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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었다. 그 포니는 나의 엑셀 앞에 바싹 붙어 있었기 때문에 그 차가 비켜 주지 않으면 내 차는 움직일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가시는 데까지 모셔다 드리면서 한두 가지만 물어보겠어요." 그가 다시 재촉을 했다. 나는 그의 굳은 표정에서 고집을 세워 보았자 포기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럼 시내로 나갈 때까지만......" 나는 혼잣말처럼 입속으로 중얼거리며 강 형사의 차에 탔다. 차에서 퀴퀴한 담배 냄새가 코를 찔렀다. 불쾌해 하는 내 표정을 읽었는지 그는 창문을 열면서 시동을 걸었다. "차 안에서 노총각 냄새가 좀 나시겠지만 참으십시오. 잠깐이면 다방까지 갈 수 있습니다." "다방이라뇨?" "차 안에서보다는 다방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편할 것 같아서......" "예?" 나는 기가 막혀 쏘아붙이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꾹 눌러 참았다. 우리는 무교동에 있는 조그만 지하 카페에 마주 앉았다. "미안합니다. 몇 가지만 더 말씀해 주십사 하고......" 강 형사는 조금도 미안한 표정을 짓지 않으면서 계속 미안하다고만 말했다. "희숙이 삼촌, 즉 조철구 변호사 동생이 젊었을 대 자살을 했다고 하던데 혹시 들으신 적 없습니까?" "잘 모르겠어요." 나는 그 이야기를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 "희숙 어머니 양윤임 여사는 젊을 때 굉장한 미인이었겠어요. 지금도 출중한 미모를 그냥 간직하고 있거든요. 처녀 때는 총각들의 가슴깨나 태웠을 거예요. 장을자 씨도 미인이지만......" 그는 내 표정을 흘금흘금 보아 가면서 말을 계속했다. 내 마음을 풀어놓으려고 가끔 농담 같은 말을 했지만 말재주가 없어 어색하기만 했다. "양윤임 여사의 처녀 시절 때 조철구 형제가 함께 사랑했다고 하더군요. 처음엔 동생의 애인이었는데 형이 뺏었다든가......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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