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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목차

2015.11-12

cover work

review

6

34

ZWKM Block

와이드 FOCUS

김영준 | Kim Youngjoon

관(官)주도 건축의 위해(危害) | 박인수

45

38

DIALOGUE

이종건의 COMPASS 45

건물 속에 구현된 경사지 마을 | 정귀원

조성룡 건축전시회 | 이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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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CRITICISM

전진삼의 PARA-DOXA 12

비장소적 도시 영역으로서의 ZWKM Block | 김미상

대한민국건축문화제, 명칭부터 바꿔라 | 전진삼 43 와이드 COLUMN 생태건축은 곡선이어야 | 박병상

arcade report edge

54 와이드 REPORT 1 이일훈의 성당 2제

97 와이드 EDGE┃ICON Choice 009 지상전 공존, 착한 건축 vs. 못된 건축 | 전진삼, 이경훈 108 WIDE 건축영화공부방 110 간향클럽 소개 111 땅집사향(107-108) 112 판권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본원 성당>과 <서귀포 면형의 집 성당> | 정귀원 61 와이드 REPORT 2 건축, 도시의 문으로 통(通)하다 오픈하우스 서울 2015, 동행취재기 | 공을채 65 와이드 REPORT 3 아카이브 기관의 역할론 상고(相考) ‘한국미술 전시공간의 역사’ 전 리뷰 | 김태형


AR)

심원문화사업회 건축의 인문적 토양을 배양하기 위해 만든 후원회로서 지난 2008년 이래 건축역사와 이론, 건축 미학과 비평 분야의 전도유망한 신진 학자 및 저술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심원건축학술상> 을 제정하여 시행해오고 있습니다.

심원건축학술상 1년 이내 단행본으로 출판이 가능한 미발표 원고(심사 중이거나 심사를 마친 학위 논문 포함)와 사업년도 기준 2년 내 발행된 연구저작물 중에서 학술적이며 논쟁적 가치가 높은 응모작을 대상 으로 매년 1편의 수상작을 선정하여 시상 및 출판지원을 합니다.

심원건축학술상 학술총서 발간 지난 7년 간 총 4편의 수상작을 선정하여 『벽전』(박성형 지음, 제1회 수상작), 『소통의 도시』(서 정일 지음, 제2회 수상작), 『도리 구조와 서까래 구조』(이강민 지음, 제4회 수상작), 『한성부의 ‘작은 일본’, 진고개 혹은 本町』(이연경 지음, 제6회 수상작)을 발간하였습니다.

● 심원건축학술상 1기 위원회: 배형민, 안창모, 전봉희, 전진삼 ● 심원건축학술상 2기 위원회: 김종헌, 박진호, 우동선, 함성호 ● 후원: ㈜엠에스오토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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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字 10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2015.11-12 report

상생

구약시대에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떠나 가나안땅을 찾 아 광야를 헤맬 때 굶주리며 불평하자 하느님은 메추라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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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를 비처럼 내려줄 터이니 각자 배불리 먹을 만큼 가져다

와이드 REPORT 4

먹되 더 가져다가 남겨두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그 말을 어

건축과 감각, 건축가의 실험

기고 좀 더 가져다가 먹고 남긴 것은 구더기가 꾀고 고약한

‘OUT OF THE BOX: 재료의 건축, 건축의 재료’ 전 | 이성민

냄새가 났다고 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이야깁니다. 오늘날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식량은 온 인류를 배불리 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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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남는다는데, 한 쪽에서는 너무 먹어 살을 빼느라 난리

와이드 REPORT 5

중에 남은 음식은 썩어 나가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고, 다른

건축사; 한국건축사; 현대건축의 한국 | 김영철 75 와이드 REPORT 6 다시(Re-), 대한민국건축문화제 2015년 10월 21일~25일, 문화역서울 284 | 공을채

한 쪽에서는 매일매일 먹을 것을 찾아 헤매지만 수많은 어린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준 것은 똑 같은데 힘센 자들이 자기 것에다 남의 것까지 차지하기 때문 인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하늘이 내려준 먹을거리가 충분합니다. 그 많은 먹 거리를 힘세고 재빠른 무리들이 먼저 독차지하여 쌓아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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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두드리고 있고, 힘없는 보통 사람들은 먹을 것이 늘 모

와이드 REPORT 7

자라 궁핍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힘센 자들은 쌓인 재

건축을 품고 떠난 건축전문기자 구본준, 사후 1년 | 공을채

화로 점점 더 힘이 세어져 자기 먹을 것조차 빼앗긴 약자들

81 와이드 REPORT 8 Strong Architect 10 | 조성룡 건축의 변환과 재생 Architectural Transformation and Regeneration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건축가 | 박성용

을 지배해가고 있습니다. 허나 쌓인 재화는 구더기가 꾀고 악취를 내며 썩어갑니다. 그래선지 힘센 자들은 점점 더 염 치가 없어지고 포악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냥 힘센 것이 잘못은 아닐 것입니다. 그 힘을 약한 자들과 겨루는 데에 쓰는 것이 옳지 않은 것입니다. 강자는 힘을 키 우며 약자에게 진 빚도 많을 텐데, 쉬운 먹거리는 약자에게 남겨주고 그 힘을 좀 더 어려운 먹거리를 얻는 데에 쓰는 게

89 와이드 REPORT 9 Power & Young Architect 10 | 정영한 거주란 무엇인가 건축의 근본에 대하여… | 박성용

notice 106 제6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공모

옳지 않을까요? 호랑이가 사냥이 힘들다고 소나 양들이 먹 는 풀을 뜯어먹어서야 되겠습니까? 건강한 사회가 유지되고 모두가 행복하게 함께 사는 지혜를 짜내야할 때입니다. 글 | 임근배(간향클럽 대표 고문, 그림건축 대표)


cover work

06

ZWKM Block 김영준 Kim Youngjoon

WIDE Architecture Report 48


COVER WORK

표지작 | COVER WORK

ZWKM Block 설계

김영준 Kim Youngjoon 김영준도시건축 yo2 ARCHITECTS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런던 AA School, 건축

김영준

설계 담당 백은정, 이용의, 백상훈, 강동우, 신익란, 최고은, 한 주희, 고주형, 안성현 설계 감리 백상훈 규모

지하 3층, 지하 4층

무를 시작하여 이로재(1990-1995), 로테르담의 Office for Metropolitan

높이

Architecture(1996-1997)에서 경력을 쌓았다. 1998년 귀국 후 김영준

15m

구조

철골 구조, 철근 콘크리트조

대학원(AAGDG)에서 수학했다. 공간연구소(1983-1989)에서 건축실

도시건축(yo2)을 설립하여 지금에 이른다. 주요 작품으로 2005년 한국 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한 자하재(MOMA 영구 소장품 선정), 허유재 병

조경 설계 조경포레, 뜰과 숲

원, 행정중심복합도시 도시개념(국제공모 공동 1등)이 있으며 한국예

구조 설계 미래구조

술종합학교(2001-2009), 서울대학교(2002), European University of Madrid(2008-2009)와 MIT(2013)에서 강의한 바 있다. 현재 (주)김영준

기계 설계 미도설비

도시건축의 대표이면서 한국예술종합학교 튜터, 서울건축학교 코디네이

전기 설계 우림전기

터, 파주출판도시 건축코디네이터로 활동 중이다.

조명 설계 Project Concept K, 이온 SLD

진행 정귀원(본지 편집장)

시공

㈜다우건설

사진 김재경(본지 편집자문위원, 건축 사진가)

완공

2015. 05

7


와이드AR no.48 | Wide AR no.48

도시로 열린 지층은 임대공간으로 계획되었다.

Z

조아조아 스튜디오 Zoazoa Studio 위치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32-15

용도

근린생활시설, 단독주택

대지 면적 332.71m 2(100.64평) 건축 면적 192.40m 2(58.20평) 연면적

1,294.68m 2(391.64평)

건폐율

57.83%

용적률

148.12%

외부 마감 노출 콘크리트, 스토 인테리어

임본부 컴퍼니

건축주

조아조아 스튜디오

W

각 동들은 상호 관계성 가운데

원더보이즈 필름 Wonderboys Films 위치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32-19

용도

근린생활시설

각자 자율적으로 기능하고 있어 복잡한 기능을 가진 도시의 축소판처럼 유기적으로 숨쉬고 있다.

대지 면적 363.40m 2(109.93평) 건축 면적 216.56m 2(65.51평) 연면적

1,469.97m 2(444.67평)

건폐율

59.59%

용적률

140.10%

외부 마감 노출 콘크리트, 징크 인테리어

디자인 론드리

건축주

원더보이즈 필름

K

꽃피는 봄이오면 Kkotsbom 위치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32-18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 면적 341.93m 2(103.43평) 건축 면적 180.95m 2(54.74평) 연면적

1,324.03m 2(400.52평)

건폐율

52.92%

용적률

146.58%

외부 마감 노출 콘크리트, 케라트윈 인테리어

스튜디오 베이스

건축주

꽃피는 봄이오면 외견상 용도를 잘 알 수 없는 하나의 큰 건물은 실제로는 4개의 건물 동이 모여 구성된 복합건물이다.

8


COVER WORK

M

매스메스에이지 Massmessage 위치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32-20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 면적 632.55m 2(191.35평) 건축 면적 375.93m 2(113.72평) 연면적

2,090.99m 2(632.52평)

건폐율

59.43%

용적률

138.60%

외부 마감 노출 콘크리트, 라임스톤 인테리어

스튜디오 베이스

건축주

매스메스에이지

9


와이드AR no.48 | Wide AR no.48

평면도

1.스튜디오

5.임대상가

9.회의실

2.지하 주차장

6.작업실

10.주택

3.전시실

7.대표실

11.방

4.카페

8.사무실

12.인포룸

7

9

7 10

10 11

1

8

9 8

지상3층 평면도

지상4층 평면도

5

5

5

8

12

3

1

1

3

4 6m 도로

지상1층 평면도

6

지상2층 평면도

2

1 1 1

1

지하3층 평면도

10

지하1층 평면도

7


COVER WORK

좌측면 진입부, 도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길

경계는 도시와 만나는 틈이 되기도 한다.

실질적인 메인 플로어(main floor)인 2층은 콘크리트로 마감하여 입면을 하나로 묶었다.

11


와이드AR no.48 | Wide AR no.48

컨셉 다이아그램

선형 전개방식의 공중 가도(街道)는 각 층을 수평으로 가로지르며 그들을 통합하고 있다.

12


COVER WORK

중심 마당. 여러 개의 필지를 함께 설계하면 가장자리가 중심으로 바뀔 수 있다. 3,4층 외벽은 재료를 서로 다르게 선택하여 개별 집이 갖는 특성을 드러내도록 했다.

13


와이드AR no.48 | Wide AR no.48

입단면도

입단면도 1

14

입단면도 2


COVER WORK

지하층은 통합되었지만 개별 구조를 갖는다. 지하는 모두 스튜디오로 사용되며 함께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인테리어는 대체로 건축주의 취향에 따랐다.

15


입단면도 3

입단면도 4


계단과 공중 가도, 브릿지 등으로

사용자들은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건물 안에 경사지의 흐름을 만들고자 했다.

쪼개진 공간을 경험하고 다양한 행위를 발생시킨다.

체험 공간에 가까운 집은 즉각적 인식이 어렵다.


와이드AR no.48 | Wide AR no.48

횡방향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용도의 공간들이 기능적으로 배치, 연결되어 필요시 상호 대여, 교환적 이용이 가능하다.

이동시 만나는 동과 동 사이의 다양한 틈 18


COVER WORK

방문객은 건물의 틈들을 통과하며 간막이 판벽, 계단, 수평통로 등을 발견함으로써 시각적 즐거움을 향유하기 시작하고 자연스레 이동하게 된다.

4층 브릿지를 통해 이동하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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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no.48 | Wide AR no.48

ZWKM Block은 기존 환경과 도시, 건축적 아우라에 대한 통곡이자 도전적 제안이다. 4개의 필지는 공유되어 거의 죽은 공간이 될 수 있는 건물의 물리적 경계를 제거하고, 공간의 확장, 그리고 공간적 융통성을 보다 넓게 확보한다. 20


arcade c4 Architecture Bridge c3 삼협종합건설 c2 삼성미술관 Leeum 1 정림건축 3 심원문화사업회 22 이로재 23 제효건설 24 운생동 25 ONE O ONE Architects 26 Architects Ganyang Et cetera 27 KARO Architects 28 동양PC 29 유오스 Knollkorea 30 수류산방 31 ICON choice 2015 32 성균관대학교 동문 건축사회

WIDE Architecture Report 48


주.제효 인테리어 | studiozt_김동원 | 사진_김종오

(주)제효에서 지은 집 건축가 상상 속의 건물을 구현하다 | www.jehyo.com


A Thousand City Plateaus Winner of International Idea Conpetition for urban regeneration of Jamsil Sports Complex

UnSangDong Architects


냉 정 하 지 만

한 따뜻 건축 비평

이종건

북 콘 서 트

황폐한 삶과 도시 환경의 불합리에 지친 이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인생 ‛직시’ 지침서

『건축사건』 『인생거울』 동시 출간 기념 북콘서트 문제의 핵심을 잘 집어 올리는 건축 비평가 이종건, 어설픈 힐링을 요구하지 않는다! 평론가다운 나름의 방식으로 인생과 시대, 그리고 사랑을 말하다

2015년 10월 29일[목] 저녁 7시 CAFE 2LP 마포구 동교동 154-15, 2층


2015 인천건축문화제 공식초청행사 행사 주체 □ 주최 인천광역시, 2015인천건축문화제 조직위원회,

간향 미디어랩&커뮤니티

□ 주관 와이드AR □ 운영 손정민, 전진삼 □ 후원 (사)대한건축사협회 인천광역시건축사회,

(사)인천건축재단

아이콘 초이스 009 □ 일시

2015년 10월 27일(화) 6:00pm

□ 장소

컴팩스마트시티 3층 영상관

□ 소주제

공존, 착한 건축 vs. 못된 건축

□ SPEAKER 민운기, 이경훈 □ PANEL

이종건, 구영민

□ MODERATOR

박상문

아이콘 초이스 010 □ 일시

2015년 11월 10일(화) 6:00pm

□ 장소

트라이볼 공연장

□ 소주제

공존, 집설계의 전략 vs. 철학

□ SPEAKER

김재관, 원희연, 이진오

□ MODERATOR

오장연


PROJECT REVIEWS 2015 DEPARTMENT OF ARCHITECTURE SUNGKYUNKWAN UNIVERSITY A L U M N I A S S O C I A T I O N O F A R C H I T E C T S

PROJECT REVIEWS 2015

DEPARTMENT OF ARCHITECTURE

SUNGKYUNKWAN UNIVERSITY 성균건축전 성균 동문 건축사회 성균 동문 건축사회가 후배 졸업생들과 같이 하는 동문 건축전이 어느덧 13회를 맞이하였습니다. 동문 선배들과 졸업을 앞둔 후배들은 이 자리를 통하여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며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동문건축전이 되었습니다. 저희 동문건축사 모두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기를 또한 기대해 봅니다. 성균관대학교 동문건축사회

회장 임종대

성균관대학교 동문 건축사회 작품집 2015 장연철 | 박준승 | 신중진 | 오성제 | 이해욱 | 임종대 | 이충기 | 이한종 | 장근석 | 남상득 | 마성호 | 박주환 | 정재헌 | 이배원 | 민범기 | 조헌석 | 곽동진 | 김기영 | 민경호 | 최종훈 | 이재혁 | 정관택 | 현동훈 | 박기원 | 박종민 | 이호락 | 황재원 | 이주타 | 이중원 | 유창현 | 이경아 | 이동원 | 김윤수 | 송상호 | 맹성호 | 임근풍 | 윤지호 | 이정훈 | 박현근 | 김성우 | 배기택 | 김일영 | 서유림


review

34 와이드 FOCUS 관(官)주도 건축의 위해(危害) | 박인수 38 이종건의 COMPASS 45 조성룡 건축전시회 | 이종건 41 전진삼의 PARA-DOXA 12 대한민국건축문화제, 명칭부터 바꿔라 | 전진삼 43 와이드 COLUMN 생태건축은 곡선이어야 | 박병상 45 표지작 DIALOGUE 건물 속에 구현된 경사지 마을 | 정귀원 49 표지작 CRITICISM 비장소적 도시 영역으로서의 ZWKM Block | 김미상

WIDE Architecture Report 48


와이드AR no.48 | Wide AR no.48

와이드 FOCUS

관官주도 건축의 위해危害 박인수 본지 편집자문위원, ㈜파크이즈건축사사무소 대표, (사)새건축사협의회 부회장

에피소드 그리고 1. 오래된 이야기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정상궤도에 오르면서,

300만 원, 본 인증에 약 500만 원 정도가 소요되는 것을 알

소위 ‘방화’로 불리던 한국 영화가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성

고 아연 실색하게 되었다. 발주처와 협의가 잘 이뤄져 발주

장을 했는지 지인들과 간단히 이야길 나눈 적 있다. 여러

처에서 지급하는 것으로 하였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최근

이야기가 있었지만, “거기엔 공무원들이 껴있지 않아서 그

에는 ‘유니버설 디자인’도 인증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었

래”란 이야기를 듣고, 실소와 의미를 곱씹었던 기억이 새롭

다. 그리고 BF인증기관에서 곧 BF인증이 ‘건축사 업무 대

다. 공무원이 직업인 분들에겐 듣기 좋은 이야긴 아니겠지

가’에 포함되게 될 것이니, 좋지 않냐? 고 물었다.주1 그리고

만, 영화라는 주제에 대해 이해가 풍부하고, 헌신적으로 일

인증과정은 각 항목별로 전체 도면을 구성하여 제출하는

할 수 있는 민간의 전문가 및 관련인들이 자발적으로 똘똘

것이며, 그 사전 미팅은 학생이 교수에게 설계 수업받는 분

뭉쳐서 해낸 성과라는 것에 두 말이 필요하진 않았다. (현

위기였다는 전언이다. 제출물도 거의 납품 건축도서에 준

재 이 행사의 평가는 엇갈리는 면이 있지만...) 다행히 영화

하는 수준이었다고.

박인수 | FOCUS

는 사회에 영향력이 큰 스타급 배우들이 많고, 그 내용이 공 감대 형성에 용이해서 그런 것인지 사회적 합의를 얻어가

관官은 일반적으로 권한을 갖고 있고, 실행력도 있기 때문

기 시작했고, 재미있고 의미 있는 영화를 만들면서 소비자

에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 따라서 관료조직이 효율적으로

들의 호응도 올라가게 되었다. 물론 영화계의 모든 문제가

움직인다면, 이보다 더 성공적일 순 없다. 하지만, 사회는

해결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민간이 주도하여 한국영화의

관료조직이 모든 실행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모

방향을 이끌어가게 되었고,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게 된 것

든 관료가 똑같이 일정수준의 능력을 갖지 못하고, 그 사회

으로 알고 있다.

의 최대한 능력을 대표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며, 민주주의 절차상 민간이 주도해야하기 때문이다.(물론 안전과 기반

2.

유지 등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지만 대부분 관에서 그 실

노량진의 고시촌엔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고시생들이

행을 맡아서 한다. 따라서 해당분야에 대해 신뢰 있는 능력

많고, 이를 위한 ‘컵 밥’은 이들의 주요한 식사로 자리매김

의 유지는 필수적 조건이다.)

하였다. 이를 개발한 한 포장마차 주인은 박리다매 전략과

그럼에도, 저개발국가의 경우, 엘리트elite 관료체제가 사회

친서민적 판매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인근 편의점에서 유사한 컵 밥을 판매하기 시작하였고, 분쟁이 발생하게 되 었다. 이 분쟁의 결과 편의점 주인은 컵 밥의 원조격인 포장 마차를 노점상으로 신고하여 영업을 할 수 없도록 하였고, 결국 컵 밥을 만든 포장마차는 영업을 이어갈 수 없게 되었 다는 이야길 들었다.

34

3.

주1.

금년 9월부터 공공건축물의 일정 용도는 ‘BF Barrier Free인증’

이런 비용은 제대로 평가되기 어렵다는 것을 필자는 알게 되었다. 수수료 정도

을 받아야 한다. 약 6,000만 원 정도의 설계비로 작은 어린

는 필요금액이니 들어가겠지만, 협의를 위한 대가는 제대로 산정되기 매우 힘

이집을 설계하게 된 필자는 인증수수료로 예비인증에 약

우 불리한 구조를 갖게 된다.

들다. 결국 건축은 좋은 건물을 만드는 노력을 하지만 비용과 시간 면에선 매


WIDE REVIEW

를 이끌며 다양한 성과와 발전을 이뤄내는 것은 사회발전

렇게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개 중소기업의

상 필수불가결한 것일지 모른다. 대한민국은 이를 증명한

매출 10~20억 규모를 정부가 나서서 지원할 수 있느냐? 가

나라이며, 이런 엘리트 관료들의 성과는 다른 나라들의 참

문제이다. 규모의 논리로는 어렵겠지만, 원칙적으론 하여

고사항이 되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선진국이 되거나 유사

야 한다. 각 기업의 상황을 파악해서 선별적으로 진행하더

한 상황이 된다면, 고민이 생기게 마련이다. 사회수준은 충

라도 국내의 모든 분야 하나하나가 중요치 않은 것이 없기

분히 엘리트 관료체제를 능가하게 되었지만, 저간의 관성

때문이며, 언제 어디서 어떻게 결과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

과 제도가 사회의 자율성을 저해하여, 그간 성장한 사회의

이다. 섬세하여야 하고, 선별하여야 하며, 적극적이어야 할

능력을 최대한 발휘치 못하게 하는 요소로 작동될 가능성

것이다. 개별지원이 어렵다라면, 산업 군별, 맞춤형 지원이

이 높기 때문이다.

반드시 필요하다.

소위 우리는 ‘기적’을 만든 나라이다. 그토록 짧은 시간에

이런 관점에서 건축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일반조건에

이토록 많은 성과를 만들어 낸 나라가 없으니 말이다. 하지

서부터 건축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건축은 한국에

만 지금은 관료가 이끌던 사회가 아님을 우리 모두가 동의

서 건설의 하위로 인식되고 있다.주3 이것은 민관의 조화 혹

해야 한다. 이 동의로부터 우리는 새로운 시대로 나갈 수 있

은 협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설 지원책 중 하

기 때문이다.

나로 건축이 지원되니, 직접적인 지원도 어렵고, 건축의 특 성을 살릴 수도 없다는 뜻이다. 또한, 관도 지원을 하려면

일반조건과 상황조건 의 혼돈

그 성과와 파급력 등을 판단하여야만 하고, 지원의 명분이

최근에 해외 불모지에 대단위 공장을 짓고, 열심히 생산 및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지원과 육성을 위해선 그 결과를 관

수출을 하고 있는 대기업의 공장을 관료들과 함께 방문한

이 섬세하게 판단하고 진행하여야 하지만, 실상은 규모의

적 있다. 그들의 성과는 눈부셨다. 해당지역 고용이 엄청나

논리나 포디즘fordism적인 경제구조 틀에 갇혀 생각하는 게

게 개선되었고, 직업 훈련 등을 통해 인력의 수준을 높였으

일반적이다.

주2

market

점유 면에서 크게 향상되었다. 그 규모도 어마어마했

국내도 그렇지만, 해외 건축시장에서 건축의 가능성은 더

다. 한마디로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낸 것이다.

욱 높다. 적은 투자로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성공 시 뒤에 투

이들은 어떻게 불가능한 상황을 이루게 되었을까? 일반조

자대비 엄청난 가치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선

건상 향후 기대되는 가치는 매우 크다 짐작할 수 있으니 매

이를 증강가치 산업augmented value industry라고 부른다. 즉, 건

우 하고 싶은 일이다. 하지만 이를 실현한다는 것은 매우 어

축이 성공하면, 그 뒤의 가치를 더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

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불모지에 대규모 공장을 짓는 것은

다. 하지만 현실은 외국 설계의 것을 시공하는 일을 도맡아

엄청난 투자를 동반하게 되고, 효율을 만들어 내기 위해선

하고 있고, 가격경쟁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지금도

각종 인프라 및 제반 여건이 받쳐 줘야하기 때문이었다. 이

혈전을 벌이고 있는 형편이다. 즉, 후에 어떤 가치와 영향력

를 위해 관과 민간은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누가 관이고

이 만들어지는지 생각지 않고, 단품의 규모에 집중하고 있

누가 민인지 알 수 없도록 일하였던 것으로 들었다. 바로 그

는 실정이다. 이런 측면에서 ‘건축서비스산업’의 발전은 요

렇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모든 프로젝트를 그

원하다고 하겠다.

주2.

주3.

일반조건은 상황 등 사안별 내용을 담지 않은 조건 즉, 일반론이라 할 수 있고,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역개발문제를 두고 후보자 토론에서 한 후보자는

상황조건은 일반조건 외에 각 상황별로 발생하는 문제와 조건들을 일컫는 말

“건축은 건설의 한 분야이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박인수 | FOCUS

며, 원가절감을 통한 이익률을 크게 개선하였다, 또한, 마켓

로 사용하였다.

35


와이드AR no.48 | Wide AR no.48

관은 민간 즉, 개인들의 가능성과 잠재력에 주목하여야 한

재밌는 상황을 만들게 되는데, 문제가 발생하면, 아무도 책

다. 이를 어떻게 들어낼 수 있는지 집중하여야 한다. 대기업

임지는 사람이 없다. 법률이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이나 큰 성과를 내고 있는 집단은 이미 충분히 도움을 받았

데 법률이 책임을 지게 되면, 법률을 개정하자고 난리가 나

고, 그냥 두어도 잘하게 마련이다. 관은 이제 새로운 성장을

고, 개정된 분야는 또 다른 문제 앞에선 또 다시 개정을 해

위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안을

야 하는 운명 앞에 서게 된다. 그러니 공식적이라는 관주도

찾아야 한다. 당연히 실패할 수 있고, 잘못될 수도 있다. 하

의 건축은 고쳐도, 고쳐도 계속 고쳐야 하는 운명 앞에 서

지만 하나의 성공이 그 모든 실패를 덮을 수 있음을 고려하

있다. 끝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건축의 다양성만

여야 한다.

큼 문제의 다양성이 크기 때문이다. 건축은 이미 지어졌는 데, 법률을 고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을 때 최선

관의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 일반조건에서 잘못된 것들이

을 다하도록 유도되어야 할 것이다.

있는지 들추어내야 한다. 이 문제가 어디 건축의 문제뿐이 겠는가? 관이 어떻게 지원하고 어떻게 함께 일할지 능동적

한편, 관은 공식적으로만 처리하지 않는다. 대다수 민간의

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우리에게 일반조건은 자금의 규모

입장, 즉, 공익을 대변한다는 이유로 비공식적 요청을 얼마

와 대기업이다. 이제 판단의 기준은 가치 중심과 향후 영향

든지 할 수 있다. 최근 ‘갑질’ 논란 속에 자리가 편치 않았을

력 등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것이 공무원들이었을 것이다. 민간 대기업과 중소업체 간

상황조건에 대해선 딱히 정답은 없는 듯하다. 애정을 갖고

의 문제로 발생하였으나, 지위를 이용한 다양한 요청이 있

열심히 풀어가는 것이다. 상황조건하에서 일반조건을 논하

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비공식적인 요청은 스

는 것만큼 부질없는 일이 없다. ‘내가 그랬잖아 이건 안 된

스로의 입장에 관한 내용, 관련자들의 이해에 관한 내용, 다

다고...’, ‘이건 애당초 하지 말아야 했어...’ 등의 이야기는

른 문제와의 관계에 관한 문제 등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상황조건을 풀기에 능력이 부족함을 자인하는 것에 지나지

또한, 공식적이라고 하지만, 특정집단, 개인의 이익에 악용

않는다. 냉철한 판단과 열정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되는 경우도 있다. 즉, 모르고 이익을 주는 경우도 있고, 모

박인수 | FOCUS

른 척하고 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공식 vs. 비공식 관은 역시 공적인 사항을 주도한다. 공적인 사항은 결국 과

비공식에 준하는 것도 많다. 법률이 있으나, 이에 대해 모른

정의 투명성을 담보하여야 한다. 특히 건축 관련 제도는 이

척하는 것도 있다. 실제로 모를 수도 있고, 알지만, 실행에

를 위해 가장 효율적인 ‘형식승인’ 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문제가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국회

이는 참으로 딱한 상황이 아닐 수 없지만, ‘건설의 한 분야

의원을 동원해 법률을 계속 만들고 있고, 국회의원들은 표

로서 건축’이 인식되는 상황에선 더욱이 어려운 상황이 아

가 걸려있는 민원 관련 사항이기 때문에, 또 너무 전문적 분

닐 수 없다.

야이기 때문에 잘 모르면서 법률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관은 언제나 공식적인 과정으로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쉽

이에 대한 정합은 없는 게 현실이다. 국회에서 조정한다고

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서 관은 그 과정을 진행하기 위해 법

하지만, 복잡해진 사회의 내면을 모두 읽어내기는 그리 쉬

률을 제정한다. 즉 형식승인적인 방식인 것이다. 이런 절차

운 게 아니다.

를 거쳤으니, 결과가 어떠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이는 매우

공식과 비공식, 이는 늘 함께 있으며, 이에 대한 예민한 판

주4

주4. 대비되는 말은 ‘성능승인’이 될 수 있다. 형식승인은 공인된 과정 혹은 결과물 을 쓰면 문제가 없다는 것인 것에 비해 ‘성능승인’은 성능의 목표나 기준을 두 고 다양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전자는 관리가 용이한 반면, 후자는 일일 이 검토하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창의적이고 민간의 새로운 융합 등이 가능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이 두 가지 기준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훨 씬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36


WIDE REVIEW

단은 늘 필수이다. 부지불식간 공식과 비공식은 경계를 넘

럼에도 안전과 주택문제는 지속되고 있으며 또 지속될 것

나들게 되기 때문이다.

이다. 왜냐하면, 그래야 관주도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관주도는 건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의 일부

관주도는 그간 한국사회를 이끌어 오던 주요한 축의 하나

관주도는 국내 압축성장의 엄청난 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였다. 매우 큰 성과가 있었으며, 오늘날의 발전을 이끈 원동

현재 관주도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게 되었다. 올림픽 등

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고, 성숙하는 과

국제 경기가 그간 관주도 하에 성공적인 경제발전과 국가

정에서 관주도는 그 역할을 다시 정리하여야할 처지에 놓

위상에 선도적 역할을 했지만, 이젠 그 손익을 따져야주5할

여 있다. 사회와 타협하고 공론을 하는 과정에 의해 관주도

만큼 사회는 성숙하였고, 만만한 일이 아닌 게 되었다. 아직

는 서서히 변해야 한다.

도 관의 그림자에서 민간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상호 관계가 다시 정해져야만 하는 상황이다.

건축의 문제는 건축계와 사회에서 안전에 관한 이슈에 대 해 서로 공감하여야 하며, 이를 위한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

관주도 건축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이뤄져 왔다. 하나는 주

여야 한다. 주거도 국내환경에 가장 적절한 주거방식에 대

거문제, 보다 정확히 아파트의 공급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해 스스로 찾아야 하며, 이를 통한 우리의 대표주거로 자리

그간 다양한 주택주6을 선보였고, 각각의 흥망성쇠는 시장

매김 되어야 한다. 관에서 만들지 않더라도 새로운 주거모

에서의 반응이었다. 또한 이를 돕기 위해선 각종 개발을 지

델이 발생되었고, 이 방식이 의미 있다면, 짓는데 문제가 없

원하는 법률 등이 필요하였고, 이는 지금도 건축을 재단하

도록 해주어야 한다.

미인지 모르는 건폐율과 용적률에 대해 본질적 논의는 없

건축계는 그간 관주도 하의 환경에 너무도 익숙하게 지내

고, 그 숫자를 지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으며, 선심 쓰듯, 혜

왔다. 관주도는 그간 안 되는 것도 되게 하였고, 되는 것도

택을 주듯, 숫자를 완화해주는 노름을 하고 있다. 도대체 우

안 되게 하기도 하였다. 이는 건축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

리 도시는 왜 이런 건폐율과 용적률을 써야 하는지, 또 그

는 능력을 줄여왔고,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줄여왔다. 관주

비율 등은 어떻게 구해야 좋은지 아무도 모른 체 그냥 지키

도 건축은 이제 그만 이루어져야 한다.

는 것이 정형화 되어 버렸다. 이렇듯 관주도 건축은 그 본 질을 잃고, 개발시대의 매우 바쁘고, 소위 돈이 되는 상황에 침잠해 버린 듯하다.

박인수 | FOCUS

는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직도 한국 도시에서 무슨 의

또 다른 하나는 안전이다. 각종 사건, 사고의 후속조치로써 각종 규정들이 만들어져 왔다. 하지만 이들은 전술한 것처 럼 형식승인을 주 골자로 하고 있어, 새로운 사고에는 또 다 른 규정을 만들어야 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하지만 점점 그 내용은 방대해지고, 점점 복잡해지고 있는 추세이며, 각종 기준과 규정까지 더 생각한다면, 실로 엄청난 양이 된다. 그

주5.

C형, 문화주택, 민영주택, 복지주택, 부흥주택, 사채주택, 상가아파트, 상가

최근 국내의 각종 국제경기 행사는 모두 그 실익을 두고 도마 위에 올랐다. 특

주택, 수재민주택, 수탁주택, 시범주택, 시험주택, 실험주택, 아파트, 연립

히 아직 진행 중인 평창동계올림픽의 경우 그 실익에 대한 내용과, 진행비용에

주택, 영단주택, 외인주택, 원조주택, 인수주택, 임대주택, 조합주택, 자재

관한 내용이 자주 언론에 보도되었다.

공급주택, 자조주택, 장애인아파트, 재건주택, 전재주택, 점포주택, 조립식 주택, 조합주택, 태풍피해복구주택, 특수주택, 한식주택, 후생주택, 희망주

주6.

택 AID주택, IBRD주택, ICA주택, PC주택, PSC조립식주택, UNCRA주택 등

최근에 모 대학의 교수 강연에서 그간 LH공사의 기관지에서 언급되었던 주

이 그것이다. 이게 다 필요한 주택인지 모르겠지만, 그간 관에선 주택문제

택의 종류를 나열한 내용을 보았다. 간이주택, 개량주택, 공영주택, 국민주

를 해결하기 위해 무수히 노력했다는 흔적은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

택, 기설주택, 기존주택, 긴급구호주택, 난민주택, 농촌주택, 다가구주택, 다

서 통용되는 주택을 보면, 단독, 땅콩집, 빌라, 다세대, 연립, 아파트 정도로

세대주택, 다중주택, 단독주택, 도시주택, 도시한옥, 도시A형, 도시B형, 도시

이해하고 있다. 즉, 시도와 결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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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건의 COMPASS 45

조성룡 건축전시회 이종건 본지 논설고문, 경기대학교 건축대학원 교수

건축가가 벌이는 전시회가 작년부터 유행이다. 전시 내용

공간으로 옹졸하기 짝 없다. 전시개막 일정은 가설물 완공

이 건축에서부터, 보기에 따라 건축이기도 하고 건축이 아

한 이틀 후로 잡혔다. 그리고서 큐레이팅을 포함해서 남겨

니기도 한 설치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다 가보기 힘들

진 모든 전시책임은 오로지 선생에게 돌렸다. 이 모든 것을

정도로 많다. 그런데 적어도 내가 가 본 전시들은 거의 대

보건대, 부상으로 준 전시행사가 도대체 선생의 업적을 드

부분 ‘새삼 열어 보이는 것’이 없어 실망스럽고 의아하다.

러내고자 한 것인지, 서울시를 빛내고자 하는 행사치례의

전시란 아무리 조촐해도 적지 않은 에너지가 드는 일인데,

한 방도인지, 분별키 어렵다.

이종건 | COMPASS 45

딱히 내보일 게 없으니, 순전히 인정 욕구의

발로發露나

영의 표출로밖에 볼 수 없다. 작금의 우리 건축가들은 그만

이 저열하거나 비열한 상황은, 상이 영광이 되기는커녕 오

큼 뜨거운 경쟁사회에 산다는 방증이기도 한데, 그만한 에

롯이 건축 작업에만 정진해오며 일흔을 넘긴 선생에게 단

너지로 이름 한 번 알리고 이력 한 줄 보태는 것이 과연 그

연코 씁쓸하고 쓸쓸한 일이다. 전시에 대해 말하던 선생은

에 걸맞은 가치가 있는 일인지는, 오직 당사자가 판단할 몫

실제로 그리 보였다. 해서, 나는 선생이 청한 전시장 강연

이다. 지금은 서울시, 서울시립미술관, 건축가협회, 대한건

(원고)에서 세한도가 주는 깨달음 하나를 전했다. 다음은

축사협회 등이 주도하는 건축(가) 전시가 한창 진행 중인

조선조 최고의 문인화로 손꼽히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데, 그 중에서 서울시청 앞 국세청 남대문 별관 터에 세운

발문의 일부다:

임시 가설물에서 열리고 있는 조성룡 전시회는 마땅히 거 론할 만하다.

“지난해에는 만학집과 대운산방집 두 종류의 책을 부쳐오 고 올해에는 또 우경편문을 부쳐 오니 이 책들은 모두 세

조성룡 선생이 뜬금없이 건축전시회를 열게 된 것은, 선생

상에 늘 있는 것이 아닐 뿐더러 천만 리 밖에서 여러 해에

이 서울시가 제정한 ‘2014 올해의 건축가’로 선정되면서

걸쳐 구입하여 보낸 것이니… 세상의 도도한 흐름은 오직

(올해 김인철 선생이 같은 상을 받았으니 제1회였던 셈이

권세와 이익을 좇아 그것을 얻기 위해 마음과 힘을 이토록

다) 전시회를 부상副賞으로 받아서다. 그런데 서울시가 이

허비하는데 그대는 권세와 이익으로 돌아가지 아니하고…

상을 수여한 행태가, 수상자뿐 아니라 내가 보기에도 무

바다 바깥 초췌하고 바싹 마른 늙은이에게… 공자께서 이

척 마뜩찮다. 우선 수상자 자신도 수상 이유를 모른다. 무

르시길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

릇 상이란 상을 주는 까닭이 없을 수 없는데, 어릴 적 귀 따

든다는 것을 알게 된다.’라고 하셨다.…”주1 무명無明으로부

갑게 들었던 “성적이 뛰어나고 행실이 방정하여 타의 모범

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은, 그리하여 존재의 진여眞如 곧 참모

이 되므로”와 같은 따위의 흔하고 형식적인 해명조차 없으

습을 알 수 있는 것은 세한 곧 추운 날씨이니, 초라하고 온

니, 희한한 일이다. 게다가 ‘서울시 건축상’ 대상 수상자 직

당치 아니하고 기껍지 않은 조성룡 선생(뿐 아니라 우리)

전에 끼워 넣어 수상했다니, 명예가 아니라 굴욕에 가깝다. 그뿐 아니다. 선생은 당신의 작업물인 <선유도공원>을 전 시장소로 제안했는데, 미미하기 짝 없는 예산 지원과 함께 그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희미한 약조를 단서로 전시장 소를 확정해 준 것이, 전시개막 3주쯤 전이다. 전시예산 또 한 턱없이 적었지만, 약6×8m 부스는 ‘올해의 건축가’ 전시

38

주1. 한국철학사. 전호근. 메멘토, 2015.


WIDE REVIEW

의 상황은 도리어 고마운 것이 아닌가? 축복이지 않은가? 사태가 진정 이러하다면, 한 발 더 나아가 진실하게 살고자 하는 이는, 아예 서둘러 자신의 주변에 세한을 둘러치는 것 이 지혜롭지 않겠는가.”

“선생님, 저희들이 밤새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전시는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자랑할 업적을 내어놓기보다 세상이 숙고할 질문을 던지면 싶습니다.” 이 목소리도 승자(勝者)는 아니었다.

‘올해의 건축가’ 상을 주관한 서울시의 행태가 이러하니 누

노인은 중얼거렸다. “너도...”

군들 그리 생각하지 않겠냐만, 전시 보이콧을 심각하게 고 려한 선생은 전시회 의미를 곱씹고 곱씹었다. 그리해서 띄

간절한 청을 물리기엔

운 선생의 승부수는 ‘신의 한수’인데, 이것은 선생을 존경

선생의 마음이 지나치게 약했다.

하며 이름 없는 자리에서 묵묵히 선생의 작업을 돕는 이들

그래서 나지막이 이렇게 말했다.

이 없었다면 불가했을 것이다. 해서 나는 다음처럼 그 사연

“내가 세상에 쓸모가 있다면야,

을 강연(원고)에 옮겼다.

그리고 그리할 수만 있다면야 그리하는 것이 마땅하지.” 선생의 다리가 무척 무거웠다.

조성룡이 ‘올해의 건축가 상’ 전시에 아시아선수촌아파트

마침 커다란 바위 하나 눈에 띄어 노구를 거기 쉬게 했다.

를 내어놓은 경위에 대한 억측

전화기 저쪽은 숨소리마저 죽였다.

주2

나이 칠순이 넘어 노구의 피로가 쌓이면서,

이 이윽고 말했다.

선생은 평심이 간절했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

세상은 갈수록

서른아홉 살 청년이

권세와 이익에 따라 춤추는 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선생의 눈앞에 햇살 받은 먼지처럼 아른거렸다.

그래서 그는 신발 끈을 매었다.

말해보라-누가 이들보다 더 친절할 수 있겠는가?

그는 필요한 것들을 챙겼다.

그러나 우리가 찬양하는 사람은

별것 없었지만 이것저것 몇 가지.

‘올해의 건축가 상’을 수상한 건축가만이 아니다!

집을 나설 때 절기를 기록하던 카메라 달린 전화기와

먼저 노 건축가에게 지혜를 캐묻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귀중한 말이나 아름다운 풍경 앞에

그러니 전화기 저쪽 사람(들)에게도 감사하자.

항상 꺼내들던 작은 스케치북.

그가 노 건축가에게 지혜를 달라고 청했던 것이니.

이종건 | COMPASS 45

자신의 전체 건축여정을 찬찬히 훑어가며 한참을 고민한 선생

얇은 지갑이 든 낡은 가방도 챙겼다.

천천히 내린 시골버스를 기꺼운 눈으로 되돌아본 그는

선생은 자신의 전시에 32년 전 작업한 <아시아선수촌아파

산길로 접어들자 이내 잊었다.

트, 1983>를 불러내었다. 주제어를 <아파트에 질문들을 던

소나무 향기에 잠긴 잣나무를 응시하며

진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 조성룡, 1983>로 잡아, 40년간

발걸음을 한껏 느리게 뗐으나,

의 건축이력을 ‘멋지게 포장해서 내보이기’, 그러니까 ‘건

노인의 마음에 그것도 충분히 빨랐다.

축가로서 이렇게 대단하다를 웅변적으로 보여주기’가 아 니라(이렇게 하기에는 전시여건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

의재주3가 아꼈던 녹차 덖는 내음이 아스라하게 다가올 즈음, 떠나온 먼 곳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늘날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더불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 모두 묻기를 택했다. 게다가 자신이 아니라 다른 이들 (이종건 건축평론가, 함돈균 문학평론가, 조병준 문화평론 가, 정재은 영화감독, 김재경 사진가)이 전시를 채우도록

주2.

했다. 나는 다음의 열두 개 질문을 보냈는데, 그중 두 개가

브레히트의 시 ‘노자가 망명길에 도덕경을 쓰게 된 경위에 대한 전설’을 각

전시되었다.

색했다.(윤미애 옮김) 주3. 책 『의재 허백력: 삶과 예술은 경쟁하지 않는다』를 떠올렸다.

39


와이드AR no.48 | Wide AR no.48

*서울시에 묻는다:

있다. 그리고 선생이 그때 39살의 무명 건축가였던 점을

‘올해의 건축가 상’ 첫 번째 대상자로 조성룡을 선

생각하면 참으로 공명정대했던 것 같다. 선생에 따르면, 2

정한 까닭이 무엇인가? (한 해를 통틀어 그가 도시적으로

단계 본선에 오른 여섯 안을 열여덟 명이 심사해서 아슬아

나 건축적으로 가장 크게 기여했는가? 혹은 서울시민에

슬하게 당선되었는데, 주의를 끄는 것은, 심사대상에 오른

게 가장 큰 사랑을 받았는가? 혹은 서울시가 지향하는 가

여섯 안을 포함해 심사과정과 심사결과까지 모조리 공개

치에 부합하는 표상인가? 혹은 힘을 지닌 자의 마음에 드

되었다는 사실이다(이 이후로 어떤 설계경기도 그만큼 공

는 원로 건축가들 중 첫째 순번인가?); 상을 수여한 방식과

명정대했던 적이 없다). 그때가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이었

부상副賞인 전시를, 영예롭기는커녕 왜 초라하게 실행하는

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놀라운 일은 또 있다. 아시아

가?(‘올해의 건축가 상’을, ‘서울시 건축상’ 시상식에 끼워

선수촌아파트의 8할 넘는 거주자가 그곳을 정주지로 삼고

넣어 대상 수상자 직전에 수여한 까닭은 무엇이며, 전시공

있다는 것인데, 돈이 신의 수준에 오른 세상에 돈이 아니라

간을 3주쯤 전에 확인할 정도로 다급하게 몰아붙인 까닭은

주4

무엇인가?); <아시아선수촌아파트>를 “영구 보존될 상징

이하며 항차도 없을 일, 그러니 그것은 하늘이 단 한 번 개

물”로 간주하고서도 정작 그에 관한 기록물을 간직하고 있

시(開示)한 참으로 희귀한 현상이라 해야겠다. 해서 나는

지 않은 것은, 그뿐 아니라 심지어 그 소재조차 모르는 것

최근 번역되어 나온 제임슨Fredric Jameson의 ‘정치적 무의식’

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아시아선수촌아파트>가 건

의 관점에서 “문명의 기록치고 동시에 야만의 기록이 아니

립된 지 삼십 년이 지났건만, 그동안 무수히 많은 아파트들

었던 것이 없다”는 벤야민의 역사 철학 테제에 따라 그것

을 지어왔건만, <아시아선수촌아파트>만 유일한 ‘정주 공

을 ‘현실화 된 꿈’, 곧 가장 소망하는, 바로 그러한 까닭에

간’으로 판명난 (집값의 수직상승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억압될 수밖에 없는 ‘우리(사회)의 무의식’으로 읽어 강연

거주자가 입주 이후 지금까지 살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

(원고)에 옮겼다.

삶을 택하도록 만들어왔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유일무

이종건 | COMPASS 45

는가? 그러하다면, 그리고 아파트가 돈 벌기 수단이 아니 라 거주공간이 되어야 마땅하다는 데 동의한다면, 왜 <아

아시아선수촌아파트는 대도시 한가운데서 마을처럼 살아

시아선수촌아파트>를 연구하지 않는가?; <아시아선수촌아

가고자 하는 꿈/억압된 욕망의 흔적이 또렷이 각인되어 있

파트> 설계경기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설계경기를 한 번도

을 뿐 아니라, 그러한 동기에 따라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

시행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인가? (가장 최근 시행한 ‘서울

식적으로) 구현된, 공간감(추상)과 장소성(구체)과 인공과

역고가도로’와 ‘세운상가’ 설계 국제공모는 여러 문제와 의

자연이 결구된 ‘실존-공간-분위기-감각’은 놀라울 정도로

혹을 낳았다); 아파트(시민들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 공동

빼어나다. 그런데, 이 탁월한 건축적 성과가 ‘한국 사람들

주거의 일차 형식’)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공동거주 공

도 모던 주택에 산다’는 사실을 외국에 선전하기 위해 국가

간을 기획하고 실현하는 작업에 건축가(들)와 ‘공공성에

권력이 출현시켰다는 점은, 그리하여 그것을 “영구 보존될

부합하는 방식으로’ 협치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

상징물”로 취급했다는 사실은 태생적 딜레마다. 전체주의 적 기획으로써만 이러한 거주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일반적 물음:

(물론 조성룡과 같은 건축가 없이는 불가능하다)은, 오늘

아파트는 왜 폐쇄적 계급 자본으로 전락했는가?;

날 더더욱 해결하기 힘든, 그리고 정확히 바로 그로 인해

공동주거 건축에는 왜 ‘공동의 삶’이 빠져있는가?; ‘공동의

언젠가는 필히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꿈을 꾸게 하는 원천

삶’을 떠받치거나 생성할 건축적 지반은 무엇인가?; 아파

이 되어야 할 모순이다. 일상이 되어버린 뭇 건축(가) 전시

트처럼 오직 배타적이기만 한 장소/공간을 덜 배타적이거

들에서, 아주 가끔은 조성룡 건축전시처럼 ‘지금여기’ 우리

나 공유적 공간으로 만들 방도는 없는가?; 모든 시민들이

의 삶에 모종의 의미/가치를 열어젖히는 작업을 발견할 수

‘정주할 수 있는’ 세상은 도래할 수 없는가?; ‘사회적 공간’

있기를!

을 더 많이, 더 다양하게, 더 적극적으로 생산할 방도는 무 엇인가?

<아시아선수촌아파트, 1983>는 서울시가 공모한 우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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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일반 국제설계경기’ 당선작인데, 당시 얼마나 로비

주4.

가 심했을지는 굳이 선생의 전언이 없어도 능히 짐작할 수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다.

용적률이 150%선이어서 재건축이 가시화되기만 해도 집값이 수직상승해


WIDE REVIEW

전진삼의 PARA-DOXA 12

대한민국건축문화제, 명칭부터 바꿔라

화려했던 건축의 계절이 초겨울 칼바람에 속절없이 밀려나

수고한 저들 모두에게 박수를.

고 있다. 10월은 수확을 상징하는 가을의 절정이었던 만큼

돌이켜보면 문화부가 1999년을 ‘건축문화의 해’로 지정하

덩달아 건축판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전국 지자체 단위의

면서 건축은 문화의 수사를 통해 일반 대중사회에 실체를

건축문화제, 개별 혹은 그룹의 건축전시 및 건축컨퍼런스,

드러냈다. 건축만으로 독립적 지위를 확보하기에 어려운

대학의 콜로키움 등의 행사가 이 한 달에 집중 포화를 쏘아

지경에 머물렀던 세태를 반영한 듯, 당시에 ‘건축문화의 해’

댔다. 부분적으로 11월까지 이러한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

로 지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실소를 금하지 못했던

다. 거기에 국공립 박물관 및 사립 미술관까지 가세한 건축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조차 그 후 건설기술과 구분하는

관련 주제전과 여러 건축의 유관기관들이 펼치는 학술행사

언어로 건축문화를 손쉽게 수용한 바 있고, 누구라 할 것 없

와 기획전시 프로그램 등의 총합은 풍성하다는 말보다는

이 문화는 건축을 품는 상위 개념어로 우리의 의식을 지배

그 규모 면에서 놀랍다는 말이 어울릴 법하다. 이른바 세상

해오고 있다.

은 건축성시다.

바로 그 폐해가 전국의 각급 지자체 단위로 운영되어오는

무릇 앞서의 행사들이 저마다 선명한 목적을 지니고 있기

‘OO건축문화제’란 명칭에 숨어 있다. 영문명칭도 문자 그

마련이나 종합해보면 대체로 건축과 사회의 접점을 만들어

대로 옮겨 ‘OO Architecture Festival’로 적고 있다. 그리고

가는 데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

는 시민참여형 기초건축교육 및 답사 프로그램을 연계시켜

다보니 대개의 건축행사가 ‘문화제’란 이름 아래 지난 1년

건축문화를 진작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는 대부분의 기획

간 거둬들인 건축의 성과를 한 자리에 모아 보여주거나, 자

된 행사가 시군구 건축상 수상작 전시, 지역 대학(및 디자

료집성형의 전시행태를 통해 행사 주체 및 참여자들의 존

인과) 과제전, 협회 회원전, 건축도시사진(공모)전, 대학생

재감을 드러내는 데에 치중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은 어

건축공모전, 건축세미나 등으로 채워지기 나름이다. 그나

렵지 않다. 바꿔 말하면 일반 대중들의 건축에 대한 관심이

마 이 정도로 모양새를 갖춘 건축문화제는 그래도 구색은

증대된 사회 분위기와는 다르게 저들의 공감을 사는 프로

갖춘 편에 속한다. 적당하게 건축이 문화로 포장된 양 보이

그램들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는 까닭이다.

(사)한국건축가협회(이하, 가협회)가 주최한 ‘2015 대한

어느 해부터인가 가협회가 주최해온 대한민국건축대전

민국건축문화제’는 여러 가지 면에서 건축판의 행사기획

이란 명칭의 행사는 현재의 대한민국건축문화제로 바뀌

이 숙고해야 할 다양한 층위의 문제점을 드러낸 결정판이

면서 일반공모전에 그 이름의 편린이 남아 있다. 행사의

란 점에서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그 어느 해보다도 전시물

공식 영문 명칭은 선진 사례를 본떠 ‘KIA Convention &

량의 면에서 확충되었고, 행사의 종류 면에서도 새로운 시

Exhibition’으로 사용해오고 있었는바 앞의 두 개의 한글

도가 돋보인 프로그램이 여럿 보였다는 점은 전시를 준비

명칭(건축대전과 건축문화제)과는 품고 있는 의미가 조금

하고 집행한 가협회 구성원들의 고민과 수고의 깊이에 찬

씩 다르다. 모든 행사기획이 대체로 그러하듯 형식과 내용

사를 보내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이 같은 전국 단위 행사

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행사 명칭은 곧 행사 프로그

의 기획과 실행은 어느 한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뤄지는 것

램의 총합으로 이뤄진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런 시각

이 아니다. 작은 힘들이 조직적으로 모아질 때라야 만이 가

으로 금회의 대한민국건축문화제를 들여다보면 문제의 심

능한 과업이기에 문화제 전체 프로그램을 주도한 책임자와

각함이 도를 넘는다.

협력자들의 역할이 컸음을 기록하는 것은 의미가 있겠다.

일단 ‘건축문화제’라고 하는 명칭이 바라보는 지점과 내용

전진삼 | PARA-DOXA 12

전진삼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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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삼 | PARA-DOXA 12

와이드AR no.48 | Wide AR no.48

구성의 다름에서 오는 틈이 너무 크게 벌어져 있다. 앞에서

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듯

전시물량을 거론했는데 전시장의 규모에 비해 과도한 물

하다.

량으로 전시장은(올해의 건축가 100인 국제전과 건축대전

‘건축, 음악을 입히다’라는 멋들어진 제목이 품을 수 있는

일반공모전 수상작 전시의 한결같은 타워형 전시물 등에

관객의 층을 건축가만으로 한정하려던 기획은 매우 어리석

서 보여지고 있던 바) 흡사 도깨비 시장 같다는 느낌이 컸

었다. 기왕에 공들여 만든 프로그램에 최소한 건축가가 초

다. 금회 행사장으로 전용된 문화역서울 284 전체 공간의

대하는 건축설계의뢰인(통칭 건축주)들이 함께 했다면 그

총 가용면적이 전시장으로서 작은 곳이 아니었음에도 행사

나마 주최자의 얼굴이 섰을 것이다. 건축가의, 건축가를 위

장으로서의 공간 사용의 크기 예측을 결여한 듯, 행사장 곳

한 밤 음악회를 자처했으니 평소 협회의 움직임에 무관심

곳은 전시물과 관람객의 동선이 엇갈리는 트래픽으로 전시

한 회원들이었다면 가뜩이나 어색한 음악프로그램에 소신

연출의 효과가 반감되었을 뿐 아니라 전형적인 과제 전시

껏 참석하고자 시간을 낼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형 공간의 구성으로 인해 주제 의식이 결여되어 있었다. 문

이제 다시 글머리로 돌아가자.

화제란 이름이 품고 있는 시민에게 열린 프로그램은 요식

대한민국건축문화제를 가협회의 주행사명으로 사용하는

에 머물렀고, 전체 프로그램이 노장청년, 중앙과 지역기반

것은 애당초 무리수가 많은 선택이었다. 그보다는 영문 명

건축가(건축전공 대학생들 포함)들의 존재를 과시하는 내

칭에 근접한 새 명칭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안으로 ‘대

부자들의 리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같은 내용 구

한민국건축제’를 추천한다. 영문 명칭과도 근접해있고, 지

성만보면 건축문화제보다는 건축대전이라는 이전에 사용

자체에서 벌이는 건축문화제와 격을 달리한 채, 건축전문

했던 명칭이 그나마 참아줄 만했다.

가들의 고유 행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좀 더 정직한 선택

눈에 띄는 행사구성도 적지 않았다. 개막식을 앞두고 열린

이 될 거란 생각에서다. 그런 면에선 (사)대한건축사협회

수요토론회와 행사 3일차 ‘건축가의 날’ 행사(건축, 음악을

가 전국 건축사들의 정보교환과 상호간 친목도모를 표방하

입히다)는 금회 건축문화제가 이전의 행사와 달리 건축가

며 격년으로 개최해오고 있는 ‘전국건축사대회’ 명칭은 그

사회의 바깥을 주시한 행사라는 점에서 재론할만했다.

들만의 리그라는 점에서 욕을 먹을지언정 일반 대중과 건

우선, 수요토론회는 행사의 개막을 2시간 앞두고 ‘한국건축

축전문가 사회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서서는 중심을 잡지

비평의 무력성’을 주제로 외부 기관(건축비평공동체 건축

못하고 이도저도 아닌 행사를 치루는 가협회의 선택보다는

평단)과의 협력 구조로 논의의 장을 열고 있었다는 점에서

선명성 면에서 우위에 있다.

종래의 개막제가 안고 있는 고루한 형식성을 내용적으로

건축이란 용어가 이미 문화를 함의하고 있을 바에야 굳이

보완해줌으로써 향후 수요토론회의 주제 설정과 더불어 발

문화를 덧붙여 건축의 의의를 축소할 이유가 없고, 그로인

전적으로 고민을 더하면 좋은 전례가 될 수 있으리란 기대

해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진다면 그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감을 던져주었다. 다만 식전 행사로서 다루는 내용의 수위

것이다. 그런 까닭에 전문가 단체로서 가협회가 운영하는

에 따라 수요토론회 행사 자체가 이질적일 수 있겠다 싶었

행사는 ‘건축문화제’가 아닌 ‘건축제’에 힘을 실어 보다 깊

다. 특히나 건축 대중과 일반 대중의 본 건축문화제에 대한

이 있는 건축전문가 사회의 의지를 담아내는 기획으로 자

관심과 참여를 독려한다는 점에선 좀 더 신중한 프로그램

리잡아가기를 바란다. 명칭 사용에 관한 한 가까운 사례를

으로의 접근이 필요할 듯하다.

주요 ‘영화제’, ‘음악제’와 비교검토하면 좋을 것이다. 2017

다음으로 올해 처음 추진했다고 하는 ‘건축가의 밤’ 행사

년 UIA 서울세계건축대회 개최를 앞두고 준비에 박차를

는 가협회 후원업체에 대한 감사패 전달과 본 행사를 준비

가하고 있는 건축계가, 특히 가협회는, 단체 내부 구성원들

한 구성원들을 포상하는 프로그램을 품고, i-신포니에타 연

의 협조를 끌어내고, 사회 일반의 관심을 증대하기 위해서

주단을 초청하여 ‘건축, 음악을 입히다’ 제하에 문화역서울

라도 관성에 젖은 행사 운용의 벽을 허물고 자기개혁의 기

284 중앙홀에서 격조 있는 음악회로 진행되었는바 그 분위

치를 높여야 할 것이다.

기는 사뭇 ‘문화제’와 격을 같이 했다고 보아도 좋았다. 그 러나 모처럼 음악홀로 거듭난 문화역서울 284 중앙홀은 예 상했던 협회 회원 중심 건축가의 밤에 어울리는 다수의 참 여는 이뤄지지 않았다. 물론 참여 면에서는 다른 프로그램 도 비슷한 상황을 연출했다. 왜 그랬을까? 이유를 따져 묻 기 전에 다시 이 행사의 원점으로 돌아가서 ‘문화제’의 의미 부여가 결여된 일반 건축행사의 일환으로 기획된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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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REVIEW

와이드 COLUMN

생태건축은 곡선이어야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건축가들에게 겸손한 건축 행하기를 요구하는 생태학자의 기고문.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현 재와 미래를 염려하는 글의 바탕에는 신기루 같은 도시화전략으로 사라진 리아스식 해안과 갯벌 등을 상기하며 향후 다반사가 될 기후변화의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는 빌딩들의 도시가

강남구가 서울시에 독립을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나돌 때,

설이 없다. 낭만을 즐기고 싶은 젊은이들이 휩쓸리는 대학

인천 연수구의 송도동에 사는 어떤 이가 비슷한 주장을 늘

로가 대학교 주변에 전혀 없다. 그러니 살가운 교통수단이

어놓아 빈축을 산 적 있다. 강남구에 있는 한국전력부지의

모자란다. 2차 이상을 생각하는 주당은 연수구 기존 상가를

개발에서 생긴 공공기여금을 서울시에서 강남구의 요구와

찾고 대학생은 수업 마치자마자 학교를 비운다.

다른 곳에 사용하려 하자 억울하다며 내놓은 구청장의 발

송도신도시의 매립지에 ‘센트럴파크’라는 이름을 가진 커

언이었다는데, 송도동의 내용도 비슷하다. 송도동 주민들

다란 공원이 있다. 그 공원은 넓고 긴 수로를 가졌는데, 그

이 납부한 세금을 구도심에서 사용한다며 항의하며 나온

수로는 단순한 수변공간이 아니다. 유수지 기능을 동시에

말이라고 한다.

부여받았다. 해수면보다 약간 높은 매립지의 표면은 대부

송도동 일원의 매립지는 송도신도시 이외 구도심에 사는

분 콘크리트이거나 아스팔트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인

시민의 세금이 막대하게 동원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보

천 앞바다가 만조일 때 억수 같은 비가 내린다면 그 빗물은

다 송도동에서 발생한 세금이 구도심을 지원한다는 사실에

바다로 원활하게 나가지 못하고 건물의 지하로 순식간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선민의식이 있는 거

스며들 수 있다. 노도 같던 빗물을 잠시 보관하다 바닷물 수

같다. 강남구 주민도 그런 걸까?

위가 내려갈 때 수로에 가둔 빗물을 배출해야 하는데, 송도

매립된 면적의 절반도 개발되지 않았으니 황량한 곳이 많

신도시 매립지의 면적이 워낙 넓어 유수지가 부족한 모양

은 송도신도시에서 송도동 일원은 겉보기 휘황찬란하다. 출

이다.

시되는 자동차 광고 배경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최첨

송도동을 포함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청은 민자 7천 억 원

단을 과시하는 도시의 전범으로 세계에 소개된 곳이지만 사

가까운 예산을 들여 송도신도시 매립지 주변에 해수가 유

는 이의 불만은 멈추지 않는다. 생활이 불편하고 비용이 많

통되는 수변공간을 새로 조성하는 이른바 ‘워터 프런트 사

이 들어간다고 불평하는데, 다른 곳으로 떠날 생각은 없어

업’을 계획하고 있다. 민자인 까닭에 세금이 한 푼도 들어가

보인다.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르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란다.

지 않는다고 강변하지만 확실하지 않다. 민간자본이 아닌

인천시 연수구의 기존 지역도 아파트단지가 유난히 많다.

가! 민간자본은 이익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을 계획할 리 만

송도동이 생기면서 구도심이 되었어도 30년도 채 안 된 계

무하다. 그래서 그런가? 경제자유구역청은 사업이 예정된

획도시인데 20층 가깝게 고층인 아파트 주변에 5층 안팎

지역의 용도를 변경해 상가의 입주가 가능한 설계를 제안

의 저층 아파트가 있다. 바다를 메운 곳은 5층 내외, 육지였

한다. 품격을 앞세우지만, 민간자본은 손님을 이익이 보장

던 지역은 고층으로 지었다고 한다. 세월이 지나면서 갯벌

될 만큼 끌어들이고 싶을 텐데, 장차 어떤 시설을 어떻게 도

을 매립한 지역 근린공원도 조경수와 가로수들이 활착했

입하려고 할까?

고, 주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상가가 차차 조성되면서 생활

막대한 빚 때문에 가용 예산이 부족하다는 인천시가 송도

이 크게 불편하지 않지만 초기에 황량하고 답답했다.

신도시에 막대한 예산을 털어 넣으려 하다니! 구도심에서

연수구 기존 도심과 인접한 바다의 갯벌을 매립한 송도동은

불만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세금 한 푼 들어가지 않는 민자

시간이 지나면서 생활이 편리한 도시가 될 것인가? 장담하

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사실 ‘워터 프런트’로 막연한 외국어

기 어렵다. 애초 매립할 때 주거보다 사무와 생산, 연구와 교

이름을 붙인 그 민자사업은 품격이 아니라 송도신도시 매

육, 교역과 국제회의 들을 담당하는 최첨단 국제도시로 계

립지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 다만 공공의 이익보다 민간

획했기에 주거지역에 식당 이외에 주당들 만족시킬 위락시

의 이익에 우선할 가능성이 높으니 걱정인 거다. 심각해지

박병상 | COLUMN

얼마나 위태한 지경에 놓여있는지를 환기시킨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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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상 | COLUMN

와이드AR no.48 | Wide AR no.48

는 지구온난화는 태풍과 해일을 요사이 더욱 강하게 했을

송도신도시의 경관을 세계에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수

뿐 아니라 그 횟수도 늘어나게 했다. 바닷물보다 조금 높은

려한 초고층빌딩의 면모와 잘 어울리는 골프장의 푸른 잔

송도신도시는 언제까지 안전할 수 있을까?

디는 적지 않은 관리비가 동원되어야 근사함이 유지되는

송도신도시에 ‘에너지 제로’를 표방한 고층아파트를 분양

시설물이다. 따라서 골프대회가 열린 ‘잭 니클라우스 골프

한다는 소문이 들린다. 전기 없이 냉난방은 물론 승강기조

클럽’의 이용료는 국내 최고 수준이다. 높은 이용료를 마다

차 움직이지 못할 고층아파트가 어떻게 에너지 제로에 충

하지 않을 사람들이 찾는 멋진 골프장이지만 매립된 바닷

실할 수 있을까? 지열이나 태양광을 동원해도 그 건물이 필

가에 위치하는 만큼 재해에 취약하다. 해일에 휩쓸린다면

요로 하는 전기와 난방 에너지의 일부도 충당하기 어려울

긴 시간 닫아야할지 모른다.

텐데. 에너지 사용을 효율화하고 내부의 에너지를 밖으로

1995년 인천을 관통한 태풍 제니스는 갯벌에 서식하던 조

빼앗기지 않는 공법을 도입했을 정도일 텐데, 그런 공법을

개를 일거에 죽어가게 했다. 1000여 어민이 4년 간 채취할

생태건축 기술로 치부해도 좋을까?

수 있는 동죽이 그때 사라졌다. 이후 15년이 지나 인천을

석유는 머지않아 고갈을 드러낼 것으로 에너지 관련 학자

관통한 태풍 곤파스는 연수구 고층아파트의 베란다 통유리

들은 근거를 들어 주장한다. 미국에서 자국 생태계를 치명

를 깼다. 연수구 기존 시가지 아파트의 적어도 10%는 피해

적으로 파괴하며 흡혈귀처럼 추출하는 셰일가스가 국제 석

를 보았을 텐데, 태풍은 지구온난화가 심화될수록 거세진

유가격을 낮추고 있지만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고 못 박는

다. 앞으로 더욱 잦아질 텐데, 리아스식 해안을 잠식하고 하

다. 50층을 넘나드는 초고층 건물은 적잖은 전기와 석유의

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선 송도동의 초고층빌딩과 해안의

소비가 보장되지 않으면 관리와 운영은 불가능하다. 초고

골프장은 사실 위태롭다. 바람 앞의 등불이다.

층아파트 주민이 전기료를 극구 숨기려는 까닭이 무엇이겠

생태계는 다양한 생물이 다채로운 관계를 유지하며 오랜

는가?

세월 안정되어 살아가는 공간이다. 생태계가 안정될 때 생

석유가 부족해 가격이 오르면 교외에 살던 사람들이 생활

태계에 기대 살아가는 사람도 편안할 수 있다. 진화돼 이 세

공간인 도심으로 모일 것으로 추측한 미국의 경제지 《포브

상에서 살아온 세월의 99.9% 이상의 세월을 사람은 생태계

스 매거진》의 크리스토퍼 스타이너 기자는 『석유종말시계』

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왔지만 이제 편안함은 종말을 고하

에서 송도신도시를 ‘콤팩시티’의 좋은 예로 소개했다. 실수

려고 한다. 자연의 곡선을 직선으로 개발한 이후의 일이다.

였다. 그는 홍보자료에 의존했을지언정 송도신도시를 답사

강도 산도 바다도 직선으로 변했다. 크고 화려할수록 막대

하고 책을 쓰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직장과 상가가 주거지

한 에너지를 요구하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역과 멀리 떨어진 송도동은 초고층아파트가 다닥다닥 붙어

7년 동안 자연을 여행한 제이 그리피스는 개발이라는 서양

있지만 석유와 전기, 그리고 자동차 없이 생활이 어렵다. 게

의 직선이 일으킨 재앙을 『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

다가 자연재해에 무방비다. 거센 태풍이나 해일이 해안으

에서 고발한다. 직선이 만든 문화와 언어의 단순화, 생태계

로 밀려들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의 단조로움이 자연 뿐 아니라 사람의 심성까지 위태롭고

인천 앞바다는 크고 작은 섬 150여 개와 그 사이의 광활한

허약하게 만든 현실을 전하며 고통스러워한다. 화려한 도

갯벌이 구불구불 리아스식으로 이어져 있었지만 지금은 아

시는 자연재해를 막아낼 것처럼 교만하지만 곡선을 없앤

니다. 육지의 리아스식 해안은 대부분 매립돼, 자 대고 직선

이후의 재해는 더욱 커지고 피해는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을 그려야 하는 해안으로 지도가 바뀌었다. 영겁의 세월 동

개발의 한계에 몸서리치는 사람들은 생태건축을 대안으로

안 해안을 밀고 든 풍파가 만든 리아스식 해안은 바닷가에

내놓는다. 위기를 앞둔 시점에서 바람직하지만 재료와 공

사는 사람에게 가장 안전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리아스식

법의 지속가능성에서 그치지 말아야 한다. 자연에 순응하

해안은 매립돼 사라진 지 오래다.

는 곡선이기를 희망한다. 자연의 숨결이 와 닿는 곳은 개발

해안을 매립하면 완충능력이 사라진다. 2003년 마산은 태

을 제한해야 하거늘 송도신도시처럼 이미 개발했다면 재해

풍 매미가 일으킨 해일로 바닷물이 거세게 밀려와 해안 상

를 완충할 수 있는 곡선을 서둘러 복원해야 한다. 반성하는

가의 지하에서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적 있다. 일본은 핵

사람이 계획하는 생태건축이라면 자연과 조화를 이룰 수

발전소가 폭발했다. 아직까지 해일과 태풍의 내습이 다른

있는 겸손한 곡선이기를 건축가에게 당부하고 싶다.

해안보다 적었던 인천은 마냥 안전할 수 있을까? 지구온난 화가 끌어올린 바닷물의 온도는 황해가 다른 지역보다 월 등히 높은데. 10월 6일부터 11일까지 개최된 ‘프레지던츠컵 골프대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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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REVIEW

표지작 DIALOGUE

건물 속에 구현된 경사지 마을

필지 공유 프로젝트

마당은 도시를 향해 열려 있다. 개별 필지의 통합이 건축 과 도시의 관계에도 영향을 줄 것 같다.

이 집은 4개의 필지 위에 각각 4개 동으로 구성되었지만

필지는 집을 결정하므로 결국 도시를 만드는 기본 골격이

하나의 프로젝트다. 분리되지 않는 전체라기보다 집합체

된다. 따라서 우리가 오래된 동네를 재개발할 때는 지형

에 가깝고, 언뜻 작은 마을을 연상케 한다. 어떻게 시작된

(토포그라피)과 필지, 이 두 가지를 존중하는 안을 만들어

일인지 궁금하다.

야 한다. 일례로 기존 지형, 골목길, 원래 필지 등을 유지하

4명의 건축주는 모두 영상 관련 분야에 종사한다. 각자

면서 재개발 추진된 백사마을이 있다. 이 같은 필지 존중에

의 필지를 공유하는 게 가능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원래는

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필지들을 통합해서 설계했을 때 생기

500평 땅을 대략 100평짜리 3개, 200평짜리 하나로 분할

는 가능성을 찾아보는 것도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해서 구입한 것인데, 그때 건축가로서 개입하여 함께 짓는 것의 장점을 얘기해 주고 필지 공유를 제안했다.

처음부터 필지를 어떻게 분할하느냐가 중요하겠다.

개별 필지를 공유하여 한 건축 프로젝트로 결합할 것을 제

집이 좀 단순해지지 않았을까. 필지에 따라서 굉장히 다른

안한 이유는?

가능성을 가질 수 있음에도 우리는 필지 분할에 그다지 신

우리가 필지 단위로 집을 짓다보니, 집을 배치한 후 나머지

경을 쓰지 않는다.

경계부 공간은 대부분 버리게 된다. 하지만 이 집처럼 4개 의 필지를 함께 설계하면 가장자리가 중심으로 바뀔 수 있 다. 집과 집 사이의 땅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혹여

길과 사이 공간

경계로 남더라도 무미건조한 기존의 경계와는 다르다. 굉 장히 많은 가능성이 생긴다.

중앙의 마당 외에도 집과 집 사이의 공간은 다양한 쓰임새 를 갖는다. 이를테면 정원, 텃밭, 쉼터, 사잇길 등…. 그런

이를테면 이 집 중앙의 마당 같은 것이겠다.

데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사이공간들이 계단, 브릿지, 공

4개 필지의 가장자리가 모여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난 중

중 가도街道 등으로 연결된 복잡한 길 위에 형성되어 있다는

심 공간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4개의 집은 서로 상대를

점이다.

의식하게 된다. 어떤 집은 마당에서 뒤로 좀 물러나 앉아

옛날 동네를 생각해 보자. 집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의

있다. 이처럼 관계 속의 집이기 때문에 집 하나하나를 떼어

길이고, 길 위에는 많은 접점이 있다. 이것은 집중된 동선

놓고 보면 이상하고 어색한 집이 되고 만다. 집합되었을 때

이 아닌 흐트러진 길이며, 언제든 쉬었다가 갈 수 있는 작

가치가 있는 집이다.

은 공간들이다. 그런 것들을 이 집 안에 구현해 본 것이다.

김영준, 정귀원 | DIALOGUE

이 집도 필지를 나눌 때부터 개입했다면 또 달랐을 것이다.

한 필지, 한 채의 집이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이 또한 4 한 필지에 한 집을 하더라도 옆집과 어떻게 관계 맺느냐에

개 필지로 조성된 프로젝트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따라 경계를 중심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물론이다. 옆집과 협의 하에 가능한 일이다. 도시의 집들은

길을 꺾고 계단이 여럿 병치된 것도 같은 이유로 보면 되

제아무리 폼 나더라도 옆집과 같이 읽힐 수밖에 없다. 경계

는가.

에 조금씩 공간을 내어 중심을 만들어 주면 건물 표정도 달

경사지의 흐름을 만들고자 했다. 경사지 마을의 특징은 중

라질 수 있다.

첩을 통해 여러 가지 매력적인 상황을 만드는 데 있다. 주 로 단면상 볼 수 있는 특징인데, 뭔가 여유로운 공간이 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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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no.48 | Wide AR no.48

요롭게 발생한다. 지붕이 곧 마당이 되기도 하고…. 이 집

적으로 인식하기 어렵고 사진으로도 전달이 잘 안 된다.

에 경사면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사용자들은 계단을 오 르내리면서 쪼개진 공간을 경험하고 다양한 행위를 발생 시킨다.

함께 사는 블록 공동체

이로써 건물에 많은 틈이 생겼다.

중앙 마당과 틈을 공유하고 길, 계단, 엘리베이터 등을 공

건물 규모도 사이공간과 관련 있다. 이곳은 전용주거지역

유하면서 프라이버시privacy가 문제될 수도 있겠다.

으로 용적률이 150%다. 용적률을 모두 찾으면 3 층 집이 되지만, 4층으로 올려 더 많은 틈을 얻고 자 했다. 2층과 4층에는 건물을 하나로 잇는 공중 가도와 브릿지가 설치되었다. 지면의 연장이라고 보면 된다. 다이어그램에도 나 타나 있지만, 이로써 집이 층별로 묶이게 됐다. 결 과적으론 각 층의 방들이 모두 독립적으로 존재하 는 구조를 생각했다. 특히 2층은 입면까지 하나로 묶었다. 2층은 실질적인 메인 플로어main floor다. 그래서 마 감재를 콘크리트로 통일하여 입면을 하나로 묶었 김영준, 정귀원 | DIALOGUE

고, 진입하는 길도 가급적 많이 열어주려고 했다. 반면 3층과 4층은 미장, 징크, 타일, 라임스톤 등 외장재가 다르다. 공용부를 제외하고, 3,4층 외벽은 기본으로 쓴 목 재와 콘크리트가 아닌 재료를 서로 다르게 선택 할 수 있도록 했다. 개별 집이 갖는 특성이 3,4층 에서 좀 드러나도록 한 것이다. 저층부에서 같은 집임을, 고층부에서 서로 다른 집임을 나타냈다. 도시의 모습은 저층부만 조절해도 바뀌지 않나. 고층부는 각자 개성을 드러내더라도 저층부는 통 합해서 가보려고 했다. 물론 현대건축의 다양성 과 일관성, 연속성을 어떻게 조합시킬 것인가는 도시에서 중요한 문제이고, 또 다른 방식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여기서는 낮은 부분과 높은 부 분, 즉 인간의 눈높이가 하나의 기준이 되었다.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규칙을 갖고 함께 쓰는 방법 을 찾게 된다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 공유함으로써

<자하재>를 두고 “눈으로 보는 집보다 온몸으로 느끼는

공간이 훨씬 풍요로워진 건 사실이고, 이를 통해 또 다른

집”이라 평한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집도 마찬가지인

공동체가 단단하게 형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다만

것 같다.

시간이 좀 필요하다.

그렇다. 체험 공간에 가깝다. 그래서 건물 바깥에서는 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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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WORK

도시생활에서 공동성은 꽤 중요한 문제이다. 평소 관심사

나씩 따로 냈다. 또 한 집이 부득이하게 변경을 하게 되면

인지?

다른 집들도 덩달아서 바뀌게 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설계

우리는 공동체를 구상하고 공동성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에서부터 허가, 공사까지 모든 과정이 예상 시간의 2배씩

개별 건물의 집합 이상을 만드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4

걸렸다. 실제로 입주 예정일보다 1년 이상 늦어졌는데, 그

집 혹은 6집을 묶어서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시간 맞

과정에서 갈등도 상당했다.

추는 게 문제고, 또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도 발생한다. 내 겐 집을 몇 채 묶어서 하나의 프로젝트로 완성할 때 새로운

그래도 끝까지 완주했다. 이런 작업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 리가 있더라도 끌고 온 것이다. 물론 타협한 부분 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 고 싶었다. 자금은 건축주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러고 보니, 건축주의 의지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 이었을 듯 싶다. 건축가의 에너지도 상당히 요구되지만, 무엇보 다 건축주의 동의, 의지가 중요하다. 작업을 받아 들일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함 께 살아볼 생각을 하고 있었고, 건축가의 제안에 귀를 기울였다. 진행과정에서 어려움은 있었지 만, 완성을 보았으니 건축주들이 작업의 가치는 인정한 셈이다. 지금도 여전히 어려움은 남아 있

건축주가 동의할 만한 장점도 있을 것 같은데. 무엇보다 함께 있으니 훨씬 큰 회사로 보일 수 있 다는 것 아닐까? 강남을 주거지로 개발할 때, 특 히, 이 논현동을 포함해서 보통 안쪽에 주거지를 만들고 길가는 노선상업지역, 즉 도로변을 따라 서 선형으로 상가군을 만드는 게 일반적이었다.

김영준, 정귀원 | DIALOGUE

다.(웃음)

그런데 요즘은 비즈니스 사업체들이 주거지 쪽으 로 세를 뻗어오고 있다. 주로 그래픽이나 영상 관 련 사업들이 많다. 이 집도 지하는 모두 스튜디오 로 사용된다. 이곳의 스튜디오는 규모는 작지만 4개를 같이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주차장 입구가 두 군데 뿐이어서 법적으로(지하층은 통 합되었지만 개별 구조를 갖는다) 지하 3층까지 카리프트를 설치하게 되었다. 짐도 옮기고 자동 차를 스튜디오 안에 끌고 들어와서 촬영할 수도 공간, 새로운 가능성을 얻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늘 있었

있고, 그런 부차적인 것들이 집주인에게 설득력이 있었던

다. 이번에 좋은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것 같다.

4명의 건축주와 집을 동시에 짓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1층은 도시 가로와 연결된 큰 마당에 면해 임대 시설이 제

이다.

공된다.

여러 필지를 묶어서 지은 사례가 없다 보니 결국 허가는 하

공간을 최대한 많이 분절하여 임대 공간으로 쓰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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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no.48 | Wide AR no.48

지금은 두어 군데 정도 활용되지만, 언제든 임대 공간으로

지만 지금 방법으로는 잘 안 되는 것 같다. 그런데, 발생하

활용 가능하다.

지 않은 것에 법을 미리 적용할 수는 없다. 그래서 사례를 만들어야 하지만 사례는 또 현재 법으로는 만들기 어렵다.

인테리어는 개입하지 않은 듯하다.

그 안에서 여러 가지 갈등도 생기게 되고…. 물론 하나가

체계와 관련 있는 건축 골격, 즉 공간이 집합하는 방식은

만들어졌다고 해서 법이 바뀌는 건 아니다. 이런 시도들이

일일이 조정해서 만들었지만,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인테리

여러 번 반복되면서 현재 법의 문제점들이 드러나야 하지

어는 건축주의 취향에 따랐다.

않을까 한다. 우문일 수 있겠으나, 밖에서 안쪽이 인식되지 않게 한 것

새로운 주거유형의 시도

은 의도적인 것인가. 몇몇 장치들로 좀 더 적극적인 표현 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이미 <가평 주거단지> 프로젝트로 합벽형 단독주택의 유형

드러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서이지 일부러 감추려

을 모델로서 제안한 바 있다. 그동안 작업 속에서 ZWKM

고 한 것은 아니다. 또 모든 걸 다 논리로 채우는 것도 아니

Block의 개념이 다각도로 모색되어 온 듯하다.

다. 집을 분절시키는 방법도 논리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몇 가지 프로젝트를 소개하자면, <행정중심복합도시 도시

감각이 있어야 한다. 다만 해답을 못 찾은 거다. 좀 더 노력

개념 국제공모의 아이디어>는 저밀과 고밀, 도시와 농촌,

하면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웃음)

저속과 과속 등 상대적인 요소들을 체계화하여 각 체계들 을 중첩시키고 다양한 접점들을 만들어내는 작업이었다.

사진 | 김재경(본지 편집자문위원, 건축 사진가)

주택 <자하재>는 각각의 기능을 가진 실들을 독립된 단위

인터뷰어 | 정귀원(본지 편집장)

로 설정하고 외부공간을 조합해 나간 경우이다. 알다시피 그것은 23개의 작은 마당을 가진 집이다. <허유재 병원>도 김영준, 정귀원 | DIALOGUE

마찬가지다. 병원 내 존재하는 각 영역들을 다양한 성격의 보이드로 집적하는 방식의 해법이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주거블록 콘트롤control에 대한 하나의 사 례라고 볼 수 있겠다. 요즘 특히 재생이 이슈인데, 조금 큰 필지는 전부 다세대주 택으로 바뀌니까 다른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개별 필지 단 위가 아니라 도로에 둘러싸여 있는 블록 단위를 같이 하는 것은 어떨까, 서로 관계성을 만들면서 틈새 공간과 잘 연결 하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집합 방식에 따라 개 별 건물들은 따로 설계하더라도 공유하는 외부공간의 패 턴들이 다양해질 수 있다. 종종 건축가들은 도시를 얘기하지만, 실제로 자신의 건축 에 도시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지 못한다. 가로 에 대한 존중을 얼마나 하고 있을까 의심스러울 때도 있 다. 그런데, 우리에겐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응하는 다양 한 주거 유형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집은 도시 주거 유형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 번으로 끝나 는 게 아쉽다. 우리에게 도시설계의 상상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나 도 늘 반성하는 부분이지만, 건축이 도시를 대응하는 방식 에 좀 더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 새로운 해법을 찾으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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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WORK

표지작 CRITICISM

비장소적 도시 영역으로서의 ZWKM Block

ZWKM Block은 강남구 논현동의 한 단지 모퉁이에 놓여

물간 벽, 즉 물리적 경계를 제거하여 공간의 확장, 그리고

있다. 외견상, 그리고 일견만으로는 그 용도를 잘 알 수 없

공간적 융통성을 보다 넓게 확보하여 좀 더 큰 자유성과 여

는 하나의 큰 건물은 실제론 4개의 건물 동이 모여 구성된

유로운 디자인의 가능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시도가 설계의

복합건물이다. 논현동의 단지 내에 단지를 형성하고 있는

출발점이 되었다.

이 건물군은 조아조아(사진), 원더 보이즈(필름), 꽃피는

구조적으로 ZWKM Block은 지하 3층, 지상 4층의 건물을

봄이 오면(그래픽), 매스메스에이지(광고) 등 4개 업체 이

모아놓은 모음이다. 3개 층으로 구성된 최하부 지하실에는

름의 영문 이니셜을 조합하여 하나로 명명되었다. 하나의

승용차 등의 반입이 가능한 대규모 촬영실을 비롯, 각 동에

단어 속에 압축된 이름의 알파벳들이 그러하듯 이 건물, 좀

소속된 자체 촬영실 등이 있고 지층에는 전시실, 카페, 상업

더 구체적으로 말해 건물군, 혹은 블록은 전체로 대하기보

시설 등이 자리잡고 있다. 2층에는 스튜디오나 사무실, 그

인지된

래픽 작업실 등이, 3층에는 스튜디오, 회의실, 사무실, 그리

다. 그러나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의 탐험에 있어서도 선지

고 주택 등이 자리잡고 있다. 또 4층은 대표실, 사무실, 주

다는 그 내부로 들어갈 때 독자적인

의미소意味素가

식 없이 혹은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만보漫步에

가까

택이 자리하고, 지붕층에는 작은 연못이 구비된 정원 텃밭

운 가벼운 이동만으로는 공간적, 시각적 연출이 거의 동일

등이 구성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횡방향으로 볼 때 동일하

하게 진행되었기에, 그리고 그보다 앞서 영역 경계들이 의

거나 유사한 용도의 공간들이 기능적으로 배치되어 있어서

도적으로 불확실하게 구획되어 이러한 의미소, 각 건물의

필요시 상호 대여, 교환적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공간

성격을 즉각 인식한다는 것은 까다로운 문제라 느껴지기도

이용의 극대화뿐만 아니라 기능과 사용의 극대화라는 점은

할 것이다.

건물 자체가 지니고 있는 원초적 매력 중 가장 중요한 항목

그러므로 ZWKM Block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색다른 4

이다.

개의 건물을 하나의 블록, 즉 일관적 외형 내에 압축해 넣

지상에서는 지층의 보이드가 짙은 어둠을 조성하고, 2개 층

은 것이라고 할 것이다. ZWKM Block은 하나의 건축물처

높이의 상부 건축물(2층)은 노출 콘크리트 하나로 연속 마

럼 느껴지고 하나의 파사드를 지닌 까닭에 각기 다른 기능

감되어 강한 양궤감을 표현하고 있다. 반면 주거와 사무실,

을 지니고 있는, 그리고 독립적인 개별건물을 외형상으로

정원 등이 있는 3층과 4층에는 독립된 건축물을 나타내듯

는 쉽사리 알아차릴 수 없다. 반면, 평면이나 수직 단면에서

여러 매스들이 독립적으로 서 있고, 이종의 마감재로써 변

는 각기 독립적인 4개의 공간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음을 알

별성을 나타내고 있다. 건축적 인상의 주요 항목인 공간, 건

수 있다. 그러나 이 내적 공간 구조는 별도의 노력과 통찰력이

축물 등으로써 표현되는 조형성도 심심치 않게 어필되지만,

없는 한 일반인, 범부들에게는 인식이 쉽지 않은 구조이다.

언급될 도시적 측면이나 사회학적 측면에서의 의미와 담론

좀 더 의미심장하고 정확히 말한다면, ZWKM Block은 파

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아 보인다. 그러나 방문객

사드 위주의 건축물은 아니어서 오히려 얼굴을 제거함으로

은 에워싼 건물들로 인해 폐쇄된 공간인 듯 비쳐지는 건물

써 개개의 정체성을 지워 익명성을 강조하고 기존 고전적

의 틈들을 통과하면 내정에 도달하고, 곧 상부로 눈이 이행

건축개념으로부터 이탈하여 그것을 뒤틀어 새로운 언어를

하며 간막이 판벽, 계단, 수평통로 등을 발견함으로써 시각

만들고, 그로써 대화하고자 한다. 이러한 의도의 기본 토대

적 즐거움을 향유하기 시작하고 자연스레 이동하게 된다.

는 4개의 분할 대지를 하나로 이어 합지合地를 조성하는 것

상부의 사무실, 회의실 등에서 밖을 향하고 있는 개구부는

이다. 쓸모없이 낭비되는, 거의 죽은 공간이 될 수 있는 건

자칫 느껴질 폐소적閉所的 성격을 완화시키고 건축물을 상위

김미상 | CRITICISM

김미상 O.A.S. 학교장, 간향클럽고문, 계간 «건축평단»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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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no.48 | Wide AR no.48

예술로 승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동과 동 사이공간에

다. 그리 뚜렷하거나 우수한 도시계획 개념과 디자인이 동

조성된 쉼터 등의 공간에 배치된 개구부는 드라마틱한 그

원되지 못한 채 조성된 강남의 신구역은 단지 외곽의 표피,

림 조성의 틀로 작동하는데, 이들 개구부는 대부분 외부를

즉 대로를 따라 선적으로 형성된 상가, 그 이면의 조밀한 신

향하여 시선을 유도하며, 낮은 벽과 앉을 것 등 적절한 시야

조 주택단지들로 구성되어 애초부터 구조와 내용이 유기적

조정 장치에 의해 상부 허공으로 시선을 유도하고 있다. 그

으로 연관되어 숨쉬고 작용하는 시스템을 형성하고 있지는

러므로 구체적 현실 공간, 즉 상부 곳곳에 배치된 화단이나

못하였고, 적절성을 별로 지니지 못하고 있는 구조는 세부

텃밭은 공간을 분절하여 작은 주택단지의 골목길 과 같은 기분을 조성하는 반면, 외부를 등지고 벽 에 기댄 단이 배치되어 하늘이나 담장 너머 외부 경치로 시선을 향하게 한다. 주위 마을을 굽어 바 라볼 수 있는 위치의 개구부는, 자리를 잡고 앉노 라면 그럴듯한 시각 목표가 없는 까닭인지 특정 한 목표를 향하지 않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들 모 두 무한의, 순수한 공간을 향하여 시선을 유도하 여 달리게 한다. 시각은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지 만, 다수의 타 건축가들이 추구하곤 하는 구체적 가소성을 지닌 대상물을 지시하는 태도나 조형 적 중요성을 중시하는 태도와는 다른 태도가 엿 보이곤 하여, 차라리 담 뒤로 에펠탑이 보이고 그 용도가 의심스런 벽난로가 배치된 르 코르뷔지에 의 베스테기Besteigui 옥상의 연출처럼 초현실주의 김미상 | CRITICISM

적인 느낌에 훨씬 더 가깝다. 이에 비해 바로 앞 건물 내부이자 상층에 있어도 외부처럼 느껴지는 터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텃밭은 도시 내 농 업을 상징하는 작은 생태 화단이자 심리적 치유 공간이고 여백의 공간을 차지한 구체적 삶의 터 이다. 최소한이라도 도시적 고려를 개입한다면, 최소 한 건축적으로 충실한 디자인은 통상 크든 작든 단지, 혹은 건축물을 지을 때 전제되는 교과서적 분석 작업에서 주변 환경의 고려와 전체 도시 내 에서의 위치, 그리고 필요 시 국토계획적 측면에 서의 고려와 그 상관성을 다루어야 할 것이다. 그 러나 대다수 강남의 도시 구조urban structure와 도시 조직urban tissue, 그리고 경제적 측면에서의 숨막히 는 조건들은, 이러한 고려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생략하고 개입해야 할 정도로 규정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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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조성하곤 한다. 이곳에 새로운 건축물을 짓는다는

조직을 유기적으로 발달시키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방해물

것은 여러 조건의 고려나 선택의 여지가 있을 수 없는, 단순

처럼 여겨지곤 한다. 과연 이러한 곳에서 자생적 혁명이 일

삽입에 한정되어 시적인 감흥을 일으키기보다 기존의 딱

어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질문은 유관 전문가들에게는 끊

딱하고 산문적散文的인 구조, 비인간적 환경을 한층 더 강화

임없는 숙제이다. 실상 이론적으로는 당연한 것이지만, 실제

할 뿐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키곤 한다. 기껏해야 소극적이

현실에서 그러한 움직임을 기대하거나 보고자 하는 것은

고 방어적인 계획에 한정될 가능성들이 산재해 있는 것이

달을 보며 소원을 빌 듯 소원疏遠한 희망에 그치곤 한다.


COVER WORK

그러나 건축과 도시는 하나(에 불과하)다(L'Architecture

데, 건축과 도시의 측면에서 본다면 적절한 구분지음과 의

et l'urbanisme ne font qu'un.)라는 르 코르뷔지에의 언급

미의 인식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처럼, 두 분야의 불가성과 불가분성은 너무도 당연하기 때

과거 서구의 도시 계획안이 도덕적, 이데올로기화된 기계-

문에, 대다수 현대 건축가들은 건축물을 단순히 건축적 측

기능적 측면을 강조하며 제안되어 왔다면, 김영준의 계획

면에서 취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도시적 차원에서도 동

안은 이러한 측면보다는 실질적 생활과 심리적 측면이 강

시에 고려하고자 하는 움직임에 참여하고 있다. ZWKM

하게 어필된다. 그러므로 ZWKM Block은 이데올로기로서 의 기능이 아닌 실생활이 전제된 실질적 기능성 이 전제되어 심미적 항목은 상대적으로 그 무게 가 그리 무겁지 않게 느껴진다. 일찍이 피에르 라브당Pierre Lavedan은 서구도시를 자연발생적 도시ville spontanée와 인위적으로 만들 어진 도시, 즉 계획도시ville créée로 구분하였다. 그 처럼 철저한 구분은 적어도 신도시가 우후죽순 솟아나고 있는 현대의 우리 도시, 개성이나 평양 등 몇 개의 역사도시를 제외하면, 그리고 필요에 따른 아카데미에서의 논의를 제외한다면 우리의 문화맥락에서는 수용하기 힘든 항목이었다. 하 물며 아직도 우리 시대의 계획도시들조차 계획 도시들이 가질 수 있는 합리성, 그리고 현대 도시 들의 특징인 자연과 환경에 순리적인 경향들이 많이 부족한 압제적인 예를 보여주고 있다. 신도 관성, 비논리적 도시 구조 등은 우리의 삶을 그 리 편안케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삶에 있어 적잖은 방해꾼과 스트레스의 제공자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아니 많 은 측면에서는 자연발생적 도시가 지니고 있는 자연스러움과 환경친화적인 성격은 물론 지당한

김미상 | CRITICISM

시, 도시 내 신지구들이 지니고 있는 비이성적 일

구조조차도 디자인 실무의 미숙함과 경직된 규 칙성과 원칙의 폭력 등이 원인이 되어 무시무시 한 올무가 되곤 한다. 유관 전문가들의 눈으로 볼 때, 그처럼 전형적인 비합리적, 비논리적 구조를 지니고 있는 논현동 일대에 관한 한, 모더니스트 들이 그토록 갈망한,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그리 환영받지 못할, 소위 외과 수술적 실천이 필요하 거나 자생적 개선의 현상이 나타나길 고대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ZWKM Block은 인 위적 계획안임에도 불구하고 도시적 차원에서 Block은 기존 환경과 도시, 건축적 아우라에 대한 통곡이

볼 때는 문맥을 떨쳐버린, 자연발생적이고 자생적인 움직

자 도전적 제안이라고 할 것이다. 이 계획안을 어떻게 파악

임을 지니고 있는 동시에 인위적으로 삽입된 안으로 부각

해야 하는가에 관해서는 적잖은 상념을 떠올리게 된다. 가

되고 있다.

볍게는 공간의 통합, 자연의 도입, 건물 외부로의 연장과 자

형태나 구조적으로 고려할 때 ZWKM Block에서 처음 받

신을 내어줌, 주거와 일터가 하나인 주상복합 건물, 커뮤니

는 인상은 전통 한국의 도시구조, 또는 한국적 도시 조직

케이션으로의 초대… 등이 기본적인 개념을 형성하고 있는

을 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외형상 전형적인 서구식 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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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상 | CRITICISM

와이드AR no.48 | Wide AR no.48

록구조, 즉 고대 로마의 ‘인술라insula’로부터 근대 이후 프

런 방식으로 프로그래밍된다. 이로써 정숙한 가운데 내적

랑스의 ‘일로îlot’, 게르만어권의 ‘블록’ 등과 형태가 비슷한

으로 수렴되는 느낌이 강하다. 건축물이 단순히 커뮤니티

ZWKM Block은 대지의 특성상 인접 건물을 면하지 않은

내 물리적 커뮤니케이션의 도구에 그친다면 이러한 인정과

두 면으로 열려 외부와 소통한다. 완벽한 폐쇄성을 보이는

확인은 형식 속으로 침몰할 뿐이겠으나 블록 내 블록들, 즉

서구의 블록은 폐쇄 공간을 조성하는 벽 둘레 내부, 곧 공

각 동들은 상호 관계성 가운데 각자 자율적으로 기능하고

간의 중앙에 텃밭과 정원 등을 두고 있으나 ZWKM Block

있어 공간과 건축 요소 등은 축소된, 복잡한 기능을 가진 도

은 허의 공간을 보장하느라, 혹은 동과 동 배치로 인해 발생

시의 축소판처럼 유기적으로 숨쉬고 있다.

한 사이 공간을 품고 있는, 그리고 지상의 수평적 개방과 흐

그러므로 흥미롭고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개

름, 허공간의 수직적 상승의 방향성과 움직임 등으로써 역

념상 이 건물은 유기적 연장물처럼 방사하고 수렴됨으로

동성을 지닌다. 아마도 이에 대해서는 전통적인 한국의 마

써 특정의 고정적 장소성을 거부한다는 측면에서, 멜빈 웨

당이나 마루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잠시나마 관찰

버Melvin Webber의 이론을 원용하자면, ‘비장소적 도시 영역

한 바로는 실용적 의미의 용도나 공간적 질의 측면에서 고

non place urban realm’에

려되는 다양성의 공간이라기보다 전이적 공간의 성격과 공

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자본이 가장 활발히 순환되는 강남

간 자체의 의미가 훨씬 더 강하게 인지된다.

의 한 중심에 위치하지만, 대한민국이나 도시 내 중심의 시

중앙의 보이드void와 아울러 ZWKM Block을 특징짓는 공

스템 혹은 개념에는 전혀 신경 쓸 이유도 관계도 없는 자율

간, 혹은 건축적·도시적 요소로는 선형 전개방식의 공중

적이자 생산적인, 그러나 비중심성을 지닌 도시이자 소규

가도街道를 들 수 있다. 각 층을 수평으로 가로질러 개별 동

모의 도시가 되어버렸다. 이들 자체가 20세기 후반부터 서

과 공간을 관통하는 공중 가도는 그들을 통합하고 있다. 층

구에서 도래한 여러 도시의 현상을 돌아보아 비교하게 하

마다 요소요소에 배치된 쉼터나 화단 등은 리드미컬한 교

는 기제가 되어버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서구의

외적郊外的 요소의, 성격 강한 야외공간의 배치를 통한 연출

문화·사회적 맥락, 발전과 이행과는 상관없는 자연발생적

로써 파국과 클라이맥스가 전제되는 선형의 도시적 시나리

문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오를 연출한다. 아마도 외부 가로로부터 시작하여 중앙 보

혹여 속단의 위험을 의식한다면 ZWKM Block에 대한 신

이드, 그리고 수직으로 연결되어 수평으로 전개되는 여러

속한 결론을 이끌어 낼 필요는 없다고 본다. 형태적 측면에

켜의 공중 가도는 이미 시도된 유려한 흐름의 인사동 쌈지

서 볼 땐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단정할 수만은 없으나 구

길과 달리 층간 완결성과 공간적 경계가 확실하다. 전자의

제불능 상태의 기존 도시구조와 조직에는 아주 낯선 합리

예가 동적 선형방식이라면, 이것은 내향적이고 정적인 성

성이 전제된, 이유있는 건축적 실천이자 제안이 되었고 적

격이 강하며 점과 선으로 엮인, 알과 알 사이가 성근 묵주와

어도 하나의 참조적 사례가 되었다. 우리 생활과 문화 속에

같이 느껴진다.

살아 숨쉬는 과정을 지켜봄으로써 적용 가능성과 생명성에

ZWKM Block은 기존 건축이나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명확

대한 확신은 점점 더 농도를 더할 것이기 때문에 한층 더 긴

하게 분별할 수 있는 얼굴이나 표정, 입출구가 강조되지 않

호흡으로써 기다리며 음미하고 소화해 보아야 할 필요가

는다. 거의 고의적으로 축소된 그들의 역할은 견고하고 일

있을 것이다.

가깝다고 할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적

의적인 집약적 구조의 전통적 도시를 탈피하고자 하는 의 도의 신호로 인식된다. 게다가 이 건물군은 언급한 개방적 공간성으로써 타건물, 타인과 타존재의 인정과 확인을 이 끌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측면에서 자연스레 상기되는 이일훈의 가가불이家街不二가 - 명칭이 지니는 물리적 의미 에도 불구하고 - 건축뿐만 아니라 도시적, 풍속적 차원에 서 대단히 사회학적이자 정신적 유대감과 연결된 사회·문 화적 시도의 하나였다면, 김영준은 그처럼 강한 어조로 민 족성이나 전통, 도시성, 도시의 중요성을 노골적으로 강조 하지 않는다. 이일훈이 집과 집 가운데로 길을 뚫어 집과 집 간의 커뮤니티를 강하게 유도한 반면, 김영준은 블록 내 건 물 동들이 자율적으로 작동하고 연결되며 외부로의 연장가 능성을 제시함으로써 최소한 블록 내부로의 인입이 자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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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재경(본지 편집자문위원, 건축 사진가)


report 54 와이드 REPORT 1 이일훈의 성당 2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본원 성당>과 <서귀포 면형의 집 성당> | 정귀원 61 와이드 REPORT 2 건축, 도시의 문으로 통(通)하다 오픈하우스 서울 2015, 동행취재기 | 공을채 65 와이드 REPORT 3 아카이브 기관의 역할론 상고(相考) ‘한국미술 전시공간의 역사’ 전 리뷰 | 김태형 69 와이드 REPORT 4 건축과 감각, 건축가의 실험 ‘OUT OF THE BOX: 재료의 건축, 건축의 재료’ 전 | 이성민 72 와이드 REPORT 5 건축사; 한국건축사; 현대건축의 한국 | 김영철 75 와이드 REPORT 6 다시(Re-), 대한민국건축문화제 2015년 10월 21일~25일, 문화역서울 284 | 공을채 78 와이드 REPORT 7 건축을 품고 떠난 건축전문기자 구본준, 사후 1년 | 공을채 81 와이드 REPORT 8 Strong Architect 10 | 조성룡 건축의 변환과 재생 Architectural Transformation and Regeneration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건축가 | 박성용 89 와이드 REPORT 9 Power & Young Architect 10 | 정영한 거주란 무엇인가 건축의 근본에 대하여… | 박성용

WIDE Architecture Report 48


와이드AR no.48 | Wide AR no.48

와이드 REPORT 1

이일훈의 성당 2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본원 성당>과 <서귀포 면형의 집 성당>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이하 복자수도회)는 휴전 직후인 1953년 10월 무아無我 방유룡 안드레 아 신부에 의해 창설된 한국 최초의 자생(방인, 邦人) 수도회이다. 한국 교회의 순교자들을 현양하 고 수도회의 영성과 정신에 따라 복음을 전파해 온 이 공동체는 1957년 성북동 본원 건립 후 인천, 이천, 서귀포 등지에 분원 및 부속기관을 지었다. 그중 경기도 화성군 팔탄면 가재1리에 위치한 순 교자의 모후 신학원(자비의 침묵 수도원, 1994)과 경기도 이천의 성안드레아 병원 성당・수도원 (2006)은 건축매체(와이드AR no.15/poar no.126)에 소개되어 익히 낯익다. 이 작업의 건축가는 잘 알다시피 ‘채나눔-불편하게 살기, 밖에 살기, 늘려살기’ 개념의 전파자 이일훈이다. 그는 이 두 작업 외에도 수도회 은인 허마리아의 묘비(1992, 건축문화 no.139), 수사들이 이끄는 복지시설 나루터 공동체의 수도원과 작업장(1999)을 설계한 바 있으니,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와의 인연이 꽤 깊다고 할 수 있겠다.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수도회와 맺은 인연에 감사해 하며, 정귀원 | REPORT 1

진중한 종교적 교의와 수도회의 영성을 해석하여 ‘집’에 반영해 온 이일훈의 작업은, 주어진 프로 그램에 따라 자신의 설계 방법론을 이와 엮어 내거나, 사용자들로부터 결정적 단서를 찾는 방식으 로 꾸준히 진화해 왔다. 실례로 학생 수사들의 공간인 자비의 침묵 수도원은 수련자의 점성(수도회 영성의 하나) 정신을 위해 불편하게 살기가 강조되었고, 수도자뿐 아니라 환우들의 성당이기도 한 성안드레아 병원 성당은 바깥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제대 뒤 입면을 유리면으로 처리하는 파격을 가하기도 했다.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본원 성당>과 <서귀포 면형의 집 성당>은 그가 가장 최근에 만든 복자수 도회의 집이다. 전자가 수도자의 집이면서 도심지 본원으로서의 위상을 잘 드러냈다면, 후자는 피 정의 집 부속 성당답게 수도자뿐 아니라 피정객과 지역 주민을 동시에 배려하고 있다.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본원 성당 신축된 본원 성당을 얘기하기 전에 지난 10월 문화재 등록 예고된 구 본원을 짚 고 넘어가자. 현 본원의 길 건너편에 위치한 구 본원은 방유룡 신부가 1955년에 건립한 것으로 1987년 이후에는 신학원과 피정의 집으로 사용되었다. 절충식 로 마네스크 양식의 붉은 벽돌 건물로 1, 2층은 수도원, 3층은 성당으로 지어졌는데, 방 신부가 직접 건축을 구상하였다고 한다. 무엇보다 멀리서도 확인되는 외벽의 12 순교 복자 성상은 이 건물의 특징을 대변해 준다. 이들 성상은 당시 복자품에 올랐던 79명의 순교 선조들 가운데 정하상, 김대건 등을 포함한 12명의 상이며, 최초로 건물에 부착된 한국 순교 성인상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문화재청 은 “전형적인 라틴십자가Latin Cross 평면으로 앱스後陣, Apse 부분이 일반적인 반원형 이 아닌 타원형으로 설계된 점, 또 제단 상부 돔 역시 반원형이 아닌 타원형 반구로 조성된 점” 등을 들어 이 건물을 문화재 등록 예고함으로써 역사적, 종교적 가치를 인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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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등록 예고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구 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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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원 성당 1층 출입구

본원 성당 진입로

반면, 1987년 신축된 현재 본원은 지하 1층, 지상 2층에 수도자 숙소, 수도자 성당, 업무 공간, 외부 인 접견 공간을 모두 담고 있는 건물이다. 기능 분리가 되지 않아 불편한 점이 없지 않았을 터, 수도회 는 성당을 따로 지으려는 계획을 오랫동안 궁리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심한 경사지형과 절개지형, 암 반지질 등 지형적 악조건은 누구도 엄두를 못 낼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절개된 경사지가 만드는 협소 한 수도원 경내 입구는 기존 경사 진입로를 확보한 채 성당을 배치해야 하는 상황으로 어려움을 더욱 배가시켰다. 이에 건축가 이일훈은 기존 경사로를 따라 지하층과 1층을 앉히고 2층은 필로티로 띄 우는 해법을 제안했다. 결과적으로 경사진 대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까닭에 정면에 서 볼 때 지하층 입구는 경내 입구와 직통으 로 연결된다. 또 지하층과 1층 입면을 따라 경사 진입로를 오르면 본원 마당에서 1층 출입구와 만날 수 있고, 다시 계단을 통해 건물 뒤쪽으로 돌아서면 2층 성당으로 직접 진입이 가능하다. 출입문이 층마다 나 있는 셈인데, 그것은 각 층이 갖는 기능에도 적절 한 듯 보인다. 우선 성당의 지하층은 세상과 만나는 곳으

본원 성당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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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원 성당 내부.

문화공간으로 활용되는 본원 성당 지하층

성미술품은 조각가 이춘만 화백의 작품이다.

로 작은 홀과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다. 레벨 차이를 두고 무대 혹은 강단 을 배치하여 관람 효과를 높였고, 한쪽 구석에 스낵 코너도 마련했다. 수도자들의 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지역 주민의 사용이 가능한 영역인 셈이다. 사무공간과 연구공간이 집약 배치된 1 층은 수도자들의 공간이면서 외부 방문객의 출입이 이루어지는, 중간쯤의 영역이다. 안내 부스가 있는 것으로 보아 공식적인 출입 장소가 되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2층은 온전히 수도자를 위한 성당이다. 동굴처럼 어두컴컴한 성당 내부를 밝히는 것은 정귀원 | REPORT 1

천정에서 떨어지는 빛뿐이다.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건축가는 “수도자들의 성당이기에 어둡고 밖이 보이지 않는 것이 더 권할 만하다 여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도하고 공부하고 사 목하는 수도자들을 위해 내부로 침잠하는 공간을 제안한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창문 하나 없이 칠 흑 같은 어둠 속에 한줄기 빛만 들어오는 성당이 되었겠지만, 사용자의 의견을 존중하여 제대에서 가장 먼 벽면에 세장한 창 2개를 냈다. 제대를 중심으로 가급적 많은 수도자들이 평행하게 앉도록 미사석을 배치한 것도 수도회 성당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사제와 평신도의 관계가 아니라 수도자끼리의 미사이므로 위계를 적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어둠 때문에 공간의 형태를 단박에 인지할 수는 없지만, 천정이 그려내는 평면과 구조에서 찌그러진 오각형 공간임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공간 형태가 120석의 평행 배치를 가능 하게 한 것은 아닌가 유추해볼 수 있다. 성당의 외형은 이 어둡고 찌그러진 공간의 형태가 그대로 배어나온 듯하다. 검은 징크와 검은 벽돌 로 마감된 외부 형태는 북쪽을 대면하고 있어서 더욱 어둡고, 심지어 길가에서 잘 인식되지 않는 다. “동네를 지나는 사람들이 언뜻 보고 지나칠 정도로 무덤덤한 것을 만들고 싶었다. 수도원 본원 의 성당이라 눈에 안 띄고 묵직한 것이면 좋겠다, 또 인접한 교회가 너무 직접적인 표현주의 형태 라서 우리 수도원 성당은 좀 차분해야 동네(도시)를 위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수도회 담장 을 벗어난 주변 주거지들은 규모가 작은 집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를 의식하여 성당의 규모를 줄이고 싶지만, 필요한 기능을 수용하려면 마뜩잖은 일이다. 대신 요란한 디자인 언어를 배제하고 자유롭고 무덤덤한 형태를 취해 이를 해결하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검은 바위 같은 형태의 이 건물 은 수도회 성당의 덕목을 표상한 채 묵묵히 제자리에서 제 기능을 다하고 있다. 서귀포 면형의 집(김기량펠릭스베드로수도원) 성당 면형의 집 성당을 얘기하기 전에 건축가가 옛 성당 터를 함께 복원한 사연에 대해 알아보자. 과거 면형의 집 자리는 ‘홍로본당’이 차지하고 있었다. 1902년 대지가 넓은 집 한 채를 사제관과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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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와 짝을 이룬 면형의 집 성당 면형의 집 성당 우측의 단아한 전경. 외부 계단과 연결된 2층은 수도자의 생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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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 지면 아래 놓인 성당 진입로

고창의 은은한 빛으로 채워진 면형의 집 성당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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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비친 한라산 모양의 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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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개조한 것인데, 복자수도회가 서귀포분원을 설립할 당시(1959년) 방치된 채 남아 있던 것을 1967년 새 수도원 건물을 지을 때 철거했다고 한다. 처음 현장을 방문한 건축가는 면형의 집 역사 를 알아보던 중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옛 성당 터(녹나무 아래)를 수사들의 구술로 위치를 확인하 여 터의 흔적만이라도 표시로써 복원할 것을 제안했다. “건축이란 새로 세우는 것도 있지만 찾아내 는 것, 기억의 장치를 만드는 것도 그중 하나”(이일훈)라는 생각에서다. 새 성당은 이 뒤편에 피정의 집과 나란히 자리잡았다. 1976년 건립된 피정의 집은 규모가 꽤 되는 3층 건물로 성당과 사무실, 침실, 주방 등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런데 모든 실이 층고가 같고 개구 부 형식도 동일하여 성당 공간의 특질과 고유성이 없던 차에 피정객 공간의 부족으로 성당과 수도 자 공간은 따로 분리시키기로 한 것이다. 현재는 피정의 집에 피정객 숙소와 식당, 사무실만 남았다. 1층은 성당 및 상담실(면회실)로, 2층은 수도원(수도자 방 및 생활공간:봉쇄구역), 다락(창고)으로 사용되는 새 성당은 본원 성당과 달리 피정객과 지역 주민들의 활용이 고려됐다. 특히 관광지 안에 있는 점을 의식하여 외형도 단아함을 갖췄다. 흰색 기둥과 회색 판석, 사각형의 개구부와 나무, 징크 등의 수평적 요 소들이 어울려 단정하게 사방 입면을 분할한다. 외벽 마감 재료로 제주석을 활용하였고, 진입부 기둥과 기둥 사이 제 주석 돌쌓기는 아예 제주 토박이 돌담 기술자를 불러들여 쌓았다. 흔한 색, 흔한 돌로 지역성을 살린 셈이다. 반면, 성당 내부 공간은 지면 아래로 끌어내려 보다 경건 함을 부여하려고 했다. 원래 계획처럼 지면 아래 깊숙이 박힌 성당은 구현되지 못했으나, 성당에 들어갈 때면 땅속 으로 점점 깊이 들어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점점 높이 쌓 은 왼쪽의 돌담은 깊이의 정도를 극대화하고, 돌담을 덮는 징크 캐노피는 하늘을 가려 더 어두운 길을 만든다.(물론

제주석 마감으로 드러낸 지역성

빗물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성당 내부는 빛의 향연이다. 그렇다고 화려하지는 않다. 일반 미사뿐 아니라 수도자들의 성무일도(매일 정해진 시간에 성직자나 수도자들이 드리는, 교회 의 공적公的이고 공통적인 기도)가 매일 진행되는 곳이니 만큼 묵직하고 진지한 분위기는 유지되 어야 한다. 따라서 신자석에서는 다소 높은 창으로 유입되는 간접광의 은은함만이 남는다. 제대 위 공간은 3층 높이에서 빛이 쏟아지는데, 이로써 제대와 감실은 변하는 빛 아래 늘 놓이게 됐다. 대부분의 성당에서 그랬던 것처럼(본원 성당은 예외다) 이 성당의 제대, 독서대, 감실 구조물, 고상 십자가, 성수대 등은 건축가가 디자인했다.(14처 제외)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삼각형 모양의 제대이다. 한라산 형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바다에 비친 한라산의 모습이라고 한다. “평면 은 지도에서 볼 수 있는 제주도의 모습이다. 제대에는 제의 봉사자들만 아는 사실이 있는데, 제대포 를 들치면 김기량펠릭스의 고향 함덕과 펠릭스성당이 있는 제주, 그리고 면형의 집이 있는 서귀포가 하얗게 표시된 제주도 지도가 새겨져 있다.” 거대한 통돌을 뒤집어 세우는 데 원시적인 장비로 땀 좀 흘렸다는 건축가의 말이다. 못 쓰게 된 장궤틀을 해체하여 만든 상자 모양의 나무 의자와 함께 이 제 대는 참 소박한 그림을 그려낸다. 성북동 본원의 침잠하는 성당과는 확연히 다른 그림이다. 수도회 영성과 영성의 건축화 건축가 이일훈이 작업한 일련의 복자수도회 건축물을 이해하려면 먼저 이 수도회의 영성, 즉 점성 點性,

침묵, 대월對越, 면형무아麵形無我을 알아야 한다. 어떻게 한마디로 그 깊이를 다 이해할 수 있겠

냐마는, 그래도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50년사』와 『동방의 빛 : 무아 방유룡 안드레아 신부의 해 석적 전기와 통합 신비 영성의 심리학적 함의, 김춘희』를 빌어 짧게나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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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no.48 | Wide AR no.48

“점성은 수도생활의 기초가 되는 영성이다. 점은 모든 도형의 시작이고 기초이지만, 작고 보잘 것 없어 눈에 띄지 않고 숨어 있는 존재다. 그러나 결코 무시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방 신부는 “일생을 빈틈없이 완전하게 살려면 일상에서 점처럼 작은 순간이나 작은 일들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며 “수도생활은 일상 안에서 살아가는 생활이므로 하느님을 빈틈없이 사랑하려면 매사에 빈 틈없이, 알뜰하게, 점 같은 일부터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온전히 투신하고 몰입하는 자세로 임하라는 가르침이다. 침묵은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면형무아에 이르기까지 만나게 되는 물리적・정신적・영적 장애요소 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침묵은 구체적으로 인간성을 훈련하고 정화하는 단계이다. 자아를 극복하 며 성장하는 길로 가기 위한 어려움을 인내하고 받아들일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점성과 침묵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는 순간이 대월이다. 대월은 한자로 ‘넘어가서 마주 본다’는 뜻 인데 영혼이 현실적인 모든 것을 떠나 하느님을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면형무아는 영성의 중심이자 정점인 하느님과 하나된 상태다. 면형(밀떡)이 성체로 축성되면 그리 스도의 몸이 되고 밀떡은 형상만 남는 것처럼 내가 없어지고 그리스도가 내 안에 살게 된다. 하느님 과 구체적으로 합일을 이루고 살면서 면형무아가 된 사람은 이웃에게 하느님 사랑의 현존이 된다.” 건축가 이일훈은 처음 ‘면형무아’를 만났을 때 ‘자유’를 느꼈다고 한다. 그에게 복자수도회의 영성 은 신자로서가 아니라 집을 짓는 건축가로서, 그것을 온몸으로 체화하는 수도자들과는 다르게 다 가왔을 것이다. “방종의 자유가 아닌 내적 규율을 초월(극복)한 온전한 ‘자유’랄까. 면형은 규정된 것 없이 무아를 따라야 하는데 그 무아는 온전한 자아일 것이다. 면형이야말로 그윽한 자유, 즉 내 재적 자율일 것이라 여긴다. 나는 천주 신앙을 지니고 있지 않지만 부르르 떨리는 느낌을 받았다. 점성 또한 사소한 일상의 자각과 교훈으로 와 닿는 게 소름 끼쳤고, 침묵은 말없는 것이 아닌 ‘빛’ 정귀원 | REPORT 1

의 다른 말임을 알고 다시 놀랐다. 대월은 더 큰 초월로 이해했다. 한마디로 한국천주교 어느 방인 수도회의 창설 철학이 혼자서 갈구하던 건축의 복음처럼 와 닿았던 거다. 무지하였지만 억지로 건 축으로 끌고 와 해석하며 애정을 품었다. 자비의 침묵 수도원 이후 여러 분원을 작업했는데, 그때 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면형무아의 건축화’를 잊은 적이 없다. ‘면형무아’에는 꼴을 정하고 있지 않 으나 원칙 혹은 근본이 흔들리지 않는 그 ‘무엇’이 있다. 그 무엇은 수도자에겐 신앙의 빛일 것이고, 내가 해석하는 건축으로는 삶을 구체적 형상으로 바꾸는 구법일 것이다.… 나는 그것을 복자수도 회의 건축에 있어 ‘영성의 건축화’라고 혼자서 적어 놓고 곱씹고 있다.” 그에 따르면, 성북동 본원 성당과 면형의 집 성당은 주어진 여건이나 프로그램이 다르고, 그래서 결과물도 다른 결을 지니지만, 그것을 집에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작법은 같다는 것이다. 종교건축 이 지향하는 바를 반영하고, 학교건축이 교육을 반영하고, 아파트가 삶을 반영해야 하는 것은 당연 한 이치이다. 그럼에도 만약 그것이 전혀 새로운 얘기로 들린다면, 아마도 우리가 집짓기의 근원적 의미를 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비의 침묵 수도원을 취재할 당시 수도회의 퇴회자는 줄고 입회자가 늘어난 것에 대해 오로지 이 일훈이 설계한 신학원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할 수도 없다 는 글을 읽었다. 건축가 스스로도 어느 수사에게 “복자회에 형제들이 늘어나는 것은 신학원 건축이 불편하게 지어져 학생수사들이 공부할 때 고생하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고 그 말을 건축주가 건 축가에게 보내는 최대의 최고의 찬사로 여긴다고 하니, 전혀 근거없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앞으로 그의 ‘영성의 건축화’가 수도회 건물을 통해 보다 깊이있게 구현되길 기대한다. 그래서 수도회의 영성이 더욱 단단해지길 기대한다. 사진 | 진효숙(본지 전속 사진가) 글 | 정귀원(본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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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REPORT 2

건축, 도시의 문으로 통通하다 오픈하우스 서울 2015, 동행취재기 “건축물에 대한 각 소장님들의 설계 의도를 들으며

서울을 좀 더 알아가게 되는 것 같은 너무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건축물을 이해할 수 있어서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배지영, 10월 14일, 5:00pm 안규철 오픈스튜디오 참가)

(김한성, 10월 12일 7:00pm 커튼홀 참가)

축가와 국제적인 활동을 펼치는 글로컬 아키 텍츠의 도약 등 다양한 테마로 나누어져 진행 되었고, 총 1,500명이 참여하여 서울 곳곳의 건축물을 방문했다. 건축물 개방축제는 도시의 건조 환경과 장소,

공을채 | REPORT 2

“지역에 대해 다시 이해하게 되고 제가 아끼고 좋아하는

유산을 개방해 우수한 건축물을 소개하고 도 시의 내력이 담긴 장소를 발견하여 도시 환경 에 대한 이해를 돕는 건축축제다. 프랑스의 < 문화유산의 날>이 대표적인 예이다. 오픈하우 스라는 이름은 영국에서 처음 사용했다. 영국 의 민간 비영리 단체가 주도하는 <오픈하우스 런던>을 통해 우수한 건축물을 방문할 기회 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건축교육프 로그램을 구성하여 건축유산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었다. 이후 2001년 뉴욕에서 처음 비 영리단체 <오픈하우스 뉴욕>을 조직해 2003 오픈하우스 서울은 도시를 둘러싼 환경, 건축, 장소와 예술을

년 뉴욕의 건축물과 디자인에 대한 축제를 시

담은 공간을 개방하고 발견하는 도시 건축축제로, 이미 런던

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획된 오픈하우스 서울은 뛰어난 건

과 뉴욕 등 전 세계 23개 도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축, 디자인, 보존과 계획에 대한 교육과 이슈를 공유함으로써

다. 지난해 프리오픈을 성공리에 마치고 올해는 더욱 확장된

우리 도시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오픈하우스 서

규모와 프로그램으로 지난 10월 12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전

울은 건축잡지 기자 출신 임진영(대표)가 기획, 조직하여 최춘

역에서 열렸다. 오피스빌딩, 공유주거, 집, 근대유산, 젊은 건

웅(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황지은(서울시립대학교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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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을채 | REPORT 2

와이드AR no.48 | Wide AR no.48

학부 교수), 염상훈(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최진이(전

험하거나, 건축가의 의도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공간기자), 김형진(워크룸 대표), 배지운(온지음 실장), 김상

과 건축가가 사용하는 언어의 차이에서 오는 낯선 관계는 좀

호(다큐멘텀 편집장), 임여진(여진연구소 대표) 등 8명의 오

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그해 임 대표는 오픈하우스 서울의 상

거나이저가 참여한 비영리 단체가 주최하고 있다

표등록을 마치고, 전문적인 건축 축제의 틀을 마련하였고,

오픈하우스 월드와이드는 오픈하우스만의 원칙을 다음과 같

2013~2014년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하는 오픈하우스 서

이 제시하고 있다. ①건축의 우수성과 현대적인 디자인을 포

촌을 개최해 다른 방식의 오픈하우스 커뮤니티 행사를 진행

함하여 뛰어난 디자인의 건축을 선보여야 한다. ②모든 프로

했다. 또한 2014년 10월 오픈하우스 서울의 사전 축제를 진

그램은 무료로 진행한다. ③비영리단체로서 독립성을 유지한

행하고, 본격적인 플랫폼을 구축했다.

다. ④오픈하우스의 주요 목표는 건축적 교육 이벤트이다. ⑤ 도시화된 도시 혹은 그에 상응하는 곳이어야 한다.

건축답사가 아닌 오픈하우스

오픈하우스 서울은 이러한 원칙과 취지를 이해하고, 이를 실천

오픈하우스는 건축협회나 학회, 각 지자체에서 행하는 건축답

하기 위해 기획되었고, 올해 10월 오픈하우스 월드와이드 가

사나 투어와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답사나 투어는

입을 앞두고 있다.

도시를 탐색한다는 점에서 적절한 방법이지만, 오픈하우스는 ‘문을 연다는 행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통상의 답사에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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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일반시민들의 다리 놓기

이드는 있지만, 호스트는 없다. 반면 오픈하우스 서울은 호스

2011년 전국은 땅콩집 열풍으로 저마다 주택에 대한 로망

트 개념이 있어서, 호스트가 방문객을 초대하는 방식으로 자연

을 드러냈고, 사람들은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 관심을 보이

히 집주인과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나

기 시작했다. 각종 일간지와 tv방송에서 땅콩집과 주택을 앞

혹은 이용자인 건축주가 직접 건물에 대해 설명하고, 건축 과

다퉈 다루었고, 건축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서서히 높아졌

정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통해 방문객들은 건물을 더

다. 그리고 2012년 9월 오랜 기간 공사 중이었던 서울시청

욱 잘 이해하고 도시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오픈

이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시청 건물에 대해 일반인이 입을 열

하우스 서울 임 대표는 “아파트 단지의 폐쇄성이나 개인의 사

고 각자의 의견을 말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건축을 직접 경

유화된 영역에 대한 경계가 강화되다 보니 일반사람들이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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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경험할 수 있는 영역이 점차 없어지고 있다. 그 경계가 낮

존중과 배려

아지고 경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좀 더 열린사회를 만들

오픈하우스 서울은 아직 한국에서 생소한 건축행사이다. 그

수 있지 않을까”라고 우리 사회의 독특한 경계 사회에 대해

러다보니 건축가를 설득하는 것도, 건축주를 설득하는 것도,

설명했다.

일반인들의 참여를 도모하는 일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임 대표는 “건물에는 기업이 가진 디자인철학이나, 이념들이

57개의 프로그램 올해는 기업의 철학과 정체성 및 사무공간의 다양한 성격을 보여 주는 ‘오피스빌딩’, 1인 가구의 증 가와 다양한 대안주거로 논의되 고 있는 ‘공유주거’ 한 가족의 내 력과 이야기를 담은 ‘집’, 근대유 산의 흔적을 담은 ‘다시 쓰는 근대 유산’ 등 건축 전반에 일어나는 주 제를 중심으로 57개의 프로그램 을 설정했다. 특히 올해는 많은 오피스 건물들이 공개되었다.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미생>의 배경이 된 서울스 퀘어의 내부공간과 서울역을 비롯 열렸다. 2000년 완공 이후 장충동의 대표적인 풍경을 만들어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를 직접적으로 경험한다면, 그 기업에

내던 웰콤시티가 15년 만에 내부를 공개했다. 현대카드를 지

대한 이미지와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 기업들이 이러한 방법

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이었지만, 일반인들에겐

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라며 오픈하우스 서울이

가깝고도 먼 곳이었던 현대카드 본사 3관과 현대카드 뮤직라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이러한 기대에 반해 보

이브러리가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었다.

안이나 안전을 우려하는 건축주들이 많아 프로그램을 준비하

그 외에 건축가 오픈스튜디오, 예술가 오픈스튜디오를 마련

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사적 영역에 대한 존중이었고, 건축

하여 건축가와 작가의 예술관과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주가 원하지 않는 정보는 새어나가지 않도록 세심하게 통제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아직 한국 사회는 건축가의 역할이

하였으며, 개인집의 주소나 개인 영역, 보안상의 경계 등을 잘

나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임 대표는 의식적으로 건축가를

고려하여 루트를 설정하고, 촬영 등을 제한하여 사적영역이

조망하는 테마를 설정하여 일반인들에게 건축에 대한 인식을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막는 것에 치중했다. “우리사회가 프라

높이고자 했다. 건축가들은 이 기회를 통해 자신을 홍보할 수

이버시가 잘 지켜지고 사적영역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공적

있는 장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올해는 건축의 영역에서 예술

영역에 대한 공유가 가능할 수 있다.”라며 임 대표는 개인의

분야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여 안규철, 김병호, 김기라 작가의

프라이버시에 대해 재차 강조했다.

공을채 | REPORT 2

해 도심 전경이 펼쳐지는 옥상이

작업실이 공개되었다. 평소에 궁금했던 작가들의 작업실을 방문하여 작가의 세계관과 작가가 생활하는 공간에 대해 이

이러한 사적 영역에 대한 존중을 위해서 참여자의 관리 또한

해할 수 있었다. 앞으로 예술이나 디자인에 대한 프로그램은

중요하다. 매 프로그램마다 정해진 인원으로 운용하기 위해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사전 신청자를 받았다. 외국의 경우는 사회의 경계가 높지 않

외국의 오픈하우스 프로그램과 달리 오픈하우스 서울은 대부

기 때문에 현장신청을 통해 오픈하우스가 진행되곤 한다. 하

분의 프로그램에 건축가들이 직접 참여하여 건물에 대해 설

지만, 오픈하우스 서울의 경우 아직 프로그램이 낯설고 사회

명한다. 일반인들은 건축가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

경계가 높기 때문에 사전 신청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예약

고, 또 직접 현장에서 설명을 하기 때문에 건물의 숨은 이야기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에 비

도 들을 수 있다.

해 취소율이 늘어 운영상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신청조차 하 지 못한 사람들의 비율이 높았다. 일반인들은 건축을 직접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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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no.48 | Wide AR no.48

험할 수 있고, 건축가를 직접 만날 수 있어 적극적인 반응을

도시예요. 강경, 군산, 부산, 인천 등 이런 도시들은 기존의 도

보이고 있지만, 온라인에 강한 특정 집단에 알려지면서 올해

시들이 가진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에 오픈하우스가 가능할

는 신청기회조차 얻지 못한 일반인 참여자들이 많아 안타까

것 같아요.”라며 서울뿐만 아니라 기존 도시의 이야기를 가진

움을 더했다. 다음해부터 오픈하우스 서울에서는 블랙리스트

곳이라면 오픈하우스를 기획하고 싶다고 밝혔다.

를 관리하기로 결정했다. 프로그램 3일 이내에 취소한 사람에 대해 내년 프로그램 신청 시 우선순위에서 제외된다.

본문 사진제공|오픈하우스 서울

그에 따라 오픈하우스 서울은 새롭게 예약 신청 시스템을 구축

글|공을채(본지 외래기자)

할 예정이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기회가 갈 수 있도록 하고, 정 말 올 수 있는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서 로가 행사의 취지와 가치를 분명히 알고 참여하고, 배려한다면 더욱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가며 전 세계적으로 오픈하우스는 주로 주말에 진행한다. 주말동 안 300~1,000개에 달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도시의 문이 일제 히 열린다. 아직 오픈하우스 서울은 프로그램에 대한 인식이 낮고, 한정된 운영진이 모든 프로그램을 소화하기 위해서 7일 동안 프로그램이 겹치지 않도록 하는데 신경을 쏟고 있다. 지 금보다 더 많은 건축가 호스트들이 생기고, 운영진 없이도 프 로그램이 잘 진행된다면 외국처럼 주말을 활용해 오픈하우 스 서울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오픈하우스 서울은 외 공을채 | REPORT 2

부 후원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운영해오고 있다. 완벽한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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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갖추었을 때 독립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지만, 처음부터 누 군가와 함께 한다면, 큰 기획에 있어 독립적인 자세를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두 번의 행사를 통해 많은 것들을 경험하 게 된 임 대표는 적극적으로 후원을 받을 예정이다. 또한 “특 히 가장 매력적인 도시는 근대건축의 자산이 많이 남아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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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REPORT 3

아카이브 기관의 역할론 상고相考 ‘한국미술 전시공간의 역사’ 전 리뷰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2015년 특별기획 전시인 <한국미술전시공간의 역사>전이 지난 7월 24일 부터 10월 24일까지 홍지동 사옥 1층 전시실에서 개최되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의 흐름 속에서 대응하고 발전해 온 우리나라 ‘전시공간’에 관한 조명은 누적된 시간과 활동범 위에 비해 전반적으로 검토나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번 전시는 ‘전시공간’을 매개로 우리나 라 근현대 미술의 흐름과 역사를 조망하며 당대의 사회적, 문화적 담론의 장으로서 미술현장의 역 할과 의미를 새롭게 되짚어 보고, 공론화를 일으키기 위한 첫걸음으로서 기획된 것이다. 미술작품은 전시공간을 통해 세상에 공개되고 전시공간은 관련된 시각자료에 의해 기억을 환기시 킨다. 본 전시는 우리나라 근대식 박물관, 미술관의 구축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시각 문화공간의 초기모습 소개를 시작으로, 해방과 전후 복구시기라는 사회변화 속에 주체적으로 자리하게 되는 미술관의 모습과 활동, 그 저변에서 화랑(갤러리)의 출현과 움직임, 그리고 1990년대를 기점으로 거하여 시간순서로 개괄하고 있다. 특히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소장 자료와 더불어 여러 공공, 사립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연관 자료를 한데 모아 기획했다. 이와 같이 주제와 관련한 원천자료의 소재를 파악하여 유관기관의 협업을 통해 수집하거나 대여하여 자료의 가치를 재해석하는 행위는 아카이브 활동의 특성이라 할 수 있으며, 원천자료를 토대로 ‘한국미술전시공간의 역사’라는 주제 를 도출하여 전시를 기획하는 행위는

김태형 | REPORT 3

전시공간의 새로운 방향이 모색되며 탄생된 대안공간까지, 미술현장의 주요흐름을 실물자료에 근

아카이브 자료에 대한 활용사례이다. 본 전시는 ‘전시공간’과 관련된 사진, 신 문기사, 엽서, 도면, 리플릿, 도록 등 당 시 실물자료들을 활용하여 박물관, 미 술관, 화랑(갤러리), 대안공간이 어떻게 탄생하고 시대에 대응하며 변화하고 자 리하게 되었는지, 그 속에서 어떤 전시 활동들이 시기별로 있었는지 소개한다. 전시 자료를 대략이나마 살펴보자. 미술관과 박물관의 탄생 배경과 활동 우리나라의 미술관은 「박물관 및 미술 관 진흥법」이란 국가법령에서도 알 수

전시실 전경

있듯이 박물관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 다. 그것은 우리나라 미술관의 역사가 근대기 박람회, 그리고 일제 강점기에 운영된 박물관의 역사 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근대식 박물관의 시작은 1909년 창경궁에 문을 연 <제실박물관>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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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며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면서 <이왕가박물관>으로 명칭이 바뀐다. <이왕가박물관>은 1933년 덕수궁 석조전을 개조하여 일본의 근대 미술품을 전시한다. 이후 석조전과 연계하여 미술관의 전 시공간을 확대하는 신축계획을 진행하는데, 1936년 나카무라 요시헤이가 설계한 건축도면(청사 진)과 주요 전시공간의 사진자료 16점의 소개는 당시 전시공간의 구성방법과 공간의 형태, 그리고 다양한 전시 기법들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이와 함께 오늘날 안내 리플릿과 같은 역할을 했던 ‘이왕가미술관요람’은 미술관 내 위치와 함께 각 전시실의 내부모습, 전시작품의 설명이 표기되어 있어 당시 전시주제에 대한 표현방법이 어떤 형식을 갖고 있었는지 살펴볼 수 있게 한다. 1938년에 는 석조전을 <근대일본미술진열관>이란 이름으로 바꾸며 근대 미술품을 수집, 전시하게 되는데 특 히 1941년 열린 전시회 도록은 양화, 조각, 공예 등 다양한 자료들을 모아 분류하고 전시한 기록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 1915년 9월 11일부터 10월 31일까지 경복궁에서 ‘시정5년기념 조선물산공진회’가 열린다. 이 기간 동안 사용된 전시관은 폐막 후 용도를 변경하여 <조선총독부박물관>으로 사용된다. 당시 신축공사 설계도와 음악당 설계도는 그러한 역사적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1931년 일제강점기 당시 개성지역의 유지들에 의해 자주적으로 건립된 <개성부립박물관>은 당시 의 신축공사 설계도와 함께 고유섭 선생이 박물관의 2대 관장으로 부임하며 찍은 사진 등이 소개 되었다. 그밖에 1929년 개최된 <조선박람회장>의 건축도면, 개회식 기념메달, 파노라마 그림엽서, 흑백사진, 사진엽서 등의 전시를 통해 당시의 박람회 홍보, 행사를 기념하는 모습 등이 전시되었다. 1935년이 되면 조선총독부는 식민통치 25주년을 기념하는 박물관을 짓게 되는데 신축 계획된 과

김태형 | REPORT 3

학관, 미술관, 박물관의 건축도면이 당시의 계획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개성부립박물관 신축공사설계도.

덕수궁미술관 입면도.

1931

1936

본 전시는 이제 타인에 의해 소개되고 축적되어 온 전시공간이 광복을 맞이하며 주체적 입장에서 어떻게 발전하고 진행되었는지 보여준다. <이왕가미술관>과 <조선총독부박물관>의 소장품은 <국 립박물관>으로 이관되며 1969년 국립현대미술관 발족은 신문기사 내용이 당시의 상황을 잘 소개 해주고 있다. 그밖에 1949년 제1회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포스터, 1953년 한국전쟁 중에도 화가 들의 꾸준한 작품 활동을 소개하는 제1회 「현대미술작가전」 포스터, 1957년 국립박물관에서 개최 한 「미국현대조각 8인 작가전」 등의 포스터는 해방과 한국전쟁 등 급격한 사회변혁 속에서도 한국 미술의 활발한 활동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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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과 대안공간의 탄생과 활동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대표적 형태라고 할 수 있는 화랑(갤러리)공간은 일제강점기에 생긴 이래로 개체수가 꾸준히 증가하며 다양한 활동들이 일어난다. 그 내용은 1999년 5월 7일자 경향신문의 이 경성 인터뷰에서 잘 나타나 있다. 특히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경제 성장과 함께 이 무렵부터 미 술계는 이전보다 활발한 활동들이 일어난다. 1970년대 현대화랑을 선두로 명동화랑, 조선화랑, 진 화랑 등이 개관하였으며 1970년 「현대화랑개관기념전」, 1971년 「회화 오늘의 한국전」, 1971년 「개 관1주년기념초대전: 권진규 테라코타」, 1974년 「선화랑개관기념초대전」, 1975년 「한일화랑개관 전」 등의 리플릿은 당시의 활동모습을 잘 나타내주고 있는 증거자료이다. 하지만 경제의 호황과 불황을 교차 경험하며 오늘에 이른 우리나라의 상당수 화랑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고, 한국미술현장의 제도에 대한 깊은 성찰과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리하여 미술관, 화랑(갤러리) 등과 같은 기성제도의 형식과 전시공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작 동되며 대안공간이 탄생하게 된다. 대안공간은 변화하는 현실사회에 대응하는 세대의 새로운 인식 과 표현을 담아내며 그에 따른 새로운 철학과 담론을 형성하는 전시공간을 제시한다. 1986년 「그 림마당민 개관기념: 40대 22인전」, 1999년 「풀 개관기념전: 스며들다」, 1999년 「정수진 개인전」, 2002년 「사루비아 타임캡슐」, 2009 「대안공간 반디를 기록하다: 섬에서 반디로」 등의 리플릿 또한 대안공간의 활동모습을 잘 나타내주고 있는 증거자료이다. 그밖에 전시실의 한쪽 벽면에는 박물관과 미 술관에서 일어난 그간 의 사건과 이슈를 신문 김태형 | REPORT 3

기사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영역에는 김달진 관장 의 국립현대미술관 재 직 당시 공무원증, 미 술인 카드, 이경성 관 장의 이력서 등 개인 기록물 전시로 본 기획 전시는 마무리된다. 대략적으로 살펴보았

명동화랑.

대안공간 루프.

개관1주년기념초대전 권진규 테라코타: 건칠.

정수진 개인전.

듯이 김달진미술자료

1971

1999

박물관은 현재까지 수 집한 자료와 여러 기관 의 협조를 통해 대여 받은 자료를 선별하고 ‘한국미술전시공간의 역사’라는 주제를 도출하여 전시 라는 형태로 원천자료를 소개했다. 우리나라 근현대 전시공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미비한 상 태에서 기획된 본 전시는 한국미술의 전시 현장의 역사에 관해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담론의 발상을 제공하였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따라서 본 기획전시가 한시적 전시활동으로 종결되지 않 아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다만 본 전시가 내건 주제에 걸맞게 원천자료의 소개범위를 대상으 로 방대한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포괄적으로 접근하였는지 의문이 들었다. 또한 전시된 원천자료 는 그 특징, 생성배경, 활용된 출처 등 담겨진 내용파악을 위한 설명정보가 매우 제한적으로 표기 되어 있어 독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다보니 전시의 흐름은 선별된 원천자료에 의지한 채 몇몇의 전시공간의 소개와 활동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전시의 요소요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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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no.48 | Wide AR no.48

어느 시점에서 무엇을 전달하려는 것인지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번 전시와 같이 수집된 원천자료가 주제 연구와 활용을 목적으로 영구 보존가치가 있다고 판단되 면 (맥락)정보 수집활동이 병행되어야 한다. 대중을 상대로 결과물을 수집하여 서비스하는 도서관과 박물관, 미술관 등과 달리 아카이브 기관은 결과물과 함께 결과물이 도출되어 가는 과정과 맥락의 기 록물을 함께 수집·보존하며 객관성이 보장되는 연관정보를 함께 기록하여 하나의 컬렉션을 생성시 킨다. 그 이유는 연구자를 중심으로 연구목적의 자료제공이 아카이브 기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전시공간의 역사’를 바라봐야 하는 당위성, 그리고 시간적, 공간적 범주가 보다 구체적으로 설정되 고, 자료수집과 함께 면밀한 분석과 해석 작업이 연구자를 통해 꾸준히 진행되어야 비로소 아카이 브 연구 활동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다. 본 전시와 함께 출간된 도록은 향후 유사연구를 위한 기초자 료이다. 지속적인 자료축적과 연구를 통해 ‘전시공간’에 관한 주제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고 재 해석하는 행위가 필요하다.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공공의 문화유산자원으로서 지속적인 활용을 유도하는 것이 아카이브 기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한국 건축아카이브 기관들의 과제 앞에서 주지한 바와 같이 아카이브 기관의 핵심활동은 결과물과 함께 과정의 기록이 담긴 원천자 료를 함께 수집하고 보존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형의 가치를 지닌 원천자료를 관련 연구자에게 제 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것은 원천자료의 수집과 함께 제작의도, 특징, 생성 배경, 활용된 출처 등 객관적인 맥락정보도 함께 수집해야 함을 의미한다. 연구, 전시, 출판, 학술행사 등으로 이어지는 활용의 단계에서 자료의 정보를 명확히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축에서의 아카이브 역할도 마찬가지이다. 원천자료의 수집·보존 활동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역 사가 연결될 수 있도록 맥락정보를 구축해 나가며, 연구자에게 원천자료를 제공하는 활동을 통해 김태형 | REPORT 3

‘한국근현대건축역사’ 연구에 기반이 되는 지식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한편 현재 한국 건축계에는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기관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가기록 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역사박물관, 김중업박물관, 목천김정식문화재단 등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본 기관들은 다양한 주제와 정책을 갖고 아카이브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구, 출판, 전시, 학술행사 등을 통해 다양한 담론을 생산하고 기록하고 있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과 여러 공공, 사립기관의 협업을 통해 기획된 이번 전시를 예로 보듯이 이제 시작단계에 선 한국의 건축아카이 브 기관들도 앞으로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역할을 분담하거나 협업작업의 가능성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수집대상이 중복될 수 있거나 기관의 수집 목적에 따라 원천자료 또는 연관 자료들이 저마 다 다르게 수집되고 기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현대건축의 자료가 체계적으로 수집되 지 않은 현시점에서 유관기관과의 협력은 수집방향의 다양한 정책모색과 함께 원천자료의 정보교 류를 통해 한국현대건축사의 구축에 밑거름이 되기 위한 방안이 될 것이다. 본문 전체 사진 제공┃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글┃김태형(목천김정식문화재단 연구원) 참고 문헌 1. 제도와 정책을 통해 본 박물관 100년, 문화재 전문위원 윤태석 2. 끊  임없는 공간에의 분투, 한국 미술관의 역사, 미술사학자 조은정 3. 예  술기록 전문가의 역할과 사명,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 학원 교수 박주석 4. 아트 아카이브 관리 매뉴얼, 백남준아트센터 아키비스트 박상애 5. 현대기록학개론, T.R. Schellenberg, 이원형 옮김 6. 한  국 건축도시분야 아카이브와 박물관-향후 전망과 과제, 한양대 학교 건축학부 교수 정인하 7. 미  술관과 건축의 동반관계: 뉴욕현대미술관 건축분과의 역사와 운 영전략, 숭실대학교 건축학부 최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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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REPORT 4

건축과 감각, 건축가의 실험 ‘OUT OF THE BOX: 재료의 건축, 건축의 재료’ 전, 금호미술관, 2015. 9. 18 ~ 12. 13

금호미술관 전관에서 열리고 있는 ‘OUT OF THE BOX: 재료의 건축, 건축 의 재료’ 전은 30~40대 국내 건축가 중에서 여섯 팀을 선정하여 콘크리트를 제외한 여섯 가지의 건축적 재료의 잠재성을 발굴하고 대안적인 구축방식을 실험함으로써 재료에 대한 감각과 가능성을 확장해보고자 기획되었다 와이즈건축(장영철, 전숙희)은 일본과 중국에서 건축재료로 많이 사용되어 온 대나무가 지닌 구조 부재로서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Structure of Strips>는 대나무의 휘어지는 힘이 위로 올라가며 천천히 퍼지면서 만들어내 는 형태와 대나무의 강한 탄성력을 잡아주는 천과 엮이며 만들어내는 선적이 고 직물적인 표면이 돋보이는 구축물이다. 대나무라는 자연재료가 가진 친근 낌으로 바꿔주고 있다. 전시 작업은 수공예적인 방식을 통해 재료의 물성을 표면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도록 ‘피복’을 만들어 재료가 형성하는 공감각적 인 공간과 건축환경을 한눈에 파악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와이즈건축_Structure of Strips, 대나무살, 광목, 금속앵글, 와이어

조호건축(이정훈)이 선보인 <Waffle Valley>는 벌집Honeycomb 형태로 단면 보

이성민 | REPORT 4

함과 천이 가지는 따뜻한 촉감과 빛의 투과성이 내부 공간을 감싸 온유한 느

강된 종이판재 400장을 격자형(와플) 구조로 엮어 종이의 구조적 강성을 만들고, 다양한 행위가 펼 쳐질 무대, 평상, 놀이터와 같은 기능을 가질 수 있도록 구축물의 재료로서의 기능과 형태적 표현 을 실험하고 있다. <Waffle Valley>는 계곡의 물살에 의해 깎인 바위와 같은 자연적인 형상을 3차 원적인 볼륨과 곡면으로 재현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단일한 외피Surface를 가진 3차원의 볼륨과 곡 면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구조와 구축방식을 고려하여 2차원의 패턴으로 만들어진다. 암수 짝으 로 구성된 일정 간격의 패턴들은 공장에서 재단되어 현장에서 구축되었다. 작년에 이정훈은 송원 아트센터에서 전시되었던 <엔드리스 트라이앵글Endless Triangle>을 통해 철의 순환성과 강인하고 유

조호건축_Waffle Valley, 종이 400장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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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한 이중적인 물성을 삼차원적인 순환 체Mobius Strip의 구조적 실험을 통해 미술 관의 공간적 특성을 동시에 드러내주었 다. <와플 밸리>가 <엔드리스 트라이앵 글>보다 다양한 행위나 경험을 위한 장 치로서 공간적인 감성을 확연히 드러내 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일련 의 두 작업은 재료가 가진 물성을 발현 시키고, 재료의 구축적 성격을 발굴해 구성 단위를 만들고 이를 다양한 방식 네임리스건축_Between Heaviness and Lightness, 전벽돌 140장, 유리벽돌 80장

으로 결합하며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 그를 통해 재료가 건축물에서 확장되는 건축가의 방법론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 서 의미가 있다.

네임리스건축(나은중, 유소래)은 전벽돌과 유리벽돌을 쌓아 공간을 구획하는 일종의 벽을 만들었 다. <Between Heaviness and Lightness>는 흙의 불투명성과 유리의 투명성이 주는 상이한 감각이 벽돌을 쌓는 방식을 통해 축조되고 배열되면서 시각화된 모습과 이것이 구조체와 어떠한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유리벽돌은 벽돌을 만드는 몰드에 열에 녹인 투명한 액체들을 부어서 성형하고, 내부에 보강 철물들이 지 나갈 수 있도록 구멍을 만들어 제작하였다. 또한 이번에 만든 유리벽돌 이성민 | REPORT 4

은 최근에 온실의 기능을 가진 건물을 설계하는데 있어 공간을 분할하 는 요소로서 투명한 벽을 구축하면서 기능적으로 빛을 투과하는 재료 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실물모형이기도 하다. 네임리스건축은 ‘삼각학교’에서 유리라는 재료가 가진 투명성으로 열 린 학교의 가능성을 이야기한 바 있다. 건축가들에게 재료는 사람들이 공간을 경험하며 만나게 될 건축의 구체화된 매개체이며, 근본적인 요

건축사

소로 재료의 물성은 더 포괄적인 의미를 지닌다.

프린트

프로젝트 팀 문지방(권경민, 박천강, 최장원)이 투명 골 플라스틱을 사 용하여 구현한 <Temple Flake>는 골 방향으로는 강성을 지니고 골의 반대방향으로 유연한 곡선형태가 제작 가능한 물성을 기반으로 한다. 작품제목에서 살펴 볼 수 있듯 전통적으로 템플이 갖는 숭고하고 무거 운 느낌과 플레이크처럼 얇고 가벼운 조각의 상반되는 의미의 단어가 결합되어 있다. 다각형들의 중첩과 상부로 점점 좁아지는 탑의 형태는 거리를 조정하여 투영한 빛을 통해 재료의 투명성과 빛의 반사가 만드 는 다층적인 시각적 효과를 발산하고, 재료의 중첩되는 이미지를 생성 해 사람들의 지각을 환기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 있다. 프로젝트 팀 문지방_Temple Flake,

더_시스템 랩(김찬중)은 절곡folding 가공법으로 3차원의 스테인리스스

투명 골 플라스틱

틸 패널 177장을 조립하여 제작한 <Steel Igloo>를 전시했다. 스테인리 스스틸 패널로 이글루처럼 다각형으로 쌓아 구조적인 선들이 동심원 을 이루면서 전체적으로 힘을 전달하는 구조체를 만들었다. <Steel Igloo>의 특징은 3차원의 철재 패널이 구조와 공간을 형성하는 외피가 일체화된 형상을 갖는다는 것이다. 김찬중은 대량생산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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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에 대한 관점을 염두에 두고 기계를 이용한 산업생산 방식을 기반으로 일종의 모듈개념으로 제 작되지만, 패널은 각각의 정체성을 부여하여 건축적 감성을 만들어내는 산업적 공예란 개념을 사 용해왔다. 이번 작업에서도 모든 공정이 철저히 살바니니Slvagnini라고 하는 절곡 기계를 중심으로만 진행되었지만, 타공 프린팅을 통해서 각각의 모듈에 아이덴 티티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거 울과 같은 고도의 광택과 반사 기능을 가지는 수퍼미러로 표 면을 가공하여 기존의 철이 가 지는 물성을 감추고 이번 전시 가 끝나고 옮겨질 장소인 숲을 픽셀화된 풍경으로 패널에 타 공한 것도 고유한 물성의 한계

THE_SYSTEM LAB_Steel Igloo,

를 넘어 관찰자의 시각에 따라

스테인리스 스틸 패널 177장

시지각적 변형을 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색다른 감성을 제공하고 위해서이다. 그는 폴 스미스 플래그쉽 스토어에서 콘크리 트를 코팅해서 물성을 숨기고 해석이 다른 이미지를 만들었을 때 사람들이 물리적 환경에 호기심 을 갖고 반응한다는 것을 경험하였다. 건축의 물리적 환경에 대한 인터랙티브한 측면으로 그는 이 지점을 설계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여긴다. 건축사사무소53427(고기웅)의 <Simply Complex>는 Joints와 대량 생산된Mass Produced

선형 부재를 조합하여 만

들어낸 작품이다. 공간적인 복잡성과 다양성을 가질 수 있는 형태와 볼륨을 전시공간에 맞춰 먼저 모델링을 하 고, 그 형태를 구현해줄 재료로서3D 프린터를 이용해 3 차원 곡면을 가진 FDM수지압출적층방식 계열의 경질 건축사사무소 53427_Simply Complex, 3D 프린트 조인트 220개, 프린트 파이프 25개, 아크릴 파이프 415개

이성민 | REPORT 4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개별 생산된 연결소재Customized

의 백색의 조인트(220개)를 만들고, 기성품인 직선부재 아크릴 파이프(415개)를 다양한 방향으로 연결해 구조 적 복잡성을 효율적으로 실험하고 있다. 이번 작업은 접 착제를 사용하지 않는 드라이 공법으로 제작하였고, 트

러스와 유사한 구조물로 발전되어 표면과 깊이, 내부와 외부와 같은 지각을 벗어나 좀 더 실재적인 구축물로서 재료의 사용을 보여준다. 케네스 프램톤이 말한 것처럼 건축의 물질성은 가시적 특성에만 제한되는 것이 아니고 모든 감성 들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현대건축에서의 재료에 대한 확장된 의미로서 건축가들이 재료의 물성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는 방식이나, 내외부 환경과 어떻게 상호관계를 맺으며 공간 적 감성을 만들고, 인간의 감각에 의해 지각되도록 구축하고 형상화하는가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 특히 관찰자의 동선에 따른 시지각적 변형을 고려해 재료의 본성을 감추거나 해석이 다른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더한다. 본문 전체 사진│ 전진삼(본지 발행인) 글│이성민(독립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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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REPORT 5

건축사; 한국건축사; 현대건축의 한국 “역사가 삶에 봉사하는 만큼, 우리도 역사에 봉사할 것이다.” -니체, 반시대적고찰 II, 삶에 대한 역사의 공과, 1874

1. 지난 10월 10일, 그리고 9월 19일 한국건축사학의 성과와 방향을 논의하 는 두 행사가 있었다. 후자는 한국건축역사학회가 주관한 것이었고, 전자 의 행사는 정림건축문화재단에서 텐이슈의 7번째로 기획한 토론회였다. 역사 서술은 그 지향점이 과거가 아니라 내일이라야 의미와 가치가 있다. 그리고 그 내용은 무엇보다도 ‘삶’이다. 이 역사가 건축이라는 이름을 가지

<광복70년, 건축사학 70년>, 사진 김영철

고 있는 만큼, 이는 건축적 삶, 즉 건축이 목적하는 삶을 말하려고 한다. 그 서술과 문제 제기는 인정을 하든지 안 하든지 상관없이 오늘을 사는 우리 가 하는 것이다. 역사가 현재의 입장에 서지 않고 오히려 절대적 가치의 사료와 구성 원리로만 작 동한다고 믿는 역사가의 역사서술은 오늘날처럼 다원과 세속화의 시대에서는 상대적 가치만을 대 변하기 때문에 결국 시대성을 부정하는 결과일 수밖에 없다. 과연 ‘건축이 목적하는 삶’이 가능하 김영철 | REPORT 5

다면 어떻게, 그리고 누구에 의해서 가능한가? 두 토론회에서의 질문과 답을 다시 듣고자 한다. 2. <광복70년, 건축사학70년> (한국건축역사학회, 2015년 9월 학술세미나) 주제 발표에서는 한국건 축사 서술을 위해 해방 이후 처음 한국인이 시도한 것이 목조건축 수리분야 전문기술자였던 이한 철의 <조선건축사개론> (이한철, 조선건축, 1947년 8월호)이었다고 전하고 있다.주1 이 역사서술은 서론과 개설에 머물러 완성되지 못했지만, 그가 남긴 작품은 미학의 관점보다는 기술사적 측면에 서의 한국건축사였고, 한국건축을 구체적으로 지리, 기후뿐만 아니라 사회, 종교, 역사, 그리고 ‘세 계건축예술사’와의 상호관계를 통해서 가시화하려고 했다고 한다. 이것은 한국건축사서술에서 의 미 있는 시작이었음이 틀림없다. 그가 과거 일본인들의 역사연구들을 참고하였고 구체적인 사료들 을 자신이 이해한 구조와 기술이 말하도록 서술하고 있으니, 고유섭의 『조선미술건축사초고』와 함 께 중요한 성과이다. 그리고 이 이후 역사서술은 행사의 발표자들이 인용하거나 인정한 것처럼 주 로 통사류의 한국건축사이다. 이를 위해 윤장섭 교수의 『한국건축사』(1973)가 대표적으로 거론되 며, 기조연설의 김동욱 교수는 ‘한국건축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보는 기본적인 텍스트’ 라고 평가하였다. 그리고 조선시대 부분은 참신하고 새로운 견해라고 하며 이 서술을 긍정적으로 부각했다. 그런데 최신 증보판 서술의 첫 부분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건축문화는 원시시대에 사람들이 미개하고 단순한 형태로 생활했을 때부터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사람의 생활양상이 점차 발전되어 다양화해 짐에 따라 개인적, 사회적, 국가적 또는 종교적 활동에 대응할 수 있는 건축공간을 준비하여 오는 역사적인 진전과정을 통해서 건축기술이 발달되고, 건

주1. 한동수, 한국건축역사연구 70년, 그 과유불급, in: 한국건축역사학회, ‘광 복70년, 건축사학70년’, 한국건축역사학회 2015년9월 광복 70년 기념 학술세미나, 한국건축역사학회, 2015.09.,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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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문화의 내용이 많은 발전을 하게 되었다.” 주2 이 문장으로 한국건축의 역사서술이 시작된다면, 여기에서 몇 가지 해명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우 선, 미개하고 단순한 형태로 살던 원시시대 사람들이 한국인인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 들이 생활하기 위해 구축했던 주거지-궁산리, 암사동 등-가 건축의 공간으로서 작품이라고 이해 될 근거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외부의 위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시설임에는 분명하지만, 건축 역사 서술을 위한 사료로서의 작품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채워져야 할 의미의 영역이 남아있다. 무 엇보다도 그들과의 대화가 가능해야 한다. 그들이 남겨놓은 생각과 정서의 기록이 없고, 그들의 생 리 구조에 대한 이해도 없다면, 건축물은 위요와 구축물이면 충분하다는 전제를 갖고 건축의 역사 를 서술하게 된다. 여기서 고고학의 영역과 건축의 영역이 동일시 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펩 스너의 『유럽건축사개관』은 그리스 신전으로부터 시작하지만, 지면이 허락하지 않아서 원시 주거 뿐만 아니라,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건축을 서술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그의 사관이 건축교육이 끼친 영향을 생각할 때, 그의 역사서술은 되새겨볼 만한 가치가 있다. 3. 이한철의 시도처럼, 한국건축의 역사를 전승된 건축작품들의 복원과 수리 과정에서 체득된 기술과 구축논리에 근거해서 서술했다고 하면, 이는 과학기술사의 하나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것으로 인정되고 계승될 가치가 있다. 물론 그가 ‘고건축보존공사보고서’를 기초로 했을 때, 해당 건축물의 선행 구조와 재료, 영조의 법식을 얼마나 이해했으며, 또 이를 바탕으로 재현하려고 했던 원형은 어느 시점까지 되돌려지는지, 또 이 문제 해명을 위해서 보고서에서는 어떤 사료들이 말하 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그의 사후에서 일어났던 것처럼, 건축 이외의 목적, 즉 정치권의 요구, 혹은 문화가 상품으로 전락하는 과정이 작품들의 형식에 폭력을 가했던 불행한 사태가 그의 후로 건축사연구에 뜻하는 자에게 일개의 사석’을 놓겠다고 했으니, 그의 의지가 순수하다.주3 한국 인에 의해 본격적으로 한국건축사가 서술되기 시작했을 무렵 1961년의 숭례문 수리, 1969년 봉정 사 극락전 해체 복원 등, 문화재의 복원 사업이 학문으로서의 발전토대가 되었다고 한다.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이 복원 준비와 실행 과정이 엄밀하고 체계적으로 조직되어 전통건축의 형식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할 것이다. 그런데 결과가 이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소리는 곳곳에서 쉽게 들을

김영철 | REPORT 5

역사적 연구를 강요한 것은 아니었다. ‘조선건축의 엄숙한 존재의 의의 인식에 도움’이 되도록, ‘금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 건축사 연구가 조선총독부 주관의 수리공사와 이때 연구자료의 축적으로 가능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반면, 해방 이후 건축문화재 보존 과정에서 수리공사보고서 발간 이 체계화되지 못했다고 한다. 실물 문화재의 조사와 연구, 기록보존이 아니라 정치적 상황과 같은 외적 주체가 해당 건축물의 건축사적 가치를 밝혀내기도 전에 먼저 보수의 형식을 강요했는데 이 것이 건축사 서술의 기반이 되었다는 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마지막 발표자 국립문화재연 구소의 강현 박사는 공공(정부)의 요구 수행은 절박한 일이지만, 정작 실행의 근거가 되어야 할 건 축역사학적 성과는 주어져 있지 않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 상황은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고 한다. “문화재의 보존은 건축사 연구를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주4 4. 강현 박사의 주장은 한국건축사연구의 방법 차원에서 또 하나의 문제를 보여준다. 한국전통건축의 연구와 서술을 가능하게 했던 외적 요인이 문화재로서의 건축물 보존이었고, 그의 보존은 건축역

주2.

주4.

윤장섭, 최신증보판 한국의 건축, 서울: 서울대학교출판부, 2008, p.1.

강현, 문화재와 한국건축역사연구, in: 한국건축역사학회, ‘광복70년, 건 축사학70년’, 한국건축역사학회 2015년9월 광복 70년 기념 학술세미나,

주3.

한국건축역사학회, 2015.09., p.61.

한동수, 한국건축역사연구 70년, 그 과유불급, p.16.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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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연구의 성과에 기대야 한다고 하니, 이 연결고리를 벗어나게 되면 현존 하는 전통 건축물들은 구조체의 대체이거나 외형의 보존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이 맥락에서 김동욱 교수의 주장, 즉 ‘건축사학과 건축물 보존학의 독립’은 그에게 설득력이 없는 것처럼 들린다. 그 두 학문에서 역 사학은 그 목표가 건축물의 시대적 해석과 그 가치의 평가로 귀결되지만, 건축물 보존은 과학에 근거한 보존의 기술에 근거한다. 강현 박사의 주장 은 두 영역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호의존 관계를 맺어야 하는 이유가 보 존이라는 이름 아래 알려지지 않은 건축물의 원형이나 유적의 원형을 다 시 생산해내는 일의 반복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이 과 연 비역사적인가? 5. “한국건축사학, 환부작신換腐作新의 길을 모색한다”(정림건축문화재단, 텐이 슈)의 주제에는 결연한 의지가 보인다. 사료의 부족이나 엄밀, 사관의 대립 <한국건축사학, 환부작신의 길을 모색한다>, 사진 전진삼

이 아니라, 어쩌면 삶을 불능으로 번지게 할 ‘부패’를 보고 있다. 암으로 자 라게 될지도 모를 이 부분의 문제를 그런데 한국건축역사서술과 교육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학자들이 함께 인식하고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한국건축이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역사의 흐름 속에서 상호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변화하고 발전 해 왔다면, 한국 건축의 독자성이 동아시아의 것과 혹은 서구의 것과 크게 나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역사가는 한국성의 본질 혹은 실체가 있다고 하며, 다른 사가들은 이 문제의식이 오히려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한다. 이 관점에서 ‘경계를 넘어’야 한다는 박경립 교수의 생각은 현 공을채 | REPORT 5

재 새로운 한국건축의 세대에게 더 많은 공감을 얻을 것 같다. 시대구분의 시간 경계도 넘어야 하 고, 동서 지역 구분의 경계도 넘어야 할 뿐만 아니라, 학제간 전공의 구별도 넘어서야 한다는 주장 은 역사학과 그 성과의 수용을 위해 더 큰 자유를 보장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이러한 자세가 한 세 기 넘는 시간 동안 개진하려고 많은 희생과 노력이 있었던 모던의 이념이다. 새로워지려는 의식은 현재의 의식과 함께하며, 동시에 역사적 선례들에 대면하는 의식이기도 하다. 경계를 넘어서는 것 은 여러 다른 시대, 여러 다른 문명의 가치와 대결하는 과정에서 오늘의 의식이 현재성을 넘어서는 것이며, 보편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정신의 가능성임이 분명하다. 나를 우리와 동일시하고, 우리를 역사적 실체로 인식하는 것은 역사의 의미이자 교훈이며, 무엇보다도 건축이 이를 보편적으로 보 여준다. 6. 한국성은 발화자를 우리가 아닌 ‘나’로 한정하고, 또 이것으로 회귀하려는 독특한 의식이 작동할 때에만 의미가 있다. 그런데 ‘우리’가 건축에서 사태의 주체가 되면 나는 ‘나’ 이외의 타자를 설정하 는 경우이고, 이때 나는 나를 넘어서는 더 큰 주체를 나와 동일시한다. 따라서 모순이 발생하고 비 약이 자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인식과 학문은 이 방식을 벗어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를 진리로 여긴다. 역사도 마찬가지여서, 사료는 스스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말하도록 강요 되며, 이로서 자신의 영역을 벗어난다. 한국건축의 역사가 우리의 시대를 가능하게 하는 ‘과학과 기술’이라는 이름의 주인에게 말을 건네 는 하나의 독특한 방식에 이르게 되면, 그때는 번역이 가능한 건축의 역사가 될 것이다. ‘과학과 기 술’이 어떤 자재를 필요로 하고, 또 어떤 모양을 요구하는지는 우리 한국건축에게 여전히 남겨진 숙제이다. 글┃김영철(간향클럽 자문위원, 배재대학교 주시경대학 교양교육부 교수, 건축평론동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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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REPORT 6

다시(Re-), 대한민국건축문화제 2015년 10월 21일~25일, 문화역서울 284

‘짓는다’라는 가치를 건축에 부여하고,

올해의 주제 ‘Re-, 시대를 짓다’는 이 시대의 화두인 재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Re-, 시

담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와 인간관계를 회복시키는 관계가치를 탐

대를 짓다’라는 주제아래 2015 대한민

구한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주최측의 자료에 의하면 ‘짓다’라는 것은

국건축문화제가 문화역서울 284 전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를 의미하지 않는다. 약을 짓거나, 옷을 짓

에서 닷새에 걸쳐 개최되었다. 문화체

다 같은 정성스럽게 가꾼다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접두어 ‘Re’를 통

육관광부(장관 김종덕)의 공식후원으

해 다시 한 번 이 시대를 생각해 보자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로 (사)한국건축가협회(회장 한종률) 행사 개관

일반전시프로그램과 특별전시, 세미나

전체 행사주제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주제기획전

및 강연회, 시민참여프로그램과 주제기

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사운드 디자이너 신성아와 철학자 이진경, 진

획전 등으로 나눠서 진행되었다.

화심리학자 전중환, 건축가 조택연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을채 | REPORT 6

가 개최하는 연례행사다. 금회 행사는

주제기획전

모여 ‘Re-, 시대를 짓다’에 대한 논의의 수위를 높였다. 주제기획전 기획자 이주연(건축평론가)은 “금번 주제는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시대상에서 주목되는, 기존 질서에 대한 인식의 변화 를 새로운 기운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재생”의 개념을 사회문화사적 시선으로 포 착하고 ‘문명의 진화와 변이’로 집약된 언어를 도출하여 시대를 짓는 결정체인 문명은 인간을 중심 테제로 한 당대문화와 사회상을 드러내는 핵심적 명제로 정의했다. 덧붙여 다양하고 복잡한 인간 행태를 담고 있는 도시와 건축의 실체 안에서 거듭나고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5 대한민국건축대전 일반공모전도 ‘재생, 삶의 가치와 맥락을 잇다Re-Born Connecting urban life’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건축 환경을 이야기하는 도시보다는 재생이라는 구체적인 방법론에 주목한 이 번 공모전에 총 701작품이 응모했고 3차에 걸친 심사를 통해 최종 선정된 60개의 작품을 전시했 다. 기성 건축가들이 참여한 전시로는 올해의 건축가 100인 국제전과 한국건축가협회상 수상작 전 시가 열렸다. 올해의 건축가 100인 국제전은 국내건축가 뿐만 아니라 해외건축가들도 여럿 참여 하였는데 현대건축의 트렌드를 한 곳에서 살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2년 앞으로 다가온 2017 UIA 서울세계건축대회 특별전이 함께 열렸다. 지난해 2014 더반세계건축대회에 선보인 서 울관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분리 및 재조립이 가능한 형태의 홍보관을 선보였다. 이를 제작한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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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건축가 100인전

영아, 이강준은 Formex 구조를 액자화하여 기존의 전시개념을 유지하면서 위아래 철물 및 바닥과 의 조합에 따라 분리, 재설치 및 변형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번 건축문화제에서는 특히 지역건축가에게도 눈을 돌렸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준공된 지 역 건축물 중 각 지역 건축가회별 선정위원회가 선정한 우수 작품 3점씩을 전시했다. 지역별 완성 도의 편차는 있었지만, 물리적 거리로 인해 우수한 작품을 접할 수 없었던 관람객들에게 지역 건축 의 이해를 돕는 전시였다.

공을채 | REPORT 6

주 행사가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리는 만큼 장소성을 고려한 프로그램도 눈에 띄었다. 문화역서울 284를 소재로 작업한 사진작가 방진원, 이영섭, 이원철, 이익재, 장서희, 전혜지, 정정호, 조은강의 작품들을 통해서 서울역이라는 공간의 날줄과 그 위에 흘러간 시간의 씨줄이 엮어낸 이야기가 그 렇다. 관람객들은 생소한 서울역을 만나게 되고, 낯섦으로부터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1년 동안의 서울역 모습을 엮어 서울역 모자이크 사진위에 건축의 미래와 희망의 메시지를 덧씌우 는 시민 참여 이벤트도 함께 진행했다. 변화의 모색 올해 대한민국건축문화제에는 색다른 볼거리가 등장했다. 그중 플리마켓(건축가들의 벼룩시장)과 건축가의 서재는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플리마켓에서는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과 디 자인 서적을 판매했다. 건축가의 서재는 실제로 건축가가 아끼던 책, 스케치, 기념품, 엽서, 사진 등을 전시해 놓고, 다른 소장품과 서로 교환하거나 구매가 가능하도록 꾸며놓았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건축가의 공간을 상상해볼 수 있었고, 소장품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 밖에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새건축사협의회와 한국건축가협회, 한국여성건축가협회가 주관하는 젊은 건축가상 전시와 젊은 건축가의 밤 행사,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열리는 꿈다 락토요문화학교 전시가 열렸다. 볼거리, 체험거리와 더불어 다양한 세미나도 함께 개최되었다. 친환경건축 및 인증위원회에서 진 행한 녹색건축 촉진을 위한 정책과 설계기술세미나에서는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녹색건 축 실용화를 위해 앞장서서 지식과 실무를 쌓아야 함을 강조했다. 역사(전통건축)위원회에서는 김 봉렬(한예종 총장, 건축사학자) 교수를 초청하여 건축가에게 건축역사가 갖는 중요성에 대해 환기 시키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또한 도시재생 ‘문화지형’찾기 세미나를 통해 도시의 근간을 이루고 있 는 원리를 이해하는 기획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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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대한민국건축대전 일반공모전

문화역서울 284 야경

이번 2015 대한민국건축문화제(위원장 박민철)는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적합한 장소에서 진 행되었다. 하지만, 잇따른 집회와 행사 등으로 연일 문화역서울 284 밖은 시끄러웠고, 그 통에 전시 를 집중해서 관람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또한 관람객들의 참여형 부대행사들이 준비되었 지만,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상존하는 문제점 매년 이맘때면 전국각지에서 다양한 결의 건축문화제 행사들이 동시다발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각 지역이 가진 특성을 보이기보다는 보여주기식의 전시가 대부분 주를 이룬다. 각 지역 지자체가 주 다. 각각의 건축문화제들은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때로는 그 주제와 전혀 다른 언어의 전시가 이 루어지기도 한다. 행사의 양적성장에 비해 내용적으로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이는 이유다. 행사를 보고, 체험하며 즐기러 온 일반인에게 건축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동시에 건축문화제에 걸맞는 건축가(또는 건축사)들의 자기 표현 등의 방식에도 개선의 여지가 많 다. 이제는 건축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시대다. 스토리를 가지고 건축을 전시하고, 보여준다면, 조

공을채 | REPORT 6

는 건축상, 어린이 건축학교, 건축공모전 시상방식 등은 매년, 어느 곳이든 큰 차이가 없이 진행된

금 더 가까이 대중 앞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마지못해 하는 연례행사처럼, 혹은 습관처럼 건축 문화제가 진행된다면, 쏟는 에너지에 비해 반향은 시들해질 것이 뻔하다. 그 면에서 금번 대한민국 건축문화제도 자유롭지는 못하다. 대부분의 건축문화제들이 공들인 것에 비해 속빈강정이 되었다는 소리를 듣는다. 어렵게 행사를 준비한 사람들 스스로는 서로에게 관대해지려는 습속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하기에 행사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린다면 당사자들에겐 잔인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금번 대한민국 건축문화제가 상징적으로 그 실체를 보여주었듯 내용적으로 전문가 그룹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 제대로 다가간 행사가 되었는지 다시 물어볼 차례다. 짧은 전시기간, 건축가들만의 리그, 건축가 태 반이 외면하는 축제, 등등 들려오는 비판의 소리도 작지 않다. 명실상부 국내 최고 건축가 단체가 운영하는 건축문화제란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기에 외부에서의 바람은 높을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건축문화제의 성격과 프로그램 전반에 이르는 재(Re-) 규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본문 사진제공┃(사)한국건축가협회 글┃공을채(본지 외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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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REPORT 7

건축을 품고 떠난 건축전문기자 구본준, 사후 1년

10월의 마지막 날, 구본

그를 통해 작성한 건축

준 기자는 천국에서 생일

계 기사는 약 172개(블

을 맞이했다. 그를 알고

로그 추상)로 평균 조회

있는 사람들은 소셜 미디

수만 15,000여 건이 넘

어를 통해 생일을 축하했

는다.

2014년 11월 12일 오후,

《SPACE》(통권 545호)

머나먼 이탈리아에서 청

에서 ‘대중매체에 투영

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

된 건축의 표상’을 주제

해졌다. 같은 날 새벽까

로 일간지와 방송, 전문

지만 해도 ‘멍하게 방 배

지를 비교한 기획기사

회 중. 아쿠아 알타의 계

에 따르면 일간지 기사

절‘이라며, 사진을 올렸

에 등장한 다수의 연결

던 그가 심장마비로 사

고리를 가진 핵심어는

망했다는 소식이었다. 그

‘집’이라고 했다. 이 기 사진 변순철

공을채 | REPORT 7

고, 그를 그리워했다.

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KPF 디플로마-건축문 화재 보존과 복원과정’ 단기교육과정에 참여해

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간지 기사는 독자가 궁금해 하는 내용에 대 해 취재하기 때문에, 그

마지막 베네치아 일정을 거의 마친 참이었다. 일행과 밤까지

주제가 한정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구본준 기자가 작성한 기

어울리고 호텔방으로 돌아간 그는 아침이 되도록 깨어나지

사를 보면, 전문지 못지않은 건축의 다양한 소식들을 담고 있

않았다.

다. 파사드, 전통건축, 해외건축, 사옥, 주유소 등 겹치는 주제 없이 건축의 세세한 부분까지도 그의 관심사였다. 그가 다양

구본준의 건축 글쓰기

한 층위의 기사를 작성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건축에 대한

그의 이름 앞에는 건축전문기자라는 말이 붙는다. 《ARENA》

애정이 깊었기 때문이다.

와의 인터뷰를 통해 “건축에 관심이 있었지만, 문화부 기자가

구본준은 건축에 대한 책을 끊임없이 읽고, 또 공부했으며,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건축에 대한 관심이 정말 많았고,

건축계의 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건축잡지 기자 출

신문에서 건축 기사를 잘 다루지 않아서, 써보고 싶었다.”라

신의 임진영(오픈하우스 서울) 대표는 “구본준 기자는 건축

고 밝혔다. 사실 그는 만화, 출판, 가구, 음악, 여행 등 다양한

계 전시가 있거나 강연이 있을 때 꼭 나타났다. 현장에서 건

분야에 관심이 많았지만, 유독 건축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축에 대해 더 알려고 하고,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건 축을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소화하려고 노력했던 분이다.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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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한겨레신문은 물론, 블로그, 웹진 등 글의 주제

축계 안에 들어와서 건축계를 관찰하고 분석하고 소식을 전

가 건축이라면, 어디든 그의 기사가 게재되었다. 그가 블로

해주는 것과 밖에서 건축계를 바라보고 기사화하는 것의 온


도 차는 크다고 생각한다. 그 간극을 메워준 사람이다.”라며

고 나면 기쁨이 깃든 건물도, 분노가 담긴 건물도, 겉으로는

구본준 기자의 남다른 건축계 애정에 대해 전했다.

이상해 보였던 건축도 모두 아름답게 보였다.”

그 또한 처음부터 건축에 대한 기사를 쓰기는 어려웠을 것이

구본준 없는 건축계

다. 건축은 다른 학문에 비해서도 전문적 용어들이 많기 때문

구본준 기자는 세인의 관심밖에 머물렀던 건축 분야를 일간

이다. 《SPACE》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건축을 전공하지 않았

지 문화지면의 주요 콘텐츠로 가져왔다. 단순히 건축의 전시

기 때문에 건축 전문 용어에 대해 정확히 알기 어렵고, 실내

와 수상소식을 전하던 일간지 지면이 건축과 건축가에 대한

공간을 묘사하기가 어렵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

이야기로 가득 차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KT&G나, 세상을

럼에도 그가 대중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많은 건축

바꾸는 10분 강의 등에서 꾸준히 건축과 글쓰기에 대한 강의

계의 언어를 대중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번역해주는 번

를 병행하면서 대중과 밀접하게 소통했다. 그로써 건축계에

역기와 같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끼친 구본준의 영향력은 매우 컸다.

땅콩집 신화의 주역

전술한 《SPACE》와 인터뷰에서 그는 “건축은 누구나 쉽게 접

그의 건축에 대한 열정은 집짓기로도 이어졌다. 건축가 이현

할 수 있는 공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건축에 관

욱과 구본준은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집을 합자형식

한 관심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의 관

으로 만들었다. 당시 아파트 전셋값 수준의 돈으로 한 필지에

심 분야가 미술에서 디자인 그리고 건축으로 넘어가는 순서

두 집이 살 수 있는 땅콩집을 만들어 함께 살게 되었다. 이를

는 당연한 현상이다. 건축은 공학, 예술, 인문적인 요소를 모

기록한 『두 남자의 집짓기』의 출판을 통해 아파트가 현실적

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인식 수준의 마지막에

으로 유일한 주거 형태가 되어 버렸다는 그릇된 사회의 통념

있다.”라고 밝힌 적이 있다. 반면에 현장의 기자로서 건축계

과 단독주택에 대한 여러 편견을 일거에 날려버렸다. 한 필지

의 고질적인 문제점도 망설임 없이 지적했다. 타 분야는 곧장

에 단독주택 두 채를, 목구조로 1개월 내에 저렴하게 짓는다

기사로 전용할 수 있는 보도 자료를 담당 기자에게 배포해 기

는 발상의 전환은 아파트값과 금리에 저당 잡힌 도시인들에

사작성이 편리하여 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건축

게 새로운 생각을 펼치게 해준 것이다.

가들은 대중매체에 접해본 경험이 많지 않아 보도 자료를 배

땅콩집은 두 사람에게도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이현욱

포하는 건축가가 없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가 말한 것처럼

은 건축가로서 유명세를 탔고, 구본준 기자도 책을 통해 건축

건축은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는 분야임에도 대중매체

전문기자로서 발돋움하게 되었다. 이현욱은 한겨레신문에서

에 대한 인식이 넓지 않아서 불이익을 당해온 것이다.

“땅콩집 구상을 끝낸 것은 둘이 함께 캄보디아를 다녀오던 비 행기 안이었다. 심야의 컴컴한 비행기 안에서 땅콩집 구상 끝

구본준이 우리 곁에 있었다면

에 흥분해 떠들다 옆자리 승객들과 승무원들로부터 면박을

그가 떠난 지금도, 일간지에 건축기사가 등장하고 있다. 그전

당하면서도 서로 마주 보고 킥킥거리던 그 날이 이제는 견딜

보다 건축을 소개하는 층이 넓진 않지만, 건축에 관한 관심은

수 없을 만큼 그립다”라며 그와의 추억 한 토막을 살짝 내비

여전하다. 또 건축에 관한 책들도 많아졌다.

쳤다.

그의 대학원 지도교수였던 김성홍(서울시립대 건축학과) 교

공을채 | REPORT 7

WIDE REP0RT

수는 “그의 빈자리는 너무 크다. 문화부 기자가 쓰는 기사 건축책의 저자 구본준

와 건축전문인으로서 자기 색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은 차이

그는 꾸준히 건축에 관한 책을 내기도 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가 있다. 구본준 정도의 지식과 정보,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

『별난 기자 본본, 우리 건축에 푹 빠지다』, 『누가 집을 지었을

이 (신문사 내부에서) 권한과 (건축계 내) 위상을 동시에 가

까?』를 집필했다. 그리고 2013년 ‘저 (건축계에) 데뷔했습니

지기까지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라며 구본준의 부재를

다. 『마음을 품은 집』으로’라며 너스레 떨던 그는 사람의 가

아쉬워했다. “2012년 빈센트 스컬리 건축비평상Vincent Scully

장 기본적인 감정인 희로애락을 통해 건축의 이야기를 담았

Prize 을

다. 그는 블로그를 통해 건축을 알게 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커》의 건축 비평가로 1997년부터 유명 칼럼 「스카이 라인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밝혔다. 유

SKYLINE」을 연재한 미국 최고의 건축 비평가 중 한 사람이

작으로 남은 『마음을 품은 집』 머리말에 이런 글을 남겼다.

다. 구본준 기자가 그와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했다. 무거운

“처음에는 디자인이 멋지고 근사한 건축이 좋았다. 하지만 눈

학술적인 글이 아닌 글쓴이의 건축적 견해가 담긴 글을 구본

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집에 담긴 이야기를 알게

준 기자가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된다면 연구를 하

되면서 건축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중략)... 이야기를 듣

는 사람들 보다 더욱 건축계에 기여하는 부분이 클 거란 생각

수상한 폴 골드버거Paul Goldberger가 있다. 그는 《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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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no.48 | Wide AR no.48

이 들었다. 그래서 (박사과정) 교육은 강하게 하려고 했다”라

추도식이 유족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구본준 기자를 기

며 그와 함께 꿈꾸었던 일간지 건축전문기자를 넘어 건축 비

리는 의미에서 진행하려던 일련의 과제들은 추도식 이후 조

평가로서의 그의 막중한 존재가 스러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

금 더 깊이 논의될 예정이다. 그가 지금까지 블로그, 잡지 등

을 전했다.

을 통해 여러 곳에 발표한 글과 미발표 글까지 함께 아카이브 를 구축하고 출판을 계획하고 있고, 골목길마다 아이들을 위

구본준 기자를 기억하는 사람들

한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주고 싶어 했던 그의 꿈을 실현시키

구본준 기자와 어떻게 친해졌느냐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는 방안을 궁리하는 중이다. 그리고 그가 생전에 관심을 가졌

한결같이 어느 순간 그가 자기 곁에 다가와 있었다고 이야기

던 사진, 건축, 만화, 그래픽 분야에 큰 기여를 한 인물을 해마

한다. 김일현(경희대) 교수는 “구본준 기자는 워낙 사람들과

나 선정해 수여하는 ‘본본문화상’도 본격적으로 점화할 예정

금방 친해지고,., 사람들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간다.”라며 그

이다. 이 같은 일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뜻을 같이 하고자 했

를 회상했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나간 지 1년이 되어가지만 아

던 150여 명의 본본(구본준의 예명)의 친구들이 함께 진행할

직 많은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

예정이다.

누군가는 그와 나누었던 메시지를 캡처해서 그를 그리워하기 도 하고, 그와 함께 들었던 음악, 그가 했던 말 한마디를 떠올

취재를 시작하면서 그의 발자취를 최대한 많이 좇아 붙고자

리며 그를 기억해냈다.

했다. 이 글 하나에 그가 했던 많은 일들을 담아낸다는 것은 애초부터 욕심이었다. 그의 방대한 글과 취재동선 앞에 건축

공을채 | REPORT 7

“각기 자신만의 시간을 산다. 단지 지금 이 순간 모

기자로서 타이틀을 달고 있는 나의 모습을 새삼 돌아보게 되

두가 같은 공간에 잠시 공존할 뿐이다. 그래서 인연이 더욱

었다.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다시 건축계에 그 같은 사람이

소중한 모양이다, 라며 이를 겁이라고 부른다고 알려줬던 친

나타날 수 있을까? 아마도 상당 기간은 그와 똑같이 해낼 수

구를 기억하며.,,”(김일현, 경희대 교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끼어들었다. 그는 건축계

“그의 글을 보면 항상 따스한 관점을 기반으로 써낸

에 ‘갑자기 등장한’ 특별한 사람이었다. 아마도 그는 부인할

다...(중략)...구본준은 긍정을 보려 노력했고, 부족함이 보여

것이 자명하지만. 당장은 어렵겠지만 기자로서 그가 보여준

도 진심어린 응원을 택했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진심어

인간미와 언론인의 자세를 겸비한 제2, 제3의 건축전문기자

린 응원을 택했다. 그가 더욱 더 아까운 요즘의 건축판이다.”

구본준의 등장은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그가 앞서서 길을 내

(김용관, 건축사진작가 겸 DOCUMENTUM 발행인)

주었고 그의 존재를 기억하는 후배들이 있기에.

“본본! 어젯밤 왜 왔니? 갑자기 나타나 내게 이런저

런 말을 분명 던졌는데 도무지 생각나질 않네. 그 특유의 표

『마음을 품은 집』에서 그가 쓴 글 한 구절을 옮기며 마무리

정 너무나 생생해 한편으로 반갑고 한편으로는 당혹스러웠어

하고자 한다. 철학적 사변이되 더할 수 없이 친근한 문장으로

알잖아.”(이창곤, 한겨레신문 동료 기자)

완성된 글은 대상은 다르지만 그가 쓸려 간 마지막 삶의 모습 을 예고하는 듯한 느낌이 담겨 있어서 더욱 애절하다.

그는 항상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냈고, 공의에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건축에서 공공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구본준

“건축은 삶을 담지만, 죽음을 담기도 한다. 그렇지만 죽음

은 건축계에서도 특이한 유형의 사람이었다. 사람들과 친밀

을 담는 건축 역시 죽은 자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남아 있

하게 지내다 보면 상대방에 대한 부도덕한 면도 보게 되지만,

는 산자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결국 삶을 담는 곳이 된

그런 면은 적절히 지워버리고, 다

다...(중략)...죽음으로 삶을 담

른 시점에서 건물을 바라보려 노

고, 산자와 죽은 자를 잇는 이

력했다. 그래서인가 그의 글은 건

건축물 아닌 건축물은 지워지

축계에서 더욱 사랑받았고, 대중

면서 완성되는 새로운 개념의

적이었던 것 같다. 남들이 보지 못

공간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하는 건축의 이면을 글로 썼기 때 문이다.

11월 12일 구본준 기자의 1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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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을채

고故 구본준 기자 1주기

글|공을채(본지 외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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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REPORT8 STRONG ARCHITECT 10 | 조성룡

건축의 변환과 재생 Architectural Transformation and Regeneration

조성룡 조성룡도시건축 대표 건축가, 현 성균건축도시설계원 석좌 초빙교수. 1944년 일본도쿄 출생으로 인하공대 건축과와 대 학원을 졸업했다. 1975년 우원건축 설립, 1983년 서울 아시 아경기대회 선수촌 및 기념공원 국제 설계경기에 당선하면 서 본격적으로 건축가의 길에 들어섰다. 광주 의재미술관, 서울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 한강 선유도공원, 해인사 신행 문화도량 설계경기에서 1등 당선하였고, 1987년 서울시건축 상, 1993년과 2003년 한국건축가협회상과 김수근문화상을 수상했다. 공동 저작으로 『디자인 사전』, 『정보화 사회의 건 축가』, 『건축이란 무엇인가』가 있으며, <마당의 사상-신세대 의 한국 건축 3인전>(일본 동경 Gallery MA, 1989),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이탈리아, 2002)에 초대되었고, 2006년에는 동 전시회의 한국관 커미셔너를 역임했다. 2014

건축의 보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매우 높아지는 세상이다. 역사적으로 오래되었거나 예술 문화 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의 보존이라는 개념뿐 아니라 건축자체의 보존이라는 본질적 의미를 진지하 게 생각해 볼 때이다. 현대사회의 긴급한 문제인 지구환경과도 연결되어 어떻게 남겨진 건물을 부 수지 않고 계속 쓸 수 있는가 라는 관점은 지금까지 유명건축을 보호한다는 단순한 보존 개념을 크 게 뛰어넘는다. 19세기 역사적 건물의 보존에 대한 이념은 당대의 두 사람, 프랑스건축가 비올레 르 뒤크(Violetle-duc, 1814~79)과 영국의 사상가 존 러스킨(John Ruskin, 1819~1900)의 사상과 업적에서 두드 러진다. 비올레 르 뒤크는 프랑스혁명 후 여러 지역에 버려져있던 역사적 건축물 특히 다수의 중세

조성룡 | STRONG ARCHITECT 10

년 서울시는 그를 ‘올해의 건축가’로 선정 발표하였다.

건축을 수복하였다. 파리 근처의 피에르퐁Pierrefonds성, 노트르담 대성당, 남부 피레네산맥 부근 카 르카손Carcassonne 요새 등 그가 이루어 놓은 유적들은 오늘날 일급 관광자원이다. 그는 완벽한 복 원을 목표로 수복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뛰어난 상상력을 발휘하여 자신의 디자인 방법으로 유적 들을 정비하였다. 나아가 당시 개발된 철골부재를 사용하여 새로운 건축을 창조하는 방안을 제안 하는 등 근대 서구건축에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이기도하다. 그러나 러스킨은 그의 중요 저서인 『건축의 일곱 등불The Seven Lamps of Architecture』에서 ‘역사를 위조한’ 비올레 르 뒤크의 행위를 수복 restoration에 반한다고 크게 비판하였다.

19~20세기 유럽에서 보존이념은 러스킨의 이러한 사상을 바탕으로 많은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역 사는 위조되어서는 안 된다는 기본이념과 인류 공통의 재산을 지켜야한다는 국제적 합의가 생겨나 게 되었다. 20세기의 중요한 보존이념은 1931년과 1933년 두개의 아테네 헌장으로부터 시작되어 오늘날의 유네스코가 이를 비판적으로 계승하여 ‘베니스헌장(1974)’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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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no.48 | Wide AR no.48

과거의 건물을 보존하는 이념에 관한 여러 흐름 중에서 베니스의 건축가 카를로 스카르파Carlo Scarpa 가 60년대 베로나의 고성을 카스텔베끼오 미술관Museo Castelvecchio으로 고친 것이 좋은 사례에 속한 다. 그는 역사적 건물에 건축적으로 개입intervention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역사적 재료는 절 대 모방되어선 안 되며 보수나 변환이 필요하다면 시대에 따른 기술로 구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 하였다. 그가 선택한 방법론은 선택적 발굴selective excavation과 창조적인 파괴creative demolition로 “시대 별 공사방법을 중첩함으로 수복restoration 개념보다 역사적으로 뚜렷함historic clarity이 드러나도록 작 업”하는 것이었다. 궁극적으로 오래된 건축에 대한 스카르파의 태도는 “역사를 디자인하기(역사적

조성룡 | STRONG ARCHITECT 10

인 것을 새롭게 고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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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재미술관, 사진 김재경


WIDE REP0RT

소마미술관 모형

나라와 문화의 때문에 차이가 있으나 전문가들은 개입의 크기와 범위에 따라 preservation, conservation보존, 보호, restoration수복, 활용, reconstruction복원, 재건으로 나눈다. 20세기에 들어서서 독일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포함하여 군수품을 제조하는 데 쓰는 철강재료 를 100여 년간 생산하였던 뒤스부르그 산업단지를 란드샤프트파크(Landschftpark, 2000)로 변 환시켰고 테임스 강변의 오래된 화력발전소는 현대 미술관 테이트모던(Tate Modern, 2000)으로 바뀌어 되살아났다. 암스테르담 외곽 폐기된 정수장 시설을 일부 변환하여 활용하면서 좋은 아파 트단지로 계획한 GWL프로젝트(1996), 항구의 독크를 주거공간으로 개조한 쟈바 아이랜드(Java eiland, 90년대 중반) 프로젝트도 도시의 변환과 재생의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특기할만하다.

조성룡 | STRONG ARCHITECT 10

해인사신행문화도량 지형도

지난 20여 년간 지방자치단체들은 경쟁적으로 문화공간을 확충하려고 하였는데 충분한 준비 없이 정부에서 지원하는 예산으로 하드웨어만 확보하려 하는 경우가 많았다. 새천년 들어 실행한 여러 중요 프로젝트는 거의 모두 공공적이고(그래서 공모 프로젝트이고) 기존에 오래 동안 사용하거나 버려져서 방치된 땅을 고쳐 새로운 기능으로 활용하려는 것들이었다. 본인 또한 크고 작은 공모에 참가하였다. 공모전에서 당선되어 실현시킨 2개의 미술관. 무등산에서 만년을 보낸 화가 의재 허백련 (1892~1977)의 삶과 작업을 기리는 의재미술관(1999~2001)과 1988년 서울 올림픽경기대회를 위하여 몽촌토성 유적지부근 기념공원의 주차장부지에 소마미술관(2002~2004)이 세워졌다. 20 세기 초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초등학교 자리, 폐허를 ‘제2의 해인사’로 고쳐 사용하려는 시도였던 해인사신행문화도량(2002~2003)은 사찰건축은 기와집과 목조라야 한다는 오래된 편견에서 헤어 나지 못하고 변환을 수용하지 못한 문화재청과 환경단체의 반대로 실시설계 직전에 중지되어버렸 다. 거의 90년간 서울 시민의 대표적인 체육 스포츠공간으로 사용하던 동대문운동장과 야구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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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no.48 | Wide AR no.48

조성룡 | STRONG ARCHITECT 10

홍성 이응노의 집, 사진 김재경

고쳐 새로운 도시공간을 만들려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및 공원(DDP, 2006)사업도 국제공모전 마 지막 단계에서 채택되지 못했다. 공모에 실패한 소규모 작업으로 대표적인 것은 서울 양천구 향교근처에 세울 겸재미술관(2006)이 다. 작고한 정기용 선생과 함께 작업하였다. 뛰어난 예술가의 이름이 붙어있지만 소장 작품이 전혀 없는 미술관은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보는 작업이었다, 만년의 겸재 정선은 이곳 양천 현감으로 부임하여 5년 동안 지내면서 한강 일대의 경관을 담은 화첩을 남겼다. 그 장소 는 김포비행장 가는 88올림픽도로에 붙어있는 언덕, 궁산宮山이다. 계획 대지에 포함되어있는 언덕 의 한 자락에 미술관이 기댈 수 있는 방법으로 미술관계획방향을 세웠다. 다산 정약용이 18년간 유배 생활했던 강진 초당으로 올라가는 귤동마을 논바닥에 별 맥락 없이 조 성하는 다산기념관(2007) 프로젝트와 20세기 초 경성정수장으로 문을 연 자리에 남은 유적들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뚝섬 수도박물관(2005)공모가 있었다. 공모에 당선되어 실현되었건 실패했건 이 프로젝트들은 이후 많은 생각꺼리를 남겨주었다. 몇 년간의 계속된 지역 문화공간 공모 중에 실현기회를 얻은 것이 홍성 이응노의 집이다. 이응노 (1904~1989)는 역사적으로 유난히 배출한 인물이 많은 홍성에서 1921년까지 살았다. 일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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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하고 50년대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고 그곳에서 화가로서 성공한다. 이응노의 집, 이응노 생가 기념관(2008~2011)은 군사독재기간 이른바 동백림사건에 정치적으로 연루되어 1967년부터 3년 동안 옥살이를 치르고 프랑스로 돌아갔지만 198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결코 고국으로 귀환하지 못한 예술가의 삶과 정신을 기리는 장소이다. 용봉산과 월산은 그가 유럽에서 활동할 때 남긴 글에 자주 등장한다. 기념공간, 전시공간, 부대공 간으로 구성된 기념관 건물은 두개의 산을 잇는 축선에 동서로 배치하고 마을로 드나드는 길을 진 입로로 이용하였다. 전시공간을 채울 자료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지자체가 지속적으로 운영해나갈 방안을 먼저 궁리하고 학예사를 먼저 채용하도록 군청에 요청한 다음 유물과 작품들을 구매하고 전시를 준비할 운영위원회를 먼저 꾸렸다. 오랜 준비 끝에 얕은 언덕아래 작은 기념관을 세우고 논 과 밭은 두 산을 비추는 연못으로 변환하였다. 조선조 한양을 둘러싼 외사산 중 왕족의 능이 있었던 동쪽 용화산과 아차산 기슭에 20세기 초 일제 강점기에 군자리 골프장(나중에 경성골프구락부로)이 들어서고 1973년에는 대통령의 지시로 하 루아침에 어린이대공원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무렵 새로 지었던 클럽하우스는 교양관이라는 교 육공간으로 변환되었다. 그로부터 40년 동안 이 공간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과학, 사회 등 주제의 기획전시공간으로 사용되면서 이러저러한 변화를 겪게 되고 상당부분 변형되었다. 2010년에 이르러 낡아지고 기능과 활용면에서 큰 규모 때문에 유지관리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서 울시는 이를 철거하고 대신 그 자리에 새로 작은 규모의 건물을 짓기로 준비를 마쳤다. 자문을 명 분으로 건물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 1970년에 완성된 건축가 나상진의 만년의 걸작임을 파악했다. 적극적으로 철거를 막고 거대 공간을 와부공간으로 변환하여 건물을 살려내는 방안을 제시하고 2013년 ‘꿈마루’로 재생되었다. 작업이다. 꿈마루의 공간에는 세 겹의 시간의 켜가 존재한다. 스카르파가 일찍이 베로나의 미술관 리모델링에서 주장했듯이 산업시설인 정수공장을 도시공원으로 변환한 선유도공원에 비하면 꿈 마루는 건축가 나상진(1923~1973)의 걸작을 새로운 기능으로 변환하여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면 서 천천히 늙어가도록 하는 개념이다. 무스타파비Mohsen Mostafavi는 그의 책 『On Weathering』에서 건물과 풍화에 대하여 시간 속의 건축 을 언급한다. 건물은 완성되어 사용하면서부터 기후의 영향으로 낡아간다. 그러므로 건축의 목표 는 이 피할 수 없는 과정에서 (기술을 통하여) 어떻게 낡아 감을 가능한 한 지연시키며 문제가 발생

꿈마루, 사진 김재경

꿈마루, 피크닉가든

조성룡 | STRONG ARCHITECT 10

꿈마루는 1999년 설계공모로 채택되어 2002년 개관한 선유도공원과 맥락을 같이하는 변환-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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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no.48 | Wide AR no.48

조성룡 | STRONG ARCHITECT 10

선유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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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이야기, 1층 북쪽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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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더라도 흉하지 않고 노화를 자연스럽게 보이게 하는가 하는데 있다. 선유정수장의 펌프실을 변환했던 전시공간을 10여 년 만에 다시 고쳐 ‘선유도이야기(2013)’로 재 개관하였다. 선유도공원 개관 때 전시계획에 참여 못하여 원래의 공간개념과 부합지 못하는 부분 도 있었고 그동안 재활용, 재생 시설의 성격을 벗어나 한강과 관련한 서울시정 홍보관으로 쓰였던 이미지를 바꾸었다. 흰 벽으로 깨끗하게 디자인된 전시 갤러리가 아니라 산업시설을 고쳐 다용도, 다기능에 대응할 수 있도록 부적당한 시설을 비워내는 작업이었다. 고정된 정보전시가 아니라 기 획에 따라 쉽게 바꿀 수 있는 전시 방법을 제안하여 선유도공원의 원래 개념에 충실한 공간으로 정 비하고 주변 풍경과 빛으로 채웠다. 70년대에 도심 여러 곳에 고가 차도가 건설되었고 지난 수년 동안 많은 고가가 철거되었다. 남대문 시장에서 서울역을 지나 만리동 쪽으로 연결하여 건설된 고가 차도를 보행공간으로 변환하려는 서 울역 고가 프로젝트 국제지명공모(2015)에 참가했다. 당초에 노후 되어 구조적으로 문제가 제기, 철 거하기로 하였지만 정치적인 기획에 의하여 보행로로 전환하면서 차도로 쓰던 인프라 구조를 840미 터 길이의 걷기 좋은 공간으로 변환하면서 주변지역과 인접건물을 연결하는 도시재생사업이다. 오래 사용한 도시 기반시설을 최소한의 개입으로 보강하고 남대문시장, 서울역 주변, 만리동 등 주변이 변환되고 재생할 수 있는 연결 장치가 되도록 조정한다. 1925년 일본의 동경역과 거의 같은 시기에 지어져서 2004년 KTX 민자역사가 지어질 때까지 서울의 관문구실을 하던 서울역을 중심 으로 지하철, 공항철도, 지하보도 등 일대의 보행네트워크를 연결하여 도시의 역사, 지형, 경관, 커 뮤니티를 살려내는 ‘모두의 길’ 만

조성룡 | STRONG ARCHITECT 10

들기를 제안하였다. 리글Alois Riegle이 역사적 기념물에 대하여 정의한 대로 과거를 현재 로 불러 역사적 가치와 경년의 가 치를 읽어내고 사용의 가치, 새로 움의 가치 즉 현재적 가치로 만들 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대이 다. 도시의 과거와 현재의 의미와 상황을 인문적으로 해석하고 사유 하는 방법을 통하여 지난 10여 년 간 크고 작은 공공프로젝트를 작 업하였다. 산업사회를 지나 고도 정보화사회로 빠르게 이행하는 과 정에서 잃어버린 도시의 역사와 집단기억에 대하여, 구축과 기술 의 본질과 시간에 대한 생각을 성 찰적으로 사유하였다. 자료제공 | 조성룡도시건축

서울역고가 프로젝트 국제지명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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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 REPORT]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건축가

미국의 철학자 루이스 멈포드는 인류역사상 가장 큰 격변기는 18~19세기였다

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도시는 그러한 소비적 개발행위를 다람쥐 쳇바퀴 돌

고 말한다. 이 시기는 자본주의가 태동하고 사회가 본격적으로 산업사회로 돌

듯 반복해 왔다. 이는 백사장에 지워진 모래성 같이 주기적이고 반복적인 “백

입한 시기이기도 하다. 인터넷, 스마트폰 등 첨단기술의 이기를 맘껏 누리고

지상태"를 전제하며, 도시에 자생하는 문화가 자라날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

있는 21세기의 현대인들이 듣기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멈

일회용 도시의 허무를 낳았다.

포드의 주장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격변”은 대부분 정 도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즉, 자동차는 이미 19세기 중반에 발명되었고, 전화

현대의 변화와 옛것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를 바탕으로, 조성룡이 실현한 프로

기로 대변되는 장거리 통신 또한 이미 비슷한 시기에 발명되었다. 사실, 지금

젝트들은 의제 미술관, 선유도 공원, SOMA 미술관, 다산 기념관 계획안, 꿈마

현대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거의 모든 문명의 이기들이 세상에 처음 소개된 시

루 등이 있다. 건축비평가 이종건의 견해에 따르면, “약한 건축”들이다, “건축

기는 19세기쯤이라고 해도 거의 무방하다. 단지, 좀 더 편리하게 좀 더 빠르게

은 빛 아래에 볼륨들을 숙련되고 정확하고 장엄하게 모으는 작업이다.”라는 르

그 정도가 “개선”되었을 뿐이다. 그에 반해 18~19세기에 발생한 변화들은 말

코르뷔지에의 모토가 암시하듯 주위와 대비되는 오브제로써 “스포트라이트”

그대로 천지개벽과 같았다. 말이 달리던 거리는 자동차로 채워졌고, 사람이 기

를 받으며 당당히 서있는 근대건축은 강한 건축이었다. 반면 조성룡의 건축은

계의 힘을 빌려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으며, 수백 수천 리 거리의 사람과 귓

그와 대비되는 약한 건축이다. 그의 건축은 기존 구조체의 한 켠에 알듯 모를

속말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밤을 낮처럼 밝힐 수 있게 되었다. 그러한 문명의

듯 존재하는 공생적 공간이다. 옛것은 그 공생관계를 통해 현대가 요구하는 새

이기들은 현대의 도시들을 점령해 갔다. 이후 “변화”라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

로움을 포용한다.

여야 하는지는, 현대인들이 해결해야하는 주요 골칫거리였다.

박성용 | STRONG ARCHITECT 10

조성룡은 옛것을 이용하는 수동적 태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새로 지은 다윈의 진화론 이후, 많은 이들이 “변화”를 “진화”로 치환하고, 이를 다시 “진

것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적극적 방안을 고민한다. 카를로 스카르파의 베르나

보”로 해석했지만, 19~20세기의 혼돈기를 살았던 많은 사상가들은 그 변화와

은행 창문 디테일은 단지 건축가의 미학적 독단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빗물

진보가 세상의 탈-인간화의 주범임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헤겔이 주장한 변증

을 흘려보내고 건물의 벽면에 먼지 얼룩이 생기지 않도록 그래서 건물이 그 유

법적 진보가 소개된 19세기에는 진보의 근거를 기술발달과 이를 통한 인간의

용성을 오랜 기간 유지하면서도 품격을 잃지 않도록 고안된 실질적 디테일이

자연지배라고 낙관했지만, 역사의 진행이 이내 곧 드러낸 세상의 진면목은 지

다. 우리나라의 건축 디테일은 미스의 “Less is More”에 대한 오해 때문에 종

배된 자연의 범주에 인간이라는 동물 또한 자유로울 수 없음이 드러났고, 결국

종 미학적 수준으로 폄하되고 단순화 된 경향이 있다. 하지만, 미스의 복잡한

기술이 해방시킨 것은 인간이 아니라 기술 그 자체일 뿐임이 만천하에 드러났

디테일 도면들이 종종 보여주듯, 시각적으로 최소화된 건물외관을 실현하기

다. 인류에게 유례 없는 풍요를 안겨준 자본주의는 안타깝게도 그러한 허구적

위해선 건축가의 오랜 고뇌를 반영하는 디테일들이 미니멀한 “겉껍질” 속에

진보를 가속화하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냈다. 허구적 진보에 대한 깨달음은

사려 깊게 갈무리 되어있기 마련이다. 건물을 진지하게 설계해 본 자라면, 미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을 분리해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현대에 진보

니멀한 외관을 만들기 위해선 적은 디테일이 아니라 많은 디테일이 요구된 다

와 변화에 대한 성찰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한 긴급한 지적 작업이다.

는 것을 깨닫기 마련이다. 단지 미니멀한 건물일 뿐이라면, 조성룡이 강연 중 지적한 것과 같이 채 5년이 지속되지 않는 일회용 건물이 될 뿐이다.

이미 존재하는 것과 옛것에서 가치를 발견하려 노력하는 건축가 조성룡은 새로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영어단어 Transformation(변환)

옛 건축물의 남겨진 부분에 대한 배려와 새것의 “오래된 미래”를 진지하게 고

이 던져주는 의미를 곱씹으며, 우리의 도시가 Renovation, Regeneration,

민하는 건축가 조성룡의 자세는, 발터 벤야민 등 물(物)자체의 가치를 진지하

Remodeling이라는 개념으로 행하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명목적인 “재건” 행

게 고민했던 근대 유물론자들의 전통을 잇는다. 그들이 유물론적 철학을 도구

위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를 되묻는다. 여기서 조성룡이 그 가치를 되묻는 재건

로 물자체의 가치에 천착했던 것은, 자본주의의 도래와 근대도시가 가져온 사

행위는, 모종의 이익 때문에 상상력에 기대어 만들어진 허구적 과거를 말한다.

회의 형식화 혹은 기계화에 대항할 힘을 사물이 가지는 “견고함”과 “신비” 속

반면, 조성룡은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을 주장하며, 최소한의 변형

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사물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는 또한 어린아이의 천진

을 통해 현대적 사용과 병치시킬 것을 주문한다. 그에 대한 좋은 선례로는 이

함과도 닮았다. 사물의 숨겨진 차원을 쉽게 발견해 내곤 하는 어린이들은 길거

탈리아 건축가 카를로 스카르파의 건물들과 스위스 건축가 헤르조그 드 메론

리에 버려진 돌멩이를 통해서도 수백 수천 가지의 놀이를 발견해 내곤 한다.

(Herzog & De Meuron)이 설계한 영국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 독일 베를린

아이들이 고안해내는 놀이들은 경직된 형식화를 비웃기라도 하듯 너무나 쉽

북부의 철강산업구역 재개발, 암스테르담의 도시 재개발 사례 등을 들 수 있

게 형식적 경계를 뛰어넘는 유연함을 발휘한다. 이러한 자세는 시대에 대한 일

다. 이들 모두는 기존 했던 것들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최소한의 변화를 통

종의 통찰을 배경으로 할 수 밖에 없다. 이를 두고 건축비평가 이종건은 건축

해 새로움을 만들어낸 사례들이다. 단, 여기에서 말하는 새로움이란 과거의 것

가 조성룡을 현자와 같은 자세로 건축에 임한다, 고 평했다.

에 기댐으로 인간사를 기억하고 문화를 지속시키는 새로움이다. 건축물의 견고함을 다루는 건축가는 태생적으로 사물과 친할 수밖에 없다. 사 옛것을 활용하는 것에는 경제적 이유도 일조한다. 조성룡은 옛것을 사용하는

물의 근본적 속성은 옛 것 혹은 태초부터 존재했던 것이다. 이를 두고 많은 사

실용적 이유는 역시나 경제일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가 사용한 경제라

람들은 “자연”이라 칭했고, 철학자 질 들뢰즈는 “절대 과거”라 칭했다. 또한 끊

는 용어를 본인이 이해한 바로는, 자본주의에 대한 오도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임없이 변화하는 현대사회는 건축가에게 반복된 새로움이라는 시지프스적 숙

편협한 사적경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지속성을 목표로 하는 공적 차원의 경제

명을 부여한다. 옛 것에 새 것을 접붙여야 하는 건축가에게 온고지신의 자세는

다. 기존하는 것을 모조리 허물어 밀도 높은 새 건물을 짓는다면 해당 대지의

건축가의 오래된 미래로써 오늘도 여전히 유효한 교훈이다.

소유주는 즉각적인 경제효과를 얻을 수 있을 테지만, 도시 전체의 문화, 환경 그리고 경제를 생각하는 거시적 관점에선 참으로 소비적인 행위가 아닐 수 없

글┃박성용(땅집 리뷰어, 금오공대 건축과 교수, 간향클럽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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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REPORT 9

정영한

POWER & YOUNG ARCHITECT 10 : 정영한

홀릭(현, 정영한 아키텍츠)을 만 32세에 개소하여 현재까지 다수

거주란 무엇인가

한양대학교 대학원 건축과를 졸업하였다. 2002년 스튜디오 아키 의 실험적인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2013년부터 장 기 기획전시인 “최소의 집”의 총괄전시기획을 맡아 이 시대의 젊 은 건축가들이 가지고 있는 집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최소라는 가치에 대한 다양한 정의를 통해 대중과의 사이를 채워나갈 공유 점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대표작품인 인사동의 ‘체화의 풍 경 (POROSCAPE, 2011)’은 일본의 《JA+U》 및 이탈리아 건축 매 거진 《AREA 129》에 게재되었고 ‘2013년 서울시건축상’을 수상 하게 되었고 ‘9×9 실험주택’ 역시 영국 《FRAME》등 해외 여러 사 이트에 소개되었다. 2014년에는 ‘6×6주택’으로 김수근문화재단 에서 수여하는 ‘김수근 프리뷰 어워드’를 수상하였고 최근 2015 년에는 ‘다섯 그루 나무’로 2015년 한국건축가협회 올해의 베스 트7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현재 광운대학교 건축과에 출

1 하이데거의 검은 집

오래전 하이데거Heidegger는 건축하기, 거주하기, 사유하기에서 몇 가지 건축물의 예를 통해 거주와의

정영한 | POWER & YOUNG ARCHITECT 10

강하고 있다.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1) “건축물은 사람들이 살 수 있게 하지만 그것에 거주하게 할 수 없다. 거주를 위한 건축물들은 사실상 어떠한 은신처shelter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의 집들은 단지 계획되고 쉽게 유지하고 상대적 으로 값싸고 빛, 공기, 태양에 열려 있으면 되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그러한 집들 자체는 어떠한 ‘거 주하기’를 생산할 수 있는 조금의 확신도 주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구축 이후 건축물은 여전히 “거주하기”의 본질에 다가가지 못하는 것에 그 문제를 제기하는 것 으로서, 나는 지금까지도 그의 글이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획일화된 삶을 강요하는 기계로서 주거는 늘 우리에게 관습화된 공간의 예시를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결국 삶의 이야기에 보다 더 밀착 될 수 있는 주거는 물리적 구축으로서 완결이 아닌 구축 이후에 거주자가 능동적으로 발견할 영역으 로부터 또 다른 현상의 경험에까지 이르는, 전 과정을 통해 거주하기는 완결되는 것이며 동시에 새로 운 보편성을 갖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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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no.48 | Wide AR no.48

Last House 인류가 최초로 경험한 첫 번째 장소 로서의 집이 10개월간 머물렀던 어 머니의 자궁 속이라면 삶의 긴 여정 이 끝날 무렵 마지막 장소로서의 집 Last house은

과연 어디일까? 그리고 우

2 자궁

3 동굴

리는 그 장소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가? 자궁 속 첫 번째 집First House2)에 대한 기억은 태내기억으로부터 우리 몸에 남아 있는 습관, 일종의 요나콤플렉스로부터 그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첫 거주의 기억을 우리 몸의 세 포 이곳저곳에서 대부분 기억하고 있기에 첫 번째 장소로 회귀하려는 본능이 있다면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위한 장소를 찾으려는 본능 또한 동시에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자궁 속 태반에 머물 때 그 내밀함과 따뜻함의 기억 탓으로 우린 물리적인 공간의 집에서도 여전히 그 내밀함의 기준을 태내 기억에 의존하고 있다. 오래전 가스통 바슐라르도 집의 실내, 구석, 장롱 서랍 등 집이 가지는 모든 장소는 내밀함의 총체라 이야기한 바 있다. 첫 번째 집First House 이후, 평생 동안 우리는 다양한 집의 유형을 경험하게 된다. 최초의 인류가 거주를 시작하기 위해 발견한 동굴3) 이나 수렵과 채집을 위해 이동하며 가설적으로 사용하였던 임시주거인 움 막4)에서도 첫 번째 집인 자궁의 원형이 남아 있다. 카파도키아의 바위동굴 처럼 부드러운 화산암(응회암)을 이용하여 인공적으로 굴을 파내어 도시 를 형성한 예도 있지만 대부분 자연 동굴들은 비와 바람 그리고 야생동물 로부터의 습격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소로써 사용되었다. 동굴은 마 치 어머니의 자궁과 닮아 있어 최초 인류들은 그 깊은 어둠 속에서 자궁 정영한 | POWER & YOUNG ARCHITECT 10

속 내밀함 느꼈을 것이다. ‘문화의 진화란 일상에서 장식을 배제해 가는 과정과 같다.’ 라는 통찰을 통해 우리에게 ‘장식은 죄악이다’ 로 알려진 건 축가 아돌프 로스는 그의 주택 작품인 ‘뮬러 주택(1930)’5)을 동굴로 표현 하였다. 로스는 건축을 마치 동굴로 간주하고 에로스라는 눈에 보이지 않 는 힘을 지닌 공간이라 생각하였다. 로스는 이 주택의 파사드를 통해 외부 에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는 입면으로 구성하였고 다양한 슬로프의 레 벨 차이와 계단으로 내부 공간 구성을 복잡하게 만들었으며 각 방의 성격

4 움막

에 따라 다양한 재료를 적용하여 동굴의 양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에 반 하여 오스트리아 건축가인 프레드릭 키슬러는 동굴의 공간구성과 혈거 평 면과 흡사한 평면구성으로 재현한 Endless House6)를 통해 어떠한 부조 리도 느낄 수 없는 완벽한 공간이라 이야기하였다. 자궁이나 동굴 등의 원 초적 공간이 인간이 안주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고도 이야기 한 그는 그 주택을 통해 주택의 일차적인 기능뿐 아니라 살아가는 거주인에게 극 적 상상력을 자극할 자신의 주택을 ‘암컷의 건축’ 그리고 상자형 건축을

5 뮬러 주택

‘수컷의 건축’이라 하였다. 결국 태초에 인간이 처음으로 거주했던 동굴은 현재까지 여러 가지의 형태로 표현되어 그 기억을 계승하고 있으며 첫 번째 집First house인 자궁의 원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 생의 마지막 장소로써 또 다른 거주성을 경험할 Last house의 장소는 어떤 곳일까?

6 ENDLESS HOUSE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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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플라톤의 에이도스 9 팔라디오의 9분할 기하학체계

10 트렌튼 탈의장

12 연결된 동굴의 평면

11 평면 다이어그램

8 로톤다 주택

기하학과 다공성 이 주택은 완벽한 기하학 형태인 정사각형으로부터 출발하여 실현된 나의 첫 주택작업이다. (과거 10년간 주택 계획안은 어 느 하나 실현되지 않았다.) 플라톤의 에이도스7)란 마음속 관념이 아닌 독립적으로 영원히 존재하는 사물의 원형을 말하는 것인데, 원래의 원형을 더 가깝 게 반사한 것일수록 좋은 건물이라 주장했던 과거 플라톤주의 자들은 영원한 형상의 존재를 믿었다. 그중 대표적 인물은 팔라

13 라이트 컨테이너

디오로서, 그는 장소맥락을 무시하고 수학 정리에 비유하여 9분 할 평면에 의한 중심 공간을 기하학의 완벽한 대칭 비례를 가지는 로톤다 주택8)을 설계했고, 이는 지 금도 서양건축의 표본이 되고 있다. 이후 루이스 칸은 팔라디오의 9분할 기하학 체계9)를 기본으로 한 트렌트 탈의장(Trenton bath house, 1955)10)을 시작으로 방의 오더와 구조의 오더로서 방을 경험과 직관에 의한 조합과 배열의 구성과정으로 전개하여 결국 아홉 개 단위공간에 이르게 되었는데, 이러 한 절대 기하학이 여전히 또 다른 가능성을 나을 수 있는 유효함을, 나는 개인적으로 믿고 있다. 3×3 단위의 정사각형 9개로 구성된 가로, 세로가 각각 9m인 에이도스, 이는 즉, 영원불멸의 사물의 원형을 보여주는, 건축의 오랜 형식과 관습의 ‘틀’을 상징하는 은유Metaphor이기도 하다. 평면 다이어그 램11)은 정사각형 내부의 또 다른 정사각형을 아홉 개의 균질한 영역으로 나누고 각각의 영역들은 외, 내부의 영역으로 변환된다. 이후 균질한 9개의 영역들은 중심공간을 향해 비균질적으로 서서히 영역 화 되는데, 이는 마치 중심공간으로부터 다양한 크기의 방들이 연결된 동굴의 평면Burial cave plan12)과 흡사하다. 이러한 절대 기하학의 ‘틀’은 장소의 외・내부를 엄격히 규정한 경계를 형성하게 되는데, 나 는 그 물리적 경계와 은유를 해체하기 위한 다공Porous을 선택하였다. 나에게 다공성은 이미 2003년에 작업한 라이트 컨테이너13)의 가벽과 본 건물의 ‘틈’을 통해 다양한 빛의 경험을 위한 공간을 시도한 바 있다.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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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no.48 | Wide AR no.48

14 다양한 빛의 경험을 위한 공간

15 쉐이드 컨테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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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기억 속에 남은 에이도스의 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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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005년 쉐이드 컨테이너15)의 가벽은 부유하는 막Floating veil으로서 다양한 ‘틈’을 표현하였고, 2011년 ‘체화의 풍경’에서는 직물의 형상을 은유하기도 하였다. 이 주택에서 실현한 다공성 또한 30cm 기본 모듈에 의해 가로, 세로 1.2m, 1.8m의 크기로 천장과 외벽에 구성되어 외부경관이 내부 로 들어와 내부 안에 또 다른 외부를 형성하게 된다. 즉 중심공간을 향하는 비균질적인 9개의 반복적 영역들 중 하나와 만나 그 엄격한 경계의 틀을 해체하기 시작한다. 즉 다공으로 구성된 외벽이 엄격한 ‘틀’의 해체를 하는 동시에 그 틀 안에서 9개의 비균질적인 영역의 경계를 구성하는 유리의 물성(투명 성)으로 인해 외, 내부의 경계가 흐려지며 결국 에이도스의 형상은 기억 속에서만 남게 된다.16) 7가지 통로 자연의 원시적 속성은 우리의 ‘거주하기’와 많은 부분 닮았다. 채집, 모호함, 숲의 질서, 능동성과 같은 현상은 주거 안에서 장소, 경계, 거리, 사용자가 스스로 찾아가는 영역들로 나타난다. “발견을 통해 가 져다 놓다”는, 장소 발견을 위한 행위를 통해 장소의 확인을 구체화하고 그것을 모으는 채집 행위와 도 같다. 이는 오래전 철학자 하이데거가 소풍을 체계적으로 구상하는 것은 작은 규모의 장소 확인을 구체화하는 안무라 이야기한 바 있다. 소풍의 위치는 장소의 확인을 통해 발생되며 그 장소의 인식을 통해 소풍이 일어났던 사건의 장소로 기억되는 의미와도 직결된다. 즉, 장소는 인간 개개인에 의해 채 집되어 새로운 경험을 통해 기억되는 것이다. 경계는 보이는 경계와 보이지 않는 경계로 나뉜다. 보이는 경계란 물리적인 것으로서 두 개의 장소를 확연하게 구분하는 것, 이를 테면 장소의 가장자리와 같은 벽, 길, 강, 건물, 보도블록, 외관의 변화 등 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에 보이지 않는 경계는 한 장소이지만 두 가지의 다른 행위로 인해 경험의 사 이가 발생하거나 두 가지 다른 현상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주택에서는 방과 방 사이 의 경계를 물리적인 벽이 아닌 외・내부의 현상적 경험을 통해 그 경계를 가지게 된다. 또한 외부와 내 이 내부의 중정과 시각적으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치 외부에서 거주하는 태초의 그 원시적 경 험이 아닌가 착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또한 숲 속을 거닐다 보면 나무와 나무 사이의 ‘거리’로부터 자 연의 능동적 질서와 마주치게 되는데 이는 물리적으로 계획된 방과 방 사이에서 보이는 건축적 질서 와는 다르다. 이것은 마치 우리의 인식에서만 존재할 거리감, 가까이 있되 멀리 있고 멀리 있되 가까 이 존재하는 거리감과 흡사하다. 7가지 통로 중 네 번째에 해당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제임스 깁슨의 어포던스affordance 이론을 언급하 고자 한다. 이 이론에서는 정확한 인지를 위한 필수적 정보는 이미 우리 주변 환경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기존에 알고 있던 정보에 따라 인간 행동에 영향력을 미치는 현상, 즉 이 현상을 통해 이 미 환경적 요인에 의해 지각되어 있는 것으로부터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거 안에서 보편적 경험의 인식들로부터 발생된 행위가 아닌 오랫동안 우리의 인식 외연에 존재해 왔던 원시적 경험으로부터 능동적 행위를 유발하게 할 환경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주거 안에서 ‘가구’는 기능이라

정영한 | POWER & YOUNG ARCHITECT 10

부의 경계가 모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앞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외벽의 다공성에 의해 외부의 경관

는 일차적 요소와 디자인을 위한 오브제의 요소라는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보통 생활공간을 대부분 차지하는 것은 가구인데 실제로 그 가구의 사용빈도를 유심히 관찰하다 보면 시간대별로 혹 은 요일별로, 계절별로 그 가구가 놓인 공간을 사용하는 시간 그리고 사용 후 비어 있는 시간의 비율 은 사람마다 다를지 모르나 대게 다 비슷한 형편이다. 그래서 가구를 사용한 후 가구가 점유한 공간은 더 이상의 기능을 상실하고 버려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구가 공간을 정의하게 되고 그 정의된 공간은 사용빈도에 따라 때론 채워지고 때론 비워지게 되는 것이다. 가변적인 칸막이에 의해 하나의 공간으로 통합되었던 건축가 리트벨트Gerrit Rietveld의 슈뢰더주택(Schroder House,1924)에서도 건축 가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의 오픈 플랜 판스워스 주택 (Farnsworth house, 1945~50)에서 도 각각의 가구에 의한 영역이 나뉘고 가구의 점유로 발생된 영역은 제한된 행위만을 유발시킬 정의 된 영역define area이었다. 따라서 주택을 구성하는 거실, 주방, 침실, 서재 등 각각의 영역은 결국 배치된 가구에 의해 정의되어 공간 활용은 제한되어 버린다. 결국 가구 사용 빈도에 따른 불필요한 공간은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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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no.48 | Wide AR no.48

전히 남게 되는 것이다. 끝으로 7번째 통로로서 ‘최소의 건축’은 공간의 규모나 재료 또는 경제적 환경과 더불어 이미 결정된 방식의 채택으로 명료하고 엄격한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 아닌 건축의 최소개입으로 인해 오히려 거 주자가 능동적으로 의외영역을 발견함으로써 또 다른 거주성을 찾고자 함이다. 9×9 실험주택17) 10개월간 머물렀던 첫 번째 집, 어머니의 자궁 속을 뛰쳐나와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물리적인 장소 로서 집에 대한 기억은 대부분 잊고 산다. 이는 물론 과거의 기억을 환기할 어떠한 물리적 단서조차 찾기 쉽지 않은, 소멸이 빠른 도시적 환경에 익숙해진 영향 탓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젠 모두들 물 리적인 집보다는 오히려 몸에서 기억하는 첫 번째 집인 어머니의 자궁으로 돌아가고 싶은 귀소본능 이 더 강할 수 있다. 반대로 인생에 마지막 장소Last house로서의 집이란, 평생 사는 동안 물리적인 공간 의 관습화된 경험과는 달리 또 다른 경험을 통해 새로운 거주방식을 갖는 것, 그 방식을 통해 ‘거주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의 답과 또 다른 거주성을 깨닫게 될 장소인 것이다. 이 주택은 70대의 여류화가만을 위한 살림집과 작업실을 위해 당초 계획되었다. 70년간 보편적인 주 거 유형과 방식을 경험했던 이에게 또 다른 거주방식의 경험을 통해 거주의 본질을 획득할 수 있을지 가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 주거공간에서의 영역, 가구, 경계의 새로운 해석을 통해 또 다른 보편성을 가질 수 있는 첫 실험 프로젝트이다. 여기서 말하는 실험의 의미는 건축가의 작위적 해석에 의한 공간논리를 사용자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닌 작업 초기부터 건축주의 동의를 전 제로 하여 물리적 완결이 아닌 거주의 완결이 되는 시점까지의 전 과정을 통해 또 다른 거주성의 가능 성을 시험해 보는 것을 말한다. 가로, 세로 각각 9m의 설정은 3m의 단위 공간 모듈로 구성된 엄격한 9분할 체계의 공간에 대한 상징 정영한 | POWER & YOUNG ARCHITECT 10

적 의미를 가진다. 9개의 단위 공간은 비균질적으로 중심공간으로 향해 있는데 이는 마치 혈거 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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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공간구성을 보인다. 중심공간으로부터 가장자리에 크기가 다른 영역들이 연결되어 있고 중심공간 에는 하늘이 열려 있는 작은 중정이 있으며 그 중정에 의해 내부영역이 각각의 경계를 가지며 그 사이 에는 어느덧 외부공간이 들어와 있게 된다. 보편적인 거주 공간에서 경험한 물리적인 벽에 의해 방의 경계가 나뉘는 것이 아닌 외부공간에 의해 방과 방이 나누어져 있는 셈이다. 거주에서의 영역은 가구 에 의해 정의define되어 있다. 즉 가구의 기능이 영역을 정의하여 소파와 TV가 놓인 곳은 거실로 식탁 이나 주방기구가 놓인 곳은 주방, 양변기와 세면대가 놓인 곳은 화장실, 침대가 놓은 곳은 침실로 각 각 정의되어 있다.18) 이 정의된 영역으로부터 탈피하여 퍼니처 코리도Furniture corridor란 장치를 통해 사 용자가 영역을 능동적으로 정의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여기서 폭 600mm~800mm의 퍼니처 코리도19)는 ‘최소기능의 수납’ 이라는 장치로서 주거에서 가구, 위생, 전기와 설비, 환기 및 냉, 난방 시스템을 수납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또 다른 6×6 프로젝트에서의 퍼니처 코리도 장치에는 계단,

17 9×9 실험주택

18 가구의 기능에 의한 영역의 정의


WIDE REP0RT

19퍼니처 코리도

20 그림자를 드리우다

애완견, 조경까지 수납의 기능이 확장되게 된다. 이 장치에 각각 접해 있는 영역은 퍼니처 코리도에 설치된 슬라이딩 도어나 무빙 월의 개폐여부에 따른 가구 사용 시 그 기능에 의해 정의되고 사용하지

정영한 | POWER & YOUNG ARCHITECT 10

21 또 다른 경계의 감각

않을 때는 다른 영역으로 사용될 수 있는 가변의 영역이 된다. 두 번째 거주에서의 경계는 가구로 정 의된 영역을 물리적인 벽에 의해 나뉘어 전통적인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고 동시에 집과 외부정원 역 시 외, 내부의 경계가 명확하다. 그러나 이 실험주택에 적용된 가로 9m와 세로 9m는 기하학의 엄격 한 물리적 경계의 설정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1.8m×1.8m, 1.2m×1.2m의 두 가지 크기로만 구성 된 다공Porous에 의해 실상 내, 외부의 경계가 해체되어 가길 의도한 것이다. 외벽에 뚫린 크기가 다른 두 가지의 개구부 (다공)에 의해 외부경관이 들어와 작은 중정 그리고 방과 방 사이에 있는 작은 사이 정원들과 만나게 된다. 또한 외, 내부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동시에 하늘로 향해 뚫려 있는 천창(다공) 들은 마치 하늘을 향해 부분적으로 열린 동굴처럼 보이며 방과 방 사이에 빛에 의한 그림자를 드리우 거나20) 비 또는 눈이 내리는 현상을 통해 또 다른 경계의 감각을 느끼게 된다.21) 익숙지 않은 이 현상 으로부터 발생된 감각들을 통해 마치 태초의 거주 장소(동굴)로 회귀하는 경험을 하거나 동시에 일생 의 마지막 장소Last House로서 또 다른 거주성을 경험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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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 REPORT]

건축의 근본에 대하여….

‘거주란 무엇인가’ 건축가 정영한의 제106차 ‘땅집사향’의 강연제목이다. 건축

동굴의 내밀함과 원시인들이 그 안에서 느꼈을 모닥불의 온기 또한 객체의 외

의 근본을 겨냥해 보겠다는 노골적인 제목이다. 그렇다면, 건축의 근본이란 무

부세상이 부딪혀오는 냉철한 현실의 분리감과 소외감은 어쩌지 못했다. 원시

엇일까? 어떤 학문이 그렇지 않겠냐 만은, 공부를 할수록 그 이해가 미궁에 빠

인들은 동굴 속 모닥불 가에 앉아 동굴 밖 야생의 울부짖음을 들으며 자신들

지는 것이 건축인 듯하다. 대학 건축과를 준비하던 고3시절, 건축에 대한 이

의 무력함을 깨달았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동굴은 기껏해야 일시적인 피

해는 ‘집 짓는 것’이라는 짧은 구문 하나로 정리할 수 있는 단순 명쾌한 것이

난처는 될 수 있을지언정 진정한 의미에서 자궁 같은 ‘거주’ 장소가 될 수는 없

었다. 하지만, 앎은 자신의 무지에 대한 깨달음이라고 했던가? 대부분의 학생

었다. 거주공간으로써의 동굴의 불완전성……. 어찌 보면 그것은 건축의 발전

들에게 그 단순 명쾌함에 대한 철석같은 믿음은 대개는 대학 1년 설계 스튜디

을 끊임없이 독려한 원동력인지도 모르겠다. 완벽한 거주를 위한 건축의 욕망

오와 함께 여지없이 깨지곤 한다. ‘이리 보아도 내 사랑 저리 보아도 내 사랑’

들……. 정영한이 예시한 거주공간에 대한 건축의 욕망과 도전들은 이러하다.

이란 흘러간 유행가의 긍정적 대사가 무색하게도, 이리 해봐도 저리 해봐도 여지없이 날아오는 매서운 크리틱에 녹초가 되다보면 이내 자신이 알고 있던

무심한 표정의 외벽을 통해 외부와 격리된 내부 미로공간을 만들었던 ‘아돌프

단순 명쾌한 건축에 대한 이해가 무지에서 비롯된 착각일 뿐이었음을 절감하

로스’의 ‘라움플랜’은 자궁의 내밀함을 닮았다는 점에서 동굴의 문명화된 버전

게 되는 것이다.

이라고 할 수 있다. ‘팔라디오’의 9분할 평면은 거주공간을 형식화했는데, 이는

그런데, 건축에 대한 이해는 왜 이리 어려운 걸까? 만약 건축이 단순히 집 짓

거주공간의 실현을 위해 ‘이성’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과

는 것 이상이라면, 건축은 도대체 무엇을 다루는 학문인가? 제106차 땅집사향

학이 발달하고, 자연지배에 대한 인간의 힘이 점점 강해지면서 세상의 광폭함

이야기손님 정영한은 ‘거주’의 문제를 사고함으로써 건축에 대한 근본적인 이

에 기죽어 있던 인간주체는 처음으로 세상을 내려 보게 됐다. 사람들은 그것을

해에 도달하려 한다. ‘거주’의 문제가 건축의 근본을 겨냥하고 있는 듯하다면,

이성의 힘이라 이야기했고, 팔라디오의 9분할 평면은 건축평면에서 이성의 적

적어도 건축에 대한 이해가 왜 이리도 어려운 지 정도는 설명해 줄 수 있지 않

용에 대한 대표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을까? 라는 기대로 강연을 기다린다.

그렇다면, ‘로스’의 ‘라움플랜’의 내밀함과 팔라디오적 형식화는 우리를 ‘거주’

박성용 | POWER & YOUNG ARCHITECT 10

의 상태에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데려다 줬나? 아쉽지만, 현대인의 소외는 여 흔히 일상어로 사용되는 ‘거주’라는 말은 ‘하이데거’의 ‘실존철학’ 이후 일상 너

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오히려 더욱더 가속화되고 있다. ‘라움플랜’의 내밀함

머로 그 개념의 깊이를 확장했다. 근대 이후 사회는 객체와 주체로 극명하게

은 객체의 불가해성을 암시할 수는 있을지언정 주체와 객체의 조화에는 ‘로스’

나뉘게 되었는데, 이는 세상이 조화롭지 않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이기도 했다.

의 입면만큼이나 무심하다. ‘팔라디오’적 이성의 형식화는 세상을 점점 더 냉

그러한 세상에서 ‘타인은 지옥’이고, 주체는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이며, 객체

철한 기계로 만들어 버렸고, 그 안에서 주체는 하나의 부품이 되어버렸다.

는 주체에 매몰차게 부딪혀 온다. 분리된 세상 속에서 주체는 객체와의 관계를 통해 스스로를 자각하고 규정해야 하지만, 객체와 주체의 소외관계는 주체를

건축에서 ‘거주’를 다룬다는 것은, 건축을 전체로서 세상 안에서 보겠다는 철

하나의 잉여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근대화의 과정은 주체의 잉여화에 대한

학적 선언이기도 하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주체와 객체가 조화로운 상태인

대안으로, 객체의 기계논리에 항복하는 방법 밖에는 제시하지 못했다.

세상을 목표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거주’가 단순히 집의 문제가 아닌 만

그와 반대로, 주체와 객체가 조화를 이루는 과정, 그럼으로써 하나의 소속감

큼, ‘거주’를 다루는 건축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직능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세

이 형성되는 과정을 ‘하이데거’는 ‘거주’라는 말로 표현했다. ‘거주’를 통해 주체

상과 사회에 대한 고민,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인간 존재에 대한 고민을 전제하

는 ‘세계-내-존재’가 되고 객체 속에서 하나가 된다. 시인 ‘김춘수’는 이를 두고

며, 어렵지만 포기할 수 없는 건축가의 근본문제다. 건축가 정영한이 ‘거주’의

‘꽃’이라는 시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건축을 자신의 업으로 삼았으니, 앞으로 그의 진지하고 끈질긴 여정을 기대해

되었다.’라고 했던가? 객체는 스스로 존재하는 ‘현존재’인 주체를 통해 존재로

볼 일이다.

화(化) 한다. 건축은, ‘거주’의 문제를 다루는 한에서 참으로 철학적이고 존재 론적 작업이다. ‘거주’가 객체와 주체의 존재적 관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주체 개인이 거주하는 건축은 하나의 소우주다.

건축가 정영한의 주장은 어떤가? 그는 ‘거주’에 대한 정의를 어머니의 자궁 속 공간으로 시작한다. 아마도, 그는 건축가의 예술적 촉으로 자궁의 거주적 특성 을 감지했던 모양이다. 그는, 자궁의 내밀함을 이야기 하지만, 자궁이 ‘거주’의 원형이 되는 것은 단지 그것의 내밀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자궁은 신체가 형성된 이후 우리를 둘러싼 최초의 객체다. 그것은 객체인 한 편, 탯줄이라는 생명줄과 태반이라는 또 하나의 표피를 통해 우리 신체와 연결 된 하나의 주체이기도 했다. 주체와 객체의 완벽한 일치상태, 피아(彼我)의 구 분이 사라진 완벽한 평온의 상태……. 자궁은 존재적으로 주체와 객체의 분리 이전의 장소라는 점에서 완벽한 ‘거주’ 공간이다. 태어남은 세상에 내던져짐이 고, 객체와 주체 그리고 세상과 나 사이 최초의 분리다. 갓난아기들의 첫울음 은 소외와 내던져짐이란 스스로의 운명을 예견하는 최초의 파열이다.

정영한은 자궁과 유사한 공간으로 동굴을 제시한다. 자궁이 완벽한 거주 공간 이라면 동굴은 자궁에 대한 형태적 은유이며 원시성에 대한 향수다. 하지만,

글┃박성용(땅집 리뷰어, 금오공대 건축과 교수, 간향클럽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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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EDGE | ICON CHOICE 009 : 지상전

공존, 착한 건축 vs. 못된 건축 2015년 10월 27일(화), 인천 송도 컴팩스마트시티

Ⅰ. 인천 건축 장場의 퇴행적 행보에 대한 추궁과 모색 “‘건축’의 바깥”을 주제로 한 민운기(스페이스빔 대표, 격월간 《시각》 편집주간)의 발제는 인천도시와 건축에 대한 직설화법으로 시종 긴장감이 맴돌았다. ‘투기꾼 건축’, ‘매트릭스 건축’, ‘들러리 건축’, ‘짓 고 보자 건축’, ‘사다리 건축’, ‘얄미운 건축’, ‘애통한 건축’, ‘골칫거리 건축’, ‘위태로운 건축’, ‘대책 없 는 건축’, ‘유혹의 건축’, ‘믿습니다 건축’, ‘군인정신 건축’, ‘교감선생님 건축’, ‘시장님 건축’, ‘성역의 건 축’, ‘이별의 건축’, ‘누들 건축’, ‘빛바랜 건축’, ‘똑똑한 건축’, ‘바보 건축’, ‘사라지는 건축’으로 이어지 는 총 158매의 PPT 자료에 담긴 인천의 도시건축과 환경문화를 살피는 감식안은 놀라움을 금치 못 하게 하였다. 지역에서 문제적 의제를 발굴하고 행동으로 옮겨 온 박상문(인천의제21실천협의회 상 임회장, <ICON Choice 009> 좌장)조차 혀를 내두를 만큼 실증적 설정이었고, 객석의 인천 건축인

아이콘ICON은 인천건축도시컨퍼런스의 약칭으로 본지가 주관하고, (사)대한건축사협회 인천광역시 건축사회와 (사)인천건축재단이 후원해오고 있는 프로그램으로써 3년 전부터 인천건축문화제의 공

전진삼 | EDGE

모두에게 부끄러움과 당혹감을 안긴 현장 보고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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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no.48 | Wide AR no.48

식 초청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이콘ICON 아홉 번째 프로그램으로 선정한Choice 주제는 <공존, 착한 건축 vs. 못된 건축>으로 ‘착한 건축/못된 건축’을 가르는 기준점의 논의로부터, 인천의 일그러 진 도시 표정과 그 배후 정보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이 도시의 건강성을 견인하기 위한 도시와 건축 전 문가들의 위상과 역할론에 이르기까지 깊고 울림이 있는 동시에 날선 대화가 오가는 자리로 기획되 었다. 발제는 앞서의 민운기(대표)와 이경훈(국민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토론자로는 이종건(경기대 학교 대학원 교수, 계간 《건축평단》 편집인 겸 주간)과 구영민(인하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한국설계 교수협의회 회장, 인천건축재단 대표)이 맡았다. 이경훈은 “매트릭스 서울” 제하의 발제에서 도로, 자동차, 자연, 문화의 지점을 파고들며 도시가 도시 다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강변했다. 그는 “서울은 기본적인 도시성이 결핍된 환경이지만 더 큰 문제 전진삼 | EDGE

는 도시에 살고 있다는 가상의 이미지가 주입되고 있다”면서 “때문에 상상의 공간으로 도시를 받아들 이면서도 서울의 부정적인 문제를 도시의 문제라고 단정하고 오해한다”고 진단했다. 문제인즉 “자연 을 ‘선’ 도시를 ‘악’으로 보고 이러한 견해가 모든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이데올로기적 발상에 있다”고 비판했다. 자연과 문화는 우열의 관계이기 보다는 다르고 보완적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 그 는 또한 “도시의 문제라고 생각되는 거의 모든 문제는 자연 이데올로기가 문화의 영역, 도시의 문제 에 침투한 어정쩡한 태도의 문제이며, 도시의 본질과는 무관하다”면서 “도시는 자연의 혜택보다는 문 화와 문명의 혜택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도시가 함의하고 있는 반자연적 성 격 때문에 비난 받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며 인간 최고의 발명품으로서 도시를 적시해야 하고, 그로 부터 도시의 순기능성을 찾아야함을 강조했다. 토론에서 구영민은 일상으로부터의 조용한 혁명을 주도할 사람의 가치에 대하여 강조했다. 도시의 건축이 지리멸렬한 배경에는 결국 건축 행정과 제도권을 지배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판단이 일을 그 르치게 한 이유가 되었으며, 이를 근본적으로 타개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자원임을 명확히 하고, 그 도 시의 사람을 주목함으로써 도시와 건축을 경영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것. 이종건은 민운기의 발 제와 짧게 마주친 송도국제도시 국제업무지역에 대한 인상비평을 바탕으로 인천의 도시건축상황이 통째로 모순덩어리임을 탄식과 함께 경계하며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 방면 전문가들이 몰지각한 행정 과 몸으로 부딪혀 싸우는 등의 강력하고, 실천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못된 사람, 나쁜 사람이 못된 건축, 나쁜 건축을 만드는가?” 박상문의 반어법에 기댄 질의는 이 날의 논의구조를 엮는 단초가 되었는데 인천의 도시와 건축의 문제는 지역 행정의 지배권력층과 도시 건 축 분야의 전문가 모두 피해갈 수 없는 뼈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지역에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건축인들이 생업의 어려움에 갇혀 있고(이는 인천에 국한된 상황은 아니다), 지역사회 가 급박한 현안을 중심으로 전문가 집단을 향해 손짓을 해올 때조차 나와 무관한 일로 치부하고(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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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건축 판의 고질적인 문제다), 학교를 졸업한 후로는 스스로 공부하려 들지 않고(건축사실무교육 과 같은 면허자격 유지용 점수 확보를 위한 피교육을 제외하면),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 채 저 스스로 존재감을 지워나가고 있음을 보건대 오늘날 인천 도시건축의 상황이 정치, 행정 권력에 무방비 상태로 난도질당하고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 같은 문제적 상황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민관에서 활약하는 지역의 건축인-건축직 공무원, 건축사, 도시 및 건축(공)학 전공 교수-들이 체감하는 인상은 여전히 가볍다는 점이다. 그렇다보니 공염불 외듯 일회성으로 반복되어온 전문가그룹의 탄식과 추궁의 끝은 늘상 실속 없는 말판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하는 것조차 어려 운 일이 되고 있다. 공공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행동과 민 간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이 결을 달리하는 것은 자연 스러운 것이다. 문제는 공공에 밀착한 행동이 제도적 뒷받 침으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에 솔깃하여 눈과 귀가 그 리로만 쏠리다 보면 민간의 행동이 위축되는 것은 명약관 화明若觀火한 일이다. 정치, 행정의 반대편에서 사회, 문화적 행동이 일상화될 수 있는 방안을 궁리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 인천이 국내외 내로라하는 건축인재들이 모여드는 장場이 되고, 그로써 도시·건축·환경·디자인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오늘 이 지역의 건축인들이 한 걸 음씩이나마 자기 밖으로 걸어 나와 세상과 협력할 때임을

사진자료|민운기(스페이스 빔 대표) 글|전진삼(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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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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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매트릭스 서울 1. 들어가는 말 도시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이다. 르네상스 이후의 근, 현대 서구도시들이 갖는 새로운 인류의 삶의 형태로 서 고안되고 인류와 함께 공진화하였다. 그러나 도시가 가지고 있는 역동성과 기본적인 편의성, 사람중심의 이성 적인 생활방식, ‘공화’의 사상적 토대 등의 본래의 가치는 뒷전으로 밀려있는 채, 도시에 연상되는 단어들은 회색, 성냥갑 모양의 건물, 자동차, 비인간화 같은 부정적인 것 일색이다. 특히, 한국 도시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농경사 회에서 기원한 전원적 삶의 형태가 산업화, 근대화 되는 과정에서 그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일종의 문화지체현 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도시를 개별건물의 나열과 집합 의 형태로만 이해하고 동일시하는 현상은 도시의 정의와 도시건축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하고 있다. 대개 한국의 도시 및 건축에 있어서 도시화의 문제라고 제기되는 경우 들의 대부분은 사실은 도시되기에 실패한 데에 기인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생태, 친환경 또는 녹색성장 등의 공허한 구호들이 난무하는 작금의 상황은 이러한 현상을 심화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있다. 이경훈 | EDGE

서울은 기본적인 도시성이 결핍된 환경이지만 더 큰 문제 는 도시에 살고 있다는 가상의 이미지가 주입되고 있어서 상상의 공간으로 도시를 받아들이면서도 서울의 부정적인 문제를 도시의 문제라고 단정하고 오해 한다. 이에 대한 해법을 추구하는 과정이 다시 도시성을 파괴하고 황폐하게 하는 악순환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본다. 2. 서울의 반도시성 도시 서울의 가장 큰 문제는 ‘살고 있는’ 도시와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도시간 의 분열에 있다. 마주치는 이웃에 웃으며 인사하는 간단한 일에서부터, 유모차 를 밀며 산책을 하는 젊은 부부의 뒷모습이나, 거리에서 사랑을 나누는 젊은 연 인들의 배경으로 아련하게 켜지는 가로등 같은 광경은 사실은 아파트광고에서 나 보이는 비현실적인 장면들이다. 이미지들에 의해 생겨난 또 하나의 현실은 실제보다 더 실제같이 소비되고 경험되어서 도시로서의 서울에 대하여 확고한 상상의 공간을 형성한다. 그러나 현실은 거리를 걸으면서도 인도 위를 침범한 차들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상냥한 눈인사 대신 험악하거나 기껏해야 무표정으로 서로를 대 한다. ‘물은 셀프’라며 숟가락까지 직접 챙기게 하는 외식문화에서부터 광화문의 꽃밭을 수도 중심부의 상징광장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서울의 현실이다. 팍팍한 현실과는 대조 적인 가상의 집단기억은 세련된 드라마와 영화와 현란한 광고의 영상을 통하여 더욱 공고해진다. 이중의 현실, 가상과 실재의 서울은 필연적으로 괴리를 갖게 마련이다. 그것은 보드리야르 식으로 말 하자면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가상의 이미지만의 세계이며 즉, 시뮬라크르이다. 라캉의 욕망이론에 의하면 이는 현실로서의 실재계와 가상현실로서의 상상계가 있고 그 사이의 틈이 커다랗게 존재한 다. 그러나 틈에서 발생하는 욕망에 의해 둘 간의 간격이 메워지기 보다는 욕망을 가상의 현실에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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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동하고 해소하는 구조이다. 즉, 현실의 서울을 이미지의 서울에 가깝도록 개선해나가기 보다는 문 제가 발생할 때마다 일반적인 도시의 문제로 간주하고 더 많은 녹지와 환경과 여유를 외치는 사이 서울은 도시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서울에서 생겨나는 도시문제라는 것은 도시 자체의 문제라기보 다는 진정한 도시가 아니어서 생겨나는 문제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도시공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미국의 전원적인 주거형식을 위해 만들어진 대형 쇼핑몰 같은 건축의 유형을 도시적인 건축으로 받아들이는 점이나 자동차 중심의 교 통체계를 도시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3. 도시의 정의와 성격 도시는 다양한 학문영역에서 관심을 갖는 대상인 만큼 그 관 점 또한 다양하다. 정치학에서 도시는 행정기능이 집합된 권 력공간으로, 경제학에서는 시장의 기능을 강조하고 원초적인 생산수단인 농업 이외의 직종에 종사하는 인구에 대한 관심을 주로 할 것이다. 사회학적으로는 ‘많은 인구가 한정된 공간에 정주하며, 어떤 형태로든 사회조직을 이루어 유사한 가치, 신 념, 문화, 목적을 가진 공동체’라는 베버의 정의처럼 제도적 측 면을 강조하고 있다. 도시를 가장 간편하게 정의하는 인구규모는 분명한 기준을 제 시할 수는 있지만 그 효용은 의심스런 바가 많다. 일례로 우리 나라의 기준으로는 인구가 오만 이상이면 도시로 분류하여서 밀도나 구성방식과 상관없이 시의 행정구역을 얻을 수 있다. 우 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행정구역상 주소지가 ‘동’에 거주하는 인 구를 말한다. 도시란 도읍都과 시장市이 합쳐진 단어이다. 도시의 기원과 정 의를 설명하는 학설은 세상의 도시의 수만큼 많지만 공통적으

이경훈 | EDGE

리나라 인구의 79%가 도시인구라는 통계는 이러한 구분을 바

로 나타나는 것은 비농업에 종사하는 인구의 구성이다. 직접 생 산에 종사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잉여’의 생산물이 도시를 성립하게 하고, 도시는 자연스럽게 정치와 경제의 공간으로 성 격을 갖는다. 이 중 상업적 성격은 도시의 성격을 분명히 하는 점이다. 도시의 종류와 성격을 나눌 때 흔히 쓰이는 분류처럼 군 사도시, 위성도시, 무역도시 교육도시 등으로 나눌 수 있지만 상 업도시라는 말은 일종의 동어반복을 포함한다. 도시가 문화의 영역이며, 문명의 자식이라면, 건축은 스케일을 달리하는 도시이다. 도시의 탄생 때부터, 도시에는 Agora라는 소통의 광장이 있었다. 이 광장에 교역을 위한 시장이 있었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아우르는 시 민의 일상생활이 있었다. 수십에서 수천 명의 시민이 광장에 모여 들어 서로를 관찰하고, 인사하고, 대화하고, 생업을 도모하였다. 도시가 소통의 공간이라면 건축은 소통의 도구이다. 도시가 공공의 선을 위한 사회적 장치라면 도시 의 건축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체를 양보한다. 도시가 자동차보다는 사람을 위한 공간인 것은 건 축과 이란성 쌍둥이이다. 서울의 거리와 그 위에서의 문화에는 전통적인 가치체계와 이해관계에서 파생된 전근대성과 제도적, 형식적 근대성 그리고 기호에 압도되는 탈근대성이 혼재된 분열적인 것 이다. 몸은 성인이지만 미처 성숙하지 못한 정신이 성인의 몸에 갇혀있는 청소년과 같이 비약적인 도시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문화지체의 한 현상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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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도시와 자연 이데올로기 한국의 도시와 그 대표인 서울을 매력 없고 비인간적이고 삭막하게 만드는 데에는 역설적으로 자연 이데올로기가 큰 역할을 한다. 잘못된 진단이 병을 키우는 것처럼 서울의 문제를 자연이 부족하고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외칠수록 서울은 활기를 잃어간다. 문제는 자연을 중시하는 기본적인 당위에 대항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것은 패륜이고 반인륜이며, 사악한 범죄와 마찬가지로 통용된다. 그러나 도시는 기본적으로 인공의 환경이며 반자연적 행위이다. 인류가 동굴에서 걸어 나온 이후로 건축공간에 대한 필요는 언제나 있었고 그 행위자체는 기본적으로 반자연적이며 자연을 해치거나 대항하는 것일 수밖에 없었다. 기둥과 서까래를 위해서 나무를 베고 돌을 쪼개는 일은 모두 자연을 거스르는 인간의 노력이다. 인간의 경험과 이성은 건축을 단순히 추위나 맹수로부터 보호하는 것에 서 발전하여 쾌적함과 문화적 기호에 이르는 다양한 가치를 표현하는 수단에 까지 이른다. 한국사회에서 유독 자연이데올로기가 힘을 발휘하는 데에는 역설적으로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훌륭 한 건축유산이 한몫을 한다. 조상들은 반도의 땅에서 그 자연을 최대한으로 즐길 수 있는 지혜를 물 려주셨다. 그러나 한국의 전통건축은 서울의 인구가 20만이 채 안 되던 20세기 초에 끝이 났다고 해 도 과언이 아니다. 근대화나 도시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에 일제강점이 시작되었고 성곽과 궁성이 파괴되고 근대주의적 신식의 건축이 강제로 이식이 되었다. 기차역, 관청, 은행 또는 백화점 같은 새로운 용도와 그에 걸맞은 신식 건축형태가 식민공간을 만들어 냈다. 도시화는 일제와 동일 시되고, 이는 민족적 반감과 혼합되어 타도의 대상으로 굳어져 간다. 한국의 전통공간에 대한 향수 는 그 대표적 키워드인 자연과 어울려졌고 자연은 ‘한’이나 ‘흥’ 같은 민족 고유의 대표어가 되었다. 한국인 몸으로 경험했던 자연은 종교가 되고 신화가 되었다. 자연과 민족이 동일시 되는 상황에서 반反자연을 외칠 수 있을까? 이경훈 | EDGE

어떤 건축도 심지어는 흙으로 빚은 건축도 인간의 지혜와 이성이 만들어낸 반자연적이며 인공적 인 환경이다. 자연은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주어진 조건이다. 문화는 야만을 극복한 인류가 이성으로 생각하고 기획하고 애써 지어낸 인공의 산물이다. 따라서 문화는 필연적으로 반 자연이다. 반자연의 과격한 어감이 거부반응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나무를 죄다 뽑아버려야 한다 든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인공이 자연을 훼 손한다기보다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침범이 그간의 경험과 자연에서 추출된 질서를 바탕으로 하는 이성적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함축되어있음은 물론이다. 건축은 이와 같이, 자연nature 반대편에 서있는 문화culture의 영역이며, 태생적으로 반자연적이다. 건축 이 모여서 만드는 도시는 더더욱 그러하다. 건축과 다른 건축이 만나고 부딪히는 과정에서 질서가 필요하고, 그 질서는 주어진 것(자연)이라기보다는 합의되고 만들어진(인공)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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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환경은 하늘을 빼고는 모든 것이 인공적이다. 발을 딛는 땅 이 포장되어 있고, 벽은 인공의 재료이며, 길가의 가로수조차도 들판의 나무와는 다른 의도된 선택과 이식의 과정을 거친 것이 다. 심지어는 하늘마저도 그 윤곽이 건축에 의해 잘려나간 인공 적인 모습이다. 이렇듯 도시는 자연과는 다른 배경위에 있고 전 원의 건축과는 다른 모습일 수밖에 없는 전혀 다른 환경이다. 문 제는 도시를 열등한 자연의 형태로만 보는데 있다. 인간보다 훨 씬 커다란 능력을 가진 신이 창조하고 인간에게 주어진 것이 자 연이라면, 도시는 인간이 신의 흉내를 내며 만들어낸 조악한 복 제품이라는 생각이 도시가 자연과는 다른 태생임을 잊게 하고 있다. 천국의 창 도시 인류는 항상 이상향을 꿈꿔왔다. 이상향은 대개 두 범주로 나뉘 는데, 파라다이스와 유토피아가 그것이다. 기독교의 경우, 인간 이 에덴에서 추방되어 고통의 세계에 살고 있지만, 에덴이 궁극 의 낙원으로 대우 받지는 않는 것 같다. 인간이 원하는 것은 결 국 지상에 인간 스스로 천국, 다시 말해 신시神市를 건설하는 것 이다. 이 간절한 소망은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비롯하여 태양의 도시Civitas Solis, Walden Two, Nova Atlantis, 율도국 등으로 묘사되었다. 이는 분명히 에덴과 다른 종류의 이상향이다. 에덴이 주어 진 것이고, 유기질적이며, 분화되기 이전의 자연 상태라면, 지상의 천국은 인간의 상상력과 이성에 의 며 남녀의 구분조차 무의미한 분화 이전의 상태이다. 사과를 따먹지만 않는다면 기후나 시간의 변화 도 없는 세상이다. 반면, 인류가 도달하고자 하는 천상의 도시Heavenly City는 넓고 곧은 길과 황금으로 된 커다란 건물들과 화려한 의복 같은 비자연적 메커니즘이 지배하는 장소로 묘사된다. 이러한 에 덴과 천국의 구분 즉, 복수의 이상향의 개념은 비단 기독교뿐 아니라 다양한 종교권에서 공통적으로

이경훈 | EDGE

해 기하학적으로 구축된 세계에 가깝다. 성경에서 묘사된 에덴은 숲이 우거지고 먹을거리가 풍성하

나타난다. 도시는 분명 자연의 혜택보다는 문화와 문명의 혜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자연과 문화는 분명한 상대적 개념으로 성립하는데, 여기에서 자연은 나무와 흙, 맑은 물 같은 구체적인 대상을 의미한다기 보다는 말 그대로 스스로自 그러한 것然 즉, 인간의 의지와 무관하게 스스로 존재하는 대상의 통칭으 로 보아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문화는 인간의 지력으로 창조한 여러 종류의 제도와 사회적 공간에 대한 광범위한 개 념이다. 따라서 도시는 문화의 산물이며, 도시가 함의하고 있는 반자연적 성격 때문에 비난 받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이성적 계획과 그 결과로 나타나는 도시적 풍경은 자연의 풍광만큼 가치 있기 때문이 다. 따라서 도시는 자연보다 열악하고 타도되어야 할 악이 아니라 자연과는 다르지만 나름의 생태계 적 질서와 미덕을 지닌 인간 최고의 발명품으로 보아야 한다. 오늘도 우리는 도시를 보고 도시를 경험 하고 도시의 공기를 느끼기 위해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고 있는 것 아닌가? 문화의 영역으로서의 도시 문제는 자연을 ‘선’ 도시를 ‘악’으로 보고 이러한 견해가 모든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이데올로기적 발 상에 있다. 자연과 문화는 대립적인 동시에 상호보완적이라는 레비-스트로스의 말처럼 자연과 문화 는 우열의 관계이기 보다는 다르고 보완적이라는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도시의 문제라고 생각되는 거의 모든 문제는 사실은 도시의 문제라기보다는 자연이데올로기가 문화의 영역, 도시의 문제에 침 투한 어정쩡한 태도의 문제이며, 도시의 본질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서울이 도시되기에 실패해서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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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게 되는 문제가 더 많다. 자연이 자연다워야 하듯 도시는 도시다워야 한다. 서울의 녹지면적은 전체면적의 약 30%에 이른다. 주위가 산 에 둘러싸여있고 그 산들을 넘어 도시가 팽창하는 과정에서 서구의 공원과는 다른 비탈진 녹지이기는 하지만 녹지는 녹 지이다. 이는 뉴욕이나 런던에 비하여서도 큰 수치이다. 그 러나 도심에 미군시설이 반환되거나 학교가 이전하는 등 빈 땅이 생길 때마다 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러한 의견은 아파트나 상가를 짓자고 주장하는 것보다 훨 씬 더 품위 있어 보이며 특히, 자연이데올로기와 부합하므로 별다른 이견 없이 수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도심의 금싸라 기 땅은 공원으로 변하지만 생각보다 그 공원은 쓰임새가 없 게 되는 결과를 수없이 보았다. 농협, 헌법재판소로 쓰이던 건물을 헐어내고 조성한 훈련원 공원은 도심의 숨통을 틀 것만 같았지만 공터에 화초가, 나무가 심 어져 있는 정도로 한산하게 방치되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햇볕을 쪼이며 간단한 점심을 먹고 휴식하고 소통하는 도시적 분위기를 염두에 두었겠지만, 그런 장면은 외국 영화에나 나오는 꿈이 되 고 말았다. 오히려 방치된 자연의 야만성만이 그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낼 뿐이다. 5. 마치는 말 서울 또는 한국의 도시들에 결핍된 도시성의 문제를 근대성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사회학적 접근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서구도시가 가지고 있는 공적영역과 공공공간이 물리적으로 형식적으로만 존 이경훈 | EDGE

재하고 일상공간에서는 철저히 개인화된 논리와 이해관계에 의해 추동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 적, 비가시적 근대 주체의 문제는 건축과 도시의 형태적 측면으로 반영되고 서울은 도시적 결정구조 를 완성하지 못하고 산재된 건축의 집합으로 남아있다. 개별적인 건축이 욕망하는 바가 공공의 선善 과 상충할 때마다 나타나는 자기중심적 해결은 반도시적 성격의 가장 분명한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 으며 이러한 근대성의 맥락에 연결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근대성의 측면에서 볼 때 서울 이라는 도시는 전근대적이다. 그러나 서울의 도시성 또는 반도시성이 서구에서 유행하는 최신의 인 식의 틀 안에서 탈근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지난 세기말을 뒤흔들었던 위쇼스키 형제의 영화 <매트릭스>는 앞서 말한 이중의 현실에 대한 적절 한 질문을 던진다. 인공지능을 가진 컴퓨터가 이 세상을 지배하고 인간과의 전쟁에서 영원한 에너지 원인 태양을 잃고 나서는 인간을 에너지원으로 가축처럼 사육한다. 대신 인간에게는 1999년의 가상 현실을 주입하고 그 안에서 평생을 살아가게 한다. 두 개의 현실, 두 개의 도시를 살아가는 서울에 매트릭스가 시사하는 바는 자못 크다. ‘당신이 믿고 있는 것이 진실이 아닐지 모른다’는 매트릭스는 서울의 모든 문제를 도시의 문제로 치환하고 그 해법을 찾으면 찾을수록 더욱 그 도시성을 잃어가는 모순의 순환구조를 공고 히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서울이 도시가 아님을 자각하 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는 자학적이거나 자기비하적 고백 이라기보다는 이를 통해 한국의 도시와 건축 또는 둘 간의 융 합된 형태로서의 도시건축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당장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글 및 사진자료|이경훈(국민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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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문화사 spacetime | EDGE


제6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공모 본지는 2010년 이래 꾸밈건축평론상과 공간건축평론신인상, 와이드AR 건축비평상 수상자들의 모임인 건축평론동우회와 손잡고 <와이드AR 건축비평상>을 제정하여 신진 비평가의 발굴을 모색해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 건축평단의 재구축은 물론 건축과 사회와 여타 장르를 연결하는 통로로서 건축비평의 가치를 공유하는 젊은 시각의 출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역량 있는 새 얼굴들의 많은 관심과 응모를 바랍니다.

주최: 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

[당선작 발표]

주관: 와이드AR

2016년 1월 중 개별통보 및 <와이드AR>

후원: 건축평론동우회

2016년 1/2월호 지면 및 2016년 1월 초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에 발표

공모요강 [시상내역]

[심사위원]

- 당선작: 1인

수상작 발표와 함께 공지 예정

- 기타(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당선작 외에도 가작을 선정 할 수 있음)

[시상식] 2016년 1월(예정)

[수상작 예우] - 당선작: 상장과 고료(100만원) 및 부상

[응모작 접수처]

- 가작: 상장과 부상

widear@naver.com

- 공통사항 1) <와이드AR> 필자로 우대하여, 집필 기회 제공

[기타 문의]

2) ‘건축평론동우회’의 회원 자격 부여

대표전화: 070-7715-1960

[응모편수]

[응모요령]

- 다음의 ‘주평론’과 ‘단평론’을 동시에 제출하여야 함.

1. 모든 응모작은 응모자 개인의 순수 창작물이어야 함.

주평론과 단평론의 내용은 아래 ‘응모요령’을 반드시 확인하고

기존 인쇄매체(잡지, 단행본 기타)에 발표된 원고도 응모

제출바람

가능함.(단, 본 건축비평상의 취지에 맞게 조정하여 응모 바람)

1) 주평론 1편(200자 원고지 50매 이상~70매 사이 분량으로,

2. ‘주평론’의 내용은 작품론, 작가론을 위주로 다루어야 함

A4용지 출력 시 참고도판 등 이미지 포함하여 7매~10매 사이

3. ‘단평론’의 내용은 건축과 도시의 전 영역에서 일어나는

분량)

시의성 있는 문화현상을 다루어야 함

2) 단평론 2편(상기 기준 적용한 20매 내외 분량으로, A4용지

4. 응모 시 이메일 제목 란에 “제6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출력 시 3매 분량)

응모작”임을 표기할 것 5. 원고는 파일로 첨부하길 바라며 원고 말미에 성명, 주소,

[응모자격]

전화번호를 적을 것

내외국인, 학력, 성별, 연령 등 제한 없음

6. 원고 본문의 폰트 크기는 10폰트 사용 권장 7. 이메일 접수만 받음

[사용언어]

8. 응모작의 접수여부는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에서

1) 한글 사용 원칙

확인할 수 있음

2) 내용 중 개념 혼동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괄호( ) 안에 한 자 혹은 원어를 표기하기 바람 [응모마감일] 2015년 11월 30일(월) 자정(기한 내 수시 접수)


3.5 건축평단 2015 봄호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가

8.29 텐이슈 토요집담회#6 실험적 건축 현대도시의 건축실험_이재원

3.21 텐이슈 토요집담회#1

실험적 건축, 7가지 쟁점_정만영

세월호 이후의 건축 [건축평단 창간기념 포럼] 건축의 비판성 재고_이종건

9.5 건축평단 2015 가을호 건축작품의 판단

악한 마주침: 장소와 맥락에 대한 정치적 해석_임성훈 두 죽음 사이의 건축_이경창

10.10 텐이슈 토요집담회#7

세월호 참사, 공공성을 묻다_송종열

한국건축사학, 환부작신의 길을 모색한다 한국건축역사와 1세대 건축사학자_김동욱

4.25 텐이슈 토요집담회#2 건축가는 누구인가

건축사학의 시대적 역할_김성우

사회와 역사의 접면에서_이종건

경계를 넘어_박경립

조선의 건축가: 지식인으로서의 건축가_함성호

한국건축역사와 시대 구분_한재수

초현실주의자_임성훈

10.31 텐이슈 토요집담회#8 슈마르조와 뵐플린, 원전과 수용

5.30 텐이슈 토요집담회#3

‘조형미술의 형식’과 힐데브란트의 질문_박민수

젊은 건축, 젊은 건축가 [대토론회]

하인리히 뵐플린: 건축적 과제-건축심리학_신건수 아우구스트 슈마르조: 건축창작의 주체와 차원_김영철

6.5 건축평단 2015 여름호 건축가는 누구인가

건축사학에서 헤겔의 유산_강혁

6.27 텐이슈 토요집담회#4 렘 콜하스 비판적 독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_김인성

11.28 텐이슈 토요집담회#9

단절과 불연속의 도시 건축_이장환

역사의 현재화와 현재의 역사화

건축이 도시를 만드는 방식_이종건

건축사란 무엇인가: 당대의 건축과 건축사의 끈_김원식 건축에서 현대사와 비평의 경계_이종우

7.25 텐이슈 토요집담회#5

역사와 현재를 어떻게 구별하는가_임성훈

건축작품은, 어떻게 판단하는가 건축작품과 판단_이종건

12.5 건축평단 2015 겨울호 건축의 한국성

건축작품의 형식과 내용_김영철

12.19 텐이슈 토요집담회#10

새로움, 아름다움, 판단 불가능성_임성훈

전통의 해석과 고유성의 문제 송종열 이상헌 김경수

건축평단 정기구독 문의_정예씨 출판사 전화 070-4067-8952 이메일 book.jeongye@gmail.com 텐이슈 토요집담회 참가 문의_정림건축문 화재단 02-3210-4991 lee@junglimfoundation.org 기획/주최_건축평단+정림건축문화재단+토요건축강독+한양대 동아시아건축역사연구실

2015 건축평단


WIDE 건축영화공부방 -노매딕 스크리닝 6 2015년 <시즌4> 《WIDE건축영화공부방》노매딕 스크리닝 최종편입니다. 참가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 일정을 꼭 확인 바랍니다

제23차 상영작: 더 폴The Fall

감독 타셈 싱Tarsem Singh

제작 2006

개관 어깨가 부러져 병원에 입원한 어린 소녀 알렉산드

The Fall

리아는, 하반신 마비가 된 스턴트맨 로이의 이야 기 속으로 빠져든다. 어린 아이의 상상력으로 녹 아든 어른의 절망이 아름다운 색으로 덮입혀진 환 상으로 표현된다. CG가 배제된 배경은 18개국 26 로케이션을 돌며 작업한 결과물이다.

일시 2015년 12월 7일(월) 7:00~10:30pm 장소 KcAL건축연구소_

위치: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54길 16-5 (한남동) 3층

방장 강병국(간향클럽 자문위원, WIDE건축 대표) ●참석 신청 예약 총원: 총 25인 내외로 제한함(선착순 마감 예정) ●신청 예약 방법: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에 각 차수별 프 로그램 예고 후 선착순 접수 *참가비 없음 주최 간향클럽, 미디어랩&커뮤니티 주관 WIDE건축, 와이드AR 후원 KcAL건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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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와 비평가 및 다방면 건축의 파트너들과 함께 네트워크를

격월간으로 발행하는 잡지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구축하여 “지방locality, 지역region, 청년youth,

월례 저녁 강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땅집사향)》

진정성authenticity, 실용성practicality”에 시선을 맞추고,

건축가들의 이슈가 있는 파티 《Architecture Bridge(ABCD파티)》

“건축을 배우는 후배들에게 꿈을, 건축하는 모든 이들에게

《ICON Choice》

긍지를” 전하자는 목표 아래 건축한다는 것만으로 반갑고 행복한

건축역사이론비평의 연구자 및 예비 저자를 지원하는 《심원건축학술상》

세상을 짓는데 함께 힘을 보태겠습니다.

신예비평가의 출현을 응원하는 《와이드AR 건축비평상》 내일의 건축저널리스트를 양성하는 《간향저널리즘스쿨》

우리는

색깔 있는 건축도서 출판 《간향間鄕》 《AQ Insight Books》

건축계 안팎의 현안을 주시하며 이슈를 발굴-공론화하고,

국내외 건축과 도시를 찾아 떠나는 현장 저널 《WIDE 아키버스》

나아가 건축동네의 계층, 세대, 업역 간의 골 깊은 갈등 구조를

건축인을 위한 미술수업 《WIDE 건축유리조형워크숍》

중재하는 매개자 역할을 통해 우리 건축의 현재와 미래를

인간·시간·공간의 이슈를 영상으로 따라잡는 《WIDE 건축영화공부방》

견인하는 지렛대가 되고자 합니다. 그로써 이 땅에 필요한 건강

어린이·청소년 건축학교 《AB스쿨》

한 건축 저널리즘을 구현함은 물론 건축과 대중 사회를 연결하는

등의 연속된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또는 파트너들과 함께 수행하며

미디어 커뮤니티가 되겠습니다.

우리 건축 문화의 켜를 기품 있게 다져 나가겠습니다.

간향 미디어랩 GANYANG Media Lab.

간향 커뮤니티 GANYANG Community

[와이드AR 발행실 publisher partners]

[고문단 advisory group]

발행인 겸 편집인 전진삼

명예고문 곽재환, 김정동, 박길룡, 우경국, 이상해, 임창복, 최동규

발행위원 김기중, 박민철, 박유진, 오섬훈, 우의정

대표고문 임근배 고문 구영민, 김원식, 박승홍, 박철수, 이일훈, 이충기

[와이드AR 논설실 editorialist] 고문 이종건

[후원사 patrons]

논설위원 이주연

대표 김연흥, 박달영, 승효상, 이백화, 이태규, 장윤규, 최욱

[와이드AR 편집실 editorial camp]

[자문단 creative committee]

편집자문위원 김재경, 남수현, 박영채, 박인수, 박정현

자문위원 강병국, 공철, 김동원, 김석곤, 김영철, 김정후, 김종수, 김태만,

편집장 정귀원

김태일, 박성용, 박준호, 박창현, 손승희, 손장원, 신창훈, 안용대, 안철흥,

전속사진가 남궁선, 진효숙

이경창, 이정범, 임형남, 장정제, 전진성, 조남호, 조택연, 최춘웅

디자이너 노희영, banhana project 외래기자 공을채

[협력기관 program partnerships] 심원건축학술상 심사위원회 위원 김종헌, 박진호, 우동선, 함성호

[와이드AR 유통관리대행 distribution agency]

심원건축학술상 역대 수상자 박성형, 서정일, 이강민, 이연경

서점 심상호, 정광도서

심원문화사업회 사무장 신정환

직판 박상영, 삼우문화사 [계열사 project partners] [와이드AR 제작협력 production partners]

마실와이드 대표 김명규

코디네이터 김기현, 시공문화사 spacetime

와이드플러스 이사 이경일

인쇄, 출력 및 제본 강영숙, 서울문화인쇄 종이공급 박희진, 신안지류유통

www.ganyangclub.com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약칭, 땅집사향) ‘건축사진가열전’(시즌2) 2년 전 ‘시즌1’을 통해 한국의 대표 건축사진가 6인을 초청하여 그들의 사진세계를 접한 바 있습니다. 이제 그 두 번째 프로그램을 열면서 우리나라 건축사진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품고자 합니다.

2015년 11월 | 제107차 한국의 건축사진가 07 이야기손님 진효숙(건축사진가) 일시 11월 18일(수) 7:30pm 장소 토즈 홍대점 H1 방 주제 드라마를 품는 건축사진

2015년 12월 | 제108차 한국의 건축사진가 08 이야기손님 황효철(건축사진가) 일시 12월 16일(수) 7:30pm 장소 토즈 홍대점 H1 방 주제 내 사진의 태도

|주관 와이드AR |주최 그림건축, 간향클럽 <땅집사향>의 지난 기록과 행사참여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카페

|협찬 시공문화사 spacetime

(카페명: 와이드AR, 카페주소: http://cafe.naver.com/aqlab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의 02-2231-3370, 02-2235-1960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통권 48호, 2015년 11-12월호, 격월간

ⓦ <와이드AR> 주요 배본처

2015년 11월 15일 발행, ISSN 1976-7412

● 온라인 서점

2008년 1월 2일 창간 등록, 2008년 1월 15일 창간호(통권 1호) 발행

예스24

2011년 1월 19일 변경 등록, 마포 마-00047호

인터파크

ⓦ 발행인 겸 편집인 전진삼 ⓦ 발행소 간향 미디어랩 Ganyang Media Lab.

주소|03994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 175(동교동, 마젤란21오피스텔) 909호

전화|02-2235-1960

팩스|02-2235-1968

독자지원서비스|070-7715-1960

홈페이지|ganyangclub.com

네이버 카페명|와이드AR

ⓦ 본지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본지에 게재된 기사나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사, 유포를 금합니다. ⓦ 1권 가격: 10,000원 ⓦ 연간구독료

1년 구독: 55,000원 · 2년 구독: 110,000원 · 3년 구독: 165,000원

ⓦ 정기구독(국내 전용) 신청방법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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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번호>, <이메일 주소>, <입금예정일>을 적으시어

· <와이드AR> 공식 이메일: widear@naver.com

팩스: 02-2235-1968

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책은 입금 후 보내드리게 됩니다.

정기구독을 하시면, 전국 어디서나 편안하게 책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당사가 독자대상으로 벌이 는 각종 행사에 우선 초대됩니다. · 무통장입금방법 · 입금계좌: 국민은행, 491001-01-156370 [예금주: 전진삼(간향미디어랩)]

알라딘 11번가 교보문고 ● 오프라인 서점 · 큰 서점 교보문고(광화문점, 02-393-3444) 교보문고(강남점, 02-5300-3301) 교보문고(잠실점, 02-2140-8844) 교보문고(목동점, 02-2062-8801) 교보문고(이화여대점, 02-393-1641) 교보문고(영등포점, 02-2678-3501) 교보문고(분당점, 031-776-8004) 교보문고(부천점, 032-663-3501) 교보문고(안양점, 031-466-3501) 교보문고(인천점, 032-455-1000) 교보문고(대구점, 053-425-3501) 교보문고(부산점, 051-806-3501) 교보문고(센텀시티점, 051-731-3601) 교보문고(창원점, 055-284-3501) 교보문고(천안점, 041-558-3501) 영풍문고(종로점, 02-399-5600) 영풍문고(미아점, 02-2117-2880) 영풍문고(명동점, 02-3783-4300) 영풍문고(청량리점, 02-3707-1860) 영풍문고(김포공항점, 02-6116-5544) 영풍문고(여의도점, 02-6137-5254)

· 구독자와 입금자의 이름이 다를 경우, 꼭 상기 전화, 팩스, 이메일로 확인하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서울문고(종로점, 02-219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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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구독 및 광고문의: 070-7715-1960 <와이드AR>의 광고는 본 잡지를 함께 만드는 건축(가)네트워크와의 연계를 지원합니다.

지면 위에서의 1차적 홍보 효과를 넘어, 실질적 수익 효과의 창출을 위해 데스크가 함께

고민해 드립니다.

효자 책방 소란(서울 통인동, 02-725-9470) 서울서적(서울 대방동, 02-822-2137) 인천교육사(인천 구월동, 032-472-8383)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48

201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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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 vol 48, Design  

WIDE AR Vol.48 Korean Architectur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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