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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러너는 앞이 보이지 않는 마라토너가 42.195km를 완주하는 동안 넘어지지 않고 외롭지 않게 도와준다. 그야말로 마라토너의 눈이 되어주는 것이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 둘이 되고 셋이 되면 가능해지기도 한다. 올해 스무 살이 된 재국이는 아홉 살 때 온몸의 근육이 점점 굳어져가는 희귀병인 ‘근이영양증’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재국이에게는 미국 횡단이라는 꿈이 있었다. 넓은 대륙을 여행하며 더 큰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는 꿈. 이러한 재국이의 꿈을 위해 두 다리가 되어준 것은 바로 아빠 배종훈 씨다. 아들의 다리가 되어준 아빠와 아빠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아들. 두 사람이 꿈을 향해 함께 달린다.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한 도전

마라톤 코스를 가득 메운 시민들의 함성 소리,

그렇게 시작된 국토종단. 하지만 재국이가 직접

얼굴을 스치는 청량한 바람, 끝없이 눈앞에 펼쳐지는

전동 휠체어를 운전하니 재국이가 좋아하는 하늘과

아름다운 풍경들. 재국이는 지금도 뉴욕마라톤의

나무를 감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때부터 아빠는

그날을 잊지 못한다. “국적을 초월해서 한국에서 온

아들의 휠체어를 밀고 달리기 시작했다. 2012년 9월

저희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정말 신기하고

대전하프마라톤을 시작으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감사했어요.” 세계 4대 마라톤 대회 중 하나인

매년 춘천마라톤 풀코스, 2014년과 2015년 4월

뉴욕마라톤은 참가희망자가 너무 많아 국가별로 참가자

경주벚꽃마라톤 풀코스, 2014년 9월 공주마라톤

수를 제한한다. 이 대회에 휠체어 마라토너 재국이와

풀코스를 완주했다.

아빠가 2015년 11월 1일 출전해 완주를 기록했다. 그러나 시작은 결코 쉽지 않았다. “주최 측에서는 휠체어 반입도 안 되고, 장애인은 보호자 없이 스스로 완주해야 하니 저희는 출전 불가라고

취재를 위해 찾은 재국이의 집에는 각종 대회 메달들이 벽면을 채우고 있었다. 2개씩 한 쌍을 이루는 메달. 혼자가 아닌 둘이기에 가능했던 일, 서로에게 더없이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하더군요.” 하지만 배종훈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방송국, 그리고 대전 지역 국회의원 등 부자의 사연을

불가능은 없다! 끝나지 않은 도전

안타까워하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 계속 문을

신체 건강한 젊은이들도 마라톤 완주는 쉽지 않은 일.

두드렸다. 그 결과 ‘뉴욕마라톤 최초의 듀오 팀’이라는

올해 쉰이 넘은 아빠 배종훈 씨 역시 마라톤 완주는

새로운 역사를 쓰며 출전 자격을 얻어냈다. 사실 두

늘 벅찬 일이다.

사람의 마라톤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내에서

“무조건 연습을 많이 해요. 특히 언덕을 올라갈 때가

이미 8번의 완주를 하며 실력을 다져왔다. 마라톤은

참 힘들어요. 쥐가 나기도 하고, 또 내리막길에서는

국토종단에서부터 시작됐다. “집에만 있기보다 휠체어를

휠체어를 놓칠까 봐 힘을 주어 내려가야 하고, 그래도

끌고 구석구석 온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연습하니까 완주가 되더라고요. 막상 대회를 나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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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Vision Korea Magazine 2016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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