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qks010

Page 180

서 를 집안에 열네 명이 달걸이를 한다 했으니." "지겨워. 여자들 팔자,,,,,," 이모도 할머니처럼 한숨을 내쉬며 대꾸한다. "그래도 그런 말 하면 못 쓴다. 여자란 생산을 해야 제대로 구실 을 하는 법이야." 할머니의 그 말에는 이모는 아무 대꾸가 없었다. 그 무렵 이모는 한층 신경이 예민하고 우울했다. 그리고 변소에도 자주 들락거렸으며 변소에서 나을 때마다 미심쩍고 실망한 표정을 짓는 것이 변비에라도 걸린 사람 같았다. 밥도 먹기 싫은지 밥상을 들여오는 것만 봐도 어금니를 꼭 깨물면서 슬그머니 일어나 나가버 리곤 했다. 할머니가 걱정을 하자 소화가 안 돼서 그러는 것뿐이라 고 대답했지만 음식을 먹기는커녕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데 왜 소화 가 안 된다는 건지 알 수 없는 노룻이었다. 그렇게 1 주일인가를 보 내더니 어느 날 아침 학교에 가는 나를 불러세웠다. 꺼칠한 얼굴을 잔뜩 찌푸린 데다가 속이 거북한지 손은 명치께에 올려져 있었다. 기운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였다. "진희야, 학교 갔다오는 길에 편지 좀 부쳐줄래," "편지? "응 네 가방 속에 넣어왔어," 확인을 하기 위해 내가 가방을 들어 열려고 하자 이모가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지금 꺼내지 마. 꼭 부쳐야 한다. 나는 나가고 싶어도 꼼짝을 못 하겠어. 속이 메스꺼워서 ." 속이 메스꺼워서. 그 말을 뱉은 이모나 불현듯 그 말의 속뜻을 알 아챈 나나 갑자기 얼굴이 굳었다. 한참동안 이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내 앞에 놓인 책가방을 천 천히 끌어당긴 다음 그 속에서 자기의 편지를 끄집어냈다. "이모? "그래 , 생각해보니 바보짓이야." 이모는 그 편지를 스웨터 속에 넣어 숨겨가지고 기운 없이 방에 서 나갔다. 무거운 마음으로 대문을 나서려던 나는 변소에서 나오는 이모와 마주쳤다. 이모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고 스웨터 속도 판판했다 아마 이모의 편지는 잘게 찔어져서 질퍽한 똥 속에 장난 감 깃발처럼 꼿꼿이 서 있을 테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독한 똥독에 못 이겨 깡그리 삭아 없어질 것이다, 이모와 함께 도청소재지에 간 것은 그 주말이었다. 이모가 수술실 로 들어간 뒤 나는 산부인과 복도에서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지루하고 불안한 시간이었다. 병원문이 열리고 만삭이 된 아줌마가 서너 살된 계집애를 데리고 뒤뚱거리며 들어오는 것을 나는 물 U.러 미 쳐다보았다 그 아줌마는 자기가 진찰을 받는 동안 아이를 좀 봐 줄 수 있냐고 내게 물어왔다. 이런 데 올 나이는 아닌데, 엄마 따라 왔니? 라고도 물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엄마라는 말에 나는 뜻 밖에도 당황했다. 그 아줌마 뒤로도 열 명이 넘는 환자가 진찰실 안 을 들락거린 다음에야 몇 시간만에 종잇장처럼 핼쑥한 얼굴이 된 이 모가 문을 열고 나왔다.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오늘 안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했다. 팔을 붙잡으니 허 깨비 같은 이모의 몸은 내가 붙잡는 쪽으로 맥없이 기울어졌다. 병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