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


심원문화사업회 건축의 인문적 토양을 배양하기 위해 만든 후원회로서 지난 2008년 이래 건축역사와 이론, 건축미학과 비평 분야의 전도유망한 신진 학자 및 저술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심원건축학술상>을 제정하여 시행해오고 있습니다.

심원건축학술상 1년 이내 단행본으로 출판이 가능한 미발표 원고(심사 중이거나 심사를 마친 학위 논문 포함)와 사업년도 기 준 2년 내 발행된 연구저작물 중에서 학술적이며 논쟁적 가치가 높은 응모작을 대상으로 매년 1편의 수상작 을 선정하여 시상 및 출판지원을 합니다.

심원건축학술상 학술총서 발간 지난 7년 간 총 4편의 수상작을 선정하여 『벽전』(박성형 지음, 제1회 수상작), 『소통의 도시』(서정일 지음, 제 2회 수상작), 『도리 구조와 서까래 구조』(이강민 지음, 제4회 수상작), 『한성부의 ‘작은 일본’, 진고개 혹은 本 町』(이연경 지음, 제6회 수상작)을 발간하였습니다.

● 심원건축학술상 1기 위원회: 배형민, 안창모, 전봉희, 전진삼 ● 심원건축학술상 2기 위원회: 김종헌, 박진호, 우동선, 함성호 ● 후원: ㈜엠에스오토텍


46

목차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2015.7-8 document

review

6

34

표지작

와이드 COLUMN

아이뜰유치원, Iddeul Kindergarten

물과 전기를 자급하는 마을 | 박병상

표지작가 손진 | Son Jean

36 이종건의 COMPASS 43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 논쟁, 그리고 우리 | 이종건 39

arcade

와이드 FOCUS “그렇게, 걷고 또 걸으면, 길이라고 부르겠지” | 이주연 42

edge

표지작 DIALOGUE 건축이 말하는 방식 | 정귀원

101 와이드 EDGE: 심원건축학술상학술총서 4 『한성부의 ‘작은 일본’, 진고개 혹은 本町』 | 이연경 108

45

표지작 CRITICISM 미술관 같은 유치원 | 이경창

WIDE 건축영화공부방 110 간향클럽 소개 111 땅집사향(103-104) 112

3 제8회 심원건축학술상 공모

판권 106 제6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공모

정정보도 지난 45호 ㈜제효 광고지면 내용 중 사진작가의 이름을 김종오로 바로 잡습니다. 교정 과정에서 확인을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심원문화사업회

제8회 심원건축학술상 공모 SIMWON Architectural Award for Academic Researchers

■ 공모요강

2- 응모자의 이력서(연락 가능한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반드 시 명기할 것) 1부

Ⓢ 수상작: 1편

[심사위원회(이하, 위원회)는 모든 응모작의 저작권 보호를 준

1) 부상

수할 것이며, 응모작을 읽고 알게 된 사실에 대하여 표절, 인용

1-1 미발표작이 수상할 경우

및 아이디어 도용 등을 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함. 제출된 자료

상패 및 상금(고료) 1천만 원과 단행본 출간 지원

는 반환하지 않음]

1-2 발표작이 수상할 경우

상패(저자), 인증서(출판사 대표) 및 상금 1천만 원(저자)과 3

Ⓢ 제출처

백만 원에 상당하는 도서 매입(출판사) 그리고 수상 도서에 부

(121-816)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 175

착할 수상작 인증 라벨 지원

(동교동, 마젤란21오피스텔 909호) 간향 미디어랩&커뮤니티

Ⓢ 응모자격

(겉봉에 ‘제8회 심원건축학술상 응모작’이라고 명기 바람)

내외국인 제한 없음, 단 1인 단독의 연구자 및 저자 (출판사 대표 포함)에 한함

Ⓢ 응모작 접수 접수 마감: 2015년 10월 31일

Ⓢ 응모분야

(우편 소인 분까지, 기간 내 수시 모집)

건축역사, 건축이론, 건축미학, 건축비평 등 건축인문학 분야에 한함

Ⓢ 추천작 발표

(단, 외국국적 보유자인 경우 ‘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물’에 한함)

추천작 발표: 2016년 1월 중(《와이드AR》 카페 및 개별 통지)

Ⓢ 사용언어

Ⓢ 수상작 선정

한국어

예비심사를 통과한 추천작에 대하여 공개 포럼을 포함한 소정 의 본선 심사를 진행하며, 그 중 매년 1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하

Ⓢ 응모작 제출서류

여 시상함.

[미발표작의 경우]

1) 완성된 연구물(책 1권을 꾸밀 수 있는 원고분량으로 응

Ⓢ 수상작 발표

모자 자유로 설정)의 사본(A4 크기 프린트 물로 흑백/칼라 모

2016년 5월 중(《와이드AR》 2016년 5/6월호 지면 및

두 가능)을 제본된 상태로 5부 제출.

인터넷 카페에 공지)

2) 별도 첨부 자료(A4 크기 용지 사용)

1- 응모작의 요약 내용이 포함된 출판기획서

Ⓢ 시상식

(자유 양식으로 2매 이내 분량) 1부

별도 공지 예정

2- 응모자의 이력서 (연락 가능한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반드시 명기할 것) 1부

Ⓢ 미발표작의 출판일정 수상작 발표일로부터 1년 이내

[발표작의 경우]

1) 초판 1쇄 발행일 기준 최근 2년(2014~2015년) 사이에

국내에서 출간된 도서여야 함. 제출 수량 5부(공모기간 중 출판

주최

사와 계약을 통해 단행본 출간 작업 중에 있는 연구물의 경우,

심사위원회 김종헌, 박진호, 우동선, 함성호

‘미발표작’의 제출서류와 동일하게 제출하면 됨)

기획 및 주관 《와이드AR》·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

2) 별도 첨부 자료(A4 크기 용지 사용)

1-응모작의 소개서(자유 양식으로 2매 이내 분량) 1부

심원문화사업회

후원

(주)엠에스오토텍

문의

070-7715-1960


그림字 08

목차

report 의로운 건축 50 와이드 REPORT 1 건축가 박학재 기증유물특별전 | 김영철 56 와이드 REPORT 2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 | 공을채

오랜 경제 난국으로 대부분의 국민이 걱정이 많아져 사회 분 위기가 침체되어 있습니다. 총체적으로 일거리가 줄어들어 먹고사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모두가 생존하기 위하여 돈 버는 일에 집중하게 되는데, 많은 사회적 문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돈벌이 자체가 문제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수단과

60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세태가 문제입니다. 살기 위하여 재화를

와이드 REPORT 3

얻는 행위 자체는 건전한 생존 수단이지만, 이기적이고 비도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5

덕적인 방식은 우리 사회를 망가뜨릴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

Young Architects Program 2015 SoA의 지붕감각 | 정귀원 64 와이드 REPORT 4 모두를 위한 건축, 움직이는 구조체-파빌리온씨 | 이성민 68 와이드 REPORT 5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 | 정귀원

입니다. 맹자가 양나라 혜왕을 찾아갔을 때, 왕이 “무엇을 가지고 우 리나라를 이롭게 해 주시렵니까?” 하고 물었답니다. 이에 맹 자는 “임금님이 ‘무엇을 가지고 우리나라를 이롭게 할까’ 하 시면 대부들은 ‘무엇을 가지고 우리 집을 이롭게 할까’ 생각 하며, 백성들도 ‘무엇을 가지고 내 몸을 이롭게 할까’ 생각하 여 서로 이익을 다투게 되며 나라가 위태롭게 될 것입니다.” 하고 대답하며, 의로움을 바탕으로 이로움을 추구해야見利思 義

온 세상이 평안하게 된다고 말했답니다.

맹자가 말한 의義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그의 사단설四端設이 71

바탕이지 싶습니다. 남을 사랑하여 측은하게 여기고惻隱之心,

와이드 REPORT 6

불의를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며羞惡之心, 양보하고 공경하며辭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공간 설계 국제현상공모 | 공을채 74 와이드 REPORT 7 DDP, Dress in Seoul | 정찬호 78 와이드 REPORT 8 특별해지는 공장건축의 풍경 | 박선희 81 와이드 REPORT 9 Strong Architect 08 | 유걸 건축의 일반해 실천적 유토피아주의자의 현대에 대한 긍정 | 박성용 89 와이드 REPORT 10 Power & Young Architect 08 | 김수영 Constructing 숨비소리와 사자후 | 박성용

讓之心, 옳고 그름을 가리는是非之心,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건축가로서의 의로움이란 무엇일까요? 건축가의 창의성의 고집이나 욕심보다는, 나를 죽여 건축주와 사용자를 먼저 위 하고, 이 사회에 적합하고 올바른 건축적 제안을 해내는 것 쯤 될 것 같습니다. 어려운 시절에, 오히려 원리적인 길을 찾아보면 어떨까 하여 ‘의로운 건축’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글 | 임근배(간향클럽 대표 고문, 그림건축 대표)


document

06 표지작 Cover Work

아이뜰유치원 Iddeul Kindergarten 표지작가 Architect

손진 Son Jean

WIDE Architecture Report 46 5


COVER WORK

ㄴ자형의 기단 위에 분절된 매스들이 지형을 따라 배치되었다.

표지작 | COVER WORK

아이뜰유치원 Iddeul Kindergarten 손진 Son Jean

위치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이손건축 ISON ARCHITECTS

용도

교육 및 연구시설(유치원)

홍익대학교 건축공학과, Instituto Universitario di Architecttura(Venice,

대지 면적 2,554m2

Italy)에서 공부했다. Studio Francesco Venezia(Venice & Naples), Studio Skopje(Macedonia)를 거쳐 1997년 이손건축을 설립했고, 현재 이손건축건축사사무소 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홍익대학교, 고려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바 있다.

건축 면적 495.13m2 연면적

2,939.79m2

건폐율

19.56%

용적률

65.18%

층수

지하 2층, 지상 4층

구조

철근 콘크리트 구조

사진 김종오

7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노출 콘크리트, 시멘트 벽돌, 홀블록, 금속 재료의 조합. 기단 재료는 쪽널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하되 상부 시멘트 벽돌의 표피가 읽히도록 했다. 시멘트 벽돌의 표피는 백색 스테인을 뿌려 벽돌의 구축적 속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자칫 육중해 보일 수 있는 덩어리들의 무게를 덜어주고자 했다.

초기 스케치. “마을과 같은 유치원” “가능하면 분절된 덩어리들로 이루어진 군집형의 어린이 공동체”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다.

8


들로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배치도

1.현관

11.입구 로비

2.휴게실-1(카페)

12.강당

3.홀-1

13.교무실

4.홀-2

14.원장실/보건실

5.직원휴게소

15.교구실

6.창고-1

16.자료실

7.전기실

17.실내놀이터

8.기계실

20

15

16

9.휴게실-2 10.마당

18.주방 19.놀이언덕 20.선큰

14 8 12

4

5

6

11

13

7

3

18 1

1 2

17 19

9 10

지하 2층 평면도

10

지하 1층 평면도


COVER WORK

북측 계단실 앞에서 본 입구 로비. 전면에 교무실이 보인다.

검은색 금속으로 싸인 주출입구

투명한 강당. 지하 1층은 가능한 시선이 멀리 꽂히도록 했다.

11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강당의 선큰. 숨은 놀이터이자 빛을 담는 공간이기도 하다.

자료실에서 바라본 로비 입구. 지하 1층 전체가 한눈에 파악된다.

12

강당 내부


COVER WORK

주방에서 바라본 실내놀이터의 내외부 공간. 부대시설이 자리잡은 지하1,2층은 다양한 바닥 레벨과 공간을 보여준다.

지하 1층 놀이언덕에서 바라본 실내놀이터

13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5

7

6

9

5

6

8

4

4

3

3

2

2

1

1

1층 평면도

5

2층 평면도

10

6

12

11

1.교실-1

4

2.교실-2 3.교실-3 4.교실-4 5.교실-5

3

6.교실-6 7.상상마당-1 2

8.상상마당-2 9.숲속 교실

1

10.학원-1 11.학원-2 12.학원-3

3층 평면도

14

4층 평면도


COVER WORK

21 20

19 18 18

12 5

18 11

6 1

9

10

단면도-3

21 20

19

13

14

15

16

17

13

14

15

16

17

13

14

15

16

17

3

6 1

7

8

4

1.지하 2층 현관

단면도-2

2.지하 1층 현관 3.실내놀이터 4.지하 2층 홀 5.놀이언덕 6.지하 1층 홀 7.강당 8.자료실 9.전기실

15

10.기계실

15

11.교구실

15 3

12.상상마당-1 5 1

13.교실-1 2

14.교실-2 15.교실-3 16.교실-4 17.교실-5 18.교실-6 19.학원-1

단면도-1

20.학원-2 21.수영장

15


16


COVER WORK

최대한 자연광을 이용한 교실

실내 바닥의 선명한 색은

창은 매스의 흐름에 따라 내부에서

각 층의 특성을 말해주며,

원경과 근경을 적절히 잡아낸다.

남측 계단에서 만나 색의 향연을 이루게 된다.

17


COVER WORK

지상 3개층에 18개의 교실이 밀도있게 배치되었다.

재료를 의식적으로 보여주고 빛을 의식적으로 담는다.

수영장에 이르는 성곽 같은 길

자연과 어우러진 옥상층 수영장 19


COVER WORK

야경. 창을 통해 안쪽의 골조가 의식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지하 2층의 카페 공간 북측의 지하 2층 입구. 기둥을 홀블록으로 감싸 만든 휴게실, 카페로 쓰이는 휴게실 등은 관계된 모든 이를 배려하는 마음이다.

21


오전에 빛을 많이 받는 동쪽 입면에는 개구부가 많다. 창은 아이들의 생활 모습을 담는다.

동측 입면도

서측 입면도

남측 입면도

북측 입면도


arcade c4 Architecture Bridge c3 삼협종합건설 c2 엠에스오토텍 1 심원건축학술상 학술총서 3 심원문화사업회 24 이로재 25 제효건설 26 우리동인 27 ONE O ONE Architects 28 UrbanEX 29 IDMM Architects 30 동양PC 31 유오스 knollkorea 32 운생동

WIDE Architecture Report 46


(주)제효에서 지은 집 건축가 상상 속의 건물을 구현하다 | www.jehyo.com

주.제효인테리어 | studiozt_김동원 | 사진_김종오


USD Publishing NEW BOOK

가격: 13,000원 건축의 지역성을 다시 생각한다 지역주의는 21세기 한국건축에서 여전히 중요한 과제이다. 정답의기준이있는것은아니지만지난20세기때우리는아직 수긍하고 만족할만한 우리 만의 지역주의를 얻지 못했다. 시대는 흘러 이제 새로운 개념의 지역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지역주의는 전통이나 민족주의와 동의어이던 시대는 지났다. 21세기는 20세기 백년을 더해서 매우 확장된 레퍼토리가 조합하고 충돌하고 융합하는 다원주의 시대이다. ‘한국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이런 21세기에 우리의 위치와 상태를 찾고 정의하는 작업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 면 이제 한국 사람들이 ‘한국인은 누구인가’라는 큰 명제 아래 분야별로 한국적인 것을 찾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한국적인 것’에는 20 세기의 현대화된 요소도 반드시 들어간다는 것이다. 전통과 20세기가 서로에게 이분법적 타자가 아니고 2013년 현재의 한국인을 구성하는 공 통 요소로 서로 마주보고 섞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건축에도 이런 작업이 필요하다. ‘한국 건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답을 해야 할 때이다. 그 답은 21세기의 새로운 지역주의, 즉 창작 지역주의가 될 것이다. 창작 지역주의의 조건은 ‘진정한 보편성’이다. 20세기 민족 지역주의의 논리 구도인 종속과 투쟁, 표절과 자폐의 이분법을 극복한 지역주의이다. 혹은 이런 극북에 이르는 방법론으로서의 지역주의이다. 창작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의 가치이기도 하다. -임석재, 강미선(이화여대 건축학부 교수)


review

34 와이드 COLUMN 물과 전기를 자급하는 마을 | 박병상 36 이종건의 COMPASS 43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 논쟁, 그리고 우리 | 이종건 39 와이드 FOCUS “그렇게, 걷고 또 걸으면, 길이라고 부르겠지” | 이주연 42 표지작 Cover Work DIALOGUE 건축이 말하는 방식 | 정귀원 45 표지작 Cover Work CRITICISM 미술관 같은 유치원 | 이경창

WIDE Architecture Report 46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와이드 COLUMN

물과 전기를 자급하는 마을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COLUMN 34

지난 가을부터 올 봄까지 중부지방의 가뭄은 전에 없이 혹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에 머무는 인구의 십중팔구는 숨

독한 모양이다. 팔당댐의 수위를 유지하게 하는 소양강댐

이 턱턱 막히는 뙤약볕이 계속되면 냉방기부터 켜겠지. 도

은 물을 예년의 절반도 가두지 못해 호수의 상류는 바닥이

시의 가난한 노약자들은 에어컨 빵빵한 공공시설로 늦지

바싹 마른지 오래다. 무엇보다 농사짓는 이의 아우성이 큰

않게 피난가야 한다.

데, 도시는 안타까움을 공유하지 못한다. 아니 간신히 모내

도시 면적에서 녹지가 30%보다 좁으면 시민들은 녹지를

기를 마친 논이 쩍쩍 갈라져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샤워기

찾아 떠나려한다고 생태도시 관련 전문가는 주장한다. 주

에서 따뜻한 물이 쏟아지는 한,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다.

말마다 고속도로가 미어터지는 우리나라가 그 좋은 예일

비가 잠깐 내려도 우산 들고 다니기 귀찮아할 따름이다.

텐데, 대신 녹지가 도시의 절반에 가깝다면 굳이 떠날 필요

1983년인가? 우리나라 인구가 4000만을 돌파했다고 정부

를 느끼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유럽의 많은 도시들이 그렇

와 언론은 걱정을 늘어놓았다. 그 당시 식량자급률은 얼마

다. 5분 걸어 찾을 수 있는 녹지에 가족과 연인이 환대하며

나 되었을까? 인구 5000만을 넘어선 지금보다 훨씬 높았

우의를 나눈다. 그런 도시의 녹지는 대개 습지를 포함한다.

을 텐데, 국가의 내일을 위해 아이를 더 낳으라는 요즘, 늘

지하수위를 유지하게 하는 습지가 있어야 녹지가 건강하

어난 인구들은 1980년대보다 커다란 집에서 많은 음식을

고, 깃드는 생물의 다양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홍수와 가뭄

먹으며 물을 펑펑 쓴다. 그러느라 도시 인근의 농경지는 도

의 피해를 완충한다. 그뿐인가. 안정된 식수가 보장된다.

심지로 거푸 바꿨고 농촌은 도시로 편입돼 대규모 주택단

내리는 비의 60% 이상이 여름 한철에 집중되는 우리나라

지로 잠식되었다. 그 즈음 지구온난화가 가시화되더니 시

는 국토의 65%가 경사가 깊은 산지로 구성돼 있지만 유사

간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요사이 지구촌은 기상이변으로

이전부터 강은 사시사철 맑고 시원한 물을 하류로 흘려보

몸살을 앓는다. 우리는 어떤가?

냈다. 강물이 화강암 모래와 더불어 흐를 때 하류에 사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칠갑이 된 도시는 빗물을 완충하

도시인들도 수인성전염병을 몰랐지만 댐과 대형 보로 흐

지 못한다. 내리는 빗물은 도시를 흥건히 적시며 어디론가

름이 차단된 지금은 아니다. 강변을 매립해 만든 공업단지

흘러 잠시도 머물지 못한다. 고이면 귀찮아지거나 위험하

의 폐수가 스며드는 강물이 모래와 더불어 정체되면서 썩

므로 서둘러 배제해야 한다. 예쁘게 단정한 서울의 청계천

어 악취를 내뿜는다. 이제 강물을 바로 떠 마실 수 없다. 불

이 그렇다. 비가 그친 도시는 지독한 사막이다. 그치자마자

과 두 세대 전까지 몰랐던 수돗물이 필요해졌다. 냄새 심한

바싹 마른다. 그래야 살롱 구두를 신은 시민들의 민원이 줄

강물을 약품과 에너지를 동원해 정화한 수돗물이지만, 가

어든다. 주변 녹지와 농경지를 집어삼키며 점점 넓어지는

정에서 정수기로 다시 걸러야 시민들은 비로소 안심한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에서 어디론가 흘러간 빗물은 이따금

팔당호에 모인 물은 대략 1주일이면 수도권의 수많은 정수

낮은 지역에 몰려들어 수해를 일으킬 따름이다.

장으로 빠져나간다. 정수장을 나온 수돗물은 이내 공장폐수

도시의 인구가 지금보다 적고 면적도 작을 때, 그러니까 도

나 생활하수가 돼 하수종말처리장으로 흘러간 뒤, 강이나

심지 주변에 녹지가 많던 시절, 내리는 빗물은 여기저기 녹

바다로 흘러들겠지. 도시에서 사용하는 수돗물의 양을 줄이

지에 고이며 지하로 스며들거나 증발했을 것이다. 여름 뙤

면 농촌의 갈증은 상당히 해결될지 모른다. 낮은 지대의 홍

약볕이 며칠 내리쬐면 하늘은 어김없이 먹구름을 몰고 왔

수 피해가 줄어들고 하수가 스며드는 크고 작은 강의 생태

다. 한바탕 소나기를 뿌리며 도심지와 그 주변을 식혀주었

계도 살아날 게 틀림없는데, 외부에서 농작물과 물을 풍족

지만 언제부턴가 소나기는 자취를 감춰간다. 콘크리트와

하게 가져오는 한, 도시는 농촌의 갈증에 통 관심이 없다.


WIDE – EDITORIAL

관악산 기슭을 넓게 차지한 서울대학교는 수많은 건물이

에서 빗물과 전기의 자급은 모색하기 어렵다. 사는 동안 얼

복잡하게 배치돼 대학 구성원도 두리번거리는 이를 제대

굴 마주하지 않는 이웃과 그런 논의는 언감생심이겠지만

로 안내하지 못한다. 관악산이 완충하며 깨끗하게 흘려주

주택이 옹기종기 지붕을 맞댄 마을이라면 가능할지 모른

던 강물은 서울대학교가 들어서면서 신림동의 하천을 때

다. 주택들이 낡아 아파트로 재개발하고 싶은 주민이 많은

때로 범람했다. 그 건물 중 건설환경공학부가 위치한 35동

마을일수록 가능성이 클 텐데, 어디 자원하는 마을 없나?

은 조금 다르다. 840제곱미터의 옥상에 빗물을 이용할 수

세입자든 집주인이든 골목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서로 얼

있는 녹지를 한무영 교수가 조성한 것이다. 받아놓은 빗물

굴을 기억하고, 마주칠 때마다 웃으며 지나가는 마을이라

로 커피를 타서 손님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그 교수는 비를

면 금상첨화겠지. 자동차가 차지한 마당과 골목 여기저기

맞아 머리가 벗겨진 이가 찾아오면 자비로 머리카락을 심

를 텃밭으로 꾸미고 녹화한 지붕에 태양광 발전 패널을 붙

어주겠다고 호언한다.

일 수 있도록 협동조합을 결성해 기탄없이 논의할 수 있을

정원과 텃밭을 갖춘 서울대학교 35동의 옥상은 해마다

텐데.

250포기의 배추를 생산해 김장을 담그는데, 한무영 교수

서울 ‘성미산 마을’은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줄여서

는 한해 서울시에서 빗물을 재활용하는데 사용하는 예산

‘소행주’를 3동 지었다. 2년마다 서럽게 이사하던 고생을

이 서둘러 배제하는데 들어가는 예산의 1%도 되지 않는

털어내게 해준 소행주는 주거 가족들은 물론 이웃과 공간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건물 사용자에게 텃밭이나 휴식공

을 공유하는 공동주택이다. 소행주에 거주하는 가족의 아

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옥상을 녹화하면 완충한 빗물을 적

이들은 학원 다녀와 자기 방에서 컴퓨터게임에 빠지지 않

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냉난방 비용을 크게

는다고 한다. 또래와 뛰어놀기 바쁘다 곯아떨어지기 일쑤

줄일 수 있다. 눈을 가리고 마시게 한 결과 시민들은 시판

라는데, 아쉽게 소행주에 텃밭은 없다. 공간 최대로 주거공

되는 생수보다 빗물을 더 선호했다는 걸 강조하는 한무영

간을 확보한 까닭인데,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에 긍정적인

교수는 지붕에서 받는 빗물로 도서지방의 만성 물 부족을

효과를 미치는 텃밭은 마을의 유대를 강화한다. 텃밭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도시텃밭의 물도 지붕

전자기기에 코 빠뜨리는 아이는 찾아볼 수 없다.

에서 조달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소행주와 같이 공용공간을 가진 새로운 건축물까지 포함

열대우림 벌채 이후 물 부족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일원을

하는 마을을 기존 공간에 만들면 어떨까? 오래된 주택이라

지원하는 한무영 교수는 인천의 오랜 마을, ‘배다리’라는

도 견고하게 보수한다면 우파공동체에서 보듯 지붕을 녹

지역에 빗물을 받는 장치를 설치했다. 산업도로 개설로 사

화하며 빗물을 이용하거나 태양광 발전 패널을 부착할 수

라질 운명이었던 마을의 한 작은 지붕을 활용하여 받는 빗

있다. 세입자가 사는 건물도 그대로 활용하며 아무도 소외

물은 무기질이 많아 농업용수로 우수하다는데, 아직 마실

시키지 않을 수 있다. 골목에 주차한 자동차들은 주차장을

엄두를 내는 주민은 없다. 빗물을 받는 지붕을 늘리면 독일

별도 공간에 확보해 옮기든가, 공용 자동차 몇 대 남긴 뒤

베를린에 위치한 ‘우파공동체’처럼 마실 수 있을지 모른다.

처분해도 좋겠지. 자동차가 없는 골목은 마을의 훌륭한 마

빗물을 모아 농사용으로 사용하는 우파공동체 주민은 최

당이 될 수 있다.

소한으로 정화한 빗물을 식용으로 사용한다. 그들이 만들

물과 전지를 자급하는 마을을 만들기 위한 논의가 활발할

어 파는 빵은 주변 시민들에게 인기가 많다.

수 있도록 열린 건축이 앞장설 수 없을까? 앞서가는 국내

히틀러의 선전장관 파울 요제프 괴벨스가 영화사로 활용

외 사례를 제시하며 주민들의 의지를 결집할 수 있다면 까

했던 부지가 폐전 이후 방치되자 일군의 젊은이들이 점거

짓 제도야 마을의 유권자 힘으로 바꿀 수 있을지 모르는데.

COLUMN | 박병상

WIDE REVIEW

해 임의로 사용한 곳이 베를린의 우파공동체다. 당시 건물 을 거의 그대로 활용하는 우파공동체는 녹화한 지붕의 곳 곳에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설치했다. 방문자를 위한 숙소도 운영하는 우파공동체는 다소 부족하더라도 공동체에서 사 용하는 전기와 물을 자체에서 자급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고 방문자에게 자랑스레 소개한다. 그렇다면 산업도로를 막아낸 뒤 공동체를 지향하는 배다리의 마을주민들도 진 정성 있는 논의와 합의로 물과 에너지를 상당히 자급할 수 있으리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고층 또는 초고층아파트단지

35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이종건의 COMPASS 43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 논쟁, 그리고 우리 이종건 본지 논설고문, 경기대학교 대학원 교수

COMPASS 43

건축가 간의 ‘논쟁’이 중앙일보에 실렸다. 서울시가 추진

우에서든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 될 소지를, 그리고 그로

하는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편의를 위해 단순히 ‘고가

인해 발생할 수 있을 모든 폐해의 가능성을 철저히 검토

도로’라 칭한다) 계획에 대해서다. 오영욱(오영욱 오기사

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서울시가 고가도로 프로젝트 모

디자인 대표)은 찬성하는 입장을, 이경훈(국민대 교수)은

델로 삼은 뉴욕 ‘하이라인 공원’(편의를 위해 단순히 ‘하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두 사람 모두 논지와 논거가 뚜

이라인’으로 칭한다)은 그것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주민들

렷해서 모처럼 시원한 주장을 읽는 맛이 쏠쏠하다. 게다

이 개시했다. 1980년대 중반, 하이라인 하부의 토지 소유

가 그로써 다른 사람들 또한 고가도로에 대한 견해들을

자들이 하이라인 전체 구조물을 없애달라고 로비한 것이

말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뭇 시민들이 서울시 고가도로

발단이었는데, 하이라인 주변의 이웃주민들이 ‘하이라인

계획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있게 되었으니, 멋진

친구들’이라는 비영리 집단을 만들어 그것의 보존, 그리고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적 공간을 위한 재사용을 주창함으로써, 오늘날의 하이 라인을 이루어낸 씨앗이 되었다. 그러니 도시정책을 독단

고가도로 계획에 찬성하는 오영욱의 주장을 추리면 이러

이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다. 물론 한국 시민은 도시공간

하다. 도시개선 프로젝트는 대개 생존과 재산 보호를 위

에 대한 주권의식이 없거나 있다손 치더라도 아주 미약하

해 극심한 반대가 따르는데, 막상 결과는 우려와 달리 문

니, 서울시의 주도적 개입은 비판할 개재가 아니다. 그런

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교통대란도 없다. 그래서 보행자

데, 그렇다고 해서 오영욱의 주장처럼 도시정책은 불가피

를 위해 좋은 공원을 만든다면 사람들이 즐겨 찾는 동네

하게 독단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서울시

가 될 것이다. 그리고 “도시정책은 불가피하게 독단적”이

가 나서되, 고가도로가 삶의 질과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고 “공공성은 세부 과정”에 있으니, “처음부터 대다수가

주민들을 프로젝트의 주체에 포함시키는 것은 마땅한 일

동의하는 정책만을 추구했을 때 경제성만을 만족시키는

이다. 하이라인이야말로 “처음부터 대다수가 동의하는 정

괴물이 탄생하는 전례”가 흔하다. “경제성마저 허상”이라

책”을 추구해서 탄생한 성공적인 결과물이니, 그리할 때

는 사실이 “곧 드러나곤” 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찬반

흔히 “경제성만을 만족시키는 괴물”이 탄생한다고, 특히

논쟁이 아니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것

고가도로 논쟁의 장에서 진술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 좋다. 고가도로 계획에 반대하는 이경훈은 고가도로가 과연 보

36

오영욱은 도시개선 프로젝트가 상권이나 교통 등을 포함

행하기 좋은 공간인지에 논의의 초점을 둔다. 그가 보기

해 별 문제를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의 근거로 청계 고

에 고가도로는 우선 “거리에 그늘을 만들고 시야를 가려

가도로,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 광화문 광장 등 몇몇 실제

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차량 소통에도 뚜렷한 효과가 없

사례를 들었다. 그런데, 주지하다시피 몇 개의 사례로부터

다.” 그리고 “‘사람의 이동은 평면적’이라는 단순한 사실”

보편 원리를 도출하는 것은 이상하다. 지금까지 괜찮았다

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는 박용남(지속가능도시 연구

고, 여러 개가 다 좋았다고, 앞으로 다른 것도 좋을 것이라

센터소장)의 단언에 따라 고가도로는 보행에 적합한 공간

고는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사람의 삶도 그렇듯, 세상은

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육교를 두고도 무단 횡단하는 사

그리 고르고 평탄치 않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끼어들

례를 제시한다. 그리고 그에 따르면, “도시에선 녹지라는

개연성은 늘 있다. 따라서 도시개선 프로젝트는, 어떤 경

이유만으로 사람이 걷지 않는다.… 생활의 공간인 거리의


WIDE – EDITORIAL

WIDE REVIEW

상점 쇼윈도와 골목길의 번잡함이 사람을 모이게 하고 걷

수 없다면, 전면 철거, 부분 철거와 신축, 전면 보수 등 여

게 한다.” 이에 대한 근거로 ‘입체’와 ‘녹지’가 결합된 세운

러 기술적 문제를 포함해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교통

상가의 실패를 제시한다. 그러므로 그와 같이 입체 녹지

과 지역상권 문제, 고가도로를 어떤 대상으로 자리매김해

로 만들고자 하는 서울역 고가도로 계획은 오류를 되풀이

야 할지부터 주변 지역과 도시 전체 공간이란 두 틀 안에

할 가능성이 크다.

서 최적의 용도를 찾아내는 문제,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 느 정도의 기간에 걸쳐 어떤 절차와 과정으로 시행해 나

고가도로는 평면이 아니고, 또한 생활공간과 밀착되어 있

가는 것이 좋을지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점검해야

지 않아 걷기에 좋지 않다는 이경훈의 주장은 인간의 탈

한다.

현실, 탈도시, 탈일상 욕망을, 그리고 높은 곳은 어디든, 가능하다면 기어코 한번 올라가보고 싶어 하는 인간의 상

이러한 방식에 정확히 역행하는, 그래서 고가도로 프로젝

승 곧 지배 욕망을 고려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허락되지

트에서 진행될 수도 있을 최악의 시나리오는, 고가도로

않았으나 이제는 허락된 곳이나, 나만 제외하고 모든 이

를 오직 박원순 시장의 정치적 야심의 프레임에 강제화시

들이 가본 곳을 가보고 싶어 하는 새로운 소비욕구 혹은

켜 주민 설득이라는 미명의 알리바이를 적당히 둘러친 채

왕따 불안증도 제외한다. 범상치 않은 지점에서 새롭게

서둘러 일방적으로 끝내는 것이다. 왜 하이라인은 옮기고

만끽할 수 있는,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풍경의 힘도 대수

싶으면서 그것을 성립시킨 과정은 도외시하는가? 왜 시민

롭지 않게 생각한다. 고가도로 철거를 포함할 때, 그는 오

연대 대표자는 정치가가 되는 순간 불통과 전시의 행정가

래된 것이 품고 있는 고유성의 가치도 무시한다(오브제로

로 둔갑하는가? 정말, 알만 하다가도 모를 일이다.

한 ‘근대유물’인 셈인데, 경복궁 앞에 있던 조선총독부 건

고가도로를 둘러싼 중앙일보의 논쟁, 엄격히 말해 논쟁이

물도 흔적 없이 말끔히 지워버린 것을 보면, 보존해야 할

아니라 두 대립적 견해의 제시는, 비록 고가도로라는 이

대상으로 만들어내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

슈를 사태의 핵심이 아니라 주변 것으로 잡아 아쉽긴 하 지만, 독자의 관심을 촉발할 뿐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개

두 사람의 논점을 벗어나, 구조물의 일부를 완전히 덜어

입할 수 있는 지반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시민의 의식

내어 재구축해서(구조적 불안정의 정도가 다르므로) 서

과 덕성이 낮은 우리 사회에 특히 긴요하다. 대치되는 두

울역을 조망하는 공간을 시원하게 열어주는 아이디어를

사람의 의견이 대중매체나 건축매체에서 논쟁으로 발전

포함해 노숙자, ‘깨진 창문 효과,’ 안전, 유지와 관리, 자연

할 여지는 어디를 보나 없다. 상대의 반대 입장을 공격함

재해 등을 포함한 다양한 문제에 대한 세심한 대응책도

으로써 자신의 특정한 이해를 확증코자 하는 주장을 개진

응당 필요하다.

하는 술術을 뜻하는 ‘polemic논쟁’은, 그리스어 ‘polemikos’

COMPASS 43 | 이종건

서의 고가도로는 서울시가 애초 미래유산으로 보존코자

에서 유래한 것으로서 ‘전쟁 같은, 적대적인polemos’ 곧 ‘전 그런데 고가도로에 대한 의견 개진에 두 사람 모두 놓치

쟁’을 뜻하는데 본디 신학의 맥락에서 쓰였다. 논쟁에 개

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서울시의 불통과 조급함에

입한다는 것은 곧 하나의 아이디어, 그리고 그 아이디어

기초한 일방적 밀어붙이기식 처리방식 문제다. 결코 적

를 지닌 자(들)에게 맞서 전쟁을 치루는 것을 뜻한다. 따

지 않은 시민의 혈세를 쓰는 도시 공공 프로젝트를, 그것

라서 본디 의미의 논쟁은, 이성만 무기로 사용하지 않을

도 그로써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주민들뿐 아니라 도

뿐 아니라, 진리 혹은 진리에 더 가까운 것을 찾기 위해

시권을 가진 시민들과 충분히 협의하고 공감을 나누지 않

이슈의 모든 측면들을 고려할 강제도 없어, 객관적이지

고 진행하는 것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과 도시행정가들

도 않고 객관적이거나 공정한 것을 목표로 삼지도 않는

간의 진정한 의미의 ‘대화’를 통해 합리적 절차에 따라 의

다. 말 그대로 전쟁을 치루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결정에 이르지 않는 것은, 단순한 비판을 넘어 행동으

그러한 바의 논쟁은 신학의 역사에서 대개 진리의 개방

로 저지해야 마땅한 심각한 반시민사회적 행태다. 시민의

성과 진리를 구하는 정신으로 정향됨으로써 학문적으로

돈이므로, 예상할 수 있는 가치의 창출과 예산 간의 균형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진리에의 복무에 따라 이성에 기

은 잡혀있는지, 그러니까 고가도로 프로젝트를 어느 정도

초한 논쟁은, 모든 지적 정진의 여정에 하나의 훌륭한 길

의 예산에서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온당한지, 시민

잡이인데, 진리의 영역을 넘어서는 효과를 갖는다. 논쟁

에게 알리고 시민과 의견을 나누고 시민으로부터 최종 승

은 바로 그 본디의 속성 곧 전쟁 행위라는 뜨거움으로 인

인을 받아야 한다. 고가도로가 노후화되어 도로로 사용할

해 공동체 구성원의 관심을 촉발함으로써 공동체 의식을

37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강화하기 때문이다. 진리를 지향하는 이성에 기초한 논쟁

architecture that has with it some discussion, some polemic, I think is good. It

은, 공동체 내부의 비이성을 드러내어 구성원들로 하여금

shows that people are interested, people are involved.… An important work of

반성反省하게 함으로써 공동체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강화

architecture will create polemics.”

하는 데 필수적 덕목으로 작용한다. 쉴레겔Karl W. F. Schlegel

했으니, 우리에겐 중요한 작품이 없다는 말이다. 아드리아

은 이렇게 말했다. “이성과 비이성이 접촉하게 될 때, 전기

Ferran Adria는

적 충격이 발생한다. 이것을 논쟁이라 부른다.When reason and

늘 논쟁적이다.Innovation, being avant garde, is always polemic.” 논쟁

unreason come into contact, an electrical shock occurs. This is called polemics .”

이 없으니, 우리에겐 혁신도 아방가르드도 없는 셈이다. 논

논쟁 하나 변변히 만들어내지 못

이렇게 말했다. “혁신은, 아방가르드인 것은,

쟁을 생산할 만한 지적 능력과 용기가 결핍된 탓일 수도 있 “노인은 메르스로, 어린아이들은 세월호로, 청년은 실업 으로 죽어간다”는, 김진애가 옮긴 “저간의 설”이 말해주 듯, 우리 사회는 죽음의 기운이 만연하다. 신경숙의 표절 문제가 일으키는 파장도 크다. 정치는 이 와중에 권력 다 툼에 빠져 점입가경 형국이다. 지나치게 오랫동안 입 없 이 버텨온 건축계도 입을 열지 않아 그렇지 예외일 수 없 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건축은, 특히 보 수적인 까닭에 속내가 어쩌면 더 나쁠지 모른다. 한국 현 대건축의 두 거봉으로 ‘만들어낸’ 김중업과 김수근은(박 학재와 같은 인물들은 거봉이 드리우는 그림자가 짙을수 록 존재가 약화된다), 파헤쳐보면 아마 신경숙 사태보다 더 심각할 것이다(한 지식인은 사석에서 그들을 일러 밀 COMPASS 43 | 이종건

수꾼과 사기꾼으로 빗댔다). 한국 현대건축의 최고 수작 으로 손꼽혀 온 <프랑스 대사관>과 <공간사옥>도 과연 건 축적으로 그리 대단한지, 제대로 묻고 따져본 적이 없다. <프랑스 대사관>에는 르 코르뷔지에의 피상적 복사 냄새 가, <공간사옥>에는 전형적인 일본 공간 냄새가 난다. 도 코모모코리아 회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도중하차했다는 말을 풍문으로 들었지만, 정확한 사실은 건축매체 어디 에서도 볼 수 없었다. 얼마 전 헤르조그의 <비트라하우스 >를 표절한 국내 대기업이 SNS에서 조롱거리가 되었는 데, 그보다 앞서 2014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 2014 한국건축가협회 작품상, 2014 한국농촌건축문화대상 본 상 등을 수상한 방철린의 <제주스테이 비우다>도 헤르조 그의 그 작품과 형태 구성이나 이미지가 지나치게 유사 해 SNS에서 말들이 돌았다. 큰 상(들)을 받고도, 건축적 으로 그리 가치 있어 보이지 않는 것은 나에게 한정된 일 이 아닐 것이다. 우리에게는 수상작들이, 수상 건축가들 이 숱하다. 그런데도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오른 영화와 달 리 우리 건축이 여전히 수준이 낮은 것은, 정확히 보고 정 직하게 말하는, 그러니까 ‘제대로 된’ 비평가가 출현하지 못한 것이 일차적 원인일 것이다. 마이어Richard Meier는 이 렇게 말했다. “어느 정도의 논의, 어느 정도의 논쟁을 지닌 모든 건축 작품은 훌륭하다. 그것이 보여주는 것은 사람 들이 관심을 갖는다는 것, 사람들이 개입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축 작품은 논쟁을 창조하기 마련이다.Any work of

38

겠다. 어느 쪽이든, 우리에게는 지금 논쟁이 절실하다.


WIDE – EDITORIAL

WIDE REVIEW

와이드 FOCUS

“그렇게, 걷고 또 걸으면, 길이라고 부르겠지”

요즘 건축과 도시를 아울러 인간 생활환경을 파악하는 시

심 교통 환경 개선을 위해 개통한 이 고가도로를 2017년에

각에서 가장 주목되는 열쇳말은 ‘재생’이 아닐까 싶다. 건축

시민들을 위한 보행로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을 표현하고

만 하더라도 대학 교육이나 공모전, 설계 실무 현장, 행정관

있다. 다분히 서울역 고가도로의 보존과 활용의 개념을 함

청의 정책과 제도에 이르기까지 ‘재생’을 언급하지 않고는

축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고가도로 재생’ 프

건축 담론에 끼지 못할 지경이다. 그러다 보니 ‘재생’의 개

로그램을 통해 1)역사문화자산 연계 가능성(숭례문과 서

념도 쓰임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울 한양도성, 서울역과 광장, 서소문공원을 잇는 거점으로

기존 도시환경의 질서를 존중하고 그 질서가 시간의 여러

서의 위치), 2)걷기 통한 도심 장소 활성화 가능성(여러 갈

켜 안에서도 소통 가능하고 진화 가능하고 지속 가능하도

래 보행로 중심으로 상업 관광 업무 공간 연결), 3)시민의

록 하는, 이른바 ‘재생’ 열기가 구축해내고 있는 우리네 생

새로운 도시경험 창출 가능성(도심 시민 생활공간 조성, 보

활환경 질서의 긍정적 징후를 만나는 일이 잦을 만큼 ‘재생’

행자 중심의 도시환경 제공) 등 몇 가지 가능성을 모색하는

이란 용어가 우리 사회에서 폭넓게 자연스러워진 셈이다.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재생은 기존 질서를 존중하고 지키면서 당대의 문명이 자

서울시는 사업 추진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나름 시민과의

연스럽게 녹아들게 하는 보존방식의 한 줄기라고 할 만하

소통과정을 갖고 설계공모에 들어갔다. 그러나 시민 아이

다. 말하자면 당대의 동시대성을 담는 보존방식의 또 다른

디어 공모전이나 두 차례에 걸친 시민들의 고가도로 공간

의미인 셈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주택에서 공공건축, 도시

체험 그리고 시민공개토론회 등의 프로그램들이 시민사회

의 대규모 단지, 마을 공동체 등 기능과 규모와 무관하게 다

의 인식 공유와 능동적 참여를 보장해주기에는 역부족일

양한 인간 사회의 생활환경 안에 ‘재생’은 공간 환경의 현시

만큼 일회성과 통과절차 정도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런 과

적 문화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정을 거쳐, 9,661m²(폭: 10.3m, 연장: 938m, 높이: 17m)

이 같은 긍정적 시선과 더불어, 최근 들어서는 서울시가 주

규모의 고가도로 재생 사업에, 대부분이 교량 보수 보강에

도하는 도심의 이른바 ‘세운상가군 재생 사업’이나 한강변

쓰일 총 328억 여 원(교량 보수 보강: 260억, 조경공사: 30

에 접한 ‘잠실운동장 일대 재생사업’, 한강 안의 ‘노들섬 프

억, 연결로 설치 공사 등: 38억)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서울

로젝트’ 등 비교적 덩치 큰 공공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는데

역 7017 프로젝트’ 국제현상설계공모가 치러졌다. “장소 중

이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바라보는 시선도 만만치 않아 ‘재

심의 디자인 가이드라인 제시: 구간별로 주변 상황과의 연

생’으로 통하는 문화적 가치에 대한 재고를 일깨우고 있어

결을 고려하도록 유도,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 조건 최소화”

주목된다.

를 지침으로 내세우고, 국내외 7인의 건축가 및 조경가들을

FOCUS

이주연 건축평론가, 본지 논설위원

지명 초청해 지난 4월 응모작을 접수받아, 기술심사와 설계 서울역 고가도로의 존치와 활용에 관한 서울시 구상 역시

프레젠테이션 심사 거쳐 5월 13일 최종 심사결과가 발표된

궤를 함께 하고 있다고 본다. 이른바 ‘서울역 7017 프로젝

것이다.

트’는 서울역 주변 고가도로를 서울 도심의 관문에 위치한 산업화 시대의 상징으로 보고 이를 보존하면서 새로운 공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설계공모 추진위원

공 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을 과제로 삼아 추진하고 있는, ‘재

회에는 청계천 ‘개발사업’과 관련, ‘청계천 밸리 르네상스

생’이란 가치와 개념이 주요 코드로 작용하고 있는 사업이

프로젝트’를 제안했던 학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추진위원

다. ‘7017’이란 숫자가 어떤 의미인가 봤더니 1970년에 도

회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하는 노고를

39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FOCUS | 이주연 40

아끼지 않았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설계공모 당선작

모르겠지만, 심사 과정에서는 제안자의 패널 표현에 대한

으로 네덜란드 건축가 위니 마스의 ‘보행길을 수목원으로’

설명을 평가의 근거로 판단했을진대 멋진 그림에 담긴 다

를 주제로 한 ‘서울수목원’이 최종 선정되었다. 서울시 담당

양한 정보가 식재에 중심을 맞추고 있음을 본다. 그러다 보

부서 관계자는, 당초 예정대로 지난 6월 위니 마스와 설계

니 제목도 ‘서울 수목원’인 이 계획안의 중심을 이루는 식재

계약을 체결했고, 시민위원회를 열어 위니 마스가 참석한

에 대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섣부른 판단일지 모르겠지

가운데 당선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으며, 이를

만, 굳이 서울 도심의 미기후까지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제

반영해 올해 말까지 실시설계를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된 패널을 토대로 보자면 이 ‘수목원’에 동원되는 식재가

‘서울역 7017 프로젝트’는 이렇게 당초의 사업계획대로 순

바위틈에서도 자라는 생명력 강한 화초라면 몰라도 비교적

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키 큰 나무들이라, 콘크리트 길 위에 임의로 조성된 ‘화단’

이 시점에서 우선 주목할 것은 당연히 이름하여 ‘서울역

에서 재배되거나 육성될 터인데, 제대로 된 토양에서 자라

7017 프로젝트’ 구상이 어떻게 타당하게 펼쳐질 수 있을 것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생명력을 유지하는 나무가 아니라

인가 하는 논의일 게다. 실제로 이 구상이 발표되어 당선작

관상수 정도밖에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이 멋지게 고안된

을 확정 짓고 실시설계를 하고 있는 과정 내내 대중매체나

공중가로 공원은 패널 속의 그림과 같은 몫을 감당할 수 없

SNS에서 찬반 논쟁 등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졌으니 이를

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고려되어야 할 것 같다. 더욱이

되짚을 필요도 있겠으나 이미 치러진 공모의 결과에 대한

고가도로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처럼 표현해놓은 각종

논의 역시 이 프로젝트의 타당성 논의와 무관하지 않을 터

수목들은 물론이려니와 공중가로 콘크리트가 바탕인 바닥

이니 우선 현황을 짚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에 흙을 돋워 나무를 심는 것을 과연 친환경 생태 자연이라

우선 이번 공모의 심사위원회는, “산업유산인 서울역 고가

고 할 수 있을까, 공중에 떠 있는 길바닥에 지탱하고 있는

도로를 보존하면서 새로운 공공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이 이

식물이 제 땅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바르게 자라는 생명

번 현상설계의 과제”이며, “사람 중심의 보행공간으로 탈바

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 보면 혹여 이게 자연을

꿈하는 고가도로를 주변 지역과 긴밀히 연계하여 녹지, 문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식물

화, 소통의 공간으로 재생함으로써 서울역 일대의 변화는

을 강제로 살아가게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생기기도 한

물론 더 나아가 서울의 변화를 촉발하려는 것이 이 프로젝

다. 친환경적인 설비를 잘 갖추면 이런 우려쯤은 기우에 불

트의 목표”라며, 이를 주안점으로 당선작을 선정하게 되었

과한 것일까?

다고 밝혔다. 반면에 조성룡의 2등작 “서울역 고가 : 모두를 위한 길”은 심사평을 보면, 당선작은 자연을 매개로 콘크리트구조물을

장소의 기억을 존중하면서 고가도로에 대하여 최소한으로

생명의 장소로 전환하는 미래지향적이며 혁신적인 전략과

개입해 시간에 따른 지형과 도시조직의 변화를 추적하였으

단계적으로 서울역 일대를 녹색 공간화 하는 확장 가능성

며, 지역 사회의 면밀한 분석을 통해 주변의 변화를 촉진하

을 제시한 점과 다양한 시민 및 주체가 함께 만들어 갈 수

는 적정 수준의 설계안을 제시했고, 공공의 개입이 가능한

있는 프로세스를 중시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폭넓

민간영역까지 찾아내어 실제적인 설계를 제안한 점도 높이

은 지지를 받았으며, 고가도로와 여러 장소를 유기적으로

평가했으며, 비용절감과 운영관리 측면까지 고려한 제안

연계하여 접근성을 제고했다는 측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

이 돋보였고, 지역주민 참여를 고려한 디자인 전략도 설득

았다.

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고가도로 상부 활용의 소극

그러나 심사위원들의 호평 속에 당선안으로 확정되어 계약

적 태도’를 한계로 지적했는데, 이는 오히려 ‘재생’에서 특

을 체결하고 실시설계에 들어간 위니 마스의 ‘수목원’ 구상

히 고려해야 할 장소의 기억을 존중한 결과이니 이미 소극

은 왠지 시민들의 보행 등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공공 공

적 태도가 아닌 그 반대의 적극적 실험과 모험에 해당하는

중 가로라는 본질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 수목원은

일이 아닐는지, 또한 ‘구체적인 설계안에 대한 한계’ 역시

자연 이식을 통한 인공수목원을 연상시키고 있어 친자연적

다음 단계에서 구체화될 실시설계의 몫은 아닐는지 짚어볼

환경 조성이라는 좋은 명분에도 불구하고 자연보다 인위가

일이다.

더 드러나 보이는 낯섦이 있다. 이와 더불어서 10미터 남짓

그렇다고 심사가 잘못되었으니 2등작을 당선작으로 하자

한 폭에 대략 17미터의 높이를 유지하고 있는 인공 공중가

는 주장은 아니다. 2등작은 SNS 상에서도 여러 경로에서

로에 그 많은 식재가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 심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곤 했으니 다시 반복할 일은 아니다.

사용 그림이니 시니컬하게 받아들일 일은 아니라고 할지

다만, 위니 마스의 당선작과 조성룡 안에 대한 언급의 배경


WIDE – EDITORIAL

은 심사결과로 공식 발표된 각 응모작들에 대한 코멘트들

의 길이어야 하느냐 하고 고민하는 일이야 더 참고 기다리

의 논지만을 놓고 보자면 그렇다는 개인적인 견해에 해당

며 더 많은 생각들을 모아 논의해 가닥을 잡고 결정지어 나

한다. 굳이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실제 ‘서울역 고가도로

가도 무방하리라. 서울역 고가도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2등작에서 평가된 당초 공모 취지

기왕 본보기로 삼았다는 하이라인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에 걸맞은 개념과 제안의 중요한 가치를 사장시키지 말기

우리가 배우는 교훈의 핵심을 “방치”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를 주문하려는 것이다.

여기서 방치는 그냥 내팽겨서 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여러

더불어서 ‘서울역 고가도로 프로젝트’가 이루고자 했던 주

상황들이 자율적으로 응집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

된 목적이 자동차길에서 사람이 다니는 보행로로 변화시키

고 돌아보며 생각을 모으는 과정을 이른다. 서울역 고가도

는 것이었다면, 이를 주관하는 서울시나 추진위원회는 당

로 콘크리트 구조물이 이제 자동차길이 아니라 사람길이

초 주목했던 재생의 가치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도시 구조

될 터이니 어서 와서 걷고 이렇게 저렇게 즐기라고 조급하

가 물리적인 인공 환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해서 단순

게 말하지 않아도 시민들은 이 장소를 시민들의 것으로 만

히 물리적인 해결만으로 도시 공간문화의 진화를 이룰 수

들어 알맞게 쓸 수 있는 지혜를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

없다. 거기에는 인간행태, 말하자면 도시 질서의 주체인 시

니 이 고가도로에 의한 도시 환경의 변화에 직간접으로 관

민 대중의 일상 문화가 끼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살아가

련 있는 사안들의 논의가 성숙될 때가지 좀 더 두고 기다려

는 삶의 터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켜켜이 쌓이는 무늬를 간

보아도 좋지 않을까 싶다.

과하지 말 일이다. 그 안에 우리네 삶의 공동체가 존재하고

새로운 질서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사람 길은 절대 인위적

있으니 말이다.

이거나 계획적인 장치가 우선이어서는 안 된다. 인간이 만

‘고가도로’ 프로젝트를 실질적으로 총괄 지휘해온 승효상

든 길은 곧 인간의 사회적 소통의 연결고리이며 함께 공유

서울시 총괄건축가는 터무늬를 자주 언급하곤 한다. 우리

하는 삶의 공동체문화가 담겨 있다. 그러니 기존 질서를 존

안에서 우리다움의 문화적 정체성을 발견하게 하는 ‘터무

중하는 가운데 사람들의 발걸음, 그것이 자연스럽게 모여

늬’에 대한 인식을 ‘지문’에 머물게 할 것이 아니라 ‘지혜’로

길을 만들 수 있도록 그냥 열어 두고 그 장소를 공간을 환경

그 의미를 확장해보면 어떨까. 서울역 고가도로 프로젝트

을 발로 느낄 수 있게 ‘방치’해도 좋을 것이다. 공간 체험을

가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시민을 위한 시민들에 의한 도심

통과 의례로 이벤트로 삼을 것이 아니라 일상의 문화로 맡

공동체 커뮤니티 공간으로 다시 새로운 생명력을 갖추는데

겨 두는 것이다.

FOCUS | 이주연

WIDE REVIEW

따르는 많은 다양한 집단의 ‘지혜’가 모아지고 논의되는 가 운데 바른 길이 생기게 될 것이다.

“당신이 그렇게, 걷고 또 걸으면, 언젠가 사람들이 길이라고 부르겠지”(“길”, 이철수, 2000)

서울시가 서울역 고가도로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재생 프로젝트였다면 그 자체를 탓

이 짧은 글귀의 행간에서 드러나는 잔잔한 지혜가 서울역

할 일은 아니다. 번잡한 도시에 잘 가꿔진 ‘재생 프로젝트’

고가도로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 오롯이 묻어날 수 있다면

로 널리 알려졌으니 모델로 삼을만하다. 얼핏 보기에 서울

좋겠다는 바람을 조심스럽게 가져본다.

역 앞 고가도로에도 적용 가능한 좋은 사례일 수도 있다. 그 러나 도시 안의 입지 여건 등 대상 장소 자체의 성격, 주변 환경의 영향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이해관계 등에서 서울 역 고가도로와는 상당 부분 쟁점의 차이를 두고 있다. 주지 하다시피 그 공중 가로는 당초 철도의 폐선 부지로, 제 기능 을 잃은 후에도 상당기간 폐허처럼 ‘방치’되어 있었다. 아마 도 그 지역 도시풍경이나 일상과 관련한 여러 집단들의 많 은 고민들이 있었기에 오랜 시간 ‘방치’되어있었을 거다. 우 리는 인내심 강한 유전인자를 타고 난 사람들 아닌가. 어처 구니없고 어이없고 터 무늬 없고 국가라는 존재가 없어서 생길 법한 일들이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어도 우리는 참 으로 견고한 인내심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도심 한 가운데 고가도로를 철거해야 하느냐 자동차 길로 유지하느냐 사람

41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표지작 DIALOGUE

건축이 말하는 방식 건축가 손진

분절된 덩어리로 이루어진 군집형 어린이 공동체

북사면의 땅에 건물이 하나 박혀 있다. 기단 같은 지하층

안양 천사유치원, 용인 아란유치원, 경산 운문유치원 이후

매스 위에 서로 다른 크기의 사각 볼륨들이 45도 각도로

또 하나의 어린이 교육시설을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계획

숲속에 전개되어 있는 양상이다. 건폐율 20% 외에 또 다

초기 “마을과 같은 유치원”을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아는

른 조건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데, 이는 전작인 운문유치원과 맥락을 같이 한다. 실제로 2008년 이 작품이 김수근문화상을 수상하면서 들었던 심

3층 이하, 18개의 교실 그리고 단차없는 평면으로 이루어

사평 중에 “단위교실들의 모임과 분산구조를 통해 유치원

져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이러한 조건을 전제로 지형

안에 또 하나의 도시적 상황을 연출”하여 “실제의 사회와

과 프로그램, 볼륨, 재료들의 퍼즐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

도시를 아동들에게 경험”시킨다는 대목이 있다.

했다. 결국 지상층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곳에 가까스로

DIALOGUE

18개의 학급을 배치할 수 있었으며, 대부분의 부대시설들 복합적인 상황이 연출된 운문유치원과 이곳은 결과적으로

은 지하로 배치하게 되었다. 지상 3개층이니 각 층에 6개

많이 다르다. 하지만 출발은 같다. 요즘 많은 아이들이 아

의 교실이 들어가는데, 건폐율 20%에 인가 최소 기준을 충

파트와 유치원만을 오가는 생활로 도시적 상황을 겪지 못

족하느라 한 치의 여유 공간도 가질 수 없었다. 지하층은

한다. 그래서 하나의 작은 사회인 유치원에 도시적 상황을

땅을 파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가장 적게 절토해

부여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봤다. 대지를 처음 봤을 때 그렸

내는 방법으로 장방형이 합리적이라 판단했다.

던 스케치에 “가능하면 분절된 덩어리들로 이루어진 군집 형의 어린이 공동체”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다. 그러나 아 쉽게도 법규 검토 후 주어진 대지를 전부 활용할 수는 없

의식적 대응들

다는 사실을 알았다. 건폐율 20%의 제한된 상황에서 “마

노출 콘크리트, 시멘트 벽돌, 홀블록, 금속 등의 재료들이

을과 같은 유치원”을 실현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이질적이지 않게 잘 어울린다. 특히 검은색 금속으로 마감

중요한 것 한 가지는 갖고 가고 싶었다.

한 입구는 방문객의 눈길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하다.

그것은 산을 등지고 앉은 건물이 작은 성채와 같은 느낌을

기단의 재료는 쪽널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하되 상부의 4개

주는 것과 연관 있을 듯하다.

매스를 가볍게 감싸는 시멘트 벽돌의 표피가 읽히도록 했 다. 표피는 백색 스테인을 뿌려 벽돌의 구축적 속성을 잃지

평면을 풀어헤쳐 마을을 만드는 대신 여러 개의 볼륨이 땅

않으면서도 자칫 육중해 보일 수 있는 덩어리들의 무게를

을 타고 올라가는 것을 상상했다. 땅은 남쪽에 얕은 산을

덜어주고자 했다. 검은색 금속으로 싸인 입구는 땅의 흐름

두고 북서로 열려있는 형태이다. 분절된 매스들은 같은 레

과 지하구조가 만나는 중간 턱에 있다. 일련의 흐름들로 구

벨을 유지하지만 맨 안쪽에 자리잡은 매스에 학원과 수영

성된 유치원 전체에서 하나의 멈춤이 되었으면 했다. 기능

장이 얹혀지면서 가장 높은 매스를 따라 미세한 높이 차이

적으론 낮은 현관을 통해 갑자기 시선이 트이는 극적인 효

를 보이며 이어진다. 옥상 수영장 벽을 한 층 더 올렸으니

과를 내기도 한다.

입면상으로는 5층 높이가 되는 셈이다. 땅과 접하는 부분은 의도적으로 크고 거친 하부 구조를 보

42


COVER WORK

여주고 있다. 상대적으로 윗부분의 시멘트 벽돌이 가볍게

작하게 되었다. 연속성을 위해 벽 일부분에도 붙이게 된 거

느껴진다. 그런데, 이 지하 하부구조는 대지와 직접 접하는

고…. 그런데 원래는 좀 거친 것을 생각했는데 너무 매끈하

맨 끝의 가장 높은 매스와 연결되어 ㄴ자 형태를 이룬다. 어

게 나온 것 같다.(웃음)

떤 의도가 있는지 궁금하다. 건물의 단면적 구조가 넓은 잔디밭과 만나는 곳에서 극명하

장방형의 지하층, 분절된 지상층

게 드러난 것이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을 의식적으

지상 3개층은 18개의 교실, 2개의 계단실과 엘리베이터까

로 드러냄으로써 그것이 읽히길 바랬다. 창을 통해 골조를

지 굉장히 밀도있는 평면 구성을 가진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대로 보여주는 부분도 같은 의도에서다. 안쪽에 골조 레

매우 유용한 데크 2개를 얻어냈다.

적으로 드러내려고 했다. 또 이것은 재료들이 서로 의식되

45도 각도로 틀어진 매스는 적절한 외부 공간을 만들고 꺾

게 하려는 것과도 관계 있다. 기단 재료에 의해 시멘트 벽돌

어진 복도를 가능하게 했다. 각 층마다 6개 교실이 꾸불꾸

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되지 않나? 건축이 우리에게 말을 거

불한 길을 따라 매달려 있는 형상이다. 복도를 따라 아이들

는 방식이라 생각한다.

이 생활하는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질 것이다.

벽 일부와 난간에 홀블록을 쓴 것은 좀 의외였다. 장식으로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등, 평평한 바닥이 충마다 색을 달

쓴 것은 아닐 것 같은데.

리한다.

지상 1층 데크에 난간이 필요했다. 투시되면서 건물 볼륨도

식당이 따로 없고 교실에서 식사를 하기 때문에 바닥은 단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는 재료를 찾다가 홀블록을 별도 제

하나 없이 평평하다. 또 실내 바닥의 선명한 색은 각 층의

DIALOGUE | 손진, 정귀원

이어layer가 있고 바깥에 그것을 감싸는 외피가 있음을 의식

43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DIALOGUE | 손진, 정귀원

특성을 말해주며, 남측 계단에서 만나 색의 향연을 이루게 된다. 반면 지하층 부분은 다양한 공간과 레벨을 가진다. 지하 1 층에 들어서면 꽤 넓은 공간을 만나는데,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유리벽으로 구획된 강당이다. 지하 1층은 밖에서 들어왔을 때 가능한 시선이 멀리 꽂히 도록 하고 싶었다. 강당이 투명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 또 사람들이 복도에서도 강당 행사를 볼 수 있게 하려는 의도 가 있다. 이 강당은 꽤 깊은 중정을 갖고 있기도 하다.

자연의 빛 선큰 중정은 의외의 공간으로 숨은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44


COVER WORK

(천창과 더불어) 강당이나 자료실에 자연광을 들이기도

임대해서 조경을 한 것이다. 지금은 유치원 앞마당이면서

한다. 이손건축의 작업에는 이처럼 언제나 빛에 대한 섬세

훌륭한 놀이공간이자 자연학습장이 되었다. 건축주에게

함이 담겨 있다.

권장한 것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이게 없었으면 섭섭할 뻔 했다.(웃음) 아무튼 서측의 넉넉한 이 외부공간과 건물의

이탈리아에서 서울로 돌아왔을 때, 도처에 빛은 있지만 빛이

하부구조와 상부구조의 접점에 생기는 두 개의 데크, 그리

담기는 데는 없구나 싶었다. 빛을 어떻게 담느냐의 문제는 우

고 매스의 흐름 속에서 펼쳐지는 아이들의 움직임들이 하

리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재료를 의식적으로 쓰는 것과 마찬

나의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내길 바라고 있다.

가지로 빛 역시 의식적으로 담고 보여줄 필요가 있다. 지상 1,2,3층이 그대로 적층되는 아이뜰유치원은 구조적

모두가 행복한 유치원

으로 빛을 담는 방식이 다를 것 같다. 물론 지하 1층이나

이 유치원은 잔디마당이 내다보이는 좋은 자리에 교무실

꼭대기층에 부분적으로 천창을 도입하긴 했지만….

이 위치한다. 보통 원생 위주의 유치원 건축에서는 보기 어려운 배치이다.

contrast가

무척 강할 것이다. 사실 공사하면서 조도가 안 나

조건이 좋은 자리에는 대개 아이들 놀이공간을 만들고 싶

올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우리나라 유치원이 너무

어 한다. 하지만 교사의 정서는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영향

인공광에 익숙해진 탓이다. 단조로운 불빛 아래에서 자연

을 미치지 않나? 그럼에도 많은 유치원들이 교사를 위한

광은 완전히 무시된다. 나는 유치원이 지나치게 밝은 것도

공간에 인색하다. 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발생하

문제가 있다고 본다. 기본적인 조도만 해결되면 최대한 자

는 심각한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교무 환경, 교사 복지와도

연광을 이용하여 명암을 동시에 연출하는 게 더 중요하다

관계있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아이뜰유치원의 교무실

고 생각한다. 가능하면 인공조명 없이 빛이 충족되었으면

은 좋은 자리에 쾌적하게 계획됐다. 별도의 화장실을 가진

하고, 보조광을 이용하더라도 자연의 빛이 최대한 손상되

교무실이다.(웃음)

지 않았으면 한다. 지하 2층의 카페 공간(휴게실)도 선생들을 위한 휴게 공간 매스의 흐름 속에 펼쳐지는 경관, 그리고 아이들의 움직임

DIALOGUE | 손진, 정귀원

오전에는 주로 동쪽에서 빛을 받는데, 아마 콘트라스트

이라 볼 수 있다.

창 때문에 사방의 입면 표정이 제각각이다. 아무래도 창의 개수, 위치, 크기 등은 빛의 양과 빛의 질에 영향을 받은

카페는 이미 교사는 물론이고 학부모들의 애용 공간이 되

듯하다.

었다.

오전에 빛을 많이 받는 동쪽 입면에는 개구부가 많다. 반면

지하 2층 직원휴게실과 휴게실-2(기사휴게실)도 같은 맥

서쪽은 창이 한정적이고 전략적으로 쓰였다. 창의 배치는

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특히 휴게실-2는 기둥을 홀블록

매스의 흐름과도 관계있다. 그것을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으로 감싸서 공간을 만들어낸 점이 인상적이다.

또 경관의 영향도 있다. 특히 산이 있는 남쪽 경관이 좋다. 창은 매스의 흐름에 따라 내부에서 원경과 근경을 적절히

아이뜰유치원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교사, 부모, 기사, 청소

잡아낼 것이며, 외부에서는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

부 등등 그곳과 관계된 모든 이들의 공간이다. 언젠가 운문

아낼 것이다.

유치원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청소일 하시는 아주 머니 한 분이 공간이 좋아서 너무 행복하다고 하시더라. 건

교사들은 지하 1층 교무실 서측 창을 통해 큰 잔디마당

축가에겐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싶다. 이 유치원도 모두에

에서 외부 활동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주의 깊게 살필 수

게 행복한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도 있다. 그런데, 유치원에 이런 외부마당이 있다는 게 놀랍다.

인터뷰 및 설계소묘 정리 | 정귀원(본지 편집장) 사진 | 손진

공사 후 복원된 서측의 원 지형에 잔디를 깔아 부드럽게 산의 흐름을 이어준 것인데, 사용하지 않는 땅을 유치원이

45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표지작 CRITICISM

미술관 같은 유치원 이경창 건축비평가, 건축평론동우회, 간향클럽 자문위원

건축가는 특히 불편한 위치에 있다. 과학자이자 기술자로서 한정된 작업틀 속에서 건축을 만들어야 하는 건축가는 반복에 의지해야 한다. 하지만 영감을 떠올려야 하는 예술가이자, 용도와 ‘사용자’에 민감한 사람으로서 건축가는 차이와 관련된다. 그는 좋든 싫든 이런 고통스런 모순 속에 위치하며, 한 극단에서 또 다른 극단으로 영원히 왕복하는 존재이다. 생산물과 작품 간의 간극을 연결하는 어려운 일을 떠맡으며, 지식과 창조 사이의 점점 커지는 균열을 좁히려 할 때 생기는 갈등 속에 살아가야 할 운명이다. _Lefebvre, 『Production of Space』중에서

CRITICISM

일상과 일상성

되는 빛을 강조한 공간이나 투박한 재료를 가감 없이 드러 내길 좋아했던 것은 ‘지속성’과 ‘시간의 흐름을 관조하고 개

우리는 언젠가부터 일상의 소박하고 진솔한 언어를 사용하

별성보다는 군집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는 것’을 자신들

길 꺼려왔고, 그리하여 그에 대응하는 현실을 놓쳐왔던 것

의 모토로 삼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손건축이 초창기 설

은 아닐까.

계와 시공을 겸업했던 것은 소규모 사무소의 생존 전략인

1990년 대 이탈리아 유학생활과 프란체스코 베네치아

동시에, 현장 감각을 중시하는 현실주의자realist적 태도 때

Francesco Venezia

문이었다.

밑에서 실무를 경험한 뒤 귀국하여 운문유

치원으로 2008년 김수근문화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

46

던 이손건축이, 이번엔 손진의 단독 작업으로 오랜만에 자

최소한 유치원 건축에서만 보자면 이손건축의 작품은 항

신들의 이름을 알렸던 유치원 건축으로 돌아왔다. 이손건

상 일상의 소박한 가치를 재발견해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축은 운문유치원에서 유치원 하면 으레 생각나는 알록달록

이다. 일상에 주목하고 그 가능성을 만들려는 생각은 첨단

한 원색과 단순한 도형으로 만들어진 장식 대신 사각 박스

기술이 만들어내는 현란한 유토피아적 이미지에 대한 반

의 매스가 엇갈리며 빚어내는 예각을 가진 공간과 나무와

성을 담고 있다. 그들이 유학했던 이탈리아 신합리주의 건

벽돌, 노출콘크리트 등의 거친 질감의 재료, 마감재의 빛깔

축도 단지 디자인에서 역사의 연속성과 합리적 정신만을

을 그대로 드러내되 채도를 낮춘 마감으로 신선한 충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과장된 재료와 형태 대신 형태에

주었다. 다양한 내외부 마당과 연결되는 미로 같은 공간은

서는 단순함을, 구축에서는 정직함을 갖추되 역사성을 통

광장과 골목길로 이루어진 작은 도시의 일상을 아이들에게

해 풍부함을 추구하고자 했던 이탈리아의 신합리주의 건축

선사했다. 그럼으로써 유치원은 아이들이 그저 놀고 보육

은 1960,70년대 당시 기술 과시적technocratic 태도가 지배적

하는 곳이 아니라 스스로 경험하며 만들어가는 작은 커뮤

이었던 이탈리아에 대한 현실주의적, 사회개혁적 함의에서

니티임을 보여주었다.

나온 것이다. 이손건축은 유형학이라는 무거움을 덜어내는

그들이 일련의 작업을 통해 벽돌의 오래된 재료로서의 가

대신, 건축이 지닌 현실과 일상을 섬세하게 다루는 힘 그리

치를 중시하며 시간의 의미를 강조하고, 천창을 통해 유입

고 역사성을 이어받은 듯하다.


COVER WORK

철학에서 일상의 가치에 주목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자

인 언어로 변형되는 고유의 작명 공간으로 변화시켜 자신

본주의 사회의 일상은 합리적이라는 이름 아래 반복적인

만의 감각적 세계를 구축할 것이다.”(『space』 0801, p.45)

삶, 단조롭고 지루한 삶을 강요한다. 하지만 우리의 고단함 을 위로해 주는 것 또한 일상의 한가로움일 터, 일상은 완

매너리즘과 자기 언어의 구축 사이에서

드는 위대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일상을 지루

광교 신도시 낮은 구릉의 녹지에 위치한 아이뜰유치원에서

한 반복에서 구출해낼 것인가. 거칠게 요약하자면, 르페브

도 앞선 여러 유치원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것과 비슷한 접

르는 반복을 만들어내는 규칙 속에도 리듬이 있으며, 그 리

근법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제 완숙한 자기 언어의 구축을

듬 속에서 구별되는 차별적인 시간들, 반복과 단절이 있다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여전히 대지에 대한 해

고 보았다. 이에 주목하며 일상의 변화를 도모하게 되면, 우

석을 중시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산자락 경사지에 맞게 지

리 삶을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 믿었다. 물론 오늘날 르페브

형을 최대한 활용하여 동선을 구성했다. 단차를 활용한 주

르의 낙관주의를 그대로 수용하긴 어렵지만, 일상을 관장

차장과 잔디밭으로 열린 출입구의 위치, 출입구와 맞닿아

하는 건축의 힘이 완전히 바랬다고 볼 순 없다. 건축에서 계

있는 넓은 경사로, 강당에서 뒷마당까지 연결되는 미로 같

단과 미로는 시간화된 공간이며, 창문과 베란다는 공간의

은 동선은 아기자기하며 공간을 살아있게 만든다. 튀지 않

안과 밖 사이에서 리듬을 포착하는 장소이다. 르페브르가

되 담백한 건축을 추구하는 이손건축의 성향도 여기에서

말하는 ‘일상의 혁명’을 달리 말하자면 시간의 순환적 반복

유감없이 드러난다. 우선 기단부와 상부로 나뉜 외관에서

과 공간의 선형적 반복의 교차 속에서 나타나는 차이의 사

마치 고전적인 3부 구성의 안정감을 지향하고 있음이 보인

건을 포착하는 것이다. 따라서, 반복되는 일상의 재료는 건

다. 입구 부분의 매스는 검은색 금속의 외피로, 다른 매스와

축가의 눈을 통해 재발견되고 새롭게 병치됨으로써 차이를

는 색채 및 재료에서 확연한 대비를 이루며 데크 공간을 한

만들어낸다. 그래서 이손건축이 운문유치원에서 나무와 벽

정 짓는 역할을 한다. 이 매스의 패셔너블한 형태도 이질적

돌, 노출 콘크리트 등의 거친 질감의 재료와 마감 재료의 색

이라기보다는 약간의 긴장감을 만들며 전체적인 차분함을

채를 가감 없이 드러낸 것은 일상(의 재료)을 재발견해낸

강화시키는 데 기여할 뿐이다. 수평성을 강조하는 외장 벽

것과 같다. 이렇게 재발견된 일상은 곧 축제와 유희의 장으

돌과 원형 시멘트블록은 안정감을 주며, 입방체 매스와 사

로 탈바꿈한다. 유치원 강당의 천창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각형 창문 또한 차분함 속에 공간의 리듬을 부여한다. 주변

빛은 일상에 침투한 사건인 셈이며, 다양한 내외부 마당이

환경과 빛의 양에 따라 세심한 배려를 거쳐 만들어낸 각각

나 미로 같은 동선은 우연의 만남과 다양함을 담고 있기에

의 창문은 자연으로 열린 공간의 변주를 만들어 낸다. 드문

참여와 개입이 가능한 유동적 공간이다.

드문 천장까지 뚫린 창문을 통해 콘크리트 보를 그대로 드

CRITICISM | 이경창

강한 지속성으로 인해 고된 삶을 안정시키고 유지하게 만

러낸 것은 구축방식을 정직하게 노출시킴으로써 어떤 낯선 건축가 민현식은 “운문유치원은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우면

효과를 만들어내려는 오랜 시도가 완숙하게 무르익었음을

서도 야만적인 도시”라고 말한 바 있다. 도시라고 하지만

말해준다. 부모와의 만남과 이별을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무한 확장되는 로마적

도시urbs가

아니라, 공동체에 기반을

출입구는 진입 시 유리창을 통해 반 층 높이의 잔디마당이

둔 도시로서 공과 사의 영역이 분명히 구분되고, 주변의 벽

올려다 보이며 밝은 빛이 방문객을 환영하듯 스며든다. 검

으로 엄격히 틀지어진 그리스적 도시polis에 가깝다. 달리 말

은색 외피는 이를 더 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

하면, 자본이 지배하는 사방으로 무한 확장되는 대로의 대

인다. 그리고 곧바로 열린 강당이 환히 드러나 보인다.

도시가 아니라, 발터 벤야민이 미로와

다공성porosity을

견했던 나폴리에 가깝다. 자본주의 도시화가 낳았으나 여

‘분절된 덩어리들의 모임으로 이루어진 군집형의 어린이

전히 자본에 포섭되지 않은 곳, 우리는 이를 달동네에서 볼

공동체’라는 모토 또한 앞의 운문유치원과 일관된다. 공동

수 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골목길을 자유롭게 헤매는 즐

체 또는 아이들의 도시라는 은유를 위해 매스는 분절되었

거운 유람을 하게 된다. 그리고 반복적 일상을 새롭게 조우

다. 직사각형 덩어리를 활용한 간결한 기하학적 구성이 돋

하게 된다. 이를 그대로 품어낸 운문유치원에 대한 민현식

보인다. 기단에 해당하는 장방형 매스 위에 큰 상자 세 개

의 칭찬은 전혀 과하지 않았다. “어린이들은 여기서 배회하

와 작은 상자 하나로 구성되었다. 세 개의 큰 상자 중 중간

면서 고고학자처럼 자신만의 적소를 발굴하고, 수집광처럼

상자를 45도 틀어서 변화를 준 것이 특징적인데, 그로 인해

살피며 탐정처럼 발견하고 스스로 변형하고 스스로 조작해

지상 1층의 데크 공간이 자연스럽게 분절된다. 크게 보면

차지할 것이고, 이에 따라 모든 어린이는 마술처럼 은유적

앞과 뒤의 마당 두 개를 만들지만 45도 틀어진 매스로 인해

47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각 마당은 또한 작게 분절되는 효과가 생긴다. 그래서 전체

테인을 옅게 칠해 벽돌의 느낌은 살리면서도 깔끔하며 가

데크는 쪼개보면 4개의 작은 마당이 중첩된 듯 보이며 지하

벼운 느낌을 준다. 건축주는 ‘미술관 같은 유치원’이길 원했

1층의 선큰 마당, 출입구의 작은 상자로 인해 생긴 놀이언덕

다고 했다. 미술관이나 카페를 연상시키는 외관으로 인해,

까지 6개의 크고 작은 마당이 생긴 셈이다.

일정한 문화적 교양을 지닌 신도시 젊은 부모의 눈에 이보 다 더 매력적일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술관이나 카페는

CRITICISM | 이경창

운문유치원에서는 분절된 여러 개의 직사각형 매스가 부채

왠지 우리의 일상, 날것 그대로의 모습은 아니다. 고전 건축

꼴로 벌어져 있지만, 아이뜰유치원은 분산적이되 수직 적층

의 3부 구성을 연상케 하는 기단은 달리 보면 미술품을 올

되어 있다. 따라서 운문유치원과는 전혀 다른 해법이 나타난

려놓는 좌대처럼 건축 오브제를 고양시키는 역할을 하게

다. 운문유치원이 경사진 대지를 잘라내고 그곳에 중정을 에

된다. 문제는 그로 인해 대지와의 결속력이 약해진다는 점

워싸서 내향적인 공간을 만들었다면, 아이뜰유치원은 좁고

이다. 실내는 벽돌을 타고 흐르는 천창의 빛이 뿜어내는 극

긴 협소한 대지 탓에 매스가 중심을 차지하고 마당이 외부를

적인 힘이 약해진 탓에 다양한 재료의 향연 대신 바닥에 덧

향해 열려 있는 외향적 형태이다. 이렇게 중심에 매스를 앉

입혀진 원색의 색이 지배한다. 말하자면, 일상의 거칠음이

히고 그로 인해 주변에 마당을 두는 배치는 손진의 최근작인

빚는 힘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투명한 유리로 감

연희동주택과 유사하다. 연희동주택에서도 손진은 대지의

싸진 강당은 아이들에게 광장과 같은 곳이지만, 마치 어른

중심에 십자형의 매스를 앉힘으로써 네 개의 외부 마당을 만

들에게 아이들의 생활을 전시하고 드러내는 곳처럼 보인

들어 각각의 방들이 독자적인 마당을 갖게 했다. 아이뜰유치

다. 어른의 시선에는 교실마다 자연을 향해 열린 아름다운

원도 마치 교실 하나에 하나의 마당이 대입된 듯 구성된다.

창들이 노래를 부르며, 자연 속에 펼쳐진 미술관에서 아이

이는 단순히 외향적 공간과 내향적 공간의 차이에 그치지 않

들이 뛰노는 풍경이 그려지겠지만, 어른의 시선은 어쩔 수

는다. 이전 아란유치원과 운문유치원이 중정을 중심으로 공

없이 외부의 시선일 뿐이다. 아이들을 항상 어른들의 눈앞

간이 구성됨으로써 공동체적 안락함을 만들어낸다면, 대신

에 두려고 하는 유별난 강박이 연상되는 것은 왜일까? 여러

아이뜰유치원은 다중심성을 만들게 된다. 중앙의 사각 매스

모로 이 유치원이 미술관을 닮았다 해도, 아이들이 미술관

를 45도 틀어냄으로써 생기는 효과는 그뿐만이 아니다. 내부

의 아름다운 그림이 되어도 좋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유치

복도가 구부러지며 미로처럼 또는 골목길처럼 보인다. 그래

원 구성원이 스스로 채워가는 공간이길 바랬다는 건축가의

서 아이들은 마치 숨박꼭질하듯 자신의 공간(교실)을 찾아

말처럼, 건축가가 남겨둔 여백을 채워 스스로 작은 공동체

가는 놀이를 하게 된다.

를 만들어가며, 일상 삶을 새롭게 발견해나가는 공간이 되 길 바래 본다.

협소한 대지에 많은 교실공간을 요구한 탓에 여유로운 공간 구성이 힘들었을 테지만, 조금 삐딱하게 보자면, 이 골목길은 좁고 외향적 공간을 지향한 탓에 그저 통로 이상의 역할은 하기 힘들어 보인다. 또한 3층 교실에서는 데크로의 접근성 이 떨어지고, 각각의 데크가 정적인 정원의 역할 외에 자유 롭게 아이들이 점유하고 뛰어 노는 곳이 될 수 있을지 의문 이다. 미로를 통해 다중심적 공간을 만들어 낸 것은 좋으나, 각각이 단일한 복도를 통해서만 연결되다 보니 교실이 산만 하게 병렬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우연한 만남을 빚어내는 침투하는 공간과 위태로울지언정 호기심과 모험심을 발휘하 며 뛰어 노는 광장은 사라지고, 온순하게 길들여진 정원으로 대체되었다. 그러다 보니 결정적으로 아쉬운 것은 도시라는 은유가 약해져 버렸다는 점이다. ‘미술관 같은 유치원’

사진 손진 이경창 동아대학교를 졸업하고 명지대학교에서 건축역사 및 이론전공으로 석·박 사학위를 받았다. 건축가 차운기에 대한 비평으로 제5회 와이드AR 건축비

이전까지 이손건축이 유치원 건물에 자주 사용하던 붉은 벽 돌은 시멘트 벽돌로 대체되었다. 건축가의 설명처럼 백색 스

48

평상을 수상하였다. 번역서로는 『건축과 현대성』, 『건축가를 위한 발터 벤 야민』, 『디자인의 역사』 등이 있다. 현재 건축평론동우회 회원이며, 토요건 축강독회와 건축평단에 참여하고 있다.


report 50 와이드 REPORT 1 건축가 박학재 기증유물특별전 | 김영철 55 와이드 REPORT 2 김수근 프리뷰상 | 공을채 60 와이드 REPORT 3 SoA의 지붕감각 | 정귀원 66 와이드 REPORT 4 모두를 위한 건축 | 이성민 68 와이드 REPORT 5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 | 정귀원 70 와이드 REPORT 6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공간 설계 국제현상공모 | 공을채 76 와이드 REPORT 7 DDP, Dress in Seoul | 정찬호 80 와이드 REPORT 8 특별해지는 공장건축의 풍경 | 박선희 85 와이드 REPORT 9 Strong Architect 08 | 유걸 건축의 일반해 실천적 유토피아주의자의 현대에 대한 긍정 | 박성용 93 와이드 REPORT 10 Power & Young Architect 08 | 김수영 Constructing 숨비소리와 사자후 | 박성용

WIDE Architecture Report 46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와이드 REPORT 1

“建築史 ! ... 思索 !” 1971

22번의 교정 건축가 박학재 기증유물특별전

REPORT 1

Proofread 22 Times! 건축가 박학재 기증유물특별전 전시장 입구

1.

서울역사박물관의 정면 오른쪽을 채우는 전시 안내 휘장에는 수백 장이 됨 직한 쌓여있는 원고지들의 모습, 그리고 “22번의 교정” 제목이 교정부호와 함께 서 있다. 건축가 박학재의 이름이 애써 두드러지도록 내세워져 있지는 않다. 2. 전시장 입구에는 “건축가의 자세” 제목의 활자가 관람자의 눈높이에 새겨져 있고 대구를 이루는 문장이 마치 하나의 시작처럼 두드러진다. 순응이 아닌 부정, 묵과가 아닌 시정, 승인이 안 될 때에는 거부하는 양심과 용기가 필요 하다는 경구가 전시장 입구의 진입을 사뭇 무겁게 한다. 마치 우리의 현실이 어깨 위로 중압이 되어 얹혀지는 듯하다. 사료를 선별하고 전시 공간을 읽어 전시회를 준비한 사람들(서울역사박물관의 강홍빈 관장, 기획의 사종민, 한 희진, 김지연;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동아시아건축역사연구실의 한동수 교 수)은 다행히도 오히려 사색의 장소들을 넓게 열어주었다. 오랜만에 경험하 는 전시의 방식이다. 6500여 점의 기증 사료에서 적은 수로 선별하여서 한 건축가가 처했던 우리 시대의 상황, 건축가로서의 이력, 고된 흔적이 역력한 창작 과정과 실현의 작품들, 그리고 교육자로서의 박학재와 그의 지적 생산 물. 이들과 조용히 그리고 넓고 높은 천정의 공간에서 대화할 수 있다니 다

50


WIDE REP0RT

행이다. 이 사료 전시의 장소 와 주체가 건축을 반드시 책 임져야 하는 공공 기관이 아 니어서 아쉽다고 한탄해도 큰 소용이 없는 현실이기 때 문에 더욱 안도감이 크다. 3. 박학재 사후, 그의 수용에 서의 특징적인 형용은 스승 의 상이다. 원정수와 김정동 의 자문, 이현정의 대본으로 작성된 <환경TV 영상> “한 국의 건축가” 편에는 박학재 를 “현대건축의 큰 스승”이 라고 하고, 김중업건축 대표 중업을 넘어서 ‘디테일이 뛰어난 건축가’라고 한다. 전 한양대학교 총장이었

사진 왼쪽의 실물은 한양대학교 도서관(1959)의

던 이해성은 “진위에 엄격하고 수단적 이성을 경악하며 산 분”(《공간》, vol.

측면에 있는 디테일을 재현한 것이다.

177, 1982, 03), 혹은 “진위에 엄격하고 이성을 겸비하며 산 분”(금우회, 한 국의 건축가. 박학재, 서울:발언, 1997, p.31-36)이라며, 그를 원칙의 엄격한 학자이자 교육현장에서는 ‘몰두와 몰아로 인해 수단적 이성을 혐오하고 거 부하기도 한 교육자’로 평가한다. 한국 현대건축의 산 증인인 박길룡은 그를 ‘많은 시행착오와 옥석을 가리지 못하는 시대 상황에서 박학재(南坡 朴學

REPORT 1 | 김영철

이사였던 안병의는 그를 김

在, 1917-81)는 꽤 엄한 스승’이었다고 서술하였다. (박길룡, 한국현대건축 평전, 서울: 공간서가, 2015, p.78) 그의 미완성(시공의 의미) 작품에 관한 일화는 그가 건축주에게 대단히 어 려운 건축가였음을 알려준다. 청수장 호텔(계획안) 설계에 대해 건축주 가 부분 수정을 요구하였을 때 제자 김창호(죠지 메이슨 대학교George Mason University

초빙교수)는 다음과 같이 회고하였다.

교수 박학재 연구실(1967)의 모습 재현

51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아마도 1966년 봄일 것으로 기억하는 데 선생님이 수주하여서 선

배들이 밤샘까지 하면서 끝낸 ‘청수장’이란 호텔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다 된 도면을 갖고 ‘청수장’ 건축주에게 브리핑하는 도중 건축주가 설계 변경을 요구하였고 잠시 생각하시던 선생님이 갑자기 도면을 모두 찢어 버리시고 는 자리를 일어나셨다고 합니다.” (서울역사박물관, 22번의 교정. 건축가 박 학재 기증유물특별전. 도록, 서울: 서울역사박물관, 2015, p.66) 4. 뛰어난 디테일의 한양대학교 도서관과 강당, 부산의 배정고등학교 교사의 건축가라면 마땅히 받아야 할 예우가 전시 제목으로 강조될 법도 하다. 창의 형태, 빛의 효과에 따른 음영의 입면, 그가 지닌 디테일에 대한 감각을 볼 수 있는 건축. 또 1960년대 일반적이던 학교 건축의 유형을 벗어난 건축이 있 기 때문이다. 여기 배정고등학교 건축에서는 입방체의 조형을 탈피하여, 거 대한 선박, 거대한 매스로 더 큰 환경의 맥락에서 건축하고 있다. 부산의 지 역성을 반영하는 자세이며, 또 광대한 바다의 환경에 대면하는 정신이다. 흔 히 표현하듯이 자연을 건축물로 끌어들였다. 그의 건축이 기념비적이라는 평가(고 정영수 교수, 경성대학교)에는 모자람이 없는 듯하다. 3개 층이 열 린 공간, 경제와 기능이 아니라 공간의 조형, 공간을 체험하도록 하였고, 반 면 도시적 맥락에서는 운동장을 거쳐 시야에 들어서는 입면, 아늑함, 리듬의 창문들, 변화와 친근감을 말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대강당 모형.

REPORT 1 | 김영철

5.

준공은 1959년이며 1998년 철거되었다.

도면 작업 이후 시공으로 완성되지 못한 작품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 1970 년을 기점으로 박학재는 건축 실무보다는 교육과 저술에 집중하였다고 한 다. 그는 1947년 31살 때부터 강의를 시작하였고, 이 시점부터 서양건축사 를 서술하기 시작한다. 자료의 집성, 정정, 가필, 조판, 수정하였지만 출판되 기 전 원고의 절반을 화재(1965)로 인해 안타깝게도 분실하였다. 이후 그는

약수동 강씨 주택 계획안

52


WIDE REP0RT

이를 다시 서술, 탈고하면서 “내용을 정밀한 조예로 자세히 서술”하였기 때문에 『서양건축사정론』이라고 명명했다고 밝 혔다. 그 분량이 800여 쪽이나 된다. 출간 후 동아일보의 서평에서 지적한 것처럼 그의 건축사에 서는 ‘건축이 단순한 미형식이란 수준을 극복, 당대의 정신 문 화적 배경과 연결’ (동아일보 1972년 3월 15일; 서울역사박물 관, 2015, p.92)되어 있고, 그 영역에는 건물, 토건, 신전, 공공 건축, 능묘 등의 건축구조가 포괄적으로 다루어진다. 양식의 특색과 구조, 하나의 건축물 묘사를 문화 조류와의 상관성을 통해 설명하고 또 개인의 심리구조까지도 건축에 영향을 주 는 요인으로 설정하고 있다. ‘호머Homeros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로 신화

서양건축사정론 초판본(1972)과 증보판(1981)

와 신전건축 발달 요인, 알렉산더 왕의 가정환경과 부왕암살 사건’들을 구체 적으로 언급한 것은 “건축 발생의 배경사상을 알게끔 하기 위해서다. 이렇 게 시도한 이유는 사실史實을 빼놓거나 몽매한 채의 건축사고史考는 마치 뿌 리 없는 줄기, 꽃 없는 열매를 논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서양건축사정론 1981, p.I) 그가 건축역사서술을 위해 가지고 있던 세계관은 독특한 면이 있 다. 보편인류에 대한 믿음이 있고, 그 가치는 시대와 문화의 다양함에도 불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는 건축문화를 음미 규명하면 당대의 인류생

활상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우리의 눈앞에 현실적으로 전개된다.” 이 생각은 그의 『건축철학으로서의 의장론』에서도 드러난다.

“본 의장론은 … 영구불변의 규명대상이자 또한 인류 공통의 추구대

상이기도 한 건축의 형식과 내용 ---형태와 공간---에 대한 … 논제를 중 심삼고 전개될 방계의 논제를 엮은 것이다. 건축의 논리는 결코 단일적으

REPORT 1 | 김영철

구하고 공통적이라는 점이다.

로 성립되지 않으며 또한 공학적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건축의 형 식·형태와 내용·공간의 규명을 위한 논리를 목적으로 삼고 이의 구축·시공 을 위한 공학을 수단으로 삼아 서술해 나간 것이 본 의장론의 주지이다. 그 래서 전자에 수반되는 논리의 경우는 형이상학에 속하고 후자에 수반되는 논리의 경우는 형이하학에 속할 것이다.“ 그가 건축교육현장에서 철학이라는 어휘를 얼마나 자주 반복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그 소리를 던져냈을 때는 크게 울려 펴졌을 법하다. 그의 건축사 서론에서 그는 건축사와 사유, 이 두 단어에 강조를 위한 느낌표를 달아두었다. ‘건축사!’는 ‘공학론적 실천 이전의 계획론적 사유 즉 형이하학 적인 방법에 앞선 형이상학적인 사색론’이며, ‘사색!’은 ‘강인한 자아인식과 행동범위의 근원’(박학재, 서양건축사정론, 1981, p.I)이라고 했다.

“한국 근대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저서”(박길룡, 2015, p.81)로 평가

되는 『서양건축사정론 1972』과 『건축철학으로서의 의장론 1978』의 저자로 서 어느덧 그는 건축가의 자리를 내어주었다. 그가 가졌던 건축에의 의지가 건축의 근본 해명과 교육으로 실천의 장소를 옮겨가게 된 것은 당시의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었던 건축에 대한 고정관념의 벽, 다급하고 좁은 현실의 해 결이 세계관의 전부였을 상황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가올 새로운 시대를 준 비하는 일이 교육임은 언제나 자명하지만, 그 실천의 자세마저 자명하지는 않다. 그래서 많은 후학이 학자로서, 스승으로서의 그를 기린다. 건축역사인 식을 위한 『서양건축사정론』, 건축예술의 근본과 창작의 원칙을 위한 『건축

53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철학으로서의 의장론』을 척박한 토양에서 적은 도구들로 스스로 이루어냈 다는 찬사는 많은 사람이 하고 또 놀라워하기도 한다. 건축교육현장의 중심 에 세워두었으니, 아마 그가 기대한 것은 이들이 분명 새로운 건축의 상으로 서 빛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였을 것이다. 6. 2015.6.12.~2015.8.16.까지 전시되는 박학재의 유물이 이제 우리에게 소용 되도록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건축가로서의, 또 저자로서의 박학 재에게 어떤 시선을 던져야 하는가? 단순히 기념비로 서 있는 거인이거나 복종을 기대하는 스승으로 서 있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고인이 된

건축철학으로서의 의장론

그 앞에서 누군가는 우선 그가 그 많은 인고의 노력으로 일구어낸 건축의 토 양이 어떤 새로운 생명을 가능하게 하는 것인지 물을 것이다. 또, 더 나아가 오늘의 시대상에서 그 토양이 하나의 토양인지, 혹은 보편적 가치의 토양인 지도 묻게 될 것이다. 필자도 그가 우리 시대의 위대한 스승이라는 평가에 동의한다. ‘문화사’, ‘시 간과 공간의 사회학’으로서의 건축사, 예술로서의 건축관은 그의 탁월한 인 식의 성과이다. 그래서 그를 스승으로 여기는 후학들에게 이 사관이 더 풍요 롭게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거인이 자신의 시야를 확보하는 데 필요했던 수 고를 후학이 반복하지는 않는다. 얼마나 큰 장점인가? 오직 그들에게는 거 인의 어깨에 오르는 수고가 필요하다. REPORT 1 | 김영철

그런데 이 맥락에서 건축 해명을 위해 이중의 수고가 필요하다는 점은 중요 하다. 아마 오늘날의 다른 후학들이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즉, ‘시 간과 공간의 사회학’과 ‘시간과 공간의 형이상학’의 균형을 이루는 일이다. 의식을 갖고 건축의 질문에 답하는 학문의 과정에서 필자의 경우처럼 후자 에 비중을 두어 그 둘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려고 했다 면 분명히 전자는 숙제로 남는다. 다시 말하면 하나의 건축 양식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을 위해서 사회학 개념이 있어야 하지는 않다는 판단이다. 필자로 서는 ‘시간과 공간의 형이상학’의 해 명을 해온 거인들과 시간을 보냈으니, 다음 과제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마도 이 의견을 스승으로서의 박학 재에게 제시하면 빨간 펜으로 인용부 호와 함께 답할 것이다.

“자네의 생각은 역사가의 것이

아니야. 이론가가 되어야 하겠네 !“ 8월이 다가기 전에 다시 한 번 숙고의 기회를 얻고자 한다. 나의 시선을 그의 원고와 도면들에 가까이한다면 나의 옆에는 누군가가 그와 함께할 것이다. 글 | 김영철(배재대학교 주시경대학 교양교육부 교수,간향클럽 자문위원)

54

박학재는 언제나 선글라스를 착용하였다고 한다.


WIDE REP0RT

와이드 REPORT 2

젊은 건축가의 새로운 등용문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 지난 4월 6일 김수근문화재단(이사장 박기태)은 2015 김수근건축상 프리 뷰상(이하 김수근 프리뷰상)을 발표했다. 올해는 김승회(경영위치, 서울대 교수), 김영준(김영준도시건축 대표), 최문규(가아건축, 연세대 교수), 알레 한드로 자에라 폴로(프린스턴 건축대학 학장)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였다. 이들은 20개의 응모작품 중 천장환(경희대학교 조교수), 박창현(에이라운 드건축 대표), 조진만(조진만아키텍츠 대표), 이재성(지음재건축사무소 대 표), 정효원(JHW 이로재 아키텍트 대표), 최장원(건축농장 대표) 등 총 여 섯 명의 건축가의 작업을 선정했다. 김수근 프리뷰상은 지난 20년간, 그 해 완공된 진취적 작품을 대상으로 김 수근건축상을 시상하던 방식을 제고하고 2013년 새로운 시상제도를 마련하 여, 올해 세 번째 해를 맞았다. 새로운 제도는 두 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첫 단계인 김수근 프리뷰상은 실현이 약속된 계획안을 대상으로 후보작을 모 집한 후 심사를 거쳐 열 개 이내의 작품을 선정하여 전시회 및 작품집을 발 을 수여한다. 심사위원들은 올해 김수근 프리뷰상에 대해 “대형의 건축물이 확산되고 있 지만, 아틀리에의 건축가들에게는 작은 건축 작은 담론만이 주어지는 시대

REPORT 2

간한다. 이후 준공된 프리뷰상 수상작들 중 심사를 거쳐 김수근건축상 본상

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략)… 수상작들은 현실이 요구하는 건축에 최선 을 다해 대답하고 있었다. 작은 규모의 계획안이지만 다양성이나 완성도 면 에서 건강한 건축을 목표하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6개의 작품에 대해 심사 위원들은 “이들 작업에서 보이는 진정성이야말로 작은 건축의 시대를 버티 게 하는 힘이라 확신했다.”라고 덧붙였다. 심사평에서 알 수 있듯이 올해 수 상작들은 작은 프로젝트이지만, 다양하고 독특한 프로그램과 각기 다른 특 징들을 가지고 있다. 다음은 수상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6개의 프로젝트를 간략하게 소개한 것이다. (편집자 주)

구로구 항동 어린이집 정면 투시도

55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구로구 항동 어린이집

대지위치

천장환 | 경희대학교 조교수

대지면적

874㎡

연면적

881.35㎡ (1층-461.83㎡, 2층-419.52㎡)

건축면적

503.25㎡

규모

지상 2층

계하기 위해 기존의 어린이집을 조사하였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다. 기존의 어린이집은 천장이 낮고, 아이

외부마감

모노쿠쉬, THK24 로이복층유리, 징크

건축주

구로구청

항동 어린이집 프로젝트는 천장환의 첫 번 째 프로젝트이다. 건축가는 어린이집을 설

들은 대부분 보육실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서울특별시 구로구 항동 12-19

있었다. 항동 어린이집은 아이들에게 즐거 움과 다양한 공간감을 주고자, 천장을 높 여 햇빛이 잘 들어오게 하였고, 아이들로 하여금 심리적으로 더 많은 공간감을 느끼 도록 하였다. 건축가는 현장 근처로 이사 하는 열정까지 보이며, 현장에서 많은 디 테일들을 해결해 나갔다. 심사위원들은 항 동어린이집에 대해 “모여 있는 지붕들이 흥미로운 리듬을 부여하고 내부공간과 긴 밀히 반응하면서 볼륨과 빛의 풍요로움을 선사한다.”라고 평가했다.

REPORT 2 | 공을채

내부 투시도

무진도원 대지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상예동 1367

박창현 | 에이라운드건축

대지면적

1,238m²

무릉도원이 복숭아 숲을 거닐며 다다르게

건축면적

117.63m²

연면적

134.51m²

되는 낙원의 모습이라면, 무진도원은 귤나

규모

지상 2층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무 숲을 지나 건물에 접근하는 것을 의미 한다. 건축가는 기존의 귤 농장을 유지하 면서 건축주가 머물 수 있는 집을 디자인 하였다. 단일한 건물로 보이지만, 게스트 방과 거실, 메인 침실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건축주는 메인 침실에 도 달하기까지 독특하고 색다른 장면을 바라 보게 된다. 작은 프로그램에 각기 다른 마 당과 공간을 두어 사용자로 하여금 새로운 공간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건축가는 자 신의 작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듣고자 김수근 프리뷰상에 지원하게 되었다고 말 했다. 그런 그의 작품에 대해 심사위원들 은 “불규직한 지형 아래 놓인 정돈된 공간, 그 대비가 흥미롭다…(중략)…완성 후의 공간을 경험해보고 싶은 작업이었다.”라고 평가했다.

모델 & 평면

56


WIDE REP0RT

대지위치

서울시 은평구 가좌로11나길 23

산새마을 두레하우스

대지면적

116.0m²

건축면적

69.5m²

조진만 | 조진만아키텍츠

연면적

140.94m²

규모

지하 1층, 지상 4층

두레하우스가 위치한 산새마을은 인위적 인 공동체가 아닌, 자연적 공동체 형성으

건축주(발주처) 서울특별시 은평구청

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건축가

설계담당자

는 산새마을에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쉐

조진만, 홍욱의 / 조진만아키텍츠

어하우스인 두레하우스를 제안하였다. 두 레하우스는 내부의 복도를 가지고 방만 나 누어 쓰는 형태의 쉐어하우스가 아닌 산새 마을에서만 가능한 사적이면서 공공성을 가진 입체적인 공간들을 가지고 있다. 형 태가 가진 의미는 없지만, 마을이 가진 공 공공간과 건축 자체의 내부공간이 합일화 된 새로운 프로그램을 포함하고 있다. 심 사위원들도 “주거 공간의 프로그램과 공용 영역의 흥미로운 동선이 어려운 조건 내에 서 매력적으로 잘 조직되어 있다.”라고 두

개념 콜라주

레하우스만이 가진 공간에 대해 높게 평가 REPORT 2 | 공을채

했다.

모델

서편재 이재성 | 지음재 건축사무소 건축가는 형태보다는 건물이 주는 경험과 컨텍스트를 우선시 했다. 서편재가 위치한 곳은 직물로 유명한 시장으로, 적삼목 루버를 씨 줄과 날줄로 엮어 건물 전체를 덮었다. 시장은 수평적인 교류체계 를 가진 공간이다. 하지만, 점차 밀도가 높아지면서 건물도 높아져 사람들은 수직적인 교류체계를 가지게 되었다. 수직적 교류체계 안 에서 사람들이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외부 계단으로 제시 했다. 건축가는 단순한 사각형 박스에 지역이 가진 컨텍스트를 고 려하여 건물을 디자인했다. 이점을 심사위원들 역시 간파하고 있 다. 서편재에 대한 심사평에서 “작은 근린시설을 새로운 재료와 기 법으로 제안했다…(중략)…단순한 장치로서 세련된 결과를 만들었 다.”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대지위치

서울특별시 구로구 구로동로 22길 5, 5-5

대지면적

330㎡

건축면적

163.77㎡

연면적

999.45㎡

규모

지하 1층, 지상 6층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

건축주

이진석

동측면도

설계담당자 김남수 감리

지음재 건축 서편재 57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배치 다이어그램(elevation view)

주말예술농장 최장원 | 건축농장 주말예술농장은 예술과 농장이라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건축가는 전혀 다 른 두 가지의 프로그램과 사용자 간의 공존 을 위해 ‘움직이는 벽’을 제안했다. 마치 한 옥의 켜처럼 외부와 내부를 구별해주는 벽 은 때로는 닫히기도 하고, 열리기도 한다. 가변적 공간을 통해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 은 작품이 걸린 벽을 보기도 하고, 외부 전 시장과 연결된 벽을 보기도 하고, 하나의 프 레임으로 자연을 담은 벽을 보기도 한다. 작 은 건축물에서 시작하여 점차적으로 프로 그램을 채워갈 예정이다. 주말예술농장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이 집은 공간적 ‘장치’ 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최소의 공간적 형 식 안에 다양한 행위를 담기 위한 장치를 REPORT 2 | 공을채

곳곳에 마련했다.”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숲과 집 정효원 | 이로재 아키텍츠 숲과 집은 정년을 앞둔 공학 교수의 주택으로 총 5개의 건 물로 이루어져 있다. 건축주가 이미 심어놓은 숲길을 따 라 건물이 배치되어 있고, 자연스럽게 건물을 잇는 길들 이 연결되어 있다. 건축주는 건축가에게 의뢰하기 전에 9 개의 계획안을 만들었었고, 일부 계획이 결정되자, 건축주 는 공사에 필요한 돌을 직접 나르는 열정을 보였다고 한 다. 그런 열정을 알고 있던 건축가는 일부 건물에 대해 건 축주가 직접 공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에 반영했다. 심사위원들은 숲과 집 프로젝트에 대해 “5개의 집이 감 각과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배치된 아름다운 프로젝트 다.”라고 평가했다. 대지위치

전라북도 순창군 복흥면 하리 산 45-13

대지면적

3,306.10 m²

건축면적

203.24 m²

연면적

217.42 m²

규모

지상 1층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조적조, 목구조 프로그램

58

대지위치

경기도 포천시 내촌면 내리

대지면적

725m²

건축면적

174m²

연면적

184m²

규모

지상 1층

구조

경량철골구조

외부마감

벽돌, 징크

내부마감

자작나무합판


WIDE REP0RT

6명의 건축가들의 작품은 김수근 선생 스물아홉 번째 기일(2015년 6월 14 일)에 맞춰 아르코 미술관 스페이스 필룩스에서 시상식과 전시를 진행하였 공개되었다. 김수근 프리뷰상은 다른 상들과 달리 건축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작업 과정 전반에 투여된 건축가의 사고와 열정에 찬사를 보낸다는 점에서 특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가들이 프리뷰상에 많은 매력을 느끼고 있는 점도 채집된다. 수상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상이 가진 취지가 마음에 들었다. 건축 을 결과로만 바로 보지 않고, 과정과 건축가 프로젝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REPORT 2 | 공을채

다. 같은 날 여섯 팀의 수상작품과 건축가의 인터뷰를 담은 작품집이 출간,

것 같다. 또 건축가와 건축주에게 프로젝트를 완성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책 임감을 각인시켜준다.” 는 등 김수근 프리뷰상이 가진 의미를 되새길 수 있 었다. 건축가들의 말처럼 건축을 완성된 작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 건축과 정에서 건축가들의 열정을 본다는 점에서 김수근 프리뷰상을 중요하게 보 는 다른 건축상들보다 더욱 값진 의미를 지니고 있다. 더욱이 2013년 상의 운영체제를 새롭게 변화하면서 김수근 프리뷰상은 젊 은 건축가들의 새로운 등용문이 되고 있다. 2013년(이뎀건축, 현준유아키텍 츠, 최페레이라건축, 협동원건축, 에이이디건축, 일구구공도시건축), 2014 년(네임리스, EMA건축, OBRA Architects, 스튜디오 아키홀릭, 유경건축 +ANM) 수상자 대부분이 젊은 건축가들로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 렇다. 마치 젊은 건축가라면 한번쯤 거쳐 가야 하는 건축상 중에 하나로 김 수근 프리뷰상이 발돋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심사방법이 건축가들의 발표형태가 아닌, 제출물에 의존하여 평가한다는 것이다. 건축전반의 과정을 20장의 제 출물에 담기에는 프로젝트가 가진 과정을 설명하기 어렵고, 건축가의 의도 와 가치를 전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수근 프리뷰상 이 건축계의 폭넓은 지지와 권위를 지니기 위해선 좀 더 달라진 운영방법으 로 건축가들의 관심을 끌어내야 할 것이다. 글 | 공을채(본지 외래기자)

59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와이드 REPORT 3

Young Architects Program 2015

REPORT 3

SoA의 지붕감각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5

서울에서 진행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oung Architects Program, 이하 YAP)은 젊은 건축가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프로젝트 기회를 주기 위해 매년 개최하는 도심 파빌리온 공모전이다. 1998년 뉴욕현대미술관(MoMA-PS1) 에서 시작하여 산티아고-로마-이스탄불을 거쳐 2014년 처음 서울에 입성 한 YAP 글로벌 네트워크는 비슷한 진행 방식과 동일한 주제를 갖되 지역의 상황을 반영하고 장소의 특성을 고려하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덕분에 서로 다른 지역의 문화적 감성을 비교하고 소통하는 장이 되어 왔으며, ‘젊은 건 축가 발굴 육성’이란 취지에 따라 신진 건축가의 국제적 홍보의 장을 겸해 왔다. ‘쉼터shelter, 그늘shade, 물water’을 주제로 진행된 2015 YAP 서울은 전문가들

60


WIDE REP0RT

이 추천한 1차 후보군의 포트폴리오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군 5팀을 선정하 고 이들의 경합을 통해 SoA의 <지붕감각>을 선정했다. 이 작품은 잊혀져가

REPORT 3 | 정귀원, 진효숙

는 지붕의 느낌, 한국 여름의 감성, 그리고 다양한 감각 체험을 목표로 갈대

발 대형 지붕을 과장되게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 울관 마당에 설치되어 있으며, 도면・스케치・영상・모형 등은 제8전시실에 전시되었다. 이 외에 최종후보군에 오른 ‘국형걸, 네임리스 건축(나은중, 유 소래), 씨티알플롯(오상훈, 주순탁), 건축사사무소 노션(김민석, 박현진)+빅 터 장’의 YAP 응모 작품, 1차 후보군 건축가들의 작품, 그리고 2015년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국제 파트너 기관들의 우승작 및 최종 후보작도 제8전시실 에 함께 전시되었다. 개막식을 며칠 앞둔 어느 날, 막바지 작업에 한창인 <지붕감각>의 건축가들 (강예린, 이재원, 이치훈)을 만나 보았다.

61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장소는 경복궁과 옛 기무사(국군기무사령부) 건물, 뒤쪽으로 종친부의 한옥 이 자리잡은 곳으로 멀리 내다보이는 인왕산의 능선도 무심히 지나치기엔 아까운 풍경이다. 서울관 마당의 장소적 특징은 YAP 참여 건축가들의 가 장 큰 고민이기도 했을 것이다.

REPORT 3 | 정귀원, 진효숙

SoA : YAP를 진행하는 다른 도시, 이스탄불이나 로마 등과 비교할 때 서 울의 장소는 더 매력적이고 특별한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도 이 장소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고요. 우선 비워진 마당을 오브제로 점유하고 싶지는 않았습 니다. 한옥의 마당처럼 비워진 채로 다양한 행위들이 유발되었으면 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아래가 비워지는 ‘지붕’이란 건축 요소를 차용하게 되었고요. ‘지붕’은 지역 경관과도 무관하지 않지요. 곡선이 날아갈 것처럼 가벼우면서도 육중한 구조의 한옥지붕을 의식한 듯 SoA의 작품은 과장된 지붕을 이고 있다. 수직적으로 대단한 깊이감을 가지면 서도 바람이 일면 유연하게 몸을 움직인다. 이 대형지붕은 오늘날 미약해진 지 붕의 의미를 환기시키고 그것이 깨워내던 감각을 다시 한 번 불러들인다. SoA : 현대의 지붕은 한옥의 그것처럼 크지도 않고 의미도 미미합니다. 지 붕 아래보다는 오히려 천장 아래의 개념이 더 강하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좋

62


WIDE REP0RT

고 나쁨을 떠나서 지붕의 느낌은 건축 요소 중 상실된 감각이 아닌가 해요. 우리가 과장된 지붕으로 지붕 감각을 탐구하게 된 배경입니다. 특히 SoA 건축가들이 주목한 것은 지붕 아래서 겪게 되는 여름의 감각이 다. 다섯 개 도시가 순차적으로 오픈을 하다 보니 마지막 도시 서울은 여름 을 배경으로 한다. 여기에 ‘쉼터, 물, 그늘’이란 주제가 더해져 여름의 좋은 느낌들이 모색되었다. SoA : 일단 기분 좋은 여 름을 생각해 봤습니다. 그 것은 나른하고 느슨한 느 낌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여름 대청마루에 누워 바 람을 느끼고 느슨한 시간 을 경험해 본 사람은 아마 드리워진 ‘발’의 효과를 잘 알 거예요. 발이란 장 치로 인해 바람도 그렇고 빛이 그려내는 시간의 흐 름도 더 과장되게 느껴지 지요. 갈대발이 지붕 소재로 선

REPORT 3 | 정귀원, 진효숙

도 내외부 공간의 경계에

택된 이유이다. 그런데, 소재가 결정되니 제작이 문제였다. 건축가들은 순 천만이나 우포늪의 갈대 를 이용해 보고 싶었지 만, 발품을 팔아 알아낸 것은 거대한 지붕을 덮을 만한 갈대발 제작이 국내 에서는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SoA : 대신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중국 산둥지방의 친환경 습지 마을을 알 게 됐고, 그곳에서 주문 제작이 가능한 제작자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미 시스템화 되어 아프리카나 독일 등의 친환경 건축에 재료를 공급하고 있는 곳이었어요. 폭 1.5m의 갈대발이 가능할 정도로 갈대의 키도 국내산보다 컸 고요. 또 부식에 약한 삼줄 대신 철사로 바꿔서 갈대발을 얽는 게 가능했습 니다. 특히 고마웠던 것은 붉은 생장점으로 갈대발이 대개 울긋불긋한 모양 인데, 작품으로 쓰일 거라는 얘기에 일일이 손으로 껍질을 까서 만들어줬다 는 거예요. 덕분에 맑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폭 1.5m, 총 길이 2.5km의 갈대발이 강철 파이프 기둥(최고 높이 10.7m) 에 주름을 만들며 사뿐히 앉았다. 발의 늘어뜨려진 부분은 지붕의 깊이를 만든다. 앉거나 혹은 누워서 지붕의 깊이감을 느껴볼라치면 군데군데 뚫어

63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놓은 구멍 사이로 하늘이 보이기도 하고, 갈대발의 레이어링layering이 언뜻 언뜻 인지되기도 한다. SoA : 깊은 공간은 햇빛을 눈부시지 않게 완화시켜 줍니다. 위에서 아래까 지 밀도가 다른 빛이 갈대발에 맺히기도 하고요. 아랫부분은 복사열이 도달 하지 않아서 시원하기까지 합니다. 한옥의 지붕도 복사열을 차단해 여름 실 내를 시원하게 만들지요. 갈대발 지붕 아래 그늘 공간은 복사열 없고 바람 잘 통하는 한옥 대청마루 의 여름 감각에 더욱 다양한 느낌을 보탠다. 이를테면 은은한 햇살과 서늘 한 바람은 물론이고 갈대발이 서로 부딪혀 사각거리는 소리, 수분을 머금은 소나무 바크bark가 내뿜는 향기, 여름 식물의 싱그러운 자태 등이다. SoA : 갈대발 지붕 아래에서 감지되는 감각들을 고민했습니다. 소리, 빛, 그 늘, 향기 같은 것들인데, 그러한 감각들이 아주 단순하게 지붕 밑에 머무는 것만으로 경험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갈대발을 걸고 소나무 껍데기를 잘게 부순 바크를 바닥에 깐 것 외에 특별한 장치는 없지요. 온갖 감각들의 집합소 <지붕감각>은 조형성보다 체험적 공간으로 주목을 끈 다. 작년에 치러진 첫 번째 YAP 서울의 <신선놀음> 또한 참여와 소통을 전 REPORT 3 | 정귀원, 진효숙

제로 계획된 관람객의 놀이터였다. 물론 당시의 놀이터가 다소 동적이라면 <지붕감각>은 온전히 정적인 쉼터에 가깝긴 하지만, 두 작품 사이에는 마당 을 전혀 다른 기능으로 탈바꿈시켜 관람객에게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선사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로써 대중은 건축에 더욱 가깝게 다가서게 되는 것이다. SoA : 대중에게 건축을 활짝 여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러다보니 관람객과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주제를 찾는 것이 중요했고요. 지붕이란 건축 요소는 그것에 적절하다고 봤습니다. 우리의 건축적 사고를 대중과 함께 나누는 것 은 큰 기쁨이에요. YAP의 대안적 프로그램은 실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건축 탐구란 측면에 서 건축가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장이다. 실제로 각 도시의 YAP 참여 건축 가들은 오늘날 중요한 화두인 환경, 지속 가능성, 재활용 등을 주제 삼아 과감하고 실험적인 작품(이를 테면 첨단 과학을 이용하여 전시 후에 작품 을 퇴비로 만들어 자연으로 돌려주는 작품이나 맥주통을 재활용해 반투명 의 벽을 구성한 작품 등)을 선보여 왔다. 이와 관련하여 피포 쵸라Pippo Ciorra 로마 국립21세기미술관 선축 선임 큐레이터는 지난 6월 30일 개막 행사에 서 “해를 거듭할수록 YAP 참여 건축가들은 발명가적 정신으로 건축의 영 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들이 신진 건축가들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형성하 고, 자신의 디자인 전략을 세우는 과정을 통해 건축의 미래를 제시할 수 있 기를 바란다”고 전한 바 있다. SoA : 저희로서는 건축의 요소, 특히 지붕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64


WIDE REP0RT

좋았습니다. 전시나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자본과 시간의 제약 속에서 시도 해 보기 어려운 새로운 재료, 또는 재료의 사용 방법 등을 탐구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마국의 경우는 이슈 파이팅issue fighting이 우리보다 훨씬 센데, 조형이나 재료 탐구, 지속가능의 이슈까지 모든 것을 망라합니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파빌 리온은 각자의 이야기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해요. 그것의 이야기가 결국 당시 의 건축 이슈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하고요.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됐다. <지붕감각>은 태풍과 장마, 무더위와 싸워 야 한다. 무엇보다 최대 10.7m 정도 높이의 구조물은 세찬 바람을 견뎌내 야 한다. SoA : 서울관 마당의 아래가 수장고입니다. 수장고 지붕 위에 기초를 놓은 셈인데, 이 기초가 바람을 저항합니다. 수장고 지붕의 무근 콘크리트에 철골 레티스를 앵커링하는 방식을 썼고, 불안정한 막구조인 갈대발의 풍하중 기 피할 수 없기 때문에 20% 정도 물량을 더 확보해 놓았습니다. 풍화가 심한 부분들은 언제든 교체가 가능하도록요. 오는 9월 3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당에서 관람객의 감각을 열어 주게 될 <지붕감각>이 모쪼록 한국의 드센 여름을 꿋꿋이 견디며 우리 고유 의 ‘여름 감각’을 잘 전달해 주기를 바란다. 인터뷰, 글 | 정귀원(본지 편집장)

REPORT 3 | 정귀원, 진효숙

준을 넉넉히 고려해서 충분한 강성을 갖게 했죠. 또 갈대발은 자연 풍화를

사진 | 진효숙(본지 전속사진가)

65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와이드 REPORT 4

모두를 위한 건축 움직이는 구조체-파빌리온씨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월세에 치여 이리로 저리로 떠밀려 다니던 친구들이 테트리스 블록처럼 몸에 맞는 공간을 찾아 더 낡고 더 어두침침한 구도심의 낡은 건물을 기웃거리며 돌아다닌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이런 현실 은 이제 슬픈 유행가의 줄거리도 되지 못한다. 핫하다는 가수들의 M/V 배경 이 될 수 있는 정도다. 어쩌면 이들은 자본주의 사회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 는 이곳에 ‘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지만 바꿀 수 있어 괜찮을지도’라는 생각 을 가진 심각한 낙관주의자들 일지도 모른다. 메르스의 공포로 텅 비어버린 을지로와 종로를 가로질러 좀비마냥 한 건물의 옥상에 사람들이 모여 올랐 다. 서울 한복판에 새로이 생긴 신도시.SEENDOSI 비정기적으로 이상한 공연 과 전시가 열려 맛나던 한남동 ‘꿀앤꿀풀’이 3년간(2010~2012)의 계약된 생애를 마감하자, 그 맛을 탐닉하던 사람들이 모여 만든 게토라고 들었다. 어디로 가든 난 멋나게 살 수 있어 라던지, 어떤 공간이든 우린 즐길 수 있어 라며, 땅을 메우고 바벨탑을 짓는 사람들을 가볍게 비웃어버린 이들은 분명 REPORT 4

능력자들이다. 신도시에는 멤버십도 있다. 정오부터 저녁 7시까지 주간을 이용해 월 10만 원의 이용료를 내고 원하는 좌석을 개인의 작업실로 이용할 수 있고, 커피와 wi-fi, 스캐너, 잉크젯프린터, 정수기, 냉난방시설, 흡연시 설이 제공된다. 이용시간에는 일반영업도 하고 소소한 이벤트들도 있기 때 문에 어느 정도의 불편은 있다. 프로그램과 사용주기, 시간 대비 비용과 공 간교환가치, 시설 등 현실적인 필요에 의한 어떤 규칙들이 나열된 안내문에 행위의 동선이 겹치는 이들이 동의하고 공간을 점유하기 시작하면, ‘사각의 링’ 안에는 상이한 관계들이 이루는 임시공동체와 다목적 공간이 형성된다. 흩어지고 모이고를 반복하는 사이 시간을 촘촘히 메꾸어가며 형성될 어떤 네트워크가 장소에 건축, 건축에 공간, 공간에 새로운 장소성을 덧칠하게 될 것이다. 옥상에 이웃한 건물의 옆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할 줄 아는 이들의 영 특함이 주변에 파장을 일으켜 언제 다시 그들을 공격할지도 모르는 불안하 고 불완전한 이 도시에서 말이다. 후지모토 소우Sou Fujimoto가 말한 ‘미래의 건축을 위한 다섯 가지 질문’, 기계 로서의 건축이 아닌 밀도가 다양하게 머무르기 위한 장소, 공간적 장소를 넘 어 계기나 실마리 같은 것으로 가득 차 있는 곳으로 이해하는 ‘장소로서의 건축’과 불완전한 도시가 가진 받아들이는 힘은 커뮤니케이션의 계기가 된 다는 ‘형태가 없는 건축’에 더하여 ‘사이의 건축’, ‘부자유함의 건축’, ‘부분 의 건축’에 대한 의미와 질문을 이곳과 같이 상상력을 가진 몇몇 임시적이

『건축이 태어나는 순간』

수 있을 것이다.주1 특히 후지모토 소우는 부분과 부분의 관계성이 건축공간

후지모토 소우, 디자인하우스

을 결정하며, 무질서하고 복잡하고 모호한 도시와 같이 부분들의 관계성으 로 이루어진 전체는 포용력이 있는 장소가 생겨난다는 것. 건축에서 거대한

66

주1.

고 열린 공간들을 건축의 외연 안에서 이해하기 위해 출발점에서 생각해볼

2012. P12-13 이하 참조


WIDE REP0RT

주2. 『건축이 태어나는 순간』 후지 모토 소우, 디자인하우스 2012. P35

것(형태, 질서, 의미)을 분해하고 분산시켜 재결합하는 것을 통해 더 풍부한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상적인 가정 하에 ‘부분의 건축’은 근대를 대신할 건축적 가치관을 탄생시킬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주2 현재 우리 주변 이곳저곳에서 ‘문화예술’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등장하고 있 는 파빌리온, 폴리 등을 ‘부분의 건축’이라는 질문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실 제와 비전의 사이에서 건축의 기본적인 요소 혹은 고정된 요소들을 분해하 거나 유연하게 결합하여 그 주변 환경과의 관계성을 탐구한다는 측면에서 같은 축에 놓고 생각해 봄 직도 하다. 2015년 5월 13일부터 23일 열흘간 아르코미술관 스페이스 필룩스에서 발 표회와 전시회를 했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정림건축문화재단의 협력기 획사업 <움직이는 구조체-파빌리온씨(이하 파빌리온씨)>는 파빌리온이 가진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역할과 새로이 요구되는 기능과 함께 열린 공간과 건축 의 공공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도 다시 끌어 올리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파빌리온씨>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기반시설이 부재한 소외지역 단체가 찾아갈 수 있도록 기획한 ‘신나는 예술여행’ 사업을 위해 건축가들이 프로그램을 수용할 수 있는 임시적인 무대를 제안하는 것을 내용으로 2014 년 12월부터 약 5개월간 진행된 공공프로젝트이다. ‘신나는 예술여행’은 힐 마르 호프만Hilmar Hoffmann이 외친 “모두를 위한 문화Kultur fur alle”주3 와 같이 모든 국민이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적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국가적

주3. 『Kultur fur alle. Perspektiven

문화정책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찾아가는 문화공연행사의 특성을 가지므로

and modell』 Hilmar Hoffmann,

일반적으로 상징성을 띤 고정된 임시구축물로의 성격을 가진 파빌리온은

Frankfurt./main, fischer, 1979,

이동성, 한시성, 조립성, 다목적성, 매체성, 재사용성 등의 성격을 더해 다양

p.11 이하 참조 (『모두를 위한

한 활동과 문화적 요구가 융합된 일시적 문화체험공간으로 설계될 필요가

예술』 우베 레비츠키, 두성북스 2013, p.9에서 재인용)

REPORT 4 | 이성민

주민과 군부대, 교정시설, 장애인, 노령층, 저소득층을 전국 200여 개 예술

있었다. 여기에 더하여 <파빌리온씨>는 사회적 구조체로써 문화Culture와 커 뮤니티Community의 ‘C’를 추구하고 있다. <파빌리온씨>는 서울시립대학교의 이충기 교수와 연세대학교의 최문규 교 수가 자문을 맡고, AnLstudio, 김광수, 염상훈, 황경주 등 4팀의 건축가가 참여했다. 건축가들에게 제시된 설계의 조건은 간단하고 강력했다. “1. 이 동, 설치, 해체가 용이해야 한다. 2.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3. 마을의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활용 가능해야 한다.”가 유일한 조건들이었 다. 리서치와 공연관계자들과의 인터뷰 이후 5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참여 건축가들은 ‘파빌리온씨’들을 설계하고, 이에 대한 사용방법과 설치방법, 실 제작 예산을 계획하였다. 주4

주4. 『융복합 협력기획사업 움직이는 구조체 파빌리온씨』 한국문화예

AnLstudio가 제안한 ‘Parade-On’은 하나의 유닛을 계획하여 이동성을 높

술위원회, 정림건축문화재단,

이고, 유닛을 간단하게 설치하고 조합해 무대 및 커뮤니티 활동을 수용할 수

AnL studio, 김광수, 염상훈, 황경 주, 2015

있는 구조물이다. 15개의 유닛으로 완전한 돔형의 독립된 공간을 구성하며, 공연과 관람공간을 모두 수용할 수 있다. 마을이나 커뮤니티에 여러 개의 유 닛조합으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어 순회공연도 가능하지만, 시간 차이를

67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두고 이동하며 마을과 마을,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며 서로의 문화를 전달하 는 매체로서 기능하도록 계획되었다. 부분적으로 투시성과 투과성을 갖는 표면은 공연장 밖으로 소리와 빛을 산란시키고, 반대로 공연장의 배경으로 서 주변 모습을 투사한다. 건축가 김광수는 작은 구축물을 통해 외부공간과 사용자 간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이에 시골 마을 어귀에서 볼 수 있는 ‘정자나무 와 평상’을 모티브로 하루 동안 파빌리온을 설치하고 철수할 수 있도록 공기 압 풍선구조를 제안했다. 지붕에 해당하는 풍선구조의 내부에 팽창을 잡아주 는 투과성이 있는 녹색 망사 부재를 나뭇잎의 패턴으로 직조했다. 기둥 역할 을 하는 8개의 수직 튜브구조는 기초 역할을 하는 8개의 타원형 평상에 고 정되는 형태로 디자인했다. 기둥과 지붕을 지탱하는 타원형 평상은 무대나 관람석, 전시대 혹은 판매대와 같은 다양한 역할을 수용할 수 있도록 계획되 었다. 평상의 배치 패턴에 따라 7가지의 행사모드를 수용할 수 있다.

Parade-On, AnLstudio ©AnLstudio

정자나무와 평상 © 김광수

건축가 염상훈은 일상의 작은 일탈로서 파빌리온이 가질 수 있는 재치 있는 공간과 일상적인 풍경에서 일시적으로 펼쳐지는 새로운 공간에 대한 경험 에 주목한다. 유언하고 구부러지기 쉬운 경량철골구조와 막구조를 도입하여 구조물을 통해 움튼듯한 기본 형상을 만들고, 설치 이후에도 계속 변형이 가 능해 움직이기 쉽도록 조임줄을 활용했다. 텐트를 만들 때와 같이 조임줄을 유연하게 잡아당겨 공간을 변형시키는 ‘움·터’는 움직이는 터의 약자이면 서 ‘움트다’ 또는 ‘변형하는 터’라는 뜻이 있다. 구조디자이너인 황경주의 ‘Playing Around the Tree’는 어린 시절 뛰어놀았

움•터, 염상훈

던 나무를 주제로 유리합성수지 GRPGlass Reinforced Plastic와 알루미늄이 사용

background image: Nestor Ferraro (source: flicker.com)

© Rendering: CAT LAB, Yonsei University /

된 기둥과 가지 부분에 막 지붕을 설치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기둥에는 조명 시설을 설치할 수 있고, 알루미늄의 가지 개수 변경하여 지붕의 모양을 다르 게 제안할 수 있다. 구조적으로 풍하중과 고정하중을 지탱하는 역할을 부여

RESTAURANT

=

LECTURE

=

FLEA MARKET

BOOTH

=

CONCERT

=

PERFORMANCE

PARTY

=

BENCH

=

한 4가지의 구성요소인 “기둥, 가지, 케이블, 막”으로 이루어진다. 전시는 참여건축가들이 직접 제안한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시간이 마련되었 고, 그간의 작업에 대한 아카이브 자료들과 실제로 사용될 재료와 비용 등이 함께 공개되었다. 참여건축가들의 제안과 사업진행 내용을 정리한 자료집은 파빌리온에 대한 다양한 의미와 가능성을 묻는 건축가들의 인터뷰가 실리 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일종의 건축 카탈로그와 같은 성격을 띠기도 했다. 정림건축문화재단의 코디네이터 김그린 씨는 실제로 전시를 계획할 때 건

68

움•터, 염상훈 © 염상훈

HAMMOCK


WIDE REP0RT

‘Playing Around the Tree’ ©황경주

축 페어와 같이 기획하였고, 전시와 발표회 이후에 건축 가들의 계획안을 실제로 제작하고 사용하고 싶다는 문 의가 늘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이에 더하여 건축적 실험 을 구축하고자 하는 기획자와 건축가들의 의지가 모였 거나 아니면, 제안된 파빌리온에 대한 문화적 요구와 관 심이 높아져서 인지 이후에 발행된 건축신문(2015년 7 월호 Vol.14)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정림건축문 화재단은 ‘파빌리온씨’의 제작 및 사용에 관심 있는 단

움직이는 구조체-파빌리온씨, 아르코미술관 스페이스 필룩스 ©정림건축문화재단

체의 문의를 받습니다.”라는 안내 문이 실렸다. 특히 “파빌리온 씨의 취지와 상통하는지를 심사하여 건 축가와 연결하여 제작할 수 있다” 라는 문구는 부분의 건축들이 문 화적인 요구와 결합하여 만들어낼 시장 경제성과 교환가치들을 예상 하게 하였다.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과 실험을 받아들 일 만한 충분한 매력을 가졌는가와 고객에게 어떤 감 적으로 만드는 메시지가 존재하는가라는 추상적인 질 문에서부터 저작권 문제, 작업의 경제성, 공간적인 기 술과 같은 실제적인 문제들에 이르기까지 이충기 교수 가 언급한 “건축가에게 디자인을 의뢰한 점에서는 특 성상 브랜드 홍보를 위한 기업홍보용 파빌리온과 흡사 주5.

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주5 라는 예상과도 맞물리는 상황들이 전개될 것으로

『융복합 협력기획사업 움직이는

보인다. 공공프로젝트로서 출발하여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의 장치들

구조체 파빌리온씨』 한국문화예 술위원회, 정림건축문화재단,

이 어떤 것이 될 것인지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겠지만, 이러한 파급효과와

AnL studio, 김광수, 염상훈, 황경

그에 대한 결과가 다시 원래의 취지에 맞춰 환수되어 좀 더 많은 ‘예술여행’

주, 2015, p25

움직이는 구조체-파빌리온씨

REPORT 4 | 이성민

동과 상상력을 줄 것인가, 또는 세계를 더 지적이고 시

(Parade-On, AnLstudio), 아르코미술관 스페이스 필룩스 ©정림건축문화재단

의 여정을 실제 함께할 수 있는 공간적 기술, 유용한 도구와 재료들이 개발 되고, 사회적 문제에 대한 논의를 포함하거나 행동을 유발할 수 있는 건축적 인 매체로 발전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글 | 이성민(빌딩오디언스 디렉터, 독립기획자) 움직이는 구조체-파빌리온씨 (움·터, 염상훈), 아르코미술관 스페이스 필룩스 ©정림건축문화재단

69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와이드 REPORT 5

서울역 7017 프로젝트

서울역 고가 기본계획 국제지명 현상설계 당선작에 위니 마스의 ‘서울 수목원’ 선정 ‘서울역 7017 프로젝트’가 최근 국제 현상설계 공모전을 종료했다. 시는 지 난 1월 프로젝트 발표 이후 ‘지명 초청’ 방식으로 7명의 건축가-후안 헤레로 스(Juan Herreros, 스페인), 마틴 레인-카노(Martin Rein-Cano, 독일), 위니 마스(Winy Maas, 네덜란드), 창융허 (Chang Yung Ho, 중국), 조성룡, 조민 석, 진양교-로부터 작품을 받았다. 그리고 승효상 서울시 총괄건축가를 포함 해 조경진(서울대), 온영태(경희대), 비센테 구알라트 바르셀로나 총괄건축 가, 도미니크 페로 등 5명의 심사위원은 위니 마스의 ‘서울 수목원’을 당선작 으로 선정했다. 청계, 삼일, 아현, 미아 등 개발시대 성장과 속도의 상징인 고가도로가 하나 둘씩 모습을 감춘 것은 2000년대 들어서이다.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 로 도심 교통정책이 바뀌고, 고가도로로 인한 분진과 소음, 지역 슬럼화와 미 관 훼손의 문제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조국 근대화 기치 아래 1970년 8월 15 REPORT 5

일 완공된 서울역 고가도 안전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고 철거를 기다려 왔으나, 지난해 9월 뉴욕 하이라인 파크를 방문한 박원순 시장의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 공식 발표 후 1년도 채 안돼서 고가 공원의 밑그림을 갖게 됐다. 속성 진행된 탓일까. 이미 공모전이 종료된 상황에서도 사람들의 의구심은 끝이 없다. 산업화 시대의 유산을 남겨서 하이라인 파크를 뛰어넘는 녹색공 간으로 재생시켜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매력적인 약속은, 과정에서 몇 차 례의 자문회의나 시민 소통 행사를 치른 것을 제외하면 그때 그 시절 ‘불도저 시장’이 연상될 정도로 급추진력을 달았다. 산업 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지, 있다면 어떻게 남길 것인지, 굳이 공중공원・고중보행로를 상상했다면 그 게 정말 최선인지, 주변 지역민은 물론 서울 시민 전체에게 그것이 얼마만큼 이로운 일인지, 이로운 일이라면 그들과 어떻게 소통하여 합의를 이룰 것인 지, 경제적 편익은 누가 누리게 될 것인지, 안전 문제・인근 교통 혼잡 발생 문 제 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등 심사숙고해야 할 사안들이 슬쩍 삽 옆으 로 비껴서 있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열린 디자인의 정신’을 지향하는 당선작은 프로젝 트 전개 과정에서 이를 구현할 태세를 갖추었고, 위니 마스는 서울시와 계약 을 이뤘다. 한편으로 서울시는 이 ‘시민참여’ 사업을 위해 서울역고가 프로젝 트 시민위원회를 구성하고 직속기구로 ‘현장소통센터’를 설치했다. 이제 본 격화된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이 그동안의 논란을 어떻게 잠재우고 당면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그리하여 진정한 시민참여 사업을 어떻게 실현해 나갈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만 남았다. (관련 기사 본문 36p. ‘이종건의 COMPASS 43’, 39p. ‘와이드 FOCUS’)

70


WIDE REP0RT

<당선작>

중림동 방향에서 바라본 경관

서울 수목원 THE SEOUL ARBORETUM

채로운 도시적 이벤트를 자극할 것이다. 돌출된 화분들_경우에 따라 몇몇의

위니 마스 Winy Maas (MVRDV)

화분들은 기존 고가교의 외곽 밖으로도 확장된다. 이들은 고가교의 기둥에서 나뭇가지 모양으로 연결된 철제 구조물에 의해서 지지된다. 그것들은 수목원

공중정원, 식물도서관과 도시 종묘장

의 가능성을 확장할 뿐만 아니라 공중정원의 가시성을 향상시킬 것이다. 난 간_난간은 140cm 높이의 벽으로 만들어 먼지와 소음으로부터 공중정원을

수목원_서울역 고가도로는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고 근대화 과정의 문

보호한다. 벽에 뚫린 커다란 창문은 적절히 필요한 곳에서 탁월한 시야를 만

화유산이므로 훨씬 더 상징적인 제안이 필요하다. 그곳을 정원으로 만들고

들어 낸다. 주변정원_계단,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을 통해, 고가교 상

서울에서 생육 가능한 모든 식물 종을 모아서 보여주면 것은 어떨까? 그러한

부의 녹지는 주변의 새로운 정원들과 연결된다. 지상의 쌈지공원들, 기존 건

진정한 수목원, 식물들의 도서관은 도시 전체의 녹지 확산을 위한 본보기로

물의 옥상정원, 실내정원 등으로 식물도서관은 확장된다. 서울역 고가교는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화분_공중공원에 모이는 모든 식물 종을 각각의 뿌리

식물을 키워서 주변으로 퍼트리는 ‘종묘장’일 뿐만 아니라, 도시적 이벤트와

생육 환경에 적당한 폭과 깊이의 화분에서 재배함으로써 교량에 전해지는 하

새로운 보행 흐름을 퍼뜨리는 ‘지속가능한 도시적 삶의 종묘장’이 될 것이다.

중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이 화분들을 식물의 생장에 맞추어 교체하고 추 가한다면 공중정원의 생태계는 진화적인 성장의 과정 그 자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화분의 경계_화분들을 보행로 바닥 재료와 동일하게 제작한다. 그것 은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식재들의 중립적 배경이 되고 방문자들에게 통합 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화분들의 경계는 보행자들이 쉬어갈 수 있는 벤치 로 이용할 수도 있고 식물 종에 대한 정보를 표현할 수도 있다. 포장재_식물 의 종의 변화에 따라 다른 색상을 적용하여 독특한 나뭇결 모양의 패턴을 만

빌딩영역

서울역 주변

들어 낸다. 그리고 식물과의 이름을 그 표면에 새겨 넣음으로써 각 식물군들 의 영역성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보행자들에게 독특한 체험을 하게 할 것 이다. 식물군_고가교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나다순으로 식물 종들을 배열 하여, 손쉽게 모든 식물 종들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각기 다 른 식물군별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할 것이다. 도시적 이벤트_이 다양한 구 역들은 다양한 도시 이벤트들을 담아낸다. 재스민 정원에서 즐기는 티타임, 장미정원에서의 낭만적인 식사, 사과나무 밑의 과일마켓 등…. 식물들은 다

고가 하부에서 올려본 모습

71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2등작>

<3등작>

B. 환영광장

D. 흐르는 랜드마크 (교각 하나를 제거하여 시원하게 열린 뷰)

FRP 패널을 이용한 그늘막 설치

7 개의 이야기들 (1. Pivot/2.Festival Days/3. Let live)

3개의 보행로

REPORT 5

서울역고가 : 모두를 위한 길

흐르는 랜드마크: 통합된 하이퍼 콜라주 도시

THE SEOUL-YEOK-GOGA : WALKWAY FOR ALL

CONTINUOUS LANDMARK UNIFIED HYPER-COLLAGE CITY

조성룡

조민석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여 만든 시민 프로젝트: “모두를 위한 길”

단일 기능의 인프라에서 다수의 가능성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로

모두를 위한 길_모든 시민이 즐길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하는 공공공간으

우리의 해결 방식은 구조상의 이유나 기본 전제에 배치되는 부분들은 균형

로, 배리어 프리 디자인(barrier free design)・다양한 감성들을 아우르는

감 있게 선별하여 철거하고 기존의 유용한 부분은 업그레이드해서 활용하

디자인・변화하는 요구에 맞게 유연히 대처할 수 있는 디자인을 담는다.

자는 입장이다.

Overpass에서 Overpath로_이 제안은 기형적으로 변형된 도시 구조와 공

Figure as Ground, Ground as Figure_주된 전제는 단절적이었던 도시

간적 균형을 되돌아보고 변화 가능한 지점들을 고치는 것이다. 차량보다 사

상황을 극복하고 이 지역에 절실한 공공 공간과 도시 연속성을 창출하는 일

람이 우선시 되는 공간이며 더욱 더 건강한 도시를 위한 장기적 사업의 출발

이다. ‘Figure as Ground’ 이자 ‘Ground as Figure’ 인 기존 구조물 자체의

점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도시 계획가, 조경가, 인문학자, 작가, 예술가, 디

양립적인 성격은 하이퍼 콜라주와 같은 주변 지역들과 유연하게 개입하면

자이너 등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들의 도시의 시간성과 역사에 대한

서 이들을 통합시켜줄 수 있는 강력한 잠재력이 있다. 통합된 하이퍼 콜라주

다양한 고찰과 생각이 본 제안에 민주적으로 적용되었다. 길의 조합_관광객

도시_하이퍼 콜라주의 도시 조건에서의 단일한 해결책은 바람직하지도, 가

보다 지역민을 우선 고려하였고, 계절과 사용자에 따른 여러 경우의 수를 생

능하지도 않다. 이는 특정한 다수의 전략을 요구한다. 서울역 고가의 서단부

각했다. 이 또한 “모두를 위한 길과 맥”을 같이 한다. 아스팔트를 잘라서 덜

터 동단까지 8개, 즉 A부터 H까지의 전략 거점을 설정한다. 기존 서울역 고

어냄으로써 하중을 줄이고, 고가도로 속에 원래 있던 구조를 재활용해 다양

가도로를 서단에서 동단까지 A,B,C,D,E,F,G,H 8개의 전략적인 부분으로 설

한 길을 만들었다. 기존 구조를 뜯어내어 몇 가지 장치를 하면 여러 개의 재

정한다. 각 부분에 인접하는 지역들은 특정한 도시적 성격들과 도시 기능상

미있는 길 조합이 만들어진다. 이로써 세 개 또는 네 개의, 서로 얽히는 길

부족한 것들에 관한 요구 사항들을 가지고 있다. 서울 스카이웨이의 각 부분

시스템을 고안했다. 일곱 개의 도시 매듭_지상 17m 위 840m 길이로 뻗어

이 이들 주변 지역과 접촉하면서 도시 기능상, 공간의 성격상 부족한 부분들

있는 고가를 여섯 개의 구간으로 나누고 일곱 개의 도시 매듭을 형성하여 각

을 상호 보완한다. 그리하여 마치 각 주변 지역에 필요한 마지막 퍼즐 조각

구간의 특성을 반영한다. 그것은 시간, 역사, 문화와 생활 등 다양한 주제에

처럼 맞물려 각 지역의 일부로 통합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각 지역은

열린 지점으로 주변의 또 다른 지점과 연결되어 고가의 힘을 도시 전체의 재

원활하게 작동하며, 다양한 잠재력이 증폭될 것이다.

생으로 확산시킨다. 도시 매듭은 각각 맞닥뜨리는 컨텍스트에 따라 형태를

A. 산의 재구축(Reconstructing a Mountain)-B. 환영 광장(Welcome

달리한다. 즉 광장이나 경험의 공간 혹은 또 다른 공간으로 전환될 수 있다.

Plaza)-C. 일상의 길(Ordinary Walk)-D. 흐르는 랜드마크(Continuous

도시 매듭이 만드는 지점들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갖게 될 것이고, 지역에 활

Landmark)-E. 도시 등불(Urban Lantern)-F. 도시 마당(Urban

력을 주고 과거의 흔적을 연결할 것이다. 그것은 결국 더 나은 미래의 길을

Madang)-G. 3차원적 역사 복원(History Restored in 3D)-H. 서울성곽 연

보여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결(Connecting the Seoul Fortress Wall)

정리 | 정귀원(본지 편집장) 자료 제공 | 서울시

72


WIDE REP0RT

와이드 REPORT 6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공간 설계 국제현상공모 당선작 이_스케이프(김택빈, 장용순, 이상구)건축사사무소 ‘Modern Vernacular 현대적 토속’

서울시가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공간 설계 국제현상공모’ 당선 작으로 이_스케이프(김택빈, 장용순, 이상구)건축사사무소의 ‘Modern 는 지난 2월 세운상가 활성화(재생)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2월 24일부터 5 월 17일까지 국제현상공모를 시행했다. 84일간 진행된 공모전은 총 82개의 작품이 제출되었고, 그 중 국외 작품이 44개작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REPORT 6

Vernacular(현대적 토속)’을 최종 선정했다고 6월 16일(화) 밝혔다. 서울시

지대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세운상가는 종묘에서 퇴계로까지 7개동의 상가군(세운상가 가동, 청계, 대 림, 삼풍, 풍전, 신성, 진양상가)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수근에 의해 제안된 대한민국 최초의 주상복합건축물로써 1970년대 초 건립 당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앞다퉈 입주하는 서울의 명물이었다. 세운상가는 20세기 이후 도 시건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실현한 도심 내 거대 구조물로서 의미가 있다. 2000년대 초반 도심재창조산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기 존 상가군의 데크 연결통로가 철거되고 일부 상가군은 리모델링을 통해 데 크 부분이 철거되었다. 또한 세운상가군은 2006년 세운재정비촉진계획에 의해 전면 철거 후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이 계획되었지만, 2014년 3월 촉진 계획변경으로 현존하는 상가는 보존하기로 계획이 변경되었다. 철거계획 백지화에 따라 세운상가군 활성화를 위한 공모전이 개최되었다. 이번 공모전은 현재 세운상가군의 데크와 주변의 공공공간을 재정비하여 보행환경을 개선하고 다양한 활동을 담고 있는 주변지역과 연계하여 서울 역사도심의 중심인 북한산-종묘-세운상가군-남산을 잇는 남북보행중심축 을 복원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참가자들은 세운상가군이 도심산업 및 남 북보행축의 중심공간으로서 새로운 문화적 가치와 의미를 지닌 공간으로 조성되어 세운지구 전체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안했다. 심사위원회는 승효상(이로재 건축 대표, 심사위원장), 김준성(건국대 교수),

73


온영태(경희대 교수), 로저 리붸(그라츠 공대 건축학부 학장), 아드리안 거 즈(West8 대표), 임재용(O.C.A. 대표) 등 국내외 건축·조경·도시설계 분야 전문가 6명이 참여했다. 심사 기준은 주변과 연계된 입체보행네트워크의 창 의적 구축, 동서방향으로 단절된 주변도시조직과의 관계 활성화, 실현가능 성 등에 주안점을 뒀다. 심사위원들은 1등 당선작 외에도 2등 우의정(㈜건 축사사무소 메타)외 1인, 3등 김현수(이소우 건축사사무소㈜)외 4인, 가작 으로는 김주현(김주현 건축사사무소) 외 1인, 신혜원(lokaldesign) 외 3인, 정일교(㈜건축사사무소 M.A.R.U.) 외 3인, 김성한(㈜건축사사무소 아크바 디) 외 1인, 김승욱(오다건축사사무소㈜) 외 1인 등 총 8작품을 선정했다. 1등작인 이_스케이프의 작품에 대해 심사위원은 “당선작은 오래된 건축물 을 새 건축물로 만들려고 하지 않고 과거의 흔적들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역 사를 더하는 작업이다. 새로운 역사를 더하는 방식도 극도로 절제되어 있다. 플랫폼 셀이라고 부르는 모듈화 된 박스를 데크의 상부와 하부에 끼워 넣은 것이 제안의 핵심이다.”라고 평가하였다. 서울시는 이번 당선작은 확정된 설계안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 주민 대상 설 명회와 분야별 전문가 소통을 통해 설계를 구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오는 12월부터 1단계 구간인 종로-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에 대한 착공이 진행될 예정이다. 본지는 1등 당선작가들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당선작에 담고 있는 가치를 REPORT 6 | 공을채

독자들과 공유코자 한다.(편집자 주)

당선작 패널 74


인터뷰

삶의 방식과 도시 조직의 회복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재 데크가 지상층과 적극적으로 관계 맺

: 이_스케이프 건축 | 김택빈, 장용순, 이상구

게 하기 위해서, 중간 레벨의 데크를 제안했다. 상부 데크high deck,

하부

데크low level deck,

level

지상층이 엘리베이터와 계단과 브리지

를 통해서 유기적이고 3차원적으로 그물망network처럼 연결되면서, 세운상가는 남산과 종묘를 잇는 녹색 축이라고 하여, 철거가 진행될

기존 도시 조직urban fabric과 세운상가 사이의 끊어진 조직을 뜨개질

예정이었으나, 장기적으로는 보존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세운상

하듯이 연결해 나간다. 이런 3차원적 길들과 보이드는 기존의 도시

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조직과 긴밀하게 연결되며, 역사의 흔적과 기억을 되살리면서, 기존 세운상가의 거대한 조직으로 침투해서 조직을 재구성하고, 거대 구

세운상가는 기존 도시 조직을 삭제하는 백지화tabula rasa, 거대구 조물megastructure과 인공대지의 환상이 결합된, 세계에서 유래를

조를 그물망 같은 리좀rhizome 구조로 복원한다.

찾아보기 힘든 근대 도시론의 산물이다. 종묘에서 남산을 잇는 보행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담는 시설을 제안하였다. 상부

축으로서의 초기 계획과는 달리, 현재는 강남 개발과 용산 전자상가

데크와 하부 데크 위에 설치되는 박스 모양의 시설들을 우리는 ‘플

개발에 의한 인구 이동과 산업 구조 개편, 데크 연결 부분의 단절로

랫폼 셀platform cell’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기존 도시 조직과 삶의 방

인해서 원래의 의도대로 작동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세운상

식이 세포처럼 침투하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플랫폼

가를 철거하는 것은 또 하나의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도시는 그 역

셀은 도시의 기억을 전시하는 장소, 안내, 홍보, 세미나실, 전시, 창

사의 흔적을 존중하고 그 흔적 위에 씌어지고 덧씌어지는 양피지와

업 지원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유연하게 배치되며, 시간에 따라

같은 것이다. 우리는 끊어진 데크를 연결하여 초기의 남북 보행축을

서 변화할 수 있도록 계획되어 있다.

데크가 골목길의 스케일을 갖게 하고, 시민들을 위한 시설들을 수용

재연결하고, 청계천, 을지로, 퇴계로와의 네트워크를 연결하여 많은 유동 인구를 흡수하고, 동서의 끊어진 도시조직을 복원함으로써 세

공중보행데크는 주변 건물과의 연계 면에서는 이점을 가지고 있지

운상가가 점진적으로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20세기의

만, 기존 도로의 레벨에는 그늘로 덮이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 이런

도시가 개발과 성장의 논리로 진행되었던 기억 망각의 도시인 반면,

문제의 해결책은 어떤 것이 있는가.

21세기의 도시는 역사의 기억과 흔적을 존중하고 삶의 흔적을 보존 하는 세밀한 기억술의 도시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현재 세운상가의 데크에 그릴로 덥힌 보이드에 주목하였고, 이것이 환기와 채광의 역할을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이와

세운상가 공모전의 목표는 세운상가는 그대로 두고, 주변과의 연계

유사하게 중간 레벨과 지상층에 채광을 제공하기 위해서 데크 레벨

할 수 있는 보행동선을 디자인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어떤

에 보이드를 제안하였다.

점을 중점으로 디자인하였는가. 현재 진행과정과 앞으로 어떻게 설계안이 구체화가 될 것이라 보는가. 우리는 세운상가의 데크가 종묘부터 남산까지의 남북축을 연결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서의 끊어진 도시 조직을 연결할 수

도시는 한두 명의 건축가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작품이 아니라, 수많

있기를 제안했다. 몇 백 년 전부터 자생적으로 형성된 주변 맥락이

은 사람들의 협의와 조율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협주곡이다. 특히 기

가지고 있던 골목길의 도시 조직을 세운상가로 침투시키고, 거대구

존의 시설에 개입하면서 만들어가는 과정은 더욱 그렇다. 세운상가

조물의 스케일을 골목길의 스케일로 낮추어서, 도시 조직의 연속성

와 관련된 많은 사람들과 여러 가지 사항들을 협의하며 조율 중이다.

을 회복하고, 주변 맥락의 활기가 세운상가 안으로 침투하며, 동서

우리가 제안하는 안이 결과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중간 과정으로

의 도시조직이 다시 연결되기를 희망한다.

긴 시간을 두고 세운상가의 조직과 프로그램을 변화시키고, 도시 조

또한 우리는 도시 조직이 복원될 뿐만 아니라, 삶의 방식도 유지되

직이 세운상가 안으로 침투하고, 도시의 삶이 바뀌는 촉매제의 역할

고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이미 이곳에 있어왔고,

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이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을 만들며 설

우리는 도시 안에서 땅의 흔적land-trace과 함께 삶의 흔적life-trace을 기

계, 생산, 전시, 홍보, 판매가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장인들의 사회

억할 수 있게 하고,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연결되고 공존할 수

이다. 데크 위의 플랫폼 셀에는 이런 장인들을 지원하고 활성화하는

있기를 제안한다. 과거의 건물을 새 건물로 대체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설들이 위치하게 되며, 이런 활기찬 분위기에서 시민들은 도시를

땅이 갖고 있는 기억을 존중하고, 세운상가에 새겨진 과거의 흔적들,

산책하며, 세운상가의 기억을 되살리며, 점진적으로 변화해가는 새

흠집들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보존하면서, 조심스럽게 새로운 건물들

로운 모습들을 경험한다. 서로 협력하여 집적되어 있는 산업구조가

을 덧붙여서, 시간과 역사의 켜layer를 느낄 수 있게 하기를 제안한다.

이곳에 깃들게 함으로써 거대자본만이 지배하는 기형적 산업구조를

우리는 이 제안이 최종적 결과를 보여주는 근대 도시론의 마스터플

건강하게 재편할 수 있는 포스트-포디즘적post-Fordist 역량이 성장하

랜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두고 변화해가는 자연이나 풍경처럼 조금

는 장소가 되기를 기대한다.

씩 진화하는 과정으로서의 느슨한 랜드스케이프 플랜이 되기를 희 망하며, 이것은 “현대적 토속”이라는 개념이 제안하고 있는 느린 시

기존 세운상가에는 건물과 건물을 잇는 공중 보행데크가 있었으나,

간 속에 변화해가면서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오래된 미래의 모습이

여러 가지 이유로 철거되었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공중보행데크를

되기를 기대한다. (본문 내 자료 제공: 서울특별시 도시재생본부 역사

제안하는 것 역시도 중요한 이슈였다. 과거에 있던 공중보행데크와

도심재생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가? 정리 및 서면 인터뷰 | 공을채(본지 외래기자) 우리는 현재 세운상가 데크의 높이가 너무 높아서 접근하기 쉽지 않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와이드 REPORT 7

이상과 현실 사이의 아찔한 줄타기

DDP, Dress in Seoul UAUS는 ‘Union of Architecture University in Seoul’의 약자로 건축학 전 공 대학생 간 소통의 장을 만들고 일반 시민들에게 건축의 잠재성을 알리 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서울의 대학생 건축과 연합의 이름이다. 이들이 기획한 2015 UAUS 제4회 대학생 건축연합 축제가 “DDP, 서울을 입다”라는 주제 로 지난 5월 23일부터 31일까지 9일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에 서 열렸다. 이 행사는 서울·경기 19개 대학교, 약 3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 하였다. 전시나 영화처럼 보이는 것을 전제로 기획하는 것들은 쉬이 관람객들의 수 를 통해 그 성공 여부를 평가한다. 얼마 전,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촬영해 기

연세대학교_뒤집다, 서울을/뒤집힌 서울

대를 모았던 할리우드 액션 영화(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가 개봉했 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적으로 엄청난 관람객수를 기록하며 흥행몰이를 했다. 영화가 개봉하자 많은 사람들이 할리우드 영화에 담긴 우리나라의 멋 진 모습을 기대했지만, 영화 속 잠깐씩 나온 극히 ‘사실적인’ 우리나라의 모 습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는 흥행했지만 영화 속 우리나라도 ‘성공’ REPORT 7

했는가는 다른 문제다. UAUS 축제 기간 동안 DDP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장소가 DDP 라 관람객이 많았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DDP속에서 UAUS가 ‘성공’하였는지 알아보기 위해선 단순히 관람객수가 아닌 그 과정 과 의미를 살펴보아야 한다. UAUS의 탄생 그리고 운영 2012년 연세대 건축학과 학생들의 기획으로 서울 8개 대학교 건축학과가 모여 첫 연합 전시를 열게 되면서 UAUS는 출발한다. 시작은 서울 내에 소 재한 대학교 건축과 학생 연합이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참여하는 학교와 학생 수가 많아지며 그 활동 범위 역시 넓어지고 있다. 모임의 운영은 각 대 학 건축학과 학생 회장단을 주축으로 그해 전시 최우수 팀이 다음 해의 연합 활동 기획단이 되어 UAUS를 이끌어간다. 이들은 앞으로 전국적인 대학생 연합 활동, 더 나아가서는 해외 대학생 건축과 연합으로 확대한다는 당찬 포 부를 가지고 있다. 학생들만으로 이루어진 단체라 매년 전시장소 섭외와 재원마련에 많은 어 려움을 겪었다. 올해는 더욱 많은 학교가 참여하게 되면서 설치해야 할 파빌 리온의 숫자도 19개작으로 늘어나 더욱 넓은 공간이 필요했다. 후보지로 거 론된 곳은 광화문 앞 광장, 서울 시청 앞 광장, 마로니에공원 그리고 DDP였 다. 이 중 광화문 앞 광장과 시청 앞 광장은 집회장소로 많이 사용하는 곳이 라 제외하고 지난해 전시공간이었던 마로니에 공원은 19개의 파빌리온을 담기엔 좁았다. 결국 장소를 DDP로 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문제는 후 보지 중 기획단에서 가장 자신 없었던 곳이 DDP였다는 점이다. 처음 DDP 를 방문했을 때, 학생들만으로 이루어진 단체라는 말에 DDP측에서는 부정 서울시립대학교_서울, 지하철, 붐빔/지하철

76


WIDE REP0RT

한양대학교_Seoul Flows in You/한강

두 개의 장면, 그리고 또 하나의 풍경

경희대학교_서울의 흔적 77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기획서 와 전시관련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해서 세 번을 찾아갔다.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결국 전시 승낙을 받아낼 수 있었고, 대관료 역시 DDP측의 배 려로 UAUS의 예산 안에서 해결 할 수 있게 되었다. 다음 문제는 전시 운영 자금 마련이었다. 일단 파빌리 온 제작비는 각 참여대학교와 동문회에서 어느 정도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대관료와 운영비 마련 을 위해서는 학생들이 직접 발로 뛰는 수밖에 없었다. 남에게 지원금을 부탁하는 일은 기성세대에게도 어 려운데 학생들에겐 더욱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들은 LH(토지주택공사)에서부터 동네 화방아저씨까지 전 방위적으로 270통이 넘는 이메일을 보냈고 그 중 긍 광운대학교_다름, 닮음, 담음, 디디피도 서울이다/성곽과 사대문

정적인 반응을 보인 곳을 찾아가 벌였던 회의도 협찬사별로 10번이 넘는다. 그 열정을 높게 산 여러 도움에 힘입어 UAUS의 전시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 갈 수 있었다. “DDP, 서울을 입다” 기획 배경 이번 전시의 주제는 “DDP, 서울을 입다”로 무분별한 개발도시라는 부정적 인 서울의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서울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각들을

REPORT 7 | 정찬호

디자인적으로 재해석해 파빌리온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이제껏 사람들이 인 식하지 못했던 서울의 특별한 감각들을 환기시키고 서울에 대한 부정적인 인 식 속에서 긍정적인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 면에서 개관 후 지난 1년간 비난과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서울에서 가장 이슈가 되었 던 건축물 중 하나인 DDP는 전시의 주제에 맞는 최적의 장소였다. 우선 UAUS 기획단원들은 DDP를 찾은 사람들의 흐름을 관찰했다. 지하철 역 통로와 직접 연결되는 전면의 DDP에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지만 후면 의 공원은 사람들이 머무르기보다는 통과하는 장소성이 강하여 대체로 인 식의 바깥에 놓인 공간의 성격이 강했다. UAUS는 연속된 파빌리온을 통해 DDP에 집중되어 있는 사람들의 동선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으로 유도하여 공원 전체 부지의 활성화를 도모했다. 전시가 시작되기 전까지 기획단에서 는 2주에 한 번씩 회의를 하고, 4회에 걸친 참여 대학 공동 디자인 회의를 통 해 콘셉트와 디자인을 다듬어 나갔다. 설계 수업에 밤을 새우고, 전시를 위 해 또 밤을 새우며 학생들은 열정과 정성을 쏟아 부었다. 그렇게 DDP에서 의 첫 학생 전시의 막이 올랐다. 하루 평균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하는 DDP의 장소적 인기와 함께 UAUS의 전시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다. 방문객과 관광객들은 방향성을 가 지고 나란히 서있는 파빌리온을 향해 다가왔고, 만져보고 앉아보고 사진도 찍으며 자연스럽게 파빌리온을 즐겼다. 각각의 파빌리온들은 저마다 재해석한 서울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었다. 특 히 서울시립대 학생들의 <서울, 지하철, 붐빔>은 출퇴근 시간 늘 붐비는 서 울의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느끼게 되는 불쾌함을 서로 밀고 밀리는 놀이로 재해석해 사람들이 붐비는 지하철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는 작품으로 주목 을 받았다. 짐볼로 이루어진 좁은 통로를 통과하는 사람들의 얼굴엔 ‘지옥

78


WIDE REP0RT

철’의 불쾌함 대신 장난기 가득한 웃음이 번졌다. DDP를 찾은 사람들은 자신 도 모르게 파빌리온을 따라 한걸음 한걸음씩 동대문역사문화공원으로 깊숙 이 들어섰다. 밤이 되자 파빌리온들은 조명을 밝히며 더욱 인상 깊은 장면들 을 만들어 냈고 멀리서도 보이는 야간 조명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사실 야간 조명은 사전 현장조사를 통해 낮보다 저녁시간에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알게 된 학생들이 처음부터 기획한 ‘장소 특정적 전략’이었다. 이를 위해 밤 10시까지 야간전시를 결정하였고, 야간에도 DDP와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전체가 사람들로 불야성을 이루었다. 처음에 걱정을 많이 했던 DDP측에서 도 전시 시작 후 3일이 지나자 연장전시를 요청할 정도로 전시의 효과는 긍 정적이었고, 모듈화된 파빌리온을 통해 사람들이 의자를 자유롭게 배치해 앉 을 수 있도록 계획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학생들의 아이디어는 DDP에서 구 입하여, 앞으로도 방문객들을 위해 다양하게 활용할 예정이다. 전시 평가 이번 전시는 주목할 만한 성과들을 일궈냈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공 원 내 동선 유도라는 큰 계획은 괄목할만한 효과를 거뒀지만 그 구성을 이루 는 파빌리온 중 몇몇은 식상한 형태와 부족한 완성도를 보였고, 서울의 이미 지와 감각들을 해석하는 과정과 시선이 좀 더 깊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 REPORT 7 | 정찬호

다. 다음 전시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와의 교류로 디테일에 대한 이해를 높이 고 이를 바탕으로 생각의 깊이를 더한다면 더욱 좋은 전시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는 사람들의 참여와 적극적인 동선 유도를 통해 건축의 가능성과 잠재성을 실험할 수 있었던 이벤트이자 일반인들이 건축에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게 했던 자리였다는 점에선 이의가 없다. 주제선 정부터 장소섭외, 협찬까지 학생들 스스로 진행하면서 맞닥뜨린 기성세대들 의 사회는 분명 표면상으로 드러나지 않는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을 것이라 짐작케 한다. 인터뷰 중에도 유혹을 벗어나는 과정 과정이 “돌이켜보면 아찔 한 순간들”이었다고 말한다. 그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주체성을 잃지 않고 UAUS를 이끌어 온 학생들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만약 똑같은 주제로 기성건축가들이 전시를 했다면, 학생들만큼의 호응을 얻 지 못했을지 모른다. 의례 그런 전시는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고 철학을 설득시키려는, 약간은 불편한 자리가 되기 때문이다. 그 렇기에 그 완성도와 깊이를 떠나 기성세대의 ‘그것’과 다른, 순 수하게 그저 사람들이 즐겨주기만을 바랐던 UAUS의 금번 전 시는 학생들의 학생답지만 학생답지 않은 ‘성공’한 전시였다. 지금까지 UAUS의 행보를 볼 때, 학생들은 여기서 머무르지 않 고 더욱 높은 이상을 좇을 것이고 주변의 관심 역시 커질 것이 다. ‘호사다마’란 말이 있다. UAUS가 더 많은 이슈를 만들어 낼 수록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잇속을 채우려는 검은 유혹도 늘어날 것이다. 어떤 상황 하에서도 학생들의 패기와 열정, 순수로 똘똘 뭉친 UAUS의 정체성으로 잘 극복해나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명지대학교_Transfer/지하철

글, 사진 | 정찬호(간향저널리즘스쿨 6기, 공간건축 근무) 취재 협조 | 이종빈(2015 UAUS 기획단장)

79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와이드 REPORT 8

특별해지는 공장건축의 풍경 일반해와 특별해의 경계에서 고정관념 일탈형 공장건축 간선도로를 등지고 늘어선 공장과 창고들 사이에 돌연 얼굴을 돌린 건축물 이 하나 있다. 반투명 폴리카보네이트가 직선계단의 외부를 감싸고 부분적 인 이중벽을 이룬다. 얇은 2차원적 형태로 지면으로부터 떠있어 보이며, 반 투명 패널과 흰색 패널이 섞여 생동감 있는 입면을 구성한다. 마텍상사 부산 정관공장의 모습이다. 이 건축물은 대지의 북쪽 경계인 산업단지도로와 동 쪽의 공원을 향한 적극적인 입면 계획을 꾀함으로써 산업단지 부지에서 홀 로 고개를 돌린 듯한 특별한 경관을 연출했다. 흥미롭게도 정관산업단지 외 벽을 둘러싼 산업단지도로는 현재 부산 프리미엄 아울렛으로 향하는 주요 통로로 사용되고 있다. 설계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유동인구의 발생으로 마 텍 공장은 그 북쪽 얼굴을 통해 정관 신도시 및 주변 도시와 적극적으로 소 통하는 특별한 산업시설이 되었다. 마텍상사 공장을 설계한 건축가 최춘웅(서울대 교수, 건축학)은 산업단지 공 장건축의 상당부분이 사실상 관습에 적응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음을 발견했 REPORT 8

다. 공장건축이 생산동과 사무동으로 이원화된 구조를 취하는 것은 제한된 예산과 정해진 구조에 따라 생산동과 사무동의 건축 견적을 각각 산정하고

마텍상사 공장, 최춘웅(서울대 교수, 건축학)

이에 따라 건축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이다. 마텍 공장 프로젝트

사진 신경섭

에서 생산동과 사무동의 일체화는 상당부분 동선의 효율과 생산관리의 효율 을 높일 뿐 아니라 노동자 복지 및 편익시설을 설치할 수 있어 업무환경 개선 의 효과도 있다. 산업단지 생산동 대다수가 취하고 있는 박공지붕 형태 역시 기능성보다는 관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에 마텍 공장은 간접채광에 유리한 톱니바퀴 형태를 적용, 북쪽으로 향한 폴리카보네이트 창들을 통해 작업 공간 내부에 일정한 조도가 유지될 수 있는 지붕형태를 계획했다.

마텍상사 공장, 최춘웅(서울대 교수, 건축학) 사진 신경섭

80


WIDE REP0RT

공장이 관습을 탈피해 건축을 입는 경향을 보인다. 생산과 사무 및 관리의 일체화를 통해 공간효율을 극대화한다. 외 관의 정제를 통해 산업과 기업의 이미지를 정제한다. 여기 에 이전에는 없었던 다양한 문화·복지 프로그램과 친환경 외부공간이 덧입혀진다. 이러한 경향성은 산업구조의 변화 와도 무관하지 않다. 고부가가치 산업일수록 생산-유통-연 구-관리기능을 통합한 업무공간을 지향하며 생산과 유통을 담당하는 소위 공장의 기능을 건축의 일부로 적극적으로 받 아들인다. 공장이 건축을 입고, 건축에 결합한다. 그렇다면 관습을 벗어난 공장건축의 메리트를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현상설계를 통해 서울도시가스그룹 SCG연구소 를 설계한 건축가 김기중(KARO건축 대표)은 공장의 공간 배치와 동선이 건축디자인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생산 과정의 분업 시스템이 오히려 공 간의 관계성을 약화시키고 있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각각의 공정에 따라, 혹은 업무의 성격에 따라 분절화 되어있는 공간 들 간의 관계를 형성시키고 이동의 효율을 높이는 배치와 동 다수의 일체형 산업시설을 설계한 건축가 임재용(OCA건축 대표) 역시 공장 공간 설계의 주요 쟁점을 배치와 동선의 효 율화에 둔다. 그는 생산과 연구 및 실험이 이루어지는 대규 모의 빈 공간이 마치 미술관처럼 동선으로 구조화된다는 점 을 개념화하여(factorium=factory+museum) 설계 안에 녹 서울도시가스그룹 SCG 연구소, 김기중(KARO건축 대표)

여낸다. 태평양제약 헬스케이사업장 설계에서는 물동선과 사람동선이 혼재

사진 진효숙

되어있는 일반적인 공장에서 사람동선을 외곽으로 배치해 내부 동선이 수

REPORT 8 | 박선희

선계획을 마련하는 것을 설계 쟁점으로 삼는다.

평적으로 분리된 새로운 공장의 전형을 제시했다. 외부로 노출된 복도는 직 원들이 작업장으로 드나들 때 주변의 자연과 호흡하게 되고 미술관 같은 공 장을 만드는 주된 요소가 된다. 아모레퍼시픽 상해 공장은 업무의 성격에 따라 하층부는 생산시설, 상층부 는 관리시설로 수직 분리되어 있다. 1층은 철저하게 기계와 제품을 위한 공 간이다. 생산자들은 2층 탈의실에서 탈의를 하고, 2층의 브리지를 통해 해당 생산라인의 2층에 도착한 후 계단을 통해 1층 생산라인에 도착한다. 이렇게

서울도시가스그룹 SCG 연구소, 김기중(KARO건축 대표) 사진 진효숙 81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사람동선과 물동선을 수직으로 분리하면 서로 다른 레벨의 GNP 급지가 섞 이는 것을 방지할 뿐 아니라 동선의 꼬임을 막아줘 생산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게 된다. 공장은 관습과 편의에 따라 지어지는, 얼굴 없는 건축물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그것은 산업구조의 변화 속에서, 또 인식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프로 그램과 외관을 덧입으며 생산 환경과 업무 환경을 고도화시키는 방향으로 건 축되어지고 있다. 다수의 경험을 통해 임재용은 이러한 수요가 지속될 가능성 을 본다. 공장건축, 산업건축이 일종의 커스텀 솔루션custom solution, 즉 고객의 주 문에 따라 맞춤 제작되는 특별해의 건축이 되는 것이다.

REPORT 8 | 박선희 태평양제약 헬스케이사업장, 임재용(OCA건축 대표) 사진 신경섭

82


WIDE REP0RT

공장건축의 일반화 오늘날의 트렌드로서 나타나는 공장건축, 산업건축 은 대다수가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과 기술, 노동력 을 보유한 기업들이 주를 이룬다. 이들 공장건축은 기업운영의 전 공정을 압축한 하나의 도시를 만드 는 형태로, 비단 생산 공간의 효율성을 위해서 뿐만 이 아니라 기업을 브랜딩하는 수단으로써 작동한다. 특별해 건축의 특성상 그 서비스가 자본에 의해 편 중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 속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중소규모 공장의 전형인 마텍상사 공장은 하나의 쟁점을 기척한다. 그것은 대규모 투자를 수반하지 않고 정관산업단지의 다른 공장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조건에서 건축되어졌다 는 점이다. 공간 규모와 구조는 기계·설비 등 기성 요구조건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건축예산의 한계가 명확하여 이에 따라 알루미늄 샌드위치패널 등과 같은 보편적인 공장건축 자재를 사용했다. 너럴 솔루션general solution, 즉 일반해의 논리를 실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생각은 지난 5월 13 일 제101차 땅집사향의 이야기 손님 건축가 유걸이 “건축의 일반해”라는 주제로 강의한 것에 연유된 것 이기도 하다. 그는 오늘날의 특수해 건축이 일반 사 람들에게 수용 가능한 비용이 될 수 없음을 지적하

REPORT 8 | 박선희

이러한 배경에서 필자는 공장건축이라는 범주에 제

며, 가능한 한 저렴한 비용으로 소비자가 최적의 건 축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방편을 건축의 일반해 에서 찾는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가능하게 하는 것 은 단연 기술이다. 2차 산업의 운영논리인 시스템 화, 모듈화, 여기에 오늘날의 융·복합기술과 복제기술의 발달 등은 건축서 비스를 일반인들이 쉽고 저렴하게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는 우리 건축문화의 수준 향상을 꿈꿔볼 수 있는 가능성의 파편 들임을 논하였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았을 때 공장이 일반해의 논리로 건축될 수 있는 조건으 로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다. 첫째 공장은 단순한 공간구조를 지니며 규격화 된 행위들의 조합이다. 이는 모듈화가 용이함을 시사한다. 둘째 공장건축에 필요한 재료와 예산은 일정부분 정해져있다. 제한조건들 속에서 비용편의 적인 측면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에 공장 건축주들로부터 일반해 건축서비 스의 수요가 다량 발생할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공장의 빈 공간은 결국 이 용하면서 완성되므로 최소한의 디자인만을 요구한다. 이는 일반해 건축을 통해 기능을 일반화함으로써 사용자가 건축을 완성해가는 건축의 본질적인 의미에 다가갈 수 있다는 유걸의 주장과도 닿아있다. 그렇다면 이들 조건을 토대로 공장주의 취사선택에 따라 공장건축 도면을 그리고 시공하는 시스 템의 구축이 가능하지 않을까? 아모레퍼시픽 상해공장, 임재용(OCA건축 대표) 사진 신경섭

83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한계와 가능성 공장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한 건축가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공간의 형태와 이용, 행태 등이 일반해의 조건으로 무리가 없다는 점이다. 임재용은 현재 존재하는 공장의 대다수가 이미 일반해의 원리로 건축되고 있다고 말한 다. 그의 말대로 공간프로그램이 많지 않은 중소규모의 공장건축일수록 그것들은 기존 에 짜여진 규칙에 의해 지어진다. 간선도로에 등을 지고, 생산동과 사무동을 분리시키 고, 박공지붕을 취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공장 건축이 특별해를 추구하는 경향은 오히려 일반해의 오류를 반증하는 것은 아닐지. 그는 일반해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반문하여, 만약 제한된 비용과 재료에 의해 그 필 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라면 “싸구려 특별해”의 케이스를 만들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 했다. 김기중은 일반해라는 표현의 모순과 모호함을 언급했다. 오늘날의 다품종 대량생산 체제 속에서 일반해라는 개념은 변종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쉽게 의복에 빗대어 설명하자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입는 기성복도 일반해의 논리에 의해 제작되지만 각기 다른 스타일과 디자인으로 수백 수천 가지의 브랜드가 생산되고 있다. 이로써 시장은 일반해의 생산논 리 속에서 실상은 일반적이지 않은 생산품들이 경합하는 장이 되고, 소비자 역시 각자의 취향에 따라 그것들을 일반적이지 않은 형태로 무한 조합을 이루어낸다. 따라서 건축이 일반해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일반해의 시스템을 적용할 것인지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유걸은 이상적으로 건축가 없는 건축을 가능케 하는 일반해의 시스템을 그리고 있다. 그 REPORT 8 | 박선희

러나 두 건축가의 논의 속에는 건축 속에 건축가의 역할이 작지 않음을 시사한다. 공장건 축이 보편적인 규칙을 따라 일반해의 규칙을 따른다 해도 그것을 정제하고 가공하는 수 많은 건축가들의 작업에 따라 그것은 일반적이지 않을 수 있다. 공간을 구조화하는 전문 가로서 건축가의 직능이 무시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해라는 표현이 모호한 오늘 날의 체제 속에서 일반해는 무수한 진화된 형태의 시스템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건축가의 직능을 넘어서서 스스로 공간을 효과적으로 구조화할 수 있는 스마트 한 소비자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공장건축, 기술(일반해)과 서비스(특별해)의 경계에서 기술만능의 시대, 모든 것이 모듈화·시스템화를 통해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 건축 또 한 고도화된 기술과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가 직접 건축하고 그것의 목적과 기능을 스 스로 형성해가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왜 불가능한가에 대해 유걸은 이야기했다. 기술 집약과 기술발달의 최전선에 있는 제조업분야, 그것을 기반하는 공장건축은 그 단순성 과 시스템화의 습성을 토대로 “건축의 일반해”의 가능성을 한번쯤 실험해볼 만하다. 그러나 기술의 대척점으로서 서비스 분야는 산업 환경 변화와 사회적 인식 변화의 흐름 을 타고 공장건축을 계속해서 복잡하게 만든다. 공장을 짓는 데 있어서 건축 서비스는 업 무 고도화의 한 방편이기도 하고, 노동자 복지를 지원하는 프로그래밍이기도 하며, 산업 과 기업 자체를 알리는 홍보의 수단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앞으로 공장건축은 생존의 한 방편으로 진화하기를, 특별해지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특별해지는 공장건축의 풍경, 이 속에서 새로운 건축 기술과 패러다임의 발생을 기대 해본다. 사진 자료 제공 | KARO건축, OCA건축, 최춘웅 글 | 박선희(간향저널리즘스쿨 5기, 지역활성화센터 근무)

84


WIDE REP0RT

와이드 REPORT 9 STRONG ARCHITECT 08 | 유걸

건축의 일반해

유걸 지난 40여 년간 미국과 한국에서 건축설 계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1998년부터 3년 연속 미국건축사협회상을 수상하였다. 현 재 아이아크건축가들의 공동대표이다. 그 가 설계한 밀알학교는 ‘KBS선정 한국 10 대 건축물’로 이름을 올렸으며 미국건축사 협회상을 동시에 수상하였다. 서울대 건축 학과를 졸업했고, 미국건축사(AIA)이다.

STRONG ARCHITECT 08

협회상, 김수근건축상 그리고 한국건축가

서울시 신청사 85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STRONG ARCHITECT 08 | 유걸

트라이볼

일반적으로 우리는 설계를 건축물이 들어설 대지의 파악에서부터 시작한다. 대지가 놓여있는 모양이나 향 그리고 주위의 환경을 분석한다. 건축물이 만들어져 쓰일 목적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한 작업 또한 설계 과정의 처음에 빠뜨릴 수 없는 내용이다. 그리고는 여타의 많은 작업들을 실제로 건물의 모양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수행한다. 건물을 사용할 사람들에 대한 깊은 이해라든지 건물이 쓰일 목적의 궁극적인 의미까지도 생각 하다 보면 건축가들은 공학자에 더해 사회학자가 되기도 하고 철학자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건 축물이 크거나 또는 작거나를 떠나서 건축가는 매번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건축물을 설계하 고 또 이 설계에 따라서 시공을 하게 되는데 이 설계는 일회용으로 끝나고 반복해서 사용하지 않는다. 건축설계가 특정된 대지에 지어지는 특정된 사람 또는 사람들을 위한 특정된 목적을 위한 것이 되는 것이 일으키는 문제가 있다.

86


STRONG ARCHITECT 08 | 유걸

WIDE REP0RT

아산정책연구원

맞춤제작을 위한 맞춤해법Custom Solution은 우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수적이게 한다. 설계의 비용이 높아진 다는 것이다. 건축가들은 항상 설계비가 충분치 않은 것을 원망한다. 건축가들이 설계비가 충분치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건축가들이 설계를 하기 위해서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많은 것에 비하여 특히 한 국의 설계비는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다. 그래서 건축 실무자들은 설계과정의 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많은 노 력과 연구들을 해왔다. 건축의 분야나 건축을 구성하는 여러 부분들을 전문화시켜 효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흔한 일이었지만 많은 건축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건축의 한 분야나 부분만을 기계적으로 다루면서 건축의 전반을 이해하거나 건축의 전반이 만들어지는 것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에 불만스러운 것은 물론이고 아직 도 부족한 설계비용 때문에 모든 건축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야근과 철야는 일반화가 되어있다. 정해진 시 간에 일을 시작하고 정해진 시간에 일을 끝내는 일상은 오히려 태만으로 보일 정도로 건축하는 사람들은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있다. 그러면 건축가들의 서비스를 받아야할 일반인의 사정은 어떨까. 건축가들이 이렇게 착취당하는 모양으로 있는 것만큼 많은 덕을 보고 있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우 건축가들의 서비스는 너무 비싸다. 건축가들이 착취당한다고 생각하는 그 비용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감당하기 불가능한 비용이다. 모든 사람들은 집이 필요하다. 일을 하려면 사무실 이 필요하고 공부를 하려면 학교가 필요하고 건축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 축가들의 비용이 너무 비싸 감당을 하기가 힘들게 되어있다. 건축가에게는 너무 싸고 사용자에게는 너무 비싼 설계비는 사태를 더욱 나쁘게도 만든다. 높은 설계비를 감당할 수 없는 대다수의 건축 수요자들은 건

87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축 산업의 다른 대안으로 그 문제를 해결한다. 건축 서비스는 모든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는 그 런 것이 될 수는 없는 것인가. 늘 맞춤해법이 되어야만 하는 것인가? 일반화된 옷과 음식의 맞춤해법 우리들은 의, 식, 주의 ‘의’와 ‘식’ 즉 입고 먹는 문제는 해결된 세상에 살고 있다. 끼니를 굶는다 거나 누더기 옷을 걸치고 다닌다는 일은 상상하기가 어렵다. 사람들의 감각 중 가장 까다롭다 는 맛감각도 극복되고 먹는 문제의 해결은 일반화되어있다. 호사를 하기 위하여 맛집을 찾아다 니고 유명한 요리사가 인기 사회인이 되고 있기도 하지만 이것은 이제 먹는 것이 일상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필자가 어릴 적만 해도 어머님이 만든 김치맛이 최고 이고 다른 데에서 그만한 맛을 찾을 수가 없었다. 간장이나 된장도 집안에서 대대로 만들어온 비법이 있어 장이 바탕이 되는 음식은 지방마다 집 집마다 달랐었다. 하지만 일본의 기꼬맘 간장이 세계를 재패한 것이 반세기가 넘었고 종갓집 김 치는 모든 가족의 밥상에 오른다.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입맛에 맞는 것을 골라 먹을 수 있게 까 지 되었다. 순창 고추장, 안동 고등어 등등 집안의 요리비법이 없이도 웬만한 대형 매점들에서 손쉽게 마련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먹는 것의 맞춤해법은 이미 기억에서도 사라지고 일반해가 일반이 되었다. 입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다시 필자의 기억을 얘기하자면 겨울이 오면 솜을 넣은 버선 그리 고 바지저고리를 어머니가 준비하기 시작하셨었다. 부드러운 융이라는 재료로 잠옷도 만들어주 STRONG ARCHITECT 08 | 유걸

셔서 몸에 잘 맞진 않았어도 처음 입었을 때 느꼈던 그 부드러운 촉감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기 억이 된다. 장갑은 물론 털실로 짰는데 그래서 늘 만들기 쉬운 벙어리장갑만을 쓸 수밖에 없었 다. 이제 특별히 연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입는 무엇을 만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제 입는 모든 것은 동대문시장에서 해결한다. 물론 의상 디자이너에게 부탁하여 맞춤의상을 만드는 분들도 있으나 이것은 입는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특수한 경우를 위한 것이며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유명세가 붙은 의복정 도를 백화점이나 명품점에서 구하는 정도이고 모든 사람들은 할인매장이나 지하상가에서 필요 한 모든 것을 찾는다. 이제 입는 것을 갖고 빈부를 가릴 재간은 없다. 입는데 있어서는 오히려 빈곤한 모양을 만들려 고 청바지를 일부러 갈고 찢고 해서 허름해 보이게 하려고 경쟁을 하기도 한다. 왜 건축은 늘 특수한 해법으로만 공급이 되는 것인가 건축이 일반해법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건축에 대한 이해나 건축물을 만드는 방법 두 곳에 다 있는 것 같다. 우리는 건축이 맥락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적 맥락, 도시적 맥락 그리고 대지의 맥락과 연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연계와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하나는 건축의 목적, 그리고 기능을 중요하게 여겨서 기능을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 건축가의 큰 역할로 생각한다. 그 래서 답은 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좋은 건축이라고 까지도 한다. 이렇게 우리 모두는 생각 하고 또 그렇게 가르치고 그렇게 일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옳고 그름을 떠나 우선 비싸다는 문 제가 있다. 소위 우리가 옳다고 하는 그런 건축은 무척 비싸다. 그래서 선택된 몇 사람만이 이 옳 은 건축을 소유할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틀린 건축, 나쁜 건축에서 살 수밖에 없다. 이런 건축에 대한 생각은 건축물을 만드는 방법에서도 일부 영향을 주고 또 문제되는 그것을 정당화 하고 나아가서 미화하기도 한다. 우리가 쓰고 있는 건축은 무겁다. 건축은 무거워서도 비싸다. 건축이 무겁기 때문에 기초를 튼튼히 한다. 땅속 깊이 그 뿌리를 박는다. 건축은 지역성이나 대 지와의 맥락성 때문에 땅과 일체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없이 건축은 튼

88


WIDE REP0RT

튼하고 깊게 대지에 뿌리를 박는다. 하지만 이것은 건축이 무거워서 비싸지는 것 뿐 만이 아니 고 인간이 생산할 수 없는 한정된 자원인 땅에 인간이 생산할 수 있는 건축을 일체화시킴으로 건축을 그야말로 비싸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건축가들은 건축을 부동산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몹시 불쾌해 한다. 그런데 땅은 누가 뭐라 해도 부동산이다. 이 부동의 땅과 일체화가 된 건 축이 비싼 부동산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건축의 지속가능성 요즘 건축의 지속 가능성은 모두가 관심을 갖는 화두이다. 그런데 이제 건축이 내구성이 문제가 되어 지속가능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는 없다. 많은 경우는 건축물의 성능이 떨어졌다거나 기능 이 적합하지 않게 되어 폐기되는 것이다. 건축물을 몇 년 사용하지 못하고 폐기하게 되었을 때 그 건축물의 생애주기 비용은 높아진다. 그러지 않아도 무거운 건축의 비용이 적지 않았는데 생 애주기비용에 이르러서는 정말 고가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건축의 맞춤해법의 다른 문제가 보 인다. 기능에 충실하여 사용할 사람에게 사용할 목적에 딱 맞추어 설계한 건축이 문제를 해결했 다기보다는 문제의 원인이 된 것이다. 현대인의 생활은 모든 것이 계획되어 있다. 일간계획, 주 간계획, 월간계획 그리고 연간계획 모든 것이 계획되어 있다. 도시계획이나 건축계획도 계획이 라는 것이 갖고 있는 속성은 이들과 유사한 범주에 들어간다. 그런데 모든 계획은 조만간 틀리 이 변하는 사람과 늘 잘 들어맞을 수는 없다. 그래도 우리는 건물이 합목적적이 되어야 하고 기 능적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계획에 의해 살고 있는 현대인의 딜레마dilemma이다. 건축의 해법이 특수 맞춤해법이 아니고 일반해가 되어 반복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면 건축서비 스의 비용은 훨씬 저렴해질 수 있을 것이다. 한 건축의 해법이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공간적으로 도 지역을 뛰어넘어 사용될 수 있다면 이런 건축을 하는 건축가는 아마 축재도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어떤 건축이 좋은 건축인가 좋은 건축은 사용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이 필요한 환경을 선택하고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건

STRONG ARCHITECT 08 | 유걸

게 되어있다. 모든 계획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고 사람들은 늘 변하기 때문에 변하지 않는 계획

축이다. 모든 사람들이 필요할 때 필요한 데로 자신이 좋아하는 데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건축 이 좋은 건축이다. 사용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고 또 개선, 보수해나갈 수 있는 건축이 지속 가능한 건축이다. 우리들이 토속건축이라고 부르는 건축들은 건축가가 없는 건축들이다. 사용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환경들이다. 이들 건축들을 보면 지속가능하기도 할뿐더러 보 기에도 나쁘지 않다. 다시 필자의 옛 이야기를 해야겠다. 어렸을 적 겨울이 오면 어머니나 누나 들이 김장을 하느라 분주할 때 형이나 나는 문을 떼어내어 찢어진 창호지를 뜯어내고 물로 깨끗 하게 닦아내고 새로운 창호지를 바르는 일을 했다. 새로운 창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일은 봄에도 반복이 된다. 시골 동네를 보면 추수를 한 연후에 이웃들이 모여 지붕을 짚으로 새롭게 엮느라 분주하고 겨울이 되기 전에 새로운 지붕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흙벽이나 또는 장판까지 도 새롭게 만들어지는데 장판을 새로 하고 나면 콩기름을 서너 번 발라서 마감을 하는데 그 냄 새는 아직도 기억이 된다. 문고리를 바꾼다든지 창문 하나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속수무책이다. 나는 전구 하나도 바꿀 줄 모른다는 질책을 가끔 받기까지도 한다. 우리들은 환경문제에 있어 전문가들에게 종속되어 있다. 그리고 자본가에게 지배되고 있다. 이것은 건축물을 만드는 방법에서 비롯된 문제인데 이 문제에 대해서 건축가들은 나를 포함해 서 관심이 없다. 사람들은 이런 환경에 익숙해져서 손 하나 움직이지 않고 토털 서비스Total Service 를 받는 것을 이상으로 생각하는듯하나 사람들은 역시 자기의 생활이나 자기의 삶에 자신이 주 인이 되었을 때 가장 기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것이 건축의 민주화다.

89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RMT NEW BUILDING

STRONG ARCHITECT 08 | 유걸

iArc Architects

RMT Building, 호주

RMT BUILDING OFFICE ZONE_TYPE A

iArc Architects

RMT BUILDING OFFICE ZONE_TYPE B

iArc Architects

90


WIDE REP0RT

건축가 없는 건축, 건축주 없는 건축 현대건축을 주장한 건축가들의 꿈은 한정된 귀족 계급에 속해있던 예술과 건축 환경을 일반인 에게도 보급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량 생산은 그들에게 나쁜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그들이 갖고 있던 한정된 수단이었고 산업사회의 구조 속에서 그 수단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었 다. 현대건축이 경직된 합목적성의 한계로 폐기가 된 현재에도 그들이 갖고 있던 사회의식은 가 치가 있는 것이다. 건축의 사회적 역할을 내세운 현대 건축가들은 그들이 의식적으로 의도하지 않았으면서도 건축 을 자율적인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결과를 만든다. 그래서 요즘 건축을 알든 모르든 모든 사람들은 건축가를 예술가로 생각하기도 하고 또 건축가 스스로도 그런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 기도 한다. 그래서 건축가들은 끊임없는 야근과 철야에도 일말의 소명의식 속에서 자부심을 갖 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러나 건축은 이 부분에서도 철저하게 실패했다. 우리들은 예술가일 수 가 없었다. 예술가들이 갖고 있는 자율성을 건축가들은 가져본 적이 없다. 건축일은 건축을 필 요로 하는 건축주가 있고부터 시작이 되고 건축가는 건축주로부터 독립한 적이 없다. 미술가들 이 귀족이나 권세가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것으로부터 독립하여 그림을 그린 것 같이 건축가들 것이라는 것을 늘 강조해 왔고 그래서 건축의 사회성을 늘 의식했는데 요즘 나는 건축주로부터 독립하여 자율적으로 건축을 한 적이 없다. 나는 건축주 없는 건축을 꿈꾼다. 건축가 없는 건축, 건축주 없는 건축 이 두 가지는 동전의 양면인지도 모르겠다. 건축의 사회성과 예술성의 모순된 관계를 건축의 일반해가 풀어낼지도 모르겠다는 말이다. 나는 현대의 과학과 기술이 건축주들로 하여금 건축가들로부터 독립하여 스스로가 자기가 원하 는 건축을 선택하고 만들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건축가들은 건축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차별화된 자신만의 일을 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건축의 일반해는 만병통치약 같이 하나의 건축물이 모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 려 이 일반해는 모든 사람에게 자기 맞춤이 가능하게 해주는 해법이며, 동시에 사용자의 다양한 조건이나 변화 속에서 작동한다. 그리고 건축가는 건축주에 종속되어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하는

STRONG ARCHITECT 08 | 유걸, 박성용

이 건축주로부터 독립하여 자율적으로 건축을 한 적이 없다. 나는 건축주와 함께 건축을 하는

것에서 독립되어 창조적 개인이 될 수 있게 할 것이다. 현대는 그런 해법을 가능하게 해줄 수 있 는 기술을 소유하고 있다.

[현장 리포트]

수성들을 포괄하는 이상(이데아)적 가치와 연결된다. 반면 앞에서 언급한

실천적 유토피아주의자의 현대에 대한 긍정

현대 자본주의가 진행시키고 있는 일반성은 관념론적 일반과 성격이 다르 며, 좀 더 실천적 측면에 중점을 둔다. 제101차 땅집사향의 초청건축가 유 걸은 강연회의 제목으로 “건축의 일반해”라고 명명했는데, 건축가 유걸이

자본주의가 주도하고 있는 현대에 대한 고찰은 건축가들이 자신의 작업과

말하는 “일반”이 관념론적 일반과 유물론의 자본주의적 일반 중 어느 쪽에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 더 없이 중요하다. 포디즘으로 이해되는 자본주의

가까운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아래서의 작업방식은, 추상성과 일반성의 경향으로 이해될 수 있는데, 추상 성과 일반성을 통해서 작업의 범용성과 반복성 그리고 효율성의 향상을 목

유걸에 의하면, 지금까지 건축가들은 정성적인 것들에 집착한 측면이 있는

표로 삼는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생산된 제품들은 화폐를 통해서 교환된

데, 이는 범용성 혹은 일반성과는 상반되는 개별성과 특수성의 영역이다.

다. 화폐란 모든 상품들 중 가장 추상화 된 상품이다. 또한 추상성이란 개인

그에 따르면, 지금까지 건축이 추구했던 특수성의 영역은 건축의 발전을 지

의 흔적과 역사를 지워버린다는 점에서 일반성과 겹쳐진다고 할 수 있다.

체시키는 주요 이유가 되어왔다. 특수성의 건축을 추구하는 건축가들은 그 에 상응하는 예외적인 취향의 클라이언트로부터의 부름을 기다릴 수밖에

일반성에 대한 많은 논의들은 포괄적인 단일진리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곤

없는 수동적인 위치에 있다. 따라서 건축은 예외적인 주문에 의해 제작된

하는데, 대체로 관념론에 기초한 논의들이다. 관념론적 일반은 개별들의 특

특수한 대상이 된다. 그런데 이는, 교환의 일반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

91


문에 대중적인 방법을 통해서는 자본주의의 유통구조 안으로 들어올 수 없

건축시공의 건식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건축자재가 개별단위로 표준화 될

게 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건축실무의 발전을 지체시키는 주요 이유가

수 있고, 부분시공과 향후 부분수리가 용이하다. 미국의 건축자재용품점인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유걸은, 일반화를 통해 건축을 제품

“HOME DEPOT”는 그러한 건식시공을 가능하게 하는 건축자재의 소매점

화(그는 제품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마르크스 이후 “상품”이라는 단어

으로서 소비자들이 손수 주택을 조립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 자본주의 유통

가 자본주의에서 사물의 위치를 설명하는데 더 빈번하게 사용됨으로 앞으

형태다.

로는 “제품” 대신 “상품”이라는 단어로 부르려 한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의 유통구조에 들어가 있는 상품들이 대중을 그 소비의 대상으로

거주인 자신이 집수리 보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주택은 건축의 지

함으로써 특정 클라이언트의 부름에 구속되지 않듯, 건축 또한 일반화 상품

속성과 연결된다. 유걸은 건축물이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은, 그것의 물리적

화를 통해 대중을 상대하자는 것이다.

내구성 때문이 아니라 사회의 기능요구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 고 말한다. 건축물이 표준화 된 재료로 건설되어 부분적으로 수리 보수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화가 유리한 유통방식이라면, 건축이 지금까지 상

것이 가능하다면, 건축물을 기능 변화 요구에 따라 부분적으로 수리해서 사

품화 되지 못하고 “특수한 대상”으로 남아있던 이유는 무엇인가? 유걸은,

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축물의 시간성 반영이라는 측면에서 이는 중요하

그 이유로 기존 건축이 가지는 재료와 기술의 한계를 지적한다. 포디즘이

다. 흔히들 오래된 콘크리트 덩어리가 그것의 노후화와 함께 시간성을 표현

추구하는 효율적 상품 생산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재료와 기술이 표준화 되

하고 있다고 생각하곤 하는데, 사실 그것은 “박제된 시간성” 혹은 “미화된

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건축에서 사용된 재료와 기술들이 그렇지 못했다는

시간성”으로서 비판받아야 할 것이지 사회 안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는 온

것이다. 컴퓨터 기술의 발전은 기존 건축이 가졌던 그러한 한계들을 극복할

전한 시간성이 아니다. 진정한 시간성이란, 제인 제이콥스가 “미국 대도시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는데, 알고리즘을 이용한 파라메트릭 디자인이 그것

의 죽음과 삶”에서 밝힌 바와 같이 다양한 시대와 세대가 사회 내에서 노후

이다. 0과 1의 디지털 언어로 모든 것을 추상화 시키고 정량화 시켜버리는

화 되지 않고 각각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때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

컴퓨터의 힘에 의지해서, 건축 또한 전통적 정성적 가치들을 표준화 시켜

이다. 유럽, 미국, 일본의 오래된 도시의 고건축물들이 현대적 기능을 수행

교환을 전제한 정량적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할 수 있는 이유는, 그 건물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후”되었기 때문이 아 니라, 시간이 지나도 고쳐 쓸 수 있게 건축됨으로서 한 건물 안에 여러 시간

건축의 정량화 상품화의 문제에 있어서 유걸은, 전통과 땅 또한 건축가들이

들이 중첩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건축물이 노후화를 극복하고 지속가능

극복해야 할 것들이라고 말한다. 한국 건축가 대부분이 땅을 건축의 가치가

해지는 계기가 된다.

근거하는 작업 기반으로 인정하고 있는 반면, 유걸은 땅 때문에 건축의 가 치가 부동산 논리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역설한다. 따라서 그는, 건축을

일반화, 표준화, 상품화를 이야기 하는 건축가 유걸의 강연을 듣고 빠지기

땅으로부터 철저히 독립적인 대상으로 취급할 것을 주문한다. 이는 땅과 지

쉬운 오해는, 그가 혹시 일반해만을 강조하는 전체주의자는 아닌가? 라는

역의 특수성에서 벗어나서 건축을 일반성 보편성의 차원에서 논의하자는

기우다. 하지만, 유걸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개인의 자유다. 1차 강연이

것이다. 특수성에서 벗어나려는 유걸의 노력은 콘텍스트에 관련해서도 일

끝나고 도란도란 모여 앉은 2차 자리에서 그는, 자신 스스로 자유가 속박되

관된다. 우리나라에서 땅이 건축 작업의 가치를 부여하는 근거가 되었다면,

는 상황을 절대 견뎌낼 수 없다고 고백하며, 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자유를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서양에서는 콘텍스트가 한국에서의 땅의 역할을 대

주는 건축이 좋은 건축이라고 역설한다. 또한 그는 법 혹은 “일반해”란 일종

신했다. 즉, 서양의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에서는 해당 건축대지가 가지는 콘

의 사회적 약속인데, 이 약속이 잘 지켜지는 한 그 안에서 각 개인은 최고의

텍스트의 특수성이 건축의 개별성과 가치를 보증해 준다고 믿어졌던 것이

자유를 향유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즉, 그는 건축의 구축수단(재료)과 방법

다. 하지만, 유걸은 건축이 상품화 일반화되기 위해서는, 땅에 대해서 그러

(기술)을 철저한 표준화함으로써 얻어지는 각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목표

했던 것처럼, 컨텍스트로부터도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르 코

로 한다. 건축가 유걸이 말하는 건축의 일반해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기보

르뷔지에로 대변되는 근대주의 건축가들의 ‘대상(Object)으로서의 건축’에

다 상위 가치인 인간의 자유를 위한 수단이다. 그리고 표준화 상품화 등 현

대한 강조와도 상통한다. 즉, 건축을 주변과 독립된 하나의 자율적인 대상

대 자본주의적 수단들은 자유라는 큰 목적을 위해 도용된 긍정적인 도구들

(Object)으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건축이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

이다.

은 주변의 땅이나 컨텍스트를 통해서가 아니라, 건축 작업 그 자체를 통해 서다. 예를 들어, 상품화 된 루이비통 옷은 지역을 떠나 이탈리아에서 명품

지금까지 근대주의를 수용한 한국건축가들은 근대주의의 유토피아주의 경

이듯 한국에서도 명품으로 통하는 이치다. 즉, 일반화를 통해 상품화 된 대

향을 띠곤 했는데, 주로 이상적 일반을 강조한 관념적 유토피아주의였다.

상들은 지역성을 따지지 않는다. 유걸이 디자인 한 “RMT Building”은 지역

관념적 유토피아는 종종 반사회성을 띄곤 했고, 건축을 과도하게 심미화 시

성을 벗어난 표준화 된 제(작)품으로서의 건축의 좋은 예인데, 송도 “트라

키곤 했다. 유걸은 건축의 과도한 심미화를 비판하는데, 자본주의라는 사

이볼”을 선례로 시작한 RMT Building은 컴퓨터 파라메트릭 작업을 통해

회 작동원리를 좀 더 깊이 고민하며 실천을 통해 도달하는 일반해를 목표

진화했다. 각각 건축 부재의 디자인과 제작은 한국에서 완성되게 되고, 완

로 삼는다. 또한 그는 “현실적”이라는 말을 무척 싫어한다고 하는데, 여기에

성된 부재의 조립을 통해 해당 대지인 호주에 건립된다. 즉, 건축의 디자인,

서 “현실적”이란 말은 “현실 순응적”의 준말이다. 유걸의 이러한 자세는 그

제작, 건립의 행위가 땅과 지역으로부터 분리된다.

를 실천적 유토피아주의자(Active Utopian)의 범주에 위치시킬 수 있는 근 거가 된다. 실천적 유토피아주의자로서 그는 시대성에 맞지 않는 관념적 유

하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 일반화가 가져온 획일화와 허

토피아주의와 현실에 안주하는 순응주의 모두들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또

울뿐인 다양성의 몰개성화를 비판해오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유걸이 주장

한 실천적 유토피아가 이상과 현실을 연결하려는 아방가르드적 시도로 연

하는 건축의 일반화 상품화는 왜 좋은가? 우선 유걸은 건축의 상품화를 통

결된다는 점에서 유걸의 작업은 건축에서의 가장 젊은 부분과 맞닿아 있다.

해서 건축의 구축행위와 유지관리행위에 소비자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HOME DEPOT”라는 미국형 주택자재용품점의 선 례로 충분히 검증된 주장이기도 하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92

글 | 박성용(땅집 리뷰어, 계간《건축평단》 운영위원 겸 간향클럽 자문위원)


WIDE REP0RT

와이드 REPORT 10 POWER & YOUNG ARCHITECT 08 | 김수영

Constructing IDENTITY Ⅰ • su:mvie 숨비는 제주도 말로 해녀들이 물질을 마치고 물 밖으로 올라와 가쁘게 내쉬 는 숨소리다. 처음엔 특별한 의미를 두지는 않았지만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ARCHITECT라는 직업이 해녀들의 삶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물속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알지 못한 채 일단 뛰어들어 물질을 한 후 간 신히 물 밖으로 나와 짙은 휘파람 소리를 내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 내가 알고

김준성, 토네이도 하우스

POWER & YOUNG ARCHITECT 08

있는 ARCHITECT와 다르지 않았다.

김종규, 명동성당 100주년 기념 국제 설계경기 응모작

김수영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5년 홍 익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경기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졸업 후 건축가 김준성과 건축가 김종규 의 사무실에서 각각 실무를 익힌 순수 국 내파이다. 2010년에 건축사사무소 숨비 를 설립하였고, 현재 홍익대와 한국예술 종합학교에서 설계, 재료, 구조를 가르치 고 있다. ‘2014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하 였고, 2015년부터 ‘서울시 공공건축가’ 로 활동하고 있다. www.sumvie.com

카를로스의 작업

93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 master and disciple 나, 김수영은 학교를 졸업하고 줄곧 실무를 쌓다가 사무실을 독립한 순수 국내파이다. 그에 대한 콤 플렉스였을까? 학생 당시 유학파 1세대였던 건축가 김준성과 김종규의 사무실에서 실무를 익혔다. 김준성의 감성과 김종규의 이성을 경험하였고, 동시에 알바로 시자와 함께 일하게 되는 행운을 얻 었다. 그리고 알바로 시자의 아시아 쪽 일을 맡아서 진행하였던 포르투갈 건축가 까를로스 카스타 네이라를 통해 ARCHITECT로서 가져야 할 책임과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다. 나는 이들을 스승이라 부른다. 현재에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스승을 4명씩이나 갖고 있다는 것은 매우 행 복한 일이다. 김종규와는 여수에 있는 한센 박물관을 협업하여 완공하였고, 알바로 시자와는 현재 기본설계를 진행중인 작업이 있으며, 김준성과는 당장 협업을 시작해야 하는 일을 앞두고 있다. 앞 으로도 얼마간은 이 스승들을 통해 건축을 바라볼 것이다. 다른 젊은 건축가들에 비해 창조적인 결 정이 부족할지는 몰라도 숨비가 지향하고자 하는 것은 다르다. PROJECT • Constructing 숨비와 다른 사무소들과의 차이점은 첫 작업이 건축물이 아니라 책이었다는 것 이다. ‘Constructing’ 제목으로 전 사무실(MARU)에서 행한 알바로 시자와의 작업을 설계에서부터 시공까지의 전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일반적으로 사무실 POWER & YOUNG ARCHITECT 08 | 김수영 94

의 독립은 한둘의 수주된 건축물을 가지고 시작하여, 건축물을 하나씩 만들어가 면서 자신의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을 겪게 되는 것에 반해, 숨비는 알바로 시자 의 어깨에 올라타서 건축적인 스테이터스를 글로 선언하고 시작하게 되었다. 책 을 만들어 가면서 밝히고자 했던 것은 한국에서 건축물이 구축된다는 것에 대한 의미와 한국 건축가의 책임과 역할에 따른 지속 가능성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숨비에서 지어지는 건축물은 이 문제에 대한 검토를 통해 구축해 나갈 것이다. 『Constructing』을 구성하고 있는 5개의 장들은 Earth, Gravity, Matter, Manner, Syrup 이다. 각 장의 단어들은 구축tectonic이란 단어를 염두에 두고 선 택하였다. 책을 관통하고 있는 주제는 치수의 원칙과 구축에 관한 이야기이다.


POWER & YOUNG ARCHITECT 08 | 김수영

WIDE REP0RT

• Light & Space Ⅰ _ FINELINK ‘FINELINK’는 숨비의 이름으로 지어진 첫 번째 건축물이다. 본 건축물에서는 알고 있는 스케일 들을 연결하여 정확하게 표현해 보고 싶었다. 빛을 품는 명료한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 다. 물론 그것이 경직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알고 있는 것들을 숨비의 입장에서 어떻게 현실에 적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실험이었다. 파주출판단지에 건축한다는 것은 견고한 마스터플랜과 법적인 보이지 않는 선들로 가득 차있고, 프로그램 또한 그 선들을 가득 채워야 하는 것이었다. 빛을 어떻게 하면 건축물 내부 깊숙이 끌어들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첫 출발이었다. 외부 는 주로 외단열시스템을 적용하였으며, 내부는 일방향 슬라브라는 구조를 선택하여 공용부는 구조를 그대로 마감으로 사용하였고, 사무공간만 마감을 하였다. 빛이 들어온다는 것은 환기도 잘 된다는 것이다. 초기에 3개층이 관통되어 있어서 냉난방의 효율에 많은 우려들을 보였지만 1 년을 넘게 사용한 건축주는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다고 전해주었다.

95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 Light & Space Ⅱ _ HANSEN MUSEUM 일명 애양원이라 불리며 건축가 김종규와 협업하였다. FINELINK의 대지가 역사적 혹은 주변환 경의 맥락이 없었던 것에 비해 본 건축물은 경사지에 100년 가까이된 등록문화재가 있었다. 그 들과의 관계가 건축물의 성격을 규정지었다. 역사적인 사실들이 엄청난 밀도로 축적되어있는 땅이라 배치에 대한 결정이 가장 어려웠다. 이 건축물은 고측창 과 천창 그리고 일반 개구부들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질감에 대 해 좀더 세심하게 다루고자 했다. 또한 공사비도 FINELINK에 비해 약 3배가 높았기 때문에 창호에 대해 많은 집착을 하였다. 박물관 내에 들어가는 상설전시물들도 기획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공간적인 성격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였다. 스승 들과의 협업에서 얻는 즐거움은 그분들이 가진 통찰력을 배우는 것이다. 긴 작업과정에서 흐릿해지는 목표에 선명한 방향성을 제시받는 것은 숨비가 지속 가능한 사무실이 되기 위한 조건이 기도 하다. 다만 시공의 품질은 많은 면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POWER & YOUNG ARCHITECT 08 | 김수영 96


POWER & YOUNG ARCHITECT 08 | 김수영

WIDE REP0RT

• Social Activities _ YOUTH DETENTION CENTER IN DEAJEON 무엇보다도 요즘 부쩍 늘어나고 있는 건축가들을 향한 사회적 활동의 요청들에 대해 많이 생각 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작업이었다. 건축물을 만드는 것에 가치를 두기보다는 공공건축물이 세워지는 과정에 정기적인 워크숍을 통해 실제 사용자와 운영자를 건축되는 과정에 직접 참여 케 함으로써 건축물이 문화라는 틀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할지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게 하였다. 중정에서 벌어질 그들의 쉼과 프로그램에 대해 상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97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 City _ EUNGBONGGYO SOUND BARRIER 이 현상설계는 ‘ARCHITECT는 어떻게 도시를 바 라 보아야 할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하였다. 도시 에서 250m길이에 방음이라는 명확한 기능을 담 고 있는 거대한 구조물에 대한 고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물론 다양한 도시환경이 존재하겠지만 ARCHITECT의 시선은 언제나 구축될 건축물의 스 케일을 분명히 하여, 명확하게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하 지만 도시는 여전히 어렵다.

POWER & YOUNG ARCHITECT 08 | 김수영 98


WIDE REP0RT

IDENTITY Ⅱ • ARCHITECT 전술했듯 오늘날의 건축가들은 늘어가는 사회적 요구들에 반응하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는 분명 바람직한 일이고 사회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사 회적으로 ARCHITECT의 책무가 무엇인지를 논하기에 앞서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영역 내에서 의 책임과 역할 그리고 소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앞선다. 건축물은 수많은 사람들뿐만 아 니라 재료와 제품들의 관계를 통해 탄생되는 것이다. 이들의 한 가운데에서 서로를 선하게 연결 시키는 직능이 ARCHITECT라 생각한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구축은 하나의 건축물을 세 우면서 필요한 모든 부분들의 치수를 모아서 배치하고, 연결하고, 적용하는 일련의 과정이며,

POWER & YOUNG ARCHITECT 08 | 김수영

이를 수행하는 직능이 ARCHITECT이다.

•다시 숨비 해녀들은 물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예측이 불가한 날씨를 오감을 통해 몸으로 판단을 해야 하지 만 물속에 들어갔을 때에도 자신이 참을 수 있는 숨의 한계를 명확하게 알아야만 한다고 말한 다. 자칫 날씨에 대한 예측이 틀리거나 좀더 많은 수확량에 욕심을 부려 물속에 있다가는 큰 위 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건축사사무소 숨비가 앞으로 지속가능 하기 위해 갖춰야 할 태도이기도 하다. 예측하기 힘든 상황을 명확하게 판단하려고 애를 쓰고, 하나의 건축물이 태어 나는 과정을 숨을 참고 견디면서 바라보는 것이 숨비가 추구하는 가치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99


[현장 리포트]

숨비소리와 사자후

“젊은 건축가”라는 단어는 “젊다”라는 형용사와 “건축가”라는 목적명사의

Museum, Youth Detention Center, 그리고 응봉교 방음벽’이다. 사무소

복합어다. 우리가 직능인으로서 젊은이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기존 것의 답

건물인 ‘Fine Link’에서는 주어진 대지 위에 건축물의 밀도를 최대화함과

습이 아니라, 사회의 흐름과 함께 변하는 건축을 포착해서 구체화 하는 사

동시에 고밀도의 내부 공간 구석구석에 빛을 유입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회적 책임능력이다. 또한 “젊다”라는 것은 아직 온전히 혼자서지 못한 자라

목표였다. 결과적으로 내부는 다양한 위치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유입되는

는 것을 암시한다. 따라서 젊은 건축가는 (적어도 아직은) 스승과의 관계를

풍부한 질의 빛으로 가득 찬 공간의 얽힘이 되었다. 재료와 색상은 백색 페

통해 과거를 흡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회의 변화에 따라 이를 현재화

인트 마감으로 제한하고, 건축을 공간과 빛의 결정체로 만들었다.

시켜 미래로 전달해 주는 이가 젊은 건축가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제

김종규 선생과의 협업작품이기도 한 ‘Hansen Museum’에서는 빛과 창호

102차 땅집사향에서 한 명의 걸출한 젊은 건축가를 만났다. 바로 “숨비건

의 관계를 주안점으로 삼았다. 창호는 여는 곳보다 막아야 할 곳에 더 중점

축”의 김수영이다. 그는, 4명의 스승(김준성, 김종규, 카를로스, 알바로 시

을 두고 그 위치와 크기를 정교하게 조정했다. 백색의 벽과 창호의 개구부

자)로부터 기존의 것을 배웠으며, 학습된 건축의 구축행위를 통해 건축가의

들은 적절한 균형감과 활력을 건축에 부여하는 비례를 갖추고 있으며, 창호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이야기한다. 그에게 “젊다”라는 것과 “건축가”라는

에 의해 정교하게 조정된 빛은 순백의 벽체를 타고 부드럽게 흘러내린다.

것은 시-공간적으로 과거와 미래 그리고 주변 사회적 맥락과 연결된다. 건

‘Youth Detention Center’는 소년원 시설인데, 그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축가 김수영이 자신의 사무소 이름으로 삼은 “숨비”라는 단어는 제주 해녀

건축가와 사회가 소통하는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앞의 두 프로젝트와 같

들이 자맥질 중 참았던 숨을 한 번에 내뱉는 파열음을 말하는데, 이는 젊은

이, 이 프로젝트에서 또한 건축가의 허세나 과장은 일체 보이지 않는다. 60

건축가가 기나긴 단련을 통해 세상에 내뱉는 건축적 사자후와도 너무나 닮

×60 각파이프에 아연도금 골강판 지붕을 얹은 구조체는, 있는 듯 없는 듯

았다.

시설 안 소년들의 필요만큼 만 자신의 존재감을 주장한다. ‘응봉교 방음벽’을 통해서는, 현상공모설계에서 건축가의 주장과 주최 측의

컴퓨터 모델링과 랜더링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는 현대, 대부분

요구 사이에 발생하는 괴리를 이야기한다. 젊은 건축가로서, 사회적 책임과

의 건축가들은 건축 작업의 주요 전장을 실제 물질세상 보다 컴퓨터 안의

그에 부응하는 건축가 자신의 주장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주최 측의 요구

가상공간으로 옮겨버렸다. 이러한 변화의 결과는 크게 2가지로 나타났다.

에 맞추는 것을 건축가의 소임으로 삼을 것 인가?라는 질문은 모든 젊은 건

첫째 건축 그 자체보다 건축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이미지가 더 중요해지

축가들이 짊어진 숙명적 고민이다.

는 주객전도 현상이다. 완공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많은 돈이 들어가 는 건축의 실제 구축물에 비해, 컴퓨터 가상 렌더링 이미지는 “아라비안나

제102차 땅집사향에서 건축가 김수영은 건축의 기본과 사회적 책임을 이

이트”의 램프 요정 “지니”와 같이 하룻밤 안에 상상하던 건축물 이상의 이

야기했다. 하지만, “숨비건축”이라는 사무소 이름이 말해주듯 그는, 건축의

미지를 우리 눈앞에 펼쳐놓는다. 결과적으로 렌더링 이미지와 이를 통해 결

기본을 지키며 건축가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물속에서 숨을 참는 것만큼이

정되는 “계약서상의 도장” 사이 어딘가에 건축행위의 역량이 집중된다. 건

나 쉽지 않은 일임을 강연 곳곳에서 들릴 듯 말 듯 전했다. 동시대 대한민국

축의 물성은 부차적인 것이 되었고, 오히려 렌더링과 포토샵 효과가 건축의

젊은 건축인으로서... 그가 내뱉는 “숨비소리”에 공감하지 않는 이가 과연

실제 물성을 압도한다. 이렇게 표현된 건축의 물성은 딱 인화지 위에 뿌려

있을까? 그의 강연을 듣고 본인은, 폐부 깊숙한 곳에 그가 더 큰 한숨을 갈

진 잉크의 두께만큼이나 얄팍하다. 둘째, 가상이 실제를 압도함에 따라, 건

무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래 참은 숨 일수록 그 내뱉는 소리가 큰

축의 물성보다 (거짓)개념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 여기에서 말하는 개념은

법임을 믿고 앞으로 들려 올 그의 건축적 사자후를 기다려 볼 일이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이성적 도구가 아니라 이미지와 마찬가지로 소비자 를 현혹하기 위한 피상적 도구다. 그것은 이미지, 다이어그램, 숫자 등으로 과학적인 척 시각화 된다. 건축 작업은 점점 구축의 과정이 아니라 설득 혹 은 현혹의 과정이 되었다.

반면, 새로움과 가상에 도취된 현대 건축가들 속에서 젊은 건축가 김수영 은 건축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이야기한다. 그에게 건축의 기본적인 것 들은 스승들로부터 전승된 것들인데, 김준성 선생으로부터 배운 개념의 일 관성, 김종규 선생으로부터 배운 건축의 객관화와 원칙화, 카를로스와 시 자 선생으로부터 배운 건축의 재료, 공간, 빛 등이다. 이러한 것들은 수천 년 동안 건축가들이 씨름해왔던 것이지만, 여전히 완벽하게 정복되지 않은 건축의 심장부에 자리 잡은 핵심들이다. 그에게 건축의 기본요소들은 구축 (Construction)을 통해 하나로 결합된다. “알바로 시자”와 함께한 건축 작 업의 세세하고 꼼꼼한 기록들을 “Constructing”이란 제목으로 출판해 낸 것은 그가 구축행위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반증이다. 그에 게 구축행위란, 건축의 핵심요소들을 결합하는 과정이지, 형태를 만들기 위 한 요식행위가 결코 아님을 시자와 카를로스로부터 배웠다고 그는 말한다.

땅집사향을 통해 발표된 김수영 본인의 작품은, ‘Fine Link, Hansen

100

글 | 박성용(땅집 리뷰어, 계간《건축평단》 운영위원 겸 간향클럽 자문위원)


WIDE EDGE

와이드 EDGE : 심원건축학술상 학술총서 4

『한성부의 ‘작은 일본’, 진고개 혹은 本町』 한성부의 ‘작은 일본’, ㉑

진고개 혹은 本町

⑳ ⑬

이 연 경 지음

⑫ ⑩

한성부의 ‘작은 일본’, 진고개 혹은 本町

저자 이연경이 말하는 한성부 속 ‘작은 일본’, 일본인 거류지의 공간과 사회

⑱ ⑧

이 연 경 지음

⑰ ⓯

<심원건축학술상> 제6회 수상작

심원건축학술상 제6회 수상작,

한성부 내 일본인 거류지는 1882년 처음 거류를 시작했

일대를 지배하는 도시 환경을 가지게 된 것은 통감부가 설

을 때만해도 남산 언덕 위의 한성부 변두리 지역에 위치한

치되고 일제에 의한 보호정치가 시작되면서부터였다. 이

이방인들의 소규모 집단거주지에 불과했으나 일제에 의

전까지 일본인 거류민들이 영사관의 보조를 받아 자체적

한 한일병합이 일어난 1910년에 이르면 한성부 남촌 일대

으로 일본인 거류지의 도시환경을 구축해나가는 것이었다

를 아우를 정도로 크게 성장한다. 거류 초기 상대적으로 거

면 이 시기부터는 통감부라는 권력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

주 환경이 좋지 않았으며 지가가 저렴하였던 진고개 일대

입어 일본인 거류지를 중심으로 한 한성부의 변화가 시작

에 자리 잡은 일본인들은 거류지 내에서 자신들만의 일본

된다. 통감부의 도시 사업에서 일본인 거류지는 항상 우선

식 거주지를 구축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들의 거류

시되는 지역이었으며 거류지는 내부적 안정을 넘어 북으

지는 소규모였으며, 불안정한 안팎의 시대상황으로 인하

로는 청계천, 동으로는 광희문 지역, 또한 성문 밖 용산지

여 거류민들의 활동 역시 제한적이었다. 이 같은 정황이 크

역에 이르기까지 폭발적으로 팽창하기 시작하였다. 일본

게 변한 것은 청일전쟁을 즈음해서였다. 청일전쟁의 승리

인 거류지 인구 규모는 3만 명에 이르게 되었으며, 본정을

로 일본의 침략 야욕은 점점 커져만 갔고 일본인 거류민들

중심으로 한 거류지 상업은 전통적인 한성부의 상업 중심

의 활동 범위 역시 남대문로 일대까지 확장되며 적극적으

지였던 종로 상점가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결국 이

로 이 일대에 일본식 마을 만들기를 시도한다. 거류민들의

들은 한성부 내에서 ‘작은 일본’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다

일본식 마을 만들기 시도는 단순히 일본식 주택이나 상점

결국 한성부 전체에 ‘일본 제국’의 영향력을 미치는 수준으

을 짓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거류지 도로 개수, 교육 및 위

로 성장한다.

EDGE

spacetime 발행, 2만원

생, 치안과 소방제도를 정립하고 필요한 시설들을 다수 건 축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군인과 작부 등 청일전쟁 당

‘작은 일본’의 형성 배경

시 유입된 인구로 인하여 거류지 인구도 크게 증가했으며,

이처럼 일본인 거류지가 약 25년 동안의 시간 동안 한성

거류지가 안정화될수록 한반도 내에서의 경제적 성공을

부 내에서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청일전쟁과

꿈꾸며 유입되는 일본인 인구들도 점차 증가하였다. 일본

러일전쟁을 겪으며 한반도 내에서 급격하게 강화된 일본

인 거류지가 한성부 내의 일본식 마을에서 한성부의 남촌

의 정치적 힘이 가장 큰 동력이 되었지만, 다소 불안하였던

101


와이드AR no.46 | Wide AR no.46

EDGE | 이연경 102

거류 초기부터 상업적 목적을 가지고 한성부에 들어온 상

인력거 및 자전거와 같은 다양한 기계들도 거류지 내에서

인들을 중심으로 일본인 거류민들이 적극적으로 상업 활

많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거류지에서는 메이지

동을 하며 그 활동 범위를 점차 확장해 나갔기 때문이기도

유신 이후 일본이 수용한 서양 근대 문명의 양상들이 부분

하였다. 즉, 일본인 거류지를 움직인 힘은 일본 제국이라

적으로이기는 하나 도입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는 국가 권력과 일본인 거류민이라는 민간 주체였다는 점

그러나 사실상 거류지에서 구축된 전체적인 도시환경은

이다. 특히 일본 제국의 권력이 한성부 내에서 본격적으로

서양 근대식이라기보다는 일본식에 가까운 것이었다. 즉,

그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1905년 이전에는 일본인 거류민

메이지 시대에도 여전히 남아있던 전근대적인 에도시대

들이 중심이 되어 이 일대의 변화를 주도하였다. 이러한 측

일본의 모습들이 거류지에서도 그대로 발견되었다. 거류

면에서 일본인 거류지의 도시 변화는 ‘민’이 주도한 도시

지의 대부분을 차지한 가옥과 상점들은 마치야 및 일본 전

변화로서 살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민이 주도한 변화

통 민가였으며, 유곽을 중심으로 대합실(찻집), 흥행장, 유

라는 것은 결국 그 민이 어떠한 사람들 이었느냐와 직접적

기장, 대궁장, 대중문화소극장 등 에도시대 유흥구의 주요

으로 연관이 있다. 일본에서 건너온 한성부 거류민들은 메

시설들이 설치되기도 하였다. 또한 에도시대 사교장소 중

이지 유신 이후의 일본의 변화를 직, 간접적으로 겪으면서

하나였던 목욕탕과 이발소 등이 거류지에도 설치되었으

서양의 근대 문물을 접할 기회를 가졌던 이들이었을 것이

며 일본식 나막신과 나무통, 다다미 등의 일본식 생활을 위

나, 그 출신성분상 대도시보다는 서일본 지방 출신들이 많

한 상품들을 파는 상점들도 다수 존재하였다. 초혼제 및 거

았던 데다가 근대 문명의 혜택을 받은 상위층이 아닌 하위

류민들의 생활 속 일상적인 의례들 역시 사찰과 신사神社를

층이 많았던 탓에 이들이 경험한 메이지 유신 이후의 일본

중심으로 이루어져, 일본의 전통적 종교문화가 거류지에

의 근대화된 모습이란 매우 부분적이고 제한적이었을 것

도 그대로 도입되었음을 알 수 있다. 거류지의 상업환경이

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보

나 생활환경 등 거류민들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부분에 있

다 먼저 개항한 후 근대화를 추진하였던 본국의 상황과 분

어서는 메이지 유신 이후의 근대적 일본의 모습이라기보

위기상 이들은 거류지에도 부분적으로나마 일본이 받아들

다는 에도시대 일본 도시민들의 생활과 더 유사한 모습을

인 서양 근대문물들을 도입하고자 하였음을 알 수 있다.

보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근대적 일본과 에도시대 일본의 공존

‘식민지근대화론’ 넘어서기

거류지의 도시 변화를 주도한 주체가 관과 민이라는 두 가

이 책은 전반적으로 일본인 거류지의 생성과 변화 과정을

지 주체로 나뉘는 만큼, 거류지 도시 변화의 특징들 역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한국 근대 도시사 연구에 비

초기 근대적인 성격이 나타남과 동시에 일본 전통적인 성

해 상당히 이질적인 성격을 가진다. 특히 일본인 거류지 연

격도 나타났다. 거류민들은 교육이나 위생 등의 제도적 차

구를 과연 한국 근대 도시사 연구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원에서 서양 근대 문물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있느냐의 문제부터 시작하여, 일본인들에 의해 남겨진 기

보였다. 근대적 교육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자 한 것

록들을 위주로 하는 연구 자체의 정당성의 문제까지 다양

은, 교육을 통해 부국강병을 이루고자 하였던 메이지 유신

한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그 이상의 불편함, 즉 일본인 거

의 기본적인 사상이 전 일본에 퍼지면서 교육의 중요성에

류지의 발전 양상을 살펴봄으로써 오히려 그들의 식민지

대한 일종의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졌었기 때문이라 생

지배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불편함이 존재하는

각된다. 근대적 위생제도의 도입 역시 콜레라 등의 전염병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 있어 일본

으로 인하여 많은 피해를 입고 있었던 당시 한성부의 상황

이 미친 영향이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간에 매우 크며 특

상 거류민들의 건강과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히 전통도시 한성으로부터 식민근대도시 경성으로의 변화

한편 도로개수사업이나 상수도사업 등 근대 도시화에서

가 한국의 근대도시화에 있어서 큰 의미를 가짐을 생각해

나타나는 도시정비사업을 수행한다든지, 서양식 건축물을

볼 때 일본인 거류지의 문제는 불편하더라도 최대한 객관

신축하는 등 서양 근대 문물들을 도시 환경 구축의 물리적

적인 시선을 유지하며 다루어야할 문제이다. 한국의 근대

인 차원에서도 도입하고자 하는 변화도 일어났다. 그러나

도시화는 한국의 근대화 과정과 마찬가지로 한국 정부의

이는 일본인 거류지에서뿐만이 아닌 당시 한성부 전체에

주체적인 노력과 서양, 일본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서 일어나고 있었던 변화였으며, 그 시행 시기 및 내용에

이루어진 현상이었다. 러일전쟁 이전까지 서양인들을 통

있어서만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었을 뿐이었다. 또한 서

해 근대 문명을 수용하며 근대화를 시도하고자 한 한국 정

양식 생활을 위한 상품들이 일본인 상점들에서 판매되고,

부의 노력으로 인해 서양으로부터의 직접적 영향이 많았


던 반면, 러일전쟁 이후에는 많은 서양인들이 본국으로 돌

남촌 일대의 도시 변화를 살펴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연구

아가고 통감 정치가 시작됨에 따라 일본의 영향이 더 크게

는 1910년 이전의 한성부 내 일본인 거류지의 도시환경 변

나타나게 되었다. 일본인 거류지는 일본의 영향, 즉 일본에

화에 치중함으로써 ‘일본인 거류지’라는 특수성에서 벗어나

의해 번역된 서양의 근대 문물과 일본 자체의 근대 문물이

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다. 또한 거류지의 도시 변화가 1910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장소라는 점에서 한국의 근대도시화

년 이후의 변화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1910년

에서 일본인 거류지의 도시변화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고

이후와의 영향관계를 고찰해야할 필요성이 있으나 이 연구

할 수 있다. 즉, 일본인 거류지는 한성부에 긍정적인 의미

는 1910년 이전만 그 내용으로 다룸으로 인해 일본인 거류

이건 부정적인 의미이건 간에 새로운 문물이 도입되는 하

지가 한성부의 도시변화에 있어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에 대

나의 창으로서의 역할을 했다.

한 해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후속적으로 1910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 거류지의 도시변화를 살펴보

년 이후 일본 제국에 의해 본격적으로 한성부가 식민근대도

는 것에 있어서 불편함은 계속 남는다. 이는 일본인들이 거

시 경성부로 변화하는 과정과 이 과정에 있어 일본인 거류

류지에서 만든 도시변화를 근거로 ‘식민지근대화론’을 주

지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연구되어야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장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거류지 도시 변화의 성격

또한 일본인 거류지의 도시변화가 가지는 특수성을 넘어서

을 면밀히 살펴볼 때 오히려 일본인들이 주장한 식민지근

한성부의 도시변화에서 가지는 의미를 찾는 과정이 될 것이

대화론의 논리적 오류를 발견할 수 있다. 일본인 거류지의

다. 한편, 한성부의 일본인 거류지는 다른 지역에 설치된 다

도시변화는 정치적인 식민지화가 시작되기 이전 일본인

른 일본인 거류지들, 즉 인천이나 부산, 군산 등 개항장에 설

상인들이 자신들의 생활을 위한 도시환경을 구축하기 위

치된 일본인 거류지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도 주목

한 것에서 먼저 시작된 것이었다. 일본인 거류민들은 거류

해볼 필요가 있다. 한성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 설치

지에서 만들어낸 변화들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

된 일본인 거류지의 경우 일정한 구역 안에 일본인들끼리만

는데, 이는 초기의 불안정한 상황들을 이겨내면서 그들의

모여 사는 전관거류지였던 반면, 한성부의 일본인 거류지는

손으로 직접 만들어낸 변화였기 때문일 것이다. 통감부 설

잡거지였기에 같은 시기 전관거류지에서의 도시환경변화와

치 이후에는 일본인 거류민들이 만들어낸 거류지의 변화

의 비교연구를 시도한다면 한성부의 일본인 거류지 도시환

를 식민지화의 타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용하는 성향

경변화의 성격을 조금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을 보이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청결하고 문명화된 일본인

생각된다. 나아가 한국보다 보다 이른 시기에 식민화를 겪

과 불결하고 미개한 한국인이라는 대비를 통해 한국의 근

었던 타이베이의 일본인 거류지와의 비교연구 역시 시도될

대화를 위해 식민지화가 필요하다는 식의 논리를 펼치는

필요성이 있다.

EDGE | 이연경

WIDE EDGE

것이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일본인 거류지의 도 시변화는 메이지 초 일본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근대적인 양상과 전근대적인 일본의 에도시대의 양상들이 혼합되어 있었던 것으로, 일본인들이 주장하듯 근대적이고 문명화 된 모습만 있었던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그들의 전근대적이 고 야만적인 행태로 인하여 일본 영사관에서 우려를 표하 며 금지규칙을 만들 정도이기도 하였다는 점이다. 다음 과제 1885년에서 1910년에 이르는 시기 동안 거류지에서 만들 어진 도시적 변화는 1910년 이후 한성부의 전체적인 도시 변화로 이어지면서, 한성부 전체가 기존의 북촌 중심의 도 시 구조에서 남촌 중심의 도시 구조로 재편되는 결과를 만 들어 내기도 하였다. 그 동안 전통도시 한성부에서 근대도 시 경성부로 전이하는 과정은 일본에 의한 식민화라는 단 절을 기점으로 분리된 개념, 즉 식민화 이전의 한성부와 식 민화 이후의 경성부로 다루어졌는데, 이 연구를 통해 일본 인 거류지가 한성부에서 경성부로 전이되는 연결고리로서

103


wideAD050


3.5

2015 건축 평단

건축평단 2015 봄호 발간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가 3.21

텐이슈 토요집담회 #1

세월호 이후의 건축 임성훈 이경창 송종열 이종건 4.25

텐이슈 토요집담회 #2

건축가는 누구인가 임성훈 함성호 이종건 6.27

텐이슈 토요집담회 #4

5.30

텐이슈 토요집담회 #3

대토론회_ 젊은 건축가란 누구인가 6.5

건축평단 2015 여름호 발간

건축가는 누구인가 7.25

텐이슈 토요집담회 #5

렘 콜하스의 비판적 수용

건축작품의 판단

김인성 이장환

김영철 이종건 8.29

원전과 수용, 슈마르조와 뵐플린

임성훈 정만영

김영철 강혁

역사의 현재화와 현재의 역사화 이종우 김원식

wideAD0506_KimJun-Hyung-1.indd 1

12.5

9.5

건축평단 2015 가을호 발간

건축작품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

텐이슈 토요집담회 #6

실험적인 건축

10.31 텐이슈 토요집담회 #8

11.28 텐이슈 토요집담회 #9

건축평단 정기구독 문의_정예씨(JEONGYE publishing Company) 070-4067-8952 book. jeongye@gmail.com 텐이슈 토요집담회 참가 문의_정림건축문화재단 02-3210-4991 lee@ junglimfoundation.org 기획/주최_건축평단+정림 건축문화재단+토요건축강독+한양대 동아시아건축역사연구실

9.19

텐이슈 토요집담회 #7

동아시아 건축 한양대 동아시아건축 역사연구실

건축평단 2015 겨울호 발간

건축의 한국성 12.19 텐이슈 토요집담회 #10

전통의 해석과 고유성의 문제 송종열 이상헌

2015. 5. 7. 오후 6:09


제6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공모 본지는 2010년 이래 꾸밈건축평론상과 공간건축평론신인상, 와이드AR 건축비평상 수상자들의 모임인 건축평론동우회와 손잡고 <와이드AR 건축비평상>을 제정하여 신진 비평가의 발굴을 모색해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 건축평단의 재구축은 물론 건축과 사회와 여타 장르를 연결하는 통로로서 건축비평의 가치를 공유하는 젊은 시각의 출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역량 있는 새 얼굴들의 많은 관심과 응모를 바랍니다.

주최: 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

[당선작 발표]

주관: 와이드AR

2016년 1월 중 개별통보 및 <와이드AR>

후원: 건축평론동우회

2016년 1/2월호 지면 및 2016년 1월 초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에 발표

공모요강 [시상내역]

[심사위원]

- 당선작: 1인

수상작 발표와 함께 공지 예정

- 기타(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당선작 외에도 가작을 선정 할 수 있음)

[시상식] 2016년 1월(예정)

[수상작 예우] - 당선작: 상장과 고료(100만원) 및 부상

[응모작 접수처]

- 가작: 상장과 부상

widear@naver.com

- 공통사항 1) <와이드AR> 필자로 우대하여, 집필 기회 제공

[기타 문의]

2) ‘건축평론동우회’의 회원 자격 부여

대표전화: 070-7715-1960

[응모편수]

[응모요령]

- 다음의 ‘주평론’과 ‘단평론’을 동시에 제출하여야 함.

1. 모든 응모작은 응모자 개인의 순수 창작물이어야 함.

주평론과 단평론의 내용은 아래 ‘응모요령’을 반드시 확인하고

기존 인쇄매체(잡지, 단행본 기타)에 발표된 원고도 응모

제출바람

가능함.(단, 본 건축비평상의 취지에 맞게 조정하여 응모 바람)

1) 주평론 1편(200자 원고지 50매 이상∼70매 사이 분량으로,

2. ‘주평론’의 내용은 작품론, 작가론을 위주로 다루어야 함

A4용지 출력 시 참고도판 등 이미지 포함하여 7매∼10매 사이

3. ‘단평론’의 내용은 건축과 도시의 전 영역에서 일어나는

분량)

시의성 있는 문화현상을 다루어야 함

2) 단평론 2편(상기 기준 적용한 20매 내외 분량으로, A4용지

4. 응모 시 이메일 제목 란에 “제6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출력 시 3매 분량)

응모작”임을 표기할 것 5. 원고는 파일로 첨부하길 바라며 원고 말미에 성명, 주소,

[응모자격]

전화번호를 적을 것

내외국인, 학력, 성별, 연령 등 제한 없음

6. 원고 본문의 폰트 크기는 10폰트 사용 권장 7. 이메일 접수만 받음

[사용언어]

8. 응모작의 접수여부는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에서

1) 한글 사용 원칙

확인할 수 있음

2) 내용 중 개념 혼동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괄호( ) 안에 한 자 혹은 원어를 표기하기 바람 [응모마감일] 2015년 11월 30일(월) 자정(기한 내 수시 접수)


“그의 연구들은 철저하게 공공적 가치를 우선으로 하는 것들이다. 프로젝트의 발주자들은 지자체로 대표되는 관(官)이었으나 그가 수행한 대개의 경우 발주처의 의도를 전문적으로 포장해주는 것과는 달랐다. 그에게 중요한 대상은 시장이나 군수가 아니었고, 그 지역의 주민과 문화였다. 강수미/김봉렬/김선정/김성우/김태형/박성진/변창흠/원흥재/ 이선철/이종우/전수환/장용순/정이삭/조명래 함께 지음 한국예술종합학교 도시건축연구소 기획 와이드AR 특별판 01호 | 15,000원 | 200쪽 | A4 변형 | 2015년 2월 21일 발행

때문에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가장 적절한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공동 연구를 행하면서,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합리적인 비전들을 무기로 시장과 군수를 설득하고 실무자들을 감동시켰다.” _서문에서


WIDE 건축영화공부방 -노매딕 스크리닝 4 2015년 <시즌4> 《WIDE건축영화공부방》이 노매딕 스크리닝으로 운영됩니다. 올해도 본지 독자 및 후원회원 여러분들의 변함없는 성원과 참여 기대하겠습니다. 참가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 일정을 꼭 확인 바랍니다.

▣ 제21차 상영작: 북극의 나누크(Nanook Of The North)

-감독 로버트 J. 플래허티

-제작 1922

-개관 인류 최초의 다큐멘터리 영화. 북극에서 전통적인 방식으 로 살아가는 이티비무이츠족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다. 플래허티는 감독, 촬영, 편집, 구성 등을 도맡아 1인 제 작 독립영화의 시초로 평가 받는다. 1910년 두 차례 북극 을 탐험하게 된 플래허티는 1913년 촬영 장비를 갖춰 3번 째 탐험을 떠난다. 그 촬영은 영상제작을 목적으로 한 것 이 아니었지만 1915년 4번째 탐험에 참여하면서 영화를 완성하고자 하는 생각이 커졌다. 그러나 담배로 인해 필름 대부분이 거의 불타버리는 사고가 일어난다. 이 사건을 계 기로 플래허티는 새로운 전형적인 이누이트와 그의 가족 을 다룬 작품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1920년 그는 카메라 뿐만 아니라 인화와 영사를 위한 도구를 가지고 북극으로 떠난다. 나누크라는 이누이트를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나 누크의 도움을 받아 세 명의 이누이트를 조수로 선발한다. 영사기를 가져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부족에게 자신 이 찍은 영상을 보여주며 이에 대한 피드백을 얻는 등 다 큐멘터리에 있어 참여적 제작 방식을 시행했다. 영화는 이 티비무이츠족의 생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는 것이 아니 라 그들의 과거 생활양식을 ‘재현’하는 방식을 사용해 다큐 멘터리의 진실성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 일시

2015년 8월 10일(월) 7:00~10:30pm

▣ 장소 ㈜원도시건축(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26-4) 지하 강당 ▣ 방장

강병국(간향클럽 자문위원, WIDE건축 대표)

● 참석 신청 예약 총원: 총 25인 내외로 제한함(선착순 마감 예정) ● 신청 예약 방법: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에 각 차수별

프로그램 예고 후 선착순 접수 *참가비 없음

주최

간향클럽, 미디어랩&커뮤니티

주관

WIDE건축, 와이드AR

후원

㈜원도시건축


www.MASILWIDE.com

마실 | 서울시 마포구 서강로 133(노고산동, 병우빌딩) 901호 T.02-6010-1022 F.02.6007.1251 E-mail. masil@masilwide.com

www.masilwide.com


간향 클럽, 미디어랩&커뮤니티 GANYANG CLUB, Media Lab. & Community 우리는

우리는

건축가와 비평가 및 다방면 건축의 파트너들과 함께 네트워크를

격월간으로 발행하는 잡지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구축하여 “지방locality, 지역region, 청년youth,

월례 저녁 강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땅집사향)》

진정성authenticity, 실용성practicality”에 시선을 맞추고,

건축가들의 이슈가 있는 파티 《Architecture Bridge(ABCD파티)》

“건축을 배우는 후배들에게 꿈을, 건축하는 모든 이들에게

《ICON Choice》

긍지를” 전하자는 목표 아래 건축한다는 것만으로 반갑고 행복한

건축역사이론비평의 연구자 및 예비 저자를 지원하는 《심원건축학술상》

세상을 짓는데 함께 힘을 보태겠습니다.

신예비평가의 출현을 응원하는 《와이드AR 건축비평상》 내일의 건축저널리스트를 양성하는 《간향저널리즘스쿨》

우리는

색깔 있는 건축도서 출판 《간향間鄕》 《AQ Insight Books》

건축계 안팎의 현안을 주시하며 이슈를 발굴-공론화하고,

국내외 건축과 도시를 찾아 떠나는 현장 저널 《WIDE 아키버스》

나아가 건축동네의 계층, 세대, 업역 간의 골 깊은 갈등 구조를

건축인을 위한 미술수업 《WIDE 건축유리조형워크숍》

중재하는 매개자 역할을 통해 우리 건축의 현재와 미래를

인간·시간·공간의 이슈를 영상으로 따라잡는 《WIDE 건축영화공부방》

견인하는 지렛대가 되고자 합니다. 그로써 이 땅에 필요한 건강

어린이·청소년 건축학교 《AB스쿨》

한 건축 저널리즘을 구현함은 물론 건축과 대중 사회를 연결하는

등의 연속된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또는 파트너들과 함께 수행하며

미디어 커뮤니티가 되겠습니다.

우리 건축 문화의 켜를 기품 있게 다져 나가겠습니다.

간향 미디어랩 GANYANG Media Lab.

간향 커뮤니티 GANYANG Community

[와이드AR 발행실 publisher partners]

[고문단 advisory group]

발행인 겸 편집인 전진삼

명예고문 곽재환, 김정동, 박길룡, 우경국, 이상해, 임창복, 최동규

발행위원 김기중, 박민철, 박유진, 오섬훈

대표고문 임근배 고문 구영민, 김원식, 박승홍, 박철수, 이일훈, 이충기

[와이드AR 논설실 editorialist] 고문 이종건

[후원사 patrons]

논설위원 이주연

대표 김연흥, 박달영, 승효상, 이백화, 이태규, 장윤규, 최욱

[와이드AR 편집실 editorial camp]

[자문단 creative committee]

편집자문위원 김재경, 남수현, 박영채, 박인수, 박정현

자문위원 강병국, 공철, 김동원, 김석곤, 김영철, 김정후, 김종수, 김태만,

편집장 정귀원

김태일, 박성용, 박준호, 박창현, 손승희, 손장원, 신창훈, 안용대, 안철흥,

전속사진가 남궁선, 진효숙

이경창, 이정범, 임형남, 장정제, 전진성, 조남호, 조택연, 최춘웅

디자이너 노희영, banhana project 외래기자 공을채

[협력기관 program partnerships] 심원건축학술상 심사위원회 위원 김종헌, 박진호, 우동선, 함성호

[와이드AR 유통관리대행 distribution agency]

심원건축학술상 역대 수상자 박성형, 서정일, 이강민, 이연경

서점 심상호, 정광도서

심원문화사업회 사무장 신정환

직판 박상영, 삼우문화사 [계열사 project partner] [와이드AR 제작협력 production partners]

마실와이드 대표 김명규

코디네이터 김기현, 시공문화사 spacetime

와이드플러스 이사 이경일

인쇄, 출력 및 제본 강영숙, 서울문화인쇄 종이공급 박희진, 신안지류유통

GanyangClub.com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약칭, 땅집사향) ‘건축가 초청 강의’(시즌4) 홀수 달은 선배 건축가들이 ‘Strong Architect’의 이름으로 짝수 달은 후배 건축가들이 ‘Power & Young Architect’의 이름으로 초대됩니다.

2015년 7월 | 제103차 Strong Architect 09 이야기손님 김병윤 (대전대학교 디자인.아트대학 학장, 건축가) 일시 7월 15일(수) 7:30pm 장소 토즈 홍대점 H1 방 주제 오디너리 아케이드

Ordinary arcade-단편의 표류

2015년 8월 | 제104차 Power & Young Architect 09 이야기손님 김윤수(boundaries 대표 건축가) 일시 8월 12일(수) 7:30pm 장소 토즈 홍대점 H1 방 주제 @boundaries

|주관: 와이드AR |주최: 그림건축, 간향클럽 <땅집사향>의 지난 기록과 행사참여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카페

|협찬: 시공문화사 spacetime

(카페명: 와이드AR, 카페주소: http://cafe.naver.com/aqlab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의: 02-2231-3370, 02-2235-1960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통권 46호, 2015년 7-8월호, 격월간

ⓦ <와이드AR> 주요 배본처

2015년 7월 15일 발행, ISSN 1976-7412

● 온라인 서점

2008년 1월 2일 창간 등록, 2008년 1월 15일 창간호(통권 1호) 발행

예스24

2011년 1월 19일 변경 등록, 마포 마-00047호

인터파크

ⓦ 발행인 겸 편집인 전진삼 ⓦ 발행소 간향 미디어랩 Ganyang Media Lab.

주소|(121-816)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 175(동교동, 마젤란21오피스텔 909호)

전화|02-2235-1960

팩스|02-2235-1968

독자지원서비스|070-7715-1960

홈페이지|ganyangclub.com

네이버 카페명|와이드AR

ⓦ 본지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본지에 게재된 기사나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사, 유포를 금합니다. ⓦ 1권 가격: 10,000원 ⓦ 연간구독료

1년 구독: 55,000원 · 2년 구독: 110,000원 · 3년 구독: 165,000원

ⓦ 정기구독(국내 전용) 신청방법 안내

<구독자명(기증하실 경우 기증자명 포함)>, <배송지 주소>, <구독희망 시작월호 및 구독기간>,

<핸드폰번호>, <이메일 주소>, <입금예정일>을 적으시어

· <와이드AR> 공식 이메일: widear@naver.com

팩스: 02-2235-1968

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책은 입금 후 보내드리게 됩니다.

정기구독을 하시면, 전국 어디서나 편안하게 책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당사가 독자대상으로 벌이 는 각종 행사에 우선 초대됩니다. · 무통장입금방법 · 입금계좌: 국민은행, 491001-01-156370 [예금주: 전진삼(간향미디어랩)]

알라딘 11번가 교보문고 ● 오프라인 서점 · 큰 서점 교보문고(광화문점, 02-393-3444) 교보문고(강남점, 02-5300-3301) 교보문고(잠실점, 02-2140-8844) 교보문고(목동점, 02-2062-8801) 교보문고(이화여대점, 02-393-1641) 교보문고(영등포점, 02-2678-3501) 교보문고(분당점, 031-776-8004) 교보문고(부천점, 032-663-3501) 교보문고(안양점, 031-466-3501) 교보문고(인천점, 032-455-1000) 교보문고(대구점, 053-425-3501) 교보문고(부산점, 051-806-3501) 교보문고(센텀시티점, 051-731-3601) 교보문고(창원점, 055-284-3501) 교보문고(천안점, 041-558-3501) 영풍문고(종로점, 02-399-5600) 영풍문고(미아점, 02-2117-2880) 영풍문고(명동점, 02-3783-4300) 영풍문고(청량리점, 02-3707-1860) 영풍문고(김포공항점, 02-6116-5544) 영풍문고(여의도점, 02-6137-5254)

· 구독자와 입금자의 이름이 다를 경우, 꼭 상기 전화, 팩스, 이메일로 확인하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서울문고(종로점, 02-2198-3000)

· 카드결제방법

북스리브로(홍대점, 02-326-5100)

서울문고(건대점, 02-2218-3050)

네이버카페: <와이드AR> 좌측 메뉴판에서 <정기구독 신용카드결제>란을 이용하시면 편리합니다. · 동네 서점

ⓦ 정기구독 및 광고문의: 070-7715-1960 <와이드AR>의 광고는 본 잡지를 함께 만드는 건축(가)네트워크와의 연계를 지원합니다.

지면 위에서의 1차적 홍보 효과를 넘어, 실질적 수익 효과의 창출을 위해 데스크가 함께

고민해 드립니다.

효자 책방 소란(서울 통인동, 02-725-9470) 서울서적(서울 대방동, 02-822-2137) 인천교육사(인천 구월동, 032-472-8383)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46 2015.7-8


Profile for MasilWIDE

WIDE AR vol 46, Design  

WIDE AR Vol.46 Korean Architecture Magazine

WIDE AR vol 46, Design  

WIDE AR Vol.46 Korean Architecture Magazine

Profile for widear

Recommendations could not be loaded

Recommendations could not be loaded

Recommendations could not be loaded

Recommendations could not be load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