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가는 여성 2013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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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그 ‘새삼스런’ 진실을, 질문한다 우리가 배후 세력이다 점심시간 유급으로 제대로 쉼표 찍는 오늘을 한사람이 더 있기에 시작되는 이야기 기획 _ 한 지붕, 새 가족. 함께 살기를 돌아본다 함께 살기 15년 기념. 그야말로, 공생의 조건 서로를 지지하는 세 평 남짓한 마음의 거리 이웃이 생긴다는 것, 이웃을 만든다는 것


봄인데, 밤인데 5월 10일 금요일 밤, 희한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그날 하루 저녁에만 반짝 존재했던 야시장 같기도 하고 놀이터 같기도 한 이 낯선 공간은 바깥 세상과는 다른 규칙으로 굴러가는 세상이었습니다. 물건에는 가격 대신 이야기가 붙었습니다. 돈 대신, 특별한 ‘기여’가 오갔습니다.

공감과 위로 나누기 <공감과 위로의 텐트>에 나의 이야기를 더하기 지혜를 낭독하기 책 <여자로 살기 여성으로 말하기> 중 마음에 닿는 구절을 마이크 잡고 낭독

나름대로 인물화 선물 참여자들의 이름이 들어 있는 통에서 이름을 뽑아, 그 사람을 ‘나름대로’ 그리고 간단한 메세지와 함께 그림을 선물 민우회에 힘주기 민우회 활동의 중요한 동력, 활동비^^ ‘아무렇게나 후원통’에 내 맘대로 정한 액수의 후원금 넣기 오늘 밤을 전세계에 전파하기 sns를 통해 이곳의 풍경을 전세계에 전하고, 상황판에 스티커로 알리기

마흔 일곱 분의 민우회 회원들이 모여 진행한 봄 밤 파티였습니다.

<함께가는 여성>이 올해부터 총회 결정 사항에 따라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번 발행됩니다. 민우회는 아직 회비만으로 독립적인 재정을 운영하기엔 부족한 상황입니다. 작년 민우회 재정은 외부 후원금의 감소와 후원행사비용의 증가로 인해 적자입니다. 이에 따라 회비 인상 캠페인을 병행함과 더불어 <함께가는 여성> 발행 비용을 절감 하기로 하였습니다. 새로운 모습과 더 좋은 내용으로 계절마다 찾아갑니다. 감사합니다.


www.womenlink.or.kr

2013. 여름 민우ing

[다르니까 아름답다 : Diversity now!] 캠페인 : 그 ‘새삼스런’ 진실을, 질문한다 • 02

재판동행 지원단 : 우리가 배후 세력이다 • 06

점심시간 유급화 : 점심시간 유급으로 제대로 쉼표 찍는 오늘을 • 10

회원 확대 캠페인 : 한사람이 더 있기에 시작되는 이야기 • 14

민우 스케치

신입회원 세미나 ‘환절기’ 등 • 18

민우칼럼 창

앤절리나 졸리는 도마뱀이 될 수 있을까? • 20

人터뷰

운동을 이어가는 힘을 엿본 시간,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 강경희를 만나다 • 22

기획

한 지붕, 새 가족. 함께 살기를 돌아본다 • 25

함께 살기 15년 기념. 그야말로, 공생의 조건 • 26

서로를 지지하는 세 평 남짓한 마음의 거리 • 28

이웃이 생긴다는 것, 이웃을 만든다는 것 • 30

모람활짝

요즘 뜨는 새싹 소모임 • 32

당신의 책꽂이 문화산책

너무 익숙한 말인가요? <여자의 탄생>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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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국극, 매혹의 여성공동체를 만나다 • 36

결혼과 비혼 사이 행복한 홀로 서기 • 38 나의 노동 이야기 직장의 신파 : 커피전문점 바리스타 고생담 • 40 활동가 다이어리 난 좋은 사람이 아니야! • 42 아홉 개의 시선

원주에 사는 즐거움 • 44

지부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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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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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처 한국여성민우회 발행인 김인숙 박봉정숙 편집인 주현정 발행일 2013년 6월 14일 통권 214호 편집위원 김희영 노재윤 문성훈 배범호 육진아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26길 39 (성산동) 시민공간 나루 3층 전화 02-737-5763 전송 02-736-5766 이메일 minwoo@womenlink.or.kr 디자인 디자인이즈


민우ing

[다르니까 아름답다 : Diversity now!] 캠페인

그 ‘새삼스런’ 진실을, 질문한다 정슬아(여경鏡) | 여는 민우회 여성건강팀

서글픈 나의 욕망

오늘도 옷에 몸을 구겨 넣는다. 꼬르륵 거리는 내 배를 움켜잡는다. 아, 먹고 싶다. 마르고 싶고, 예뻐지고 싶고, 나답고 싶다. 그날도 지하철 광고 문구가 눈을 사로잡았다. “굶지 않고 뺐다. 그것도 자연스럽게!” 배가 고파도 먹을까 말까를 수시로 고민하는 사람에게 굶지 않고 자연스럽게 살을 뺄 수 있다는 건 은혜로운 기술발전이다. 하지만 몸에 가해지는 의료적 행위가 건강에 미칠 영향, 지방흡입이나 성형수술을 고민하는 와중에도 ‘자연스럽기’를 바라는 나의 마음은 뭔지에 대해 쫀쫀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해외 몸다양성 캠페인 The Modelm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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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민의 흔적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가슴은크고허리는잘록하며전체적으로는마른예쁘고착한 몸매’라는 비현실적이고 획일화된 기준을 ‘이상적’이고 ‘여자다운 몸’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가족, 친구, 애인, 직장상사, 동료 등 관계 맺은 수많은 사람과 상황이 나에게 ‘그렇게’ 변하길 요구하고 있다. 외모관리와 마른 몸은 마땅히 획득해야 할 자기개발 의 일환이 되었고, 여성들의 삶을 찬찬히 잠식했다. 어느새 ‘뚱뚱한 몸’에 대한 혐오 를 내면화하며 끊임없이 나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내가 대체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나를 움직이게 하는 ‘보이지 않는 손’의 작동 원리를 알게 되 면 좀 더 자유로워질 것 같았다. 하지만 대놓고 강요하지는 않는 세상에서 명백한 원 인규명은 어려워졌으며, 외모관리 압박에서 벗어나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몸인지 세상이 원하는 몸인지 혼란스러워졌다.

시간을 지워야 하는 외모 관리 노동 요즘은 건강이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다. 더불어 “주름을 제거한 얼굴, 활기차고 자 신 있는 인상”을 갖는 것이 중요해 졌다. 얼굴의 활력을 갖는 것과 건강담론이 뒤엉키 면서 우리 삶은 다른 맥락으로 피곤해졌다. 여성들의 노동과 시간을 지우는 또 다른 노동이 시작된 것이다. 여성은 시간을 쌓아가는 존재가 아닌 ‘특정시기(젊음)’에 멈춰 있어야 하고 일상적 관리로 보기 좋은(마른) 외형적 상태여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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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 그 ‘새삼스런’ 진실을, 질문한다

다. 왜 여성의 몸이 겪는 시간은 분절화 되는가. 이처럼 성형/다이어트 등이 여성들의 삶의 활력, 자존감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흔 한 주장과 흐름에는 아주 명백한 사실 하나가 빠져 있다. 바로 우리의 몸이 유한하다 는 사실이다. 흘러가는 시간을 소비를 통해서 끊임없이 거스르고 ‘활력’을 찾아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관리 좀 해야지”란 외모규범은 일상화됐고, 이 관리는 아

“관리 좀 해야지”란

주 세밀하게 나뉘어 성형수술과 시술의 종잇장 같은 경계를

외모규범은 일상화됐고,

갖게 했다. “성형수술은 고가의 화장품을 쓰거나 보톡스나

이 관리는 아주 세밀하게 나뉘어

필러 등 주사를 계속 맞아 탄력을 유지하는 것, 쌍꺼풀을 만 들기 위해 풀을 찍어 바르거나 테이프를 붙이는 것보다 매우 효과적”이라는 말을 하는 성형의가 나타났다. 이렇게 만들어

성형수술과 시술의 종잇장 같은 경계를 갖게 했다.

진 효과성은 “여자다워지느라 ‘아픈’ 시대”를 살고 있는 여성의 몸에 덧씌워진 기준, 이미지와 결합돼 삶의 시간, 사이즈의 다양함을 빼앗았다. 이제 우리는 개인의 선택 이라 표현되는 행위, 욕망의 배후가 ‘누구’인지 다시 질문해야 한다. 쉽게 타인의 몸에 대해 평가하는 우리의 말, ‘용모단정’으로 표현되는 노동시장에 서의 외모관리, 일상을 잠식한 성형/다이어트 광고와 미디어 속에 등장하는 연예인, 압구정~신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뷰티벨트, 성형의료 관광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들 은 여성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이 속에서 여성들은 성형이나 다이어트를 언 제, 어떻게, 무엇에 의해 고민하고 경험하고 있는가. 노동시장, 취업과정부터 지속적 인 외모관리에 대한 요구, 평가, 차별, 무시의 경험들은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끝없이 쏟아지는 물음표 사이에서 우리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몸이 서열화 되고, 평가 가능한 몸이 되어버린 현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하려 한다.

다르니까 아름답다 : Diversity, now! 2003년, 정확히 10년 전 민우회는 “외모는 경쟁력이라는 미명 아래 여성의 몸을 극 단적으로 억압하고 있는 외모지상주의의 문제점을 제기한” [내 몸의 주인은 나-NO 다이어트, NO 성형]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다양한 매 체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였고, 여성잡지를 대상으로 한 의료광고의 불법성 고발, 엄 마와 딸이 함께 한 <Me· 美· 味>캠프, ‘Love my Body’를 주제로 청소녀 교육 등을 진행 했다. 2013년, 한국은 인구 대비 성형수술 건 수 비교조사 *에서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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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기준 1천 명 당 성형수술 횟수 13.5건, 국제성형의학회


■ 인터뷰 진행중

‘외모지상주의’ 라는 규범적이고 당위적인 선언을 넘어 여성주의적 개입과 실천이 요 구 되는 시대이다. 이제는 성형을 하고 안하고에 주목하기 보다는 ‘왜’ 성형과 다이어 트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지 스스로 묻고, 사회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몸의 다양성 이 사라져버린 지금. 10년 전과 달라지거나 강화된 점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올 해는 [2013 다르니까 아름답다 : Diversity, now!]라는 캠페인을 진행한다. 일평생 지속되는 지독한 자기부정 속에서 자신의 몸의 현재성을 깨닫고 긍정하는 경험을 갖기 위해, 다이어트와 성형 권하는 사회에 균열을 내는 새로운 언어를 찾아 가기 위해 기획단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그 내용을 담은 인터 뷰·사진집을 제작하고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대중 캠페인을 기획중이다. 여자다운 것이 아니라 ‘나다운 것’이 뭔지에 대한 ‘새삼스런’ 질문이 필요한 때, 당신의 답을 가지고 민우회와 함께 목소리를 내자.

정슬아(여경鏡) 내 몸을 판단 없이 바라보던 때가 언제였나 생각하게 됩니다. “너와 나의 삶의 시간과 몸의 모양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Diversity now!” 이채롭다. [형용사] 보기에 색다른 데가 있다. 다채롭다. [형용사] 여러 가지 색채나 형태, 종류 따위가 한데 어울리어 호화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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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재판동행 지원단

우리가 배후 세력이다 지은정(모후아) | 여는 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가 증언을 위해 법정에 출석하거나 재판진행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법정에 갈 때 동행한다. 동행의 첫 번째 목적은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다. 법원이 낯선 공간이라 긴장되고, 위축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신뢰관계가 있는 사람이 동석해 안정적인 상태에서 진술하고 재판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둘째 목적은 성폭력사건 담당법관들의 왜곡된 성의식과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들이 고스란히 피해자에게 전해져 2차 피해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막무가내로 달려가는 성폭력피해자 재판동행 지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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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와 함께 법정에 동행하다 보면 방청석에 가해자의 지인 여러 명이 자리를 차 지하고 있는 경우를 목격하게 된다. 반면에 피해자들은 지인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 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알렸더라도 지인들이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듣게 되는 것 을 원치 않기 때문에 혼자 법정에 가게 된다. 피해 사실을 여러 사람들, 심지어 가해 자와 그 지인들까지 있는 불편한 공간에서 진술하는 상황은 불안감과 부담감을 증폭 시키고, 공격적인 질문을 받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정 증언을 하는 것은 피해자의 관점에서 사건을 진술하고 피 해 상황을 알릴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법관에게 서류로 사건 을 전달하는 것 보다 피해자가 직접 얼굴 표정, 목소리를 통해 사건을 말할 때 피해자 의 입장에서 사건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더 잘 전달할 수 있다. 그래서 피해자들이 법 정에서 진술을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동행하는 활동을 상담 소에서 꾸준히 해왔다.

용기 있는 발걸음에 동행 : 재판동행 지원단 동행의 다른 말은 ‘피해자를 지지하고 조력하는 활동’이다. 그래서 상담소 활동가 1명이 아니라 10명의 지지자들이 함께 하면 어떨까 하고 구상하게 되었다. 이름하여 「2013년 막무가내로 달려가는 성폭력피해자 재판동행 지원단」(이하 지원단). 지원단 은 피해자에게 든든한 배후세력이 생기는 일이기도 하고 수사·재판 관계자와 가해자 에게 피해자 혼자가 아니라 조력자가 있음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지난 4월 중순 지원단 홍보 포스터가 배포되자마자 신청관련 문의전화, 신청 이메

■“재판장 가는 길. 법정이 가까워질수록 기분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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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 우리가 배후 세력이다

일이 하루에 서너 통씩 왔고 현재 50여명의 지원단이 모집되었다. 6월부터 10월까지 성폭력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10명 내외의 지원단이 서울 소재 법원의 재판에 동행할 예정이고 6월에 벌써 2건의 재판동행이 계획되어 있다. 지원단은 재판방청을 하면서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에 근거하여 부적절한 질 문을 하는지’, ‘재판장 등 재판관계자가 피해자에게 위협적이지 않았는지’, ‘피해자의 권리를 위해 마련된 제도들이 실제 잘 운영되고 있는지’ 등의 내용을 담은 <성폭력 재 판 과정에서의 피해자권리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모니터링 할 예정이다.

형사소송 절차에서의 치유와 회복의 경험 상담소에서 지속상담을 하고 있는 내담자 중 형사소송절차를 밟고 있는 A씨가 있 다. A씨는 검사로부터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해사실에 대해 증언 하는 것이 재판과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고소장을 작성하고 수사과정에 서 몇 번의 피해 진술을 하는 과정을 거치며 많이 지친 A씨는 증인소환장을 받고 상 담소에 찾아오셨다. 법정에 나가 증언을 하는 것이 가해자를 처벌하는데 도움이 되 는 것인지, 여러 번 진술하였는데 했던 말을 다시 또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 금하여 찾아온 것이다. A씨를 만나 재판진행 분위기와 법정 구조, 증인이 앉게 될 자리위치, 증언내용에 따른 예상 질문에 대해서 안내했다. 검사와 판사가 반복적인 질문을 하는 이유는 추 궁하기 위해서가 아닌 진술 내용의 신빙성을 확인하여 피해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필 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며칠 뒤, 재판에서 증언을 마친 A씨를 다 시 만났다. “증언을 하러 가기 전에 상담을 해서 많은 부분 도움이 되었어요. 미리 들어서 예 상은 하였지만 법정 공기, 분위기가 처음이라 차갑고, 무겁게 느껴졌어요. 살아오면 서 처음 느끼는 공기의 무게였어요. 검사가 가해자를 신문할 때에는 몰아세우듯이 하여 무섭기도 하고 낯설었지만 저에게 질문 할 때에는 눈을 맞추고 천천히 질문해서 안정적으로 진술 할 수 있었어요. 법정이 차갑고 경직되어 있는 공간이라 많이 긴장 되었지만 제가 잘 해결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라고 법정 증언의 경험을 담담 히 전해주셨다. 수사·재판 과정에서 잘못된 통념에 근거한 부적절한 질문들로 인해 자책하게 되거 나 반복해서 피해상황을 떠올리며 진술해야 하는 과정들은 심리적으로 많이 지치게 한다. 이러한 상태에서 가해자와 그 지인들을 대면하는 재판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 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재판에 나와 8


자신의 피해사실에 대해 증언하는 과정은 피해사건으로부터 회복, 치유되는 과정으 로써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제도적 보완 넘어 재판 관계자들의 의식 변화 필요해 성폭력 피해자가 법정증인으로 출석하게 되었을 때 가해자 및 그 지인을 대면하게 될 경우 심리적 불안, 두려움, 스트레스 가중으로 인해 진술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 다.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여 차폐시설을 이용하거나 중계 장치를 이용하여 증언할 수 있게 되었다. 2012년 11월 대거 개정된 성폭력특례법 내용 중 제32조 ‘증인지원시 설의 설치·운영’은 피해자가 차폐시설, 중계 장치를 이용하여 증언을 하게 될 경우 별 도의 통로를 이용하여 입·퇴정 할 수 있도록 지원해 가해자 및 그 지인을 마주하지 않 고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진술 할 수 있도록 마련된 근거 법안이다. 법 규정 및 제도들이 개정·신설되면서 성폭력피해자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다양해 지고 있다. 하지만 재판관계자의 마인드에 따라서 지원을 받는 내용과 태도가 다른 것을 사례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성폭력피해자 권리를 위해 개정·신설된 제도들과 함 께 재판관계자 인식·태도의 변화속도가 맞춰져야 할 때이다.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을 지지하기 성폭력피해자를 지지하는 것은 특별한 지식과 교육을 거쳐야 할 수 있는 특별한 활동이 아니다. 피해자 중심에서 사건을 바라보면서 나 또한 성폭력피해자의 조력 자, 지지자가 될 수 있음을, 나의 주변에 일어나는 성폭력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님을 확인하게 되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성폭력피해 자를 지지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성폭력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주 변에 알렸을 때에 자신을 지지해주는 존재가 있음을 확인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사 람으로서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움직임들이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 식을 달라지게 하고, 끊임없이 작동하는 잘못된 통념에 균열을 내지 않을까.

지은정(모후아) 흰 쌀밥에 까만콩이 튀듯이 이 세상에서 나는 까만콩처럼 튄다. 사람들도 나를 독특한 존재로 생각할거라 생각한다. (중2때 나의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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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점심시간 유급화

점심시간 유급으로 제대로 쉼표 찍는 오늘을 최윤라(민트) | 여는 민우회 여성노동팀

한국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090시간(2011년도). OECD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노동시간이 긴 나라다. 남성은 생계부양자로서 새벽별 보고 출근해서 달 보고 퇴근하고, 여성은 종일 노동도 모자라 퇴근해 돌아와 가사일이며 돌봄에 전념하게 되며 회사에서 퇴근해 집으로 출근하는 것이 일상의 풍경이 된지 오래다. 지치다 보니 에너지 드링크에 의존하는 하루가 점점 늘어만 간다. 에너지 드링크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현실을 바꾸기 위한 아이디어들이 곳곳에서 제시되고 있다. 절실한 과제로 얘기되는 노동시간 단축.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대체휴일제 도입, 연차휴가 사용 확대, 휴일근로 연장근로 시간 산입 등이 논의되고 있다.

얼마 전 정부에서는 공휴일과 주말이 겹칠 때 금요일이나 월요일에 하루를 쉬도록 하는 대체휴일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가 보도되는 순간 찬반 입장 으로 여론이 떠들썩하였다. 반대하는 여론은 시기상조라고 경제적 손실이 올 것이라 고 주장하였고, 찬성하는 입장은 대체휴일제로 노동생산성이 늘어나 생산을 더 늘 릴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여론을 만들고 실질적인 방안을 사회적으로 도입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이번 논쟁을 보면서 느꼈다. 한국사회에서 일하는 시간을 줄여나간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모든 것이 시기상조일까? 그렇다면 적절한 때라는 것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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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금, 점심시간 유급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에너지 드링크가 아니라 ‘저녁이 있는 삶’이다. 적절한 때는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일하는 사람들의 ‘저녁’을 위하여 한국여성민우회는 올해 즐거운 상상을 제안한다. 현재 근로기준법에서는 노동시간을 1일 8시간, 주 4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 한 4시간의 노동엔 30분, 8시간의 노동엔 1시간의 휴게시간이 주어지고 있다. 통상 아침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직장인들은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을 먹으며 휴식을 가진다. 그리고 휴게시간으로 규정된 1시간의 점심시간은 노동시간에 포함 되지 않는다. 무급의 점심시간을 유급으로 변경하여 하루 실 노동시간을 점심시간 ‘포함’ 9시간에서 8시간으로 바꿀 수 있는 여론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그런데 점심시 간 유급화를 말하기 전에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점심시간(휴게시간)을 직 장인들은 제대로 활용하고 있기는 하는 걸까?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은 어떻게 사용 되고 있는지 우선 직장인의 점심시간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였다.

당신의 점심시간은 안녕하십니까? “점심 먹는 시간이 업무시간이랑 비슷해요. 서로 눈치 보면 서 팀장님 말씀에 다 대답해야 하고, 밥 먹는 속도가 느린 저는 빨리 밥을 먹어야 해요. 편히 먹지 못하고 급하게 밥을 마시듯

* 점심의 발견 : 민우회 블로그 <민우트러블>에서 여러 직종의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의 이야기 를 연재하는 꼭지

이 먹고 일어나요.”* “점심시간은 정규직들도 힘들겠다. 이 황금같은 점심시간에 상사랑 같이 먹어야하고…” (드라마 <직장의 신> 12회 비정규직의 점심식사 장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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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 점심시간 유급으로 제대로 쉼표 찍는 오늘을

점심시간에 관한 설문조사를 지난 5월부터 시작하였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515명 중 점심시간은 1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고 답변[표1]한 비율(74%) 이 가장 높았고, [표2] 점심시간은 비 교적 잘 지켜지는 편(74%)이라고 답했다. 규정된 점심시간이 보 장받지 못하는 경우[표3]에는 일이 많아서(50%), 점심시간을 휴 식으로 인정하지 않는 회사분위기(27%)로 인해 점심시간 확보 가 어렵다고 하였다. 또 점심시간과 관련하여 바라는 점[표4]에 대해 물었을 때 응답자 중 41%가 ‘점심시간 동안 업무적인 연락 이나 직장관계 등으로 방해받지 않고 싶다.’라고 답하였다. 근로 기준법 제54조 2항에서는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 할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휴게시간에는 온전한 쉼이 보장 되어야 한다. 그러나 메뉴선택에서부터 상차림까지 상사의 눈치 를 보거나, 끊임없이 업무전화를 받거나, 상급자로부터 감시·감 독받거나, 업무 관련 미팅을 하는 등 업무적인 연락이나 직장관 계 등으로 점심시간은 끊임없이 방해받고 있었다.

제대로 쉴 곳도 필요해 휴게시간의 자유로운 활용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휴게공간 의 확보 또한 직장인들의 중요한 요구사안[표5]이었다. 응답자 중 32%가 ‘점심시간 동안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라고 답했다. 2011년 한국여성민우회는 식당여성노동자 노동 인권실태 조사를 통해서도 휴게공간이 따로 없어서 홀에서 잠 시 쉬려고 해도 손님이 오면 바로 일해야 한다는 식당노동자의 애로를 들었다. ‘점심의 발견’에서 만난 백화점 노동자 또한 쉬는 공간이 있어도 탈의실 겸 휴게공간이라 제대로 쉬기에 너무나 비좁고, 그나마 선배들이 그곳에서 쉬고 있으면 눈치를 보며 불 편하게 머물러야 한다고 했다. 회사에 휴게실이 없어서 사무실 책상에서 잠시 엎드리거나,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휴식을 청하 는 직장인도 있었다. 반면 별도의 휴게공간이 있는 일터에서 일 하는 직장인들은 그곳에서 점심을 먹으며 동료와 함께 회사 뒷 담화를 하며 스트레스도 풀고, 회사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기타 연습을 하며 제대로 된 쉼을 누리고 있 었다. 드라마 <직장의 신> 미스김은 12시 땡! 하자마자 “점심시 간입니다만!”을 이야기하며 식당으로 향한다. 전일제 직장인이 12


라면 반드시 거치는 점심시간,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이 미스김 처럼 당연하게, 제대로 확보되어야 한다.

하루 일과에 쉼을 제도화하기 ‘점심시간 유급으로 제대로 쉼표 찍기!’ “점심시간 자체도 제대로 안 지켜지는 분위기인데 유급화는 너무 이른 것 아닐까요?”, “점심시간에 임금이 지급되면 오히려 일을 더 많이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점심시간 유급화에 대해 많은 이들이 궁금함을 드러냈다. 점 심시간 유급화는 소득 감소 없이 실제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는 탁

휴게시간은

월한 방법이다. 휴게시간은 일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다.

일하기 위해 반드시

노동의 연장선인 셈이다. 점심시간을 근로시간 ‘제외’에서 ‘포함’으

필요한 시간이다. 노동의 연장선인 셈이다. 점심시간을 근로시간 ‘제외’에서 ‘포함’으로 변경하고 6시 퇴근을 5시 퇴근으로 바꿔

로 변경하고 6시 퇴근을 5시 퇴근으로 바꿔 직장에 머무는 시간 자 체를 9시간에서 8시간으로 재설정하자. 일주일 일하면 하루‘유급’의 주휴일이, 일 년 일하면 15일 이상의 연차‘유급’휴가가 보장되는 것 처럼, 하루 노동에 대해 한 시간의 ‘유급’휴게시간 보장은 정당한 요 구다. 점심시간 유급화는 노동자의 소득이 보장되는 ‘쉼’을 가능하 게 하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과 생활의 균형을 가능하게 한다. 2004년 주5일제가 도입될 때 염려를 표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직장에 머무는 시간 자체를

지금 주5일제는 많은 사람들이 당연한 제도라고 생각하고 있다. 점

9시간에서 8시간으로

심시간 유급화에 대해서도 많은 입장이 오고 갈 것이다. 하지만 활

재설정하자.

발히 여론이 개진되는 것은 노동시간 단축이 사회적 염원이기 때문 이다. ‘저녁이 있는 삶’은 우리의 일상이 될 수 있다. 말하는 순간 변 화가 시작되고, 말하는 바로 지금이 적절한 때다. 그렇기 때문에 우 리는 당차게 말한다. “여러분, 점심시간 유급으로 제대로 쉼표 찍는 사회를 함께 만들 어 봐요!”

최윤라(민트) 여름에 적응해 가는 중 이제 익숙해 질때도 된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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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회원 확대 캠페인

한사람이 더 있기에 시작되는 이야기 최진협(나우) | 여는 민우회 회원복지팀

“저두요” 비난받을까봐 말하지 못했던 것이 참 많았습니다. 직장상사의 웃기지도 않은 농담에도, 집안일도 아이도 다 네가 잘해야 한다는 엄마의 말에도, 남자는 울면 안 된다는 선생님의 말에도, 결혼 안하냐는 지긋지긋한 질문에도, 쉽게 나이로 위계가 생기고 직업과 외모의 경연장이 되어가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내가 느꼈던 불편함을 이야기 할 때, 내 말을 불편해 하는 수많은 시선들을 감당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가끔, 아주 가끔은 용기를 내어보기도 합니다. 그 순간 누군가 옆에서 “저두요”라는 말을 해주었을 때 나의 이야기가 서른 일곱 배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던 쫄깃한 기억. 이야기를 처음 꺼낸 사람이나 “저두요”라고 말해준 그 사람 중 누구라도 빠지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이 잊지 못할 화학반응이 지금 제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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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동의하는 사람이 한 사람 더 매번 거리낌 없이 자기의 감정과 생각을 흔들림 없이 이야기하는 사람을 보면 참 부럽습니다. 퇴근시간이 되어도 모두가 앉아 있을 때 “저는 이만 퇴근하겠습니다”라 며 당당하게 사무실을 나서고, 회식자리에도 “그건 제 일이 아닙니다”라며 집으로 향하는 ‘직장의 신’이 진심 부럽습니다. 현실에선 그저 폭풍 같은 감정과 생각을 썩소 로 감춘 소심한 나만 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심한 둘이 모여 썩소 뒤에 감춰진 정 시퇴근과 회식문화에 대한 허심탄회한 공감을 나누고 ‘어떻게 해야 바뀔까’를 이야 기할 때, ‘음담패설은 최대한 재미없게 듣고, 고기굽기 안주찢기는 부러 하지 말자’ 라는 액션으로 조직될 때, 그리고 함께할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 더 나은 회사문화 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나눌 때, 견고한 일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비로소 생겨난 다고 믿습니다. 그렇게 직장에서, 가족내에서, 학교에서, 수많은 모임에서 내가 동의 하는 것을 동의하는 사람이 한 사람 더 생긴다는 것, 변화를 모색하고 시도하는 진짜 힘은 그렇게 함께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야기가 모여 변화를 만드는 힘으로 술과 음담패설이 정점을 찍는 회식자리에 대한 이야기가 ‘회식 문화 바꾸기 실천지 침’을 만들고, 임신출산 양육이 여성의 일을 가로막는 일이 되지 않게 하자는 의지가 ‘산전후휴가 90일’을 당연하게 하였습니다. 산부인과 방문 시 겪었던 멘붕과 수치심, 불쾌했던 경험이 ‘산부인과 바꾸기 프로젝트’를 상상하게 했고, 생명 대 선택이라는 이분법의 감옥에 갇히지 않기 위해 낙태한 여성의 경험과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습니 다. 여성들의 외모와 몸에 가해지는 통념에 ‘다르니까 아름답다 캠페인’을, 성폭력피 해자의 용기 있는 발걸음에 동행하는 ‘재판동행지원단’을, 성역할을 조장하지 않고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며 시혜가 아니라 기본권이 되는 성평등 복지를 우리의 이야 기로 만들어갑니다. 내가 고민하고 있는 지금 그 생각이 모두의 삶과 주변의 변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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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 한사람이 더 있기에 시작되는 이야기

만드는 시작이 된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모으고 사람을 만나 일상에 부는 변화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곳, 그래서 민우회는 늘 찾아와주는 한 사람이 힘 이 됩니다.

그 한 사람을 만납니다 민우회 회원이 되는 과정은 대부분 사람을 통해서입니다. 사람을 통해 민우회 운 동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민우회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 한 운동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성폭력과 직장 내 차별과 관련된 상담을 받고, 여성주 의 교육을 열고, 여성의 날이 되면 거리로 나서고, 여러 행사에 꼭 민우회 부스를 마 련합니다. 기자회견과 거리캠페인을 하고 시시각각 SNS에도 올려봅니다. 한 사람이 라도 더, 함께 가는 여성운동을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민우회는 오늘도 그 한사람을 만나러 갑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현재를 살아내기란 참 녹록치 않은 사회가 되어 가고 있어 시민단체를 후원하는 것은 나중 일이 되어간다고 말합니다. 그런 연유인 지 최근 3년간 회원확대 캠페인을 통해 200여 명씩 회원이 늘었음에도 한편으론 회 원이 줄어들어 현재 민우회 회원은 2045명. 지난 2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 입니다. 언젠가 힘든 마음에 우리도 나중으로 미룰 것은 미루고 가능한 것만 해볼까라는 생각을 해보 기도 하지만 우리가 만나는 수많은 여성의 이야기 는 언제나 우리의 운동을 점검하고 다시 달리는 힘 을 북돋아 줍니다. 하지만 아무리 오기를 부려보아 도 민우회 전체 재정 중 회비비율은 40%에 불과하 기에 민우회의 지속가능한 운동을 만들어가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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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힘든 마음에 우리도 나중으로 미룰 것은 미루고 가능한 것만 해볼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지만 우리가 만나는 수많은 여성의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의 운동을 점검하고 다시 달리는 힘을 북돋아 줍니다.


한 가장 안정적인 재정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은 언제나 민우회의 1차 목표이기도 합 니다.

3.3.3 이제, 여러분이 민우회가 되어주세요. 몇 년간 저의 최측근에서 민우회를 지켜본 이에게 민우회원이 되어보는 건 어떻겠 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쉽게 “그래.” 하는데, 다소 당황스럽기까지 했 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쉽게 가입할 거 그동안 왜 가입을 안 한 거야?(실은 물음 표가 아니라 격앙된 느낌표 이십 개쯤 달린)”라고 물으니 “그동안 가입하라고 안했잖 아.”라는 그의 대답에, 활동을 전하면 그저 가입할 줄로만 알았던 제 생각이 통째로 흔들립니다. 올해 회원 확대 목표는 333명! 이제 여러분이 민우회가 되어 진심을 전해주세요. 민우회 홈페이지나 소식지에 실린 소식들을 꼼꼼히 살피고 지인들에게 민우회 회원 임을 알리며 그 내용을 사람들과 나누기, 그리고 함께 민우회 회원이 되어보자고 이 야기해보는 일, 그 길에 함께 해주세요. 지금 보고 있는 <함께가는 여성> 맨 뒷 표지 를 잘라 지인에게 건네 보는 것도 하나일 수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바로 당신 이, 지금 떠오르는 그 사람에게 이야기를 건넬 때 333명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 회원가입방법은 이렇게 소개해주세요. ■ 온라인가입 검색창에 ‘민우회’를 친다.

최진협(나우) 민우회원이 만 명이 되면, 민우회가 열어가는 운동이 지금보다 얼마나 더 반짝반짝 빛날 수 있을지 생각만 해도 완전 두근두근.

민우회 홈페이지 첫 화면에 회원가입배너를 클릭하고 빈곳들을 채우면 가입완료! 그럼 바로 회원팀 활동가가 전화를 드려요. ■ 전화가입 ‘회원팀 02-737-5763’ 영혼 가득한 친절함이 분출하는 회원팀 활동가들이 회원가입 전화를 진심으로 늘 기다리고 있어요. ■ 무엇보다 저희가 가장 바라는 건! 회원들이 직접 지인에게 회원가입의사를 확인해주시고, 이름/연락처/주소를 회원팀(friend87@womenlink.or.kr 또는 전화)에게 전해주세요. 소개해 주신 회원분과도, 그리고 민우회에 새로 가입하신 분과도 뜨겁게 인사를 나누고 기쁨을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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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 스케치

후기 신입회원 세미나 ‘환절기’

후기 월간 다다익선_하느님과 만난 동성애

날마다 ‘계절’을 실감하게 되는 초록색 5월, 민우회에서는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신입회원 세미나 <멋진 페미니스트 되기 : 환절 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희진 님의 책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고 이야기하며 여성주의를 알게 되는 아픔과 기쁨을 함께 나 누고 있어요. “서로 다른 이유를 가지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민우 회에 가입했지만 이야기 나누다 보니, 나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 들도 나와 같이 불편했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고, 같은 책을 읽고 서로 다른 시각과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 하면서 시야가 양 옆으 로 30도 정도는 더 넓어진 것 같아요!!” <막심 님의 후기에서> 5월 매주 목요일 민우회 사무실

후기 민우여성학교 <나 심心 봤다>

시민들에게 활짝 열린 매달 다양한 주제로 찾아가는 월간 다다익 선. 최근 보수기독교계가 동성애를 이유로 들며 압력을 가해 국 회에서 차별금지법 발의가 철회되었습니다. 이에 성경에서의 동 성애, 종교와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강연을 추진하였고, 섬돌 향린교회의 임보라 목사의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기독교가 우리 사회에 뿌린 잘못된 인식과 종교적인 폭력 행위에 대해 기독교 내부의 양심과 희망을 보여준 강연이었습니다. 저 역시 기독교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가지고 있었는데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 은 시간이었어요.” <박집사 님의 후기에서> 5월 14일 민우회 교육장(원경선 배움나루)

후기 여성영화제 캠페인

요즘 당신의 마음은 어땠나요? 한국 여성들에게만 있다는 화병, 증가하는 여성 우울증, 아이와 분리되지 않는 삶에 대한 고민들 을 민우여성학교에서 고민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화 병에 갇힌 ‘나’를 구하는 방법이란 주제로 이유명호 선생님의 강 의를, 여성우울증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탐구하는 이진희 선생님 의 강의를, 성과주의 사회에서의 모성에 대한 이경아 선생님의 강 의를 3주 간에 걸쳐 진행하였습니다. 4월 매주 화요일 민우회 교육장(원경선 배움나루)

매년 돌아오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여느 때처럼 부스를 차렸습 니다. “저것만은 없애버리고 싶다_ 콕 찍어 쏴 맞추는 분노의 앵 그리버드”, “응원하고 싶은 누군가를 위한 메시지_ 독특한 버튼 직접 만들기”, “듣다보면 저절로 귀가 솔깃_ 쫄깃한 이야기로 민 우회와 가까워지기” 등의 알찬 내용으로 준비했어요. 갑작스런 초여름 날씨에도 많은 회원들이 성원해 주시고 새로운 회원도 만 날 수 있었던 주말이었답니다. 5월 25일,26일 신촌역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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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손주돌보미 사업’은 국가보육제도의 부실함을 할머니 에게 떠넘기는 제도 여성이 일하기를 원할 때, 양육을 부모 세대에 의존하게 되는 이 유가 무엇인가. 우선 한국 기업들이 대부분 아이를 키우면서는 도저히 일할 수 없는 노동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 해 남편과의 공동 양육은 문화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쉽지 않 고, 민간 어린이집은 신뢰할 수 없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그 수가 적어 대기기간만 몇 년이다. 그래서 결국 찾는 해결책이 할머니 다. 이런 상황에서 ‘손주 돌보미 제도’를 시행한다는 것은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을 그대로 둔 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어불성설,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임시 대처이다. 또한 보육제도는 보육을 엄 마의 일에서 공동체의 일로, 가족의 책임에서 국가의 책임으로 바꿔나가기 위한 제도여야 한다. 하지만 ‘손주 돌보미 사업’은 보 육을 엄마의 일에서 할머니의 일로 바꾸는 제도, 국가보육제도의 부실함을 가족의 몫으로 떠넘기는 제도이다. 3월 20일 한국여성민우회

논평 ‘엄마’ 일자리 실정 모르는 가산점제에 반대한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임신 출산 육아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었으나 재취업할 의사가 있는 경력단절여성의 가산점제’를 발의했다. 그러나 ‘엄마’ 노동자라는 이유로 한 부당해고와 고용 상 불이익은 너무나 만연해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필요한 것은 가산점이라는 특혜적 접근이 아니라 해고와 차별을 금지하는 현 행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이 제대로 지켜지는 사회가 되 는 것이 우선이다. 차별에 대한 시정방안을 제출하기 보다는 마 치 ‘시혜’하듯 가산점제를 남발하는 새누리당의 근본 없는 ‘해법’ 은 문제적이다. 누군가에게 ‘혜택’이 되면서 동시에 누군가에겐 ‘차별’ 또는 ‘탈락’이 되는 한정적 제도가 아니라 차별해소를 위한 보편적인 방식의 정책접근이 필요하다. 4월 17일 한국여성민우회

기자회견 박근혜 대통령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폭 력 사건 무마 은폐 의혹을 밝히고, 고위공직자 성폭력 근절 대책을 마련하라! 방미 수행 기간 중 일어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폭력 사건 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이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한국문화 원, 주미대사관, 청와대 관계자가 이 사건을 무마하고자 압력을 가하고 윤 전 대변인의 도피 귀국을 도왔다는 의혹이다. 만일 이 러한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성폭력을 심각한 범죄로 인식하기보 다 적당히 무마시킬 수 있는 개인의 사소한 실수나 스캔들로 치 부하는 박근혜 정부의 낮은 인권과 성평등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 다. 이번 성폭력 사건의 책임은 가해 당사자 개인뿐 아니라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청와대, 즉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있다. 고위공 직자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근절되지 않고 재발되는 이유는 그 간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사건을 축소, 무마해왔던 관행 때문 이다. 이러한 관행이 변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제도마련도 성폭력 근절을 위한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없다.

#개미마이크 @womenlink 보건복지부에서 어린이집보육비실태조사 결정. 보육비지원 이 세금으로 민간어린이집 배불리는 정책 안 되려면 꼭 필요 한 조치. 그런데 행정조치 기준이 보육료 한도액을 20% 초 과하는 어린이집? 그럼 20%만 안 넘으면 법정한도액 초과 해도 된다는 얘기? 3월 19일 ‘화학적 거세 확대’로 성폭력 얼마나 예방할 수 있나. 화학적 거세 대상자는 극히 소수일 뿐. 한정된 예산을 어디에 쓸지 는 관점의 문제. ‘보여주기’가 필요한 것이 아닌 ‘변화하기’ 정 책이 필요하다. 3월 20일 노동부 고용평등정책관(과) 폐지! 여성고용과가 고용평등정 책관에서 인력수급정책국 산하로 개편. 고용평등관점이 아 닌 인력수급관점으로 여성고용을 보겠다는 것? 새 정부의 고용평등정책 부재에 큰 우려를 표한다. 3월 28일 할당제 관련 의견에 ‘능력’과 ‘경험’ 부족을 언급한 것은 현재 상황을 정당화하는 데 활용되는 진부한 구도를 여가부장관 이 불러일으키는 셈. ‘구조적 젠더 불평등’을 인식하고 시정 해야 하는 여가부의 관점과 의지가 어딜 향해있는지 우려스 럽다. 3월 29일 생활안전지도는 범죄발생현황을 지도로 알려 범죄를 예방한 다는 황당 정책. ‘안전’으로 포장된 범죄현황지도는 두려움과 공포를 고조시키는 불안지도가 될 뿐.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대책을 내놓길. 제발! 4월 10일 민우회로 공문을 한통 받았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미래 여 성인재 10만 양성 프로젝트’를 통해 여성인력의 기용과 사회 참여를 확대한다죠? 그런데 그 방법이 민우회 대표와 임원 을 국가인재DB에 등재하는 것이 10만 양성 프로젝트의 방 안? 단순 DB등록이 아니라 적극적 고용조치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수립이 필요합니다. 4월 16일 어제, 낙태로 전남편에게 고발당한 여성의 재판에 동행했습 니다. 남성의 복수와 금전적인 목적으로 악용되고 있는 낙태 죄의 현실이 여성의 이름 앞에 놓인 ‘피고인’이란 단어와 겹 쳐지자, 이 나라가 무서워졌습니다. 인권이란 단어가 낯설어 집니다. 낙태를 줄이는데 정말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인권의 족쇄가 되고 있는 형법269조 의 낙태죄는 반드시 없어져야 합니다. 5월 3일 방문진이 제2의 김재철인 김종국 대전 MBC 사장을 MBC의 수장으로 선임한 것은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다 하길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짓밟아버린 처사이다. 국민 무서 운 줄 모르고 박근혜 정권의 방송장악을 적극 돕고 있는 방 문진은 국민의 심판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5월 3일

5월 16일 한국여성민우회 외 여성단체들, 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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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칼럼 창

앤절리나 졸리는 도마뱀이 될 수 있을까? 백영경 | 여는 민우회 이사

도마뱀은 적을 만나면 스스로 꼬리를 자르고 도망간다고 한다. 먼저 있던 꼬리와 아주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꼬리는 새로 자라고 도마뱀은 그렇게 살아간다. 앤절리나 졸리도 도마뱀이 부러운 사람이었을까? 어머니와 이모가 난소암으로 투병 끝에 사망한

인다. 그러면 이 많은 장기를 다 도려내야 할까? 그

가족력이 있는 졸리는 유전자 변이에 의한 유방암

나마 유방을 절제해도 남아 있는 유방조직에서 암

발병 가능성을 낮추기 위하여 지난 2월 유방절제와

이 생길 수 있고, 심지어는 유방절제가 발병률은 낮

재건 수술을 받았다. 곧 난소제거 수술도 받는다고

춰도 생존율을 높인다는 근거는 없다고 한다.

한다. 위험을 감지하자 신체 일부를 분리해버리고 위험에서 도망가는 행위는 완전 도마뱀이다.

또한 가족들은 유전자 외에도 생활환경이나 습 관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서 브래커 유전자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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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도마뱀이라고 꼬리 자르고 도망가는 것으

지고 있다는 것이 과연 정확히 얼마나 위험을 증가

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겠나마는, 인간의 경

시키는지도 사실은 잘 모른다고 한다. 그러니 졸리

우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아무리 잘라내도 위험은 남

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라고 하는 수치는 사

는다는 사실이다. 졸리가 예방적 유방절제수술을

실 의사들도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는 엉터리다. 인

받게 된 것은 ‘브래커’라고 읽는 BRCA 유전자에 변

간이라는 유기체는 너무 복잡해서 그렇게 암에 걸

이가 생기면 실제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변이가 없

릴 확률을 뽑아내지도 못하고, 또 그런 계산을 할

는 여성에 비해서 다섯 배까지 높아진다는 통계 때

만큼 암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다. 게다가 유방암

문이다. 그러나 사실 그렇게 따지면 브래커 유전자

이 모두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도 아니고, 유전자 변

는 췌장암과 담낭과 담도암, 대장암, 위암, 자궁경

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암으로 이어지게 하는

부암, 자궁체부암, 남성유방암 등의 위험을 모두 높

요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연구 중이다.


물론 유방암에 걸린 가족이 있다면 그 자녀나 친척 들은 그 병에 아무래도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조심 을 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일 게다. 그렇지만 그 병 에 얽매여 두려움에 사로잡혀 살아간다면 그 자체로 도 문제지만, 특정 질병이 유전자에 의한 운명이라는 생각은 결국 가족들에게 사회적 낙인을 가할 수밖에 없으며 많은 차별을 낳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실 질 병이 한두 가지인가? 결국은 생로병사를 겪게 마련인 인간이 질병을 두고서 확실한 걸 추구할수록 돈은 돈대로 쓰고 근심은 늘게 되어 있다. 게다가 유전자 변이에 의한 유방암조차도 환경적 인 요인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 환경적인 요인이라 는 것은 단순한 검사나 수술로 고쳐지는 것이 아니 다. 동네에 지나가는 고압선이며, 방사능이 나오는

■ 유방암 캠페인의 현실을 조명하는 다큐 <핑크리본 주식회사>

아스팔트, 공사장에서 나오는 석면 폐기물, 지나치게 긴 노동시간, 쉬쉬 덮으려고만 하는 산업재해와 환경

병에 대한 불안이라는 것이 결국 잘라도 잘라도 결

오염 등, 내 한 몸을 돌보기 위해서라도 신경 써야 할

코 깨끗이 잘라질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면, 정말 우

문제가 한 둘이 아니다. 이런 문제는 다 덮어두고 유

리가 잘라내야 하는 것은 뭔가 돈을 좀 들여서 나의

전자 검사와 새로운 치료법에만 매달리는 태도는 사

건강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고 질병을 예방할 수

실 도마뱀이라기보다는 위험에 처해서 머리만 숨는

있는 방안이 있을 것이라는 그 생각 자체가 아닐까 한

다는 닭의 태도에 가깝다.

다. 몸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 내 마음대로 움직여 지지 않는 것, 아프고 나이 들고, 다치고 늙어서 죽게

사실 졸리의 선택을 둘러싼 보도에는 마음에 안 드

되는 일이란 결국 우리가 안고 가야할 삶의 일부이지,

는 구석이 한 둘이 아니다. 기사에 달린 수많은 댓글

잘라낼 수 있는 도마뱀의 꼬리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

들은 졸리의 가슴이 어떻게 되었을까에 지극한 관심

들여야만 내 몸을 제대로 돌볼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을 보이면서, 복원술로 더 “빵빵해졌을 것”이라는 기

시선이 획기적인 무엇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헛된 약

대를 숨기지 않았다. 졸리 본인 역시 유전자 변이에

속을 파는 사람들에게 지불할 돈을 벌기 위해 허덕이

의한 유방암이 일부일 뿐이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는 동안, 당장 오늘의 내 삶은 조금씩 썩어 들어가면

제3세계의 안타까운 여성들 타령을 해대면서도, 막

서 암세포를 키우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상 유전자검사가 왜 그렇게 비싼지 특허 문제는 비판 하지 않았고, 이 와중에 결국 가장 이득을 본 것 은 브래커 유전자 검사 특 허를 가진 회사였다.

백영경 여성의 건강 문제에 관심을 가진 문화인류학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가 직장이다. 황 우석 사태를 거치면서 한국여성민우회와 인연을 맺게 되어서 정책위원을 거쳐서 지금은 이사까지 되었다. 사회적으로 훌륭한 생각을 가지고 활동하는 주위 사람들도 갑자기 본인의 건강 문제에서 는 내 몸 따위는 나 몰라라 하거나, 거꾸로 내 한 몸에 좋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욕심을 내는 극단 사이를 오가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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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터뷰

운동을 이어가는 힘을 엿본 시간,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 강경희를 만나다. 인터뷰 : 강선미(폴) | 여는 민우회 여성노동팀, 문성훈(나은) | 여는 민우회 여성건강팀 정 리 : 여는 민우회 편집팀

한국여성민우회 재정감사를 맡고 계신 강경희 선생님을 만났다. 10여년 간 한국여성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여성운동의 한 축으로 활동해 오셨다. 여전히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아시아위민브릿지 두런두런, 재단 살림이 등 사무실 세 곳을 분주히 오가며 일하고 계신다. 최근 타계하신 박영숙 선생님의 단짝과도 같았던 강경희 선생님을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사무실에서 만났다.

처음에 어떻게 사회운동에 참가하시게 되었어요?

저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어요. 대학 1학년 때 전 국 가톨릭 대학생 협의회 성지순례에 참여해서 미

어도 많이 늘었고요. 그때 정말 많이 성장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천주교 사회문 제연구소에서 일했답니다.

사 반주를 도맡아 했어요. 제가 원래 누가 시키기 전에 알아서 잘 하거든요. 전국 모임에서 이것저것 나서서 하니까 당시 선배들이 저를 열심히 키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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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운동을 하시면서 교회 안의 성차별에 대해서 도 목소리를 많이 내셨지요?

고 했죠. 그러면서 사회의식에 눈을 떴어요. 세미나

교회에서도 전반적으로 남성이 주된 역할을 하고

도 하고 활동도 하고, 덕분에 졸업은 겨우 할 수 있

여성이 부수적인 역할을 하는 문제가 있어요. 대표

었죠. 졸업 후엔 국제 가톨릭 대학생 운동 아시아

적인 것 중 하나가 미사포예요. 미사를 볼 때 여성

사무국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제가 처음으로 가서

들이 미사포를 쓰게 되어 있어요. 속설이 여러 가지

4년 동안 외국에서 많은 걸 배웠어요. 재정도 담당

인데 여성이 하늘을 대할 수 없는 죄인이라서 가려

하고 6개국 대상 사업을 담당하면서 자연스럽게 영

야 한다는 뜻도 있어요. 한국 교회에선 이런 속설


이 진하게 남아 있는데 실제 외국 가보면 안 그렇거든 요. 제가 미사 반주를 오래 했거든요. 미사포에 항의 하는 뜻으로 저는 일부러 안 쓰는데 어떤 분이 와서 씌워 주더라고요. 깜빡했나 하신 거죠. 지인이 제가 이탈리아 여행을 간다니까 미사포를 사다 달라고 하 셨어요. 그런데 정작 로마에선 그런 걸 별로 찾아볼 수가 없더라고요. 안 쓴다는 얘기잖아요. 그런데 왜 굳이 한국에서만 그런지... 얼마 전 영국에서 성공회 미사에서 여성 사제가 집전하는 걸 처음 보고 얼마나 감동받았는지 몰라요. 그 외에도 신부와 수녀에 대한 태도가 많이 다르죠.

한국여성재단에서 사무총장으로 오래 일하셨어요.

한국여성노동자회 영문뉴스레터 제작 일을 도와주 고 있었어요. 그때 이철순 회장이 여성재단 사무총 장 뽑으니까 면접 보라고 제안을 했죠. 사실 그때까 지도 여성운동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어 요.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여성평우회가 만들어지던 시절에 토론회에 간 적이 있는데 여자들이 모여서 언 쟁을 위한 언쟁을 하는 것 같고 너무 시끄럽기만 하다 는 편견을 가지게 된 거죠. 그래서 제가 먼저 석 달 수 습기간을 갖겠다고 했어요. 여성재단 일을 하려면 여 성NGO들을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데 석 달 안에 그 런 마음이 생기면 일을 하고, 아니면 안 하겠다는 생

여성주의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신앙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요,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 한편으로 신앙과 충돌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대체 어떻게 신앙 을 유지하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각이었어요. 일을 시작하고 여성단체들을 찾아다녔 죠. 제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일한 적이 있거든 요. 지원받는 기관들이 돈 주는 곳에 너무나 굽신굽 신 하는, 앞에서만 잘 보이려는 모습들이 종종 있어

홍콩에서 일을 마친 뒤 운 좋게 석 달 동안 아일랜드

요. 그런데 여성단체들은 찾아가면 거의 홀대하다시

에서 신앙워크숍에 참가한 적이 있어요. 거기에서 어

피 하는 거예요. 약속시간 맞춰가도 회의 안 끝났으

떻게 하면 신앙을 유지할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는

니 끝날 때까지 알아서 기다리라고 하고. 여성재단에

데, 어떤 신부님이 믿음이 충만할 땐 그걸 즐기고, 식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고. 제가 모금 관련 활동 하면

었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두라고 하시더군요. 신앙이

서 늘 강조한 것이 ‘주는 손은 겸손하게, 받는 손은 당

끓어오르지 않는다는 걸 걱정하지 말라고, 사제들도

당하게’예요. 그만큼 자기들의 활동과 운동에 대한

똑같다고요. 그 말이 참 위안이 되어서 편안하게 신

당당함과 자부심이 있다는 게 느껴졌고 그때부터 여

앙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보통 식사 전, 운전 시

성운동에 반했어요. 대표와 활동가들 사이에 격의

작하기 전, 자기 직전에 습관처럼 기도를 하는데 나

없는 모습도 그렇고요.

를 객관적으로 점검해주는 계기인 것 같아요. 명상과 반성의 시간이 되거든요. ‘성찰’이라는 측면에서 여성 주의와 종교가 통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처음부터 여성주의자는 아니었어요. 페미니즘은 자 기 성찰을 중심으로 만들어가잖아요. 진솔해져야 하 고. 저는 그 부분을 종교를 통해서 많이 훈련했거든 요. 그래서 여성주의적 성찰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 었던 것 같아요.

2013.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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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터뷰 | 운동을 이어가는 힘을 엿보다, 강경희

성찰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봐요. 그때 갑작스레 정부 지원도 늘어났고 재정도 안정화 되고. 준비 없이 ‘사 는’ 형편이 갑자기 확 풀려서 부작용이 많았다고 생각 해요. 지속가능성의 원동력을 만들기 위해선 투자와 조직적 노력이 같이 가야 해요. 이 문제에 대해서 중 요성은 아는데 힘의 안배가 잘 안 되어요. 뒤로 밀려 서는 안 되거든요. 운동가가 운 좋게 가족 잘 만나면 오래 버티고 안 그러면 일찍 접고. 이래선 안 돼요. 매 년 단체들이 계획 짤 때 늘 미흡한 것 같아요. 특히 리 더들이 굳게 마음을 먹어야 해요. 젊은 활동가들은 꿈을 많이 꿀 수 있어야 해요. 반면 오래된 활동가들 여성재단에서 박영숙 선생님(전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은 몽상하면 안 돼요. 현실적으로 일을 벌여야 하죠.

과 인연이 시작되었지요?

박영숙 선생님 리더십은 정말 대단해요. 제가 사무

마지막으로 민우회에 하고 싶은 말씀은요?

총장이 되고 나서 영어 연설문을 대신 작성해 드린 적

민우회 총회에 가면 여자인 게 뿌듯하고 자랑스러워

이 있어요. 그런데 왜 자기 일을 네가 했냐면서 그냥

요. 저는 민우회의 별칭 문화가 참 좋다고 생각해요.

자유롭게 연설 하시는 거예요. 그러면서도 저 무안하

운동은 치고 나가는 게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민우회

지 말라고 제가 쓴 내용을 섞으시고. 가방 들어 드리

가 많이 알려진 조직이고 굉장히 커다란 조직이거든

려고 했더니 네가 무슨 가방 모찌냐, 네 짐이나 잘 들

요. 생소한 사람들도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좀 더 고

라며 되레 면박하시고. 처음 일할 땐 공문이 올라올

민했으면 해요. 멋지긴 한데 다가서기엔 용기도 필요

때마다 하나하나 빨간 펜 들고 고치시는 거예요. 그

해요. 별칭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사람도 있더라고

게 얼마나 창피하던지. 그런데 한 달이 지나니까 자기

요. 치고 나가되 아우르고 문 열어주는 자세가 있으

한테 찾아오는 모든 이들에게 앞으로 사무총장이랑

면 좋을 것 같아요.

얘기하라고 하시는 거예요. 한 달 동안 지켜보고 저 를 믿어 주신 거죠. 사람이 화 낼 때도 있잖아요. 그런 데 절대 두 번은 얘기 안 하세요. 돌아가시기 직전 마 지막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 라요. 민우회 활동가들이 보낸 편지를 받고 참 좋아 하셨대요. 오랫동안 사회운동을 하고 계신데, 여성운동의 지속가 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고민하세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 대한 NGO들의 평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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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새 가족. 함께 살기를 돌아본다

기획 소개

혹시 문소리와 엄태웅이 출연한 영화 <가족의 탄생>을 기억하세요? 극중 문소리는 난데없이 동생 엄태웅이 데려 온 그의 연인, 고두심과 한 집안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인연은 얽히고 설켜 말 그대로 ‘새로운 가족’이 탄생하게 되죠. 전주, 부산 국제영화제를 통해 화제가 된 독립영화 <다섯은 너무 많아>의 내용을 볼까요? 서른 살 여성의 단칸방에 갑작스레 16살 가출소년이 눌러앉게 됩니다. 여기에 중국동포 여성, 분식집 남성 등이 점점 늘어가게 되죠. 최근 방영되는 TV 주말 드라마, 일일 드라마에서도 한 집안 내의 새로운 관계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혈연 가족으로부터 오는 답답함과 고통 때문에 독립을 추구하고 혼자 살아가기도 하지만 또 혼자서는 외로운 탓인지,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누군가와 한 지붕 아래 함께 살아갑니다. 거기에서는 또 어떤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을까요? 우리는 어떤 상상력을 품을 수 있을까요? ‘함께 살기’에 대한 회원들의 이야기, 함께 들어가 봅시다! (편집팀)

2013.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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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함께 살기 15년 기념. 그야말로, 공생의 조건 오이 | 여는 민우회 회원

누군가의 외로움에 대한 질문에 난 매번 외롭지 않다는 대답을 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외로움’을 잠깐 느낄 수는 있으나 길게 나를 누르는 주제는 아니다. 같이 살고 있는 박뽕은 이렇게 말하겠지. “다 내가 있어서 그래.” 그렇다. 내가 외롭지 않은 이유의 큰 부분은 내 삶에 박뽕 이라는 친구가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친구인 동시에 15년을 함께 살고 있는 박뽕은 나

일단 우리가 어떻게 같이 살게 되었는지 박뽕에

에게 어떤 존재감을 갖고 있나. 항상은 아니지만 그

게 물었다. “언제적 얘긴데 그런 걸 기억해.” 박뽕의

래도 꽤 자주 내 편이 되어줄 거라는 믿음, 내가 이

일축. 그런 거 물을 때는 지났단다. 그런가? 함께 살

성을 잃고 흥분을 할 때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얘기

면서 깨닫게 된 것, 얻은 것들을 생각해보는 것도 좀

를 해 줄 거라는 기대, 꼬리를 무는 복잡한 생각과

거시기 하다. 너무 추상적인 얘기이기도 하고 15년

극도의 심한 걱정에 대한 단순한 해결 제시 등 나의

동안 함께 살면서 깨닫게 된 것인지 본래 갖고 있는

심오하고 꼬인 성격을 대적할 태도와 인격을 갖추었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함께

다고 생각하는데... 쓰다 보니 본래 그런 인물이라

잘 살기 위한 핵심 포인트 정도는 있다. 뽑아볼까?

같이 살게 되었는지, 같이 살다 보니 이런 존재감을 느끼게 되었는지는 아리송하다. 15년은 너무 긴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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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인 게 분명하다. 여튼, 우리는 도대체 왜, 어떤 마

참을 수 있는가?

음으로 15년 넘게 함께 살며, 서로 어떤 평가를 하고

1. 누군가 함께 살기 전, 상대방과 나의 다른 점

있는가. 15년동안 (그 어렵다는) 함께 살기를 하며

이 서로 참을 수 있을만한 정도인지는 파악하고 있

베프를 유지하고 있는 내공과 노하우가 무엇인가.

는 것! 즉, 내가 참을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참


을 수 없는 부분이 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예를

마음이 없어야 오래 같이 잘 사는 것 같다. 박뽕과 나

들어 나와 박뽕은 진짜 게으르고 지저분한 사람과는

의 15년 노하우의 가장 큰 것이기도 하다. 내 카드로

못 산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나와 박뽕

긁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것 말이다. 언젠가 상대

은 안 게으르고 안 지저분하다.^^) 만약 공통점이 아

방도 긁게 되어 있다. 절약정신이 깔려있지만 쓸 때

니었다면 누군가 맞춰주든지 흔쾌히 참아주든지 둘

쓸 줄 아는 경제 센스, 돈에 대한 ‘경우’가 있는 사람

중의 하나는 해야 같이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나처럼

되기는 함께 살기의 기본!

친구 동거가 아니라 연인사이라면 참기도 하고, 애정

4. 공통의 관심 주제와 무엇을 보고 반응하고 판단

으로 극복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혹시나

하는 방식이 비슷하면 대화도 통하거니와 서로에게

있다면... 사랑 이딴 것들로 극복이 안 되는 ‘생활의

영감을 주고받는 시너지 효과로 작동한다.

발견’을 강조하고 싶다. 그래서 만난 지 얼마 안 되어 함께 살기 또는 결혼을 고려하는 커플에게 난 넌지시 얘기하곤 한다. 빨리 헤어지고 싶으면 같이 살라고.

15년간 함께 했던 시간을 염두에 두고 뽑았지만 또 다른 사람하고 살아보면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 각도 든다. 너무 오래 같이 살아서 서로가 기준이 되 어 버린 관계라 이거 원... 할 수 없다. 15주년 기념 ‘그

집안일은 기본

야말로, 공생의 조건’은 일단 급마무리 해 버릴테다.

2. 흔한 주제이기는 하지만 ‘가사노동의 분배’는 함 께 살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자 민감 한 덩어리. 날이 갈수록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점

오이 : 박뽕아. 마지막으로, 우리 앞으로 어떻게 살 건지 잘 미화시켜서 얘기해봐라.

점 스트레스를 받고 갈등의 주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

박뽕 : 왜? 누가 내 미래를 궁금해 해?

다. 둘이 살면 둘이 책임진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오이 : 그래도 해. 어떤 미래를 꿈꿔?

처리하고 신경 써야 할 온갖 일들 - 물 새는 것부터

박뽕 : 난 미래에 대해 별로 생각 안 해.

마늘 떨어진 것까지 - 이 있는데 무신경, 무관심하면 완전 열받음이다.

하지만 친구이자 가족인 박뽕과 나는 (복지국가가 되기 전까지는) 서로가 서로의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 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서로의 건강도 챙기

넉넉해져라

게 된다. 왜냐? 아프면 간호해야 하니까. 오래 살다보

3. 상대방의 입에 들어가는 것(음식, 간식 등)을 아

니 미래를 같이 구상하는 관계는 당연하고 서로가 서

까워하지 않는 마음. 즉, 경제의 문제다. 처음에는 식

로의 운명공동체이라는 사실 역시도 의심하지 않으

생활비와 공과금을 어떻게 할 것인지 합리적 배분을

며, 이것이야말로 공생의 조건이 되었다.

한다. 하지만 생활이라는 것이 그렇다. 먹고 싶은 것 이 다르고 갑자기 사야하는 것도 생긴다. 따지기 시 작하면 못 산다. 누가 더 먹는 것도 같고, 내가 더 많 이 낸 것도 같고, 본가에서 조달되는 음식과 물품에 대한 기여분도 인정받고 싶고...때문에 ‘정확히’ 나눈 다는 의미가 퇴색되는 관계가 되어야, ‘정확히’ 나눌

오이 기쁜 일, 즐거운 일이 있을 때마다 500원씩 넣는 돼지저금통이 한 달째 굶고 있다. 나에게 500원을 넣을 기회를 주세요.

2013.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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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서로를 지지하는 세 평 남짓한 마음의 거리 숨su:m | 여는 민우회 회원

사람 나이 ‘다섯’이면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고 나이가 들수록 누구 눈치 보지 않고 하염없이 상념에 잠기고 싶을 때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웬걸 우리가 겪어온 관계들은 그걸 그냥 놓아두지 않는다. 이럴 때 혼자만의 방이라는 건 상상만 해도 황홀한 꿈이지만 사실 공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관계를 지속하려면 어느 정도는 숨통을 틔워 주어야 하는데 보통의 애착관계들은 그 거리두기가 그렇게 힘들 수가 없다.

스무 살이 되어 자연스럽게 원 가족에서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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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걸 알아차리며 살아갈 것인가

나와 살면서는 천방지축으로 거침없이 살았던 것

벌써 십 수 년 전의 일인데 같이 사는 후배가 머리

같다. 신기한 건 기숙사에 살거나 혼자 자취를 할

카락 한 올이 떨어져도 스트레스를 받으며 치우는

때도 늘 사람들과 교차하고 있었고 언젠가 부터 친

모습을 보고 나는 ‘너무 그렇게 살지 마라’고 했고,

구들과 ‘함께 살기’를 하고 있다는 거다. 그 이유가

그때부터 후배는 나만큼 너저분(?)하게 살기 시작

사람과의 관계가 필요해서거나 경제적인 조건을 고

했다. 그로부터 삼 년 뒤에 후배가 사는 집에 놀러

려해서 일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내가 선택하는

갔는데 그렇게 반짝이게 깨끗할 수가 없었다. 머리

함께 살기를 통해서 이전의 함께 살기에서는 겪어

카락이 우수수 떨어진 화장실에서 범인을 색출하

보지 못한 ‘어떤 걸 알아차리며 살아갈 것인가’인 것

는 모습을 보며, 저 친구가 어떻게 나와 몇 년을 함

같다.

께 살아 주었을까 싶었다. 후배가 자신의 습을 기꺼


함께 살기, 관계 맺기의 미학 그러고 보면 한 집에서 산다는 것은 나를 반영하는 관계 맺기의 미학일지도 모른다. 만나고 헤어지고 성 장하고 자신의 한계도 알아가는, 애인과 가족과 친구 등의 관계 맺기가 가진 여러 버전 중 하나가 아닐까. 여행을 가거나 기념일들을 챙기는 대신 보일러를 점 검하고 공과금을 제 때 내는 일들이 있다. 부모를 부 양하고 애인과 섹슈얼한 관계를 가지는 대신 함께 사 는 이와는 말벗이 필요하거나 혼자 있고 싶을 때 배려 해 주는 일을 할 때가 있다. 음식을 함께 나눌 때도 있 이 놓아 버린 것이고 그걸 내가 요구한 거라 생각하니

고 각자 먹을 때도 있으며 가끔은 수다도 떨고 더 가

아차 싶었고 후배에게 고마웠다.

끔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한다. 더 긴 시간 동안

물론 그 뒤로도 함께 사는 이들과 여러 어려움과 즐

은 각자의 시간을 보내면서 말이다.

거움이 있었지만, 나름 잘 살았다고 생각하는 걸 보

따로 또 같이 수많은 접속이 이루어지는 ‘우리의 집’

면 나 혼자 속편한 것이었을까. 하우스 메이트와 백

이라는 공간은 각자의 시간 위에 여러 형태의 궤도를

년해로할 것도 아니고 따로 떨어져 살아야겠다고 판

그리며 위치한다. 그 광활한 우주 속에서 자신의 마

단되면 아쉽지만 서로 갈길 가는데 복 빌어줄 수 있는

음을 다할 것, 마음을 다하기 싫다면 그것 또한 알아

정도만 잘 살면 되는 것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이것

차리는 것이 필요하다. 관계에 천착하게 될까봐 두려

이 경우에 따라서는 무척 어려운 일이어서 나처럼 운

워할 필요는 없다. 그저 ‘혼자’임을 통해서 ‘함께’를 염

좋지 않은 이상 크게 힘들어했던 지인들을 목격해 보

두에 두고, ‘함께’임을 통해서 ‘혼자’이고 싶음을 선명

니, 잘 살려고 관계에 노력하는 것을 피곤하게만 느낄

하게 반영하는 것 아닐까. 가치는 변하고 확장되기에

것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관계 역시 처음부터 의도했던 대로 되지 않는다. 각자

함께 살기를 선택한 이상 알게 모르게 에너지를 많

가 가졌던 나름의 기준은 여전히 함께 사는 일에 유

이 쓰게 된다. 나보다 깨끗한 이에게 불편함을 느끼

용한 중간 이정표가 되어 이따금씩 다시 질문하기를

는 건 내가 그 일을 공평하게 하려면 내 방만함을 버

통해서 안부나 물어주면 되지 않을까 싶다.

려야하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면 치약 짜는 것 가지

사람 사이에 벽이 있든 섬이 있든 함께 사는 사람

고 싸운다고 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습을 고수하는 문

서로에게 세 평 남짓 마음의 거리를 지켜주고 싶다.

제로 가열차게 투쟁하는 것이다. 하지만 집을 치우는 일을 비롯해서 신발을 벗어놓는 모양하며 치약을 짜 는 일까지, 함께 산다고 해서 같을 수도 없고 같아질 필요도 없다. 어떤 한 가지 습성만이 올바른 것도 아 니고 관계의 양상에 의해 양보하는 사람과 내용이 바 뀌기도 한다. 오해하지 말고 묵묵히 그 흐름을 알아 차리는 것이 관계에 대한 노력이라는 생각을 한다.

숨su:m 나고 자란 지역에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마을 구석구석이 익숙하고, 좋은 사람들과 가까이 산다. 금평 보다 은평, 대박 났다.

2013.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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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이웃이 생긴다는 것, 이웃을 만든다는 것 김희영(꼬깜) | 여는 민우회 회원

이사를 앞두고 불안해졌다. 동생과 엄마가 급하게 찾은 집이라 가보지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가리봉동 근방이라는 소식이 내 안의 편견을 깨웠다. 가리봉동이라면 서울시내 범죄율 1위라는 곳? 중국인들의 메카, 한국의 1970년대의 모습이 재현된다는 그 곳? 밤과 낮이 급격히 달라 여자가 살기는 다소 위험하다는 그 곳? 등등 주변에서 들은 말들이 떠올랐다. 나, 괜찮을까...?

스스로, 함께 사는 연습

아주 코앞에 살면서도 인사 한 마디 건네 본적이 없

서울 살이, 7년을 넘게 하면서도 사무실 사람들

었다. 경계심은 성향 탓이기도 하겠지만 세상이 그

이 근방에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동네 이웃이 있어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자취 생활이 길

본 적이 없다. 사실 필요를 느낀 적도 별로 없다. 워

어질수록 주인아저씨 뒷담화랄지, 날씨는 어떻다는

낙 경계심이 많은 성격도 있겠고, 혼자 살다 보니

둥의 이야기가, ‘아는 사람’ 있다는 그 살가움이 그

동네 슈퍼에서 아저씨가 아는 체를 해도 ‘내 얼굴 어

리워질 때가 있다. 커피 한잔 하며 일요일 저녁의 스

떻게 기억하지?’ 싶고 찝찝하다. 특히 성폭력, 여성

산함을 함께 마주할 이웃이 있으면 좋겠다고 여기

살해 기사가 신문을 도배하는 시기에는 더 강화되

는 것이다. 카레를 한 솥 가득 끓일 때면 “맛 좀 볼

는데 취기가 없이 늦게 집에 갈 때나 윗집에서 쿵쿵

래요?”라거나 “이번 카레에는 토마토를 넣어 봤는

들리는 소리도 모두 ‘낯설게’ 들리곤 한다. 더 외롭

데 어때? 망한 것 같니?”라며 나눠줄 수 있는 그런

고 두려움도 커지곤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웃

밤의 시간을 갖고 싶어졌다. (사실 누군가 줬으면 싶

의 필요를 절실히 느끼기도 한 시간이었다.

었을 때가 더 많지만.) 어디든 혼자 아무런 간섭 없

매일 얼굴을 보고 옆집 통화소리까지 들릴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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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절박한 때가 있었다.


아무도 나를 건들지 않는 그 안전한 공간이 필요했다.

저기요… 옆집으로 이사 왔어요

그 시간을 겪으니 <혼자> 넘어 <함께> 라는 주제를

경계하는 마음은 서로를 움츠리게 만들었다. 특히

아주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되었다. 여성으로 사는 것

여성인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두려움을 요

은 언제나 ‘혼자도 살 수 있다’와 ‘함께 살고 싶다’라는

구받고 심지어 숨어 지내야 한다는 희한한 통념은 생

두 개의 마음이 충돌하면서도 공존의 필요를 깨닫는

각할수록 화가 난다. 숨지 못할 팔자라면, 먼저 인사

과정이었다.

를 해버리고 나 여기 있다고 외치는 게 나을 수도 있 다. 이사를 하고 며칠 뒤, 처음 만난 옆집 여자 분과 출근 시간이 같아 몇 초 주저하다 인사를 건넸다. “안

회원 중에 구로동 사는 사람~

녕하세요. 저 옆집으로 이사 왔어요.” 그 분도 처음엔

동네 걱정이 한참인 때 누군가 “회원인 달리도 그

무서운 표정이었는데 인사하자마자 활짝 웃으며 자

동네 살지 않아?”한다. ‘아, 맞아! 달리가 있었지.’ 싶

기도 자매랑 산다며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게 됐다.

어 달리에게 이사 소식을 전했더니, “너 혹시 00아파

그 다음부터도 만날 때 이 몹쓸 낯가림 때문에 만날

트야?” “응, 그 아파트 000동인데.”

때 여전히 어색해 죽겠지만 그래도 정말 마음이 달라

“얘야 나 그 옆 동이구나.” 오마이갓! 정말이야? 급

졌다.

박하게 ‘가리봉동 포비아’를 얘기했더니 “그거 다 편

주말아침에 옆집이 현관문을 활짝 열어 놨다. 고소

견이야.”로 한 큐에 정리해주는 달리 언니의 쌈박함

한 찌개 냄새가 확 풍긴다. 나와 동생도 환기한다며

과 가까운 이웃이 생겼다는 안도감에 마음이 한결 편

문을 활짝 열어 놨다. 공존은 어떤 저항보다 힘이 세

해졌다. 달리의 소개로 또세, 엄산 등 다른 회원들도

다.

근방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른 회원들 과도 함께 만나자며 집 앞 까페 담소를 추진 중이다. 동네 도서관 투어도 예정되어 있다. 이웃이 생긴다는 것은 큰 심리적 위안처를 얻는 것이기도 했다. 함께 잘 살기를 탐구해볼 수 있는, 일상과 삶이 바뀔 수 있 는 것이었다.

김희영(꼬깜) 여러분도 동네에서 회원 찾고 싶으신 분들은 민우회 방문할 때 회원 중에 동네 거주자 있는지 물색해보세요! 하핫

2013.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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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람 활짝

요즘 뜨는 새싹 소모임 김진선(제이) | 여는 민우회 회원복지팀

봄에 생긴 여섯 개의

신설 소모임.

민우회 안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어요. 그 바람 속으로 살짝 들어가 보았습니다. 소모임 회원 한 명씩 말로 또 글로

간단 인터뷰를 해보았어요!

◆ 본다Q / 김현지(하늑) 리라는 장르를 좋아한다. 그리고 말하는 것도 좋아하고. 좋 아하는 것들의 조합이었다!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ㅋㅋㅋ 각 자의 경험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서로 나누면서 생각의 지 평을 넓히는 값진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고 듣고 느끼며 내 삶을 살아내기. 혹은 어떻게 살아낼 것 인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 함께여서 좋다 :) 하늑은 무슨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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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다Q는 어떤 마음으로 들어오게 되었나?

하얀늑대의 줄임말이다. ‘다르니까 아름답다’ 기획단 뒷풀이

다양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서로의 생각과 감정, 느낌

에서 지어주셨다. 발음이 참 맘에 든다. ‘아늑’ 같기도 하고

을 나누는 모임이어서 함께하게 되었다. 원래 다큐멘터

‘아득하다’의 ‘아득’ 같기도 하고.


◆ 치즈떡볶이 / 오보람(바올) 복지는 공존할 수 없다고 하는데, 난 왠지 할 수 있다고 생 각했고, 그래서 이 모임 소식을 들었을 때 10년이 넘는 나의 고민이 또다시 뚫릴 것 같은 강렬한 촉이 왔다. 치떡 활동 을 하며 지금도 무지막지하게 신난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 는 사람들과 토론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어서. 여성주의 사 회복지실천에 대한 개념 등의 기본적인 틀을 만들어 갈 예 정이고, 올해 안에 더 많은 사람들과 우리의 고민을 나눌 수 치떡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이 질문에 답하려면 학부 때로 돌아간다. 사회복지학과에

있는 장을 만들었으면 좋겠고, 다음해에는 우리가 공부한 것들로 책 출판을? 넘 욕심이 많나...^^;

들어가서 내가 공부하고 싶은 것을 공부한다는 것은 설랬지

요즘의 관심사는?

만, 늘 무언가 해결되지 않는 느낌이었는데, 여성학 공부와

이 모임과 상관없이 개인적인 삶에선 사랑이 필요하다. 굶은

민우회 회원 활동을 하면서 막힌 변기가 뚫린 것 같은 기분

지 넘 오래돼서...힘들다. 하하하하.

이었다. 그러다보니 고민이 되었다. 선배들이 여성학과 사회

◆ Try앵글 / 봉달 들을 더 즐긴답니다. 매번 독특한 미션에 따라 재미나게 사 진을 찍어요. 문자 받고 십분 안에 사진 찍기, 집으로 가는 길 찍기처럼요. 익숙한 일상이 지루하신가요? 사진을 찍으 면 뻔한 일상이 ‘특별한 사건’이 된답니다. 나우, 이터, 코알 라, 집곰, 고래씨, 깔깔, 랠리, 봉달이 함께 하는 트라이앵글. 사진 속의 이야기들이 재잘대는 소리, 함께 들어요.’ (훌륭하다! 짝짝짝!) 요즘 내가 고픈 것은? 트라이앵글을 직접 소개한다면?

따뜻한 목욕물 같은 애인, 무뎌진 감수성을 자극해 줄 무언

‘우리는 사진을 찍어요. 작품사진? 아니에요. 전문적인 기

가, 잃어버린 언어를 돌려줄 좋은 글, 꼬인 인간관계 대처법,

술? 필요 없지요. 찍고 보고 사진에 담긴 사연을 듣는 행위

운동과 건강검진, 시원한 여름 샌달.

◆ 데굴데굴문학회 / 달은 글쓰기에 관심이 있어서 데굴데굴을 택했다. 나처럼 글쓰기 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됐다. 또 글쓰기는 혼자하면 이런저런 핑계로 잘 안 쓰게 되니까. 모임을 하면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 같았다. 모임 때마다 쿠키를 구워 와서 헐벗은 우리에게 은총을 내 려주신다. 쿠키는 언제부터 굽게 됐나? 2월에 미니오븐을 샀다. 원래 요리를 안 좋아하는데 그냥 오 소모임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가지고 시작하게 됐나?

븐 하나 사고 싶어서 샀다가, 오븐이 있으니 굽고 싶더라. 오

민우회에서 뭔가 활동을 하고 싶었다. ‘신입회원 만남의 날’에

븐은 3만원이었는데 베이킹 용품이 집에 몇 십만 원어치 쌓

참여하면서 소모임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고, 평소에

여있다.

2013.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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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람 활짝 | 요즘 뜨는 새싹 소모임

◆ 돌아온 일이삼반 / 정 는데.... 민우회에서 퀴어 소모임을 한다나, 뭐라나. 이게 너 무 솔깃한 거지. 햐, 민우회에서 퀴어 소모임을 한다고? 이 건 꼭 해야 해! 그렇게 가게 되었던 첫 모임에서 오랜만에 친 구를 만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부담은 내려놓고 즐겁게 웃 고 떠들었던 그 날! 할까 말까 간보러 갔다가 코 꿰었지만, 좋구나. 일이삼반의 매력은? 일이삼반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일이삼반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솔직하다는 매력이 있지. 그

회의에서 만난 폴은 옆에 앉은 나에게 빵긋 웃으며, “정 안

런 점에서 서로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할 수 있다는 게 제일

녕?!”하고 말을 건넸다. 그리고 나는 폴에게 급속히 꼬여드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 밍크

농구 소모임 <밍크>는 현재 첫모임 진행 후 아직 본격적으로 공을 갖고 놀기 전, 이제 막 슬슬 움직이려 하고 있다고 합니다. 농구를 해보고 싶었지만 지금껏 기 회가 안 되었던 회원, 몸을 움직이는 활동적인 모임을 원하는 회원, 전에 농구를 했었지만 그 커뮤니티의 위계적 문화가 싫었다는 회원 등이 모여 있지요. 6월5 일 저녁 두 번째 모임을 앞두고 있대요. 이 소식지를 받아보실 즈음엔 아마 한창 공 튀기며 놀고 있을 듯?! 하지만 새로운 소모임원은 언제나 누구나 대환영!

새롭게 이어지는 관계와 새롭게 쌓이는 기억이 민우회에, 민우회원의 일상에 기분 좋은 에너지를 불어 넣습니다. 소모임에 관심이 있다면? 회원팀으로 연락주세요! 02-737-5763 / friend87@womenlin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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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책꽂이

new section

너무 익숙한 말인가요?

당신의 책꽂이에서 여성주의에 대한 생각을 키울 수 있는 책을 찾아보세요. 그 이야기를 나누어 주세요.

문지은(반아) | 여는 민우회 활동가

이 짧은 글을 두 번, 세 번 고쳤네요. 이성적이고 싶었나 봐요. 하지만 솔직 하게 써야지 다른 분들도 책을 읽어보고 싶겠죠? 이 책을 추천하게 된 이유부 터 써 볼게요. 제가 하고 있는 세미나 소모임 ‘여백’의 첫 번째 책이었는데요. 부담 없이 읽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을 찾던 중 선택하게 됐어 요. 누구나 읽기 쉽고, 누구나 내 경험처럼 다가오는 에피소드로 묶여진 책이 에요. 읽다보면 막연하게 느꼈던 일상 속 성차별을 눈앞에서 보듯이 직면하게 돼요.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그래, 생각해보니 이것도 차별이었어!” 라고 깨 닫게 된답니다. 여자아이에게는 ‘귀엽다, 예쁘다’라고 칭찬하고 남자아이에 게는 ‘장군감이다, 똘똘하다’라고 말하는 것도 익숙한 성차별이죠. 여자들은 ■ <여자의 탄생>, 나임윤경 지음

어릴 때부터 ‘예쁘다’를 가장 큰 칭찬으로 듣고 자라고 계속 노력해야 합니다. 저도 외모 가꾸기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외모 가꾸기에 매달리 고 싶지 않지만 포기하기도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좋 았던 문장은 이것이었습니다.

“그 나라 어머니들은 딸이기 때문에 단정해야 한다거나 깨끗해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딸들이 유치원에서 편하고 즐겁게 놀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주로 신경을 쓰더 군요. (중략) 그녀들은 아주 어릴 적부터 ‘몸의 해방감’을 맛보면서 성장하는 것입니다.”

‘몸의 해방감’이라는, 얼마나 짜릿한 말인지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우리 모두 각자의 해방구를 찾기를 바랍니다! 문지은(반아) 서른이든 결혼을 하든 나는 늘 반아.

2013.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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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여성국극, 매혹의 여성공동체를 만나다 <왕자가 된 소녀들> 김혜정 | 연출가

‘여성국극’은 왕자, 장군까지 모든 역할을 여성들이 맡아 했던 한국판 국악 뮤지컬이다. 전쟁으로 피폐했던 1950년대에도 요즘 아이돌 뺨치는 인기 남장 배우들이 있었고, 가출에 혈서까지 불사하는 열혈팬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성국극이 왜 지금은 기억하는 이조차 없이 사라졌는지 의문이 들게 된다. 다큐멘터리 <왕자가 된 소녀들>은 기록 속에서 사라져간 여성국극의 역사를 발굴해보자는 뜻에서 시작되었다. 단절된 여성들의 문화를 찾아서 여성국극에 대해 알게 된 것은 2007년, ‘여성주

여성국극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현재까지

의 문화’라는 화두로 일을 벌이고 함께 나이 먹어갈

공연되고 있고, 아직도 무대에 서는 노배우들이 있

수 있는 공동체를 모색하던 즈음이다. 1990년대 후

다는 소식에 우리는 그들을 찾아 나섰다. 여성국극

반 성정치와 영페미니즘, 다양한 문화운동의 세례

배우와 팬들의 모임인 ‘여성국극 보존회’에 처음 발

속에서 여성주의적 시각과 실천을 배우고 몸에 익

디딘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동네 잔치판에라

혔던 경험을 잊지 못해, 다시 한 번 여성주의 문화

도 온 듯, 수십 명의 카리스마 넘치는 고령의 여성

판을 즐겁게 벌여보고자 <문화기획집단 영희야 놀

들이 한상 푸짐하게 차리고 앉아 담소를 나누는데,

자>를 만들었다. 단절된 여성들의 역사와 문화를

차림새는 화사하고 목소리는 할아버지다. 인사를

발굴하고 재해석하는 작업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건네는 이들 중 절반은 우리가 그토록 만나고 싶었

만들어가고자 했던 우리에게 여성국극과의 만남은

던 현역 배우들이고, 함께하는 이들은 경력 40~50

반가운 행운이었고, <영희야 놀자>가 실체를 가진

년의 올드팬들이다.

집단으로 움직이게 한 원동력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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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벅찼던 여성공동체와의 만남

왕자를 기다리기보다 왕자가 된 소녀들

여성국극에 평생을 바친 배우와 그 팬들을 만나는

그래서일까?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도 가지각

일은 기대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가슴 두근거리는 경

색이다. 현재보다도 더 급진적인 여성국극 배우들에

험이었다. 단순히 지나가버린 옛이야기를 듣기만 하

게 놀라는 이들도 있고, 좀 더 적나라하게 퀴어문화

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그녀들의 공

를 파헤쳤으면 하고 아쉬워하기도 하고, 원조 팬덤을

동체와 만나고, 생생한 열정과 전복의 순간들을 현

확인하며 가슴 선덕거리는 아이돌 팬들도 있다. 여성

재 진행형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들.

국극이 역사에서 사라지게 되는 과정에 분노하며 여

특히, 남자보다 더 남자다운 배우들은 성정체성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굳은 관념을 날려버리기에 충분

성이 어떻게 역사에서 배제되는가에 대해 의문을 던 지기도 한다.

했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성별구분이 무수

지나가다 ‘우연히’ 포스터를 보고 영화관을 찾은 왕

한 성정체성을 담기는커녕 가두고 제한한다는 것을,

년의 여성국극 팬들도 종종 만나게 된다. 무엇보다

말과 글이 아니라 삶과 몸으로 직접 보여준다. 그녀

가슴 뭉클했던 순간은, 이 다큐멘터리의 소식을 들

들의 모습은 우리들의 생각보다 훨씬 다양했고, 훨씬

은 김진진 선생님의 오래된 팬이 아들을 통해 죽기 전

자유로웠다.

에 김진진씨를 꼭 다시 한 번 만나고 싶다며 연락을

다큐멘터리 <왕자가 된 소녀들>은 30대의 젊은 여

취해왔을 때다. 배급사를 잡지 못해 곤란을 겪다가

성들이 여성국극이라는 미지의 문을 열고 들어가 세

결국 직접 배급을 진행하였는데, 이런 관객을 만날

대 너머의 선배들과 만난 짧은 기록이다. 들으면 들

때마다 힘들더라도 극장 개봉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

을수록 더욱 풍부하고 매력적인 이들의 이야기를 한

을 하게 된다.

편의 다큐 속에 모두 담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 이

왕자를 기다리기보다 왕자가 되기 위해 과감히 집

영화는 관객들에게 여성국극이라는 멋진 역사가 있

을 나섰던 소녀들이 기나긴 쇠락의 시간을 건너면서

었음을, 이들의 빛나는 공동체가 실재함을 알려주는

도 식지 않은 열정을 간직한 채 함께 모여 살아가는

안내자가 될 뿐, 그 이후의 상상과 해석은 관객들의

모습 속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동안 적지 않은

몫으로 남겨 놓았다.

감동과 용기를 얻었다. 이제는 더 많은 관객들이 이

김혜정 1990년대 후반 대학을 다니면서 여성주의와 만났다. 여성자치언론 <두입술>, 여성주의 온라인 커뮤니티 <언니네unninet.co.kr>의 초대 편집장을 지냈으며, 지속 가능한 여성주의 문화운동을 함께 고민하던 이들과 ‘문화기획집단 영희야 놀자’를 만들었다. 미디액트 초보비디오프로젝트와 독립극영화제작 과정을 수료하면서 영상 작업을 시작하였고, 2013년 4월 개봉한 <왕자가 된 소녀들>이 첫 장편 연출작이다.

‘매혹적인 공동체’를 만나길 바란다. 다큐멘터리 <왕 자가 된 소녀들>은 온라인과 지역상영, 공동체상영 등을 통해 계속 만나볼 수 있다. *상영정보 및 공동체 상영문의 : http://blog.naver.com/girlprince

2013.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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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비혼 사이

행복한 홀로서기 노은아(좋은나무) | 여는 민우회 회원

비혼이란 주제를 생각해보니 여러 가지 옵션이 주르륵 딸려 나온다. 젠더, 직업, 나이, 학벌, 돈 문제 등등. 한국사회 속에서 40대에 비혼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국가의 혜택 없이 살아가는 거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홀로서기”의 정점이 아니겠는가? 비혼 여성에게는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면서도 비루하지 않을 만큼의 돈과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 정신상태 혹은 마음 챙김은 필수품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내 삶속에서 이 두 가지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살아왔는지 짤막하게 적어보고자 한다. 물론 아주 주관적 입장과 상황이겠다. 일과 자유로움을

다 보니 사람이 싫어질 때가 많은 직업이다. 상담업

적당히 조율하며 살아 볼까나?

무를 하루 종일 하고 나면 퇴근 후엔 사람을 마주

나의 직업은 치위생사다. 아시다시피 좁디좁은

대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말도 하기 싫어지므

사람들의 구강은 얼마나 사람을 예민하게 만드는

로 조용히 혼자 있어줘야 했다. 2년 전 오래 다니던

지 병원 안엔 온갖 예민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

직장이 폐쇄된 후 실업급여로 7개월을 백수로 지낸

런 사람들을 언제나 친절한 돌봄 서비스로 응대하 려면 나는 언제나 세심하지만 편안한(?) 상태여야 만 한다. 6~7년 진료실 업무가 능숙해지고 경력이 차면 상담실의 업무로 전환하게 되는 게 이 바닥의 흔한 코스이다. 돌봄 서비스에서 이제는 감정 노동 자가 되는 것이다. 나는 20년차 경력자이므로 얼마 전까지 상담업무를 맡아 일 해 왔다. 사람을 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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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있다. 혼자 모든 걸 해결하며 살아야 하는 나는

만 키워줬고 성인이 되어

집과 생활비, 이곳저곳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

사회생활을 하면서 더 그

아 겨우겨우 지냈지만 이 시간이 나에게는 또 다른 삶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했

의 패턴을 가능하게 한 시간이 되었다. “흠 … 좀 자

다. 연애를 해도, 하고 싶

유롭게 파트타임으로 일해 볼까? 돈이야 적게 쓰면

은 일을 해도 가슴이 행복

되지~. 물론 전셋집 주인이 집값 올려달라고 하면 대

감으로 채워지지 않고 항

책이 없지만.ㅋㅋ”

상 허허로웠다. 그 와중에

그래서 난 지금 파트타임 알바로 다시 진료업무를 하고 있다. 정규직이 아니니 그다지 과중한 책임에서

결혼도 결심했지만 이내 깨지고 말았다.

벗어나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장점과 정규직 때보

그 이후에도 나의 존재를 흔드는 여러 가지 힘든 일

다 반으로 줄어든 수입 때문에 좀 불편한 단점이 있

들을 겪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 스스로를 돌보는

다. 그러나 난 아직까지는 자유로움을 택하며 살고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부모님으로부터 타박만

싶다. 그러나 가끔 이런 불안감이 엄습할 때가 있다.

받아 힘들었던 내가 어느새 나 스스로를 타박하고 있

‘어디 기댈 데도 없는 비혼인데 이렇게 대책 없이 살아

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내 자신에게 연민이 생겼고

도 되는 걸까?^^::’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 실해졌다. 그리고 나를 소중히 여기면 다른 사람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다. 일

결혼? 일단 자신의 마음 챙기기가 먼저라구~

상에서 매순간 노력하고 눈물 흘리고 연습하기를 반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내가 40대에 비혼으로 살아

복했다. 난 괜찮은 사람이고 소중한 사람이라고 …

갈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 당시 나는 오랫동

이 부단한 노력은 내게 혼자 있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안 연애를 하던 사람과 결혼을 앞두고 있었고, 하고

기쁨을 안겨 주었고 더불어 타인을 더욱 따뜻한 시선

싶던 노래를 하기 위해 늦은 공부를 하고 있었기에 일

으로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상은 바빴고 의욕도 있었다. 그러나 내 안의 나는 항 상 불행했었던 것 같다.

돌이켜 보면 결혼을 결심했을 때도 사랑하는 사람 과 함께 살고 싶다는 소망보다 항상 불행하고 불안

5녀 2남 중 넷째로 자랐고 여느 농촌 가정이 그렇

한 나를 채우기 위해 결혼을 선택했던 것 같다. 결혼

듯 집안의 중심은 남자들이었다. 가난한 살림이라 공

이라는 지위획득으로 그 불안감을 해소하고 싶었는

부대신 농사일과 집안일을 많이 해야 했다. 그 와중

지도 모른다. 훗날 결혼을 선택하는 날이 올지 모르

에도 집안 남자들의 밥상은 항상 차려줘야 했고, 언

지만 그리고 결혼하지 않은 여성으로 사는 게 여전히

니와 나는 오빠의 진로를 위해 학업을 포기하게 되는

녹록치 않지만, 세상에 주눅 들지 않고 나와 타인을

상황이 되었다. 이런 차별이 서럽고 화가나 여러 가지

의지하며 튼튼하게 ‘홀로서기’하고 있는 내가 참 기특

반항을 해봤지만 돌아오는 건 “투덜대는 년”이란 타

하다. 토닥토닥~

박뿐이었다. 부모님의 사랑보다는 독립심을 더 먼저 키워야 했기에 어리광 한 번 부리지 못했

노은아(좋은나무)

던 것 같다. 여자로 태어났다는 것 때문에 환영

치위생사와 노래를 함께 하고 있는 작은 사람. 노래를 더 많이 하고 싶은 작은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쩝..잘 안되고 있음. 사람들과 좋은 일을 도모하는 것을 좋아함.

받지 못한다는 느낌은 곧 나의 허술한 자존감

2013.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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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동 이야기

편집자 주

직장의 신파 : 커피전문점 바리스타 고생담 나나짱.* | 여는 민우회 회원

우리 시대 여성들의 노동 이야기를 모아 보는 ‘나의 노동 이야기’. 바리스타. 새롭게 부상하는 전문직처럼 인식되기도 하고, 아르바이트의 대표격이기도 합니다. 최근 청년유니온의 폭로로 대기업 커피전문점들이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커피전문점에서 일하게 된 나나짱.* 회원의 이야기가 찾아갑니다.

나는 지금 (여전히 음료 제조에 서툰) 바리스타로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법한 세계적인 커피 전문점의 한 지점에서 3개월째 일하고 있다. 조만간 외국에서 생활하게 될 때 도움이 되는 기술을 배워두자는 생각으로 별 고민 없이 선택했던 이 일이 ‘줄줄이 비엔나’같은 고난을 내게 선사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허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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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온라인 입사지원과 인적성 검사를 통과

교육생들을 보며 빈정이 상했더랬다. 관련법을 지

하여 채용 계획이 있는 인근 매장으로부터 연락을

키지 않는 곳들이 너무 많아서 상대적으로 좋아 보

받으면 면접을 통해 채용이 결정 된다. 처음 이틀간

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법으로 보장된 권리가 생색

은 본사로 가서 고객응대와 서비스 정신에 관한 것

내기처럼 이용된다는 것에 기분이 묘했다. 또 그러

들을 종일 교육 받는다. 첫 시간, 근로기준에 관한

한 조항들이 ‘당연한 권리’가 되기까지 수많은 노력

교육이 인상적이었는데 4대보험 가입, 주휴 수당

들이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니 어딘지 모르게 씁쓸

을 비롯한 각종 수당 지급, 휴게시간 엄수 등등 관

해지기까지 하더라는 것. 이렇듯 이때까지만 해도

련법을 잘 지키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걸 마치

나의 관심사는 새로운 노동 현장에 내 운동적 고민

회사가 베푸는 시혜인 양 표현하는 담당 직원도 그

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하는 ‘갑’적인 마인드였

렇고, ‘우와~’하는 반응으로 감탄하며 듣는 대다수

는데...


교육 후 매장 첫 출근 날. 낯설고 긴장되는 마음이

절히 느꼈다. 어느 날인가 출근길이 마치 도살장 끌려

지만 최대한 성실하고 친절한 인상을 주려고 애를 쓰

가는 심정 같다고까지 느껴지자 머릿속이 복잡해졌

며 열심히 배우고 일했다. 처음 하게 되는 일은 ‘플로

다. 나의 무능함을 겸허히 인정해야하나 싶다가도 나

어 체크(청소)’와 설거지의 반복이다. 한다고는 하는

의 애씀이나 잘하는 점을 먼저 봐주지 않고 숙련기간

데 요령도 없고 서툰 탓에 우왕좌왕하다 보면 더 빠

을 충분히 기다려주지 않는 그네들이 원망스럽기도

르게 해야 한다는 선배들의 조언(잔소리?!)을 듣게

했다. 대체 뭐가 문제인걸까?

된다. 무엇보다 근무 첫 날의 충격은 바로 평소 별 생

한 측면에서 보자면 미숙련 신입을 숙련자로 만드

각 없이 커피를 사마시던 이곳의 보이지 않는 뒷 공간

는 체계적인 매뉴얼과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에서 정말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조직 운영 방식이 요인인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정에

점이었다. 각종 도구들이 사용되고 씻겨서 제자리를

서 칭찬과 격려보다는 호된 꾸지람을 주되게 이용하

찾아가는 일이 반복적으로 이어지고, 음료 제조에 필

여 얻어지는 일종의 효율성에 인습처럼 기대게 되는

요한 각종 부재료들을 정확한 용량과 유통기한에 맞

조직 문화 탓도 있는 듯하다.

게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무얼 어찌 다루면 되는지에

하지만 또 한 측면에서 보자면 내가 이 일을 처음

대한 친절한 설명들이 무색하게 모든 것이 생소했던

부터 너무 쉽고 만만하게 생각했던 탓도 있지 않았을

나는 기억해야할 것이 물밀듯 쏟아지는 상황에 거의

까. 일 자체가 만만치 않은 일이기도 하거니와 실은

무아지경이었다. 수년간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던 게

나의 ‘열심의 정도’나 일에 대한 애정이 민우회에 있을

익숙하던 내 몸은 결국 첫 날 퇴근과 동시에 몸살약

때의 그것에 비한다면 훨씬 못 미쳤던 것은 사실일테

과 파스 두 장을 소비해야 했다.

니. 주어진 일에 대한 애착이 없는 사람이 동료들로

그래도 몸이 고단한 건 금세 익숙해져서 그나마 다

부터 사랑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사람은 하

행이었다. 진짜 고난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라는 걸 곧

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때 가장 빛날 수 있다는 진리

알게 됐다. 수십여 개의 음료 제조 레시피를 어느 정

가 새삼 떠오르기도 한다.

도 외우면 일명 ‘포스(POS)’, 즉 계산대를 보게 되는 데 그 과정에서 나는 난생 처음 ‘실수 많고 일 못하고

결국 나는 예상보다 일찍 퇴사의사를 밝혔고, 현

멍 때리는 사람’ 취급을 경험하게 되었다. 아마 평생

재는 약속된 시한까지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는 중이

할 ’죄송합니다‘라는 말의 90%정도를 포스 배우는 과

다. 처음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엔 ‘눈물 없인 볼 수 없

정에서 써버린 것도 같다. 미숙함에서 오는 실수가

는 신파 노동일기’를 구구절절 쓰리라 생각했건만 지

주위의 잔소리와 핀잔으로 이어지면, 주눅 듦과 자신

나고 나서 보니 쓰디쓴 만큼 인생의 값진 경험이 된 시

감 하락으로 인해 더 긴장하게 되고, 다시 실수로 이

간이란 생각도 들기에 다행이다 싶다. 물론 다시 하라

어지는 악순환이 만들어진다. 유난히 못된 말을 해

면 절대 하고 싶지는 않지만... 허헛.

대던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조금만 여유를 갖고 지켜봐주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 았는데... 첫 단추가 그렇게 잘못 꿰어지고 나니 한 번 만들어진 이미지가 꼬리표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함 께 일하는 사람들이 불편하다는 것이, 기대감 없는 존재가 되어 일한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인 줄을 절

나나짱.* 생애 가장 살벌하게 직업/노동/돈벌이/자아실현에 대한 고민을 마주하는 중. 한동안 민우회와 9시간의 시차가 생길 예정.

2013. 여름

41


활동가 다이어리

난 좋은 사람이 아니야! 김미경(짱이) | 여는 민우회 활동가

봄이다! 절기상 봄이

참, 텃밭도 시작한다. 각

아니라 햇빛과 바람에서

종 엽채류 모종과 호박, 오

느껴지는 진짜 봄 말이

이, 토마토 모종도 심고, 씨

다. 한동안 닉네임을 ‘봄

앗도 뿌려놓으면 마음이 뿌

날’로 정했을 정도로 봄

듯해진다. 물론 작황은 시원

을 좋아한다.

치 않다. 앞마당에서 재배 하는 것이 아니니 익으면 바

42

봄엔 왠지 몸이 근질

로 따서 먹을 수가 없다. 일

근질해져서 관절이 좋지

주일이나 열흘에 한번 씩 밭

않은데도(1시간이상 걸

에 가면 방울토마토는 너무

으면 쩔뚝거린다 ㅠㅠ) 길 걷기 모임에 참여하여 여

익어 바닥에 떨어져 터져있고, 초록오이는 늙은 오

기저기 마구 걸어 다닌다. 봄, 가을엔 일주일에 하

이로 노랗게 변하여 가슴을 아프게 한다. 모종 구

루를 정해놓고 대 여섯 명이 모여 서울지역을 탐방

입비도 만만치 않아 생협에서 사다 먹는 비용이나

한다. 아차산, 서대문구 안산, 성곽길, 창경궁, 박

별반 차이가 없다. 또한 밭이 멀다보니 이동시 기름

물관, 미술관, 경교장 등등, 기분이 땡기는 날엔 경

사용도 만만치 않아 환경운동에 참여하는 친구에

춘선을 타고 제법 멀리 나가 산도 타고, 마을도 걷

게 가끔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한다. 올해도 작년

고, 바로 옆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연한 미나리 전

과 똑같이 집나온 강아지처럼 절뚝거리며 여기저기

에 막걸리도 한잔 하고...

걸어 다니고, 텃밭에 씨고 뿌리고 모종도 가득 심어


투덜대지도 않고, 모든 일에 긍정적인 척 노력하는 것 들이 점점 피곤해지고, 빠른 속도에 고단함을 느꼈 다. 지금은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은 벗어던지고(사실 내 것이 아니면 오래가지도 못한다)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 현재 상황을 자기감정과 환상으로 채색하지 않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려 노력한다. 무엇을 하 면 편한지, 행복한지 알아내기 위해 자신에게 집중하 는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그중에 하나가 길 걷기다. 요즘은 걷기에 좋은 길도 많아져서 비용도 많이 들지 않고 실행하기가 수월하다. 여럿이 함께 해서 더욱더 놨는데 이상하다. 작년처럼 새로운 에너지가 생기는

좋다. 그림이나 요리 등 더 배우고 싶은 것도 있지만

느낌이 적다. 흐드러진 벚꽃도, 알록달록 봄꽃도, 막

무리하지 않고, 내 속도에 맞추어 이리저리 시간 계산

목욕하고 나오는 애기 엉덩이 같은 연한 초록잎사귀

도 해보고 천천히 실행에 옮길 것이다.

를 봐도 심드렁하다. 잘 질리는 성격이라 벌써 싫증내 나 하고 무심한척 넘겨버린다.

자기계발서의 내용을 요 약하면 모든 게 잘될 거라

2~3년 전만해도 집과 사무실만 오가며 자기 계발

고, 당신이 마음에 소원을

서나 동기유발 관련 상품에 관심이 많았다. (한동안

품고 간절히 바라면 이루

보라색 팔찌를 착용하고 다녔다. 팔찌를 끼고 있다가

어진다고 속삭인다. 누군

마음속에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면 팔찌를 들었다 놓

가 가난하고 불행하다면

아 약간의 아픔이 느껴지면서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그가 부정적인 탓이지, 세상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효과 없

는 것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

다.) 자기계발서의 특징 중의 하나인 ‘맘먹는 대로 이

화, 빈곤문제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 화

루어진다’는 긍정의 힘에 대해서도 의심치 않고 부정

가 나 자기계발서 내용의 부정적인 면을 나름 비판해

적인 생각을 전환해보려 노력했었다.

본다. 뭐 난 좋은 사람이 아니니까!

우리 사회에선 ‘긍정적’이라는 단어와 ‘좋은’ 이라는 단어를 거의 같은 뜻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좋은 사 람이 되려면 항상 밝은 면을 보고, 예스맨이 되어야 하고, 대화나 회의할 때 불편한 얘기나 비판적인 이 야기를 꺼내면 부정적인 사람이나 껄끄러운 사람으 로 규정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예스우먼이 되 려 노력하였고, 스마트해진다고 유혹하는 디지 털 속도를 버거워하면서도 그 속도에 끌려 다녔 다.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를 고쳐나가고,

김미경(짱이)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라는 문구를 좋아하는 짱이. 올해 새롭게 회계를 담당하는 활동가입니다!

2013.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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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개의 시선

원주에 사는 즐거움 정유선 | 원주여성민우회 대표

# 순자씨의 올레

지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민우회는 늘 일이 많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바쁘다. 올레모임이 기차

아서 바쁜데 여건상 상근자는 더 뽑을 수가 없고,

여행을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아이 등교를 남편에

그래서 다들 힘들게 활동하는 걸 알면서 모른 척 할

게 맡기고 집을 나선다. 민우회를 만나기 전까지 그

수가 없어서다. 지난해 일 만들기 좋아하는 대표

녀는 가족과 떨어져 나만의 여행을 하게 되리라곤

가 미디어센터와 또 일을 하나 벌였다. 그래서 듣게

꿈도 꾸지 못했다. 건강을 위해 참여했던 올레모임

된 “미디어강사 양성과정”, 처음 시작 할 때만해도

에 모임짱이 되어 3년 동안 모임을 꾸리다 보니 성격

별로 내키지 않던 이 교육이 새로운 미래가 될 줄이

도 바뀌고 이젠 사람들 앞에 서는 일도 조금은 익숙

야... 대학시절 잠깐 사진을 찍긴 했었지만 이렇게

해졌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점은 낮선 도시였던 원

영상을 만들고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하는 일이 즐

주에 진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언니, 동생이 생

거울 줄은 정말 몰랐다. 요즘은 중학교 방과후 교실

겼다는 점이다. 올레는 구성원이 30대부터 70대까

과 미디어센터 수업 때문에 바빠 몸은 힘들지만, 그

지 차이가 넓다보니 같은 문제에 대한 세대 간의 서

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하루하루가 즐겁

로 다른 입장을 편안하게 나눌 수 있다. 사람들과

다. 처음에 이사 와서 우울할 때 힘이 되어준 민우

이야기를 하며 걷다보면 자연스레 고민도 털어놓고

회 결국 민우회는 새로운 일도 찾아준 고마운 곳이

의논도 하게 되는데, 먼저 아이를 키우고 시집살이

다. 내년에도 그녀는 운영위원을 그만두기가 쉽지

를 한 언니들의 조언이 사는데 큰 도움이 된다. 다

않겠다.

들 정보지를 통해 혼자서 민우회 문을 두드리고 만 나서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곳 “원주올레”, 올해 는 2박3일 여행을 어디로 갈까 지금부터 설레며 그 날을 기다린다.

# “미디어강사”가 된 용희씨 민우회 운영위원만 6년차, 해마다 이젠 그만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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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주앙”으로 살게 될 선애씨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에서만 살던 그녀에게 2005 년 원주로의 이사는 충격이었다. 스물넷에 결혼해 서 스물다섯에 엄마가 된 그녀는 낮선 원주에서 연년 생 아이를 키우며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이 생길 정도 였다. 그러다 놀이터에서 동네아줌마를 하나 둘 사 귀고, 위스타트를 알게 되고 일도 하게 되면서 원주

위한 노력을 즐겁게 하

가 또 다른 고향이 되었다. 몸이 힘들어 잠시 쉬는 동

는 모습도 신선했다. 민우회 덕분에 나는 시장바닥에

안 알게 된 민우회, 처음엔 타로를 배우러 왔지만 지

서 춤을 추며 평등명절을 외쳤고, 여성문화제에서 사

금은 타로를 통해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고 사람들의

회도 보고, 연극도 하고, 성교육 강의도 하는 온갖 경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타로 워

험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아줌마들과 십년을 지내다

크샵에서 그녀가 뽑은 미래의 모습 카드가 “돈쥬앙”

보니 어느새 민우회 대표가 되어있다.

이다. 타로를 통해 어릴 적 꾸었던 춤꾼의 꿈을 이제

원주여성민우회는 지역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가

라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고, 그 시작으로

지고 있는 단체는 아니다. 지방소도시는 아직도 보수

민우회에서 통기타를 배우고 있다. 그동안 엄마와 아

성이 강해서 여성단체 쯤은 우습게 여기는 사람이 많

내라는 이름으로 사느라 정신없었던 십여 년, 지금부

다. 그리고 원주토박이 보다 이주여성(?)이 많다보니

터는 내가 하고 싶은 일도 하면서 살고 싶은 그녀에게

지역에 뿌리내리기도 쉽지 않다. 그렇지만 민우회는

민우회는 그런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친구가 있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월요일부터 금요

는 곳이다.

일까지 각종 소모임과 교육이 이어지고, 이제는 토요 일에도 청소녀들의 활기찬 웃음소리가 사무실을 가

“강원도 원주”하면 사람들은 어떤 이미지가 생각

득 메운다.

날까? 첩첩산중의 관광지? 스키장? 그나마 조금 관

원주여성민우회는 그런 곳이다. 여성들이 혼자라

심 있는 사람이라면 치악산이나 협동조합을 떠올리

고 느낄 때 손을 내밀어 같이 가자고 용기를 주는 곳

기도 할 것이다. 13년전 내게도 원주는 강원도 어느

이고, 여성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발 벗고 나서서

낯선 산골마을의 이미지였을 뿐 아무런 연고도 사전

그들의 편이 되어주는 곳이고, 여성들이 저마다 얼마

지식도 없는 곳이었다. 이사하자마자 큰 아이를 공동

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그 안의 숨은 힘을 찾아내

육아에 맡기고 둘째를 들쳐 업고 민우여성학교에 참

이름을 찾게 해주는 곳이다. 내게도 민우회는 나를

석하며 인연을 맺은 민우회. 그때부터 나의 원주에서

찾게 해 준 곳이었고 앞으로도 원주여성민우회는 여

의 삶은 민우회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성들에게 친정 같은 곳이 될 것이다. 민우회가 있어서

그냥 사람들이 좋았다. 여성들의 마음을 이심전심으

오늘도 원주에 사는 것이 즐겁다.

로 알아주는 사람들도 좋았고, 이런저런 교육과 프 로그램을 통해 전업주부들이 사회와의 끈을 놓지 않 고 새로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좋았 다. 여성들의 차별에 문제를 제기하며 사회를 바꾸기

정유선 내 속에 여러 개의 나, 발길 닿는 대로, 마음가는 대로 그렇게 흘러도 좋잖아?

2013.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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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소식 www.womenlink.or.kr

동북여성민우회

고양파주여성민우회 회원의 날 ‘민우올레’ 신록의 계절, 계절의 여왕 5월~ 봄바람에 마음도 살랑살랑~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어디라도 떠나고 싶은 이 계절, 회원봄소풍을 다 녀왔다. 국민체조부터 풍선터뜨리기, 2인1각, 단체줄넘기 운동회 버 전으로 몸을 풀었고, 각자 싸온 도시락으로 풍성한 점심을, 오후에 는 문화해설사로 부터 파주삼릉 역사이야기까지 신나고 즐거운 하 루였다. 5월 3일 파주삼릉

보육, 가족을 넘다. 육아기 엄마를 위한 힐링프로젝트 “엄마를 부탁해” 민우여성학교를 ‘보육’이라는 주제로 보육사업과 연계하여 진행했다. ‘먼 나라 이웃나라 육아정책’, 고양시의 보육 정책, ‘정책프로슈머’ 등 의 내용으로 구성된 교육이었다. 아이 키우느라 몸도 마음도 지친 육아기 엄마들을 위해 맛있는 점심밥상을 준비하여 강의에서 도란 도란 이야기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5월 고양파주민우회

광주여성민우회 2013 첫 민우데이 ‘봄 향기 맡으며 민우회로 마실가자!’ 이번에는 영화 <아쉬람>을 보고 광주여성센터의 이세진 영화 해설 사 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도의 여성들, 특히 과부들에 대한 비 인권적인 모습을 보고 다들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여성의 현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영화를 함께 보게 되어 뜻 깊은 자리였다. 3월 27일 광주민우회

<사회가 요구하는 ‘좋은 몸, 나쁜 몸, 이상한 몸’ 말하기대회> 의식 설문조사 4월에는 여성 200명에게 우리가 생각하는 몸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5월 24일부터는 몸에 새기는 유쾌한 변화 워크숍을 6강 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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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여성민우회

군포여성민우회 창립 14주년 기념 일일찻집 회원 및 지역주민 300여명이 참석하여 민우회에 무한 애정을 쏟아 주셨다. 활동가들이 직접 만든 정성스런 음식을 나누며 즐거운 자리 를 나누었다. 후원해주신 분들과 봉사해주신 쌤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4월 26일 민우 북까페

민우 아카데미 매달 실시하는 민우아카데미, 5월엔 조세영 감독의 <버라이어티 생 존 토크쇼>를 보았다. 성폭력생존자들의 일상과 자기고백을 다룬 다큐를 보고 감독과의 대화시간을 가졌다. 감독님이 회원들의 계속 되는 질의에 여성주의적인 시각으로 속 시원한 답변을 해주셔서 더 욱 감동적이었다. 5월 21일 민우 교육장

서울남서여성민우회 활동가들의 성폭력상담원교육 참가 성폭력 예방교육 및 반성폭력 상담활동을 실천하기 위한 준비과정 으로 총100시간의 성폭력 상담원 교육에 활동가 3명이 참가하여 열 심히 수강한 결과 모두 수료증을 받았으며 앞으로의 활동에 도움이 되는 시간이 되었다. 3월~4월 부천

<안전한 양천구, 여성이 뛴다> 강좌 진행 4월 2일부터 5월 2일까지 아동 성폭력 예방 사회 안전망 구축 프로 젝트 “안전한 양천구 여성이 뛴다” 2기를 총30시간으로 진행하였다. 참가자 14명이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으로 여성주의 관점에서 바라 보는 성인식에 관심을 보이고 때로는 열띤 토론을 통해 서로 생각의 다름과 차이를 확인하고 이해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5월 2일 남서여성민우회


서울동북여성민우회 <커피 & 수다>로 회원만남의 날을 가지다 2013년, 분기 별로 회원만남의 날을 진행한다. 첫 모임으로 <커피 & 수다>를 내용으로 모였다. 커피의 역사에 대한 강의와 핸드드립 실 습을 통해 배워보는 시간, 이어서 커피와 다과를 나누며, 그룹별로 삶의 얘기와 아울러 민우회에 감동받은 때와 불편할 때, 그리고 민 우회에서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민우회가 앞으로 했으면 하 는 것을 주제로 수다회를 진행했다.

민우여성학교 2013년 민우여성학교 ‘나 心 봤다’가 열렸다. 1강 ‘화병에 직구가 필 요해-화병에 갇힌 ’나‘를 구하는 방법’(유경희 ‘생기랑 마음달풀’ 연 구소 소장)과 2강 ‘우울증에는 ‘배후’가 있다-여성우울증의 사회문 화적 배경 탐구’(이진희 서울대여성연구소 연구원)를 통해 나의 마 음을 돌아보고 구조적인 원인을 탐구했다. 5월 15일, 22일 민우회 교육장

3월 29일 도봉여성센터 휴카페

환경과 나눔을 실천하는 되살림 장터를 열다 회원들이 내놓은 의류, 생활 잡화, 도서, 프리마켓(음식) 등이 장터를 한가득 채웠다. 날씨의 요란함에도 불구하고 오후 늦은 시간까지 장 터가 열렸고, 한가득하던 물품들이 하나 둘 새로운 주인을 찾아 떠 나는 시간이 되었다. 오후에는 작은 거리음악회도 열렸다. 4월 26일 동북 사무실 앞 인도

진주여성민우회 성폭력전문상담원 및 성교육강사양성교육 제8회 성폭력전문상담원 및 성교육강사양성교육을 3월 한 달 간 100시간 실시하여 24명이 수료하였다. 수료한 상담원들은 상담위원 회와 교육위원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위원회 활동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민우여성학교

원주여성민우회 원주여성 힐링과 손잡다 : 타로 집단 심리 강사 과정 총 15강의 타로 집단 심리 강사 과정을 진행하였다. 타로에 대한 이 해와 애니어그램을 통해 자신을 알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 졌다. 22명의 수강신청자들 중 70%가 강사과정 수료증을 받았으며, 강사과정 후 첫 타로소모임에 약 20명이 참여하였다. 3월~5월 원주여성민우회

경력단절여성 재취업 실태조사 및 직업 선호도 조사

‘우울증에는 배후가 있다’는 주제로 진행된 대중강좌에는 39명이 참 석하여 우울증의 사회문화적인 배경을 들을 수 있었다. 대중강좌에 맞는 적당한 크기의 강의실을 찾지 못했던 진주여성민우회는 공기 업과의 협약식을 맺어 멋진 교육장으로 회원과 시민들에게 다가가 게 되었다. 5월 20일

춘천여성민우회 녹색지역강좌 : 예술가에게 나눔이란(김아영)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함께 연구 협력 사업으로 경력단절여성 재취업 실태조사와 직업선호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경력단 절여성 및 재취업 여성들 약 2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중이며, 현재 지원되는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프로그램과 여성들의 욕구사이 의 편차를 조사하여 향후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며 예술가의 재능을 봉사활동으로 나누고 있는 강 연자의 삶의 이야기를 들었다. 강연자의 지도에 따라 Blind sketch 를 하며 그림의 세계를 접하였다. 이 강좌는 민우회와 녹색당이 공 동 주관하며 매달 열린다.

5월

4월 22일 민우회 회원 공간

민우여성학교

인천여성민우회 학교폭력 예방 강사 양성과정 ‘어깨동무 내동무’ 2기 학교폭력문제를 인권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학교폭력예방강사양성 과정2기를 모집, 상반기 강사양성교육이 진행 중이다. 청소년 문화 와 폭력, 인권교육, 대화 상담기법 등을 공부하고 강의안을 개발하 여 하반기에는 인천광역시내 초등학교에 파견돼 강사로 활동하게 된다.

1강 아이와 공감대화법 / 이경아 - 공감대화 모델 연습, 2강 화병에 서 ‘나’를 구하는 방법 / 유경희 - ‘우울’, ‘화’, ‘화 감정표현 방식’ 체 크리스트 활동을 통해 참석자들도 즐겁게 강연에 참여하였다. 5월 7일, 14일 문화커뮤니티 금토

5~7월 민우회 교육장

2013.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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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알림

[

한국여성민우회 1/4분기 결산보고서 (2013년 1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

집중상담

3.3% 세율의 비밀, ‘특고’를 아십니까?

(단위: 원)

Ⅰ. 수입내역 회비수입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상담실에서는

금액 51,786,400

후원금

3,359,980

노동상담사업

2,800,000

사업수입

2,000,440

기타수입

521,483

수입합계

60,468,303

Ⅱ. 지출내역 인건비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집중상담을 받습니다. 업무장소가 일정하지 않거나, 출근시간이 다르거나, 고정급 없이 성과급을 받거나. 그렇다고 회사의 관리를 받는 노동자가 ‘사장’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적절한 휴식도 필요하고, 정해진 시간에 퇴근할 수 있어야 하고, 안정적인 임금을 받아야 하고, 일하다 다치면 산재급여를 받아야 하고, 무엇보다 함부로 해고당하면 안 됩니다.

금액 70,684,310

복리후생비

337,000

사무용품비

465,950

사무행정잡비

786,878

사회보험금비

5,258,590

소모품비

집중상담 기간 : 6월 한 달 간 집중상담 내용 : •1년을 넘게 일해도 개인사업자라 퇴직금이 없다고 해요. •구인광고에는 분명 월급여가 명시되어 있었는데 정작 일을 하다 보니 6개월만 기본급이 보장되고 그 이후에는 성과에 따라 급여를 준다고 해요. •근로계약서를 쓰는 줄 알았는데 위촉계약을 하자고 하네요. 그래도 되나요? •당연히 4대 보험 되는 줄 알았는데 4대보험이 없다고 해요.

533,760

연대활동비

1,306,600

제세공과금

1,625,480

지급수수료

822,830

지급이자

2,377,523

통신비

1,433,629

회의비

353,470

나루운영비

488,044

감가상각비

0

정보홍보사업비

5,029,841

조직활동비

3,668,020

정책연구교육사업

580,700

재정사업비

45,100

지출합계

95,797,725

Ⅲ. 당기수지차

-35,329,422

•부당해고가 명백한데, 노동자가 아니라서 구제신청을 할 수 없대요. •그외 회사의 부당한 대우에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그 어디에도 호소할 데가 없다면! 지금 전화 주세요. 전화 02-706-5050 (월~금 9:30~17:30) 공개 게시판 : counsel.womenlink.or.kr

직딩 여성들의 든든한 빽! 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이 다양한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 여성노동상담실로 새롭게 시작합니다!

알림 <함께가는 여성> 지면은 회원들에게 활짝 열려 있습니다! [문화산책], [당신의 책꽂이], [결혼과 비혼 사이], [나의 노동 이야기] 등 다양한 성격의 꼭지에서 회원님의 글 솜씨를 마음껏 발휘해 보세요! 기고문의 02-737-5763 / minwoopr@womenlink.or.kr

신입회원 여러분 반가워요! 권나미 김가람 김명혜 김미경 김옥선 김은영 김현지 김혜미 나재은 노보람 박기남 박민영 박아름 박제성 변은미 서영지 손민지 손새미 신지은 엄재영 오선희 오선희 오지영 이수엽 이정숙 이진숙 이진희 이희조 임원택 장여진 장현진 정주영 정최경희 최명화 최애희 최현서 최혜영 추정희 한연숙 홍민희 홍연지 홍정연

평생회원, 회비 인상으로 함께해 주신 회원님 감사합니다! 회비 인상 _ 김동희 김수정 이소희 오지영 정영혜 최다희 하인해 홍연지 평생회원 _ 박건 2013년 3월 7일 ~ 2013년 5월 24일 집계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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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여는 한국여성민우회

‘별別이

이 되는 곳, 민우회 회원가입캠페인’

삼겹살 회식 자리에 불편하게 앉은 채식주의자 김대리에게 친구들 수다모임 다 좋은데 다이어트 얘긴 좀 그만했으면 싶은 영희씨에게 바빠 죽겠는 명절날 가만 앉아서 달라는 것 많은 남동생이 어쩐지 밉살스러운 누나에게 사람들이 하는 말, “하여간 넌 참 별나!”

다르다 = 별(別)나다? 사실 別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 그리고 바로 그 별이 자신의 빛을 숨기지 않고 빛낼 때 더 나은 회식문화가 더 자유로운 몸 이야기가 더 나은 명절이 더 나은 세상이 시작됩니다.

민우회에서 당신의 별別은

여는 민우회 회원팀

이 됩니다.

02-737-5763

당신의 별빛을 민우회에 모아 주세요.

friend87@womenlink.or.kr

절취선

위 엽서를 지인에게 전하며 민우회 후원회원가입을 권해 보는 건 어떨까요? 민우회의 운동에 동참하고 싶지만 아직 계기가 없었던 지인들에게, 당신이 계기가 되어주세요:)

인상파가 되고 싶으신 분은 아래 신청서를 민우회원팀으로 보내 주세요. 우편으로 보내 주셔도 좋지만, 전화나 메일로도 완전 환영입니다. :) 절취선

2013 여는 한국여성민우회

회비인상캠페인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

2012년 민우회 재정 중 회비 비율 42%, 2013년 박근혜정권 첫해, 올해도 소원은 100%회비로 활동을 일구어가는 것입니다. 가장 시민단체다운 방법 | 가장 여성운동다운 방법 | 가장 힘나는 방법

회비만으로 탄탄한 재정구조 만들기 ‘인상파’가 되어 주세요! 민우회의 든든한 빽, 인상파 신청서 이

름:

연락처:

회비인상액 : _______________ 원에서 ________________ 원으로 신 청 인:

(서명)


2013 한국여성민우회 후원공연

다음을 여는 콘서트 맞아요, 당신과 함께 하고 싶어요! 출연 _ 한영애, 장기하와 얼굴들

2013년 8월 25일(일) 오후 4시 여의도 KBS홀

주최 _ 한국여성민우회 문의 _ 02-737-5763 www.womenlink.or.kr 후원계좌 _ 국민 543037-01-002889 (사)한국여성민우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26길 39 (성산동) 시민공간 나루 3층 (121-847) Tel 02.737.5763 Fax 02.736.5766 E-mail minwoo@womenlink.or.kr 홈페이지 www.womenlink.or.kr 블로그 womenlink1987.tistory.com 페이스북 www.facebook.com/womenlink 트위터 @womenlink 여성노동상담 02.706.5050 미디어운동본부 02.734.1046 여성연예인 인권지원센터 02.736.1366 성폭력상담소 02.739.8858 성폭력상담 02.335.1858 고양파주여성민우회 031.907.1003 광주여성민우회 062.529.0383 군포여성민우회 031.396.0201 서울남서여성민우회 02.2643.1253 서울동북여성민우회 02.3492.7141 원주여성민우회 033.732.4116 인천여성민우회 032.525.2219 진주여성민우회 055.743.0410 춘천여성민우회 033.255.5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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