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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두고 보겠다... 애도 써보겠고... 그래봤자 네 녀석은 소년원행이 되겠지 만.” 목사가 책상 위의 작은 종을 울리자 예의 그 여자가 순식간에 방안으로 뛰쳐 들어왔다. 계속 문 밖에 서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 여자는 나에게 따라오라고 했다. 나는 삼베자루를 집어들어 어깨에 맨 다 음, 목사에게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다. 그러나 목사님이란 말은 붙이지 않 았다. 비록 내가 사생아여서, 그 때문에 어차피 지옥에 갈 거라고 해도 `목사님` 이라고 부를지, `XX 씨`라고 부를지 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어쨌든 더 빨리 지옥 에 떨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듯이 궁지에 몰린 것도 아닌 데 쓸데없는 일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방을 나서려 하자 갑자기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창문을 흔들었다. 그 여자가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목사도 창문을 쳐다보았다. 나는 그 바람이 내 안 부를 물어보기 위해 산이 보낸 전령이란 걸 알았다. 내 침대는 방 제일 구석에 있었다. 내 침대와 꽤 가까이 붙어 있는 딱 하나의 침대를 빼고는 다른 아이들에게서 한참 떨어진 곳이었다. 그 방은 아주 커서 이 삼십 명은 됨직한 남자애들이 함께 썼다. 대개가 다 나보다 나이 많은 아이들이 었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매일 아침 저녁으로 방청소를 돕는 일이었다. 나는 힘들 이지 않고 그 일을 해냈지만, 침대 밑까지 말끔히 청소하지 않으면 흰머리 여자 에게서 다시 하라는 명령을 받곤 했다. 그런 일은 거의 매번 일어났다. 나와 가장 가까운 침대에서 자는 아이의 이름은 윌번이었다. 그는 나이가 나 보다 훨씬 더 많아서 열한 살 정도는 되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열두 살 이라고 말했다. 그는 큰 키에 말라깽이였고 얼굴을 주근깨투성이였다. 그는 아무 도 자신을 양자로 데려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열여덟 살이 될 때까지 여기에 눌러붙어 있게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자기는 상관없다, 대신 여기서 나가면 반 드시 돌아와 이 고아원에 불을 지르고 말겠다고 했다. 윌번은 한쪽 다리가 굽었다. 오른발이 안쪽으로 활처럼 굽어서 걸을 때는 그 발 끝이 왼쪽 발을 스치곤 했다. 또 그 때문에 오른발이 짧아서 몸 전체를 오른 쪽으로 절룩이며 걸어야 했다. 나와 윌번만은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어떤 놀이에도 가담하지 않았다. 윌번은 달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고, 나는 작은 데다 노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는 놀이란 건 어린애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했다. 나에게도 그렇게 보였다. 나와 윌번은 노는 시간이면 운동장 구석에 서 있는 큰 떡갈나무 밑에 앉아 있 었다. 때때로 공이 빠져서 우리 있는 곳까지 굴러오면 내가 달려가서 놀이를 하 는 아이들에게 던져주곤 했다. 나도 썩 잘 던지는 편이었다. 나는 그 떡갈나무에게 말을 걸었다. 속으로만 말했기 때문에 윌번은 알아차리 지 못했다. 그 떡갈나무는 늙은 나무였다. 겨울이 오고 있었기 때문에 소리를 낼 수 있는 이파리들은 거의 다 떨어졌지만, 대신 나무는 벌거숭이 가지를 바람 속 에서 움직여 말을 했다. 나무는 이제 막 잠이 들려는 참이었지만,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산의 나무들에 게 알려줄 때까지는 자지 않고 깨어서 그 소식을 바람에 실어보내겠노라고 했 다. 내가 윌로 존에게도 전해달라고 부탁하자 떡갈나무는 그러겠노라고 했다. 떡갈나무 밑에서 파란 유리구슬 하나를 발견했다. 그것은 투명해서 한쪽 눈을 감고 다른 쪽 눈으로 들여다보면 모든 게 다 파랗게 보였다. 그게 뭔지 윌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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