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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WIDE ArchitectuReReport

2014.11-12

이슈 ISSUE

56

20

7팀의 건축가, 7개의 집 이야기

와이드 COLUMN

김윤수, 김민석 + 박현진, 나은중 + 유소래,

일상의 건축 | 김일현

강민희 + 김도란+ 류인근 + 신현보, 이동욱, 최장원, 한정훈

25

60

이종건의 COMPASS 39

<최소의 집> 세 번째 전시

생존주의 건축(가)

최소의 집, “그 전시는 왜 하는 겁니까?” | 정영한

<옆집 탐구>

에이라운드건축, OBBA, 이와임 30 전진삼의 PARA-DOXA 11

66 REVIEW

이름대로 될 지어다

건축 전시, 소통과 연대의 자리 | 우영선

:네이밍naming 건축사사무소 작명의 비밀 36 와이드 FOCUS 1 전시장 속의 건축 Architecture, Exhibited | 최원준

와이드 EYE 70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조화_김종성> 전 개최,

와이드 REPORT 1

2014 보관 문화훈장, 제1회 건축가협회 골드메달 수상 건축가 김종성 인터뷰

41

71

<장소의 재탄생: 한국근대건축의 충돌과 확장>

미학, 형식 그리고 건축 | 김영철

자료를 통해 만나는 한국 건축의 모더니즘 | 정다영 46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조화_건축가 김종성> 건축의 기본을 깨닫거나, 낯익은 건축에 다가서거나 | 박근태 51 <Endless Triangle with LUXTEEL> 건축가 이정훈 인터뷰

84 와이드 FOCUS 2 바다에 관한 건축 상상 글 | 조택연+정은주 그림 | 조택연+나혜연+박성희

54 <소통하는 경계, 문門> 최욱, 최문규, 조병수, 네임리스(나은중, 유소래)

와이드 WORK 90 갤러리 에이엠 Gallery AM 박유진


심원문화사업회 7차년도(2014~2015)

공모 요강

제7 회 심원건축학술상

SIMWON Architectural Award for Academic Researchers

■ 공모 요강

2-응모자의 이력서(연락 가능한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반드시 명기할 것) 1부

Ⓢ 수상작 : 1편 1) 부상 1-1 미발표작이 수상할 경우

[심사위원회(이하, 위원회)는 모든 응모작의 저작권 보호를 준수

상패 및 상금(고료) 1천만 원과 단행본 출간 지원

할 것이며, 응모작을 읽고 알게 된 사실에 대하여 표절, 인용 및 아

1-2 발표작이 수상할 경우

이디어 도용 등을 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함. 제출된 자료는 반환

상패(저자), 인증서(출판사 대표) 및 상금 1천만 원(저자)과

하지 않음]

3백만 원에 상당하는 도서 매입(출판사) 그리고 수상 도서 에 부착할 수상작 인증 라벨 지원

Ⓢ 제출처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 175, 909호

Ⓢ 응모 자격

(동교동, 마젤란21오피스텔)

내외국인 제한 없음, 단 1인 단독의 연구자 및 저자(출판사

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121-816)

대표 포함)에 한함

(겉봉에 ‘제7회 심원건축학술상 응모작’이라고 명기 바람)

Ⓢ 응모 분야

Ⓢ 응모작 접수

건축역사, 건축이론, 건축미학, 건축비평 등 건축인문학 분

접수 마감:

야에 한함

2014년 11월 15일(우편 소인 분까지, 기간 내 수시 모집)

(단, 외국국적 보유자인 경우 ‘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물’에 한함)

Ⓢ 추천작 발표 추천작 발표:

Ⓢ 사용 언어

2015년 2월 중(《와이드AR》 카페 및 개별 통지)

한국어 Ⓢ 수상작 선정

Ⓢ 응모작 제출 서류

예비 심사를 통과한 추천작에 대하여 공개 포럼을 포함한 소정의 본선 심사를 진행하며, 그 중 매년 1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하여 시

[미발표작의 경우]

상함.

 성된 연구물(책 1권을 꾸밀 수 있는 원고분량으로 응모자 자유 1) 완 로 설정)의 사본(A4 크기 프린트 물로 흑백/칼라 모두 가능)을 제

Ⓢ 수상작 발표

본된 상태로 5부 제출.

2015년 5월 중

2) 별도 첨부 자료(A4 크기 용지 사용)

1-응모작의 요약 내용이 포함된 출판기획서(자유 양식으로 2매 이내 분량) 1부

(《와이드AR》 2015년 5/6월호 지면 및 인터넷 카페에 공지)

2-응모자의 이력서(연락 가능한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반드시

Ⓢ 시상식 별도 공지 예정

명기할 것) 1부 Ⓢ 미발표작의 출판 일정 [발표작의 경우]

수상작 발표일로부터 1년 이내

1) 초판 1쇄 발행일 기준 최근 2년(2013∼2014년) 사이에 국내에서 출간된 도서여야 함. 제출 수량 5부(공모기간 중 출판사와 계약을 통해 단행본 출간 작업 중에 있는 연구물의 경우, ‘미발표작’의 제 출서류와 동일하게 제출하면 됨) 2) 별도 첨부 자료(A4 크기 용지 사용) 1-응모작의 소개서(자유 양식으로 2매 이내 분량) 1부

주최

심원문화사업회

심사위원회

김종헌, 박진호, 우동선, 함성호

기획 및 주관 《와이드AR》·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 후원

(주)엠에스오토텍

문의

070-7715-1960 3


CONTENTS

그림字 04

대안對岸

건축가 초청 강의 : Strong Architect 04

대안 對岸

98

가을 빗줄기에 비쳐오는 강(江) 건너 불빛.

박목월

이성관 상황 속에 열린 생각

---이 소슬(蕭瑟)한 경지(境地)의 대구(對句)를 마련하지 못한 채, 십오년(十五年). 반백(半白)의 연치(年齒)에 시정 (市井)을 배회(徘徊)하며 의식(衣食)에 급급하다. 다만 강

건축가 초청 강의 : Power & Young Architect 04 102

(江) 건너에서 멀리 어려오는 불빛을 대안(對岸)에서 흘러 오는 한오리 응답(應答)이냥. 어둠 속에서 이마를 적시는 가을 나무. 출처: <청담> 1964

오퍼스 김형종, 우대성, 조성기 삶과 건축의 어울림_수국마을 이야기

소슬한 경지에 도달하고자 하는 마음은 가득하나, 이룬 바 없이 나이를 먹었고 먹고사는 일에 급급한 삶을 살고 있다.

와이드 REPORT 2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로젝트 5 Heritage tomorrow project 5

도달할 수 없는 강 건너 불빛이 있고 강의 이편에 가을나무 가 있는 그런 강 풍경을 안고 흐르는 강물일 때, 그 인생 자 체가 소슬한 경지가 아닐까? 꿈이 있는 사람에게 절실함을 공감케 하는 시다.

젊은 건축가를 위한 설계 공모전 적은 차, 나은 도시_Less Cars, Better City

박목월의 시에 문학평론가 이남호(고려대 교수)가 풀이를 더했다.

110

시인이나 건축가나, 마음을 끄는 경지에 도달하려고 정진하

제안서 당선작

고자 하나, 세상사는 일이 만만치가 않구나. 그래도, 그 꿈을 이루지는 못하고 있더라도, 그것을 늘 바라보고 머리에 이고

112

사는 삶이 꿈 자체가 아닐까?

좌담 | 조민석, 박경, 김봉렬, 노명우, 이경훈

시인의 깊은 마음에 위안을 얻고 희미해진 꿈에 다시 불을 지핀다. 글/임근배(간향클럽 대표고문, 그림건축 대표)


(주)제효에서 지은 집 건축가 상상 속의 건물을 구현하다 | www.jehyo.com

분당주택 | 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 _김효만 | 사진_문정식


SCG파주연구소(2014.11.14 준공)

KARO Architects

‘가로’의 이름으로 새롭게 시작합니다.

Kijoong Kim Sunreungro 555 Sunreungbdg.403, Kangnamgu, Seoul | www.karoarchitects.co.kr


(주)건축사사무소 바인 www.vinenet.kr

2014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동 15-12 송도 코오롱 더 프라우 102동 213호


IC

ON

Choice 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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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숙 지음│ 2014년 8월 25일 출간│ 145×205 mm│4 75쪽│1 9,500원

트’ 첫번째 젝 로 프 릴레이 북 ‘ 의 평 과 건축비 널 저 축 건 한국

그래도 희망이 있는 건, 우리에게는 우리의 건축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좋은 건축가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이 다. 기자가 시간의 횟수를 더하다 보면 좋은 건축가를 만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 인지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그들은 숨은 듯 그렇게 조용히 자신의 자리에 존재해 있다. 어지럽고 바쁜 도시의 일상을 부유하듯 다다른 토요일 늦은 오후, 좋은 건축가 한 사람을 만난 기쁨을 같이 하고 싶다. - 본문 중에서 후원 운생동건축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문의 정예씨(JEONGYE publishing Company) 전화 070.4067.8952 팩스 02.6499.3373 이메일 book.jeongy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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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9. 21. 오후 11:53


1. 오후 11:53

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 <건축비평 총서> 제1탄

건축 없는 국가 [개정판]

이종건 비평집 214쪽 | 신국판, 15,000원 판매대행_ 시공문화사 영업팀 02-3147-1212, 2323 건축은 근본적으로 서구 문화의 한 양상이다. 20세기에 들어서기 전에는, 우리나라에는 그것을 가리키는 낱말마 저 없었다. 어떤 대상을 지칭할 언어가 없다는 것은, 그에 대한 개념이 부재하다는 것은, 그리하여 그로써 그것을 포획해서 그려낼 방도가 없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게, 그 세계를 밝혀낼 조망지점이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설령 서구와 다른 모종의 다른 건축 개념 혹은 정의가 우리에게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을 드러낼 수 있는 거울은 서구의 것밖에 없다. 이것은 정체성 개념의 이치와 정확히 똑같다. 나의 정체성은 타자에 의해서만 규정될 수 있 다. 우리나라와 우리 건축을 서구 좌표계에 배치시키려 드는 것은 근본적으로 그러한 인식론적 불가피성/필연성 에서 연유한다. 그리함으로써 나는 다음의 욕심을 품는다. 서구 좌표계에 배치할 수 없는, 혹은 강제로 배치할 경 우 균열이나 변형 곧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그러한 형국의 조건을 생성할 지반을 우리 건축에 만들어낼 실 마리를 찾는 것이다. 저자 이종건 | 경기대학교 교수. 저서로 『건축의 존재와 의미』, 『해체주의 건축의 해체』, 『해방의 건축』, 『중심이탈의 나르시시즘』, 『텅 빈 충 만』, 『문제들』 등이 있고, 역서로 『기능과 형태』, 『추상과 감통』, 『차이들: 현대 건축의 지형들』, 『건축 텍토닉과 기술 니힐리즘』, 『건축과 철학: 건축과 탈식민주의 비판이론, 바바』 등이 있고, 작품으로 한국건축가협회 초대작가 전에 출품한 <삼가>가 있다. 최근 비평저널 <건축평단> 창 간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제5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공모 본지는 2010년 이래 꾸밈건축평론상과 공간건축평론신인상 수상자들의 모임인 건축평론동우회와 손잡고 《와이드AR 건축비평상》을 제정하여 신진 비평가의 발굴을 모색해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 건축평단의 재구축은 물론 건축과 사회와 여타 장르를 연결하는 통로로서 건축비평의 가치를 공유하는 젊은 시각의 출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역량 있는 새 얼굴들의 많은 관심과 응모를 바랍니다.

주최

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

[당선작 발표]

주관

와이드AR

2015년 1월 중 개별통보 및

후원

건축평론동우회

《와이드AR》 2015년 1/2월호 지면 및 2015년 1월 초 네이버카페

공모요강

《와이드AR》 게시판에 발표

[시상내역] 당선작 1인

[심사위원]

기타(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당선작 외에도 가작을

수상작 발표와 함께 공지 예정

선정할 수 있음) [시상식] [수상작 예우]

2015년 3월(예정)

당선작 상장과 고료(100만원) 및 부상 가작

상장과 부상

공통사항

[응모작 접수처] widear@naver.com

1) 《와이드AR》 필자로 우대하여, 집필 기회 제공 2) ‘건축평론동우회’의 회원 자격 부여

[기타 문의] 대표전화: 070-7715-1960

[응모편수] 다음의 ‘주평론’과 ‘단평론’을 동시에 제출하여야 함.

[응모요령]

주평론과 단평론의 내용은 아래 ‘응모요령’을 반드시

1. 모든 응모작은 응모자 개인의 순수 창작물이어야

확인하고 제출바람

함. 기존 인쇄매체(잡지, 단행본 기타)에 발표된 원

1) 주평론 1편(200자 원고지 50매 이상~70매 사이 분

고도 응모 가능함.(단, 본 건축비평상의 취지에 맞

량으로, A4용지 출력 시 참고도판 등 이미지 포함하여 7매~10매 사이 분량) 2) 단평론 2편(상기 기준 적용한 20매 내외 분량으로, A4용지 출력 시 3매 분량)

게 조정하여 응모 바람) 2. ‘주평론’의 내용은 작품론, 작가론을 위주로 다루어 야함 3. ‘단평론’의 내용은 건축과 도시의 전 영역에서 일어 나는 시의성 있는 문화현상을 다루어야 함

[응모자격] 내외국인, 학력, 성별, 연령 등 제한 없음

4. 응모 시 이메일 제목 란에 “제5회 와이드AR 건축 비평상 응모작”임을 표기할 것 5. 원고는 파일로 첨부하길 바라며 원고 말미에 성명,

[사용언어]

주소, 전화번호를 적을 것

1) 한글 사용 원칙

6. 원고 본문의 폰트 크기는 10폰트 사용 권장

2) 내용 중 개념 혼동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괄호( )

7. 이메일 접수만 받음

안에 한자 혹은 원어를 표기하기 바람

8. 응모작의 접수여부는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 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음

[응모마감일] 2014년 11월 30일(일) 자정(기한 내 수시 접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올해로 9년차를 맞이한 땅집사향은 향후 2년여에 걸쳐

(약칭, 땅집사향)

가지고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4’>로 그분들이 관심하는

홀수 달은 선배 건축가들이 ‘Strong Architect’의 이름으로 초대되며 짝수 달은 후배 건축가들이 ‘‘Power & Young Architect’의 이름으로 초대됩니다.

우리 건축의 선후배 건축가들을 가로지르는 기획을 건축의 주제를 듣고 묻는 시간으로 꾸립니다.

[땅집사향_소개의 글] 땅집사향은 2006년 10월 이래 매월 한차례, 세 번째 주 수요일 저녁에 개최되어 왔습니다.

11월(제95차)과 12월(제96차)의 이야기손님과 주제의 방향

> 1차년도(2006~2007)

12회에 걸쳐 국내의 건축책의 저자들을,

> 2차년도(2007~2008) 6회에 걸쳐 국내의 건축, 디자인, 미술 전문지 편집장 및 일간지 문 화부 데스크들을, > 3차년도(2008~2009) 20회에 걸쳐 30대 중반~40대 초반에 걸친, 국내의 젊은 건축가들 을 초청하여, 그들의 건축세계를 이해하는 시간 <나의 건축, 나의 세 계>로 갖은 바 있습니다. > 4차년도(2010)

12회에 걸쳐, 3차년도의 연장선상에서

40대~50대의 중견건축가들을 초대하여

‘시즌 2: POwer ARchitect_내 건축의 주제’를 기획한 바 있습니다.

> 5차년도(2011~2012)

2014년 11월 제 95 차 Strong Architect 05

24회에 걸쳐 <건축가 초청강의 ‘시즌 3’>로 기획하여

이야기손님 곽재환(건축그룹 칸 대표 건축가)

차세대 건축을 리드할 젊은 건축가들을 초대,

일시

11월 12일(수) 7:30pm

장소

그림건축 안방마루

주제

인간의 장소-삶·앎·놂·풂·빎

그들이 현재 관심하고 있는 건축의 주제와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듣고 물었습니다. > 6차년도(2013~2014) 전반기 6회에 걸쳐 ‘건축기획’에 초점을 맞춘 6회의 강좌를 진행하여 이 분야의 연구자, 활동가, 행정가의 현장 이야기를 들었 습니다. 후반기 6회에 걸쳐 <건축사진가열전>(시즌1)로 국내의 내로라하는 건축사진가를 초청하여

‘이미지 건축의 거처’ 주제로 건축 사진의 세계를 접했습니다.

[행사 당일 시간표]

7:30pm-9:30pm 발표 및 질의응답

9:30pm-10:30pm 뒷풀이

[참가 신청방법]

사전 예약제(네이버 카페 <와이드AR> 게시글에 신청)

[참가비]

5천원(현장 접수, 사전 예약자에 한함.

*사전 예약 없이 현장에서 등록할 경우: 1만원)

|주관: 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약칭, 와이드AR) |주최: 그림건축, 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 |문의: 02-2231-3370, 02-2235-1960

2014년 12월 제 96 차 Power & Young Architect 05 이야기손님 이은경(EMA건축 대표) 일시

12월 17일(수) 7:30pm

장소

그림건축 안방마루

주제

공유하는 장소, 거주하는 장소

*<땅집사향>의 지난 기록과 행사참여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카페 (카페명: 와이드AR, 카페주소: http://cafe.naver.com/aqlab)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NES Ⓦ 건축영화스터디클럽

NESⓌ건축영화스터디클럽 <시즌3>, 12월 17차 프로그램(송년모임) 참가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 일정을 꼭 확인 바랍니다.

주최 간향 미디어랩 & 커뮤니티

주관 와이드AR

Enric Miralles

후원 NES코리아(주)

스코틀랜드 의사당

◆ 14th: 6월 3일(화) 7:00pm

◇ 장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682-14번지 KcAL건축연구소

상영작: 오브젝티파이드(Objectified)

◇ 강사: 강병국(본지 자문위원, WIDE건축 대표)

게리 허스트윗 감독, 2009

◇ 참석대상: 고정 게스트 20인 및 본지 독자와 후원회원 중

개관: 일상의 디자인에 관한 영화

사전 예약자 포함 총 30인 이내로 제한함

◆ 15th: 8월 12일(화) 7:30pm 상영작: 비주얼 어쿠스틱스(Visual Acoustics)

● 사전 예약 방법: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에 각

에릭 브릭커, 2008

차수별 프로그램 예고 후 선착순 예약접수

(*참가비: 5천원 또는 선물지참, 현장접수)

개관: 세계적인 건축 사진작가 줄리어스 슐먼에 관한

다큐멘터리

◇ 주요 프로그램

(*본 프로그램은 주최 측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음)

◆ 16th: 10월 7일(화) 7:30pm 상영작: 푸르이트 아이고(Pruit-Igoe)

◆ 12th: 2월 10일(월) 7:00pm

차드 프리드리히 감독, 2011 개관: 근대건축의 종지부를 찍는 역사적 사건을 다룬

상영작: 마천루(Fountainhead) 킹 비더 감독, 1949

건축 다큐멘터리

개관: 건축영화의 영원한 고전!!

◆ 17th: 12월 2일(화) 7:00pm ◆ 13th: 4월 7일(월) 7:00pm

상영작: 홀리루드 파일(The Holyrood File)

상영작: 레이크 하우스(Lake House)

스튜어트 그릭 감독, 2005

알레한드로 아그레스티 감독, 2006

개관: 스페인 건축가 Enric Miralles의 작품 스코틀랜드

개관: 전형적인 헐리웃 건축가 영화

의사당 건축에 얽힌 정치적 마찰과 스캔들을 다룬 영화


에디토리얼

2014 년은 어땠을까

한 해를 마무리하며 으레 쓰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

젊은 건축가들의 약진은 올해 또 하나의 성과다. 여러 형

이 이처럼 실감나게 들린 적은 없었다. 봄의 기운을 빌어

태의 행사, 이를테면 세미나, 심포지움, 전시 등을 통해

새 마음을 품어 보는 것도 잠시, 바다에서 벌어진 기막힌

자신의 건축 작업과 생각을 피력하며 당당하게 나아가

비극은 오랫동안, 아니 지금까지도 나라 전체를 분노와

는 젊은 피의 등장은 세대론을 논하게 하고 다양한 건축

비탄에 빠지게 했고, 그 이후로도 줄줄이 벌어진 상상조

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했지만, ‘사유의 방식’을 드러내기

차 할 수 없는 비극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보다 ‘생존’이란 화두에 천착하는 모습에 우려를 표시하

본지 39호 <COMPASS> ‘윤리적 건축’에서 이종건 교수

는 기성 건축인들 또한 없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은 건강

는 모든 형태의 큰 사건들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우리 사

하고 생산적인 고민에 기꺼이 동참하는 젊은 건축인들이

회 전 영역에 깊이 뿌리내린 극악한 이기주의, 곧 윤리의

더 많다. 건축의 공공성을 고민하며 도시 내 공동 주택의

소멸을 들면서 우리 사회의 윤리 의식을 제대로 복구시

야무진 대안을 펼쳐내 보인 일단의 젊은 건축가들도 그

키지 않는다면 참사가 거푸 일어나지 않으리라 누구도

중 한 사례이다.(와이드AR no.41)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윤리 의식, 좁혀서 윤리 적 건축에 대한 제언은 당시 많은 건축인들에 의해 SNS

여전히 지식오퍼상(와이드AR no.40, 쇠락기의 문화와

를 달구기도 했다. 알다시피 윤리적 건축을 논하는 것은

예술, 함성호)들은 판을 치고 건축 사회는 죽은 지식의

일회적일 수 없다. 물론 논의를 펼치는 것도, 실천하는

사회(와이드AR no.41, 죽은 지식의 건축 사회, 이종건)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윤리적 건축은 “두고두고 숙

그대로다. 그리고 건축 지식인의 빈곤은 한국 건축 잡지

고하고 논의해야 할 사유거리”, 건축인들의 숙명과도 같

시장의 불안정한 생태계를 조성한다.(와이드AR no.40,

은 것이다.

DOCUMENTUM의 탄생을 축복하며, 전진삼) 상황은 그러하지만, 올해 <C3>는 창간 30주년을, <건축문화>는

한편, 국가적 슬픔으로 헛헛해진 건축계에 낭보가 전해진

통권 400호를 맞았다. 발행 주체가 바뀐 <SPACE>도 고

것은 6월 초의 일이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이 커미셔

군분투하고 있고 새로운 건축지 <DOCUMENTUM> 또

너 조민석의 국제적 감각과 네트워크에, 남북의 역사와

한 좋은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게다가 조만간 등장하

건축의 관계를 조명한 주제(한반도 오감도)로 영예의 황

여 건축 지식인들을 깨울 <건축평단>은 내심 기대를 갖게

금사자상을 거머쥔 것이다.(와이드AR no.40) 그로써 한

한다.

걸음 더 도약한 그는 여세를 몰아 국내외 안팎으로 한층

.

열정적인 활동을 펼치며, 최근에는 자신의 작업을 되돌아

.

보는 첫 번째 개인 건축 전시를 열기도 했다.

.

그러고 보니 올해는 건축 전시가 풍년이다. 지난 1월에

그리고. 또. 다시. 2015년.

열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이타미 준: 바람의 조형> 전(와이드AR no.38)을 필두로 이번 호 본지에 소개되는 여러 전시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전시들이 열렸다. 또, 한편에서는 전시를 위한 공간들이 여기저기 새롭게 둥지 를 틀기도 했다. 지난 3월 김중업 박물관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가 나란히 문을 열었고(와이드AR no.39), 양 주 시립 장욱진미술관이 개관하면서 김수근 문화상을 수 상하기도 했다.(와이드AR no.40)

글 | 정귀원(본지 편집장)


와이드 COLUMN

일상의 건축 김일현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의식주

Issue

건축에서 부분과 전체의 관계에 대한 고민과 마찬가지로, 한 사회와 이를 구성하는

ISSUE

개인 사이의 관계에 대한 생각도 몇 마디로 쉽게 설명하기 힘들다. 건물 하나하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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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인다고 해서 도시가 되지 않듯이, 개인의 집합이 자동적으로 사회나 공동체를 구

일상의 건축 | 김일현

성하지는 않는다. 부분의 합이 전체보다 크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각 사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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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을 무엇에 비교할 수 있을까. 각각의 사람은 아직 쓰이지 않은 채 걸어 다니는 책과 같다. 운 좋게도 인류사와 개인

이종건의 COMPASS 39 생존주의 건축(가) 30

사에 대한 생각과 상상을 실타래를 뽑듯 기록할 기회가 주어진 사람들을 우리는 작

전진삼의 PARA-DOXA 11

가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어렵게 입을 여는 술자리

:네이밍naming 건축사사무소 작명의 비밀

나 한 줌의 친구들과의 가슴 열린 대화의 자리를 제외하면 그런 내면의 이야기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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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는 기회조차 드물게 주어진다. 그나마 소셜 네트워크의 발달로 인해 그 어느 때보 다도 자신의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며 실시간으로 자신과 남의 상태를 확인하 는 것이 가능해졌다. 여전히 사람들은 많은 여가 시간에 드라마나 리얼리티를 연기 하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소비한다. 혹은 정교한 문화산업의 장치로 인해 자신이 자 발적으로 선택한다는 착각 속에서 가공된 입장을 취하도록 유도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기대치 않은 자리에서 뜻 깊은 이야기를 접할 때도 있다. 부모님께서 마음 속에 꽁꽁 숨겨 놓으셨던 과거의 단편을 건네실 때도 있고,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다. 그 기억 속에 담고 있는 전쟁, 경제개발, 독재의 시대, 민주 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각 사람이 근현대사의 고유한 기록물과 같다는 생 각도 하게 된다. 사실 개개인은 인류사의 결집체라는 말을 해도 과언은 아니다. 왜냐 하면 개인의 신념에 따라 소급해 올라가면 결국 인류 최초의 인간 혹은 최초의 생명 체가 되었던 그 근원에 도달하게 되기 때문이다. 의식주에서 삼각형의 한 꼭지점을 차지하는 건축은 나머지 둘에 비해 시간의 흐름을 잘 견디는 물리적인 특성을 지닌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다른 둘에 비했을 때의 지 속성보다는 세 가지가 함께 어떻게 일상과 역사와 연관되는지의 여부이다. 사실 인 류가 세끼를 먹게 된 배경에는 산업화와 노동의 분화에 근거하여 생활의 주기를 조 성하고 효율성을 증진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도 이전에 두 끼밖에 먹지 않았다는 말 이 있고, 혹자는 농활에서 먹었던 꿀맛같은 새참을 생각하면서 이에 대해 반박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과거의 어느 시점을 두고 논쟁을 하기 전에 지금의 상황에서 되돌아 보면 그 습관과 관행은 끊임없이 바뀌면서 현대사회의 풍속을 숨김없이 증언해 왔 다. 우리의 입맛도 변했지만 음식을 바라보는 시각도, 그리고 음식 자체도 그대로 남 아있진 않는다. 한때 미원이나 다시다를 넣지 않으면 음식에 맛이 나지 않는다고 생 각하는 시절이 있었다. 단돈 5천 원도 하지 않는 고기뷔페에서 배불리 먹은 적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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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COLUMN

이름대로 될 지어다

와이드 FOCUS 1 전시장 속의 건축 Architecture, Exhibited | 최원준


Wide Issue | 와이드 이슈

을 것이다. 닭발이나 돼지껍질이 웰빙과 함께 유행한 적도 있고, 닭강정을 간식으로 즐겨 먹은 적도 있다. 요즘에는 럭셔리한 김밥이 유행하는데 이 역시 감자튀김 맥주 집과 함께 언제 그 유행이 그칠지는 알 수 없다. 이렇게 인류의 역사를 통해서 즐겨 먹고 검증된 요리가 지속되는 반면 계속해서 새로운 종류의 음식이 등장하고 사라진 다. 어쩌면 그 주기는 건축보다 더 신속하고 변덕스럽기까지 하다. 먹고 살려고 일한 다고 말하지만, 실제 매끼를 결정하는 순간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미각을 기 대한다는 측면도 건축과 접점을 이룬다. 음식에는 역사와 일상이 내재되어 있고, 음 식은 이를 매개해 준다. 나아가서 음식은 역사와 일상과 도시를 통합시켜 준다. 미시 사에서 하나의 벽돌 안에 수많은 사연이 연결되어 있듯이, 요리 한 접시의 주변에는 수많은 사물과 사상, 그리고 사건이 혼재한다. 그리고 그 안에 응축된 문화는 개개인 에게 일생의 구체적인 사건을 기억하게 해 주는 단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건축과 음식은 다양한 재료로 종합체를 만든다는 점에서도 매우 흡사하다. 둘 다 오 랜 시간 동안 인근에서 취할 수 있는 자재를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왔다. 세 계화의 시대에 국경을 넘어선 더 많은 출처의 성분들로 구성되기에 이르렀다는 면도 유사하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가 배우고 가르쳐 왔던 역사에 대한 시각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생기게 된다. 양식이나 구법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이 역사가 명료하지는 하지만 다음의 두 가지를 제거한 상태로 이를 섭취하게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하나는 건축가나 건축주 를 제외하면 그 건축물이나 마을 혹은 장소와 관련된 사람들의 일상에 대해서는 거 구성하는 재료의 물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건축물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다. 하지만 막상 그 건물이 속한 역사, 그리고 무엇보다 일상과의 연관성에 대한 이해는 보다 다른 시각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래서 건축과 관련된 다양한 주 제들을 엮어 주는 것이 바로 음식이다. 두 번째로 역사의 학습에 있어서의 반성은 연 관성에 대한 부재에서 기인한다. 선형적으로 진행되는 역사를 사실의 나열처럼 외우

와이드 COLUMN

의 가르쳐주는 바가 없다는 것이다. 자세하게 건물을 분류하거나 조금 낫게는 이를

기는 했지만,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교류사적인 접근은 상당히 빈곤하거나 제약되어 왔다. 그렇지 않아도 조선시대의 해금정책과 분단으로 인해 섬과 같이 고립된 우리 의 현실은, 교류사가 아닌 차단된 온실과 같은 재귀적인 역사의 교육으로 인해서 한 정된 역사의 학습 뿐만 아니라 현재의 역동적인 현실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은 둘째 치고 사고의 제약을 가져왔다. 교류사는 단순히 주변국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현재의 역학관계, 문화의 수용과 변형, 그리고 과거를 포함한 시간성의 입체 적인 구상과도 직결된다. 일상의 장소 미시사와 교류사가 검증되는 현장은 바로 일상이며, 그 구체적인 무대는 도시이다. 도시를 만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여행을 가기 전에 수도 없이 많은 정보를 모으고 추스려서 준비된 상태에서 실속있고 알차게 장소를 방문할 수 있다. 혹은 어 느 철학자의 말처럼 길을 잃는 법을 가장 먼저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어느 가수의 말처럼 방구석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상상 속에서 전혀 부족하지 않 은 가상적인 여행을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바람직한 여행의 방식은 이 모든 세 가지가 적절하게 비빔밥처럼 배합된 상태일 것이다. 여행을 떠나면 주로 접하게 되는 것은 자연 아니면 건물이 만들어 낸 풍경이다. 도시 를 방문하는 경우 후자가 더욱 일반적일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기에 아무도 묻지 않 는 질문들이 있다. 지구상에 과반수가 넘는 인구들이 도시인이라고 부를 정도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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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2 | Wide AR no.42

류사 초유의 도시 전성시대에 사는 지금, 왜 이렇게 도시에 모여 살고 있을까? 도시 가 인간이 만든 가장 커다란 작품임은 분명하지만, 도시처럼 공해를 유발하고 모든 것을 삼키는 반자연적인 장소도 없다. 이곳은 모순이 공존하며 그 아무 것도 변증법 적으로 통합되지 않는 장소이다. 가장 많은 접촉이 일어나면서도 너무나도 고독한 장소이기도 하다. 실존적인 개체가 익명적 다수로 남겨질 것을 요구받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시에 거주한다는 자체가 여행이다. 도시에 발을 디딘 순간 모두 자연 스럽게 유목민이 된다. 단 도심형 유목민들은 생업을 위해 결집하거나 공유하는 가 치가 있기 보다는 잠시 인스턴트 커뮤니티를 일과 우연에 의해 이루고 있을 뿐이다. 도시의 여러 장소 중에 더 밀착감이 있는 곳도 있고, 친숙함의 정도가 다른 곳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 잠정적일 뿐이다. 마치 달팽이가 가는 길에 진을 남기듯 그 흔적은 잠시 남아 있지만, 다시 먼 곳으로 이동하면 이는 증발하고 오직 기억에만 남아 있게 된다. 유치하게 들리지만 인생을 여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결국 삶의 모든 것은 넓 은 의미에서 여행의 일부이다. 건축여행이나 도시답사의 꽃은 여전히 음식이다. 역설적으로 들릴지는 모르지만, 좋 은 건축물이 있는 곳에는 근사한 밥집들이 꼭 근처에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듯이, 좋은 음식이 빠진 답사와 여행은 아무리 머리로 감동적이라고 되뇌여도 같 은 몸의 일부인 위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익숙한 삶의 공간을 떠나면 의식주와의 관계는 급격하게 달라진다. 요리를 하는 것도 즐거움이지만, 남이 정성스럽게 만들

와이드 COLUMN

어 주는 음식을 먹는 것도 더할 수 없는 기쁨이다. 이러한 이동성과 장소와의 밀착성 을 잘 표현해 주는 것이 이슬람의 휴대용 양탄자이다. 하루에 다섯 번 기도해야 하기 때문에 어디든 펼치고 메카를 향하면 즉시 거룩한 축이 형성된다. 우리의 방석도 이 와 다를 바가 없다. 동남아시아의 음식문화에서 방석에 비견할 수 있는 것은 바나나 잎이다. 아무데나 방석을 놓으면 거실이 되고 쉼터가 되듯이, 음식이 포장된 바나나 잎을 펼쳐 놓는 순간 길거리는 식당이 된다. 30년 전만 해도 아동들에게 바다나는 천 상의 열매와도 같이 일 년에 한 번 정도 소풍을 갈 때나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 다. 바나나는 동남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과일이다. 수출로 인해서 가공되어 논쟁 적인 절차를 통해 이제는 너무나 쉽게 구할 수 있고, 역시 더운 열대기후의 나라에서 는 길에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공터에서도 혼자서 열리는 흔한 식물이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생존을 보장해 주는 음식이 되기도 한다. 그 잎사귀는 널찍하고 연하고 색이 청초하다. 방수의 효과도 있고 잎사귀의 결이 아름다워서 일찍이 열대기후에서 사는 사람들은 바나나 잎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 법을 터득했다. 더운 이 기후에 서 이 가볍고 쉽게 교체가 가능하면서 비를 막을 수 있는 잎을 집의 지붕과 담을 만 드는 데에 사용하였다. 잎의 유연한 성질 덕분에 원하는 식으로 구부리거나 가공하 여 넓은 범위를 가리고 작은 틈을 메우는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그 활용이 가능했다. 풍부하고 가까이에서 구할 수 있는 바나나잎이 견고하지는 않지만 유용한 건축자재 로 활용되었다. 대나무에 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동남아시 아에서는 종종 바나나 잎사귀에 포장해서 익힌 밥을 만날 기회가 있다. 골목이나 나 무 그늘 아래, 혹은 비를 피할 수 있는 상가의 저층부 등 그 어느 곳이든지 상관없이 그늘을 찾아 바나나 잎사귀를 펼치는 순간 그곳이 식당이 되고, 잠정적인 안식처가 된다. 그리고 음식을 매개로 하여 무엇보다 사람들을 만나고 나의 일부가 되는 음식 을 먹으면서 그 장소와 하나가 된다. 여행 중에 도시에서 가장 사람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은 길과 광장이다. 광장은 대 략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권력자가 자신을 기념하기 위해 기하학적으로 단 기간에 조성하는 경우가 있고, 다른 경우 시간에 따라 채소나 야채를 파는 시장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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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 와이드 이슈

할을 한다. 후자의 경우에 주로 부속건물이 있어서 저층부에는 창고나 육류와 관련 된 매점들이 있고, 그 위에는 공무를 보는 시설이 놓여져 한 지역사회의 거점 역할을 한다. 이러한 광장은 우리에게 그렇게 익숙한 장소는 아니지만, 이 역시도 전근대적 인 개인의 기념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지로 성격이 바뀌고, 그 주변의 시설들도 계속해서 변화를 보여 준다. 이렇게 신전이나 종교시설 앞에 제의를 위해, 그리고 이 후 시청과 같은 관료적인 건물 앞에 기념적인 장소로 광장이 만들어졌지만, 역시 민 초나 시민의 삶을 더욱 가까이서 보여 주는 공간은 광장이기보다는 길과 재래시장 일 것이다. 길은 무언가가 항상 벌어지는 곳이며 거대한 기계 같기도 하고 유기적인 생명체와 같은 도시가 시작된 지점이다. 전통시장은 도시의 심장이고 살아있는 도시 의 보고이다. 거의 모든 인류사의 도시는 시장에서 시작되었다. 거주하는 이들의 일 상이 도시의 생존을 가능하게 만든다. 도시가 끊임없이 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듯 이, 이곳도 예외는 아니다. 시장은 여전히 작동하는 장소라는 면에서 많은 매력을 지 니고 있다. 최근에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으로 대체되지만, 비슷한 듯하면서도 시장은 규모를 떠나 근본적인 차이를 그 속성으로 지닌다. 한쪽 계산대에서나 사무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과는 달리 시장에서는 동시대에 살아가는 사람을 통해 물건을 접하 게 된다. 사소한 채소나 천 조각이 매개가 되어 사연이 담긴 사물을 구매하고 기억을 남긴다. 재래시장은 도시에서 가장 기능적이거나 허술하고 심지어 비위가 상할 정도 로 지저분한 곳이기도 하지만, 여기를 오간 사람들의 발자국, 그리고 매일 힘겨운 일 을 하면서 나은 현재와 미래를 그렸던 꿈의 잔흔들을 떠올리면 우리가 생각하는 틀 아의 대부분 재래시장이 그렇듯이, 어쩌면 다른 곳보다 약간 넓은 길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는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는 매체와 같은 장소이며, 세련된 건축 공간 이론보다 앞서가는 현실의 역동성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공생의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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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벗어나서 생생하게 사람들의 삶을 기록하는 기념적인 장소임을 알 수 있다. 아시

지금까지 선진국 진입에 대한 열의가 집단적 차원에서 나은 미래라는 결과를 위해 현재의 희생이라는 수단을 정당화해 왔다. 소득 2만 불 시대가 되었지만, 이제는 동 일한 시각이 보다 미시적으로 가족, 그리고 개인의 삶 속에 더욱 세밀한 형태로 보 다 강력하게 작용한다. 미래를 위한 현재의 희생은 과연 당연한 것인지, 통계적 측면 에서 합리적으로, 그리고 감성적 측면에서 심리적으로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현재 통계에 의하면 한 장소에서의 정주성이 3년과 4년 사이에 있다고 한다. 다른 말로 한 가족이나 개인이 30년 동안 대략 8회 정도 이사를 하게 된다. 이러한 면 을 낭만적으로 생각해서 우리가 모두 유목민이라고 부를 수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얼마나 일상이 치열한 속도로 전개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줄 뿐이고, 한 장소 에 개인이 뿌리를 잠정적으로 내렸다가 거두고 이를 반복해야만 하는 조건을 적나라 하게 보여 준다. 도시에 대한 밀착성은 일상생활의 질을 결정한다. 하지만 여전히 학 군과 전세 계약의 기간, 그리고 획일화된 주거환경을 지배하는 단기적인 목적은 장 소에 대한 애착에 비해 우위를 차지한다. 좋든 나쁘든 간에 이와 같이 우리의 도시는 한시적 혹은 잠정적 공동체로 구성되어 있다. 어쩌면 한 세대를 넘기지 못하는 이 도 시의 건물들과 그리 운명이 다르지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단기간의 수익을 위 해 치고 빠지는 날치기식의 개발이 일관되어 왔고, 도시공간의 개선의 가능성에 대 해 재생과 공동체를 이제서야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초토화되어 사라진 초가 집과 전통가옥을 인위적으로 복제하여 마을을 만들려는 시도와 마찬가지로 단기적 으로 외형을 만들려는 시도는 속도전쟁으로 지친 사회의 대안으로 제시되기는 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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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2 | Wide AR no.42

다. 장소의 구현을 통한 도시의 개선은 공동의 이익에 대한 관심, 그리고 상호배려를 전제로 한다. 이를 위해 가장 긴급한 과제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도시의 변화에 시 간의 축을 복원하는 것은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물리적 도시만큼 중요한 것은 도시 에 대한 자세와 정서이다. 자존감, 자족성, 상호배려, 인본적 가치의 도시 내 구현을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희망일까. 일단 각 나라의 도덕적 수준이 되는 교통질서를 보 면 우리의 미래는 참담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관행이라는 이름으 로 상식의 수준을 평균 이하로 끌어내리고, 원칙을 지키는 정직한 사람이 바보로 평 가되고 이를 어기며 이득을 보던 자가 지적을 받으면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상황 역시 처참할 뿐이다.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는 구호가 전국토에 울려퍼진 지 벌써 40년이 지났다. 분명 그때에 비해서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생활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다. 선 진국이라는 번역하기 어려운 단어는 분명 한국현대사의 질주에 있어서 중요한 동인 으로 작용해 왔다. 시민혁명과 산업화, 그리고 도시화에 의해 점차적으로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근대화의 도식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토록 역사를 하 나의 직선으로 보는 우를 여전히 범하고 있지는 않을까.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현재 는 항상 불행할 수 밖에 없다. ‘오늘보다 내일’, 혹은 ‘남보다 더’로 요약되는, 우리의 일상과 사고까지 지배하는 이러한 사고는 현재를 미래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과정으 로 단정한다. 나아가서, 앞선 사례를 모방해야 하는 절박함 때문에 창의적인 사고는

와이드 COLUMN

실현된 기회를 박탈당해 왔다. 하지만 애당초 서양에서 200년에 걸쳐서 진행된 근대 화와 압축적으로 50여 년간 경험했던 우리의 현대사는 근본적으로 성격을 달리한다 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국수주의와 사대주의의 양극화를 넘어서서 이렇게 본 다면 어떨까. 식민지, 개발주의, 군사독재, 전쟁, 냉전, 분단, 이데올로기적 대립, 민주 화, 세계화 등은 질곡이나 모순이 아니라 세계의 모든 민족과 국가가 시기를 달리하 여 경험하는 사건들이다. 별자리와 같이 입체적인 역사적 공간에 놓여 있는 이 사건 들과 그 여파는 우리의 현대사뿐만 아니라 제3세계의 모든 나라의 경험을 이해할 수 있는 정서적 기반이다. 그리하여 그 동안 선진국에 비해 열등하거나 후진적이었다고 폄하되었던 우리 현대사의 역사적 경험은 소중한 문화인류학적 유산으로 자리잡게 된다. 불가피한 핵가족의 분열상에서 철저하게 개인주의적이지만, 동일한 배려로 상 대방을 존중하는 집합을 꿈꾼다. 어쩌면 한 도시와 사회의 개선은 음식이 있는 밥상, 그 밥상이 놓인 식당이나 집, 그 주변에 앉은 사람들이 함께 음식을 먹으며 나누는 정서에서 시작되어야 할지도 모른 다. 그리고 다시 이 모든 질문은 개인으로 회귀한다. 아감벤은 개인과 시간에 대한 고 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었다. “인간은 시간 속으로 빠져들어 가기 때문에 역사적 존재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와 정반대다. 오직 그가 역사적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 은 시간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자신을 시간화할 수 있는 존재이다.” 도시가 거기 사 는 사람들의 자화상이라고 하는데, 사실 도시는 그들의 시암 쌍둥이다. 이는 거주자 들의 연장된 신체이며 욕망의 구현체이다. 오르한 파묵이 자신이 사는 도시에 대한 사랑을 피력한 적이 있는데, 일체화된 실체이기에 사랑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넘어 선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인간을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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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 와이드 이슈

이종건의 COMPASS 39

생존주의 건축(가) 이종건 간향클럽 고문, 경기대학교 대학원 교수

Issue

친하다 싶은 사람 두세 명에게 내가 전한 일화다. 아직도 생생할 만큼 충격적이라 뇌리에 박혀 있다. 건축가들이 자신의 작업을 발표하는 어느 작은 모임이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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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에는 들을 만할 것이라는 귀띔을 받아 곤한 몸을 닦달해서 나갔다. 푸릇한 인상

일상의 건축 | 김일현

의 ‘젊은 건축가 커플’이었다.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침묵이 약간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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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워 물었다. 발표한 내용들이 발표 주제와 전혀 상관이 없지 않느냐. 침묵이 잠시

이종건의 COMPASS 39 생존주의 건축(가) 30 전진삼의 PARA-DOXA 11

린데 뭔 그런 질문을 하느냐’는 요지였다. 말에 격한 감정이 묻어났다. 돌아보니 어 디선가 한 번 본 듯도 했다. 사태를 보아하니 자신 또한 젊은 건축가라, 그래서 비슷

:네이밍naming 건축사사무소 작명의 비밀

한 처지에 있는 터라 동질감으로 인해 전의가 불쑥 솟구친 것 같았다. 불쾌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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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엄습했다. 내 질문을 ‘그’가 받아치는 것도 사리에 합당치 않지만 공론장의 발표

와이드 FOCUS 1 전시장 속의 건축 Architecture, Exhibited | 최원준

와 질의응답을 ‘생존 문제’로, 그것도 감정으로 봉합하려 드는 것은 더더욱 이해하 기 어려웠다. 응수할까 생각하다 참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넘겼다. 나중에 보니, 그 또한 ‘젊은 건축가상’을 받은 커플 중 한 사람이었다. ‘젊은 건축가상’이 어느새 7회를 넘겼다. 올해까지 쳐서 그동안 16명의 단독 건축가 와 11개의 팀 건축가, 총 39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건축가로 입봉한 사람이 이렇

이종건의 COMPASS 39

이름대로 될 지어다

흘렀다. 그리고서 등 뒤에서 날카로운 발언이 불쑥 나왔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소

게 많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우리 건축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만큼, 우리 건축 문화 지형에 끼치는 영향이 결코 적지 않다. 이들 중 여럿은, 순전히 그 덕분에 일간 신문 지면에 자신들의 얼굴과 작품이 실리는 기회를 얻기도 하고, 공개 강의 형식으 로 자신의 작품들을 많은 청중들 앞에서 발표도 하고, 몇몇은 그 상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건축사회의 중요한 자리에서 다양한 공적 사안들에 참여한다. 어느 측 면을 보거나 수상자에게 그 상은 좋은 면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내면을 살피면, 건축사회로서는 딱히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건축학회지 지면을 위해 얼마 전에 쓴 글의 일부를 옮긴다: “45살이라는 생물학적 나이에 금을 그은(유럽에서 건너온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한 건축 후배에 의하면, 프로젝트 건수가 적은 독일은 60살이 넘어도 젊은 건축가에 해당되고, 그에 반해 건 수가 많은 네덜란드는 30대가 젊은 건축가로 간주된다. 그리고 미국은, 나의 지인의 참여로 알게 되었는데, 공모전 파이널에 오른 사람들 중 발표작이 없거나 한둘인 건 축가를 우선 배려해서 작품 실현 기회를 준다. 그러니 거기서는 생물학적 나이가 아 니라 건물 생산 여부와 수가 젊은 건축가를 구분하는 기준인 셈이다), 그래서 젊었 다고 부르는 건축가들은, 어제나 엊그제에 비해 경제적 환경은 더 나쁜 대신 문화적 환경이 더 좋다(이들은 자신들이 작품할 기회가 더 적은 탓에, 오히려 선배들 시대 보다 더 열악하다고 생각하고, 공공연히 그리 주장한다. 쉽게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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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2 | Wide AR no.42

이들 중에는 선배들에게서는 거의 볼 수 없었던 ‘부부 건축가들’이 현저히 많다는 점에서, 그러니까 그것을 생존주의와 밀접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주장을 쉽게 흘려들을 수는 없는 것 같다)… (중략) … 비교적 근간에 출현한 이 현 상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그러하지만 우리 생태계에 긍정적이면서 그와 동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긍정적인 것은 당연히 그들이 파이팅할 수 있는 조건이 마 련되는 것이다. 무릇 전문가는, 그것이 어떤 분야든, 자신의 작업의 결과를 인정받 는 만큼 만족할 일이 없는 법이다(물론 이것은 그 과정이나 결정이 공정하고 정확 한 경우에 한정된다). 그러니 사적인 영역에 머물고 있는 개인을, 탁월성이든, 가치 든, 의미든, 그러한 평가로써 공적인 존재로 확장(출세)시키는 긍정적 측면에 이견 을 제기할 수 없다. 문제는 나쁜 영향이다. 생물학적 나이에 금을 긋는 것도 나는 비 문화적(혹은 과하게 말하면 야만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는, 특히 젊은 건축가상이 그러한데, 완공된 건물만 대상으로 삼는 데서 오는 아주 나쁜 파장이다. 완공작만 다루니 무조건, 그러니까 어떤 수단을 써서든(당연히 여기에는 설계비 덤핑 혹은 희생과 무리한 과시욕이 포함된다) 지어내야 할 뿐 아 니라, 무엇보다 우선 소위 ‘뽀다구나게’ 만들어 내어야 한다는 강박감을 조성한다. 당연히 실현 힘든 날선 아이디어와 깊은 고민이 우리 건축 현실에 출현할 가능성이 그로써 죽거나 줄어든다(나는 젊은 건축가들의 작업을 부러 시간 내어 유심히 지켜 보고 있는데, 내용 없이 튀는 것과 내용 없이 깔끔한 것 두 부류밖에 아직은 본 것이

이종건의 COMPASS 39

없다). 그러한 조건에서는 긴 세월을 끌어안은 채 묵묵히 정진하는 진득한 작업 태 도가 별 가치 있거나 소중할 리 없다. 다소 과장해서 말하자면, 아이돌스타들처럼 단명할 소지만 넓히는 꼴이다. 이로써 건축은 50대부터라는(렌조 피아노의 오랜 경 륜에 따르면 76세부터라는), 익히 듣던 금언이 단지 노땅들의 부질없는 수다로 전 락한다.” ‘젊은 건축가상’은 우리 건축사회에 몇 가지 반성거리를 던진다. 무엇보다도 내부 역량의 허약성 문제다. 주지하디시피 이 상은, 건축계가 아니라 관공서(문화체육관 광부)가 “건축 분야에서도 ‘한류 스타를 키우자’는 취지로 추진”해서 만들어 낸 상 이다. 각종 매체들은 제외하고서라도 적어도 네 개의 공적 단체가 있는 우리 건축사 회가, 그 정도로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위력 있는 상이나 건축가 응원 프로그램 을 지금까지 하나도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게다가 공모 라는 형식이 적잖이 우스꽝스럽다(건축가협회 초대작가로 전시하려면 초대도 받고 돈도 내야 한다). 수상자가 된 것을 그리 명예롭지 않도록 만든다. 노벨상이나 프리 츠커상이나 세인들 거의 모두가 가치 있다 여기는 수준 높은 상들은 대부분, 그렇게 공모라는 이름으로 상을 구하도록 하는 형식을 취하지 않는다. 미국 건축가협회의 ‘영 아키텍츠 어워드’도 공모 형식이긴 하다(우리처럼 생물학적 나이가 아니라 면허 를 받고 실무를 시작해서 10년이 지나지 않은 조건이라는 건축적 나이를 제한 사항 으로 삼는다). 그런데, 그것은 적어도 믿을 만한 사회적 자리로부터 추천을 거친다. 물론 그러한 추천 방식은, ‘건축이라는 직능에서 이례적인 지도력과 상당한 공헌’을 장려하는 취지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젊은 건축가상과 이름만 같지 의도와 방식이 현격하게 다른 우리는, 따라서 그저 자신이 하는 작업 자체에서, 그리고 그 작업의 성과물의 탁월성에서 삶의 열정을 구하는 부류의 사람들은 무조건 배제된다. 오랜 공부와 고민과 정진에 들어서고자 하는 사람들도 배제다. ‘젊은 건축가상’은 과연 건축의 한류스타를 키울 수 있을까? 아마도 건축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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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모두 고개를 저을 것이다. 당장 건축적 성과물들만 봐도 건축적 강도가 그리 높지 않다. 심하게 말하면 대개 수준을 가늠할 정도에도 못 미친다(3회까지 내어놓 던 기초적인 수준의 심사 소견이 그 이후 실종한 것은, 그러한 까닭이지 않은가 싶 다). 이슈도, 공헌도, 성과물도 그리 특별하지 않다. 앞에서 괄호로 언급했듯 ‘내용 없이 튀는 것’과 ‘내용 없이 깔끔한 것’ 두 부류에서 벗어나는 것이 별로 없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수상자들은 건축가의 입지가 탄탄해지면서 공적 영역 여기저기 나선 다. 건축사회가 그들을 이미 ‘확립된 건축가’로 간주하는 추세다. 불균형이 확연하 다. 해서, 나는 젊은 건축가들의 발표를 여러 번 듣고, 왜 이렇게 범범한지, 왜 이렇 게 범범한 사람들을 공적 영역에 세우는지, 한두 번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는데, 그 때 같은 세대에 속한, 예민한 언어를 지닌 사람에게서 들은 답변은 소위 ‘생존주의’ 였다. 글 문을 여는 첫 문단에 언급한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니, 선배들의 건축 들과 달리 그 틀 안에서 봐야 한다는 함의를 지녔다. ‘생존주의 건축’이라…. 소위 ‘젊은 건축가’라 불리는 사람들과 그들의 건축에서, 생존주의를 읽는 것은 사 실 그리 어렵지 않다. 졸지에 우수수 나타난 ‘건축가 커플’의 수만큼 강력한 지표가 없으니 말이다(예전의 건축가들에게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이례적 풍경이다). 생 존을 으뜸 가치로 여기는 삶의 태도야 살아있는 모든 존재자들이 당연히 취할 수밖 에 없는 것이니, 그에 대해 토를 다는 것이 도리어 이상하다. 그런데 생존 욕구와 생 존 너머 존재하는 욕망을 하나로 뭉뚱그려 나타내는 ‘생존주의 건축(혹은 문화작업 리를 구분하지 않는 것만큼이나 어색하다. 어색해도 아주 많이 어색할 뿐 아니라, 억지스럽다(매슬로우(Maslow, A. H.)의 다섯 단계 욕구 이론(생리적 욕구/안전 의 욕구/애정과 공감 곧 사회적 욕구/존경 욕구/자아실현 욕구)에 따라 말하면, 생 존 욕구는 첫 두 단계, 혹은 기껏해야 세 번째 단계에 한정되고, 개인의 영역을 벗어 나 사회적 공간에 내어놓고, 반응하고, 의미를 찾고 가치를 매기는 대상의 생산과 소

이종건의 COMPASS 39

과 활동)’은 어색하다. 생존을 위해 먹는 음식과 순전히 쾌감을 즐기기 위해 먹는 요

비에 관여하는 소위 문화 행위는, 그 이후 단계의 욕구에 응답하는 것으로서 건축, 문 학, 음악, 예술 등은 거기에 포함된다). 물론 그 둘을 하나의 미분화된 노동으로 간주 한 채 그로써 밥 벌어먹고 사는 사람도 있다. 예컨대 시나 음악을 팔아서 살아가는 사 람들이 거기에 속하는데(사실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거의 대부분의 예술가들과 사상가들이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것은 정확히 그/녀가 시나 음악으로서 살 기를 고집하기 때문이지, 그것 말고는 다른 생존 방도가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 리고 그/녀는 당연히 자신의 시나 음악의 자리를 시의 세계나 음악의 세계 내에 입지 시키고, 거기서 자신의 생산물의 시적인 특질이나 음악적 특질로써 승부를 걸며, 그 로써 먹고 산다(지하철에서 하모니카를 불며 구걸하는 것은 음악적인 것이 아닌 것 으로써 승부를 건다). 한마디로 생존 욕구와 건축 욕망은 개인의 영역에서는 하나로 수렴될 수 있을지 몰라도, 사회적 영역에서는 그리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경제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심지어 돈을 많이 가 졌거나 빚만 잔뜩 졌거나, 우리 모두 생존주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데, 그것은 생존 욕구가 근본적으로 ‘항차 닥쳐오리라 생각하는 불안’으로부터 기인하 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생존주의는 순전히 심리적 문제라는 말이다. 따라서 가난한 이들이 도리어 생존주의가 더 낮을 수도 있고, 소유를 깡그리 포기한 노숙자는 아예 생존주의로부터 벗어나 있을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려 애쓰 다 입적하신 법정스님처럼, 생존주의는 대개 정신의 크기 혹은 삶의 태도에 따라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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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에리히 프롬의 ‘소유나 존재냐’는 바로 그 관점에 입각 한다. 그에 따르면 자신이 소유한 것(돈, 재물, 명예, 권력 등)에서 만족과 행복을 구 하는, 따라서 삶의 가치를 거기에 기초해 사는 “소유적 실존양식”은 생존주의의 덫 에 걸리기 십상이다. 소유한 것을 잃거나, 더 많이 소유할 수 없거나, 그 둘 모두 근 심거리이고 불안이기 때문이다. 반면, 지나간 과거에 그리 집착하지 않고 다가올 미 래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은 채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존재적 실존양식”은, 참 된 존재에 주목함으로써 생존주의로부터 벗어난다. 예컨대 지식의 영역에서도 그 러한데, 소유양식의 목표가 더 많이 아는 것이라면 존재양식의 목표는 더 깊이 아는 것이다. 결국 생존주의가 작금의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면, 그것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그만큼 더 나빠졌다는 것, 그리고 그에 대응하는 우리의 삶의 양식 또한 그 에 연동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한때 극히 일부 사람들에게만 한정된 ‘생존주의survivalism’는, 몇 년 전 거의 사회 전 반에 퍼졌다. 그리하여 항차 도래할 수 있는 여러 수준의 재난(과 재앙)들에 대비 하는 개인들이나 집단들(‘생존주의자’라 불린다)이 주도하는 운동을 일컫는 이 용어 또한, 어감이 크게 변했다. 몇 년 전 생존주의자들의 증가 현상을 다룬 뉴스 윅(<Rise of the Preppers: America's New Survivalists> By Jessica Bennett. Newsweek)에 따르면 이러하다. 예전에는 주로 남자들, 그것도 각종 매체들에 의해

이종건의 COMPASS 39

마치 오클라호마시티 폭파 사건 주범처럼 급진적 인물로 묘사되는 반정부주의자들 이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이들은 종말의 때를 기다리듯 피신처를 깊은 숲 속이나 지 하벙커에 마련했다. 그런데 90년대 말에 왕성하게 출몰한 ‘Y2K’ 두려움은 생존주 의를 대세로 변화시켰다. 그러다가 큰일이 터지지 않자 다시 수그러들었는데, 10년 후 사회 전반에 여러 형태의 생존 불안이 증가하면서(인터넷과 24시간 방송하는 케 이블 뉴스 등 매체의 영향이 지대하다), 직업과 집을 지닌 평범한 사람들은 재난이 자신들의 일상 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키웠다(미국 국토부 장관에 따르면 90 퍼센트의 미국인들은 중간 정도나 고도의 자연 재앙 위험 지역에 살고 있다. 그리고 뉴욕시 비상 운영 위원장의 여론조사에 근거한 발표에 따르면 50퍼센트 이상의 거 주자들이 대비를 염두에 두고 있는데, 십 년 전에는 18퍼센트였다). 소위 세 번째 생 존주의 물결인데, 최근 대세를 이룬 이 현상은 사회적 불안을 표시하는 바로미터(현 대적 상황의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라고도 할 수 있다. 기후변화, 테러, 경제 위기, 조류독감, 쓰나미, 에볼라 등 사회적 불안이 원인인데, 우리나라도 세월호 참사 이 후 크고 작은 사고들이 끊이지 않는, 그러면서도 그러한 재난을 막거나 줄이거나 수 습하는 능력이 턱없이 낮다는 점에서 확실히 생존주의를 부추기는 ‘위험사회’라고 할 수 있다. 잘 알고 충분히 이해한다. 건축가는 영적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래서 사회 전 반에 퍼진 생존의 불안으로부터 결코 면제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런데 시 언어들을 목마르게 기다리며, 기어코 그것들을 붙들어 그로써 밥을 먹고 사는 시인도, 적어도 시작詩作을 하는 순간만은, 그리고 시로써 사람들을 만나는 순간만은 시인으로서 존 재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가끔 밥이 없어 때를 굶는 사람도 저녁기도는 빠트리지 않 고 드린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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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삼의 PARA-DOXA 11

이름대로 될 지어다 : 네이밍naming, 건축사사무소 작명의 비밀 전진삼 본지 발행인

Issue

딱히 건축계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건축설계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건축인들의 사정 이 특히 어렵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님에도 어려움은 늘상 현재형이며 당하는 입장

20 와이드 COLUMN

에선 곧장 어두운 미래로 연결 짓는다. 이참에 공부라도 할 요량이라면 쉽게 썼다는

일상의 건축 | 김일현

장하준의『경제학강의』를 펼쳐 보아야 하나? 그 안에서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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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두껍던데, 독자의 눈치를 이미 살폈던지 출판사는 요약본을 별도 제작하였다.

이종건의 COMPASS 39 생존주의 건축(가) 30 이름대로 될 지어다

는 거겠지. 게으른 독자와 친해지기. 다시 건축판으로 고개를 돌려 보자. 어렵기는 매양 마찬가진데 체감하는 온도는 천양지차다.

:네이밍naming 건축사사무소 작명의 비밀

어느새 한해의 끝자락이 보인다. 좋은 생각이 좋은 일로 거듭난다면 누군들 좋은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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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을 안 하고 살까보냐. 오늘 나(우리)는 문제없다고 살아온 이들도 현실을 무시하

와이드 FOCUS 1 전시장 속의 건축 Architecture, Exhibited | 최원준

기엔 건축세상의 내일이 불확실하다. 생각의 시작은 그랬다. 하는 일마다 꿈꾸듯이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꿈도 꿈 나름이겠지만. 내가 세상을 향해 호명한 그 이 름대로 건축 일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불현듯 선후배 건축가들의 사무실 작명에도 시대적 차이가 크다는 생각이 끼어들었다. 졸지에 건축사무소들의 작명 관련한 속 얘기를 들어 보고, 그 안에 담긴 건축하는 태도를 주시하기로 했다. 살다

전진삼의 PARA-DOXA 11

전진삼의 PARA-DOXA 11

아, 그렇구나. 저자의 브랜드만으로도 안심할 수 없으니 홍보할 바에야 제대로 하자

보면 자신의 이름이 지닌 소박하거나 거창한 의미를 잊고 살기가 태반인데... 소위 개업 당시의 나(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유의미하다는 결 론에 이르렀다. 꼬박 삼일 동안에 문자메시지 기능을 통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덤덤히 사무소를 꾸려 가는 대표자들을 대상으로 설문했다. 일부 저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사무소 작 명의 배경 또는 의미를 전달한 이들은 옮겨 적었다. 결과적으로 건축사사무소의 명 암이 저들이 깊이 생각했거나 우연히 집어 든 이름자로부터도 기인한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더도 덜도 말고 이름만큼만 살아지면 성공한 거다. 건축설계 사무소 의 성패, 이름에 달려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건축설계 사무소 명칭의 유형을 구분해 보면 건축의 명제를 정의한 유형(이하 A유 형), 건축가 자신의 이름을 사용한 유형(이하 B유형), 건축 태도 및 전략을 제시한 유형(이하 C유형), 기타 유형(D유형)으로 크게 구분된다. A유형의 경우는 주로 50~90년대 초반에 걸쳐 개업한 건축설계 사무소에서 주로 발견되고, B유형의 경우는 40년대 이후 최근까지 고루 등장하며, C유형의 경우는 2000년 이후 집중적으로 출현한다는 특징을 보인다고 정리할 수 있다. A유형이 건 축에 대한 모호한 정의를 바탕으로 하는데 반해, C유형은 건축에 대한 정의보다는 전략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한편 B유형은 이론異論의 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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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2 | Wide AR no.42

가 있거나 건축 작업의 방해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는 작명의 지향성을 배제하고 자유롭게 사고함을 전제로 전문가 자신을 승부수로 내건다. D유형은 우연과 아이 러니에 기댄 작명 수법으로 활용 사례는 극히 제한적이지만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 하다. 이 네 가지의 유형 중 A-B-C유형은 어느 것이 우위에 있다고 잘라 말할 수는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건축 작업의 의뢰인들에게 첫 인상으로 주어지는 사무소 명칭의 이미지도 일을 수주하는 데 있어서 무용하다고는 단언키 어려울 것 이란 점이다. 경제적으로 불황기에도 잘 되는 사무소는 이름부터 느낌이 다르다. 왜 그런가? 여기 정리한 건축설계 사무소들의 이름(해설 포함)을 음미해 보면서 독자 여러분들의 판단을 얹어 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기술의 편의상 ‘건축사사무소’ ‘건 축연구소’는 ‘건축’으로 통일했다.) A유형

A

해방공간과 한국전쟁 이후 건축설계업이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초창기, 일군 의 건축가들이 공동 작업에 기반한 사무소(종합건축과 신건축문화가 대표적) 운영

체제와 사업 목표를 반영해 작명하는 한 현상이다. 대표 건축가가 1인이라 하더라 도 구성원에 대한 배려 또는 건축의 목표를 향한 공동성을 강조하는 유형이 여기에

해당된다. 작명의 원칙이라고 한다면 2음절 중심(건축사무소, 연구소 등의 표기 제

전진삼의 PARA-DOXA 11

외하고)으로 한자 조어가 함의한 뜻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간혹 1음절 혹은 3음절 구성도 발견된다. (이하 표기원칙: 사무소명_초기 대표자 혹은 중심인물)

종합건축_이천승, 김정수

신건축문화_엄덕문, 정인국, 김희춘, 김창집, 함성권, 배기형

공간건축_김수근

희림건축_이영희

정림건축_김정철, 김정식

서울건축_김종성

원도시건축_윤승중, 변용

건원건축_양원재

무영건축_안길원

일신설계_이용흠

범건축_박영건

간삼건축_지순, 원정수, 김자호, 이광만

광장건축_김원

아키반건축_김석철

이공건축_류춘수

예공건축_우경국

한울건축_이성관

아르키움건축_김인철

기오헌寄傲軒건축_민현식

1990년을 전후하여 개업하는 사무소의 한 패턴은 A유형을 유지하되, 보다 예시적 인 작명의 배경을 내세우며 이전까지의 건축설계 사무소 명칭이 지녔던 일방향적 선언에서 한 걸음 진화된 양상(서사적이며 문헌 지향적 경향)으로 드러나는데 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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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개업하는 신진 건축가들의 사무소 명칭, 설계 전략 또는 건축의 외연에 대한 시선두기 등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 히 1, 2세대 건축설계 사무소들이 그러했듯 관념적이라는 점에선 크게 달라지지 않 았다.

이로재履露齋건축_승효상

: 직역하면 ‘이슬을 밟는 집’이라는 아름다운 뜻의 이 글자가 새겨진 현판이 내 방에 걸려 있습니 다. 퇴색된 단청이 칠해진 틀 속에 품위 있는 글체로 쓰여져 대략 200년 정도의 세월이 지났을 것 이라고 추정하는 이 현판을 내게 준 사람은 한국미술사학자인 유홍준 교수입니다. 내가 그의 집 <수 졸당(守拙堂)>을 설계해 주면서 답례로 그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것을 내게 준 것입니다. 유 교수 의 설명에 따르면 이로재의 뜻은 주역에 근거한다고 합니다. 옛날에 가난한 선비가 연로하신 부친 을 모시고 살았는데 이른 아침마다 외투를 걸치고 노부의 처소 앞에 가서 기다리다가 기침 후 밖으 로 나오시는 노부에게 따뜻해진 겉옷을 입혀 드린다는 내용이며, 그 노부의 처소까지 가는 길을 이 슬을 밟는 길, 이로(履露)라고 부른 데서 비롯되는 아름다운 고사입니다. 나는 이 현판을 받고 그때 까지 사용하던 내 사무소의 이름을 이로재로 바꾸고 말았습니다. 이로재는 내 사무소의 이름이지만 동시에 내가 건축설계를 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하며 내 사고의 근간을 만드 는 일부가 되었습니다.

그림건축_임근배, 조용귀

해안건축_윤세한

솔토지빈건축_조남호 있습니다. 거느릴 솔(率), 흙 토(土), 관형격조사 지(之), 경계라는 의미의 빈(濱)입니다. 따라서 저 는 온 세상 같은 큰 범위라기보다는 인식 또는 행위의 대상이 되는 범위라는 뜻으로 마을 같은 작 은 영역일 수도 있고, 도시 같은 보다 큰 영역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향보다는 도시 같 은 물리적으로 구체적인 대상 안에서 구하는 것이라는 사심 섞인 해석도 더해 봅니다.

가와건축_최삼영

: 한자어 집 가(家), 우리말 조사‘와’의 조합어 입니다. ‘장인정신과 함께 하는’ 이란 뜻이기도 하지 요. 한자에서 묻어나는 모습처럼 작은 주택 일들로 사는군요. 이름 덕에 소박하게나마 생존하나 봅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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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토지빈은 시경 북산지계편 시귀절의 일부입니다. 시의 해석에서는 온 세상, 온 누리라고 되어

가온건축_임형남, 노은주

: 가온, 우리말로는 가운데라는 의미가 있고, 한문으로는 집 가(家), 평온할 온(穩)인데 혹자가 평 온할 온(穩)의 그림의 의미가 일 년 추수를 마치고 수확물을 마당에 쌓아놓고 바라보는 그런 모습 을 의미한다고 해서... 일 년 농사 다 마치고 겨울에 쉴 일만 남은 그런 므흣한 상황이라네요. 말하 자면 설계 납품 마치고 통장에 설계비 입금 확인하며 웃음 짓는 그런 느낌. 그렇게 살고 싶어서 사 무소 이름으로 정했습니다.

가가건축_안용대

: 개업할 때 이종건 교수님이 작명하였지요. 1) 거리 가(街)에 집 가(家), 도시건축의 의미 2) 아 름다울 가(佳)에 집 가(家), 건축주를 위해서 3) 거짓 가(假)에 집 가(家), 집 속의 집 4) KAGA. Korean Architecture as Global Architecture 5) 전화번호부 목록 1번 설계사무소

바인건축_황순우

시간건축_박유진

운생동건축_장윤규,신창훈

: 중국 회화 6법, 기운생동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경영위치건축_김승회, 강원필

세상숲 도시건축네트워크_전성은

건축사무소 공장空場_정우석, 김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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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유형

B

건축가 자신의 이름을 사무소의 명칭으로 전용한 사례다. 박길룡건축으로 대표되

는 선구적 세대의 출현 이후 초창기 한국현대건축의 선배 건축가들 대부분의 개업

당시 명칭은 자신의 이름을 앞세운 경향이 다음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

한 현상을 되짚어보면 첫째 건축가의 자아ego가 강한 경우라 할 수 있고, 둘째 건축 설계 사무소의 이념 지향성을 담은 작명의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은 건축풍토 때문

이었다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대표자의 호, 약칭, 건축가 공통의 성씨 조합, 다른 성씨의 연결, 또는 영문 이니셜 조합 등의 패턴으로 오랜 세월 애용되어 온 것도 작 명의 한 현상으로 주목할 만하다. 예외적으로 이소진의 경우는 스승의 사무소 명칭

을 이어받아 사용하고 있는 것도 특별하다. 최근 개업하는 젊은건축 집단들, 꼬집어

서 말하면 ‘이와임 아키텍츠’의 경우, 과거 ‘엄이건축’(이후 엄앤드이건축으로 개칭)

또는 ‘이손건축’의 작명 모델의 연장선상에서 어조사 ‘와’를 작명에 적극적으로 활 용하는 등 해학성과 창의성 면에서 선배 세대의 고답성을 쉽게 털어버림으로써 이

박길룡건축_박길룡

김재철건축_김재철

김희춘건축_김희춘

박춘명건축_박춘명

김중업건축_김중업

무애건축_이광노

엄이건축_엄덕문, 이희태

김수근건축_김수근

기용건축_정기용

조성룡도시건축_조성룡

이로재 김효만건축_김효만

김영준도시건축_김영준

dmp design camp moonpark건축_문진호, 박승홍

이손건축_이민, 손진

배병길도시건축_배병길

CGS건축_신춘규

BCHO건축_조병수

KcAL_공철

SKM Architects_민성진

문훈건축발전소_문훈

PARKiz_박인수

KOOSSINO Architecture Studio_구승민

고기웅사무소_고기웅

최-페레이라 건축_최성희, 로랑 페레이라

KARO Kim kijoong Architecture Research Office 건축_김기중

신 아키텍츠_신호섭, 신경미

아뜰리에 리옹 서울_이소진

: 프랑스에서 10년간 같이 일했던 스승님 성함이 Yves Lion이고, 사무실 이름이 Ateliers Lion 입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서울로 귀국을 했는데 귀국 당시 파트너 소장이었고, 한국서 홀로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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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전진삼의 PARA-DOXA 11

같은 유형의 작명이 갖는 지평을 확장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를 위해 스승님이 1년간 지원을 해 주셔서 감사의 뜻으로 Ateliers Lion Seoul이라는 이름으로 시 작했고,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조호건축_이정훈

 : JeongHoon. 외국어로 발음이 쉽지 않아 JO HO만 따서 만든 이름입니다. JO는 한문으로 지을 조(造), HO는 좋아할 호(好). 짓는 걸 즐기는 만큼 건축 잘 하는 건 없는 것 같아서요.

정영한건축+건축중독집단_정영한

이와임 아키텍츠_이도은, 임현진

C유형 건축가의 설계 태도와 전략, 세계를 바라보는 모형, 도시를 바라보는 태도, 작업의 범주 등을 작명에 반영한 한 현상이다. 스튜디오 메타의 작명 이후 2000년대에 개 업하는 건축설계 사무소들이 보이는 작명의 일관된 패턴으로 건축과 도시를 대하 는 엄숙함과 동시에 작명의 해학성에 이르기까지 넒은 스펙트럼을 발견할 수 있다. 다양성의 종이 이들을 견인하는 공통점이기도 하다. 사무소 명칭에서부터 분명하게 작업의 방향성이 드러나고 있음과 영문자 조합의 지향성 면에서 A유형에 속한 선배 세대와는 확연하게 다른 시대 조류를 확인할 수 있다.

C

스튜디오 메타 METAA, Metabolic Evolution Through Art and Architecture_이종호, 양남철

어반엑스Urban_Ex건축_오섬훈

 : 접두사 ex와 urban의 합성어로써 도시의 일상을 네트워크화 한 복합적 작업 과정과 태도를 의미 합니다. free from urban 즉, 현재의 도시 일상을 바탕으로 extreme, exposure, exposition의 태도 로 또 다른 도시를 꿈꾸고자 함입니다.

OCA Office of Contemporary Architecture건축_임재용

: 1989년 미국 LA에서 사무실 개업할 때 지은 이름입니다. Contemporary라는 단어가 시대에 뒤 떨어지지 않고 계속 업데이트 내지 업그레이드되는 뜻이 좋아서…. 열심히 하자는 의미입니다. 참 고로 당시엔 OMA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제공건축_윤웅원, 김정주

전진삼의 PARA-DOXA 11

B

Wide Issue | 와이드 이슈

: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고 할 때의 ‘제공’입니다. 이름에서부터 서비스정신으로 무장되어있는 사무 실입니다!

M.A.R.U. Metropolitan Architecture Research Unit_김종규, 정일교

건축디자인사무소 anm architecture+more_김희준

매스스터디스Mass Studies_조민석

: 과거와 현재, 지역과 전체, 이상과 현실, 개인과 집단과 같은 21세기 공간적 조건들을 규정하는 수많은 마찰들 속에서 개별적이고 단일화 된 시각이 아닌, 다중적인 상황들에서의 효과적인 복합 성에 초점을 둡니다. 다양한 범위의 스케일을 넘나드는 각각의 건축적 프로젝트에 대해, 매스스터 디스는 새로운 사회적, 문화적 가능성을 발견하게 하는 비전에 초점을 두고 공간 체계/매트릭스, 건축 재료/공법, 건물의 유형적 확산 등의 주제들을 탐색합니다.

스튜디오 EON_함성호

 : 까발라에서 규정하는 신의 이름입니다. 말해지지 않는다란 뜻이에요. 공간에는 성격이 없다는 생 각에서 그 이름을 가져왔습니다.

스튜디오 지티ZT_김동원

: 대학 다닐 때 만들고 지금도 돌봐주고 있는 작업실 이름이 Zeitgeist(시대정신)이었습니다.

SCALe건축_하태석

 : 1) 여러 스케일과 none-scale을 넘나드는 멀티스케일 건축 2) Smart Convergence Architecture Lab etc.의 약자를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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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2 | Wide AR no.42

poly.m.ur_김호민

: poly는 다수복합성이란 의미로 다수다양성을 지향하는 건축을 추구하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바우건축_권형표, 김순주

: 바우는 ‘Blog Architects Unit’ 약자의 조합어입니다. 초기 파트너들과 블로그를 통해서 수년간 교감했었기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지요. 그 자체로 ‘짓다’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건축가로 짓는 과정에 더 집중하고 싶었던 바람도 있었구요.

와이즈건축_장영철, 전숙희

 : 예전에 나뭇가지들을 가지고 작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tree branch pavilion) y자형의 나뭇가지 들이 바닥에 펼쳐져 있는 모습을 보고 힌트를 얻었습니다. Ys라는 것이 Young & suki의 이니셜 합침이기도 하고요. 발음상 Ys Whys Wise가 비슷했고요. 살아오면서 건축을 부풀려서 포장하는 사람들을 보고 저희는 정직한 작업을 해야겠다, 그런 것이 작업을 오래할 수 있는 현명함이 아니 겠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에이라운드a round건축_박창현

: a는 건축(architecture)의 a인데 A와 구별해 마스터로서의 건축가가 되지 않겠다는 의미를 가지 고 있습니다. round는 판 또는 스테이지의 의미로 건축 영역을 뜻하며 a와 round를 띄어쓰고 있습 니다. 그리고 애초에 생각했던 around는 동양적 접근의 정확한 무엇보다 어림잡는 무엇을 뜻하는 데 그것은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보여지는 단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로고도 순환의 의미로 둥글

전진삼의 PARA-DOXA 11

고 무한의 뜻을 담아 만들었습니다. 이름과 로고가 딱 저 같다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ENGINEFORCE ARCHITECTS_윤태권

사이 SAAI건축_이진오, 임태병, 박인영, 김성준

 : 우리말의 ‘사이’가 시간, 공간의 관계를 아우르는 단어라 정했습니다. SAAI는 약자가 아니라 웹사 이트 도메인을 찾다가 정했습니다.

노바건축 studio NOVA, Nature Of Visionary Architecture_강승희

로칼디자인 lokaldesign_신혜원

 : 홍콩에서 사무실을 등록했을 때 지은 이름입니다. 어느 곳에서 작업을 하든지 그 지역과 환경 상 황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에 적절한 디자인을 하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Lokal은 영어 Local을 독어, 스칸디나비아어로 표기하는 것을 따랐는데 다른 이유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그래픽이 예뻐서 이기도 합니다.

네임리스NAMELESS건축_나은중, 유소래

 : 건축에 대한 생각이라기보다는 해석의 다양성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모호한 이름 으로 바라볼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은 단순히 장난처럼 생각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의적인 가치와 해석을 포용할 수 있는 동시에 단순하고 아름다운 이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 시스템랩 The SYSTEM LAB_김찬중

디자인 헌터스 DESIGN HUNTERS_한정훈

SOA Society Of Architecture_강예린, 이치훈

OBBA Office for Beyond Boundaries Architecture_곽상준, 이소정

이미지 내러티브 웍스_김원진, 황태훈

서로瑞路, SEORO아키텍츠_김정임

: 서로는 말 그대로 서로서로에서 따온 말입니다. 우리의 일의 대상인 건축도 마을, 거리, 도시, 지 구의 한 부분으로 결코 따로 분리하여 볼 수 없는 것이고, 우리의 일도 건축주, 시공자, 공무원, 컨 설턴트, 재료상들과 사무실 내 동료들 모두 각자의 의지와 생각들이 서로 간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완성되는 것이기에 서로건축입니다. 작명에 대한 최초 아이디어는 우리 딸과의 대화에서 유래되 었습니다.

깊은 풍경 the scape_천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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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에 깊이를 불어넣기 위한 모든 배려

D


Wide Issue | 와이드 이슈

D유형 우연과 아이러니에 기댄 작명법이다. 많은 예시를 찾을 수는 없지만 차세대 건축인 들의 작명법으로 기댈 만한 수법일 수 있다. 여기서도 여전히 C유형과 같이 영문자 조합에 편중되어 있는 것도 주효한 현상으로 지목할만하다.

ONE O ONE Architects_최욱, 최진석

: 101(기초반). 영문 글자가 예뻐서입니다.

EAST4건축_박준호

: EAST는 서방국가에서 봤을 때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의미이고, 4는 숫자 중에 가장 안정적인 모양이어서 사용했습니다.

AGE건축_박민철

: 첫 사무소로 개업한 간향건축을 끝내 유지하지 못하고 여러 고비를 넘어 제자리로 돌아서게 되었 을 때 가까운 선배의 도움으로 과거의 좋은 기억과 새로운 목표를 떠올리며 Architects Ganyang Et cetera.라 이름하였습니다. 이니셜을 모아놓고 보니 Aging Architecture란 건축의 지향성이 덤 으로 따라왔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품 있는 건축. 괜찮게 느껴졌지요.

오퍼스(op’us)건축_우대성, 조성기, 김형종

: 오퍼스(opus)는 작품 번호라는 뜻입니다. 베토벤은 작품 번호에 op.96,,, 식으로 번호를 붙입니다. op는 opus의 준말입니다. 복수가 되면 opera라고 씁니다. op’us는 중간에 살짝 아포스트로피(’) 표시를 해서 우리들(us)이 하는 작품(op.)이란 뜻이 되는 것 같아서 지은 것입니다.

앞에서 기술한 건축설계 사무소들의 명칭 가운데 해설이 붙은 내용들을 통해 어느 정도의 공감대가 형성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설문과 웹사이트 검색을 동시 진행하면 서 사무소 명칭에 함의된 사업 의지와 저들 작업의 방향성이 균형감을 이루고 있다 고 전적으로 동의할 순 없었어도(그것이 중요하다는 글의 주제 의식 또한 아니었기 에 배제키로 하고) 작명의 배경이 확실한 사무소의 경우 작금의 어려운 경제난도 거 뜬히 헤쳐 나가고 있음을 판단하는 데에는 크게 망설임이 없었다. 2000년대 이후 급

D

전진삼의 PARA-DOXA 11

나가며

격하게 늘어난 영문자 조합 지향성의 네이밍 전략도 따지고 보면 생존 본능에서 기 인하는 것이다. 유학파든, 토종이든 젊은 세대 건축가에게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이 현상이 거창하게는 글로벌리즘에 대한 대응 의지가 표출된 것이고, 현실적으로 는 이 시대의 트렌드로서 수용한 태도가 아닐 수 없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네이밍 센 스가 곧 건축가 자신의 이미지와 곧장 연결된다는 것에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유가 어디에 있든 모두에 적은 바대로 ‘이름대로 될 지어다’ 하는 소망 의 구절이 빈말이 아니기를, 2014년을 서둘러 정리하며 세모歲暮의 인사를 겸해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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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2 | Wide AR no.42

와이드 FOCUS1

전시장 속의 건축 Architecture, Exhibited 최원준 숭실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건축이 전시장에 걸린다는 것은, 굳이 그 당위성을 따져 보지 않아도 될 만큼 지극

Issue

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그 역사도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건축의 공공 전시가 출현한 것은 건축이 단순한 사용가치를 넘어 사회적으로 널리 향유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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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소통되어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이 생겨난 근세였다.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에서

일상의 건축 | 김일현

세례당 입구 설계 경기의 당선안을 일반 시민에게 공개한 행사가 그 시초로 알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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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며, 18세기 파리살롱에 건축 작품이 출품되면서 건축의 공공전시가 본격적으

와이드 FOCUS1

로 시작되었다. 20세기 이후에는 주지하다시피 여러 미술관이나 비엔날레와 같은

이종건의 COMPASS 39 생존주의 건축(가) 30

예술계 행사에서 주요한 프로그램으로 널리 자리 잡고 있다. 건축의 기타 매체, 이

전진삼의 PARA-DOXA 11

를테면 서적과 비교해 본다면, 건축 전시회가 가진 장점은 개방성과 집중성에 있다.

:네이밍naming 건축사사무소 작명의 비밀

건축전은 일반적으로 건축인뿐 아니라 일반대중을 아우르는 폭넓은 관람객을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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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기획되며, 글이 아닌 이미지 위주의 프레젠테이션은 보다 많은 이들의 손쉬운 접근과 이해를 돕는다. 한정된 기간 동안 특정 장소에서 열리는 만큼 접근성에서 제 약이 있지만, 그만큼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며 밀도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사 진의 발명, 인쇄술과 책의 보급, 인터넷의 발달로 건축을 알고 경험하는 방식이 혁 신적으로 변해, 이제는 컴퓨터 앞에서 몇 번의 클릭으로 건축 작품을 접할 수 있게 된 시대에, 건축전은 ‘지금 여기’라는 시공간적 제한으로 말미암아 여전히 굳이 찾 아가는 수고를 우리에게 요구하는 독특한 매체이기도 하다. 그런데 형식의 문제로 오면 건축전의 정체가 다소 모호하다. 예술 작품이 으레 미술 관이나 갤러리에 전시되듯 건축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표면적인 유사 성에도 불구하고 건축전은 회화전이나 조각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건축이 순수 예술과 달리 실용적 작용과 의미를 갖는다는 매체의 근본적인 차이를 차치하더라 도, 전시장의 전시물에서부터 명백한 차이가 나타난다. 일반 미술전은 말 그대로 작 품이 게시되지만, 건축전의 전시물은 건물 그 자체가 아니라 사진, 스케치, 도면, 모 형 등 창작 과정의 산물이나 최종 결과의 재현물이다. 게다가 다른 매체와 대별되 는 건축 작품의 독자적 표현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의 시간적 체험이나, 그 독 특한 존재 조건인 입지와 장소적 맥락은 건축 전시장에 완전히 부재하다. 역설적이 게도 건축 전시회에서는 작품을 감상할 수 없는 것이다. 뉴욕현대미술관의 <미술관 정원의 주택The House in the Museum Garden>(1949년), <홈 딜리버리Home Delivery>(2008 년) 전 등 미술관에 직접 건물을 짓거나, 아이아크의 <5W5P: 다섯 주와 다섯 장소 5 Weeks 5 Places)>

전(2005년)처럼 전시 대상인 건물에서 개최되어 이러한 한계를 극복

하고자 한 경우도 있으나, 이는 예외적이거나 지극히 제한적인 범위에서의 보완일 뿐이다. 건축 작품 자체의 고유한 속성들이 존재할 수 없는 전시 공간에서, 건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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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COLUMN

이름대로 될 지어다

와이드 FOCUS 1 전시장 속의 건축 Architecture, Exhibited | 최원준


Wide Issue | 와이드 이슈

과연 무엇을 어떻게 소통하는가? 이러한 제한적인 조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하나의 상황은, 전시된 스케치나 모형 그 자체가 마치 회화 작품이나 조각처럼 미적 향유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물 론 이러한 인식이 전혀 근거 없는 착각은 아니다. 실제 건물은 수많은 사람들의 협 업 속에 다분히 물질적이고 기술적인 공정을 거쳐 완성되는 반면, 스케치나 스터디 모형은 작가의 보다 순수한 영감이 그의 손을 통해 표현된 산물이라는 점에서 전통 적인 의미의 순수 창작물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축이 기본적으로 우리 삶의 환경에 관여하는 사회적 실천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 즉 작가의 의도를 넘어 현 실 세계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기능하고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이를 지 극히 평면적인 재현으로 치환하고 그 자체를 심미적으로 다루는 것(그 종착점에는 ‘작품’의 위상을 얻은 건축스케치를 미술시장에서 유명 회화처럼 거래하는 현상이 있다)은 건축을 철저히 순수예술의 감상법(나아가 예술 제도권의 운영 논리)에 귀 속시키는 것이며, 이러한 접근은 건축의 독자적 속성을 왜곡하는 것이다. 따라서 건축전은 전시된 재현물들을 통해 실제 건축 작품의 가치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구성해 내야 한다. 관람객들의 지적, 심미적 호기심이 전시된 오 브제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표상하는 다른 가치들과 이야기로 향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것은 수많은 요인과 영향 관계를 고려하며 진행되는 건축의 지난한 설계 과정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지어진 건축이 사회의 현실 속에서 작동하는 면면에 대한 기록일 수도 있으며, 대상과 어느 정도 비판적 거리를 확보한 상태에서 이루 어지는 역사적 평가일 수도 있다. 건축 전시회는 건축 작품의 물리적, 공간적 경험 미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전시장에 이러한 맥락과 해석이 주 어지지 않는 경우, 스케치와 모형 등 전시물들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 자체로 서 미적 향유의 오브제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건축전에서 큐레이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건축전은 근본적으로 건축에 대한 해석의 장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와이드 FOCUS1

을 전달할 수는 없지만, 그러한 경험 외에 건축이 품고 있는 사회적, 인문적, 미적 의

건축의 사회적 효용성, 예술적 의미, 역사적 평가 등을 공유하게 된다. 우리의 초기 건축전을 돌아보면, 그 이면의 정치적 목적은 논외로 한다면, 새로운 주 거 문화를 확립하고 건축의 사회적 효용성을 널리 계몽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가정 박람회>(1915년), <문화주택도안전람회>(1922년), 조선박람회의 문화주택 실물 전 시(1929년), 조선건축회의 <국민주택전>(1942년)이 그랬고, 해방 후에는 조선건축 기술단의 <국민주택설계도안 현상모집 입선안 전시회>(1946년)나 대한주택공사의 1960년대 주택 전시회들이 그 역할을 이어받았다. 이러한 사례들은 당시 우리 사회 에 건축을 사회적 상황에 대한 합리적 해결안을 제공하는 기술 분야로 인식하는 경 향이 강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건축을 문화적, 예술적 창조물로서 다룬 전시회들은 해방 후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1949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 창설 5년 만 에 건축부가 신설되어 예술의 맥락 속에서 건축의 전시가 시작되었다. 한국건축가협 회는 1982년부터 국전에서 분리된 <대한민국건축대전>을 운영해왔으며, <현대건축 작가전>(1962-81년), <신인건축전람회>(1969-70년)를 개최하여 건축가들의 창조 적 역량을 널리 홍보하였고, 김중업 귀국전(1957년) 이후 개최되어 온 다양한 개인 전 및 단체전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였다. 1989년 도쿄 갤러리 마에서 개최된 <신 세대의 한국건축 3인전: 마당의 사상> 전시회나 1992년 4.3그룹 <이 시대 우리의 건 축>전은 설계의 결과가 아닌 개념적, 조형적 생성 과정을 담은 혁신적인 형식으로 건 축의 문화적 속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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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2 | Wide AR no.42

그러나 이러한 변화와 발전에도 불구하고 학술적 연구와 역사적 해석에 기반한 건 축 전시회는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취약한 영역이었다. 오늘날 다방면으로 활 성화되고 있는 우리의 건축전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면, 바로 학술적 전시회 의 약진이다. 도코모모코리아의 공동기획으로 개최된 서울역사박물관의 <개항, 전 쟁, 그리고 한국근대건축>전(2013년)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장소의 재탄생: 한국 근대건축의 충돌과 확장>전(2014년), 특히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최 되고 있는 일련의 전시회들은 분명 우리 건축전의 지평을 넓힌 작업들이다. 정기용 (2013년), 이타미 준(2014년)에 이어 현재 진행 중인 김종성의 전시회까지(2014 년), 과천관의 건축전들은 건축가의 아카이브 자료를 기반으로 상당한 기간의 연 구를 거쳐 생애 전반의 작업을 다양한 해석적 관계 속에서 제시하였다. 한 건축가 의 작업을 광범위한 자료들을 통해 집중 조명하는 것은 우리 건축담론이 폭뿐 아 니라 깊이를 더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성취 이면에는 건축전문 학예연구 사를 기용하고 건축 전용 전시장을 마련하였으며 아카이브 체계를 정비한 현대미 술관의 제도적 변화가 있었다. 국가기관으로서의 공신력과 자체 수장고 및 보존 체 계를 기반으로 방대한 아카이브를 기증받을 수 있었고, 전문 연구진, 전시 제작진, 전용 전시장 등 기존의 어떠한 건축 조직도 갖추지 못했던 상시 인프라, 더불어 예 술 애호가로 구성된 고정 관람객층을 확보하고 있기에 전례 없는 규모와 깊이의 전 시 기획이 가능했던 것이다. 20세기 후반 심도 있는 건축전들이 대거 등장한 배경

와이드 FOCUS1

에 캐나다건축센터(CCA/Canadian Centre for Architecture, 1979년 개관), 독일 건축박물관(DAM/Deutsches Architekturmuseum, 1979년 개관), 네덜란드건축 회관(NAi/Netherlands Architecture Institute, 1988년 개관; 2013년 뉴인스티튜 트 Het Nieuwe Instituut로 통합) 등 건축 전문 기관의 개관, 그리고 그들의 공동 작업이 있었음을 상기할 때, 현대미술관의 향후 기획에도 꾸준한 기대를 걸게 된 다. 다만 미술관이라는 입지 자체가 자칫 전달할 수 있는 심미적 편향성을, 노련한 전시 전략과 다양한 주제의 기획을 통해 극복하는 일도 중요하다. 건축 전시회의 역사에서 항상 언급되는 기관인 뉴욕현대미술관의 경우도 특정 건축가나 건축운 동의 작품 세계를 미적으로 평가하는 작품전을 주축으로 하는 가운데 <미래의 작 은 주택Tomorrow's Small Housing>(1945년), <공동주택의 또 다른 가능성Another Chance at Housing>(1974년)

등 사회참여적인 주제의 전시회를 개최하여 균형 잡힌 시각의 전

달을 도모한 바 있다. 이렇듯 다양한 건축전이 활발하게 개최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에 병행해 활성화되 어야 할 관련 영역들이 있다. 하나는 전시회 비평이다. 전시회가 건축물, 건축 서적 과 더불어 우리의 건축 인식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인자라면, 건축전에 대한 평론 역시 건축 작품 비평이나 서평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독자적 영역으로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건축 전문지들이 점차 전시회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지만 보다 정 례화된 형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며, 전시회가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소통의 장임을 고려한다면, 보다 대중적인 일반 매체에서 건축전시에 대한 평론의 기회를 늘여 가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주택박람회, 건축자재전 등 넓은 의미에서 건축이 사회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 주는 전시 사례들로 비평의 관심을 확대하는 것 또한 요구된다. 또 하나 노력해야 할 부분은 기록화 작업이다. 건물과 책에 비하면 건축전의 시간적 지속성은 그야말로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이따금씩 도록이라는 공식 출판물이 있 기도 하지만, 보통 전시회의 시작에 맞춰 발간이 되므로 전시회 자체에 대해서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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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 와이드 이슈

시장 전경 사진 등 기본 자료조차 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전시회가 종료되고 나면 잡지 기사 등 2차 사료로만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경우가 부지기 수다. 이러한 시한성을 고려하여, 전시 기획과 관련된 지적 교류의 흔적부터 그 준 비 과정, 물리적 구성, 그리고 사회적 반응까지, 각 건축 전시회의 전생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기록을 남길 필요가 있다. 오늘의 해석은 내일의 해석의 대상이 되기 마련 이며, 건축전이라는 독특한 건축담론의 장에 대한 훗날의 역사적 평가는, 모든 평가 가 그러하듯, 근거를 가지고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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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2 | Wide AR no.42

와이드 REPORT 1

REPORT 1

2014년 가을의 건축 전시 지금은 건축 展盛 시대 올 가을은 유독 건축 전시가 많은 듯하다. 여기 소개되는 여섯 전시 외에도 승효 상의 <이로재 창립 25주년 기념 가구전>, 조민석의 첫 개인전 <매스스터디스 건 축하기 전/후> 전을 포함, 근 15종의 건축 전시가 경기 불황으로 얼어붙은 건축계 여기저기에 불씨를 지폈다. 혹자는 말한다. 건축 전시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일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딱히 틀 린 말은 아니다. 누구보다도 바쁜 대한민국 건축가들이 ‘나의 건축’을 되돌아보고 ‘우리의 건축’으로 연대하기란, 분수에 넘치는 호사를 누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 래서 이 시간이 값지다. 더구나 함께하는 자리가 대중들의 관심을 받으며 소통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지금 건축 전시는 진화 중이다. 아카이브 자료를 기반으로 하는 학술 전시나 선배 건축가의 회고전이 이제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두 전시에 보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부 딪혀 봐야 부족함을 깨닫고, 부족함을 깨달음으로써 충실한 사람이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쉬움은 남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응원을 보내게 되는 이유이다. (편집 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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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장소의 재탄생: 한국근대건축의 충돌과 확장 일시 2014.9.23-12.14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제8전시실

이 전시는 2014 도코모모 세계대회(9.19~9.29)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개항기인 19세 기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 한국의 근대성을 표출하려 했던 기록들(20여 점의 건축물과 2,000여 점의 아카이브 자료)을 ‘사라진 기억’, ‘풍경의 재현’, ‘주체의 귀환’, ‘권력의 이 양’, ‘연결될 미래’ 등 총 다섯 주제로 나눠 엮어 낸 것이 특징이다. 도코모모 세계대회를 계기로, 더욱이 도코모모 코리아와 공동 기획한 전시이니만큼 단체의 이념이나 한국 건 축에서 근대의 의미 등을 기대한 관람객에겐 이번 전시가 다소 아쉬울 수도 있겠다. 그러 나 원전 자료를 통해 건축의 시간성이나 그것의 보존 및 활용에 대한 가치를 생각하기엔 충분히 의미 있는 자리였다. (편집자 주) 사진 | 윤준환

자료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자료를 통해 만나는 한국 건축의 모더니즘

정다영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와이드 REPORT 1

<장소의 재탄생: 한국근대건축의 충돌과 확장>전은 시간과 사건의 얼개로 한국근대건축의 ‘지금 여기’를 살펴 보는 전시다. 전시는 2014년 9월 24일부터 2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2014 도코모모 세계대 회’를 계기로 만들어졌으며, 국립현대미술관과 (사)도코모모코리아(한국근대건축보존회)가 공동으로 기획했 다. 이 글은 본 전시의 공동 큐레이터로서 전시의 이론적 배경보다 만들어지기까지의 실현 과정과 큐레이토리 얼 담론 실천을 위해 고민했던 지점들에 대한 이야기다. 필자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속의 큐레이터로서 이 글에 서 보이는 전시 기획 의도가 (사)도코모모코리아의 입장까지는 온전히 대변할 수 없음을 미리 밝힌다.

전시의 시작

앞서 밝힌 대로 이번 전시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도코모모 학술대회의 주제인 ‘충돌과 확장’에서 시작되 었다. 도코모모코리아는 주제 해제문에서 “모더니즘은 현재에도 다양성이 확장의 과정”에 있으며 “모더니즘의 충돌과 확장이 끊임없이 다이내믹하게 현재 진행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은 모더니즘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최적의 현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모더니즘이란 특정 시점을 가지는 게 아니라 각 문화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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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지역적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여전히 유효하고, 지속하는 개념이다. ‘충돌과 확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미술관이라는 건축의 또 다른 제도 기관에서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 속도전으로 진행된 우리사 회의 구조변동을 반영한 건축은 그 정신을 어떻게 표출하고 있는가?

살아남은 건축의 이야기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에게 근대 건축이란 흔적없이 사라지거나 잊힌 대상들이 대부분이다. 일제 잔재라는 태생 의 불온함과 도시 개발 논리에 밀려 역사를 기록하고 세대를 잇는 매개체로서 근대 건축의 자취를 찾기 어렵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동시대적으로 유효한, 지금 우리와 호흡하고 있는 근대 건축물은 무엇이 있을까? 더욱이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으면서도 용도 폐기되지 않고 살아남았다면 그 건축에 어떤 가치가 있기 때문인가? 전시 는 이러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적어도 공공의 동의에 의해 지속되는 건축이라면, 그 가치는 근대 건축에 대한 어떤 사회적 합의를 반영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보존과 활용의 논의 끝에 새롭게 재생된 건축 안에는 소멸하고 다시 탄생하는 지점이 발생한다. 그 결과 자체가 근대 건축의 충돌과 확장의 정신을 반영하는 현대적 상황이라 생각했다. 따라서 전시팀은 근대 건축을 거대한 서사로 다루는 대신 개별 건축에 담긴 사적이고 내밀한 역사에 주목하였다. 연대기적인 통시구조로 근대 건축 을 설명하려 했던 기존의 많은 시도와 달리 이번 전시는 근대 건축 각자에 담긴 시간과 사건을 통해 충돌과 확 장의 순간들을 포착하려 했다. 모더니즘이란 망망대해를 가로질러 그것의 비평적 지도를 그려내겠다는 야심찬 기획은 아니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건축에 내재한 모더니즘이 설명가능하거나 이해해야만 하는 대상이 아니라 개인의 기억 속에 환기되는 해석의 대상이라고 설정했다. 개별 작업에 대한 평가나 비평적 지형도를 그리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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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근대 건축의 파편들은 사람들의 집단 기억에 어떻게 존치하는가? 그리고 각자가 얼기설기 엮은 이야기를 따 라가다 보면, 기존 개념/공간/장소와 어떻게 충돌하고, 나아가 새로운 도시 구조와 연계하여 확장하는지 살펴볼 수 있지 않을까?

전시의 대상

이러한 관점에서 전시 대상은 선명해졌다. 우선 근대 시기를 개항기인 19세기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로 한정 했다. 이 기간은 국립현대미술관이 1999년에 개최한 <한국현대건축 100년>전과 (사)도코모모코리아와 서울역 사박물관이 작년에 공동주최한 <개항, 전쟁 그리고 한국근대건축>전을 근거로 한 것이다. 이 두 전시는 <장소의 재탄생>전을 위한 중요 참고 자료가 되었다. 두 전시 모두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 근대 건축을 연대기적으 로 개괄하고 있다. <한국현대건축 100년>전은 당시 ‘건축문화의 해’를 맞이하여 기획한 야심찬 전시로서, 미술 관 입장에서 이번 전시는 <한국현대건축 100년>전과 차별화되는 지점을 제시해야 했다. 출품작의 위치는 세계대회가 열리는 서울과 그 인근으로 한정했다. 그리고 건축의 태생 시점이 근대 시기에 걸 쳐 있으면서 개인 소유가 아니며, 동시대 건축가가 개입하여 새롭게 탄생해 지속가능성을 담보한 작업이 출품 되었다. 그 가운데 전시팀은 전시를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었다. 먼저 전시 도입부와 말미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사라진 기억’, ‘연결된 미래’ 섹션이 있다. 전시는 조선총독부, 화신백화점 등 충분한 사회적 논의 과정 없이 이미 사라져 버린 건축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세운상가, 명동 성모병원(現 가톨릭회관), 삼일빌딩 등 당대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메가스트럭처로서 이제 변혁의 시점에 놓인 건축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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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건축의 지속가능성을 읽는 코드

전시 본론에 해당하는 3가지 섹션 ‘풍경의 재현’, ‘주체의 귀환’, ‘권력의 이양’은 살아남은 근대 건축물에 남은 상징적인 코드이자 근대 건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가치들이다. 여기 드러난 가치들은 각자가 느슨하게 엮 여 있기에 명확히 구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각 건축물의 역사적 시간과 당대 사건에 따른 변화 과정 에서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것들, 살아남은 부분들, 존중받은 이야기에 집중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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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재현’은 건축의 파사드를 보존·복원하는 가장 익숙한 방법론으로 근대 건축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한 다. 근대 건축이 당대에 담았던 문화적인 풍경을 재현하는 한편, 명동예술극장처럼 물리적 재현을 넘어 근대 건 축이 당대에 담았던 기능의 회복을 시도하며 문화적인 풍경을 재현하려는 시도도 있다. 분명하면서도 단순한 근대 건축의 얼굴을 지키려는 행위에는 과거의 사건과 시간을 회복하고 이어가려는 지금 세대의 의지가 담겨 있다. ‘주체의 귀환’에서는 근대 건축의 소멸과 함께 감춰진 건축가의 이름과 되살아난 그들의 작업을 살펴본다. 근대 는 새로움을 갈구하는 시기이고, 개인의 주체성과 자율성이 태동하는 시기이다. 새로움을 만들어가는 주체는 바로 각 분야의 개인들이라는 인식이 팽배했으며, 이는 건축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건축의 주체 는 대부분 잊힌 존재였으며, 그들을 발견해 불러들인 동시대 건축가들의 작업을 통해 이 역시 근대 건축에 의미 를 부여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사실을 확인해 본다. 동시에 선유도공원처럼 무명의 건축물이 작가의 손을 빌려 이름을 얻고, 생명력을 갖게 된 작업에서 근대 건축의 새로운 탄생 순간을 살펴본다. ‘권력의 이양’은 지배 권력의 지원 기구로 탄생했지만 이제는 대중에게 열린 장소들을 소개한다. 한국 근대사에 서 건축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대변하면서, 왕족, 신흥 상업집단, 집권 정권 등 권력집단의 유지와 지원을 위해 세워졌기 때문에 도심이나 항구 요지에 위치한다. 이러한 태생적 이권이 대중에게 열린 공간으로 이양되면서 일반 시민이 도시 중심부를 점유하게 된 지금 모습을 함께 조망한다. 도심의 은폐된 권력 공간이 대중에게 돌아 가기까지 건축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부단히 노력한 결실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인천아트 플랫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에 담겨 있다. 연결될 미래를 위하여 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전신인 국군기무사령부와 새 미술관을 잇는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상징적인 장소다. 이곳에서 보이는 장면은 과거와 오늘이 만나는 중첩된 시공간의 만남이며, 연결될 미래를 위한 사건들이다. 공 간 디자인 또한 시간과 사건을 담아내는 이번 전시의 특성을 살려 열린 수장고 형식으로 구성하였다. 반복되는 유닛 위에 약 40군데의 기관, 건축 사무소, 개인 소장처들로부터 대여한 사료들을 중첩시켜 배치하였다. 출품작 과 관련된 사료를 조사하고 대여하는 과정에서, 근대 건축 아카이브의 부재로 인한 상실감도 경험하였다. 옛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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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출품작이자 전시가 이루어지는 물리적인 장소다. 특히 전시 무대인 제8 전시실은 국

문과 뉴스 등 대중매체 자료에서 보이는 근대 건축에 대한 기록들을 가공하고, 해당 정보(텍스트)는 관람객들이 참고 자료로 가져갈 수 있도록 전시장 입구 부분에 설치했다. 5m 층고의 전시장 초입부 벽면을 둘러싼 근대 건 축 도면 이미지는 본론에서는 다루지 못했지만 한국 근대 건축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건물들에 대한 존 중의 표현이었다. <장소의 재탄생>전은 우리나라 근대 건축을 다루었던 전시 역사에 또 다른 켜를 얹었다. 전시는 해석의 장으로 서 어떤 전시든지 관점에 따른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번 전시 또한 예컨대 주제를 해명하는 사료들 간의 긴밀함이나 밀도가 떨어지는 지점이 있었다. 하지만 전시는 책이나 잡지와는 달리 물리적인 장소에서 관람객과 만나는 경험의 장으로, 원전 자료에 대한 직접적인 대면이 우리 건축에 담긴 모더니즘이라는 거대한 우주를 대 면하는 작은 기회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가 그것을 이해하는 각자의 단서를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 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향후 어떠한 방법으로든 ‘재탄생’을 기다리고 있는 근대 건축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논의의 장 속에서 기획되고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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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조화_ 건축가 김종성 일시 2014.9.23-2015.4.26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건축전문갤러리(5 전시실)

한국 근대 건축의 한 축을 형성해 온 건축가 김종성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고, 그가 한국 초기 모더니즘 건축의 수용 과정에 기여한 바를 살펴보는 전시이다. 잘 알다시피, 김종성은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의 한국인 제자이자 동료로서 미스의 모더니즘 건축을 체험/습득하였고, 1978년 귀국한 후에도 미스 건축 철학의 흔들림 없는 실천자로서 그만의 건축 세계를 펼쳐 왔 다. 그동안 스스로 드러나는 것을 몹시 꺼려했던 미스처럼, 자신의 사상이나 건축 작품을 잘 드 러내지 않았던 건축가이기에 이번 전시가 더욱 반갑다. 많은 사람들이 건축가 김종성을 알고 그의 작품에 좀 더 가깝고 친숙하게 다가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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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및 자료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건축의 기본을 깨닫거나, 낯익은 건축에 다가서거나

박근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의 일환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조화_건축가 김종성>전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건축 상설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건축가 김종성의 회고전이다. 이 전시의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건축 상설 전시실의 설치, 그리고 국립 현대미술관이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 전시를 간단히 소개할 필요가 있겠다. 국 립현대미술관은 2013년 11월 서울관을 개관했고, 향후 청주관을 추진 중에 있다. 결과적으로 총 4관 체제를 확 립하는 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 전시는 이처럼 각기 다른 지역에 설립된(혹 은 설립 예정인) 미술관들을 차별화하면서 동시에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기획 중 하나이다. 회화, 조각, 사진, 공예 등 현대미술의 다양한 장르에 생존해 있는 대표적인 원로작가들을 선정하여 매년 선보이 는 전시로서 건축 분야 역시 포함되어 있으며, 2014년 김종성을 시작으로 2015년 김태수, 2016년 윤승중의 전 시가 예정되어 있다.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조화_건축가 김종성>은 미시적 관점에서는 <2002년 올해의 작가: 건축가 승효상> 전시 이후 생존한 국내 건축가의 첫 전시임과 동시에 거시적 관점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중 장기 계획의 하나로 국내 건축가들의 삶과 작품을 회고해 보는 매우 뜻깊은 전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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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

오피스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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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건축

전시 제목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조화’ 제목을 정하는 일은 항상 어렵다. 제목이 전시 전체에 첫인상을 크게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인데, 그래서 제목으 로 전시에 대한 올바른 기대감을 심어주는 일은 늘 어려운 과정이다.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고, 또한 너무 포괄 적이거나 추상적이지도 않으며, 반대로 너무 세부적이거나 구체적이지도 않은, 그야말로 적절한 길이의 함축적 용어들을 뽑아내는 작업이다. 제목 잡기가 어려운 건 비단 본 전시에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김종성이라는 건축가를 연구하면서, 그리고 그의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가 어떤 건축가인지에 대해 비교적 명확하게 윤곽이 드러났고, 당연히 이를 바탕으로 전시 제목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은 일찍이 하고 있었다. 다만 이를 어느 수준에서 어느 정도까지 디테일하게 보여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건축가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와 오 랫동안 일을 같이 해 온 많은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마지막으로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조화_건축가 김종성>이 라는 제목을 선정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전시 주제를 반영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조화를 전시의 핵심 주제로 삼은 것은 그가 건축가로서 살아온 과정과 남긴 작품들을 보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개인의 건 축관에 영향을 주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김종성에게는 시카고 일리노이 공과대학에서의 교육과 미 스 반 데어 로에라는 시대의 거장이 그러한 요소로서 명백하게 자리매김해 있다. 재료, 비례, 구조, 시각적 훈련, 도면 등 기본에 충실한 교육을 받고, 또한 그러한 요소들을 중요시 여겼던 미스 반 데어 로에와 일하며 몸소 근 대건축을 습득한 그에게 테크놀로지와 예술이 함께 구현되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과제였음이 분명 해 보였다. 학부 시절부터 익혀온 구조의 중요성, 구조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세계라는 관점을 지녔던 미스 반 데어 로에 사무실에서 일하며 터득한 테크놀로지에 대한 확신, 그리고 반복과 비례를 통해 건축에 시각적 가치 를 부여하는 것은 그가 평생을 추구해 온 건축적 태도이다. 당연히 이번 전시는 건축가 김종성의 이러한 건축관 을 보여 주고자 했으며, 이 점이 바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최근 몇 년간 소개해 온 건축가들(정기용, 이타미 준)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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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건축

주제를 보여 주기 위해 먼저 전시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전반부는 김종성의 시카고 유 학 시절, 미스 반 데어 로에 사무실에서의 근무 시절, 일리노이 공과대학의 교수 시절로 구성되었고, 후반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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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구성

힐튼호텔 설계를 계기로 귀국하여 서울건축을 이끌며 남긴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미국 시절을 전후로 전반부와 후반부를 나눈 것은, 물론 시기적 차이를 기준하지만, 이는 단순히 시간의 개념으로 이해하기보다 김종성의 건 축관이 정립되는 과정과 이를 바탕으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는 시기로 나누어 보는 것이 조금 더 맥락에 맞 다고 본다. 전반부에서는 시카고 시절, 특히 그가 일리노이 공과대학에서 받은 교육적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물론 그가 이 시절에 남긴 여러 작품들, 예를 들어 퐁피두센터 현상안 출품작이라든가 쿠웨이트 타워라든가, 이런 부분도 전시에 포함했지만, 전반부에서 가장 의미있는 부분은 어쩌면 일리노이 공과대학에서의 그의 모습일 것이다. 학부 3학년 때까지 설계 교육을 시키지 않고 기본에 충실할 것을 강조했던 일리노이 공과대학의 독특한 건축교 육 시스템 속에서 성장한 김종성, 그리고 당시 배웠던 내용을 충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 일관성 있게 끌고 온 그를 보여 주고자 했기 때문이다. 후반부는 1978년 귀국하여 서울건축을 이끌며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을 보여 준다. 비록 작가의 회고전이지만, 전시는 작품을 시기순으로 보여 주지 않고 기능별로 보여 주는데, 이는 김종성이라는 건축가를 효과적으로 소 개하기 위해서는 시간에 따라 변하는 작품 세계보다 다양한 기능의 건축 속에서 그의 건축관을 살펴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시를 준비하면서 건축가가 내세운 대표작들, 예를 들어 경주 우 양미술관(구 선재미술관), 서울 힐튼호텔, 서울 우리금융아트홀(구 올림픽 역도 경기장), 서울 SK 빌딩 등을 통 해 건축적 기능의 다양함을 소개하는 것이 지어진 시기별로 구분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능별로 작품을 보여 준다는 원칙을 세우고 오피스 건축, 장스팬 건축, 뮤지엄 건축, 호텔 건축, 교육 및 연구시 설 건축을 차례대로 전시하였다. 순서는 건축 상설 전시실이 가지고 있는 공간적 특성과 여기에 들어갈 각각의 작품 및 자료의 내용과 성격, 분량을 고려하여 결정하였다. 오피스 건축 부분은 대표작인 서울 종로구의 SK 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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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을 비롯하여 그가 연작처럼 설계한 동양투자금융, 대우문화재단, 대우증권 등의 사옥들을 소개하고 있다. 장 스팬 건축에서는 서울의 우리금융아트홀(구 올림픽 역도 경기장)을 위주로 그의 또다른 장스팬 건축인 부산 아 시안게임 강서경기장이 소개되어 있다. 특히 우리금융아트홀의 경우 1/50 구조 모형을 제작하여 김종성이 도입 한 다케나카 트러스트 등의 구조를 제대로 보여 주고자 했다. 뮤지엄 건축에서는 건축가가 대표작으로 꼽는 경 주 우양미술관(구 선재미술관)을 비롯하여 서울역사박물관, 서울대박물관 등을 소개하고 있다. 호텔 건축에서 는 귀국 동기가 된 힐튼호텔 건축 위주로 소개하고 있다. 역시 1/50 구조 모형을 제작하여 그의 호텔 건축에서의 특징인 로비-아트리움-라운지의 시퀀스를 보여 주고자 했으며 교육 및 연구시설 건축에서는 그의 대표작인 육 사도서관을 중심으로 여러 연구시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육사도서관의 입면은 비례와 구성에 있어 여러 작 품들 중에서도 가장 빼어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전시 구성은 전시실 공간이 주는 물리적 특성, 그리고 효율적인 디스플레이 방법의 고안과 더불어 최대 의 효과를 전달해 주고자 했다. 예를 들어 후반부 전시장 구성에 있어 상반된 경사면을 도입하고 전시장 벽면의 대형 실사출력을 통해 공간감을 부여한 점 등은 관람객과의 소통에 있어 노련한 디자인팀의 역할이 매우 컸다. 이러한 디자인적인 요소와 내용적 요소가 조화를 이루고, 또한 학계 및 건축계의 다양한 인사들의 인터뷰가 건 축가 자신의 인터뷰와 함께 어우러져 전시의 내용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고 있다. 기대하는 바 앞서 설명했듯이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조화_건축가 김종성>전은 한국현대미술작가 시리즈 건축분야의 첫 번 째 전시로서 한국의 건축가들을 본격적으로 조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시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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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궁극적으로는 김종성이라는 건축가가 어떤 건축가구나 하는 큰 그림을 관람객의 머릿속에 심어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젊은 건축가들과 건축학도들이 많이 관람하여 건축에 있어 본질적이고 기 본적인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건축가가 도면을 왜 그리는지, 그 안에서 선 하나하나가 얼마나 큰 의미를 담고 있는지…. 그들에게 이러한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를 줄 수 있다면 큰 만족일 것이다. 일반 관람객들에게는 힐튼호텔, SK 빌딩 등 낯익은 건축들을 살펴보며 건축가 김종 성을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쉬움 전시는 전반적으로 의도한 바를 잘 살려냈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세부적인 면들의 부각에 미련이 조금 남는다. 아무래도 전시가 대규모 회고전 성격이기에 건축가 김종성의 삶과 작품을 전반적으로 소개하고 조망 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고, 따라서 좀 더 디테일한 측면들, 예를 들어 구조 시스템의 활용이라든가, 오피스 건축 의 평면 구성의 변화 등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서 볼 수 있는 것들에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이는 또한 그의 일 리노이 공과대학 시절 파트에서도 느껴지는데, 활용 가능한 자료의 한계 등 현실적인 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 건축가 김종성의 연구가 더 활발해지고 그의 작 품을 조망하는 기회가 더 많아진다면 자연스럽게 따라올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조화_ 건축가 김종성> 전이 그러한 출발점에 서서 많은 논의와 다양한 토론이 펼쳐지는 플랫폼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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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less Triangle with LUXTEEL 일시 2014.10.13-10.27 장소 송원아트센터

이 전시는 기업과 건축가의 콜라보레이션에 의한 런칭 쇼로 기획됐지만, 조호건축 이정 훈의 개인전이기도 하다. 강인한 철을 소재로 선의 미학을 잘 나타낸 그의 작품은 삼각 형 구조로 철이 가진 순환성을 표현하면서, 한편으로는 골격이 되는 후판과 외피인 럭 스틸의 활용으로 강인하고도 유연한 철의 이중적 속성을 잘 드러내었다는 평가를 받았 다. 본지는 이번 전시의 작가로 나선 건축가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의 의미를 알아보고 건축가와 기업 콜라보레이션 작업의 가능성을 찾아 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사진 | 남궁선(본지 전속사진가)

건축가 이정훈 인터뷰

기업과 건축가, 모두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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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후원을 받은 개인 전시다. 어떻게 성사가 된 일인지 궁금하다.

동국제강 계열사인 유니온스틸에서 럭스틸Luxteel이란 제품을 3년 전에 출시했다. 그때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중 심으로 초청해 쇼를 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실제 주 고객층이 될 건축가들을 타깃으로 삼아 2차 런칭 쇼를 기획 한 것이다. 유니온스틸 측에서는 건축가와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고 싶었는데 현실 시장에서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영업 담당자 말로는 유명 아틀리에 사무소 소장을 만나는 게 그렇게 힘들다고 하더라. 회사측은 다방면으 로 건축계와 좋은 관계를 맺고 많은 후원을 하고 싶었지만 공식적인 만남의 자리가 없어서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 지 몰랐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젊은 건축가에게 작품 기회를 주고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유니온스틸 과 건축가들이 관계를 맺고자 했다. 이번 프로젝트가 첫 번째 장이다. 우연찮게 이 프로젝트를 의뢰 받았지만 일 정상 쉽지 않은 일이었다. 유니온스틸 회사 내부 사정상 런칭 쇼 날짜가 정해져 있었는데 의뢰 받은 시점에는 준 비 기간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시간이었더. 디자인부터 시공 설치까지 불과 두어 달 만에 국내 최고의 건축가 들과 언론인들을 만족시킬 만한 프로젝트를 완료해야 한다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특히 설치 장소 또한 제약이 많았고, 나중에 안도 다다오가 디자인한 페럼CC의 골프하우스 앞 광장으로 옮긴다고 하니 고려해야 할 사항이 상당히 복합적이었다. 작품의 컨셉트를 소개해 달라. 대단히 냉정하고 차가운 재료를 더욱 날카롭고 강하게 부각 시킨 듯하다. 특별한 의도가 있는지. 또 럭스틸의 다양한 질감을 효과적으로 잘 드러내기 위한 전략이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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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가 건축 재료로 철을 다루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철골 부재나 철근 등 일상적으로 다양하게 사용 한다. 하지만 철을 하나의 물성 즉, 오브젝트로서 다루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닐 것이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 는 건축가로서 철을 다루는 방법을 여러모로 실험해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철은 자연에서 생성되지만 그 자 체로 소멸되지는 않는다. 즉 한 번 생성되면 영원히 재생성된다. 이런 점에서 소멸되지 않는 순환성을 주목했다. 또 다른 포인트는 전시 장소인 송원아트센터의 공간성과 추후 설치 예정 장소인 페럼CC 골프하우스의 디자인 이었다. 첫 현장 회의 때 삼각형 계단의 틈에서 떨어지는 빛을 만났는데 송원아트센터 건축의 특징을 보여 주듯 매우 독특하고 차별적이었다. 그것은 분명 빛인데 마치 날카롭고 단단한 철처럼 공간을 매섭게 가로지르는 강 렬한 빛이었다. 아마 그때, 빛처럼 강렬하게 절제된 공간을 가로지르는 철 덩어리라는 개념을 생각했던 것 같다. 또한 프로젝트 후원사인 동국제강 그룹에서 생산하는 철의 물성을 바탕으로 본 프로젝트에 사용할 철의 속성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크게 후판이라고 부르는 판재와 럭스틸이라 이름 붙인 내외장재로 나뉜다. 즉 구조적 힘을 지니는 남성적 부재와 코팅 패턴에 따라서 외피의 느낌을 달리하는 여성적 부재로 요약된다. 철의 가공 방식과 표면 처리에 따라서 다양한 요소와 부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상반된 두 개의 물성 을 삼각형 형태와 결합시키면서 철의 특성인 육중함과 유연함을 동시에 보여주고자 시도하였다. 작품의 구조, 작품을 구체화시킨 방식, 작품을 만든 과정 등을 소개해 달라. 굉장히 힘든 작 업이었다고 들었다.   무엇보다 시간이 굉장히 부족했다. 디자인하고 설치하고 오픈하려면 조율해야 할 사항이 많은데 시간이 절대 적으로 촉박했다. 특히 디자인 조율 과정에서 구조 엔지니어와 많은 협의를 해야 하는 데 디자인을 정리할 협의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뫼비우스 띠 형상을 한 부재들이 서로 엇물리는 응력으로 전체 형태를 지지하는 구조 인데, 상부의 구조점 두 개를 띄우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더 큰 문제는 15톤 정도 되는 구조물을 미술관 내 부 지하로 반입하고 그것들을 순서에 맞게 배열해서 조립하는 일이었다. 오차를 줄이기 위해 부재 전체를 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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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과정을 거쳤는데도 불구하고, 각 부재들이 벤딩 모멘트와 휨 모멘트의 응력으로 결합된 형태였기 때문에 내 부에서 다시 제작할 때 응력으로 인한 부재 크기 오차를 교정하는 데 많이 힘들었다. 15톤의 구조물을 분해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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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조립해보고 부재들의 접합 오류에 대한 최종 확인을 거친 뒤에야 반입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한 번 확

미술관의 좁은 내부로 반입하고, 그것을 다시 분해해서 외부 조건에 맞춰 영구 설치한다는 것이 상당히 많은 인 내와 작업 과정을 요구했다. 시간이 매우 모자란 상황이었지만 구조 엔지니어, 제작자, 발주처 모두 같은 방향만 을 바라보고 매진한 덕에 겨우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건축가 개인의 성과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더불어 이러한 형태의 전시 가 갖는 의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개인적으로는 콜라보레이션의 균형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프로젝트였다. 한쪽의 일방적인 요구로 균형 점을 잃게 되면 이런 협업 프로젝트는 굉장히 힘들어진다. 다행히 건축가와 유니온스틸 모두 재료의 본질과 작 업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가기 위해서 노력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런 점이 콜라보레이션 작업에서 중요한 포인트라고 깨달았다. 외국에서는 건축가와 재료 회사가 협업하여 다른 유형의 재료 실험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장을 선도하는 건축가 입장에서는 새로운 감성을 지닌 재료가 필요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 려는 재료 회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 할 기회가 필요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가기 위해서 는 디자이너와 재료 회사의 콜라보레이션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꼭 필요한 일이다. 다행히 이번 프로젝트는 한 국에서 보기 드문, 적절한 균형점을 가진 콜라보레이션의 좋은 사례라는 점에서 나름대로 성과라고 생각한다. 즉 개인적으로는 철이라는 재료를 써 보면서 재료의 물성에 대해 깊이 있게 알게 되었다면, 건축가라는 입장에 서는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에서 균형점을 얻은 사례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는 그런 점에서 건축가, 기업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바람직한 결과를 많이 만들어 낸 것 같아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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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경계, 문門 일시 2014. 10. 8-11.12 장소 아름지기 통의동 사옥

건축의 가장 기본 요소 중 하나인 '문(門)'을 주제로 한 재단법인 아름지기의 기획 전시이다. 우 리는 매일 이쪽 공간에서 저쪽 공간으로 문을 통해 넘나들며, 찰나의 순간을 문이 만드는 경계 위에 서게 된다. 이처럼 무의식적으로 겪는 일이지만 ‘경계’들과의 '소통' 속에 살고 있음을 전 제로, 전통 문화 연구소, 현대 건축가, 디자이너 등이 함께 공간을 탐구하고 재해석하였다. 특 히 이번 전시의 한 파트인 <건축가의 문>은 4팀의 현대건축가 최욱, 최문규, 조병수, 네임리스 건축(나은중, 유소래)이 ‘문’을 재탐구함으로써 경계와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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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및 자료 제공 | 아름지기

최욱의 ‘문’

패브릭, 나무, 철, 페인트 도장

‘문’은 철학적, 미학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건 축에서는 가장 물리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건축 공간에서 가장 많이 손을 대는 부분이자 신체와 가 장 밀접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문에 따라 그것을 여닫는 데 적합한 행동이 발생한다. 문은 가벼울 곳과 무거울 곳, 밀어야 할 곳과 당겨야 할 곳이 있 다. 문은 행동을 만든다. 전시 관람객의 행동에 따 라 문이 열리고 공간의 풍경이 달라지는 경험을 선 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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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규의 ‘문’

스테인리스 스틸,

블랙 비러, 철판 위 도장

소통보다는 경계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문 에서 경계는 문지방 같은 것이다. 거기를 넘 으면 안이 되고, 밖이 생긴다. 안에서 보는 문 의 세계와 밖에서 보는 문의 세계는 달리 존 재한다. 가끔 문을 열고 들어가 뒤돌아보면 내가 들어온 문이 완전히 다른 문일지도 모 른다는 생각이 든다. 앞과 뒤가 완전히 다른 최문규의 문(오른쪽)과 조병수의 문.

문, 크기도 색도 재료도 너무 달라서 정말로 다른 세계로 들어온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문을 제시한다.

조병수의 ‘문’

재사용 골강판, 나무 각재, 강화 유리, 재사용 합판

특정 공간에 대한 특별한 문이 아닌, 일반 가정에서 편하게 만들고 사용할 수 있는 문을 생각했다. 주변에서 흔하 도 재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디자인한 것도 디자인하지 않은 것만 못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문의 재료와 구조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었다.

네임리스 건축나은중, 유소래의 ‘문’

경질 에폭시, 반투명 실리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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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찾을 수 있는 재료와 단순한 구조로 문을 만들었으며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문을 쓰지 않을 때에는 다른 것으로

전통 문이 지니는 경계의 가능성을 새로운 재료와 구 법을 통해 재해석했다. 옛 문은 창호지의 반투명성과 격자 나무살의 견고한 구조가 서로를 적절하게 수용 한다. 이것을 강화 에폭시의 구조적 살과 반투명 실 리콘 표피로 표현해 냈다. 탄성을 지닌 실리콘의 부 드러운 표피는 안과 밖을 최소한으로 구분하며, 닫힌 상태에서도 공간 너머 빛과 실루엣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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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탐구 7팀의 건축가, 7개의 집 이야기 일시 2014.10.24-11.7 장소 정미소 갤러리

(사)한국건축가협회(회장 한종률)가 주최하고 한국건축가협회 젊은건축가위원회(위원장 이기 옥, 신창훈)가 주관하는 하우쇼(HouShow) 시즌2 전시가 <옆집 탐구>라는 주제로 개최되었 다. 'HouShow'는 House(집)와 Show(보여주다, 가르쳐주다)의 합성어로 건축이 대중에게 좀 더 쉽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획된 전시이다. 시즌1은 지난 2012년부터 2013년까지 6 인의 건축가(곽희수, 이기옥, 김동진, 박종혁, 우대성, 최춘웅)가 '작은집'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바 있다. 이때의 내용은, 전국 각지의 사연 6개를 받아 건축가들과 대화를 통해 계획 설계를 하 고 '건축가와 방석집'이라는 명칭의 리셉션을 통해 작품 설명회 형식으로 마무리하는 것이었 다. 시즌1에서 진행된 계획 설계 가운데 이기옥의 작업은 실제 준공이 되기도 했다. 올해 시즌2는 총 7팀의 건축가 그룹을 구성하여 '옆집 탐구'라는 주제로 진행하였다. 이 주제는 “건축주의 조력자로서 건축가는 건축주의 삶에 초대되는 그 순간부터 옆집 탐구를 시작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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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를 담고 있다. 건축가는 건축주에게 집을 의뢰받는 순간부터 건축주의 일상과 꿈, 욕망들을 세세히 관찰하며, 이러한 ‘탐구’의 결과는 대부분 건축 설계의 전제 조건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 로 건축가에게 적극적인 엿보기를 허용할수록 집에는 건축주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난다. 이번 전시에는 바운더리스의 김윤수, 노션 아키텍쳐의 김민석·박현진, 네임리스 건축의 나은 중·유소래, 디자인밴드 요앞의 강민희·김도란·류인근·신현보, IVAAIU City Planning의 이동욱, 건축농장의 최장원, 그리고 DesignHunters의 한정훈 등이 참여했다. 7개 팀, 총 12명의 젊은 건 축가들 중 어떤 이는 작업에 재미있는 상상력을 더하여 평소 자신이 갖고 있는 건축에 대한 생 각을 들려주었고, 또 어떤 이는 실제 작업 과정 속에서 탐구되었던 것을 재치있게 전달해 주었 다. 다음은 각 팀이 이야기하는 ‘집에 대한 생각’이다.(편집자 주)

With Something 바운더리스 김윤수

도시에서 거주하기? 혹은 살아가기?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본다. 도시에서는 밥 먹고, 일하고, 놀고, 쉬고 등등 많은 일들이 각각 다양한 공간의 이름으로 존재 한다. 도시는 커다란 거주 공간이 되었다. 도시는 필요한 공간을 소유할 필요 없이 빌려 쓰면 된다. 집 또한 빌려 쓰는 공간이 되었다. 빌려 쓰는 최소한의 집 을 원룸이라고 부른다. 원룸에는 생활에 필요한 모든 기계들이 들어가 있지만 실제로는 별로 사용하지 않고 잠만 자는 것이 현실이다. 어쩌다 쓰는 그 기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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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다른 곳에 치우고 같이 사용한다면 어떨까? 옛날 옛적처럼 거주 공간에 일하 고, 놀고, 먹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다시 넣는다. 기계가 빠져나간 방은 넓어지고 자신을 위한 기억의 소품들로 채울 수 있다. 누군가 만날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 된다. 같이 사용함으로써 저렴한 주거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속 주 거 방식에 대응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한다.

시우정 노션 아키텍쳐 김민석+박현진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앞서, ‘집에서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본다. 그 답은 단순히 집에서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에 대한 사 유에서 출발해서, 가족 구성원 혹은 이웃이 어떻게 마주치고 소통하며 어울리고 싶은지, 즉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사유이다. 나아가 미래의 상황들, 예를 들 어 자식들이 분가한 이후에 그들이 점유하던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등등 다양 한 삶의 형태에 대한 사유로 확장될 것이다. 건축가는 건축주와 대화하면서 그들의 삶의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듣고 소통한 아니라 더불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사유하는 과정이다. 집은 결국 우리 삶에 대 한 또 다른 사유의 흔적이다.

저 푸른 언덕 위에

네임리스 유소래+나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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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집을 설계한다는 것은 집을 스케치하고 구축하는 물리적 행위에 그치는 것이

집은 강함과 연약함을 동시에 지닌다. 외부환경으로부터 삶을 보호하는 안식처 로서의 집은 물리적으로 강해야 하지만, 급변하는 환경과 가치에 유연하게 대응 할 수 있는 또 다른 건축적 개념이 필요하다. 집은 삶의 중력을 붙잡는 무거운 실체이자 동시에 한없이 일시적인 장소이다. 건 물은 특정 장소에 구축되지만 그 안에서의 삶은 일시적이며 유동적인 일상의 기 록들로 채워진다. 특히 정보와 소통의 시대에 우리의 삶은 특정 공간에 제한되지 않고 물리적인 한계를 넘나든다. 영구적이며 때로는 일시적인 일상의 발견을 통 해 도래할 시대의 주거환경을 상상한다. 복합성과 단순함은 서로를 구축한다. 집은 사람, 도시, 자연 그리고 시간 사이에 놓여 있다. 이들의 상호적 대화는 이 시대의 예측 불가능함과 복합성을 드러내지 만, 가장 좋은 경우는 단순한 하나의 교차점을 만든다. 우리는 그 지점에서 발생 하는 삶의 관계에 집중하여 이 시대의 집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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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집_History 디자인밴드 요앞 신현보+김도란+류인근+강민희

집짓기란 기억에 대한 것이다. 건축주의 개인적 기억에서 끌어올린 결과물인 집 이 다시 그 사람에게 중요한 사건으로 남게 되는, 작지만 중요한 순환이다. 건축 가 피터 줌터는 그의 책 『Thinking Architecture』에서 ‘기억은 아주 깊은 건축적 경험을 담아낸다’고 말한다. 진한 기억은 강한 욕망과 선명한 꿈을 불러온다. 그것이 강하고 선명할수록 그 안에 더 구체적인 건축적 경험의 가능성을 담을 수 있다. 집 설계를 의뢰하기 위해 찾아온 건축주와 미팅을 진행하면서 개인적 기억 들을 듣고 엿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지금 건축주에게 꼭 필요한 욕망과 꿈을 발 견해내고, 그 중 건축적 경험의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어 구체적 공간으 로 재구성해서 건축주의 눈앞에 내놓는 것이 건축가의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성공적이라면 그렇게 만들어진 집은 아마도 건축주의 또 다른 개인사가 쌓아 올려질 때 배경공간이 되어줄 것이다. 또 다른 소중한 이야기들을 그려나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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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스케치북,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기억을 담는 집이다.

<Extended-Divided-RenovatedAltered-Makeshift Housing in Seoul>

IVAAIU City Planning 이동욱

서울의 주거 건축은 점점 형태와 규모, 내용 등이 다양해지고 있다. 나이 들어가는 도시인 서울에서는 새로운 주 택 건축보다 대수선, 수선, 증축 혹은 가설 건축물 등으로 분류되는 종류의 주택 건축이 활발하다. 건축주와 건축가, 시공사 모두 오래된 도시 구조 속에서 새로운 주거의 가능성들을 모색하고 있다. 지금 서울에 서는 기존 주택을 리노베이션하여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주택을 만들거나, 큰 주택을 여러 채로 나누어 작은 도시형 생활주택들로 나누거나, 낡은 도시의 법규와 구조의 빈틈을 활용하여 컨테이너나 모바일 건축 키 트 등의 새로운 주택을 채워 놓는 등, 50년 전 서울에서는 발생하기 힘들었던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제 오랜 역사의 서울에서는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상황들이 주택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요구된다. 이번 하우 쇼에서 IVAAIU City Planning은 전형적 신축 주택 프로젝트 대신 서울의 오래된 공간에 생성될 수 있는 주택 타이폴로지 제시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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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

건축농장 최장원

내가 생각하는 ‘집’ 이미지는 ‘장미정원’에 들러 싸인 삼각형 지붕의 2층 주택이다. 그 중 제일 좋아했던 장소는 잔 디와 온갖 종류의 나무가 정글처럼 얽혀진 ‘마당’, 그리고 버리기 아까운 가구와 먼지가 소복이 쌓인 ‘골방’이다. 비록 크지 않은 집이었지만 어린아이의 눈에는 영화 속에 등장할 법한 대저택 못지않은 위용을 자랑했다. 건물 안, 밖을 오가며 계절을 즐기기도 하고, 구석진 방에서 카드 보드 종이와 버려진 도구들을 이용해 하늘을 하는 자 동차를 만들거나, 오래된 동화책을 보곤 했다. 어린 시절 ‘정원의 집’은 나만의 이야기가 있는 그런 집이었다. 지금은 근생 건축, 빌라와 아파트의 증가로 인해 프라이빗한 마당과 개인적인 사색의 공간을 갖기 쉽지 않다. 많 은 사람들이 발코니, 다용도실, 옥상의 작은 텃밭에서 그 아쉬움을 달래지만 오늘날의 집은 시간과 기억의 깊이 가 점점 얕아지고 있다. 집이 소유의 대상이기 전에 ‘우리에게 필요한 ‘원초적인 집’의 원형은 무엇일까?’라는 궁 금증이 생겨났고, 이 시점에 현대인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만의 <비밀의 화원>을 통한 새로운 정주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의 이야기와 삶의 기록을 위해 ‘마당’과 ‘골방’ 같은 창작의 공간과 이야기 저장소가 필요하다. 외 지 않을까?

저 문을 열고 네가 나온다면…

DesignHunters 한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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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고 싶을 때는 자발적인 은자가 되기도 하고, 자연과 집이 하나된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동굴 같은 집이 필요하

대규모 단지의 고층 아파트에서 살았던 초등학교 시절, 우연히 맞은편 동 사람들에 관한 호기심에 몰래 커튼을 치고 망원경으로 관찰한 적이 있었다. 어떤 특정한 호기심 때문이라기보다는 똑같은 구조의 똑같이 배치된 공 간에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패턴이 궁금했다라고 뒤늦은 변명을 해 본다. 요즘 우리는 각자의 삶을 챙기기에도 바쁘고 힘들게 산다. 하지만 살면서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재산 중 하나인 집을 소유하게 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기존의 반복된 일상에서의 탈출 및 정신적 일탈이라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오늘도 많은 사 람들이 자신만의 공간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 속에 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들의 노력과 건축가의 의지가 제 대로 합일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집이라는 아름답고도 신비로운 선물을 받게 된다. 많이 고민하고 소중함에 대한 인식이 분명할수록 그 선물의 값어치는 높아진다. 이 시간에도 집이라는 선물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앞으로 자신이 살게 될 아름다운 공간을 꿈꾸며 고단한 일상 속에서 더욱 힘 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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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의 집, 세 번째 전시 일시 2014.10.7-10.31 장소 온그라운드 갤러리

<최소의 집>이 지난 4월 두 번째 전시를 인사동에서 마치고 6개월만에 세 번째 전시를 가 졌다. 이 전시의 기획자는 시간이 지체된 이유로 전시 장소의 문제와 참여 건축가를 구성하 는 데 어려움이 있었음을 토로했다. 실제로 이 전시는 장소 후원을 제외하면 기획 주체나 참 여자 모두가 스스로 발로 뛰고 전시 비용 일체를 부담하고 있다. 특히 기획자는 이처럼 불리 한 여건 속에서 기꺼이 전시에 참여할 수 있고, ‘최소’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건축가를 찾아 야 한다. 본지는 이제 세 번의 전시를 마친 <최소의 집> 주최자들이 ‘젊은 건축가들의 연대 와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애초의 야무진 꿈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자의 허심탄 회한 얘기를 들어보기로 하였다. 물론 세 번째 전시 참여자들이 생각하는 ‘최소의 집’은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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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인지도 함께. (편집자 주)

최소의 집, “그 전시는 왜 하는 겁니까?”

정영한

최소의 집 기획자, 스튜디오 아키홀릭 대표

전시를 준비하며 가장 많이 듣거나 받는 질문을 요약하면 크게 두 가지 카테고리 안에 머

문다. 하나는 전시의 주제를 통해 획득하게 될 본질적 가치에 대한 것과 또 다른 하나는 그 이면의 개인의 욕망 에 대한 것이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최소의 집 전시를 통해 당신이 이야기하려는 것은 정확히 무엇인가?’ 와 ‘장기 전시를 통해 궁극적으로 개인이 얻으려는 것은 무엇인가?’란 질문이다. 대부분 프로퍼간다를 내세우는 이들에게 던지는 질문의 수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기획자의 의도가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 기획자 스 스로 명확히 밝힐 필요는 분명히 있다. 최소의 집은 작은 집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주 작은 집도 아니다. 그렇다면 아주 싼 집일까? ‘최소의 집’에 대한 정의는 처음부터 기획자의 몫이 아니었다. 집이 가지는 수많은 가치들 중 크기와 비용에 한정지어 생각하는 것. 그 자체에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 사실상 ‘최소의 집’의 출발점이다. 집의 크기와 비용은 또한 상대적이다. 그러 니 사람들마다 경험의 차이로 누군가에겐 아담한 집이 또 다른 이에겐 아주 작은 집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비 싸다고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적정한 금액이라 생각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심지어 가족 구성원끼리도 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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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하다고 느끼는 공간이나 경제적 관념은 다를 수밖에 없다. 다만 각자의 경제적인 규모에 맞는 크기와 비용으로 집을 어떻게 소유할 것인지에 대한 방식을 고민하기보단 오히려 높은 이자율의 대출이자를 갚 더라도 남들과 비교 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우선 크기를 늘려 놓고 시작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 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집을 소유하기 위한 방식에 어떠한 의심도 없이, 획일적인 평수에 심지어 방 개수 까지 똑같은 복제 공간 안에서 나만의 라이프스타일 없이 깊이 병들어 가고 있다. 1978년 9월호 ‘뿌리 깊 은 나무’에서 김현의 ‘알고 보니 아파트는 알고 보니 살 데가 아니더라’의 오래 전 글에서도 그 지독한 병을 언급한 걸 보면 이 병의 생명력은 꽤나 질긴 듯하다. 이 병을 고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을 고르는 법을 익혀야 하는데, 자신의 신체 크기를 S,M,X,XL의 치수에 의존하여 아무런 의심 없이 평생을 입고 다니는 것은 아파트의 20평, 30평, 40평, 50 평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무관하게 짊어지고 사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같은 스몰 혹은 라지 사이 즈라도 팔의 길이가 틀리고 어깨 넓이가 다르듯 지금의 현실은 오직 하나의 옷을 입어야 하는 진정한 커스 터마이즈드Customized가 필요한 세상이며, 집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그동안 다양한 옷을 만들긴 했 어도 화려한 외양만을 갖춘 옷이나, 잘 만들었어도 왠지 ‘입는 자’를 위한 옷이 아닌 ‘만드는 자’를 위한 옷 때문에 많은 불편함을 경험한 바 있다. “동물처럼 때론 몰려다니는 인간들이라면 서로 구분할 색깔이 필요 하겠지만 현대인에겐 누군지 알려야 하는 그런 옷은 필요 없다. 그들에겐 엄청나게 강한 개성이 있기 때문 이다”라고 약 100여 년 전에 아돌프 로스Adolf loos가 언급한 것은 장식으로 보여 주기 위한 건축(또는 집) 이 아닌 인간 개개인의 고유한 개성처럼 그들만의 삶의 이야기가 투영된 집과 건축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 기한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 몸에 맞는 옷을 찾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옷을 사 입는 방법, 즉 집을 소유하는 방법론이다. 오래전 경 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과거엔 주택을 소유하기보다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거나 임대비를 지불하며 사 는 것을 당연시 받아들였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미국은 1937년 연방주택국이 설립되고 1차 세계대전 이후 발생한 주택난 해소와 대공항에 따른 경제적 재해를 벗어나기 위해 ‘주택 론loan 시스템’ 제도가 만들어지면 서 누구나 주택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저소득층을 위한 낮은 금리의 대출로 평생 은행 빚을 갚아야 하는 이러한 ‘소유 방식’은 앞서 엥겔스가 언급한 것처럼 빚을 갚기 위해 평생 일을 해야만 하는 현대의 농노에

와이드 REPORT 1

제학자 엥겔스는 돈을 만들어 내지 않는 주택을 소유하는 것은 노동자에서 농노 이하의 지위로 전락시킬 것

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은 여전히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이다. 오늘날 경제 상황 아래의 우 리 주거시장을 고려해 보았을 때, 우리는 대형 건설사가 분양하는 아파트를 여전히 은행의 장기 대출에 의 존하여 집을 소유하는 방식을 지속해 오고 있다. 이러한 주거 환경에서는 결국 ‘최소’라는 가치를 통해 최소 한 각자의 경제 규모와 삶의 방식에 맞는 적정 공간이란 어느 정도인지 자율적 선택을 해야 하며, 지금은 라 이프스타일에 맞게 변모할 집의 유형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건축가와 대중 모두가 함께 찾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 고민의 출발은 다름 아닌 일상 속 작은 가치를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하여 우리에게 적합한 ‘생활 공간’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또한 대지와 주택을 소유하는 개념에서 공유의 개념으로, 공간 의 점유에서 시간의 점유로 바뀌어야 할 시대에 우리에게 맞는 다양한 집의 이미지를 갖게 하는 것이 필요 하다. 이것이 바로 <최소의 집> 전시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궁극적인 가치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질문인 ‘장기 전시를 통해 궁극적으로 개인이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가?’는, 사실 전시로써 자신 을 알리는 것이 개인적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단기전보다는 장기전이 명백하게 유리하다. 빠 른 시간 내에 자신을 알리고, 빠른 시간 내에 또 다른 이슈로 전환하는 식의 상투적 레퍼토리보다야 낫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러한 개인적 실리가 오래갈 리 없으며 오히려 건축가는 자신의 건축 작업을 통해 스 스로를 알리고 건축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우선이다. 물론 건축가가 건축 작업 이외에도 다양한 전시나 출판, 강연 등을 할 수 있으나 그러한 것들은 건축을 접하는 대중들을 위한 다양한 공유 방식을 모 색하기 위한 방법이라 이야기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그러한 방식으로 형성된 공유점을 통해 다양한 장이 만들어진다면, 개인의 실리 문제가 아닌 건축계 전체의 환경이 변하여 대중의 건축에 대한 인식과 간극이 좁혀지리라 생각된다. 또한 그 공유점이 내부적으로는 동시대에 활동하는 모든 선후배 건축가들의 집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때론 각자가 설계 수법을 열어 놓고 서로의 비평에 귀를 기울여 좀 더 객관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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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2 | Wide AR no.42

건축 좌표를 설정해 나가고자 노력하며, 외부적으로는 건축계의 행보들과 발맞춰 대중과 호흡하기 위해 노 력하는 것에 이 전시가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다. 솔직히 말하면, 열 번 째 <최소의 집>전으로 가는 길은 많은 분들의 도움없이는 결코 녹록하지 않다. 후배, 동료, 선배들의 조언을 언제나 들을 준비가 되어 있고 본 전시 기획의 주제와 컨셉이 흔들리지 않는 한 매 회마다 다양한 부제들도 덧붙여 진행하려 한다. 물론 장기 전시가 순탄하기 위해선 기획 주체의 의지도 중 요하지만 참여자들의 다양하고 새로운 ‘최소’에 대한 정의와 집의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 <최소의 집> 전시 는 장소 후원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최소라는 가치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기획자 입장에서는 시간에 쫓기 지 않으면서 ‘최소’를 고민해 줄 건축가를 찾는 과제도 막중하다. 그래서 초기의 ‘완공작’이란 참여 제한을 ‘완공 예정작’ 혹은 ‘완공 가능작’으로 열어 놓을 계획이다. 또한 그리고 집의 규모뿐 아니라 최소의 공법, 최소의 재료, 최소의 구조 등 다양한 기술적인 측면으로도 범위를 확장시킬 계획이다. 앞서 언급한 전시 목 표와 새로운 계획을 위해 앞으로 더 많은 건축인들의 관심이 모아졌으면 한다.

3rd -1

<1+1=∞> 최소의 집을 규정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면 적을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일 테다. 면적이 작은 최소 의 집이라면 물리적으로 고시원을 벗어나지 못할 것 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최소의 집은 면적은 넉넉하지 않지만 그 속에 사는 사람에게 나오는 향기는 최대가

와이드 REPORT 1

될 수 있는 2인 이상의 동거 공간이다. 1인 면적에서 2 인이 되면 1인의 2배 면적보다 작아지지만 그 속에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더 풍요로운 생활을 위한 공간이 있다. 제안하는 공간은 기본 모듈이 컨테이너 크기로부터 시작된다. 그것에서 2.5mX2.5m의 개인 공간인 침실 과 화장실이 덧붙여질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확 장되는 면도 상황에 맞게 늘어날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과 기능은 생활로 공유된다. 이렇게 확장되 는 구조는 수직적으로도 확장된다.

<사색의 집> 시작 서울에서의 일상을 잊기 위해 풍광 좋은 제주도에 주 말 주택을 짓기로 했다. 비행기에 몸을 맡기면서 지친 마음을 내려 놓으려 한다. 북쪽으로는 바다가, 남쪽으 로는 한라산이 보이는, 제주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 는 작은 마을에 대지가 위치한다. 동쪽으로는 작은 길 을 가진 마을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큰 나대지가 보이 는 평지의 작은 땅이다. 제주 제주에서 건축을 하는 육지의 건축가들은 제주의 색 과 제주의 풍광을 담으려 해왔다. 기후에 관심을 가지 고 재료에 고민이 있어 왔다. 우리는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광인 귤 창고의 형태에 관심을 가진 다. 적절한 비례를 가진 귤 창고는 100여 년 전부터 일정한 형태와 비례를 유지하고 시대에 따라 재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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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만 변화가 있다. 크기는 달라도 유지되는 비례와 형태 가 눈에 익숙함을 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으로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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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의 집에 대한 생각> 우리에게 있어 ‘최소의 집’이란 단순히 크기가 작은 집

획하였다. 남북으로 긴 귤 창고의 주택은 남북의 풍광

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에게 필요

을 얻고 빛을 들인다.

한 것들이 적절히 갖춰진 집을 의미한다. 세상은 서로

사색

다른 생김새와 다양한 모습을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

이곳에 머무는 시간이 적기 때문에 큰 면적이 필요하

져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시각

지 않다. 그렇지만 생각과 마음은 넓어지기를 기대한

과 생각은 정작 그 생김새만큼 다양하지는 못한 듯하

다. 내부와 외부를 관통하여 연결되는 순환 동선은 제

다. 때론 내가 무엇을 좋아하며 왜 선택하는지에 대한

주의 풍광과 사유의 시간을 늘여준다. 가장 공적인 거

의심조차 없이, 누군가에 의해 정해졌는지도 모르는

실과 가장 사적인 침실을 외부 동선으로 이어주며 공

무의식 중에 잠재된 기준들 속에 나를 맞추어 살아가

간의 순환을 제안한다. 이곳에서 생각의 정리, 마음의

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 본다. 그래서 우리는 다양하지

정리를 위한 시간이 펼쳐진다. 작은 공간에서 큰 생각

만 결코 다양하지 못한 선택과 결정들을 하며 살아가

으로 연결시키는 장치로 사색의 집을 설계하였다.

고 있는 것 같다. 이렇듯 우리는 종종 자신의 의지와 필 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남에게 보여지는 삶에 치중하며 살고 있지는 않나 뒤돌아본다. 나를 바라보는 삶, 즉 나

㈜에이라운드건축

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내가 무엇이 왜 필요한지에

에이라운드건축은 2005년부터 8년간 ‘건축 사사무소SAAI’ 공동 대표로 있던 박창현 소장 이 2012년 새롭게 시작한 사무소이다. 지금까

대한 질문의 과정을 통해서 도출된 나를 위한 집, 그것 이 진정 우리가 바라보는 최소의 집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 창원G cafe인테리어, 주말주택인 아틀리에 나무생각, 아웅산순국사절 추모기념비를 설계

32회 서울시건축상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지

<작은 집(50m2 주택)> 이 주택의 설계는 건축주의 “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 울이기”에서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결혼을 앞둔 예비

금은 제주도에 주말주택인 무진도원과 ‘젊은

부부인 건축주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건축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으며, 건축에서

진정 본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결혼 후 어떠

나타나는 사회적 상황과 현상학과 연계되는

한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는가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

건축에 관심을 갖고 작업하고 있다.

들을 스스로 해 보면서 집을 짓기로 결정하고 의뢰를

와이드 REPORT 1

하였고, 공동주택인 조은사랑채로 2014년 제

해왔다. 건축주는 첫 미팅 때 다음과 같은 편지를 건네 주었다. “살면서 계속 더 큰 집을 원하고, 또 그래서 옮기고, 더 많은 공간이 생기고 그래서 더 많이 채워놓아야 하고. 저희는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아요. 저희에게 딱 맞는 집, 무의미하게 비워진 공간 없이 갖추어진 작은 집을 원해요. 그러면 좀더 욕심을 버리면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 주택이 들어설 사이트는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 초입 부분에 북측으로 6m 도로와 서측으로 4m 도로 가 만나는 코너에 위치하며, 대지의 가장 낮은 곳과 높 은 곳의 레벨차가 4미터가 나는 급경사의 조건을 가지 고 있다. 제한된 공사비에서 최대한 효율적인 진행을 위하여 건 홍제동 단독주택, OBBA

물이 들어설 대지의 컨디션을 최대한 보존하고 이용 하도록 하였다. 건축주가 제시한 최소한의 프로그램 들(방 2개와 거실 및 주방, 화장실 그리고 작은 다락) 과 함께 별도의 주차 공간이 필요없다는 조건들을 고 려하여, 주택은 전체 90m2의 대지 면적 안에서 연면적 50m2의 2층 규모로 계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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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2 | Wide AR no.42

효율적인 동선과 프로그램의 특성을 고려하여 현관을

어 구조로 인해 복도와 같은 불필요한 공용 공간을 줄

1,2층 중간에 위치시키도록 하였고, 주로 시간을 보내

이고 전용 면적을 극대화할 수 있었으며, 또한 벽돌의

는 거실과 주방은 충분한 채광을 위하여 2층으로 배치

비워쌓기 방식을 중정 공간뿐만 아니라 인접건물과 접

하였다. 또 프라이빗을 요구하는 각 실들과 화장실은 1

한 입면, 그리고 설비 시설이 설치되는 곳에 부분적으

층으로 계획하였다.

설계 기간

2014.07~2014.09

공사 기간

2014.10~

유형

주거시설(단독주택)

위치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

대지 면적

85.00㎡

인 역할을 함께 수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건축 면적

44.30㎡

이러한 방식을 취함으로써, 사용자에게는 어두침침한

연면적

49.23㎡

건폐율

52.12%(법정 최대 60%)

용적률

57.92%(법정 최대 150%)

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빛과 바람에 의해 다양한 표정

규모

지상 2층

이 연출되는 중정 공간을 통해 각 세대로 진입할 수 있

구조

경량 목구조

주요 마감

골강판, 스타코

의 세대에 3면의 오프닝을 갖게 하여 적극적인 자연

설계

OBBA(이소정 & 곽상준)

환기를 가능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비워쌓기를 통한

설계팀

김재호, 김다애

구조 설계

터구조(박병순)

로 적용하여 기능적인 부분을 만족시키면서도 심미적

복도를 지나 세대로 진입하는 경험 대신, 계절과 시간

는 경험을 갖도록 하였다. 또한 이러한 구성으로 각각

벽돌스크린을 통해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프라이버시 보호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나아가 건축주 측면에서 내발산동 다세대 주택, 사진 신경섭

는 수익성과 디자인적 만족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었

와이드 REPORT 1

전기/기계 설계 아이에코엔지니어링 시공

TCM글로벌

Beyond the Screen(내발산동 다세대주택)

고 마지막으로 도시미관적 측면에서는 추후에 일어날

설계 기간

2012.06~2012.08

수 있는 상황들을 미리 예측하여 초기 계획 단계에서

공사 기간

2012.09~2013.03

충분히 반영하여 설계함으로써, 무분별한 설비 시설의

유형

주거시설(다세대주택),

노출과 건물의 형태가 확장 변질되는 사항들을 막고

근린생활시설

인근 주민으로 하여금 아름다운 건물에 대한 관심을

위치

서울시 강서구 내발산동

대지 면적

215.00㎡

건축 면적

128.08㎡

연면적

427.24㎡

건폐율

59.57% (법정 최대 60%)

용적률

198.72% (법정 최대 200%)

규모

지상 5층

OBBA(Office for Beyond Boundaries

구조

철근 콘크리트조

Architecture)는 다중적 의미로서의 경계에 관

주요 마감

벽돌, 드라이비트

불러일으킬 수 있게 되었다.

OBBA

<BEYOND THE SCREEN>

심을 가지며, 그 속에서 사고와 활동의 범위를

설계

OBBA(이소정 & 곽상준)

이 건물은 오래된 다세대주택들과 신축빌라가 혼재하

확장시키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자 노력하고 있

구조 설계

터구조(박병순)

여 밀집해 있는 강서구 내발산동의 주거 밀집 지역에

다. 최근 내발산동 다세대주택인 <BEYOND

전기/기계설계 원우엔지니어링

위치해 있다. 임대 목적에 맞게 각 실들은 작은 원룸 형

THE SCREEN>을 완공하였으며, 현재 역삼동

태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안에서 가능한 풍요로운 공

단독주택, 내곡지구 다가구주택, 홍제동 단독

간과 삶을 사람들에게 제공해 주고자 하는 목표로부터

주택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출발하였다.

이소정은 이화여대 환경디자인과와 University

북측의 6m 도로와 서측의 4m 도로가 만나는 코너에

of Pennsylvania 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위치한 이 건물은 정북일조사선제한과 도로사선에 의

OMA와 Mass Studies에서 여러 지역의 다양한

해 생기는 법률적인 한계선에 의해 자연스럽게 그 형태

프로젝트를 통해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가 정해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하나의 볼륨처럼 보이나,

곽상준은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실제로는 두 개의 매스가 외부 계단에 의해 연결되어

스페이스연과 Mass Studies에서 다양한 프로

있는 H자 평면 구성을 가지며, 동서 방향으로 스킵플로

젝트를 수행한 후 이소정 소장과 함께 2012년

어 구조를 취하고 있다. 1층에는 근린생활시설과 필로

OBBA를 설립하였으며,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티 주차장이, 2층에서 5층까지는 크기와 형태가 다른

2014년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하였다.

총 14세대로 구성되어 있다. 기존의 다세대주택이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평면 구성 에서 벗어나 스킵플로어 구조를 취함으로써 복도가 아 닌 각각의 계단참에서 바로 세대 진입을 허용할 수 있 는 새로운 유형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스킵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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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홍제동 단독주택)

시공

이인시각

사진

신경섭


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3rd -3

작은집 컨셉 이미지

용할 수 있는 방 한 곳, 그리고 전시 및 홍보를 하고 한 쪽에선 벌을 기를 수 있는 방 한 곳으로 계획하길 원하 였다. 그리고 옥상마당을 다양한 이벤트를 수용할 수

작은집 면적

42.98㎡(13평)

규모

1층

준공년도 제안 단계

있는 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장치들이 놓 이길 바랬다.

<작은집>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 그것들의 가치를 드러 내 주는 작은 움직임. <작은집>은 도시형 한옥을 부부가 거주하며 작업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조심스레 살피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하였 다. ㄷ자 모양의 집은 남향의 마당을 품고 있고 그곳에 떨어지는 햇볕은 시간과 계절을 알려 주었다. 마당은 길보다 조금 낮고 방들은 조금 높았다. 그 차이는 몇 개 의 단들을 만들어 주었다. 방과 방, 그리고 방과 외부는 유리가 끼워진 미세기 문으로 나뉘어 있었고, 이것들은 흐릿한 경계와 중첩된 공간을 만들고 있었다. 우리는 드러내 주고 싶은 것들을 찾았고 그 방법을 고 민하였다. 최소의 방법을.

서 떨어져 나와 마당 쪽으로 조금 옮겨지고 동시에 차 양의 길이와 모양이 조정된다. 안과 밖을 이어주던 단 은 확장되어 미세기 문들의 흔적과 함께 스튜디오와 주거, 그리고 그 중간 영역을 느슨하게 나누고 있다. 틈

면적

33.13㎡(옥탑방) /

이와임과 건축가 이상래는 요구되는 프로그램과 현재

117.89㎡(외부 공간)

장소의 여러 컨디션, 그리고 신발상가의 남북으로 펼

규모

5층 주상복합건축물의 옥탑층

쳐지는 동대문의 풍경과 창신동, 낙산의 풍경들을 고

준공년도 2014년 6월

려하며 남길 곳과 삭제할 곳 그리고 새롭게 만들 곳을 조심스럽게 정의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재료들과 동대문 청년들이 다룰 수 있는 도구들을 고려하며 마감과 디 테일을 정하였다. 설계 후 시공은 예산 관계로 옥탑방 한 곳에 한정하여 진행되었고 그 결과 부엌과 샤워룸이 딸린 작업 공간 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작업 공간은 기존에 두 개로 나 뉘어졌던 방을 연결하여 필요한 면적과 활용도를 확보 하였고 기존 부엌 공간 중 한 곳은 개구부 등 그 흔적들 을 남기면서 샤워룸과 보일러실로 재정의하였다. 내외 부 공간이 접하는 동,서측 벽에는 사이공간으로서 다 락방이 삽입되어 작업, 취침, 수납 등의 프로그램들이 수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게 하였으며 햇볕, 바람, 풍

와이드 REPORT 1

햇볕과 비를 거르는 창은 지붕을 받치고 있는 기둥에

DRP project

경이 걸러지는 장치가 되도록 하였다. 이 방과 연결되는 옥상마당에는 이벤트시 다양하게 활 용될 수 있는 부스와, 옥상 한 켠의 가스정압기와 통신 시설을 가리면서 동시에 스크린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림막이 계획되었다.

과 사이에는 수납공간들이 끼워져 작은 방들을 도와주 며, 작은 뒷마당은 새로운 바람길을 만들어 준다. 동측 의 새로운 출입문은 이웃과 마주칠 기회를 좀 더 만들 어 줄 것이다. 우리는 <작은집>을 통해 태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DRP 프로젝트

자 하였다. 나와 주변을 바라보는 태도, 그 관계를 대하 는 태도.

<DRP Project> 계획의 대상인 동대문 신발상가의 옥탑은 한때 두 세 대 (각 방1, 부엌1)의 주거 공간이었고 최근까진 아래층 에 위치한 신발상가의 창고로 활용되고 있었다. 그리

이와임

고 옥상은 수많은 잡동사니들로 그득했다.

1990uao 런던사무실을 모태로 2013년 이도은과 임현진이 설립한 건축 설계 사무

동대문 청년이란 이름의 일단의 젊은이들은 동대문지

실이다. 실재하는 것에 대한 직접적인 미적 체험에 깊이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내적

역재생이란 목표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리서치 작업을

인 충실과 외적인 풍요를 위한 작은 건축이란 모토를 견지하며 건축, 인테리어, 리노

하였고, 그 리서치 작업의 결과 중 하나로서 자신들의

베이션 등의 공간 디자인을 수행하고 있다. 이도은은 한국예술종합학교와 London

플랫폼이자 게스트 하우스의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

Metropolitan University에서 건축 설계 및 인테리어 공간디자인을 공부하였고,

공간으로 창신동에 위치한 신발도매상가 옥상을 주목

m.a.r.u.와 suh architects에서 실무를 익힌 후, 1990uao 런던사무실을 거쳐 이와임

하였다.

yiwayim architects를 설립하였다. 임현진은 한양대학교와 서울건축학교에서 건축

신발도매상가 옥상의 옥탑 두 군데를 임대한 동대문청

설계를 공부하였고, m.a.r.u. 와 진아건축도시에서 실무를 익힌 후 1990uao 런던사

년은 이곳을 자신들의 작업 공간과 게스트하우스로 활

무실을 거쳐 이와임 yiwayim architects를 설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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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2 | Wide AR no.42

REVIEW

우영선은 서울시립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건축 전시, 소통과 연대의 자리

루이스 칸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파울로 솔레 리와 미래도시』, 『세계 건축의 이해』를 번역했고, 건축 관련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철학아카데미와 종로도서관에서 <건축과 영화>를 강의했으며, 건축과 철학 강좌를 기획해 오고 있다. 대안저널을 통해 등대, 바위, 문, 다리, 물, 뿌리 등의 물질에 대한 에세이를 발표하고 있다.

우영선

지난 6월 렘 콜하스의 총감독 아래 열렸던 베니스 비엔날레의 주제는 ‘근대성의 흡수’와 ‘건 축의 기본 요소’였다. 근대성의 거점인 대도시로서의 서울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국제적 관심을 받고 있고, 4대문 안의 서울과 물리적 역사는 여러 학계와 연구 및 언론 단체의 논의 테마가 되면서 불모지였던 한국건축의 들판은 개간과 파종의 시간들을 맞고 있다. 한동안 흥 분과 격려의 목소리를 일으켰던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의 쾌거는 좋건 싫건 이러한 들판에 내 린 단비 같은 사건일 뿐 아니라 ‘근대성’이라는 주제를 다시 한 번 비판적으로 고찰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이러한 열기를 이어받아 가을에 접어들어서는 서울을 중심으로 여러 단체의 주관 아래 건축투어와 건축 전시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오고 있다. 한편에선 비 엔날레의 주제와 유사한 테마의 전시들이, 다른 한편으로는 극심한 양극화를 겪고 있는 건축 적 현실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젊은 건축가들의 전시들이 진행되었다. 후자의 사례로 경 복궁 인근과 대학로에서 각각 <최소의 집>과 <옆집탐구>라는 주제로 전시회가 열렸다. 현

와이드 REPORT 1

대미술관은 서울과 과천에서 <장소의 재탄생>과 김종성 건축을 테마로 근대성과 한국의 근 대 건축에 대한 논의들을 상기시켜 주는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기업이 후원 하는 미술관들에서는 건축 자재인 철과 건축 요소로서의 문을 강조한 전시가 기획되었다. 마 치 어둠이 몰려오기 전, 낙엽이 쌓인 거리에서 불을 밝히려는 상점들처럼 각자의 가치와 주 장들을 내건 채, 이러한 전시 이벤트들은 도보자들의 발걸음을 모셔 가려는 듯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축 요소들

<소통하는 경계, 문門> 전

경복궁의 담벼락이 바라다보이는 아름지기에서는 “문; 소통하는 경계”라는 주제로 여러 종류의 문 오브제들이 전시되었다. 1층에서는 네 명의 건축가들이 직접 설계, 제작한 문들이 전시되었고, 2층에서는 동궐도를 기초로 되살려진 이문, 판장과 판문, 투시되는 이병문이 전시되었다. 건축가들은 행동을 담은 공간으로서의 문, 내부와 외부에서 다르게 보이는 문, 재활용 재료를 사용한 문, 전통 창호지 문을 현재의 재료로 활용한 문들을 선보였 다. 그러나 경계와 소통, 문 사이의 관련성에 대한 메시지들을 제대로 전달하지는 못한 듯하다. 오히려 ‘소통’의 메시지들은 자료집의 글에서 구체적으로 피력되어 있고, ‘문’은 담 너머의 안락하고 고즈넉한 공간을 즐기며 유 유자적 서 있는 예술적 오브제처럼 보였다. 근대의 대도시가 강요하는 계산성, 정확성 등의 객관적 정신에 맞서 주관성의 영역을 그 내부에 확보해 가는 근 대적 개인들을 강조한 짐멜은 다리와 문을 비교하며 문의 고유한 존재적 특질을 잡아내준 바 있다. 그에 따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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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는 기본적으로 분리를 전제로 하지만, 문에서는 분리와 연결이라는 사건 이 동시에 일어난다. 문은 단순한 물질적 존재가 아니라 내부와 외부 사이에서 소통과 단절을 좌우하는 최 소의 공간이자, 시작과 끝을 함축하는 메타포적 개념이다. 근대적 공간은 무한과 통합을 꿈꾸며 문의 가치 를 약화시켰지만, 보이지 않는 문은 여전히 존속하며 경계를 감춘다. 그리니 경계들을 찾아내어 어떻게 문 을 내고, 내부와 외부를 어떠한 방식으로 관계 짓는가가 하나의 과제일 것이다. 앞으로는 누구나 자연스럽 게 관람할 수 있는 길거리 전시 공간 등지에서 건축의 창과 입구, 벽 등의 기본적 요소들에 대한 전시도 이 어졌으면 좋겠다.

<Endless Triangle> 전

북촌의 송원아트센터에서는 거대한 오브제가 전시되었다. 이 날카롭고 거대한 철재 오브제는 건물 한 층 을 뚫고 위층까지 과감하게 뻗어 나갔다. 거대한 기계충 같은 이미지의 이 전시물에 가까이 가보면, 다양 한 럭스틸로 마감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철강회사의 마감재를 소개하고 건축가들의 관심을 유도하 기 위한 이 전시는 기업의 이벤트성이 다분한 기획전이었다. 여러 건축가들과 건축계 인사들을 초빙해 오 픈하기 며칠 전에, 동국제강은 럭스틸 제조기업인 자회사 유니온스틸을 흡수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외국 산 점유율이 40% 이상인 국내 철강 업계에서 합병을 통한 신용평가의 상승 및 사업 성장을 꾀하려는 행보 에 돌파구 같은 역할을 하는 전시인 셈이다. 디자인 오브제이자 전시 주제인 “Endless Triangle”의 디자이너는 건축가였다. 이 주제는 자연에서 나온 철의 영속성, 무한함을 의미한다. 후판으로 만들어진 구조체는 유연한 럭스틸 소재들로 마감되어 있다. 이 소재들의 이미지는 콘크리트와 목재의 느낌을 띠기도 한다. 무한하면서도 변화무쌍한 럭스틸! 그리고 거 침없이 뻗어 가는 삼차원 순환체인 이 오브제는 철의 미학뿐만 아니라 기술의 무시무시한 포스를 전해 주 미학적 가능성의 자리에 당당히 올려놓은 미스의 건축이 연상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거대함과 날카로 움의 조합 때문이었을까? 미래파 청년들을 산화시키고 미스를 줄행랑치게 만든 세계대전의 무시무시함을 동시에 떠오르게 했다. 많은 것을 연상시켜 주었지만, 막상 이 오브제는 럭스틸의 미적 가치를 효과적으로 표현해 주지 못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들려오는 듯했다.

미술관에 입성한 한국의 근대건축

<장소와 재탄생-한국근대건축의 확장과 충돌> 전

와이드 REPORT 1

기도 했다. 한편으론 1910년대 유럽의 미래파들이 지지한 테크놀로지와 그 형태 미학, 철재를 건축 재료의

‘충돌과 확장’이라는 주제로 도코모모코리아가 치른 도코모모 세계대회의 부대행사 일환으로 국립현대미 술관 서울관에서는 <한국 근대건축의 충돌과 확장: 장소의 재탄생>이라는 주제의 전시가 열렸다. 각 전시 건물과 관련된 과거의 신문 기사와 엽서, 신문, 잡지, 영상 등의 매체 자료와 미공개 건축 도면 자료들이 5 가지의 소주제에 따라 균질한 목재 프레임 속에 배치되었다. 진료소에서 국군기무사령부로, 다시 현대미 술관 서울관이 된 건물 사례처럼 지배 권력의 지원 기구로서 탄생했지만 대중에게 열린 장소가 된 근대 건 축물에는 ‘권력의 이양’이라는 주제가 적용되었다. 사용 주체가 바뀐 것을 ‘이양’으로 해석한 셈인데, 여전 히 권력의 힘이 작용할 수 있는 공간들이기도 하다. 풍경의 재현에서는 경성부청에서 서울시청으로, 다시 서울도서관이 된 건물처럼 집단 기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물리적 풍경으로서의 근대 건축물들이 사례 에 올랐다. 근대 건축의 소멸과 함께 감춰진 건축가의 이름과 그들의 작업을 살펴보려는 주체의 귀환에서 는 꿈마루로 탈바꿈한 서울 컨트리 클럽하우스와 아라리오뮤지엄이 된 공간사옥 등이 조명되었다. 사라진 기억에서는 새로운 건축 형식을 보여 주는 진보의 상징이었지만 사라진 건물들이, 연결될 미래에서는 세 운상가, 삼일빌딩, 명동성모병원이 전시되었다. 이 건물들은 “시대정신을 반영한 건축이며 한국 현대건축 의 유전자”로 설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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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2 | Wide AR no.42

애초에 전시라는 기능 자체는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 시각에 호소하는 것이지만, 주제와 내용은 잡다할 뿐 정작 무엇을 보여 주고자 하는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전시였다. 우선 균질한 목재 프레임의 전시 구조물 속에 전시 내 용들이 쪼그리고 있는 듯 했고, 전시 취지에 밝힌 설명들에는 모순된 주장들이 많았다. 5가지 소주제들은 장소 의 재탄생이라는 대주제 아래 모두 적절하게 포섭되는 항목들도 아니다. 전시 소주제들과 그 전시 대상인 근대 건축물 사이의 연관 고리도 느슨하거나 오류를 보여 주었다. 모더니즘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 내리지 못한 채, 한국의 근대 건축을 재탄생의 잣대에 따라 분류하다보니 생겨난 오류인 듯싶었다. 한국에서 근대라는 시기, 그리고 근대성의 정체, 근대건축의 정의 및 범주 설정에 대한 충분한 고민 및 논의 없이 준비되고 치러진 전시라 는 인상을 주었다. 그럼에도 이번 전시는 시민들에게 한국 근대건축의 정체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했으리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자리였고, 국가 운영의 전시 공간에서 건축 분야의 전시가 더 활발히 치러질 수 있는 발판이 될 여지도 지닌다.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조화-김종성> 전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받고 한국관 설립을 이끈 백남준의 다다익선을 바라보며, 현대미술관 과천관 내부의 경사로를 오르고 나면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조화_건축가 김종성>전이 전시되는 꽤 넓은 전시 공간이 나온다. 현대미술작가시리즈 중 건축 분야의 첫 번째 전시로 “근대건축 발전에 선구자적 역할을 한 건 축가 김종성의 작품 세계를 조망함으로써, 향후 한국 근현대 건축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볼 수 있는 기틀을 마련 하고자 기획”되었다. 서울의 모습을 담은 대형 사진 위에 그려진 ‘예술과 기술의 조화’라는 글귀는 어딘지 모르 게 어색했다. 건축의 자리, 건축의 위상이 위태로운 기획도시 서울의 빌딩숲을 배경으로 예술과 기술의 낚시 바

와이드 REPORT 1

늘에 걸릴 건물은 얼마나 될까. 기왕에 보여주기용의 배경 사진이 필요했다면, 오피스 빌딩이나 미술관의 디테 일 사진들이 더 좋았을 듯했다. 한편으로는 미스의 건축을 떠올리며, 전시 제목에 그래그래 끄덕이는 이들도 있 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김종성 건축을 크게 두 시기로 나누어 그 하나를 미국 시절로 설정해 놓았지만, 미스와의 인연이나 영향, 연관성을 드러내 줄 관련 사료 없이 크라운 홀의 대형 사진과 미스 사무소 직원들의 사진 이미지 만 제시하고, 대담 형식의 영상 화면으로 관련 이야기들을 전달하고 있을 뿐이다. 과천관에서 열린 앞선 두 건축 가의 아카이브 전시회가 보여준 탄탄한 전시에 비해 이번 전시가 빈약해 보인 이유는 아카이브 작업과도 연관 이 있겠다. 근현대 한국건축의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자료집과 특정 시기 혹은 특정 건축가의 건축 세 계를 꼼꼼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아카이브 축적이 이제 물고를 튼 지점에서, 관이 지원하는 이러한 건축 전시 기획들은 건축적 기록들을 집적해 내 건축의 토양을 기름지게 만들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전시 마당에 모인 젊은 건축가들

<최소의 집> 세 번째 전시

경복궁을 사이에 두고 현대미술관 서울관과 대칭적 위치에 소재한 온그라운드에서 열린 <최소의 집> 전시는 새로운 주택에 대한 생각들을 전시하고 건축가들이 건축주들을 직접 만나는 자리였다. 세 번째로 열린 이번 전시의 부제인 ‘유휴 영역을 찾아서’는 “전시 공간의 버려진 공간을 전시 공간화”하는 차원과 최소의 집에서 유휴 영역이 발하는 가치를 의미하기도 한다. 건축주와의 만남과 전시 관람객 및 건축가들 사이의 대화가 오

가는 지붕 공간도 이러한 유휴 영역의 하나다. ‘내발산동의 다세대주택’을 통해 OBBA의 건축가들은 기존의

계몽

전형적인 다세대주택의 평면을 벗어나 스킵플로어 구조를 만들고 복도식 입구 진입을 피해, 계단참이라는 유 휴공간에서 집의 입구 공간이 마련되는 최소의 가치를 선보였다. ‘작은집’을 통해 이와임의 두 건축가는 크기 가 작은 집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나에게 필요한 것들이 적절히 갖춰진 집의 가치를 강조했다. 제주도 바닷가에 지어진 26평 집을 통해 에이라운드의 건축가는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만 두고 비워진 공간 속 에서 사색 가능한 집을 설계하며 최소의 가치를 드러내고자 했다. 세 팀의 전시와 함께 이종건 교수는 최소의 가치를 설명하고 직접 설계한 최소의 집 계획안들을 전시했다. 유휴영역을 통해 최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서는 건축가뿐만 아니라 건축주 역시 소유에 대한 ‘다른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우리 사회에 더 크게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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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려야 할 경종임에 틀림없지만, 쉽지 않은 길이다. 우리들은 이미 새집증후군 저리 가랄 정도로 ‘내집증후 군’에 사로잡혀 있으니 말이다.

<옆집 탐구> 전

건축가협회도 뭉치기를 단단하게 해줄 전시 이벤트를 기획했다. 동숭동 소재의 갤러리정미소에서 한국건 축가협회 내의 젊은건축가위원회는 하우쇼House + Show 시즌2인 <옆집탐구> 전시를 마련했다. 젊은건축가 위원회에서 7팀의 젊은 건축팀과 전시 제목이 선정되었다. 바운더리스, 노션 아키텍쳐, 네임리스 건축, 디 자인밴드 요압, IVAAIU시티 플래닝, 건축농장, 디자인헌터스라는 7개의 사무소에서 12명의 건축가들이 전시에 참여했다. 20, 30대의 젊은 건축가들로 된 이 7팀은 설계하거나 리모델링 중인 주택, 현재 시공 중 인 주택, 주택 계획안, 주택 개념 모형, 작품으로서의 건축 드로잉 등의 다채로운 범주의 건축 작업들을 선 보였다. 두 언덕을 가로지르는 다리 형상의 집 모형들을 전시하며 “집은 무거운 실체이자 일시적인 장소 라”라는 개념을 전달하고, 푸른 언덕을 소유한 집의 아이디어가 전시되었다. 비밀의 화원을 통한 새로운 정주 방식을 선보인 팀도 있었고, 건축주와의 대화를 통해 설계안을 발전시켜 나간 주택 건물도 전시되었 다. 가뭄이 든 산하에서 가을걷이를 위해 모인 농부들처럼, 서로가 지금 하고 있는 건축 작업들을 데려와 건축인으로서의 삶과 작업, 그 과정과 결실을 이야기하고 알리는 성격의 전시였다. 건축주는 건축가를 쥐 고 흔드는 존재가 아니며, 건축가 역시 건축주의 손에 달린 존재라는 사실을 애써 부정하지도 그리고 애써 연연해 하지도 않으려는 자세들이 젊은 건축가들에게 엿보였다. 집을 지으려는 건축주의 조력자인 건축가 와 건축주는 서로 옆집 사람일 뿐이라는 의식, 건축가는 집의 설계 작업을 통해 건축주의 삶에 초대된다는 사고의 전환이 옆집탐구의 바탕에 깔려 있는 듯했다. 배병길 건축가는 이 전시에서 ‘자유’라는 키워드를 발 여 건축인의 삶을 꿋꿋이 지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서로 다지고 조력자들은 거친 건축적 풍토에 던져진 젊 은 건축가들을 격려했다. 건축 관련 협회를 중심으로 기성세대의 건축인들이 좀 더 역동적으로 모여 모색 하고, 좀 더 많은 젊은 건축인들이 연대하여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자리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든다.

와이드 REPORT 1

견하게 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자본과 국가의 적극적인 후원은 없었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이들은 연대하

‘집’을 화두로 한 이 두 전시회는 소통의 의미도 확장시키는 자리였다. 서로 거리를 유지한 채 ‘보여주기’와 ‘보기’를 반복하는 전시 관례를 벗어난 이 전시들은 건축가와 대중의 만남을 꾀하고 기성 건축가들과 학자 들, 신진 건축가들과 연구자들이 교류하며 우리의 건축적 현실을 고민하고, 저마다 더 나은 대안들을 이야 기할 수 있는 ‘기다림’의 시간들이었다. 설계와 이론 수업에 열중하면서도 취업 걱정에 마음이 늘 어수선한 건축과 학생들도 전시를 찾아와 다시금 열정을 새겨 넣는 듯한 표정들을 드러냈다. 문화산업의 기만성을 밝힌 글의 서두에서 아도르노는 “도시의 주택사업은 위생적인 소주택을 보급하여 개 인들을 자율적인 주체로 보이게 하지만, 사실은 그들의 반대편에 있는 절대적인 자본의 힘에 개인들을 좀 주1. 테오도르 아도르노, 문화산업:

더 철저히 종속시키고 있다.”주1고 주장한 바 있다. 최소의 가치는 궁극적으로 이러한 ‘종속’에서 해방될 수 있는 각자의 지평을 찾는 일일 것이다. 근대성의 태동을 이끌었던 계몽의 새로움과 진보는 거대한 문명의

대중기만으로서의

대양을 이루어냈지만, 이러한 도도한 물살 아래에서 살아가는 우리 개개인은 잃어버린 본연의 무언가를

계몽, 계몽의 변증법,

여전히 기억해 내며 살아가고 있다. 단순히 향수에 그치지 않고, 그 삶을 감싸는 최소한의 거주 공간에 대

문예출판사, 1996, 169쪽

한 가치들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있어 왔다. 연구실에서 연구하던 학자들 도, 사무실에서 설계하던 건축가들도 거리로 뛰쳐나왔다. “건축이 정말 중요하다!”고 언론과 대중에 외쳐 주고는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난 언론인도 있었다. 영화계의 시인이라고 일컬어지는 타르코프스키는 암에 걸려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촬영한 영화 <희생>을 통해, 자신의 영화는 ‘집’에 관한 이야기며, 집은 결국 인 간의 내면이 확장된 정신적 영역임을 말하고자 했다. 어찌 보면 모든 예술은 인간을 둘러싼 시간과 공간의 언저리에 항상 머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건축과 공간, 거주의 의미와 가치를 표현해낸 여러 예술 장르와 의 교류 및 그 결실들이 전시될 수 있는 자리도 앞으로 기대해 볼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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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EYE

건축가 김종성 인터뷰

미학, 형식 그리고 건축 인터뷰어 | 김영철(간향클럽, 건축 이론가) 사진 및 자료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별도 표 기 외) 1978년 귀국하여 30여 년 동안 서울건축 을 이끌어 온 김종성 선생은 올 가을 분주 한 나날을 보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의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 첫 주자로 <테 크놀로지와 예술의 조화_김종성> 전을 개

EYE

최하였고, 2014 보관 문화훈장과 제1회 건 축가협회 골드메달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그의 건축에, 그리고 건축가로 서의 그의 자세에 일관성 있게 보여지는 가 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종성 1935년 11월 28일 서울시에서 출생했다. 서울대 공대에서 2년 수학 후 시카고 일리노이 공과대학(IIT) 에서 학사,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60년대 미스 반 데어 로에 연구소에서 근무하였으며, IIT 교수로서 디자인 스튜디오를 12년 간 지도했다. 1978년 귀국, 서울건축의 설계를 총괄하여 육사도서관, 서울 힐튼호텔, 올림픽 역도경기장, 경주 선재미술관 (현 우양미술관), 서울 역사박물관, SK빌딩 등 많은 작품을 완성하였다. 2002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 2002년 카이로 이집트 박물관 현상 설계와 2010년 바르샤바 폴란드 역사박물관 현상 설계의 심사위원장을 역임하였고, 2011년 도쿄 UIA 총회에서 2017년 UIA 서울 총회 유치 조직위원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최근에는 도코모모 세계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아 국제 행사를 치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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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진효숙

와이드 AR no.42 | Wide AR no.42


Wide Eye | 와이드 아이

김영철 : 오늘 이 자리는 순서에 관계없이 대략 세 가지 주 제로 진행을 하겠다. 첫 번째는 이번 전시와 관련해서 테크

절제되고 격식 있는 연주자, 안드라스 쉬프와 야노스 슈타커

놀로지와 예술, 공간이라는 주제어에 관한 이야기이다. 두 번째는 익히 알려져 있지만 다시 한 번 건축가 김종성을 알

김영철 : 연주자 중에서는 어떤 연주자를 즐겨 듣는가.

아보고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와의 관계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건축의 근본은 무엇인지 생각해

김종성 : 나는 바흐를 좋아하는데 글렌 굴드Glenn Gould의 바

보고자 한다. 마지막은 음악에 관한 것이다. 음악을 많이 듣

흐가 사람들에겐 꽤 인기가 있다. 그런데 나는 글렌 굴드보

고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선생님이 갖고 있는 음악에

다는 하프시코드[h]Harpsichord 연주자 랄프 커크패트릭Ralph

대한 이해, 음악과 건축을 이야기했으면 한다. 우선, 특별히

Kirkpatrick과 피아노 연주자 중에서 최근 내한공연도 가진 바

어떤 작곡가를 선호하는지 묻는 것으로 시작하겠다.

있는 안드라스 쉬프Andras Schiff를 즐겨듣는다. 그리고 알프 레드 브렌델Alfred Brendel의 연주도 굉장히 호감이 간다. 또 바흐의 첼로 무반주 스위트(무반주 첼로 조곡, 6 cello suites)는 여러 연주자의 곡을 들었지만 지금 제일 좋아하

형식에서 찾는 아름다움

는 것은 야노스 슈타커Janos Starker의 연주이다. 오케스트라를 얘기한다면, 나의 선입견 때문인지 무엇 때

의 기호와 건축에 대한 나의 생각은 서로 일맥상통하는 것

문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원전 악기 하는 사람들이 마음에

같다. 나는 형식을 대단히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형식 또는

들지 않는다. 요사이 원전 악기 연주原典演奏자가 꽤 많다. 예

스트럭처structure. 그러니까 구축, 전개되어서 매듭을 짓는

를 들어 쿠이켄 3형제(빌란트 쿠이켄Wieland Kuijken, 지기스

하나의 논리적 구조. 그런데 스트럭처를 번역한 우리의 구

발트Sigiswald, 바르톨드Barthold)가 있고, 영국에도 원전 악기

조라는 말은 영어와 뉘앙스가 좀 다르다. 나는 형식에서 벗

하는 학자들이 엄청 많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바흐를 연주

어난 자유로운 포맷, 예를 들어 교향시 같은 것은 한 귀로

하는 것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그 역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편이다. 만약 내가 가지고 있는 음

세상을 떠났지만, 칼 뮌힝거Karl Münchinger가 편성한 슈투트

악을 CD 열 장으로 압축시키라고 하면, 그 안에 들어갈 수

가르트 실내 관현악단Stuttgart Chamber Orchestra이 연주하는 바

있는 것은 아마도 전부 형식을 중요하게 다룬 음악일 것이

흐가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와이드 EYE

김종성 : 지난 4~50년을 스스로 돌아보면, 음악에 대한 나

다. 바흐, 모짜르트, 베토벤일 수밖에 없다. 차이코프스키 는 형식이 너무 흐트러지기 시작해서 안 되고…. 이상하게

김영철 : 악기 혹은 음색을 재료로 이해해도 되는지.

들릴지 모르겠으나 내가 좋아하는 작곡가는 아키텍처 오브 뮤직, 그것과 직결되어 있다. (웃음)

김종성 : 좋은 비유다. 재료다.

김영철 : 멜로디보다는 화성 혹은 리듬을 더 중요하게 생각

김영철 : 나 역시 클래식을 듣기 시작했을 때 무반주 첼로

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는지. 그렇다면 멜로디엔 어느 정

모음곡을 알게 되곤 꽤 오랫동안 그것을 들었다. 내게 익숙

도의 의미를 부여하는지.

한 형식으로 그 곡을 내게 익숙한 형식으로 만들어 주었던 연주자는 카잘스Pablo Casals였던 것 같다. 그밖에도 모리스

김종성 : 멜로디는 음악을 만들어 내는 데 불가결한 요소이

장드롱Maurice Gendron이나 다른 몇몇 첼로 연주자들의 연주

다. 하지만 멜로디만 좋은 것은 내게 오래 감명을 주지 못한

를 들었다. 최근에는 아주 새롭게 연주하는, 주목받을 만한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의

<자크린느의 눈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전혀 다른 템포로 연주를 한다고 하

물>은 들을 땐 엄청 매혹적이고 감미롭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라. 그런데 그런 가능성들을 보면, 음악의 근본 형식은 객

느낌이 퇴색되고 만다. 내 CD 열 장 안에는 들 수 없는 곡

관적으로 주어져 있지만, 그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감성

이다.(웃음)

이나 감정의 영역과 어떻게 부합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다

다. 예를 들어서

가오는 것 같다. 김영철 : 표제음악과 절대음악이 나뉘어지는 시점이 있다. 선생님은 절대음악 쪽에 훨씬 가치를 부여하는 것 같다.

김종성 : 얼마나 호소력 있느냐와 관계가 많다. 요사이 옛날 의 군더더기를 다 제거하고 아주 간결하게 현을 켜는 사람

김종성 : 물론이다. 나는 절대음악에 거의 다 손을 든다.

들이 많다. 그러면서 동시에 옛 메트로놈 기록대로 충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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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2 | Wide AR no.42

게 연주하면 우리가 여지껏 들었던 것과는 달리 엄청 빠른

어려운 질문이다. 한마디로 대답하긴 어렵지만, 내 생각에

곡이 된다. 그런데 내겐 그것이 단순히 작곡가의 메트로놈

는 건축이 음악에 버금가는 감동을 줄 수 있는 어떠한 원천

기록이 빠르다는 생각밖엔 안 든다. 그리고 익숙한 사람들

은 공간, 공간 비례의 아름다움, 광선의 힘, 재료의 상호 상

의 연주가 더 맞다고 생각하게 된다.

승적인 효과 등의 집합에서 비롯되는 것 아닐까 한다. 그것

아무튼 야노스 슈타커와 피에르 푸르니에Pierre Fournier, 카잘

이 음악처럼 감동을 주는 것이냐, 일과성으로 듣고 흘려버

스 등등 모두 들어봤지만, 특히 카잘스는 야노스 슈타커에

리는 것이냐를 구분하는 요소일 것 같다.

비하면 깊이가 약하다. 현이 조금 바깥으로만 소리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물론 당시의 녹음 기술과도 관계가 있겠

김영철 : 일반인들의 관점에서는 그 반대의 과정이겠다. 사

지만 해석의 차이가 클 것이다.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

람들은 공간에서 사물의 물성을 느낀다. 빛이 주는 또 다른

비치Mstislav Rostropovich가 연주한 DVD도 가지고 있다. 그의

감흥에 취하거나 혹은 연상을 하게 되며, 나아가 구조를 통

연주도 전반적으로는 좋은데, 또 슈타커와 비교하면 좀 떨

해 비례를 인지하고 나서야 마지막에는, 결국 공간이라는

어진다. 로스트로포비치는 임의로 하는 부분이 많다. 리듬

큰 추상이 머릿속에 그려지거나 가슴 어딘가에 자리하게

에서 벗어나고 러시아인의 기질, 열정 등이 음악에 묻어나

될 거란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일반인은 차치하고 사무소

오기도 한다. 그것보다는 조금 더 절제된, 격식을 갖추면서

구성원들에게조차 교수님의 말씀, 생각들을 전달하는 게

멋있게 이끌어 나가는 연주가 내 귀에는 더 좋게 들린다.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다. 이런 추측과 함께 두 번째 질 문인 김종성의 건축 이야기로 넘어가겠다.

김영철 : 비평가들은 중국의 젊은 피아니스트 랑랑Lang

Lang

과, 그에 대적할 만한 연주자로서 같은 나이(1982년생), 같 은 중국 연주자인 리윤디Li Yundi를 곧잘 비교한다. 그리고

서울건축, 그리고 이후

와이드 EYE

두 사람의 차이로 랑랑은 창의적인 해석이 훨씬 강하고, 리 윤디는 원전에 충실하다는 점을 든다. 둘 다 가치 있다고 할

김종성 : 처음 1978년에 귀국했을 때 공통된 베이스를 구

수 있을까.

축해야겠다는 생각이 금방 들더라. 배경들이 너무 다르고 공부한 내용도 달랐다. 내가 미국에서 머릿속에 넣어 온 건

김종성 : 둘 다 가치 있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나는 랑랑이

축의 출발점에 미달되는 것도 있었고, 또 어떤 부분은 그것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하는 것은 거북하지 않다. 랑랑이 쇼

을 능가하는 부분도 있었고…. 퇴근 후 나를 비롯해서 함께

팽을 한껏 기분내면서 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 그런데

있던 간부들이 돌아가면서 강의를 하기도 했고 워크숍도

랑랑의 베토벤 연주는 찾아서 듣지는 않을 것 같다.

가졌다. 처음에는 너츠 앤 볼트nuts & bolts에서 시작을 했다. 즉 나뭇결 때문에 잘라지지 않게, 어떤 형태로 나무를 잘랐 을 때 나사못을 돌릴 여유가 생길 것인지, 그런 아주 기초적

음악과 건축의 감흥

인 얘기에서 시작하여 차츰 재료를 어떤 것끼리 쓰면 건축 에 맞는 공간이 되는지로 주제를 넓혀 나갔다. 이처럼 한편

김영철 : 음악의 가치는 악보에 있는 게 아니라 반드시 연주

으로는 바닥에서 올라가면서 실무적인 부분에 공통된 베이

되어야 하고 연주에는 연주자와 공간, 청중이 맞물리는 구

스를 구축했고, 한편으로는 위에서 목표하는 것이 무엇인

도가 있어야 하며 언제나 이 안에서 음악이 ‘있다’라고 할

지를 알려가면서 작업을 진행했다. 또 매년 신입 사원들에

수 있다고 현상학자들은 말하곤 한다. 이처럼 음악이 인간

게 (IIT에서 배운 용어인데) ‘X-ray 과제’를 내줬다. 한 주

에게 작용하는 것은 감동이고, 그것은 지속되어야 하며, 지

일 동안 작업하여 제출하는 과제였는데, 그것을 통해서 새

속하는 과정에서 다시 어떤 사유나 창작을 가능하게 하고,

로운 직원이 학교에서 배운 게 뭔지를 가늠해 보고자 했다.

결국 일상 생활을 다스리는 근거로 작용한다고 했을 때, 건

과제 자체는 어렵지 않은 것이었고, 제출된 것은 함께 이야

축도 사실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

기하는 과정에서 평가되었다. 어떤 것은 조금 가혹한 평가

면 건축 작품은 어떻게 음악처럼 인간에게 감흥을 줄 수 있

를, 어떤 것은 칭찬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서울건축은 직원

는가, 일시적인 감흥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감흥은 건축에

들끼리 어떤 공통분모를 형성해 가면서 시작이 됐다.

서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가. 김영철 : 그건 일종의 교육일 텐데, 구체적인 성과를 이룬 김종성 : 그것은 건축의 역사가 생긴 이래 계속된, 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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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은 시간이 얼마나 지난 후였나.


Wide Eye | 와이드 아이

김종성 : 구체적인 성과를 측정하긴 힘들다. 눈에 띄는 효과

김종성 : 요즘은 그게 없다고 봐야 한다. 사실 나아갈 길을

를 기대했던 것도 아니고…. 그런데, 이젠 독립하여 어엿하게

제시하는 등대조차 없다. 그러니까 지금 상당히 불안하다.

자리잡은 친구들이 그때 시절이 좋았다는 얘길 한다.(웃음)

젊은 세대의 입장에서는 어떤 길을 쫓아가야 맞는 것인지, 이에 대한 뚜렷한 지침이 없으니까.

김영철 : 서울건축 출신자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안다. 가장 많았던 직원수는 몇 명인가.

김영철 : 다들 생존이 어렵다고 한다. 그래도 당장 굶어죽을 상황이 아니라면 그리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그 시간에 정

김종성 : 240명이다. 그때 당시 세 가지 프로젝트가 동시에

말 나의 평생을 책임질 건축은 무엇인지, 그 답을 한번 생각

진행된 리비아에 족히 40명 정도가 파견되었다. 리비아 뱅

하거나 실제로 도면 혹은 활자로 옮겨 보고, 그것으로 구체

가지에 7000세대 아파트, 수도 트리폴리에 5000세대 아파

적인 실행 안을 비전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한다. 한편에

트 외에도 학교 교실을 2500개 만드는 프로젝트가 동시에

서 비평가들은 그것의 가능성과 의미를 짚어 보고, 그 비전

진행이 됐다.

에 힘을 실어주거나 유지하도록 지원해 주고, 만약 비전이 나 포부가 설득력이 있다고 하면 건축주든 누구든 분명히

김영철 : 선생님이 한국건축에 끼진 영향이 지대하다는 사

일을 의뢰하지 않을까 한다. 이렇게 장황하게 말씀을 드리

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한 사람의 지휘자로서 많은 연주자들

는 이유는, 선생님이 강하게 젊은 세대들에게 쓴 소리를 하

과 교감을 나누며 그들에게 영향을 끼쳤을 텐데, 궁금한 것

셔야 할 것 같아서이다.

은 내 자리, 내 역할을 대신할 만한 새로운 세대의 누군가가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가능성을 확인한 경우가 있는지,

김종성 : 내가 이 자리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폼 메이킹

있다면 언제쯤인지.

form making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다. 전부 컴퓨터 그래픽에

빠져 있다. 인터넷 검색만 하면 자하 하디드나 위니 마스의 신작들을 빠르게 볼 수 있는데 밤낮 그런 것만 보고 있으니

사를 그만 뒀다. 그런데 스스로 성장해서 자신의 것을 이야

까 그것에 빠지는 거다. 그걸 하지 말아야 한다. 사무실이

기하기 위해, 그러니까 독립하려고 나간 것은 아니었다. 많

일이 없을 땐 좋은 책을 많이 읽는 것, 그게 나는 건축 하는

은 경우 다른 사무실의 조금 더 중요한 위치로 자리를 옮겼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제일 좋은 투자인 것 같다. 또 한 가지,

다가 그 후에 독립을 했다. 지금은 자신의 사무실을 하고 있

학생들 지도하는 스튜디오 교수들은 CG 잘 만들어 오는 작

는 소장들과 자주 만나고 교감을 하는데, 대부분 그때 떠

업에 너무 후하게 점수 주지 말아야 한다. 형태가 왜 그렇게

날 적에는 내게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얘길 안 했던 것 같

되는 것인지, 이유는 알고 해야지….

와이드 EYE

김종성 : 딱히 그러한 때는 없었다. 전부 적당한 시간에 회

다.(웃음) 아무튼 특별히 물려 받을 지휘자에 대해 일부러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실제로도 내가 여지껏 일한 성격으로 미루어

건축가로서의 바른 성장

봐서 딱히 한 사람을 후계자라고 할 수도 없고…. 다만 나 의 소망은 적어도 한 20~30명이 전부 메이저 컨덕터major

김영철 : 건축관의 확립, 그것에 대한 신뢰와 믿음. 이것은

conductor가 되는 것이다.

사실 건축의 기본이고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과제라고 생 각한다. 그 실천의 성공 여부는 건축 외적인 요소라든가 본 인의 근면성, 천부적인 능력 등과도 상관이 있겠지만, 어쨌

건축가의 이념

든 그런 구도를 벗어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 서 문제는 사람에 따라 사회에서 주목을 받거나 혹은 잊혀

김영철 : 선생님이 후학을 바라보는 느낌이 요즘 제가 개인

지거나 할 수 있는데, 물론 이름을 널리 알리는 데 연연해

적으로 느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40대 젊은 건

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공부를 하고 이제 막

축가들의 얘기를 듣는 자리가 많은데, 그들은 정말 생존을

건축 사회에 발을 들여 놓은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건축의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고민하고 고전분투한다. 상황이

영역에서 자기 자신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가 궁금할 것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어느 하나의 이

이다.

념, 내가 믿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있어서 건축을 할 때 이것만은 지키겠다는 의지를 가진 건축가는 보지 못햇다.

김종성 : 주어진 설계 과제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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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배우고 경험한 최적의 건축 수단을 모두 가동하여 최선

음 뵙게 되었을 때 주변 사람들이 선생님을 ‘젠틀맨’으로 소

의 노력으로 제일 좋은 안을 만들어 건물을 구현하는 것, 어

개하는 것을 들었다. 그런데 좀더 가까이 가니까 다들 젠틀

쩌면 아무 것도 아닌 얘기지만 그게 다가 아닐까. 건축가로

맨 앞에 ‘very’라는 수식어를 하나 더 붙이더라.(웃음) 내게

서 사회에 첫발을 디딜 때, 처음에는 가까운 친척의 주택 하

는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미스에 관한 얘기 중에 기억나는

나 짓는 게 보통이다. 그렇게 시작을 하지만 그게 조금씩 커

게 있다. 미스가 릴Riehl 주택을 설계하게 되었을 때 건축주

져서 규모나 용도가 다른 프로젝트를 맡게 되겠지. 그러다

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어떤 복장을, 어떤 자세를 요구받

보면 나름대로의 소신도 생기고, 경우에 따라서는 여지껏

았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그때까지 뭔지도 몰랐던 게록이

경험했던 것으로부터 생각이 수정되기도 하고, 그렇게 함

란 코트를 입어야 했고 그것을 사기 위해 브루노 파울의 사

으로써 결국 자신만의 건축관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

무실에 있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야 했던 얘기, 어떤 넥타

고 건축관은 고착되는 게 아니라 나이 40의 건축관이 10년

이를 매야 하는지를 몰라서 결국 우스꽝스런 넥타이를 매

후에는 수정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방향을 틀어야

고 갔던 얘기, 연미복을 입은 사람들의 모임에서 받았던 충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격 등, 미스가 처음 자신의 일을 할 때 겪었던 이러한 경험 은 그 뒤로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래서 잘 알려져

와이드 : 시간이 지나면서 건축관도 변할 수 있다고 했다.

있듯이 미스는 언제나 의상에 신경을 썼고 대인 관계에서

물론 근본적인 생각은 변하지 않았겠지만 1978년 귀국하

도 격을 잃지 않았으며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경우는 거의

여 서울건축 운영하면서 지내 온 시간 동안 달라진 것은 없

없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건축가로 거듭나

는지.

는 과정에서 건축적 능력, 지식 등도 필요하지만 인성의 문

와이드 EYE

제 역시 중요한 것 같아서다. 미스가 IIT에 갔을 때 강연의 김종성 : 내 건축관은 달라진 게 없다. 다만 재료나 시공 방

첫 번째 내용이 건축은 지식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인성의

법 등은 조금씩 다른 것을 스스로 터득해 온 것은 있지만….

문제도 교육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관점에

아마도 느리고 잘 변하지 않는 내 성격과도 관련이 있는 것

서 작품을 통한 건축의 가치 외에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표

같다. 이사를 잘 가지도 않는다. 한 곳에서 30년씩 있었으

현하고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 말씀해 달라.

니.(웃음) 변화가 좀 늦게 오는 편이다.

한편에서는 좋은 의미에서의 자유로움을 가진 건축가들이 있다.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다른 방식을 추구하는 건축

와이드 : 미국에서 처음 왔을 때 한국적 상황이 건축을 구

가들이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여운이 있도록 감흥을 주는

현하는 데 녹록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러한 외적 요인들이

것이 인품이라고 했을 때 그것을 표현하는 불변의 방식이

포기나 좌절을 부추기지는 않았는지.

있을 것 같다.

김종성 : 그것도 내 성격하고 상관있다. 나는 낙관주의자다.

김종성 : 진정성이 건축주 또는 상대에게 전달되는 게 중요

힘들어서 못하겠다가 아니라 대개 현실을 인식하고 그것과

하다. 그러니까 상대방에게 이 사람이 얘기하는 것을 내가

타협한다. 안 된다고 결론이 나면 그 다음에 내가 할 수 있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겠다는 안도감, 그런 것을 전달해 주

는 방법이 뭔지, 허용 불가능한 현실을 인식하고 그러한 현

는 게 중요하다. 진실성은 건축 뿐만 아니라 어떤 사회 생활

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뭔지를 찾는다. 비단 건축

에서든 중요한 덕목이지만…. 그렇게 되면 건축주는 자신

일만이 아니라 내 성격이 항상 그렇다.

이 하고 싶은 얘기를 기탄없이 하고 건축가로서의 나의 반 응을 귀 기울여 들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의견 충돌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에 대한 진정한 생각을 전달하면 건축

건축가의 자세

주도 생각을 좀 바꿀 수 있겠지. 미스가 우리에게 가르친 교훈이 한 가지 있다. 건축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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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 내가 처음 만난 선생님의 건축 작품은 효성빌딩이

얘기할 때 건축주의 요구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정면으

었다. 1980년대 초 건축 공부를 막 시작한 내겐 커다란 충

로 반박하지 말 것. 건축가의 입장에선 아니라는 결론을 갖

격이었다. 어떻게 이런 건축이 가능할까…. 그 다음이 대학

게 되더라도 절대로 정면에서 공박하지 말라는 거다. 그리

3학년 때 호텔 설계 과제를 위해 찾은 힐튼호텔이다. 친구

고 실제로 건축주가 요구한 것을 일단 한번 검토해 보아야

들과 당시로선 엄청 비싼 커피를 마셨던 기억이 난다. 이렇

한다는 거다. 시간이 좀 지난 후에 다시 만나서 내가 심사숙

게 작품을 통해서만 선생님을 상상하다가 베를린에서 처

고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소, 라고 말하라는 거다. 나는 도


Wide Eye | 와이드 아이

저히 못하겠소, 예술가로서 이건 못하겠소, 이런 얘기는 하

시가 수행했던 경희궁지의 문화시설에 대한 용역의 결과

지 말라는 거지.

가 반은 박물관, 반은 미술관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과 천에 지어졌기 때문에 서울에서 활동하는 미술가들을 위한 공간이 없는 상태에서 미술관 기능이 요구되었던 거다. 우 양미술관의 3.3배 규모에 박물관, 미술관 기능을 반반 섞은

설계 방법과 대표작

프로그램은 처음부터 어려운 요구 조건이었고 이상적인 프 김영철 : 프로젝트가 주어졌을 때,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작

로젝트는 아니었다.

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완성하는지. 과정상 독특한 게 있

그 다음은 오피스 빌딩 중에서 고를 수 있겠는데, 나는 오피

으면 말씀해 달라.

스 빌딩을 참 많이 했다. 작은 것 큰 것 합쳐서 대략 30개 정 도는 될 텐데, 중요성만 생각해 봐도 대여섯 개가 금방 떠오

김종성 : 영감이 막 떠올라서 그것을 컨셉트로 만드는 일은

른다. 그래도 그중에서 내 생각을 가장 단단하게 응결시킨

나로서는 없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

것이 <SK빌딩>이다. SK빌딩은 평면 구성도 효율이 좋고,

하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어날리시스analysis, 그것을 통해 어

마치 철골의 프렌지flange를 세우듯이 3m 간격의 수직 부재

느 방향으로 이걸 전개시키는 것이 맞는지 결정한다. 분석

의 날을 의도적으로 세워 음영을 툭툭 떨어지게 한 것도 마

적인 접근 방법이 나의 방법이다. 다른 방식의 접근 방법을

음에 든다.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내 방식이 좀 못마땅해 보일지도 모

마지막 하나는 <올림픽 역도경기장>이다. 지금은 ‘우리

르겠다.

금융아트홀’로 개조되어서 입체 트러스 등의 철골 부 재가 다 감춰져 있지만, 언젠가 피막을 걷어 내면 다시 59.4m×79.2m의 장스팬이 제모습을 찾게 될 거란 가능성

시점인가.

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김종성 : 기능을 확인한 후 그게 아주 보편적인 구조로 된다

김영철 : 역도경기장은 구조 시스템의 해결에 큰 비중을 둔

고 하면 당연히 경제성이 좋은 철근 콘크리트를 선택한다.

작품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공간 개념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특수한 스팬이 요구될 경우에는 철골을 생각한다.

이를 테면 보편공간으로서 대형 무주 공간에 천창이 설치

1978년 처음 일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철골을 생각하는 것

되어 풍부한 빛을 내부로 끌어들인다. 이러한 구조와 공간,

자체가 넌센스였다. 힐튼호텔의 경우 당시로서는 쓰기 힘

그리고 아마도 여기에 ‘기술’이 더해져 김종성 건축의 가장

든 철골 구조가 가능했던 것은 일본의

東棉도멘이라는

종합

와이드 EYE

김영철 : 구조재료를 선택하는 순간은 분석 과정에서 어느

중요한 주제어를 이룰 것이다.

상사와 합작했기 때문이다. 내부에 다른 수입 자재를 사용 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반면 육사도서관의 경 우는 12m 스팬이니 당연히 철골 구조로 하는 것이 맞는데

전시 주제 ‘테크놀로지와 예술’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래서 좀 둔하지만 그냥 콘크리 김영철 : 그러면 이야기의 주제를 이번 전시로 자연스럽게

트로 한 거고….

옮겨 보자. 전시 타이틀이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조화’이다. 김영철 : 지금까지 한 작품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이에 대한 동의가 있었는지.

무엇인가. 김종성 : 국립현대미술관의 학예사들이 몇 가지 타이틀을 김종성 : 건물 유형별로 세 개 정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제시했었다. 그중 하나를 선택하고 조금 수정하여 합의를

미술관으로는 <우양미술관(구 선대현대미술관, 경주)>이

본 거다. 학예사들이 궁리하여 얻은 테크놀로지와 예술이

2

다. 설계 당시 6000m 의 면적만 주어지고 다른 지침은 없

란 키워드가 나로서도 타당하다고 본다. 그리고 ‘예술과 테

었던 작업이다. 그러다보니 내가 건축주이자 건축가에 다

크놀로지’가 아닌 ‘테크놀로지와 예술’인 것도 맞다.(웃음)

름없었다. 스스로 수장고 면적의 비례 같은 걸 분석했고, 거

조금 덧붙여 얘기한다면, 내가 말로 피력하거나 글로 남긴

의 모든 부분을 나의 판단으로 최적화하였다. 그래서 미술

적은 없지만, 건축은 옛날부터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교집

관 하면 이 미술관이다. 그에 반해 서울시립역사박물관은

합 영역으로 존재해 왔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건축을 항

외적인 영향을 무척 많이 받은 프로젝트이다. 1985년 서울

상 기술로, 누군가는 건축을 항상 예술로 정의해 왔듯이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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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 범주에는 기술의 영역과 예술의 영역이 모두 포함되

김영철 : 김종성 건축이 갖는 미학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

어 있었다.

겠다.

김영철 : 테크놀로지라는 건축의 주제를 우리는 더 근본

김종성 : 앞서도 분석적인 접근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에 확신을 갖는다. 테크놀로지

나는 설계를 시작할 때 어떤 영감이 떠올라서 컨셉트를 잡

technology 가

테크네techne 와 로고스logos 로 이루어진 것이라

아 내진 않는다. 가끔 르 코르뷔지에가 롱샹을 어떻게 생각

면, 그것은 ‘기술이 이야기하는 것’, 즉 ‘기술이 스스로 무엇

해 냈을까, 궁금할 때가 있다. 엄청나게 천재적인 형태이다.

을 이야기하는가’로서 세계의 질서를 이루는 근거로 볼 수

굉장히 직관적이고 이모셔널emotional한 출발인데, 그런 것

있다. 이때 대비되는 개념이 피시스physis라고 한다. 테크네

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내겐 없다. (웃음)

가 인간의 의식과 손으로 이루어진 모든 것이라면 피시스 는 인간의 의식과 의지에 무관한 독자적인 영역이다. 테크

김영철 : 할 필요를 못 느낀 건 아닌가?

와이드 EYE

놀로지라는 것이 도구가 아니라 주인 혹은 하나의 원칙이 라면 다른 쪽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있는

김종성 : 처음부터 건축 접근을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보통 일반 사람들

기도 하지만, 그런 걸 보면서 감탄이 나오고 부러운 건 사

은 기하학적 질서나 수치화된 건축 어휘가 한 사람의 건축

실이다. 동시대 건축가 중에는 피터 줌터Peter Zumthor의 건축

전면에 등장할 때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려는 경우가 많다.

에서 그와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다른 스타 아키텍트

아마 선생님이 그러한 시선에 대응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star architect들의

수용가들이[의 이해가] 더 적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

몇몇 스타 아키텍트들은 나로서는 영 찬성할 수 없는 접근

고…. 테크놀로지 영역은 우리 사회에서(물론 유럽의 나라

방법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이름은 거명 안 하는 게 좋겠

들도 마찬가지지만) 충분히 더 개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다.(웃음)

건축에서 그런 걸 느껴본 적은 없다. 더구나

다. 한편으로는 기술에서 예술의 문제가 도대체 어떻게 가 능한가 싶기도 하다. 예술에 대한 고민은 테크네가 가진 ‘세

와이드 : 테크놀로지와 관련해서, 서울건축은 설계 부서 외

계의 질서, 구축의 방식’에서 결핍이나 결여를 보고 있기 때

에도 기계, 전기, 구조는 물론 캐드 지원실이 포진되어 있

문이 아닌지 궁금하다.

었다. 여러모로 열악한 국내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 었는지, 아니면 애초부터 그러한 설계사무소를 이상적으로

김종성 : 우선 테크네와 로고스를 합친 단어는, 내가 알기 로는 독일어엔 없다. 독일에서는

테크니크Technik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지 궁금하다.

한다.

테크놀로지를 영어에서 쓰는 테크놀로지로 이해한다면, 테

김종성 : 후자이다. 나로서는 미국의 대형 설계 조직이 다른

크놀로지는 정량적으로 설명되는 것이고, 반면 아트는 정

부문들, 특히 구조 전문가를 영입하여 소통하면서 구조 설

량적으로 해석이 안 되는, 예를 들어 비례처럼(여기서 비례

계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것이 이상적이었다. 서울

는 황금비로 따지는 수치적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르네상

건축 구조 부서는 현재 호서대에 재직 중인 김원기 교수, 또

스 시절에나 통용됐던 얘기다) 눈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

창민우구조컨설턴트의 김종호 대표 등이 초기 멤버로 활동

수식과 공식으로는 풀 수 없는 것을 일컫는다. 흰 페인트

하였다. 김종호 회장은 역도경기장 설계할 때 회사 내에서

로 마감을 끝내느냐 나무 패널을 함께 쓰느냐, 이런 문제처

구조 계산을 담당하기도 했다. 전기 쪽은 김유경 사장이 있

럼 정량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굳이 한단어로 표현하자

었고, 설비 부서에도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면 정성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정량적인 것 과 정성적인 것이 융합되어야 건축이다. 니콜라우스 페브

와이드 : 한편으로는 직원들에게 수작업 교육을 지속적으

자신의 책 『An Outline of European

로 시켰다. 토요일마다 연습 도면을 손으로 그리게 하지 않

스너Nikolaus Pevsner가

Architecture』 서문에 쓴 글귀 “자전거 창고는 ‘건물’이고

았나. 이따금 외부 강사를 불러와서 세미나를 열기도 했고.

링컨 대성당은 ‘건축’이다”가 내가 하고 싶은 바로 그 이야 기다. 사실 건축가들이 밤낮 추구하는 것이 그 둘의 융합 아

김종성 :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균형과도 관계가 있다. 한편

닌가? 어떻게 보면 그러한 주제를 내 전시 타이틀로 갖다

에서는 정량적인 작업을 어느 사무실보다도 많이 다뤘고,

붙인 것 자체가 좀 건방진 일이지만.(웃음)

그래서 누구보다도 그게 앞섰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안 되 기 때문이었다. 눈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은 훈련과 경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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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 호텔의 공간 개념은 로비-아트리움-라운지로 연결되는 일련의 장면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특히 아트리움에 공간적 강조점을 두었고, 지하1층, 1층과 2층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공용 공간에 수평성과 수직성을 모두 부여했다.

와이드 EYE

힐튼 호텔(1983)

육사도서관(1982) 엄격한 규칙과 대칭성을 가진 공간의 육사도서관은 건물 중심에 2층까지 터진 구심점 공간을 배치하고, 천창으로부터 유입된 자연광이 건물 전체에 방향성을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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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선재미술관(현 우양미술관, 1991) 김종성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선재미술관은 중심 공간과 전시 공간이 대지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다. 김종성은 미스 반 데어 로에 (Mies van der Rohe)의 미술관 건축을 연구했지만 그와는 달리 기둥 없이 넓은 공간을 확보하는 무주공간의 전시실이 아닌 적절한 기둥으로 공간을 구분했고, 루이스 칸(Louis Kahn)의 킴벨 미술관(Kimbell Art Museum) 이후 미술관 건축에서 중시된 빛과 공간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여 1/4 원호로 된 천창을 통해 자연광을 내부로 끌어들였다.

국립 역도경기장(현 우리금융아트센터, 1986)

와이드 EYE

김종성의 대표적인 장스팬 건축인 역도경기장은 보편적 공간을 받아들이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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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광 도입을 매우 효율적으로 처리하여 이와는 상반되는 공간을 창출해 냈다.


Wide Eye | 와이드 아이

서린동 SK 사옥(1999) 테크놀로지와 합리적 구조 체계가 필수적인 사무실 건축은 김종성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절제된 형태와 뛰어난 비례감의 SK 사옥은 단순성, 비례, 엄밀한 디테일 등 그의 건축 개념들이 훌륭하게 구축되어 있는 작품으로 여겨진다. 내부 공간 역시다양한 기능을 포용할 수 있도록 융통성 있게 설계되어 있다.

와이드 EYE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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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하다. 예를 들어 모듈에 따른다면 재료가 모듈선까지

김종성 : 맞다. 비단 건축 뿐만이 아니다.

와야 하지만, 모듈선과 상관없이 재료를 그 이전에 끊어내 는 것이 더 정답에 가까운 해법이라면, 그런 것은 수식으로

김영철 : 기회가 될 때마다 문제 제기나 쓴소리를 하셔야 할

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게 건축이다. 모든 것을 수식

것 같다.

으로 풀고 수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건축이 아니다.

스승 미스 반 데어 로에 한국 건축 교육의 문제, 중심의 상실 김영철 : 미스한테 무엇을 배웠는지 묻고 싶다. 좀 막연한 김영철 : 요즘 고민하는 건축의 질문은 무엇인지, 어떤 문제

질문이지만, 미스의 인터뷰를 듣고 나서 들었던 궁금함 때

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지 묻고 싶다.

문이다. 녹음된 인터뷰의 내용은, 인터뷰어가 미스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지막에 미스가 베렌스 사무실에

김종성 : 건축 자체에 대한 것이기보다 건축 교육에 관한 거

서 3년 정도 일한 것을 두고 무엇을 배웠는지를 묻는다.

와이드 EYE

다. 많이 걱정스럽다. 폼 메이킹form making에 너무 치우쳐 있 다. 근본적인 질문은 건너뛰고 이해의 수준이 미달인 상태

김종성 : 미스가 베렌스에게 배운 것은 그레이트 폼great form

에서, 그러니까 5년제 학교의 1학년 스튜디오서부터 무조

이라고 했다. 그것은 1909년쯤 되는 그 시대의 환경에 맞는

건 만들어 내는 거다. 그러한 교육은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얘기다. 나는 그레이트 폼을 배운 건 아니다. 건축을 접근하

도움이 안 된다.

는 방법을 배운 건데, 그건 축복이자 족쇄다.(웃음) 하지만

또 설계 경험이 많지 않은데 설계 스튜디오를 가르치는 것

그건 내 성격하고도 관련이 있다. 나는 건축뿐만 아니고 모

은 문제가 있다. 더구나 그 대학만의 칼라 없이, 경험 있는

든 면에서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법이 없다. 어느 정도 조리

사람 누구나 와서 스튜디오를 담당하는 것은 학교로 하여

있고 논리적인 접근 방법은 내 지나온 과정 전부를 관통한

금 철학적 동질성을 갖는 걸 어렵게 한다. 단지 가르치는 사

다. 그런 데다가 내가 미스를 스승으로 삼아 배운 것이 또

람의 경험만이 학생들에게 영향을 줄 뿐이다. 다시 말해 학

전부 그랬다. 어떻게 보면 성격하고도 잘 맞았던 거지.

교가 공동 목표 의식이 없다는 거다. 그런데, 그것을 세우려 면 전임 교수 중에 강력한 힘을 가진 어른이 있어야 한다.

김영철 : 배웠다고 해서 건축의 지향점이 스승의 것과 반드

어른이 어떤 연속성을 가지고 학교의 칼라를 만들어야 한

시 일치해야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

다. 뭇사람들에게 어떻게 평가 받느냐의 문제는 그 다음의

과물로서 창작된 작품을 판단 혹은 평가하게 될 때 미스가

이야기다. 예전에는 홍익대학교가 그런 칼라를 갖고 있었

작용할 것 같다. 이를테면, 바흐의 곡을 연주한 연주자에게

다. 엄덕문 선생이나 김수근 선생(국민대 부임하기 전에 홍

바흐가 어떻게 평가할 것 같냐고 했더니 아마도 좋아하시

익대학교에서 가르친 적이 있다), 그리고 정인국 선생이 계

지 않을까, 그런 대답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실 때였다. 그래서 홍대만의 칼라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없다. 어느 대학이든지 거의 비슷하다.

김종성 : 연주자로서는 그런 대답을 할 만하다. 연주자는 바 흐에게 최선의 연주라고 평가받을 거란 자신감이 들 때가

김영철 : 개별 선생들한테 역할이 모두 위임되어 있다.

있다. 그런데, 그와 비슷하게 미스로부터의 평가를 내게 물 을 수는 없다. 그건 나로서는 전혀 생각을 안 하기 때문이

김종성 : 그게 우리 건축 교육의 어려움이다. 장기적으로 큰

다. 아까 언급한 우양미술관, 역도경기장, SK빌딩 중 미스

갭gap을

만들 거라고 생각한다. 큰 공백이 생길 것이다. 순

의 건축적인 가르침을 역행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렇지만

번제로 학과장을 맡는 것, 그리고 학과정이 학과의 서기 노

나는 세 건물을 미스가 어떻게 평가해 줄까, 예쁘게 봐 줄

릇하는 것도 넌센스다. 학과장의 업무가 주로 잡다한 일들

까, 야단을 칠까, 그런 건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다. 좀 다른

을 처리하는 데 그친다. 게다가 젊은 학과장일 경우라면 선

얘기지만, 자크 브라운슨Jacques Brownson은 시카고 데일리 센

배 교수들 앞에서 말에 힘이 실릴 수가 없다

터Daley Center를 설계했을 때 그것을 미스에게 프레젠테이션 해 드렸다. 미스가 “내가 이런 건물을 설계했으면 좋았을

김영철 : 중심의 상실은 확실히 우리 사회 전반의 현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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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이라고 칭찬했다고 한다.(웃음)


Wide Eye | 와이드 아이

김영철 : 조심스러운 질문이지만, 가상으로 지금 만약 미스

김종성 : 낭만적인 교향곡도 베토벤의 교향곡에는 형식이 있

와 작업을 하고 있다면 다른 건축가의 작품을 한번 볼 것을

다. 그에 반해 차이코프스키는, 물론 한국 사람치고 <비창> 싫

의도적으로 권유, 제안해 볼 생각은 있는지. 이를테면 루이

어하는 사람 못 봤지만, 그걸 가만히 들어보면 형식이 굉장히

스 칸의 경우을 한번 보면 어떻겠냐고….(웃음)

자유로워 쏘나타 형식을 벗어난다. 바이올리니스트라면 언젠가는 파가니니Paganini 나 사라사테

김종성 : 그런 생각을 해 본 일이 없을 뿐더러 나로서는 불

Sarasate 를

필요한 얘기일 거다. 미스는 베렌스에게 반 데 벨데van de

출발은 언제나 바흐에서 시작하는 것이 맞다.

Velde나

연주하겠지만, 그건 아주 능숙해졌을 때의 일이다.

베를라헤Berlage를 좀 보라고 했다가 야단을 맞은 적

이 있다. 베렌스가 자신을 치려고 했다는 얘기도 있다.(웃

정리 | 정귀원(본지 편집장)

음) 근데 그것은 그때 당시의 ‘시대 상황’과 관련이 있는 것 이다. 나로서는 예를 들어 미스가 옆에 있는데 “선생님, 르 코르뷔지에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란 얘기를 할 필요가 없겠지. 나는 누군가의 건축을 다른 방향에서 추구하는 또 하나의 길로 생각하지, 옳고 그름으로 나눌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내 건축에서 루이스 칸의 터치touch가 보인다고 이 야기하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그것이 딱히 미스를 역행하 는 것은 아니다.

우리 건축의 희망 와이드 EYE

김영철 : 마지막 질문이다. 기술은 객관화할 수 있고 정량의 문제이기 때문에 규명이나 해명이 가능하지만 예술의 영역 은 사실 훈련되거나 체험, 경험이 결정적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준비되었는지 질문을 하고 싶다. 우리 사회, 특 히 한국의 건축 현실을 오래 경험한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 하는가. 김종성 :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예술에 대한 인식이 낮은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인식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서 외국 스타들을 불러들이기 때문에 한편으론 불만스 럽지만, 수준 높은 클라이언트가 좋은 외국 건축가를 불러 서 좋은 건축을 만들어 내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 제 그것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도 있는 거고. 하지만 아직 사회 전반의 인식은 그렇지 않다. 토목과 건축을 묶은 ‘토건’ 개념이 아직도 깊숙히 깔려 있다. 일간지들이 건축 을 문화 지면에서 별도로 다루게 된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고…. 많은 경우 경제 기사의 일부로 취급되지 않았나? 그래도 요즘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상황들을 보면 부분적 으로 의식이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희망해 볼 수는 있겠다. 김영철 : 긴 시간 좋은 말씀 감사드린다. 특히 음악의 형식 이야기는 김종성 건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 같다. 사진 진효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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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2 | Wide AR no.42

와이드 FOCUS 2

바다에 관한 건축 상상

글_조택연 |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정은주 | 홍익대 대학원 공간디자인학과 그림_조택연 |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나혜연+박성희 |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졸업

지난 10월 31일 인천광역시와 2014인천건축문화제 조직위원회, 와이드AR이 공동 주최 한 여섯 번째 인천건축도시 컨퍼런스 <ICON Choice>의 소주제는 ‘수공간Water+Front 상 상하다’로 이것은 올해 인천건축문화제 주제인 ‘수水 & 수변공간Waterfront’과 맞닿아 있다 수공간을 향한 인류의 로망을 넘어 미래의 지구를 견인하는 건축의 이념을 탐침探針하고 건축가들의 상상력으로 미래 지구의 생태 환경을 떠올려 본 이번 세미나에서 홍익대학교 조택연 교수의 발제는 특히 청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에 본지는 기발하고 참신한 건축

FOCUS 2

상상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발제 내용을 지면 위로 다시 한 번 불러들인다.(편집자 주) 46억 년 전, 초신성의 잔해들이 모여 원시의 태양계를 이뤘다. 짙은 구름과 작은 먼지들 은 전기적 응력으로 서로 가까워지면서 중력을 생성하고, 마침내 태양과 그 주변을 도는 수많은 소행성을 탄생시켰다. 이렇게 태양 주위를 돌게 된 소행성들의 공전 궤도는 이웃 소행성의 간섭에 의해 점차 불안정해졌다. 이들은 서로의 중력권 안에 들어와 다시 충돌 하면서 합쳐졌고, 이로써 수성부터 해왕성까지 지금의 8개 행성을 형성하였다. 크고 무거 운 소행성들이 많이 분포하는 궤도에 자리잡은 지구는 태양계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행 성으로 자라났다. 지름에 비해 큰 중력이 안정된 대기를 유지했다. 지구의 마지막 거대 충돌은 달과의 사이에서 일어났다. 매우 큰 질량을 가지고 충돌한 소 행성을 모두 흡수하지 못해서 지구는 자신에 비해 커다란 달을 가진 행성이 되었다. 지구 와 달 사이의 인력에 의한 복잡한 운동 구조는 불안정한 지각 운동을 발생시켰고, 이는 후 일 지구에 다양한 생명이 나타나게 되는 동기가 됐다. 달의 운동 에너지를 흡수한 지구는 고온의 용융 상태가 되었고, 그 뜨거운 표면에 얼음 소행성들이 계속 낙하하면서 점차 식 어갔다. 이 때문에 물 분자가 지구의 중력을 탈출할 수 없게 되자 수증기가 대기로 축적되 면서 ‘기후’가 생겨났다. 이러한 원시 지구의 기후는 지구의 냉각 속도를 증가시켜 마침내 바다를 탄생케 했다. 얼음 행성과의 지속적인 충돌로 물이 공급되면서 지표의 2/3가 넘는 면적은 수면으로 덮였다. 가장 비열이 크고 화학적으로 안정된 물질인 물의 바다는 지구 의 기후 환경을 안정화시켜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 오파린의 물질 진화의 가설을 받아들이면, 원시 지구의 대기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밀도가 높았다. 수소H2, 수증기H2O, 암모니아NH3, 메테인CH4 같은 환원성 기체로 이루어진 짙은 대기에서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번개와 강한 자외선, 그리고 방사능과 화 산 폭발로부터 에너지가 제공되었고, 이에 의해 질소와 탄소 그리고 수소와 산소가 결합 하면서 아미노산을 생성했다. 이들이 가라앉은 바다는 농도 짙은 생명 물질의 수프Amino Acids Soup였다.

이러한 아미노산들은 점점 중합되어 더 커다란 고분자 화합물을 만들었고,

진흙과 같은 작은 무기물 입자를 촉매로 주변 화합물과 쉽게 반응하는 코아세르베이트 coacervate를 형성했다.

코아세르베이트의 핵이 되는 작은 무기물 입자는 이를 둘러싼 화합물의 화학 반응을 촉 매하기도 했지만, 무기물 입자의 표면이 가진 응집력으로 이에 부착된 화합물들을 격리 시킴으로써 그 내부에서 생명 현상을 발생시킬 수 있었다. 이렇게 발생한 생명은 오랜 단세포 시기를 거쳐 캠브리아기에 이르러 급격한 종적 팽창 을 맞이했다. 마침내 4억 5천만 년 전 고생대 실루리아기 생명이 지상에 진출하기까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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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Focus | 와이드 포커스

억 년 동안 바다에서 탄생하고 진화하면서 생명의 다양성을 펼쳐왔다. 그 결과 바다는 지 상의 생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바이오매스(Biomass; 물리적 생물량)와 다 양한 생물 종을 담고 있는 공간이 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생명 종들의 복잡하고도 섬세한 협업으로 대기 중 산소의 90%는 바다에서 생성된다. 바다는 생명의 별 지구의 생태계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축의 공간이다. 지구는 수많은 구성 원소들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 거대한 생태계이다. 태양에서 복사 되는 빛을 에너지원으로, 생물 환경과 지질 환경이 이를 능동적으로 활용하고 저장하면 서 생명의 구조를 유지한다. 이러한 지구 생태계의 생리적 구조를 안정화시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다이다. 해양은 빛 에너지를 흡수하고 이를 대기 중에 방출함으 로써 주야 간 기온차를 줄인다. 그리고 이로써 대기를 안정되게 유지하고, 이렇게 저장한 열을 사용해 적절한 기상 상태를 발생시켜 지구의 모든 영역에서 생명들이 살아갈 수 있 게 한다. 이는 대양이 지표에 비해 높은 생명과 물질의 밀도를 가지고 있으며 외부에 열 려 있어, 태양으로부터 복사되는 빛 에너지와 가장 밀접하게 작용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 문이다. 바다는 지구가 필요로 하는 물질의 대부분을 만들어 내고 기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왕성한 생명 활동이 진행되는 공간이다. 이러한 생명 활동은 특히 대륙붕이라 불 리는 낮은 바다에서 이루어지며, 우리의 상상과 달리 어류가 발 디딜 지표(낮은 해저면) 가 없는 대양의 심층부는 육지의 사막과 같이 생명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영역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명 밀도가 높은 대륙붕은 육지와 가깝다는 지리적 이유로 가장 쉽게 그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아마존의 밀림이 불타는 것을 보면 내 허파가 타들어 가는 것 같이 가슴 아파한다. 하지만 대륙붕이 오염되는 것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이는 자신 과 더 익숙한 환경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간 감성이 가진 커다란 오류의 결과 이다. 바다의 물리적, 생물학적 그리고 공간적 특성을 보다 깊게 이해하게 되면, 해양 공 간을 보다 효과적이며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지난 200년 동안 인간의 문명이 지

와이드 FOCUS 2

리고 많이 파괴되고 있다. 바다의 공간적 그리고 생태적 의미를 잘 이해하는 것은 인류의

표와 대기에 준 오류를 또다시 반복하지 않는 길이다. 공기 중에 섞여 있는 산소를 호흡해 대사를 유지하는 인간에게 바다는 오랜 시간 신비의 공간이었다. 우주에 수많은 위성을 띄우고 이웃 행성을 탐험하며 태양계 밖으로의 항해 를 꿈꾸는 21세기에도 바다는 여전히 푸른 수면 밑에 숨은 위험들로 가득한, 깊은 두려움 의 신비로운 영역이다. 바다는 매력적인 공간인 동시에 두려운 공간이다. 이러한 인간의 공간 감성은 바다를 매력적인 풍경의 새로운 대안代案 대지 거주 가능성으로 생각하는 대 신, 단지 운송의 통로나 자원 채취의 공간으로 인식하게 했다. 20세기 이후 공유수면으로 인식된 바다는 단지 인간이 필요로 하는 모든 자원을 끌어올릴 수 있는 무한의 공간으로 인식되었고, 이 개념은 이제 모두의 쓰레기통으로 확장되었다. 기술적으로만 평가하면 대양은 인류의 문명이 유지되기에 가장 적합한 공간이다. 이는 대륙의 사막처럼 자연의 생태계를 보존하면서 인류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서식지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대양이 풍요로워서가 아니라 사막처럼 생명에게 척박한 공간이기 때문 이다. 대양은 생명 밀도가 낮은 공간이다. 자연의 생명이 번성할 수 있는 공간은 이들 생 명에게 돌려주고, 인간은 수백 년 동안 쌓아올린 문명으로 이들 공간에서의 거주를 고민 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자연 생태계는 아직 인류의 문명이 흉내 낼 수 없는 고도의 생 명 기술로 만들어진 지구환경 유지 장치기이 때문이다. 그러면 인류가 쌓아올린 현대의 그리고 근 미래의 문명을 통해 우리는 바다에서 어떤 삶 과 거주를 상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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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상상하는 3 개의 건축

EcourbanS1 Project 바다는 해수와 같은 부피의 석유보다 270배 많은 고집적 에너지의 공간이다. 바닷물에 섞여 있는 중수소를 핵융합하면 같은 양의 물에서 석유보다 321배나 많은 에너지를 생 산할 수 있다. 이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지구상 의 거의 모든 생명체는 햇빛에서 시작되는 에너지를 소비하며 생물학적 활동을 유지한 다. 그중 아주 일부는 이와 다르게 뜨거운 지하수가 심해에서 배출되는 열수공의 열로부 터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핵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살아가는 생명체가 어떻게 해양생태계 와 공존할 수 있을까? 이 프로젝트는 이러한 가능성을 찾아보기 위한 것이다. <시나리오 1> : 바다에 심은 EcourbanS1의 씨앗, SeaS1 유닛이 해수면에 떠 있는 모습

와이드 FOCUS 2

이 모니터에 보였다. 직경 8m 정도의 검은 구형으로 센서들이 표면에 부착된 SeaS1 씨 앗이 파도를 타며 넘실대다가 점차 해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SeaS1은 대략 수심 10m 지점에서 하강을 멈추고 그곳에 머물렀다. 내부에서는 SeaS1을 잠에서 깨우는 디지털 신호들이 광섬유를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바다에 심어진 SeaS1은 광자기유전자 에 기록된 생존알고리즘에 따라 자신이 놓인 생존 환경에 맞춰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한 다. SeaS1의 생존알고리즘은 이러한 생존 환경과 만나는 상황들을 반복 학습하면서 적 응하고 점차 성장한다. EcourbanS1으로 성장하면 자신을 복제해 개체수를 증식시켜 마 침내 군집을 형성해 성체로 완성되어 나간다. 바다에 심어진 SeaS1은 먼저 감각 센서로 주변 해수 환경(생태계의 밀도, 성장에 필요한 미네랄 농도, 수온, 해류 속도, 수심….)의 상태를 분석한다. 지속적으로 공급 가능한 미네 랄의 밀도를 추측해 자신의 성장 정도를 설정함으로써 환경 변화에 최적화된 성장 패턴 을 추론한다. 또한 SeaS1이 어떤 크기의 개체로 성장하는 것이 주변 생태계에 영향을 덜 줄 것인가와, 이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복제를 통한 증식의 시점, 수심과 해수의 흐름이 “EcourbanS1”로 성장하는데 주게 될 영향 등을 SeaS1의 코어 유닛의 컴퓨터가 판단하게 된다. 이러한 성장 과정을 통해 SeaS1의 인공 지능은 주변 환경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하게 되면서 똑똑해져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작동한다. SeaS1 유닛이 주변 해수의 상태를 분석, 앞으로의 성장 패턴을 설정한 후 처음으로 하는 작업은 바닷물에 무한정 있는 중수소를 분리해 SeaS1 코어의 직경 4m의 토카막형주1 핵 융합로에 공급하는 것이다. EcourbanS1의 각 SeaS1 유닛이 가지고 있는 핵융합로는 수 소융합을 통해 10MW/H 의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으므로 생명체로서 SeaS1 의 진정한 발아發芽는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스스로 공급할 수 있게 되는, 즉 핵융합로 에 불이 켜지는 순간부터이다. 이는 생명=에너지라는 등식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에너지 공급이 시작되면 SeaS1은 그 유닛이 처음 탄생할 때 그의 부모 세대로부터 물려 받은 기본적인 내부 성장 시스템(SeaS1의 내부에 있는 여러 가지 기계 장치-마이크로 로버틱스 장치나 물류장치,

정재淨齋시설

등)을 사용해 자신의 몸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보다 복잡하고 강력한 자기自己 성장과 증식增殖 시스템을 만든다. SeaS1가 “Ecourban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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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TOKAMAK형 핵융합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 필요한 초고온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핵융합로의 기술적 방식 중 하나. 중수소와 삼중 수소 사이에 D-T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중수소와 삼중 수소를 혼합한 가스를 1억도 이상인 초고온의 플라즈마 상태로 묶어 둘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자기장으로 입자를 한 곳에 묶어 두는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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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부터 복제될 때 SeaS1 씨앗의 개체 크기는 여러 가지 상황에 의해 상당히 제한을 받 게 된다. 그 결과 SeaS1는 생존에 꼭 필요한 광자기 유전자, 유전자 해석 컴퓨터, 초기 에 너지, 기본 성장 시스템 등 가장 기본적인 장치만을 부모 세대로부터 물려받는다. 따라서 SeaS1이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신체를 성장시키면서 더 효과적으로 환경에 반응하기 위 한 구조가 된다. 이렇게 성장한 EcourbanS1은 자신의 출발점이기도 했던 씨앗 유닛 SeaS1을 생성한다. 복제된 SeaS1 씨앗은 다시 성장하고 이를 복제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개체를 증식시켜 군집을 형성한다. 이렇게 생성된 군집으로서 EcourbanS1은 해양에 펼쳐진 인공지반이 된다. 인공지반 EcourbanS1에 거주 공간이 들어서고 사람들이 이주하면 마침내 해양도 시가 된다. 사람들이 이주해 정착하면 EcourbanS1은 복제와 성장 속도를 둔화시켜 도시 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준의 대사代謝를 유지한다. 바닷물 30L에는 약1그램의 중수소가 포함돼 있다. 1그램의 중수소를 핵융합시키면 같 은 무게의 석유로 환산, 약 900만 배를 질량결손 에너지로 방출한다. 이 비율로 계산하면 바닷물 1L는 약 321L의 석유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담고 있다. 핵융합을 전제로 바닷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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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석유와 비교할 수 없는 고에너지 연료인 것이다. 단지 바닷물 20L를 자동차에 주입하 면 재급유를 하지 않고 폐차할 때 까지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중수소를 융합하 기 위해서는 2억도가 넘는 극한의 고온을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은 생명체가 만들 어 낼 수 없는 매우 특별한 상태이기 때문에 지구상의 생명체는 화학적 결합에 저장된 전 기 에너지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인류의 문명은 점차 이러한 극한의 상태를 어렵지 않게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과 지식에 다가가고 있다. 핵융합으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아 생 존하고 번식해 삶을 유지하는 생명체에 대한 상상이 EcourbanS1 Project이다. 핵융합을 전제로 하면 최초의 생명이 나타났던 심해의 열수공처럼, 바다는 새로운 생명 이 탄생하고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서식지이다. EcourbanS1 Project는 이러한 생명의 서식지로서 바다에서 이들과 인간이 어떻게 새로운 관계 맺어 생태계를 구성하고 생존 해 갈 수 있는지를 추론하는 사고 실험이다. 다른 개체를 소화시킴으로써 얻게 되는 생 물학적 에너지의 교환이 아닌 직접적 에너지 교환을 전재로 하는 생태계가 EcourbanS1 Project이다.

0차원 섬 세이크 모하메드의 싱크탱크, 오아시스 그룹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공간 구조의

와이드 FOCUS 2

인공 구조물을 계획하고 이를 현실화했다. 보통 팜 아일랜드Palm Jumeirah로 알려진, 두바 이 해안에 건설된 이 인공 섬은 지금까지 인류가 계획하고 구축해 온 구조물 중 가장 복 잡한 공간 개념을 가진 인공 섬이다. 인간이 구축한 거의 대부분의 인공 구조물은 유클 리드 공간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즉 유클리드적 공간 패러다임 속에서 공간의 소비 를 전제로 계획되고 건설된다. 사용자인 인간의 신체와 행동의 특성상 우리가 소비하는 공간은 2차원 평면이다. 도시의 지표면이 2차원 공간이고 고층 건물 역시 2차원 공간에 서 전개되는 평면 의존적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 인식은 팜 아일랜드 이전의 인공 섬에서 도 극명하게 나타나는데, 특정 범위의 해상에 인공지반을 구축하고 기존의 도시와 같이 건축물을 배치함으로써 도시를 완성했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의 포트아일랜드이다. 이는 고전적 의미의 경제학 패러다임과도 맞닿아 있는데, 공간의 정량적 의미 위에 정성적 가 치를 첨가한 고전 경제학의 합리성 패러다임에서 공간의 물리적 량은 그 대상의 가치와 비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간적 이해를 뒤집은 시도가 팜 아일랜드이다. 팜 아일랜드에서 공간의 가치는 사용자의 감성이다. 즉, 팜 아일랜드는 2차원의 표면적을 획득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해 안선의 확장을 추구한다. 그 결과 섬의 공간 구조는 1,2,3과 같은 자연수 차원이 아닌 1.x 의 프랙털 차원을 갖게 되었고, 적은 지표 면적의 긴 해안선은 모든 거주자가 자신만의 해안선을 갖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팜 아일랜드는 17개의 팜 줄기로 이루어진 섬이다. 17개의 팜 줄기는 2열의 주택과 도로 그리고 해변을 수용하는 좁고 긴 인공대지이다. 이 러한 대지의 구조를 통해 거주자는 바다와 맞닿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팜 아일랜드가 추구한 공간은 더 많은 주택을 앉히기 위한 2차원의 지표면 공간이 아니라 각각의 주거 가 바다에 직접 닿는, 바다와 대지 사이의 경계 공간이다. 감성 지능으로서 인간의 마음은 대부분 홍적세라 부르는 특정 지질시기의 아프리카 사바 나에서 진화 과정을 통해 출현했다. 건조한 사바나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물 주변을 떠 나면 위험해 진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는 지식과 지능이 필요하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물에 대한 강한 호감이다. 물, 특히 맑은 물을 보면 강한 호감을 느끼고 그곳에 머무 는 것이다.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그곳을 떠나야 하더라도, 쉽게 돌아올 수 있도록 그 주 86


Wide Focus | 와이드 포커스

와이드 FOCUS 2

변을 맴도는 것이다. 10만 년 전 인류의 일부가 아프리카를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 이주 하였지만 인간은 여전히 사바나의 지능으로서 물에 대한 감성을 버리지 못했다. 특히 강 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무더운 날이면 맑은 물에 대한 호감은 증가한다. 두바이의 강렬한 빛은 사람들에게 물에 대한 호감을 증대시킨다. 비록 그것이 마실 수 없는 짠 물이어도, 이를 경험하지 못하며 진화한 우리의 지능은 시각적인 물 정보를 애타게 찾는다. 이런 인 간의 마음에 나만의 물가(수변)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은 다른 어떤 자극보다 강한 호감을 준다. 이러한 감성 우선의 공간 구조는 순식간에 택지 분양을 완료하게 했고 베컴이나 마 돈나 같은 아이콘들이 이를 구매함으로써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0차원 섬은 팜 아일랜드에 대한 강한 질투이다. 이렇게 매력적인 팜 아일랜드보다 더 인 간의 감성과 교감하면서 고전 경제학적 합리성 역시 만족시킬 수 있는 공간은 없는 것일 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각각 개인에게 주어진 해변을 과연 일주일에 몇 시간이 나 사용할까?”라는 질투심어린 딴지 걸기에서 시작된 질문은, 주택을 앉히는 대지에 시 간 차원을 도입함으로써 팜 아일랜드보다 더 공간적 효율성과 감성적인 만족을 줄 수 있 는 공간 구조를 찾아냈다. 물론 이는 스스로 내리는 자평이지만, 해변 공간에 시간 차원 을 도입함으로써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인 사용자의 삶의 패턴과 더 일치하는 공간 구조 를 찾을 수 있었다. 이는 해변을 시간으로 나눠 사용함으로써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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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2 | Wide AR no.42

0차원 섬은 바다와 만나는 공간이 팜 아일랜드보다 더 낮은 ‘점’, 즉 0차원이다. 팜 아일 랜드가 선線인 1차원으로 바다와 만난다면 0차원 섬은 점으로 만난다. 그러니까 팜 아일 랜드의 주거 공간이 선의 공간 위에 배치된다면 0차원 섬은 점으로 바다와 만나 대기로 뻗어나가는 프랙털 차원의 구조물 위에 자리한다. 0차원 섬은 1.x 차원 프랙털 차원을 90 도 회전시켜 수면이 아닌 수직의 공중에 놓음으로써 수면과 만나는 경계를 0차원으로 변 환시킨다. 그리고 0이 차원 공간에 시간 차원을 도입함으로서 1.x 차원으로 공간 구조를 확장한다. 0차원 섬과 바다의 수면이 만나는 공간은 정확히 말하면 점은 아니고, 다수의 개인 해변 이 들어서는 0.x 차원이다. 개인 해변은 주거의 수보다 매우 적지만 이들 개인 해변을 컴 퓨터가 제어해 모든 사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즉 해변은 하루 종일 사용하지는 않으므로 통계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수의 해변을 만들고 이를 컴 퓨터가 제어해 모두 자신만의 해변을 사용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나무를 닮은 이 구조물의 내부에는 혈관과 같이 중심부는 굵고 말단부는 가는 공간 구조의 수직 교통 통 로가 들어선다. 이들 통로를 적혈구와 같은 수직 교통 장치가 지나며 사용자는 이에 탑승

와이드 FOCUS 2

해 자신의 주거에 접근한다.

7번째 대륙 태평양 상공을 날아가던 비행사는 바다에 끝없이 펼쳐진 쓰레기 더미를 보고 놀랐다. 이 는 일본 열도보다도 더 큰 거대한 대륙처럼 보였다. 인간이 무분별하게 버린, 그리고 쓰 나미 같은 자연 재해로 떠내려 온 쓰레기들이 만든 이 섬은 인류가 만들어 낸 또 다른 해 양 재앙이다. 이 쓰레기들을 먹이로 착각한 해양생물들이 이를 먹고 소화기관이 막혀 죽 어가고, 자외선에 의해 분해된 플라스틱 조각은 다시 해양을 화학적으로 오염시키고 있 다. 이러한 쓰레기는 과연 재앙이기만 한 것일까, 이를 활용해 재앙을 축복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7번째 대륙은 이러한 쓰레기 섬을 활용하는 건축적 상상이다. 깨끗한 에너지라고 하면 떠올리는 말이 신재생 에너지다.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수소에 너지 등이 대표적인 클린에너지다. 하지만 풍력은 대기의 순환을 방해해 지구의 물질대사를 정체시킬 수 있고, 태양광은 생산 과정에서 많은 오염 물질을 방출한다. 에탄올 같은 바이오 매스 에너지 역시 식량을 생산할 대지를 잠식해 버린다는 문제가 있다. 수소 에너지는 에너 지가 아니라 에너지를 담아두는 매체에 불과에 여기에 에너지를 담기 위해서는 많은 화석연 료를 소비해야 한다. 따라서 이들 신재생 에너지는 깨끗한 에너지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쓰레기 섬은 이미 버려진 쓰레기가 해양을 덮고 있는 공간이다. 이는 지구의 기후 구조적 관점에서 해양의 태양 복사광 흡수율을 변화시켜 기후를 교란시킬 수 있고, 생태적 시점 에서 생태계를 파괴할 여러 가능성들을 가지고 있다. 이는 물질의 문제가 아니라 공간의 문제다. 따라서 공간적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문제를 일으키는 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물질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혹은 최소화하면서 공간과의 관계 사이 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을 고찰하는 것이다. 7번째 대륙은 쓰레기 섬의 해법을 공간적 관점에서 추구하고 있다. 쓰레기를 제거해 소 각함으로써 다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그 쓰레기를 자외선의 영향을 피해 가게 함으로써 더 이상의 오염을 차단하는 것이다. 쓰레기를 모아 직경 10m 정도의 공으로 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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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FOCUS 2

어 놓는다. 이 지역은 해류가 안으로 순환하는 곳으로 이 쓰레기 공은 주변에 머물게 된 다. 이 작업을 반복하면 수많은 쓰레기 공이 만들어진다. 쓰레기 공을 만들 때 이를 묶는 장치는 다른 쓰레기 공을 묶은 장치와 쉽게 결합하고 분리되지 않는 장치를 가지고 있다. 한 번 연결된 쓰레기 공은 잘 분리되지 않고, 이들은 점차 넓은 섬으로 성장하고 마침내 대륙이 된다. 이곳에 표토를 뿌리고 풀씨가 날아들기를 기다리면 된다. 일조량과 강우량이 풍부한 이 지역은 식물이 자라기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풀은 에너지 함유 밀도가 낮아 이를 직접 활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번 더 생물의 능력을 활용한다. 이곳에 가 축을 방목하는 것이다. 복잡한 기간 시설을 필요로 하는 인간의 거주에는 불편하지만 초 식동물의 서식에 이곳은 괜찮은 조건을 가진 공간이다. 이렇게 성장한 가축은 인간의 삶 에 제공되는 또 다른 에너지원이 된다. 3개의 상상은 건축가가 바다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인간의 감성지능은 발이 닿지 않는 깊은 물을 매우 위험한 공간으로 느낀다. 이러한 감성이 바다에 접근하는 것을 막아왔다. 하지만 인류가 세운 문명은 이러한 감성을 극복할 만큼 안전하고 편한 서식 영역을 바다 위에 제공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였다. 이것은 바다에 관한 건축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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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WORK

박유진 Park Youjin

갤러리 에이엠

Gallery AM 사진 남궁선 본지 전속사진가

위치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 98-1

용도

제1종 근린생활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미술관)

연면적

236.28m2

건축 면적 107.06m2

전진삼의 PARA-DOXA 11

WORK 90

뒷집은 좁은 골목을 통해 출입하였다.

규모

지하 1층, 지상 3층

입면 정리가 안 되는 2층 발코니 부분은

구조

조적조, 철골조

목재 그릴로 마감했다.

박유진 인하대와 연세대, AA School DRL에서 수학했다. 공간건축에서 건축을 시작하여 실무를 익히고 2007년 건축사무소 ‘시간’을 설립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북서울 꿈의숲> 프로젝트로 서울시 건축상을 수상하였다.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붉은 계열의 벽돌로 마감된 단순한 입면은 꼭 필요한 자리에 창호를 두었다.

활동하고 있으며 인하대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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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하는 공간, 단순한 외관

○ 콘크리트나 유리를 썼다면 세련된 건물이 지만 이질감은 들었을 것 같다. 일부러 오래

조선시대 여덟 명의 판서가 살았다는 팔판동

된 동네 가로를 의식한 결과인 것 같은데.

은 경복궁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갤러리, 전

총리공관 건너편의 팔판길은 최근 아기자기하고 고급스런 샵들이 생겨나 삼청로와는 또 다른 문화거리를 형성해 가고 있지만, 이곳에 깊이 삶의

통 관련 연구소, 북촌마을 등 풍부한 문화 자산

“예전 공간건축 일부가 이 근처에 나와 세들

을 배경으로 삼고 있어 도심 주거지로서는 좋

어 운영된 적이 있는데, 그때 공간건축 일원

은 환경을 가진 곳이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으로 근무를 했었다. 그래서 이 동네에 대해

밀도를 높이는 한 방편으로 점차 다세대 주택

꽤 잘 아는 편이다. 70여 년된 정육점을 비롯

이 들어서고, 개별적인 개축/증축으로 인해 지

해서 오래된 맛집들과 상가들이 고즈넉한 분

금과 같은 모습을 유지해 왔다. 특히 삼청로 한

위기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굉장히

블록 안쪽, 총리공관 건너편의 팔판길은 최근

조심스러운 작업이었다. 가로에 조금만 힘을

아기자기하고 고급스런 샵들이 생겨나 삼청로

줘도 분명 튈 것이고 입면을 현대적으로 만드

와는 또 다른 문화거리를 형성해 가고 있지만,

는 것은 아닌 것 같고…. 결론은 가로를 훼손

이곳에 깊이 삶의 뿌리를 내린 주민들 덕분에

하지 않으면서 소박한 재료, 단순한 디자인이

여전히 1980~90년대의 풍경을 고수하고 있다.

었으면 했다.”

이 팔판길의 중간쯤에 원래 있었던 집처럼 서

이 갤러리가 더더욱 원래 있었던 집처럼 느껴

있는 건물이 <갤러리 에이엠>이다. 자신의 이

지는 것은 신축이 아닌 리노베이션 작업이기

름을 내걸고 아트 상품을 출시하는 동양화가

때문이다. 상가로 쓰던 앞집과 주거 용도의 뒷

육심원의 갤러리이기도 한 이 집은 붉은 벽돌

집을 한 채로 합쳐서 갤러리 기능을 부여한 것

의 단순한 입면으로 동네 가로에 걸맞는 소박

인데, 건축가가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한 형태이다.

골조를 덧대는 작업이었다. 원래가 조적조이

뿌리를 내린 주민들 덕분에 여전히 1980~90년대의 풍경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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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2 | Wide AR no.42

기존의 집. 가로에서 직접 드나드는 앞집과 좁은 골목을 통해 출입하는 뒷집을 합쳐 한 채로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공사 중 사진. 1층부터 옥상까지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부실한 구조를 보강하였다. 기초판부터 설치하여 철골 기둥을 세우고 슬라브 바로 밑에 철골 부재를 덧대어 바닥을 다시 만들었다.

므로 기초판부터 설치하여 철골 기둥을 세우 고 슬라브 바로 밑에 철골 부재를 덧대어 바닥 을 다시 만드는 등 꽤나 복잡한 공사였다. ○ 두 채의 집을 처음 봤을 때 상황이 궁금하 다. 원래 구조는 아예 기능을 못할 정도였나. “앞뒷집이 거의 붙어 있는 상태로 처음 대면 했을 때 두 집의 관계가 상상이 안 될 정도였 다. 가로에서 직접 드나드는 앞집보다 좁은 골목을 통해 출입하는 뒷집은 상황이 더 심 각했다. 공간을 여러 개의 방으로 나누어 각 각 세를 주었던 집인 듯했다. 일조나 환기는 기대할 수 없는 열악한 조건이었다. 먼저 1층 부터 옥상까지 골조만 빼고 불필요한 군더더 기를 제거했더니 기가 막힐 정도로 험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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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벽돌의 단순한 집은 동네 가로에 걸맞는 소박한 형태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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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평면도

2층 평면도

배치도

1층 평면도

2층 평면도(변경 전)

횡단면도(변경 후)

횡단면도(변경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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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창을 향해 ‘상승하는 계단’은 이 집의 핵심이다. 계단을 길게 돌려 놓은 데는 전시장을 충분히 돌면서 작품을 94

감상하라는 의도가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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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마다 바닥 높이가 다른 두 개의 집을 해결하기 위해 가운데를 비워내고 계단으로 연결하였다.

가 나타났다. 조적조를 쌓고 슬라브를 얹고,

보강/개조/개선의 대공사를 거친 두 채의 집

또 조적조를 쌓고 슬라브를 얹은 집의 뼈대는

은 샵과 전시실, 사무실로 구성된 전혀 새로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았다. 결국 구조를

운 집으로 거듭났다. 특히 이 집은 앞뒷집이

다시 해야 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잘못하면

만나는 경계의 중앙부가 압권이다. 길게 이어

기존 벽이 넘어갈 수도 있으므로 작업 순서를

진 계단이 작은 전시 공간들을 엮어주고 경사

잘 맞추는 게 중요했다. (당연히 이런 공사에

진 천창과 환기용 고창에서 흘러들어오는 빛

는 노하우를 가진 시공사가 필요하다.) 원래

은 부드럽고 밝은 내부 공간을 이룬다. 조금

구조는 없어도 될 정도로 대공사였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1층 샵 계단을 통해 올 라간 메자닌층의 전시 공간은 다시 2층 전시

○차  라리 신축을 하는 편이 더 낫지 않나.

실로 이어지고, 2층의 바닥 레벨이 다른 두 개 의 전시 공간도 계단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부수고 새로 짓는 건 어려운 결정이다. 이미

다. 이 계단은 3층 사무실에 도달하면 비로소

면적이 법적으로 지을 수 있는 한계를 훨씬 넘

끝이 난다. 물론 중앙의 연결 계단 외에도 3층

어서 있다. 조금이라도 면적이 붙으면 허가가

사무실 베란다에서 옥상에 이르는 계단과, 샵

나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 신축을 결정하는 순

을 거치지 않고 1층 현관 홀에서 2층 전시실

간 지금 규모의 반밖에 되지 않는 집과 주차

로 직접 오르내리는 계단이 있어 전체 동선에

면적을 고민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삼청동 주변

유연함을 더하고 있다.

의 집들은 리노베이션되는 게 많고, 이 집 또 한 기존의 틀 안에서 다시 만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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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2 | Wide AR no.42

2층의 전시 공간. 경사진 천창과 환기용 고창에서 흘러들어오는 빛은 부드럽고 밝은 내부 공간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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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공간에서 바라본 3층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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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공간. 슬라브 밑에 덧댄 철골 부재의 형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천  창을 향해 ‘상승하는 계단’은 이 집의 핵

하여 해결하였다. 만약 신축하는 상황이었다

심이다. 계단을 길게 돌려 놓은 데는 전시

면 일부러 가운데 바닥을 잘라내고 양쪽 바닥

장을 충분히 돌면서 작품을 감상하라는 의

의 레벨을 다르게 하여 계단을 돌리지는 않았

도가 다분하다. 그런데, 바닥 높이에 차이

을 것이다. 기왕에 레벨이 다르니 그것을 활

를 두기에는 규모가 그리 넉넉하지 않은 집

용했을 뿐이다.”

이다. 공간의 흐름이 있는 집 내부에 비해 외형은 “층마다 바닥 높이가 다른 두 개의 집을 해결

단순하기 그지없다. 붉은 계열의 벽돌로 마감

하는 것이 이 집의 원래 조건이었다. 열악한

된 전면은 꼭 필요한 자리에 창호를 가질 뿐

기존 집들이 서로 바닥 높이조차 맞지 않았던

이다. 그나마 측벽은 옆집 민원 때문에 (벽돌

것이다. 뒷집은 기단 위에 앉은 형태였고 앞

두께만큼 벽이 튀어나온다는 이유로) 비슷한

쪽 상가는 거의 도로 레벨에 맞춰져 있었다.

색의 도장 마감으로 끝냈다. 입면이 정리가

뒷집 지하 보일러실 바닥은 군더더기를 제거

안 되는 2층 발코니 부분의 목재 그릴이 유일

하니까 그나마 앞집의 1층 레벨과 차이가 나

한 치장이다. 덕분에 육심원 작가의 톡톡 튀

지 않았다. 이러한 조건은 설계의 중요한 키

는 그림을 담은 이 갤러리는 오래된 동네 팔

포인트가 됐다. 우선 뒷집 보일러실이 앞집과

판길의 삶의 풍경에 한 치의 거슬림 없이 또

경계를 이루는 부분을 일정 정도 비우고 천창

다시 한자리를 지켜낼 수 있게 되었다.

을 설치하여 1층 바닥부터 천창까지 시원하

인터뷰 | 정귀원(본지 편집장)

게 뚫린 계단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앞뒷 집의 높이 차이는 철판으로 접은 계단을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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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2 | Wide AR no.42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 Strong Architect 04

상황 속에 열린 생각

이 성 관

* 이 글은 땅집사향 강연 내용을 이상민

이성관

(제2기 간향건축저널리즘 워크숍, 성균관대학교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정림건축

대학원) 씨가 인터뷰 보완하여 정리한 것이다.

등에서 실무를 익힌 뒤 컬럼비아 건축과 대학 원을 졸업하고 뉴욕 HOK에서 수석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1989년 ㈜한울건축을 설립하여 지금 에 이르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전쟁기념관, 부 산방송국, 데이콤 강남사옥, 양구전쟁기념관, 숭 실대 조만식기념관+웨스트민스터홀(2008 한국 건축문화대상대통령상), 엘타워(2009 서울특 별시 건축상 본상), 정주영 창업캠퍼스, 탄허대 종사 기념박물관(제1회 김종성건축상, 2010 한 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 여초 김응현 서예관 (2012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등이 있다.

여초 김응현 서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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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가 7×7 그리드 판에 각설탕 36개를 놓아 구성하는 것 이었다. 우리가 일주일 뒤에 해 간 숙제를 보더니 이구 선 생은 “너희 참 이상하다. 왜 아무도 3차원으로 구성할 생각 을 못하느냐”며 여러 예시를 보여 주었다. 높이 쌓은 각설 탕부터 아무것도 놓지 않은 채 지하에 있는 각설탕들까지, 그날 받은 마음 속 충격 덕분에 설계에 큰 흥미를 느꼈고, 졸업하면 필히 이구 선생의 사무소에 들어가겠다고 다짐 했다. 당시 건축계의 경기는 바닥이었다. 여러 사무소가 문을 닫 았고, 인력을 구하는 사무소도 드물었다. 졸업 후 이구 선 생님의 사무소로 찾아가 일을 하고 싶다, 잡일부터 시키는 일까지 모두 하겠다, 사정하였으나 거절당하였다. 그러나 포기하기에는 스스로의 다짐이 너무 아쉬워 사무소에 있 는 선배 집에 직접 찾아갔다. 정성을 쏟은 덕분인지, 결국 정식 직원도 아닌 애매한 형태로 겨우 사무소에서 일을 하 게 되었다. 그리고 2주 뒤 “이렇게 근성 있는 아는 좀 키워 줘도 안 되겠나”는 추천으로 정식 사원이 되었고, 실무를 시작하였다. 이후 대학원을 다니면서 일을 그만두었다가 여러 사무소 를 거쳐 정림건축을 가게 되었다. 정림에서 일을 참 열심히 했다. 하지만 단지 열심히 해서 언제 사무소를 개업하고 무 엇을 어떻게 할까라는 계획보다, ‘왜 이것밖에 못하지’ 하 사고의 습벽

는 고민이 더 많았다. 정림에 들어와 3년쯤 되었을 때 ‘아,

나는 어릴 적 누님 밑에서 자주 그림을 그렸다. 당시에는

이거 3년 전이나 3년 후나 지금 하고 있는 짓거리는 비슷

윤곽을 검은색으로 잡아 놓고, 얼굴은 살색, 머리카락은 검

하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화학적 변화 없이 일하는

은색, 옷은 푸른색으로 칠하는 식이었다. 어느 날 누님이

속도가 조금 빨라졌을 뿐, 근본적인 실력은 여전히 답보 상

그림 그리는 것을 보고, 햇빛 아래서 당신의 머리카락 색을

태란 느낌이 들었다. 좋은 사무소에서 열심히 하는데도 외

물어보았다. 파란색, 붉은색, 보라색. 그제야 누님은 흐뭇

국 잡지에 나오는 멋진 건축물처럼 지을 수 없다는 현실이

하게 “그런데 너는 왜 검은색 하나로만 칠하냐”고 물었다.

분하고 억울했다. 외국 잡지를 보면 2~3일간 일이 손에 잡

그때 그 말이 크게 와 닿았고 그 이후로 사물을 보면 유심

히지 않았다. 미래 계획의 근본적인 목표는 건축을 ‘잘’하

히 관찰하게 되고, 여러 가지 색을 찾을 수 있었다.

는 것이었다. 그래서 미국에서 더 넓은 세계의 건축을 보기

사물을 유심히 관찰한 덕분인지, 중학교에 올라와선 질문

로 마음먹었다.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 Strong Architect 04

탄허대종사 기념박물관

이 엄청나게 많았다. 어떠한 사건, 풀이를 보면 왜 꼭 그래 야만 하는가? 왜 그럴까? 하고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유연한 건축

던졌다. 덕분에 수업시간이 늘어났다고 핀잔 아닌 핀잔을

건축은 인간의 삶을 통해 바라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

들었지만. 당시의 ‘왜’라고 물어보던 습관이 지금도 사물과

골에 위치한 프린스턴보다, 미스 반 데 로에의 영향이 지대

사건을 대할 때 대충 넘어가지 않고 명확하게 알고 넘어가

한 IIT보다, 인간의 삶을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맨하튼

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을 만든 듯하다.

중심부의 콜럼비아를 택했다. 1년 과정으로 M.Arch 3년,

고등학교를 마치고 남부럽지 않은 대학교에 들어갔으나,

2년간 실무 경력이 있는 사람 중 아카데미의 필요성을 느

4학년 때까지 학교 수업에는 큰 재미를 못 느꼈다. 오히려

낀 사람만 받는 특별한 프로그램이었다. 라파엘 비뇰리, 케

음악을 좋아하여 그룹을 만들어 드럼을 치곤했다. 나머지

네스 프램튼 등 쟁쟁한 교수들이 있었지만, 영향을 미친 사

성적은 형편없었지만, 그래도 설계 수업은 나름 재미있게

람은 오히려 주변에 있는 21명의 동료들이었다. 특히 맨하

해 냈다. 4학년 2학기 때 이구 선생의 강의가 있었는데 이 수업이 설계를 하게 된 큰 계기가 되었다. 첫 시간에 나온

튼 시내의 찻길을 가로지르는 브릿지 리디자인 프로젝트 는 건축을 바라보는 시각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그간 건축

99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 Strong Architect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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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식기념관+웨스트민스터홀

엘타워 100

정주영창업캠퍼스


다면 스타일과 이고보다 중요한 ‘문맥’이 보이게 된다.

각했는데,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 느꼈다. 21명이 각기 다

건축은 장르의 속성상 그 작업 과정이나 결과물에 예술적

른 답을 내어 놓았는데, 하나같이 타당하다. 국내에서 끊임

인 부분이 존재한다. 그러나 회화와 같은 순수예술과는 본

없이 고민했던 건축의 답이 우연찮게 풀렸다. 건축은 다양

질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다. 그것은 장소를 따진다는 것이

성을 추구한다.

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스페인의 미술관에서든 한국

1년간의 과정을 마치고 입사한 곳은 HOK였다. 한국에서

의 미술관에서든 어느 장소에서 전시되더라도 그 값이 일

했던 실무를 인정해 주지 않아 일반 디자이너로 들어갔으

정하다. 비록 장소성에 의해 감동의 크기는 다를지 몰라도

나 프로젝트 디자이너가 잠시 휴가를 간 사이에 큰 프로젝

그림이 담고 있는 본질, 즉 절망, 광기, 공포, 분노 등의 감

트를 맡아 성공적으로 끝내며 1년만에 HOK에 5명뿐인 프

정이 환희로 바뀌는 일은 없다. 그러나 건축은 언제나 중립

로젝트 디자이너가 되었다. 한국이나 미국에서도, 정림이나

적이다. 건조물 자체가 친근감을 준다든가 흉물이라든가

HOK에서도 환경에 맞춰 변한 공식과 프레임에 의해서 작

권위적이라든가 하는 값을 갖지 못한다. 고유한 값을 갖지

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미국을 가면서 구체적

않고 장소와 시간, 쓰임새에 따라 그 값이 달라지기 때문에

인 내용이나 건축적 능력이 아닌, 자세나 태도, 전략만 가지

건축은 선이자 악이요, 빨강이자 파랑이다. 상반된 얼굴 중

고 가도 그릇에 얼마든지 담아졌다. 담는 자세가 유연했기

한 면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문맥이다. 문맥이라 함은 하나

때문에, 담는 것이 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리 없이 담

의 대상과 그것을 둘러싼 시간, 공간을 이야기한다. 시간과

을 수 있었다. 미국 건축이 고체처럼 딱딱하다고 생각했으

공간에 따라 변하는 건축의 특성상, 문맥 없이 그 자체로는

면 전혀 담지 못했을 것이다. 장소만 변했을 뿐 국내 건축의

절대 이해될 수 없다. 문맥을 읽는다면 이 시대, 이 장소에

연장선상이다. 그저 환경에 건축을 맞추었을 뿐이다.

어떤 건축물이 무슨 이유로 존재해야 하는지 손쉽게 이해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언제나 건축은 문맥을 이해하며 설계

건축과 문맥

하고 바라봐야 한다.

안도 다다오의 이고ego는 노출 콘크리트다. 리차드 마이어

우리는 살아있는 소를 보고 소cow라고 말하지만 고기meat

는 백색 마감을, 마리오 보타는 적벽돌을 자신의 재료로 사

라고 부르지 않는다. 소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말이고, 고

용한다. 지속적으로 자신의 주제나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기는 인간과 먹이라는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존재하는 의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매 프로젝트

미이기 때문이다. 공간 역시 인간이 없어도 존재하지만 내

에 인간, 사회, 문화의 관계를 무시하고 작가의 이고나 스

가 공간의 문을 열고 그곳을 바라보았을 때 ‘장소’가 되고

타일을 드러내기 위해 무리하게 그곳에 천착하는 것은 잘

‘풍경scene’이 된다. 공간의 확장인 건축 역시 관계를 통해

못된 생각이다. 건축물을 하나의 동떨어진 객체로 보지 않

형성된다. 아무 의미 없는 건조물도 문맥 속에서 온전한 관

고 사회와 문화, 인간 속에 존재하는 관계적 객체로 바라본

계를 맺었을 때 비로소 건축이 된다.

숭실대 제1공학관 리모델링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 Strong Architect 04

에 있어서 아이디어에 대한 답은 하나만 존재할 것이라 생

건축가의 집, 수입777 101


오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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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 Power & Young Architect 04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 Power & Young Architect 04

삶과 건 축 의 어울림 -

수국마을 이야기

김 형 종 우, 대 성 조, 성 기 102

‘어울림’이란 건축에서 너무도 당연하고 보편

사진 윤준환 건축사사무소 오퍼스 건축을 통한 상상력으로 어울림(consonance)을 만들어가는 오퍼스(op'us)는 이름의 의미처럼 주어진 프로젝트마다 사람과 장소에 대한 특별한 생각과 마음이 담기길 원한다. 1998년 설립 이후 3명 건축가(우대성, 조성기, 김형종)의 ‘지독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파트너십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2005년부터 인테리어 회사인 디자인 모노솜(monosome)을 설립하여 건축, 인테리어, 리노베이션 등의 프로젝트를 유기적으로 완성하고 있다. 1999년 ‘천년의 문’ 설계경기에 당선, 주목받기 시작하여 중동교회, 예원교회, 가회동성당 등 종교시설과 수국마을, 판교주택 시리즈, ID하우스, 청담동 이니그마빌, 삼부르네상스 오피스텔, 천호동 주상복합시설 등 다양한

적 가치이지만 실제 적용은 어렵고 고되다. 건

프로그램의 복합(주거)시설을 설계하고 있다. 또한

축을 진짜로 해본 사람은 안다. 이 단순한 단

가마 광주요 등 이는 공간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으며,

어의 실현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땅, 상황, 맥락, 역사, 법규, 돈, 시간, 간섭, 책임, 안전,

엘로드힐즈, 마리아병원, 배상면주가 느린마을 양조장, 근래에는 코오롱 컬쳐 스테이션, 은평의마을, 마리아센터, 새중앙교회 등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를 많이 수행하고 있다. 한국건축문화대상 국무총리상(2014), 서울시건축상

기술, 민원…, 그리고 나. 이 모든 현실의 상황

최우수상, 시민공감건축상(2014), 한국건축가협회상(2014),

과 문제를 실천 가능한 방법으로 프로젝트의

대한민국한옥공모전 올해의한옥상(2014), 부산다운건축상

끝까지 이끌 수 있어야 하나의 실제적 건축이

우수상(2012), 한국적 생활문화공간(2012), KOSID

만들어진다. 그리고 생각대로 잘 쓰이고 작동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된 후에야 ‘어울림’ 이란 단어를 붙일 수 있다.

금상(2014), 한국농촌건축대전 본상(2014), 서울시건축상 골든스케일 어워드(2008, 2009) 등을 수상하였다.


큰 집이 아니라 12명씩 8채 단독주택으로 구성된 마을이다.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 Power & Young Architect 04

수국마을은 100명의 엄마 수녀들이 700명의 아이들과 함께 사는 삶의 현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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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 좀 어떻게 해야 하는데….” 어느 날 수녀님으로부터 툭 던져진 미션이다. 건축주 요구 의 전부이기도 하다. 그렇게 수국마을의 꿈은 시작되었다. 이곳은 낭만의 현장도 아니고, 예술의 현장은 더욱 아니다. 100명의 엄마 수녀들이 700명의 아이들과 함께 사는 삶의

[이 집 좀 어 떻 게 해 야 하 는 데 …

야 할까?’ 건축과 건축가의 고민도 이 거대한 현실 속에 툭 던져진다. 오래전 건축가의 역할은 집 전체, 도시 전체를 다루는 것이 었다. 집 지을 자리를 찾고, 집의 안대를 살펴 방향을 잡고, 햇살과 바람길을 보며 집의 규모를 정했다. 지금은 ‘건축주 의 요구에 맞추는 일만’ 하는 사람이 되었다. 건축가도 그 이상의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보상도, 보람도, 이유 도 없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요구가 없으면 정해 달라고 건 축주에게 끊임없이 요구한다. 그것은 나의 일이 아니기 때 문이며, 내 책임 밖의 것이기 때문이다. 집을 필요로 해서 생각하고 지어지고 쓰이는 과정은 비슷 하다. 우리는 그것을 ‘건축 복잡성 불변의 법칙’으로 생각 한다. 큰 건축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복잡한 일의 총량을 누가 맡을 것인가가 업무 범위, 작업 방식, 책임과 할 일의 차이를 가져온다. 날이 갈수록 직업이 분업화되면 서 건축가의 역할은 줄어들고 있다. 건축가가 프로젝트를 접할 때 집을 지을 땅은 대부분 정해 져 있다. 건축주는 건축가에게 건물을 최대한 크게 뽑아 달

.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 Power & Young Architect 04

현장이다. 집을 ‘어떻게…’ 해야 하는 일이다. ‘어떻게… 해

라고 한다. 쓰임을 결정하는 것은 프로그램하는 이(또는 상품기획자/시행사)가 한다. 건축가는 구체적인 지침(또 는 법적 한계)을 건축 도면으로 그려 주고 인허가를 해결 하는 사람이 되었다. 심지어 아파트는 외관만 별도의 디자 이너가 진행하는 기이한 현상도 일상화되었다. 심의와 허 가 과정에서 건축가는 안을 빨리 통과시켜야 하는 ‘을’이기 일쑤다. 시공이 시작되면 감시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설 계자가 아닌 사람이 감리자가 된다. 이젠 법으로 설계자가 감리를 못 하도록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건축주를 대신해 서 감독자가 온갖 훈수와 간섭을 하기도 한다. 실내 공간은

]

인테리어 디자인이 따로 진행되는 건 상식이 되었다. 집 짓 는 복잡성의 과정에서 건축가의 역할과 자리는 중심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아니 사라져 가고 있다.

104


#1

#3

고민의 출발점에 서 있을 무렵 소년의 집 오케스트라 이야

이곳은 한때 2,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살던 곳이다. 창설

기를 담은 책이 나왔다. 『너같이 좋은 선물』. ‘좀 어떻게 해

자 알로이시오 신부의 정신은 ‘가난한 자에 대한 봉사’다.

야 할’ 집에 사는 아이들 삶의 단면이 엄마 수녀의 시선으

가난한 이가 최고의 대우를 받도록 하는 것도 철칙으로 한

로 담겨 있다.

다. 지을 당시 엘리베이터까지 갖춘 최신식 건물을 만들었

‘대성의 작은방’ 이야기가 눈에 들어온다. 가명이지만 나와

다. 많은 아이를 돌봐야 했기에 큰 방에 2~30명이 함께 살

이름이 같아서일 게다. 2006년 8월 인천 공단에서 일하던

았다. 3층 침대와 공부방, 식사 장소, TV 보는 곳 모두 한

졸업생 대성이가 휴일 근무 중에 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을

공간에 있다.

받는다. 장례를 치르고 수녀님은 아이의 짐을 정리하기 위

그런데 아동복지법이 바뀌었다. 한 공간에 3명 이하로 살

해 죽은 아이의 방으로 간다. 이 아이에게 이런 면이 있었

아야 한다. 3년 이내에 시설을 개선하라. 아니면 양육 시

나 싶을 정도로 방은 너무도 정갈하다.

설 징계조치가 내려진다. 비용은 각 시설에서 알아서 해 야 한다.

“21살짜리 사내애가 혼자 사는 방. 1700만 원의 전세, 다세대 주택 2층 우측 방. 작은 노트 첫 장에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림에 그려진 그 자리에 침대가 있었고 냉장고가 있었고 책 상과 옷장이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것도 온전히 자기 힘으로 방을 마련하 느라 아이는 생애 마지막 2년을 그렇게 보낸 것이다. 한 아이

#4

의 꿈과도 같은 그 방은 그러나 우린 아무도 지켜 주지 못했

1996년 12월 12일, 한국은 OECD에 가입하였다. 멋지고

다. 그날 이후, 나는 다른 아이의 마음 속에도 그런 작은 방이

자랑할 일이지만 이는 국제후원금의 한국 내 사용이 큰 제

하나씩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것은 현실이며, 지금 이 집에 사는 그리고 살아갈 아이들의 현실과 닿아 있다. 이곳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그대로 삶에 뛰어든다. 홀로 서야 한 다. 자립. 맨몸으로. 무엇이 이들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인가? 그리고 건축은 이 걸 어떻게 고민할 것인가? 가능하기는 한가?

#2

한을 받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은 선진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2010년이 지나면서 후원금 사용 제한은 심각한 현실이 되었다. 이 시설은 전 세계에서 모금한 후원금으로 운영되어 왔다. 집은 은퇴 수녀들의 퇴직금을 털기로 했다. 비용의 한계는 모든 건물이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인이지 만 이곳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하다.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 Power & Young Architect 04

50년간 아이를 키워온 수녀들도 이미 할머니가 되어 가고 있다. 그래도 관리자가 아닌 엄마여야 한다는 마음은 변함 이 없다. 수녀회의 정신이 그렇고 직접 키워보니 그렇다. 직접 먹이고 돌보고 그늘이 되어야 엄마다. 그렇게 이 집에 서 12,000명을 키워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길렀 다. 엄마 수녀는 정신은 맑지만 예전같이 온몸으로 아이들 을 감당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아이 들과 소통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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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 Power & Young Architect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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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집의 구조가 아니라 삶의 방식”

도 들어맞는다. 판교에 지었던 80평 주택이 겹쳐진다. 한

이 모든 장면이 서로 독립된 것이지만 ‘좀 어떻게’ 해야 할

채에 4~5억 원 비용이 들었다. 8채면 36억 원. 이러면 삶

집이 맞닥뜨린 현실이다. 어느 하나 녹록한 것이 없다. 조금

의 시스템도 해결되겠구나. 수녀님이 길러 주는 곳이 아

더 구체적인 요구가 보태진다. “한 100명 정도 살 거예요.”

니라 아이들 스스로 자립하는 곳으로 만들면 되겠구나.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10시 성탄전야 미사 전 『내 마음

물꼬가 트인 생각은 손이 따라가기 힘들다. 아이디어를

의 건축 2』를 읽고 있었다. 한 장의 스케치를 본 순간 ‘번

갈겨쓰고 그린다. 길과 마당, 경사지, 팽나무. 건축과 삶

쩍’ 머리에 번개가 친다. 찰스 무어의 <씨랜치 콘도Searanch

의 시스템에 대한 제안이 한꺼번에 보인다. 크리스마스

Condominium>의 모태가 된 몬테프리오Montefrio

이브의 선물이다.

마을 조감도.

‘아! 이거다’ 큰 집이 아니라 단독주택으로 구성된 마을. 8채에 12명이 살면 96명. 머릿속에 담아온 땅의 크기에

“수녀님, 완벽히 독립된 주택과 마을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 각입니다.

집의 구조가 문제가 아니라 삶의 시스템을 12명이 완전 독립적 으로 해결하는 방식 말입니다.

- 돈 버는 일 말고는 모두 자체 해결(일반 사회생활과 똑같은)

- 장보고 밥하고 빨래하고 관리비 내고 물품 사고… 가끔 생활

- 12명의 아이들이 사는 집 - 자립공간

- 엄마 수녀님이나 도우미는 관리/지도/멘토 역할만 하고. 아

비 모자라서 쪼들리기도 하고

할 것이고(엄마가 나이 들었으니 아이들이 해야죠.^^) 12명이 사는 집 8채(=96명)가 만든 조그만 마을.

‘좀 어떻게…’를 요청한 수녀님에게 메일을 보내고 내용을 설명한다. 이후 100명의 엄마 수녀 모두를 설득하고 함께 지혜를 모은다.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변화를 설명한다. 너 희가 살 집이다. 시장보고, 빨래하고, 밥하고, 공과금 내고, 규칙을 정하고, 생활비 한도 안에서 돈 버는 것만 빼고 모 두 스스로 해야 한다. 집의 물리적 환경만 준비되어서 될 일이 아니다. 삶의 방식 이 송두리째 변화되는 일이다. 엄마도, 아이도 같이 변화해 야 한다. 수도와 전기 계량기는 현관 잘 보이는 곳에 둔다. 보면 스스로 아끼게 된다. 위층에 식당과 주방이 있다. 불 편하다. 많이 움직여야 한다. 게시판이 크다. 12명의 역할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 Power & Young Architect 04

[문제는 집의 구조가 아니라 삶의 방식

이들 할 일이 엄청 많아지겠죠. 피동에서 능동으로 바뀌어야

을 늘 나누고 소통하기 위함이다. 중1에서 고3까지 학년이 모두 다르다. 보이지 않는 위계질서가 팽팽하다. 청소, 시 장보기, 빨래 등. 내가 하지 않으면 같이 사는 모두가 불편 하다. 엄마 수녀가 조율한다. TV도 없앴다. 대신 빔프로젝 터와 노트북을 둔다. 무언가 하려면 준비하고 찾고 서로에 게 이야기하고 동의를 구해야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집 마당에 과일나무 한 그루씩 심는다. 감, 석류, 포도, 매실, 사과, 자두, 대추, 모과. 그대로 집 이름이 된다. ‘수국樹國마 을’. 나무 열매 색깔은 집의 컬러코드로 쓴다. 나무는 몇 년

]

후 수확을 꿈꾸고 졸업 후 언젠가 돌아오고 싶은 집의 상 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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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어울리는 건축, 건축에 어울리는 삶 이사 후 첫날 ‘카톡’으로 몇 장의 사진이 왔다. 이장 수녀님 구를 하는 아이들, 칠판 가득한 낙서, 밥 준비하며 웃고 있 는 아이의 모습을 담았다. 안심이다. 집이 잘 쓰이는구나. 그렇게 ‘자립’의 삶을 6개월 살아본 후 평가하는 자리에 참 석했다. 엄마 수녀와 아이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다. 집마다 준비한 내용을 아이들이 발표한다. 관리자들의 설문조사도 함께 담았다. 아이들은 빔프로젝터 사용에 이미 익숙해졌 다. 아이들이 집에 살아보고 좋아하는 공통의 이야기이다. “자립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 “스스로 선택권이 생긴 것 (특히 식사 메뉴)”, “나만의 공간이 생긴 것”. 역시 삶의 내 용이다. 그리고 대성이가 그토록 원했던 자기만의 공간에

엄마 수녀들의 평가는 조금 다르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

않던 찬밥 남은 것을 아이들이 잘 챙기더라고요.”, “받는 것을 당연시하던 마음에 감사가 생기게 되었어요.”, “다른 집 직원들과 사람을 초대해서 집들이를 했어요.” 구체적으 로 변화된 삶의 단면을 보여 주는 내용이다. 아이들의 자세 가 바뀌고 있다. 이날 발표에서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모과나무집 이야기 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주변 동네 독거노인(부산 암남동은 달동네 같은 곳이 아직도 많이 있다)을 방문하고 쌀을 전 달해 주는 사진을 보여 준다. 생활비를 아껴서 마련한 돈이 다.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눈물이 난다. 실재하는 삶을 담는 건축. 실재하는 삶은 일상이며, 복잡하 고 고매한 이론이 있음에도 결과로 이루어진 건축이 실재 다. 거기에 이론과 절절한 현실과 실제 상황이 녹아 그것 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철저한 현실성을 바탕 으로 실재하는 삶을 다루는 건축가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건축가의 역할은 특정 부분에 한정될 수도 없었다. 몸을 푹 담가 그들이 되어 고민하고 함께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수국마을을 만든 것이 아니라, 마리아 수녀회가(창설자 알로이시오 신부가) 건축가의 손을 빌려 그 스스로를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수국마 을은 그것에 닮아야 하는 삶에 대한 건축의 어울림을 찾아

건축에 어울리는 삶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 Power & Young Architect 04

조금은 가까워졌다.

[삶 에 어 울 리 는 건 축

(마을 책임 수녀를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이 마당에서 족

낸 과정이자 결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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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4 : Power & Young Architect 04

집의 물리적 환경만 준비되어서 될 일이 아니다. 삶의 방식이 송두리째 변화되는 일이다. 수도와 전기 계량기는 현관 잘 보이는 곳에 둔다. 보면 스스로 아끼게 된다. 위층에 식당과 주방이 있다. 불편하다. 많이 움직여야 한다. 게시판이 크다. 12명의 역할을 늘 나누고 소통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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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42 | Wide AR no.42

5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로젝트 공모전 5 젊은 건축가를 위한 설계 공모전

와이드 REPORT 2

REPORT2 110

Heritage tomorrow project

적은 차, 나은 도시_ Less Cars, Better City 좌담 & 제안서 당선작 재단법인 아름지기(이사장 신연균)가

으로 영향을 끼쳤다. 물론 자동차가 인

주최하는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로젝트

류의 발전에 기여한 점은 실로 지대하

5는 가까운 미래에 자동차와 도로, 주차

지만, 지구 온난화와 매연의 폐해는 물

공간이 줄어든다는 것을 전제로 새로운

론 도시 환경 차원에서도 획일화, 단조

보행 중심 도시 공간의 개념과 디자인을

로움, 자동차 중심의 도시 공간 등 부정

찾고자 한다.

적인 결과를 초래해 왔다. 자연히 반자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인 자동차는 지금

동차/보행 선호를 주장하는 움직임이

까지 수많은 도시 이론과 선언들을 자극

싹트게 됐고 고속도로를 철거하여 공공

해 왔으며 건축과 도시 디자인에 결정적

공간화하는 현상도 발생했다. 최근에는


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대체 교통 수단과 스마트폰을 결합한 대

01

중 교통 시스템이 제시되기도 했다. 자

공공공장

전거 등의 친환경 교통수단과 개인용 이

•김대천/마디종합건축사사무소 근무

동 수단(PUVs)의 잠재력이 크게 주목

•한지수/사이어쏘시에이츠 근무

받고 있는 것도 자가용의 감소에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02

그렇다면 자동차의 감소, 그리고 이에

새로움 패러다임, 반응하는 도시

따른 도로와 주차장의 축소로 바뀌게 될

•조준호/dmp건축 소장

미래의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이 물음

•권현정/아뜰리에 엑스빠스 소장

에 상상력을 발휘하여 가능성을 탐색해 보는 것이 이번 헤리티지 투모로우 5의

03

과제이다. 물론 과제의 범위가 돌려 받

도심 보행네트워크의 회복을 위한

을 공간의 활용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블록 접속 장치

참가자는 서울시 안에서 도보 5분 이내

•우태식/JHWIROJE건축사사무소 근무

규모의 ‘동네’를 자유롭게 선정하여 장 소에 대한 이해를 구해야 하며, 보행자 1차 워크숍 현장

04

중심의 시스템을 제한하고 근거리 이동

서울 피노키오

수단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해야 한다.

•이경택/BASEMENT BASE 대표

또 가로 경관 및 거리의 생활을 제시하

•이동희/BASEMENT BASE 대표

와이드 REPORT 2

고 미래 이동 수단의 유형이나 현재 교 통 수단의 발달에 대해 자신만의 아이디

05

어를 제안해야 한다.

MDS Mobile Docking Station

•전진홍/B.A.R.E 실장

이번 헤리티지 투모로우 5는 지난 네 번

•최윤희/B.A.R.E 실장

의 공모전 형식과는 달리 토론을 통해 제안을 발전시키는 워크숍 형태로 진행

이들 다섯 팀은 충정로 삼거리, 신사동

된다. 심사위원들이 선택한 몇몇 제안

가로수길, 무교동, 대치동, 이태원 우사

서의 제출자들은 3번에 걸친 워크숍에

단길 등 서울의 한 지점을 포착하여 급

초대되어 전문가, 시민들과 함께 서로

진적인 안부터 실현 가능한 안까지 다

의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토론하는 시간

양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시하였다.

을 갖는다. 최종 수상자 발표는 내년 2월

이들의 2차, 3차 워크숍은 12월 6일(삼

이며, 선발된 참가자들의 초기 제안서와

성미술관 플라토, 공개 및 시민 참여)과

최종 작품은 워크숍 과정의 기록과 함께

12월 20일(아름지기 사옥, 비공개)에 열

전시/출판될 예정이다.

릴 예정이다. 본지는 공모전이 본격 가동되기 전에 진

공모전 일정 중 1차 워크숍은 이미 지난

행했던 심사위원과 전문가들의 좌담을 게

11월 8일 서울시청 신청사 3층 회의실

재한다. 이는 향후 소개될 5팀의 제안서를

에서 비공개로 진행이 됐다. 이 자리에

바라보는 근거가 될 것이다. (편집자 주)

는 심사위원인 조민석(매스스터디스 대

www.arumjigicompetition.org

표), 박경(샌디에고대학교 시각미술과 교수)을 비롯, 제안서 심사에서 선정된 5 팀의 참가자들이 함께했다. 선정된 안은 다음과 같다.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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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이 대담은 아름지기 헤리티지 투모로우Heritage Tomorrow 5번째 공모전과 관련하여 ‘적은 차, 나은 도시’라는 주제로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공모전 참가자들에게 방향을 제공하고자 개최되었다.

112

1

들이 이제는 선진국에서 더 적은 자동차

디자인, 인프라, 공간 이용 측면의 아주

공모전의 형식과 주제에 덧붙여

가 존재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게 만든

실용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다. 물론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전히 자동

조민석 : 처음에는 이 공모전을 통해 도

조민석(심사위원, 매스스터디스 대표)

차의 수요가 높다. 또한 굳이 얘기를 꺼

시의 시스템적인 제안만 제시해도 좋겠

: 지금까지는 도시 주거에 포커스를 둔

내자면, 이것은 자동차에 관한 것만은

다고 생각하였으나 결국에는 구체적인

건축적 제안이었다면(대부분 한옥과의

아니다. 자동차 외의 모든 운송수단이

대상지를 두고 보는 게 더 적당하지 않

관계를 고려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도

해당된다. 이러한 운송수단이 줄어든 미

을까, 싶었다. 최근 북유럽의 사례만 보

시 자체를 하나의 주거공간으로 바라보

래는 우리에게 공간을 다시 재이용할 수

더라도 지역적인 성격에 기반한, 맞춤형

고자 한다. 그래서 대상지 자체는 특정

있는 기회를 준다고 생각한다. 이 공모

제안들이 많다. 우리도 지역적 요소를

한 부지라기보다 다양할 수 있다. 이 대

전을 통해 어떠한 결과물이 생성될 것이

다 쓸어낼 것이 아니라 그것과 공존할

상지는 응모자 각자가 정하도록 했지만

고 어떠한 것들이 제기될 것인지 예측해

수 있는 방법을 상상해 봤으면 한다.

‘서울시 안’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뒀다.

볼 때, 조민석 선생이 구성한

과정process

참가자들은 일단 간략한 제안서와 부지

은 잘 정리organize되어 있다고 여기며 나

2

를 선정하고 어떤 대전제 하에 구체적인

는 이를 지지한다.

곧 도래될 ‘적은 차’의 사회

것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5분 안에

우리는 사실 이 공모전을 통하여 어떠

걸어서 경험할 수 있는 하나의 동네를

한 것을 얻어낼지 전혀 알 수 없다. 왜냐

조민석 : 지금 젊은 세대들은 이전처럼

단위로 한다면 그만한 규모의 도시 계획

하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 또 다른 문제

자동차에 그렇게 관심 있는 것 같지 않

일 수도 있고, 아주 새로운 유형의 특정

들을 야기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

다. ‘88만 원 세대’와 연관이 있는 듯도

한 건물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자가용이

만 나는 이 문제들 또한 아주 중요한 것

하고…. ‘less cars’는 개인적으로 임박

줄어들었을 때 기존 건물의 변형에 대한

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가 제기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 역

것일 수도 있다. 굉장히 열려 있는 공모

는, 매우 유용한 결과와 가능성을 포함

시 공모전을 통해서 함께 고민해 보았으

전이라고 보면 된다.

하는 문제이자 질문이다. 인프라, 시스

면 좋겠다. 또 아름지기 재단은 사회적

박경(심사위원, 샌디에고대학교 시각미

템 기술자, 운송 수단 관련 기술 등이 이

행위process를 실천하고 문화적 변화를 주

술과 교수) : 이 공모전은 ‘적은 차’라고

와 관련되어 흥미로울 것이다. 그러므로

도하는 재단이라고 생각한다. 규제나 법

해서 자동차를 없애려 하거나 기술적으

이것은 광범위하고도 미래와 밀접히 연

등이 강력하게 고려된 현실적인 제약 속

로 더 좋은 자동차를 제안하는 것을 목

관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가능성

에서의 제안이기보다는 다소 열린 상태

적에 두진 않는다. 현재 우리 사회는 자

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다. 나는 이 공모

에서 새롭고 다양한 삶의 방식들을 상상

동차를 반대하는 입장anti-cars이 점점 커

전을 통하여 유토피아적인 제안보다는

하는 것이야말로 이 공모전의 역할이라

지고 있는 추세인 듯하다. 이것은 환경

아주 실용적인 계산을 기대하고 있다.

고 생각한다.

적 문제에서, 자동차의 가격 면에서, 공

실제로 자동차 이동으로 쓰이는 넓은 대

김봉렬(운영위원장, 한국예술종합학교

간 이용면의 문제들에서, 그리고 사회적

지를 새로운 공간으로 재활용하여 얻는

건축과 교수) : 서울시의 얘기를 조금 드

영향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외에

경제적 측면에서도 그러하다. 나는 이

리면, 이러한 사회의 변화는 자동적으로

도 새로운 기술을 발전시키는 많은 요소

공모전에서 우리가 보게 될 것은 기술,

오진 않는다. 결국은 서울시, 특히 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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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공장>,

있는 것 같다. 대표적인 예가 “차도남”이

김대천+한지수

라는 단어이다. 도시가 무조건 부정적인 게 아니라 긍정적이고 선망의 대상이 되 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부정적인 이 미지는 대부분 자동차로 인한 요인에서 비롯된다. 혼잡, 공해, 매연 등이 도시를 부정적으로 만드는 것이라면, 이것은 기 본적으로 도시의 속성이라기보다 자동 차의 속성이지 않을까 한다. 도시야말로 오히려 보행 중심, 인간 중심이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은 내가 책 <서울은 도시가

부에서 특별한 비전을 가지고 적극적으

때문이다. 그러면 자동차는 더 많이 만

아니다>에서 언급한 내용이기도 하다.

로 변화시키려 할 때 가능하다고 본다.

들어지게 될 것이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그런데, 우리가 보행 중심의 도시를 만들

몇 개의 사례들이 있다. 도심 통행을 못

사람 또한 많아질 것이다.

기에는 여전히 제도적으로 어려운 부분

하게 하려고 통행세를 받으니까 강남 차

한편, 자동차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

이 있는 것 같다.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

들은 넘어 오지 않고 강남은 교통 지옥

적인 방법은 비용을 통한 방법이다. 가

금 걷게 만드는가를 생각해 봤을 때, 녹

이 되었다. 오세훈 시장 때는 도로 다이

솔린 등의 환경 원가를 부담해야 한다.

지보다는 waste front일 것이라는 게 (책

어트(차선 수는 유지하면서 폭 줄이기)

또 다른 방법은 자동차를 위한 차선을

에서의) 나의 주장이다. 즉 답답한 도시

가 유행이었다. 그건 모두를 불편하게

늘리기보다 다른 교통수단을 위한 길을

에 공지를 많이 가져야 한다는 얘기이다.

만들었고 접촉 사고를 많이 유발시켰다.

제공하는 것이다. 보도도 여기에 포함된

도시에 대한 오해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

그렇게 해서 자전거 길을 만들어 놓으니

다. 어찌되었든 나는 이 모든 것을 시작

급한 차들은 모두 자전거 길을 이용하

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우리는 차

게 되었고…. 반면 박원순 시장의 정책

선을 더 늘릴 인력도 충분하지 않으며,

은 차선 수를 줄이는 거다. 지금 논의하

도로 공사는 아주 큰 비용이 들기 때문

고 있는, ‘차를 줄이자’는 방향이다. 그런

이다(공사 비용은 더 비싸지고 있는 추

데 그것도 적용될 수 있는 데는 사대문

세임). 그래서 기본적으로 자동차를 위

안이지 강남이나 영등포 같은 곳은 어렵

한 공간의 축소가 자연스럽게 도래하고

다. 사실 도심(사대문 안)에만 관심을 갖

있다고 믿는다.

<새로움 패러다임, 반응하는 도시>, 조준호+권현정

는 것은 조금 위험하다. 서울시에는 사 각지대가 많은데, 두 분이 예상하듯이

3

‘less cars’는 저절로 오는 현상이 아닐

자동차의 등장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

것이다. 도시의 정책 및 아젠다 등 전략 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냥 두면 강남

김봉렬 : 이번 공모전의 주제에 대해 한

처럼 차량으로 가득한 도시가 된다. 주

가지 걱정이 있다. 이번 주제가 어떻게

차장이 없으면 강남에서는 영업을 못하

보면 유토피아 제안이라고 할 수 있는

지 않나? 그러다 보니 ‘발레 파킹’ 같은

데, 유토피아 제안이라는 것은 자치 잘

것이 생겨나기도 하는 것이다. 아무튼

못 해석하면 기존의 것을 다 거부하고

저절로 차가 줄어든다는 것은 다소 낙관

간혹 엄격한 시스템이나 룰을 강요할 수

적인 전망인 것 같다.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폐해는 잘 알

박경 : 도로 차선을 줄이자는 정부의 전

고 있으나, 자동차가 우리 삶에 미친 공

략은 아마도 올바른 선택일 것이다. 왜

헌도 있지 않은가.

냐하면(단순하게 생각해 본다면), 반대

이경훈(국민대학교 교수) : 과거에는 도

로 자동차를 위한 공간을 더 늘리면 자

시의 부정적인 면만이 회자됐다면, 요즘

동차가 실질적으로 다닐 곳이 많아지기

은 도시의 이중적인 관념을 다 포함하고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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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 하였던 추동적 역할을 떠 올린다. 사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제 ‘less cars’라

회학은 전통사회와 현대사회를 구분하

는 아이디어가 나온 배경도 자동차가 가

는 기준을 사람들의 상호작용 형식의 변

진 양면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화에서 찾는다. 자동차는 이 상호작용의 형식 변화를 불러일으킨 중요한 미디어

4

이다. 전통사회에서는 익명성 없이, 미

사유에서 공유로 :

디어를 통하지 않고, 얼굴을 맞댄 채 주

새로운 공동체의 모습은?

고받는 의사소통이 가장 주된 방식이었

114

다. 현대사회가 되면서부터 얼굴을 직접

박경 : 자동차로 인해 우리가 자세히 들

맞대기보다는 익명성을 통한 다른 방식

여다 봐야 할 측면은 사실 사회, 문화적

의 의사소통이 등장하게 되었고, 사람들

인 측면이다. 미학적인, 성적인 의미를

의 상호작용에 있어서 익명성이라는 개

갖고 있는 자동차는 개개인의 이미지 메

념이 크게 자리잡게 되었다. 이러한 변

이커imagemaker 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화를 바라보았을 때, 자동차라는 기술적

자동차가 하나의 패션 요소이기보다는

<도심 보행네트워크의 회복을 위한 블록 접속 장치>,

인 매체는 현대사회로의 변동을 촉진하

경제적 요소로 더 강하게 비춰지고 있

우태식

는 수단이며, 동시에 사회 변화를 더욱

다. 이러한 양상들은 우리가 단순히 자

더 가속적으로 발전시키게 한 원인이 된

동차를 원하는 것인지, 자동차가 우리로

다. 즉 자동차와 사회변화는 서로 상호

하여금 자동차를 원하게 만든 것인지 불

을 것 같다. 2주 전에 “도시에 사는 사람

작용의 관계에 있는 셈이다. 사회가 변

분명하다. 아마도 대형 자동차 회사 측

이 훨씬 건강하다”라는 뉴스를 들었다.

화하니까 사람들은 자동차를 더 필요로

에서 사람들이 자동차를 원하게끔 만든

차를 타고 다니는 전원에서보다 도시에

하게 되고, 자동차를 갖게 됨으로써 이

것은 아닐까 생각되고, 이 과정에서 회

서 훨씬 많이 걷기 때문이란 이유에서

러한 거대한 변화는 더욱 더 가속화되는

사들에 어느 정도 유토피아적인 생각을

다. 물론 힐난의 댓글들이 엄청 달리긴

것이다.

맡겨둔 부분이 있다. 대표적인 회사로는

했지만.(웃음) 그래도 몇몇 사람들은 수

자동차로 인해 기존의 것에서 가장 두드

포드Henry Ford 자동차 회사를 예로 들을

긍하는 분위기였다.

러진 두 가지 요소가 있다. 하나는 이동

수 있다. 자동차에 경제적인 성향을 갖

어쨌거나 ‘잔디밭이 딸리고 식구수대로

성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사적 공간이다.

게 함으로써 실제 자동차는 주택housing

자동차를 가진 집’이 밀집한 도시에 대

물론 이동성을 증가시켰던 도구는 철도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경제 요소가 되었

한 이상이 근자에 들어 조금씩 변화하고

를 비롯해서 다른 것도 많지만, 자동차

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우리 사회는 자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도시는 걷는 장

라는 것은 이동성과 사적 공간이 겹쳐졌

동차에 대한 태도가 점점 더 실용적으

소이고, 도시를 걷게 하는 것은 녹지라

다는 게 독특하다. 그러면서 자동차 때

로 변해가면서 자동차의 유토피아적 양

기보다 밀접한 상공간이겠구나 하는 생

문에 사람들이 상호작용을 하거나, 삶을

상으로부터 허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각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구성하고 의식주를 해결하는 방식과 관

LA에서 자동차의 유토피아적 해결책

한편에서는 우리의 친환경 개념이 역주

련해서 굉장히 중요한 변동들이 일어났

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사람들

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UN 통

다. 현대적 생활 양식을 비롯하여 (농담

은 운전을 하고 돌아다니는 것에 질리기

계자료에 의하면 가장 친환경적인 공간

처럼 얘기하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또

은 뉴욕이라고 한다. 실제 뉴욕은 1인당

시작했다. LA는 도시가 너무 커져버린

하나의 구체적인 변화로 볼 수 있는 게

상태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베이징과

탄소발생량이 텍사스의 1/3이고 뉴욕 전

성 혁명이다. 현대사회에서 ‘자동차란

같은 아시아의 여러 도시에서도 이러한

체 인구의 72%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무엇인가’ 했을 때 마냥 부정할 수만은

양상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도시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친환경은 자연

없는 것이다. 자동차를 통해서 얻은 것,

은 기능의 장애를 보이기 시작하며 경제

에 최대한 가깝게 살아가는 것, 그러한 1

예를 들어 전통사회가 가진 한계로부터

적으로 비효율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

차원적인 생각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인간들을 벗어나게 도와준 부분은 분명

러한 큰 도시는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져

노명우(아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움직이는 것으로 변해갈 것이다. 이러한

시사회학에서는 자동차라는 개념에서

긍정적으로만 볼 수도 없는 것은 자동차

측면에서 본다면, 이 공모전은 아마도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의 등장을 가능

로 인해 발생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지역적 요소를 잘 드러내고 이 요소가


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동네neighborhood 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능하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이 점에서

이 작동을 해야지만 이러한 사회가 가

넣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 되지

미국과 비교해 보았을 때도 훨씬 발달되

능하다고 하면 그 자체로 다소 현실화

않을까 생각한다. 차를 줄임으로써 less

어 있다. 내가 흥미를 가졌던 부분은 국

되기 힘든 사회는 아닐까, 싶기 때문이

cars 도시는 변화하게 될 것이고, 공모전

부적인 교통수단localized vehicles도 미국보

다. 아마 응모자들도 항상 이런 의문을

을 통해 이 부분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

다 더 발달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실

가질 것이고 그 안에서 문제를 찾으려고

이다. 대상지의 크기를 줄임으로써(도보

제로 PUVs Personal Utility Vehicles 라고 부

할 텐데, 이러한 공동체는 어떠한 것일

5분 거리 장소) 더 실용적이고 즉각적인

르기 시작했으며, 이것을 발전시키는 것

까, 지금과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혹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다고 본다. 사

에서 더 큰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생

은 이렇게 복잡한 대안 말고는 없는가,

회 문화적인 공공 장소와 사람들의 공동

각한다. PUV는 자그마한 사이즈로 동

등등이 얘기돼야 할 것 같다.

교류communal exchange가 일어나는 새로운

네를 서슴없이 다닐 수 있다. PUV는 자

박경 : 아마도 이러한 커뮤니티가 어떠

공간에 관심이 기울여진다면, 이 공모전

전거뿐만이 아니라 움직이는 휠체어, 골

한 공동체의 모습을 가질 것인지 상상되

은 참가자들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끄는

프 카트와 같은 종류도 새로이 디자인되

지 않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만약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어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은 다른

우리가 이러한 공동체에 대한 아이디어

김봉렬 : 말씀들을 들으니 이런 생각이

인프라와 좋은 연결성을 가질 것이며,

가 이미 있다면, 사회 공학자들이 아마

든다. ‘less cars’는 이동성을 유지하는

이를 통하여 우리는 더 흥미로운 지역

독재자가 되었을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것은 확실하고, 특히 노명우 선생의 말

단위의 라이프스타일localized lifestyle을 기

우리가 그러한 커뮤니티 자체를 구성한

씀은 ‘사적 이동성을 공적 이동성으로

대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더 중요한

다기보다는 한 나라의 변화 양상에 대한

변화시키자’는 것으로 이해가 된다. 즉

것은 보행자의 라이프스타일이다. 이 모

조건, 구성 요소, 설명을 제공하는 것에

공유적인 이동성은 보장을 하고 사유화

든 것이 특히 교외나 위성도시 주거 지

초점을 맞춘다. 워크샵을 통해서 이러한

된 공간을 바꾸는 방향으로 제시하는 것

역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것들이 잘 정리될 것이기 때문에 워크샵

이 핵심일 것 같다. 그렇다면 사적 공간

김봉렬 : 광역 교통 체계는 공공이 해결

과정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 없는 자동차 문화는 어떤 게 가능할

을 하고 로컬local 이동은 PUV로 해결하

환경적인 측면에서 더 적은 차는 더 적

까. 사유화된 모습에서 공동 체계로 바

면 된다는 말씀이다. 그런데, 여기서 두

은 에너지 소요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우

꿔 나가야 된다는 건데, 그런 측면에서

가지 의문이 든다. 첫 번째는 그렇게 되

리는 또한 차를 얼마나 더 자주 사용하

공동체 모습도 달라질 것 같고…. 동네

는 공동체는 어떠한 공동체인가? 걷는

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한 사람

가 살아나고, 동네가 모여 있는 도시의

도시와는 조금 다른 개념일 테고, 그랬

이 2시간 이내에 사용하는 것보다 얼마

모습은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을 때 도시의 부분들이 구체적으로 어떠

나 더 자주,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지에

이동성localized mobility

한 변화가 있을 것인가? 또 개인적으로

대한 논의가 있다. 이것은 종종 스마트폰

체계urban, city, regional

풀리지 않는 의문이, 앞서 유토피아적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뤄지기도 한다.

연결되어야만 하다. 한국은 이

아이디어라고 말씀 드린 이유 중의 하

또한 자동차를 공유하는 경우도 있다. 한

점에서 아주 발달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나가,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광역 체

대의 자동차가 하루에 여러 명의 편의를

교통 체계는 어디에서나 쉽게 접근이 가

계나 PUV 등 굉장히 정교한 시스템들

제공하기도 한다. 헬싱키의 경우 실제로

박경 : 지역화된

은 더 큰 지역 단위 national와

이러한 일들이 일어난다. 수요와 공급이 <서울 피노키오>, 이경택+이동희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집집마다 잘 이루어져 헬싱키 정부는 도심부의 자동 차(수)를 줄이는 계획을 도모하고 있다. 이처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기반 으로 한 운송수단은 자동차를 더 효율적 으로 사용하게 할 것이며, 자동적으로 자 동차의 수를 줄일 것이다. 작은 사이즈의 운송수단은 멀리 갈 수는 없지만, 저렴하 며 아주 에너지 효율적이다. 운송수단의 개수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사이즈 자체 를 줄이는 것에도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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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공간을 활용하고, 비어있는 무게를 없 애며, 5배 더 사용되었던 에너지들을 효 율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한다. 에너지 소비 절약은 단지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 하는 것보다 사실상 에너지 자체를 소모 하지 않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조민석 : 부연 설명하자면, 우리가 제시 한 주제는 복잡한 것을 요구하는 게 아 니다. 지금까지 나는 차를 가져본 적이 없지만 별 문제없이 살았다. 박경 선생 이 말씀하셨듯이 운전하다 지친 LA가 경

<MDS(Mobile Docking Station)>,

제적, 사회적, 개인의 건강 문제까지 도

전진홍+최윤희

달했다면, 서울에서는 이를 쫓아가려 하

116

던 것에서 급선회하여 이제는 각자 지혜

되었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그에 맞는 동

임시성을 가진 장소가 되어야 하나, 혹

로운 ‘도시 사용법’을 가지고 새로운 삶

네/커뮤니티를 구성하는 것인지, 혹은

은 건축가들의 방치 속에서 언제까지 궁

의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동차가 아예 없는 상태에서 걷는 도시

색한 모습을 띠어야 하나, 의문이 들었

친환경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미국식 기

의 양상을 제안해 보라는 것인지 혼란스

다. 걷는 도시를 지향한다고 했을 때, 건

술 지상주의로만 해결책을 바라볼 것이

러울 것 같다. 처음에 성과품이 궁금했

축가가 아이디어가 있다면 저 공간을 어

아니라, 일상에서의 구체적인 실천 행

던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고. 이것이 어

떻게든 건축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어야

위가 뒤따라야 유효하다. 나 같은 경우

떤 종류의 공모전인지, 뭘 구체적으로

하지 않을까? 비워 놓은 공간에서 필요

는 해결 방법이 매우 단순한데, 걸어서 5

제안해야 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해줄 필

에 따라 응원도 하고 장터를 열게 하는

분 거리 안에 모든 삶의 무대가 있다. 이

요가 있겠다.

것보다 좀 더 적극적인 건축 행위가 필

동을 위해 하루에 한두 시간을 쓰는 이

내 책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에는 ‘마을

요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런 측면으로

들에 비하면 큰 시간적 소득이다. 또한

버스‘가 동네의 파괴에 책임이 있다고 명

이 공모전을 바라봐야 하는 것인지도 궁

한국 사회가 급속히 노령화되는 추세

시한 부분이 있다. 마을버스가 이 커뮤니

금하고….

고, 점점 1~2인 가구가 증가하는 상황에

티/동네를 파괴하는 상징, 결과 및 원인

노명우 : ‘포디즘 Fordism ’이라는 단어가

서 어떤 유형의 동네, 커뮤니티가 생겨

이라고 생각한다. 마을은 걸어 다녀야 하

생긴 것처럼 자동차라는 것 자체는 대량

날 것인지를 상상해 보는 것도 이에 관

는 것인데 주민들이 마을버스를 타고 다

생산, 대량소비를 의미한다. 대량생산의

한 실마리일 수 있다. 20세기 자동차 문

니기 때문에 커뮤니티 환경이 옛날과 달

방식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자동차를

화, suburbia의 팽창은 4인 핵가족의 신

라지는 것이다. 또 한 가지의 책임은 대형

사용함으로써 서구적인 생활방식이 확

화와도 연관되기 때문이다. 주제와 연관

마트에 있다고 본다. 대형마트가 편리하

산되어 왔다. 최근의 자동차 개념은 그

된 사회적 변화들을 실마리로 삼아 자유

기 때문에 주민들이 한 쪽으로만 몰리게

야말로 ‘Global Fordism’이라고 불릴

롭게 개인의 질문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

된다. 이러한 기형적인 현상이 서울의 반

정도이다. 이와 관련해 자동차와 관련된

을 것 같다.

도시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아주 근본적으로 제시한다면, 지

아무튼 공모전 참가자들이 걷기 좋아졌

금 우리가 살고 있는 글로벌한 모든 시

5

을 때를 대비하는 건지, 혹은 걷게 하기

스템 자체를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바꾸

구체적으로 무엇을 제안할 것인가?

위해서 어떤 걸 제안해야 하는 건지, 약

자는 굉장히 급진적이고 극단의 유토피

그리고 그 규모는?

간 혼란이 있을 것 같다. 좀 더 명확해야

아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차원에

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오늘 경험한 것

서 자동차로 인해 발생되는 한계점들을

이경훈 : 내가 이 공모전의 참가자라면

이, 광화문 광장을 지나오면서 마켓/시

극복하거나 제안하고자 한다면, 굳이 표

몇 가지 질문이 있을 것 같다. 이 공모전

장이 열려있는 것을 보았다. 언제 꺾일

현하여 전자가 궁극적 유토피아라면 공

의 요지가 새로운 동네/커뮤니티를 제

지 모르는 텐트 여러 개가 모래주머니에

모전은 궁극적 유토피아라기보다 실현

안하는 것인지, 아니면 테크놀로지에 기

의해 간신히 지탱되어 있는 것을 보면

가능한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다. 실현

반한, 혹은 작은 교통 시스템이 대중화

서, 우리의 공공 공간은 언제까지 저런

가능한 유토피아 문제에서는 중요한 것


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실현 가능한

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의

런 사회가 되면 어떻게 변할까, 이것도

유토피아가 실현될 수 있는 공간이 양적

오래된 동네/커뮤니티를 새롭게 변화시

대상이 될지 궁금하다.

크기란 문제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키는 것이다. 사실 한국 사회는 부동(?)

조민석 : 그런 것도 하나의 아이디어가

국가 단위, 광역 단위, 도시 단위, 또는

의 커뮤니티(다른 커뮤니티와 연결성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집에 개인 주차장이

하나의 동네 단위가 될 수 있으며, 이러

없는, floating neighborhood)에 대한

있다면 주차장 활용(예를 들어 개인 창

한 공간의 스케일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이 공

고나 공부방으로의 활용)을 고민해 볼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모전이 현실에 기반을 둔 새로운 동네를

수도 있겠고….

하나는 공간의 양적 크기뿐만 아니라 장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

소성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한 공간과

한다. 그러한 점에서 프로젝트 대상지의

7

다른 공간의 관계에 대한 문제이다. 도

스케일은 아주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사회적 자본의 재생 아이디어

는 방법과 도심이 아닌 외곽에서 구현하

6

노명우 : 더 적은 자동차로 인해 얻게 되

는 방법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예

길과 외부 공간,

는 ‘more lifes’라는 표현을 도시 사회학

를 들어 서울과 위성도시에서 구현되는

그리고 잉여 공간의 재발견

적으로 표현하면 사회자본의 회복 가능

심에서 실현 가능한 유토피아를 구현하

방법은 아주 다를 것이다. 정리하자면

성이다. 사회학에서 자동차로 인한 가

어느 정도의 양적 공간에서 ‘less cars’라

김봉렬 : 제안하신 조건들을 가정한다면

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 것이 사회적 자

는 아이디어를 구현해야 하는 것인지(도

달라질 게 있을 것이다. 주차장에 대한 생

본 social

보 5분 거리이지만) 조금 더 분명해진다

각이 달라질 것이고 길이라는 외부공간

로 대면을 하며 알게 되면서 서로 도와

면 참가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에 대한 정의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고,

야겠다는 믿음, 또는 나쁜 짓을 하면 안

조민석 : 좋은 지적이다. 고민했던 부분

또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정답은 아

되겠다는 믿음, 말하자면 공동체성인데,

이다. 최근 인천 송도 신도시에 갔는데,

니지만 짚어 놓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그게 사실은 범죄를 예방하는 데에 가

인프라에 관해서는 이미 ‘네덜란드’더

박경 : 개개인의 삶의 공간과 자동차 공

장 크게 도움이 된다. 이처럼 사회적 자

라.(웃음) 실현가능한 유토피아라고 말

간은 현재 일치한다. 제인

제이콥스Jane

본이 살아있을 때 범죄는 예방이 된다.

씀하셨는데, 이미 기존에 가지고 있는

Jacobs는

capital 의

쇠퇴이다. 사람들이 서

“우리는 사람을 위해 도시를 짓

하지만 자동차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

해결책 practical

는가? 아니면 자동차를 위해 만드는가?”

면 사회적 자본이 떨어지게 된다. 이는

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서울이

라고 말한 적이 있다. LA도 과거에는 도

텔레비전에 대한 의존도 증가, 노동시간

란 기존 도시 상황 안에서의 다양한 이

심부 내 대지의 상당한 양이 자동차를

증가, 위성도시 간의 통근거리 증가 등

야기를 듣고 싶다. 참여자 개개인과 밀

위해 쓰였었다. 현재는 이와 다르다. 분

자동차와 연계된 모든 것을 포함한다.

착된,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제안들이 많

명하게도 한국 역시 더 많은 공공 공간

어떻게 보면 ‘less cars’라는 이슈는 단지

이 나왔으면 한다.

public space ,

기반 아래서 현실 가능한 solution이

공원, 새로운 인프라의 유형

환경적이거나 교통적인 문제를 해결하

동네/커뮤니티neighborhoods

들을 위한 공간들이 생겨날 것이다. 무

려는 것보다 더 큰 그림에서 사회적 자

를 다른 동네와 단절시키려는 게 아니

엇보다도 한국은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

본 social capital을 재생시키는 아이디어와

다. 우리가 말하려는 것은 현재 서울의

에 조금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게 될 것

연결되지 않을까 본다.

교통 체증이 상당하다는 사실이다. 작은

이다. 서울은 아주 밀도가 높은 도시이

박경 : 한국인들에게는 정신적/인식 자

스케일의 시스템을 통하여 이 커뮤니티

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의 긴장감도 높으

각 mental change/perception이 필요하다. 나는

들이 서로 살아나고 지지하여 번창할 수

며 이를 완화해 줄 공간이 필요하고, 또

이 프로젝트의 일부분은 교육에 있다고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마을버스 또한 더

생겨날 것으로 본다.

본다. 어차피 완벽한 프로젝트는 없다고

큰 시스템의 작은 일부분일 뿐이다. 그

김봉렬 : 일단은 ‘새로운 대지가 창출될

본다. 공모전 전시회가 개최되었을 때,

러기 위해서 어떻게 사회 문화적인 상호

것’이고 새로운 외부공간이 드러날 것

결과물을 통해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많

작용을 일으켜야 할까? 자동차를 발명

이라는 부분은 예측 가능하겠다. 그런데

이 생겨나기를 바란다.

하고 만든 사람들은 처음부터 그것이 세

이러한 아이디어가 공공적인 공간, 동네

정리/지혜연(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상에 끼치게 될 영향을 고려한 것은 아

정도의 스케일에서는 예상이 되지만, 우

니다. 그들은 자동차가 도시를 얼마나

리 집이 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역시 생

확장시킬지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내

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집이 이

박경 : 우리는

117


《간향 클럽, 미디어랩 & 커뮤니티》 GANYANG CLUB, Media Lab. & Community 우리는

우리는

건축가와 비평가 및 다방면 건축의 파트너들과 함께

격월간으로 발행하는 잡지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지방(locality), 지역(region), 진정성

월례 저녁 강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authenticity)”에 시선을 맞추고 “건축을 배우는 후배들에게 꿈을,

건축가들의 이슈가 있는 파티 《아키텍처 브리지》 《ICON 초이스》

건축하는 모든 이들에게 긍지를” 전하자는 목표 아래

건축역사이론비평의 연구자 및 예비 저자를 지원하는 《심원건축학술상》

이 땅에 필요한 건강한 건축 저널리즘을 구현함은 물론,

내일의 건축저널리스트를 양성하는 《와이드AR 저널리즘스쿨》

건축한다는 것만으로 반갑고 행복한 세상을 향해

신예비평가의 출현을 응원하는 《와이드AR 건축비평상》

나아가고자 합니다.

건축의 인문 사회적 토양을 일구는 《와이드AR 아카데미하우스》 색깔 있는 건축도서 출판 《북스 간향》 《아크인사이트》 국내외 건축과 도시를 찾아 떠나는 현장 저널 《W-아키버스》 건축인을 위한 《W-건축유리조형워크숍》 인간·시간·공간의 이슈를 공부하는 《NESⓌ건축영화스터디클럽》 인천 어린이·청소년 건축학교 《AB스쿨》 등의 연속된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또는 파트너들과 함께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간향 미디어랩 Ganyang Media Lab.》

《간향 커뮤니티 Ganyang Community》

[와이드AR 발행단 publisher partners]

[고문단 advisory group]

발행위원 김기중, 박민철, 박유진, 손도문, 오섬훈, 최원영, 황순우

명예고문 곽재환, 김정동, 박길룡, 우경국, 이상해, 임창복, 최동규

대표 전진삼

대표고문 임근배

[와이드AR 편집실 editorial board]

고문 구영민, 김원식, 박승홍, 박철수, 이일훈, 이종건, 이충기

편집장 정귀원

[후원사 patrons]

편집위원 남수현, 박정현

대표 김연흥, 박달영, 승효상, 이백화, 이태규, 장윤규, 차영민, 최욱

사진편집위원 김재경, 박영채

[협력 자문단 project partners]

전속사진가 남궁선, 진효숙

《Architecture Bridge》 김정숙, 박인수, 손도문, 장정제

디자인 노희영, banhana project

《Creative Class Committee》 공철, 권형표, 김동원, 김석곤, 김정후, 김종수,

[와이드AR 유통관리대행 distribution agency]

김태만, 김태일, 나은중, 박성형, 박준호, 박창현, 손승희, 손장원, 신창훈, 안

서점 심상호, 정광도서

용대, 오동희, 이중용, 이정범, 임형남, 전유창, 전진성, 정수진, 조경연, 조남

직판 박상영, 삼우문화사

호, 조택연, 최상기, 최창섭, 최춘웅

[단행본 디자인 및 유통협력 book design & distribution partners]

《NESⓌ건축영화스터디클럽》 강병국

디자인 심현일, 디자인 현

《School of the Archi-Bus(AB스쿨)》 곽동화, 오장연, 이승지, 황순우

판매대행 박종호, 시공문화사

《W-아키버스》 김인현

[제작협력 production partners]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조용귀

코디네이터 김기현, spacetime

《심원건축학술상 심사위원회》 김종헌, 박진호, 우동선, 함성호

인쇄, 출력 및 제본 강영숙, 서울문화인쇄(주)

《심원문화사업회》 신정환

종이 홍성욱, 대림지업사

《와이드AR 건축비평상》 김영철, 박정현 《와이드AR 저널리즘스쿨》 구본준, 김기현, 김재경, 안철흥 [청년단 youth club] 《와이드AR 저널리즘스쿨 기장클럽》 이지선, 이상민, 정지혜, 박지일 [홍보 파트너 public relations partner] 《마실》 김명규, 공을채


티에리 파코의 『지붕: 우주의 문턱』 전혜정 옮김, 눌와, 2014 추천, 젊은 이론가들의 북리뷰

우리 하늘의 봉우리들이 서로 합쳐질 때

붕Le Toit』(불어원본 2003)의 저자 티에리 파코는 이를 ‘우주

내 집은 지붕을 갖게 되리

의 문턱’이라 부르며 독자를 존재와 세계가 만나는 우주적인

- 폴 엘뤼아르, 『살만한 것들』

꿈으로 인도한다. 이러한 관점은 다소 바슐라르적인 현상학 과 세밀한 문학적 감성에 기초하는 만큼 척박한 현실의 정치

아름다운 지붕들이 파도처럼 넘실거릴 때가 있다. 개인적으

적 논구보다 아름다운 몽상에 가깝지만, 꼼꼼한 어원풀이를

로는 어느 여름철 황혼녘에 리스본의 좁은 골목길을 오르다

곁들이며 지붕에 얽힌 아름다운 기억들을 떠올리는 이 철학

뒤를 돌아보았을 때가 그랬다. 바닷바람처럼 시원하면서도

자의 문학적 면모는 도시학적으로나 인류학적으로나 흥미로

잔잔하게 속삭이던 그때의 빨간 지붕들은 나의 꿈같은 기억

운 여러 관점들과 풍부하게 엮여 깊은 여운을 전해준다.

속에서 여전히 넘실거린다. 한편 이 글을 쓰고 있는 어느 건

하이데거와 레비나스에게서 “존재를 사유”(18쪽)하는 곳이

물 6층의 카페에서도 창밖으로 여러 지붕들이 내려다보인다.

자 “명상할 수 있는 유토피아”(19쪽)로서 ‘집’의 의미를 이끌

일상을 거닐 때는 보지 못하는 풍경들. 인파의 발걸음에 치이

어내고, 멈퍼드에게서 “의미의 창조자이자 상징의 생산자이

는 지상의 시간에서는 도무지 상상할 겨를도 없는 풍경이, 한

며 꿈의 제작자”(21쪽)로서, 바슐라르에게서 “필요의 존재가

가한 시간 어느 정도의 높이가 확보된 한적한 장소에 들어서

아닌 욕망의 존재”(23쪽)로서 ‘인간’의 의미를 이끌어낸 뒤

야 겨우 그 쓸쓸한 정수리들을 내비친다. 예쁜 지붕들도 더러

“지붕은 재현하는 것을 넘어 표현한다”(23쪽)고 말하는 파

보이지만, 대부분은 녹색 우레탄으로 방수한 평지붕 옥상과

코는 영화·회화·문학 속의 지붕 이미지를 고찰하다가 현

그 위의 낡은 설비, 합법인지 불법인지 모를 가설구조물, 옥

대 건축기술의 폭력이 지붕의 ‘영혼’을 말살해가는 세태를 비

탑방 등이 그 풍경을 이룬다. 어디에서는 옥상에서 장독대의

판하고, 이집트 구르나 마을에 흙 건축을 지은 하싼 파티의

뚜껑을 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느 회사원들은 잠시 건물

“구르나에서의 경험은 실패였다”(89쪽)는 고백에도 안타까

의 옥상에 올라 담배를 피울 것이며, 누군가는 전망 좋은 옥

운 공감을 표한다. 망사르와 가우디, 르코르뷔지에, 노르베르

상 테라스 카페에서 친구들과 담소를 나눌 것이다. 예쁜 지붕

그-슐츠의 지붕을 차례로 살펴보기에 앞서 세계 곳곳의 토

아래의 조그마한 다락방에서 자기만의 꿈에 잠겨있을 이도,

속 주거부터 살펴보는 그는 지붕의 보편유형인 ‘경사지붕’과

사랑하는 이와 달콤한 시간을 보낼 이도 있을 것이다. 이뿐만

‘옥상지붕’에 이렇게 상징적 의미를 부과한다. “지붕이 평평

이 아니다. 누군가는 건물에서 쫓겨날 판이 되어 옥상에서 생

하다면 이는 하늘과 땅이 합쳐졌음을 의미한다. (중략) 경사

사를 건 저항에 나서게 되는 처절한 현실도 있다.

지붕이 갖는 상징성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땅과 하늘을 연결

이렇듯 건물의 지붕 혹은 옥상은 누군가에겐 꿈의 공간이기

하면서 높은 곳을 가리키는 축이다.”(96~7쪽) 따라서 그에

도, 누군가에겐 척박한 현실의 아픔이 사무치는 공간이기도

게 지붕은 ‘우주의 문턱’이면서도, “방어의 기능인 폐쇄성”과

하다. 르코르뷔지에와 김수근은 옥상공간에 모더니스트의

“소통의 기능인 개방성”(162쪽)이라는 이중적 모순을 지닌

이상理想을 심었지만, 식민지 현실을 산 건축가 이상李箱의 소

곳이다. 이러한 닫힘과 열림의 이중성은 지붕/옥상이 함축하

설 『날개』 속 주인공은 옥상에서 추락을 향해 비상한다. 지

는 꿈과 현실의 이중성을 연상시키지 않는가? 그 꿈과 현실

붕/옥상에서 꿈은 어쨌거나 현실에서 박차 오르는 것이다.

사이에 실재하는 게 ‘옥상의 정치’라면, 그것은 어쩌면 이러

지붕의 꿈은 최고급 펜트하우스의 욕망으로 물신화하기도

한 공간적인 ‘사이’에서, 즉 파코에 따르자면 불어에서 “‘열린

하지만, 자본의 힘이 못 미친 ‘잉여’적인 옥상은 공公과 사私

틈’과 ‘통로’를 의미”하는 “작은 천창”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

를 벗어난 ‘공통적인 것’(네그리·하트)의 정치적 가능성을

인지 모른다. “본래의 의미에서든 비유적 의미에서든”(23쪽)

암시할 수도 있고 이를 ‘옥상의 권력’에 맞선 ‘옥상의 정치’로

말이다.

칭할 수도 있다(조정환, 『옥상의 정치』 40~69쪽). 한편 『지

글 | 조순익


ArchitectuReReport, Bimonthly

통권 42호, 2014년 11-12월호, 격월간 2014년 11월 15일 발행, ISSN 1976-7412 2008년 1월 2일 창간 등록, 2008년 1월 15일 창간호(통권 1호) 발행 2011년 1월 19일 변경 등록, 마포 마-00047호

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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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 Vol.42 Korean Architectur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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