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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했다. 김석기는 조용히 명함 한 장을 내어밀었다. 명함과 김석기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던 성기용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뜻밖의 인물이로군." "무슨 뜻입니까?" "나한테 공갈을 칠 정도로 배포가 큰 사람이길래 난 우락부락한 고릴라라도 나타날줄 알았는데 절에 간 색시처럼 얌전하게 생긴 사람이 나타탔으니 말이오." "고릴라가 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하하... 천만에, 고릴라보다야 샌님상대가 한결 편하지, 안그렇수?" "어쨌든 죄송합니다. 국정에 바쁘신 분을 이렇게 시간을 뺏어서요. 하지만 성기용의원님을 상대로 공갈을 칠 만큼 배포가 큰 놈은 못됩니다. 그렇게 이해하셨다면..." "하하... 농담이오, 농담." 그때 비서 아가씨가 차를 내어와서 대화는 잠시 끊어졌다. 차를 한 모금 들이킨 후 성기용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자, 이렇게 오셨으니 용건을 먼저 알아봅시다. 말씀 하실까요?" 김석기는 한쪽의 책상에서 일에 열중하고 있는 보좌관들을 힐끗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주위를 물리치시는게..." "하하... 상관 없소이다. 나의 분신과 같은 사람들이니까. 그러나 정 원하시다면." 성기용이 팔을 한번 휘젖자 보좌관들은 말없이 방을 빠져나갔다. "자, 이제 됐습니까?" "고맙니다." "우선 나도 한 가지 부탁이 있소이다." "말씀하십시오." "지금부터 나와 나누는 대화는 모두 오프더 레코드로 해주실 수 있겠소?" "그러니까 기사화하지 말라는 뜻이로군요."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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