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가는 여성 2012년 11.12월 2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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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womenlink.or.kr

2012. 11˙12

민우ing

02

˙ 더 나은 미래의 이름은 ‘복지국가’가 아니라 ‘성평등복지국가’ ˙ 대학 내 여성주의 모임을 ‘인큐베이팅’하다!

4

- [스물, 여성주의로 길을 잇다 : 물, 길 3기]

˙ 바야흐로 다시, 몸? 몸! 몸 - ‘산부인과 바꾸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 성폭력 범죄 양형에 대한 제안 - <검 . 판사 이렇게 할 수 있다>Ⅱ성폭력 범죄 판결 속 양형 이유 분석

민우스케치

13

민우칼럼 창

14

˙ 내년에는 아마 가지 않을지도 몰라

생생한 시각

16

˙ 삼발이 의자로 버티는 국민건강보험, 그 다리 중 하나가 금이 가기 시작하다

22

˙ 전국 최초의 인권조례제정 활동의 시작 ˙ 장애인활동지원법 누구를 위한 법인가 人터뷰

22

기획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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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다> 박희정 편집장, 성희롱에 ‘까칠한’ 세상을 그리다 대선공식 - 빼기, 더하기, 곱하기 ˙ 여성주의자는 ‘여성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 ˙ 이제 그런 말은 하지 말기로 해 ˙ 대선에 나선 이들에게 민우회가 요구하는 철학과 방향 - 성평등복지국가 기본방향과 14개의 핵심과제

˙ “함여 어땠어?” ˙ 그녀들도 나처럼, 나도 그녀들처럼 - <미쓰 마마> 제작기

발행처 한국여성민우회

독자평가

35

문화산책

36

모람풍경

38

마포나루에서

40

나의 삶 나의 이야기

42

아홉 개의 시선

44

지부소식

46

디자인 문화지형연구소 CTR

민우알림

48

‘함께가는 여성’의 필자명은 실명과 필명을 함께 씁니다.

˙ 소모임 활동의 장수비결, 궁금해요? ˙ 난 왜 나아지지 않지? ˙ 어쩌면 이루어질지도 몰라 ˙ 마음이 따뜻한 여자들을 만나다

발행인 김인숙 박봉정숙 편집인 주현정 발행일 2012년 11월 30일 통권 212호 편집위원 강나영 강선미 김현진 노재윤 문지은 배범호 오영식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249-10 시민공간 나루 3층 전화 02.737.5763 전송 02.736.5766 이메일 minwoo@wonenlink.or.kr

(단, 필명만 있는 것은 필자의 요청에 의한 것입니다.)

1


민우ing

더 나은 미래의 이름은 ‘복지국가’가 아니라 ‘성평등복지국가’ 권박미숙(먼지)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

십 년 전만 해도 먼 나라 이야기이던 ‘복지국가’라는 말이 최근 몇 년 사이 누구나 한 번은 들어본 익숙한 말이 되었다. 대선을 앞두고 후 보들도 저마다 대안 사회의 키워드로 복지국가를 빼놓지 않고 있다. 한국사회에 복지국가 담론이 등장하면서부터 민우회는 민우회다 운 고민을 시작했다. 첫 번째 고민은 ‘모든 복지국가가 성평등복지 국가는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민우회는 단지 ‘복지국가’가 아닌, ‘성평등복지국가’를 모색하며 올해 초 <성평등복지국가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전략보고서는 ‘남성은 일하고 여성은 돌보는’ 성역할 규범의 틀을 벗어나, 누구나 일과 돌봄을 균형 있게 누릴 수 있는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170여개의 정책과제를 담고 있다. 그리고 민우회다운 두 번째 고민이 시작되었다.

2


일상의 결을 담은 성평등복지정책을 고민하다

성평등복지 의제로 그려보는 대안 사회의 밑그림1)

두 번째 고민은 ‘통계 숫자에 둘러싸여 있는, 어쩐지 거리감 부터 느껴지는 정책이 아닌 일상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

“월세 부담에 시달리다가 임대주택을 알아보는데, 신혼

넣는 정책으로 성평등복지국가의 얼굴을 제시해보자’라는 것

부부 혜택이 진짜 많더라고요. 나는 결혼할 계획이 없지

이었다. 그 답을 성평등복지국가 담론과 여성의 일상이 만나는

만 집이 필요해. 근데 왜 결혼한다는 이유가 우선순위가

지점에서 찾아보고자 민우회는 6월~10월에 걸쳐 ‘대중참여 연

되는 거지? 복지라는 건 기본적으로 한 인간이 생존

구를 통한 성평등복지 의제와 정책과제 발굴 사업’을 진행했다.

가능한 조건을 만들어주는 거지, 그게 결혼했기 때문에,

의제를 발굴할 영역으로는 ‘노후, 시간, 건강’을 선정했다.

애를 셋을 낳기 때문에 주는 혜택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노후, 시간, 건강’은 각각 그 수위가 다르고 연관된 정책 영역 또

는 거예요. 일인 독립세대를 기반으로 모든 제도가 재정

한 혼재되어 있는 분류지만, 일상사의 구조를 밀접하게 보여줄

비 됐으면 좋겠다는 거.”

수 있는 키워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상다반사들을

-‘노후’ 영역 좌담회 中

길어내기 위한 영역별 좌담회를 진행했다. 좌담회에 모인 여성 들의 이야기로 모든 여성들의 삶이 설명되지는 않겠지만, 서로

노후 영역에 대한 연구는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 유정미

다른 삶들이 만나 공감이라는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지점을 발견

님이 진행했다. 유정미님은 토론회에서 좌담회 결과를 바탕으

하고, 그 지점을 믿을만한 좌표로 삼기 위해서였다.

로 ‘독립과 연대로 준비하는 노후’라는 의제를 제안했다. 이 의

7번의 좌담회와 2번의 심층인터뷰, 36명의 삶이 담긴 32

제는 노후 불안의 원인을 가족을 기본 단위로 하여 만들어진 복

시간 분량의 이야기 속에서 확인된 좌표는 노후가 불안하고,

지체계와 현재 일어나고 있는 가족 구조 변동 현상 사이에 개인

삶 자체가 바쁘며, 일상적으로 아프다는 것이었다. 왜 불안하

들의 삶이 놓여 있기 때문으로 진단한다. 더 이상 ‘가족’으로 삶

고, 바쁘고, 아픈가. 좌담회를 통해 모색한 그 이유와 대안을

이 정형화되지 않는 시대임에도, 복지체계와 돌봄 관계망이 가

성평등복지 의제로 다듬었다.

족을 중심으로 제한되어 있어 삶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는 것이다. 이 진단을 바탕으로 제안하는 성평등한 복지국가의 모습은 한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조건이 가족을 중심으로 닫혀 있지 않으며, 돌봄 공동체의 가능성 역시 결혼을 중심으로 닫 혀있지 않은 사회이다.

1) 이 내용들은 지난 10월 30일 성평등복지 의제 발표와 정책 과제 토론회 <성평등복지로 한국사회의 다음을 기획하다>에서 발표되었다. 토론회는 성평등복 지국가의 기본방향을 제시한 젠더사회연구소 소장 이숙진님의 기조발제에서 시작해 각 영역 연구자의 성평등복지 의제 발표, 의제 실현을 위한 민우회의 정 책 제안,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선영님, 한국여성연구소 박기남님, 이화여대 예방의학교실 조교수인 정최경희님의 토론으로 구성되었지만 지면 관계상 성평 등복지 의제와 정책과제를 중심으로 글을 구성했음을 밝힌다. 3


“야근이 당연하고 바쁘지 않으면 바보고. 이런 분위기가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원 김창연님은 연구 결과 ‘시간’

팽배해 있어요. 이런 상황이면 육아휴직 같은 건 정말

영역의 의제로 ‘노동시간 재구성으로 쉼표 있는 사회 만들기’를 제

부담스럽죠. 휴직하는 동안 일할 사람 구하고 휴직 전후

안했다. 이 의제는 돌봄을 수행하지 않는 남성 성역할을 기준

로 일에 무리가 가는 걸 저도 겪어봐서 알고요. 사실 육아

으로 노동시간이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남성은 일만 할뿐 자신

휴직으로 생기는 업무지연이나 속도 조절이 당연히 발

과 가족을 돌볼 권리는 없는 삶을, 여성은 일하면서 가족까지

생하는 일의 한 과정인건데, 육아휴직을 안 써도 되는

돌보는 이중고를 감당하는 삶 혹은 일할 권리 자체가 제한되는

사람에 생산성 표준이 맞춰져 있으니까 결국 개인이 이

삶을 겪어야 한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모든 사회구성원이 일,

런 부담을 지는 것 같아요. 이건 한 회사가 아니라 전 사회

돌봄, 쉼을 균형 있게 누릴 수 있는, 지금보다 느리고 여유 있는

의 속도가 달라져야 하는 문제예요.”

사회를 다음 사회의 밑그림으로 제안한다.

-‘시간’ 영역 좌담회 中 4


“한국에선 모두 20대 초반 여성의 몸을 쫓잖아요. 여중 생도 20대 초반처럼 옷을 입고 화장하고 머리하고, 30 대와 40대는 주름 없애고 날씬해지려고 하고. 여자 몸은 그냥 20대 초반뿐인 거예요. 그런데 여성건강 검색하면 또 다이어트, 성형이 뜨고. 사실 20대 여성 저체중, 60 대 빈곤층 여성 비만 증가같은 불균형이 더 큰 여성건강 문제인데. 이런 건 정책적인 대책이 필요한 거잖아요.” -‘건강’ 영역 좌담회 中

살림의료생협 이사인 전희경님은 건강 영역 좌담회 결과 ‘모 성건강을 넘어 여성건강으로’라는 의제를 발굴했다. 이 의제는 다이어트, 미용, 성형, 패션 산업에서의 여성의 몸 이미지 왜곡 으로 대표되는 ‘여자다운 몸’을 유지하라는 사회문화적 압박이

뒤엔 안식년 급여를 받으며 쉼을 누릴 수 있는 사회, 여자다운 몸/

여성의 건강권을 일상적으로 침해하고 있는 현실과 그럼에도

아닌 몸의 이분법을 넘어 몸은 그저 다양할 뿐인 사회. 이런 사회

불구하고 ‘모성 보호’ 영역에 한정되어 있는 여성 건강 정책 사이

에서 사는 날을 상상하며, 이번 대선에서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의 괴리를 드러낸다. 그리고 몸 다양성이 중요한 가치로 추구되

‘성평등복지국가’가 한국 사회의 중요한 정치철학으로 자리매김

며, 사회구성원들이 다양한 몸 경험을 격려 받음으로써 평생 건강

하기를 바래본다.

을 준비할 수 있는 사회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여기까지가 ‘대중참여 연구를 통한 성평등복지 의제와 정책과 제 발굴 사업’으로 그려본 성평등복지국가의 밑그림이다. 각 의제 를 실현하기 위해 1인 1국민연금, 생활연대협약법, 점심시간 유급화, 노동 안식년제, 몸다양성보장법, 국민건강증진법 개정같 은 정책 과제들도 발굴했다.2) 이 정책들을 ‘18대 대선 후보들에 게 제안하는 성평등복지 정책과제’의 일부로 각 대선 캠프들에 공개제안하기도 했다. 생활연대협약으로 법적 지위를 인정받는 다양한 가족 모델이 있어 결혼만이 정답이 아닌 사회, 점심시간

먼지 ●

이 유급화되어 퇴근시간이 한 시간 앞당겨졌고, 6년쯤 일한

2013년에는 또 어떤 모험이 펼쳐질까?

2) 지면 관계상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합니다. 자세한 설명은 민우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토론회 자료집과 이번 호 <함께 가는 여성> 31쪽에서 볼 수 있습니다. 5


민우ing

대학 내 여성주의 모임을 ‘인큐베이팅’하다! - [스물, 여성주의로 길을 잇다 : 물, 길 3기] 지은정(모후아)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회원팀

대학 내 여성주의 모임, “안녕? 안녕! 한가요?”

의 자치언론매체 [녹지], ②숙명여대 여성학 동아리 [S.F.A], ③차

2009년~2011년 여름, 대학 내 여성주의자들과 [물, 길] 캠프

별없는 사회를 실현하는 대학생 네트워크[결]- 과 [물, 길] 3기가

통해 대학 내 여성주의 모임에서 어떠한 어려움과 고민들이 있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지 공유하고 지지,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캠프 이후 여성주의

‘찾아가는 간담회’를 통해 각 모임에서 어떠한 활동을 해보고

액션을 함께 기획하고 집행하며 네트워크 활성화와 대학생 여성

싶은지 그 활동을 통해 어떠한 것을 얻고자 하는지 설정하게 되었

주의자들의 임파워먼트를 가능하게 하였다.

다. 이렇게 설정된 목표는 여성주의 오픈하우스라는 이름으로 9

하지만 그것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활동이었던 것이고,

월~10월에 각각의 장소에서 진행되었다. 여성주의 오픈하우스는

자신이 소속된 대학 내 여성주의 모임의 활동으로 이어지기에는

학내 여성주의 모임을 알리고, 학우들이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들이 남아 있었다. 현재 모임이 진행되고 있는

자리를 마련하여 여성주의로 소통하는 것이 취지이다.

대학 내 여성주의 모임을 찾아, 모임의 고민을 공감하는 것을 시작 으로 하고 싶은 활동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판단 하게 되었다. 그 과제의 물꼬를 트기 위해 2012 [스물, 여성주의로 길을 잇다 : 물, 길 3기](이하 [물, 길]) 는 대학 내 여성주의 모임 ‘찾아가는 인큐베 이팅’ 프로젝트로 진행되었다. 인큐베이팅은 ‘찾아가는 간담회공동워크숍-여성주의 오픈하우스’의 과정으로 진행하였다. 먼저, [물, 길] 1기와 2기 맴버들과의 연락을 통해 여성주의 모임을 하고자 하나 여력이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몇 개의 모임들과 연락이 닿았다. 그 중에 3개의 모임 - ①중앙대 여성주 6


여성주의로 신명나게 놀아보자! ‘여성주의 오픈하우스’ [녹지]는 2009년~2011년 학내에서 여성주의 교지 발간에 대한 탄압을 겪으면서 모임 해체의 위기를 겪었다. 중앙대 내 여성주의 교지에서 자치언론매체로 변경되면서 학우들에게 녹지를 알리는 일은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녹지]는 오픈하우스 독자 모임을 통해 여성주의 글로 소통하며 여성주의 교지 <녹지>의 존재를 알리는 시간이 되었다 [S.F.A]는 ‘여성의 몸’을 주제로 학우들과 편안한 분위기의 수다 회를 열어 참가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이를 통해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보고 싶어 하였다. 10월 30일~11월 2

“소모되지 않는 활동은 무엇일까, 내가 행복한 활동은 무엇

일까지 4회에 걸쳐 ‘몸 수다회’를 기획하게 되었다. 수다회는 각기

이 있을까? 하는 고민이 생겼다. 페미니스트로서의 ‘나’의

다른 4가지 주제로 진행되었다. 연애와 섹스, 나의 섹슈얼리티 .

정체성과 원동력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에 대해서 그동

성 정체성, 여성의 몸, 다이어트 . 성형 이었다.

안은 부유하는 이미지만 존재했다면 지금은 조금 더 자신

[S.F.A] 일원들은 수다회를 홍보하기 위한 사전행사를 진행하면서 숙명여대 학우들의 여성주의 감수성을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좋았고,

감이 생기기도 했다” - [물, 길] 3기 활동 내용 평가서 중에서

수다회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보여주어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대학생네트워크인 [결]에서는 곳곳에 있을 대학생 페미니스트

곳곳에서 만난 그/녀들

들을 한자리에 초대하여 여성주의자들이 재미지게 놀 수 있는

이번 [물, 길] 3기 사업의 다양한 홍보를 통해 모임의 이름과

파티를 열고 싶어 하였다. [결]에서 기획한 파티는 ‘이산 페미 상봉

활동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 수많은 대학생들이 생겼다. 그리고

잔치’라는 이름으로 11월 2일에 진행되었고 80여명의 대학생

직접 여성주의 오픈하우스에 참여한 150여명의 대학생들이

페미니스트들이 모였다. 이후 11월 10일에 마련한 ‘대학생 페미

존재한다. 이들이 당장 여성주의 모임에 참여하기까지는 시간이

니스트 포럼’에서는 대학 내 여성주의자 모임의 현재 활동소개와

더욱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스쳐지나간 이 순간들이 다른 시공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어떻게 하면 활동을 지속할 수

간과 경험 속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각자 삶 속의 여성주의로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이름 붙여지지 않을까?

활동의 자신감을 발견하다! [물, 길] 3기로 함께 한 3개의 여성주의 모임은 성격도 다르고,

모후아 ●

여성주의 오픈하우스를 진행하는 방식과 목표도 달랐다. 3개의

‘비록 지금 내가 먹은 초콜렛이 쓴 럼주가

모임들은 이번 물, 길 3기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들어있는 초콜릿이라 해도 실망하고

새롭게 발견하고 활동의 자신감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방치해두었던 모임의 고민 지점들과 문제점들을 직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낙담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 달콤한 초콜릿들이 더 많이 남아 있을테니까’ - 영화 “포레스트 검프” 中에서 이 대사가 와닿는 요즘이다. 7


민우ing

바야흐로 다시, 몸? 몸! 몸 -‘산부인과 바꾸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김희영(꼬깜)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회원팀

세상이 여자들에게 말하는 좋은 몸, 나쁜 몸 이상한 몸?! 2012년은 여성의 몸과 재생산권과 관련되어 꽤 h.o.t한 해였 습니다. 피임약 재분류 논쟁(‘응급 피임약, 경구 피임을 약국에서 팔 것인가? vs 의사 처방을 받게 할 것인가?’), 낙태죄에 대한 합헌 판결(‘낙태한 여성과 의사를 처벌하는 현재의 형법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등 민우회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 단체가 꽤 바빴던 한 해 이기도 했지요. 한편, 피임약 재분류 논쟁

성미산 마을극장에서 토론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은 종교, 여성, 의료계, 정부 등 각자가 바라보는 여성의 몸에 대한

결혼 여부, 의사의 설명 만족도, 태반주사와 같은 상업적 진료

초점과 중심이 어디 있는지를 확연히 보여주는 장이기도 했는데

행위를 제안하는지 여부가 산부인과의 접근성을 막는 세 가지

요. 누군가는 애 낳는 기계로 본다든지, 성적인 존재가 되는 걸 두려

요인으로 도출되었습니다. 여성들이 산부인과를 가기 꺼려하거

워한다든지, 돈 나오는 자판기로 보기도 하구요. 어떻게 봐야

나 어려워하는 것은 개개인들의 민감함이나 단순 불편함의 문제

하는지 아예 모른다든지, 아님 너무 잘 안다고 확신한다거나 등등

가 아니라, 결혼 여부에 따라 성관계를 ‘승인’하는 등 사회 문화

여러 입장과 논리, 관점과 느낌의 교차점에, 다시 여성의 몸이

적 요인, 가속화된 의료 상업화 속에 더 이상 병원을 믿지 못하게

라는 화두가 있었습니다.

되는 시스템의 문제, 의사들의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라는 선명한 원인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혹시, 산부인과 가봤어?

어디 가서 묻기도 어렵고 껄끄러웠던 여성질환에 대한 각종

올해 여성건강 . 회원팀의 주요한 키워드와 아이디어는 ‘산부인

질문을 모아낸 소책자, <혹시, 산부인과 가봤어?>는 많은 분들

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067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진행

의 호응과 공감이 있었습니다. 재인쇄를 위한 모금함은 벌써

한 산부인과 이용 경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0월 11일(목)에

3천 5백명 넘게 기부해주셨고, 여전히 소책자를 요청하시는

8


분들의 문의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많은 여성들이 겪지만 공식

워크의 소모임인 ‘묻지마 중창단’이 재기발랄한 노래로 속풀이

적이고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되지 못했던 산부인과 접근성이

를 하기도 했는데요. ’몸몸몸 말하기 대회‘로 자신이 겪은 에피소

라는 주제를 사회적으로 던진 이슈였습니다.

드가 남긴 몸의 자국을 속 시원히 말하면서 연결된 서로를 만나 기도 했습니다. 여성들에게 요구하는 ‘청결하고 조신하고 마르

“여러분은 좋은 몸, 나쁜 몸, 이상한 몸 중에 어떤 몸이신가요?”

고 젊지만 건강해야 한다’는 불가능한 미션이 거의 모든 세대를

산부인과 바꾸기 프로젝트의 부제는 ‘여자, 몸, 춤추다’였습니다.

관통하는구나. 다시금 체감한 시간이었어요.

가끔은 각론에서 총론을 찾기도 하는데요. 산부인과 넘어 여성의

올해 여성건강 . 회원팀 활동은 산부인과로 시작되어 피임약,

몸에 대한 이야기 한 판도 벌여 봐야 하지 않을까? 해서 ‘임신

피임, 낙태, 그리고 여성의 몸에 대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듯 어렵

출산 결정권을 위한 네트워크’와 “2012 세상이 여자들에게 말하

지만 흥미로운 점도 많았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지켜봐주시

는 좋은 몸, 나쁜 몸, 이상한 몸 말하기 대회”를 공동 주최했습니

고 관심 가져주세요.

다. 11월 21일(수)에 홍대 클럽 크랙에서 저녁 7시 반, ‘몸몸몸

다시, 조금 다르게 몸이라는 주제를 함께 만들어 보아요.

말하기 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마치 퍼즐처럼.

“난소 질환에 대해 불임 가능성 때문에 친척들에게 쉬쉬 하는 엄마의 모습에 서글펐지만 한편으로는 공감이 되었다, 생리대 달라고 했더니 주변에서 들으면 어쩔 거냐고 놀라는 친구를 보며 내가 잘못한건가? 당혹스러웠다, 임신중절 경험 있는 여성들을 인터뷰 하며 그들의 외로움에 너무 답답했다, 나의 몸에 요구하는

꼬깜 ●

정숙함이나 관리에 대한 스트레스로 폭식을 경험했다” 등등 총 8

내 낡은 서랍속의 바다.

개의 팀이 10분 내외로 자신의 경험을 ppt로 발표 하고, 언니네트

헛된 고민들 회오리 치네. 9


민우ing

1)

성폭력 범죄 양형 에 대한 제안 - <검 . 판사 이렇게 할 수 있다>Ⅱ성폭력 범죄 판결 속 양형 이유 분석 이선미(썬)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우리의 시각으로 법관의 시각을 보다 얼마 전 상담소 탁자 위에 한 이름 모를 변호사의 명함이 놓여 있었다. 명함은 봤지만 지금도 이름을 모른다. 아니 읽지 못했다. 대신 이름을 한자(漢子)로 박으면 어떡하느냐는 볼멘 소리가 절로 나왔다. 명함 하나에 공연히 씩씩거린 나는 한자 까막눈이다. 괜스레 명함주인이 얄궂게 느껴졌다. 내가 의뢰인 이라면 첫 만남부터 거리감을 느꼈을 것이다. 안 그래도 문턱 높 은 ‘법’ 때문에 만나게 된 사람인데 낯설고 어려운 포스를 풍기는 명함이라니. 그런데 문득 ‘내가 너무 과민한건 아닌가?’ 싶다가도 ‘왜 이 러지?’ 싶어진다. 이는 필시 판례분석 활동을 하며 받았던 스트 레스로 인한 뾰족함이다. 판례를 분석해야 하는데 무슨 말인 지 도통 이해하기가 버거웠다. 일상과 동떨어진 언어로 구성된 ‘법’의 영역에서 나의 독해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판례를 붙잡고, 같은 줄을 읽고 또 읽는 신공(?)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건 성폭력 범죄의 판례에 관심이 있는 8인2) 의 기획 단이 모여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 었다. 또한 ‘법’ 그 자체를 분석하는 것이 아닌 법을 집행하는 법 관의 시각을 들여다보고자 했기에 가능했다. 우리의 시각으로.

1) 법원이 형사재판 결과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에 대해 그 형벌의 정도 또는 형벌의 양을 결정하는 일 2) 상담소는 성범죄 판례분석 활동에 관심이 있는 기획단을 모집했고 귤, 길고양이, 달개비, 사과뿡, 손, 썬, 안나, 홍두가 모여 8인의 기획단이 구성되었다. 10


왜, 무엇을 보고자 했나 상담소에서는 <검 . 판사 이렇게 할 수 있다>3) 의 두 번째 시리 즈로 올해 가을 성폭력 범죄 판결 속 양형의 이유를 분석했다. 기획단은 모여서 대법원 종합법률서비스에 공개 된 2009년

성폭력 범죄 양형에 대한 우리의 요구 판결문 속 양형의 이유를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내놓은 결과는 <성폭력 범죄 양형에 대한 의견>으로 다음과 같다.

7월 1일부터 2011년 12월 31일까지의 성폭력 범죄 판결문 69건(28개 사건)을 살펴봤다. 2009년 아동성폭력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성폭력에 대한 공분이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모아 졌고 이에 대해 국회와 관련기관이 편승하듯 강경처벌정책을 내놓으며 법정형4)을 상향조정하고 양형기준안을 정비했다. 그러

1. 판결문에서 양형이유를 구체적으로 서술하라. 양형에 있어 개별적 사유의 내용 및 고려의 정도를 구체적 으로 판결문에 서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재판결과를 이해하고 그 결과가 적절한지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이기 때문이다.

나 기획단은 높은 법정형이 실질적인 처벌을 담보하지 않기에 처벌에 있어서 양형을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에 판례의 시기를 2009년 7월 이후 로 설정하고 ‘양형의 이유’를 중심으로 분석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 는 처벌의 수위만을 높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형량을 결정하고

2. 피해자와의 합의가 양형감경사유로서 제시될 때 양형에 미치는 정도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라. 피해자와의 합의 ‘과정’에 대한 질적 고려 및 양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의 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집행하는 법관의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만약 법관이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통 념과 인식을 가졌다면 법정형이 높아졌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법 개정을 통해 무언가 변화를 기대 한다면 반드시 법관의 의식 변화도 함께 동반되어야 한다. 그래 서 법이 아닌 그 안의 내용을 보는 것이 중요했고 판결문에서 어떤 이유를 들어 양형을 결정했는지를 따져보고 살펴보는 과정 이 필요했다.

3. 친족간성폭력 및 부부강간죄의 합의에 대한 양형의 판단은 관계의 특수성과 합의의 과정을 반드시 고려해서 판단해 야 한다. 친족간성폭력 및 부부강간죄의 경우 다른 가족들로부터 합 의종용을 받아 진정한 의사에 의하지 않고 합의할 높은 개연 성을 갖는다. 따라서 형사합의를 양형에 반영할 시에는 관계 의 특수성과 합의의 질적 과정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3) 2007년 진행한 <검 . 판사 이렇게 할 수 있다>는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유포하는 ‘욕정을 못 이겨/욕정을 일으켜’등의 문구를 판결문을 비롯한 법정 문서에서 삭제할 것을 전국의 사법기관에 요청한 활동이었다. 4) 법의 조문 중에서 각각의 범죄에 대하여 규정된 형벌 11


정리하자면 ‘법률’ 자체보다 어떻게 해당 형량을 결정했는지 5)

의견서를 통째로 싣지 못하고 요구를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 아

에 대한 ‘이유’를 분석하는 것이 실형 선고율이 낮은 지금의 상

쉬움으로 남는다. 기획단만의 요구가 아닌 우리 모두의 요구로의

황에서 실질적인 처벌 가능성을 보다 확장하는 일이라고 판단

변화를 기대하며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 그 변화의 과정을 당신도

했다. 이에 양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보며 법관의 판단 기준

지켜보고 싶지 않으신가. 그렇다면 상담소 홈페이지로!

이 무엇이었는지를 꼼꼼하게 따져보고 살펴봤다. 위 세 가지 의견과 함께 전문가(장임다혜 . 조인섭 정책위원) 의견을 첨부하여 대법원과 양형위원회를 포함한 전국의 각 법 원에 의견서를 발송하고 회신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각 의견을 뒷받침하는 분석 내용은 상담소 홈페이지에 올린 의견서를 통해 보다 상세하게 확인하실 수 있다. 또한 이를 내놓 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회의록과 기획단이 성폭력 범죄 판례를 보며 나눴던 다양한 문제의식을 일곱 개의 꼭지로 담아내어 연재하고 있으니 이 또한 상담소 홈페이지를 통해 확

썬● 못난 나를 마주할 때 도망가지 않고

인하실 수 있다. 아니 확인해 주시길 바란다.

5) 법원의 선고를 받아 실제로 집행된 경우의 형벌. 집행 유예 따위의 방법을 통한 것은 실형이 아니다. 12

직면하는 법을 고민 중


민우스케치 후기 | 신입회원 여성주의세미나 ‘멋진 페

후기 | 여성노동교육 ‘회사가 신입에게 절

성명서 | ‘낙태’ 처벌을 즉각 중단할 것을

미니스트 되기, 환절기’

대 알려주지 않는 세가지 비밀’

촉구합니다 지난 10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임신 23주째의 10 대 여성이 ‘낙태’ 수술을 받던 도중 사망한 사건이 발 생했습니다. 지난 8월, 헌법재판소는 여성의 요청에 의한 ‘낙태’ 시술자를 처벌하는 형법 제 270조 1항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리면서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

신입회원들과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고 네 번

민우회만의 취업 교육! 첫 번째 강좌는 ‘자소서

권이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중하

의 세미나를 하였습니다. 환절기 세미나의 의미

고민하듯 계약서도 살펴보자’를 주제로, 박성우

다고 볼 수 없고’,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가볍게 제

는 계절이 바뀌는 시기인 환절기처럼, 여성주의

노무사님이 근로계약서와 근로기준법의 내용을

재한다면 ‘낙태’가 만연하고 생명경시 풍조가 확산될

를 접하게 되면서 나의 인생의 계절이 바뀌고,

강의해주셨습니다. 두 번째 강좌는 민우회 회원

것’이라고 결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새로운 시선으로 나 자신과 여성의 삶을 스스로

인 하이디, 달빛과 이야기 손님들을 모시고 직장

‘낙태’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만 돌린 결과 벌어진

지지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내 관계를 주도하는 노하우를 나눠주었습니다.

일입니다. 만일 이 여성이 낙태 처벌과 낙인에 대한

함께 세미나를 하였던 신비님, 햇살님, 옥돌님

마지막으로는 의상스타일리스트 제미란님이 ‘정

두려움으로 비밀스럽게 위험한 수술을 감행하지 않

이 후기도 남겨주셨습니다. 민우회 홈페이지에

형화된 옷차림에 갇히지 않고 내가 주인이 되는

아도 되었다면 아직 살아있을지도 모릅니다. ‘낙태’

서 보실 수 있습니다.

신입사원 스타일링’을 강의해주셨습니다. 용모단

수술 중 사망한 10대 여성의 사건에 깊은 애도를

정을 넘어 개성과 내면을 표현할 수 있는 스타일

표하며 ‘낙태’ 처벌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링 전략을 알려주었습니다. 많은 분들과 나누는

11월 15일 여성의임신출산결정권을위한네트워크

10월 18일~11월 8일 원경선홀

자리였습니다.

후기 | 신입회원 만남의 날

11월 8일~22일 원경선홀,민중의집

기자회견문 | 성폭력 검사 엄중 처벌하고 검찰 개혁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촉구한다!

올해 마지막 신입회원 만남의 날에는 지욱, 피노, 옥돌, 에쎄, 정, 순, 사랑, 히다님이 오셨어요. 다함께 “2012신년계획 기억나세요?”라는 주제 로 자기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올해를 되 돌아보며, 민우회 가입하게 된 계기에 대한 이야 기를 나누기도 하였지요. 그리고 연말카드를 만들 며, 올해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리는 훈훈한 시간 을 가졌답니다. 올해 잘 마무리 하세요~ 새로운 신 입회원님들 기다릴게요!

지난 11월 초 서울동부지검 전모 검사가 자신의 지 위를 이용하여 여성 피의자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사건을 공개하고 24일 전모검사를 ‘뇌물수수’ 혐의로 전격 긴급체포했다. 그러나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전모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번 검사에 의한 성폭력과 검찰의 대응방식은 여성인권과 여성폭력에 대한 낮은 의식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이 피W해자와 국민 앞에 사죄하고 뼈를 깎는 성찰을 통해 검찰 개혁을 단행할 때까지 우리

11월 27일 원경선홀

는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11월 28일 한국여성민우회 13 13


민우칼럼

내년에는 아마 가지 않을지도 몰라 박봉정숙(박봉)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그때는 눈물이 안 나더라구. 별로 실감도 안 났어. 눈을 감는 마지

문득 눈물이 나면서 언니 생각이 났어. 그래 이런 순간들이 찰나

막을 못 봐서일까. 병원에서 산소호흡기를 뗀 다음, 언니의 장례 준

로 있을 텐데, 우리는 이런 찰나의 행복함을 위해 일상을 살아내

비를 하러 서울로 떠났지. 가는 길에 활동가들과 장례 실무에 대해

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 그런데 왜 언니 생각이 났냐고?

이야기하는데, ‘이게 산다는 거구나’ 싶었어.

언니가 죽고, 처음 눈물을 흘렸을 때가 언제냐면, 서울에서 장례

여성운동은 여전히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사회운동이고,

식장 예약한 다음 날 아침이었어. 옷을 차려입고 장례식장으로 가

사회는 여전히 여러 아픔들이 늘 터지고 있고, 우리의 어려운 시기

는 버스를 타고 가는데 창문으로 햇살이 너무 찬란하게 쏟아지는

는 생각보다 오래갈 거 같아.

그때 문득 눈물이 나더라구. 이렇게 반짝거리는데 언니가 없구나…

때론 ‘내가 죽은 다음에 이 세상은 어떻게 변하려나. 내가 없

아, 언니가 없구나.

어도 그대로일까?’ 라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하게 되잖아. 그런데

그런데 그 느낌이 말이야. 상실감보다는 그냥 당연한 인생의

‘아, 그대로겠구나.’ 라고 생각했어. 언니가 없어도 그대로더라구.

진리 같은 거, 인간의 소소한 일상과 아무 상관없이 자연은 자기

어쩌면 그래서인지 매번 작은 일에는 흥분하는 듯 하지만, 전체

할 일을 하는구나. 만약 언니가 전날 실무하러 떠나는 나를 봤으

적으로는 ‘이래도 흥! 저래도 흥!’ 별다른 감흥이 없는 태도는 강

면 느꼈을 서운함 같은 걸 자연에게 느꼈다고나 할까? 나쁜 자연.

도가 세진 것 같아.

사실 여기까지 언니가 누군지 밝히지도 않고 쓰고 있는데, 벌써

자꾸 언니가 꿈에 나오는 거야. 그래서 다른 활동가에게 왜 그럴

민우회는 언니를 모르는 사람이 가득하다우. 상근활동가 중엔 반

까 물었더니, 언니가 나오는 게 아니라 내가 나오게 하는 거래. 아직

이상이야. 그래서 아마 언니를 기억하는 마지막 글이 될 거 같아.

하고픈 말이 있냐며 편지를 한번 써보라더라. 그래서 이렇게 쓰는

그러니까 오늘까지야. 내일부터는 국물도 없어. 늙으면 추억을 먹고

중이야. 그런데 요새는 나오지 않더라. 웬만하면 나오지마, 별로야.

산다지만, 난 앞으로 나아갈래.

얼마 전 <라카지>라는 뮤지컬을 봤어. 거기서 주인공이 부르는

기쁘게도 민우회는 언니가 원하는 대로 되어가고 있어. 나이나

클라이맥스 노래가 있는데. 아마 가사가 지금 이 순간이 최고의 순

학력이나 성정체성에 상관없이 누가 와도 이 공간에서만큼은 열

간이라나… 이 순간에 나는 살고 있다나… 뭐 그런 내용 이었어.

려있다고 느끼는 곳, 사회적 자원이 적은 여성들이 기대어 자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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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 내가 겪은 크고 작은 억울함이나 고단함

그들의 아름다움을 더욱 불러내자. 얼마나 어려운 미션인지. 나에

에 대해 우리의 이야기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곳, 그런 이야기를

겐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사회와 소통시키는 곳 말이지. 그러니 걱정하지 마.(고인을 위해 그렇다고 하고 대충 넘어갑시다.)

세상은 그렇게 빨리 변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대단한 사람도 아니라는 것도 알아. 그래서 아마도 제일 소중하고 중요한 건 지금

이런 말들을 많이 하지. “내 나이가 벌써 그때 엄마의 나이보다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인데, 이 평범한 사실을 왜 자꾸 까먹게 되

많구나.” 곧 나는 언니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 나이를 넘어가겠지.

나 몰라. 언니와 이별하고 남은 건 그건데… 역시 일상은 바꾸기가

그러면 그때 언니가 어떤 고민을 했는지 알 수 있게 되고 더 이해하

어려워.

게 되면서 더 많이 이해해주고 공감해주지 못한 게 미안하겠지. 벌써 그렇더라고. 그런데 말이야. 이런 생각도 하게 돼. 늙게 되 니 선배들은 어른들은 부모들은 차차 이해하게 되는데. 어렸을 때와는 점점 멀어져가면서 그 기억이 사라져서 참 공감이 어려 워 지겠구나. 그래서 말이지. 오히려 내가 처음 시작했을 때, 3~4년쯤 되었

내용이 참 중구난방이었지. 편지는 원래 그런 거야. 기승전결 완벽하면 그게 편지야? 칼럼이지. (쿠헴) 페트라 켈리라는 독일 녹색당 창립자이자 페미니스트였던 그녀 의 묘비에는 이렇게 써있대. “내 무덤가에서 가던 길 멈추고 울지 말기를. 나는 이곳에 있지 않으며 잠들어있지도 않습니다.”

을 때, 10년쯤 되었을 때를 잊지 않으려 노력해야 할 거 같아. 앞으

멋있긴 한데, 언니는 그러지 말아. 편안히 잠들어 있길 바래.

로 잊을 일만 남았잖아. 그지?

우린 충분히 열정적이었어.

연말이야. 또 총회를 준비하겠지. 벌써 몇 번째야. 열여덟 번째인 데 지겹지도 않아. 정말이야. 난 또 성격대로 활동 평가를 할 테지. 아작아작. 그래서 자꾸 기억하려 해. 이별이 남긴 메시지. 인생에 서 가장 열정적인 시기를 보내고 있는 조직의 모든 이들과 나, 오늘을 함께 하는 많은 동지들(이렇게 부르고 싶을 때도 있어.),

박봉 ● 노란 옷을 입고 있습니다. 벌써 봄이 기다려집니다. 15


생생한시각

삼발이 의자로 버티는 국민건강보험, 그 다리 중 하나가 금이 가기 시작하다 최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부장

건강보험이라는 삼발이 의자 한국의 건강보험은 세 개의 다리로 구성된 의자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다리는 대한민국의 모든 병원은 국가에서 운영 하는 보험공단과 계약을 맺고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 는 ‘건강보험당연지정제’라는 다리다. 이 제도로 인해 모든 병 의원은 공단이 정한 수가체계에 따라 진료비를 결정해야 한다. 두 번째 다리는 모든 국민이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되도 록 한 ‘의무가입제’이다. 지난 과거를 조금만 돌이켜 보면 알겠 지만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증이 있었던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는다. 지금이야 병원에서 이름만 말해도 건강보험으로 자동 처리되지만 1989년 이전만 해도 보험처리가 안되면 배 이상 비싼 진료비를 지불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다리는 최근 이명박 정부에 의해서 금이 가기 시작한 모든 의료기관의 ‘비영리법인제 도’다. 대한민국의 병원은 의사 자격을 가진 개인, 국가, 지방자치 단체, 사회복지법인이 비영리법인 형태로만 지을 수 있다. 비영 리병원은 수익의 일부를 외부 투자자에게 배당할 수 없으며, 모 든 수익은 병원 내 인건비, 의료설비, 연구비 등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주식회사형 병원을 뜻하는 영리병원은 병원에서 번 돈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의료기관이다. 16


거침없는 하이킥

의료시스템을 뒤흔드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전국적으로 확산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이렇게 세 개의 다리로 구성된 ‘국

될 영리병원에 의해 한국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걱정하는 것은

민건강보험’ 이라는 의자에 앉아있다. 그런데 삼발이 의자는 다

절대 기우이지 않다. 이미 병원협회는 “해외자본에게만 영리

리 하나만 부러져도 주저앉고 만다. 이명박 정권 5년간 추진한

병원을 허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영리병원의 전면 허용

의료민영화 정책은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의자에 앉아 있는 국민

을 요구하고 있어서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은 결국 전국 주요

들을 주저앉히려는 시도였다. 이명박 정권은 당선 초기, 인수위

도시로 퍼질 수 있다.

시절부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들고 나왔었다. 우리가 잘 기억하듯이 이러한 시도는 거대한 촛불들에 의해 전면 거부

흔들리는 의자, 무엇을 할 것인가

되었다. 촛불에 뜨겁게 데인 다음부터, 이명박 정권은 다양한

이렇듯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삼발이 의자의 다리 하나가

우회적 법안을 통해 의료민영화를 시도했지만 국민들의 저항으

‘영리병원 허용’에 의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만약 영리병원

로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하지만 법안 통과가 반대에 부딪

이 전면적으로 허용되면 나머지 다리들도 함께 흔들리며 주저앉

히자 현행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경제자

아 버릴 것이다. 영리병원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아무리 병원비가

유구역에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법적 제도적 절차를 시도했다.

비싸더라도 부자들은 달려갈 것이다. 이러한 이들에게 ‘건강보험

임기 4개월을 앞둔 이명박 정권은 이제 아무것도 상관없다는

의무가입제’는 불필요한 제도일 것이다. 그리고 병원들은 민간

듯이 보건복지부를 앞세워 국민들을 향해 거침없는 하이킥을

의료보험과 직접계약을 하는 미국식 의료시스템 전환을 요구

날렸다. 보건복지부가 시행규칙을 고시해 허용에 물꼬를 튼 것

할 것이다.

이다. 민의의 대표기관이라 한다는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행정부의 시행규칙 제정이라는 꼼수를 통해서 말이다.

OECD 대부분의 나라들은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의료기관 비율이 75%를 넘는다. 하지만 한국은 국립대를 다 포함해도 공공의료기관은 7%밖에 안 되는 나라다. 공공의료기관이 턱

영리병원 시행규칙 고시의 내막

없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 네 개의 균형 잡힌 다리를 가진 의자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에 투자하는 외국기업이나 외국인 거주

도 아니고 삼발이 의자에 위태롭게 앉아 있는 것이 한국의료의

자들을 위한 외국병원을 짓는 것처럼 말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

현실이다. 결국 금이 간 다리가 부러지기 전에 의료민영화 관련

다보면 이것은 앞서 말한 삼발이 의자에 금을 내는 일이다.

법과 제도들을 다 폐지시켜야 한다. 그리고 의자가 무너져 엉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투자자는 삼 성과, KT&G가 50% 그리고 일본 다이와증권이 50%를 투자한

방아를 찧기 전에 우리가 고쳐내야 한다. 흔들리는 것을 감지했 을 때 당장 말이다.

컨소시엄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상 이명박 정권과 공조를 이루며 건강보험을 흔들어왔던 삼성에게 정권이 준 선물이라 고 밖에 볼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인천송도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는 점이다. 현재 경제자유구역은 18개 전국 도시에 해당되며

최규진 ● 나는 배를 곯고 있는 사람이 영혼의 구원에 대해 생각하거나, 치통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아름다움이나

광역자치시만 하더라도 3개가 포함된다. 사실상 강원도를 제

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고 단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외한 전국에 분포되어 있다. 서울의 대형병원 몇 군데가 한국

- 캐나다 무상의료의 아버지 토미 더글라스의 말 17


생생한시각

전국 최초의 인권조례제정 활동의 시작 정윤정

진주여성민우회 사무처장

진주여성민우회는 지난 몇 년간 진주시 인권조례제정 활동

인권조례를 만들기까지

해왔다. 인권조례제정 활동 소개에 앞서 15년 전 사건을 이야

1996년 진주에서는 ‘96진주인권회의’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기하려 한다. 모 유치원에서 원장에 의한 교사 성추행 사건이

약자에 대한 인권 상황을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 행사를

있었다. 피해 선생님들은 어디에 하소연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계기로 2001년~2003년 지역인권 상황을 보고하는 자리가 마

시민단체와 학부모 등으로 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법정 싸움

련되었다. 그 자리에서 경상대학교 김중섭 교수는 지역공동체

후 승소하였다. 교사들의 승소로 사건은 일단락되었으나, 이런

의 인권실행 증진 방안으로 인권조례제정을 제시하였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여성들이 찾아갈 여성단체 하나 없는 것이

이후 조례의 필요성과 전망, 법적 근거 탐구 등 구체적인 인권

지역의 현실로 드러났다. 이런 문제점에서 출발하여 탄생하게

조례제정 활동이 논의되었다. 2005년에는 17개 단체가 ‘세계

된 것이 진주여성민우회이다. 피해 교사들은 본인들과 같은 일

인권선언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결성하였고, 진주여성평등

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써달라며 후원금을 내놓았다. 그 후원금

상 시상도 추진위원회의 행사인 ‘진주인권사랑한마당’에서 시상

이 종잣돈이 되어 ‘진주여성평등기금’을 조성하게 되었고, 그렇

하게 되었다. 진주여성평등상으로 추진위원회와 인연을 맺게 된

게 조성된 기금의 이자로 ‘진주여성평등상’을 시상하게 되었다.

셈이다. 그 후 진주민우회의 활발한 활동으로 이듬해 ‘세계인권선

‘진주여성평등기금’과 ‘진주여성평등상’은 인권조례제정 활동

언 기념사업 진주협의회’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그리고 2006년

에 다리가 되었다.

12월 말, 제2회 인권사랑한마당을 평가하는 자리에서 인권조례 제정을 협의회의 활동으로 설정하고, 진주인권조례 준비를 위한 연구 모임을 만들어 본격적인 인권조례제정운동을 시작할 수 있 었다. 이 연구 모임의 활동은 국가인권위원회 협력사업으로 선정 되어 내실 있는 연구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연구모임에서는 월별 주제를 정하고 심도 있는 토론과 학습 이 이루어졌다. 매달 주제를 정해 토론회를 진행하였다. 이외에 도 진주인권조례초안 마련을 위한 워크숍, 모둠별 인권조례 준비 모임, 전문가 초청 강연회, 인권활동 선진 지역 방문, 시민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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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쿠시마 인권학습 기행단과의 국제교류, 진주 시의원들 등 다양한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 냈다. 이런 활동이 이어져 드디어 2008년 12월 10일 제4회 진주인권사랑 한마당에서 ‘진주시인권조례’ 초안을 공표하게 되었다. 2009년 1월에는시의원 발의를 결정하고 진주시 인권조례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였다.

하지만 2009년 6월 ‘진주시인권조례(안)’ 접수, 기획총무 위원회에 심의가 있었는데, 2009년 6월 16일 기획총무위원 회에서 심의 보류 결정이 났다. 2010년 6월 30일 제 5기 진주 시의회 회기 종료로 보류 상태에서 자동폐기가 되고 말았다. 제일 먼저 인권조례제정을 시도하였으나 진주시의회의 이해

진행된 인권학교로 다시 한 번 조례제정운동이 공론화되었다.

부족으로 무산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노력은 인권

그리고 2012년 10월 4일 드디어 ‘진주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조례제정의 포문을 열게 되었다. 다른 지역 조례제정을 위한 활

관한 조례’가 제정되었다. 의회와 집행부와의 논의 과정에서 많은

동에 초청되어 주제 발표와 토론에 참여하였으며, 국가인권

부분이 삭제 또는 수정되어 아쉬운 점도 있지만, ‘전담인력 배치,

위원회 2011년도 연구용역사업 ‘포괄적 기본인권조례 표준

인권위원회 설치’ 등 핵심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어 인권보장의

안 개발 연구용역’(전남대 공익인권법센터. 연구책임 조상균 교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수. 2011. 10. 12보고서 제출) 자문으로도 참가하였다. 그리고 2012년 4월 국가인권위원회 표준인권조례안이 전국지자체

한국여성민우회는 ‘차별 없는 나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에 전달되어 제정 의견을 물었다. 또 2012년 상반기 기준 전

있다. 지부인 진주여성민우회의 운동이 인권조례제정 운동과 같

국 13개의 지방자치단체 (광역 : 광주, 경남, 전북, 부산, 충남, 전남

은 선상에서 진행되어왔다. 진주시 인권조례는 시민의 인권 보호

/ 기초 : 서울특별시 성북구,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 수영구 . 남구,

와 증진을 제일 우선시 하도록 만드는 법이 될 것이다. 또 모든

울산광역시 북구 . 동구, 경기도 광명시)가 인권조례를 제정하였다.

시민의 인권이 생활 속에서 실현되고, 행복한 도시공동체를 구현 해 가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여성운동을 통해

드디어 인권조례제정을 이루다

만들고자 하는 세상이 아니던가?

진주도 다시 시작해야 했다. 2012년 4월 총선에 진주에서는 시의원 보궐선거가 함께 있었는데, 진주여성민우회는 시민후보 를 배출하고 시의원 보궐선거를 하였다. 그리고 그 후보를 당선 시켰다. 이때 배출한 서은애 진주시의원이 진주시의회 임시회에 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인권조례제정의 전국적 상황과 진주시

정윤정 ● 민우회 활동과 나의 삶을 일치시켜 나가며

민의 인권증진을 이유로 인권조례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행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민우회와 나의 삶이 행복으로

그리고 수차례의 준비회의 외 지역방송사의 시민열린강좌로

충만하리라는 것을 굳게 믿으며 재미있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19


생생한시각

장애인활동지원법 누구를 위한 법인가 정영란

사)장애여성공감 부설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 활동가

지난 10월 25일 故김주영씨의 집에 화재가 발생했다. 주영씨 는 화재가 발생하자 입에 스틱을 물고 어렵게 119에 신고를 했다. 하지만 구조대가 늦게 도착하여 혼자서는 집밖으로 나올 수 없는 주영씨는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인하여 장애인인권운동단체들이 요구했던 하루 24시간 내내(월720건)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개정이 필요 함이 드러났다. 기존에 한정되어 있던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지원을 필요한 시간만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면 장애인 이 가진 조건에 따라서 지원이 필요한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월 100시간 장애인활동지원을 받는 체격이 큰 장 애인이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이 장애인은 하루에 3시간 서비 스를 받을 수 있다. 밖에 나가려면 휠체어를 타야 하지만 혼자 서는 휠체어에 오를 수 없고, 체격이 크기 때문에 두 명의 보조 가 필요하다. 하지만 서비스를 이용한 다음날은 서비스를 이용 할 수 없게 된다. 한국의 경우 장애인에게 1-6급까지 장애등급을 매겨놓았다. 그리고 장애등급에 따라서 복지제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상 자격이 나누어지고 있으며, 대부분 1급 장애인이거나 기초생활 20


수급권자만이 지원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이다. 그중에

에 평균 3시간밖에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것

대표적인 것이 활동지원서비스인데, 현행법은 1급 장애를 가진

이다. 물론 지자체가 추가로 지원을 하지만 추가지원 대상이 되려

사람만이 신청 가능하다.

면 또 다시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보건복지부

그러나 더욱 문제인 것은 장애등급이 1급이라고 해서 신청만 하면 모두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

와 지자체 지원을 총동원해서 최대 장애인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 는 시간은 월 360시간이다.

는 점이다. 2010년부터 장애등급 재심사제도가 시행되고 있고, 그에 따라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신규신청하려면 현재 1급인

공급자가 아닌 당사자를 위한 복지

장애인도 병원에 가서 장애등급 판정을 다시 받아야 된다. 재심

따라서 故김주영씨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을 최대한

사 결과 1급이 나와야만 서비스 신청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받았다고 했을 때 하루 24시간 중에 12시간만 서비스를 받을 수

그런데 장애등급재심사는 장애인의 사회 . 환경적 조건이나

있고 나머지 12시간은 혼자 있어야 한다. 화재가 났던 새벽 2시

욕구가 아닌 오로지 의학적 손상만을 기준으로 등급을 매기고

에는 혼자 있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있다. 그 결과 장애 판정을 다시 받은 장애인 중에는 등급이 하락

장애를 가졌다는 것은 등급에 상관없이 보조가 필요한 부분

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복지서비스는

가 절실하게 필요한 장애인이라도 쉽게 서비스 신청을 할 수 없는

필요한 이에게 필요한만큼 서비스가 제공되기 보다는 공급하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장애등급심사는 전 장애인을 대상으로 강

공급자의 입장에서 지원되고 있다. ‘사회복지’, ‘복지서비스’라는

제 시행되고 있다. 지금 내가 장애등급이 1급이라도 언제 등급이

것은 공급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지원을 받아야 하는 수요자의

하락될지 모르다. 또한, 등급 하락으로 인해 장애인활동지원서비

입장에서 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어떤 상황에서든

스를 받지 못해 생존을 위협 받는다.

복지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의 서비스가 지원될 수 있다. 모든 이들에게 적절한 복지서비스가 지원되려면 잘못

그렇다면 장애등급 재판정 결과 1급인 장애인은 모두 활동지 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 먼저 결론을 이야기하면 그렇지 않다. 이렇듯 어렵게 장애등

된 제도들이 개정되고 폐지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장애 를 가진 사람이든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든 목숨을 잃는 사건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급을 다시 심사하여 운 좋게 1급을 판정 받아도 ‘인정조사표’를

장애여성인권운동을 해오면서 이러한 사건을 늘 보아왔다.

기준으로 다시 조사를 받아야 된다. 이 조사는 무엇을 얼마나

그렇지만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지 못하고 묻혀버린 사건들이

할 수 있는지를 체크해서 점수를 매기는데, 그 결과 220점 이하

많았다. 그래서 故 김주영씨의 사건을 통해서 장애인활동지원서

면 지원을 받을 수 없고, 그 이상의 점수가 나왔을 때 점수에 따라

비 정책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매월 지원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정해진다. 그리고 장애인활동지 원을 받고 있는 대상자는 2년마다 인정조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월 최대 100시간을 지원받으려면 인정점수가 380점 이상이 어야 한다. 380점 이상을 받으려면 혼자서는 옷도 입지 못하고,

정영란 ●

밥도 먹지 못하고, 화장실도 갈 수 없다. 다시 말해 혼자서 옷도

요즘은 연말이 다가와 그동안 바빴던 것보다 몇 배는 더 바쁘다.

못 입고,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못가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하루

아, 열흘내내 잠만 자봤으면. 21


인터뷰

<일다> 박희정 편집장, 성희롱에 ‘까칠한’ 세상을 그리다 한국여성민우회 편집팀 책 제목이 <당신 그렇게 까칠해서 직장생활 하겠어?>라고 한다. ‘직장 내 성희롱’을 다룬 만화라는 걸 알고 보면 씁쓸한 제목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희망찬 씨앗이기도 하다. 최초의 ‘직장 내 성희롱’을 다룬 만화책이자, 성희롱이 공론화되고 법제화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의미 있는 사건들을 모아낸 소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씨앗의 특별함은 ‘다음’을 만들어내는데 있다. 이 특별한 만화책은 ‘직장 내 성희롱’을 막연하게 고민하던 이들에게 기댈 수 있는 나무 그늘이 되고, 나아가 숲을 이뤄낼지도 모른다. 이 새로운 씨앗을 만들어 낸 박희정 편집장에게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2


반갑습니다. 책 출간 축하드려요.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만화로 풀려면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일단은 법적인 용어들이나 개념을 설명을 해야 하는 게 어렵더 라고요. 개념 용어를 말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로 설명 해야 하니까요. 어떤 인물이 나와서 설명해야 하는데 일방적으 로 정보를 전달받는 느낌일 것 같더라고요. 지루하기도 하고요. 너무 교육 받는 느낌이 들겠다 싶더라고요.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설명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최대한 그런 느낌이 들지 않게 하는 데 중점을 두었어요. 처음 책을 기획할 때부터 단순히 사례집에

작업하기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사례집이 아닌 ‘직장 내 성희

머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례를 고를 때도 특별하

롱’ 문제를 다룬 만화책은 처음이잖아요.

게 사회적, 역사적 의미가 있는 사건으로 골랐어요. 성희롱 개념

처음에는 막막하더라고요. 자료들을 손에 닿을 수 있는 건 다 찾아

이 처음 등장한 사례라든지, 법제화로 연결된 의미 있는 사건으

봤어요. 민우회 자료가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근데 보면 볼수

로요. 성희롱을 다루다보니 사례를 표현할 때도 선정적으로 보이

록 정리하기가 더 어렵게 느껴지는 거예요. 기자니까 말로 설명

지 않게 묘사했어요. 특히, 얼굴들을 표현할 때, 그림의 이미지로

하는 일은 어렵지 않은데, 이야기로 구성한다는 게 막막해서요.

인해 어떤 인식들이 생겨나잖아요. 그런 부분을 피해서 얼굴을

구체적인 내용을 잡는데 오래 걸렸어요. 민우회는 자료를 주셨을 뿐

추상적으로 묘사했어요.

만 아니라 감수도 해주셨고 도움 되는 조언도 많이 해주셨어요. 책을 내기 전에 불안한 것도 있었어요. 개인의 이름으로 책이

현재 ‘일다’ 편집장으로 계신데요. ‘일다’ 편집장이자 박희정 개인

나오지만 어쨌든 ‘일다’ 기자로서의 위치도 있고. 제가 자료들을

의 첫 책으로 어려운 주제를 선택하셨어요.

본다고 봤지만 실수하거나 미흡한 부분도 있으니까요. 민우회가

출판사에서 먼저 기획을 제안하시면서 ‘일다’ 작가를 추천해달라

감수를 맡아주신 덕분에 안심하고 책을 낼 수 있었죠.

고 연락이 왔었어요. ‘일다’ 기자들과 얘기를 하다가 적절한 작가 로 저를 추천하셨죠. 제가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지만 그중에서

감수를 맡았던 노동팀 활동가가 책에 나오는 캐릭터가 박희정씨와 많

도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어요. 꾸준한 관심을 갖고

이 닮았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자신을 그리신 건가요?

있었고요. 성희롱 문제는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는데도 아직까지

저 맞습니다.(웃음) 책 속에서 설명해주는 존재가 필요한데 인위적으

도 피해자들이 문제를 드러내기 힘들고, 기업들의 인식도 너무

로 만들지 말고, 내 책이니까 나 자신을 그렸어요. 이건 좀 웃긴 이야

척박하죠. 이런 상황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게 원동력

기인데요. 작업하면서 똑같은 얼굴을 엄청 많이 그리잖아요. 마지막

이 됐죠. 이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요.

컷에 등장하는 얼굴은 제가 그려놓고도 정말 저랑 똑같았어요. (웃음) 23


그림은 언제부터 그리신 거예요? 중고등학생일 때부터 만화가가 되어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최초 의 만화 작업이라면 초등학교 때 <캔디 캔디>를 따라 그리던 때죠. 대학에 진학해서도 만화가가 되겠다는 결심이 흔들리지 않고 왔었 는데. 여성주의를 접하고 세계관이 바뀌면서... 기자가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여기까지 왔네요.

출간된 책에 대한 감상이나 바람이 궁금합니다. 책을 만들 때 내용이 너무 어렵거나 분량이 너무 적지 않은 중간 정도 의 수위를 구성하려고 노력했어요. 책을 마감하기까지 2년 반 정도 의 시간이 걸렸는데요. 그런 고생은 금전적인 보상만을 생각한다면 하기 어려운 일이잖아요. 얼마나 팔릴지 모르겠지만 (웃음) 많이 읽어주세요. 그리고 기왕에 나온 책이니 좋은 역할을 하면 좋겠죠. 성희롱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소망도 있고요. 책 머리말 말미에도 썼지만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세상의 부조리에 맞선 여성들의 용기 덕분이에요. 민우회와 같은 여성단체들의 활동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사례들을 고를 때, 여성단체들의 활동을 기록 하는 의미에서 쓴 것도 있어요. 감사와 존경을 바치는 의미도 있고요. 책을 보면 아직은 익숙하지 않고 어려운 이야기를 누가 봐도 이해하 기 쉽게 잘 풀어내셨어요.

회원들에게 마지막 인사 해주세요.

기사를 쓰다보면 설득력을 많이 고민하게 되거든요. 대중들에게 비판

책을 내는데 민우회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성희롱이 사회에 알려

이든 대안이든 현실적으로 설득력 있게 다가가기를 고민하게 돼요.

지기까지 해왔던 활동들에 존경과 감사를 드리고요. 아, 책도 많이

여러 각도로 열어놓고 생각하게 되죠. 칼럼을 쓸 때도 어떤 반론이

소개해주세요.(웃음)

있을 수 있고, 어떤 식으로 얘기 할 수 있을까?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 하면서 기사를 쓰기 때문에. ‘일다’ 기자로서 훈련된 부분이 많이 도움 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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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선공식 빼기, 더하기, 곱하기

이번 기획 설명은 담당자의 솔직한 마음으로 적어보겠습니다. 총선이 끝나니 대선이 돌아왔네요. 기획을 만들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모든 게 참 어렵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렵게 찾아낸 주제를 찾아서 섭외 전화를 하면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아, 정치 얘기를 쓰는 건 어렵네요. 제가 쓸수 있을까요?” 이렇듯 정치는 우리 생활과 깊게 연결 되있지만, 글로 정리하고 많은 이들과 나눈다는 작업이 쉽지 않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서도 “살면서 이토록 선거를 치열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던가?” 생각했답니다. 오죽하면 이번 기획 제목을 ‘어렵다고 놀라지 말아요~’로 하려고 했겠어요. 이 길고 긴 하소연을 하는 것은, 혹시 여러분도 제 마음과 같다면 이번 기획을 꼼꼼히 읽어봐주세요. 민우회가 준비한 <대선 공식>을 말입니다. 많은 오해와 진실들이 뒤섞인 ‘여성대통령’은 - (빼기) ‘투표 독려’ + (더하기), 민우회에서 제안하는 성평등 정책 ×(곱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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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선공식 - ‘여성대통령’ 빼기

여성주의자는 ‘여성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 허성우

성공회대 NGO대학원 실천여성학전공 주임교수

‘여성대통령’론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이 문제를 보는 여러 논의 가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고, 여성주의자들도 목소리를 내 왔다.

여성. 정치

성공회대학교 민주주의연구소 안의 ‘젠더센터’가 주최한 토론회 <여성, 대선정치를 말하다>에서도 여러 흥미로운 논점이 도출되 어 여성 후보 등장의 의미를 풍부하게 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후 여성주의자들의 논의에서 적어도 다음 두 가지 문제가 정리 된 것으로 보인다. 먼저 박근혜를 ‘독재자의 딸’ 혹은 ‘유신 공주’라고 보았던 관점 의 기각과 박근혜가 정치인으로서의 자기역량을 담보한 정치 적 행위자였다는 주체론의 등장이다. 유신 시기 박근혜는 육영 수 피살 이후 5년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아왔고 특히 대한 구국선교단, 구국여성봉사단과 새마음봉사단이라는 거대한 조 직을 통해 가부장적 충효 사상을 강조하면서 국민정신개조운 동을 이끌었다. 이후 오랜 공백을 깨고 1998년 한나라당 소속 정치인으로 정계에 입문하여 보수 제1야당의 대표직을 맡는 등 활약해 왔다. 그는 정계 입문 당시 IMF 이후 ‘경제위기 속에서 정치가 길을 잃고 있고, 아버지가 일군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정치에 입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는 굶주림과 정치적 억압에 저항했던 YH 노동조합의 어린 여성노동자들에게 “몽둥이와 해고”를 선사하고 숨진 김경숙 열사의 사인을 끝내 왜곡한 정치의 주역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5.16과 유신정치에 대한 사과를 통해 마치 대속(代贖)을 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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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 같다. 그러나 ‘시저의 것은 시저에게’ 그리고 그의 것은 그에

유도하면서 2030 여성 표심을 잡고 나아가 야권과 차별화하려

게 돌아가야 한다. 필요한 것은 대속이 아닌 그 자신의 정치적

는 선거‘전술’이자 ‘슬로건’이라고 본다. 이는 그가 제시한 여성

설명과 속죄(贖罪)이다.

정책을 보면 알 수 있다. 그의 여성정책의 주된 대상은 이미

한편 여성주의는 생물학적 결정론을 의문시하고 생물학적

시장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할 여성이다. 시장에서 배제되었거

성과 젠더의 구분을 해체하는 등 담론적 발전을 거듭해 왔다.

나 진출하기조차 어려운 조건에 놓인 여성(10대 위기 청소녀,

이러한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보면 생물학적 여성성이란 기준

젊은 실업여성, 비정규직 여성, 빈곤한 장년여성, 장애여성, 성적

으로 박근혜를 비판하려는 관점의 한계가 드러난다. 박근혜는

소수자와 이주여성노동자를 포함한)에 대한 정책은 거의 찾아

단지 생물학적 여성으로 통칭될 수 없는 특정하게 수행된 그만

볼 수 없다. 공식시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이야말로 경제 발전을

의 젠더를 재현한다. 그의 ‘여성성’은 아버지 박정희의 남성적

위한 원동력이라는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다. 또한 일간지들이

카리스마와 어머니 육영수의 우아한 여성 이미지의 결합을 통해

대서특필한 셋째자녀 대학 등록금 면제, 저소득층 가구 12개월

재현된다. 박근혜는 이 수행을 통해 육영수라는 특별한 모성이

미만 아이에게 분유와 기저귀 제공, 임산부지원강화, 농산어촌

미지를 획득한다.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을 감금, 투옥, 살인했

지역의 공공 산부인과 설치 등의 정책은 모두 출산장려의 의지

던 아버지 박정희조차 묵묵히 받아주었던 어머니 육영수. 그래

를 반영한다. 그에게 있어 인구란 국가의 노동력이기에 또한

서인지 폭압적 유신정치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모성으로

중요할 것이다.

기억된다. 그런데 이것은 다른 일반 여성들로서는 절대 도달할

그의 행보와 발언으로 유추하자면 그의 정치학은 이 한 몸

수 없는 특수한 여성성이다. 이런 특정하게 구성되고 신비화된

희생하여 국가 발전, 정확히는 경제발전을 위해서 모든 것을

‘여성성’은 오로지 일종의 ‘스타성’이라는 창문을 통해서만 다른

희생할 수 있다는 구국의 정치학일 것이다. 유신말기에도, 98년

여성들에게 공명될 수 있다.

정계 입문 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변화와 혁신을 통한 ‘구국’이

그래서 ‘여성’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그의 입장이 무엇인지

그의 화두이다. 국가발전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겠다는,

가 제대로 심문되어야만 한다. 나는 그의 ‘여성대통령’론은 근본

그리고 국민들, 특히 여성들의 헌신을 기대하는 국가주의적 발전

적으로 사회 변화 비전을 담은 ‘정치학’이 아니라 정수장학회를

주의적 가부장적 정치학이다.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최근

둘러싼 비리 논란과 개혁진영의 단일화 국면으로부터의 전환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가족, 공동체와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 27


희생적 모성애를 강조한 바 있다. 이런 가부장적 정치학이 어떻게

따라서 오늘날 많은 여성들에게 박근혜는 글로벌 시대에 여성

남녀평등을 외치는, 일견 전혀 다르게 보이는 ‘여성주의적’ 정치

대통령으로서 국격을 높이는 국가발전과 자신들의 자유주의

학과 같이 갈 수 있는가?

적 여성운동을 연결해 주는 강력한 기표가 된다. 그는 아버지

이 질문을 푸는 열쇠는 박정희 시기 이래 형성되고 발전해 온 한

의 가부장적 정치학을 결코 저버린 적이 없지만, 어머니의 여성

국 보수여성운동의 특징에 있다. 박정희 정부 하에서 건설된 많은

성을 지속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여성의 대변자로도 나타난다.

보수여성조직은 그의 정치학에 동조하며 국가 헤게모니를 지속하

어찌 보면 그의 ‘여성대통령’론은 아버지의 관점에서 보면 아버

는 데 기여해 왔다. 민주화 이후 보수여성운동은 자신의 활동을

지 정치학의 탈정치화인 동시에 사회변혁을 지향하는 여성주의

‘여성의 권익신장과 양성평등’으로 정의한다. 이는 서구 자유주

관점에서 보면 여성주의 정치학의 탈정치화라는 이중적 모순의

의 페미니즘과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코드이다.

의미를 무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만일 그가 대권을 잡는다면 국가주의, 발전주의, 가부장제의

보수여성운동은 여성운동을 ‘지역사회와 국가발전을 위한 여성

가치가 모든 제도와 시민사회의 보수적 지역사회 연결망을

의 적극적 참여’로도 정의해 왔다. 이런 여성운동의

통해 사람들의 삶에 다시 파고들어 우리의 일상을 장악하게 될 것

특징적 의미화는 박근혜를 주역으로 했던 박정희정부를 통해

이다. 민주화 이후 다소 약화되었던 과거의 가치들이 다시금 새로

훈육, 강조되어 온 것으로, 보수 정치의 영향 하에 놓여있는

운 동력을 얻고 부활함으로써 시민들의 자율성과 창조성, 급진적

많은 지역사회 여성들의 일상적 삶의 일부로 체현되어 왔다.

인 정치적 요구와 저항들을 잠식해 갈 것이다. 이것이 자유와 정의, 해방의 질서를 몸으로 체현하려는 미래지향적 여성주의 자들이 ‘여성대통령’을 반대하는 이유이다.

허성우 ● 길을 잃지 않은 자는 제대로 사유한 것이 아니고 목적지에 도달한 자는 목적지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 이진경, <불안한 것들의 존재론> 중에서 길을 잃은 당신이야말로 빛나는 사람입니다. 28


기획 대선공식 - 투표 독려 더하기

이제 그런 말은 하지 말기로 해 육진아(육육)

<대학 내일> 기자

어긋난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해서라면 표라도 팔겠어

선거 기간이면 언니는 퇴직하신 아버지에게 열을 올리며 요즘

우리네 인생은 서로의 어긋난 역사를 견디고 사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 설파한다. 아버지에게 이 얘기

힘에 부칠 때가 있다. 집안에서도 아버지와 언니의 역사가 다르

를 하는 이유는 누구에게 투표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둘러 말하

기에 서로 다른 길을 가기도 한다. 아버지의 역사는 초등학교

는 것이다. 그럼 아버지는 그냥 양보하기는 싫으셔서 조건을 제

시절 6.25를 겪고 5공화국 시대에 가장이 된 것이다. 반면 언니는

시한다. 언니는 졸지에 표팔이가 되어 조건을 들어드린다. 사회

‘내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고등교육을 받고

에서는 요원해 보이는 어긋난 역사의 대통합이 가정에서 이뤄졌

대학 내 정치토론 동아리 마지막 학번으로 졸업했다. 두 사람은

다고나 할까? 아버지를 설득하는 전략이라고는 해도, 언니에게

세상에 대해 전혀 다른 공포를 가졌고, 전혀 다른 희망을 가졌다.

는 어긋난 역사의 실체가 누군가의 얼굴을 외면하지 못함 인 것

그럼에도 선거 기간 중에 우리 집이 비교적 평화로울 수 있었

같다. 1만 5천 원 때문에 8년 된 친구를 칼로 찌른 영등포 쪽방

던 이유는, 피곤한 퇴근길에도 동전을 모아 노숙인 손바닥에

촌 사건이나 결식 아동의 아사, ‘박카스’라고 불리는 여성 노인의

올려놓는 아버지, 사회적 고통에 예민한 언니, 두 사람이 비슷한

성매매와 같은 가난의 얼굴 말이다. 그래서 1년 전, 취임 첫 업무

약자의 감수성을 가졌다. 그리고 이들은 아버지에게는 사회 생활

를 영등포 쪽방촌에서 시작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그리도 좋아하

의 고비였고, 언니에게는 사춘기의 정점이었던 IMF 경제위기를

는지 모르겠다.

함께 견딘 공동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29


기대에 미치지 않아도

문제는 여유야, 여유!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후, 아침마다 라디오에서 발표되는 매우

그러니까 현실 정치인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문제가 아니라

도전적인 시정 계획에 출근 시간이 즐겁기까지 했다. 그러나 곧,

정책을 살피고 투표를 할 시간과 여유를 가졌는가가 문제인 것

박원순시장의 집이 강남이고 시가가 얼마며 과거에 올바르지 않은

이다.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이 눈앞에서 현실이 된 판에 정치는

입장에서 변호를 맡았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나는 언니의 눈치를

더 이상 실망만 하게 되는 그들만의 리그도 아니고, 삶과 별개도

살폈다. 과거 언니를 설레게 했던 몇 몇 정치인들이 비슷한 비난

아니다. 우리 삶의 절박성이 짙은 먼지 안에서도 선명하게 보이

을 받았을 때도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덤덤히 말했

니 ‘대기업 개혁’과 ‘경제 민주화’가 등장하지 않았나.

지만, 사실은 무척이나 슬퍼하던 언니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투표시간연장 캠페인만 봐도 알 수 있다. 투표 시간 연장과

그러나, 내가 기대했던 슬픔은 없었다. 언니는 마치 신문 기사

함께 펼쳐질 드라마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짜릿하다. 모든 인간

음성 서비스 같은 투로 박 시장의 재산 공개 내역이 어떻고, 당시

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투표 시간을, 자유의지를 갖고 쓸 수 있

상황이 어땠고 등등을 얘기해줬다. 마무리 하는 말로 그의 꿈이

는 거라 믿는다. 더불어 잔혹한 사회에서의 고통은 공유되고

(인공천을 만들거나, 디자인 도시를 만드는 등의) 그 어떤 일도

연대된다고 한다. 나는 투표소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하지 않고 과로사 하는 것이라 귀뜸 해줬다. 나는 언니의 희망에

이 표는 ‘내 것’ 이며 동시에 피치 못할 노동 때문에 이곳에 오지

괜히 설렛고, 이런 나와 언니는 어머니의 말씀을 따라 성장하고

못 한 내 ‘이웃의 표’라고 말이다.

있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늘 허리 굽혀 걸레질 하시며 “사람 움 직이는 게 다 먼지인데.”라고 하셨다. 사람이 움직이는 게 먼지라 면 단지 자세히 걷어내고 현실을 볼 일이지, 지레 동화적인 기대 와 실망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30

육육 ● 대학생 주간지에서 7년째 일하며 얼결에 같이 꿈꾸는 중


기획 대선공식 - 정책 곱하기

대선에 나선 이들에게 민우회가 요구하는 철학과 방향 - 성평등복지국가 기본방향과 14개의 핵심과제 정리 - 강선미(폴)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

기다리던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각 정당별로 여성, 복지,

대선을 맞이하여 민우회는 대선 후보들에게 성평등복지라는

일자리 등의 정책들을 발표했던 총선 때처럼 이번 선거에도

정책방향을 제안했어요. 그리고 성평등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한

각 후보들은 여러 정책들을 제시하더군요. 다양한 영역의 수많은

과제들도 함께 요구하고요. 이 제안들을 이해하기 위해 예를 들자

정책들이 펼쳐진 가운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책 하나하나가 우리

면 밥상을 차릴 때 필요한 그릇과 반찬을 준비한 셈이에요. 건강한

의 일상과 연결되어 있어 중요하게 보여요. 그런데 딱 “그래, 이거

밥상을 차리려면 일단, 그릇과 갖가지 반찬이 준비되어야 하지요.

야!” 라는 느낌을 주는 정책은 잘 찾아지지 않아요. 많은 사람들의

메이드 인 ‘성평등복지’ 그릇과 ‘핵심과제’ 반찬들. 어떤 반찬은

다양한 현실을 담아내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겠지요. 이럴 땐 방향

멸치볶음같이 부담 없이 자주 상에 오르는 것이기도 하고, 또 다른

키를 어디에 두고 만든 정책인지 그 속이 궁금해진답니다. 방향과

반찬은 잡채처럼 명절 때나 특별한 날만 맛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해

철학에 따라서 정책이 만들어지기 마련이니까요.

요. 다채롭게 요리했고 동시에 영양가를 생각해 골고루 선별했어요. 31


성평등복지국가 8대 기본방향과 14대 핵심과제

기본방향 1

여성은 경제활동의 주체이며, 소득활동을 통해 경제적으로 자립할 권리를 가집니다. 동시에 일, 가족, 생활의 균형을 추구할 권리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보장되어야 합니다. 핵심과제 1. 연금 가입구조를 1가구 1연금 구조에서 1인 1연금

기본방향 2

차별적인 제도를 개선해 차이가 존중되고 평등이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핵심과제 3.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성별, 성적지향, 장애, 학력 등의

구조로 개편하는 1인 1국민연금제로 여성의 독립적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사회 실현

연금 수급권을 보장

: 살다 보면 겪게 되는 다양한 차별문제를 담은 기본법

: 기존의 연금제도가 남성생계부양자를 기준으로

이 우리 사회에도 이젠 필요하지 않을까요?

짜여 있다 보니 빈틈이 많아요. 전업주부를 예를 들면

핵심과제 4. 적극적 조치로서의 국회의원 남녀동수제로 결과적

의무가입자인 남편이 있다고 제외된답니다. 국민연

평등 실현

금 의무가입 대상자의 기준을 넓힌다면 많은 사람들

: 한국 국회의원 300명 중에서 여자는 47명뿐. 프랑

이 불안하지 않는 노후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스에서는 여자 국회의원이 이렇게 적은 건 민주주의가

핵심과제 2. 점심시간 유급화로 실근로시간을 줄여 일과 삶의

잘 안되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헌법을 개정하여 “법은

균형을 추구

여성과 남성이 직업과 사회에서 책임과 선출직에 진출

: 업무준비를 위한 시간도 노동시간으로 인정받는

하는 것에 있어서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고

데, 오후의 근무를 위해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 게

정했대요. 한국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세계 87위라는

불필요한 시간으로 취급되는 건 생각할수록 이상한

데, 우리나라도 뭔가 해야 되는 거 아닐까요?

일이에요. 한국은 노동시간이 OECD국가 중에서도 제일 긴 나라라는데, 노동시간을 줄여야 아이도 키우 고 자기 삶 기획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32


기본방향 3

기본방향 4

사회구성원은 기본적인 소득과 생활기준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사회구성원은 돌봄을 받을 권리와 제공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합니다.

핵심과제 5.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50%로 인상하여 소득의

핵심과제 7. 국공립보육시설과 공공노인장기요양시설을 전체

기본을 보장

시설 대비 30%로 확충하여 돌봄노동을 사회화, 공공화

: 최저임금은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 집안에서 ‘해결’해야 했던 아동 및 노인 돌봄의 역할을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래요. 1인 가구

국가가 맡도록 하여요. 어린 아이는 건강한 성장을, 노인

월 평균생계비가 141만원이라는데, 하루 8시간씩

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요!

꼬박 한 달을 일해도 시급 4,580원에 월급 95만 원. 여성노동자 중에서 15% 이상은 최저임금마저도 못 받는대요.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거라면 적어 도 평균 임금의 절반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기본방향 5

핵심과제 6. 현재 9만 원인 기초노령연금을 2배 인상하여 노후 소득을 현실화 : 아프기 쉬운 노후에 더 이상 일하기도 어려운 현실.

개인은 가족으로부터 독립할 권리와,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는 노후소득이 보다 현실적으로 보장될 필요가 있어요!

핵심과제 8. 시민연대협약법제정으로대안적가족구성권의기초마련 : 결혼한 사이가 아니어도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가족 으로 함께 살고 싶어요. 의무가 아닌 자율적인 보살핌 을 주고받는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해요.

33


기본방향 6

기본방향 8

교육 공공화로 누구나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건강권은 신체적 권리뿐만 아니라

성장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합니다.

정신적, 사회적 권리로도 보장되어야 합니다.

핵심과제 9. 초중고교 실질적 무상교육화를 통해 교육 공공화

핵심과제 12. 여성 현실에 맞는 적정의료 실현을 위해 유방암 의무

: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고 무상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검진 연령을 30세로

수업에 필요한 준비물들 꽤 많아요. 방과 후 수업비용도

: 최근 15년 사이에 유방암 발병률이 4배 증가하였데

만만치 않죠. 돈이 없어도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요. 한국은 40대 이하 발병률이 전체의 50%가 넘는다

게 진정한 무상교육이 아닐까요?

고 해요. 조기 발견만 하면 생존율이 높다는데 40세부터

핵심과제 10. 1학급 2교사제로 인권적 교육환경을 조성 : 학생 한 명 한 명 각자의 개성과 성장 속도를 긍정할 수

시작하는 검진을 앞당겨야 하지 않을까요. 핵심과제 13. 여성의 요청에 따른 인공임신중절 법제화로 여성의

있는 학교가 되면 좋겠어요. 전체 수업을 하면서 각 아이

사회적 건강권 확보

들의 눈높이도 고려하는 학교가 되려면 한 학급에 선생

: 현재 유전적, 선천적, 전염성 질병의 경우가 아니면

님이 적어도 두 명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불법인 인공임신중절. 사회경제적 이유로 불가피한 낙태 수술을 병원에서 합법적으로 안전하게 할 수 있게 바뀌어야 해요!

기본방향 7

핵심과제 14. 몸다양성보장법 제정으로 여성의 신체 이미지를 왜곡하는 사회문화적 환경에 대한 정책적 한계 설정

사회구성원은 적정한 주거를 보장받아야 합니다

: 여성의 몸을 향한 여러 가지 시선들에서 자유롭고 싶어 요. 아르헨티나처럼 의류 매장에 모든 사이즈의 옷을 의 무적으로 비치 하건, 포토샵이 심한 광고를 규제하는 영

핵심과제 11. 최저 주거기준 현실화를 위해 반지하 점진적 폐쇄

국처럼 우리나라도 숨통 트이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 습기 때문에 잘 마르지 않는 빨래. 환기 시키려고 창문 을 열면 하수구 냄새와 지나가는 행인들 소음에 불편한 반지하. 장마철 수해나 습기 걱정 없이 안정적인 집에서 살고 싶어요. 반지하, 반만 올라가면 딱 1층인데 말이죠! 최소한 이 정도의 가치와 철학 속에서 만들어진 사회가 바로 성평등 복지국가가 아닐까요? 민우회가 제안하는 성평등복지국가 기본방향 과 핵심과제로 우리 사회가 채워지고 실현되는 날을 꿈꿉니다. 폴 ● 벌써 2013년이 시작된 거 같아요 34

일러스트 by 나리맛탕


독자평가

아듀 2012년 편집이루미가 말하는

“함여 어땠어?” <함께가는 여성>은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제작됩니다. 특히, “함여 어땠어?”는 이분들이 없었다면 할수 없었답니다. 바로, 올해 ‘편집이루미’ 분들입니다. 함여를 평가하고 아이디어도 제공해주는 회원들입니다. “함여 어땠어?”를 기획하고 매호 회원들을 섭외도 했습니다. 그래서 올해 편집 이루미를 하면서 좋았던 점, 내년의 포부를 들어봤습니다.

면진 ●

수풀 ●

재윤 ●

함여를 더 꼼꼼하게 읽게 되고, 민우회 활동

소모임 활동이나 기획단 활동과는 달리 다채

민우회 다른 활동에 많이 참여하지 못하다보

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돼서 좋았어요. 올해

로운 민우회 활동을 전체적인 안목에서 볼수

니, 편집이루미를 하면서 그나마 회원 도리

는 편집이루미 활동을 중반부터 시작해서

있는 기회였어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우회

(?)를 하고 있다는 기분이었어요. 모임 후에

적응하는데 시간을 보냈는데요. 내년에는

의 이슈와 고민에 대해 깊이있게 다가갈 수 있

집으로 돌아갈 때는 냉담자가 교회에 가서

좀더 적극적이고 예리하게 임할 계획입니다.

었고요. 내년에는 장기프로젝트로 기획 코너

은혜받고 돌아오는 느낌과 비슷했어요.

를 꾸려보면 재밌겠다고 생각 중이에요. 무한

내년에는 모임에 빠지지 않기로 결심하고

도전이 연말에 달력 만들기 프로젝트를 하는

있습니다.

것처럼요. 회원들의 참여가 돋보이는 장기 프로젝트를 기획해 보는 포부가 있습니다.

강나영 ●

나무 ●

‘기획’ 꼭지 회의가 재밌었어요. 색다른 경험이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작업들을 하면

었습니다. 올해 ‘人터뷰’ 꼭지가 좋았는데요.

서 많은 것들을 배웠어요. 하지만 마감 지키

특히 두리반 이야기가 제일 좋았어요. 모람

는 건 어려웠어요!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만

활동을 하지 않아서 “함여 어땠어?” 섭외하

지키기 정말 어려웠습니다. 내년에는 더 멋진

기는 어려웠어요.그래도 편집이루미를 같이

함여가 되도록 많은 힘을 보태겠습니다.

하는 회원들과 친해져서 좋았어요.

아자! 아자!

p.s 올해 편집이루미들~ 길게 말하지 않을게요. 정말 든든했고 고마웠어요!

35


문화산책

그녀들도 나처럼, 나도 그녀들처럼 - <미쓰 마마> 제작기 백연아

다큐멘터리 <미쓰 마마> 감독

처음 필자가 사회에서 ‘미혼모’라 불리는 이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미쓰 마마>를 기획하며 염두에 두었던 것은 두 가지였다. 가능

운 영화가 아니라, 발랄하고 경쾌하게 그려지지만 엄마들의 목소 리가 중심에 있는 영화가 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한 다양한 생각을 가진 여러 명의 엄마들이 쌩얼로, 모자이크나 음성 변조가 없이 출연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첫 번째였고, 아이들이 자신

엄마! 왜 이렇게 거북이처럼 느리냐고!

이 겪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영화를 통해 드러났

두 번째 기획의도는 더 복잡한 문제였다. 매스컴에서 ‘미혼모’에

으면 좋겠다는 것이 두 번째였다.

대해 이야기할 때 사회정책이나, 인식 개선에 대한 이야기가 늘 빠지 지 않지만 정작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빠져

첫 번째 기획의도를 실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한국미혼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끼는지를

모가족협회’를 처음 방문했던 2010년에만 해도 쌩얼로 자신과

현실감 있게 그리고 싶었다. 촬영 초기에는 형숙씨의 아들 준서에게

아이를 공개하는 것에 선뜻 응해주는 분을 찾기 힘들었다. 그럼

카메라를 한 대 별도로 배치해 카메라 한 대로는 상황을 담아내고,

에도 반드시 여러 명의 엄마들이 출연해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는

다른 한 대는 준서에게 집중했다. 또한 준서와 형숙씨의 진솔한 대화

그들이 ‘미혼모’이기 전에 학생, 워킹맘, 엄마, 딸 등 수많은 정체

를 담아내기 위해 그들이 잠자리에 들어간 후에도 카메라를 끄지 않

성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이고, ‘미혼모’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리

고 대화를 녹음하기도 했다. 이렇게 담아낸 장면이 영화에서도 개인

기 위해서는 엄마들의 다양한 생각들이 충돌하는 지점을 드러내

적으로 가장 애착을 가지는 부분 중 하나인 ‘거북이 대화’ 씬이다.

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몇 개월 동안 그녀들을 따라다니며 설득한 끝에, 처음으로 용감하게 출연 결정을 해준

준서는 아빠를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난다. 형숙씨와 함께 살고

사람은 대외정책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던 형숙씨였다. 그 후로

있진 않지만, 준서에게는 좋은 아빠이다. 그런데 준서의 아빠가

촬영을 지켜보던 다른 엄마들도 차례로 출연에 응해 주셨다. 그녀

다른 여성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 한편 형숙씨는 일이 바빠져서

들은 기대 이상으로 솔직하고 거침없는 속내를 드러내 보였다.

준서를 후배에게 맡기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 엄마와 아들은 잠자리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다양한 연령대의 엄마들이 펼쳐내는 수다는

에 들어서 티격태격 다투기 시작했다. 급기야 준서가 엄마에게

<미쓰 마마>가 기존의 ‘미혼모’들을 다룬 영화처럼 어둡거나 무거

“엄마, 나가!”라고 말했고, 엄마는 버릇없다며 아들을 혼냈다.

36


준서는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로부터 받게 되는 차가운 시선은 다른 여성들이 받고 있는 시선과도

“엄마, 왜 이렇게 거북이처럼 느리게 일하냐고… 아빠처럼 빨리

크게 다르지 않다. 자의든 타의든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 결혼은

빨리 일해야지.” 당황한 엄마가 “엄마 거북이처럼 일 안 해, 엄마 진짜 열심히 일하 고 있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아들이 답답하다는 듯이 말한다.

했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지만 육아 와 일 사이에서 힘겨워하는 여성. 이들이 받게 되는 차가운 시선 혹은 선입견과 다르지 않다. 사회가 ‘미혼모’라 부르는 이 여성들은 사실상 나처럼 연애도

“열심히 일하는 것도 문제야!”

하고 사랑도 하며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행복하고,

이 상황을 보면서 필자 역시 울컥하면서도 뭔가 뒤통수를 맞은

그래서 힘든 사람들이다. 진정으로 이 세상을 바꾸는 길은 그녀들에

것 같았다. 나는 애초에 아이들을 향해 은연 중에 갖게 되는 ‘아빠랑

게 무책임한 ‘응원’만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돌아보는

같이 살지 않아서 뭔가 다를 거야.’라는 동정심을 꼬집고, 이들도

길일지도 모른다. 그녀들이 나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하

다른 아이들과 똑같다고 말하고 싶었다.

는 내면의 자신을 깨닫고 바꾸는 것부터!

그러나 정작 나도 아빠랑 같이 살지 않을 때 아이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가 궁금했던 것이 아닐까? ‘혹시 준서가 아빠의 결혼 사실을 알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예민해진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준서는 엄마가 자신과 시간을 보내 주지 않는 것 때문에 힘들어했던 것이다. 백연아 ●

<미쓰 마마>를 촬영하며 2년 가까이 그녀들과 아이들을 지켜보 고 함께 생활했다. 그녀들의 고민을 들으며 느낀 점은, 이 모든 이야

다섯 살 난 아들을 키우며 영화를 만들고 있다. 판소리를 하는 두 소년에 관한 이야기 <소리아이>에 이어 연출한 <미쓰마마>는 그녀의 두번째 장편 다큐멘터리이다.

기들이 단지 결혼하지 않는 엄마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앞으로 꾸준히 영화 작업을 하면서 유쾌한 여성들의

단지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사회로부터, 가족으

이야기, 세상의 편견을 깨뜨리는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37


모람풍경

소모임 활동의 장수비결, 궁금해요? 민우회의 양대 대들보 소모임의 그녀들에게 소모임의 매력을 듣는다! 민우회 소모임의 보면 볼수록 끌리는 매력을 ‘다소’와 ‘작심삼일’을 통해 파헤쳐보는 시간. 민우회의 양대 대들보 소모임 ‘다소’와 ‘작심삼일’ 몇 년 동안 이 소모임들을 하고 있는 승짱(다소)과 마법소녀(작심삼일)에게 소모임의 매력을 들어봅니다. 승짱과 마법소녀가 들려주는 소모임 이야기 속으로 고고! 정리 강선미(폴)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

Q 소모임 포함 회원활동의 역사를 설명해주세요 A 마법소녀 2009년에 맨발이란 회원 소개로 민우회에 가입하 게 되었어요. 신입 회원 세미나가 끝나고 바로 ‘작심삼일’에 들어 갔어요. 벌써 3년이 흘렀네요. 소모임 활동 외에도 여성 직장인들 의 말 못할 고민들을 만화로 담은 탁상 달력 만들기에도 참여했 어요. 여러 회원들 좋은 기획과 아이디어로 만든 달력을 주변에 나눠준 게 좋았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회의를 끝내고 다 같이 시원하게 캔 맥주를 마셨던 거였고요.

A 승짱 2009년에 회원이 되었어요. 그동안 예전에 있었던 ‘근육의 숨결’이라는 여성주의 방어훈련 소모임과 기타 소모임

마법소녀

승짱

꿈꾸고 나누고 함께하고자 하는

제주도에 가게 되면 1100번

마법소녀입니다.

도로를 따라서 한라산 영실을

‘명치’를 했었어요. 현재는 ‘다소’에 참여 중이에요. ‘다소’의 뜻은

통해 강정으로 넘어가 보세요.

‘다수가 모르는 소소한 즐거움’의 줄임말이에요. 참여했던 모임

절경입니다.

이 많다보니 즐거운 추억이 많네요. 재작년에 열렸던 민우명랑

그 끝자락에 해군기지를 보면

운동회에서 ‘근육의 숨결’ 회원들과 낙법, 구르기, 격파 시범을 보였어요. 다져온 복근을 널리 선보였죠. 그해 송년회에서는

마음이 무거워지나 기지건설이 중단되는 그날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싶어요.

제가 치한 역할로 제압당하는 상황극 시범을 보이기도 했고, ‘명치’

아울러 세상의 모든 기지,

멤버로 난생 처음 기타 공연도 했었어요. 그때 이후 제 기타 실력은

군대도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제자리지만, 슈스케를 볼 때마다 그날의 추억이 떠올라요. 38


Q ‘작심삼일’과 ‘다소’의 자랑거리가 있다면?

Q 올해 ‘작심삼일’은 부산 여행을 갔어요. ‘다소’는 제주도 캠핑

A 마법소녀 구성원들 모두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라 모이면 웃음

을 다녀왔고요. 어땠나요?

이 끊이질 않아요. 만날 때마다 항상 즐거워요. 생각만 해도 기분

A 마법소녀 즐거웠어요! 정말 유쾌한 여행이었어요. 말로 설명하

좋아지고 평생 함께하고 싶은 친구들이 생긴 거죠.

려니 힘드네요. 유원지도 가고 맛집들 돌아다니면서 먹고, 얘기하 고. 해운대 근처에서 일박을 했는데 밤새 얘기하다가 해 뜨는

A 승짱 평균 연령 30대 후반이지만, 에너지가 넘쳐요. 작년 송년

것도 봤어요. 새벽에 공원에서 운동도 하고요. 무엇보다도 영화

회 무대에서 걸그룹 수준의 댄스 실력을 보여줬어요. 송년회에

<굴업도 특급살인사건> (재작년 송년회 때, 제작한 단편영화)

오신 회원분들 기억나시죠? 또 다른 자랑거리는 실행력이에요.

2탄을 찍었답니다. 기대해 주세요!

뭐든 “하자!”고 결정하면 놀라운 돌파력을 보이며 뛰어듭니다. 올해 제주도 캠핑을 계획했을 때도 계속 강정마을이 마음에 걸렸

A 승짱 반년 동안 계를 부어서 비행기 값을 마련했어요. ‘다소’

어요. 그래서 반나절 만에 후원금을 모아 강정마을에 보냈어요.

의 터줏대감 오스칼, 로미오가 근사한 캠핑 장비를 준비했고요.

캠핑 가서는 직접 강정마을에 방문해서 쌀과 김치를 전달했고요.

애월과 우도에서 멋진 바다를 감상하며 해수욕도 했어요. 밤에

‘다소’가 생각하는 여성주의란 행동이 뒤따르는 신념이거든요.

는 별 보며 둘러앉아 속닥거리는 재미가 있었고요. 캠핑을 할수 록 더 하고 싶어졌어요.

Q 혹시 관심 있는 다른 소모임이 있나요? A 마법소녀 음악을 정말 좋아해요. 이전 직장에서 직장인밴드에

Q 마지막으로 내가 생각하는 소모임 활동의 매력은?

가입한 적도 있거든요. 공연 보기, 악기 배우기 모두 좋아해요. 시

A 마법소녀 민우회는 친구나 직장동료와는 다르게 소통이 잘되

간이 된다면 ‘명치’나 풍물패 소모임 ‘설로우고고’를 하고 싶네요.

는 친구 같아요. 반복되는 일상에 지칠 때, 비타민 같은 활력소가 되기도 하고요. 특히, ‘작심삼일’에서는 도전 해보고 싶지만 못했

A 승짱 의욕도 넘치고 욕심도 많아서 다 탐이 납니다. 그래서

던 일탈을 해볼 수 있었어요.

올해 다소의 활동 목표를 다른 소모임 따라잡기로 정했어요. ‘작심 삼일’이 했던 여러 가지 만들기부터 영화 소모임 ‘요망단’ 활동까

A 승짱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동시대 여성의 모습을

지. 모두 따라하느라 정말 바빴습니다. 팥주머니도 만들고 영화도

만나고 싶다면 소모임 활동을 강력 추천 합니다! 남성중심사회

찍고. 눈코 뜰새 없이 바빴어요. 이 활동들은 올해 송년회 때 공개

에 대한 불평불만 토로, 문제 제기, 고민 나누기 등등. 얼마든 같

할 예정이에요. 내년에는 ‘설로우고고’나 세미나 소모임 ‘여백’도

이 이야기 할 수 있어요. 여성의 역사를 바꾸는 일을 함께 할 좋은

모방해볼까 해요. 긴장하시라!

친구도 얻을 수 있고요. 맛집 탐방이나, 술 한 잔씩 마시며 수다 떠는 소소한 즐거움에 흥겹기까지 하고요. 39


마포나루에서

난 왜 나아지지 않지? 김진선(제이)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

근육을 만드는 습관 올 초에 세웠던 모토가 있었다. 근육 만들기. 혹은 근육을 만드는 습관들이기. 몸의 근육도 물론 해당되지만, 단지 그것만을 뜻하는 건 아니다. 여기엔 감정의 근육, 생각의 근육, 관계의 근육 같은 것 들도 포함된다. 갑자기 웬 뜬금없는 근육 타령일까? 지금 생각하면 좀 부끄럽지만, 예전에 나는 내가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된 듯 확 달라지길 원했었다. 어느 날 갑자기 한층 나아 져 있을 나를 갈망했던 것이다. 당연히 매번 실망했다. ‘결국 또 이 런 식이군’, ‘왜 난 나아지지 않지?’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앞으로 30대에도 40대에도 나 자신으로, 여전히 미숙하고 모르겠는 것 투성이라서 애쓰는 나로 살아가게 되는 거구나.’ 이건 체념이나 포기가 아니다. 과대망상에 가까운 자기애를 내려놓고 특별할 것 없는 나를 어여삐 여기려는 것이다. ‘달라진 나’ 같은 추상 어느새 연말이다. 난 이맘때쯤이면 평소보다 더 깊게 삽질을 하 곤 한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 빨리 지났나, 올해 난 뭘 했나’하는 생

적인 뭔가가 아니라,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일들을 해나가면서 쌓이 는 하루하루의 힘을 믿으려는 것이다.

각에 쓸데없이 우울해진다. 그러다 문득 뺨에 닿는 차가운 공기와

그런 맥락에서 생각했다. 지금은 근육을 키워두어야 할 때, 좋은

쨍한 햇빛에 괜히 ‘그래, 다 덤벼 이것들아!’하는 호기로운 마음이

습관을 많이 들여 두어야 할 때라고. 게으른 자만심은 군살만 찌운

되기도 한다. 들쑥날쑥 정신없는 나를 붙잡고 찬찬히 얘길 해보고

다. 고집스런 자괴감은 힘없이 마르게 한다. 나날의 좋은 습관

싶어지는 시즌이다.

이 근육을 만든다. 근육은 혼란스럽거나 고통스러울 때 지쳐 포기 하거나 뻣뻣하게 뚝 부러지지 않도록 해줄 무언가다. 그것은 내가 움직인 만큼 자리 잡히는 정직한 것이다. 자기 경험이 알알이 박힌 근육은 어떤 상황에서건 유연함과 지구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울 것 이다. 그리고 그건 달성되어야 할 결과이기보다는 유지해야 할 태도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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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사이의 관계를 예로 들자면, 끝내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어떤

끊어보고자, 일주일에 두 번이라도 달리기를 하자고 굳게 마음먹었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지속시키는 서로에 대한 관심. 각자

었다. 심지어 관련된 책도 읽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올해 달린

의 변화와 관계의 변화를 인식하고 포용하는 것. 갈등을 회피하지

날이 스무 날은 되려나.

않고 해결하려는 부지런함. 힘든 순간에 빛나는 둘 사이의 농담들. 이런 것들이 관계의 잔 근육 같은 것이리라고 생각했다. 단지 시간

‘어차피 일 년짜리 프로젝트는 아니었어.’라며 스스로를 위안

이 오래 지난다고 생기는 게 아니라, 부단히 움직여야 생기는 것들.

하고 있다. 여전히 나의 일부는 물렁물렁하게, 또 다른 일부는

그냥 관성적으로 유지된 관계는 가질 수 없는 탄력 같은 것. 아,

앙상하게만 느껴진다. 그래도 예년과 질적으로 다른 느낌이 있다.

그런데 사실 정말 피곤한 일이다. 때론 좋은 게 좋은 거지 싶다. 그리

불필요하게 자책하지 않으려는 것. 이제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고 그렇게 놔둬도 괜찮은 관계도 있다. 하지만 몸의 근육을 만드

하기보단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는 데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는 거랑 똑같은 것 같다. 피곤해도 몸을 움직여 운동하는 즐거움

걸 알고 있으니까. 어쩌면 남들은 꼬맹이 시절부터 당연하게 알고

이 있듯이, 관계의 잔 근육을 유지하기 위한 부단함에도 나름의 즐

있었을지도 모를 결론에 미련하게 돌고 돌아 온 감이 있다만,

거움이 있다. 그리고 그냥 놔두면, 너무 물렁해지거나 뻣뻣해지곤

그만큼 더 섬세하고 단단할 수도 있다고 믿고, 장기적 프로젝트

한다. 감정도 마찬가지, 생각도 마찬가지다.

로 이어갈 테다. 사실은 지금도 머리를 감싸 쥐고 ‘난 왜 나아지지 않지?’하며

한 해를 보내며 숨 고르기

울상이 될 때가 있다. 어쩔 수 없는 게, 그게 나다. 좀 바보 같긴

어쨌든 다시, 어느새 연말. 나는 체지방측정기 앞에서 우물쭈물

하지만, 너무 그런 생각에 빠져 허우적거리지만 않는다면 그렇

하고 있다. 과연 올해 운동하는 습관, 잘 생각하는 습관, 잘 관계

게까지 나쁜 건 아니라고도 생각한다. 운동이랑 똑같다니까.

맺고 잘 노는 습관을 조금이라도 들여 놓았나? 물론 처음부터 알고

무리하면 다친다. (이래서 나아지지 않는 건가?!) 문득 또, 내일이

있었다. 이건 엄청나게 만만찮은 일이라는 걸. 그동안 쌓아온 나쁜

기다려진다. 조금 감상적이어도 덜 뻘쭘하고 회한과 다짐이 많아도

습관들은 너무나 편안하고 익숙하다. 내가 ‘올해부턴 이렇게 해보

괜찮은 12월이 있어 참 좋다는 생각과 함께.

자’ 하고 꼽아 본 좋은 습관들은 매우 사소하고 구체적인 것부터 막연한 것까지 다양했는데, 모두 나랑 안 친하고 실천하기 어렵기

제이 ●

는 매한가지였다. 이를테면 대표적인 게 달리기이다. ‘저질 체력→

맑은 날을 좋아한다.

금세 녹초가 됨→운동할 여력 없음→체력 저하’의 서글픈 고리를

‘이런 날엔 나가 놀아야 되는데’를 입에 달고 산다. 41


나의 삶 나의 이야기

어쩌면 이루어질지도 몰라 - 어쩌면사무소 이민규(코기토)

어쩌면사무소 면서기

용기와 동기를 얻은 것이 그 출발점입니다. 김혜린님과의 만남 이후, 준비가 부족하더라도 우리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좋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처음 우리가 이러한 공간을 만든다 말했을 때 주변 사람들 대부분의 반응은 ‘요즘 경기도 어려운데, 카페하면 망한다’거나 ‘도대체 뭘 한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공간 을 만들고, 거기서 우리가 여러 사람들과 함께 놀고 싶다’는 설명 이 우리 스스로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은 했습니다. 어쩌면사무소는 ‘호기심이 공포를 이긴다’는 말을 좋아하는

주위 사람들의 우려와 걱정은 뒤로 한 채, 올해 2월부터 ‘어쩌면

신비와, ‘삶의 의미와 목적은 재미와 감동’이라 생각하는 코기토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두 사람이 시작한 공간입니다.

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시작한 일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이란

공간이 시작된 것이 올해 9월 초이므로 시간적으로 이제 겨우

제목으로 우리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는

두 달이 조금 넘었을 뿐입니다. 그 이전의 준비 기간과 ‘어쩌면

것이었습니다. 앞서 부산 ‘통’의 김혜린님과 옛 여인숙을 리모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을 통해 활동한 기간을 합쳐도

링하여 게스트하우스와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대전 ‘산호

1년이 채 안 되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남들에게 ‘어쩌면

여인숙’의 은드기 . 산호언니 커플, 서울 서교동의 co-working

사무소’에 대한 이야기를 얘기하는 것이 사실 조금 민망한 마음

(한 사무실을 여러 개인이 작업실로 나눠 쓰는 공간) 공간 ‘노닥’

입니다.

의 어슬렁 . 키튼 커플이 그들입니다. 이들과의 만남은 우리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었을 뿐 아니라,

시작할 용기와 동기

쉽지 않은 환경에서 공간을 운영하고 유지하는 사람들끼리의

‘어쩌면’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은 작년 12월입

동지애(?)를 나누는 시간도 되었습니다.

니다. 부산의 생활기획공간 ‘통’을 운영하는 김혜린님과의 만남

4월에는 ‘어쩌면 봄나물 마실’이란 이름의 지리산 나물 캐는

을 통해 ‘우리가 가진 것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할’

모임을 하였습니다. 이때의 인연으로 만난 어슬렁 . 키튼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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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현님, 갈매나무, 미르 등이 이후 ‘어쩌면사무소’를 만들고

면 완전한 계획이 아니라 빈 구석이 많은 계획이기 때문에 함께

운영하는데 각기 중요한 역할들을 담당해주었습니다.

참여할 수 있는 여지도 많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또 다른 이유로

어슬렁 . 키튼 커플은 테이블로 활용하게 된 미니 당구대를

는 만만함(!) 또는 낮은 문턱이라 생각되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이용

비롯한 각종 비품들을 기증해주고, 10월에 있었던 사생대회도

하고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우리의 마음이 전해

함께 진행해주었습니다. 조아현님은 ‘어쩌면사무소’의 텃밭과

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식재를 설계해주었고, 갈매나무와는 9~10월에 있었던 천연화 장품과 비누 등을 만드는 워크숍을 기획, 진행하였습니다. 개소 이후 알게 된 동네 친구인 박지예 . 임승민 커플은 각각 미래의 플로리스트와 바리스타가 될 꿈을 갖고 있는데, 집에서 혼자 꽃바구니 만드는 연습을 하던 박지예님은 어쩌면사무소에서 플로리스트 연습도 하고, DIY 꽃바구니 판매도 하게 되었습니다. 친구 이고잉은 온라인에서 ‘생활코딩’이라는 이름으로 무료 동영상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첫 오프라인 강의를 ‘어쩌면사무

어쩌면사무도 약도

소’에서 하루 종일 진행하였습니다. 이고잉의 소개로 찾아 온

다음 활동은 ‘어쩌면 월동준비 시리즈’입니다. 겨울 차 담그기

리체와 생활육아팀은 육아용품 벼룩시장을 열기도 하였습니다.

와 자취인을 위한 밑반찬 만들기, 그리고 ‘대놓고 조건 만남’ 등이

또 매주 토요일 저녁에는 ‘어쩌면 토요명화’라는 이름으로 보고

이어질 예정입니다. 물론 그 사이사이 토요명화도 보고, 수다도

싶은 영화들을 보고 있습니다.

떨고 그렇게 놀고 있겠지요.

신기한 것은 이 모든 것들을 우리가 전부 계획하고 준비한 것은

이런 일들이 재미있다 생각되시면,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러주세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앞서 열거한 친구들이 먼저 제안을

서울 약수동 구석진 한켠에, 조용한 공원이 바라보이는 ‘어쩌면

해준 것이 대부분입니다. 우리가 만든 프로그램들도 친구들과의

사무소’는 새로운 주민들을 언제나 환영하고 있습니다.

수다 중에 계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고 가는 대화중에 누군 가 이런 거 하면 재미있겠다 말하면 다른 사람이 거기에 살을 보태 고, 바로 실행을 합니다. 참가자가 한 사람이든 아니 아무도 없이 우리만 있더라도 상관은 없는 것이지요. 코기토 ●

낮은 문턱의 놀이터 개소한지 두 달여밖에 되지 않지만, 애초 공간을 만들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놀고 싶다는 우리의 바람이 빠른 시간 안에 하나씩 이루어져 가는 것이 우리 자신도 무척 신기할 따름입니다. 한번은 이런 일들이 가능한 비결(?)을 물어오는 분이 있었습니다.

2000년 12월에 시민단체 활동을 시작하였다. 삶의 의미와 목적을 ‘재미와 감동’으로 설정한 이후, 단체 활동에서 더 이상의 ‘재미’를 찾지 못하고 2011년 2월 활동을 중단, 이후 ‘독립활동가(=인디활동가)’로 살고 있다. 우연에 의해 만들어지는 감동과 에너지의 크기가 더 크다는 배움을 얻고, 모든 기획은 오로지 재미에 초점을 맞추며 살고 있다. 2012년 9월 비혼으로 동거인인 신비와

질문을 받고서, 먼저 우리가 좀 부족하고, 약간 과장해서 불쌍해

‘어쩌면사무소’ 설립, 현재 면서기로써 주된 역할은

보여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더 근사한 표현으로 바꾸

목공, 커피 타기, 청소, 그리고 ‘어쩌면 프로젝트’ 기획. 43


9개의 시선

마음이 따뜻한 여자들을 만나다 - 성폭력예방강사모임을 소개합니다 조성화

서울남서여성민우회 대표

와 고양지부의 탄탄한 강사 지원과 자료의 도움을 받았다. 고양 지부의 ‘또래성교육’ 참관을 통해 교육의 생생함을 보고 배웠다. 이러한 노력으로 만든 교육 과정을 거쳤기에 초보지만 자부심을 갖고 아이들 앞에 설 수 있었다. 강의 후, 네 분이 새로운 활동가로 영입되었으니 이번 교육의 성과는 100퍼센트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강의를 들으며 느낀 여성의식, 성평등의식, 인권의식은 여성으로서 살아온 나를 새로이 발견하고, 나아가 내 아이와 지역의 아이들까지 보듬고 싶다는 확실한 동기를 가질 수 있게 하였다. 달력이 넘어갈 때마 다 정이 쌓이고, 강사로서도 차츰 성장해나갔다.

올해 남서지부의 활동가를 지역에서 어떻게 끌어올 수 있을 지가 중요한 과제였다. 5년 동안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해 온 민우 회의 장점을 살려 여성주의 반(反)성폭력운동으로 방향을 잡고 ‘안전한 양천구, 여성이 뛴다’ 사업을 하게 되었다. 3월부터 강사 와 교육 내용을 구성하여 참여자 모집 홍보를 하고, 5월 한 달 동안 30시간의 아동성폭력예방강사과정을 실시하였다. 민우회 에서 잘하기로 소문난 강사님들의 열정적 강의와 ‘소수 정예 쪽집 게’수업으로 총 여덟 명이 수료증을 받게 되었다. 아동성폭력예방 강사과정은 지부 개설 후 처음으로 진행했다. 그래서 경험 많은 여러 지부들에게서 도움을 받았다. 원주지부와 동북지부에게서 사업목표와 방향을 잡는데 도움을 받았다. 강사교육과정은 본부 44


5월 끈끈하고 지혜롭게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을 돌보는 데는 너무나 한계가 많아요.

강좌를 수료한 후 여섯 명이 후속 강사 모임으로 매주 목요일마

방과 후 몇 시간 아이들의 일과를 돕고 있지만 집으로 돌아간 아이

다 스터디를 하였다. 성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다지고 강사 과정

들은 어떻게 생활하는지 몰라요. 어떤 아이는 분명히 추행이나

중 추천받은 책을 읽었다. 책을 읽은 후 느낀 점을 나누는 과정에

폭행에 노출되어있는 것 같은데 저로선 어찌할 수가 없어요. 이들

비밀스럽게 여겼던 부분을 드러내고 서로의 경험과 울분을 나누

을 돌볼 수 있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해요.”

며 끈끈한 관계로 발전하였다. 때로는 점심 반찬을 한 가지씩 준비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많은 상담소와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있지

해 와 아동센터 주방에서 맛있는 점심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이사

만 아직도 방치되어 있는 아동들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갈 길이

한 강사님 집을 방문하여 차를 마시며 모임을 갖기도 하였다.

멀다는 막막함이 들었다.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야 할지를 내년

한 강사님은 기다리던 둘째를 임신하여 모두 한마음으로 축하

숙제로 고민하고 있다.

해주었다. 이렇듯 우리의 모임은 교재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해오면서 아이들에게 성교육과 성평등

라 남편과의 문제, 시댁과의 문제, 아이들 교육 문제, 태교, 건강

의식 교육은 삶의 기본이자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날이 갈수록

관리 등 무궁무진하였다. 단순히 수다가 아니라 서로의 지혜를

중요하게 와 닿는다.

모으는 시간으로 발전해나갔다.

올해 마음 따뜻한 여자들을 만나 모임 성폭력예방강사모임을 시작했다. 그녀들과 모임 구성원 개개인의 상처을 어루만지고

10월 아이들을 위해서

그것이 발판이 되어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지역 사회를 만들

우리들의 활동은 양천구의 지역아동센터를 대상으로 성폭력예

수 있다는 희망을 키워갈 것이다.

방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외화 되었다. 지역아동센터와의 교류 를 쌓아두면 지역의 아동성폭력 안전망을 구축하는데 효과적이

올해 멋진 활동 해주신 김미은, 부윤숙, 고현실, 양소진, 민경량 선생님! 사랑합니다!

고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을 만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였다. 성폭력예방수첩을 배포하고 여덟 개의 지역아동센터에서 초등 학교 저학년 . 고학년을 나누어 15회에 걸쳐 교육을 실시하였다. 마침 아동성폭력 사건들로 인해 학교, 아동센터에서 교육이 많이 실시되는 분위기였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반복적인 예방교육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교육 내용을 고민하였다. 그렇지만 벌써 정답 수준의 대답을 척척 해내는 아이들이 많았다. 정답을 맞추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앗! 더 연구 해야겠구나’ 다짐했다.

조성화 ●

둘째를 임신한 강사님은 빈혈과 입덧에도 불구하고 땀을 뻘뻘 흘리

나름 오래된 회원입니다. 둘째 아이 네 살 되던 해 시작하여,

면서도 주어진 일을 다 해내서 감동을 주었다.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교육을 마친 후, 센터장이 성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눈물의 호소를 하였다.

그 아이가 이제 스물 두살이 되었으니까요. 그동안 꾸준히 민우회에서 울며 웃으며 살았습니다. 지금은 남서지부 대표로서 해마다 겪는 한 해 마무리, 새해 계획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45


지부소식 www.womenlink.or.kr 고양파주여성민우회

서울동북여성민우회

성폭력 상담 현황 및 사례 발표회 · 일시: 11월 13일(화) 오후 2:00 · 장소: 광주고용지원센터

도봉구여성건강시범사업 발표회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행사

도봉구 지역 단체,기관들이 여성건강시범사업으로 진행한 7개 사업의 결과를 발표 . 공유

성폭력 피해자 치유극 “너의 목소리가 들려” 공연,

· 일시: 11월 30일(금) 오후 3:00

풍물패 ‘함께누리’ 제10회 가을 가족굿 “살림과 나눔”

성폭력 추방 거리 캠페인

· 장소: 도봉여성센터 2층 강당

소원 깃발 만들기, 문굿, 당산굿, 판굿, 대동놀이

· 일시: 11월 27일(화) 오후 3:30 ~ 5:30

· 일시: 11월 3일(토) 오후 2:00~5:00

· 장소: 전남대학교 컨벤션홀 1층

· 장소: 일산호수공원 야외 공연장

2012 하반기 민우여성학교 ‘생각의 채널을 돌려라!’

광주지역 성평등의제 네트워크 간담회 및 조직과 확산

1강 전희경 ‘혐오스런 00녀의 일생’

2012고양성폭력상담소 10주년 기념 포럼

의제 활성화 특강 및 성평등의제 네트워크 워크숍

· 일시: 12월 5일(수) 오전 10:30

상담 사례 분석, 성교육 모니터링

· 일시: 11월 28일(수) ~ 11월 29일(목)

· 일시: 11월 15일(목) 오전 10:30

· 장소: 센트럴호텔

· 장소: 대화도서관 시청각실

2강 권김현영 ‘민주주의와 여성정치’ · 일시: 12월 12일(수) 오전 10:30

군포여성민우회

· 장소: 도봉여성센터 2층 사회문화교실

고양시의 자연과 문화와 역사를 걷자, 민우올레

원주여성민우회

파주 삼릉 및 공릉 저수지 길 걷기.

민우 아카데미

고양 들메길을 최경순 선생님과 걸으며 문화 해설 듣기

11월 강의 - 감청 코칭 ‘상처받는 나, 받지않는 나’

· 일시: 11월 20일(화) 오전 10:00 ~ 오후 1:00

12월 강의 - 육화된 신에서 인간의 대표로 ‘왕을 말하다’

찾아가는 학교폭력 . 아동성폭력 예방교실

· 장소: 파주 삼릉 입구

· 일시: 11월 15일(목), 12월 20일(목) 오후 7:00

학교폭력, 아동성폭력예방강사 교육을 수료한 강사들이

· 참가비: 5천 원 · 준비물: 간식, 음료

· 장소: 민우까페

지자체, 학교를 찾아 교육 진행

민우 커피와 함께하는 미술치료 맛보기

· 일시: 11월 9일(금) ~ 11월 20일(화) · 장소: 위스타트, 황둔초 . 중학교, 호저중학교,

· 코스: 파주 삼릉-공릉저수지-파주 삼릉 * 사전 접수, 선착순 30명

‘민우까페’ 이용자를 대상으로 무료 미술치료 맛보기 15주년 기념 회원 송년회 ‘친정 나들이’ 강연, 깜짝 벼룩시장, 음식 나누기, 파티 타임 등. · 일시: 11월 22일(목) 오후 5:00 ~ 저녁 9:00

오후 1:00 ~ 5:00 (총 4회) · 장소: 민우까페

· 장소: 하늘정원(화정동 이마트 옆) · 참가비: 2만 원

신림중학교, 동원주지역센터

· 일시: 11월 16일(금)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진행 민우시네마 한달에 한 번! 민우회 회원과 함께 영화보기 이 달은 <내가 고백을 하면…>을 관람 신입회원 만남의 날

· 일시: 11월 말 예정

신입회원 만남과 소통의 장,

· 장소: 원주영상미디어센터

민우열린 성교육

민우회 소개, 퀼트 트리 만들기

· 일시: 11월 30일(금) 오전 10:00 ~ 12:00

· 일시: 11월 27일(목) 오후 7:00 · 장소: 민우까페

· 장소: 교육장

미디어로 보는 양성평등 특강과 워크숍 진행

· 대상 : 아이들의 성교육에 관심 있는 성인

민우송년회

· 일시: 11월 30일(금) ~ 12월 2일(일)

· 강사 : 강시현 · 참가비 : 1만 원

회원간의 소통과 유대 강화

* 원주영상미디어센터에서 특강 진행 후,

* 민우회 신입회원은 무료 수강

· 일시: 12월 13일(목) 오후 7:00 · 장소: 민우까페

광주여성민우회

서울남서여성민우회

1박 2일 워크숍을 백운휴양림에서 진행 제2회 원주다큐페스티발 회원님들 많이 보러 오세요

반(反)성폭력, 성폭력 예방을 위한 캠페인

송년의 밤

· 일시: 12월 12일(수) ~ 16일(일)

캠페인 내용 전시, 홍보물 배포 및 피켓 시위

한 해를 마무리하는 특별한 만남

· 장소: 원주영상미디어센터

· 일시: 11월 6일(화) 오후 2:00

· 일시: 12월 13일(목) · 장소: 미정

· 상영작: <미쓰 마마> 등

· 장소: 북구청, 전남대 후문 46


송년회

여성재단지원사업 - 우리 같이 있자

차림사 캠페인

2012년 한해를 마무리하고,

지친 청춘들에게는 제대로 된 쉼을 제공하는 워크숍

식당노동자의 직업명 바꾸기

새로운 2013년을 맞이하는 자리

· 일시: 11월 17일(토) ~ 18(일),

· 일시: 11월 15일(목), 11월 21일(수)

· 일시: 12월 예정 · 장소: 원주여성민우회

11월 24일(토) ~ 25일(일)

오전11:30~12:30

· 장소: 하동팔베개펜션 · 대상: 20~30대

인천여성민우회

강원 지역 아동센터 종사자 워크숍 아동.여성폭력추방캠페인

지역아동센터의 교사들을 위한 워크숍

학교폭력예방교육

문화공연, 전단지 · 홍보물 배부, 거리 행진

· 일시: 11월 16일(금)~11월 17일(토)

인권으로 풀어나가는 학교폭력예방교육

· 일시: 11월 20일(화) 오후 3:00 ~ 5:00

· 장소: 정선

· 일시: 11월 1일(목), 15일(목) 2회

· 장소: 가좌동 진주시민미디어센터 앞

· 장소: 부개서초등학교 여성유권자 캠페인

골목길 작은 음악회 성폭력상담원 교육 - 미술치료를 이용한 상담 교육

기타소모임 ‘울림’의 ‘독거노인과 함께하는

· 일시: 11월 26일(월) · 장소: 김옥희미술치료상담소

찾아가는 음악회’

투표 독려 및 투표 시간 연장 캠페인

· 일시: 11월 17일(토) 오후 15:00~17:00

· 일시: 11월 1일(목),11월 21일(수) 2회

한화예술더하기수업 - 환경문제 인식 개선 프로그램

· 장소: 구월동,부평

· 일시: 11월 27일(화) · 장소: 해야해야지역아동센터

민우청청기자단 1기 활동

행복중심 포럼 - 인문학 강의

일하지 않고, 일 이야기도 하지 말고 그냥 놀아보기

인천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청소년의 시각으로

· 일시: 12월 11일(화) · 장소: 비타민 영어학원

· 일시: 11월 18일(일)~11월 19일(월)

· 장소: 서면 경로당 회원 소풍

재조명하는 청소년 기자단 활동

· 장소: 용화산 휴양림

춘천여성민우회

· 일시: 11월 24일(토) · 내용: 인천인권영화제 관람 및 토론

민우여성학교 4강 무상급식 1인 시위

민주주의와 여성정치-권김현영

휴먼 라이브러리(Human Library)

아이들에게 밥을 달라

· 일시: 11월 26일(월) 오전 10:00~12:00

중·고·대학생들과 장혜순 대표와의 만남

· 일시: 11월 2일(금), 11월 14일(수),

· 장소: 강원여성가족연구원 2층 회의실

· 일시: 11월 24일(토) · 장소: 교육장

11월 26일(월) 오전 7:50~8:50 · 장소: 춘천시청 앞

송년회

수다카페 ‘잘 놀기’를 주제로 한 회원 모임

· 일시: 12월 7일(금) · 장소: 교육장

진주여성민우회

봄내벼룩시장

· 일시: 11월 26(월) 오후 7:00~9:00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기

· 장소: 카페 ‘봉의산 가는 길’

· 일시: 11월 3일(토) 오후 14:00~17:00 · 장소: 몸짓극장

노인성폭력추방캠페인

차림사 간담회 식당여성노동자노동인권실태 발표

공연, 취지 설명, 홍보물 · 전단지 배부

달팽이지역아동센터 작은 운동회

· 일시: 11월 28일(수) 오후 2:00~4:00

· 일시: 11월 5일(월) 오후 1:00~2:00

힘껏 소리 지르며 놀아보자

· 장소: 춘천시의회

· 장소: 대동 청락원

· 일시: 11월 10일(토) 오전 10:30~ 오후 5:00 · 장소: 후평초등학교

열린장터

달팽이지역아동센터 발표회 아이들의 장기자랑 뽐내기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 새 생명을 얻을 수 있는

인문학 모임

· 일시: 12월 14일(금) 오후 7:00~9:00

멋진 장터로 놀러오세요!

경제서를 읽고 경제관념 세우기

· 장소: 사무국

· 일시: 11월 17일(토) 오후 2:00~14:00

· 일시: 11월 14일(수) 오전 10:00~12:00

· 장소: 신안동 주공1차 아파트 분수대

· 장소: 사무국

2012 송년회 · 일시: 12월 18일(화) · 장소: 사무국 47


민우알림

한국여성민우회 3/4분기 결산보고서

<참 좋은 식당> 조례 안내서가 나왔어요!

(2012년1월1일부터 9월30까지) (단위 : 원)

Ⅰ. 수입내역

금액

회비수입

149,371,50

후원금

61,041,740

사업수입

62,192,517

기타수입

3,022,121 수입합계 Ⅱ. 지출내역

인건비

275,627,878 한국여성민우회는 식당노동자의

금액 195,217,390

인권적 노동환경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지역에서 식당노동자(차림사)들의

복리후생 비

1,520,680

사무용품 비

1,264,290

그 결과

사무행정 잡비

1,414,336

“상생하는 마을공동체를 위한 <참 좋은 식당> 조례”를 만들었어요.

사회보험 금비

15,368,650

소모품비

노동환경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 왔습니다.

조례만들기 안내서는 지역 주민, 지역 운동단체, 지방자치단체 의원과 공무원 등 마을공동체와

2,110,200

지역운동에 관심있는 모든 이들에게

연대활동비

3,048,830

조례의 내용을 소개하기 위해 제작되었습니다.

제세공과금

2,764,530

지급수수료

3,649,491

지급이자

10,059,987

통신비

4,073,008

회의비

1,548,980

나루운영비

2,944,490

감가상각비

0

정보홍보사업비

23,782,774

조직활동비

13,670,380

정책연구교육사업

39,865,960

재정사업비

22,982,720

48

지출합계

345,286,696

Ⅲ. 당기수지차

-69,658,818

조례와 안내서에 관한 문의는 여성노동팀(02.737.5763)으로 해 주세요! 신입회원 여러분 반가워요!

2012년 9월 중순 ~ 10월 중순

강갑윤 김미영 김재숙 박설희 서구영 안현주 이미영 장지욱 조성철 최윤희 강선희 김미정 김정혜 박소연 서미경 양경일 이미옥 전선옥 조주용 한경아 강영애 김미화 김현숙 박신숙 설원종 엄인섭 이병기 전재현 조현애 한선경 강영일 김보경 김현영 박영

성혜경 오성희 이석일 정경화 지승경 한진숙

강철기 김상준 김현자 박윤정 손미경 오지은 이선아 정미란 진건자 허미영 권순덕 김성민 김현진 박정민 송기훈 유혜진 이연순 정상근 차선임 허혜정 권순화 김세용 김화경 박준우 송다영 윤난희 이찬선 정선영 최문희 황춘자 권정희 김수정 김효화 박지영 송영미 윤형선 이철희 정유진 최상태 권진덕 김순옥 마은아 박진명 신남숙 이광종 이춘자 정인성 최성화 김나래 김옥경 문선화 박평순 신미영 이나나 이해인 정지윤 최여림 김누리 김은수 문옥신 박휘자 심재관 이두일 이향숙 정혜윤 최옥자 김명희 김은정 박선혜 배영섭 안선화 이미리 임연진 조미정 최용석

평생회원, 회비 인상 캠페인에 함께해 주신 회원님 감사합니다! 2012년 평생회원 : 안현숙 오영식 | 회비 인상 : 마경희 박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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