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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게도 하니는 리터 박사의 팀으로 전속되었다. 회진이 시작되고 10 여 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는 병실에 도착했다. 그 중 한 사람이 막 아침식사를 끝내고 있었다. 리터 박사는 침대 밑에 있던 차트를 꺼내 읽어내려갔다. "닥터 태프트, 이 사람이 당신 환자 맞지?" 하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오늘 아침 기관지 내시경을 보기로 되어 있구먼." 하니가 다시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런데 아침식사를 하도록 내버려두었단 말이야?" 리터 박사가 소리쳤다. "기관지 내시경을 보기 직전에?" 하니가 말했다. "이 환자는 딱하게도 벌써 이틀 동안이나 아무것도 먹지 못..." 리터 박사는 선임 레지던트에게 말했다. "기관지 내시경 검사를 당장 연기해." 그는 하니에게 다시 뭐라고 하려다가 숨을 깊이 들이쉬고 자제하는 표정이었다. "다음 환자에게로 가자구." 다음 환자는 푸에르토리코 사람이었다. 그는 계속 기침하고 있었다. 리터 박사는 환자의 차트를 검토한 다음 물었다. "이 사람은 누구의 환자이지?" "제 환자인데요." 하니가 말했다. 리터 박사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 사람 염증은 벌써 가라앉았어야만 되는데." 그는 차트를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지금 엠피실린을 하루에 네 번 50 밀리그램씩 주고 있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게 무슨 터무니없는 짓이야. 이건 상식 밖의 일이야. 하루에 네번씩 500 밀리그램을 투여해야 되는 거야. 숫자에 0 하나를 빼먹었잖아." "죄송합니다. 제가..." "이러니 염증이 가라앉을 리 있나? 지금 당장 500 밀리그램씩 주도록 조치해." "알겠습니다." 또 다른 하니의 환자 차례가 되었을 때, 리터 박사는 심기가 더 불편해져 있었다. "이 사람은 결장 내시경 검사를 해야 되는데 방사선과 보고서는 어디 있지?" "방사선과 보고서요? 아 참, 그 보고서 요청하는 것을 깜빡 잊어버렸습니다." 리터 박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하니를 쳐다보았다. 아침 내내 하니의 환자를 진찰할 때마다 문제가 생겼다. 다음 환자는 눈물이 글썽글썽해서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아픈 거지요? 내가 무슨 병에 걸린 거예요?" "아직 무슨 병인지 모릅니다." 하니가 말했다. 하니를 쳐다보는 리터 박사의 눈길이 험악해졌다. "닥터 태프트, 잠깐 나하고 밖에 나가서 얘기 좀 합시다." 복도로 나가자 그는 낮은 목소리였으나 힘주어 말했다. "절대로, 절대로 모른다는 말을 해서는 안돼. 그 사람들이 의지할 곳이라고는 의사들밖에 없잖아! 아직 진단이 제대로 안된 경우에도 그럴 듯한 대답을 해주어야 되는 거야. 알아듣겠어?" "하지만 정확하게 모를 때 그런 대답을 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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