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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은수는 개의 목을 끌어안고 나뒹굴었다. 덩치는 컸지만 사냥 개 같지는 않았다. 개는 다행히 민은수의 목은 물지 못하고 그 의 점퍼 깃을 물고 늘어졌다. 민은수는 한쪽 팔로 개의 목을 껴안고 다른 팔로 방바닥에 떨어져 있는 가스라이터를 집어들 고 불을 켰다. 민은수는 시퍼런 불꽃을 개의 얼굴에 가져다 댔 다. 그러나 이게 웬일, 개는 털이 타면서 지독한 냄새와 연기를 뿜었지만 민은수를 놓아주지 않았다. 이렇게 지독한 개는 처음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맹목 적으로 덤벼드는 그 개의 눈에서 이상한 살기를 느꼈다. 자기 를 꼭 물어 죽이고 말겠다는 개의 눈빛은 그를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필사적으로 라이터 불을 개의 얼굴에 들이댔다. 개의 털이 거의 다 타고 눈도 이제 불꽃 앞에 타버릴 판이 되었 다. 그러나 개는 포기하지 않았다. 더욱 거세게 민은수의 멱살 을 물고 늘어졌다. 개는 라이터 불꽃으로 인해 눈이 거의 안 보이게 되는 순간 민은수의 멱살을 잠깐 놓았다. 민은수는 그 순간 재빨리 개의 포로에서 해방되었다. 그는 급히 마당으로 뛰어나가며 소리쳤다. [사람 살려.] 그러나 아무도 그의 비명에 가까운 구조 요청을 들은 것 같지 않았다. 그는 마당가에 있는 감나무 위로 올라갔다. 한참 정신없이 나 무를 오르다가 밑을 내려다보았다. 얼굴이 반쯤 그을린 개가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나무에 오르려고 기를 쓰고 있었다. 민 은수가 저게 개가 아니라 자기를 복수의 대상으로 아는 지옥의 맹수처럼 보였다. 개는 무엇을 뜯어먹었는지 입가에 핏자국이 낭자했다.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꼭 자기를 물어 죽일 것 만 같았다. 코난 도일의 소설 버스커빌의 사냥개가 저러했 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야 그는 개한테 물린 이곳 저곳이 아프고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왼쪽 팔과 오른쪽 허벅지, 그리고 목 덜미가 몹시 아팠다. 그는 틀림없이 공수병에 걸릴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누구 없어요.] 민은수는 나무에 매달린 채 필사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러 나 아무도 대답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마 을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는 이게 꿈이 아닌 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개한테 물린 곳이 이렇게 아 픈데 꿈일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은수!] 그때였다. 누가 비명을 지르다시피 하면서 뒤꼍에서 나왔다. 박봉순이었다. [봉순아.] 그녀는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옷이 갈기갈기 찢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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