 ‘경력’이 ‘단절’된다 는 건 어떤 의미일까? 왜 남성에겐 ‘경력단절’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을까? 여성노 동의 흐름을 상징하는 M자 곡선의 가운데 하강 점은 정말 출산육아 때문일까? 이러 한 의문과 동시에 ‘아직’ 회사를 다니고 있는 언니의 이야기는 ‘경력단절’과 재취업을 경험한 여성노동자의 이야기와 상당히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력단절’ : 왜 지금 이야기되고 어떻게 다루어지는가? 올해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 70%를 올리기 위해 그만큼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노동정책 로드맵을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내놓은 정책은 바로 ‘경력단절’ 여성을 위 한 시간제 일자리 창출. 이에 부합하듯 각종 여성인력센터 및 관련 기관들은 ‘유망’ 직종에 대한 취업훈련 프로그램과 강좌를 마련했고 여성부 장관이 직접 교육현장을 둘러보며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여론을 만들었다. 이러한 정부정책의 배경은 일 과 아이돌봄이 병행되는 시간제 일자리를 통해 여성노동자의 ‘경력단절’을 해결하려 는 것이다. ‘경력단절’ 여성에게 맞춰진 시간제 일자리 정책은 먼저, 여성에게만 양육 의 책임을 전제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둘째, 시간제 일자리의 양적 창출만큼 중요 한 노동조건의 질에 대해서 어느 정도 담보하고 있는지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성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논의되는 것 자체는 어쨌든 반가운 일이긴 하 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실제 삶 속에서 쓸모 있는 정책, 여성들의 필요를 제대로 반영한 정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경력단절’ 여성의 일에 대한 욕구와 재취업 현실이 실제 어떤지 알아보고자 노동팀에서 10명의 여성 노동자를 만나서 일 경험의 흐름 속에서 ‘경력단절’ 된 이유, 재취업 과정과 노동 경험을 인터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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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 ‘경력단절’이 아닌 일과 삶이 재구성되는 과정으로서 ‘공백’을 발견하다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키워드: 나이, 자격증, 비정규직 3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세대의 ‘경력단절’ 경험을 가진 여성 노동자들을 만나 면서 알게 된 사실은 재취업을 하는 과정에서 10명 각각의 경험들이 다른 것 같으면 서도 비슷하게 겹치는 교집합의 노동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먼저, 재취업 에 나서는 여성들 대부분 나이장벽에 부딪히고 있었다. 나이든 ‘경력단절’ 여성노동 자에게 재취업의 문은 상당히 좁고 적은 것이 현재 노동시장의 모습이다. 나이 들지 않은 동시에 경력 있는 노동자를 선호하고 있는 기업현실 속에서 경력을 쌓기 위해 일단 일 경험을 가져야 하는데 정작 일자리가 주어지지 않는 아이러니가 발생되고 있다. 나이의 단점을 커버하고 취업을 더 잘하기 위해서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자격증 취득은 기본이 되어가고 있다.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요구하고 스스 로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재취업이 가능한 것처럼 몰아가는 신자유주의

* 실제로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2008년 6백여 개이던 민간자격증이 지난해 4천여 개에 다다르 며 5년 사이 5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4천여 개 민간자격증, 소비자 피해 어떻게’, 이코노미세계, 2013년 7월 17일자)

적인 흐름에 ‘경력단절’ 여성들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청년들에게만 스펙 이 중요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국가공인 스펙을 쌓고 최소한의 경력을 만들기 위해 ‘경력단절’ 여성들은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고자 돈과 시간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자 격증을 따더라도 ‘성공적인’ 재취업이 아닌 계약직 일자리조차 제대로 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안정적인 일자리는커녕 민간 자격증 시장만 점점 확대될 뿐이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이문제를 뛰어넘어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계약직이거나 프 리랜서 형태의 일자리뿐이다. 실제로 충분한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지 않으며 있더라 도 불안정한 일자리뿐이라는 게 ‘경력단절’ 여성 노동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혹여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해 전업주부로 돌아가게 되면서 또 다시 경력이 단절되기도 한단다.

다양한 방식으로, 안정적으로 채워져야 할 ‘공백’ 10명의 ‘경력단절’ 여성들의 이야기 속에 무기 계약직으로 일하는 언니의 사직을 만류하는 이유들이 녹아져있다. 우리가 만난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아직’ 경력 단절 되지 않은 언니의 현재 상황과 다르지 않다. ‘일다운 일’을 하기 위해 다른 일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 그리고 유리벽장 속에서 취할 수 있는 차선책이 전업주부이거나 열악한 일자리밖에 없는 등 교집합의 지점은 넓게 겹쳐있었다. ‘경력단절’ 경험을 가 진 여성들이 일을 그만둔 이유로 출산양육의 문제는 표면적인 것일 뿐, 실제로 ‘공무 원’처럼 안정적이고 성차별 없이 근로조건이 ‘괜찮은’ 일자리였다면 그만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8


현 정부정책은 ‘출산양육’을 ‘경력단절’의 전부로 보고 있기 때 문에 ‘경력단절’이 일어나는 여성노동자의 세세한 노동문제에 대 해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여성 고용률을 높이는 방법은 ‘경력 단절’의 이유를 ‘출산양육’이라는 단일한 분석이 아닌 성차별적 사회구조와 열악한 노동조건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여 일자리의 양뿐만 아니라 노동의 질을 전반적으로 높이는 데 있다. 그리고 노동과 노동 사이가 비어져있는 것을 단절로 보는 게 아 니라 다음의 지속가능한 노동을 위한 ‘공백’으로서 관점을 전환 한다면 여성 노동자의 다양한 욕구와 현실을 반영할 수 있을 것 이다. 여성노동자에게 필요한 건 ‘경력단절’ 여성만을 위한 한시 적인 정책이 아니라 모든 여성노동자에게 ‘좋은’ 일자리, 안정적인 노동조건을 보장하는 것이다.

♣ 경력단절 경험을 가진 10명의 여성노동자의 인터뷰를 정리한 <‘공백’의 발견>은 민우회 블로그(womenlink1987.tistory.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여성주의저널 일다(www.ildaro.com)에서도 공동연재 중입니다.

폴 다시 1일을 맞이하는 것처럼 11월을 기다리는 중. 마치 처음 하듯 설레는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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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가 쫓아서 좇으려 하는 것 이선미(썬) | 여는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추적자는 동의 없이 유포된 ‘나체사진, 성행위 동영상’ 피해의 확산을 막기 위해 파일공유사이트를 모니터링하여 유포된 파일을 찾아 삭제하고 가해의 증거를 수집하는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의 기획단이다.

추적자는 B, M, P, T, W로 시작하는 다섯 개의 P2P**사이트를 모니터링 했 다. 유포된 성행위 촬영물이 담긴 게시물을 찾아내 삭제 요청을 하였다. 문제 의 게시물을 신고하면 각 사이트 관리자는 ‘해당 콘텐츠는 삭제된 콘텐츠입니 다’라는 문구를 띄우고 블라인드 처리, 삭제했음을 알린다. 신속한 조치, 그러 나 모니터링을 재개하는 순간 ‘헉’ 소리가 절로 나온다. 방금 전 삭제한 파일이 또 올라왔다. 지금 눈 가리고 아웅 하자는 것인가. (분노의) 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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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 일상 속 성문화를 바꾸기 위 한 민우액션팀 ‘추적자들’: 성관계 동 영상의 유포와 협박에 ‘컷’을 고함 ** 개인 대 개인 파일 공유 기술 및 행위


피해를 사고파는 것 P2P사이트는 누구든지 게시물을 쉽게 업로드하고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게시물 (파일)을 업로드하는 사람은 ‘판매자’ 다운로드받는 사람은 ‘소비자’이다. 판매자는 자극적 선정적인 게시물명으로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때 사용되는 단어 는 ‘몰카, 유출, 유포’이고 ‘일반인, 여친’을 강조하여 지극히 사적인 비밀을 유포한다 는 듯이 ‘성인’으로 분류된 카테고리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게시물들은 더 많은 소비 자의 돈을 낚고자 ‘유포된 성행위 촬영물’을 표방한다. 이에 사람들은 게시물명과 실 제 파일이 다른 경우인 소위 ‘낚인’ 경우엔 “낚였어요. 다운받지 마세요.”라며 친절을 베푼다. 그리곤 유포된 성행위 촬영물을 올린 판매자에겐 ‘님 감사요’라며 볼썽사나 운 예의를 차린다. 다른 사람의 피해를 사고파는 것, 그저 호기심만 있을 뿐 누군가 에게 피해가 된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한다. 아니, 하지 않는 걸까?

다행히 아직은, 없다 모니터링 시 유포된 피해 파일을 확인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 과정이 기막히게 화가 날 뿐이다. 회사명 이름 나이 심지어 학교에 학번까지 포함된 상세한 개인정보 의 집합체인 파일명과 게시물명, ‘불쌍하다, 유명하지, 기다리던 거예요’등의 이미 유 포된 피해 파일임을 인증해 주는 댓글들, 포털사이트에 회사나 학교 이름을 입력하 면 문장완성이나 연관검색어로 피해 파일명이 나온다. 방금 삭제했던 파일이 또 올 라온다. P2P사이트 여기저기에서 우후죽순 튀어나온다. 화가 난다. 그리고 불안하 다. 내친김에 포털사이트에서 내 이름 석 자를 검색해본다. 다시 성을 떼고 이름만 입 력한다. 이제 각 P2P로 가서 다시 반복한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다행히 ‘아직은’ 없다. 그러나 여전히 개운치 않다. 어느 날 불쑥 여기저기서 내가 튀어나올지도 모른 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전화가 온다 “헤어지자고 하니까 ‘너 얼굴 못 들고 다닐 걸’이라면서 사귈 때 찍었던 동영상을 유 포하겠다는 카톡이 왔어요.” 추적자 활동을 시작하고 받은 상담으로, 협박하는 상 대의 작태가 가관이다. 헤어지자고 하자 성행위 촬영물을 빌미로 만날 것을 요구하 는 전화와 문자, 카톡이 쉼 없이 온다. “전화를 안 받으면 유포한다는데 어쩌죠? 여기 연락하면 파일을 추적해서 삭제해주나요? 영원히 없애주나요?” 다급히 묻는다. 상 담소를 찾은 기대와 추적자 활동의 실제(‘유포’된 파일 삭제)가 충돌한다. 협박 상황 에서 쫓을 수 있는 파일은 없다. 파일을 원격으로 없앨 수 있는 기술 혹은 재능,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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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 추적자가 쫓아서 좇으려 하는 것

무엇이든 가능하기만 하다면 협박의 수단이 되는 파일을 ‘영원 히’ 없애버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하지만 추적자에게는 유 포되지 않은 파일을 삭제할 재간은 아직 없다. 할 수 있는 다른 것을 찾아야 한다. 이에 협박상황에서 쫓아야 하는 것은 파일 이 아닌 상대의 ‘협박’ 그 자체가 된다. 유포되지 않았기에 협박 은 유효하다. 그러나 협박에 수긍하고 요구를 들어준다고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에 단호한 대응이 중요하다. 상대의 협박에 흔들리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할 테면 해봐’ 라는 식의 배 짱이 절실하다. 그래야 중단할 수 있다. 지금의 상황은 영원하지 않으며 변할 수 있다. 내 의지대로!

단호한 대응, 배짱을 부탁해 유포할거라는 협박에 ‘그래 유포해. 이 지질한 인간아.’라고 단박에 답할 수 있는 두둑하고 대찬 배짱을 만들어보자. 단언컨대, 배짱은 최고의 대응책이 되겠지만 갑자기 없던 것이 생겨나긴 어렵다. 물론 상담소에 전화(T.02-3351858)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협박 상황에서 ‘맘대로 하라’며 단호히 버티 기에는 실제 파일이 유포됐을 때의 피해의 심각성과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무 력감이 엄습한다. 다양한 파일의 실시간 ‘공유’ 환경은 성행위 촬영물이 유포 됐을 때 피해라는 인식보다는 그저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파일로만 읽힌 채 피해가 빠르게 확산되는 손쉬운 길을 열었다. 누군가의 피해를 확산하는 행 위는 ‘공유’가 아니다. 유포된 피해를 소비하고 재유포하는 행동은 피해를 가 능케 하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동은 응 당 중단되어야 한다. 그래야 협박이 힘을 잃게 된다. 그래야 단호한 대응, 배짱 도 당연해진다.

피해에 ‘공감’하면, 상황은 변한다 추적은 본디 사후약방문과 유사하다. 추적자는 이미 유포 피해가 발생한 파 일을 삭제하는 사후 조치적인 활동을 펼쳤다. 이는 상황을 피해 이전으로 되 돌려 놓을 순 없기 때문에 무언가 때를 놓친 듯 보이겠지만 추적자의 추적 활 동은 예방을 목표로 했다. 추적자는 P2P모니터링을 통해 아무리 삭제해도 다 시 피해가 게시되는 답답한 상황을 목도했다. 게다가 모니터링조차 할 수 없는 사적 공간인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유포 피해의 확산은 어떻 게 중단하고 예방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성행위 촬영물이 동의 없이 유 12


포되더라도 더 이상 확산되지 않는 변화된 상황은 올 것이다. 그래서 추적자는 협박 이 힘을 잃고, 더 이상 유포가 피해의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공감’ 캠 페인을 제안한다. 미덥지 않은 지금의 상황을 중단시키기 위해서 P2P와 모바일 메신저 사용을 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추적자는 제안한다. 이용자가 피해에 ‘공감’하고 스스로 ‘나는 절대 보지도 유포하지도 않겠다’는 다짐과 실천을 함께 하기를! 피해의 확산을 중단하기 위해 ‘공감’하는 마음을 확산하자. 상황은 변한다. 당신으로부터!

♣ 공감을 위한 Tip. 할 수 있어요! ■ P2P사이트에서 유포된 피해 파일을 발견한다면? 각 게시물에는 ‘신고하기’라는 버튼이 있습니다.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세요. 당신은 할 수 있어요! ■ 친구가 ‘혹시 그거 봤어? 유출된 XX’라며 카톡을 보낸다면? 친구를 신고하기는 어렵겠지요. 그러나 당신은 할 수 있어요. 신고하지 않아도 ‘난 볼 생각 없어.’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해주세요.

썬 야무지게 추적합니다. 느낌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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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종편(종합편성채널)을 아십니까? 윤정주 | 여는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서는 안 되는 5가지 이유” “젖비린내가 난다” “대가리가 여물지 않았다” “사망자가 중국인이어서 다행이다”

위의 인용문들은 누구 개인의 SNS에서 따온 것이 아니다. 이것들은 모두 놀랍게 도 방송에서 나온 말이다.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서는 안 되는 5가지 이유”와 “젖비린 내가 난다”는 종편의 한 시사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한 윤창중씨가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를 비난하고 폄훼하는 내용을 여과 없이 그대로 내보낸 것이다. “대가리가 여물 지 않았다”라는 말은 북한 미사일 위기 때 종편에 출연한 한 출연자가 북한 김정은 비 서에 대해 한 말이다. “사망자가 중국인이어서 다행이다”라는 말은 지난 아시아나 항 공기 사고 때 종편의 한 진행자가 사고 소식을 전하면서 한 말이다.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은 2008년 신문사들의 경영난 타개를 위한 하나의 방법 으로 대기업과 신문사의 보도채널, 종편, 지상파방송 진입 허용을 놓고 미디어법 논 의를 시작으로 2009년 7월 여당인 새누리당의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로 탄생 되었다. 이후 방송통신위원회는 TV조선, 채널A, JTBC, MBN 등 무려 4개의 종편 채널을 허 가 하였고 이에 그치지 않고 의무 재송신 채널로 지정, 독자적인 광고영업 가능, 방송 발전기금 한시적 유예 등 종편들에게 많은 특혜성 선물을 안겨주기 까지 하였다. 이에 힘입어(?) 종편은 편파, 왜곡, 막말 방송을 하면서 세대 간의 갈등을 부추기 는 방송을 거리낌 없이 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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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 방송의 경우 이미 18대 대선 선거방송심의 결과에서도 드러났듯이 종편이 전 체 법정 제재 19건수 중 13건의 제재를 받았다. 특히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는 총 6건(법정제재 5건, 행정지도 1건)으로 단일프로그램 중 가장 빈번하게 심의규정 을 위반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실제로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에서 본격 선거전 이 시작되는 후보등록일 직후(2012년 11월 27일~12월 2일)부터 종편의 대선관련 대 담 프로그램인 <신율의 대선 열차>(TV조선), <박상규의 대선 스타일>(채널 A), <집 중 보도 대통령의 자격>(JTBC)을 모니터링 해 보니 ▲안철수 문재인 두 후보의 단일 화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단일화 흠집내기 ▲정당들의 네거티브 선 거전을 비판하는 듯 하면서 오히려 이를 확대 재생산하여 국민들의 정치 혐오를 배가 시키고 ▲진행자의 편파적인 진행 및 화면으로 의도적으로 박근혜 후보 띄워 주기 등 의 문제가 나타났다. 왜곡 방송의 경우 대표적으로 5.18 북 개입설을 들 수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은 이 미 유네스코에서 국내외 검증 절차를 거쳐 ‘북한군 개입설’이나 ‘폭동설’ 등은 허위라 고 결론짓고 2011년 5월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에 등재 결정을 했다. 그럼에도 채널 A는 한 시사대담 프로그램에 자신이 북한에 남파된 특전사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인 터뷰를 여과 없이 방송하여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였다. 이는 시청자는 물론이 거니와 관리감독기관인 방송위의 눈치조차 보지 않고 멋대로 방송하고 있다는 증거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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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 종편(종합편성채널)을 아십니까?

뿐만 아니라 종편은 주요 이슈 물타기에도 일가견이 있다. 국정원 선거개입이 불거 지자 재빨리 새누리당이 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제기한 노 전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종편은 하루 평균 7꼭지씩 다루면서 사실 검증 없는 의 혹을 확대 재생산 하였다. 이렇듯 안하무인 방송하던 종편이 곧 재승인 심사를 받게 된다. 재승인 심사란 종 편처럼 승인절차를 거쳐 방송을 할 수 있게 허가 받은 경우 방송법 제17조(재허가 등) 에 의해 방송을 계속하게 위해서는 3년 마다 한 번씩 재승인 심사를 받아야 한다. 만 약 이 심사에서 탈락될 경우 방송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이번 재승인의 주체이자 종편을 관리 감독해야 할 방통위는 지금까지 종편 감싸기에만 급급한 모습만을 보여주어 이번 재승인 심사가 공정하게 이루어 질지에 대 해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를 포함한 미디어운동단체들은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미디어운동본부에서는 지난 8월 21일에 민주당 유승희 의원실과 공동으 로 바람직한 종편 재승인 심사 방안 모색을 위한 <종편 재승인 심사, 어떻게 할 것인 가>라는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 자리에서 나왔던 중요한 논의들을 정리 해 보 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번 심사는 종편이 ‘하겠다고 한 것’, ‘해 왔던 것’, ‘앞으로 할 것’을 총체적으 로 평가 하여 방송에 적합한 사업자인지를 가려내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하겠다고 한 것’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승인 과정에서 받은 종편 사업자의 사업 계획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평가가 필요하다. 초기 사업자 선정 시 심사 항목은 방송 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의 실현가능성,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 및 제작계획의 적절성, 조직 및 인력운영 등 경영계획의 적정성, 재정 및 기술적 능력, 방송발전을 위 한 지원계획 등이다. 만약 이것들이 제출된 사업계획과는 달리 잘 지켜지지 않았다면 이는 승인을 받 기 위한 허위 계획서를 제출한 것이므로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둘째, ‘한 것’에 대한 평가는 그동안 종편을 운영하면서 했던 방송내용, 프로그램 편성 내용, 경영, 방송통신위원회 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던 것에 대한 시정 여부, 시청자 서비스 등을 평가 하면 될 것이다. 또한 방통위는 종편 승인 시 9가지 승인 조건*을 내걸었 다. 만약 이러한 승인 조건에 부합하지 않았다면 이는 승인 취소까지 고 려해야 할 것이다. 셋째, ‘할 것’에 대한 평가는 재승인 심사를 받으면서 종편들이 제출한 16

* 9가지 승인 조건 : ①방송법 준수 ②주요주주 3년 간 지분 처분 금지 ③승인장 교부 3개월 이내 출연 금 납부 ④승인장 교부 1년 이내 방송 개시 ⑤사업 계획서 내용 변경시 방통위 승인 획득 ⑥매년 방송 의 공정성, 지역방송 콘텐츠 활성화, 어린이 및 장애 인 등 소수계층 지원, 콘텐츠 공정거래, 방송장비 산 업 기여도, 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계획, 유료방송 시장 활성화 등의 이행실적 제출 ⑦경영의 투명성 효율성 확보 ⑧다양하면서 독창적인 프로그램 편성 ⑨방통위 사업계획 점검 시 자료 제출


앞으로의 사업계획을 보면 될 것이다. 이러한 사업계획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에 비추 어 정말 잘 이행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실현 평가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넷째, ‘과락제’를 두어야 할 것이다. 지상파 방송 재허가처럼 1000점 만점에 650점 만 넘으면 무조건 재허가가 승인되는 것은 곤란하다. 왜냐하면 이처럼 절대 평가가 이루어질 경우 정말 큰 문제가 되는 방송의 공정성 부분들이 다른 항목과 섞여서 그 대로 묻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방송의 공정성 부분, 편성의 편중, 시 청자 보호 등의 중요한 항목에서 하나라도 점수에 미달할 경우 재승인에서 탈락 시 켜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기회에 방통위 종편 승인 4가지 정책 목표였던 ‘융합하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 / 방송의 다양성 제고를 통한 시청자 선택권 확대 / 콘텐츠 시 장 활성화 및 유료방송시장의 선순환 구조 확립 / 경쟁 활성화를 통한 방송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종편이 기여하고 있는지 여부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만약 위의 4가지 목표에 종편이 부합하고 있지 않다면 부합하도록 해야 하거나 이것 이 현실적이지 않다면 더 늦기 전에 이들의 일부라도 정리해야 하는 것이 옳기 때문 이다. 지금까지 종편 재승인시 반드시 평가해야 할 것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종편은 앞 서 말한 것처럼 여러 가지 특혜를 받고 출발했다. 그 특혜를 받을 만한지에 대한 꼼꼼 한 점검이 이번 재승인 과정에서 필요하다. 이러한 기준안 마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방통위가 이번 재승인 심 사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겠다는 의지이다. 방통위는 재승인 절차를 법에 있기 때 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요식행위가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질 좋은 방송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운동본부도 이번 종편의 재승인 과정 및 결과가 문제가 없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필요할 때마다 의견을 낼 예정이며 이와 더불어 종편 모니터링도 꾸준히 할 것이다.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지 미디어운동본부의 문을 두드리면 된다. 미 디어운동본부의 문은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있다.

윤정주 TV를 하루라도 안보면 금단 증세를 보이는 TV 중독자…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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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 스케치

후기 퀴어문화축제

6월 1일, 홍대 걷고 싶은 거리(젊음의 거리 유후!) 일대에서 퀴어문화 축제가 있었어요. 민우회에서는 매니퀴어:many queer(아무리 생각해 도 멋진 네이밍!)와 소소한 드랙놀이:나만의콧수염, 응원버튼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그리고 부스 밖에서는 민우회의 유일한 퀴어 소모임 일이삼반에서 준비한 커밍아웃 노하우 게시판 참여가 활발하 게 진행되었어요. 대망의 퀴어퍼레이드는 많은 회원들이 함께 해주셔 서 더 퀴어(the queer)했어요. 다양한 빛깔과 모습으로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어요. 6월 1일 홍대 걷고 싶은 거리

후기 신입회원 만남의 날

후기 월간 다다익선 - 여행을 기록하는 나만의 방법, 데일리드로잉

여름방학과 휴가가 시작되는 7월! 여행에 어울릴만한 강좌를 기획해 보고 싶었습니다. 인천여성회 사무국장, 인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인 마법사가 데일리드로잉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지난 3년간 그려 온 그림들을 보며 매일매일 그리는 데일리드로잉의 의미를 이야기해 주었어요.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여행지를 그린 뒤 서로 보여주며 이 야기도 나눴답니다. “기대를 깨버리는 기대 이상의 교육이랄까~ 이 번 강연에서 그림 그리는 방법을 배우려고 참여했는데 오히려 잘 그 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왔으니까요. 어린 시절 흙바닥에 그 림 그리며 놀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일깨워 주었죠. 보이는 것을 그 리는 것이 아니라 그리는 데로 보는 시선을 찾는 방법, 그것이 Daily Drawing의 마법같은 이야기였어요.” <박집사의 후기에서> 7월 4일 민우회 교육장(원경선 배움나루)

후기 이야기하자, 압구정역 4번 출구 - 한국 성형 실태 및 대안 모색을 위한 포럼

올해로 세 번째인 민우회 신입회원 만남의 날이 있었습니다. 이 날 만 난 회원님들은 박집사, 언니, 원, 파인, 스텔라, 덴마, 히루, 노보람, 잡 초, 그리고 소모임 ‘여백’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우회원 햇살님입니다. “세상에서 ‘보편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제가 꼭 ‘별나고’, ’피곤한’ 사람이 되곤 했거든요. 그런데 이 곳에 처음 들어 와 낯선 사람에게도 술술 꺼내놓는 제 이야기가 공감 되고 지지 받을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한 마음이 들었어요. 민우회에 먼저 가입하여 ‘강 추’(!)했던 친구는 앞으로 민우회가 자신의 평생에 보험 같은 커뮤니티 가 될 것 같다했는데, 저에게도 즐겁고 유쾌한 여성주의가 피워질 수 있는 장이 될 것 같아요!”<파인님의 후기에서> 6월 25일 민우회 교육장(원경선 배움나루)

우리의 일상을 집어삼키고 있는 성형, 다이어트 열풍 뒤에는 한국의 문화, 사회, 경제적 배경이 있다는 것을 밝히고, 성형열풍의 무차별적 확산에 한몫 제대로 하고 있는 의료시장과 미디어를 규제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인식 속에 포럼이 기획되었습니다. 여러 분야 의 발제자들이 성형의 실태를 드러내고 대안을 제시해주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확히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실태조사와 현행법에 따른 단속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 공유되었습니다. “평소에 외모에 대한 농담이나 지적을 쉽게 하곤 했었는데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 에서 양악 수술을 원하는 사람들이 외모를 지적하는 그 말 한마디 때 문에 얼마나 상처받는지 알게 되었고, 결국엔 외모에 대한 지적을 하 는 나 자신이 잘못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SBS PD 박상욱님 의 발제에서> 7월 11일 국회의원회관 2층 의원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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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박근혜정부 성폭력정책, 4대악이라는 실체 없는 이미지 정치를 넘어 국민이 ‘체감’할 수 있게 추진하라. 지난 6월 21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성폭력 방지 종합대책안(이하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종합대책 추진 시 다음의 우려되는 지점을 고 려해야할 것이다. ① 공직사회 내 성폭력 신고 절차를 투명하게 만들 고 신고한 피해자가 보호받는 세밀한 규정마련 ② 무조건 형량높이기 가 아니라 처벌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고민 ③ 성폭력 전담팀 의 경찰, 검사, 판사가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와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정책 ④ 앞으로 주목해야할 정책과제로서 현재 성폭력 처벌 법률의 사각지대로, 성폭력 피해는 있지만 법적 대 응이 어려운 스토킹범죄 및 몰래카메라 피해와 데이트 관계에서 발생 하는 성행위 영상 등의 유포 피해가 음란물로 확산되는 문제의 심각 성에 대한 고려와 대책 ⑤ 구체적 실체 없이 성폭력에 대한 막연한 불 안감을 조장하는 ‘4대악’이라는 구호를 지양하고 성폭력방지 종합대 책안의 내용이 드러나는 슬로건을 사용할 것 6월 27일

논평 “책임도, 비난도, 처벌도 여성만의 몫인가” 8월 9일, 의정부지방법원은 “낙태행위는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중 대한 범죄”라는 이유로 여성에게 벌금형 200만원, 업무상 촉탁에 의해 수술한 의사 징역 6개월/자격정지 1년, 남성의 ‘낙태’방조죄에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는 한국여성민우회로 “배우자인 남성에게 낙태죄로 고 소당했다”는 여성의 상담이 접수된 후 재판동행 지원과 의견서를 제출 한 바 있는 사건이다. 민우회에서 제출한 의견서는 “‘낙태’는 단순히 개 인 여성의 도덕심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와 복잡 하게 얽혀 있는 문제이며, 낙태를 처벌한다고 줄어들거나 해결되는 것 이 아니라 낙태 음성화, 원정 낙태 등의 문제로 여성건강에 심한 위협 을 주고 상황”에 대한 내용이었다. 또한 가정폭력이 있는 상황에서 임 신을 유지할 수 없던 상황을 고려하며 피고인 여성에 대한 정상참작을 요청하는 요지였다. 이 사건은 임신 중에 있는 산모에게 중한 폭력을 가했음에도 어느새 남편이 낙태한 죄를 물으며 여성에게만 책임을 전 가할 권한이 있는지, 그것이 과연 법의 정의인지 질문하게 한다. 8월 12일 한국여성민우회

성명 재능학습지 노동자의 긴 싸움의 마침표에 박수를 전 하며, 정부와 국회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한 움직임을 즉각 진행하라! 재능학습지 노동자들은 2008년 10월 사측의 일방적인 단체협약 폐 기에 문제제기하며, 학습지 교사의 노동권을 주장하며 싸움을 시작 하였습니다. 2013년 2월 설 명절을 앞두고 재능학습지 노동자 여민희, 오수영 동지는 ‘단체협약 원상회복’과 ‘해고자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겨울밤 성당 종탑으로 올랐습니다. 2076일의 투쟁, 6년을 넘긴 긴 싸 움은 2013년 8월 26일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2013년 8월 26일 재능 학습지 노동자와 재능교육 사측은 ‘회사와 재능교육지부는 2008년 10월 31일자로 해지한 단체협약을 원상회복한다. 회사와 재능교육지 부는 복귀 후 즉시 교섭을 시작하고, 2013년 12월 31일까지 단체협약 을 체결한다.’라는 내용으로 합의를 하였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재 능학습지 노동자의 긴 시간에 다시 한 번 위로와 지지의 박수를 전합 니다. 그리고 합의안이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재능교육 사측이 실 질적으로 움직일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8월 27일 한국여성민우회

#개미마이크 twitter.com/womenlink 1년간 잠적한 성폭력 가해자를 초임 검사(춘천지검 이선미)가 4 개월 동안 끈질기게 수사를 해서 체포했다고 하네요. 드라마에만 열혈검사가 있는 게 아니네요. 역시 검사의 수사의지가 성폭력 해결에 중요! 6월 12일 기업76% “출산, 육아휴직 쓰는 여직원 부담스럽다” 육아휴직자 퇴직권유도 빈번. 현실을 외면하고 여성만을 대상으로 육아휴직 을 확대하는 정책은 오히려 여성채용을 기피하고 경력단절을 심 화시킬 뿐이다. 작년 민우회 상담실에 접수된 임신출산 관련 해 고 등 불이익 상담 20% 육박. 여성에 대한 고용상 불이익과 차 별이 심각. 무작정 육아휴직을 확대하는 방식이 아닌 고용상 성 차별을 금지하는 법규정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감독하고 대책을 세워야한다. 6월 18일 최근 5년간 피해자 정보 유출해 중징계 받은 경찰관 단 2명! [특 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범죄수사규칙, 경찰관 직무규칙]이 있 음에도 불구하고 경찰관들은 구체적인 매뉴얼이 필요하다고만 합니다. 수사, 공판단계에서 피해자 정보유출을 막기 위한 구체 적인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침에 따르겠다는 안 일한 태도 아닌가요? 피해자, 신고자 인권과 개인정보 보호를 우 선순위에 두고자 하는 마인드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6월 19일 직장어린이집 확대 법 개정 시작. 확대는 환영. 하지만 제도씨, 현실이들 목소리 못 담으면 결국 제도씨만의 생색내기. 예를 들 어 이런 목소리 “퇴근10시, 하원7시. 어차피 하원맡길 누군가필 요, 출퇴근 지옥철 애 데리고 등하원은 불가능” 7월 3일 서울시 버스광고 내 성형광고를 5%로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은 “허위 과대광고가 아 니면 성형광고 자체를 제한하기는 어렵다”며 근본적인 제재는 불 가한 상황이라고 이해를 구했다고 해요.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성형광고 자체를 없애기 어 려운 현행법 개정이 동반될 필요를 다시금 체감하네요. 7월 29일 방학에 1~2개월 알바를 구했는데 3개월 미만은 수습기간이라며 최저임금(도 적은데..)보다 적은 임금을 받으셔서 속상하셨죠? 최저임금법 5조2항1호에 따라 1년 미만 근로계약 체결한 노동자 에게 수습이라는 이유로 임금 감액하는 것은 법위반! 7월 30일 외가라고 해서 장례과정이 덜 걸리거나 덜 슬픈 게 아닌데 경조 휴가는 친가에게만? 호주제가 폐지되었지만 아직까지 경조휴가 와 부의금으로 차별하다니. 외가, 친가 차별도 문제이지만 친족 만 배려하는 경조사 문화도 문제이지 않을까? 7월 30일 박근혜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말했지만 실제로는 근무 성적, 성실도 등을 고려해 선별전환, 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차등! 정규직전환이라 하지만 무늬만 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근 로조건까지 함께 바뀌어야!! 8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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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칼럼 창

밀양 ‘할머니’의 눈물, 그리고 전기의 진실 하승수 | 여는 민우회 이사

정부는 올 여름에 연일 전력난을 부르짖었습니

문제는 산업용 전기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전기

다. 국민들에게 전기가 모자라니까 발전소도 더 지

소비에서 산업용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53%가

어야 하고, 송전선도 더 건설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

넘습니다. 제철, 석유화학, 반도체 등 큰 공장에서

고 싶은 것처럼 보입니다. 전기가 모자라게 된 근본

쓰는 전기량은 엄청납니다. 전기를 많이 쓰는 백화

원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으면서요.

점 등 대형건물들도 문제입니다. 이런 곳에서 전기

왜 전력난이 일어나게 됐을까요? 우리나라는 전기

를 무분별하게 쓰면서 우리나라는 전력난을 겪고

소비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는 보기 드문 나라입

있습니다.

니다.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소비량은 OECD국가

그리고 전기가 모자란다며 원전과 석탄화력발전

의 평균보다 많고, 독일, 프랑스, 일본, 영국 등의 국

소를 바닷가에 건설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생산

가들보다 많습니다.

되는 전기를 소비지인 대도시나 대공장 소재지까

이런 얘기를 하면, 시민들은 ‘내가 전기를 많이

지 끌고 오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바로 초고압 송전

써서 그런가’라고 생각하십니다. 그러나 그렇지는

선이 필요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단지

않습니다. 가정에서 쓰는 전력소비량은 OECD 평

인 고리원전 옆에 새로 짓고 있는 신고리원전이 문

균의 50% 정도에 불과합니다.

제입니다. 지금 1,2호기를 다 짓고, 3,4호기 준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보내 기 위해 필요하다면서 765kV라는 초고압 송전선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765kV 송전선은 우리가 대도 시 주변에서 보는 송전선들보다는 훨씬 고압입니 다. 우리나라에는 154kV라는 고압 송전선이 많은 데, 그보다 18배나 많은 전기를 한꺼번에 보내는 송 전선입니다. 전기를 많이 보내려고 하다보니까 전 압을 계속 올린 것인데, 그만큼 전자파도 강하게 나

■ 6월 21일 밀양 주민 국회 상경투쟁. 송전탑 보상법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앞 30배를 진행했다(출처 : 참세상 김용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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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니다. 그 송전선 때문에 밀양의 할머니들은 8년 동안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작년 1월에는 농민 1분


이 분신을 하기도 했습니다. 의료단체에서 조사한 결과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전쟁이나 테러를 겪은 사람들보다 더 심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 리고 있습니다. 한번 할머니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십시오. 평생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자식을 키우며 살아 왔 습니다. 이제 숨 좀 돌리고 평화롭게 여생을 마무리 했으면 하는데, 갑자기 조용하던 마을에 초고압 송 전선이 지나간다고 합니다. 전자파를 내뿜고 소음도

■ 단장면 고례리 84번 송전탑 공사 현장(출처: 오마이뉴스 빈진향 기자)

심하다고 합니다. 그 속에서 생활하고 농사를 지어 야 한다는 것이 그 분들에게는 어떻게 다가올까요?

통해서도 송전할 수 있다는 것이 한전 측 자료에 의해

그래서 정부에 항의도 하고, 조사도 해 보았더니

서도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고리에는 낡은 원전들이

송전선을 건설하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

있습니다. 고리1호기는 이미 수명이 끝났는데도 계

른 대안들이 있는 것입니다. 우선, 대도시나 대공장

속 가동을 하고 있는 원전입니다. 이런 낡은 원전들

에서 필요한 전기를 그 부근에서 생산하면 초고압 송

을 폐쇄하면 송전선에 여유가 생깁니다. 대안은 있는

전선이 필요없습니다. 지금 밀양을 지나가는 765kV

것입니다.

송전선은 대구에서 필요한 전기 때문이라는 것이 한

이런 사실들이 드러났는데도 정부와 한전은 막무

전 측의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초고압 송전선을 건설

가내로 공사를 진행하려 합니다. 주민들은 원하지도

하지 말고 대구부근에서 전기를 생산하면 됩니다. 태

않는 보상얘기를 하면서 공무원과 관변단체들까지

양광,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도 늘려나가고, 당장

동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밀양 주민들은 호소

전기가 부족하면 가스복합발전같은 발전소를 지으

를 합니다. ‘우리는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 우리가 바

면 됩니다. 가스발전은 석탄화력발전에 비해 온실가

라는 것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꾸는 것이다’라고

스 배출량이 절반 이하이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미치

얘기합니다.

는 영향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전기를 많이 쓰는 대공

이 이야기는 진실입니다. 밀양 주민들의 고통은 보

장에서는 자가발전을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우리나

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원전이 없다

라보다 기업의 자가발전 비중이 4배 이상 높습니다.

면, 그리고 잘못된 전력시스템이 없다면 밀양의 할머

우리나라 기업들은 전기요금이 싸기 때문에 자가발

니들이 눈물을 흘릴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전에 소극적인데,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면 자가발전

밀양 할머니들에게는 친구가 필요합니다. 이런 사실

비중을 늘릴 것입니다.

들을 알리고, 연대 성명을 발표하고, 밀양을 방문하

이런 식으로 전기를 해결하는 것을 ‘지역분산형 전 원’이라고 합니다. 전기소비지 가까이에서 전기를 생

고, 1인 시위를 하는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야 할 때입니다.

산해서 쓰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초고압송전선이 필요가 없습니다. 정부는 당장 신고리 3,4호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얘기합니다. 그 러나 신고리 3,4호기의 전기는 이미 있는 송전선로를

하승수 인권, 평화, 자치, 풀뿌리민주주의, 정보공개같은 주제에 관심이 많아서 활동하다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고 녹색당 창당작업에 뛰어들었고, 지금은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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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터뷰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김선우 시인을 만나다 인터뷰 : 류형림(모구), 문지은(반아) | 여는 민우회 여성건강팀 정 리 : 여는 민우회 편집팀

네 권의 시집, 세 권의 소설, 두 권의 산문집, 한 권의 칼럼집 ‘신선’같은 시인이라고 규정짓기엔 뭔가 범상치 않은 에너지를 가진 천생 글쟁이 때론 여성의 입이 되어 가려운 데를 긁어주고, 때론 강정마을, 쌍용자동차해고노동자같이 사회의 아픈 곳을 찾아다니며 함께 아파하는 김선우 시인을 만났다

하이파이브 김선우

일년에 한번 자궁경부암 검사 받으러 산부인과에 갈 때 커튼 뒤에서 다리가 벌려지고 차고 섬뜩한 검사기계가 나를 밀고 들어올 때 세계사가 남성의 역사임을 학습 없이도 알아채지 여자가 만들었다면 이 기계는 따뜻해졌을 텐데 최소한 예열 정도는 되게 만들었을 텐데 그리 어려운 기술도 아닐 텐데 개구리처럼 다리를 벌린 채 차고 거만한 기계의 움직임을 꾹 참아주다가 커튼이 젖혀지고 살짝 피가 한 방울, 이 기계 말이죠 따뜻하게 만들면 좋지 않겠어요? 처음 본 간호사에게 한마디 한 순간 손바닥이 짝 마주쳤다 두마리 청개구리 손바닥을 짝 마주치듯 맞아요, 맞아! 저도 가끔 그런 생각 한다니깐요, 자요, 어서요, 하이파이브!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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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 때는 세상이 좀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서 좋은 혁명가, 활동가, 세상을 좋아지게 하는 데서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격렬한 운동권 세 대였는데 대학에 다닐 때 제가 꿈꿔왔던 신념, 혁명 의 가능성 같은 것들이 졸업과 함께 무너졌어요. 그 때가 동구권이 무너지면서, 한때 혁명의 이상이었던 모든 나라들이 차례차례 무너져가는 세계사적 조류 와 함께 한국에서도 여러 운동진영들이 한꺼번에 망 가지기 시작하던 때였어요. 삶의 이상이라 할 것들 이 완전히 산산조각나면서 세상을 살아야겠다는 생 각이 별로 없는 그런 시기였죠. 그러다가 어느 날 문 득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삶의 희망이 없는 단계에서 나한테 딱 떠올랐던 것이 시인이 되어

기였고, 뭔가 쓰고 있는 상태의 내가 너무 좋았던 거 죠. 여전히 글을 쓰고 있는 순간이 가장 좋아요. 책상 에 혼자 앉아있는 시간이 확보되지 못하면 불행하다 고 느껴요. 매일 작은 시간이라도 책상 앞에 혼자 고 민하는 시간이 주어지면 에너지가 소진되지 않아요. 그게 되게 신기한 게 희망버스, 강정마을, 쌍차 등에 관여를 하면서도 거의 매년마다 한권씩 책이 나오는 거에요.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어떤 기자가 물었어 요. 사실 계속 고단한 일들이 펼쳐지기는 하는데, 현 장에 계속 관심이 가 있고 신경을 쓰면서도 나한테 최 소한 하루에 서너시간 책상 앞에 앉아서 혼자 뭔가를 쓰는 시간만 확보가 된다면 에너지가 생겨요. 이런 삶이 가능한 이유는 책상 앞을 내가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죠. 천생 글쟁이에요.

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때부터 습작을 본격적으 로 시작해서 3년쯤 후에 시인으로 등단을 했어요. 그 래서 시가 나를 살렸다 는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사

보통 김선우 시인의 작품은 에코페미니즘이라고 말하 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람이에요 나는. 살아있으라고 그때 갑자기 시인이

태어난 조건, 내 몸에 갖고 있는 조건이 그래요. 강원

되겠다는 생각이 떠오른 거겠죠. 그렇게 생각하기로

도 산골에서 태어났고 어렸을 때 소위 자연(모구를

했어요.

가리키며 말했다. “이게 자연이에요. 이 사람, 이 생 명. 태어나서 자라고 있는 이게 바로 자연이에요.”),

등단한 후에 10년간 시집만 내셨는데 소설가로 삶을

그냥 내가 자연인데 이 자연을 보듬어주는 큰 자연이

전환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시에서 소설로의

놀이터였기 때문에 분리감이 없었어요. 정서가 형성

전환에 어떻게 적응하셨는지 궁금해요.

되는 시기에 땅과 숲과 물과 자연의 질료 속에서 그

지금 시, 산문, 비평, 소설을 모두 쓰고 있는데 ‘몸 바 꾸기’가 전 비교적 쉬워요. ‘왜 내가 두려움이 없을까’ 라는 질문을 해본 적이 있죠. 보통 시만 쓰다가 소설 을 쓰는 게 덜컥 저지르기 쉬운 일은 아니에요. 나는 도대체 왜 이럴까 생각해보니까 어렸을 때 일기를 쓰 며 놀던 습관 때문인 것 같아요. 보통은 하루에 있었 던 일을 쓰는데 그때 나는 그냥 일기를 가지고 놀았던 거 같아요. 어느 날은 시 같기도 하고 어느 날은 소설 같기도 하고 그랬어요. 나중에 읽어보면서 재밌어하 고 고치기도 했어요. 그냥 나한테 존재하는 건 글쓰

것들이 주는 즐거움과 에너지를 교감하면서 살아가 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과 굉장히 다르거든요. 집은

가난했지만 최고로 자유로웠죠 . 그런 삶을 살았기 때문에 너무너무 자연스럽게 에콜로지적인 마인드 가 맞는 거죠. 페미니즘도 마찬가지예요. 나중에 여성학을 공부해 서 여성의 삶을 느끼게 된 게 아니에요. 내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여성학이라는 게 이제 막 출발하는 단계였고 여성학이라는 말이 보편적이지 않았어요. 이미 내가 갖고 있는 관점 자체가 여성학적 관점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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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터뷰 | 김선우 시인을 만나다

어요. 초기에 여성학을 공부했

아무도 혐오하지 않아요. 우리

던 많은 사람들이 그랬을 거라

다 같이 잘살자는 거지. 그런데

고 생각해요. 딸로서 엄마의

아직도 한국사회에서 ‘꼴페미’

삶을 보면서 ‘왜 엄마가 저렇게

이런 반응을 보이는 남자들은

살아야해?’라는 질문들을 하

마치 여자들이 잡아먹는 것처

잖아요. 그런 질문들이 여성학

럼 남성혐오가 있다고 이야기

의 가장 중요한 코드들이 되어

해요.

있더라고요. 남자아이를 낳기 위해 자식을 아홉 명 낳은 엄

마지막으로 민우회에 한마디해

마. 그 중에 둘은 죽었어요. 그

주세요.

당시에는 많은 여자들이 그랬어요. 남아선호가 깊게 뿌리내려있는 그런 집안에서 여자애로 살아가면서, 엄마를 바라보면서 그 여자아이가 던졌을 많은 질문 들. 그런 게 바로 여성학적 질문들이 된 거죠. (나중 에 여성학을 접하셨을 땐 기분이 어떠셨어요?) “그거

지! 그거잖아!” 반가웠죠. 대중 속으로 더 잘 스며들 었으면 하는 응원의 마음도 생겼고요. 그렇게 저의 에코페미니즘이 만들어진 거죠. 여성이기 때문에 많은 질문들을 껴안고 있는 여성들

말 그대로 민우(民友) 같아요. 너무 클래식하게 느껴 지는 어떤 지점은 돌파해야하지 않을까싶은 마음은 있는데 많은 여성단체들이 저마다 몫이 있으니까. 지 금 정도의 민우회, 클래식하게 뭔가 든든한 배경이 되는 그런 민우회가 아주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 각해요. 이런 활동가들(모구와 반아^^)이 있는데 잘 될 거라고 생각하고요. 활동가들이 스스로 가지고 있는 에너지와 가능성을 발현시키면서 행복할 수 있 는 단체로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어요. 30주년이 되면 뭐라도 하게 불러주세요^^

에게 응원하는 마음으로 추천하고 싶은 시는 무엇인가 요?

혼자 힘들어하고 있을 때 위안이 되어주었던 김선우 시인의

너무 많아요. 이번 시집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는 편

시를 떠올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인터뷰 요청을 드렸어요. “여

하게 대중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소소한 경험들을 다

성민우회! 우리사회 어려운 곳들에 든든한 뒷심 되고 계신 벗

룬 시가 많아요. <하이파이브>같은 시. 일상적으로

님들! 여성민우회에서 인터뷰 청해주시니 제가 영광이지요”라

여자인 나는 이렇게 느끼는데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 들, 말하면 안 되고 꺼려지는 지점들, 그 지점을 밀어 붙여서 이야기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어렵죠. 그런 지 점들을 일상적인 말들로 편안하게 푸닥거리하는 시 가 많아요. 처절하고 남자들이 무서워하는 시는 첫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있길 거부한다면》에 많 죠. 첫 시집이 나왔을 때 제 시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 았던 사람들은 남성혐오라고 이야기했어요. 사실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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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시며 흔쾌히 응해주셔서 감동이었어요. 그리고 인터뷰 당일, 민우회의 회원이 되어주셨습니다! 활동가들에게 책도 선물해주셨어요. 고맙습니다. 조만간 또 만날 수 있기를 바라 봅니다.


기획 소개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

“필요한 건 인내심과 책임감이야. 소통은 노력이고 애정은 덤이지” 여는 민우회 편집팀

기획으로 꼭 한번 다뤄보고 싶었던 주제, 반려동물이에요. 그냥 귀여워서, 소유하고 싶어서, 외로워서, 길거리에서 지내는 게 안타까워서, 한 생명을 책임지고 싶어서 등등 다양한 이유로 우리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선택’하지요. 그러나 모든 것이 애정 하나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던 처음과 달리 녀석이 뿜어내는 털과 응아가 버거워 고뇌하고, 이웃에 피해가 될까 노심초사하는 나날들도 겪게 되지요. 녀석이 행복해보이지 않을 땐 정말이지 말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답답하기도 해요. “너 나랑 사는 게 정말 행복하니? 도대체 뭐가 문제라서 이불에 쉬를 하는 거니? 내가 주는 사료는 마음에 드는 거야? 발정기가 오면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든데 불임수술을 해도 괜찮아? 방 안에서만 사는 게 지겹진 않니?” 따위의 질문을 던져 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야옹”“멍멍” 뿐이고요. 어쨌거나 그들이 소중한 존재라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에요. 결국 어떤 존재가 나와 맺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지요. 반려동물과 함께 살든 함께 살지 않든 동물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인간이 아닌 존재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 그들을 이해하고 생각한다는 것에 대해 함께 고민해 봐요.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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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편집자 주

기획 1 _ 함께 살아요

여는 민우회 회원님, 활동가와 함께 살고 있는 ★★을 소개합니다! 반려인에게 ★★의 특기, 취미, 특징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어요.

나와 함께 사는 ★★을 소개합니다 여는 민우회 편집팀

긁어라

ㅇㅅㅇ

이름 : 가을 가을의 반려인 : 가람 ① 허당 몸개그가 특기 다. 책상에 올라 가다 떨어지거나 바닥 에서 미끄러질 때 면 ㅇㅅㅇ 표정을 짓고 숨는다. ② 자고 있는 가람의 가슴팍을 밟아 숨 이 콱 막히게 한다. ③ 가람의 파트너를 때리고 도망간다. ④ 혼내면 po보복we r을 한다. 가람의 무 릎을 깨물고 도망가거 나 앞발로 손을 때 리고 숨는다. ⑤ 집에서 귀여움 담당 이다. ⑥ 수다쟁이다.

: 데조로 올망똘망의 반려인 이름 : 똘망 / 올망 자매다 ① 똘망이와 올망이는 부분이 털색만 다르고 하얀 이는 ② 똘망이와 올망 똑같다. 데칼코마니. 실 앞에 긁다가 씹어먹기, 화장 ② 취미는 스크래처 모래산 만들기다. 잡으 걸 좋아한다. 빨간 불을 ③ 레이저로 놀아주는 려고 우다다.

이름 : 나 리

-_-+ 옷장 위에서 감시중

나리의 반 려인 : 모 ① 모구가 구 귀가할 때 면 현관에 ②다큰 주제에 아 마중나와 직 서 부비부 ③꼭모 구가 자는 도 모구 손가락을 비한다, 쪽쪽 빨며 새벽에 광 ④ 옷장 속으로 뛰 위에서 모 좋다고 그 어다닌다 구를 감시 르릉거린 ⑤ 비닐과 . 우다다 다. 한다. 박 다다. ⑥ 모구를 스를 좋아한다. 들어갔다 사냥한다 가 나왔다 . 깨문다 가 물고 . 밟고 다 뜯고 먹는 닌다. 다.

밀크의 반려인 : 무지개빛 하고 수염 정리하기이다. ① 특기는 구르기. 혀로 세수 리기이다. ② 취미는 잠자기. 어리광부

이름 : 밀크

닮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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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기 이름: 설이

설이의 반려인 : 오징 어 ① 특기는 털과 똥 생산하기다. ② 취미는 쪼개기다 .

눈 감고 자면

이름 : 네오(풀네임은 정네오마루꼬 리브짱) 네오의 반려인 : 타란 ① 특기는 옆으로 꽈당 넘어 지면서 애교 부르기. 큰소 리로 울기다. ② 특기는 모두 밥을 내놓 으라고 하는 짓들이다. ③ 취미는 이불 뜯기다.

안 될까?

철푸덕 ~>->ㅇ

: 프마 별이의 반려인 이름 : 별이 . 자식이 별이다 맘대로다. 한 마리 낳은 다보니 자기 하 지 중 ① 마루가 딱 지 애 이 들 구 식 방지축. ② 성격은 천 성격이다. 인 다. 적 립 ③독 세상 쳐다보기 란다에서 아래 베 는 미 취 ④

나는 락커다!

이름 : 김치(풀네임은 김치

왕빵자. 유일하게 타란의 성을

따르지 않는다) ① 특기는 먹기, 뭐든 먹기, 다 먹 기 , 빨 리 먹기다. ② 취미는 네오와 깜보리가 남긴 밥 먹기다.

이름 : 깜보리(풀네임은

뭘봐

정깜볼)

김치의 반려인 : 타란

깜보리의 반려인 : 타란

① 특기는 숨기다, 얼굴을 까먹는다. ② 타란이 여행 다녀오면 서 자는 것이다. 밑에 ③ 취미는 더워도 이불

궁금이

배추도사와 무도사

이름 : 마루(왼쪽) . 파피(오른쪽) 마루, 파피의 반 려인 : 프마 ① 지금은 이 세 상에 없지만 프마 가 정말 사랑했던 파피 마루와 ② 마루는 얌전이 다. ③ 파피는 마마보 이다. 프마가 아 무데도 안 가고 도록 울고불고 난 꼭 붙어있 리도 아니었다. ④ 마루와 파피의 취미는 프마 감시 하기다.

: 피노 피노의 반려인 뛰기다. 깨우기, 똥달고 기, 새벽에 피노 이름 : 하 딩 이 라 슬 로 쇼파 아래 며 꾹꾹이하기, 악질이다. ① 특기는 침흘리 건 탐색하기, 하 물 운 로 새 , 기 자 잠 고 먹 ② 취미는 ③ 새침데기 이 같아 ‘고양이 . 반려인과 이름 노에서 따온 이름 피노(성직자 루피

피노’라고 부른다)

2013 가을

27


기획

편집자 주

기획 2 _ 동거냥들과의 인터뷰

여는 민우회 회원 재윤님이 동거냥 시루와 머루를 인터뷰했어요. 집사 재윤의 머릿속에서 진행된 가상 인터뷰지만 시루와 머루가 어떤 성격인지 팍팍 느껴지네요. 재윤과 시루, 머루가 어떤 모습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 살짝 들여다볼까요?

“멍청한 개는 없다. 멍청한 주인이 있을 뿐”이란 말도 몰라? 재윤 | 여는 민우회 회원

집사 이렇게 함께 앉아서

시루

머루

얘기해보는 것도 오랜만이 야. 오늘은 당신들 모녀와 허물없는 가족 간 대화의 시간을 좀 가

이든 8년이든 우린 그냥 패 브릭만 보면 뜯고 싶어 환장

모녀 고양이와 동거하는 집사

져볼까 하는데…. 시루 우리가 언제 가족이었고 언제 얘기 같은걸 한

하는 고양이일 뿐이야. 자 네는 밥과 간식을 주고 화장실을 관리 하는 익숙한 냄새의 집사일 뿐이고.

머루 난 보고 배운 게 엄마밖에 없어서…밥 줘요.

적이 있었나. 어쨌든 해 봐. 머루 밥 줘요.

집사 하긴 당신들은 엄밀하게는 소유권리와 부양 의무를 가진 동물일 뿐이고, 부동산에 집을 내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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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일단 나는 저 소파만 보면 속상해. 이사 오면

는 순간부터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존재들이지.

서 소파라는 걸 처음 들여 봤는데 당신들이 한 달 만

그건 그렇고, 꽤 오래 같이 살았지만 난 아직도 고

에 중고로도 못 내놓을 걸레를 만들어놨잖아. 우리

양이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 아무리 잠으로 인

가 함께 산지도 벌써 8년이고 할퀴면서 적응한 세월

생을 보내는 고양이라지만 당신들은 어쩌면 그렇게

이 있는데… 새로 산 소파 정도는 봐줄 줄 알았다고.

무기력할 수가 있지?

시루 글쎄, 집사의 실수는 우리와 자네를 동등한

시루 집사가 그렇잖아. ‘멍청한 개는 없다, 멍청한

소통을 나누는 관계로 착각한데 있는 것 같아. 1년

주인이 있을 뿐’이란 말도 몰라? 우린 집에 오면 무


기력하게 굴러다니는 집사 를

시루 내 딸이 눈에 밟힌다고 입

보면서 자랐고, 우리 셋이 집안

양을 포기하고 5년 째 같이 살

에서 하는 일이라는 게 바닥을

게 한 것도 집사의 선택이었지.

굴러다니면서 서로 희번덕대는

머루 응응, 밥 줘요.

것 밖에 없잖아? 집사 그나저나, 지금은 지지고 집사 그래도 기억을 떠올려보

볶으면서 익숙하니까 잘 모르

면 난 난생 처음 당신들 종과 동거하기 시작했을 때

지만, 난 집안에서 부록처럼 붙어 다니던 당신들이

설레기도 하고 기대가 많았던 것 같아. 그때쯤 어딘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게 가끔 좀 두려워.

가에 이런 식의 문장을 쓴 적이 있어. ‘반려동물과 함

시루 딱히 별 일이 없다면 집사보다는 우리가 먼저 없

께 산다는 건 다른 종이 가진 영적 배경과 성향을 인

어지겠지만, 그건 다른 종과 반려라는 이름으로 함께

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어떻게 사랑을 나눌까에 대한

사는 모든 사람들이 겪는 일이니까 너무 두려워하지

관찰과 탐구의 여정이기도 하’…기는 개뿔. 바닥에 오

마. 난 이제 옛날처럼 단번에 냉장고 위로 뛰어올라가

줌이나 싸지 마.

지 못할 만큼 나이 들었고 점점 시들해지겠지만, 그

시루 다 합당한 불만이 있어서야. 이유를 찾아내지

건 집사도 마찬가지야. 동거하는 동물을 거울삼아서

못하는 집사가 문제지. 그리고 집사의 개뿔 같은 소

스스로도 볼 줄 알아야지.

리처럼 반려동물에 대한 당신들 종의 이야기에는 겉 만 그럴싸한 수사가 좀 많은 것 같아. 함께 살기 시작

집사 그래, 그럼 이제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어

한 초창기에 집사가 굳이 나를 안아들고 모니터에 끼

떻게 보내면 좋을까?

적인 말들 중엔 이런 오글대는 것도 있었어. “난 그녀

시루 이 대화 자체가 집사만의 판타지인 것처럼, 우

가 고양이임을 어느 순간 잊게 될 거다. 나는 나의 말

리는 영원히 대화를 할 수는 없겠지만 비비적대든 할

을 하고, 그녀는 그녀의 말을 한다. 서로 다르고 다양

퀴든 소통을 지속할 수는 있을 거야. 물론 그나마도

하고, 또 다른 목소리를 내고, 굳이 읽어내려고 하지

자주 어긋나는 소통이지. 그렇지만 죽을 때까지 쉬지

않아도 눈을 마주치면 알 수 있고, 그렇게 뭉클대며

않고 집사를 부려먹는 일상에 충실하다 보면 나눌 수

소통을 시작한다….” 그러고 8년이 지났는데 눈 마주

있는 게 많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냥 뒹굴대며 사는

치면 뭘 알겠던가? 집사의 오그라드는 표현 중 유일

우리를 통해 치유를 받든 도움을 받든, 그런 건 결국

하게 맞는 말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다’ 뿐이야. 함

집사의 몫이고.

께 사는데 필요한건 인내와 책임감이야. 소통은 노력 이고 애정은 덤이지. 뭐 우리는 우리대로 특화된 애

집사 응, 고마워. 나도 사랑해(응?). 더 하고 싶은 말

교 정도는 보여주겠지만, 원하는 대로 꼭 뭘 해 줄 거

은 없고?

란 기대는 하지 마. 달리 반려동물이겠어.

시루 이제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을 거니까 말 걸지 말 고 그냥 놔둬.

집사 하긴 나도 그런 건 이제 잘 모르겠고, 지금은 그 냥 당신들이 굴러다니는걸 보고 있어도 충분히 만족 하고 행복하긴 해.

머루 밥 줘요.

재윤 시루떡 같은 10살 시루와 머루 빛깔 5살 머루, 두 모녀 고양이와 동거하는 집사

2013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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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기획 3 _ 동물권에 대한 고민

그래야 남은 시간, 투투에게 덜 미안할 것 같다 박김수진 | 레즈비언생애기록연구소

‘내가 투투를 무작정 빼앗아 온 것인데, 그때 투투의 엄마였던 그 개의 심정은 어땠을까?’, ‘투투의 언니였던 그 개는 어디로 갔을까?’, ‘나는 투투와 ‘동거’한다고 생각하는데, 투투 입장에서 보면 ‘납치’된 상태는 아닐까?’, ‘입이 짧은 투투를 위해 이런저런 연구를 많이 해왔다지만, 온통 다양한 개 사료들과 캔 고기들뿐이었다. 어쩌다 투투는 개 사료와 개용 간식만, 그것도 내가 주는 대로만 먹어야 하는 팔자가 되었을까?’, ‘나에게는 ‘함께’였던 산책과 여행이 정말 투투 입장에서도 ‘함께’였던 것일까?’, ‘투투가 내게 ‘사랑’을 요구한 적이 있나?’, ‘누구를 위한 ‘사랑’이었고, ‘사랑’일까?’……

‘개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경기도 원당의 한 분양업소에서 태어난 지 3개월째를 맞이한 투투를 만났다. 투투 를 처음 본 그 날, 투투의 언니, 엄마, 아빠와도 눈인사를 나누었다. “두 마리 중에 아 무거나 골라 가져가세요. 둘 다 몸이 약한 편인지만, 둘째가 더 약해요.”라는 주인아 주머니의 말씀에 더 약하다던 작은 강아지를 집어 들었다. 돈 5만원을 지불하고 그 집 문을 나섰다. 그냥, 특별한 이유도 없이 갑자기 ‘개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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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그렇게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개 한 마리를 사서

기 시작했다. 투투 덕분에 ‘불편한 마음’에 종종 시달

집에 들어왔다. 나는 정말 우리 투투를 사랑했고, 사

려 오던 나는 모호하기만 했던, 알고자 애쓰지 않았

랑한다. 나는 입이 짧은 투투를 위해서 투투의 입맛

던 ‘불편한 마음’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하기 시작했

을 돋게 할 만한 웬 만한 시도들은 다 해봤다. 아침저

다. 그래서 더 열심히 동물권에 관한 많은 책을 사다

녁으로 밥을 먹이고, 중간 중간 고기 간식을 사다 먹

읽었고, 잔혹하여 보기 어렵다는 동물학대 동영상들

이고, 꽤 먼 거리였음에도 함께 걸어 출근도 했고, 학

을 찾아보기 시작했으며, 동물권 및 동물보호 운동

교에 수업이 있는 날이면 학교에 함께 가서 학생회 친

단체들에 회원가입을 하였다. 공부 초기에는 돼지나

구들에게 맡기고 수업을 듣기도 했다. 투투가 혼자

소와 같은 농장동물의 문제에 집중하였고, 이어서 모

좁은 나의 원룸에 오랜 시간 머물지 않도록 펫시터 역

피동물, 실험동물, 전시동물, 오락동물 등으로 관심

할을 해 줄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했고, 제주도를 제

을 넓혀갔다. 그렇게 동물권에 관한 공부를 지속하던

외한 국내 여행에는 꼭 투투와 동행했다. 나는 정말

중에 나의 관심은 투투에게로 이어졌다. 소위 ‘애완

우리 투투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그렇게

동물’ 혹은 ‘반려동물’이라 불리는 ‘개’라는 동물의 문

사랑했고, 사랑한다.

제로 말이다. 나는 ‘애완동물’ 혹은 ‘반려동물’이라 불 리는 개에 관해 수많은 질문들을 떠올렸고, 많은 새 로운 정보를 접하기 시작했다.

‘불편한 마음’의 정체 투투와 함께하면서 내 마 음 속에서 이상한 변화가 생

누구를 위한 사랑일까

겼다. 나는 개를 포함한 모든

‘내가 투 투를 무 작정 빼앗아

인간 외 동물들에 대해 무식

온 것인데, 그때 투투의 엄마였던

했다. 투투 덕분에 나는 개에

그 개의 심정은 어땠을까?’, ‘투투

게 슬픔, 기쁨, 불안, 즐거움,

의 언니였던 그 개는 어디로 갔을

행복, 불행 등의 감정이 있다

까?’, ‘나는 투투와 ‘동거’한다고 생

는 것을, 때리면 아파하고,

각하는데, 투투 입장에서 보면 ‘납

괴롭히면 괴로워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 정도

치’된 상태는 아닐까?’, ‘입이 짧은 투투를 위해 이런

로 나는 무식했다. 그러다 ‘개인 투투가 즐거움과 고

저런 연구를 많이 해왔다지만, 온통 다양한 개 사료

통을 아는 동물이라면 돼지, 소, 닭도 즐거움과 고통

들과 캔 고기들뿐이었다. 어쩌다 투투는 개 사료와

을 알겠구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평소

개용 간식만, 그것도 내가 주는 대로만 먹어야 하는

즐겨먹던 ‘고기’를 먹는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팔자가 되었을까?’, ‘나에게는 ‘함께’였던 산책과 여

그렇다고 뭔가를 더 알아보려고 시도를 했던 것은 아

행이 정말 투투 입장에서도 ‘함께’였던 것일까?’, ‘투

니고, 고기를 안 먹은 것도 아니다.

투가 내게 ‘사랑’을 요구한 적이 있나?’, ‘누구를 위한

투투가 8살, 9살이던 2010년 말부터 2011년 초까

‘사랑’이었고, ‘사랑’일까?’……. 질문은 끝없이 이어

지 구제역으로 인해 380만여 마리의 돼지, 소, 닭 등

졌고, 나는 고통에 휩싸였다. 사람들은 개들의 꼬리

의 농장동물들이 생매장되었다. 그 시기에 나는 처음

를 이유 없이 자르고, 생길지 모를 질병을 예방한다

으로 인간을 제외한 동물에 관해 생각이란 걸 해보

며 성기를 자르고 들어내는 수술을 시켰다. 미용을

2013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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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3 | 동물권에 대한 고민

위해 귀를 자르고, 패션 소품인양 염색을 시키고, 짖

그래야 남은 시간, 투투에게 덜 미안할 것 같다

는 것이 당연한 개들이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며 성

투투는 11살이 되었다. 투투의 검고 진했던 아이

대를 잘라냈다. 동물인 사람에게 생로병사가 진리이

라인과 입술라인은 없어졌다. 피부에는 검버섯이 생

듯, 동물인 개에게도 생로병사가 진리인데도 사람들

기기 시작했고, 발톱은 흰색으로 변했다. 위아래 앞

은 개가 아프면 쉽게 치료를 포기하거나 버리기 일쑤

니는 모두 빠졌고, 유선종양이 생겨 작은 수술을 앞

였다.

두고 있다. 생로병사의 진리 앞에 투투 역시 예외가

사람은 개가 활동할 수 있는

아닌 모양이다. 나는 투투에게

공간의 범위, 먹는 음식의 종류,

정말 미안하다. 그리고 투투의

심지어 죽고 사는 시점까지 모든

친가족과 이름 모를 수많은 투

것을 결정했다. ‘반려동물’이라

투의 친견들에게 미안하다. 그

는 이름의 개에 관한 모든 선택·

리고 투투 덕분에 알게 된 소, 돼

결정권은 개가 아닌 사람에게 있

지, 닭, 오리, 밍크, 동물원 동물

었다. 불황을 모르는 사업으로

들, 새우에게 미안하다. 그러나

늘 거론되는 분야가 ‘애견산업’

용서를 구하고 싶지는 않다. 사

이었다. 애견시장은 폭발적으로

람인 나는 용서를 구할 자격조

성장하고 있고, 그만큼 버려지

차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할 일

는 개들도 덩달아 폭발적으로 증

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인간의

가해 매해 12만 마리 이상의 개

이기심 때문에 모질게 고통 받다

들이 버려지고 있었다. 버려진 개들의 대부분은 시

가 죽어 간 수많은 동물들에게 참회하고, 그런 학대

보호소에서 입양을 기다리다가 ‘안락사’라는 아름다

와 살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애쓰는 일뿐인 것 같

운 이름으로 살처분되거나 사설보호소의 좁은 공간

다. 그래야 남은 시간, 투투에게 덜 미안할 것 같다.

에 갇혀 지내다 죽었다. 사람들은 예쁘고 귀여운 종

그래야 남은 시간, 투투가 덜 고통스러워 할 것만 같

이 있는 강아지를 보면서 그 강아지들을 생산하기 위

다. 이마저도 사람인 내 생각일 뿐이라는 사실이 원

해 감금 사육된 상태에서 평생 임신과 출산만을 반

망스럽지만 말이다.

복하다 개소주 재료로 생을 마감하는 번식장 안팎 의 개들을 절대로 떠올리지 않았다. 이 모든, 개들에 게 지옥일 애완동물 산업의 중심에 바로 내가 있었 다. 버려진 개들을 입양할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던 내가, 돈을 주고 별 고민 없이 개를 사 들고 왔던 내 가, 꼬리 자르기와 중성화 수술을 밥 먹듯이 하는 동 물병원의 주요 고객이 된 내가, 투투 먹이겠다고 돼 지, 소, 닭 등 다른 동물의 이용과 구입을 당연시했던 내가 그 산업의 중심에 있었던 것이다.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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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김수진 파트너 바른얼굴님, 강아지 형상의 딸인 투투, 강아지 형상의 아들인 비비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당신의 책꽂이

생존을 함께 한다는 것, 『꽃을 던지고 싶다』 신필규(스머프) | 여는 민우회 회원

예나 지금이나 그렇지

다가온다(아마 이 책을 읽다 중간 중간, 책을 덮고

만, 큰 고통을 겪은 사람

탄식한 사람이 나 만은 아니었으리라). 때문에 (글

들을 마주하기란 쉬운 일

쓴이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책을 읽어가는 과정

이 아니다. 그저 일방적인

은 저자를 바라보는 과정이자, 끊임없이 나를 의식

위로만 하자니 상대방을

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나는 제대로 반응하고 있

유리시켜버리는 것 같고,

는가?’ 하지만 이러한 나의 태도는 ‘온전한 한 사람

그렇다고 섣불리 이해한

으로서 역사성을 갖기 위해’ 피해경험을 쓴다는 글

다는 말을 했다가는 상대

쓴이의 문장을 보고 달라졌다.

방의 경험을 내가 오만하게 재단하는 것만 같다. 거기다 내가 형상화해낸 고통이 상대방이 느낀 그것과 현저히 다를 경우? 담담한 상대방이 오히려 ‘내가 겪은 일이 그 정도인가?’라고 질 문하거나 고통에 찬 이가 ‘네 눈엔 내

결국 폭력의 경험을 이해하는 것은 한 사람을 이해하고, 역사를 이해하는 일이 아닐까?

결국 폭력의 경험을 이해하는 것은 한 사람을 이해하고, 역사를 이해하 는 일이 아닐까? 책을 읽고, 어쩌면 생 존자들의 이야기 앞에서 안절부절 했 던 나는 이입하지 못하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그저 틀린 말을 하는 사람 이 되는 게 두려웠던 것은 아니었을

고통이 이정도로 밖에 안보여?’라고 반문할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에게 남

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발 한발, 피해경험의 극

은 일은 ‘가만히 앉아서 듣기’인데, 이것 또한 쉬울

복을 위해 나아가는 글쓴이를 응원하고 마침내 책

리가 없다. 정말 상대방의 고통에 무관심하다면 모

의 말미에 이제는 ‘살아갈 방법’을 알아낸 것 같다

를까, 비탄에 찬 사람을 앞에 놓고 아무것도 안하

는 글쓴이를 바라보며 결국 고통의 역사를 복원하

기라는 게 쉬운 일일 리 없다.

는 것도, 극복하는 것도 살아남은 자들의 일이며,

『꽃을 던지고 싶다』를 읽는 일은 내게 위와 같은

정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듣고

고민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수기의 특성상 책 전반

함께 걷고 응원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

에 걸쳐 저자가 부각되는 것도 그렇거니와, 일상적

다.

이고 쉽게 쓰여 진 글은, 저자의 경험과 독자사이에 어떠한 장벽(어려운 단어, 번역어투 등)을 남겨놓 지 않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가장 읽기 어려운 글로

스머프 부쩍 ‘어떻게 살까’하는 고민이 많아진 식물 총각입니다. 두부를 사랑해요!

2013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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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람활짝

트라이앵글(TRYANGLE)

나를 발견하는 매력적인 작업 추정희(이터) | 여는 민우회 회원

올 초 <함께가는 여성>의 디자인을 맡으면서 소모임 가입을 권유 받고는 “아! 네…, 한 번 해보죠…” 뭐 이렇게 얼떨결에 사진 소모임 ‘트라이앵글(TRYANGLE)’과의 만 남이 시작되었다. 사실 소모임 가입은 얼떨결이긴 했지만 ‘사진’이라는 말에는 강한 끌림이 있었다. 단체의 홍보물을 만들 때마다 느낀 대동소이한 사진들(회의장면, 피 케팅, 집회사진 등 건조한 기록사진들)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 일 수 있는 감성적인 사진에 대한 갈증도 있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덜컥 ‘트라이앵글(TRYANGLE)’과 나의 인연은 시작되었고, 쭈뼛쭈뼛 첫모임에서 회원들의 각양각색 가입동기도 함께 나누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도통 기억이 안 난다.. 사진을 통해 기록하고, 기억하고 싶다.” “정적이고 고요한 것을 사진으로 담고 싶다. 또 이런 사진을 통해 사색하고 힐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사진을 전공했고 사진작업을 업으로 삼았지만 개인적 사정으로 지난 5년간 사진기는 쳐다보지도 않았었다. 그러다 작년부터 작은 똑딱이 카메라를 다시 잡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자유롭고 재밌게 사진을 찍고 싶다.” “접사를 즐겨 찍는데 그것의 디테일한 질감표현과 주변의 아웃포커씽 처리가 매력적인 것 같다.” “내가 찍은 사진을 보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사람들 표정을 찍는 게 좋아졌다.” “핸드폰으로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사진과 가까워진 것 같다. 연출된 사진보다는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고 싶다”

이상, 회원들의 사진에 대한 관심과 사진을 찍고 싶은 열정은 충만해 있었고, 이렇 게 시작된 신생 소모임 트라이앵글은 격주로 만나, 함께 주제를 정한 후 각자 찍어 온 사진을 공유하기도 하고,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문자를 보내 각자가 위치한 곳에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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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지금 이 순간’을 찍어 보기도 했다. 모임마다 각자의 피사체에 대해 얽히고 설킨 이야 기 보따리를 풀어 놓다보면 어느새 새벽을 달렸고, 이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사진소모임을 통해 사진 찍는 스킬과 테크닉 함양을 기대했던 나의 진부(?)한 소망은 잠시 보류해야 했다.

트라이(try)앵글(angle) _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 바라보기 피사체를 바라보는 앵글의 각도에 따라 너무 다른 느낌이 연출되는 사진. 사진은 사진을 찍는 사람이

숙하고 편안한 길만은 아닐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

어떤 각도에서 어떤 생각으로 대상을 바라보는가에

이 들었다. 전단지의 앵무새처럼 집을 찾아가지 못하

따라 때론 너무도 익숙했던 사물이 생경하게 보이기

는 경우도 있고, 어떤 이는 집이 없을 수도 있고, 집에

도 하고, 별 의미없이 여겼던 상황이 뜻밖의 이야기

가기 싫을 수도 있을테고… 등등. 이렇듯 ‘집으로 가

를 갖고 재탄생되기도 한다. 바로 이 점이 사진이 가

는 길’이란 개개인의 역사와 경험에 따라 너무나 많은

진 대단한 매력이자 트라이앵글이 왁작왁작한 이유

이야기가 함축된 길로 확장된다. 이렇게 생각을 열어

인 것 같다. 매번 모임마다 각자의 생각을 담은 사진

가다보면 ‘집’이란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마음의 집으

을 소개하다보니 일단 할 말들이 너무 많다.

로 이어져 과거의 나를 만나게 하기도 하고, 미래의

이렇게 함께 주제를 정하고 사진찍기 놀이를 하면

상상 속으로 나를 이끌기도 한다.

서 문득 든 생각은 어쩌면 우리가 찍는 사진이란 ‘보 이는 것을 찍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고자 하는 것이 찍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나를 발견하는 매력적인 작업 이처럼 하나의 주제를 갖고 사진을 찍어 보는 작업 은 단지 멋진 작품사진을 얻기 위한 것만은 아닌 것

집으로 가는 길

같다. 무심코 봐오던 주변의 소소한 것들에 관심을

트라이앵글의 네 번째쯤 모임이었던 것 같다. ‘집으

가짐으로써 기억 속 시간여행을 하기도 하고, 내안

로 가는 길’을 주제로 사진을 찍어 보기로 했다. ‘집으

의 고정관념과 부딪치기도 하고, 나조차 알지 못했던

로 가는 길! 익숙함, 편안함, 일면 시적인 느낌까지…,

나를 발견하기도 하는 매력적인 작업인 것 같다. 더

근데 뭘 찍지?’라는 고민을 하며 너무도 익숙하게 봐

불어 이 매력적인 작업을 담게될 그릇의 매무새도 함

오던 풍광들에 카메라 셔트를 눌러대다가 우연히 전

께 가꿔간다면 정말 멋진

봇대에 붙은 한 장의 전단지를 발견했다. 키우던 앵

일이 될 것이다.

무새를 찾는 전단지였다.

LET’S TRY ANGLE !

이터 여행이 주는 설렘을 좋아~합니다.

전단지를 보며 문득 ‘집으로 가는 길이 모두에게 익

2013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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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이효리의 40대가 기대되는 이유 최원진(눈사람) | 여는 민우회 성평등복지 회원팀 활동가

나는 이효리의 팬이다. 그냥 안방팬이 아니라 각

하지만 주민번호 2번을 부여받은 나는 그들과는

종 공개방송과 녹화방송, 현장공연을 쫓아다니는

필연적으로 다른 현실에 놓여있다. 여성에게 있어

광팬이다. 그리고 팬덤 내에서 조금 특이한 출신성

나이는 ‘남성의 나이듦’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

분을 가진 존재이기도 하다.

다. 끊임없이 여성임을 증명해야만 간신히 여성성

나는 1990년대에 10대 시절을 보냈다. 그 시절 대

(=사람)을 획득할 수 있는 사회에서, 결혼하지 않

부분의 여자아이들처럼 누군가의 첫사랑. 이기보다

고 결혼가능성조차 낮은, 예쁘지도 여성스럽지도

는 빠순이*였다. 그런 나도 20대가 되었고, 오빠들

심지어 더 이상 어리지도 않은 어떤 여성들에게 산

의 군 입대를 기점으로 빠순심은 하향곡선을 그렸

다는 것은 싸움과 협상, 좌절의 연속이다.

다. 어쩔 수 없는 공백보다도 오빠들과 나 사이에 생 긴 ‘사랑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간극’ 때문이었다.

20대의 내가 과거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여 성운동의 길로 들어선 것처럼 효리 역시 채식을 하

군 제대 후 오빠들은 일명 ‘군필돌’이 되어 아이돌

고 유기견을 입양하고 공장식 사육을 비판하는 사

이전에 대한민국의 남자임을, 남자 됨을 자랑스럽

람이 되었다. 하지만 내가 팬이 된 것은 (혹자가 얘

게 인정받았다. 그리고 조상·원조 아이돌+사장님,

기하듯)그녀가 ‘의식과 개념 있는 여성’이 되었기 때

이사님이라는 사회적 직함을 달고 사회비판 노래 대

문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자신만의 성장서사’를 보여

신 ‘예쁘고 어린 여성’이 이상형이라는 말을 서슴없

주었고, 그것이 동시대 여성들의 성장서사에도 영

이 하는 남자가 되었다. 각종 토크쇼에 나와 과거의

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팬덤과 연애사를 과시하고 현역아이돌에게 훈계도 둔다. 10대:아이돌→20대:해체→홀로서기→군대

효리는 예쁘기 때문에 핑클로 데뷔했고 이삼십

→30대:대중적 이미지 구축+사회적 지위(상징) 획

대를 대중과 함께했다. 때문에 스스로에게 혹독해

득. 조금 비약하자면 이것이

야만 했다. 어떤 여성이 예쁘다는 것, 그리고 그 사

바로 ‘(성공한)남성아이돌

실을 모든 이들이 공유할 때, 그 여성은 예쁘다는

의 성장서사’다.

것을 ‘현재형’으로 항상 증명해내야만 한다. 하지만

* 안티들이 만들어낸 비난의 의 미가 담긴 용어였으나, 어느 순 간 “그래 나 빠순이다. 그게 뭐 어때서?” 라는 의미로 당사자들 이 적극 차용해서 쓰게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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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가능할까? 본인의 말대로 누가 봐도 가장 화

가기 보다는 ‘반 박자’ 앞서나가고 그것이 대중의 인기

려해 보이는 20대를 보냈지만 한편으로는 항상 불안

를 유지하면서 스스로를 잃지 않는 비결이기도 하다.

과 공허함에 시달리는 여성이기도 했다. 남성아이돌 출신에게는 데뷔연차가 중요하지만 여성아이돌 출신

나는 삶에서 체득한 ‘경험으로서의 여성주의’를 믿

에게는 (원조긴 원조지만) ‘요정’식의 부가적인 설명

는다. 특별히 자신을 어떻게 규정하지 않아도 그 삶

이 덧붙여지고, ‘현재 나이’에 포커스가 집중된다. 그

자체가 여성주의적일 수 있다. 나는 효리가 충분히 그

래서 수시로 ‘올해 서른(이나 되었는데)인데, 여전히

러하고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예쁠 수 있는 비결’ 따위의 질문을 받아야 한다. 효리는 그 안에서 싸우는 대신 자신만의 선과 룰

얼마 전 케이블녹화현장에서 성형(정확하게는 성 형하는 여성들)에 대해 묻는 mc의 질문에 효리는 “쉽 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을 찾아 돌파했고, 때론 실패하 고 좌절했지만 결과적으로 대

효리는 그 안에서 싸우는 대신

것 같아요. 다만 개인의 문제로

자신만의 선과 룰을 찾아 돌파했고, 만 얘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때론 실패하고 좌절했지만 결과적 요.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성 한 과정은 솔로 1집 타이틀곡인 으로 대중들의 선택을 받았다. 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도 텐미닛에서 최근의 배드걸까지

중들의 선택을 받았다. 그 지난

생각하거든요. 누구나 예뻐지

음악에 고스란히 묻어있다. 대 한민국에서 서른다섯살의 여성가수가 여전히 섹시

고 싶게 만들잖아요.”라고 대답했다. 순간 아주 잠깐

할 수 있다는 것. 무대 위에선 빡세게 치장하지만 현

이지만 정적이 흘렀다. 당연히 본방에서 깨끗하게 편

실의 절망과 욕망 그 사이에 스스로가 놓여있음을 알

집되었다. 그래서 지금의 효리만큼이나 40대의 효리

고 있는 것. 결혼은 하지만 결혼식은 하지 않는 것. 그

가 궁금해진다.

럼으로써 대중이 원하는 것을 ‘보여줄 순 있지만’ 그

효리는 그 정적을 어떻게 돌파할까?

것이 ‘나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여자. ‘다 괜찮다’고 여성들을 위로하고, ‘예뻐지기 위해서라면 뭐든 해야 하냐’고 되묻지만 본인이 더 이상 예쁘고 매력적이지 않다면 그 질문을 던질 수(있는 권력이)

눈사람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는 걸 실감하고 있는 서른살.

없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효리는 한 박자 앞서나

2013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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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비혼 사이

결혼, 별일없이 잘 지내고 있다 최영희(카티아) | 여는 민우회 회원

사람들 모양이 다양하듯 가족을 이루는 구성원의 모습도 다양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비혼의 모습이든 결혼을 해서 둘이건 셋이건 (더 많거나, 아니면 다시 혼자가 되어도)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할 것 같다. 그 안에서 외롭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화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말이다.

우리가 결혼해서 살아가며 맞춰가는 소소한 이야기들, 뭐가 있을까? 결혼을 해서 달라지거나 변화된 것들에 대해 몇 일을 돌아봐도 잘 모르겠다. 무언가 적긴 적어야 겠는데 막막하다. 다시 다시 찬찬히 돌아보자. 주제에 집중해보자. 함여원고요청 메 일을 보고 또 봤다. 「흔히 결혼생활에서 겪는 실질적인 어려움이 많잖아요. 가사노동 분담이나 시집과의 관계, 상대방의 감정 배려 등등 그런 부분들을 카티아와 피노는 어떻게 맞춰가고 있는지 편하게 이야기로 풀어주세요」 솔직한 나의 답변은 배우자에게 불만이 없다. 그래서 나에겐 이 결혼생활이 특별 할 것이 없는 것 같다. 결혼 후 가사분담을 따로 정해서 이루어지는 건 아니었지만 나 도 피노도 서로 알아서 어느 정도씩 했던 것 같다. 한명이 식사를 준비하면 한명은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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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한다던가 내가 무엇을 해달라고 했을 때 피노는

께 살고 있는 피노,

늘 해줬던 것 같다. 우리의 가사노동 분담은 간단하

고양이 피노 모두 행

다. 설거지, 청소, 식사준비, 빨래, 고양이 피노와 관

복하다 느끼며 살아

련된 일들, 쓰레기 버리기 등등의 일들 중에 잘하거

가길 바란다. 결혼

나 하고 싶거나 익숙한 일들을 영역없이 번갈아가며

전에는 늘 입버릇처

한다. 피곤하거나 이유없이 하기 싫거나 할 때는 얘

럼 독신으로 살겠다

기하고 하지 않는다. 시집은 부산에 있다. 일년에 5회

고 말하고 다녔는데

미만으로 내려가는데 내려가면 반갑고 올라오기 바

지금 생각하면 뭘 믿

쁜 시간들이다. 결혼 초에 자주 전화하지 않는 걸로

고 그리 당당하게 말

어머니가 섭섭해 하셨지만 난 그냥 내가 하던 대로 했

하고 다녔는지 얼굴

다. 결혼 전에도 부모님에게 자주 전화하는 자식은

이 벌게진다. 피노는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대화

못 되었던 터라 결혼했다고 저절로 되는 건 아니었다.

가 잘 되는 사람이었다. 난 늘 여기 지구별에 불시착

(피노 역시 자주 전화하는 자식은 아니었다) 익숙하

한 외계인이라고 마음 속 저 깊은 곳에 생각하며 지냈

지 않은 전화하기에 대해 이야기 하였고 노력해보겠

었다. 피노를 만나 얘기하고 알아가며 외계인은 외계

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노력해서 전화하면 할 말

인을 알아본다고 바람냄새 가득한 피노가 좋았다.

이 더 없어졌다. 내가 조용하니 상대편도 머쓱했다 그

사람들 모양이 다양하듯 가족을 이루는 구성원의

러길 반복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것들도 없어졌

모습도 다양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비혼의 모습이든

다. 그냥 전화가 오면 반갑게 받고, 내가 전화 하고 싶

결혼을 해서 둘이건 셋이건 (더 많거나, 아니면 다시

을 땐 하고 싶어서 했다고 말했다. 시집과의 관계도

혼자가 되어도)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할 것 같다. 그

별일없이 그냥 이렇게 지내고 있다.

안에서 외롭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화나기도 하고

우리의 결혼생활은 별일없이 그냥 잘 지내고 있다.

불편하기도 하고 말이다. 현재 나는 피노와 고양이

한 공간에서 뭉쳤다 흩어졌다하면서 말이다. 나는 함

피노 이렇게 셋이 살아가지만 겨울이 되면 또 다른 생 명체가 태어난다. 그 생명체도 이 지구별에 불시착한 외계인일지 아닐지 알 수 없지만 살아가는 시간만큼 은 즐겁길 바란다. 의식의 흐름대로 써 내려간 글이 또 내 얼굴을 붉게 만들겠지만 뭐. 그냥 우린 별일없이 이렇게 살아간다.

카티아 무색무취

2013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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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동 이야기

편집자 주

초짜 기간제, 혼돈의 카오스

기간제 교사는 교육계의 비정규직으로, 학교가 정원 이외에 정규직 교사의 휴직 혹은 학급의 감축을 우려하여 계약하는 형태로, 서울지역 고등학교의 경우 16.7%가 기간제 교사라고 합니다.

권지현(귄) | 여는 민우회 회원

“충성하지 말라”는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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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현재 나는 경기도에 위치한 공립 고등학교에서

기간제로 이미 일을 하고 있는 지인들에게서 들

기간제 영어 교사로 3학년을 가르치고 있다. 작년

은 이야기들도 그다지 긍정적이진 않았다. 재계약

에는 3개월간 담임 업무를 맡았었고, 같은 학교에

을 빌미로 기간제 교사들에게 부당한 요구를 한다

서 올해는 6개월 계약으로 특기적성부에서 방과후

든지, 모두가 기피하는 힘든 업무를 분장한다든

와 동아리 업무를 맡아 비담임으로 일하고 있는 중

지, 명백한 행동보다는 모호한 말로 심리적인 압박

이다. 기간제 교사라는 건 휴직이나 병가 등을 사

감을 준다든지 또는 기간제라는 걸 알게 된 학생들

용하는 정교사들을 대신하여 정해진 기간만큼 일

이 보내는 시선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

을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 계약 기간은 정교사

그래서 가장 많이 들은 충고는 “충성하지 말라”는

들의 휴직 사유만큼이나 다양하다. 나의 경우에는

것이었다. 학생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해봤

출산과 육아로 인한 공백을 채우기 위함이었다. 재

자 돌아오는 것은 계약 종료와 속상함일 뿐이라는

계약은 휴직을 신청한 교사의 복귀 여부에 따라 우

거다.

선적으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간

어쨌든 잔뜩 겁을 먹은 채로 학교에서 근무를 시

제 교사들은 불투명한 재계약 여부에 대해서 늘 두

작했는데, 이미 각오를 했음에도 여러 가지 면에서

려움을 가지고 있다. 나는 기간제 일을 시작하기 전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학교는 회사와 달리 한 번

에 인터넷으로 기간제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 보았

맡은 업무를 수년간 이어서 하기가 쉽지 않다. 작년

다. 유명 포털 사이트 내에 있는 기간제 커뮤니티에

에는 담임이었다가 올해 비담임이 될 수 있고, 비담

서의 검색 결과는 기간제로 일할 때의 안 좋은 면들

임을 연속으로 한다 해도 부서가 바뀌면 담당하는

을 더 많이 보여주었다. 계약할 때의 주의점부터 시

업무가 달라져 업무 파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작해서 과도한 업무량, 심리적 압박감 등을 털어놓

야 한다.


3월도 내게 혼란 그 자체

독해를 한다는 뜻이지만 그래도 뿌듯했다. 영어에 관

전체 학사 일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머릿속에 큰

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영어 지문과 관련

그림이 잡혀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맞이한 3월은 내게

된 내용이나 지문에 나올 만한 여러 가지 이슈에 대

혼란 그 자체였다. 개학과 동시에 각 교과별로 수업

해서도 짤막하게나마 이야기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

진도, 평가 계획 등에 관한 협의를 하고 정해진 시수

다. 올해 3월에 나는 여성의 날 행사에 처음 참석을 했

만큼 수업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행정 업무는 쏟아

고, 학생들은 ‘여성’이나 ‘여성의 날’에 대해서 어떻게

지는 공문을 하나하나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일과시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행사 관련 브로슈어를

간이 모자랐다. 게다가 학교 업무관리시스템의 인터

참고해서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생들에게 혹시

페이스는 왜 그리도 복잡하던지… 무슨 버튼을 눌러

뉴스나 달력에서 3·8 여성의 날에 대해서 들은 적이

야 하는지도 모르는 초짜로서는 모든 교사가 정신없

있는지를 물어봤지만 별 관심이 없었다거나 전혀 몰

이 바쁜 학기 초에 누구든 붙잡고 순간순간을 해결

랐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소개하는 정도

해야 했다. 특히 방과후와 동아리는 학기 초에 준비

에 그친 게 아쉽다. 학생들에게 “얘들아, 어제가 무슨

를 잘 해 놓아야 하기 때문에 더욱 더 정신이 없었다.

날이었을까? 삼, 팔?”이라고 묻자, “선?!”이라는 씩씩

동아리 업무는 학생들과 교사들로부터 동아리 개설

한 대답이 돌아왔던 게 기억에 남는다. 모두가 한바

신청을 받아서 동아리를 구성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탕 웃으며 넘어갔지만, 앞으로 똑같은 질문에 “여성

학교에서 하는 대부분의 업무가 그렇듯이, 동아리를

의 날이요.”라는 대답이 나올 날을 기대해 본다.

구성하면서 학교의 모든 교사들, 학생들과 소통하고 협조를 구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일을 겪

나는 이제 6개월 계약 만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휴

으며 마음이 참 힘들었다. 또한 본 교무실에서 방과

직을 한 선생님이 연장을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학교

후 업무는 교육청, 행정실, 각 학년부와 긴밀한 협조

에서 나에게 계약 연장 의사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나

를 해야 하는 자리다. 특히 ‘자유수강권’이라고 불리

는 거절했고 학교는 새로운 사람과 계약을 했다. 짧은

는 지원금을 받아서 집행하고 현황 등을 보고 하는

기간 동안 학교 업무와 수업을 하면서 순간순간 온탕

일이 주요 업무에 해당된다.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과 냉탕을 바삐 오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내

돌아가는 혜택이기 때문에 꼼꼼하고 신중하게 일을

가 무엇을 더 원하는지 분명히 알게 되었다. 학생들과

처리해야 했다.

함께 하는 시간, 그 시간이 가장 보람차고 뿌듯했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오래, 안정적으로 학생들 곁에 머 무르기 위해 정교사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교실로 들어가면 학생들이 있었다 학교 일이 버겁고 힘들어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수 업 시간이 있기 때문이었다. 수업 시간은 업무를 처 리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탈출구이자 자유 시간으 로 여겨졌다. 온갖 공문과 숫자와 전화들로부터 도망 쳐서 교실로 들어가면 학생들이 있었고 나는 그들로 부터 충분히 위안을 얻었다.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

귄 안정을 위해 한시적 불안을 택한 귄 >0<

영어 수업을 한다는 것은 수업 시간 내내 영어 지문

2013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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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 다이어리

상담소의 ‘걱정 레이더’가 돌아가고 있다. 이선미(너굴) | 여는 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상담소 레이더’가 있다. 성폭력이나 섹슈얼리티 이슈를 탐지하기 위한 레이더? 아니다. 이 레이더는 민우회 사무실을 탐지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상담소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소곤소곤 이야기 할 때면 레이더에 걸린 것들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성산동 나루 3층에서 생활하는 23명의 활동가

가장 많이 걸리는 분야는 바로 냉장고와 주방 분리

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생활하는 사무실.

수거이다. 점점 쓰레기가 되어 가는 음식으로 냉장

추산이 안 되는 야근시간을 포함하면 꽤 많은 시간

실이 가득 찰 때 상담소 레이더가 움직인다. 음식물

을 여기서 복작복작 지낸다. 각자의 일을 하느라 바

쓰레기와 비닐 분리수거를 제대로 안했을 경우 누가

쁜 민우회 사무실에 공동생활을 위한 나름의 규칙

버린 것인지 추적하여 분리수거 기준을 알려주기도

들이 있는데 주로 이 영역에서 레이더가 발동한다.

한다. 처음부터 냉장고에 관심이 많았는지, 냉장고

A4종이는 떨어져 가는 것을 발견하는 사람이 주문한

가까운 곳에 있다 보니 관심이 많아졌는지, 처음부

다. 화장지가 떨어지면 밖에 나갈 일이 있는 사람이 사

터 걱정이 많았는지 상담소에 들어와서 걱정이 많아

온다. 팩스, 복사기가 고장 난 것을 발견한 사람은 복사

졌는지 알 수 없지만 상담소 레이더는 유독 냉장고

기 위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AS기사님

와 그 주변에서 발동하며 걱정하는 횟수가 잦다.

을 부른다. 법인 등기 서류 마지막 장을 쓰는 사람은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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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자에게 알려줘야 한다. 복사기에 색지나 라벨지를 넣

최근 상담소 레이더의 관심은 냉동실 얼음이다.

어 출력 할 때는 전체 공지를 해서 아까운 종이를 버리

얼음을 넣은 시원한 음료가 간절한 요즘 같은 날씨

는 일을 줄인다.

에 활동가들의 레이더도 냉동실로 집중 된다. 사무

문서로 적어 놓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지켜야 하는

실의 얼음을 만드는 공정은 간단하다. 세 개의 얼음

규칙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규칙들

‘틀’과 만들어진 얼음을 담는 얼음‘통’. 틀에서 끊임

을 가끔 놓칠 때도 있지만 책임감 강한 민우회 활동

없이 얼음을 만들어 통에 담으면 그만이다. 철저히

가들은 비교적 잘 지키는 편이다. 상담소 레이더에

수동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얼음생산은 한 박자를


놓치면 얼음이 똑 떨어진다. 이론적으로는 (이게 뭐

동생활 규칙에 얼음 만들기도 있음을 공유하며 생활

라고 상담소에서는 왜 얼음이 떨어지는지를 분석했

공간에서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다) 얼음을 먹을 때마다, ‘틀의 얼음은 통으로, 비어

는 것을 지면을 빌려 이야기한다. 그리고 다 같이 지

진 틀에는 물을’ 이 두 가지만 지키면 여름 내내 얼음

켜야 하는 규칙이 발견 될 때면 마음이 오르락내리락

을 즐길 수 있건만 통은 종종 비어 있다.

하기 전에 얼렁얼렁 해결하자. 말하기 전에 알아주길

상담소에서 얼음에 대해 논의를 했던 것은 통에 얼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항상 확인하지

음이 없고, 틀도 비어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다. 물도

않는가. 이런 사소한 하나하나를 맞춰가는 것 그것이

부어놓지 않은 틀을 보고는 살짝 당황했지만 바빠서

민우회의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급하게 포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넘어갔다. 두 번째 같은 상

장하며 속 좁은 사람이 되는 두려움을 접어 본다.

황을 발견했을 때는 냉장고에 공지를 붙일까 고민했 지만 냉장고에는 이미 ‘얼음을 만들어 더위를 무찌르 자’는 공지가 붙어 있다. 상집위(민우회 팀장과 대표,

상담소 활동가들의 걱정 스타일

처장, 소장이 함께 하는) 회의 안건으로 올리자는 의

재밌자고 시작 했던 글이 진지해 졌다.

견도 나왔지만 ‘뭐, 그렇게까지 하냐’며 조금 더 기다

부록으로 상담소 활동가들의 걱정 스타일로 마무리 하련다.

려 보기로 했다. 세 번째 발견했을 때는 범인을 찾아

활동가 이니셜 토크!

볼까 생각했다. 분명 얼음의 수동 시스템을 눈치채지 못하는 한두 명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고 추적을 해볼

D는 예민한 감각과 빠른 행동력으로 걱정을 빨리 해결하

까 했지만 이런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소심한 사람이

여 걱정의 잔여물을 남기지 않는다. 그야말로 상담소 해

되고 싶지 않았기에 포기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하지

결사라 불러도 손색없다.

만 비어 있는 얼음틀을 발견할 때면 어김없이 마음이 오르락내리락한단다.

M은 순간순간 소외된 것들을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세심하다. 그래서 걱정이 많다. 그 걱정들을 잘 해결하 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는 M을 응원한다.

몇 만 명이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 촛불시위를 하고

N은 걱정이 없는 척 하지만 자신이 걱정을 하고 있는지도

200여일을 종탑에서 보낸 재능교육 노동자가 종탑에

모를 만큼 걱정에 빠져들 때가 있다. 주변에서 보면 답

서 내려왔다. 이런 때 사무실 얼음 얼리는 것에 대해 쓰

답할 뿐이다.

고 있자니 타자를 치고 있는 손도 안절부절이다. 걱정

O는 걱정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잔다. 상담소 자타공인 걱

많은 상담소 활동가들은 이런 것까지 논의 한 적 있다

정 1인자. 하지만 그 걱정 때문에 상담소의 활동이 탄탄

는 재밌는 일화로 소개하려고 했던 의도는 온데간데없

해진다.

고, 얼음통은 왜 비워져 있는 것인가를 점점 더 심각하

S는 머리만 대면 잠들 수 있는 능력자. 잘 자는 사람치고

게 고민하고 있는 이 상황이 스스로 당황스럽기도 하

걱정 많은 사람이 없다(고 믿는다). 하지만 S는 요즘 밤

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일상을 나누지 못하

에 잠을 잘 못자 피로가 누적된 상태이다. 본인은 아니

는 사람과 함께 한 투쟁의 끝이 얼마나 허무한가.

라고 하지만 걱정이

우리가 그 어디보다 사무실을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일상의 규칙들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 얼마 안 남았지만 공

있는 것은 아닌지 걱 정이다.

너굴 6개월 동안 꾸준히 요가를 하고 있어 주변 사람들을 놀래키고 있다.

2013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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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개의 시선

[보육]에 관한 속풀이한마당

톡(까놓고) 톡(talk) 할 말 있어요 여는 고양파주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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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 지부 공동기획으로 시작된[보육]사업*. 진

성하기 위해 마련한 고양시민들

행하면서 도무지 이 사업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고

의 대규모 수다회가 바로 그것.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야 할지 유난히 난상토론도

야 심차게도 주 중 오전임에도

많이 한 사업이다. 민우회가 왜 [보육]문제를 주 사

100석 규모 대강당이다.

* 매년 9개 지부와 본부가 하나 의 이슈를 선정하여 공동캠페인 을 진행하는 사업으로 올해의 이슈는 ‘보육’이다.

업으로 해야 하는지 원론적인 질문에서부터 활동

과연 이 자리가 다 채워질까? 더구나 장맛비도

회원들 중에 실제 이 보육당사자가 많지 않다는 난

이렇게 많이 쏟아지는데… 오겠다고 했던 엄마들

감함까지… 게다가 주 진행자인 나 또한 둘째가 고

이 정말로 다들 올까? 릴레이 수다회 때 만났던 분

등학교 2학년이다 보니 [보육기의 어려움]이란 건

들은 모두 시간이 안 된다고 했는데 말이다. 의원들

아주 멀리 지나와 버린 작은 터널일 뿐이고, 더구나

과 공무원들만 자리를 채우고 정작 당사자는 몇 명

아이를 키우는 일은 내가 감당해야 할 지극히 개인

없는, 내용은 없고 허울만 그럴듯한 우리들만의 행

적인 책임과 능력으로 여기는, 사회나 공공에 대고

사가 되는 건 아닐까. 오~~~ 안돼! 안돼!! 지금 한

삿대질을 하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소심

쪽에서 한울타리 샘들이 열심히 만들고 있는 100

한 시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 사업이 꾸려지

인분의 샌드위치는 어떡하지? 오만가지 생각으로

고 진행되었으니 이를 두고 맨땅에 헤딩이라 하던

머리가 복잡해진다. 시간이 임박해지면서 정말 고

가. 민우여성학교의 주제를 이 사업의 내용으로 배

맙게도 (눈물나게 고마웠어요 ㅠㅠ) 동네를 돌며

치하여 진행하고 이후 후속모임을 꾸려내고 이후

전단지 붙이고 어린이집 유치원 방문하여 가정통

작은 모임들을 모아모아 보육 관련 그룹별 릴레이

신문에 넣어 주십사 전단지를 놓고 나오는 등 수많

수다회를 진행하는 과정 또한 만만찮았다. 그렇게

은 발품과 말품에 감동(?)했을까? 속속 모여들어

시간이 흘렀다.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고 정말 자리가 다 채워졌다.

7월 23일 화요일, 일산동구청 대강당에는 아주

첫 발언자로 나선 6살 아기엄마는 준비되지 않은

독특한 판이 준비되었다. [톡(까놓고) 톡(talk) 할

엄마로 겪었던 좌절감과, 모유를 먹이지 못하는 것

말 있어요!!] 라는 다소 도전적인 제목의 속풀이 한

으로 인해 아이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웠던 기억

마당으로 보육당사자들이 겪고 있는 가장 현실적

을 이야기하며 누군가 모유를 먹이지 않아도 건강

인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고 대중적인 공감대를 형

하게 자랄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었다면 그렇게 죄


책감에 시달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예

카페나 장난감 도서관등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더 많

비 엄마 아빠들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고, 육아기 엄

이 설치되도록 하겠으며, 보육제도의 홍보와 시설 관

마들이 경험을 나누고 같이 위로 받을 수 있는 자리

리 감독도 철저히 하겠다고 이야기 했다. 제도가 중

를 찾기 힘들다고도 말했다.

요한 게 아니라 운영하는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하며,

잘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말도 통하지 않는 아이

그동안 여성관련 정책에 관심을 가져왔던 최초의 여

와 씨름하며 아이를 벽에 던지고 싶을 만큼 극도의 우

성부시장으로서 고양시가 보육친화도시, 여성친화

울감을 경험했다는 또 다른 발언자의 목소리에는 많

도시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테니 힘

은 아기 엄마들의 격한 공감을 담은 한숨이 보태졌다.

을 실어달라는 발언으로 마무리했다.

장애아를 양육하면서 일반적인 양육스트레스에

이날 발언한 어느 엄마의 이야기처럼 아이를 낳은

더하여 장애라는 특수한 상황이 가져다주는 어려움

모든 여성들의 고민이었던 보육문제가 아이가 커가

을 털어놓으며 활동보조인 제도와 관련하여 시정되

면서 더 이상 내 문제로 여겨지지 않는 시점이 온다.

어야 할 점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특히 육아휴직중인

나 역시도 그 시기를 겪어왔음에도 나와는 먼 이야기

아빠의 생생한 경험에 격한 공감이 있었고, 공동육

로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니까. 그러나

아를 선택한 아빠의 이야기에 부러워했다. 어린이집

나의 과거가 내 이웃에 사는 또 다른 여성의 현재 모

시설과 교사 발언 때 살짝 긴장된 분위기가 조성되기

습일 수 있으므로 모든 여성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함

도 하였는데 각자 경험도 다르고 입장도 다르다 보니

께 고민하고 함께 바꾸어 가는 운동이 지속적으로

자연스레 생긴 분위기였다. 3시간동안 휴식 없이 계

필요할 것이다. 이 보육사업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 아

속된 수다에 모두들 집중하는 모습은 또 다른 놀라

닐까 싶다.

운 경험이었다.

이후 사업은 보육당사자들의 욕구를 더 상세히 파 악하는 설문조사가 남아있고, 그간의 진행결과들을

고양시장, 부시장을 비롯한 시의원, 도의원, 공무

모아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보

원들도 대거 참여하여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관심을

육정책 토론회]도 준비할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보였고, 고양시의 보육환경개선을 위해 노력을 기울

고양파주여성민우회가 팔 걷어 부치고 앞장서 가며

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발언을 하여 참가자들의

지역 내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길에 함께 하며 소

목소리가 공염불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시민인 나도 조금씩 민우회 활동가로 자리를 잡아 가

했다. 특히, 최봉순 부시장은 현장에서 나온 발언과

고 있다.

제안들에 대해 조목조목 답변을 하였는데 무료 육아

2013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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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소식 www.womenlink.or.kr

광주여성민우회 사회가 요구하는 좋은 몸, 나쁜 몸, 이상한 몸 워크숍

고양파주여성민우회 방황하는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괜찮아’ 프로젝트 청소년프로젝트 <방황해도 실패해도 괜찮아> 1기, 2기 강좌가 진행 되었다. 멘토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삶과 미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긍정적인 자아상 형성을 돕기 위해 각 분야 의 전문가를 모시고 성장기의 힘든 역경을 극복해냈던 다양한 이야 기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시간이었다. <서툴러도 괜찮아> 프로그램은 풍물, 댄스, 보컬, 밴드의 4개 분야 팀으로 구성 되어졌으며 일주일에 두시간씩 총 12주 동안 진행되고 있다. 이 프 로젝트에 참여자들은 12주의 강습과 훈련을 마친 뒤 10월 중순경에 <괜찮아요> 합동공연을 하게 된다.

춘천여성민우회 청소년방학프로그램

다. 이번 캠페인에는 성폭력 예방을 위한 전시물 게시, 나의 성평등 감수성 지수 알아보기, 몸에 대한 생각들을 자유롭게 적어 전시하 기, 성폭력 근절을 위한 <도전! 골든벨> 등 다양한 프로그램 및 여성 의 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고정관념, 만연한 폭력으로부터 자유로 울 권리를 찾자는 내용의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일반 시민들과 대 학생, 관련시설 종사자들이 직접 참여 해봄으로서 성폭력에 대한 사 회적, 개인적 인식의 전환 및 의식 개선의 효과를 가질 수 있는 유 익한 시간이었다. 7월 1일

군포여성민우회 여성인권영화제

보육 속풀이 한마당 <톡(까놓고) 톡(talk) 할 말 있어요> 보육 당사자들이 겪고 있는 가장 현실적인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고 대중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자리로 100여명이 참석하는 대규 모 수다회 속풀이 한마당 <톡(까놓고) 톡(talk) 할 말 있어요>가 열렸 다. 성별, 세대를 넘어 모든 이들과 관련된 주제인 만큼 입장에 따라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을 쏟아내는 자리였다. 7월 23일 일산동구청 강당

광주여성민우회 심신회복캠프 광주여성민우회 다솜누리 쉼터 친구들이 7월 23일 화요일 ~ 7월 26일 금요일 3박 4일간 해외를 다녀왔다. 대부분이 청소년들이고 친족 피해자로 보호자가 가해자인 경우여서 여권발급부터 우여곡절 이 있었지만, 무사히 잘 다녀왔다. 북경은 만리장성, 자금성, 천안문, 이화원 등 다양한 역사체험의 장이었다. 아이들에게 해외 문화를 보 여주고 그들의 꿈이 조금 더 넓혀지고, 자존감이 향상될 수 있는 좋 은 기회였다. 7월 23일 ~ 7월 26일

여성주간 성폭력 예방 캠페인 여성주간을 맞이하여 성폭력 예방 캠페인 및 퍼포먼스를 실시하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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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간을 기념하여 3일 동안 5개의 작품 <잔인한 나의 홈>, <할머 니와 란제리>, <살롱 드 보아>, <춘정>, <미자> 를 상영하고 감독과의 대화도 진행하였다. 총 200여명이 참석하여 영화 속에 녹아있는 여 성들의 삶을 통해 여성인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7월 3일 ~ 7월 5일 군포시청대회의실 / 군포여성민우회 교육장

8월의 민우아카데미 매월 진행되는 민우아카데미. 8월의 제목은 <여성친화도시 기본배 경 및 사례연구>로 하랑성평등교육연구소장 강선미 선생님이 해주 셨다. 30여명이 참석하여 열띤 토론 속에 진행되었다. 8월 22일 군포여성민우교육장

서울남서여성민우회 여발기금사업 프로젝트 반성폭력 교육활동 5월 12일 갈산초(신정동) 1학년 5개반 반성폭력 교육을 시작으로 지 역실태조사와 반성폭력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6월 24일 신원초 (신월동) 녹색어머니회를 방문하여 지역실태조사를 위한 설문지 작 성, 7월 5일 신원초 방문 반성폭력 교육(9월 9일 수업)과 관련하여 담당선생님 면담, 7월 12일 양동초(신정동) 4학년 4개반 교육 등 11 월까지 계획된 사업진행과 아울러 2기 강사과정이 끝나고 이어서 반성폭력스터디 모임을 두 팀으로 주1회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강


사 : 고현실, 양소진)

3대가 함께 하는 삼삼한 토크 임시총회 개최 반성폭력 교육 사업을 위한 공간마련과 지역아동센터 교육 공간 확 장의 필요성에 따라 상임대표 (부윤숙) 발의로 임시총회를 개최하였 다. 참석 대의원 총 13명, 찬성 11, 반대 1, 기권 1 으로 안건 처리되어 9월 2일자로 제2교육장을 마련하게 되었다. 8월 8일

서울동북여성민우회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여성 한부모 역량강화교육 <3대가 함께 하는 삼삼한 토크>는 여성 한부모 3대 가족의 인식 변화와 일·가족양립 지원을 위해 기획되었다. 여성 한부모 어머니와 한부모 본인, 청소년 또는 아동 자녀로 구성된 3대 10가족이 모여 매주 집단상담, 미술치 료, 워크숍, 1박2일 캠프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한부모의 삶 속에서 갈등을 풀어내고, 1세대와 3세대가 느끼는 한부 모에 대한 편견을 한부모 가족부터 인식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7월 ~ 9월 초 매주 토요일 인천여성민우회 교육장

여성주간 행사 여성주간을 맞아 여러 행사를 마련해 바쁘게 보냈다. <면생리대 만 들기 체험>과 보육 캠페인 부스를 운영하고 <여성주간 기념 작은 음 악회>와 영화상영회도 열었다. 여성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고 더 많은 여성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7월 1일 ~ 5일

여성건강리더 심화교육 도봉여성센터와 도봉보건소, 동북여성민우회가 함께 ‘여성건강리더’ 양성을 위한 교육 강좌를 열었다. 7월 16일부터 8월 13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두 시, 총 다섯 번의 강좌를 진행했다. 도봉구 여성들의 건강을 책임 질 리더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7월 16일 ~ 8월 13일 매주 화요일 오후 2시 도봉여성센터

원주여성민우회

진주여성민우회 공간 리모델링 한국여성재단의 <아리따움 in u>사업에 선정되어 사무공간을 비롯 한 교육장, 상담실을 리모델링하게 되었다. 교육장소를 찾지 못해 시 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 많았지만 새롭게 변화된 교육장에서 회원들과 시민들을 찾아뵙도록 하겠다. 8월 23일 ~ 9월 1일

아동. 청소년 5대 폭력 통합예방교육 7월 ~ 10월 31일까지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는 아동. 청소년 5대 폭력(가정폭력, 성폭력 학교폭력, 성매매, 성희롱)통합 예 방교육을 실시하게 되었다. 초, 중, 고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를 방문 하여 5대 폭력에 관한 전반적인 예방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7월 ~ 10월 31일

제2회 원주여성영화제 원주영상미디어센터와 원주여성민우회 공동사업으로 여성영화제를 기획 진행하였다. ‘일과 여성’을 주제로 열린 이번 영화제는 여성에 게 ‘노동’은 어떤 의미이고 여성의 돌봄노동은 사회적으로 어떤 평가 를 받아야 하는지를 여러 나라의 영화를 통해 생각해보는 기회였다. 7월 24일 ~ 27일 원주영상미디어센터 모두극장

고은광순 토크콘서트 원주여성민우회와 갤러리 카페 ‘나다’의 공동주최로 ‘아픈 몸, 다친 마음 어떻게 치유할까’라는 주제로 상처받고 병들어 있는 몸과 마음 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북콘서트로 진행하였다. 8월 8일 오후 2시 갤러리 카페 나다

인천여성민우회 민우후원주점 힐링에 빠진 날 6월 15일 민우회 재정마련을 위한 후원주점을 열었다. 회원 및 지역 사회 활동가, 시민 등 400여명이 당일 행사에 참석하여 민우회와 함 께 소통하고 힐링했던 하루였다. 이번 후원행사에 물심양면으로 지 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춘천여성민우회 2013년 상반기 운영위원 워크숍 상반기 운영위원 워크숍이 7월 14일 ~ 7월 15일 1박 2일의 일정으 로 강원숲휴양림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운영위원 워크숍에서는 현재 민우회의 정체성과 민우회사업을 점검하고 하반기 재정사업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하였다. 7월 14일 ~ 7월 15일 강원숲휴양림

청소년방학프로그램 7월 23일 ~ 24일에 ‘인간의 조건’ 시즌1으로 청소년방학프로그램을 총 8명의 중학생과 함께 진행하였다. 1부에서는 ‘자원봉사란 무엇인 가?’(강사 김아영)라는 주제로 강의를 듣고, 부채에 그림그리기(강사 유민서)활동으로 여름에 사용되는 실 생활품을 만들어 보았다. 2부 에서는 노인요양원인 너싱홈(원장 김경숙)을 찾아 어르신들과 이야 기를 나누고, 어른들과 함께 부채를 만들어 선물을 드리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의 뽐내기를 통해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잠시나마 달 랠 수 있는 시간이었다. 7월 23일 ~ 24일

6월 15일 와바 부평갈산역점

2013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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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알림

[

한국여성민우회 2/4분기 결산보고서 (2013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

(단위: 원)

Ⅰ. 수입내역 회비수입

금액 105,989,100

후원금

8,239,760

노동상담사업

8,400,000

사업수입

2,489,440

기타수입

755,330

수입합계

125,873,630

Ⅱ. 지출내역 인건비

[평등한 명절을 만드는 7가지 약속] 1. 온 가족이 웃는 명절계획을 세워 보세요! 명절준비는 가족회의부터! 각자 명절 때 역할을 나눠봐요! 2. 남녀가 모두 함께 합니다!

금액

장보기, 음식만들기, 차례지내기, 설거지 등 온 가족이 나누어 함께 합니다.

128,360,250

복리후생비

597,700

3. 형편에 따라 형제자매, 시가와 친가 구분 없이 명절을 지내요!

사무용품비

516,850

명절은 맏며느리, 장남만의 몫은 아니죠. 딸, 아들, 장남, 차남이 형편에 따라 돌아가며 지냅니다.

사무행정잡비

959,878

출가외인은 옛말, 친정과 시댁의 구분을 뛰어넘어 열린 명절을 지냅니다.

사회보험금비

11,468,870

소모품비

1,477,910

4. 환경과 지구를 살리는 기본! 음식과 차례상은 간소하게 합니다.

연대활동비

1,883,527

환경과 경제를 살리는 명절. 음식은 먹을 만큼 나눠서 준비하세요.

제세공과금

2,310,150

지급수수료

1,644,150

지급이자

4,739,078

통신비

2,737,262

회의비

880,370

나루운영비

1,654,577

감가상각비

0

5. 조상모시기는 고인을 기리는 마음으로! 여자도 남자도 함께 고인을 기릴 수 있는 열린 명절을 지내보세요. 6. 모두가 함께 즐거운 명절놀이를 찾아보세요. 아이들에겐 명절이 잠만 자거나 고스톱에 열중하는 날로 기억될 수 있습니다. 가족이나 이웃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명절놀이를 찾아보세요.

정보홍보사업비

13,123,523

7. 이웃과 정을 나누는 명절이 되세요!

조직활동비

4,587,670

혈연, 가족관계라는 울타리를 넘어 이웃과 함께 나누는 명절을 보냅니다.

정책연구교육사업

2,002,300

재정사업비

12,984,190

지출합계

191,928,255

Ⅲ. 당기수지차

-66,054,625

알림 <함께가는 여성> 지면은 회원들에게 활짝 열려 있습니다! [문화산책], [당신의 책꽂이], [결혼과 비혼 사이], [나의 노동 이야기] 등의 꼭지에서 회원님의 글 솜씨를 마음껏 발휘해 보세요! 기고문의 02-737-5763 / minwoopr@womenlink.or.kr

신입회원 여러분 반가워요! 감임경 강성화 고진 권연정 기슬기 김경희 김규원 김다미 김명선 김미란 김민재 김보영 김봉희 김선우 김영준 김영희 김영희 김종미 김주연 김현지 김혜경 김호선 김효진 김희주 나은경 류지연 마경희 문재선 민희경 박근임 박상희 박선우 박윤정 박준희 박진라 방이슬 방인숙 백승열 변상한 성균 소은정 손민원 손혜숙 송숙자 송지연 신은옥 신은정 신희심 심이정 안정인 양성순 양은경 오세진 오은주 원미경 원정민 유현진 유희주 윤유선 이경석 이경희 이동진 이복이 이복자 이영주 이유경 이윤희 이은솔 이은숙 이은주 이장윤 이지영 이현경 이혜숙 이혜인 이희숙 임은주 임한나 장상희 전은정 정광필 정민조 정선이 정유진 정윤정 정재홍 정정애 정종석 정지영 조기한 조성금 조윤경 진유미 차미경 차현민 천미영 최미경 최선미 최예지 최예지 최혜련 하숙정 한미자 한보람 한상연 한은주 한진숙 허원 허은애 현정아 홍순범 황시연 황혜정 희정

회비 인상으로 함께해 주신 회원님 감사합니다! 주지영, 국미애, 유성민 2013년 5월 25일 ~ 2013년 8월 21일 집계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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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가 필수라고? 필수과목을 여전히 암기과목으로 남겨 둘 것인가? 한국사에 걸맞는 옷을 입혀라!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체계적인 사고과정! 한국사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도전적 탐구! 자기 주도적인 삶을 개척하는 청소년 리더의 필독서! 최승현 지음 | 도서출판 고운벗 | 316P | 값 18,000원

[대탐][토론][추리]

사림은 옳았다?

Q. 세 학생이 조광조와 사림들의 행동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습니다. 문맥상 A, B, C에 들어갈 속담 또는 격언을 완성해 봅시다. Q. 대화의 흐름을 볼 때, 을은 D에서 어떤 의견을 제시했을까요? 갑: 자, 자, 내 말 좀 들어봐. 조광조를 비롯한 사림들은 잘못한 게 없어. 그렇지 않아? 을: 그렇긴 한데, 털어서 (A

) 없다고 하잖아. 사사건건 옳은 주장만 내세워서 다른 사람 공격하는 것도 문제 있는 거 아닐까?

갑: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 너는 잘못된 것을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거야? 을: 아니, 그런 얘기는 아니고. 갑: 아니긴 뭐가 아니야! 지금 말하는 게 딱 그런데! 병: 자, 자 진정해... 을! 계속 얘기해봐. 을: 내 말은 쥐도 (B 생각할 거란 말이지.

) 문다고 하잖아. 그러니까 훈구파 사람들은 ‘사림들이 결국 자기들을 몰아내려고 이러는 게 아닐까?’ 라고

병: 그래서? 을: 죄는 (C )고 하잖아. 더더군다나 ‘누구의 어떤 행동이 잘못 되었다.’가 아니라 ‘누구는 부패한 사람이다.’, 더 나아가서 ‘어떤 집단은 나쁜 사람들이다.’라고 얘기하는 건 상대방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그러면 위협감을 느끼는 거지. 병: 아... 그렇구나. 갑! 아직도 화났어? 갑: 화는... 내가 언제... 지금 을 얘기는 나도 공감해. 하지만 훈구들은 자신들이 연산군을 몰아내고 중종을 왕위에 앉힌 공이 큰데 사림들이 사소한 잘못을 가지고 자꾸 시비를 건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이렇게 생각하면 잘못이 자꾸 커지는 거라고. 그래서 난 사림들 의견이 맞다고 보는 거야. 을: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너의 말을 바꿔서 생각하면 사림들도 (D 그렇지?

)해야 한다는 뜻도 담겨 있는 것 같아.

갑: 음... 그러네. 그랬다면 서로 싸움을 피할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훈구가 더 세잖아. 옳은 소리 하는 사람들이 센 사람에게 화를 당하는 건 너무 슬픈 일이야. _ 본문 237p쪽에 실린 내용입니다.

gounbud1@gmail.com


민우회의 새로운 별칭

여는

콘서트장 한 켠에 마련된 ‘여는’ 포토존에서 많은 분들이 즐겁게 사진을 찍었어요!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26길 39 (성산동 249-10) 시민공간 나루 3층 (121-847) Tel 02.737.5763 Fax 02.736.5766 E-mail minwoo@womenlink.or.kr 홈페이지 www.womenlink.or.kr 블로그 womenlink1987.tistory.com 페이스북 www.facebook.com/womenlink 트위터 @womenlink 여성노동상담 02.706.5050 미디어운동본부 02.734.1046 여성연예인 인권지원센터 02.736.1366 성폭력상담소 02.739.8858 성폭력상담 02.335.1858 고양파주여성민우회 031.907.1003 광주여성민우회 062.529.0383 군포여성민우회 031.396.0201 서울남서여성민우회 02.2643.1253 서울동북여성민우회 02.3492.7141 원주여성민우회 033.732.4116 인천여성민우회 032.525.2219 진주여성민우회 055.743.0410 춘천여성민우회 033.255.5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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